손효주

손효주 기자

동아일보 정치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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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녕하세요. 손효주 기자입니다.

hjson@donga.com

취재분야

2026-01-08~2026-02-0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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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에미상 장벽 깬 K드라마

    넷플릭스 오리지널 한국 드라마 ‘오징어게임’이 비영어 드라마 최초로 미국 방송계 최고 권위를 지닌 에미상을 수상했다. 미국 로스앤젤레스 마이크로소프트 극장에서 12일(현지 시간) 열린 제74회 에미상 시상식에서 황동혁 감독(51)이 감독상을, 배우 이정재(50)가 남우주연상을 거머쥐며 세계 드라마 역사를 다시 썼다. 앞서 4일 열린 드라마 기술진 등에 대한 에미상 시상식에서 게스트 여배우상(이유미), 스턴트 퍼포먼스상 등 4개 상을 받은 데 이어 감독상, 남우주연상까지 수상하며 오징어게임은 에미상 6관왕에 올랐다. 2020년 영화 ‘기생충’의 아카데미 4관왕, 지난해 그룹 방탄소년단의 빌보드·아메리칸뮤직어워즈 수상에 이어 오징어게임까지 에미상을 받으면서 K콘텐츠가 세계적으로 권위 있는 장르별 상을 휩쓸며 주요상 수상 퍼즐을 완성했다. 황 감독은 오징어게임 1화 ‘무궁화 꽃이 피던 날’로 아시아 국적 감독 최초로 에미상 감독상을 받았다. 그는 이날 시상식에서 “에미상 14개 후보에 오른 뒤 사람들은 내가 역사를 만들었다고 했다. 그런데 나 혼자 만든 역사가 아니다. 우리 모두가 함께 이 역사를 만든 것”이라고 말해 박수갈채를 받았다. 황 감독은 함께 후보에 오른 미국 HBO ‘석세션’의 마크 마일러드, 애플TV플러스 ‘세브란스: 단절’의 벤 스틸러 등 쟁쟁한 감독들을 모두 제쳤다. 이정재 역시 아시아 국적 배우 최초로 에미상 남우주연상을 받았다. 특히 그는 올해 1월 골든글로브 시상식에서 자신을 제치고 남우주연상을 받았던 ‘석세션’의 제러미 스트롱 등 세계적인 스타들을 꺾고 상을 차지했다. 이정재는 영어로 짧게 소감을 밝힌 뒤 우리말로 “대한민국에서 보고 계실 국민 여러분과 기쁨을 나누겠다”고 힘줘 말했다. 그는 기자간담회에서도 “언어가 다르다는 것이 크게 중요하지 않다는 것은 ‘성기훈’(이정재 배역)의 수상으로 증명됐다”고 말했다. 이날 외신도 시상식 결과를 앞다퉈 보도했다. 뉴욕타임스(NYT)는 “세계적으로 엄청난 흥행을 거둔 오징어게임이 에미상 역사를 다시 썼다”고 보도했다. 뉴욕포스트는 “오징어게임이 최초의 비영어 수상작이 되면서 74년 역사의 에미상에서 엄청난 승자가 됐다”고 평가했다. 윤석열 대통령은 13일 축전을 보내 “불평등과 기회의 상실이라는 현대 사회 난제에 대한 치밀한 접근과 통찰이 세계인의 큰 공감을 얻었다”며 축하했다.“자본주의 묵직한 풍자”… 74년 에미상, 非영어 작품에 문열다 ‘오징어게임’ 美에미상 새 역사황동혁 “비영어 마지막 수상 아니길”‘빈부격차 심화’라는 사회적 메시지… 세련되고 과감한 연출에 세계 공감黃 “올림픽 아닌데 국가대표된 느낌, 오징어게임2로 작품상에도 도전” “오징어게임이 에미상을 받은 마지막 비영어 드라마가 아니길 진심으로 바랍니다. 저의 에미상 수상 역시 마지막이 아니길 간절히 바라고요.” 12일(현지 시간) 에미상 시상식이 열린 미국 로스앤젤레스(LA) 마이크로소프트 극장. ‘오징어게임’으로 감독상을 받은 황동혁 감독이 영어로 소감을 밝히자 객석에선 웃음과 환호가 터져 나왔다. 1949년 시작된 에미상 역사상 비영어 드라마가 에미상을 수상한 건 처음이다. 영국 일간 가디언은 이날 ‘오랜 세월의 승리-2022 에미상에서 가장 놀라운 일’이라는 제목의 기사를 통해 “결코 일어날 수 없는 일이 일어났다. 오징어게임의 역사적인 승리”라고 보도했다. 황 감독은 시상식에서 “역사를 만든 건 오징어게임의 문을 연 바로 여러분이고 여러분이 나를 오늘 여기 에미상에 초대해줬다”며 세계 시청자에게 감사를 표했다. 뒤이은 기자간담회에서도 “영어가 아닌 드라마로 처음 에미상의 벽을 넘었다”며 “올림픽이 아닌데 국가대표가 된 느낌”이라며 기뻐했다. 황 감독에 이어 아시아 국적 배우로는 처음 에미상 남우주연상을 받은 이정재는 상기된 표정이었다. 영어로 “매우 감사하다”고 연이어 말한 그는 “황 감독이 현실 문제들을 멋진 각본과 비주얼로 스크린에 옮겨줬다”며 고마워했다. 이날 이정재는 정호연과 함께 버라이어티 스케치 시리즈 부문 시상자로 무대에 오르기도 했다. 무대 한쪽에는 드라마 속 ‘무궁화꽃이 피었습니다’ 게임에 나온 영희 인형이 놓여 있었고, 이를 본 이정재와 정호연은 게임을 하듯 잠시 멈춰서는 퍼포먼스를 선보여 웃음을 자아냈다. 지난해 9월 17일 ‘오징어게임’이 190여 개국에 동시 공개되자 세계 시청자들은 열광했다. 공개 후 28일간 ‘오징어게임’의 시청 시간은 16억5000만 시간. 세계인 3명 가운데 1명이 오징어게임을 1시간 이상 시청한 셈이다. 2위인 미국 드라마 ‘기묘한 이야기4’(13억5200만 시간), 3위인 스페인 드라마 ‘종이의 집 파트5’(7억9200만 시간)를 압도한다. 오징어게임은 현재 시즌2 제작이 진행 중이고 드라마가 공개된 9월 17일을 LA시가 ‘오징어게임의 날’로 지정하는가 하면 넷플릭스가 리얼리티쇼 ‘오징어게임: 더 챌린지’ 제작을 발표하는 등 파급력은 1년이 지난 지금도 이어지고 있다. 김숙영 로스앤젤레스 캘리포니아대(UCLA) 연극학과 교수는 “지금도 미국에서는 오징어게임에 나온 게임을 직접 해보거나 디자인을 따라하는 등 인기가 지속되고 있다”고 말했다. 비평서 ‘서바이빙 스퀴드 게임’을 집필한 그는 “미국에서 가난을 표현하는 방식은 홈리스를 통한 방식이 많은데 오징어게임은 친숙한 주제로 낯선 시공간에서 신선함과 재미를 더했다”고 평가했다. 드라마에 담긴 메시지가 묵직했던 점 역시 에미상이 오징어게임을 선택한 요인으로 꼽힌다. 빈부격차가 심화되며 절망에 빠진 시대를 세련되면서도 과감한 방식으로 그려 좋은 평가를 받았다는 것. 드라마 평론가인 윤석진 충남대 국어국문학과 교수는 “미국은 자본주의를 상징하는 국가지만 이에 대한 풍자가 기생충이나 오징어게임만큼 잘 드러난 작품은 정작 미국에 없었다”며 “에미상은 감독의 날카로운 현실 인식과 예술적 성취에 주목한 것으로 보인다”고 했다. 황 감독은 기자간담회에서 “팬데믹을 겪고 있는 와중에 빈부격차, 자본주의 사회가 갖는 문제점 등을 지적한 주제의식에 (세계인이) 공감했던 것 같다”고 했다. 블룸버그통신은 “오징어게임이 다룬 문제는 국제적인 인플레이션과 겹쳐 세계에 메아리쳤다”고 수상 이유를 분석했다. 작품상은 ‘석세션’에 돌아갔다. 황 감독은 기자간담회에서 “오징어게임 시즌2로 작품상을 노려보고 싶다”고 말했다.로스앤젤레스=김현수 특파원 kimhs@donga.com손효주 기자 hjson@donga.com김재희 기자 jetti@donga.com이지훈 기자 easyhoon@donga.com}

    • 2022-09-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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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자본주의 묵직한 풍자”… 74년 에미상, 非영어 작품에 문열다

    “오징어게임이 에미상을 받은 마지막 비영어 드라마가 아니길 진심으로 바랍니다. 저의 에미상 수상 역시 마지막이 아니길 간절히 바라고요.” 12일(현지 시간) 에미상 시상식이 열린 미국 로스앤젤레스(LA) 마이크로소프트 극장. ‘오징어게임’으로 감독상을 받은 황동혁 감독이 영어로 소감을 밝히자 객석에선 웃음과 환호가 터져 나왔다. 1949년 시작된 에미상 역사상 비영어 드라마가 에미상을 수상한 건 처음이다. 영국 일간 가디언은 이날 ‘오랜 세월의 승리-2022 에미상에서 가장 놀라운 일’이라는 제목의 기사를 통해 “결코 일어날 수 없는 일이 일어났다. 오징어게임의 역사적인 승리”라고 보도했다. 황 감독은 시상식에서 “역사를 만든 건 오징어게임의 문을 연 바로 여러분이고 여러분이 나를 오늘 여기 에미상에 초대해줬다”며 세계 시청자에게 감사를 표했다. 뒤이은 기자간담회에서도 “영어가 아닌 드라마로 처음 에미상의 벽을 넘었다”며 “올림픽이 아닌데 국가대표가 된 느낌”이라며 기뻐했다. 황 감독에 이어 아시아 국적 배우로는 처음 에미상 남우주연상을 받은 이정재는 상기된 표정이었다. 영어로 “매우 감사하다”고 연이어 말한 그는 “황 감독이 현실 문제들을 멋진 각본과 비주얼로 스크린에 옮겨줬다”며 고마워했다. 이날 이정재는 정호연과 함께 버라이어티 스케치 시리즈 부문 시상자로 무대에 오르기도 했다. 무대 한쪽에는 드라마 속 ‘무궁화꽃이 피었습니다’ 게임에 나온 영희 인형이 놓여 있었고, 이를 본 이정재와 정호연은 게임을 하듯 잠시 멈춰서는 퍼포먼스를 선보여 웃음을 자아냈다. 지난해 9월 17일 ‘오징어게임’이 190여 개국에 동시 공개되자 세계 시청자들은 열광했다. 공개 후 28일간 ‘오징어게임’의 시청 시간은 16억5000만 시간. 세계인 3명 가운데 1명이 오징어게임을 1시간 이상 시청한 셈이다. 2위인 미국 드라마 ‘기묘한 이야기4’(13억5200만 시간), 3위인 스페인 드라마 ‘종이의 집 파트5’(7억9200만 시간)를 압도한다. 오징어게임은 현재 시즌2 제작이 진행 중이고 드라마가 공개된 9월 17일을 LA시가 ‘오징어게임의 날’로 지정하는가 하면 넷플릭스가 리얼리티쇼 ‘오징어게임: 더 챌린지’ 제작을 발표하는 등 파급력은 1년이 지난 지금도 이어지고 있다. 김숙영 로스앤젤레스 캘리포니아대(UCLA) 연극학과 교수는 “지금도 미국에서는 오징어게임에 나온 게임을 직접 해보거나 디자인을 따라하는 등 인기가 지속되고 있다”고 말했다. 그는 “미국에서 가난을 소재로 한 드라마는 대개 홈리스가 주인공인데 오징어게임은 친숙한 주제로 낯선 시공간에서 신선함과 재미를 더했다”고 평가했다. 드라마에 담긴 메시지가 묵직했던 점 역시 에미상이 오징어게임을 선택한 요인으로 꼽힌다. 빈부격차가 심화되며 절망에 빠진 시대를 세련되면서도 과감한 방식으로 그려 좋은 평가를 받았다는 것. 드라마 평론가인 윤석진 충남대 국어국문학과 교수는 “미국은 자본주의를 상징하는 국가지만 이에 대한 풍자가 기생충이나 오징어게임만큼 잘 드러난 작품은 정작 미국에 없었다”며 “에미상은 감독의 날카로운 현실 인식과 예술적 성취에 주목한 것으로 보인다”고 했다. 황 감독은 기자간담회에서 “팬데믹을 겪고 있는 와중에 빈부격차, 자본주의 사회가 갖는 문제점 등을 지적한 주제의식에 (세계인이) 공감했던 것 같다”고 했다. 블룸버그통신은 “오징어게임이 다룬 문제는 국제적인 인플레이션과 겹쳐 세계에 메아리쳤다”고 수상 이유를 분석했다. 작품상은 ‘석세션’에 돌아갔다. 황 감독은 기자간담회에서 “오징어게임 시즌2로 작품상을 노려보고 싶다”고 말했다.손효주 기자 hjson@donga.com로스앤젤레스=김현수 특파원 kimhs@donga.com이지훈 기자 easyhoon@donga.com}

    • 2022-09-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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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피노키오, CG로 재탄생… 생생해진 환상세계

    1940년 디즈니가 내놓은 두 번째 장편 애니메이션 ‘피노키오’가 실사 영화로 리메이크됐다. 온라인동영상서비스(OTT) 디즈니플러스가 8일 공개한 ‘피노키오’다. 이번 작품은 피노키오를 만든 할아버지 제페토 역을 톰 행크스가 맡은 것부터 화제였다. 온화한 성품의 제페토로 분한 그에게선 전작 ‘엘비스’의 악마 매니저 톰 파커가 조금도 떠오르지 않는다. ‘천의 얼굴’이란 수식어가 가장 잘 어울리는 배우라 해도 될 정도. 아역배우 벤저민 에번 에인즈워스가 표현한 피노키오의 천진난만한 목소리 연기도 인상적이다. 컴퓨터그래픽(CG) 기술로 탄생한 피노키오는 원작 애니메이션을 뛰어넘어 실제 아이처럼 생생하다. 영화는 원작의 큰 줄기를 따라가면서도 일부는 시대의 흐름을 반영했다. 제페토 작업실 벽면 한가득 걸린 뻐꾸기시계의 캐릭터들은 백설 공주, 말레피센트 등 디즈니와 역사를 함께한 유명 캐릭터로 가득했다. 피노키오가 마부의 꼬임에 빠져 ‘오락의 섬’에 가서 먹는 것도 원작에선 맥주였지만 음료로 바뀌었다. 피노키오가 수위 높은(?) 비행을 저지르던 원작과 비교하면 순화된 부분이 많다. 피노키오에게 생명을 불어넣는 백인 요정을 흑인 여배우(신시아 어리보)가 맡은 건 현지에서 다소 논란이 이어지는 분위기. 어색하고 무리한 캐스팅이었다는 지적과 다양성을 추구하기 위해 필요한 선택이었단 옹호가 맞서고 있다. 연출은 ‘백 투 더 퓨처’(1987년) 시리즈를 비롯해 ‘포레스트 검프’로 1995년 아카데미 작품상, 남우주연상(톰 행크스), 감독상 등을 휩쓴 로버트 저메키스 감독이 맡았다. 원작 애니메이션에 처음 등장해 이젠 디즈니 영화 오픈 음악으로 자리 잡은 불후의 명곡 ‘When You Wish Upon a Star’는 이번에도 주제곡으로 사용돼 동화 세계로 이끈다. 피노키오의 양심 역할을 하는 귀뚜라미 지미니 목소리를 맡은 조지프 고든레빗, 마부 역의 루크 에번스 등 쟁쟁한 배우들의 활약도 관람 포인트. 다만 환상의 세계에 흠뻑 빠져들기에 스마트폰 화면은 너무 작다. 이왕이면 대형 TV 같은 큰 화면으로 보길 권한다. 손효주 기자 hjson@donga.com}

    • 2022-09-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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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실사영화로 탄생한 추억 속 애니 ‘피노키오’

    1940년 디즈니가 야심 차게 내놓은 두 번째 장편 애니메이션은 ‘피노키오’였다. 1883년 이탈리아 작가 카를로 콜로디(1826-1890)가 발표한 동화를 미국식으로 각색한 뒤 애니메이션으로 재탄생하자 엄청난 찬사가 이어졌다. 머릿속에서 막연하게 떠올리던 '동화 속 세계가 살아 움직이는 모습'에 감탄이 이어졌다.그리고 82년 뒤인 올해, 이 클래식 애니메이션이 다시 한번 관객들을 찾아왔다. 온라인동영상서비스(OTT) 디즈니플러스가 8일 공개한 실사영화 ‘피노키오’가 그 주인공. ‘라이언 킹’ ‘미녀와 야수’ ‘알라딘’ 등 디즈니 애니메이션들의 실사화가 잇따르는 가운데 과연 피노키오는 어떤 모습으로 되살아났을지를 두고 관심이 높다.영화는 나무 인형 피노키오를 만든 백발의 곱슬머리 '제페토 할아버지' 역을 톰 행크스가 맡은 것부터 관심을 집중시키기 충분했다. 온화한 성품의 제페토로 변신한 모습에선 행크스가 전작 ‘엘비스’에서 맡았던 악마 매니저 ‘톰 파커’가 전혀 떠오르지 않았다. 천변만화하는 연기자에게 주어지는 ‘천의 얼굴’이란 수식어가 아깝지 않았다.아역배우 벤저민 에반 아인스워스의 피노키오 연기도 주요 관람 포인트. 컴퓨터그래픽(CG) 기술과 실사를 섞어 탄생한 주인공 피노키오는 82년 전 원작 애니메이션에서 시공간을 넘어 그대로 튀어나온 듯하다. 실제 배우가 연기한 만큼 움직임은 진짜 아이처럼 자연스럽다. 실사와 CG를 자유자재로 오가며 자연스럽게 뒤섞이는 모습은 헐리우드의 발전된 기술을 제대로 보여준다. 원작 애니메이션의 큰 줄기를 충실히 따라가면서도 일부 장면은 달라진 시대상 등도 반영했다. 압권은 제페토의 작업실 벽면 한가득 걸린 뻐꾸기시계들이 일제히 시간을 알릴 때 튀어나오는 캐릭터들. 백설 공주와 말레피센트 등 디즈니의 유명 캐릭터들이 깜짝 출연했다. 1937년 디즈니 첫 장편 애니메이션 ‘백설 공주’ 이래로 디즈니 역사를 함께 한 캐릭터들을 한눈에 볼 수 있다. 피노키오가 마부의 꼬임에 빠져 ‘오락(pleasure)의 섬’에 간 뒤 마시는 것도 원작에선 맥주였지만 음료로 바뀌었다. 원작에서 피노키오가 유혹에 빠져 담배를 피우던 장면도 빠졌다. 수위 높은 비행을 저지르던 피노키오가 상당히 순화된 편이다. 원작에서 “진짜 아이가 되게 해 달라”는 제페토의 소원을 듣고 피노키오에게 생명을 불어넣어주는 금발의 백인 요정 역할이 흑인 여성(신시아 에리보)으로 바뀐 건 현지에서 말들이 많다. 디즈니가 정치적 올바름을 의식해 캐스팅에 무리수를 뒀다는 지적과 다양성을 추구하기 위한 올바른 캐스팅이었다는 여론이 충돌하고 있다.영화는 ‘백 투 더 퓨처(1987년)’ 시리즈를 연출하고 ‘포레스트 검프’로 1995년 아카데미 작품상, 남우주연상(톰 행크스), 감독상 등 주요 상을 휩쓸었던 로버트 저메키스 감독이 연출했다. 원작 애니메이션에서 처음 등장해 지금껏 디즈니 영화의 오픈 음악으로 쓰이는 불후의 명곡 ‘When You Wish Upon a Star’는 이번 영화에도 주제곡으로 그대로 쓰였다. 시청자들을 동화 속 세계로 몰입하는데 큰 역할을 해낸다. 피노키오의 양심 역할을 하는 귀뚜라미 지미니 목소리로 열연한 조셉 고든 레빗, 마부 역으로 출연한 루크 에번스 등 쟁쟁한 헐리우드 배우들의 활약도 관람 포인트. 다만 동화 속 세계에 온전히 빠져들기에는 스마트폰 화면은 다소 작은 느낌. 이왕이면 대형 TV 등 큰 화면으로 보길 권한다. 손효주기자 hjson@donga.com}

    • 2022-09-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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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거리두기 없는 ‘영화의 바다’ 열린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여파로 축소 운영됐던 부산국제영화제(BIFF·부국제)가 영화관 내 좌석 간 거리 두기를 모두 없애는 등 3년 만에 정상 개최된다. 다음 달 5일부터 14일까지 열흘간 부산 영화의 전당 일대에서 열리는 제27회 부국제는 팬데믹 이전의 온전한 모습으로 돌아온다. 중화권 스타 배우 량차오웨이가 자신의 출연작 6편을 들고 부산을 찾고 디즈니플러스 등 온라인동영상서비스(OTT) 드라마가 대거 상영되는 등 다양한 볼거리로 가득 차 있다. 부국제 집행위원회는 7일 이 같은 내용을 담은 제27회 영화제 개최 계획을 온라인 기자회견을 통해 발표했다. 개막작은 이란의 하디 모하게흐 감독 작품인 ‘바람의 향기’가 선정됐다. 이란의 한 시골 마을을 배경으로 하반신 장애가 있는 아버지가 전신마비 아들을 돌보며 살아가는 삶을 그린 작품이다. 허문영 집행위원장은 “모하게흐 감독은 부국제와 영화 이력을 함께해 온 아시아 차세대 거장”이라며 “‘바람의 향기’는 작고 고요하지만 어마어마한 감동과 울림을 주는 영화”라고 소개했다. 영화제에 공식 초청된 작품은 개막작을 비롯해 71개국 243편. 팬데믹 이전 300여 편에 비해선 여전히 적지만 지난해 70개국 223편, 2020년 68개국 192편과 비교하면 소폭 늘었다. ‘올해의 아시아영화인상’은 량차오웨이가 선정됐다. 량차오웨이는 ‘화양연화’ ‘해피투게더’ ‘무간도’ 등 자신이 선정한 대표작 6편을 상영하는 특별전 ‘양조위의 화양연화’에도 참석해 관객들과 직접 만날 예정이다. 부국제는 지난해 OTT 드라마를 영화관에서 상영하는 ‘온 스크린’ 부문을 신설해 화제를 모았다. 지난해엔 3편을 상영했지만 올해는 9편으로 크게 늘렸다. ‘온 스크린’은 OTT의 확산으로 영화와 드라마의 경계가 무너지고 있음을 보여주는 대표적인 부문이다. 이번엔 영화 ‘왕의 남자’(2005년)를 연출한 이준익 감독의 드라마 데뷔작 티빙의 ‘욘더’를 비롯해 디즈니플러스의 ‘커넥트’, 넷플릭스의 ‘썸바디’ 등 국내외 9개 작품이 공식 공개 전 부국제를 통해 먼저 선보일 예정이다. 6·25전쟁 당시 제작돼 실제 전투 장면이 담긴 영화 ‘낙동강’(1952년)도 특별 상영된다. 최근 원본 필름이 발굴돼 복원을 마친 이 영화는 부국제를 통해 처음 공개된다. 14일 상영되는 폐막작으로는 일본 이시카와 게이 감독이 연출한 ‘한 남자’가 선정됐다. 2018년 요미우리 문학상을 받은 히라노 게이치로의 동명 소설을 원작으로 한 영화로 자신의 과거를 지우고 싶은 욕망과 자신의 정체성에 대한 질문을 미스터리 형식으로 담아냈다. 손효주 기자 hjson@donga.com}

    • 2022-09-0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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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양조위와 함께 돌아온 부산국제영화제…3년 만에 정상개최

    팬데믹으로 축소 운영됐던 부산국제영화제(BIFF·이하 부국제)가 영화관 내 좌석 간 거리두기를 모두 없애는 등 3년 만에 정상 개최된다. 예년 모습으로 돌아오는 부국제는 중화권 스타 배우 량차오웨이(양조위)가 자신의 출연작 6편을 들고 부산을 찾고 디즈니플러스 등 온라인동영상서비스(OTT) 드라마가 대거 상영되는 등 다양한 볼거리로 행사로 가득 차 있다. 부국제 집행위원회는 7일 이 같은 내용을 담은 제27회 영화제 개최 계획을 온라인 기자회견을 통해 발표했다. 우선 개막일인 다음달 5일 공개되며 영화제의 문을 여는 개막작으로는 이란의 하디 모하게흐 감독 작품 ‘바람의 향기’가 선정됐다. 이란의 한 시골 마을이 배경인 이 영화는 하반신 장애가 있는 남자가 전신마비 상태인 아들을 돌보는 이야기를 중심으로 장애인들이 서로를 돕는 소소한 연대의 이야기를 그린다. 허문영 집행위원장은 개막작 선정 배경을 두고 “모하게흐 감독은 부국제와 영화 이력을 함께해 온 아시아 차세대 거장”이라며 “‘바람의 향기’는 작고 고요하지만 어마어마한 감동을 주는 영화”라고 소개했다.영화제에 공식 초청된 작품은 개막작을 비롯해 71개국 243편이다. 예년 300여 편에 비해선 여전히 적지만 팬데믹이 한창이던 지난해 70개국 223편, 이에 앞선 2020년 68개국 192편과 비교할 땐 소폭 늘었다. 개막식 당일 시상이 진행되는 ‘올해의 아시아영화인상’은 량차오웨이(양조위)가 받는다. 량차오웨이는 시상식에 참여하는 것은 물론 ‘화양연화’ ‘해피투게더’ ‘무간도’ 등 자신이 선정한 대표작 6편을 상영하는 특별전 ‘양조위의 화양연화’에도 참석해 관객들과 직접 만날 예정이다. 지난해 온라인동영상서비스(OTT) 드라마를 영화관에서 상영하는 ‘온 스크린’ 부문을 신설해 큰 화제를 모은 부국제는 이번에는 OTT 드라마 상영작을 지난해 3편에서 9편으로 크게 늘렸다. ‘온 스크린’은 OTT의 확산으로 영화와 드라마의 경계가 무너지고 있음을 보여주는 대표적인 부문이다. 이번엔 영화 ‘왕의 남자’를 연출한 이준익 감독의 드라마 데뷔작인 티빙의 ‘욘더’를 비롯해 디즈니플러스의 ‘커넥트’, 넷플릭스의 ‘썸바디’ 등 국내외 9개 작품이 공식 공개 전 부국제를 통해 먼저 선보일 예정이다. 6·25전쟁 당시 제작됐고, 실제 전투 장면이 담긴 세미 다큐멘터리 영화 ‘낙동강(1952년)’도 특별 상영된다. 최근 원본 필름이 발굴된 뒤 복원이 완료된 ‘낙동강’은 부국제를 통해 관객들과 최초로 만나게 된다. 14일 상영되는 폐막작으로는 일본 이시카와 케이 감독이 연출한 ‘한 남자’가 선정됐다. 2018년 요미우리 문학상을 받은 히라노 게이치로의 동명 소설을 원작으로 한 영화로 자신의 과거를 지우고 싶은 욕망과 자신의 정체성에 관한 질문을 미스터리 형식으로 담아냈다.손효주 기자 hjson@donga.com}

    • 2022-09-0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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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故강수연 추모 홈페이지 개설… 주요 작품-활동 사진 등 담아

    올해 5월 별세한 배우 강수연 씨(사진)를 추모하기 위해 유족이 만든 홈페이지가 최근 문을 열었다. ‘강수연 대한민국의 영원한 배우’라는 글귀와 고인의 생전 사진을 첫 페이지에 담았다. 고인의 프로필과 주요 작품, 수상 이력, 어린 시절부터 최근까지 활동한 모습을 담은 사진 및 일상 사진들을 볼 수 있다. 고인이 잠든 경기 용인공원 묘비에도 추모 사이트에 접속할 수 있는 QR코드가 새겨져 있다. 한편 11월 열리는 제17회 런던한국영화제에서는 고인의 출연작들이 상영될 예정이다.손효주 기자 hjson@donga.com}

    • 2022-09-0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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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범죄와의 전쟁’ 윤종빈, 6부작 드라마에 도전장

    명대사 “살아있네”로 유명한 영화 ‘범죄와의 전쟁: 나쁜 놈들 전성시대’(2012년)를 만든 윤종빈 감독의 드라마 데뷔작 ‘수리남’이 9일 공개된다. 현실세계를 맛깔 나게 세공해내는 윤 감독이 만든 작품인 만큼 그가 새로운 영역에 도전해 담아낸 세계는 어떤 모습일지 기대를 모으고 있다. 넷플릭스 오리지널 드라마 ‘수리남’은 제작비 350억 원이 투입된 대작으로 실화를 토대로 만들었다. 제목 그대로 브라질 북부에 있는 인구 약 60만 명의 다소 생소한 나라 수리남에서 벌어진 마약 범죄 사건을 다뤘다. 드라마는 한국에 홍어를 수출해 큰돈을 벌겠다며 수리남으로 건너간 사업가 강인구(하정우)의 이야기로 시작된다. 홍어가 잡히면 모두 갖다버리는 수리남은 홍어 어획의 노다지와 다름없는 곳. 그러나 꿈에 부푼 것도 잠시. 현지 교회 목사로 위장한 전요환(황정민)에게 속아 강인구는 홍어에 코카인을 넣어 한국에 밀반입하려 한 혐의로 현지 교도소에 수감된다. 요환은 한국과 범죄인 인도 조약을 맺지 않아 도피처로 최적인 수리남으로 달아난 뒤 현지 마약 유통을 장악한 마약왕이다. 인구는 사업을 망쳐버린 요환에게 이를 갈고, 그런 인구에게 국가정보원 요원 최창호(박해수)가 접근해 요환을 체포하자고 설득한다. 거액을 줄 테니 요환 곁으로 위장 잠입해 함께 수사하자는 것. 서울 강남구의 한 호텔에서 7일 열린 제작발표회에서 윤 감독은 “처음 이 이야기를 듣고 굉장히 흥미로웠는데 2시간 조금 넘는 영화 시나리오로 보니 흥미로운 부분이 많이 빠져 아쉬웠다”며 드라마에 도전한 배경을 밝혔다. 실제 ‘수리남’은 영화로 시작했다가 8부작 드라마로 노선을 바꾼 뒤 다시 6부작으로 축약됐다. 윤 감독의 페르소나로 불리는 배우 하정우가 작품 기획을 시작해 윤 감독에게 연출을 제안했다. 하정우는 “실화에 바탕을 둔 이야기가 주는 힘이 굉장했다”며 “남미의 그 작은 나라에서 한국인이 마약상을 한다는 것 자체가 재밌어서 영화든 드라마든 작품으로 만들면 좋겠다고 생각했다”고 말했다. 윤 감독은 인구가 가족에게 왜 그렇게 집착하는지, 생존 본능이 누구보다 강한 사람이 될 수밖에 없었던 이유가 무엇인지를 1968년 인구가 태어났을 때부터 그가 살아온 과정을 축약해 보여준다. 이를 통해 시청자들은 인구의 입장을 이해하며 이야기에 몰입하게 된다. 남미의 도미니카공화국은 물론이고 제주와 전주 등 국내 곳곳을 남미처럼 꾸며 담아낸 이국적인 풍광을 보는 것도 관람 포인트. 윤 감독은 “촬영 당시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이 너무 심각해 예정된 해외 촬영을 다 할 수 없어 눈물이 났다”며 “제주로 가족여행을 갔다가 문득 남미처럼 꾸밀 수 있겠다는 생각이 들어 도전했다”고 말했다. 악인 중의 악인을 연기한 황정민과 ‘오징어게임’의 상우에 이어 작품마다 다른 사람처럼 연기하는 천의 얼굴 박해수 등 주요 출연진의 연기는 러닝타임 내내 팽팽한 긴장감을 빚어낸다. 황정민은 “완성된 드라마를 보니 각자 맡은 캐릭터를 너무나도 훌륭하게 소화해냈다. 자기만의 아우라가 다 보였다”며 후배들의 연기를 극찬했다. 6시간 러닝타임 내내 관객을 빠져들게 하는 밀도 높은 연출력을 보고 있으면 윤 감독이 그간 2시간 안팎의 짧은 러닝타임 탓에 다 펼쳐보지 못한 능력을 모두 갈아 넣은 듯하다. 손효주 기자 hjson@donga.com}

    • 2022-09-0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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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죽은 아이들이 전화로 “탈출해” 단서 주는데…

    1970년대 미국 덴버의 한 마을. 동네 남자 아이들이 하나둘 사라진다. 실종된 아이는 다섯 명. 온 동네에 실종자를 찾는다는 벽보가 붙었지만 돌아오는 이는 없다. 납치 현장에서 검은색 풍선과 밴을 봤다는 목격담만 나돌 뿐이다. 13세 피니(메이슨 테임스) 역시 무사하지 못하다. 피니는 하굣길 검은색 밴을 타고 나타난 그래버(이선 호크)에게 납치된다. 깨어나 보니 침대 매트리스와 벽에 설치된 검은색 전화기가 전부인 지하실. 전화기는 선이 빠져 있다. 그런데 무슨 일인지 전화벨이 울린다. 전화를 건 이는 실종된 아이. 이미 그래버에게 살해된 5명은 차례로 전화를 걸어 피니에서 탈출 단서를 알려준다. 7일 개봉하는 영화 ‘블랙폰’에서 주인공 메이슨 테임스의 연기는 관객의 몰입을 이끌어낸다. 공포에 비명조차 나오지 않아 덜덜 떨기만 하는 모습과 긴장으로 가득한 숨소리까지 세밀하게 표현한다. ‘비포 선라이즈’ 시리즈의 인기로 로맨스 스타 이미지가 강한 이선 호크의 사이코패스 변신도 관람 포인트. 가면으로 얼굴을 가려 얼굴이 다 나오는 장면이 거의 없지만 섬뜩함과 기괴함, 잔혹함이 가면을 뚫고 나온다. 영화는 언뜻 죽은 아이들이 전하는 단서, 오빠를 구하려는 여동생 그웬이 꾸는 기묘한 꿈 등에 힘입어 피니가 살아남는 단순한 이야기를 하는 듯하다. 그러나 감독은 뻔한 공포물의 외관을 내세워 또래끼리의 연대와 초자연적인 현상 외에 기댈 것이 없는 아이들의 외로운 모습을 보여주는 데 초점을 맞춘다. 잔혹한 폭력에 일상적으로 노출되고 그런 폭력을 직접 행하는 아이들을 보여주며 아이들을 지켜주지 못하는 사회와 어른들을 비판한다. 감독은 그래버가 허리띠를 무기로 쓰고 작은 소리에도 과도하게 민감하게 반응하는 모습을 보여준다. 이는 피니와 그웬의 아버지가 아이들을 학대할 때 보여준 모습. 이 같은 장치를 이용해 아이들을 학대하는 아버지와 아이들을 죽일 궁리만 하는 사이코패스는 크게 다르지 않다는 것을 흘리듯 보여주는 연출력은 감탄스럽다. 마블 영화 ‘닥터 스트레인지’를 연출해 호평받은 스콧 데릭슨 감독의 작품이다. 공포에 압도당하다가 영화가 끝난 뒤엔 몇몇 장면을 곱씹으며 어른의 역할이란 무엇인지 생각하게 된다.손효주 기자 hjson@donga.com}

    • 2022-09-0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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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내 장애는 신이 주신 선물… 덕분에 배우로 성공”

    “윤여정 선생님을 제일 먼저 뵙고 싶어요. 내공 깊은 연기도 배우고 싶습니다.” 올 3월 아카데미 시상식에서 영화 ‘코다’로 남우조연상을 받은 농아인 배우 트로이 코처가 제19회 세계농아인대회 홍보대사 위촉식 참석차 6일 한국을 찾았다. 이날 서울 중구의 한 호텔에서 기자회견을 연 그는 “한국에서 누굴 만나고 싶으냐”는 취재진의 질문에 윤여정을 여러 번 언급하며 “꼭 만나고 싶다”고 답했다. 윤여정은 당시 남우조연상 시상자로 나와 수어로 “축하합니다. 사랑합니다”라고 표현한 뒤 코처를 호명해 화제가 됐다. 코처는 “윤 선생님이 트로피를 들어줘서 내가 수어로 편안하게 소감을 발표할 수 있었다. 정말 감사드린다”고 인사를 전했다. 농아인 배우가 아카데미에서 상을 받은 건 그가 두 번째다. 그는 “상을 받기 전 무명배우였지만 수상 이후 영화 출연 제의가 많아져 바쁘게 살고 있다”며 “나에게 아카데미상은 힘들게 공부해서 박사학위를 딴 것과 같다”고 했다. 이어 “할리우드는 이제 농아인 역할을 비장애인이 맡는 일이 많이 줄었다”며 “한국도 그런 날이 오길 바란다”고 했다. 그는 세계농아인대회 홍보대사를 맡아 대회 홍보에 나서는 한편 한국에서 농아들을 위한 교육자 역할도 하고 싶다고 밝혔다. 수어 보전의 중요성을 설파하는 등 대회 개최를 계기로 하고 싶은 일이 많다는 것. “제 장애는 신이 주신 선물이라고 생각해요. 그 선물 덕분에 배우 생활도 성공했고요. 저처럼 배우를 꿈꾸는 장애인들에게 자신 안의 열정과 꿈을 포기하지 말라고 꼭 말해주고 싶네요.”손효주 기자 hjson@donga.com}

    • 2022-09-0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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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오겜’ 美에미상 4관왕… 非영어 드라마 최초

    넷플릭스 ‘오징어게임’이 미국 방송계 최고 권위를 지닌 에미상에서 비영어 드라마 최초로 본상(프라임타임)을 받았다. 게임 참가자 지영 역할을 맡은 배우 이유미가 게스트 여배우상을 수상하는 등 4개 부문에서 상을 거머쥐었다. 미국 로스앤젤레스 마이크로소프트 극장에서 4일(현지 시간) 열린 제74회 크리에이티브 아츠 프라임타임 에미상 시상식에서 이유미는 게스트 여배우상 수상자로 선정됐다. 게스트 여배우상은 드라마의 여러 에피소드 중 특정 에피소드에 주연급으로 출연해 뛰어난 연기를 보여준 여배우에게 준다. 극 중 지영은 구슬치기 에피소드인 6화 ‘깐부’편에서 새벽(정호연)을 위해 희생한다. 이유미는 삶에 미련이 없는 지영을 섬세하게 표현하며 강렬한 인상을 남겼다. 프라임타임 에미상에서 연기상을 수상한 아시아 국적 배우는 이유미가 처음이다. 이유미는 미국 HBO 드라마 ‘석세션’의 호프 데이비스 등 후보에 오른 쟁쟁한 미국 드라마 출연자들을 제쳤다. 이유미는 이날 시상식 직후 “너무 행복하다. 믿어지지 않는다. 상의 무게 이상으로 더 열심히 하려고 노력하겠다”고 밝혔다. ‘오징어게임’은 스턴트 퍼포먼스상과 시각효과상(‘VIPS’ 편), 프로덕션디자인상(‘깐부’ 편)도 받았다. 후보에 오른 7개 부문 중 4개 부문을 석권한 것이다. 이 역시 비영어 드라마 사상 최초다. 1949년 제정된 에미상은 미국 TV예술과학아카데미(ATAS)가 주관하며 방송계의 아카데미상으로 불린다. 크리에이티브 아츠 프라임타임 에미상은 작품상, 남녀주연상, 남녀조연상, 감독상 등 연기 및 연출 주요 부문에 대한 시상을 진행하는 프라임타임 에미상에 앞서 진행된다. 예술·기술 부문 제작진을 대상으로 시상하되 일부 프라임타임 연기상도 포함한다. 현지 시간으로 12일 열리는 프라임타임 에미상에서 오징어게임은 △작품상 △감독상 및 각본상(황동혁) △남우주연상(이정재) △남우조연상(박해수, 오영수) △여우조연상(정호연) 부문에 후보로 올랐다. 이에 앞서 게스트 여배우상 등 4개 부문을 휩쓸면서 작품상이나 남우주연상 등 주요 부문의 수상 가능성도 높아지고 있다. ‘오징어게임’은 올해 1월 ‘깐부 할아버지’ 오영수가 미국 골든글로브 시상식에서 한국 배우 최초로 연기상을 받았고, 올해 3월엔 미국배우조합(SAG)상 시상식에서 이정재와 정호연이 한국 배우 최초로 SAG 남녀주연상을 받는 등 한국 드라마의 역사를 잇달아 새로 쓰고 있다.손효주 기자 hjson@donga.com}

    • 2022-09-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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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병석의 부모님이 “끝내고 싶다” 말한다면…

    “끝내고 싶으니 도와다오.” 병석에 누운 백발의 아버지가 중년의 딸을 보며 입을 뗀다. 무뚝뚝한 아버지가 딸의 손까지 붙잡고 부탁한다. 놀란 딸은 병실에서 뛰쳐나가 버린다. 7일 개봉하는 프랑스 영화 ‘다 잘된 거야’(사진)는 초반부 뇌중풍(뇌졸중)으로 쓰러진 뒤 반신이 마비된 84세 아버지 앙드레(앙드레 뒤솔리에)의 모습을 중점적으로 보여준다. 앙드레는 글씨조차 스스로 쓸 수 없다. 배변도 해결할 수 없어 변이 묻은 침대 위에서 몇 시간이고 도와줄 이가 오길 기다려야 한다. 공장을 운영하고 미술품을 수집하며 품격 있는 삶을 살아온 앙드레는 “숨만 쉰다고 사는 것이냐”며 비참한 신세를 한탄한다. “이건 내가 아니다”라며 딸 에마뉘엘(소피 마르소) 앞에서 아이처럼 울기도 한다. 딸은 아버지가 마음을 바꾸길 바라지만 아버지는 완강하기만 하다. 결국 스위스로 가 의료진이 마련한 약물을 환자 스스로 투여하는 ‘의사조력사’를 시행하기로 하고 날을 잡는다. 그런데 앙드레는 손자의 연주회를 보고 가야겠다며 조력사 날을 미루는가 하면 딸에게 직접 전화를 걸 수 있을 만큼 몸이 회복됐다고 기뻐하는 등 도통 알 수 없는 모습을 보인다. 그는 때때로 누구보다 강한 삶의 의지를 보이며 딸을 의아하게 만든다. 아버지는 결국 마음을 바꾸게 될까. 영화는 아버지와 딸이 작별을 준비하는 과정과 죽음의 날이 다가오며 겪게 되는 심리 변화를 보여주는 데 초점을 맞춘다. 차멀미로 구토하는 어린 딸을 다독이기는커녕 “많이 먹어서 그렇다”며 면박을 주기 바빴고, 가족에게 엄청난 비밀로 큰 상처를 줬던 애증의 대상인 아버지의 마지막을 함께해야 하는 딸의 복잡한 심경을 담아내는 데 주력한다. 원조 하이틴 스타 소피 마르소는 한층 깊어진 내면 연기로 애증을 표현하며 공감을 이끌어낸다. 비뚤어진 한쪽 입 등 반신이 마비된 환자를 연기한 앙드레 뒤솔리에의 연기도 관람 포인트다. 지난해 칸 영화제 경쟁부문에 초청되며 작품성을 인정받은 영화로, 프랑스 작가 에마뉘엘 베르넴이 딸로서 직접 겪은 일을 녹여낸 소설을 원작으로 만들었다.손효주 기자 hjson@donga.com}

    • 2022-09-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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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책의 향기]200년 전 ‘식물 이주’의 역사적 순간

    1829년 영국 런던. 호기심 많은 외과의사 너새니얼 워드의 집에서 인류의 역사를 바꿀 새싹이 고개를 내밀었다. 번데기가 나방이 되는 모습을 보려고 유리병 속에 마른 잎, 번데기, 흙을 넣어뒀는데 흙 표면 위로 새싹이 튼 것. 이 식물은 병 속에서 무려 3년을 살았다. 4년 뒤 워드는 양치류 등을 넣은 밀폐형 유리 상자를 호주 시드니까지 배에 실어 보냈다. 이후 호주 자생 식물 풀고사리 등을 같은 상자에 넣어 런던으로 보내는 실험도 진행했다. 두 실험은 대성공이었다. 식물을 살아있는 상태로 원거리를 이동시키는 일명 ‘워디언 케이스’가 발명된 순간이었다. 워디언 케이스는 식물을 종자 형태로 운반할 때 말라 죽거나 곰팡이가 피는 문제를 단번에 해결했다. 살아있는 식물을 그대로 운반하는 건 다른 대륙의 환경을 고스란히 이동시킨다는 점에서 주목받았다. 워디언 케이스는 바닐라 후추 등 온갖 식물을 유럽으로 들여오는 ‘마법의 상자’로 대활약하며 종묘업계와 식물학자들에게 각광받았다. 그러나 19, 20세기 제국주의 열강들은 식민지에 플랜테이션(대규모 상업농장)을 조성하기 위한 도구로 이를 악용했다. 독일은 카카오를 포함한 각종 식물 묘목을 이 상자에 실어 카메룬 등 식민지로 대량 운송했다. 식민지의 넓은 농경지와 인부들을 활용해 각종 식물을 재배하며 천문학적인 수익을 거뒀다. 게다가 이 상자는 바이러스나 병충해까지 그대로 이동시켜 생태계 균형을 무너뜨리는 주범으로 지목받았다. 인간이 위디언 케이스로 식물을 자유롭게 운반한 결과를 빛과 그림자로 나눠 균형 있게 조명한 저자의 통찰력과 낯선 식물 상자 이야기를 쉽고 흥미롭게 풀어 쓴 솜씨가 돋보인다. 손효주 기자 hjson@donga.com}

    • 2022-09-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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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판 키우고 웃음 더한 ‘공조2’, 추석 극장가 점령하나

    추석 연휴 개봉하는 유일한 한국영화 대작 ‘공조2: 인터내셔날’(7일 개봉)은 시작부터 관객의 혼을 빼놓겠다고 작심한 듯하다. 미국 뉴욕 한복판을 배경으로 시작하는 도입부는 ‘공조1’에 비해 스케일이 얼마나 커졌는지를 한눈에 보여준다. 미 연방수사국(FBI) 소속 잭(다니엘 헤니)은 뉴욕에서 마약을 유통하는 조직 우두머리인 북한 출신 장명준(진선규) 일당을 검거한 뒤 미국에 파견된 북한 형사 철령(현빈) 등에게 이들을 넘겨야 하는 상황에 처한다. 북-미 수교 협상이 진행되고 있는 첨예한 외교적 상황 때문이다. 장명준 일당이 도피를 시도하면서 뉴욕 한복판에선 FBI 요원 및 북한 형사들과 장명준 일당 사이에 총격전이 벌어진다. 차량 폭발, 추격전 등 화려한 장면은 이 영화가 한국영화인지 할리우드 영화인지 헷갈릴 정도다. 공조2는 2017년 설 연휴 당시 개봉해 관객 781만 명을 모은 전작을 뛰어넘기 위해 곳곳에 공들인 흔적이 엿보인다. 뉴욕 장면은 실제 뉴욕에서 촬영한 게 아니라는 사실을 알고 나면 크게 놀라게 된다. 국내에서 6개월 넘게 걸려 만든 세트를 활용한 것으로, 컴퓨터그래픽(CG) 및 촬영·미술 기술이 얼마나 발전했는지 실감케 한다. 영화는 몰입도를 끌어올린 뒤 철령과 한국 형사 진태(유해진)가 재회하는 모습을 보여주며 속편 이야기를 본격적으로 풀어낸다. 장명준 일당이 한국으로 숨어들자 노동당 지시를 받은 철령이 5년 만에 돌아온 것. 1편에서 진태와 철영 두 사람을 주축으로 남북 공조가 이뤄졌다면, 2편에선 잭까지 가세해 남북미 공조 수사가 진행된다. FBI 요원을 더해 판을 키운 것이다. 유해진은 이번에도 ‘웃음 일등공신’으로 활약한다. 전편에서 아내를 잃고 복수심에 불탔던 현빈 역시 2편에선 코믹한 모습이 부각된다. 현빈은 1일 언론 인터뷰에서 “1편에선 복수심이 주요 감정이었다면 이번엔 시간이 흐르면서 철령이 여유로워졌다”며 “그런 점을 살리려고 노력했다”고 했다. 유해진 역시 이날 “현빈 씨는 실제로도 재밌어졌더라. 그래서 극 중에서 철령에게 ‘재밌어졌어’라는 대사를 한 것”이라고 했다. 1편 흥행 요인 중 하나였던 진태의 처제 민영(윤아)의 분량은 크게 늘었다. 금방 사랑에 빠지는 철없는 캐릭터를 능청스럽게 소화해내며 큰 호평을 받았던 그는 이번엔 잭과 철령 두 사람 모두에게 반하는 역할로 웃음의 한 축을 담당한다. 민영을 사이에 두고 두 사람이 벌이는 신경전도 웃음 포인트. 후반부 고층 호텔 외벽과 곤돌라를 활용해 손에 땀나게 만드는 액션 장면은 이 영화를 봐야 할 이유로 꼽을 만하다. 짬뽕 국물을 묻힌 파리채 등 생활 속 소품을 활용한 창의적인 액션도 돋보인다. 반면 관객을 웃기려는 다소 억지스러운 설정이라는 혹평도 예상된다. 전편에서 웃음이 터졌던 몇몇 장면을 그대로 가져다 쓰는 등 ‘웃음 안전장치’를 과도하게 배치한 점 역시 아쉬운 부분이다. 유해진은 “공조2 제작 소식을 듣고 걱정했던 점이 뭐냐”는 취재진의 질문에 이렇게 답했다. “‘우려먹는다’고 하는데 혹시 전편에 기댄 방식으로 구성돼 있으면 어쩌나 하고 걱정했다. 그런 것 때문에 속편을 선호하지 않는데 공조2의 이석훈 감독과 ‘해적: 바다로 간 산적’(2014년)을 같이한 경험이 있어서 출연을 결정했다.” 손효주 기자 hjson@donga.com}

    • 2022-09-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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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천만영화 감독들 “정당한 저작권 대가 받고싶어”

    “영화 ‘최종병기 활’(2011년)을 준비할 때 케이블 방송에서 내 전작들이 방영되는 걸 봤다. 그걸 보며 ‘나도 배가 많이 고픈데 (방영 수익을) 좀 나눠주면 좋겠다’고 생각했다.” 31일 서울 영등포구 국회 의원회관에서 열린 ‘천만영화 감독들 마침내 국회로: 정당한 보상을 논하다’ 정책토론회 현장. 국내 박스오피스 사상 최고 흥행(1761만 명 관람) 기록을 세운 영화 ‘명량’(2014년)과 후속작 ‘한산: 용의 출현’으로 700만 명 이상 관객을 모은 김한민 감독이 초기작의 잇단 흥행 실패로 어려웠던 시절을 회상하며 이같이 말했다. 이날 토론회에는 김 감독 외에도 한국영화감독조합(DGK) 공동대표인 윤제균 감독을 비롯해 강제규 김용화 등 대표적인 천만 감독들과 ‘오징어게임’의 주역 황동혁 감독 등 조합 소속 감독 200여 명이 참석했다. 윤제균 감독은 “영화를 20년 했는데 이렇게 많은 감독들이 모인 모습은 처음 본다”고 말했다. 한국영화 감독들이 이례적으로 한자리에 모인 건 저작권법 개정안 통과를 촉구하기 위해서다. 유정주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대표 발의한 저작권법 개정안은 감독이나 작가 등의 저작자가 영상저작물(영화)의 저작재산권을 제작자 등에게 양도했더라도 향후 영화의 TV 방영이나 디지털 매체를 통한 유통 등으로 발생한 수익에 대해 정당한 보상을 받을 수 있는 조항을 주요 내용으로 한다. 현행 저작권법에는 이런 조항이 없어 별도 특약이 없는 한 감독과 작가는 저작재산권 양도 대금 등 영화 제작 초기에 받는 대가 외에 별도의 수익 배분을 받지 못하는 상황이다. ‘오징어게임’으로 세계적인 돌풍을 일으킨 황 감독은 넷플릭스로부터 일정 부분 보상을 받았지만 이는 관련법에 근거한 것이 아니라 흥행 이후 넷플릭스와의 별도 협의를 거친 결과였다. 이날 토론자로 나선 윤 감독은 “한국영화감독조합 회원이 500명이 넘는데 평균 연봉이 채 2000만 원이 안 된다”며 “저작권법 개정으로 정당한 보상을 보장해야 좀 더 능력 있고 열정 있는 후배들이 K콘텐츠 창작에 뛰어들고, 이로 인해 K콘텐츠가 세계에 더 오래 널리 알려지게 될 것”이라고 재차 강조했다. 해외 촬영차 자리에 참석하지 못한 감독들도 힘을 보탰다. 박찬욱 감독은 미국 로스앤젤레스 현지에서 화상 연결을 통해 “저작권법 개정안이 통과되면 감독과 작가가 저작자로서의 위치를 돌려받고 창작에 대한 정당한 대가를 받을 수 있는 길이 열리는 것”이라며 “그렇게 되면 한국 창작자들도 세계적인 수준의 환경 속에서 작업할 수 있을 것”이라고 강조했다. 손효주 기자 hjson@donga.com}

    • 2022-09-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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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다른 각도서 ‘1988년’을 소환해보고 싶었다”

    1988년 서울올림픽 직전의 서울, 그중에서도 노원구 상계동을 주요 배경으로 한 넷플릭스 오리지널 영화 ‘서울대작전’은 26일 공개 직후부터 혹평이 쏟아졌다. 가장 많은 지적은 영화 속에 구현된 1980년대가 한국의 1980년대 같지 않다는 것. 1960, 70년대 미국 디트로이트 등의 슬럼가에 더 가깝다는 평가가 나온다. ‘대형 빵꾸(펑크)사’란 이름의 자동차 정비소를 아지트로 활약하는 ‘빵꾸팸’ 멤버 동욱(유아인)과 우삼(고경표) 등 주인공들 역시 30여 년 전 미국 힙합 뮤지션처럼 꾸며 시간과 공간적 배경에 의문이 들게 한다. 영화를 연출한 문현성 감독은 29일 화상 인터뷰에서 “기획 단계부터 그런 지적을 많이 들었다”며 “1980년대를 다룬 기존 영화들이 진중한 분위기였는데 당시 그런 분위기만 있었던 건 아니다. 유별난 캐릭터들을 앞세워 다양한 당시 모습 중 한 부분을 집중 조명해 보고 싶었다”고 밝혔다. 영화는 ‘빵꾸팸’이 안 검사(오정세)의 지시로 비밀수사에 투입되는 이야기를 다룬다. 이들의 임무는 500억 원이 넘는 군사정권의 비자금 실체를 밝히는 것. 안 검사는 미션을 성공적으로 수행하면 동욱과 친구들의 전과를 없애주고 이들이 원하는 대로 미국에 보내주겠다고 제안한다. 극중 우삼이 ‘학살 전문 독재자’라고 칭하는 대통령은 임기를 채우고 직을 내려놓자마자 사채시장의 대통령이라 불리는 강 회장(문소리)과 함께 비자금 세탁에 돌입한다. ‘빵꾸팸’ 멤버들은 강 회장의 운전사로 위장 취업해 비자금을 운반하며 관련 장부 등 결정적 증거 찾기에 나선다. 영화는 고 전두환 전 대통령이나 1980년대 ‘사채 시장의 큰손’ 장영자 씨의 실명을 언급하진 않는다. 그러나 누가 봐도 전 전 대통령이 확실한 초상화와 뒷모습을 보여주는 등 실제 인물과 역사적 사실을 기반으로 하고 있음을 보여준다. 문 감독은 “과거 역사적 사실에서 일부 모티브를 가져온 건 맞다”며 “실제 올림픽을 앞두고 한국에선 지금 생각해보면 말도 안 되는 일들이 있었다. ‘서울대작전’은 그중 한 조각을 표현한 것”이라고 했다. 그러나 블랙코미디 요소는 영화 속에서 단편적으로 소비되는 데 그친다. 영화가 앞세우는 자동차 추격 액션은 속도감이 나지 않고, 추격 장면에 적용된 컴퓨터그래픽(CG)은 스튜디오에서 촬영한 것이 티가 날 정도로 어색하다. 문 감독은 “하나부터 열까지 아쉬운 것이 많지만 제작진은 나름의 큰 포부를 가지고 특히 기술적인 부분에서 시도할 수 있는 해결책을 총동원해 촬영했다”며 “그간 접해온 시각과는 다른 각도에서 1988년을 소환해보는 게 영화의 관람 포인트가 될 것”이라고 말했다.손효주 기자 hjson@donga.com}

    • 2022-08-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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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현실로 닥쳐온 재난물, 영화 같지 않은 영화

    한번 상상의 나래를 펼쳐본다. 3년 전에 영화 ‘락다운 213주’(원제: Songbird·사진)가 개봉했다면 반응이 어땠을까. 관객들은 “말도 안 되는 얘기”라 코웃음 쳤을지도 모른다. 바이러스 하나 때문에 세상이 저 지경이 되는 게 말이 되느냐고. 하지만 지금은 미소조차 쉽게 나오질 않는다. 영화는 2024년이 배경. 제목처럼 ‘코로나-23’이란 신종 바이러스가 확산돼 록다운(봉쇄) 조치가 시행된 지 213주가 지났다. 봉쇄 4년이 넘은 미국 로스앤젤레스(LA)는 전쟁이 훑고 간 폐허 지역을 방불케 한다. 주 정부는 “허가 없이 집 밖으로 나오면 사살하겠다”고 경고하고 실제로도 총을 드는 데 거리낌이 없다. 가정집들도 문 앞에 “무단침입자 사살”이란 경고를 붙여놓았을 정도다. 그나마 통행이 가능한 건 당국으로부터 면역력을 지녔다고 인정받은 극소수뿐이다. 니코(KJ 아파)는 면역자라 우편물 배달원으로 일할 수 있다. 하지만 허락받지 못한 여자친구 세라(소피아 카슨)는 만날 수 없다. 현관문을 사이에 두고 두 사람이 대화하는 장면은 얼마 전까지 격리가 일상적이던 우리네 모습과 다를 바 없다. ‘락다운 213주’는 촬영기법에서도 현장감이 넘친다. 많은 장면을 스마트폰 카메라와 레저스포츠용 카메라 등으로 촬영하고, 폐쇄회로(CC)TV 감시카메라로 촬영된 장면도 활용했다. 흔들림까지 그대로 담아내 실제 다큐멘터리 같은 느낌을 살렸다. 특히 세라의 할머니가 열이 나자 보건당국이 격리구역으로 가족들을 강제 이송하려고 무장한 채 들이닥치는 장면은 온몸에 털이 솟구친다. 중국 상하이 등에서 벌어진 고강도 봉쇄 조치를 떠올리면 영화에서나 일어날 일이라 치부하기 어렵지 않나. 미 할리우드 액션영화의 대가인 마이클 베이 감독이 제작을 맡은 작품. 실제 LA 등 미국 여러 주에서 팬데믹으로 통행금지가 내려졌을 당시에 시나리오를 썼다고 한다. 공포영화 ‘행맨’(2015년) 등을 연출했던 애덤 메이슨 감독이 메가폰을 잡았다. 메이슨 감독은 “이 영화는 지금 우리가 살고 있는 세상을 담은 ‘타임캡슐’”이라 설명했다. 다만 인물의 선악 구도가 지나치게 단순화된 점은 이 세상을 제대로 담았다고 보기엔 다소 아쉽다. 31일 개봉.손효주 기자 hjson@donga.com}

    • 2022-08-2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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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늦여름 극장가 얼어붙었다… 한국영화 빅4 흥행 부진

    가을의 문턱에 막 들어선 것과는 달리 극장가에는 겨울 냉기가 돌고 있다. 극장가 최대 성수기인 여름 시장에 ‘빅4’로 불리는 한국영화 대작 4편이 개봉했지만 흥행 성적이 기대에 못 미치면서 분위기가 얼어붙은 것. 예상을 밑도는 성적표를 받아든 주요 배급사들은 팬데믹 기간 창고에 쌓아둔 대작들의 개봉일을 잡지 못하고 고심하고 있다. 25일 현재 가을 시장 개봉을 확정한 순제작비 100억 원 이상의 대작은 ‘공조2: 인터내셔날’(9월 7일)이 유일하다. ‘정직한 후보2’ ‘인생은 아름다워’(이상 9월 28일) 등 일부 중소 규모 영화들만 개봉을 확정한 상태다. ‘한산: 용의 출현’ ‘헌트’ ‘비상선언’ ‘외계+인’ 등 ‘빅4’ 한국영화 중 24일까지 ‘한산’만 관객 682만 명을 동원하며 손익분기점을 넘겼다. 하지만 이마저도 기대치에는 못 미친다. ‘한산’은 전작 ‘명량’이 박스오피스 사상 가장 많은 관객인 1760만여 명을 모았고, 개봉 초기 호평이 쏟아지면서 ‘1000만 예약 영화’라는 평가가 나왔지만 결과는 예상을 밑돌았다. 여전히 남아 있는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확산 우려와 비싼 관람료 탓에 ‘빅4’ 중 한두 편만 엄선해 관람하는 분위기가 퍼진 점 등은 여름시장 흥행 부진의 원인으로 꼽힌다. ‘빅4’로 분위기를 띄운 다음 가을부터 쌓인 대작들을 하나둘 풀어내려던 영화 배급사들은 난감해하고 있다. 한 영화 배급사 관계자는 “비싼 관람료에 따른 반발 심리인지 관객들이 어느 때보다 냉철해지고 빈틈이 보이는 영화에 대한 혹평 수위가 가혹한 수준으로 높아지면서 수작급 영화가 아닌 이상 개봉이 부담스럽다”고 했다. 또 다른 배급사 관계자는 “‘빅4’ 중 하나라도 잭팟을 터뜨렸다면 자신감을 가지고 가을 개봉을 결정할 텐데 ‘한산’마저 애매한 성적을 거두면서 배급사 대부분이 자신감을 잃고 있는 상황”이라고 전했다. 롯데엔터테인먼트가 추석 연휴 극장가에 신작 대작 대신 이례적으로 지난해 개봉한 ‘모가디슈’를 재개봉하기로 한 것도 여름시장 대작 정면 대결의 결과가 ‘관객 나눠먹기’와 출혈 경쟁으로 이어진 것과 무관치 않다는 해석이 나온다. 현재 CJ ENM, 롯데엔터테인먼트 등 각 배급사에는 개봉하지 못한 영화가 쌓여 있다. 대표적인 영화가 안중근 의사를 주인공으로 한 윤제균 감독의 뮤지컬 영화 ‘영웅’이다. 우주인 이야기를 다룬 김용화 감독의 영화 ‘더 문’, 강제규 감독의 복귀작 ‘보스턴 1947’ 등도 언제 빛을 볼 수 있을지 불투명하다.손효주 기자 hjson@donga.com}

    • 2022-08-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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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가을 극장가 대작 씨가 말랐다”…빅4 예상밖 성적에 개봉일 못잡아

    가을의 문턱에 막 들어선 것과 달리 극장가에는 겨울 냉기가 돌고 있다. 극장가 최대 성수기인 여름 시장에 ‘빅4’로 불리는 한국영화 대작 4편이 개봉했지만 흥행 성적이 기대에 못 미치면서 분위기가 얼어붙은 것. 예상을 밑도는 성적표를 받아든 주요 배급사들은 팬데믹 기간 창고에 쌓아둔 대작들의 개봉일을 잡지 못하고 고심하고 있다. 25일 현재 가을 시장 개봉을 확정한 순제작비 100억 원 이상의 대작은 ‘공조2: 인터내셔날(9월 7일)’이 전부. 이 외에는 ‘정직한 후보2’ ‘인생은 아름다워’(이상 9월 28일) 등 중소규모 영화들만 개봉을 확정했다. 영화팬들 사이에서는 “가을 극장가에 한국영화 씨가 말랐다”는 말까지 나온다. ‘한산: 용의 출현(이하 한산)’ ‘헌트’ ‘비상선언’ ‘외계+인’ 등 ‘빅4’ 한국영화 중 25일 현재까지 손익분기점을 넘긴 영화는 682만 명을 모은 ‘한산’이 유일하다. 하지만 이마저도 기대치에는 못 미친다. ‘한산’은 전작 ‘명량’이 박스오피스 사상 가장 많은 관객인 1760만여 명을 모았고, 개봉 초기 호평이 쏟아지면서 ‘1000만 예약 영화’라는 평가가 나왔지만 결과는 예상을 밑돌았다. ‘한산’은 29일부터 온라인동영상서비스(OTT) 쿠팡플레이에서도 공개될 예정이다. 이로인해 최종 관객 수는 700만 명가량에 그칠 것으로 보인다. 여전히 남아있는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감염 공포와 폭우, 비싼 관람료 탓에 ‘빅4’ 중 한 두 편 정도만 엄선해 관람하는 분위기가 확산된 점 등은 여름시장 흥행 부진 원인으로 꼽힌다. ‘빅4’로 분위기를 띄운 다음 가을부터 쌓인 대작들을 하나 둘 풀어내려던 영화 배급사들은 난감해하고 있다. 한 영화 배급사 관계자는 “비싼 관람료에 따른 반발 심리인지 관객들이 어느 때보다 냉철해지고 빈틈이 보이는 영화에 대한 혹평 수위가 가혹한 수준으로 높아지면서 수작급 영화가 아닌 이상 개봉이 부담스럽다”고 했다. 또 다른 배급사 관계자는 “‘빅4’ 중 하나라도 잭팟을 터뜨렸다면 자신감을 가지고 가을 개봉을 결정할 텐데 ‘한산’마저 애매한 성적을 거두면서 배급사 대부분이 자신감을 잃고 있는 상황”이라고 전했다. 롯데엔터테인먼트가 추석 연휴 극장가에 신작 대작 대신 이례적으로 지난해 개봉한 ‘모가디슈’를 재개봉하기로 한 것도 여름시장 대작 정면대결의 결과가 ‘관객 나눠먹기’와 출혈 경쟁으로 이어진 것과 무관치 않다는 해석이 나온다. 현재 CJ ENM, 롯데엔터테인먼트 등 각 배급사에는 개봉하지 못한 영화가 쌓여있다. 대표적인 영화가 안중근 의사를 주인공으로 한 윤제균 감독의 뮤지컬 영화 ‘영웅’이다. 2019년 말 촬영을 끝냈지만 팬데믹 여파에 이어 여름시장 대작 흥행 부진이 이어지면서 연말쯤에야 개봉할 것으로 보인다. 우주인 이야기를 다룬 김용화 감독의 영화 ‘더 문’, 강제규 감독의 복귀작 ‘보스턴 1947’ 등은 언제 빛을 볼 수 있을지 불투명하다. 정지욱 영화평론가는 “대작 4편의 경쟁 과열이 한국영화에 대한 관객들의 피로도를 높인 만큼 당분간 대작 개봉은 쉽지 않을 것”이라며 “대작 적체가 해소되지 않으면 신작 제작이 계속 밀리면서 한국영화산업이 전반적으로 침체될 우려가 있다”고 말했다.손효주 기자 hjson@donga.com}

    • 2022-08-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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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갑자기 시간이 멈췄다… 아, 사랑에 빠졌군

    의대생 율리에(레나테 레인스베)는 의학에 싫증을 느끼고 심리학으로 전공을 바꾼다. 새로운 세상이 열린 듯 기뻐한 것도 잠시, 또 싫증이 난다. “내가 좋아하는 게 뭔지 이제야 깨달았다”며 이번엔 사진작가가 되겠다고 나선다. 충동적이고 변덕스러운 성격은 연애에서도 마찬가지다. 파티에서 열다섯 살 위의 유명 만화가 악셀(아네르스 다니엘센 리)을 만나 사랑에 빠졌지만, 세대 차이와 성격 차이로 갈등을 겪는다. 성공한 남자친구는 무엇 하나 이룬 것 없는 자신을 초라하게 만든다. 율리에는 곧 악셀과 정반대되는 매력을 가진 또래의 평범한 남성 에이빈드(헤르베르트 노르드룸)에게 사랑을 느낀다. 25일 개봉한 노르웨이 영화 ‘사랑할 땐 누구나 최악이 된다’는 제목만 볼 땐 왠지 뻔한 로맨스물 같지만, 로맨스 자체에 집중하지 않는 작품이다. 로맨스는 율리에가 자아를 찾고 성장해가는 모습을 그리는 데 활용되는 일종의 장치다. 관람 포인트는 “내 인생인데 조연 역할을 하는 기분”이라며 연애와 일에서 모두 갈피를 못 잡고 방황하는 율리에가 삶의 주연이 될 수 있을지 지켜보는 것. 이 영화로 지난해 칸영화제 여우주연상을 받은 레인스베는 연인에 대한 애정이 미묘하게 변해가는 모습을 섬세하게 표현한다. 잘나가는 남자친구에게서 박탈감을 느끼는 모습을 대사 없이 표정으로만 나타낸 장면은 그가 왜 상을 받았는지를 설득시킨다. 명쾌하게 정의 내릴 수 없는 복잡한 감정을 표현하는 입체적인 연기가 돋보인다. 율리에가 에이빈드를 만나기 위해 노르웨이 수도 오슬로 거리를 가로지르는 장면은 두 사람 외에 모든 사람들이 멈추게 하는 방식으로 담았다. 사랑에 빠진 이들의 마음을 판타지처럼 담아낸 명장면이다.손효주 기자 hjson@donga.com}

    • 2022-08-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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