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호재

이호재 기자

동아일보 편집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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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야기’에 관심이 많다. 틈틈이 소설을 쓰며 스토리텔링에 천착한다. 숨소리까지 살아 숨쉬는 생생한 내러티브 기사가 넷플릭스 영상보다 가치 있는 컨텐츠라 믿는다.

hoho@donga.com

취재분야

2025-11-17~2025-12-17
문화 일반51%
인사일반20%
문학/출판10%
기획7%
무용3%
사고3%
칼럼3%
기타3%
  • 웹소설 ‘플랫폼 수수료’ 논란…“수익 45% 과다” vs “시장확대 성과 인정해야”

    플랫폼 업체들의 과다 수수료 논란이 출판계로도 번지고 있다. 웹소설 수익의 상당수를 카카오와 네이버가 운영하는 웹소설 플랫폼이 가져간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는 것. 대한출판문화협회(출협) 등 출판 관련 단체들은 웹소설 플랫폼이 출판사와 작가에게 과도한 수수료를 떠넘긴다고 반발하고 나섰다. 작가가 쓴 웹소설은 출판사를 거쳐 다듬어진 뒤 플랫폼을 통해 유통된다. 플랫폼은 전체 수익의 30%를 기본 수수료로 가져간다. 플랫폼들은 작품을 화면 상위에 노출하거나 수시 이벤트에 참가하는 대가로 기타 수수료를 요구하기도 한다. 각종 기타 수수료를 합치면 15%에 달해 플랫폼이 가져가는 총 수수료는 최대 45%가 되기도 한다. 독자가 1회당 대여요금이 200원인 웹소설을 한 편 결제할 경우 많으면 90원을 플랫폼이 가져가는 셈. 남은 110원은 작가와 출판사가 7대3에서 9대1까지 다양한 비율로 나눠가진다. 통상 출판사에는 10~40원, 작가에게는 70~100원 정도가 돌아간다. 웹소설 플랫폼 수수료 과다 논란이 벌어진 건 카카오와 네이버가 이 시장에서 강한 영향력을 행사하고 있기 때문이다. 한국콘텐츠진흥원이 지난해 7, 8월 웹소설 이용 경험자 2008명을 대상으로 설문한 결과에 따르면 응답자의 39.9%가 카카오의 웹소설 플랫폼인 카카오페이지를 주로 이용한다고 답했다. 31.1%는 네이버웹소설, 네이버시리즈 등 네이버의 웹소설 플랫폼을 이용한다고 답했다. 카카오, 네이버 양대 업체가 웹소설 시장의 71%를 차지하고 있는 셈이다. 비판에 앞장서는 건 웹소설 출판사들이 소속된 대한출판문화협회(출협)다. 출협은 14일 ‘카카오와 네이버의 출판 생태계 파괴행위 시정을 촉구한다’는 제목의 성명서를 내고 본격적으로 문제를 제기하기 시작했다. 출협 관계자는 “카카오페이지는 독자들에게 웹소설을 공짜로 제공하는 ‘기다리면 무료’라는 마케팅을 펼친다. 이는 결국 출판사와 작가가 무료로 웹소설을 공급하게 만드는 셈”이라며 “플랫폼 노출 빈도로 작품 판매량이 결정되는 웹소설의 유통 구조 상 플랫폼이 원하는 대로 계약하지 않으면 살아남을 수 없는 것이 문제”라고 했다. 물론 플랫폼 업체가 그동안 마니아에 치중됐던 웹소설을 대중에 확대함으로써 시장 자체를 키우는 긍정적 역할을 했다는 평가도 있다. 2013년 100억 원에 불과했던 웹소설 시장 규모가 지난해 6000억 원에 이를 것으로 추정될 만큼 껑충 뛴 것은 독자들의 접근성을 높인 플랫폼의 공이라는 것. 한 소규모 웹소설 플랫폼 관계자는 “시장 확대 없이 골목상권을 침해한 카카오모빌리티 등과 달리 웹소설은 플랫폼의 합류로 시장이 커진 점이 차이”라고 했다. 한 웹소설 작가는 “작가에 따라 다르겠지만 인세가 10%에 불과한 기존 종이 출판계보단 웹소설의 상황은 오히려 나은 편”이라고 했다. 전문가들은 웹소설 플랫폼이 독과점이나 불공정 논란을 걷어내기 위한 노력을 기울일 때라고 조언했다. 이융희 청강문화산업대 웹소설 창작 전공 교수는 “양적으로 팽창한 웹소설 시장이 해외 등으로 확장해 나가려면 먼저 작가 및 출판사와 수수료를 공정하게 분배하기 위한 플랫폼의 상생 노력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웹소설, 장르소설 전문 출판사인 파란미디어의 이문영 편집주간은 “문화체육관광부가 출판 분야 표준계약서를 통해 인세 논란에 대응한 것처럼 웹소설 업계도 웹소설 시장에 맞는 별도 표준계약서를 만들 필요가 있다”고 했다. 이호재 기자 hoho@donga.com전채은 기자 chan2@donga.com}

    • 2021-09-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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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만화찢고 온 드라마 속엔… 마음뚫고 온 ‘고민세포’가 조잘조잘

    “선배, 오늘 할 일 많이 남았어요?” 회사에서 야근을 하던 30대 여성 유미(김고은)에게 후배 우기(최민호)가 말을 건넨다. ‘무슨 뜻이지?’ 유미의 머릿속은 갑자기 복잡해진다. 파란 옷을 입은 ‘이성(理性) 세포’가 “별 의미 없는 질문이니까 그냥 할 일 다 끝났다고 답하면 돼”라고 유미에게 충고한다. 다른 세포들이 모두 고개를 끄덕이던 이때, 갑자기 망토를 두른 ‘명탐정 세포’가 등장해 “늦게까지 함께 야근하길 바라는 거다”라고 소리친다. 평소 유미를 마음에 두고 있던 우기가 야근이 끝난 뒤 함께 집에 가자는 신호를 보냈다는 것. 순간 유미의 가슴이 콩닥거린다. 오랫동안 연애를 하지 않은 유미의 마음속 깊이 숨어 있던 ‘사랑 세포’가 뛰어나온다. 17일부터 온라인동영상서비스(OTT) 티빙과 tvN에서 방송 중인 드라마 ‘유미의 세포들’의 한 장면이다. 이 드라마는 2015∼2020년 네이버웹툰에 연재된 동명의 웹툰을 원작으로 제작됐다. 웹툰은 누적 조회수 32억 회로 약 500만 개의 댓글이 달린 화제작이다. 드라마도 공개 직후 웹툰의 장점을 잘 살린 참신한 작품이라는 평가를 받고 있다. 이 웹툰이 드라마화된 건 웹툰과 드라마의 핵심 타깃인 젊은 직장인의 고민을 잘 담아내서다. 작품은 평범한 직장인 유미가 직장생활과 연애에서 느끼는 생각 및 고민을 세포라는 이색 소재로 표현했다. 다이어트 압박에 시달리던 유미가 분식집으로 달려가는 건 ‘출출 세포’가 폭주해서이고 유미가 소개팅에서 만난 구웅(안보현)과 데이트하기 전 어떤 옷을 입을까 고민하는 건 ‘패션 세포’ 때문이라는 발랄한 상상력이 공감을 불러일으킨다. 드라마 기획과 제작을 맡은 조문주 스튜디오드래곤 CP는 동아일보와의 서면 인터뷰에서 “평범한 30대 여성인 유미가 무엇을 먹을까, 좋아하는 사람에게 어떻게 대답할까 고민하는 웹툰의 작품세계가 매력적”이라며 “일상이 드라마틱한 순간이 되고 귀여운 세포들의 응원을 받으며 유미가 성장하는 이야기가 시청자들을 사로잡을 것이라고 생각했다”고 말했다. 웹툰을 그린 이동건 작가는 “드라마는 누구나 공감하기 좋은 내용으로 만드는 게 여러 부분에 이점이 있다”며 “일, 사랑, 인생에 대한 고민을 귀여운 로맨스와 함께 표현한 웹툰 내용에 공감 포인트가 있었던 것 같다”고 했다. 매주 연재되는 웹툰은 한 회를 1, 2분 안에 볼 수 있는 에피소드로 구성됐다. 일상의 단면을 짧게 담아내는 형식이다. 반면 드라마의 방송시간은 편당 1시간 가까이 된다. 이 작가는 “회당 10여 컷에 불과한 웹툰은 특정 사건이나 상황을 짧은 호흡으로 그려야 하고 인물의 감정 흐름이 매끄럽지 않아 아쉬웠다”며 “상대적으로 호흡이 긴 드라마에선 이런 부분들이 잘 보완됐다”고 말했다. 조 CP는 “웹툰의 장점을 살리기 위해 시트콤 형식을 빌려 드라마를 만들었다”며 “웹툰의 기발한 만화적 상상력과 구성의 묘미를 최대한 살리는 데 주안점을 뒀다”고 설명했다. 드라마 제작진은 시즌 1과 2를 동시에 제작 중이다. 등장인물은 실사 배우로, 세포들은 애니메이션으로 표현한 건 국내 드라마에선 이례적인 시도다. 조 CP는 “시행착오도 많았지만 새로운 형식의 영상을 만들 수 있었다”며 “실사와 애니메이션이 자연스럽게 연결돼 하나의 이야기로 볼 수 있도록 노력했다”고 강조했다. 이 작가는 “앞으로도 많은 웹툰이 만화를 찢고 나와 영상화되기를 드라마 덕후 입장에서 바란다”고 덧붙였다.이호재 기자 hoho@donga.com}

    • 2021-09-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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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평범한 고민과 톡톡튀는 애니… 웹툰 속 ‘출출 세포’가 어떻게 드라마에?

    《평범한 보건교사가 젤리와 싸우며 학생들을 구하는 드라마 ‘보건교사 안은영’을 보고 판타지 소설에 빠진 적이 있나요? 영화 ‘82년생 김지영’을 보고 서점으로 달려가 원작 소설을 산 경험은 없나요? ‘영감(靈感) 어딨소’는 원작과 이를 영상화한 작품을 함께 소개합니다. 이 원작이 왜 영상화됐는지, 그 과정에서 무엇이 바뀌었는지 살펴보며 작품을 보다 풍성하게 들여다봅니다.》 “선배? 오늘 아직 할 일 많이 남았어요?” 어느 날 야근을 하던 30대 평범한 여성 직장인 유미(김고은)에게 후배 우기(최민호)가 말을 건넨다. 무슨 뜻이지? 유미 머리 속은 복잡하다. 파란색 옷을 입은 이성세포가 “대충 할 일 이 다 끝났네”라고 답하면 된다고 유미에게 말한다. 다른 세포들도 모두 고개를 끄덕이려던 그 때, 갑자기 망토를 두른 명탐정세포가 등장해 “늦게까지 함께 야근하길 바라는 거다”라고 소리친다. 평소 유미를 마음에 두고 있던 우기가 함께 집을 가자는 신호를 보냈다는 것. 갑자기 유미의 가슴이 콩닥거린다. 오랫동안 연애를 하지 않던 유미의 마음 속 깊이 숨어 있던 사랑세포가 뛰어나오기 시작한다. 17일부터 온라인동영상서비스(OTT) 티빙과 tvN에서 동시방송 중인 드라마 ‘유미의 세포들’의 내용이다. 이 드라마는 2015~2020년 네이버웹툰에 연재된 동명의 웹툰이 원작이다. 웹툰은 조회 수 32억 회, 댓글 수 500만 개, 대한민국 콘텐츠 대상 수상한 작품이다 드라마 역시 공개 직후 화제를 끌고 있다. 웹툰이 드라마화 된 건 웹툰과 드라마의 주 시청층인 평범한 직장인의 고민과 삶을 잘 담아냈기 때문이다. 30대 평범한 직장인 유미가 직장생활과 연애에서 겪는 고민을 세포라는 이색적인 소재로 표현한 것. 유미가 다이어트 압박에 시달리면서도 배고파하는 모습은 출출세포가 폭주하는 모습으로 드러나고, 우기와의 로맨스에 실패하고 새롭게 소개팅에서 만난 구웅(안보현)과 데이트 하기 전 옷을 고르는 모습은 패션세포의 패션쇼로 시각화됐다. 원작 웹툰의 이동건 작가는 동아일보와의 서면 인터뷰에서 “드라마는 누구나 공감하기 좋은 내용으로 만드는 것이 여러 부분에 이점이 있다”며 “일, 사랑, 인생에 대한 고민들이 귀여운 로맨스와 함께 표현했다는 점에서 공감 포인트가 있는 것 같다”고 말했다. 드라마의 기획과 제작을 맡은 조문주 스튜디오드래곤 CP는 서면 인터뷰에서 “평범한 30대 여성인 유미가 무엇을 먹을까, 좋아하는 사람에게 어떻게 대답을 할까 고민하는 원작의 작품세계가 매력적이었다”며 “일상이 드라마틱한 순간이 되고, 귀여운 세포들의 응원을 받으며 유미가 성장하는 이야기가 시청자를 사로잡을 것이라 생각했다”고 했다. 일상의 단면을 짧게 담아내고, 매주 연재하는 일상툰의 특성상 웹툰은 1~2분 내에 볼 수 있는 에피소드로 구성됐지만 드라마에선 호흡이 1시간 가까이로 길어졌다. 이 작가는 “매주 유미의 세포들을 연재하면서 다소 즉흥적인 부분도 있고 인물의 감정 흐름이 매끄럽지 않았던 점이 아쉽고 늘 마음에 걸렸다”며 “드라마에선 호흡이 길어지면서 이런 부분들이 아주 잘 정리됐다”고 말했다. 조 CP는 “웹툰의 장점을 살리기 위해 시트콤 형식을 빌려 에피소드로 구성했다”며 “시트콤에 경험이 많은 작가가 참여한 것도 이와 같은 이유”라고 했다. 유미 등 등장인물들은 실사 배우로, 세포들은 애니메이션으로 들어간 점이 국내 드라마로선 최초 시도다. 이 작품은 시즌1과 시즌2가 함께 제작 중이다. 이 작가는 “늘 드라마 영상화에 관한 문의는 있었다. 늘 몸속의 세포들을 표현하는 것에서 이야기가 더 나아가지 않은 것으로 전달받았지만 이번엔 달랐다”고 했다. 조 CP는 “최초 시도라 시행착오도 많았지만 새로운 형식의 영상을 만들 수 있었다. 실사와 애니메이션이 자연스럽게 연결돼 하나의 이야기로 볼 수 있도록 노력했다”고 했다.이호재 기자 hoho@donga.com}

    • 2021-09-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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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책의 향기]“널 만나지 않았다면 이런 행복 알았을까”

    아이 없는 시대다. 여성 1명이 평생 낳을 것으로 예상되는 자녀수를 뜻하는 합계출산율은 우리나라의 경우 올 2분기(4∼6월) 0.82명.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회원국 가운데 한국만 유일하게 합계출산율이 0명대다. 자신의 삶이 가족이라는 울타리 안으로 들어갈 때 생기는 제약을 부담스러워하는 인식이 한몫했다. 아이가 생기면 자신의 삶이 불행해질 거라고 믿는 것이다. 그런데 정말 그럴까. 어쩌면 우리 삶은 아이와 함께할 때 더 충만해지지 않을까. 유쾌하고 애잔하게 부성애(父性愛)를 고백하는 두 남자의 신간을 들여다봤다. 스웨덴 작가 프레드릭 배크만은 에세이 ‘나보다 소중한 사람이 생겨버렸다’에서 아들로 인해 자신의 삶이 바뀐 경험을 다룬다. 그는 젊은 시절 자신을 위해 살았다. 친구들과 술을 마시거나 게임을 하다 밤을 새우고, 원할 때면 훌쩍 해외로 여행을 떠났다. 그러나 2010년 아들을 갖게 된 후 그의 삶은 180도 변했다. 잠들지 않는 아기를 재우기 위해 온갖 재롱을 떨고 아들이 언제 ‘응가’를 할지 애태우며 하루를 보낸다. 뜨거운 젖병에 손을 데이고, 잠이 부족해 편두통을 앓기도 한다. 한밤중에도 몇 번씩 깨어나 아들이 숨을 잘 쉬고 있는지 확인한 다음에야 잠을 청한다. 그렇다고 그의 삶이 불행해진 건 아니다. 그는 돌을 갓 지난 아들이 아이패드 암호를 풀었다고 주위에 자랑한다. 오디오 볼륨을 높이는 법을 알아낸 아들이 천재라고 생각한다. 가장 안전한 카시트를 사려고 판매원을 달달 볶는다. 나보다 아들을 더 사랑하고, 아들이 더 나은 사람이 되기를 바라는 마음이 스스로를 행복하게 한다고 그는 말한다. “남자들은 모두 자기 아버지를 닮아간다고 하지. 하지만 너는 나보다 훨씬 괜찮은 사람이 됐으면 좋겠다.” 미국 작가 미치 앨봄이 쓴 에세이 ‘치카를 찾아서’를 읽어보면 친자식에 대해서만 부성애를 느낄 수 있는 건 아닌 것 같다. 그는 2010년 아이티 지진 직후 아내와 함께 아이티로 건너가 보육원을 운영했다. 이곳에서 우연히 치카라는 이름의 여자아이를 만난다. 치카는 태어난 지 사흘째 되던 날 지진을 겪고 천신만고 끝에 살아남았다. 엄마는 죽고 아빠는 어린 딸을 버렸다. 저자는 치카와 함께 지내며 어느새 마음이 편해지고 잠도 잘 자게 됐다는 사실을 깨닫는다. 아이를 낳지 않고 살던 자신의 삶에 행복이 찾아온 사실에 그는 놀라워한다. 하지만 곧 비극이 닥친다. 치카가 뇌종양 말기 진단을 받은 것. 그는 아이의 병을 고치려고 동분서주한다. 치카를 미국에 있는 병원에 데려가지만 치료법을 끝내 찾지 못한다. 좌절하는 그의 곁에서 치카는 죽음을 맞는다. 그는 일곱 살 치카의 주검을 껴안고 고백한다. 너를 만나 행복했고, 영원히 마음속에 널 간직하겠다고. 두 작가는 아이를 키우고 보살피느라 작품에 집중할 수 있는 시간이 예전보다 줄었을지도 모른다. 하지만 아이들을 만난 이들은 충만함을 느꼈다. 삶은 어쩌면 나보다 더 사랑할 만한 누군가를 찾았을 때 더 행복한 것일지도 모른다고 저자들은 말하는 것 같다. 아이가 사라지는 시대, 우리가 잃어버리고 있는 건 이런 행복 아닐까.이호재 기자 hoho@donga.com}

    • 2021-09-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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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김어준 방송서 “법조 쿠데타” 발언… 방심위 “공정성 위반” 중징계 ‘경고’

    방송통신심의위원회가 16일 방송심의소위원회를 열고 TBS 교통방송 ‘김어준의 뉴스공장’에 대해 법정제재인 ‘경고’를 의결했다. 지난해 12월 윤석열 전 검찰총장 징계에 대한 법원의 집행정지 가처분 결정에 대해 진행자 김어준 씨가 “법조 쿠데타”라고 비판하는 등 일방적인 주장을 방송한 데 따른 것이다. 방심위 소위는 김어준의 뉴스공장이 대담·토론프로그램 공정성을 위반했다고 판단했다. 방심위 경고는 방송사 재허가, 재승인 심사 때 감점으로 작용하는 중징계에 해당한다. 앞서 서울행정법원은 지난해 12월 24일 윤 전 총장이 추미애 법무부 장관을 상대로 낸 징계처분 효력 집행정지 신청을 받아들였다. 이에 김 씨는 다음 날 방송에서 “촛불로 탄생한 정부에 반격하는 법조 쿠데타 시도인가”라고 말했다. 이어 고정 출연진도 근거나 반론에 대한 소개 없이 “엉터리 판사” “이심전심에 의한 연성 쿠데타” 등의 주장을 폈다.이호재 기자 hoho@donga.com}

    • 2021-09-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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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윤여정, 타임 ‘세계서 가장 영향력 있는 100인’에

    배우 윤여정(74)이 미국 시사주간지 타임이 선정하는 ‘2021 세계에서 가장 영향력 있는 100인’에 15일(현지 시간) 선정됐다. 함께 ‘미나리’에 출연한 스티븐 연(38)도 100인 명단에 이름을 올렸다. 타임은 2004년부터 매년 세계에서 가장 영향력 있는 100인을 선정해 발표한다. 올해는 거물(titans) 예술가(artists) 지도자(leaders) 등 6개 부문에 걸쳐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 일론 머스크 테슬라 최고경영자 등을 선정했다. 윤여정이 선정된 거물 분야에는 팀 쿡 애플 최고경영자와 올림픽 육상경기 사상 가장 많은 메달을 딴 미국 여성 선수 앨리슨 펠릭스 등 총 11명이 뽑혔다. 앞서 윤여정은 올 4월 제93회 미국 아카데미 시상식에서 영화 ‘미나리’로 한국인 첫 여우조연상 수상자가 됐다. 윤여정은 16일 소속사를 통해 밝힌 소감문에서 “제가 뽑혔다는 소식에 저 자신도 놀라고 있다”며 “저보다 훨씬 훌륭한 분들과 같이 타임의 영향력 있는 100인 안에 제 이름을 올리게 돼서 영광으로 생각한다”고 말했다. 이어 그는 “제가 늘 하던 일을 했을 뿐인데 과분한 칭찬을 받은 한 해”라며 “바라건대 긍정적인 좋은 영향을 주는 사람이었기를 바란다”고 덧붙였다. 스티븐 연은 예술가 부문에 선정됐다. 스티븐 연은 윤여정에 대한 추천사를 통해 “나는 그녀만큼 자신감 있는 사람들을 만나 본 적이 없다. 그것은 깊은 자신감에서 우러난 것이라고 생각한다”고 말했다.이호재 기자 hoho@donga.com}

    • 2021-09-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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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BTS ‘다이너마이트’, 美롤링스톤 선정 ‘위대한 500곡’

    방탄소년단(BTS)이 지난해 8월 발표한 곡 ‘다이너마이트(Dynamite)’가 미국 음악잡지 롤링스톤이 선정한 ‘역사상 가장 위대한 노래 500곡’에 올랐다. 롤링스톤은 15일(현지 시간) 발표한 역사상 가장 위대한 노래 500곡 중 346위에 다이너마이트를 올렸다. BTS는 다이너마이트로 빌보드 핫100 1위에 처음 오른 한국인 가수가 됐다. BTS는 ‘버터(Butter)’ 발매를 앞둔 올 5월 롤링스톤 표지를 장식했다. 롤링스톤은 “BTS의 첫 영어곡인 ‘다이너마이트’는 세계를 정복한 한국 그룹의 랜드마크가 됐으며 그들이 패권을 쥐고 영향력을 행사할 수 있게 했다”고 밝혔다. 롤링스톤은 2004년 역사상 가장 위대한 노래 500곡을 처음 발표했다. 가수 프로듀서 평론가 언론인 등 전문가 250여 명을 대상으로 설문조사를 최근 실시해 17년 만에 목록을 수정했다. 이번에 발표된 목록에서 1위는 미국 가수 어리사 프랭클린의 ‘리스펙트(Respect)’가 차지했다. 이호재 기자 hoho@donga.com}

    • 2021-09-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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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방심위, “법조 쿠데타” 주장 김어준의 뉴스공장에 ‘경고’

    방송통신심의위원회가 16일 방송심의소위원회를 열고 TBS 교통방송 ‘김어준의 뉴스공장’에 대해 법정제재인 ‘경고’를 의결했다. 지난해 12월 윤석열 전 검찰총장 징계에 대한 법원의 집행정지 가처분 결정에 대해 진행자 김어준 씨가 “법조 쿠데타”라고 비판하는 등 일방적인 주장을 방송한 데 따른 것이다. 방심위 경고는 방송사 재허가, 재승인 심사 때 감점으로 작용하는 중징계에 해당한다. 이날 방심위 소위는 김어준의 뉴스공장이 대담·토론프로그램 공정성을 위반했다고 판단했다. 앞서 서울행정법원은 지난해 12월 24일 윤 전 총장이 추미애 법무부 장관을 상대로 낸 징계처분 효력 집행정지 신청을 받아들였다. 이에 김 씨는 다음날 방송에서 “촛불로 탄생한 정부에 반격하는 법조 쿠데타 시도인가”라고 말했다. 이어 고정 출연진도 근거나 반론에 대한 소개 없이 “엉터리 판사” “이심전심에 의한 연성 쿠데타” 등의 주장을 폈다. 이호재 기자 hoho@donga.com}

    • 2021-09-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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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女風 분 베니스영화제… ‘레벤망’ 황금사자상

    프랑스 여성 감독 오드레 디완(41)의 영화 ‘레벤망(L‘´ev´enement)’이 제78회 베니스 국제영화제에서 최고상인 황금사자상을 받았다. 11일(현지 시간) 이탈리아 베네치아 리도섬에서 열린 베니스 영화제 시상식에서 심사위원장을 맡은 봉준호 감독이 수상작을 발표했다. 레벤망은 1963년 프랑스의 여대생이 의도치 않은 임신을 한 뒤 낙태를 결심하기까지 겪는 갈등을 그렸다. 봉 감독은 “심사위원들이 아주 빨리 만장일치로 레벤망을 황금사자상 수상작으로 정했다”고 밝혔다. 디완 감독은 수상 소감에서 “나는 분노와 갈망, 내 배짱, 내 마음과 내 머리로 이 영화를 만들었다”고 말했다. 지난해 시상식에선 중국 국적으로 미국에서 활동 중인 여성 감독 클로이 자오(39)의 ‘노매드랜드’가 황금사자상을 받았다. 이번 수상으로 여성 감독이 만든 영화가 2년 연속 황금사자상을 차지하게 됐다. 1932년 출범한 베니스 영화제에서 여성 감독이 연출한 영화가 황금사자상을 수상한 건 이번이 여섯 번째다. 감독상은 영화 ‘더 파워 오브 더 도그’를 연출한 뉴질랜드 여성 감독 제인 캠피언이, 각본상은 영화 ‘더 로스트 도터’의 연출과 각본을 맡은 미국 여성 감독 매기 질런홀이 수상했다. 올해 베니스 영화제 황금사자상과 감독상, 각본상을 여성들이 휩쓴 셈이다.이호재 기자 hoho@donga.com}

    • 2021-09-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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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이호재의 띠지 풀고 책 수다]웹툰에서 ‘툰’만 쏙… 반갑다, 종이만화책

    스마트폰이나 컴퓨터로 보는 웹툰이 종이책으로 속속 출간되고 있다. 네이버웹툰은 전자상거래 사이트 ‘웹툰프렌즈’를 열고 웹툰을 종이책으로 만들어 팔고 있는데 종수만 100여 종에 달한다. 기존 출판사들도 웹툰을 종이책으로 펴내는 시장에 뛰어들고 있다. 사람들도 수만 원짜리 웹툰 종이책에 선뜻 지갑을 열고 있다. 웹툰 전성기가 낳은 현상들이다. 이 책은 2009∼2011년 네이버웹툰에 연재된 동명의 웹툰을 종이책으로 낸 것이다. 웹툰은 총 131화다. 네이버웹툰은 연재가 진행될 때는 매주 일정 회를 무료로 제공하지만 연재가 끝난 후 이를 보려면 돈을 내야 한다. 보통 웹툰 1화를 보는 데 200원이 든다. ‘지금 우리 학교는’을 웹툰으로 모두 본다면 2만6200원을 결제해야 하는 셈이다. 그런데 이번에 총 5권으로 발간된 종이책 값은 7만5000원(권당 1만5000원). 웹툰을 보는 데 드는 비용의 약 3배에 달하는 가격이다. 그런데도 왜 독자들은 종이책을 살까. 출판사 관계자는 “웹툰 마니아들의 소장 욕구를 노린 마케팅 덕분”이라고 말했다. 특정 콘텐츠를 좋아하는 이들은 이와 관련된 모든 것을 갖고 싶어 한다. 손으로 만질 수 있는 물성(物性)이 주는 매력을 마니아라면 뿌리치기 쉽지 않다. 물론 실질적인 이득도 있다. 웹툰은 해당 회차를 대여하는 방식이다. 사흘이 지나면 재결제를 해야 볼 수 있다. 반면 책은 한 번 사면 계속 소장할 수 있다. 작품을 두고두고 오래 볼 사람이라면 책을 사는 게 더 나을 수 있는 셈이다. 널찍한 크기도 종이책의 매력이다. 웹툰은 PC로도 볼 수 있지만 대부분 스마트폰으로 본다. 이번 신간은 세로 22.4cm, 가로 15.3cm다. 스마트폰과 종이책으로 해당 웹툰을 비교해보니 스마트폰에선 한 화면에 2, 3컷이 담겼지만 종이책에서는 양 페이지에 걸쳐 13, 14컷을 볼 수 있었다. 두 매체의 여백 크기가 서로 다른 걸 고려해야 하지만, 여러 컷이 한눈에 들어오는 건 분명 큰 매력이다. 가장 좋았던 건 대여점에서 만화책을 빌려 보던 어린 시절이 떠올랐다는 것이다. 스마트폰을 쥐지 않으니 유튜브를 볼지, 카카오톡 답장을 해야 할지 고민할 필요가 없다. 방에 콕 박혀 만화를 보면서 시간을 즐겁게 ‘낭비’하던 때처럼 아무 생각 없이 만화에만 집중할 수 있다. 물론 언제든 쉽고 가볍게 즐길 수 있는 스낵 컬처의 특성과 맞는 건 스마트폰이기는 하다. 기자 역시 대부분의 웹툰을 스마트폰으로 보고 있다. 하지만 가끔은 종이책으로 웹툰을 보는 것은 어떨까. 누구나 ‘웹’을 뺀 채 ‘툰’(만화·cartoon)에만 집중하고 싶을 때가 있을 테니까.이호재 기자 hoho@donga.com}

    • 2021-09-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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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고령화 시대 맞춰 3단계 인생설계 텃밭 일구며 자아찾는 노년 어떨까요?”

    “농부가 ‘삼모작(三毛作)’을 하듯 우리도 인생에서 3단계의 삶을 살아가는 건 어떨까요.” 안병영 전 부총리 겸 교육인적자원부 장관(80·연세대 행정학과 명예교수)은 7일 동아일보와의 전화 인터뷰에서 이같이 말했다. 그가 23일 출간하는 에세이 ‘인생 삼모작’(21세기북스·사진)에 쓴 것처럼 고령화시대에 맞춰 인생 설계를 다시 해보자는 것. 그는 “베이비붐 세대(1955∼1963년에 태어난 세대)의 은퇴가 한창”이라며 “직장에서 퇴직한 후 긴 세월을 보내려면 인생을 여러 번 살 필요가 있다”고 강조했다. 그는 김영삼 정부에서 교육부 장관을, 노무현 정부에서 부총리 겸 교육인적자원부 장관을 지내 두 차례나 교육계를 이끈 드문 경력을 가졌다. 그가 생각하는 인생 삼모작은 3단계로 구성된다. 먼저 성인이 된 후 30여 년간 일터에서 열심히 일하며 생계에 집중하는 1단계. 사회적 은퇴 시기가 도래하는 50대 중반에 이르러선 직장을 옮겨 평소 본인이 하고 싶은, 적성에 맞고 보람된 일로 2단계를 보낸다. 65세 이후에는 낙향해 자연과 벗 삼아 여생을 보내는 3단계의 삶이 펼쳐진다. 그는 “70세가 가까워지면 복잡하고 생활비가 많이 드는 대도시를 떠나 그윽한 자연의 품에서 보다 단순하고, 마음을 비운 삶을 영위할 필요가 있다”며 “조용히 텃밭을 일구며 자연 회귀, 자아 찾기로 삶을 보내면 좋을 듯하다”고 덧붙였다. 그는 현재 3단계의 삶을 살고 있다. 서울 태생인 그는 2006년 아내와 함께 서울을 떠나 강원 속초시로 거처를 옮겼다. 2008년에는 강원 고성군에 집을 지어 이사했다. 여름에는 농사를 짓고, 겨울에는 글쓰기와 공부에 몰두하는 삶을 이어가고 있다. 그는 “고성에 와서 가장 좋았던 건 스스로가 자기 삶의 주인이 될 수 있다는 것”이라며 “이곳에서는 체면이나 명예에 개의치 않아도 된다”고 했다. 그는 또 “사람들에게서 멀어지니 내키지 않은 일을 할 필요가 없고, 남이 짜놓은 스케줄에 쫓길 일도 없다”며 “늘그막에 세속의 늪에서 해방될 수 있는 게 얼마나 큰 축복이냐”고 말했다. 그의 3단계 삶이 마냥 평온했던 것만은 아니다. 2019년 발생한 강원도 산불 사태로 그의 고성 집이 모두 불타버려 새로 집을 지어야 했다. 주변에 큰 병원이 없는 만큼 건강 관리에도 더욱 신경을 써야 한다. 그럼에도 그는 자신의 선택에 만족하고 있다. “고성에 내려와선 1, 2년에 한 권씩 책을 내고 있어요. 서울에서 부대끼고 살았다면 이게 가능했을까요. 이 책들이야말로 땀 흘리며 농사지을 때 문뜩문뜩 떠오른 숱한 영감이 가을빛에 영글어 만들어진 수확물이죠.”이호재 기자 hoho@donga.com}

    • 2021-09-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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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비정규직 청년, 치매 노인, 경비원… 그들 유품은 삶의 흔적 담긴 CCTV”

    한 할머니가 쓸쓸하게 죽었다. 고인의 몸이 썩어 구더기가 생긴 뒤에야 아들이 어머니를 찾았다. 아들은 시신과 유품 정리를 유품정리사에게 맡긴다. 유품정리사는 할머니의 집을 정리하다 수십 년 전 아들이 사준 빨간색 내의를 발견한다. 할머니가 아들에게 양복을 사주기 위해 꼬깃꼬깃 모아둔 현금도 찾았다. 유품을 건네받은 아들은 그제야 무릎을 꿇고 오열한다. “어머니….” 올 5월 넷플릭스를 통해 공개된 한국 드라마 ‘무브 투 헤븐: 나는 유품정리사입니다’의 내용이다. 공개 직후 국내 넷플릭스 1위에 오른 이 드라마는 2015년 출간된 에세이 ‘떠난 후에 남겨진 것들’(청림출판)을 바탕으로 만들어졌다. 에세이를 쓴 유품정리업체 바이오해저드의 김새별 대표(46)는 최근 동아일보와의 전화 인터뷰에서 “드라마의 각본을 쓴 윤지련 작가(49)의 요청으로 고독사 현장을 10여 차례 함께 다녔다. 취재를 왔다가 현장을 보고선 토하고 도망치는 사람도 있는데 윤 작가는 끄떡없었다”고 말했다. 에세이가 드라마로 만들어진 건 독특한 직업 경험이 담겨 있기 때문이다. 고독사나 자살로 생을 마감한 고인의 물품을 대신 정리해주는 유품정리사를 바라보는 시선이 좋지만은 않다. 시체를 염습하는 ‘염장이’와 유품정리사를 혼동하는 이들도 있다. 윤 작가는 동아일보와의 온라인 인터뷰에서 “법조인이나 의사가 자신의 삶을 털어놓은 에세이는 많지만 사람들이 기피하는 일을 하는 이들이 쓴 에세이는 많지 않다”며 “검사나 형사가 쓴 책은 사람이 어떻게 죽었는지, 어떤 방식으로 수사했는지에 초점을 맞추지만 김 대표의 책은 왜 고인이 혼자 남을 수밖에 없었는지를 써서 눈길을 끌었다”고 했다. 김 대표는 “유품정리사는 유품을 통해 고인의 마지막 모습을 보고, 주변 이웃들이 고인을 어떻게 바라봤는지 듣는 폐쇄회로(CC)TV 같은 존재”라며 “생소한 직업을 다뤘다는 점에서 시청자들도 큰 관심을 보인 것 같다”고 했다. 드라마로 만들어지면서 에피소드는 대부분 새로 창조됐다. 파급력이 큰 드라마에서 에세이에 나온 실제 사건을 다루면 고인의 지인에게 항의를 받을 가능성이 있기 때문이다. 시대의 흐름을 민감하게 반영하는 드라마의 특성상 사연도 현재 상황에 맞게 바꿨다. 윤 작가는 “비정규직 청년이 산업재해를 당하고, 치매에 걸린 노인들이 고독사하고, 갑질을 당한 뒤 해고당한 경비원이 동반 자살하는 사연을 넣었다”며 “요즘 시대를 살고 있는 사람들이 공감할 만한 에피소드를 넣어 구성했다”고 했다. 김 대표는 “윤 작가가 취재를 많이 하고 관련 자료를 추가로 찾아서 자신만의 새로운 이야기를 만들었다”며 “드라마 공개 후 유품정리사에 대한 시선이 많이 바뀌어 자긍심을 가지게 됐다”고 했다.이호재 기자 hoho@donga.com}

    • 2021-09-0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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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제주 4·3’ 품은 한강 “환부 껴안아야 생명 열려”

    “제주도4·3사건을 다룬 소설, 죽음에서 삶으로 건너가는 소설, 지극한 사랑에 대한 소설 모두 맞습니다. 하지만 하나를 고르자면 지극한 사랑에 대한 소설이라고 말하고 싶습니다.” 소설가 한강(51)은 7일 유튜브로 진행된 온라인 기자간담회에서 9일 출간하는 장편소설 ‘작별하지 않는다’(문학동네)에 대해 이같이 정의했다. “사랑이든 애도든 끝까지 끌어안고 나아가겠다는 결의를 제목에 담았어요. 코로나19 상황에서 글을 쓰면서 간절하게 연결되고 싶은 마음, 밖으로 뻗어나가 닿고 싶어 하는 마음이 이 소설을 쓰는 데 영향을 줬죠.” 그가 장편소설을 펴낸 건 2016년 ‘흰’(문학동네) 이후 5년 만이다. 그는 2016년 ‘채식주의자’로 맨부커상 인터내셔널 부문을 수상했다. 2019년 인촌상을 받았다. 그는 “2014년 6월 첫 두 페이지를 썼고, 2018년에 다음을 이어 쓰기 시작했다. 과연 완성할 수 있을까 의문을 품었다. 오랜 시간 썼기에 책이 내 손에 쥐어졌다는 게 감사하고 뭉클하다”고 말했다. 그가 제주도4·3사건을 다룬 신작을 이어 쓸 수 있었던 건 1990년대 후반 제주에서 몇 달간 살았을 때 주인집 할머니가 4·3사건 당시 학살에 대해 들려줬던 이야기를 떠올리면서다. 신작에서 소설가 경하는 친구 인선의 부탁으로 제주에 내려간다. 인선의 집에 도착한 경하는 환상 속에서 4·3사건의 피해자인 인선 어머니를 만난다. 그는 “제가 작품 소재를 정하기도 하지만 어떤 장면이 떠오르면서 스스로 알고 싶어지는 것이 있다”며 “제주에서 있었던 민간인 학살에 대해 쓸 계획이 없었는데 이 소설을 쓰게 됐다”고 했다. 소설 도입부엔 인선의 손가락이 절단되는 사고와 치료 과정이 나온다. 그는 “손가락이 절단된 뒤에 잘린 신경이 떨어져 나가면 안 되기 때문에 손가락에 상처를 계속 내서 피가 흐르게 하며 치료한다. 그러지 않으면 잘려 나간 부분이 썩는다”고 했다. 그는 “고통스럽지만 환부에 바늘을 찔러 넣어야 손가락이 살아있게 된다”며 “우리가 껴안기 어려운 걸 껴안을 때 고통이 따르지만 그것이 죽음 대신 생명으로 가는 길”이라고 했다. 신작은 한국 근현대사의 비극을 다룬다는 점에서 5·18민주화운동을 다룬 그의 장편소설 ‘소년이 온다’(창비·2014년)를 떠올리게 한다. 특히 신작에서 5·18민주화운동 관련 소설을 쓰고 악몽에 시달리는 경하의 모습에서 그의 그림자가 비친다. “경하의 모습이 다 제 모습은 아니지만 ‘소년이 온다’를 쓰고 난 뒤 악몽을 꾼 건 사실이에요. ‘소년이 온다’를 쓰면서 삶에 죽음이 들어오는 경험을 했다면 신작을 쓰면서 죽음에서 삶으로 건너오는 경험을 했어요. 이 소설은 고통으로부터 저를 구해줬습니다.”이호재 기자 hoho@donga.com}

    • 2021-09-0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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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한강, 5년만의 신작…“사랑이든 애도든 끝까지 끌어안겠다는 결의”

    “제주 4·3 사건을 다룬 소설, 죽음에서 삶으로 건너가는 소설, 지극한 사랑에 대한 소설 모두 맞습니다. 하지만 하나를 고르자면 지극한 사랑에 대한 소설이라고 말하고 싶습니다.” 소설가 한강(51)은 7일 유튜브로 진행된 온라인 기자간담회에서 9일 출간하는 장편소설 ‘작별하지 않는다’(문학동네)에 대해 이같이 정의했다. “어떤 것도 종결하지 않겠다, 그것이 사랑이든 애도든 끝까지 끌어안고 계속해서 나아가겠다는 결의를 책 제목에 담았어요.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상황에서 글을 쓰면서 간절하게 연결되고 싶은 마음, 개인적 삶에 갇히지 않고 결국은 그 밖으로 뻗어나가서 닿고 싶어 하는 마음이 이 소설을 쓰는데 영향을 줬죠.” 한강이 장편소설을 펴낸 건 2016년 ‘흰’(문학동네) 이후 5년 만이다. 그는 2016년 ‘채식주의자’로 맨부커상 인터내셔널 부문을 수상했다. 신간은 출간 전부터 이미 주요 서점 베스트셀러에 올랐다. 그는 “2014년 6월에 첫 두 페이지 썼고, 2018년에 다음을 이어 쓰기 시작했다”며 “이 소설과 내 삶이 묶여 있던 시간을 7년이라고 해야 할지 3년이라고 해야 할지 모르겠다”고 웃었다. 그는 “나 자신도 과연 완성할 수 있는 소설인가 의문을 품었다”며 “오랜 시간 동안 썼기에 하나의 물성을 가진 책을 내 손에 쥐어졌다는 게 감사하고 뭉클하다”고 했다. 신작은 1947~1954년 제주에서 발생한 무력충돌과 진압 과정에서 주민들이 희생당한 제주 4·3 사건을 다룬다. 현대 한국에서 살아가는 소설가 경하는 친구 인선의 부탁으로 제주에 내려간다. 인선의 집에 도착한 경하는 환상 속에서 4·3 사건의 피해자이인 인선 어머니를 만나게 된다. 그는 “소설을 쓸 때 제가 소재를 정하기도 하지만 어떤 장면이 떠오르면서 스스로 알고 싶어지는 것이 있다”며 “저는 절대로 제주에서 있었던 민간인 학살에 대해 쓸 계획이 따로 없었는데 이 소설을 쓰게 됐다”고 했다. 이야기 도입부엔 인선이 손가락이 절단되는 사고와 치료 과정이 나온다. 그는 소설에서 이 사건을 고통스러운 사건을 우리가 계속 생각하고 반성해야 하는 이유를 납득시키는 장치로 쓴다. 그는 “손가락이 절단된 뒤에 잘린 신경이 떨어져 나가면 안 되기 때문에 손가락에 상처를 계속 내서 피가 흐르게 하고 생명이 흐르게 하며 치료한다”며 “그렇지 않으면 전류가 흐르지 않는 잘려나간 부분이 썩는다”고 했다. 그는 또 “고통스럽지만 환부에 바늘을 찔러 넣어야 손가락이 살아있게 된다”며 “우리가 껴안기 어려운 걸 껴안을 때 고통이 따르지만 그것이 죽음 대신 생명으로 가는 길”이라고 설명했다. 신작은 한국 근현대사의 비극을 다룬다는 점에서 그가 2014년 펴낸 장편소설 ‘소년이 온다’(창비)와 짝을 이룬다. ‘소년이 온다’는 1980년 광주에서 벌어진 5·18민주화운동의 당시 상황과 그 이후 남겨진 사람들의 이야기를 다룬 작품이다. 특히 신작에서 5·18민주화운동 관련 소설을 쓰고 악몽에 시달리는 경하의 모습에서 한강의 그림자가 비친다. “소설 속 경하의 모습이 다 제 모습은 아니지만 ‘소년이 온다’를 쓰고 난 뒤에 악몽을 꾼 것은 사실이에요. ‘소년이 온다’를 쓰면서 제 삶에 악몽이나 죽음이 들어오는 경험을 했다면 신작을 쓰면서 죽음에서 삶으로 건너오는 경험을 했어요. 소설을 쓰면서 고통도 있었지만 이 소설은 오히려 고통으로부터 저를 구해줬죠.”이호재기자 hoho@donga.com}

    • 2021-09-0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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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결혼, 꼭 해야 하나요 대출 같이 갚으며 ‘할머니 친구’ 될래요”

    여자 둘이 함께 산다. 두 사람은 자매도, 친척도, 동창도 아니다. 옛 직장 동료일 뿐이지만 ‘동거인’으로서 살림을 꾸렸다. 이들은 퇴근 후 매일 밤 함께 술잔을 기울인다. 하루 동안 겪었던 고충을 서로에게 토로한다. 행복하다. 어쩌면 결혼 따윈 하지 않고 계속 이렇게 살아도 되는 것 아닐까. 둘만 행복하다면 세상의 관점과 조금 다르게 살아도 되지 않을까. 지난달 25일 에세이 ‘여성 2인 가구 생활’(텍스트칼로리)을 펴낸 직장인 심모 씨(28)와 강모 씨(35) 이야기다. 두 사람은 2일 동아일보와의 전화 인터뷰에서 “우리가 서로를 동거인으로 선택한 건 두 사람이 모두 ‘비혼주의자’이기 때문”이라고 했다. 두 사람은 모두 연애 경험이 있지만 현재 연애를 하진 않는다. 단순히 외롭다는 이유만으로 결혼하는 이들을 바라보며 회의감이 들었다. 꼭 아이를 낳아야 한다는 생각도 없다. 결혼을 필수가 아닌 선택으로 돌리자 다양한 삶의 형태가 눈에 들어왔다. “사람들이 입시나 취업처럼 사회가 정한 ‘좋은 길’을 위해 달려가다 지치는 것처럼 결혼도 정말 나를 위한 것이 맞는지 의구심이 들었어요. 저도 백마 탄 왕자님을 만나기를 꿈꾸던 때가 있었지만 어느 순간 결혼은 꼭 해야 하는 것이 아니라는 생각이 들었죠.”(심 씨) 강 씨는 지방 출신으로 대학 때부터 홀로 경기도에서 14년을 살았다. 심 씨는 함께 살던 부모님이 지난해 지방으로 이사 가면서 홀로 경기도에 남았다. 경기도에서 직장 생활을 하는 두 사람은 모두 살 곳이 필요했다. 최근 아파트 전세가가 비싸지면서 집을 구하기가 어려워졌다. 각각 250만 원을 받는 자신들의 월급을 고려할 때 홀로 전세대출 이자를 갚는 건 무리였다. 결국 5년 전 직장 동료로 만난 서로가 눈에 들어왔다. 강 씨는 “혼자 살면서 전세대출 이자, 아파트 관리비, 인터넷 사용료처럼 여러 명이 함께 쓰면 줄일 수 있는 비용이 아까웠다”며 “집에 들어가는 비용은 똑같은데 둘이 함께 살면 더 경제적이지 않을까 싶었다”고 했다. 두 사람은 지난해 9월 경기도에 있는 49m²의 아파트에서 함께 살기 시작했다. 방 2개, 거실 1개, 화장실 1개가 있는 아파트의 전세 시세는 2억4000만 원가량. 두 사람이 정확히 절반씩 돈을 마련했고 전세대출 이자도 함께 낸다. 각자 30만 원씩 생활비를 내 생필품을 산다. 심 씨는 “상대가 청소를 잘하는 모습에 감동하다 음식 조리법을 두고 다투기도 하면서 정을 쌓아간다”며 “외롭고 아플 때 서로를 챙겨줄 수 있어 동거의 장점을 더 알아가고 있다”고 말했다. 두 사람은 함께 재무 계획도 세우고 있다. 결혼하지 않고 아이를 낳지 않은 자신들로선 자산이 든든해야 안정적인 미래를 꿈꿀 수 있다는 생각 때문. 비혼은 대책 없이 홀로 사는 것이 아니라 스스로 설 수 있는 자립 능력을 갖춰야 가능하다는 게 이들의 생각이다. 최근 두 사람은 함께 돈을 모아 집을 사는 계획을 세우고 저축액을 늘려가고 있다. “비혼주의자라고 꼭 동거를 할 필요는 없다고 생각해요. 하지만 오랫동안 함께 교류할 동네 친구나 뜻이 맞는 돈독한 사람이 있어야 비혼 여성으로 잘 늙을 수 있어요. 노후를 위한 돈과 체력도 있으면 험난한 세상에서 누구에게 손 벌리지 않고 더 건강하게 살아남을 수 있겠죠. 저희는 앞으로 함께 살면서 서로를 돌보는 ‘할머니 친구’가 되고 싶습니다.”(강 씨)이호재 기자 hoho@donga.com}

    • 2021-09-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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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책의 향기]반역자로 몰린 스파이… 그의 마지막 임무는

    전성기를 넘긴 중년 남성의 삶은 고달프다. 직장에선 머리 회전이 빠른 후배와 승승장구하는 상사 사이에 끼여 제자리를 찾기 힘들다. 아이는 아빠 말을 귓등으로도 안 듣고, 아내는 쌀쌀맞다. 그때 마음에 쏙 드는 청년 남성을 만난다면 어떻게 될까. 나를 떠받들어 주고 내 말에 공감해 주는 청년이라면 맥주 한잔하며 힘든 가정과 일에 대한 고민을 토로하고 싶지 않을까. 설사 한때 잘나갔던 ‘스파이’라도 이런 유혹을 뿌리치진 못할 것이다. 이 책은 첩보 소설의 제왕인 영국 작가 존 르 카레(1931∼2020)가 2019년 생전 마지막으로 발표한 25번째 장편소설이다. 르 카레는 스파이 출신이다. 냉전 시대 영국 해외 정보국에서 첩보 요원으로 활동한 뒤 그 경험을 살려 소설을 써왔다. 독일을 무대로 스파이의 인간적 고뇌와 세밀한 심리를 그린 장편소설 ‘추운 나라에서 돌아온 스파이’(열린책들), 박찬욱 감독이 2018년 영국 BBC와 만든 동명의 드라마의 원작인 장편소설 ‘리틀 드러머 걸’(알에이치코리아)로 유명한 그가 세상을 떠나기 전 다시 스파이의 인생을 그렸다. 소설은 현대 영국 런던을 배경으로 펼쳐진다. 마흔일곱 살 남성 내트는 영국 정보기관 소속 요원이다. 내트는 오랫동안 해외 현장을 전전한 뒤 막 런던으로 복귀한 참이다. 요원들이 활발히 첩보 활동을 하던 냉전 시대는 진즉 끝났다. 내트는 간부가 되지 못하고 한직으로 발령받았다. 조국을 위해 살았건만 조국의 인정을 받지 못한 내트의 마음은 착잡하다. 출장이 잦은 업무 때문에 친해지지 못한 딸이 자신을 못마땅하게 바라보는 눈초리도 따갑다. 내트에게 남은 건 오직 매주 다니는 배드민턴 클럽밖에 없다. 취미생활에서 삶의 낙을 찾는 것이다. 그런 내트에게 어느 날 젊은 에드가 다가온다. 훌륭한 배드민턴 실력에 재치 넘치는 언변을 갖춘 에드에게 내트는 점점 빠져든다. 내트는 자주 에드와 함께 치열하게 배드민턴을 치고 술을 마시며 회포를 풀곤 한다. 그러나 이 행동 때문에 내트는 반역자로 몰릴 위기에 처한다. 내트의 동료에 의해 에드가 타국의 스파이일 가능성이 있다는 사실이 밝혀졌기 때문. 결국 내트는 조국에 다시 한번 충심을 입증하기 위해 마지막 임무를 수행하기로 결심한다. 내트는 과연 ‘에이전트 러너’(현장 요원)로서의 자존심을 지켜낼 수 있을까. 눈여겨볼 점은 이 작품이 2016년 영국 국민들이 국민투표에서 브렉시트(영국의 유럽연합 탈퇴)를 결정한 이후의 시기를 다룬다는 점이다. 르 카레는 2019년 사망하기 전 브렉시트에 분노해서 아일랜드 국적을 땄을 정도로 당시 영국의 선택에 비판적이었다. 르 카레는 소설에서도 내트의 목소리를 통해 “난 뼛속까지 유럽인” “브렉시트는 그야말로 헛발질”이라며 브렉시트를 정면 비판한다. 조국에 헌신했으나 조국의 인정을 받지 못해 좌절했던 내트처럼 한때 조국에 몸을 바쳤던 르 카레는 조국의 선택을 끝내 이해하지 못했으리라. 죽음을 앞둔 거장은 마지막까지 제 목소리를 냈다.이호재 기자 hoho@donga.com}

    • 2021-09-0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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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욕할 권리 없냐?” 퍼부어도… “죄송합니다”만 할뿐 전화 끊을 수 없었다

    “욕 안 들을 권리가 있다고? 고객은 콜센터 상담원에게 욕할 권리가 없냐?” 한 콜센터 상담원은 수화기 너머 이런 항의를 받았다. 고객은 처음엔 자신이 구매한 상품의 환불을 요청하며 상담원을 ‘상담원님’이라고 호칭했다. 하지만 규정상 환불 기한이 지난 상품이라 요청이 받아들여지지 않자 욕설을 퍼붓기 시작했다. 상담원이 자제해 달라고 부탁하자 고객은 “욕할 권리가 있다”고 주장했다. 고객의 심기를 건드릴 수 없었던 상담원은 “죄송합니다. 고객님”이라고 사과할 수밖에 없었다. 지난달 2일 출간된 에세이 ‘믿을 수 없게 시끄럽고 참을 수 없게 억지스러운’(코난북스)에 담긴 사연이다. 책을 쓴 30대 여성 상담원 A 씨는 최근 동아일보와의 전화 인터뷰에서 “감정노동을 겪는 게 상담사의 운명이라지만 갈수록 고객이 상담사를 화풀이 대상으로 대하고 있다. 상담원을 남에게 욕을 먹는 ‘욕받이’로 생각하는 것 같다”며 씁쓸해했다. 대학생이던 2010년 생활비를 벌기 위해 시작한 상담원 일을 11년간 하고 있는 A 씨는 “그간 다양한 고객들을 만났다. 지금도 상담원으로 일하기 때문에 저와 동료 상담원들의 실명은 밝힐 수 없지만 상담원들의 애환을 전하고 싶었다”고 말했다. 한 고객은 인터넷 쇼핑몰에서 제품을 산 뒤 얼마 후 같은 제품을 1만 원 낮은 가격에 파는 것을 발견했다. 상담원에게 전화를 걸어 “기분 나쁘다. 적립금 3만 원을 달라”고 무리한 요구를 했다. 다른 고객은 음식물을 씹으면서 말을 했다. 상담원이 목소리가 들리지 않아 식사를 마친 후에 얘기해 달라고 하자 “내가 말하는 게 더러워?”라고 벌컥 화를 냈다. 요청이 받아들여지지 않으면 “네가 그러니까 콜센터 같은 데서 일하지”라고 비아냥거리거나 상담원을 “평민들” “아줌마”라고 부르는 고객도 있다. 콜센터는 응답 건수, 고객만족도를 바탕으로 상담원마다 점수를 매기고 급여를 책정한다. 욕설을 들은 상담원이 전화를 먼저 끊으면 고객들은 상담원의 점수를 낮게 줄 수 있다. 고객의 욕설이 쏟아져도 상담원이 쉽사리 전화를 끊을 수 없는 이유다. A 씨는 “의도적으로 화풀이를 하는 ‘진상 고객’의 무례를 참는 게 가장 어렵지만 그렇다고 해서 우리가 전화를 먼저 끊는 건 죄”라며 “점점 건성으로 ‘죄송하다’는 말을 앵무새처럼 반복하는 자신을 보면 슬프다”고 했다. 상담원은 하루에 수십 명의 고객을 응대한다. 신입 상담원은 감정노동에 지쳐 취업 후 한 달 이내에 절반 이상이 그만둔다는 게 A 씨의 설명. 물론 생계 때문에 그만두지 못하는 이들도 있다. A 씨는 “콜센터 상담원 절반 이상이 20, 30대 여성이다. 대부분이 무일푼에 학자금 대출 같은 빚을 진 상태”라며 “욕설에 지쳐 일을 그만뒀다가도 아이까지 낳은 ‘경단녀’(경력단절여성)로서 할 수 있는 일이 없어서 콜센터로 돌아오는 이들이 많다”고 했다. A 씨가 일하는 콜센터는 최근 채용 경쟁률이 3 대 1까지 치솟았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으로 일자리를 찾기 힘든 이들이 신입 상담원으로 몰린 것. “멀쩡히 다니던 회사가 망해서 상담원이 된 분들도 많아요. 어제까지 함께 일하던 동료가 오늘은 상담원이 됐다고 생각하면 조금 더 친절하게 말할 수 있지 않을까요. 전화기 너머에 있는 건 기계가 아니고 ‘사람’이에요.”이호재 기자 hoho@donga.com}

    • 2021-09-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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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이호재의 띠지 풀고 책 수다]아이언맨과 햄릿 형제처럼 닮았네

    온라인동영상서비스(OTT) 넷플릭스에서 공개됐거나 현재 제작 중인 영상작품의 원작 장르소설들이 연달아 번역, 출간되고 있다. 이달만 해도 공상과학(SF) 장편소설 ‘버드 박스’(검은숲), 스릴러 중편소설집 ‘피가 흐르는 곳에’(황금가지) 같은 굵직한 원작 장르소설이 국내에 출간됐다. 원작을 다양한 형태로 변주하는 지식재산권(IP) 시장이 커지면서 벌어진 흐름. 그 덕에 영상화에 적합한 장르소설의 강세는 더욱 커질 것 같다. 하지만 아직 국내에서는 장르물에 대한 이론적 토대가 부족하다. 이와 관련해 현직 SF 작가이자 대학에서 웹소설창작학과 교수로 재직 중인 저자가 쓴 장르물 이론서가 최근 눈에 들어왔다. 저자는 이론적 토대에 자신의 창작 경험을 녹여 슈퍼히어로 로맨스 좀비 스릴러 등 다양한 장르의 작품들을 분석했다. 만화 영화 소설에 걸쳐 인기 작품을 예로 들며 글을 썼기에 창작자는 물론이고 독자나 시청자도 읽을 만하다. 이론을 알면 장르소설이나 영화를 더 재밌게 볼 수 있지 않을까. 슈퍼히어로물부터 보자. 저자에 따르면 마블스튜디오가 제작하는 영화와 드라마가 속한 세계관인 ‘마블 시네마틱 유니버스(MCU)’는 얄미울 정도로 비슷한 서사를 반복한다. 대부분 주인공의 아버지가 살해당하고, 주인공은 이를 복수하기 위해 악당과 싸우는 이야기다. 예를 들면 ‘아이언맨’에서 아버지 하워드 스타크는 살해당한다. 악당이 하워드 스타크가 만든 기술을 독점하기 위해 죽인 것. 주인공 토니 스타크는 악당과 싸우며 기술을 지켜낸다. 누군가는 이를 판에 박은 듯한 ‘클리셰’라고 비판할지 모르겠다. 하지만 우리가 슈퍼히어로물에 매료되는 건 이유가 있다. 저자는 슈퍼히어로물 서사의 원형을 영국 극작가 윌리엄 셰익스피어(1564∼1616)의 4대 비극 중 하나인 ‘햄릿’에서 찾는다. 덴마크 왕자 햄릿(주인공)이 유령이 된 선왕(아버지)의 복수를 위해 삼촌(악당)과 싸우는 이야기 구조를 가져왔다는 것. 이외에도 여러 장르물이 스테디셀러의 비결을 추구한다. 재해, 공포, 탈출이라는 구조를 따르는 좀비물은 성경의 ‘노아의 방주’ 이야기와 닮았다. 위기에 처한 여성이 시련을 극복한 뒤 사랑하는 이를 만나는 로맨스물은 프랑스 동화 ‘신데렐라’의 서사를 따른다. “MCU 시리즈는 햄릿이 제시한 모델을 충실히 따른다. 햄릿이야말로 슈퍼히어로물의 초창기 시나리오”라는 저자의 말에 고개가 끄덕여진다. 물론 레시피로 만든 요리를 그대로 테이블에 내놓는 식당은 없다는 저자의 주장처럼 좋은 작품이 되려면 독창적인 소재나 변주가 필요하다. 좀비물을 조선시대로 끌고 간 넷플릭스 드라마 ‘킹덤’처럼 장르의 틀은 유지하되 색다른 배경이나 설정으로 시청자를 사로잡는 법. MCU처럼 독자와 시청자를 사로잡을 흥미진진한 이야기를 국내 작가들도 더 많이 써주기를 기대한다.이호재 기자 hoho@donga.com}

    • 2021-08-2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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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원작 ‘괴도 뤼팽’ 명성 등 업고… 현대 프랑스의 편견 파고들어”

    《평범한 보건교사가 젤리와 싸우며 학생들을 구하는 드라마 ‘보건교사 안은영’을 보고 판타지 소설에 빠진 적이 있나요? 영화 ‘82년생 김지영’을 보고 서점으로 달려가 원작 소설을 산 경험은 없나요? ‘영감(靈感) 어딨소’는 원작과 이를 영상화한 작품을 함께 소개합니다. 이 원작이 왜 영상화됐는지, 그 과정에서 무엇이 바뀌었는지 살펴보며 작품을 보다 풍성하게 들여다봅니다.》 1905년 프랑스를 뒤흔든 괴도 신사가 나타난다. 프랑스 작가 모리스 르블랑(1864∼1941)이 쓴 소설의 주인공 아르센 뤼팽. 하얗고 갸름한 얼굴에 외눈안경을 걸친 그는 변장술을 자유자재로 쓰며 삼엄한 경비를 뚫고 목걸이를 훔친다. 한 세기가 지나 같은 이름의 흑인 남성이 등장한다. 소설 속 뤼팽과 생김새는 딴판이지만 범행 방식은 그대로다. 올해 1, 6월 넷플릭스를 통해 시즌 1, 2가 공개된 프랑스 드라마 ‘뤼팽’은 르블랑의 원작소설을 재해석했다. 새로 해석된 뤼팽의 모습이 낯설 수 있다. 하지만 공개 직후 세계 넷플릭스 순위 1위를 차지한 드라마의 인기에 원작소설을 다시 찾아보는 독자들이 생겼다. 프랑스에선 드라마 공개 직후 보름 만에 직전 연간 판매량을 따라잡았다. 파리에 있는 르블랑의 묘지를 찾는 방문객도 늘었다. 2018년 출간된 10권짜리 ‘결정판 아르센 뤼팽 전집’(아르테)을 번역한 성귀수 씨는 최근 동아일보와의 인터뷰에서 “100년도 더 전에 쓰인 뤼팽을 모르는 프랑스 청소년들이 드라마를 보고 원작을 읽고 있다. 프랑스 전역에서 뤼팽 열풍이 불고 있다”고 전했다. 드라마 흥행 배경에는 고전(古典)의 무게감이 한몫했다. 프랑스는 물론이고 세계적으로 유명한 작품을 원작으로 한 만큼 시청자들의 관심을 끄는 데 유리했다. 성 씨는 “드라마 제작진이 촬영 허가를 잘 내주지 않기로 유명한 파리 루브르 박물관과 지하 납골당(카타콤)에서 촬영할 수 있었던 것도 원작의 명성 덕분”이라며 “영국 작가 아서 코넌 도일(1859∼1930)이 1892년 펴낸 ‘셜록 홈스’가 2010년 영국 BBC 드라마 ‘셜록’으로 재탄생한 뒤 성공을 거둔 방식과 유사하다”고 설명했다. 드라마 뤼팽의 총괄 제작자이자 각본가인 조지 케이는 최근 동아일보와의 서면 인터뷰에서 “국가적 지원 덕에 주인공이 여러 국가의 명소에서 경찰을 피해 도망치는 장면을 촬영하는 등 파리를 하나의 놀이터처럼 사용했다”며 “미국 할리우드에서 활동하는 유명 프랑스 배우 오마르 시가 드라마 출연을 결정한 것도 원작 때문이었다”고 말했다. 드라마는 원작소설을 그대로 옮기지 않았다. 원작은 이미 영상화된 게 수십 편에 달하기에 차별화가 필요했다. 드라마 제작진은 작품 배경을 현대로 옮기면서 원작의 백인 남성이 아닌 흑인 남성을 주인공으로 내세웠다. 성 씨는 “유색인종에 대한 편견이라는 현대 프랑스의 논쟁거리를 파고든 것 같다”고 분석했다. 케이는 “지금 프랑스의 현실은 원작의 시대 상황과 다르기에 원작을 그대로 영상화하지 않았다”며 “현대의 뤼팽은 어떤 모습일지, 뤼팽의 특징을 가진 현대적 캐릭터에 시청자들이 어떻게 빠져들 수 있을지, 새로운 캐릭터가 등장했을 때 현 사회에 어떤 메시지를 던질 수 있을지를 끊임없이 고민했다”고 강조했다. 드라마 제작진은 현재 시즌 3을 제작 중이다. 케이는 “앞으로도 영감을 주는 원작소설의 에피소드를 추려 드라마에 반영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성 씨는 “프랑스는 넷플릭스라는 세계적인 온라인동영상서비스(OTT)를 통해 자신들의 국가적 문화상품을 해외로 수출하고 있다”며 “한국 창작자들도 고전을 재해석해 다양한 영상 콘텐츠를 만들기 위한 노력을 기울일 필요가 있다”고 덧붙였다.이호재 기자 hoho@donga.com}

    • 2021-08-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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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뤼팽, 넷플 전세계 1위 배경은? 원작 소설도 보름만에 1년치 판매

    《평범한 보건교사가 젤리와 싸우며 학생들을 구하는 드라마 ‘보건교사 안은영’을 보고 판타지 소설에 빠진 적이 있나요? 영화 ‘82년생 김지영’을 보고 서점으로 달려가 원작 소설을 산 경험은 없나요? ‘영감(靈感) 어딨소’는 원작과 이를 영상화한 작품을 함께 소개합니다. 이 원작이 왜 영상화됐는지, 그 과정에서 무엇이 바뀌었는지 살펴보며 작품을 보다 풍성하게 들여다봅니다.》 1905년 프랑스를 뒤흔든 괴도 신사가 나타난다. 이 괴도 신사는 프랑스 작가 모리스 르블랑(1864~1941)이 창조한 소설 주인공 아르센 뤼팽. 하얗고 갸름한 얼굴에 외눈안경을 걸친 그는 변장술을 자유자재로 쓰며 삼엄한 경비를 뚫고 목걸이를 훔친다. 그런데 한 세기가 지나 뤼팽의 이름을 빌린 한 거구의 흑인 남성이 등장한다. 우리가 알던 뤼팽과 생김새는 전혀 다르지만 범행 방식은 괴도 신사의 옛 모습 그대로다. 이처럼 올 1월과 올 6월 시즌1·2가 넷플릭스를 통해 공개된 프랑스 드라마 ‘뤼팽’은 모리스 르블랑의 원작 소설을 재해석한 작품이다. 새롭게 재해석된 뤼팽의 모습이 낯설다고 생각할지 모른다. 하지만 공개 직후 전 세계 넷플릭스 순위 1위를 차지한 드라마의 인기에 사람들은 원작 소설을 다시 찾아보기 시작했다.프랑스에선 드라마 공개 전에 1년 동안 팔리던 책 판매량이 드라마 공개 후 보름 만에 다 팔릴 정도다. 파리에 있는 르블랑의 묘(墓)를 찾는 방문객들도 늘고 있다. 2018년 10권짜리 ‘결정판 아르센 뤼팽 전집’(아르테)을 국내에 번역 출간한 번역가 성귀수 씨는 최근 동아일보와 만나 “100년도 더 전에 쓰여진 뤼팽을 모르던 요즘 프랑스 청소년들이 드라마를 보고 원작 소설의 독자가 되고 있다. 프랑스 전역에선 뤼팽 열풍이 불고 있다”고 말했다. 드라마의 흥행 배경엔 고전(古典)의 명성이 있다. 프랑스는 물론 전 세계적으로 유명한 문학 작품을 원작으로 내세운만큼 시청자를 사로잡기에 유리했다. 성 씨는 “드라마 제작진이 촬영 허가를 잘 내주지 않기로 유명한 파리 루브르 박물관과 지하 납골당(카타콤)에서 촬영을 할 수 있었던 것도 원작의 명성 덕”이라며 “영국 작가 아서 코난 도일(1895~1930)이 1892년 만들어낸 소설 주인공 셜록 홈즈가 2010년 영국 BBC 드라마 ‘셜록’으로 재탄생한 뒤 성공을 거둔 방식과 유사하다”고 했다. 드라마 뤼팽의 총괄 제작자이자 각본가 조지 케이는 최근 동아일보와의 서면 인터뷰에서 “국가적 지원 덕에 아산이 여러 국가적 명소에서 경찰을 피해 도망치는 장면을 촬영할 정도로 파리를 하나의 놀이터처럼 사용했다”며 “미국 할리우드에서 활동하는 유명 프랑스 배우 오마르 시가 주인공 아산 역으로 드라마 출연을 결정한 이유도 원작이 뤼팽이기 때문”이라고 했다. 물론 드라마는 원작 소설을 그대로 옮기지 않았다. 원작 소설은 유명 작품인만큼 이미 영상화된 것이 수십 편이기 때문에 차별화가 필요했기 때문. 성 씨는 “드라마 제작진은 작품의 배경을 현대로 옮기면서 주인공이 백인 남성인 원작 소설과 달리 흑인 남성 주인공을 선택했다. 유색인종에 대한 편견이라는 현대 프랑스의 논쟁거리를 파고들었다”고 했다. 조지 케이는 “지금 프랑스의 현실은 원작 소설의 상황과 다르기 때문에 원작 소설을 그대로 영상화 하지 않았다”며 “현대의 뤼팽은 어떤 모습일지, 뤼팽의 특징을 가진 현대적 캐릭터에 시청자들이 어떻게 빠져들 수 있을지, 새로운 캐릭터가 등장했을 때 현재 우리 사회에 어떤 메시지를 던질 수 있을지 끊임없이 고민했다”고 했다. 드라마는 현재 시즌3을 제작 중이다. 조지 케이는 “앞으로도 영감을 주는 원작 소설 아르센 뤼팽의 에피소드를 추려 드라마에 반영할 예정”이라고 했다. 성 씨는 “프랑스는 넷플릭스라는 세계적 온라인동영상서비스(OTT)를 통해 자신들의 국가적 문화상품을 해외로 수출하고 있다”며 “한국 창작자들도 고전을 재해석해 다양한 영상작품을 만들기 위한 노력을 기울일 필요가 있다”고 했다.이호재 기자 hoho@donga.com}

    • 2021-08-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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