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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재인 대통령이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공수처) 처장 후보를 추천해 달라는 공문을 국회에 보냈다. 여야가 국회 원 구성을 놓고 대치를 이어가는 상황에서도 7월 15일 공수처 출범 강행 의지를 밝히며 야당을 압박하고 나선 것이다. 강민석 청와대 대변인은 26일 브리핑에서 “문 대통령은 공수처 설치 및 운영에 관한 법률 제5조에 따라 공수처장 후보를 추천해 달라는 공문을 박병석 국회의장에게 보냈다”고 밝혔다. 공문은 24일 국회에 전달됐다. 여야가 국회 원 구성을 놓고 좀처럼 합의점을 찾지 못하고 격돌하는 상황인데도 문 대통령이 공수처법 시행일인 다음 달 15일까지 공수처 출범을 완료하겠다는 의지를 드러내면서 정국 경색의 장기화가 불가피할 것으로 보인다. 공수처법에 따르면 국회는 공수처장 후보추천위원회를 구성해 후보자 2명을 대통령에게 추천하고 대통령이 그중 1명을 지명한 뒤 인사청문회를 거쳐 임명하도록 규정하고 있다. 더불어민주당은 공수처 출범에 필요한 국회법, 인사청문회법 개정과 공수처장 후보추천위 운영규칙 처리에 속도를 내고 있다. 특히 민주당 백혜련 의원이 발의한 후보추천위 운영규칙에는 야당이 공수처장 후보추천위원을 지정하지 않을 경우, 국회의장은 교섭단체를 지정해 위원 추천을 요청할 수 있도록 하는 내용을 담고 있다. 야당의 협조 없이도 공수처장 후보를 추천할 수 있다는 의미다. 또 인사청문회법 개정안은 공수처장에 대한 국회 인사청문경과보고서가 법정 기간 안에 제출되지 않으면 대통령이 송부를 요청할 수 있도록 하고 있다. 이를 두고 미래통합당에선 “사실상 야당의 ‘공수처장 비토권’을 무력화시키는 법안”이라고 반발하고 있다. 하지만 민주당은 통합당이 공수처 설치를 막기 위해 ‘시간끌기’를 하고 있다며 공수처 후속법안에 대한 단독 처리 가능성도 내비치고 있다. 민주당 관계자는 “공수처는 권력기관 개혁을 위해 중요한 법안이기 때문에 마냥 기다릴 수 없다”고 말했다. 통합당 관계자는 “여당이 국회 법제사법위원회를 장악하려 했던 노림수가 이번 공수처 밀어붙이기를 통해 분명해진 것”이라고 비판했다.박효목 tree624@donga.com·김준일 기자}

문재인 대통령이 6·25전쟁 70주년 기념식에서 “한 뼘의 영토, 영해, 영공도 침탈당하지 않을 것”이라고 밝힌 것과 관련해 청와대는 26일 “북한을 특정한 것이 아니다”라고 밝혔다. 남북연락사무소 폭파 등 한반도 긴장을 조성하는 북한에 대한 경고라는 해석에 선을 그은 것이다. 청와대 관계자는 이날 브리핑에서 “문 대통령은 6·25 기념사에서 ‘누구라도 국민의 안전을 위협한다면 단호히 대응할 것’ ‘전방위적으로 어떤 도발도 용납 않을 국방력’ 등을 언급했다”며 “‘누구라도’와 ‘전방위적’이라는 표현을 주목해 주기 바란다. 이는 포괄적 안보 개념을 뜻하는 표현이다”라고 말했다. 앞서 문 대통령은 2일 중장 진급자 16명의 삼정검에 수치를 수여하면서 “오늘날의 안보 개념은 군사적 위협 외에 감염병이나 테러, 재해 재난 등 국민 안전을 위협하는 모든 위협에서 국민을 보호하는 포괄적 안보 개념으로 변화해야 한다”고 말한 바 있다. 청와대 관계자는 이를 언급하면서 “이와 맥락이 같은 연설이었다”고 설명했다. 이 관계자는 6·25 기념식 하루만에 ‘포괄적 안보’ 개념을 설명한 이유에 대해 “범위를 너무 좁혀 생각하지 말라는 것”이라며 “북한으로 특정한 것이 아니다라는 뜻”이라고 말했다. 박효목기자 tree624@donga.com}

문재인 대통령이 25일 “전쟁의 참혹함을 잊지 않는 것이 종전을 향한 첫걸음”이라며 “세계사에서 가장 슬픈 전쟁을 끝내기 위한 노력에 북한도 담대하게 나서 주길 바란다”고 말했다. 북한의 강경 대응으로 인한 한반도 긴장이 여전한 상황에서 6·25전쟁의 종전 선언을 언급하며 다시 한 번 북한을 향해 대화에 나서라고 촉구한 것이다. 문 대통령은 이날 경기 성남시 서울공항에서 진행된 6·25전쟁 70주년 기념식 기념사에서 “이 땅에 두 번 다시 전쟁은 없어야 한다. 통일을 말하려면 먼저 평화를 이뤄야 하고, 평화가 오래 이어진 후에야 비로소 통일의 문을 볼 수 있을 것”이라며 이같이 말했다. 문 대통령이 2017년 5월 취임 이후 6·25전쟁 기념식에 참석한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문 대통령은 특히 “남북 간의 체제 경쟁은 이미 오래전에 끝났다. 우리의 체제를 북한에 강요할 생각도 없다”며 “우리는 끊임없이 평화를 통해 남북 상생의 길을 찾아낼 것”이라고 말했다. 문 대통령이 취임 후 남북 간 체제 경쟁을 공개적으로 언급한 것은 처음으로, 북한이 요구해 온 체제 보장을 다시 한 번 약속하면서 대화의 모멘텀을 만들겠다는 것으로 해석된다. 이와 함께 문 대통령은 “누구라도 우리 국민의 안전과 생명을 위협한다면 단호히 대응할 것”이라며 “우리 군은 어떤 위협도 막아낼 힘이 있다. 우리는 전방위적으로 어떤 도발도 용납하지 않을 강한 국방력을 보유하고 있다”고 했다. 대남 군사계획을 보류했지만 무력도발 가능성이 여전한 북한에 ‘섣불리 움직이지 말라’는 경고를 보낸 것이다. 북한 외무성은 이날 조선중앙통신을 통해 낸 연구보고서에서 “제2의 6·25가 또다시 재현되지 않는다는 담보는 그 어디에도 없다”고 위협했다.한상준 alwaysj@donga.com·박효목 기자}

“우리의 체제를 북한에 강요할 생각은 없습니다.” 문재인 대통령은 25일 경기 성남시 서울공항에서 열린 6·25전쟁 70주년 기념사에서 “세계사에서 가장 슬픈 전쟁을 끝내기 위한 노력에 북한도 담대하게 나서주길 바란다”며 이같이 말했다. 전날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이 대남 군사행동을 보류하기로 돌연 태도를 바꾸면서 남북관계에 있어 최악의 상황은 면했다고 보고 북한을 향해 공개적으로 다시 한번 체제 보장을 약속하며 대화에 나서라고 재차 촉구한 것이다. 하지만 북한이 핵전쟁 억제력을 강화하겠다는 기조를 유지하는 가운데 문 대통령이 비핵화 언급 없이 체제 보장만 거론한 것 아니냐는 지적도 나오고 있다.○ ‘종전선언’ 다시 언급하며 北 체제 보장 약속 문 대통령은 기념사에서 “우리는 6·25전쟁을 세대와 이념을 통합하는 모두의 역사적 경험으로 만들기 위해 이 오래된 전쟁을 끝내야 한다”며 “전쟁의 참혹함을 잊지 않는 것이 종전을 향한 첫걸음”이라고 말했다. 존 볼턴 전 미국 백악관 국가안보보좌관이 회고록에서 “북한은 종전선언에 관심이 없다”고 기록했을 정도로 최근까지의 비핵화 국면에서 종전선언은 북-미 간의 큰 이슈가 아니었지만, 문 대통령은 이날 다시 한번 종전선언을 언급했다. 문 대통령은 이어 “우리는 전방위적으로 어떤 도발도 용납하지 않을 강한 국방력을 보유하고 있다”고 했다. “굳건한 한미동맹 위에서 전시작전통제권의 전환도 빈틈없이 준비하고 있다”며 “우리는 우리 자신의 힘을 바탕으로 반드시 평화를 지키고 만들어 갈 것”이라고도 했다. 그러면서 “남북 간 체제경쟁은 이미 오래전에 끝났다”며 “우리는 끊임없이 평화를 통해 남북 상생의 길을 찾아낼 것이다. 통일을 말하기 이전에 먼저 사이좋은 이웃이 되길 바란다”고 말했다. 남북 간의 체제 대결에서 이미 한국이 승리했음을 강조한 것이지만, 동시에 비핵화 대화 이후 어떤 식으로든 흡수통일 등을 거론하거나 이를 추진하지 않겠다는 의지를 피력한 것이다. 한편 문 대통령은 이날 북한의 비핵화에 대해서는 거론하지 않았다. 이날 북한 외무성은 “미국이 가해오는 지속적인 핵 위협을 제압하기 위한 우리의 힘을 계속 키울 것이며 우리가 선택한 이 길에서 절대로 물러서지 않을 것”이라며 핵전력 강화 의지를 거듭 밝혔다. 문 대통령은 연설 도중 “우리 민족이 전쟁의 아픔을 겪는 동안 오히려 전쟁특수를 누린 나라들도 있다”며 일본을 겨냥한 듯한 발언도 했다.○ 참전용사 일일이 거론하며 예우 보장 약속 문 대통령은 이날 행사에서 전날 미국 하와이에서 한국으로 봉환된 국군 전사자 유해 147위를 맞이했다. 문 대통령은 “우리가 모신 영웅 (중 신원이 확인된) 일곱 분은 모두 함경남도의 장진호 전투에서 산화하신 분들”이라며 고 김동성, 김정용, 박진실, 정재술, 최재익, 하진호 일병과 고 오대영 이등중사의 이름을 거론했다. 장진호 전투는 미군의 흥남철수 작전을 가능케 한 전투로, 문 대통령의 부모는 이 철수 작전으로 거제로 피란 와 문 대통령을 낳았다. 문 대통령은 2017년 취임 직후 미 워싱턴을 방문해 인근 장진호 전투 기념비를 찾아 “장진호의 용사들이 없었다면 오늘의 저도 없었을 것”이라고 말한 바 있다. 문 대통령은 “아직 우리 곁으로 돌아오지 못한 12만3000 전사자들이 가족의 품으로 돌아오는 그날까지 포기하지 않고 찾아낼 것”이라고 말했다. 문 대통령은 또 “보훈에는 국경이 없다”며 “워싱턴 추모의 벽을 2022년까지 완공해 위대한 동맹이 참전용사들의 숭고한 희생 위에 뿌리내리고 있다는 사실을 영원히 기리겠다”고 강조했다.박효목 기자 tree624@donga.com}
25일 오후 8시 20분경 경기 성남시 서울공항. 문재인 대통령이 부인 김정숙 여사와 유해 봉환 가족 6명과 함께 행사장에 입장했다. 문 대통령이 2017년 취임 후 6·25 기념식에 참석한 것은 처음이다. 문 대통령은 전날 미국 하와이에서 봉환된 한국군 전사자 147위의 유해를 직접 맞이했다. 이날 행사 주제도 ‘영웅들에게 경례(Salute to the Heroes)’였다. 당시 미7사단 소속으로 인천상륙작전에 참전했던 류영봉 씨는 떨리는 목소리로 문 대통령에게 “이등중사 류영봉 외 147명은 조국으로 복귀 명령을 받았습니다. 이에 신고합니다”라고 말했다. 행사 시작과 함께 전날 유해를 봉환한 공중급유기 시그너스(KC-330) 동체에는 참전 용사들의 희생을 추모하는 영상이 투사됐다. 70년 만에 조국으로 돌아온 호국 영령들을 기리는 내용의 이 영상은 주변이 어두웠기 때문에 더욱 잘 보였다. 6·25 행사 최초로 조포 21발도 발사됐다. 청와대 관계자는 “조포 21발은 군예식령에 따르면 국가 원수급에 해당하는 예우”라며 “고향에 돌아온 영웅들을 위한 최고의 예우”라고 했다. 이날 굳은 표정으로 돌아온 영웅들을 맞이한 문 대통령의 상의 왼쪽 옷깃에는 태극기 문양의 배지가 달려 있었다. 청와대는 “배지는 6·25전쟁 유해 발굴 전사자 12만2609명을 상징하는 ‘태극기로 감싼 유골함’을 모티브로 제작됐다”며 “문 대통령은 마지막 번호인 ‘122609번 배지’를 달았다. 마지막 한 명을 찾는 그날까지 국가가 책임지겠다는 약속의 의미”라고 했다. 이날 102전투비행대대 소속 F-15K가 행사장 상공을 비행하며 돌아온 영웅들을 기렸다. 비행에 참가한 F-15K 조종사 강병준 대위는 6·25전쟁에 참전해 F-51D 무스탕기로 출격한 고 강호륜 예비역 준장의 손자다. 이날 기념식은 일몰 이후 진행됐다. 청와대 관계자는 “일몰 전에는 기온이 높기 때문에 고령층 참석자의 안전을 고려한 것”이라며 “국가보훈처는 이번 행사의 장소, 시간 확정과 관련해 6·25 참전 유공자회, 재일학도의용군동지회 등 관련 보훈단체에 사전 설명 및 의견 청취를 했다”고 말했다. 또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으로 인해 참석자도 300여 명 규모로 대폭 축소됐다. 이날 배우 유승호 씨가 헌정 공연으로 ‘영웅에게’ 시를 낭독해 주변을 먹먹하게 했다. 유 씨는 “1950년 짧은 생이 멈춘 그 순간 이후로, 당신은 나와 같은 20대 청년이기에, 난 당신을 친구라 부르며 당신의 그날을 오늘 눈앞에 펼쳐보려 한다”며 “친구여, 당신이 지켜낸 땅 위에서 우린 또 이렇게 윤택한 하루를 보냈다. 당신의 어머니가 단 한순간도 당신을 잊지 않았던 것처럼 우리도 영원히 기억하겠다”고 말했다. 사회를 맡은 배우 최수종 씨는 유 씨의 시를 듣고 울먹였다. 유해 147위는 행사 직후 국립서울현충원 내 국선재에 임시 안치됐다. 이 중 신원이 확인된 7위는 유가족과 안장지에 대한 협의를 거쳐 육군참모총장 주관의 안장식 후 서울 또는 대전현충원 등에 안장할 예정이다. 나머지 140위는 국군유해발굴단에서 감식을 통해 신원확인에 들어갈 예정이다.박효목 기자 tree624@donga.com}
해고자와 실업자의 노조 가입을 허용하는 노동조합법 개정안이 23일 국무회의를 통과했다. 노조법 개정안은 가입 대상의 조건을 완화해 노조 조직권을 확대하는 게 핵심이다. 현재 해고자나 실업자는 기업별 노조에 가입할 수 없다. 이날 문재인 대통령 주재로 열린 국무회의에서는 노조법 개정안과 함께 퇴직 교원과 5급 이상 공무원의 노조 가입을 허용하는 교원노조법, 공무원노조법 개정안도 함께 의결됐다. 이른바 ‘노조 3법’ 개정안은 모두 20대 국회 때 폐기됐던 법안이다. 만약 교원노조법 개정안이 국회를 통과하면 전국교직원노동조합(전교조) 합법화의 길이 열린다. 전교조는 자체 규약에 따라 해직 교원도 조합원 자격을 유지하도록 하면서 2013년 법외노조가 됐다. 문 대통령은 이날 “노동기본권을 보장하는 법으로 국제노동기구(ILO) 핵심협약 비준을 위해서도 필요한 입법”이라며 국회에서 법안 통과를 강조했다. 문 대통령은 “유럽연합(EU)이 ILO 핵심협약 미비준을 이유로 한-EU 자유무역협정(FTA) 위반 문제를 제기해 무역 분쟁 절차가 진행되고 있다”며 “입법이 이뤄져야만 이를 해결할 수 있다는 점에서 국회를 충분히 잘 설득해 주기 바란다”고 당부했다. 이날 국무회의에서 의결된 3개 법안은 대통령 재가를 거쳐 국회에 제출된다. 정부는 ILO 핵심협약 비준안도 다음 달 초 국회에 다시 제출할 예정이다. ILO 핵심협약 비준은 문 대통령의 국정과제다. 지난해에도 정부는 ILO 핵심협약 비준을 위해 해당 법률들의 개정을 추진했다. 한국이 아직 비준하지 않은 ILO 핵심협약 중 제87, 98호는 근로자의 결사 자유를 규정하고 있다. 이를 비준하려면 협약과 충돌하는 국내법을 개정해야 하는데 바로 노조법, 교원노조법, 공무원노조법이 대상이다. ▼ 정부, 野 반대로 무산됐던 노조 3법 巨與국회서 재추진 ▼ILO 협약 비준안 내달 국회 제출… 재계 “소모적 노사갈등 빈발 우려”이에 따라 정부가 마련한 개정안에는 실직자, 해고자, 소방관, 5급 이상 공무원 등의 노조 가입을 허용하는 내용이 담겼다. 그 대신 기업별 노조 임원만 재직자로 한정했다. 노조 전임자 급여를 금지하는 규정도 삭제했다. 전임자의 임금 지급을 위한 파업을 처벌하는 규정도 없앴다. 그러나 개정안은 노사 갈등 심화와 경영권 위축을 우려한 야당의 반대로 국회 문턱을 넘지 못했다. 결국 20대 국회 임기 종료와 함께 자동 폐기됐다. 하지만 여당이 다수를 차지한 21대 국회에선 개정 가능성이 높다는 전망이 나온다. 정부도 3개 안 개정안 의결을 통해 ILO 핵심협약 비준을 본격적으로 추진할 방침이다. 고용노동부 관계자는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유행으로 경제여건이 지난해와 달라졌지만 ILO 핵심협약을 비준하겠다는 정부의 의지에는 변함이 없다”고 말했다. 경영계는 반발하고 있다. 코로나19로 기업 실정이 최악으로 치닫는 상황에서 노조 3법 개정이 현실화하면 부정적 영향이 더욱 커질 수밖에 없다는 우려 탓이다. 실제 경제단체들이 이런 의견을 여러 차례 밝혔지만 거의 반영되지 않았다. 사업장 내 생산시설이나 주요 업무시설을 점거하는 형태의 쟁의 행위를 금지하는 등 일부 내용만 반영됐다. 추광호 한국경제연구원 경제정책실장은 “이대로 국회에서 법안이 통과되면 기업과 경영진이 노조의 무리한 요구에 흔들리고 소모적인 노사 갈등이 곳곳에서 일어나는 계기가 될 것”이라고 지적했다. 한 대기업 인사노무 담당 임원은 “이번 개정안에 따르면 상습적인 근무태만 등의 문제로 해고된 근로자가 노조에 가입해 비합리적인 활동을 해도 막을 방법이 없고, 또 해고자 복직을 요구하며 정상적인 기업 활동에 대해 사사건건 반대하면 노사 관계는 최악의 상황으로 갈 것”이라고 말했다.송혜미 1am@donga.com·박효목·지민구 기자}
문재인 대통령은 22일 법무부와 검찰이 최근 인권 수사를 위한 태스크포스(TF)를 출범시킨 데 대해 “인권 수사 원년으로 만들겠다는 각오대로 서로 협력하면서 과감한 개혁 방안을 마련해 국민들이 변화를 체감할 수 있게 해주기 바란다”고 말했다. 한명숙 전 국무총리 수사팀 감찰을 놓고 추미애 법무부 장관과 윤석열 검찰총장이 갈등을 빚는 가운데 문 대통령이 공개적으로 법무부와 검찰 간 협력을 당부한 것이다. 추 장관과 윤 총장이 대면한 것은 2월에 이어 4개월 만이다. 문 대통령은 이날 청와대에서 주재한 ‘제6차 공정사회 반부패정책협의회’에서 “지난주에 법무부와 검찰에서 동시에 인권 수사를 위한 TF를 출범했다”며 이같이 말했다. 문 대통령이 법무부와 검찰을 직접 호명하며 ‘협력’을 당부한 것은 최근의 갈등 봉합을 당부하면서 여권에서 제기된 ‘윤석열 교체설’에 쐐기를 박은 것으로 풀이된다. 윤 총장의 임기는 내년 7월까지다. 이날 회의에 앞서 더불어민주당 이해찬 대표가 “앞으로 윤 총장에 대한 이야기는 하지 마라. 이름도 거론하지 마라”고 지시한 것도 같은 맥락이다. 여권 관계자는 “윤 총장을 흔들수록 야권의 반발도 거세지고, 자칫 윤 총장의 정치적 체급을 높이는 결과로 이어질 수 있기 때문 아니겠느냐”고 했다. 이어 문 대통령은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공수처)법, 검경 수사권 조정과 관련한 후속 조치 마련에도 만전을 기해야 하겠다”며 “특히 공수처가 법에 정해진 대로 다음 달 출범할 수 있도록 국회의 협조를 당부한다”고 말했다. 이에 대해 추 장관은 “공수처 설치 및 수사권 개혁 등 수사 환경의 변화에 따라 반부패 기관들과의 협력 관계를 강화하겠다”고 말했다. 공수처 설치를 포함한 권력기관 개혁의 후속 조치를 법무부가 주도권을 쥐고 추진하겠다는 뜻으로 풀이된다. 청와대에 따르면 윤 총장은 이날 공수처 등에 대해서는 언급하지 않았다. 문 대통령은 또 “반부패 노력은 집권 후반기에 더욱 중요하다. 정부 스스로 긴장이 느슨해지기 쉽기 때문”이라며 “마지막까지 끈기를 갖고 국민이 바라는 공정사회를 완성해 나가자”고 했다. 집권 후반부를 맞아 공직사회의 기강 해이를 다잡겠다는 의미다. 박효목 tree624@donga.com·한상준 기자}

“서로 협력하면서 과감한 개혁 방안을 마련해 달라.” 문재인 대통령은 22일 청와대에서 열린 ‘제6차 공정사회 반부패정책협의회’를 주재하며 그간 팽팽한 갈등을 빚었던 법무부와 검찰을 향해 이같이 당부했다. 한명숙 전 국무총리 수사팀 감찰 등을 두고 여권에서는 윤석열 검찰총장 사퇴론이 불거졌지만 문 대통령이 직접 ‘협력’을 당부한 것이다. ○ 文, 추미애-윤석열 콕 집어 ‘협력하라’ 지시 문 대통령은 이날 “법무부와 검찰이 동시에 인권 수사를 위한 TF(태스크포스)를 출범했다”며 “권력기관 스스로 주체가 돼 개혁에 나선 만큼 ‘인권 수사 원년으로 만들겠다’는 각오대로 서로 협력하면서 과감한 개혁 방안을 마련해 국민들이 변화를 체감할 수 있게 해주기 바란다”고 말했다. 이날 회의에는 법무부, 검찰, 경찰청, 국세청, 관세청, 감사원, 국가정보원 등의 수장이 참석했지만 문 대통령이 직접 부처 이름을 지목한 곳은 법무부와 검찰뿐이다. 추미애 법무부 장관과 윤석열 검찰총장을 향해 문 대통령이 협력을 당부하면서 여권에서는 ‘윤석열 교체론’에 대해 문 대통령이 불가 의사를 밝혔다는 해석이 나온다. 청와대 관계자는 “윤 총장은 문 대통령이 임명한 인사다. 청와대에서 윤 총장의 거취에 대해 검토한 적은 없다”고 말했다. 여기에 보수 야권이 “검찰마저 어용으로 만들려 한다”며 ‘윤석열 지키기’에 나선 상황도 영향을 미쳤다는 분석이 나온다. 윤 총장 역시 전날 한 전 총리 사건 감찰과 관련해 추 장관의 지시를 사실상 수용하면서 전면전을 피했다. 이날 윤 총장은 수첩에 문 대통령의 지시사항을 일일이 적으며 경청한 것으로 알려졌다. 그러면서도 문 대통령은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공수처)법, 검경 수사권 조정과 관련한 후속 조치 마련에도 만전을 기해야 한다”며 “특히 공수처가 법에 정해진 대로 다음 달에 출범할 수 있도록 국회의 협조도 당부드린다”고 말했다. 검찰을 견제할 수 있는 공수처 설치를 예정대로 차질 없이 진행하겠다는 뜻이다. 이에 추 장관은 “공수처 설치 및 수사권 개혁 등 수사 환경의 변화에 따라 반부패 기관들과의 협력 관계를 강화하겠다”고 답했다. 더불어민주당은 제3차 추가경정예산(추경)안 처리와 함께 공수처장 선출을 위한 작업도 속도를 내겠다는 계획이다. 그러나 추경과 마찬가지로 공수처장 추천은 야당의 협조가 있어야 한다는 점이 변수다. ○ 감찰 수용에도 법무부-검찰 갈등 불씨는 여전그러나 법조계와 정치권에서는 검찰의 법무부 감찰 지시 수용에도 불구하고 조사 주도권을 둘러싼 갈등의 불씨는 여전히 남아있다는 관측이 나온다. 대검찰청은 21일 “검찰총장이 대검 인권부장으로 하여금 서울중앙지검 인권감독관실과 대검 감찰과가 자료를 공유하며 필요한 조사를 하도록 하라고 지휘했다”면서 조사 주체는 윤 총장이 배당한 대검 인권부 그대로임을 명시했다. 앞서 추 장관은 한 전 총리 사건의 주요 참고인인 한모 씨에 대해 대검 감찰부에서 직접 조사하라고 지시했지만 윤 총장은 또 다른 참고인인 최모 씨가 낸 진정 사건을 배당한 대검 인권부에 계속 조사를 맡겼다. 대검은 인권부 설치 이후 검찰 공무원의 수사 관련 인권 침해 진정 사건 300여 건을 처리했다며, 이 사건이 대검 인권부 소관임을 뒷받침하는 통계까지 언급했다. 이와 관련해 추 장관은 18일 “대검 감찰부에서 중요 참고인을 직접 조사한 다음 서울중앙지검 인권감독관실로부터 조사 경과를 보고받아 비위 발생 여부 및 그 결과를 보고하라”고 지시했다. 각각 인권부와 감찰부에서 조사가 진행된다고 하더라도 최종 조사 결과는 대검 감찰부가 종합해 장관에게 보고하도록 한 것이다. 박효목 tree624@donga.com·신동진 기자}
문재인 대통령이 19일 김연철 통일부 장관의 사의를 재가했다. 김 장관이 17일 남북관계 악화 책임을 지고 사의를 표명한 지 이틀 만이다. 문 대통령은 이날 오전 10시 40분경 김 장관의 사의 표명에 따른 면직안을 재가했다고 강민석 청와대 대변인이 밝혔다. 강 대변인은 “문 대통령은 전날(18일) 김 장관과 만찬을 함께하며 사의 표명에 대한 입장을 경청했다”고 말했다. 김 장관은 이날 이임식에서 최근 경색된 남북관계에 대해 “결코 증오로 증오를 이길 수 없다”며 “여기서 멈춰야 한다. 저의 물러남이 잠시 멈춤의 기회가 되기를 간절히 바란다”고 말했다. 통일부는 당분간 서호 차관 대행 체제로 유지된다. 여권에서는 김 장관의 후임으로 더불어민주당 이인영 의원이 유력하게 거론되고 있다. 이 의원은 당 남북관계발전 및 통일위원회 위원장을 맡기도 했다. 임종석 전 대통령비서실장, 민주당 우상호 홍익표 의원도 거론되지만 모두 고사 의견을 밝힌 것으로 알려졌다. 일각에선 서 차관 승진 가능성도 나오지만 청와대 안팎에선 남북 긴장이 어느 때보다 고조되고 있는 만큼 정치인 출신 기용이 필요하다는 목소리가 높다. 외교안보 라인의 쇄신 요구도 이어지고 있다. 여권 관계자는 “문 대통령이 독자적 남북협력을 1월부터 말해 왔는데 참모들이 이를 잘 뒷받침했는지 모르겠다”며 “인물 교체로 분위기를 쇄신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대북 라인의 투톱인 정의용 청와대 국가안보실장과 서훈 국가정보원장, 강경화 외교부 장관은 모두 문 대통령 취임 초부터 함께해 왔다. 일각에선 통일부 장관의 지위 격상이 필요하다는 주장도 제기된다. 박지원 전 의원은 라디오에서 “상대가 김여정 제1부부장이지만 북한의 제2인자”라며 “통일부총리 겸 장관이 미국을 직접 가서 설명도 하고, 북한에 가서도 한 번씩 충돌과 설득을 할 수 있어야 한다”고 말했다. 하지만 청와대는 통일부 장관 외에 외교안보 라인의 전면 교체에 대해 신중한 태도다. 여권 고위 관계자는 “당분간 추가 인사는 없을 것으로 보인다”며 “일단은 상황을 안정적으로 관리하는 게 우선”이라고 말했다.박효목 기자 tree624@donga.com}
“특사단 일행은 고방산 초대소에 도착해 북측의 영접을 받은 뒤 김정은 국무위원장과 만찬을 진행했다.” 문재인 정부 출범 후 첫 대북특사단이 북한에 도착한 2018년 3월 5일. 청와대는 정의용 국가안보실장과 서훈 국가정보원장 등 특사단이 리무진 차량을 타고 국무위원회 청사에 내리자 김 위원장과 여동생인 김여정 노동당 제1부부장이 마중을 나왔다고 밝혔다. 하지만 2년 3개월 전 파격적인 의전과 환대로 특사단을 맞았던 김여정은 17일 문 대통령의 대북특사 제의를 “서 푼짜리 광대극”이라고 원색적으로 비난하며 보란 듯이 걷어찼다. 악화일로를 걷고 있는 남북 관계의 현주소를 적나라하게 보여준다는 평가가 나온다. 조선중앙통신은 이날 보도에서 “15일 남조선 당국이 특사 파견을 간청하는 서 푼짜리 광대극을 연출했다”며 6·15 남북공동선언 20주년을 맞은 15일 문 대통령이 정 실장과 서 원장을 대북특사로 제의한 사실을 공개했다. 그러면서 “남측이 앞뒤를 가리지 못하며 이렇듯 다급한 통지문을 발송한 데 대해 김여정 부부장은 뻔한 술수가 엿보이는 이 불순한 제의를 철저히 불허한다는 입장을 알렸다”며 “참망한 판단과 저돌적인 제안을 해온 데 대해 우리는 대단히 불쾌하게 생각한다”고 했다. 이어 “남조선 집권자가 ‘위기극복용’ 특사파견 놀음에 단단히 재미를 붙이고 걸핏하면 황당무계한 제안을 들이미는데 이제 더는 그것이 통하지 않으리라는 것을 똑똑히 알아두어야 할 것”이라고도 했다. 문재인 정부 출범 이후 2차례 북한을 방문해 북한이 갈망하던 북-미 정상회담 성사를 이끌어냈던 대북특사를 ‘비현실적 제안’ ‘위기극복용 놀음’으로 폄훼한 셈이다. 청와대는 16일 브리핑에서도 정치권에서 터져 나오는 대북특사 파견설에 대해 “들어보지 못했다”며 철저히 함구했다. 북한이 향후 대북특사 파견 제안을 받아들일 가능성에 희망을 걸고 있었던 것. 하지만 이마저 무위로 돌아가게 됐다. 윤도한 대통령국민소통수석비서관은 이날 브리핑에서 북한이 대북특사 제의를 공개적으로 거절한 것에 대해 “전례 없는 비상식적 행위이며 대북특사 파견 취지를 의도적으로 왜곡한 처사로 강한 유감을 표명한다”고 했다. 통상 물밑에서 비공개로 이뤄지는 특사 제안을 공개한 것은 최대 수준의 외교적 결례라는 것이다. 여권 일각에선 남북관계를 되돌릴 마지막 희망이 사라졌다는 우려와 함께 새로운 특사단을 꾸려 적절한 시점에 다시 대화 시도에 나서야 한다는 주장도 나온다. 여권 관계자는 “북한이 현 국면과 연관된 인물들을 특사단으로 받아들이기는 쉽지 않았을 것”이라며 “북한의 의중을 제대로 파악하지 못하고 성급하게 제안한 것 같다”고 했다. 또 다른 여권 관계자는 “처음부터 시작한다는 마음으로 새로운 특사단을 꾸려 북한과 다시 관계 개선에 나서야 한다”며 “연륜 있는 정치인 등이 대안이 될 수 있다”고 말했다.박효목 기자 tree624@donga.com}

“실망스럽고 화가 난다.” 문재인 대통령은 17일 계속되고 있는 북한의 말 폭탄과 개성 남북공동연락사무소 폭파에 대해 이같이 말했다. 문정인 대통령통일외교안보특보, 임동원, 박재규, 정세현 전 통일부 장관 등과의 오찬 자리에서다. 청와대가 이날 문 대통령을 향해 “역겹다” 등 비난을 퍼부은 김여정 북한 노동당 제1부부장을 향해 “사리 분별 못 하는 언행” 등의 표현을 써가며 정면 대응에 나선 데는 이런 문 대통령의 판단이 자리 잡고 있는 것이다. 군사적 충돌을 우려한 문 대통령은 “상황 악화를 방지해야 하지만 마땅한 대응 방법이 없다”면서도 “그래도 인내를 갖고 남북 관계를 원점에서 다시 시작해야 한다”고 말했다고 참석자들은 전했다.○ 실망과 좌절감 표출한 文문 대통령은 이날 2시간 동안 진행된 오찬에서 북한의 강경 대응에 대한 솔직한 심경을 털어놨다. 문 대통령은 “지금 상황에 화가 난다. 좌절스럽다”고 말했다. 한 참석자는 “문 대통령이 ‘실망’ ‘좌절감’ ‘인내’ 등 단어를 가장 많이 언급했다”고 말했다. 문 대통령은 “지금이 가장 엄중한 위기 상황”이라며 “미국과 북한을 설득하며 해온 그 많은 노력이 물거품이 될 위기”라고 했다. 문 대통령은 김여정 등의 대남 비난과 개성 남북공동연락사무소 폭파에 대해 “도를 넘었다”며 “나보다 국민이 더 충격을 받았을 것 같다”고 말한 것으로 전해졌다. 문 대통령은 이날 북한이 사실상 준외교 공관인 남북공동연락사무소를 폭파한 상황에서 마땅한 대응책이 없다는 답답함도 드러냈다. 문 대통령은 “북한이 대화를 하지 않겠다는 것인데 그렇다면 이를 해결할 마땅한 방법이 없다”고 말했다. 북-미 관계에 대한 아쉬움도 토로했다. 문 대통령은 “미국 쪽이 대화의 상대인 북한도 좀 배려하면서 풀어 나갔어야 하는데 미국 관료들의 반발로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이 하노이 정상회담에서 노딜로 간 게 아쉽다. 트럼프 대통령도 아쉽게 생각한다”고 했다. 동시에 문 대통령은 대북전단 문제에 대해 “막을 수 있었는데 미온적이었다”고 했다. 이어 “관련 법규가 있어 충분히 막을 수 있었는데 관련 부처가 관성에 젖어 대응을 제대로 못 한 것이 문제”라고 말했다. 다만 문 대통령은 “추가적인 상황 악화를 막도록 해야 한다”며 “북한과의 대화의 문을 완전히 닫을 수는 없다”고 말했다. 문 대통령은 ‘대화를 공개해도 되느냐’는 참석자들의 질문에 “그러시라”고 한 것으로 전해졌다.○ 인신공격 쏟아낸 김여정 vs 靑 “몰상식” 난타전앞서 김여정은 이날 ‘철면피한 감언이설을 듣자니 역스럽다’는 제목의 담화로 6·15 남북공동선언 20주년을 맞아 남북 대화를 재차 강조한 문 대통령을 직접 겨냥하며 인신공격성 비난을 쏟아냈다. 김여정은 “새삼 혐오감을 금할 수 없다. 한마디로 맹물 먹고 속이 얹힌 소리같은 철면피하고 뻔뻔스러운 내용만 구구하게 늘어놓았다”며 “자기변명과 책임회피, 뿌리 깊은 사대주의로 점철된 남조선 당국자의 연설을 듣자니 저도 모르게 속이 메슥메슥해지는 것을 느꼈다”고 했다. “과거 그토록 입에 자주 올리던 ‘운전자론’이 무색해지는 변명” “마디마디에 철면피함과 뻔뻔함이 매캐하게 묻어나오는 궤변” “정신이 잘못된 것 아닌가” 등 앞선 담화보다 한층 수위 높은 원색적 표현도 담겼다. 그러면서 “마이크 앞에만 나서면 마치 어린애같이 천진하고 희망에 부푼 꿈같은 소리만 토사하고 온갖 잘난 척, 정의로운 척, 원칙적인 척하며 평화의 사도처럼 처신머리 역겹게 하고 돌아가니 그 꼴불견 혼자 보기 아까워 우리 인민들에게도 좀 알리자고 내가 오늘 또 말 폭탄을 터뜨리게 된 것”이라고도 했다. 이에 윤도한 대통령국민소통수석비서관은 “북측의 이러한 사리 분별 못 하는 언행을 우리로서는 더 이상 감내하지 않을 것임을 분명히 경고한다”고 했다. 문 대통령 취임 이후 남북이 거친 언사를 경쟁하듯 주고받은 것은 처음이다. 윤 수석의 발표문은 이날 오전 8시 반부터 열린 국가안전보장회의(NSC)가 끝난 뒤 정의용 국가안보실장, 서훈 국가정보원장 등과 조율하고 문 대통령이 최종 재가한 것으로 알려졌다. 군과 통일부도 일제히 가세했다. 전동진 합동참모본부 작전부장은 “북측은 반드시 그에 대한 대가를 치르게 될 것”이라고 밝혔다. 서호 통일부 차관은 “북측은 응분의 책임을 져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청와대가 ‘강 대 강’의 대치 국면을 각오하고 강경 대응으로 돌아선 것은 북한의 추가 도발 가능성이 매우 높다고 보고 있기 때문이다. 군이 이틀 연속 강력한 대응을 천명한 것도 북한이 국지 도발 등에 나설 경우 즉각 군사적인 맞대응에 나서겠다는 뜻을 담은 것으로 풀이된다.박효목 tree624@donga.com·신나리 기자}
청와대가 17일 4·27 판문점선언 국회 비준동의를 계속 추진하기 어려울 것이라고 밝혔다. 북한이 개성 남북공동연락사무소를 폭파한 만큼 판문점선언의 법제화를 더 이상 고집할 수 없다는 것. 이날 오전까지 국회 비준동의 추진 필요성을 강조했던 더불어민주당도 속도조절에 들어갔다. 청와대 고위 관계자는 이날 기자들과 만나 판문점선언의 국회 비준동의에 대해 “제 개인적 판단으로는 무리가 아닐까 싶다”고 말했다. 이 관계자는 “청와대 회의에서 전체 상황에 대한 인식을 바탕으로 어떻게 할 것인가 논의가 있었고 그런 논의를 종합적으로 판단한다면 현 시점에서 (비준동의 추진은) 어려운 게 아닐까 한다”고 했다. 판문점선언 비준동의를 계획대로 추진할 것이라고 밝혔던 민주당도 이날 오후 입장을 바꿨다. 민주당 송갑석 대변인은 “톤 다운(tone down)된 느낌으로 할 수밖에 없는 상황”이라고 했다. 이날 오전 송 대변인은 판문점선언 비준동의에 대해 “차질 없이 추진해 나간다는 게 저희 입장”이라고 했었다. 국회 외교통일위원장인 송영길 민주당 의원 역시 오전 한 라디오에서 “(판문점선언 국회 비준동의는) 포기할 수 없는 문제이고, 한반도의 평화 협력 문제는 지속적으로 우리가 인내심을 가지고 해야 할 문제지 일희일비할 문제는 아니다”라고 했다.박효목 tree624@donga.com·윤다빈 기자}

“특사단 일행은 고방산 초대소에 도착해 북측의 영접을 받은 뒤 김정은 국무위원장과 만찬을 진행했다.” 문재인 정부 출범 후 첫 대북특사단이 북한에 도착한 2018년 3월 5일. 정의용 청와대 국가안보실장과 서훈 국정원장 등 특사단이 리무진 차량을 타고 국무위원회 청사에 내리자 김 위원장과 여동생인 김여정 노동당 제1부부장이 마중을 나왔다. 하지만 2년 3개월전 파격적인 의전과 환대로 특사단을 맞았던 김여정은 17일 문재인 대통령의 대북 특사 제의를 “서푼짜리 광대극”이라고 원색적으로 비난하며 보란 듯이 걷어찼다. 악화일로를 걷고 있는 남북관계의 현 주소를 적나라하게 보여준다는 평가가 나온다. 조선중앙통신은 이날 보도에서 “15일 남조선 당국이 특사파견을 간청하는 서푼짜리 광대극을 연출했다”며 6·15 남북공동선언 20주년을 맞은 15일 문 대통령이 정 실장과 서 원장을 대북특사로 제의한 사실을 공개했다. 그러면서 “남측이 앞뒤를 가리지 못하며 이렇듯 다급한 통지문을 발송한 데 대해 김여정 부부장은 뻔한 술수가 엿보이는 이 불순한 제의를 철저히 불허한다는 입장을 알렸다”며 “참망한 판단과 저돌적인 제안을 해온데 대해 우리는 대단히 불쾌하게 생각한다”고 했다. 이어 “남조선 집권자가 ‘위기극복용’ 특사파견놀음에 단단히 재미를 붙이고 걸핏하면 황당무계한 제안을 들이미는데 이제 더는 그것이 통하지 않으리라는 것을 똑똑히 알아두어야 할 것”이라고도 했다. 문재인 정부 출범 이후 2차례 북한을 방문해 북한이 갈망하던 북-미 정상회담 성사를 이끌어냈던 대북특사를 ‘비현실적 제안’, ‘위기극복용 놀음’으로 폄훼한 셈이다. 청와대는 16일 브리핑에서도 정치권에서 터져 나오는 대북특사 파견설에 대해 “들어보지 못했다”며 철저히 함구했다. 북한이 잇따른 대남비난으로 강경한 입장을 내놓고 있는 상황에서 당장은 아니더라도 북한이 언제든 대북특사 파견 제안을 받아들일 가능성에 기대를 걸고 있었던 것. 하지만 북한이 이날 비공개 대북특사 제안을 공개하고 노골적인 비난을 퍼부으면서 대북특사라는 마지막 카드마저 무위로 돌아가게 됐다. 윤도한 대통령소통수석은 이날 브리핑에서 “북측은 우리 측이 현 상황 타개를 위해 대북특사 파견을 비공개로 제의한 것을 일방적으로 공개했다”며 “이는 전례 없는 비상식적 행위이며 대북특사 파견 취지를 의도적으로 왜곡한 처사로서 강한 유감을 표명한다”고 했다. 통상 물밑에서 비공개로 이뤄지는 특사 제안을 공개한 것은 최대 수준의 외교적 결례라는 것이다. 여권 일각에선 남북관계를 되돌릴 마지막 희망이 사라졌다는 우려와 함께 특사단 면면을 교체해 적절한 시점에 다시 대화 시도에 나서야 한다는 주장도 나온다. 여권 관계자는 “북한 입장에서 현 국면과 깊숙이 연결된 인물들을 특사단으로 받아들이기는 쉽지 않았을 것”이라면서도 “특사단 거부로 뚜렷한 해법을 찾지 못한 채 한동안 남북관계의 냉각기가 불가피해 보인다”고 했다. 박효목 기자 tree624@donga.com}

북한이 개성공단에 있는 남북공동연락사무소 폭파 버튼을 누르기 30분 전인 16일 오후 2시 20분, 청와대 관계자는 기자들과 만나 남북 정상회담과 관련한 질문에 “정상회담 제안은 여전히 유효한 것”이라고 답했다. 청와대는 연락사무소 폭파라는 초유의 도발에 나서기 직전까지도 북한의 태도 변화에 대한 기대를 유지하고 있었던 셈이다. 폭파를 확인한 청와대는 이날 오후 5시경 정의용 국가안보실장 주재로 국가안전보장회의(NSC)를 소집했다. 그리고 북한 강경 대응의 발단이었던 4일 김여정 북한 노동당 제1부부장 담화 이후 12일 만에 “엄중 경고”라는 반응을 내놓았다. 하지만 북한의 연락사무소 폭파가 무력 도발의 시작을 알리는 신호탄일 수 있다는 우려에도 정부는 “강력 대응”이라는 원론적 입장 외에 뚜렷한 대응 카드를 내놓지 못했다.○ 文 ‘대화 협력’ 제안 하루 만에 폭발로 응수한 北그간 열흘 넘게 지속된 북한의 거친 ‘말폭탄’에도 청와대는 침묵을 지켰다. 그 대신 문재인 대통령은 15일 “끊임없는 대화로 남북 간의 신뢰를 키워 나가야 한다”고 했다. 청와대도 이날 남북 정상회담에 대해 “(문 대통령이) 제안을 이미 한 상태다. 당연히 유효하다”고 했다. 국방부 등에 따르면 북한은 이날 오전부터 연락사무소 건물 폭파 사전 준비에 나섰지만 청와대는 그런 움직임을 포착하고도 계속해서 유화 모드를 이어간 셈이다. 하지만 북한은 말이 아닌 행동에 나섰다. 문 대통령의 대화와 협력 제안에 북한은 연락사무소 폭파를 통한 판문점선언 파기로 응수했다. 한 외교 소식통은 “남측 영토를 직접 겨냥한 것은 아니지만 건물 폭파라는 전례 없는 방식으로 충격을 극대화하려 한 것 같다”고 말했다. 오후 2시 50분 북한이 실제로 폭파를 감행하자 청와대에는 비상이 걸렸다. 한 참모는 “예상은 했지만 이렇게 빨리 나설 줄은 몰랐다”고 했다. 또 다른 관계자는 “심각한 상황”이라고 했다. 청와대는 부랴부랴 정 실장 주재로 긴급 NSC를 개최했다. 김유근 NSC 사무처장은 “정부는 오늘 북측이 연락사무소 건물을 일방적으로 폭파한 것에 대해 강력한 유감을 표명한다”며 “북측의 남북공동연락사무소 파괴는 남북 관계의 발전과 한반도 평화 정착을 바라는 모든 이들의 기대를 저버린 행위”라고 지적했다. 이어 “정부는 이로 인해 발생하는 모든 사태의 책임이 전적으로 북측에 있음을 분명히 한다”며 “북측이 상황을 계속 악화시키는 조치를 취할 경우 우리는 그에 강력히 대응할 것임을 엄중히 경고한다”고 덧붙였다. 청와대가 북한에 대한 유감을 표명한 것은 3월 단거리 발사체 발사와 관련해 “강한 우려를 표명한다”고 한 지 3개월여 만이다.○ 여당도 종전선언 촉구 결의안 낸 지 하루 만에 “강한 유감”청와대가 강한 유감과 경고를 표명하고 나선 것은 북한이 비무장지대 내 국지적 충돌이나 접경지 무력 도발 등에 나설 가능성이 있다고 보고 있기 때문이다. 정부 관계자는 “전적으로 북한에 책임이 있다고 했기 때문에 만약 북한이 우리 영토를 겨냥한다면 곧바로 무력 맞대응에 나서겠다는 뜻도 담겨 있다”고 말했다. 특히 청와대는 연락사무소를 폭파한 북한이 개성공단 부지에 군부대를 배치시킬지에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다. 여권 핵심 관계자는 “연락사무소 폭파가 북한 도발의 마지노선이라고 봤지만 북한이 예상보다 빠르게 행동으로 옮겨 향후 상황 전개를 계속 주시해야 할 것 같다”고 말했다. ‘종전선언 촉구 결의안’ 등 유화 모드를 고수하던 민주당 역시 청와대와 궤를 맞춰 ‘강한 유감’으로 돌아섰다. 강훈식 수석대변인은 16일 논평을 통해 “북한의 개성 남북공동연락사무소 폭파에 강한 유감을 표명한다”고 밝혔다. 이날 이해찬 대표가 소집한 긴급회의에서는 “이번에는 강경하게 나가야 한다”는 반응이 주를 이뤘지만 일부 참석자들은 “북한을 자극하지 않도록 발언을 신중하게 해야 한다”는 취지의 발언을 한 것으로 전해졌다. 수도권의 한 초선 의원은 “제대로 된 상황 진단 없이 미국 탓, 탈북민 국회의원 탓을 하다가 이제는 탓할 대상도 남아 있지 않다”고 했다. 미래통합당 박진 의원은 “문재인 정부의 잘못된 대북 유화정책이 실패했다는 것을 보여주는 것”이라며 “지금이라도 대북정책을 근본적으로 전환해야 한다”고 했다. 통합당 최형두 대변인은 “여야가 함께 ‘북한 도발 중지 촉구 결의안’으로 일치된 목소리를 보여줘야 한다”고 강조했다.한상준 alwaysj@donga.com·박효목·강성휘 기자}

“무엇보다 중요한 것은 남북 간의 신뢰다.” 지난달 10일 취임 3주년 기자회견 이후 한 달여 만에 나온 문재인 대통령의 대북(對北) 메시지는 변함없이 “대화하고 협력하자”였다. 4일 김여정 북한 노동당 제1부부장의 담화를 시작으로 북한이 군사 대응까지 공언하고 나섰지만 문 대통령은 15일 “남과 북이 자주적으로 할 수 있는 사업도 분명히 있다”며 계속해서 독자적인 남북 협력을 강조했다. 하지만 북한은 이날도 ‘서릿발 치는 보복 행동’을 공언한 상황에서 문 대통령이 남북 정상 간 신뢰 호소와 남북경협 외에 뾰족한 반전 카드를 내놓지 못한 만큼, 당분간 한반도 긴장 상태는 이어질 것이라는 우려가 확산되고 있다.○ 文 “남북, 낙관적 신념 가지고 나아가야”문 대통령은 이날 청와대에서 열린 수석·보좌관회의에서 “남북 관계는 언제든지 우리가 원하지 않는 격랑 속으로 들어갈 수 있다”며 “북한도 소통을 단절하고 긴장을 조성하며 과거의 대결시대로 되돌리려 해서는 안 된다”고 했다. 그러면서 “남과 북이 함께 돌파구를 찾아 나설 때가 됐다”며 “한반도 운명의 주인답게 남과 북이 스스로 결정하고 추진할 수 있는 사업을 적극적으로 찾고 실천해 나가기를 바란다”고 말했다. 1월 신년사에서 제안한 독자적인 남북 협력에 북한이 군사도발 엄포로 응수하고 있지만 문 대통령은 남북 철도 연결 등의 협력을 다시 촉구한 것이다. 문 대통령은 또 “국제사회의 동의를 얻어가는 노력도 꾸준히 하겠다”고 말했다. 대북제재 완화를 위해 국제사회를 적극적으로 설득하는 역할에 나서겠다는 의미다. 문 대통령은 6·15, 4·27 등 남북 합의를 언급하며 “국회에서 비준동의되고 정권에 따라 부침 없이 연속성을 가졌다면 남북 관계는 지금보다 훨씬 발전됐을 것”이라고 했다. 판문점선언 비준동의를 재추진하겠다는 뜻을 내비친 것. 문 대통령은 이날 오후 경기 파주 오두산 통일전망대에서 열린 6·15 남북공동선언 20주년 기념식에서도 영상 축사를 통해 이런 내용을 다시 한번 강조했다. 영상 축사에서 문 대통령은 2000년 6·15 남북공동선언 당시 김대중 전 대통령이 착용했던 넥타이를 매고 판문점선언 공동 발표 때 사용한 연대(演臺)에 섰다.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에게 판문점선언을 지키고 ‘6·15 정신’을 함께 이어가자는 호소를 보낸 셈이다. 이 넥타이는 김 전 대통령의 3남인 더불어민주당 김홍걸 의원이 선물했다. 문 대통령은 “한반도 정세를 획기적으로 전환하고자 했던 김 위원장의 노력을 나는 잘 알고 있다”고도 했다. 아직 전면에 나서지 않고 있는 김 위원장에게 ‘정상 간의 신뢰’를 강조하며 대화를 촉구한 것. 김연철 통일부 장관도 이날 2018년 남북 철도 연결 착공식이 열렸던 도라산역에서 진행된 고 문익환 목사 시비 제막식에 참석해 “역사를 산다는 건 말이야, 밤을 낮으로 낮을 밤으로 뒤바꾸는 일이라구”라는 내용이 담긴 문 목사의 시 ‘잠꼬대 아닌 잠꼬대’를 읊었다.○ 새로운 카드 없이 北 호응만 기대하는 靑 문제는 북한의 릴레이 대남 비방전 개시 후 처음 나온 문 대통령 메시지가 기존 내용과 크게 다르지 않다는 점이다. 여권 관계자는 “일단은 남북 합의를 지키겠다는 확신을 심어주면서 북한의 대응을 지켜볼 것”이라고 말했다. 하지만 여권 내부에서도 “청와대가 북한이 일절 호응하지 않을 경우에 대한 준비는 되어 있는지 모르겠다”는 우려가 나왔다. 대화와 협력이라는 문 대통령의 메시지에도 불구하고 북한이 무력 도발에 나설 가능성이 큰 상황에서 사실상 북한에 무기력하게 끌려가는 모양새로 비칠 수 있다는 것이다. 문정인 대통령통일외교안보특보도 이날 국회에서 열린 6·15 남북공동선언 20주년 행사에서 “김대중 전 대통령은 ‘서해 북방한계선(NLL)은 목숨 걸고 사수하지만 (우리가 북한을) 선제 타격은 하지 말라. 그러나 상대가 선제 타격할 경우 강력히 응징하라’고 얘기했다”며 “김 전 대통령이 했던 영민하고 결기 있는 자세가 필요하다”고 말했다. 박효목 tree624@donga.com·한기재 기자}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의 최측근인 리처드 그리넬 전 독일 주재 미국대사가 11일(현지 시간) “우리는 한국과 일본에서 미군을 데려오기를 원한다”고 말했다. 11월 미 대선을 앞두고 적극적인 한반도 개입(engagement) 기조에서 물러서려는 태도를 취한 것. 북한은 12일 싱가포르 북-미 정상회담 2주년을 맞아 오히려 싱가포르 합의 폐기를 위협하고 나섰다. 최소한 올해 말까지 별다른 대화 모멘텀 없이 한반도에서 긴장이 장기화되는 것 아니냐는 우려가 나오고 있다. 그리넬 전 대사는 이날 독일 일간지 빌트와의 인터뷰에서 “미국 납세자들은 다른 나라 안보에 너무 많은 돈을 지불하는 데 반대하고 있다”며 이같이 말했다. 그는 “(해외 주둔 미군 감축은) 치열하게 논의되고 있는 이슈(hotly contested issue)”라며 “트럼프 대통령은 매우 확실하게(very clear) 한국과 일본, 독일, 시리아, 아프가니스탄, 이라크로부터 군대를 데려오길 원한다”고 했다. 정부 소식통은 “한미 간 공식, 비공식적으로 주한미군 감축이 논의된 바 없다”고 부인했다. 하지만 트럼프 대통령의 재선 캠프에 합류할 것으로 알려진 최측근 인사가 한국을 지목한 만큼 미 대선에서 주한미군 감축이 이슈로 떠오를 것이라는 관측이 나온다. 4년 전 대선에서 백인 표를 모으는 데 주효했던 ‘미국 우선주의’ 카드를 꺼내 든 동시에, 대선에서 치명적 변수로 작용할 수 있는 외교 리스크를 낮추겠다는 의도로 풀이된다. 이런 가운데 미 국무부 관계자는 싱가포르 북-미 정상회담 2주년을 앞둔 11일(현지 시간) 미국의소리(VOA) 방송에서 “북한과의 의미 있는 협상에 전념하고 있다”고 했다. 성과를 도출하기 어려운 북핵 협상에는 나서지 않겠다는 것으로, 싱가포르 합의의 틀을 지키겠다는 원론적 입장을 밝히며 사실상 현상 유지 기조를 내비친 것이다. 반면 북한은 12일 트럼프 대통령을 정조준하며 핵 전력 증강 의지를 거듭 천명했다. 1월 임명 이후 첫 담화문을 낸 리선권 외무상은 “다시는 아무런 대가도 없이 미국 집권자에게 치적 선전감이라는 보따리를 던져주지 않을 것”이라며 “우리 공화국의 변함없는 전략적 목표는 미국의 장기적인 군사적 위협을 관리하기 위한 보다 확실한 힘을 키우는 것”이라고 했다. 북한이 미 대선 전 ‘새로운 전략 무기’를 공개하고 미국을 겨냥한 도발에 나설 수 있다는 관측이 나온다. 대북전단 살포에 대한 강경대응에 나선 청와대는 북한의 반응에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다. 청와대 관계자는 “북한이 우리가 취한 노력을 비난할 수는 없을 것”이라면서도 “북한이 당장 통신선 복구 등 호응에 나설 가능성은 낮아 보인다”고 말했다.신나리 journari@donga.com·박효목 기자 / 워싱턴=이정은 특파원}

청와대가 11일 국가안전보장회의(NSC)를 연 뒤 브리핑에서 “정부는 앞으로 대북전단 및 물품 등의 살포 행위를 철저히 단속하고 위반 시 법에 따라 엄정히 대응할 것”이라고 밝혔다. 김여정 북한 노동당 제1부부장 담화 이후 계속되는 북한의 대남 비방에도 NSC를 열지 않았던 청와대가 올해 첫 NSC 브리핑을 열고 국민들의 대북전단 살포에 법적으로 대응하겠다고 밝힌 것이다. 김유근 국가안보실 1차장 겸 청와대 NSC 사무처장은 이날 NSC 회의 뒤 청와대 춘추관에서 브리핑을 하고 “대북전단 및 물품 살포는 남북교류협력법, 공유수면법, 항공안전법 등 국내 관련법을 위반하는 것”이라고 밝혔다. 전날 통일부가 전단 살포 단체 등에 대한 고발 근거라고 밝힌 교류협력법 외에 두 개 법을 추가한 것. 청와대는 “페트병을 이용해 바다로 전단을 보내는 것은 공유수면법을 위반하는 것”이라고 밝혔다.박효목 기자 tree624@donga.com}

김여정 북한 노동당 제1부부장의 대북 전단 살포에 대한 비난 담화에 통일부가 탈북자단체를 남북교류협력법 위반으로 고발하겠다고 나선 지 하루 만에 청와대가 국가안전보장회의(NSC)를 소집해 “법에 따라 엄정히 대응할 것”이라고 밝혔다. 대북 전단 살포 처벌에 대해 헌법상 표현의 자유를 침해하는 것 아니냐는 일각의 지적에도 청와대까지 직접 나서면서 ‘대북 저자세’ 비판이 더욱 거세지고 있다.○ 도발 땐 없던 공식 입장문 내고 “엄정 대응” 밝힌 NSC청와대는 11일 오후 정의용 국가안보실장 주재로 NSC 상임위원회 회의를 열고 “앞으로 대북 전단 및 물품 등의 살포 행위를 철저히 단속하고 위반 시 법에 따라 엄정히 대응할 것”이라는 내용의 공식 입장문을 내놨다. 회의 후 직접 브리핑에 나선 김유근 NSC 사무처장은 “일부 민간단체들이 대북 전단 및 물품 등을 계속 살포해 온 데 대해 깊은 유감을 표명한다”며 “이러한 행위는 한반도 평화와 번영을 이루기 위한 우리의 노력에도 도움이 되지 않는다”고 했다. 김 사무처장이 직접 브리핑에 나선 것은 지난해 11월 22일 한일 군사정보보호협정(GSOMIA·지소미아) 조건부 연장에 대한 발표 이후 7개월 만이다. 청와대가 대북 전단 문제에 대해 NSC 상임위원회를 열고 공식 입장문을 낸 것도 이례적이라는 평가가 나온다. 올 들어 세 차례 감행된 북한의 도발과 비무장지대 감시초소(GP) 총격 때도 NSC는 별다른 입장을 내놓지 않았다. 특히 청와대는 이날 전날 통일부가 내건 남북교류협력법과 4·27 판문점 선언에 더해 5건의 남북합의와 3개의 법률을 대북 전단 살포 처벌의 근거로 제시했다. 우선 페트병에 쌀을 담아 북한에 보내는 것이 국가 소유의 바다, 하천인 공유수면에 폐기물을 버리는 행위를 금지한 공유수면법을 위반했고, 풍선에 전단을 넣어 보내는 것이 초경량비행장치 사용 시 국토교통부 장관 승인을 받도록 하고 있는 항공안전법을 위반했다는 게 청와대의 설명이다. 청와대는 또 노무현 정부에서 채택한 6·4 합의서, 노태우 정부에서 합의한 남북기본합의서, 박정희 정부의 7·4 남북공동성명에 따른 남북조절위원회 공동발표에 담긴 전단 살포 중단 합의를 위반했다고도 했다. 국회 비준동의를 받지 않은 판문점 선언을 처벌 근거로 내건 것을 두고 논란이 일자 김일성 김정일 시대에 만들어진 남북 합의문까지 들고나온 것. 그러면서 김 사무처장은 “우리 정부는 오래전부터 대북 전단 및 물품 살포를 일절 중지했고 북측도 2018년 판문점 선언 이후 대남 전단 살포를 중단했다”고 했다. 북한은 남북 합의를 지키고 있는데 탈북자 단체가 이를 지키지 않아 최근 남북 간 긴장이 고조되고 있다는 의미다.○ 청 관계자 “대북 전단 내용이 너무 자극적”대북 전단 살포 처벌을 놓고 통일부에 이어 하루 만에 청와대까지 나선 것은 문재인 대통령의 의지에 따른 것으로 알려졌다. 북한이 대북 전단을 이유로 통신연락선을 차단하자 ‘대북 전단 문제를 책임지겠다’는 신호를 보내며 전면적인 남북관계 단절을 재고하라는 메시지를 보내려 했다는 것. 청와대 관계자는 “대북 전단의 내용이 너무 자극적이다. 더 이상 묵과하기 어렵다는 판단에 이른 것”이라며 “정부의 조치가 나온 뒤 노동신문 등의 톤에 일부 변화가 있다는 분석도 있다”고 했다. 하지만 통일부가 탈북자 단체를 경찰에 고발한 상황에서 청와대가 사실상 수사 가이드라인을 제시한 것 아니냐는 비판도 나온다. 통일부는 이날 자유북한운동연합(대표 박상학)과 큰샘(대표 박정오)의 대북 전단 살포 행위에 대해 교류협력법은 물론이고 청와대가 이날 밝힌 항공안전법, 공유수면법 위반 혐의를 추가해 서울지방경찰청에 수사를 의뢰했다고 밝혔다. 청와대는 이날 NSC 공식 입장문에 대한 참고자료로 ‘국민 생명에 대한 위험 사태 시 경찰관은 억류, 피난 등의 조치를 취할 수 있다’는 내용의 경찰관 직무집행법을 제시하기도 했다. 국제인권단체 휴먼라이츠워치(HRW)의 필 로버트슨 아시아담당 부국장은 11일 성명에서 “(탈북자 단체 설립 허가 취소 조치는) 집회 결사의 자유를 노골적으로 침해하는 것”이라며 “국경 지역의 안보나 대북관계 같은 모호한 호소로 정당화할 수 없다”고 지적했다. 그는 “대북 전단은 상대적으로 무해한 표현 방식이므로 금지하면 안 된다. 한국 정부가 북한 주민의 인권을 도외시하는 것은 부끄러운 일”이라고 비판했다.박효목 tree624@donga.com·황인찬 기자}
문재인 대통령은 10일 6월 민주항쟁 33주년 기념식에서 전태일 열사의 어머니 고 이소선 여사, 박종철 열사 아버지 고 박정기 씨, 이한열 열사 어머니 배은심 씨 등 민주화 유공자 12명에게 국민훈장 모란장을 수여했다. 정부가 6월 민주항쟁 기념식에서 민주화 유공자에게 훈장을 수여한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문 대통령은 ‘남영동 대공분실’이었던 서울 용산구 남영동 민주인권기념관 예정지에서 열린 기념식에서 “오늘 우리의 민주주의가 이만큼 오기까지 많은 헌신과 희생이 있었다”며 “오늘 우리는 대한민국 민주주의 발전에 기여한 공로자들께 훈포장을 수여한다. 한 분 한 분, 훈포장 하나로 결코 다 말할 수 없는, 훌륭한 분들”이라고 했다. 또 이날 해외에서 한국 민주화운동을 지원한 조지 오글 목사, 고 제임스 시노트 신부 등 7명은 국민포장·표창을 받았다.박효목 기자 tree624@donga.com}

문재인 대통령은 6월 민주항쟁 33주년인 10일 “평화는 어렵고 힘든 길이지만 그럴수록 우리는 민주주의로 평화를 이뤄야 한다”며 “그렇게 이룬 평화만이 오래도록 우리에게 번영을 가져다줄 것”이라고 말했다. 북한이 대남 사업을 대적(對敵) 사업으로 규정하며 남북 관계가 격동에 휘말린 가운데 ‘한반도 평화 프로세스’를 재차 강조한 것이다. 문 대통령은 이날 5공 시절 ‘남영동 대공분실’이었던 서울 용산구 남영동 민주인권기념관 예정지에서 열린 기념식에서 이같이 말했다. 문 대통령의 6월 민주항쟁 기념식 참석은 취임 직후인 2017년에 이어 3년 만이다. 남영동 대공분실 자리에서 열린 기념식 참석은 처음이다. 문 대통령은 “국가는 국민의 삶을 위해 존재하고 언제나 주권자의 명령에 부응해야 한다. 선거로 뽑힌 지도자들이 늘 가슴에 새겨야 할 일”이라며 “우리는 갈등 속에서 상생의 방법을 찾고 불편함 속에서 편함을 찾아야 한다”고 말했다. 여야 갈등이 지속되고 있는 정치권의 현실을 언급한 것으로 해석된다. 이어 “우리는 마음껏 이익을 추구할 자유가 있지만, 남의 몫을 빼앗을 자유는 갖고 있지 않다”며 “지속 가능하고 보다 평등한 경제는 제도의 민주주의를 넘어 우리가 반드시 성취해야 할 실질적 민주주의”라고도 했다. 전 국민 단계적 고용보험 등을 통한 ‘포용국가’ 실현 의지를 거듭 강조한 것이다. 문 대통령은 12분간의 연설 중 ‘민주주의’ 단어를 53번 사용했다. 문 대통령은 이날 기념식에서 전태일 열사의 어머니 고 이소선 여사, 박종철 열사의 아버지 고 박정기 전 전국민족민주유가족협의회(유가협) 이사장, 이한열 열사의 어머니 배은심 여사 등 민주화 유공자 12명에게 국민훈장 모란장을 수여했다. 이 여사는 1970년 아들 전태일 열사가 노동 여건 향상을 위해 활동하다 분신한 뒤 노동운동에 투신해 ‘노동자들의 어머니’로 불렸다. 2011년 별세한 후 9년 만에 훈장을 받게 됐다. 박 전 이사장과 배 여사는 유가협 활동을 하며 인권 운동을 펼쳤다. 배 여사는 “다시는 이 나라 역사에서 민주주의를 위해 삶을 희생하고 그로 인해 고통받는 가족이 생기지 않는 나라가 됐으면 하는 바람으로 이 자리에 섰다”고 했다. 앞서 문 대통령은 2017년 1월 페이스북에 “1987년 1월 박종철의 죽음을 처음 알았다. 탁자를 탁 치니 억 하고 죽었다는 경찰의 발표를 들으면서 피 끓던 분노를 기억한다”며 “2, 3일 후 당시 노무현 변호사와 함께 아버지 박정기 선생의 댁을 찾아가 위로를 드렸다”고 회고한 바 있다. 노무현 전 대통령과 함께 인권변호사로 활동하면서 ‘민주사회를 위한 변호사모임(민변)’ 설립에 앞장서고 사회적 약자의 권익 신장에 기여한 고 조영래 전 시민합동법률사무소 변호사, 5·18민주화운동 당시 계엄 당국과 협상하는 등 수습위원으로 평화적 해결을 위해 노력한 고 조철현 초대 5·18기념재단 이사장(세례명 조비오 신부) 등에게도 훈장이 수여됐다. 한편 이날 기념식에는 더불어민주당 이해찬 대표와 정의당 심상정 대표, 열린민주당 최강욱 대표, 미래통합당 김현아 비상대책위원과 민갑룡 경찰청장이 참석했다. 현직 경찰청장이 6월 민주항쟁 기념식에 참석한 것은 처음이다. 참석자들은 이날 기념식 마지막 순서로 ‘광야에서’를 합창했다. 행정안전부는 이 노래를 6월 민주항쟁 공식 제창곡으로 지정하는 방안을 검토하고 있다.박효목 기자 tree624@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