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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일 아침 습관처럼 마시는 커피 한 잔이, 수십 년 뒤 노년의 기억력을 좌우할 수 있을까.하버드대와 매스 제너럴 브리검 연구진이 40년 넘게 추적한 연구는 이 질문에 하나의 방향을 제시했다. 커피와 차를 꾸준히 마신 사람일수록 치매 위험이 낮았다. 특히 이번 연구는 치매 유전자를 가진 이들에게도 동일한 보호 효과가 나타난다는 점에서 학계의 주목을 받고 있다.● 13만 명, 43년 추적…치매 위험 18% 낮췄다하버드 T.H. 찬 공중보건대학원과 매스 제너럴 브리검 공동 연구팀은 간호사 건강 연구(NHS)와 보건 전문가 추적 연구(HPFS)에 참여한 13만 명의 데이터를 최대 43년간 추적 분석했다. 연구 결과는 최근 국제 학술지 JAMA에 실렸다.카페인이 포함된 커피를 하루 2~3잔 마시는 사람은 거의 마시지 않는 사람보다 치매 발생 위험이 18% 낮았다. 차 역시 하루 1~2잔에서 유사한 경향이 나타났다.이들은 주관적으로 기억력이 떨어졌다고 느끼는 비율이 낮았고, 인지 기능 검사에서도 더 나은 결과를 보였다.● “유전보다 강했던 건 매일의 습관”이번 연구에서 가장 눈에 띄는 지점은 유전적 요인이다. 연구팀은 치매 유전 위험이 높은 그룹과 낮은 그룹을 나눠 분석했는데, 커피 섭취에 따른 위험 감소 효과는 두 집단에서 모두 비슷하게 나타났다.이는 치매를 ‘타고나는 질환’으로만 보던 인식에 균열을 낸다. 가족력이 있더라도 생활 습관에 따라 위험이 달라질 수 있다는 의미이기 때문이다.● 디카페인은 효과 없었다…“핵심은 카페인”흥미로운 점은 디카페인 커피에서는 같은 효과가 나타나지 않았다는 것이다. 연구팀은 카페인과 함께 커피·차에 포함된 폴리페놀 성분이 뇌 염증을 줄이고 세포 손상을 억제하는 데 영향을 줄 수 있다고 봤다.이는 카페인이 단순 각성 효과를 넘어 뇌 기능 보호와 관련된 생리적 역할을 할 가능성을 시사한다.다만 연구진은 이러한 결과를 과도하게 해석해서는 안 된다고 강조한다. 연구를 이끈 다니엘 왕 교수는 “효과는 고무적이지만, 커피는 건강한 노화를 위한 여러 요소 중 하나일 뿐”이라고 설명했다.● “오늘의 습관이 미래의 뇌를 바꾼다”이번 연구는 치매 예방의 접근 방식 자체를 다시 생각하게 만든다. 치료가 아닌 ‘장기적 생활 습관’이 인지 기능에 영향을 줄 수 있다는 점을 보여주기 때문이다.특히 40년이 넘는 장기 데이터를 기반으로 한 연구라는 점에서, 단기 효과가 아닌 누적된 생활 방식의 결과를 확인했다는 의미도 크다.결국 메시지는 단순하다. 커피는 치매를 막는 ‘특효약’은 아니지만, 매일 반복되는 작은 습관이 장기적인 뇌 건강에 영향을 줄 수 있다는 점이다.논문 주소 최현정 기자 phoebe@donga.com}

오픈AI가 영상 생성 인공지능(AI) ‘소라(Sora)’ 서비스를 사실상 중단하기로 하면서, AI 산업의 흐름이 기술 경쟁에서 수익성과 자원 배분 중심으로 옮겨가고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생성형 AI 수요는 빠르게 늘고 있지만 이를 뒷받침할 연산 자원(컴퓨트)은 제한적인 상황에서, 수익성이 낮은 서비스부터 정리되는 흐름이 본격화됐다는 것이다.25일 비즈니스 인사이더(Business Insider)에 따르면 오픈AI는 최근 내부 전략을 조정하고 핵심 서비스 중심으로 자원을 재배치하고 있다. 이 과정에서 영상 생성 AI ‘소라’는 우선순위에서 밀리며 사실상 중단 수순에 들어갔다.실리콘밸리 기술 분석 기업 나비카(Navica)의 버나드 골든 최고경영자(CEO)는 “AI 업계가 컴퓨트 확보에 사활을 거는 상황에서 오픈AI는 핵심 성장 동력인 챗GPT에 자원을 집중하고 있다”고 말했다.● “사이드 프로젝트 정리”…전략은 ‘집중’오픈AI 내부에서도 선택과 집중 기조가 분명해지고 있다.비즈니스 인사이더에 따르면 신임 애플리케이션 부문 최고경영자(CEO)인 피지 시모(Fidji Simo)는 최근 내부 전체회의(all-hands meeting)에서 “우리는 지금 이 순간을 놓쳐서는 안 된다. 사이드 프로젝트에 집중하느라 핵심을 놓칠 수 없다”고 강조했다.소라는 출시 당시 높은 완성도로 주목받았지만, 영상 생성 AI 특성상 텍스트 모델보다 훨씬 많은 연산 자원을 필요로 한다. 반면 수익 모델은 뚜렷하지 않았다.소라 개발을 이끈 빌 피블스(Bill Peebles)도 “사용자 수요는 매우 크지만 현재 비용 구조는 지속 가능하지 않다”고 밝힌 바 있다.● 기술보다 자원…AI 경쟁의 축 이동이번 결정의 배경에는 AI 산업 전반의 구조적 문제인 ‘컴퓨트 부족’이 있다.AI 사용량은 빠르게 늘고 있지만 데이터센터, 전력, 반도체 등 핵심 인프라 공급은 이를 따라가지 못하고 있다. 일부 지역에서는 데이터센터를 지어놓고도 전력 확보 문제로 가동하지 못하는 사례도 나타나고 있다.이 같은 상황에서 기업들은 모든 서비스를 동시에 운영하기 어려워졌고, 결국 어떤 서비스에 컴퓨트를 배분할지 선택해야 하는 단계에 들어섰다.과거에는 더 뛰어난 모델을 만드는 것이 경쟁의 핵심이었다면, 이제는 한정된 자원을 어디에 쓰느냐가 더 중요한 기준이 되고 있다.● “수익 중심 재편”…실험에서 사업으로오픈AI의 전략 변화는 AI 산업이 ‘연구 중심’에서 ‘수익 중심’으로 이동하고 있음을 보여준다. 회사는 향후 1~2년 내 기업공개(IPO)를 앞두고 있지만, 매년 수십억 달러의 손실을 이어가는 상황이다. 수익 구조를 빠르게 확보해야 하는 압박 속에 자원 배분 역시 수익성 중심으로 재편되고 있다.데이터센터와 반도체 확보에 막대한 비용이 투입되면서 모든 프로젝트를 동시에 유지하기 어려워졌고, 수익성이 낮은 서비스는 우선순위에서 밀려나고 있다.소라는 기술적으로는 성공했지만, 높은 연산 비용과 제한적인 수익 구조로 인해 지속 가능성이 낮았던 사례로 꼽힌다.전문가들은 이런 변화가 오히려 AI 시장 확대를 앞당길 수 있다고 본다. 연산 효율이 개선되면 서비스 비용이 낮아지고, 이는 기업과 사용자 확산으로 이어진다. 결과적으로 전체 AI 수요가 더 늘어나는 흐름으로 이어질 수 있다는 분석이다.AI 산업은 기술 경쟁을 넘어 자원과 수익성을 중심으로 재편되는 국면에 들어섰다. 소라 중단은 그 변화를 보여주는 상징적인 사례로 평가된다.■ 팩트 필터|AI 산업 지금 흐름컴퓨트 부족: 데이터센터·전력·칩 공급 한계선택과 집중: 모든 서비스 동시 운영 어려움수익 중심 재편: 돈 되는 서비스에 자원 집중경쟁 변화: 기술 → 인프라·전력 확보산업 전환: 실험형 AI → 수익형 AI최현정 기자 phoebe@donga.com}

구글이 인공지능(AI) 메모리 사용량을 줄이는 압축 기술 ‘터보퀀트(TurboQuant)’를 공개하자 메모리 반도체주가 흔들렸다. 26일 삼성전자는 전일 대비 4.71% 내린 18만100원에, SK하이닉스는 6.23% 하락한 93만3000원에 거래를 마쳤다. 미국 증시에서도 마이크론 테크놀로지 주가가 전날 3%대 밀리며 메모리 업종 전반이 약세를 보였다.AI 투자 흐름을 이끌어온 고대역폭메모리(HBM) 수요 확대 기대에 변수가 생겼다는 해석이 나온다.● 메모리 병목 겨냥…“덜 쓰고도 된다”터보퀀트의 핵심은 AI가 사용하는 메모리를 줄이면서도 성능을 유지하는 데 있다.대형 언어모델은 사용자 대화 맥락을 ‘KV 캐시’에 저장하는데, 문맥이 길어질수록 메모리 사용량이 급격히 늘어난다. 그동안 AI 성능 경쟁이 GPU와 메모리 증설 경쟁으로 이어진 배경이다.구글은 데이터 구조를 단순화하고 정보 손실을 최소화하는 방식으로 이 병목을 줄였다고 설명했다. 회사 측에 따르면 KV 캐시 용량을 기존 대비 최대 6분의 1 수준으로 낮출 수 있고, 특정 조건에서는 엔비디아 GPU 연산 효율도 크게 개선되는 것으로 나타났다.핵심은 ‘덜 써도 된다’는 점이다. 구글은 특히 정확도 손실 없이 메모리를 줄일 수 있다는 점을 강조했다.● 외신도 주목…“비용 구조 바꿀 기술”외신들도 이번 기술의 의미를 빠르게 짚었다.벤처비트(VentureBeat)는 터보퀀트를 두고 “소프트웨어 최적화만으로 메모리 사용량을 크게 줄이고 연산 효율을 끌어올린 사례”라고 평가하며, 데이터센터 비용 구조를 바꿀 수 있다고 분석했다. 테크크런치(TechCrunch) 역시 KV 캐시를 최소 6배 줄여 AI 운영 비용을 낮출 수 있다고 전하면서도, 아직 초기 단계 기술이라는 점을 함께 짚었다.일부 오픈소스 커뮤니티에서는 발표 직후 관련 알고리즘을 적용하려는 시도도 이어지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HBM 성장 공식에 생긴 변수그동안 AI 산업은 ‘더 많은 GPU와 메모리’라는 공식 위에서 성장해 왔다. 특히 HBM은 핵심 수혜 부품으로 꼽히며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 주가 상승을 이끈 요인이었다.하지만 터보퀀트는 이 흐름에 질문을 던진다. 동일한 메모리로 더 많은 데이터를 처리할 수 있다면, 메모리 수요 증가 속도가 예상보다 완만해질 수 있기 때문이다.시장에서는 이를 두고 “AI 인프라 경쟁이 하드웨어 확장에서 소프트웨어 효율 경쟁으로 일부 이동하는 신호”라는 해석이 나온다. 이는 메모리 업체 중심 구조에서 빅테크의 설계 역량이 더 큰 영향을 미치는 방향으로 무게가 이동할 가능성을 시사한다.● 증권가 “차익실현 명분”…과도 해석 경계증권가에서는 이번 주가 하락을 구조 변화로 단정하기보다 투자 심리 영향으로 보는 시각이 우세하다.한지영 키움증권 연구원은 “기존 메모리 업종 내러티브는 ‘LLM이 커지고 대화가 길어질수록 메모리 수요가 늘어난다’는 것이었는데, 터보퀀트 공개 이후 ‘동일한 메모리로 6배 더 긴 대화를 처리할 수 있다’는 인식이 형성되면서 메모리 수요가 생각보다 덜 필요할 수 있다는 부정적인 내러티브가 생성되고 있다”고 설명했다.다만 그는 “어디까지나 논문 단계의 알고리즘 공개이고 실제 상용화까지는 시간이 필요하다”며 “연초 메모리 폭등 랠리 이후 누적된 피로 속에서 차익실현의 명분으로 작용한 측면이 있다”고 분석했다.이어 “AI 모델 효율성과 성능이 향상될수록 오히려 AI 총수요가 증가하는 현상이 나타날 가능성도 있다”며 “이번 이슈가 딥시크 사태처럼 단기 이벤트에 그칠지, 아니면 새로운 국면으로 이어질지는 지켜볼 필요가 있다”고 덧붙였다.● ‘덜 쓰는 기술’이 시장을 키울 수도터보퀀트가 던진 메시지는 분명하다. AI 경쟁의 기준이 바뀌고 있다는 점이다. 지금까지는 자원을 얼마나 많이 투입하느냐가 중요했다면, 앞으로는 같은 자원으로 얼마나 효율을 끌어올리느냐가 더 중요해질 수 있다.메모리 사용량 감소는 데이터센터 비용과 전력 부담을 낮추고 AI 도입을 확산시키는 요인이 된다. 효율 개선이 오히려 시장 전체 수요를 키우는 흐름으로 이어질 가능성도 있다.최현정 기자 phoebe@donga.com}

화재로 희생된 이들을 위해 국화 한 송이와 현금 500만 원, 그리고 손편지 한 장이 조용히 놓였다. 이름을 남기지 않은 기부자는 다시 모습을 드러내지 않았지만, 이렇게 이어온 나눔은 9년째 지속되며 누적 기부액만 7억 원을 넘어섰다.사랑의열매 사회복지공동모금회는 최근 대전 자동차부품 공장 화재 피해를 돕기 위해 한 익명 기부자가 성금을 전달했다고 26일 밝혔다.모금회에 따르면 지난 24일 오후 1시경 발신번호 표시 제한으로 걸려온 전화 한 통이 접수됐다. “사무국 앞에 성금이 담긴 박스를 두고 갔다”는 짧은 안내였다. 현장을 확인하자 입구에는 밀봉된 상자가 놓여 있었고, 안에는 현금 500만 원과 국화 한 송이, 그리고 손편지가 함께 담겨 있었다.편지에는 희생자들을 향한 애도의 마음이 담겨 있었다. 기부자는 “화재로 희생된 분들께 삼가 조의를 표한다”며 “유가족께 위로를 전하고 부상자들이 하루빨리 일상으로 돌아가길 바란다”고 적었다. 이어 “작은 정성이지만 도움이 되길 바란다”는 문장도 덧붙였다.편지 말미에는 ‘2026년 3월 어느날’이라는 문구가 적혀 있었다. ‘어느날’이라는 표현은 이 기부자가 매번 남기는 특징으로, 이름 대신 남기는 일종의 서명처럼 이어져 왔다.모금회는 필체 등을 통해 동일 인물로 보고 있으며, 해당 기부자는 2017년부터 연말연시 캠페인과 각종 재난 상황마다 꾸준히 성금을 전달해 온 것으로 확인됐다. 현재까지 누적 기부액은 약 7억5000만 원에 달한다.사랑의열매 관계자는 “사회적 아픔에 공감하며 조용히 나눔을 이어온 기부자의 뜻에 깊이 감사드린다”며 “이 마음이 피해자와 유가족에게 온전히 전달될 수 있도록 최선을 다하겠다”고 밝혔다.한편 이번 화재로 70여 명의 사상자가 발생한 가운데, 사랑의열매는 오는 4월 22일까지 ‘대전 공장 화재 특별모금’을 진행하고 있다. 모금된 성금은 유가족 생계비와 부상자 치료비, 현장 복구 지원 등에 사용될 예정이다.최현정 기자 phoebe@donga.com}

이란 전쟁이 당장 종식되더라도 시장에 가해진 충격은 장기간 이어질 수 있다는 경고가 나왔다. 중동 지역 에너지 인프라가 이미 훼손된 만큼, 전쟁 종료와 별개로 공급망 불안과 가격 변동성은 당분간 이어질 가능성이 크다는 분석이다.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 당시 골드만삭스를 이끌었던 로이드 블랭크파인 선임 회장은 25일(현지시간) CNBC 인터뷰에서 “내일 당장 전쟁이 끝나더라도 인프라 피해가 커 시장의 스트레스는 훨씬 더 오래 지속될 것”이라고 말했다.그는 현재 시장의 대응 방식 자체를 문제로 지적했다. 블랭크파인은 “모든 것이 결국 해결될 것이라는 전제하에 거래하는 것도 위험하지만, 반대로 절대 해결되지 않을 것이라고 단정하는 것도 마찬가지로 위험하다”며 확신에 기반한 투자 접근을 경계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전쟁보다 오래 간다”…에너지 충격의 본질블랭크파인은 최근 에너지 시장의 급격한 변동성이 단순한 심리적 불안이 아니라 구조적 충격을 반영하고 있다고 봤다. 투자자들이 전쟁 여파와 글로벌 석유 공급 차질을 동시에 가격에 반영하면서 변동성이 커지고 있다는 것이다.특히 호르무즈 해협 등 핵심 에너지 통로와 인프라가 훼손된 상황에서 공급망 복구에는 상당한 시간이 걸릴 수밖에 없다고 지적했다. 이는 전쟁이 종료되더라도 유가와 물가에 가해지는 압력이 쉽게 사라지지 않을 수 있음을 시사한다.● “확신 버리고 민첩하게”…투자 전략 바뀐다투자자들에게는 기존과 다른 접근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블랭크파인은 “지금은 확신에 찬 투자보다 상황 변화에 따라 즉각 대응할 수 있는 민첩함이 중요하다”며 “상황이 바뀌면 포지션도 바로 바꿀 수 있어야 한다”고 말했다.이어 “헤지 전략조차 상황에 따라 하루 만에 무용지물이 될 수 있다”며 “철저한 비상 계획을 세우고 자산을 지키는 데 집중해야 한다”고 덧붙였다. 불확실성이 극단적으로 높은 구간에서는 방어 중심 전략이 중요하다는 설명이다.● “순풍 끝났다”…전쟁이 시장 질서 바꿨다전쟁 이전과 현재의 시장 환경은 근본적으로 달라졌다는 평가도 내놨다. 그는 과거에는 견조한 성장과 금리 하락 기대라는 ‘순풍’이 시장을 지탱했지만, 지금은 전쟁과 에너지 가격이 모든 변수를 압도하고 있다고 진단했다.블랭크파인은 “지금은 다른 요소들이 부차적인 문제로 밀려났다”며 지정학적 리스크가 시장의 핵심 변수로 자리 잡았다고 강조했다.● “심판의 날 온다”…사모펀드 리스크 경고그는 금융시장 내부의 잠재적 위험도 함께 지적했다. 특히 사모펀드 등 비상장 자산의 가치 평가에 대해 여전히 검증되지 않은 부분이 많다고 언급했다.블랭크파인은 “상승장에서 자산 가치가 충분히 검증되지 않았다”며 “금리 상승과 경기 둔화 국면에서 이들 자산이 본격적으로 시험대에 오를 것”이라고 말했다.이어 “언젠가는 ‘심판의 순간’이 올 수밖에 없다”며 “그 시점이 늦어질수록 충격은 더 커질 수 있다”고 경고했다.■ 팩트 필터|그래서 지금 어떻게 해야 하나전쟁 끝나도 안 끝난다: 에너지 인프라 훼손으로 고유가 압력 지속 가능확신 버려라: 낙관·비관 모두 위험, 상황 따라 기민하게 대응지금은 전쟁이 변수다: 금리·성장보다 에너지와 지정학 리스크가 핵심숨은 위험 대비: 사모펀드 등 비상장 자산 ‘심판의 순간’ 가능성최현정 기자 phoebe@donga.com}

국제구호개발 NGO 굿네이버스를 창립한 이일하 이사장(79)은 한국 NGO 역사를 대표하는 인물로 꼽힌다. 1991년 ‘한국이웃사랑회’로 출발한 굿네이버스는 현재 한국을 비롯한 해외 50개국에서 아동 권리 보호와 지역사회 자립을 지원하는 글로벌 NGO로 성장했다.국내에서는 위기가정 아동을 지원하고, 해외에서는 교육·보건·식수·소득증대 등 통합적 지역개발사업을 통해 지속 가능한 변화를 만들어가고 있다.그러나 그 출발은 단단한 조직이나 충분한 자금이 아니었다. 한 통의 편지 형식 후원신청서, 그리고 그에 응답한 사람들의 선택이었다.“2만 명에게 편지를 보냈는데 200명이 답장을 보냈습니다. 그 1%가 저희를 살렸습니다.”수십 년이 지난 지금도 그는 그 숫자를 또렷하게 기억하고 있다. 굿네이버스는 그렇게 ‘1%의 응답’에서 시작됐다.● “회원은 함께 만드는 사람”…굿네이버스를 움직인 구조 이일하 이사장은 1991년 대한약사회 회원 2만 명에게 직접 편지를 보냈다. 당시 기준으로도 높은 회신율이었지만, 그에게 중요한 것은 숫자가 아니라 의미였다. 그는 처음부터 ‘후원자’ 대신 ‘회원’이라는 표현을 사용했다. 돈을 내는 사람이 아니라 함께 조직을 만들어가는 주체로 보고 싶었기 때문이다.“우리는 후원자가 아니라 ‘회원’이라고 불렀습니다.”그는 NGO가 오래가기 위해서는 감정이 아니라 논리가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왜 존재하는지, 어디로 가는지 설명할 수 있어야 조직이 흔들리지 않는다는 것이다. 굿네이버스는 그렇게 사람의 참여와 시스템을 동시에 설계한 조직으로 성장해 왔다.● 감옥 65일과 전쟁…삶의 방향이 흔들린 시간그의 삶은 순탄하지 않았다. 연세대 재학 시절 학생운동에 참여해 수업 대신 거리로 나섰고, 결국 체포돼 65일간 수감 생활을 했다. 이후 월남전에 참전해 부상을 입으며 손가락 일부를 잃었다. 그는 이 시기를 “삶의 방향을 두고 오랫동안 씨름했던 시간”이라고 회고했다.이후 그는 미국 유학을 준비했지만, 경기도 성남의 한 복지관으로 가게 되면서 계획을 바꿨다. 그는 “그곳에서 한국 사회의 또 다른 현실을 보고 충격을 받았다”며 유학을 접고 현장에 남았다. 이 선택은 이후 그의 삶 전체를 바꾸는 분기점이 됐다.성남에서 그는 신용조합, 주택조합, 의료조합을 만들고 직업교육과 일자리 사업을 추진했다. 재봉틀을 들여놓고 장갑이나 스웨터를 짜서 파는 수익 사업을 진행했다. 지금 기준으로 보면 ‘사회적 경제’의 초기 실험에 가까운 시도였다.● “집 두 채 잃어”…이상과 현실의 간극그는 사업을 확장하며 사회적 경제를 통해 세상을 바꿀 수 있다고 믿었다. 그러나 결과는 실패였다. 조합은 무너졌고, 사업은 지속되지 못했다.“운이 좋아 집이 두 채 있었는데 다 사라졌죠. 지금 기준으로 보면 수십 억 원을 잃은 셈입니다.”경영과 회계에 대한 기반 없이 시작한 구조는 오래 버티지 못했다. 그는 이 경험을 통해 “좋은 의도만으로는 조직을 유지할 수 없다”는 사실을 배웠다고 했다. 사람을 돕겠다는 마음만으로는 부족했고, 그 마음을 지탱할 구조와 시스템이 필요하다는 것을 몸으로 겪었다.모든 것을 잃은 이후, 그는 다시 선택의 기로에 섰다. 가족은 미국으로 떠났고, 그는 혼자 한국에 남아야 했다. 그때 고등학생이던 아들이 “어머니와 동생들은 가고 자신은 한국에 남겠다”고 말했다. 동시에 아버지가 하는 일이 가장 가치 있다고 했다.이 이사장은 그 말을 계기로 한국에 남았고, 이후 자신이 겪은 실패를 토대로 새로운 조직을 설계하기 시작했다. 그 결과가 굿네이버스였다.● 일회성 지원이 아닌 시스템…실패에서 나온 구조 굿네이버스의 사업 구조는 그의 경험에서 출발했다. 단순한 선의만으로는 조직이 지속될 수 없다는 것을 체감한 뒤, 그는 처음부터 ‘구조’를 중심에 두고 조직을 설계했다.사업은 세 가지 축으로 구성된다. 아동권리보호(CRC), 권리옹호(Advocacy), 네트워크(Network)다. 사업 대상인 아동의 권리를 최우선 원칙으로 세우고, 그 원칙을 수행하는 방법으로 시민, 기업, 정부를 대상으로 옹호 활동을 펼쳤다. 또한 자발적인 참여를 원하는 사람을 모으고 네트워크를 조직화하며 사업을 확대해 나갔다. 국내에서는 아동보호체계 구축과 위기가정 아동 지원을 중심으로 사업을 수행하고, 해외에서는 교육·보건·식수·소득증대 등 통합적 지역개발사업을 진행한다.이 이사장은 “굿네이버스의 본질은 변화를 주도하는 것이며, 단순 지원이 아니라 스스로 설 수 있는 구조를 만드는 것”이라고 강조했다. 이는 과거 실패에서 얻은 결론이기도 하다. 지속 가능한 변화는 일회성 지원이 아니라 시스템과 참여 구조에서 나온다는 것이다.굿네이버스는 창립 초기부터 국제구호개발 단체로서 방향을 설정했고, 방글라데시와 르완다 등에서 사업을 수행하며 국제적 기반을 쌓았다. 1996년에는 한국 NGO 최초로 유엔 경제사회이사회 포괄적 협의지위를 획득했고, 이후에도 지위를 유지하고 있다. 2007년에는 유엔 새천년개발목표(MDGs) 상을 수상하며 국제사회에서 성과를 인정받았다.그는 조직 운영에서도 같은 원칙을 강조한다. “현장에서 나온 이야기만이 사람을 움직일 수 있다”는 것이다.굿네이버스는 사업 결과를 회원에게 지속적으로 보고하고, 필요하면 현장을 직접 확인할 수 있도록 하는 개방 원칙을 유지해 왔다. 그는 “네트워크는 단순한 숫자가 아니라 관계이며, 관계는 신뢰와 소통으로 유지된다”고 말했다.● “AI 시대일수록 공동체”…그가 말한 다음 방향 이 이사장이 최근 가장 많이 고민하는 화두는 AI다. 그는 기술이 발전할수록 인간은 더 고립될 수 있고, 그럴수록 공동체의 중요성은 더욱 커질 것이라고 봤다.굿네이버스는 2019년 ‘비전 2030’을 통해 ‘함께하는 이웃, 변화하는 공동체’를 제시했다.그는 “굿네이버스의 방향은 공동체 운동”이라며 “앞으로는 다양한 공동체를 연결하는 플랫폼 역할이 중요해질 것”이라고 말했다. 사람들이 관심과 필요를 기반으로 모였다가 결국 사회적 참여로 이어지는 구조를 만들어야 한다는 설명이다.● “세상을 움직이는 것은 결국 사람” 그는 인터뷰 말미에 젊은 세대에게도 메시지를 남겼다. 불안과 경쟁 속에서 미래를 쉽게 비관하는 흐름에 대해, 그는 “자신의 미래를 스스로 개척할 수 있다는 믿음이 중요하다”고 강조했다.“기회는 반드시 온다고 믿어야 합니다. 희망을 가지면 길은 결국 열립니다.”그는 꿈을 갖는 태도 자체를 하나의 ‘신념’에 가깝다고 표현했다. 특정한 종교를 넘어, 스스로의 가능성을 믿는 마음이야말로 삶을 움직이는 힘이라는 설명이다.“꿈을 꾸세요. 이루어집니다.”이 이사장은 다시 처음의 이야기로 돌아왔다.2만 통의 편지와 200명의 응답.그는 “결국 세상을 움직이는 것은 사람”이라고 말했다.‘함께미래 리더스’는 공익 현장의 리더들이 어떤 선택과 결정을 통해 변화를 만들어왔는지, 그들의 리더십과 철학을 통해 미래를 묻는 인터뷰 시리즈다.최현정 기자 phoebe@donga.com김수연 기자 xunnio410@donga.com}

국제 유가가 배럴당 150달러 수준에서 장기간 유지될 경우 세계 경제가 심각한 경기 침체에 빠질 수 있다는 경고가 나왔다. 중동 정세 불안이 이어질 경우 고유가가 수년간 지속되며 글로벌 경제 전반에 충격을 줄 수 있다는 분석이다.세계 최대 자산운용사 블랙록(운용자산 약 2경 원)의 래리 핑크 회장은 25일(현지시간) 공개된 BBC와의 인터뷰에서 “유가가 100~150달러 수준에서 수년간 이어지면 매우 가파르고 혹독한 경기 침체로 이어질 것”이라고 말했다.핑크 회장은 특히 이란과 중동 정세가 향후 유가 흐름을 좌우할 핵심 변수라고 봤다. 갈등이 완화되면 유가는 전쟁 이전 수준으로 되돌아갈 수 있지만, 긴장이 지속될 경우 고유가 국면이 장기화될 가능성이 크다는 설명이다.● “고유가는 사실상 역진세”…서민 부담 커진다그는 에너지 가격 상승이 단순한 비용 문제가 아니라 구조적인 부담으로 작용한다고 지적했다. “에너지 가격 상승은 사실상 역진세와 같아 저소득층에 더 큰 타격을 준다”는 것이다.이에 따라 각국은 특정 에너지원에 의존하기보다 석유·가스와 함께 태양광, 풍력, 원자력 등 다양한 에너지를 병행하는 현실적인 전략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결국 값싼 에너지를 얼마나 확보하느냐가 성장과 생활 수준을 좌우하는 핵심 변수라는 얘기다.● “AI 경쟁의 핵심은 전기”…투자 흐름도 바뀐다핑크 회장은 인공지능(AI) 산업에 대해서도 분명한 메시지를 내놨다. 그는 AI 거품론에는 선을 그으면서도, 경쟁의 핵심이 반도체가 아니라 에너지 비용이라고 짚었다.그는 “기술 패권 경쟁은 이미 시작됐다. 충분히 투자하지 않으면 뒤처질 수 있다”고 말하면서도 “AI 확산의 가장 큰 제약은 칩이 아니라 전력 비용”이라고 강조했다.특히 중국이 태양광과 원자력에 공격적으로 투자하는 것과 달리, 유럽은 실행이 부족하다고 지적했다. 결국 AI 경쟁도 ‘누가 더 싸게 전기를 확보하느냐’에 달려 있다는 의미다.● 금융위기 재현 가능성엔 “0%”일각에서 제기되는 ‘2008년 금융위기 재현 가능성’에 대해서는 선을 그었다. 핑크 회장은 “당시와 유사점은 전혀 없다”고 단언하며 현재 금융 시스템이 과거보다 훨씬 안정적이라고 평가했다.일부 펀드의 환매 제한 등이 거론되지만 시장 전체에서 차지하는 비중은 제한적이며, 시스템 위기로 확산될 가능성은 낮다는 설명이다.● “대학보다 기술”…AI 시대, 일자리 기준이 바뀐다AI 확산은 노동시장 구조 자체를 바꿀 수 있다는 전망도 나왔다. 핑크 회장은 전기공, 배관공, 용접공 등 이른바 ‘손 기술 기반 직업’의 수요가 앞으로 크게 늘어날 것으로 내다봤다.그는 “AI 확산은 일부 기업과 투자자에게만 이익이 집중되며 불평등을 키울 수 있다”면서도 “동시에 엄청난 규모의 새로운 일자리도 만들어낼 것”이라고 말했다. 특히 전력 인프라와 물리적 설비를 다루는 직종에서 고용이 크게 늘어날 것으로 봤다.반면 AI가 발전할수록 일부 사무직 수요는 줄어들 수 있다는 점도 분명히 했다. 핑크 회장은 “그동안 은행, 미디어, 법률 등 특정 직업군에 과도한 가치를 부여해 왔다”며 “손 기술을 가진 일을 선택했어야 할 사람들까지 대학 교육으로 몰아넣은 측면이 있다”고 지적했다.이어 “전후 미국은 모든 젊은이에게 대학 진학을 권장하는 교육 체계를 구축했지만, 결과적으로 과도한 측면이 있었다”며 “이제는 전기공이나 배관공 같은 직업도 충분히 경쟁력 있는 커리어로 인정해야 한다”고 말했다.이는 AI가 사무직 중심의 일자리를 일부 대체하는 대신, 에너지·인프라·설비와 같은 ‘물리적 영역’의 기술직 수요를 확대하는 방향으로 노동시장을 재편할 가능성을 시사한다.■ 팩트 필터|핵심만 보면유가 150달러 장기화 시 글로벌 경기 침체 가능성에너지 가격 상승은 저소득층에 더 큰 부담AI 경쟁의 핵심 변수는 ‘전력 비용’금융위기 재현 가능성은 낮음기술직 중심으로 노동시장 변화 전망최현정 기자 phoebe@donga.com}

이란 전쟁 여파로 국제 유가가 배럴당 100달러를 넘어서면서 여름 항공권 예약 공식이 흔들리고 있다. 항공료가 빠르게 오르는 가운데 “지금 결제해야 한다”는 조기 예약론이 힘을 얻는 반면, 일부에서는 ‘막판 할인 가능성도 있다’는 관망론도 나온다.브렌트유는 4년 만에 배럴당 100달러 선을 넘어섰고, 항공유 가격은 이보다 더 가파르게 상승하고 있다. 이에 따라 SAS, 콴타스, 에어프랑스 등 글로벌 항공사들이 연료 할증료 인상에 나선 가운데, 국내 항공사들도 유류할증료를 최대 3배 이상 올리며 여행객 부담이 빠르게 커지고 있다.이 같은 흐름 속에서 항공권 예약 전략을 둘러싼 전문가 의견도 나오고 있다. 25일 비즈니스 인사이더(Business Insider)는 항공·여행 전문가들의 분석을 종합해 보도했다.● “지금 사지 않으면 더 오른다”…조기 예약론 우세항공업계에서는 기존 예약 공식이 사실상 무너졌다는 분석이 나온다. 여행 전문 매체 ‘더 포인츠 가이(The Points Guy)’의 클린트 헨더슨 편집장은 “항공유 가격과 운임이 동시에 빠르게 오르면서 기존 예약 전략을 버려야 하는 상황”이라며 “올해는 가능한 한 빨리 항공권을 확보하는 것이 유리하다”고 말했다.항공 컨설턴트 로버트 만 역시 “지금 예약하면 추가 인상을 피할 수 있다”며 조기 구매를 권했다. 항공유 가격 상승이 이어질 경우 항공료와 할증료 인상이 당분간 지속될 가능성이 크다는 분석이다. 항공 분석업체 OAG의 존 그랜트도 “가격은 앞으로도 계속 오를 가능성이 높다”며 “지금 예약하는 것이 최선”이라고 강조했다.● “막판 할인 가능성도”…수요 변수는 예외다만 모든 전문가가 같은 의견을 내놓는 것은 아니다. 퍼듀대 항공경영학과 볼로디미르 빌롯카흐 교수는 “유가 상승으로 항공권 가격이 지나치게 오르면 여행 수요가 위축될 수 있다”며 “이 경우 항공사는 출발 직전 가격을 낮출 가능성도 있다”고 말했다.이른바 ‘수요 파괴(demand destruction)’ 가능성이다. 실제로 일부 전문가는 여름 성수기 직전 수요 둔화가 발생할 경우 항공사들이 가격 인하를 시도할 여지가 있다고 보고 있다.다만 이러한 할인은 특정 노선이나 제한된 상황에서 나타날 가능성이 크다는 점에서 일반적인 전략으로 보기는 어렵다는 평가다.● 아직 늦지 않았다… ‘골디락스 구간’을 잡아라이런 상황에서도 지금을 ‘가격이 더 오르기 직전 구간’으로 보는 시각도 있다. 항공권 분석 앱 ‘고잉(Going)’의 케이티 나스트로는 “대부분의 사람은 출발 직전에 헐값 표가 나올 것으로 기대하지만, 실제 항공권은 날짜가 가까워질수록 비싸진다”며 “유가 상승분이 항공권 가격에 모두 반영되기 전인 지금이 특가를 확보할 수 있는 시점”이라고 말했다.이어 “특정 노선의 경우 아직 수요가 충분히 붙지 않아 상대적으로 낮은 가격이 남아 있다”며 휴스턴-도쿄 등 일부 구간에서 발견되는 할인 기회를 활용할 것을 조언했다.● 중동 경유 노선은 주의…노선별 전략 필요노선별로 접근을 달리해야 한다는 조언도 나온다. 전쟁 영향이 큰 중동 경유 노선은 운항 차질과 비용 상승 압력이 동시에 나타나는 반면, 일부 노선에서는 여전히 상대적으로 낮은 가격이 유지되고 있다.여행 수요가 특정 지역으로 몰리면서 노선별 가격 격차가 벌어지고 있기 때문이다. 전문가들은 여행지 선택과 경유 노선을 유연하게 조정하는 전략이 필요하다고 조언한다.결국 올해 여름 항공권 시장은 유가, 전쟁, 수요 변화가 동시에 작용하는 복합 변수 속에서 움직이고 있다. 전문가들은 기본적으로는 조기 예약이 유리한 상황이지만, 일부 조건에서는 예외가 나타날 수 있는 만큼 유연한 전략이 필요하다고 강조한다.■ 팩트 필터|그래서 언제 예약해야 하나지금 예약: 가격이 오르는 흐름이면 미리 사는 게 안전유연 요금제 선택: 다소 비싸지만, 가격 하락 시 취소 후 재예약 가능기다려도 되는 경우: 인기 낮은 노선이나 좌석이 많이 남은 항공편중동 경유 피하기: 전쟁 영향으로 취소·우회 및 추가 비용 가능성최현정 기자 phoebe@donga.com}

같은 비만 치료제를 사용해도 체중 감량 효과가 크게 달라질 수 있다는 연구 결과가 나왔다. 폐경 이후 여성의 경우 호르몬 치료를 병행할 때 감량 효과가 약 35% 더 높아지는 것으로 나타났다.미국 메이요클리닉 연구진에 따르면, 폐경 후 여성 중 호르몬 치료를 병행하며 비만 치료제 티르제파타이드(tirzepatide)를 사용한 그룹은 약물만 단독 사용한 그룹보다 평균 35% 더 많은 체중 감량 효과를 보였다. 이 연구 결과는 최근 국제 학술지 랜싯 산부인과·여성건강 분야(The Lancet Obstetrics, Gynaecology & Women’s Health)에 게재됐다.연구진은 과체중 또는 비만 성인 120명을 대상으로 12개월 이상 치료 데이터를 분석해 두 그룹의 체중 변화를 비교했다.● 왜 더 잘 빠질까…에스트로겐이 ‘효과 증폭’ 변수폐경 이후에는 에스트로겐 감소로 인해 체중 증가와 대사 변화가 나타나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이 호르몬은 식욕과 에너지 대사를 조절하는 데 관여한다.연구진은 호르몬 치료가 GLP-1 계열 약물의 식욕 억제 효과를 강화했을 가능성에 주목했다. 전임상 연구에서도 에스트로겐이 해당 약물의 작용을 보완하는 시너지 효과가 관찰된 바 있다.또한 호르몬 치료가 안면홍조, 불면 등 갱년기 증상을 완화해 수면의 질과 활동량을 개선하면서 체중 감량에 간접적으로 영향을 미쳤을 가능성도 제기된다.연구 책임자인 내분비내과 전문의 마리아 다니엘라 후르타도 안드라데 박사는 “이번 관찰 연구에서 호르몬 치료를 받은 폐경 여성은 티르제파타이드 단독 투여군보다 약 35% 더 많은 체중 감량을 보였다”고 밝혔다. 이어 “무작위 대조 임상시험이 아니기 때문에 호르몬 치료가 직접적인 원인이라고 단정할 수는 없다”고 덧붙였다.● ‘맞춤형 치료’ 신호…해석에는 신중 필요이번 연구는 비만 치료가 개인의 생리적 상태에 따라 달라질 수 있음을 보여준다. 특히 폐경 이후 여성의 경우 호르몬 상태를 고려한 치료 전략이 필요할 수 있다는 점에서 의미가 있다는 평가다.폐경은 체중 증가뿐 아니라 심혈관 질환과 당뇨 위험을 높이는 요인으로 지목된다. 이에 따라 보다 정밀한 관리 전략이 요구된다는 분석도 나온다.다만 이번 연구는 무작위 대조 임상이 아닌 관찰 연구로, 생활습관이나 건강 상태 등 다른 요인이 영향을 미쳤을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는 설명이다. 연구진은 향후 무작위 임상시험을 통해 호르몬 치료와 비만 치료제 간 상호작용을 보다 명확히 확인할 계획이라고 밝혔다.제1저자인 레지나 카스타네다 박사는 “이번 연구는 폐경 이후 여성의 심혈관 대사 위험을 보다 효과적으로 관리하기 위한 맞춤형 전략 개발에 중요한 단서를 제공한다”고 밝혔다.관련 논문 최현정 기자 phoebe@donga.com}

미국이 전쟁 상황에서 이란산 원유 제재를 30일간 한시적으로 완화하면서 최대 21조 원 규모의 수익 가능성을 열어줬다는 논란이 커지고 있다. 유가 급등을 억제하기 위한 조치였지만, 결과적으로 적국에 수익 기회를 제공한 정책이라는 비판이 동시에 제기되고 있다.23일(현지시간) 뉴욕타임스(NYT) 등에 따르면 도널드 트럼프 행정부는 해상에 묶여 있던 이란산 원유 약 1억4000만 배럴에 대해 제재를 일시 해제했다. 적용 기간은 3월 20일부터 4월 19일까지 30일이며, 미국을 포함한 대부분 국가에 판매가 허용됐다. 다만 북한·쿠바·러시아 점유 우크라이나 지역은 예외로 남겨졌다.현재 국제 유가가 배럴당 100달러 안팎에서 형성된 점을 고려하면, 해당 물량이 시장에 풀릴 경우 이란은 최대 140억 달러(약 21조 원)의 수익을 거둘 수 있다. 제재 완화가 직접적인 자금 지원은 아니지만, 결과적으로 대규모 수익 창출이 가능한 환경을 열어준 셈이다.● 왜 지금 제재를 풀었나…유가 2.94→3.95달러 급등미국 정부가 이 같은 결정을 내린 배경에는 급등한 유가가 있다. 미국 내 휘발유 가격은 최근 한 달 사이 갤런당 2.94달러에서 3.95달러로 상승하며 정치적 부담으로 작용하고 있다. 중간선거를 앞둔 상황에서 기름값은 표심에 직접 영향을 미치는 변수다.스콧 베선트 미 재무장관은 이번 조치를 ‘주짓수 전략’으로 규정하며 “이란의 석유를 오히려 활용해 시장에 공급을 늘리고, 가격을 낮추는 방식으로 대응하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그는 “글로벌 시장에 물량을 투입하면 가격 상승 압력을 완화하고, 이란이 제한된 경로로 판매하며 얻던 추가 수익도 줄일 수 있다”고 강조했다.또 “이 석유가 인도네시아, 일본, 한국 등으로 흘러갈 경우 재무부가 자금 흐름을 훨씬 더 명확하게 파악할 수 있고, 해당 계좌를 차단할 수 있다”며 거래를 공식 시장으로 끌어낼수록 통제 수단이 강화된다는 점을 내세웠다. 이란의 ‘그림자 유통망’을 흔들겠다는 구상이다.● “아킬레스건 드러냈다”…전문가들 회의론그러나 이러한 구상이 실제로 작동할지는 불확실하다는 지적이 나온다. 제재 완화가 유가 하락으로 이어질지, 오히려 전쟁으로 인한 가격 변동성을 활용해 이란이 더 큰 이익을 얻는 결과로 이어질 가능성을 차단할 수 있을지는 검증되지 않았다는 것이다. 특히 이번 조치에는 자금 흐름을 제한하는 장치나 결제 경로에 대한 명확한 통제가 드러나지 않았다는 점도 한계로 지적된다.오바마 행정부 당시 이란 핵협상에 참여했던 리처드 네퓨 전 미국 정부 관리는 “이란 석유 없이는 전쟁을 지속하기 어렵다는 미국의 약점을 스스로 드러낸 셈”이라며 “결국 이란에 ‘당신들이 우리의 아킬레스건을 쥐고 있다’고 인정한 것과 같다”고 지적했다. 이어 “시장이 완전히 흔들린 상황에서 사실상 ‘제발 석유를 팔아달라’고 요청하는 것과 다르지 않다”고 덧붙였다.보수 성향 싱크탱크인 민주주의수호재단(FDD)도 이번 조치에는 자금을 묶어둘 에스크로 장치나 결제 경로 제한이 명확하지 않아, 수익이 곧바로 이란 당국으로 흘러들어갈 수 있다고 경고했다.정치적 논란도 확산되고 있다. 트럼프 대통령은 과거 오바마 행정부가 이란에 제공한 4억 달러를 ‘현금 팔레트’라며 강하게 비판한 바 있다. 그러나 이번 조치는 최대 140억 달러 규모의 수익 창출 가능성을 열어준 것으로, 단순 비교만으로도 약 35배에 달하는 금액이다. 정책 모순 논란이 커지는 배경이다.시장에서는 제재 완화 자체가 이미 이란에 유리한 환경을 만들어줬다는 평가가 우세하다. 유가 안정이라는 정책 목표와 지정학적 리스크가 충돌하는 가운데, 이번 조치가 어떤 결과로 이어질지 주목된다.최현정 기자 phoebe@donga.com}

임금근로자의 평균 대출이 늘어난 가운데 대출 구조 변화와 함께 연체율도 상승했다.24일 국가데이터처가 발표한 ‘2024년 일자리행정통계 임금근로자 부채’에 따르면 지난해 12월 기준 임금근로자의 평균 대출은 5275만원으로 전년보다 2.4%(125만원) 증가했다. 증가 폭도 전년(0.7%)보다 확대됐다.주택담보대출 증가가 두드러졌다. 주담대는 2265만원으로 11.1% 증가하며 관련 통계 작성 이후 가장 높은 증가율을 기록했다. 전체 대출에서 차지하는 비중도 42.9%로 확대됐다.반면 신용대출은 2.4%, 주택 외 담보대출은 4.5% 감소했다. 고금리 환경에서 상대적으로 금리가 낮은 담보대출로 수요가 이동한 것으로 풀이된다.연체율은 상승 흐름을 이어갔다. 전체 연체율은 0.53%로 전년보다 0.02%포인트 상승하며 2020년 이후 가장 높은 수준을 기록했다. 2019년(0.60%) 이후 2021년(0.41%)까지 하락한 뒤 2022년부터 3년 연속 상승세다.소득별 대출 격차도 이어졌다. 연소득 1억원 이상 근로자의 평균 대출은 1억5680만원으로 3000만원 미만 근로자의 6배를 넘었다. 반면 연체율은 저소득층에서 높았다. 3000만원 미만 근로자의 연체율은 1.47%로 고소득층(0.09%)보다 크게 높았다.연체율 차이는 기업 규모별로도 나타났다. 중소기업 근로자의 연체율은 0.86%로 대기업 근로자(0.28%)보다 3배 이상 높았다.업종별로는 건설업(1.35%)과 숙박·음식업(1.27%)의 연체율이 높았고, 부동산업도 1년 새 0.28%포인트 상승했다.이번 통계는 대출 규모 증가보다 구조 변화에 방점이 찍힌다. 신용대출은 줄고 주택담보대출이 빠르게 늘면서 가계 부채가 부동산 중심으로 재편되는 흐름이 이어지고 있다.연체율까지 상승 흐름을 보이면서 금리와 경기 상황에 따라 부채 부담이 더 확대될 수 있다는 관측이 나온다.최현정 기자 phoebe@donga.com}

월가가 투자한 암호화폐 거래소가 원화 스테이블코인을 활용한 환율 거래 상품 출시를 추진하고 있다. 기존 외환시장 구조에 새로운 변수로 작용할 수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23일(현지시간) 블룸버그에 따르면 시타델 증권(Citadel Securities), 피델리티(Fidelity) 등이 참여한 거래소 EDX의 글로벌 법인 EDXM 인터내셔널은 원·달러 환율을 기반으로 한 무기한 선물 상품 출시를 준비 중이다. 이 상품은 원화 스테이블코인 ‘KRWQ’와 달러 스테이블코인 ‘USDC’를 활용해 거래되며, 가격은 실제 원·달러 환율 흐름을 반영해 움직인다.거래 구조는 기존 역외차액결제선물환(NDF)과 유사하다. 실제 통화를 주고받지 않고 환율 변동에 따른 차익만 정산하는 방식이다. 다만 블록체인 기반으로 실시간 결제가 가능하고, 은행을 거치지 않아 비용과 접근성 측면에서 경쟁력이 있다는 점이 차별점으로 꼽힌다.현재 원화 NDF 시장은 하루 평균 약 270억 달러 규모로, 전 세계에서 가장 큰 역외 통화 파생시장으로 꼽힌다. 이 시도는 이 같은 기존 시장 구조를 일부 대체하려는 움직임으로 해석된다.특히 이 상품 구조가 한국 규제 체계 밖에서 발행된 원화 스테이블코인을 기반으로 한다는 점도 주목된다. KRWQ는 케이맨 제도 법인을 통해 발행된 것으로 알려졌으며, 국내 금융당국의 직접적인 규제를 받지 않는다.이런 흐름은 스테이블코인의 활용 방식 변화와도 맞물려 있다. KRWQ 프로젝트를 이끄는 데이브 신은 “신흥국 스테이블코인이 확장되지 못한 이유는 결제에 집중했기 때문”이라며 “실제 잠재력은 외환 거래에 있다”고 말했다.시장에서는 새로운 차익거래 기회가 생길 가능성도 거론된다. 기존 NDF와 블록체인 기반 상품 간 가격 차이를 활용한 거래가 늘어날 수 있다는 것이다. 동시에 변동성을 키울 수 있다는 우려도 나온다. 외환당국 입장에서도 새로운 변수로 작용할 수 있다는 관측이 제기된다.상품 출시는 이르면 4월 초로 예상된다. EDXM은 해당 시장에서 1년 내 일평균 거래 규모 5억 달러 달성을 목표로 하고 있다.전문가들은 이번 시도가 외환시장 구조 자체를 단기간에 바꾸기보다는 새로운 거래 수단으로 자리 잡을 가능성이 크다는 평가를 내놓고 있다. 다만 원화가 역외 시장에서 다양한 방식으로 거래되기 시작했다는 점에서 향후 규제 방향과 시장 영향에 관심이 쏠리고 있다.최현정 기자 phoebe@donga.com}

이란이 호르무즈 해협을 사실상 봉쇄하면서 글로벌 에너지 공급망이 흔들리고 있다. 중동산 에너지 의존도가 높은 아시아 국가들이 대체 수급에 나서자, 미국 액화천연가스(LNG) 수출업체들이 반사이익을 얻고 있다.미국 일간 워싱턴포스트(WP)는 23일(현지시간) 이란과의 충돌로 에너지 수급 불안이 커지면서 아시아 지역에서 미국산 LNG 수요가 빠르게 증가하고 있다고 보도했다. 중동 중심의 공급 구조가 흔들리면서 시장 흐름이 바뀌고 있다는 분석이다.● 왜 아시아는 ‘비싸도 미국 LNG’를 선택했나그동안 한국과 일본, 대만에게 미국산 LNG는 우선순위가 아니었다. 가격이 비싸고 운송 거리도 길어 현실적인 대안으로 보기 어려웠기 때문이다. 그러나 이번 사태를 계기로 판단 기준이 달라졌다.호르무즈 해협 봉쇄와 중동 가스 시설 타격이 이어지면서 공급망이 언제든 끊길 수 있다는 우려가 현실로 다가왔다. 중동산 LNG는 해당 해협을 반드시 통과해야 하는 반면, 미국산 LNG는 이를 우회할 수 있다는 점도 변수로 작용했다. 분쟁 위험 구간을 피할 수 있다는 점이 선택에 영향을 미친 것이다.결과적으로 아시아 국가들은 비용 부담을 감수하더라도 안정적으로 들여올 수 있는 공급원을 선택하는 방향으로 움직이고 있다.이 같은 변화는 실제 계약으로 이어지고 있다. 대만은 미국 에너지 기업 셰니어와의 계약을 통해 LNG 수입 확대에 나섰고, 일본과 한국도 장기 공급 계약을 포함한 협력을 확대하는 분위기다. 이란의 카타르 가스 시설 공격 이후 셰니어와 벤처글로벌 등 미국 LNG 기업 주가가 상승세를 보인 것도 같은 흐름으로 해석된다.시장 관심은 기존 기업을 넘어 신규 공급원으로도 확산되고 있다. 한때 채산성 문제로 지연됐던 알래스카 LNG 프로젝트 역시 다시 주목받고 있다. 440억 달러 규모의 이 사업은 최근 아시아 투자자들의 관심이 커지며 재평가되는 분위기다.● 중동 위기, 에너지 패권은 어디로 이동하나미국산 LNG는 중동산보다 운송 시간이 길지만, 호르무즈 해협을 통과하지 않아도 되고 지정학적 리스크를 일부 회피할 수 있다는 점에서 안정성이 부각된다.이 같은 흐름은 시장의 무게 중심 이동으로 이어지고 있다. 글로벌 에너지 시장이 점차 미국 중심으로 재편되는 조짐을 보이고 있다는 분석이다.전문가들은 중동발 위기가 장기화될 경우 이러한 변화가 일시적 현상에 그치지 않을 가능성이 크다고 본다. 기존 중동 중심의 에너지 공급 구조가 재편될 수 있다는 의미다.한국 역시 중동 에너지 의존도가 높은 만큼 영향권에 있다. 공급망 불안이 이어질 경우 국내 에너지 가격에도 부담으로 작용할 가능성이 있다.최현정 기자 phoebe@donga.com}

전 세계 수억 대에 달하는 아이폰과 아이패드가 해킹 위험에 노출될 수 있다는 경고가 나왔다. 최근 누구나 사용할 수 있는 형태의 해킹 도구가 인터넷에 공개되면서 악용 가능성이 급격히 커졌기 때문이다.미국 IT 전문매체 테크크런치는 23일(현지시간) 아이폰 해킹 도구 ‘다크소드(DarkSword)’ 최신 버전이 개발자 플랫폼 깃허브(GitHub)에 공개됐다고 보도했다. 이 도구는 별도 전문 지식 없이도 사용할 수 있도록 설계됐다.보안업체 아이베리파이(iVerify)에 따르면 해당 도구는 기기를 감염시킨 뒤 단 몇 분 만에 비밀번호, 사진, 메시지 기록 등 주요 정보를 탈취한다. HTML과 자바스크립트 기반으로 구성돼 있어 복사·붙여넣기만으로도 실행이 가능한 수준이다.연구자들 역시 “기본 상태 그대로도 작동하며 iOS에 대한 전문 지식이 전혀 필요 없다”고 지적한다. 이에 따라 사이버 범죄자들이 해당 기술을 빠르게 활용할 가능성이 크다는 분석이 나온다.● 수억 대 기기 노출…구형 iOS·미업데이트 기기 취약더 큰 문제는 취약 대상의 규모다. 애플에 따르면 전체 활성 기기 약 25억 대 가운데 상당수가 최신 보안 업데이트를 적용하지 않은 상태다. 업계에서는 최소 수억 대 기기가 이번 공격에 노출될 수 있는 것으로 보고 있다.이번 해킹 도구는 주로 구형 iOS 버전이나 최신 보안 업데이트가 적용되지 않은 기기를 대상으로 한다. 최신 운영체제를 사용하는 기기는 상대적으로 안전하지만, 업데이트를 미룬 사용자일수록 위험이 커진다.이번 도구는 과거 러시아 해커들이 우크라이나를 대상으로 사용했던 공격 방식과 동일한 인프라를 기반으로 한 것으로 알려졌다. 국가 간 사이버전에서 사용되던 기술이 일반 범죄 영역으로 확산되고 있다는 점에서 우려가 커지고 있다.● “업데이트가 가장 확실한 대응”…사용자 주의 필요애플은 해당 취약점을 인지하고 구형 기기를 위한 긴급 보안 업데이트를 배포했다고 밝혔다. “소프트웨어를 최신 상태로 유지하는 것이 가장 중요한 보안 조치”라고도 강조했다.핵심 위험은 공격 도구가 공개됐다는 점에 있다. 특정 집단이 아니라 일반 사용자까지 곧바로 노출될 수 있는 환경이 됐기 때문이다. 업데이트를 하지 않았거나 보안 설정이 느슨한 기기일수록 표적이 될 가능성이 크다.최현정 기자 phoebe@donga.com}

원·달러 환율이 1517원대까지 올라섰다. 금융위기 이후 17년 만에 가장 높은 수준이다. 수치만 보면 과거 위기 국면을 떠올리게 하지만, 시장의 해석은 예전과 다르다. 단순한 충격이라기보다, 돈의 흐름 자체가 달라지고 있다는 쪽에 무게가 실린다.23일 서울 외환시장에 따르면 환율은 전 거래일보다 16.1원 오른 1517.3원에 마감했다. 장중에는 1517.4원까지 오르며 1520원선에 육박했다.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코스피도 장 초반 4% 넘게 밀리며 사이드카가 발동되는 등 전형적인 ‘리스크오프(위험자산 회피)’ 장세를 보였다.● 전쟁보다 ‘자금 이동’…달러로 향하는 시장이번 환율 상승을 단순히 중동 변수로만 보긴 어렵다는 시각이 많다. 최근 시장을 움직이는 건 사건 자체보다, 그 이후의 자금 흐름이다.위험을 피하려는 자금이 빠르게 달러 자산으로 몰리고 있다.국제금융센터(KCIF)는 최근 보고서에서 중동발 지정학적 리스크가 에너지 수입국인 한국의 외환 수급에 구조적 압박을 가하고 있다고 분석했다. 시티그룹(Citigroup) 역시 고유가로 인한 인플레이션 압력이 금리 인하 시점을 늦추며 달러 강세를 이어갈 수 있다고 내다봤다.● 금·주식·코인 동반 약세…“달러가 우선”자산 시장의 움직임도 같은 방향이다. 금 가격이 힘을 못 쓰고 있고, 미국 증시와 가상자산도 약세 흐름을 이어가고 있다.블룸버그(Bloomberg)에 따르면 최근 자산 가격 하락은 단순한 위험 회피를 넘어 투자자들이 현금 확보를 위해 금과 가상자산까지 매도하는 흐름이 반영된 결과로 풀이된다.성격이 다른 자산이 동시에 흔들리는 건 개별 시장의 문제가 아니라는 뜻이다. 유동성이 빠르게 줄고 있고, 투자자들은 위험자산은 물론 일부 안전자산까지 정리하며 달러 확보에 집중하고 있다. 이른바 ‘현금(달러) 중심 시장’이다.● 같은 충격, 더 크게 흔들리는 한국문제는 같은 충격 속에서도 한국 시장이 더 크게 흔들린다는 점이다. 구조적인 이유가 있다.국제에너지기구(IEA)는 최근 중동 사태를 대규모 원유 공급 충격으로 규정하며, 에너지 수입 의존도가 높은 국가일수록 통화 가치 하락 압력이 커질 수 있다고 경고했다.미국은 에너지 수출국으로서 유가 상승의 영향을 상대적으로 흡수하는 반면, 한국 등은 에너지 비용과 환율 상승 부담을 동시에 떠안고 있다.에너지 수입 의존도가 높은 구조에서는 유가 상승이 곧바로 달러 수요 증가로 이어지고, 이는 환율 상승 압력으로 작용한다. 여기에 외국인 투자 비중이 높은 시장 구조까지 겹치면서 자금 이탈 시 충격이 더 크게 나타난다.가계와 기업의 부채 부담도 변수다. 금리와 환율이 동시에 오르면 금융 비용이 빠르게 늘고, 결국 실물경제로 부담이 옮겨갈 가능성이 있다.● “1500원대, 잠깐 아닐 수도”시장에서는 1500원대 환율을 일시적인 급등으로만 보지 않는 시각도 나온다.한국은행 통계에 따르면 이날 환율 수준은 2009년 3월 금융위기 이후 약 17년 만에 가장 높은 수준이다.과거에는 특정 사건 이후 환율이 빠르게 되돌아오는 흐름이 반복됐지만, 지금은 상황이 다르다. 전쟁 리스크와 고금리, 공급망 재편이 동시에 작용하고 있다. 이런 환경에서는 환율이 일정 수준 위에서 머무는 흐름이 이어질 가능성도 있다.물론 변수는 있다. 외환당국의 구두 개입이나 시장 안정 조치에 따라 단기적인 흐름은 달라질 수 있다.향후 환율은 중동 상황과 글로벌 자금 흐름에 따라 방향이 갈릴 전망이다. 다만 구조적인 조건이 바뀌지 않는 한, 원화 약세가 빠르게 되돌려지기는 쉽지 않다는 시각이 많다.결국 지금의 환율은 단순한 숫자가 아니다. 위기의 신호이자, 바뀐 환경을 드러내는 결과다. 1500원대 흐름이 이어질 가능성도 배제하기 어렵다.최현정 기자 phoebe@donga.com}

전쟁과 인플레이션이 겹쳤는데도 금값은 떨어졌다. 안전자산으로 통하던 금이 이번에는 제 역할을 하지 못하면서 시장의 움직임이 달라졌다는 해석이 나온다.22일(현지시간) 월스트리트저널(WSJ)과 블룸버그통신에 따르면, 이스라엘·미국과 이란 간 충돌 이후 금 가격은 한때 14% 가까이 밀렸다. 최근에는 온스당 4300달러 아래로 내려오며 올해 상승분도 대부분 반납했다. 전쟁과 물가 상승이라는 전형적인 상승 요인이 동시에 작용했는데도 반대로 움직인 셈이다. 이번 낙폭은 1983년 이후 최대 주간 하락폭으로 평가된다.표면적인 이유는 거시 변수다. 전쟁으로 에너지 가격이 뛰면서 물가 압력이 커졌고, 그만큼 금리 인하 기대는 뒤로 밀렸다. 금은 이자를 주지 않는 자산이다. 금리가 올라갈 것으로 보이면 매력은 자연스럽게 떨어진다.달러 강세도 영향을 줬다. 다만 금값은 파운드, 유로, 엔화 기준으로도 함께 내려 환율만으로 설명하기엔 부족하다.● 금보다 달러…시장의 선택이 바뀌었다핵심은 자금의 흐름이다. 지난 1년 동안 금에는 자금이 몰렸다. 중앙은행 매입과 투자 수요가 겹치면서 가격이 빠르게 올라온 상태였다.이런 상황에서 전쟁이 터지자 투자자들의 선택은 달랐다. 안전자산을 더 사들이기보다, 먼저 현금을 확보하는 쪽으로 움직였다. 변동성이 커지자 증거금과 손실 보전을 위해 자금이 필요해졌고, 그 과정에서 가장 쉽게 팔 수 있는 자산인 금이 매도 대상이 됐다.결국 금은 ‘안전자산’이어서가 아니라 ‘유동성이 높은 자산’이었기 때문에 먼저 팔렸다. 블룸버그 역시 최근 하락을 두고 강제 매도와 현금 확보 수요가 겹친 결과로 보고 있다.여기에 정치 변수도 더해졌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이란에 호르무즈 해협 개방을 요구하며 사실상 최후통첩을 보낸 이후, 시장의 긴장감은 한층 커졌다. 이런 상황에서 투자자들은 금보다 달러를 쥐는 쪽을 택하고 있다.● 금리와 중앙은행…남은 변수들금값에는 금리 변수도 계속 영향을 주고 있다. 유가 상승이 물가를 자극하고, 이는 금리 상승 기대로 이어지며 금 가격을 누르는 구조다.중앙은행 수요도 변수다.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 이후 각국 중앙은행이 금 비중을 늘리며 가격 상승을 이끌었지만, 이번에는 상황이 다르다. 에너지 가격이 급등하면서 외환보유액을 쌓기보다 실제 결제에 써야 할 필요가 커졌다. 금을 더 사기 어려운 환경이다.산유국 역시 수출 차질로 재정 부담이 커질 경우 금을 매도할 가능성이 있다. 인도와 중국 개인 투자자들도 에너지 가격 상승 부담을 느끼면 보유 금을 현금화할 수 있다.기술적으로는 이미 과매도 구간에 들어섰다는 평가도 있다. 다만 이번 하락이 장기 추세의 변화라기보다, 그동안 몰렸던 자금이 빠져나가는 과정이라는 시각도 적지 않다. 과거 금융위기나 팬데믹 초기에도 금은 먼저 떨어졌다가 이후 상승 흐름을 보인 바 있다.결국 이번 금값 하락은 단순한 가격 조정으로 보기 어렵다. 시장은 더 이상 ‘안전자산’이라는 이름만으로 움직이지 않는다. 자금이 어디로 몰리고, 어디서 빠져나가느냐가 가격을 좌우하는 흐름이 뚜렷해지고 있다.최현정 기자 phoebe@donga.com}

한때 ‘코딩을 배우면 미래가 보장된다’는 공식이 빠르게 무너지고 있다. 인공지능(AI)이 사무직과 기술직 일부를 동시에 대체하기 시작하면서, 청년들이 직업 선택 기준 자체를 바꾸고 있는 것이다.월스트리트저널(WSJ)은 22일(현지시간) AI 확산 속에서 미국 청년들이 진로를 재설계하고 있다고 보도했다. 워싱턴주 타코마 인근에 거주하는 28세 잭슨 커티스(Jackson Curtis)는 보험업 사무직으로 일하다 AI로 인한 직무 대체 가능성을 우려해 소방관으로의 전향을 준비하고 있다. 그는 “AI로 화재를 진압하는 방법을 찾아낸다고 해도, 사람들은 위기의 순간에 실제로 공감해주는 인간을 원한다”고 말했다.이 같은 변화는 상징적인 장면에서 드러난다. 컴퓨터공학을 전공하던 대학생이 AI 기술 발전 속도를 체감한 뒤 학업을 중단하고 전기기술자가 되기 위해 직업학교로 옮긴 것이다. 실제로 미국 직업교육 중심 대학 등록자는 2020년 이후 약 20% 증가했다.데이터도 이러한 흐름을 뒷받침한다. 하버드대 조사에 따르면 18~29세 미국인의 59%는 AI를 자신의 일자리 위협 요인으로 인식하고 있으며, 44%는 AI로 인해 진로 변경을 고려한 경험이 있다고 답했다. 스탠퍼드대 연구에서는 AI 노출도가 높은 직군의 청년 고용이 2022년 이후 약 16% 감소한 것으로 나타났다.이 과정에서 청년들의 선택은 크게 두 갈래로 나뉜다. 하나는 AI를 피해 ‘현장’으로 이동하는 흐름이다. 농업·건설·전기기술 등 물리적 작업이 필요한 직무뿐 아니라, 소방관·외교관처럼 인간의 판단과 공감이 중요한 직업이 재평가되고 있다. 위기의 순간에 사람을 이해하고 대응하는 ‘공감’은 여전히 AI가 대체하기 어려운 영역으로 꼽힌다.다른 하나는 AI를 정면으로 활용하는 전략이다. 캐나다 출신 20대 청년 베단트 비아스(Vedant Vyas)는 대학을 중단하고 AI 튜터 스타트업을 창업해 400만 달러 이상의 투자금을 유치했다. 그는 “AI가 일자리를 바꾸는 게 아니라, 우리가 어떤 일을 만들지 결정하는 단계에 들어섰다”고 말했다. 이처럼 기술 변화 자체를 기회로 삼으려는 움직임도 동시에 나타나고 있다. AI를 피하는 ‘회피형’과 AI를 활용하는 ‘적응형’으로 청년층이 양분되고 있다는 분석이다.이 같은 흐름은 한국에서도 예외가 아닐 수 있다. 최근 국내에서도 사무직 취업 불안이 커지는 가운데, 기술직과 현장 중심 직무에 대한 관심이 높아지고 있다. 한때 ‘코딩 열풍’이 확산됐던 것과 달리, AI 시대에는 오히려 인간의 개입이 필요한 직무가 새로운 대안으로 떠오르고 있다는 평가다.전문가들은 AI가 일자리를 단순히 줄이기보다, 어떤 역량이 살아남는지를 재정의하고 있다고 본다. 기술 숙련도보다 인간적 상호작용과 판단 능력이 더 중요한 경쟁력으로 부상하고 있다는 것이다.최현정 기자 phoebe@donga.com}

한국에서는 50만원, 인도에서는 2만원. 같은 성분의 약인데도 국가에 따라 가격이 20배 가까이 벌어지는 현상이 나타나고 있다. 인도에서 특허가 만료되자마자 초저가 복제약이 쏟아지면서, 글로벌 약값 구조와 치료 접근성이 흔들리고 있다.뉴욕타임스(NYT)와 로이터통신 등에 따르면 인도에서는 지난 20일 세마글루타이드 특허가 만료되면서 주요 제약사들이 즉시 복제약을 출시했다. 세마글루타이드는 비만 치료제 위고비와 당뇨 치료제 오젬픽에 공통으로 쓰이는 성분으로, 용량과 적응증에 따라 제품이 구분된다. 선파마, 닥터레디스, 자이더스, 글렌마크 등 대형 제약사들이 동시에 시장에 진입하면서 가격 경쟁이 본격화됐고, 복제약 가격은 최저 1290루피(약 2만원) 수준까지 내려갔다. 이는 기존 오리지널 약 대비 최대 80~90% 저렴한 수준으로 평가된다.● “부자들의 약에서 대중의 약으로”…무슨 변화가 일어나나뉴욕타임스는 이 같은 변화를 ‘치료의 민주화’로 평가했다. 그동안 고가로 인해 고소득 국가와 일부 부유층에 제한됐던 치료가 복제약을 통해 중저소득 국가로 확산될 가능성이 커졌다는 것이다.실제로 인도와 중국에는 과체중 또는 비만 성인이 8억 명 이상, 당뇨 환자는 3억 명 이상으로 추산된다. 복제약 확산은 단순한 가격 인하가 아니라 치료 접근성 자체를 바꾸는 구조적 변화로 해석된다.● 한국은 왜 여전히 비쌀까…비급여·특허 구조의 영향한국에서는 위고비 가격이 평균 30만~40만원대, 일부 의료기관에서는 50만원 안팎까지 형성돼 있다. 이는 건강보험이 적용되지 않는 비급여 구조와 2028년까지 유지되는 특허 보호, 높은 수요가 결합된 결과다. 경쟁 약물이 없는 상황에서 가격이 유지되는 구조가 고착된 것이다. 반면 인도는 특허 만료와 동시에 제네릭 경쟁이 시작되며 가격이 급락했다. 같은 성분의 약이 국가에 따라 최대 20배에 가까운 가격 차이를 보이는 이유다.이번 변화의 배경에는 인도의 특허 제도가 있다. 인도는 단순 개량형 의약품의 특허 연장을 제한하는 규정을 적용해 글로벌 제약사의 독점 연장을 막았다. 그 결과 복제약 진입이 가능해졌고, 이는 곧 글로벌 시장 가격 구조를 흔드는 계기로 작용하고 있다. 특허 정책이 곧 약값을 좌우하는 대표적인 사례로 평가된다.● 캐나다·중국 등 확산…비만약 시장 ‘물량전’으로로이터통신 등에 따르면 인도 제약사들은 이미 해외 시장 진출을 준비 중이다. 캐나다를 시작으로 중국, 브라질, 남아프리카공화국 등으로 공급이 확대될 전망이다. 반면 미국과 유럽은 2030년대 초까지 특허가 유지될 예정이다. 이에 따라 글로벌 비만 치료제 시장은 기술 경쟁에서 가격 경쟁 중심의 ‘물량전’으로 이동하고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가격 차이가 커지면서 해외에서 약을 구매하려는 움직임도 일부 나타나고 있다. 다만 전문가들은 냉장 유통이 필요한 의약품 특성상 보관 문제와 품질 검증, 의료 관리 부재 등을 이유로 주의가 필요하다고 지적한다. 가격 격차가 새로운 의료 리스크로 이어질 수 있다는 우려다.세마글루타이드 계열 약물은 체중 감소뿐 아니라 당뇨와 심혈관 질환 위험 감소 효과까지 확인된 치료제다. 외신들은 복제약 확산이 전 세계 보건 지형을 바꿀 수 있다고 보고 있다. 이번 변화의 본질은 단순한 가격 문제가 아니라, 국가별로 치료 기회가 달라지는 구조적 격차라는 분석이 나온다. 특히 복제약 확산 속도에 따라 한국 역시 중장기적으로 가격 구조 변화 압력을 받을 가능성이 제기된다.최현정 기자 phoebe@donga.com}

중동발 지정학적 리스크에도 불구하고 한국 수출이 큰 폭으로 증가했다. 다만 반도체 호황이 전체 지표를 끌어올린 가운데, 고유가로 인한 비용 부담이 확대되면서 향후 불확실성도 함께 커지고 있다.블룸버그통신은 23일 관세청 자료를 인용해 이달 1~20일 기준 한국의 수출이 조업일수 기준 전년 동기 대비 40.4% 증가했다고 보도했다. 조업일수 영향을 제외한 기준으로는 증가율이 50.4%에 달했다. 같은 기간 수입은 19.7% 늘었으며, 무역수지는 121억 달러 흑자를 기록했다.수출 증가를 이끈 것은 반도체였다. 반도체 수출은 164% 급증하며 전체 실적을 견인했다. 인공지능(AI)과 데이터센터 투자 확대가 수요를 끌어올린 영향으로 분석된다. 자동차(11%), 석유제품(49%), 철강 등 주요 품목도 일제히 증가세를 보였다.● 반도체가 끌고, 고유가가 누른다…엇갈린 신호겉으로는 수출 호조가 이어지고 있지만 대외 여건은 녹록지 않다. 이란 관련 충돌로 국제 유가가 상승하면서 원자재 비용이 급등하고, 물류 차질과 공급망 불안도 확대되고 있기 때문이다. 에너지 수입 의존도가 높은 한국 경제 특성상 이러한 충격은 제조업 전반의 비용 부담으로 이어질 가능성이 크다.실제 반도체가 전체 수출 증가를 견인하며 지표를 끌어올렸지만, 고유가로 인한 수입 물가 상승과 제조업 채산성 악화 우려는 동시에 커지고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수출 지표와 내실 사이 괴리가 커지고 있다는 지적이다.통화 정책에도 변화 조짐이 감지된다. 시티그룹은 최근 보고서에서 한국은행이 물가 상승 압력에 대응해 7월과 10월 기준금리를 각각 0.25%포인트 인상할 것으로 전망했다. 기준금리는 3% 수준까지 올라갈 가능성이 제기된다.한국은행 내부에서도 기존 전망 수정 필요성이 언급됐다. 물가는 상방 압력이 커진 반면 성장에는 하방 리스크가 확대되고 있다는 판단이다. 다음 달 임기가 만료되는 이창용 총재의 후임으로 국제결제은행(BIS) 출신 인사가 내정된 가운데, 신임 총재가 취임 직후 고물가와 금리 결정이라는 ‘시험대’에 오를 것이라는 관측이 나온다.대외 통상 환경도 변수다. 미 연방대법원이 트럼프 대통령의 비상권한을 이용한 관세 부과에 제동을 걸었음에도, 트럼프 행정부가 보편 관세 15% 유지와 무역법 301조 조사 등 우회 조치를 검토하면서 통상 불확실성이 커지고 있다.그럼에도 한국 수출은 주요 시장에서 고르게 증가했다. 대중국 수출은 69%, 대미 수출은 57.8% 증가했으며, 유럽연합(EU)과 대만 수출도 각각 6.6%, 80% 늘었다.시장에서는 반도체가 버팀목 역할을 하고 있지만, 고유가와 통상 불확실성이라는 이중 압박이 한국 경제를 동시에 짓누르고 있다는 평가가 나온다.최현정 기자 phoebe@donga.com}

전세 계약에서 공인중개사의 설명을 들었는데도 보증금을 돌려받지 못하는 사례가 이어지고 있다. 최근 법원은 중개사의 확인·설명 의무를 기존보다 넓게 인정하는 판단을 잇따라 내놓고 있다. 다만 손해를 전액 대신 보전하는 구조는 아니어서, 계약 단계에서 임차인이 어떤 정보를 확인했는지가 여전히 보증금 회수의 핵심 변수로 꼽힌다.법원은 전세 분쟁에서 “위험을 알 수 있었는지, 그리고 그 위험이 제대로 설명됐는지”를 주요 기준으로 본다. 단순히 설명을 들었는지보다, 중개사가 어떤 자료를 확인했고 어떤 방식으로 설명했는지가 책임 판단의 기준이 되는 구조다.● “임대인 말만 믿으면 과실”…중개사 책임 판단 기준형사 전문 조수진 변호사(법률사무소 더든든 대표)는 “현재 판례는 공인중개사의 설명 의무를 일반 거래 관행보다 넓게 본다”고 설명했다.법원이 특히 문제 삼는 건 두 가지다.첫째, 임대인의 말만 듣고 공적 서류를 직접 확인하지 않은 경우다. 등기사항전부증명서, 건축물대장 등으로 확인 가능한 내용을 중개사가 스스로 확인하지 않고 그대로 전달했다면 과실이 인정될 수 있다는 것이다.둘째, 임대인의 ‘정보 제공 거부’를 알리지 않은 경우다. 다가구주택의 선순위 보증금이나 신탁 관계처럼 임대인이 정보를 주지 않았을 때, 이를 “거부했다”는 사실 자체를 임차인에게 명확히 알리지 않았다면 책임이 인정된 사례가 이어지고 있다.조 변호사는 “임대인이 정보를 주지 않았는데도 이를 숨긴 채 ‘문제 없다’는 식으로 설명했다면 배상 책임이 인정될 가능성이 높다”고 말했다.실제 판례에서는 중개사의 책임이 인정되더라도 임대인의 고의와 구분해 손해 일부에 대한 배상 책임(예: 30~60% 수준)이 제한적으로 인정되는 경우가 많다.예컨대 다가구주택 선순위 보증금을 실제보다 축소해 설명한 사건에서 법원은 중개사에게 손해액의 60%를 배상하도록 판단했다.● 법보다 느슨한 현실…‘정보 거부’가 가장 위험한 신호문제는 제도와 현실 사이의 간극이다.주택임대차보호법은 임대인에게 선순위 보증금, 세금 체납 여부 등을 제시하거나 열람에 동의하도록 규정하고 있지만, 이를 거부해도 별다른 제재가 없는 구조다. 이 때문에 실제 현장에서는 중요한 정보를 숨기거나 제공을 미루는 사례가 적지 않다.법원은 이런 공백을 고려해, “정보를 안 줬다는 사실 자체를 설명해야 한다”는 기준을 강화하는 흐름을 보이고 있다. 즉, 정보를 확인하지 못한 상태를 그대로 넘기는 것이 아니라, 그 자체가 위험 신호라는 점을 임차인에게 알려야 한다는 취지다.● “입증 구조 바뀐다”…임차인→중개사로 책임 이동 가능성이 같은 흐름은 제도 변화와 맞물리며 더 강화될 수 있다는 전망도 나온다.지금까지는 임대인이 선순위 보증금 등 핵심 정보를 제공하지 않더라도 별다른 제재가 없고, 중개사가 이를 충분히 확인하지 못한 상태에서 분쟁이 발생하더라도 임차인이 ‘설명을 듣지 못했다’는 점을 입증해야 하는 구조였다.하지만 정부가 추진 중인 ‘부동산 정보 통합 조회 시스템’이 도입되면 상황이 달라질 수 있다. 등기정보, 전입 세대 현황, 체납 정보 등을 한 번에 확인할 수 있게 되면, 중개사가 해당 정보를 확인할 수 있었음에도 설명하지 않았다면 오히려 중개사 측에서 확인 의무를 다했는지 입증해야 하는 방향으로 판단 기준이 이동할 가능성이 있다는 분석이다.조 변호사는 “정보 접근성이 높아질수록 중개사의 확인·설명 의무 기준은 더 엄격해질 수 있다”고 말했다.● “확인 안 하면 밀린다”…보증금 좌우하는 5가지전문가들은 전세 계약에서 가장 중요한 요소로 ‘확인’과 ‘기록’을 꼽는다. 단순히 설명을 듣는 데서 그칠 것이 아니라, 보증금보다 먼저 변제될 권리가 무엇인지 구조적으로 따져봐야 한다는 의미다.우선 등기부등본을 통해 근저당 설정 여부와 규모를 확인하고, 다가구주택의 경우 기존 임차인의 보증금 등 선순위 권리관계를 종합적으로 살펴야 한다. 이는 경매 상황에서 실제로 배당 순서를 결정짓는 핵심 변수다.확정일자와 전입 세대 현황도 함께 확인해야 한다. 특히 다가구주택은 세입자 순서에 따라 배당 결과가 달라지기 때문에, 단순히 “문제 없다”는 설명만 믿고 넘어갈 사안이 아니라는 게 전문가들의 지적이다.등기부에 ‘신탁’ 문구가 있는 경우도 주의가 필요하다. 이 경우 계약 상대방이 실제 임대 권한을 가진 사람이 아닐 수 있어, 신탁원부를 통해 계약 체결 권한자를 확인해야 한다.임대인의 세금 체납 여부 역시 중요한 변수다. 국세나 지방세는 일정 요건에서 보증금보다 우선 변제될 수 있어, 체납 사실이 있는 경우 보증금 회수에 불리하게 작용할 수 있다.또 하나 주목해야 할 부분은 ‘중개대상물 확인·설명서’다. 이 문서의 ‘공시되지 않은 권리관계’ 항목에는 임대인이 제공하지 않은 정보나 특이사항이 기재되는데, 이른바 ‘정보 제공 거부’ 여부가 표시돼 있는지 반드시 확인할 필요가 있다.● “설명보다 기록”…분쟁 가르는 결정적 차이전세 분쟁에서 핵심 증거는 “설명을 들었다”는 기억이 아니라, 어떤 설명이 어떤 형태로 남아 있는지에 대한 기록이다.조 변호사는 “계약 과정에서 확인한 내용은 가능하면 문서로 남기고, 필요하다면 녹음 등으로 계약 과정을 남겨두는 것도 분쟁 대응에 도움이 될 수 있다”고 말했다.결국 전세 계약은 ‘괜찮다’는 말에 의존하는 거래가 아니라, 확인된 서류와 남겨진 기록으로 스스로 방어하는 거래라는 게 전문가들의 공통된 조언이다.■ 팩트필터|전세 계약 전 확인할 5가지※ 아래 항목은 보증금 회수 가능성에 영향을 미치는 핵심 요소① 선순위 권리관계 확인→ 근저당, 기존 임차인 보증금 등 ‘내 보증금보다 먼저 나갈 돈’ 규모 확인② 확정일자 및 전입 세대 현황 확인→ 다가구주택은 세입자 순서에 따라 배당 결과가 달라짐③ 등기부 ‘신탁’ 여부 확인→ 신탁 부동산은 계약 권한자가 따로 있을 수 있어 신탁원부 확인 필요④ 임대인 세금 체납 여부 확인→ 국세·지방세는 보증금보다 우선 변제될 수 있음⑤ 중개대상물 확인·설명서 확인→ ‘공시되지 않은 권리관계’ 항목에 무엇이 기재됐는지 반드시 점검→ ‘정보 제공 거부’ 문구가 있는지 확인최현정 기자 phoebe@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