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성민

박성민 차장

동아일보 정책사회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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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생부터 죽음까지, 보건복지 분야를 취재합니다. 원인의 원인의 원인이 뭘까 고민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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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서른 살 임상심리학자가 줌 켜고 청소하는 이유는[박성민의 더블케어]

    버스를 타면 제대로 내릴 때보다 잘못 내릴 때가 더 많다. 책을 읽으면 앞 문장이 기억나지 않아 몇 번이고 되돌아가야 한다. 학창 시절, 친구들이 2주 전부터 시작하는 시험공부를 한 달 전부터 시작했다. 남들만큼 성과를 내려면 그들보다 몇 배의 시간을 쏟아 부어야 했기 때문이다. 항상 덜렁대고, 산만하고, 불안하고…. 일상이 조금 불편하긴 했지만 큰 문제라는 생각은 안 했다. 서른이 다 돼 주의력결핍과잉행동장애(ADHD) 진단을 받기 전까지는. ‘나는 오늘 나에게 ADHD라는 이름을 주었다’를 쓴 임상심리학자 신지수 씨(31) 얘기다. ● “내가 ADHD라고? 머릿속 안개가 걷혔다” 신 씨가 진단을 받게 된 과정은 독특하다. 어느 순간 환자들에게 자신의 모습이 겹쳐 보였다. 상담 받으러 온 초등학생보다 주의력이 떨어진다는 걸 느꼈다. 신 씨는 “환자들을 기만한다는 생각, 죄책감이 들었다”고 했다. 몇 달 간 진단을 망설이다 2019년 겨울 충동적으로 검사실로 들어가 자가진단을 했다. ‘저하’, ‘억제지속 주의력, 간섭선택 주의력에 문제가 있음을 시사함.’ 어느 정도 예상은 했지만 컴퓨터 화면에 뜬 결과를 보자 숨이 턱 막혔다. 환자들의 첫 반응이 대개 그렇듯이 ‘정상’이나 ‘평균’에서 비껴나 있다는 걸 인정하기 어려웠다. 11일 서울 종로구의 한 카페에서 만난 신 씨는 “노력으로 바꿀 수 없는 결함이 있다는 걸 인정하는 게 쉽지 않았다”며 “스스로도 장애에 대한 편견이 있었던 것 같다”고 말했다. 병원에서 진단까지 받고나자 안도감과 아쉬움이 교차했다. 신 씨는 “내 행동의 이유를 알게 되면서 머릿속의 안개가 걷히는 기분이었다”고 말했다. 아쉬움 혹은 분노는 성인이 돼서야 뒤늦게 ADHD 진단을 받은 환자 대다수가 겪는 감정이라고 한다. “조금 더 일찍 알았더라면 인생이 더 행복하고 효율적이었겠죠. 학창 시절엔 숙제를 잊었거나 딴 짓 한다고 늘 혼났던 기억밖에 없어요. 남들이 4~5시간이면 할 일도 저는 20시간이 걸렸어요. 그렇게 에너지를 다 쏟고 나면 다른 걸 못하죠. 그래서 별다른 취미도 없어요.” 신 씨가 전공을 선택한 과정도 흥미롭다. 학창시절 내내 임상심리학자가 되고 싶었는데 대입 지원 기간에 이를 깜빡하고 즉흥적으로 미디어 관련 학과에 원서를 냈다. 의도하지 않게 관심사가 ‘주의 전환’ 된 탓이다. 신 씨는 “ADHD 환자들의 주요 증상이 주의 조절에 어려움을 겪는 건데 인생의 가장 중요한 순간에서 그렇게 나타날지 몰랐다”며 웃었다. ● 진료실 밖, ‘조용한 ADHD’ 환자들 진단을 받은 뒤 신 씨는 ADHD가 더 궁금해졌다. 알아갈수록 이상했다. ADHD 연구에서 여성의 존재는 희미했다. ‘ADHD=천방지축 남자아이의 질병’이라는 젠더적 편견 때문이다. 신 씨는 “ADHD는 과잉행동·충동형, 부주의형, 복합형 등 다양하게 나타나는데, 남성에게 주로 나타나는 과잉행동·충동형만 부각되면서 부주의형이 많은 여성 ADHD는 상대적으로 주목받지 못했다”고 설명했다. 집중력이 떨어지고, 일을 시작하기 어려워하고, 업무의 순서나 경중을 파악하는 데 서툰 ‘조용한 ADHD’ 환자들이다. 이들은 진단 기회조차 얻지 못하거나 기분장애, 불안장애 등 다른 질환으로 오진되기 일쑤였다. 그는 책에서 이런 젠더적 편견을 지적한 다양한 연구를 소개한다. 미국에선 정신과를 찾은 ADHD 아동의 남녀 성비가 10대 1이었는데, 지역사회 조사에선 3대 1로 격차가 줄었다는 연구(2002년)도 있었다. 남성 ADHD 환자 중 46%가 약물 치료를, 38%가 심리 치료를 받는 반면 여성은 각각 6%, 8%에 그친다는 연구(2007년)는 여성 ADHD 환자들이 진단과 치료에서 얼마나 배제돼 왔는지 보여준다. 신 씨는 “진단받기 전까진 ADHD를 반쪽만 알았던 셈”이라고 말했다. 그나마 해외에선 이처럼 젠더적 편견을 극복하려는 연구가 지속되고 있지만 한국은 아직 변화가 더디다. 국민건강보험공단 통계를 보면 2017년 ADHD 진료 인원은 5만2994명. 남성 환자(4만2398명)가 여성의 4배에 이른다. 건강보험심사평가원 홈페이지엔 ‘성별 주의질병 정보’를 안내하며 ADHD를 ‘남성이 조심해야 할 질병’으로 분류하고 있다. 정신과 진단을 두려워하던 예전과 달리 자신의 상태를 정확히 알고 싶어 하는 여성이 늘고 있지만 현장에선 이를 다 수용하지 못하는 한계도 있다. 여성의 ADHD 유형을 파악할 진단 도구나 기준이 마땅치 않기 때문이다. 신 씨는 “검사와 진단 기준이 학업이나 직장생활에서의 어려움에 지나치게 치우쳐 있다”며 “가사나 대인 관계, 정서 조절의 어려움 등 여성 ADHD 환자들이 주로 겪는 어려움을 놓치기 쉽다”고 지적했다. ● 병원 문 두드리는 여성 ADHD 청소년들 앞으로도 환자들을 마주해야 하는데 질환을 대중에게 공개하는 데 부담은 없었을까. “특별히 용기를 내거나 불이익을 감수할 일이라고는 전혀 생각하지 않았어요. ADHD는 다른 정신질환보다 일상 복귀가 쉽고, 치료를 받으면 호전될 수 있는 질환이니까요. 또 여성 ADHD에 대한 인식이 부족한데 학자이자 직업인으로서 화두를 던져야 한다는 의무감도 있었죠.” 그가 ADHD 경험을 털어놓은 유튜브 영상에는 공감한다는 댓글이 줄을 이었다. 더 일찍 알았으면 좋았을 거라는 아쉬움이 주를 이룬다. 어딘가 부족한 스스로를 다그치기만 했던 지난날을 반성하는 독자들도 있다. 신 씨는 여성 ADHD 환자에 대한 관심이 단순히 여성만을 위한 것은 아니라고 강조했다. 질병을 더 입체적으로 들여다봐야 배제되는 환자들을 줄일 수 있기 때문이다. 그는 한 남성 ADHD 환자의 댓글을 소개했다. “저 역시 조용한 ADHD라 진단이 늦었습니다. 처음엔 작가님이 왜 이를 여성만의 문제로 여기는지 화가 났습니다. 하지만 책을 읽고 나니 배제되는 여성 ADHD를 논의하는 것이 같은 유형의 남성 ADHD 환자에게도 도움이 된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긍정적인 변화도 감지된다. 여성 ADHD에 대한 관심이 높아지고 콘텐츠가 많아지면서 부모를 설득해 병원을 찾는 여성 청소년이 늘고 있는 것. 신 씨는 “초등학교나 학원 선생님들 중에도 여자 아이들을 더 세심하게 관찰하게 됐다는 얘기를 해 줄 때 보람을 느낀다”고 말했다. ● 스마트폰 멀리하고, 줌 열고 청소책에는 1년 동안의 투약일기도 담겨 있다. 약 복용을 깜빡해 우울증을 겪기도 했고, 복용량을 의사와 상의 없이 무리하게 늘렸다가 후회한 적도 있다. 좌충우돌 투약일기를 가감 없이 공개한 건 다른 환자들은 그런 시행착오를 줄였으면 하는 바람에서다. 신 씨는 “처방받은 양만큼 먹고 컨디션이 좋아지면 복용량을 늘리려는 유혹에 빠지기 쉽다. 나중에는 더 먹어야 하는 이유까지 억지로 만들 정도로 약에 더 의존하게 된다”며 주의를 당부했다. 주의력이 분산되는 것을 막기 위해 신 씨는 스마트폰을 멀리한다. 일부러 충전을 안 하거나 이불 속에 넣어두기도 한다. 검색이나 각종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에 주의를 빼앗겨 7~8시간씩 스마트폰을 붙들고 있던 경험이 있어서다. 대신 적절한 자극을 위해 음악을 자주 틀어 놓는다. 일에 시동을 거는 방법도 터득했다. 책상 옆에 낮고 폭신한 소파를 둬 일단 침대 밖으로 몸을 끄집어내는 것, 논문을 써야 하는데 시작이 힘들다면 파일이라도 띄워 놓는 것, 주의가 쉽게 분산되는 것을 고려해 거실과 방에 컴퓨터를 따로 두고 작업 환경을 바꾸는 것 등이다. 하기 싫은 일의 동기부여를 위해 줌(Zoom)도 활용한다. 설거지나 청소를 너무 하기 싫을 때 친구들과 줌을 켜놓고 집 정리를 하는 식이다. 신 씨는 “누가 나를 보고 있다는 것 때문에 각성도 되고, 웃고 떠들며 집안일을 하면 하기 싫다는 감정도 덜 느껴진다”고 말했다. “상담하러 온 여성 중에는 스스로 감정을 억누르다 증세가 악화된 분들이 많아요. 여성의 정신건강을 무너뜨리는 요소 중에는 본인의 기질도 있지만 사회적 억압, 고용 불평등 등 외부적 요인도 큽니다. ‘내 탓’만 하며 스스로 고립되기 전에 전문가를 찾아야 하고, 의사와 상담가들도 젠더적 편견에 갇힌 게 아닌지 돌아봐야 합니다.” 박성민 기자 min@donga.com}

    • 2021-08-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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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힙합에 빠졌던 카이스트 동문들이 ‘암 정복’에 나선 이유[박성민의 THE 이노베이터]

    “목표는 인공지능(AI)을 통한 암 정복입니다.” 회사 설립한 지 8년, 임직원 수 214명, 지난해 매출액 14억 원인 스타트업 대표의 자신감 치고는 포부가 너무 큰 듯했다. 게다가 환자를 치료하는 병원도, 신약을 만드는 제약사도 아니다. 대표는 암과는 다소 거리가 있는 가정의학과 전문의, 공동창업자 6명은 메스를 한번도 잡아본 적 없는 KAIST 동문들이다. 그런데 기업에 대한 기대치는 국내보다 해외에서 더 높다. 지난해 세계경제포럼(WEF)이 선정한 ‘테크놀로지 파이오니어(기술선도 기업) 100곳’에 선정됐다. 글로벌 시장조사기관 CB인사이트의 ‘세계 100대 인공지능 기업’(2017년), ‘디지털 헬스 기업 150’(2019, 2020년)에도 빠지지 않는다. 한국 기업으로는 유일하게 뽑혔다. AI를 통한 암 진단과 치료 분야에서 게임 체인저로 기대를 모으는 스타트업 ‘루닛’ 얘기다. AI는 암 정복 과정에 어떤 역할을 할 수 있을까. 그보다 궁금한 건 그 목표에 얼마나 가까워졌는지다. 16일 서범석 대표를 서울 강남구 사무실에서 만났다. ● 면역항암제 효과 예측하는 AI최근 서 대표는 300억 원짜리 미국 출장을 다녀왔다. 암 액체생검(혈액의 DNA에서 암세포 조각을 찾아 암 특성을 분석하는 검사) 분야 세계 1위인 가던트헬스와 파트너 계약을 맺고 300억 원 투자를 유치한 것이다. 미국의 혈액종양내과 전문의 중 80%가 가던트 제품을 쓴다. 기업가치 13조 원인 가던트는 2011년 설립 이래 첫 투자처로 루닛을 선택했다. 가던트가 주목한 건 AI로 암 조직의 면역세포를 분석하는 ‘루닛 스코프’다. 암 조직 슬라이드에서 면역세포의 밀도와 위치를 분석해 특성에 따라 면역항암제의 치료 효과를 예측하는 AI 플랫폼이다. 암 세포 38만 개의 PD-L1(암세포 표면이나 조혈세포에 있는 단백질) 발현 결과를 학습했다. 면역항암제는 직접 암 세포를 죽이지 않는다. 면역 세포를 활성화시켜 암 세포를 공격하도록 유도한다. 하지만 아무리 비싸고 좋은 면역항암제라도 환자 몸에 면역세포가 부족하면 힘을 못 쓴다. 루닛 스코프는 환자의 면역학적 형질을 활성 제외 결핍이라는 3가지로 분류해 해당 암 환자에게 면역항암제가 얼마나 효과가 있을지 예측한다. 일반 검사와 함께 하면 정확도(양성예측도)가 88%까지 올라간다. 이 기술은 미국의 두 기업(Path AI, Paige)과 루닛이 주도하고 있다. 기술력 측면에선 루닛이 앞선다. 루닛 스코프는 올 하반기 연구용으로 선보이고 2, 3년 뒤 상용화를 목표로 하고 있다. 서 대표는 “암 조직을 아무리 크게 확대해도 육안으로 분석하는 데는 한계가 있고, 면역세포가 어느 정도 있어야 면역항암제에 반응하는지 알아내기도 힘들다”며 “루닛 스코프를 통해 전문의가 판단했을 때보다 면역항암제 투여 가능 환자를 50% 더 찾아낼 수 있다”고 말했다. ● 의사보다 암 진단 정확한 루닛 인사이트 세계 시장에 루닛의 이름을 알린 건 AI 영상진단 분야다. 폐암, 폐렴 등 폐질환을 진단하는 ‘루닛 인사이트 CXR’, 유방암을 진단하는 ‘루닛 인사이트 MMG’다. 병변(病變)이나 종양이 의심되는 곳을 화면에 표시하고 양성 확률까지 분석해낸다. 기술력으로는 굴지의 테크기업에도 밀리지 않는다. 2016년 의료영상처리학회 주최 이미지 인식 경연대회(TPAC)에서 구글과 IBM을 꺾고 1위에 올랐다. 지난해 스웨덴 왕립 카롤린스카연구소가 발표한 논문에서 루닛의 유방암 진단 정확도는 81.9%로 의사(77.4%)보다 높았다. 루닛 AI와 의사가 협업하면 정확도는 88.6%까지 올랐다. 암 검진자 8805명, 11만 여 개의 데이터를 분석한 결과다. 진단이 정확하다는 건 죽을 뻔한 사람을 살린다는 의미다. 암 검진을 꾸준히 받아도 미세한 조직은 못 찾는 경우도 있다. AI가 사람이 못 찾은 암을 1년만 일찍 발견해도 생존율은 크게 올라간다. 루닛 AI는 폐암 환자가 암 진단을 받기 3년 전 찍은 엑스레이를 판독해 암을 발견하기도 했다. 연구진은 루닛 AI에 대해 “독자적인 판독 역할을 하기에 충분한 진단 수행 능력을 보였다”고 평가했다. 이런 기술력이 뒷받침되자 글로벌 의료기기 회사들이 루닛을 눈여겨보기 시작했다. 세계 최대 헬스케어 기업인 GE헬스케어, 일본 최대 의료영상기기 기업 후지필름 등과 파트너십을 맺었다. 세계 30개 국, 300개 이상 의료기관에서 루닛 인사이트를 쓰고 있다. ● 전문의 11명이 ‘매의 눈’으로 데이터 관리 “루닛 AI는 마치 내비게이션을 달고 운전하는 것과 같다.” 루닛의 AI 기술을 의료 현장에선 이렇게 비유한다. 의사 혼자 암 조직을 분석하는 것이 지도와 표지판을 보고 길을 찾는 것이라면 루닛 AI의 도움을 받으면 암 진단과 치료라는 목적지까지 더 빠르고 정확하게 갈 수 있다는 의미다. 혁신의 비결을 알려면 조직 구성을 보면 된다. 200여 명 직원 중 영상의학과, 병리과, 내과 등 전문의가 11명이다. 루닛은 전체 직원이 10명이 안 됐을 때부터 전문의를 데려왔다. 의료기반 스타트업이 병원과 협력하는 경우는 많아도 이처럼 많은 전문의를 연구개발 인력으로 채용하는 경우는 흔치 않다. 급여나 조건이 뒷받침돼야 가능하다. 서 대표는 “의료 AI 스타트업들은 대개 딥러닝 기술에만 집중하는 경향이 강하다”며 “우리는 의료데이터를 이해하는 사람이 많아야 기술의 정확도를 높일 수 있다고 판단했다”고 말했다. 구성원의 철학이 다르니 수집하는 데이터의 질도 달랐다. AI의 학습능력을 높이기 위해 고차원의 데이터를 끌어 모았다. 엑스레이에선 안 보이지만 컴퓨터단층촬영(CT)에서 암이 확인된 케이스 등 어려운 문제 풀이만 시킨 셈이다. 서 대표는 이렇게 설명했다. “수학문제 풀이와 비슷해요. 쉬운 문제를 아무리 많이 풀어도 실력이 늘지 않잖아요. 응용 문제도 도전해야 AI도 성능이 향상됩니다. 그냥 대형병원 교수님들만 맡기면 연구를 목적으로 접근하겠죠. 루닛은 사내 전문의들이 제품을 위해 데이터를 요구하고 정제하면서 AI를 단련시켰습니다.” ● 힙합 청년, 암 정복에 도전 루닛이 처음부터 승승장구했던 것은 아니다. ‘창업’ ‘딥러닝’ 등 테크 산업에 관심이 많던 카이스트 공대생들이 2010년 의기투합해 창업을 준비했다. 자본금은 1000만 원. 리더 격인 백승욱 전 대표(현 이사회 의장)는 힙합동아리에서 만난 선후배 5명을 끌어 모았다. 이들은 ‘AI가 세상을 바꿀 것’이라는 확신을 갖고 한 배를 타기로 했다. 전기전자 공학, 산업시스템공학, 웹사이언스 등 대학원 전공 선택도 창업을 고려했다. 이들은 현재 알고리즘 개발, 영상의학 등 5개 분야를 총괄한다. 첫 도전은 의료 분야가 아니었다. 고객에게 가장 어울리는 옷을 찾아주는 AI를 내놓았지만 금세 접을 수밖에 없었다. 개인의 취향이 중요한 패션 분야를 AI의 정확도를 내세워 접근한 게 패착이었다. 정답이 없는 분야에서 답을 찾으려고 했던 것이다. 백 의장과 동료들은 “우리가 가장 잘 할 수 있고, AI가 가장 기여할 수 있는 분야를 찾자”고 뜻을 모았다. 그렇게 먼 길을 돌아와 정착한 분야가 폐암과 유방암 진단 AI다. 발병률이 높고, 영상 데이터가 충분해 AI 학습이 용이하다고 판단했다. 백 의장이 서 대표에게 합류를 요청한 것도 그 무렵이다. AI 알고리즘만큼이나 의학 지식도 필요했기 때문이다. 두 사람은 KAIST에서 만난 동갑내기 친구다. 생명과학과를 졸업한 서 대표는 서울대 의대로 편입해 전문의로 일하는 중이었다. 어려서부터 암에 관심이 많고 사업가가 되는 게 꿈이었던 서 대표도 제안을 받아들였다. 서 대표는 “환자를 직접 치료하는 것도 좋지만 새로운 기술로 암 정복에 기여하는 것도 의사로서 의미 있는 역할”이라고 말했다. ● 기업가치 매년 두 배씩 커져 스타트업을 하기에 한국은 장점만큼 단점도 뚜렷하다. 디지털 환경이 좋고 변화에 민감한 역동적인 사회 분위기는 좋은 토대다. 높은 교육열은 뛰어난 인재를 배출해낸다. 하지만 막상 시작해 다음 단계로 넘어가려 하면 발목을 잡는 게 한둘이 아니다. 루닛도 그런 과정을 겪었다. AI 학습에서 가장 중요한 의료데이터를 활용할 때다. “미국만 가도 아직 병원에서 엑스레이 필름을 쓰는 곳이 많죠. 반면 한국은 디지털화가 잘 돼 있고, 주요 병원에 방대한 암환자 데이터가 모여 있어 데이터를 빨리 수집하기에는 좋은 환경입니다. 그런데 그 데이터를 병원 밖으로 가져올 순 없어요. 미국은 법에 따라 개인정보를 익명화해 데이터 활용을 자유롭게 하는 것을 법으로 보장합니다. 한국은 데이터 활용의 명확한 기준이 없어 병원들이 데이터에 보수적으로 접근할 수밖에 없어요.” 루닛에게 2021년은 특별하다. 가던트의 투자를 받으면서 누적 투자금액 1000억원 돌파를 앞두고 있다. 올해 매출은 지난해의 7배가 넘는 100억 원을 예상한다. 연내 코스닥 상장도 준비 중이다. 기술특례상장을 위한 기술성 평가에서 두 기관에서 ‘AA’를 받았다. 헬스케어 기업 중 최초다. 지난해 초 2000억 원 수준으로 평가 받았던 기업가치는 두 배로 커졌다는 평가가 나온다. 아직 갈 길도 멀다. 지금까지 폐암과 유방암 진단에 집중했지만 다른 부위의 암 역시 도전할만한 영역이다. 서 대표는 “암 검진 분야에서 글로벌 기업들과 협업을 준비 중”이라고 했다. 루닛의 꿈이 현실이 된다면 의료현장에는 또 하나의 훌륭한 내비게이션이, 한국 경제에는 또 하나의 유니콘 기업(기업가치 1조 원 이상 비상장 스타트업)이 탄생할지도 모른다.박성민 기자 min@donga.com}

    • 2021-07-3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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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6·25 무공훈장 주인공 찾기 사업 2년…구국영웅들은 어디에

    “‘대한민국이 아직 살아있구나’라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전쟁이 멈춘 지 약 70년 만에 참전용사인 두 작은아버지의 무공훈장을 받게 된 안봉순 씨(70)는 멈추지 않는 눈물에 말을 잇지 못했다. 4형제 중 셋째인 고 안석길 하사(상병), 넷째 고 안석렬 이등중사(병장)는 전쟁이 한창이던 1952년 3월 입대해 육군 3사단 22연대에 배치됐다. 함께 결혼식을 올린 지 사흘 만이었다. 용맹하게 전장(戰場)을 누비던 형제는 살아서 가족 품으로 돌아오지 못했다. 형은 입대 6개월 만에, 동생은 이듬해 정전협정 체결(7월 27일) 20일을 앞두고 전사했다. 그마나 동생은 유해를 전달받아 장례를 치를 수 있었지만 형은 아직 북한 땅인 강원도 김화군 원덕면에 잠들어 있다. 급하게 휴전선이 그어지면서 미처 유해를 수습할 겨를이 없었다. 무공훈장 전달도 쉽지 않았다. 본적지 면사무소가 전쟁 통에 소실된 뒤 두 형제의 호적이 제대로 복원되지 않아 후손을 찾기 어려웠기 때문이다. 육군본부 ‘6·25 무공훈장 찾아주기 조사단’이 병적(兵籍) 기록을 바탕으로 수소문한 끝에 14일 안 씨와 연락이 닿았다. 안 씨는 “국가가 참전용사들을 기억해 주는 것에 감사하다”며 “돌아가신 날짜를 몰라 그동안 제사도 못 지냈는데 늦게나마 조카의 도리를 할 수 있게 됐다”며 감격스러워했다. ○ 70년 전 희미한 기록과의 싸움 6·25전쟁 참전용사는 약 100만 명. 이 중 17만9331명이 무공훈장 수훈자다. 하지만 아직 4만5938명(25.6%)이 훈장을 받지 못했다. 전쟁 중에 작성된 병적 기록은 부정확한 경우가 많다. 아명(兒名)을 썼거나 생년월일이 실제와 다르면 당사자를 확인하기 어렵다. 전역 후 본적을 옮기거나 행정구역이 바뀌면 찾는 범위가 넓어진다. 기록이 소실된 경우 당사자나 후손을 찾기가 더 힘들어진다. 수훈자 찾기에 속도가 붙은 건 2019년 7월 24일 ‘6·25전쟁 무공훈장 수여 등에 관한 법률’이 시행되면서다. 단장을 포함해 17명으로 구성된 조사단이 꾸려져 지난달까지 2년 동안 1만1675명에게 무공훈장을 전달했다. 조사는 70년 전 기록에서 쓸 만한 정보를 최대한 발굴하는 데서 시작된다. 현재는 쓰지 않는 약자나 휘갈겨 쓴 한자는 한자판독병조차 읽기가 쉽지 않다. 음은 같지만 다른 한자를 오기해 이름이나 지명이 헷갈리는 경우도 많다. 어렵게 수훈자의 본적지를 확인하면 각 지방자치단체를 찾아가 과거 호적부나 현재 주민등록 기록과 대조한다. 권역을 나눠 3개 팀이 탐문을 하는데 아직 방문하지 못한 지자체도 많다. 양순일 중령은 “그래도 명단을 들고 가면 60% 정도 수훈자를 찾는다”고 말했다. ○‘고바우 영감’이 기록한 10인의 영웅 의외의 곳에서 수훈자를 찾는 경우도 있다. 동아일보에 연재했던 시사만화 ‘고바우 영감’으로 유명했던 고 김성환 화백은 국방부 정훈국 소속 종군 화가로 전쟁의 참상을 기록했다. 그는 1951년 10월 6사단 19연대를 찾아 금성지구(강원 철원군 일대) 전투에서 공적이 뛰어났던 장병 10명의 인물화를 그렸다. 김 화백을 만나 이 사연을 들은 육군군사연구소 김상규 박사는 참전용사 본인이나 후손에게 그림 사본을 전달하고자 했다. 그런데 조사단에 확인해 보니 10명 중 9명이 무공훈장 수훈자인데 2명은 아직 무공훈장을 받지 못했다는 사실을 알게 됐다. 조사단과 국방홍보원은 그림 속 주인공을 찾는 ‘고바우 프로젝트’ 캠페인을 진행했고, 두 달여 만에 9명을 찾았다. 10인의 영웅 중 유일한 생존자인 정만득 하사(90)는 직접 그림을 전달받았다. 김 화백의 그림이 더 값졌던 건 그림을 통해 무공훈장 서훈이 누락됐던 참전용사까지 찾았다는 점이다. 조사단은 6·25 전투상보를 다시 확인해 고 서주선 하사의 공적을 심의하고 훈장을 수여했다. 서 하사의 딸 서옥자 씨(60)는 “전쟁에서 손가락 2개를 잃은 아버지는 몸에 박힌 총알도 제거하지 못한 채 매일 전쟁의 참혹한 기억에 시달리다 돌아가셨다”며 “훈장과 그림을 보며 아버지를 떠올리곤 한다”고 말했다. ‘고바우 프로젝트’는 아직 끝난 게 아니다. 10인의 영웅 중 양만식 하사를 찾지 못했다. 당시 김 화백이 발행한 신문 ‘웃음과 병사’에는 양 하사의 공적이 이렇게 기록돼 있다. “양만식 하사는 BAR(브라우닝 자동소총) 사수로 1만 발 이상을 발사하여 놈들을 근처에 발도 못 붙이게 했으며, (중략) 이 소수의 병력으로 대적을 물리친 것은 실로 놀라운 만한 공적이다.” 양 중령은 “양만식 하사는 현재는 북한 땅인 황해도 연백군 지역 출신이라 소재 파악이 어렵다”며 “이북5도위원회 등 다양한 경로를 통해 훈장을 전달할 방법을 찾고 있다”고 말했다.○해외 거주 손자가 할아버지 무공훈장 찾기도 아버지의 흔적을 찾아 헤매다 조사단을 통해 무공훈장을 받고 묘지까지 찾은 경우도 있다. 김종태 씨(71)는 30년 넘게 국방부, 국가보훈처, 국립현충원, 유해발굴감식단 등을 찾아다녔지만 아버지 김윤식 일등중사의 흔적을 찾을 수 없었다. 마지막 희망으로 지난해 조사단에 문의한 결과 아버지와 같은 군번인 참전용사가 1954년 무공훈장 수여자로 결정되고도 훈장을 받지 못한 사실을 확인했다. 조사단은 여러 기록을 확인한 끝에 국립서울현충원에 안장된 김 일등중사의 묘지를 찾아냈다. 묘비에 적힌 이름(김준식)이 달라 자녀들이 아버지의 묘지를 찾지 못했던 것이다. 조사단이 전국을 누비는 것만으로는 수훈자를 찾는 데 한계가 있다. 관련 부처의 협조가 필요하다. 고 나은철 이등중사는 외교부가 해외 동포들에게 사업을 적극적으로 홍보한 덕에 후손들이 훈장을 받게 된 경우다. 캐나다에 살던 나 이등중사의 손자 나항렬 씨(50)는 올 3월 토론토 영사관 홈페이지에서 무공훈장 찾아주기 사업을 알게 됐다. 나 씨는 할아버지의 이름을 검색하다 비슷한 이름(라온철)을 발견하고 조사단에 할아버지 군번 등 관련 기록을 이메일로 보냈다. 조사단은 나 이등중사의 호적등본 등 서류를 검토해 그가 무공훈장 수훈자인 것을 확인했다.○“지자체 협조, 활동 기간 연장 필요” 10대 후반∼20대 초반 전쟁터로 뛰어든 참전용사들은 생존해 있다면 어느덧 90세 안팎이 됐다. 수훈자 찾기를 더 서둘러야 하는 이유다. 실제로 조사단이 무공훈장을 찾아준 수훈자 중 생존자는 3%(351명)에 불과하다. 2019년 9.8%였던 생존자 비율은 올해 2.3%까지 떨어졌다. 생존자들을 사망자보다 일찍 찾은 경우가 많고, 해가 갈수록 수훈자들이 사망할 확률이 높아지기 때문이다. 수훈자를 더 찾기 위해선 조사단 활동 연장을 위한 법률 근거를 마련하는 게 시급하다. 조사단 활동 기간(3년)이 끝나면 내년 8월부터는 조사단을 운영할 수 없기 때문이다. 김 박사는 “무공훈장 찾아주기는 단절된 역사를 잇는 과정이자, 잠들어 있던 국가관을 깨우는 중요한 작업”이라며 “특히 생존자에게 훈장을 전달하는 것은 시간과의 싸움이다. 대통령이 직접 나서 사업을 널리 알린다면 수훈자 찾기에 큰 도움이 될 것 같다”고 말했다. 조사단은 거주자 기록과 열람 권한을 갖고 있는 각 지자체의 협조도 당부했다. 업무 부담이 크고 민원이 많은 수도권이나 큰 도시로 갈수록 담당 공무원이 비협조적인 경우가 많다. 조사단을 이끌고 있는 육군인사사령부 전계청 인사행정처장(준장)은 “조국을 위해 헌신한 선배 전우의 공훈을 찾아주는 것은 국가의 당연한 책무”라며 “특히 생존한 참전용사분들을 한시라도 빨리 찾으려면 법 개정을 통해 조사단 활동 기간이 보장돼야 한다”고 강조했다. 계룡=박성민 기자 min@donga.com}

    • 2021-07-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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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해외환자 이송전문 ‘하늘위 응급실’… 에어앰뷸런스 아시나요

    지난해 8월 멕시코 교민 A 씨(56·여)는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후유증으로 폐 기능이 90% 이상 손상돼 폐를 이식받아야 한다는 진단을 받았다. 폐포(肺胞)가 딱딱하게 굳는 폐 섬유화가 빨리 진행돼 현지에선 손 쓸 방법이 없었다. 에크모(ECMO·인공심폐기)로 하루하루 버티던 A 씨의 마지막 희망은 에어앰뷸런스(환자 이송 전용 비행기)였다. 그는 한국까지 1만2000km를 날아와 폐 이식 수술을 받고 완치됐다.○‘하늘 위 응급실’ 코로나 환자 96명 이송 전파력 강한 변이 바이러스가 유행하면서 전 세계 코로나19 확진자가 다시 늘고 있다. 백신 보급이 더디거나 의료 시스템을 제대로 갖추지 못한 국가의 교민 피해도 크다. 단기 출장이나 현지 파견 중 감염 사례도 적지 않다. 국내에서 치료받기 위해 에어앰뷸런스를 이용하려는 개인과 기업의 문의도 끊이지 않는다. 16일 에어앰뷸런스를 운영하는 ‘플라잉닥터스 코리아’에 따르면 지난해부터 국내 이송된 코로나19 환자는 96명이다. 최근 하루 4만 명 이상 신규 확진자가 발생하는 인도네시아에서만 교민 53명이 에어앰뷸런스를 타고 귀국했다. 최영호 플라잉닥터스 코리아 전무는 “입원도 못한 채 집에서 산소통에 의지하거나 탑승을 앞두고 증상이 악화돼 숨진 교민도 있다”며 안타까워했다. 이송할 때 가장 중요한 건 응급상황 대처와 산소 확보다. 길게는 24시간 넘게 지상 의료진과 단절되기 때문이다. 탑승한 의료진의 감염을 막기 위해 환자는 이동식 격리장치(PIU·portable isolation unit)에 누워 옮겨진다. 에어앰뷸런스의 산소 공급 능력에 따라 여럿이 탑승하기도 한다. 최 전무는 “최근 아프리카 탄자니아에서 코로나19에 걸린 가족 3명이 귀국했는데 이 중 2명이 별도 산소 공급이 필요 없는 경증이어서 에어앰뷸런스 한 대로 가능했다”고 말했다. 이용료는 이송 거리와 기종에 따라 1억∼3억 원에 책정된다. 같은 거리라도 큰 항공기는 급유를 위해 경유할 필요가 적어 이송시간은 짧지만 이용료는 비싸다. 에크모를 장착하거나 의료진이 추가 탑승하면 비용이 더 올라간다.○이송까지 평균 3일, 한국서 협진 가능 에어앰뷸런스를 이용하려면 환자 상태도 중요하다. 비행기가 도착했지만 환자 상태가 악화돼 돌아가는 경우도 있다. 에어앰뷸런스가 환자와 가까운 지역에 있어야 이송도 빠르다. 플라잉닥터스 코리아가 세계 200여 개국에서 외국 업체에 수수료를 지불하며 운영하는 비행기는 약 160대. 최 전무는 “예약부터 이송까지 3일 정도 걸리지만 비행기가 마침 현지에 있거나 환자 상태가 양호하면 하루 만에도 옮길 수 있다”고 말했다. 환자 상태가 위중하면 한국 의료진이 현지로 급파되거나 원격 협진도 이뤄진다. 최 전무는 “의료 시스템이 열악한 국가의 의료진에게 의견을 전달하거나, 가정에서 이송을 기다리는 환자 영상을 전달받아 산소 공급량 조절 등을 조언하기도 한다”며 “응급의학과를 비롯해 13개 과 전문의 20여 명이 도움을 준다”고 설명했다. 이렇게 해외에서 실어온 환자를 병원으로 옮기기까지 개선할 점도 많다. 응급의학과 의사를 태운 특수구급차가 활주로까지 들어와서 코로나19 환자를 실어 가야 하지만 인천국제공항에는 특수구급차가 없다. 현재는 서울 환자를 담당하는 서울대병원 특수구급차를 이송 때마다 섭외하고 있다. 최 전무는 “정부가 지역 의료계와 협의해 응급환자 이송 시스템을 서둘러 보완해주길 바란다”고 말했다. 비싼 이송 비용 전액을 보험으로 보상받기 힘든 것도 문제다. 귀국 비용을 지원하는 여행자보험이 있지만 보상 범위가 2000만∼5000만 원 수준이어서 실제 이용료에 크게 못 미친다. 국내 여행자보험 가입률도 2019년 기준 약 12%에 불과하다. 게다가 현지 병원에 14일 이상 입원해야 보험금을 지급하도록 돼 있어 혜택을 못 받는 보험 가입자도 많다. 정부는 지난달 발표한 해외 이송 환자 이송 개선안에서 이런 문제점을 개선하겠다고 밝혔지만 이행 시점은 정하지 않았다. 플라잉닥터스 코리아는 조만간 국내에도 에어앰뷸런스를 도입할 예정이다. 최 전무는 “국내 의료진 탑승이 더 쉬워지고 외국 운영사에 내는 수수료도 아낄 수 있어 고객 비용 부담을 낮출 수 있다”고 말했다.박성민 기자 min@donga.com}

    • 2021-07-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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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스무살 여가부의 혹독한 성인식 [박성민의 더블케어]

    출범 20년을 맞은 여성가족부가 혹독한 성인식을 치르고 있다. 툭하면 ‘무용론’ ‘폐지론’에 휩싸이더니 최근엔 야권 대선 주자들까지 이를 공론화하고 있다. 국민의힘 대선주자인 유승민 전 의원과 하태경 의원은 여가부 폐지를 대선 공약으로 내세웠다. 이들은 “여가부 장관은 정치인이나 대선캠프 인사에게 전리품으로 주는 자리”(유 전 의원), “여가부가 젠더갈등을 부추겨왔다”(하 의원) 등의 날 선 비판도 서슴지 않았다. 여가부 폐지에 힘을 싣는 듯했던 이준석 국민의힘 대표는 논란이 커지자 8일 “(당론 채택은) 숙의를 거쳐야 한다”고 한 발 물러섰지만 “정부 효율화 측면에서 특임부처를 없애자는 취지로 가면 광범위한 국민 지지가 있을 것”이라며 소신을 굽히지 않았다. 여가부는 어쩌다 이렇게 동네북 신세가 됐을까. 여가부의 어제와 오늘을 들여다보며 존폐론을 둘러싼 궁금증을 짚어보았다.20년 가까이 정부 여성 관련 업무를 경험한 이복실 전 차관(세계여성이사협회 한국지부 회장)에게 여가부에 대한 비판에서 무엇이 맞고 틀린지 물었다. 이 전 차관은 1998년 대통령직속 여성특별위원회 출범 당시 과장으로 부임한 뒤 차별개선국장, 대변인, 청소년가족정책실장 등을 거쳐 2014년까지 여가부에 몸담았다. 그는 친정을 향해 “현 정부 들어 여가부가 정치 논리에 휘둘리는 모습으로 위기를 자초했다”며 쓴소리를 아끼지 않았다. ● ‘스무 살’ 여가부, 졸업할 때 됐다? ‘여가부 무용론’의 근거 중 하나는 사회 전 분야에 걸쳐 양성평등이 많이 이뤄져 여성 이슈 전담 부처가 더 이상 불필요하다는 것이다. 젊은 남성들 사이에선 “부모 시대에는 남녀 불평등이 만연했을지 몰라도 지금은 오히려 남자들이 역차별 받고 있다”는 인식도 팽배하다. ‘정부 각 부처에서 양성평등 업무를 하는데 왜 굳이 여가부가 필요하느냐’는 정치권 일부 주장도 이와 궤를 같이한다. 하태경 의원은 “이제 졸업할 때가 됐다”고도 했다. 이 전 차관은 “아직도 여성들의 유리천장이 공고하고, 사회 곳곳에 성별 격차가 여전하다”고 반박했다. 이준석 대표가 줄곧 비판해 온 ‘여성 할당제’에 대해서도 “국회 비례대표 50% 여성 할당 의무화 등 그동안 여성 진입이 어려웠던 분야에 제한적으로 시행됐을 뿐 민간 영역에선 아직 여성들이 취업이나 경력을 이어가는 데 어려움을 겪고 있다”고 말했다. 아직은 여가부가 여성의 공간을 늘리는 데 버팀목이 돼야 한다는 의미다. 여성이 느끼는 불평등은 통계로도 나타난다. 세계경제포럼(WEF)이 올 3월 발표한 ‘세계 성 격차 지수(GGI·Gender gap index)’에 따르면 한국은 156개국 중 102위에 그쳤다. 고위 임원 및 관리직 여성 비율은 134위, 추정 소득 119위, 유사 업무 임금 격차 116위 등으로 ‘경제 참여와 기회’ 부문의 불평등이 특히 심했다. ● 업무 중복, 비효율… 폐지냐 개편이냐 여가부의 업무 영역이 타 부처와 중복돼 비효율적이라는 지적도 나온다. 여가부를 폐지해야 한다는 측에선 “현재의 여가부 업무를 유관 부처로 넘기고, 대통령직속 위원회가 컨트롤타워 역할을 해야 한다”고 주장한다. 유 전 의원은 “여성의 취업, 경력 단절 등은 고용노동부, 아동 양육과 돌봄은 보건복지부와 교육부, 성범죄 등의 문제는 법무부와 검찰, 경찰이 담당할 수 있다”고 강조했다. 이 전 차관도 “각 부처별 업무 배분은 보다 효율적으로 정리할 필요가 있다”는 견해를 밝혔다. 가령 현재 청소년 업무는 여가부, 아동은 복지부가 담당하는 데 굳이 나눌 필요가 없다는 것이다. 그는 “아동 부문에서도 어린이집 등 시설 보육은 복지부, 아이돌보미 같은 방문 보육은 여가부가 맡고 있다. 또 아동의 학대 사건은 복지부, 성폭력은 여가부가 담당하는 데 주관 부처를 하나로 통일할 필요가 있다”고 지적했다. 하지만 업무의 효율적인 조정과 부처 폐지는 다른 문제라는 게 여가부 존치론자들의 주장이다. 이 전 차관은 “장차관이 추진하던 업무를 각 부처의 실, 국, 과에서 맡으면 정책 동력이 떨어지고 부처 내 업무 우선순위에서 밀릴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그는 “2014년 한부모 가정의 양육비 이행 지원법을 통과시킨 것도, 10년 넘게 법안을 준비하고 장차관이 기획재정부를 설득해 기구 설립을 이끌어 낸 결과”라고 덧붙였다. 이 전 차관은 김대중 정부 시절 정무장관(제2)실부터 여성특별위원회, 여성부로 이어지는 업무 소관 변경 과정을 현장에서 지켜봤다. 그는 “독립된 부처로 존재한다는 것의 의미는 장관이 대통령이 주재하는 국무회의에서 목소리를 낼 수 있다는 점”이라며 “정부 내 각종 위원회가 넘치지만 국무회의 의결권도, 정책 실행 권한도 없어 유명무실한 경우가 많다”고 지적했다. ● 왜 여성들마저 “여가부 잘못 운영” 지적할까 여가부는 호주제 폐지, 성폭력 피해자 지원 조직인 해바라기 센터 설립, 성매매 피해자 보호, 직장 내 성희롱 근절, 아이돌보미 사업 등 다른 부처가 챙기지 못하는 이슈와 정책을 성평등 관점에서 꾸준히 제기해 왔다. 이런 성과에도 불구하고 여가부에 대한 여론은 그리 우호적이지 않다. 남성들에게는 “여성만을 위한 조직”이라는 거부감이 크다면, 여성들은 “존재 의미가 뭔지 모르겠다”고 비판한다. 지난해 12월 김정재 국민의힘 의원실이 의뢰한 여론조사에서 응답자의 72.3%가 ‘여가부가 잘못 운영되고 있다’고 답했는데, 남성(71.4%)보다 여성(74.3%)의 비판 목소리가 높았다. 부정적인 여론은 여가부가 자초한 측면도 적지 않다. 여가부는 윤미향 의원이 이사장을 맡았던 정의기억연대의 회계부정 의혹을 진상 조사하겠다며 국회가 자료 제출을 요구했을 때 끝내 응하지 않았다. 여당 소속 광역자치단체장들의 권력형 성범죄가 잇따랐을 때 피해 여성을 보호하기는커녕 정권의 눈치를 살피는데 급급했다는 비난을 받았다. 이정옥 전 장관은 서울과 부산시장 보궐선거가 치러지게 된 것에 대해 “국민 전체가 성인지 집단학습을 할 수 있는 기회”라고 발언해 사실상 경질되기도 했다. 이 전 차관은 “현 정부에서 젠더 이슈가 터졌을 때 여가부가 제 목소리를 낸 건 정현백 전 장관이 과거 여성 비하 발언으로 논란을 빚은 탁현민 청와대 행정관의 경질을 주장했던 순간밖에 없다”고 아쉬워했다. 그는 “권력형 성범죄 피해자들에게 여당이 ‘피해 호소인’ 운운했을 때 가만히 있는 여가부를 보며 여성들은 ‘여가부는 피해 여성의 권익은 뒷전이고 정치권의 눈치만 본다’는 생각을 할 수밖에 없었을 것”이라고 지적했다.● “여가부는 정부 내 야당…정파 관계없이 싫은 소리 내야” 여가부 폐지론이 야권의 공식 대선 공약이 될지는 아직 알 수 없다. 여당은 폐지 주장에 강하게 반대하고 있고, 야권 대선 후보군에서도 윤석열 전 검찰총장, 홍준표 국민의힘 의원 등은 ‘신중론’을 유지하고 있다. 대선 출마를 선언한 윤희숙 국민의힘 의원은 “여가부를 폐지한다고 문제가 크게 달라지지 않는다”며 “양성평등가족부로 개편해 역할을 재정립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원희룡 제주도지사 역시 “무슨 일이 생기면 ‘해경을 없앤다’ ‘한국토지주택공사(LH)를 없앤다’고 접근하는 것은 대안세력으로서의 신뢰를 떨어뜨린다”고 지적했다. 하지만 여가부가 스스로 존재 이유를 증명하지 않는 이상 ‘무용론’ ‘폐지론’은 반복될 수밖에 없다. 정치에 휘둘리는 구태에서도 벗어나야 한다. 이 전 차관은 “여가부가 정부 내 야당 역할이라는 기본 위치를 잊어선 안 된다”고 조언했다. 그는 “청와대나 공룡 부처들이 기존 관습에 얽매여 있을 때 양성평등에 기반한 새로운 의제를 개발하고 정부와 여당이 듣기 싫은 소리도 꾸준히 낼 수 있어야 한다”며 “젊은 세대에게 필요한 정책과 비전으로 조직의 신뢰를 되찾아야 한다”고 말했다.박성민 기자 min@donga.com}

    • 2021-07-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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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건설현장 추락사 5년새 1348명… 정부, 위험현장 집중점검

    지난달 22일 전북 전주시의 한 오피스텔 건설 현장에서 60대 근로자가 10m 아래로 추락해 숨졌다. 타워크레인과 건물을 연결하는 지지대를 철거하던 중 몸을 지탱하는 줄이 끊어진 것이다. 같은 달 21일에는 전북 익산시에서 공장 지붕을 고치던 50대 남성이 갑자기 지붕이 무너지면서 6m 아래로 떨어져 숨졌다.○ 건설 현장 사망자 10명 중 6명은 ‘추락사’ 6일 안전보건공단에 따르면 2016년부터 지난해까지 5년 동안 건설 현장에서 추락 사고로 숨진 근로자는 1348명이나 된다. 전체 건설 현장 사고 사망자 2376명 중 56.7%에 해당한다. 같은 기간 전체 산업재해 사고 사망자(4641명)의 29%가 건설 현장에서 추락해 숨진 셈이다. 추락 사망사고는 대표적인 후진국형 재해다. 안전설비를 제대로 갖췄거나 안전수칙만 지켰더라도 막을 수 있는 사고다. 현장의 사고 위험이 얼마나 큰지는 근로자들이 가장 잘 체감한다. 경기 부천시의 한 건설 현장에서 일하는 장모 씨(48)는 “고층 건물 바깥에 매달려 일할 때 작업 발판이 단단히 고정되지 않아 여러 번 떨어질 뻔했다”고 말했다. 지난해 추락사고로 숨진 236명 중 건물 바깥의 임시 가설물인 비계에서 떨어져 사망한 경우와 지붕 및 대들보에서 추락한 경우가 각각 47명으로 가장 많았다. 사망사고가 난 현장은 기본적인 안전설비마저 갖추지 않은 경우가 많다. 비계에 제대로 된 작업발판 대신 나무판자를 쓰다가 발판이 부서지거나 기울어져 추락한 경우도 있다. 안전 난간을 위아래로 이중 설치하지 않고 하나만 설치해 추락을 막지 못하는 일도 발생한다. 이런 사망사고는 대규모 건설 현장보다 중소 규모 현장에서 더 많이 발생한다. 지난해 건설 현장 추락사고 사망자의 87.3%(206명)는 공사 규모 120억 원 미만 사업장에서 숨졌다. 소규모 건설 현장일수록 안전시설을 위한 투자가 미흡해 사고 발생 가능성이 높았다. ○노후 크레인 교체, 1억 원까지 지원 선진국들은 이런 추락사고 사망을 줄이기 위해 현장관리자의 책임을 강화하고 있다. 영국은 2015년 ‘고소(高所) 작업에 관한 규정(Work at Height Regulations)’을 도입한 후 추락사고가 줄어들고 있다. 발주자를 포함한 모든 공사 관계자에게 근로자의 안전보건과 관련된 책임을 부여한 것이다. 이는 책임자들이 현장 특성에 맞는 안전관리 프로그램을 개발하도록 유도했고, 사고 위험을 낮추는 결과를 가져왔다. 싱가포르는 벌점 18점 이상이면 입찰 참여나 외국인근로자 채용을 제한하는 등 강력한 벌점 제도를 운영하고 있다. 정부도 건설 현장의 사고 위험 요소를 줄이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 넘어지거나 꺾이는 사고가 잦은 이동식 크레인과 추락사고 발생 위험이 큰 차량탑재형 고소작업대의 교체 비용을 지원하고 있다. 50인 미만 중소 사업장에서 기기를 교체할 경우 비용의 50%를 1억 원 한도 내에서 지원한다. 올해 이동식 크레인 2352대, 차량탑재형 고소작업대 694대를 교체할 예정이다. 또 공사 비용 50억 원 미만 건설 현장에는 일체형 작업 발판과 추락방지망 설치 비용을 3000만 원까지 지원한다. 최근에는 지붕 추락사고 방지를 위한 채광창 안전덮개와 안전블록 세트도 지원 대상에 추가했다. 정부는 현장점검을 강화하고 사고 위험 요인을 개선해 사망사고를 줄여 나갈 계획이다. 현장 점검(패트롤) 차량을 기존 108대에서 올해 404대로 늘렸다. 고용노동부는 이달부터 사망 확률이 높은 추락과 끼임 사고 위험 현장을 일제 점검한다. 고용부는 “특히 사망사고가 잦은 중소 규모 사업장을 집중 점검할 계획”이라며 “현장의 안전조치 이행을 독려해 산재 사망사고를 줄여 나가겠다”고 밝혔다.박성민 기자 min@donga.com}

    • 2021-07-0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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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퇴직연금 운용, 안전자산에 쏠려… 디폴트 옵션 도입 나서야”

    “디폴트 옵션(사전 지정 운용)을 도입해 퇴직연금 운용의 차별화를 유도해야 한다.”(박종원 서울시립대 경영대학 교수) “현재 퇴직연금 운용 포트폴리오는 99%가 안전자산에 쏠려 있다. 디폴트 옵션을 통해 이를 완화할 수 있다.”(남재우 자본시장연구원 연구위원) 30일 ‘100세 시대 퇴직연금, 왜 디폴트 옵션인가’를 주제로 동아일보와 채널A가 서울 종로구 포시즌스호텔에서 개최한 ‘제23회 동아모닝포럼’에서 디폴트 옵션 도입이 필요하다는 주장이 제기됐다. 디폴트 옵션은 퇴직연금 확정기여(DC)형 가입자가 별도 운용 지시를 하지 않으면 미리 설정된 상품에 투자하는 제도다. ‘쥐꼬리 수익률’로 노후안전망 역할을 못 한다는 비판을 받아온 퇴직연금을 적극적으로 운용해 수익률을 높이려는 취지다. 국내 퇴직연금의 최근 5년 연 환산수익률은 1.8%대에 그쳤다. 적립금(255조 원)의 89.3%가 원리금 보장 상품에 투자하고 있기 때문이다. 이날 참석자들은 적극적으로 퇴직연금 운용에 나서지 못하는 이유로 지나치게 복잡한 상품 구조를 지목했다. 김경록 미래에셋 투자와연금센터 대표는 “이탈리안 레스토랑에서 메뉴판이 어려워 쉬운 메뉴만 시키듯 투자 상품이 너무 어렵고 복잡하니 간단한 원리금보장형 상품만 선택하게 된다”고 말했다. 주제 발표에 나선 박종원 교수도 “디폴트 옵션을 도입하더라도 상품 구성을 단순화할 필요가 있다”고 강조했다. 디폴트 옵션 등으로 높은 수익률을 내고 있는 연금 선진국의 사례도 소개됐다. 미국은 DC형 가입자의 80%, 스웨덴은 92%가 디폴트 옵션을 활용한다. 남재우 연구위원은 “퇴직연금 도입 역사가 나라마다 달라 단순 비교는 주의해야 한다”면서도 “펀드 간 경쟁을 유도해 수수료를 낮추고 표준화된 항목 공시로 가입자의 선택을 돕는 호주의 사례는 참고할 만하다”고 말했다. 디폴트 옵션이 도입되면 금융 지식이 부족하거나 이직이 잦은 근로자는 상대적으로 손실 위험이 커질 수 있다는 우려도 제기됐다. 퇴직금 인출 시기에 수익률이 나쁘면 원금마저 잃을 수 있기 때문이다. 이런 이유로 은행과 보험업계 등에서 시장 변동성에 대비해 디폴트 옵션에 원리금보장형 상품을 넣어야 한다고 주장한다. 현재 국회에서는 디폴트 옵션 도입을 뼈대로 하는 근로자퇴직급여보장법 개정안 3개가 논의 중이다. 여당에선 수익률을 높이기 위해 운용 대상을 실적배당형 상품으로 제한한 반면 야당 안은 원리금보장형 상품을 포함하고 있다. 정승혜 모닝스타코리아 상무는 “시장 변동성 때문에 10년간 투자하면 3년은 손실이 발생할 수 있다. 투자 단절이 없어야 손실도 만회하고 장기투자에 따른 높은 수익률도 기대할 수 있다”고 주장했다. 김동현 고용노동부 퇴직연금복지과장은 “퇴직연금을 해지하지 않고 오래 운용할 수 있도록 세제 혜택 등 다양한 지원 방법을 고민하고 있다”고 밝혔다. 가입자 권리를 보호할 장치를 더욱 강화해야 한다는 지적도 나왔다. 유정엽 한국노동조합총연맹 정책본부장은 “퇴직연금 사업자의 사전 교육과 설명 의무를 강화하고 과도한 수수료를 어떻게 통제할지 더 고민해야 한다”고 말했다. 토론회 좌장을 맡은 윤석명 한국보건사회연구원 연구위원(한국연금학회장)은 “국회에 계류 중인 법안에는 운용사가 수수료 산정 기준을 제출하지 않아도 소액의 과태료만 내게 돼 있어 현실적이지 않다”며 제도 보완을 촉구했다. 안호영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금융회사들이 가입자의 수익률을 높일 수 있는 디폴트 옵션 상품을 적극 개발해야 한다”며 “가입자의 투자가이드를 위한 ‘연금 플래너’를 제도화할 필요도 있다”고 말했다.박성민 기자 min@donga.com}

    • 2021-07-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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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마니아들이 찾는 ‘빵지 순례’ 명소… ‘대빵’ 만나러 갑니다

    ‘빵지 순례(빵+성지 순례)’가 취미라면 대구는 꼭 들러볼 만한 도시다. 대구에서 시작해 전국구로 명성을 떨치는 빵집뿐 아니라 대구 사람만 안다는 숨은 빵집을 찾는 재미도 쏠쏠하다. ‘빵은 대구’라는 명성이 자자하던 1970, 80년대의 영광은 최근 다양한 토종 베이커리 브랜드가 재현하고 있다. 대구시는 ‘대구 빵이 최고’라는 의미의 ‘대빵’ 상표권을 등록하고 대구 명품 빵 알리기에 적극 나서고 있다.제2대 ‘대빵’ 후보는? 수형당 단팥빵, 고려당 앙금쿠키, 뉴욕제과 사라다(샐러드)빵, 뉴델제과 롤케이크, 풍차베이커리 모닝빵…. 모두 한 시대를 풍미한 대구의 대표 빵이다. 대형 브랜드 제과점과 패스트푸드 공세에 밀려 대부분 역사의 뒤안길로 사라졌지만 전통과 추억은 여전하다. 부침을 겪던 대구 제빵산업은 개성 있는 동네 빵집과 창고형 베이커리 등이 인기를 끌면서 부활하고 있다. 2019년 대구에서 제1회 대구 명품 빵 경연 대회가 열렸다. 33개 출품작 중 전문가와 시민 평가단이 뽑은 최고의 빵은 ‘애플모카빵’이었다. 겉은 은은한 모카향이 배어나고 속에는 달콤한 사과쨈이 듬뿍 담겼다. 대구 특산물인 사과를 활용해 더욱 눈길을 끌었다. 레시피를 전수받은 동네 빵집 22곳에서도 애플모카빵을 맛볼 수 있다. 10월에는 제2회 대구 명품빵 경연대회가 열린다. 애플모카빵의 뒤를 이을 대빵 후보에는 어떤 빵이 있을까. ‘안 먹어 본 사람은 있어도 한 번만 먹은 사람은 없다’는 ‘마약빵’도 대구에서 꼭 먹어야 할 빵이다. 소보로(곰보빵) 안에 통옥수수와 특제 소스를 첨가해 달콤하면서도 고소한 맛을 냈다. 대구 토박이인 64년 전통 ‘삼송빵집’의 대표 빵이다. 2008년 출시 때는 ‘통옥수수빵’으로 불렸지만 먹어 본 사람들이 중독성 있는 빵이라는 의미로 마약빵으로 부르기 시작했다. 경찰이 실제 빵 속에 마약 성분이 들었는지 현장 조사하는 해프닝도 있었다. 군산 이성당 야채빵, 대전 성심당 부추빵처럼 ‘로컬 빵’의 대명사로 자리 잡았다. 높은 인기에 힘입어 서울 대형 백화점에도 입점했다. 뻔한 고로케처럼 보이지만 ‘반월당고로케’는 다르다. 눅눅해지지 않고 바게트처럼 바삭한 식감을 유지한다. 밀가루 반죽부터 발효, 빵가루를 입히는 과정까지 연구를 거듭한 끝에 현재의 레시피를 찾았다. 부드러운 맛을 위해 3단계로 나눠 발효하는 것도 반월당고로케의 비법. 2010년 5가지로 시작한 메뉴는 카레, 김치, 땡초 등 20여 개로 늘었다. 한국보다 먼저 고로케가 인기를 끌었던 일본에서도 관심을 끌만큼 입소문이 났다. 골목상권을 살린 빵의 힘 모든 음식이 마찬가지이지만 빵 역시 맛뿐만 아니라 눈으로 즐기는 음식이다. ‘팩토리 09’의 ‘공구빵’도 그렇다. 도면만 있으면 탱크도 만들어낸다는 북성로 공구골목의 주물기술이 사장되는 것을 안타까워한 공예 디자이너가 아이디어를 냈다. 50년 경력의 장인이 빵틀을 만들었다. 쇠 냄새만 나던 북성로에 2017년부터 달콤한 빵 냄새가 풍기기 시작했다. 볼트, 너트, 멍키스패너 모양을 한 마들렌은 지역 명물이 됐다. 일본 관광객들은 ‘도쿄 바나나빵’을 떠올리며 반긴다. ‘대구근대골목단팥빵’은 온 가족이 머리를 맞대 탄생했다. 창업자 부부가 2년여에 걸쳐 크림 단팥앙금을 개발했다. 납작한 기존 단팥빵이 아닌 봉긋하게 부푼 모양으로 눈길을 끌었다. 미국 유학 중이던 딸은 젊은 층 입맛을 겨냥한 녹차와 생크림 같은 신 메뉴를 제안했다. 옛 풍취가 고스란히 남은 근대 골목에 중국 상하이 임시정부청사를 연상시키는 고풍스러운 매장을 열었다. 하루 15∼20번씩 갓 구운 빵이 나올 때마다 종이 울리는데, 손님들이 가장 북적이는 시간이다. 대구 달성군 가창면사무소를 중심으로 약 100m 거리엔 찐빵가게 10여 곳이 밀집해 있다. 양손으로 가르면 넉넉하게 가득 찬 팥소, 입안 가득 퍼지는 소박한 단맛과 폭신한 식감. 찐빵 마니아가 생기는 이유다. 찐빵거리에 가장 먼저 문을 연 ‘가창옛날찐빵손만두’는 팥소 단맛을 낮춘 대신 양은 50%가량 늘려 손님들 입맛을 사로잡았다. 같은 거리에 2호점까지 문을 연 ‘호찐빵만두나라’도 유명하다. 빵집에서 ‘겉바속촉(겉은 바삭하고 속은 촉촉하게)’의 대명사는 크루아상이다. ‘레이지 모닝’은 대구 크루아상 바람의 발원지다. 크림을 넣은 크루아상, 아몬드 크루아상, 크루아상 샌드위치 등이 인기다. 손님에게 가장 신선한 빵을 제공하기 위해 당일 판매 원칙을 지킨다. 남은 빵은 푸드뱅크에 기부한다.한약재 넣고, 방부제 빼고… 빵도 건강하게 ‘몸에 좋은 건강한 빵은 어떻게 만들까.’ ‘행복빵’은 한방종합병원과 한의과대학을 설립한 변정환 대구한의대 명예총장의 고민에서 탄생했다. 밀가루, 우유, 흰 설탕, 방부제를 쓰지 않는다. 대신 쌀가루와 율무, 현미, 두유를 사용하고 감초나 계피 같은 한약재를 첨가한다. 그야말로 제빵의 기본 원칙을 무시한 빵이다. 부드러운 식감을 내는 것도, 빵 모양을 잡는 것도 쉽지 않았다. 창업자는 “건강해야 행복하다”는 신념으로 개발비용 수억 원을 아끼지 않았다. 기존 빵보다 밀가루 반죽 숙성온도를 낮추고 굽는 온도를 높였다. 그렇게 쫄깃하고 담백한 한방 자연 발효빵이 탄생했다. 빵을 좋아해도 속이 불편해 마음껏 즐기지 못하는 이도 많다. 밀탑 베이커리, 신라호텔 출신의 제빵사가 차린 ‘오월의 아침’은 방부제 대신 천연발효종을 넣은 빵을 선보인다. 소화력이 떨어지는 고령자를 비롯해 건강에 관심이 높은 고객에게 인기다. 은행잎 모양 황금은행빵은 세계문화유산에 등재된 달성군 도동서원 은행나무를 모티브로 했다. 한방 먹거리 경연에서 입상한 십전대보빵도 유명하다. 9년 전 1500원이던 단팥빵 가격도 그대로다.창고형 베이커리로 진화 빵의 단짝은 커피다. 최근 대구는 빵의 도시이자 ‘카페 도시’로 주목받고 있다. 골목길을 따라 다양한 커피와 베이커리를 즐기는 카페 투어가 한창이다. 수년 전부터 자리 잡기 시작한 창고형 베이커리 카페들도 대구 여행에서 빼놓을 수 없는 즐거움이다. 프랑스어로 ‘깊은 숲속’이라는 뜻의 ‘오 퐁드 부아’는 넓은 통유리창과 높은 천장(8m) 덕에 식물원에 온 듯한 느낌을 준다. 슈바게트, 감자 크림 치아바타 등이 유명하다. 팔공산 가는 길이라면 조경이 아름다운 ‘헤이마’도 빼놓을 수 없다. 항상 손님으로 북적인다. 500년 된 향나무와 느티나무가 이색적인 건축물과 조화를 이룬다. ‘남산제빵소’는 대구를 대표하는 베이커리 북카페다. 한쪽 벽을 가득 채운 책장이 인상적이다. 테이블 간격이 넓어 옆 테이블 소리가 넘어오지 않는다. ‘마들렌 베이커리’는 대구 생크림 케이크 시대의 개척자다. 모둠 조각 케이크와 무스 케이크를 앞세워 버터 케이크에 길들어진 손님의 입맛을 바꿨다. 현재 15개의 직영점을 운영 중이다.박성민 기자 min@donga.com}

    • 2021-06-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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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요양병원 입원 갈수록 ‘바늘구멍’… “암 생존자 치료권 박탈하는 의료시스템 개선해야”

    2018년 여름 식도암으로 전남 담양군의 한 요양병원에 입원 중이던 김성주 씨(59)의 동료 환자 10여 명은 갑작스러운 퇴원 통보를 받았다. 병원 측은 건강보험심사평가원(심평원)이 입원진료비에 대한 건강보험 급여를 전액 삭감했으니 하루빨리 병상을 비워 달라고 했다. 불필요한 입원을 막아 건강보험 재정 누수를 줄이겠다는 것이 심평원이 밝힌 삭감 이유였다. 환자들은 크게 반발했다. 심평원은 “외박이나 외출이 잦은 환자들은 입원보다 통원치료가 바람직하다”고 했지만 실제 환자들은 방사선 치료 등 추가 치료를 위해 외박이 불가피한 경우도 많았다. 심평원은 “단체가 아닌 개인 민원은 일일이 상담할 수 없다”며 항의 방문한 환자들을 돌려보내기도 했다. 20년 경력의 수학 강사이자 네 식구의 가장이었던 김 대표가 한국암환자권익협의회를 만들기로 결심한 순간이었다. 14일 서울 여의도 국회 앞에서 만난 김 대표는 “협의회를 함께 만든 40명 중 9명이 1년 안에 세상을 떠났고 퇴원 후 두 달 만에 사망한 회원도 있다”며 “당시 입원 적정성 판단이 얼마나 잘못됐는지 보여주는 것”이라고 말했다. ○암 생존율 70%… 하지만 갈 곳이 없다 김 대표 역시 8년째 암과 사투를 벌이고 있다. 식도와 위, 폐 일부를 잘라냈다. 한때 76kg까지 나갔던 몸무게는 47kg까지 줄었다. 내 몸 건사하기에도 여념이 없을 암 환자가 ‘무보수’ 대표를 맡아 총대를 멘 이유는 뭘까. 김 대표는 “암 생존자들이 갈 곳이 없기 때문”이라고 했다. 암 등록통계에 따르면 국내 암 환자는 2018년 말 기준 200만 명을 넘었다. 2019년엔 약 32만 명이 암 진단을 받았고, 8만여 명이 암으로 숨졌다. 암 진단 후 5년 이상 생존할 확률은 57.8%. 일반인의 기대 생존율과 비교한 5년 상대 생존율은 70%가 넘었다. 하지만 암 완치율이 높은 것과 암 생존자 돌봄이 잘되느냐는 다른 문제다. 특히 암 환자의 요양병원 입원은 갈수록 어려워지고 있다. 2017년 보험사들은 요양병원 입원치료는 암 치료 목적의 의료행위가 아니라며 보험금 지급을 거절했다. 최근엔 심평원이 요양병원 입원 조건을 ‘매일 마약성 진통제를 정맥 주사로 투여하는 환자’로 기준을 강화해 논란이 됐다. 김 대표는 “주사제 처방을 받는 환자는 호스피스 병동에 있을 법한 말기 암 환자들이고, 암 환자 대다수는 경구용이나 패치용(부착형) 진통제를 처방 받는다”며 “사실상 암 환자는 요양병원에 입원하지 말라는 뜻”이라고 주장했다. 그는 “요양병원의 부당 수급 관행이 문제라면 암 환자 특성에 맞는 환자 분류 기준과 요양기관 등 맞춤형 사후관리 시스템이 필요하다”고 덧붙였다.○환자는 ‘을’… 진료실 안 권익 침해도 심각 김 대표가 만든 식도암 환자 단체 채팅방에는 하루 평균 500개 이상의 질문과 답변이 쌓인다. 열이 나는데 바로 병원에 가야 하는지, 특정 치료제가 급여 대상인지 등을 묻는 환자들이다. 병원에서 당한 부당한 처우를 호소하는 환자들도 있다. 한 환자는 수술하면 목소리를 잃을 수 있다는 의사의 말에 수술 여부를 5분만 고민해 보겠다고 했다가 “방에서 당장 나가라” “기기를 직접 사서 치료하라”는 등의 폭언을 들어야 했다. 김 대표는 “내성이 생겨서 다른 약을 써야 한다던 의사가 신약 임상시험에 참여하라고 강요하며 6주 동안 약을 바꿔주지 않아 가슴을 졸인 환자도 있다”고 전했다. 김 대표는 주요 대형 병원에 쏠리는 암 진료 시스템의 폐해라고 지적한다. ‘진단-치료-퇴원’이 톱니바퀴처럼 돌아가야 하는 구조에서 환자 특성에 맞는 교육 등 ‘케어 플랜’을 제공할 여유가 없다는 것이다. 김 대표는 “국민 5명 중 1명은 본인이나 가족이 암 유병자인 셈”이라며 “암 생존자의 삶의 질을 높이는 방안을 정부와 의료계, 환자들이 함께 논의해야 한다”고 촉구했다.박성민 기자 min@donga.com}

    • 2021-06-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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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국민 70%가 찬성하는데 대체휴일 확대 망설이는 이유는?[박성민의 더블케어]

    이번 주 직장인들을 가장 들뜨게 만든 건 아마 하반기에 ‘빨간 날’이 4일 더 늘어날지도 모른다는 뉴스였을 겁니다. 15일 더불어민주당이 현재 설과 추석, 어린이날에만 적용되는 대체공휴일을 모든 공휴일로 확대하는 내용의 법안을 6월 임시국회에서 통과시키겠다고 밝힌 건데요, 이렇게 되면 올해 주말과 겹치는 광복절과 개천절, 한글날, 크리스마스에 하루씩 대체공휴일이 생기게 됩니다. 여야 간 이견이 크지 않아 쉽게 국회를 통과할 것으로 기대했지만 대체공휴일 확대 논의는 하루 만에 제동이 걸렸습니다. 다음날 국회 행정안전위원회 법안소위원회에서 정부가 대체공휴일 확대에 난색을 표한 겁니다. 일단 다음주(22일)에 논의를 계속한다고 하니 아직 불씨가 완전히 꺼진 것은 아닙니다. 정부는 일단 광복절을 임시공휴일로 지정하는 방안을 검토 중입니다. ● 정부는 왜 제동 걸었나 정부가 여론 눈치를 봤다면 당연히 대체공휴일을 늘리자고 할 겁니다. 실제로 서영교 더불어민주당 의원(국회 행정안전위원장)이 티브릿지코퍼레이션에 의뢰해 18세 이상 국민 1012명을 대상으로 한 설문조사에서 응답자의 72.5%가 대체공휴일 확대에 찬성했습니다. ‘더 쉬고 덜 일하자’는 법안이니 아무래도 반대보단 찬성이 많을 수밖에 없겠죠. 하지만 대체공휴일 확대가 마냥 여론만 따르기에는 조심스러운 측면이 많습니다. 한국의 장시간 근로 및 경직된 휴가 사용 문화, 노동양극화 등이 얽히고설킨 ‘고차 방정식’인 셈이죠. 정부가 신중할 수밖에 없는 가장 큰 이유는 영세사업장과 근로자들의 피해가 우려되기 때문입니다. 현행 근로기준법상 5인 미만 사업장은 유급휴일 대상이 아닙니다. 마냥 대체공휴일을 늘리는 건 영세사업장 근로자들의 상대적 박탈감을 초래할 수밖에 없습니다. 5인 미만 사업장에도 대체공휴일을 적용하려면 근로기준법을 손 봐야 하고, 그럴 경우 하루만 쉬어도 손실이 큰 영세사업장에는 타격이 불가피합니다. 공휴일에 문을 열려면 1.5배 가산임금을 지급하는 등 추가 인건비 부담도 생길 테니까요. ● ‘4조 원 경제효과’에서 소외된 사람들 공휴일 확대가 필요하다는 정치권 주장이 인기에 영합한 ‘표퓰리즘’이자, 단기간 내수 진작 효과만을 위한 땜질 처방이라는 지적도 나옵니다. 한 노동문제 전문가는 이렇게 말합니다. “여전히 주 40시간(법정 근로시간)이 아닌 주 52시간(연장근로 포함)을 기준으로 일하는 직장인이 많고, 과로로 사망하는 근로자도 적지 않습니다. 제대로 된 장시간 근로 해결책은 제시하지 않고 마이너 한 문제에 천착하고 있습니다.” 정치권에서는 대체공휴일 확대 필요성으로 경제 효과를 강조합니다. 여행객이 늘어나고, 소비를 더 할 테니 경기 활성화에 도움이 될 거라는 주장입니다. 지난해 광복절 임시공휴일 지정을 앞두고 현대경제연구원은 “전체 경제 효과 4조2000억 원, 하루 소비지출 2조1000억 원, 3만6000명의 고용유발 효과가 발생할 것”이라고 전망하기도 했습니다. 하지만 총량으로 표현되는 이런 숫자의 낙수 효과가 모든 국민에게 고루 퍼지는 건 아닙니다. 가동을 멈춘 공장이나 하루치 급여를 날린 일용직 근로자에겐 마이너스 효과일 수도 있습니다. 여당이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여파로 침체된 경기와 국민 불만을 잠재우기 위해 가장 쓰기 쉬운 카드를 꺼낸 건 아닌지 짚어봐야 하는 이유입니다. ● 수당 받으려고 연차 안 쓴다고요?쉬는 날을 더 늘리면 안 된다고 무조건 반대만 하는 기업들 주장에도 문제가 있습니다. 특히 “한국의 공휴일은 15일로 다른 나라들보다 오히려 많은 편이다. 대체공휴일을 더 늘릴 필요가 없다”는 주장이 그렇습니다. 물론 미국(연방 기준 10일), 독일(10일), 프랑스(11일), 호주(12일) 등의 사례를 보면 맞는 말 같습니다. 하지만 근로자들이 실제로 얼마나 쉴 수 있느냐는 직장에서 보장받는 연차휴가까지 고려해야 합니다. 국회입법조사처의 ‘근로자의 연차휴가 사용 실태와 시사점’ 보고서에 따르면 프랑스, 독일, 영국 등 유럽 국가 중 상당수는 25~30일의 연차휴가를 보장 받고 거의 다 소진하고 있습니다. 네덜란드, 벨기에, 호주 등도 20일 이상입니다. 한국은 어떨까요. 지난해 문화체육관광부가 발표한 ‘2020 근로자 휴가조사’를 찾아봤습니다. 설문에 응답한 5000명의 근로자들은 평균 15일의 연차휴가가 생기지만 실제 사용한 날은 10.9일에 그쳤습니다. 이마저도 2017년 14.5일 발생, 8.5일 사용에 비해선 크게 나아진 결과입니다. 연차휴가 소진율은 72.4%에 그쳤습니다. 기업들은 “연차를 더 쓰면 되지 않느냐” “수당을 받으려고 연차를 안 쓰고선 쉴 권리를 주장한다”고 항변합니다. 같은 설문조사를 보겠습니다. 연차를 사용하지 않는(못하는) 이유에 대해 ‘연차 수당을 받아서’라는 답변이 21.8%로 가장 많은 건 맞습니다. ‘특별한 휴가 계획이 없다’는 응답도 12.6%였습니다. 대략 3명 중 1명은 자발적으로 연차를 덜 썼다고 봐도 되겠지요. 하지만 △대체 인력이 부족해서(15.9%) △업무량 과다(14.4%) △다른 사람과 협업 때문에(9.8%) △작업 일정 때문에 시기를 놓쳐서(7.9%) △상사의 눈치(5.3%) 등 절반 이상(53.3%)은 연차를 쓰기 힘든 직장 환경 때문에 쉴 권리를 포기한 경우입니다. ● ‘경제 효과’ 보단 ‘쉴 권리’ 확대에 초점 맞춰야주 52시간제 도입 후 근로 시간이 많이 줄었다고 하지만 한국의 연간 근로 시간은 2019년 기준 1967시간으로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국가 중 3위입니다. 가장 짧은 덴마크(1380시간)에 비하면 연간 73일(하루 8시간 근무 기준)을 더 일하는 셈이죠. 주당 5일씩 일한다고 봤을 때 14주, 1년에 거의 석 달을 더 일한다는 의미입니다. 1년에 2, 3일에 불과할지라도 근로 시간을 조금이나마 줄이는 노력이 필요한 이유이기도 합니다. 대체공휴일 확대 법안은 2008년 윤상현 무소속 의원(당시 한나라당)이 처음 발의했습니다. 기업들의 강한 반대를 이겨내고 2014년부터 대체공휴일이 지정됐습니다. 문제는 대체공휴일제 도입 후에도 15일의 공휴일 중 연평균 3일이 주말과 겹치다보니 그 효과가 크게 다가오지 않았다는 점입니다. 2018년엔 69일(일요일 포함), 올해는 64일 등 해마다 공휴일 수 편차도 컸습니다. 내수진작 효과만 앞세운다면 대체공휴일 확대 주장은 설득력을 얻기 어렵습니다. 수혜를 누리지 못하거나 손해를 보는 업종이나 직종도 많기 때문이죠. 대체공휴일 확대는 아직 시기상조라는 게 정부 입장이라면 모든 근로자들이 차별 없이 ‘빨간 날’을 누릴 수 있도록 근로기준법 등 제도적 보완책 마련도 서둘러야 할 것입니다.박성민 기자 min@donga.com}

    • 2021-06-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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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30만km 이상 주행”… 수소차 내구성 개선 사업 급가속

    기후 위기에 직면한 세계의 공통 목표는 ‘2050년 탄소중립’이다. 탄소중립은 이산화탄소를 배출한 만큼 이를 흡수하는 대책을 만들어 실질적인 온실가스 배출량을 ‘0’으로 만든다는 의미다. 지난해 정부가 발표한 한국판 뉴딜의 한 축인 그린뉴딜 역시 탄소의존형 경제를 친환경, 저탄소의 그린 경제로 전환해 기후 위기에 선제적으로 대응하는 데 초점을 맞췄다. 탄소중립의 성패는 온실가스를 일으키는 기존 에너지원을 친환경으로 대체하거나 배출 저감 기술을 얼마나 빨리 상용화하느냐에 달렸다. 수년 전까지만 해도 생소했던 수소산업은 탄소중립의 핵심으로 꼽히며 산업 지형도를 바꾸고 있다. 수송 부문에서는 수소전기차(FCEV)가 주목받고 있다. 2013년 세계 최초로 수소전기차를 양산한 현대자동차는 2030년까지 연간 수소전기차 생산량을 50만 대까지 늘린다는 목표를 세웠다. 올 초 발표된 정부의 ‘제4차 친환경 자동차 기본계획’에 따르면 전국 어디서든 30분 안에 충전소에 갈 수 있도록 2025년까지 충전소 450곳을 확충할 예정이다. 이를 바탕으로 2025년까지 283만 대, 2030년까지 785만 대의 친환경차(전기차 포함)를 보급하는 것이 목표다. 민관이 이처럼 수소전기차 공급에 적극적인 이유는 온실가스 배출량에서 수송 부문이 차지하는 비율이 낮지 않기 때문이다. 2018년 기준 국내 온실가스 배출량은 7억2760만 t인데 이 중 수송 부문이 9810만 t으로 전체 배출량의 13.5%였다. 정부는 2030년까지 수송 부문 예상 배출량의 29.3%를 감축한다는 목표를 세웠다. 수소전기차 보급을 늘리기 위해선 인프라 확대와 함께 기존의 내연기관을 대체하는 연료전지의 내구성을 개선하는 것이 중요하다. 현재 국내에서 운행 중인 수소전기차 넥쏘의 연료전지 보증 기간은 16만 km로 내구성 향상을 원하는 소비자가 많다. 이를 위해 산업통상자원부와 한국자동차연구원은 수소전기 택시를 대상으로 수소 저장 및 운전 장치의 내구성 검증 기술을 개발하는 사업을 진행 중이다. 2019년부터 수소전기 택시 20대를 서울에서 운행하며 누적 주행 거리에 따른 공기압축기, 수소 공급 밸브 등 12개 핵심 부품의 내구성과 고장 시나리오 등을 연구하고 있다. 누적 주행거리 30만 km를 넘기는 것이 목표다. 실제 수소전기차를 운행해 본 택시 기사들의 반응도 좋다. 김모 씨는 “엔진 소음과 진동이 없어 승차감이 좋다는 손님이 많다”며 “운전을 하면서도 환경에 기여한다는 점에 자부심을 갖는다”고 말했다. 수소택시를 운영 중인 삼환택시 이성우 상무는 “충전소가 늘어나고 장거리 운행도 가능해지면 수소전기차 도입이 더 빨라질 것 같다”고 말했다. 수소전기차 상용화와 시장 선점을 위한 민관 협력도 활발하다. 자동차연구원은 수소전기 상용차(4∼5t급)용 연료전지 냉각시스템을 개발했고, 현대차는 이 기술을 바탕으로 세계 최초 수소트럭인 엑시언트 퓨얼셀을 개발했다. 지난해 스위스 수출을 시작으로 2025년까지 1600대를 공급할 예정이다. 허남용 한국자동차연구원장은 “친환경차는 우리 삶 가까이 와 있다”며 “연료전지 시스템 등 내구성을 개선해 수소전기차 상용화를 앞당기겠다”고 말했다. 박성민 기자 min@donga.com}

    • 2021-06-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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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시, 취직, 보험 때문에 정신과 안 간다고요?[박성민의 더블케어]

    경찰 공무원 시험을 준비하는 김모씨(25)는 최근 우울감이 심해져 학교 상담센터를 다니고 있다. 센터에서는 병원에서 약 처방을 받을 것을 권유했지만 영 내키지 않는다. 인터넷 커뮤니티 등에서 “정신질환 진료기록이 있으면 임용에 불리할 수 있다”는 얘기를 심심찮게 봤기 때문이다. 김 씨는 “‘기록이 남지 않도록 비급여로 진료 받으면 된다’는 조언도 있어 병원에 가야할지 고민 중”이라고 했다. 공무원 준비생들이 이런 고민을 하는 데는 ‘정부가 진료기록을 열람할 수 있다’는 오해와 불신 때문이다. 경찰 공무원 임용 대상자는 ‘정부, 지자체, 국민건강보험공단 등의 전산시스템 정보를 경찰청이 요청, 조회해 채용 목적으로 활용하는 데 동의한다’는 내용의 개인정보 제공 동의서를 제출해야 한다. 하지만 건보공단이 제공하는 정보는 ‘4대보험 가입 여부’다. 진료 정보는 본인 동의 없이는 제3자가 열람할 수 없다. 물론 신체검사에 정신질환 여부를 묻는 항목이 있다. 하지만 현행 공무원임용시험령은 신체검사 불합격 기준을 ‘업무 수행에 큰 정신 계통의 질병’으로 규정하고 있다. 가벼운 우울증 정도는 임용에 불이익이 생기지는 않는다는 의미다. 전문가들은 “정신질환 진료 기록이 취업이나 입시에 불리하게 작용한다는 오해 때문에 치료시기를 놓치고 병을 키우는 10대와 20대가 적지 않다”고 우려한다. ● 10, 20대는 입시·취업 걱정, 30대는 ‘보험 불이익’ 우려 건보공단에 따르면 지난해 우울증이나 조울증 등 기분장애로 병원을 찾은 환자는 100만 명을 넘었다. 정신질환 평생 유병률(2016년 기준)은 25.4%에 이른다. 국민 4명 중 1명은 살면서 한 번은 정신질환을 앓는다는 의미다. 이처럼 흔한 질병이지만 아직 국내에서 ‘정신과(정신건강의학과)에 다닌다’고 말하는 게 쉽지 않다. 정신 질환에 대한 부정적 인식과 제도적 불이익에 대한 우려 때문이다. 최근 이와 관련된 흥미로운 연구 결과가 발표됐다. 박지은 서울대병원 정신건강의학과 교수팀은 2016년부터 2019년 7월까지 블로그와 커뮤니티, 트위터의 정신질환 관련 게시 글 9223만여 건을 수집해 통계적으로 유의미한 609만2369건을 분석했다. 그 결과 34%는 ‘제도적 불이익’ 때문에 병원에 가지 않는 것으로 드러났다. 불이익과 관련해 이들이 언급한 가장 흔한 키워드는 ‘기록’ ‘공무원’ ‘보험 가입’이었다. 전체 키워드를 세대별로 보면 10대는 ‘기록’ ‘미친 사람’ ‘대학’ 순이었고, 20대는 ‘기록’ ‘공무원’ ‘불이익’, 30, 40대는 ‘기록’ ‘미친 사람’ ‘부작용’ 순이었다. ‘정신과 진료=취업 불이익’이라는 인식이 바뀌지 않는 것은 실제로 많은 직업군에서 정신 질환을 결격 사유로 여기기 때문이다. 물론 총포·도검 등의 판매, 마약류 수출입업, 어린이집 설치·운영처럼 공공의 안전이나 공중 위생과 직결된 분야의 경우 자격 제한이 필요한 경우도 있다. 하지만 현행법이 정신질환자의 직업 선택권을 과도하게 규제하고 있다는 지적도 적지 않다. 이동진 서울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의 ‘정신과 진단 관련 법적·제도적 차별과 개선 방향’ 연구에 따르면 미용사, 사회복지사, 말조련사 등 18개 직군이 전문의의 적합성 판단에 따라 정신 질환이 있을 경우 자격 취득이 제한된다. 문제는 이런 규정이 질환의 경중이나 치료 경과는 고려하지 않고 정신질환자를 사회에서 배제시키는 수단으로만 작동할 가능성이 높다는 것이다. 국가인권위원회도 2018년 정신장애인의 자격·면허 취득 결격 조항을 폐지하거나 완화하고, 사회복지사 자격 취득 결격 조항을 폐지할 것을 권고했다. 현행 기준이 정신질환자의 업무 수행 능력이나 위험성을 판단하는데 적절치 않다는 이유에서였다. 박 교수는 “전문의들도 과거 병력(病歷) 조사나 짧은 면담만으로 정신질환자의 업무 능력이나 위험도를 판단하는 것은 거의 불가능하다”며 “각 직종별 특성에 맞춰 결격 사유를 걸러내는 시스템을 만들어야 한다”고 강조했다. ● 치료 늦어 병 키우는 아이들 사회적 편견이나 불이익을 우려해 정신과 진료를 꺼리는 부모 때문에 치료 시기를 놓치는 아이들도 적지 않다. 30대 워킹맘인 정모씨는 언어 발달이 느린 아들(5)을 소아정신과에 데려가고 싶지만 기록이 남아 향후 보험 가입이나 진학, 취업 때 불이익이 남을까봐 망설이고 있다. 대신 혼자 공부하면서 병원 밖에서 시도할 수 있는 치료법이나 상담기관을 알아보고 있다. 소아정신과 전문의인 배승민 가천대 길병원 교수는 이런 경우를 마주할 때가 가장 안타깝다. 배 교수는 “공인되지 않은 기관에서 비싼 돈을 들여 치료하다가 상태가 악화된 뒤에야 병원을 찾는 부모가 적지 않다”며 “뇌가 발달하는 시기에 있는 아이들은 어른들보다 조기에 치료를 시작해야 후유증을 줄이고 재발 가능성도 낮출 수 있다”고 말했다. 전문가들은 정신과 진료의 문턱을 맞추려면 정신 질환에 대한 차별 요소를 없애는 게 급선무라고 강조한다. 보험 가입 제한이 대표적이다. 물론 보험금 지불 위험이 현저히 높은 고객의 가입을 거절하는 것은 보험사의 권리다. 하지만 가벼운 정신질환이나 상담·처방 기록 등으로 차별하는 것은 법 위반 소지가 크다. 지난달 인권위도 보험사가 불안장애 환자의 보험 가입을 거부한 것이 합리적 이유가 없는 차별이라며 적절한 보험 인수 기준을 마련하라고 권고했다. 하지만 보험사들은 여전히 “다른 고객을 위해서라도 보험사의 손해를 방지하는 것이 보험사의 고유한 권리”라며 맞서고 있다. 실제로 해외에서는 보험사들이 다양한 계약기준을 만들어 정신질환자들의 보험 가입 권리를 보장한다. 보험연구원이 2018년 발표한 ‘정신질환 위험보장 강화 방안’ 보고서에 따르면 외국 보험사들은 불안장애의 경우 진단 시기 및 빈도, 자살 생각 여부, 의료 이용 횟수 등에 따라 조건을 달리해 가입을 허용한다. 보고서는 “(국내 보험사들은) 중증 정신질환뿐 아니라 경증 질환도 위험성을 높게 일반화해 가입을 제한하고 있다”며 “정신 질환에 대한 구체적인 인수 기준을 만들어야 한다”고 지적했다. 정신 질환이 있으면 실제 보험금 지급 가능성이 높아지는지 잘 따져 봐야 한다는 지적도 있다. 배 교수는 “정신과 치료를 마쳤거나 꾸준히 다니는 환자는 그만큼 본인 건강에 관심이 많다는 의미다. 오히려 다른 질환을 일찍 발견하거나 발생 가능성이 낮아 치료비가 적게 들 수도 있다”며 “건강검진을 잘 받는 사람에게 보험료 인센티브를 주듯 정신질환자에 대한 보험사의 평가도 달라져야 한다”고 말했다.박성민기자 min@donga.com}

    • 2021-06-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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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사라진 ‘빨간 날’ 돌아온다 … 올 대체공휴일 확대 급물살

    ‘일(日), 일, 일, 토(土), 토.’ 올해 남은 달력을 보고 한숨을 내쉬는 직장인이 적지 않다. 연말까지 추석 연휴를 제외하면 평일에 쉬는 날이 하루도 없다. 현충일과 광복절, 개천절은 일요일이고 한글날과 성탄절은 토요일과 겹쳤다. 2018년 69일이었던 공휴일(일요일 포함)은 올해 64일로 닷새나 줄었다. 내년에도 마찬가지다. 일요일을 제외한 총 15일의 공휴일 중 6일이 주말과 겹친다. 직장인 정성윤 씨(36)는 “주중 ‘빨간 날’이 많은 2024년만 손꼽아 기다리고 있다”고 말했다. 2024년은 설 연휴 등 3일이 주말과 겹치지만 대체공휴일 2일이 생겨 ‘휴일 손실’이 상대적으로 적은 해다.○ 연평균 ‘3일’ 공휴일과 주말 겹쳐 이르면 하반기부터 이 같은 ‘휴일 가뭄’이 해소될지도 모른다. 여야는 6월 임시국회에서 대체공휴일을 확대하는 방향으로 의견을 모은 것으로 전해졌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사태로 경제 활동이 얼어붙은 상황에서 여행 등 내수 진작 효과를 기대하는 것이다. 현행 대체공휴일은 명절 연휴가 일요일과 겹치거나 어린이날이 주말일 때만 지정된다. 명절 연휴 사흘 중 이틀이 주말이더라도 대체공휴일은 하루뿐이다. 대체공휴일제가 도입된 2014년부터 지난해까지 15일의 공휴일을 모두 쉰 해는 없다. 공휴일이 주중이었던 날은 10∼14일이었고 연평균 3일은 주말과 겹쳤다. 공휴일 확대 요구가 단순히 덜 일하고 더 쉬고 싶다는 직장인들의 투정인 걸까. 사실은 정부와 국회도 10년 넘게 검토해 온 정책이다. 현 정부도 출범 첫해 국정과제 중 하나로 ‘2022년까지 대체공휴일 확대’를 내걸었다. 여야가 공휴일 확대에 공감대는 이뤘지만 공휴일이 며칠이나 더 늘어날지는 미지수다. 발의된 법안마다 세부 내용이 다르다. 기업 등의 반발을 고려해 확대되는 공휴일 수를 조절할 것으로 보인다. 강병원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지난달 대표발의한 ‘공휴일에관한법률안’은 대체공휴일제도를 모든 공휴일에 적용하는 내용이다. 식목일, 근로자의 날, 어버이 날, 노인의 날 등을 공휴일로 지정해 쉴 권리를 확대하자는 법안도 있다. ‘요일지정휴일제’도 대안으로 꼽힌다. 미국은 연방 공휴일 기준 10일 중 6일, 독일은 10일 중 4일, 호주는 12일 중 7일을 특정 요일을 지정해 쉰다. 대개 월요일이다. 1974년부터 모든 공휴일에 대체공휴일제를 도입한 일본도 바다의 날, 경로의 날 등 4일은 ‘해피 먼데이’로 정해 토∼월요일 3일 연휴를 보장하고 있다. 현재 국회에도 한글날, 어린이날, 현충일을 요일 지정 휴일로 만들자는 법안이 계류돼 있다. 공휴일 확대는 한국의 장시간 근로 문제와도 관련이 깊다. 한국의 연간 근로시간은 2019년 기준 1967시간으로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국가 중 세 번째로 길다. 김승택 한국노동연구원 부원장은 “모든 공휴일은 아니더라도 2, 3일 정도는 추가로 대체공휴일을 지정하거나 요일지정제 도입을 고려해볼 만하다”며 “기념식은 해당 날짜에 진행하고 쉬는 날만 요일을 지정할 수도 있다”고 말했다. ○경제 효과, ‘24조 원’ vs ‘―32조 원’ 공휴일 확대를 가장 반대하는 곳은 재계다. 근로일수 감소로 인한 생산성 악화 등 부작용이 크다는 것이다. 공휴일에도 문을 여는 사업장은 1.5배 가산 임금 등 추가 인건비 부담도 발생한다. 대체휴일 도입 논의가 한창이던 2013년 경영계는 32조 원의 경제적 손실을 주장한 반면 찬성 측은 기업의 비용 증가를 고려하더라도 24조 원의 순편익이 발생한다고 맞섰다. 장정우 한국경영자총협회 노동정책본부장은 “주52시간제 도입으로 근로시간이 줄었는데 공휴일까지 늘리면 영세 기업의 부담이 너무 커진다”고 주장했다. 공휴일 확대가 ‘휴일양극화’를 초래할 수 있다는 우려도 나온다. 현재도 5인 미만 사업장은 근로기준법이 부분적으로만 적용돼 공휴일이 보장되지 않는 사각지대다. 박소민 노무법인 와이즈 대표는 “공휴일 확대가 전 국민의 쉴 권리를 보장한다는 취지라면 5인 미만 사업장에도 예외가 없어야 한다”고 주장했다. 박성민 기자 min@donga.com}

    • 2021-06-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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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삼성증권, ‘중개형 ISA’ 잔액유지 고객 대상 이벤트

    삼성증권은 ‘투자 중개형 개인종합자산관리계좌(ISA)’ 고객을 대상으로 커피 기프티콘과 현금 리워드(보상)를 제공하는 ‘투자에 진심인 편, 삼성증권 ISA’ 이벤트를 진행한다고 1일 밝혔다. ‘절세 시작’ 이벤트를 통해 10만 원 이상을 순입금한 뒤 이달 말까지 해당 금액 이상의 잔액을 유지하면 스타벅스 커피 기프티콘을 준다. ‘절세 응원’ 이벤트는 300만 원 이상 1000만 원 미만 금액을 중개형 ISA에 순입금한 뒤 해당 금액 이상의 잔액을 유지하면 3만 원 상당의 리워드 혜택을 받을 수 있다. 금액이 1000만 원 이상이면 5만 원으로 혜택이 늘어난다. 삼성증권은 올 연말까지 중개형 ISA 통장을 개설한 모든 고객에게 온라인 주식 거래 수수료 우대 혜택을 평생 제공하는 이벤트도 진행 중이다. 중개형 ISA는 2016년 도입된 ISA를 업그레이드한 금융투자 종합관리 통장으로 올 2월 삼성증권이 국내에서 처음으로 선보였다. 기존 ISA 통장에서 주식 매매가 되지 않는 점 등을 개선했다. 주식이나 펀드 등 다른 상품과 손익 통산이 가능하다. 합산 손익 200만 원(서민형 가입자는 400만 원)까지 비과세 혜택을 받을 수 있고, 초과분은 9.9%로 저율 과세된다. 만 19세 이상이면 소득이 없어도 가입할 수 있다. 의무가입 기간은 3년, 납입 한도는 연간 2000만 원이다. 최근 증시 호황에 힘입어 중개형 ISA 가입 고객도 증가하는 추세다. 금융투자협회에 따르면 4월 말 기준 7개 증권사의 중개형 ISA 가입자는 58만 명이 넘었다. 투자금은 6888억 원에 이른다.박성민 기자 min@donga.com}

    • 2021-06-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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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어린이 교통안전 주제 그림 공모 벤츠, 이달까지 홈피서 작품 접수

    메르세데스벤츠 사회공헌위원회는 서울시, 사회복지법인 아이들과미래재단과 함께 ‘제5회 플레이더세이프티(Play the Safety) 그림 공모전’을 개최한다. 플레이더세이프티는 아이들이 다양한 체험을 통해 교통안전 수칙을 배우도록 돕는 어린이 맞춤형 교통안전 캠페인이다. 이번 공모전의 주제는 ‘나와 친구, 나와 가족이 함께 잘 지켜야 하는 어린이 교통안전을 그려 보아요’다. 참가 대상은 초등학생으로 5월 31일까지 ‘메르세데스벤츠 모바일키즈’ 공식 홈페이지에 그림을 촬영 또는 스캔해 제출하면 된다. 친구와 동반 제출한 선착순 100명(50팀)에게는 플레이더세이프티 어린이 교통안전 홈보드 게임을 준다. 수상자는 서울시장상 20명, 메르세데스벤츠 사회공헌위원회상 20명, 장려상 60명이다. 수상작은 6월 22일 공식 홈페이지를 통해 발표된다. 부상으로 아이패드 미니, 문화상품권 등이 주어진다. 토마스 클라인 메르세데스벤츠 사회공헌위원회 의장은 “앞으로도 아이들과미래재단과 함께 어린이 교통안전 의식을 제고할 수 있는 다양한 활동을 펼쳐 나가겠다”고 말했다.박성민 기자 min@donga.com}

    • 2021-05-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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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비정신과 의사들 “SSRI 항우울증약 처방 제한 풀어야”

    충남 홍성군에 위치한 삼성연합의원 현영순 원장은 환자들에게 정신건강의학과 진료를 권하는 게 주요 일과 중 하나다. 환자의 30%가량은 노인성 우울증 치료가 시급한 상태다. 하지만 고령 환자 대다수는 정신건강의학과 진료에 거부감이 크다. 현 원장은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사태 이후 이웃과 교류가 줄어들면서 고립감을 호소하는 노인들이 크게 늘었는데 치료 시기를 놓치는 경우가 많다”고 안타까워했다. 물론 가까운 동네 병의원에서도 우울증 약 처방은 가능하다. 하지만 선호하는 항우울제인 ‘선택적 세로토닌 재흡수 억제제(SSRI)’는 비(非)정신건강의학과에서 60일까지만 건강보험 혜택을 받을 수 있다. 보통 1년 이상 장기 복용해야 효과가 큰 항우울제를 두 달만 처방하는 건 우울증 치료에 별 도움이 되지 않는다. 현 원장은 “정신건강의학과 방문이 어려운 시골에선 가까운 동네 의원에서 항우울제 처방을 쉽게 받을 수 있어야 자살 위험을 낮출 수 있다”고 말했다. ○ SSRI 처방 늘면 자살률 낮아질까 국내에서 이 같은 항우울제 처방 제한이 생긴 건 2002년 3월부터다. 정부가 건강보험 급여 기준을 강화해 정신건강의학과를 제외한 일반 병의원에서 SSRI 항우울제 처방이 어려워졌다. 우울증 환자가 정신건강의학 전문의에게 진료받게끔 하고 SSRI 남용을 막겠다는 취지였다. 당시엔 SSRI 가격이 비싸 건강보험급여 지출을 줄이려는 의도도 있었다. 이후 약 20년 동안 진료권을 제한받은 다른 과들은 “부작용이 더 큰 다른 우울증 약들은 처방 제한이 없는데 SSRI만 규제하는 것은 앞뒤가 맞지 않는다”며 반발해 왔다. 논란이 지속되자 보건복지부는 2017년부터 치매, 뇌중풍(뇌졸중), 뇌전증, 파킨슨병 등 거동이 불편한 뇌질환을 앓는 환자들에게는 처방 제한을 풀었다. 신경과, 가정의학과 학회 등에선 SSRI 사용률이 낮은 것이 한국의 높은 자살률과도 관련이 크다고 주장한다. 두통, 불면증 등 몸에 이상을 느껴 동네의원을 방문한 자살 고위험군에 내과, 산부인과, 가정의학과에서도 SSRI를 적극 처방하면 극단적 선택을 예방할 수 있다는 것이다. 국내 한 연구에서는 자살자의 76%가 사망 전 한 달 이내에 1차 의료기관(의원급)을 내원한 것으로 조사된 적도 있다. 홍승봉 대한신경과학회 이사장(삼성서울병원 신경과 교수)은 “1990년대 초중반 SSRI가 상용화된 대다수 국가에서 자살률이 급감했고,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국가들은 SSRI 처방에 제한이 없다”며 “한국은 환자들의 우울증 치료권이 박탈당하면서 자살률을 낮추는 데 실패했다”고 지적했다. ○시군구 37곳에 정신건강의학과 없어 정신건강의학과에선 SSRI 처방 제한을 완화하면 진료의 질이 낮아질 것이라고 반박한다. 약 처방은 우울증 치료의 60∼70%일 뿐이고 나머지는 전문의의 임상 경험을 바탕으로 한 상담 등 복합적인 처방이 필요하다는 것이다. 홍나래 한림대 성심병원 정신건강의학과 교수는 “한국은 의료 접근성이 뛰어나 정신건강의학과 전문의를 쉽게 만날 수 있다”며 “다른 과에서 발견한 우울증 환자를 전문의에게 빨리 연계하는 시스템이 더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20년 묵은 논란이 최근 다시 불거진 건 코로나19로 인한 우울증 환자 급증 때문이다. 지난해 국내 우울증 환자(101만6727명)는 사상 처음으로 100만 명을 넘었다. 의료계에선 우울감을 심각하게 여기지 않거나 진료에 거부감을 갖는 경우를 고려하면 실제 환자는 200만 명이 넘을 것으로 추산한다. 농어촌의 낮은 의료 접근성도 문제다. 2019년 말 기준 전국 229개 시군구 중 정신 의료기관이 없는 지역은 37곳이나 된다. 강원도는 18곳 중 10곳, 경북은 23곳 중 8곳에 정신건강의학과가 없다. 권준수 서울대의대 정신과학교실 교수는 “모든 병의원이 SSRI를 처방하는 것은 안 되지만 환자 이동이 어려운 도서산간 지역은 예외로 두는 것을 고려할 수 있다”고 말했다. 이준형 인제대 일산백병원 가정의학과 교수는 “다른 과들도 정신건강의학과의 치료 전문성은 존중한다”며 “다만 동네 의원에서도 자율적으로 항우울제를 처방할 수 있어야 환자의 정신 건강을 적극 돌보는 환경이 조성되고 자살 고위험군도 조기에 발견할 수 있다”고 밝혔다. 박성민 기자 min@donga.com}

    • 2021-05-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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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처벌 입법-적발 행정 아닌 산업재해 예방 근본 해법 모색해야”

    문재인 대통령은 지난 대선에서 1000명에 가깝던 연간 산업재해(산재) 사고 사망자를 임기 내 500명 이하로 낮추겠다고 공약했다. 이를 위해 산업안전보건감독관을 2016년 408명에서 지난해 705명으로 2배 가까이로 늘렸고, 기업 안전시설 지원에 수천억 원을 썼다. 산업안전보건법의 처벌 조항 등을 강화한 일명 ‘김용균법’도 2019년부터 시행했다. 그럼에도 산재 사고 사망자는 같은 해 855명에서 지난해 882명으로 늘었다. 주요 산재 사고가 날 때마다 등장하는 보여주기식 엄벌 입법과 적발 위주의 행정, ‘위험의 외주화’ 프레임 공세 등으로 산업안전의 구조적이고 본질적인 문제에 대한 해법 모색을 등한시한 결과라는 지적이 나온다.○ ‘생색내기’ 정치권, ‘적발 위주’의 행정올해 2월 국회 환경노동위원회는 건설·제조·택배 분야 대표 기업 최고경영자(CEO) 9명을 불러 산재 청문회를 열었다. 이 자리에서 한 CEO가 산재 원인으로 ‘불안전 행동’을 꼽자 일부 의원은 “산재를 노동자 탓으로만 돌리느냐”며 질책했다. 산재 관련 조사에서 사고 원인의 60% 이상은 불안전 행동에서 비롯되며, 여기에 불안전 상태가 복합적으로 작용한 것이 90%가 넘는다고 한다. 불안전 행동이 주원인이라고 말할 수는 있지만 그런 행동의 배후 요인까지 캐서 근본 원인을 찾아내야 재발 방지에 도움이 될 수 있다. 하지만 이날 청문회는 대기업 CEO 질타에 더 쏠렸다. 지난 10년간 산재 사고 및 질병으로 인한 사망자가 1명뿐인 업체 대표를 불러 혼쭐을 냈다. 하지만 실제 산재 사망 사고의 절반가량이 벌어지는 중소 직영 사업장에 대한 논의는 없었다. 산재 발생의 본질 대신에 변죽만 울렸다는 지적이 나오는 이유다. 산업계에서는 적발과 처벌 위주의 산재 행정에 불만이 터져 나왔다. 현 정부가 ‘노동 적폐 청산’을 명분으로 구성한 고용노동행정개혁위원회는 2018년 9월 보고서에서 “처벌에만 초점을 맞추다 보니 원인 조사도 법 위반 조항을 찾는 것에 집중되고, 정작 재해 발생 원인을 종합적으로 규명하는 일은 소홀하게 된다”고 지적했다. 이런 관행은 이후에도 바뀌지 않고 있다. 작업장 바닥 교체, 휴게소 설치 등 시설 개선 및 보수에 큰돈을 지원한 정부는 앞으로 3년간 소규모 사업장 시설 개선 등에 1조4000억 원을 투입할 방침이다. 전문가들은 안전시설 지원도 필요하지만 그보다 더 중소기업에 적합한 안전 활동 기법이나 프로그램을 제공하고 지속적으로 홍보해 소규모 사업장의 취약한 안전보건 역량을 키워야 한다고 강조한다.○ 현장과 거리 먼 법규 정부는 2019년 1월 ‘이동식 사다리 안전작업 지침’을 내고 이동식(A형) 사다리에서 작업하면 5년 이하 징역이나 5000만 원 이하 벌금을 매기겠다고 했다. 매년 20여 명이 사다리에서 추락해 사망하자 나온 대책이었다. 그러자 작업 현장을 무시한 지침이라며 폐지를 요구하는 청와대 국민청원까지 나오는 등 반발이 거셌다. 이후 이 지침은 두 번 개정돼 ‘작업은 하되 안전대를 반드시 걸도록’ 했다. 반응은 여전히 냉소적이다. 현장에서는 안전한 틀비계나 고소(高所) 작업대를 사용할 공간이 없을 때 A형 사다리를 쓸 수밖에 없다. 안전대를 부착할 만한 시설이 주위에 없는 경우가 대부분이다. 그럼에도 법적 근거도 희박한 지침을 강요한다는 것이다. 경기 파주시에서 중소 도장(塗裝)업체를 운영하는 A 씨는 “지키려고 해도 지킬 수 없는 규정이 적지 않다”고 하소연했다. 도급 문제와 관련해 가장 위험한 작업으로는 외부 업체가 작업장에 들어와 하는 유지, 보수 작업이 꼽힌다. 작업장 환경에 낯선 근로자가 이따금 하는 작업으로 사고 위험이 높다. 그런데 원청(업체)의 책임 강화를 내세운 ‘김용균법’에서는 오히려 관련 규제가 완화됐다. 법이 하청 근로자의 안전을 위한 예방 지침 역할을 못 하는 셈이다. 이 때문에 산재 사망 사고의 80% 이상이 발생하는 50인 미만 소규모 사업장에서는 관련 안전 규정을 지킬 엄두를 내지 못한다는 얘기가 많다. 정진우 서울과학기술대 안전공학과 교수는 “선진국은 실효성이 높도록 충분히 조사해 정교한 규제를 만들지만 우리는 (규제를) 만드는 것 자체가 목적이 돼 버린 것 같다”고 지적했다. 노동계도 대기업 관련 하청업체 근로자의 산재 사망 사고에 특히 관심을 갖고 이를 전략적으로 활용한다는 비판을 받는다. ‘위험의 외주화’ ‘비정규직의 정규직화’ 같은 프레임으로 이것만이 마치 산재의 모든 원인인 듯 사안을 오도한 측면이 있다는 것이다. 전문가들은 비정규직이든 정규직이든, 원청이든 하청이든, 사각지대가 생기지 않도록 안전 관리를 효과적으로 잘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입을 모은다. 도급 여부에만 이목이 집중되면 실제로 중요한 안전 관리는 뒷전으로 밀려날 수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정 교수는 “전문적, 이성적, 과학적이 아닌 감성적, 이데올로기적, 흑백 논리로 산업안전을 접근하면 위험하다”며 “적발 위주의 규제, 엄벌에 치중한 법규, 생색내기 정책보다 산업계의 자율적인 산재 예방·관리 시스템과 인프라를 갖추도록 힘을 모아야 한다”고 말했다.박성민 min@donga.com·민동용 기자}

    • 2021-05-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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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사고나면 외부단체가 “재해기업” 낙인… 기업들 산재 신고 꺼려

    지난해 국내에선 산업재해(산재)로 근로자 1만 명당 57명이 다치고 0.46명이 숨졌다. 부상자와 사망자 비율을 보면 다른 국가와 다른 점이 있다. 2018년 기준 독일은 부상 240명, 사망 0.14명, 미국은 부상 217명, 사망 0.34명이다. 국내 근로자가 더 적게 다치지만 많이 숨지는 셈이다. 전문가들은 드러나지 않는 산재가 그만큼 많다는 의미로 해석한다. 이유는 복합적이다. 근로자는 복잡한 산재 신청 절차가 버겁고 직장에서 불이익을 당할까 두렵다. 사업주는 산재 보험료 인상과 근로감독 등이 꺼려진다. 또 질병이나 과로사로 의심되는 사례가 생기면 근로복지공단이 판단을 내리기도 전에 ‘재해 기업’으로 낙인찍히기도 한다. 산재 신고를 제대로 하는 기업이 되레 피해를 볼 수 있는 것이다. 정진우 서울과학기술대 안전공학과 교수는 “산재 신고는 재해 예방의 첫걸음”이라며 “기업이 산재 신고를 더 적극적으로 할 수 있는 유인책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재해기업’ 여론몰이가 은폐 유혹” 올 초 국내 중견기업에서 일하는 근로자가 숨졌다. 그러자 관련 산별노조 지부는 성명서를 내고 “고도한 업무 강도로 인한 명백한 과로사…사회적 타살”이라고 주장했다. 산재 판정은 근로복지공단 질병판정위원회에서 객관적 사실과 과학적 근거에 따라 내려야 함에도 여론몰이부터 시작한 것이다. 이 기업은 업무상 사고 및 질병에 의한 근로자 사망 사례가 동종업계 다른 업체보다 현저히 적고, 산재 신고 또한 올바르게 했음에도 여론전의 제물이 된 셈이다. 이처럼 근로자가 질병이나 뇌심혈관 질환 등으로 숨지면 피해자와는 무관한 외부 단체 등이 섣불리 산재나 과로사로 규정해 비난을 퍼붓는 것이 기업에는 큰 부담이다. 이 때문에 근로자의 산재 신청을 하지 말도록 회유하기도 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이 기업 관계자는 “산재 인정은 질병판정위원회 등의 객관적인 검증을 거쳐 이뤄지는데, 일부에선 판정 전부터 질병이나 사망 원인을 무조건 기업 탓으로 돌린다”며 “이는 기업이 산재 처리에 소극적으로 대처하게 만드는 원인이 되기도 한다”고 말했다. 다른 기업 관계자는 “이들 외부 단체는 사실과 (산재) 판정 결과에는 관심이 없다”며 “남는 것은 사회적 비용과 갈등뿐”이라고 주장했다. 사업주들은 산재 예방을 위한 지원보다 처벌이나 불이익만 강화하는 것도 불만이다. 산재 보상은 ‘무과실 책임주의’ 원칙이다. 고의성이나 범법 행위가 없는 한 근로자의 과실 여부를 따지지 않고 보상한다. 사업주가 전액 부담하는 보험료는 그에 따라 오른다. 박소민 노무법인 와이즈 대표는 “안전 조치를 잘 갖췄거나 산재 처리를 잘한 사업장에는 보험료 인상 폭을 깎아주는 등 인센티브를 통해 산재 신청을 양성화해야 한다”고 말했다.○ 아프고 다쳐도, 산재 신청은 39%만 경남 창원의 한 공장에서 일하는 김모 씨(41)는 작업장에서 미끄러져 허리를 다쳤다. 산재 신청을 하려 했지만 사업주는 “공상(회사와 보상을 개별 합의) 처리하면 치료비를 전액 보상하고 생활비도 주겠다”며 말렸다. 김 씨는 고민 끝에 받아들였다. 하지만 쉬는 날이 한 달을 넘고 치료비가 불어나자 사장은 병원비 지급을 미뤘고, 생활비도 약속한 금액의 절반만 지급했다. 김 씨가 산재 신청을 하겠다고 하자 회사는 퇴사를 종용했다. 한국의 산재 통계가 현실을 제대로 반영하지 못하는 이유를 잘 보여주는 사례다. 2018년 서울대 산학협력단이 국민건강보험공단의 용역을 받아 진행한 ‘산업재해로 인한 건강보험 재정누수 방지 방안 연구’ 보고서에 따르면 실제 산재 신청 비율은 38.9%에 그쳤다. 32.6%는 공상으로, 15.1%는 건강보험, 자동차보험 등 민간보험으로 보상을 받았다. 근로자가 산재 처리를 하지 않는 이유로는 ‘회사로부터의 불이익이 두렵다’(74.5%)가 가장 많았고, ‘입찰 등에서 회사가 불리해질 수 있어서’가 63%로 뒤를 이었다. 60.7%는 ‘산재 처리에 대한 조직 문화가 부정적’이라고 했다.○ 5년간 254억 원, 건보 재정으로 충당 일하다 다친 근로자는 산재의 업무 연관성을 스스로 증명해야 한다. 이 과정에서 산재 신청을 포기하는 경우도 적지 않다. 산재 신청을 하려면 근로복지공단에 요양급여신청서를 제출해야 한다. 이때 사고나 발병 전 의무기록을 요구받기도 하고, 사고 증거도 직접 모아야 한다. 건물 청소 일을 하던 박모 씨(56·여)는 “계단을 오르다가 무릎을 다쳤지만 일을 쉬면서까지 제출 서류를 떼기 위해 돌아다니는 게 부담스러워 산재 신청을 포기했다”고 말했다. 2019년 기준 질병 산재 인정률은 64.6%로 2016년(44.1%)보다 20%포인트 이상 올랐지만 근로자에게는 여전히 산재 보상 절차가 멀게 느껴진다. 산재 신고가 누락되면 건강보험이 그 부담을 진다. 건보공단이 2016년부터 지난해까지 적발해 환수한 건보급여는 약 254억 원. 매년 3000명 이상이 산재보험 대신 건강보험으로 치료비를 낸 것이다. 산재 처리가 더 투명해져야 한다는 데는 경영계나 노동계 모두 이견이 없다. 김광일 한국노동조합총연맹 산업안전연구소장은 “산재 인정 후 지급되는 휴업급여로 급여의 70%만 받는 게 싫어 산재 대신 공상 처리를 선호하는 경우도 많다”며 “보상 수준을 높이고, 산재 다발 사업장인 50인 미만 기업의 산재 예방 지원과 관리 감독을 강화해야 한다”고 말했다.英, 사업장별 위험 관리… 예방에 초점獨, ‘산재의사’가 치료-요양 수준 판단 해외 산업재해 감소 비결은 산업재해를 효과적으로 감소시킨 국가들의 비결은 뭘까. 사고 후 처리 또는 보상만큼이나 예방에 초점을 맞춘다는 점이다. 영국은 산업재해 억제와 관련해 세계에서 가장 모범적인 국가다. 2008년부터 산재 사고 사망자는 200명 이하로 떨어져 2018년에는 147명이었다. 근로자 1만 명당 사망자는 0.045명으로 한국의 10분의 1 수준이다. 내년부터 국내에서 시행되는 중대재해기업처벌법은 영국이 2007년 도입한 기업과실치사법을 모델로 한다. 이 때문에 강력한 형사적 처벌이 산재 감소의 배경으로 여겨지기도 한다. 하지만 산재 사망자 감소는 수십 년간 이어지는 흐름이었을 뿐, 법 시행의 효과는 불명확하다는 지적도 적지 않다. 영국이 산재를 억제하게 된 비결에는 철저한 예방 노력이 있었다. 산업안전보건연구원이 지난해 발간한 ‘주요 국가 간 산업재해율 변화 추이 분석’ 보고서에 따르면 영국은 2008년부터 ‘이해 관계자 참여를 통한 문제 해결’이라는 로드맵을 세우고 사업주와 근로자, 자영업자 등의 협력을 강화했다. 사업장별 중점 관리 요소를 발굴하고 중소기업의 안전 보건 역량을 높이는 데 지원을 집중했다. 독일에서는 일하다 다친 근로자가 산업재해를 입증하기 위해 회사 눈치를 보거나 얼굴을 붉히는 일이 드물다. 산업별, 지역별 재해보험조합에서 산재 처리를 전담하기 때문이다. 재해보험조합이 의료진의 보고를 바탕으로 산재 여부와 보상 수준 등을 결정한다. 노사 동수로 구성돼 산재 판단이 어느 한쪽으로 치우칠 우려도 작다. 이를 위해 독일은 산재 근로자의 상태를 파악하고 보고하는 ‘산재 의사’ 제도를 운영하고 있다. 산재 근로자는 반드시 산재 의사의 진단을 받고 치료 및 요양 수준을 판단 받아야 한다. 재해가 경미해 일반 의사에게 치료받더라도 치유 경과는 산재 의사에게 확인받도록 돼 있다.박성민 기자 min@donga.com}

    • 2021-05-0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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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한라대, 신재생 에너지산업 포럼 개최

    강원 원주시 소재 한라대는 27일 강원지역 배터리 재사용 및 재활용 산업 경쟁력 강화를 모색하기 위한 ‘2021 신재생에너지산업 포럼’을 열었다. 포럼은 이 대학 산학협력단(단장 서덕석)과 한국전기차협동조합이 주관했고, 원주에너지기술센터(센터장 민영재)가 주최했다. 포럼에서는 배터리 재활용과 재사용 기술 및 시장 전망에 대한 강연과 토론이 이뤄졌다. 다른 지자체의 2차전지 산업 육성 사례도 소개됐다. 이영주 경북테크노파크 2차전지종합관리센터장은 “경북은 포항을 중심으로 배터리 재활용 등을 포함한 2차전지 산업 확대를 위해 정부 270억 원, 지자체 5500억 원의 민간 투자를 유치해 629명의 고용을 창출했다”고 말했다. 한라대 원주에너지기술센터는 강원도와 원주시가 배터리 재사용 및 재활용 산업을 선도할 수 있도록 산학 교류를 확대하고 기술 세미나와 포럼 등을 꾸준히 열 계획이다.박성민 기자 min@donga.com}

    • 2021-04-2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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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원전-폭염 등 새로운 재난도 대비를”

    “국가의 성장과 기술의 발전에 따라 재난의 형태는 다양해졌지만 재난구호 시스템은 달라진 게 별로 없습니다.” 14일 서울 마포구 희망브리지 전국재해구호협회 사무실에서 만난 송필호 회장은 “새로운 형태의 재난에 대한 정부의 대비가 미흡하다”며 이같이 말했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과 같은 팬데믹(전염병 대유행)뿐 아니라 기후변화, 원자력 발전소 사고 등 언제 닥칠지 모르는 재난에 대한 정부와 국민의 경각심이 부족하다는 뜻이다. 희망브리지는 1961년 출범한 국내 최초의 재난재해 구호모금 단체다. 민간 모금을 체계적으로 이끌고, 의연금품 지원이 편중되는 것을 막기 위해 동아일보 등 언론사와 시민단체가 주축이 돼 설립됐다. ‘동일 피해, 동일 지원’을 원칙으로 60년 동안 약 1조5000억 원의 성금을 모아 5000만 점 이상의 구호물품과 의연금을 이재민에게 전달했다. 재난 재해가 발생하면 이재민에게 가장 먼저 달려가는 곳이 희망브리지다. 반세기 넘게 쌓아 온 노하우도 남다르다. 옷가지를 챙기지 못한 이재민을 위해 2007년 세탁기와 건조기를 3대씩 갖춘 구호 차량을 국내 처음으로 만들었다. 이달부턴 현대자동차그룹의 지원을 받아 감염병이나 가축 전염병 현장에 투입할 수 있는 방역구호 차량 운영을 시작했다. 송 회장은 “하반기부터는 재해 재난을 겪은 이재민들의 트라우마를 줄이기 위한 심리지원 버스도 운영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세월호 참사와 포항·경주 지진 등 대형 재난을 잇달아 겪으면서 정부의 재난 대응 역량도 높아졌다. 하지만 송 회장은 “‘재난 행정’은 커졌을지 몰라도 현장은 크게 개선되지 않았다”고 잘라 말했다. 현장 대응에도 여력이 없는데 윗선 보고를 먼저 신경 써야 하는 구태는 여전하고, 여러 재난이 겹치는 복합재난에 대한 준비는 부족하다는 것이다. 재난의 피해는 발생 당시에만 그치지 않는다. 삶의 터전이나 가족을 잃은 이재민들의 트라우마는 평생 지속된다. 희망브리지가 ‘재난 사후관리’에 주목하는 이유다. 송 회장은 “마을공동체가 다시 회복되고, 이재민들이 심리적 안정을 찾을 수 있도록 돕는 것이 확장된 의미의 재난 구호”라고 강조했다. 송 회장은 특히 기후변화가 초래할 재난을 우려했다. 미국과 호주에선 대형 산불이 매년 반복되고, 올 초 미국 남부 지역에선 이례적인 한파가 덮쳐 도시가 마비됐다. 한반도에선 2018년의 기록적인 폭염이나 지난해 두 달 동안 이어진 장마가 기후변화의 대표적인 사례로 꼽힌다. 송 회장은 “최근 100년 동안 세계의 지표 온도가 평균 1.4도 올랐는데, 한국은 1.8도나 상승했다”며 “반복되는 폭염과 한파, 장마 등을 단순한 기상이변으로 여겨서는 안 된다”고 말했다. 그는 “점점 강력해지는 자연 재난은 자연이 보내는 경고 메시지”라며 “경각심을 갖지 않으면 우리의 생존 자체가 위협받을 수 있다”고 밝혔다. 송 회장은 미래 재난의 변수 중 하나로 북한을 꼽았다. 백두산 분화나 기후변화 등의 자연 재난뿐 아니라 노후 원자로, 북한 주민의 기아 문제도 잠재적 위험 요인이라는 의미다. 송 회장은 “남북 관계가 경색돼 있더라도 인도적 지원을 중단해서는 안 된다”며 “북한발 재난에 대비할 구체적인 시나리오도 필요하다”고 말했다. 그의 집무실에는 ‘환난상휼(患難相恤·어려운 일은 서로 돕는다)’이라고 쓴 편액이 걸려 있다. 송 회장은 “코로나19를 겪는 선진국이나 10년 전 대지진을 겪은 일본의 사례에서도 정부의 힘만으로는 재난 재해 극복에 한계가 있다”며 “환난상휼의 정신을 가진 시민의 힘이 무엇보다 중요하다”고 말했다. 박성민 기자 min@donga.com}

    • 2021-04-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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