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에마뉘엘 마크롱 프랑스 대통령이 2017년 첫 집권 때부터 추진하려다 노동계와 여론의 반발로 좌초된 연금 개혁안을 재집권 약 8개월 만인 10일(현지 시간) 다시 발표한다. 국민이 연금보험료를 내는 기간을 늘리고 연금을 수령하는 시기를 늦춰 기금 고갈을 막겠다는 취지다. 프랑스의 은퇴 연령이 선진국 중 가장 빠른 데다 연금재정 악화를 우려하는 목소리가 잇따르자 더 이상 미룰 수 없다는 절박감이 커진 것으로 풀이된다. 고물가에 따른 민생고에 반대 여론 또한 상당하지만 개혁을 완수하겠다는 뜻도 분명히 했다. 마크롱 대통령은 지난해 12월 노조 수장을 집무실이 있는 파리 엘리제궁으로 극비리에 초청해 개혁의 필요성을 호소하는 등 강한 의지를 드러내고 있다. ○ 日보다 은퇴 연령 8세 빨라로이터통신 등에 따르면 엘리자베트 보른 총리는 이날 오후 기자회견을 열고 연금 개혁안을 공개하기로 했다. 올여름부터 법정 정년(연금 수령 연령)을 현 62세에서 2030년까지 64세 또는 65세로 높이는 것이 골자다. 정년(만 60세)과 연금 수령 연령(만 65세)이 다른 한국과 달리 프랑스에선 정년을 채우자마자 연금을 받는다. 이는 연금재정 위기가 심각하다는 판단에 따른 것이다. 프랑스 연금자문위원회는 지난해 9월 보고서에서 “2023∼2027년 연금재정이 급격히 악화될 것”이라고 진단했다. 2032년까지 매년 적자가 국내총생산(GDP)의 0.3∼0.4%가 될 것으로도 예측했다. 연 100억∼120억 유로(약 13조3700억∼16조386억 원)꼴로 적자가 발생하는 셈이다. 그런데도 노동시장을 빠져나가는 은퇴 연령은 상당히 낮은 수준이다. 경제협력개발기구(OECD)에 따르면 2021년 기준 프랑스 남성의 은퇴 연령은 60.4세로, 주요 7개국(G7) 중 가장 빠르다. 일본(68.2세)과 8세 가까이 차이가 나고 한국(65.7세), 미국(64.9세) 등과도 격차가 있다. 프랑스는 현재 경제 생산의 14%를 연금 지급에 쓰고 있으며 다른 나라보다 높은 수준이라고 OECD는 분석했다. 마크롱 대통령은 최근 신년 연설에서 “올해는 연금 개혁의 해”라고 못 박았다. 그와 보른 총리는 번갈아 언론에 나와 연금 개혁의 필요성을 외치고 있다. 보른 총리는 3일 주요 노조 수장과 연쇄 회담도 가졌다. 르몽드는 온건 노조로 꼽히는 노동민주동맹(CFDT)의 로랑 베르제 사무총장 또한 지난해 12월 엘리제궁에 극비리에 초청됐다고 9일 전했다.○ 여론 반발-의회 설득이 과제마크롱 정권은 23일 국무회의에서 연금 개혁안을 심의한 뒤 하원으로 넘겨 다음 달 6일 본회의에 상정하기로 했다. 마크롱 대통령은 첫 집권 당시 직종별로 42개에 달하는 연금 제도를 단순화하고 정년을 높이는 방안을 추진하다 2019년 12월 대대적인 파업에 직면했다. 현재도 반대 여론이 상당해 긴장감이 높아지고 있다. 노조를 중심으로 한 개혁 반대파는 연금 수령이 늦춰지면 취약계층이 노후 빈곤에 내몰릴 수 있고, 일찍 일을 시작한 저숙련 저임금 노동자가 보험료를 더 많이 내 불리하다고 주장한다. 의회 설득도 쉽지 않다. 집권당인 르네상스를 포함한 범여권은 현재 하원 577석 중 과반에 훨씬 못 미치는 250석만을 차지하고 있다. 이에 마크롱 정권은 기존 개혁안보다 개혁 강도를 완화해 정년 연장에 중점을 뒀다는 점을 강조하고 있다. 연금재정을 보전하기 위해 세금을 올리거나 받는 연금을 깎지 않겠다는 것이다. 파리=조은아 특파원 achim@donga.com}
러시아가 지난해 말 우크라이나 동부 도네츠크주 마키이우카의 신병 임시 숙소가 공격을 당해 최소 89명이 숨진 사건에 대한 보복으로 역시 우크라이나군 숙소를 공습했다. 러시아군은 이 공격으로 우크라이나 군인 600여 명이 숨졌다고 주장했다. 우크라이나는 “러시아의 선전일 뿐”이라며 사상자가 없다고 맞섰다. 8일 러시아 관영 타스통신에 따르면 러시아 국방부는 이날 성명을 통해 우크라이나군의 임시 기지인 도네츠크주 크라마토르스크의 건물 2곳에 로켓 공격을 가해 우크라이나군 600여 명이 사망했다고 밝혔다. 이어 “표적이 우크라이나군의 임시 숙소라는 신뢰할 만한 정보를 토대로 공격이 이뤄졌다”며 마키이우카 사건의 보복임을 분명히 했다. 하지만 8일 로이터통신은 해당 건물 2곳에서 사상자가 나온 흔적이 없다고 전했다. 세르히 체레바티 우크라이나군 대변인 또한 현지 매체에 “‘고속기동포병로켓시스템(HIMARS·하이마스)’을 모두 파괴했다는 러시아군의 주장만큼 정확한 정보”라고 비꼬았다. 우크라이나군은 지난해 12월 31일 미국이 지원한 하이마스 등을 통해 마키이우카에 대대적인 로켓 공격을 가했다. 침공 후 자국군의 피해 사실을 좀처럼 인정하지 않던 러시아조차 이례적으로 89명이 숨졌다고 시인했다. 당시 우크라이나 측은 사망자가 400여 명에 달한다고 추정했다. 미국 야당 공화당 일각에서 비용 등을 이유로 우크라이나 지원을 줄이자는 주장이 나오는 가운데 조지 W 부시 전 미 행정부에서 재직한 콘돌리자 라이스 전 미 국무장관과 로버트 게이츠 전 국방장관은 ‘휴전’이 아니라 ‘러시아군의 패퇴’를 목표로 우크라이나 지원을 늘리자고 촉구했다. 두 장관은 7일 워싱턴포스트(WP) 공동 기고에서 “시간은 우크라이나의 편이 아니다”라며 군수품 지원 확대를 외쳤다.파리=조은아 특파원 achim@donga.com}

탈북 작가 선무(線無)가 독일 뮌헨 인근에서 평화의 메시지가 담긴 개인전을 연다. 독일의 문화예술가 단체 ‘아트5’는 선무 작가가 이달 7∼29일 독일 뮌헨 근처 볼프라츠하우젠 쿤스트투름에서 개인전 ‘경계는 없다(Grenzenlos)’를 연다고 밝혔다. 그는 북한에서 태어나 1998년 두만강을 건너 중국, 라오스 등을 통해 2002년 한국으로 들어와 정착했다. 2007년 홍익대 미술대 회화과와 2009년 홍익대 미술대학원 회화과를 졸업했다. 그는 북한에 남은 가족들이 피해를 입지 않도록 실명과 얼굴을 공개하지 않은 채 작품 활동을 하고 있다. 작가명 선무는 ‘선이 없다’는 뜻으로 휴전선이 없어지길 바란다는 희망을 담은 이름이다. 그는 이번에 같은 뜻을 담은 개인전을 연다. 독일에서 여는 개인전은 이번이 세 번째로, 작품 84점이 전시된다. 그는 2008년부터 꾸준히 국내는 물론이고 미국 독일 호주 중국 등에서도 개인전을 열었다. 북한 정치 선전물을 연상시키는 강렬한 색채와 큼직한 한글 문구로 평화의 메시지를 전하고 있다. 선무 작가는 동아일보와의 통화에서 “남과 북이 작은 땅에서 계속 싸우기보단 평화롭게 교류하길 바라는 마음에서 전시를 하고 있다. 앞으로도 세계 곳곳에서 이런 메시지를 전하고 싶다”며 “이번 전시 수익금을 전쟁을 겪고 있는 우크라이나 난민을 위해 기부할 예정”이라고 말했다. 유재현 아트5 공동대표는 “이번 전시를 통해 선무 작가는 전쟁과 평화 사이의 경계를 보여준다”면서 “(러시아와 전쟁 중인) 우크라이나 난민이 많이 들어온 독일과 현재 전쟁이 진행 중인 유럽 땅에서 보는 그의 혼란스러운 미적 표현이 담길 것”이라고 소개했다. 파리=조은아 특파원 achim@donga.com}

러시아가 지난해 말 우크라이나 동부 도네츠크주 마키이우카의 신병 임시 숙소가 공격을 당해 최소 89명이 숨진 사건에 대한 보복으로 역시 우크라이나군 숙소를 공습했다. 러시아군은 이 공격으로 우크라이나 군인 600여 명이 숨졌다고 주장했다. 우크라이나는 “러시아의 선전일 뿐”이라며 사상자가 없다고 맞섰다. 8일 러시아 관영 타스통신에 따르면 러시아 국방부는 이날 성명을 통해 우크라이나군의 임시 기지인 도네츠크주 크라마토르스크의 건물 2곳에 로켓 공격을 가해 우크라이나군 600여 명이 사망했다고 밝혔다. 이어 “표적이 우크라이나군의 임시 숙소라는 신뢰할 만한 정보를 토대로 공격이 이뤄졌다“며 마키이우카 사건의 보복임을 분명히 했다. 우크라이나군은 지난해 12월 31일 미국이 지원한 ‘고속기동포병로켓시스템(HIMARS·하이마스)’ 등을 통해 마키이우카에 대대적인 로켓 공격을 가했다. 침공 후 자국군의 피해 사실을 좀처럼 인정하지 않던 러시아조차 이례적으로 89명이 숨졌다고 시인했다. 당시 우크라이나 측은 사망자가 400여 명에 달한다고 추정했다. 하지만 8일 로이터통신은 해당 건물 2곳에서 사상자가 나온 흔적이 없다고 전했다. 세르히 체레바티 우크라이나군 대변인 또한 현지 매체에 “하이마스를 모두 파괴했다는 러시아군의 주장만큼 정확한 정보”라고 비꼬았다. 미국 야당 공화당 일각에서 비용 등을 이유로 우크라이나 지원을 줄이자는 주장이 나오는 가운데 조지 부시 전 미 행정부에서 재직한 콘돌리자 라이스 전 미 국무장관과 로버트 게이츠 전 국방장관은 ‘휴전’이 아니라 ‘러시아군의 패퇴’를 목표로 우크라이나 지원을 늘리자고 촉구했다. 두 장관은 장관은 7일 워싱턴포스트(WP) 공동 기고에서 “시간은 우크라이나의 편이 아니다”라며 군수품 지원 확대를 외쳤다. 파리=조은아 특파원achim@donga.com}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이 우크라이나 전쟁에 참전 중인 자국 군인들에게 ‘36시간 휴전’을 명령했다. 러시아가 지난해 2월 우크라이나 침공 이후 시한부이기는 하지만 전면적 휴전을 명령한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우크라이나와 미국 등 서방은 러시아가 재집결을 위해 시간을 벌려는 ‘꼼수’를 부리는 것이라며 냉담한 반응을 보였다. 5일 러시아 관영 타스통신에 따르면 푸틴 대통령은 이날 크렘린궁이 공개한 성명을 통해 “(러시아정교회의 수장) 키릴 총대주교의 호소를 고려해 우크라이나 전투 지역 전역에서 6일 낮 12시부터 7일 24시(8일 0시)까지 휴전할 것을 러시아 국방장관에게 지시했다”고 밝혔다. 앞서 우크라이나 침공을 지지했던 키릴 총대주교는 러시아 정부에 해당 기간 ‘크리스마스 휴전’을 선언해줄 것을 요청했다. 정교회는 개신교, 가톨릭의 성탄절보다 13일 늦은 1월 7일을 크리스마스로 기념한다. 러시아는 민간인 대피와 같이 인도적인 목적으로 남부 항구도시 마리우폴 등 제한적인 지역에서 휴전을 지시한 적은 있지만 참전 군인 전원을 대상으로 휴전 명령을 한 적은 없다. 그러나 우크라이나 측은 ‘기만과 위선’이라고 반응했다. 볼로디미르 젤렌스키 우크라이나 대통령은 이날 화상 연설에서 “러시아가 격전지인 동부 돈바스 지역에서 우크라이나군의 진격을 멈추고 러시아군을 더 투입하기 위한 속임수를 쓰고 있다”고 비판했다고 로이터통신이 보도했다. 그는 러시아 국민들을 염두에 둔 듯 러시아어로 연설하며 “전쟁은 러시아군이 우크라이나를 떠날 때 끝난다”고 강조했다.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도 이날 “그(푸틴 대통령)는 단지 숨을 돌리려 하고 있다”며 휴전의 진정성을 인정하지 않았다. 미국 뉴욕타임스(NYT)는 푸틴의 일시적인 휴전 메시지에 대해 ‘전략적 홍보’ 조치일 수 있다고 보도했다. 우크라이나가 휴전 기간 공격을 감행한다면 러시아는 이를 바탕으로 내부와 국제사회에 ‘도덕적 우위’를 주장할 수 있고, 우크라이나가 공격을 중단한다면 자국 군을 재편성할 시간을 벌게 돼 어느 쪽도 손해가 아니라고 전했다. 파리=조은아 특파원 achim@donga.com}

전기요금이 급등하자 프랑스에선 ‘1유로(약 1350원)대 국민빵’ 바게트마저 생산이 줄어들 위기에 처했다. ‘한 달 전기료가 10배 이상 뛰었다’는 말까지 나올 정도로 생산비 부담이 커져 제빵사들이 “바게트를 더 이상 못 만들겠다”고 하소연하고 있다. 3일 AFP통신에 따르면 프랑스의 일부 제빵사들이 전기요금이 너무 올라 오븐을 사용할 여력이 없다며 생산 중단을 경고하고 나섰다. 제빵업계는 최근 1년 반 동안 버터, 밀가루, 설탕 가격 급등으로 이미 어려움을 겪어왔는데 전기요금마저 뛰어 생산비용이 불어났다. 프랑스 동부의 작은 마을 부르갈트로프에서 빵집을 운영하는 쥘리앵 베르나르 르냐르 씨는 AFP통신에 “전기료 때문에 빵집을 닫을 줄은 상상도 못했다. 지난해 9월 계약서를 새로 썼는데 비용이 3.5배로 늘었다”고 밝혔다. 월간 전기요금이 약 400유로에서 1500유로로 폭등했다고 한다. 그는 “매일 문 닫는 빵집들이 생겨나고 있다. 일부는 전기요금이 10∼12배로 올랐다”고 덧붙였다. 서민들의 주식인 바게트 공급이 위축되고 전국 3만5000곳 규모인 빵집이 경영 위기에 처하자 에마뉘엘 마크롱 정부는 이날 현금 흐름에 어려움을 겪는 제빵사들에게 세금 납부를 미뤄주는 등 조치를 취하겠다고 밝혔다. 브뤼노 르메르 재무장관은 “최근 바게트 문화와 장인 노하우가 유네스코 인류무형문화유산으로 등재됐는데 제빵업계를 지원하지 않는 건 역설”이라고 했다.파리=조은아 특파원 achim@donga.com}

《“우크라이나 전쟁은 몇 개월 뒤 ‘비공식적인 정전(停戰)’을 맞을 것이다.” 프랑스를 대표하는 국제정치학자 파스칼 보니파스 국제관계전략연구소(IRIS) 소장(67)의 전망이다. 1년 가까운 전쟁으로 양국 모두 인명 손실이 막대해 암묵적 타협이 이뤄질 수 있다는 것이다. 그는 동아일보 신년 인터뷰에서 “미국이야말로 전쟁의 실익을 챙긴 진정한 승자”라고 분석했다.》 “올해 우크라이나 전쟁은 몇 달간 계속되다가 ‘비공식적인 정전(停戰)’을 맞을 것이다.” 프랑스를 대표하는 국제정치학자 파스칼 보니파스 국제관계전략연구소(IRIS) 소장(67)은 지난해 12월 19일 파리 11구의 IRIS 사무실에서 진행한 동아일보와의 신년 인터뷰에서 다음 달 발발 1년을 맞는 우크라이나 전쟁을 이같이 전망했다. 보니파스 소장은 “러시아와 우크라이나는 전쟁으로 인한 인명 손실이 막대해 전쟁을 이런 방식으로 계속할 순 없다”며 전쟁 강도를 낮춰 살상을 줄이는 사실상의 정전을 예상했다. 핵전쟁 가능성에 대해선 “우크라이나가 크림반도만 안 건드리면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이 핵무기를 쓰진 않을 것”이라고 봤다. 60권이 넘는 저서를 꾸준히 펴낸 그는 70세를 바라보는 나이에도 ‘세계를 이해하다(comprendre le monde)’란 유튜브 및 팟캐스트 채널과 팔로어 14만 명이 넘는 트위터로 시시각각 변하는 국제 이슈를 분석해 전달하고 있다. 다음은 일문일답. ―우크라이나 전쟁이 1년이 다 돼 간다. 언제쯤 끝이 날까. “푸틴 대통령이 2022년 2월 이후 우크라이나에서 차지한 영토를 유지할 수 있다면 전쟁을 그만둘 수 있다. 하지만 이건 볼로디미르 젤렌스키 우크라이나 대통령은 물론이고 서방 국가들도 받아들이기 어렵다. 푸틴 대통령이 침공에 대한 보상을 얻는 셈이기 때문이다. 양국이 서로 조건을 받아들이기 어려우니 전쟁이 몇 개월은 더 갈 것으로 본다. 공식적인 정전은 없을 수도 있지만 러시아와 우크라이나가 전쟁 강도를 낮출 수 있다. 양국에서 각각 10만 명이 사망한 것으로 추산될 만큼 인명 손실이 막대해 전쟁을 계속하긴 어렵기 때문이다. 평화협정 없이 전쟁 강도를 낮춰 살상을 막는 비공식적인 정전이 양쪽에 해법이 될 수 있다.” ―푸틴 대통령이 전쟁에서 이길 수 있을까. “이길 수 없다. (전쟁 명분으로 내세웠던) 키이우 정권 교체가 가능한 상황이 아니다. 2022년 2월 이후 러시아가 차지했던 영토를 우크라이나가 탈환하고 있어 상황을 통제할 수 없다. 러시아 군이 전쟁에서 지고 러시아로 돌아오면 푸틴 대통령에겐 수치이고 권력이 약해질 것이다. 하지만 러시아에서 그를 대체할 사람이 보이지 않는다. 그가 경쟁자들을 배제했기 때문이다. 그래서 러시아 내에선 영향력이 있다. 물론 러시아의 완전한 패배로 끝난다면 군부가 그에게 책임을 물을 것이고 그는 책임져야 할 것이다.” ―푸틴 대통령이 완전히 패하면 국제사회에도 리스크일 텐데…. “맞다. 그래서 미국은 젤렌스키 대통령이 (2014년 러시아에 무력으로 빼앗긴) 크림반도를 되찾길 원하지 않는다. 우크라이나가 크림반도를 탈환하면 푸틴 대통령이 핵무기를 쓰려 할 것이다. 크림반도는 전략적으로나 심리적으로나 다른 지역과는 다르다.” ―러시아 경제가 서방 제재를 극복할까. “어려울 거다. 중요한 건 러시아에서 인공지능(AI) 등 첨단 정보기술(IT) 전문 인력들이 유출되고 있다는 점이다. 70만∼100만 명 정도가 러시아를 떠난 것으로 안다. 푸틴 대통령이 자유를 통제하고 서방의 지원이 없다 보니 살기 힘든 데다 죽음에 이를 수 있는 전방에 가길 원하지 않기 때문이다. 서방의 경제 제재도 문제이지만 이러한 전문 인력 유출이 심하다는 게 더 큰 문제다. 이 때문에 러시아 경제가 멈추게 될 가능성이 높다. 중장기적으로 경제에 상당한 영향을 줄 것이다.” ―미국 인플레이션감축법(IRA) 등 미국의 보호주의가 강해지고 있다. “미국이 문제다. 아시아와 유럽은 미국의 동맹인데 현실의 미국은 경제 부문에선 아시아와 유럽을 적으로 인식한다. 이번 새로운 법안(IRA)은 매우 일방적이다. 미국 정부는 ‘미국만이 위험한 푸틴으로부터 세계를 보호할 수가 있다. 그러니 우리의 뜻에 따르고 경제 정책에 반발해선 안 된다’면서 전쟁을 이용하고 있다. 아시아, 유럽 국가들이 미국에서 무기를 더 많이 사들이고 있다. 또 유럽 국가들이 러시아산 가스와 원유를 수입하지 못하니 미국에서 수입을 늘리고 있다. 미국이야말로 이번 전쟁의 진정한 승자다.” ―어떻게 대응해야 할까. “미국은 ‘러시아-중국 연합’에 대항해 민주주의의 연합을 요구하고 있는데, 이건 유럽과 아시아 국가들에 ‘덫’이라고 본다. 한국과 유럽은 절대로 미국과 중국 중에 한쪽을 고르면 안 된다. 우리는 중국과 이해관계가 상당히 얽혀 있기 때문이다. 우리는 더욱 준비가 돼 있어야 한다. 유럽과 한국 등 아시아 국가는 같은 배를 타고 있다. 유럽과 아시아 국가의 동맹을 강화해야 한다. ‘미국의 정책을 받아들일 수 없고, 우리의 요구를 경청해야 한다’고 함께 미국에 요구하면 우리가 유리해질 것이다.” ―미국의 보호무역 정책은 앞으로도 강화될까. “그렇다. 조 바이든 대통령은 강한 동맹을 유지해야 한다고 말하면서 경제 분야에선 동맹을 약화시키는 일을 하고 있다. 매우 모순적인 행동이지만 미국의 보호무역 정책은 계속될 것으로 본다. 미국 민주당과 공화당 간에 보호무역 정책이 필요하다는 합의가 형성돼 있으니 양당 모두에 보호무역은 선택의 문제가 아니다.” ―중국도 러시아처럼 대만을 침공할 수 있다는 시각이 있는데…. “대만은 섬이어서 탱크가 보트로 가야 하기 때문에 공격이 힘들다. 그리고 중국이 대만을 침공하면 미국이 행동할 것임을 밝힌 바 있는 데다 중국은 대만과 경제적 이해관계가 강해서 대만을 침공하긴 어렵다. 게다가 중국은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이후 경제가 안 좋아 추가적인 위기를 원하지 않는다.”파리=조은아 특파원 achim@donga.com}

지난해 12월 31일(현지 시간) 베네딕토 16세(본명 요제프 라칭거) 전 교황 선종으로 로마 바티칸 ‘두 교황’ 시대가 막을 내리면서 생전 그와 프란치스코 교황의 관계에 더 관심이 쏠리고 있다. 2019년 영화 ‘두 교황’에서처럼 두 전·현직 교황이 따뜻한 우정을 키웠을까 하는 것이다. 1일 미국 워싱턴포스트(WP)는 그동안 바티칸에 긴장감을 불어넣은 두 교황 시대가 복잡하게 종식됐다고 전했다. 프란치스코 교황 전기 작가 마르코 폴리티는 WP에 “두 사람과 교회에 대한 두 시각 사이의 조용한 대비가 종식돼 안도감이 생겼다”고 말했다. 영화 두 교황에서는 독일 출신 원칙주의자 베네딕토 16세와 아르헨티나 진보적 사제 프란치스코 교황이 묘한 긴장 관계이면서도 종교와 축구를 허심탄회하게 논하고 피아노를 연주하며 정을 쌓았지만 현실은 달랐다는 의미로 풀이된다. 베네딕토 16세가 즉위 8년 만인 2013년 2월 건강 문제를 이유로 교황직을 프란치스코 교황에게 물려주면서 두 교황 사이에 불편한 긴장감이 형성됐다는 시각이 있다. 베네딕토 16세는 사임한 뒤 독일로 돌아가지 않고 바티칸 내 수도원에서 지냈다. 또 스스로를 ‘명예 교황’이라고 부르며 교황이 입는 전통적인 흰색 수단을 계속 입고 다녔다. WP는 “은퇴한 교황이 프란치스코 교황과 너무 가깝게 살면서 흰색 수단을 착용한 것은 위험한 일이었다”며 “베네딕토 16세는 ‘세상에서 숨어 살겠다’는 서약을 지키지 않았고 교회 문제에 끼어들어 논란을 일으켰다”고 평가했다. 그는 2016년 회고록 ‘마지막 대화’를 출간해 교황으로서 자신을 평가했고, 2019년 가톨릭 잡지 기사에서 교회 사제의 남자 아동 성학대 추문에 대해 1960년대 ‘성(性)혁명’으로 동성애가 늘어 도덕성 붕괴를 낳은 탓이라는 취지로 말해 비판받기도 했다. 반면 두 교황이 평화롭게 공존했다는 시각도 있다. 이탈리아 일간 ‘코리에레 델라 세라’는 베네딕토 16세와 프란치스코 교황이 서로를 의지하며 평화롭게 지냈다고 진단했다. 이 매체는 베네딕토 16세가 교황직에서 물러난 이후 남긴 30여 건의 강론과 서한, 전기 작가 인터뷰는 모두 프란치스코 교황의 동의를 받았을 만큼 갈등이 심하지 않았다는 것이다. 프란치스코 교황도 생전 사임 가능성을 내비치고 있어 교황 사임 후 역할을 정립해야 한다는 지적도 있다. 전직 바티칸 재무관 조지 펠 호주 추기경은 2020년 저서에서 “은퇴한 교황은 ‘명예 교황’ 호칭을 쓸 수는 있지만 추기경단이 다시 지명해야 하고 공개적으로 강론해선 안 된다”고 밝혔다고 로이터통신은 전했다.파리=조은아 특파원 achim@donga.com}

프랑스 파리 도심에서 한낮 혐오범죄로 보이는 총격 사건으로 쿠르드족 이주민 3명이 숨지자 쿠르드족 이주민 등 수천 명이 거리에 나와 과격 시위를 이어갔다. 튀르키예 등에서 자치 독립을 주장하며 탄압을 받고 있는 쿠르드족은 온라인에서 ‘#나는 쿠르드족이다’ 운동을 시작했다. 24일 프랑스 라디오방송 프랑스앵포에 따르면 전날 낮 파리 10구 쿠르드족 문화센터 근처에서 69세 남성이 총기를 난사해 쿠르드족 남성 2명, 여성 1명이 숨지고 3명이 다쳤다. 현장에서 경찰에 붙잡힌 ‘윌리엄 M’으로 불리는 용의자는 “나는 인종차별주의자다”라고 말한 것으로 알려졌다. 그는 체포 당시 권총을 들고 있었고 장전된 탄창 두세 개와 총알 25개가 든 상자도 갖고 있었다고 일간 르몽드는 전했다. 그는 체포 직후 의사 소견에 따라 정신건강의학과 병동으로 옮겨졌다. 프랑스철도공사(SNCF) 기관사로 일하다가 은퇴한 용의자는 지난해 12월 이주민 텐트촌에서 흉기를 휘둘러 2명 이상을 다치게 한 혐의로 체포됐다가 최근 보석으로 풀려났다. 총격 몇 시간 뒤 쿠르드족 이주민을 중심으로 한 시위대는 사건 현장에 모여 “프랑스가 우릴 보호하지 못했다”고 외치며 희생자 추모, 사건 진상 규명 등을 요구하는 시위를 벌였다. 시위는 경찰 허가를 받고 평화적인 집회로 시작했지만 이내 폭력적으로 변했다. 이들은 “튀르키예의 소행”이라고 주장하며 길가 휴지통에 불을 지르기도 하고 세워진 차량들을 뒤집어엎거나 불을 질렀으며 경찰을 향해 돌팔매질을 했다. 경찰은 최루탄을 발사하며 진압에 나섰다. 이날 충돌로 경찰 31명, 시민 1명이 다쳤고 경찰은 시위 참가자 11명을 체포했다. 시위대는 24일에도 사건 현장에서 가까운 파리 레퓌블리크 광장에 모여 시위를 벌였다. TV5몽드에 따르면 튀르키예 출신 쿠르드족 이민자 약 15만 명이 현재 프랑스에 살고 있다. 앞서 2013년에는 튀르키예 쿠르디스탄노동자당(PKK) 창당 멤버 사키네 칸시즈 등 여성 운동가 3명이 파리 쿠르드족 센터에서 총에 맞아 숨진 채 발견되기도 했다. 에마뉘엘 마크롱 대통령은 24일 트위터에 “프랑스 쿠르드족이 파리 중심부에서 끔찍한 공격의 대상이 됐다. 희생자들, 살기 위해 고군분투하는 사람들, 그 가족과 사랑하는 사람들을 생각한다”는 위로 글을 올렸다. 세계 최대 유랑 민족인 쿠르드족은 제1차 세계대전으로 오스만제국이 몰락한 뒤 민족국가 건설에 나섰지만 뜻을 이루지 못했다. 현재 약 3800만 명이 튀르키예 이란 이라크 시리아 등에 흩어져 살며 분리 독립을 꾀하지만 해당 국가 정부의 탄압을 받고 있다.파리=조은아 특파원 achim@donga.com}

미국을 전격 방문한 볼로디미르 젤렌스키 우크라이나 대통령이 21일(현지 시간) “조 바이든 미 대통령과 10개 조건을 담은 평화 구상(peace formula)을 논의했다”고 밝혔다. 젤렌스키 대통령은 이날 바이든 대통령과 백악관에서 정상회담을 한 뒤 미 의회 연설에서 “우리는 평화를 요구한다. 이를 위해 평화 정상회담 개최와 공동 안보 보장을 요구한다”고 말했다. 그는 “바이든 대통령이 우리의 평화 제안을 지지했다는 것을 알릴 수 있어 기쁘다”고 했다. 젤렌스키 대통령은 러시아군 철수 및 종전, 영토 회복 등을 포함한 10개 조건 평화 구상과 관련해 주요 7개국(G7) 정상이 참여하는 글로벌 평화 구상 정상회의를 통한 조건 이행 보장 방안을 요구하고 있다. 바이든 대통령은 정상회담 뒤 공동 기자회견에서 “우리 둘 다 (우크라이나 평화에 대해) 완전히 같은 비전을 갖고 있고 전쟁을 끝내기를 원한다”며 “젤렌스키 대통령이 러시아와 대화할 준비가 되면 (대화에서) 성공할 것”이라고 말했다. 젤렌스키 “주권-영토 타협 못해” 바이든 “참수작전 정밀탄 지원” 양국 정상, 워싱턴서 회담 젤렌스키, 영토 반환 등 10가지 요구美의회선 “우크라 지원은 투자” 강조바이든, 패트리엇 추가 요청엔 웃음러국방, 푸틴에 병력 30% 증강 제안 볼로디미르 젤렌스키 우크라이나 대통령은 21일(현지 시간) 미국 워싱턴에서 열린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과의 정상회담이 끝난 뒤 공동 기자회견에서 “(전쟁을 끝내기 위한) 평화 구상(10개 조건)의 구체적인 조치들과 미국이 이를 실행하기 위해 도울 수 있는 일을 (바이든 대통령에게) 제안했다”고 밝혔다. 다만 그는 “내게 정의로운 평화는 러시아의 침략으로 인한 모든 피해에 대한 보상이며 조국의 주권과 자유, 영토 보전에 대한 타협은 아니다”고 강조했다. 미 의회 연설에서는 “테러 국가인 러시아의 평화 조치를 기다리는 것은 순진한 일”이라며 “내년 우크라이나 모든 국민에게 자유를 돌려줄 것”이라고도 말했다. 바이든 대통령은 공동 기자회견에서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이 정신을 차리고 군대를 물리면 전쟁은 오늘 바로 끝날 수 있지만 그런 일은 일어나지 않을 것이다. 푸틴 대통령은 이 잔인한 전쟁을 끝낼 의사가 전혀 없다”며 “우크라이나가 전쟁에서 승리할 수 있도록 계속 돕겠다”고 말했다. ○ “바이든에게 평화 구상 위한 구체 지원 제안”젤렌스키 대통령이 밝힌 평화 구상 10개 조건은 1991년 옛 소련 독립 당시 확정된 우크라이나 영토의 완전한 반환과 러시아군 철수 및 적대 행위 중단, 러시아의 전쟁 배상금 지급을 비롯한 정의 회복, 포로 석방과 핵 안전, 식량 및 에너지 안보, 종전 공고화 등이다. 젤렌스키 대통령은 주요 7개국(G7)을 통한 우크라이나 공동 안보 보장 방안을 요구해 왔다. 다만 러시아는 이 같은 제안을 “비현실적”이라고 일축하고 있다. 젤렌스키 대통령은 기자회견에서 “회담 주요 쟁점은 내년 자유와 독립을 위해 싸우는 우크라이나를 강화하는 것”이라며 “우리는 테러국가인 러시아 제재를 논의하고 있다”고 말했다. 바이든 대통령은 그동안 확전을 우려해 제공하지 않던 패트리엇 미사일은 물론이고 군 지휘부 제거 같은 ‘참수작전’에 쓰이는 합동정밀직격탄(JDAM) 키트, 위성통신체계를 포함해 18억5000만 달러(약 2조3000억 원)어치 무기를 추가 지원한다고 밝혔다. 개전 이후 미국의 단일 지원으로 가장 큰 규모다.○ “美의 우크라 지원은 자선 아닌 투자”젤렌스키 대통령은 정상회담에 이어 미 국회의사당을 방문해 상·하원 의원들을 상대로 연설했다. 그는 “우리에겐 대포가 있다. 매우 고마운 일이다. 충분하냐고 묻는다면 그렇지 않다”면서 “미국의 우크라이나 지원은 자선(charity)이 아니다. 세계 안보와 민주주의에 대한 투자”라고 강조했다. 하지만 11월 중간선거에서 하원 다수당을 차지한 야당 공화당의 케빈 매카시 하원 원내대표는 젤렌스키 대통령의 연설에 대해 “우크라이나를 지지하지만 백지수표는 지지하지 않는다”고 말했다. 미 의회는 449억 달러(약 57조8300억 원) 규모의 우크라이나 추가 지원이 담긴 2023년 연방정부 예산안을 23일 표결한다. 바이든 대통령도 일부 요구에는 난색을 표했다. 그는 기자회견에서 ‘에이태큼스(ATACMS) 전술 지대지미사일 등 모든 지원을 해줄 것인가’라는 질문에 “그(젤렌스키 대통령)의 대답은 ‘그렇다’일 것”이라면서도 “모든 것을 주면 유럽의 단결을 해체할 수 있다. 우리는 러시아와 전쟁하려는 것은 아니다”고 말했다. 젤렌스키 대통령이 “바이든 대통령에게 패트리엇을 더 받고 싶다고 신호를 보낼 수 있다”고 하자 바이든 대통령은 웃기만 했다. 그러자 젤렌스키 대통령은 “우리는 전쟁 중이다. 정말 죄송하다”고 했다. 로이터통신에 따르면 이날 러시아 국방 고위 지도부 확대회의에서 세르게이 쇼이구 국방장관이 “군 병력을 115만 명에서 150만 명으로 (30%) 늘리고 징병 연령을 18∼27세에서 21∼30세로 상향해야 한다”고 제안하자 푸틴 대통령은 지지 의사를 밝혔다. 워싱턴=문병기 특파원 weappon@donga.com파리=조은아 특파원achim@donga.com}

얼마 전 프랑스 파리 대형 백화점 안내 창구에서 백발의 여성 직원을 만났다. 렌즈가 두꺼운 안경을 썼지만 깔끔한 유니폼에 머리를 단정하게 빗어 넘긴 이 직원은 60세 전후로 보였다. 회원 카드를 발급받으려는 기자에게 이 직원은 친절하게 개인 정보를 물으며 컴퓨터 모니터에 뜬 복잡한 양식을 키보드로 꼼꼼히 채워 넣었다. 보통 젊은 직원이 안내 창구를 지키는 서울 백화점 풍경과 달라 오래 기억에 남는다. 백화점뿐 아니라 파리 레스토랑과 카페에서도 머리가 하얗게 센 웨이터를 만나기 어렵지 않다. 처음에는 ‘프랑스 노인 고용률이 높나 보다’ 생각했다. 하지만 프랑스 정부는 고령자 고용률이 저조하다며 개선 방안을 심각하게 고민하고 있었다. 경제협력개발기구(OECD)에 따르면 프랑스 인구의 노동 참여도는 60세 이하까지는 다른 회원국과 비슷하지만 60세를 넘어서면 38개 회원국 중 밑에서 5번째 수준으로 고꾸라진다. 프랑스인이 노동시장을 떠나는 평균 연령은 남성 60.4세, 여성 60.9세로 유럽연합(EU) 평균(남성 62.6세, 여성 61.9세)보다 낮다. 프랑스의 고령자 고용이 상대적으로 저조한 이유는 현재 정년이 62세인 데다 연금 수령액이 아직은 넉넉하기 때문이다. 60세 전후 시니어들은 일찍 은퇴해 몇 년만 버티면 연금으로 넉넉한 노후를 즐길 수 있으니 굳이 일터에 남으려 하지 않는 것이다. 고령자의 높은 인건비와 낮은 노동생산성도 원인으로 꼽힌다. 젊은 인력을 선호하고 고령자를 ‘꼰대’로 보는 일터 문화도 걸림돌이다. 노동시장에서 밀려난 시니어들은 ‘기업이 숙련된 우리 노동의 가치를 인정하려 하지 않는다’ ‘젊은 직원은 우리에게 배울 의지가 없다’고들 하소연한다. ‘청년 실업’에 가려진 ‘실버 실업’ 문제를 간과하면 사회적 비용이 클 수밖에 없다. 프랑스에선 실업 노인의 건강이 일하는 노인보다 나쁘다는 연구 결과도 나왔다. 이들의 의료비를 비롯한 부양 비용에는 국가 재정이 투입된다. 프랑스 정부는 시니어 고용 문제를 최근 더 심각하게 여기고 있다. 에마뉘엘 마크롱 대통령이 거센 반발을 무릅쓰고 추진하려는 연금 개혁안과 밀접한 관계가 있어서다. 개혁안은 정년을 62세에서 65세로 연장한다. 법적으로 정년이 연장되고 연금 수령 시기가 늦춰지면 일하는 고령자가 많아지리라 기대할 수 있다. 하지만 시장 선택을 받지 못한 고령자는 일자리가 없어 소득이 끊기는 ‘소득 크레바스(절벽)’가 길어질 수 있다. 이 때문에 마크롱 정부도 정년 연장 같은 연금제도 개편과 함께 근로자 재교육을 강화하려 한다. 시니어 고용 문제는 한국에서도 난제다. 정부도 정년 연장 및 연금 수령 시기 지연 방안을 검토하고 있다. 하지만 이런 개혁안이 시행될 때 경쟁력을 잃은 고령자는 근로소득도 잃은 채 연금 수령 시점만 바라봐야 한다. 심각한 한국 노인 빈곤이 더욱 심화할 수 있다. 지난해 65세 이상 우리나라 노인 빈곤율은 43.4%로 OECD 회원국 평균(13.1%)보다 3배 이상 높다. 75세 이상은 OECD 회원국 중 유일하게 절반이 넘는 55.1%가 빈곤 상태다. 한국 정부도 고령자 계속고용장려금을 비롯한 각종 지원책을 늘리고는 있다. 하지만 이보다 근본적인, 그러나 어려운 해법은 고령자의 노동시장 경쟁력을 높이는 일이다. 정부와 기업이 시니어 인력 재교육과 경력 전환을 서둘러야 연금개혁이 실패하지 않을 것이다.조은아 파리 특파원 achim@donga.com}

볼로디미르 젤렌스키 우크라이나 대통령은 21일(현지 시간) 워싱턴에서 열린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과의 정상회담이 끝난 뒤 공동 기자회견에서 “(전쟁을 끝내기 위한) 평화 구상(10개 조건)의 구체적인 조치들과 미국이 이를 실행하기 위해 도울 수 있는 일을 (바이든 대통령에게) 제안했다”고 밝혔다. 바이든 대통령이 자신의 평화 구상을 지지했다고도 했다. 다만 그는 “내게 정의로운 평화는 러시아의 침략으로 인한 모든 피해에 대한 보상이며 조국의 주권과 자유, 영토 보전에 대한 타협은 아니다”고 강조했다. 바이든 대통령은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이 정신을 차리고 군대를 물리는 옳은 일을 하면 전쟁은 오늘 바로 끝날 수 있지만 그런 일은 일어나지 않을 것”이라고 했다. 바이든 대통령은 그동안 확전을 우려해 제공하지 않던 패트리엇 미사일은 물론 군 지휘부 제거 같은 ‘참수작전’에 쓰이는 합동정밀직격탄(JDAM) 키트, 위성통신체계를 포함해 18억5000만 달러(약 2조3000억 원)어치 무기를 추가 지원한다고 밝혔다. 개전 이후 미국의 단일 지원으로 가장 큰 규모다.● “바이든에 평화 구상 위한 구체 지원 제안”젤렌스키 대통령이 밝힌 평화 구상 10개 조건은 1991년 옛 소련 독립 당시 확정된 우크라이나 영토의 완전한 반환과 러시아군 철수 및 적대 행위 중단, 러시아의 전쟁 배상금 지급을 비롯한 정의 회복, 포로 석방과 핵 안전, 식량 및 에너지 안보, 종전 공고화 등이다. 젤렌스키 대통령은 주요 7개국(G7)을 통한 우크라이나 공동 안보 보장 방안을 요구해왔다. 다만 러시아는 이 같은 제안을 “비현실적”이라고 일축하고 있다. 젤렌스키 대통령은 기자회견에서 “회담 주요 쟁점은 내년 자유와 독립을 위해 싸우는 우크라이나를 강화하는 것”이라며 “우리는 테러국가인 러시아 제재를 논의하고 있다”고 말했다. ● “美의 우크라 지원은 자선 아닌 투자”젤렌스키 대통령은 정상회담에 이어 미 국회의사당을 방문해 상·하원 의원들을 상대로 연설했다. 그는 “우리에겐 대포가 있다. 매우 고마운 일이다. 충분하냐고 묻는다면 그렇지 않다”면서 “미국의 우크라이나 지원은 자선(charity)이 아니다. 세계 안보와 민주주의에 대한 투자”라고 강조했다. 하지만 11월 중간선거에서 하원 다수당을 차지한 야당 공화당의 케빈 매카시 하원 원내대표는 젤렌스키 대통령의 연설에 대해 “우크라이나를 지지하지만 백지수표는 지지하지 않는다”고 말했다. 미 의회는 449억 달러(약 57조8300억 원) 규모 우크라이나 추가 지원이 담긴 2023년 연방정부 예산안을 23일 표결한다. 바이든 대통령도 일부 요구에는 난색을 표했다. 그는 기자회견에서 에이태큼스(ATACMS) 전술 지대지미사일 등 모든 지원을 해줄 것인가’라는 질문에 “그(젤렌스키 대통령)의 대답은 ‘그렇다’일 것”이라면서도 “모든 것을 주면 유럽의 단결을 해체할 수 있다. 우리는 러시아와 전쟁하려는 것은 아니다”고 말했다. 젤렌스키 대통령이 “바이든 대통령에게 패트리엇을 더 받고 싶다고 신호를 보낼 수 있다”고 하자 바이든 대통령은 웃기만 해다. 그러자 젤렌스키 대통령은 “우리는 전쟁 중이다. 정말 죄송하다”고 했다. 로이터통신에 따르면 이날 국방 고위 지도부 확대회의에서 세르게이 쇼이구 국방장관이 “군 병력을 115만에서 150만으로 (30%) 늘리고 징병 연령을 18~27세에서 21~30세로 상향해야 한다”고 제안하자 푸틴 대통령은 지지 의사를 밝혔다. 북한은 지난달 20일 북한 동북부 나선특별시 두만강역(驛)과 러시아 연해주 하산역을 잇는 철도로 러시아에 포탄 등 군수물자를 제공했다고 일본 도쿄신문이 22일 보도했다. 워싱턴=문병기 특파원 weappon@donga.com파리=조은아 특파원 achim@donga.com}

볼로디미르 젤렌스키 우크라이나 대통령(사진)이 21일(현지 시간) 미국을 전격 방문했다. 2월 24일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 이후 300일 만의 첫 해외 방문이다. 미국은 젤렌스키 대통령 방문을 계기로 우크라이나에 첨단 요격 시스템인 패트리엇 미사일을 처음 제공한다. 러시아는 미국이 패트리엇 미사일을 지원하면 공격 목표물로 삼을 것이라고 위협한 바 있다. 우크라이나 전쟁이 확전과 휴전 사이 중대 기로에 섰다는 분석이 나온다. 미 백악관은 이날 “조 바이든 대통령이 젤렌스키 대통령을 만나 정상회담을 한 뒤 공동 기자회견을 연다”고 밝혔다. 젤렌스키 대통령은 미국 도착 전 트위터에 “방어력과 회복력 강화를 위한 양국 협력을 논의하고 미 의회에서 연설한다”고 밝혔다. 백악관은 이번 젤렌스키 대통령 방미를 계기로 패트리엇 미사일을 포함해 20억 달러(약 2조5701억 원)어치 무기 등 안보 지원 계획을 발표한다. 첨단 지대공 미사일 시스템(NASAMS·나삼스) 등 방공 미사일을 계속 지원하는 내용도 포함됐다. 백악관은 회담에 앞서 “바이든 대통령은 평화(휴전) 협상을 압박하지는 않을 것”이라고 했다.美, 우크라에 패트리엇 미사일 첫 지원… 푸틴 “ICBM 실전 배치” 젤렌스키, 깜짝 방미미사일-항공기-드론 등 공격 막아… 러 궁지로 몰 ‘게임체인저’ 평가바이든과 전쟁 출구전략 논의 관측… 러 “무기 공급이 사태 악화시킬 것” 볼로디미르 젤렌스키 우크라이나 대통령의 21일 미국 방문은 러시아군이 최근 드론(무인기) 및 미사일 집중 공격으로 전력 등 주요 인프라 시설을 파괴해 우크라이나 국민이 강추위 속 전력난을 겪는 고비에 전격적으로 이뤄졌다. 전쟁이 시작된 지 꼭 300일 만이다. 친(親)러 국가 벨라루스 참전설 등 확전 우려가 커지는 가운데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이 젤렌스키 대통령에게 대규모 추가 무기 지원을 약속해 전쟁의 새 분수령이 될 것으로 보인다. ○ 美, ‘게임 체인저’ 패트리엇 첫 지원미국이 젤렌스키 대통령의 방미 계기에 밝힌 20억 달러(약 2조5701억 원)의 안보 지원 패키지에 첨단 방공 요격 시스템 패트리엇 미사일이 포함된 것이 주목된다. 유효 사거리가 70∼80km로 미사일, 항공기, 드론 등을 탐지해 먼 거리, 높은 고도에서 격추하도록 설계됐다. 우크라이나가 겨울을 버티지 못하도록 에너지 인프라를 집중 공격하는 러시아의 전략을 막을 핵심 무기다. 이 때문에 패트리엇 미사일이 러시아를 더 열세로 몰아넣는 ‘게임 체인저’가 될 수 있다는 전망이 나왔다. 젤렌스키 대통령은 바이든 대통령과 정상회담 뒤 미 하원 연설에서 우크라이나에 대한 지속적인 지원이 필요하다고 강조할 방침이다. 지난달 미 중간선거에서 하원 다수당을 차지한 야당 공화당이 “백지수표는 없다”며 지원 규모와 속도 조절 가능성을 시사한 상황에서 이번 연설이 성사됐다. 백악관은 젤렌스키 대통령의 방미 계기에 의회가 400억 달러(약 51조5200억 원) 이상의 내년도 우크라이나 추가 자금 지원 법안을 통과시킨다고 밝혔다. 북대서양조약기구(NATO·나토) 유럽 최고사령관을 지낸 웨슬리 클라크는 CNN에 “젤렌스키 방미는 지금이 전쟁의 운명이 결정될 수 있는 순간임을 보여준다”고 말했다. 젤렌스키 대통령은 최대 격전지인 동부 전선 바흐무트를 방문한 직후 미국행 비행기에 올랐다. 백악관은 바이든 대통령이 젤렌스키 대통령을 초청했다고 밝혔다. 그의 방미는 제2차 세계대전 당시 나치 독일의 공습을 견디던 윈스턴 처칠 당시 영국 총리의 방미를 떠올리게 한다고 CNN은 분석했다. 크리스마스를 앞둔 방미 시점도 비슷하다. 처칠은 1941년 12월 22일 프랭클린 루스벨트 미 대통령과 회담했다. 이 ‘크리스마스 방문’으로 미국과 유럽 간 동맹이 강화돼 2차대전의 승리로 이어졌다. 미국은 그간 우크라이나에 휴전 협상 필요성을 거론했다. 바이든 대통령 또한 젤렌스키 대통령과 전쟁을 끝낼 출구 전략을 논의했을 것으로 관측된다. 우크라이나 국민이 혹한 속에 전력난의 고통을 감내해야 하기 때문이다. 다만 미 고위 관계자는 바이든 대통령이 젤렌스키 대통령에게 평화회담을 압박하지는 않겠다는 입장이라고 했다.○ 푸틴 “ICBM-극초음속 미사일 실천 배치”드미트리 페스코프 러시아 크렘린궁 대변인은 이날 젤렌스키 대통령의 방미에 대해 “우크라이나에 대한 (미국의) 추가 무기 공급이 사태를 악화시킬 것”이라고 비난했다. 평화협상에 부정적인 우크라이나의 태도가 변할 것으로 기대하지도 않는다며 “협상 가능성이 없을 것”이라고 했다. 페스코프 대변인은 14일에도 “(패트리엇 미사일이) 제공되면 무조건 러시아군의 목표물”이라고 위협했다.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 또한 21일 국방부 회의를 주재하고 “차세대 대륙간탄도미사일(ICBM) ‘사르마트’가 조만간 실전 배치될 것”이라고 예고했다. 극초음속 미사일 ‘지르콘’ 역시 이르면 내년 1월 실전 배치하겠다고 밝혔다. 이날 푸틴 대통령의 최측근인 드미트리 메드베데프 러시아 국가안보회의 부의장 또한 중국 베이징에서 시진핑 국가주석을 만나 푸틴 대통령의 친서를 전달했다. 두 사람 모두 평화회담 필요성을 강조했다. 파리=조은아 특파원 achim@donga.com워싱턴=문병기 특파원 weappon@donga.com}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이 현재 최대 우방국 벨라루스를 방문한 가운데 벨라루스가 러시아 핵미사일을 실전 배치했다고 밝혀 전쟁이 우크라이나 전역으로 다시 확대될 우려가 고조되고 있다. 푸틴 대통령은 국경 보안 강화를 명령했다. 우크라이나 남서부 국경을 맞댄 몰도바에서는 “러시아가 내년 1∼4월 몰도바를 공격할 것”이란 전망이 나왔다.○ 벨라루스 “러시아 핵미사일 실전 배치”19일 러시아 관영 리아노보스티통신에 따르면 알렉산드르 루카셴코 벨라루스 대통령은 이날 수도 민스크에서 푸틴 러시아 대통령과 정상회담을 가진 직후 기자회견을 통해 “러시아가 인도한 이스칸데르 미사일과 S-400 방공 미사일을 실전 배치했다”고 밝혔다. 이스칸데르는 재래식 탄두와 핵탄두를 모두 장착할 수 있는 단거리 탄도미사일로 최대 사거리가 1000km에 달하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S-400 방공 미사일은 2007년부터 러시아군이 실전 배치한 중장거리 지대공 미사일이다. 레이더에 거의 포착되지 않는 스텔스 전투기까지 추적해 격추할 수 있다고 알려져 있다. 루카셴코 대통령은 또 러시아 지원을 받아 핵무기 탑재가 가능한 군용기 조종사들을 훈련시키고 있다고 밝혔다. 그는 “우리는 (핵무기를 운반할 수 있는) 항공기를 준비했다”며 “항공기 조종에 필요한 인력은 이미 훈련에 들어갔다”고 말했다. 러시아와 벨라루스 군사 공조가 한층 강화되면서 현재 러시아가 점령한 우크라이나 동남부 국지전 양상이 침공 초기처럼 동·남·북 전면전으로 다시 번질 수 있다는 긴장감이 높아지고 있다. 미국 외교전문 매체 포린폴리시는 19일 위성사진을 분석한 결과 우크라이나와 벨라루스 접경 지역에 새롭게 조성된 숲길로 벨라루스 군 장비들이 이동하고 있다고 전했다. 군사 전문가들은 벨라루스가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재)침공 루트가 될 것이라는 신호로 보고 있다.○ 몰도바 “러, 내년 1∼4월 공격”푸틴 대통령은 20일 우크라이나 점령지 여건이 “극도로 어렵다”며 국경 보안 강화를 명령했다고 러시아 국영 타스통신 등이 보도했다. 그는 크렘린궁이 이날 공개한 연방보안국 노동자의 날 영상 연설에서 “오늘날 급변하는 세계 정세 및 새로운 위협과 도전으로 러시아 보안기관이 전체적으로 높은 (수준의) 요구를 받고 있다”며 이렇게 밝혔다. 확전 우려가 커지면서 우크라이나와 이웃한 몰도바에서도 러시아의 침공이 임박했다는 얘기가 나왔다. AP통신에 따르면 몰도바 정보안보국(SIS)은 19일 성명을 내고 러시아가 내년 몰도바 내부 친러 분리주의 세력이 장악한 분쟁지역 트란스니스트리아로 향하는 진입로를 내기 위해 추가 공세에 나설 수 있다고 밝혔다. 앞서 알렉산드루 무스테아터 SIS 국장도 현지 방송 인터뷰에서 “러시아가 몰도바 영토를 향해 새로운 공세를 펼 것은 분명하다”며 “문제는 시점인데 1월이나 2월이냐, 아니면 3월이냐 4월이냐”라고 말했다. 유럽연합(EU)은 내년 2월 15일부터 1년간 천연가스 가격 상한을 1MWh(메가와트시)당 180유로(약 25만 원)로 설정하는 가스 가격 상한제를 시행한다고 밝혔다. 러시아가 에너지를 무기화하며 유럽에 가스 공급을 줄여 가스 가격이 급등한 데 대한 대응 차원이다. 드미트리 페스코프 러시아 크렘린궁 대변인은 “시장에 대한 공격으로 시장가격을 책정하는 절차를 위반하고 침해했다. 용납할 수 없다”고 비난했다고 타스통신이 전했다.파리=조은아 특파원 achim@donga.com}
우크라이나 전쟁에서 열세를 보이는 러시아가 국내 불만을 다스리기 위해 대대적인 진격 작전을 준비하고 있다는 분석이 나오고 있다.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은 19일 벨라루스 수도 민스크에서 알렉산드르 루카셴코 벨라루스 대통령과 정상회담을 연 뒤 중대 발표를 하겠다고 공개해 친러 국가인 벨라루스의 참전 우려가 커졌다. 미하일로 포돌랴크 우크라이나 대통령 고문은 18일 미국 뉴욕타임스(NYT) 인터뷰에서 러시아가 우크라이나 전쟁 열세에 따른 반발을 줄이기 위한 진격 작전을 준비하고 있다고 밝혔다. 러시아군이 제2차 세계대전 당시 소련군의 전술과 유사한 대규모 지상군 공격을 계획하고 있다고도 했다. 발레리 잘루지니 우크라이나군 총사령관 또한 내년 1∼3월 러시아의 대대적 공격에 대비해 우크라이나가 예비군을 훈련하고 있다고 영국 이코노미스트에 밝혔다. 그는 “러시아군이 약 20만 명의 신병을 훈련하고 있다. 우크라이나 수도 키이우를 다시 공격할 것이 분명하다”고 내다봤다. 최근 우크라이나 고위 당국자들이 잇따라 경고하는 이유는 서방이 우크라이나의 우세에 안주하려는 움직임을 막고 우크라이나가 협상에 나서게 만들려는 러시아의 시도 또한 제어하기 위함이라고 NYT는 해석했다. 독일 dpa통신은 러시아 국영방송 WGTRK를 인용해 푸틴 대통령이 19일 루카셴코 대통령과 회담 후 중대 발표를 한다고 전했다. 주요 외신들은 푸틴 대통령이 벨라루스에 참전을 요구할 것이란 관측을 내놨지만 드미트리 페스코프 러시아 대통령실(크렘린궁) 대변인은 “절대적으로 어리석고 근거 없는 날조”라고 반박했다고 타스통신 등이 전했다. 벨라루스 대통령실은 전쟁을 직접 거론하지 않은 채 두 정상이 ‘안보 문제’를 논의한다고 밝혔다. 이에 볼로디미르 젤렌스키 우크라이나 대통령은 “러시아-벨라루스와 맞댄 우크라이나의 국경을 수호하는 것은 늘 최우선 순위”라고 강조했다. 러시아는 19일 새벽 자폭 무인기(드론) 등을 이용해 우크라이나 곳곳의 기반 시설을 공격했다. 이로 인해 키이우를 포함한 전국 10개 지역에서 정전이 발생했다고 AP통신 등이 전했다. 우크라이나군이 상당수 드론을 격추했지만 영하로 떨어진 날씨 등과 겹쳐 에너지 부족이 심해질 것이란 우려가 나온다.파리=조은아 특파원 achim@donga.com}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이 우크라이나 전쟁을 지휘하는 군 사령관들을 소집해 작전 방향에 대한 의견을 수렴했다고 외신이 보도했다. 최근 ‘두문불출한다’는 소문이 무성한 푸틴 대통령이 만약 실각하면 남미로 탈출하는 작전을 준비하고 있다는 관측도 일각에서 나온다. 17일 로이터통신에 따르면 푸틴 대통령은 전날 군 사령관 10여 명을 불러 우크라이나 전쟁 작전 방향에 관한 의견을 들었다. 러시아 크렘린궁이 이날 공개한 영상에 따르면 푸틴 대통령은 군사지휘본부를 찾아 세르게이 쇼이구 국방장관과 발레리 게라시모프 총참모장을 비롯한 고위 장성들과 회의했다. 푸틴 대통령은 이 자리에서 “즉각적으로 필요한 작전과 중기 작전에 대해 제안을 듣고 싶다”고 말했다고 로이터는 보도했다. 이번 군 사령관 소집은 최근 푸틴 대통령이 공식 행사에 나타나지 않아 의구심을 자아낸 가운데 열렸다. 미국 뉴욕타임스(NYT)는 “푸틴 대통령이 전쟁 진전에 관심이 있음을 명확하게 보여 주려는 취지”라고 분석했다. 영국 일간 더타임스는 최근 푸틴 대통령이 연례 기자회견과 ‘국민과의 대화’를 모두 취소했다며 그가 전쟁 패배와 실각에 대비해 남미로 도주하는 ‘노아의 방주’ 작전을 준비하고 있다고 보도했다. 전직 푸틴 대통령 연설문 작가 아바스 갈랴모프 정치평론가는 텔레그램에서 익명의 크렘린 소식통을 인용해 “푸틴 대통령이 심각한 위협에 처하면 아르헨티나나 베네수엘라로 탈출하는 작전을 준비하고 있다”고 주장했다. 연말을 앞두고 우크라이나는 대러시아 공세를 강화하고 있다. 미국의 만류에도 러시아군 최고 지휘관 저격을 시도했다고 NYT가 17일 보도했다. 게라시모프 러시아 총참모장의 최전선 방문 정보를 입수한 미 정부는 확전을 우려해 이 정보를 우크라이나에 알리지 않았다. 하지만 우크라이나는 다른 경로로 이를 인지하고 게라시모프 공격을 추진했다. 미 정부는 ‘공격 취소’를 요청했지만 우크라이나 정부는 ‘이미 작전을 시작했다’고 답했다고 NYT는 전했다. NYT는 5월 우크라이나군이 4월 게라시모프 총참모장을 겨냥한 집중 공격을 시도했다고 보도한 바 있다. 파리=조은아 특파원 achim@donga.com}

올해 칸 영화제에서 극찬을 받은 영화 ‘레일라의 형제들’에 출연한 이란 유명 여배우 타라네 알리두스티(38·사진)가 당국에 체포됐다. 알리두스티는 ‘히잡 의문사’로 촉발된 반정부 시위를 지지해 왔다. 17일 이란 현지 매체를 인용한 영국 일간 가디언에 따르면 알리두스티는 허위 정보를 소셜미디어 등에 게시하고 사회 혼란을 조장한 혐의로 이날 체포됐다. 알리두스티 체포 사실은 영화감독 사미야 미르샴시가 외부에 알렸다. 이후 현지 언론 미잔에 보도됐다. 앞서 알리두스티는 8일 반정부 시위 참가자 모센 셰카리(23) 사형 집행에 대해 자신의 인스타그램 계정에 “당신의 침묵은 억압과 독재에 대해 지지를 의미한다”며 반정부 시위 참여를 호소했다. 또 “이란 정부의 이런 잔혹한 사형 집행에 국제단체들이 아무런 대응을 하지 않는다면 그것은 인류의 수치”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가디언은 이란 젊은 세대에 가장 영향력 있는 배우로 꼽히는 알리두스티를 체포함으로써 이란 당국이 정부를 위협하는 배우 예술가를 비롯한 유명인도 단속하겠다는 의지를 드러냈다고 해석했다. 알리두스티는 2017년 미국 아카데미영화제 외국어영화상을 수상한 아스가르 파르하디 감독 영화 ‘세일즈맨’에서 주인공을 맡은 이란 대표 여배우로 꼽힌다. 올해 칸 영화제에서 상영된 사이드 루스타이 감독의 ‘레일라의 형제들’에 출연하는 등 최근까지 활발하게 작품 활동을 이어왔다. 독일어 영어에 능통한 그는 책 번역도 했다.파리=조은아 특파원 achim@donga.com}

올해 칸 영화제에서 극찬을 받은 영화 ‘레일라의 형제들’에 출연한 이란 유명 여배우 타라네 알리두스티(38·사진)가 당국에 체포됐다. 알리두스티는 ‘히잡 의문사’로 촉발된 반정부 시위를 지지해왔다. 17일 이란 현지 매체를 인용한 영국 일간 가디언에 따르면 알리두스티는 허위 정보를 소셜미디어 등에 게시하고 사회 혼란을 조장한 혐의로 이날 체포됐다. 알리두스티 체포 사실은 영화감독 사미야 미르샴시가 외부에 알렸다. 이후 현지 언론 미잔에 보도됐다. 앞서 알리두스티는 8일 반정부 시위 참가자 모센 셰카리(23) 사형 집행에 대해 자신의 인스타그램 계정에 “당신의 침묵은 억압과 독재에 대해 지지를 의미한다”며 반정부 시위 참여를 호소했다. 또 “이란 정부의 이런 잔혹한 사형 집행에 국제단체들이 아무런 대응을 하지 않는다면 그것은 인류의 수치”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가디언은 이란 젊은 세대에 가장 영향력 있는 배우로 꼽히는 알리두스티를 체포함으로써 이란 당국이 정부를 위협하는 배우 예술가를 비롯한 유명인도 단속하겠다는 의지를 드러냈다고 해석했다. 알리두스티는 2017년 미국 아카데미영화제 외국어영화상을 수상한 아쉬가르 파르하디 감독 영화 ‘세일즈맨’에서 주인공을 맡은 이란 대표 여배우로 꼽힌다. 올해 칸 영화제에서 상영된 사에드 루스타이 감독의 ‘레일라의 형제들’에 출연하는 등 최근까지 활발하게 작품 활동을 이어왔다. 독일어 영어에 능통한 그는 책 번역도 했다. 그는 당국의 탄압에도 이란을 떠나지 않겠다며 “나는 수년간 매일 저항하며 살아온 내 조국 여성들로부터 용기를 받았다. 나는 (이란에) 계속 머물 것이며 (저항을) 멈추지 않겠다”는 글을 남기기도 했다. 파리=조은아 특파원 achim@donga.com}

“프랑스가 우리를 오랫동안 식민 통치했지만 오늘 우린 경기장에서 프랑스와 어깨를 나란히 했어요.” 카타르 월드컵 준결승전에서 모로코 국가대표팀이 프랑스에 패배했지만 14일 오후 10시 반경(현지 시간) 프랑스 파리국제대학촌 모로코관 강당은 환호성으로 들썩였다. 이곳에서 경기를 관람한 모로코인 유학생 아클라 마리아 씨는 “우리가 져서 아쉽긴 하지만 우리 축구대표팀이 높은 수준에 이른 게 자랑스럽다”고 했다. 경기 직후 파리의 대학촌은 물론이고 샹젤리제 거리와 개선문 일대 등 주요 도심에 프랑스와 모로코인 젊은이들이 우르르 쏟아져 나왔다. 양국 젊은이들은 자국 국기를 몸에 두른 채 새벽까지 폭죽을 터뜨렸다. 파리의 한 은행에 다니는 모로코인 바드르 아히다르 씨는 파리국제대학촌에서 기자와 만나 “모로코계 프랑스 축구 선수들이 활약하고 있고, 양국이 교류를 잘하고 있는 만큼 우린 프랑스의 좋은 측면을 많이 보려 한다”고 말했다. 샹젤리제 거리에서 만난 모로코인 유학생 아야 핫자 씨는 “아프리카 국가로 처음 준결승전에 진출해 엄청난 자부심을 느낀다”고 했다. 북아프리카 지중해변의 이슬람 국가 모로코는 1912년부터 프랑스의 통치를 받다가 1956년 독립했다. 프랑스로 이주한 모로코인들은 최근까지도 프랑스 사회의 차별에 불만이 컸다. 이 때문에 경기 전만 해도 프랑스 당국은 바짝 긴장했다. 파리 일대의 경찰 5000여 명을 비롯해 1만여 명의 경찰이 프랑스 전역에 배치됐다. 과거 프랑스의 식민 통치를 받았던 모로코의 팬들이 경기 직후 난동을 부릴 수 있다는 우려가 많았다. 양국 팬이 흥분하면서 프랑스 전역에서 260여 명이 체포되고 1명이 뺑소니 사고로 숨졌다고 일간 르피가로가 전했다. 이웃 벨기에 브뤼셀에서도 모로코 축구 팬 약 100명이 경기 직후 폭죽을 던지고 쓰레기봉투에 불을 질렀다. 다만 심각한 피해는 없었다고 로이터통신이 전했다. 일부 축구 팬들이 과격한 행동으로 연행되긴 했지만 인파가 가장 많이 몰린 파리에선 큰 사고 없이 행사가 마무리됐다고 현지 언론들은 보도했다. 일간 르몽드는 이날 온라인 톱기사에서 “프랑스의 승리, 모로코의 패배로 끝났지만 프랑스 거리에선 ‘우린 형제이며 결국 함께한다’는 목소리가 울려 퍼졌다”고 소개했다. 일간 리베라시옹도 프랑스와 모로코를 함께 응원하는 마르세유 팬들을 조명했다. 모로코 영문 매체 헤스프레스는 “팬들이 경기 직후 무거운 마음으로 커피숍, 식당, 바를 떠났다”고 가라앉은 분위기를 전했다. 다만 “모로코 팬들은 축구 대표팀의 영웅적인 월드컵 여정에 계속 자부심을 느끼고 있다”고 강조했다.파리=조은아 특파원 achim@donga.com}
미국이 우크라이나에 미사일을 요격하는 최첨단 패트리엇 방공 미사일 체계를 제공하기 위한 막판 작업에 들어간 것으로 알려져 이 무기가 ‘게임 체인저’가 될지 주목받고 있다. 그간 미사일과 무인기(드론)를 통해 우크라이나 에너지 시설 등을 대거 파괴한 러시아에 맞설 수 있기 때문이다. 우크라이나는 러시아가 내년 1, 2월 대규모 공세에 나설 수 있다고 우려하고 있다. 미국 CNN은 13일 조 바이든 미 행정부가 패트리엇 미사일 방어 체계를 우크라이나에 보내기로 하고 이번 주 안에 공식 발표할 예정이라고 두 명의 당국자를 인용해 보도했다. CNN은 바이든 대통령과 로이드 오스틴 국방장관이 승인할 것으로 예상된다고 전했다. 미국은 우크라이나에 3차원 감시 레이더, 중·단거리 미사일, 발사대 등으로 구성된 첨단 지대공 미사일 체계 ‘나삼스’를 지원해왔다. 하지만 우크라이나는 러시아 미사일 및 무인기 공격을 방어하려면 이것만으로는 충분하지 않다며 최첨단 장거리 방공 체계를 추가로 지원해달라고 요구했다. 패트리엇 방공 미사일 포대는 목표물을 탐지하는 레이더, 컴퓨터, 발전 장비, 미사일 발사대 등으로 구성된다. 적군이 발사한 미사일, 항공기나 드론을 탐지해 격추하도록 설계됐다. 패트리엇 미사일의 유효 사거리는 70∼80km다. 마하 3.5의 속도를 낼 수 있다. 이 미사일은 장거리와 고도까지 미칠 수 있어 우크라이나로 발사된 러시아의 미사일과 항공기를 격추할 수 있다. 미국은 대북 억지를 위해 동북아에 패트리엇 미사일을 배치했다. CNN에 따르면 드미트로 쿨레바 우크라이나 외교장관은 13일 “러시아가 내년 1월 말이나 2월에 대규모 공세를 개시할 능력을 갖출 수 있을 것”이라고 예상했다. 그는 이날 수도 키이우 방공호에서 외신 기자들과 만나 “러시아는 우크라이나 안으로 깊숙이 진출할 수 있다는 희망을 여전히 갖고 있다”고 우려했다. 파리=조은아 특파원 achim@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