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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가정보원 홈페이지에 ‘적폐 청산 공개 접수창구’가 만들어진다. 정해구 국정원 개혁발전위원장(62·성공회대 교수)은 27일 동아일보와의 통화에서 이 같은 계획을 처음으로 공개했다. 그는 “개혁발전위가 국정원에 (적폐 청산을 위한) 접수창구 개설을 주문했는데 국정원 특성상 보안 문제 때문에 약간 늦어지고 있다”며 “온라인 접수를 할지, 전화번호를 공개한 뒤 신청자를 만나 오프라인으로 할지를 검토 중”이라고 전했다. 그는 “국정원도 국가기관인데 국민이 할 얘기가 있어도 통로가 차단되고 있는 것은 문제”라며 “창구가 없다 보니 자꾸 저에게 요청이 오기도 한다”고 말하기도 했다. 이어 정 위원장은 “적폐 청산과 관련된 사항을 접수한 뒤 내용을 보고 (조사 대상을) 추가할 수도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현재 개혁발전위 산하 적폐 청산 태스크포스(TF)가 조사하는 댓글 사건 등 13건 외에 조사 대상이 늘어날 수도 있다는 것이다. 그는 적폐 청산 창구를 ‘상시 운용’할지에 대해서는 “적폐 청산을 (문재인 대통령 임기 내내) 지속적으로 해야 할 건 아니어서 기간을 정해 신청을 받을 것 같다”고 설명했다. 국정원의 대공 수사권이 경찰로 넘어갈 것이라는 일부 보도에 대해선 “(대통령의) 공약이지 아직 (개혁발전위에서) 확정된 것은 아니다”라고 선을 그었다. 그러면서도 “공약 사안이기 때문에 경찰로 이관하는 것을 전제로 논의되고 있다. 논의가 진전되면 권고안으로 마련될 것”이라고 말했다.황인찬 기자 hic@donga.com}
국가정보원이 국내 정보를 수집하고 분석해온 국내 파트의 2개 핵심 국(局)을 폐지하기로 내부 방침을 정한 것으로 26일 확인됐다. 정보당국 등에 따르면 국정원은 이 같은 내용을 담은 조직쇄신안을 마무리해 이번 주 내로 청와대에 보고할 예정이다. 폐지되는 국내 파트의 2개 국은 국내 정치와 경제 사회 등 다양한 정보를 취합하는 정보 수집 업무와 수집된 정보를 분석해 보고서를 생산하는 정보 판단 업무를 맡아온 것으로 알려졌다. 이 조직쇄신안이 확정되면 국정원의 국내 정보 수집은 테러와 방첩(防諜) 분야에만 집중되고, 국내 정치 개입이나 민간인 사찰 업무는 사라지는 것이다. 폐지된 부서의 인력은 해외 파트 등 다른 곳으로 배치될 계획이다. 문재인 대통령의 대선 공약에 포함된, 국정원의 대공수사권을 폐지하고 국가경찰(가칭)로 이전하는 방안은 국정원의 개혁발전위원회 내에서 보다 심도 깊은 논의가 필요하다는 의견이 나오는 것으로 알려졌다. 결국 국정원의 대공 정보와 수사 기능을 분리하는 것이 핵심인데 이것이 경찰 보안파트, 군 기무사 등의 역할과 맞물려 기관별 역할의 전체적인 조정이 필요하고, 검찰의 기소권 재정립 같은 문제와도 연관되기 때문이다. 한편 국정원 개혁발전위는 국정원 홈페이지에 적폐청산 신고란을 만들어 제보를 받는 것을 검토하고 있다. 개혁위원이나 시민단체들을 통해 적폐 신고가 이어지자 아예 공개적인 접수창구를 만들자는 의견이 나오고 있는 것이다. 일반인이 인터넷 검색을 통해 쉽게 접근할 수 있는 국정원 홈페이지를 통해 신고를 받게 되면 국정원 댓글 조작 사건 등 13건으로 한정된 적폐청산TF의 조사 대상이 확대되고, 적폐 조사 기간도 늘어날 것으로 보인다. 황인찬 기자 hic@donga.com}
문재인 정부가 “이산가족 상봉을 서둘러 열자”면서도 정작 신임 대한적십자사(한적) 회장 선출에는 늑장 대처를 하고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한적 회장은 이산가족상봉단장을 맡는 남북 교류의 상징적인 자리지만 현재 공석이다. 한적 등에 따르면 지난달 30일 김성주 전 회장(전 성주디엔디 회장)이 물러난 지 한 달 가까이 됐지만 차기 회장을 뽑는 인선 작업이 전혀 이뤄지지 않고 있다. 회장은 전형위원회에서 후보를 추천하고 중앙위원회에서 선출, 명예회장인 대통령의 인준을 받아 임명된다. 하지만 관련 위원회의 개최 계획은커녕 관련 논의조차 없는 상황이다. 이런 까닭은 내부 규정과 달리 실제 회장 선출은 대통령이 후보를 찜해 내려주면, 중앙위를 열어 무사통과시키는 것이 관례였는데 아직 청와대의 ‘의중’이 내려오지 않았기 때문이다. 한적 관계자는 “하마평조차 돌지 않는 적막한 상황”이라고 말했다. 문제는 현재 회장 직무대리를 맡고 있는 김선향 부회장의 임기가 넉 달도 남지 않아 조속한 인선이 필요하다는 것이다. 부회장 2명 중 다른 한 명인 김춘호 부회장 또한 김선향 부회장과 함께 임기를 마치게 돼 자칫 인선이 지연될 경우 적십자 회담을 추진하면서 한적이 지도부 공백 사태를 맞을 수도 있다. 황인찬 기자 hic@donga.com}
북한이 러시아 6자회담 차석대표가 최근 방북해 외무성 당국자들과 한반도 정세에 대해 의견을 나눴다고 밝혔다. 러시아 차석대표의 방북은 3년 4개월 만이다. 북한 조선중앙통신은 25일 “올레그 부르미스트로프 러시아 연방 외무성 순회대사가 22일부터 25일까지 조선(북한)을 방문했다”고 보도했다. 부르미스트로프 대사는 러시아의 6자회담 차석대표에 해당하는 북핵 담당 특임대사를 맡고 있다. 부르미스트로프 대사는 방북 기간 중 신홍철 외무성 부상 등을 만나 한반도 정세와 관련한 의견을 교환했다고 통신은 밝혔다. 통신은 논의 내용에 대해 “우리(북한) 측은 조선반도 정세 격화의 장본인인 미국의 대(對)조선 적대시 정책과 핵위협이 근원적으로 청산되지 않는 한 어떤 경우에도 핵과 탄도로켓을 협상탁에 올려놓지 않을 것이며 우리가 선택한 핵무력 강화의 길에서 한 치도 물러서지 않을 것이라는 원칙적 입장을 밝혔다”고 전했다. 이에 대해 “러시아 측은 이러한 입장에 유의하면서 조선반도 정세 안정을 위해 우리 측과 긴밀히 연계하고 적극 노력할 입장을 표명했다”고 전했다. 러시아 6자회담 차석대표의 방북은 2014년 3월 그로고리 로그비노프 외무부 북핵담당 특별대사의 방북 이후 처음이다. 북한은 당시 로그비노프 대사의 방북 사실만 알렸을 뿐 구체적인 협의내용은 밝히지 않았다. 하지만 이번에는 “러시아가 우리(북한)와 긴밀히 연계하기로 했다”고 밝히며 북핵 이슈와 관련해 러시아와 모종의 협력 관계에 있음을 강조했다. 러시아는 북한이 4일 발사한 대륙간탄도미사일(ICBM)급 화성-14형에 대응하기 위한 유엔 안전보장이사회 대북제재 결의 초안에 반대의사를 표시하는 등 북측에 우호적인 입장을 보이고 있다. 북한은 러시아와의 외교 공조를 공개하며 국제사회의 제재 국면을 벗어나려고 하는 것으로 보인다. 김용현 동국대 북한학과 교수는 “미국이 (대북 제재에 소극적인) 중국을 압박하고 있는 상황에서 러시아가 북한에 대해 과거 중국의 역할을 하는 것 같다”며 “북한은 미일이 주도하는 제재를 뚫기위해 러시아에 다가서고, 러시아 또한 북한에 대한 영향력을 강화함으로써 동아시아에서 미국을 견제할 수 있어 북-러의 이해관계가 맞는 상황”이라고 말했다. 황인찬 기자 hic@donga.com}
북한 외무성이 마크 폼페이오 미 중앙정보국(CIA) 국장의 최근 ‘김정은 축출’ 발언에 대해 “악이 받친 자의 잠꼬대”라며 비난했다. 외무성 대변인은 25일 조선중앙통신사 기자에 질의에 답하는 형식으로 “미 중앙정보국장놈의 망발이 우리의 핵 타격능력이 날로 강화되는데 악이 받친 자의 잠꼬대에 불과하지만 그 도수를 넘어섰다”면서 “우리의 최고수뇌부를 어째 보려는 자들은 그 어디에 있건 찾아내 죽탕 쳐버리겠다는 것이 우리 군대와 인민의 억척불변의 의지”라고 밝혔다. 이어 “미국의 대외정보를 총괄한다는 작자가 우리 군대와 인민을 최고수뇌부와 떼여놓을 수 있다고 망상하는 것은 우리에 대한 무지몽매의 표현”이라며 “핵 무력을 중추로 하는 우리 혁명무력의 제일사명은 수령결사옹위에 있다”고 밝혔다. 미국이 최고수뇌부 타격에 나설 기미가 보인다면 “강위력한 핵 철퇴로 미국의 심장부를 무자비하게 타격할 것”이라고 위협하기도 했다. 폼페이오 국장은 20일 미 콜로라도 주에서 열린 아스펜스 안보포럼에서 “미 정부 관점에서 가장 중요한 일은 핵 개발 능력과 핵 개발 의도가 있는 인물을 분리해 떼어놓는 것”이라고 말했다. 이어 “북한 사람들도 그(김정은)가 없어지는 것을 보기 원할 것”이라고도 했다. 북한의 이날 반응은 김정은 축출을 언급한 폼페이오 국장을 꼭 집어 비난하는 것과 함께 최근 한미 미사일 지침 개정이 추진되는 것에 대한 반감을 드러낸 것으로 보인다. 정부는 사거리 800㎞ 탄도미사일의 탄두 중량이 현재 2배인 1t으로 늘어나면, 유사시 북한 수뇌부가 은신할 수십 미터 깊이의 지하 벙커에 대한 타격도 가능할 것으로 보고 있다.황인찬기자 hic@donga.com}

우리 정부의 대화 제의에 묵묵부답인 북한이 최근 현대아산의 방북 신청에는 “답을 주겠다”는 반응을 보인 것으로 확인됐다. 북한이 문재인 정부를 상대로 ‘통미봉남(通美封南)’을 응용한 이른바 ‘통민봉관(通民封官)’ 전술을 구사한다는 분석이 나오고 있다. 현대아산 관계자는 24일 본보와의 통화에서 “북측에 정몽헌 전 회장의 14주기 추모식을 다음 달 4일 금강산에서 열고 싶다는 행사계획서를 보냈고 긍정적 반응을 받았다”고 밝혔다. 이 관계자에 따르면 현대아산 측은 21일 북한 노동당 통일전선부 산하 대남협상단체인 조선아시아태평양평화위원회(아태평화위)의 중국 베이징 사무소 대표에게 전화로 방북 의사를 전했다. 같은 날 북측으로부터 관련 e메일 주소를 받아 행사계획서를 보냈고, 수신 여부를 묻는 전화에 아태평화위 측은 “잘 받았다. (행사계획서에 대한) 답을 주겠다”고 밝혔다고 현대아산 측은 설명했다. 북한의 최종 수용 여부는 지켜봐야겠지만, e메일 주소를 알려주고 행사 허용 여부에 대한 답변을 주겠다고 밝힌 것은 현대아산의 제안에 관심이 있다는 것으로 보인다. 게다가 이번에 연락이 닿은 아태평화위 관계자는 현대아산이 6년여 전 베이징 사무소를 운영했을 때 현지에서 교류했던 인물이라고 현대아산 측은 밝혔다.황인찬 기자 hic@donga.com}
한국으로 오려던 탈북자 일가족 5명이 중국 공안에 체포돼 북한에 압송되는 과정에서 음독자살하는 사건이 발생했다. 미국 자유아시아방송(RFA)은 23일 복수의 중국 소식통을 통해 “며칠 전 한국행을 위해 중국 지린성 옌볜을 거쳐 제3국으로 향하던 탈북자 일가족이 공안에 체포되는 사건이 있었다”며 “이들은 공안에 의해 북한으로 압송되던 도중 모두 자살했다”고 밝혔다. 이어 “이들 가족은 이달 초 강을 건너 탈북한 것으로 알려졌다”며 “다른 일행과 함께 제3국을 거쳐 한국행을 시도하다 그 통로인 윈난성 쿤밍에서 공안에 체포되었다”고 설명했다. RFA는 현지 공안이 15일 이 가족을 포함해 모두 17명의 탈북자를 체포했다고 한 조선족 소식통을 인용해 전했다. 극단적 선택을 한 가족은 현직 당 간부인 아버지, 어머니, 아들과 딸 두 명인 것으로 알려졌다. 이들은 북한을 떠날 때부터 만약의 경우에 대비해 독약의 일종인 ‘아비산’을 휴대했던 것으로 알려졌다. RFA는 “해당 가족은 북송 후 가혹한 처벌이 두려워 자살했으나 함께 체포된 나머지 탈북자들은 아직 해당 지역의 공안 구류장에 갇혀 있는 상태”라며 “곧 북송될 것으로 보인다”고 전했다. 바른정당 이종철 대변인은 이날 논평을 내 “탈북자들이 북한으로 압송될 위기에 처해 목숨을 끊는 상황인데도 북한 인권을 위해 일하라고 만들어 놓은 북한인권재단은 열 달 넘도록 출범조차 못 하고 있다”며 “야당일 때나 여당일 때나 북한 인권을 대하는 정부 여당의 태도에 분노가 치민다”고 비판했다. 한 정부 당국자는 “외교부를 비롯해 관련 부처가 사실 확인 중인 것으로 안다”고 말했다. 황인찬 기자 hic@donga.com}

북한 선전매체인 우리민족끼리는 23일 ‘흥남철수’에 참여해 약 7000명을 피신시킨 미국 수송선 ‘레인 빅토리호’의 한국 이전 추진 움직임에 대해 “남조선이 빅토리호를 끌어들이는 경우 매국노로 저주와 규탄을 받게 될 것”이라고 비난했다. 레인 빅토리호는 1989년 퇴역 후 전쟁박물관으로 변신해 현재 미국 캘리포니아주 샌피드로 항구에 정박해 있다. 앞서 조선중앙통신은 21일 “남조선 당국이 흩어진 가족들의 원한이 서린 배를 기념물로 만들겠다고 하면서 말끝마다 이산가족의 아픔을 떠들고 있는 것은 혐오스러운 정치협작 행위”라고 주장했다. 북한이 이처럼 민감한 반응을 보이는 것은 이 배가 한미동맹의 ‘상징물’이기 때문으로 분석된다. 문재인 대통령은 최근 방미 기간 중인 지난달 28일 미 국립해병대박물관을 찾아 “67년 전 미 해병들은 ‘알지도 못하는 나라, 만난 적도 없는 사람들’을 위해 숭고한 희생을 치렀다. 빅토리호에 오른 피란민 중에 제 부모님도 계셨다”며 “2년 후 저는 빅토리호가 내려준 거제도에서 태어났다. 장진호 용사들이 없었다면, 제 삶은 시작되지 못했을 것이고 오늘의 저도 없었을 것”이라고 감사를 표해 뜨거운 호응을 얻었다. 2013년 설립된 ‘레인 빅토리호 한국인도 추진단’은 13일 회의를 열어 조만간 비영리법인을 설립해 인수 작업을 본격화하기로 결정했다. 문 대통령 부모가 승선했던 ‘메러디스 빅토리호’처럼 고물로 처리되는 것을 막겠다는 것이다. 황인찬 기자 hic@donga.com}
북한 경제는 강도 높은 국제사회의 제재 속에서 최근 위기를 맞고 있다. 중국 국영 석유회사인 중국석유천연가스집단(CNPC)이 연료 판매를 중단한 지 약 2개월이 지난 현재 북한의 석유가격이 50%가량 폭등했다고 로이터통신은 17일 보도했다. 지난달 1.46달러(약 1640원)였던 것이 한 달 만에 2.18달러(약 2449원)까지 오른 것이다. 그렇다면 북한에서 자동차들이 멈춰 섰을까. 북한전문매체 데일리NK는 최근 함경북도 소식통을 인용해 “‘써비차’(트럭을 여객·운송용으로 개조한 차량)의 운행이 (운행횟수와 가격에 있어) 크게 달라진 게 없었다”고 전했다. 운수업자들은 달라진 상황에 발 빠르게 ‘적응’을 했다. 승객뿐만 아니라 짐에도 요금을 받아왔는데, 상대적으로 사람보다 짐 값이 쌌다. 그래서 업자들은 이제 짐을 덜 싣고, 사람을 더 태우는 방식으로 수지타산을 맞춘다는 것이다. 그러자 승객인 장사꾼들은 꾀를 냈다. 큰 배낭에 짐 두 개를 넣어 짐 한 개분 값만 내려 한다는 것이다. 이처럼 북한 주민들의 장삿속은 이제 남한을 뺨칠 정도가 됐다. 북한은 최근 김정은 체제가 들어선 뒤 2011∼2014년 1% 내외의 경제성장률을 기록했다. 1990년대 중반 ‘고난의 행군’을 거치면서 국가 배급 시스템이 붕괴된 이후 주민들이 돈벌이에 눈을 뜨기 시작하면서 북한 경제를 이끌고 있다. 특히 ‘고난의 행군’ 시기에 청소년기를 보낸 북한의 30대들, 이른바 ‘장마당 세대’가 북한판 자본주의의 주역들이다. 북한의 시장(市場)인 ‘장마당’은 현재 최소 387개가 있으며, 60만 명 이상이 상인으로 활동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장마당이 북한 국내총생산(GDP)의 70%를 차지할 정도”라고 중국 주간지 ‘라이프 위클리’가 5월에서 전하기도 했다. 이런 상황은 북한 당국이 멍석을 깔았기 때문에 가능했다는 게 전문가들의 평가다. 당국이 주민들의 사적 소유와 재화 거래를 눈감아 주면서 자산이 많은 부자를 뜻하는 ‘돈주’(돈의 주인)가 되는 것이 주민들의 꿈이자 목표가 됐다. 보통 1만 달러(약 1122만 원) 이상 자산가가 돈주로 불리는데, 북한엔 20만 명가량이 있는 것으로 추정된다. 장마당에서 ‘푼돈’을 버는 장사치와는 달리 돈주들은 북한의 변화를 이끌며 큰돈을 벌고 있다. 이들은 부동산, 운송업, 광산업, 서비스업 등에 집중적으로 투자하며, 고리대금이나 밀매도 가리지 않는다. 특히 북한은 2014년 11월부터 개인의 기업 투자를 합법화하면서 돈주들의 활동에 날개를 달아 줬다. 북한이 경제난 속에서도 50층 이상 아파트들이 즐비한 여명거리를 4월 완공해 공개할 수 있었던 배경엔 돈주들의 대규모 투자가 있었다. 문영순 북한개발연구소 연구원은 4월 열린 ‘북한 부동산 공시제도와 통일 후 전망’이란 세미나에서 “북한에서는 비록 사용권에 대한 매매라도 불법에 해당되지만 당국이 민생 안정을 위해 사안에 따라 묵인하거나 수용해 건물, 토지 등의 매매 및 임대가 확대되고 있다”고 밝혔다. 돈주들은 부동산 같은 전통적 투자처 외에도 돈이 되는 곳이면 적극적으로 투자하고 있다. 대표적으로 대동강 모래를 채취해 평양의 건설현장에 내다 파는 ‘모래장사’는 현대판 봉이 김선달로 불리며 알짜 수익을 내고 있다. 한국개발연구원(KDI) 북한경제리뷰 4월호에 따르면 택시 영업도 활발해지면서 평양에서만 1500대 이상이 운행되고 있다. 평양 택시는 대동강여객운수사업소가 엄격하게 관리하지만 지방 택시는 개인이 매달 일정 이윤을 국영기업에 납부하면 영업할 수 있을 정도로 운영이 자유롭다. 2012년부터는 공식 허용된 개인약국이 빠르게 확산되고 있는 추세다. 개인이 자체적으로 구입한 국내외 약품을 당국에 검증만 받으면 팔 수 있다. 최근 북한 시장에 쇠고기가 등장한 것도 눈에 띄는 변화상이다. 북한에서 소는 생산수단으로 간주돼 공동 소유만 가능하고, 사적인 도살이 금지돼 왔다. 엄격한 관리 탓에 일반 주민들은 쇠고기 맛을 거의 보지 못했다. 그런데 최근에는 비록 중국산이기는 하지만 시장에 쇠고기가 풀리면서 정육사업도 확대되기 시작한 것이다. 북한 주민들이 자본주의와 배금주의에 물들기 시작하면서 여러 부작용이 나타나고 있다. 데일리NK의 최근 보도에 따르면 10대 청소년들마저 돈벌이나 장사에 몰두하며, 학교에서도 장사 경험이나 정보를 공유하거나 각자 가져온 물품을 흥정하며 거래하는 데 집중한다는 것이다. 한 소식통은 “학교에서 이뤄지는 거래는 골목시장보다 흥정이 쉬워 부모들도 필요한 물건을 학교에서 구해 쓰라고 할 정도”라면서 “가방 안에는 책 대신 사탕, 수첩 등 동무에게 팔 물건이 가득하다”고 전했다. 이어 “교사들은 이를 말리기는커녕 학급비 명목으로 학생들에게 돈을 갹출해 오히려 장사를 부추기는 상황”이라고 전했다. 다른 소식통은 “돈벌이에 집착한 나머지 학생들 여럿이 조를 이뤄 밀수나 절도에 손을 대는 일도 있다”고 전했다. 황인찬 기자 hic@donga.com}

19일 오후 숨이 턱턱 막히는 폭염 속에 찾아간 서울 마포구 도화동의 북한인권재단 사무실은 한산했다. 15층짜리 오피스빌딩 7, 8층에 마련된 사무실은 면적만 1322m²(약 400평)로 널찍했다. 책상과 의자, 전화기와 팩스 등 사무기구까지 갖춰 당장 근무가 가능해 보였다. 하지만 이 사무실에는 통일부 파견 서기관 한 명만 덩그러니 책상을 지키고 있었다. 적막한 사무실에는 에어컨만 “윙윙” 소리를 내며 시원스레 돌아갔다. 8층 이사장 집무실의 대형 소파엔 누군가 앉은 흔적조차 없었고, 고급스러운 책상 위엔 먼지가 쌓여 있었다. 창문 너머 빌딩 사이로 마포대교와 한강 일부가 보이는 이 멋진 이사장실의 주인이 아직 없다. 북한인권재단은 북한 인권실태를 조사하고, 인권개선 정책을 연구하기 위해 만들어진 곳이다. 지난해 9월 북한인권법이 시행되면서 재단의 활동 근거가 마련됐다. 북한인권법은 2005년 당시 한나라당이 처음 발의했지만 “남북 대결을 조장할 우려가 있다”는 당시 여당인 열린우리당의 반대에 부딪쳤다. 2015년 12월 유엔 총회에서의 북한인권결의안 채택 등 국제사회와의 공조가 불가피하다는 지적에 따라 법안 발의 11년 만에 진통 끝에 법이 통과됐다. 재단 이사진(12명)은 통일부 장관이 2명, 여야가 각각 5명씩 추천하기로 돼 있다. 문재인 정부가 출범하기 전 야당이던 더불어민주당이 “상근 이사 2명 중 1명을 달라”고 요구하며 이사 명단을 제출하지 않으면서 인선이 멈췄다. 이제 여야가 바뀐 만큼 원점에서 다시 논의해야 한다. 조명균 신임 통일부 장관도 아직 이사 명단을 실무 부서에 전달하지 않았다. 통일부 측은 “야권이 예전 민주당이 했던 것처럼 상근 이사 자리를 요구할 경우 다시 난항을 겪을 것으로 보인다”고 우려했다. 지난해 채용된 재단 신규 직원은 4개월 만에 모두 내보냈다. 통일부 파견 직원도 3명이었다가 2주 전부터 1명으로 줄었다. 이곳으로 매일 출근한다는 서기관에게 ‘할 일이 없지 않냐’고 묻자 “인터넷으로 다른 업무도 볼 수 있다”는 답이 돌아왔다. 정확한 임차료를 밝히지 않던 통일부는 “(시세보다) 할인받거나 그런 것은 없다”고만 했다. 부동산업계에 따르면 이 사무실의 월 임차료와 관리비는 약 3160만 원이다. 열 달 동안 설립조차 되지 않은 사무실 유지비만 3억 원이 넘는 것이다. 기자가 재단을 찾은 시각, 문재인 대통령은 청와대에서 ‘100대 국정과제’ 보고대회를 가졌다. 이 과제에는 “북한인권재단의 조기 출범”이 포함되어 있다.황인찬 기자 hic@donga.com}

한국의 군사당국·적십자회담 제의(17일) 이후 북한의 움직임이 심상치 않게 전개되고 있다. 군 안팎에선 북한이 미사일을 기습 발사해 남측의 대화 제의를 걷어차거나 다른 도발로 ‘몸값’을 올리는 전술을 구사할 것이라는 관측이 나온다.○ ICBM급 재도발로 北-美 직접 담판 요구하나 가령 대륙간탄도미사일(ICBM)급 화성-14형을 또다시 쏴 올려 미 본토 타격 능력을 과시한 뒤 미국에 직접 담판을 요구할 수 있다는 것이다. 군 당국자는 “한국을 철저히 무시하고, 미국을 직접 상대해 핵군축과 평화협정 문제를 결판 짓는 ‘통미봉남(通美封南)’ 전술을 시도할 개연성을 배제할 수 없다”고 말했다. 그런 기류도 감지되고 있다. 북한 노동신문은 20일 정세논설을 통해 “남조선 당국이 상대방을 공공연히 적대시하고 대결할 기도를 드러내면서 그 무슨 관계 개선을 운운하는 것은 어불성설이며 여론 기만행위라고밖에 달리 볼 수 없다”고 주장했다. 한국의 회담 제의를 직접 언급하지는 않았지만 남북 대화 재개에 부정적 입장을 드러낸 것이다. 한국이 제안한 날짜(21일)에 회담이 열릴 가능성도 희박해지고 있다. 정부는 최대한 북한의 답변을 기다려 본다는 방침이다. 하지만 통일부 당국자는 “남북이 오래 단절된 상황이어서 물리적으로 하루 만에 (회담이) 되긴 어렵다”며 “또 당일 제안하고 그날 남북이 만난 적도 없다”고 말했다. 북한이 답변을 미룬 탓에 21일 회담 개최는 현실적으로 어렵다는 것이다. 정부는 21일 이후로도 북한의 회신이 없으면 회담 일시 등을 수정 제의하는 방안을 검토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도발 수위 조절로 ‘몸값’ 높이기 북한이 ‘도발 수위’를 조절할 것이라는 전망도 있다. 화성-12형(KN-17)이나 북극성-2형(KN-15), 스커드 개량형 등 단·중거리미사일을 쏴 올려 남측 제의를 일단 묵살한 뒤 ‘추가조건’을 달아 남측에 역제의하는 방식이 예상된다. 이 경우 한미 연합 군사연습과 미 전략무기의 한반도 전개 중단 등 남측이 수용하기 힘든 조건을 내세울 가능성이 높다. 정부 관계자는 “판을 깨지는 않되 어떤 경우에도 핵·미사일을 포기하지 않는다는 전제를 깔고 회담장에 나와 정치·군사적 실리를 최대한 챙기려 들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일각에서는 북한이 고위급 회담이나 접촉을 전격 제안해 판을 키울 수도 있다는 관측이 나온다. 2014년 10월 남북 고위급 군사회담이나 2015년 8월 남북 고위급 접촉과 같은 높은 격(格)의 대화를 제안해 올 수 있다는 것이다. 정부 당국자는 “김정은 집권 이후 북한은 남북 관계 고비 때마다 고위급 회담과 접촉을 제의해 한국 정부의 대북정책 기조를 시험해 왔다”면서 “이번에도 그런 전례를 답습할 가능성이 있다”고 말했다. 남측의 대화 제의를 북한이 미사일 도발로 맞받을 경우 ‘베를린 구상’에 기반을 둔 문재인 정부의 대북정책 입지는 급격히 위축될 것으로 보인다. 이른바 ‘운전대론’으로 상징되는 한국의 남북관계 주도 기조도 첫걸음부터 고비를 맞게 된다. 한국의 대북 회담 제의에 부정적 반응을 보이고 있는 미국과 일본은 물론이고 국제사회에서 대북 대화 무용론이 확산될 가능성도 있다. 군 고위 관계자는 “한국의 ‘조건 없는 대화’ 제안을 기회 삼아 북한은 향후 대남 국면 주도를 위해 무력도발과 심리전 등 고도의 정치·군사적 게임을 시도할 것”이라며 “이에 역이용당하지 않도록 철저한 대책을 강구해야 한다”고 말했다.윤상호 군사전문기자 ysh1005@donga.com·손효주·황인찬 기자}

정부가 17일 북한에 군사당국·적십자 회담을 동시에 제안한 것은 문재인 대통령이 6일 독일에서 발표한 ‘베를린 구상’의 첫 단추를 끼우는 작업으로 볼 수 있다. 정부 당국이 북한의 호응을 유도하기 위해 고심한 흔적이 보이지만 성급한 기대는 금물이라는 지적이 많다.○ 회담의 격(格)과 의제는 북한 반응에 좌우 국방부는 이날 회담을 제의하면서 장성급, 실무급 등 구체적인 격이나 급을 언급하지 않았다. 회담에서 논의할 군사분계선(MDL)의 적대행위 금지 문제도 특정하지 않은 채 ‘포괄적으로 협의할 것’이라고 했다. 향후 북한의 반응을 봐 가면서 회담 대표단 구성이나 의제를 조율해 나가겠다는 것이다. 북한의 호응을 최대한 유도하려는 의도로 보인다. 군 당국자는 “회담의 물꼬를 트기 위한 분위기 조성을 위해 북한에 많은 여지를 준 것”이라고 말했다. 이례적으로 국방부 차관이 회담 제의를 공식 발표한 것도 같은 맥락이라는 것이다. 조명균 통일부 장관은 이날 브리핑에서 “(대북 제안이) 북한과 사전 교감이 없었다”고 밝혔다. 이어 “북한의 호응 가능성을 따지기보다는 (이산가족 상봉 등) 사안 자체가 갖고 있는 시급성 등을 판단해서 취한 조치”라면서 “우리의 주도적인 노력이 필요하다는 측면에서 이해해 달라”고 설명했다. 이른바 문 대통령의 ‘운전자론’을 끌고가기 위해 선제적 제안에 나섰다는 것이다. 조 장관은 ‘미국에 사전 통보했느냐’는 질문에는 “상호 필요한, 상호 협조는 이뤄졌다”고 해 사전 교감이 있었음을 시사했다. ○ 北 군사회담만 수용 가능성에 무게 북한의 호응 여부는 현재로선 불투명하다. 일각에선 북한이 사드(THAAD·고고도미사일방어체계) 배치와 미국 전략 폭격기의 한반도 전개훈련 등을 트집 잡아 일단 거부한 뒤 문재인 정부의 후속조치를 봐 가며 반응을 보일 것이라는 전망이 나온다. 전향적 태도 변화를 점치는 시각도 있다. 최근 노동신문 논평에서 ‘베를린 구상’을 비난하면서도 ‘북남관계의 근본 문제인 정치·군사적 대결 상태’의 해소 필요성을 언급한 만큼 일단 회담장에 나올 것이라는 관측이다. 군 당국자는 “북한이 예비회담이나 실무접촉 형식의 ‘역제의’를 해올 개연성이 있다”고 말했다. 8월에 실시되는 을지프리덤가디언(UFG) 한미연합 군사훈련 중단 등 남측이 수용하기 힘든 ‘전제조건’을 내걸면서 기선 잡기에 나설 수도 있다. 남측의 요청 시한(21일)을 넘겨 시간을 최대한 끌어 ‘몸값’을 높인 뒤 회담에 응하는 모양새가 예상된다는 것이다. 이산가족 상봉을 논의할 적십자회담 성사는 쉽지 않을 것이라는 관측이 많다. 북한이 지난해 4월 중국 소재 북한 식당에서 일하다 탈북한 여성 종업원 12명과 2011년 9월 한국에 입국했다 북송을 요구 중인 김련희 씨를 송환해야 이산가족 상봉 문제를 논의할 수 있다는 주장을 굽히지 않고 있기 때문이다. 정부 당국자는 “이산가족 상봉 문제는 북측으로선 ‘후순위’”라며 “정치적 선전효과가 큰 군사회담에 주력할 가능성이 높다”고 말했다.○ 회담 열려도 낙관은 금물 회담이 성사돼도 결과를 낙관하기는 힘들 것으로 보인다. 북한이 회담장에서 현 군사적 긴장 및 대결 사태를 ‘남한 정부 책임론’으로 돌리며 대북 확성기 방송과 대북 전단 살포 전면 중지는 물론이고 북한인권 논의 중단 등을 강력히 요구하면서 신경전을 펼칠 개연성이 농후하기 때문이다. 또 금강산관광 재개와 5·24 조치 해제를 요구하면서 미국을 맹비난하고, 핵·미사일 개발 정당화와 정전협정을 대체할 평화협정 체결 등을 거론할 가능성도 있다. 만약 한국이 부정적 태도를 보이면 회담의 판을 깨는 위협을 하면서 최대한 유리한 국면으로 몰고 가는 상황이 연출될 것으로 보인다. 군 소식통은 “북한은 과거부터 남북군사회담을 정권 홍보와 한미동맹을 이간질하는 기회로 활용했다”면서 “이번에도 그 전례를 답습할 상황에 대비해야 한다”고 말했다.윤상호 군사전문기자 ysh1005@donga.com·손효주·황인찬 기자}

17일 오전 서울 종로구 세종문화회관 중앙계단. 후텁지근한 날씨 속에서 챙이 긴 등산용 모자와 배낭에 운동화로 단단히 ‘무장’한 대학생 35명이 기대감과 호기심에 부푼 표정으로 모여 있었다. ‘대학생 비무장지대(DMZ) 통일 발걸음’ 발대식에 나선 대학생들이다. 4회째를 맞는 올해 행사엔 경쟁률이 2.5 대 1이 넘을 정도로 신청자가 몰렸다. ‘젊은 세대는 통일에 무관심하다’는 것은 기성세대의 편견에 불과해 보였다. 이들은 앞으로 5박 6일 동안 우리나라 최북단 섬인 백령도의 끝섬전망대를 시작으로 백령도를 일주하고, 강화로 옮겨 철책선을 따라 걷고 애기봉도 들른다. 백령도 천안함 46용사 위령탑에서 참배도 한다. 이들은 삼복더위의 뙤약볕 아래서 하루 10km 내외를 걷는 것도 모자라 저녁에는 쉴 틈도 없이 군 여단장급 간부 등의 강의를 듣고 남북 관계와 통일에 대한 의견도 자유로이 나눈다. 행사에 참여하려고 일부러 한국을 찾았다는 강동수 씨(24·미국 노스웨스턴대 2학년)는 “정부의 역할도 중요하지만 민간 부문에서 통일을 고민해 보고 싶었다. 탈북 주민을 위한 봉사활동도 하고 싶다”고 밝혔다. 베트남에서 온레투이두옹 씨(20·중앙대 한국문화학과 교환학생)는 “한국 역사에 관심이 많다. 천안함 사건을 알고 있으며, 선체를 직접 보고 싶다”고 말했다. 참가자 35명 가운데 8명이 재참가자일 정도로 행사의 만족도도 높았다. 익명을 요구한 탈북 대학생 참가자는 “지난 행사에서 통일에 대한 무거운 책임감을 느꼈다. 내가 한층 발전된 느낌도 들어 다시 참여하게 됐다”고 밝혔다. 이 행사는 사단법인 물망초(이사장 박선영 전 국회의원)와 6·25공원국민운동본부(이사장 한상대 전 검찰총장)가 공동주관하고 동아일보가 후원한다. 박 이사장은 “드라마 ‘도깨비’ ‘태양의 후예’ 등 자유롭고 상상력이 풍부한 것을 좋아하는 요즘 젊은이들에게 딱딱한 안보교육은 통하지 않는다. 그저 학생들이 걷고, 보고, 느끼며 자연스럽게 남북과 통일에 대해 생각했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황인찬 기자 hic@donga.com·문예슬 인턴기자 이화여대 정치외교학과 졸업}
정부가 북한에 남북 군사회담과 이산가족 상봉을 위한 적십자 회담을 동시에 제의했다. 문재인 대통령이 6일 ‘베를린 구상’을 통해 대북 제안을 적극적으로 밝혔지만 별다른 응답을 얻지 못하자 구체적인 이행 조치를 추가로 꺼내며 한걸음 더 나아간 것이다. 김선향 대한적십자사 회장 직무대행은 17일 서울 중구 남산동 사옥에서 기자회견을 열어 “추석(10월 4일) 계기 이산가족 상봉행사 개최 등 인도적 현안 해결을 위한 남북 적십자 회담을 8월 1일 판문점 우리 측 지역 ‘평화의집’에서 가질 것을 제의한다”고 밝혔다. 2015년 10월 20차 이산가족 상봉 이후 정부가 1년 9개월 만에 행사 재개를 요청한 것이다. 우리 측에서는 김건중 대한적십자사 사무총장을 수석대표로 3명의 대표가 나선다. 김 직무대행은 “조선적십자회 측의 입장을 판문점 남북 적십자 연락사무소를 통해 회신해주기 바란다”고 말했다. 서주석 국방부 차관은 이날 서울 용산구 국방부 청사에서 “군사분계선(MDL)에서 군사적 긴장을 고조시키는 일체의 적대행위를 중지하기 위한 남북 군사당국 회담을 21일 판문점 북측 지역 통일각에서 개최할 것을 북측에 제의한다”고 밝혔다. 서 차관은 “정부는 정전협정 64주년(27일)을 기해 남북이 군사분계선에서 일체의 적대행위를 중지해 남북 간 긴장을 완화해 나갈 것을 (앞서) 제안했다”며 “북측은 현재 단절돼 있는 서해지구 군통신선을 복원해 우리 측 제안에 대한 입장을 회신해 주길 바란다”고 말했다. 북한이 제의를 수용하면 2014년 10월 남북 군사당국자 간 판문점 비공개 접촉 이후 33개월 만에 군사당국 차원의 대화가 재개된다. 조명균 통일부 장관은 북측과의 사전 교감을 묻는 질문에 “그러한 것이 특별히 있지는 않았다”고 답했다. 북한은 이날 정부의 실무 제안에 별다른 반응을 보이지 않았다.황인찬 기자 hic@donga.com·윤상호 군사전문기자}
대한적십자사가 10월 4일 추석을 계기로 한 이산가족 상봉행사를 논의하기 위한 적십자회담 개최를 북한에 공식 제의했다. 김선향 대한적십자사 회장 직무대행은 17일 중구 남산동 사옥에서 기자회견을 하고 “추석 계기 이산가족 상봉행사 개최 등 인도적 현안 문제 해결을 위한 남북적십자회담을 8월 1일 판문점 우리측 지역 ‘평화의집’에서 가질 것을 제의한다”고 밝혔다. 이는 문재인 대통령이 6일 대북 정책구상인 이른바 ‘베를린 구상’에서 10·4 정상선언 10주년이자 추석인 10월 4일에 이산가족 상봉행사와 성묘 방문을 진행할 것을 제안 것에 대한 후속 조치다. 지난 2015년 10월 20차 이산가족상봉을 끝으로 남북 이산가족은 2년째 만남을 갖지 못했다. 김선향 직무대행은 “현재 우리측에는 많은 고령의 이산가족들이 가족 상봉을 고대하고 있으며, 북측 역시 사정은 마찬가지일 것”이라며 “이분들이 살아 계신 동안에 가족을 만날 수 있게 하는 것은 어떤 정치적 고려보다 우선돼야 한다”고 강조했다. 적십자회담에는 우리 측에서 김건중 대한적십자사 사무총장을 수석대표로 3명의 대표가 나설 예정이다. 김 직무대행은 “조선적십자회측의 입장을 판문점 남북 적십자 연락사무소를 통해 회신해주기 바란다”면서 “긍정적인 호응을 기대한다”고 말했다. 하지만 북한이 적십자회담에 응할지는 불투명하다. 북한은 지난해 4월 중국 내 북한식당에서 일하다 탈북한 여종업원 12명과, 탈북한 뒤 남한에 정착했지만 북송을 요구하고 있는 김련희 씨의 송환이 이뤄져야 이산가족상봉를 검토하겠다고 여러 차례 밝혔다. 정부는 이들 탈북자들이 자유의사로 귀순한 만큼 북의 이런 제안이 법적근거가 없다고 보고 있다.황인찬기자 hic@donga.com}
정부가 이번 주 북한에 군사회담을 제안할 계획을 갖고 막바지 조율 절차에 들어간 것으로 알려졌다. 문재인 대통령이 6일(현지 시간) 독일에서 내놓은 ‘베를린 구상’을 실행에 옮기는 차원에서 군사실무회담을 추진하려는 것이다. 문 대통령은 당시 “7월 27일(정전협정일)을 기해 남북이 군사분계선(MDL)에서 일체의 적대 행위를 중단하자”고 제안했다. 정부 소식통은 16일 “대통령이 언급한 상호 적대 행위 중단 시점이 다음 주로 다가온 만큼 이번 주 안에 북측에 군사실무회담을 제안해 27일 전에 상호 중단할 행위들을 합의하려고 회담을 추진 중”이라고 전했다. 남북 군사회담이 성사되면 2014년 10월 판문점에서 열린 남북 군사당국자 간 접촉 이후 약 2년 만에 군 당국자들이 다시 만나는 것이 된다. 하지만 양측이 생각하는 ‘적대 행위’가 판이해 회담이 성사되더라도 ‘동상이몽’만 확인한 채 끝나거나 의제 조율이 어려울 것이란 전망이 나오고 있다. 우리 군은 비무장지대(DMZ) 내 목함지뢰 등 지뢰 매설 작업 중단, 무인기를 이용한 정찰 등 긴장감 조성 행위 금지, DMZ 내 소총 등 화기 반입 금지 등 정전협정에 의해 금지된 행위를 중단하라고 요구할 것으로 알려졌다. 반면 북한은 대북 확성기 방송 중단을 기본으로, 대규모 한미 연합 군사연습 중단 등 정전협정을 넘어선 범주까지 요구할 것으로 예상된다. 군 관계자는 “‘대북 확성기 방송 중단이 의제에 포함되지 않으면 회담에 응하지 않겠다’는 등 북한 태도에 따라 회담이 성사되지 않을 가능성도 염두에 두고 있다”고 전했다. 이어 대북 확성기 방송 중단에 대해선 “북한이 매우 유의미한 수준의 태도 변화를 보여줘야 그에 대한 보상으로 확성기 버튼을 끌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일각에는 뚜렷한 명분 없이 방송을 중단하면 군 스스로 확성기 방송이 적대 행위였다고 시인하는 격이 돼 여론의 역풍을 맞을 수 있다는 시각이 있다. 한편 북한 노동신문은 15일 개인 논평 형식으로 ‘베를린 구상’에 대해 “외세의존과 동족대결의 본심이 그대로 녹아 있다. 잠꼬대 같은 궤변”이라고 비난했다. 민간교류에 대해선 “한두 번의 흩어진 가족 상봉이 실현되고 비정치적 교류사업이 성사된다고 북남관계가 근본적으로 달라지지 않는다”고 했다. 그러나 한편으론 “6·15 공동선언, 10·4 선언에 대한 존중, 이행을 다짐하는 등 선임자들과는 다른 입장이 담겨져 있는 것은 그나마 다행”이라고 긍정적으로 평가했다. 그러면서도 “북남이 함께 떼어야 할 첫 발자국은 정치군사적 대결상태를 해소하는 것”이라고 말했다. 손효주 hjson@donga.com·황인찬 기자}
“수천 번 강연하고 연설을 했는데 오늘처럼 긴장되는 건 처음입니다. 이제 영구 귀국했습니다.” 반기문 전 유엔 사무총장(73)은 13일 화정평화재단 강연을 시작하며 이렇게 ‘신고’를 했다. 그는 지난 대선 불출마 선언 뒤 미국으로 건너가 하버드대 초빙교수로 3개월여를 지내고 5일 귀국했다. 반 전 총장은 “이 강연이 귀국 첫 행사”라면서 “4월부터 하버드대에서 2막을 보냈고, 인생 3막을 오늘 이 강연을 통해 시작한다”며 활짝 웃었다. 반 전 총장은 36년간의 외교관 생활과 10년 동안 유엔을 이끈 경험을 바탕으로 이날 갈수록 복잡해지고 있는 한반도와 국제 정세에 대해 깊이 있고, 솔직한 의견을 밝혔다. 특히 유엔 사무총장 시절 의욕적으로 추진했던 방북이 끝내 결실을 보지 못한 것에 큰 아쉬움을 나타냈다. 반 전 총장은 “방북할 기회가 3번 있었지만 모두 취소된 쓰라린 경험이 있다”고 밝혔다. 그는 “북한은 유엔 문제이기 전에 저의 문제, 우리의 문제”라면서 “기여를 하지 못한 것에 스스로도 안타깝고 송구스럽다”고 했다. 질의응답 시간에 동아일보 신석호 국제부장이 ‘차기 대선 출마 여부’를 묻자 객석에선 웃음이 터졌고, 반 전 총장도 미소를 지었다. 그는 “하나마나한 말씀(질문)이다. 정치하지 않겠다고 했다”며 “5년 뒤 내 나이가 얼만데…”라고 답하기도 했다. 이어 반 전 총장의 모교 후배인 충주고 학생이 질의에 앞서 “그럼 충주고 출신 대통령은 제가 당선되면 배출되는 것으로 알겠다”고 농담을 던져 객석을 다시 웃음바다로 만들었다. 반 전 총장은 귀국 후 연세대 글로벌사회공헌원 명예원장을 맡아 신촌캠퍼스로 출근하고 있다. 글로벌사회공헌원은 선교와 봉사 역할을 수행하는 기관이다. 반 전 총장은 “남을 더 잘 볼 수 있고, 세계를 잘 볼 수 있다”며 젊은이들이 국외에서 많은 경험을 쌓을 것을 조언했다. 이어 “전 유엔 사무총장으로서 ‘무엇을 하는 게 적당하냐’고 봤을 때 ‘정치는 아니다’라고 생각했다. 그래서 그때 20일 만에 (대선 출마를)포기한 것”이라며 “우리 국민의 세계 시민 정신을 함양시키는 일, 젊은 사람에게 희망을 주는 일을 하고 싶다”고 말했다. 황인찬 기자 hic@donga.com}

장관 후보자일 때 제공된 쏘나타 관용차를 마다하고 대중교통으로 출퇴근해 ‘뚜벅이’로 화제를 모은 조명균 통일부 장관이 내달 제네시스(EQ900)로 관용차를 바꾼다. 통일부 관계자는 12일 “장관 관용차인 에쿠스의 3년 임차 기간이 끝나 제네시스 임차를 추진하고 있다”고 밝혔다. 이 관계자는 “조 장관은 취임 뒤 절반은 대중교통, 절반은 관용차로 출퇴근을 하고 있다”며 “주로 비가 오거나 회의 등 일정이 있을 때는 관용차를 이용한다”고 설명했다. 지난달 후보자였던 조 장관은 약 20일 동안의 청문회 준비 기간 내내 서울 성북구 정릉동 자택에서 종로구 삼청동 청문회 준비사무실까지 지하철과 버스로 출퇴근했다. 이런 모습은 “장관 후보자 때 제공받은 쏘나타를 계속 타겠다”고 결정한 강경화 외교부 장관과 함께 신선한 인상을 주고 있다. 황인찬 기자 hic@donga.com}
북한이 문재인 대통령의 ‘베를린 구상’ 제안에 “친미사대와 동족대결의 낡은 틀에 갇힌 제안”이라고 첫 반응을 내놨다. 정부의 각종 대화 제의에는 답을 하지 않은 채 “한미 연합 군사연습을 중단할 수 있겠느냐”는 역제안을 내놨다. 대외적으로 북한 입장을 대변하는 재일본조선인총연합회 기관지 조선신보는 11일 “남조선의 현 집권자는 도이칠란트를 행각(방문)하여 베를린에서 ‘대북제안’을 담은 연설을 했는데 이것 또한 친미사대와 동족대결의 낡은 틀에 갇힌 채로 내놓은 제안이라면 북측의 호응을 기대할 수 없다”고 말했다. 문 대통령의 제안이 나온 지 5일 만에 북이 화답한 것이다. 조선신보는 “북측은 남조선 당국의 관계개선 의지를, 말이 아니라 가장 근본적인 문제를 풀어나가는 각오와 행동을 근거로 판단하게 될 것”이라며 “조선반도(한반도) 긴장 격화의 주된 요인인 미국과의 합동군사연습을 중지할 결단을 내릴 수 있는가”라고 제안했다. 특히 북한은 8월 한미 연합 군사연습인 ‘을지프리덤가디언’을 콕 집어 언급했다. 정부가 민간 교류와 같이 “쉬운 것부터 시작하자”고 제안한 것에 대해 북한은 “군사적 양보 먼저”라고 답한 셈이다. 남성욱 고려대 통일외교학과 교수는 “북한이 ‘동문서답’ ‘성동격서’ 같은 첫 반응을 보임으로써 우리 정부를 곤혹스럽게 만들려는 것 같다”고 말했다. 일각에는 한미 연합 군사연습 중단이라는, 우리가 받아들이기 힘든 카드를 일찌감치 던져 대화의 판을 깨려 한다는 분석도 있다. 이제 관심은 정부가 군사적 문제에 어떻게 답할지에 쏠린다. 통일부 이덕행 대변인은 12일 “일일이 논평하지 않겠다”고 말했다. 노동신문 등 공식 매체가 아닌 총련의 기관지를 통한 ‘떠보기’에는 반응하지 않겠다는 것이다. 하지만 당장 문 대통령이 “군사분계선(MDL)에서의 상호 적대행위를 중지하자”고 제안한 ‘정전협정 64주년’(7월 27일)이 보름도 채 남지 않았고, 을지프리덤가디언도 코앞이다. 전영선 건국대 통일인문학연구단 연구교수는 “북한의 최대 관심은 한미 연합 군사연습”이라며 “정전협정일(27일)까지 북한이 별다른 공격 제스처를 취하지 않는다면 한미가 훈련기간을 축소하거나 규모를 줄이는 식으로 북에 메시지를 전할 수도 있을 것”이라고 전했다. “한반도 문제를 해결할 힘이 없다”고 11일 토로한 문 대통령이 ‘한반도 주도권론’을 살리기 위해 군사적 양보 제스처를 꺼낼 가능성도 제기된다. 양무진 북한대학원대 교수는 “한반도 주도권론의 가장 기본이 바로 남북 간 대화와 교류 협력이며, 이것 없이 한국이 주도적 역할을 할 수는 없다”고 지적했다. 황인찬 기자 hic@donga.com}
“강대한 내 조국의 막강한 힘을 재운, 우리 자랑 화성포 불줄기 뿜는다, 제국주의 아성을 향하여 번개 쳐 날은다(난다)….” 9일 평양에서 열린 대륙간탄도미사일(ICBM)급 미사일 ‘화성-14형’ 시험발사 성공을 기념하는 음악·무용 종합공연에서 ‘화성포의 노래’가 힘차게 울려 퍼졌다. 이는 북한이 탄도미사일 전담부대인 전략군 산하 ‘화성포병’ 부대를 주제로 만든 노래다. 김정은 노동당 위원장이 공연장 중앙의 붉은색 소파에 자리 잡은 가운데 북한 수뇌부와 화성-14형 개발자들이 총출동했다. 모란봉악단, 청봉악단 등은 ‘공화국로켓행진곡’ ‘승리의 축배’ ‘우리를 부러워하라’ 등을 연달아 선보이며 분위기를 띄웠다. 10일 조선중앙통신에 따르면 환영곡이 울린 가운데 등장한 김 위원장은 여성 예술인의 꽃다발을 받고, 출연자들과 관람자들에게 답례를 보냈다. 김영남 최고인민회의 상임위원장, 황병서 군 총정치국장을 비롯한 최고위급 간부들도 참석했다. 미국의 북한전문매체인 자유아시아방송(FRA)은 9일 북한의 식량난이 악화되면서 아사자들이 발생하고 있다고 전했다. 한 북한 소식통은 “요즘이 햇감자 수확 시기인데 먹을 게 없어 굶어 죽는 사람들이 있다”며 “시골이나 산간에 사는 주민일수록 이동이나 장사의 제한으로 아사하는 경우가 생긴다”고 전했다. 한편 통일부는 10일 국회 외교통일위원회 현안보고를 통해 남북 지방자치단체 간 교류 활성화를 위한 ‘지자체 교류협력 협의체’(가칭)를 신설하겠다고 밝혔다. 황인찬 기자 hic@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