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정은

이정은 부국장

동아일보 편집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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외교안보 현장을 취재하고 있습니다. 이 땅에 영향을 미치는 글로벌 정책의 흐름을 정확하고 빠르게 따라가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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취재분야

2024-03-28~2024-04-27
칼럼100%
  • [횡설수설/이정은]푸틴 칭찬한 트럼프

    “애쓰지 않고도 얻어지는 것을 군대에서는 ‘공짜 치킨’이라고 부릅니다. 트럼프는 러시아에 그런 존재였습니다.” 백악관 국가안보회의(NSC)에 파견돼 도널드 트럼프 전 대통령을 가까이서 지켜봤던 미군 중령 알렉산더 빈드먼의 평가다. “러시아는 트럼프에게 ‘콤프로마트’(약점 자료를 수집하는 공작)를 쓸 필요도 없었을 것”이라고 그는 2020년 언론 인터뷰에서 냉소했다. 견제 없는 권력을 휘두르는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을 흠모한 나머지 트럼프가 그의 대리인처럼 굴었다는 것이다. ▷‘스트롱맨’에 대한 트럼프의 열망은 퇴임 후에도 사라지지 않는 듯하다. 그는 최근 우크라이나 침공에 앞서 돈바스 지역의 독립을 승인한 푸틴을 “천재적”이라며 추켜올렸다. “얼마나 똑똑한가”라며 “오! 훌륭한 결정”이라고 했다. 푸틴을 ‘독종’이라고 부르면서 “그는 조국을 사랑한다”고 감쌌다.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전면 침공을 코앞에 두고 전 세계가 철회를 촉구하는 위기의 순간에 느닷없이 그 결정을 칭찬하고 나선 것이다. ▷4년간의 재임 기간 푸틴을 향한 트럼프의 러브콜은 노골적이었다. 대통령 당선인 시절부터 푸틴 이야기만 나오면 정신없이 빠져들었다는 게 측근들의 전언. 러시아의 2016년 대선 개입 의혹을 뒷받침하는 미 정보기관의 보고는 무시한 채 첫 정상회담에서부터 푸틴에게 공개 면죄부를 주는가 하면, “푸틴이 살인자라고 해도 존경한다”는 취지의 인터뷰 발언도 서슴지 않았다. 미국 언론은 그런 트럼프를 향해 ‘알랑거린다’, ‘홀딱 빠졌다’, ‘푸틴에게 인정받으려고 안달이 났다’는 식으로 혹평해 왔다. ▷푸틴을 신경 쓰는 이유를 묻는 질문이 나올 때면 트럼프는 “러시아가 핵무기를 가졌지 않느냐”는 식으로 대답을 얼버무렸다고 한다. 강한 리더십에 끌리는 본심을 드러내기 싫었던 걸까. 그러나 터키의 에르도안 대통령이나 북한 김정은 국무위원장 같은 독재, 권위주의 지도자들을 향한 그의 구애는 일관됐다. “그(푸틴)는 나를 좋아한다. 나도 그를 좋아한다. 우리는 잘 지냈고, 나만큼 그를 잘 아는 사람은 없다”는 트럼프의 화법은 우리에게도 익숙하다. 그가 ‘친구’라는 김정은을 향해 수없이 반복했던 같은 문장이다. ▷트럼프는 푸틴이 우크라이나 동부 지역에 투입한 군대를 놓고 “지금까지 본 적이 없는 강한 평화유지군”이라며 “(미국) 남부 국경에도 사용할 수 있겠다”는 말도 했다. 재집권할 경우 불법 이민자를 막기 위해 푸틴식의 군사적 무력을 사용할 수 있다는 의미다. 견제와 감시 시스템에서 작동하는 ‘절제된 힘’에 만족 못 하는 지도자는 위험하다. 칼자루를 잘못 쥔 ‘스트롱맨’들이 지구촌을 우악스러운 근육질 정치로 몰아넣고 있다.이정은 논설위원 lightee@donga.com}

    • 2022-02-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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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횡설수설/이정은]닉슨 방중 50주년

    “우리는 ‘프랑켄슈타인의 괴물’을 만들어 냈는지도 모른다.” 중국 정책을 회고하던 말년의 리처드 닉슨 전 미국 대통령은 슬픈 표정이었다. 중국이 기대와 다른 방향으로 움직이는 것에 대한 불안과 실망이 배어 있었다. 닉슨의 연설문 작성자가 기록했던 이 한마디는 30년 가까이 지나 미국이 대중 우호 정책의 종식을 선언하는 자리에 다시 소환됐다. “우리는 (중국이 괴물이 돼버린) 그 지점에 와 있다”는 답변의 형식으로. ▷닉슨이 20년간의 냉전을 깨고 극적인 중국 방문을 성사시켜 마오쩌둥 주석을 만난 지 21일로 50주년이 됐다. 1972년 2월 21일, 마오는 바닥까지 책이 가득한 자신의 서재에서 닉슨의 손을 맞잡았다. ‘폴로 1’로 명명된 헨리 키신저 당시 백악관 국가안보보좌관의 비밀스러운 베이징 방문을 통해 극비리에 진행된 물밑 작전의 결과였다. 8일간 이어진 닉슨의 방중 행보는 상하이 공동성명을 이끌어내며 미중 관계의 물꼬를 트는 동시에 고립된 중국을 외교무대로 복귀시켰다. 현대사의 가장 역사적인 장면들로 기록돼 있는 순간이다. ▷닉슨은 당시 ‘중국의 변화를 이끌어내기 위해’ 포용 전략을 써야 한다고 주장했다. “10억 인구가 분노에 찬 고립 속에 살아갈 공간은 이 작은 지구상에는 없다”고 했다. 그러나 반세기가 지난 2020년, 미국은 닉슨의 대중 포용 정책이 목표했던 중국 내부 변화를 가져오지 못했다는 판단하에 이를 폐기하고 만다. 닉슨도서관 앞 연단을 굳이 발표 장소로 선택한 마이크 폼페이오 당시 국무장관은 중국공산당을 ‘악성 변종(變種)’이라고 맹폭하며 대중 우호 정책의 종식을 공식 선언했다. ▷워싱턴에서는 닉슨의 데탕트 정책이 결과적으로 중국을 너무 키워줬다는 볼멘소리가 나온다. “중국은 절대 슈퍼파워가 되지 못할 것”이라던 마오의 대미 유화 발언을 믿는 사람은 이제 없다. 키신저도 ‘중국의 실체를 수십 년이 지나서야 알게 됐다’(더 힐)는 지적에서 자유롭지 않다. 미 행정부와 의회는 군사, 외교, 경제 등 전방위 분야에서 각종 견제 정책과 법안들을 쏟아내고 있다. 양국 우호외교의 상징이었던 판다를 중국으로 돌려보내지 못하도록 막자는 법안까지 발의됐다. ▷미국은 닉슨의 방중 50주년을 함께 기념하려는 중국 측의 은근한 제의도 외면했다. 주요 외교 기념일이면 어김없이 나오는 국무부의 성명이나 논평은 한 줄도 내놓지 않았다. 미중 갈등은 신흥 강대국이 부상해 강대국과 충돌하는 ‘투키디데스의 함정’의 목전에서 ‘강대국 파워 경쟁’ 국면으로 접어들었다. 앞으로도 수십 년간 지속될 것이라는 이 거대한 충돌 속에 한국의 설 자리도 좁아져만 간다.이정은 논설위원 lightee@donga.com}

    • 2022-02-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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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횡설수설/이정은]北 코인 해킹 적발 나선 美

    2015년 1월 방글라데시 중앙은행의 다카 본사에 근무하던 한 직원은 ‘라젤 아흐람’이라는 사람으로부터 입사지원 이메일을 받았다. 첨부된 이력서 파일을 클릭하는 순간 북한이 심은 악성코드가 침투했다는 사실은 해가 넘도록 아무도 몰랐다. 무려 8100만 달러의 자금이 빠져나가고 난 뒤에야 연방수사국(FBI)이 수사에 착수했다. 악성코드를 심은 이후에도 1년 이상 숨죽이며 준비 작업을 거친 북한 해커들의 주도면밀함에 전문가들은 혀를 내둘렀다. ▷최대 1만 명의 ‘사이버 전사’들을 앞세운 북한의 사이버 범죄는 국제사회의 골칫거리다. 과거 은행 내부 전산망이나 현금자동입출금기 등을 공격하던 것에서 나아가 요즘은 가상화폐를 집중 공격하는 게 특징이다. 2017∼2019년 북한이 아시아 주요국의 가상화폐 거래소를 15차례 해킹해 가로챈 금액은 1억7000만 달러에 달한다. 미국 법무부가 이번에 신설한 국가가상화폐단속국의 주요 해외 타깃도 북한이 될 것으로 알려졌다. ▷미국 정보, 수사당국은 그동안 북한을 비롯한 해외 해커들의 사이버 범죄를 집중적으로 추적해왔다. 미 국가안보국은 2019년 사이버보안부를 신설하면서 북한을 주요 타깃으로 지목했다. 북한이 가상화폐 해킹으로 정권유지 자금을 마련한다면서 “창조적인 역량을 보인다”고 꼬집기도 했다. 미 재무부는 ‘라자루스’와 ‘블루노로프’, ‘안다리엘’ 등 북한 해킹그룹 3곳을 특별제재 대상으로 지정했다. 법무부는 북한의 주요 해커 3명을 공개수배하며 얼굴 사진이 들어간 전단까지 배포했다. ▷미국의 집요한 추적과 감시에도 불구하고 가상화폐를 노린 북한의 사이버 범죄는 더 늘어날 가능성이 높다. 국제사회의 고강도 제재로 돈줄이 막힌 북한으로서는 해킹을 통한 자금 확보가 절실하다. 군사, 외교 기밀정보 획득 등을 목적으로 한 다른 적성국가와 달리 북한의 해킹이 주로 금융수익을 노리고 있는 것도 이 때문이다. ‘슈퍼노트’나 마약 거래 같은 위험을 무릅쓸 일도 없고, 외교행낭으로 돈다발을 몰래 반입하다 국제적 망신을 당할 일도 없으니 북한으로서는 수지맞는 장사다. ▷이런 북한의 사이버 공격에 한국은 결코 안전하지 않다. 2017년 국내 최대 가상화폐 거래소인 ‘빗썸’ 해킹 사건 배후는 북한으로 알려져 있다. 한국의 가상화폐 시장이 급성장하고 있는 만큼 피해 규모도 더 커질 수 있다. 미 법무부의 가상화폐 전담부서 책임자로 한국계 최은영 검사가 임명된 것을 놓고 한미 간 수사 공조 강화를 기대하는 목소리가 나온다. ‘키보드를 든 강도’들이 활개 치지 못하도록 법무부와 국정원도 더 시퍼렇게 눈을 뜨고 있어야 할 것이다.이정은 논설위원 lightee@donga.com}

    • 2022-02-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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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횡설수설/이정은]‘다이노 베이비’

    미국 소프트웨어 엔지니어인 셰릴 필렉스는 47세였던 2007년 구글에 입사지원서를 넣었지만 고배를 마셨다. 2014년까지 3번 더 시도했으나 모두 실패. 채용담당자가 “몇 살인지 알아야 하니 대학원 졸업 날짜를 적어라”라고 했던 기억을 떠올렸다. 구글을 상대로 한 연령 차별 집단소송에 동참했다. 5년간 법정싸움 끝에 필렉스를 비롯한 원고 227명은 구글로부터 모두 1100만 달러의 합의금을 받아냈다. ▷이런 사례들을 반면교사로 삼는 기업들은 많지 않아 보인다. 미국에서는 연령 차별을 이유로 한 수십 건의 대규모 소송이 지금도 진행 중이다. 정년제를 폐지했고 40대 이상을 위한 ‘고용연령차별금지법(ADEA)’을 만들었지만 때로 무용지물이다. 최근에는 IBM이 나이 든 직원들을 ‘다이노 베이비스(Dinobabies)’로 부르며 “멸종시켜야 한다”고 한 내부 e메일이 공개됐다. 멸종된 공룡(dinosaur)과 베이비붐 세대(baby boomers)를 합친 ‘다이노 베이비’는 퇴출 위기에 놓인 50∼70대를 비하하는 조어다. ▷베이비 부머(1946∼1965년생)들이 느끼는 위기감은 남다르다. 이들 중 53%는 나이 때문에 차별받았다고 느낀 적이 있다. 뒷방 신세가 되는 연령대는 심지어 계속 낮아지는 추세. 아마존 직원들의 평균 연령은 30세, 페이스북은 29세다. 능력 차이가 문제라면 할 말이 없겠지만 나이 자체를 문제 삼는 건 차별이다. IBM을 상대로 소송을 낸 직원들은 회사가 “밀레니얼 세대 직원의 숫자가 (젊은 경쟁사들보다) 뒤처지고 있다”고 한 것도 차별의 근거로 제시하고 있다. IBM의 직원 평균 연령은 48세다. ▷연령 차별에 대한 문제 제기는 고령화와 맞물려 한동안 더 늘어날 것으로 보인다. 미 노동부에 따르면 2024년에는 근로자 4명 중 1명은 55세 이상이 된다. “나이가 전부가 아니다”라고 목소리를 낼 모(母)집단이 커진다는 의미다. 영국에서는 89세 할머니가 늙었다는 이유로 자신을 해고한 병원을 상대로 소송을 냈다. 2019년 20만 파운드의 배상금을 받아 화제를 모았다. 1970년대 이미 고령화사회에 진입한 일본의 경우 고용연장 의무화 제도 등으로 일손 부족의 위기를 넘었다. ▷정년제와 임금피크제 등을 시행하는 한국은 미국 등 서구 국가들과는 노동 환경이나 제도가 다르다. 대기업에서 명예퇴직한 50대 임원이 연령 차별을 받았다며 제기한 소송에서는 패소 판결이 나왔다. 그러나 나이와 상관없이 성과로 평가받아야 한다는 기본 원칙은 다르지 않다. 유명 광고 문구처럼 ‘나이를 먹어도 늙지는 않는다’는 일할 의욕과 역량을 갖춘 모두에게 적용되는 말이어야 한다.이정은 논설위원 lightee@donga.com}

    • 2022-02-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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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횡설수설/이정은]주한 美대사의 삼성행

    지난해 4월 미국 워싱턴의 한 외교안보 싱크탱크가 주최한 화상 세미나에 한국 프로야구단의 유니폼들이 배경으로 등장했다. 다채로운 색깔의 야구복들이 진행자 뒤쪽 벽에 줄줄이 걸렸다. ‘한국 야구와 한미 관계’라는 이례적 주제 선정부터 화면 구성, 진행까지 총괄한 이는 마크 리퍼트 전 주한 미국대사. 워싱턴에서 접속한 청중들은 놀랍지도 않다는 반응이었다. ▷리퍼트 전 대사의 ‘한국 사랑’은 진지하다. 퇴임 후 5년이 지났지만 그는 요즘도 한반도 관련 세미나에 참석할 때마다 한국말로 인사하고, 최신 한국 뉴스들을 소개한다. 두산 베어스의 광팬으로 KBO리그 점수를 실시간 업데이트하면서 치맥을 즐긴다. 두 자녀는 한국이름 ‘세준’, ‘세희’가 새겨진 책가방을 메고 주말 한글학교를 다닌다. 이런 진심 때문일까. 그가 삼성전자 북미 총괄 대외협력팀장(부사장)으로 영입됐다는 소식을 워싱턴과 서울은 모두 반기는 분위기다. ▷삼성전자는 지난해 하반기부터 리퍼트 전 대사를 삼고초려한 것으로 알려져 있다. 유튜브 임원으로 근무해온 그를 영입하기 위해 적잖은 공을 들였다는 후문이다. 미국 전직 고위인사의 대기업 스카우트가 처음은 아니지만, 활동 분야가 반도체 산업이라는 점에서 남다른 관심을 끈다. 반도체는 미중 간 기술패권 경쟁의 핵심으로 떠오른 전략물자. 미국의 관련 정책과 입법 동향을 발 빠르게 파악해 대응하려는 주요국들의 정보전과 로비전, 인재영입전이 어느 때보다 치열하다. 서로 수출 통제와 제재의 칼을 휘두르는 ‘반도체 전쟁’의 유탄이 언제 어떻게 날아올지 모르는 상황이다. ▷리퍼트 전 대사 앞에는 많은 난제가 기다리고 있다. 미중 간 경쟁 사이에 끼인 한국 반도체 기업들은 기회만큼이나 많은 위기를 떠안아야 한다. 삼성과 SK하이닉스 등은 지난해 미 상무부로부터 대외비로 분류되는 민감한 반도체 수급 자료 제출을 요구받았다. 대만 TSMC 같은 해외 반도체 기업들과의 경쟁도 불붙고 있다. 백악관, 상무부 고위인사들과의 면담 섭외 또한 까다로운 미션이다. 삼성전자가 지난해 이재용 부회장의 방미 당시 추진했던 조 바이든 대통령, 낸시 펠로시 하원의장과의 면담은 끝내 불발됐다. ▷미국을 상대해야 하는 해외 기업들에 전직 고위인사가 지닌 폭넓은 네트워크는 강력한 자산이다. 리퍼트 전 대사는 버락 오바마 전 대통령의 ‘오른팔’로 불렸던 측근으로 민주당 인사들과의 친분이 두텁고 현직 인사들과의 접촉면이 넓다. 펜타곤의 인도태평양 차관보 사무실에는 아직도 전직이었던 그의 사진이 걸려 있다. 경제안보의 시대에 특정 기업을 넘어 양국 간의 경제협력에서 그가 펼칠 더 큰 역할을 기대한다.이정은 논설위원 lightee@donga.com}

    • 2022-02-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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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횡설수설/이정은]‘사이버 불링’ 살인

    “끔찍하게 뒈져버렸으면 좋겠어. 꺼져 창녀야. 멍청한 ××.” 2017년 한 강연장에 선 할리우드 여배우 애슐리 저드의 입에서 저속한 욕설이 나오기 시작했다. 외모와 작품에 대해 자신이 받았던 악성 댓글들이었다. 하나씩 담담히 읊어나가던 목소리가 어느 순간 흔들렸다. 소셜미디어에서 거의 매일 이런 공격에 시달리고 있다며 그는 울먹였다. 셀럽 피해자가 직접 공개한 대표적인 ‘사이버 불링(cyber bullying)’ 사례였다. ▷온라인상 괴롭힘과 따돌림을 뜻하는 사이버 불링은 쉽게 개선되지 않는 고질병이다. 최근에는 BJ 잼미와 배구선수 김인혁이 악플의 고통을 호소하다 극단적인 선택을 했다. 2019년 가수 설리와 구하라, 2020년 배구선수 고유민의 자살에 이은 또 다른 충격이다. 사이버 불링은 교묘하게 방식을 바꾸며 되레 공격 강도가 높아지고 있다. 유명인의 사건, 사고를 자극적으로 짜깁기해 반복 재생하는 ‘사이버 레커’ 동영상의 피해를 호소하는 이들도 늘어났다. ▷인지도가 높은 연예인이 주공격 대상이지만 일반인도 그 집요한 공격을 피해가기 어렵다. 특히 코로나19 이후 인터넷 사용량이 늘어나면서 사이버 불링 사례도 많아지는 추세다. 2020년 방송통신위원회 조사에서 성인의 사이버폭력 경험률은 전년보다 11.1%포인트 늘어난 65.8%에 달했다. 지금도 누군가의 모바일폰에서는 ‘떼카’(단체방에서 떼로 욕설), ‘카따’(카카오톡 왕따), ‘방폭’(대화방 초대 후 혼자 남겨두는 따돌림), ‘카톡감옥’(대화방에서 나가지 못하게 막고 공격) 같은 일들이 벌어지고 있다. 전 세계적으로 2020년 이후 소셜미디어를 이용한 10대 청소년의 사이버 불링이 70% 증가했다는 조사 결과도 나와 있다. ▷사이버 불링은 정보통신망법상 명예훼손이나 모욕으로 처벌할 수 있는 범죄다. 그러나 불특정 다수의 공격자들을 일일이 찾아내 대응하기도 어려운 데다 가벼운 벌금형으로 마무리되는 경우도 부지기수다. 처벌 강화, 인터넷 준(準)실명제 도입 등 내용을 담은 법안 논의는 진전을 보지 못한 채 흐지부지돼 있다. 페이스북, 트위터 같은 플랫폼에 더 많은 관리 책임을 묻고 있는 해외의 움직임도 국내에서는 아직 찾아보기 어렵다. ▷인터넷 공간은 멀쩡한 사람도 익명의 가면 뒤에서 사이버 불링의 유혹에 빠지게 만드는 함정이다. 지난해 한 글로벌 정보기술(IT) 업체의 조사에서는 성인의 69%가 온라인에서 공격적 언어를 사용한 적이 있다고 답했다. 철저한 규제와 시스템 관리만큼 사이버 불링의 문제점에 대한 인식 제고가 절실하다. 댓글 하나가 치명적인 살인 무기가 될 수 있다는 것, 사이버 불링은 죽음을 부르는 범죄가 된다는 인식 말이다.이정은 논설위원 lightee@donga.com}

    • 2022-02-0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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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횡설수설/이정은]‘스포츠 워싱’

    “아, 상당히 도발적이네요!” 4일 베이징 올림픽 개회식을 중계하던 미국 NBC 방송 앵커가 다소 놀란 듯한 어투로 한마디를 내뱉었다. 성화봉을 치켜든 최종 성화 봉송 주자 2명이 성화대를 향해 움직이던 순간이었다. 이 중 한 명이 신장위구르 출신 선수라는 내용이 소개되자 진행자들이 움찔한 것이다. ‘중국이 도발적 선택으로 서방의 올림픽 보이콧을 되받아쳤다’는 내용의 외신 분석이 쏟아지기 시작했다. ▷중국 서북쪽의 신장위구르는 중국 당국의 인권 유린이 행해지는 핵심 지역으로 지목받아온 곳이다. 미국을 비롯한 서구 국가들이 ‘대학살(genocide)’이 자행되는 곳이라고 맹렬히 비판해온 곳이자 ‘외교적 보이콧’에 줄줄이 나선 주된 이유다. 그 지역 출신 선수를 중국이 보란 듯이 점화식 주자로 내세우자 ‘스포츠 워싱(sports washing)’의 전형적인 사례라는 분석이 나왔다. 스포츠 정신과 게임 열기를 앞세워 인권 유린 같은 부정적 평판을 세탁하려 한다는 것이다. ▷권위주의 정권이 이미지 포장을 위해 국제 스포츠 행사를 이용하려는 시도는 늘 있어 왔다. 2018년 러시아 월드컵을 놓고 국제 인권단체들은 ‘피로 얼룩진 월드컵’이라는 혹평을 서슴지 않는다. 러시아가 크림반도 강제 합병과 반체제 인사 탄압 등을 월드컵의 열기로 감추려 했다며 ‘스포츠 워싱’의 대표 사례로 거론한다. 올해 11월 열리는 카타르 월드컵도 비슷하다. 카타르는 현대판 노예제로 불리는 가혹한 고용계약 시스템 ‘카팔라(kafala)’ 등 인권 문제로 비판받아 온 국가다. 영국 가디언은 “2022년은 베이징에서 시작해 카타르로 끝나는 ‘스포츠 워싱의 해’가 될지도 모른다”는 논평까지 내놨다. ▷거액이 투입되는 국제적 스포츠 구단 인수나 후원에도 관련 논란이 따라붙는다. 지난해 사우디아라비아 국부펀드가 3억 파운드(약 4800억 원)를 들여 영국의 프로축구 구단 ‘뉴캐슬 유나이티드’를 인수한 것은 반체제 언론인 자말 카슈끄지의 살해 사건으로 국제적 비판에 시달린 이후였다. 러시아 부호인 로만 아브라모비치가 2003년 첼시FC를 인수하자 “러시아 정부가 배후에 있는 게 아니냐”는 의구심이 제기됐다. ▷선수들의 피땀과 스포츠 정신은 전 세계인을 하나로 묶는 강력한 힘이다. 파킨슨병을 앓던 전설의 복서 무하마드 알리가 덜덜 떨리는 손으로 올림픽 성화를 들어올렸을 때의 감동을 우리는 잊지 않고 있다. 이런 스포츠 파워를 정치적으로 이용하려는 시도가 결국 얄팍한 눈속임이라는 것을 팬들은 모르지 않는다. 위구르인 성화 주자의 미소만으로 위구르 인권 문제를 가릴 수 없다는 것도 안다.이정은 논설위원 lightee@donga.com}

    • 2022-02-0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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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횡설수설/이정은]배달비가 기가 막혀

    미국의 배달 플랫폼 업체인 ‘도어대시’에 이달 초 소다음료인 환타 1병을 배달해 달라는 주문이 들어왔다. 2.5달러짜리 환타 1병의 배달료는 5배가 넘는 13달러. 이 내용이 소셜미디어를 통해 퍼지면서 배달비의 적정가를 놓고 한판 논쟁이 벌어졌다. ‘아이스커피 1잔 배달에 9달러를 냈다’는 등의 유사 경험담이 속속 올라왔다. 한국보다 인건비가 훨씬 비싼 해외에서도 배보다 배꼽이 커진 배달비에는 거부감을 느끼는 사람이 많았다. ▷배달천국 한국에서도 ‘배달비 1만 원 시대’가 열리고 있다. 급증하는 배달 수요를 라이더들의 공급이 따라잡지 못하면서 배달비가 계속 오르고 있는 것이다. 폭설 등으로 배달이 어려워진 시간대의 배달비는 2만 원을 훌쩍 뛰어넘기도 한다. 배달 플랫폼 업체들의 단건 배달(주문 1건당 한 곳만 배달) 경쟁이 불붙으면서 라이더들의 몸값은 계속 뛰고 있다. 유튜브에는 ‘연봉 5000만 원 라이더’ ‘자전거로 월 400만 원 벌기’ 같은 동영상들이 인기다. ▷배달비 부담은 결국 가격 인상으로 이어지고, 사용자들의 불만도 쌓여 간다. ‘배달공구(공동구매)’ ‘배달 끊기 챌린지’ ‘셀프 배달’ 같은 궁여지책들이 나오고 있다. “택시로 음식을 배달받는 게 차라리 더 쌌다”는 실험담도 나왔다. 배달비 부담이 커진 음식점 업체들도 울상인 것은 마찬가지다. 25% 안팎이던 음식점의 마진이 5% 수준으로 떨어졌다며 어려움을 호소한다. 심지어 그동안 적용받아 왔던 배달앱 수수료 할인제도 곧 줄줄이 종료된다. ▷정부가 다음 달부터 ‘배달비 공시제’를 시행키로 했지만 사용자들은 시큰둥한 분위기다. 플랫폼별 배달비와 거리별 할증요금, 최소 주문액 등은 이미 주문할 때 실시간으로 공개되는 정보여서 가격 상승 제한에 큰 효과가 없다는 것이다. 문제의 핵심인 라이더들의 공급 부족 문제를 놔두고 탁상공론식으로 미봉책을 내놓는다는 볼멘소리가 나온다. 국내 배달 라이더는 현재 약 30만 명. 학교 교사 수보다 많아졌다지만 아직 수요를 따라가지 못하고 있다. ▷수요 공급에 따라 가격이 오르는 시장의 작동원리 자체를 건드리기는 어렵다. 코로나19가 종식되고 배달 수요가 줄어들면 배달비도 다시 떨어질 것이다. 개발이 한창인 배달용 드론, 로봇의 상용화도 배달시장을 흔들 변수다. 그러나 지금 같은 상황은 자영업자와 소비자 양쪽 모두 손해를 보는 제로섬 게임이다. 배달을 중단하자니 코로나19로 인한 비대면 사회에서는 그것도 쉽지 않다. 배달 서비스라도 쓰지 않으면 식당 문을 닫을 처지에 놓인 자영업자들에게는 대안도 없다. 배달비는 언젠가 적정선을 찾겠지만 그 과정이 너무 고통스럽다.이정은 논설위원 lightee@donga.com}

    • 2022-01-2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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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횡설수설/이정은]취임 1년 바이든의 악몽

    조지 W 부시 전 미국 대통령은 지지율로 천당과 지옥을 오갔던 지도자다. 9·11테러 직후 90%까지 치솟았던 지지율은 이라크전쟁 장기화의 피로감 등으로 임기 말 25%까지 떨어졌다. 최고치와 최저치 모두 역대급 기록을 쓰면서 격차가 65%포인트나 벌어지는 기록을 남겼다. 국정동력을 잃은 그는 사활을 걸었던 연금개혁에 실패했고 결국 민주당에 정권을 내어주고 말았다. ▷20일로 취임 1주년을 맞는 조 바이든 대통령이 지지율 하락에 고전하고 있다. 지난해 하반기부터 줄곧 미끄러진 지지율이 최근 최저치인 33%까지 내려갔다. 1982년 로널드 레이건 전 대통령 이후 7명의 대통령과 비교했을 때 꼴찌인 도널드 트럼프 전 대통령 다음으로 낮다. 미국인의 절반이 바이든 행정부 취임 이후 ‘좌절감’을 느꼈다는 여론조사 결과도 나왔다. “이제 아무도 당신을 좋아하지 않아, 조.” 친(親)트럼프 성향 보수 논평가들의 조롱과 공격은 노골적이다. ▷바이든 대통령이 지지율 반등 기회를 잡기는 쉽지 않아 보인다. 아프가니스탄 철군 과정의 대혼란으로 시작된 추락세는 1980년대 이후 최고 수준인 인플레이션과 치솟는 장바구니 물가, 빈부격차 심화, 극심한 사회분열 등으로 악화 일로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확진자는 하루에 70만 명씩 쏟아지고, 2조 달러대 매머드급 투자법안은 의회 장벽에 가로막혔다. 회의석상에서 꾸벅꾸벅 조는 78세 고령의 지도자에게서 위기 돌파 리더십은커녕 개인적인 매력도 찾기 어렵다. ‘돌아온 미국’을 기대했던 사람들은 지쳐가고 피로감은 불만을 넘어 분노로 바뀌어간다. ▷대통령의 지지율은 단순히 인기 순위에 그치지 않는다. 바이든의 추락은 당장 올해 11월 미국 중간선거 결과에 직격탄이 된다. 민주당이 의회 다수당 지위를 빼앗길 경우 바이든 행정부는 임기 중반부터 조기 레임덕 현상에 시달릴 수밖에 없다. 워싱턴의 컨설팅 업체들은 벌써부터 민주당의 대패를 점치고 있다. 트럼프 전 대통령은 “2024년에 백악관을 되찾겠다”고 공언하기 시작했다. ‘트럼프의 부활’은 한국의 외교안보 정책과도 직결되는 폭탄급 대외변수다. ▷지지율이나 인기는 거품이다. 실력으로 보여주지 못하면 꺼지는 것도 순식간이다. 정책 결과로 인정받아 국민의 마음을 얻지 못하는 정권의 추락은 치솟았던 지지율만큼이나 극적으로 참혹하다. 반전 드라마가 없는 것은 아니다. 해리 트루먼 전 대통령은 30%대까지 떨어졌던 지지율을 80%대로 반등시키며 연임에 성공하는 스토리를 썼다. 바이든 대통령이 남은 임기 동안 어떤 그래프를 그려낼지 궁금하다.이정은 논설위원 lightee@donga.com}

    • 2022-01-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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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횡설수설/이정은]‘마기꾼’

    최근 한 유튜브 채널이 진행한 ‘마기꾼(마스크+사기꾼) 대회’에서는 시청자들의 댓글이 폭발했다. 마스크 착용 사진과 벗은 사진이 다른 ‘반전’에 진행자들의 눈도 휘둥그레졌다. 고등학생 같았던 동안이 푸근한 아줌마 인상으로 확인되면서 웃음보가 터지기도 했다. 마스크를 썼을 때 얼굴이 더 예쁘거나 잘생겨 보인다는 의미의 ‘마기꾼’은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이후 생겨난 신조어다. ▷‘마기꾼’의 실체를 입증하는 과학적 연구 결과들이 주목받고 있다. 영국 카디프대의 연구 결과 마스크를 쓴 남성 혹은 여성에 대해 이성(異性)들이 평가한 매력 점수는 마스크를 쓰지 않은 경우보다 높았다. 외모 호감도가 낮은 사람이 마스크를 쓴 경우 매력 평가 점수가 최대 42% 올랐다는 지난해 미국 성형외과협회 연구도 나와 있다. ▷연구진은 ‘과장을 일삼는 뇌의 작동 원리’를 이유로 설명한다. 마스크를 쓰면 시각 정보가 눈에 집중되는데, 그 나머지를 뇌가 메우면서 전체를 더 멋지게 그려낸다는 것이다. 인지심리학자인 닉 채터가 분석했듯 ‘훌륭한 이야기꾼’인 뇌가 일종의 자동 완성 기능에 희망적 상상력을 결합해 인간을 속인 셈이다. 바이러스 위험으로부터 자신을 구해주는 의료 전문가 이미지까지 더해지면 점수는 더 올라간다. ▷불과 1년 전만 해도 마스크 착용에 대한 서구 국가들의 반응은 부정적이었다. 마스크 착용자는 감염병에 걸린 환자나 범죄자로 여겨지기 일쑤였다. 지난해 2월 캐나다 요크대는 마스크 착용 시 사람을 알아보는 인지능력이 15% 떨어지고 상호 교감이나 소통에도 방해가 된다는 연구 결과를 내놨다. 마스크 착용 의무화에 반대하는 시위가 곳곳에서 벌어지기도 했다. ▷코로나19 장기화로 이런 인식은 많이 바뀌었다. 바이러스 차단 외에 다른 목적을 마스크에 가미하는 사람도 많아졌다. 정치 구호나 환경 캠페인 문구 등을 적어 넣어 메신저로 활용하는 경우는 이제 흔하다. 옷 색깔과 조화를 맞추거나 화려한 장식을 넣은 마스크로 패션에 포인트를 주기도 한다. 전문가와 의료진은 이번 연구 결과를 “마스크를 써야 할 또 다른 이유”라고 반기고 있다. ▷보여주고 싶지 않은 것을 감추는 마스크의 문제점을 우려하는 목소리도 없지는 않다. 마스크로 대면 커뮤니케이션을 차단하거나 표정을 드러내지 않으려는 사람이 늘면서 소통에 문제가 생긴다는 것이다. 마스크가 없으면 심리적으로 위축되는 현상도 나타나고 있다. 여러 이유로 마스크의 존재감은 코로나19 기세가 꺾이더라도 한동안 이어질 듯하다. ‘위드 마스크’ 시대에 외모와 내면 모두에 긍정적으로 작용하는 ‘마기꾼 효과’를 기대한다.이정은 논설위원 lightee@donga.com}

    • 2022-01-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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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세계 2위 한국의 여권 파워 [횡설수설/이정은]

    “한국에서 왔네요? BTS 노래 들어본 적 있어요.” 요즘 미국 주요 도시 공항의 출입국심사대 공무원들은 한국 여권을 내미는 방문자들에게 종종 이런 코멘트를 건넨다. 불고기를 먹어봤다거나 ‘오징어게임’을 봤다며 말을 건네기도 한단다. 출입국심사 담당자들이 깐깐하기로 악명 높다는 점을 감안하면 반가운 환대다. 입국 목적과 숙소, 체류 기간 등을 취조당하듯 심사받는 다른 외국인과 달리 가볍게 심사대를 통과하면서 으쓱해졌다는 사람도 있다. 한국의 ‘여권 파워’가 최고조로 발휘되는 순간이다. ▷한국의 여권지수가 올해도 최상위권에 올랐다. 국제교류 전문업체인 헨리앤드파트너스가 발표한 여권지수에서 한국은 독일과 함께 2위에 랭크됐다. 1위인 일본, 싱가포르 다음이다. 한국 일반여권으로 비자(사증)를 받지 않고, 혹은 간단한 절차만으로 자유롭게 오갈 수 있는 나라는 현재 126개국. 관용여권으로는 149개국에 이른다. 20위까지 상위권은 유럽, 북미 국가가 대부분이다. ▷헨리여권지수는 국제항공운송협회(IATA)의 각국 데이터를 바탕으로 산출된다. 무비자 국가 및 비자면제 협정을 맺은 국가가 많을수록 점수가 높다. 비자면제 협정을 체결한 상대국이 많다는 사실 자체가 국력이다. 선진국의 경우 협상 상대국의 경제력이나 지위는 물론 시민의식까지 검증한다는 게 외교부의 귀띔이다. 불법 체류자가 많은 저개발국, 테러리스트들이 활동하는 국가나 지역은 비자면제 협상을 엄두도 내지 못한다. 북한은 104위로, 자유롭게 들어갈 수 있는 나라가 39곳에 불과하다. ▷한국의 여권 파워는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국면에서 더 두드러진다. 코로나19 방역 실패로 해외 입국을 제한당한 국가들은 2020년 이후 여권지수가 줄줄이 떨어졌다. 방문국 도착 시 발급되는 도착비자를 받을 수 없게 된 탓이다. ‘여행의 아파르트헤이트(apartheid·차별)’라는 말이 나올 정도로 이동 자유의 양극화가 심해졌다. 선진 부국인 미국과 영국조차 이런 이유로 6위에 머물렀다. 반면 전 국민이 고강도 방역에 동참한 한국은 순위가 떨어지지 않은 것이다. ▷손바닥 크기의 얇은 수첩 한 권에는 여권번호와 인적사항만 적혀 있는 게 아니다. 거기에는 눈에 보이지 않는 그 나라의 위상과 국력, 국제사회의 평가가 총체적으로 담겨 있다. ‘여권지수 2위’는 한국이 이뤄낸 그만큼의 경제적, 외교적 성취를 보여주는 성적표다. 전 세계적인 K콘텐츠 인기가 끌어올린 국가 이미지도 한몫했음이 분명하다. 한국은 이제 글로벌 무대에서 환영받으며 해외 입국심사대를 자유롭게 통과하는 나라가 돼 가고 있다.이정은 논설위원 lightee@donga.com}

    • 2022-01-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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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횡설수설/이정은]‘반(反)노동’

    ‘일은 전 세계 대부분의 비참함의 근원이다. 거의 모든 악이 일에서 나온다. 고통을 멈추기 위해서는 일을 중단해야 한다.’ 미국에서 1985년 출판된 ‘일의 폐기’는 서문에서부터 과격한 주장들을 쏟아낸다. 무정부주의자이기도 했던 저자 로버트 블랙은 자본주의의 근로 시스템을 비판하며 현대인을 종속시키는 노동에 의문을 제기한다. 최근 급속히 세를 불리고 있는 미국의 ‘반(反)노동’ 온라인 카페도 이 책에서 영향을 받아 만들어진 것으로 알려져 있다. ▷미국 최대 온라인 커뮤니티 레딧에 개설된 ‘반노동(Antiwork)’ 온라인 카페의 회원 수가 급증하고 있다. 2018년 12월까지만 해도 1만 명 미만이었던 회원 수는 불과 3년여 만인 이달 160만 명으로 불어났다. ‘부자만이 아닌, 모두를 위한 무직(無職)!’이라는 슬로건을 내건 이 디지털 공간에서 회원들은 불합리한 처우와 근무 환경을 고발하고 퇴사 관련 정보들을 공유한다. ▷반노동이라는 단어는 국내에서 노동계를 탄압하고 근로자들의 목소리를 무시하는 부정적 의미로 사용돼 왔다. 반면 미국에서의 ‘반노동’은 임금근로자로 조직이나 상사에 매여 일하지 않겠다는 의미가 강해 보인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의 장기화로 근무 방식, 환경의 변화와 함께 일에 대한 사람들의 가치관이 바뀌면서 빠르게 확산됐다. 미국의 경우 천문학적 규모의 코로나19 지원금과 실업급여로 여유가 생긴 것도 이유로 꼽힌다. ▷반노동 커뮤니티에서 활동하는 사람들의 절반은 여전히 풀타임 직장을 가진 사람들이라고 한다. 일 자체를 거부한다기보다는 더 나은 근무 환경과 보상을 찾으려는 사람이 많다는 의미다. 그러나 사표를 부추기는 분위기는 결과적으로 ‘대사직(great resignation)’ 현상을 심화시킨다. 단기간에 자산소득을 불려 조기 은퇴하려는 조급함이 ‘한탕주의’로 흐를 가능성도 적지 않다. 가상화폐 투자에 뛰어드는 ‘파이어(FIRE)족’들의 증가 현상도 이와 무관치 않을 것이다. 팬데믹 이후의 양극화 심화, 집값 폭등, 상대적 박탈감이 가져온 세태다. ▷일의 즐거움을 떨어뜨리는 무의미한 야근이나 서류 업무는 마땅히 사라져야 할 악습이다. ‘저녁이 있는 삶’도 중요하다. 인재 확보를 고민하는 기업들로서는 새겨들어야 할 지적이다. 그렇다고 이런 문제들이 노동의 의미 자체를 퇴색시켜서는 안 될 것이다. 일은 단순한 돈벌이 수단이 아니다. 그 안에서 보람과 가치를 찾아가는 게 목적이기도 하다. 또한 작용에는 항상 단기적인 반작용이 있기 마련이다. 코로나 시대가 끝난 뒤 노동의 가치가 어떻게 변하게 될지 궁금하다.이정은 논설위원 lightee@donga.com}

    • 2022-01-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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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횡설수설/이정은]美 의사당 폭동 1년

    1827년 미국 국회의사당의 중앙 로툰다홀에서 주먹다짐이 벌어졌다. 존 퀸시 애덤스 대통령의 아들이 아버지의 정적이었던 앤드루 잭슨의 지지자에게 뺨을 얻어맞고 가격당한 것. 성난 애덤스 대통령의 재발 방지 요청에 의회는 이듬해 의회경찰 조직을 신설했다. 당시 의회경찰은 상상도 못 했을 것이다. 190여 년이 지난 2021년 성난 미국인 2000명이 무기를 소지한 채 몰려와 의회를 아수라장으로 만들어 놓을 것이라고는. ▷1·6 국회의사당 난입 사태가 1주년을 맞았다. 미국 민주주의의 상징인 ‘캐피톨 힐’이 유혈 폭력사태로 얼룩지는 장면은 미국인들에게 충격과 공포 그 자체였다. 민주주의를 자유, 인권과 함께 건국의 기본 가치로 여겨온 미국에 씻기 어려운 치욕으로 기록됐다. 현재까지 703명이 기소되고 70여 명이 유죄 판결을 받았지만 진상 규명과 처벌이 마무리될 때까지는 최소 1년 이상 더 걸릴 것이라고 한다. 미 연방수사국(FBI)은 아직도 현상금을 걸고 일부 용의자를 추적 중이다. ▷2020년 대선을 거치면서 극단으로 치달은 사회 분열과 정치적 양극화의 정점을 찍은 이 사건의 상흔은 깊다. 불신과 반목 속에 정치권은 1년이 지나도록 진상조사위원회 활동을 둘러싼 신경전을 이어가고 있다. 대외적 자존심의 상처도 만만치 않다. 중국은 미국이 반민주주의적 정책을 지적할 때마다 “당신들 문제나 잘 해결하라”는 비아냥거림으로 맞받아치고 있다. 해외의 권위주의, 독재정권으로부터 ‘민주주의를 논할 자격이 없다’는 식의 반발에도 직면한다. 브라질과 멕시코, 페루 등지에서 제기된 부정선거 의혹을 놓고는 “미국발 파급효과(spill-over)”라는 책임론이 거론됐다. ▷1·6 사태는 왜곡된 트럼피즘(Trumpism)의 극단적 분출이다. 미국인의 40%는 아직도 지난 대선에서 도널드 트럼프 전 대통령의 패배를 인정하지 않고 있다. 극우음모론 집단 ‘큐어논(QAnon)’이 퍼뜨리는 각종 주장들은 여전히 물밑에서 스멀거리고, 이는 올해 11월 중간선거를 앞두고 폭발적으로 재점화될 가능성이 있다. 트럼프 전 대통령의 형사처벌 여부는 이에 기름을 부을 뇌관이다. ▷민주주의가 하루아침에 완성되는 것은 아니다. 그러나 1·6 사태로 미국이 200년 넘게 공들여온 민주주의가 무너지는 데에는 불과 7시간밖에 걸리지 않았다. 국제단체의 보고서에서는 ‘민주주의 후퇴국’으로 분류됐고, 미국인 10명 중 6명은 민주주의의 미래를 부정적으로 본다는 여론조사 결과도 나왔다. 어디 미국뿐이랴. 최근 10년간 전 세계 민주주의가 쇠퇴하고 있다는 경고등이 켜진 지 오래다. 민주주의의 이상이 온전히 현실화하는 데까지 여전히 갈 길이 멀어 보인다.이정은 논설위원 lightee@donga.com}

    • 2022-01-0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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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파워인터뷰]“한국, 전작권 전환 몇년 더 필요… 2028년쯤 역량 갖출듯”

    《로버트 에이브럼스 전 주한미군사령관에게 한국은 특별한 나라다. 미국의 ‘전쟁 영웅’으로 평가받는 부친 크레이턴 에이브럼스 전 육군참모총장은 물론이고 두 형과 장인, 매형이 모두 한국에서 근무한 경험이 있다. 본인도 한미 간 방위비분담금협정(SMA)을 비롯한 동맹 이슈가 산적했던 시기에 한국에서 2년 반 넘게 주한미군을 이끌었다.최근 화상인터뷰로 만난 에이브럼스 전 사령관은 “미주리주 캔자스시티에 있는 집 근처에서 숯불고기 한국 식당을 찾아냈는데 김치 반찬을 다섯 번이나 추가로 시켜먹었다”며 웃었다. “사람들이 한국 근무가 어땠느냐고 물어볼 때마다 ‘정말 멋졌다’고 답해준다”며 한국에 대한 진한 애정을 드러냈다. 퇴임 후에도 한국 관련 현안을 상세히 팔로업하고 있는 듯 최근 열린 한미안보협의회(SCM) 내용과 전시작전권 전환 상황에 대해서도 막힘없이 설명을 풀어냈다.》 그는 한미가 SCM에서 발표한 새 전략기획지침(SPG)에 대해 “북한과 중국 등의 역내 (위협) 변화를 반영한 매우 중요한 결과물”이라고 평가했고, 주한미군 규모를 현 수준으로 유지한다는 조항이 들어간 것에 대해서는 “한국을 지키겠다는 미국의 약속을 재확인한 상징적 조치”라고 했다. 전작권 전환과 관련해서는 조건 충족에 필요한 예산 증액 및 한국군의 역량 확보의 중요성을 강조했다. ―한국과의 남다른 인연이 부임 때부터 화제였다. “39년이 넘는 군 복무 중 주한미군사령관으로 한국 근무를 하게 된 것은 내 인생과 경력에서 정말 영광이었다. 한국전쟁 당시 수많은 미군이 들어본 적도, 알지도 못했던 땅에서 싸웠다. 나는 내 아버지와 두 형제의 헌신, 여기에 더해 150만 명에 이르는 한국전 참전 미군들의 헌신을 지켰다. 이것은 우리의 엄숙한 의무다. 미국은 한국을 폭정과 공산주의, 사회주의로부터 지켜내겠다고 약속했다. 아내와 나는 한국인을 사랑한다. 우리는 평생 갈 좋은 친구를 많이 만들었다. 한국의 군 장성들과는 ‘배다른 형제’라고 말할 수 있을 정도로 친밀한 관계였다.” ―한미가 최근 발표한 새 전략기획지침을 어떻게 평가하나. “이번 안보협의회의 가장 중요한 결과라고 평가한다. 이것은 내가 2019년부터 줄곧 요구해왔던 것이었다. 이 지침은 한국 방어에 대한 우리의 작전계획 틀을 제공한다는 점에서 매우 매우 중요한 문서다. 이전의 지침이 만들어진 게 2010년이었는데 이후 한국은 물론이고 (인도태평양) 지역, 그리고 전 세계적으로 많은 변화가 있었다. 북한은 이제 고체연료 탄도미사일과 지대공 순항미사일을 보유했고 잠수함발사탄도미사일(SLBM)을 시험 발사했다. 중국은 어떤가. 2018년 이후 중국 항공기가 한국방공식별구역(KADIZ)을 침범한 횟수가 300% 증가했다. 중국 공군은 러시아와 연합훈련을 하면서 한반도 상공을 일주했다. 중국은 일본과 대만, 필리핀의 영해와 영공은 물론이고 남중국해까지 항공 및 해상 병력을 크게 늘렸다. 11년 전에는 없던 큰 변화다. 전략기획지침은 이런 변화를 반영해야 한다.” ―새 지침은 이런 변화를 모두 반영하고 있나. “또 다른 가장 큰 변화로는 한국의 국방개혁 2.0이 있다. 이에 따른 한국의 병력 감축을 비판하는 게 아니다. 한국의 출산율 저하와 이로 인한 인구통계학적 변화 때문에 한국 정부로서는 선택의 여지가 없다. 그러나 국방개혁 2.0이 완료되면 대한민국 육군은 10만 명이 줄어든다. 이런 점들을 감안해 북한의 공격이 있을 경우 새로운 전략지침의 관점에서 한국을 어떻게 방어할 것인지 생각해야 한다. 새 지침이 2년 전에 승인됐더라면 좋았겠지만 이제 나왔으니 됐다. 많이 늦어졌다.” ―지난해 주한미군 감축설이 끊임없이 제기돼 왔다. 2만8500명이라는 숫자는 어떤 의미인가. “이 문제는 한미동맹에 관한 것이다. SCM 공동성명에 주한미군의 수를 명시한 것은 한미 상호방위조약에 따라 한국을 지키겠다는 미국의 약속을 재확인한 상징적인 조치다. 동시에 이것은 한국인을 향해 ‘미국이 함께한다’는 분명한 메시지를 보내는 것이기도 하다. 현재의 병력 규모는 적당하다고 본다.” ―전시작전권 전환에 필요한 조건 충족을 위해 어떤 부분을 더 채워야 하는가. “한미 양국은 2007∼2013년 시한을 설정하고 전작권 전환을 추진해 왔지만 막상 시한이 다가오자 한국 정부가 아직 준비가 안 됐다는 이유로 계속 연기됐다. 그래서 우리는 결국 ‘임의적 시한 대신 조건에 기반을 둔 전환을 하자’고 했던 거다. 전작권 전환을 위해서는 첫째, 한국군이 연합군을 이끌 수 있는 핵심 군사 역량의 확보를 위해 26가지 과제를 충족해야 한다. 두 번째는 한국이 항공 타격 능력과 미사일방어시스템(MDS) 역량을 갖추고 이를 연계, 통합시킬 수 있어야 한다. 여기에는 (무기체계 및 장비 등의) 역량 확보가 포함된다. 마지막으로 세 번째는 전작권 전환을 할 수 있는 안보환경이 되는지에 대한 정보 평가가 이뤄져야 한다.” ―한국이 그 조건을 모두 충족하는 데 얼마나 걸릴 것으로 보나. “몇 년(several years) 더 걸릴 것이다. 아마도 2028년쯤 될 것으로 본다. 필요한 역량을 모두 획득하는 데에는 시간이 꽤 걸리고 돈도 많이 든다.” 에이브럼스 전 사령관은 재임 당시 한미연합 군사훈련의 축소, 민간 시위로 인한 훈련장 사용 부족 등의 문제에 대해 지속적으로 우려를 표명해온 것으로 알려져 있다. 지난해 7월 공개석상에서 “훈련을 제대로 하지 못해 준비태세에 지대한 영향을 받고 있다”는 작심발언을 하기도 했다. ―훈련 부족 문제에 대해 내부적으로 쓴소리도 많이 했던 것으로 알려져 있는데…. “실전 훈련을 위한 접근권을 확보하는 것은 지난 10년간 어려운 과제였다. 한밤중에 포격과 총소리, 헬리콥터 때문에 방해를 받는다는 시민들의 불만 제기에 정부가 민감하게 대응하는 것을 이해한다. 로드리게스 실탄 사격장에서의 오발 사고도 있었다. 미국은 재발을 막기 위해 700만 달러를 투입했다. 우리는 한국에서 좋은 방문객이 되고 싶고, 한국 국민들을 위험에 빠뜨리고 싶지 않다. 하지만 우리가 정말로 준비태세를 갖추려면 훈련이 필요하다. 지금은 긴장이 완화되고 도발도 줄어든 상태지만 이 상황은 당장 다음 주에라도 바뀔 수 있다. 한국 측 카운터파트들에게 지원을 요청했지만 큰 도움을 받지 못했다. 처음으로 대중연설을 하게 됐을 때 나는 공개적으로 문제 제기를 해야겠다고 생각했다. 선택의 여지가 없었다. 나는 한국에서 준비태세를 유지해야 할 한미연합사령관으로서의 신성한 책임이 있었다. 한국인들 앞에서 정직해야 할 의무도 있었다.” ―주한미군사령관으로 근무하면서 가장 어려웠던 순간은…. “2020년 방위비 분담금 협상이 합의에 이르지 못해 미군기지 내 군무원들이 무급휴직 상태에 놓였을 때였다. 내가 사랑하는 한국인들과 미국 국방부 직원들이 거기에 있었다. 이들은 내 사람들이다. 노부모를 모시며 가족을 챙기고 아이들을 먹이고 집세를 내야 하는 사람들이었다. 무급휴직은 끔찍했다. 고맙게도 한미 양국이 인건비 우선 지급에 합의하면서 석 달 만에 이들을 다시 돌아오게 할 수 있었다.” 1시간을 훌쩍 넘긴 인터뷰 내용은 군인으로서 그의 자부심과 동맹에 대한 단단한 확신으로 가득했다. 한국인들에게 전하고 싶은 메시지가 있느냐는 마지막 질문에 대한 그의 답변은 “동맹의 중요성에 대한 믿음을 지켜 달라”였다. “한미 관계는 롤러코스터처럼 부침을 거듭하기도 했지만 그래도 이에 대한 신뢰를 잃지 말라. 왜냐하면 이것은 정말로 중요하니까.”로버트 에이브럼스 전 주한미군사령관△ 1960년 출생△ 1982년 미국 육군사관학교 졸업△ 2015년 8월∼2018년 10월 미국 육군 전력사령부 사령관△ 2018년 11월∼2021년 7월 주한미군사령관 겸 유엔군사령관워싱턴=이정은 특파원 lightee@donga.com}

    • 2021-12-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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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美中 갈등 상황서 한국 종전선언 추진… 中의 對韓 영향력 커져”

    《미국이 주도한 베이징 겨울올림픽에 대한 ‘외교적 보이콧’과 민주주의 정상회의로 미중 갈등은 갈수록 격화하고 있다. 미국이 ‘쿼드(Quad·미국 일본 호주 인도의 4자 협의체)’와 ‘오커스(AUKUS·미국 영국 호주가 결성한 3자 협의체)’를 출범시키면서 인도태평양 지역이 신냉전의 격전지가 될 것이라는 관측이 나오는 가운데 정체에 빠진 북핵 문제는 좀처럼 돌파구를 찾지 못하면서 한반도를 둘러싼 안보환경이 급변하고 있는 상황. 10일(현지 시간) 미국 워싱턴 허드슨연구소에서 동아일보 부설 화정평화재단(이사장 남시욱)과 한미안보연구회가 공동 주최한 제35회 국제안보학술회의에서 한미 안보 전문가들은 미중 갈등과 북핵 문제를 두고 한국의 바람직한 외교 전략에 대한 격론을 벌였다.》 “한국은 아시아의 ‘콕핏(cockpit·투계장)’이다.” 니컬러스 에버스탯 미국기업연구소(AEI) 선임연구원은 미중 갈등이 한국 안보에 미칠 영향을 언급하며 이같이 지적했다. 에버스탯 선임연구원은 “한국이 평화를 누릴 수 있었던 배경에는 미국의 억제(deterrence) 정책과 대중국 유화정책이 있었지만 지금 이 두 정책에 큰 문제가 생겼다”고 했다. 1971년 당시 백악관 국가안보보좌관이던 헨리 키신저의 중국 방문으로 열린 미중 데탕트 시대가 미중 갈등으로 막을 내리고 있는데다 중국, 북한의 핵위협이 과거와 비교할 수 없이 높아지면서 한반도 평화에 심각한 위협이 되고 있다는 것. 특히 한미 안보전문가들은 조 바이든 미국 행정부가 핵무기 사용 조건을 상대의 핵공격 위협으로 제한하는 이른바 ‘단일목적(sole purpose)’ 원칙을 도입하면 한국에 제공된 미국의 핵우산(nuclear umbrella)이 약화될 수밖에 없을 것이라고 지적했다. 윌리엄 뉴컴 전 유엔 대북제재위원회 전문가 패널 위원은 “불확실성이 있으면 상대가 모든 가능성에 대해 계획을 세워야 한다. 핵우산 약속에는 불확실성이 있어야 한다”고 강조했다. 하지만 한국의 핵재무장에 대해선 의견이 엇갈렸다. 김태우 전 통일연구원장은 “이제 대북정책은 어떻게 북핵을 억제하고 동맹의 안전을 보장하느냐에 초점을 맞춰야 한다”며 핵균형(nuclear parity) 전략을 내놨다. 원자력 핵잠수함 배치 등을 통한 미국의 핵우산 강화는 물론 전술핵 재배치, ‘환태평양 민주 핵동맹(Trans-Pacific Democratic Nuclear Alliance)’이 필요하다는 것. 이에 대해 뉴컴 전 위원은 “한국의 핵개발에 대해 100% 반대한다”며 “(한국의 핵무장은) 핵확산금지조약(NPT) 해체로 이어질 수밖에 없다”고 반박했다. 미중 갈등 격화 속에 한미 동맹의 강화가 필요하다는 목소리도 높았다. 북한에 대한 중국의 영향력이 감소되고 있는 만큼 북한과의 관계 개선을 위해 중국과 밀착하기보다는 한미관계 및 한미일 협력을 강화하는데 집중해야 한다는 이유에서다. 고든 창 변호사 겸 대북 전문가는 “문재인 정부는 중국과의 협상을 통해 종전선언을 추진하고 있다”며 “한국에 대한 중국의 영향력은 지속적으로 높아지고 있다”고 지적했다. 이어 “팬데믹으로 북한에 대한 중국의 영향력은 매우 제한적이 됐다”며 “김정은은 2020년 1월 중국과의 국경을 폐쇄하도록 명령하면서 북한과 중국의 무역 규모는 80% 이상 떨어졌다”고 했다. 한미일 협력을 강화하기 위해선 한일 간 관계개선이 시급하다는 지적이 나온다. 제임스 듀랜드 국제한국학회지 편집장은 “문재인 정부가 일본과의 협상에서 안보·경제와 과거사 문제를 분리하는 ‘투트랙’ 전략을 추진했지만 전혀 작동하지 않고 있다”고 비판했다. 그러면서 “일본은 2021년 국방백서에 중국을 일본의 가장 중요한 위협으로 지목했다”며 “이 같은 중대한 변화로 (일본이) 어떠한 형태의 3자 협력도 추진할 전망이 극도로 낮아졌다”고 했다. 이에 대해 최병혁 전 한미연합사 부사령관은 “북핵·미사일 위협이 상존하는 만큼 일본은 한국 미국과의 3자 협력을 유지하고자 할 것”이라며 “한국은 민주적 가치를 공유하는 미국 일본 등과 동맹 체제를 더욱 강화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대북정책과 관련해선 대북제재의 실효성을 높여 북한을 협상장으로 이끌어내야 한다는 지적이 나왔다. 한미연합사령관을 지낸 존 틸럴리 한미안보연구회 공동회장은 “근본적인 문제는 어떻게 북한 주민에게 피해를 주지 않으면서 (북한의) 잔인한 독재를 멈출 수 있냐는 것”이라며 “사이버 억지(cyber deterrence)와 북한 정권 핵심을 겨냥한 더욱 강력한 제재 등 다양한 수단이 필요하다”고 말했다.“北인권, 남북대화에 밀려선 안돼… 대북전단법 폐기를” “김정은과 대화로 인권 해결 못해… 北주민에 직접 실질적 정보 줘야”10일(현지 시간) 미국 워싱턴에서 열린 국제안보학술회의 중 ‘인권과 한반도의 미래’ 세션에 참가한 전문가들은 북한과의 대화 재개를 위해 인권문제를 후순위로 미루는 접근방식을 더 이상 지속해서는 안 된다고 촉구했다. 조지 허친슨 한미안보연구회 이사는 “북한 인권문제의 근본적 원인은 핵무기나 식량부족, 남북간 협력 부족이 아니라 북한의 헌법과 인권을 부정하는 정권”이라며 “지금까지 인권문제가 이런 다른 문제들을 해결하는 데 있어 종속되는 의제가 돼 왔다”고 지적했다. 대북 압박 차원에서 강조되기도 했던 북한의 인권문제는 2018년 평창 겨울올림픽 당시 북한의 관여를 촉진시키기 위해 후순위로 밀렸고 결국 완전히 방기돼 버렸다는 진단이다. 허친슨 이사는 “한국에서 북한 인권은 보수와 진보 간 이념적 논쟁의 대상”이라며 “보수와 진보 양쪽의 접근방식에서 중간 지점을 찾아야 한다”고 조언했다. 특히 “진보 쪽에서 더 많은 진척이 필요하다”며 “인권에 대한 문제제기를 정권에 대한 공격으로 받아들이는 북한의 논리도 받아줘서는 안 된다”고 했다. 그는 보수 진영을 향해서도 “인권문제를 무기화해선 안 된다”며 쓴소리를 했다. 그는 북한인권 개선을 위한 구체적 방안으로 “인권에 관심이 전혀 없는 김정은 정권을 상대하지 말고 북한 주민들에게 직접적으로 다가가 도움이 되는 정보를 전해야 한다”며 대북전단법의 수정 혹은 폐기를 촉구했다. 또 2016년 통과된 북한인권법 등 한국이 갖고 있는 북한인권 관련법들부터 충실히 이행하라고 조언했다. 그레그 스칼라튜 북한인권위원회(HRNK) 사무총장은 이번 회의가 열린 12월 10일이 ‘세계인권의 날’임을 상기시킨 뒤 한국이 유엔총회 제3위원회의 북한인권결의안 채택에 불참한 결정을 비판했다. 그는 “유엔이 북한인권결의안을 매년 채택하고 이 문제가 국제형사재판소(ICC)에서 반인권 범죄로 다뤄질 가능성을 인식한 북한이 인권 문제에 신경 쓰기 시작했다”며 한국과 국제사회가 목소리를 더 높여야 한다고 촉구했다. 그는 “앞으로 몇 달 안에 대북 인도적 지원에 대한 검토가 있을 가능성이 매우 높다”며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을 이유로 한 북한의 봉쇄정책이 풀리는 시점에 북한의 인권상황을 개선할 기회를 놓쳐서는 안 된다고 강조했다. 봉영식 연세대 통일연구원 교수는 “북한 인권에 대한 지난 30여 년의 기록은 완전한 실패”라며 “중단기적으로 북한 인권침해와 군사적 도발은 더 심해질 수 있다”고 전망했다. 그는 “외부 정보가 유입되고 경제 협력이나 지원이 이뤄지면서 인권상황이 개선되는 연쇄 효과는 북한에서는 아직 기대하기 어렵다”고 지적했다.학술회의 참가자 명단◆ 개회사▽ 개회 연설김병관 한미안보연구회 공동회장(전 한미연합사 부사령관)존 틸럴리 한미안보연구회 공동회장(전 한미연합사령관)그레그 스칼라튜 북한인권위원회(HRNK) 사무총장오인환 국제한국학회 부의장브루스 벡톨 미국 텍사스주 앤젤로주립대 교수◆ 패널토의1(사회: 박용옥 전 국방부 차관)▽ 발표자 △ 제임스 듀랜드 국제한국학회지 편집장 △ 고든 창 변호사 겸 대북 전문가 △ 김태우 전 통일연구원장▽ 토론자 △ 윌리엄 뉴컴 전 유엔 대북제재위원회 전문가 패널 위원 △ 최병혁 전 한미연합사 부사령관 △ 니컬러스 에버스탯 미국기업연구소(AEI) 선임연구원◆ 오찬 연설 △ 존 틸럴리 한미안보연구회 공동회장(전 한미연합사령관)◆ 패널토의2(사회: 데이비드 맥스웰 민주주의수호재단 선임연구원)▽ 발표자 △ 조지 허친슨 한미안보연구회 이사 △ 그레그 스칼라튜 북한인권위원회(HRNK) 사무총장 △ 봉영식 연세대 통일연구원 교수▽ 토론자 △ 트로이 스탠거론 한미경제연구소(KEI) 소장 △ 브루스 벡톨 미국 텍사스주 앤젤로주립대 교수 △ 홍성표 아주대 교수 워싱턴=문병기 특파원 weappon@donga.com 워싱턴=이정은 특파원 lightee@donga.com}

    • 2021-12-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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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특파원칼럼/이정은]“바보야, 문제는 북한이 아니라니까”

    3년간의 특파원 근무 종료를 앞두고 조 바이든 행정부의 한 관계자에게 ‘앞으로 어떤 기자가 워싱턴에 오면 좋겠느냐’고 물었다. 그는 “경제와 기술, 인공지능(AI) 같은 분야를 잘 아는 사람이어야 하지 않겠느냐”고 답했다. 정치와 외교안보의 중심인 워싱턴에 경제 전문가를? 멈칫하는 기자에게 그는 “미국이 요즘 대외적으로 ‘경제안보’ 이슈들에 얼마나 진심인지 안 보이느냐”고 했다. 그러고 보면 지난달 캐서린 타이 미국 무역대표부(USTR) 대표의 방한 행보는 인상적이었다. 11년 만이라는 USTR 대표의 한국 방문은 일본, 인도를 아우르는 아시아 순방 차원에서 이뤄졌다. 그가 무려 50분간 한국의 한 라디오방송과 인터뷰를 가진 것은 워싱턴에서도 화제가 됐다. 이번 주에는 호세 페르난데스 국무부 경제차관이 한국을 찾는다. 한미 고위급 경제협의회 참석이라는 목적 자체는 새로울 게 없으나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 새 변이인 오미크론 확산 우려가 커진 시점에 방한해 대면 회의를 강행한다는 데 눈길이 간다. 비슷한 시기 서울에서 열린 유엔 평화유지 장관회의에 참석하려던 린다 토머스그린필드 유엔 주재 미국대사가 방한을 취소하고 화상회의로 돌린 것과 대조적이다. 외교안보의 관점에서 글로벌 경제를 들여다보고 이를 정책적으로 엮으려는 미국의 시도는 반도체 공급망 문제가 불거지면서 급속히 속도를 내고 있다. 백악관이 직접 주재한 반도체 공급망 대책회의에는 브라이언 디스 국가경제위원장과 제이크 설리번 국가안보보좌관이 동시에 참석했다. 조 바이든 대통령도 주요 20개국(G20) 정상회의 기간에 해외에서 공급망 회의를 주재하는 등 직접 나선다. 워싱턴발 경제 기사도 점점 많아지고 있다. ‘21세기의 쌀’이라는 반도체의 공급 부족 문제를 놓고 기자는 삼성, SK하이닉스 같은 기업의 워싱턴 사무소를 취재했다. SK와 LG의 배터리 분쟁을 놓고는 미국 국제무역위원회의 결정 체계부터 다시 들여다봤다. 물류대란과 인플레이션 악화 속에 ‘테이퍼링’을 비롯한 미국 금융당국의 움직임도 챙겨야 했다. ‘대포동 미사일’ 같은 북한의 무기 이름이 훨씬 익숙한 기자에게 이런 미션들은 때로 낯설고 막막했다. 외교안보 전문가들은 “미중 간 패권 경쟁에서 결국 핵심은 경제”라고 말한다. 군사력 증강과 대만해협 같은 외교안보 이슈도 중요하지만, 중국의 부상을 막겠다는 미국의 근본적인 문제 인식의 핵심은 경제에 꽂혀 있다는 말이다. 아시아 경제블록을 구축해 주도권을 쥐려는 기 싸움도 팽팽하다. 한 당국자는 빌 클린턴 전 대통령의 대선 슬로건이었던 ‘바보야, 문제는 경제라니까(It‘s the economy, stupid!)’를 새삼 상기시키며 “요즘 외교안보 상황에서 이 문장이 자주 생각난다”고 말했다. 요즘 워싱턴의 주요 인사 중에서 북한 이야기를 꺼내는 사람은 찾기 힘들다. 종전선언도 여기서는 사실상 물 건너간 분위기다. 북한 문제는 한국에 여전히 최우선 순위의 안보 이슈이지만, 여기에만 매달리기에는 경제와 기술 패권 등 분야에서 미중 간 전략 경쟁이 너무 정신없이 돌아간다. ‘경제안보’가 핵심 키워드로 떠오르는 흐름 속으로 맹렬히 달려들어야 하는 시점이다. 최근 미국에서 열린 한 세미나에서 이재명, 윤석열 대선캠프의 외교안보 핵심 참모들이 경제안보의 중요성에 대해 한목소리를 낸 것은 다행스러운 일이다. 특파원을 마치고 서울로 복귀하는 기자도 내년에는 5G 같은 통신과 기술, 경제 공부를 더 할 생각이다. 경제가 결국은 국가안보니까. 이를 이해하지 못하면 글로벌 안보의 물밑 흐름을 잡아낼 수 없는 시대가 됐으니까. 이정은 워싱턴 특파원 lightee@donga.com}

    • 2021-12-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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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바이든 경호’ 한국계 총책임자 데이비드 조, 월가로 이직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을 경호하는 백악관 비밀경호국(SS)의 한국계 총책임자가 연말 퇴직 후 월스트리트의 새 직장으로 옮긴다고 블룸버그통신이 9일(현지 시간) 보도했다. 블룸버그에 따르면 SS 총책임자인 데이비드 조(사진)는 현직에서 물러난 뒤 내년 1월 3일 뉴욕의 헤지펀드 그룹인 시타델의 보안 담당 부책임자로 자리를 옮길 예정이다. 억만장자 케네스 그리핀이 만든 헤지펀드 그룹 시타델은 운영자금 규모가 430억 달러에 이른다. 데이비드 조는 백악관 SS에서 25년 이상 근무했고 한국계 미국인으로선 처음으로 SS 대통령경호국을 담당하는 총책임자 자리까지 올랐다. 도널드 트럼프 행정부 때 SS의 ‘넘버 2’에 올랐다가 바이든 대통령 취임 때부터 그를 경호하는 최고 책임자가 됐다. 취임식 때부터 줄곧 바이든 대통령을 밀착 경호하며 어디에서나 그와 가장 가까이 붙어 있는 모습이 카메라에 계속 찍혔다.워싱턴=이정은 특파원 lightee@donga.com}

    • 2021-12-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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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美, 부스터샷 대상 18세→16세 이상으로 확대

    미국 보건당국이 9일(현지 시간)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백신 부스터샷(추가 접종) 대상을 기존 18세 이상에서 16세 이상 청소년으로 확대했다. 유럽에서 처음으로 어린이를 제외한 거의 모든 국민의 코로나19 백신 접종 의무화 방침을 밝힌 오스트리아는 내년 2월부터 접종 거부자에게 과태료를 물리기로 했다. 미국 식품의약국(FDA)은 이날 화이자-바이오엔테크의 코로나19 백신 접종을 완료한 지 6개월이 넘은 16∼17세 청소년에게 부스터샷을 접종할 수 있도록 긴급사용을 승인했다고 워싱턴포스트(WP)가 보도했다. 로셸 월렌스키 미국 질병통제예방센터(CDC) 국장도 FDA의 결정이 나온 직후 이를 승인하면서 “16, 17세 청소년들은 백신 2차 접종을 한 지 6개월이 되자마자 부스터샷을 맞을 것을 권장한다”고 밝혔다. 앞서 화이자 측은 부스터샷이 항체 생성량을 늘려 코로나19 새 변이인 오미크론을 막는 데 효과가 있다고 발표했다. 미국에서 이 연령대에 부스터샷 승인이 난 백신은 현재까지 화이자 백신이 유일하다. 미국에서는 지난달 19일 18세 이상 모든 성인을 대상으로 부스터샷 접종이 허용된 뒤 백신 2회 접종 완료자의 25%인 5000만 명 정도가 부스터샷을 맞았다. 로이터통신에 따르면 오스트리아의 볼프강 뮈크슈타인 보건장관은 9일 “3개월마다 정해진 날까지 백신 접종을 하지 않은 14세 이상을 대상으로 최대 3600유로(약 479만 원)의 과태료를 부과할 것”이라고 밝혔다. 임신부와 의학적 이유로 접종을 받을 수 없는 사람은 의무 접종 대상에서 제외된다. 과태료 액수는 소득에 따라 달라질 수 있다. 정부의 접종 의무화안은 야당도 대체로 지지하고 있어 의회에서도 가결될 것으로 전망된다. 오스트리아는 최근까지 인구(904만 명)의 약 68%가 백신 접종을 완전히 마쳐 유럽에서 접종률이 낮은 편에 속한다. 지난달 하순에는 코로나19 하루 신규 확진자가 1만5000명을 넘기도 했다. 호주는 5∼11세 아동의 화이자 백신 접종을 10일 승인했다. 1, 2차 접종 간격은 성인(3주)보다 긴 8주를 권고했다. 독일은 9일 과거 병력이 있는 5∼11세를 대상으로 화이자 백신 접종을 권고했다. 조종엽 기자 jjj@donga.com워싱턴=이정은 특파원 lightee@donga.com}

    • 2021-12-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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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화이자 “부스터샷, 오미크론에 효과”… 美, 16~17세 부스터샷 승인

    미국 보건당국이 9일(현지 시간)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백신 부스터샷의 접종 대상을 기존 18세 이상에서 16세 이상 청소년으로 확대했다. 미국 식품의약국(FDA)은 이날 화이자-바이오엔테크 코로나19 백신의 접종을 완료한 지 6개월이 넘은 16~17세 청소년에게 부스터샷을 접종할 수 있도록 긴급사용을 승인했다고 이날 워싱턴포스트가 보도했다. FDA의 이날 결정은 부스터샷이 항체를 키워 코로나19의 신종 변이 바이러스인 오미크론을 막는 데 효과가 있다는 화이자 측의 연구 결과가 나온 직후에 내려졌다. 로셸 월렌스키 미국 질병통제예방센터(CDC) 국장은 FDA의 결정이 나온 직후 곧바로 이를 승인했다. 월렌스키 국장은 부스터샷이 바이러스 방어에 효과가 있다는 초기 연구 데이터를 인용하며 “16세와 17세 청소년들은 백신 2차 접종을 한 지 6개월이 되자마자 부스터샷을 맞을 것을 권장한다”고 했다. 이 연령대에 부스터샷 승인이 난 백신은 현재까지 화이자 백신이 유일하다. 모더나와 얀센 백신은 아직까지 18세 이하의 청소년을 대상으로 한 부스터샷 승인을 받지 못했다. CDC에 따르면 16세와 17세의 미국 청소년 중 3분의 2에 달하는 550만 명은 최소 1회 이상 백신을 접종했고 470만 명은 2차 접종까지 마쳤다. 이중 2차 접종을 한 지 6개월이 넘어 부스터샷을 맞을 수 있는 청소년은 260만 명이다. 오하이오주 콜럼버스의 전국어린이병원(NCH) 감염병 책임자인 옥타비오 라밀로 박사는 “16, 17세 청소년들은 집 밖에서 매우 활발하게 움직이기 때문에 이들과 지역사회를 보호하는 것은 매우 중요하다”고 말했다. 다만 16세 미만 어린이들에 대한 부스터샷 접종의 승인 여부는 추가 분석 결과가 나와야 판단이 가능하다고 전문가들은 설명했다. 미국에서는 지난달 19일 18세 이상 모든 성인을 상대로 부스터샷 접종이 허용됐다. 현재까지 백신 접종을 끝낸 사람의 25%인 5000만 명 정도가 부스터샷을 맞았다.워싱턴=이정은 특파원 lightee@donga.com}

    • 2021-12-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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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바이든 지키는 ‘한국계’ 경호 총책임자, 백악관 떠나 월스트리트로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을 경호하는 백악관 비밀경호국(SS)의 한국계 총책임자가 연말 퇴직 후 월스트리트의 새 직장으로 옮긴다고 블룸버그통신이 9일(현지 시간) 보도했다. 이에 따르면 SS 총책임자인 데이비드 조는 현직에서 물러난 뒤 내년 1월 3일 뉴욕의 헤지펀드 그룹인 시타델의 보안 담당 부책임자로 자리를 옮길 예정이다. 억만장자 켄 그리핀이 만든 헤지펀드 그룹 시타델은 운영자금 규모가 430억 달러에 이르는 대형 펀드다. 데이비드 조는 백악관 SS에서 25년 이상 근무했고, 한국계 미국인으로선 처음으로 SS 대통령경호국을 담당하는 총책임자 자리까지 오른 인물이다. 도널드 트럼프 행정부 때 SS의 ‘넘버 2’에 올랐다가 바이든 대통령의 취임 때부터 그를 경호하는 최고 책임자가 됐다. 취임식 때부터 줄곧 바이든 대통령을 밀착 경호하며 어디에서나 그와 가장 가까이 붙어있는 모습이 카메라에 지속적으로 포착됐다. 그는 트럼프 전 대통령과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 간 북-미 정상회담 당시 세부 경호 사항을 북측과 협상하고 관련 내용을 꼼꼼히 점검해 진행한 공로로 2019년 국토안보부로부터 우수 공직자에게 수여하는 금메달을 받았다. SS 내에서는 아시아계 소수인종의 한계를 극복하고 대통령 경호에 필요한 리더십을 보여줬다는 평가를 받아왔다.워싱턴=이정은 특파원 lightee@donga.com}

    • 2021-12-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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