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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궁금한 걸 참을 수 없거든요. 그런데 그걸 과학이라고 부르고, 실험이라고 부르더군요.”서울 강남구 광림아트센터 BBCH홀에서 네 번째 시즌이 공연되고 있는 뮤지컬 ‘마리 퀴리’는 제목이 소재이자 주제다. 누가 봐도, 원소 라듐을 발견한 과학자 마리 퀴리(1867~1934)의 삶을 그린 작품이다. 여성 최초의 노벨상 수상자이자 프랑스 소르본대 최초의 여성 교수였던 그는 흔히 위인으로 기억된다. 그렇다고 작품마저 ‘영웅 찬가’로 흘러갔다면 재미 없을 터. 뮤지컬에서 마리는 가상의 여성 ‘안느 코발스카’와 우정을 통해 보다 입체적인 면모를 보여준다. 특히 이번 시즌은 이전 대학로 홍익대 아트센터에서 광림아트센터 BBCH홀로 무대를 옮기며 한층 스케일이 커졌다.극은 소르본대 입학을 위해 파리로 향하던 마리가 동향인 폴란드에서 온 안느를 만나면서 시작된다. 약소국인 폴란드인이자 여성이었던 두 사람은 금방 친구가 된다. 남편과 함께 라듐을 발견한 마리는 특허를 내지 않고 무상으로 기술을 제공하고, 안느는 마리의 소개로 라듐 시계 직공으로 취업한다. 그러나 ‘라듐 파라다이스’를 꿈꾸며 들어간 공장에선 계속해서 직공들이 목숨을 잃는다. 당시 과학자들은 새롭게 발견한 라듐의 좋은 점만 인식했지만, 실은 남용하면 인체를 망가뜨릴 수 있는 무서운 물질이었기 때문이다. 1920년대 미국에서 시계 야광판을 만들던 직공들이 피폭당한 ‘라듐걸스 사건’을 녹여 드라마틱한 요소를 극대화했다. 해당 뮤지컬의 가장 큰 미덕은 역시 마리를 박제된 위인전 속 인물이란 단선적 이미지로 소비하지 않았다는 점이다. 당대 드물었던 여성 과학자로서 겪는 차별과 갈등, 또 한 인간으로서 호기심과 윤리적 책임 사이에서 고민하는 모습은 깊은 울림을 준다. 마리가 연구에 매진하는 모습을 노래한 넘버 ‘두드려’는 독특한 피아노 연주와 강렬한 보컬이 잘 어우러진다. 또 다른 넘버 ‘또 다른 이름’의 폭발적인 고음은 라듐의 정체를 알고 싶어하는 절박함을 드러냈다.‘마리 퀴리’는 해외에서도 관심이 큰 작품. 2022년 폴란드 바르샤바 뮤직가든스 페스티벌에서 최고상인 ‘황금물뿌리개상’을 수상했다. 2023년 일본 도쿄와 오사카에서 라이선스 초연도 펼쳤다. 지난해 한국 뮤지컬 최초로 영국 웨스트엔드에서 장기 공연을 올렸다. 이번 시즌은 기존에 출연했던 배우 김소향, 옥주현과 더불어 박혜나와 김려원이 마리로 합류했다. 안느 역은 강혜인 이봄소리 전민지가, 마리의 남편이자 동반자인 ‘피에르 퀴리’ 역은 테이와 차윤해가 맡았다. 10월 19일까지.사지원 기자 4g1@donga.com}

“이머시브 공연(Immersive Theater)은 단순한 공연이 아니라 하나의 세상을 만드는 것입니다.” 셰익스피어의 ‘맥베스’를 현대적으로 재해석한 이머시브 공연 ‘슬립노모어’의 연출가 필릭스 배럿은 이머시브 공연을 이렇게 정의했다. 영국 제작사 ‘펀치드렁크’ 창립자이기도 한 그는 20일 서울 중구 옛 대한극장에서 열린 간담회에서 21일 정식 개막하는 공연을 소개했다. 슬립노모어는 무대와 객석의 경계를 허물고 관객이 극 속으로 들어가 이야기를 체험하는 독특한 형식을 갖고 있다.● 관객이 ‘가상의 호텔’ 돌아다녀 이 공연은 2003년 영국 런던에서 처음 공개된 뒤 2011년부터 미국 뉴욕에서 오픈런으로 장기 흥행했다. 2016년 아시아 최초로 중국 상하이에서 선보였으며, 한국 제작사 미쓰잭슨과 협업해 서울에 상륙했다. 상하이 공연은 중국 설화가 포함되는 등 ‘현지화’를 거쳤지만, 한국 공연은 뉴욕의 오리지널리티를 그대로 경험할 수 있다. 박주영 미쓰잭슨 대표는 “2013년 뉴욕에서 이 공연을 보고 받은 충격과 감동을 열정적인 한국 관객과 꼭 나누고 싶었다”고 했다. 옛 대한극장은 이번 공연을 위해 1930년대 스코틀랜드를 배경으로 한 가상의 ‘매키탄 호텔’로 완전히 재창조됐다. 7층 규모의 건물은 100개가 넘는 방으로 나뉘어 각각의 서사가 담겨 있다. 관객 400여 명은 배우들을 자유롭게 따라다니며 원하는 순서로 호텔을 탐험할 수 있다. 공연의 스토리는 맥베스가 마녀의 예언을 받은 뒤 인간성을 잃고 파멸하는 셰익스피어 희곡이 기본 뼈대. 하지만 ‘서스펜스의 대가’로 불리는 앨프리드 히치콕 감독의 영화에서 차용한 장면들도 곳곳에 배치됐다. 슬립노모어는 관객이 어떤 배우를 선택해 따라가느냐에 따라 완전히 다른 경험을 할 수 있는 게 가장 큰 매력. 배럿은 “관객들은 주변 인물, 환경 등 뭐든지 따라다닐 수 있다”며 “정답은 없다”고 말했다. 공동 연출 겸 안무가 맥신 도일도 “맥베스 외에도 18개의 다양한 드라마가 건물 전체에 걸쳐 전해진다”고 소개했다. 슬립노모어 전용 공연장이 마련된 만큼 서울 공연은 오픈런으로 진행된다. 박 대표는 “초기 투자 비용만 250억 원이 들었다”며 “관객의 호응과 입소문이 흥행을 좌우할 것”이라고 했다. ● “일대일 퍼포먼스를 노려보라”“이 호텔에선 침묵과 예의를 지켜주세요.” 호텔 입구에서 배우가 관객에게 이렇게 안내한다. 대사가 없는 ‘논버벌(non-verbal)’극이라 관객도 모두 흰색 가면을 착용하고 침묵을 지켜야 한다. 러닝타임은 약 3시간으로, 1시간 단위로 동일한 공연이 세 번 반복된다. 그 때문에 각 회차에서 얻은 단서를 맞춰 스토리를 짐작할 수 있다. 유산소운동처럼 계단을 계속 오르내리려면 편한 복장은 필수다. 처음엔 주연 배우 1명을 정해서 따라다니는 게 공연의 전체 맥락을 이해하는 데 도움이 된다. 프리뷰에서 본 첫 번째 회차에선 마녀의 예언을 들은 맥베스가 레이디 맥베스의 부추김에 따라 살인을 저지르는 장면이 눈앞에서 펼쳐졌다. 두 번째 회차에선 광기에 휩싸여 정신병동에서 괴로워하는 레이디 맥베스를 목격했다. 이렇게 퍼즐처럼 파편화된 장면들을 이어 맞추는 과정이 결국 공연의 서사가 된다. 혹시 배우를 놓쳤더라도, 음악 소리가 크게 들리는 곳을 쫓아가면 금방 흐름을 따라잡을 수 있다. 주연에게 많은 사람이 몰릴 경우엔, 상대적으로 한산한 조연 배우들을 노리는 것도 좋은 방법이다. 특정 순간에 배우가 관객을 한 명 골라 일대일로 퍼포먼스를 펼치기 때문이다. 레이디 맥베스를 돌보던 간호사를 따라갔더니, 방으로 데려가 독무를 보여줬다. 그리고 배우는 속삭였다. “여기서 본 것을 아무에게도 말하지 마.”사지원 기자 4g1@donga.com}

K팝을 소재로 한 넷플릭스 애니메이션 ‘케이팝 데몬 헌터스(케데헌·사진)’의 오리지널사운드트랙(OST) 세 곡이 동시에 미국 빌보드 메인 싱글 차트 ‘핫 100’ 10위 안에 들었다. 특정 영화의 OST 3곡이 ‘핫 100’ 차트에 동시 진입하는 것은 1996년 이후 29년 만이다. 18일(현지 시간) 빌보드 차트 예고 기사에 따르면 지난주 1위였던 ‘골든(Golden)’은 2위를 차지했다. 이어 ‘유어 아이돌(Your Idol)’이 4위, ‘소다 팝(Soda Pop)’이 각각 10위를 기록했다. 영화에서 저승사자 보이그룹인 ‘사자보이즈’가 노래한 ‘유어 아이돌’은 지난주 8위에서 순위가 네 계단 올랐다. 역시 사자보이즈의 노래인 ‘소다 팝’은 지난주 14위를 기록한 뒤 처음으로 톱 10 안에 들었다. 걸그룹 헌트릭스가 부른 ‘골든’은 이번 주에 한 계단 순위가 하락했다. 한 영화의 OST에서 여러 곡이 빌보드 싱글 차트에 진입하는 건 흔치 않은 일이다. 현지 매체들에 따르면 ‘케데헌’은 1996년 영화 ‘사랑을 기다리며(Waiting To Exhale)’ 이후 처음으로 3곡이 동시에 ‘핫 100’ 톱 10에 든 영화가 됐다.사지원 기자 4g1@donga.com}

K팝을 소재로 한 넷플릭스 애니메이션 영화 ‘케이팝 데몬 헌터스(케데헌)’의 오리지널사운드트랙(OST) 세 곡이 동시에 미국 빌보드 메인 싱글 차트 ‘핫 100’ 10위 안에 들었다. 특정 영화의 OST 3곡이 ‘핫 100’ 차트에 동시 진입하는 것은 1996년 이후 29년 만이다. 18일(현지 시간) 빌보드 차트 예고 기사에 따르면 지난주 1위였던 ‘골든(Golden)’은 2위를 차지했다. 이어 ‘유어 아이돌(Your Idol)’이 4위, ‘소다 팝(Soda Pop)’이 각각 10위를 기록했다.영화에서 저승사자 보이그룹인 ‘사자보이즈’가 노래한 ‘유어 아이돌’은 지난주 8위에서 순위가 네 계단이 올랐다. 역시 사자보이즈의 노래인 ‘소다 팝’은 지난주 14위를 기록한 뒤 처음으로 톱 10안에 들었다. 걸그룹 헌트릭스가 부른 ‘골든’은 이번 주는 한 계단 순위가 하락했다.한 영화의 OST에서 여러 곡이 빌보드 싱글 차트에 진입하는 건 흔치 않은 일이다. 현지 매체들에 따르면 ‘케데헌’은 1996년 영화 ‘사랑을 기다리며(Waiting To Exhale)’ 이후 처음으로 3곡이 동시에 ‘핫 100’ 톱10에 든 영화가 됐다.사지원 기자 4g1@donga.com}

“아빤 너를 보면 에너지 풀 충전이야!” 반복된 출근과 퇴근, 그리고 육아. 부모들은 빠듯한 일상에 지치다 보면 가끔씩 놓치는 게 있다. 바로 가족 간의 사랑이다. 누가 그걸 모르냐 싶지만, 삶은 맘처럼 흘러가질 않는다. 그런 의미에서 지난달 서울 이화여대 ECC 영산극장에서 개막한 가족 뮤지컬 ‘건전지 아빠’는 무심히 흘려보냈던, 하지만 인생에서 가장 소중한 것들을 다시 바라보게 만드는 작품이다. 전승배 강인숙 작가의 애니메이션과 그림책이 원작인 이 작품은 ‘장수탕 선녀님’과 ‘알사탕’ 등 가족극을 연출해 온 홍승희 연출과, 이소은 정준일 등 여러 아티스트의 공연을 제작해 온 오선화 프로듀서가 함께 만들었다. 6일 극장에서 만난 두 사람은 “가족 모두가 공감할 수 있는 따뜻한 공연”이라고 입을 모았다.‘건전지 아빠’가 뮤지컬로 무대로 옮겨진 계기는 오 프로듀서의 개인적 경험에서 비롯됐다고 한다. 오 프로듀서는 “2021년 일을 쉬며 육아를 하던 시기에 이 책을 읽고 큰 울림을 받았다”며 “우울감이 클 때였는데 ‘공연으로 만들면 좋겠다’는 생각이 들었다”고 했다. 홍 연출 역시 “이야기가 단단한 작품을 좋아하는데 ‘건전지 아빠’가 그랬다”며 “제안을 받자마자 바로 하겠다고 했다”고 말했다. 무대의 주인공은 여섯 살 아이 동구네 가족과 건전지 가족들이다. 해맑게 놀고 싶어 하는 동구, 맞벌이를 하며 아이를 돌보는 부모의 모습은 평범하면서도 친근하다. 힘세고 든든한 아빠인 더블에이(AA) 건전지는 집안의 도어록과 장난감, 리모컨을 움직이며 가족의 일상을 묵묵히 지탱한다. 아이인 트리플에이(AAA)는 방전된 아빠에게 다시 힘을 충전해 주는 존재다. 작품에는 현실 육아의 디테일이 곳곳에 녹아 있다. 엄마 아빠가 ‘육퇴’ 후 치킨을 시키고 ‘나는 솔로’를 보는 장면, 아침에 아이에게 양치는 시키지만 세수는 깜빡하며 “어차피 아무도 몰라”라며 넘어가는 장면은 부모 관객에게 웃음을 안긴다. 반면 동구가 일에 바쁜 아빠를 그리워하는 장면처럼 코끝이 찡해지는 대목도 적지 않다. 오 프로듀서는 “공감할 수 있는 디테일을 살리기 위해 제작진이 육아 서적들을 읽고, 대본 회의도 10번가량 했다”고 설명했다. 관객 참여형 연출도 눈길을 끈다. 아이들은 모기를 잡기 위해 객석에서 손뼉을 치거나, 입구에서 나눠준 손전등을 켜 동구와 아빠를 도우면서 극에 몰입한다. 공연 도중 배우들이 유도해 부모와 자녀가 포옹을 나누고, 배우들이 객석으로 내려와 아이들 한 명 한 명과 하이파이브를 하는 장면은 애정을 충전하는 순간처럼 다가온다. 홍 연출은 “가만히 앉아서 보는 것보다 내가 ‘살아 있고, 같이 참여한다’는 느낌을 선물하고 싶었다”고 말했다. 웃고 즐기는 장면 뒤에는 따뜻한 메시지도 담겼다. 홍 연출은 “육아가 힘들기도 하지만 사랑을 충전하면서 힘듦이 사라지기도 한다”며 “극을 보고 관객들이 가족에 대한 사랑을 얻어 가길 바란다”고 전했다.“가족 뮤지컬 중에서 이렇게 우리의 ‘진짜 일상’을 이야기하는 작품은 없다고 자신합니다. 가족이 함께 오셔서 풍요로움을 얻어 가시면 좋겠어요.”(오 프로듀서)사지원 기자 4g1@donga.com}

걸그룹 블랙핑크(사진)가 올해 11월 3년 만에 새로운 앨범으로 컴백할 전망이 높아지고 있다. 블랙핑크가 연말에 새 앨범을 내게 되면 2022년 9월 정규 2집 ‘본 핑크(Born Pink)’ 이후 3년여 만이다. YG엔터테인먼트 양현석 총괄프로듀서는 18일 공식 블로그에 게재한 영상에서 “늦어도 11월엔 앨범이 나왔으면 좋겠다는 의견을 피력하고 있다”며 “(블랙핑크) 멤버들과 담당 프로듀서들 모두 열심히 준비하고 있다”고 전했다. 현재 블랙핑크는 지난달 경기 고양시 공연을 시작으로 월드투어 ‘데드라인(DEADLINE)’을 진행하고 있다. 미국과 프랑스 등을 거쳐 15, 16일(현지 시간) ‘팝의 성지’로 불리는 영국 런던의 웸블리 스타디움에서도 공연을 펼쳤다. K팝 걸그룹이 웸블리에서 단독 공연을 연 건 처음이다. 한편 지난달 11일 발표한 신곡 ‘뛰어(JUMP)’는 영국 오피셜 싱글 차트 ‘톱 100’과 미국 빌보드 메인 싱글 차트 ‘핫 100’에서 여전히 순위에 이름을 올리고 있다.사지원 기자 4g1@donga.com}

“아빤 너를 보면 에너지 풀 충전이야!”반복된 출근과 퇴근, 그리고 육아. 부모들은 빠듯한 일상에 지치다 보면 가끔씩 놓치는 게 있다. 바로 가족 간의 사랑이다. 누가 그걸 모르냐 싶지만, 삶은 맘처럼 흘러가질 않는다.그런 의미에서 지난달 서울 이화여대 ECC 영산극장에서 개막한 가족 뮤지컬 ‘건전지 아빠’는 무심히 흘려보냈던, 하지만 인생에서 가장 소중한 것들을 다시 바라보게 만드는 작품이다.전승배 강인숙 작가의 애니메이션과 그림책이 원작인 이 작품은 ‘장수탕 선녀님’과 ‘알사탕’ 등 가족극을 연출해온 홍승희 연출과, 이소은 정준일 등 여러 아티스트의 공연을 제작해 온 오선화 프로듀서가 함께 만들었다. 6일 극장에서 만난 두 사람은 “가족 모두가 공감할 수 있는 따뜻한 공연”이라고 입을 모았다.‘건전지 아빠’가 뮤지컬로 무대로 옮겨진 계기는 오 프로듀서의 개인적 경험에서 비롯됐다고 한다. 오 프로듀서는 “2021년 일을 쉬며 육아를 하던 시기에 이 책을 읽고 큰 울림을 받았다”며 “우울감이 클 때였는데 ‘공연으로 만들면 좋겠다’는 생각이 들었다”고 했다. 홍 연출 역시 “이야기가 단단한 작품을 좋아하는데 ‘건전지 아빠’가 그랬다”며 “제안을 받자마자 바로 하겠다고 했다”고 말했다.무대의 주인공은 여섯 살 아이 동구네 가족과 건전지 가족들이다. 해맑게 놀고 싶어 하는 동구, 맞벌이를 하며 아이를 돌보는 부모의 모습은 평범하면서도 친근하다. 힘세고 든든한 아빠인 더블에이(AA) 건전지는 집안의 도어록과 장난감, 리모컨을 움직이며 가족의 일상을 묵묵히 지탱한다. 아이인 트리플에이(AAA)는 방전된 아빠에게 다시 힘을 충전해 주는 존재다.작품에는 현실 육아의 디테일이 곳곳에 녹아 있다. 엄마 아빠가 ‘육퇴’ 후 치킨을 시키고 ‘나는 솔로’를 보는 장면, 아침에 아이에게 양치는 시키지만 세수는 깜빡하며 “어차피 아무도 몰라”라며 넘어가는 장면은 부모 관객에게 웃음을 안긴다.반면 동구가 일에 바쁜 아빠를 그리워하는 장면처럼 코끝이 찡해지는 대목도 적지 않다. 오 프로듀서는 “공감할 수 있는 디테일을 살리기 위해 제작진이 육아 서적들을 읽고, 대본 회의도 10번가량 했다”고 설명했다.관객 참여형 연출도 눈길을 끈다. 아이들은 모기를 잡기 위해 객석에서 손뼉을 치거나, 입구에서 나눠준 손전등을 켜 동구와 아빠를 도우면서 극에 몰입한다. 공연 도중 배우들이 유도해 부모와 자녀가 포옹을 나누고, 배우들이 객석으로 내려와 아이들 한 명 한 명과 하이파이브를 하는 장면은 애정을 충전하는 순간처럼 다가온다. 홍 연출은 “가만히 앉아서 보는 것보다 내가 ‘살아 있고, 같이 참여한다’는 느낌을 선물하고 싶었다”고 말했다.웃고 즐기는 장면 뒤에는 따뜻한 메시지도 담겼다. 홍 연출은 “육아가 힘들기도 하지만 사랑을 충전하면서 힘듦이 사라지기도 한다”며 “극을 보고 관객들이 가족에 대한 사랑을 얻어 가길 바란다”고 전했다.“가족 뮤지컬 중에서 이렇게 우리의 ‘진짜 일상’을 이야기하는 작품은 없다고 자신합니다. 가족이 함께 오셔서 풍요로움을 얻어 가시면 좋겠어요.”(오 프로듀서)사지원 기자 4g1@donga.com}

걸그룹 블랙핑크가 올 11월 3년 만에 새로운 앨범으로 컴백할 전망이 높아지고 있다. 블랙핑크가 연말에 새 앨범은 내게 되면 2022년 9월 정규 2집 ‘본 핑크(Born Pink)’ 이후 3년여 만이다. YG엔터테인먼트 양현석 총괄프로듀서는 18일 공식 블로그에 게재한 영상에서 “늦어도 11월엔 앨범이 나왔으면 좋겠다는 의견을 피력하고 있다”며 “(블랙핑크) 멤버들과 담당 프로듀서들 모두 열심히 준비하고 있다”고 전했다.현재 블랙핑크는 지난달 경기 고양시 공연을 시작으로 월드투어 ‘데드라인(DEADLINE)’을 진행하고 있다. 미국과 프랑스 등을 거쳐 15, 16일(현지 시간) ‘팝의 성지’로 불리는 영국 런던의 웸블리 스타디움에서도 공연을 펼쳤다. K팝 걸그룹이 웸블리에서 단독 공연을 갖는 건 처음이다. 한편 지난달 11일 발표한 신곡 ‘뛰어(JUMP)’는 영국 오피셜 싱글 차트 ‘톱 100’과 미 빌보드 메인 싱글 차트 ‘핫 100’에서 여전히 순위에 이름을 올리고 있다.사지원 기자 4g1@donga.com}

강렬한 태평소의 음색이 한강이 굽이치는 듯 역동적인 에너지를 불러일으킨다. 거침없이 뻗어 나가던 소리가 잠시 잦아드는가 싶더니, 국악관현악단의 모든 악기들이 함께 힘차고 화려하며 웅장한 물결을 만들어낸다. 이달 29일 서울 종로구 세종문화회관 M씨어터에서 서울시국악관현악단이 초연하는 작품 ‘국악관현악을 위한 흐르샤(흐르샤)’의 첫인상이다. 이 곡은 서울시국악관현악단이 올해 새롭게 시작한 수상음악 프로젝트 ‘웨이브(WAVE)’의 일환으로 제작됐다. ‘수상’은 물 위에서(水上) 즐기는 음악이라는 뜻과 ‘상을 받다(受賞)’라는 의미를 함께 지닌다. 새로운 시도를 한 작품을 공모해 선정하고 전문가 멘토링을 거쳐 초연한 뒤, 관객과 전문가의 평가가 좋은 곡은 다음 해 무대에서 재연하는 프로젝트다. 물이 순환하듯 창작과 공연이 이어지는 구조를 통해 국악관현악의 새로운 생태계를 만들겠다는 취지다. ‘한강’을 주제로 한 올해 공모에선 ‘흐르샤’를 비롯해 젊은 작곡가들의 신곡 다섯 곡이 당선됐다. 세종문화회관 관계자는 “‘웨이브’는 매년 다른 주제를 정해 신작을 공모하고 무대에 올리는 장기 프로젝트”라고 설명했다. 작곡가 박준석 씨(31·사진)는 이번에 특히 주목을 받은 신인이다. 15일 본보와 만난 그는 “고려 문인 이규보의 시 ‘강상우음(江上偶吟)’에서 영감을 얻어, 한강을 시간과 역사성을 가진 존재로 표현하려 했다”고 설명했다. 심사를 맡은 서울시국악관현악단의 이고운 상주작곡가는 “화려한 리듬 전개가 자연스럽고 역동적이었다. 공모 취지와 맞게 대중의 귀에도 충분히 매력적으로 닿을 만한 작품”이라고 평했다. 박 씨는 평범하지만은 않은 경력을 갖고 있다. 2014년 중앙대 음대, 2020년 한양대 대학원에서 클래식 작곡을 전공한 뒤 2022년 중앙대 전통예술학부에 다시 입학해 국악을 배우고 있다. 그는 “서양 음악을 공부하면서도 늘 한국적 요소에 대한 갈망이 있었다”며 “국악과 서양음악을 모두 배운 만큼 두 음악의 시너지를 이끌어내는 작곡가가 되고 싶다”고 했다. 그가 국악에 본격적으로 관심을 가진 건 2021년 아르코 창작음악제에서 국악관현악을 처음 접하면서였다. 그는 “서양 음악에서는 불안정하게 들릴 수 있는 국악의 음색과 장단을 결합하면 새로운 효과가 날 수 있겠다고 느꼈다. 반대로 서양 음악의 형식을 국악에 적용했을 때도 기존과 다른 음악이 나올 수 있을 것 같았다”고 했다. 그는 국악의 보편성을 강조했다. “국악의 장단을 들으면 음악을 배우지 않은 사람이더라도 들썩이면서 흥이 나고 선율에 빠져들게 되는 것 같아요.” 이어 “국악과 서양 음악의 경계를 넘나드는 매력적인 음악을 더 많이 만들고 싶다”고 했다. 서울시국악관현악단은 29일 공연 1부에선 ‘흐르샤’를 비롯한 올해 당선작들을 선보인다. 2부에선 한국의 가장 오래된 서정시를 모티브로 한 ‘공무도하가’(김성국 작곡)와 한강을 주제로 한 기존 창작곡 ‘한가람의 숨’(임희선 작곡)을 선보인다.사지원 기자 4g1@donga.com}

1990년대 적지 않은 인기를 누린 힙합 듀오 듀스의 전 멤버 고 김성재(1972∼1995)의 목소리가 인공지능(AI) 기술로 되살아난다. 17일 가요계에 따르면 듀스의 이현도는 이르면 올해 말 신곡이 담긴 듀스의 정규 4집을 발매할 예정이다. 신곡은 기존 듀스의 음원에서 AI를 활용해 추출한 김성재의 목소리와 이현도의 랩을 더해 제작될 예정이다. 올해가 김성재가 세상을 떠난 지 30주기가 되는 해인 만큼 유족 측의 동의를 구해 앨범을 내기로 한 것으로 알려졌다. 듀스의 마지막 노래는 1997년 베스트 앨범에 수록된 ‘사랑, 두려움’으로, 김성재가 발표하려던 미완성곡에 이현도가 랩을 얹은 곡이다. 이현도와 김성재가 1993년 결성한 듀스는 ‘나를 돌아봐’ ‘여름 안에서’ 등의 히트곡으로 사랑을 받았으나 1995년 해체했다. 김성재는 그해 11월 솔로 데뷔 무대를 펼친 다음 날 호텔에서 숨진 채 발견됐다.사지원 기자 4g1@donga.com}

걸그룹 블랙핑크가 ‘팝의 성지’로 불리는 영국 런던 웸블리 스타디움에 K팝 걸그룹 최초로 입성했다. YG엔터테인먼트에 따르면 블랙핑크는 월드투어 ‘데드라인(DEADLINE)’의 일환으로 15, 16일(현지 시간) 런던 웸블리 스타디움에서 두 차례 공연했다. 이 스타디움은 잉글랜드 축구 국가대표팀이 안방구장으로 사용하며 최대 9만 명을 수용할 수 있다. 이 스타디움은 세계 최정상급 팝스타가 공연했던 ‘공연의 성지’이기도 하다. 1985년 퀸의 전설적 무대 ‘라이브 에이드’가 펼쳐졌고 마이클 잭슨과 비욘세, 테일러 스위프트 등이 이곳에서 노래를 불렀다. 한국 아티스트 중에선 방탄소년단(BTS)이 2019년 6월 최초로 공연해 화제가 됐다. 블랙핑크는 지난달 5, 6일 경기 고양종합운동장 주경기장에서 7만8000여 팬들을 만난 것을 시작으로 세계 16개 도시에서 31차례 공연하는 월드투어를 진행하고 있다. 이들은 웸블리 스타디움 공연 첫날 넘치는 에너지로 ‘킬 디스 러브(Kill This Love)’, ‘핑크 베놈(Pink Venom)’, ‘러브식 걸스(Lovesick Girls)’ 등 히트곡들을 선보였다. 멤버 로제는 공연 중 “우리가 웸블리 스타디움에서 공연하는 첫 여성 K팝 그룹”이라며 “꿈같이 느껴진다”는 소감을 밝혔다.사지원 기자 4g1@donga.com}

1775∼1783년 영국으로부터 식민지들이 독립하기 위해 벌인 ‘독립전쟁’은 표면적으로 ‘자유’와 ‘해방’을 내세우며 일어났다. 그러나 폭력 및 갈등 연구의 권위자인 이 책의 저자는 “그 이면엔 식민지 엘리트들의 재산과 권력 보전이라는 현실적 이해가 자리했다”고 지적했다. 당시 조지 워싱턴을 비롯한 미국 ‘건국의 아버지’들은 영국 정부로부터 재산을 잃을 위기에 처해 있었다. 많은 미국인은 전쟁을 원치 않았지만, 대부분 투표권이 없었기에 엘리트의 전쟁 욕구를 막을 수 없었다. 결국 제대로 견제받지 않는 권력으로 인해 전쟁이 발발했다는 분석이다. 전쟁에 대한 통념을 여러 방면으로 부수는 책이다. 우선 “인간의 본성이 파괴적이기 때문에 전쟁이 빈번하게 일어난다”는 통념에 반대한다. 인류는 이미 일어난 전쟁의 참혹함을 잘 알고 있기에, 전쟁과 폭력이 ‘상수’라고 오해한다는 것이다. 오히려 강대국조차도 전쟁이 파멸을 불러온다는 것을 알기 때문에 전쟁보단 협상을 선호한다. 하지만 인류가 평화를 원하더라도 여러 이유로 전쟁은 일어난다. 저자는 이를 다섯 가지 이유로 분석한다. 우선 미국 독립전쟁의 사례처럼 권력자가 견제받지 않을 때 사적인 부(富)를 추구하면서 전쟁을 일으킬 수 있다. 집단이 연대할 경우엔 감당해야 할 분쟁에 대한 비용을 고려하기 때문에, 소수 또는 한 명이 권력을 잡았을 때보다 전쟁을 벌일 소지가 작다. 두 번째로 인간이 이상과 욕망을 추구하는 ‘무형의 동기’로 인해 전쟁이 발생할 수 있다. 제2차 세계대전 당시 독일의 전투기 조종사들은 전사할 위험을 무릅쓰고 전쟁에 적극 참여했다. 당시 정부가 조종사들의 공적을 인정하는 훈장과 지위를 부여하거나, 뉴스에서 강조하는 등 치하했기 때문이다. 평상시 조종사는 약 2.7%의 확률로 전사했지만, 동료의 공적이 뉴스에서 언급된 후 며칠 동안은 전사율이 3분의 2가량 급증했다는 통계도 있다. 승리의 가능성을 정확히 모른다는 ‘불확실성’ 역시 전쟁을 유발한다. 각 주체들은 협상을 유리하게 주도하기 위해 허세를 부리거나 힘을 과시하는데, 이것이 때로 공격으로 이어지기도 한다는 것이다. “포커에서 상대가 허세를 부릴 때마다 굴복한다면, 그런 굴복이 반복되면서 항상 양보한다는 평판을 얻게 된다면, 그야말로 최악의 전략이 된다. … 불확실성에 대한 최선의 대응은 때때로 공격일 수 있다는 것이다.” 2003년 이라크가 미국으로부터 침공을 당하기 몇 주 전, 이라크의 핵무기와 화학무기 프로그램은 이미 폐기된 상태였다. 그러나 독재자 사담 후세인은 이를 명확히 드러내지 않았다. 결국 후세인의 모호한 ‘허세’는 미국 측의 “전쟁 후 이라크를 지배할 수 있다”는 낙관과 더해져 이라크 전쟁을 불러왔다. 이 외에도 강대국 간 힘의 균형에 변화가 생길 때 기존 평화에 대한 약속을 이행하지 않는 ‘이행 문제’, 정보 공유와 비판이 없는 불투명한 조직문화에서 스스로의 힘을 과신하는 ‘잘못된 인식’ 등이 전쟁의 원인이 될 수 있다. “한 사회의 성공이 부의 확대에만 있는 게 아니란 걸 깨달았다. 반군이 열한 살짜리 딸을 강제로 빼앗아 아내로 삼지 않고, … 정부가 우리를 강제로 고향 땅에서 쫓아내 수용소에 몰아넣지 않은 것도 사회의 성공이라 할 수 있다.” 전쟁이 잘못된 선택과 제도적 결함이 빚은 결과라는 메시지가 뼈아프게 다가온다. ‘인류 평화’라는 크지만 막연한 가치를 내세우는 대신, 불행의 원인을 명확히 분석하고 구체적 해결책을 내세우는 이 책은 평화를 조직적으로 설계하는 첫걸음이 될 수 있을 듯하다.사지원 기자 4g1@donga.com}

1926년 8월 4일 관부연락선(시모노세키발 부산행) 도쿠주마루(德壽丸)에서 조선 최초의 소프라노 윤심덕이 극작가인 김우진과 함께 실종됐다. 그들의 실종이 사고인지는 끝내 밝혀지지 않았다. 하지만 이 사건은 “연인이던 두 사람이 이룰 수 없는 사랑 끝에 바다에 몸을 던졌다”고 알려지며 비극적 러브스토리로 조명돼 왔다. 그런데 만약, 윤심덕이 죽지 않고 살았다면 어떻게 됐을까. 이런 상상에서 출발한 창작 뮤지컬 ‘관부연락선’이 4일 서울 종로구 링크아트센터드림에서 개막했다. 윤심덕의 마지막 밤을 새롭게 해석한 이 작품에선 그가 몸을 던지는 모습을 밀항 중이던 여성 홍석주가 우연히 목격한다. 석주는 바다에 뛰어들어 심덕을 구한다. 자신이 살아 있다는 사실을 감추고 싶은 심덕은 석주가 숨어 있던 화물칸에 함께 머물며 서로의 사연을 조금씩 알아가게 된다. 러브스토리가 두 여성의 인생 이야기로 바뀐 셈이다. 뮤지컬에서 심덕과 석주는 서로 전혀 닮지 않았다. 극단 ‘토월회’ 배우이자 조선 최고의 모던걸로 불리는 심덕은 화려한 외모에 유쾌하고 발랄한 성격이 돋보인다. 반면 남편의 독립운동을 도우려 밀항한 석주는 차분하고 현실적인 성격의 소유자다. 두 사람은 화물칸이란 제한된 공간에서 우연한 동행을 이어가며 서로의 삶과 선택을 이해하기 시작한다. 이 작품의 흐름을 끌어 나가는 키워드는 ‘거짓말’이다. 처음엔 서로 경계하던 두 여성은 자신을 감추기 위해 쓰고 있던 가면을 하나씩 내려놓는다. 뮤지컬은 티격태격하는 대사와 상황극으로 웃음을 자아내다가도, 진중한 넘버가 가슴 깊숙이 파고든다. 금발 마녀 글린다와 초록 마녀 엘파바의 우정을 그린 영화 ‘위키드’의 바다 버전 같은 느낌도 든다. 좁은 공간에 표현된 화물칸과 갑판이 무대의 전부지만, 인물의 내면에 밀착하는 극의 진행은 우리 모두가 가질 법한 불안과 상처를 섬세하게 표현한다. 특히 아픔을 지닌 이들이 우정을 쌓으며 죽음과 맞닿은 밤을 생으로 가득 찬 아침으로 바꿔놓는 장면은 묵직한 울림을 준다. ‘사의 찬미’, ‘산타루치아’ 등 귀에 익은 음악은 익숙하지만 새롭게 다가온다. 이 작품은 뮤지컬 ‘미아 파밀리아’, ‘다윈 영의 악의 기원’ 등으로 탄탄한 서사를 보여줬던 이희준 작가, 서정성과 에너지를 넘나드는 음악 세계를 선보여 온 김예림 작곡가 등이 제작에 참여했다. 심덕 역은 여성 서사가 돋보이는 극에서 자주 활약해 온 배우 전해주와 통통 튀는 매력의 선유하가 맡았다. 석주로는 ‘홍련’ 등을 통해 폭넓은 연기를 보여준 배우 이지연과 신인답지 않은 묵직함이 돋보이는 최수현이 출연한다. 10월 12일까지.사지원 기자 4g1@donga.com}

1926년 8월 4일 관부연락선(시모노세키발 부산행) 도쿠주마루(德壽丸)에서 조선 최초의 소프라노 윤심덕이 극작가인 김우진과 함께 실종됐다. 그들의 실종이 사고인지는 끝내 밝혀지지 않았다. 하지만 이 사건은 “연인이던 두 사람이 이룰 수 없는 사랑 끝에 바다에 몸을 던졌다”고 알려지며 비극적 러브스토리로 조명돼 왔다. 그런데 만약, 윤심덕이 죽지 않고 살았다면 어떻게 됐을까.이런 상상에서 출발한 창작 뮤지컬 ‘관부연락선’이 4일 서울 종로구 링크아트센터드림에서 개막했다.윤심덕의 마지막 밤을 새롭게 해석한 이 작품에선 그가 몸을 던지는 모습을 밀항 중이던 여성 홍석주가 우연히 목격한다. 석주는 바다에 뛰어들어 심덕을 구한다. 자신이 살아 있다는 사실을 감추고 싶은 심덕은 석주가 숨어 있던 화물칸에 함께 머물며 서로의 사연을 조금씩 알아가게 된다. 러브 스토리가 두 여성의 인생 이야기로 바뀐 셈이다.뮤지컬에서 심덕과 석주는 서로 전혀 닮지 않았다. 극단 ‘토월회’ 배우이자 조선 최고의 모던걸로 불리는 심덕은 화려한 외모에 유쾌하고 발랄한 성격이 돋보인다. 반면 남편의 독립운동을 도우려 밀항한 석주는 차분하고 현실적인 성격의 소유자다. 두 사람은 화물칸이란 제한된 공간에서 우연한 동행을 이어가며 서로의 삶과 선택을 이해하기 시작한다.이 작품의 흐름을 끌어나가는 키워드는 ‘거짓말’이다. 처음엔 서로 경계하던 두 여성은 자신을 감추기 위해 쓰고 있던 가면을 하나씩 내려놓는다. 뮤지컬은 티격태격하는 대사와 상황극으로 웃음을 자아내다가도, 진중한 넘버가 가슴 깊숙이 파고든다. 금발 마녀 글린다와 초록 마녀 엘파바의 우정을 그린 영화 ‘위키드’의 바다 버전 같은 느낌도 든다.좁은 공간에 표현된 화물칸과 갑판이 무대의 전부지만, 인물의 내면에 밀착하는 극의 진행은 우리 모두가 가질 법한 불안과 상처를 섬세하게 표현한다. 특히 아픔을 지닌 이들이 우정을 쌓으며 죽음과 맞닿은 밤을 생으로 가득 찬 아침으로 바꿔놓는 장면은 묵직한 울림을 준다. ‘사의 찬미’, ‘산타루치아’ 등 귀에 익은 음악은 익숙하지만 새롭게 다가온다.이 작품은 뮤지컬 ‘미아 파밀리아’, ‘다윈 영의 악의 기원’ 등으로 탄탄한 서사를 보여줬던 이희준 작가, 서정성과 에너지를 넘나드는 음악 세계를 선보여 온 김예림 작곡가 등이 제작에 참여했다. 심덕 역은 여성 서사가 돋보이는 극에서 자주 활약해 온 배우 전해주와 통통 튀는 매력의 선유하가 맡았다. 석주로는 ‘홍련’ 등을 통해 폭넓은 연기를 보여준 배우 이지연과 신인답지 않은 묵직함이 돋보이는 최수현이 출연한다. 10월 12일까지.사지원 기자 4g1@donga.com}

“이번 앨범을 대표하는 가장 큰 키워드는 ‘호러’입니다.” 보이그룹 샤이니 멤버인 키(본명 김기범·34)가 3년 만에 세 번째 솔로 정규 앨범 ‘헌터(HUNTER·사진)’로 돌아왔다. 11일 서울 광진구의 한 호텔에서 열린 간담회에서 키는 “다른 아티스트들이 많이 하는 ‘하늘하늘한’ 콘셉트에서 받은 건강한 에너지를 저는 ‘이상한 데’ 쓰고 싶다는 청개구리 같은 마음이 들어 선보인 앨범”이라고 설명했다.이번 앨범은 ‘또 다른 나’를 마주하는 과정을 ‘도시 괴담’ 콘셉트로 표현한 게 특징이다. 키는 “분열된 자아의 싸움을 보여주는 형식”이라며 “정규 2집 ‘가솔린(Gasoline)’ 이후 밝은 노래를 주로 했더니 제 양에 안 찼다. 이번엔 하고 싶은 것으로 돌아왔다”고 말했다. 타이틀곡 ‘헌터’는 웅장한 베이스와 묵직한 드럼 비트, 다채로운 전자음이 조화로운 곡이다. 상대에게 집착하는 ‘나’와 상대와의 복잡한 관계에서 느끼는 ‘고통 속 환희’를 가사로 풀어냈다. 키는 “최근 ‘케이팝 데몬 헌터스’(케데헌)가 유행하면서 (호러 콘셉트와 앨범 제목을) ‘의식한 것 아니냐’는 반응이 있었는데, 케데헌이 나올 줄 몰랐다”며 “‘헌터’란 단어가 대중에게 익숙해졌을 때 앨범이 나오게 돼 감사하다”고 말했다. 이 밖에도 고음이 돋보이는 펑크록 ‘스트레인지(Strange)’, 1990년대 뉴잭스윙 장르를 현대적으로 재해석한 ‘인패추에이션(Infatuation)’ 등 다양한 장르의 10곡이 담겼다. 2008년 샤이니로 데뷔한 지 18년 차를 맞은 키는 ‘놀라운 토요일’ 등 여러 예능 프로그램에서도 활약하며 사랑받고 있다. 그는 이에 대해 “갈수록 ‘키’라는 브랜드가 하는 행동을 좋아해 주시는 분들이 예전보다 많이 생겼다고 느껴져 든든하다”며 “사는 모습을 그대로 보여드렸더니 좋아해주시는구나 싶었다”고 말했다. 키는 다음 달 26∼28일 서울을 시작으로 대만 타이베이, 일본 도쿄 등에서 솔로 공연을 열 예정이다. 올해 안에 미주 투어도 예정돼 있다. “이번 앨범이 ‘볼만하고 들을 만하다’는 1차원적인 칭찬을 들으면 좋겠어요. 전작보다는 좀 더 들어주셨으면 감사하겠습니다, 하하.”사지원 기자 4g1@donga.com}

넷플릭스 애니메이션 영화 ‘케이팝 데몬 헌터스(케데헌)’의 오리지널사운드트랙(OST) ‘골든(Golden)’이 미국 빌보드 메인 싱글 차트 ‘핫 100’ 1위를 차지했다. 이달 1일(현지 시간) 영국 오피셜 싱글 차트 ‘톱 100’ 1위에 오른 데 이어, 세계 양대 음악 차트에서 모두 정상에 오른 것이다. 여성 가수가 부른 K팝 곡이 빌보드 싱글 차트 1위를 차지한 건 처음이다. 빌보드는 11일 홈페이지를 통해 “케데헌 ‘골든’이 전주보다 순위를 한 단계 끌어올려 앨릭스 워런의 ‘오디너리(Ordinary)’를 제치고 차트 정상에 올랐다”며 “이 곡은 ‘핫 100’을 정복한 K팝 관련 아홉 번째 노래”라고 밝혔다. 지금까지 ‘핫 100’ 1위를 거머쥔 K팝 가수는 그룹 방탄소년단(BTS·6곡)과 BTS 멤버인 지민(1곡)과 정국(1곡)뿐이었다. ‘골든’은 발매 직후인 지난달 초 81위로 이 차트에 처음 진입한 뒤 23위, 6위, 4위, 2위로 꾸준히 순위가 올랐다. 1위에 오른 건 발매 7주 만이다. 이번 차트 집계 기간 동안 전주보다 9% 증가한 3170만 스트리밍을 기록했다. 라디오 방송 점수와 판매량(음반 및 음원)도 각각 71%, 35% 증가했다. 김헌식 대중문화평론가는 “전반적 수치를 살펴볼 때 ‘골든’이 1위를 차지한 건 일부 팬덤의 적극적인 활동을 통해서가 아니라, 전방위적인 대중적 소비로 이뤄진 결과”라며 “K팝 장르의 형식과 완성도를 갖춘 노래가 글로벌 시장에서 통한 것”이라고 분석했다. ‘골든’은 애니메이션에 등장하는 가상 걸그룹 헌트릭스가 부른 노래다. SM엔터테인먼트 연습생 출신 작곡가인 이재와 가수 오드리 누나, 레이 아미가 실제 보컬을 맡았다. 모두 한국계 미국인이다. 제작에는 블랙핑크와 빅뱅 등의 음악 제작에 핵심적인 역할을 했던 한국인 프로듀서 테디 등이 참여했다. 시원한 고음과 귀에 꽂히는 멜로디가 중독성 있는 노래로, 여러 가수가 따라 부르는 ‘챌린지’가 이어지기도 했다. “영원히 깨질 수 없는”, “어두워진” 등 한국어 가사도 주목받았다. ‘골든’은 또 다른 기록도 세웠다. 애니메이션 OST로는 2022년 디즈니 애니메이션 ‘엔칸토’의 ‘위 돈트 토크 어바웃 브루노(We Don‘t Talk About Bruno)’ 이후 3년 만에 1위에 오른 곡이다. 3명 이상의 걸그룹 노래로는 2001년 데스티니 차일드의 ‘부틸리셔스(Bootylicious)’ 이후 24년 만이다.사지원 기자 4g1@donga.com}

넷플릭스 애니메이션 영화 ‘케이팝 데몬 헌터스(케데헌)’의 오리지널사운드트랙(OST) ‘골든(Golden)’이 미국 빌보드 메인 싱글 차트 ‘핫 100’ 정상에 올랐다. 이달 초 빌보드와 더불어 세계 양대 차트로 꼽히는 영국 오피셜 싱글 차트 ‘톱 100’ 1위를 달성한 데 이어 미국 차트까지 석권한 것이다. 여성 보컬리스트가 부른 K팝 곡이 이 차트 1위에 오른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빌보드는 11일(현지 시간) 홈페이지를 통해 “‘골든’이 전주보다 순위를 한 단계 끌어올려 알렉스 워렌의 ‘오디너리(Ordinary)’를 제치고 차트 정상에 올랐다”며 “‘골든’은 ‘핫 100’을 정복한 K팝 관련 아홉 번째 노래”라고 밝혔다. 지금까지 ‘핫 100’ 1위를 거머쥔 K팝 가수는 그룹 방탄소년단(BTS·6곡)과 BTS 멤버 지민(1곡)과 정국(1곡)뿐이었다.‘골든’은 발매 직후 81위로 이 차트에 처음 진입한 뒤 23위, 6위, 4위, 2위로 순위가 올랐으며, 발매 7주 만에 1위를 차지했다. 이번 차트 집계 기간 전주보다 9% 증가한 3170만 스트리밍을 기록했고, 라디오 방송 점수와 판매량이 각각 71%, 35% 증가한 점도 눈에 띈다. 기존 K팝 히트곡이 강한 팬덤이 모여 만든 실물 음반 판매량 등에 기반한 것과 달리 폭넓은 인기를 가늠할 수 있는 지표에서 성과를 낸 것이다.김헌식 대중문화평론가는 “전반적 수치를 볼 때 이번 1위는 일부 팬덤의 인위적 순위 올리기가 아닌, 전방위적인 대중적 소비가 만들어낸 결과”라며 “골든이 K팝 장르의 형식과 완성도를 갖췄다는 점이 글로벌 시장에서 통한 것”이라고 분석했다.‘골든’은 애니메이션 속 걸그룹 헌트릭스가 부른 노래다. SM엔터테인먼트 연습생 출신 작곡가 이재와 가수 오드리 누나, 레이 아미가 보컬을 맡았다. 모두 한국계 미국인이다. 제작엔 블랙핑크와 빅뱅을 만든 한국인 프로듀서 테디 등이 참여했다. 시원한 고음과 귀에 꽂히는 멜로디가 중독성 있는 노래로, 영화의 인기 이후 여러 가수들이 따라 부르는 ‘챌린지’가 이어지기도 했다. “영원히 깨질 수 없는”, “어두워진” 등 한글 가사도 주목 받았다.다른 기록도 적지 않다. 애니메이션의 OST로는 2022년 디즈니 애니메이션 ‘엔칸토’의 ‘위 돈트 토크 어바웃 브루노(We Don‘t Talk About Bruno)’ 이후 3년 만의 1위다. 3명 이상의 걸그룹 노래론 2001년 데스티니 차일드의 ‘부티리셔스(Bootylicious)’ 이후 24년 만이다.사지원 기자 4g1@donga.com}

“이번 앨범을 대표하는 가장 큰 키워드는 ‘호러’입니다.”보이그룹 샤이니 멤버인 키(본명 김기범·34)가 3년 만에 세 번째 솔로 정규 앨범 ‘헌터(HUNTER)’로 돌아왔다. 11일 서울 광진구의 한 호텔에서 열린 간담회에서 키는 “다른 아티스트들이 많이 하는 ‘하늘하늘한’ 콘셉트에서 받은 건강한 에너지를 저는 ‘이상한 데’ 쓰고 싶다는 청개구리 같은 마음이 들어 선보인 앨범”이라고 설명했다.이번 앨범은 ‘또 다른 나’를 마주하는 과정을 ‘도시 괴담’ 콘셉트로 표현한 게 특징이다. 키는 “분열된 자아의 싸움을 보여주는 형식”이라며 “정규 2집 ‘가솔린(Gasoline)’ 이후 밝은 노래를 주로 했더니 제 양에 안 찼다. 이번엔 하고 싶은 것으로 돌아왔다”고 말했다. 타이틀곡 ‘헌터’는 웅장한 베이스와 묵직한 드럼 비트, 다채로운 전자음이 조화로운 곡이다. 상대에게 집착하는 ‘나’와 상대와의 복잡한 관계에서 느끼는 ‘고통 속 환희’를 가사로 풀어냈다. 키는 “최근 ‘케이팝 데몬 헌터스(케데헌)’이 유행하면서 (호러 콘셉트와 앨범 제목을) ‘의식한 것 아니냐’는 반응이 있었는데, 케데헌이 나올 줄 몰랐다”라며 “‘헌터’란 단어가 대중에게 익숙해졌을 때 앨범이 나오게 돼 감사하다”고 말했다. 이밖에도 고음이 돋보이는 펑크록 ‘스트레인지(Strange)’, 90년대 뉴잭스윙 장르를 현대적으로 재해석한 ‘인패츄에이션(Infatuation)’ 등 다양한 장르의 10곡이 담겼다.2008년 샤이니로 데뷔한지 18년차를 맞은 키는 ‘놀라운 토요일’ 등 여러 예능 프로그램에서도 활약하며 사랑받고 있다. 그는 이에 대해 “갈수록 ‘키’라는 브랜드가 하는 행동을 좋아해 주시는 분들이 예전보다 많이 생겼다고 느껴져 든든하다”며 “사는 모습을 그대로 보여드렸더니 좋아해주시는구나 싶었다”고 했다. 키는 다음 달 26~28일 서울을 시작으로 대만 타이베이, 일본 도쿄 등에서 솔로 공연을 열 예정이다. 올해 안에 미주 투어도 예정돼 있다. “이번 앨범이 ‘볼 만하고 들을 만하다’는 1차원적인 칭찬을 들으면 좋겠어요. 전작보다는 좀 더 들어주셨으면 감사하겠습니다, 하하.”사지원 기자 4g1@donga.com}

“평범이란 단어가 제겐 더 기이하게 느껴져요. 오히려 ‘별종(outcast)’들이 좀 더 편안한 것 같아요.”(팀 버턴 감독)시즌1으로 세계적인 화제를 모았던 넷플릭스 오리지널 드라마 ‘웬즈데이’의 시즌2가 6일 공개된 가운데, 버턴 감독과 배우 제나 오르테가(웬즈데이 역), 에마 마이어스(이니드 역)가 한국을 찾았다.버턴 감독은 11일 서울 종로구의 한 호텔에서 열린 간담회에서 이 작품을 두고 “영화에 투입하는 만큼의 창의력을 갖고 작업했다”고 설명했다. 영화 ‘비틀쥬스’ ‘배트맨’ ‘찰리와 초콜릿 공장’ 등을 통해 세계적으로 독창성을 인정받은 그는 ‘웬즈데이’가 TV 드라마 시리즈의 첫 도전작이었다.‘웬즈데이’는 미국 만화 ‘애덤스 패밀리’에 등장하는 딸 웬즈데이를 주인공으로 한 스핀오프. 웬즈데이가 남들과 다른 능력을 가진 ‘별종’들이 모인 네버모어 아카데미에 입학하면서 벌어지는 이야기를 그렸다. 2022년 11월 공개된 시즌1(8부작)은 특유의 고딕 호러와 블랙코미디가 호평을 받으며, 넷플릭스 TV쇼 영어 부문 역대 1위에 올랐다. 각각 4부작으로 나뉜 시즌2의 파트1은 이달 6일 공개됐고, 파트2는 다음 달 3일에 선보인다.시즌2의 가장 큰 특징은 전작보다 깊어진 가족 서사다. 네버모어 아카데미에 입학한 웬즈데이의 남동생 퍽슬리(아이작 오도네즈)는 물론이고 학교에서 중요한 역할을 맡게 된 엄마 모티시아(캐서린 제타존스)와 할머니 헤스터 프럼프(조애나 럼리)까지 얽힌다. 감독은 “3대에 걸친 모녀의 서사가 깊이 있게 다뤄질 것”이라고 소개했다. 다소 로맨스가 강조됐던 시즌1보다 미스터리와 호러 요소도 더 강해졌다.웬즈데이와 이니드는 일반적인 10대와는 거리가 먼 ‘괴짜’에 가깝다. 이에 대해 오르테가는 “사람들이 생각하는 전형적인 이미지와 반대되는 캐릭터를 구축하는 건 힘들다”면서도 “소셜미디어에 현혹되지 않고 자기 목소리를 낼 줄 아는 여자아이들이 가장 사랑스럽지 않을까”라고 말했다. 마이어스도 “내게 이니드는 너무 소중한 아이”라며 “타인의 시선을 신경쓰지 않는 솔직함과 세상의 틀에 맞출 필요가 없다는 점을 상징하는 캐릭터”라고 했다.시즌2엔 버턴 감독의 시그니처로도 꼽히는 ‘스톱모션 애니메이션’이 등장한다. 극 중 등장하는 두개골 나무에 대한 전설을 정지된 화면을 여러 번 촬영해 이어 붙이는 방식으로 제작했다. 감독은 “스톱모션은 너무나도 아름다운 예술 매개체”라고 말했다.2002년생 배우인 오르테가는 시즌2에서 프로듀서로도 활약했다. 그는 “배우로만 참여하는 것보다 더 깊게 관여할 수 있었다”며 “작품에 대해 더 많이 알게 돼 ‘비밀의 문’이 열린 기분”이라고 말했다. 버턴 감독은 “오르테가는 예술 감각과 창의성이 충분하기 때문에 프로듀서 역할도 잘할 수 있다고 생각했다”고 칭찬했다.사지원 기자 4g1@donga.com}

“평범이란 단어가 제겐 더 기이하게 느껴져요. 오히려 ‘별종(outcast)’들이 좀 더 편안한 것 같아요.”(팀 버튼 감독)시즌1로 세계적인 화제를 모았던 넷플릭스 오리지널 드라마 ‘웬즈데이’의 시즌2가 6일 공개된 가운데, 버튼 감독과 배우 제나 오르테가(웬즈데이 역), 엠마 마이어스(이니드 역)가 한국을 찾았다.버튼 감독은 11일 서울 종로구의 한 호텔에서 열린 간담회에서 이 작품을 두고 “영화에 투입하는 만큼의 창의력을 갖고 작업했다”고 설명했다. 영화 ‘비틀쥬스’ ‘배트맨’ ‘찰리와 초콜릿 공장’ 등을 통해 세계적으로 독창성을 인정 받는 그는 ‘웬즈데이’가 TV 드라마 시리즈의 첫 도전작이었다.‘웬즈데이’는 미국 만화 ‘애덤스 패밀리’에 등장하는 딸 웬즈데이를 주인공으로 한 스핀오프. 웬즈데이가 남들과 다른 능력을 가진 ‘별종’들이 모인 네버모어 아카데미에 입학하면서 벌어지는 이야기를 그렸다. 2022년 11월 공개된 시즌1(8부작)은 특유의 고딕 호러와 블랙코미디가 호평 받으며, 넷플릭스 TV쇼 영어 부문 역대 1위에 올랐다. 각각 4부작으로 나눠진 시즌2의 파트1은 이달 6일 공개됐고, 파트2는 다음 달 3일에 선보인다. 시즌2의 가장 큰 특징은 전작보다 깊어진 가족 서사다. 네버모어 아카데미에 입학한 웬즈데이의 남동생 퍽슬리(아이작 오도네즈)는 물론, 학교에서 중요한 역할을 맡게 된 엄마 모티시아(캐서린 제타존스)와 할머니 헤스터 프럼프(조애나 럼리)까지 얽힌다. 감독은 “3대에 걸친 모녀의 서사가 깊이 있게 다뤄질 것”이라고 소개했다. 다소 로맨스가 강조됐던 시즌1보다 미스터리와 호러 요소도 더 강해졌다.웬즈데이와 이니드는 일반적인 10대와는 거리가 먼 ‘괴짜’에 가깝다. 이에 대해 오르테가는 “사람들이 생각하는 전형적인 이미지와 반대되는 캐릭터를 구축하는 건 힘들다”면서도 “소셜미디어에 현혹되지 않고 자기 목소리를 낼 줄 아는 여자아이들이 가장 사랑스럽지 않을까”라고 말했다. 마이어스도 “내게 이니드는 너무 소중한 아이”라며 “타인의 시선을 신경쓰지 않는 솔직함과 세상의 틀에 맞출 필요가 없다는 점을 상징하는 캐릭터”라고 했다.시즌2엔 버튼 감독의 시그니처로도 꼽히는 ‘스톱모션 애니메이션’이 등장한다. 극 중 등장하는 두개골 나무에 대한 전설을 정지된 화면을 여러 번 촬영해 이어붙이는 방식으로 제작했다. 감독은 “스톱모션은 너무나도 아름다운 예술 매개체”라고 말했다.2002년생 배우인 오르테가는 시즌2에서 프로듀서로도 활약했다. 그는 “배우로만 참여하는 것보다 더 깊게 관여할 수 있었다”라며 “작품에 대해 더 많이 알게 돼 ‘비밀의 문‘이 열린 기분”이라고 말했다. 버튼 감독은 “오르테가는 예술 감각과 창의성이 충분하기 때문에 프로듀서 역할도 잘 할 수 있다고 생각했다”고 칭찬했다.사지원 기자 4g1@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