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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서산간 등 소외 지역과 군대 등에 한해 의사와 환자 간 원격의료를 허용하는 방안이 추진된다. 정부 여당이 은산분리 완화에 이어 원격의료 규제 완화에 나서면서 소득주도성장에서 혁신성장 중심으로 정책 전환이 본격화되고 있다. 동아일보가 22일 국회 보건복지위원회 소속 더불어민주당 국회의원 9명(김현미 국토교통부 장관 제외)에게 소외 지역 의사와 환자 간 원격의료를 허용하는 방안에 대해 물은 결과 답변한 8명 중 반대는 1명뿐이었다. 5명이 찬성했으며 유보적 입장을 밝힌 2명도 실제론 찬성에 가까운 것으로 알려졌다. 원격의료는 스마트폰 등을 이용한 진료로, 현행 의료법은 의사끼리 자문을 하는 등의 원격의료만 허용하고 있다. 시민단체와 민주당 등 진보 진영이 원격의료 허용을 의료 영리화라며 반대해 왔기 때문이다. 원격의료에 대해 민주당이 입장을 바꾼 것은 문재인 대통령의 규제혁신 드라이브에 따른 것으로 보인다. 이미 시범사업을 통해 안전성이 검증된 원격진료를 원천 차단하는 현행 의료법을 은산분리처럼 시대착오적인 ‘붉은 깃발법’으로 본 것. 앞서 문 대통령은 16일 청와대에서 열린 여야 원내대표 초청 오찬에서 “도서벽지에서 의료 혜택을 받기 어려운 환자를 원격의료로 (진료)하는 것은 선(善)한 기능”이라며 직접 원격의료 확대 의지를 내비쳤다. 동아일보의 설문에 응한 민주당 A 의원은 “문 대통령의 발언과 관련해 지난주 당정청이 모여 소외 지역에 한해 의사-환자 간 원격의료를 허용하기로 의견을 모았다”며 “야당, 의사협회 등과 협의되는 대로 의료법 개정안을 (정기국회에) 제출할 것”이라고 전했다. 자유한국당도 원격의료 확대에 찬성하는 만큼 법안이 발의되면 국회 통과 가능성은 높다. 다만 여당은 섬 지역 주민 등 대면진료가 어려운 부득이한 경우에만 우선 원격진료를 허용한다는 입장이다. 민주당 관계자는 “재진 환자의 원격진료 허용에 대해서는 당내에서도 여전히 반대 의견이 있다. 소외 지역에 한해 원격진료를 허용하는 것은 의료 영리화와는 관련이 없다”고 못 박았다. 정성균 대한의사협회 대변인은 “미국 캐나다 등은 지역이 넓어 병원 접근성이 나빠 원격의료가 대안이지만 한국은 의사를 쉽게 접할 수 있기 때문에 원격의료는 의미가 없다”고 했다.장원재 기자 peacechaos@donga.com·이진한 의학전문기자·의사}
원격의료란 환자가 직접 병·의원을 가지 않고도 인터넷이나 스마트폰을 통해 의사의 진료, 자문 등을 받을 수 있는 의료서비스를 말한다. 즉 의사와 환자 간 직접 대면 없이 진료를 볼 수 있는 것이다. 국내 최초 원격의료 시범사업은 1988년 서울대병원과 경기 연천보건소 간에 이뤄졌다. 이후 2002년 의료법 개정으로 의사-의료인 간 원격의료 제도가 도입됐다. 이에 따라 현재 의사가 멀리 떨어져 있는 의사나 간호사 등 다른 의료인에게 판독, 처치방법 등 의료지식이나 기술을 지원하는 것은 가능하다. 2010년에는 원격진료의 핵심인 의사-환자 간 원격의료를 허용하는 의료법 개정안이 국회에 제출됐지만 당시 야당(현 여당)과 의료계, 시민단체 등의 반대로 처리되지 못했다. 의료계는 원격의료를 도입하면 대형병원으로 환자가 쏠리는 현상이 더 심화되고, 대면 없는 진료로 인한 오진을 피할 수 없다고 주장한다. 시민단체들은 원격의료가 영리병원의 전단계라며 반대한다. 강주성 건강세상네트워크 대표는 “원격의료를 통해 얼마나 많은 환자들이 혜택을 볼 수 있는지 모르겠다”며 “원격의료보다 국민에게 필요한 것은 수도권에 병원이 집중됨으로써 나타나는 의료불균형을 막고, 의료비를 절약할 수 있는 주치의 제도를 도입하는 것”이라고 말했다. 하지만 세계적으로 의료기술과 정보통신기술이 융합하면서 새로운 의료산업을 창출하고 있는 상황에서 원격의료를 차단하는 것은 ‘낡은 규제’라는 지적이 많다. 일본은 2015년 후생노동성 고시를 개정해 의사와 환자 간 원격의료를 전면 허용했다. 올해 4월부터는 원격의료에 대해서도 건강보험 혜택을 받을 수 있다. 다만 원격의료를 하려면 두 가지 조건을 충족해야 한다. 먼저 6개월 동안 대면진료를 받아온 환자에 한해 원격진료를 할 수 있다. 또 환자에게 문제가 생겼을 때 20∼30분 내로 대면진료가 가능해야 한다. 일본은 원격으로 약 배달 서비스를 하는 사업도 시범적으로 시행하고 있다. 일본은 원격의료라는 말 대신 ‘온라인 서비스’라는 용어가 보편화되고 있다. 미국도 일본과 마찬가지로 원격의료를 전면 허용하고 있다. 연세대 보건행정학과 정형선 교수는 “초기에 대면진료를 한 뒤 원격진료로 처방을 받을 수 있다면 환자의 편의성이 크게 높아질 것”이라며 “원격의료 기술이 나날이 발전하는 상황에서 길을 터줘야 한다”고 말했다.이진한 의학전문기자·의사 likeday@donga.com·조건희 기자}

유전자 검사를 일반인들에게 널리 알린 1등 공신은 배우 앤젤리나 졸리입니다. 그는 2013년 유방암에 걸리지 않았음에도 유전자 검사 결과 유방암에 걸릴 확률이 높다고 나오자 멀쩡한 자신의 유방 조직을 제거했습니다. 질병의 치료나 개인의 행동에 영향을 주는 유전자는 지금까지 1000여 종이 발견됐습니다. 전 세계 많은 기업들은 다양한 유전체 분석 기법을 활용해 질병 예측 서비스를 시행하고 있습니다. 대표적으로 미국의 ‘23&ME’라는 회사는 이미 500만 명 이상을 대상으로 유전자 분석서비스를 제공했습니다. 한국에도 테라젠이텍스, 마크로젠, 랩지노믹스 등 기업 10여 곳이 유사한 서비스를 하고 있습니다. 물론 유전자 검사만으로 폐암이나 대장암 등 특정 질환이 반드시 생긴다고 말할 순 없습니다. 대부분의 질병은 유전자 하나만 가지고 결정되지 않으니까요. 후천적 요인과 환경적 인자에 더 큰 영향을 받을 수 있습니다. 그럼에도 유전자 검사에서 대장암 위험도가 높게 나오면 대장내시경을 권유하고, 당뇨병 위험이 높다면 추가 정밀검사를 실시할 수 있습니다. 유전자 검사 후에는 생활습관의 개선과 조기 진단 등을 유도해 결과적으로 더욱 건강한 삶을 살도록 하는 만큼 유전자 분석 활용은 의미가 있습니다. 병원에선 질병 발생 시 환자에게 효율적인 치료법을 찾는 데 유전체 분석을 활용하기도 합니다. 모든 의약품이 모든 사람에게 듣는 것은 아닙니다. 약물 유전체를 분석해 환자에게 적합한 효과 좋은 약 성분과 부작용을 일으키거나 효과가 크지 않아 피해야 할 약 성분을 미리 알 수 있는 것이죠. 암이나 희귀질환에 걸렸다면 질병의 원인을 분석해 이에 맞는 치료법을 찾아낼 수 있습니다. 유전체 분석 서비스는 크게 2종류로 나눕니다. 병원에서 실시하는 서비스와 소비자가 직접 기업에 의뢰하는 서비스입니다. 후자를 DTC(Direct to consumer·소비자 직접 의뢰)라고 합니다. 우리나라는 질병 진단 시 반드시 의료기관을 통해서만 할 수 있습니다. 해외에서처럼 DTC를 통한 질병 진단이 불가능하죠. 다만 2016년 6월부터 제한적으로 비질병 분야에 한해 DTC 유전자 검사를 허용하고 있습니다. 그러나 DTC 유전자 검사는 혈당, 혈압, 콜레스테롤, 피부 노화 등 12가지 분야로 제한돼 있고, 질병 예측 분야가 빠져 있어 시장 확대에 한계가 있는 상황입니다. 최근에는 DTC 검사와 타 분야의 제휴가 활발합니다. 대표적으로 맞춤형 건강기능식품을 제공하기 위한 컨설팅에 DTC 검사를 활용하고 있습니다. 또 개인 피부별 맞춤형 화장품 시장도 활성화될 수 있습니다. 피부 노화, 탄력, 색소 침착 등 외모에 영향을 주는 유전적 특징을 파악해 솔루션을 제공하는 것이죠. 이외에 △맞춤형 다이어트를 위한 컨설팅 △개인의 체질에 맞는 식단 및 운동 △맞춤형 도시락 등을 제공하는 기업도 있습니다. 우리나라에서도 DTC의 활용범위가 확대될 것으로 보입니다. 정부와 업계, 의료계는 3월 현행 12가지로 제한된 DTC 항목을 질병 예방과 관리 등을 포함해 최대 150여 개로 늘리는 방안에 합의했습니다. 연내 법 개정 절차를 마무리할 계획입니다. 우리나라도 외국처럼 일상생활과 밀접한 다양한 분야에서 유전자 검사가 활용되길 기대해 봅니다.이진한 의사·기자 likeday@donga.com}

40도를 웃돌던 폭염의 기세가 한풀 누그러졌지만 이달 말까진 무더위가 지속될 것으로 보인다. 여름철 외출 때 필수품으로 충실한 기능에 패션 아이템으로 손색없는 슬링백, 러닝팬츠, 레깅스 등도 인기다. 이러한 여름철 필수품들은 주의 없이 사용할 경우 자칫 근골격계 질환 또는 혈관 질환 등으로 고생할 수 있다. ○ 한쪽으로 메는 슬링백, 부정렬증후군 유발 무더위 속에 옷이 얇아지면서 소지품을 넣을 공간은 부족해진다. 다양한 물건들을 쉽게 휴대할 수 있는 패션 아이템인 힙색과 슬링백이 각광받고 있다. 문제는 이 가방들은 한쪽 어깨로만 멜 수 있다는 점이다. 가방을 한쪽 어깨로만 메고 다니면 근육의 좌우 균형을 깨뜨려 요통, 골반통, 고관절통 등 다양한 근골격계 질환을 유발해 결국 ‘부정렬증후군’까지 부른다. 부정렬증후군은 척추, 골반 등이 틀어지거나 불균형해지면서 만성적인 근골격계 통증, 감각 이상이 생기는 것을 말한다. 부정렬증후군이 지속되면 만성적인 근골격계 통증, 척추측만증, 소화불량 등을 유발한다. 여성의 경우 생리통이 심해지는 등 신체 각 기관에 악영향을 줄 수 있다. 자생한방병원 홍순성 원장은 “슬링백 자체 무게에 휴대용 선풍기, 양산, 지갑, 스마트폰, 화장품 등 기타 물건들을 합칠 경우 그 무게가 상당해져 척추에 부담이 가게 된다”며 “슬링백을 양쪽 어깨에 번갈아 가며 메고 꼭 필요한 물건만 넣어 무게를 최소화하는 것이 부정렬증후군 예방에 도움이 된다”고 말했다.○ 묵직한 ‘스마트폰 방수팩’으로 목은 ‘울상’ 해변이나 수영장에 가면 스마트폰을 넣은 방수팩을 목에 걸고 다니는 모습을 쉽게 볼 수 있다. 물놀이를 하는 모습을 생생하게 사진으로 남기려는 사람들이 많아지면서 스마트폰 방수팩도 인기가 높다. 스마트폰뿐만 아니라 여권, 신용카드, 현금 등 다양한 귀중품들을 보관할 수 있는 방수팩도 나오고 있다. 하지만 스마트폰과 귀중품을 담아 묵직해진 방수팩을 오래 메고 다니면 목 건강을 해칠 수 있다. 목의 근육과 관절은 하루 종일 4.5∼5.4kg에 달하는 머리의 무게를 감당한다. 또 머리 균형을 맞추기 위해 24시간 긴장된 상태를 유지한다. 여기에 스마트폰과 귀중품이 잔뜩 담긴 방수팩의 무게까지 더해지면 목이 앞으로 쏠려 하중을 제대로 분산시키지 못한다. 이러한 자세가 지속되면 뒷목을 잡아주는 근육과 힘줄이 손상돼 딱딱하게 굳어진다. 결국 목이 뻣뻣해지고 어깨와 등으로 통증이 전해진다. 눈도 쉽게 피로해지고 손이 저리는 증상도 생길 수 있다. 물놀이를 하다 휴식을 취할 때에는 꼭 스마트폰 방수팩을 목에서 내려놓고 스트레칭을 통해 목 주변의 근육을 풀어주는 것이 중요하다.○ 달라붙는 러닝팬츠와 레깅스, 하지정맥류 조심 최근 젊은 사람들은 운동할 때나 입던 타이트한 러닝팬츠나 레깅스를 일상에서도 많이 입기 시작했다. 러닝팬츠는 자외선 차단과 땀 배출 기능이 우수해 외부 활동이 가장 많은 여름에 그 빛을 발한다. 러닝팬츠와 레깅스는 날렵한 느낌으로 거추장스럽지 않고 가벼워 달릴 때 방해되는 부분이 적다. 여기에 처지는 근육을 조여줘 적절히 긴장시켜 주는 장점도 있다. 하지만 몸에 달라붙어 다리선을 돋보이게 하는 러닝팬츠와 레깅스는 하체를 압박해 원활한 혈액순환을 방해한다. 이는 다리에 울퉁불퉁하게 혈관이 튀어나오는 하지정맥류를 유발한다. 하지정맥류는 하지의 정맥 판막이 손상되면서 심장으로 돌아가는 혈액이 역류해 발생하는 질환으로 늘 다리가 피곤하고 무겁다는 느낌을 받는다. 가톨릭대 인천성모병원 흉부외과 정진용 교수는 “평소 엉덩이와 허벅지가 꽉 끼는 옷을 멀리하고, 허리띠는 조금 느슨하게 매 배(허리) 부분에 여유를 주는 것이 좋다”며 “하지정맥류는 일시적인 증상이 아닌 혈관의 이상 증세로 전문의를 찾아 빨리 치료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말했다.이진한 의학전문기자·의사 likeday@donga.com}

2016년 국가필수접종사업에 포함된 자궁경부암 무료 백신의 접종률이 지금까지 절반에도 미치지 못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전문가들은 시민들의 잘못된 인식과 홍보 부족을 원인으로 꼽는다. 9일 질병관리본부에 따르면 7월 기준으로 전국 시군구의 자궁경부암 백신 평균 접종률은 49.1%다. 충남 청양군은 대상자 165명 중 146명이 접종해 88.5%로 국내 지방자치단체 가운데 접종률이 가장 높았다. 반면 강원 화천군의 접종률은 33.3%로 전국 꼴찌였다. 자궁경부암 무료 백신 접종 대상자는 12세 여성 청소년(2005년 1월 1일생∼2006년 12월 31일생)으로 총 2회 접종비용(최대 36만 원)을 국가가 지원한다. 국내에선 매년 3500여 명의 자궁경부암 환자가 발생해 이 중 900여 명이 사망한다. 백신을 맞으면 70% 예방 효과가 있다. 그럼에도 서울 지역의 평균 접종률이 45.1%에 그치는 등 도심 지역일수록 오히려 외면 받는 건 백신에 대한 불신감이 크기 때문이다. 특히 2016년 자궁경부암 백신 접종 시 뇌손상 부작용이 나타날 수 있다는 일본의 연구 결과가 학부모들 사이에 알려지면서 접종에 대한 거부감이 커졌다. 최근 일본 연구진은 방법상 문제가 있었다며 이 논문을 철회했지만 학부모들의 불안감은 여전히 남아 있다. 연세대 원주세브란스기독병원 이산희 산부인과 교수는 “자궁경부암 백신은 A형 간염 백신만큼 안전하다”며 “산부인과종양학회에서도 암을 예방하기 위해 백신 접종을 적극 권장하고 있다”고 말했다. 지방에선 일대일 설득을 통해 접종률을 높이고 있지만 접종 대상자가 많은 도심에선 이마저 녹록지 않다. 전국에서 접종률이 가장 높은 청양군의 보건의료원 박희순 예방의약팀장은 “학생과 부모에게 일일이 전화를 걸어 부작용이 없다는 점을 안내하면서 접종률이 높아졌다”고 말했다. 국가 차원의 홍보와 안내가 절실한 이유다. 질병관리본부 공인식 예방접종관리과장은 “백신 접종률을 높이려면 학교에서 자궁경부암 백신의 안전성과 중요성을 알려주는 게 필요한데, 아직까지 이런 교육이 이뤄지지 않고 있다”며 “학생들이 정확한 사실을 알고 부모를 설득하면 접종률을 빠른 시간 안에 올릴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이진한 의학전문기자·의사 likeday@donga.com}

‘세계 최다 5000건 생체 간이식 성공, 세계 최다 500건 2 대 1 간이식 성공!’ 서울아산병원이 8일 오전 말기 간경화로 투병 중인 양모 씨(46)에게 형(49)과 누나(47)의 간 일부를 각각 떼어내 이식하는 2 대 1 생체 간이식 수술에 성공하면서 두 개의 타이틀을 동시에 거머쥐게 됐다. 양 씨는 이날 15시간이 넘는 수술 끝에 형의 간 좌엽과 누나의 간 우엽을 이식받아 새로운 생명을 얻었다. 말기 간질환의 유일한 치료법이자 표준 치료법으로 자리 잡은 생체 간이식은 국내에선 1994년 서울아산병원이 처음 시도했다. 이후 24년 만에 세계적인 대기록을 세운 것이다. 양 씨가 받은 2 대 1 생체 간이식은 기증자 조건이 맞지 않아 생체 간이식 수술이 불가능한 말기 간질환 환자에게 기증자 2명의 간 일부를 각각 기증받아 동시에 이식하는 수술이다. 이전엔 기증자의 지방간이 심하거나 수혜자의 체격에 비해 기증할 간의 크기가 지나치게 작은 경우 간이식 수술이 불가능했으나 2 대 1 간이식으로 이런 문제를 해결했다. 서울아산병원은 수술 부작용도 세계 최저 수준이다. 1년 생존율은 97%, 5년 생존율은 87%에 이른다. 또 5500명 이상의 간 기증자 가운데 단 한 명도 사망하거나 심각한 합병증이 나타나지 않았다고 병원 측은 밝혔다. 미국의 평균 간이식 생존율은 1년의 경우 87%, 5년의 경우 70%다. 최근엔 기증 시 복강경 수술을 통해 최소 간 절제술이 이뤄져 흉터를 최소화하고 있다. 이승규 서울아산병원 간이식·간담도외과 교수는 “말기 간질환을 앓고 있는 절체절명의 중증환자를 어떻게든 살려내겠다는 팀원들의 협력과 열정이 세계적인 기록으로 이어졌다”며 “전 세계 간질환 치료의 메카로서 해외 의학자들에게 간이식 기술을 전수하는 데도 노력하겠다”고 말했다. 실제로 이 교수팀에게 생체 간이식을 배우기 위해 서울아산병원을 찾은 해외 의학자는 최근 3년간 미국 독일 영국 네덜란드 스페인 이탈리아 일본 중국 등 20여 개국 1500명이 넘는다. 서울아산병원이 시행한 뇌사자의 간이식 건수(1023건)를 합치면 총 간이식은 6023건에 이른다.이진한 의학전문기자·의사 likeday@donga.com}

지난달 19일 문재인 대통령은 소아당뇨병 아들을 치료하려다 범법자로 몰린 김미영 씨를 만나 “도대체 누구를 위한 규제이고, 무엇을 위한 규제인지 묻지 않을 수 없다”며 의료기기규제 혁신을 약속했다. 김 씨는 아들이 피를 뽑지 않고 혈당을 측정할 수 있도록 연속혈당측정기를 2015년 외국에서 직접 구입해 사용해왔다. 엔지니어 출신인 그는 해외 당뇨병 커뮤니티(Nightscout)가 공개한 프로그램 소스를 활용해 언제 어디서나 아이의 혈당을 쉽게 체크할 수 있는 스마트폰 애플리케이션(앱)을 만들었다. 김 씨의 경험이 널리 알려지자 비슷한 고통을 겪고 있는 다른 소아당뇨병 환우들의 요청이 쇄도했다. 이에 김 씨는 이들에게 연속혈당측정기를 배송해주고 원격 모니터링 시스템을 소개했다. 이게 그가 식품의약품안전처로부터 의료기기법 위반으로 고발당한 이유다. 다행히 사법당국은 김 씨의 상황을 참작해 기소유예 처분을 내렸다. 김 씨의 사례가 문 대통령이 말하는 의료기기 규제개혁과 맞닿아 있는지를 두고는 논란의 여지가 있다. 하지만 정말 중요한 사실은 기존 치료법을 넘어선 보다 고도화된 치료법이 절실한 환자들이 무척 많다는 점이다. 시시각각 혈당 변화의 위협에 노출된 아이를 둔 부모가 언제 어디서나 아이의 혈당을 체크하려 하는 건 인지상정이다. 문 대통령의 전폭적 관심에도 소아당뇨병 환자 부모의 걱정은 당분간 사라지지 않을 듯싶다. 연속혈당측정기와 원격 모니터링 시스템의 활용을 정작 전문의가 할 수 없어서다. 국내에서 금지한 원격의료에 해당하기 때문이다. 미국 일본 호주 등 선진국에선 소아당뇨병에 대한 정확한 진단과 치료를 위한 스마트폰 앱 개발이 활발하다. 하지만 국내에선 의료민영화, 대기업 배불리기, 대형병원 쏠림현상 심화 등을 우려한 반대 논리로 10년 넘게 사용하지 못하고 있다. 원격의료에 발목 잡힌 국내 의료기기가 해외에서 각광받는 일은 더 이상 뉴스가 아니다. 국내의 한 업체는 자녀의 귓속, 콧속 상태 등을 간편하게 촬영할 수 있는 체온기 크기의 의료기기를 상용화했다. 영상을 찍어 의료진에게 보내면 바로 환자 상태를 알 수 있도록 개발한 스마트한 의료기기다. 미국이나 중국, 필리핀 등 원격의료가 가능한 외국에선 불티나게 팔리지만 국내에선 사용불가다. 중국 최대 전자상거래 기업인 알리바바가 혁신 기기라며 상까지 줬는데 말이다. KT는 원격진료 시스템 플랫폼을 만들어 러시아, 카자흐스탄 등에 사는 환자와 국내 병원을 연결하는 원격의료서비스를 제공하고 있다. KT 관계자는 “예전에는 덩치가 큰 의료기기를 이용해야 해 원격진료가 쉽지 않았지만 요즘은 모바일로 환자 정보를 모두 병원에 보낼 수 있어 환자와 병원의 만족도가 매우 높다”고 말했다. 이렇게 모두가 좋은 일을 정부가 못 하게 한다. 유사 시 부정맥 환자의 심박동을 바로잡는 이식형 의료기기만 해도 그렇다. 이 기기는 24시간 환자의 심박동 정보를 읽어 저장한다. 이 정보를 전문의가 실시간으로 확인할 수 있다. 만약 위험신호가 감지되면 전문의는 즉시 환자에게 내원을 권고한다. 환자는 불필요하게 병원을 찾을 필요가 없다. 언제든 자신의 심박동을 전문의가 체크할 수 있으니 해외출장을 가거나 이동할 때도 마음이 놓인다. 이런 ‘착한 기기’를 쓸 수 없는 한국에선 수개월 주기로 환자가 병원을 찾아야 한다. 환자가 내원하면 그제야 심박 변화와 패턴을 검토해 처방을 하게 된다. 만약 그 사이 의사도 예상하지 못한 일이 벌어진다면? 한국 환자들은 의사의 처방에 잘 따라야 할뿐 아니라 늘 운도 따라야 한다. 새롭고 혁신적인 기술이 모든 환자에게 필요한 것은 아니다. 더욱이 한국의 의료시스템은 어느 선진국과 비교해도 부족함이 없을 정도로 잘 갖춰져 있다. 의사를 직접 만나 진료를 받더라도 의료보험 혜택으로 병원비가 저렴해 원격의료 시스템이 불필요할지도 모른다. 하지만 환자의 상황에 따라 원격치료와 같은 새로운 접근법이 필요하다면 사용 기회 자체를 차단해선 안 된다. 김 씨처럼 자신에게 꼭 필요한 시스템을 외국에서 들여온 게 범죄라면 문 대통령의 말마따나 도대체 누구를 위한 규제란 말인가. 의료계의 규제개혁은 바로 환자의 불편을 해소하는 데서 시작해야 한다. 이진한 의학전문기자·의사 likeday@donga.com}

5년 전 갑자기 뭉텅이로 빠지는 머리카락 때문에 병원을 찾은 김모 씨(50). 검사 결과 과도한 스트레스로 인한 원형탈모 진단을 받았다. 당시 제대로 치료를 받지 않은 김 씨는 최근 건강검진 초음파 검사에서 목 부위에 혹이 발견돼 조직 검사를 받아야 했다. 결과는 갑상샘(선)암이었다. 원형탈모에 이은 갑상샘암은 어떤 연관성이 있을까? 국내 의료진이 탈모 환자들을 대상으로 탈모와 암 사이의 상관관계를 조사한 결과 탈모가 있는 환자는 갑상샘암에 걸릴 확률이 탈모가 없는 환자에 비해 17∼33% 높게 나타났다. 이는 서울성모병원 이지현 피부과 교수 팀이 2007∼2014년 원형탈모, 전두탈모, 전신탈모 환자 66만8604명을 대상으로 조사한 결과다. 원형탈모는 두피에 둥글게 탈모가 생기는 경우다. 원형탈모가 심해 두피의 모든 머리카락이 빠지는 것을 전두탈모, 전신의 모든 모발이 빠지는 것을 전신탈모라고 한다. 이번 연구 결과는 네이처 자매지인 ‘사이언스 리포트’ 최근호에 실렸다.○ 탈모 환자가 잘 생기는 암 vs 덜 생기는 암 이 교수의 논문에 따르면 탈모 환자에게서 발병할 가능성이 높은 암은 갑상샘암과 전립샘암, 방광암 등이다. 갑상샘암의 경우 전두 또는 전신탈모 환자가 탈모가 없는 사람에 비해 발병 확률이 33% 더 높았다. 원형탈모군에선 갑상샘암 발병률이 17% 높게 나타났다. 전립샘암과 방광암의 경우 원형탈모 환자가 탈모 없는 사람에 비해 각각 26%, 22% 더 발병 가능성이 높은 것으로 조사됐다. 반대로 탈모 환자에게서 덜 발견되는 암도 있었다. 간암의 경우 전두 또는 전신탈모군이 탈모가 없는 사람보다 24%나 덜 발병했다. 원형탈모가 있다면 자궁암은 16%, 대장암은 7%, 위암은 6% 발병 가능성이 낮은 것으로 나타났다. 탈모 환자가 왜 특정 암에 잘 걸릴까? 연구팀은 만성 염증을 주원인으로 꼽는다. 이 교수는 “염증이 원형탈모의 한 원인인데, 염증이 전신으로 번지면서 특정 암의 발병 위험을 높이는 것으로 추정된다”고 말했다. 이어 “갑상샘암 환자에게서 잘 생기는 유전자 변이가 탈모 환자에게서도 나타나 유전자 변이도 하나의 원인으로 볼 수 있다”고 덧붙였다. 이 교수는 “방광암과 전립샘암 환자에게서 발견되는 비타민D 수용체의 유전자 변이가 원형탈모 환자에게서도 나타난다”며 “최근 원형탈모 환자들이 비타민D 결핍과 관련이 있다는 연구 결과가 속속 나오고 있다”고 설명했다. 비타민D 결핍이 탈모와 방광암, 전립샘암 발병에 공통적으로 영향을 줄 수 있다는 것이다. 반면 탈모 환자에게서 특정 암의 발병 확률이 낮은 것을 두고는 아직 뚜렷한 이유를 찾아내지 못했다. 연구팀은 “면역체계의 문제가 원형탈모를 유발하는데, 이런 면역반응이 한편으론 특정 암의 발병을 막아주는 게 아닌지 살펴보고 있다”고 밝혔다.○ 탈모 치료와 폭염 속 예방은 대부분 원형탈모증은 자연 회복되는 경우가 많아 대개 3개월 정도 지켜본다. 이후 여전히 심하면 병원에서 스테로이드 제제 처방을 받는다. 전두탈모의 경우 면역 치료를 받으면 효과가 좋다. 탈모의 ‘주적’은 각종 스트레스다. 최근 연일 계속되는 폭염도 탈모 증세를 악화시킬 수 있다. 자외선이 강한 여름철에는 피지 분비량이 급격히 증가해 모낭이 손상되기 쉽다. 평소 자외선 차단을 위해 탈모가 있는 환자는 양산이나 챙이 넓은 모자를 사용하는 게 좋다. 선크림을 머리 부위에 직접 바르면 오히려 모낭에 염증이 생길 수 있으므로 피해야 한다. 또 비타민D 결핍이 원형탈모와 방광암, 전립샘암 등과 연관이 있는 만큼 평소 비타민D 섭취를 자주 하는 것이 도움이 된다. 비타민D는 계란 노른자나 우유 또는 고등어나 연어 등 등 푸른 생선에 많이 함유돼 있다. 표고버섯에도 비타민D가 풍부하다. 하루 30분 정도 일광욕을 하거나 영양제, 주사제 등으로 보충할 수도 있다. 이 교수는 “평소 스트레스를 줄일 수 있도록 취미 생활을 즐기는 게 탈모 예방에 많은 도움이 된다”며 “또 충분한 영양 섭취, 과도한 음주 피하기, 금연 등을 습관화하는 게 좋다”고 말했다.이진한 의학전문기자·의사 likeday@donga.com}

지난해 개설된 청와대 국민청원 홈페이지엔 현재 1만2000여 명의 시민들이 참여하고 있는 청원 주제가 있습니다. 바로 항암제 접근성 확대 요구인데요. 생사의 기로에 놓인 암환자와 가족들이 간절한 마음으로 빠른 치료제 도입과 치료비 부담 완화(보험급여)를 기다리며 청원에 참여하고 있습니다. 국민청원 게시판에 올라온 40여 개의 관련 청원문을 분석해보면 급여 확대와 신약 허가를 요청하는 글이 많습니다. 그중에서도 90%가량을 차지하는 요청은 급여 확대입니다. 이는 암환자들이 처한 현실이 무척 가혹하기 때문입니다. 지난해 발표된 국내 자료에 따르면 적극적 치료가 필요한 4기 환자의 69%가 경제적 문제로 항암치료를 중단하고 있습니다. 또 전체 치료비의 71.6%를 차지하는 비급여 항암 치료 비용은 1개월 기준 평균 424만 원에 이릅니다. 2015년 월평균 가계소득인 437만 원과 비슷한 수준입니다. 국내에서만 한 해 20여만 명에 이르는 신규 암환자들은 생계를 잃을 뿐 아니라 막대한 치료비 부담까지 떠안아야 합니다. 더구나 저소득층이라면 암 치료는 더욱 가혹할 수밖에 없습니다. 이런 상황에서 간암과 연조직육종 환자의 생존율을 크게 높이는 새로운 치료제가 등장했습니다. 보험급여까지 적용돼 환자들에게는 희망의 빛이 아닐 수 없습니다. 먼저 바이엘 스티바가는 국내 암 사망률 2위인 간암 치료에 약 10년 만에 등장한 2차 표적 항암제입니다. 그동안 다른 치료법에 반응하지 않는 진행성 간암 환자의 경우 1차 표적 항암제인 넥사바 외에 효과가 입증된 치료제가 없었는데요. 애타던 환자들은 이제 스티바가의 등장으로 생존율을 더욱 높일 수 있게 됐습니다. 스티바가는 허가 이후 10개월 만인 5월 1일부터 1차 표적치료 경험이 있는 간세포암 환자의 2차 치료제로 건강보험 급여가 확대 적용됐습니다. 다음으로 릴리의 연조직육종 신약 라트루보는 이 질환에 있어서 40년 만에 등장한 새로운 치료제입니다. 이름도 낯선 연조직육종은 폐나 간장 등 실질장기를 지지해주는 지방과 근육, 신경, 인대, 혈관, 림프관 등의 조직에서 발생하는 악성종양을 말합니다. 모든 악성종양 중 약 0.5%를 차지하는 희귀암인데요. 간암과 마찬가지로 진단 시에는 이미 질환이 진행된 경우가 많습니다. 원격 전이가 일어난 말기 연조직육종 환자의 5년 생존율은 10% 미만으로 보고되고 있습니다. 새롭게 등장한 라트루보는 진행성 연조직육종 1차 치료에서 현행 표준요법 대비 최초로 생존율을 유의미하게 연장(약 1년)시킨 치료제입니다. 국내에서 라트루보는 2017년 3월 국내 시판 허가 후 11개월 만에 급여 출시되었습니다. 특히 아동기나 청년기에 흔히 발생하는 연조직육종 환자의 비용부담과 접근성을 개선한 사례라고 할 수 있습니다. 청와대 국민청원문에는 ‘살고 싶다’는 표현이 정말 많이 등장합니다. 일상을 잃고, 사랑하는 가족과 이별할지도 모른다는 공포에 시달리는 환자들에게 질병 이외의 부담은 최대한 덜어줄 수 있도록 정부가 더 노력해야 할 것입니다.이진한 의사기자 likeday@donga.com}

지난해 12월 신생아 집단 사망으로 논란의 중심에 선 이대목동병원 신생아 중환자실이 새롭게 탈바꿈한다. 기존 신생아 중환자실 병상은 총 22개였다. 칸막이가 없는 19개 병상과 격리실 3개 병상이었다. 칸막이가 없다 보니 감염에 취약했다. 8월 새롭게 문을 여는 신생아 중환자실은 병상 수를 기존의 절반인 11개로 줄였다. 특히 모두 벽을 설치해 1인실로 바꾼다. 감염된 미숙아 치료를 위해 음압시설을 갖춘 격리실도 2개 설치한다. 외부의 공기가 안으로 유입되지 않는 양압 격리실도 1곳 마련한다. 모두 환자의 감염을 원천 차단하기 위한 조치다. 리모델링 비용만 22억 원이 들어갔다. 1개 병상당 2억 원을 투자한 셈이다. 이렇게 탈바꿈하면 신생아 중환자실로는 서울아산병원 정도를 제외하고는 국내 최고 수준이 된다. 서울아산병원 신생아 중환자실은 총 병상이 58개에 음압 및 양압 병상 수가 6개다. 삼성서울병원 신생아 중환자실엔 음압 및 양압 병상이 없다. 또 이대목동병원은 간호사가 영양주사제를 신생아 중환자실에서 조제하는 관행을 뿌리 뽑기 위해 약사를 6명 충원했다. 영양주사제를 조제하는 멸균 공간인 클린벤치도 국내 최고급 시설로 두 대 설치했다. 클린벤치 1대당 가격은 1000만 원을 넘는다. 8월 리모델링 이후 신생아 중환자실의 간호사 한 명당 환자 수가 5명에서 2명으로 줄어든다. 그만큼 집중 케어가 가능하다. 문병인 이화의료원장은 11일 동아일보와의 인터뷰에서 “(지난해 신생아 집단 사망 사건 이후) 감염 예방과 관련해 최고의 병원을 만들겠다는 국민과의 약속을 지키기 위해 일본과 미국 등 여러 병원을 다녀왔다”며 “진료 환경을 바꾸고 인력 수준을 높이기 위해 대대적인 혁신을 진행하고 있다”고 말했다. 이어 “유족과 국민 여러분께 사죄하는 마음을 잊지 않고 앞으로 섬김과 나눔이란 이화의료원의 정신을 제대로 실천해 나가겠다”고 다짐했다.이진한 의학전문기자·의사 likeday@donga.com}

팔 다리 뼈에 금이 가거나 부러졌을 때 오래전부터 정형외과에선 흔히 흰색 석고로 뼈가 아무는 동안 움직이지 않도록 고정시키는 치료를 했었는데요, 이를 캐스트라고 합니다. 석고 캐스트는 1850년대에 네덜란드 군의관이 최초로 개발해 정형외과 분야의 골절 및 염좌 치료에 사용하고 있습니다. 우리가 일반적으로 알고 있는 ‘깁스’는 석고의 독일어 표현입니다. 120년 동안 석고 캐스트를 사용하다가 1970년대 미국 3M사가 석고 대신 플라스틱(fiber glass)을 사용하는 캐스트를 개발했습니다. 현재는 세계적으로 석고와 플라스틱 캐스트가 동시에 사용되고 있습니다. 플라스틱 캐스트는 외부 재질이 석고에서 플라스틱으로 대체된 점을 빼면 캐스트의 구조적 측면에서 석고 캐스트와 동일합니다. 결국 캐스트는 170년간 기술적으로 큰 변화 없이 사용되는 세계적 장수기술 중 하나입니다. 소아 때는 팔 부위에 골절이 흔히 생겨 캐스트를 많이 사용하는 시기입니다. 또 다리 수술 뒤 성장판 손상을 예방하기 위해 캐스트를 사용하기도 합니다. 뼈가 부러진 곳에 핀을 박아 고정할 때도 보조적 수단으로 캐스트를 사용합니다. 그러나 캐스트 사용 중에 뼈가 엉뚱하게 붙거나 피부 부위에 괴사나 욕창이 생길 수 있습니다. 신경 마비 등 부작용이 발생하기도 합니다. 문제는 캐스트가 시멘트를 바르는 것처럼 시술 부위의 피부를 완전히 가리고 있어 이를 관찰하기 힘들다는 점입니다. 대개 골절이나 심각한 염좌, 인대 손상 등을 치료하려면 환자들은 짧게는 2∼3주에서 길게는 1∼2개월까지 신체 부상 부위를 캐스트로 꽁꽁 싼 채 지내야 합니다. 이 때문에 작은 부작용을 제때 확인하기 힘들어 더 큰 손상으로 이어지는 경우도 있습니다. 또 공기가 잘 안 통해 가려움 등 피부병을 유발하거나 물 사용이 힘들어 냄새가 나는 등의 문제도 빼놓을 수 없는 캐스트의 단점입니다. 최근 이런 문제를 획기적으로 줄이는 새로운 개념의 오픈 캐스트(그물망 캐스트)가 한국 기술로 개발됐습니다. 오픈 캐스트는 특수 플라스틱(열가소성복합수지)으로 만들어져 80∼90도의 열을 가하면 부드럽게 변형시킬 수 있어 탈·부착이 쉽습니다. 오픈 캐스트는 기존 캐스트와 달리 그물망으로 돼 있어 공기와 잘 통할뿐 아니라 외부에서 쉽게 병변 부위를 지속적으로 관찰할 수 있습니다. 또 오픈 캐스트는 그물 구조여서 육안으로 피부 상태를 확인할 수 있으며 땀 증발이 용이합니다. 그만큼 기존 석고 또는 플라스틱 캐스트 착용 시 발생하는 냄새나 가려움, 갑갑함, 피부병 유발의 가능성이 매우 낮습니다. 다만 건강보험이 적용되는 기존 깁스의 경우 환자 본인부담금이 2만∼5만 원이지만 오픈 캐스트는 아직 비(非)급여 품목이어서 약 25만 원을 환자가 전액 부담해야 합니다. 환자의 삶의 질을 높이기 위해서라도 하루빨리 오픈 캐스트에 건강보험이 적용되기를 바랍니다.이진한 의사·기자 likeday@donga.com}

“뇌 자기공명영상(MRI) 검사 보험급여 기준을 보건당국은 9월까지 마무리 짓자고 한다. 환자의 부담을 줄이기 위한 정책이어서 동의하지만 아직 관련 6개 전문학회, 병원, 의원 등과 조율할 일이 너무 많다. 정부가 왜 이렇게 서두르는지 모르겠다.”(의사협회 관계자) “서울에서 과거 치매지원센터들을 구축하는 데 4년이 걸렸다. 그런데 올해 안으로 전국 218곳에 치매안심센터를 설치하라고 한다. 현실적으로 불가능하다. 의료 인력이 안 따라준다. 예산도 지방자치단체가 일부 부담해야 한다. 급하게 서두르다가 문제가 생길까 봐 걱정이다.”(치매안심센터 운영 관계자) 현 정부가 중점 추진 중인 뇌 MRI 급여화 및 치매안심센터 설치 등이 무리한 일정으로 현장 곳곳에서 잡음을 일으키고 있다. 보건복지부가 6월 발표한 자료에 따르면 치매안심센터의 경우 인력과 시설 미비 등의 이유로 현재 완전 개소한 곳은 총 218곳 중 69곳에 불과한 상황이다. 더구나 농어촌 등 의료 사각지대에 있는 대부분의 치매안심센터는 의사 등 필수 인력이 부족해 올해 말까지도 완전 개소가 힘들어 보인다. 이 때문에 일률적으로 한꺼번에 센터를 개소하는 것보단 시범사업 시행 등을 통해 지역 규모에 맞는 치매안심센터 모델을 만들어 가야 한다는 지적이 적지 않다. 전국적으로 치매 관련 전문의사도 부족하다. 그러다 보니 보건당국은 현재 치매 전문의사가 아닌 일반 의사를 대상으로 단기간 교육을 해 치매 진단 및 예방 사업에 투입하고 있다. 또 현재 운영 중인 센터들은 치매 검사 건수 및 진단율 중심으로 평가를 받다 보니 중증 치매 환자 관리와 예방 사업보다 치매 진단율을 높이기 위한 쪽으로 인력이 편중돼 있다. 검사 건수를 높이기 위한 꼼수도 눈에 띈다. 경로당이나 홀몸노인을 찾아가 치매 진단부터 무조건 하는 식이다. 정작 조기 진단 뒤 이들을 위한 다음 단계의 조치는 부족한 상황이다. 이 모든 것이 급하게 서두르면서 생기는 문제들이다. 외국의 경우 국내 시설 서비스와는 달리 치매 환자들을 위한 재가(在家) 서비스에 더 중점을 두고 있다. 치매 환자들을 되도록 가정에서 돌보는 데 초점을 맞추고 있다는 이야기다. 가령 프랑스는 치매 환자가 집에서 간병인의 도움으로 생활할 수 있게 지원한다. 독일이나 네덜란드는 재가 케어 활성화 차원에서 재가 이용자에게는 현금 급여를 주는 등 인센티브를 부여하고 있다. 일본에서도 시설 케어 입소에 제한을 두고, 배회하는 치매 환자들을 위해 아파트 문을 색깔별로 구분하거나 도로표지판을 개선하는 등 도시환경을 바꾸는 데 역점을 두고 있다. 현장 전문가들은 우리나라도 치매 친화적인 사회를 구축하는 것이 중요한데, 현재는 치매 환자를 조기에 찾아내 요양원이나 요양병원 등 시설로 밀어내는 데 힘을 쏟고 있는 느낌마저 든다며 허탈해하고 있다. 현재 병원에서 30만∼50만 원 하는 뇌 MRI의 경우 급여를 통해 환자의 부담을 절반 이상 줄이는 것이 문재인 케어의 핵심이다. 하지만 이러한 뇌 MRI를 전면 급여화할 경우 일부 의료진이나 환자들이 이를 악용하는 도덕적인 해이가 발생할 수 있다. 가령 가벼운 두통 환자가 와서 MRI 검사를 요구한다면 이런 환자에게까지 급여를 지급할 필요가 있느냐는 것이다. 하지만 현재 이런 논의는 거의 이뤄지지 않고 있다. 이 때문에 최근 의정(醫政) 실무협의체의 대한의사협회 협상단 및 뇌 MRI 관련 6곳 전문학회는 본격적인 논의도 하기 전에 복지부가 급여 범위 및 적용 시기를 성급하고 일방적으로 발표한 것에 항의하는 성명서를 발표하며 거세게 반발하는 상황이다. 의료정책의 경우 잘못 추진하면 큰 효과를 보지 못하면서 사실상의 국민 세금인 의료비는 기하급수적으로 빠져나갈 수 있다. 특히 뇌 MRI 검사의 경우 졸속 추진으로 수많은 시행착오를 하기보다 처음에 그 틀을 잘 만들어 가야 한다. 그래야 △2019년 복부, 흉부 MRI △2020년 척추 MRI △2021년 근골격계 MRI 등 앞으로 예정된 부위별 MRI 보험 급여 기준을 만들 때 잡음이 없다. 이는 치매 정책에도 똑같이 적용되는 사안이다. 이진한 의학전문기자 likeday@donga.com}
뇌혈관 환자를 주로 보는 지방의 A병원은 1일 시행된 주 52시간 근로제 때문에 골머리를 앓고 있다. 이 병원 의료진은 한밤중에 실려 오는 뇌출혈 환자를 수술하고 중증 입원환자를 돌보기 위해 주당 평균 60시간씩 일해 왔지만 앞으로 이런 초과근로는 불법이다. 현재 직원이 400여 명인 이 병원은 주 52시간을 맞추려면 응급실 간호사 등 직원 40여 명을 더 뽑아야 하지만 지방병원에서 간호사 구하기는 만만치 않다. 원장 B 씨는 “(6개월간 처벌 유예가 끝나는) 내년 1월부터는 응급환자들을 돌려보내야 할 판”이라고 말했다. 의료 현장도 ‘주 52시간제 태풍’의 직격탄을 맞고 있다. 만약 노사가 근로기준법 특례적용에 합의하지 않으면 봉직의(페이닥터)와 간호사도 다른 직종과 똑같이 주 52시간까지만 일할 수 있다. 현재 전국민주노동조합총연맹 보건의료산업노조는 병원의 특례적용에 반대하고 있어 300인 이상 중대형 종합병원 대다수가 노사 합의를 이루지 못한 상태다. 야간 근무가 잦은 응급실이나 권역외상센터, 뇌심혈관센터 등에선 초과근로의 불법을 피하려면 인력 충원이 시급하지만 격무 부서를 기피하는 탓에 이조차 쉽지 않다. 안기종 한국환자단체연합회 대표는 “의료진의 갑작스러운 근로시간 단축이 환자의 안전이나 의료의 질 저하로 이어지지 않도록 정부가 시급히 인력수급 대책을 내놓아야 한다”고 지적했다.조건희 기자 becom@donga.com·이진한 의학전문기자·의사}

경기 A요양병원에선 70세가 넘은 의사가 야간에 혼자서 노인 입원환자 200여 명을 돌보게 될지도 모른다. 현행 의료법상 요양병원은 야간(오후 6시∼다음 날 오전 9시) 당직의사를 둬야 한다. 현재는 15시간 근무가 되는데 1일부터 시행된 주 52시간 근로제에 맞추려면 현재 1명인 당직의사를 2명으로 늘려야 한다. 원장 B 씨는 “높은 연봉을 주고 젊은 의사를 데려올 형편이 안 된다”며 “진료 현장에서 은퇴한 고령 의사를 찾고 있다”고 말했다.○ 과로가 일상인 의료 현장, 주 52시간 충격 커 주 52시간제 시행을 맞은 의료 현장 곳곳에서 예상치 못한 혼란이 나타나고 있다. 전국민주노동조합총연맹(민노총) 보건의료산업노동조합 조사에 따르면 간호사와 방사선사 등 보건업 종사자 중 주 52시간 초과 근로자 비율은 10.8%에 이를 정도로 장시간 근로가 일상화돼 있다. 이런 상태에서 준비 없이 주 52시간제를 맞으니 충격이 클 수밖에 없다는 지적이 제기된다. 고용노동부에 따르면 의사와 간호사, 방사선사 등이 포함된 보건업은 운송업 4개 업종(육상, 수상, 항공, 기타)과 함께 ‘근로시간 특례업종’으로 지정돼 있다. 다른 업종과 달리 주당 근로시간 상한이 없다. 하지만 이는 어디까지나 노사가 특례 조항을 적용하기로 합의했을 때만 가능한 얘기다. 병원 측이 근로자 대표와 서면으로 합의하지 않으면 의사와 간호사도 다른 업종과 똑같이 주 52시간제를 지켜야 한다. 현재 주 52시간제가 우선 적용된 근로자 300인 이상 중대형 종합병원 대다수는 아직 노사 합의를 이루지 못한 상태다. 보건의료노조는 “특례 조항을 적용하면 사실상 ‘무제한 근로’가 가능해진다”며 특례 적용을 거부하고 있다.○ 구인난에 시달리는 응급환자 부서 병원 내에서 주 52시간제 적용으로 혼란이 큰 대표적 장소는 24시간 진료 체계를 유지해야 하는 응급실과 권역외상센터다. 한 권역외상센터에서 응급수술과 헬기 출동을 전담하는 간호사 전모 씨(37·여)는 하루 13시간씩 나흘 일하고 이틀 쉬는 근무 일정을 반복해 주 61시간 이상 일한다. 전 씨는 “지금보다 근무시간을 줄이면 간호사 한 명당 한꺼번에 돌봐야 할 중증외상환자가 현재의 2, 3명에서 4, 5명으로 늘어난다”며 “사실상 환자를 살리는 걸 포기하라는 얘기”라고 말했다. 새 일손을 뽑으면 해결될 일이지만 사람 구하기가 하늘의 별 따기 수준이다. 상당수 권역외상센터가 지방에 있는 데다 업무 강도가 세기로 유명해 구직자가 기피하기 때문이다. 중환자실도 마찬가지다. 대형병원 중환자실 간호사는 3교대로 주 48∼52시간 일하는 경우가 많지만 지방병원은 인수인계를 명목으로 하루 2, 3시간씩 초과근로를 하는 게 보통이다. 한 중환자실 간호사는 “동료가 환자에게 심장마사지를 벌이는 판에 누가 ‘주 52시간제를 지키겠다’며 퇴근할 수 있겠느냐”며 “결국 위법을 피하기 위해 시간외수당도 받지 못하고 일하게 될까 걱정된다”고 말했다.○ ‘11시간 연속 휴식’ 조항도 복병 노사가 특례업종 적용에 합의해 주 52시간제 적용을 피하더라도 9월부터 시행될 ‘연속 11시간 휴식’ 조항이 복병이 될 것으로 보인다. 자정에 퇴근하면 오전 11시까지는 반드시 쉬게 하는 식으로 최소한의 휴식권을 보장하는 것으로 특례업종에만 적용되는 조항이다. 이게 적용되면 의료진이 온콜(on-call·비상대기) 상태에 있다가 응급수술을 하는 일이 불가능해진다. 서울의 한 대학병원 혈관이식외과에서 일하는 임상강사 박모 씨(37)는 “새벽에 응급 이식수술을 했다고 그날 예정돼 있는 정규 이식수술을 취소할 수는 없다”고 말했다. 이 때문에 서울의 한 대학병원은 아예 특례업종 적용을 포기했다. 연속 11시간 휴식보다는 주 52시간제를 지키는 게 차라리 쉬울 것 같다는 이유에서다.조건희 becom@donga.com·유성열 기자·이진한 의학전문기자·의사}

경기 A 요양병원에선 70세가 넘은 의사가 야간에 혼자서 노인 입원환자 200여 명을 돌보게 될지도 모른다. 현행 의료법상 요양병원은 야간(오후 6시~오전 9시) 당직 의사를 둬야 한다. 현재는 15시간 근무가 되는 데 1일부터 시행된 주 52시간 근로제에 맞추려면 현재 1명인 당직 의사를 2명으로 늘려야 한다. 원장 B 씨는 “높은 연봉을 주고 젊은 의사를 데려올 형편이 안 된다”며 “진료 현장에서 은퇴한 고령 의사를 찾고 있다”고 말했다.● 과로가 일상인 의료 현장, 주 52시간 충격 커 주 52시간제 시행을 맞은 의료 현장 곳곳에서 예상치 못한 혼란이 나타나고 있다. 전국민주노동조합총연맹(민노총) 보건의료산업노동조합 조사에 따르면 간호사와 방사선사 등 보건업 종사자 중 주 52시간 초과 근로자 비율은 10.8%에 이를 정도로 장시간 근로가 일상화돼있다. 이런 상태에서 준비 없이 주 52시간제를 맞으니 충격이 클 수밖에 없다는 지적이다. 고용노동부에 따르면 의사와 간호사, 방사선사 등이 포함된 보건업은 운송업 4개 업종(육상, 수상, 항공, 기타)과 함께 ‘근로시간 특례업종’으로 지정돼 있다. 다른 업종과 달리 주당 근로시간 상한이 없다. 4시간 일할 때마다 30분씩 주어지는 의무 휴게시간 조항에서도 제외될 수 있다. 하지만 이는 어디까지나 노사가 특례 조항을 적용하기로 합의했을 때만 가능한 얘기다. 병원 측이 근로자대표와 서면으로 합의하지 않으면 의사와 간호사도 다른 업종과 똑같이 주 52시간제를 지켜야 한다. 현재 주 52시간제가 우선 적용된 근로자 300인 이상 중대형 종합병원 대다수는 아직 노사 합의를 이루지 못한 상태다. 보건의료노조는 “특례 조항을 적용하면 사실상 ‘무제한 근로’가 가능해진다”며 특례 적용을 거부하고 있다.● 구인난에 시달리는 응급환자 부서 병원 내에서 주 52시간제 적용으로 혼란이 큰 대표적 장소는 24시간 진료 체계를 유지해야 하는 응급실과 권역외상센터다. 경기의 한 권역외상센터에서 응급수술과 헬기출동을 전담하는 간호사 전모 씨(37·여)는 하루 13시간씩 나흘 일하고 이틀 쉬는 근무 일정을 반복해 주 61시간 이상 일한다. 전 씨는 “지금보다 근무시간을 줄이면 간호사 한 명당 한꺼번에 돌봐야할 중증외상환자가 현재의 2, 3명에서 4, 5명으로 늘어난다”며 “사실상 환자를 살리는 걸 포기하라는 얘기”라고 말했다. 새 일손을 뽑으면 해결될 일이지만 사람 구하기가 하늘의 별 따기 수준이다. 상당수 권역외상센터가 지방에 있는 데다 업무강도가 높기로 유명해 구직자가 기피하기 때문이다. 보건복지부가 3월부터 권역외상센터의 간호사 추가 채용 인건비(1명당 연 4000만 원)까지 지원하고 있지만 부산대병원과 원주세브란스기독병원에선 오히려 간호사가 1명씩 줄었다. 기존 인력도 붙잡기 어려운 상태라는 뜻이다. 중환자실도 마찬가지다. 대형병원 중환자실 간호사는 3교대로 주 48~52시간 일하는 경우가 많지만 지방병원은 인수인계를 명목으로 하루 2, 3시간씩 초과근로를 하는 게 보통이다. 한 중환자실 간호사는 “동료가 환자에게 심장 마사지를 벌이는 판에 누가 ‘주 52시간제를 지키겠다’며 퇴근할 수 있겠느냐”며 “결국 위법을 피하기 위해 시간외수당도 받지 못하고 일하게 될까 걱정된다”고 말했다.● ‘11시간 연속 휴식’ 조항도 복병 노사가 특례업종 적용에 합의해 주 52시간제 적용을 피하더라도 9월부터 시행될 ‘연속 11시간 휴식’ 조항이 복병이 될 전망이다. 자정에 퇴근하면 다음날 오전 11시까지는 반드시 쉬게 하는 식으로 최소한의 휴식권을 보장하는 것으로 특례업종에만 적용되는 조항이다. 이게 적용되면 의료진이 온콜(on-call·비상대기) 상태에 있다가 응급수술을 하는 일이 불가능해진다. 서울의 한 대학병원 혈관이식외과에서 일하는 임상강사 박모 씨(37)는 “새벽에 응급 이식수술을 했다고 다음날 예정돼있던 정규 이식수술을 취소할 수는 없다”고 말했다. 이 때문에 서울의 한 대학병원은 아예 특례업종 적용을 포기했다. 연속 11시간 휴식보다는 주 52시간제를 지키는 게 차라리 쉬울 것 같다는 이유에서다. 주 52시간제가 근로자 50~299인 사업장(2020년 1월)과 5~49인 사업장(2021년 7월)으로 각각 확대되면 혼란은 더 커질 수 있다. 밤에도 의료진을 둬야 하는 소규모 호스피스의원 등에도 주 52시간제가 적용되기 때문이다. 정재수 보건의료노조 정책실장은 “환자의 생명권을 위해서라도 의료 인력을 반드시 확충해야 한다”고 말했다.조건희기자 becom@donga.com이진한 의학전문기자·의사likeday@donga.com}

날이 더워지면서 일본뇌염 모기가 곳곳에서 일찍 발견되고 있습니다. 이러한 추세라면 질병관리본부는 조만간 일본뇌염 경보를 발령할 것으로 보입니다. 일본뇌염 경보는 일본뇌염 감염 환자가 발생하거나 일정 정도 이상의 일본뇌염 모기 밀집도가 관찰된 경우 발령하게 됩니다. 일본뇌염은 일본뇌염 바이러스를 가진 작은빨간집모기에 물리면 생깁니다. 다만 모두가 뇌염에 걸리는 것은 아닙니다. 즉 일본뇌염 바이러스에 감염되어 발생하는 뇌염의 99% 이상은 무증상이거나 열을 동반하는 가벼운 증상만 보입니다. 건강한 성인이라면 대부분은 증상이 없습니다. 하지만 드물게 발열, 심한 두통, 구토, 경련 등의 증상을 보이며 급성뇌염으로 진행될 수 있습니다. 특히 후유장애로 의식변화, 국소신경장애, 운동장애, 혼수상태, 뇌전증 같은 위중한 질환으로 나타날 수 있습니다. 특히 급성 뇌염의 20∼30%는 사망에까지 이를 수 있기 때문에 각별히 주의해야 합니다. 모기를 완전히 차단하는 것은 불가능합니다. 백신 접종이 유일한 예방책입니다. 정부는 일본뇌염을 국가예방접종사업 대상이 되는 제2군 감염병으로 분류하고 신생아에게 필수 예방접종을 무상으로 제공하고 있습니다. 무료 일본뇌염백신엔 생백신과 사백신 두 종류가 있습니다. 생백신은 생후 12개월부터 1년 간격을 두고 2회 맞으면 추가접종이 필요 없습니다. 반면 사백신은 생후 12∼23개월에 1차 접종 뒤 7∼30일 사이 2차 접종을 하고 12개월 뒤, 만 6세, 만 12세 등 총 5회 접종을 해야 평생 동안 일본뇌염에 대해 면역력을 유지할 수 있습니다. 이처럼 사백신은 5회 접종이다 보니 접종 편의성이 떨어져 무료임에도 불구하고 지난해 90%에 턱걸이하는 영유아 접종률을 보이고 있습니다. 이는 2016년 92.7%에 비해 더 떨어진 수치입니다. 생백신은 접종 편의성은 높지만 살아있는 바이러스를 주입하므로 면역력이 약하면 백신을 맞고 오히려 바이러스에 감염될 수 있다는 우려가 있습니다. 그러나 통계적으로 보면 사백신 접종으로 인한 부작용과 생백신 접종으로 인한 부작용은 빈도나 심각성에 큰 차이가 없는 것으로 알려져 있습니다. 전량 수입해 사용하는 무료 생백신(씨디 제박스·동물유래백신)의 경우 의료기관마다 구비해 놓은 상황이 달라 원한다고 쉽게 맞을 수 없는 게 현실입니다. 이 경우엔 예방접종도우미 홈페이지 또는 관할 보건소를 통해 무료생백신을 갖춘 의료기관을 확인한 뒤 미리 전화로 알아본 뒤 접종하는 것이 좋습니다. 다행히 최근엔 백신으로 인한 감염 걱정이 필요 없는 세포배양 생백신(이모젭)이 국내에 출시됐습니다. 세포배양생백신은 바이러스를 약화시켜 넣은 기존 세포배양 백신이 아니라 바이러스의 일부분만 배양해서 백신으로 만든 것이어서 안전성이 높아졌습니다. 하지만 이러한 백신은 아직 국가예방접종사업의 대상이 아니어서 다른 백신과 달리 적지 않은 부담을 해야 됩니다. 결국 공급 부족과 비용의 문제로 인해 일본뇌염 백신접종현장에선 접종 편의성이 높은 생백신이 사백신에게 밀리고 있습니다. 질병 예방에 더 유리한 백신이 더 환영받아야 한다는 점을 생각하면 정부의 노력이 아쉬운 대목입니다. 이진한 의학전문기자·의사 likeday@donga.com}

최근 더위가 기승을 부리면서 체력과 면역력이 떨어지기 쉬운 시기입니다. 이 시기 중·장년층에서 흔하게 생기는 질환 중 대표적인 것이 대상포진인데요. 실제로 국민건강보험공단이 발표한 2014년 월별 대상포진 진료환자 분석 자료에 따르면 대상포진 발병률은 기온이 오르는 여름철(7∼9월)에 가장 높았습니다. 대상포진은 수두·대상포진 바이러스가 원인입니다. 어렸을 적 수두를 일으킨 바이러스가 몸속에 잠복해 있다가 노화, 과로, 스트레스 등으로 면역력이 저하됐을 때 얼굴 허리 다리 등에 띠 모양의 수포와 통증을 동반한 대상포진으로 나타납니다. 대상포진은 통증과 부위별 다양한 합병증이 생깁니다. 통증의 양상은 다양해 △벌레가 기어가는 느낌 △찬물을 끼얹은 듯한 느낌 △칼로 살을 베는 느낌 등과 같은 증상을 호소합니다. 환자의 96%가 급성 통증을 경험한 적이 있으며 이 중 45%는 통증을 매일 겪고 있습니다. 한 통증 척도에 따르면 대상포진의 통증은 산통, 수술 뒤 통증보다 심각할 정도입니다. 이 때문에 전문가들은 면역력이 약하거나 스트레스가 많은 50대 이상의 경우 대상포진 백신을 맞기를 권장합니다. MSD의 조스타박스는 2006년 미국식품의약국(FDA)으로부터 승인 받은 이후 10년 이상 유일한 대상포진 백신으로 전 세계 60개국 이상에서 사용돼왔습니다. 하지만 최근에 조스타박스의 대항마들이 속속 나오고 있습니다. SK케미칼은 자체 기술로 개발한 ‘스카이조스터’에 대해 지난해 9월 식품의약품안전처의 시판 허가를 받아 국내에 공급하고 있습니다. 스카이조스터는 3상 임상시험을 통해 조스타박스와 면역원성 및 안전성에서 비열등성(기존 약과 동등함)을 입증한 것으로 알려져 있습니다. 다만 이 백신이 어느 정도 효과가 있는지는 좀더 지켜봐야 할 것 같습니다. 조스타박스의 경우 임상연구에서 50대 이상 성인에서 51∼70% 예방효과를 보였습니다. 진료환경 내 연구에서는 55%의 예방 효과가 확인됐습니다. 스카이조스터도 이와 비슷할 것으로 예상됩니다. 그런데 국내에선 아직 허가 받지 못한 GSK의 대상포진 백신 ‘싱그릭스’가 외국에서 상당한 돌풍을 몰고 있습니다. 싱그릭스는 미국과 캐나다에 이어 유럽에서 시판 허가를 받아 조스타박스와 글로벌 백신 시장을 두고 본격적인 경쟁에 들어갔습니다. 국내엔 당장 출시 계획이 없어 싱그릭스를 맞으려면 내년까지 기다려야 할 것으로 보입니다. 일단 싱그릭스는 약효가 상당히 탁월한 것으로 알려져 있는데요. 관련 자료에 따르면 3만8000명 이상을 대상으로 한 3상 연구 프로그램에서 싱그릭스는 50세 이상 성인에서 90% 이상의 높은 예방효과를 보였습니다. 이 효과는 4년 추적 연구 기간 유지된 것으로 확인됐습니다. 다만 조스타박스, 스카이조스터가 1회 투여하는 것과 달리 싱그릭스는 2회 투여해 편리함은 떨어집니다. 또 싱그릭스의 경우 주사 뒤 주사 부위 통증, 발적(빨갛게 부어오름) 등이 다른 백신에 비해 좀 더 심한 것으로 알려져 있어 국내 시장 진입에 앞서 이런 약점을 어떻게 극복할지 관심이 모아지고 있습니다.likeday@donga.com}

흔히 소아과 의사들은 ‘소아는 성인의 축소판이 아니다’라고 강조한다. 이는 같은 질병이어도 소아는 약물을 대사시키는 간과 신장의 크기가 작고 생리기전도 다르기 때문에 치료법이 완전히 달라진다는 의미다. 따라서 성인이 사용하는 감기약이나 소화제를 소아에게 절반이나 3분의 1로 줄인 용량을 투여하면 치료가 되지 않을 뿐 아니라 오히려 약의 부작용 위험이 클 수 있다. 그런데 소아는 성인과 달리 임상시험을 통과한 약이 많지 않다. 이 때문에 병원에선 성인에게만 사용하는 약을 부작용 위험을 감수하면서 소아에게 투여하는 경우가 많다. 소아에게 안전성, 유효성 확인 없이 사용되는 약은 오프라벨 약(미승인 약물, 허가 외 약)으로 불린다. 국내 통계에 따르면 소아에게 쓰는 약 중 60% 이상이 오프라벨 약이다. 이러한 사실을 아는 부모들이 과연 얼마나 될까. 특히 아이를 수술할 때 사용하는 마취제의 대부분이 성인에게만 허용된 약이다. 연예인들의 상습 투여 마취약으로 잘 알려진 프로포폴도 3세 미만의 소아에게는 투여하는 게 금기이지만 병원에선 어쩔 수 없이 사용한다. 비아그라도 소아에겐 오프라벨 약이다. 발기부전치료제로 유명하지만 소아에겐 폐동맥고혈압치료제로 사용된다. 외국에선 1999년부터 오프라벨로 사용하다 2011년 5월 유럽에서 임상을 근거로 소아용 폐동맥고혈압치료제로 승인을 받았다. 하지만 국내에서는 여전히 소아에게 미승인 폐동맥고혈압치료제로 사용 중이다. 이러한 소아의 오프라벨 약들이 최근 의료계에서 주목을 받고 있다. 오프라벨 약을 널리 알리는 데 불을 지핀 것은 다름 아닌 ‘스모프리피드’였다. 이 약은 지난해 말 이대목동병원에서 신생아 사망 사건의 원인으로 밝혀진 지질 영양제인데 유럽과 한국에서는 신생아에게도 사용하지만 미국에선 신생아나 미숙아에게 사용이 금지된 오프라벨 약이다. 미국 식품의약국(FDA)에선 신생아에게 스모프리피드를 사용하는 것에 대해 아직 안전성, 유효성 임상시험의 승인이 나지 않았기 때문이다. 하지만 대체재가 없기 때문에 미국에서도 중환자실에 입원한 신생아에겐 어쩔 수 없이 투여하고 있다. 미승인 약물의 사용이 유독 소아에게 많은 이유는 뭘까. 무엇보다 소아 대상 임상연구를 거의 안 하기 때문이다. 지금도 사회의 약자인 아이를 대상으로 임상시험을 한다는 것은 비윤리적이라고 생각하는 사람이 많다. 또 성인에 비해 낮은 빈도의 발병 질환이 많아 제약사들의 관심에서 멀어지고 있다. 많은 비용을 들여 약을 개발해도 그만큼의 수익을 보장받지 못하기 때문이다. 최근 국립중앙의료원 공공보건의료연구소에서 ‘소아의 미승인 약물 사용의 실태와 현실적인 대책’이라는 심포지엄이 열렸다. 심포지엄에서 국내 약물임상(2014∼2016년) 개수를 조사한 결과 총 224개 중 소아용 임상시험 약물은 겨우 4개였다. 소아암에도 쓸 약이 부족했다. 1948년에서 2003년 사이 미국 FDA 승인을 받은 120개 항암제 중 15개만 소아에게 허가됐다. 소아에게 오프라벨 약을 사용한다는 것은 안전성과 유효성이 검증되지 않은 약을 복용시키는 것이다. 실제로 이러한 약물을 사용할 때 약의 부작용 빈도가 높아진다는 연구결과도 있다. 더구나 허가 사항이 아닌 약을 복용하기 때문에 환자들은 ‘건강보험 혜택’도 받지 못한다. 이러한 문제를 심각하게 받아들인 미국에선 국회의원들이 앞장섰다. 즉 소아에 대한 임상연구의 활성화를 위해 신약 및 기존 약품에 대한 신규 사용 승인 시 개발업체로 하여금 소아 용도에 대한 연구 내용까지 포함시킨 소아연구동등법을 2003년에 제정했다. 또 신약 개발 시 소아 임상시험을 포함하면 특허를 6개월 연장해주는 인센티브도 운영 중이다. 유럽의 경우 2008년 7월 이후 소아에 대한 임상시험이 있어야 신규 허가 승인을 내준다. 최근엔 미국도 유럽과 같은 소아임상을 하는 조건으로 허가를 내주는 제도가 생겼다. 국내는 어떨까? 안타깝게도 이에 대한 법 제도가 전무하다. 저출산 시대에 아픈 아이들에게 안심하고 투여할 약이 턱없이 부족하다. 의사들이 환아를 살리기 위해 소위 불법으로 투여해서라도 치료할 수밖에 없는 현실이 언제까지 지속될지 안타깝기만 하다. 이진한 의학전문기자 likeday@donga.com}
제약사의 가격 인상 요구로 품귀 현상을 빚었던 간암 치료제 ‘리피오돌’이 10일부터 국내에 추가 공급된다. 리피오돌을 독점 생산하는 프랑스 게르베그룹의 한국 계열사인 게르베코리아는 1일 대한간학회, 대한인터벤션영상의학회 등에 보낸 서한에서 “(보건복지부와) 논의를 진행하는 동안 공급을 재개하기로 결정했다”고 밝혔다. 게르베코리아 측은 항공을 통해 늦어도 10일에는 추가 물량을 들여오기로 했다. 리피오돌은 국내 간암 환자의 90%가 투약하는 필수 치료제이지만 최근 게르베코리아가 “값을 5배로 올려 달라”며 수입을 중단해 전국 병원에서 재고가 바닥을 드러냈다. 다만 게르베코리아는 “천연 양귀비 오일로 만드는 탓에 원하는 만큼 생산량을 늘릴 수 없는데, 전 세계적으로 수요는 늘고 있어 공급 부족에 시달리고 있다”며 “(한국으로) 수입해 올 수 있는 물량이 제한적이니 의료 현장에서 투약량을 효율적으로 조절해 달라”고 덧붙였다. 이 같은 설명의 배경엔 중국이 있다. 중국은 2015년 9월 게르베그룹과 리피오돌 공급 계약을 맺은 뒤 이듬해부터 본격적으로 수입해 3년 만에 수입량을 22배로 늘렸다. 지난해 국내 리피오돌 소비량은 3만 개였지만 중국은 무려 6만 개에 달했다. 올해 중국 수요량은 12만 개에 달할 것으로 보인다. 중국은 리피오돌 개당 가격도 30만 원 가까이 쳐준다. 반면 한국에선 개당 가격이 2012년 8740원에서 5만2560원으로 오른 뒤 그대로 유지되고 있다. ‘퇴장방지 의약품’으로 분류돼 약값을 생산 원가 수준으로 정하기 때문이다. 복지부는 국제 시세에 맞게 가격을 협상할 방침이지만 의료계는 정부와 게르베코리아의 협상이 일러도 내년 초에야 종료될 것으로 내다본다. 이에 당분간 품귀 현상이 지속돼 환자들의 피해가 우려되고 있다.조건희 기자 becom@donga.com·이진한 의학전문기자·의사}

국내 간암 환자들의 필수 치료제인 ‘리피오돌’(사진)이 대형병원에서 품귀 현상을 빚고 있다. 독점 제약사가 약값 인상을 요구하며 공급량을 10분의 1로 줄인 탓이다. 두 달 전부터 ‘리피오돌 대란’이 예상됐음에도 보건복지부가 안일하게 대응하면서 간암 환자들의 피해가 우려된다. 31일 의료계에 따르면 연세대 세브란스병원과 서울성모병원의 리피오돌 재고량은 2, 3일 치에 불과하다. 다른 대형병원들도 다음 주에 리피오돌 재고량이 바닥날 것으로 보인다. 리피오돌은 간의 암덩어리에 영양을 공급하는 동맥에 항암제를 투여해 효과적으로 암을 제거하는 주사제다. 암세포에 항암제가 잘 들어갈 수 있도록 도와주는 역할을 한다. 또 몸 안에 출혈이 있을 때 리피오돌을 주입해 출혈 위치를 파악하는 용도로도 쓰인다. 간암 환자의 최대 90%가 이 치료를 받고 있다. 리피오돌 품귀 현상이 빚어진 것은 이 약을 독점 생산하는 프랑스계 제약사인 게르베코리아가 보건당국과 약값 문제를 두고 갈등을 빚자 공급량을 10분의 1로 줄였기 때문이다. 현재 리피오돌 하나의 가격은 5만2560원이다. 업체 측은 이 가격을 26만2000원으로 무려 5배로 올려 달라고 요구했다. 이런 상황에서 중국이 리피오돌 가격을 30만 원으로 올려주면서 업체 측은 중국에 물량을 몰아주고 있다. 리피오돌의 대체재가 있지만 비용이 60만 원으로 비싼 데다 고름이 생기는 등 부작용이 있어 일부 환자에게만 쓰인다. 병원들은 제약사의 횡포에 분통을 터뜨리고 있다. 세브란스병원 관계자는 “가격을 원하는 만큼 안 올려주면 공급을 중단하겠다는 것은 독점 제약사의 갑질이자 환자를 대상으로 한 협박”이라고 지적했다. 정부의 무사안일에 대한 비판의 목소리도 크다. 한 병원 관계자는 “두 달 전부터 리피오돌 대란이 예상됐는데 아직까지 가격 협상을 매듭짓지 못했다는 것은 말이 안 된다”라고 했다. 일본은 최근 2, 3년 안에 20만 원으로 약값을 올려주는 조건으로 리피오돌 가격을 10만 원 선까지 올렸다. 복지부는 지금까지 리피오돌이 환자 진료에 필수적이라고 보고 ‘퇴장방지 의약품’으로 지정해 관리하고 있다. 일반적인 의약품의 가격은 수입·제조사와 정부가 약값을 협상해 결정하는데 이때 국제 시세가 반영된다. 반면 퇴장방지 의약품은 생산 원가를 보장하는 수준에서 정부가 가격을 정한다. 곽명섭 복지부 보험약제과장은 “리피오돌을 퇴장방지 의약품에서 빼고 약값 협상의 대상으로 전환해 국제 시세를 반영하는 방안을 검토하고 있다”며 “환자들에게 피해가 가지 않도록 업체와 최대한 빨리 협의를 진행하겠다”고 밝혔다.이진한 의학전문기자·의사 likeday@donga.com·조건희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