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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르면 2026년 위례신사선이 완공된다. 위례신사선은 서울 송파구 위례신도시와 삼성역, 강남구 신사동을 잇는 도시철도 노선으로 위례신도시 주민들의 숙원 사업이지만 오랜 기간 착공이 지연됐다. 서울시는 최근 위례신사선 도시철도 사업을 시의회 동의 절차를 거쳐 민간투자사업으로 추진하기로 확정하고 11월 11일까지 제3자 제안공고를 실시한다고 14일 밝혔다. 사업 참여를 원하는 민간사업자는 사업제안서를 공고기간 내 서울시에 제출하면 된다. 서울시는 2단계에 걸쳐 평가를 마치고 올해 말까지 우선협상대상자를 확정할 예정이다. 1단계(사전 적격성 평가) 평가서류 제출기한은 9월 10일이다. 1단계를 통과해야만 기술, 수요, 가격 등 2단계 평가를 받을 수 있다. 전체 길이 14.7km에 정거장 11곳, 차량기지 1곳을 조성하며 사업비는 1조4847억 원에 달한다. 올해 12월 우선협상자가 선정되면 내년까지 협상 및 실시협약 체결이 이뤄진다. 교통, 환경 등 각종 영향평가와 인허가 추진 과정을 거쳐 실시설계를 마무리하면 착공 시기는 2021, 2022년이 될 것으로 보인다. 착공 후 완공까지는 통상 60개월 정도 소요되기 때문에 차질 없이 공사가 진행된다면 2026, 2027년 완공될 것으로 보인다. 다만 서울시 도시기반시설본부 관계자는 “개통이 2년 10개월가량 미뤄진 9호선 3단계 구간(서울 잠실운동장∼보훈병원)의 사례에서 볼 수 있듯 도시철도 완공과 개통은 변동 가능성이 크다”며 “올해 우선협상대상자 선정과 내년 협상 과정을 거쳐 착공을 시작해야 정확한 완공 시점과 개통 시기의 윤곽이 드러날 것”이라고 말했다. 서울시는 2017년 1월 GS건설이 구성한 컨소시엄으로부터 위례신사선을 민간투자사업으로 추진하자는 제안을 받았다. 이후 한국개발연구원 공공투자관리센터(PIMAC)에 민간투자사업 적격성 조사를 의뢰해 지난해 11월 민간투자사업으로 적합하다는 인정을 받았다. 위례신사선은 위례중앙광장에서 출발해 송파구 가락동, 강남구 삼성동을 지나 3호선 신사역에 도착한다. 개통되면 위례신도시에서 신사역까지 이동시간이 기존 1시간에서 20분 내외로 줄어들 것으로 보인다. 서울시는 대중교통 접근성이 떨어지는 위례신도시 지역의 교통 편의를 크게 향상시킬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위례신도시에는 현재 버스 등을 환승하지 않고 이용할 수 있는 전철역이 없으며 그나마 가까운 지하철 8호선 장지역과 복정역도 신도시 왼쪽에 치우쳐 있다. 또 위례신사선은 삼성역과 가락시장역, 학여울역 등 6개 역에서 다른 지하철 노선으로 환승할 수 있다. 송파구, 강남구에 발생하는 교통혼잡도를 완화시켜 지역경제 활성화 등에 크게 기여할 것으로 보인다. 앞서 위례신사선은 2008년 위례신도시 광역교통 개선대책에 처음 담겼으나 사업 추진은 10년째 지지부진한 상황이었다. 사업 주관사로 참여한 삼성물산이 2016년 10월 사업을 포기하면서 당시 ‘2019년 착공, 2024년 개통’으로 추진했던 당초 계획도 무산됐다.김하경 기자 whatsup@donga.com}
서울시가 도로, 공원, 체육시설 등 도시계획시설의 부지에 새로운 건물을 짓거나 토지 용도를 변경할 때 도시계획시설을 들어서게 하는 대신 아파트 등을 지을 수 있도록 했다. 도심 주택난을 해결하기 위한 조치로 여기에는 공공임대주택을 포함시킬 수 있다. 서울시는 이 같은 내용을 담은 지구단위계획구역 지정 및 계획 결정안을 고시한다고 11일 밝혔다. 그동안 도시계획시설로 등록된 시설을 허물고 주택, 상가, 빌딩 등을 지으려면 건축주가 일정 면적을 공원, 도로 등으로 조성해 서울시에 기부채납을 해야 했다. 일부 토지 소유주들은 기부채납을 달가워하지 않아 새로운 시설을 짓지 않기도 했다. 서울시는 도심 주택난을 해결할 묘책을 찾다 기부채납받는 땅에 공공주택을 확보하는 방안을 찾아냈다. 일부 도시계획시설은 사람들이 거의 사용하지 않아 방치돼 있다는 사실도 알게 됐다. 그러나 기부채납을 받는 곳에는 도로, 공원 등만 들어설 수 있었다. 서울시는 이런 취지를 국토교통부에 설명했고 관련 시행령을 개정해 달라고 건의했다. 국토부는 서울시의 건의를 받아들여 올해 3월 ‘국토의 계획 및 이용에 관한 법률 시행령’을 고쳐 도시계획시설이 해지된 부지에 공공임대주택을 짓는 방법으로 기부채납을 대신하게 만들었다. 이런 조치로 스포츠시설이 아파트로 탈바꿈하게 됐다. 서울 강남구 언주로에 있는 ‘일진스포월드’ 부지는 지하철 9호선 언주역에서 약 400m 떨어진 곳에 있다. 강남권에 있지만 체육시설로만 사용해야 했고 사람들이 많이 찾는 곳은 아니었다. 시설의 활용도가 크게 떨어졌다. 일진스포월드 부지 소유주는 시의 결정안을 처음으로 적용받아 일반분양 163채, 공공임대주택 22채 등으로 짓기로 했다. 어린이시설과 노인복지시설 등도 들어선다. 서울시는 건축주로부터 기부채납을 받는 공공임대주택을 청년과 신혼부부에게 우선 공급할 예정이다. 서울시 관계자는 “강남권에 직장을 둔 청년과 신혼부부들이 거주할 수 있도록 공공주택을 공급할 예정”이라며 “이를 계기로 도심형 공공임대주택이 더 많이 공급되기를 기대한다”고 말했다.김하경 기자 whatsup@donga.com}
올여름 한강에서 무더위를 식힐 다채로운 축제가 열린다. 서울시는 19일부터 다음 달 18일까지 11개 한강공원에서 ‘2019 한강몽땅 여름축제’가 개최된다고 10일 밝혔다. 올해 축제는 77개 세부 프로그램으로 짜였고 57개(74%)는 무료로 참여할 수 있다. 매년 1000만 명 정도가 이 축제를 찾았고 입장권을 구매하는 사람은 120만∼130만 명 정도다. 그동안 큰 인기를 얻었던 프로그램들은 올해도 열린다. 남녀노소 가리지 않고 물총싸움을 하는 ‘한강워터피크닉―물싸움축제’는 다음 달 3, 4일 난지 한강공원 젊음의 광장에서 열린다. 직접 만든 종이배로 경주를 펼치는 ‘한강몽땅 종이배경주대회’는 다음 달 2∼4일 잠실 한강공원에서 진행된다. 뚝섬 수상훈련장에서는 카누, 카약 등 수상레저 기구를 체험하는 행사인 ‘한강 수상놀이터’가 열린다. 한강에서 튜브를 타고 영화를 감상하는 ‘시네마 퐁당’은 19일부터 다음 달 16일까지 매주 금요일 난지 한강공원 물놀이장에서 진행된다. 매주 토요일 열리는 ‘한강다리밑영화제’에서는 한국인에게 가장 사랑받은 영화, 봉준호 감독 특별전 등 5개 주제로 20편의 영화를 상영한다. 올해 처음 열리는 행사도 있다. 다음 달 2, 3일과 9, 10일 여의도 한강공원 물빛무대와 너른들판 특설무대에선 국악, 클래식, 팝 등 다양한 장르의 공연이 펼쳐지는 ‘한강썸머뮤직피크닉’이 열린다. 다음 달 2, 3일 반포 세빛섬 예빛무대에선 국내 재즈 1세대의 연주를 감상할 수 있는 ‘한강재즈 페스타’가 진행된다. 자세한 내용은 홈페이지와 120다산콜센터를 통해 확인할 수 있다.김하경 기자 whatsup@donga.com}
지난달 운전사가 근무 중 음주운전을 하다 적발된 시내버스 회사에 성과이윤 삭감과 감차명령 등 강력한 행정처분이 내려진다. 9일 서울시에 따르면 시는 음주측정 관리대장과 폐쇄회로(CC)TV 영상 등을 확인한 결과 회사 측이 운전사의 음주 확인 및 관리에 소홀했던 정황을 확인했다. 회사 측이 모든 운전사를 대상으로 음주 여부를 확인하고 관리대장을 작성해 1년간 보관해야 하지만 지난달 20일 현장 점검 결과 그렇게 하지 않았다. 해당 시내버스 회사의 운전사 A 씨는 지난달 12일 오전 4시 40분 송파구 차고지에서 강남구 압구정동까지 약 15km를 만취 상태에서 50여 분간 운전하다 경찰에 적발됐다. 서울시는 이미 확보한 자료를 바탕으로 이달 중 청문 등 관련 절차를 거쳐 해당 시내버스 회사에 대한 처벌 수위를 정할 방침이다. 시에 따르면 해당 회사에는 운행 버스를 줄이는 감차명령이 유력한 것으로 알려졌다. 운행 시내버스를 줄이면 해당 시내버스 회사의 매출액, 수익 등에 부정적인 영향을 끼친다. 또 서울시는 올해 시내버스 평가에서 해당 시내버스 회사에 음주운전(150점), 음주 관리 및 보고 소홀(60점) 등으로 모두 210점을 감점할 계획이다. 시내버스 평가(만점 2000점)에서 210점 정도의 감점을 받으면 해당 회사는 성과이윤을 전혀 받지 못한다. 시내버스 회사가 서울시로부터 받는 성과이윤은 연간 3억∼4억 원 정도다. 서울시는 이번 사건을 계기로 전체 시내버스 회사에 음주운전과 관련해 운전사 재교육을 실시하고 관리·감독을 강화해 달라고 요청했다. 또 여객자동차운수사업법에서 사업자에 대한 음주운전 처벌조항을 강화해 달라고 국토교통부에 건의할 예정이다. 지우선 서울시 버스정책과장은 “시내버스 회사가 평소에도 운전사의 음주운전 관리·감독을 철저히 할 수 있도록 불시 점검과 사업개선명령, 평가점수 감점 등 모든 조치를 할 것”이라고 말했다.김하경 기자 whatsup@donga.com}
박원순 서울시장이 8∼17일 10일 일정으로 멕시코와 콜롬비아 등 중남미 국가 순방에 나선다. 서울시는 박 시장이 중남미 최대 교역 대상국인 멕시코의 수도 멕시코시티, 콜롬비아 수도 보고타와 제2 도시 메데인 등 3개 도시를 찾아 도시 재생, 교통 혁신 사례를 살피고 서울의 도시 재생 현황도 알린다고 8일 밝혔다. 박 시장은 남미에서 두 번째로 큰 도시공원인 멕시코시티 ‘차풀테펙 도시공원’을 찾아 서울시가 추진하는 도시공원 활성화에 대한 시사점을 살핀다. 콜롬비아 보고타에서는 매주 일요일마다 시내 도로의 차량 통행을 막고 보행 및 자전거 통행 전용도로로 바꾸는 보행 친화 사례인 ‘시클로비아’도 찾는다. 메데인에서는 세계 최초로 공중 케이블카를 대중교통 수단으로 설치해 범죄의 온상이었던 빈민촌을 도시 재생의 아이콘으로 탈바꿈시킨 산토도밍고 지역을 방문한다. 박 시장은 중남미 순방 기간에 열리는 ‘서울―멕시코시티 지속가능한 도시포럼’과 ‘2019 세계도시정상회의 시장포럼’ 등에서 서울형 도시 재생 등 우수 정책 사례와 올빼미버스, 디지털시민시장실 등의 사례를 소개한다. 시는 시민 삶에 보탬이 되도록 실질적인 협력을 강화하기 위해 멕시코시티, 메데인과 각각 이와 관련한 양해각서(MOU)를 체결한다.김하경 기자 whatsup@donga.com}

4일 오후 서울 금천구 독산동에 있는 한 학교의 교실에선 색다른 수업이 펼쳐졌다. 세 개 벽면이 거울로 돼 있고 바닥은 마루로 이루어진 ‘마루교실’에 11명의 학생이 둥글게 둘러앉았다. 학생들은 20대 여성부터 80대 남성까지 성별과 연령이 제각각이었다. 이들은 진행자의 안내에 따라 ‘한 주 동안 새롭게 알게 된 것’에 대해 서로 이야기를 나눈 뒤 요가매트에 누워 자신의 자세와 움직임에 대해 관찰하는 시간을 가졌다. 학교의 프로그램 가운에 하나인 ‘웰 리빙(well living, well leaving)’ 수업시간이다. 이 학교의 이름은 ‘모두의학교’다. 우리가 아는 학교의 모습과는 사뭇 다르다. 이 학교는 서울시에서 운영하는 평생학습센터다. 다른 곳으로 이사한 한울중학교 옛터에 자리 잡았다. 2017년 11월 시범 운영을 거쳐 지난해 3월 정식 운영을 시작했다. 계절에 따라 1년을 총 네 개 학기로 나눠 프로그램을 운영하고 있다. 연령에 관계없이 모든 시민이 프로그램이나 시설을 이용할 수 있다. 수강료 및 이용료는 모두 무료다. 학교에 있는 정원이나 도서관 등도 늘 열려 있다. 실제로 4일 학교에서는 유모차를 끌고 나온 여성부터 갓 걸음마를 뗀 듯한 아기, 삼삼오오 모여 있는 초등학생, 책을 읽는 청년과 노인까지 다양한 연령대의 시민이 같은 공간에 있는 모습을 볼 수 있었다. 수업 프로그램은 고정돼 있지 않다. 내가 배우고 싶은 것을 신청하면 강의로 반영된다. 올해 여름학기의 ‘웰 리빙’ 프로그램도 홍성래 씨(82)가 지난해 11월 학교 측에 제출한 ‘버킷리스트 카드’의 내용을 토대로 개설됐다. 학교는 1층에 늘 ‘버킷리스트 존’을 열어 두고 리스트를 받고 있다. 시민이 학습을 주도할 수 있는 기회를 마련하는 한편 이들에게 필요한 프로그램을 제공한다는 취지다. 홍 씨는 “다양한 사람들과 함께 이야기를 나누는 게 아주 재밌다”며 “어디 가서 나이 들었다는 이유로 대우받으려 하기보다 ‘같이’하려는 자세가 중요하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특정 연령을 대상으로 하는 프로그램도 많다. 홍 씨가 지난해 여름에 참여했던 ‘꽃할배 놀이터’ 프로그램이 한 예다. 65세 이상 남성 노인을 대상으로 진행된 이 프로그램은 참가자들에게 글쓰기와 노래 만들기뿐 아니라 요리하는 방법도 알려줬다. 프로그램 수강 이후 홍 씨는 집에서 밥 및 반찬 등을 가끔 직접 만든다. 가족 여행이나 명절 때도 마찬가지다. 이 덕분에 손자손녀와 대화하는 시간도 늘어났다. 노인뿐 아니라 젊은 세대도 모두의학교에서 힐링의 시간을 얻는다. 홍 씨와 함께 웰리빙 프로그램에 참여하고 있는 김언이 씨(47·여)는 “새로운 프로그램을 접하면서 일상생활을 잠시 잊게 된다. 이곳에서 기타를 배워 한 곡을 연주할 수 있게 됐을 때는 성취감도 얻는다”고 말했다. 서울시평생교육진흥원 관계자는 “시민의 수요에 맞는 프로그램을 개발하고 운영해 서울 전역으로 좋은 프로그램을 확산시키는 게 학교의 목표”라며 “서울시민이 아니더라도 생활권이 서울인 분들에게도 열려 있다”고 말했다. 모두의학교는 매년 계절별로 4개 학기로 구성된다. 체험 중심의 인문학과 건축, 과학과 예술 등 융합 프로그램들이 매학기 새롭게 편성된다. 학기 개강 2주 전부터 온라인을 통해 참여 신청을 받는다. 자세한 사항은 시평생교육진흥원 홈페이지나 전화로 문의하면 된다.김하경 기자 whatsup@donga.com}
“나는 일주일에 한 번은 현장에 갔다. 아침부터 저녁까지 상주했던 게 한 번이고, 나머지도 왔다 갔다 했다.” 4일 철거 도중 붕괴된 서울 서초구 잠원동 건물 공사현장의 감리를 맡은 정모 씨(87)는 7일 본보와의 통화에서 이렇게 말했다. 하지만 이번 붕괴 사고와 관련해 경찰 조사를 받은 현장소장과 인부들은 “공사가 시작된 이후 현장에서 감리자를 한 번도 본 적이 없다”고 진술한 것으로 알려졌다. 지난달 서초구는 잠원동 건물 철거업체의 공사를 허락하면서 몇 가지 조건을 달았고 이런 조건을 이행한 뒤 공사를 시작하라고 했다. 서초구가 공사 심의사항을 통해 가장 먼저 제시한 조건이 ‘감리자의 현장 상주’이다. 서초구는 “실질적인 감리 수행이 가능한 철거 감리자가 상주하는 조건 아래 공사를 수행하기 바람”이라고 명시했다. 이에 대한 철거업체의 조치사항으로는 ‘감리확인서 제출’이라고 돼 있다. 서초구의 이 같은 심의는 2년 전 서울 종로구 낙원동 공사현장 붕괴 사고 이후에 나온 서울시 권고에 따른 것이다. 서울시는 낙원동 사고 이후 감리자의 현장 상주를 의무화할 것을 각 구청에 권고했다. 이에 따라 서초구는 지상 5층 또는 높이 13m 이상 건물을 철거할 때는 사전심의를 거치도록 했다. 철거업체는 감리자가 현장에 상주할 것처럼 해 심의를 통과했지만 실제로 지키지는 않은 것이다. 정 씨뿐 아니라 정 씨가 감리 일을 대신 맡긴 동생(73)도 건물 붕괴 당일 현장에 없었던 사실이 경찰 조사로 확인됐다. 경찰은 정 씨가 감리 업무를 동생에게 맡긴 것이 현행법상 문제가 없는지를 살펴보고 있다. 현장소장과 건물주 등이 철거 건물의 붕괴 가능성에 대해 알고 있었던 것으로 의심되는 정황도 파악됐다. 경찰에 따르면 현장소장과 건물주 등이 참여하는 카카오톡 단체 대화방에서 건물 붕괴 가능성에 대해 언급하는 것처럼 보이는 대화가 오갔다는 것이다. 이런 대화는 건물이 붕괴되기 1, 2일 전에 있었지만 현장소장 등은 아무런 보완 조치를 취하지 않았다. 경찰은 대화 내용을 확보하고 관련자들을 상대로 조사 중이다. 또 건물주가 건물 붕괴 가능성에 대해 외부 전문가에게 자문한 정황도 경찰이 확인한 것으로 전해졌다. 건물주는 본보와의 통화에서 “한 번도 현장에 간 적이 없고 총괄해서 담당하는 사람이 있어 그 사람한테 전적으로 맡겼다”고 말했다. 경찰은 철거공사를 하면서 잭서포트(지지대)를 제대로 설치하지 않은 혐의(업무상 과실치사상)등으로 현장소장과 건물주 등을 입건했다. 윤다빈 empty@donga.com·김하경 기자}
폭염이 이어지면서 서울시가 폭염 취약계층의 건강 상태를 지속적으로 확인하고 무더위 쉼터를 늘리는 등 특별보호대책을 강화한다. 서울시는 더위가 기승을 부리는 다음 달까지 노숙인과 쪽방주민들이 이용할 수 있는 무더위 쉼터를 총 26곳 운영하겠다고 7일 밝혔다. 지난달부터 운영하는 21곳에 5곳을 추가했다. 쉼터에는 에어컨과 샤워시설, TV 등이 설치돼 있다. 시는 현재 노숙인을 대상으로 고속버스터미널과 탑골공원 등 5개 지역에서 3대의 이동목욕차량도 운영하고 있다. 고령이나 중증질환이 있는 노숙인과 쪽방주민도 집중 관리한다. 노숙인 118명과 쪽방촌 주민 146명에 대해선 지난달부터 보호시설 입소 및 병원 진료 등을 안내하고 있다. 시 관계자는 “특별대책반을 구성해 폭염 시간대 노숙인 밀집 지역과 쪽방촌 등을 순찰하고, 특보 발령 단계에 따라 순찰 횟수와 인원을 보강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이 밖에도 폭염특보가 발령되면 서울소방재난본부 산하 소방서들이 쪽방촌 지역에 소화전의 물을 살포해 더위를 식힐 예정이다. 하루 중 기온이 정점으로 치솟는 오후 2∼4시 쪽방촌 지역에 물을 살포하면 해당 지역의 온도를 2∼3도 낮출 수 있다.김하경 기자 whatsup@donga.com}

4일 오후 서울 금천구 ‘모두의 학교’. 세 개 벽면이 거울로 돼있고 바닥은 마루로 돼있는 ‘마루교실’에 11명의 시민이 둘러앉았다. 20대 여성부터 80대 남성까지 성별과 연령이 제각각인 이들이 한 자리에 모인 건 ‘웰 리빙(well living, well leaving)’ 프로그램에 참여하기 위해서다. 진행자는 “한 주 동안 새롭게 알게 된 것들에 대해 경험을 나눠주실 수 있는 분 계신가요?”라고 물으며 활동을 시작했다. 이후 참가자들은 진행자의 안내에 따라 요가매트 위에 누워 자신의 자세와 움직임에 대해 집중해보는 시간을 가졌다. ‘모두의 학교’는 서울시에서 운영하는 평생학습센터다. 학생수 감소로 통폐합되면서 다른 곳으로 이사한 한울중학교 옛 터에 자리 잡았다. 2017년 11월 시범운영을 거쳐 지난해 3월 정식 운영을 시작했다. 계절에 따라 1년을 총 네 개 학기로 나눠 프로그램을 운영하고 있다. 연령에 관계없이 모든 시민이 프로그램이나 시설을 이용할 수 있다. 실제로 이날 찾은 모두의 학교에서는 아기가 탄 유모차를 끌고 나온 시민과 초등학생들까지 볼 수 있었다. 올해 여름학기에 진행되는 프로그램 중 웰 리빙 프로그램은 참가자 홍성래 씨(82)가 지난해 11월 학교측에 제출한 ‘버킷리스트 카드’의 내용을 토대로 개설됐다. 학교는 1층에 늘 ‘버킷리스트 존’을 열어두고 리스트를 받고 있다. 시민이 학습을 주도할 수 있는 기회를 마련하는 한편 이들에게 필요한 프로그램을 제공한다는 취지다. 홍 씨는 모두의 학교의 고정 팬이다. 학교에서 진행되는 프로그램을 통해 삶의 질이 높아졌기 때문이다. 전자제품을 만드는 회사에서 20년 넘게 일한 뒤 20여 년 전 퇴직한 그는 은퇴 2년 뒤부터 무력감을 느꼈다. 홍 씨는 목수 일을 배워 건설현장에서 일하면서 무료함을 해소하려 했다. 하지만 ‘위험하다’는 자식들의 만류에 부딪혔다. 소일거리로 파지를 주우려 했지만 자식들은 ‘처지가 어려운 사람들은 어떻게 먹고 사냐’며 반대했다. 결국 그는 집 옥상에 텃밭을 가꾸거나 등산을 하며 여가시간을 보냈다. 치매예방을 위해 가게 된 치매안심센터 등에서 새로운 사람들을 만났지만 무료함이 시원하게 해결되진 않았다. 그는 “사람들 속에 뛰어들어서 같이 살고 싶었다”고 말했다. 홍 씨는 지난해 여름학기 ‘꽃할배 놀이터’라는 프로그램에 참여하면서 모두의학교 수강생이 됐다. 65세 이상 남성 노인을 대상으로 진행된 이 프로그램은 글쓰기와 노래 만들기뿐 아니라 요리하는 방법도 알려줬다. 그동안 식사 준비는 늘 아내의 역할이었지만 이를 계기로 홍 씨는 밥이나 반찬 등을 가끔씩 직접 만든다. 가족 여행이나 명절 때도 마찬가지다. 덕분에 손자·손녀와 대화하는 시간도 늘어났다. 홍 씨는 “어디 가서 나이 들었다는 이유로 대우받으려하기 보다 ‘같이’ 하려는 자세가 중요하다”며 “이번 웰리빙 프로그램을 통해 젊은 사람들도 만나게 됐는데, 상대방의 생각을 존중하는 법을 다시 한번 일깨우게 되는 소중한 계기가 됐다”고 말했다. 홍 씨와 같은 프로그램을 수강하는 권대영(24·여) 씨도 이번이 두 번째 참여다. 하지만 80대 수강생과 함께하는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권 씨는 “첫날 어르신들이 계셔 살짝 당황스러웠는데 내가 모르는 것들을 많이 아신다는 점이 좋다”라고 말했다. 모두의 학교는 시민들을 대상으로 평생학습 프로그램을 운영할 뿐만 아니라 모임 활동 지원 및 컨설팅, 공간 대여 등도 하고 있다. 수강료 및 이용료는 모두 무료다. 서울시평생교육진흥원 관계자는 “시민의 수요에 맞는 프로그램을 개발하고 운영해 서울 전역으로 좋은 프로그램을 확산시키는 게 학교의 목표다”며 “서울시민이 아니더라도 생활권이 서울인 분들에게도 열려있다”라고 말했다. 김하경 기자 whatsup@donga.com}
서울시가 노후 하수관로 정비에 추가경정 예산을 투입한다. 서울시는 올해 노후 하수관로 정비 사업에 추경 예산 436억 원을 포함해 총 5489억 원을 사용한다고 3일 밝혔다. 이는 지난해 사업비 3962억 원보다 1527억 원이 증가된 액수다. 늘어난 예산으로 31km의 노후 하수관로를 더 정비할 수 있게 됐다. 구체적으로는 △노후 관로와 물 통과 능력 부족 관로 정비 △하수박스 보수 보강 △사유지 내 공공하수도 이전 등에 사용된다. 하수관로가 노후화되면 하수관끼리 이어진 부분이 끊어지고 그 사이로 흙이 유입되면서 땅속에 빈 공간이 생긴다. 이런 공간이 많아지거나 커지면 도로 함몰로 이어질 수 있다. 또 2009년 이전에 설치된 하수관로는 직경이 좁아 물이 늦게 빠질 때가 많으며 침수, 악취 등이 발생하기도 한다. 서울시는 1만700여 개의 하수관로 중 55%가 설치 30년을 넘긴 노후 시설인 것으로 파악하고 있다. 서울시 관계자는 “과거 사유지에 매설한 하수도 때문에 불편을 호소하는 민원이 있었다. 지난해부터 사유지에 묻힌 하수관로를 국공유지로 옮기려고 적극적으로 예산을 투입하고 있다”고 밝혔다.김하경 기자 whatsup@donga.com}
서울시가 여름 폭염에 대비해 아파트 경비실에 태양광 미니발전소를 무료로 설치한다. 서울시는 ‘공동주택 경비실 미니태양광 무상설치 사업’을 추진해 경비실 900곳에 300W급 태양광 모듈을 2장씩 총 1800장을 설치할 계획이라고 2일 밝혔다. 태양광 모듈은 빛을 전기로 바꾸는 장치다. 모듈 2장은 6평형 벽걸이 에어컨을 하루 4시간, 선풍기는 하루 종일 가동할 수 있는 전기를 생산한다. 무상 설치를 희망하는 아파트 단지는 관할 구청에 5일까지 신청하면 된다. 서울시는 신청한 아파트 단지를 현장 조사한 뒤 대상지를 선정해 10일부터 설치할 예정이다. 서울시 관계자는 “여름, 겨울과 달리 냉난방기를 가동하지 않을 때 생산한 전기는 아파트단지에 필요한 공용 전기로 활용할 수 있다. 에너지 절약에 효과가 있을 것”이라고 밝혔다. 서울시는 지난해부터 보급업체, 제조사와 함께 경비실 미니태양광 무상설치 사업을 시작했다. 2022년까지 경비실 4500곳에 태양광 미니발전소를 설치하는 게 목표다. 지난해에는 300가구 이하 소규모 아파트 단지 경비실 548곳에 태양광 모듈 1052장을 설치했다. 올해는 지원 규모를 지난해보다 1.5배가량 확대하고, 아파트 단지 규모도 제한을 두지 않았다. 김훤기 서울시 녹색에너지과장은 “이번 사업이 여름철 폭염에 전기요금을 걱정해서 냉방장치를 충분히 사용하지 못하는 경비원에게 실질적인 도움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김하경 기자 whatsup@donga.com}
올해 9월부터 비위를 저지른 서울대 교원에 대한 정직 징계 기간이 최대 1년까지 가능해진다. 1일 서울대 관계자에 따르면 지난달 27일 열린 대학 평의원회 본회의에서 ‘서울대 교원 징계 규정 제정안’이 통과됐다. 징계 규정 제정안이 7월 중 이사회 승인을 거쳐 공포되면 9월부터 시행에 들어갈 것으로 보인다. 이번에 새로 만들어진 서울대 교원징계규정에는 교원에 대한 정직 징계가 최대 1년까지 가능하도록 하는 내용이 담겼다. 그동안 자체 징계규정이 없었던 서울대는 사립학교법과 교육공무원징계령 등을 근거로 비위 교원을 징계해왔다. 이에 따라 정직의 경우 최대 3개월까지만 가능했다. 서울대의 교원징계규정은 성추행 혐의를 받는 교수에 대해 교내 인권센터가 사립학교법 등을 근거로 정직 3개월을 권고하는 수준에 그치자 이에 반발한 학생들의 요구로 만들어졌다. 그동안 성폭력 가해 교수에 대한 징계 수위가 낮아 피해 학생의 인권은 제대로 보호받지 못한다는 비판이 제기돼 왔다. 서울대는 자체 교원징계규정 마련으로 교원으로부터 성추행 등을 당한 피해자가 징계위원회에 요청할 경우 가해 교원에 대한 징계 심의 절차와 결과 등을 통보받을 수 있게 됐다. 이 밖에도 학생을 대상으로 신체·정신·정서적 폭력을 가해 징계 대상에 오른 교원은 징계 감경 대상에서 제외하기로 했다. 서울대 총학생회 관계자는 “이번 징계규정에 학생들의 요구가 적극적으로 반영됐다”며 “학생이 교원징계위원회에 직접 참여하는 방안은 사립학교법 개정 촉구 등 장기적인 차원에서 해결해 나갈 예정”이라고 밝혔다. 김하경 기자 whatsup@donga.com}

지난달 22일 서울의 한 대학병원 입원실. 기자가 병상에 기대어 앉아있는 20대 여성에게 “어떤 게 가장 힘드냐”고 물었을 때 이 여성은 말없이 자신의 휴대전화를 꺼내들었다. 그러곤 스마트폰 메모장을 열어 몇 글자를 입력한 뒤 기자에게 건넸다. ‘악기를 연주하지 못하는 것과 동생들이 걱정하는 거요.’ 이 여성은 올해 3월 두경부암 3기 진단을 받았다. 코에는 영양공급용 튜브가, 목에는 인공호흡 튜브를 연결되어 있어 말을 할 수 없다. 기자가 물으면 그는 필담으로 응답했다. 방사선 치료 과정에서 머리카락이 다 빠지는 등 힘겨운 투병을 하고 있었지만 스마트폰 버튼을 두드리는 그의 손가락에서는 에너지가 느껴졌다.● 보육원에서 키워온 음악 열정…서울대 음대 합격 결실 그의 이름은 최슬기(25·여). 서울대 기악과에서 트롬본을 전공했고 올해 2월 졸업했다. 암 진단을 받은 건 졸업 후 한 달 만이다. 오케스트라 취직을 준비하던 중이었다. 최 씨는 아동양육시설인 구세군 서울후생원 출신 첫 서울대생이다. 2014년 입학 당시 화제가 됐다. 그해 여성가족부는 ‘청소년의 달’을 맞아 어려운 환경을 극복한 최 씨에게 장관 표창을 해다. 최 씨는 8세 때 두 동생과 함께 후생원에 맡겨졌다. 부모를 대신해 두 동생을 돌봐야 한다는 책임감을 어려서부터 느꼈다. 최 씨를 오랜 시간 지켜봐온 김지현 후생원 부장은 “슬기는 큰 언니 같은 아이였다. 자신의 동생뿐만 아니라 이곳 아이들까지 잘 다독였다”라고 말했다. 최 씨와 초등학교 4학년 때 후생원 밴드에 들어가면서 트롬본과 인연을 맺었다. 트롬본 특유의 굵은 음색은 그에게 위안을 줬다. 최 씨는 “직접 트롬본을 불 때면 평소 느꼈던 어려움도 잠시 잊게 되고, 스트레스도 사라지는 기분이었다”라고 말했다. 최 씨는 중학교 3학년 때 ‘트롬본 연주자’가 되기로 결심했다. 하지만 가난한 형편 탓에 예고 진학은 꿈꿀 수 없었다. 차선책으로 관악합주반이 있는 신진자동차고교에 입학해 트롬본을 연주했다. 최 씨의 열정을 알아본 제이슨 크리미 서울시립교향악단 부수석은 최 씨가 대학에 입학할 때까지 주기적으로 트롬본을 가르치는 재능기부를 했다. 최 씨는 2014년 서울대 음대에 합격했다. 최 씨는 당시 기억을 떠올리며 “생활이 좀 더 나아질 거란 희망도 생기고 훌륭한 트롬본 연주자가 될 거란 자신감도 생겼다”라고 말했다. 그는 대학 진학 후 하루 6~7시간 트롬본을 불면서 아르바이트로 생계비를 마련했다.● 허망하게 찾아온 암 발병 통보 최 씨는 졸업을 한 달 앞둔 올해 1월 몸에 이상 징후를 느끼기 시작했다. 트롬본 연주를 하지 못할 정도로 입이 아팠다. 하지만 빨리 오케스트라에 취업해 트롬본 연주자로서 첫 발을 내딛어야 한다는 생각에 몰두했다. 병원에 가지 않는 사이 컨디션은 계속 악화됐다. 결국 3월 최 씨의 친구가 집에서 쓰러져 있는 최 씨를 발견해 응급실로 이송했다. 20대 중반, 키 173㎝ 건장한 체격의 여대생이 암 판정을 받으리라고는 누구도 예상하지 못했다. 하지만 최 씨의 상태는 곧 바로 중환자실에 입원할 정도로 심각했다. 최 씨는 “암 판정을 받았을 때 ‘왜 하필 나일까’ 하는 세상이 원망스러웠다”고 말했다. 투병생활은 고난의 연속이었다. 간병인을 구하는 것부터 애를 먹었다. ‘이렇게 키가 큰데 어떻게 부축하냐’며 간병인 두 명이 연달아 간병을 거절했다. 유일한 가족인 동생들은 직장에 다녀 최 씨를 돌볼 수 없었다. 암 판정을 받았을 때도 담담한 표정을 지었던 최 씨는 막막한 상황에 이 날 처음으로 눈물을 보였다고 한다. 다행히 간병인은 구했지만 튜브를 통해서 영양분을 공급받고, 늘 누워있을 수밖에 없는 상황이 최 씨를 불안하게 만들었다. 최 씨는 그동안 트롬본을 불 수 있도록 도움을 줬던 사람들, 최 씨의 병원비를 모금해준 교수와 선후배, 동기들을 떠올렸다. 그는 “도와준 사람들을 생각하니 ‘이대로 주저앉아서는 안 되겠다’는 생각이 들었다”고 말했다. 중환자실에서 나와 한 차례 방사선 치료를 받은 최 씨는 재활의지를 불태우고 있다. 요즘은 스스로 몸을 일으켜 걷는 연습이 한창이다. 일반병실로 온 지 한 달여 만에 45도정도 까지 몸을 일으킬 수 있게 됐다. 앉을 수 있게 되니 걸어야겠다는 의지도 생겼다. 투병 중 걷기 연습은 아기가 첫 걸음마를 떼는 것보다 더 힘들었다. 일어서면 어지러웠다. 기관지를 절개해 목을 통해 호흡을 하는 상황에서 걸을 때면 가래를 계속 뱉어내야 했다. 하지만 최 씨는 포기하지 않고 벽에 설치돼있는 손잡이를 잡으며 한 걸음씩 떼는 연습을 해나갔다. 병실 복도를 손잡이를 잡고 천천히 돌아다닐 수 있는 수준까지 도달했다. ● “다시 트럼본 불며 받았던 도움 베풀고 싶어” 최 씨의 몸 상태는 아직 불안정하다. 이달 초 컨디션이 나아지는 듯 하다 폐렴에 걸리면서 1차 퇴원이 미뤄졌다. 앞으로 네 번의 방사선치료와 항암주사 과정도 남아있다. 하지만 최 씨는 하루하루 의지를 다잡고 있다. 그는 “트롬본 연주자가 돼 무대에도 서고, 후학도 양성해 그동안 받았던 도움들 하나씩 베풀고 싶다”라 말했다. 인터뷰를 마치고 병원에서 나오며 최 씨가 스마트폰에 적어준 필담 내용을 다시 살펴봤다. 목소리를 듣지는 못했지만 한 줄 한 줄 이어지는 그의 글 속에 삶에 대한 강한 의지가 느껴졌다. ‘지금은 부모님이 보고 싶지 않아요. 섭섭함 때문이 아니라 잘된 모습을 보이고 싶었는데 아프게 돼 좋은 모습을 보여줄 수 없기 때문이에요. 병을 빨리 이겨내 트롬본도 불고, 동생들도 걱정 없이 살게 하고 싶어요.’ 김하경 기자 whatsup@donga.com}
여행 칼럼니스트 주영욱 씨(58)가 필리핀에서 총에 맞아 숨진 채 발견됐다. 경찰은 필리핀 현지에 조사팀을 보내 공조 수사에 나섰다. 21일 경찰청에 따르면 주 씨는 16일 오전 필리핀 안티폴로 지역의 한 길가에서 필리핀 현지 경찰에 발견됐다. 당시 주 씨는 손이 앞으로 묶인 채 이미 숨져 있었던 것으로 전해졌다. 경찰 관계자는 “시신에서 두 발의 총상이 발견됐고, 정확한 사망 시점은 아직 조사 중”이라고 밝혔다. 필리핀 경찰은 사건 현장에서 발견한 호텔 키를 통해 숨진 남성이 한인 밀집지역인 마카티의 한 호텔에 머물렀던 사실을 파악하고 주 씨의 신원을 확인했다. 마카티는 주 씨가 발견된 지점에서 서쪽으로 10km가량 떨어진 도시다. 경찰청은 18일 필리핀 경찰로부터 사건을 통보받고 19일 공동조사팀을 현지에 급파해 주 씨의 피살 전 행적을 추적하고 있다. 조사팀은 국제범죄 담당 형사와 감식반 요원, 프로파일러 등 3명으로 꾸려졌다. 주 씨는 여행상품을 개발하기 위해 14일 필리핀으로 출국했던 것으로 알려졌다. 주 씨는 여행·음식 칼럼니스트이자 마케팅 리서치 전문가로 2013년부터 테마 여행사인 베스트레블을 운영해 왔다. 2016년에는 맞춤형 여행 플랫폼 티비스켓을 창업했다. 주 씨는 한 언론사를 통해 ‘주영욱의 이야기가 있는 맛집’을 연재하는 등 활발한 활동을 해왔다. 2007년 상위 2% 지능지수를 지닌 이들의 모임인 ‘멘사’ 한국 회장을 지내기도 했다.김하경 whatsup@donga.com·이서현 기자}
손석희 JTBC 사장(63)과 맞고소전을 펼치고 있는 프리랜서 기자 김모 씨(49)가 손 사장을 상대로 손해배상 청구 소송을 제기했다. 김 씨는 변호인을 통해 “손 사장을 상대로 5000만 원의 배상을 청구하는 소송을 10일 서울서부지법에 냈다”고 18일 밝혔다. 올해 1월 손 사장에게 전치 3주의 폭행을 당했고 맞고소 과정에서 손 사장이 ‘김 씨가 JTBC 일자리와 금품을 요구했다’고 주장한 게 허위 사실이기 때문에 이에 따른 명예훼손 피해를 배상하라는 취지다. 김 씨 변호인단은 손 사장 주장이 허위라는 걸 밝히기 위해 애초 맞고소전의 발단이 된 ‘교통사고 뺑소니 의혹 사건’ 관련자를 이번 소송의 법정에 증인으로 세우겠다고 밝혔다. 손 사장이 2017년 4월 경기 과천의 한 공터에서 차량을 후진하다가 견인차를 들이받은 뒤 별다른 조치 없이 2km가량 이동한 사건을 두고 김 씨는 ‘당시 여성 동승자가 있었고 명백한 뺑소니’라고 주장하고 있다. 반면 손 사장은 ‘동승자는 없었고 견인차 기사와 합의했다’고 반박하고 있다.김하경 whatsup@donga.com·신아형 기자}
두 살배기 딸이 다니는 어린이집에서 아동학대가 의심된다는 어머니의 신고를 받은 구청이 어린이집에 현장 점검 계획을 미리 알려줘 논란이 일고 있다. 구청이 현장 점검 일정을 사전에 통보하고 사흘 후 찾아간 어린이집 측이 “폐쇄회로(CC)TV가 갑자기 고장 나 밖에 내놨더니 고물상이 주워갔다”고 주장하면서 결국 경찰이 수사에 나섰다. 구청이 사실상 증거 인멸을 방치한 것 아니냐는 비판이 제기되고 있다. 서울 관악구의 한 어린이집에 두 살배기 딸을 보낸다는 어머니 A 씨는 7일 청와대 국민청원 게시판에 ‘올 4월부터 아이 몸에 잇따라 멍 자국이 발견됐다’며 날짜별 피해 내용과 증거 사진을 올렸다. A 씨는 그 이유를 따질 때마다 어린이집 측이 ‘왜 그런지 모르겠다’ ‘놀이기구에 부딪힌 것 같다’는 식으로 대응했다고 주장했다. A 씨는 지난달 23일 딸을 어린이집에서 퇴소시킨 직후 관악구청에 아동 학대 의심 신고를 하고 CCTV 확인을 요청했다. 구청 측은 신고를 접수한 다음 날 어린이집에 ‘곧 현장 점검을 나가겠다’고 알리고 사흘 후 찾아갔지만 어린이집은 “얼마 전 CCTV가 고장 나 버렸다”고 말했다. 구청은 어린이집이 CCTV 영상 보관 의무를 어겼다며 과태료 75만 원을 부과하는 데 그쳤다. 구청 측은 9일 본보에 “원래 해당 지역에 정기점검을 나갈 예정이었는데 마침 민원이 들어와 앞당겨 나간 것”이라며 “정기 점검은 법에 따라 사전에 통보해야 한다”고 해명했다. A 씨는 지난달 29일 경찰에도 관련 사실을 신고했다. 어린이집 측은 경찰에 “A 씨 딸이 퇴소한 날 CCTV에서 스파크가 튀어 하드디스크까지 통째로 밖에 내놨는데 고물상이 주워갔다”고 주장했다. 경찰은 조만간 어린이집 관계자를 소환 조사할 계획이다. 김하경 기자 whatsup@donga.com}

늦은 밤 주택가 골목을 걷는 여성의 뒤로 한 남성이 접근한다. 이 남성은 뒤에서 여성의 목을 팔로 휘감은 채 더 어두운 곳으로 끌고 가려 한다. 남성의 급습을 받은 이 여성은 어떤 동작을 해야 할까. ①등 뒤 남성에게서 벗어나기 위해 몸을 앞쪽으로 빼내려고 한다. ②등 뒤에 있는 남성을 향해 몸을 돌리면서 허리를 숙여 빠져나오려고 한다. 얼핏 생각하기엔 ①번 동작이 맞을 것 같지만 효과적인 방법은 ②번이다. 지난해 책 ‘미친놈들에게 당하지 않고 살아남는 법’을 쓴 저자이자 13년 경력의 여성피해범죄 전담 형사인 이회림(필명·여) 경사가 조언한 내용이다. ②번은 이 경사가 추천한 ‘상대방 균형 깨기’ 방법이다. 이른바 ‘신림동 강간미수 사건’ 등을 계기로 최근 여성들이 실제 범죄 피해를 당할 위기에 놓였을 때 대처 요령에 대한 관심이 높아지고 있다. 본보 여기자가 이 경사를 만나 효과적인 대처 방법에 대해 직접 들어봤다.○ 남성에게 붙잡힌 상태라면 ‘주저앉기’ 유용 신림동 강간미수 사건 피의자는 지하철역에서부터 피해 여성의 뒤를 밟아 집까지 몰래 따라가며 범행을 시도하려 했다. 수상한 남성이 갑자기 자신을 붙잡아 끌고 가려고 하는 등 위험한 상황에 놓이면 간단한 호신술을 해볼 수 있다. 범인에게 잡힌 채 두 다리로 서 있는 상태라면 ‘주저앉기’ 방법이 유용할 수 있다. 최대한 빨리 다리를 쪼그리고 바닥에 앉겠다는 생각으로 아래 방향으로 힘껏 앉는 동작이다. 배낭을 멘 채로 뒤에서 어깨를 붙잡힌 경우 주저앉으면서 배낭을 벗으면 빠져나가기 쉽다. 범인에게 한쪽 손목을 붙잡혔다면 우선 잡힌 팔의 손을 펼쳐야 한다. 손바닥을 편 채로 손목을 뒤로 젖히면 범인의 엄지와 검지 사이의 간격이 조금 벌어진다. 그 틈으로 손목을 빼낸다고 생각하고 허리를 돌리며 상체 전체가 움직이도록 하면 빠져나올 수 있다. 이 경사는 ‘상대방 균형 깨기’ 방법도 추천한다. 상대가 자신에게 가해 오는 힘과 맞서기보다는 상대방과 밀착하듯 몸을 붙인 뒤 그 힘의 방향대로 몸을 빙글빙글 돌리면 상대의 균형이 흐트러지고 그 틈에 빠져나오는 식이다. 실제로 키 170cm, 몸무게 77kg의 남성이 기자를 뒤에서 잡고 끌고 가려고 할 때 이 방법을 시도하자 남성이 균형을 잃고 기자를 놓쳤다. 기자가 앞쪽으로 달아나려 했을 때는 남성이 점점 더 강하게 팔에 힘을 줘 빠져나가기 힘들었다. 이 경사는 “호신 동작은 상대의 허점을 이용해 위험 상황을 벗어나는 것”이라며 “상대가 위험 행동을 하려는 찰나에 깨물기, 낭심 차기 등을 하는 것도 도움이 된다”라고 말했다. ○ ‘나도 만만치 않은 상대’라는 신호 줘야 이 경사는 누군가가 뒤에서 따라오는 듯한 느낌이 들면 과감하게 뒤를 돌아보라고 조언했다. 이 경사는 “따라오는 사람의 눈을 똑바로 쳐다보는 행동은 상대방에게 ‘나도 만만치 않다’는 의미를 전하게 된다”라고 말했다. 뒤돌아봤을 때 실제 뒤따라오는 사람이 있다면 먼저 앞질러 지나갈 수 있도록 걸음을 조금 늦추면서 뒤따라온 사람의 반응을 살펴볼 필요도 있다. 혼자 택시를 탄 경우 차량 번호를 가족이나 친구에게 문자메시지로 보내는 습관을 들이면 좋다. 또 승차 직후 지인에게 전화를 걸어 택시를 탄 출발지와 목적지를 알리면 택시 운전사에게 “지인들이 나의 위치를 알고 있다”는 메시지를 주는 효과가 있다. 이 경사는 “가급적 조수석보다 뒷좌석에 타는 것이 좋다”고 조언했다. 지하철 안에 있는 성추행범을 경찰에 신고할 때도 요령이 필요하다. 전화로 신고하기가 곤란한 상황이라면 문자로 112신고를 하고 노선번호, 현재 통과하는 역 이름, 범죄자의 옷차림을 비롯한 외모 특징 등을 구체적으로 알리는 게 좋다. 김하경 기자 whatsup@donga.com}
한 여성학자가 경찰서장급인 총경 승진자와 정부부처 고위 관리들에게 성인지 감수성에 대한 강의를 하던 중 모욕을 당했다고 주장해 논란이 일고 있다. 이 여성학자는 남성 수강자들이 교육에 태만했다며 문재인 정부의 성평등 정책을 정면 부정하는 거라고도 했다. 여성학을 전공한 권수현 박사(51)는 3일 페이스북에 ‘지난달 29일 경찰대에서 실시한 치안정책 과정의 성평등 교육에서 분탕질이 있었다’고 주장했다. 이 교육은 총경 승진자 55명과 위탁교육을 받으러 온 정부부처 고위 관리 13명 등 모두 68명이 수강했다. 이 중 67명이 남성이었다. 권 박사는 강의 중 조별토론을 하려 하자 일부 수강자가 “피곤한데 귀찮게 토론시키지 말고 그냥 강의하고 일찍 끝내라”고 소리쳤다고 주장했다. 조별토론이 시작되자 “귀찮게 이런 거 왜 하냐”는 불평과 함께 “커피나 마시러 가자”며 15명 이상이 자리를 떴다고도 했다. 권 박사가 “2017년 현재 여성 경찰 비율이 11.1%”라며 자료화면을 띄우자 국민건강보험공단 기관장 승진자가 “우리 조직은 여성 비율이 50%다. 내가 왜 이런 얘기를 듣고 있어야 하냐”며 불만을 토로했다고 적었다. 권 박사는 “50대 여자 박사인 강사가 전달하려는 지식의 권위를 깎아내리고 성평등이라는 주제 자체를 조롱했다”며 “남성들만으로 이뤄진 조직이 왜 그렇게 무능한지 적나라하게 드러낸 사건”이라고 적었다. 하지만 당시 현장 수강자들의 말은 달랐다. 권 박사가 강의 전 강의실을 옮기는 과정에서부터 갈등이 불거졌다는 것이다. 당시 오전에 다른 강사가 강당에서 성평등을 주제로 강의했고 오후에 같은 장소에서 권 박사 강의가 예정돼 있었는데, 권 박사가 강의실을 분임토론이 가능한 교실 형태로 바꾸라고 고압적으로 요구했다는 것이다. 이때부터 감정이 틀어진 일부 수강자가 강의 때 공격적인 질문을 했고 권 박사가 불쾌해하면서 갈등이 고조됐다고 한다. 강의를 들은 A 씨는 “수강자들이 ‘귀찮은데 빨리 끝내라’고 막말을 한 게 아니라 ‘토론과 발표 방식보다는 사례 위주로 강의를 해 달라’고 요청한 것”이라며 “권 박사가 50대 이상의 수강자들을 ‘계몽해야 할 대상’으로 여겨 고압적으로 대한 게 문제”라고 했다. 민갑룡 경찰청장은 3일 “강연하신 분이 경찰 상황에 맞춰 문제를 설명해 다른 부처에서 오신 분들은 자기 상황에 안 맞을 수도 있었다”며 “강연을 하신 분 입장에서 보면 불쾌하고 무례한 수강자들이 있었던 것 같아 주의 조치했고 정확한 사실관계를 파악 중”이라고 말했다.조동주 djc@donga.com·김하경 기자}
이른바 ‘신림동 강간미수 사건’ 피의자로 구속된 조모 씨(30)가 범행 당시 ‘문을 열라’면서 피해 여성을 10분 이상 협박했던 것으로 드러났다. 지난달 28일 사건 직후 온라인에 유포됐던 폐쇄회로(CC)TV에는 귀가하는 여성을 뒤쫓아 온 조 씨가 1분여 동안 여성이 거주하는 원룸 문손잡이를 돌리고 문 앞을 서성이는 모습만 공개됐었다. 서울 관악경찰서는 조 씨가 지난달 31일 성폭력범죄의 처벌 등에 관한 특례법 위반(주거침입 강간미수) 혐의로 구속된 배경에는 강간죄의 구성 요건인 협박 행위가 있었기 때문이라고 2일 밝혔다. 경찰에 따르면 조 씨는 피해 여성의 원룸 앞에서 10분 이상 문을 두드리고 초인종을 누르며 인터폰을 통해 ‘문을 열라’고 협박한 혐의를 받고 있다. 조 씨는 문손잡이를 돌리고 도어록 번호키를 누르며 문을 열지 않으면 강제로 들어갈 것처럼 행동했다. 일각에서는 조 씨가 피해자와 직접적인 신체 접촉이 없었는데 경찰이 강간미수 혐의를 적용한 것은 여론을 의식한 과잉 대응이라는 비판이 제기됐다. 하지만 경찰은 범행 당시 조 씨의 행동을 볼 때 주거 침입을 넘어 성폭행 의사까지 있었다고 판단해 강간미수 혐의를 적용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신종열 서울중앙지법 영장전담 부장판사는 지난달 31일 “행위의 위험성이 큰 사안이며 도주 우려 등 구속 사유가 인정된다”며 조 씨에 대한 구속영장을 발부했다.김하경 기자 whatsup@donga.com}
헝가리 부다페스트 다뉴브강에서 유람선 침몰사고가 발생한 30일 이번 패키지 여행을 주관한 여행사 ‘참좋은여행’ 측은 피해 관광객들의 가족 39명이 현지로 출국할 수 있도록 항공편을 마련했다. 가족들은 31일 오전 1시 15분 항공편을 시작으로 4개 항공편을 통해 부다페스트로 향한다. 미국에 체류 중인 가족 한 명은 31일 별도 항공편을 통해 헝가리로 출국한다. 헝가리로 가는 첫 항공편에는 3대 일가족이 모두 실종된 김모 씨(38)의 남동생 등 10명이 탑승했다. 항공편별로 여행사 직원 2명이 동행한다. 참좋은여행 측은 “비즈니스 좌석 10개가 확보돼 우선적으로 10명이 먼저 출국하게 됐다”고 밝혔다. 참좋은여행 측 임직원들도 사고 피해자 지원을 위해 헝가리로 급히 출국했다. 김우상 부사장 등 임직원 14명은 30일 오후 1시 부다페스트로 출국했다. 이들은 곧바로 사고현장을 찾아 현지 경찰과 함께 정확한 사고 경위 등을 파악할 계획이다. 호주 출장 중이었던 이상호 대표도 현장에 합류한다. 여행사 측은 “이 대표 등 임직원 28명이 숙소 마련, 통역 지원, 이동수단 제공 등 피해자 가족들을 도울 예정”이라고 밝혔다. 김재희 jetti@donga.com·김하경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