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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계 최고의 음향기기 회사 중 하나인 글로벌 기업 ‘보스’의 지난해 매출은 전년 대비 감소했음에도 32억 달러(약 4조500억 원)에 달했다. 이 우량기업의 주식은 사고 싶어도 거래소에선 살 수가 없다. 세계적인 기업 중엔 비상장을 고집하는 곳이 많다. 서울대 경영학과 교수로 재무금융 전문가인 저자는 “‘주주우선주의’ 역시 (비상장의) 주요 원인임을 부인하기 어렵다”고 주장한다. 벌어들인 돈을 미래를 위해 재투자해야 하는데, 주주들은 대부분 오랜 세월이 지나야 성과가 드러나는 장기 투자를 참지 못한다. 주주의 이익을 위해 이들이 원하는 배당과 자사주 매입 등에 돈을 써버리고 나면 투자는 위축된다. 기업이 수많은 주주에게서 돈을 받아 투자가 용이하도록 해주는 것이 자본시장이 존재하는 이유인데 주주들에게 발목이 잡혀 성장하지 못할까봐 상장하지 않는 이상한 일이 벌어지는 것이다. 올 2월 국내 주식 거래 활동 계좌 수는 6000만 개를 넘어서며 국민 1명당 1개 이상 계좌를 보유한 ‘전 국민 주식 투자 시대’가 됐다. 국민 대부분이 상장기업 주주가 됐다는 뜻이다. 저자는 ‘동학개미’로 불리는 대다수 국민이 ‘기업의 주인’인 주주가 된 만큼 주주의 이익을 극대화하는 것을 최우선으로 하는 주주우선주의의 부작용도 알아둘 필요가 있다고 말한다. 초단타 거래를 하는 주주도 회사의 주인인가. 임직원, 노동자, 채권자, 소비자 등의 이해관계자들은 기업의 주인이 아닌가. 저자는 주주우선주의의 맹점을 분석하며 기업의 주인 밝히기에 나선다. 주인인 주주와 이들의 대리인인 경영자 사이에서 발생하는 끊임없는 대립의 원인을 분석하고 해법도 제시한다. 기업이 이른바 ESG(환경, 사회, 지배구조) 경영으로 경영 패러다임을 바꿔야 한다는 점도 강조한다. 자본시장과 기업에 관한 전문적인 이야기를 쉽게 쓰려 노력한 흔적이 곳곳에서 보인다. 기업 내부 생태계를 쉬우면서도 깊이 있게 풀어낸 만큼 동학개미들이 좀 더 가치 있게 주식투자를 하는 데 도움이 될 것으로 보인다.손효주 기자 hjson@donga.com}

배우 강수연 씨(56·사진)가 5일 뇌출혈로 쓰러진 뒤 6일에도 의식을 되찾지 못하자 그의 쾌유를 기원하는 목소리가 이어지고 있다. 강 씨는 서울 강남구 자택에서 뇌출혈로 쓰러져 심정지 상태로 5일 서울 강남세브란스 병원으로 이송됐다. 의료진이 수술을 해도 호전될 가능성이 낮고 위험이 있다고 진단을 내리자 강 씨의 가족은 일단 수술을 받지 않기로 결정했다. 강 씨는 의식이 없는 상태로, 인공호흡기를 단 채 6일 새벽 응급실에서 중환자실로 옮겨졌다. 소속사 없이 활동하는 강 씨를 도와주고 있는 에이플래닛 엔터테인먼트는 이날 공식 자료를 통해 “수술 여부는 현재 경과를 지켜보고 있다”고 밝혔다. 김동호 전 부산국제영화제조직위원회 집행위원장은 “강 씨가 빨리 쾌유하길 간절하게 기도하고 있다”고 말했다. 이어 그는 “영화계에 기여한 바가 말할 수 없이 크고 나이가 더 들면 노년 역할 연기도 하고 싶어 했다. 잠재력이 큰 배우로, 앞으로 할 일이 정말 많다”고 덧붙였다. 강 씨의 영화 복귀작인 ‘정이’의 후반작업을 최근 같이 한 연상호 감독은 “강한 분인 만큼 이겨낼 거라 믿는다”라고 말했다. 강 씨와 영화 ‘씨받이’ ‘아제 아제 바라아제’를 함께 한 임권택 감독도 그의 회복을 빌고 있다. 임 감독의 부인 채령 여사는 “강 씨는 임 감독을 ‘아버지’라고 불렀다. 우리 부부에겐 딸과 마찬가지인데 날벼락 같은 일이 벌어졌다. 빨리 건강해져 예전처럼 활발한 모습을 볼 수 있길 바라고 있다”라고 말했다. 배우 안성기 씨도 “최대한 빨리 일어나 건강하게 활동하길 바란다”고 말했다. 영화 ‘아제 아제 바라아제’에 함께 출연한 배우 한지일 씨는 자신의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에 “월드스타 수연 쾌차하길 빈다. 팬 여러분도 많이 기도해 주시길 부탁드린다”고 썼다. 국민들도 강 씨의 쾌유를 기원하고 있다. 누리꾼들은 그의 소식을 전하는 기사에 ‘그 시절 우리들의 배우, 무사히 돌아오길 빌어요’ ‘쾌차하십시오. 어린 시절 당신이 있어 행복했습니다’ 등 수많은 댓글을 올리고 있다. ‘제발 깨어나세요. 뉴스에 의식 회복이라는 속보가 나오길 간절히 바랍니다’ ‘얼른 깨어나세요, 얼른 나으세요, 꼭!’ ‘이제 인생 반밖에 안 왔어요. 남은 반 채워야 합니다’ 등 간절함을 담은 글이 이어지고 있다.손효주 기자 hjson@donga.com}

배우 강수연 씨(56)가 5일 뇌출혈로 쓰러진 뒤 6일에도 의식을 되찾지 못하자 그의 쾌유를 기원하는 목소리가 이어지고 있다. 강 씨는 서울 강남구 자택에서 뇌출혈로 쓰러져 심정지 상태로 5일 서울 강남세브란스 병원으로 이송됐다. 의료진이 수술을 해도 호전될 가능성이 낮고 위험이 있다고 진단을 내리자 강 씨의 가족은 일단 수술을 받지 않기로 결정했다. 강 씨는 의식이 없는 상태로, 인공호흡기를 단 채 6일 새벽 응급실에서 중환자실로 옮겨졌다. 소속사 없이 활동하는 강 씨를 도와주고 있는 에이플래닛 엔터테인먼트는 이날 공식 자료를 통해 “수술 여부는 현재 경과를 지켜보고 있다”고 밝혔다. 김동호 전 부산국제영화제조직위원회 집행위원장은 “강수연 씨가 빨리 쾌유하길 간절하게 기도하고 있다”고 말했다. 이어 그는 “영화계에 기여한 바가 말할 수 없이 크고 나이가 더 들면 노년 역할 연기도 하고 싶어 했다. 잠재력이 큰 배우로, 앞으로 할 일이 정말 많다”고 덧붙였다. 강 씨의 영화 복귀작인 ‘정이’의 후반작업을 최근 같이 한 연상호 감독은 “강한 분인 만큼 이겨낼 거라 믿는다”라고 말했다. 강 씨와 영화 ‘씨받이’, ‘아제 아제 바라 아제’를 함께 한 임권택 감독도 그의 회복을 빌고 있다. 임 감독의 부인 채령 여사는 “강수연 씨는 임 감독을 ‘아버지’라고 불렀다. 우리 부부에겐 딸과 마찬가지인데 날벼락 같은 일이 벌어졌다. 빨리 건강해져 예전처럼 활발한 모습을 볼 수 있길 바라고 있다”라고 말했다. 배우 안성기 씨도 “최대한 빨리 일어나 건강하게 활동하길 바란다”고 말했다. 영화 ‘아제 아제 바라 아제’에 함께 출연한 배우 한지일 씨는 자신의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에 “월드스타 수연 쾌차하길 빈다. 팬 여러분도 많은 기도해 주시길 부탁드린다”고 썼다. 국민들도 강 씨의 쾌유를 기원하고 있다. 누리꾼은 그의 소식을 전하는 기사에 ‘그 시절 우리들의 배우, 무사히 돌아오길 빌어요’, ‘쾌차하십시오. 어린 시절 당신이 있어 행복했습니다’ 등 수많은 댓글을 올리고 있다. ‘제발 깨어나세요. 뉴스에 의식 회복이라는 속보가 나오길 간절히 바랍니다’, ‘얼른 깨어나세요, 얼른 나으세요, 꼭!’, ‘이제 인생 반 밖에 안 왔어요. 남은 반 채워야 합니다’ 등 간절함을 담은 글이 이어지고 있다. 손효주 기자 hjson@donga.com}

배우 강수연 씨(56·사진)가 5일 심정지 상태로 병원에 이송돼 치료를 받고 있다. 경찰과 소방당국에 따르면 강 씨의 가족은 이날 오후 5시 14분경 서울 강남구 압구정동 자택에서 ‘강 씨가 극심한 통증을 호소한다’며 119에 신고했다. 구급 대원이 현장에 도착했을 당시 강 씨는 이미 쓰러져 있었고 심정지 상태로 파악됐다. 강 씨는 심폐소생술(CPR)을 받으며 119구급대에 의해 병원으로 옮겨졌다. 강 씨는 오후 10시 현재까지 의식이 돌아오지 않은 것으로 알려졌다. 의료진은 기도삽관을 통해 인공호흡을 시도 중이라고 한다. 강 씨는 이날 오전에도 두통 증상을 호소해 119에 신고가 접수된 것으로 파악됐다. 구급 대원이 현장에 도착했지만 본인이 이송을 거절해 구급대가 철수했다고 한다. 강 씨는 평소 지병을 앓고 있었던 것으로 전해졌다. 경찰 관계자는 “범죄 혐의점이나 극단적 선택 여부는 아직 확인되지 않았다”고 말했다. 강 씨는 1969년 ‘길거리 캐스팅’ 되면서 아역배우로 데뷔했다. 드라마 ‘고교생 일기’(1983년)에 출연해 큰 인기를 얻으며 1980년대 초반 최고의 청춘스타로 떠올랐다. 정식 영화 데뷔는 1976년 이혁수 감독의 ‘핏줄’이다. 이후 영화 ‘씨받이’로 1987년 베니스국제영화제, ‘아제 아제 바라아제’로 1989년 모스크바영화제에서 각각 여우주연상을 받으며 한국 영화 사상 최초의 ‘월드 스타’로 자리매김했다. 2001년에는 SBS 드라마 ‘여인천하’에 정난정 역할로 출연해 연기대상을 받았다. 올해 연상호 감독의 넷플릭스 오리지널 영화 ‘정이’로 9년 만에 스크린 복귀를 앞두고 있었다. 연 감독은 “최근까지도 ‘정이’ 후반 작업을 위해 만났다”며 “건강했고 평소처럼 엄청 밝은 모습이었다”고 말했다. 강 씨는 최근까지도 ‘정이’ 연출부 스태프에게 밥을 사며 “촬영하느라 고생이 많았다”고 격려했다고 한다. 강 씨와 친분이 깊은 김동호 전 부산국제영화제조직위원회 집행위원장은 “우울증 등 정신적인 문제는 없었던 것으로 안다”며 “다만 최근까지도 계속 대학병원을 다닐 정도로 건강이 안 좋다는 얘기는 들었다”고 말했다.송진호 기자 jino@donga.com조응형 기자 yesbro@donga.com손효주 기자 hjson@donga.com}

어린이날인 5일 영화 ‘액션동자’가 개봉한다. 주인공은 어릴 때 부모를 잃고 홀로 자신을 키우던 할머니마저 돌아가신 뒤 절에서 살게 된 열 살 소년 진구(홍정민)다. 진구와 동자승들은 절에 침입해 불상과 탱화를 훔친 도둑들을 잡으러 나선다. 우여곡절 끝에 이들은 절에서 연마한 무술과 기지를 활용해 도둑 소탕에 성공한다. 이 영화가 반가운 이유는 오랜만에 극장에서 상영하는 국산 어린이 실사 영화라는 점이다. 국산 어린이영화는 한동안 사실상 명맥이 끊겼다. 어린이영화가 쏟아졌던 1980, 90년대엔 개그맨 심형래가 주인공인 ‘영구와 땡칠이’ 시리즈가 인기를 끌었다. ‘서편제’ ‘장군의 아들’ 등 임권택 감독 작품의 제작사로 유명한 태흥영화사도 1988년 ‘어른들은 몰라요’, 1993년 ‘참견은 노 사랑은 오예’ 등 어린이영화 제작에 뛰어들었다. ‘어른들은 몰라요’는 서울 관객 22만 명을 모으며 그해 한국영화 중 흥행 3위를 기록했다. ‘왕의 남자’(2005년)로 천만감독 대열에 오른 이준익의 데뷔작 역시 어린이영화 ‘키드캅’(1993년)이었다. 2000년대부터 어린이영화는 사양길을 걸었다. ‘마법경찰 갈갈이와 옥동자’(2004년) ‘서유기 리턴즈’(2011년) 이후 애니메이션 외의 어린이 실사 영화는 사실상 실종됐다. 2018년 ‘번개맨의 비밀’이 개봉했지만 뮤지컬을 스크린에 담은 것이었다. 이마저도 미취학 아동 대상이었다. 과거처럼 초등학생까지 아우르는 오락물 성격의 어린이영화는 자취를 감춘 것. 할리우드 대작 애니메이션 등 외국산 영화에 국산 어린이영화 시장은 잠식당한 상태다. 수십 년이 지난 뒤에도 어린 시절 관람한 어린이영화를 추억하는 이들이 상당하다. ‘키드캅’ 관람평을 남기는 네이버 페이지엔 개봉 29주년인 현재도 “정말 잊을 수 없는 영화” 같은 감상평이 다양하게 달리고 있다. 이준익 감독은 본보와의 전화 통화에서 “당시 어린이들이 ‘나홀로 집에’ 등 외국 어린이영화를 보는 게 아쉬워 만든 영화였다”며 “연출력은 미숙했지만 만듦새를 떠나 누군가의 동심에 큰 영향을 줬다면 감사한 일”이라고 했다. 전문가들은 어린이영화 시장이 부활하긴 어려울 것으로 보고 있다. ‘액션동자’ 역시 어린이영화 부활의 신호탄이 아니라 일회성으로 끝날 것이라는 것. 박기수 한양대 문화콘텐츠학과 교수는 “유튜브와 온라인동영상서비스(OTT)에서 콘텐츠가 쏟아지고 있는 환경이어서 국산 어린이영화 시장이 되살아날 가능성은 없다”라고 했다. 성인 콘텐츠를 자주 접하며 어린이들 눈높이가 성인 수준에 맞춰진 것도 어린이영화 부활을 어렵게 한다. 영화진흥위원회는 어린이영화를 포함한 가족영화에 대해 제작 지원을 해오던 사업을 2017년을 끝으로 진행하지 않고 있다. ‘액션동자’는 2018년 영진위 지원을 받긴 했지만 장르는 독립예술영화로 분류됐다. 극장 개봉으로 큰 수익을 거두기 어려운 장르인 데다 영진위 역시 별도 장르로 분류해 지원하지 않는 만큼 향후 ‘액션동자’ 외에 또 다른 국산 어린이영화가 등장해 명맥을 이을 가능성은 낮다. 이준익 감독은 “나도 다시 어린이영화를 해보고 싶지만 어린이영화는 투자자들이 선호하지 않는 것이 현실”이라고 했다. ‘액션동자’를 연출한 용민네(본명 최영민) 감독은 “한국영화의 다양성 확보 차원에서 어린이영화를 별도 장르로 분류해 1년에 한두 편 정도만 지원해도 국산 어린이영화 시장이 유지되고 어린이들에게도 추억을 만들어줄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손효주 기자 hjson@donga.com}

“마블 영화 중 가장 무서운 영화가 될 겁니다.” ‘닥터 스트레인지: 대혼돈의 멀티버스’의 주연 베네딕트 컴버배치가 2일 화상으로 한국 기자들을 만나 신작에 대한 기대감을 높였다. 2016년 개봉한 ‘닥터 스트레인지’ 후속편인 이 영화는 4일 개봉한다. 감독은 호러 영화 ‘이블 데드’ 시리즈와 히어로 영화 ‘스파이더맨’ 시리즈를 만든 샘 레이미. 서로 다른 두 장르에서 독보적인 입지를 구축한 만큼 히어로물의 압도적인 규모와 빠른 속도감에 공포물의 숨 막히는 긴장감을 버무린 새로운 마블 영화를 탄생시켰다. 컴버배치는 “관객들은 여러 종류의 공포를 느끼면서 널리 알려진 레이미 감독의 공포물 연출력을 확인할 수 있을 것”이라고 강조했다. 전편은 천재 신경외과 의사 스트레인지가 교통사고로 손 신경에 손상을 입는 시련을 겪은 뒤 다중세계(멀티버스)를 넘나드는 초능력을 가진 마법사가 되는 과정에 초점을 맞췄다. 전편에선 다중세계가 열리며 벌어지는 일은 맛보기 정도로 다뤘는데, 이번엔 다중세계가 주인공이다. 시공간이 뒤엉키는 과정에서 스트레인지는 다른 세계의 적들을 만나는 것은 물론이고 다른 차원에 사는 또 다른 자신도 만난다. 컴버배치는 “인간에게는 누구나 여러 가지 면이 있다. 아버지로, 또 아들로 여러 역할로 살지 않냐”며 “이 영화는 다중세계를 활용해 ‘우리는 과연 누구인가’라는 철학적인 질문을 던지는 작품”이라고 말했다. 컴버배치는 이번 영화에서 각각의 세계에 사는 스트레인지 역을 맡아 1인 다역을 소화해냈다. 영화에서는 스트레인지와 또 다른 스트레인지가 만나기도 한다. 그는 “스트레인지는 원래부터 다양한 면을 가진 캐릭터인데, 이런 인물이 다중세계를 만나면서 여러 버전으로 진화하게 된다”며 “닥터 스트레인지란 누구인가를 깊이 있게 들여다볼 수 있을 것”이라고 설명했다. 영화는 스트레인지가 또 다른 세계의 스트레인지와 맞서는 장면을 통해 삶에 있어 가장 큰 적은 자기 자신일 수 있다는 메시지도 전한다. 다중세계가 열리며 발생한 대혼돈을 막기 위해 나서는 또 다른 히어로 캐릭터 ‘아메리카 차베즈’(소치 고메즈)에 대해서도 언급했다. 그는 “아메리카 차베즈는 다중세계의 포털을 만들어 여러 세계로 이동할 수 있게 만드는 굉장한 캐릭터로 다양성이나 포용성 면에서 큰 의미를 지닌다”고 소개했다. 그는 한국 영화에 출연하고 싶다는 뜻도 밝혔다. 그는 “한국에는 세계 최고의 배우들과 감독들이 있다”며 “기회가 주어진다면 당연히 한국영화에 참여하고 싶다”고 했다. ‘닥터 스트레인지…’는 극장가를 뒤덮은 팬데믹 그늘을 완전히 제거해줄 작품으로도 주목받고 있다. 2일 오후 6시 기준으로 이 영화의 누적 예매 관객 수는 72만 명을 넘어서며 팬데믹 이후 개봉 이틀 전 기준 사전예매 최다 기록을 세웠다. 서울 용산구 CGV 용산아이파크몰 IMAX관의 경우 개봉 첫날인 4일 7회차까지 모두 매진됐다. 7회차는 5일 오전 2시 10분에 시작해 오전 4시 26분에 끝난다. 영화관 업계에선 ‘닥터 스트레인지…’가 관객들의 관심에 불을 지피고 다음 달부터 잇달아 개봉하는 한국 영화 대작들이 관객들의 발길을 붙잡기 시작하면 극장가가 팬데믹 이전으로 돌아갈 수 있을 것이란 기대가 커지는 분위기다.손효주 기자 hjson@donga.com}

화려한 도시로 손꼽히는 프랑스 파리가 흑백영화에 담겼다. 다음 달 12일 개봉하는 영화 ‘파리, 13구’를 연출한 자크 오디아르 감독(70·사진)은 최근 화상 인터뷰에서 “파리는 아름답지만 박제된 도시이기도 하다. 가장 파리 같지 않은 모습을 보여주고 싶어 흑백영화를 택했다”고 말했다. 오디아르 감독은 2015년 프랑스 이민자의 삶을 다룬 영화 ‘디판’으로 칸 영화제에서 최고상인 황금종려상을 받았다. 2009년에는 ‘예언자’로 칸 영화제에서 심사위원대상을 수상했다. ‘파리, 13구’는 강력범죄를 주로 다룬 전작들과 결을 달리한다. 파리에서도 인종·문화적 다양성이 두드러지는 13구를 배경으로 20, 30대 네 남녀의 사랑 이야기를 그린다. 영화는 데이팅앱을 통해 낯선 이를 만나자마자 성관계를 하고 헤어지는 에밀리(루시 장)와 이성과 즐기는 것 외에 진지한 관계에는 관심이 없는 까미유(마키타 삼바) 등 자유롭게 살아가는 4인 4색 젊은이들의 일상을 따라간다. 이들의 솔직하고 거침없는 연애를 그리기 위해 감독은 주인공들을 여러 차례 전라로 등장시킨다. 오디아르 감독은 “수위가 높다고 생각하지 않는다”며 “젊은 사람들은 종종 앱을 통해 잠자리 상대를 찾는데, 이들이 육체적 관계를 가진 후 어떤 이야기들을 나누는지를 보여주려면 사랑을 나누는 장면을 정확하게 담을 필요가 있었다”고 했다. 영화의 원작은 미국 작가 에이드리언 토미네의 ‘킬링 앤드 다잉’ 등 3편의 단편 그래픽 노블이다. 각본에는 2019년 ‘타오르는 여인의 초상’으로 칸 영화제 각본상을 받은 프랑스의 또 다른 거장 셀린 시아마 감독(42)이 참여했다. 프랑스 선후배 거장이 만나 빚어낸 작품이어서 더 큰 주목을 받고 있다. “이 영화는 스스로 생각하는 자신과 실제 자신 사이에 괴리가 있는 인물들이 진짜 자신을 찾아가는 영화입니다. 배우들과 행복하게 찍은 작품인 만큼 한국 관객들도 제가 이 영화를 찍을 때 느꼈던 기쁨을 함께 느꼈으면 합니다.”손효주 기자 hjson@donga.com}

상영관 내 취식 제한이 13개월 만에 해제되면서 영화관에 활기가 돌고 있다. 관객들이 돌아오기 시작한 것. 취식 허용 첫날인 25일 서울 용산구 CGV 용산아이파크몰 매점 키오스크 앞에는 영화를 보며 먹을 간식을 사려는 관객들의 발길이 이어졌다. 취식 제한이 풀리면서 국내 대형 배급사들도 길게는 2년 넘게 개봉을 미뤄온 한국 영화 대작 개봉을 줄줄이 확정해 발표하고 있다. 영화업계에서는 영화관의 마지막 장애물로 여겨진 취식 제한이 풀리고 나면 정부가 방역수칙을 다시 강화하기는 쉽지 않을 것으로 보고 있다. 이에 언제 어떻게 방역수칙이 바뀔지 몰라 전전긍긍하며 개봉 시기를 확정하지 못하던 배급사들이 하나둘 묵혀둔 대작 보따리를 풀고 있다. 전통적인 성수기였던 7, 8월 여름 극장가에는 예년처럼 한국 영화 대작들이 대거 개봉해 정면대결을 벌이는 춘추전국시대가 열릴 것으로 보인다. 첫 테이프를 끊는 작품은 한국 거장 박찬욱 감독의 ‘헤어질 결심’과 일본 거장 고레에다 히로카즈 감독의 첫 한국 영화 ‘브로커’. 두 작품은 다음 달 17일 개막하는 제75회 칸 영화제 경쟁부문 공식 초청작으로 선정됐다. CJ ENM은 ‘브로커’와 ‘헤어질 결심’을 각각 6월 초, 6월 말에 개봉할 예정이다. CJ ENM은 두 영화로 분위기를 띄운 뒤 이르면 7월에 영화 ‘도둑들’과 ‘암살’로 각각 1000만 명 넘게 관람한 기록을 세운 최동훈 감독의 ‘외계+인’을 개봉할 계획이다. 윤제균 감독의 ‘영웅’, 김용화 감독의 ‘더 문’ 등 스타 감독들의 대작도 올해 안에 개봉될 것으로 전망된다. 조영용 CJ ENM 영화 콘텐츠 사업국장은 “취식 허용으로 영화관이 팬데믹 이전의 문화공간으로 돌아감에 따라 관객들이 더 많이 영화관을 찾을 것으로 기대한다”며 “우선 여름 시장을 겨냥해 블록버스터 개봉 예정작에 대한 마케팅 준비를 시작하려고 한다”고 말했다. 올해 1월 개봉하려다 방역수칙 강화로 개봉을 무기한 연기했던 쇼박스의 ‘비상선언’도 이르면 7월 개봉할 것으로 보인다. ‘비상선언’은 이병헌 송강호 전도연 김남길 임시완 등 스타 배우들이 대거 출연하는 데다 마케팅비를 제외한 순제작비만 260억 원에 달하는 항공 재난 블록버스터인 만큼 극장가 분위기를 팬데믹 이전으로 돌려놓는 데 큰 기여를 할 것으로 기대되는 영화다. 롯데엔터테인먼트는 역대 최다인 1760만 관객을 기록한 영화 ‘명량’을 만든 김한민 감독의 차기작 ‘한산: 용의 출현’을 7월 말 개봉하기로 했다. ‘한산’의 흥행 추이와 방역 관련 상황을 지켜본 뒤 지난해 6월 촬영을 마친 후속작 ‘노량: 죽음의 바다’와 2020년 초 촬영을 끝낸 배우 소지섭의 스크린 복귀작 ‘자백’의 개봉도 확정한다는 방침이다. 묵혀둔 대작들이 일시에 풀리면 관객들은 오랜만에 영화를 골라 보는 재미를 느낄 수 있다. 이에 비해 배급사나 제작사는 한정된 관객을 나눠 가져야 해 출혈 경쟁을 할 수밖에 없다는 우려도 나온다. 극장가 경쟁 구도에서 우위를 점하기 위해 개봉일을 놓고 벌이는 눈치 싸움은 팬데믹 국면에서보다 오히려 더 치열해질 수 있다는 것이다.손효주 기자 hjson@donga.com}

전쟁영화 명작으로 꼽히는 ‘1917’ ‘덩케르크’ ‘라이언 일병 구하기’는 배경이 전투 현장이라는 공통점을 지녔다. 영화 ‘민스미트 작전’은 결이 다르다. 속고 속이는 첩보전을 정면으로 다룬다. 총탄과 포탄이 오가는 전장 이면에 전쟁 판도를 바꾸고자 조용하고 치밀하게 진행된 기만작전이 소재다. 배경은 제2차 세계대전이 한창이던 1943년 영국 런던. 영국군 중심의 연합군은 히틀러의 독일군에 맞서 전세를 역전시킬 방안을 강구한다. 이에 기획된 작전이 ‘민스미트 작전’. 부랑자 시신에 전투복을 입혀 ‘윌리엄 마틴’이란 이름의 영국군 해병대 소령으로 위장한다. 작전을 기획한 영국군 장교 몬태규(콜린 퍼스)와 첨리(매슈 맥퍼딘)는 윌리엄에게 팸이라는 이름의 약혼녀가 있는 것으로 설정하고 그들이 처음에 어떻게 만났는지 등 ‘윌리엄 스토리’를 세세하게 창조하며 그를 실존 인물처럼 꾸민다. 이 가짜 소령의 임무는 잠수함에서 바다로 던져진 뒤 스페인 해안가에서 발견되는 것. 그는 연합군이 곧 그리스에 상륙할 것이란 내용이 포함된 연합군 수뇌부의 가짜 극비문서와 팸의 연애편지가 담긴 가방을 매달고 있다. 이 문서가 스페인에 있는 독일 첩보원을 거쳐 히틀러에게 전달되고, 히틀러가 전략적 요충지인 시칠리아의 병력을 그리스로 분산 배치하면 연합군이 그 틈에 시칠리아를 점령한다는 것이 작전 목표다. ‘윌리엄 소령’은 인간 미끼였던 셈이다. 영화는 남성 시신을 수배하는 과정부터 가상의 약혼녀 ‘팸’의 편지를 쓰고 이를 윌리엄이 소지하도록 하는 장면 등 작전 기획 단계부터 실행에 이르기까지 기만작전의 모든 것을 보여준다. 모든 변수를 고려해 작전을 실행했지만 생각지도 못한 곳에서 변수가 튀어나오는 장면을 속도감 있게 보여주며 관객을 초조하게 만든다. ‘셰익스피어 인 러브’로 1999년 아카데미에서 작품상 등 7개 부문을 휩쓴 존 매든 감독의 신작이다. 알려진 대로 ‘민스미트 작전’은 2차 대전 판도를 연합군 우위로 바꿔 종전(終戰)으로 이끄는 데 기여한 성공한 작전이었다. 그러나 감독은 작전 성공에 환호하기보다 별다른 감흥이 없는 몬태규와 첨리의 모습을 보여주는 데 집중한다. 작전을 성공시키기 위해 시칠리아 해안에 상륙해 진격하다 산화한 연합군 병사들을 담담하게 보여준다. 역사상 가장 위대한 기만작전으로 꼽히는 작전도 결국은 누군가의 희생을 딛고 거둔 결과일 뿐임을 강조한다. 비장함을 배제한 감독의 담백한 연출력이 돋보인다. 전쟁은 누가 승리하든 결국 비극이라는 메시지를 던지며 전쟁과 승리란 무엇인지 곱씹어보게 하는 명작 전쟁영화다. 다음 달 12일 개봉. 손효주 기자 hjson@donga.com}

태초의 모습 그대로인 듯한 도미니카공화국의 정글은 위압감이 느껴질 정도로 아름답다. 스크린에 펼쳐진 초록의 풍광은 관객들을 현실에서 벗어나게 해준다. 장대한 자연을 무대로 담아낸 내용은 ‘병맛 코드’로 가득한 B급 감성 코미디. 배경과 이야기의 부조화는 관객의 호기심을 자극해 몰입도를 끌어올린다. 영화 ‘로스트 시티’ 얘기다. 베스트셀러 소설가 로레타(샌드라 불럭)는 북콘서트가 끝난 뒤 호텔을 나서다 언론 재벌 아들 페어팩스(대니얼 래드클리프)에게 납치된다. 페어팩스는 자신이 찾는 전설의 고대 보물이 있는 화산섬이 어딘지를 로레타의 책을 보고 알아낸 인물. 그는 보물의 구체적 위치가 담긴 양피지의 문자를 해독할 수 있는 이가 로레타뿐이라는 사실을 알고 로레타를 섬으로 데려가 해독을 강요한다. 로레타의 책 표지 모델로 납치 직전 로레타에게 막말을 했던 앨런(채닝 테이텀)은 죄책감을 씻기 위해 로레타를 구하러 화산섬으로 들어간다. 영화는 아무 생각 없이 볼 수 있는 요소를 두루 갖췄다. 이야기는 로레타와 앨런의 섬 탈출기로 단순하다. 단순한 이야기를 맛깔나게 만드는 건 불럭과 테이텀이 시종일관 진지한 표정으로 주고받는 유머를 녹인 스몰토크. 구시렁거림에 가까운 이들의 대화는 관객들을 킥킥거리게 만드는 일등공신이다. 불럭이 떨떠름한 표정으로 소화하는 코미디 연기는 30년이 넘는 연기 내공을 실감케 한다. 불럭과 테이텀은 억지로 웃기려 하지 않을 때 가장 웃긴다는 사실을 잘 아는 듯하다. 앨런의 부탁으로 화산섬에 들어가는 잭 트레이너 역의 브래드 피트의 연기도 관람 포인트다. 그는 긴박한 상황에도 차분한 액션 연기를 펼치며 짧은 출연에도 강한 인상을 남긴다. 래드클리프의 악당 변신도 눈길을 끈다. 신사적으로 보이려 애쓰는 악당의 모습을 입체적으로 표현했다. “아무리 영화지만 너무하다” 싶을 정도의 일부 과도한 설정은 아쉬운 대목. 뻔한 로맨스를 빼고 끝까지 코미디에 집중했더라면 더 좋았을 것이란 아쉬움이 남는다. 20일 개봉.손효주 기자 hjson@donga.com}

“이 마을에서 18∼40세의 건강한 남성을 찾아오는 사람에게 100위안을 드리죠.” 저자가 과거 중국 농촌지역에 데려간 미국 학생이나 연구자에게 농담처럼 이 말을 했을 때 해당하는 남성을 찾아오는 이는 거의 없었다. 그러나 2016년 이후 상황은 변했다. 농촌 곳곳에서 젊은 남성들이 발견됐다. 대부분 도시에서 일하다가 일자리를 잃고 반강제로 귀향한 이들이다. 중국은 1991∼2018년 27년간 경제성장률이 연 6% 이하로 내려간 적이 없을 정도로 급성장했다. 그러나 2019년 경제성장률은 6.1%. 1990년 3.9% 이후 최저치였다. 2020년엔 팬데믹 여파로 2.3%까지 떨어졌다. 지난해엔 8.1%였지만 분기별로 보면 1분기(1∼3월) 18.3%에서 4분기(10∼12월) 4%로 곤두박질치는 양상이다. 저자는 “중국이 중진국 함정에 빠졌다. 급격한 부상 뒤에 숨겨진 엄청난 약점들이 드러나기 시작했다”고 분석한다. 중국은 가난한 농촌 출신의 저학력 저숙련 저임금 노동자들을 내세워 해외 기업을 유치했고 이들에게 의존하며 성장했다. 그러나 이들의 임금이 오르자 기업들은 또 다른 저임금 시장인 베트남 등으로 공장을 옮겼다. 여기에 자동화 기술까지 더해져 농촌 출신 노동자들은 설 자리를 잃었다. 저자는 중국이 한국 같은 고소득 국가가 되려면 ‘보이지 않는 중국’인 농촌지역에서 해법을 찾아야 한다고 주장한다. 후진국형 단순 제조업에서 탈피해 고생산성, 혁신 기반 경제로 전환하려면 중국 인구의 64%를 차지하는 농촌 인구를 제대로 교육해야 한다는 것. 농촌 어린이들에게 더 나은 교육 서비스를 제공해 도시 어린이들과의 교육 격차를 줄이고 고급 인력으로 키워야 한다고 강조한다. 이 책의 주저자는 40년 넘게 중국을 연구해온 미국 스탠퍼드대 선임연구원. 중국을 잘 아는 비중국인인 만큼 그의 제언은 깊이 있고 냉철하다. “중국이 잘돼야 모두에게 이익이 된다”는 주장은 반중 정서를 지닌 이들에게 다소 불편할 수 있지만 대중 경제 의존도가 높은 한국 입장에서 흘려들을 수만도 없는 얘기다.손효주 기자 hjson@donga.com}

“허허벌판에 커다란 구(球)가 떠 있는 이미지가 떠오르더라고요. 그 이미지에 맞는 이야기를 구상하다 보니 공상과학(SF) 장르가 됐어요.” 21일 개봉하는 영화 ‘헝거’를 연출한 강다연 감독(28)은 13일 동아일보와의 인터뷰에서 시각적인 이미지의 중요성을 재차 강조했다. 그는 “영화는 보는 것인 만큼 매력적인 이미지를 구현해 관객들이 보고 빠져들게 하고 싶었다”고 말했다. ‘헝거’는 20대 강 감독의 첫 장편영화다. 제작비 4000만 원이 채 안 들어간 저예산 영화지만 감각적인 비주얼을 중시하는 MZ세대 감독답게 시각적인 것에 공을 들인 흔적이 역력하다. 주인공인 중학생 유지(김유나)는 초자연적 현상으로 자신이 살던 부촌 ‘빌딩도시’가 파괴되고 남동생을 제외한 가족들 생사도 알 수 없게 되자 생존자 집결지로 향한다. 이 과정에서 등장하는 검은색 초대형 구는 관객 눈을 사로잡는다. 유지가 구로 들어가자 다른 차원의 세계에 사는 또 다른 자신이 있다. 강 감독은 “유지는 4남매 중 장녀로 엄마 역할을 해야 한다는 압박 속에 짓눌려 산다”며 “해석은 관객 몫이지만 다른 차원의 유지는 마침내 억눌린 현실에서 벗어난 유지 자신으로도 해석 가능할 것”이라고 했다. 영화는 부촌에 사는 유지가 인근 판자촌을 동경하는 모습도 그려진다. 강 감독은 “현실에서 탈출하고 싶어 하는 순수한 소녀의 모습을 보여주기 위한 것”이라며 “헝거(Hunger), 즉 굶주림이라는 제목도 늘 무언가 결핍돼 있는 소녀를 상징하는 것”이라고 했다. “이번 작품은 규정된 틀에서 벗어난 만큼 관객들이 낯설게 느끼실 수 있을 것 같아요. 그런 낯섦도 그 나름대로의 재미로 받아들여주시면 좋겠습니다.”손효주 기자 hjson@donga.com}

프랑스 칸 국제영화제 경쟁부문에 한국 영화 2편이 진출했다. 칸 영화제 집행위원회는 14일(현지 시간) 다음 달 17일 개막하는 제75회 영화제 경쟁부문 초청작 18편을 발표했다. 이 중에는 박찬욱 감독의 ‘헤어질 결심’과 일본 거장 고레에다 히로카즈 감독이 만든 첫 한국 영화 ‘브로커’가 포함됐다. 박 감독이 칸 영화제 경쟁부문에 초청된 것은 2016년 영화 ‘아가씨’ 이후 6년 만이다. 신작 장편영화 ‘헤어질 결심’은 배우 탕웨이와 박해일이 출연한다. 사고로 남편을 잃고 용의자로 의심을 받는 ‘서래’(탕웨이)와 그에게 관심을 품는 형사 ‘해준’(박해일) 사이에서 벌어지는 일을 다룬다. 앞서 박 감독은 칸 영화제에서 ‘올드보이’로 2004년 심사위원 대상을, ‘박쥐’로 2009년 심사위원상을 각각 수상했다. 고레에다 감독의 ‘브로커’는 송강호 배두나 강동원 이지은(아이유) 등 국내 스타 배우들이 출연하는 영화로 ‘베이비박스’를 둘러싼 이야기를 그렸다. 외국 감독이 연출한 한국 영화가 해외 주요 영화제의 경쟁부문에 오른 건 처음이다. 고레에다 감독은 2018년 일본 영화 ‘어느 가족’으로 칸 영화제 최고상인 황금종려상을 받는 등 박 감독과 더불어 칸이 사랑하는 감독으로 꼽힌다. 이에 따라 이번 영화제에서 두 작품 중 하나가 황금종려상을 받을 수 있다는 전망도 나온다. 2019년 칸 영화제에서 봉준호 감독의 ‘기생충’이 황금종려상을 받았다. 드라마 ‘오징어게임’으로 글로벌 스타가 된 배우 이정재의 감독 데뷔작 ‘헌트’는 비경쟁 부문인 ‘미드나이트 스크리닝’에 초청됐다. 이 영화는 이정재와 정우성이 공동 주연을 맡았다.손효주 기자 hjson@donga.com}

“무슨 얘기가 그래?” 홍상수 감독의 신작 ‘소설가의 영화’는 영화 속 시인(기주봉)의 대사처럼 ‘무슨 얘기가 이런가’ 싶다. 소설가 준희(이혜영)는 연락이 끊긴 후배가 운영하는 책방을 찾아간다. 후배와 대화를 나누고 홀로 인근 전망대에 갔다가 영화감독 부부를 만난다. 공원으로 내려와서는 영화배우 길수(김민희)를 만나 길수 부부가 주연인 영화를 만들어보고 싶다며 출연을 설득한다. 준희와 길수는 함께 후배 책방으로 가고 노시인 등과 어우러져 막걸리를 마시며 소소한 이야기를 나눈다. 홍 감독 영화들이 그렇듯 ‘이야기 같은 이야기’는 없다. 소설가의 하루를 따라가고 그가 나누는 대화를 담아낼 뿐이다. 시인의 대사는 그의 작품들에 특별한 서사가 없는 것을 두고 “무슨 영화가 이러냐”고 비판하는 일각의 목소리를 떠오르게 한다. “나는 그냥 이야기가 있는 영화를 만들되 단순한 이야기일 수도 있다”란 준희의 대사는 홍 감독의 해명처럼 들린다. 준희가 말하는 “좋아하는 배우를 가장 편한 상태에 놓고 자연스러운 모습을 온전히 기록하지만 다큐멘터리와는 다른 것”은 그의 영화 스타일을 정의하는 말이기도 하다. 주인공들의 연기는 대화 중간에 흐르는 침묵까지 현실감이 넘친다. 너무 현실적이어서 오히려 영화로는 어색하게 느껴질 정도다. 평온한 듯하다가 갑자기 직설적인 말을 쏟아내며 화를 내는 이혜영의 정색 연기는 영화를 보는 재미를 더한다. 홍 감독의 기존 영화들과 다를 게 없는 ‘자기복제작’이란 혹평도, 평범하기 그지없는 일상을 그만의 스타일로 또 한 번 섬세하게 변주한 작품이라는 호평도 예상된다. 영화는 올 2월 베를린 국제영화제에서 은곰상 심사위원대상을 받았다. 영화제 측은 홍 감독의 27번째 ‘섬세한 변주’를 높이 평가한 것으로 보인다. 21일 개봉. 손효주 기자 hjson@donga.com}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으로 반러 여론이 확산되고 있는 가운데 러시아 영화가 이달 국내에서 잇달아 개봉한다. 전 세계적으로 러시아 가수의 공연이나 작가의 전시를 취소하는 등 러시아 예술 보이콧이 잇따르는 상황에서 러시아 영화 개봉이 바람직하냐를 두고 논란이 일 것으로 보인다. 첫 스타트를 끊는 건 13일 개봉하는 ‘행복을 전하는 편지’다. 러시아 상트페테르부르크를 배경으로 여성 집배원 3명이 식탁에 둘러앉아 편지에 얽힌 다양한 사연을 옛날이야기처럼 풀어내는 방식으로 전개된다. 제2차 세계대전 당시 함께 참전한 뒤 오랜 세월 우정을 쌓아온 전우가 사망했다는 소식을 집배원에게서 전해 들은 노인은 그가 남긴 편지를 읽으며 추억을 회상한다. 영화에 제2차 세계대전 등 전쟁 장면이 나오긴 하지만 장르가 드라마인 만큼 회상 장면에서 일부 나오는 것에 그친다. 21일에는 ‘팔마’가 개봉한다. 엄마와 이별한 뒤 아빠와 살게 된 9세 소년 콜리아와 공항 활주로를 맴도는 떠돌이견 팔마의 우정을 담았다. 1974년 러시아 모스크바 브누코보 국제공항에서 주인이 타고 떠난 비행기를 2년 동안 기다린 개 이야기를 토대로 제작했다. ‘팔마’ 배급사인 라이크콘텐츠 관계자는 “3월에 개봉하기로 하고 올 초 마케팅 계획을 잡아놨다가 전쟁이 발발하면서 개봉을 연기했다”며 “더는 연기하기 어려운 상황인 데다 드라마 장르라 러시아라는 나라가 강조되지 않기에 개봉하기로 결정한 것”이라고 했다. 두 작품과 달리 13일 개봉하는 ‘파일럿: 배틀 포 서바이벌’은 전쟁을 정면으로 다룬다. 이 때문에 하필 이 시점에 러시아군(당시 소련군)을 다룬 영화를 개봉해 불필요한 오해를 살 필요가 있느냐는 지적이 나온다. 영화는 나치 독일이 소련을 침공했던 제2차 세계대전 당시를 배경으로 독일군 점령지에 추락한 소련 공군 조종사의 생존기를 다룬다. 독일군에 맞선 소련 공군의 활약을 그리는 한편 부상으로 다리가 절단된 뒤에도 전투기를 타고 출격한 실제 전쟁영웅들의 공적을 기리는 내용도 포함됐다. 현재와 반대로 침공당했을 당시 소련군의 활약과 군인정신을 강조한 영화여서 지금 러시아군에 대한 악화된 여론을 희석시키는 데 악용될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영화를 수입·배급한 박수엔터테인먼트 관계자는 “오래전 수입 계약을 체결한 영화로, 러시아뿐만 아니라 다양한 국가의 영화를 수입하고 있다”며 “군인이기 이전에 한 인간의 살기 위한 사투에 초점을 맞춘 영화인 만큼 어느 나라 군에든 적용 가능한 보편적인 이야기로 봐줬으면 한다”고 말했다. 손효주 기자 hjson@donga.com}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으로 반러여론이 확산되고 있는 가운데 러시아 영화가 이달 국내에서 잇달아 개봉한다. 러시아 가수 공연이나 작가의 전시를 취소하는 등 전세계적으로 러시아 예술 보이콧이 잇따르는 상황에서 러시아 영화 개봉이 옳은 것이냐를 두고 논란이 일 것으로 보인다. 먼저 13일 러시아 영화 ‘행복을 전하는 편지’가 개봉한다. 러시아 상트페테르부르크를 무대로 한 이 영화는 여성 집배원 3명이 식탁에 둘러앉아 편지에 얽힌 다양한 사연을 옛날이야기처럼 풀어내는 방식으로 전개된다. 제2차 세계대전 당시 함께 참전한 뒤 오랜 세월 우정을 쌓아온 전우가 사망했다는 소식을 집배원에게서 전해들은 노인은 그가 남긴 편지를 읽으며 추억을 회상한다. 영화에 제2차 세계대전 등 전쟁 장면이 나오긴 하지만 장르가 드라마인 만큼 회상 장면에서 일부 나오는 것에 그친다. 21일에는 또 다른 러시아 영화 ‘팔마’가 개봉한다. 엄마와 이별한 뒤 아빠와 살게 된 9세 소년 ‘콜리아’와 주인과 헤어진 뒤 공항 활주로를 맴도는 떠돌이견 ‘팔마’의 우정 이야기를 담았다. 1974년 러시아 모스크바 브누코보 국제공항에서 주인이 타고 떠난 비행기를 2년 동안 기다린 개 이야기를 토대로 제작됐다. ‘팔마’ 배급사인 라이크콘텐츠 관계자는 “3월에 개봉키로 하고 올 초 마케팅 계획을 잡아놨다가 전쟁이 발발하면서 개봉을 연기했던 영화”라며 “더는 연기하기 어려운 상황이었고, 장르도 드라마로 러시아라는 나라가 강조되거나 하지 않아 개봉을 결정한 것”이라고 했다. 두 작품과 달리 13일 개봉하는 ‘파일럿: 배틀 포 서바이벌’은 전쟁을 정면으로 다룬다. 이 때문에 하필 이 시점에 러시아군(당시 소련군)을 다룬 영화를 개봉해 불필요한 오해를 살 필요가 있느냐는 지적이 나온다. 영화는 히틀러의 나치 독일이 소련을 침공했던 제2차 세계대전 당시를 배경으로 독일군 점령지에 추락한 소련 공군 조종사의 생존기를 다룬다. 독일군에 맞선 소련 공군의 활약을 그리는 한편 당시 부상으로 다리를 절단하고도 다시 전투기를 타고 출격했던 실제 전쟁영웅들의 공적을 기리는 내용도 포함됐다. 현재와 정반대로 침공 당했을 당시 소련군의 활약과 군인정신을 강조한 영화인만큼 현재의 러시아군에 대한 악화된 여론을 희석시키는데 악용될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영화를 수입·배급한 박수엔터테인먼트 관계자는 “오래 전 수입 계약을 체결한 영화로 러시아뿐만 아니라 다양한 국가의 영화를 수입하고 있다”라며 “군인이기 이전에 한 인간의 살기 위한 사투에 초점을 맞춘 영화인만큼 어느 나라 군에든 적용 가능한 보편적인 이야기로 봐줬으면 한다”고 말했다.손효주 기자 hjson@donga.com}

“한국영화가 더 발전하려면 다양해져야 한다고 생각해요. 제 영화는 다양성을 더하는 작품이죠.” 영화 ‘쓰리: 아직 끝나지 않았다’(이하 쓰리)를 연출한 박루슬란 감독(41)은 11일 동아일보와의 인터뷰에서 자신의 작품을 이렇게 소개했다. ‘쓰리’는 카자흐스탄에서 촬영했고, 주연배우들은 카자흐스탄인과 러시아인이 섞여 있다. 박 감독은 물론이고 주요 스태프는 모두 한국인인 특이한 영화다. 고려인 4세인 박 감독은 지난해 우즈베키스탄에서 한국으로 귀화했다. ‘쓰리’는 지난달 말 카자흐스탄에 이어 이달 21일 국내에서 개봉한다. 그는 “내 영화를 한국인들에게 보여줄 수 있게 돼 너무 감사하다”고 말했다. 박 감독이 연출한 두 번째 장편 ‘쓰리’는 2020년 부산국제영화제에서 아시아의 재능 있는 신인감독에게 수여하는 ‘뉴커런츠상’을 그에게 안겨준 작품이다. 영화는 1970년대 소련에서 실제 일어난 연쇄살인사건을 다룬다. 당시 담당 형사는 8명을 살해한 뒤 인육까지 먹은 살인마를 끈질기게 쫓아 검거했지만, 당국에 의해 해임됐다. 소련 당국은 이 살인마를 정신병원에 가두는 것으로 사건을 종결했다. 1980년 개최된 모스크바 올림픽을 앞두고 끔찍한 사건이 전 세계에 알려지는 것을 우려해 사건을 조직적으로 은폐했다. 박 감독은 “내가 어렸을 때 문제의 살인마가 내가 살던 현재의 우즈베키스탄 지역으로 도망친 일이 있어 늘 기억하던 사건”이라며 “어른이 돼 사건 담당 형사를 만났는데 살인마가 지금도 병원에서 잘살고 있다는 얘기를 듣고 흥미를 느껴 시나리오를 쓰게 됐다”고 했다. 그는 2012년 첫 장편 데뷔작인 ‘하나안’에서 자신과 같은 고려인 이야기를 다뤘다. 그러나 이번 영화에선 고려인을 출연시키지도, 고려인 이야기를 다루지도 않았다. “한 선배가 얘기했어요. 고려인이라는 정체성에 갇혀 있으면 고려인 얘기밖에 안 나온다고요. 그 틀에서 벗어나야 성장할 수 있다고요. 생각해 보니 제가 고려인 이야기만 하려고 감독이 된 건 아니었어요.” 박 감독은 다만 고려인을 상징하는 인물인 독립운동가 홍범도 장군(1868∼1943) 이야기는 꼭 다뤄보고 싶다고 했다. 그는 현재 홍범도 일대기를 다룬 영화의 시나리오를 쓰는 중이다. “홍 장군 영화를 만든 이후엔 제게 영화감독의 꿈을 심어준 공상과학(SF) 장르도 해보고 싶어요. 10명이 보면 10명 다 다른 감정을 느낄 수 있게 하는 재미있는 영화를 만드는 게 목표입니다. 영화라는 게 결국 사람들 재밌으라고 만드는 거니까요.”손효주 기자 hjson@donga.com}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이 지난해 1월 개발 중이라고 밝혀 긴장을 고조시킨 핵추진잠수함은 1950년대 미국에서 개발됐다. 제2차 세계대전이 끝난 뒤 미국과 소련이 치열한 군비경쟁을 벌이던 와중에 미 해군 하이먼 G 리코버 제독은 핵추진 장치를 개발했고 이를 잠수함에 탑재하는 데 성공했다. 이렇게 개발된 것이 세계 최초의 핵잠수함 ‘USS노틸러스’. 1958년 노틸러스가 북극점 빙하 아래를 통과하는 데 성공하면서 장기간 수중 작전이 가능한 핵잠수함 시대가 열렸다. 저자는 1200t급 잠수함인 이억기함 부장과 2007년 실전 배치된 1800t급(214급) 잠수함 중 1번함인 손원일함 초대 함장을 지낸 예비역 해군 대령. 잠수함 부대 작전참모, 잠수함 전대장으로 근무했고 전역한 뒤론 독일 잠수함 건조 회사에서 5년간 이사로 근무한 잠수함 전문가다. 그는 최초의 핵잠수함 이야기는 물론이고 네덜란드 발명가 드레벨이 영국 해군에 고용돼 1620년 최초로 항해가 가능한 잠수함을 제작한 이야기, 1775년 최초로 공격용 잠수함 터틀이 만들어진 이야기 등 잠수함의 역사를 풀어낸다. 6·25전쟁 당시엔 잠수함이 한 척도 없던 한국 해군을 대신해 미군이 잠수함을 이끌고 한반도 해역에서 감시 작전을 했다. 1950년 10월 1일 USS펄치함은 영국 해병 특수부대원들을 북한으로 침투시키는 작전에 동원되며 실제 전투 임무에도 참가했다. 저자는 잠수함의 귀 역할을 하는 소나와 리튬 배터리를 포함해 잠수함 관련 전문 기술 이야기도 풀어낸다. 이 외에도 북한이 시험발사를 진행 중인 잠수함발사탄도미사일(SLBM)과 북한이 개발 중인 3000t급 신형 잠수함의 실체 등 잠수함과 관련한 최신 시사 이슈도 분석했다. 2017년 침몰한 아르헨티나 잠수함 산후안함 승조원 44명이 인양 경비 문제로 지금도 907m 수심에서 잠수함에 갇혀 있는 사연 등 나라를 지키다가 산화했지만 유해조차 수습되지 못한 이들의 슬픈 이야기도 담겼다. 일반인도 잠수함의 세계에 진입할 수 있도록 쉽게 풀어 쓴 솜씨가 돋보인다. 손효주 기자 hjson@donga.com}

지난달 21일 월트디즈니컴퍼니는 베네딕트 컴버배치 주연의 마블 히어로물 ‘닥터 스트레인지: 대혼돈의 멀티버스’를 5월 4일 개봉한다고 발표했다. 팬데믹으로 방역지침이 자주 바뀌는 탓에 막판까지 개봉일을 저울질하던 과거와 달리 일찌감치 개봉일을 못 박는 자신감을 보인 것. 지난달 30일에는 파라마운트픽처스가 36년 만에 나오는 ‘탑건’(1986년) 후속편 ‘탑건: 매버릭’을 5월 25일 세계 최초로 한국에서 개봉한다고 밝혔다. 영화사는 개봉 두 달 전에 선제적으로 개봉일을 알린 뒤 대대적인 홍보에 나서며 한국 관객들을 잡기 위한 공세를 펴고 있다. 할리우드 대작들이 봄 극장가를 점령하고 있다. 지난달 30일 개봉한 마블의 안티히어로물 ‘모비우스’를 시작으로 할리우드 블록버스터 거장 마이클 베이 감독이 연출한 ‘앰뷸런스’가 6일 개봉했다. ‘앰뷸런스’는 박스오피스 1위로 출발선을 끊으며 할리우드의 저력을 과시했다. 해리포터 시리즈를 쓴 조앤 K 롤링이 각본을 쓴 ‘신비한 동물사전’ 3편 ‘신비한 동물들과 덤블도어의 비밀’도 13일 국내 개봉해 가족 단위 관객 공략에 나선다. ‘닥터 스트레인지…’는 제작비가 2500억 원 가까이 들어간 대작 중의 대작이다. 블록버스터 치고는 비교적 적은 돈이 투입된 ‘앰뷸런스’도 제작비가 500억 원 가까이 되는 등 막대한 자금력으로 만든 화려한 작품들이 봄 극장가를 잠식할 태세다. 할리우드 대작들이 속속 개봉하는 데 반해 제작비가 100억 원 이상 들어간 한국 영화 대작들은 여전히 “최적의 시기가 오지 않았다”며 개봉을 미루고 있다. 이런 탓에 봄 극장가에서 할리우드 대작에 맞서는 한국 영화는 중·저예산 영화들뿐이다. 한국 영화 ‘다윗’들이 밀려오는 할리우드 ‘골리앗’에 맞서 힘겨운 싸움을 벌여야 하는 상황이다. 이달 개봉을 확정한 한국 영화는 ‘말임씨를 부탁해’(13일), ‘앵커’(20일), ‘소설가의 영화’(21일), ‘공기살인’(22일), ‘니 부모 얼굴이 보고 싶다’(27일) 등으로 각각 제작비가 100억 원에 못 미친다. 이마저도 개봉일을 더 미룰 수 없어 개봉하는 경우가 상당수다. ‘앵커’ 제작사인 인사이트필름 신혜연 대표는 “‘앵커’는 이미 2020년 초에 촬영을 마쳤다”며 “시대가 빠른 속도로 변하는 만큼 개봉을 더 미루면 영화 내용이 구작처럼 느껴질 수 있을 것으로 우려돼 개봉하기로 결정했다”고 말했다. ‘니 부모 얼굴이 보고 싶다’는 출연 배우에 대해 ‘미투 논란’이 불거진 데다 팬데믹까지 이어지면서 5년 만에 개봉한다. 영화 배급사인 마인드마크는 “학교 폭력과 관련한 사회적 이슈를 심도 있게 다룬 영화로 할리우드 대작들과의 차별성이 분명한 만큼 경쟁해볼 만하다고 생각해 개봉하기로 했다”고 말했다. 문제는 다 만든 한국 영화 대작들이 할리우드 대작과의 정면 대결을 피하고, 극장가가 팬데믹 이전 분위기를 회복하는 시점을 두고 눈치싸움을 하다 한꺼번에 개봉할 경우 경쟁 과열로 흥행에 참패할 위험이 있다는 점이다. 이로 인해 팬데믹 국면이 끝난 후 한국 영화계가 더 심각한 위기를 맞을 수 있다는 전망도 나온다. 영화관 업계의 한 관계자는 “영화관 내 음료 외 취식 금지 지침을 해제해 영화관이 안전하게 즐길 수 있는 곳이라는 인식이 생겨야 관객이 영화관으로 돌아오고 한국 영화 대작도 안심하고 개봉하게 될 것”이라고 했다.손효주 기자 hjson@donga.com}

세계 각국 정보기관이 첩보수집 전쟁을 벌이는 중국 선양. 이곳에서 활동 중인 국가정보원 비밀공작 전담 블랙팀이 수개월간 한국에 허위보고를 한 사실이 밝혀진다. 재벌 총수를 수사하다 국정원 파견검사로 좌천된 검사 한지훈(박해수)은 그 내막을 조사하기 위해 특별감찰관으로 선양에 파견된다. 그는 일명 ‘야차’로 불리는 블랙팀 팀장 지강인(설경구)과 팀원들이 총격전까지 치르는 등 수단과 방법을 가리지 않고 각국 요원들과 첩보전쟁을 벌이는 모습을 보고 경악한다. 넷플릭스 오리지널 영화 ‘야차’가 8일 전 세계에 공개된다. 나현 감독은 5일 온라인 제작보고회에서 선양을 배경으로 한 것에 대해 “선양은 북한과 인접한 대도시로 늘 긴장감이 흐르는 곳인 만큼 첩보액션물 무대로 적격했다”고 말했다. 실제 촬영은 대만과 한국에서 했다. 인도 신화와 불교에 등장하는 야차는 사람을 잡아먹는 추악한 귀신이자 불법을 지키는 수호신이다. 이중적인 존재인 ‘야차’ 지강인을 연기한 설경구는 이날 “지강인은 무모하고 폭력적이지만 정의를 위해서라면 목숨도 내놓는 인물”이라고 했다. 이어 “처음 시나리오를 봤을 때 지강인이 감당 안 될 정도로 멋있어서 감독에게 ‘멋짐의 수위’를 좀 낮춰 달라고 했다”며 웃었다. 야차에는 넷플릭스 드라마 ‘오징어게임’으로 글로벌 스타가 된 박해수가 출연해 관심을 모으고 있다. 이날 스스로를 ‘넷플릭스 공무원’이라 칭한 박해수는 야차에 대해 “눈과 귀가 호강할 수 있는 통쾌한 영화”라고 소개했다. 총격전 장면을 비롯해 각종 액션신을 실감나게 연출하고자 감독은 총기 36정, 총알 7700여 발을 사용하며 공을 들였다. 화려한 총격 액션에 이국적인 배경이 더해지면서 한국 영화라기보다 홍콩영화나 할리우드영화에 가까운 느낌을 풍긴다. 법과 원칙을 강조하는 한지훈을 연기한 박해수는 화려한 액션으로 자칫 비현실적일 수 있는 영화 분위기를 현실로 끌어오는 균형자 역할을 한다. ‘오징어게임’의 진지한 상우와 달리 절제된 코믹 연기도 선보인다. 그는 ‘오징어게임’으로 스타가 된 데 대해 “해외 시청자들이 ‘야차’를 봐주시는 데 내가 조금이라도 좋은 영향을 끼칠 수 있다면 감사할 듯하다”고 했다.손효주 기자 hjson@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