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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목사님 아니세요?” 비가 억수같이 쏟아지는 한밤의 깊은 산속. 전과자 ‘권양래’(신민재)는 자신을 몰래 뒤쫓아온 목사 ‘성민찬’(류준열)을 발견하고 날카롭게 묻는다. 민찬은 양래가 자신의 아들을 납치했다고 확신하는 상황. 민찬이 “내 아들 어딨냐”며 양래를 거칠게 추궁하는 순간, 두 사람 사이에 싸움이 벌어진다. 격렬한 몸싸움 끝에 양래는 바위에 머리를 부딪히고 쓰러진다. 온몸을 부들부들 떨며 주위를 둘러보던 민찬의 시선이 커다란 바위에 머문다. 빗물과 번갯불이 교차하며 만들어 낸 형상은 마치 예수의 얼굴처럼 보인다. 순간 죄책감을 덜어낸 듯, 민찬은 속삭인다. “이건 (신의) 계시야.” 21일 공개되는 넷플릭스 영화 ‘계시록’은 성민찬과 권양래, 형사 이연희(신현빈)가 얽히며 쫓고 쫓기는 이야기를 그린 스릴러다. 국내에서 좀비물이란 낯선 장르로 1157만 관객을 동원한 ‘부산행’(2016년)의 연상호 감독이 연출을 맡았다. 영화 ‘그래비티’(2013년)와 ‘로마’(2018년)를 연출한 멕시코 출신 거장 알폰소 쿠아론이 총괄 프로듀서로 참여했다. 이 작품의 핵심은 맹목적 신앙에 대한 날카로운 통찰이다. 영화 속 목회자들은 겉으로는 개척 교회를 운영하는 삶에 자부심을 보이지만, 실상은 신도 모집에 집착한다. 민찬은 자신이 신의 계시를 받았다고 믿으며 사적 보복을 정당화한다. 연 감독은 18일 제작보고회에서 “자신이 보고 싶은 것만 보고, 믿고 싶은 것만 믿는 인물들이 겪는 파멸과 구원의 이야기”라며 “판타지적 요소를 최대한 배제하고, 사실적인 톤과 연기로 내밀한 심리 스릴러를 만들고자 했다”고 설명했다. 숨 가쁘게 몰아치는 전개와 인물들의 팽팽한 심리전 덕에 긴장감이 넘친다. 종말론적 세계관과 염세적인 시각을 극한까지 밀어붙이면서도, 현실에서 충분히 벌어질 법한 이야기로 설득력을 더했다. 이른바 ‘연니버스’(연상호+유니버스)의 확장 가능성이 물씬하다. 다만 신의 심판을 내세우며 세력을 확장하는 종교단체를 다룬 넷플릭스 시리즈 ‘지옥’(2021년·2024년)에 이어 또다시 종교적 소재를 다뤘다는 측면에서 다소 기시감이 들기도 한다.이호재 기자 hoho@donga.com}
지난달 세상을 떠난 고(故) 김새론 배우의 유족이 유튜버 이진호 씨(44)를 고소했다. 이 씨가 김새론과 배우 김수현(37)의 교제가 사실이 아니라는 등 사생활과 관련해 허위 사실을 유포했다는 이유다. 17일 고인 유족의 법률대리인인 법무법인 부유의 부지석 변호사는 서울 종로구 서울경찰청에 이 씨에 대한 고소장을 제출했다. 혐의는 허위 사실 유포에 따른 명예훼손이다. 앞서 이 씨는 고인이 2022년 음주운전 사고를 일으킨 이후 지난달 16일 사망할 때까지 유튜브에 수차례 관련 영상을 올렸다. 영상에서 이 씨는 고인이 생전 김수현과 교제하지 않았으면서도 연애를 암시하는 사진을 소셜미디어에 올리며 ‘자작극’을 벌였다고 주장했다. 부 변호사는 “이 씨는 두 사람의 교제 사실을 부정하는 것에서 나아가, 고인을 이상한 사람으로 비치게끔 허위 사실을 유포했다”며 “(유튜버가) 고인이 사망하자 과거 영상들을 삭제하고 있다. 명백한 증거 인멸”이라고 밝혔다. 이어 “유족 측은 이런 허위 사실을 입증하기 위해 두 사람의 교제 사실을 알릴 수밖에 없었고 과거 사진도 공개할 수밖에 없었다”며 “향후 김수현 측에 대한 법적 대응도 검토하고 있다”고 덧붙였다.이수연 기자 lotus@donga.com이호재 기자 hoho@donga.com}
영화나 드라마, 웹툰 등 대중문화 콘텐츠에 인공지능(AI)을 활용하면 이를 표시하도록 하는 ‘AI 표시의무제’가 내년 1월부터 전 세계 최초로 한국에서 시행된다. ‘딥페이크’(허위 영상물) 같은 범죄를 막기 위해서는 꼭 필요한 규제라는 의견과 한국 콘텐츠만 이런 표기를 하면 콘텐츠 경쟁력이 낮아질 수도 있다는 우려가 팽팽하게 맞서고 있다. AI 활용에 대한 지침을 마련하자는 취지인 ‘AI 기본법’(인공지능 발전과 신뢰 기반 조성 등에 관한 기본법)이 지난해 12월 국회 본회의를 통과하면서, 관련 법 31조로 들어있는 AI 표시의무제도 내년 1월부터 시행될 예정이다. AI 관련 법 제정에 적극적인 유럽연합(EU)보다도 빠르다. 이런 법이 마련된 배경에는 ‘AI 활용에 대한 선제적 규제가 필요하다’는 점에 공감대가 형성됐기 때문이다. AI를 활용해 창작 과정에서 표절이나 저작권 침해를 막고, 최근 논란이 커진 딥페이크 등 잘못된 사용을 막기 위해 적절한 제동이 필요하다는 데는 이견이 없다. 한 영화 제작자는 “올해 미국 아카데미 시상식에서 ‘브루탈리스트’가 배우들의 헝가리 억양을 AI로 일부 다듬어 논란이 된 뒤로 출품 요건으로 AI 이용 여부를 공개하는 방안을 검토하는 것으로 안다”며 “AI 활용 공개 여부는 해외에서도 민감하게 논의되는 사안”이라고 전했다. 하지만 AI 기본법에 따르면 영화나 드라마, 웹툰 같은 콘텐츠에서 보조적으로라도 AI 기술을 활용했을 경우에도 이를 알리는 ‘표시 의무’를 부과하고 있다는 점이 논란의 쟁점이다. AI 기본법 제31조는 “가상의 음향, 이미지 또는 영상 등의 결과물을 제공하는 경우 해당 결과물이 인공지능 시스템에 의해 생성됐다는 사실을 이용자가 명확하게 인식할 수 있는 방식으로 고지 또는 표시하여야 한다”고 명시하고 있다. 아직 어떤 방식으로 AI 활용을 표시할지 구체적으로 정해지지 않았다. 하지만 콘텐츠 업계에선 시청 연령을 제한하는 ‘워터마크’처럼 표기하거나 작품 시작 전에 “AI를 활용해 드라마를 만들었다” 같은 고지문 형태로 공지할 것이란 전망이 나온다. 이럴 경우엔 상대적으로 한국 콘텐츠만 이런 표시를 달아 경쟁력이 저하될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세계 모든 콘텐츠가 흔하게 AI를 활용하고 있는 상황에서 한국 콘텐츠만 표시 의무가 부과되면 시청자들이 “몰입도를 해친다”며 싫어할 수 있기 때문이다. 한 영화 제작자는 “한국에서 제작한 AI 콘텐츠만 표시 의무를 갖게 될 경우에 작품성이나 흥행에 영향을 받는 게 불가피하다”며 “결과적으로는 약점을 지닌 K콘텐츠가 해외 콘텐츠와의 경쟁에서 밀릴 수밖에 없다”고 하소연했다. 이에 전문가들은 AI 활용이 저예산, 신인 창작자 콘텐츠 활성화에 어느 정도 도움이 되고 있는 만큼, 보다 한국 콘텐츠를 보호할 수 있는 정교한 시행령 제정이 필요하다고 제언하고 있다. AI 기본법 제31조에서 “결과물이 예술적·창의적 표현물에 해당하거나 그 일부를 구성하는 경우에는 전시 또는 향유 등을 저해하지 않는 방식으로 고지 또는 표시할 수 있다”고 예외 조항을 정한 만큼, 시청자가 콘텐츠 몰입에 방해받지 않는 선에서 시행령을 정해야 한다는 의견이다. 이성민 한국방송통신대 미디어영상학과 교수는 “AI 기본법에도 표시 의무에 대한 예외 조항이 포함돼 있는 만큼, 각 콘텐츠 특성에 맞춰서 신중한 시행령을 마련해야 한다”고 조언했다. 규제 적용 범위를 범죄에 주로 사용되는 딥페이크로 한정하는 것도 한 가지 방안으로 논의될 수 있다. 김용희 숭실대 경영학과 교수는 “현재 국내 엔터테인먼트 산업에서 AI 활용은 위험한 수준이 아니므로 규제의 필요성과 실효성은 면밀히 검토돼야 한다”며 “규제 적용 범위를 ‘타인에게 손해를 끼칠 목적으로 만들어진 콘텐츠’로 명확히 한정할 수도 있다”고 제안했다.이호재 기자 hoho@donga.com}
지난달 세상을 떠난 고(故) 김새론 배우의 유족이 유튜버 이진호 씨(44)를 고소했다. 이 씨가 김새론과 배우 김수현(37)과의 교제가 사실이 아니라는 등 사생활과 관련해 허위사실을 유포했다는 이유다.17일 고인 유족의 법률대리인인 법무법인 부유의 부지석 변호사는 서울 종로구 서울경찰청에 이 씨에 대한 고소장을 제출했다. 혐의는 허위사실 유포에 따른 명예훼손이다. 앞서 이 씨는 고인이 2022년 음주 운전 사고를 일으킨 이후 지난달 16일 사망할 때까지 유튜브에 수차례 관련 영상을 올렸다. 영상에서 이 씨는 고인이 생전 김수현과 교제하지 않았으면서도 연애를 암시하는 사진을 소셜미디어에 올리며 ‘자작극’을 벌였다고 주장했다.부 변호사는 “이 씨는 두 사람의 교제 사실을 부정하는 것에서 나아가, 고인을 이상한 사람으로 비치게끔 허위사실을 유포했다”며 “(유튜버가) 고인이 사망하자 과거 영상들을 삭제하고 있다. 명백한 증거 인멸”이라고 밝혔다. 이어 “유족 측은 이런 허위사실을 입증하기 위해 두 사람의 교제 사실을 알릴 수밖에 없었고 과거 사진도 공개할 수밖에 없었다”며 “향후 김수현 측에 대한 법적 대응도 검토하고 있다”고 덧붙였다.이수연 기자 lotus@donga.com이호재 기자 hoho@donga.com}
배우 김수현(37·사진)이 고 김새론과 교제한 사실을 인정했지만 성인이 된 이후였다며 미성년자 시절 교제가 아니라고 밝혔다. 김수현의 소속사 골드메달리스트는 14일 배포한 공식 입장문에서 “김수현은 김새론이 성인이 된 이후인 2019년 여름부터 2020년 가을까지 교제했다”며 “미성년자 시절의 김새론과 사귀었다는 것은 사실이 아니다”라고 밝혔다. 이달 10일 한 유튜브 채널은 김새론 유족의 발언을 인용해 고인이 15세 때부터 6년간 김수현과 교제했다고 주장했다. 유족이 제공한 김수현과 김새론의 사진, 김새론이 김수현에게 보낸 것으로 추정되는 문자메시지 등도 공개했다. 김수현이 김새론에게 2022년 음주운전 사고 당시 차용해줬던 위약금 변제를 요구하는 내용증명을 보내고 독촉했다는 의혹에 대해서도 해명했다. 골드메달리스트는 “김새론의 채무 문제는 모두 골드메달리스트와 김새론의 문제였다”며 “김수현은 김새론에게 돈을 빌려준 적도 없고, 변제를 촉구한 사실도 없다”고 했다. 또 “골드메달리스트는 김새론 개인이 감당할 수 없는 남은 채무 전액을 변제하고 2023년 12월 손실 보전 처리했다”고 말했다. 한편 이번 논란으로 김수현이 출연 중인 MBC 예능 ‘굿데이’에 하차 요구가 올라오는 등 여론이 악화되면서 방송·광고계도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다. 모델로 활동했던 CJ푸드빌은 이달 계약 만료 후 재계약을 하지 않기로 했다.이호재 기자 hoho@donga.com}
“부엌의 모든 냄비를 굴뚝을 통해 밖으로 날려버릴 겁니다.” 1520년대 어느 날, 독일의 떠돌이 ‘요한 게오르크 파우스트’(1480∼1541)는 자신을 무시하는 이들에게 이렇게 호언장담했다. 하지만 파우스트의 말과 달리 냄비는 꿈쩍도 하지 않았다. 그의 일대기를 다룬 1587년 출간작 ‘파우스트 책’은 이 장면을 이렇게 묘사한다. “‘성가신 손님’(파우스트)은 ‘거룩한 인간’에게 결코 해를 끼칠 수 없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파우스트는 당시 유럽에서 ‘마술사’로 불렸다. 평범한 이들이 이해하지 못하는 방법으로 각종 기행을 부렸다. 공중정원을 만들고, 말을 타고 하늘을 날아다녔다는 기록도 있다. 그는 허풍쟁이 사기꾼이었을까, 진짜 마술사였을까. 미국 프린스턴대 역사학자인 이 책의 저자에 따르면 파우스트는 ‘마구스(Magus)’였다. 마구스는 15∼16세기 유럽에서 마술을 연구했던 지식인이다. 흔히 마술사라고 하면 초자연적인 힘을 쓰는 사람을 떠올리지만, 저자는 마구스를 학자이자 연구자로 평가한다. 르네상스 시대 마구스들은 단순한 주술사가 아니라 세상의 숨겨진 원리를 탐구했던 선구자들이었다는 것이다. 실제로 마구스는 천체의 움직임을 연구하는 점성술, 물질의 변형을 연구하는 연금술과 같은 분야를 파고들면서 당시 과학 발전에도 영향을 끼쳤다. 하지만 사회적으로는 환영받지 못했다. 교회는 인간이 신의 영역을 넘보는 행위를 경계했다. 점성술과 연금술을 연구했던 ‘코르넬리우스 아그리파’(1486∼1535)는 이단으로 몰려 객사할 정도로 박해받았다. 이 책은 15∼16세기 마술사들을 학술적인 관점에서 연구한 책이지만 마술과 과학, 학문이 혼재된 시대를 다룬다는 점에서 ‘해리포터’ 시리즈나 장편소설 ‘백년의 고독’을 연상시키기도 한다. 마구스를 보고 놀랐던 중세 유럽인들의 모습은 인공지능(AI)이 가져올 변화를 불안하게 바라보는 오늘날 우리와 묘하게 닮아 있다. 새로운 기술을 받아들이는 우리의 태도는 마구스를 경계하던 중세 유럽인들과 얼마나 다를까 싶다. 이호재 기자 hoho@donga.com}
배우 김수현(37)이 고 김새론과 교제한 사실을 인정했지만 성인이 된 이후였다며 미성년자 시절 교제가 아니라고 밝혔다.김수현의 소속사 골드메달리스트는 14일 배포한 공식 입장문에서 “김수현은 김새론이 성인이 된 이후인 2019년 여름부터 2020년 가을까지 교제했다”며 “미성년자 시절의 김새론과 사귀었다는 것은 사실이 아니다”라고 밝혔다.이달 10일 한 유튜브 채널은 김새론 유족의 발언을 인용해 고인이 15세 때부터 6년간 김수현과 교제했다고 주장했다. 유족이 제공한 김수현과 김새론의 사진, 김새론이 김수현에게 보낸 것으로 추정되는 문자메시지 등도 공개했다.김수현이 김새론에게 2022년 음주운전 사고 당시 차용해줬던 위약금 변제를 요구하는 내용증명을 보내고 독촉했다는 의혹에 대해서도 해명했다. 골드메달리스트는 “김새론의 채무 문제는 모두 골드메달리스트와 김새론의 문제였다”며 “김수현은 김새론에게 돈을 빌려준 적도 없고, 변제를 촉구한 사실도 없다”고 했다. 또 “골드메달리스트는 김새론 개인이 감당할 수 없는 남은 채무 전액을 변제하고 2023년 12월 손실 보전 처리했다”고 말했다.한편 이번 논란으로 김수현이 출연 중인 MBC 예능 ‘굿데이’에 하차 요구가 올라오는 등 여론이 악화되면서 방송·광고계도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다. 모델로 활동했던 CJ푸드빌은 이달 계약 만료 후 재계약을 하지 않기로 했다.이호재 기자 hoho@donga.com}
넷플릭스 드라마 ‘폭싹 속았수다’가 7일 1부(1∼4회)를 공개한 이후 시청자 반응이 뜨겁다. 드라마는 1960년대 제주를 배경으로 문학을 사랑했던 단발머리 소녀 애순(아이유, 문소리)이 거친 삶을 헤쳐나가는 이야기를 다룬다. 어머니 광례(염혜란)로부터 이어진 애순의 억척스럽고도 파란만장한 삶을 그려내 세대를 넘나드는 공감을 끌어내고 있다. “애순이처럼 동생 뒷바라지하며 식모처럼 살았던 엄마, 진심으로 미안해” “밤낮없이 뼈를 갈아 자식들을 키운 우리 모두의 이야기” 같은 시청 후기가 쏟아진다.‘폭싹 속았수다’가 연령을 가리지 않고 폭넓게 사랑받으면서 온라인동영상서비스(OTT) 드라마 시청층에도 변화가 생기고 있다. 그동안 넷플릭스에선 20, 30대가 선호하는 장르물이 대세였지만 기존 지상파 시청자인 40, 50대 시청자까지 대거 합류하고 있기 때문이다. 3월 첫째 주(3∼9일) 기준 K콘텐츠 경쟁력 분석회사 ‘굿데이터코퍼레이션’의 검색 반응 조사에 따르면 이 드라마의 40대 이상 시청자는 10명 중 4명꼴로 추정된다. 연령대별 비율을 보면 40대(25.8%), 50대 이상(14.8%)이 강세를 보였다. 30대(31.2%), 20대(22.0%)와 비슷하고, 10대(6.2%)보다 높았다. 이 작품은 총 16부작으로 매주 4화씩 총 4주에 걸쳐 공개되는데 14일 2막(5∼8회) 공개를 앞두고 유튜브에 올라온 2막 예고편은 조회 수가 60만 회에 달한다. 드라마 업계에서는 흥행 성공 배경으로 중장년층의 감성을 자극하는 크리에이터 조합을 꼽는다. ‘동백꽃 필 무렵’(2019년)으로 중장년층의 사랑을 받은 임상춘 작가, ‘나의 아저씨’(2018년)로 울림을 남긴 김원석 PD의 만남이 중장년층에게도 매력적으로 다가갔다는 분석이 나온다. 따뜻한 휴머니즘을 바탕으로 세대와 계층을 넘나드는 공감대를 형성했다는 점도 한 요인으로 꼽힌다. 원순우 굿데이터코퍼레이션 대표는 “단순히 검색량이 많은 것이 아니라 ‘슬프다’ ‘감동적이다’ 같은 감정적 표현이 담긴 댓글이 쏟아졌다. 자극적이지 않은 작품을 선보인 넷플릭스에 대한 긍정적인 평가도 눈에 띈다”고 말했다. 한국식 ‘가족 서사’의 힘이란 평가도 있다. 드라마는 1960년대부터 한국 근현대사를 살아낸 평범한 이들의 삶을 차갑지도, 과장되지도 않게 담아냈다. 역사의 소용돌이가 아니라 그 안에서 묵묵히 삶을 이어간 이들의 이야기가 세대의 경계를 허물었다는 평가다. 해외에서도 반응이 뜨겁다. 13일 OTT 순위 집계 사이트 ‘플릭스패트롤’에 따르면 TV쇼 시청 순위 세계 6위에 올랐다. 한국 홍콩 태국 등 13개국에서 1위를 차지했다. 정덕현 문화평론가는 “드라마 ‘응답하라’ 시리즈가 넷플릭스를 통해 재방영되면서 다시 인기를 끈 적이 있다”며 “한국식 가족 서사가 높은 완성도를 갖춘다면 OTT 시대에서도 중요한 콘텐츠로 자리 잡을 가능성이 크다”고 분석했다.이호재 기자 hoho@donga.com}
넷플릭스 드라마 ‘폭싹 속았수다’가 7일 1부(1~4회)를 공개한 이후 시청자 반응이 뜨겁다. 드라마는 1960년대 제주를 배경으로 문학을 사랑했던 단발머리 소녀 애순(아이유·문소리)이 거친 삶을 헤쳐나가는 이야기를 다룬다. 어머니 광례(염혜란)로부터 이어진 애순의 억척스럽고도 파란만장한 삶을 그려내 세대를 넘나드는 공감을 끌어내고 있다. “애순이처럼 동생 뒷바라지하며 식모처럼 살았던 엄마, 진심으로 미안해” “밤낮없이 뼈를 갈아 자식들을 키운 ‘우리 모두의 이야기” 같은 시청 후기가 쏟아진다.‘폭싹 속았수다’가 연령을 가리지 않고 폭넓게 사랑받으면서 온라인동영상서비스(OTT) 드라마 시청층에도 변화가 생기고 있다. 그동안 넷플릭스에선 20, 30대가 선호하는 장르물이 대세였지만 기존 지상파 시청자인 40, 50대 시청자까지 대거 합류하고 있기 때문이다. 3월 첫째 주(3~9일) 기준 K콘텐츠 경쟁력 분석회사 ‘굿데이터코퍼레이션’의 검색 반응 조사에 따르면 이 드라마의 40대 이상 시청자는 10명 중 4명꼴로 추정된다. 연령대별 비율을 보면 40대(25.8%), 50대 이상(14.8%)이 강세를 보였다. 30대(31.2%), 20대(22.0%)와 비슷하고, 10대(6.2%)보다 높았다.이 작품은 총 16부작으로 매주 4화씩 총 4주에 걸쳐 공개되는데 14일 2막(5~8회) 공개를 앞두고 유튜브에 올라온 2막 예고편은 조회 수가 60만 회에 달한다. 드라마업계에서는 흥행 성공 배경으로 중장년층의 감성을 자극하는 크리에이터 조합을 꼽는다. ‘동백꽃 필 무렵’(2019년)으로 중장년층의 사랑을 받은 임상춘 작가, ‘나의 아저씨’(2018년)로 울림을 남긴 김원석 PD의 만남이 중장년층에게도 매력적으로 다가갔다는 분석이다.따뜻한 휴머니즘을 바탕으로 세대와 계층을 넘나드는 공감대를 형성했다는 점도 한 요인으로 꼽힌다. 원순우 굿데이터코퍼레이션 대표는 “단순히 검색량이 많은 것이 아니라 ‘슬프다’, ‘감동적이다’ 같은 감정적 표현이 담긴 댓글이 쏟아졌다. 자극적이지 않은 작품을 선보인 넷플릭스에 대한 긍정적인 평가도 눈에 띈다”고 말했다.한국식 ‘가족 서사’의 힘이란 평가도 있다. 드라마는 1960년대부터 한국 근현대사를 살아낸 평범한 이들의 삶을 차갑지도, 과장되지도 않게 담아냈다. 역사의 소용돌이가 아니라 그 안에서 묵묵히 삶을 이어간 이들의 이야기가 세대의 경계를 허물었다는 평가다.해외에서도 반응이 뜨겁다. 13일 OTT 순위 집계 사이트 ‘플릭스패트롤’에 따르면 TV쇼 시청 순위 세계 6위에 올랐다. 한국 홍콩 태국 등 13개국에서 1위를 차지했다. 정덕현 문화평론가는 “드라마 ‘응답하라’ 시리즈가 넷플릭스를 통해 재방영되면서 다시 인기를 끈 적이 있다”며 “한국식 가족 서사가 높은 완성도를 갖춘다면 OTT 시대에서도 중요한 콘텐츠로 자리 잡을 가능성이 크다”고 분석했다.이호재 기자 hoho@donga.com}
배우 김수현과 고(故) 김새론이 미성년자 시절 교제했다는 주장이 제기되면서 방송계와 광고계가 상황을 예의주시하고 있다.10일 한 유튜브 채널은 김새론 유족의 발언을 인용해 고인이 15살 때부터 6년간 김수현과 교제했다고 주장했다.이에 대해 김수현 소속사 골드메달리스트는 “김수현 배우와 관련해 제기된 내용은 명백한 허위사실”이라며 “도저히 묵과할 수 없는 사안으로 허위사실 유포에 대해 가장 강력한 수준의 법적 대응을 검토할 예정”이라고 반박했다.하지만 해당 유튜브 채널은 이후에도 추가 폭로를이어갔다. 유족의 발언을 인용해 지난해 3월 골드메달리스트가 김새론에게 2022년 음주운전 사고 당시 차용해줬던 위약금 변제를 요구하는 내용증명을 보냈다고 전했다. 유족이 제공한 김수현과 김새론이 함께 찍은 추가 사진, 김새론이 김수현에게 보낸 것으로 추정되는 문자 메시지도 공개했다. 김수현이 군대에 있을 때 김새론에게 보낸 것으로 추정되는 편지도 내놓았다. 방송업계에서는 이번 논란이 김수현의 출연작에 미칠 영향을 주시하고 있다. MBC 예능프로그램 ‘굿데이’의 시청자 게시판에는 일부 네티즌들이 김수현의 하차를 요구하는 글을 게시했다. 4월 공개 예정인 김수현 주연의 디즈니플러스 오리지널 시리즈 ‘넉오프’의 공개 여부에도 관심이 집중된다. 광고업계도 상황을 예의주시하고 있다. 기업회생절차를 진행 중인 홈플러스는 김수현을 창립 28주년 광고 모델로 기용한 상태다. 뚜레쥬르는 김수현과의 재계약 여부를 내부적으로 검토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김수현의 대표적인 팬카페였던 유카리스의 운영자는 12일 “당분간 카페의 모든 게시판을 비공개로 전환하겠다”고 공지했다.골드메달리스트는 13일 추가 입장을 내고 “사실관계를 바로잡고 근거 없는 루머에 대응하기 위해 명백한 근거를 바탕으로 다음 주에 입장을 밝힐 예정”이라고 했다.이호재 기자 hoho@donga.com}
‘붉은 점’들이 화면을 가득 채우고 있다. 머리에 빨간 모자를 쓴 사람들이다. 하지만 구체적인 얼굴 모양새나 체형은 알 수 없다. 어떤 피부색을 지녔는지, 어떤 표정을 짓고 있는지 아리송하다. 영화는 왜 로마 가톨릭교회에서 교황 다음가는 성직인 ‘추기경’을 이렇게 보여주는 걸까. 5일 국내 개봉한 영화 ‘콘클라베’는 추기경을 하나의 점처럼 촬영한다. 추기경은 교황의 최고 고문으로 막강한 권력을 갖고 교회 행정에 적극적으로 관여한다. 하지만 영화는 ‘롱 숏’(먼 거리에서 촬영하는 연출 기법)으로 이들을 보여준다. 거대한 건축물(바티칸 교황청)과 작은 인간(추기경)을 한 화면에 담는다. 신 앞에서 인간이 얼마나 나약한 존재인가를 시각적으로 보여주는 셈이다. 영화는 교황이 선종한 뒤 새 교황을 뽑는 투표인 ‘콘클라베’를 통해 권력과 신념의 본질을 탐구하는 정치 스릴러다. 올해 미국 아카데미 시상식(오스카) 각색상, 영국 아카데미 작품상을 받았다. 비밀의 콘클라베가 열리는 시스티나 성당은 ‘열쇠로 잠그는 방’이란 별칭이 있다. 영화에서 시스티나 성당 바닥에 설치된 긴 의자에 앉아 있는 추기경들은 고개를 바싹 들어 천장화를 바라본다. 천장엔 이탈리아 화가 미켈란젤로(1475∼1564)의 ‘천지창조’(1508년)가 그려져 있다. 추기경 역시 땅에 붙어사는 인간이기에 하늘을 올려다보고 살 수밖에 없다. 미학적 연출이 가장 짙게 묻어나는 장면이다. 영화는 언어가 통하는 동향의 추기경끼리 삼삼오오 뭉쳐서 모략을 꾸미는 모습도 관찰한다. 콘클라베가 잠시 중단됐을 땐 스마트폰에서 눈을 떼지 못하는 추기경을 비춘다. 가장 신성한 공간에서 가장 인간적인 얼굴이 드러나는 순간이다.영화의 이런 장면은 미국 작가 로버트 해리스가 2016년 펴낸 동명의 원작 장편소설(사진)과 큰 차이를 보인다. 소설은 1인칭 주인공 시점으로 추기경들의 인간적 연악함을 직접적으로 지적하는 방식이다. 주인공인 추기경 단장 ‘로런스’(레이프 파인스)는 검소함을 강조한 교황과 권위를 강조한 옛 추기경 원로들의 이견을 묘사할 때 “교황도 인간이기에 원로들이 화려한 공관으로 물러날 때마다 비난의 눈빛을 던지고, 역시 인간이기에 원로들도 교황에게 반발했다”고 말한다. 소설은 남성 추기경들의 암투에만 집중하지만, 영화는 여성인 수녀들도 자주 비춘다. 추기경들이 모략을 꾸미는 식당에서 수녀들이 요리하고, 식기를 놓는 장면을 보여준다. 수녀 ‘아그네스’(이사벨라 로셀리니)가 남성 추기경들의 성 추문과 모함을 폭로하는 장면을 추가해 교회가 남성들의 것만이 아니라는 사실도 함께 지적한다. 영화 막바지, 새 교황이 선출된 뒤 로런스는 방 안에서 창문 밖을 바라본다. 창밖엔 환호하는 군중이나 추기경의 모습은 보이지 않는다. 그저 교황청 주방 뒷문에서 수녀들이 걸어 나오고 있다.이호재 기자 hoho@donga.com}
‘붉은 점’들이 화면을 가득 채우고 있다. 머리에 빨간 모자를 쓴 사람들이다. 하지만 구체적인 얼굴 모양새나 체형은 알 수 없다. 어떤 피부색을 지녔는지, 어떤 표정을 짓고 있는지 아리송하다. 영화는 왜 로마 가톨릭교회에서 교황 다음가는 성직인 ‘추기경’을 왜 이렇게 보여주는 걸까.● “가장 신성한 공간, 가장 인간적인 얼굴”…‘점’으로 묘사된 추기경들5일 국내 개봉한 영화 ‘콘클라베’는 추기경을 하나의 점처럼 촬영한다. 추기경은 교황의 최고 고문으로 막강한 권력을 갖고 교회 행정에 적극적으로 관여한다. 하지만 영화는 ‘롱 쇼트’(먼 거리에서 촬영하는 연출 기법)로 이들을 보여준다. 거대한 건축물(바티칸 교황청)과 작은 인간(추기경)을 한 화면에 담는다. 신 앞에서 인간이 얼마나 나약한 존재인가를 시각적으로 보여주는 셈이다.영화는 교황이 선종한 뒤 새 교황을 뽑는 투표인 ‘콘클라베’를 통해 권력과 신념의 본질을 탐구하는 정치 스릴러다. 올해 미국 아카데미 시상식(오스카) 각색상, 영국 아카데미 작품상을 받았다. 전 세계 가톨릭 교도 14억 명의 수장인 프란치스코 교황이 지난달 14일부터 입원 중인 상황에서 더욱 눈길이 가는 소재다.비밀의 콘클라베가 열리는 시스티나 성당은 ‘열쇠로 잠그는 방’이란 별칭이 있다. 영화에서 시스티나 바닥에 설치된 긴 의자에 앉아 있는 추기경들은 고개를 바싹 들어 천장화를 바라본다. 천장엔 이탈리아 화가 미켈란젤로(1475~1564)의 ‘천지창조’(1508년)가 그려져 있다. 추기경 역시 땅에 붙어사는 인간이기에 하늘을 올려다보고 살 수밖에 없다. 미학적 연출이 가장 짙게 묻어나는 장면이다.영화는 언어가 통하는 동향의 추기경끼리 삼삼오오 뭉쳐서 모략을 꾸미는 모습도 관찰한다. 콘클라베가 잠시 중단됐을 땐 스마트폰에서 눈을 떼지 못하는 추기경을 비춘다. 가장 신성한 공간에서 가장 인간적인 얼굴이 드러나는 순간이다.● “역겨운 인간”…1인칭으로 추기경 비꼰 소설영화의 이런 장면은 미국 작가 로버트 해리스가 2016년 펴낸 동명의 원작 장편소설과 큰 차이를 보인다.소설은 1인칭 주인공 시점으로 추기경들의 인간적 연악함을 직접적으로 지적한다. 주인공인 추기경 단장 ‘로렌스’(랄프 파인즈)는 검소함을 강조한 교황과 권위를 강조한 옛 추기경 원로들의 이견을 묘사할 때 “교황도 인간이기에 원로들이 화려한 공관으로 물러날 때마다 비난의 눈빛을 던지고, 역시 인간이기에 원로들도 교황에게 반발했다”고 말한다. 로렌스는 자신과 사이가 좋지 않은 추기경을 향해서는 “역겨운 인간 같으니…”라고 감정을 직설적으로 드러낸다.실제로 로렌스의 머리가 지끈거리는 데엔 이유가 있다. 교황 선출을 위한 추기경들의 계파 싸움이 치열하기 때문이다.“세 추기경 모두 선거인단 내에 지지파가 있었다. 벨리니는 그레고리오 대학 총장과 밀라노 대주교를 역임했으며, 아주 오래전부터 진보주의자들의 위대한 지적 희망이었다. 트람블레는 교황청 사도궁무처장과 인류복음화성 장관을 동시에 맡고 있기에 제3세계와 관련해 후보 자격이 있었다. 더욱이 미국인처럼 보인다는 이점도 있었다. 그리고 아데예미는 혁명의 가능성을 신성의 불꽃처럼 품고 다니는데, 늘 언론매체의 주목을 받기에 언젠가는 ‘최초의 흑인 교황’이 될 것 같은 인물이다.”교황이 세상을 떠난 뒤 언론에 사망 사실을 발표하는 방식을 두고 추기경들은 수 싸움을 벌이기도 한다. 교황직이 격무라는 사실을 강조하면 젊은 추기경이 당선될 가능성이 높기 때문이다.“‘오히려 어차피 격무입니다. 사람들도 그 사실을 상기할 필요가 있어요.’트랑블레는 인상을 찌푸렸지만 말은 하지 않았다. 벨리니는 시선을 떨구었다. 묘한 긴장감. 로멜리는 잠시 후에 이유를 알 수 있었다. 교황직이 격무라는 사실을 외부에 알릴경우 사람들은 더 젊은 남자가 교황이 되어야 한다는 뜻으로 받아들일 것이다. 그리고……. 아데예미는 겨우 60대 초반이며 다른 두 추기경보다 거의 10년이나 젊었다.”● “주께서 수녀에게도 눈과 귀를 주셨다”…수녀가 비밀 폭로소설은 남성 추기경들만 주로 비춘다. 반면 여성 수녀들은 잠깐만 언급한다. 예를 들면 빈센트 베니테스라는 새로운 추기경이 있다는 사실이 드러날 때 소설은 “프런트데스크 안에서 수녀 둘이 아무 말도 못 들은 척 바쁘게 컴퓨터를 두드려댔다”고만 묘사한다.소설은 또 앞부분 주요 등장인물(Dramatis Personae)을 따로 표기했다. 등장인물이 많은 소설을 읽기 쉽기 위한 도움이지만 여기에도 남성들밖에 없다. 벨리니 추기경, 아데예미 추기경, 트랑블레 추기경 등 9명 모두 남성 성직자다.반면 영화는 여성인 수녀들도 자주 비춘다. 추기경들이 모략을 꾸미는 식당에서 수녀들이 요리하고, 식기를 놓는 장면을 보여준다. 수녀 ‘아그네스’(이사벨라 로셀리니)가 남성 추기경들의 성 추문과 모함을 폭로하는 장면을 추가해 교회가 남성들의 것만이 아니라는 사실도 함께 지적한다.영화에서 아그네스는 단장 로렌스가 교황의 숙소에 들어간 사실을 변호하고, 여러 추기경의 비밀을 폭로한다.“물론 수녀회는 눈에 띄지 않아야 하지만 주께서는 우리에게 눈과 귀를 주셨습니다. (로렌스) 단장님께서 성하(교황)의 숙소에 들어가신 이유를 알고 있습니다. 수녀 한 명이 유감스러운 장면을 보였고 이번 콘클라베의 추기경 한 분을 (성 추문) 곤란에 빠뜨리기 위해서라고 단장님을 의심하고 계셨어요. 그 아이(성 추문 대상인 수녀)는 트랑블레 추기경님의 특별 요청을 받고 왔으니까요.”영화 막바지, 새 교황이 선출된 뒤 로렌스는 방 안에서 창문 밖을 바라본다. 창밖엔 환호하는 군중이나 추기경의 모습은 보이지 않는다. 그저 교황청 주방 뒷문에서 수녀들이 걸어 나오고 있다.이호재 기자 hoho@donga.com}
시리도록 아름다운 푸른 들판이 펼쳐진 ‘낭만의 땅’ 이탈리아 토스카나. 여성 참가자 제연이 녹슨 대문을 열고 천천히 저택 안으로 걸어 들어간다. 정원엔 고색창연한 나무들이 가득하다. 노랗게 벽을 칠한 집은 영화에서나 마주할 것 같은 모습. 걱정 반, 설렘 반 두근거리는 감정. 그 안에선 누가 기다리고 있을까.한국에서 연애 예능 프로그램을 일컫는 대명사가 된 ‘하트시그널’의 후속작인 채널A 새로운 연애 예능 ‘하트페어링’(사진)이 7일 드디어 베일을 벗었다. ‘하트페어링’은 2017년 첫 방송 이후 시즌마다 화제를 불러일으킨 ‘하트시그널’ 제작진이 야심 차게 선보이는 작품. 2023년 8월 ‘하트시그널4’ 이후 1년 7개월 만에 시청자를 다시 찾아왔다.● ‘냉정과 열정 사이’ 예능 버전 ‘하트시그널5’가 아니라 ‘하트페어링’으로 옷을 갈아입은 이번 작품에서 가장 눈여겨볼 대목은 총 25일 동안 진행된 촬영 가운데 5일은 이탈리아 해외 로케이션으로 찍었다는 점이다. 피렌체가 주도인 토스카나주의 이국적 풍경 속에서 참가자들이 호감을 쌓는 과정이 근사하게 펼쳐진다.7일 첫 방송에선 차분한 성격의 제연과 활달한 하늘 등 상반된 매력을 지닌 출연자 6명이 고풍스러운 저택에서 처음 만나는 내용이 담겼다. 멋진 현지 음식과 와인을 앞에 두고 청춘 남녀는 망설이듯 다가가고 조심스레 질문하며 ‘썸’을 탔다. 아름다운 풍경을 배경으로 조금씩 다가서려 하는 이들의 모습은 마치 피렌체가 주 배경인 일본 영화 ‘냉정과 열정 사이’(2003년)를 보는 듯 짜릿하다. 결혼에 초점을 맞췄다는 점도 ‘하트페어링’의 새로운 면모. ‘하트시그널’이 설렘과 연애에 방점을 뒀다면, ‘하트페어링’은 서로의 가치관 등을 살피며 미래의 배우자를 찾는 과정을 그린다. 이 때문에 참가자들은 서로의 외모나 분위기뿐 아니라 대화하는 방식에도 관심을 기울였다. 실제로 참가자들은 서로 만나기 전 자신의 결혼 가치관에 대한 33가지 질의응답을 쓴 ‘페어링북’을 만들어 뒀다. ‘배우자와 함께하고 싶은 일상’ ‘가장 힘들었던 순간’ 같은 내용도 있지만, ‘자가와 전세 중 어떤 신혼집을 선호하는지’ ‘어떤 수면 형태를 원하는지’ 등 현실적인 내용도 적지 않다. 참가자들은 이성적 끌림뿐 아니라 이런 가치관을 고려하며 호감 여부를 판단하게 된다. ‘하트페어링’ 제작진이 결혼에 무게를 둔 건 이른바 결혼 적령기에 들어선 참가자들의 현실적인 고민을 고려해서라고 한다. 박철환 PD는 7일 온라인 간담회에서 “연애도 어렵지만, 더 어려운 것이 결혼이다. 결혼을 전제로 하지 않고서는 이성을 만나기 어려운 나이대의 사람들이 진정으로 원하는 것이 무엇일지 고민했다”며 “결혼 상대를 고르는 과정에서 일어나는 변수가 관전 포인트”라고 전했다.● 현실적인 문제 다뤄 공감 극대화 그래서인지 ‘하트페어링’은 보다 현실적인 문제를 다루며 공감을 자아낸다. 한 여성 출연자는 자가를 소유한 남성 출연자의 페어링북을 읽은 뒤 호감을 느낀다. 성과급을 포함한 연봉이나 일에 대한 신념을 페어링북에 세세히 적은 출연자도 있었다. MC를 맡은 가수 윤종신은 간담회에서 “출연진의 마음가짐이 좀 더 진지해졌고, 훨씬 더 현실적”이라며 “단순 호감이 아니라 전반적으로 여러 가지 조건들을 고려해 가며 데이트 상대를 선택하기 때문에 이전 방송에선 볼 수 없었던 모습이 담겼다”고 했다. 함께 MC를 맡은 배우 이청아도 “현실의 연애는 너무 영화 같으면 안 된다고 생각하는 편인데, ‘하트페어링’은 영화와 다큐멘터리의 재미가 적절히 섞여 있다”고 말했다. MC들이 출연자들의 호감 여부를 맞히는 과정도 흥미진진했다. 특히 하트시그널 시즌1부터 터줏대감인 윤종신뿐 아니라 이청아, 슈퍼주니어 최시원, 오마이걸 미미, 박지선 사회심리학과 교수가 참여해 출연자들의 심리를 분석했다. 참가자들은 이탈리아에 머무는 동안 나이, 직업을 공개할 수 없다. 다만 매일 밤 호감이 가는 상대에게 익명의 문자를 보낸다. 이탈리아에서 보내는 마지막 날 밤에는 가장 큰 두근거림을 안긴 이성에게 엽서로 마음을 전하게 된다. 2화는 14일 오후 10시 50분 채널A에서 방영된다.이호재 기자 hoho@donga.com}
시리도록 아름다운 푸른 들판이 펼쳐진 ‘낭만의 땅’ 이탈리아 토스카나. 여성 참가자 제연이 녹슨 대문을 열고 천천히 저택 안으로 걸어 들어간다. 정원엔 고색창연한 나무들이 가득하다. 노랗게 벽을 칠한 집은 영화에서나 마주한 듯한 기분. 걱정 반, 설렘 반 두근거리는 감정. 그 안에선 누가 기다리고 있을까.한국에서 연애 예능 프로그램을 일컫는 대명사가 된 ‘하트시그널’의 후속작인 채널A 새로운 연애 예능 ‘하트페어링’이 7일 드디어 베일을 벗었다. ‘하트페어링’은 2017년 첫 방송 이후 시즌마다 화제를 불러 일으킨 ‘하트시그널’ 제작진이 야심차게 선보이는 작품. 2023년 8월 ‘하트시그널4’ 이후 1년 7개월 만에 시청자를 다시 찾아왔다.● ‘냉정과 열정 사이’ 예능 버전‘하트시그널5’가 아니라 ‘하트페어링’으로 옷을 갈아입은 이번 작품에서 가장 눈여겨볼 대목은 총 25일 동안 진행된 촬영 가운데 5일은 이탈리아 해외 로케이션으로 찍었다는 점이다. 피렌체가 주도인 토스카나 주의 이국적 풍경 속에서 참가자들이 호감을 쌓는 과정이 근사하게 펼쳐진다.7일 첫 방송에선 차분한 성격의 제연과 활달한 하늘 등 상반된 매력을 지닌 출연자 6명이 고풍스러운 저택에서 처음 만나는 내용이 담겼다. 멋진 현지 음식과 와인을 앞에 두고 젊은 청춘남녀는 망설이듯 다가가고 조심스레 질문하며 ‘썸’을 탔다. 아름다운 풍경을 배경으로 조금씩 다가서려 하는 이들의 모습은 마치 피렌체가 주배경이던 일본 영화 ‘냉정과 열정 사이’(2003년)를 보는 듯 짜릿하다.결혼에 초점을 맞췄다는 점도 ‘하트페어링’의 새로운 면모. ‘하트시그널’이 설렘과 연애에 방점을 뒀다면, ‘하트페어링’은 서로의 가치관 등을 살피며 미래의 배우자를 찾는 과정을 그린다. 때문에 참가자들은 서로의 외모나 분위기뿐 아니라 대화하는 방식에도 관심을 기울였다.실제로 참가자들은 서로 만나기 전 자신의 결혼 가치관에 대한 33가지 질의응답을 쓴 ‘페어링북’을 만들어뒀다. ‘배우자와 함께하고 싶은 일상’ ‘가장 힘들었던 순간’ 같은 내용도 있지만, ‘자가와 전세 중 어떤 신혼집을 선호하는지’ ‘어떤 수면 형태를 원하는지’ 등 현실적인 내용도 적지 않다. 참가자들은 이성적 끌림뿐 아니라 이런 가치관을 고려하며 호감 여부를 판단하게 된다. ‘하트페어링’ 제작진이 결혼에 무게를 둔 건 이른바 결혼 적령기에 들어선 참가자들의 현실적인 고민을 고려해서라고 한다. 박철환 PD는 7일 온라인 간담회에서 “연애도 어렵지만, 더 어려운 것이 결혼이다. 결혼을 전제로 하지 않고서는 이성을 만나기 어려운 나이대의 사람들이 진정으로 원하는 것이 무엇일지 고민했다”며 “결혼 상대를 고르는 과정에서 일어나는 변수가 관전 포인트”라고 전했다.● 현실적인 문제 다뤄 공감 극대화그래서인지 ‘하트페어링’은 보다 현실적인 문제를 다루며 공감을 자아낸다. 한 여성 출연자는 자가를 소유한 남성 출연자의 페어링북을 읽은 뒤 호감을 느낀다. 성과급을 포함한 연봉이나 일에 대한 신념을 페어링북에 세세히 적은 출연자도 있었다.MC를 맡은 가수 윤종신은 간담회에서 “출연진의 마음가짐이 좀 더 진지해졌고, 훨씬 더 현실적”이라며 “단순 호감이 아니라 전반적으로 여러 가지 조건들을 고려해가며 데이트 상대를 선택하기 때문에 이전 방송에선 볼 수 없었던 모습이 담겼다”고 했다. 함께 MC를 맡은 배우 이청아도 “현실의 연애는 너무 영화 같으면 안 된다고 생각하는 편인데, ‘하트페어링’은 영화와 다큐멘터리의 재미가 적절히 섞여 있다”고 말했다.MC들이 출연자들의 호감 여부를 맞추는 과정도 흥미진진했다. 특히 하트시그널 시즌1부터 터줏대감인 윤종신뿐 아니라 이청아, 슈퍼주니어 최시원, 오마이걸 미미, 박지선 사회심리학과 교수가 참여해 출연자들의 심리를 분석했다.참가자들은 이탈리아에 머무는 동안 나이, 직업을 공개할 수 없다. 다만 매일 밤 호감이 가는 상대에게 익명의 문자를 보낸다. 이탈리아에서 보내는 마지막 날 밤에는 가장 큰 두근거림을 안긴 이성에게 엽서로 마음을 전하게 된다. 2화는 14일 오후 10시 50분 채널A에서 방영된다.이호재 기자 hoho@donga.com}
1913년 10월 11일. 도버 해협 근처 바다에서 한 남성의 부패한 시신이 떠올랐다. 시신을 발견한 이들은 곧바로 2주 전 세상을 떠들썩하게 했던 실종자를 생각해냈다. 미국 뉴욕타임스(NYT) 등 주요 일간지 1면을 장식했던 그 유명인 말이다. 유가족이 도착한 뒤에 추측이 들어맞았다는 사실이 확인됐다. 시신은 독일 기계공학자 ‘루돌프 디젤’(1858∼1913)이었다.미국 소설가인 저자가 디젤의 인생을 다룬 논픽션이다. 디젤의 삶과 사망을 마치 한 편의 추리 소설처럼 흥미진진하게 풀어냈다.1858년 디젤은 프랑스 파리의 독일계 부모 사이에서 태어났다. 가정 형편이 어려워 어린 시절부터 공방에서 일하며 기술을 익혔다. 뮌헨공대에서 공학을 전공하고 수차례 도전한 끝에 1897년 ‘디젤 엔진’을 만들었다. 기존 증기기관보다 훨씬 높은 연료 효율을 자랑한 디젤 엔진은 혁신의 상징으로 자리 잡았다. 그러나 석탄·석유 기업들은 디젤 엔진의 확산을 경계했다. 디젤 엔진이 석탄으로 작동하는 기존 증기기관을 대체할 수 있었기 때문이다. 특히 석유가 아닌 식물성 기름으로도 작동할 수 있다는 점을 우려했다.디젤은 주변에 “내 발명으로 사람들이 행복해졌는지 확신하지 못하겠다”고 토로하곤 했다. 디젤은 서민들이 값싼 식물성 기름을 이용해 디젤 엔진을 활용하기 바랐지만, 정작 각국은 이를 군용으로 채택해 잠수함과 전함을 만들었기 때문이다.이런 질투와 고민 속에서 디젤은 1913년 9월 29일 여객선에 올랐지만, 목적지에 도착하지 못한다. 항해 도중 흔적도 없이 사라졌다. 공식적인 발표는 사고사다. 하지만 디젤이 극단적인 선택을 했다는 설과 석유 기업이나 정부 세력이 개입했다는 음모론이 지금도 제기된다.교류 전기 시스템을 개발했지만 결국 에디슨과의 경쟁에서 밀려 쓸쓸한 죽음을 맞았던 니콜라 테슬라(1856∼1943), 핵무기를 개발하고도 끝까지 죄책감에 시달렸던 로버트 오펜하이머(1904∼1967)…. 책을 읽다 보면 기술 혁신을 통해 세상을 바꾸려 했지만, 결국 세상에 인생이 삼켜지고 만 비슷한 천재들의 삶이 함께 스친다.이호재 기자 hoho@donga.com}
신진서 9단(24·사진)이 한국 바둑 랭킹에서 63개월 연속 1위를 지켰다. 한국기원이 5일 발표한 3월 순위에 따르면 신 9단은 1만434점을 획득해 1위를 차지했다. 신 9단은 2020년 1월부터 1위를 놓치지 않고 있다. 신 9단은 지난달 제26회 농심신라면배 세계바둑최강전과 제1회 난양배 등에서 5전 전승을 거뒀다. 2위는 9962점을 획득한 박정환 9단(32)이다. 3위는 9764점을 기록한 강동윤 9단(36)이 차지했다. 강 9단은 2012년 4월 이후 13년 만에 자신의 최고 순위였던 3위에 다시 올랐다. 여성 부문에선 전체 30위에 오른 김은지 9단(18)이 최정 9단(28·전체 33위)을 제치고 정상을 차지했다.이호재 기자 hoho@donga.com}
왜 은행 애플리케이션은 계속 바뀔까. 스타벅스가 사실상 은행이라는 말의 진실은 뭘까. 요즘은 인공지능(AI)이 대출 심사도 한다고 하는데 어떻게 하는 걸까.KT그룹에서 2015년부터 인터넷전문은행을 비롯한 금융 분야 전반을 담당한 저자가 쓴 대중경제경영서다. 금융과 정보통신기술의 융합이 진행되는 현업에서 10년간 고민한 결과물을 담았다.특히 플랫폼기업이 전통적인 금융 시스템을 어떻게 혁신하는지를 들여다봤다. 또 네트워크 산업과 금융의 융합으로 서비스의 디지털화, 효율성, 보안 강화는 물론 새로운 금융 시스템의 등장 가능성을 살펴봤다.금융의 최전선에서 일어나는 변화의 통찰과 금융기술이 일으키는 ‘머니무브’를 이해하기 위해서 추천할 만하다. “블록체인 기술과 금융의 융합으로 거래의 경제성, 투명성, 보안성 그리고 신뢰성이 강화될 것”이라는 저자의 지적이 의미있게 다가온다.금융의 최전선권선무 지음284쪽·1만8800원파지트이호재 기자 hoho@donga.com}
저예산 영화의 득세와 사라진 정치 발언…. 2일(현지 시간) 미국 로스앤젤레스(LA) 돌비극장에서 열린 제97회 미국 아카데미 시상식(오스카)은 이렇게 요약할 수 있다. 현지에서도 “비(非)전통적인 선택(Nontraditional choice)”(뉴욕타임스·NYT)이란 평가가 나올 정도였다. 수상작 선정에 대해서도 ‘젊고 날카로워졌다’는 평도 있었지만, 대체로 이전 시상식과 묘하게 분위기가 달랐다. “아무도 미 대통령의 이름을 언급하지 않았다”(영국 일간 가디언) “워싱턴은 먼 나라 같았다”(NYT) 등의 반응이 나온 것도 이런 맥락이었다. 비교적 논란이 적었던 ‘아노라’가 이날 작품상을 포함해 5관왕을 차지한 것도 ‘안전한 선택’으로 보였다.● 올해 주인공은 ‘아노라’ 이날 오스카 작품상은 성 노동자의 사랑과 삶을 그린 영화 ‘아노라’에 돌아갔다. 지난해 프랑스 칸 국제영화제 황금종려상 수상작인 이 영화는 감독상과 여우주연상, 각본상, 편집상까지 총 5개 부문을 휩쓸며 주인공으로 등극했다.‘아노라’는 제작비가 600만 달러(약 87억 원)에 불과한 저예산 영화. 최근까지 북미(미국, 캐나다)에서만 1570만 달러(약 229억 원)를 벌어들였다. NYT는 “다만 오스카 작품상 중 팬데믹 기간을 제외하고 역사상 가장 낮은 북미 티켓 판매 기록”이라고 했다.숀 베이커 감독은 ‘탠저린’(2015년), ‘플로리다 프로젝트’(2017년) 등을 통해 소수자와 비주류 문화를 조명해온 감독. 그는 감독상 수상 소감에서 “독립영화를 인정해준 오스카에 감사를 표한다”면서 “독립영화인들의 피와 땀, 눈물로 만들었다”고 말했다. 촬영상 등 3관왕에 오른 ‘브루탈리스트’ 역시 제작비가 1000만 달러로 미국 기준에선 많지 않다. 참고로 지난해 작품상 등 7개 부문을 휩쓴 ‘오펜하이머’는 제작비가 1억 달러(약 1462억 원)였다.● AI가 도운 연기로 주연상여우주연상은 26세의 배우 마이키 매디슨(‘아노라’)에게 돌아갔다. 매디슨은 ‘원스 어폰 어 타임 인 할리우드’(2019년)로 얼굴을 알렸지만 아직 신인급 배우. 20대가 여우주연상을 받은 것도 2013년 제니퍼 로런스(‘실버 라이닝 플레이북’·당시 22세) 이후 12년 만이다. 골든글로브 뮤지컬·코미디 영화 부문에서 여우주연상을 받은 63세 배우 데미 무어(‘서브스턴스’)의 수상 가능성이 높게 점쳐졌지만, 오스카는 ‘젊은 피’를 선택했다. 워싱턴포스트(WP)는 “매디슨도 충격을 받은 것처럼 보였다”고 전했다. 반면 남우주연상은 관록을 택했다. 2003년 ‘피아니스트’로 29세에 오스카 역대 최연소 남우주연상을 받았던 에이드리언 브로디(‘브루탈리스트’)가 두 번째 수상의 영예를 안았다. ‘컴플리트 언노운’의 티모테 샬라메가 최연소 남우주연상 기록을 경신할지 주목됐지만, 브로디의 안정적인 연기력에 힘이 실렸다. 다만 해당 작품에서 브로디를 포함한 배우들의 헝가리 억양이 생성형 인공지능(AI)의 도움을 받은 사실은 ‘연기(演技)’에 대한 논란의 불씨를 남겼다. 남우조연상은 매컬리 컬킨(영화 ‘나 홀로 집에’의 주인공)의 동생인 키런 컬킨(‘리얼 페인’)이 받았다. 여우조연상은 ‘아바타’ 등에서 비(非)인간 캐릭터를 자주 연기한 조이 살다나(‘에밀리아 페레즈’)에게 돌아갔다. 무려 12개 부문 후보에 올랐던 ‘에밀리아 페레즈’는 여우조연상과 주제가상에 그쳤다. 주연 배우 카를라 소피아 가스콘의 과거 차별적 발언이 악영향을 끼친 것으로 풀이된다.이호재 기자 hoho@donga.com}
저예산 영화의 득세와 사라진 정치 발언….2일(현지 시간) 미국 로스앤젤레스(LA) 돌비 극장에서 열린 제97회 미국 아카데미 시상식(오스카)은 이렇게 요약할 수 있다. 현지에서도 “비(非)전통적인 선택(Nontraditional choice)”(뉴욕타임스·NYT)이란 평가가 나올 정도였다. 수상작 선정에 대해서도 ‘젊고 날카로워졌다’는 평도 있었지만, 대체로 이전 시상식과 묘하게 분위기가 달랐다. “아무도 미 대통령의 이름을 언급하지 않았다”(영국 일간 가디언) “워싱턴은 먼 나라 같았다”(NYT) 등의 반응이 나온 것도 이런 맥락이었다. 비교적 논란이 적었던 ‘아노라’가 이날 작품상 포함 5관왕을 차지한 것도 ‘안전한 선택’으로 보였다. ● 올해 주인공은 ‘아노라’이날 오스카 작품상은 성 노동자의 사랑과 삶을 그린 영화 ‘아노라’에게 돌아갔다. 지난해 프랑스 칸국제영화제 황금종려상 수상작인 이 영화는 감독상과 여우주연상, 각본상, 편집상까지 총 5개 부문을 휩쓸며 주인공으로 등극했다.‘아노라’는 제작비가 600만 달러(약 87억 원)에 불과한 저예산 영화. 최근까지 북미(미국·캐나다)에서만 1570만 달러(약 229억 원)를 벌어들였다. NYT는 “다만 오스카 작품상 중 팬데믹 기간을 제외하고 역사상 가장 낮은 북미 티켓 판매 기록”이라고 했다.션 베이커 감독은 ‘탠저린’(2018년), ‘플로리다 프로젝트’(2018년) 등을 통해 소수자와 비주류 문화를 조명해온 감독. 그는 감독상 수상 소감에서 “독립 영화를 인정해준 오스카에 감사를 표한다”면서 “독립 영화인들의 피와 땀, 눈물로 만들었다”고 말했다.촬영상 등 3관왕에 오른 ‘브루탈리스트’ 역시 제작비가 1000만 달러로 미국 기준에선 많지 않다. 참고로 지난해 작품상 등 7개 부문을 휩쓴 ‘오펜하이머’는 제작비가 1억 달러(약 1462억 원)였다. ● AI가 도운 연기로 주연상여우주연상은 26세의 배우 마이키 매디슨(‘아노라’)에게 돌아갔다. 매디슨은 ‘원스 어폰 어 타임 인 할리우드’(2019년)로 얼굴을 알렸지만 아직 신인급 배우. 20대가 여우주연상을 받은 것도 2013년 제니퍼 로렌스(‘실버 라이닝 플레이북’·당시 22세) 이후 12년 만이다. 골든글로브 뮤지컬·코미디 영화 부문에서 여우주연상을 받은 63세 배우 데미 무어(‘서브스턴스’)의 수상 가능성이 높게 점쳐졌지만, 오스카는 ‘젊은 피’를 선택했다. 워싱턴포스트(WP)는 “매디슨도 충격 받은 것처럼 보였다”고 전했다.반면 남우주연상은 관록을 택했다. 2003년 ‘피아니스트’로 29세에 오스카 역대 최연소 남우주연상을 받았던 에이드리언 브로디(‘브루탈리스트’)가 두 번째 수상의 영예를 안았다. ‘컴플리트 언노운’의 티모테 샬라메가 최연소 남우주연상 기록을 경신할지 주목됐지만, 브로디의 안정적인 연기력에 힘이 실렸다. 다만 해당 작품에서 브로디 포함 배우들의 헝가리 억양이 생성형 인공지능(AI)의 도움을 받은 사실은 ‘연기(演技)’에 대한 논란의 불씨를 남겼다.남우조연상은 맥컬리 컬킨(영화 ‘나 홀로 집에’의 주인공)의 동생인 키런 컬킨(‘리얼 페인’)이 받았다. 여우조연상은 ‘아바타’ 등에서 비(非)인간 캐릭터를 자주 연기한 조이 살다나(‘에밀리아 페레즈’)에게 돌아갔다.무려 12개 부문 후보에 올랐던 ‘에밀리아 페레즈’는 여우조연상과 주제가상에 그쳤다. 주연 배우 카를라 소피아 가스콘의 과거 차별적 발언이 악영향을 끼친 것으로 풀이된다. 이호재 기자 hoho@donga.com}
올가을 아시아태평양경제협력체(APEC) 정상회의가 열리는 경북 경주시에 신라 금관이 처음으로 모두 모인다. 문화체육관광부는 국립경주박물관이 10∼11월 개최하는 금관특별전에서 ‘금관총 금관’ ‘금령총 금관’ ‘서봉총 금관’ ‘천마총 금관’ ‘황남대총 북분 금관’ 등 신라 금관 5점을 전시한다고 28일 밝혔다. 이 박물관이 상설 전시 중인 ‘경주 교동 금관’까지 지금까지 발견된 신라 금관 6점 모두가 한자리에서 전시되는 것이다. 신라 금관이 모두 모이는 건 1921년 ‘금관총 금관’ 발굴 이후 104년 만에 처음이다. APEC 정상회의 기간 한국의 첨단기술과 경주의 역사·문화 콘텐츠가 융합한 ‘K콘텐츠 축제’(9∼11월), 우리 문화의 정수를 담은 ‘한국 미술·공예 전시’(7∼12월) 등 특별 문화행사도 열린다. 문체부는 APEC 정상회의 참가자 약 2만 명을 대상으로 ‘한국관광 홍보관’과 체험형 홍보 여행 프로그램도 운영한다. 화랑도 등 신라 전통문화를 소재로 한 공연(8∼11월), 지역·청년 예술인 중심 전통공연(9∼10월), 고분콘서트(10월), 국제경주역사포럼(9월), 세계유산축전(9∼10월) 등 경주의 특색을 살린 문화·관광 행사도 열린다. 이호재 기자 hoho@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