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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봉 7000만 원이 부자도 아닌데 투기꾼 취급만 받고, 혜택은 전혀 못 받네요.” 서울 여의도에 전세로 사는 연봉 7200만 원 직장인 윤모 씨(38)는 최근 이사 계획을 접었다. 그는 올해 초 집주인에게 매달 80만 원씩 주는 소위 ‘반(半)전세’ 생활을 청산하고 서울 마포에 7억 원짜리 아파트를 살 계획이었다. 하지만 8·2부동산대책으로 주택담보인정비율(LTV)이 40%로 줄어들면서 자금 조달 계획이 꼬였다. 속상한 일은 부동산 장만에 그치지 않았다. 그는 세법(稅法)이 바뀌며 월세 세액공제를 받을 수 있다는 소식에 기대가 컸다. 하지만 연봉 7000만 원이 넘는 사람은 일괄 제외된다는 사실을 알게 됐다. 그의 연봉이 200만 원만 낮았다면 공제한도를 채워 90만 원을 돌려받을 수 있었다. 윤 씨는 “투기꾼을 잡겠다는 부동산 대책과 중산층을 돕는다는 세제 혜택이 내게는 도움은커녕 피해만 준다”며 씁쓸해했다. 세법 개정안과 부동산 대책에서 혜택을 받지 못하게 된 30, 40대 직장인들을 중심으로 불만의 목소리가 터져 나오고 있다.○ 내 집 마련 오히려 힘들어져 젊은 직장인들은 우선 자신들과 같은 실수요자의 내 집 마련이 어려워졌다고 하소연한다. 투기과열지구와 투기지역에서 주택담보대출을 받을 때 주택담보인정비율(LTV)과 총부채상환비율(DTI)이 각각 40%로 낮아지기 때문이다. 기존 주택담보대출이 1건 이상 있는 사람은 여기서 10%포인트 더 낮은 30%가 적용된다. 이런 조치에 모아둔 현금이 없는 젊은 직장인들이 직격탄을 맞게 됐다. 이들은 주택을 마련할 때 대출 의존도가 높기 때문이다. 서울에 사는 신모 씨(35)가 대표적인 사례다. 맞벌이를 하는 신 씨는 부부 합산 연봉이 1억 원 정도. 그는 서울의 6억 원짜리 주택을 구입하려다 이번 대책이 나오자 포기했다. 그는 “대출을 끼고 집을 산 다음 꾸준히 빚을 갚는 방식은 이제 어렵게 됐다”며 “부유층 자녀들은 부모에게 집을 증여받기라도 할 텐데 우리 같은 월급쟁이는 거의 몇십 년 동안 내 집 마련을 못 하게 됐다”며 불만을 감추지 않았다. 무주택자를 위한 청약 가점제가 확대된 것도 30대 중산층에 불리하게 작용할 가능성이 크다. 투기과열지구에서 민영주택을 공급할 때 85m² 이하 물량의 75%에 적용하던 가점제가 100%로 확대된다. 가점제는 무주택 기간, 부양가족 수, 청약저축 가입 기간에 따라 계산한 점수가 높을수록 당첨 가능성이 높아진다. 상대적으로 자녀가 없는 젊은 부부에게는 불리한 방식이다. 결혼 4년 차 직장인 김모 씨(32) 역시 올 연말부터 서울에 청약을 넣어보려 했지만 이번에 가점제가 확대되면서 사실상 당첨이 어려워졌다. 그는 “자식 없는 신혼부부는 새 집 살지 말라는 것”이라며 “청약을 받겠다는 생각에 동작구에 있던 아파트도 팔아 무주택자가 됐는데 뾰족한 대책이 없다”며 답답해했다. 전문가들은 부동산 부자들을 잡겠다며 고강도 대책을 내놨다가 애꿎은 무주택 중산층이 피해를 보는 부작용이 생길 가능성이 커진 만큼 보완책이 필요하다고 지적한다. 은행 대출은 ‘흙수저’ 직장인들이 비교적 빨리 자기 집을 살 수 있는 유일한 방법인데 LTV를 너무 낮춤으로써 ‘내 집 마련의 사다리’를 걷어차 버렸다는 것이다. 권대중 명지대 부동산대학원 교수는 “LTV, DTI 강화로 적은 금액만 대출을 받게 되면서 도리어 서민 중산층이 집을 살 때 불리해졌다”며 “돈 없는 사람도 내 집 마련을 할 수 있도록 공급 대책을 마련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세제 혜택에서도 ‘그림의 떡’ 세제 혜택의 각종 요건도 ‘연소득 7000만 원’이 기준선이 되면서 이를 넘어선 30, 40대 직장인들의 불만이 적잖다. 대표적인 것이 월세 세액공제다. 정부는 월세 세입자를 위해 연간 납입하는 월세액의 12%를 세액공제로 돌려주기로 했지만 연봉이 7000만 원을 넘으면 한 푼도 돌려받을 수 없다. 직장 때문에 서울 강남에서 월세살이를 하는 류모 씨(37)는 “7000만 원이 많아 보이지만 사실 월 급여로는 세후 500만 원에도 미치지 못하는 수준”이라며 “4인 가족이 살기에 빠듯한 편인데 공제 혜택에서도 제외돼 아쉽다”고 한숨을 내쉬었다. 도서 및 공연비 지출액의 30%를 소득공제하는 제도도 이번에 신설됐지만 이 역시 연소득 7000만 원 이하 계층에만 혜택을 준다. 개인에게 주어지는 혜택은 아니지만 임금을 많이 올려주는 기업에 공제 혜택을 주는 근로소득 증대세제의 대상도 연봉 1억2000만 원 미만 근로자에서 연봉 7000만 원 미만 근로자로 기준이 바뀌었다. 2015년 기준으로 국내에서 1년 근로소득이 6000만 원을 넘고 1억 원에 미치지 못하는 근로소득자는 총 186만 명에 달한다. 대기업과 금융기관, 중견기업 등에서 일하는 30, 40대 직장인 중 상당수가 여기에 속한다. 신세돈 숙명여대 경제학과 교수는 “중산층의 소외감이 커질 수 있는 만큼 이들에 대한 보완책을 마련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세종=박재명 jmpark@donga.com·박희창 / 주애진 기자}
한국형 원자로인 ‘APR-1400’이 세계 최대 원전 시장인 미국에서 안전성 평가를 통과했다. 전체 6단계 중 3단계 통과를 한 것이지만 미국 당국으로부터 안전성을 인정받았다는 점에서 의미가 있다. 한국수력원자력은 4일 한국형 원자로 APR-1400이 6월 미국 원자력 당국의 안전성 기준을 일부 획득했다고 밝혔다. 한수원 측은 “APR-1400이 미국 원자력규제위원회(NRC)의 설계인증 본심사를 받고 있다”며 “6월에 전체 6개 단계 중 3단계에 해당하는 1차 안전성 평가를 통과했다”고 설명했다. 항목 수로 따지면 전체 2200개 항목 중 2100개가 심사를 통과한 것이다. APR-1400은 3세대 원자로에 해당한다. 원전 중대사고 발생 비율을 이전 단계인 2세대(1만 분의 1)보다 크게 낮은 10만 분의 1까지 줄였다. 한국에서는 신고리 3호기에 APR-1400이 적용돼 지난해부터 상업 운전에 들어갔다. 공론화위원회를 거쳐 건설 중단 여부가 결정되는 신고리 원전 5, 6호기 역시 이 모델의 원자로가 들어갈 예정이었다. 한국형 원전의 수출 가능성은 최근 높아지고 있다. 미국 당국의 안전성 인증 전에 이미 영국 정부가 추진하는 무어사이드 원전 건설 사업에도 APR-1400 도입이 유력한 상태다. 영국 정부 역시 APR-1400의 안전성에 큰 문제를 제기하지 않는 것으로 알려졌다. 원자력 학계에서는 “탈(脫)원전 정책 때문에 건설 중단이 논의되는 한국 원전이 오히려 해외에서 인정받는 상황”이라는 지적이 나온다. 만약 한국에서 최종적으로 한국형 원전 건설을 중단할 경우 해외에서도 부품 공급 중단 등을 우려해 채택 가능성이 낮아질 수 있다. 한편 신고리 5, 6호기 건설 영구 중단에 대한 공론화위원회의 결정 사항이 법적 구속력이 없다는 국가 기관의 유권 해석이 나왔다. 이날 자유한국당 이채익 의원이 국회입법조사처에 의뢰해 받은 법률 검토 자료에 따르면 입법조사처는 “공론화위가 발전소 사업 허가나 건설 허가를 내릴 수 없다”고 해석했다. 또 “국무조정실이 행정명령으로 원전 건설 중단 결정을 내릴 수 있는 근거 조항도 없다”고 덧붙였다. 세종=박재명 jmpark@donga.com·박희창 기자}

지난해 국내 화장품 리콜 건수가 2015년에 비해 4배 가까이로 늘었다. 자동차 역시 리콜 건수가 1년 만에 두 자릿수 증가율을 나타냈다. 공정거래위원회는 ‘2016년 리콜 실적’ 결과를 공개하면서 지난해 국내 전체 리콜 건수가 1603건으로 전년 대비 1.07% 늘었다고 3일 밝혔다. 리콜은 행정 당국이 결함이 있는 제품의 수리나 교환을 권고하거나 명령하는 것이다. 이번 공정위 집계는 중앙 부처 및 각 지자체가 실시한 리콜 건수를 모두 합한 것이다. 지난해 리콜 증가는 화장품에서 두드러졌다. 2015년 35건에 불과했던 화장품 리콜 건수가 지난해 138건으로 늘어나면서 1년 만에 294.3%가 늘었다. 리콜된 화장품 138건 가운데 업체가 자진 리콜한 것은 35건에 그쳤고, 행정 당국이 명령한 건수가 90건에 달했다. 공정위 측은 “화장품 보존제 성분 기준을 위반한 제품이 많아 지난해 식품의약품안전처와 한국소비자원이 내린 화장품 리콜 건수가 크게 늘어났다”고 설명했다. 자동차 리콜 건수도 지난해 242건으로 2015년(203건)보다 19.2%가 증가했다. 국토교통부는 지난해 8월 독일 아우디 ‘A8 4.2 FSI 콰트로’ 승용차에 대해 주행 중 시동 꺼짐 현상으로 세계 최초로 리콜했다. 올해 5월에는 현대·기아자동차 12개 차종 24만 대에 대해 첫 강제 리콜을 내리는 등 최근 자동차 안전 리콜을 강화하고 있다. 이 밖에 식품(375→336건), 의약품(212→170건), 공산품(654→622건) 등 품목은 리콜 건수가 줄었다. 정부는 내년까지 각 부처와 지자체의 모든 리콜 정보를 행복드림 소비자종합지원 시스템()에 통합해 공개할 방침이다. 세종=박재명 기자 jmpark@donga.com}
문재인 정부가 정권 출범 후 첫 세법 개정에서 ‘부자 증세’를 단행했다. 10만 명의 고소득층 및 120여 개의 대기업 법인으로부터 6조 원을 더 걷기로 했다. 그 대신 280만 명에 이르는 서민·중산층과 중소기업에 1조 원의 감세 혜택을 주기로 했다. 정부는 2일 서울 중구 대한상공회의소에서 김동연 경제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 주재로 세제발전심의위원회를 열고 이 같은 내용의 ‘2017년 세법 개정안’을 확정했다. 정부는 우선 연간 과세표준 3억∼5억 원인 고소득층의 세율을 38%에서 40%로, 5억 원 초과자는 40%에서 42%로 각각 2%포인트씩 올렸다. 이에 따라 대기업·금융회사 임원, 전문직 종사자 등 9만3000명의 고소득자가 1조8000억 원의 세금을 더 부담하게 됐다. 법인세는 ‘과세표준 2000억 원 이상’의 구간을 새로 만들어 세율을 기존 22%에서 25%로 올렸다. 법인세율이 오른 것은 1991년 이후 26년 만이다. 이 구간에 해당하는 기업은 지난해 기준 129곳으로 세수 효과는 연간 2조5500억 원에 이른다. 정부는 이렇게 늘린 세금을 서민 지원과 일자리 확대에 사용할 계획이다. 근로·자녀장려금 확대(1400억 원), 고용증대세제 신설(3800억 원) 등을 통해 8200억 원이 저소득층과 중소기업 지원에 쓰인다. 당국은 278만 명의 서민·중산층과 1만400개 기업에 세제 혜택이 돌아갈 것으로 추산했다. 전문가들은 정부가 근로소득자의 절반에 이르는 면세(免稅)자를 줄이지 않은 채 소수의 초고소득자를 타깃으로 ‘핀셋 증세’만 한 것은 재정 확보에 큰 도움이 되지 않을 뿐 아니라 자칫 편 가르기만 조장할 수 있다고 지적하고 있다. 자유한국당 등 야권은 당장 법인세 인상 등에 반대하고 나서 개정안의 국회 통과도 쉽지 않을 것으로 예상된다. 홍기용 인천대 경영대학장은 “정부가 일단 증세를 선택한 상황이라 고소득층의 세금 인상이 불가피한 면이 있지만 법인세 인상은 장기적인 기업 투자환경 악화를 초래하는 만큼 더 신중히 결정했어야 한다”고 말했다.세종=박재명 jmpark@donga.com·박희창 기자}
정부와 여당은 2일 이례적으로 부동산 대책과 세법개정안을 동시에 발표했다. 두 정책은 각각 그 자체로 파급효과가 매우 큰 대형 이슈여서 한날 동시에 발표된 적이 거의 없었다. 정치권에서는 조세 저항이 따르는 세법개정안을 서민대책을 표방하는 부동산 대책과 함께 내놓아 ‘고소득자 부자증세’에 대한 저항을 분산하려는 의도에서 동시 발표가 이뤄진 것 아니냐는 분석이 나왔다. 부동산 대책에는 서민 주거 안정을 위해 이사 수요가 몰리는 9, 10월 전에 강력한 방안을 내놓음으로써 투기 수요를 억제하고 치솟는 서울 아파트 값을 잡겠다는 정부 여당의 강한 의지가 반영돼 있다. 세법개정안에는 정부가 연소득 3억 원 초과∼5억 원 이하 소득자에게 부과되는 소득세율을 기존 38%에서 40%로 2%포인트 올리는 내용이 포함돼 일부 반발이 나올 수 있는 상황이다. 하지만 정부는 “일부러 날짜를 맞추지 않았다”는 입장이다. 김현미 국토교통부 장관은 이날 “부동산 대책을 오랫동안 준비해 왔고 더 이상 늦추는 것이 바람직하지 않다고 판단해 오늘 발표한 것”이라고 말했다. 기획재정부 측은 “세법개정안 발표 날짜가 이미 정해져 있었고 국토부가 뒤늦게 부동산 대책을 같은 날 발표하기로 한 것”이라며 “주무 부처가 아닌 이상 날짜를 옮겨 달라고 요청하기 어려웠다”고 설명했다.장관석 jks@donga.com / 세종=박재명 기자}

국민 식탁에 오르는 농축수산물 가격이 오르면서 전체 물가가 들썩이고 있다. 1일 통계청에 따르면 지난달 소비자물가는 지난해 7월에 비해 2.2% 올랐다. 올해 들어 월별 기준으로 3월(2.2%)과 함께 가장 높은 상승률을 나타냈다. 농수산물 등 신선식품이 물가 상승을 주도했다. 전체 신선식품 물가는 지난해 대비 12.3% 올랐다. 과일류(20.0%)의 가격 상승 폭이 컸다. 품목별로는 달걀(64.8%) 오징어(50.8%) 감자(41.7%) 호박(40.5%) 등이 많이 올랐다. 한 달 전인 6월과 비교할 경우 상추(87.4%) 시금치(74.0%) 배추(63.8%)도 가격 상승 폭이 컸다. 7월 초까지 낮은 수준을 유지했던 상추 등 채소류 가격은 이후 계속된 폭우와 폭염에 껑충 뛰었다. 농산물과 석유류 상승률을 뺀 근원물가 상승률도 지난달 1.8%에 달하며 6월(1.4%)보다 0.4%포인트 올랐다. 정부는 이날 물가관계 차관회의를 열고 농축수산물 가격 안정 대책을 시행하기로 했다. 우선 정부가 비축 중인 배추 공급을 하루 300t까지 늘린다. 또 10일까지 농협 하나로마트를 중심으로 가격도 포기당 4869원인 소비자가격보다 절반 수준에 판매한다. 무와 양파는 5일까지 50%, 오이와 호박은 10일까지 30% 할인 판매한다. 또 올해 7월 중순까지 어획량이 평년 대비 54.5% 수준으로 줄어든 오징어는 조만간 원양산 조업물량(9800t)을 국내에 반입할 예정이다. 한편 1년 사이 가격이 가장 많이 오른 달걀은 올해 말까지 관세율 0%를 적용한다. 이번 조치로 신선란(1만3000t) 계란가공품(1만4400t) 등 달걀류 9개 품목 2만8000t을 연말까지 무관세로 수입할 수 있다. 기재부는 “부화용 수정란인 ‘종란’도 무관세로 600t 수입할 수 있다”며 “달걀 수급 불안정을 해소하는 동시에 양계농가의 부담도 완화될 것”이라고 기대했다.세종=박재명 기자 jmpark@donga.com}

여당과 정부를 중심으로 증세(增稅)를 포함한 세법 개정 작업이 본격화되고 있다. 고용을 늘리거나 비정규직 직원을 정규직으로 전환하는 기업에 대한 세액공제도 추진된다. 하지만 이런 작업 과정이 여당과 청와대 중심으로 이뤄지고 있는 정황이 잇따르면서 김동연 경제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이 제 역할을 다하지 못하는 것 아니냐는 지적이 나온다. 더불어민주당과 기획재정부는 27일 서울 영등포구 여의도 국회에서 올해 세법 개정안에 대한 당정 협의를 열고 고용을 늘린 기업에 세금을 깎아주는 혜택을 지금보다 늘리기로 했다. 또 비정규직 직원을 정규직으로 전환하거나 임금을 올려주는 기업을 대상으로 세액공제 혜택도 확대한다. 당정은 저소득 근로자들에게 지급하는 근로장려금(EITC)을 인상하고, 영세 음식업자가 농수산물을 사면 부가가치세를 일부 깎아주는 ‘의제매입 세액공제’도 늘리기로 했다. 영세 자영업자에 대해 한시적으로 체납 세금을 면제해주는 방안도 추진된다. 그 대신 대기업 일감 몰아주기 등에 대한 과세를 강화하기로 했다. 기재부가 적극 추진했고 전날까지만 해도 당정 협의안에 포함될 것으로 확실시됐던 금융소득 종합과세 기준을 연간 2000만 원에서 1000만 원으로 낮추는 개정안은 이날 당정 협의 직전 급작스레 논의 대상에서 제외됐다. 여권 관계자는 “세법 개정안 초안에 담겼지만 청와대의 반대로 최종안에서 빠졌다”고 전했다. 종합과세 개정안은 기재부가 비과세 감면 축소를 위해 직접 낸 아이디어다. 김 부총리도 이를 실행하겠다는 의지를 여러 번 밝혔다. 김 부총리는 5월 21일 지명된 직후 “세율 인상보다 금융소득 분리과세를 종합과세로 전환하는 등 실효세율을 높이는 방법을 찾겠다”고 말했다. 국회에 제출한 청문요청서에서도 비슷한 주장을 폈다. 하지만 결과적으로 세제 주무 부처인 기재부의 아이디어는 빠지고 여권과 청와대가 미는 초고소득자 및 대기업 증세안만 속도를 내게 됐다. 이에 따라 김 부총리가 청와대나 여당과 협상 과정에서 제목소리를 내지 못하고 있다는 우려 섞인 지적이 나온다. 김 부총리가 “세율 인상은 없다”고 공언한 이후 여당 대표의 발의로 소득·법인세 인상이 공식 추진되는 일이 벌어져 논란이 된 뒤 일주일도 지나지 않아 또다시 기재부가 뒤통수를 맞았기 때문이다. 실제로 기재부 내부에서는 새 정부 출범 이후 청와대와의 커뮤니케이션이 제대로 이뤄지지 않고 있다는 수군거림도 들린다. 25일 발표된 새 정부 경제정책방향 결정 과정에서도 청와대의 요구로 기재부 초안이 대폭 수정된 것으로 알려졌다. 재정전략회의를 앞두고도 청와대와 기재부의 이견이 작지 않았던 것으로 전해졌다. 한 기재부 당국자는 “청와대 정책실 신설 이후 경제정책 문제에 청와대의 장악력이 커졌고, 교수 출신 경제수석비서관과도 의견 조율이 쉽지 않은 상황”이라고 토로했다. 이명박 정부 당시 기재부 장관을 지낸 박재완 성균관대 교수는 “최순실 사태를 거치며 장관들에게 권한 위임을 해야 한다는 공감대를 이룬 만큼 경제정책은 경제부총리가 책임지고 주도하는 모습으로 가는 것이 바람직하다”고 조언했다.세종=박재명 jmpark@donga.com·박희창 / 박성진 기자}

국세청과 경찰청이 내부 인사를 단행하면서 문재인 정부의 고위공무원단 인사가 본격적인 윤곽을 드러냈다. 이른바 ‘4대 권력기관’(국가정보원, 검찰, 경찰, 국세청) 가운데 간부진 인사의 신호탄을 쏜 국세청의 경우 한승희 청장 취임 이후 한 달여의 시간이 걸렸을 만큼 청와대의 인사 검증이 엄격했던 것으로 알려졌다. 이 과정에서 청와대는 권력기관에서 박근혜 정부의 색채를 지우는 데 주력한 것으로 전해진다. 이 같은 기조가 향후 주요 부처 및 공공기관까지 이어질지 주목된다. ● 국세청국세청은 한 청장 취임 28일 만인 26일 1급 승진 인사를 단행했다. 국세청의 핵심 요직으로 이른바 ‘빅4’로 불리는 국세청 차장, 서울지방국세청장, 중부지방국세청장, 부산지방국세청장이 주인공들이다. 국세청 차장에는 서대원 법인납세국장(55)이 승진 임명됐다. 서 차장은 1991년 행정고시 34회로 공직에 입문해 서울청 징세법무국장, 기획조정관 등을 거쳤다. 조직 내 신임이 두텁고 겸손해 조직 안살림을 담당할 차장 직위에 적임자라는 평가가 나온다. 서울국세청장에는 국세청 호남 인맥 선두주자인 김희철 광주지방국세청장(57·행시 36회)이 임명됐다. 중부국세청장에는 김용균 개인납세국장(54·행시 36회), 부산국세청장에는 김한년 서울청 조사1국장(56)이 각각 발탁됐다. 김한년 청장은 이번 1급 인사 중 유일하게 비고시 출신이다. 1983년 8급 특채로 공직에 입문해 세무대 출신으로는 김재웅 전 서울국세청장 이후 두 번째로 1급 자리에 올랐다. 국세청은 이날 이 4명 외에 121명에 이르는 본청 과장급 이상 간부 인사도 발표했다. 이번 국세청 인사에서는 1급을 비롯해 핵심 보직인 본청 조사국장 자리까지 TK(대구경북) 출신이 한 명도 없다. 서 차장이 충남 천안, 김 서울청장이 전남 영암, 김 중부청장이 서울, 김 부산청장이 경기 성남 출신이다. 말 그대로 전국구다. 유력한 1급 승진 후보이자 경북 영덕 출신이었던 임경구 조사국장(56·행시 36회)은 현직 조사국장으로서는 이례적으로 옷을 벗었다. 국세청은 한때 본청 국장단 대부분이 TK 출신일 정도로 TK세가 강했다. 청와대는 이에 대해 “각 부처 인사에 공식적으로 관여하지 않는다”고 밝혔다. 익명을 요구한 청와대의 한 관계자는 “청와대가 세부적으로 들여다보지 않아도 대통령이 직접 임명한 장관 인선을 보면 새 정부의 인사 철학을 각 부처도 알지 않겠느냐”며 해당 기관이 알아서 인사 조치를 했을 가능성을 시사했다. ● 경찰 경찰 역시 이날 박진우 경남지방경찰청장(55·간부후보생 37기)을 경찰청 차장으로 승진 내정하는 등 치안정감 인사를 단행했다. 당초 교체설이 나왔던 김정훈 서울지방경찰청장(54·경찰대 2기)과 서범수 경찰대학장(54·행시 33회 특채)은 유임됐다. 제주 출신인 박진우 신임 차장은 이철성 경찰청장(59)과 간부후보생 동기로 경찰청 수사기획관과 수사국장을 지낸 수사통이다. 조현배 신임 부산경찰청장(57·간부후보생 35기)은 경남 창원 출신으로 경찰청 정보국장, 경남청장을 지냈다. 경기 양평 출신으로 경찰청 외사국장에서 승진한 이주민 신임 인천경찰청장(55·경찰대 1기)은 노무현 정부 초기인 2003, 2004년 청와대 국정상황실에 파견 근무한 이력이 있다. 광주경찰청장에서 승진한 이기창 신임 경기남부경찰청장(54·경찰대 2기)은 치안정감 6명 중 유일한 호남(전남 장흥) 출신이다. 이번 인사를 앞두고 교체설이 나돌았던 충북 제천 출신 김정훈 서울청장이 유임된 배경에는 지난해 말부터 올 초까지 이어진 촛불정국 당시 평화적으로 시위 현장을 관리한 성과를 인정받은 것이라는 평가가 많다. 김 서울청장은 이번 유임으로 청와대의 신뢰를 확인한 만큼 유력한 차기 경찰청장 후보로 떠올랐다는 분석도 나온다. ‘친박(친박근혜)’ 실세였던 서병수 부산시장의 친동생인 서범수 경찰대학장의 유임도 예상을 뛰어넘는 인사여서 눈길을 끈다.● 검찰 법무부는 이날 검찰 인사위원회를 열어 검사장급 이상 검찰 고위간부의 승진·전보 인사 원칙을 논의했다. 이번 검찰 고위간부 인사는 2015년 12월 이후 1년 7개월 만이다. 박상기 법무부 장관(65)과 문무일 검찰총장(56·사법연수원 18기)이 주도하는 이번 인사는 이른바 ‘우병우 라인’ 배제에 초점이 맞춰질 것으로 예상된다. 문재인 대통령은 25일 청와대에서 문 총장에게 임명장을 수여하면서 “정치에 줄 대기를 통해 혜택을 누려온 일부 정치 검찰의 모습이 있다면 통렬히 반성하고 확실한 책임을 물어야 한다”고 강조하기도 했다. 고검장급 보직은 현재 서울·부산·대구·광주고검장과 법무연수원장 등 모두 5자리가 비어있다. 이는 사법연수원 19, 20기 검사장에게 돌아갈 것으로 보인다. 19기에서는 조희진 의정부지검장(55)이 승진해 ‘첫 여성 고검장’이 될지가 관심이다. 동기인 조은석 사법연수원 부원장(52)과 황철규 부산지검장(53)도 유력한 고검장 후보다. 20기에서는 김오수 서울북부지검장(54), 신유철 수원지검장(52), 안상돈 대전지검장(55), 김회재 광주지검장(55), 김호철 법무부 법무실장(50), 박정식 대검 반부패부장(56) 중 3, 4명의 고검장 승진이 유력하다. 연수원 22∼24기에서는 최대 12명가량이 검찰의 ‘별’인 검사장으로 승진한다. 특별수사와 공안 분야의 ‘대표 선수’인 이동열 서울중앙지검 3차장(51·22기)과 이정회 2차장(51)의 승진 여부가 관심사다.세종=박재명 jmpark@donga.com / 조동주·배석준 기자}

국내에서 태어나는 아이의 수가 18개월 연속 줄었다. 6개월 연속 전년 대비 10% 넘게 줄어드는 등 출생아 수 감소 심화 추세가 계속되고 있다. 통계청이 26일 발표한 ‘월별 인구동향’에 따르면 5월 전국 출생아 수는 3만300명으로 지난해 5월보다 11.9% 줄었다. 월별 출생아 수 집계를 시작한 2000년 이후 5월 기준 출생아 수가 가장 적고 그 감소율(전년 대비)이 가장 크다. 문제는 출생아 수 감소가 5월에만 국한된 현상이 아니라는 점이다. 2015년 12월 이후 국내 출생아 수는 18개월 연속 전년 동월 대비 줄어들었다. 특히 지난해 12월(―14.7%)을 시작으로 5월까지는 6개월 연속 두 자릿수로 감소했다. 일반적으로 신생아는 연초에 많이 태어난다. 지난해에도 1년 내내 출생아 수가 줄었지만 상반기(1∼6월) 감소 폭은 2∼7%대로 비교적 양호하다가 하반기(7∼12월)에 가서 14%대까지 떨어졌다. 올해는 상반기인 1∼5월 누적 출생아 수 감소율이 이미 전년 대비 ―12.4%에 이르는 만큼 하반기에 하락 폭이 더 커질 수 있다는 우려마저 나온다. 올해 태어난 아이의 수가 연간 기준으로 지난해 역대 최저치(40만6300명)보다 더 떨어질 가능성도 크다. 통계청 측은 “지금 추세대로라면 올해 출생아 수가 30만 명대로 내려앉는 것은 분명해 보인다”며 “다만 30만 명 후반대라도 유지할 수 있느냐가 관건”이라고 말했다. 한편 5월 혼인 건수는 2만6900건으로 전년 대비 1.4% 늘었다. 이에 대해 올해 6월에 음력 윤달이 시작되면서 이를 피하기 위해 결혼을 앞당겼다는 분석이 나온다.세종=박재명 기자 jmpark@donga.com}

정부는 새 정부 경제정책 방향을 발표하면서 보고서에 ‘경제 패러다임의 전환’이라는 부제(副題)를 달았다. 문재인 대통령이 내세웠던 소득 주도 성장이 현실로 나타난다면 1962년 제1차 경제개발 5개년 계획 이후 55년 만에 경제 정책이 ‘성장 중심’에서 ‘분배 중시’로 바뀌는 것이기 때문이다. 그동안 수출 주도형 대기업을 중심으로 성장을 거듭했던 한국 경제를 국민의 소득과 일자리 증가 위주의 구조로 개편하겠다는 새 정부의 정책은 한국이 ‘그동안 가보지 않았던 길’이다. 가계소득 증가로 소비가 늘고 이를 통해 성장에 성공하면 다시 일자리가 늘어나는 ‘선순환’이 가능하다는 게 정부의 생각이다. 이찬우 기획재정부 차관보는 “그동안 사람에 대한 투자가 없어서 가계와 기업의 불균형이 초래됐다. 저성장과 양극화 극복을 위해 소득 증대와 일자리 확충에 초점을 맞출 것”이라며 기대감을 높였다. ○ 최저임금, 보조금 올려 성장률 높이기 실험 정부는 이날 연 3% 성장을 목표로 내세우며 이를 가계소득 증대를 통해 달성하겠다고 밝혔다. 그동안 기업이 성장해 생긴 과실을 나눠받던 ‘조연급’에 머물렀던 가계를 ‘주연급’으로 격상시킨 것이다. 가계소득 상승을 위한 수단 가운데 하나인 최저임금은 내년에 7530원으로 올해보다 16.4% 올리기로 이미 결정했다. 정부는 2020년까지 최저임금을 1만 원으로 끌어올릴 계획이다. 버거워하는 사업주에 대해서는 정부가 지원금도 줄 계획이다. 일자리를 찾는 청년에게 주는 구직촉진수당은 내년 3개월 동안은 30만 원씩 주고 2019년에는 6개월간 50만 원씩으로 확대한다. 노인 기초연금은 내년에 25만 원을 주되, 2021년에는 30만 원까지 인상한다. 모든 0∼5세 영유아에게는 매달 10만 원의 지원금도 준다. 기초 소득을 올린 다음에는 생계비 부담을 줄이는 것이 목표다. 그래야 가계가 쓸 수 있는 가처분소득이 늘기 때문이다. 주거 대책이 생계비 부담 줄이기의 핵심이다. 정부는 앞으로 5년간 30년 이상 된 경찰서, 동 주민센터, 우체국 등 낡은 공공청사를 재건축할 때 임대주택을 함께 짓는 복합개발로 임대주택 2만 채를 내놓는다. 용적률을 법정 한도인 300%까지 완화하고 복합개발 때 신혼부부를 위해 국공립 어린이집을 함께 짓는 방안도 추진된다. 또 집을 무리하게 샀다가 대출을 감당하지 못하는 ‘하우스푸어’를 위해 이들의 집을 매입해 재임대하는 ‘세일즈 앤드 리스백’ 방식의 리츠가 부활한다. 이 방식은 2013, 2014년 운영됐다. 정부는 일자리 창출에 예산과 세제 혜택을 집중하기로 했다. 직원 수를 늘린 기업에 2년 동안 세액공제 혜택을 준다. 청년고용을 하거나 비정규직을 정규직으로 전환한 기업에도 혜택을 부여한다. 정부는 “일자리를 만드는 기업은 국적과 무관하게 최우선 지원을 하겠다”고 밝혔다. 외국인 투자 금지 업종을 원칙적으로 해제하겠다는 뜻도 밝혔다. 지방자치단체에 지원하는 지방교부금 역시 일자리 만들기 실적에 따라 배분하며 정부의 정책적 지원을 일자리 부문에 다걸기를 할 방침이다. ○ 전문가들 “현실 작동 여부는 지켜봐야” 전문가들은 경제정책 방향의 핵심인 소득 주도 성장이 실제 현실에서 제대로 작동할지 여부에 대해 엇갈린 평가를 내놨다. 전성인 홍익대 경제학과 교수는 “과거 정부의 성장 전략이 실패했기 때문에 현 정부로서는 새로운 시도를 해야 할 상황”이라며 “고령화와 인구 감소 등 인구 구조 변화를 고려하면 소득 증대와 일자리 창출을 최우선 과제로 삼을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조원희 국민대 경제학과 교수도 “박근혜 정부가 가계 부채, 중소기업 부채를 한계치까지 끌어올린 어려운 상황이다. 이 상황에서 정부가 선택할 수 있는 정책이 많지 않았을 것”이라고 덧붙였다. 하지만 일각에서는 정부 정책이 개인에게 현금을 나눠주는 것에 치중해 향후 경제 성장동력이 약화될 것이라는 우려도 제기됐다. 조장옥 서강대 경제학과 교수는 “한국이 선진국보다 노동 생산성을 높여야 경쟁력을 갖출 수 있는데, 근로자 임금만 올려서는 생산성 상승을 담보할 수 없다”고 지적했다. 실제 낮은 노동 생산성을 방치한 채 임금만 올리는 소득 주도 성장 방식은 개선이 필요하다는 주장도 있다. 한국개발연구원(KDI)이 최근 실시한 설문조사에서 전문가(조사 대상 334명) 중 30.5%는 성장을 위해 가장 필요한 경제 분야로 노동시장 구조개혁을 꼽았다. 소득 증대 대책과 병행해 노동개혁을 추진해야 한다는 뜻이지만 노동시장 개선 방안은 이번 정책 방향에 담기지 않았다. 중소기업 육성 정도를 제외하면 별다른 신성장산업 육성책이 담기지 않아 정부가 약속한 ‘3% 성장’의 걸림돌이 될 것이란 우려도 나온다. 강성진 고려대 경제학과 교수는 “노무현 정부 역시 혁신을 강조했지만 행정수도 건설 등 대규모 국책사업도 동시에 진행했다”며 “성장을 뒷받침할 전략이 보이지 않는 것이 아쉽다”고 말했다.세종=박재명 jmpark@donga.com·이건혁 / 정임수 기자}
문재인 정부가 나랏돈 씀씀이를 늘리고 분배를 강화해 양극화와 저성장을 극복하겠다는 ‘새 정부 경제정책 방향’을 공개했다. 기업 육성책 대신 국민의 소득과 일자리를 늘려 새로운 성장동력으로 삼겠다는 ‘제이(J)노믹스’ 실험이 5년 동안 펼쳐지게 됐다. 정부는 25일 문 대통령이 주재한 국무회의에서 새 정부의 첫 경제정책 방향을 발표했다. 문 대통령은 “우리 경제의 패러다임을 전면적으로 대전환한다는 선언이 될 것”이라며 “지금부터는 성과와 실적으로 평가받는 정부가 되길 바란다”고 당부했다. 정부는 앞으로 5년 동안 일자리, 복지, 교육 등에 사용하는 예산 지출 증가율을 경상성장률(실질 경제성장률+물가상승률)보다 높게 가져가기로 했다. 나라 경제가 커지는 속도보다 나랏돈 지출을 더 많이 하겠다는 의미다. 이찬우 기획재정부 차관보는 “향후 경상성장률이 연 4.5∼5%로 예측되는 만큼 이보다 지출을 늘릴 것”이라고 설명했다. 지난해 정부가 세운 향후 5년간 나랏돈 지출 증가율이 연평균 3.5%인 걸 감안하면 지출 규모는 크게 늘어날 것으로 보인다. 정부는 얼마나 돈을 더 쓸지에 대해선 구체적으로 언급하지 않았다. 이 돈은 국민의 소득과 일자리를 늘리는 ‘소득 주도 성장’에 사용하겠다는 게 정부의 생각이다. 기재부는 이번 정책으로 국민의 소득과 일자리가 늘어날 것으로 기대하며 올해 경제성장률 전망치를 기존 2.6%에서 3%로 높였다. 정부가 이날 공개한 정책 방향에는 별다른 기업 육성 방안이 없다. 그 대신 영·유아와 청년, 노인에게 보조금을 주고 정부가 주택 구입을 지원하는 등 예산을 개인에게 직접 쥐여주는 내용이 대거 담겼다. 신세돈 숙명여대 경제학과 교수는 “주류 경제학에서는 기업이 경제 성장의 중심이었지만 지금은 기업에 대한 지원이 개인 소득으로 돌아가지 않고 있다”며 “개인을 지원해 경제 성장을 이끄는 세계 최초의 실험이 될 것”이라고 설명했다. 김동연 경제부총리 겸 기재부 장관은 “우리 경제의 구조적 문제를 고치기 위해 앞으로도 정책을 보완할 것”이라며 “법인세와 소득세 등 명목세율 인상안은 다음 주 발표하겠다”고 말했다.세종=박재명 jmpark@donga.com / 문병기 기자}
정부가 소득과 일자리를 늘려 경제를 성장시키겠다는 ‘제이(J)노믹스’(문재인 정부 경제정책)의 구체적인 내용을 공개했다. 한국 경제가 그동안 단 한 번도 시도하지 않았던 경제 실험의 성패 여부에 국내외 관심이 쏠린다.정부는 25일 문재인 대통령 주재로 국무회의를 열고 새 정부의 첫 번째 경제정책방향을 발표했다. 문 대통령은 이날 국무회의에서 “이번 발표를 통해 한국 경제의 패러다임 전환을 선언한다”며 “국민들이 경제 생활 속에서 공정과 정의가 구현되고 있음을 느끼도록 할 것”이라고 강조했다.정부는 경제정책방향에서 한국의 올해 경제성장률 전망치를 기존 2.6%에서 3%까지 끌어올렸다. 국내외 기관 가운데 2017년 국내 성장률을 3%대로 내다본 것은 한국 정부가 유일하다. 정부는 우리 경제가 2018년에도 3% 성장할 것으로 전망했다.정부는 “소득주도성장을 통해 올해 2013년 이후 4년 만에 3% 성장률을 달성할 것”이라고 밝혔다. 소득과 일자리를 늘려 그동안 성장 과실 분배의 대상으로만 보던 가계를 별도의 성장주체로 삼겠다는 것이 이번 정책의 핵심 내용이다. 정부는 이미 가계소득 증대를 위해 내년도 최저임금은 7530원(16.4% 인상)까지 올렸고 2020년 1만 원으로 인상할 방침이다. 최저임금 인상분을 정부가 3조 원을 보조해 주는 실험도 내년에 시작된다.개인에 대한 직접 지원금도 늘린다. 5세 이하 영유아 전원에게 매달 10만 원의 수당을 준다. 노인 기초연금은 2021년까지 현행 25만 원에서 30만 원으로 늘린다. 청년들에게 지급하는 구직수당 역시 2018년 3개월 동안 30만 원씩 주는 것을 2019년까지 6개월 동안 50만 원씩 주도록 확대한다. 정부는 모든 예산과 세금제도를 일자리 정책 중심으로 다시 편성할 계획이다. 우선 고용을 늘린 기업에게 2년간 세액공제 혜택을 준다. 비정규직을 정규직으로 바꾼 중소기업 역시 법인세 공제를 늘린다. 일자리를 만드는 기업은 국적에 상관없이 정부와 지자체가 최우선 지원을 해 주기로 했다. 여기에 정규직 채용이 많은 기업에게 공공조달 입찰에 가산점을 부여한다.반면 새로운 산업 육성 대책은 눈에 띄지 않는다. △4차 산업 육성 △중소기업의 성장동력화 등이 있지만 이는 이전 정부에서도 추진하던 정책이다. 그동안 신산업 육성에 투입하던 자원을 개인 소득 증대와 일자리에 투입하겠다는 것이 현 정부의 생각이다. 이찬우 기재부 차관보는 “우리 경제가 그동안 저성장 양극화라는 두 가지 함정에 빠져 있었지만 정책기조 전환을 제대로 하지 못했다”며 “이번 패러다임 전환을 통해 성장과 분배, 일자리와 소득이 서로 선순환되도록 할 것”이라고 말했다.세종=박재명 기자 jmpark@donga.com}
세월호 화물칸에서 사람의 뼈로 추정되는 유골 1점이 수습됐다. 세월호 선체에서 뼈가 발견된 것은 지난달 9일 이후 45일 만이다. 해양수산부는 24일 오후 2시 10분경 세월호 화물칸(C-2구역)에서 사람 것으로 보이는 뼈 1점을 발견했다고 밝혔다. 세월호 현장수습본부는 차량과 진흙이 엉켜 있던 해당 구역에서 물건을 빼내던 중 뼈를 발견했다고 설명했다. 현장수습본부는 “국방부 유해발굴감식단 등이 육안으로 감식한 결과 이번에 발견한 뼈는 사람의 유골로 추정된다”며 “국립과학수사연구원에 정밀 조사를 의뢰하겠다”고 밝혔다. 또 미수습자 가족들의 요청으로 이번에 발견한 유골의 부위와 크기 등의 정보를 공개하지 않기로 했다. 세월호 화물칸에서 사람 뼈가 발견된 건 이번이 처음이다. 이전까지는 세월호 객실 수색을 통해 단원고 학생 조은화 허다윤 양과 일반인 탑승객 이영숙 씨 등 3명의 유해가 수습됐다. 단원고 고창석 교사의 유해는 침몰 해역 수색 과정에서 발견됐다. 세월호 사고 미수습자 9명 가운데 아직까지 유해를 찾지 못한 사람은 단원고 남현철 박영인 군, 같은 학교 양승진 교사, 일반인 탑승객 권재근 씨와 아들 혁규 군 등 5명이다.세종=박재명 기자 jmpark@donga.com}

정부가 월성 1호기 등 노후 원자력발전소 11기를 2030년까지 폐쇄하는 내용을 담은 탈(脫)원전로드맵을 마련 중인 것으로 23일 확인됐다. 또 신고리 5, 6호기 건설 중단을 결정할 공론화위원회는 24일 공식 출범한다. 전체 원전(25기)의 절반에 가까운 11기의 원전 가동 중단 계획을 세우고 공론화위원회가 가동되면서 문재인 정부의 탈원전 정책이 본격화될 것으로 전망된다. 하지만 선진국에서도 사용 연한이 지난 원전이라도 수명을 연장해 사용하는 사례가 많아 이 같은 정부 방침은 적잖은 논란을 가져올 것으로 예상된다. 게다가 공론화위원회 등 협의 절차를 거친 탈원전 정책 추진 방침을 내세우고도 대통령의 지시에 맞춰 일방적인 탈원전 로드맵이 마련되는 셈이어서 반발도 불가피할 것으로 전망된다.○ 2030년 설계수명 끝나는 원전 11기 폐쇄 청와대 관계자는 이날 “원전 제로 시대를 열기 위한 탈원전로드맵에는 월성 1호기 조기 폐쇄와 함께 2030년까지 설계수명이 다한 노후 원전 10기 폐쇄 및 신재생에너지 비중 확대 등의 내용이 담길 예정”이라고 말했다. 로드맵은 대통령사회수석비서관실과 경제수석실을 중심으로 원전 주무부처인 산업통상자원부가 마련 중이다. 다음 달 발표될 8차 전력수급계획의 전력공급 전망 초안에도 노후 원전 폐쇄 계획이 반영된 것으로 알려졌다. 폐쇄 대상 노후 원전은 월성 1∼4호기와 고리 2∼4호기, 한빛 1, 2호기, 한울 1, 2호기 등이다. 이 가운데 정부는 설계수명이 10년간 연장돼 2022년까지 가동하도록 돼 있는 월성 1호기를 조기 폐쇄할 방침이다. 월성 1호기는 2012년 설계수명이 연장됐다. 문 대통령은 21일 청와대에서 열린 국가재정전략회의에서 “전력수급계획에 이상이 없는 것으로 확인된다면 월성 1호기도 중단될 수 있고, 2030년까지 (원전) 몇 개를 더 폐쇄할 수도 있다”고 밝혔다. 정부가 탈원전 정책의 속도를 올리는 것은 노후 원전을 폐쇄해도 전력 수급에 큰 차질이 없다는 판단에 따른 것이다. 청와대 관계자는 “조만간 발표될 8차 전력수급계획에 따르면 경제성장률 하락으로 전력 수요가 줄면서 노후 원전을 폐쇄해도 전기요금 부담이 크게 늘지 않고 전력수급에 문제가 생기지 않는 것으로 나타났다”고 설명했다. 최근 발표된 8차 전력수급계획 초안에 따르면 2030년 최대 전력수요는 101.9GW(기가와트)로 2015년 발표된 7차 계획 당시 전망치인 113.2GW보다 11.3GW 줄었다. 정부가 2030년까지 가동 중단을 계획한 원전 11기 발전량을 모두 합쳐도 9.2GW다. 결국 국내 전력수요량 감소 폭이 폐쇄되는 원전 발전량보다 많다는 의미다. 청와대 관계자는 “7차 계획은 평균 경제성장률을 연평균 3.5%로 설정하면서 전력수요 증가를 과도하게 잡았다”며 “원전을 추가로 짓기 위한 이른바 ‘원전 마피아’들의 시각이 반영돼 있는 계획”이라고 말했다. 8차 계획은 성장률 전망치를 연평균 2.5%로 설정했다.○ “8차 계획 검증 후 계획 세워야” 목소리도 커져 원전 폐쇄가 원전 해체산업 기술 확보의 기회가 될 수 있다는 점도 정부가 노후 원전 폐쇄를 적극적으로 추진하는 이유 중 하나다. 노후 원전 폐쇄를 국내 기업에 맡겨 원천 기술을 개발하도록 한 뒤, 향후 확대될 해외 원전 해체 시장에 진출할 수 있도록 하겠다는 것이다. 정부는 원전 해체에 필요한 96개 기술 가운데 아직 국내 기업들이 확보하지 못한 28개 기술을 2021년까지 개발하도록 지원하는 방안도 함께 추진할 계획이다. 하지만 정부의 이 같은 움직임에 대해 민간에서는 우려를 감추지 않고 있다. 특히 8차 전력수급계획에 맞춰 원전 가동 중단을 하는 것이 성급한 결정일 수 있다고 지적한다. 월성 1호기를 제외한 나머지 10기는 문 대통령 임기 이후에 설계수명 만료 시점이 도래하는데도 정책 결정을 지나치게 서둘러 차기 정부의 선택권을 박탈하고 있다는 것이다. 익명을 요구한 한 에너지학과 교수는 “8차 계획에 정치적 판단이 들어간 것은 아닐 것”이라면서도 “이전 계획보다 전력수요가 지나치게 줄어든 만큼 검증이 더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8차 수급계획을 올해 말까지 확정하는 상황에서 정부가 지나치게 조급하게 향후 50년의 탈핵 로드맵 수립에 나서는 것은 옳지 않다는 것이다. 세계적으로 설계수명 이상으로 원전을 연장 운영하는 것이 용인되는 점에서 정부 방침이 지나친 조치라는 지적도 나온다. 국제원자력기구(IAEA) 조사에 따르면 전 세계 원전 447기 중 30∼39년 된 원전은 181기, 40년 이상 된 원전도 101기에 달했다. 미국의 오이스터 크릭 원전, 스위스의 베츠나우 원전 등은 가동한 지 50년이 되는 2019년까지 운영될 예정이다. 미국 오이스터 원전은 설계수명이 40년이었으나 미국 규제 당국이 20년 수명 연장 결정을 내렸다. 김창섭 가천대 에너지IT학과 교수는 “탈핵 논의는 1, 2년 걸리는 사안이 아니다”라며 “2030년까지의 계획을 지금 급하게 세워봐야 다음 정부에서 뒤집힐 수 있는 상황에서 에너지정책 혼란만 가중시킬 수 있다”고 비판했다.문병기 weappon@donga.com / 세종=박재명 기자}
21일 정부가 여당인 더불어민주당의 증세(增稅) 방안을 다음 달 초 발표할 세법 개정안에 반영하기로 하면서 증세 대상이 될 개인과 기업의 정확한 규모에 관심이 쏠리고 있다. 특히 현행 국세청 통계에는 ‘과표 2000억 원 초과 기업’을 별도로 발표하지 않고 있어 혼란스러운 상황이다. 이에 대해 국세청은 이날 참고자료를 통해 새로운 증세안에 따른 대상자를 공개했다. 국세청에 따르면 추미애 민주당 대표가 개인 증세대상으로 꼽은 ‘5억 원 초과 고소득자’는 근로소득자 6680명을 포함해 총 1만9571명(2015년 기준)으로 집계됐다. 이들의 과세표준은 24조5934억 원이다. 만약 추 대표의 주장처럼 소득세율을 현행 40%에서 42%로 올리면 연간 4900억 원가량의 추가 세수(稅收)가 확보될 것으로 기대된다. 1인당 추가 부담액은 평균 2500만 원 수준이다. 법인세 부담이 늘어날 기업은 126곳으로 예상된다. 이는 증세를 주장한 민주당이 과표 2000억 원 이상 기업 규모를 추정한 결과다. 민주당에 따르면 이들을 대상으로 법인세를 현행 22%에서 25%로 올리면 2조3900억 원의 추가 세수가 생긴다. 기업 한 곳당 추가 세부담은 평균 190억 원 정도. 과표 2000억 원 초과 기업은 영업이익이 최소 2000억 원이 넘는 대기업들이 될 것으로 분석된다. 민주당 측도 “5대 그룹 계열사에 증세 대상이 집중될 것”이라고 설명하고 있다.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지난해 2000억 원 이상 영업이익을 낸 상장사는 모두 74곳이다. 현대자동차그룹과 삼성그룹 계열사가 각각 7곳, 6곳이 포함됐다. LG그룹 계열사 5곳과 SK그룹, 한화그룹 계열사가 3곳씩 들어있다. 이 기업들은 모두 국내에서 투자 및 고용을 상당 부분 책임지고 있다. 전 세계적으로 내수경제 활성화를 위해 법인세 인하 경쟁이 펼쳐지는 가운데 한국만 ‘나 홀로 법인세 인상’에 나서면 국내 투자 위축이 불가피하다는 우려가 제기되는 이유다. 익명을 요구한 한 대기업 관계자는 “법인세를 인상하면 기업은 당연히 국내보다 해외 투자를 먼저 고려할 수밖에 없다”며 “외국 기업들도 국내 투자를 망설이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회원국들의 평균 법인세는 22.5%로 민주당 증세안보다 낮다.세종=박재명 jmpark@donga.com / 정세진 기자}
정부와 여당이 문재인 대통령 취임 이후 처음으로 세율을 올리는 증세(增稅)에 나설 뜻을 공식적으로 밝혔다. 조세정의를 실현하겠다는 대통령의 대선 공약 이행 차원에서 대기업 및 고소득자의 세 부담을 높이겠다는 것이다. 복지재원 마련을 위한 세금 인상 논의가 급물살을 탈 것으로 보인다. 추미애 더불어민주당 대표는 20일 청와대 영빈관에서 열린 국가재정전략회의에 참석해 “아무리 비과세·감면을 줄여도 한계가 있는 만큼 법인세에 손대지 않으면 세입(歲入) 목표를 달성하기 어렵다”며 “(과세표준) 2000억 원을 초과하는 초대기업에 한해 법인세율을 현행 22%에서 25%로 올리자”고 제안했다. 3단계(10%, 20%, 22%)로 짜여진 현행 법인세에 최고구간을 추가로 신설하자는 뜻이다. 추 대표는 이 안이 현실화되면 2조9300억 원을 더 걷을 수 있을 것으로 전망했다. 늘어날 세수를 최저임금 인상에 따른 중소 자영업자 지원금으로 활용하자는 게 추 대표의 생각이다. 민주당에 따르면 과표 2000억 원 초과 기업은 지난해 전체 법인세 신고 기업의 0.02%(126곳)다. 삼성전자(2016년 순이익 22조7261억 원), 현대자동차(7조1482억 원), SK하이닉스(2조9605억 원), 롯데케미칼(1조8372억 원), LG화학(1조2810억 원) 등 5대 그룹 주요 관계사들이 들어간다. 추 대표는 또 “소득 재분배를 위해 고소득자에 대한 과세 강화 방안으로 현행 40%인 (과표) 5억 원 초과 고소득자 소득세율을 42%로 늘려야 한다”고 밝혔다. 여기에 해당되는 대상은 2015년 기준 6680명이다. 청와대는 여당과 공식 협의하기로 했다. 청와대 관계자는 “다음 달 기획재정부가 발표할 내년도 세법 개정안에 반영될 가능성이 있다”고 설명했다. 이르면 내년부터 주요 대기업 및 고소득자들이 세금을 더 낼 가능성이 커졌다. 정부는 19일 ‘국정운영 5개년 계획’을 발표하면서 5년간 세수 자연증가분 60조5000억 원 등을 활용해 증세 없이 공약 이행 재원 178조 원을 충당하겠다고 밝혔다가 비현실적이라는 비판을 받았다. 세금 인상 반발을 1, 2년 피하려다 역풍을 맞는 것보다는 차라리 지지율이 높은 정부 초기에 정면 돌파하는 게 낫다는 판단을 한 것으로 보인다. 하지만 대선 과정에서 법인세 명목세율 인상에 유보적인 태도를 보였던 정부가 세금 인상 카드를 꺼내들면서 논란이 거세질 것으로 보인다. 야당인 자유한국당이 법인세 인상 등에 강하게 반대하고 있어 국회 통과도 험난할 것으로 전망된다.세종=박재명 jmpark@donga.com·박희창 / 문병기 기자}

집권 여당인 더불어민주당이 20일 대기업 법인세 최고세율 구간을 신설하고 부유층 소득세율을 높이는 방안을 잇달아 거론하면서 세금 인상이 본격화될 것으로 보인다. 주무 부처인 기획재정부는 8월 초 발표되는 세법 개정안에 관련 내용을 포함시킬 가능성이 높다. 부실한 공약 이행 재원 마련 대책에 대한 비판에 직면하면서 정부와 여당은 ‘세금 인상이 불가피해졌다’는 인식을 갖게 됐다. 다만 조세 저항을 최소화하기 위해 대상을 상위 0.02% 기업(126곳)과 상위 0.04% 고소득자(6680명)로 좁혔다. 전문가들은 지속 가능하게 복지재원을 마련하기 위해서는 대상을 넓혀 중산층 이하에서도 적은 액수라도 부담하게 하는 ‘넓고 얕은’ 증세가 필요하다고 지적한다. ○ 증세 대상자 6680명, 기업 126곳 국세청에 따르면 정부와 여당이 타깃으로 삼은 2015년 기준 과세표준 5억 원 이상 고소득근로자는 6680명이고, 이들이 내는 세금(근로소득세)은 1566억 원이다. 국내 전체 근로소득자 1700만 명 가운데 0.04%에 불과하다. 추미애 민주당 대표는 “이런 조치는 소득 재분배를 위한 것”이라고 강조했다. 증세 대상 기업의 수는 더 적다. 민주당에 따르면 과표 2000억 원을 넘는 기업은 126곳이다. 민주당 측은 “5대 그룹 계열사 위주로 법인세가 인상될 것”이라고 설명했다. 국세청에 따르면 과표 1000억 원 이상 기업이 내는 법인세는 23조 원으로 국내 법인세수의 절반가량에 달한다. 재계는 당혹스럽다는 반응을 보였다. 한 재계 관계자는 “문재인 정부의 입장은 세수가 부족할 경우에나 법인세 인상을 검토한다는 것으로 알고 있었다. 현 정부의 정책이 아니라고 본다”고 말했다.○ 문 대통령 “강도 높은 재정개혁 함께 가야” 증세에 대한 공감대는 정부 여당에서 이미 형성됐다. 특히 이날 열린 경제관계장관회의에서 민주당 의원이기도 한 김부겸 행정자치부 장관이 “표 때문에 증세 없이 복지만 확대하겠다는 식으로 언제까지고 갈 순 없다”고 말하고 추 대표가 이를 본격적인 논의 테이블에 올리면서 증세 작업은 탄력을 받게 됐다. 기획재정부에 따르면 이날 회의에 참석한 장차관급 인사 17명 중 4명이 증세안에 동의했다. 김진표 국정기획자문위원장도 이날 한 라디오 방송에 출연해 “국정과제 발표 이후 일부에서 소득세 법인세 중심의 인상 여론이 일고 있다”며 운을 띄웠다. 정부와 여당이 동시다발적으로 세금 인상 논의에 불을 지피는 모양새다. 다만 문재인 대통령은 증세론의 민감성을 고려한 듯 이날 증세 언급은 피하고 대신 나랏돈을 아껴 쓰자는 부분에 초점을 맞춘 발언만 했다. 문 대통령은 국가재정전략회의에서 “적극적인 재정정책은 반드시 강도 높은 재정개혁과 함께 가야 한다”며 “재원 조달을 위해서도, 재정건전성을 유지하기 위해서도 꼭 필요하다”고 말했다. 이어 “많은 예산사업들이 제대로 쓰이고 있는지를 철저히 점검해 현재 예산을 절감하는 방안을 우선 검토해야 한다”고 덧붙였다.○ 증세론 촉발시킨 국정과제 증세 논의는 19일 국정기획위가 발표한 100대 국정과제로 본격화됐다는 게 정부 안팎의 분석이다. 국정기획위는 100대 과제를 실행하기 위해 세금 자연증가분 60조 원과 지출 구조조정만으로 178조 원 공약 이행 재원을 마련하겠다고 밝혔다. 하지만 이 같은 재원 마련 방안에 대해서 정부 내부에서조차 비현실적이라는 비판이 제기됐다. 박근혜 정부 당시 ‘증세 없는 복지’ 주장처럼 논란이 정부의 발목을 잡기 전에 정부 대신 집권 여당이 대신 십자가를 메고 ‘부자 증세’를 수면 위로 끌어올렸다는 것이다. 한편 문 대통령은 “저성장·양극화의 구조적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선 경제 패러다임을 근본적으로 바꿔야 한다”며 “경제정책의 중심을 국민과 가계에 두는 발상의 전환이 필요하다”고 밝혔다. 이어 “핵심은 역시 일자리”라며 “좋은 일자리를 통해 가계소득을 높이고 내수 활성화가 경제성장을 이끌어내서 다시 일자리를 만드는 선순환 구조를 만들어야 한다”라고 강조했다.세종=박재명 jmpark@donga.com·최혜령 / 이은택 기자}

국정기획자문위원회는 문재인 정부의 공약을 모두 달성하기 위해 5년 동안 178조 원이 필요하다고 19일 밝혔다. 이는 전임 박근혜 정부가 집권 초 공약 이행을 위해 만든 ‘공약가계부’ 재원 소요 추정치인 135조 원보다 43조 원 늘어난 수치다. 씀씀이는 커졌지만 이번 국정기획위의 재원 마련 계획에 대해선 “허술하다”는 평가가 나온다. 자연적인 세수(稅收) 증가분이 5년에 60조 5000억 원에 이를 것이라는 등 낙관적이거나 비현실적인 방안이 다수 포함돼 있기 때문이다.○ 복지와 일자리에만 96조 원 들어 정부가 가장 많은 자금을 투입하는 분야는 복지다. 복지에 투입하는 재원만 5년간 77조4000억 원에 이른다. 이는 전체 공약 이행 재원의 43.5%를 차지한다. 기초연금 및 장애인 연금 10만 원 인상에만 23조1000억 원을 투입하며 100개 과제 중 가장 많은 재원을 쏟아부을 계획이다. 5년 동안 10조3000억 원을 사용해 5세 이하 아이들에게 매달 10만 원씩 지급한다는 아동수당 공약도 유지했다. 이 밖에 △공공임대주택 17만 채 공급(15조 원) △누리과정 어린이집 전액 국고 지원(5조5000억 원) 등도 5조 원 이상 대규모 국고가 드는 사업이다. 일자리 창출 사업도 많은 재원이 들어가는 분야다. 문 대통령이 직접 일자리위원장을 맡을 정도로 일자리 정책에 강한 의지를 보이고 있기 때문이다. 소방·경찰관, 복지 공무원 등 17만4000명의 공무원을 새로 뽑는 데 8조2000억 원이 든다. 청년 임금 지원과 구직수당 지급 등 청년 일자리 지원(7조8000억 원) 역시 많은 예산이 든다. 이를 포함해 일자리 분야 전체에 5년간 19조2000억 원이 필요하다.○ 재원 마련 방안은 구멍 숭숭 문제는 재원 마련이다. 국정기획위는 돈을 쓸 곳에 대해선 구체적인 계획을 세웠지만 돈을 마련하기 위해 세금을 어떻게 추가로 걷을지에 대해 뚜렷한 대책을 내놓지 못했다. 정부는 5년 동안 세수를 늘려 82조 원을 마련하고 이 중 70%가 넘는 60조 원은 자연적인 세수 증가로 충당하겠다고 밝혔다. 앞으로 5년간 돌발변수 없이 경기가 계속 좋아도 장담할 수 없는 수준이다. 일단 올해는 나쁘지 않다. 5월까지 전년 대비 증가 세수가 11조2000억 원에 달한다. 하지만 3년 전인 2014년에는 세금이 예상했던 것보다 10조9000억 원이나 덜 걷혔다. 임기 중 1년이라도 세수 결손이 생기면 5년 계획이 어그러질 수밖에 없다. 성태윤 연세대 경제학과 교수는 “올해 세수 증대는 지난 정부가 사실상의 간접 증세를 해서 이룬 것”이라며 “불확실한 수입을 토대로 재원 마련 대책을 세운 것은 문제”라고 지적했다. 재원 마련 대책의 구멍은 곳곳에 나타난다. 국정기획위는 불공정 거래에 매기는 과징금 상한액과 연체 세금을 걷어 5년 동안 5조 원을 확보한다는 계획을 세웠다. 하지만 과징금 상한액 상향과 관련된 공정거래법 개정안은 아직 국회에 계류돼 있고, 연체 세금 징수 대책은 상시 추진되는 정책이라 ‘마른 수건 짜기’에 불과할 것이란 분석이 나온다. 만약 경제가 꾸준히 성장한다면 재원 마련에 큰 걱정이 없다. 하지만 올해만 해도 경제 성장률 3% 달성을 장담할 수 없는 상황이다. 새 정부는 양적 성장에 치우치지 않겠다며 성장률을 끌어올릴 뚜렷한 정책을 내놓지 않았다. 정부는 20, 21일 국정운영 계획을 뒷받침하기 위한 국가재정전략회의를 연다. 최배근 건국대 경제학과 교수는 “이번 국정과제에서 구체화된 소득 주도 성장이 경제 성장의 필요조건이 될 수는 있지만 충분조건이 되기는 어렵다”며 “청년 일자리 문제만 해도 일자리 증가 정책 없이 소득 재분배를 통해서만 해결하기는 쉽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세종=박재명 jmpark@donga.com·최혜령 기자}
문재인 정부가 임기 5년간의 국정 운영 로드맵을 담은 100대 국정과제를 19일 발표했다. ‘소득 주도 성장’을 내걸고 복지 확충과 공공부문 일자리 창출에 96조 원가량을 투입하기로 했다. 하지만 미래 성장동력을 마련하기 위한 청사진이 부족하다는 지적이 나온다. 문 대통령은 이날 “새 정부는 촛불혁명 정신을 이을 것”이라며 “국민이 주인으로 대접받는 국민의 나라, 정의로운 대한민국을 만들겠다”고 밝혔다. 인수위원회 역할을 맡은 국정기획자문위원회가 ‘국정과제 보고대회’에서 국정운영 5개년 계획을 발표한 자리에서다. 이날 발표된 100대 국정과제에선 ‘적폐 청산’이 1호 과제, ‘반부패 개혁’이 2호 과제로 제시됐다. 부처별로 태스크포스(TF)를 구성해 적폐 청산과 반부패 개혁, 과거사 문제를 내년까지 완료하겠다고 밝힌 것이다. 또 올해 안에 고위공직자비리수사처를 설치하고 2019년 지방자치단체에 경찰권을 넘기는 자치경찰제를 실시하는 등 권력기관 개혁 로드맵도 공개했다. 핵심은 복지 확충과 일자리 창출 등을 위한 재원 마련이다. 국정기획위는 100대 국정과제를 실행하는 데 5년간 총 178조 원이 필요할 것으로 추산했다. 이 가운데 복지 확충에 77조 원, 공공 일자리 창출 등 일자리 지원에 19조 원이 사용될 예정이다. 전체 예산의 절반이 넘는 96조 원을 투입해 문 대통령의 경제철학인 ‘소득 주도 성장’으로 경제구조를 탈바꿈하겠다는 취지다. ‘혁신 성장’을 내건 문재인 정부는 핵심 경제정책으로 창업 활성화를 통한 4차 산업혁명 선도를 제시했다. 하지만 경제 분야 26개 과제 가운데 절반 이상인 17개가 일자리와 공정경제, 민생 등에 초점이 맞춰졌다. 국민소득을 높여 성장을 이끌어내려는 전략이지만 성장동력을 끌어올리기 위한 정책이 부족하다는 비판도 나왔다. 하준경 한양대 경제학과 교수는 “정부 주도형 성장 전략에 대한 새 정부의 거부감이 산업 육성정책 부재로 이어졌을 것”이라며 “현재에 맞는 새로운 성장 모델을 정부가 발굴하는 작업은 반드시 필요하다”고 말했다.문병기 weappon@donga.com / 세종=박재명 기자}
공정거래위원회가 23개에 이르는 프랜차이즈 ‘갑(甲)질 근절’ 대책을 발표했지만 이 중 9개는 국회 문턱을 넘어야 하는 법률 개정 사항이다. 9개 대부분이 핵심 대책에 해당하는 만큼 이들 개정안이 국회를 통과하지 못하면 이번에 발표한 불공정 관행 근절 대책의 실효성은 크게 떨어질 것으로 보인다. 결국 여야 합의가 관건이다. 그동안 대기업 및 프랜차이즈 본사의 갑질 논란은 여러 차례 사회 문제로 불거졌다. 국회에 계류된 가맹사업법 개정안 중 상당 부분이 이번 대책에 포함됐다. 기존에 오랫동안 입법부 차원에서 논의된 내용들이 정부 공식 방침이 됐다는 의미다. 대표적인 것이 판촉행사의 가맹점주 사전 동의 의무제다. 지금은 편의점 본사가 제품 하나를 살 때 두 개를 주는 소위 ‘원플러스원(1+1)’ 행사를 할 때 가맹점주의 동의가 필요하지 않다. 국회에는 가맹점주 동의를 의무사항으로 바꿔 가맹점주에게 행사 비용을 떠넘기는 것을 막는 가맹사업법 개정안이 계류돼 있다. 프랜차이즈 본사나 소속 임원의 부도덕한 행위로 가맹점이 피해를 볼 경우 본사가 가맹점에 배상하도록 하는 이른바 ‘오너리스크 방지법’ 역시 국회에 계류된 상태다. 김상조 공정위원장은 “가맹사업의 불공정 관행 개선은 여야 간 이견이 크지 않기 때문에 협의를 통해 최대한 빨리 개정이 이뤄지도록 노력할 것”이라고 말했다. 그러나 관련 업계에선 “‘오너’는 정확한 법률용어가 아니다. 오너리스크의 대상과 범위를 어디까지로 봐야 하는지, 관련 피해의 정도와 규모는 어떻게 측정할 수 있는지 모든 게 모호하기만 하다”는 비판이 나온다.세종=박재명 기자 jmpark@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