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극우 성향 사이트 ‘일간베스트저장소’(일베)에 ‘여친 인증’이라는 제목으로 여성의 신체 사진이 첨부된 글이 잇따라 올라와 경찰이 수사에 착수했다. 일베에는 19일 새벽부터 ‘여친 인증’이라는 글이 다수 올라왔다. 게시글은 대부분 여자친구 또는 전 여자친구를 인증한다며 여성의 신체를 찍은 사진들이었다. 구도상 몰래 찍었을 것으로 추정되거나 여성의 얼굴과 나체가 함께 찍힌 사진도 여러 장 올라왔다. 논란이 거세지자 작성자들이 게시글을 대부분 삭제한 것으로 알려졌다. 경찰청 사이버성폭력특별수사단은 이날 일베 수사를 전담해온 서울지방경찰청에 내사 착수를 지시한 것으로 알려졌다. 경찰청 관계자는 “문제의 사진이 불법 촬영물이면 작성자가 1차 책임을 지게 되고 (일베) 운영자도 이를 방치하면 처벌을 피할 수 없을 것”이라고 밝혔다. 이날 청와대 국민청원 게시판에는 ‘일베 여친, 전 여자친구 몰카 사건’의 철저한 수사를 촉구하는 청원 글도 올라왔다. 청원인은 “‘일간베스트’에 여친 인증, 전 여친 인증 등의 제목의 글과 함께 여자가 벗고 있는 사진, 모텔에서 자는 사진, 성관계하는 사진 등이 여러 개 올라왔다”며 “댓글에 성희롱도 만만치 않다. 페이스북 등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로 퍼가는 2차 가해 행위도 엄중히 처벌해 달라”고 호소했다. 오후 8시 현재 7만2000여 명이 이 글에 동의했다.이지훈 기자 easyhoon@donga.com}

이른바 ‘이수역 폭행사건’은 ‘화장을 안 하고 머리가 짧은 여자라는 이유만으로 남성들에게 폭행을 당했다’는 취지의 인터넷 글 때문에 국민의 공분을 불러일으켰다. 하지만 여성 비하와는 무관한 사건으로 밝혀지고 있다. 경찰 수사 결과 피해자라고 주장했던 여성 측이 먼저 시비를 걸었고 남성의 손을 친 것으로 조사됐다. 국민들의 억울한 사정을 듣기 위해 만들어진 청와대 국민청원 게시판이 오히려 ‘가짜뉴스’가 유통되는 창구로 악용된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여성 일행이 먼저 시비 걸고 신체 접촉” 이 사건이 처음 알려진 건 피해자라고 주장한 여성이 14일 오후 5시경 한 인터넷 커뮤니티에 글을 올리면서부터다. 같은 날 오후 청와대 국민청원 게시판에도 같은 취지의 글이 올라왔다. 인터넷 커뮤니티 글에서는 “주점에서 언니와 둘이 맥주를 마시고 있었는데 옆 테이블의 커플이 지속적으로 저희를 쳐다봤다”는 게 시비의 발단이었다고 주장했다. 이어 “아무 관련 없는 남자 5명이 말싸움에 끼어들어 커플 테이블과 합세해서 우리를 비난하고 공격했다” “남자들이 ‘말로만 듣던 메갈(남성 혐오 사이트)× 실제로 본다’ 등 인신 공격도 서슴지 않았다”고 주장했다. 청원 게시판 글에는 “화장을 하지 않고, 머리가 짧단 이유만으로 (여성) 피해자 두 명은 남자 5명에게 폭행을 당했다”며 가해자의 강력한 처벌을 요구했다. 이를 본 일부 연예인, 정치인 등이 ‘여성 혐오 범죄가 일어났다’는 글을 게시하며 불에 기름을 부었다. 사흘 만에 34만 명이 넘는 사람이 여성 비하 사건이라고 믿고 분노하며 강력 처벌에 동의했다. 하지만 경찰의 조사 결과는 이와 상반된다. 서울 동작경찰서는 16일 브리핑에서 “여성들이 큰 소리로 소란을 피웠고 이 과정에서 남녀 커플이 쳐다보자 여성들이 ‘뭘 쳐다보냐’고 하다가 말다툼이 벌어졌다”고 밝혔다. 여성들이 먼저 시비를 걸었다는 것이다. ‘남성들이 먼저 신체 접촉을 했다’ ‘여성이라는 이유로 무차별 폭행했다’는 주장도 사실이 아니었다. 경찰은 “폐쇄회로(CC)TV, 진술 등을 종합한 결과 여성 일행이 먼저 남성들에게 신체 접촉을 시도한 것으로 확인됐다”고 밝혔다. 주점 밖에 나가서 담배를 피우고 돌아오는 남성들에게 여성들이 “안 가고 뭐 하냐”며 시비를 걸었고, 여성 1명이 먼저 남성의 손을 쳤다는 것이다. 이후 폭행 과정은 아직 확인되지 않았다. 경찰은 A 씨(21) 등 20대 남성 3명과 B 씨(23·여)를 폭행 혐의로 입건한 상태다. ○ “언론의 검증 기능 중요” 사건 당사자에 대한 조사조차 이뤄지지 않은 상황에서 경찰이 브리핑을 한 것은 이례적이다. 경찰 관계자는 “사건 당사자로 추정되는 사람이 인터넷에 올린 글 때문에 논란이 거세졌고 확인되지 않은 영상이나 이야기가 많이 돌아 자리를 만들었다”고 설명했다. 사건이 벌어진 주점은 14일 오후부터 항의 전화에 시달리고 있다고 한다. 주점 직원 C 씨는 “젊은 여성들이 전화를 걸어 ‘한남충’ ‘미친놈’ 등의 욕설을 퍼부었다”며 “물리적인 테러를 가할까 봐 굉장히 겁난다”고 말했다. 인터넷에 올라온 주장이 사실 확인 없이 유포돼 ‘마녀사냥’으로 이어진 사례가 적지 않다. ‘내 아이가 버스에서 내리기에 하차를 요구했지만 세워주지 않았다’며 240번 버스 운전사를 고발한 내용의 글이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에 게재되며 논란이 거셌지만 대부분 사실이 아닌 것으로 확인됐다. ‘김포 어린이집 사건’도 맘카페에 올라온 확인되지 않은 글이 발단이 돼 여교사가 극단적인 선택을 했다. 이준웅 서울대 언론정보학과 교수는 “청와대 게시판에도 언제든 가짜뉴스가 올라올 수 있다”면서 “이번 사건처럼 언론이 제대로 사실을 확인해 ‘조기 진압’하는 게 중요하다”고 말했다.이지훈 easyhoon@donga.com·김정훈 기자}

대학수학능력시험이 치러진 15일 오전 8시 5분경. 입실 마감을 5분 남겨두고 서울 중구 이화여자외국어고 정문 앞에 할리데이비슨 오토바이 한 대가 멈춰 섰다. ‘수험생 수송 차량’이라 적힌 흰 종이가 붙은 오토바이에서 헬멧을 쓴 여학생이 내렸다. “태워주셔서 감사합니다!” 운전자 한덕희 씨(53)에게 허리 숙여 인사를 건넨 학생은 서둘러 교문으로 들어섰다. 8년째 ‘지각 수험생’을 수송하는 봉사활동을 하는 한 씨는 할리데이비슨 일렉트라 동호회원이다. 한 씨는 “원래 이런 걸 좋아하기도 해서 (8년째) 하고 있다. 학생이 긴장한 것 같아 오는 내내 ‘시험 잘 볼 수 있다’고 격려해줬다”며 쑥스러워했다. 매년 수능일 아침마다 학교 앞에서 벌어지던 후배들의 응원전은 올해도 어김없었다. 이날 이화여자외고 앞은 보성여고 덕성여고 등 6개교에서 온 학생 70여 명의 응원 열기로 뜨거웠다. 북, 꽹과리, 소형 확성기 등 온갖 종류의 응원도구가 눈에 띄었다. ‘재수 없는 하루 파이팅’ ‘잘 풀고 잘 찍자’ 등이 적힌 팻말을 든 학생들은 목이 터져라 응원 구호를 외쳤다. 제자들을 응원하기 위해 시험장을 찾은 서울 성심여고 3학년 담임교사 김주석 씨(56)는 “최근 긴장해서인지 몸이 안 좋은 아이들이 많은 듯해 걱정”이라고 했다. 올해는 ‘수능 추위’가 없어서 수험생들의 옷차림은 비교적 가벼웠다. 동갑내기 사촌과 나란히 수험장을 찾은 박경택 군(18)은 “시험장에 들어가야 실감이 날 것 같지만 긴장하지 않고 최선을 다하겠다”고 다짐했다. 지난해 규모 5.4 지진이 발생했던 경북 포항지역의 수험생들은 지진에 대한 긴장감 속에서도 차분하게 수능을 치렀다. 9월 포항시 북구 동쪽 29km 지점에서 규모 2.4의 지진이 발생한 이후에는 지진이 일어나지 않았다. 포항 장성고 추동규 군(18)은 “올해는 큰 지진이 없어 별다른 동요 없이 시험 준비에만 매진했고 포항의 다른 수험생들도 마찬가지일 것”이라고 말했다. 포항 동성고 3학년 수험생 아들을 둔 이소영 씨(49·여)는 “올해도 혹시나 지진이 생기지 않을까 걱정했는데 아무 일이 생기지 않아 다행”이라며 가슴을 쓸어내렸다. 이날 경찰·소방당국은 전국 수험생 156명을 시험장에 태워다주고 수험표를 찾아주는 등의 수능 도우미 활동을 벌였다. 당국의 도움을 받은 수험생 대부분은 교통정체, 고사장 착오 등으로 제 시간에 고사장에 도착하지 못할 위기에 놓였던 것으로 알려졌다. 시험이 끝난 오후 5시경 서울 용산고의 굳게 닫힌 철문이 열리며 시험을 마친 수험생들이 쏟아져 나왔다. 수능 부담에서 벗어나 밝은 표정들이었다. 학생들은 “수능 끝났다”고 외치며 달리거나 정문 밖에서 기다리는 부모를 향해 손을 흔들기도 했다. 수험생 학부모 이지연 씨(45·여)는 “그동안 정말 힘들었을 걸 알기에 눈물이 나려고 한다. ‘결과와 상관없이 정말 애썼다’는 말부터 해주고 싶다”고 밝혔다.김은지 eunji@donga.com·이지훈 / 포항=박광일 기자}

대학수학능력시험이 치러진 15일 오전 8시 5분경. 입실 마감을 5분 남겨두고 서울 중구 이화여자외국어고 정문 앞에 할리데이비슨 오토바이 한 대가 멈춰 섰다. ‘수험생 수송 차량’이라 적힌 흰 종이가 붙은 오토바이에서 헬멧을 쓴 여학생이 내렸다. “태워주셔서 감사합니다!” 운전자 한덕희 씨(53)에게 허리 숙여 인사를 건넨 학생은 서둘러 교문으로 들어섰다. 8년째 ‘지각 수험생’을 수송하는 봉사활동을 하는 한 씨는 할리데이비슨 일렉트라 동호회원이다. 한 씨는 “원래 이런 걸 좋아하기도 해서 (8년째) 하고 있다. 학생이 긴장한 것 같아 오는 내내 ‘시험 잘 볼 수 있다’고 격려해줬다”고 쑥스럽게 말했다. 매년 수능일 아침마다 학교 앞에서 벌어지던 후배들의 응원전은 올해도 어김없었다. 이날 이화여자외고 앞은 보성여고 덕성여고 등 6개교에서 온 학생 70여 명의 응원 열기로 뜨거웠다. 북, 꽹과리, 소형 확성기 등 온갖 종류의 응원도구가 눈에 띄었다. ‘재수 없는 하루 파이팅’ ‘잘 풀고 잘 찍자’ 등이 적힌 팻말을 든 학생들은 목이 터져라 응원 구호를 외쳤다. 제자들을 응원하기 위해 시험장을 찾은 서울 성심여고 3학년 담임교사 김주석 씨(56)는 “최근 긴장해서인지 몸이 안 좋은 아이들이 많은 듯해 걱정”이라고 했다. 올해는 ‘수능 추위’가 없어서 수험생들의 옷차림은 비교적 가벼웠다. 동갑내기 사촌과 나란히 수험장을 찾은 박경택 군(18)은 “시험장에 들어가야 실감이 날 것 같지만 긴장하지 않고 최선을 다하겠다”고 다짐했다. 지난해 규모 5.4 지진이 발생했던 경북 포항지역의 수험생들은 지진에 대한 긴장감 속에서도 차분하게 수능을 치렀다. 9월 포항시 북구 동쪽 29㎞ 지점에서 규모 2.4의 지진이 발생한 이후에는 지진이 일어나지 않았다. 포항 장성고 추동규 군(18)은 “올해는 큰 지진이 없어 별다른 동요 없이 시험 준비에만 매진했고 포항의 다른 수험생들도 마찬가지일 것”이라고 말했다. 포항 동성고 3학년 수험생 아들을 둔 이소영 씨(49·여)는 “올해도 혹시나 지진이 생기지 않을까 하고 걱정했는데 아무 일이 생기지 않아 다행”이라고 가슴을 쓸어내렸다. 이날 경찰·소방당국은 전국 수험생 156명을 시험장에 태워다주고 수험표를 찾아주는 등의 수능 도우미 활동을 벌였다. 당국의 도움을 받은 수험생 대부분은 교통정체, 고사장 착오 등으로 제 시간에 고사장에 도착하지 못할 위기에 놓였던 것으로 알려졌다. 시험이 끝난 오후 5시경 서울 용산고의 굳게 닫힌 철문이 열리며 시험을 마친 수험생들이 쏟아져 나왔다. 수능 부담에서 벗어나 밝은 표정이었다. 학생들은 “수능 끝났다!”고 외치며 달리거나 정문 밖에서 기다리는 부모를 향해 손을 흔들기도 했다. 수험생 학부모 이지연 씨(45·여)는 “그동안 정말 힘들었을 걸 알기 때문에 눈물이 나려고 한다. ‘결과와 상관없이 정말 애썼다’는 말부터 해주고 싶다”고 밝혔다.김은지기자 eunji@donga.com이지훈기자 easyhoon@donga.com}

“현 정권의 행태를 보면 이명박 박근혜 정권에 버금간다. 더불어민주당 원내대표라는 작자가 ‘미국에서 감금은 테러’라고 했는데, 야당일 때 노동계에 손을 벌리더니 정권을 잡으니 (우리를) 테러리스트로 몰고 있다.” 14일 오후 1시 반. 국회 정문 앞에 선 김정한 전국민주노동조합총연맹(민노총) 공공운수노조 화물연대본부장이 정부 여당을 맹비난하며 이렇게 말했다. 김 본부장은 “이게 나라인지 묻고 싶다. 박정희 전두환을 생각나게 한다”고까지 했다. 주변에선 강아지 모양의 문양과 ‘비정규직 그만쓰개’ 문구가 들어 있는 조끼를 입은 노조원들이 “비정규직 철폐” 등의 구호를 외쳤다. 전날 대검찰청에서 점거 농성을 벌인 민노총이 14일에는 청와대와 국회를 찾아 여권에 대한 투쟁 수위를 한층 끌어올렸다. 여권 내부에선 “이런 민노총과 함께 정책을 논의할 수 있겠느냐”는 말이 곳곳에서 들리고 있다.○ 민노총, “민주당은 어떻게 집권 여당이 됐는지 자각하라” 민노총은 총파업 때까지 일주일 동안 청와대 앞 점거 농성을 선언했다. 이날 오전 청와대 앞 분수대에서 열린 기자회견에서 김명환 민노총 위원장은 “민노총에 힐난조로 이야기하는 정부, 국회는 무엇을 하고 있나. 대기업, 재벌과는 악수하면서 노동계와는 깊고 넓은 담을 쌓고 있다”면서 “민주당은 어떻게 집권 여당이 됐는지 자각하라”고 말했다. 노동계 등에서 촛불을 들고 만든 정권인 만큼 자신들의 지분도 있다는 주장이다. 최준식 공공운수노조 위원장은 “정부는 가짜뉴스를 엄정하게 대처하겠다고 했지만 가짜뉴스와 가짜정책을 가장 많이 쏟아낸 건 문재인 정부”라며 “최저임금 (시급 1만 원으로) 인상, 주 40시간 근무제도 개선 등의 공약들은 다 어디로 갔느냐”고 했다. 다른 참석자는 “문 대통령이 말한 ‘포용’은 일방적으로 하면 억압이자 성폭행”이라고도 했다. 정부가 추진 중인 ‘광주형 일자리’에 대해서도 ‘나쁜 일자리’라는 기존의 태도를 고수했다. 김호규 금속노조 위원장은 “기존 원·하청 문제가 전혀 해결되지 않은 상황에서 나온 광주형 일자리는 빛 좋은 개살구”라면서 “정부에 잘 보이고 싶으면 현대차는 일자리 운운하지 말고 차라리 기부채납을 해라”고 말했다.○ 국회서 기습 시위, 실랑이도 이날 오전 국회 안팎에는 ‘민노총이 민주당 원내대표실이나 당대표실 점거를 시도할 것’이라는 정보가 돌면서 경찰이 배치되는 등 긴장이 감돌았다. 민노총 측은 오후 1시 반 집회를 마친 후 “윤소하 정의당 원내대표와 약속이 있다”면서 조합원 5명이 국회 경내에 진입했다. 조합원들은 잔디밭을 지나 국회 본관 앞에 도착하자 미리 준비해 온 현수막을 펴 기습 시위를 했다. 국회 측이 “국회 안에서는 시위가 금지돼 있다”며 경비인력을 동원해 제지하면서 실랑이가 벌어졌다. 조합원들은 국회 사무처를 통해 민주당 이해찬 대표 및 자유한국당 김병준 비상대책위원장과의 면담을 요청했으나 민주당 측은 “외부 일정이 있다”고 했고 한국당 측은 면담을 거부한 것으로 알려졌다. 황호인 한국GM 부평 비정규직지회장은 “현수막 하나 못 펴게 짓밟고 내동댕이치느냐”며 “만나면 홍영표 민주당 원내대표에게 사과를 요구할 생각”이라고도 했다. 최근 홍 원내대표가 사무실을 점거한 한국GM 노조 측에 “나한테 사과할 때까지 만날 생각이 없다”고 말한 것을 받아친 것. 조합원들은 1시간 이상 본관 앞에서 집회를 한 후 윤소하 원내대표를 만난 후에도 정문을 나가 해산하는 대신 그 자리에 텐트를 치고 농성을 시작했다. 민주당 관계자는 “이렇게 막무가내로 하면 우리도 어쩔 수가 없다. 대화 자체가 안 된다”며 혀를 찼다. 한편 서울 서초경찰서는 전날 검찰총장 면담을 요구하며 대검찰청 청사 로비를 점거해 시위를 벌인 민노총 간부 6명을 체포해 조사했다고 14일 밝혔다.박효목 tree624@donga.com·이지훈·고도예 기자}

회사 직원을 사무실에서 폭행하고 직원들에게 살아있는 닭을 석궁으로 쏘게 하는 등의 엽기 행각을 벌인 양진호 한국미래기술 회장(47)이 7일 경찰에 체포됐다. 경기남부지방경찰청 사이버·형사 합동수사팀은 이날 낮 12시 10분경 경기 성남시 분당구의 한 오피스텔에서 양 회장을 체포했다. 동시에 이 오피스텔 지하 주차장에 있던 양 회장의 차량과 자택 등 4곳을 추가로 압수수색했다. 오피스텔은 양 회장의 회사가 소유한 곳이다. 양 회장은 오후 3시 경기남부지방경찰청으로 압송됐다. 운동화를 신고 면바지와 회색 상의를 입은 채로 얼굴은 굳어 있었다. 양 회장은 포토라인에서 “공분을 자아낸 점 진심으로 사과드립니다. 잘못을 인정합니다. 잘못했습니다”라고 말했다. 그동안 모습을 드러내지 않은 이유에 대해서는 “회사와 관련해 수습할 부분이 있었다”라고 짧게 말한 뒤 조사실로 향했다. 경찰은 전날 양 회장에 대해 최소 5가지의 혐의로 체포영장을 발부받은 것으로 확인됐다. △총포 및 도검류 관리법 위반 △폭행 △강요 △동물보호법 위반 △마약류관리법 위반 혐의 등이 체포영장에 적시됐다. 양 회장은 2015년 4월 위디스크 전 직원 A 씨를 사무실로 불러 뺨과 뒤통수를 때리며 무릎을 꿇게 했다. 이 회사의 전현직 직원들은 양 회장의 엽기적인 가혹행위가 담긴 동영상을 공개했고 이는 공분을 불러일으켰다. 양 회장은 회사 워크숍에서 직원들에게 석궁으로 살아있는 닭을 쏘거나 일본도로 베어 죽이도록 강요했다고 직원들은 폭로했다. 경찰은 양 회장이 과거 필로폰을 투약하고 대마초를 피웠다는 주변인 진술 등 여러 정황을 확보하고 마약 투약 혐의를 수사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당초 경찰은 양 회장이 웹하드 사이트 ‘위디스크’, ‘파일노리’ 등을 통해 몰래카메라 음란물 등이 다수 유통되는 것을 알고도 방치한 혐의로 수사해 왔다. 경찰은 양 회장이 차명으로 운영하는 필터링 업체 ‘뮤레카’를 통해 웹하드 검열 수준을 크게 낮춰 음란물이 대거 유통되는 것을 고의로 방치했다고 보고 있다. 경찰은 이르면 8일 양 회장에 대해 구속영장을 신청할 방침이다.수원=이경진 lkj@donga.com / 이지훈 기자}

올여름부터 웹하드에선 ‘중노(중국인 노모자이크)’ ‘중국 야동’ 같은 키워드가 달린 음란물이 대거 유포됐다. 대부분 중국이나 대만 여성이 성관계하는 장면을 몰래 찍은 영상이다. 정부가 ‘국산 야동’ 등의 키워드 검색을 막고 한국인이 등장하는 불법촬영물 단속을 강화하자 웹하드 업체들은 수익이 줄어들었다. 이에 정부의 단속을 피해 한국 여성과 외형이 비슷한 중국계 여성의 영상을 수익 대체재로 삼고 있다는 것이다. ‘음란물 카르텔’을 수사하는 경찰은 양진호 한국미래기술 회장(47)의 핵심 수익원인 국내 1, 2위 웹하드 ‘위디스크’와 ‘파일노리’에서 중국산 불법촬영물이 대거 유통된 정황을 수사 중인 것으로 5일 알려졌다. 웹하드 업체들이 불법촬영물에 집착하는 이유를 살펴보면 ‘음란물 카르텔’의 구조가 드러난다. 웹하드에 음란물과 불법저작물을 무더기로 공급하고 수익을 나눠 갖는 헤비 업로더(인터넷에 대량으로 콘텐츠를 올리는 사람)와 콘텐츠 공급업체는 음란물 카르텔의 핵심 공범이다. 이들은 토렌트나 해외 사이트에서 무료로 내려받은 음란물과 불법저작물을 웹하드에 올려서 거액을 벌어들인다. 황모 씨(23·무직)는 지난해 12월부터 웹하드 23곳에 음란물 23만여 건을 올려 9개월 만에 6000만 원 가까운 현금을 만졌다. 특히 불법촬영물은 웹하드 업체, 헤비 업로더 모두에게 핵심 수입원이다. 한국사이버성폭력대응센터가 공개한 웹하드 업체 직원 A 씨의 증언에 따르면 불법촬영물은 다운로드 수가 많아 일본 성인물(AV)보다 수익이 13∼15배 높다. A 씨는 서승희 한국사이버성폭력대응센터 대표에게 “웹하드 업체가 헤비 업로더들에게 콘텐츠를 더 빠르게 올릴 수 있는 전용 서버와 아이디를 주기도 한다”고 증언했다. 이 때문에 웹하드는 반드시 필터링 업체에 검열을 받도록 법으로 정해져 있다. 불법촬영물 등을 걸러내기 위해서다. 하지만 양 회장처럼 웹하드 업체가 차명으로 필터링 업체를 세운 뒤 자기 웹하드에 대한 검열을 맡기면 속수무책이다. 경찰에 따르면 웹하드와 결탁한 필터링 업체는 음란물 검색어 제한을 해지해주거나 불법 저작물을 눈감아준다. 콘텐츠 저작권자나 ‘리벤지 포르노’(보복성 음란물) 피해자, 정부가 웹하드 업체에 일일이 삭제를 요구하기 전까진 사실상 방치한다는 것이다. 더 나아가 웹하드 업체가 실소유주인 필터링 업체는 인터넷에 떠도는 리벤지 포르노를 지워주는 디지털 장의사와 결탁해 수익을 낸다. 리벤지 포르노 피해자가 ‘웹하드 영상을 지워달라’고 요구하면 필터링 업체가 특정 디지털 장의사를 소개해주고 금전적 대가를 챙기는 방식이다. 피눈물을 흘린 리벤지 포르노 피해자의 돈이 영상을 유포한 웹하드 업체로 돌아가는 구조인 셈이다. 국내 최초 디지털 장의사인 김호진 산타크루즈컴퍼니 대표는 “웹하드 업체가 필터링 업체와 결탁해 ‘인터넷에서 특정 동영상을 자동으로 삭제해주는 기술을 제공할 테니 삭제 의뢰가 들어온 리벤지 포르노 원본을 달라’고 요구해 와 거절한 적도 있다”고 말했다.조동주 djc@donga.com·이지훈 기자}

‘웹하드계의 큰손’ 양진호 한국미래기술 회장(47)이 정체가 불분명한 콘텐츠 공급업체들에서 음란물을 포함한 불법 영상을 대거 공급받아 자신이 운영하는 웹하드에 올린 정황을 경찰이 파악한 것으로 4일 알려졌다. 경찰은 콘텐츠 공급업체들이 사실상 양 회장 소유인지 여부를 수사하고 있다. 경기남부지방경찰청은 양 회장이 콘텐츠 공급업체 4, 5곳과 계약을 맺고 자신이 실질적으로 운영하는 위디스크와 파일노리에 음란물을 대거 유통한 정황을 파악했다. 위디스크와 파일노리는 국내 1, 2위 웹하드 업체다. 콘텐츠 공급업체들은 웹하드 수익을 양 회장과 나누는 방식으로 제휴를 맺은 것으로 전해졌다. 한국인이 등장하는 ‘몰카’에 대한 단속이 심해지자 이 업체들은 중국 여성 등 외국인이 등장하는 불법 촬영물을 집중적으로 공급했다고 한다. 양 회장은 2011년 저작권이 있는 국내외 영화와 드라마를 무단으로 웹하드에 유통시킨 혐의 등으로 검찰에 구속됐었다. 이 과정에서 그가 불법 업로드 업체를 따로 만들어 저작권이 있는 영상들을 무단으로 웹하드에 올리도록 한 사실이 드러났다. 당시 검찰은 저작권이 있는 영화나 드라마에 대해 수사를 집중했었는데, 이번 경찰 수사는 음란물 유포 구조에 방점이 찍혀 있다. 양 회장에게 음란물을 제공한 업체들은 대부분 파일공유(P2P) 프로그램인 토렌트나 해외 사이트 등에서 무료로 음란물을 내려받은 뒤 양 회장의 웹하드에 유통해 수익을 내왔다고 한다. 경찰은 양 회장이 불법 영상 ‘헤비 업로더’(인터넷에 대량으로 콘텐츠를 올리는 사람)에게는 혜택을 제공하며 불법 업로드를 독려해온 혐의도 포착했다. 웹하드 회원이 영상을 내려받으면 그 영상을 올린 사람에게 일정 포인트가 지급되는데, 헤비 업로더들이 이렇게 모은 포인트를 현금으로 바꿀 때 수수료를 깎아준 것으로 알려졌다. 또 경찰은 양 회장이 음란물을 유통하는 동시에 자신의 웹하드에 올라오는 불법 영상을 걸러주는 필터링 업체까지 운영하며 ‘셀프 검열’을 한 것으로 보고 있다. 웹하드 영상물은 전기통신사업법에 따라 반드시 필터링을 거쳐야 하는데, 이 업체마저 자신이 직접 운영하며 검열 여부를 좌우했다는 것이다. 경찰은 양 회장이 필터링 업체를 운영하며 자신의 웹하드에 올라오는 불법 영상물을 고의로 방치했다고 보고 있다. 양 회장은 음란물 유포나 저작권법 위반 방조죄로 처벌되는 것을 우려해 측근을 회사 대표에 앉히고 배후에서 조종하는 방식으로 회사를 운영해왔다. 양 회장 대신 형사처벌을 받은 측근에게는 직위나 금전으로 보상을 해줘 불만을 달랬다고 한다. 2011년 양 회장이 구속됐을 당시 함께 입건된 명목상 회사 대표 2명 모두 과거 저작권법 위반 방조죄로 처벌받은 전력이 있었다. 경찰은 조만간 양 회장을 소환 조사하고 음란물 유포 혐의와 직원을 구타한 혐의 등으로 구속영장을 신청할 방침이다. 2015년 4월 양 회장에게 무차별 폭행을 당했다고 폭로한 전 직원 강모 씨는 3일 경찰에 출석해 5시간가량 피해 사실을 진술했다.조동주 djc@donga.com·이지훈·홍석호 기자}
현직 경찰관이 교통사고를 내고 도망치다 목격자에게 돈을 건네며 사건을 무마하려 한 것으로 드러났다. 검거 이후 측정한 혈중알코올농도는 면허 취소 수준이었다. 서울 중랑경찰서에 따르면 9월 28일 서울 동대문경찰서 소속 손모 경위가 서울 중랑구의 한 도로 2차로에서 불법 유턴을 하려다가 전용차로를 달리던 버스와 부딪혔다. 당시 버스에는 어린이 등 승객 12명이 타고 있었다. 손 경위는 차에서 내리지 않은 채 바로 도주했고, 이를 목격한 택시기사가 그를 추격했다. 손 경위는 200여 m 도주하다가 차에서 내려 택시기사에게 현금 45만 원을 건네며 사건을 무마하려 했다. 하지만 약 2시간 뒤 택시기사가 경찰에 신고했고, 손 경위는 경찰에 검거됐다. 당시 손 경위의 혈중알코올농도는 0.1%로 면허 취소에 해당하는 수치였다. 그는 “아내가 운전하다 사고가 났다”며 혐의를 부인하다가 뒤늦게 자신이 운전했다고 시인했다. 하지만 음주 여부에 대해서는 “사고가 난 뒤 집에서 혼자 술을 마셨다”며 인정하지 않고 있다. 경찰은 손 경위를 특정범죄가중처벌법 위반(도주차량) 혐의로 불구속 입건해 수사하고 있다. 동대문경찰서는 손 경위를 대기발령 조치했고, 형사처분 결과가 나오는 대로 징계 처리할 방침이다. 이지훈 기자 easyhoon@donga.com}

“직접 위해를 가한 게 아니어서 처벌은 약할 거예요.” ‘강서구 전처(前妻) 살인사건’의 피해자 이모 씨(47·여)는 2016년 1월 출동한 경찰로부터 이 말을 듣고 집에 돌아와 짐을 쌌다. 2015년 2월 전남편 김모 씨(49)에게서 심하게 폭행을 당한 이 씨가 김 씨를 피해 도망 다니다가 겨우 자리를 잡았던 안식처였다. 김 씨는 이 씨의 거처를 찾아낸 뒤 칼과 밧줄을 들고 와 협박했고 이를 본 이웃의 신고로 경찰이 출동했던 것. 하지만 당시 출동한 경찰은 이들 부부가 ‘고위험(A급) 재발우려 가정’으로 분류된 사실을 알지 못했다. 당시 훈방 조치된 김 씨는 그로부터 2년 9개월 뒤 이 씨를 살해했다. 경찰은 1일 김 씨를 살인 등 혐의로 송치하면서 뒤늦게 2016년 1월 사건에 대해 특수협박죄를 적용했다.○ 경찰, 상습 가정폭력 여부 파악하기 어려워 가정폭력 신고를 받고 출동한 경찰이 가해자가 상습범이라는 점을 인지하지 못하고 훈방 조치해 피해자를 위험에 내모는 상황이 반복되고 있다. 신상정보 공개 대상자나 우범자처럼 ‘상습 가정폭력 사범’을 관리해야 하지만 경찰에겐 그럴 권한이 없다. 현재 경찰의 ‘재발우려 가정 관리 시스템’은 피해자 정보를 기반으로 관리되고 있다. 경찰에 등록돼 있는 피해자의 전화번호로 신고가 접수되거나 피해자, 가해자가 스스로 알렸을 때에만 경찰은 ‘재발우려 가정’이라는 것을 파악할 수 있는 구조다. 가정폭력 신고율이 1% 수준에 불과한 상황에서 상습적인 학대를 당한 피해자가 스스로 피해 사실을 알리기는 어렵다. 이렇다 보니 2012년에는 ‘고위험 재발우려 가정’이던 40대 여성 A 씨가 남편에게 맞아 숨졌다. 이 사건이 벌어지기 전에도 경찰이 수차례 출동했지만 피해자가 알리지 않아 가해자는 매번 훈방 조치됐다. 경찰 관계자는 “가해자 정보를 주기적으로 관리, 조회하는 시스템을 도입하겠다고 한다면 사찰, 인권침해 등 비판이 나올 것”이라며 “법적 근거가 필요하다”고 말했다. ○ 피해자 처벌 의사 없으면 기소 못해 가정폭력 사범 10명 중 9명은 불기소 처분을 받는다. 올해는 7월 말 현재 기소율이 9.1%에 불과하다. 가장 큰 원인은 가정폭력 범죄가 ‘반의사불벌죄’라는 데에 있다. ‘불기소 처분’의 상당수(77%)는 피해자가 처벌을 원하지 않아 ‘공소권 없음’으로 사건이 종결됐다. 수사기관은 피해자의 처벌 의사가 없는 사건 중 가해자에 대한 처분이 필요하다고 판단되면 ‘상담조건부 기소유예’(가정폭력상담소에서 성실히 상담받는 것을 조건으로 기소유예 처분을 하는 제도)를 취할 수 있다. ‘가정보호 사건 송치’(형사처벌 대신 상담이나 사회봉사 등의 처분을 받는 것)도 가능하다. 하지만 실효성은 의문이다. ‘상담조건부 기소유예자’의 재범률은 전체 가정폭력 사범 재범률과 비슷한 수준이다. 지난해 상담 프로그램을 이수한 가해자가 흉기 등으로 다시 아내를 폭행, 협박한 사례도 있었다. 전문가들은 가정폭력 범죄의 특성을 고려했을 때 ‘피해자의 의사’를 고려해 가해자를 처벌한다는 것은 시대착오적이라고 지적한다. 이수정 경기대 범죄심리학과 교수는 “가정폭력 피해자가 배우자이자 자녀의 아버지인 가해자의 처벌을 강력하게 요구하기는 어렵다”며 “처벌 의지를 피해자 의사에 맡긴다는 건 국가가 형벌권을 포기하는 것”이라고 말했다. 조재연 한국여성의전화 인권팀장은 “피해자와의 합의를 종용하거나 상담을 조건으로 기소를 유예하는 제도에는 가정폭력을 범죄가 아닌 부부 갈등으로 보는 인식이 깔려 있다”고 분석했다.이지훈 기자 easyhoon@donga.com}

“직접 위해를 가한 게 아니어서 처벌은 약할 거예요.” ‘강서구 전처(前妻) 살인사건’의 피해자 이모 씨(47·여)는 숨지기 2년 9개월 전인 2016년 1월 출동한 경찰로부터 이 말을 듣고 집에 돌아와 짐을 쌌다. 2015년 2월 전남편 김모 씨(49)에게서 심하게 폭행을 당한 이 씨가 김 씨를 피해 도망 다니다 겨우 자리를 잡았던 안식처였다. 김 씨는 이 씨의 거처를 찾아낸 뒤 칼과 밧줄을 들고 와 협박했고 이를 본 이웃의 신고로 경찰이 출동했던 것. 하지만 당시 출동한 경찰은 이들 부부가 ‘고위험(A급) 재발우려 가정’으로 분류된 사실을 알지 못했다. 김 씨는 훈방 조치됐다.● 경찰, 상습 가정폭력 여부 파악하기 어려워 가정폭력 신고를 받고 출동한 경찰이 가해자가 상습범이라는 점을 인지하지 못하고 훈방 조치해 피해자를 위험에 내모는 상황이 반복되고 있다. 신상정보공개 대상자나 우범자처럼 ‘상습 가정폭력 사범’을 관리해야 하지만 경찰에겐 그럴 권한이 없다. 현재 경찰의 ‘재발우려가정 관리 시스템’은 피해자 정보를 기반으로 관리되고 있다. 경찰에 등록돼 있는 피해자의 전화번호로 신고가 접수되거나 피해자·가해자가 스스로 알렸을 때에만 경찰은 ‘재발우려 가정’이라는 것을 파악할 수 있는 구조다. 가정폭력 신고율이 1% 수준에 불과한 상황에서 상습적인 학대를 당한 피해자가 스스로 피해사실을 알리기는 어렵다. 이렇다보니 2012년에는 ‘고위험 재발우려 가정’이던 40대 여성 A 씨가 남편에게 맞아 숨졌다. 이 사건이 벌어지기 전에도 경찰이 수차례 출동했지만 피해자가 알리지 않아 가해자는 매번 훈방 조치됐다. 경찰 관계자는 “가해자 정보를 주기적으로 관리·조회하는 시스템을 도입하겠다고 한다면 사찰, 인권침해 등 비판이 나올 것”이라며 “법적 근거가 필요하다”고 말했다. ● 피해자 처벌 의사 없으면 기소 못해 가정폭력 사범 10명 중 9명은 불기소 처분을 받는다. 올해는 7월말 현재 기소율이 9.1%에 불과하다. 가장 큰 원인은 가정폭력 범죄가 ‘반의사불벌죄’라는 데에 있다. ‘불기소 처분’의 상당수(77%)는 피해자가 처벌을 원하지 않아 ‘공소권 없음’으로 사건이 종결됐다. 수사기관은 피해자의 처벌 의사가 없는 사건 중 가해자에 대한 처분이 필요하다고 판단되면 ‘상담조건부 기소유예(가정폭력상담소에서 성실히 상담 받는 것을 조건으로 기소유예처분을 하는 제도)’를 취할 수 있다. ‘가정보호 사건 송치(형사처벌 대신 상담이나 사회봉사 등의 처분을 받는 것)’도 가능하다. 하지만 실효성은 의문이다. ‘상담조건부 기소유예자’의 재범률은 전체 가정폭력 사범 재범률과 비슷한 수준이다. 지난해 상담 프로그램을 이수한 가해자가 흉기 등으로 다시 아내를 폭행·협박한 사례도 있었다. 전문가들은 가정폭력 범죄의 특성을 고려했을 때 ‘피해자의 의사’를 고려해 가해자를 처벌한다는 것은 시대착오적이라고 지적한다. 이수정 경기대 범죄심리학과 교수는 “가정폭력 피해자가 배우자이자 자녀의 아버지인 가해자의 처벌을 강력하게 요구하기는 어렵다”며 “처벌 의지를 피해자 의사에 맡긴다는 건 국가가 형벌권을 포기하는 것”이라고 말했다. 조재연 한국여성의전화 인권팀장은 “피해자와의 합의를 종용하거나 상담을 조건으로 기소를 유예하는 제도에는 가정폭력을 범죄가 아닌 부부갈등으로 보는 인식이 깔려있다”고 분석했다. 이지훈 기자 easyhoon@donga.com사지원 기자 4g1@donga.com}
“‘주차장 살인사건’이 아니라 ‘가정폭력 가해자에 의한 여성 살해사건’입니다.” 29일 오전 서울 종로구 세종문화회관에 모인 690개 여성단체 소속 회원들은 ‘강서구 아파트 전처(前妻) 살인사건’이 가정폭력으로 빚어진 참극이라는 점을 지적하며 대책 마련을 주문했다. 이 사건은 25년간 가정폭력을 당한 이모 씨(47·여)가 전남편 김모 씨(49)에게 흉기로 살해된 사건이다. 이들은 “폭행과 상해, 스토킹 등 피해자의 가정폭력 범죄 신고에 국가는 무대응, 무능력, 무책임으로 일관했다”며 “가해자가 25년 동안 폭력을 자행하는 동안 여러 차례 경찰 신고가 있었으나 피해자의 구조 요청을 무시했다”고 주장했다. 이어 “국가는 분명 폭력을 중단시킬 기회가 있었지만 실패했고, 이런 국가를 몸소 경험한 가해자는 ‘너를 죽여도 심신미약으로 6개월이면 감옥에서 나올 수 있다’는 말을 했다고 한다”고 덧붙였다. 피해자 이 씨의 지인 A 씨도 회견에 참석했다. A 씨는 “이혼 뒤 4년간 살해 위협에 시달린 친구와 가족들의 고통이 너무 컸다”고 말했다. 이날 현장에서는 피의자 김 씨에 대한 강력한 처벌을 촉구하는 서명운동도 진행됐다. 이들은 가정폭력에 대한 국가의 미진한 대응이 페미사이드(Femicide·여성 살해)를 유발한다고 지적했다. 경찰청 통계에 따르면 가정폭력으로 입건된 가해자 가운데 구속되는 비율은 1% 안팎에 불과했고, 긴급임시조치·접근금지 명령 등을 통해 피해자와 분리 조치가 되는 비율도 10%에 미치지 못했다. 이웅혁 건국대 경찰학과 교수는 “미국에서는 가정폭력 범죄를 저지른 가해자는 의무적으로 체포하고 검찰도 기소하는 것을 원칙으로 한다”면서 “신고가 들어오면 미국 경찰관은 무장해서 출동할 정도로 가정폭력이 심각하다는 인식이 있다”고 말했다.이지훈 기자 easyhoon@donga.com}

‘강서구 아파트 전처(前妻) 살인사건’의 피해자 이모 씨(47·여)가 전남편 김모 씨(49)에게 살해되기 전에 국가가 이 씨를 도울 수 있는 기회는 적어도 두 차례 있었다. 하지만 김 씨를 강력하게 처벌하지 못하는 바람에 결국 최악의 결말을 맞았다. 2015년 이 씨를 무참히 폭행한 김 씨를 가족이 경찰에 신고했지만 구속하지 않았다. 이 씨는 김 씨의 눈에 띄지 않도록 몸을 숨겼고 김 씨에 대한 조사와 처벌은 유야무야됐다. 김 씨는 법원의 접근금지 명령을 무시했지만 제재를 받지 않았다. 1년 뒤 김 씨가 이 씨를 찾아내 칼로 살해 협박을 한 날, 이 씨는 경찰서에 갔지만 김 씨를 처벌해달라고 요구하지 못했다. 경찰이 “직접 위해를 가하지 않는 한 무겁게 처벌하긴 어렵다”는 취지로 설명하자 자포자기한 것이다. ○ 가정폭력사범 구속률 1% 수준 이 씨처럼 장기간 가정폭력을 당하고도 적극적인 대응을 못 하는 사례는 비일비재하다. 폭력의 강도가 점점 강해지면서 살인이나 중상해 등 비극적 결말을 맞는 경우도 적지 않다. 하지만 경찰청 집계에 따르면 최근 6년간 가정폭력사범의 구속 비율은 0.8∼1.5% 수준에 불과하다. 2014, 2015년에는 각 1.3%였지만 이후 0.9%(2016), 0.8%(2017), 0.8%(2018년 6월)로 점점 낮아지는 추세다. 전문가들은 가정폭력의 특수성을 고려해 적극적인 구속수사를 해야 참극을 막을 수 있다고 지적한다. 올 5월 서울 관악구에서는 30대 남성이 동거녀를 상습적으로 폭행했지만 구속영장이 기각됐다. 이 남성은 영장 기각 뒤 40일 만에 동거녀를 찾아가 살해했다. 2016년 7월에는 60대 남성이 가정폭력 혐의로 두 차례 청구된 구속영장이 모두 기각된 후 아내를 살해하고 스스로 목숨을 끊었다. 김신혜 변호사는 “끈질기게 쫓아다니며 괴롭히는 남편을 보며 피해자는 무력감을 느꼈을 것”이라며 “피해 정도가 심각하면 공권력이 강력하게 개입해야 한다”고 말했다.○ 접근금지 명령 어겨도 과태료뿐 현행법상 가정폭력사범이 접근금지 명령을 위반해도 경찰 등 수사기관이 즉시 체포할 수 있는 권한이 없다. 500만 원 미만의 과태료만 부과할 수 있다. 전문가들은 스토킹에 대해 범칙금만 부과하는 현행법을 대폭 강화하고, 접근금지 명령 위반을 스토킹으로 간주해 강력하게 처벌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영국 호주 미국 등 영미법 국가에는 ‘스토킹 방지법’이 있어서 접근금지 명령을 어기고 주변을 배회하는 행위를 범죄로 본다. 경기대 이수정 범죄심리학과 교수는 “미국 여성폭력방지법에는 스토킹을 하다 2차례 이상 적발되면 구속할 수 있도록 돼 있다”면서 “상대를 쫓아다니면서 위협하는 행위를 할 수 없도록 엄격한 법적 대응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문무일 검찰총장은 25일 대검찰청 국정감사에서 “이번 사건을 계기로 접근금지 사유를 좀 더 넓게 보고 구체적으로 통제할 수 있는 제도를 연구하겠다”고 밝혔다. 서울남부지법 김병철 영장전담 부장판사는 이날 “증거인멸 및 도망할 염려가 있다”며 김 씨에 대한 구속영장을 발부했다. 경찰 조사 결과 김 씨는 고인의 차량에 몰래 위치추적기를 부착해 동선을 파악하고 범행 당시 가발을 착용하는 등 치밀하게 살인 계획을 세운 것으로 밝혀졌다.이지훈 easyhoon@donga.com·김정훈 기자}

서울 강서구 등촌동의 한 아파트 주차장에서 전남편 김모 씨(48)가 휘두른 흉기에 숨진 이모 씨(47·여)는 고인(故人)이 돼서야 끔찍했던 전남편의 폭력에서 벗어날 수 있었다. 결혼생활 동안 지속적으로 이 씨를 폭행했던 김 씨는 이혼한 뒤에도 이 씨를 찾아가 “죽이겠다”고 위협했다. 이 씨는 휴대전화 번호를 10여 차례 바꾸고 가정폭력 피해여성 보호소 등 6곳의 거처를 전전하며 김 씨를 피하려 했지만 소용이 없었다. 김 씨는 22일 이 씨가 살던 아파트 주차장에 숨어 있다가 아침운동을 하러 가던 이 씨의 복부와 목 등을 흉기로 13차례 찔러 살해했다. 이 씨가 지옥 같은 25년을 보내는 동안 수사기관과 법원은 힘이 되지 못했다. 가족이 경찰에 신고해도 김 씨는 풀려났고 법원의 접근금지명령도 그를 막지 못했다.○ 가혹한 폭행에도 불구속 24일 강서구의 한 장례식장에 차려진 이 씨의 빈소는 화환 하나 없이 썰렁했다. 둘째 딸 A 씨(22)는 본보와의 인터뷰에서 “아빠는 평소 엄마와 세 딸을 ‘개잡듯’ 팼다”며 “아빠가 풀려나면 다음은 우리 세 자매 차례다. 살려 달라”고 호소했다. A 씨는 전날 청와대 국민청원 게시판에 “아빠가 사형을 선고받도록 청원한다”는 글을 올렸다.A 씨는 “엄마와 결혼한 후부터 아빠는 수시로 엄마를 폭행했다. 화가 나면 집 안에 물건을 집어 던졌다. 깨진 술병을 손에 쥐고 가족들에게 겁도 줬다. 저와 언니 동생도 함께 맞았다”고 말했다. 22년간 남편의 폭력에 시달려온 이 씨가 이혼을 결심한 건 2015년 2월. 친구들과 제주도 여행을 다녀온 날이었다. 남편 김 씨는 주차장에서 기다리고 있다가 차에서 내리는 이 씨를 마구 때렸다. 이 씨의 동생 B 씨는 “당시 김 씨가 ‘재미있는 걸 보여줄 테니 집으로 오라’고 해서 갔더니 언니의 얼굴에 온통 피멍이 들고 눈과 입은 퉁퉁 부어 신음조차 내지 못했다. 언니의 흰 바지가 피와 진흙으로 검붉게 물들어 있었다”고 기억했다. 그날 A 씨의 신고로 김 씨는 경찰에 체포됐지만 몇 시간 뒤 풀려났다. 경찰은 김 씨를 상해죄로 검찰에 불구속 송치하면서 이 씨에게 접근하지 못하도록 긴급 임시조치만 취했다. 이 조치는 어기더라도 과태료 처분만 받기 때문에 실효성이 떨어진다. 법원도 김 씨에 대해 접근금지 명령을 내렸지만 김 씨는 개의치 않았다. 딸들을 통해 이 씨의 거처를 집요하게 확인하려 했다. 이 씨는 김 씨가 들이닥칠 것을 우려해 거처와 휴대전화번호를 수시로 바꿨다. 세 딸과도 만남을 최소화하면서 카카오톡으로만 연락했다. 이 씨의 언니 C 씨는 “김 씨가 길거리에서 자신을 알아볼까 봐 동생이 늘 모자를 푹 눌러쓰고 얼굴도 못 내놓고 다녔다”고 전했다.○ 보복 두려워 신고조차 못해 2015년 9월 이혼한 뒤에도 이 씨의 공포는 계속됐다. 김 씨는 2016년 1월 막내딸의 뒤를 밟아 서울 강북구의 한 원룸에 숨어 지내던 이 씨를 찾아냈다. A 씨는 “당시 아빠가 원룸 앞에서 칼과 밧줄을 들고 찾아와 ‘죽이겠다’고 위협하자 이웃이 경찰에 신고했다”며 “‘처벌을 원하냐’는 경찰 질문에 엄마는 ‘처벌 수위가 약하지 않냐’고 되물었고 경찰이 ‘맞다’고 해서 그냥 돌아올 수밖에 없었다”고 말했다. A 씨는 “엄마는 수십 년간 폭행을 당하면서 직접 경찰에 신고한 적 없다”고 했다. 이 씨의 보복이 두려웠기 때문이다. A 씨는 “당시 아빠가 카카오톡으로 엄마에게 일가족 살인사건 기사를 보내면서 ‘너랑 딸들 다 죽이겠다’ ‘너에게서 소중한 것을 다 빼앗아가겠다’고 했다”고 말했다. 이후 이 씨는 김 씨를 피해 세 차례 더 이사했다. 올 3월 서울 강서구 등촌동의 한 아파트에 자리를 잡고서야 이 씨는 떨어져 살던 두 딸과 함께 지냈다. 막내딸은 엄마와 함께 살며 검정고시에 붙어 내년 대학 진학을 앞둔 상태였다. 하지만 이 씨는 그토록 두려워했던 최악의 상황을 끝내 피하지 못했다. 경찰은 24일 김 씨에 대해 살인 혐의로 구속영장을 신청했다. 경찰 조사 결과 김 씨는 범행 전 이 씨의 차량에 몰래 위성위치확인시스템(GPS)을 설치해 이 씨의 위치를 파악했고 범행 며칠 전부터 아파트 주변을 배회하는 등 치밀하게 준비한 것으로 파악됐다.이지훈 easyhoon@donga.com·고도예 기자}

서울 강서구 등촌동의 한 아파트 주차장에서 전 남편 김모 씨(48)가 휘두른 흉기에 숨진 이모 씨(47·여)는 고인(故人)이 돼서야 끔찍했던 전 남편의 폭력에서 벗어날 수 있었다. 결혼생활 동안 지속적으로 이 씨를 폭행했던 김 씨는 이혼한 뒤에도 이 씨를 찾아가 “죽이겠다”고 위협했다. 이 씨는 휴대전화 번호를 10여 차례 바꾸고, 가정폭력 피해여성 보호소 등 6곳의 거처를 전전하며 김 씨를 피하려 했지만 소용이 없었다. 김 씨는 22일 이 씨가 살던 아파트 주차장에 숨어 있다가 아침운동을 하러 가던 이 씨의 복부와 목 등을 흉기로 13차례 찔러 살해했다. 이 씨가 지옥 같은 25년을 보내는 동안 수사기관과 법원은 힘이 되지 못했다. 가족이 경찰에 신고해도 김 씨는 풀려났고, 법원의 접근금지명령도 그를 막지 못했다.● 가혹한 폭행에도 불구속…접근금지 명령도 안 먹혀 24일 강서구의 한 장례식장에 차려진 이 씨의 빈소는 화환 하나 없이 썰렁했다. 둘째 딸 A 씨(22)는 본보와의 인터뷰에서 “아빠는 평소 엄마와 세 딸들을 개잡듯 팼다”며 “아빠가 풀려나면 다음은 우리 세 자매 차례다. 살려 달라”고 호소했다. A 씨는 전날 청와대 국민청원 온라인 게시판에 “아빠가 사형을 선고받도록 청원한다”는 글을 올렸다.A 씨는 “엄마와 결혼한 후부터 아빠는 수시로 엄마를 폭행했다. 화가 나면 집 안에 물건을 집어 던졌다. 깨진 술병을 손에 쥐고 가족들에게 겁도 줬다. 저와 언니 동생도 함께 맞았다”고 말했다. 22년 간 남편의 폭력에 시달려온 이 씨가 이혼을 결심한 건 2015년 2월. 친구들과 제주도 여행을 다녀온 날이었다. 남편 김 씨는 주차장에서 기다리고 있다가 차에서 내리는 이 씨를 마구 때렸다. 이 씨의 동생 B 씨는 “당시 김 씨가 ‘재미있는 걸 보여줄 테니 집으로 오라’고 해서 갔더니 언니의 얼굴에 온통 피멍이 들고 눈과 입은 퉁퉁 부어 신음조차 내지 못했다. 언니의 흰 바지가 피와 진흙으로 검붉게 물들어 있었다”고 기억했다. 그날 A 씨의 신고로 김 씨는 경찰에 체포됐지만 몇 시간 뒤 풀려났다. 경찰은 김 씨를 상해죄로 검찰에 불구속 송치하면서 이 씨에게 접근하지 못하도록 긴급임시조치만 취했다. 이 조치는 어기더라도 과태료 처분만 받기 때문에 실효성이 떨어진다. 법원도 김 씨에 대해 접근금지 명령을 내렸지만 김 씨는 개의치 않았다. 딸들을 통해 이 씨의 거처를 집요하게 확인하려 했다. A 씨는 “당시 아빠가 카카오톡으로 엄마에게 일가족 살인사건 기사를 보내면서 ‘너랑 딸들 다 죽이겠다’ ‘너에게서 소중한 것을 다 빼앗아가겠다’고 했다”고 말했다. 이 씨는 김 씨가 들이닥칠까 우려해 거처와 휴대전화 번호를 수시로 바꿨다. 세 딸들과도 만남을 최소화하면서 카카오톡으로만 연락했다. 이 씨의 언니 C 씨는 “김 씨가 길거리에서 자신을 알아볼까봐 동생이 늘 모자를 푹 눌러쓰고 얼굴도 못 내놓고 다녔다”고 전했다.● 피해자 차량에 GPS까지 달아 2015년 9월 이혼한 뒤에도 이 씨의 공포는 계속됐다. 김 씨는 2016년 1월 막내딸의 뒤를 밟아 서울 강북구의 한 원룸에 숨어 지내던 이 씨를 찾아냈다. A 씨는 “당시 아빠가 원룸 앞에서 칼과 밧줄을 들고 찾아와 ‘죽이겠다’고 위협하자 이웃이 경찰에 신고했다”며 “‘처벌을 원하냐’는 경찰 질문에 엄마는 ‘처벌 수위가 약하지 않냐’고 되물었고 경찰이 ‘맞다’고 해서 그냥 돌아올 수밖에 없었다”고 말했다. A 씨는 “엄마는 수십 년 간 폭행을 당하면서 직접 경찰에 신고한 적 없다”고 했다. 이 씨의 보복이 두려웠기 때문이다. 이후 이 씨는 김 씨를 피해 3차례 더 이사했다. 올 3월 서울 강서구 등촌동의 한 아파트에 자리를 잡고서야 이 씨는 떨어져 살던 두 딸과 함께 지냈다. 막내딸은 엄마와 함께 살며 검정고시에 붙어 내년 대학 진학을 앞둔 상태였다. 하지만 이 씨는 그토록 두려워해왔던 최악의 상황을 끝내 피하지 못했다. 경찰은 24일 김 씨에 대해 살인 혐의로 구속영장을 신청했다. 경찰 조사 결과 김 씨는 범행 전 이 씨의 차량에 몰래 위성위치확인시스템(GPS)을 설치해 이 씨의 위치를 파악했고, 범행 며칠 전부터 아파트 주변을 배회하는 등 치밀하게 준비한 것으로 파악됐다.이지훈기자 easyhoon@donga.com고도예기자 yea@donga.com}
빈 강의실 등지에서 20대 남성이 나체 상태로 음란 행위를 하는 사진과 영상을 온라인에 올려 논란이 된 ‘알몸남 사태’ 여파로 동덕여대가 외부인 출입 통제에 나설 것으로 보인다. 동덕여대는 ‘안전한 동덕’이라는 표어를 내걸고 29일부터 남성 외부인의 학교 출입을 통제하기로 했다고 23일 밝혔다. 동덕여대 관계자에 따르면 29일부터는 정문과 후문, 중문 등 차량과 사람이 오가는 통로에 경비 인력을 배치하고 신분이 확인된 남성만 교내로 출입하게 할 방침이다. 동덕여대 교직원이더라도 남성은 출입증을 제시해야 교내로 들어갈 수 있게 된다. 이어 다음 날 1일부터는 교내 건물 출입 시 학생증, 교직원증 등 카드가 있어야 출입이 가능하게 바뀐다. 동덕여대 관계자는 “외부인은 남성에 한정짓지 않으며 운동장에서 산책하거나 운동하는 분들도 다 통제할 예정”이라며 “출입 통제 방식은 신분증 검사, 출입증 확인 등을 고려하고 있다”고 밝혔다. ‘알몸남 사태’ 발생 이후 동덕여대 총학생회를 주축으로 한 학생들은 15일부터 5일간 ‘안전한 동덕여대를 위한 7000 동덕인 필리버스터’를 진행했다. 학생들은 외부인 출입 통제, 순찰 강화, 책걸상 교체 등을 요구했다. 이에 동덕여대는 교내 보안 시스템 강화에 심혈을 기울이고 있다. 본관에 있는 통합관제센터에서 보안업체 직원 14명이 교내에 설치된 폐쇄회로(CC)TV 영상을 24시간 감독하고 있다. 사건이 발생한 건물은 세 차례 소독했고, 알몸남 박모 씨(27)가 음란 행위를 한 강의실의 정수기를 모두 교체했다. 앞서 서울 종암경찰서는 동덕여대에서 알몸 상태로 음란 행위를 하는 영상과 사진을 자신의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 계정에 게시한 혐의(음란물 유포 및 건조물 침입)로 15일 박모 씨를 검거했다. 박 씨는 6일 자격증 교육을 받기 위해 동덕여대를 방문했다가 강의동 등에서 음란 행위를 하는 자신의 모습을 찍어 게시한 혐의를 받고 있다.이지훈 기자 easyhoon@donga.com}

‘강서구 PC방 살인사건’ 피의자 김성수(29)가 아르바이트생 신모 씨(20)를 잔혹하게 살해한 뒤 우울증을 이유로 ‘심신미약 상태였다’고 주장하면서 심신미약 감경 규정이 면죄부로 악용되는 것 아니냐는 비판의 목소리가 높아지고 있다. 사리분별력이 현저히 떨어지는 상태에서 범죄를 저지른 경우에만 심신미약이 적용돼야 하는데, 계획적 범행을 저질러놓고도 심신미약이라는 핑계를 대며 책임을 피하려는 강력범이 많다는 지적이다. 김성수의 심신미약을 인정하면 안 된다는 내용의 청와대 국민청원에는 22일 오후 10시 현재 93만 명 이상이 참여했다. 형법상 심신미약·상실 감경 규정에 따르면 법원은 정신장애가 있거나 만취 상태에서 범죄를 저지른 피고인에 대해 형사 책임을 감경해준다. 주취감형으로 심신미약을 인정받은 대표적인 흉악범은 조두순(66)이다. 조두순은 2008년 12월 8세 여아를 잔인하게 성폭행해 장기 파손 등의 심각한 상해를 입혔다. 검찰은 무기징역을 구형했지만 법원은 심신미약을 인정해 징역 12년을 선고했다. 조두순은 2020년 12월 13일 출소할 예정이다. 끔찍한 범죄를 저지른 뒤 음주 핑계를 대는 사례는 조두순 사건 이후에도 계속됐다. 2011년 4월 경기 수원에서 20대 여성을 납치해 살해한 오원춘은 “술을 먹고 외로움을 느껴 범행을 저질렀다”고 주장했지만 법원은 심신미약을 인정하지 않아 무기징역을 선고했다. 2013년 6월에는 성폭력범죄의 처벌 등에 관한 특례법에 ‘성폭력 범죄의 경우 음주에 따른 심신미약은 감경하지 않는다’는 규정이 신설, 발효됐다. 정신장애인의 범죄는 심신미약으로 인정받은 사례가 많다. 2014년 발달장애 1급 장애인 이모 군(당시 18세)가 만 1세 영아를 엄마가 보는 앞에서 약 9m 아래로 떨어뜨려 사망하게 한 이른바 ‘상윤이 사건’이 발생했다. 하지만 법원은 이 씨의 ‘심신상실’을 인정해 무죄를 선고해 여론이 들끓었다. 2016년 서울 강남역 인근 건물의 화장실에서 20대 여성을 흉기로 살해한 김모 씨(36) 역시 조현병을 인정받아 감경됐다. 다만 정신장애가 있다는 피고인의 지속적인 주장을 법원이 받아들이지 않은 사례도 적지 않다. 범행을 치밀하게 계획했거나 범행 전후 정상적인 활동을 했다는 게 주된 이유였다. 올 4월 방배초등학교 교실에서 인질극을 벌여 재판에 넘겨진 양모 씨(25)는 조현병 진료기록이 있고, 뇌전증(간질) 장애 4급이었지만 심신미약은 인정되지 않았다. 이지훈 기자 easyhoon@donga.com}
대한송유관공사 경인지사(고양저유소) 화재를 수사 중인 경찰은 18일 저장탱크에 외부 불씨 유입을 막아주는 인화방지망이 찢어지는 등 총체적인 관리 부실이 있었다고 발표했다. 하지만 송유관공사 관계자는 단 1명도 입건하지 않았다. 경기북부지방경찰청 광역수사대에 따르면 저장탱크 유증환기구에 설치돼 있는 인화방지망은 찢어지거나 나사가 풀려 내부에 건초가 들어가는 등 화재에 취약한 상태였다. 인화방지망보다 성능이 좋은 화염방지기는 화재가 난 저장탱크의 10개 유증환기구 중 1개에만 설치됐고, 불이 옮겨붙은 유증환기구에는 설치되지 않았다. 또 탱크 주변에 불이 붙을 수 있는 가연물을 제거해야 하지만 탱크 옆에는 풀이 나 있었고 깎은 풀도 치우지 않고 방치했다. 휴일이었던 사고 당일 4명이 근무했지만 폐쇄회로(CC)TV가 설치된 통제실에서 근무한 인원은 1명에 불과했으며, 통제실 근무자도 유류 입·출하 등 다른 업무를 주로 하고 있어 비상상황에 대응할 수 없었다. 경찰은 지금까지 고양저유소 지사장 등 5명을 참고인 신분으로 불러 조사했다. 하지만 송유관공사가 민간기업이고, 과실을 입증할 구체적인 물증을 확보하지 못해 업무상 실화 등 혐의 적용에 어려움을 겪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한편 본보가 더불어민주당 권칠승 의원실을 통해 입수한 ‘옥외탱크저장소 방호설비 현황’에 따르면 대한송유관공사가 운영하는 9곳의 저유소 모두 인화방지망을 주기적으로 교체하지 않은 것으로 드러났다. 인화방지망의 통상적인 교체 주기는 2년이다. 이에 대해 송유관공사 측은 “교체 의무가 없어서 주기적으로 교체는 안 했지만 육안검사를 해서 손상이 있으면 교체한 것으로 안다”고 해명했다. 윤다빈 empty@donga.com·이지훈 기자}

“폭행의 상처는 결국 가라앉지만 리벤지 포르노는 유포되면 모든 게 끝난다.” 팝아티스트 낸시랭이 언론 인터뷰에서 ‘이혼 소송을 진행 중인 남편이 성관계 동영상을 언급했다’며 한 말이다. 가수 구하라 씨는 전 남자친구 최모 씨와 다투는 도중 최 씨가 휴대전화에 저장돼 있던 성관계 동영상을 구 씨에게 전송하자 무릎을 꿇었다. 얼굴이 알려진 유명인뿐만 아니라 일반인 여성들도 헤어진 남편이나 남자친구가 ‘리벤지 포르노’(보복성 음란물)를 들먹여 고통을 겪는 경우가 적지 않다. 여성들에겐 헤어진 연인이 성관계 동영상을 갖고 있다고 언급하는 것 자체가 큰 위협이다. 대학생 장모 씨(22·여)는 지난해 헤어진 남자친구에게서 “동영상을 가지고 있으니 넌 영원히 내 거”라는 말을 들었다. 장 씨는 “전 남친이 홧김에 한 말이라며 나중에 사과했지만 그 전까지 잠도 못 자고 불안에 떨어야 했다”고 말했다. 상대방 동의 없이 성적 수치심을 유발할 수 있는 동영상을 촬영하거나 이를 유포·판매하는 경우 성폭력특별법으로 처벌할 수 있다. 하지만 동영상이 있다고 말한 것만으로는 형법상 ‘협박죄’를 적용하기 어렵다. 협박죄는 타인을 해칠 것이라는 구체적인 언행을 동반해야 하기 때문이다. 박찬성 변호사는 “협박죄로 검찰에 넘어가도 대부분 불기소, 무혐의가 나오는데 그렇게 되면 오히려 가해자가 기세등등해져 피해자들이 불안에 떠는 경우가 많다”고 말했다. 화가 나면 욕설을 퍼붓는 남자친구의 언행에 지쳐 이별을 통보한 박모 씨(30·여)에게 남자친구 김모 씨(35)는 “여행지에서 찍은 동영상이 있다”고 말했다. 이에 박 씨는 통보 이후 한 달여간 헤어지지 못했고 원치 않는 성관계까지 해야 했다. 우울증에 탈모까지 온 박 씨는 경찰서를 찾았으나 “기소하기도 어려울 테니 웬만하면 화해하라”는 답을 받았다. 박 씨는 김 씨를 상대로 유포금지가처분 신청 절차를 밟고 있다. 담당 변호인은 “영상을 유포하면 이행강제금을 물리도록 하는 민사상 조치를 취하는 게 김 씨가 할 수 있는 최대한의 방어였다”고 말했다. 법원은 가해자가 “유포하겠다”는 말을 해야 유죄로 인정하는 경향을 보였다. 지난해 전 애인을 성폭행하고 해당 장면을 촬영해 이를 유포하겠다고 협박한 30대 남성에게 징역 5년의 실형이 선고됐다. 성폭행과 함께 “유포하겠다”고 구체적으로 협박한 정황이 인정됐다. 올해 초에는 18명의 여성과 성관계한 남성이 동의하지 않고 영상을 촬영한 뒤 유포하겠다고 협박한 혐의로 징역 1년 2개월을 선고받았다. 법조계에서는 디지털 성범죄의 심각성을 고려해 성폭력특별법에 자신이 포함된 불법 촬영물에 대해 ‘삭제 요구권’을 명시하고 이를 통해 협박하면 처벌하는 내용을 포함시켜야 한다는 목소리가 높다. 이지훈 기자 easyhoon@donga.com}

“폭행의 상처는 결국 가라앉지만 리벤지 포르노는 유포되면 모든 게 끝난다.” 팝아티스트 낸시랭이 언론 인터뷰에서 ‘이혼 소송을 진행 중인 남편이 성관계 동영상을 언급했다’며 한 말이다. 가수 구하라 씨는 전 남자친구 최모 씨와 다투는 도중 최 씨가 휴대전화에 저장돼 있던 성관계 동영상을 구 씨에게 전송하자 무릎을 꿇었다. 얼굴이 알려진 유명인 뿐 아니라 일반인 여성들도 헤어지는 남편이나 남자친구가 ‘리벤지 포르노(보복성 음란물)’를 들먹여 고통을 겪는 경우가 적지 않다. 여성들에겐 헤어진 연인이 성관계 동영상을 가지고 있다고 언급하는 것 자체가 큰 위협이다. 대학생 장모 씨(22·여)는 지난해 헤어진 남자친구에게서 “동영상을 가지고 있으니 넌 영원히 내 꺼”라는 말을 들었다. 장 씨는 “전 남친이 홧김에 한 말이라며 나중에 사과했지만 그 전까지 잠도 못자고 불안에 떨어야 했다”고 말했다. 상대방 동의 없이 성적 유치심을 유발할 수 있는 동영상을 촬영하거나 이를 유포·판매하는 경우에는 성폭력특별법으로 처벌할 수 있다. 하지만 동영상을 갖고 있다고 말한 것만으로는 형법상 ‘협박’죄를 적용하기 어렵다. 협박죄는 타인을 해칠 것이라는 구체적인 언행을 동반해야 하기 때문이다. 박찬성 변호사는 “협박죄로 검찰에 넘어가도 대부분 불기소, 무혐의가 나오는데 그렇게 되면 오히려 가해자가 기세등등해져 피해자들이 불안에 떠는 경우가 많다”고 말했다. 화가 나면 욕설을 퍼붓는 남자친구의 언행에 지쳐 이별을 통보한 박모 씨(30·여)에게 남자친구 김모 씨(35)는 “여행지에서 찍은 동영상이 있다”고 말했다. 이에 박 씨는 통보 이후 한 달여 간 헤어지지 못했고 원치 않는 성관계까지 해야 했다. 우울증에 탈모까지 온 박 씨는 경찰서를 찾았으나 “기소하기도 어려울 테니 웬만하면 화해하라”는 답을 받았다. 박 씨는 변호사의 도움을 받아 김 씨를 상대로 유포금지가처분 신청 절차를 밟고 있다. 담당 변호인은 “영상을 유포하면 이행강제금을 물리도록 하는 민사상 조치를 취하는 게 김 씨가 할 수 있는 최대한의 방어였다”고 말했다. 법원은 가해자가 “유포하겠다”는 말을 해야 유죄로 인정하는 경향을 보였다. 지난해 전 애인을 성폭행하고 해당 장면을 촬영해 이를 유포하겠다고 협박한 30대 남성에 대해 징역 5년의 실형이 선고됐다. 성폭행과 함께 “유포하겠다”고 구체적으로 협박한 정황이 인정됐다. 올해 초에는 18명의 여성과 성관계한 남성이 동의하지 않고 영상을 촬영한 뒤 유포하겠다고 협박한 혐의로 징역 1년2개월을 선고 받았다. 법조계에서는 디지털 성범죄의 심각성을 고려해 성폭력특별법에 자신이 포함된 불법촬영물에 대해 ‘삭제 요구권’을 명시하고 이를 통해 협박하면 처벌하는 내용을 포함시켜야 한다는 목소리가 높다. 서혜진 변호사는 “디지털 성범죄는 피해자에게 영원한 불안, 고통을 주기 때문에 신체 접촉 성범죄만큼 피해나 고통이 심한 경우가 많다”면서 “피해자의 고통, 범죄의 해악을 감안해서 법을 개정해야 한다”고 말했다. 이지훈 기자 easyhoon@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