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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아복과 아동복 브랜드 전문 기업인 한세드림은 올해 1000억 원이 넘는 매출을 올릴 것으로 보인다. 한세드림에 따르면 상반기 매출이 이미 490억 원을 넘어, 올 예상 목표치 1100억 원을 무난히 달성할 것으로 예상된다는 것이다. 2014년 468억 원, 2015년 742억 원에 이은 고속 성장이다. 한세드림은 유아복 ‘모이몰른’, 아동복 ‘컬리수’, 유·아동 글로벌 스포츠 브랜드 편집매장 ‘플레이키즈 프로’(사진)를 운영하고 있다. 한세드림의 폭발적 성장세에는 2014년 7월 한국과 중국에서 동시 론칭한 ‘모이몰른’이 견인차 역할을 했다. 독특한 북유럽 감성을 콘셉트로 내세운 모이믈론은 첫해 62개의 매장에서 40억 원, 이듬해인 2015년에는 162개 매장에서 355억 원의 매출을 달성했다. 최근 매장별 월 평균 판매액이 3000만 원을 넘어서며 ‘출산 및 유아복’ 업계의 최상위권으로 우뚝 섰다. 현재 매장은 8월 기준 185개이며 연말까지 220개로 늘 것으로 보인다. 차별화된 디자인과 기능성 소재, 뛰어난 가성비 등이 성장에 큰 몫을 했다. 연매출 예상액은 전년 대비 65% 증가한 580억 원. 아동복 브랜드 ‘컬리수’는 2015년 7월 15년 만에 브랜드 콘셉트를 프렌치 시크 스타일로 바꿨다. 성인복에서나 볼 수 있었던 프렌치 스타일을 아동복에 적용하고, 매장 인테리어도 틸 블루(Teal Blue·희미한 회색 기가 있는 청색)를 메인 컬러로 지정해 깔끔하고 현대적인 프랑스풍으로 단장했다. 이후 매장 월평균 매출이 30% 이상 올랐다. 특히 컬리수 공식 서포터즈 ‘컬리수엔느’로 온라인에서 시즌별 홍보를 강화하고, 고객들을 초청해 프랑스 식사 에티켓 클래스를 열었다. 1년에 2차례씩 전국 최대 규모의 유치원 축구대회를 개최하고 있다. 컬리수는 현재 205개 매장을 운영하고 있으며 올해 매출 목표는 450억 원이다. 지난해 가을 문을 연 2015년 어린이 스포츠 멀티 스토어 ‘플레이키즈 프로’는 나이키 키즈(YA), 조던 키즈, 컨버스 키즈, 헐리 키즈 등을 단독 직수입해 한자리에서 만날 수 있도록 했다. 가격도 해외 직구 수준. 컨버스 키즈의 경우 4∼15세를 위한 옷 가방 모자 신발 액세서리를 구비한 단독 매장을 선보였다. 연내 플레이키즈 프로 30개점, 컨버스 키즈 단독매장 20개점 등 50개 매장에서 100억 원의 매출을 달성할 계획이다. 한세드림은 국내 시장에만 머물지 않고 중국으로 영역을 확대하고 있다. 2010년 9월 중국 진출 후 현재 100여 개의 매장을 운영 중이다. 컬리수와 모이몰른은 바링허우(80년대 출생) 세대 주부 고객들의 눈높이와 트렌드에 맞춰 고객을 만족시켰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연내 두 브랜드를 합쳐 120개 매장에서 200억 원의 매출을 기대하고 있다. 중국 온라인 쇼핑 사업도 활발해지고 있다. 컬리수는 티몰, VIP닷컴 등 온라인 쇼핑몰에 전년 대비 1.5배 늘어난 물량을 공급하고 있으며, 모이몰른은 티몰에 연말에 진출할 예정이다. 서정보 기자 suhchoi@donga.com}

흑 ○로 바둑은 격류를 탔다. 흑은 여기서 바둑을 끝내 버리겠다는 의지를 내비친 것. 대비가 없던 백으로선 당황스러운 일이지만 백이 꼭 불리하다고만은 할 수 없다. 이런 복잡한 싸움에선 예상 밖의 변수가 나오기 때문. 형세가 좋지 않은 백으로선 마다할 이유가 없다. 백 98, 100은 흑의 약점을 노리는 수. 그러나 여기서 참고 1도 1, 3처럼 당장 약점을 파고들면 긴 수순을 거쳐 패가 나는데 흑 16으로 따낼 때 백의 팻감이 없다. 그래서 일단 백 102로 숨 고르기를 하고 흑 103의 보강은 정해진 수순. 백 104는 전형적인 수 늘리기 수법. 그런데 검토실에선 참고 2도 백 1, 3이 제시됐다. 둔탁해 보이는 느낌이 있지만 백 11까지 흑이 곤란해 보인다. 흑 12가 있어 흑은 위험에서 벗어날 수 있지만 백도 우변에서 사는 형태를 만들 수 있다. 검토실은 참고 2도가 유력했다며 자꾸 백 104를 아쉬워했다. 실전 진행이 어떻게 됐기에 그럴까. 해설=김승준 9단·글=서정보 기자}

흑 91은 20집 가까운 크기의 역끝내기. 이런 곳은 백의 수중에 들어와야 정상인데 흑의 차지가 된 것 자체가 지금의 형세를 대변한다. 이제 그나마 빈자리가 있는 곳은 하변. 불리한 백으로선 하변 흑 진에 깊숙이 침투하고 싶다. 다만 그 전에 백 92로 가볍게 삭감 겸 응수 타진을 하려고 했다. 그러나 박정환 9단은 백 92에 담긴 상대의 심리를 그냥 용인하지 않는다. 유리하기 때문에 물러서 받아도 아무 상관이 없는데도 흑 93으로 끈끈하게 붙여 백의 가벼웠던 마음을 무겁게 만든다. 상대가 보인 아주 미세한 틈을 그냥 놓치지 않는 촉각이 박 9단에겐 매우 발달해 있다. 모든 일류 기사가 그랬다. 대충 넘어가는 법이 없다. 승부 세계에서 마음씨 좋은 호인(好人)은 통하지 않는다. 백은 이제 와서 손을 빼거나 95의 자리로 후퇴할 수는 없는 일. 내친김에 94로 들어간다. 흑 95 때 백 96 대신 참고도처럼 두면 백 2점은 살아갈 수 있다. 하지만 흑 8까지 백만 공중에 붕 뜬 격. 가볍게 두려고 했던 백의 의도와는 완전히 다르다. 그래서 백 96으로 강하게 젖혔고 흑도 강하게 끊어 갔다. 뜻하지 않게 우변에서 수상전이 벌어질 조짐이 보인다. 해설=김승준 9단·글=서정보 기자}
“승려라 함은 세상만사를 헌신짝같이 던져 버리고 수도(修道)로써 그 목적을 삼을 뿐이오… 선(禪)의 길은 우리가 살아야 할 길이다.” 근대 한국 불교의 대표적 선승인 금오 스님(1896∼1968)을 다룬 평전 ‘금까마귀 계수나무 위를 날고’(불교신문사)가 최근 출간됐다. 2014년부터 2년간 불교신문에 연재된 내용을 새로 묶었다. 1911년 16세에 금강산에서 출가한 금오 스님은 경허-만공-보월 스님으로 이어지는 덕숭문중의 선맥을 이었다. 그는 오로지 ‘선’이 출가자의 본분이라며 승가를 수행공동체로 만들려고 했다. 그가 1950년대 대처승(부인이 있는 승려)을 상대로 불교 정화 운동을 펼친 것도 비구승들이 참선에 전념할 수 있도록 사찰 18곳을 허용해 달라는 그의 요구를 당시 주류인 대처승들이 무시한 뒤부터였다. 책은 스님의 생애를 비롯해 불교 정화 운동 관련 이야기, 선사상, 수행관 등을 담았다. 서정보 기자 suhchoi@donga.com}
온라인으로 쉽게 바둑을 배울 수 있는 ‘나는야 바둑왕’이 최근 출시됐다. 김찬우 6단이 개발한 ‘나는야…’는 바둑을 모르는 사람이 꼭 알아야 하는 규칙과 기본적인 원리를 10분 이내의 강의 20개에 담았다. 바둑 퍼즐, 대결하기, 정석 포석 퀴즈, 단원별 문제 풀기 등도 즐길 수 있다. 바둑 퍼즐은 19줄 바둑판 대신 5줄 바둑판부터 시작해 인공지능과 따내기 승부를 겨루는 방식으로 진행된다. 서정보 기자 suhchoi@donga.com}

전보 마지막 수인 흑 ●는 둔탁한 행마처럼 보이지만 교묘히 백의 약점을 건드리고 있다. 백은 기세상 참고 1도 백 1로 쭉 뻗어 공격하고 싶은 마음이 굴뚝같다. 하지만 흑 2, 4가 놓이면 백은 대책이 없다. 조한승 9단은 고심 끝에 백 78로 상변에서 흑의 응수를 묻는다. 그 나름의 숨겨진 가시가 있는 수. 흑이 순순히 참고 2도 흑 1로 받으면 백 4로 한 점 따내는 수가 선수로 듣는다. 그러면 애초 원했던 대로 백 6으로 뻗는 수를 둘 수 있다. 이건 좌변 흑이 심하게 공격당할 모습이다. 그러나 백의 ‘변화구’ 역시 박정환 9단의 계산에 들어 있었다. 박 9단은 백 78을 무시하고 흑 79로 먼저 젖혀 좌변 흑을 사실상 수습했고, 이어 81로 상변도 깔끔하게 정리했다. 백 88까지 좌상 공방이 일단락됐는데 좌상 백은 여전히 100% 살지 못한 반면 흑은 걱정할 곳이 없다. 이 대목에서 흑이 실리와 두터움에서 앞서기 시작했을 뿐 아니라 귀중한 선수도 갖게 돼 확실히 유리해졌다. 해설=김승준 9단·글=서정보 기자}

3월 열린 이세돌 9단과 구글의 인공지능 바둑 프로그램 알파고의 대결을 알파고의 시각에서 분석한 해설이 공개됐다. 알파고 개발 회사인 딥마인드는 13일 자사 홈페이지()에 한국어, 영어, 중국어로 된 ‘딥마인드 챌린지 매치’ 1∼5국 해설을 올렸다. 이번 해설은 알파고의 첫 프로 상대였던 판후이 2단을 비롯해 세계대회 우승자인 구리 9단과 저우루이양 9단이 알파고의 시각을 평가하는 형태로 진행됐다. 해설은 주로 알파고가 대국의 진행에 따라 승률을 몇 %로 보고 있었는지, 이 9단의 실수는 무엇이었는지를 전하고 있다. 특히 이 9단의 실수에 대해 알파고가 내놓은 대안을 참고도로 제시했다. 예를 들어 1국에서 알파고는 이 9단이 둔 흑 ●이 문제여서 자신(백)이 유리해졌다고 분석한다. 인간끼리의 바둑이라면 흑 ●이 당연한 ‘호구’처럼 느껴지지만 알파고는 백의 반격을 자초한 수여서 좋지 않았고 ‘가’가 올바른 곳이라고 분석했다. 이 9단이 승리한 4국에서 신의 한 수로 불린 백 78은 어떻게 보고 있었을까. 백 78 이전까지 알파고는 승률 70%를 내다보고 있었다. 그러나 백 78이 놓인 뒤 알파고가 갑자기 길을 잃어버렸다는 것. 이윽고 10여 수 뒤인 백 92의 시점에선 승률이 55%로 뚝 떨어졌고, 더 폭주하기 시작해 그나마 수습이 가능한 시점도 놓쳐 버리고 말았다고 분석했다. 판 2단은 “알파고가 정신을 잃은 이유는 아직도 알 수 없다”며 “유일하게 확실한 것은 백 78이 근본 원인이었다는 것뿐”이라고 해설했다. 서정보 기자 suhchoi@donga.com}

흑 ○로 지키면 이젠 흑 A로 막는 수가 두텁다. 그래서 백 66은 필수인데, 흑 67은 손 빼도 되지만 워낙 두터운 수여서 한 수의 가치가 충분하다. 지금 국면에서 백은 하변 흑 진으로 뛰어들어야 한다. 이곳을 다 집으로 내주면 집 부족증에 걸리기 때문. 하지만 섣불리 들어가면 흑에 역공당하기 십상이다. 그래서 백 68로 좌변 흑을 공격하면서 하변 침투의 기회를 노리는 것이 고수다운 발상이다. 이때 흑이 참고 1도처럼 1을 선수하고 3으로 백 한 점을 잡으면 좌변은 거의 완생이다. 하지만 백 2로 흑 한 점을 때려 낸 효과로 백 6의 치중수가 성립한다. 흑 75로 후퇴한 것이 냉정한 수. 기분 같아선 참고 2도 흑 1로 쭉 뻗고 싶지만 백 6까지 흑 4점이 공중에 붕 뜨게 된다. 이 4점이 죽진 않겠지만 살아가는 동안 하변 흑 진이 크게 깨질 가능성이 크다. 그런데 흑 77로 부딪친 수는 무슨 의미일까. 보통 이렇게 두는 건 백이 두터워져서 좋지 않다는 건데…. 해설=김승준 9단·글=서정보 기자}

전보 마지막 수인 흑 ●는 박정환 9단이 왜 랭킹 1위인지를 보여준다. 흑 ●는 세 가지 의미를 담고 있다. 첫째는 우상 백 두 점에 대한 압박이다. 둘째는 우변에서 백 A로 끊기는 약점을 보강한다. 어떻게? 축머리다. 셋째는 둔탁한 좌상 백말을 엮으려는 사전 공작이다. 상대는 이런 수를 당하면 마치 질식할 것 같은 답답함을 느낀다. 마땅한 응수가 두절돼 미로를 헤매는 것 같은 느낌. 일단 막힐 순 없으니 56으로 밀어보는데 57의 단순한 한 칸 뜀에 우상 백이 금세 휘청거린다. 백 58은 흑을 차단하며 백말을 수습해 보겠다는 뜻인데 흑 59, 61이 끈끈한 수. 백에게 쉽게 퇴로를 열어주지 않겠다는 것이다. 흑 돌은 거의 연결됐고 백은 확실한 두 눈을 확보하지 못했다. 그렇다고 이 백 대마를 살리자고 소중한 선수를 넘겨줄 수는 없는 일. 조한승 9단은 백 62로 응급 처방을 한 뒤 64로 우상 백의 근거를 챙겼다. 백 64로는 참고도 백 1, 3으로 우변을 삭감하는 승부수를 띄울 수도 있다. 하지만 유연한 기풍인 조 9단은 참고도를 꺼린 듯하다. 백 말이 쫓기는 데다 흑이 ‘가’를 차지하면 이득이 없다고 본 것. 흑은 여유롭게 65로 보강한다.해설=김승준 9단·글=서정보 기자}
‘태산명동서일필’(泰山鳴動鼠一匹)이란 말이 있다. 처음엔 태산을 흔들 정도로 요란했으나 결국 쥐 한 마리가 나타났다는 건데 시작만 번지르르하고 결과가 시원찮을 때 쓴다. 이처럼 네발 달린 짐승을 셀 때 보통 필(匹)을 쓴다. 말도 한 필, 두 필처럼 ‘필’로 센다. 일본도 모든 네발 달린 동물을 필로 세는데 유독 토끼만 새 등 조류에 쓰는 와(羽)를 붙여 센다. 그 이유는 뭘까. 저자는 일본에서 청소년기를 지내고 대학은 한국에서 나온 재일교포. 아이 둘을 낳은 뒤 한국으로 영주 귀국해 현재 백석예술대 외국인학부에서 학생을 가르치고 있다. 저서와 번역서를 합쳐 60권을 넘게 냈지만 저자 스스로 일본의 문화와 풍습에 대해 책을 낸 것은 처음이다. 그는 토끼를 왜 새처럼 세는지, 각자내기(더치페이) 문화는 어떤지, 골든위크(4월말부터 5월초까지 연휴 기간) 이후 앓는 5월병이 뭔지 등등 일본에 어렸을 때부터 살지 않았으면 알 수 없는 52편의 흥미로운 이야기들로 독자들을 이끈다. 주로 저자의 체험을 녹여냈기 때문에 어렵지 않고 편하게 읽을 수 있다. ‘불편한 이웃’인 두 나라의 융합과 화해를 말한다는 출판사의 거창한 서평은 제쳐두고 싶다. 그저 저자의 손을 잡고 따라가 술술 책장을 넘기다보면 일본과 일본인의 속살이 어렴풋이 눈에 들어온다. 저자가 서문에 쓴 대로 ‘관광버스를 타고 도쿄타워에 간 적은 없지만 요코하마의 후미진 소바 집에서 아르바이트를 해본 내가 할 수 있는 이야기가 분명 있다’는 것은 확실하다. 토끼를 왜 새처럼 세는지는 책에서 확인해보시길…. 서정보 기자 suhchoi@donga.com}

“올림픽에서 금메달 따면 이세돌 9단에게 바둑 한 판 가르쳐 달라고 하고 싶었는데, 정말 아쉬워요.” 그는 리우 올림픽 준비로 한창 바빴던 3월 과도한 훈련 때문에 몸살에 걸려 링거를 맞을 정도로 몸져누웠다. 아픈 그에게 벗이 됐던 건 바로 이 9단과 알파고의 대결이었다. “4국을 생방송으로 봤는데 3패를 당한 상황에서 ‘신의 한 수’로 이기다니 믿기지 않았어요. 얼마나 기분이 좋던지 몸이 확 낫는 느낌이었죠. 제가 금메달 따면 이 9단 덕분이겠다는 생각이 들 정도였어요.” 탁구계의 소문난 바둑 마니아인 정영식 선수(24)를 최근 경기 안양시 호계다목적체육관에서 만났다. 국내 랭킹 1위이자 세계 12위인 그는 리우 올림픽 탁구 개인전 16강전에서 세계 1위 마룽을 상대로 1, 2세트를 따낸 뒤 5, 6세트에서도 듀스 접전을 벌였지만 아깝게 패했다. “아직도 너무 아쉬워요. 마룽 선수는 중국 선수 중에서도 압도적 기량을 갖고 있어 지난해 한 번도 지지 않았어요. 마룽에게 이기는 게 알파고를 이기는 것만큼 쉽지 않아요.” 초등학교 때 아버지로부터 바둑을 배운 그는 탁구 훈련 때문에 바둑 공부를 제대로 하지 못해 인터넷 바둑 사이트에서 초급 정도 실력이다. 하지만 바둑에 대한 관심과 열정은 프로급이다. 그는 리우 올림픽에서 휴대전화에 바둑 애플리케이션을 깔아놓고 틈틈이 사활을 풀거나 바둑을 뒀다. “올해 카타르 오픈에서도 제가 선수단 버스에서 바둑 앱을 보곤 했어요. 그 모습을 옆자리에 앉은 세계 2위 판전둥 선수가 사진 찍은 뒤 ‘정영식이 이세돌 9단을 이긴 알파고에 복수하기 위해 바둑 공부한다’는 농담과 함께 인스타그램에 올린 적도 있어요.” 아마추어 탁구 동호인들이 자신과 한 게임하는 걸 영광으로 알듯이 그도 이 9단과 한 판 두면 영광이겠다며 쑥스럽게 웃었다. 그는 이세돌 9단의 팬이지만 ‘구풍(球風)’은 이창호 9단과 비슷하다. “조훈현 9단이 쓴 ‘조훈현, 고수의 생각법’을 김택수 감독(미래에셋대우)이 주셔서 탐독했는데 책에 나오는 이창호 9단의 어릴 적 모습이 저랑 비슷한 대목이 많았어요. 예를 들어 저도 어릴 적 번뜩이는 재능보다는 침착하고 끈질긴 탁구를 했고, 그래서 바둑의 반집승처럼 7세트에서 4-3 승리가 많았어요.” 이창호 9단처럼 처음 대결하는 상대에게 약해 국제대회에서 자주 지는 바람에 ‘국내용’이란 별명이 붙었다. 재능이 없어 발전성 없는 탁구를 한다는 수모를 당하기도 했지만 이를 극복해낸 점도 비슷하다. 그는 프로 기사들처럼 경기 내용을 꾸준히 복기해 왔다. “그날 경기를 돌아보며 승인과 패인 등을 노트에 적었어요. 그게 대학노트에 6권 분량이 되고요, 요즘은 휴대전화에 메모하는데 400건 정도 됩니다.” 그는 다른 운동 종목과 달리 탁구가 육체적 능력보다 ‘머리싸움’이 더 중요하다는 점에서 바둑과 많이 닮았다고 했다. “2.7g의 탁구공에 걸 수 있는 회전, 강약, 길고 짧음 등이 엄청나게 다양해 상대와의 머리싸움이 승부에 절대적 영향을 미쳐요. 그래서 45분∼1시간 걸리는 탁구 경기에서 한순간도 집중하지 않으면 안 돼요. 제 실력이 부족해 정확히 알 수 없지만 바둑도 그렇다고 들었어요.” 그는 리우 올림픽에서의 활약 덕에 올해 중국 탁구 슈퍼리그에 처음으로 초청받았다. 막강한 중국 선수들이 많아 다른 나라 선수들은 참가하기가 하늘에 별따기처럼 어렵다. “바둑에서 중국이 최근 한국을 많이 따라왔다면서요. 거꾸로 탁구는 중국을 많이 따라잡겠습니다. 그 선봉에 제가 서려고요.” 서정보 기자 suhchoi@donga.com}

좌상귀에 험악한 분위기가 감돈다. 백으로선 46, 48이 성립하는 게 다행이다. 교묘하게 축이 성립한다. 백은 아무 탈 없이 안정했고 흑은 47, 49로 실리를 챙겨 서로 불만 없이 타협. 백 46 때 참고 1도 흑 1로 두는 강수는 없을까. 그럴듯해 보이지만 백 2부터 시작되는 백의 현란한 반격에 12까지 흑이 녹다운되고 만다. 흑 5 대신 9로 밀어 수상전을 꾀해도 백 ‘가’로 흑이 진다. 이제 한숨 돌리고 백 50, 흑 51로 다시 포석이 재개됐다. 그런데 백 52가 찬물을 확 끼얹는다. 평소 감각이 좋은 조한승 9단답지 않은 수였다. 여기서 참고 2도 백 1의 감각이 왜 안 떠오른 것일까. 참고 2도는 백이 신나서 펄펄 날아다니는 듯한데 실전은 잔뜩 웅크려 있는 것 같다. 흑 53을 두자 백은 A로 나오는 수를 막기 위해 54와 같이 둔탁한 수를 다시 둘 수밖에 없다. 이때 떨어진 흑 55가 숨 막힐 것 같은 초일류의 수였다. 해설=김승준 9단·글=서정보 기자}

우하 공방이 끝난 지금 다음 흑의 한 수가 매우 어렵다. 바둑판은 넓고 두고 싶은 곳은 많다. 어디가 100% 정답인지는 누구도 장담할 수 없다. 프로들은 머릿속에 수많은 그림을 그렸다가 허물면서 가장 그럴듯한 그림을 찾아낸다. 박정환 9단의 선택은 좌상 귀를 날 일 자로 씌우는 흑 37. 이곳을 차지해 놓고 우상의 38의 곳, 좌변의 39의 곳을 맞보기로 하자는 전략이다. 실전 백 38, 흑 39는 서로 자신의 안위부터 돌보는 무난한 진행. 백은 40으로 좌하에서 일단 흑을 눌러 놓고 42로 좌상에서 정석 수순을 진행하자고 한다. 그러나 흑은 백의 의도대로 따라 줄 생각이 전혀 없다. 흑은 43으로 젖히는 강수를 들고 나온다. 이것도 물론 정석인데 복잡해서 프로들도 잘 선택하지 않는다. 멀리 흑 39가 응원군 노릇을 톡톡히 하고 있는 걸 보면 이미 39를 둘 때부터 생각해 놓은 것 같다. 이어 45까지는 당연한 수순인데 이때가 어렵다. 참고도를 보자. 보통 정석이라면 백 1, 3으로 젖혀 잇는 것. 백 11까지는 가장 간명한 정석인데 흑 39가 천금같은 자리에 있어 백 석 점이 무사하기 힘들다. 그렇다면 백은 완전히 다른 길로 가야 하는데 어떤 길이 있을까. 해설=김승준 9단·글=서정보 기자}

흑 25, 27 순으로 단수하는 것이 올바르다. 순서를 바꾸면 전보에서 봤듯이 흑이 큰 낭패를 당한다. 바둑은 수순이다. 똑같은 수도 수순에 따라 묘수와 악수를 오간다. 이 바둑에서도 앞으로 수순에 관한 이야기가 필요한 장면이 여러 번 나온다. 백 30으로 둔 뒤에는 흑 한 점을 잡아야 하는데 그전에 백 32로 끊어 응수를 물어본 것이 당시 한창 연구하던 수. 흑은 단수 당한 한 점을 죽일 수 없으니까 실전처럼 33, 35로 나가야 한다. 이때 백이 더 이상 건드리지 않고 36으로 흑 한 점을 잡아 두는 것이 32부터 이어지는 수순의 묘미. 아마추어들은 참고도 백 1처럼 한 번 더 단수치고 싶어 손이 근질근질할 것이다. 그러나 기분만 좋을 뿐 실속은 거의 없는 수다. 실전처럼 더 손대지 않고 내버려둬야 뒷맛이 계속 풍부하게 남는다. 그런데 백이 손을 뺄 때 흑이 1의 곳에 막으면 중앙이 봉쇄되는 건 아닐까. 하지만 ‘가’로 끊는 수 등 흑의 약점이 많아 중앙 봉쇄는 성립하지 않는다. 따라서 이곳은 흑백 모두 지금 손댈 필요가 없다. 이렇게 우하 공방이 일단락되고 이젠 새로운 영토를 개척해야 할 시기. 흑은 어디에 눈을 돌렸을까. 해설=김승준 9단·글=서정보 기자}

백 ○는 지금은 누구나 당연한 듯 쓰고 있지만 10여 년 전에 등장한 이 수의 정착 과정을 살펴보면 수없이 많은 실전과 연구의 역사가 들어 있다. 백 ○ 이후의 변화도 복잡다기한데 이젠 몇 가지 정설이 확립돼 있다. 두 기사는 그 변화를 이미 알고 있다. 관건은 어떤 정설이 지금 국면에서 가장 적합한지, 혹시 다른 길은 없는지 판단하는 것이다. 흑 19부터 23까지는 필연적 수순. 백 ○를 포함한 2점이 싱겁게 잡힌 것 같아 백의 실패처럼 보이지만 백 A로 끊는 수가 있다. 지금 당장 결행하면 참고 1도와 같다. 흑은 귀에 20여 집이 넘는 실리를 확보하고 백은 우변과 중앙에 두툼한 세력을 갖게 된다. 그런데 지금은 우상에 마늘모 행마한 흑 두 점이 단단하게 버티고 있어 백 세력이 큰 위력을 발휘하기 힘들다. 그래서 백은 24로 끊어가는 변화를 시도한다. 이때 참고 2도 흑 1, 3의 순서로 단수하는 건 백 8까지 딱 걸려든다. 그렇다면 흑의 응수는? 해설=김승준 9단·글=서정보 기자}

국수위를 3연패한 조한승 9단이 58기 도전기에선 국내 랭킹 1위 박정환 9단의 도전을 받았다. 이세돌 최철한 9단을 물리치고 3연패에 성공한 터라 58기까지 방어하면 조 9단은 ‘국수전의 터줏대감’라고 불릴 만했다. 1, 2국을 진 조 9단은 3국에서 극적인 반집 승리로 역전의 발판을 마련했다. 이번 4국마저 이긴다면 예측할 수 없는 승부가 된다. 백 4에 박 9단은 흑 5로 걸친다. 단조로운 모양 바둑을 두지 않겠다는 것. 아무래도 모양 바둑은 조 9단이 잘 짠다. 백 10까지는 마치 흉내바둑 모양. 조 9단은 흑 11 이후 흉내바둑을 그만둔다. 흑 13은 당시 참고 1도 흑 1이 더 많이 두어졌다. 백 10까지는 당시 유행하던 정석 중 하나. 흑 13을 젖히고 흑 15로 두는 것이 발 빠른 행마. 백 16으론 참고 2도 백 1로 두는 것도 정석이나 지금처럼 축이 불리할 때는 쓸 수가 없다. 흑 14까지 축이 성립하지 않아 백의 낭패. 해설=김승준 9단·글=서정보 기자}

경남 합천군 정원테마파크에서 열린 도전 1국은 국수 박정환 9단의 완승이었다. 서울 한국기원에서 열린 도전 2국이 분수령이었다. 180수 이상 우세를 견지하던 조한승 9단은 막판 고비를 넘지 못하고 반집 역전패를 당했다. 조 9단에겐 아쉬운 한판이었다. 막판에 몰린 조 9단은 3국에서 삼연성의 이색 포석으로 시작해 의욕을 불살랐다. 하지만 백이 좌상에서 기선을 제압하면서 흑 말 일부를 잡아 일찌감치 유리해졌다. 우하에서 백의 방향 착오로 흑의 공격이 거셌지만 백의 수습 솜씨가 명불허전이었다. 참고도를 보자. 하변 대마가 공격당하는 상황. 그냥 백 ‘가’로 잡으면 안전하지만 후수. 백 1로 끼운 게 절묘했다. 실리로 손해 보지 않기 위해 흑 2로 두자 백이 하변에 한 집을 내는 수가 생겼다. 이어 백 3이 연타석 홈런. 나중에 백 ‘나’와 흑 ‘다’를 교환하면 선수 한 집이 난다. 이렇게 두 집을 확보해 ‘가’를 둘 필요가 없어진 백은 반상 최대의 자리인 7을 둬 확실히 우세를 굳혔다. 박 9단은 3-0 스트레이트로 2연패를 달성했다. 141=15, 151=114, 173·179=153, 186·182=170, 181=76. 200수 끝 백 불계승.해설=김승준 9단·글=서정보 기자}

“너무 편안한 삶을 추구하면 조금만 불편해져도 행복감을 잃게 됩니다. 조금 어렵고 불편하게 산다고 해서 불행하진 않아요. 편안한 삶을 포기하면 도리어 마음의 평안과 인생의 의미를 누릴 가능성이 높아집니다.” 대학 때 학과 사무실에서 머리를 맞대고 바둑을 두던 동기생에게 ‘요즘 젊은이에게 들려주고 싶은 이야기’를 요청하는 게 좀 어색하긴 했다. 하지만 그는 개신교계의 베스트셀러 저자답게 농축된 신앙과 인생의 이야기를 오랜 친구에게 차분하게 들려줬다. 서울대 동양사학과를 나와 하버드대에서 박사학위를 받은 이용규 선교사(49)는 교수의 길을 걷는 대신에 몽골 선교사를 자원해 국제대학교 운영을 돕는 등 7년간 사역을 했다. 이때 경험을 살려 쓴 ‘내려놓음’과 ‘더 내려놓음’ 등이 100만 권 가까이 팔렸다. ‘나를 중심에 놓지 않는 삶’은 개신교 신자는 물론이고 비신자에게도 울림을 줬다는 평가를 받는다. 그는 지금은 인도네시아에서 국제대학교와 초중고교를 세우는 일에 헌신하고 있고 이를 바탕으로 최근 책 ‘기대’(규장)를 내놓았다. “이번 책은 ‘내려놓음’을 깨달았으면 삶 속에서 구체적으로 어떻게 실현해야 하는지를 원하는 독자들에게 한 사례를 보여주려고 했습니다. 일종의 심화편이라고나 할까요. 좋은 의사는 단번에 병을 고치려 하지 않고 단계적으로 치료하는 것처럼 말입니다.” 그는 인도네시아에 가기 전 췌장 수술로 두 달 반 동안 한국에 꼼짝없이 머물게 되면서 인도네시아 사역에 대한 불안감에 휩싸였다고 한다. “내 모든 기도가 막힌 것 같고 계속 좌절을 경험하는 절망 속에서 새롭게 소망을 갖게 됐습니다. 하나님과의 관계를 한 번 올바르게 인식했다고 해서 끝이 아니고, 두려움과 불안을 이겨내고 계속 새로운 관계로 들어가야 합니다.” 이 선교사는 최근 한국 교회에서 젊은층 신자가 크게 감소한 것이 안타깝다고 했다. 그는 “사회의 수준이 높아지면서 ‘말한 대로 살지 않는 리더’들에 대한 실망이 커지고 있다”며 “사람들이 가장 단순한 정직함에 목말라 있는 것에 대한 리더의 각성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하버드대까지 나온 것이 아깝지 않으냐는 지극히 세속적인 질문에 그는 웃으며 말했다. “지위에 얽매여 살면 더 나은 지위를 얻기 위해 애쓰다가 열매 맺지 못하는 삶을 살기 쉬워요. 그래서 높은 지위에 올라가도 공허합니다. 요즘도 남들이 부러워하는 의사, 교수, 연예인, 재벌가 사람들로부터 ‘힘들다, 도와 달라, 기도해 달라’는 요청을 많이 받아요. 그만큼 힘든 거지요.” 신자뿐 아니라 비신자도 마찬가지라는 게 그의 진단이다. “경제개발 시대의 가치관에서 벗어나 성공과 행복에 대한 새로운 가치관을 세웠으면 합니다. 물질적 풍요가 아니라 주위와 올바른 관계를 맺고 일의 본연의 가치를 좇는 삶이 될 때 불편해도 행복할 수 있게 됩니다.” 이 선교사가 온 힘을 쏟고 있는 인도네시아 대학 설립은 올 12월에 5층 건물 완공으로 일단락된다. 향후 20년간 8∼10개의 건물을 더 지을 예정이다. 29일 한국에서 후원의 밤도 열 생각이다. “내가 잘해내야 한다는 것에 욕심이 들어가면서 엄청난 스트레스를 받기도 했는데 이제는 내 업적을 이루겠다는 생각을 버리고 자유함을 누립니다. 그 대신 하나님을 기대하고 기다리며 안정과 평안 가운데 즐기고 있어요. 물론 내가 할 일은 다 하면서요. 그게 믿음인 것 같습니다.”서정보 기자 suhchoi@donga.com}

백이 상변 패를 해소하자 이제 흑이 패의 대가를 얼마나 찾을 수 있을지가 관심거리다. 흑 85의 선수에 이어 89로 단수한 것이 그 대가라고 할 수 있다. 열댓 집은 날 것으로 보였던 좌하 중앙 백 집이 0에 가깝게 변했지만 이 정도로는 턱없이 부족하다. 앞서 말한 대로 흑은 이 패를 이용해 뒤집기 한판 쇼를 벌어야 했는데 그냥 소소한 이득을 보는 데 그쳤다. 반면 백은 패를 이기면서 부수적 이득을 봤을 뿐 아니라 백 92의 기분 좋은 수까지 선수로 둘 수 있게 됐다. 패로 인한 손해는 모기에 물린 정도의 아픔이랄까. 흑 93으론 참고도 흑 1로 두는 것이 더 좋아 보인다. 그러나 백 2, 4로 흑 집을 없앤 뒤 선수를 잡아 백 11로 우상귀를 지키면 실전보다 흑이 손해. 백 100을 본 조한승 9단은 돌을 거뒀다. 더 둔다면 우상 귀로 파고드는 것인데 역전은 불가하다. 승부를 걸 만한 곳도 없다. 지금은 백이 덤을 받지 않아도 비슷한 형세. 조 9단은 아쉬움이 가득 남은 표정이었다. 지난해 박정환 9단에게 타이틀을 빼앗긴 뒤 이번 기에 이세돌 9단을 꺾는 등 천신만고 끝에 도전자가 돼 리턴 매치를 벌였으나 무력하게 3-0으로 졌으니 말이다. 해설=김승준 9단·글=서정보 기자}
개신교 연합기구인 한국기독교총연합회(한기총)와 한국교회연합(한교연)이 본격적인 통합 논의에 나선다. 이영훈 한기총 대표회장과 조일래 한교연 대표회장은 31일 종로구 한국기독교연합회관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7명으로 구성된 ‘한국교회연합 추진위원회’를 중심으로 통합 작업을 진행해 11월 안에 마무리한다는 내용의 선언문을 발표했다. 선언문에 따르면 추진위원을 한교연 3명, 한기총 2명, 두 기관에 속하지 않은 대한예수교장로회 합동과 기독교대한감리회 각 1명으로 구성하고 10월 말까지 통합안을 만들기로 했다. 그러나 한교연 일부 관계자가 이날 시위를 벌이는 등 통합에 반대하는 목소리가 작지 않아 난항이 예상된다. 두 기관은 2011년 한기총 대표회장직을 둘러싼 금권선거 논란으로 이듬해 3월 한교연이 설립되면서 둘로 나뉘었으며 일부 교단의 이단 여부를 둘러싸고 갈등을 빚었다. 서정보 기자 suhchoi@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