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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녕하세요. 우경임 논설위원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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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5-11-19~2025-12-19
칼럼100%
  • 극한 대치상황 대화로 풀어… 남북관계 개선 급물살 탈듯

    남북이 강(强) 대 강 대치 상황에서 극적으로 출구를 찾음에 따라 앞으로의 남북관계도 급류를 탈 것으로 전망된다. 임기 절반이 지난 박근혜 정부가 이번 ‘2+2 고위급 접촉’을 계기로 북한과의 대화에 나서는 계기는 마련된 셈이다. 유호열 고려대 북한학과 교수는 24일 “앞으로 남북관계에 진전이 있다면 임기 전반기를 준비 기간으로 평가할 수 있지만, 진전이 없다면 경직된 대응으로 실기(失機)했다는 비판을 피하기 어렵다”며 “북한은 체제 유지, 남한은 대북 교류를 맞교환했을 가능성이 높다”고 말했다. 군사적 대치 상황을 극적으로 대화로 풀어낸 만큼 남북관계 개선의 기회를 잘 살릴 필요가 있다는 뜻이다.○ 이산가족 상봉 등 대북 제안 성사되나 남북관계의 돌파구가 마련되면서 답보 상태에 있던 ‘한반도 신뢰 프로세스’가 힘을 받게 될 것으로 보인다. 박 대통령의 ‘한반도 신뢰 프로세스’는 신뢰 형성을 통해 남북관계를 정상화하고 통일 기반을 구축하는 단계로 나아가겠다는 구상이다. 하지만 북한은 2013년 3차 핵실험부터 올해 지뢰·포탄 도발까지 ‘강공’에 나서면서 좀처럼 대화에 응하지 않았다. 신뢰를 쌓을 기회조차 만들지 못 했던 것이다. 하지만 이번 ‘2+2 고위급 접촉’에서 남북관계 전반이 의제로 다뤄짐에 따라 남북관계가 새롭게 전개될 것이란 기대감이 높아졌다. 김기정 연세대 정치외교학과 교수는 “한반도 긴장이 고조되면 동북아 정세가 위태로워진다. 남북 모두 출구전략을 쓸 수밖에 없다”며 “이번 고위급 접촉이 대화 국면으로 바뀌는 계기가 될 것”이라고 말했다. 이산가족 상봉, 비무장지대(DMZ) 세계생태평화공원 등 북한의 응답을 기다리던 대북사업들도 속도를 낼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박 대통령은 15일 광복절 경축사에서 “남한 이산가족 6만여 명의 명단을 북한에 일괄 전달할 것”이라며 “남북 이산가족 명단 교환을 연내에 실현할 수 있기 바란다”고 제안했다. 전면적인 생사 확인을 거친 뒤 금강산 면회소를 이용한 이산가족 상봉을 정례화하는 방안이다. 인도적 교류이기 때문에 북한이 거부할 명분도 적다. 전직 정부 고위 당국자는 “남북 정상회담을 통해 이산가족 명단을 박 대통령이 직접 전달할 수도 있다”고 내다봤다. 추석을 계기로 한 이산가족 상봉도 예상된다.○ 도발의 악순환 고리 끊을 기회 이번처럼 남북 사이에는 군사적 긴장이 고조되다가 대화에 물꼬가 트이는 일이 주기적으로 반복되어 왔다. 북한은 새 정부가 들어서면 도발을 감행한 뒤 대화를 통해 ‘당근’을 얻어내는 전략을 썼다. 1993년 김영삼 대통령이 취임하고 한 달 뒤인 3월 북한의 핵확산금지조약(NPT) 탈퇴 선언으로 1차 북핵 위기가 촉발됐다. 이듬해인 1994년 3월 남북 특사교환 실무회담에 나선 박영수 북한 대표가 “전쟁이 나면 서울은 불바다가 될 것”이라고 한 발언이 공개되자 서울은 공포에 빠졌다. 북한은 준전시상태를 선포했고, 미국은 항공모함 5척을 동해로 보내 핵시설 공습 준비를 하는 등 전쟁 위기가 고조됐다. 하지만 6월 지미 카터 전 미국 대통령이 평양을 방문해 김일성을 만나 극적으로 위기가 타결됐다. 결국 1차 핵 위기로 북한은 대북 경수로 지원이라는 당근을 얻었다. 하지만 북한은 비밀리에 핵개발을 지속했다. 또 △1998년 8월 대포동 1호 미사일 발사 △1999년 6월 북한 경비정의 서해 북방한계선(NLL) 침범(김대중 대통령) △2006년 10월 북한 핵실험 강행(노무현 대통령) △2009년 4월 장거리 로켓 발사(이명박 대통령) 등 북한은 우리 정부가 새로 들어설 때마다 군사적 위협을 가한 뒤 협상을 통해 경제적 지원을 얻어내곤 했다. 도발을 하고 결과적으로 대가만 챙긴 북한의 행태를 이번에는 끊어야 한다는 지적이 많다. 이번 접촉을 통해 대화 채널을 확보하되 과거 전례를 따르지 않도록 세심한 향후 대척 마련이 절실한 이유다.우경임 기자 woohaha@donga.com}

    • 2015-08-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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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3대 외교정책’ 제자리… 美-中 넘나든 균형외교는 선방

    임기 절반을 보낸 박근혜 정부의 외교·안보·통일 분야의 점수는 5.7점으로 임기 1년 평가(8점)에 비해 크게 낮아졌다. 한반도 신뢰 프로세스·동북아 평화협력 구상·유라시아 이니셔티브 등 3대 외교 정책이 구체적인 성과를 내지 못하고 있다는 지적이 많았다. 외교·안보·통일 분야 전문가 10명은 북한 리스크 관리(6.4점)와 미국과 중국 사이 균형 외교(6.4점)에 대해 가장 좋은 평가를 내렸다.○ 북한 리스크 관리 ‘원칙’ 통했다 2013년 3월 북한은 한미 연합군사훈련에 반발해 개성공단의 통행을 일방적으로 차단했다. 개성공단은 폐쇄 직전까지 몰렸다가 남북이 극적으로 합의하면서 133일 만에 정상 가동에 합의했다. 목함지뢰와 포탄 도발에는 대북 확성기 방송 재개라는 단호한 조치를 취했고, 결국 북한은 대화 테이블로 나왔다. 박 대통령의 ‘원칙’에 입각한 대응이 비정상적인 남북 관계를 바로잡고 있다는 평가다. 박인휘 이화여대 국제학부 교수는 “북한의 위협에 동요하지 않고 리스크 관리를 했다. 북한 길들이기에 성공할 가능성도 있다”고 말했다. 위기관리는 성과를 거뒀지만 위기 예방에는 어려움을 겪었다는 아쉬움도 지적됐다. 김근식 경남대 정치외교학과 교수는 “군사 도발에 대한 사후 수습에는 성과를 내고 있지만 선제적인 위기관리는 성과가 없다”며 “강(强) 대 강 대치 상황에서는 위기가 증폭될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한미-한중 관계 균형점 잘 찾아 올해 한국은 고고도미사일방어(THAAD·사드) 체계 배치, 아시아인프라투자은행(AIIB) 가입, 중국의 항일 전쟁 승리 70주년 기념행사(전승절) 참석 등과 관련해 미국과 중국 사이에서 줄타기 외교를 해야 했다. 미국과 중국으로부터 시험지를 받아 든 형국이었다. 전문가들은 “미국과 중국 사이에서 비교적 균형을 잘 잡았고, 국익을 극대화하는 방향으로 움직였다”며 대체로 ‘양호’라는 평가를 내렸다. 임기 1년 당시 조사와 비교하면, ‘한미, 한중 관계를 유연하게 운영하는 것은 한반도라는 지정학적 조건에서 반드시 필요한 전략’이라는 공감대도 커졌다. 김기호 경기대 정치전문대학원 교수는 “중국에 대해서는 ‘북핵 막아 줄 거냐’, 미국에는 ‘돈 좀 벌어 오겠다’며 당당하게 논리를 펴야 한다. 미국 중국 사이에서 갈팡질팡하지 말고, 우리 입장을 명확하게 알려야 한다”고 조언했다. 균형 외교가 한 단계 업그레이드됐다는 평가도 나왔다. 김태현 중앙대 국제대학원 교수는 “노무현 정부 ‘동북아 균형자론’은 미국-중국 관계를 ‘제로섬’으로 보고 중국에 밀착했다. 한미 동맹과 한중 관계가 양립 가능하다고 보고 이를 성립시키려는 노력은 평가할 만하다”고 말했다.○ 주요 외교 정책 실천 없고 NSC 역할 실종 3대 외교 정책에 대한 평가는 평균 4.9점으로 평균을 밑돌았다. 구본학 한림대 국제학대학원 교수는 “처음부터 구체적이지 않다는 평가를 받았다. 포장에 비해 내용이 없다”고 말했다. 한일 관계도 4.7점으로 낮은 평가를 받았다. ‘원칙’ 대응으로 한일 관계를 개선할 타이밍을 놓쳤다는 지적이다. 한일 관계가 악화되며 한미일 안보 동맹이 흔들리는 등 결국 한국만 손해를 봤다는 것. 신인균 자주국방네트워크 대표는 “한일 관계 원칙 대응으로 국민의 지지는 얻었겠지만 국익은 손해를 본 것 아니냐”고 반문했다. 국가안전보장회의(NSC)의 정책 통합 조정 기능에 대해서는 혹평(3.6점)이 나왔다. 대통령국가안보실이 존재감이 없고, 외교부 통일부 국방부의 집단 지성을 이끌어 내기에는 부족하다는 것. “NSC는 결정 기관이 아니고 보좌 기관인데 대통령에게 제대로 조언하고 있는지 의문”(안광찬 전 대통령국가위기관리실장), “군인 위주인 현재의 인적 구성으로는 통합적인 안보 정책을 기대하기 어렵다”(김태우 전 통일연구원장)는 평가도 나왔다.   ▼ 평가에 참여한 전문가 (가나다순) ▼▽정치(10명) 김용철 부산대 행정학과 교수, 김형준 명지대 인문교양학부 교수, 박명호 동국대 정치외교학과 교수, 박원호 서울대 정치외교학과 교수, 양승함 연세대 정치외교학과 교수, 윤성이 경희대 정치외교학과 교수, 윤종빈 명지대 정치외교학과 교수, 윤평중 한신대 철학과 교수, 이내영 고려대 정치외교학과 교수, 조진만 덕성여대 정치외교학과 교수 ▽외교안보(10명) 구본학 한림대 국제학대학원 교수, 김근식 경남대 정치외교학과 교수, 김기정 연세대 정치외교학과 교수, 김기호 경기대 정치전문대학원 교수, 김태우 전 통일연구원장, 김태현 중앙대 국제대학원 교수, 박인휘 이화여대 국제학부 교수, 박형중 통일연구원 선임연구위원, 신인균 자주국방네트워크 대표, 안광찬 전 대통령국가위기관리실장 ▽경제(15명) 김성태 한국개발연구원(KDI) 연구위원, 김정식 연세대 경제학과 교수, 김현아 한국조세재정연구원 연구위원, 박기백 서울시립대 세무학과 교수, 박덕배 현대경제연구원 전문연구위원, 박완규 중앙대 경제학부 교수, 박정수 이화여대 행정학과 교수, 배상근 한국경제연구원 부원장, 성태윤 연세대 경제학부 교수, 유경문 서경대 금융경제학과 교수, 윤창현 서울시립대 경영학부 교수, 이영 한양대 경제금융학부 교수, 이지평 LG경제연구원 수석연구위원, 임주영 서울시립대 세무학과 교수, 홍성걸 국민대 행정정책학부 교수 ▽노동·교육·복지(15명) 김동욱 한국경영자총협회 기획홍보본부장, 김상균 서울대 명예교수, 김연명 중앙대 사회복지학과 교수, 김용하 순천향대 금융보험학과 교수, 김원식 건국대 경제학과 교수, 김진수 연세대 사회복지학과 교수, 박지순 고려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 배규식 한국노동연구원 선임연구위원, 배영찬 한양대 화학공학과 교수, 양정호 성균관대 교육학과 교수, 이정식 한국노총 사무처장, 이지만 연세대 경영학과 교수, 전제철 부산교대 교수, 지은림 경희대 교육대학원장, 한숭희 서울대 교육학과 교수 ▽문화(10명) 강일권 대중음악 평론가, 고지석 래몽래인(드라마 제작사) 부사장, 김주영 소설가, 박신의 경희대 문화예술경영학과 교수, 박제성 클래식 평론가, 심재명 명필름 대표, 윤철호 사회평론대표, 윤호진 에이콤인터내셔날 대표, 정대경 한국소극장협회 이사장, 황두진 건축가우경임 기자 woohaha@donga.com}

    • 2015-08-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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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명시적 사과 거부하던 北 막판 선회… 대북 원칙론 통했다

    ‘북측은 최근 군사분계선 비무장지대 남측 지대에서 발생한 지뢰 폭발로 남측 군인이 부상을 당한 것에 대해 유감을 표명하였다.’ 남북이 고위급 접촉의 ‘공동보도문’ 작성에 합의해놓고 북측은 ‘사과 문구’를 두고 막판에 세세한 표현까지 문제를 삼았지만 결국 사과를 표명했다. 그동안 북한이 수많은 도발을 했음에도 사과를 표명한 것은 네 차례에 불과하다. 1968년 청와대 앞까지 침투한 1·21사태를 비롯해 1976년 판문점 도끼만행 사건, 1996년 동해안 잠수함 침투, 2002년 2차 연평해전 등이다. 이번 협상에서 사과 표명 여부가 민감한 쟁점이 된 이유다.○ 사과와 재발 방지 명시… ‘대북 원칙론’ 통했다 남북이 25일 새벽에 합의한 공동보도문의 핵심 내용은 △남북 당국회담의 서울 또는 평양 개최 △북한의 도발에 대한 사과 및 재발 방지 약속 △대북 확성기 방송 중단 등이다. 이외에 북측이 준전시상태를 즉각 해제하는 것을 비롯해 △9월 초 이산가족 상봉을 위한 실무접촉 △남북 간 다양한 분야 민간교류 활성화 등도 포함됐다. 이 가운데 북한의 사과와 재발 방지 약속을 분명히 하느냐를 놓고 3일간 회담 내내 진통을 겪었다. 북한은 ‘사과’라는 직접적인 표현 대신 ‘유감’이나 정도가 덜한 다른 단어를 고집했다. 또 사과하는 주체를 모호하게 하려 했다. 주체가 명기되지 않으면 북측은 이를 활용해 자신들의 협상 승리로 선전할 수 있다. 나중에 남북한이 공동보도문을 발표한 뒤 해석을 다르게 할 수 있는 가능성을 열어 놓으려는 꼼수라는 것이다 이번 남북 고위급 접촉에서 박 대통령의 ‘대북 원칙론’은 통했다. 박 대통령은 24일 수석비서관회의에서 “북한이 도발하고 위협해도 결코 물러설 일이 아니다”라면서 “확실한 사과와 재발 방지 약속이 없다면 확성기 방송도 계속 유지할 것”이라고 못을 박았다. 이어 “매번 반복되어 왔던 이런 도발과 불안 상황을 되풀이하지 않으려면 확실한 사과와 재발 방지가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청와대 관계자는 “대통령의 발언은 김정은을 향한 마지막 메시지”라면서 “우리 정부의 변하지 않는 최종 입장”이라고 설명했다. 결국 북한은 ‘사과 표명’을 선택했다. 박 대통령의 원칙에 대한 국내 여론도 나쁘지 않다. 일부 병사들은 전역 시기를 늦추기도 했다. 박 대통령도 “그런 (전역을 연기한) 애국심이 나라를 지킬 수 있고, 젊은이들에게도 큰 귀감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긴박했던 협상 막전 막후 박 대통령의 ‘원칙’과 김정은의 ‘오기’가 부딪치는 가운데 66세 동갑내기인 김관진 대통령 국가안보실장과 황병서 북한군 총정치국장은 43시간 동안 사활을 건 ‘끝장 협상’을 했다. 특히 황병서와 김양건 노동당 비서는 김정은이 모니터를 통해 회담 장면을 지켜보는 상황에서 김정은의 체면을 세우기 위해 ‘죽기 살기 식’으로 협상에 임했다고 한다. 공동보도문은 남과 북이 번갈아 가면서 상대가 제시한 문구를 수정하는 작업을 반복해 만들어진다. 공동보도문 문구 수정에 북한이 시간이 걸린 것도 김정은의 재가가 일일이 필요하기 때문인 것으로 알려졌다. 우리 정부는 ‘도발에 대한 사과와 재발 방지 약속’, 북측은 ‘대북 확성기 방송 중단’을 구체적으로 표현하는 방식을 두고 줄곧 신경전을 벌였다. 등 뒤에 칼을 쥐고 손을 내민 남북 협상은 평행선과 접점 찾기, 난항으로 이어지는 롤러코스터였다. 사과 대 심리전 방송 중지라는 쟁점을 두고 1시간여 동안 기조발언을 주고받은 이후부터 남북은 짧게는 10분, 길게는 40분간 협상을 벌이다가 박 대통령과 김정은의 훈령을 받기 위해 정회하기를 반복했다. 훈령 대기시간은 10여 분으로 끝날 때도 있었지만 24일 오전 지뢰 도발에 대한 북한 사과 등 핵심 쟁점에 우리 정부가 내놓은 문안에 대해 황병서가 김정은의 훈령을 받기 위해 3시간 이상 연락이 안 되는 경우도 있었다. 김양건은 지뢰 도발 책임 유무를 떠나 우리 측이 대북 심리전 방송을 중단하면 박 대통령이 관심 큰 대표적 남북 협력 현안에 협조할 뜻이 있다는 중재안을 제시하기도 했다. 주요 현안은 비무장지대(DMZ) 세계생태평화공원 조성, 이산가족 전면 생사 확인을 위한 명단 교환, 경원선 남북철도 연결 등이었다. 하지만 홍용표 통일부 장관은 지뢰 도발에 대한 북한의 책임 있는 조치가 우선해야 한다며 맞섰다.박민혁 mhpark@donga.com·우경임·윤완준 기자}

    • 2015-08-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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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평양時’에 맞춰 나타난 北대표단

    남북이 22, 23일 연이어 고위급 접촉을 한 급박한 순간에도 회담 시간을 두고 팽팽한 신경전을 벌였다. 고위급 접촉 시작 시간이 예고된 시간보다 30분 늦게 열리자 우리 시간보다 30분 늦은 북한의 ‘평양 표준시’가 적용된 것 아니냐는 관측이 나왔다. 당초 청와대는 전날 오후 6시 판문점 남측지역 평화의 집에서 남북 고위급 접촉이 열린다고 발표했다. 판문점 남측 지역인 평화의 집에서 열리므로 당연히 ‘현지 시간’에 해당하는 우리 시간이 적용되어야 하지만 실제 회담은 6시 반에 시작됐다. 황병서 북한 인민군 총정치국장과 김양건 당 비서 겸 통일전선부장이 오후 6시보다 늦은 시간에 회담장에 나타났기 때문이다. 23일에도 마찬가지였다. 오후 3시 접촉을 재개하기로 양측이 합의하고 발표했으나 실제 남북 고위급 접촉은 오후 3시 반에야 시작됐다. 정부 관계자는 22일 “당연히 우리 시간으로 회담이 열린다”고 설명했으나 이틀 연속 회담이 30분 늦게 시작되자 당혹스러움을 감추지 못했다. 우경임 기자 woohaha@donga.com}

    • 2015-08-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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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천안함 폭침때 ‘심리전 회군’과 대조

    2010년 천안함 폭침의 학습 효과 때문일까. 북한의 목함지뢰 도발에 대한 우리 정부의 대응은 5년 전과는 확연히 달라진 모습을 보이고 있다. 2010년 3월 26일 북한의 어뢰 공격을 받아 우리 천안함이 침몰했다. 두 달 뒤 민군합동조사단이 “천안함 침몰 원인이 북한제 중어뢰”라는 결과를 발표했고, 5월 24일 우리 정부는 개성공단을 제외한 남북 교류를 전면 중단하고 확성기 방송을 하는 내용의 대북 제재 조치(5·24조치)를 발표했다. 북한은 조선중앙통신을 통해 “(남측이) 심리전 수단을 새로 설치할 경우 그것을 없애 버리기 위한 직접 조준 격파 사격이 개시될 것”이라고 공개 경고했다. 당시 정부 고위 당국자는 “북한이 반발하는 데다가 (확전을 반대하는) 중국 러시아 미국도 대북 심리전을 중단하라고 우회적으로 요청했다”고 말했다. 결국 대북 심리전 재개는 슬그머니 ‘없던 일’이 됐다. 이후 남북 군사실무회담 등 대화가 재개되면서 북한 의도대로 끌려다녔다는 비판이 나왔다. 5년 전 천안함 폭침과 연평도 피격에 비하면 4일 목함지뢰 도발은 오히려 ‘저강도’로 볼 수 있다. 하지만 우리 정부는 10일 대북 확성기 방송 재개에 나섰다. 이번에도 북한은 “(대북 심리전을) 중단하지 않으면 무차별 타격하겠다”고 공개 경고했고 20일 실제 두 차례 포탄을 쐈다. 하지만 우리 정부는 대응사격을 하면서 대북 확성기 방송을 계속했고, 다급해진 북한이 먼저 대화 제의를 했다. 한반도를 둘러싼 국제 지형도 북한에 비우호적이다. 북한은 중국의 반대를 무릅쓰고 2013년 2월 3차 핵실험을 감행했고, 그해 12월에는 친중파로 알려진 장성택을 처형하면서 북-중 관계는 급속 냉각됐다. 반면 박근혜 대통령이 다음 달 3일 항일 전쟁 승리 70주년 기념행사(전승절) 참석을 결정할 정도로 한중 관계는 순항하고 있다. 정부 당국자는 21일 이례적으로 “중국이 현 상황과 관련해 건설적인 역할을 하고 있다”고 밝혔다. 우경임 기자 woohaha@donga.com}

    • 2015-08-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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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北의 통첩시한, 오후 5시? 5시반?

    북한의 ‘48시간’ 최후통첩 시한은 22일 오후 5시인가? 5시 30분인가? 조선중앙방송은 21일 “노동당 중앙군사위원회는 20일 17시 남조선 국방부에 48시간 안으로 대북 심리전 방송을 중지하고 모든 심리전 수단을 전면 철거하지 않는다면 강력한 군사적 행동으로 넘어간다는 최후통첩을 내보낸 군 총참모부의 결심을 승인했다”고 밝혔다. 북한은 전날 서해 군통신선을 통해 국방부 앞으로 전달한 총참모부 명의의 전통문에서 ‘22일 오후 5시’ 시한을 제시했다. 문제는 북한이 15일부터 우리보다 30분 늦은 ‘평양시’를 채택해서 혼선이 빚어진 것이다. ‘22일 오후 5시’가 북한 시간인지, 우리 시간인지 헷갈리는 것이다. 현재 북한 시간은 우리 시간보다 30분 늦은 ‘평양 표준시’다. 이를 적용하면 북한이 전통문에서 언급한 오후 5시는 우리 시간 오후 5시 30분이다. 최후통첩 시한도 우리 시간으로 22일 오후 5시 30분이 된다. 하지만 국방부는 21일 “22일 오후 5시가 맞다”고 설명했다. 북한의 전통문이 우리 시간으로 20일 오후 5시경(평양 표준시간 오후 4시 30분) 전달됐기 때문이다. 실제 통보가 이뤄진 시간을 기준으로 계산해야 한다는 것이다. 국방부 관계자는 이날 오후 기자실을 찾아 이 같은 취지를 설명했다.우경임 기자 woohaha@donga.com}

    • 2015-08-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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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北 “지휘관들 전선에… 공격명령 대기”

    북한은 20일 조선인민군 중앙위원회 비상확대회의를 소집해 21일부터 전선지대에 ‘준전시상태’를 선포했다. 북한이 전선지대에 선포한 준전시상태는 전시상태 직전 단계다. 준전시상태가 선포되면 북한은 조선인민군 최고사령부를 중심으로 인민군과 노농적위대, 붉은청년근위대 등 준군사조직까지 진지에서 24시간 전투태세에 돌입한다. 북한이 정전협정 이후 준전시상태를 선포한 것은 이번이 8번째다. 북한이 언론매체를 통해 공식적으로 준전시상태를 선포한 것은 △1968년 푸에블로호 나포 사건 △1976년 판문점 도끼 만행 사건 △1983년 팀스피릿 훈련 △1993년 팀스피릿 훈련 및 핵확산금지조약(NPT) 탈퇴에 이어 이번이 다섯 번째다. 북한이 ‘22일 오후 5시’를 최후통첩 시한으로 거론한 만큼 군 당국은 시간차를 둔 도발이 있을 것으로 내다봤다. 군은 북한이 대북 확성기가 설치된 11곳을 겨냥할 가능성이 높다고 보고 있다. 북한이 도발을 시작한 원인이기 때문이다. 북한 조선중앙통신은 21일 “남측을 진압하기 위한 군사작전을 지휘할 지휘관들이 임명되어 전선으로 급파됐다”고 위기감을 조성했다. 이어 “완전무장한 전시상태로 일제히 이전한(전환한) 조선인민군 전선대연합부대들은 군사적 행동 준비를 완료했다”며 “최후의 공격 명령을 기다리고 있다”고 주장했다. 김상룡 북한 인민군 2군단장이 20일 포탄 도발을 주도한 것으로 파악된 가운데 장정남 5군단장이 추가 도발을 일으킬 수 있다는 관측도 나온다. 인민무력부장(대장)을 지낸 장정남은 지난해 7월 강등돼 일선 군단장(상장)으로 물러난 만큼 재기를 노리고 있기 때문이다. 북한이 후방 테러 등 비정규전을 벌일 가능성도 있다. 20일 북한 노동당 중앙군사위 비상확대회의에서 사이버전, 후방 테러 등을 담당하는 정찰총국이 보고를 했다는 점도 이런 관측에 힘을 싣고 있다. 현 정찰총국장인 김영철은 천안함 폭침을 주도한 ‘대남 강경파’이다.우경임 기자 woohaha@donga.com}

    • 2015-08-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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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北 “準전시상태”… 南 “가차없이 응징”

    남북한 사이 긴장이 고조되고 있다. 비무장지대(DMZ) 지뢰 도발에 이어 포격 도발까지 감행한 북한이 ‘준전시상태’를 선포하며 22일 오후 5시 이후 추가적인 도발을 예고했고 우리 군은 단호하게 대응할 것이라고 받아쳤다. 박근혜 대통령은 21일 제3야전군사령부를 전격 방문해 우리 군의 경계태세를 직접 점검했다. 3군사령부는 북한의 포격 도발이 발생한 서부전선을 관할하는 만큼 북한의 도발에 대응하는 최전선 작전지휘소를 대통령이 직접 찾은 것이다. 박 대통령은 “우리 장병과 국민의 안전을 위해하는 북한의 그 어떤 도발도 결코 용납할 수 없다”고 강조했다. 외부 일정을 모두 취소한 박 대통령은 당분간 안보 일정만 소화할 방침인 것으로 알려졌다. 한민구 국방부 장관도 이날 저녁 긴급 대국민 담화를 통해 “북한이 추가 도발을 해온다면 가차 없이 단호하게 응징하여 혹독한 대가를 치르게 할 것”이라며 “이번에야말로 북한 도발의 악순환 고리를 끊어내겠다”라고 강조했다. 김관진 국가안보실장이 이날 주재한 국가안전보장회의(NSC) 상임위원회에서도 북한의 추가 도발을 단호하게 응징하겠다는 방침을 재확인했다. 전날 박 대통령이 직접 주재한 데 이어 이틀 연속 NSC 상임위를 개최할 정도로 상황이 긴박하게 움직였다. 한미 군 당국은 대북정보 감시태세인 ‘워치콘(Watch Condition)’을 3단계로 유지하고 있다. 북한은 적반하장식 태도로 일관하며 협박 수위를 높였다. 대남 무력도발의 총책 격인 김영철 정찰총국장은 21일 긴급 기자회견을 갖고 “남한의 확성기 방송은 조선(북한)에 대한 노골적인 심리전”이라며 “남조선이 군사 도발 위기로 몰고 가고 있다”고 주장했다. 김정은 노동당 제1비서는 중앙군사위원회 비상확대회의를 긴급 소집해 ‘준전시상태’를 선포했다. 조선중앙방송은 김정은 지시라며 “21일 오후 5시(한국 시간 오후 5시 반)부터 조선인민군 전선대연합부대들에 작전 진입이 가능한 완전 무장한 전시 상태로 이전(전환)하도록 명령했다”고 보도했다. 전날 총참모부 명의로 48시간 ‘최후통첩’을 한 북한은 홍용표 통일부 장관 명의로 된 김양건 통일전선부장 앞 전통문 서한조차 접수를 거부했다. 이와 관련해 한민구 장관은 21일 전군 작전 지휘관 화상회의를 열어 “북한이 22일 오후 5시 이후 어떤 방식으로든 도발할 가능성이 있다”고 했고, 백승주 국방부 차관은 이날 국회 예산결산특별위원회에서 “11개 지역에서 북한이 확성기 방송 시설에 대해 공격을 할 가능성이 크다”고 말했다.박민혁 mhpark@donga.com·우경임·정성택 기자}

    • 2015-08-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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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평양 간 유소년 축구선수단 조기 귀국 검토”

    정부는 남북한 군사적 긴장이 고조됨에 따라 북한에 체류 중인 우리 국민을 조기 귀국시키는 방안을 검토하기로 했다. 21일 현재 북한에 체류 중인 우리 국민은 모두 628명으로 확인됐다. 개성에는 개성공단 관계자(534명)와 개성·만월대 남북공동발굴단(10명) 등 544명, 평양에는 국제유소년축구대회 선수단과 취재진(83명) 및 유럽 국가 대사의 한국 국적 부인(1명) 등 우리 국민 84명이 머물고 있다. 홍용표 통일부 장관은 이날 국회에서 “선수단은 24, 25일 이틀간 귀국할 예정이었는데 상황을 봐서 좀더 (귀국을) 앞당기는 방안을 검토 중”이라고 밝혔다. 21일 평양 능라도 5·1경기장에서 개막해 24일까지 열리는 15세 이하 국제유소년축구대회는 남북체육교류협회와 평양국제축구학교가 공동 주최하고 경기도와 강원도, 경기 연천군 등이 후원하는 행사다. 남측 대표단은 경기도와 강원도가 도내 중고교에서 20명씩 선발한 선수들이다. 정부는 지금까지 선수들의 신변에 이상이 없는 것으로 파악하고 있다. 또 홍 장관은 개성·만월대 발굴단도 일단 개성공단으로 철수시켜 체류하도록 하는 방안을 검토 중이라고 했다. 이날 개성공단 출·입경 절차는 정상적으로 진행됐다. 남북출입사무소(CIQ)를 통한 출·입경은 북한에서 ‘군사분계선(MDL)을 넘어도 좋다’는 동의서를 보내와야 진행된다. 통일부는 당일 출·입경이 가능한 개성공단 입주기업 직접 관계자 등 최소 인력에 대해서만 당분간 출·입경을 허용키로 했다. 이날 실제 출경 인원은 343명, 입경 인원은 639명으로 집계됐다. 22일 북한 쪽으로 출경할 인원은 243명, 남쪽으로 입경할 인원은 457명으로 추정된다. 개성공단의 주말 평균 체류 인원은 270명 정도다.우경임 기자 woohaha@donga.com}

    • 2015-08-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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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김정은 中전승절 불참 기류… 中 대신 러와 밀착

    ‘한국은 중국의 초대에 응했고, 북한은 거절했다.’ 중국의 항일 전쟁승리 70주년 기념행사는 달라진 한중, 북-중 관계를 상징하는 장면이 될 것으로 보인다. 박근혜 대통령은 다음 달 2∼4일 전승절 참석을 확정한 반면 김정은 북한 노동당 제1비서(사진)는 중국에 가지 않을 가능성이 높기 때문이다. 외교 소식통은 20일 “(북-중 간) 방중을 위한 사전 접촉 등이 전혀 포착되지 않았다”며 “북한에 대한 중국의 냉랭한 기류가 심상치 않은 것 같다”고 전했다. 김정은 체제 출범 이후 북-중 관계는 최악으로 치닫고 있다. 2013년 2월 제3차 핵실험과 같은 해 12월 장성택 처형 이후부터 냉랭해진 북-중 관계는 이달 초 아세안지역안보포럼(ARF) 외교장관회의에서 양국이 처음으로 양자 회담을 하지 않을 정도로 악화됐다. 이 같은 분위기는 김정은의 대중정책이 ‘항일’의 공통분모로 ‘혈맹(血盟)’의 특수 관계를 맺어온 김일성 김정일 시대와는 확연히 달라졌다는 신호로 해석된다. 자유아시아방송(RFA)은 20일 북한 소식통을 인용해 “김정은이 ‘중국×들에게 역사와 오늘이 다르다는 것을 똑바로 알게 해주겠다’고 발언했다”고 보도했다. 또 다른 소식통은 “김정은이 6월 양쯔(揚子) 강에서 발생한 대형 여객선 침몰 사고 때도 중국 측에 조의를 공식적으로 표하지 말라고 지시를 한 것으로 알고 있다”고 말했다. RFA는 “어린 지도자의 미숙한 판단이 북한을 국제적인 고립으로 몰아가고 있다”는 내부 소식통의 우려도 전했다. 북한은 중국과 거리를 두는 대신 러시아에 밀착하는 움직임을 보이고 있다. 15일 북한 평양 인민문화궁전에서 열린 ‘조선해방 70돌 경축행사’에서는 유일하게 러시아 연방 평의회 대표단, 국방부 대표단 등 러시아 관계자들만 소개했다. 북한은 이날 양국의 국장과 국기가 담긴 ‘조로(북-러) 친선의 해’ 기념우표를 발행하기도 했다. 양무진 북한대학원대 교수는 “중국 전승절에 5월 러시아 전승절 참석자인 김영남 최고인민회의 상임위원장이 참석할지, 그보다 직급이 낮은 인사가 참석할지를 지켜보면 앞으로 북-중 관계의 향방을 가늠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우경임 기자 woohaha@donga.com}

    • 2015-08-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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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긴급투입 아서-K 레이더 제역할 톡톡

    20일 오후 3시 53분 우리 군은 경기 연천군 중면 지역으로 날아온 북한의 포탄을 처음 포착했다. 아서(ARTHUR)-K 대포병레이더가 바로 포물선을 그리는 탄도 궤적을 탐지했다. 발사 위치를 역추적해 즉각 155mm 자주포로 대응한 것은 바로 대포병레이더의 활약 덕분이었다. 국방부는 북한의 비무장지대(DMZ) 지뢰 도발에 대응하기 위해 11일부터 대북 확성기 방송을 재개한 이래 서·중부 전선에 최고 경계태세를 발령하고 북한의 도발에 대비해 화력을 긴급 보강했다. 아서-K 대포병레이더가 이 지역에 배치된 것도 바로 이때였다. 대포병레이더는 날아오는 포탄의 포물선을 분석해 발사 위치를 추적한다. 아서-K 대포병레이더의 최대 탐지거리는 60km에 달하고 적의 전파 방해에 대응할 수 있는 대전자전(ECM) 능력을 갖춘 신형 장비다. 고사포부터 박격포까지 다양한 포탄을 탐지할 수 있다. 2010년 북한의 연평도 포격 도발 당시 배치됐던 구형 대포병레이더는 성능이 떨어져 포탄을 탐지하지 못했다. 이 때문에 당시 우리 군은 적의 공격에 제대로 대응할 수 없었다. 아서-K는 스웨덴에서 도입한 이동식 대포병레이더로 대당 가격은 약 130억 원. 국방부는 2009년부터 이를 도입했고 2010년 북한의 연평도 도발 이후 2대를 추가 도입해 모두 6대 배치했다.우경임 기자 woohaha@donga.com}

    • 2015-08-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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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통일부, ‘평화통일기반구축법’ 입법예고…부처별 전담조직 신설

    정부가 평화통일재단을 설립하고 중앙부처와 지방자치단체에 통일전담 조직을 신설하는 등 통일 준비를 위한 제도 정비에 나섰다. 통일부는 20일 ‘평화통일기반구축법’을 입법예고하고 올해 정기 국회에 제출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먼저 대통령 직속 통일준비위원회의 설치근거를 마련키로 했다. 다음 정부에서도 통준위가 지속적으로 활동하고 민관이 함께 통일 준비를 할 수 있도록 한 것이다. 중앙부처와 지방자치단체에도 통일준비 전담조직을 설치한다. 평화통일 기반 구축 업무를 수행할 조직과 인력을 갖추고 필요한 전문인력을 양성해 정부와 지자체 간 일원화된 체계 속에서 통일을 준비하기 위한 것이다. 통일 관련 사업을 수행할 평화통일재단 신설 내용도 포함됐다. 또 통일부 장관은 5년마다 ‘평화통일기반 구축에 관한 기본계획’과 연도별 시행계획을 수립해 실행하게 된다. 통일부는 1월 19일 대통령 업무보고에서 평화통일기반구축법을 제정하겠다고 밝혔고 최근까지 유관기관의 의견을 수렴해왔다.우경임 기자 woohaha@donga.com}

    • 2015-08-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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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과거-미래 ‘투트랙 외교’로 전환… 전략적 몸값 높여야

    박근혜 대통령 집권 전반기의 외교 노선은 ‘올바른 상대하고만 대화한다’는 원칙 외교였다. 일본에 대해서는 과거사 문제 선(先) 해결을, 북한에 대해서는 비핵화를 전제로 한 대화라는 태도를 고수해 왔다. 그러면서 남북 관계와 한일 관계는 돌파구를 찾지 못하고 급속히 냉각됐다. 결과적으로 동북아 질서 재편 과정에서 한국이 움직일 외교적 공간을 잃었다는 비판이 나왔다. 박 대통령이 15일 광복절 경축사에서 상대방의 뚜렷한 태도 변화가 없다는 국내 비판 여론을 감수하고도 한일 관계 개선에 대한 분명한 의지를 언급한 것이나, 중국의 항일 전승절 행사 참석을 긍정적으로 검토하는 것은 이런 위기감이 반영됐기 때문이다. 외교 전문가들은 이제라도 과감하게 ‘실리 외교’에 집중해야 한다고 조언했다. 천영우 전 대통령외교안보수석비서관은 “외교 관계에서 근본주의적 접근의 한계가 드러난 것”이라며 “과거와 미래, 경제와 안보를 분리해 대응할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실리 외교 전환을 요구하는 주변 정세 ‘원칙 외교’로는 지금의 동북아 질서를 유지하려는 미국(아시아 재균형 정책)과 동북아 질서를 바꾸려는 중국(신형대국관계론) 사이에서 다양하고 유연한 전략을 구사하기 어려웠다. 한일 관계가 틀어지면서 미국은 한국의 한미일 협력 강화 의지를 의심했다. 중국은 이때라고 판단해 한미일 협력 축에서 가장 약한 고리인 한국을 집중 공략했다. 고고도미사일방어(사드·THAAD) 체계 설치부터 항일 전승절 참석까지 한국을 두고 중국과 미국의 신경전이 벌어지고 있는 이유다. 원칙만 고집하는 외교는 중견국 외교를 펼치는 한국의 국력과 국익에도 부합하지 않는다는 지적이 나온다. 반면 일본의 ‘실리 외교’는 치밀했다. 일본과 미국은 4월 28일 ‘미일 공동 비전 성명’을 발표하고 과거 적대 관계에서 부동의 동맹으로 전환됐다고 선언했다. 미일 관계를 다진 일본은 중국을 향해 적극적으로 움직이고 있다. 중일 정상회담을 집요하게 타진하는 동시에 9월 3일 항일 전승절에도 참석할 가능성이 높다는 일본 신문의 보도가 나왔다. 일본의 패전일임에도 불구하고 아베 신조(安倍晋三) 총리는 시진핑(習近平) 주석을 만나겠다고 나서는 것. 이런 변화 기류 속에서 하반기에 줄줄이 예정된 다자 외교 무대나 한중일 정상회의에서까지 원칙에만 매달리다간 동북아 외교 지형 변화 구도에서 미아가 될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한중일 정상회의로 계기 마련되나 요동치는 동북아 질서는 위기지만 동시에 새로운 변화의 기회가 될 수 있다. 강대국들의 세력이 조정되는 과정에 한국이 빈틈을 파고드는 외교력을 발휘하면 전략적 공간이 확대될 가능성도 있다. 한중일 정상회의 개최는 미국과 중국의 꽉 막힌 틀을 뚫는 또 하나의 새로운 접근법이 될 수 있다. 김흥규 아주대 교수는 “중국 전승절에 참석하는 대신 한중일 정상회의를 강하게 요구해야 한다”며 “이를 계기로 대북 관계에서 중국이 행동에 나서도록 협력 관계를 구축해야 한다”고 말했다. 이어 10월 16일 한미 정상회담에서 동북아 안정과 평화를 위한 한국의 구상을 적극적으로 설득하면 된다는 것. 진창수 세종연구소장은 “중국에 있어 한국은 일본 고립을 유도하는 전략적 카드이자 미국과의 관계에서 완충지대”라며 과거와 미래를 분리한 ‘투 트랙’ 전략을 강화하는 실리 챙기기에 나서야 한다고 주문했다. 한일 관계 개선을 요구하는 미국의 주문을 외면하기 어려운 현실적 요인도 있다. 외교 당국은 ‘실리 외교’ 기조에 맞춰 한중일 정상회의 성사에 공을 들이고 있다. 이르면 10월 서울에서 정상회의를 개최하고 이를 계기로 하반기 동북아 외교 주도권을 잡겠다는 전략이다. 다자에서 양자로, 비안보 이슈에서 안보 이슈로 점진적으로 관계를 개선하면서 한국의 전략적 가치를 높이겠다는 구상이다. 노광일 외교부 대변인은 18일 “우리나라는 의장국으로서 일본, 중국 양측과 연내 3국 정상회의 개최를 위한 의견 조율을 계속해 오고 있다”고 밝혔다.우경임 기자 woohaha@donga.com}

    • 2015-08-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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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뉴스 분석]동북아 격변… 실리외교로 주도권 잡아라

    ‘과감한 실리외교에 나서라.’ 25일 임기 반환점을 도는 박근혜 대통령의 외교노선이 원칙 중시 외교에서 현실적인 외교로 변화 조짐을 보이고 있다. 동북아 외교 지형이 요동치면서 양자 및 다자 외교의 주도권을 쥐기 위한 새로운 접근법이 필요하다는 판단에 따른 것으로 분석된다. 하지만 올해 하반기에 전개될 동북아 정상외교의 엄중함을 고려한다면 이보다 과감한 실리외교로 체질을 개선해야 한다는 지적이 나온다. 박 대통령은 15일 광복절 경축사에서 아베 신조(安倍晋三) 일본 총리의 담화에 대해 절제된 비판을 했다. 외교가에선 박 대통령의 ‘원칙 외교’ 스타일에 비춰 보면 이례적이라는 평가가 많았다. 올해 안에 개최할 한중일 정상외교를 철저히 염두에 둔 행보인 셈이다. 한일관계 개선이 전제돼야 복잡한 동북아 정세 속에서 한국이 입지를 다지며 북핵 외교에 대한 목소리를 낼 수 있다. 올해 하반기 첫 무대는 대중(對中) 외교가 될 것으로 전망된다. 9월 3일 중국의 항일 전승기념절을 앞두고 박 대통령이 참석을 검토하고 있는 상황에서 일본 언론은 아베 총리도 3일 전격 방중할 것이라고 보도하고 있다. 한중, 중일의 미묘한 탐색전이 이뤄지고 나면 2012년 이후 중단된 한중일 정상회의도 초읽기에 들어갈 가능성이 높다. 현재 한반도를 둘러싼 외교 현실이 그 어느 때보다 냉엄하기 때문에 박근혜 정부의 외교 노선의 틀을 장기적인 국익을 염두에 둔 실리외교로 집중해야 한다는 지적이 많다. 미국 중국의 동아시아 지역 패권 경쟁이 가속화되는 가운데 한국은 아슬아슬한 줄타기를 하고 있다. 특히 미국과 관계를 공고히 한 일본이 중국에 대한 구애에 나서면 한국만 외교적으로 고립될 수 있다는 우려도 나온다. 한국은 한일관계 개선을 시작으로 중국과 미국 양국 사이에서 외교적 입지를 넓힘으로써 동북아 외교 고차방정식을 풀겠다는 전략을 구상 중이다. 한중일 정상회의 성사는 박 대통령 실리외교의 첫 시험대가 될 것으로 보인다. 진창수 세종연구소장은 “원칙을 강조하다 보니 대외 관계 개선에 나설 의지가 낮아 보였다”며 “실리외교가 성숙한 외교라는 것을 설득해 나가면서 과감한 외교 전략을 펼쳐야 한다”고 조언했다.우경임 기자 woohaha@donga.com}

    • 2015-08-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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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한국 외교사 명장면]노태우정부 ‘북방외교’

    《 광복 70년, 분단 70년. 한국은 그야말로 ‘격동의 시기’를 보냈다. 한국은 유엔 수장을 배출한 나라가 됐지만 광복 당시에는 국제무대에서 존재감조차 미미했다. 70년간 한국은 급속한 경제성장을 구가했지만 냉전과 남북 대치, 4대 강국에 둘러싸인 지정학적 위치 때문에 외교적 생존을 위한 발버둥을 쳐야 했다. 그런 노력을 통해 6·25전쟁, 냉전과 탈냉전을 견뎌내고 빈곤을 벗어날 수 있었다. 한국 외교의 고군분투 과정을 ‘광복 70년, 한국 외교사 명장면’으로 소개한다. 》“연내 모스크바 구경 좀 하게 해 주소.” 1990년 2월 노태우 당시 대통령은 주모스크바 영사사무처장으로 부임할 공로명 외무부 장관에게 임명장을 주고서는 넌지시 말을 건넸다. 소련과 공식 수교를 맺자는 뜻이었다. 10개월이 지난 뒤 노 전 대통령은 실제 모스크바 땅을 밟았다. 노 전 대통령은 1988년 2월 취임사에서 “우리와 교류가 없던 저 대륙국가에도 국제협력의 통로를 넓게 할 것”이라고 선언했다. 북방외교의 신호탄이었다. 베를린 장벽 붕괴로 유일한 분단국가로 남은 한국은 한-소, 한중 수교로 외교 영토를 넓혀야만 했다. 공산권 국가와의 교류가 없던 한국은 물밑에서 박철언 전 의원(당시 대통령정책보좌관) 등 비선(秘線) 라인을 가동하기 시작했다. 1989년 2월 헝가리, 그해 11월 폴란드와 공식 수교한다. 북방외교의 절정은 공산권 종주국인 소련과의 수교였다. “북쪽(중국·소련)으로 우회해 평양으로 가겠다”는 대통령의 북방외교 의지가 확고한 만큼 청와대를 중심으로 소련과 네트워크를 만들기 위한 정부, 국회의 경쟁이 벌어졌다. 1990년 3월 20∼27일 김영삼(YS) 당시 민자당 최고위원과 박철언 당시 정무 제1장관이 함께 모스크바를 방문했다가 불화설이 불거진 것처럼 외교채널에 혼선도 빚어졌다. YS는 “노 대통령의 친서를 가진 줄 몰랐다”고 했고, 박 전 의원은 “고르바초프를 만날 줄 몰랐다”고 서로 딴소리를 했다. 결국 박 전 의원은 청와대를 떠났고 대통령외교안보수석실이 북방외교의 전면에 나섰다. ○ 소련이 먼저 샌프란시스코 정상회담 제의 “고르바초프 대통령이 노태우 대통령을 미국 샌프란시스코에서 만나기를 바란다.” 김종휘 전 대통령외교안보수석비서관은 1990년 4월 23일 세계정상회의 참석차 서울을 방문한 아나톨리 도브리닌 주미 소련대사로부터 깜짝 메시지를 전달받았다. 서울 강남의 한 카페에서 극비리에 만난 도브리닌 대사는 9월 미국 샌프란시스코에서 정상회담을 갖자고 제안했다. 이 자리에서 김 전 수석과 도브리닌 대사는 청와대, 크렘린궁과 각각 통화해 ‘샌프란시스코 정상회담’ 개최를 확정했다. 그해 6월 한-소 정상회담과 한미 정상회담이 한꺼번에 열린 것도 의미 있는 성과였다. 비밀리에 진행된 한-헝가리 수교, 7·7선언 등으로 한국에 대한 미국의 불신이 커진 상태였다. 김 전 수석은 “미국에서 한-소 정상회담만 하면 서로 불편하다”며 한-소 정상회담 직후 한미 정상회담(6일)을 제안했다. 미국이 이에 응하면서 노 대통령과 조지 부시 대통령의 정상회담까지 이뤄졌다. “한-소 수교는 부시 미 대통령의 전폭적인 지지에 힘입었다”는 도널드 그레그 당시 주한 미국대사의 증언처럼 미국은 측면에서 한-소 수교를 지원했다. 1990년 6월 4일(현지 시간) 페어몬트 호텔에서 역사적인 한-소 정상회담이 열렸다. 노 대통령과 고르바초프가 나란히 서서 환하게 웃는 사진은 동서 냉전 종식의 상징적인 한 장면이었다. 9월 30일 전격적으로 수교했고 12월 13∼16일 노 전 대통령은 모스크바를 방문해 고르바초프와 재회한다. 방문 당시 30억 달러 차관을 약속해 퍼주기라는 비판도 받았지만 이를 계기로 소련은 북한에 대한 원조를 끊고, 한국의 유엔 가입을 지지했다.○ “북방외교가 통일 앞당길 것” 기대 1990년 6월 7일 자 일본 마이니치신문에는 창 밖에서 한국 미국 소련이 한편이 되어 놀고 있고, 집 안에서 일본이 혼자 놀고 있는 내용의 만평이 실렸다. 외교적으로 고립됐던 일본은 “중국이나 소련에서 (일본을) 어떻게 생각하느냐”며 한국에 물어볼 정도였다. 냉전시대의 진영외교를 벗어나는 북방외교가 성공할 수 있었던 것은 한국의 경제력 덕분이었다. 당시 소련을 방문했던 외교안보라인 관계자들은 ‘사회주의 실패’를 직감했다고 한다. 김 전 수석은 “1988년 러시아행 비행기 안에서는 무거운 합판 식판에 식사를, 두꺼운 양은 주전자에 물을 담아 줬다”고 했다. 그만큼 소련 경제는 비효율적이었다. 서울에서 개최된 88올림픽이 생중계되면서 한국을 보는 동유럽권 국가들의 눈이 달라졌다. “한국이 우리를 도울 수 있다”는 인식이 퍼지면서 북방외교에 탄력이 붙었다. 노 전 대통령 재임 당시 수교국은 100개국에서 130개국으로 늘었다. 김 전 수석은 “북방외교가 성공하면서 국방대신 국내 경제와 복지에 투자할 여력이 생겼다”고 말했다. 공 전 장관은 “북한과 대화가 안 되면 모스크바를 통해 평양으로 갈 수 있다는 자신감이 생겼다”고 회고했다.우경임 기자 woohaha@donga.com※김종휘 전 대통령외교안보수석비서관, 공로명 전 외무부 장관과의 인터뷰 및 박철언 전 의원 회고록 ‘바른 역사를 위한 증언’을 바탕으로 재구성했습니다.}

    • 2015-08-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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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대한민국 키워드 ‘한강의 기적’… 기여도, 박정희-이승만順

    ‘경제·문화는 우수, 사회는 보통, 정치는 미흡.’ 광복 70년 한국이 받아든 성적표다. 한강의 기적을 이뤄냈지만, 남북 분단과 이념 갈등으로 사회는 정체되고, 정치는 극한 대립을 반복하는 후진적인 문화를 벗어나지 못했다는 것이다. 동아일보가 설문조사를 한 우리 사회 리더 70명의 평가다. 그렇지만 광복 100년 한국의 모습은 밝다고 봤다. 경제 성장도, 민주화도 가장 짧은 기간에 압축적으로 이뤄낸 ‘한국의 저력’ 때문이다. 천영우 전 대통령외교안보수석비서관은 “70년이란 시간 동안 한국만큼 국력을 키운 나라는 없다”고 단언했다.○ 박정희 전 대통령이 오늘의 한국 기초 다져 오늘의 한국을 만들어 내는 데 기여도가 높은 대통령을 순서대로 3명을 배열해 달라는 질문에는 박정희 전 대통령이 압도적 1위(60%)였다. “오늘 한국의 경제 기적을 일으킨 주역이다”(박관용 전 국회의장), “산업화를 통해 우리 역사상 처음으로 중산층이 형성됐다. 국가로부터 독립된 사회가 창출됐고, 민주주의의 기반이 됐다”(안병직 서울대 명예교수)는 평가가 나왔다. 박정희 시대의 공과를 떠나 한강의 기적이 시작됐다는 얘기다. 2위는 이승만 전 대통령(22.9%)이 차지했다. “대한민국을 혼자 세운 것이나 마찬가지다”(소설가 복거일 씨), “(광복 이후) 국가가 생존해야 하는 상황에서 국제정세를 읽는 뛰어난 외교적인 감각으로 독립 국가를 유지했다”(이재열 서울대 교수). 건국의 혼란기에 탁월한 외교 감각으로 한국을 지켜냈다는 점에서 높은 평가를 받았다. 이어 실질적으로 민주주의를 정착시켰다는 점에서 김대중 전 대통령(10%)과 노무현 전 대통령(4.3%)의 기여도가 높다고 평가했다. 경제 발전에 비해 정치, 사회 발전 속도는 더뎠다. 응답자의 절반은 대한민국 정치가 후진적인 이유로 ‘타협 없이 극한 대립을 반복하는 정치문화’(48.6%)를 꼽았다. 남궁영 한국국제정치학회장은 “한국은 ‘나는 옳은 정의, 상대는 틀린 정의’라는 정치문화가 팽배해 에너지가 낭비된다”며 “여야와 좌우가 우리 사회 발전을 위해 존재하는 행위자라는 것을 인식해야 한다”고 조언했다. 또 가장 심각한 한국병으로는 ‘남북 분단과 좌우 이념 갈등’(62.9%)이 꼽혔다. 사회 통합이 절실하다는 뜻이다.○ 30년 뒤에도 부유한 한국 한국이 30년 뒤 더욱 부유해질 것이라는 데는 응답자의 97%가 동의했다. 2045년 1인당 국내총생산(GDP)이 △4만∼5만 달러(35.7%) △5만 달러 이상(34.3%) △3만∼4만 달러(27.1%) 순으로 예상됐으며 모두 현재(2만8000달러)보다 증가할 것으로 내다봤다. 하지만 ‘국가 발전을 위한 신성장동력 확보’(38.6%)가 앞으로 30년간 한국이 반드시 극복해야 하는 과제로 지적됐다. 지속적인 성장은 새로운 먹을거리를 찾아내야 한다는 것이 전제된다는 의미다. 한국의 10대 기업 가운데 30년 뒤에도 살아남을 기업으로는 삼성(59명)→현대차(21명)→LG(19명)→SK(17명)→CJ(11명) 순으로 꼽혔다. 복수응답을 받은 이 항목에서 응답자(70명)의 84.3%가 삼성을 꼽았다. “미래를 위한 연구와 투자가 가장 적극적”(김황식 전 국무총리)이고 “시스템에 의해 운영되는 그룹으로 사람이 바뀌어도 지속 가능하다”(윤증현 전 기획재정부 장관)는 평가를 받았다. 올해 4월 공정거래위원회가 발표한 자산규모 기준 재계 순위는 삼성, 현대차, SK, LG, 롯데 순이었다. 하지만 롯데그룹을 30년 뒤 살아남을 기업으로 꼽은 응답자는 단 3명뿐이었다. 최근 경영권 분쟁을 겪은 파장인 것으로 보인다. 총수 일가가 사이좋게 안정적인 지배구조를 유지해 ‘총수 리스크’가 적은 LG가 높은 순위에 오른 것과 비교된다. ○ “미국보다 중국” 양국 간 줄타기 계속될 듯 광복 100년을 맞을 2045년, 한국에 가장 중요한 국가로 미국(44.3%)을 제치고 중국(51.4%)이 부상했다. 근소한 차이지만 미국의 쇠락, 중국의 부상을 거스를 수 없는 대세이며 전략적 중요성이 다시 평가될 것임을 시사한 것이어서 주목된다. 지금까지 대다수 조사에서는 미국이 우위를 점해 왔다. 중국이 더욱 중요한 이유로 “지리적, 경제적으로 밀접한 데다 남북통일에서도 중국의 역할이 클 것으로 판단된다”(지훈상 초록우산 어린이재단 이사장), “안보적 관점의 동맹의식은 희석되고 경제적 관점의 관계가 더욱 중요해질 수밖에 없다”(김황식 전 총리) 등의 의견이 제시됐다. 반면 미국의 지위가 쉽게 흔들리지 않을 것이라는 반론도 만만치 않았다. “이번 세기까지는 미국의 영향력이 전 세계에서 가장 강력할 것이다. 한중일의 복잡한 이해관계에서 떨어져 있는 미국이 우군으로 활용 가치가 높다”(김상균 서울대 교수), “미국이 유지해 온 경제력, 군사력, 외교력은 중국이 당장 따라잡을 수 없고 한국과 오랜 기간 우방을 맺어 왔다는 점에서도 미국이 중요하다”(이진강 대법원 양형위원장), “일당 독재가 변화하지 않는 이상 중국과 한국이 가치관을 공유하기는 어렵다”(유명환 전 외교통상부 장관) 등 국익을 철저히 따져봐야 한다는 분석도 이어졌다.○ 설문조사에 참여해 주신 분들분야별 가나다순.<정치> 김광웅 전 중앙인사위원장·명지전문대 총장, 김병준 국민대 교수·전 대통령정책실장, 김상민 국회의원, 김황식 전 국무총리, 남궁영 한국국제정치학회장, 박관용 전 국회의장, 박세일 한반도선진화재단 명예이사장, 박영선 국회의원, 박찬욱 서울대 정치학과 교수, 안경환 서울대 명예교수·전 국가인권위원장, 이내영 고려대 정치외교학과 교수, 이언주 국회의원, 최진우 한양대 정치외교학과 교수<외교안보> 김성한 고려대 교수·전 외교부 차관, 류길재 전 통일부 장관, 송민순 전 외교통상부 장관, 유명환 전 외교통상부 장관, 윤덕민 국립외교원장, 이상희 전 국방부 장관, 천영우 전 대통령외교안보수석·한반도미래포럼 이사장<경제> 강봉균 전 재정경제부 장관, 김도훈 산업연구원장, 김종석 여의도연구원장, 김주형 LG경제연구원장, 김준경 한국개발연구원장, 박재완 전 기획재정부 장관, 박형수 한국조세재정연구원장, 신성환 한국금융연구원장, 윤증현 전 기획재정부 장관, 이일형 대외경제정책연구원장<산업> 강인수 현대경제연구원장, 권오갑 현대중공업 사장, 권태신 한국경제연구원장, 박서원 오리콤 부사장, 이근 서울디자인재단 대표, 이인용 삼성전자 사장, 정진행 현대자동차 사장, 정철길 SK이노베이션 사장, 한상범 LG디스플레이 사장, 함승종 블루베리코리아 대표<사회> 강신섭 법무법인 세종 대표, 김시명 대한민국순국선열유족회 회장, 노명우 아주대 사회학과 교수, 문경란 서울시 인권위원장, 박덕진 대한민국임시정부기념사업회 연구실장, 박만 전 방송통신심의위원장, 성낙인 서울대 총장, 송상현 전 국제형사재판소장, 이원우 서울대 법학전문대학원장, 이재열 서울대 사회학과 교수, 이진강 대법원 양형위원장, 지훈상 초록우산 어린이재단 이사장, 한주형 50+코리안(은퇴연구소) 회장<교육·복지> 김상균 서울대 명예교수·전 국민행복연금위원장, 김용하 순천향대 금융보험학과 교수·전 한국연금학회장, 이돈희 전 교육부 장관<문화·스포츠> 김인식 한국야구위원회 기술위원장, 문정희 시인·한국시인협회장, 박태균 서울대 국제대학원 교수, 복거일 소설가, 서현 한양대 건축과 교수, 안규철 한국예술종합학교 미술원 교수, 안병직 서울대 명예교수, 양현석 YG엔터테인먼트 대표 프로듀서, 윤제균 영화감독, 윤호진 에이콤 인터내셔날 대표, 이용수 세종대 교수·대한축구협회 기술위원장, 지원 스님 대한불교조계종 포교원장, 최광식 고려대 한국사학과 교수, 최재천 국립생태원장우경임 기자 woohaha@donga.com박민규 인턴기자 고려대 교육학·사회학과 4학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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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30년안에 한반도 통일 될것” 86%… 이념갈등-저출산 문제 해결 기대

    ‘한반도의 미래는 통일에 달렸다.’ 우리 사회 리더들은 광복 100주년까지 한국이 추구해야 할 바람직한 미래국가의 모습으로 ‘통일국가’(44.3%)를 첫손에 꼽았다. 과연 통일국가가 되면 우리 사회의 정치 경제 사회적 과제가 해결될 것인지를 주목하게 만드는 대목이다. 가장 심각한 한국병인 ‘좌우 이념 갈등’(62.9%)은 남북 분단의 현실에서 출발한다. 남북의 체제 경쟁으로 중도는 설 자리를 잃었다. 문경란 서울시 인권위원장은 “이념이나 계층 갈등이 사실은 분단에서 유래했다. 노동, 인권 등 모든 문제가 좌우 문제로 해석된다”고 말했다. 박덕진 대한민국임시정부기념사업회 연구실장은 “통일이 되면 이념 갈등은 물론이고 지역 갈등도 해결할 수 있을 것”이라고 내다봤다. 통일국가는 곧 주요 8개국(G8) 모델이나 평화국가로 가는 길이기도 하다. 성낙인 서울대 총장은 “인구 7000만 명의 자생력 있는 국가는 진정한 평화국가가 될 수 있다”며 “내수만으로 소비가 가능하고, 자원 인구 등에서 강소국이 될 수 있는 기회가 바로 통일”이라고 강조했다. 남궁영 한국국제정치학회장은 “만약 통일국가가 되지 못한다면 다른 복지, 평화, 도덕 등의 분야에서도 문제가 생길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장기적인 관점에서 통일에 집중하는 국가전략이 필요하다는 것. 한국이 앞으로 해결해야 할 ‘신성장동력 확보’(38.6%) 역시 통일이 해법이 될 수 있다. 김도훈 산업연구원장은 “남북통일로 유라시아 지역이 새로운 수요처로 떠오르면 한국 경제의 새로운 성장동력 역할을 할 것”이라고 답했다. 이어 30년간 한국 사회가 해결해야 할 과제로 꼽힌 ‘남북의 군사적 대치 해소’(28.6%)나 ‘좌우 이념 갈등 해소’(24.3%)도 통일이 되면 자연스럽게 해결될 가능성이 높다고 제시됐다. 상대적으로 고령화가 늦은 북한과 통일이 되면 저출산 해소(5.7%)도 어느 정도 해결될 수 있다. 하지만 ‘새벽처럼 다가올 통일’을 낙관해서는 안 된다. 점진적으로 치밀하게 다가올 통일을 준비하는 것이 필요하다. 김용하 순천향대 교수는 “상대가 무너질 것으로 가정하고 우리 희망만 이야기하는 것은 통일에 도움이 되지 않는다”며 “상대에 대한 인정을 전제로 철저한 준비가 있어야 한다”고 조언했다.○ 설문조사에 참여해 주신 분들분야별 가나다순.<정치> 김광웅 전 중앙인사위원장·명지전문대 총장, 김병준 국민대 교수·전 대통령정책실장, 김상민 국회의원, 김황식 전 국무총리, 남궁영 한국국제정치학회장, 박관용 전 국회의장, 박세일 한반도선진화재단 명예이사장, 박영선 국회의원, 박찬욱 서울대 정치학과 교수, 안경환 서울대 명예교수·전 국가인권위원장, 이내영 고려대 정치외교학과 교수, 이언주 국회의원, 최진우 한양대 정치외교학과 교수<외교안보> 김성한 고려대 교수·전 외교부 차관, 류길재 전 통일부 장관, 송민순 전 외교통상부 장관, 유명환 전 외교통상부 장관, 윤덕민 국립외교원장, 이상희 전 국방부 장관, 천영우 전 대통령외교안보수석·한반도미래포럼 이사장<경제> 강봉균 전 재정경제부 장관, 김도훈 산업연구원장, 김종석 여의도연구원장, 김주형 LG경제연구원장, 김준경 한국개발연구원장, 박재완 전 기획재정부 장관, 박형수 한국조세재정연구원장, 신성환 한국금융연구원장, 윤증현 전 기획재정부 장관, 이일형 대외경제정책연구원장<산업> 강인수 현대경제연구원장, 권오갑 현대중공업 사장, 권태신 한국경제연구원장, 박서원 오리콤 부사장, 이근 서울디자인재단 대표, 이인용 삼성전자 사장, 정진행 현대자동차 사장, 정철길 SK이노베이션 사장, 한상범 LG디스플레이 사장, 함승종 블루베리코리아 대표<사회> 강신섭 법무법인 세종 대표, 김시명 대한민국순국선열유족회 회장, 노명우 아주대 사회학과 교수, 문경란 서울시 인권위원장, 박덕진 대한민국임시정부기념사업회 연구실장, 박만 전 방송통신심의위원장, 성낙인 서울대 총장, 송상현 전 국제형사재판소장, 이원우 서울대 법학전문대학원장, 이재열 서울대 사회학과 교수, 이진강 대법원 양형위원장, 지훈상 초록우산 어린이재단 이사장, 한주형 50+코리안(은퇴연구소) 회장<교육·복지> 김상균 서울대 명예교수·전 국민행복연금위원장, 김용하 순천향대 금융보험학과 교수·전 한국연금학회장, 이돈희 전 교육부 장관<문화·스포츠> 김인식 한국야구위원회 기술위원장, 문정희 시인·한국시인협회장, 박태균 서울대 국제대학원 교수, 복거일 소설가, 서현 한양대 건축과 교수, 안규철 한국예술종합학교 미술원 교수, 안병직 서울대 명예교수, 양현석 YG엔터테인먼트 대표 프로듀서, 윤제균 영화감독, 윤호진 에이콤 인터내셔날 대표, 이용수 세종대 교수·대한축구협회 기술위원장, 지원 스님 대한불교조계종 포교원장, 최광식 고려대 한국사학과 교수, 최재천 국립생태원장우경임 기자 woohaha@donga.com박민규 인턴기자 고려대 교육학·사회학과 4학년}

    • 2015-08-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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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한중일-한미일… 외교 포트폴리오 다양화해야”

    광복 70주년을 앞두고 한반도 주변 외교안보 환경이 요동치고 있다. 외교 지형이 재편될 때마다 시련을 겪었던 역사를 되풀이하지 않으려면 한국은 어떤 전략이 필요할까. 이를 위해 세종연구소는 12일 서울 종로구 서머셋팰리스에서 동아일보 후원으로 ‘세종국가전략포럼’을 개최했다. 2030년 한국의 미래를 전망하고 통일·외교·안보 전략을 점검하기 위해서다. 핵개발이 가까운 미래에 중단되지 않는다면 북한은 2030년 핵 강국으로 부상할 가능성이 높다. 2020년 핵무기가 100개에 이를 것이라는 분석도 있다. 정성장 세종연구소 통일전략연구실장은 “북한이 핵 강국이 되면 한국이 경제력에서 압도적 우위를 점해도 남한 주도의 통일을 실현하기는 어려워진다”며 “북한 내부에서 민주화가 이뤄지거나 갑자기 붕괴될 가능성이 낮은 만큼 경제·사회 분야에서 작은 통일을 시작해야 한다”고 제안했다. 남북 대화의 제도적 단계→남북연합→연방제 통일의 3단계가 바람직하다는 것. 참석자들은 섣부른 북한 붕괴론이나 흡수 통일론을 경계하고 점진적인 통일을 지향해야 한다는 점에 공감했다. 양윤철 세종연구소 부소장은 “이질적인 경제체제가 통합되는 부작용을 줄이려면 남북한 장점을 살린 분업을 통해 산업 협력을 추진해야 한다”며 “북한의 경제특구를 활성화시키면 점차 개방으로 이어질 수 있다”고 말했다. 통일을 위해 외교력도 집중돼야 한다. 박종철 통일연구원 선임연구원은 “통일 한국이 주변 국가에 이익이 된다는 것을 지속적으로 설득해야 한다”며 “통일 한국이 미국과 중국의 충돌 완충지대 역할을 하며 비핵화를 선언한다면 지지를 확보할 수 있다”고 주장했다. 이상현 세종연구소 연구위원은 “하드파워가 없는 중견국으로서 능란한 외교술이 중요하다”며 “한중일, 한미일 등 각종 채널을 활성화해 우리 외교의 포트폴리오를 다양하게 해야 한다”고 말했다. 엄상윤 세종연구소 연구위원은 미국과 중국의 패권 경쟁이 가속화하고, 북핵 등 안보위협이 고조되는 가운데 ‘한국형 헤징전략’을 제안했다. 국방력을 강화하고 한미동맹을 안정적으로 유지하되 한반도 신뢰프로세스와 같은 한반도 평화구조를 정착시켜 나가는 유연한 전략을 의미한다.우경임 기자 woohaha@donga.com}

    • 2015-08-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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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법제처 “국가법령-지자체 조례 한눈에” 정보통합 온라인 서비스

    A 씨는 학원을 새로 열기 위해 ‘학원의 설립·운영 및 과외교습에 관한 법률’을 찾아봤으나 강의실 크기 등 시설 기준은 조례로 정해져 있었다. 하지만 법제처 홈페이지에서는 조례 내용을 찾을 수 없었다. 결국 시청에 전화로 문의해야만 했다. 앞으로 이런 불편은 사라질 것으로 보인다. 국가 법령과 지방자치단체 조례를 한번에 확인할 수 있게 됐기 때문이다. 법제처와 행정자치부는 12일부터 국가법령정보센터(law.go.kr)에서 국가 법령 4500건, 지자체 조례 9만1000건의 정보를 통합해 제공한다. 지금까지는 국가 법령은 법제처가, 조례는 지방자치단체가 각각 공개해 왔다. 상위 법 개정 알림 서비스도 이용할 수 있다. ‘도로법 시행령’은 도로점용료가 토지 가격의 2%로 완화됐는데도 이를 몰라 토지 가격의 2.5%를 부과하는 지자체가 45곳이나 됐는데 이를 바로잡게 된다. 또 전국 234개 지자체의 조례를 비교할 수 있어 건폐율을 60%로 완화한 지역을 찾기가 쉬워진다. 이는 정부의 규제 개혁에 따른 효과가 지자체 조례에 가로막혀 체감되지 않는다는 지적에 따른 것이다. 또 지자체 간 조례를 비교해 규제 개혁 경쟁을 유도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된다.우경임 기자 woohaha@donga.com}

    • 2015-08-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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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이희호 평양 간 날, 南 당국간 회담 제의하자 北서 퇴짜

    정부가 고 김대중 전 대통령의 부인 이희호 여사가 방북한 5일 북한에 남북 고위급 회담을 제의한 사실이 뒤늦게 드러나 논란이 되고 있다. 정부는 10일 불가피한 사정이 있었다고 했지만 결과적으로 당국 대화 의지가 없는 북한에 정부의 대화 제의를 이 여사 방북과 연관해 거부할 핑계를 줬다는 지적이 나온다. 여기에 비무장지대(DMZ) 지뢰 폭발이 북한 소행으로 드러나자 정부는 당분간 대북 대화 동력을 찾기 어려워졌다고 보고 있다. 정부는 지난달에 8·15 전 남북관계 돌파구를 마련하기 위한 대북 제안 시점을 결정했다. 시점은 박근혜 대통령이 참석하는 5일 경원선 남측 구간 기공식 직후로 확정됐다. 북한이 중단을 요구하는 한미 연합 군사연습인 을지프리덤가디언이 17일부터 시작되기 때문에 시간 차를 둔 것이다. 지난해 8월 남북 고위급 접촉을 제의하면서 회담 개최 시점을 을지프리덤가디언 시작 이후인 19일로 정했다가 북한이 반발한 경험을 반면교사로 삼았다. 기공식 직후로 잡은 이유는 기공식 전에 대북 제의를 했다가 거부당하면 “대화의 문이 열려 있다”는 박 대통령 기공식 대북 메시지가 퇴색될 것을 우려했다고 한다. 이 여사 방북이 기공식과 겹치자 정부 관계자는 “북한이 대화 의지가 있다면 정부-민간이 동시에 대화 뜻을 밝혀 윈윈할 수도 있다고 봤다”고 말했다. 정부는 5일 오전 11시 반 판문점 남북 연락관 직통전화를 통해 “홍용표 통일부 장관 명의로 김양건 북한 노동당 통일전선부장 앞으로 보내는 고위급 회담 제의를 담은 서한을 전하겠다. 오후 1시에 만나자”고 했다. 서한에는 한국이 원하는 이산가족 상봉, 광복 70주년 공동기념 행사 개최와 북한이 원하는 금강산 관광 재개 등 양측 관심사를 포괄적으로 논의하자는 내용이 담겨 있었다. 금강산 관광은 북한의 눈길을 끌 만한 유연한 제안. 관례에 따라 북한에 미리 의제를 알리지는 않았다고 한다. 북한 연락관은 이날 오후 1시 “상부의 지시가 없다”는 이유로 서한 접수를 거부했다. 10일까지 같은 답을 되풀이했다. 대화 거부의 뜻을 분명히 한 것이다. 정준희 통일부 대변인은 “남북관계에 대한 초보적 예의조차 없는 것으로 유감을 표한다”고 비판했다. 북측은 대화 제의 시점을 두고 불만을 표시했다고 한다. 이 여사 측 관계자는 “방북 다음 날인 6일 맹경일 북한 조선아시아태평양평화위원회 부위원장이 이 여사 방북 기간에 대화 제의가 온 것에 불쾌감을 드러내며 안 받겠다고 했다”며 “첫날부터 김정은 북한 노동당 제1비서 면담이 어렵다는 뉘앙스를 보였던 북측은 6일 면담을 못한다고 구체적으로 말했다”고 전했다. 통일부는 “이 여사 방북과 대화 제의는 연관관계가 전혀 없다”며 “북한이 자기들 주장을 합리화하려고 한다”고 비판했다. 정부는 애초 남북 대화에 나올 생각이 없었던 북한이 이 여사 방북을 연결해 남남(南南) 갈등을 일으키려 한 것으로 보고 있다. 통일부는 ‘이 여사를 통해 대화 제의를 할 수 있었지 않느냐’는 지적에 “정부가 관여하는 것에 북한이 부정적이었다”고 말했다. 앞서 북한은 정부가 김대중평화센터를 통해 정부 관계자 1, 2명의 동행 의사를 묻자 “이 여사 일행에 왜 끼어서 오느냐”며 거부했다고 한다. 일각에선 4일 지뢰 폭발이 일어난 다음 날 대화를 제의한 데 대해 외교안보 부처 간 엇박자를 의심하기도 한다. 지뢰 폭발 이후 북한의 도발 가능성이 제기됐기 때문이다. 하지만 청와대 관계자는 “대화 제의 시점에는 북한의 관련성이 밝혀지지 않았다”고 말했다. 윤완준 zeitung@donga.com·우경임 기자}

    • 2015-08-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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