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기용

김기용 기자

동아일보 해외특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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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아일보 베이징 특파원입니다. 한민족 5000년 역사에서 한 번도 빠진 적이 없는 나라, 좋든 싫든 함께 부대껴야 하는 나라 중국의 이면과 속내를 알기 위해 노력하겠습니다.

kky@donga.com

취재분야

2024-05-17~2024-06-16
국제일반58%
칼럼13%
중국13%
아시아7%
국제경제3%
자동차3%
국제교류3%
  • 북-러 밀착속 설리번-왕이 몰타회동…11월 미중 정상회담 가능성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과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의 정상회담으로 북-러 간 밀착이 본격화된 이후 중국이 분주해졌다. 중국 외교사령탑인 왕이(王毅) 중국공산당 중앙정치국 위원 겸 외교부장(장관)이 미국, 러시아 측 카운터파트와 잇따라 고위급 회담을 연 데 이어 다음달 중-러 정상회담, 11월에는 미중 정상회담이 열릴 가능성도 높아지고 있다. 이 과정에서 중국이 미국을 견제하기 위해 반(反)서방 전선에 앞장서며 북-중-러 연대의 주도권을 확보하려 할 것인지, 아니면 미국과의 일정 정도 관계 개선을 통해 북-러를 제어하는 역할을 택할 것인지에 이목이 쏠린다.● 북-러 회담 이후 분주해진 中미국 백악관과 중국 외교부에 따르면 제이크 설리번 백악관 국가안보보좌관과 왕 부장이 16, 17일 지중해 섬나라 몰타에서 전격 회동했다. 왕 부장이 러시아를 찾아 중-러 외교장관 회담을 벌이기 하루 전날 미중 외교안보 수장이 먼저 만난 것이다. 이번 만남은 5월 오스트리아 회동 이후 넉 달 만이다.백악관은 이틀간 12시간에 걸쳐 이뤄진 회동에 대해 “미중 관계의 주요 현안과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 양안(兩岸·중국과 대만) 문제 등 역내 안보 현안을 논의했다”며 “양측은 이 전략 소통 채널을 유지하고 향후 몇 개월간 추가 고위급 접촉을 추진하기로 약속했다”고 밝혔다. 중국 외교부는 왕 부장이 “대만 문제는 미중 관계의 레드라인”이라고 밝힌 점을 강조하면서도 “고위급 교류를 유지하는 것에 동의했다”고 발표했다.미중 외교안보사령탑 간 회동으로 11월 미 샌프란시스코에서 열리는 아시아태평양경제협력체(APEC) 정상회의에서 양국 정상 간 만남도 다시 추진동력을 찾는 모양새다. 이달 초까지만 해도 연내에 미중 정상회담이 열리긴 어려울 것이란 전망이 많았다. 특히 9일 시진핑(習近平) 중국 국가주석이 인도에서 열린 주요 20개국(G20) 정상회의에 불참하면서 이같은 관측에 힘을 실었다. 하지만 13일 북-러 정상회담 이후 중국에 변화가 감지된 것이다. 왕 부장은 설리번 보좌관과의 회동 직후 18일 세르게이 라브로프 러시아 외무장관과 회담하기 위해 곧바로 러시아 모스크바로 이동했다. 당초 왕 부장은 미국 뉴욕에서 열리는 유엔 총회에 참석할 계획이었지만 북-러 정상회담 이후 이를 급히 취소하고 러시아로 행선지를 바꿨다. 왕 부장의 방러는 10월로 예상되는 푸틴 대통령과 시 주석의 정상회담을 조율하기 위한 것으로 보인다. 또 북-러 정상회담 결과에 대한 공유도 이뤄질 전망이다. ● 북-러 밀착으로 딜레마에 빠진 中왕 부장의 분주한 행보에서 드러내듯 북-러 정상회담이 중국에 딜레마를 안겼다는 분석이 나온다. 중국으로서는 북-러 밀착이 미국을 비롯한 서방 견제에 나쁠 것은 없지만 동시에 동북아에서 러시아의 영향력이나 북한의 독자성이 커지는 대목은 불편할 수밖에 없다. 국제사회가 향후 중국의 행보에 주목하는 것도 이 같은 상황 때문이다. 일각에서는 북-러의 밀착으로 미중 간 접점이 생겼다는 해석도 나온다. 김흥규 아주대 미중정책연구소장은 “중국은 (‘국제적 왕따’인) 러시아, 북한과 동급 취급을 당하는 것을 싫어한다”면서 “중국이 북러 연대에 깊이 개입하지는 않을 것”이라고 전망했다. 다만 중국이 북-중-러 삼각관계의 주도권을 확보하려 하면서 여전히 이를 미국을 견제하거나 동북아 내 힘의 균형을 유지하는 데 활용할 것이라는 관측이 많다. 미 CNN 방송은 “중국은 미중 경쟁구도를 고려했을 때 새로 떠오른 북-러 축에서 위험보다는 이점을 발견할 것”이라고 말했다. 미국 싱크탱크 전략국제문제연구소(CSIS)의 빅터 차 아시아 담당 부소장 겸 한국석좌도 “중국은 우크라이나 전쟁에서 푸틴을 지지할 수도 없고, 북한의 핵 개발을 용인할 수도 없다”면서도 “미국의 대만 지원을 효과적으로 차단하는 수단으로 북-러와의 협력을 고려할 수 있다”고 말했다. 베이징=김기용 특파원 kky@donga.com워싱턴=문병기 특파원 weappon@donga.com윤다빈 기자 empty@donga.com}

    • 2023-09-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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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中관영매체 “산둥함 항모전단, 5일간 대만 기습공격 훈련”

    중국 항공모함인 산둥함이 대만을 상대로 한 기습 공격 훈련을 했다고 중국 관영매체가 보도했다. 그동안 중국군이 대만해협 인근에서 훈련하는 경우는 많았지만 이번처럼 ‘대만 기습공격 훈련’이라고 명시적으로 밝힌 것은 이례적이다. 중국 관영 영자지 글로벌타임스는 17일 “중국군 산둥함 항모전단과 다른 군함들이 닷새(11∼15일) 동안 실시한 대만 기습공격 연습(blitz exercise)을 끝낸 것으로 보인다”면서 “대만 섬을 여러 방향에서 포위하는 대규모 훈련이 주를 이뤘다”고 보도했다. 글로벌타임스는 “남중국해를 출발한 산둥함 전단과 동중국해에서 나온 함선 등 모두 14척이 대만을 포위했다”면서 “전례 없이 큰 규모로 합동 작전을 수행했다”고 전했다. 중국 군사전문가 쑹중핑(宋中平)은 “규모로 볼 때 이번 훈련은 방공, 대잠, 대함, 육상 공격 등 항공모함 전단이 할 수 있는 모든 훈련을 다 했을 가능성이 높다”고 설명했다. 글로벌타임스는 “과거 원양 훈련은 한 달가량 이어지는 경우가 많았는데 이번에 산둥함은 대만 인근에서 닷새간 머물면서도 더 많은 병력을 대동했다”면서 “중국군이 집중적인 대규모 병력 전개를 단기간에 마칠 수 있는 전술을 보여준 것”이라고 평가했다. 중국군의 이번 군사훈련에 대해 롄허보 등 대만 언론들은 “산둥함 항모전단이 훈련하는 동안 이 훈련과 관계없는 중국군 북부전구는 여러 함정을 쓰시마해협 일대에 보내 순찰하게 했다”면서 “중국 주력군이 대만 주변과 서태평양에서 교전을 하는 동안 다른 전력을 활용해 일본군을 감시·견제하는 훈련을 한 것”이라고 분석했다. 일부에서는 중국 관영매체가 ‘대만 기습공격 훈련’을 명시적으로 밝힌 것은 미국을 겨냥한 것이라는 해석이 나온다. 미국은 지난달 30일 대만에 8000만 달러(약 1060억 원) 상당의 무기 판매를 승인했고, F-16 전투기용 적외선 탐지장비 등 최신 군사 장비를 보급하는 등 대만에 대한 군사 지원을 확대하고 있다. 이에 대해 중국은 미국 방산기업 록히드마틴을 제재하는 등 강하게 반발하고 있다. 베이징=김기용 특파원 kky@donga.com}

    • 2023-09-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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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리상푸 中국방부장 부패 혐의로 조사 중”

    리상푸(李尚福) 중국 국방부장(장관·사진)이 19일째(17일 기준) 공식 석상에 나타나지 않고 있다. 서방 언론들은 리 부장이 부패 혐의로 경질돼 조사를 받고 있다고 전하고 있다. 친강(秦剛) 전 외교부장에 이어 리 부장의 낙마도 확실시되는 등 외교·안보라인 핵심 참모들이 흔들리면서 시진핑(習近平) 중국 국가주석의 리더십도 타격을 입을 수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영국 파이낸셜타임스(FT)는 16일(현지 시간) 미국 당국자들을 인용해 “리 부장이 이미 해임됐고 중국 당국의 조사를 받고 있는 것으로 파악하고 있다”고 보도했다. 같은 날 미 월스트리트저널(WSJ)은 “중국 인민해방군 로켓군 고위직들이 잇달아 부패 혐의로 낙마한 것과 관련이 있을 것”이라고 전하기도 했다. 로이터통신은 복수의 베트남 당국자를 인용해 “7, 8일 예정된 중국-베트남 연례 국방협력회의도 리 부장의 ‘건강상 문제’로 갑자기 연기됐다”고 보도했다. 리 부장이 부패 혐의로 낙마할 경우 시 주석의 리더십에도 적잖은 영향을 미칠 것이라는 분석이 제기된다. 2018년부터 미국의 제재를 받고 있는 리 부장이 국방부장에 오른 것은 시 주석의 각별한 총애 때문이었다. 이런 그에게 부패 혐의가 확인될 경우 시 주석에게도 부정적인 여파가 미칠 수 있다는 얘기다. 다만 일부에서는 시 주석이 측근이라도 얼마든지 쳐낼 수 있는 강력한 권력을 갖고 있다는 것을 보여준다는 상반된 해석도 있다.베이징=김기용 특파원 kky@donga.com}

    • 2023-09-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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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특파원칼럼/김기용]중국 국경절 연휴, 경기 활성화 촉매 될까

    중국 소비 활성화 여부를 가늠할 수 있는 시기가 봄 춘제(春節·중국의 설), 가을 국경절(10월 1일)이다. 건국을 기념하는 국경절 연휴는 통상 1주일 정도인데 올해는 중추제(中秋節·중국 추석)와 겹쳐 29일부터 10월 6일까지 쉰다. 이 황금연휴를 중국은 물론 세계가 집중한다. 중국은 2020년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대유행 이후 철저한 통제와 격리로 대표되는 ‘제로코로나 정책’을 고수했다. 이 3년 동안 소비는 곤두박질쳤고 돈이 돌지 않으니 경제는 어려워졌다. 지난해 12월이 돼서야 ‘위드코로나’로 돌아선 중국으로서는 이번 국경절 연휴가 코로나19 사태 이후 처음 맞는 것이다. 현재 중국 경제 위기는 위축된 소비에서 기인한다는 분석이 많다. 통제와 폐쇄, 격리가 거듭된 3년을 거치면서 중국인들은 갑작스러운 위기에 대비해야 한다는 생각이 강해졌다. 불과 몇 시간 만에 아파트 전체가 봉쇄돼 밖으로 나가지 못하는 일이 비일비재했기 때문이다. 봉쇄가 한 달 이상 이어지기도 하는 상황에서 당장의 소비보다는 저축과 대비가 더 중요하다는 인식이 각인됐을 것이다. 정부가 소비 활성화를 위해 돈을 풀어도 다시 은행에 쌓이는 상황만 연출되게 됐다. 제로코로나 정책만 끝나면 경제가 활성화할 것이라는 예상은 빗나가고 있다. 소비가 그 어느 때보다 중요한 상황이 된 것이다. 올 1월 춘제 때는 코로나19 여파가 여전해 소비 활성화를 기대하기 어려운 측면이 있었다. 소비는 반짝 증가했지만 중국 경제를 활성화시킬 정도의 광범위한 동력은 아니었다. 이번 국경절 연휴는 춘제 때와 다를 것이라는 전망이 나오고 있다. 항공기와 열차 이용객이 코로나19 이전보다 18% 증가할 것이란 예상이다. 중국 국내 여행 예약은 16일 기준 이미 2019년 수준을 넘어섰다. 올 초 시작된 중국 당국의 소비 촉진책이 국경절 연휴를 기점으로 효과를 나타낼 것이라는 관측도 있다. 중국 거시경제 주무 기구 국가발전개혁위원회는 7월 31일 경제 활성화를 위한 ‘소비 회복 및 확대에 관한 20개 조치’를 발표하는 등 지속적으로 소비 촉진책을 내놨다. 중국 경제지표도 소폭 개선된 것으로 나타나 경기 반등 가능성을 지원하고 있다. 8월 소매판매는 전년 동기 대비 4.6% 늘었다. 7월 2.5%에 비해서도 크게 늘어났다. 8월 산업생산은 전년 동기 대비 4.5% 증가했다. 실업률은 7월 5.3%에서 8월 5.2%로 하락했다. 다만 6월 21.3%로 사상 가장 낮았던 청년(16∼24세)실업률은 7월부터 공개하지 않고 있다. 23일 개막하는 항저우 아시안게임도 경기 활성화 기대를 더한다. 아시안게임 기간과 국경절 연휴가 겹치면서 소비를 더욱 자극할 것이라는 예측이 힘을 얻고 있다. 이미 아시안게임 여행 상품이 봇물을 이루고 주요 경기 입장권은 구하기 어려울 정도다. 중국 경기가 국경절 연휴를 기점으로 되살아나길 기대한다. 이를 위해서는 중국 당국이 제시하는 여러 가지 소비 촉진책도 중요하겠지만 정치, 사회, 경제적 분위기를 잘 만들어내는 일도 중요하다. 경직되지 않은 사회 분위기, 소비를 하고 싶은 분위기, 자유롭게 투자할 수 있는 분위기 말이다. 미국과의 갈등이 커져 가면서 미국 주축의 서방과 중국이 대립하고 여기에 3년간 코로나19까지 겪으면서 중국 분위기는 상당히 무거워진 것이 사실이다. 중국에 있는 외국인들은 더 심각하게 느낀다. 중국 당국은 이 같은 분위기를 반전시키는 데 힘써야 할 것이다. 김기용 베이징 특파원 kky@donga.com}

    • 2023-09-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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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사라진 中 리상푸 국방부장, 부패혐의로 경질돼 조사받는 듯

    리상푸(李尚福) 중국 국방부장(장관)이 19일째(17일 기준) 공식석상에 나타나지 않고 있다. 서방 언론들은 리 부장이 부패혐의로 경질돼 조사를 받고 있다고 전하고 있다. 친강(秦剛) 전 외교부장에 이어 리 부장의 낙마도 확실시 등 외교·안보라인 핵심 참모들이 흔들리면서 시진핑(習近平) 중국 국가주석의 리더십도 타격을 입을 수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영국 파이낸셜타임스(FT)는 16일(현지 시간) 미국 당국자들을 인용해 “리 부장이 이미 해임됐고 중국 당국의 조사를 받고 있는 것으로 파악하고 있다”고 보도했다. 같은 날 미 월스트리트저널(WSJ)은 “중국 인민해방군 로켓군 고위직들이 잇따라 부패 혐의로 낙마한 것과 관련이 있을 것”이라고 전하기도 했다. 로이터통신은 복수의 베트남 당국자를 인용해 “7, 8일 예정된 중국·베트남 연례 국방 협력 회의도 리 부장의 ‘건강상 문제’로 갑자기 연기됐다”고 보도했다. 리 부장이 부패 혐의로 낙마할 경우 시 주석의 리더십에도 적잖은 영향을 미칠 것이라는 분석이 나온다. 2018년부터 미국 제재를 받는 리 부장이 국방부장에 오른 것은 시 주석의 각별한 총애 때문이다. 이런 그에게 부패 혐의가 확인될 경우 시 주석에게도 부정적 여파가 미칠 수 있다는 얘기다. 다만 일부에서는 시 주석이 측근이라도 얼마든지 쳐낼 수 있는 강력한 권력을 갖고 있다는 것을 보여준다는 상반된 해석도 있다. 베이징=김기용 특파원 kky@donga.com}

    • 2023-09-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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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남아선호 中, 신부 모자라… 원치않은 독신男 3000만

    최근 중국 저장성 타이저우시에서 결혼식이 열리는 식장 앞에 현금 998만 위안(약 18억1000만 원)을 실은 수송차가 멈춰 섰다. 무장한 보안요원들은 현금을 수레에 싣고 들어와 신부 앞에 쌓아 놓았다. 중국에서 신랑이 신부에게 지급하는 이른바 ‘차이리(彩禮·지참금)’다. 이 사건이 중국 매체에 보도되면서 과도한 신랑 지참금 문제가 부각됐다. 당시에는 일부 졸부들이 자신의 재력을 과시하려는 잘못된 사례에 불과하다는 해석이 주를 이뤘다. 하지만 남녀 성비(性比) 불균형이 초래한 구조적인 문제가 불거진 것일 수 있다는 주장이 나오고 있다. ● “오랜 성비 불균형이 ‘수동적 독신’ 낳아” 12일 징지관차(經濟觀察)보를 비롯한 중국 매체에 따르면 중국인구학회 부회장 위안신(原新) 난카이대 교수는 “남아선호 사상 영향으로 장기간 남녀 성비 불균형을 겪은 중국에서 3000만 명 넘는 남성이 배우자를 구하지 못하고 있다”면서 “이들은 자신의 의지와 상관없이 ‘수동적 독신’이 되고 있다”고 밝혔다. ‘수동적 독신’은 최근 리오프닝(경제 활동 재개) 이후 예상보다 더딘 경기 회복과 부동산발(發) 경제 위기가 심각해지면서 예식비, 주거비 등을 감당하기 힘든 젊은이들이 능동적, 자발적으로 독신이 되는 현상과 구별하기 위한 용어다. 위안 교수에 따르면 1982년 중국 출생 성비(여성 100명당 남성 수)는 108.5로, 적정 성비 상한선으로 간주하는 107을 넘어섰다. 2004년 121.2까지 치솟았다가 한 자녀만 허용하는 산아 제한 정책과 남아 선호 사상 퇴조로 2021년 108.3까지 떨어졌지만 성비 불균형은 여전한 상황이다. 그는 “1980년부터 2021년까지 평균 출생 성비는 114.4”라면서 “이 기간 태어난 인구가 7억9900만 명이라는 점을 감안하면 결국 42년 동안 남성은 여성보다 3400만∼3500만 명 더 많게 된다”고 설명했다. 이어 “이 기간 태어난 남성 중 3000만 명 이상이 중국에서는 배우자를 찾지 못해 원치 않는 독신으로 지내야 하는 것을 의미한다”고 분석했다. 이 때문에 남성들은 치열한 ‘신부 모시기’ 경쟁에 내몰리게 되고 이 과정에서 지참금 액수가 천정부지로 치솟고 있다는 것이다. 상황이 심각해지자 중국 공산당과 국무원(정부)은 올해 최우선 추진 과제로 ‘결혼 지참금 풍습 금지’를 포함시켰다.● ‘수동적 독신’ 사회 안정 위협 수동적 독신이 늘어나면서 다른 사회 문제로 이어질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특히 배우자나 자녀가 없는 이들의 불안정한 노후 생활이 사회 불안을 야기하는 요인이 될 것이라는 지적이 있다. 중국은 2020년 기준 60세 이상 수입 구조에서 가족 부양이 27%, 노동이 25%를 차지하며 연금은 22% 수준에 그칠 정도로 노후 대비 수단이 부족하다. 위안 교수는 “외국 사례를 보면 독신자는 삶에 대한 의욕이 낮고, 생존을 위한 최소한의 수요만 충족하려는 경향이 있다”며 “이들의 소비력이 기혼자보다 더 강하다는 속설은 사실과 다르다”고 말했다. 일부에서는 최근 중국 젊은층의 사회적, 정치적 불만이 확산하는 배경에 대해 치솟는 청년실업률 같은 심각한 경제 문제가 가장 큰 이유지만 가정을 안정적으로 꾸리지 못하는 데 따른 불만도 겹쳤다는 분석도 제기된다. 중국에서는 혼인 건수도 급격히 줄고 있다. 2019년 1000만 건 아래로 떨어진 이후 지난해 683만여 건으로 전년보다 80만 건, 2013년(1346만 건)보다 절반가량 급감했다. 결혼이 줄어 자녀도 줄자 지난해 출생 인구는 956만 명으로, 중국 공산당 정권이 수립된 1949년 이후 73년 만에 처음으로 1000만 명을 밑돌았다. 베이징=김기용 특파원 kky@donga.com}

    • 2023-09-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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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中, 마오쩌둥 띄우기… ‘抗美정신’ 집중 조명

    중국이 12월 탄생 130년을 맞는 마오쩌둥(毛澤東·1893∼1976)을 ‘미국에 맞서 중국을 지켜낸 위대한 지도자’로 강조하며 영화와 드라마를 제작하는 등 대대적 홍보 채비에 열중하고 있다. 미중 갈등이 격화하는 가운데 경제 위기 징후까지 드러내며 혼란 조짐을 보이자 중국 국부(國父)인 마오쩌둥을 통해 내부 결속을 강화하려는 의도라는 해석이 나온다.● 마오쩌둥 관련 영화·드라마 줄줄이 11일 텅쉰왕, 신랑왕 같은 중국 매체 보도를 종합하면 중국은 마오가 태어난 지 130년이 되는 날인 12월 26일 이전 방영을 목표로 그에 관한 영화와 드라마를 적어도 4편 이상 제작하고 있다. 이 영화와 드라마 대부분은 중국공산당 창설 주도와 중화인민공화국(중국) 건국 과정을 중심으로 한 마오의 생애를 다룰 예정이다. 촬영을 거의 마친 것으로 알려진 ‘피와 영광’이라는 드라마는 마오가 열혈 마르크스주의자가 되는 과정을 집중 부각한 것으로 알려졌다. 텅쉰왕은 “(이 드라마는) 마오의 젊은 시절을 역동적으로 표현하기 위해 노력했다”면서 “현재 중국의 젊은 세대에게 큰 감동을 줄 수 있을 것”이라고 전했다. 중국 영화와 드라마에서 마오 관련 작품이 갑자기 증가한 것은 그가 태어난 지 130년이 된 해여서이기도 하지만 미중 갈등이 점점 고조되고 있는 현 중국 상황도 영향을 미쳤다는 해석이 나온다. 마오는 장제스(蔣介石) 국민당군과의 국공내전에서 승리해 1949년 중국을 건설했다. 이후 6·25전쟁에서 한국을 침공한 북한의 뒷배 역할을 하며 ‘항미원조(抗美援朝·미국에 맞서 북한을 도움)’를 내세워 미국과 정면대결한 인물로 중국에서는 받아들여진다. 또 1976년 사망할 때까지 종신 집권하면서 공산주의 이념을 강조했다. 반면 마오의 한계를 지적하며 집권한 덩샤오핑(鄧小平)은 자본주의 시장경제를 수용해 중국을 개혁개방의 길로 이끌었다. 덩을 이은 장쩌민(江澤民), 후진타오(胡錦濤) 등도 미국을 비롯한 서방과 대체로 우호적인 관계를 유지해 왔다.● 미중 갈등 속 마오쩌둥 부각 시진핑(習近平) 국가주석 집권 2기(2017∼2022년) 초반부터 미중 갈등이 본격화하자 중국 정부는 마오를 다시 부각하기 시작했다. 여기에 애국주의, 중화주의 교육을 받고 자란 젊은 세대가 가세해 마오에 대한 인기와 관심이 폭발적으로 증가했다. 중국은 미국에 대한 결전의 자세를 강조하기 위해 6·25전쟁 장진호 전투를 소재로 한 영화 ‘장진호’를 2021년 개봉했고 비슷한 시기에 6·25전쟁을 다룬 40부작 드라마 ‘압록강을 건너’도 방영했다. 이를 통해 6·25전쟁이 중국 정부 시각으로 재조명됐고 마오 장남 마오안잉(毛岸英)이 이 전쟁에서 숨졌다는 사실이 더해지며 젊은이들 사이에서 마오를 숭상하는 분위기가 생겼다. 중국 당국은 2021년 약 2개월간 마오 생가를 대대적으로 복원한 뒤 ‘홍색관광(공산주의 관련 관광)’ 대표지로 만들었다. 이런 분위기는 지금도 이어지고 있다. 마오 서거 47주기인 9일 베이징 도심에 있는 마오쩌둥 기념당에는 비가 오는 궂은 날씨에도 참배객들이 건물 밖까지 긴 줄을 서기도 했다. 이날 중국공산당 기관지 런민일보는 공식 웨이보 계정에 “마오쩌둥은 중국의 위대한 애국자”라며 “중국 인민을 이끌어 중국 운명을 바꾼 위인”이라고 올렸다. 마오가 미국에 맞선 지도자라는 점을 부각시켜 역시 미국에 맞서고 있는 시 주석에 대한 내부 충성과 지지를 더 확고히 하려는 취지로 풀이된다. 최근 청년실업률이 최악으로 치닫고 부동산 위기까지 겹쳐 사회적 불만이 커지고 있는 상황을 염두에 둔 것이다. 하지만 마오는 수천만 명의 아사자를 내며 실패로 끝난 ‘대약진운동’과 수많은 지식인들을 학대하고 숨지게 한 ‘문화대혁명’ 등으로 중국 경제와 역사를 후퇴시켰다는 비판도 여전히 받고 있다.베이징=김기용 특파원 kky@donga.com}

    • 2023-09-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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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中부총리, 김정은 예방… 식량·의료 대북 지원 의사 밝혀

    북한 정권수립(9일) 75주년을 맞아 중국 대표단을 이끌고 북한을 방문한 류궈중(劉國中) 중국 부총리가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을 만나 식량과 비료 등 대북 지원의사를 밝혔다. 11일 중국 관영 신화통신 등에 따르면 류 부총리는 북한 평양에서 김 위원장을 만나 “북한 정권수립 75주년을 축하하고 북한의 사회주의 사업이 번창하기를 기원한다”는 시진핑(習近平) 중국 국가주석의 인사를 전했다. 이어 “중국은 북중 간 전통적 우의를 매우 중시한다”면서 “농업과 의료·위생은 중요한 민생사업이며 중국은 이 분야에서 북한과 교류와 협력을 심화시키고 싶다”고 강조했다. 이에 대해 김 위원장은 “중국 대표단이 행사에 참여해 빛을 더하게 됐다”면서 “중화민족의 위대한 부흥이라는 중국의 꿈이 반드시 실현되기를 바란다”고 화답한 것으로 전해졌다. 북한은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확산을 막기 위해 2020년 1월부터 국경을 전면 봉쇄해 왔다. 이에 따라 중국으로부터 물품 수입도 중단되면서 경제적 어려움이 가중된 것으로 추정된다. 북한은 최근 3년 6개월 만에 평양~베이징 항공 노선을 일부 재개하는 등 봉쇄 해제 움직임을 보이고 있다. 이런 상황에서 북한의 어려움을 잘 알고 있는 중국이 먼저 민생 측면에서 북한을 돕겠다는 의지를 표명한 것으로 보인다.다만 중국의 대북 지원은 유엔 안전보장이사회(안보리) 대북 제재 결의의 예외 조항인 식량과 의약품 등 인도적 지원 중심으로 진행될 것으로 보인다. 현재 안보리 대북 제재 결의에 따라 북한에 대한 유류, 가스 수출 등은 제한되고 있다. 베이징=김기용 특파원 kky@donga.com}

    • 2023-09-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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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몰디브 대선, 親인도파 vs 親중국파 대결

    인구 39만 명인 인도양의 작은 섬나라 몰디브 대선이 인도와 중국 양쪽에서 주목받고 있다. 박빙의 양강(强) 구도를 이룬 두 대선 후보의 외교 지향점이 친(親)중국과 친인도로 갈리고 있어서다. 9일 로이터통신 등에 따르면 이날 치러진 몰디브 대선 1차 투표에서 현 대통령인 이브라힘 솔리 몰디브민주당(MDP) 후보는 39%, 무함마드 무이주 진보당(PPM)-국민의회(PNC) 후보는 46%를 각각 득표할 것으로 예측됐다. 과반 득표자가 없으면 30일 2차 결선 투표를 진행한다. 그동안 몰디브는 정권에 따라 친인도·친중국 전략을 오갔다. 솔리 대통령은 대외 관계에서 인도를 우선시하고 서방 친화적인 정책을 내놓고 있다. 특히 자신의 집권 전 친중 성향 정부가 중국 차관을 받아 건설 프로젝트 등을 진행하며 몰디브를 세계 지정학 경쟁의 온상으로 만들었다는 점을 강조하고 있다. 야권 무이주 후보는 몰디브가 중국과 더 가까운 관계가 돼야 한다고 주장하고 있다. 그가 이끄는 연합 정파는 대선 기간 ‘인도 퇴출’을 기치로 걸고 몰디브에 주둔하고 있는 인도 병력과 정찰기를 철수시키겠다고 공약했다. 이 때문에 대선 결과에 따라 중국의 영향력이 어느 정도 강해졌는지 알 수 있는 가늠자 역할을 할 것으로 보인다. 특히 최근 중국과 인도의 국경 갈등이 또 불거지면서 이번 대선이 중국과 인도의 대리전이 됐다는 분석까지 나온다. 중국이 최근 공개한 2023년판 표준 지도에서 인도와의 국경 분쟁 지역을 중국 영토로 표시하자 인도가 강력히 반발했다. 시진핑(習近平) 중국 국가주석은 인도에서 열린 주요 20개국(G20) 정상회의에 불참해 양국 갈등은 고조됐다. 닛케이아시아는 “몰디브는 인도와 중국 간 경쟁에 휘말린 약소국으로서 외부 세력의 간섭을 매우 의식하고 있다. 이러한 의식이 국가 정체성의 기반을 형성한다”고 전했다.베이징=김기용 특파원 kky@donga.com}

    • 2023-09-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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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중국-인도 갈등…몰디브 대선서 ‘대리전’ 양상으로 전개

    인도양 작은 섬나라 몰디브 대통령 선거가 인도와 중국 양쪽에서 주목 받고 있다. 박빙의 양강 구도인 두 대선 후보 대외 정책이 친(親)중국과 친인도로 갈리고 있어서다.9일 로이터통신 등에 따르면 이날 치러진 몰디브 대선 1차 투표에서 현 대통령 이브라힘 솔리 몰디브민주당(MDP) 후보는 39%, 모하메드 무이주 진보당(PPM)-국민의회(PNC)후보는 46%를 득표할 것으로 예측됐다. 과반 득표자가 없으면 30일 2차 결선 투표를 진행한다.인구 39만 명인 몰디브 대선은 결과에 따라 중국 영향력이 어느 정도 강해졌는지 볼 수 있는 가늠자 역할을 할 것으로 보인다. 솔리 대통령은 대외 관계에서 인도를 우선시하고 서방 친화적인 정책을 내놓고 있다. 특히 자신의 집권 전 친중 성향 정부가 중국 차관을 받아 건설 프로젝트 등을 진행하며 몰디브를 세계 지정학 경쟁의 온상으로 만들었다는 점을 강조하고 있다. 야권 무이주 후보는 몰디브가 중국과 더 가까운 관계가 돼야 한다고 주장하고 있다. 그가 이끄는 연합 정파는 선거운동 기간 ‘인도 퇴출’을 기치로 걸고 몰디브에 주둔하고 있는 인도 병력과 정찰기들을 철수시키겠다고 공약했다.특히 최근 중국과 인도의 국경 갈등이 또 불거지면서 이번 대선이 중국과 인도의 대리전이라는 지적이 나온다. 중국이 최근 공개한 2023년판 표준 지도에서 인도와의 국경 분쟁 지역을 중국 영토로 표시하자 인도가 강력 반발했다. 시진핑(習近平) 중국 국가주석은 인도에서 열린 주요 20개국(G20) 정상회의에 불참해 양국 갈등은 고조됐다. 약 1200개 섬으로 이뤄져 휴양지로 유명한 몰디브는 최근 기후변화로 해수면이 상승해 국가 존립이 위협받고 있다.베이징=김기용 특파원 kky@donga.com}

    • 2023-09-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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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영토 분쟁-군비 경쟁 이어 오염수까지… 끝 안 보이는 中日 갈등 [글로벌 포커스]

    《‘오염수 갈등’ 출구 못찾는 中-日 일본 후쿠시마 원자력발전소 오염수의 해양 방류를 둘러싼 중국과 일본의 갈등이 격화하고 있다. 일본산 수산물의 수입을 금지한 중국에서는 반일 여론이 고조됐다. 일본은 규제 해제를 위해 애쓰고 있으나 중국의 태도가 강경해 해법을 찾지 못하고 있다.》 6일 오후 인도네시아 자카르타 컨벤션센터(JCC). 아세안(ASEAN·동남아시아국가연합)+3(한중일) 정상회의가 열리고 있는 이곳에서 일본 총리관저 및 외무성 관계자들은 어느 때보다 촉각을 곤두세우며 바쁘게 움직였다. 기시다 후미오(岸田文雄) 일본 총리가 후쿠시마 제1원자력발전소 오염수 해양 방류를 시작한 지난달 24일 이후 중국 정부 정상급 인사와 처음 얼굴을 마주하는 날이었다. 중국 정부에서는 리창(李强) 총리가 참석했다. 회의석상에서 윤석열 대통령을 사이에 두고 앉은 기시다 총리와 리 총리는 회의 내내 좀처럼 굳은 표정을 풀지 못했다. 일본 정부 관계자는 아세안+3 정상회의 개최 전 일본에서 기자들에게 “중국의 처리수(오염수의 일본식 표현) 대응 조치가 지극히 비과학적인 대응이라는 점을 부각하겠다”고 강조했다. 일본 측은 어떻게든 중국 측과 양자 대화 자리를 마련하기 위해 애썼다. 기시다 총리는 리 총리가 대기실에 들어갔다는 소식을 듣자 먹고 있던 도시락을 남기고 서둘러 대기실로 들어갔다. 딴 곳을 바라보며 무시하는 기색마저 엿보이는 리 총리에게 기시다 총리는 어떻게든 말을 붙였다. 공식 회담이 아니라 회의장 한쪽에서 짧게 대화를 나누는 ‘다치바나시’(立ち話·선 채 간단하게 대화하는 약식 회담을 가리키는 일본어)에 그쳤지만 일본 정부는 오염수 방류 후 처음으로 중국과 정상(급) 간 소통했다는 것에 큰 의미를 뒀다. 최근 몇 년 동안 영토 문제, 대만 문제, 군비 확충 같은 여러 사안을 놓고 마찰을 빚어온 일본과 중국의 갈등이 후쿠시마 제1원전 오염수 방류로 최고조에 이른 양상이다. 일본은 중국의 일본 수산물 전면 수입 금지에 대해 “비과학적 조처”라며 비난하고, 중국은 “핵 오염수를 책임지라”고 압박하고 있다. 과거에는 양국이 겉으로는 마찰이 빚어지는 일이 있어도 막후에서는 발언 수위를 조절하는 ‘갈등 관리’가 이뤄졌지만 이번에는 양국 국민은 물론 고위 지도층에서조차 서로에 대한 감정적 발언을 서슴없이 하는 분위기다.● 日 “中, 근거 없이 억지 부린다” 여겨“오염수 배출은 일본이 미리 세워놓은 계획이다. 국제원자력기구(IAEA) 평가(보고서)는 겉치레에 불과하다.” 올 7월 6일 중국 외교부 왕원빈(汪文斌) 대변인이 ‘일본의 오염수 방류 계획이 국제 안전 기준에 부합한다’는 취지의 IAEA 보고서에 대해 “오염수 해양 방류는 전례 없는 모험이며 불확실성으로 가득 찼다”면서 이렇게 쏘아붙일 때만 해도 일본 정부는 자신감을 잃지 않는 모습이었다. 일본 정부 대변인 마쓰노 히로카즈(松野博一) 관방장관은 이날 곧바로 “중국 측에 과학적 견해를 바탕으로 논의해 달라고 강하게 요구하고 있다”며 반감을 드러냈다. 중국 당국이 오염수 해양 방류 시 일본산 식품 수입 규제를 더 강화할 가능성을 시사했지만 일본 측은 ‘과학적 근거로 설명하겠다’는 기존 입장을 고수했다. 오염수 방류를 위한 정책에서 이른바 ‘대(對)중국 포위 전략’을 추진해 온 일본은 IAEA 보고서로 과학적 검증을 받았다고 판단했다. 미국의 적극적인 지지, 유럽연합(EU)의 일본산 수산물 수입 규제 해제, 그리고 “IAEA 보고서를 존중한다”고 밝힌 한국 정부 등이 일본에 힘을 실어줬다. 특히 지난달 18일 미국 조지아주 캠프 데이비드에서 한미일 정상이 3국 협력 ‘새로운 시대(New Era)’를 선언하자 기시다 총리는 후쿠시마 오염수 방류와 관련해 한국이 크게 반발하지 않고 미국이 환영한 것에 자신감을 얻었다. 한미일 정상회담 후 귀국하자마자 후쿠시마 현지를 찾아 어민들과 면담한 뒤 24일 전격 방류 결정을 내린 배경이다. 진창수 세종연구소 일본연구센터장은 “일본 정부는 IAEA 보고서로 과학적으로 문제가 없다고 보면서 중국이 억지를 부린다고 생각했다”며 “일본 정부와 정치권에는 오염수 문제를 놓고 중국에 양보해야 한다고 주장하는 목소리를 찾기 힘들다”고 분석했다. 일본 내부에서는 오염수 방류뿐 아니라 외교안보 전반에서 중국에 밀리면 안 된다는 기류가 강하다. 지난해 12월 일본은 ‘국가안보 전략’ ‘국가방위전략’ ‘방위 전력 정비계획’ 등 이른바 안보 3문서를 개정하면서 중국에 대해 ‘전례 없이 심각한 전략적 도전’이라고 표현했다. 일본은 2027년까지 방위비를 국내총생산(GDP) 1%에서 2%로 증액하면서 중국과 인접한 오키나와현 섬 지역에 미사일 부대를 배치하는 등 중국에 대한 안보 압박을 강화하고 있다. 니혼게이자이신문은 “중국은 군사·외교 수단까지 동원해 안보 환경이 더 악화하는 것을 막으려 하고 있다”며 “중국에 가장 큰 도전은 미국이지만, 그 (도전) 범위 안에는 일본도 포함돼 있다”고 분석했다.● 격화하는 中 반발에 당황하는 日오염수 방류에 대한 중국 반발은 갈수록 커지고 있다. 일본 정부는 ‘일단 방류를 시작하고 과학적으로 문제가 없으면 반발은 사그라들 것’이라고 판단한 것으로 보이지만 상황은 그렇게 간단히 돌아가지 않고 있다. 지난달 24일 오염수 방류 당일부터 중국은 행동에 들어갔다. 중국 해관총서(세관)는 이날 오염수 방류가 개시된 뒤 몇 시간도 지나지 않아 성명을 내고 일본산 수산물 수입 전면 중단 조치를 발표했다. 중국 외교부는 이튿날 주중 일본대사를 초치해 엄정 교섭(외교적 항의를 뜻함)을 제기했다. 세계무역기구(WTO)에도 일본산 수산물 전면 수입 금지 조치를 통보했다. 보통 무역 분쟁이 발생하면 피해 당사국이 WTO에 먼저 도움을 요청하는 것과 달리 이번에는 수입 금지 조처를 내린 가해 당사국인 중국이 먼저 WTO에 통보했다. 중국 정부는 그만큼 이번 조치에 자신감을 갖고 있다는 뜻이다. 중국 정부의 강경 기조는 자국민의 반일 감정에 기름을 부었다. 랴오닝성 다롄시에 있는 일본인 거주 지역의 고급 고깃집은 ‘일본인 출입 금지’라는 팻말을 문에 내걸었다. 산둥성 칭다오의 한 빙수 판매점은 일본산 음료와 빙수, 간식 등 20여 종 식품 판매를 중단했다. 서남부 구이저우성 주민은 자신이 운영하던 일식당 내부 실내장식을 마구 뜯어냈다. 중국 당국이 단체관광 허용국으로 일본을 추가한 이후 인기가 높았던 일본 여행 열기도 급속히 식었다. 중국 추석과 국경절로 이어지는 황금연휴(9월 29일∼10월 6일)를 위한 해외여행 검색어 1위는 일본이었지만 오염수 방류 이후 급변했다. 베이징의 한 여행사는 “일본 관광 예약 취소율이 50%에 달한다”고 밝혔다. 항공권 예약 플랫폼에 따르면 국경절 연휴 초기인 이달 29일 항저우에서 일본 오사카로 가는 항공권 가격은 4269위안(약 78만 원)으로 이달 초보다 2000위안(약 36만 원) 떨어졌다. 중국에 있는 일본인 및 일본 시설물에 대한 물리적 위협도 증가했다. 8월 24일 중국 산둥성 칭다오에 있는 일본인 학교에 돌이 날아들었고 칭다오 주재 일본 총영사관 인근에서는 일본인을 경멸하는 단어 등을 쓴 낙서가 확인됐다. 상황이 심각해지자 주중 일본대사관은 홈페이지를 통해 중국 체류 일본인들에게 “외출해서 일본어를 큰 소리로 말하지 말라”고 안내했다. 예상보다 강한 중국 반발에 일본은 당황하는 기색이 역력하다. 일본 집권 자민당 국회의원은 “중국이 강하게 나올 줄은 알고 있었지만 이 정도일 줄은 몰랐다”고 말했다. 과거에는 겉으로는 싸워도 뒤에서는 대화하며 문제를 푸는 ‘막후 조정’이 있었지만 지금은 일본이나 중국 모두 서로 속내를 털어놓고 입장을 교환할 무게감 있는 정치가를 찾기 힘들다. 중국 관계를 중시하던 일본 연립 여당 공명당 야마구치 나쓰오(山口那津男) 대표가 최근 기시다 총리 친서를 들고 중국을 방문하려던 계획이 연기된 것은 이런 양국 상황을 단적으로 보여준다. 당장 불똥은 일본 수산업에 튀었다. 올 상반기(1∼6월) 일본이 수출한 수산물(1896억 엔·약 1조7170억 원 상당) 가운데 중국(24.1%) 홍콩(27.2%) 비중을 합치면 절반이 넘는다. 수산업이 발달한 홋카이도 등에서는 벌써 “중국에 수출한 가리비가 통관에 걸려 쌓여 있다” “중국에 납품하지 못한 생선이 냉동고에 쌓여 간다”는 말이 나온다. 일본 혼슈 최북단 아오모리현 어업협동조합에서는 10월부터 풀기로 한 ‘해삼 잡이’ 금지를 당분간 유지하기로 했다. 채취해도 출하할 곳이 없기 때문에 그냥 두기로 한 고육책이다. 문제는 이 같은 갈등 상황이 언제까지 이어질지 예측하기 어렵다는 것이다. 일본으로서는 과거 센카쿠 열도(중국명 댜오위다오) 영토 분쟁이 심했던 2010년 중국 대일(對日) 희토류 수출 금지 조치로 중국에 사실상 굴복한 전례가 있다. 중국이 일본산 수산물에 이어 일본산 농산물 수입 금지 조치 등 더 과격한 카드를 꺼내 들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쌓인 불만 터진 中… 일단 관리 국면중국의 강경한 태도는 빨리 끝나지 않을 것이라는 전망이 나온다. 미국과 패권 경쟁 중인 중국 안팎에서는 가장 적극적으로 미국 편을 든 일본에 대한 불만이 이번 오염수 방류를 계기로 터졌다는 분석이 나온다. 단순히 오염수만의 문제가 아니라 가장 민감한 대만 문제에 일본이 개입할 수도 있다는 것에 대한 반작용도 포함돼 있다는 지적이다. 그동안 미국과 서방 군함이 ‘항행의 자유’ 작전을 통해 정기적으로 대만해협을 통과했고 이달에는 일본 한국 등 6개국 군함도 함께 통과할 것으로 알려지면서 중국 반발은 극에 달한 모습이다. 박병광 국가안보전략연구원 국제관계연구실장은 “중국 속내를 보면 오염수 방류를 정치화하겠다는 의도”라며 “미중 대립 구도가 구조화되는 과정에서 일본을 최대한 흔들고 왜소화시키겠다는 것”이라고 분석했다. 중국이 안보에 최대 걸림돌이 되는 미일 동맹, 한미일 협력을 견제하기 위해 오염수 이슈를 꺼내 들었다는 것이다. 일본에서는 올해 안에 중국의 수산물 금지 조치가 풀리기는 어려울 것이라는 관측이 나온다. 중국을 세계무역기구(WTO)에 제소하자는 강경론도 있지만 최종 결론이 나오기까지 몇 년이 걸릴지 예측할 수 없다는 점이 문제로 지적된다. 다만 중일 갈등은 아세안+3 정상회의를 계기로 이른바 갈등 관리 국면으로 접어드는 분위기도 감지된다. 일본 정부는 기시다 총리가 회의장에서 일본산 수산물 수입 금지 조치에 대해 ‘경제적 협박’이라고 비난하는 방안을 검토했다가 ‘돌출적 행동’으로 수위를 낮췄다. 수출의 17.3%(올 1∼7월)를 차지하는 거대 시장 중국에 강 대 강으로 맞부딪칠 경우 그 파장을 감당하기 어렵다고 보는 것이다. 중국 측도 리 총리가 “일본 정부는 국제 의무를 성실히 이행해야 한다”고 강조하는 정도로 비난 수위를 낮췄다. 마쓰노 관방장관은 “기시다 총리와 리 총리가 서서 대화를 나눈 것은 건설적이고 안정적인 일중 관계 구축을 위해 극히 중요하다”며 “주장해야 할 것은 주장하며 중국에 책임 있는 행동을 강하게 요구하고, 대화를 확실하게 거듭해 공통 과제에서는 협력한다는 게 일관된 방침”이라고 설명했다.도쿄=이상훈 특파원 sanghun@donga.com베이징=김기용 특파원 kky@donga.com이지윤 기자 asap@donga.com}

    • 2023-09-0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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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러, 北과 루스키섬에서 정상회담 검토… 中은 北 9·9절에 부총리 파견

    러시아 정부 관계자가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과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 정상회담 개최를 위해 북-러 양국 간 조율 중이라고 밝혔다고 일본 NHK방송이 7일 보도했다. NHK에 따르면 러시아 측은 블라디보스토크 앞바다 루스키섬에 있는 극동연방대 캠퍼스 등을 정상회담 개최 장소로 검토하고 있다. 극동연방대에서는 10일부터 제8차 동방경제포럼(EEF)이 열린다. 두 정상이 러시아 극동에 있는 군 관련 시설을 함께 방문하는 방안도 고려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김 위원장이 러시아를 방문할 경우 전용 열차로 10∼13일 블라디보스토크에 도착할 가능성이 높다. 다만 국가정보원 관계자는 이날 국회 정보위원회에 출석해 “뉴욕타임스(NYT)에 (예상 경로가) 공개돼 김 위원장이 다른 경로로 ‘깜짝 행보’ 할 가능성이 있다고 보고 있다”고 밝혔다. 북-중-러 밀착은 강화되고 있다. 북한 관영매체 조선중앙통신은 류궈중(劉國中) 중국 국무원 부총리가 북한 정권 수립 75주년인 올해 9·9절에 시 주석의 특별 대표 자격으로 방북한다고 북한이 7일 밝혔다. 앞서 7월 북한이 ‘전승절’이라 주장하는 정전협정기념일 열병식에 중국과 러시아 대표단이 참석한 이후 또다시 북-중-러가 한 곳에 모이는 것이다.도쿄=이상훈 특파원 sanghun@donga.com베이징=김기용 특파원 kky@donga.com고도예 기자 yea@donga.com}

    • 2023-09-0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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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尹 “북핵 악화땐 한미일 공조 강화” 中 “간섭 배제”

    윤석열 대통령이 7일(현지 시간) 시진핑(習近平) 중국 국가주석에 이어 중국 정부 2인자인 리창(李强) 중국 총리를 만나 “북핵 문제가 악화될수록 한미일 공조가 강화될 수밖에 없다”고 경고했다. 지난달 18일 미국 캠프 데이비드 한미일 정상회의 이후 처음으로 가진 한중 회담에서 북한 비핵화를 위한 ‘책임 있는 중국 역할론’을 거듭 강조한 것. 윤 대통령은 인도네시아 자카르타에서 열린 동아시아정상회의(EAS) 참석 후 51분가량 가진 리 총리와의 회담에서 “중국이 (북핵 문제에서) 성실하게 책임 있는 역할을 수행하며 북한 문제가 한중 관계에 ‘걸림돌’이 되지 않았으면 좋겠다”면서 이같이 밝혔다. 이어 “북핵은 우리에게는 실존의 문제”라며 “중국이 유엔 안전보장이사회 상임이사국의 책임과 역할을 다해 달라”고 요청했다. 중국 외교부에 따르면 리 총리는 윤 대통령에게 “정치적 상호 신뢰를 증진하고 (외부) 간섭을 배제해야 한다”고 했다. 한미일 안보 협력 강화에 대한 경계를 드러낸 것이다. 리 총리는 또 “중국은 남북 화해 협력 추진을 일관되게 지지하고 계속해서 남북 대화 촉진에 힘쓰고 있다”고 말했다고 중국 외교부가 전했다. 대통령실에 따르면 리 총리는 시 주석이 보내온 안부를 전하면서 “한중은 가까운 이웃으로, 먼 친척보다 가까운 이웃이 같이 협력하고 잘 지낸다면 훨씬 더 소중하고 가치 있는 관계가 될 것”이라고 강조했다. 이날 윤 대통령이 한일중 정상회의가 한국에서 최대한 가까운 시일 내에 열릴 수 있도록 협조를 요청하고, 리 총리가 “적극 협조하겠다”고 호응하면서 멈춰 섰던 3국 협의체가 재가동되게 됐다. 윤 대통령은 앞서 열린 EAS에서도 “북한 핵·미사일 개발은 중대한 유엔 안보리 제재 결의 위반이자 EAS 참석국 모두를 타격할 수 있는 실존적 위협”이라며 “유엔 안보리 제재 결의안을 채택한 당사자인 안보리 상임이사국의 책임은 더욱 무겁다”고 했다. 윤 대통령은 북한 핵·미사일 개발의 자금원이 되는 가상자산 탈취, 해외노동자 송출, 해상 환적 등 불법 행위 차단 필요성을 언급하고 “북한 독재정권의 권력 유지 수단으로 동원되고 있는 주민의 참혹한 인권 실상에 눈을 감아서는 안 된다”라고 강조했다. 남중국해에 대해서도 “규칙 기반의 해양 질서 확립이 필요하다”며 “힘에 의한 일방적인 현상 변경 시도는 용납할 수 없다”고 했다. 중국 외교부에 따르면 리 총리는 회담에서 “상호 핵심 이익과 중대한 우려를 존중해야 한다. (이를 통해) 한중 관계 발전의 대세를 유지해야 한다”고 말했다.尹 “한일중 정상회의, 한국서 조속히 열자”… 中총리 “적극 호응”‘한일중 정상회의 한국 개최’ 합의尹, 북핵 해결 中역할론 강조에… 리창 “남북 화해협력 일관 지지”尹 “北 핵-미사일 실존적 위협”… 中-러 안보리 상임이사국 책임론 7일(현지 시간) 51분간 진행된 한중 회담에서 윤석열 대통령과 리창(李强) 중국 총리는 한일중 정상회의를 최대한 이른 시일 내에 한국에서 개최하기로 합의했다. 윤 대통령이 이날 “한일중 정상회의가 최대한 이른 시일 내에 한국에서 개최될 수 있게 협조해 달라”고 요청하자, 리 총리가 “적극 호응하겠다”고 화답한 것. 취임 후 한일 관계 개선을 통한 한미일 안보 협력 제도화를 이뤄낸 뒤 처음 열린 한중 회담에서 2019년 12월 이후 팬데믹과 한일 강제징용 해법 문제로 멈춰 섰던 한중일 고위급 협의체 재가동이 가시화됐다. 한중 회담은 중국 측이 먼저 제안해 성사된 것으로 알려졌다.● 尹 대북 제재 역할 요구에 李 “대화 재개” 윤 대통령은 이날 리 총리에게 “중국이 북핵 문제에 대해서 성실하게 책임 있는 역할을 수행하면서 이 문제가 한중 관계의 걸림돌이 되지 않았으면 좋겠다”고 했다. 북한이 핵·미사일 기술을 날로 고도화시켜 가는 가운데 유엔 안전보장이사회 상임이사국인 중국과 러시아의 침묵으로 위협이 고조될 경우 한국이 한미일 협력으로 대응할 수밖에 없는 입장을 피력한 것. 대통령실 관계자는 “한중 관계를 발전시키려면 중국이 국제법을 지키고 북핵 저지에 동참하라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윤 대통령의 ‘북핵 중국 책임론’에 대해 중국 외교부에 따르면 리 총리는 “중국은 남북 화해와 협력을 일관되게 지지해왔고 한반도 평화 안정 유지를 일관되게 주장해왔다. 대화 촉진을 위해 계속 힘쓰고 있다”고 답했다. “유엔 안보리 상임이사국으로서 책임과 역할을 다해 달라”며 대북 제재 동참을 요구한 윤 대통령의 발언에 ‘우리는 북한과의 대화 재개가 중요하다고 보고 노력하고 있다’고 답한 것. 윤 대통령의 대북 제재 동참 요구에 선을 그은 것이다. 윤 대통령은 캠프 데이비드 한미일 협력 제도화의 취지를 언급하며 특정한 국가를 배제하려는 의도가 아니라는 입장도 설명한 것으로 전해졌다. 리 총리는 특별한 언급이 없었다고 한다. 리 총리는 윤 대통령에 대한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의 안부를 전하며 “가까운 이웃이 먼 친척보다 잘 지낸다면 훨씬 더 소중하고 가치 있는 관계가 될 것”이라고 했다. 지리적으로 인접국인 한중 관계 개선에 방점을 찍어 달라고 우회적으로 요청한 것. 윤 대통령은 중국 경제 협력 등 양국 교류의 필요성을 거듭 강조했다.● 尹, 중-러 앞에서 대북 제재 비협조 책임론 윤 대통령은 한중 회담에 앞서 열린 동아시아정상회의(EAS)에서도 북한 핵·미사일 개발에 대해 “오늘 회의에 참석한 모든 국가를 겨냥하고 타격할 수 있는 실존적인 위협”이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또 “우리는 북한 독재 정권의 권력 유지 수단으로 동원되고 있는 북한 주민의 참혹한 인권 실상에 눈을 감아서는 안 된다”며 “북한의 대량살상무기(WMD) 문제는 곧 북한의 인권 문제”라고 강조했다. 특히 윤 대통령은 회의에 참석한 리 총리와 세르게이 라브로프 러시아 외교장관 앞에서 중국과 러시아가 유엔 안보리 상임이사국임에도 추가 대북 제재를 가로막아 문제를 악화시키고 있다는 책임론을 제기했다. 그는 “모든 유엔 회원국은 이러한 (대북 제재) 안보리 제재 결의를 준수해야 하며, 그러한 결의안을 채택한 당사자인 안보리 상임이사국의 책임은 더욱 무겁다고 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그는 이어 “미얀마에서 지속되는 폭력 사태와 인도적 위기는 아세안의 단결과 발전을 저해한다”며 “자유와 민주주의에 대한 미얀마 국민의 열망이 실현되기를 바란다”고 했다.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은 유엔 헌장을 비롯한 국제법에 대한 위반 행위”라며 러시아를 정면 비판했다.자카르타=전주영 기자 aimhigh@donga.com장관석 기자 jks@donga.com베이징=김기용 특파원 kky@donga.com이상헌 기자 dapaper@donga.com}

    • 2023-09-0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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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中, 공무원에 “아이폰 등 외국산 스마트폰 쓰지 말라”

    중국이 공무원들에게 애플의 아이폰을 비롯한 외국산 스마트폰을 사용하지 말라고 명령했다고 월스트리트저널(WSJ)이 6일 보도했다. 미국이 자국은 물론 핵심 동맹국에게까지 중국 최대 통신장비업체 화웨이의 5세대(5G) 휴대전화를 사용하지 못하게 하고, 중국의 동영상 플랫폼 ‘틱톡’ 또한 제재하는 등 정보기술(IT) 분야에서 중국을 거세게 몰아붙이자 이에 대한 반격 차원으로 풀이된다.WSJ는 익명 소식통을 인용해 “몇 주 전부터 중국 공무원들이 ‘아이폰을 비롯한 외국산 휴대폰을 업무에 사용하거나 사무실에 가져오지 말라’는 명령을 받고 있다”며 공무원들의 단체 채팅방, 대면 회의에서의 상사 지시 등을 통해 해당 명령이 속속 확산하고 있다고 보도했다. 중국은 과거에도 정보, 방첩기관 소속 공무원에 대해 아이폰 사용 금지령을 내렸지만 이번에는 사용 금지 조치를 일반 공무원으로도 확대한 것으로 보인다고 소식통은 전했다. 이 보도가 사실이면 미국 시가총액 1위 기업인 애플에는 큰 타격이 될 것으로 보인다. 애플은 현재 전체 매출의 약 19%를 중국 시장에 의존하고 있다. 애플 주가는 6일 미 나스닥시장에서 3.58% 하락했다. 중국은 과거에도 국영기업 임원에게 미 전기차업체 테슬라의 제품을 타지 말라고 규제했다. 테슬라가 수집하는 정보가 중국의 안보를 위태롭게 할 수 있다는 이유에서였다.삼성전자 등 국내 기업들도 부정적 영향이 미칠지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다. 다만 삼성전자의 중국 내 휴대전화 점유율은 1% 안팎에 불과하다.지난해 10월 시작된 미국의 대중국 반도체 규제에도 최근 자국산 반도체를 이용해 최신식 스마트폰 ‘메이트 60’ 을 출시한 화웨이를 둘러싼 논란도 고조되고 있다. 마이클 매콜 미 하원 외교위원장은 6일 “화웨이에 최신 반도체 ‘7나노칩’을 공급한 중국 반도체기업 SMIC가 미국의 제재를 위반한 것이 확실해 보인다”며 대대적인 조사를 촉구했다. 현재 미국 기술이 사용된 제품 등을 화웨이에 공급하려면 미 정부의 허가를 받아야 한다. SMIC은 공정 전반에 미국 기술을 사용하고 있다고 블룸버그는 진단했다. 베이징=김기용 특파원 kky@donga.com변종국 기자 bjk@donga.com}

    • 2023-09-0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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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러 “北과 정상회담 조율”… 中은 北 9·9절에 부총리 파견

    러시아 정부 관계자가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과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 정상회담 개최를 위해 북-러 양국 간 조율 중이라고 밝혔다고 일본 NHK 방송이 7일 보도했다.NHK에 따르면 러시아 측은 블라디보스토크 앞바다 루스키섬에 있는 극동연방대 캠퍼스 등을 정상회담 개최 장소로 검토하고 있다. 극동연방대에서는 10일부터 제8차 동방경제포럼(EEF)이 열린다. 두 정상이 러시아 극동에 있는 군 관련 시설을 함께 방문하는 방안도 고려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김 위원장이 러시아를 방문할 경우 전용 열차로 10~13일 블라디보스토크에 도착할 가능성이 높다. 다만 국가정보원 관계자는 이날 국회 정보위원회에 출석해 “뉴욕타임스(NYT)에 (예상 경로가) 공개돼 김 위원장이 다른 경로로 ‘깜짝 행보’ 할 가능성이 있다고 보고 있다”고 밝혔다. 김규현 국정원장은 “북-러 회담 여부는 우크라이나 전쟁 등 국제 정세에 굉장히 큰 영향을 미치고 있어 각국 정보기관과 긴밀하게 정보를 교환하며 상황을 주시하고 있다”고 보고했다고 정보위 국민의힘 간사인 유상범 의원은 전했다.중국은 EEF에 부총리 4명 중 1명을 파견할 것으로 보인다. 이에 따라 시진핑(習近平) 중국 국가주석을 포함한 북-중-러 정상이 한 자리에 모이는 것은 사실상 불발된 것으로 보인다. 북-중-러 밀착은 강화되고 있다. 북한 관영매체 조선중앙통신은 류궈중(劉國中) 국무원 부총리가 북한 정권 수립 75주년인 올해 9·9절에 시 주석의 특별 대표 자격으로 방북한다고 북한이 7일 밝혔다. 앞서 7월 북한이 ‘전승절’이라 주장하는 정전협정기념일 열병식에 중국과 러시아 대표단이 참석한 이후 또 다시 북-중-러가 한 곳에 모이는 것이다. 도쿄=이상훈 특파원 sanghun@donga.com베이징=김기용 특파원 kky@donga.com고도예 기자 yea@donga.com}

    • 2023-09-0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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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시진핑, G20회의 첫 불참… 경제-국경-인권 사방이 갈등 전선

    시진핑(習近平) 중국 국가주석이 2012년 집권 후 단 한 차례도 빠진 적 없는 주요 20개국(G20) 정상회의에 처음으로 불참하기로 했다. 그간 시 주석이 미국, 영국 등 서방 선진국이 이끄는 주요 7개국(G7)을 견제하며 신흥국이 포함된 G20을 중시했던 것을 감안하면 이례적이다. 인도 일본 이탈리아 등 G20 주요 회원국과의 갈등이 커진 데다 부동산 부실에 따른 경제 위기설 또한 가라앉지 않는 여파로 풀이된다. 특히 세계 금융위기가 한창이던 2008년 당시 G20이 현 체제로 출범했을 때만 해도 회원국들이 중국을 ‘세계 경제의 구원투수’로 호평했지만 지금은 미국 쪽으로 완연히 기울면서 시 주석의 불참에 영향을 미쳤다는 분석이 나온다. 중국의 방첩기관인 국가안전부는 위챗에 미국을 비난하는 글을 올리며 시 주석이 G20은 물론이고 11월 미국 샌프란시스코에서 개최되는 아시아태평양경제협력체(APEC) 정상회의에도 불참할 가능성을 시사했다.● G20 역할 강조했다가… 집권 후 첫 불참 마오닝(毛寧) 중국 외교부 대변인은 4일 “리창(李强) 총리가 9, 10일 인도 뉴델리에서 열리는 G20 정상회의에 참석한다”고 밝혔다. 시 주석 대신 리 총리가 참석하는 이유를 묻자 즉답을 피한 채 “G20은 국제 경제 협력을 위한 중요한 행사이며 중국은 항상 적극 참여했다”고 했다. 시 주석은 과거 G20의 중요성을 높이 평가했다. 2015년 터키 안탈리아에서 열린 G20 정상회의에서 “회원국과의 소통 및 공조를 강화해 G20을 함께 지키고 세우고 발전시키자”고 외쳤다. 이듬해 중국 항저우에서는 개최국 정상 자격으로 G20 정상회의를 주재했다. 이랬던 그가 불참하는 것은 주요 회원국과의 갈등 때문으로 풀이된다. 특히 올해 개최국인 인도와의 국경 분쟁이 격화하고 있다. 일본과는 후쿠시마 제1원자력발전소의 오염수 방류 문제, 이탈리아와는 시 주석의 경제 역점 사업인 ‘일대일로(一带一路)’ 탈퇴, 영국 캐나다 호주 등과는 중국의 인권 탄압 등을 놓고 대립하고 있다. 미국과의 패권 갈등은 전쟁을 방불케 하는 수준이며 한국과도 외교 노선, 역사 논쟁 등을 두고 마찰이 상당하다. 5일 홍콩사우스차이나모닝포스트(SCMP)는 시 주석에게 G20은 ‘가치가 떨어지는 대화 창구’로 여겨질 수 있다고 진단했다. 중국 국가안전부는 4일 위챗에 최근 미 고위 관계자의 잇따른 중국 방문에도 미국이 대만에 대한 군사 지원을 강화하고 있다며 “미국의 대중 전략은 양면적”이라고 비판했다. 이런 기조가 바뀌지 않으면 11월 APEC에서 시 주석과 조 바이든 미 대통령의 정상회담이 성사되기 어려울 것이라고 경고했다.● 경제난-내부 비판 여론도 부담시 주석이 경제난 등으로 내부적으로 적지 않은 리더십 위기에 처해 있다는 분석도 나온다. 블룸버그통신은 부동산 위기를 겪고 있는 중국의 향후 경제성장률이 현격하게 떨어져 2050년에는 1%대까지 추락할 수 있다고 4일 진단했다. 5일 일본 니혼게이자이신문은 시 주석에 대한 중국공산당 원로들의 신뢰 또한 예전같지 않다고 전했다. 매년 여름 베이징 인근 유명 휴양지 베이다이허(北戴河)에서는 전현직 수뇌부가 참석하는 ‘베이다이허 회의’가 열린다. 장쩌민(江澤民) 전 주석의 최측근이나 한때 시 주석과도 가까웠던 쩡칭훙(曾慶紅) 전 부주석은 올해 회의에서 시 주석을 향해 “더 이상의 사회 혼란은 곤란하다”며 강한 어조로 발언했다고 전했다. 이에 시 주석이 과거부터 누적된 문제가 모두 자신의 책임이 됐다며 측근들에게 “내 탓이냐”고 불만을 토로했다고 덧붙였다.베이징=김기용 특파원 kky@donga.com김보라 기자 purple@donga.com}

    • 2023-09-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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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리커창 등장에… 반긴 中국민, 외면한 中매체

    시진핑(習近平) 국가주석 집권 1·2기(2013∼2023년) 동안 총리로서 중국 경제를 이끌었던 리커창(李克强) 전 총리가 퇴임 후 5개월여 만에 첫 공개 행보에 나섰다. 리 전 총리의 등장에 중국 국민들은 소셜미디어 등을 통해 환영했지만 중국 매체들은 이 소식을 전하지 않았다. 4일 대만 중앙통신사 등은 소셜미디어 X(옛 트위터)에 리 전 총리가 간쑤성 둔황 모가오(莫高·막고)굴을 방문한 영상과 사진이 올라왔다고 보도했다. 이 영상에는 리 전 총리가 모가오굴에서 밝게 웃는 모습으로 관광객들을 향해 손을 흔드는 모습이 담겼다. 리 전 총리를 본 관광객들은 “총리님, 안녕하세요”라고 외치며 반갑게 인사를 건넸고, 휴대전화로 촬영하기도 했다. 리 전 총리가 모습을 드러낸 것은 3월 양회(兩會·전국인민대표대회와 전국인민정치협상회의)에서 퇴임한 이후 5개월여 만이다. 리 전 총리는 시 주석의 1인 체제가 공고화된 이후에도 민생과 경제 활성화를 위해 독자적인 목소리를 내 국민들의 호응을 얻었다. 특히 2020년 5월 “중국인 6억 명의 월수입이 1000위안(약 18만 원)에 불과하다. 이를 해결하기 위해 노점상 활성화가 필요하다”고 주장하면서 주목받기도 했다. 당시 시 주석은 절대빈곤을 없앴고, ‘샤오캉(小康·모든 국민이 편안하고 풍족한 생활을 누림)’ 사회를 건설했다는 것을 성과로 강조하고 있었다. 이 때문에 리 전 총리의 발언이 시 주석의 성과를 부정하는 것으로 해석돼 갈등설이 불거지기도 했다. 당시 리 전 총리의 노점상 활성화 제안은 수용되지 못했다. 하지만 6월 중국의 청년 실업률이 21.3%까지 치솟으며 심각한 사회 문제로 떠오르자 상하이와 선전 등 대도시들은 최근 노점상을 장려하고 있다.베이징=김기용 특파원 kky@donga.com}

    • 2023-09-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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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中 리커창, 퇴임 5개월만에 공개석상 등장…중국 국민들 환영

    시진핑(習近平) 국가주석 집권 1·2기(2013~2023년) 동안 총리로서 중국 경제를 이끌었던 리커창(李克强) 전 총리가 퇴임 후 5개월 여 만에 첫 공개 행보에 나섰다. 리 전 총리의 등장에 중국 국민들은 소셜미디어 등을 통해 환영했지만 중국 매체들은 이 소식을 전하지 않았다. 4일 대만 중앙통신사 등은 소셜미디어 X(옛 트위터)에 리 전 총리가 간쑤성 둔황 모가오(莫高·막고)굴을 방문한 영상과 사진이 올라왔다고 보도했다. 이 영상에는 리 전 총리가 모가오굴에서 밝게 웃는 모습으로 관광객들을 향해 손을 흔드는 모습이 담겼다. 리 전 총리를 본 관광객들은 “총리님, 안녕하세요”라고 외치며 반갑게 인사를 건넸고, 휴대전화로 촬영하기도 했다. 리 전 총리가 모습을 드러낸 것은 3월 양회(兩會·전국인민대표대회와 전국인민정치협상회의)에서 퇴임한 이후 5개월 여 만이다.리 전 총리는 시 주석의 1인 체제가 공고화된 이후에도 민생과 경제 활성화를 위해 독자적인 목소리를 내 국민들의 호응을 얻었다. 특히 2020년 5월 “중국인 6억 명의 월수입이 1000위안(약 18만 원)에 불과하다. 이를 해결하기 위해 노점상 활성화 필요하다”고 주장하면서 주목받기도 했다. 당시 시 주석은 절대빈곤을 없앴고, ‘샤오캉(小康·모든 국민이 편안하고 풍족한 생활을 누림)’ 사회를 건설했다는 것을 성과로 강조하고 있었다. 이 때문에 리 전 총리의 발언이 시 주석의 성과를 부정하는 것으로 해석돼 갈등설이 불거지기도 했다. 당시 리 전 총리의 노점상 활성화 제안은 수용되지 못했다. 하지만 6월 중국의 청년 실업률이 21.3%까지 치솟으며 심각한 사회 문제로 떠오르자 상하이와 선전 등 대도시들은 최근 노점상을 장려하고 있다. 베이징=김기용 특파원 kky@donga.com}

    • 2023-09-0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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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디폴트 위기’ 中비구이위안, 7090억 규모 채권 상환 연기

    디폴트(채무불이행) 위기에 놓인 중국 대형 부동산 개발회사 비구이위안(碧桂園)의 일부 채권 상환 기한이 연기됐다. 급한 불은 끈 셈이지만 앞으로 갚아야 할 채권 원리금이 2조9000억 원에 달하고, 만기가 도래하는 채권들이 줄지어 있어 위기는 계속될 것으로 보인다. 2일(현지 시간) 블룸버그통신 등에 따르면 비구이위안은 채권단으로부터 만기가 된 39억 위안(약 7090억 원) 규모의 회사채 상환 기한을 연장받았다. 이에 따라 2026년까지 3년에 걸쳐 분할 상환하게 됐다. 앞서 비구이위안은 4일 만기가 돌아오는 이 채권의 상환 기한 연장안을 채권자들에게 제안한 바 있다. 채권단의 이번 결정에도 불구하고 비구이위안의 유동성 위기는 여전히 남아 있다. 지난달 7일 지급하지 못한 달러 채권 2종의 이자 2250만 달러(약 297억 원)의 상환 유예 기간이 다음 주 끝나고 10월, 연말, 내년 초까지 채권 만기가 줄줄이 도래하기 때문이다. 지난해까지 매출 규모로 중국 민간 부동산 개발업체 1위였던 비구이위안이 디폴트에 빠질 경우 중국 경제가 큰 충격을 받을 것으로 우려되고 있다. 비구이위안은 지난달 10일 올 상반기(1∼6월) 순손실이 450억 위안(약 8조1797억 원)∼550억 위안(약 9조9974억 원)에 달한다고 추산했다. 비구이위안은 지난달 25일 중단한 아파트 공사를 재개하기 위한 자금을 확보하기 위해 광둥성 광저우 보유 자산 12억9150만 위안(약 2348억 원) 상당을 서둘러 매각하기로 했다. 국제신용평가사 무디스는 지난달 31일 비구이위안의 신용등급을 디폴트 임박 상태인 ‘Ca’로 강등했다.베이징=김기용 특파원 kky@donga.com}

    • 2023-09-0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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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美, 대만에 ‘동맹국 무기 지원’ 첫 적용… 사실상 주권국가 대우

    미국이 사상 최초로 주권국에 대한 무기 지원 프로그램 ‘해외 군사 금융 지원(FMF)’을 통해 대만에 무기를 판매하기로 지난달 30일 결정했다. ‘하나의 중국’ 원칙을 주장하며 대만을 국가로 인정하지 않는 중국의 거센 반발이 예상되는데도 대만을 사실상 핵심 동맹에 버금가는 수준으로 대우했다. 남중국해에서 중국과 영유권 분쟁을 벌이고 있는 필리핀과는 추가 군사기지 설치를 논의하며 중국을 압박하고 있다. 그러자 우첸(吳謙) 중국 국방부 대변인은 “미국의 대만 군사 지원은 미 군산복합체를 살찌우는 것일 뿐”이라며 “대만 동포의 안전과 복지는 오히려 손실을 입을 것”이라고 반발했다. 대만의 안보는 양안(兩岸·중국과 대만) 공동의 노력에 달린 것이지 미국의 무기 원조 및 판매에 의존하는 게 아니라고 주장했다.● 대만을 ‘주권국’ 대우조 바이든 미 행정부는 지난달 30일 FMF를 통해 대만에 8000만 달러(약 1060억 원) 상당의 무기를 판매하는 것을 승인했다는 통지문을 의회에 보냈다. 이 돈은 무인기(드론), 장갑차, 포(砲) 시스템, 탄도미사일, 첨단 통신 장비는 물론이고 대만군 훈련 등에도 쓰일 수 있다. FMF는 무기 판매를 위한 차관, 대출 제공 프로그램을 뜻한다. 외국 정부와 미국 방위산업체 간의 계약에 대해 미 행정부가 승인하는 ‘해외 무기 판매(FMS)’와 달리 FMF는 미 납세자의 돈으로 충당하는 국방 예산이 쓰인다. 이 때문에 의회가 승인한 동맹국, 안보 파트너 국가 등에 제한적으로 적용된다. 그간 미국이 국가가 아닌 정치 행위 주체에 FMF를 제공한 사례는 아프리카연합(AU)이 유일하다. 야당 공화당의 대중 강경파인 마이클 매콜 하원 외교위원장은 성명에서 “(FMF를 통해 판매한) 무기는 대만을 돕고 역내 다른 민주주의 국가를 보호할 것”이라며 “미국의 억지력을 강화하고 점점 더 공격적인 중국공산당으로부터 미 국가안보를 보장할 것”이라고 의미를 부여했다. 다만 미 국무부는 FMF 방식을 통한 무기 지원이 “대만에 대한 지위 변경을 의미하는 것은 아니다”라고 밝혔다. 당장 ‘하나의 중국’ 정책에 변화가 있는 것은 아니라는 의미로 풀이된다. 하지만 백악관은 최근에도 의회 동의 없이 대통령 집행 권한(PDA)으로 대만에 방공 미사일을 비롯한 3억4500만 달러의 직접 군사 지원을 단행하기로 결정했다. 이를 감안할 때 앞으로도 대만에 대한 미국의 군사 지원 및 최신식 무기 판매는 계속될 것으로 보인다.● 美-필리핀 추가 기지 논의…中 남중국해 훈련로이터통신 등은 미국이 대만 남부에서 불과 약 190km 떨어진 필리핀 바타네스제도에 추가 미군 기지를 건설하는 방안도 추진하고 있다고 지난달 30일 보도했다. 필리핀 최북단 루손섬과 대만 사이에 있으며 남중국해와 서태평양을 잇는 요충지다. 앞서 올 1월 미국은 필리핀 루손섬, 팔라완섬 등에 미군 기지 4곳을 추가 건설하기로 필리핀과 합의했다. 최근 중국은 남중국해의 필리핀 해경선을 물대포로 공격했다. 이로 인해 미국과 중국의 긴장이 대폭 고조됐다. 칼 토머스 미 해군 7함대사령관은 최근 이 물대포 공격을 거론하며 “중국의 도발적인 행위는 견제받아야 한다. 우리 군대가 이곳에 있는 것은 이유가 있다”고 경고했다. 중국 또한 대응에 나섰다. 인민해방군 남부전구는 31일 “해군 항공부대와 잠수함 편대를 투입해 남중국해에서 대규모 대잠수함전 훈련을 진행하고 있다”고 밝혔다. 같은 날 우첸 대변인은 올 들어 미중 국방장관 회동이 무산되는 등 양국의 군사 긴장이 고조되고 있는 것은 모두 미국 책임이라고 주장했다. 그는 “현재 양국 군의 관계에 확실히 적지 않은 어려움과 장애가 존재한다는 것은 인정해야 한다. 이런 국면은 완전히 미국이 만든 것”이라고 했다.워싱턴=문병기 특파원 weappon@donga.com베이징=김기용 특파원 kky@donga.com}

    • 2023-09-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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