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원주

이원주 기자

동아일보 산업1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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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종사가 되고 싶었는데 되지 못해서, 조종사 다음으로 비행기 많이 탈 것 같은 직업을 택했습니다. 비행기와 날씨에 대한 '왜'에 관심이 많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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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6-02-16~2026-03-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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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김진 “증조모 도와준 동아일보, 백범일지에도 기록됐죠”

    “상해(상하이)에 있는 여러 사람들이 고국에는 가까운 친척도 한 사람 없는데 늙으신 분이 그대로 가시면 어떻게 하겠느냐고 만류했으나 백골이라도 고국 강산에 묻히겠다고 하며 아주 상해를 떠나기로 작정하였다는데….” ‘죽어도 고국강산’이란 제목으로 1925년 11월 6일자 동아일보 2면에 실린 기사의 일부다. 이 기사에서 고국을 그리는 이는 곽낙원 여사(1859∼1939), 백범 김구(1876∼1949) 선생의 모친이다. 최근 서울 종로구 사무실에서 만난 곽 여사의 증손자이자 백범의 장손인 김진 광복회 자문위원장(69)은 기자가 당시 신문을 보여주자 “예전에 자주 본 사진을 신문에서 보니 반갑다”며 웃었다. 사진에는 당시 66세였던 곽 여사와 3세였던 김 위원장의 부친 김신 전 교통부 장관(1922∼2016·백범의 차남)이 등장한다. 상하이에서 고국으로 돌아올 즈음에 찍은 것으로 추정되는 사진이다. 주변의 만류에도 곽 여사는 김 전 장관의 손을 잡고 상하이를 떠났다. 하지만 백범과 임시정부 관계자들은 떠나는 곽 여사에게 노잣돈을 챙겨드리지 못했다. 고향 황해도 사리원까지 가야 하는데 인천항에 도착했을 때 이미 여비가 떨어졌다. 곽 여사가 도움을 받으러 찾아간 곳은 동아일보 인천지국이었다. ‘백범일지’에서는 곽 여사의 여정을 이렇게 소개했다. “떠나실 때 내가 그런 말씀을 드린 바 없건만, 어머님(곽 여사)은 인천 동아일보 지국에 가서 사정을 말씀하셨다. 지국에서는 신문에 난 상하이 소식을 보고 벌써 알았다면서 경성 갈 여비와 차표를 사서 드렸고, 경성에서 다시 동아일보사를 찾아가니 역시 (고향인) 사리원까지 보내드렸다고 했다.” 부친에게 들어 당시 상황을 알고 있다는 김 위원장은 “그때 동아일보가 증조모님을 도와주지 않았다면 지금의 저는 없었을지도 모른다”고 말했다. 당시 임정의 사정은 끼니조차 제대로 잇지 못할 정도로 어려웠다. 그는 “증조모님이 시장에서 버려진 시든 배춧잎을 주워와 죽을 끓여 겨우 연명했다고 들었다”고 했다. 굶주리는 손자들을 보며 곽 여사는 ‘보육원에 보내면 밥이라도 제대로 먹을 수 있지 않을까’ 하는 생각에 손자(김신)를 수차례 보육원에 보내기도 했다. 백범 선생은 슬하에 2남 2녀를 뒀다. 친척과 지역 유지들은 고향에 돌아온 곽 여사에게 손자 학비와 등불 기름, 수학여행비 등을 지원했다. 어린 김신은 인근 일본군 공군기지로 수학여행을 떠나 파일럿의 꿈을 갖게 됐다. 2016년 별세한 김 전 장관은 결국 공군 조종사로서 최고 자리인 공군참모총장을 지냈다. 김 위원장은 “동아일보 도움을 받아 어렵게 돌아온 조국에서 부친의 인생이 결정됐다”고 말했다. 요즘 김 위원장은 광복 후 통일에 힘썼던 백범 선생의 뜻을 잇기 위한 작업을 하고 있다. 그는 “민간 차원에서 북한과 교류할 수 있도록 여러 가지 일을 하고 있다”며 “그 첫 단계로 임정에서 사용한 인장과 옥새가 북한에 있다는 것을 확인하기 위해 민족화해협력범국민협의회와 함께 여러 가지 계획을 짜고 있다”고 말했다. 임정 옥새는 6·25전쟁 이후 행방이 묘연하다. 하지만 김 위원장은 북한 제작 영화 ‘위대한 품’의 장면에 옥새가 등장하는 것을 확인했으며 현재 북한에 있을 가능성이 매우 높다고 추정한다. ‘위대한 품’은 백범 선생이 김일성에게 임정 옥새와 인장을 건네주는 장면으로 끝난다. 북한 독재정권이 자신들의 정통성을 강조하기 위해 넣은 장면이다. 이 옥새의 존재를 확인하고 가능하다면 남한으로 가져와 전시회를 여는 게 김 위원장의 계획이다. 그는 “평창 겨울올림픽을 계기로 남북 간 대화 요건이 조성됐다”며 “스포츠에서 시작된 남북 교류가 민간 문화 교류까지 확산된다면 한반도 평화의 물꼬가 터질 것”이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그는 동아일보와 언론의 역할을 다시 한번 강조했다. “백범 선생과 동아일보는 일제강점기 어두운 시기에도 꿋꿋하게 자신의 소신을 지켜낸 공통점이 있습니다. 광복 때처럼 민족 통일 사업에도 동아일보가 큰 역할을 할 수 있기를 바랍니다.”이원주 기자 takeoff@donga.com}

    • 2018-03-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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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택배 톡톡]설렘 한 박스, 짜증 한 상자… 그래도 기대돼요

    《 ‘띵동’ 초인종 소리와 함께 들어오는 상자가 미소를 선물합니다. 설이 코앞인 이맘때면 경비실마다 그득한 택배 상자만 봐도 흐뭇합니다. 내 품에 오기까지 상자는 어떤 길을 거쳐 왔을까요. 택배에 얽힌 울고 웃는 이야기를 취재했습니다. 》 ▼ 박스만 봐도 ‘심쿵’ ▼“여자친구가 핀란드에 교환학생으로 갔을 때 한국음식을 먹고 싶어 해서 택배로 보내줬어요. 각종 라면과 쉽게 조리 가능한 포장식품 등을 보내줬죠. 받고 나서 정말 고맙다고, 감동이라고 말해 주더군요. 그렇게 대단한 일을 한 건 아니라고 생각했는데 굉장히 고마워해서 뿌듯했죠. 그만큼 외국에서 한국 택배를 받으면 더 감동이란 거겠죠?”―안모 씨(31·회사원) “어릴 때 명절이면 아버지 앞으로 과일상자 같은 선물이 많이 왔어요. 제 관심은 선물보다 택배상자 속 뽁뽁이(에어캡)였죠. 동생이랑 서로 차지하려고 다투기도 했어요. 크기가 클 땐 둘이 마주 앉아서 빨리 터뜨리기 게임을 했죠. 요즘도 택배 안에 뽁뽁이가 있으면 예능프로 보면서 터뜨리곤 해요. 어렸을 때 생각도 나고 손도 심심하니까요.”―김수환 씨(26·대학생) “한 달에 오는 택배 20개 중에 육아용품이 19건 정도 돼요. 음식, 과일은 신선도 때문에 직접 보고 사는데 육아용품은 가격이 차이가 커서 인터넷으로 사거든요. 애가 셋이어서 여유 있게 쇼핑하기 힘든 것도 있고요. 셋 데리고 마트에 가면 계획한 것 외에도 사달라고 보채는 경우가 많거든요. 예전엔 제 옷을 주로 사서 택배가 오면 선물 받는 기분이었는데 그런 기분 느껴본 지도 꽤 된 거 같아요.”―안지나 씨(34·가정주부) “자취하면 집에서 요리해 먹을 줄 알았는데 그렇진 않더라고요. 귀찮은 것도 있고 요리할 줄 아는 게 몇 없어서요. 그래서 주로 밖에서 사먹었는데 돈이 너무 나가서 부모님께 말씀드렸죠. 며칠 뒤에 택배가 왔는데 박스에 김치랑 장조림 같은 밑반찬들과 간단하게 먹기 좋게 자른 마늘, 고추, 파가 잔뜩 있었어요. ‘나 하나 먹이겠다고 정말 고생하셨겠구나’라는 생각이 들어서 좀 울컥했죠.”―김모 씨(20·대학생) ▼ 오는 택배, 가는 情 ▼“작년 설에 자주 방문하는 할머니 댁에 배 한 박스를 배송하러 갔었죠. 그 집은 명절 때 선물이 굉장히 많이 오거든요. 배송을 마치고 가려는데 갑자기 ‘우리 집은 많이 받았어. 고생하시는데 이걸로 설 쇠어요’라고 하시더니 다시 배 박스를 주시더군요. 이런 경우가 처음이라 얼떨떨했지만 따뜻한 정 덕분에 가족들과 설 잘 보냈습니다.”―정의수 씨(49·CJ대한통운 경기 여주시 택배기사) “아이 키우는 집에 육아용품들을 많이 배송해요. 엘리베이터 있는 곳이 별로 없어서 걸어 올라가는데 무거워서 힘들어요. 그런데 몇 년 지나 배달하던 집 아이가 커서 걸어 다니며 인사를 하더라고요. 어머니한테 ‘많이 컸네요’라고 하자 ‘기사님이 고생해서 키워주신 거예요’라고 해주시는데, 이럴 때 짜증이 다 날아가죠. 정작 여섯 살 된 우리 아들한테는 항상 집에서 피곤해서 잠만 자니까 ‘아빠는 집에서 하는 일이 뭐야’라는 소리를 듣긴 하지만요.”―김광석 씨(43·한 지방 택배기사) “나이 먹고 집에서 놀면서 병원 다니는 것보다는 일하면서 운동도 하고 돈도 버는 게 좋겠다 싶어서 택배 일을 시작했어요. 일은 힘들긴 하지만 보람되고 재밌어요. 그리고 아무래도 저희가 젊은 사람보다는 느리고 자주 깜빡깜빡 하니까 늦게 배송할 때가 있는데 주민분들이 이해해 주시니 감사하죠.”―전모 씨(75·인천 계양구 실버택배기사)▼ 택배가 무서워요 ▼“바쁘다는 택배 기사분에게 컴퓨터 부품이 파손될 우려가 있으니 경비실에 맡기지 말고 집으로 갖다 달라고 했어요. 그런데 문 앞에 두고 가는 거예요. 더구나 내려가는 엘리베이터 모습을 쳐다봤더니 엄청 살벌하게 노려봤어요. 택배 받으면서 ‘해코지 당할 수도 있겠구나’라는 생각이 든 건 처음이었습니다.”―이모 씨(28) “작년 11월에 해외 직접구매로 아이 옷을 주문했어요. 물건이 한국에 온 걸 배송 현황으로 확인하고 기다렸어요. 보통 이틀이면 오는데 영 소식이 없어서 전화해보니 택배송장은 있는데 물건이 없대요. 중간에 물건이 없어진 거죠. 택배회사에선 ‘물건 못 찾아준다’라고 말하며 배상도 안 해준다더군요. 계속 전화하니까 배상해주겠다며 명세표를 보내 달래요. 살 때보다 달러 환율이 떨어진 상태여서 주문한 날짜의 환율로 계산해서 배상해달라고 요청해 겨우 손해 없이 받았죠.”―이혜선 씨(42·회사원) “혼자 있을 때 벨이 울리면 집에 없는 척해요. 배송 온다는 연락 없이 오는 경우가 있어서 진짜 택배기사인지 확신이 안 들 때가 있거든요. 가끔은 ‘오빠, 택배 좀 받아줘. 아냐, 그냥 내가 갈게’라고 말하곤 문을 열기도 해요. 혼자 뭐하는 건가 싶기도 하지만 무턱대고 문 열어드리기엔 요즘 세상이 흉흉하잖아요. 매번 늦게 문 열어드리기도 죄송스럽지만요.”―박정민 씨(24·대학생)▼ 택배기사는 로봇이 아니에요 ▼“하루에 250개를 배송하다 보면 오후 7시를 넘겨 고객에게 갈 때가 있어요. 늦게 가면 젊은 분들이 반말에 욕설, 폭언을 하는 경우도 많아요. 그런데 한 번은 오후 11시에 엘리베이터 앞에서 고객님이 커피랑 빵을 들고 기다리고 계시더라고요. 건네주시면서 ‘고생 많으세요’라고 하시는데 내려오는 엘리베이터에서 엄청 울었죠.”―유성욱 씨(53·A업체 택배기사) “대부분 택배 일 하시는 분들은 기존에 하던 일이 어려워져서 마지막 직업으로 선택하신 분들이 많아요. 일한 만큼 받아갈 수 있거든요. 저는 빚 문제도 있어서 하루에 17시간씩 배송하는 편이죠. 40개월 된 늦둥이 아들이 있는데 1주일에 얼굴을 6일은 못 봐요. 한창 아빠랑 놀기 좋아할 나이인데 그게 좀 슬프죠. 그래서 너무 피곤해도 일요일에는 꼭 놀아주려고 노력중입니다.”―원영부 씨(49·B업체 택배기사) “급하게 돈이 필요해 택배 상하차 알바를 한 적이 있어요. 오후 7시∼오전 7시 12시간 동안 쉬는 시간 없이 계속 박스를 컨테이너에 실었죠. 허리도 못 펴고 일해서 허리, 등이 아프고 숨이 가빠서 계속 입으로 숨을 쉬니까 입안도 헐었죠. 삶이 무기력하다고 느끼는 분들께 추천합니다. 자신을 채찍질하는 느낌이죠.”―조상준 씨(28·취업준비생) ▼ 택배도 4차 산업혁명 ▼“2017년 11월에 전남 고흥군 득량도에서 드론 택배 시범운행을 했을 때 20분 이내에 배달이 가능했습니다. 기존보다 1시간 넘게 단축됐죠. 드론 택배는 도서·산간지역 주민이 우편물을 더 빨리 수령할 수 있고 해당지역 집배원의 업무를 줄여주는 장점이 있어요. 2022년 상용화를 목표로 안전한 드론 운용을 위한 낙하산 설치, 장애 대응, 해킹에 대한 보안 등 관련 기술개발과 법·제도적 보완에 노력을 쏟고 있습니다.”―노충영 씨(48·우정사업본부 물류기획과 사무관) “다른 사람과 통화하기를 꺼리는 젊은 세대들은 ‘챗봇’을 활용해 상담원 통화 없이 필요한 정보를 실시간으로 확인 가능합니다. 고객 문의 답변을 인공지능을 이용해 언제든 바로 받을 수 있다는 것이 강점이죠. 또 하루 수만 건의 전화를 받는 상담원의 업무 부담도 줄일 수 있습니다. 현재 사고, 클레임 접수 등을 제외한 모든 택배 관련 상담이 가능하고 60% 이상의 이용객 만족도를 보이고 있습니다.”―이창화 씨(45·C택배 고객만족팀장) “‘더 드림 동구택배’ 사업은 4개 택배사에서 아파트 내 한 거점으로 물건을 갖다 주면 참여 어르신들이 각 가구로 물품을 배송하는 시스템입니다. 평균 한 달에 40시간 정도 근무합니다. 노인 일자리도 창출하고 어르신들이 지역지킴이 역할을 할 수도 있죠.”―홍태경 씨(27·광주동구시니어클럽 사회복지사) 이원주 기자 takeoff@donga.com·조경준 인턴기자 한국외국어대 경제학과 3학년}

    • 2018-02-0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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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엘리베이터 앞에 커피랑 빵 들고’ 설렘, 짜증 한 상자…택배에 얽힌 사연

    《‘띵동’ 초인종 소리와 함께 들어오는 상자가 미소를 선물합니다. 설이 코앞인 이맘때면 경비실마다 그득한 택배 상자만 봐도 흐뭇합니다. 내 품에 오기까지 상자는 어떤 길을 거쳐 왔을까요. 택배에 얽힌 울고 웃는 이야기를 취재했습니다.》설렘이 방울방울 “여자친구가 핀란드로 교환학생을 갔을 때 한국음식을 먹고 싶어 해서 택배로 보내줬어요. 각종 라면과 쉽게 조리 가능한 포장식품 등을 보내줬죠. 받고나서 정말 고맙다고, 감동이라고 말해주더군요. 그렇게 대단한 일을 한 건 아니라고 생각했는데 굉장히 고마워해서 뿌듯했죠. 그만큼 외국에서 한국 택배를 받으면 더 감동이란 거겠죠?”-안모 씨(31·회사원) “어릴 때 명절이면 아버지에게 과일 상자 같은 선물이 많이 왔어요. 제 관심은 선물보다 택배상자 속 뽁뽁이(에어캡)였죠. 동생이랑 서로 차지하려고 다투기도 했었어요. 크기가 클 땐 둘이 서로 마주앉아서 빨리 터뜨리기 게임을 했죠. 요즘도 택배 안에 뽁뽁이가 있으면 예능프로 보면서 터뜨리곤 해요. 어렸을 때 생각도 나고 손도 심심하니까요.” -김수환 씨(26·대학생) “한 달에 오는 택배 20개 중에 육아용품이 19건 정도 돼요. 음식, 과일은 신선도 때문에 직접 보고 사는데 육아용품은 가격이 차이가 커서 인터넷으로 사거든요. 애가 셋이어서 여유 있게 쇼핑하기 힘든 것도 있고요. 셋 데리고 마트에 가면 계획한 것 외에도 사달라고 보채는 경우가 많거든요. 예전엔 제 옷을 주고 사서 택배가 오면 선물 받는 기분이었는데 그런 기분 느껴본지도 꽤 된 거 같아요.” -안지나 씨(34·가정주부) “자취하면 집에서 요리해서 먹을 줄 알았는데 그렇진 않더라고요. 귀찮은 것도 있고 요리할 줄 아는 게 몇 없어서요. 그래서 주로 밖에서 사먹었는데 돈이 너무 나가서 부모님께 말씀드렸죠. 며칠 뒤에 택배가 왔는데 박스에 김치랑 장조림 같은 밑반찬들과 간단하게 먹기 좋게 자른 마늘, 고추, 파가 잔뜩 있었어요. ‘나 하나 먹이겠다고 정말 고생 하셨겠구나’라는 생각이 들어서 좀 울컥했죠.” -김모 씨(20·대학생)오는 택배, 가는 情 “작년 설에 자주 방문하는 할머니 댁에 배 한 박스를 배송하러 갔었죠. 그 집이 명절 때 선물이 굉장히 많이 오거든요. 배송을 마치고 가려는데 갑자기 ‘우리 집은 많이 받았어. 고생하시는데 이걸로 설 쇠어요’라고 하시더니 다시 배 박스를 주시더군요. 이런 경우가 처음이라 얼떨떨했지만 따뜻한 정 덕분에 가족들과 설 잘 보냈습니다.” -정의수 씨(49·CJ대한통운 경기 여주 택배기사) “아이 키우는 집에 육아용품들을 많이 배송해요. 엘리베이터 있는 곳이 별로 없어서 걸어 올라가는데 무거워서 힘들어요. 그런데 몇 년 지나 배달한 집 아이가 커서 걸어 다니고 인사를 하더라고요. 어머니한테 ‘많이 컸네요’라고 하면 ‘기사님이 고생해서 키워주신 거예요’라고 해주시는데 이럴 때 짜증이 다 날아가죠. 정작 6살 된 우리 아들한테는 제가 항상 집에서 피곤해서 잠만 자니까 ‘아빠는 집에서 하는 일이 뭐야’라는 소리를 듣긴 하지만요.” -김광석 씨(43·한 지방 택배기사) “나이 먹고 집에서 놀면서 병원 다니는 것보다는 일하면서 운동도 하고 돈도 버는 게 좋겠다 싶어서 택배 일을 시작했어요. 일은 힘들긴 하지만 보람되고 재밌어요. 그리고 아무래도 저희가 젊은 사람보다는 느리고 자주 깜빡깜빡하니까 늦게 배송할 때가 있는데 주민 분들이 이해해주시니 감사하죠.” -전모 씨(75·인천 계양구 실버택배기사)택배가 무서워요 “100만 원 이상의 카메라여서 분실이나 파손 위험 때문에 직접 받고 싶어서 주문한 후에 되도록 외출을 자제했습니다. 그런데 너무 배송이 늦어져서 밤늦게 배송조회를 했더니 인수자 본인으로 배송완료가 돼 있어서 화가 났죠. 다음날 아침에 보니 문 앞에 놔두고 갔더라고요. 바쁘신 건 알지만 문자 한 통 남기는 게 힘든가요?” -이혜원 씨(29·회사원) “바쁘다는 택배 기사분에게 컴퓨터 부품이 파손 우려가 있으니 경비실에 맡기지 말고 집으로 갔다가 달라고 했어요. 그런데 문 앞에 두고 가는 거예요. 더구나 내려가는 엘리베이터 모습을 쳐다봤더니 엄청 살벌하게 노려봤어요. 택배 받으면서 ‘해코지 당할 수도 있겠구나’라는 생각이 든 건 처음이었습니다.” -이모 씨(28) “작년 11월에 해외 직접구매로 아이 옷을 주문했어요. 물건이 한국에 온 걸 배송현황으로 확인하고 기다렸어요. 보통 이틀이면 오는데 영 소식이 없어서 전화해보니 택배송장은 있는데 물건이 없대요. 중간에 물건이 없어진 거죠. 택배회사에선 ‘물건 못 찾아준다’라고 말하며 배상도 안 해준다더군요. 계속 전화하니까 배상해주겠다며 명세표를 보내 달래요. 샀을 때보다 달러환율이 떨어진 상태여서 주문한 날짜의 환율로 계산해서 배상해달라고 요청해 겨우 손해 없이 받았죠.” -이혜선 씨(42·회사원) “혼자 있을 때 벨이 울리면 집에 없는 척해요. 배송 온다는 연락 없이 오는 경우가 있어서 진짜 택배기사인지 확신이 안 들 때가 있거든요. 가끔은 ‘오빠, 택배 좀 받아줘. 아냐, 그냥 내가 갈게’라고 말하곤 문을 열기도 해요. 혼자 뭐하는 건가 싶기도 하지만 무턱대고 문 열어드리기엔 요즘 세상이 흉흉하잖아요. 매번 늦게 문 열어드리기도 죄송스럽지만요.” -박정민 씨(24·대학생) 택배기사는 로봇이 아니에요 “하루에 250개를 배송하다보면 저녁 7시를 넘겨 고객에게 갈 때가 있어요. 늦게 가면 젊은 분들이 반말에 욕설, 폭언을 하는 경우도 많아요. 한 번은 밤 11시에 엘리베이터 앞에 고객님이 커피랑 빵을 들고 기다리고 계시더라고요. 건네주시면서 ‘고생 많으세요’라고 하시는데 내려오는 엘리베이터에서 엄청 울었죠.” -유성욱 씨(53·A업체 택배 기사) “대부분 택배일 하시는 분들은 하던 일이 어려워져서 마지막 직업으로 선택하신 분들이 많아요. 그런데 계약서 작성 없이 일하는 사람들이 대부분인 게 현실이죠. 언제 해고될지 모르는 거예요. 아파도 쉴 수가 없죠. 깁스하고도 일하는 분도 있고, 디스크 수술만 몇 번을 받은 사람도 있어요. 심지어 암에 걸려서 암 치료를 받으면서도 일하는 분도 있어요. 쉬었다간 다른 사람으로 대체되니까요.” -원영부 씨(49·B업체 택배 기사) “급하게 돈이 필요해 택배 상하차 알바를 한 적이 있어요. 저녁7시~새벽7시 12시간 동안 쉬는 시간 없이 계속 박스를 컨테이너에 실었죠. 허리도 못 펴고 일해서 허리, 등이 아프고 숨이 가빠서 계속 입으로 숨을 쉬니까 입안도 헐었죠. 삶이 무기력하다고 느끼는 분들께 추천합니다. 자신을 채찍질하는 느낌이죠.” -조상준 씨(28·취업준비생) 택배도 4차 산업혁명 “2017년 11월에 전남 고흥군 득량도에서 드론 택배 시범운행을 했을 때 20분 이내에 배달이 가능했습니다. 기존보다 1시간 넘게 단축됐죠. 드론 택배는 도서·산간지역주민이 우편물을 더 빨리 수령할 수 있고 해당지역 집배원의 업무를 줄여주는 장점이 있어요. 2022년 상용화를 목표로 안전한 드론 운용을 위한 낙하산 설치, 장애 대응, 해킹에 대한 보안 등 관련기술개발과 법·제도적 보완에 노력을 쏟고 있습니다.” -노충영 씨(48·우정사업본부 물류기획과 사무관) “다른 사람과 통화하기를 꺼려하는 젊은 세대들은 ‘챗봇’을 활용해 상담원 통화 없이 필요한 정보를 실시간으로 확인 가능합니다. 고객 문의 답변을 인공지능을 이용해 언제든 바로 받을 수 있다는 것이 강점이죠. 또 하루 수만 건의 전화를 받는 상담원의 업무부담도 줄일 수 있습니다. 현재 사고, 클레임 접수 등을 제외한 모든 택배관련 상담이 가능하고 60%이상의 이용객 만족도를 보이고 있습니다.” -이창화 씨(45·C택배 고객만족팀장) “‘더 드림 동구택배’ 사업은 4개 택배사에서 아파트 내 한 거점으로 물건을 갖다 주면 참여어르신들이 각 세대로 물품을 배송하는 시스템입니다. 평균 한 달에 40시간 정도 근무합니다. 노인 일자리도 창출하고 어르신들이 지역지킴이 역할을 할 수도 있죠.” -홍태경 씨(27·광주동구시니어클럽 사회복지사)이원주 기자 takeoff@donga.com·조경준 인턴기자 한국외국어대 경제학과 3학년}

    • 2018-02-0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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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포토 에세이]가까이 봐야 예쁩니다,당신처럼

    가까이 보면 이토록 아름답습니다. 자세히 보면 이토록 다양합니다. 눈에 보이지도 않을, 그 작은 물방울이 혹한을 견디고 조금씩 자라나 이렇게 다채롭고 아름다워집니다. 너무 춥다고, 너무 작다고 스러지지 말아 주세요. 당신이 있어, 당신이 모여 세상이 이렇게 아름다워지니까요.※눈 결정을 캐논 마크로 MP-E 65mm 렌즈로 접사했습니다.사진=전영한 기자 scoopjyh@donga.com·글=이원주 기자 takeoff@donga.com}

    • 2018-02-0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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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이원주의 날飛]입춘은 원래 ‘가장 추운 겨울’… 추위 끝은 언제?

    추위가 가실 생각을 안 한다. 수도 계량기가 얼어 터지고 빗물관이 얼어, 세탁기를 돌리지 못해 ‘빨래 대란’을 겪는 집이 많다. 지난해 12월 1일부터 올해 2월 5일까지의 최저 기온 평균은 영하 6.82도. 최근 평년 기준인 1980~1981년 겨울부터 비교하면 5번째로 추운 겨울이다.워낙 날이 춥다 보니 봄의 길목이라는 입춘(立春)도 ‘입춘 같지 않은 추위’가 이어졌다. 올해 입춘인 2월 4일의 최저 기온은 영하 12.8도였다. 5일 최저 기온은 살짝 올라가 영하 11도 수준이었지만 이번 주 중반까지는 영하 13도 안팎의 추위가 며칠 더 이어질 전망이다. 하지만 ‘입춘 한파’가 이례적이지는 않다. 1980~1981년 겨울부터 지난해 겨울까지 12월~2월의 기온 변화를 모두 살펴보면 입춘은 언제나 추웠다. 그냥 추운 정도가 아니고 ‘가장 추운 겨울’에 속했다. 30년 간 입춘일 직전인 2월 2일의 평균 기온은 영하 6.82도. 37년 평균치를 볼 때 이보다 추운 날은 1월 25일(영하 6.93도)뿐이다. 하지만 입춘이 빈 말로 만들어진 절기는 아니다. 입춘이 지나고 나면 기온의 상승 추이가 뚜렷하게 나타나기 때문이다. 37년 평균 기온을 보면 입춘 이후 소폭 등락이 있지만 날이 지날수록 꾸준히 기온이 상승하는 모습을 볼 수 있다. 기온이 크게 낮아져 있다는 점이 다르지만, 이 같은 추이는 올해도 크게 다르지 않을 전망이다. 이번 주 중반까지는 영하 10도 이하의 강추위가 계속 기승을 부리겠지만 당장 주말부터 기온이 크게 올라간다는 예보가 있다. 겨울이 점차 물러나고 봄이 한 걸음씩 다가오는 경계선에 서 있는 절기가 바로 입춘이다. 즉 입춘은 봄 기운을 느끼는 절기가 아니라 ‘이제부터 봄을 맞을 준비를 하는’ 절기다. 이원주 기자 takeoff@donga.com}

    • 2018-02-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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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편리한 디지털 대신…내가 굳이 ‘필름 카메라’를 사용하는 이유

    필름 카메라를 쓴 지 3년 정도 됐다. 물론 여느 30대처럼 어린 시절에도 부모님의 필름카메라를 쓴 적은 있(을 것이)다. 하지만 ‘그걸로 뭘 찍었더라’라고 자문하면 기억은 뿌옇게 흐려질 뿐이다. 3년 전 필름 카메라를 구매하고 촬영하던 감흥은 마냥 생경했으니 후자를 ‘시작’이라 눙쳐도 될 듯싶다. 그때부터 명기(名器)로 회자되는 카메라 열댓 개를 사고팔았다. 필름을 총 120통 정도 현상했고 냉장고에는 필름을 보관하는 칸을 따로 마련했으며, 계절과 날씨를 따지지 않고 늘 카메라와 여분의 필름을 챙겼다. 하지만 그러면서도 사람들 앞에서 카메라를 꺼내는 것은 점점 꺼리게 됐다. 필름 카메라는 으레 편견을 부르는 물건이었으니까. 대뜸 비아냥부터 내비치는 사람도 있었다. “요즘 젊은 사람들은 턴테이블도 없으면서 레코드 숍을 헤집고 다니고, 마진율 높은 세컨드핸드숍(새 상품이 아닌 사용했던 옷이나 상품을 판매하는 가게)에서 산 코트를 부모님께 물려받은 것인 양 걸치고 다닌다면서요?” 하지만 대꾸가 어렵기는 호들갑도 마찬가지였다. “저도 늘 필름 카메라를 쓰고 싶었어요. 사진이 너무 예쁘잖아요. 근데 아무래도 불편할 것 같아서 그냥 카메라 앱으로 만족하고 있어요. 보실래요?” 확실히 필름 카메라의 결과물에는 비범한 미감이 있다. 하지만 거기에 디지털 기술로 복제할 수 없는 ‘진본성’이란 게 존재하는가 하면 그건 이견이 있는 명제다. 필름 카메라를 주력으로 사용하는 사진가들조차도 후반 작업으로 둘을 분간할 수 없게 만들 수 있다고 호언하곤 하니까. 그들이, 내가, 굳이 필름 카메라를 사용하는 이유는 ‘불편하기’ 때문이다. 잘못 읽은 것이 아니다. 스마트폰 카메라는 간편하고 즉각적이지만, 그렇기에 그걸 들고 다니는 때때로 가슴이 채 뭔가를 느끼기도 전에 손이 먼저 셔터를 누르곤 한다. 조작이 어렵고 확인도 안 되며 사용 횟수도 제한되어 있는 필름 카메라는 사람을 좀 더 면밀하게 만든다. ‘나는 어째서 이 광경을 아름답다고 느끼는가’, ‘그럼 그것을 포착하기 위해 어떻게 찍어야 하는가.’ 필름 카메라를 사용한 지 1년쯤 지났을 때, 나는 스스로가 무심코 익숙한 풍경들에서도 각별함을 찾아내고 있다는 것을 깨달았다. 심지어 카메라가 없을 때에도. 지난 11월 뉴욕타임스에 실린 칼럼 ‘디지털과의 사랑은 끝났다(Our Love Affair With Digital Is Over)’는 최근 몇 년 간 바이닐(LP), 필름 카메라, 종이 노트, 보드 게임 등 아날로그 컨텐츠의 판매율이 다시 성장하고 있다고 밝혔다. 그리고 이런 현상은 ‘복고 열풍’으로 설명할 수 없다고 덧붙였다. 세태의 가장 큰 원동력은 일찍이 그것들을 경험해본 적이 없는 세대. 회귀하는 것이 아니라 전에 몰랐던 ‘새로운 매체’로 받아들이고 있다는 것이다. 물론 나는 지금 이 원고조차 연필과 펜이 아닌 노트북으로 쓰고 있고, 고작 필름 카메라 몇 개 써본 전력으로 아날로그 예찬론자 행세를 하고 싶지는 않다. 다만 건방지게도 그 칼럼의 끝에 한 문장 사족을 달고 싶어지긴 했다. “그리고 어쩌면 평생을 불편 속에 살아온 윗세대가 문명의 이기를 더 절감하듯, 평생을 편의라는 ‘폭력’ 속에 살아온 아랫세대가 더 선연히 느낄 수 있는 아날로그의 측면이 있을 듯싶다.” 필름 카메라를 꺼내 놓을 때 돌아오는 반응 중에는 이런 것도 있다. “주로 어떤 걸 찍으세요?” 글쎄. 요즘에는 나무를 촬영하고 있다. 겨울 추위에 잎 하나 남지 않은 나무들을 보면서 자꾸만 이 나무와 저 나무가 어떻게 다른지를 생각하게 된다. 그리고 이런 면밀함을 곁들여 살다 보면 언젠가 저번 겨울과 이번 겨울이 어떻게 다른지를 아는 사람이 될 수도 있겠다는, 그런 생각도 한다. 오성윤 잡지 에디터}

    • 2018-01-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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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독감 톡톡]“근육통 심하다고요? 약 먹고 5일간 격리하세요”

    《 ‘콜록콜록’. 수많은 눈총이 기침 소리가 나는 곳으로 날아가 꽂힙니다. 마스크는커녕 손으로 가리지도 않고 지하철 안에 퍼지는 기침. 아직 타인을 배려하지 않는 경우가 많습니다. 요즘 독감이 유행인데요. 감염 방지 수칙 등을 소개합니다. 》  ▼ 서로서로 조심합시다 ▼ “마스크를 하고 오시는 분은 독감이 아닌 경우가 많아요. 독감 진단을 한 환자에게는 마스크 소지 여부를 물어보고 없으면 하나 드립니다. 그런데 2, 3일 뒤에 다시 올 때는 마스크를 안 하신 경우가 많아요. 걸리지 않은 분들이 더 조심하고, 걸린 분들은 그렇지 않은 경우가 많아서 아쉽죠.” ―신광철 씨(대한이비인후과의사회 공보이사) “주변에서 다들 한 번씩 독감에 걸렸더군요. 회사나 지하철 같은 사람 많고 공기 안 좋은 곳에선 신경이 쓰입니다. 이런 데서 기침하면 신경 쓰이고 찝찝하더군요. 독감 유행 시즌이 아니어도 기분 나쁜데 요즘 같은 독감 유행기에는 오죽하겠어요. 요즘 추워서 면역력도 떨어지는데 연초부터 아프긴 싫어요.” ―정모 씨(35·회사원) “예방접종을 했는데도 딸이 독감에 걸린 적이 있었어요. 너무 아파서 학교를 못 갈 정도였죠. 예방접종이 효과가 없다고 생각해서 2년 전부터는 접종을 안 했어요. 건강 및 청결 상태를 신경 쓰는 게 더 나을 것 같아 과일을 많이 먹이고 손발을 자주 씻게 했죠. 그래서 요즘 더 건강해진 듯해요.” ―김은주 씨(46·대구 동구 거주) ▼ 몽둥이로 맞는 느낌이에요 ▼  “연말연시에 잦은 술자리로 면역력이 많이 떨어진 상태여서 독감에 더 쉽게 걸리지 않았나 생각해요. 추운 날 강남역 근처에서 새벽까지 있었으니 말이죠. 태어나서 처음 걸린 독감이었는데 새벽부터 오한과 두통이 와서 잠자는 시간이 정말 고통스러웠어요.” ―박혜수 씨(24·대학생) “비 오는 날 비를 맞고 나서 한숨 자고 일어났는데 온몸이 쑤시고 힘이 없어 감기몸살인가 싶었어요. 감기약도 안 듣더니 저녁부터 태어나서 가장 심하게 아팠던 것 같아요. 열을 쟀더니 38.5도였고 A형 독감 진단을 받았죠. 감기와 독감은 아픈 정도부터가 달라요. 약을 먹으면 구역감이 심해서 4일 동안 아무것도 못했죠.” ―홍수연 씨(24) “타미플루가 안 들어서 페라미플루라는 수액을 맞았어요. 3일 정도 지난 지금 열은 아직 38도 정도 되긴 하지만 일상생활에는 지장이 없을 정도로 회복됐어요. 28개월 된 아이가 있는데 독감 때문에 시댁에 맡겼어요. 어느 정도 회복됐다 해도 아이한테 안 옮긴다는 보장이 없어 확진 받은 날부터 아예 시댁으로 보냈죠. 너무 보고 싶지만 며칠간은 데리고 오지 못할 것 같아요.” ―이지희 씨(35·영양사) ▼ A형? B형? 뭐가 다르죠 ▼  “A형 독감은 사람뿐만 아니라 몇몇 동물에게도 감염되고 항원 변이가 흔해서 세계적으로 대유행이 종종 나타납니다. B형 독감은 사람에게만 감염되며 두 종류가 동시에 혹은 번갈아 유행해왔습니다. 독감 증상으론 38도 이상의 고열, 기침, 인후통, 두통, 근육통, 피로감 등이 있습니다. A형은 발열, 기침 증상이 더 많고 B형 독감은 A형보다는 증상이 가볍지만 어린아이에게서 흔히 발생하고 설사, 두통, 근육통이 더 자주 나타나는 차이가 있습니다.” ―이미숙 씨(경희대병원 감염면역내과 교수) “질병관리본부 자료를 보면 이번 독감은 B형 54%, A형 46%의 분포를 나타내고 있어요. 작년에 A형이 유행을 주도한 것과 다릅니다. 보통 독감 환자들이 ‘3가 백신’을 많이 접종받는데 이번에 유행하는 ‘야마가타’라는 독감 종류는 이 백신으로 예방할 수 없습니다. 2016년부터는 한 달 일찍, 12월 초부터 시작해 대유행하는 경향을 보이고 있습니다. 독감 바이러스는 건조하고 추울 때 활발해집니다. 재작년부터 평소보다 한두 달 일찍 추워진 것이 원인 중 하나라고 봅니다.” ―김우주 씨(고려대 구로병원 감염내과 교수) “유행하는 바이러스와 백신에 있는 바이러스가 일치하면 노인과 영유아를 대상으로는 60%, 젊고 건강한 사람에겐 80% 효과가 있다고 봅니다. 바이러스가 조금만 변형돼도 효과가 30∼40% 떨어질 수 있어요. 독감 유행기에는 야외활동이 많은 젊은 사람이 많이 걸려요. 유행이 끝나가는 지금 고위험군 환자들이 합병증으로 입원하는 경우가 많아질 수 있습니다.” ―이재갑 씨(한림대 강남성심병원 감염내과 교수) ▼ 의사? 약사도 극한직업 ▼  “독감 유행 후 우리 병원에 오는 독감 환자 수가 20% 정도 증가했습니다. 의사의 경우 환자와 밀폐된 공간에 있다가 바이러스를 묻혀서 집에 가잖아요. 그래서 의사 가족들이 잘 걸려요. 제 딸이 한 살 때 독감에 심하게 걸렸어요. 그때도 지금처럼 독감 유행기였죠. 슬프지만 그게 의료진의 숙명이죠.” ―오재국 씨(49·보아스이비인후과 원장) “‘타미플루 먹는 5일 동안은 외출을 삼가라’ ‘물 많이 마시고 잘 먹고 푹 쉬어라’ 이런 말을 해도 안 듣고 더 악화시켜서 재방문하는 분도 많죠. 스키 타러 가서 상태가 더 나빠져 온다든지, 연말 술자리에 나가 더 도져서 오는 분 등등 많아요.” ―이현종 씨(46·리앤홍이비인후과 원장) “요즘 마스크가 황사 시즌만큼 많이 팔리는 거 같아요. 그런데 종종 독감 약 타러 와서 마스크 안 쓰고 바로 앞에서 기침하는 분들도 있죠. 이런 분들 때문에 저도 마스크 쓰고 손을 수십 번 씻어요. 그리고 독감이 유행하다 보니까 독감 약이 떨어지는 일이 많죠. 그나마 최근에는 여러 회사에서 독감 약이 나와서 다행이에요.” ―박영숙 씨(58·약사) ▼ 알아두면 쓸모 있는 독감 예방법 ▼  “독감에 안 걸리기 위해선 일단 예방접종이 우선입니다. 다음이 평소 개인위생의 철저한 실천이겠죠. 마스크 착용은 기본이고, 손은 30초 이상 흐르는 물에 씻는 게 좋아요. 또 기침할 땐 휴지나 소매로 코와 입을 막는 습관도 중요합니다. 만약 독감 의심 증상이 있다면 신속히 병원에 가서 진단 및 치료를 받는 게 현명합니다.” ―서순영 씨(질병관리본부 감염병관리과 보건연구사) “환기로 실내 공기를 순환시키고 적정 습도를 유지하는 것도 독감 예방에 도움이 됩니다. 실내 공기가 건조하고 더러우면 코와 기관지의 점막이 마르면서 바이러스에 대한 저항력이 급격히 떨어지기 때문입니다. 환기는 30분 이상, 오전 10시∼오후 9시 사이에 하는 게 좋아요. 추운 날 창문을 열기 부담스럽다면 주방 후드의 환기시스템을 이용해도 효과적입니다.” ―조성민 씨(하츠 AQM랩 연구소장) “학생들의 경우 독감에 걸리면 학교는 결석하지만 학원에는 출석하는 경우를 종종 봅니다. 항바이러스제를 먹어서 상태가 좋아졌어도 감염력이 여전히 남아있을 수 있습니다. 이런 시기에 학원에 가서 다른 사람들과 접촉하는 것은 위험하죠. 제발 독감에 걸린 아이들이 푹 쉴 수 있는 시간을 줬으면 좋겠어요.” ―윤수진 씨(힐링컴즈 대표·약사) “독감에 걸렸을 때 노약자나 심장질환, 만성 폐질환, 당뇨병 등을 앓고 있는 환자들은 합병증이 특히 문제가 될 수 있습니다. 독감의 흔한 합병증으로 급성기관지염, 급성부비동염, 폐렴 등이 있으며 특히 2차 세균 감염에 의한 폐렴이 큰 문제가 될 수 있습니다. 고령자의 경우 기침, 가래, 발열 등이 지속되다가 증상이 악화된 후 폐렴 진단을 받기도 합니다. 따라서 조기에 병원을 방문해 정확한 진단과 치료를 받는 것이 중요합니다.” ―강서영 씨(서울아산병원 가정의학과 전임의) 이원주 기자 takeoff@donga.com·조경준 인턴기자 한국외국어대 경제학과 3학년}

    • 2018-01-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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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몽둥이로 맞는 느낌”…A형? B형? 알아두면 쓸모 있는 독감 예방법

    ‘콜록콜록’. 수많은 눈총이 기침 소리가 나는 곳으로 날아가 꽂습니다. 마스크는커녕 손으로 가리지도 않고 지하철에서 퍼지는 기침. 3년 전 메르스(MERS·중동호흡기증후군) 사태를 겪고도 아직 타인을 위한 배려를 지키지 않는 경우가 많습니다. 요즘 독감이 유행인데요, 감염 방지 수칙 등을 소개합니다. ●서로서로 조심합시다 “마스크를 하고 오시는 분은 독감이 아닌 경우가 많아요. 독감 진단을 한 환자에게는 마스크 소지 여부를 물어보고 없으면 하나 드립니다. 그런데 2, 3일 뒤에 다시 오실 때는 마스크를 안 하고 오신 경우가 많아요. 걸리지 않은 분들이 더 조심하고, 걸린 분들은 그렇지 않은 경우가 많아서 아쉽죠.” -신광철 대한이비인후과의사회 공보이사 “주변에서 다들 한 번씩 독감에 걸렸더군요. 회사나 지하철 같은 사람 많고 공기 안 좋은 곳에선 신경이 쓰입니다. 이런 데서 기침하면 신경 쓰이고 찝찝하더군요. 독감 유행 시즌이 아니어도 기분 나쁜데 요즘 같은 독감 유행기에는 오죽하겠어요. 요즘 추워서 면역력도 떨어지는데 연초부터 아프긴 싫어요.” -정모 씨(35·회사원) “예방접종을 했는데도 딸이 독감에 걸린 적이 있었어요. 너무 아파서 학교를 못 갈 정도였죠. 예방접종이 효과가 없다고 생각해서 2년 전부터는 접종을 안 했어요. 건강 상태나 청결상태를 신경 쓰는 게 더 나은 거 같아 과일 자주 먹이고 손, 발 많이 씻기는데 더 신경 썼죠. 요즘 그래서 더 건강해진 듯해요.” -김은주 씨(46·대구광역시 동구 거주) ●몽둥이로 맞는 느낌이에요 “연말연시에 잦은 술자리로 면역력이 많이 떨어진 상태여서 독감에 더 쉽게 걸리지 않았나 생각해요. 추운 날 강남역 근처에서 새벽까지 있었으니 말이죠. 태어나서 처음 걸린 독감이었는데, 새벽부터 오한과 두통이 와서 잠자는 시간이 정말 고통스러웠어요.” -박혜수 씨(24·대학생) “비오는 날 비를 맞고 나서 한숨 자고 일어났는데 온몸이 쑤시고 힘이 없어서 감기몸살인가 싶었어요. 감기약도 안 듣더니 저녁부터 태어나서 가장 심하게 아팠던 것 같아요. 열을 쟀더니 38.5도였고 A형 독감 진단을 받았죠. 감기랑 독감은 아픈 정도부터가 달라요. 약을 먹으면 구역감이 심해서 4일 동안 아무것도 못했죠.” -홍수연 씨(24) “타미플루가 안 맞아서 페라미플루라는 수액을 맞았어요. 3일 정도 지난 지금 열은 아직 38도 정도 되긴 하지만 일상생활에는 지장이 없을 정도로 회복됐어요. 28개월 된 아이가 있는데 독감 때문에 시댁에 맡겼어요. 어느 정도 회복됐다 해도 아이한테 안 옮긴다는 보장이 없어서 확진된 날부터 아예 시댁으로 보냈죠. 너무 보고 싶지만 며칠간은 데리고 오지 못할 거 같아요.” -이지희 씨(35·영양사)● A형? B형? 뭐가 다르죠 “A형 독감은 사람뿐만 아니라 몇몇 동물에게도 감염되고, 항원 변이가 흔해서 전 세계적인 대유행이 종종 나타납니다. B형 독감은 사람에게만 감염되며 두 종류가 동시에 혹은 번갈아 유행해왔습니다. 독감 증상으론 38도 이상의 고열, 기침, 인후통, 두통, 근육통, 피로감 등이 있습니다. A형은 발열, 기침 증상이 더 많고, B형 독감은 A형보다는 증상이 가볍지만 어린아이들이 흔히 발생하고 설사, 두통, 근육통이 더 자주 나타나는 차이가 있습니다.” -이미숙 경희대병원 감염면역내과 교수 “질병관리본부 자료를 보면 이번 독감은 B형 54%, A형 46%의 분포를 나타내고 있어요. 작년에 A형이 유행을 주도한 것과 다릅니다. 보통 독감 환자들이 ‘3가 백신’을 많이 접종받는데, 이번에 유행하는 ‘야마가타’라는 독감 종류는 이 백신으로 예방할 수 없습니다. 2016년부터는 한 달 일찍, 12월 초부터 시작해 대유행하는 경향을 보이고 있습니다. 독감 바이러스는 건조하고 추울 때 활발해집니다. 재작년부터 평소보다 1, 2달 일찍 추워진 것이 원인 중 하나라고 봅니다.” -김우주 고려대구로병원 감염내과 교수 “유행하는 바이러스와 백신에 있는 바이러스가 일치하면 노인과 영유아를 대상으로는 60%, 젊고 건강한 사람에겐 80% 효과가 있다고 봅니다. 바이러스가 조금만 변형돼도 효과가 30~40% 이상 떨어질 수 있어요. 독감 유행기에는 야외활동이 많은 젊은 사람들이 많이 걸려요. 유행이 끝나가는 지금 고위험군 환자들이 합병증으로 입원하는 경우가 많아질 수 있습니다.” -이재갑 한림대 강남성심병원 감염내과 교수● 의사·약사도 극한직업 “독감 유행 후 우리 병원에 오는 독감 환자 수가 20% 정도 증가했습니다. 의사의 경우 환자와 밀폐된 공간에 있다가 바이러스를 묻혀서 집에 가잖아요. 그래서 의사 가족들이 잘 걸려요. 제 딸이 한 살 땐데 독감에 심하게 걸렸어요. 그때도 지금처럼 독감 유행기였죠. 슬프지만 그게 의료진의 숙명이죠.” -오재국 씨(49·보아스 이비인후과 원장) “‘타미플루 먹는 5일 동안은 외출을 삼가라’, ‘물 많이 마시고 잘 먹고 푹 쉬어라’ 이런 말을 해도 안 듣고 더 악화시켜서 재방문하는 분들도 많죠. 스키 타러 가서 상태가 더 나빠져서 온다든지, 연말 술자리에 나가서 더 도져서 오는 분들 등등 많아요.” -이현종 씨(46·리앤홍 이비인후과 원장) “요즘 마스크가 황사 시즌만큼 많이 팔리는 거 같아요. 그런데 종종 독감 약 타러 와서 마스크 안 쓰고 바로 앞에서 기침하는 분들도 있죠. 이런 분들 때문에 저도 마스크 쓰고 손을 수십 번 씻어요. 그리고 독감이 유행하다 보니까 독감 약이 떨어지는 일이 많죠. 그나마 최근에는 여러 회사에서 독감 약이 나와서 다행이에요.” -박영숙 씨(58·약사)● 알아두면 쓸모 있는 독감 예방법 “독감에 안 걸리기 위해선 일단 예방접종이 우선입니다. 다음이 평소 개인 위생 실천이겠죠. 마스크 착용은 기본이고, 손은 30초 이상 흐르는 물에 씻는 게 좋아요. 또 기침할 땐 휴지나 소매로 코와 입을 막는 습관도 중요합니다. 만약 독감 의심 증상이 있다면 신속히 병원 방문 후 진단 및 치료를 받는 게 현명합니다.” -서순영 질병관리본부 감염병관리과 보건연구사 “환기로 실내 공기를 순환시키고 적정 습도를 유지하는 것도 독감 예방에 도움이 됩니다. 실내 공기가 건조하고 더러우면 코와 기관지의 점막이 마르면서 바이러스에 대한 저항력이 급격히 떨어지기 때문입니다. 환기는 30분 이상, 오전 10시~오후 9시 사이에 하는 게 좋아요. 추운 날 창문을 열기 부담스럽다면 주방 후드의 환기시스템을 이용해도 효과적입니다.” -조성민 하츠 AQM(Air Quality Management)랩 연구소장 “간혹 학생들의 경우 독감에 걸리면 학교는 결석하지만, 학원에 출석하는 경우를 종종 봅니다. 항바이러스제를 먹어서 상태가 좋아졌어도 감염력이 여전히 남아있을 수 있습니다. 이런 시기에 학원에 나가서 다른 사람들과 접촉하는 것은 위험하죠. 제발 독감에 걸린 아이들이 푹 쉴 수 있는 시간을 줬으면 좋겠어요.” -윤수진 힐링컴즈 대표·약사 “독감에 걸렸을 때 노약자나 심장질환, 만성 폐질환, 당뇨병 등을 앓고 있는 환자들은 합병증이 특히 문제가 될 수 있습니다. 독감의 흔한 합병증으로 급성 기관지염, 급성 부비동염, 폐렴 등이 있으며 특히 2차 세균감염에 의한 폐렴이 큰 문제가 될 수 있습니다. 고령자의 경우 기침, 가래, 발열 등이 지속되다가 증상이 악화된 후 폐렴으로 진단받기도 합니다. 따라서 조기에 병원을 방문해 정확한 진단과 치료를 받는 것이 중요합니다. -강서영 서울아산병원 가정의학과 전임의 이원주 기자 takeoff@donga.com}

    • 2018-01-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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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소방관 톡톡]잔해 들었더니 구조자 심장마비… 깊은 절망감

    《 20kg이 넘는 장비, 뜨거운 불길, 연기 때문에 앞도 안 보이는 현장…. 소방관들은 오늘도 최선을 다해 화재를 진압하고 사람들을 구조하며 구급 환자를 구해냅니다. 매일매일 긴장감 속에 사는 소방관들의 진솔한 이야기들을 들어봤습니다. 》  ▼ 목숨 걸고 목숨 구합니다 ▼“화재 진압을 완료하고 나왔는데, 발 바로 옆에 부탄가스통이 있더라고요. 혹시나 그게 터졌으면 까딱하면 죽을 수도 있겠구나 생각했어요. 근데 선배님들은 아무렇지도 않게 생각하시더라고요. 당연히 위험한 상황에서도 들어가서 진압해야 한다고 생각하시니까요.” ―최승욱 씨(35·서울 동대문소방서) “지하 쓰레기소각장에서 난 규모가 큰 화재였는데 현장에서 팀원과 떨어져 혼자 남은 적이 있었어요. 앞이 안 보여 일단 땅바닥을 기어 다녔어요. 더듬더듬 찾아보니까 수관(水管) 같은 게 깔려 있더라고요. 끝까지 따라가서 겨우 밖으로 나올 수 있었죠.” ―임석재 씨(26·강동소방서 현장대응단 구조대) “배에서 발생한 화재의 경우 폭발이 일어나서 사람한테 불이 붙는 경우가 종종 있습니다. 선박 화재는 통로가 좁아서 인명 구조가 쉽지 않아요. 온몸에 불이 붙은 경우엔 잡아당기면 옷이 뜯겨 나가거나 피부가 벗겨지는 일이 있죠. 그러면 다시 로프를 이용해 구조합니다.” ―류모 씨(59·부산시 25년 차 소방공무원) “의무소방 23개월, 출동을 셀 수 없이 나갔죠. 처참한 현장도 많이 봤어요. 신체 일부가 절단되는 사고, 동사자 등 많이 봤어요. 처음 봤을 땐 정신이 멍해져서 ‘다른 세계’에 있는듯한 이질감이 많이 들었죠. 지금은 업무에 익숙해져서 처음만큼 충격을 받지는 않습니다.” ―천상욱 씨(25·강남소방서 진압대원) “2011년 있었던 천호동 붕괴 사고 때 출동을 했어요. 생존자가 있다는 사실을 확인하고 10시간 넘게 구조를 했죠. 한 분이 건물 보에 다리가 깔린 상황이었는데 다리를 절단하기보다는 보를 들어올리는 게 낫다고 판단해서 올렸더니 갑자기 심장마비가 와 생명을 잃었어요. 더 적극적인 조치를 취했으면 살지 않았을까 하는 생각에 오랫동안 죄책감에 시달렸어요.” ―서영수 씨(50·서초소방서 구조대 3대장) ▼ 집에는 “편하게 있다가 왔다” ▼ “많을 땐 하루에 3, 4건 화재 진압을 나갔습니다. 출근하면 항상 긴장 상태예요. 큰 화재라고는 생각을 못 한 고물상 화재나 음식점 화재도 커지는 경우가 많거든요. 직업이 소방관이다 보니 가족들이 걱정을 안 할 수가 없죠. 그래서 가급적이면 집에는 그동안 겪었던 일들을 몰랐으면 하는 마음에 ‘편하게 있다가 왔어’ 하고 안심을 시키죠.” ―박모 씨(39·서초소방서 진압대원) “소방 활동은 팀워크가 중요해서 실습의 중요도가 높습니다. 100점 만점에 필기시험이 40점, 생활 점수가 10점이고 50점이 실습 점수일 정도죠. 그래서 소방관이 되기 위해서는 ‘훈련을 받을 체력’도 중요합니다. 이 때문에 필기시험을 준비하면서도 틈틈이 체력을 관리하는 것이 예비 수험생으로서 필수 사항인 것 같습니다.” ―문상인 씨(51·소방학교 교관) “신임 대원들은 힘들어하는 경우가 많아요. 현장의 처참한 환경을 본 뒤에는 후배들이 외상 후 스트레스 장애(트라우마)로 힘들어하는 경우가 많아 대화를 많이 하려고 노력합니다. 바로 대화로 풀어야 심리적으로 안정을 찾을 수 있거든요.”―황진규 씨(48·강남소방서 구조대장) ▼ ‘불’ 말고도 ‘일’ 많아요 ▼“2017년 4월에 실시한 몸짱 소방관 선발대회에서 입상해서 소방관 달력 제작에 참여했습니다. 달력 수익금은 의료 취약계층 화상환자에게 기부합니다. 운동은 주로 출근 전, 퇴근 후에 했고 대회를 준비하는 4개월 동안은 지인들과도 얼굴을 못 볼 정도로 열심히 했습니다. 제 작은 재능이 여러 사람에게 도움을 줄 수 있다는 생각에 힘을 내어 준비했습니다.” ―성기현 씨(28·강서소방서 몸짱 소방관) “한강에서 투신 사고가 발생하면 구조하고 투신자가 발견될 때까지 수중을 수색하는 것이 수난구조대의 업무입니다. 요즘에 우리 구조대를 방송에서 안쓰럽게 묘사했는데, 사실 수난구조대원들의 직업만족도가 굉장히 높은 편입니다. 물에 특화된 사람들이 오는 곳이라 익숙한 업무이기도 하고 스케줄 변동이 적어서 자격증 취득을 준비하는 등 자기계발도 할 수 있는 여건이 되거든요.”―윤진욱 씨(53·여의도 특수구조단 수난구조대장) “밤에 언제 출동신고 벨이 울릴지 몰라서 편하게 잠을 못 잤어요. 벨이 울리는 대로 빠르게 소방차에 타야 하거든요. 추가 인명 피해가 날 수 있는 위험한 현장에 실전 투입되는 거라 항상 긴장되고 무섭죠. 조그만 실수도 큰 사고로 이어질 수 있어 정확하고 안전하게 처리하려 노력했습니다.” ―김의준 씨(28·의무소방 전역자) ▼ 소방관을 응원합니다 ▼“저희 집 건물 주차장 뒤에서 누가 담배를 피우고 버려서 화재가 난 적이 있어요. 누워 있는데 비상벨이 울리더라고요. 건물 안에서 담배 피우는 사람이 있어서 종종 그러는데 창문 밖을 보니까 진짜 불이 나서 당황했죠. 그런데 5분도 안 돼 이미 소방차가 도착해 상황이 끝났더라고요. 소방관들이 프로라고 생각했어요.” ―오기하 씨(29·서울 관악구 거주) “산불이 크게 나면 다음 날 집에 오셔서 밤새 잠을 못 잤다고 하실 때 마음이 쓰입니다. 아버지도 집에서는 일 이야기를 잘 하시지 않기 때문에 별로 아는 게 없어요. 기사를 보면 남들보다 조금 더 공감하는 정도죠. 무조건 소방관 잘못으로 몰아가는 기사를 볼 때는 소방관 가족 입장에선 많이 속상하죠.” ―류모 씨(31·소방관 가족) “교환학생으로 미국에 갔을 때 기숙사에서 갑자기 경보기가 울려 다들 급하게 나왔는데 알고 보니 화재대피훈련이었어요. 소방관들이 나오라고 소리를 질러 훈련이라고 생각을 못 했어요. 미국인들은 화재에 경각심이 높고 대비훈련도 소방관들이 자주 해줘요. 심지어 제가 요리하다가 난 연기 때문에 난리가 난 적도 있었죠.” ―조형래 씨(26·대학생) ▼ 슈퍼맨도 섭섭해요 ▼“소방도 일반 직업처럼 파트가 나뉘어 있습니다. 화재 진압, 구급, 구조 이렇게 나뉘고 내근하면서 일반 업무를 보는 사람도 있어요. 사고 현장에서도 각자의 역할에 맞게 대기하는 사람도 있는데 그걸 보고 ‘소방관이 구조하러 가지 않는다고 뭐하느냐’는 분들이 있어서 좀 서운하죠.” ―주병철 씨(51·동대문소방서) “‘어차피 공짜니까 구급차 이용하자’라는 말을 많이 들어요. 본인들도 응급환자가 아니라는 걸 아는데도 편하니까 119에 신고하는 경우가 많은 거죠. 황당하기보단 안타깝죠. 저희를 더 다급하게 기다리는 분들이 있는데 그런 분들의 기회를 뺏어가는 거잖아요.” ―김한샘 씨(40·동대문소방서 구급대원) “산악구조는 무조건 뛰어간다고 빨리 가는 게 아니거든요. 산이라서 체력 안배를 잘해야 빨리 갈 수 있기 때문에 최대한 속보로 가는데, 지나가는 분들이 산악대원이 걸어간다고 손가락질하는 걸 보면 좀 속상하죠. 정말 최선을 다해서 갔는데 ‘왜 이렇게 늦었느냐’ ‘이래서 공무원들은 안 된다’고 말하시는 걸 들을 때 속상하죠. 저도 맘 같아선 순간이동을 하고 싶죠.” ―오맹교 씨(38·서울시소방본부 119 특수구조단 북한산 산악구조대 소방장) “구급차의 경우 차들이 비켜 줘야 최대한 빨리 신고자에게 갈 수 있는데 안 비켜 주는 경우가 많아서 접촉사고가 많이 일어나요. 그런 경우에 보험 처리하고 출동 차 운전자 교육을 시키는데 이게 기록에 남아서 약간의 불이익을 받아요. 소방관에 대한 법적인 보호가 안 되는 상황이에요.” ―정모 씨(50·서초소방서) “시민들이 소방관을 너무 영웅으로 보는 거 같아요. 화재에 뛰어들어가서 양팔에 한 명씩 들쳐 안고 나오지는 못하거든요. 소방관은 슈퍼맨이 아니에요. 우리도 사람이고 지켜야 할 가정이 있는 평범한 가장이에요. 전문훈련을 받아서 화재나 긴급 상황에 대한 대응 능력이 있지만 불가능한 것들까지는 못해요.”―정광희 씨(54·서초소방서 지휘3팀장) 이원주 기자 takeoff@donga.com·조경준 인턴기자 한국외국어대 경제학과 3학년}

    • 2018-01-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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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소방관 톡톡]“목숨 걸고 목숨 구하지만…이럴땐 슈퍼맨도 섭섭해요”

    20㎏이 넘는 장비, 뜨거운 불길, 연기 때문에 앞도 안 보이는 현장…. 소방관들은 오늘도 최선을 다해 화재현장을 진압하고 사람들을 구조하고 구급환자를 구해냅니다. 매일매일 긴장감 속에 사는 소방관들의 진솔한 이야기들을 들어봤습니다. ● 목숨 걸고 목숨 구합니다 “화재진압을 완료하고 나왔는데, 발 바로 옆에 부탄가스통이 있더라고요. 혹시나 그게 터졌으면 까딱하면 죽을 수도 있겠구나 생각했어요. 근데 주임님들은 아무렇지도 않게 생각하시더라고요. 당연히 위험한 상황에서도 들어가서 진압해야한다고 생각을 하시니까요.” -최승욱 씨(35·서울 동대문 소방서) “지하 쓰레기 소각장에서 규모가 큰 화재였는데 현장에서 팀원과 떨어져 혼자 남은 적이 있었어요. 많이 당황했죠. 공기 호흡기에서도 소리가 나고 앞도 안 보여서 일단 땅바닥을 기어 다녔어요. 더듬더듬하면서 찾아보니까 수관(水管) 같은 게 깔려있더라고요. 끝까지 따라가서 겨우 밖으로 나올 수 있었죠. 지금도 그때 생각하면 아찔합니다.” -임석재 씨(26·강동소방서 현장대응단 구조대) “배에서 일어난 화재의 경우 폭발이 일어나서 사람한테 불이 붙는 경우가 종종 있습니다. 원래 인명을 구조할 땐 소방관들이 구조할 사람들을 감싸 안고 나오는데 선박 화재는 통로가 좁아서 감싸 안고 나가기가 힘듭니다. 그래서 팔이나 다리를 잡아당기는 경우가 많아요. 온몸에 불이 붙은 경우엔 잡아당기면 옷이 뜯어져 나가거나 피부 껍질이 벗겨지는 일이 있죠. 그러면 다시 로프를 이용해서 구조합니다.” -류모 씨(59·부산시 25년차 소방공무원) “의무소방 23개월, 지금 소방서에서 6개월 동안 출동을 셀 수 없이 나갔죠. 그러다보니 처참한 현장도 많이 봤어요. 신체 일부가 절단된 사람, 얼어 죽은 사람 등 많이 봤어요. 처음 봤을 땐 아무 생각도 들지 않고 정신이 멍해져서 ‘다른 세계’에 있는 느낌? 이질감이 많이 들었죠. ‘내가 이런 현장 한 가운데 있다니’라는 생각이 먼저 납니다. 지금은 많이 보기도 했고 시간이 지나서 그런지 처음만큼 충격을 받지는 않습니다.” -천상욱 씨(25·강남소방서 진압대원) “2011년에 있었던 천호동 붕괴 사고 때 출동을 했어요. 생존자가 있다는 사실을 확인하고 10시간을 넘게 구조를 했었죠. 한 분이 건물 보에 다리가 깔린 상황이었는데 다리를 절단하기보다는 보를 들어올리는 게 낫다고 판단해서 올렸더니 갑자기 심장마비가 와 생명을 잃었어요. 더 적극적인 조치를 취했으면 살진 않았을까하는 생각에 한동안 죄책감에 시달렸어요.” -서영수 씨(50·서초소방서 구조대 3대장) ● 뭉쳐야 산다 “많을 땐 하루에 3, 4건 정도 화재진압을 나갔습니다. 출근하면 항상 긴장상태예요. 언제 어떤 상황이 닥칠지 모르니까요. 큰 화재라고는 생각을 못한 고물상 화재나 음식점 화재도 커지는 경우가 많거든요. 직업이 소방관이다 보니 가족들이 걱정을 안 할 수가 없죠. 그래서 가급적이면 집에는 그동안 겪었던 일들을 몰랐으면 하는 마음에 ‘편하게 있다가 왔어’ 하고 안심을 시키죠.” -박모 씨(39·서초소방서 진압대원) “소방 활동은 개인능력보단 팀워크가 중요해서 실습의 중요도가 높습니다. 100점 만점에 필기시험이 40점, 생활 점수가 10점이고 50점이 실습 점수일 정도죠. 그래서 소방관이 되기 위해서는 ‘훈련을 받을 체력’도 중요합니다. 때문에 필기시험을 준비하면서도 틈틈이 체력을 관리하는 것이 예비 수험생으로써 필수 사항인 것 같습니다.” -문상인 씨(51·소방학교 교관) “요즘 젊은이들은 부모님들의 살뜰한 보살핌 아래서 자랐기 때문에 신임 대원들은 힘들어하는 면이 많아요. 현장의 처참한 환경을 본 뒤에는 후배들이 외상 후 스트레스 장애(트라우마)로 힘들어하는 경우가 많아서 대화를 많이 하려고 노력합니다. 바로 대화로 풀어내야 심리적으로 안정을 찾을 수 있거든요.” -황진규 씨(48·강남소방서 구조대장) ● 특이한 소방관 “2017년 4월에 실시한 몸짱 소방관 선발대회에서 입상해서 소방관 달력 제작에 참여했습니다. 대회에 참여한 이유는 달력 수익금이 의료 취약계층 화상환자에게 기부한다는 목적 때문입니다. 운동은 주로 출근 전, 퇴근 후에 했고 대회를 준비하는 4개월 동안은 지인들과도 얼굴을 못 볼 정도로 열심히 했습니다. 운동하면서 포기하고 싶을 정도로 힘든 시기도 있었지만 제 작은 재능이 여러 사람들에게 도움을 줄 수 있다는 생각에 힘을 내어 준비했습니다.” -성기현 씨(28·강서소방서 몸짱 소방관) “한강에서 투신 사고가 발생하면 구조하고 투신자가 발견될 때까지 수중을 수색하는 것이 수난구조대의 업무입니다. 요즘에 우리 구조대를 방송에서 불쌍하게 묘사했는데, 사실 수난구조대원들의 직업만족도가 굉장히 높은 편입니다. 물에 특화된 사람들이 오는 곳이라 익숙한 업무이기도 하고, 스케줄 변동이 적어서 자격증 취득을 준비하는 등 자기개발도 할 수 있는 여건이 되거든요.” -윤진욱 씨(53·여의도 특수구조단 수난구조대장) “잠을 자는데도 밤에 언제 출동신고 벨이 울릴지 몰라서 편하게 잠을 못 잤어요. 벨이 울리는 대로 빠르게 소방차에 타야 하거든요. 훈련을 받기는 했지만 대부분 20대 초반이고 추가 인명피해가 날 수 있는 위험한 현장에 실전 투입되는 거라 항상 긴장되고 무섭죠. 조그만 실수도 큰 사고로 이어질 수 있어서 정확하고 안전하게 처리하려 노력했습니다.” -김의준 씨(28·의무소방 전역자)● 소방관을 응원합니다 “저희 집 건물 주차장 뒤에서 누가 담배를 피우고 버려서 비닐에 불이 붙어서 화재가 난 적이 있어요. 누워있는데 비상벨이 울리더라고요. 건물 안에서 담배 피는 사람이 있어서 종종 그러는데 창문 밖을 보니까 진짜 불이 나서 당황했었죠. 저는 전혀 낌새도 못 알아챘는데 5분도 안돼서 이미 소방차가 도착해 상황이 끝났더라고요. 내가 안전한 곳에 있다고 느꼈고 소방관들이 프로페셔널하다고 생각했어요.” -오기하 씨(29·서울시 관악구 거주) “산불이 크게 나면 다음날 집에 오셔서 밤새 잠을 못 잤다고 하실 때 마음이 쓰입니다. 밤 새고 소방서에서 편히 못 주무셨을테니까요. 다른 직업을 가진 부모님들도 마찬가지겠지만, 아버지도 집에서는 일 이야기를 잘 하시지 않기 때문에 별로 아는 게 없어요. 기사를 보면 남들보다 조금 더 공감하는 정도죠. 무조건 소방관 잘못으로 몰아가는 기사를 볼 때는 소방관가족 입장에선 많이 속상하죠.” -류모 씨(31·소방관 가족) “교환학생으로 미국에 갔을 때 기숙사에서 갑자기 경보기가 울려서 다들 급하게 나왔는데 알고 보니 화재대피훈련이었어요. 소방관들이 나오라고 소리를 질러서 훈련이라고 생각을 못했어요. 미국인들은 화재에 경각심이 높고 대비훈련도 소방관들이 자주 해줘요. 심지어 요리하다가 연기가 좀 나도 경보기가 울리는데 제가 요리하다가 난 연기 때문에 난리난 적 있었죠.” -조형래 씨(26·대학생) ● 슈퍼맨도 섭섭해요 “소방도 일반직업처럼 파트가 나눠져 있어요. 화재진압, 구급, 구조 이렇게 나눠지고 내근하면서 일반 업무 보는 사람도 있는데 보통 사람들은 잘 모르더라고요. 무조건 다 하는 줄 알고 있죠. 사고현장에서도 각자의 역할에 맞게 대기하는 사람도 있는데 그걸 보고 ‘소방관이 구조하러 가지 않는다고 뭐하냐’는 분들이 있어서 좀 서운하죠.” -주병철 씨(51·동대문 소방서) “엠뷸런스 타고 가다보면 환자들끼리 얘기를 하는 게 들릴 때가 있어요. ‘어차피 공짜니까 구급차 이용하자’라는 말을 많이 들어요. 본인들도 응급 환자가 아니라는 걸 아는데도 편하니까 119에 신고하는 경우가 많은 거죠. 그런 게 황당하다기보단 안타깝죠. 저희를 더 다급하게 기다리시는 분들이 있는데 그런 분들의 기회를 어떻게 보면 뺏어가는 거잖아요.” -김한샘 씨(40·동대문 소방서 구급대원) “산악구조는 무조건 뛰어 간다고 빨리 가는 게 아니거든요. 산이라서 체력안배를 잘해야 빨리 갈 수 있기 때문에 최대한 빠른 속보로 가는데, 지나가는 분들이 산악대원이 걸어간다고 손가락질하시는 걸 보면 좀 속상하죠. 그리고 도착했을 때 정말 최선을 다해서 갔는데 ‘왜 이렇게 늦었느냐’, ‘이래서 공무원들은 안 된다’고 말하시는 걸 들을 때 속상하죠. 내 능력이 아직 모자라구나 생각하다가도 이렇게 이해를 못해주나 싶기도 해요. 저도 맘 같아선 순간이동을 하고 싶어죠.” -오맹교 씨(38·서울 소방본부 119 특수구조단 북한산 산악구조대 소방장) “소방관은 면책권이 없어요. 구급차의 경우 차들이 비켜줘야 최대한 빨리 신고자에게 갈 수 있는데 안 비켜주는 경우가 많아서 접촉사고가 많이 일어나요. 그런 경우에 보험처리하고 출동차 운전자 교육을 시키는데 이게 기록에 남아서 약간의 불이익을 받아요. 소방관에 대한 법적인 보호가 안 되는 상황이에요.” -정모 씨(50·서초소방서) “시민들이 소방관을 너무 영웅으로 보는 거 같아요. 저희가 큰 화재에 뛰어 들어가서 양팔에 한 명씩 들쳐 업고 나오지는 못하거든요. 소방관이 슈퍼맨은 아니에요. 우리도 사람이고 지켜야할 가정이 있는 평범한 가장이에요. 물론 전문 훈련을 받아서 화재나 긴급 상황에 대한 대응능력이 있지만 인간이 불가능한 것들까지는 못해요.” -정광희 씨(54·서초소방서 지휘 3팀장)이원주 기자 takeoff@donga.com}

    • 2018-01-0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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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내 생각은/전홍섭]대입 정시 비율 확대해야

    2018학년도 대학입시 일정이 진행되고 있다. 현행 입시제도의 가장 큰 문제점은 전형방식이 너무 복잡하다는 것이다. 현장의 진학지도 교사들도 헷갈릴 정도이니 일반 학부모들은 말할 것도 없다. 모집시기가 수시에 편중되어 있어 정시에 응시하는 수험생과의 형평성에도 문제가 있다. 정시모집의 비율은 2015년 34.8%에서 지난해 29.4%로 꾸준히 줄어들었다. 올해 2018학년도 입시에선 26.0%에 불과하다. 전국 194개 4년제 대학의 전체 모집정원이 9만772명으로 처음으로 10만 명 아래로 떨어졌다. 본말(本末)이 전도(顚倒)된 느낌이다. 얼마 전 국회 교육문화체육관광위원회 염동열 의원이 중고생 자녀를 둔 40∼50대 학부모 3044명을 대상으로 설문조사했다. 이 조사에서 10명 중 9명 이상이 정시모집 인원의 증대를 원하고 있다고 답했다. 이런 설문 결과가 나온 배경은 가장 신뢰할 수 있는 전형 요소로 ‘수능점수’가 꼽히기 때문이다. 반면 학생부종합전형(학종)은 불공정한 요소로 인식하고 있다. 원래 수시모집은 특기자나 특수목적대학에 진학하려는 학생들에게 우선 기회를 주기 위한 것이었다. 하지만 우수학생을 선점하기 위해 각 대학에서 경쟁적으로 수시모집 인원을 늘려온 것이다. 고교 교육과정과 학사운영의 정상화를 위해서는 학년 말에 이루어지는 정시모집이 바람직하다. 그래야 고3 교실의 면학 분위기가 안정될 수 있으며, 수시와 정시모집에 지원하는 학생들 간의 위화감도 생기지 않는다. 올해 중반에는 수능과 대입제도의 새로운 안(案)이 발표될 것이다. 수험생과 학부모들은 수능은 현재대로 상대평가가 유지되기를 원하고 있다. 수시전형의 수능 최저요건은 필요하고, 정시모집 인원은 확대되어야 한다고 주장한다. 이러한 의견이 개편안에 반영되고, 입시제도가 단순화되기를 기대한다.전홍섭 교육칼럼니스트}

    • 2018-01-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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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굿바이 서울!/윤창효]약초, 함부로 캐지 마세요

    산촌에서 자연인으로 살아가는 모습을 보여 주는 TV 프로그램이 인기다. 이 프로그램에서는 약초 같은 임산물을 채취하는 장면이 항상 방영된다. ‘임야 소유주의 허락을 받고 채취합니다’라는 자막이 나오기는 하지만, 보통 시청자들은 아무 산에서나 그냥 채취하면 되는 것으로 인식하기 쉽다. 모든 임야는 소유주가 있다. 사유림은 말할 것도 없고 국유림에서도 임산물을 채취해서는 안 된다. 대부분의 임산물은 최소한 3∼5년 이상 키워야 채취 시기가 된다. 산양삼 같은 경우에는 최소한 5년 이상 그리고 10년 이상 관리하는 경우도 많다. 임산물 재배자들의 하소연을 들어보면 어떤 피해보다도 인간으로부터 받는 피해가 제일 크다고 한다. 우리나라에서 나는 청정 임산물은 가치를 제대로 평가받아야 할 필요가 있다. 산림청 산하 임업진흥원 주도로 청정 임산물 제도를 시행하고 있는데, 매우 긍정적인 반응을 얻고 있다. 청정 임산물을 재배하기 위해서는 씨앗 검정은 물론이고 생산 관리 등 모든 과정을 인증 받아야 한다. 이 때문에 농약은 물론 비료도 사용하지 않고, 잡초 제거 정도의 작업만으로 재배한다. 그만큼 수확량이 많지 않다. 자연 친화 임산물을 채취하기까지는 이렇듯 오랜 시간과 많은 노력이 필요한 것이다. 그래서 산에서 나는 임산물은 귀하고 효능이 뛰어나다. 요즘은 임산물을 인공으로 재배하는 기술이 발달돼 일부 임산물은 인위적으로 환경을 조성하여 재배되는 경우가 있다. 하지만 임산물은 산에서 자라야 한다. 재배 환경이 곧 그 임산물의 가장 중요한, 큰 스펙인 것이다. 최근 중국산 임산물이 많이 수입·유통 되는데 피해를 막기 위해서는 소비자 의식이 중요하다. 시장은 소비자가 만드는 것이다. 필자는 20년 가까이 중국과의 무역을 경험했다. 중국 업체는 돈에 모든 기준을 두기 때문에 인체 피해나 환경은 전혀 생각하지 않는다. 국내 수입업자들이 단가를 낮추기를 원하면 요구하는 금액에 맞춰서 만들어 준다. 따라서 품질이나 위생에 대한 개념이 전혀 없다. 국내 수입 시 검색을 한다고 하지만 물리적으로 한계가 있다. 심지어는 검수용 또는 허가용 제품과 실제 제품이 다른 경우도 많다. 대부분의 중국 중소기업들은 항상 일부 선금 및 잔금은 물품 인도 즉시 현금으로 지불해야 하는 조건을 달기 때문에 신용에 대한 개념이 없고 당장의 거래만 이뤄지면 끝난다. 중국인들 사이에 자주 오르내리는 농담을 들어보면 가관이다. 한 농부가 씨앗을 사서 씨를 뿌렸는데 싹이 나지를 않았다. 씨앗 판매상에게 찾아가 따졌더니 판매상이 제일 싼 씨앗을 달라고 해서 가짜 씨앗을 줬다는 것이다. 화가 난 농부는 죽어버린다고 집에 있던 농약을 마셨다. 그런데도 아무 이상이 없었다. 농약도 가짜였던 것이다. 현재 우리 정부에서는 친환경 농약에 대한 기준을 엄격히 적용하고 있고, 청정 농산물과 임산물을 재배하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 그 첫걸음은 현명한 소비 의식이다.윤창효 ※필자는 서울에서 정보기술(IT) 업계에 종사하다 현재 경남 거창을 오가며 산나물을 재배하고 있습니다.}

    • 2017-12-2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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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사업가 “안중근의사 유족에게 집 꼭 기부하고 싶습니다”…아름다운 줄다리기

    올 8월 말, 60대의 한 남성이 동아일보에 전화를 걸어왔다. 자신을 “동아일보의 오랜 독자”라고 밝힌 이 남성은 본보에 게재된 칼럼(8월 19일자 26면 ‘’)을 보고 마음이 무거워 도울 방법을 논의하고 싶다고 말했다. 이종수 연세대 행정학과 교수가 쓴 이 글은 독립운동가 안중근 의사의 유족(안 의사의 둘째 동생인 안정근 선생의 며느리와 두 딸)들이 병마와 싸우는 중에도 허름한 임대아파트를 10여 차례 옮겨 다니며 힘겹게 지내고 있다는 내용이었다. 전화를 걸어온 사람은 광주에서 중견 건설업체를 경영하는 박철홍 골드클래스 회장(63·사진). 그는 본보에 “유족들에게 집 한 채를 드리고 싶다”는 의사를 밝혔다. 그는 “나라를 위해 희생한 분들의 유족들이 번듯한 거처도 없이 살고 있다는 글을 읽고 가슴이 먹먹했다”고 말했다. 본보는 이 같은 사실을 안 의사 유족들과 지속적으로 관계를 가져온 이 교수에게 전했고, 이를 들은 이 교수는 “박 회장의 아름다운 뜻이 꼭 성사되도록 노력하겠다”고 말했다. ▼ 유족이 끝내 고사하자 “독립운동가 후손 위해”… 연세대에 1억원 쾌척 ▼ 하지만 난관은 따로 있었다. 유족들이 고인의 올곧은 자세를 이어가고 싶어 하다 보니 이번뿐만이 아니라 과거에도 외부의 도움을 한사코 거절해온 것이다. 중간 연락을 맡은 이 교수가 “이 기부는 독립운동가를 존경하는 모든 국민의 마음이 모인 것이라고 설득했지만 쉽지 않았다”고 말했다. 설득하려는 이 교수와 완곡히 거부하는 유족들의 아름다운 줄다리기는 석 달여간 이어졌다. 그리고 수락 여부는 밝히지 않은 채 지난달 22일 연세대에서 처음으로 박 회장과 유족들의 만남이 이뤄졌다. 분위기는 화기애애했지만 이 자리에서는 ‘집’이나 ‘기부’란 말은 나오지 않은 채 끝났다. 유족 측은 이후 “귀한 마음을 이미 감사히 받았으니 집은 더 필요한 분에게 드렸으면 한다”며 끝내 박 회장의 기부를 고사했다. 유족들의 뜻을 전해들은 박 회장은 “더 이상 권하는 것도 유족분들께 폐가 될 것 같다”며 “그 대신 다른 독립운동가 후손을 위해 쓸 수 있도록 별도로 연세대에 기부를 하고 싶다”고 말했다. 박 회장은 20일 연세대에 1억 원을 기탁했다. 사실 박 회장의 기부는 이번이 처음이 아니다. 박 회장은 지난해 광주사회복지공동모금회에 1억 원을 기부하며 ‘아너소사이어티’에 이름을 올렸다. 그 외에도 수시로 소외계층을 찾아 기부활동을 펼치고 있다. 박 회장은 “우리나라를 만들고 지킨 독립운동가와 순국선열들의 마음에 비하면 먼지에 불과한 일들”이라며 “앞으로 기회가 닿는다면 해외에 있는 독립운동 기념관을 개·보수하는 데에도 힘을 써보고 싶다”고 말했다. 박 회장은 “사업 때문에 만주 지역에 출장을 갔다가 그 쪽에서 우리나라 독립운동가들의 활동이 소개된 전시관을 둘러본 적이 있는데 너무 낡고 초라해 마음이 아팠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그는 “그런 모습을 본 세계 각국의 사람들이 우리에 대해 무슨 생각을 하겠느냐”며 “이런 해외 전시관에 도움을 줄 수 있는 방법을 아는 분과 연락이 닿을 수 있다면 지금 우리나라의 위상에 걸맞은 해외 전시관이 되도록 도움을 주고 싶다”고 말했다.이원주 기자 takeoff@donga.com}

    • 2017-12-2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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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이원주의 날飛] 지난 크리스마스에 비행기는 왜 그리 못 떴을까?

    지난주 하늘길은 참으로 험했습니다. 주 초에는 폭설이 내려 비행기가 줄줄이 결항·지연되더니, 주말에는 짙은 안개 때문에 또 비행기 발목이 묶인 거죠. 시간 맞춰 예정된 비즈니스, 예약해놓은 숙소 등을 생각하며 공항 탑승구 앞이나 멈춰선 비행기 기내에서 발 동동 구른 분들이 많았을 겁니다. 혹 “그렇게 기술이 좋다던데 날씨 좀 안 좋다고 비행기 못 뜨나”라는 생각을 하신 분도 있을지 모르겠습니다. 그런데 현재의 규정과 기술로는, 이런 날씨면 비행기가 밀리고 취소될 수밖에 없습니다. 차근차근 이유를 살펴보죠.●착륙 하는 비행기, 못 하는 비행기성탄절 연휴 첫 날인 23일 인천국제공항 가시거리가 크게 떨어지면서 저시정 경보가 발효됐습니다. 이 공항을 이용했어야 할 비행기 약 300편이 출발이 늦어지거나 취소됐습니다. 이날 오전 한 때 시정이 50m까지 떨어졌다고 하니 상황이 매우 안 좋았죠. 인천공항의 활주로 좌우 폭은 60m입니다. 시정이 50m라면, 활주로 왼 쪽 가장자리에 섰을 때오른 쪽 가장자리가 보이지 않는 수준이 되는 겁니다. 게다가 비행기가 이착륙할 때 바퀴가 땅에서 떨어지거나 땅에 닿는 순간의 속도는 시속 약 250~300km 전후입니다. 50m는 1초도 채 되지 않는 순간에 지나가는 속도입니다. 비행기에 달린 그 수많은 조종 보조 장치와 항법 장치가 알아서 해 주는 거 아닌가 하는 의문이 듭니다. 절반은 맞습니다. 다 똑같은 조건은 아니고 등급이 나뉘어 있죠. 비행기가 착륙할 때 활주로까지 자동으로 접근하게 해 주는 계기착륙시스템(ILS)은 크게 3등급으로 나뉩니다. 항공 용어로는 카테고리(Category)라고 하고, CAT라 줄여 씁니다. 숫자가 커질수록 더 정밀하고 좋은 시스템이라는 의미입니다. 인천공항 상황은 어떨까요. 인천공항에는 활주로 3개가 남북 방향으로 뻗어 있으니 ILS 장비가 총 6개 있는 셈입니다. 이 6개 ILS 장비가 모두 3등급(CAT-III)을 받았습니다. 아시아 최초입니다. 3등급은 다시 a b c로 등급이 나뉘는데 인천공항의 활주로는 모두 3등급 b입니다. 실질적으로 받을 수 있는 최고 등급입니다. ‘3등급c’는 눈가리개를 한 것처럼 아무것도 보이지 않는 상황에서 착륙과 활주로 운용이 가능해야 한다는, 사실상 이론적인 등급이기 때문이죠. 현재까지 3등급c 인증을 받은 공항은 전 세계에 단 한 군데도 없습니다.3등급b 조건에서 착륙하는 비행기 조종석에서 찍은 유튜브 영상. 보시는 것처럼 앞이 거의 보이지 않습니다. 유튜브 영상3등급b(CAT-IIIb)를 받은 인천공항은 얼마나 짙은 안개 속에서 착륙할 수 있을까요. 위에서 언급한 정밀접근계기비행 운용지침을 보면 답이 있습니다. 75m 앞만 보이면 착륙할 수 있습니다. 3등급이 아닐 경우 항공기는 공항에서 지정한 고도까지 내려와도 활주로가 보이지 않으면 착륙을 포기해야 하지만 인천공항은 그럴 필요도 없습니다. 한마디로 ‘3등급b 상황이면 비행기가 알아서 잘 착륙할 것’이라는 의미입니다.●두루두루 다 갖춰야 최고 등급그럼 인천공항에서 지난 연휴기간 있었던 무더기 지연·결항 사태는 일어나지 않았어야 했을까요? 그렇지 않습니다. ‘3등급’ 계기착륙시스템이 공항에만 붙는 등급이 아니기 때문입니다. 등급제 시스템은 공항에도 붙고, 비행기에도 붙고, 운항승무원(조종사)에게도 붙고, 심지어 회사의 정비부서에도 부여됩니다. 공항 ILS도 3등급b, 착륙하려는 비행기도 3등급b를 만족해야 하고, 이 비행기에는 3등급b 시스템을 운용할 수 있는 교육을 받고 자격을 갖춘 조종사가 탑승해야 합니다. 또 이 시스템을 제대로 정비하고 유지보수 할 수 있는 항공사의 정비 능력까지 갖춰져야 비로소 ‘75m 착륙’이 가능하게 됩니다. 당연히 비용이 많이 들겠죠. 또 3등급b에 해당하는 조건은 그리 자주 나오지 않습니다. 이 때문에 특히 어떻게든 원가를 줄여야 하는 저비용항공사 등에서는 3등급 승인을 받은 항공기를 그다지 많이 보유하지 않았습니다. 국내 저비용항공사 중 한 곳인 진에어에서 보잉 777 항공기가 3등급b를 받았다고 크게 홍보한 적이 있습니다. 바꿔 말하면 저비용항공사에서 이 같은 등급을 받고 유지하는 경우가 그다지 많지 않다는 뜻이겠죠. 저비용항공사는 대부분 2등급 승인을 받은 항공기를 운용합니다. 이 경우 인천공항에 착륙하더라도 해당 비행기는 착륙 직전 30~60m 상공에서 활주로를 눈으로 볼 수 있는 동시에, 활주로에서 바라본 가시거리가 최소 350m 이상 되어야 착륙할 수 있습니다. 또 3등급b에 해당하는 항공기는 조종사가 아무것도 하지 않아도 땅에 사뿐히 내려앉는 ‘완벽한 자동 착륙’을 할 수 있지만 2등급 이하 항공기는 이런 자동착륙을 해서는 안 됩니다. 이런 기준에 아슬아슬하게 걸린 기상 상황이 생겼을 경우 어떤 비행기는 착륙을 하고 어떤 비행기는 착륙할 수 없다는 의미입니다. 대형항공사(Full Service Carrier·FSC)와 저비용항공사(Low Cost Carrier·LCC)의 차이가 기내식 같은 서비스 외에도 눈에 보이지 않는 곳에 있다는 뜻이기도 하죠.●이륙은 또 사정이 달라요그러면 저비용항공사가 아닌 대한항공이나 아시아나항공 같은 대형항공사는 운항 지연이 없어야 하는 것 아니냐는 의문이 또 들 수 있는데요. 하지만 대형 항공사도 어쩔 수 없는 점이 있습니다. ‘이륙’입니다. 착륙은 계기에 의존해 완전히 자동으로 할 수 있지만, 이륙은 그렇게 할 수 없습니다. 아무리 섬세하고 정교한 자동 조종 장치가 달려 있더라도 일반적으로 120m(400ft)를 넘어서야 작동시킬 수 있습니다. 이륙할 때 조종사들은 눈으로 활주로를 확인하면서 비행기가 활주로에서 벗어나지 않도록 수동으로 해야 합니다. 그래서 대부분 공항에서는 항공기가 이륙할 수 있는 날씨 제한도 두고 있습니다. 인천공항은 활주로 어느 부분에서든 이륙 방향을 바라봤을 때 최소 125m 앞까지 보여야 합니다. 가시거리가 이보다 낮으면 항공기 이륙이 전면 중단됩니다. 3등급b 승인을 받은 비행기는 착륙할 수 있겠지만, 2, 3분 간격으로 비행기가 이륙하는 인천공항에서 조금만 비행기가 뜨지 못하는 상황이 이어지면 착륙도 할 수 없게 됩니다. 비행기가 내려서 주기(駐機)할 공간이 없기 때문이죠. 밤 11시가 넘으면 공항이 문을 닫는 김포공항에서는 인천공항이 없던 1990년대에 일단 착륙을 시켜 놓고 유도로(비행기가 지상에서 이동하는 길)에 비행기를 일단 세워놓는 경우도 있었습니다. 하지만 인천공항은 24시간 운영되는 공항입니다.●눈 내리면 ‘설상가상’여기에 눈까지 내리면 그야말로 ‘설상가상’이 됩니다. 비행기 위에 쌓인 눈은 안전에 치명적이기 때문이죠. 비행기 동체와 날개는 만들어진 그대로 매끄럽게 유지돼야 합니다. 그런데 항공기 위에 눈이나 얼음 조각이 붙어 있으면 항공기를 공중에 뜨게 만드는 힘인 ‘양력’을 제대로 낼 수 없게 됩니다. 얼음이 고양력장치(플랩) 같은 장치 틈새에 끼어 제대로 장치가 움직이지 못하게 되는 경우도 있죠. 그래서 항공기에 눈이나 얼음이 쌓여 있으면 비행기는 출발 전 반드시 얼음 제거 작업을 해야 합니다. 공항 내 지정된 장소로 비행기를 몰고 간 뒤 엔진 시동을 끄고 비행기 전체에 얼음을 제거하는 액체를 쏟아 붓는 작업입니다. 시간도 오래 걸려 항공기 한 대가 얼음 제거 작업을 받는 데 1~2시간이 필요합니다. 인천공항에서는 이런 얼음 제거 작업대를 총 25곳이나 운영하고 있지만, 눈이 온 날 제 때 항공기를 이륙시키기는 쉽지 않았겠죠? 비행기가 늦어지거나 결항이 돼 여행에 차질이 생기는 경험은 분명 유쾌한 일은 아닙니다. 하지만 그 모든 과정이 안전을 최대한 보장하기 위한 절차라고 생각한다면 불쾌하던 마음이 조금은 누그러질 수 있지 않을까요. 한 해가 갑니다. 내년 한 해 언제나 청명하고 안전한 그런 날들이 독자 여러분 앞에 펼쳐지기를 ‘날飛’가 기원하겠습니다. 2017년 근사하게 마무리 하시고, 새해 복 많이 받으세요!이원주기자 takeoff@donga.com}

    • 2017-12-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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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이원주의 날飛]겨울이 오면 비행기는 흔들흔들

    동장군이 기승입니다. 12일 서울 최저기온이 영하 12도까지 떨어졌으니, 이정도면 ‘맹추위’라고 해도 될 듯 합니다. 날이 추우면 고생이죠. 사람은 껴입어도 찬 공기가 파고들어 고생하고, 자동차는 시동이 안 걸려 고생합니다. 그럼 자신의 일생 중 대부분을 영하 50도 공기 속에서 날아다니는 비행기는 어떨까요. 결론부터 말하면 비행기도 겨울이 되면 고생입니다. 특히 대한민국 국적을 받은 비행기들은 저 아래 동남아 같은 곳의 비행기보다 훨씬 더 고생합니다. 이유는 바람 때문이죠. 겨울만 되면 한반도 상공에 너무너무 강한 바람이 불고, 이 바람 속이나 주변에서 ‘터뷸런스’라고 부르는 난기류가 자주 일어나기 때문입니다. 흔들리는 비행기도 고생, 조종사도 고생, 타고 있는 승객도 고생합니다. 특히 우리나라 하늘은 겨울철 비행기가 자주 흔들리기로 유명한 지역입니다. 왜 그럴까요. 우리나라 높은 하늘을 매우강한 ‘제트기류’가 휘감고 지나가서죠. 오늘처럼 추운 날, 우리나라 높은 상공(약 10km)에서 부는 제트기류의 속도는 시속 100~150마일입니다. 이 마일은 미국에서 쓰는 단위가 아니라 우리가 ‘해리’라고 부르는 ‘항공·해운마일(nautical mile)’입니다. 1해리는 약 1.852km. 그러니까 한겨울 우리나라 상공에는 최대 시속 270km가 넘는 바람이 항상 불고 있다는 의미입니다. 이런 제트기류 근처에서는 난기류가 자주 발생합니다. 특히 미리 예보하기도 어렵고 레이더에도 나타나지 않는 ‘청천난류(淸泉亂流)’가 많이 생기죠. 이런 지역을 통과하면 대비할 여유도 없이 비행기가 크게 흔들릴 수 있고, 좌석에 앉아 좌석벨트를 매지 않고 있다가 부상을 당할 위험도 있습니다. 실제로 2013년 2월 13일 인천을 출발해 중국 톈진(天津)으로 향하던 국적 항공사 여객기가 이런 청천난류에 휩쓸려 갤리(객실 승무원이 식사나 음료 등을 준비하는 공간)에서 일어선 채 업무를 보던 승무원 2명이 발목이 부러지고 허리가 삐는 등의 부상을 입는 사고가 발생해 항공철도사고조사위원회가 관련 내용을 조사한 적도 있습니다. 우리나라 상공에서 이런 난류가 유독 많이 발생하는 이유는 우리나라 상공에서 흐르는 제트기류가 전 세계적으로 봐도 강한 편인데다 굽이쳐 흐르는 이유도 있습니다. 제트기류가 굽이쳐 흐르는 곳 근처에서는 난류가 자주 발생한다고 알려져 있죠. 비행기가 흔들리면 일단 불편하고, 심하면 무섭습니다. 그래서 조종사들은 이런 청천난류를 최대한 피해서 비행하려고 합니다. 그런데 예보도 어렵고, 레이더에도 나타나지 않는 청천난류를 조종사들은 어떻게 피해갈까요. 비결은 ‘소통의 힘’입니다. 앞서 간 비행기가 예측 못 한 난류 지역을 통과할 경우 이 비행기 조종사는 관제사에게 “어느 지역 어느 고도에서 비행기가 어느 정도로 흔들렸다”고 알려줍니다. 주변을 비행하는 비행기는 이 통신을 함께 들으면서 미리 대비할 수 있습니다. 또 관제사는 앞으로 근처를 통과할 비행기가 이 지역을 피할 수 있도록 유도하죠. 마지막으로 조종사가 보고한 모든 난류 정보는 항공기상청으로 모여들어 난류 예측 연구에 활용합니다. 정확하진 않지만 구름 모양을 보고 예측할 수 있는 방법도 있습니다. 하늘에 위 사진 같은 구름이 생겨 있다면 근처에서 난류가 발생할 가능성이 매우 높은 지역입니다. 난류 때문에 공기가 뒤섞인 모양을 따라 구름이 톱니바퀴 모양으로 생겼다는 뜻이기 때문입니다. 난류가 발생하는 원인은 또 있습니다. 비행기가 구름 속으로 들어가면 흔들리는 경우가 많습니다. 구름이 위아래로 두껍게 끼어 있다면, 그 안에서는 십중팔구 심한 난류가 흐르고 있습니다. 물론 이 경우는 레이더에 잡히기 때문에 조종사가 알아서 피해갑니다. 높은 산이 있는 곳에서도 강한 상승기류가 생기기 때문에 공기가 뒤섞여 난류가 발생하기 쉽습니다. 우리나라는 비행기가 나는 높이에 비해 비교적 산이 낮기 때문에 큰 문제가 되지 않는 경우가 많지만, 네팔 등 높은 산이 많은 곳에서 비행기가 난류를 만날 경우 위험한 상황이 생길 수도 있습니다. 난류에 휘말리면 비행기 고도가 급격히 변하는 경우가 있는데, 이 경우 산악지대에서는 대처할 수 있는 공간 여유가 부족해지기 때문이죠. 그래서 히말라야산맥 위로는 비행기들이 되도록 날지 않고, 항로도 만들어져 있지 않습니다. 그렇다고 비행기를 탔다가 좀 많이 흔들린다고 걱정할 필요는 없습니다. 난류에 흔들리는 비행기가 사고로 이어지는 경우는 거의 없으니까요. 다만 ‘딩’ 하는 경보음과 함께 좌석벨트 표시등이 켜지면 꼭, 꼭 자리에 앉아 좌석벨트를 매야 한다는 점만 잘 실천하시면 됩니다. ‘청천난류’는 예고 없이 찾아오니 자리에 앉아 계시는 동안은 계속 좌석벨트를 메고 계시는 게 좋다는 ‘공자님 말씀’과 함께 글을 마칩니다.이원주 기자 takeoff@donga.com}

    • 2017-12-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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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급식체 톡톡]‘에바 쎄바 참치’를 아시나요

    《 ‘동의? 어 보감’, ‘오지고 지리고 렛잇고’…. 이게 무슨 뜻인지 아십니까? 요즘 10대들이 쓰는 은어라는데요. 10대 학생들이 학교에서 급식을 먹기 때문에 일명 ‘급식체’라고 부른답니다. 이에 대해 알아봤습니다. 》  급식체가 뭡니까?“‘에바 쎄바 참치’라고 하면 ‘오바한다’는 뜻이에요. ‘오바’를 인터넷 BJ가 발음을 웃기게 하려고 ‘에바’로 바꾸고, 랩처럼 비슷한 단어로 말을 만들어 이어붙이다 보니 외국의 통조림 브랜드인 ‘에바 참치’를 붙이고, 별 의미는 없지만 ‘쎄바’란 말을 보태서 ‘에바 쎄바 참치’로 확장된 거죠.” ―이지민 씨(24·대학생) “급식체는 줄임말, 초성 단어 등을 아우르는 말이에요. ‘말이 너무 심하다’를 ‘말넘심’으로 줄이거나, 카카오톡에서 ‘ㄹㅇ’(리얼·진짜냐는 의미) 등으로 쓰는 식이죠.” ―장모 군(17·고등학생) “솔직히 뭐가 급식체인지 모르겠어요. 인터넷에서는 많이 쓴다고 하는데 실제 급식체로 대화하는 학생들은 못 봤어요. 주변에도 분위기를 띄울 때 가끔 한두 단어씩 쓰는 정도지 그 말로 대화하는 사람은 없죠. 괜히 TV나 신문에서 호들갑 떠는 느낌이랄까요?” ―강상익 씨(28·직장인) “한 방송 개그 프로그램에서 처음 접한 뒤 친구들이랑 급식체를 쓰기 시작했어요. ‘오진다’(대단하다는 의미), ‘인정각’(인정할 만하다는 의미), ‘머박’(대박이라는 뜻) 정도를 쓰는 편이에요. 쓰긴 쓰는데 많이 알려진 것 아니면 저도 무슨 뜻인지 잘 몰라요.” ―김승혁 군(12·서울 덕수초등학교) “주변에서 급식체 말투를 많이 쓰긴 하는데, 가끔은 저도 무슨 말인지 이해를 못 할 때가 있어요. ‘지리고요 오지고요 고요고요 고요한 밤이고요’ 같은 문장은 어떤 뜻인지 헷갈리죠. 제가 ‘문찐’(유행을 따라가는 데 느리다는 표현)이라서 그런 것 같아요.” ―정신비 양(15·중학생) “초등학교 6학년 아들 카톡방을 보는데 암호 해독 수준이더라고요. 이러다가 중학생이 되면 소통이 불가능할 수도 있겠다 싶었어요. 한참 검색하고 연습해서 ‘오늘 저녁 맛있는 거 인정하는 부분이냐?’ 했더니 아들이 깜짝 놀라더군요.” ―신모 씨(43·공무원)  신라 때도 줄임말은 있었겠죠?“은어, 속어, 줄임말은 할아버지 세대에도 있었잖아요? 특별히 지금 애들만 문제라고 볼 필요는 없다고 봐요. 말이라는 게 사용하는 사람들의 합의가 있다면 변형해서 쓸 수 있는 거니까요. 사적인 자리에서 조금씩 사용하는 건 윤활유 역할을 한다고 생각합니다.” ―이모 씨(38·금융업) “급식체가 유행한 뒤로 저희끼리 일종의 ‘급식 테스트’가 유행하고 있어요. 어디선가 배운 급식체를 ‘이거 아냐?’며 테스트한 뒤 ‘아직 젊다’ 혹은 ‘이제 늙었다’ 하는 거죠. 급식체에 호기심이 있다기보다는 아직 늙지 않았다는 것을 느끼고 싶어서인 것 같아요.” ―강아진 씨(29·직장인) “고등학생 정도만 돼도 급식체를 가려서 씁니다. 거친 표현이나 욕은 알아서들 자제하죠. 그래서 딱히 지도해야겠다는 생각은 하지 않습니다. 학생들이 쓰는 급식체를 잘 들어 보면 100% 비속어나 욕설도 아니고 무의미한 말도 아닌 어중간한 유행어 느낌이라 생명이 길지 않을 거라고 봐요. 오히려 전 세대에 걸쳐 광범위하게 퍼져 있는 과도한 줄임말이 좀 더 문제가 있다고 생각합니다.” ―장경준 씨(36·고등학교 국어 교사)  뭔 소리인가요“급식체는 유행어라기보다 언어파괴, 국어농락 같아요. 초성으로 줄임말을 쓰는 것까진 괜찮은데, 끝말이 비슷한 단어를 의미 없이 나열하는 건 이해를 못하겠더라고요. ‘백운타 병살타 보룬타 삼루타 소나타 소취타…’ 이런 걸 왜 하죠?” ―손병준 씨(43·자영업) “인터넷 댓글을 보다 보면 화가 나요. 다른 유행어들은 재미있거나 빵 터지는 부분이 있는데, 급식체는 언어유희의 재미도 모르겠고 어떤 단어는 저급한 것 같아요. 오지다 지렸다가 대표적인데, 남편이 얼마 전 그 단어를 쓰길래 아기 똥기저귀를 보여주면서 ‘이게 지린거야. 그런 말 쓰지 마’ 하고 쏘아붙였어요.” ―박모 씨(33·직장인) “초등학생들이 급식체를 배우는 경로를 파악해 보니 인터넷 방송 등을 보면서 배우거나 컴퓨터 게임을 하면서 중학생 형들에게 표현을 배우는 경우가 많더군요. ‘레알 밥도둑’(진정한 밥도둑)이라는 말처럼 비하적 의미이거나 거친 표현이 많아서 되도록 사용하지 않도록 지도하고 있습니다.” ―이조은 씨(25·서울 관악구 소재 초등학교 교사)  한때 그러고 말겠지요“누구나 어릴 때 한 번쯤은 한글이랑 영어를 혼합해서 쓰고 놀지 않았나요? 모음 ㅏ 대신 r를 쓴다거나 ㅌ 대신 E를 쓰는 식으로요. ‘ㄱr끔 눈물을 흘ㄹLㄷr.’ 이런 거 유행했잖아요.” ―문혁준 씨(29·직장인) “제가 초등학생 때 싸이월드나 버디버디에서 특수문자를 이용한 일명 ‘외계어’가 유행했는데, 그때도 언론에서 떠들썩했었죠. 하지만 지금은 아무도 외계어를 사용하지 않잖아요? ‘방가루’ ‘하이루’ 등 채팅용어나 ‘도깨비언어’, ‘긔체’도 지금은 모두 사라졌죠.” ―오가연 씨(28·직장인) “스마트폰이 없던 시절엔 한글 입력하기가 번거로웠어요. 그래서 ‘ㅇㅇ’(‘응’이라는 뜻)처럼 자음으로만 된 단어를 많이 썼죠. 눈물 흘린다는 의미로 ‘안습’(안구에 습기)을, 뭔가를 포기한다는 의미로 스타크래프트 게임에서 패배를 인정한다는 뜻인 ‘GG’를 쓰기도 했고요. 그런 것도 일종의 급식체겠죠.” ―김형철 씨(40·회사원) “급여체, 줌마체도 있어요. 같은 집단에 속한 이들끼리 친밀감은 느끼는데, 이렇게 유행어가 크게 달라진다면 세대갈등이 더 커질까봐 걱정이에요.” ―김진미 씨(40·학부모) 비하·차별은 삼가야“유행어는 점차 실시간으로 대화할 때 쓰이는 방향으로 변화해 왔어요. 특히 급식체는 문자를 기반으로 탄생한 유행어가 아니라 실제 대화하는 상황에서 음성 언어를 기반으로 탄생한 유행어예요. 그래서 ‘에바 쎄바’, ‘오지고요 지리고요 고요한 밤이고요’ 같은 리듬이 생겨날 수 있었죠.” ―박선우 씨(44·계명대 국어교육과 교수) “인터넷에서 쓰이는 단어를 BJ들이 변형시키고, 학생들이 다시 퍼뜨리면서 발전한 것이 급식체죠. TV에서 개그맨들이 방송하면 사람들이 그냥 따라하던 일방향성에서 계속 발전하는 쌍방향성으로 나아간 것이죠. 급식체는 보통 쓰던 단어에 문자해체를 하는 방식이 많은데(명작을 ‘띵작’으로, 귀여워를 ‘커여워’로 바꾸는 식), 이런 작업을 통해서 기성세대와의 차별성과 그들만의 동질성을 나타내기도 합니다.” ―강옥미 씨(58·조선대 국어국문학과 교수) “급식체 중 차별적인 용어도 적지 않습니다. 노인 비하 용어인 ‘틀딱충’(틀니 딱딱+벌레 충)처럼 인격을 모독하는 용어가 적지 않거든요. 재미있다고 그런 용어를 함부로 사용하는 사이에 비하나 차별에 대한 비판적 생각이 무뎌지게 되죠.” ―이정복 씨(51·대구대 국어국문학과 교수) “급식체는 가벼운 언어입니다. 그러다 보니 급식체를 수시로 쓰는 세대들의 이야기도 우스운 내용을 추구하게 되고 가벼워지죠. 학생들은 진중하게 생각하고 깊이 있게 논의하는 법도 배워야 하는데 유행어가 그런 교육에 나쁜 영향을 미치지는 않을지 우려됩니다.” ―하재근 씨(46·대중문화평론가) “급식체는 지금까지의 유행어보다 훨씬 자극적이고 극단적인 어감과 의미를 갖고 있는 유행어입니다. 급식체 유행은 언젠가 끝나겠지만 그 후에는 급식체보다 더 자극적이고 극단적인 표현들이 ‘제2의 급식체’가 되어서 학생들 사이에 유행할 겁니다. 어휘력과 문장력에 좋은 영향을 줄 리가 없겠죠.” ―김남식 씨(39·동주여자중학교 국어 교사)  이원주 기자 takeoff@donga.com·조경준 인턴기자 한국외대 경제학과 3학년}

    • 2017-12-0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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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이원주의 날飛] 지진의 세기 나타내는 ‘규모’와 ‘진도’ 차이는?

    오늘(2017년 11월 15일) 오후 2시 56분 경 포항시 북구 북북서쪽 7km 지점(북위 36.10°, 동경 129.35°)에서 발생한 지진은 지진 관측이 시작된 후 우리나라에서 발생한 지진 중 두 번째로 강한 지진으로 기록됐다. 가장 강한 지진은 지난해 9월 12일 경주에서 발생한 규모 5.8 지진이다. 지진의 에너지는 규모 숫자에 따라 기하급수적으로 상승한다. 단순 계산으로 규모가 1 커지면 지진 에너지는 32배, 규모가 0.1 커지면 지진 에너지는 약 1.4배 커진다. 작년과 올해 비슷한 지역에서 발생한 규모 0.4 차이 지진이지만 그 에너지는 약 4배 차이라는 뜻. 기상청은 “실제 지진 에너지 산출에는 훨씬 더 복잡한 과정이 적용된다”며 “작년 경주 지진의 에너지는 이번 포항 지진의 2.8배 정도로 분석됐다”고 설명했다. 규모와 진도도 다르다. 규모가 지진의 에너지를 의미한다면 진도는 지진으로 흔들린 정도를 의미한다. 우리나라에서는 진도를 12개 등급으로 나눈 ‘메르칼리 진도 계급’을 활용하고 있다. 1부터 12까지 나눈 뒤 흔들리는 정도에 따라 사람이 느끼는 정도와 시설물 파손 정도를 구분하고 있다. 일본에서는 자체적으로 7등급으로 진도를 설정한 ‘일본 기상청 진도’를 쓰고 있다. 기상청은 이번 지진으로 경북에서 진도 IV, 강원도는 진도 II가 느껴졌다고 덧붙였다. 진도 IV는 실내에 있는 사람들이 대부분 느낄 수 있고 자동차가 흔들리는 정도다. 벽이 갈라질 수 있고 건물 안에 있던 사람은 대형 차량이 집을 들이받는 느낌을 받을 수 있다. 강원도에서 느껴진 진도 II는 건물 내부에 있는 사람들이 느낄 수 있는 정도다. 서울 등 수도권에서도 흔들림이 감지됐는데, 민감한 사람들이 느꼈다. 진도 I~II 사이 정도 되는 수준이다. 특히 고층 건물에 있는 사람은 이번 지진을 더 잘 느꼈을 수 있다. 고층 건물은 상공의 강한 바람에 견디기 위해 꼭대기 층이 탄력을 가지고 흔들리도록 설계하기 때문이다. 높이 555m인 서울 롯데타워의 경우 꼭대기 층은 바람이 불면 46cm 가량 흔들린다. 지진으로 땅이 흔들리면 아래층 사람보다 위층 사람이 더 큰 흔들림을 느끼게 된다. 크게 이슈가 되지 않았지만 최근 북한 먼 바다에서는 지진 관측 이래 한반도 인근에서 가장 큰 규모로 지진이 발생한 적이 있다. 올해 7월 13일 오전 4시 49분 북한 함경북도 나진 남동쪽 194km 해역에서 규모 6.3 지진이 발생했다. 거리가 멀었고 진원이 땅 속 590km로 매우 깊어 남·북한 모두 겉으로 느껴지는 흔들림이나 피해는 거의 없었던 것으로 보인다. 우리나라는 규모 5 이상의 지진이 손에 꼽을 정도로 드물게 일어나지만 옆 나라 일본은 1년에도 수십 번씩 규모 5 이상의 지진이 일어난다. 일본 기상청 관측 자료를 보면 올해 초부터 지금까지 일본 육지와 인근 해역에서 발생한 규모 5 이상의 지진은 총 24회다.이원주기자 takeoff@donga.com}

    • 2017-11-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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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이원주의 날飛]수능 날 뜨고 내리는 비행기 ‘올스톱’… 하늘도 수험생을 응원합니다

    무엇보다 먼저, 수험생 여러분 수고 많이 하셨습니다. ‘힘내라’는 말이 더 이상 격려가 되지 않는 시대. 하지만 그래도 모든 수험생 여러분들이 마지막까지 기운 잃지 마시고 가장 좋은 결과를 내시기를 기원합니다. 대학수학능력시험 며칠 전부터 많이 나오는 뉴스 중 하나가 ‘듣기평가 시간 동안 비행기 이착륙이 중지된다’는 내용일 겁니다. 올해도 마찬가지입니다. 국토교통부 인천항공교통관제소는 이미 전 세계 조종사들이 반드시 숙지해야 하는 ‘NOTAM’이라는 정보를 공시했습니다. ‘NOTice to AIrman(조종사 공지사항)’의 약자인 노탐은 특정 지역이나 공항 운영 주체가 발표하며, 미 연방 항공국(FAA)등을 통해 전 세계가 공유합니다. 업계 종사자만 쓰는 약어가 많습니다. 풀어보면 아래와 같은 내용입니다. △한국시각 기준 2017년 11월 16일 한국시각 오후 1시 5분~40분 △대한민국 지면에서 해발 1만 피트(3000m) 상공 하늘에서 비행 금지 △이 제한은 육지와 강화도·거제도·제주도를 포함하며 △해안가에서 3해리(5.4km) 떨어진 바다 위 하늘까지 포함됨. △비상 상황인 항공기, 응급환자 이송, 인명수색·구조, 화재진압, 재난재해 업무에 투입되는 항공기와 소리가 나지 않는 무동력기, 열기구 등은 예외로 함. 한 마디로 소리가 나는 모든 ‘탈 것’들은 수능 듣기평가가 진행되는 동안 3000m 아래로 내려오지 말라는 통보입니다. 그럼 3000m 위로 비행기가 날면 소음은 얼마나 줄어들까요. 비행기 소음은 단순 계산으로 거리가 2배 멀어질 때마다 절반씩 줄어듭니다. 소리 측정 단위로 많이 쓰는 데시벨(dB) 기준으로는 6dB씩 줄어듭니다. 항공기 엔진이 돌아가는 소리는 통상 110dB 정도로 알려져 있는데, 지표면 (해발 0m)에 있을 때 110dB만큼 시끄러웠다면 이 항공기가 3000m 상공에서 날 경우에는 약 30dB까지 소음이 줄어들게 됩니다. 조용한 독서실 수준입니다. 이처럼 되도록 거리를 멀찍이 떨어뜨리는 방법은 가장 효과적인 소음 억제 수단입니다. 대구에서 F-15K를 운용하는 공군제11전투비행단에서도 올해부터 이 같은 원리를 적용하기 시작했습니다. 전투기가 이륙한 직후 상승하는 각도를 기존 15도에서 30도로 높여 지면에서 최대한 빨리 멀어지도록 했습니다. 공군은 이 같은 이륙 절차를 도입한 결과 활주로 끝 부분에서 1.5km 지점에서 비행기 고도가 기존 2500m에서 5000m로 높아져 소음이 10dB 줄어들었다고 발표했습니다. (다만 전투기의 엔진 소리가 워낙 크다보니 소음과 관련한 지역 주민들의 민원은 아직 계속 되고 있습니다.)항공기 제작사에서도 엔진 소리를 줄이기 위해 애를 쓰고 있습니다. 미국 보잉社가 첫 제트 여객기로 개발했던 B707과 비교할 때 가장 최신 기종인 B787은 소음이 25dB 줄어들었다고 독일 CFD소프트웨어사는 분석했습니다.소음을 줄이려는 노력은 다방면에서 적용됩니다. 보잉은 787 기종에 처음 적용했던 엔진 껍데기 형태를 747-8 항공기와 737 max 항공기에도 그대로 적용했습니다. 그 외에도 엔진 껍데기 앞부분에는 벌집 구조로 이루어진 소재를 사용해 추가로 소음을 줄였다고 합니다. 보잉사는 이 같은 기술을 적용한 최신 기종의 소음은 같은 모델 이전 기종에 비해 60% 수준이라고 설명했습니다.여러 가지 소음 감소 기술에도 비행기는 여전히 ‘시끄러운 존재’임을 부정할 수는 없습니다. 그렇기 때문에 수능 듣기평가 시간에 비행기를 띄우고 내리지 않는 건 세계에서 가장 붐비는 노선(김포-제주, 연간 1억1600만 명)을 가지고 있는 대한민국 하늘이 내린 제법 큰 결단입니다. 그러니 그 삭막한 시험장 안에 들어가셔도 너무 긴장하거나 떨지 마시고 ‘하늘을 우러러 한 점 후회 없는’ 시간을 보내고 오시길 바랍니다. 대한민국 하늘이 수험생 여러분을 함께 응원하고 있으니까요. 이원주 기자 takeoff@donga.com}

    • 2017-11-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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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질소 충전 ‘리필 소화기’ 유지비 1/3로 절감”

    “구형 소화기는 오랫동안 안 쓰면 소화 약재가 굳어져서 못 썼지만 최근에는 굳지 않는 소화 약재를 쓰기 때문에 내부 기압만 다시 충전해 주면 오래 쓸 수 있습니다. 그래서 질소 가스를 채울 수 있는 ‘리필 소화기’를 만들었죠.” 대한기계학회가 주최하고 과학기술정보통신부, 경암교육문화재단, 동아일보가 후원하는 제7회 전국학생설계경진대회가 11일 서울 연세대에서 열렸다. 대상을 차지한 KAIST팀 대표 김기윤 씨(24·기계공학과 4학년)는 “소화기를 만들 때 위쪽과 아래쪽 본체를 따로 만들어 용접한다는 점을 확인하고 공기를 리필할 수 있는 본체와 약재를 채울 수 있는 본체를 각각 만들어 결합하는 형태로 설계했다”고 설명했다. 기존 소화기 가격과 교체 주기를 고려하면 유지 비용을 3분의 1까지 줄일 수 있다는 점도 덧붙였다. ‘재난·재해에 대비한 안전장치’를 주제로 열린 올해 행사에 참가한 179팀은 지진과 화재에 관련된 아이디어를 집중적으로 연구했다. 그중 본선까지 올라온 30팀(고등부·대학부 각 15팀)은 시연 제품까지 만들어가며 경쟁을 벌였다. 심사위원을 맡은 원윤재 한국기술교육대 메카트로닉스공학부 교수는 “첨단 기술을 적용하거나 복잡한 구조로 설계를 하지 않으면서도 상품성을 갖추고 경제성까지 더한 아이디어들이 높은 평가를 받았다”고 설명했다. 복잡한 기계공학 기술을 배우지 못한 고등부 학생들도 대학부에 뒤지지 않는 참신한 아이디어 경쟁을 벌였다. 상동고·송내고 연합팀은 고층 건물에서 불이 났을 때 불길이 위로 퍼지지 않도록 창문 위쪽에 붙이는 방화벽 아이디어를 출품해 대상을 받았다. 팀 대표 고현호 군(17·송내고 2)은 “철판에 경첩을 붙이는 방법부터 시작해 부채꼴 모양으로 접힌 방화벽이 펴지는 방법 등 여러 번의 시행착오 끝에 두루마리 휴지처럼 말려 있다가 펼쳐지는 구조를 만들어 냈다”고 설명했다. 해가 갈수록 출품작의 공학적 완성도나 수준이 높아지고 있다는 것이 기계학회 측의 설명이다. 지난해 대상을 차지한 KAIST 학생들은 전 세계 대학생들이 겨루는 설계경진대회에서 금상을 차지하기도 했다. 진애언 경암교육문화재단 대표(상임이사)는 “참여한 학생들의 태도가 무척 적극적이고 능동적이어서 뿌듯하다”며 “학생들은 더 큰 꿈을 꾸도록 해 주고 사회에는 기술공학 발전에 보탬이 될 수 있는 행사가 되기를 바란다”고 말했다. 이원주 기자 takeoff@donga.com}

    • 2017-11-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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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단풍 톡톡]시몬, 너는 좋으냐? 단풍 물든 잎새가

    《 가을에서 겨울로. 그 열차의 정점은 단풍입니다. 특히 이번 주말은 충청 이남 지방에서 단풍을 볼 수 있는 마지막 절정기라네요. 팔도강산을 붉게 수놓은 단풍놀이를 놓친 분들을 위해 단풍에 얽힌 이모저모를 담아봤습니다. 》  가을은 단풍의 계절  “지난해 9월 개장한 경기 파주시 적성면 감악산 출렁다리는 아직은 사람들이 잘 모르는 단풍 명소예요. 150m에 이르는 다리를 건너면서 발아래 펼쳐진 단풍 절경을 보는 짜릿함은 직접 경험하지 않으면 모를 겁니다. 특히 다리가 출렁일 때 사진을 찍으면 배경이 흔들리는 느낌을 담은 ‘인생샷’을 건질 수 있어요.” ―조대휘 씨(46·파주 애니펜션 사장) “대만에서 4박 5일 일정으로 가족들과 한국 여행 왔습니다. 일정이 짧아서 서울에서 지낼까 했지만 내장산 단풍이 워낙 좋다고 한국 친구가 강력히 추천해서 찾아왔습니다. 대만에서도 단풍은 볼 수 있지만 뚜렷한 기후변화가 없어 단풍이 그리 아름답지는 않아요.” ―제니퍼 예 씨(39·대만 관광객) “서울에도 의외로 좋은 단풍 명소가 많습니다. 지하철 혜화역 근처 마로니에 공원에서는 각종 공연과 함께 영화 같은 단풍 풍경을 즐길 수 있어요. 서울 종로구에 있는 낙산공원 둘레길은 길 양쪽으로 단풍이 우거져 산책하기에 그만이고요. 옛날엔 소나무밭뿐이라 사시사철 푸른색이던 풍경이 동화마을처럼 알록달록하게 변해서 좋습니다.” ―박한식 씨(76·서울 종로구 이화마을 거주) “한국 사람들이 가장 많이 찾는 해외 단풍 관광지는 일본이에요. 9∼11월 일본 전역에서 단풍을 즐길 수 있을 정도로 단풍나무가 많거든요. 특히 온천을 하면서 단풍을 볼 수 있는 게 매력이죠. 위도와 시기별 단풍 정보를 담은 ‘모미지(단풍) 지도’를 참고해 여행일정 짜는 걸 추천합니다.” ―정지윤 씨(하나투어 홍보팀) “저는 서울 양천구 목동, 동생은 여의도에 사는데 모두 30∼40년이 넘은 나무들이 많아 황홀한 단풍길이 펼쳐지죠. 아가씨였을 땐 꽃나무가 흐드러진 황홀한 풍경이 좋았는데 할머니가 되니 뒹구는 낙엽 보는 게 그리 좋네요. 쓸쓸한 마음이 드는데, 그게 나쁘지 않아요.” ―김순옥 씨(70대·목동 거주)  “나는 단풍이 싫어요∼”“내장산 백양사에서 공양을 전담하는 사람이 두 명인데, 평소에는 70∼80명분만 음식을 준비하면 되지만 단풍철에는 사람이 몰려 400명분 이상 준비해야 하니까요. 봉사자들 도움을 받기는 하지만 힘들어요. 저희에게는 되레 힘든 날이죠.” ―무상화 씨(불명·59·백양사 공양 담당) “저는 빨강 노랑 갈색 등이 애매하게 섞인 산보다 푸르른 산이 훨씬 좋아요. 단풍이 절정이라는 건 곧 가을이 꺾이고 겨울이 온다는 건데, 그래서 그런지 스산한 느낌이 드는 게 싫고요. 특히 은행나무 열매를 밟기라도 하면 냄새 때문에 아주 곤혹스럽죠.” ―이모 씨(37·서울 마포구) “가을이 되면 낙엽 때문에 쉴 새 없이 쓸고 담아야 해요. 낙엽이 멋지다고 좋아하는 분도 있지만 먼지가 나고 바람이 불면 눈에 들어간다고 싫어하는 분들이 많거든요. 단풍철에는 허리도 아프고 무거운 더미를 옮겨야 하니 아무래도 힘들죠. 낙엽량이 어마어마하게 많아서 은행잎은 춘천 남이섬에 깔아서 다시 쓰고, 다른 낙엽들은 농가로 보내 퇴비로 사용합니다.” ―이모 씨(50대·환경미화원)  지역마다 달라요“내장산은 온대 중부기후대와 남부기후대가 만나 단풍 수종이 다양해요. 남쪽에 주로 사는 단풍나무와 북쪽의 당단풍나무는 물론 아기단풍, 좁은단풍 등등 무려 11종을 관찰할 수 있죠. 각각 수령 280년, 250년으로 조사된 백련암 암자의 단풍나무와 금성계곡의 단풍나무가 특히 유명합니다.” ―김수미 씨(40·내장산국립공원 탐방담당자) “국내 단풍이 알록달록 수줍어하는 고운 새색시의 자태라면 캐나다의 단풍은 힘이 넘치는 혈기 왕성한 청년의 모습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대표적 단풍 명소인 메이플로드에 다녀간 고객들은 자연의 위대함에 뭉클함을 느낀다고들 하죠. 각각 캐나다의 스위스와 프랑스라 불리는 몽트랑블랑과 올드퀘벡의 화랑가 주변도 추천합니다.” ―정병근 씨(46·캐나다 현지 여행 인솔자) “20년 지기인 동네 친구들과 백양사로 단풍 구경을 왔습니다. 강원도는 산세가 험해서 힘들게 산을 오르내려야 제대로 된 단풍을 볼 수 있는데 이곳은 둘레길만 걸어도 충분히 예쁜 단풍을 볼 수 있어서 나이 드신 분들이 놀러 오기에 좋은 곳이네요.” ―김소영 씨(61·강원 춘천시 석사동)  아는 만큼 보인다“단풍은 날이 맑고 일교차가 클수록 울긋불긋한 아름다움이 더 잘 나타납니다. 붉은 단풍은 안토시아닌이라는 성분 때문에 나타나는데, 하루 평균 기온이 서서히 내려가되 영하로 떨어지지 않을 때 가장 붉게 물듭니다.” ―김선희 씨(국립산림과학원 산림생태연구과 박사) “첫 단풍은 산 전체의 20%가, 절정은 80%가 단풍으로 물들었을 때를 기준으로 삼습니다. 물론 매번 헬기 등을 띄워서 관측할 수 없으니 지정된 장소를 기준점으로 삼죠. 예를 들면 북한산의 경우 첫 단풍의 경우에는 태고사에서 정상 방향으로 약 1km까지 단풍이 들었을 때를 첫 단풍으로, 청수폭포 부근까지 단풍이 들었을 때를 절정으로 칩니다.” ―윤준성 씨(기상청 관측정책과 주무관) “1989년부터 2014년까지 단풍이 물드는 시기를 관찰한 결과 2050년에는 11월이 돼야 단풍 구경이 가능할 것으로 예측됩니다. 사람이 추워지면 겨울옷을 꺼내는 것처럼 단풍도 일정 수준으로 기온이 떨어지면 잎을 물들이기 시작해요. 지구 온난화로 인해 초가을 기온이 높아지면서 단풍 시작 시기가 늦어지는 거죠.” ―박창균(29·서울대 연구원)  단풍을 즐기는 법“사람도 나무도 한 해를 마무리하는 과정이 가을이죠. 사람은 연말을 앞두고 차분히 지난날을 되새기고, 나무는 잎을 떨어뜨리기 전 낙엽을 물들이는 겁니다. 마무리를 잘하고 있다는 자연의 이치, 그것이 단풍이 주는 인문학적 매력이죠.” ―강판권 씨(56·계명대 사학과 교수) “프로와 아마추어 사진작가들 사이에서 인천대공원이 단풍 출사지로 유명해요. 길 양쪽에 단풍나무가 줄지어선 단풍터널이 있는데, 새벽에 빛내림을 관찰할 수 있거든요. 빛내림은 태양빛이 나무나 구름의 빈 공간으로 떨어지는 현상을 뜻하는데, 오색빛깔이 단풍잎 사이로 떨어지는 장면이 굉장히 근사해요.” ―장모 씨(30대·사진동호회 회원) “단풍 분재는 잎, 줄기, 가지 어느 하나 빠질 것 없이 아름다워서 분재 애호가들 사이에서 인기가 높습니다. 수천만 원을 호가하는 분재가 아니라도 단풍을 가까이에서 즐길 방법이 있습니다. 번식력이 좋아 가지를 꺾어서 화분에 꺾꽂이를 해도 관리가 쉬운 편입니다.” ―이화영 씨(49·한국분재조합 실장) “14년 전 고향인 순천에서 이곳으로 옮겨와 식당을 열었습니다. 단풍이 유명한 고장이니 식당 이름에도 단풍을 넣고 단풍 수액을 넣어 식감을 부드럽게 한 단풍수액 두부를 만들었어요.” ―정왕균 씨(51·전남 장성군 ‘단풍두부’ 음식점 운영) “교토에서 단풍튀김을 파는데 만드는 데만 1년이 걸려요. 소금에 1년 동안 절인 뒤 물기를 잘 빼고 튀겨야 단풍잎 모양이 유지되거든요. 사실 맛있는 음식이라고 할 수는 없어요. 세계적 단풍 명소인 교토에서 풍류를 즐기는 요리인 셈이죠.” ―김정은 씨(배화여대 전통조리과 학과장) “선선한 가을날 단풍으로 둘러싸인 산을 걷는 걸 정말 좋아해요. 그냥 산책이 아니라 세월의 흐름을 체감하고 그간 있었던 일을 돌아보는 사색의 시간을 주거든요. 한 해의 마감을 미리 알려주는 알람이랄까요?” ―이영자 씨(60·주부) 이원주 기자 takeoff@donga.com}

    • 2017-11-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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