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건희

조건희 차장

동아일보 사회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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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책이 사건이 되는 지점을 자세히 들여다 보겠습니다.

becom@donga.com

취재분야

2025-11-23~2025-12-23
칼럼44%
보건20%
인사일반13%
사회일반10%
복지7%
미담3%
기타3%
  • 존엄사 선택권 좁은 희귀병 아동들

    여섯 살 재준(가명) 군은 짧은 생의 대부분을 약으로 통증을 억누르며 힘겹게 버텨왔다. 두 살 때 희귀난치성질환인 ‘백질이영양증’ 진단을 받으면서다. 재준 군의 주치의는 최근 시한부 판정을 내렸다. 어머니 이모 씨(34)는 머지않아 숨을 거둘 아들을 지켜보는 것도 힘들지만 아들을 떠나보낸 뒤에도 고통 속에 몸부림치던 모습이 계속 떠오를 것 같아 마음이 먹먹하다. 얼마 전 이 씨 부부가 재준 군의 임종이 가까워지면 무의미한 연명의료를 중단하자고 약속한 것은 이 때문이다. 하지만 4일 전면 시행된 연명의료결정법에 따르면 재준 군과 이 씨 부부는 미리 연명의료 포기 의사를 밝힐 수 없다. 포기 의사를 밝히려면 환자가 성인이거나 암 등 특정 질환을 앓고 있어야 하기 때문이다. 이 씨는 재준 군이 실제 사망에 임박한 상태(임종기)가 돼야만 포기 의사를 의료진에 통보할 수 있다. 이때 포기 의사 확인서와 가족관계증명서 등 각종 서류를 내야 한다. 이 씨는 “작별 인사를 나눠야 할 마지막 순간 행정 절차에 시달려야 한다고 생각하면 마음이 아프다”고 했다. 임종을 앞둔 환자의 존엄을 보호하기 위해 마련한 새 법이 아동 희귀질환자의 자기 결정권을 제한한다는 지적이 나온다. 새 법이 지정한 네 가지 질환(암, 만성 간경화, 만성 폐쇄성 호흡기 질환, 후천성면역결핍증)으로 말기 판정을 받은 미성년자는 숨지기 수개월 전부터 부모 등 친권자의 동의를 얻어 연명의료 계획서를 작성할 수 있다. 아이가 너무 어려 연명의료 중단을 이해하지 못하거나 의식이 없다면 부모가 대신 계획서에 서명할 수 있다. 문제는 재준 군과 같은 희귀질환 아동이다. 희귀질환 아동은 임종기 판정 뒤 숨을 거두기까지 시간이 성인보다 짧다. 그만큼 성인 희귀난치성 질환자처럼 사전에 연명의료를 중단하겠다는 의사를 담은 연명의료의향서를 낼 수 있어야 한다. 성인은 질환의 종류나 경중과 관계없이 전국 국민건강보험공단 지사 어디에서나 의향서를 작성할 수 있다. 의사 1명만 확인해주면 실제 연명의료를 중단하는 계획서와 같은 효력을 갖는다. 하지만 의향서는 만 19세 이상만 쓸 수 있다. 희귀질환 아동은 부모가 동의해도 의향서를 쓸 수 없다. 지난해 말 시범 접수 기간에 이런 규정을 알지 못한 희귀질환 아동들이 의향서를 냈다가 철회당하는 사례가 속출했다. 2014년 한 해 희귀질환으로 숨진 미성년 환자는 731명으로 연명의료 계획서를 낼 수 있는 네 가지 지정 질환 사망자(313명)보다 두 배 이상으로 많았다. 김민선 서울대병원 소아청소년과 교수는 “영국 등 선진국에선 의료진이 미성년 환자에게 건강 상태를 알리지 않고도 부모가 동의하면 연명의료를 중단할 수 있다”며 “환자와 부모가 마지막 순간 행정 절차로 인한 스트레스를 겪지 않게 하려면 의향서 작성 요건을 완화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조건희 기자 becom@donga.com}

    • 2018-02-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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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평창올림픽 보안요원 41명 노로바이러스 의심 증세…역학조사·대책마련 실시

    2018 평창 겨울올림픽 개회식을 눈앞에 두고 선수촌 보안요원 가운데 노로바이러스 의심 환자가 발생해 평창동계올림픽조직위원회와 질병관리본부, 식품의약품안전처, 강원지역 지자체가 5일부터 합동 역학조사 및 확산방지 대책 마련에 나선다. 호렙오대산청소년수련관에서 2월부터 합숙생활을 해온 안전요원 중 41명이 4일 설사, 구토, 복통 등 노로바이러스 의심증세를 보인데 따른 조치다. 추가 감염방지를 위해 기존 보안인력 1200명은 당분간 현장에 투입되지 않는다. 대체인력으로는 인근 군병력 900여 명이 긴급 투입돼 20개 베뉴의 보안 검색을 담당한다. 환자들이 감염된 경로로는 지하수가 유력하다. 식약처는 호렙오대산청소년수련관의 수도꼭지 7곳에서 지하수를 채취해 분석한 결과 일부에서 포유동물 분변으로 오염된 ‘분원성 대장균’이 검출돼 음용수 기준에 부합하지 않는 것으로 파악했다. 노로바이러스는 감염자의 분변에 오염된 물을 통해 주로 전파된다. 이 수련관은 과거에도 식중독 예방 부실로 적발된 적이 있다. 2009년엔 음식을 비위생적으로 조리하다가, 2014년엔 물탱크에 염소 소독장치를 달지 않았다가 각각 행정처분을 받았다. 당국이 부실 업소를 제대로 걸러내지 않아 일을 키웠다는 지적이 나온다. 현재 의심환자가 발생한 호렙청소년수련원의 급식은 중단된 상태다. 합동조사단은 지하수와 식재료에 대해 노로바이러스를 검사해 오염이 확인되면 지하수는 폐쇄, 식재료는 유통을 차단할 방침이다. 더불어 조직위는 지하수를 사용하는 운영인력 숙소 18곳에 대한 지하수 살균소독장치의 작동 모니터링도 강화할 예정이다.조건희기자 becom@donga.com평창=임보미기자bom@donga.com}

    • 2018-02-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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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병원 1.8% 참여 존엄사법 시행 첫날 “절차 너무 복잡” 가족도 의사도 혼란

    4일 서울의 한 대학병원 중환자실 앞에서 만난 A 씨는 망연한 표정이었다. A 씨의 남편(49)은 폐암 말기 진단을 받고 이 병원에 입원해 있다가 전날 밤 호흡이 가빠져 인공호흡기를 달았다. 의사는 환자가 회복할 가능성이 낮다고 판단했다. A 씨는 남편의 고통을 덜어주기 위해 인공호흡기를 뗀다는 ‘소생술 포기서(DNR)’에 서명하기로 했다. 하지만 A 씨가 마음을 정하는 사이에 시곗바늘이 4일 0시를 가리켰다. 이날부터 연명의료 포기 절차를 규정한 ‘연명의료결정법’이 전면 시행됐다. 새 법에 따라 DNR는 법적 효력이 없다. 연명의료를 중단하려면 환자 본인의 뜻을 증명할 서류를 내거나 환자의 직계 존비속 및 배우자 전원이 동의해야 한다. A 씨는 다른 가족들이 지방에서 올라오는 동안 남편이 진정제에 취한 채 가래를 토해내는 모습을 지켜봐야 했다. A 씨는 “남편이 직접 얘기한 적은 없지만 무의미한 연명의료를 원하지 않는다는 것을 이심전심으로 알고 있다”며 “그런데도 연명의료 중단 절차가 너무 복잡하다”고 말했다. 이날 의료 현장 곳곳에선 A 씨처럼 불편과 혼란을 겪는 사례가 속출했다. 시행일이 하필이면 주말인 탓에 가족관계증명서 등 연명의료 포기를 위한 서류를 발급받기가 쉽지 않았다. 연명의료 중단 절차를 제대로 숙지한 의료진도 많지 않았다. 암 환자는 그나마 사정이 나은 편이다. 이날 서울대병원 내과 중환자실의 환자 11명 중 3명은 암이나 만성 간경화, 만성 폐쇄성 호흡기 질환 등으로 연명의료를 받고 있었다. 파킨슨병이나 다발성 신경증 등으로 입원한 나머지 8명은 사실상 연명의료 중단 결정의 사각지대에 놓여 있었다. 암이나 만성 간경화, 만성 호흡기 질환, 에이즈(후천성면역결핍증) 등 4가지 질환 환자는 말기(수개월 내 사망 예상)일 때 연명의료계획서를 작성해 자신의 뜻을 밝혀둘 수 있다. 하지만 다른 질환의 환자는 임종기(사망에 임박)에만 계획서를 쓸 수 있다. 허대석 서울대병원 혈액종양내과 교수는 “임종기 환자 대다수는 의식이 없어 계획서에 서명할 수 없다는 점을 감안하면 현실성 없는 조항”이라고 말했다. 연명의료 결정 제도에 참여한 병원이 극소수인 점도 문제다. 연명의료를 중단하려면 ‘의료기관윤리위원회’를 갖춘 병원의 의사가 임종기 판정을 내려야 한다. 하지만 전체 병원급 이상 의료기관 3324곳 중 윤리위를 설치한 병원은 59곳(1.8%)에 불과하다. 윤리위를 설치하지 않은 병원은 지역 거점 공공의료원에 설치될 공공윤리위원회를 이용할 수 있다. 또 다른 병원의 윤리위와 위탁 협약을 맺을 수 있지만 아직까지 이 같은 사례는 없다. 일부 대형병원을 제외한 의료 현장에선 환자가 연명의료 중단 결정을 하고 싶어도 할 수 없다는 우려가 현실이 된 것이다. 결국 대다수 병원에선 법적 효력은 없지만 책임을 피하기 위해 종전처럼 DNR에 환자 가족의 서명을 받는 방식으로 연명의료를 중단할 것으로 보인다. 박미라 보건복지부 생명윤리정책과장은 “연명의료를 중단한 의사를 살인방조죄로 처벌했던 1997년 12월 보라매병원 사건 이후 21년 만에 시행된 법이라 초기 혼란은 어느 정도 불가피하다”며 “제도 안착을 위해 홍보를 강화하겠다”고 말했다. 연명의료 결정 제도 참여 병원은 연명의료정보포털()에서 확인할 수 있다.조건희 기자 becom@donga.com}

    • 2018-02-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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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단독]노인 중환자 느는데 중환자실은 줄어… 병원 ‘적자난다’ 기피

    《 경남 밀양시 세종병원 화재 참사는 10년 뒤 우리의 의료 현실을 미리 보여줬다. 지난 10년간 노인 중환자는 1.5배로 늘었다. 반면 중환자실은 20% 줄었다. 어느 중환자실에 가도 남는 병상이 없다. 중태에 빠져 중환자실에 입원해야 하는데도 수십 km 내에 빈 중환자실이 하나도 없는 상황이 나흘에 사흘꼴로 발생하고 있다. 초고령 도시 밀양시의 세종병원은 많은 노인 환자 때문에 일반실을 중환자실로 둔갑시켜서 ‘무허가 중환자실’을 만들었다. 한국이 초고령사회가 되는 2026년엔 세종병원의 모습이 전국적인 현상이 될 수도 있다. 지금 손쓰지 않으면…. 》  최근 노인 중환자가 급증하고 있지만 그들을 돌볼 중환자실이 턱없이 부족하다. 39명이 숨진 경남 밀양시 세종병원 화재는 우리 사회의 ‘중환자실 절벽’ 실태를 그대로 드러낸 사건이다. 환자 3명이 숨진 세종병원 301호 중환자실은 무려 15인실이다. 관련법에 따른 비상전력 장비 등 시설, 인력, 면적 기준을 하나도 지키지 않았다. ‘무허가 중환자실’이었다. 거의 항상 만실인 인근의 한 병원을 제외하면 세종병원 30km 내에는 중환자실을 갖춘 병원이 없다. 세종병원은 매일 집중치료가 필요한 중환자가 발생하자 일반실을 중환자실로 둔갑시켜 운영한 것이다.○ “중환자실 여유 병상 없습니다” 보건복지부 중앙응급의료센터는 환자가 중태인데 해당 병원 중환자실에 빈자리가 없으면 다른 병원의 병상을 실시간으로 찾아주는 서비스를 2014년부터 벌이고 있다. 원래 응급실 간 전원(병원을 옮기는 것)을 조정하는 것으로 출발했다. 중환자실 부족 현상이 심해지자 중환자실 전원도 돕기 시작했다. 하지만 이런 중환자실 돌리기가 최근 한계에 도달했다. 자유한국당 김승희 의원이 중앙응급의료센터로부터 제출받은 자료에 따르면 중환자실 전원 요청은 2014년 4건에 불과했다. 이후 2015년 49건, 2016년 353건, 지난해 656건으로 크게 늘었다. 이 중 같은 권역에서 병상을 찾지 못한 사례가 지난해 기준 172건이었다. 다른 권역에도 빈자리가 없는 사례도 103건이었다. 중환자 병실을 바로 구하고 싶어도 나흘에 3일은 반경 수십 km 내에 여유 병상이 한 개도 없는 상황이다. 중환자실이 없으면 환자는 응급실이나 일반실에 방치된다. 당뇨병 환자 A 씨(57)는 28일 당뇨성케톤산증(치사율 10% 이상)으로 서울의 한 병원 응급실을 찾았지만 서울과 경기 모든 병원에 여유 중환자실이 없었다. 인공호흡기를 단 채 응급실에서 기다리다 8시간 뒤에야 빈자리가 난 한 병원 중환자실로 옮겨졌다. 이대로라면 응급실에서 감염병이 확산됐던 2015년 메르스(MERS·중동호흡기증후군) 사태의 악몽이 재현될 가능성이 있다. 의료계는 이 같은 현상을 ‘의료 재난’ 직전이라고 지적한다. 밀양 화재와 같은 대형 재난이 연달아 발생하면 중환자실 수요는 폭증한다. 환자가 제때 치료받지 못하는 참사가 벌어질 수 있다. 서지영 삼성서울병원 중환자의학과 교수는 “환자가 먼 병원으로 이동하다가 숨지는 일이 빈발할 수 있다”고 말했다.○ 노인 중환자 느는데 중환자실은 줄어 중환자실 부족은 고령화로 더 심해질 것으로 전망된다. 국민건강보험공단에 따르면 중환자실을 이용한 환자는 2005년 20만3929명에서 2016년 31만1614명으로 약 10만 명이 늘었다. 젊은 환자는 줄었는데 50대 이상 환자가 15만1095명에서 23만6426명으로 56.5% 늘었다. 이런 추세라면 초고령사회(65세 이상 인구 20% 이상)로 접어드는 2026년엔 노인 중환자가 크게 늘어날 수 있다. 이런 상황에서 중환자실은 줄고 있다. 전국 중환자실 병상 수는 2005년 1만2723개에서 지난해 1만225개로 19.6% 감소했다. 특히 신생아 중환자실을 제외한 소아·성인 중환자실은 1만697개에서 8339개로 크게 줄었다. 같은 기간 일반실이 37만6364개에서 61만9576개로 2배 가까이 늘어난 것과 대조적이다. 현재 전국 중환자실은 빈자리가 10%도 안 되는 포화 상태다. 29일 서울 강남구 삼성서울병원 중환자실은 병상 128개 중 120개(93.8%)가 가동 중이었다. 의료진은 인공호흡기와 체외순환기, 약물주입펌프를 주렁주렁 달고 있는 환자가 욕창에 걸리지 않도록 등을 닦아주다 “일반실에서 심장이 멎은 환자가 오고 있다”는 알림을 받고 부랴부랴 다른 병상을 치웠다. 이선영 심장내과 중환자실 수간호사는 “중환자실이 가득 차 환자를 더 받을 수 없다고 알려주는 일이 하루가 멀다 하고 발생한다”고 말했다.○ 중환자실 환자 받을수록 적자 중환자실이 줄고 있는 이유는 돈 때문이다. 일반 입원실은 ‘환자를 눕혀만 둬도 돈이 되는’ 상황이다. 반면 중환자실은 환자를 받을수록 적자가 난다. 일반실은 간호사 1명당 환자 2.5명을 본다. 중환자실은 그보다 적은 1.2명을 돌본다. 그만큼 인건비가 많이 든다. 면적도 일반실보다 1.5배 넓어야 하고, 중앙공급식 의료가스와 음압격리실 등 비싼 시설도 설치해야 한다. 건강보험심사평가원이 2013년에 밝힌 중환자 1명당 입원료 원가 대비 건강보험 수가 비율은 78.7%였다. 중환자 치료에 100만 원이 든다면 병원이 21만3000원을 손해 본다는 얘기다. 대한병원협회는 이 손해율도 과소평가됐다고 주장한다. 협회가 계산한 상급종합병원 중환자실 병상 1개당 연간 적자는 1억7900만 원이었다. 정부는 신생아 중환자실의 시설·장비 구축에 연간 75억 원을 지원한다. 반면 소아·성인 중환자실에 이런 지원은 없다. 병원은 인건비를 아껴 적자를 최소화하려 하지만 업무 과중으로 의료진이 떠나는 악순환을 반복하고 있다. 전국 상급종합 및 종합병원 263곳 중 178곳은 중환자실 전담전문의를 두지 않고 있다. 나머지 85곳도 전담의 1명당 평균 44.7명의 환자를 돌본다. 김승희 의원은 “중환자실 수급 및 적자 보전 대책을 만들고 의료진이 부족한 낙후지엔 별도 지원책을 펴야 한다”고 촉구했다.조건희 기자 becom@donga.com}

    • 2018-01-3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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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인공호흡기 중환자 사망률, 대형병원 38% vs 소형병원 82%

    ‘38.1% vs 82.1%.’ 인공호흡기를 달고 있던 중환자의 사망률이다. 선진국과 개발도상국의 차이가 아니다. 국민건강보험 일산병원 연구소가 2011∼2015년 국내 중환자실 이용 환자 115만588명을 분석해 보니 규모가 큰 상급종합(3차)병원과 병상 100개 미만인 1차 병원의 차이가 이랬다. 중간 규모인 종합(2차)병원의 인공호흡 중환자 사망률은 57.6%였다. 경남 밀양시 세종병원처럼 무허가 중환자실을 운영하는 병원은 물론이고 허가 받은 중환자실의 의료 수준도 천차만별이라는 뜻이다. 이는 중환자실 환자만을 진료하는 전담 의료진의 수와 전문성이 병원마다 다르기 때문이다. 대한중환자의학회에 따르면 2009년 신종인플루엔자(독감)가 유행했을 때 국내 중환자실 독감 환자의 사망률은 42.6%로 호주(14.3%)나 미국(28.4%)은 물론 멕시코(38.9%)보다도 높았다. 특히 중환자 전문의가 없는 중환자실의 환자 사망률은 48%로, 전문의가 있는 곳(32%)보다 높았다. 간호사 1명이 돌봐야 하는 환자가 2명인 중환자실에선 중증 패혈증 환자의 사망률이 20%였지만 3명을 돌봐야 하는 곳에선 38.8%, 4명인 곳에선 41.7%였다는 연구 결과도 있다. 중환자실의 수준은 도시에서 멀수록 떨어지는 경향을 보였다. 인공호흡 중환자의 사망률은 전남(72.9%)과 경북(66.1%), 충북(62.2%) 등 지방과 서울(39%)과 대구(42.4%), 경남(44.9%) 등 대도시 지역의 차이가 컸다. 지방 병원일수록 의료인을 채용하는 데 어려움을 겪고, 적은 인원으로 많은 환자를 보살피다 보니 환자의 생명 유지와 직결되는 집중 치료를 제대로 하지 못하는 사례가 생기는 탓이다. 임채만 대한중환자의학회장(서울아산병원 중환자실장)은 “세종병원과 같은 무허가 중환자실 실태는 정부가 파악조차 못하고 있다”며 “허가된 중환자실부터라도 숙련된 의료 인력을 충분히 둘 수 있도록 관련 제도를 정비해야 한다”고 말했다. 조건희 기자 becom@donga.com}

    • 2018-01-3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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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눈 가늘게 뜨는 우리 아이, 혹시 약시?

    호주오픈 4강에서 부상 투혼을 펼친 정현(22·한국체대)이 테니스를 시작한 계기는 ‘약시’다. 6세 때 약시 진단을 받고 “책을 읽기보단 야외 활동을 하며 초록색을 많이 보는 게 좋다”는 의사의 조언에 따라 라켓을 잡았다고 한다. 약시란 무엇이고 어떻게 치료해야 하는지 안과 전문의들에게 물었다. 약시는 눈에 특별한 이상이 없는 것처럼 보인다. 하지만 안경을 써도 시력이 낮은 상태다. 태어난 직후 아이는 큰 물체만 감지할 수 있을 정도였다가 생후 3, 4개월엔 어른과 눈을 맞출 수 있게 되고 5, 6세에는 시력이 1.0 이상 된다. 이때 안경을 써도 시력이 0.8 미만이거나 두 눈의 시력 차이가 크면 약시를 의심해야 한다. 이 나이의 아이들에게선 흔하다. 한 해 2만여 명이 약시 탓에 병의원을 찾는다. 원인은 다양하지만 사시나 굴절 부등(짝눈) 때문에 한쪽 눈만 사용해 다른 쪽의 시력이 더 나빠지는 경우가 가장 흔하다. 근시나 원시, 난시가 심한데도 안경을 쓰지 않아 굴절 이상이 심해지는 사례도 있다. 백내장이나 각막 혼탁, 눈꺼풀 처짐 등 수술이 필요한 질환 때문에 약시가 발생하는 경우도 배제할 수 없다. 제때 치료받지 않으면 3차원 입체 감각과 거리 감각이 제대로 발달하지 않고 책 읽기의 정확성과 속도가 떨어지기 때문에 공부할 때 집중력도 낮아진다. 성인이 돼 라식이나 라섹 등 시력교정술을 받아도 약시는 치료할 수 없다. 조기에 알아채 병의원에 데려가는 게 중요하다. 아이가 TV를 보거나 책을 읽을 때 목을 빼고 눈을 가늘게 뜨는 게 가장 흔한 신호다. 부모와 눈을 제대로 맞추지 못하거나 고개를 유난히 자주 갸우뚱거리는 것도 마찬가지다. 이럴 땐 안과에 들러 시력을 측정하는 게 좋다. 대한안과학회에 따르면 4세 이전에 치료한 아이의 95%는 정상 시력을 되찾았다. 반면 8세가 넘어서 치료하면 정상으로 돌아갈 가능성이 23% 정도에 불과했다. 근시 등 굴절 이상이 원인이라면 일찍부터 안경을 사용한다. 한쪽 눈에만 약시가 있다면 정상인 쪽을 일정 기간 가리거나 약물을 넣는다. 약시가 있는 눈을 자주 쓰게 해 시력 발달을 유도하는 것이다. 드물지만 소아 백내장이나 눈꺼풀 처짐이라면 수술을 고려해야 한다. 전문의들은 ‘1·3·6 검사’를 권한다. 만 1세, 3세, 6세 때 안과에서 사시와 약시 검사를 받는 것이다. 읽기 능력을 갖추기 전에도 굴절 이상이나 사시는 검사로 걸러낼 수 있다.  도움말=하석규(고려대 구로병원)·김응수 교수(건양대 김안과병원)   조건희 기자 becom@donga.com·}

    • 2018-01-2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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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분만 가능한 병원 10년새 절반으로

    아이를 낳을 수 있는 분만 병원이 10년 새 절반으로 줄었다. 건강보험심사평가원은 25일 ‘2016년도 제왕절개분만율 모니터링 결과’ 보고서에서 산모가 아이를 낳은 전국 의료기관이 2006년 1119곳에서 2016년 603곳으로 46.1% 줄었다고 밝혔다. 같은 기간 병원에서 태어난 아이는 43만7096명에서 40만67명으로 8.5% 줄었다. 출생아가 줄어든 것보다 분만 의료기관의 감소 속도가 훨씬 빨랐다. 분만 병원이 대폭 줄어든 이유는 출생아 수 감소 외에도 예전보다 분만에 전문성이 더 필요해진 데 따른 것으로 보인다. 산모의 평균 출산 연령은 2006년 30.4세에서 2016년 32.4세로 높아졌다. 전체 산모 중 35세 이상의 비율도 13.9%에서 25.9%로 상승했다. 같은 기간 제왕절개 분만율은 36%에서 42.3%로, 조산아(임신 기간 37주 미만) 비율은 4.9%에서 7.2%로 각각 올랐다. 상주 의사가 1, 2명인 산부인과 의원에서는 아이를 받기 힘들게 된 셈이다. 전종관 서울대병원 산부인과 교수는 “아이를 더 안전한 병원에서 분만하는 것은 반길 일”이라며 “다만 출생아가 줄어들면서 분만 의료기관이 완전히 사라지는 군 단위 지역이 없도록 살펴야 한다”고 말했다.조건희 기자 becom@donga.com}

    • 2018-01-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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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연명의료 중단 상담료 건보서 지원

    말기암 환자가 연명의료 중단 여부를 의료진과 상의할 때 건강보험으로 상담료를 지원한다. 상담을 충실히 한 의료기관은 상급종합병원 승격이나 요양병원 인증평가를 할 때 가점을 주는 방안도 추진한다. 다음 달 4일 연명의료결정법의 전면 시행을 앞두고 정부가 내놓은 보완 조치다. 보건복지부는 24일 의료진이 환자와 가족에게 연명의료 중단 취지와 절차를 설명하는 데 상당한 시간이 걸리는 만큼 건강보험으로 상담료를 지원하겠다고 밝혔다. 상담료는 10만 원 안팎이 될 것으로 예상된다. 지난 석 달간 서울성모병원 등 병원 10곳을 상대로 연명의료결정법 시범사업을 벌인 결과 연명의료 중단 계획서를 낸 환자 107명의 평균 상담 시간은 2시간이었다. 연명의료계획서 작성자 중 실제 연명의료를 중단한 환자는 27명이었다. 가족 2명 이상이 환자의 의향을 대신 증언(23명)하거나 가족 구성원 모두가 합의(4명)해 연명의료를 중단한 환자까지 합하면 모두 54명이 새 제도에 따라 인공호흡기 착용이나 항암제 투여를 거부했다. 복지부는 말기나 임종기와 무관하게 건강한 사람이 미리 연명치료 중단 의사를 밝힐 수 있는 사전 연명의료의향서를 전국 국민건강보험공단 지사 178곳 어디서나 접수하는 방안을 추진하기로 했다. 시범사업 기간 9336명이 의향서를 작성했는데, 서울(2769명)과 경기(2519명), 충청(1692명) 등 3개 시도에서만 74.8%가 몰렸다. 해당 지역에만 접수 기관이 있었기 때문이다. 반면 광주(20명)나 세종(27명), 울산(67명) 등은 미미했다. 건강보험공단 전국 지사에서 의향서를 접수하면 지역 간 불균형이 사라질 것으로 복지부는 기대하고 있다.조건희 기자 becom@donga.com}

    • 2018-01-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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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연명의료 중단” 신청, 말기환자 300명중 18명… 실제 적용 1명뿐

    22일 서울성모병원 호스피스병동에 입원 중인 이모 씨(65·여)의 표정은 평온했다. 지난해 12월 배탈인 줄 알고 찾은 병원에서 췌장암 말기 판정을 받았다. 눈앞이 캄캄했다. 하지만 이 씨는 곧 “어차피 회복할 길이 없다면 무의미한 연명의료는 받지 않겠다”고 결심했다. 형제들은 그 선택을 존중해 남은 시간을 의미 있게 보내는 데 집중하기로 했다. 이 씨의 여동생은 “끝까지 치료하는 방법을 생각했지만 행복해하는 언니의 모습을 보니 뜻을 따르길 잘했다”며 눈물을 훔쳤다. 말기 위암 환자 A 씨(당시 43세)의 마지막은 달랐다. 젊은 시절 호스피스병동에서 봉사활동을 한 A 씨는 2년 전 위암이 폐로 전이됐다는 진단을 받자 “항암제를 끊고 호스피스병동에 들어가고 싶다”고 했다. 하지만 아내와 딸은 “항암제를 끊으면 안 된다. 어떻게 해서든 치료해야 한다”며 반대했다. 항암제를 계속 맞았지만 효과는 없었다. 늑막에 물이 고여 호흡이 점점 더 곤란해졌다. 지난해 말 A 씨는 서울대병원 중환자실에서 숨을 거뒀다. 그의 아내는 “남편의 바람을 들어주지 않은 게 후회된다”고 말했다.○ 연명의료 중단 결정 가로막는 가족들 임종을 앞둔 환자의 자기결정권을 보장하는 연명의료결정법이 다음 달 4일 전면 시행된다. 하지만 환자 대다수는 A 씨처럼 연명의료 중단 의향을 밝히고도 가족의 반대로 마지막 순간까지 인공호흡기 등을 착용한다는 분석 결과가 나왔다. 허대석 서울대병원 혈액종양내과 교수는 최근 3개월간 연명의료 시범사업을 벌인 결과 이 병원에서 스스로 작성한 연명의료계획서에 따라 연명의료를 중단한 환자는 단 1명이었다고 23일 밝혔다. 같은 기간 이 병원에서 말기나 임종기에 해당하는 질환으로 진료를 받은 환자는 300여 명이었다. 이 중 연명의료 상담에 응한 환자는 의료진의 적극적인 권유에도 48명에 그쳤다. 상담 이후 실제로 연명의료계획서를 작성한 환자는 18명뿐이었다. 허 교수는 “환자에게 연명의료 중단 의향을 묻는 것을 가족들이 가로막거나 차일피일 미뤄 때를 놓친 경우가 많았다”고 말했다. 연명의료결정법에 따르면 임종기 판정을 받은 환자는 △심폐소생술 △혈액투석 △항암제 투여 △인공호흡기 착용 등 연명의료를 중단해 달라고 의료진에 요구할 수 있다. 의료진은 가족 등 보호자가 반대해도 환자의 요구에 따라야 한다. 하지만 현장에선 가족의 결정권이 더 컸다. 임종기 환자는 의사소통이 힘든 경우가 많아서다. 임종기에 접어들기 전 환자와 가족이 연명의료 의향을 터놓고 상의해야 하지만 이 또한 쉽지 않다. 서울대병원이 2012년 말기 암 환자 20명의 가족을 조사한 결과 가족 구성원이 모여 연명의료 중단 여부를 함께 결정한 사례는 7명에 불과했다. ○ “연명의료 중단, 나는 해도 가족은 안 돼” 전문가들은 국내에서 존엄한 죽음에 대한 인식은 높아졌지만 여전히 대다수는 연명의료를 화제에 올리는 것 자체를 꺼리고 있다고 지적한다. 또 환자가 연명의료 중단 의사를 밝혀도 가족들은 그게 본심이 아니라고 생각하는 경향이 강하다. 동아일보가 22, 23일 성인 180명을 대상으로 온라인 설문조사를 실시한 결과 “내가 임종기 판정을 받으면 연명의료를 중단하겠다”는 응답은 89.4%였지만 “내 가족의 연명의료를 중단하겠다”는 응답은 75.1%로 차이가 났다. 결국 환자가 임종을 앞두고 경황이 없는 상황에서 작성해야 하는 연명의료계획서보다는 건강할 때 미리 써둘 수 있는 ‘사전 연명의료의향서’가 활성화돼야 한다는 지적이 나온다. 전국 공공의료원이나 보건소 등에서 의향서 작성 교육과 접수를 병행해 가족끼리 자연스럽게 관련 대화를 나누도록 유도해야 임종 문화가 달라질 수 있다는 뜻이다. 이윤성 국가생명윤리정책연구원장(서울대 의대 교수)은 “연명의료를 받는 대다수 환자는 고통받는 시간만 늘어나다가 스스로 삶을 정리할 기회도 갖지 못한 채 숨을 거둔다”며 “가족이라도 이런 연명의료를 환자에게 강요할 권리는 없다”고 말했다. 의료계 일각에서는 아직 우리 사회가 임종을 터놓고 이야기할 정도로 성숙하지 않은 점을 감안해 연명의료 중단 절차를 간소화해야 한다고 주장한다. 연명의료결정법에선 환자 본인이 계획서에 서명하는 것을 원칙으로 한다. 환자의 가족이 대신해 의향을 전할 때는 진술서와 확인서, 가족관계증명서 등을 내야 한다. 가족 등 대리인의 서명만을 요구하는 미국이나 아예 환자와 가족의 서명을 받지 않는 영국보다 훨씬 엄격하고 복잡하다. 최혜진 세브란스병원 완화의료센터장(종양내과 교수)은 “법과 현장 분위기의 괴리가 너무 크다”며 “법의 취지를 살리려면 ‘연명의료는 환자의 최선을 위해 의료진과 가족이 상의해 결정한다’고 규정한 선진국 사례를 참고해야 한다”고 말했다.조건희 기자 becom@donga.com구호영 인턴기자 고려대 의대 본과 4학년}

    • 2018-01-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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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시행 열흘 남았는데… 일부 대형병원서만 존엄사 가능

    다음 달 4일부터 연명의료를 중단하려면 한 환자를 두고 의사 2명이 동시에 ‘임종기’ 판정을 내려야 한다. 하지만 ‘제2의 진단의’를 둘 여력이 있는 병원은 일부 대형병원뿐이어서 많은 환자가 연명의료 중단 결정의 사각지대에 놓일 수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지난해 12월 보건복지부가 일선 병·의원에 배포한 안내서에 따르면 환자가 임종기에 접어들었는지는 정부가 수여한 전문의 자격증을 지닌 전문의와 담당의사(전공의 등 주치의) 등 2명이 대면 진료 후 판단해야 한다. 임종기란 회생할 가능성이 없고 치료해도 회복되지 않으며 급속도로 증상이 악화돼 사망이 임박한 상태다. 문제는 전문의가 ‘의료기관윤리위원회’를 둔 병원의 소속이어야 한다는 점이다. 윤리위원회는 담당의사가 환자의 연명의료 중단 요구를 거부할 경우 해당 의사 교체 여부를 심의하는 등 연명의료와 관련한 사안 전반을 맡는다. 윤리위는 종교계나 법조계, 시민단체 등의 추천을 받은 외부인 2명을 포함해 총 5명 이상으로 구성하게 된다. 지난해 9월 복지부가 전국 병원급 이상 의료기관 3325곳에 윤리위 설치 계획을 조사했을 때 “설치하겠다”고 답한 의료기관은 200곳이 채 되지 않은 것으로 전해졌다. 나머지 3000여 곳은 “설치하지 않겠다”고 하거나 아예 응답하지 않았다. 새 제도에 대한 교육이 본격적으로 이뤄지지 않은 시기였다는 점을 감안해도 형편없이 낮은 참여율이다. 윤리위를 두지 않은 병원은 공공의료원 등에 설치된 공용윤리위를 이용하거나 다른 병원의 윤리위와 위탁 협약을 맺어야 한다. 하지만 이 경우에도 연명의료계획서를 써두지 않은 환자가 실제 임종기를 맞으면 윤리위를 구성한 병원으로 옮기거나 전문의가 왕진해야 한다. 임종기 환자가 빠르면 2, 3시간 내에 숨질 수 있는 점을 감안하면 환자를 옮기거나 의사가 이동하는 중에 생을 마칠 가능성이 있다. 복지부는 당초 22일부터 윤리위 등록 신청을 접수하고 병원들 간의 업무 위탁을 유도하려 했지만 전산 시스템이 완비되지 않아 28일 이후로 일정이 미뤄졌다. 의료계에선 대형병원에도 당직 의사가 부족한 상황에서 모든 병원에 제2의 전문의를 요구하는 것이 현실적이지 않다고 지적한다. 박미라 복지부 생명윤리정책과장은 “중소병원에 입원한 말기 환자는 대체로 윤리위를 둔 대형병원에서 옮긴 환자들”이라며 “중소병원이 윤리위와 전문의를 두는 게 부담스러운 만큼 미리 대형병원에서 연명의료계획서를 쓰는 문화를 만드는 데 초점을 두겠다”고 말했다.조건희 기자 becom@donga.com}

    • 2018-01-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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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노로바이러스 주의보… “회식 때 술잔 돌리지 마세요”

    보건당국은 최근 ‘평창 겨울올림픽에서 주의해야 할 감염병’ 2위로 노로바이러스 식중독을 정했다. 1위인 인플루엔자(독감)보다 ‘유행 시 영향력’은 한 단계 낮게 평가했지만 ‘유행 가능성’은 독감과 함께 가장 높을 것으로 예상했다. 노로바이러스는 겨울철에 주로 유행하는 데다 올림픽 개최지인 강원 평창군과 강릉시 인근에서 인기가 많은 생선과 조개, 굴 등 수산물을 통해 주로 감염되기 때문이다. 21일 질병관리본부에 따르면 전국 표본 감시 병원 192곳이 신고한 노로바이러스 식중독 의심 환자는 이달 둘째 주(7∼13일)에 183명으로 전년 같은 기간(143명)보다 28% 증가했다. 노로바이러스는 다른 식중독균과 달리 영하 20도에서도 살아남는다. 60도 이상 열에서 30분간 가열해도, 염소가 섞인 수돗물로 닦아내도 감염력을 유지한다. 음식의 냄새나 맛을 특별히 변질시키지도 않는다. 식중독에 대한 주의가 소홀해지는 겨울에 환자가 집중되는 이유다. 노로바이러스에 감염되면 24∼48시간의 잠복기를 거쳐 증상이 나타난다. 영유아는 구토를, 성인은 설사를 하는 일이 흔하다. 또 몸에 기운이 없고 발열, 오한, 근육통, 두통 등을 동반하기도 한다. 특별한 치료제가 없는 데다 항생제가 듣지를 않아 ‘시간이 약’이다. 통상 2, 3일 앓고 나면 빠르게 회복된다. 다만 하루에도 4∼8차례 설사를 반복할 수 있어 탈수가 심하면 이온음료를 마시거나 수액을 맞는 게 좋다. 노인이나 임신부, 당뇨병 환자 등은 증상이 일주일 이상 지속되면 병원을 찾아야 한다. 합병증으로 번질 수 있기 때문이다. 노로바이러스 감염을 예방하려면 음식을 70도로 5분 이상 혹은 100도로 1분 이상 가열해야 한다. 냉장 보관한 과일이나 채소는 흐르는 물에 여러 번 씻어 먹는 게 좋다. 김선빈 고려대 안암병원 감염내과 교수는 “바이러스가 손이나 입 등 신체 접촉을 통해 옮을 수 있는 만큼 자주 손을 씻고 술자리에서 술잔은 돌리지 말아야 한다”고 조언했다. 조건희 기자 becom@donga.com}

    • 2018-01-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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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이낙연 총리 “장관 얼굴 드러내라”… 업무보고는 기존발표 재탕

    이낙연 국무총리가 18일 ‘소득주도 성장과 국민의 삶의 질 향상’을 주제로 중소벤처기업부 등 5개 부처로부터 신년 업무보고를 받았다. 대통령이 아닌 총리가 업무보고를 받은 것은 처음이다. 이 총리에게 정책조정 권한을 맡겨 ‘책임총리’로서 힘을 실어주려는 문재인 대통령의 의중이 실린 조치라고 청와대는 설명했다. 하지만 이날 부처 업무보고 내용이 상당 부분 기존 정책을 짜깁기한 수준에 그쳐 ‘총리 업무보고’의 한계를 보여준 것 아니냐는 평가가 나온다. 이 총리는 정부세종컨벤션센터에서 중기부와 고용노동부, 보건복지부, 농림축산식품부, 해양수산부의 업무보고를 받으며 “국정과제가 삶의 현장에서 실현되도록 구체적이고 가시적인 계획을 드러내야 한다. 장관님들의 얼굴이 드러나도록 하겠다”고 말했다. 국민이 정책 변화를 실감하도록 장관이 앞장서 달라는 의미다. 이 총리는 “제 얼굴이 큰 편이지만 장관님들을 가릴 만큼 크지는 않다”고 농담을 던지기도 했다. 신년 업무보고의 첫 주자였던 중기부는 중소·벤처기업 지원 사업에 일자리 평가를 반영하기로 했다. 연구개발(R&D), 정책자금 등 5조8000억 원 규모 37개 중소기업 지원사업에 일자리 평가를 20% 반영한다. 또 일자리의 창출 성과와 근로환경, 임금상승률 등을 평가에 반영하고 임금 체불이나 중대 재해 등이 발생했을 때는 감점할 예정이다. 고용부는 영세사업주에 대한 새로운 지원책 등 구체적인 최저임금 인상 대책을 내놓지 않았다. 김영주 장관은 “기존 대책 점검 및 현장 목소리를 반영한 소상공인 부담 완화와 고용 감소 방지를 위한 추가 대책을 1월 중 관계부처 합동으로 발표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고용부는 영세업주들의 반발을 의식한 듯 내년도 최저임금 목표액도 제시하지 않았다. 눈에 띈 대목은 퀵서비스 기사, 골프장 캐디 등 특수고용직과 작가 등 예술가도 고용보험에 가입할 수 있도록 법령을 개정하겠다는 정도였다. 복지부는 9월부터 아동수당 월 10만 원을 지급하고 기초생활보장 부양의무자 기준을 폐지한다는 기존 계획을 “차질 없이 이행하겠다”는 데 방점을 뒀다. 또 몸이 불편해 주치의를 자주 만날 수 없는 아동이 의사의 왕진 서비스를 받을 수 있도록 별도의 건강보험 수가를 만들겠다고 밝혔다. 농식품부는 올해 농촌 일자리를 3만3000개, 2022년까지 17만 개 창출하겠다고 보고했다. 조건희 becom@donga.com·한상준·김성규 기자}

    • 2018-01-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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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이대병원 원장 등 경영진 7명 사의

    이대목동병원이 지난해 12월 16일 신생아 4명이 잇따라 숨지기 전 이들을 치료하는 과정에서 주사제 1병을 나눠 쓴 뒤 1인당 1병을 투여한 것처럼 꾸며 건강보험 진료비를 허위 청구한 것으로 17일 드러났다. 이대의료원장과 이대목동병원장 등 경영진은 신생아 사망사건과 관련해 책임을 지고 이날 사의를 표명했다. 서울지방경찰청 광역수사대는 이대목동병원의 진료 및 처방 기록을 확인하는 과정에서 병원 측이 특이 주사제 사용 내역을 부풀려 청구한 정황을 파악하고 국민건강보험법 위반 여부를 조사 중이라고 17일 밝혔다. 경찰과 보건당국에 따르면 이대목동병원의 신생아중환자실 의료진은 숨진 김모 군(생후 6주) 등 5명에게 지질영양 주사제 ‘스모프리피드’를 지난해 12월 초부터 투약했다. 같은 달 16일 오후 9시경부터 잇따라 숨진 김 군 등 4명의 혈액에선 항생제 내성 시트로박터 프룬디균이 검출됐고, 유전자형이 똑같은 세균이 남은 주사제에서 검출됐다. 국립과학수사연구원은 이를 토대로 “오염된 주사제를 통해 감염된 세균이 패혈증을 일으켰을 가능성이 있다”고 사망 원인을 밝혔다. 그동안 병원 측은 500mL 병에 든 주사제를 신생아 1인당 10∼20mL씩 나눠 맞힌 점에 대해선 별다른 해명을 하지 않았다. 주사제를 나눠 투약하는 것 자체는 질병관리본부나 식품의약품안전처의 주사제 투여 가이드라인 위반이 아니기 때문이다. 다만 5명에게 1병을 사용했다면 건강보험심사평가원에 진료비를 청구할 때 1병 분량만 기재해야 한다. 하지만 경찰에 따르면 병원 측은 ‘5명에게 1병씩 총 5병을 사용했다’고 적어 진료비를 청구한 것으로 나타났다. 결국 이대목동병원이 주사제를 나눠 투약하는 과정에서 감염 관리를 제대로 하지 않아 세균 감염을 초래한 데다 진료비까지 부풀려 청구한 셈이다. 이와 관련해 이대목동병원 관계자는 “어른처럼 1명당 1병을 처방했을 것으로 생각해 본의 아니게 처방 내역을 잘못 쓴 것 같다”며 “지난해 12월 이후 건강보험심사평가원에 (주사 진료비를) 아직 청구하지 않아 이미 청구했다는 것은 사실이 아니다. 설마 1병당 2만 원에 불과한데 부당이익을 취하려고 허위 청구를 하겠느냐”고 해명했다. 심봉석 이대의료원장과 정혜원 이대목동병원장을 비롯해 진료부원장, 연구부원장, 교육수련부장, 기획조정실장 등 경영진 7명은 이날 임면권자인 김혜숙 이화여대 총장에게 사의를 표명했다. 사표 수리 시기는 알려지지 않았다. 이대목동병원은 당분간 간호부원장과 의료부원장을 중심으로 비상대책위원회 체제로 운영된다.조건희 becom@donga.com·김동혁 기자}

    • 2018-01-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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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허대석 교수 “존엄한 죽음, 알아야 선택할 수 있죠”

    살날이 얼마 남지 않은 40대 남성 암 환자가 있었다. 전공의를 갓 마친 의사가 환자를 불러 “이제 (치료를) 그만하는 게 좋겠다”고 말을 꺼냈다. 최대한 조심스레 말했지만 환자는 불같이 화를 냈고, 아내는 실신했다. ‘3분 진료’ 관행이 심했던 때라서 환자가 감정을 추스르기도 전에 진료실에서 내보내야 했다. 의사는 고민 끝에 휴식 시간을 줄여 말기 암 환자와 가족을 상담해주기 시작했다. 허대석 서울대병원 혈액종양내과 교수(63)가 병원 내 상담 봉사단체 ‘등불모임’을 만든 1991년의 얘기다. 허 교수는 1998년부터 12년간 서울대병원 호스피스실장을 맡아 말기 암 환자를 상담하는 동안 ‘존엄한 죽음’을 돕는 일이 누군가의 봉사로 이뤄져서는 안 된다는 결론을 내렸다. 제도가 뒷받침돼야 한다는 취지였다. 그 결실을 담은 연명의료결정법은 다음 달 4일 전면 시행을 앞두고 있다. 환자가 임종기를 맞으면 기존에 작성해 둔 연명의료계획서에 따라 인공호흡기 등을 뗄 수 있도록 하는 내용이다. 허 교수는 법 시행에 맞춰 그간 자신이 겪은 연명의료 현장의 갈등과 제도적인 문제점을 책으로 엮었다. 19일 출간되는 ‘우리의 죽음이 삶이 되려면’이다. 하지만 허 교수는 “새 법이 정한 ‘임종기’의 기준이 불명확해 시행 후 현장의 혼란이 적잖을 것”이라고 내다봤다. 그의 책에 담긴 70대 폐렴 환자가 그 예다. 이 환자는 연명의료의 고통을 이기지 못해 두 번이나 스스로 목숨을 끊으려 했지만, 의료진이 보기엔 법으로 정한 ‘임종기’의 요건을 갖추진 않았다. 회생의 가능성이 없다고 단정할 수 없었기 때문이다. 의료진은 환자와 가족의 연명의료 중단 요청을 받아들이지 않은 채 고민을 거듭했고, 환자는 2주를 더 버티다 숨졌다. 허 교수의 책에는 두부 자르듯 합법과 위법을 가를 수 없는 현장의 사례가 여럿 담겨 있다. 연명의료 거부 의사를 밝혔지만 가족이 만류해 마지막 순간까지 항암제를 맞았던 40대 위암 환자, 의식을 잃은 아들을 대신해 연명의료 포기 의사를 밝힌 아버지와 “인공호흡기를 떼면 소송하겠다”며 반대한 어머니…. 그의 결론은 “선의를 믿을 수 있어야 한다”는 것이었다. 법이 제 취지대로 환자의 고통을 덜고 결정권을 보장하는 쪽으로 작동하려면, 꼭 필요한 내용만 강제하고 세세한 것은 현장의 의료진과 가족에게 맡겨야 한다는 뜻이다. 허 교수는 “새 법은 서식까지 합하면 40쪽 분량인데, 정작 환자의 고통이 큰 에크모(체외순환기) 등 연명의료는 중단 결정 대상에서 빠져 있다”며 “어길 것을 전제로 만든 법의 모순”이라고 지적했다. “저도 한 명의 인간으로서 친한 사람에게 전화도 걸고, 가족과 손도 잡아 보다가 멀쩡한 의식으로 생을 마치고 싶어요. 사전 연명의료의향서도 곧 쓸 겁니다.”조건희 기자 becom@donga.com}

    • 2018-01-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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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선수촌식당 기미상궁은 나” “나는 감염병 침투 막는 방패”

    15일 오후 강원 강릉시 경포동 올림픽선수촌 식당. 조리실 오븐에서 갓 나온 닭가슴살에 김형준 식품의약품안전처 서기관(57)이 전자온도계를 찔러 넣었다. 88도로 합격이었다. 생닭에 혹시 있을지 모를 식중독균을 없애려면 중심 온도가 74도 이상이 돼야 한다. 김 서기관은 “선수가 식중독에 걸려 경기를 망치는 일이 없도록 철저하게 검식하고 있다”고 말했다. 김 서기관은 평창 겨울올림픽 식음료안전관리대책본부 총괄팀장을 맡고 있다. 이날 검식관 40여 명과 함께 ‘식음료 안전관리 모의훈련’을 했다. 올림픽 기간에 선수들이 실제로 먹을 음식을 똑같이 만들고, 식중독 검사를 진행했다. 그는 조리된 샐러드를 이리저리 뒤적이며 냄새를 맡고 직접 맛을 봤다. 임금이 먹을 음식에 독이 있는지 먼저 맛봤던 ‘기미(氣味) 상궁’과 같은 역할이다. 검식관 3명이 같은 음식을 먹고 만장일치로 “이상이 없다”고 판단하면 통과다. 이런 ‘오감(五感) 검식’은 올림픽 기간에 일상적으로 벌어진다. 이동 실험실에서 식중독균 오염 여부를 검사할 수 있는 식재료가 한 끼당 6개 정도에 불과해 대다수 식재료는 검식관이 직접 맛을 봐 판정할 수밖에 없다. 김 서기관은 1988년 서울 올림픽 때부터 검식을 맡아온 베테랑이다. 2002년 한일 월드컵, 2014년 인천 아시아경기대회 등 그가 맡은 국제 행사는 손으로 꼽기 힘들다. 가장 아찔한 기억은 2012년 여수 엑스포 때다. 행사장 내 식당에선 단 1건의 식중독 사고도 없었다. 하지만 행사가 끝날 무렵 시내 게장백반집에서 배탈 환자가 여럿 나왔다. 조사 결과 식중독이었다. 해당 음식점은 즉각 영업정지 처분을 받았다. 그는 평창 올림픽 행사장 내 식당 22곳뿐 아니라 일반 음식점에도 촉각을 세우고 있다. 올림픽이 열리는 평창군과 강릉시 일대의 음식점은 4321곳에 이른다. 이 중 1364곳(31.6%)은 수돗물이 아닌 지하수를 쓴다. 식중독균이 자라기 쉬운 환경이다. 김 서기관은 “규모가 큰 음식점에는 매일 나가 물을 끓여 쓰도록 지도하고 있다”고 말했다. 선수나 응원단이 몰고 올 수 있는 해외 감염병을 걸러내는 일은 강도현 국립인천공항검역소 검역2팀장(57) 등 질병관리본부 소속 검역관들의 몫이다. 평창 올림픽에는 90여 개국에서 선수와 심판, 취재단, 관광객 등 35만여 명이 입국할 것으로 추산된다. 공항 검역소의 발열 감시 카메라에서 이상 징후가 잡히면 해당 여행객의 체온을 다시 잰다. 여기서도 이상 증세가 나타나면 즉시 격리된다. 또 선수단이 갖고 올 스키 등 장비가 세균이나 바이러스에 오염됐는지도 검사한다. 강 팀장이 가장 촉각을 세우는 것은 조류인플루엔자(AI) 인체감염증이다. 최근 중국에서 유행해 사망자가 속출하고 있다. 현재 국내엔 치명적인 AI 바이러스가 없지만 해외에서 유입되면 큰 혼란이 벌어질 수도 있다. 강 팀장은 “눈에 보이지 않는 세균과 바이러스를 놓치지 않기 위해 검역관 모두가 초긴장 상태”라고 말했다.강릉=조건희 기자 becom@donga.com}

    • 2018-01-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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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이대병원 신생아 4명, 오염 주사로 인한 패혈증 사망”

    이대목동병원 신생아 4명을 죽음에 이르게 한 원인은 오염된 주사제로 확인됐다. 숨진 신생아에게 투약된 주사제에서 ‘시트로박터 프룬디균’이 검출된 것이다. 경찰은 당시 주사제 처방과 제조 및 투약 과정에 관여하고 중환자실 관리를 맡은 의료진 7명을 업무상 과실치사 혐의로 입건했다. 서울지방경찰청 광역수사대는 국립과학수사연구원 부검 결과 숨진 신생아 4명의 혈액에서 동일하게 시트로박터 프룬디균이 검출됐다고 12일 밝혔다. 이 균의 감염으로 인한 패혈증이 직접 사인이었다. 시트로박터 프룬디균은 건강한 사람에게는 문제를 일으키지 않지만 면역력이 약한 신생아가 노출되면 치명적이다. 폐나 방광, 혈액에서 질환을 일으킬 수 있다. 항생제가 듣지 않아 패혈성 쇼크로 악화할 위험이 있다. 문제가 된 주사제는 지난해 12월 15일 처방된 ‘스모프리피드’라는 지질영양제다. 신생아에게 각종 영양성분을 제공하는 주사제다. 500mL 병에 담긴 주사제를 시린지(주사기에서 바늘을 뺀 나머지 부분)에 1인분(10∼20mL)씩 나눠 담았다가 같은 날 오후 신생아 5명에게 투약했다. 이 중 4명이 숨지고 1명만 살아남았다. 감염 경로는 두 가지로 좁혀졌다. 주사제 자체가 오염됐거나 취급 과정에서 균이 들어갔을 가능성이다. 현재 식품의약품안전처는 주사제 자체의 오염 여부를 검사 중이다. 결과는 나오지 않았다. 역학 전문가들은 개봉 후 처리 과정에서 발생한 ‘의료 감염’ 가능성을 높게 본다. 대용량 주사제를 여러 환자에게 나눠 쓸 땐 오염에 주의해야 한다. 일반적으로 약제실 근무 약사가 무균 작업대(클린벤치)에서 주사제를 나눠 담아 중환자실로 보낸다. 그런데 이대목동병원에선 중환자실 간호사가 직접 했다. 이대목동병원의 자체 역학전문조사팀에 참여한 기모란 국립암센터 국제암대학원대 교수는 “주사제를 나눌 때 손 씻기 등 감염 수칙을 지켰는지 점검해야 한다”고 말했다. 일각에선 주사제 1병을 환자 1명에게만 사용하고 남은 것은 버려도 병원이 손해를 보지 않게끔 건강보험 제도를 바꿔야 한다고 지적한다. 경찰은 주사제를 처방한 전공의와 이를 제조하고 관리한 간호사 2명을 업무상 과실치사 혐의로 입건했다. 또 병원 내 감염 관리를 총괄하는 주치의 3명과 수간호사를 같은 혐의로 입건했다. 경찰은 16일 숨진 신생아의 주치의를 소환해 조사할 예정이다. 숨진 신생아 모두에게서 로타 바이러스가 검출됐다. 하지만 로타 바이러스에 감염됐음에도 생존한 신생아가 있어 직접 사인으로 꼽히진 않았다. 다만 경찰은 “숨진 신생아에게서 발견된 공통된 문제는 시트로박터 프룬디균과 로타 바이러스 검출이다. 수사 과정에서 둘 사이의 연관성을 완전히 배제할 순 없다”고 밝혔다. 사망 전 복부 팽창 같은 증상이 공통적으로 나타나 장염에 의한 사망도 원인으로 제기됐었다. 그러나 부검 결과 2명에게만 장염 소견이 내려졌다. 주사제 성분 오류, 투약량 조절 실패 등의 가능성도 제기됐지만 처방이나 제조 과정에서 성분 배합 실수 가능성은 없는 것으로 나타났다. 보건복지부는 이달부터 신생아 중환자실을 둔 병원을 상대로 안전 점검을 벌이고, 곧 의료 감염 중장기 대책을 내놓을 계획이다. 이대목동병원은 상급종합병원 탈락이 불가피해 보인다. 부검 결과 의료 과실이 확실해 보이기 때문이다. 이대목동병원은 지난해 12월 2018∼2020년(3기) 상급종합병원 명단 발표 때 ‘보류’ 판정을 받았다.이지훈 easyhoon@donga.com·조건희 기자}

    • 2018-01-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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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단독]실외 금연존 10만곳… 갈곳 잃은 흡연자

    11일 낮 12시 서울 중구 을지로 삼성빌딩과 금세기빌딩 샛길은 식사하러 나온 회사원들로 붐볐다. 삼성빌딩 옆문으로부터 20걸음 떨어진 30m² 남짓한 공간에 두꺼운 겨울 점퍼를 입은 회사원 10여 명이 모여 담배를 물고 있었다. 이곳은 반경 100m 내에서 유일하게 흡연이 허용된 ‘흡연섬’이다. 중구가 금연거리로 정한 을지로와 남대문로9길, 반경 10m가 금연구역인 지하도·어린이집 출입구에서 절묘하게 벗어나 있기 때문이다. 이곳에서 담배를 피우던 회사원 김모 씨(32)는 “몇 차례 과태료를 문 뒤 간신히 찾은 금쪽같은 장소”라고 말했다.○ 실외 금연구역 10만 곳 돌파 11일 한국건강증진개발원에 따르면 전국 실외 금연구역은 지난해 6월 기준 10만1591곳에 이른다. 1995년 9월 금연구역 제도가 도입된 지 22년 만에 처음으로 실외 금연구역이 10만 곳을 넘었다. 실내 금연구역(128만3848곳)보다는 훨씬 적지만 증가율은 가파르다. 전년 대비 실내 금연구역은 4.1% 늘어난 반면 실외 금연구역은 12.2% 늘었다. 내년 1월부터 전국 모든 어린이집과 유치원 건물 주변 10m 내에서도 흡연이 금지돼 실외 금연구역은 더 확대된다. 금연구역은 크게 실내와 실외로 나뉜다. 실내 금연구역은 학교와 음식점, PC방 등 국민건강증진법에 정해진 기준에 따라 자동으로 지정된다. 반면 실외 금연구역은 지방자치단체가 조례로 지정한다. 지자체들은 앞다퉈 지하철역 출입구나 버스 정류장 인근, 사람들이 많이 오가는 주요 보행로 등을 금연구역으로 지정하고 있다. “담배 냄새를 못 참겠다”는 비흡연자의 민원이 잦기 때문이다. 동아일보가 전국 시군구 229곳의 실내외 금연구역 138만5439곳을 면적으로 나눈 결과 km²당 금연구역이 가장 많은 곳은 부산 중구(1302곳)였다. 이어 서울 중구(927곳)와 대구 중구(796곳) 등 주로 도심 지역이었다. 기자가 서울 청계광장에서 서울시청까지 500m를 걷는 동안 지나친 금연구역은 모두 19곳에 달했다. 반면 경남 밀양시(3.7곳)나 제주 서귀포시(1.4곳), 강원 평창군(0.7곳) 등에서는 금연구역을 찾기가 쉽지 않다. 실외 금연구역만을 놓고 보면 지자체 간 격차가 더 크다. 주민들의 요청에 따라 지자체 자율로 정하기 때문이다. 대전은 실외 금연구역이 36곳으로 전국 17개 광역단체 가운데 가장 적었다. 인구가 150만 명 안팎으로 비슷한 광주는 이보다 53배 많은 1934곳을 실외 금연구역으로 지정했다.○ 누더기 금연구역이 오히려 갈등 유발 곳곳에 실외 금연구역이 지정된 지역에서는 오히려 비흡연자가 많이 오가는 보행로가 흡연자들의 ‘핫스폿’이 되는 현상이 나타나기도 한다. 지자체가 상대적으로 인적이 드문 공원이나 이면도로를 중심으로 금연구역을 지정한 데 따른 것이다. 서울 종로구 광화문 D타워와 르메이에르종로타운 건물 사이의 종로3길이 대표적이다. 11일 오후 이곳에는 영하 10도의 한파에도 옹기종기 모여 담배를 피우는 회사원이 끊이지 않았다. 보행자가 옆을 지나며 얼굴을 찌푸리거나 손으로 연기를 쫓는 광경을 쉽게 볼 수 있었다. 애초 이 지역 회사원들의 ‘흡연구역’이었던 청진공원과 D타워-KT광화문빌딩 샛길이 2년 전 금연구역으로 지정되면서 벌어진 일이다. 같은 시간 ‘금연구역’ 현수막이 내걸린 청진공원과 D타워-KT광화문빌딩 샛길을 오가는 보행자는 종로3길의 절반도 되지 않았다. 흡연자인 오모 씨(36)는 “나도 비흡연자들에게 피해를 주기 싫어 인적이 드문 곳을 찾지만 금연구역을 피하다 보면 어쩔 수 없이 이곳에서 담배를 물게 된다”고 말했다. 이런 현상이 나타나는 것은 금연구역을 정할 때 대형건물 입주자의 입김이 적잖은 영향을 미치기 때문이다. 또 차도나 사유지는 금연구역으로 지정할 수 없다. 사적 157호인 서울 중구 환구단(조선 고종 때 제단) 터로 들어가는 프레지던트호텔 옆 골목길은 공유지여서 금연구역이지만 환구단 터를 품고 있는 웨스틴조선호텔 뒤편은 사유지로 흡연이 자유롭다. 일반인들이 볼 때는 아무런 원칙이 없다고 느낄 수 있는 대목이다. 흡연자들은 거리 흡연시설(흡연부스)을 늘려 달라고 호소한다. 정부가 담배에 적잖은 건강증진부담금을 매기면서 흡연부스 설치에 너무 인색하다는 주장이다. 서울시에 따르면 시내 흡연부스는 40곳이다. 반면 서울의 금연구역은 25만4797곳이다. 흡연자 커뮤니티인 아이러브스모킹 이연익 대표는 “주변 사람 눈치를 보지 않고 담배를 피울 수 있는 흡연부스만 충분하다면 나머지 실외 지역을 금연구역으로 지정해도 반대하지 않겠다”고 했다. 반면 보건복지부와 지자체는 흡연부스 확대에 난색을 표한다. 흡연부스는 환기시설을 갖춰도 담배 냄새를 완전히 차단하기 어려운 만큼 또 다른 민원을 유발할 수 있다. 세계보건기구(WHO)는 “흡연부스를 설치해도 간접흡연 위험이 줄어든다는 보장이 없다”며 설치를 권고하지 않는다. 서울시 관계자는 “실외 금연구역이 많다지만 반대로 보면 그 외의 지역에선 전부 흡연이 가능하다”며 “흡연 공간이 부족하다는 주장에 동의하기 힘들다”고 말했다.조건희 becom@donga.com·김하경 기자}

    • 2018-01-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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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단독]“간신히 금쪽 같은 장소 찾았다” 흡연자들이 말한 그 곳은…

    11일 낮 12시 서울 중구 을지로 삼성빌딩과 금세기빌딩 샛길은 식사하러 나온 회사원으로 붐볐다. 삼성빌딩 옆문으로부터 20걸음 떨어진 30㎡ 남짓한 공간에 두터운 겨울 점퍼를 입은 회사원 10여 명이 모여 담배를 물고 있었다. 이곳은 반경 100m 내에서 유일하게 흡연이 허용된 ‘흡연섬’이다. 중구가 금연거리로 정한 을지로와 남대문로9길, 반경 10m가 금연구역인 지하도·어린이집 출입구에서 절묘하게 벗어나 있기 때문이다. 이곳에서 담배를 피우던 회사원 김모 씨(32)는 “몇 차례 과태료를 문 뒤 간신히 찾은 금쪽같은 장소”라고 말했다.● 실외 금연구역 10만 곳 돌파 11일 한국건강증진개발원에 따르면 전국 실외 금연구역은 지난해 6월 기준 10만1591곳에 이른다. 1995년 9월 금연구역 제도가 도입된 지 22년 만에 처음으로 실외 금연구역이 10만 곳을 넘었다. 실내 금연구역(128만3848곳)보다는 훨씬 적지만 증가율은 가파르다. 전년 대비 실내 금연구연은 4.1% 늘어난 반면 실외 금연구역은 12.2% 늘었다. 내년 1월부터 전국 모든 어린이집과 유치원 건물 주변 10m에서도 흡연이 금지돼 실외 금연구역은 더 확대된다. 금연구역은 크게 실내와 실외로 나뉜다. 실내 금연구역은 학교와 음식점, PC방 등 국민건강증진법에 정해진 기준에 따라 자동으로 지정된다. 반면 실외 금연구역은 지방자치단체가 조례로 지정한다. 지자체들은 앞 다퉈 지하철역 출입구나 버스 정류장 인근, 사람이 많이 오가는 주요 보행로 등을 금연구연으로 지정하고 있다. “담배 냄새를 못 참겠다”는 비흡연자의 민원이 잦기 때문이다. 동아일보가 전국 시군구 229곳의 실내외 금연구역 138만5439곳을 면적으로 나눈 결과 1㎢당 금연구역이 가장 많은 곳은 부산 중구(1302곳)였다. 이어 서울 중구(927곳)와 대전 중구(796곳) 등 주로 도심 지역이었다. 기자가 서울 중구 청계광장에서 서울시청까지 500m 걷는 동안 지나친 금연구역은 모두 19곳에 달했다. 반면 경남 밀양시(3.7곳)나 제주 서귀포시(1.4곳), 강원 평창군(0.7곳) 등에서는 금연구역을 찾기가 쉽지 않다. 실외 금연구역만을 놓고 보면 지자체간 격차가 더 크다. 주민의 요청에 따라 지자체 자율로 정하기 때문이다. 대전은 실외 금연구역이 36곳으로 전국 17개 광역단체 가운데 가장 적었다. 인구가 150만 명 안팎으로 비슷한 광주는 이보다 53배 많은 1934곳을 실외 금연구역으로 지정했다.● 누더기 금연구역이 오히려 갈등 유발 곳곳에 실외 금연구역이 지정된 지역에서는 오히려 비흡연자가 많이 오가는 보행로가 흡연자들의 ‘핫스폿’이 되는 현상이 나타나기도 한다. 지자체가 상대적으로 인적이 드문 공원이나 이면도로를 중심으로 금연구역을 지정한 데 따른 것이다. 서울 종로구 광화문 D타워와 르메이에르종로타운 건물 사이의 종로3길이 대표적이다. 11일 오후 이곳에는 영하 10도의 한파에도 옹기종기 모여 담배를 피우는 회사원이 끊이지 않았다. 보행자가 옆을 지나며 얼굴을 찌푸리거나 손으로 연기를 쫓는 광경을 쉽게 볼 수 있었다. 애초 이 지역 회사원들의 ‘흡연구역’이었던 청진공원과 D타워-KT광화문빌딩 샛길이 2년 전 금연구역으로 지정되면서 벌어진 일이다. 같은 시간 ‘금연구역’ 현수막이 내걸린 청진공원과 D타워-KT광화문빌딩 샛길을 오가는 보행자는 종로3길의 절반도 되지 않았다. 흡연자인 오모 씨(36)는 “나도 비흡연자들에게 피해를 주기 싫어 인적이 드문 곳을 찾지만 금연구역을 피하다보면 어쩔 수 없이 이곳에서 담배를 물게 된다”고 말했다. 이런 현상이 나타나는 것은 금연구역을 정할 때 대형건물 입주자의 입김이 적잖은 영향을 미치기 때문이다. 또 차도나 사유지는 금연구역으로 지정할 수 없다. 사적 157호인 서울 중구 환구단(조선 고종 때 제단) 터로 들어가는 프레지던트호텔 옆 골목길은 공유지여서 금연구역이지만 환구단 터를 품고 있는 웨스틴조선호텔 뒤편은 사유지로 흡연이 자유롭다. 일반인들이 볼 때는 아무런 원칙이 없다고 느낄 수 있는 대목이다. 흡연자들은 거리 흡연시설(흡연부스)을 늘려달라고 호소한다. 정부가 담배에 적잖은 건강증진부담금을 매기면서 흡연부스 설치에 너무 인색하다는 주장이다. 서울시에 따르면 시내 흡연부스는 40곳이다. 반면 서울의 금연구역은 25만4797곳이다. 흡연자 커뮤니티인 아이러브스모킹 이연익 대표는 “주변 눈치를 보지 않고 담배를 피울 수 있는 흡연부스만 충분하다면 나머지 실외 지역을 금연구역으로 지정해도 반대하지 않겠다”고 했다. 반면 보건복지부와 지자체는 흡연부스 확대에 난색을 표한다. 흡연부스는 환기시설을 갖춰도 담배 냄새를 완전히 차단하기 어려운 만큼 또 다른 민원을 유발할 수 있다. 세계보건기구(WHO)는 “흡연부스를 설치해도 간접흡연 위험이 줄어든다는 보장이 없다”며 설치를 권고하지 않는다. 서울시 관계자는 “실외 금연구역이 많다지만 반대로 보면 그 외의 지역에선 전부 흡연이 가능하다”며 “흡연 공간이 부족하다는 주장에 동의하기 힘들다”고 말했다. 조건희 기자 becom@donga.com김하경 기자 whatsup@donga.com}

    • 2018-01-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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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청년 일자리 동향]청년들 “일자리 양보다 질이 더 중요”

    “중소기업의 직원 처우는 대기업과 너무 달라요. 육아휴직이라도 의무적으로 쓰게 했으면 좋겠어요.”(A 씨·32·여·인천) “일자리를 늘리는 것도 좋지만 근로시간을 줄이고 임금을 높이는 방향으로 정부가 적극 개입해주세요.”(B 씨·28·강원) 청년들은 일자리를 늘리기보단 질을 높이는 정책을 선호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고용노동부는 지난해 11월 전국 18∼34세 청년 1600명에게 ‘선호하는 청년 고용정책’을 물었다. 그 결과 일자리의 질을 높여 달라는 답변이 57.3%(중복 응답)로 가장 많았다. 일자리를 늘리거나(42.8%) 다양한 유형의 일자리를 정규직으로 전환하고(31.7%) 정규직과 비정규직의 격차를 줄여 달라(30.4%)는 응답이 뒤를 이었다. 직장을 고를 땐 회사의 인지도가 아닌 업무량과 ‘칼(정시)퇴근’을 중시했다. 청년이 바라보는 ‘일자리의 질’은 곧 일과 생활의 균형을 뜻하는 ‘워라밸’(워크 앤드 라이프 밸런스)과 직결된다는 의미다. 직장 선택 시 가장 중요하게 여기는 조건은 임금과 복지 수준(38.3%)이었다. 하지만 △적성·전공·흥미와 맞는지(20.8%) △근로시간과 업무량이 지나치지 않은지(9.4%) △업무환경과 출퇴근시간이 적절한지(8.9%) 등 워라밸을 고려한다는 응답이 2∼4위를 차지했다. 이는 회사의 성장 가능성(8.8%)이나 인지도(7.8%)를 중시한다는 응답을 압도했다. 이런 경향은 남성보다 여성에서, 대학 재학 이상보다 고졸 이하 집단에서 더 두드러졌다. 하지만 자신이 좋은 일자리를 구할 것이라고 믿는 청년은 많지 않았다. 부모 세대보다 괜찮은 일자리를 가질 수 있다는 응답은 53.6%로 절반을 약간 넘었다. 기업이 능력 중심으로 채용하고 그에 따라 임금을 준다는 데 동의한 비율은 43.2%에 불과했다. 지원자가 성별과 무관하게 평등한 대우를 받는다는 응답은 33.0%였다. 이런 현실을 해결하기 위해 필요한 인프라(중복 응답)로 ‘청년의 고용과 삶을 연구하고 정책적으로 지원하는 총괄기관’을 꼽은 응답이 90.8%로 가장 많았다. 청년 지원을 위한 별도의 법률 제정(89.3%)과 청년 특화 고용지원센터 설립(87.9%)도 많은 지지를 받았다. 기존 고용정책에 청년을 포함시키는 게 아니라 청년만을 위한 특화된 제도와 법이 필요하다는 얘기다. 송민선 고용부 청년고용기획과장은 “청년의 목소리를 더 구체적으로 담은 대책을 마련하겠다”고 말했다.조건희 기자 becom@donga.com}

    • 2018-01-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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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단독]서울대병원, 국내 첫 소아 전용 호스피스 운영

    6월부터 말기 판정을 받은 소아암이나 희귀질환 아동 환자도 호스피스 의료를 받을 수 있다. 보건복지부는 서울대병원 어린이병원을 국내 첫 소아 전용 호스피스 의료기관으로 지정해 6월부터 운영한다. 호스피스는 수명 연장보다 통증 경감에, 완치보다 완화에 초점을 둔 환자 관리를 뜻한다. 아동의 암세포는 성인의 것보다 더 빨리, 더 치명적인 부위에서 자라나 회복이 어렵고 극심한 통증을 동반한다. 그만큼 호스피스에 대한 환자와 가족의 수요가 많다. 김민선 서울대병원 소아청소년과 교수팀의 연구에 따르면 암, 심혈관 질환 등 복합(2가지 이상) 만성질환으로 숨진 19세 미만 환자는 연간 1300명 안팎이다. 이는 전체 아동·청소년 사망자의 3분의 1에 해당한다. 하지만 전국 호스피스 전문기관 81곳 중 아동 환자만을 위한 곳은 없다. 성인 환자보다 손이 많이 가고 아동 전문 의료인을 구하기가 어렵기 때문이다. 복지부는 서울대병원에서 소아 호스피스 시범사업을 진행한 뒤 내년에 권역별로 4곳을 추가할 계획이다. 관련 건강보험 수가를 조정하고, 필요하면 정부 지원금을 보탤 예정이다. 다만 성인 호스피스처럼 별도로 구분된 병동에 환자를 모아놓기보다 호스피스 인력이 입원실로 찾아가는 ‘자문형 서비스’를 적용하는 방안이 유력하다. ‘호스피스는 임종을 준비하는 곳’이라는 오해와 낙인을 피하기 위해서다. 같은 이유로 환자가 숨지기 직전 옮겨지는 ‘임종실’도 설치하지 않을 계획이다. 아동 환자인 만큼 지나온 삶을 돌아보기보다 가족, 친구와의 추억을 쌓는 프로그램이 주를 이루게 된다. 소아 호스피스를 이용할 수 있는 질환의 종류는 ‘각종 소아 희귀질환’으로, 그 범위가 넓다. 성인은 암, 만성 간경화, 만성 폐쇄성 호흡기 질환, 에이즈(후천성면역결핍증) 등 4가지 질환일 때만 호스피스를 이용할 수 있다. 하지만 호스피스가 필요한 소아 환자의 절반 이상은 이에 해당하지 않는 희귀질환자들이다. 강민규 복지부 질병정책과장은 “중증 소아 환자들이 호스피스를 통해 존엄하고 행복하게 지낼 권리를 누려야 한다”고 말했다.조건희 becom@donga.com·김윤종 기자}

    • 2018-01-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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