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상훈

이상훈 기자

동아일보 정책사회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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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아일보 정책사회부장입니다. 다양한 목소리에 귀 기울이겠습니다.

sanghun@donga.com

취재분야

2025-11-06~2025-12-06
칼럼42%
일본23%
국제일반23%
미국/북미3%
경제일반3%
국제교류3%
인사일반3%
  • 尹-기시다 “징용 조속 해결” 공감… “소통 지속” 관계개선 속도

    윤석열 대통령과 기시다 후미오(岸田文雄) 일본 총리가 13일 오후 캄보디아 프놈펜에서 마주 앉아 강제징용 피해자 배상 문제가 조속히 해결돼야 한다고 뜻을 모았다. 9월 유엔 총회 기간에 가진 30분 약식 정상회담 이후 두 달 만에 첫 공식 정상회담을 한 두 정상은 정상 간 소통을 이어가자며 강제징용 문제 해결에 대한 기대감을 높였다. 이날 회담은 예정보다 20분 길게 50분간 진행됐다. 윤 대통령과 기시다 총리는 회담 전 이태원 핼러윈 참사 사망자에 대한 조의와 유족들에 대한 애도를 표명한 뒤 곧바로 북핵 대응을 논의했다. 이어 인도태평양 전략에 대한 공감대도 교환했다. 윤 대통령이 11일 발표한 ‘자유, 평화, 번영의 인도태평양 전략’을 설명하고, 기시다 총리도 내년 봄 일본의 새로운 인도태평양 계획을 발표할 예정이라고 밝히며 인도태평양 지역에 대한 연대 의지를 다졌다. 양국 간 강제징용 피해자 배상 문제도 긴밀히 논의됐다. 대통령실은 이날 회담 후 발표한 보도자료에서 “두 정상이 양국 간 현안과 관련해 외교 당국 간에 활발한 소통이 이뤄지고 있음을 평가하고, 조속한 해결을 위해 계속 협의해 나가자고 했다”고 간략히 밝혔다. 강제징용 문제를 ‘현안’이라고 에둘러 표현한 것이다. 기시다 총리도 회담 직후 도어스테핑(약식 기자회견)에서 “옛 한반도 출신 노동자(강제동원 피해자) 문제에 대해 뉴욕에서 저와 윤 대통령의 지시에 따라 외교 당국 간 협의가 가속화되고 있는 것을 감안해 현안을 조속히 해결하기로 재차 일치했다”고 말했다. 양국은 이번 회담에서 강제징용 문제 해법을 도출하진 못했지만 이견을 계속 좁히는 단계다. 외교 당국 간 협의를 통해 정부가 “긍정적인 흐름이 있다”고 여러 차례 이야기한 만큼 일본 측의 미묘한 변화도 감지된다. 일본은 회담 후 보도자료에서 대통령실과 달리 강제징용 문제 논의를 인도태평양 전략 논의보다 우선 언급해 중요성을 드러냈다. 회담 전 일본 언론들이 윤 대통령과 기시다 총리의 만남을 대대적으로 공개하며 ‘약 3년 만에 정상회담’이라고 분위기를 띄운 것도 주목할 만하다. 9월 정상회담 당시 일본 정부에서 의제를 정하지 않고 가볍게 만난 ‘간담’이라고 회담 자체의 격을 낮췄던 것과는 온도 차가 있다. 이 같은 배경에는 회담 의제의 변화도 관련이 있다. 9월에는 강제징용 피해자 배상 문제가 전면에 있었지만, 이번에는 북핵 대응이라는 안보협력 의제가 우선순위를 차지했기 때문이다. ‘한국의 책임하에 문제를 해결해야 한다’는 일본이었지만 북한의 탄도미사일 도발에 7차 핵실험 우려가 겹치면서 상황이 달라졌다. 한국과의 안보 협력 필요성을 주문하는 목소리가 높아지자 강제징용 문제 논의의 문턱도 낮아진 것이다. 대통령실 고위 관계자도 12일 브리핑에서 “한미일 안보 협력이 (한일 정상회담의) 일종의 추동 역할을 하지 않았나 생각한다”며 이러한 해석에 무게를 뒀다. 일본의 외교 소식통은 “북한의 미사일 발사가 이어지면서 동아시아 긴장감이 고조되는 상황에서 한국과의 연계는 필요하다”고 설명했다. 이날 두 정상은 한일 간 인적 교류가 빠르게 회복되고 있다고 환영했다. 아울러 정상 간 소통을 이어 나가자고 해 향후 한일 정상의 교차 방문 가능성도 제기된다.신나리 기자 journari@donga.com도쿄=이상훈 특파원 sanghun@donga.com프놈펜=장관석 기자 jks@donga.com}

    • 2022-11-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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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달러 대비 엔화 가치도 상승… 24년만에 최대폭

    달러 가치가 초강세를 보이는 킹 달러 현상으로 가파르게 하락하던 미국 달러 대비 일본 엔화 가치가 미국의 인플레이션이 둔화 조짐을 보이자 단숨에 상승세로 전환했다. 13일 니혼게이자이신문에 따르면 엔-달러 환율은 10, 11일 이틀간 7엔가량 떨어졌다. 환율 하락은 엔화 가치 상승을 뜻한다. 하락 폭과 하락률이 모두 1998년 10월 이후 24년 만에 가장 큰 수준이었다. 엔화 환율은 9일 미국 뉴욕 외환시장에서 달러당 146엔대 초반에서 거래되다가 11일 138.64엔까지 하락했다. 이틀 만에 엔화 가치가 5.5%가량 오른 것이다. 1998년 10월 하루 환율이 10엔가량 하락한 이후 가치 상승 폭이 가장 컸다. 최근 1주일간 엔화 환율 하락도 약 6%를 기록했다. 이는 2008년 10월 세계 금융위기를 촉발한 미 투자은행 리먼브러더스가 파산했을 때 이후 14년 만의 최대 수준이다. 외환시장에서는 미 중앙은행 연방준비제도(Fed·연준)가 금리 인상 폭을 조절할 것이라는 전망이 나오면서 분위기가 바뀌었다고 보고 있다. 엔화를 팔고 달러를 사들이던 투자자들이 방향을 바꿨다는 의미다. 투자자들이 달러를 대거 팔면서 올 초부터 이어지던 급속한 엔저 현상에 제동이 걸렸다는 분석이 나온다. 미국과 일본의 기준금리 격차는 32년 만의 기록적인 엔저의 주요인으로 꼽힌다. 지난주까지만 해도 엔-달러 환율은 지난해 말 대비 20% 이상 상승했다. 연간 기준으로는 변동 환율제를 채택한 1973년 이후 최대 폭으로 올랐었다. 10일 발표된 미국의 10월 소비자물가지수(CPI) 상승률은 9월(8.2%)은 물론이고 시장 예상치(7.9%)보다 낮은 7.7%를 기록했다. 올해 내내 계속됐던 미국의 물가 상승세가 정점을 찍고 둔화하는 것 아니냐는 관측이 확산되고 있다.도쿄=이상훈 특파원 sanghun@donga.com}

    • 2022-11-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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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중앙군사위 총사령관’ 직함 추가한 시진핑

    지난달 3연임을 확정한 시진핑(習近平) 중국 국가주석이 군복을 입고 합동작전지휘센터를 방문해 “전군의 모든 에너지를 전쟁에 집중하라”고 명령했다. 앞으로 전쟁 대비에 집중하겠다는 뜻을 분명히 한 것으로 해석된다. 특히 관영매체들은 이 소식을 전하면서 평소와 달리 시 주석의 직함에 ‘중앙군사위원회 연합지휘 총사령관’을 추가했다. 8일 중국중앙(CC)TV는 이날 오후 시 주석이 합동작전지휘센터를 시찰한 소식을 전하면서 통상적으로 사용해 온 시 주석의 직함, 즉 중국공산당 총서기, 국가주석, 중앙군사위원회 주석 3개에다 ‘중앙군사위원회 연합지휘 총사령관’을 새롭게 추가했다. 시 주석은 이 자리에서 “전군의 모든 업무를 전쟁에 힘쓰고 승리 능력의 향상을 가속화하라”며 “국가 주권·안보·발전이익을 굳게 수호해 당과 인민이 부여한 각종 임무를 잘 완성하라”고 강조했다. 인민해방군 기관지인 제팡(解放)군보는 9일 시 주석 시찰의 의미에 대해 “필승 지휘 기구 건설을 통해 지휘 효율을 높여 반드시 승리해야 한다”고 분석했다. 쯔유(自由)시보 등 대만 언론들은 시 주석의 군 현장 시찰 상황에서 새 직함이 추가된 데 대해 그의 군 장악력이 강화되고 향후 대만과의 군사 대립이 심화할 것이라는 신호탄으로 해석했다. 이런 상황에서 일본 또한 중국과 영유권 분쟁 지역인 센카쿠 열도(중국명 댜오위다오) 주변에서 해상자위대와 해상보안청의 공동 훈련을 연내에 실시할 방침이라고 요미우리신문 등이 9일 보도했다. 각각 한국의 해군 및 해양경찰청에 해당하며 지휘 계통이 다른 두 기관이 센카쿠 열도 인근의 무력 침공 사태에 대비한 훈련을 하는 것은 처음이다. 중국의 군사적 움직임이 강화되는 데 따른 대응으로 분석된다. 베이징=김기용 특파원 kky@donga.com도쿄=이상훈 특파원 sanghun@donga.com}

    • 2022-11-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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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특파원칼럼/이상훈]기시다는 美에 中항공모함 핵심 기술을 물었다

    일본 해상자위대 창설 70주년 기념 국제 관함식이 열린 6일 기시다 후미오(岸田文雄) 일본 총리는 미국 핵추진 항공모함 로널드레이건함에 올랐다. 일본 총리가 미국 항모를 찾은 건 2015년 아베 신조(安倍晋三) 전 총리 이후 두 번째였다. 기시다 총리는 미국 측에 핵심을 깊이 파고드는 질문을 던졌다. 특히 중국 신형 항모 푸젠(福建)함이 전자기식 사출기(EMALS)를 채택했는데 제대로 운용 가능한지 물었다. 미국 측 관계자가 “승무원이 (운용) 기술이 없다”고 답하자 기시다 총리는 “역시 장비만으로는 안 된다”며 고개를 끄덕였다. 중국의 세 번째 항모 푸젠함은 해양 진출을 위한 해군 강화에 박차를 가하는 중국 군사력 발전의 상징이다. 아직은 기술이 부족하고 전투 능력을 갖추는 데 10년 정도 걸린다고 하지만 미국 항모를 견제하면서 제해권을 장악하려는 시도는 점점 현실이 되고 있다. 기시다 총리의 질문은 개인적 호기심이 아니다. 일본이 제2차 세계대전 패전 후 두 번째로 주최한 국제 관함식에 12개국 해군을 불러 놓고 미 항모에서 공개적으로 중국의 군사적 위협을 거론했다. ‘대만 유사(有事·큰일)는 일본 유사’라며 경계심을 높이는 일본이 방위력 증강 타깃을 명확히 내비친 것이다. 중국 위협을 대비하기 위한 일본 재무장은 착착 진행 중이다. 올 8월 기자가 방문한 일본 아마미오(奄美大)섬에는 자위대 미사일 운용 부대가 있다. 미사일이 어디를 향하고 있는지, 사정거리는 얼마인지 공개되지는 않았지만 대만에서 불과 1000km 떨어진 곳에 있는 미사일이 어디를 겨냥하는지는 복잡한 설명이 필요하지 않다. 일본은 현재 사거리 200km 이하인 지대함 유도탄을 1000km 이상으로 개량하려 한다. 음속 5배 이상 속도로 변칙 비행하는 극초음속 미사일 개발도 목전이다. 오키나와현 남서부 섬 지역에는 유사시 쓸 수 있는 이동식 항구를 도입한다. 올 연말 개정하는 국가안전보장전략을 비롯한 3대 안보 문서에 ‘적(敵) 기지 공격 능력 보유’를 명문화하면 일본 방위 정책은 근본적 대전환을 마무리하게 된다. 일본은 미국 호주 인도의 4개국 안보협의체 쿼드(Quad)를 주도하고 있다. 오커스(AUKUS) 참여국 호주와는 중국에 맞서는 신(新)안보선언을 채택하고 영국과는 차세대 전투기 개발에 나서는 등 입체적인 안보 협력을 구축하고 있다. 미국을 등에 업고 호주 대만과 유럽 주요국을 준(準)동맹국으로 끌어들여 명실상부 동아시아 주축으로 서겠다는 전략이다. 관함식을 놓고 국내 정치권은 ‘욱일기에 경례했다’ ‘자위대를 군으로 인정한 것이냐’ 같은 논쟁을 벌였다. 가해 역사를 제대로 반성하지 않는 일본은 유감이지만 이 같은 논쟁의 논리가 국제사회에서 설득력을 가질 수 있는지 회의적이란 것이 국제정치 현실이다. 출범 6개월을 보낸 윤석열 정부는 급변하는 동아시아 정세에 대응하는 외교안보 전략을 어떻게 세워야 하는지 자문(自問)해야 한다. 그동안 한미동맹 공고화와 한미일 안보협력 강화라는 선언적 비전을 내세웠다면 이제는 이를 바탕으로 생존전략 디테일을 어떻게 채울 수 있을지 고민해야 한다. 일본이 대만 문제를 공개적으로 우려하고 방위력 증강에 나서면서도 물밑에서는 꾸준히 중국과 접촉하며 갈등을 관리하는 모습은 우리가 정교한 생존전략을 마련하는 데 시사점을 준다. 나라 밖까지 들리는 소모적 정쟁으로 날을 지새우기에는 우리를 둘러싼 안보 환경이 엄중하다.이상훈 도쿄 특파원 sanghun@donga.com}

    • 2022-11-0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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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바이든, 이달 G20서 시진핑과 첫 대면회담 추진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이 8일(현지 시간) 중간선거가 끝난 뒤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과의 첫 대면 정상회담을 추진한다. 지난달 하순 끝난 20차 중국공산당 전국대표대회(당대회)에서 3연임을 확정하며 장기집권 체제에 들어선 시 주석과 바이든 대통령이 미중 정상 간 담판에서 어떤 결과를 내놓을지 주목된다. 11일부터 이집트와 아시아 국가들을 잇달아 순방하는 바이든 대통령은 시 주석과의 첫 대면 회담 일정을 조율하고 있다. 커린 잔피에어 백악관 대변인은 7일 브리핑에서 15, 16일 인도네시아에서 열리는 주요 20개국(G20) 정상회의에서 미중 간 정상회담이 이뤄질 가능성에 대해 “양쪽 모두 구체적인 일정 확정을 모색하고 있다”고 밝혔다. 지난해 1월 바이든 대통령 취임 후 미중 정상은 전화와 화상으로만 5번 회담했다. 앞서 시 주석이 7월 화상회담에서 낸시 펠로시 미 하원의장의 대만 방문을 만류해 달라고 요구했지만 바이든 대통령이 거부한 뒤로 양국 관계는 더 험악해졌다. 미중 정상회담이 성사되면 미국의 대중(對中) 반도체 수출 통제와 대만 문제, 중국과 러시아 관계 등 갈등이 첨예한 의제들이 테이블에 오를 것으로 보인다. 바이든 대통령은 시 주석에게 러시아의 핵무기 사용 반대 입장 제시를 요구할 것으로 보인다. 북핵 문제에 대해서도 논의할 것으로 전망된다. 미 워싱턴포스트(WP)는 “미 당국자들은 두 강대국 간 마찰을 완화하기 위해 기후 위기 같은 양국 공통 의제를 찾고 있다”고 전했다. 홍콩 일간 사우스차이나모닝포스트(SCMP)는 “중국에서는 권위주의 체제가 강화됐고 미국에서도 (야당 공화당이 주장하는) 부정선거론이 득세하는 만큼 양국의 정치적 상황은 예전과 다르다”라며 미 중간선거 결과가 회담 성사 여부에 최종적인 영향을 미칠 것이라고 내다봤다. 교도통신을 비롯한 일본 언론은 기시다 후미오(岸田文雄) 일본 총리가 G20 정상회의나 18, 19일 태국에서 열리는 아시아태평양경제협력체(APEC) 정상회의에서 시 주석과의 정상회담을 검토하고 있다고 8일 보도했다. 성사되면 기시다 총리 취임 이후 처음이다. 홍정수 기자 hong@donga.com도쿄=이상훈 특파원 sanghun@donga.com}

    • 2022-11-0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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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바이든-시진핑 첫 대면회담 성사될까…백악관 “일정 확정 모색중”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이 8일(현지 시간) 중간선거가 끝난 뒤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과 첫 대면 정상회담을 추진한다. 지난달 하순 끝난 20차 중국공산당 전국대표대회(당대회)에서 3연임을 확정하며 장기집권 체제에 들어선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과 바이든 대통령이 미중 정상 간 담판에서 어떤 결과를 내놓을지 주목된다. 11일부터 이집트와 아시아 국가들을 잇달아 순방하는 조 바이든 미 대통령은 시 주석과의 첫 대면 회담 일정을 조율하고 있다. 커린 잔피에어 백악관 대변인은 7일 브리핑에서 15, 16일 인도네시아에서 열리는 주요 20개국(G20) 정상회의에서 미중 간 정상회담이 이뤄질 가능성에 대해 “양쪽 모두 구체적인 일정 확정을 모색하고 있다”고 밝혔다. 지난해 1월 바이든 대통령 취임 후 미중 정상은 전화와 화상으로만 5번 회담했다. 앞서 시 주석이 7월 화상회담에서 낸시 펠로시 미 하원의장의 대만 방문을 만류해 달라고 요구했지만 바이든 대통령이 거부한 뒤로 양국 관계는 더 험악해졌다. 미중 정상회담이 성사되면 미국의 대중(對中) 반도체 수출 통제와 대만 문제, 중국과 러시아 관계 등 갈등이 첨예한 의제들이 테이블에 오를 것으로 보인다. 반도체 등 첨단기술 수출규제와 대만 문제를 둘러싸고는 평행선을 달릴 가능성이 높다. 바이든 대통령은 시 주석에게 러시아의 핵무기 사용 반대 입장 제시를 요구할 것으로 보인다. 북핵 문제에 대해서도 논의할 것으로 전망된다. 미 워싱턴포스트(WP)는 “미 당국자들은 두 강대국 간 마찰을 완화하기 위해 기후 위기 같은 양국 공통 의제를 찾고 있다”고 전했다. 홍콩 일간 사우스차이나모닝포스트(SCMP)는 “중국에서는 권위주의 체제가 강화됐고 미국에서도 (야당 공화당이 주장하는) 부정선거론이 득세하는 만큼 양국의 정치적 상황은 예전과 다르다”라며 미 중간선거 결과가 회담 성사 여부에 최종적인 영향을 미칠 것이라고 내다봤다. 교도통신을 비롯한 일본 언론은 기시다 후미오(岸田文雄) 일본 총리가 G20 정상회의나 18, 19일 태국에서 열리는 아시아태평양경제협력체(APEC) 정상회의에서 시 주석과의 정상회담을 검토하고 있다고 8일 보도했다. 성사되면 기시다 총리 취임 이후 처음이다. 기시다 총리는 시 주석에게 대만에 대해 군사 위협 고조시키지 말라고 요구할 것으로 일본 언론은 보고 있다. 홍정수 기자 hong@donga.com도쿄=이상훈 특파원 sanghun@donga.com}

    • 2022-11-0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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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日 고물가에… 유통기한 넘긴 싼 식품 인기, 무료배급소 북적

    7일 일본 도쿄 오타(大田)구의 한 식료품 매장. 평범한 동네 슈퍼마켓처럼 보이는 이곳에 소비자가격의 절반도 안 되는 제품들이 쌓여 있었다. 일반 매장에선 150엔(약 1420원)인 녹차를 52엔(500원)에, 정어리 통조림은 반값 이하인 106엔에 팔았다. 이곳에서 파는 제품의 상당수는 유통기한을 넘긴 것들이다. 대부분 신선식품이 아닌 가공식품이어서 유통기한이 지나도 큰 문제가 없다고 보는 소비자가 많다. 사장 마쓰이 씨는 “다들 식비를 줄이겠다고 생각한다. 처음엔 꺼리던 손님들도 지금은 자주 찾아온다”고 말했다. 일본은 유통기한이 경과한 식품을 판매하는 것을 법적으로 금지하지 않고 있다. 선진국 중 물가가 가장 안정적이던 일본에서 식품, 생필품 가격이 들썩이면서 서민 생활이 갈수록 팍팍해지고 있다. 유통기한이 지난 제품을 파는 매장이 인기를 끄는가 하면 무료 음식을 나눠주는 배급소도 성황이다. ○ 식품 무료 배급소 연일 인파 매주 토요일마다 도쿄 신주쿠구 도쿄도청 앞에서는 한 시민단체가 생활이 어려운 사람에게 빵, 채소 등 식품 8종류를 담은 봉지를 나눠준다. 도쿄신문에 따르면 이곳에서는 2020년 4월만 해도 100명 안팎이 이 봉지를 받아 갔다. 그러나 지난달 29일에는 6배에 달하는 631명이 받아 갔다. 이곳에서 무료 배급이 실시된 뒤로 가장 많은 수치였다. 이곳에서 식품을 받아 간 한 남성은 “전기·가스비도 내는 게 어렵다. 올해는 특히 물가가 올라 여기 오지 않으면 살 수가 없다”고 말했다. 과거에는 노숙인, 생활보호대상자(한국의 기초생활수급자) 등이 주로 식료품을 타 갔다. 최근에는 대학생, 일반인들도 받아간다. 도쿄 이외 지역도 마찬가지다. 북동부 센다이시에서 빈곤층에 식량을 나눠주는 한 시민단체가 최근 시내 모든 대학에 안내문을 보낸 결과, 3개월간 이 단체에 들어온 식량 제공 요청의 절반이 학생들로부터 나왔다. 곤궁한 처지에 처한 사람들의 사연 또한 최근 부쩍 늘었다. NHK에 따르면 한 시민단체는 아이 생일에 무료로 케이크를 선물해주는 신청을 받고 있다. 1개월 만에 300건의 신청이 몰렸다. ‘작은아이 첫돌에 케이크 살 돈이 없어 식빵에 요구르트를 발라 준비했는데 큰아이가 울었다’ ‘케이크를 못 사 그림을 그려 축하해주는 내 신세가 서글프다’ 등의 생계형 사연이 속속 접수됐다. 6세 아이를 키우는 요코 씨는 “올해만 가스비가 3번 오르고 밀가루 값도 급등했다. 생계가 어려워 아이 생일 케이크를 포기했다가 응모했다”고 했다. ○ 경제난 여파로 기시다 내각 지지율 최저장기 경기 침체를 겪으면서 임금이 정체된 일본은 조금만 물가가 올라도 서민들의 고통이 크다. 후생노동성에 따르면 8월 실질임금은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1.7% 하락했다. 벌써 5개월 연속 감소세다. 명목 임금이 소폭 올라도 물가가 이보다 더 빠른 속도로 오른 여파로 풀이된다. 서민들의 경제적 어려움은 정국에도 상당한 영향을 미친다. 7일 발표된 요미우리신문의 여론조사에서 기시다 후미오(岸田文雄) 내각의 지지율은 36%에 그쳤다. 기시다 총리가 지난해 10월 취임한 후 요미우리 조사로는 가장 낮은 수치다. 최근 정부가 가구당 전기료를 20% 지원하는 종합 경제 대책을 발표했지만 지지율 하락세를 막기에는 역부족이었다. 대규모 경제 대책으로 지지율 하락에 제동이 걸릴 것이란 기시다 내각과 집권 자민당의 기대감이 컸지만 최저 수준의 지지율에 낙담하는 목소리가 크다고 요미우리는 지적했다. 도쿄=이상훈 특파원 sanghun@donga.com도쿄=김민지 특파원 mettymom@donga.com}

    • 2022-11-0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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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日 아소 “한일 정상회담 사전 준비” 자민당 간부회서 언급

    아소 다로(麻生太郞) 일본 집권 자민당 부총재(전 총리)는 7일 당 간부회의에 출석해 “한일 정상회담의 사전 준비를 맡았다”고 발표했다고 NHK 등 일본 언론들이 보도했다. 일본 언론에 따르면 모테기 도시미쓰(茂木敏充) 자민당 간사장은 간부회의 후 기자회견에서 “아소 전 총리가 ‘기시다 후미오(岸田文雄) 일본 총리와 윤석열 대통령의 회담이 적절한 타이밍에 실현될 수 있도록 사전 준비의 일환을 담당하게 됐다’고 말했다”고 전했다. 윤 대통령은 2일 방한한 아소 전 총리를 대통령실에서 접견했다. 아소 전 총리는 이날 간부회의에서 “윤 대통령과 1시간 반 동안 회담을 했는데 직접 만나 대화한 게 매우 뜻 깊고 의미 있다고 생각했다”고 말했다. 이어 “윤 대통령에게 한일 관계를 정상화하는 것이 안보 환경이 어려워지는 지역의 안정에도 매우 중요하다고 말했다”고 했다. 양국 정부는 이달 중 열리는 주요 다자 정상회의 기간 중 한일 정상회담을 개최하는 방안을 검토하고 있다. 윤 대통령과 기시다 총리는 9월 미국 뉴욕 유엔총회 기간 중 약식회담을 갖고 양국 현안을 논의한 바 있다.도쿄=이상훈 특파원 sanghun@donga.com}

    • 2022-11-0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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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한미 해군-日 해상자위대, 3자 대담…北 핵 위협 억제·대응 논의

    한미 해군과 일본 해상자위대가 7일 일본에서 3국 고위급 대담을 갖고 안보 협력 강화를 논의했다. 이종호 해군참모총장은 7일 오후 일본 요코하마에서 열린 서태평양 해군 심포지엄(WPNS)에 맞춰 사무엘 파파로 미국 태평양함대 사령관, 사카이 료(洒井良) 일본 해상막료장과 만나 3자 대담을 실시했다. 이번 대담은 3자 간 합의에 따라 마련됐다고 해군 측은 밝혔다. 한미일은 대담에서 최근 북한의 대륙간 탄도 미사일(ICBM) 발사 등 핵 미사일 위협을 효과적으로 억제 대응하기 위한 안보협력 강화를 논의했다. 또 기존에 실시한 대잠전 훈련 및 미사일 경보훈련 등 방어적 훈련을 지속적으로 시행하고 고위급 정책 협의 및 인적 교류 확대 시행 등에 대해서도 의견을 교환했다. 이 총장은 “최근 북한의 핵 미사일 위협이 날로 증가하는 엄중한 상황에서 한미일 3자 간 고위급 대표들이 한자리에 모인 것을 매우 의미 있게 생각한다”며 “앞으로도 북한의 핵미사일 위협에 대응하기 위한 3자 안보협력을 지속 강화함은 물론, 고위급 교류 등 다양한 분야에서 협력하는데 공감대를 형성했다”고 말했다.도쿄=이상훈 특파원 sanghun@donga.com}

    • 2022-11-0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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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美 ‘죽음의 백조’ 5년만에 한반도 출동… 北, SRBM 4발 쏴 맞불

    ‘죽음의 백조’로 불리는 미 공군의 B-1B 폭격기 2대가 5일 5년여 만에 한반도로 전개해 한미 연합훈련에 참가했다. 북한은 이날 단거리탄도미사일(SRBM) 4발을 연속 발사하며 맞받아쳤다. 2일 동해 북방한계선(NLL)을 넘어 탄도미사일을 날린 북한이 신형 대륙간탄도미사일(ICBM) ‘화성-17형’ 발사(3일)에 이어 ‘강 대 강’ 대치 기조를 이어간 것. 다종·다량의 핵고도화를 이미 달성한 만큼 미국의 확장 억제 전략에도 위축되지 않고 한미를 위협하겠단 의도로 풀이된다. 한미 정보당국이 미국 중간선거(8일) 이전에 북한의 7차 핵실험 가능성을 높게 보는 만큼 최고 수위 도발이 코앞으로 다가왔다는 관측도 나온다.○ ‘핵 자신감’ 北 5년 전과 확 달라진 대응5일 오전 괌 기지를 이륙한 B-1B 2대는 동중국해와 일본 오키나와를 거쳐 제주 인근 한국방공식별구역(KADIZ)에 진입했다. 이어 오후엔 서해로 북상해 한국 공군의 핵심인 F-35A스텔스기 등 한미 전투기 8대와 서해상과 내륙 일대에서 가상 폭격훈련을 진행한 뒤 한국 영공을 빠져나갔다. B-1B 2대는 이후 일본 규슈 인근에서 항공자위대 전투기와 함께 훈련을 했다. B-1B의 전개를 끝으로 지난달 31일 시작된 한미 연합 공중훈련인 ‘비질런트 스톰’이 종료됐다. B-1B가 한반도로 전개한 건 북-미 ‘강 대 강’ 대치가 고조된 2017년 12월 초 ‘비질런트 에이스’(연합 공중훈련) 이후 처음이다. 당시엔 이틀 연속으로 총 3대가 출동해 동·서해에서 한미 공중 자산과 연합훈련을 실시했다. 군 관계자는 “전개 방식과 훈련 시나리오는 이번과 거의 동일했다”고 말했다. 2017년 B-1B 전개 당시 북한은 맞불 도발을 하지 않았다.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 등 지휘부도 ‘잠행 모드’로 일관했다. 스텔스 기능을 갖춘 초음속 폭격기로 평양과 북한 전역의 핵·미사일 기지를 일거에 초토화할 수 있는 위력을 갖춘 B-1B를 당시 북한이 두려워했기 때문이란 분석이 나왔다. 그러나 이번엔 달랐다. B-1B가 서해로 진입하기 몇 시간 전 북한은 SRBM 4발을 서해상으로 쏘며 강공 도발로 맞섰다. 발사 지점(평북 동림)이 중국 단둥에서 20∼30km 떨어진 북-중 국경이란 점도 의미심장하다. 일각에선 B-1B 견제를 위해 북-중 간 사전 조율이 있었던 것 아니냐는 분석이 나온다. 최근 활발한 움직임이 포착되는 서해 동창리 발사장에서 동림은 불과 20여 km 거리다. 군 소식통은 “한미의 동창리 타격을 묵과하지 않겠다는 경고이자 유사시 북-중 국경에서 미사일을 쏴 미국의 개입을 주저하게 만들겠다는 의도”라고 봤다. 이번 SRBM의 비행거리(약 130km)를 고려하면 휴전선 인근에서 같은 거리만큼 떨어진 경기 오산의 항공우주작전본부(KAOC)를 겨냥했다는 분석도 나온다. KAOC는 비질런트 스톰을 총지휘했던 작전본부다. ○ 美 확장 억제 무력화로 핵군축 협상 문턱 넘기북한은 핵무력을 무기 삼아 7차 핵실험까지 직행할 공산이 크다. 이 경우 미국은 B-52, B-2 등 핵폭격기와 전략핵잠수함(SSBN) 등 핵심 확장 억제 전력을 대거 한반도로 전개해 맞설 것으로 보인다. 최근 북한의 집중 도발에는 긴장 고조를 넘어 더 교묘한 의도가 담겨 있다는 분석도 나온다. 미국의 어떤 확장 억제 수단도 북한 핵무력을 저지할 수 없음을 입증하려는 속셈이란 것. 정부 관계자는 “‘비핵화 무용론’을 확산시키고 핵보유국으로 인정받아 핵군축 협상의 문턱을 넘는 게 김 위원장의 최종 복안일 수 있다”고 강조했다. 윤상호 군사전문기자 ysh1005@donga.com도쿄=이상훈 특파원 sanghun@donga.com}

    • 2022-11-0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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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日관함식 간 韓해군, 자위대기 단 호위함에 경례

    한국 해군이 6일 일본 가나가와현 사가미(相模)만에서 열린 일본 해상자위대 창설 70주년 기념 국제 관함식에 참가했다. 한국 해군의 일본 관함식 참가는 2015년 이후 7년 만이다. 해군 군수지원함 소양함(1만1000t급)은 12개국 중 9번째로 등장했다. 소양함 장병들은 갑판에 서서 기시다 후미오(岸田文雄) 일본 총리가 승선한 일본 해상자위대 호위함 ‘이즈모(出雲)’를 향해 거수경례했다. 이즈모는 욱일기와 유사한 해상자위대기를 내걸고 있었다. 미국을 비롯한 참가국 해군 장병들도 이즈모를 향해 경례했다. 기시다 총리는 각국 군함을 사열하면서 왼쪽 가슴에 손을 올려 경례했다. 이번 관함식에는 한국 미국 프랑스 캐나다 호주 인도 등 12개국 함정 18척이 참가했다. 미국과 프랑스는 항공기 6대도 보냈다. 이날 오후 인도주의 차원의 수색 및 구조 훈련(SAREX)에도 참석한 소양함은 10일 귀항한다. 더불어민주당은 “일본 외무성도 자위함기를 범욱일기로 인정하고 있다”며 “윤석열 정부가 국민의 반대에도 기어코 우리 해군이 일본 욱일기에 거수경례하도록 만들었다”고 비판했다. 도쿄=이상훈 특파원 sanghun@donga.com}

    • 2022-11-0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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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신한금융 ‘신한 퓨처스랩 재팬’ 설립… 스타트업 日 진출 지원

    신한금융그룹은 일본에서 한국과 일본의 스타트업 발굴 및 육성을 지원하는 ‘신한 퓨처스랩 재팬’을 출범했다고 6일 밝혔다. 신한 퓨처스랩은 금융권 최초로 2015년 설립된 스타트업 육성 프로그램으로 미국, 베트남, 인도네시아 등에도 거점을 두고 스타트업 기업의 해외 진출을 돕고 있다. 현재 국내외 다양한 창업 기업에 650억 원을 투자하고 신한금융그룹과 교육, 멘토링, 파트너사 매칭 등 144건의 협력을 진행했다. 일본사무소를 설치하면서 출범한 신한 퓨처스랩 재팬은 한국 스타트업 기업의 일본 진출을 도우면서 양국 기업 간 기술 교류, 협력 확대 등에 나선다. 이를 위해 일본 주요 대기업, 공공기관, 벤처캐피털 등과 협력에 나설 예정이다. 연 1, 2회 유망 혁신 신생기업을 모집해 일본 진출을 지원하는 한편 일본 대기업과의 매칭을 위해 개방형 혁신 지원 프로그램도 마련한다. 퓨처스랩 투자 전용 펀드를 통해 유망 기업에 투자하고 신한 벤처투자, 캐피탈, 자산운용 등 그룹 내 주요 계열사 등을 활용한 후속 투자도 연계한다. 김명희 신한금융그룹 부사장은 “신한의 창업 뿌리인 일본에서 퓨처스랩의 첫발을 내딛게 돼 더욱 특별하다”라며 “수년간 국내에서 축적한 다양한 노하우을 바탕으로 일본과 한국의 벤처 생태계 연결과 확장에 힘을 더하겠다”라고 말했다. 신한금융그룹은 일본의 외국계 자본으로는 미국 시티은행에 이어 두 번째로 일본 금융청에서 정식으로 은행 면허를 얻어 2009년 9월 SBJ은행을 설립해 운영하고 있다. 도쿄=이상훈 특파원 sanghun@donga.com}

    • 2022-11-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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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韓 해군, 日 국제관함식 참가…소양함 장병, 갑판서 경례

    한국 해군이 6일 일본 가나가와현 사가미(相模)만에서 열린 해상자위대 창설 70주년 기념 국제관함식에 참여했다. 관함식은 군 통수권자가 함대와 장병을 사열하는 의식이며 국제관함식은 해군의 대표적인 군사 외교의 장으로 평가된다. 이날 관함식은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확산 방지를 위해 일반인 관객 없이 온라인으로 중계했다. 이날 오전 10시 20분부터 시작한 국제관함식에는 한국, 미국, 캐나다, 호주, 뉴질랜드, 인도, 파키스탄, 인도네시아, 태국, 말레이시아, 싱가포르, 브루나이 등 12개국 함정 18척이 참여했다. 미국과 프랑스는 항공기 6대를 보냈다. 한국 소양함은 이날 오전 11시 38분경 파키스탄 해군함에 이어 등장했다. 일본 해상자위대는 생중계 채널에서 “계속해서 한국 해군 소양함입니다. 2015년 이래 7년 만의 참가입니다”라고 안내했다. 짧은 나팔 소리가 울려 퍼진 뒤 “경례”라는 구호가 울리자 소양함에 탑승한 장병들이 경례하는 장면이 방송에 잡혔다. 기시다 후미오 일본 총리, 하마다 야스카즈 일본 방위상은 소양함을 향해 왼쪽 가슴에 손을 얹고 경례를 했다. 기시다 총리 등이 탄 해상자위대 호위함 ‘이즈모’에는 욱일기 형상의 해상자위대기가 걸려 있었다. 다만 한국 해군함이 등장한 생중계 도중 해상자위대기가 화면에 등장하지는 않았다. 교도통신은 이날 “자위대 항공기의 레이더 조사 문제 등으로 관계가 차가워진 한국 해군도 참가했다“라며 한국 해군에 관심을 드러냈다. 일본에서의 국제관함식 개최는 2002년 이후 이번이 두 번째다. 도쿄=이상훈 특파원 sanghun@donga.com}

    • 2022-11-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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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日정부, 이달 중순 동남아서 한일 정상회담 검토”

    일본 정부가 이달 중순 한일 정상회담 개최를 검토 중이라고 일본 아사히신문이 3일 보도했다. 성사된다면 공식 회담으로는 2019년 이후 약 3년 만이다. 아사히는 이날 복수의 일본 정부 관계자를 인용해 “이달 중순 예정된 국제회의에서 기시다 후미오(岸田文雄) 총리와 윤석열 대통령이 첫 정상회담을 하는 방안을 일본 정부가 검토하고 있다”고 보도했다. 그러면서 “양국 최대 현안인 징용공(강제동원 피해자) 문제는 아직 해결되지 않았지만 최근 북한 정세 등을 감안하면 한일 관계를 더욱 개선할 필요가 있다는 (일본 정부) 판단”이라고 설명했다. 윤 대통령과 기시다 총리는 10∼13일 캄보디아 프놈펜 동남아국가연합(ASEAN·아세안) 정상회의, 15∼16일 인도네시아 발리 주요 20개국(G20) 정상회의, 18∼19일 태국 방콕 아시아태평양경제협력체(APEC) 정상회의에 잇달아 함께 참석한다. 한국 정부는 신중한 반응을 보였다. 대통령실 관계자는 이날 “한일 정상회담과 관련해서는 아직 논의를 시작하지 않았다”고 말했다. 외교부 관계자도 “양국 정상의 일정을 고려해 외교당국 간 긴밀하게 조율해 나가고자 한다”라고 밝혔다. 도쿄=이상훈 특파원 sanghun@donga.com홍수영 기자 gaea@donga.com}

    • 2022-11-0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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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혼란의 日… “北 미사일 열도 통과” J얼러트 발령, 30분뒤 번복

    일본 정부는 3일 오전 북한이 탄도미사일을 발사하자 전국 순간 경보 시스템(J얼러트)을 중부 지역인 미야기현 야마가타현 니가타현 등 3개 현에 발령했다가 30분 만에 취소했다. 경보 발령 시간 동안 이날 휴일(문화의 날)이었던 일본에서 혼란이 벌어졌다. 일본 정부가 이날 오전 7시 50분 발령한 J얼러트는 지난달 4일 북한 미사일이 일본 열도를 통과했을 때 발령된 뒤 1개월 만이다. 하지만 30여 분 뒤 하마다 야스카즈 방위상은 “미사일이 열도를 실제로 통과하지 않은 것으로 판명됐다”고 밝히며 경보를 바로잡았다. 방위성은 북한이 발사한 미사일이 자국의 배타적경제수역(EEZ) 밖 동해에 떨어졌다고 발표했다. 경보 발령과 동시에 전국 지상파TV 정규 방송이 일제히 중단되고 도호쿠·조에쓰·호쿠리쿠 신칸센 일부 구간 운행이 멈춰 서는 등 혼란이 벌어졌다. 발령 지역에는 사이렌이 울렸고 “건물 안이나 지하로 대비하라”고 알렸다. 스마트폰으로도 긴급 메시지가 갔다. 마쓰노 히로카즈 관방장관은 J얼러트 취소에 대해 “경보는 국민에게 미사일 낙하 위험성을 신속히 알리기 위한 것으로 일본 상공 통과 가능성이 있으면 발령한다. 미사일 궤도를 보고 열도를 통과할 가능성이 있다고 봤다”며 문제가 없다는 인식을 밝혔다. 발사 직후 국가안보회의(NSC)를 개최한 기시다 후미오 총리는 기자들에게 “연일 계속되는 발사는 폭거로 절대 용납될 수 없다”고 말했다. 일본 정부는 주중 일본대사관 경로를 통해 북한에 “엄중히 항의했다”고 밝혔다. 일본은 2030년까지 음속의 5배 이상 속도로 비행하는 극초음속 미사일을 배치하는 방안을 검토한다고 니혼게이자이신문이 이날 보도했다. 북한과 중국을 겨냥한 것으로 풀이된다. 일본은 올해 말 개정하는 ‘국가 안보 전략’ 등 이른바 3대 안보 문서에 ‘적 기지 공격 능력(반격 능력)’ 보유를 명시해 극초음속 미사일에 대한 기술을 넣는 방안을 고려하고 있다. 도쿄=이상훈 특파원 sanghun@donga.com}

    • 2022-11-0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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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日, 北미사일에 ‘경보 시스템’ 발령… 사이렌 울리고 긴급 메시지 ‘대혼란’

    일본 정부는 3일 오전 북한이 탄도 미사일을 발사하자 전국 순간 경보 시스템(J얼러트)을 중부 지역인 미야기현 야마가타현 니가타현에 3개 현에 발령했다가 30분 만에 정정했다. 경보 발령 시간 동안 이날 휴일(문화의 날)이었던 일본에서 혼란이 벌어졌다. 일본 정부가 이날 오전 7시 50분 발령한 J얼러트는 지난달 4일 북한 미사일이 일본 열도를 통과했을 때 발령된 뒤 1개월 만이다. 하지만 30분 여 뒤 하마다 야스카즈 방위상은 “미사일이 열도를 실제로 통과하지 않은 것으로 판명됐다”고 밝히며 경보를 바로잡았다. 방위성은 북한이 발사한 미사일이 자국의 배타적경제수역(EEZ) 밖 동해에 떨어졌다고 발표했다. 경보 발령과 동시에 전국 지상파TV 정규 방송이 일제히 중단되고 도호쿠·조에쓰·호쿠리쿠 신칸센 일부 구간 운행이 멈춰서는 등 혼란이 벌어졌다. 발령 지역에는 사이렌이 울렸고 “건물 안이나 지하로 대비하라”고 알렸다. 스마트폰으로도 긴급 메시지가 갔다. 마쓰노 히로카즈 관방장관은 J얼러트 정정에 대해 “경보는 국민에게 미사일 낙하 위험성을 신속히 알리기 위한 것으로 일본 상공 통과 가능성이 있으면 발령한다. 미사일 궤도를 보고 열도를 통과할 가능성이 있다고 봤다”며 문제가 없다는 인식을 밝혔다. 발사 직후 국가안보회의(NSC)를 개최한 기시다 총리는 기자들에게 “연일 계속되는 발사는 폭거로 절대 용납될 수 없다”고 말했다. 일본 정부는 주중 일본대사관 경로를 통해 북한에 “엄중히 항의했다”고 밝혔다. 일본은 2030년까지 음속의 5배 이상 속도로 비행하는 극초음속 미사일을 배치하는 방안을 검토한다고 니혼게이자이신문이 이날 보도했다. 북한과 중국을 겨냥한 것으로 풀이된다. 일본은 올 연말 개정하는 ‘국가 안보 전략’ 등 이른바 3대 안보 문서에 ‘적 기지 공격 능력(반격 능력)’ 보유를 명시해 극초음속 미사일에 대한 기술을 넣는 방안을 고려하고 있다. 도쿄=이상훈 특파원 sanghun@donga.com}

    • 2022-11-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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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파도처럼 움직이는 군중, 전형적으로 위험” 日전문가가 본 ‘이태원 참사’

    “이태원 핼러윈 참사는 사전 준비가 제대로 안 된 게 가장 큰 원인이다. 리스크를 파악하고 적절한 경비 체제를 갖췄어야 했다.”일본의 군중 관련 전문가인 니시나리 가쓰히로(西成活裕) 도쿄대 첨단과학기술연구센터 교수(55)는 3일 동아일보와의 인터뷰에서 서울 이태원 핼러윈 참사의 원인을 이렇게 분석했다. 니시나리 교수는 사고 발생 직후 일본 언론 인터뷰에서 사고 현장 영상 속 군중들이 파도처럼 움직이는 게 전형적으로 위험한 상황이라는 것을 지적해 눈길을 끌었다.니시나리 교수는 “핼러윈 행사가 주최자가 없다고 하지만 경찰과 상인회 등이 모여서 회의를 했다는 뉴스를 접했다”라며 경찰의 책임을 재차 강조했다. 다음은 일문일답. △이태원 핼러윈 참사의 원인은? ―“사전 준비가 안 된 게 가장 큰 문제였던 것 같다. 방문 예상 인원 파악, 동선 예측, 도로 상황 측정 및 위험도 평가를 사전에 실시한 뒤 이에 근거한 경비 계획을 세우는 게 필요했다.” △경찰이 어떤 조치를 해야 했나. ―“주최자가 없었다고 해도 반드시 사전에 리스크를 조사하고 대책을 실시해야 했다. 이번 사고는 리스크가 지적됐는데도 불구하고 진지하게 검토되지 않았던 것 같다. 너무 아쉽다.“△위험성을 미리 점검하지 못했다는 것인가. ―“사전에 리스크 평가를 안 하면 군중은 (통제가 안 돼) 자유롭게 움직이게 된다. 10만 명 규모가 되면 사고가 발생하기 매우 쉽다. 한국에서는 핼러윈 행사가 주최자가 없다고 하는데, 행사에 앞서 경찰 상인회 등이 26일 회의했다고 한다. 이 회의에서 위험을 파악하고 적절한 경비 태세를 갖췄어야 했다.”△군중 사고는 어느 정도 돼야 발생하나. ―“밀도로 따지면 1㎡에 8명을 초과하면 상당히 위험해지고 10명이 넘으면 사고가 날 확률이 높아진다. 이태원 사고 현장에서는 15명이 넘었다고 한다. 이런 상태라면 400kg 가까운 힘이 사람에게 가해진다. 이 정도면 호흡을 할 수 없고 10초 이내에 의식을 잃는다.”△작은 움직임에도 큰 압력을 받는다는 지적이 많다. ―“군중이 10명 이상 모이면 한 사람이 조금만 움직여도 접촉하는 사람을 통해 멀리 전달된다. 여러 사람이 각자 방향으로 움직이니 사방팔방에서 크고 작은 힘을 받아 흔들리게 된다.”△일본에는 군집 사고 매뉴얼이 있나. ―2002년 효고(兵庫)현 경찰이 제작한 ‘혼잡 경비 안내서’가 유명하다. 2001년 아카시시 불꽃놀이 압사 사고를 계기로 만든 매뉴얼이다. 사고 방지에는 무엇보다 사전 위험 파악과 준비가 가장 중요하다. 준비 단계에서 80%가 결정된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당일에 뭔가 대책을 취하려고 하면 이미 늦다. 도쿄=이상훈 특파원 sanghun@donga.com}

    • 2022-11-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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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日정부, “北미사일 상공통과” 피난경보→ “통과 안해” 뒤집어

    일본 정부가 3일 오전 7시 50분 북한의 미사일 발사에 따른 전국순간 경보시스템(J얼러트)을 발령했다. 일본에 J얼러트가 발령된 건 지난달 4일 이후 1개월 만이다. 일본 정부는 이날 북한 미사일이 오전 7시 48분경 자국 영공을 통과해 태평양으로 간 것으로 보인다고 발표했다. J얼러트가 발령된 지역은 미야기현, 야마가타현, 니가타현 등 3곳이다. 하지만 일본 NHK는 이날 오전 8시 반 이후 “방위성에 따르면 미사일이 일본 열도를 통과했다는 정보가 있었지만 실제로 통과하지 않았다는 게 판명됐다“고 보도했다. 일본 정부는 미사일 발사 정보를 파악하는 과정에서 착오가 발생한 이유 등을 파악하고 있다. NHK 등 일본 지상파 방송은 일제히 정규 방송을 중단하고 미사일 발사 속보를 전했다. 야후 닷컴 등 포털 사이트도 메인 화면에 J얼러트 소식을 올렸다. 일본 방송들은 “북한이 미사일을 발사한 것으로 보인다. 건물 안 또는 지하로 대피해 달라”고 주의를 시켰다. 도쿄=이상훈 특파원 sanghun@donga.com}

    • 2022-11-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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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日, 北미사일에 ‘피난경보’ 발칵...“태평양에 떨어져”

    일본 정부가 3일 오전 7시 50분 북한의 미사일 발사에 따른 전국순간 경보시스템(J얼러트)을 발령했다. 일본에 J얼러트가 발령된 건 지난달 4일 이후 1개월 만이다. 일본 정부는 이날 북한 미사일이 오전 7시 48분경 자국 영공을 통과해 태평양으로 간 것으로 보인다고 발표했다. J얼러트가 발령된 지역은 미야기현, 야마가타현, 니가타현 등 3곳이다. NHK 등 일본 지상파 방송은 일제히 정규 방송을 중단하고 미사일 발사 속보를 전했다. 야후 닷컴 등 포털 사이트도 메인 화면에 J얼러트 소식을 올렸다. 일본 방송들은 “북한이 미사일을 발사한 것으로 보인다. 건물 안 또는 지하로 대피해 달라”고 주의를 시켰다. 도쿄=이상훈 특파원 sanghun@donga.com}

    • 2022-11-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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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글로벌 현장을 가다]도쿄 핼러윈, 교차로 한 곳서 경찰 100명 ‘인간 띠’로 인파 통제

    《 지난달 31일 일본 도쿄 JR시부야역. 도쿄에서 가장 사람이 많이 몰린다는 시부야 스크램블 교차로 앞 하치코 광장 출구에서 역 직원과 안내원들이 화살표가 그려진 안내판을 들고 큰 목소리로 외쳤다. “오늘 이곳으로는 들어가실 수 없습니다. 이곳은 출구 전용 개찰구입니다. 뒤로 돌아서 역에 들어가 주세요.” 평소에는 일반 전철역처럼 교통카드를 찍고 자유롭게 왕래할 수 있었지만 이날은 철저하게 동선이 분리됐다. 개찰구에 설치된 교통카드 리더기를 조작해 교차로와 직접 연결된 출구로는 아예 역에 진입할 수 없게 차단했다.》 이날 핼러윈을 맞아 시부야는 일본뿐 아니라 세계 각국에서 몰린 젊은이들로 혼잡했다. 요란하게 분장한 젊은이들이 소리를 지르며 곳곳에서 질서를 지키지 않는 건 한국과 크게 다르지 않았다. 하지만 경찰과 철도회사, 민간 요원들이 인해전술식으로 질서를 유도해 큰 사고는 일어나지 않았다.경찰들 로프 잡고 인파 차단 시부야 스크램블 교차로에서는 파란색 신호등이 들어올 때마다 행인 수천 명이 일제히 횡단보도를 건넌다. 교차로 자체가 세계적으로 명물이다 보니 딱히 어떤 목적지에 가려고 하는 사람만이 아니라 단지 교차로를 건너보기 위해 신호등을 몇 번이고 기다리는 보행자가 적지 않다. 인파가 몰려들자 일본 경찰은 인해전술을 선택했다. 시부야 스크램블 교차로는 폭이 서로 다른 5개 횡단보도에서 신호등이 일시에 바뀐다. 모든 횡단보도 입구 10곳에 경찰들이 로프를 잡고 몇 m 간격으로 서서 인간 띠를 만들었다. 빨간불일 때는 보행자를 막아서다가 파란불이 들어오면 차단기가 열리듯 로프를 옆으로 치워 건너게 했다. 경찰차 지붕에서 안내 방송을 하는 ‘DJ(디스크자키) 폴리스’도 따로 있었다. 그럼에도 워낙 인파가 몰리다 보니 100% 완벽하게 통제가 되진 않았다. 횡단보도에서 웃고 떠들거나 사진을 찍는 사람이며, 동영상을 찍으며 방송하는 유튜버들까지 몰려 아수라장이었다. 하지만 횡단보도 주변에 늘어선 100명 넘는 경찰은 강력하게 사람들을 통제했다. 스마트폰 사진을 찍느라 빨간불로 바뀌었는데도 인도로 올라오지 못하는 보행자에게 경찰은 긴 나무막대를 꺼내 인도 쪽으로 밀어 넣었다. 제때 건너지 않고 머뭇대거나 이상한 행동을 하는 행인들에게는 지속적으로 소리치며 경고했다. 파란불이 깜빡거리기 시작하면 경찰들은 신호가 곧 바뀐다는 의미로 일제히 호루라기를 불었고 DJ 폴리스는 “빨간불이 들어오니 빨리 이동해 달라”고 안내방송을 했다. 당초 시부야 교차로 일대에 경찰 350명을 배치하기로 한 일본 경시청은 서울 이태원 핼러윈 참사 이후 인력을 추가 배치했다. 교차로 횡단보도 외에 인도나 뒷골목에도 순찰 경력을 뒀다. 이태원 사고 현장과 비슷하게 경사진 길로 지목된 일명 ‘스페인 언덕길’에는 경찰들이 상주하며 대비하는 모습이었다.맥주 캔 든 청년에 “술 안 돼요” “여기서 술은 안 됩니다. 노(No) 알코올.” 시부야 교차로에서 맥주 캔을 들고 있는 청년에게 경찰이 크게 소리쳤다. 술을 뺏거나 연행하진 않았지만 모두에게 들릴 정도로 큰소리였다. 당황한 청년은 한 모금을 더 마시더니 이내 재킷 주머니에 캔을 넣고 종종걸음으로 자리를 피했다. 일본은 한국보다 술에 관대하다. 오후 6시 이후에는 지상파 TV에서 술 광고가 가능하고 기차역 곳곳에 술 광고판이 붙어 있다. 도쿄 도심에도 ‘오늘 밤, 한잔하실래요?’ 같은 자극적인 문구가 적힌 맥주나 위스키의 초대형 간판이 많다. 하지만 지난달 28∼31일 핼러윈 기간 시부야는 예외였다. 시부야구는 자체 조례를 통해 이 나흘간 저녁 시간에는 시부야 교차로 및 인근 길거리에서 술을 마시지 못하게 하고 편의점 식당 등에서의 주류 판매도 금지시켰다. 다만 처벌 규정은 없어 지키지 않아도 처벌받지는 않는다. 이 때문에 여기저기 뒷골목에서 술을 마시거나 길거리에서 일회용 컵에 따른 술을 한 잔에 500엔(약 4800원)을 받고 파는 모습도 눈에 띄었다. 그래도 술에 취해 길에 쓰러지거나 행패 부리는 모습은 좀처럼 찾아볼 수 없었다. 지방자치단체와 경찰이 공개적으로 ‘술은 안 된다’는 메시지를 강하게 전파하면서 술 마시기를 조심스러워하는 분위기가 곳곳에 배어 있었다. 한글이 선명하게 쓰인 초록색 소주병을 든 서양 여성 3명이 웃고 떠들며 한 식당에 들어서려 하자 종업원은 “죄송하지만 들어오실 수 없다”며 막아섰다. 주류 금지 조례가 시부야에서 음주를 완벽하게 막을 수는 없었지만 적어도 심각한 음주 사고 예방에는 효과를 발휘하는 것 같았다. 시부야구 관계자는 “단체로 술을 마시면 더 흥분해서 사고 위험이 커진다. 핼러윈 기간에 특정 장소에서만 음주와 술 판매를 제한하는 것인 만큼 시민들도 이해해 줄 것으로 믿는다”고 말했다.2001년 압사 사고 후 매뉴얼화 일본이 이처럼 군중 밀집 지역을 강력하게 통제하게 된 것은 2001년 효고(兵庫)현 아카시(明石)시에서 발생한 불꽃놀이 압사 사고가 결정적 계기였다. 그해 7월 아카시시 불꽃축제에는 전국 각지에서 수만 명이 몰렸다. 사고는 축제가 끝난 뒤 발생했다. 행사장 인근 전철역과 연결된 육교에 사람이 몰렸다. 넓은 해수욕장에서 축제를 즐긴 인파가 한꺼번에 육교로 몰려 전철역이라는 특정 지점으로 향하자 극단적 병목 현상이 생긴 것이다. 이 사고로 11명이 숨지고 183명이 다쳤다. 정부와 효고현이 사고 원인 규명에 나선 결과 경찰과 사설 경비업체 간 사전 협의가 불충분했고, 상황이 다른 과거 경험을 답습해 안이하게 경비 계획을 마련한 사실이 드러났다. 당시 일본에서 다시 사회문제로 떠오르던 오토바이 폭주족 단속에 경찰 인력이 투입돼 정작 행사장 경비에는 40여 명밖에 투입되지 않은 점도 밝혀졌다. 위험을 알리는 경찰 신고 전화가 몇 차례 걸려왔지만 제대로 연결되지 않은 점도 지적됐다. 이 사건으로 아카시시 시장은 임기를 마치기 전에 사퇴했다. 관계자들이 무더기로 기소돼 지역 경찰 담당자 및 경비요원 등 2명은 징역 2년 6개월 실형을 선고받았다. 시청 직원 3명은 징역 2년 6개월에 집행유예 5년의 유죄 판결을 받았다. 다만 경찰서장은 시민이 참여하는 검찰심사회에서 기소 의견을 3차례 냈지만 검찰은 불기소 처분했다. 하지만 책임자 처벌보다 더욱 눈에 띄는 건 이후 철저한 매뉴얼이 구축됐다는 점이다. 효고지방경찰청은 사고 이듬해인 2002년 107쪽 분량의 ‘군중사고 대처 가이드라인’을 제작했다. 이 가이드라인은 지금도 일본 전국 경찰의 군중 사고 예방 기본서로 쓰이고 있다. 효고경찰 측은 “미증유의 대참사로 벌어진 희생을 계기로 다시는 이런 비참한 사고가 일어나도록 하지 않겠다는 결의를 가슴에 새기고 만들었다”고 밝혔다. 당시 사고에서 아들을 잃은 시모무라 씨는 이태원 핼러윈 참사 직후 일본 언론 인터뷰에서 이렇게 말했다. “한국은 사고가 나면 곧바로 정치적 문제로 번지는 것 같은데 사고로서 차분히 검증했으면 한다. 경찰이 상황에 따라 대응하겠다는 의식이 높아야 한다.” 이상훈 도쿄 특파원 sanghun@donga.com}

    • 2022-11-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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