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유하기

한국과 북한 미국이 4, 5월 열릴 남북, 북-미 ‘릴레이 정상회담’을 앞두고 한자리에 모여 ‘몸 풀기 대화’에 나선다. 20일부터 1박 2일 동안 핀란드 헬싱키에서 학술회의 형식으로 열리는 반민반관(半民半官·정부도 관여하는 민간대화 채널)의 ‘1.5 트랙’ 대화다. 민간인이 대거 참석하지만 사실상 릴레이 정상회담의 사전 물밑 접촉 격이라고 할 수 있다. 남-북-미 3자는 지난해 10월 러시아 모스크바에서 열린 ‘비확산 국제회의’에서 회동하려 했지만 무산됐다. 그동안 열렸던 ‘1.5 트랙 대화’는 북한의 연쇄 도발과 미국의 대북제재로 긴장 일변도였던 북-미 관계에서 거의 유일한 숨구멍 같은 역할을 해왔다. 유엔 북한대표부와 미 국무부 사이에 가동되던 뉴욕채널이 막혀 있을 때도 스웨덴, 싱가포르, 말레이시아 등 제3국에서 열리는 1.5 트랙은 북-미 간 소통창구였다. 그나마 북-미는 간헐적으로 접촉했지만, 남북 및 남-북-미 간 의미 있는 접촉은 거의 ‘0’에 가까웠다. 한국 측 패널로 참석하는 김준형 한동대 교수는 동아일보와의 통화에서 “북-미 간에는 가끔 만나왔다고 들었다. 그래서 우리가 (평창 모멘텀 이후) 국면도 좋고 하니 북한에 (1.5 트랙 대화에 참석해도 되느냐고) 의중을 물어봤고, 북한이 수용하면서 3자 대화가 열렸다”고 말했다. 김 교수는 “모든 가능성을 열어놓고 백지토론 해보자는 생각”이라며 “그러다 보면 한반도 비핵화 방안이나 대화에 임하는 북측 의중, 정세 관련 생각이 드러나지 않겠나 싶다”고 덧붙였다. 각국의 참여 인사만 봐도 기존 1.5 트랙 대화보다 무게감이 느껴진다. 북측을 대표할 것으로 보이는 최강일 외무성 북아메리카국 부국장은 1994년 제네바 협상 실무도 했던 북-미 대화 전문가다. 지난달 평창 겨울올림픽 폐회식 참석을 계기로 김영철 통일전선부장과 함께 방한한 최 부국장은 당시 미 대표단과 접촉했을 가능성도 제기됐다. 그는 최근 외무성 부상으로 승진한 최선희 북아메리카국 국장을 대신해 북한의 대화국면용 새 협상 ‘일꾼’으로 자리매김하고 있다. 특히 도널드 트럼프 미 대통령이 김정은의 북-미 정상회담 제안을 수용한 후 북한이 이에 대한 공식 반응을 내놓지 않은 상황이라, 최 부국장이 김정은의 또 다른 메시지를 들고 올지 관심이 집중되고 있다. 미국에서는 대화파로 분류되는 토머스 허버드, 캐슬린 스티븐스 전 주한 미대사가 포진했다. 특히 노무현 정부 첫해 주한 미대사로 재직했던 허버드 전 대사는 미국 내 한국 관련 대표 단체 중 하나인 코리아소사이어티 이사장을 맡고 있고, 외교적 해법을 강조하는 대표적인 비둘기파다. 로버트 칼린 미 스탠퍼드대 국제안보협력센터(CISAC) 객원 연구원은 북측 인사들과 접촉해 이번 대화의 실무작업을 진행한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우리 대표로는 신각수 전 주일대사와 신정승 전 주중대사, 백종천 세종연구소 이사장(전 대통령통일외교안보정책실장), 조동호 국가안보전략연구원 원장, 김동엽 경남대 교수, 김준형 교수가 참석한다. 신각수, 신정승 전 대사는 북-일 정상회담과 북-중 관계 개선에 대한 조언을 건네고, 노무현 정부에서 2차 남북정상회담을 경험한 백 이사장은 남북대화 의제에 대한 대화를 나눌 것으로 예상된다. 청와대와 정부 당국자들의 다발적인 접촉 행보도 이어지고 있다. 정의용 청와대 국가안보실장은 허버트 맥매스터 미 백악관 국가안보보좌관, 야치 쇼타로 일본 국가안전보장국장과 17, 18일(현지 시간) 미 샌프란시스코에서 만나 한반도의 완전한 비핵화와 남북 및 북-미 회담에 대해 논의했다. 19일 유럽연합(EU) 외교이사회 참석차 벨기에를 방문한 강경화 장관도 마르고트 발스트룀 스웨덴 외교장관과 회담을 갖고 지난주 리용호 북한 외무상의 스웨덴 방문 결과에 대한 설명을 들었다고 외교부가 밝혔다.신나리 journari@donga.com·신진우 기자 / 뉴욕=박용 특파원}
11월 미국 중간선거를 앞두고 여당인 공화당의 지지율이 곤두박질치고 있다. 민주당과의 지지율 격차는 두 자릿수로 벌어졌다.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의 국정 지지율이 상승하는 가운데 여당 지지율은 하락하는 ‘디커플링(decoupling) 현상’까지 나타나 선거 전략을 수립하는 데 애를 먹고 있다. NBC뉴스와 월스트리트저널(WSJ)이 18일 내놓은 여론조사 결과에 따르면 ‘민주당이 지배하는 의회를 원한다’는 응답률은 50%로, 공화당을 선택한 답변(40%)보다 10%포인트 높았다. 격차가 1월(6%포인트)보다 더 벌어진 것이다. 이번 조사는 10∼14일 미 전역 등록 유권자 1100명을 대상으로 전화 설문조사 방식으로 진행됐다. 표본 오차는 ±3%다. 민주당은 18∼34세 젊은층과 여성 유권자에서 공화당을 각각 30%포인트, 23%포인트 차로 따돌렸다. 공화당의 지지율은 남성과 고졸 이하 백인층에서만 각각 4%포인트, 11%포인트 더 높았다. NBC뉴스는 “두 자릿수의 격차는 다가오는 선거에서 민주당의 선전을 예고하는 신호”라고 해석했다. 반면 트럼프 대통령의 국정 지지율은 43%로 1월보다 4%포인트 상승했다. 13일 치러진 펜실베이니아주 연방하원의원 보궐선거가 트럼프 대통령과 공화당의 ‘디커플링 현상’을 보여주는 사례다. 공화당의 릭 서컨 후보는 트럼프 대통령의 지원 유세에도 33세의 정치 신인인 민주당의 코너 램 후보에게 패배했다. 트럼프 대통령이 2016년 대선에서 20%포인트 차로 압도적인 승리를 거둔 텃밭이자 고율 철강관세의 수혜지역에서 뼈아픈 패배를 당한 것이다. 펜실베이니아에서 트럼프 대통령 취임 이후 처음으로 하원 의석을 빼앗긴 공화당은 하원의원(435명)과 상원의원(100명) 3분의 1을 새로 뽑는 11월 중간선거를 앞두고 비상이 걸렸다. 민주당이 하원에서 23석을 더 차지하면 ‘여소야대’ 상황으로 바뀔 수도 있다.뉴욕=박용 특파원 parky@donga.com}
미국의 보호무역 공세가 거세지는 가운데 제3차 한미 자유무역협정(FTA) 개정 협상이 15일(현지 시간) 미국 워싱턴 무역대표부(USTR) 청사에서 열렸다. 이날 협상은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이 미국의 대(對)한국 무역적자를 해소하기 위해 ‘주한미군 철수 카드’까지 쓸 수 있다는 전망이 나온 직후여서 더욱 주목받았다. 이날 백악관은 “트럼프 대통령은 주한미군 철수를 시사하지 않았다”며 관련 논란의 확산을 막는 모습이었다.○ ‘주한미군 철수’ 논란 속 진행된 FTA 개정 협상 유명희 산업통상자원부 통상교섭실장과 마이클 비먼 USTR 대표보는 각각 양국의 수석대표로 나서 이날 오전 10시부터 7시간 30분 동안 협상을 진행했다. 이번 협상에선 미 정부가 23일 부과할 수입 철강에 대한 25% 관세가 쟁점으로 떠올랐다. 한국 측은 세탁기와 태양광 제품에 대한 세이프가드(긴급수입제한조치)에 이어 철강에 고율 관세를 부과하려는 조치에 대한 부당성을 주장하며 철강 관세를 면제해줄 것을 요청했다. 산업부 당국자는 “한미 FTA 개정은 철강 제품 관세와는 별도의 문제”라고 말했다. 반면 미국은 미국산 자동차에 대해 한국이 비관세 장벽을 철폐하라는 요구와 더불어, 미국에 수출하는 한국산 자동차 제작에 미국산 부품을 더 많이 사용하라고 압박해왔다. 한국과 미국은 16일 오전 다시 만나 이틀째 협상을 이어갔다. 트럼프 대통령이 ‘주한미군 문제’까지 거론하며 한국에 FTA 협상을 압박하고 있는 상황이어서 협상이 쉽지 않을 것으로 전망된다. 워싱턴포스트(WP)는 전날인 14일 트럼프 대통령의 비공개 정치자금 모금 행사 연설 내용을 입수해 “트럼프 대통령이 한국과의 무역협상이 뜻대로 되지 않을 경우 주한미군 철수 카드를 꺼낼 수 있음을 시사하는 발언을 했다”고 보도했다. WP가 공개한 연설문에 따르면 그는 “우리는 무역에서도, 군사에서도 (한국에) 돈을 잃고 있다. 북한과 남한 국경에 3만2000명의 군인을 두고 있다. 어떤 일이 일어나는지 보자”라고 말했다. 백악관은 “대통령이 주한미군 철수를 시사하지 않았다”고 진화하면서도 무역에 대한 트럼프 대통령의 불만이 크다는 점은 부인하지 않았다. 익명의 백악관 관리는 미국의소리(VOA) 방송과의 인터뷰에서 “대통령이 말하려고 했던 점은 현 행정부가 미국인 근로자 상황을 개선하기 위해 미국의 무역 및 투자 협정들을 재협상하는 데 전념하고 있다는 것”이라고 말했다. ○ 남 북 미 대화 모드 속 조용히 진행될 한미 훈련 데이나 화이트 미 국방부 대변인도 이날 정례 브리핑에서 “한국과의 관계는 어느 때보다 강력하다”며 “우리는 그들(한국)을 계속 지원하고 함께 일할 것”이라고 주한미군 철수설을 일축했다. 해리 해리스 미 태평양사령관도 이날 상원 군사위원회 청문회에서 미군이 한국과 일본에서 철수할 경우 “김정은이 승리의 춤을 출 것(Kim will do a victory dance)”이라고 우려했다. 한편 한미 국방부는 그간 철저히 함구해온 한미 연합 훈련 일정을 20일 발표할 것으로 알려졌다. 그러나 전차 등 실제 장비가 동원되는 야외 기동 훈련인 독수리훈련이 다음 달 1일 시작된다는 것 외에 미군 전략자산의 투입 규모 등 구체적인 훈련 내용은 비공개에 부쳐질 것으로 알려졌다. 이례적으로 훈련 종료일도 공개하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 특히 재작년과 지난해 연이어 참가해온 미군 핵항공모함은 참가하지 않기로 최종 확정됐다. 이런 움직임은 남북 및 북-미 대화 분위기와 연관된 것으로 보인다.뉴욕=박용 특파원 parky@donga.com / 세종=이건혁 / 손효주 기자}

20여 년 전 밤 서울행 시외버스 안은 캄캄했다. 서울에 가까이 왔을 무렵 여성 승객의 비명이 정적을 깼다. 버스 앞쪽에 앉은 한 여성이 벌떡 일어나 옆자리 남성을 핸드백으로 때리며 고함을 질렀다. 깜빡 잠든 사이 성추행을 당한 것이다. 피해 여성은 “경찰서로 가달라”고 외쳤지만 버스 운전사는 “무슨 일이냐”고 물었을 뿐이었다. 운전대는 돌아가지 않았다. 버스 안도 웅성거리기 시작했다. 뒷자리에선 남성의 굵은 목소리가 들렸다. “바쁜데 그냥 갑시다. 그런 일로….” 운전사와 승객의 외면 속에서 그녀는 홀로 버텼다. 그 남자의 팔을 끌고 다음 정거장에서 내렸다. 양복을 잘 차려입은 평범한 중년의 회사원은 순한 양처럼 고개를 푹 숙이고 피해 여성의 손에 이끌려 버스를 내렸다. 그러나 정거장의 어둠 속에서 남자는 ‘야수’로 돌변했다. 오히려 여성의 손을 잡아끌고 어딘가로 향하려고 했고, 이번엔 여성이 소리를 지르며 버텼다. 다행히 젊은 승객 몇몇이 버스에서 내려 남자를 막아섰다. 시민들이 합세하자 그 남자는 도로를 가로질러 달아났다. 컴컴한 골목에 주차된 트럭 밑에 엎드려 숨어 있다가 다시 끌려왔다. 남자는 다시 고분고분해졌다. 주민등록증을 맡기며 붙들린 팔이 아프니 풀어달라고 애걸했다. 피해 여성에게 “한 번만 용서해 달라”고 매달렸다. 중국 전통극 변검(變臉)의 연기자처럼 가면을 바꾸고 표변하는 그를 보며 시민들은 혀를 내둘렀다. 홀로 당당하게 맞섰던 그녀의 눈에서 비로소 굵은 눈물이 뚝뚝 떨어졌다. 그녀는 그날 남자를 경찰서로 데려가지 않았다. 그렇다고 용서한 것도 아니었다. 그녀는 “모든 게 무섭고 두려워 빨리 벗어나고 싶다”며 흐느꼈다. 처음 가보는 경찰서에서 조사를 받는 일부터 자신을 바라보는 낯선 사람들의 시선, 가해자와의 대면, 피해 사실의 입증, 나이 드신 부모님을 밤중에 불러야 하는 일들까지…. 성폭력의 공포는 범죄자 혼자 만들어 내는 게 아니다. 무관심하거나 위세에 눌려 고개를 돌려버린 많은 승객들의 무정하고 불편한 시선들도 그날 밤 그녀를 경찰서 앞에서 발길을 돌리게 만들었다. 권력자의 상습 성폭력을 고발하는 ‘미투(#MeToo) 운동’은 우리 사회가 20여 년 전 그날 버스 안의 상황보다 크게 나아지지 않았다는 걸 말해준다. 위계질서 속에서 이뤄지는 권력자의 상습 성폭력은 개인의 일탈 차원을 넘어선다. 누구나 ‘안 돼(No)’라고 말할 수 있는 분위기를 만들지 못한다면 힘으로 모든 걸 가지겠다는 권력자의 망상과 은밀한 일탈이 반복될 수밖에 없다. 미투 운동이 ‘정치공작’에 악용될 수 있다는 음모론도 나오지만, ‘성폭력 공포로부터 자유’ 같은 인간의 기본 권리보다 먼저 고려할 가치는 없다. 일반 성범죄자와 달리 권력자의 성폭력에만 ‘공작의 관점’을 특별히 고려해야 할 이유도 없다. 무엇보다 ‘이럴지도 모른다’는 막연한 음모론이 힘겹게 경찰서 앞까지 간 피해자의 발길을 돌리게 할 수 있다. 미국 뉴욕 맨해튼 ‘포프리덤’ 공원엔 프랭클린 루스벨트 대통령이 1941년 연설에서 제시한 4가지 자유(언론과 종교의 자유, 결핍과 공포로부터의 자유)의 비전을 새긴 기념비가 서 있다. 비문은 이렇게 끝난다. “이는(자유의 비전은) 먼 새 천년의 비전이 아니다. 당대가 이루고자 하는 세계에 대한 확고한 기초다.” 우리는 성폭력의 공포로부터 얼마나 자유로워졌는가. 박용 특파원 parky@donga.com}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13일(현지 시간) 북-미 정상회담을 두 달가량 앞두고 렉스 틸러슨 국무장관을 전격 경질한 것은 협상의 물꼬는 텄으니 새 진용으로 본격적인 회담 준비에 들어가겠다는 신호로 풀이된다. ‘호흡이 맞는’ 대북 강경파 마이크 폼페이오 중앙정보국(CIA) 국장을 외교라인의 새 사령탑으로 앉혀 북한과 비핵화 담판을 짓겠다는 복안이다. 트럼프 대통령은 폼페이오 국무장관 내정자에 대해 “우리는 케미스트리(호흡)가 매우 잘 맞았다. 그를 전폭적으로 신뢰한다”며 힘을 실어줬다. ○ 2개월 남기고 북-미 정상회담 체제 전환 워싱턴포스트(WP)는 “외교 수장의 교체가 중요한 외교적 이벤트인 북-미 정상회담을 앞두고 일어났다”며 “두 일이 서로 관련돼 있다”고 분석했다. 외교적 해법을 중시한 틸러슨 장관은 대북 정책에서 군사 옵션까지 불사하겠다는 트럼프 대통령과 잦은 이견으로 소외되는 모습을 보였다. 트럼프 대통령은 북-미 정상회담 수락과 관련해 “틸러슨 장관과는 별로 의논하지 않았다. 혼자서 내린 결정”이라고 밝혔다. 트럼프 대통령은 ‘복심(腹心)’으로 믿을 만한 폼페이오 내정자를 앞세워 협상력을 끌어올리고 북한 비핵화를 관철시킬 것으로 보인다. 수잰 디마지오 뉴아메리카재단 선임연구원은 WP에 “트럼프 대통령은 강경한 폼페이오가 틸러슨보다 자신을 더 잘 대변한다고 생각한 것으로 보인다”고 분석했다. 해리 카지아니스 미국 국가이익센터 국방연구국장은 “외교적 폭풍우가 몰아치는 상황에서 거친 도전을 함께 헤쳐 나갈 제대로 된 팀이 필요했을 것”이라고 분석했다.○ “협상에 양보 없다” 대북 특사로 나설 수도 대북 협상파인 틸러슨 장관은 북한의 정권 교체나 붕괴, 무리한 통일, 주한미군의 38선 이북 진입은 하지 않겠다는 ‘4불(不)’ 약속을 공개적으로 거론했다. 반면 폼페이오 내정자는 김정은 정권 교체까지 주장한 대북 강경파다. 그는 11일 CIA 국장 신분으로 “(북한과) 협상이 진행되는 동안 양보는 없다”고 강경한 태도를 보였다. 뉴욕타임스는 “폼페이오의 과거 경력과 최근 발언을 볼 때 북한과 이란에 강경한 트럼프 행정부의 매파들과 보조를 맞출 것”이라고 전망했다. 대통령의 신임을 받는 인물이란 점은 협상에 긍정적인 요인이다. 조엘 위트 존스홉킨스대 한미연구소 선임연구원은 “(폼페이오 내정자가) 강경파이지만 대통령의 복심이라는 점이 대화 과정에서 긍정적으로 작용할 것이라는 기대감을 북한이 가질 수 있다”고 말했다. 국무부의 직업 외교관들과 단절된 틸러슨 장관과 달리 군, 의회, 정보기관을 경험한 폼페이오 장관은 업무 추진력과 유연성에 대한 기대도 나온다. 미 육군사관학교를 졸업한 폼페이오 내정자는 군인 출신으로 임기 2년의 연방 하원의원을 6년 동안 지냈다. 폼페이오 내정자가 북-미 정상회담 준비를 진두지휘하며 특사로 방북하거나 리용호 북한 외무상과 제3국에서 만나 협상할 가능성도 제기된다. 하지만 북한의 노련한 협상가를 상대하기에는 경험이 부족하다는 우려도 나온다. 폼페이오 내정자의 인사청문회는 다음 달 9일 이후에나 열릴 것으로 보인다.뉴욕=박용 특파원 parky@donga.com}

“북한은 미국에 심각한 위협인데도 의회에는 이 위기를 다룰 노련한 의원이 거의 없습니다. 저는 경험이 있습니다.”(릭 서컨 공화당 후보·60) “헤로인이 공화당원과 민주당원을 죽이고, 건강보험은 비싸며, 다리와 도로는 무너지고 있습니다. 변화가 필요합니다.”(코너 램 민주당 후보·33) 13일(현지 시간) 치러지는 미국 펜실베이니아주 제18 연방 하원 선거구 보궐선거에서 릭 서컨 공화당 후보와 코너 램 민주당 후보가 오차 범위 내에서 박빙의 승부를 벌이고 있다. 이곳 유권자들의 표심은 11월 중간선거 향방을 가늠하는 ‘리트머스 시험지’로 주목받고 있다. 펜실베이니아 선거구는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이 2016년 11월 대선에서 20%포인트 차로 압도적인 승리를 거둔 공화당의 텃밭이다. 주의원 4선 출신인 공화당 서컨 후보는 올해 1월 그래비스 여론조사에서 연방검사 출신의 정치 신인 램 후보를 12%포인트 차로 따돌리며 순항했다. 하지만 30대의 램 후보는 민주당 소속임에도 총기 규제에 반대하는 등 중도 노선으로 러스트벨트의 블루칼라 유권자층을 파고들면서 상황이 달라졌다. 공화당 의원조차 반대하는 트럼프 대통령의 ‘철강 관세’를 찬성해 철강노조의 지지도 이끌어냈다. 그 결과 최근 여론조사에선 램 후보가 ‘서컨 후보와의 격차를 3%포인트로 줄였다’는 분석(그래비스)과 ‘3%포인트 차로 역전에 성공했다’는 관측(에머슨)이 나오고 있다. 트럼프 대통령은 철강 도시 피츠버그를 낀 이 러스트벨트 지역에서의 승리를 통해 북-미 정상회담 개최라는 정치적 업적과 감세와 철강 관세 부과라는 경제적 성과에 대한 국민적 지지를 확인하길 원하고 있다. 이에 맞선 민주당은 지난해 12월 앨라배마주 상원의원 선거에서 25년 만에 승리한 ‘앨라배마의 기적’ 때처럼 공화당 텃밭인 펜실베이니아에서 기적이 다시 일어나길 간절히 바라고 있다. 민주당이 패배한다면 중간선거를 대비한 ‘반(反)트럼프 여론몰이’의 차질이 불가피하다. 거꾸로 공화당이 진다면 트럼프 대통령 취임 이후 처음으로 연방 하원 의석을 잃게 된다. 펜실베이니아가 공화당 텃밭인 만큼 이기더라도 근소한 차이라면 정치적 역풍이 만만치 않을 것으로 전망된다. 마음이 다급해진 트럼프 대통령은 10일 서컨 후보 지원 유세에 나섰다. 또한 트위터를 통해 서컨 후보에 대한 지지를 호소했다. 폴리티코는 “트럼프 대통령의 참모들은 서컨 후보가 지면 대통령에게 비난이 돌아갈 것을 우려해 유세를 만류했지만 대통령이 강행했다”고 전했다. 뉴욕=박용 특파원 parky@donga.com}
백악관은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김정은 북한 노동당 위원장과 정상회담을 위해 평양에 가는 것에 대해 “가능성이 높을 것 같지 않다”고 전망했다. 라지 샤 미 백악관 부대변인은 11일(현지 시간) ABC방송 ‘디스위크’에 출연해 트럼프 대통령과 김정은 위원장의 정상회담에 대해 “시간과 장소는 앞으로 결정될 것”이라며 “어떤 것도 배제하지 않고 있다”고 밝혔다. 하지만 트럼프 대통령이 김 위원장을 만나기 위해 평양으로 갈 의향이 있느냐는 질문에는 “(가능성이) 아주 높을 것 같진 않지만 어떤 것도 배제하지 않을 것”이라고 답변했다. 백악관은 5월 북-미 정상회담에서 유리한 고지를 선점하기 위해 회담 장소에 특히 신경을 쓰고 있는 것으로 관측된다. USA투데이는 “회담 장소는 어떤 신호를 보낼지 보여주는 결정적 요인”이라며 “예를 들어 트럼프가 김정은을 만나러 북한으로 간다면 북한에 우위를 내주는 것처럼 보일 수 있다”고 분석했다. 샤 부대변인은 전날 세라 허커비 샌더스 대변인이 “북한이 구체적인 조치를 보이지 않는 한 만나지 않겠다”고 언급해 빚어진 혼선에 대해서도 해명했다. 샤 부대변인은 “한국 특사단에 밝힌 약속을 이행하는 것 외에는 추가 조건이 없다”며 “그들(북한)은 미사일과 핵실험을 할 수 없고, 한미 연합훈련에 대한 공개적 반대도 할 수 없다”고 강조했다. 제임스 매티스 국방장관은 이날 기자들로부터 북한 관련 질문을 받았지만 “아주 미묘한 문제이기 때문에 대통령을 위해 그 일을 노력하고 있는 국무부와 국가안보회의(NSC)에 맡겨두고 싶다”며 답변을 거부했다. 트럼프 행정부 고위 인사들은 트럼프 대통령이 정상회담 개최를 즉흥적으로 결정한 것 아니냐는 비판 여론에 대해서도 해명하고 나섰다. 마이크 폼페이오 미국 중앙정보국(CIA) 국장은 이날 폭스뉴스와의 인터뷰에서 “대통령은 이것(북-미 정상회담)으로 연극을 하려는 게 아니라 문제를 해결하려는 것”이라며 “트럼프 대통령은 지금이 김정은을 만나기에 적기라고 판단하고 결정을 내린 것”이라고 반박했다. 뉴욕=박용 특파원 parky@donga.com}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과 김정은 북한 노동당 위원장(사진)이 5월 안에 북-미 정상회담을 갖기로 했다. 트럼프 대통령과 김정은이 직접 대화를 갖고 비핵화, 더 나아가 북-미 수교 등에 대한 ‘원샷’ 타결을 시도하겠다는 것. 다음 달 판문점 3차 남북 정상회담에 이어 사상 첫 북-미 정상회담이 성사되면 6·25전쟁 이후 이어진 정전체제 종식도 논의할 수 있어 한반도를 넘어 동북아 정세가 일대 격변을 맞게 될 것으로 보인다. 정의용 청와대 국가안보실장은 8일(현지 시간) 백악관에서 트럼프 대통령과 면담을 가진 뒤 “트럼프 대통령이 항구적인 비핵화 달성을 위해 김 위원장과 올해 5월 안(by May)에 만날 것이라고 했다”고 밝혔다. 트럼프 대통령은 정 실장으로부터 김정은의 대화 의사를 전해 받고 “좋다. 만나겠다”고 그 자리에서 수락했다고 청와대는 밝혔다. 김정은은 “가능한 한 조속한 시일 내에 만나고 싶다. 직접 만나서 얘기를 나누면 큰 성과를 낼 수 있을 것”이라는 메시지를 정 실장을 통해 트럼프 대통령에게 전했다. 김정은은 트럼프 대통령에게 북한의 비핵화 의지를 밝히고 향후 핵·미사일 실험 자제, 한미 연합 군사훈련 지속에 대한 이해 등을 약속했다. 북-미 정상회담의 시기와 장소는 후속 실무협상을 통해 정한다. 북-미 또는 남북미 간 실무접촉이나 특사 교환이 이어질 것으로 보인다. 북-미가 정상회담에 합의하면서 비핵화 협상은 물론이고 문재인 대통령이 목표로 내건 한반도 평화체제 구축 논의도 급물살을 탈 것으로 전망된다. 여권 고위 관계자는 “김정은은 과거 아버지인 김정일 등과 달리 단순한 비핵화 협상을 넘어 자신들을 동등한 대화 상대, 즉 정상 국가로 인정해 달라고 요구하고 있다”며 “북-미 평화협정 등 포괄적인 해법까지 논의할 가능성도 있다”고 말했다. 청와대는 환영했다. 평창 겨울올림픽 기간 북-미 탐색 대화를 위한 물밑 중재가 별 성과를 내지 못한 상황에서 대북 특사 파견이라는 승부수가 최초의 북-미 정상회담이란 예상 밖의 성과로 이어졌기 때문. 문 대통령은 입장문을 내고 “5월의 (북-미) 회동은 훗날 한반도의 평화를 일궈낸 역사적인 이정표로 기억될 것”이라고 평가했다. 문 대통령은 이날 남북 정상회담 준비위원회 구성을 지시하고 위원장에 임종석 대통령비서실장을 임명했다. 하지만 실질적 한반도 평화 기조를 이어가기 위해선 북-미 대화는 시작일 뿐이며 검증 가능한 비핵화 등 넘어야 할 과제가 한두 개가 아니라는 지적도 많다. 트럼프 대통령은 자신의 트위터에 “커다란 진전이 진행되고 있으나 제재는 합의가 이뤄질 때까지 유지될 것”이라고 밝혔다. 백악관도 성명을 내고 “북한에 대한 최대 압박과 제재는 비핵화가 완결될 때까지 유지될 것”이라고 했다. 북-미가 비핵화 협상 과정에서 제재 완화 등 보상을 놓고 이견을 보일 경우 언제든지 한반도 긴장이 재연될 수 있다는 관측도 나오고 있다.문병기 기자 weappon@donga.com / 뉴욕=박용 특파원}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8일(현지 시간) 수입산 철강과 알루미늄에 각각 25%와 10%의 관세를 부과하는 행정명령에 서명했다. 전 세계가 트럼프발 무역전쟁에 휩싸인 가운데 한국산 철강의 대미(對美) 수출도 큰 타격을 입게 됐다. 트럼프 대통령은 이날 백악관에서 미 철강 노동자들과 스티븐 므누신 재무장관 등 경제관료가 참석한 가운데 미 무역확장법 232조를 근거로 행정명령에 서명했다. 북미자유무역협정(NAFTA) 재협상을 벌이고 있는 캐나다와 멕시코는 이번 조치에서 제외됐다. 트럼프 대통령은 서명식에서 한국과 유럽연합(EU)을 겨냥한 듯 “미국 산업이 외국의 공격적인 무역 관행에 의해 파괴됐다. 우리를 나쁘게 대우한 많은 나라가 우리의 동맹이었다”고 말했다. 이번 행정명령 효력은 서명일로부터 15일 뒤인 23일부터 발효된다. 다만 트럼프 대통령은 “대미 수출이 미국에 가하는 위협을 해소한다면 면제 협상을 할 수 있다”고 밝혀 관세 면제국을 추가할 수 있다는 가능성을 열어 뒀다. 한국 정부는 ‘국가 면제’나 ‘특정 품목 예외’ 등의 적용을 받기 위해 총력전에 나서기로 했다. 관세 면제를 위해 미국에 대안을 제시하는 한편 주요국과 공조해 세계무역기구(WTO)에 미국을 제소하는 방안도 적극 검토하기로 했다. 세종=김준일 기자 jikim@donga.com / 뉴욕=박용 특파원}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5월 김정은 북한 노동당 위원장과 만나겠다고 밝히자 해외 언론들은 ‘깜짝 발표’ ‘기습 만남’ 등의 표현으로 속보를 전하며 놀라워했다. 두 정상이 만나도 성과를 기대하기 어렵다는 회의론도 나왔다. 미국 워싱턴포스트는 9일 “어떤 만남도 역사적이 될 것”이라고 평가했다. CNN은 이날 “트럼프 대통령과 김정은이 서로 욕설을 주고받은 지 1년 만에 만난다는 사실은 결과가 어떻게 될지 불확실함에도 정말 놀라운 돌파구”라고 보도했다. 월스트리트저널(WSJ)은 트럼프 대통령과 김 위원장의 만남을 “문재인 대통령의 승리”라고 해석하면서도 “두 정상이 회담에서 진전을 보려 하면서 각자의 요구가 많아질 수 있고 이 때문에 충돌 가능성이 커질 수 있다”고 우려했다. 빅터 차 미국 전략국제문제연구소(CSIS) 한국석좌도 이날 뉴욕타임스(NYT) 기고를 통해 “관습에 얽매이지 않는 두 지도자의 예측 불가능한 회담은 수십 년 된 분쟁을 끝낼 수 있는 유일한 기회를 제공하지만 실패하면 두 나라를 전쟁 위기로 몰고 갈 수 있다”고 경고했다. 아사히신문과 도쿄신문 등 일본 언론들은 호외까지 발행하면서 북-미 정상회담에 큰 관심을 보였다. 아사히신문은 호외를 통해 ‘김 위원장의 핵과 미사일 동결 약속’을 강조했다. 중국 공산당 기관지 런민(人民)일보의 웹사이트 런민왕(網)도 ‘대사건! 트럼프가 5월 전 김정은과 회담에 동의’라는 제목으로 속보를 내보냈다. 런민왕은 다른 기사에서 “북핵 문제의 외교적 해결이 멀고 힘들지만 협상이 전쟁의 우려를 없앨 수 있다”고 지적했다. 영국 BBC방송은 “속을 알기 어려운 공산국가(북한)와의 대화는 엄청난 도박”이라며 “문재인 대통령이 핵전쟁 위협을 줄이면 노벨평화상을 탈 수 있지만 협상에 실패하면 다시 벼랑 끝으로 돌아갈 것이다”라고 우려했다. 조은아 기자 achim@donga.com / 뉴욕=박용 특파원}

7일(현지 시간) 오전 미국 뉴욕 맨해튼 옛 증권거래소 건물에서 열린 삼성전자 ‘더 퍼스트룩 2018 뉴욕’ 행사장. 삼성이 모처럼 뉴욕에서 선보이는 퀀텀닷디스플레이(QLED) TV 신제품을 보기 위해 현지 언론과 업계 관계자 등 1000여 명이 몰렸다. 삼성 관계자가 벽돌색 벽면을 스마트폰으로 찍은 뒤 무대 위 대형 TV에 전송하자 칙칙한 검은 TV 화면이 카멜레온처럼 벽돌색으로 변했다. 순식간에 깔끔한 인테리어 소품으로 바뀐 것이다. 객석에서 ‘와’ 하는 탄성이 나왔다. 스마트폰부터 냉장고까지 다양한 가전제품과 연결된 TV는 더 똑똑해졌다. 삼성 관계자가 음성으로 TV를 조작해 브루클린 집을 모니터링하고, 로봇청소기로 거실 청소를 지시하는 시연을 보일 때 큰 박수가 나왔다. 삼성은 이날 2018년형 QLED TV 4개 시리즈(Q6F, Q7F, Q8F, Q9F) 16개 모델을 선보였다. 삼성은 TV가 꺼져 있을 때도 시간, 날씨, 뉴스 등의 생활정보를 실시간 확인하고 사진 그림 음악 등 다양한 콘텐츠를 24시간 즐길 수 있는 ‘앰비언트 모드(Ambient Mode)’ 기술을 신제품에 적용했다. TV가 꺼져 있는 시간이 전체의 80%인데 그때 괴물처럼 보이는 TV의 검은 화면이 싫어 커튼을 치는 사람도 있다는 점에 착안한 기술이다. 한종희 삼성전자 영상디스플레이사업부 사장은 이날 “TV는 이제 방송을 시청하지 않을 때에도 다양한 가치를 제공하는 ‘라이프스타일 디스플레이’로 재정의돼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날 행사장엔 삼성 TV 앰비언트 모드 서비스에 콘텐츠를 제공하기로 한 뉴욕타임스 최고경영자(CEO) 마크 톰슨이 깜짝 등장해 눈길을 끌었다. 그는 “TV는 우리가 최근 주목하고 있는 매우 훌륭한 뉴스 전달 매체”라며 “TV 스크린을 통해 뉴스를 상시 전달하는 앰비언트 모드는 뉴스 전달의 새로운 미래”라고 말했다. 삼성의 인공지능(AI) 기반 음성인식 플랫폼 ‘빅스비(Bixby)’와 삼성전자 사물인터넷(IoT) 서비스 통합 앱 ‘스마트싱스 앱’을 적용해 다양한 콘텐츠와 기기를 음성으로 조작하는 기능도 눈길을 끌었다. 다만 리모컨을 통해 음성 명령을 전달해야 하는 번거로움은 여전했다. 베카 마르티네즈(미국 로스앤젤레스·전자제품 블로거)는 “TV 뒷면에 여러 다른 케이블을 연결하지 않고 선 하나로 연결한 ‘원 인비저블 커넥션(One Invisible Connection)’ 기술이 아주 멋지다”라고 말했다. 삼성은 올해 QLED TV 전 시리즈에 75인치, 82인치, 85인치의 ‘빅 스크린’ 라인업을 선보였다. 75인치 이상 초대형 TV 수요는 매년 30∼40%씩 늘어 올해 200만 대 가까이 팔릴 것으로 예상된다. 이 중 북미 시장이 절반 정도를 차지한다. 삼성은 이 시장의 점유율을 지난해 40%에서 올해 50%로 높일 계획이다. 올해 소비자가전전시회(CES)에서 첫선을 보인 146인치 초대형 QLED TV ‘더 월’은 사전 주문이 들어올 정도로 관심을 끌고 있다. 프리미엄 TV 시장 경쟁은 더 치열해질 것으로 보인다. 삼성은 55인치 Q7F 신제품을 지난해보다 1000달러 싼 1999달러에 선보일 계획이다. 처음부터 ‘적정가격(Affordable price)’을 제시해 가격 변동성을 줄이고 프리미엄 이미지를 유지한다는 전략인데, 가격 경쟁의 신호탄이 될 가능성이 있다. 2018년 QLED TV는 이달 18일 미국 시장에서 첫선을 보인다. 뉴욕=박용 특파원 parky@donga.com}
북한 김정은이 정의용 청와대 국가안보실장 등 우리 측 대북 특사단에 “(미국은 북한을) 정상 국가로 대우해야 한다”는 뜻을 전달한 것으로 알려졌다. 미국에 의해 지정된 테러지원국 꼬리표를 떼고, 보편적 국가이자 대화 상대로 대우해주길 바란다는 것. 더 나아가 대북제재 완화 및 해소까지 포괄하는 것으로, 도널드 트럼프 미 대통령이 이를 어떻게 받아들이느냐에 따라 북-미 대화 성사 여부가 결정될 것으로 보인다. 청와대 핵심 관계자는 7일 “김정은이 특사단과 만나 남북 정상회담, 북-미 대화 등과 관련해 다른 요구 사항을 제시하지 않고 북한을 ‘정상 국가화’하겠다는 의지를 밝혔다. 미국이 압박을 풀면 북한 역시 비핵화 문제를 풀어갈 생각이 있다는 것”이라고 말했다. 이어 “김정은은 이번 회동에서 별다른 (주고받는 식의) 계산을 안 한 것 같다. 했다면 아주 큰 차원의 계산을 한 것”이라고 덧붙였다. 김정은이 강조했다는 ‘정상 국가(normal state)’는 국제법과 국제 규범 등을 지키는 일반적인 국가를 의미한다. 한 외교 소식통은 “김정은이 정상 국가를 꺼낸 건 미국에 ‘제재 대상이 아닌 국제사회의 동등한 일원으로 대우해 달라’는 신호를 보낸 것”이라며 “정상 국가화는 제재 완화와 경제 정상화, 궁극적으로는 체제 보장까지 다 담긴 흐름”이라고 말했다. 김정은이 대화 국면 동안 핵·미사일 도발에 나서지 않겠다는 것도 ‘불량 국가’가 아닌 정상 국가의 모습을 보이겠다는 의도로 풀이된다. 2박 4일(기내 1박) 일정으로 8일 미국을 방문하는 정 실장이 미국에 전달할 김정은의 메시지에도 정상 국가와 관련된 내용이 담긴 것으로 알려졌다. 청와대는 4월 말 3차 남북 정상회담 전까지 북-미 간 어떠한 형태의 접촉이라도 성사시키는 것을 목표로 하고 있다. 백악관은 북한의 비핵화 대화 의지를 긍정 평가하면서도 완전한 비핵화가 이뤄질 때까지 대북 압박을 거두지 않겠다는 뜻을 분명히 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6일(현지 시간) 백악관에서 스테판 뢰벤 스웨덴 총리와의 정상회담에 앞서 기자들과 만나 “북한이 긍정적으로 행동하고 있는 것처럼 보이지만 우리는 두고 볼 것이다. 한국과 북한에서 나온 발표들이 매우 긍정적”이라고 말했다. 그러면서도 백악관은 이날 마이크 펜스 부통령 명의의 성명을 내고 “미국은 협상 결과와 상관없이 북한이 핵 프로그램을 중단할 때까지 최대한 압박을 가하는 데 전념할 것이다. 모든 옵션이 테이블 위에 있다”고 밝혔다. 대화 기조는 환영하지만 김정은이 구체적인 비핵화 의지를 밝히지 않거나, 국면 전환을 위해 기습 도발 등을 할 경우 언제든 군사 옵션으로 선회할 수 있다는 얘기다.한상준 기자 alwaysj@donga.com / 뉴욕=박용 특파원}

《북한 김정은이 비핵화를 위한 북-미 대화에 나서겠다는 뜻을 밝히면서 한반도 대화 국면의 불씨가 되살아날 기미를 보이고 있다. 하지만 백악관이 환영 의사와 함께 완전한 비핵화를 재차 강조하면서 북-미가 실제로 마주 앉게 될지는 장담할 수 없는 상황. 청와대 역시 “한반도 평화 조성을 위한 실질적 기회가 될 수 있다”면서도 긴장을 늦추지 못하고 있다. 청와대는 8일 정의용 청와대 국가안보실장의 미국 방문을 시작으로 대북 특사단이 들고 온 결과를 토대로 미-일-중-러 설득에 나선다.》 ● 김정은의 전략은부인 만찬 동석-특사단 깍듯한 예우… 파격적 제스처체제보장-북미수교 염두 ‘불량국 아닌 정상국가’ 강조북한 김정은은 5일 우리 특사단과의 회동에서 내용과 형식 모두 파격적으로 비칠 수 있는 모습을 보였다. 한미 연합 군사훈련을 인정하고, 노동당 청사 본관에서 만찬을 열고, 부인 리설주와 동행한 게 대표적이다. 이를 통해 북한이 이상한 나라가 아닌 ‘정상 국가(normal state)’라는 점을 강조하려 했고, 더 나아가 미국이 이를 인정해줄 것을 요구하고 나섰다. 하지만 김정은이 꺼내든 정상 국가 요구 카드는 대북제재 완화 차원을 뛰어넘어 체제 보장, 북-미 수교까지도 포괄하는 ‘패키지’인 만큼 이를 도널드 트럼프 행정부가 얼마나 수용할지 현재로선 가늠하기 어렵다는 분석이 지배적이다. 7일 청와대 관계자들에 따르면 김정은은 특사단과의 회동에서 대부분의 합의사항을 먼저 제안했다. 특사단이 준비해 간 내용을 김정은이 선제적으로 밝히면서 “북한이 뭔가 다른 것을 요구한 것 아닌가”라는 관측이 나오지만 청와대는 “다른 요구조건은 없었다”고 밝혔다. 대북제재 완화에 대해서도 청와대는 “명시적으로 없었다”고 했다. 그 대신 김정은은 정상 국가라는 더 큰 차원의 논의를 언급했다. 국제사회에서 테러지원국, 불량 국가로 낙인 찍혀 있지만 국제사회의 규범을 지키는 보편적인 국가로 대우해 달라는 것. 한 외교 소식통은 “도발에 나서지 않으면서 방어적 군사훈련을 인정하고, 정상 간 직통 라인을 구축하는 것 등은 국제사회의 규범상 당연한 일들”이라며 “보편적인 국가 간에 제재는 없기 때문에 정상 국가를 꺼낸 건 대북제재를 끝내 달라는 의미도 자연히 포함된다”고 말했다. 여기에 김정은은 특사단과의 만찬에서 서훈 국가정보원장 자리로 걸어가 건배를 청하고, 문재인 대통령의 친서를 두 손으로 받는 등 예의 있는 모습을 보였다. 여권 관계자는 “특사단과의 회동에 전 세계적인 관심이 쏠린 상황에서 안하무인의 독재자가 아닌 상식적이고 일반적인 국가 원수의 모습을 보이려 한 것 같다”고 말했다. 김정은이 이런 요구를 내놓은 건 체제 안정에 대한 자신감이 뒷받침됐다는 분석이 제기된다. 정부 관계자는 “김정은이 6년 동안 집권하며 내부 단속을 마쳤다고 생각한다. 2016년 헌법을 개정해 국무위원회를 신설하고 자신이 위원장을 맡으면서 본격적인 정상 국가화(化) 로드맵을 추진해온 것의 연장선”이라고 말했다. 김정은이 특사 접견 과정에서 보인 특유의 파격적인 행보도 정상 국가 인정 요구로 북-미 현안을 ‘원샷’에 풀려는 것과 닿아 있다는 분석도 나온다. 관건은 김정은의 이런 요구를 미국이 어떻게 받아들일지다. 청와대 고위 관계자는 “비핵화의 의지를 북한이 보인 만큼 미국이 북한의 체제 보장 등 후속 카드를 고민해야 할 것”이라며 대화로 이어질 가능성을 점쳤다. 하지만 지나친 낙관론을 경계해야 한다는 목소리도 많다. 체제 보장을 넘어 북-미 평화협정 체결로 이어질 수 있는 정상 국가 카드를 트럼프가 현 단계에서 덜컥 받아야 할 계기가 아직 마련되지 않았기 때문이다. 박인휘 이화여대 국제학부 교수는 “결국 대북제재 때문에 김정은이 대화 테이블에 나온 것인 만큼 트럼프는 북한을 정상 국가로 인정할지를 판단하기 전에 비핵화 의지가 검증 가능한 것인지를 살필 것”이라고 강조했다. 외교부 2차관을 지낸 김성한 고려대 교수는 “김정은은 선언적 비핵화를 했을 뿐이고 트럼프와 국제사회는 검증된 비핵화를 원하고 있다. 정상 국가는 아직 먼 이야기”라고 말했다. ● 트럼프의 전략은“압박작전 효과… 前정권과 다르게” 제재 강화할수도北, 과거에 대화 제의뒤 핵개발… 美 “진의파악 우선”“우리는 전에 그런 영화를 여러 번 봤다. 결말이 매우 나쁜 영화의 최신 속편을 만들려고 하는 건 아니다.”(미국 백악관 고위 관계자) 미 백악관은 북한의 비핵화 대화 의사 표명에도 ‘최대한의 압박’ 작전을 늦출 기미를 보이지 않고 있다. 지난 27년간 반복된 북-미 대화 실패의 트라우마 때문이다. 도널드 트럼프 행정부는 북한이 흔드는 ‘올리브 가지’가 핵무기 완성의 속내를 감추기 위한 ‘무화과 잎’이 아니라는 걸 확인하기 전까지 최대한 압박 작전의 끈을 놓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 트럼프 대통령은 6일(현지 시간) 자신이 대북정책을 펼치는 데 있어서 가장 중요하게 여기는 원칙이 무엇인지 다시 똑똑히 밝혔다. 바로 ‘뭘 하든 지난 정권과는 다르게’다. 트럼프 대통령은 이날 “클린턴, 부시, 오바마 행정부를 돌이켜보라. 일이 풀린 적이 없다”며 “어떤 방향으로든 뭔가를 해야 한다. 상황이 더 썩도록 방치할 수는 없다”고 강조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자신이 전임 행정부와 가장 차별되는 부분이 북한의 수출을 90%까지 차단한 유엔 안전보장이사회(안보리)와 미국의 제재 압박이라고 인식한다. 그는 북한의 대화 의사는 “북한에 대해 우리가 한 일과 제재 때문”이라고 강조했다. 트럼프 대통령이 북한의 대화 제의를 “진정성이 있다”고 판단한 것과 관련해 한 외교 소식통은 “김정은이 줄곧 반대해온 한미 연합 군사훈련에 대해 이해한다는 뜻을 전한 것이 워싱턴에 (진정성에 대한) 믿음을 준 것 같다”고 말했다. 협상에 능한 트럼프 대통령이 승기를 잡았다고 판단할 경우 중국과 국제사회에 대북 압박을 더 요구할 가능성이 크다. 전임 행정부와의 차별화 노력에도 북한의 대화 제의에 대해 “이미 여기까지 와 본 적이 많다”는 신중론도 나온다. 브루스 클링너 헤리티지재단 선임연구원은 “과거 대화 제의가 숨은 의도를 감추는 무화과 잎으로 판명났었다”라고 말했다. 북한은 1994년 제네바 합의를 깨고 핵 개발을 계속했고 2005년 9월 5자회담을 통해 ‘9·19공동성명’에 합의했지만 이듬해 미사일 및 핵실험을 강행했다. 2012년의 2·29합의도 장거리 로켓 발사로 깨졌다. 미 정부는 이번 주 워싱턴에서 대북 특사단을 만나 북한의 진의를 확인하고 북-미 대화 등에 대한 입장을 정리할 것으로 보인다. 헤더 나워트 미 국무부 대변인은 이날 정례 브리핑에서 “미국 정부는 한국 당국자들과 만나 북한과 관련해 어떤 조치를 할지 논의할 것”이라고 밝혔다. 트럼프 대통령은 6일 ‘핵 동결 의사만으로도 북한과 대화할 의향이 있느냐’는 질문에 “우리가 모르는 것에 대해선 별로 얘기하고 싶지 않다”며 북한의 의도에 대한 판단을 유보했다. 미국 내에선 북한이 핵과 미사일의 조건부 중단 의사를 밝힌 ‘핵미사일 모라토리엄’도 얻어낼 게 없으면 얼마든지 깰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4월 남북 정상회담 이후 한미 연합훈련 중단, 주한미군 철수 등의 ‘북한식 비핵화 공세’에 나서 한미동맹의 균열을 노릴 가능성도 제기된다. 백악관 고위 관계자도 “우리는 한국을 굳게 믿고 있으며 매우 긴밀하게 연락하고 있다”며 “이번 주말 한국과 회의를 할 것”이라고 말했다. 이어 “패럴림픽이 끝나면 방어 목적의 한미 연합훈련이 재개될 것”이라고 강조했다. 한상준 alwaysj@donga.com·신나리 기자·뉴욕=박용 특파원 parky@donga.com / 한기재 기자}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수입 철강과 알루미늄에 각각 25%, 10%의 관세를 부과하는 방안을 내놓은 가운데 미국 경제가 역풍을 맞을 것이라는 경고가 쏟아지고 있다. 이는 로널드 레이건 대통령과 조지 W 부시 대통령 정부 당시 실시한 수입규제 때문에 경제가 되레 망가지는 부메랑을 맞은 전례가 있기 때문이다. 트럼프 정부의 핵심 참모들은 “철강 관세 면제는 없다”고 선을 그으면서도 대통령의 최종 판단에 따라 관세 부과의 대상과 폭이 달라질 가능성까지 배제하진 않았다. 이에 따라 이번 주말이나 다음 주초 트럼프 대통령이 예정대로 관세 부과에 대한 행정명령에 서명할지 관심이 쏠리고 있다.○ 20만 실업자 양산한 ‘수입규제 역풍’ 이번 고율관세와 유사한 무역마찰은 2002년 3월 미국이 철강제품에 부과한 세이프가드(긴급수입제한조치)다. 당시 미국 철강산업이 어려움을 겪자 부시 대통령은 수입 철강제품에 3년간 최대 30%의 관세를 매겼다. 유럽연합(EU)은 버번위스키와 오토바이에 대한 보복관세 카드를 꺼냈고 아시아와 남미 국가들도 유사한 카드로 맞불을 놓았다. 무역전쟁 결과 미국 경제는 큰 타격을 입었다. 철강 가격이 올라 자동차와 가전제품 등 철강 소비산업이 어려움에 빠졌다. 경제학자인 조지프 프랑수아와 로라 버그먼의 분석에 따르면 철강과 연계된 다른 산업에서 20만 명이 실직했다. 이 같은 실업자는 당시 전체 철강산업 근로자 18만5000명보다 1만5000명 많다. 수입규제가 미국 철강산업을 보호하지도 못했다. 2002년 9개 회사에 이르렀던 미국 철강업체는 2007년 3개로 쪼그라들었다. 관련 근로자 수는 2002년에만 10%나 감소했다. 1981년 레이건 행정부가 일본을 압박해 얻어낸 자동차 수출량 자율제한도 미국 경제에 손해를 끼쳤다. 일본산 자동차 공급이 줄어들자 미국산 자동차 가격이 급등했고 미국 소비자들은 1984년 한 해에만 3억5000만 달러(약 3786억 원)의 손해를 봤다. ○ “비용 오르고 혁신 둔화할 것” 관세폭탄이 미국 경제 전체에 악영향을 줄 것이라는 미국 내부의 목소리가 점점 커지고 있다. 미국맥주협회는 1일 “알루미늄에 10%의 관세가 붙으면 음료산업에 3억4770만 달러(약 3765억 원)의 추가 비용이 발생하고 약 2만 개의 일자리가 없어진다”고 밝혔다. 3M, 엑손모빌, 듀폰 등이 소속된 미국화학협회는 “(관세 인상은) 공장 설립 및 가동 비용을 올리고 혁신을 둔화시킬 것”이라면서 “극도로 힘든 충격을 줄 것”이라고 밝혔다. 내각에서도 반대의 목소리가 나온다. 린지 그레이엄 공화당 상원의원은 4일 현지 언론과의 인터뷰에서 “트럼프 대통령이 큰 실수를 범했다”면서 “유럽 국가들과 싸우는 것은 중국의 손아귀에서 놀아나는 꼴”이라고 말했다. 미국 경제지 월스트리트저널은 관세 폭탄으로 미국 내 철강과 알루미늄 값이 올라 미국 내 자동차 부품사들이 해외로 사업을 이전해야 할지 모른다고 경고했다. 자국 산업을 보호하려는 관세부과 조치가 일자리를 내쫓는 부작용을 초래할 수 있다는 것이다.○ 트럼프 대통령 막판 수정 가능성 미국 안팎의 반발이 심해지면서 공식 서명을 앞둔 트럼프 대통령의 마음이 흔들릴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게 됐다. 윌버 로스 상무장관은 4일 “특정국에 관세 면제를 고려하지 않고 있다”면서도 “대통령이 다르게 말한다면 달라지는 것”이라고 말했다. 모든 것은 트럼프 대통령의 최종 결심에 달렸다는 의미다. 한편 중국은 5일 전국인민대표대회(전국인대) 개막에 앞서 언론에 미리 배포한 정부 보고서를 통해 올해 철강 생산량을 약 3000만 t 감축하겠다고 발표했다. 업계는 중국이 철강 생산을 줄이면 전 세계 철광석 수요가 감소할 것으로 보고 있다. 한국 정부는 미국 핵심 관계자들을 설득하는 데 주력할 예정이다. 김동연 경제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은 5일 대외통상관계장관회의에서 “미국 의회, 주 정부, 경제단체와 접촉하고 3월 주요 20개국(G20) 재무장관회의에서 한국의 입장을 설명하겠다”고 밝혔다. 세종=최혜령 기자 herstory@donga.com / 뉴욕=박용 특파원}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수입 철강과 알루미늄에 일률적으로 높은 관세를 부과하기로 하자 자동차와 항공 등 미국 내 제조업체도 직격탄을 맞았다. 철강과 알루미늄 원가 상승에 따른 가격 경쟁력 약화와 수출시장에서의 무역 보복 등에 직면했기 때문이다. 1일(현지 시간) 미 뉴욕증시에서 자동차회사 제너럴모터스(GM)와 포드의 주가는 전날보다 각각 4%, 3% 하락했다. 항공기회사 보잉과 중장비회사 캐터필러 주가도 각각 3.5%, 2.8% 떨어졌다. 반면 철강회사 US스틸 주가는 5.7%, 알루미늄회사 뉴코어는 3.3% 상승해 대조를 보였다. 철강과 알루미늄 가격이 오르면 자동차, 중장비, 항공기 회사의 원가 경쟁력은 약화될 수밖에 없다. 항공기 시장의 ‘큰손’인 중국이 무역 보복에 나설 경우 미국 회사인 보잉사가 가장 큰 타격을 받을 수밖에 없다는 전망이 나오는 이유다. 트럼프 대통령은 이날 미국 철강 및 알루미늄 회사 최고경영자(CEO)들을 만난 자리에서 수입 철강과 알루미늄에 각각 25%, 10%의 관세를 부과한다는 계획을 밝히며 “과거에 철강회사들은 지금보다 더 컸다”며 “앞으로 더 커질 것”이라고 큰소리를 쳤다. 하지만 미국 내에서는 ‘트럼프 관세’가 미국 제조회사의 경쟁력을 약화시켜 일자리를 없애는 ‘잡 킬링(job killing)’ 규제가 될 것이라는 우려가 높다. 리디아 콕스 하버드대 교수 등이 연구한 결과에 따르면 철강을 이용하는 산업은 철강회사의 80배에 이르는 일자리를 창출하고 있는 것으로 분석됐다. 트럼프 대통령의 감세 정책을 그동안 높게 평가해온 보수 성향 월스트리트저널(WSJ)마저도 관세 부과 정책을 트럼프 대통령 임기 중 ‘가장 큰 정책적 실수’로 규정하고 강력하게 비판했다. WSJ는 사설에서 관세 부과를 사실상의 ‘세금 인상’이라고 지적하고 “(해당 정책은) 미국의 노동자들을 더 아프게 하고 (다른 나라의) 보복을 불러 미국의 수출길을 막을 것”이라고 꼬집었다. 또 “트럼프 대통령이 대북 정책을 펼치는 데 필요한 한국은 미국의 전체 철강 수입량 중 10%를 차지한다”며 “관세 부과는 세계 평화를 위협할 것”이라고도 지적했다. 뉴욕타임스(NYT)는 트럼프 대통령이 국가안보를 이유로 관세를 부과했기 때문에 “중국도 같은 논리를 사용할 수 있다”며 “미국이 세운 국제 무역질서가 붕괴될 수 있다는 것이 (관세 부과에 따른) 진짜 위협”이라고 지적했다.뉴욕=박용 특파원 parky@donga.com / 한기재 기자}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1일(현지 시간) 수입 철강과 알루미늄 관세 부과 방침을 전격 발표한 것은 백악관 내부의 보호무역주의자들 손을 들어준 것이란 해석이 나온다. 관세 부과에 반대하는 백악관 내 ‘세계화 세력’이 완패했다는 얘기다. 경제 전문지 비즈니스인사이더는 “상무부 권고보다 더 강력한 관세를 부과하기로 한 트럼프 대통령의 결정은 게리 콘 국가경제위원회 위원장 등 더 자유로운 무역을 지지하는 백악관 내 많은 보좌관들을 강타했다”고 전했다. 인터넷 매체 악시오스에 따르면 윌버 로스 상무장관과 피터 나바로 백악관 무역제조업정책국장이 관세 폭탄에 찬성한 반면 콘 위원장과 스티븐 므누신 재무장관, 렉스 틸러슨 국무장관, 제임스 매티스 국방장관 등은 경제와 금융시장, 안보 동맹국에 부정적인 영향을 미칠 수 있다며 반대했다. 이 매체는 “반대파를 의식한 트럼프 대통령이 절차를 제대로 거치지 않고 서둘러 발표를 밀어붙였다”고 전하면서 “지난 24시간 동안 일어난 것은 백악관 프로세스의 붕괴”라고 비판했다. 뉴욕타임스(NYT)는 “(발표 당일인) 목요일(1일) 아침까지 백악관 참모들이 관세율과 관세 부과 대상을 두고 토론을 벌여 법률 검토조차 끝나지 않은 상태였다. 트럼프 대통령의 발표 1시간 전까지 세라 허커비 샌더스 백악관 대변인은 ‘오늘 발표는 없다’고 말했다”고 전했다. 워싱턴포스트(WP)도 “발표 여부를 종잡을 수 없는 상황이 연출된 것은 반대파들의 반대가 격렬했기 때문”이라고 전했다. NYT는 “트럼프 대통령은 ‘만약 한 국가라도 관세 부과 대상에서 제외되면 (부과 대상) 나라들이 (면제 국가와) 비슷한 대우를 해달라고 요구할 것’이라고 주장했다”며 백악관이 일괄 관세 방안을 택한 이유를 설명했다.뉴욕=박용 특파원 parky@donga.com}
“미국이 1000억 달러의 손해를 보고 있는 상대국이 만약 머리를 굴린다면, 그냥 그 나라와는 더 이상 교역을 하지 않으면 우리는 크게 이긴다. 쉬운 일이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2일(현지 시간) 오전 자신의 트위터에 어떤 나라든 미국에 손해를 안기면 교역을 끊겠다는 선전포고를 방불케 하는 글을 올렸다. 그는 “만약 한 나라(예를 들어 미국)가 무역관계를 맺고 있는 어떤 나라에든 수십억 달러를 잃고 있다면, 무역전쟁은 좋은 것이다. 그리고 이기기도 쉽다”며 이같이 적었다. 전날 수입 철강제품에 일률 관세부과 방침을 발표한 뒤 미국 언론까지 비판하고 나서자 보란 듯이 이를 반박한 것이다. 트럼프 대통령은 트위터에 “우리는 우리나라와 노동자를 지켜야 한다. 철강이 없으면 나라도 없다”는 글을 추가로 올렸다. 트럼프 대통령은 앞서 1일 백악관에서 미국 철강 및 알루미늄 업계 최고경영자(CEO) 간담회를 갖고 “외국산 철강에 25%, 알루미늄에 10% 관세를 부과할 것”이라고 밝혔다. 이어 “철강과 알루미늄 산업을 재건할 것이다. 다음 주에 관세 부과 방안 행정명령에 서명할 것”이라고 했다. 관세 적용 기간에 대해서는 “긴 기간이 될 것”이라며 사실상 무기한 적용 방침을 시사했다. 유럽연합(EU)과 캐나다 등 우방국까지 겨냥한 이번 조치에 대해 CNN머니는 보복의 악순환을 초래하는 “세계 무역전쟁의 판도라 상자를 열었다”고 평가했다. 이 국가들은 즉각 보복을 경고했다. 한국은 일단 한국 등 12개국 철강제품에만 53% 이상 초고율 관세를 부과하는 최악의 사태는 피했다. 하지만 미국에 세 번째로 많은 양의 철강을 수출하고 있어 상당한 피해가 예상된다.세종=이건혁 기자 gun@donga.com / 뉴욕=박용 특파원}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1일 자국으로 수입되는 모든 철강 제품에 일률적으로 관세를 부과한 것은 ‘아메리카 퍼스트(미국 우선주의)’를 분명히 한 상징적인 조치라는 평가다. 미국의 이익과 일자리를 위해서는 동맹국도 예외가 될 수 없다는 경고로 유럽연합(EU)과 캐나다, 일본 등은 허를 찔린 표정이다. 최소 53% 선별 관세 부과 대상으로 거론됐던 한국은 일단 우박은 피한 셈이다. 하지만 트럼프 대통령이 한국을 중국 제품의 대표적 우회 수출로로 보는 점은 앞으로도 각종 통상 현안에서 부담이다. ○ ‘아메리카 퍼스트’ 분명히 지난달 16일(현지 시간) 미 상무부는 철강 및 알루미늄 제품에 대한 ‘무역확장법 232조 보고서’를 공개했다. △모든 국가 철강 제품에 24% 관세(글로벌 관세) △한국 등 12개국에 53% 관세(선별 관세) △국가별 대미(對美) 수출액을 2017년의 63%로 제한(글로벌 쿼터) 등 세 가지 방안 중 선별 관세가 가장 유력한 것으로 평가받아 왔다. 한국 외 다른 동맹국은 자극하지 않으면서 중국산 철강 제품을 견제할 수 있다는 이유에서다. 뚜껑을 열고 보니 트럼프 대통령은 어떤 예외도 인정하지 않았다. 뉴욕타임스에 따르면 트럼프 대통령은 “예외가 있으면 모든 국가가 이 국가를 수출 통로로 삼을 것”이라고 주장했다. 중국이 우회 수출로를 활용할 가능성을 원천 차단해 ‘무역확장법 232조’의 효과를 극대화겠다는 의지를 나타낸 것이다. 블룸버그통신은 동맹이라는 이유로 관세를 피해 갈 것으로 예상됐던 미국시장으로의 수출 1위 캐나다와 멕시코(4위)를 최대 피해자로 꼽았다. 트럼프 대통령 취임 초부터 관계 강화에 공을 들여온 일본도 뒤통수를 맞은 표정이다. 물론 트럼프 대통령의 행정명령 서명이 공식적으로 이뤄지기 전 선택이 바뀔 가능성도 있다. 트럼프 대통령은 이날 관세를 면제받는 국가가 있는지에 대해서는 구체적으로 답변하지 않았다. 미국 언론에서는 캐나다 등 주요 우방국이 빠져나갈 가능성을 완전히 배제할 수 없다는 전망이 나오는 이유다.○ 중소·중견 철강업체 피해 커 최악은 피했지만 미국시장 수출 3위 한국도 충격을 피하기는 어렵다. 2일 관세청에 따르면 한국 철강의 미국 시장 비중은 금액 기준으로 12.1%다. 중국(15%), 일본(12.2%)에 이어 세 번째로 많다. 국내 철강업계 중에서도 직격탄을 맞는 곳은 강관(철로 만들어진 파이프)을 주로 생산하는 중견·중소기업들이다. 강관은 전체 수출 물량의 56.1%를 차지하고 있다. 대부분 미국 수출용이다. 미국은 현재 셰일가스 시추 사업, 신재생에너지 사업 등에 쓰이는 강관 수요가 많아 한국 강관업체들에는 가장 중요한 수출국이다. 미국의 이번 조치로 국내 강관업체 중 넥스틸의 유정용 강관은 기존 46% 관세에 25%가 추가로 붙어 총 71%의 관세가 매겨지게 됐다. 세아제강의 유정용 강관은 6.6%에서 31.6%로, 휴스틸도 19%에서 44%로 관세가 오른다. 이 업체들은 이번 관세 때문에 수출 물량이 얼마나 줄어들지 예상할 수 없어 손해액조차 산정하지 못하고 있다. 자동차용 강판 등 고부가가치 비중이 높은 포스코, 현대제철 등 주요 대기업은 이번 파장에서 다소 비켜 가는 분위기다. 포스코 관계자는 “글로벌 연간 판매량이 약 3800만 t 정도 되는데 미국 판매 물량은 100만 t 정도에 불과해 타격은 크지 않다”고 했다. 현대제철도 포스코보다는 미국 의존도가 높지만 시간이 지나면 회복 가능하다는 분위기다. 다만 시장에서는 철강업 전체가 침체될 가능성이 제기됐다. 이날 주식시장에서 동국제강(5.12%) 포스코(3.60%) 현대제철(2.99%) 휴스틸(2.54%)의 주가는 큰 폭으로 하락했다.○ 중국 우회 수출로 인식 부담 백운규 장관 주재로 이날 내부 대책회의를 연 산업통상자원부는 미국이 세계 모든 국가를 상대로 관세를 부과하면 세계무역기구(WTO) 제소를 통해 승소할 가능성이 떨어지는 만큼 대응책 마련에 고심하고 있다. 무엇보다 미국이 ‘무역확장법 232조 보고서’를 통해 한국을 중국산 제품의 우회 수출로로 낙인찍은 점이 부담이다. 한국은 한미 자유무역협정(FTA) 개정 협상 등 미국과 풀어야 할 통상 문제가 산적해 있다. 미국이 중국에 각종 무역 보복 조치를 단행하면 한국까지 휩쓸릴 가능성이 크다. 안덕근 서울대 국제대학원 교수는 “중국에서 원재료를 들여와 가공 수출하는 구조를 단기간에 바꾸는 건 불가능하다. 미국을 설득할 수 있는 논리를 개발하고 수출 국가를 다각화해야 한다”고 했다.세종=이건혁 gun@donga.com·이은택 기자 / 뉴욕=박용 특파원}

미국이 지난달에만 대북 무역과 관계된 아시아권 ‘의심 선박’ 10여 척이 앙골라 우간다 등 아프리카 국가들에 기착한 것을 확인하고 입항 기록을 분석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도널드 트럼프 미 행정부는 초강경 대북제재를 피하려고 김정은이 우회로 찾기에 나선 것으로 보고, 중동 및 아프리카 일부 국가에 북한과의 관계 단절을 압박하는 방안을 검토하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28일 복수의 외교 소식통에 따르면 북한은 대북제재 그물망이 촘촘해진 이후 이들 국가와의 불법 교역 규모를 늘리려는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유엔 안전보장이사회 산하 대북제재위원회 전문가 패널이 지난해 9월 작성한 보고서에 따르면 북한은 아프리카 11개 국가와 긴밀한 군사협력 관계를 맺으며 이들 국가에 무기 수출, 군사훈련 지원, 석탄 등 광물 자원 거래 등을 통해 연간 2억 달러(약 2160억 원)까지 벌어들이는 것으로 보고 있다. 또 다른 소식통에 따르면 아프리카 등에 기항한 선박들은 선박 간 이동 방식으로 공해상에서 북한 선박으로부터 물건을 전달받아 아프리카 국가에 건네주고, 아프리카에 있는 북한 공작원들이 현금을 수금하는 것으로 전해졌다. 북한 공작원들은 이렇게 받은 달러를 어선 등 소형 선박으로 아프리카로 입항한 북한 선박에 전달하거나, 외교 행낭을 통해 직접 평양에 송금한다고 한다. 이와 함께 북한은 시리아, 이란 등 중동 라인을 통해서도 화학무기, 탄도미사일 기술을 수출해 외화벌이에 나서는 것으로 알려졌다. 월스트리트저널은 지난달 27일(현지 시간) 유엔 기밀 보고서를 인용해 “북한이 화학무기 공장을 짓는 데 쓰이는 50t의 재료를 시리아에 보냈다”고 보도했다. 이어 “평양을 위해 일하는 중국 무역회사가 2016년 말부터 지난해 초까지 내열(耐熱), 내산성(耐酸性) 타일과 스테인리스 파이프, 밸브를 선박에 실어 5차례 시리아 다마스쿠스에 보냈다”며 “시리아 바사르 알 아사드 대통령이 화학무기 생산을 도운 북한에 대가를 지불한 정황도 있다”고 덧붙였다. 내열, 내산성 타일은 화학공장 내부 벽면에서 사용되는 핵심 재료다. 또 시리아의 화학무기 및 미사일 시설에서 북한 기술자가 작업을 해왔다는 의혹도 제기됐다. 뉴욕타임스(NYT)도 유엔 대북제재위 보고서를 인용해 2012∼2017년 북한에서 시리아로 선박을 통해 탄도미사일 부품 등 최소 40건의 금수품목이 이전됐다고 보도했다. 미 국방정보국(DIA) 출신인 브루스 벡톨 미 텍사스 앤젤로주립대 교수는 NYT와의 인터뷰에서 “시리아 내전은 북한에 특히 요긴한 상황”이라고 지적했다. 미국은 김정은의 중동, 아프리카 루트를 추가로 막기 위해 고심 중이다. 이와 관련해 헤더 나워트 미 국무부 대변인은 지난달 27일(현지 시간) 정례브리핑에서 북한과 시리아의 화학무기 커넥션과 관련해 “절박한 상황의 북한이 범죄정권의 자금줄을 얻기 위해 창의적이고 끔찍한 방식을 찾는다”고 비난했다. 정부 관계자는 “미국은 아프리카를 드나든 선박들을 조사한 뒤 국적에 관계없이 곧 다수 선박들에 ‘제재 딱지’를 추가로 붙일 가능성이 크다”고 했다. 또 북한이 아프리카, 중동 국가들과의 무역 과정에서 석탄 등 원산지를 숨기기 위해 위조문서를 수시로 작성한 사실이 있는 만큼, 국제사회가 대대적인 문서 위조 차단 절차에 들어갈 것이란 관측도 나온다. 신진우 기자 niceshin@donga.com / 뉴욕=박용 특파원}
시리아 아사드 정권이 화학무기를 반군 공격에 사용했다는 논란이 커지고 있는 가운데 북한이 시리아에 50t 상당의 화학무기 생산 재료를 공급한 정황이 유엔 조사에서 포착됐다. 이 과정에서 중국 무역회사가 북한을 대신해 시리아에 화학무기 재료를 운송했다는 의혹도 불거졌다. 북한이 시리아, 이란 등에 화학무기, 탄도미사일 기술 등을 수출해 외화벌이를 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지면서 대북 경제 제재의 허점과 대량살상무기 확산에 대한 우려가 동시에 제기되고 있다. ● “시리아 내전, 북 자금줄 확보 기회” 월스트리저널(WSJ)는 27일(현지시간) 유엔의 기밀 보고서에 언급된 첩보를 인용해 “북한이 화학무기 공장을 짓는데 쓰이는 50t의 재료를 시리아에 보냈다”고 보도했다. 또 “평양을 위해 일하는 중국 무역회사가 2016년말부터 지난해 초까지 내열(耐熱), 내산성(耐酸性) 타일과 스테인레스 파이프, 밸브를 선박에 실어 5차례 시리아 다마스커스에 보냈다”며 “시리아 바사르 알 아사드 대통령이 화학무기 생산을 도운 북한에 대가를 지불한 정황도 있다”고 전했다. 내열, 내산성 타일은 화학공장 내부 벽면에서 사용되는 핵심 재료로 알려져 있다. 또 시리아의 화학무기 및 미사일 시설에서 북한 기술자가 작업을 해왔다는 의혹도 제기됐다. 시리아는 화학무기 사용이나 북한과의 연루 사실 자체를 부인하고 있다. 그러나 유엔 대북제재위원회는 시리아의 화학무기 등 대량살상무기 연구기관인 과학연구리서치센터(SSRC)가 위장회사를 낀 거래를 통해 북한 조선광업개발무역회사(KOMID)에 재료 공급 대가를 지불해온 것으로 의심하고 있다. 중국 정부는 유엔 조사관이 정보를 더 제공할 경우 중국회사의 ‘북한-시리아’ 커넥션 연루 의혹을 조사할 용의가 있다고 답변한 것으로 알려졌다. 뉴욕타임스(NYT)도 유엔 대북제재위 보고서를 인용해 2012~2017년 북한에서 시리아로 선박을 통해 탄도미사일 부품 등 최소 40건의 금수품목이 이전됐다고 보도했다. 북한과 시리아 커넥션은 1960, 1970년대 중동전 당시 북한 전투기 조종사들이 시리아 공군과 함께 비행 임무에 투입되면서 시작됐다. 북한 기술자들이 시리아에서 영변 원자로와 유사한 것으로 추정되는 핵발전소 건설을 도왔지만, 이스라엘은 2007년 이 시설을 폭격해 파괴했다. 미 국방정보국(DIA) 출신인 브루스 벡톨 미 텍사스 앙젤로 주립대 교수는 NYT와 인터뷰에서 “시리아 내전은 북한에 특히 요긴한 상황”이라고 지적했다. ● 대북 경제 제재 허점과 핵확산 우려 동시 커져 북한이 시리아 이란 아프리카에 무기를 수출하고 외화를 챙기고 있다는 의혹도 제기되고 있다. 래리 닉쉬 전 미 의회조사국(CRS) 선임연구원은 “북한이 이란과 함께 시리아, 헤즈볼라 등에 핵미사일 기술, 무기 등을 팔아 10년간 연간 20억~30억 달러를 벌어들였을 것”이라고 추정했다. 이는 유엔 안전보장이사회(안보리) 대북 제재와 미국의 최대한의 압박 작전을 우회하는 북한의 자금줄이 살아 있다는 것을 뜻한다. 북한의 핵미사일과 화학무기 등이 중동 등의 국가로 확산될 수 있다는 우려도 커지고 있다. 닉쉬 박사는 “북한이 최근 실시한 미사일 실험의 기술 데이터를 이란에 판매하고 있을 가능성이 있다”며 “북한이 중동에서 (대량살상무기) 확산 행위를 통해 지속적으로 막대한 자금을 챙기고 있다는 걸 뜻한다”고 우려했다. 북한의 핵미사일 기술이 중동 등으로 확산되는 걸 우려하고 있는 미국 정부가 북한과 중동 국가의 무기 커넥션을 근거로 북한 비핵화를 위한 최대한의 압박 캠페인의 강도를 높여갈 것으로 보인다. 헤더 노어트 미 국무부 대변인은 이날 정례브리핑에서 북한과 시리아의 화학무기 커넥션을 포착한 유엔 대북제재위 보고서와 관련해 “절박한 상황의 북한이 범죄정권의 자금줄을 얻기 위해 창의적이고 끔찍한 방식을 찾는다”며 “북한이 물품을 시리아에 팔았다면 정권의 타락을 보여주는 것”이라고 비난했다. 노어트 대변인은 “이것이 바로 우리가 비핵화 정책을 굳건히 지지하는 이유”라고 강조했다.뉴욕=박용특파원 parky@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