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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폐: 일상의 고됨을 내뱉고 아름다움을 다시 채우는 일.’ 이 책의 목차 열다섯 줄은 그 자체로 한 편의 아름다운 하이쿠(俳句) 연작이다. 영국 BBC라디오3에서 방송된 ‘몸에 관한 이야기’를 모아 영국에서 가장 주목받는 작가 열다섯 명이 각각 눈 코 갑상샘 맹장 같은 신체기관 중 하나를 선택해 수필로 풀어냈다. 각자 위치에서 매일 맹렬하게 활동하는 지극히 생물학적인 기관들을 문학적으로 풀어낸 것이 인상적이다. 소설과 시, 오페라 등 각기 다른 분야에서 활동하며 다른 경험을 해온 작가들의 개성이 오롯이 담겼다. 열다섯 작가 중 가장 독특한 이력을 가진 이는 마지막에 등장하는 시인이자 장의사인 토머스 린치. 죽음을 직업으로 삼는 그는 인체기관 중 자궁을 선택했다. 인간 존재의 여정이 시작되는 곳이자, 자궁(womb·움)과 무덤(tomb·툼)으로 우리 인생의 수미상응을 이루는 곳이기 때문이다.이서현 기자 baltika7@donga.com}

“오스카는 지역 축제다.” 봉준호 감독은 아카데미(오스카) 시상식이 미국만의 축제라고 꼬집었지만 100년에 가까운 아카데미 시상식의 역사를 들여다보면 세계 최대 영화 시장인 할리우드의 역사와 흐름을 같이한다는 것을 알 수 있다. 아카데미상은 1927년 할리우드에서 미국영화예술과학아카데미(AMPAS)가 출범하면서 시작됐다. AMPAS의 사서였던 마거릿 헤릭이 트로피를 보고 자신의 삼촌 오스카와 닮았다고 말해 ‘오스카’라는 별칭이 붙었다는 설과 함께 유명 칼럼니스트 시드니 스콜스키가 1934년 캐서린 헵번의 여우주연상 수상을 언급하며 ‘오스카’라는 이름을 붙였다는 설이 있다. 높이가 약 34cm인 아카데미 트로피는 전 세계 영화인들의 꿈이 됐다. 제2차 세계대전 당시 물자 부족으로 석고에 색칠한 트로피를 만들었어도 오스카에 대한 영화인의 열망은 변함이 없었다. 올해 92회를 맞는 아카데미 시상식은 여전히 세계 영화 시장에서 가장 관심을 끄는 시상식이다. 오스카는 명성만큼이나 여러 논란에 휩싸였다. 1940년(12회) 해티 맥대니얼이 ‘바람과 함께 사라지다’로 여우조연상을 받으며 사상 첫 아프리카계 수상자가 탄생했지만 오스카 수상자들의 면면은 미국의 문화적 다양성을 온전히 담아내기에는 역부족이었다. 첫 아시아인 감독상은 2006년(리안 감독·브로크백 마운틴), 첫 여성 감독상은 2010년(캐스린 비글로 감독·허트 로커)에야 탄생했다. 2016년에는 제88회 시상식을 앞두고 ‘백인 위주의 오스카(#Oscars so white)’ 논란에 휩싸였다. 그해 아카데미의 남녀 주·조연상 후보 중 유색 인종이 한 명도 없었기 때문이다. 한국 영화는 1963년 고 신상옥 감독의 영화 ‘사랑방 손님과 어머니’ 이후 꾸준히 오스카의 문을 두드려 왔다. 이창동 감독의 ‘오아시스’, 김기덕 감독의 ‘피에타’, 이준익 감독의 ‘사도’, 장훈 감독의 ‘택시운전사’ 등이 출품됐으나 한 차례도 최종 후보의 문턱을 넘지 못했다. ‘기생충’은 지금까지 출품된 한국 영화들과는 달리 할리우드의 뜨거운 반응을 이끌어 내고 있다. 자막을 읽어야 하는 외국어 영화임에도 상업적 성공과 평단의 호평을 동시에 거머쥐었다. 작품상과 감독상 등 오스카 시상식의 총 6개 부문 후보에 오른 ‘기생충’의 도전은 그래서 더욱 의미 있다. 시상식이 열리는 9일(현지 시간)이 기생충의 날이 될 수 있을까.오스카 트로피 제작과정오스카 트로피는 2016년부터 뉴욕주 주조소 ‘폴리치 탤릭스’가 3차원(3D) 프린팅 방식으로 제작한다. 폴리치 탤릭스는 제프 쿤스, 리처드 세라 등 현대 미술가들이 작품을 의뢰하는 곳으로 유명하다. 3D 트로피 모형 위에 동과 순금을 덧입힌다. 순금이 벗겨지는 것을 방지하기 위해 미국항공우주국에서 사용하는 특수 전기도금 기술이 사용됐다. 오스카 트로피 50개 제작에는 약 3개월이 소요된다. 이서현 baltika7@donga.com·김재희 기자}

미국 아카데미 시상식을 한 주 앞두고 영화 ‘기생충’이 영국 아카데미 시상식에서 수상했다. 영국영화TV예술아카데미(BAFTA)는 2일(현지 시간) 영국 런던에서 열린 시상식에서 외국어영화상 수상작으로 봉준호 감독의 ‘기생충’을 선정했다. 한국 영화가 영국 아카데미 시상식에서 외국어영화상을 수상한 것은 2018년 박찬욱 감독의 영화 ‘아가씨’ 이후 두 번째다. ‘기생충’은 각본상도 수상해 2관왕에 올랐다. 봉 감독은 외국어영화상을 수상하며 “멀리서 왔다. 여기 참석한 이들 중 제가 제일 먼 곳에서 온 것 같다”며 “함께 후보에 오른 훌륭한 영화들에 찬사를 보내고 싶다”고 말했다. 이어 “최고의 앙상블을 보여줬던 배우들이 아니었으면 힘들었을 것”이라며 배우들에게 공을 돌렸다. 각본상 시상식에서는 “제가 쓴 대사와 장면들을 훌륭하게 화면에 펼쳐 준 배우들에게 감사드린다. 살아있는 배우들의 표정과 보디랭귀지야말로 만국 공통어라는 생각이 든다”고 말했다. 기생충은 작품상과 감독상 부문 후보에도 올랐지만 두 부문은 샘 멘데스 감독의 ‘1917’에 내줬다. ‘1917’은 작품상과 감독상, 촬영상, 미술상 등 7개 부문에서 수상했다. 남우주연상은 ‘조커’의 호아킨 피닉스가, 여우주연상은 ‘주디’의 러네이 젤위거가 각각 수상했다. 1947년 출범한 BAFTA는 영국에서 가장 권위 있는 상으로 통하며 미국 아카데미상에 미치는 영향도 적지 않다. 또 기생충은 1일(현지 시간) 미국에서 열린 미국작가조합상 시상식에서 메인 상인 각본상을 수상했고, 미국미술감독조합(ADG)상도 받았다. 이로써 기생충은 미국 4대 조합(프로듀서·감독·배우·작가조합)상 가운데 배우와 작가 상을 받아 한국 영화 최초로 아카데미상 수상 가능성을 높이고 있다. 특히 미국작가조합과 영국 아카데미에서 각본상을 받았기 때문에 각본상 수상이 유력하게 점쳐지고 있다. 제92회 아카데미 시상식은 9일(현지 시간) 미국 로스앤젤레스 돌비 극장에서 열린다. ‘기생충’은 작품상 감독상 각본상 미술상 편집상 국제영화상 등 총 6개 부문 후보에 올라 있다. 이서현 기자 baltika7@donga.com}

미국 아카데미시상식을 한 주 앞두고 영화 ‘기생충’이 영국 아카데미시상식에서 수상에 성공했다. 영국영화TV예술아카데미(BAFTA)는 2일(현지시간) 영국 런던에서 열린 시상식에서 외국어 영화상 수상작으로 봉준호 감독의 ‘기생충’을 선정했다. 한국영화가 영국 아카데미 시상식에서 외국어영화상을 수상한 것은 2018년 박찬욱 감독의 영화 ‘아가씨’ 이후 두 번째다. ‘기생충’은 각본상도 수상해 2관왕에 올랐다. 봉 감독은 외국어영화상을 수상하며 “멀리서 왔다. 여기 참석한 이들 중 제가 제일 먼 곳에서 온 것 같다”며 “함께 후보에 오른 훌륭한 영화들에 찬사를 보내고 싶다”고 말했다. 이어 “최고의 앙상불을 보여줬던 배우들이 아니었으면 힘들었을 것”이라며 배우들에게 공을 돌렸다. 각본상 시상식에서는 “제가 쓴 대사와 장면들을 훌륭하게 화면에 펼쳐 준 배우들에게 감사드린다. 살아있는 배우들의 표정과 바디랭귀지야말로 만국 공통어라는 생각이 든다”고 말했다. 기생충은 작품상과 감독상 부문 후보에도 올랐지만 두 부문은 샘 맨데스 감독의 ‘1917’에 내줬다. ‘1917’은 작품상과 감독상, 촬영상, 미술상 등 7개 부문에서 수상했다. 남우주연상은 ‘조커’의 호아킨 피닉스가, 여우주연상은 ‘주디’의 르네 젤위거가 각각 수상했다. 1947년 출범한 BAFTA는 영국에서 가장 권위있는 상으로 통하며 미국 아카데미상에 미치는 영향도 적지 않다. 또 기생충은 1일(현지시간) 미국에서 열린 미국작가조합상 시상식에서 메인 상인 각본상을 수상했고, 미국미술감독조합(ADG) 상도 받았다. 이로써 기생충은 미국 4대 조합(프로듀서·감독·배우·작가조합) 상 가운데 배우와 작가 상을 받아 한국 영화 최초로 아카데미상 수상 가능성을 높이고 있다. 특히 미국작가조합과 영국 아카데미에서 각본상을 받았기 때문에 각본상 수상이 유력하게 점쳐지고 있다. 제92회 아카데미 시상식은 9일(현지시간) 미국 로스엔젤레스 돌비 극장에서 열린다. ‘기생충’은 작품상 감독상 각본상 미술상 편집상 국제영화상 등 총 6개 부문 후보에 올라있다. 이서현기자 baltika7@donga.com}

흔히 쓰는 ‘감성 마케팅’이란 표현은 과연 논리적으로 맞는 말일까. 유니레버와 디아지오, 티모바일 같은 굵직한 글로벌 기업에서 25년간 마케팅 책임자로 일한 저자는 단호히 ‘틀렸다’고 말한다. 마케터들은 오랜 기간 인간의 심리를 파고들었지만 저자는 소비자의 지갑을 여는 것은 결국 마음이 아니라 뇌과학이라고 주장한다. 품질이 같은데도 어떤 제품엔 열광하고 다른 제품은 외면하는 이유와 광고 카피 한 줄에 판매량이 요동치는 배경, 디자인의 변화로 매출이 급락한 사연을 뇌 속 신경학적 논리로 설명한다. 대학 경영학과 마케팅 수업에서 ‘신경마케팅’을 주제로 한 특강을 듣는 느낌이다. 아디다스의 샤워젤, 보스 생수, 트로피카나 오렌지주스같이 일상에서 흔히 볼 수 있는 제품에 얽힌 마케팅 뒷이야기뿐만 아니라 저자의 논리에 따라 성공과 실패의 함수를 역산해보는 재미가 쏠쏠하다. 이서현 기자 baltika7@donga.com}

2016년 개봉한 영화 ‘수어사이드 스쿼드’에서 조커, 데드샷 등 쟁쟁한 DC코믹스 캐릭터 사이에서 단연 빛난 건 ‘할리 퀸’(마고 로비)이었다. 혹평 속 홀로 빛나는 캐릭터를 만든 배우 마고 로비가 할리 퀸 솔로 영화 ‘버즈 오브 프레이’로 다음 달 5일 돌아온다. 할리 퀸은 남자 친구 조커와 결별하고 고담시의 ‘센 언니들’과 새 악당 로만(이완 맥그리거)에게 맞선다. 28일 서울 용산구에서 열린 화상 라이브 콘퍼런스에서 마고 로비는 “수어사이드 스쿼드의 할리 퀸을 연기하면서 이 캐릭터와 사랑에 빠졌다”고 말했다. 할리 퀸의 내레이션으로 진행되는 영화에는 이 캐릭터의 내면과 새로운 모습을 엿볼 수 있는 장면이 여럿 등장한다. “조커와 헤어지고 독립적으로 살아가려는데 성공적이지는 못하죠. 그러다 다른 여성들과 힘을 합치고 자매 같은 친구들도 생기면서 ‘버즈 오브 프레이’를 구성해요.”(마고 로비) 영화에는 화려하면서도 보는 관객의 뼈가 으스러질 것만 같은 힘이 넘치는 액션 장면이 적지 않다. 배우들은 촬영 수개월 전부터 함께 훈련하며 액션 장면을 연습했다. 그들은 이 과정에서 돈독한 유대감을 쌓았다고 설명했다. “여배우들로만 이뤄진 캐스팅이 독특한 연대감을 형성했어요. 영화계에서 여배우만 공감할 수 있는 부분이 있어서 빨리 친해졌고 다양한 차원에서 서로를 지지했어요.”(마고 로비) 영화의 큰 볼거리는 ‘헌트리스’(메리 엘리자베스 윈스테드)와 ‘블랙 카나리’(저니 스몰렛벨), ‘르네 몬토야’(로지 페레즈) ‘카산드라’(엘라 제이 바스코) 등 독특한 개성을 지닌 여성 캐릭터들이다. 슈퍼히어로 영화로는 처음으로 아시아계 여성 감독인 캐시 얀이 이들의 조화를 이뤄냈다. 얀 감독을 비롯해 ‘원더우먼 1984’(감독 패티 젱킨스) ‘블랙 위도우’(케이트 쇼틀랜드) 등 올해 개봉을 앞둔 여성 히어로 영화들은 모두 여성 감독의 작품이다. “연약하고 불완전하면서 동시에 강인한 여성들이 마침내는 무언가 이루는 모습을 보여주고 싶었어요. 개인이 시련을 겪을 때 연대하면 더 큰 힘을 발휘할 수 있다는 것이 영화의 중요한 메시지입니다.”(캐시 얀)이서현 기자 baltika7@donga.com}

2016년 개봉한 영화 ‘수어사이드 스쿼드’에서 조커, 데드샷 등 쟁쟁한 DC코믹스 캐릭터 사이에서 단연 빛난 건 ‘할리 퀸’(마고 로비)이었다. 혹평 속 홀로 빛나는 캐릭터를 만든 배우 마고 로비가 할리 퀸 솔로 영화 ‘버즈 오브 프레이’로 다음 달 5일 돌아온다. 할리 퀸은 남자친구 조커와 결별하고 고담시의 ‘센 언니들’과 새 악당 로만(이완 맥그리거)에 맞선다. 28일 서울 용산구에서 열린 화상 라이브 콘퍼런스에서 마고 로비는 “수어사이드 스쿼드의 할리 퀸을 연기하면서 이 캐릭터와 사랑에 빠졌다”고 말했다. 할리 퀸의 내레이션으로 진행되는 영화는 이 캐릭터의 내면과 새로운 모습을 엿볼 수 있는 장면이 여럿 등장한다. “조커와 헤어지고 독립적으로 살아가려는데 성공적이지는 못하죠. 그러다 다른 여성들과 힘을 합치고 자매 같은 친구들도 생기면서 ‘버즈 오브 프레이’를 구성해요.”(마고 로비) 영화에는 화려하면서도 보는 관객의 뼈가 으스러질 것만 같은 힘이 넘치는 액션 장면이 적지 않다. 배우들은 촬영 수개월 전부터 함께 훈련하며 액션 장면을 연습했다. 그들은 이 과정에서 돈독한 유대감을 쌓았다고 설명했다. “여배우들로만 이뤄진 캐스팅이 독특한 연대감을 형성했어요. 영화계에서 여배우만 공감할 수 있는 부분이 있어서 빨리 친해졌고 다양한 차원에서 서로를 지지했어요.”(마고 로비) 영화의 큰 볼거리는 ‘헌트리스’(메리 엘리자베스 윈스티드)와 ‘블랙 카나리’(저니 스몰렛), ‘르네 몬토야’(로지 페레즈) ‘카산드라’(엘라 제이 바스코) 등 독특한 개성을 지닌 여성 캐릭터들이다. 슈퍼히어로 영화로는 처음으로 아시아계 여성 감독인 캐시 얀이 이들의 조화를 이뤄냈다. 얀 감독을 비롯해 ‘원더우먼 1984’(패티 젠킨스 감독) ‘블랙 위도우’(케이트 쇼트랜드) 등 올해 개봉을 앞둔 여성 히어로 영화들은 모두 여성 감독의 작품이다. “연약하고 불완전하면서 동시에 강인한 여성들이 마침내는 무언가 이루는 모습을 보여주고 싶었어요. 개인이 시련을 겪을 때 연대하면 더 큰 힘을 발휘할 수 있다는 것이 영화의 중요한 메시지입니다.”(캐시 얀) 이서현 기자 baltika7@donga.com}

《프랑스 칸 국제영화제 황금종려상, 미국 골든글로브 외국어영화상, 아카데미영화제 6개 부문 최종 후보까지…. 2019년은 한국 영화 역사에 한 획을 그은 해였다. 봉준호 감독(51)의 ‘기생충’이 국제영화제에서 갈아 치운 ‘최초’ 기록은 더 이상 세는 것이 무의미하다. 기생충의 성공으로 세계 영화 무대의 중심에 선 한국 영화의 2020년은 어떨까. 영화업계 전문가들은 유명 감독들의 귀환을 꼽았다.》○ 거장들의 귀환, 이면의 ‘빈익빈 부익부’ “강제규 류승완 양우석 연상호 이준익 이환경…. 대한민국 ‘천만 감독들’이 대거 출격해 자웅을 겨룬다. 이런 해가 있었던가?”(전찬일 영화평론가) 2020년 한국 영화계 거장들은 대작을 선보인다. ‘해운대’와 ‘국제시장’으로 두 번이나 관객 1000만 명을 넘은 윤제균 감독은 안중근 의사의 거사를 다룬 뮤지컬 영화 ‘영웅’을 내놓는다. ‘변호인’의 양우석 감독은 ‘정상회담’으로, ‘베테랑’ 류승완 감독은 ‘탈출: 모가디슈’로, ‘부산행’ 연상호 감독은 ‘반도’로 돌아온다. 임명균 CJ ENM 영화사업본부 한국영화사업부 상무는 “올해는 단연 ‘네임드(named) 감독의 귀환’이 키워드”라고 했다. 전문가들은 거장의 귀환작 가운데 가장 기대되는 작품으로 ‘서복’과 영웅을 꼽았다. 서복은 ‘건축학개론’으로 한국 멜로영화 흥행사를 다시 쓴 이용주 감독의 SF영화다. 인류 최초 복제인간 서복(박보검)과 전직 정보국 요원 기헌(공유) 사이에 벌어지는 사건을 다룬다. 동명 뮤지컬을 영화화하는 영웅은 한국에서 처음 만들어지는 뮤지컬 영화다. 두 영화 모두 국내 영화에서는 드문 장르에 대한 도전이다. 심재명 명필름 대표는 “외계인 이야기를 다룬 최동훈 감독의 신작(제목 미정), 김태용 감독의 ‘원더랜드’, 조성희 감독의 ‘승리호’까지 우리 영화에서 보기 어려웠던 SF물이 한꺼번에 쏟아져 이채롭다”고 말했다. 대작의 이면에 도사린 ‘빈익빈 부익부’를 우려하는 목소리도 컸다. 상승하는 제작비와 광고·마케팅 비용을 부담할 수 있는 대형 제작·배급사를 등에 업은 영화가 스크린을 잠식할 것이라는 얘기다. 모성진 해그림 대표는 “대규모 예산 영화와 저예산 영화 사이의 제작 양극화는 더욱 심해질 것”이라고 전망했다. 김홍민 CGV 편성전략팀장은 “시각특수효과(VFX) 투자와 해외 로케이션 증가 등도 제작비를 높이는 요인”이라고 설명했다. 온라인 동영상 서비스(OTT) 시장의 확대로 전통 미디어와 신생 미디어가 치열한 경쟁을 벌이는 만큼 영화업계도 소비자 눈높이에 걸맞은 작품을 내놔야 한다는 지적도 있다. 김영진 영화평론가는 “넷플릭스 디즈니플러스 같은 글로벌 OTT가 창작자에게 자율성을 부여하고 있어 유의미한 성공 사례가 더 많이 나올 것”이라며 “영화보다는 드라마가 더 영화 같은 경향이 심화될 것”이라고 내다봤다. ○ 봉준호 이후는 누구? ‘포스트 봉준호’로 떠오를 신예로는 ‘불한당’ 등을 만든 변성현 감독이 가장 많이 꼽혔다. 변 감독은 대통령을 꿈꾸는 정치인 운범(설경구), 그를 돕는 천재적 선거 전략가 창대(이선균)의 선거전쟁을 그린 ‘킹메이커: 선거판의 여우’를 들고 온다. 2015년 데뷔작 ‘오피스’로 칸영화제 황금카메라상 후보에 오른 홍원찬 감독은 청부살인 청탁을 받은 남성의 사투를 담은 ‘다만 악에서 구하소서’를 선보인다. 홍 감독은 ‘추격자’ ‘황해’ 등의 각색가였다. 소설 ‘아몬드’를 쓴 손원평 감독은 잃어버린 딸을 되찾은 가족이 갑작스러운 변화를 겪는 스릴러 ‘침입자’를 장편 데뷔작으로 내놓는다. 이충현 홍의정 조슬예 감독은 각각 ‘콜’ ‘소리도 없이’ ‘디바’를 만든다. 김수연 NEW 영화투자배급사업부 이사는 “한국 영화 향후 100년의 초석이 될 신예들의 활약이 기대된다”고 말했다.○ 설문 응답자(12명·가나다순) 강유정 영화평론가, 강혜정 외유내강 대표, 김수연 NEW영화투자배급사업부 이사, 김영진 영화평론가, 김홍민CGV 편성전략팀장, 모성진 해그림 대표, 문영우 에이스메이커 이사, 신희식 메가박스 편성전략팀장, 심재명 명필름 대표, 임명균 CJ ENM 영화사업본부 한국영화사업부 상무, 전찬일 영화평론가, 정경재 롯데컬쳐웍스 상무(한국영화부문장) 김재희 jetti@donga.com·이서현 기자}

설 특집으로 ‘엄마본색’을 마련했다. 소유진과 엄마, 두 딸까지 모녀 삼대가 여행을 떠난다. 백종원은 아내와 장모, 두 딸의 여행을 위해 직접 떡국을 끓이고 아들 육아를 자처하는데…. 소유진의 어머니는 두 손녀를 위해 옷까지 뚝딱 만들어 입혀 ‘살림꾼 소유진’의 면모를 어머니에게서 물려받았다는 걸 확인할 수 있다. 할머니와 엄마, 두 손녀의 여행은 눈썰매와 바비큐 파티로 웃음이 끊이지 않는다. 김원효와 심진화는 절친한 사이인 양가 어머니를 모시고 ‘버킷 리스트’를 이뤄드리기 위한 도전에 나선다. 어머니들의 버킷 리스트는 바로 드레스를 입어보는 것. 평생 예쁜 드레스를 입어 본 적이 없다는 양가 어머니를 위해 아들과 딸이 두 분을 모시고 드레스 투어에 나선다. 화사한 메이크업에 고급 리무진까지 동원한 ‘효도관광’에 어머니들 얼굴에서는 내내 미소가 떠나지 않는데…. 이서현 기자 baltika7@donga.com}

4일간의 짧은 설 연휴를 알차게 보내려면 동선을 잘 짜야 한다. 극장, 공연장, 전시장, 고궁 등 소소하지만 행복하게 즐길거리들을 잘 조합해 최적화된 연휴를 보내보자. 연휴 극장가는 코미디와 정치드라마, 애니메이션까지 다양한 장르가 관객들을 기다린다. 22일 동시 개봉한 한국 영화 중 10·26사건을 다룬 ‘남산의 부장들’이 개봉 첫날 25만 명을 동원하며 1위로 출발했다. ‘내부자들’ ‘마약왕’의 우민호 감독이 연출한 이번 영화는 이병헌 이성민 곽도원 등 배우들의 열연이 인상적이다. 권상우가 국가정보원 요원 출신의 웹툰 작가로 나오는 ‘히트맨’은 웹툰과 코미디를 결합시켜 색다른 웃음을 준다. 이성민 주연의 ‘미스터주: 사라진 VIP’는 동물의 말을 알아듣게 된 국정원 요원이 동물들과 공조해 사라진 VIP를 찾아나서는 코미디물이다. ‘스파이 지니어스’는 비둘기로 변한 유능한 스파이 요원과 천재 과학자가 범죄조직에 맞서는 애니메이션으로 윌 스미스와 톰 홀랜드가 목소리를 연기한다. 부모, 아이가 함께 즐기기 좋은 공연들이 관객을 기다린다. 뮤지컬 ‘알사탕’은 동명의 베스트셀러 그림책을 각색한 작품으로, 상상력을 자극하는 동화 판타지를 무대에 구현했다. 혼자 놀기 좋아하는 아이가 ‘마음의 소리’를 들을 수 있는 알사탕을 사면서 벌어지는 이야기다. 서울 마포구 신한카드 판 스퀘어에서 3월 1일까지 공연한다. 서울시극단은 셰익스피어의 ‘템페스트’를 각색한 연극을 선보인다. 요리사인 주인공이 화해와 용서의 이야기를 안무, 음악을 곁들여 경쾌하게 전한다. 서울 종로구 세종문화회관에서 2월 2일까지 공연한다. 프랑스 동화를 각색한 뮤지컬 ‘장화 신은 고양이 비긴즈’도 다양한 퍼포먼스를 곁들여 관객을 사로잡는다. 서울 용산구 국립중앙박물관 극장 용에서 2월 9일까지 공연한다. 설날(25일)만 빼고 24, 26, 27일엔 국립중앙박물관의 특별전을 무료로 관람할 수 있다. 현재 ‘가야본성-칼과 현’ ‘인간, 물질 그리고 변형-핀란드 디자인 10000년’ 특별전이 열리고 있다. 세계문화관에서 전시하는 2700년 전 이집트 주요 유물도 볼거리다. 조선왕릉과 종묘는 설 연휴 기간에 무료로 다녀올 수 있다. 경복궁, 창덕궁, 창경궁, 덕수궁 등 4대 궁은 창덕궁 후원을 제외하고 연휴 기간 내내 무료로 개방된다. 경복궁에서는 25일 오후 2시 수문장 교대의식 뒤에 ‘2020 세화(歲畵) 나눔’ 특별 행사도 열린다. 24, 26일 개관하는 국립민속박물관은 특별공연 ‘놀이 진풍류’를 준비했다. 쥐띠 관람객들에겐 선착순(하루 150명)으로 복주머니도 나눠준다.이서현 baltika7@donga.com·김기윤·정성택 기자}

영화 ‘기생충’이 제92회 아카데미 시상식 6개 부문 후보에 오르면서 ‘기생충’과 맞붙을 경쟁작에 대한 관심이 커지고 있다. 국내 미개봉작들은 2월 오스카 시즌을 맞이해 줄줄이 개봉을 앞두고 있다. 이미 국내에서 개봉했다가 상영이 끝난 작품을 다시 보거나 개봉을 앞둔 작품들을 미리 관람할 수 있는 자리도 마련됐다. 작품상을 놓고 경쟁하는 영화들 중 ‘조조 래빗’이 다음 달 5일 개봉을 앞두고 있다. ‘토르: 라그나로크’로 국내에도 팬을 거느린 타이카 와이티티 감독은 기발한 블랙코미디로 돌아왔다. 제2차 세계대전 말 엄마와 사는 10세 소년 ‘조조’(로먼 그리핀 데이비스)와 상상 속 친구 ‘히틀러’(타이카 와이티티)의 이야기를 그렸다. 엄마 역할은 작품상 부문 경쟁작 ‘결혼이야기’에 주연으로 출연한 스칼릿 조핸슨이 맡아 조핸슨은 이번 아카데미에 출연작 두 편이 작품상 후보에 올랐다. 다음 달 12일에는 작품상을 비롯해 여우주·조연상과 의상상 등 아카데미 6개 부문 후보에 오른 ‘작은 아씨들’(감독 그레타 거위그)이 관객을 기다린다. 루이자 메이 올컷의 동명 소설을 영화화한 작품으로 각기 다른 성격을 지닌 네 자매의 성장담을 그린 고전의 재탄생으로 관심을 모은다. ‘기생충’의 가장 강력한 경쟁작으로 꼽히는 샘 멘데스 감독의 ‘1917’은 작품상 경쟁작 중 가장 늦은 다음 달 19일에 개봉한다. 아카데미 총 10개 부문에 노미네이트된 이번 영화는 독일군에 의해 모든 통신망이 파괴된 전장을 가로질러 영국군 장군의 공격 중지 명령을 전달하는 스코필드(조지 매케이)와 블레이크(딘 찰스 채프먼)의 사투를 그렸다. ‘1917’은 북미에서 이달 10일 개봉한 후 호평이 이어져 ‘기생충’의 가장 강력한 경쟁자로 꼽힌다. 작품상뿐 아니라 감독상, 각본상, 미술상을 두고도 ‘기생충’과 경쟁 중이다. 한편 지난해 개봉했으나 이미 스크린에서 내린 경쟁작을 극장에서 보길 원하는 관객들을 위해 CGV아트하우스는 이달 23일부터 다음 달 12일까지 전국 18개 CGV아트하우스 상영관에서 아카데미 주요 부문 후보에 오른 16편을 선정해 ‘2020 아카데미 기획전’을 연다. ‘1917’을 포함해 ‘작은 아씨들’ ‘조조 래빗’ ‘주디’ ‘페인 앤 글로리’ 등이 공식 개봉 전 국내 관객들을 미리 만난다. 작품상과 감독상 등 11개 부문에 최다 노미네이트 된 ‘조커’뿐 아니라 ‘기생충’ ‘나이브스 아웃’ ‘원스 어폰 어 타임 인 할리우드’도 다시 볼 수 있다. 서울 종로구 씨네큐브 광화문도 ‘2020 아카데미 특별전’을 마련했다. 이달 23일부터 다음 달 12일까지 △작은 아씨들 △조조 래빗 △주디 △1917 △페인 앤 글로리 등 미개봉 작품뿐 아니라 △아이리시맨 △결혼이야기 △두 교황 등 넷플릭스 영화도 극장 스크린으로 관람할 수 있다.이서현 기자 baltika7@donga.com}

영화 ‘기생충’이 미국영화배우조합(SAG) 시상식에서 작품상에 해당하는 ‘영화부문 캐스팅상’을 수상했다. 외국어 영화가 이 상을 받은 것은 ‘기생충’이 처음이다. 이번 수상으로 ‘기생충’은 다음 달 9일(현지 시간) 열리는 아카데미 시상식에서 국제영화상 이외 추가 수상 가능성에 한발 더 다가섰다. SAG는 미국 로스앤젤레스에서 19일 열린 시상식에서 영화 부문 캐스팅상 후보인 △기생충 △밤셸 △아이리시맨 △조조래빗 △원스 어폰 어 타임 인 할리우드 등 5편 가운데 ‘기생충’을 수상작으로 발표했다. 영화에 출연한 주·조연 배우가 전체 수상 대상자로, ‘기생충’의 주연배우 송강호를 비롯해 최우식 박소담 이선균 이정은 등이 무대에 올라 함께 트로피를 안았다. 영어가 아닌 언어로 만든 영화가 이 부문 후보로 오른 것은 1999년 이탈리아 영화 ‘인생은 아름다워’ 이후 처음이다. 영화에서 ‘기우’ 역을 맡은 최우식은 수상 후 외신기자들과의 질의응답에서 영어로 “해외에는 정말 많은 전설적인 영화들이 있다. 이 순간 이후 우리는 더 많은 외국어 영화, 아시아 영화를 만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SAG는 미국 내 영화배우와 성우, 스턴트맨 등 약 16만 명의 회원으로 구성된 미국에서 가장 큰 배우조합으로 오스카를 예측하는 전문가들이 매년 가장 주의 깊게 지켜보는 단체다. 아카데미 시상식에 앞서 열리는 SAG 시상식이 아카데미 결과를 예측할 수 있는 중요한 단서가 되기 때문이다. 아카데미는 전체 회원의 약 15%가 배우로 구성돼 있고, 이들은 곧 SAG의 회원이기도 하다. 특히 배우들은 아카데미 회원을 구성하는 여러 직군 가운데 자막을 읽어야 하는 외국어 영화에 대한 심리적 저항이 가장 심한 그룹으로 알려져 있다. 미국 매체 할리우드리포터는 ‘기생충’이 SAG 시상식 후보에 올랐을 당시 “자막에 대한 배우조합 회원들의 강한 혐오감을 고려하면 기생충이 후보에 오른 것 자체가 엄청난 일이다. 이 영화가 오스카 작품상을 수상하는 최초의 외국어 영화가 될지 모른다”고 평가했다. 할리우드에서 ‘자막의 1인치’ 장벽이 가장 높은 조합의 구성원들이 표를 던진다면 그만큼 오스카 수상 가능성이 높아진다는 의미다. 아카데미 전체 회원 8000여 명은 SAG 구성원들보다 국적, 인종, 문화적 배경이 다양하기 때문이다. 한편 ‘기생충’은 외국어 영화로는 처음으로 17일 미국영화편집자협회(ACE)에서 수여하는 장편영화 드라마 부문 편집상을 받았다. ‘기생충’의 양진모 편집감독은 ‘포드v페라리’ ‘조커’ ‘아이리시맨’ ‘결혼이야기’를 제치고 수상의 영예를 안았다. ‘기생충’은 아카데미 편집상 후보에도 올라 있다. 18일 열린 전미제작자조합(PGA) 시상식의 작품상은 샘 멘데스 감독의 ‘1917’에 내줬다. 이서현 기자 baltika7@donga.com}

영화 ‘기생충’이 미국영화배우조합(SAG) 시상식에서 작품상에 해당하는 ‘영화부문 캐스팅 상’을 수상했다. 외국어영화가 이 상을 받은 것은 ‘기생충’이 처음이다. 이번 수상으로 ‘기생충’은 다음달 9일(현지시간) 열리는 아카데미 시상식에서 국제영화상 이외 추가 수상 가능성에 한발 더 다가섰다. SAG는 미국 로스앤젤레스에서 19일(현지시간) 열린 시상식에서 영화부문 캐스팅 상 부문 후보인 △기생충 △밤쉘 △아이리시맨 △조조래빗 △원스 어폰 어 타임 인 할리우드 등 5편 가운데 ‘기생충’을 수상작으로 발표했다. 영화에 출연한 주·조연 배우가 전체 수상 대상자로, ‘기생충’의 주연배우 송강호를 비롯해 최우식 박소담 이선균 조여정 이정은 등이 함께 무대에 올라 함께 트로피를 안았다. 영어가 아닌 언어로 만든 영화가 이 부문에 후보로 오른 것은 1999년 ‘인생은 아름다워’ 이후 처음이다. 영화에서 ‘기우’역을 맡은 최우식은 시상 후 외신기자들과의 질의응답에서 영어로 “해외에는 정말 많은 전설적인 영화들이 있다. 이 순간이후 우리는 더 많은 외국어 영화, 아시아 영화를 만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SAG는 미국 내 영화배우와 성우, 스턴트맨 등 약 16만 명의 회원으로 구성된 미국에서 가장 큰 배우조합으로 오스카를 예측하는 전문가들이 매년 가장 주의 깊게 지켜보는 단체다. 아카데미 시상식에 앞서 열리는 SAG 시상식이 아카데미 결과를 예측할 수 있는 중요한 단서가 되기 때문이다. 아카데미는 전체 회원의 약 15%가 배우로 구성돼 있고, 이들은 곧 SAG의 회원이기도 하다. 특히 배우들은 아카데미 회원을 구성하는 여러 직군 가운데 자막을 읽어야 하는 외국어 영화에 대한 심리적 저항이 가장 심한 그룹으로 알려져 있다. 미국 매체 할리우드리포터는 ‘기생충’이 SAG 시상식 후보에 올랐을 당시 “자막에 대한 배우조합 회원들의 강한 혐오감을 고려하면 기생충이 후보에 오른 것 자체가 엄청난 일이다. 이 영화가 오스카 작품상을 수상하는 최초의 외국어 영화가 될지 모른다”고 평가했다. 할리우드에서 ‘자막의 1인치’의 장벽이 가장 높은 조합 구성원들이 표를 던진다면 그만큼 오스카 수상 가능성이 높아진다는 의미다. 아카데미 전체 회원 8000여 명은 SAG 구성원들보다 국적 인종 문화적 배경이 다양하기 때문이다. 한편 ‘기생충’은 외국어영화로는 처음으로 17일(현지시간) 미국영화편집자협회(ACE)에서 수여하는 장편영화드라마 부문 편집상을 받았다. ‘기생충’의 양진모 편집감독은 ‘포드v페라리’ ‘조커’ ‘아이리시맨’ ‘결혼이야기’를 제치고 수상의 영예를 안았다. ‘기생충’은 아카데미 편집상 후보에도 올라있다. 18일(현지시간) 열린 전미제작자조합(PGA)의 작품상은 샘 멘데스 감독의 ‘1917’에 자리를 내줬다. 이서현기자 baltika7@donga.com}

어떤 이야기는 수수께끼처럼 남아 사람들 주위에 오랫동안 맴돈다. 우민호 감독(49)에게는 책 ‘남산의 부장들’(김충식·폴리티쿠스)이 그랬다. 군에서 제대한 이후 우연히 접한 이 책은 단숨에 그를 매료시켰고 880쪽에 이르는 원작은 단박에 읽혔다. ‘내부자들’(2015년) ‘마약왕’(2018년) 같이 우리 사회에 단단히 발붙이고 있는 이야기에서 시작해 그 이면을 쫓아온 그가 이번엔 ‘10·26’을 소재로 한 영화 ‘남산의 부장들’(22일 개봉)로 돌아왔다. 누구나 아는 이야기이지만 ‘왜 그런 사건이 일어났는가’라는 질문에 누구도 쉽게 대답할 수 없는 소재를 선택한 그를 서울 광화문의 제작사 하이브미디어코프에서 만났다. “원작은 중앙정보부의 시작과 끝, 현대사의 중요한 장면들을 방대한 분량에 걸쳐 이야기하는데 그게 너무 매력적이었어요. 영화로 만들면 10시간짜리는 될 텐데 1, 2, 3부로 나눠서 전체를 만들어 볼까 생각했을 정도였으니까요.” 그는 10·26을 특수한 역사적 사건이면서 동시에 조직사회 어디서나 있을 수 있는 보편적인 사건으로 해석했다. “그 사건이 뚜렷한 대의명분이나 논리적 인과관계가 아니라 인물들 사이의 감정과 관계, 그리고 그것의 파열과 균열에서 시작되지 않았을까 생각했습니다. 그래서 사건을 거시적으로 보여주기보다는 인물의 내면과 심리를 극대화하는 데 집중했어요.” 영화는 중앙정보부장 김규평(이병헌)과 경호실장 곽상천(이희준)의 충성경쟁과 권력의 정점에 있는 박통(이성민), 미국에서 정권의 부패를 폭로한 전직 중앙정보부장 박용각(곽도원)을 오가며 대통령 암살 사건 발생 전 40일을 치밀하게 재구성했다. 실화가 갖는 흡인력에 빈틈없는 대사, 베테랑 배우들이 그리는 섬세한 감정연기가 밀도를 더했다. 배우들은 러닝타임 내내 예민한 지진계처럼 아주 깊은 곳에서 끓어오르는 감정까지 묘사하고 카메라는 절제된 화면 속 배우들의 감정 변화를 집요하게 ¤는다. 원작에서 받은 느낌을 고스란히 화면으로 구현하려 애쓴 결과다. 시사 후 원작자인 김충식 가천대 교수는 우 감독에게 ‘내가 만든 사진첩을 우 감독이 풍경화로 그려낸 것 같다’는 평을 남겼다. “원작이 가진 이야기의 힘, 문체가 갖는 힘이 좋았습니다. 흥분하지 않으면서 깊고 날카롭게 파헤치는 태도와 시선을 영화에서는 감독의 시선으로 반영해야 한다고 생각했습니다.” 그런 감독의 의도에 맞춰 배우들은 압도적인 연기를 펼친다. 이병헌은 눈빛과 한 올 흐트러짐 없는 머리카락까지도 충성스러운 중정부장에서 점차 평정심을 잃어가는 김규평을 재현한다. 2인자들의 충성 경쟁 속에서 점차 히스테릭해지는 박통의 불안과 공포를 이성민은 실감나게 그려냈다. 궁정동 안가(安家)의 텅 빈 방안에서 박통이 홀로 술잔을 기울이며 ‘황성옛터’를 부르는 장면은 독재와 권력 암투 이면의 허무함 그 자체다. 연기가 원작의 집요함을 닮았다면 카메라는 날카롭고 절제된 필체를 닮았다. 우 감독은 1970년대 어딘가에 그대로 카메라를 들이민 듯 그때 그 시절을 빈틈없이 고증해 절제된 영상미로 재현해냈다. 미국으로 도피한 박용각이 체류한 워싱턴, 그가 실종된 프랑스 방돔광장은 어렵게 촬영 허가를 얻어 카메라에 담았다. “종이 한 장만 봐도 지금 우리가 쓰는 것과 그때 쓰던 것이 달라요. 당시 유행하던 옷을 참고해서 디자인하고 사진 속 즐겨 입던 스타일도 참고했죠. 박통의 양복은 실제 그때 대통령의 양복을 직접 만드셨던 분을 찾아 제작을 의뢰했습니다.” 평가가 끝나지 않은 역사는 여전히 많은 물음표와 논쟁을 남긴다. 그는 “영화를 통해 관객들에게 물음표를 주는 것 자체가 중요하다”며 덧붙였다. “사건에 등장하는 인물들에 여러 요소가 복합적으로 들어있어 더 흥미로웠습니다. 충성과 배신, 존중과 우정, 의리와 반역 같은 보편적인 감정이 소용돌이칩니다. 어느 조직이나, 심지어 가족 사이에도 있을 수 있는 충돌인데도 분명히 이해하기 어려운 부분들도 있죠. 인물의 행동이 쉽게 설명되지 않는 지점에 대한 판단은 관객이 해주셨으면 합니다. 영화를 보시고 계속 물음표를 찾아 나선다면 여러 세대가 대화를 나눌 수 있는 좋은 소재가 되기를 바랄 뿐입니다.” 이서현기자 baltika7@donga.com}

12월은 잔인한 달. 기업과 교육, 의료, 금융, 정부 기관 등 대부분의 조직은 연말이 가까워지면 성과 측정 지표에 매달린다. 저자는 미국 사립대 학과장으로 재직하며 성과 측정과 보상 체계를 경험하고는 이를 ‘측정 강박’으로 정의 내린다. ‘숫자는 객관적이고 과학적이고 신뢰할 수 있다’, ‘성공의 열쇠는 성과 평가에 있다’ 등 여러 조직이 금과옥조처럼 받아들이는 이 신념이 오히려 성과의 장애물이라는 것이다. 여러 조직이 성과를 수치화하는 데 너무나도 집착한 나머지 측정 자체가 목적이 된 세태를 각종 사례와 통계로 꼬집는다. 연말에 많은 월급쟁이들의 생살여탈권을 쥔 측정 지표 자체가 사회적 신뢰 부족, 법적 책임과 소송을 피하기 위한 결과물이라는 뒷이야기가 흥미롭다. 원제 ‘The Tyranny of Metrics’.이서현 기자 baltika7@donga.com}

역사는 어떤 이들의 온 생애를 기차처럼 관통해버리며 경계를 짓밟아 놓는다. 헝가리 태생의 유대인 이슈트반 프리드먼. 헝가리의 민족주의를 동경해 가장 헝가리다운 이름인 팔루디로 개명한다. 그는 나치의 홀로코스트를 피해 미국으로 건너가서는 당시 백인 남성의 전형적인 이름인 스티븐 팔루디로 산다. 이혼이란 부침을 겪고 생애 마지막 시기는 정숙한 노부인 스테파니 팔루디로 보낸다. 페미니스트이자 저널리스트인 저자가 홀로코스트 생존자이자 70대에 성전환 수술로 여성이 된 자기 아버지의 역사를 10년간 취재해 쓴 회고록이다. 종교 인종 국적 성별까지 평생 경계를 무너뜨리며 산 스테파니는 그의 독특한 생애를 통해 독자들에게 보편적인 질문을 던진다. 시대착오적인 민족주의와 성(性)대결이 만연한 세상에서 정체성을 묻는 것은 의미가 있는가. 그보다 인간에 대한 이해에 집중해야 하는 것이 아닐까. 이서현 기자 baltika7@donga.com}

“저는 곧 깨어나서 이 모든 것이 꿈이라는 걸 알게 되겠죠. 전 아직 ‘기생충’ 촬영 현장에 있고 모든 장비는 고장 난 상태고요. 밥차에 불이 난 걸 보고 울부짖고 있고요. 그러나 지금은 모든 것이 좋고 행복합니다.” 영화 ‘기생충’이 아카데미 6개 부문의 최종 후보로 오른 데 대해 봉준호 감독(51)이 13일(현지 시간) 미국 한 연예매체와의 인터뷰에서 “영화 ‘인셉션’ 같은 기분이 든다”며 밝힌 소감이다. 이날 발표된 아카데미상 최종 후보에서 작품상을 비롯해 감독 각본 편집 미술 국제영화상에 이름을 올린 기생충의 예상을 뛰어넘는 선전이 꿈처럼 느껴지는 건 봉 감독만이 아니다. 전 세계 영화인들은 기생충이 써내려 갈 ‘꿈같은 역사’에 주목하고 있다. 아카데미상 24개 부문 중 최고 영예인 작품상 수상 여부에 가장 큰 관심이 쏠린다. 작품상 후보는 기생충을 비롯해 △포드 v 페라리 △아이리시맨 △조조 래빗 △조커 △작은 아씨들 △결혼 이야기 △1917 △원스 어폰 어 타임 인 할리우드 등 9편이다. 기생충이 작품상을 수상한다면 비(非)영어 영화 중 최초로, 아카데미 역사를 새로 쓰게 된다. 1929년 첫 아카데미 시상식 이래 작품상 수상작은 모두 영어 영화였다. ‘거대한 환상’ ‘제트’ ‘우트반드라나’ ‘외침과 속삭임’ ‘일 포스티노’ ‘인생은 아름다워’ ‘와호장룡’ ‘바벨’ ‘아무르’ ‘로마’ 등 모두 10편의 비영어 영화가 작품상 후보에 올랐지만 수상작으로 호명되지는 못했다. 전찬일 영화평론가는 “투표권을 가진 아카데미 회원들은 여전히 백인이 다수여서 미국 배경의 역사 이야기인 ‘1917’이나 ‘원스 어폰…’이 유력 후보”라며 “하지만 최근 백인 위주의 영화제라는 비판에서 벗어나려 하고 있어 기생충도 수상 가능성이 있다”고 말했다. 감독상 부문에서 봉 감독은 마틴 스코세이지(아이리시맨)와 샘 멘데스(1917), 쿠엔틴 타란티노(원스 어폰…), 토드 필립스(조커)와 겨룬다. 스코세이지 감독은 2007년 ‘디파티드’, 샘 멘데스는 2000년 ‘아메리칸 뷰티’로 감독상을 수상했다. 봉 감독이 감독상을 수상할 경우 아시아에서는 대만 출신의 리안 감독에 이어 두 번째가 된다. 리 감독은 2006년 ‘브로크백 마운틴’, 2013년 ‘라이프 오브 파이’로 두 차례 감독상을 받았다. 국제영화상(전 외국어영화상)은 기생충의 수상 가능성이 높게 점쳐진다. 기생충은 이미 칸 국제영화제에서 최고 영예인 황금종려상을 받았고, 아카데미의 전초전이라 불리는 골든글로브에서도 외국어영화상을 받았기 때문에 아카데미 회원들도 표를 줄 가능성이 높다. 윤성은 영화평론가는 “국제영화상 후보 중 ‘페인&글로리’가 남우주연상 후보, ‘허니랜드’가 다큐멘터리 후보에 이름을 올린 게 전부”라며 “6개 부문에 오른 기생충이 국제영화상을 못 받으면 오히려 이상한 결과”라고 전망했다.미술상과 편집상 수상도 노려볼 만하다. 기생충은 기택(송강호)과 동익(이선균)이 사는 공간을 통해 빈부격차를 선명하게 드러냈다는 호평을 받았다. ‘상상공작소’ 한아름 미술감독은 “계층 차이를 수직적인 방법으로 확연히 드러냈다. 홍수로 기택의 집이 물에 잠겨 배우들이 반지하방에서 허우적대는 장면이 대표적”이라고 말했다.아카데미 회원 약 8000명은 30일부터 다음 달 4일까지 부문별로 한 표씩 행사한다. 가장 많은 표를 받은 영화가 해당 부문을 수상한다. 이 때문에 다음 달 9일 시상식 전에 예정된 미국 영화계 직능단체 주최 시상식에 관심이 쏠린다. 미국배우조합(SAG) 미국작가조합(WAG) 미국감독조합(DGA) 전미영화제작자조합(PGA)의 회원 일부가 투표권을 가진 아카데미 회원이어서 이들 시상식 결과는 아카데미 결과를 예측하는 가늠자가 될 수 있다. 기생충은 18일 PGA 시상식을 시작으로 SAG 시상식(20일), DGA 시상식(26일), WAG 시상식(다음 달 1일)이 잇달아 예정돼 있다. “기생충은 갑자기 튀어나온 영화가 아니다. 박찬욱 감독의 ‘아가씨’가 영국아카데미상(BAFTA)에서 수상했고, 지난해 이창동 감독의 ‘버닝’이 아카데미 외국어영화상 쇼트 리스트에 올랐다. 이런 게 쌓여 기생충을 만들었다고 생각한다.” 봉 감독은 13일 뉴욕타임스(NYT)와의 인터뷰에서 이같이 밝혔다. 기생충이 한국 영화를 넘어 세계 영화의 역사를 다시 쓸지는 아카데미 시상식에서 결정된다.김재희 jetti@donga.com·이서현 기자}

연기 경력 도합 244년. 올해 아카데미 시상식의 최대 볼거리 중 하나는 연기 신(神)으로 손꼽히는 명배우들의 ‘남우조연상’ 노미네이트로, 후보 5명의 연기 경력을 합친 숫자다. 남우주연상을 잘못 본 게 아닐까 착각할 만큼 쟁쟁한 배우들이 후보에 포함됐다. 마리엘 헬러 감독의 ‘어 뷰티풀 데이 인 더 네이버후드’로 첫 번째로 호명된 톰 행크스는 이미 ‘필라델피아’와 ‘포레스트 검프’로 1994년과 1995년 2년 연속 아카데미 남우주연상을 수상했다. 넷플릭스 영화 ‘두 교황’에서 조너선 프라이스와 명연기를 펼친 앤서니 홉킨스는 1992년 ‘양들의 침묵’으로 남우주연상을 받았으며 이후 영화 ‘닉슨’과 ‘아미스타드’ 등으로 남우주연상 후보에 여러 차례 올랐다. ‘아이리시맨’의 알 파치노는 1993년 영화 ‘여인의 향기’로 남우주연상을 수상했으며, 조 페시는 1991년 ‘좋은 친구들’로 남우조연상을 받은 이후 29년 만에 같은 부문 후보에 올랐다. 이 전설적인 배우들 틈에서 ‘원스 어폰 어 타임 인 할리우드’로 후보에 오른 브래드 피트는 가장 막내다. 연기 경력도 33년으로 앤서니 홉킨스(60년), 조 페시(59년) 등 다른 후보들에 비해 제일 짧다. 2012년 영화 ‘머니볼’로 남우주연상 후보에 오른 후 8년 만의 후보 지명이다. ‘벤자민 버튼의 시간은 거꾸로 간다’ 등 뛰어난 작품을 여럿 남겼지만 유독 오스카와 인연이 없던 브래드 피트는 제작자로 참여한 ‘노예 12년’이 2014년 작품상을 받으며 아카데미 징크스를 깼다.이서현 기자 baltika7@donga.com}

“저는 곧 깨어나서 이 모든 것이 꿈이라는 걸 알게 되겠죠. 전 아직 ‘기생충’ 촬영 현장에 있고 모든 장비는 고장 난 상태고요. 밥차에 불이 난 걸 보고 울부짖고 있고요. 그러나 지금은 모든 것이 좋고 행복합니다.” 영화 ‘기생충’이 아카데미(오스카) 총 6개 부문의 최종 후보로 오른 데 대해 봉준호 감독(51)이 미국 한 연예매체와의 인터뷰에서 “영화 ‘인셉션’ 같은 기분이 든다”며 밝힌 소감이다. 기생충의 예상을 뛰어넘는 선전이 꿈처럼 느껴지는 건 봉 감독뿐만이 아니다. 한국을 넘어 전 세계 영화인들은 기생충이 써내려갈 ‘꿈같은 역사’에 주목하고 있다. 13일 발표된 아카데미상 최종 후보에서 기생충은 작품상을 비롯해 감독 각본 편집 미술 국제영화상 등 총 6개 부문에 이름을 올렸다. 기생충이 작품상을 수상한다면 비(非)영어 영화 중 최초로, 아카데미 역사를 새로 쓰게 된다. 아카데미상 24개 부문 중 최고 영예인 작품상 수상여부에 가장 큰 관심이 쏠린다. 작품상 후보는 기생충을 비롯해 △포드 v 페라리 △아이리시맨 △조조래빗 △조커 △작은아씨들 △결혼이야기 △1917 △원스 어폰 어 타임 인 할리우드(원스 어폰) 등 총 9개다. 1929년 첫 아카데미 시상식 이래 작품상 수상작은 모두 영어 영화였다. ‘거대한 환상’, ‘제트’, ‘우트반드라나’, ‘외침과 속삭임’, ‘일 포스티노’, ‘인생은 아름다워’, ‘와호장룡’, ‘바벨’, ‘아무르’, ‘로마’ 등 총 10편의 외국어 영화가 작품상 후보에 올랐지만 수상작으로 호명되지 못했다. 전찬일 영화평론가는 “투표권을 가진 아카데미 회원들은 여전히 백인이 다수여서 미국 배경의 역사 이야기인 ‘1917’이나 ‘원스 어폰…’이 유력 후보”라며 “하지만 최근 백인 위주의 영화제라는 비판에서 벗어나려고 하고 있어 기생충도 수상 가능성이 있다”고 말했다. 감독상 부문에서 봉 감독은 마틴 스코세이지(아이리시맨)와 샘 멘데스(1917), 쿠엔틴 타란티노(원스 어폰…), 토드 필립스(조커) 등 네 명과 겨룬다. 스코세이지 감독은 2007년 ‘디파티드’, ‘1917’의 샘 멘데스는 2000년 ‘아메리칸 뷰티’로 감독상을 수상했다. 봉 감독이 감독상을 수상할 경우 아시아에서는 대만 출신의 리안 감독에 이어 두 번째가 된다. 리안 감독은 2006년 ‘브로크백 마운틴’, 2013년 ‘라이프 오브 파이’로 두 차례 감독상을 받았다. 국제영화상(전 외국어영화상)은 기생충의 수상 가능성이 높게 점쳐진다. 기생충은 이미 칸 국제영화제에서 최고 영예인 황금종려상을 받았고, 아카데미의 전초전이라 불리는 골든글로브에서도 외국어영화상을 받았기 때문에 아카데미 회원들도 표를 던질 가능성이 높다. 윤성은 영화평론가는 “국제영화상 후보 중 ‘페인 앤드 글로리’가 남우주연상 후보, ‘허니랜드’가 다큐멘터리 후보에 이름을 올린 게 전부”라며 “6개 부문에 오른 기생충이 국제장편영화상을 못 받으면 오히려 이상한 결과”라고 전망했다. 미술상과 편집상 수상도 노려볼 만하다. 기생충은 기택(송강호)과 동익(이선균)이 사는 공간을 통해 이들의 빈부격차를 선명하게 드러냈다는 호평을 받았다. 한아름 미술감독은 “계층 차이를 드러내는 미술적 방법은 여러 가지인데 수직적으로 이를 확연히 드러냈다. 홍수로 기택의 집이 물에 잠겨 배우들이 반지하방에서 허우적대는 장면이 대표적인 예”라고 말했다. 이번 아카데미상 후보에 가장 많은 이름을 올린 작품은 ‘조커’로 24개 부문 중 작품상, 감독상, 남우주연상(호아킨 피닉스) 등 11개 부문에 이름을 올렸다. 아이리시맨, 1917, 원스 어폰 어 타임 인 할리우드 3개 작품은 작품상을 포함해 총 10개 부문에 이름을 올렸다. 기생충은 조조 래빗, 작은아씨들, 결혼이야기와 함께 6개 부문에서 후보에 올랐다. “기생충은 갑자기 튀어나온 영화가 아니다. 박찬욱 감독의 ‘아가씨’가 영국아카데미상(BAFTA)에서 수상했고, 지난해 이창동 감독의 버닝이 아카데미 외국어영화상 쇼트 리스트에 올랐다. 이런 게 쌓여 지금의 기생충을 만들었다고 생각한다.” 봉 감독은 13일(현지시간) 뉴욕타임스(NYT)와의 인터뷰에서 이같이 밝혔다. 기생충이 한국 영화를 넘어 세계 영화의 역사를 다시 쓸지는 다음달 9일 열리는 아카데미 시상식에서 결정된다. 김재희기자 jetti@donga.com이서현기자 baltika7@donga.com}

연기경력 도합 244년. 올해 아카데미 시상식의 최대 볼거리 중 하나는 연기 신(神)으로 손꼽히는 명배우들의 ‘남우조연상’ 노미네이트로, 이들 5명의 연기 경력을 합친 숫자다. 남우주연상을 잘못 본 게 아닐까 착각할 만큼 쟁쟁한 배우들이 후보에 포함됐다. 마리엘 헬러 감독의 ‘어 뷰티풀 데이 인 더 네이버후드’로 첫 번째로 호명된 톰 행크스는 이미 ‘필라델피아’와 ‘포레스트 검프’로 1994년과 1995년 2년 연속 오스카 남우주연상을 수상했다. 넷플릭스 영화 ‘두 교황’에서 조너선 프라이스와 명연기를 펼친 앤서니 홉킨스는 1992년 ‘양들의 침묵’으로 남우주연상을 받았으며 이후 영화 ‘닉슨’과 ‘아미스타드’ 등으로 남우주연상 후보에 여러 차례 올랐다. ‘아이리시맨’의 알 파치노는 1993년 영화 ‘여인의 향기’로 남우주연상을 수상했으며 조 페시 역시 1991년 ‘좋은 친구들’로 남우조연상을 받은 이후 29년 만에 같은 부문에 오스카 후보에 올랐다. 이 전설적인 배우들 틈에서 ‘원스 어폰 어 타임 인 할리우드’로 후보에 오른 브래드 피트는 가장 막내다. 연기 경력도 33년으로 앤서니 홉킨스(60년), 조 페시(59년) 등 다른 후보들에 비해 제일 짧다. 2012년 영화 ‘머니볼’로 남우주연상 후보에 오른 후 8년 만의 후보 지명이다. ‘벤자민 버튼의 시간은 거꾸로 간다’ 등 뛰어난 작품을 여럿 남겼지만 유독 오스카와 인연이 없던 브래드 피트는 제작자로 참여한 ‘노예 12년’이 2014년 작품상을 받으며 아카데미 징크스를 깼다. 이서현기자 baltika7@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