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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찰의 신변 보호를 받던 여성의 가족을 살해한 이석준(26·구속)이 1심에서 무기징역을 선고받았다. 서울동부지법 형사합의12부(부장판사 이종채)는 보복 살인 등의 혐의로 기소된 이석준에게 21일 무기징역을 선고했다. 재판부는 “피고인은 살인 전 A 씨를 감금 및 성폭행했을 뿐 아니라 (피해자) A 씨의 가족을 상대로 잔혹한 범행을 저질렀고, 유족들이 심각한 정신적 고통을 겪고 있다”며 “사회로부터 영구히 격리할 필요가 있다”고 밝혔다. 재판 과정에서 이석준 측은 범행이 계획적 보복이 아니었다고 주장했지만 재판부는 받아들이지 않았다. 재판부는 “피고인은 강간상해 피의자가 되는 과정에서 분노가 일어 보복의 목적으로 피해자를 살해한 것으로 보인다”며 “미리 주소를 알아내고 흉기를 준비했으며 (피해자를) 감시하는 등 범행을 치밀히 준비했다”고 지적했다. 이석준은 지난해 12월 10일 A 씨의 집에 찾아가 A 씨 어머니를 흉기로 살해하고 남동생에게 중상을 입힌 혐의로 재판에 넘겨졌다. 이석준은 범행 5일 전 대구에서 A 씨를 감금하고 성폭행한 혐의로 경찰 조사를 받았다. 이에 A 씨가 경찰에 신변 보호를 요청하자 앙심을 품고 흥신소를 통해 거주지를 알아낸 뒤 택배기사로 위장해 A 씨 집에 들어가 범행을 저지른 혐의가 인정됐다.전혜진 기자 sunrise@donga.com}

사회적 거리 두기가 해제되면서 속속 재개되는 축제가 논란 끝에 취소되는 경우가 이어지고 있다. ‘위드 코로나’ 시대를 맞아 축제를 즐기려는 욕구가 최근 몇 년 동안 급속히 높아진 ‘정치적 올바름(Political Correctness·PC)’에 대한 감수성과 충돌하는 양상이다. 연세대 축제기획단은 2019년 이후 3년 만에 이달 24, 25일 개최할 예정이던 축제 ‘무악대동제’를 무대 운영의 어려움 등의 이유로 취소했다고 16일 밝혔다. 축제 취소에는 ‘개최일이 6·25전쟁 72주년과 겹치는 건 문제’라는 구성원들의 반발이 영향을 미쳤다. 최근 연세대 온라인 커뮤니티에는 6·25전쟁이 발발한 날 축제를 여는 걸 두고 “국가와 민족에 대한 역사·사명 의식의 문제”라는 지적이 이어졌다. 구성원들은 “현대사에서 중요한 날인데 왁자지껄 떠들면 비판을 받을 것”, “술판이 벌어지는 응원제를 굳이 이날 해야 하느냐”고 지적했다. 함형진 연세대 총학생회 비상대책위원장은 최근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에 “각종 논란으로 인해 대동(大同)의 의미가 퇴색된 것 같아 안타깝다”며 고개를 숙였다. 하지만 취소에 대해 이 대학 재학생 조모 씨(23)는 “시험 기간 시간을 쪼개 축제를 준비한 학생들은 뭐가 되느냐”며 반발했다. 상당한 양의 물을 사용하는 도심 페스티벌도 화살을 맞고 있다. 올 들어 기록적인 가뭄이 이어지는 가운데 ‘물놀이 콘서트’가 적절치 않다는 지적이다. 24∼26일 서울 잠실종합운동장에서 개최 예정인 ‘워터밤 서울 2022’ 콘서트는 ‘물 낭비’라는 비판을 받고 있다. 한 배우는 12일 SNS에 “콘서트 물 300t, 소양강에 뿌려줬으면 좋겠다”고 했다. 가수 싸이의 ‘흠뻑쇼 SUMMER SWAG 2022’도 같은 논란이 일면서 추가로 계획했던 청주 공연 일정이 최근 취소됐다. 일각에서는 “축제를 안 하면 가뭄이 해소되느냐”, “가뭄 때문에 워터파크도 모두 문을 닫아야 하느냐”라는 반론도 나온다. 김윤태 고려대 사회학과 교수는 “(방역 등 규제가 많았던)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사태를 겪으며 특히 젊은층을 중심으로 정치적 올바름에 대한 감수성이 높아졌다”라며 “문화 행사도 여러 사회적 맥락을 고려해야 하는 상황”이라고 진단했다. 김중백 경희대 사회학과 교수는 “코로나19 사태 이후 타인을 배려하는 동시에 타인의 시선을 의식하는 것이 몸에 배어든 결과”라고 분석했다.전혜진 기자 sunrise@donga.com}

국민의힘 윤리위원회가 이르면 이번 주 이준석 당 대표의 성상납 의혹 관련 징계 논의에 들어갈 예정인 가운데, 이 대표와 윤리위가 각각 여론전을 이어가며 정면충돌했다. 이양희 윤리위원장은 18일 입장문을 내고 “윤리위 활동에 대한 추측성 정치적 해석이 제기되는 데다 당 사무처의 부적절한 업무 처리가 더해지면서 정상적 활동에 지장을 받고 있다”며 “윤리위는 당원 개개인의 지위 고하에 상관없이 모든 당원을 징계할 권한을 가지고 있다”고 했다. 앞서 이 대표가 17일 언론 인터뷰를 통해 “(가장 낮은 징계인) 경고도 받아들이기 어렵다”, “성상납 의혹은 윤리위의 판단 대상이 아니다”라고 한 데 대해 정면으로 반박한 것. 한 윤리위원은 통화에서 “이 대표의 발언은 사실상 윤리위의 존재를 부정하는 것이다. 징계 논의를 앞둔 당사자로서 선을 넘고 있다”고 했다. 윤리위는 조만간 전체회의를 열고 이 대표의 성상납 의혹과 관련한 증거인멸 교사 의혹과 품위 유지 의무 위반을 따질 방침이다. 이 대표 측이 “사실무근”이라는 입장을 고수하는 가운데 ‘당원권 정지’ 이상의 징계가 나올 경우 대표 거취를 두고 당내 극심한 내홍이 예상된다. 이 대표에게 성상납을 했다는 의혹을 받고 있는 김성진 아이카이스트 대표에 대해서는 23일경 옥중 조사가 이뤄질 것으로 전망된다. 경찰은 19일 수백억 원대의 투자금을 가로챈 혐의로 복역 중인 김 대표의 참고인 조사를 위해 서울구치소에 수사접견 신청을 했다고 밝혔다.윤다빈 기자 empty@donga.com전혜진 기자 sunrise@donga.com}

취업준비생 신정현 씨(26)는 이달 말 친구 4명과 강원 홍천군의 작은 호텔로 1박 2일 ‘촌캉스(村+바캉스)’를 다녀올 예정이다. 원래 해외여행을 가려다가 배 이상으로 뛴 항공권 값에 포기했다. 신 씨는 “부산이나 강릉처럼 사람이 붐비는 곳보다 한적한 곳에서 여행을 즐기고 싶다”라며 “친구들과 숙소에서 밀키트로 파티를 할 생각”이라고 했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사태로 억눌렸던 여행 수요가 최근 폭발하는 가운데 유가 등의 영향으로 급등한 항공권 가격에 놀라 해외여행에서 국내로 발길을 돌리는 여행객이 늘고 있다. 특히 MZ세대(밀레니얼+Z세대)를 중심으로 유명 관광지를 벗어나 비교적 덜 알려졌던 시골의 여행 명소를 찾는 발걸음이 이어지고 있다.○ “안 붐비는 한적한 시골이 좋아”여행 전문 플랫폼 트리플에 따르면 이달 1∼15일 전국 숙소 예약 건수는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241% 늘었다. 특히 유명 여행지가 많은 강원과 제주를 제외하고 영호남과 충청의 시군 지역(광역시 제외) 숙소 예약이 408% 증가한 것으로 나타났다. 서울에 사는 직장인 박지은 씨(26)는 지난달 울릉도와 독도로 4박 5일 자유여행을 다녀왔다. 박 씨는 “원래 제주도에 갈까 하다가 너도나도 가는 것 같아 새로운 곳이 끌렸다”며 “이번 여름에도 전주, 순천 등 국내 중소도시 여행을 가볼까 생각 중”이라고 했다. 숙박업소 예약 플랫폼 야놀자 관계자는 “부산 해운대나 강원 강릉 같은 유명 여행지 외에 교통이 다소 불편하더라도 관광객이 많지 않은 한적한 곳이 새로 주목받고 있다”고 말했다.○ MZ세대, 여행지로 취향 뽐내취향을 중시하는 MZ세대들이 차별화된 여행지를 찾아내고, 이를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로 알리면서 묻혀 있던 지역 관광지가 새롭게 각광받는 일도 적지 않다. 서울의 직장인 이호진 씨(31)는 2월 강원 영월군의 한 게스트하우스로 ‘별 보기 여행’을 다녀왔다. 교통이 불편한 곳이었지만 SNS로 본 시골의 밤 풍경이 이 씨의 마음을 붙잡았다. 이 씨는 “유명 관광지보다 조용한 곳을 고르려고 둘러보다 사진 분위기가 맘에 들어 선택했다”라며 “올여름에는 경남 남해나 전남 완도에서 숨겨진 곳을 찾아볼까 생각 중”이라고 했다. 구정우 성균관대 사회학과 교수는 “MZ세대가 주머니 사정을 고려하면서도 존재감과 문화적 취향을 뽐낼 수 있을 만한 곳을 찾아내 SNS로 공유하면서 새 여행 장소가 발굴되고 있다”고 했다. 최경은 한국문화관광연구원 관광정책연구실장은 “남들과 같은 것을 거부하는 MZ세대가 자신만의 관광지를 찾는 경향이 ‘국내 여행의 재발견’을 만들어내고 있다”고 했다.전혜진 기자 sunrise@donga.com}

취업준비생 신정현 씨(26)는 이달 말 친구 4명과 강원 홍천군의 작은 호텔로 1박 2일 ‘촌캉스(村+바캉스)’를 다녀올 예정이다. 원래 해외여행을 가려다가 배 이상으로 뛴 항공권 값에 포기했다. 신 씨는 “부산이나 강릉처럼 사람이 붐비는 곳보다 한적한 곳에서 여행을 즐기고 싶다”라며 “친구들과 숙소에서 밀키트로 파티를 할 생각”이라고 했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사태로 억눌렸던 여행 수요가 최근 폭발하는 가운데 유가 등의 영향으로 급등한 항공권 가격에 놀라 해외여행에서 국내로 발길을 돌리는 여행객이 늘고 있다. 특히 MZ세대(밀레니얼+Z세대)를 중심으로 유명 관광지를 벗어나 비교적 덜 알려졌던 시골의 여행 명소를 찾는 발걸음이 이어지고 있다.●“안 붐비는 한적한 시골이 좋아” 여행 전문 플랫폼 트리플에 따르면 이달 1~15일 전국 숙소 예약 건수는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241% 늘었다. 특히 유명 여행지가 많은 강원과 제주를 제외하고 영호남과 충청의 시군 지역(광역시 제외) 숙소 예약이 408% 증가한 것으로 나타났다. 서울에 사는 직장인 박지은 씨(26)는 지난달 울릉도와 독도로 4박 5일 자유여행을 다녀왔다. 박 씨는 “원래 제주도에 갈까 하다 너도나도 가는 것 같아 새로운 곳이 끌렸다”며 “이번 여름에도 전주, 순천 등 국내 중소도시 여행을 가볼까 생각 중”이라고 했다. 숙박업소 예약 플랫폼 야놀자 관계자는 “코로나19가 잦아들면서 여행 수요가 급증해 해외 및 국내 여행 시장이 동반 성장 중”이라며 “국내에선 부산 해운대나 강릉 같은 유명 여행지 외에 교통이 다소 불편하더라도 관광객이 많지 않은 한적한 곳이 새로 주목받고 있다”고 말했다.●MZ세대, 여행지로 취향 뽐내 취향을 중시하는 MZ세대들이 차별화된 여행지를 찾아내고, 이를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로 알리면서 묻혀 있던 지역 관광지가 새롭게 각광받는 일도 적지 않다. 서울의 직장인 이호진 씨(31)는 지난 2월 강원 영월군의 한 게스트하우스로 ‘별 보기 여행’을 다녀왔다. 교통이 불편한 곳이었지만 SNS로 본 시골의 밤 풍경이 이 씨의 마음을 붙잡았다. 이 씨는 “유명 관광지보다 조용한 곳을 고르려고 둘러보나 사진 분위기가 맘에 들어 선택했다”라며 “올 여름에는 경남 남해나 전남 완도에서 숨겨진 곳을 찾아볼까 생각 중”이라고 했다. 구정우 성균관대 사회학과 교수는 “MZ세대가 주머니 사정을 고려하면서도 존재감과 문화적 취향을 뽐낼 수 있을 만한 곳을 찾아내 SNS로 공유하면서 새 여행 장소가 발굴되고 있다”고 했다. 최경은 한국문화관광연구원 관광정책연구실장은 “해외에서도 코로나19 사태 이후 잘 알려지지 않았던 국내 지역을 찾아내 여행하는 것이 추세”라며 “남들과 같은 것을 거부하는 MZ세대가 자신만의 관광지를 찾는 경향이 ‘국내 여행의 재발견’을 만들어내고 있다”고 했다. 전혜진 기자sunrise@donga.com}

“업무에 집중하다가 모르는 전화를 받아보면 어김없이 여론조사더군요. 맥이 탁 풀렸습니다.” 서울의 40대 직장인 조모 씨는 지난 6·1지방선거 기간 시도 때도 없이 울려대는 여론조사 전화를 받았던 기억을 떠올리며 고개를 저었다. 조 씨는 “업무에 지장을 받을 정도로 전화가 많이 왔다”고 돌이켰다. 동아일보 분석 결과 이번 지방선거 기간 여론조사 전화가 늘어 피로감을 느꼈다는 세간의 인식이 사실이었던 것으로 나타났다.○ 여론조사 건수, 전화 횟수 모두 늘어제8회 전국동시지방선거 선거운동 개시일(5월 19일)부터 여론조사 결과 공표 금지일 전날(5월 25일)까지 7일 동안 중앙선거여론조사심의위원회(심의위)에 결과가 등록된 여론조사 전화 횟수는 모두 1624만5204통이었다. 2018년 제7회 지방선거 당시 같은 기간(1426만2573통)보다 198만2631통(13.9%)이 늘어난 것이다. 분석 기간 등록된 여론조사 건수 역시 올해 지방선거가 389건으로 4년 전(225건)보다 72.9% 늘었다. 심의위에 따르면 이번 지방선거에선 총 1881건의 전화여론조사가 진행됐다. 분석 기간의 조사 건당 평균 통화 횟수(약 4만1800통)를 고려하면 여론조사 업체들은 이번 지방선거 때 모두 8000만 통에 가까운 전화를 유권자들에게 건 것으로 추산된다. 한규섭 서울대 언론정보학과 교수는 “선거 여론조사 보도의 주목도가 높다 보니 너도나도 조사에 나선 결과라고 본다”고 분석했다. 한 여론조사 업체 관계자는 “올해 지방선거는 4년 전에 비해 경기, 충청 등 접전 지역이 많았기 때문에 심의위를 통해 공개되지 않는 정당이나 선거캠프의 여론조사 수요도 상대적으로 많았다”고 했다.○ 10명 중 6명은 전화 안 받거나 거절잦은 조사 전화에 피로해진 유권자들이 전화를 거부하는 경우도 늘었다. 올해 지방선거 여론조사 전화 가운데 63.8%(1036만9043통)는 유권자가 전화를 받지 않거나, 전화를 받은 뒤 거절한 것으로 나타났다. 이 비율은 4년 전(55.4%)보다 8.4%포인트 늘어난 것이다. 특히 통화 중이거나 부재중 등의 사유로 전화를 아예 받지 않은 건수가 693만3169건으로 4년 전(489만339건)에 비해 41.8% 급증했다. 발신자를 알려주는 통화 애플리케이션 사용자가 많아지면서, 여론조사임을 확인하고 전화를 받지 않는 유권자가 크게 늘어난 것으로 풀이된다. 유권자들의 전화 여론조사 피로감을 줄이는 방법으로는 인터넷 조사 확대나 여론조사기관 등록 요건 강화 등이 거론된다. 중앙선거관리위원회도 대책을 고심 중이다. 중앙선거여론조사심의위원장을 맡고 있는 이내영 고려대 정치외교학과 교수는 “현재 선거 여론조사 건수나 전화 횟수에 대한 제한은 없다”며 “부정확한 여론조사를 줄이고 시민들의 피로감을 줄이기 위한 방안을 논의할 계획”이라고 했다. 여론조사 전화를 줄이려면 자신이 가입한 이동통신사에 ‘여론조사기관 가상번호 제공 거부’를 요청하면 된다. 다만 이 경우에도 무작위로 전화를 거는 임의전화(RDD) 방식의 조사 전화는 여전히 걸려 올 수 있다.남건우 기자 woo@donga.com이승우 기자 suwoong2@donga.com전혜진 기자 sunrise@donga.com}
대구 변호사 사무실 방화로 7명이 사망한 가운데 변호사들도 충격에 빠진 분위기다. 변호사단체들은 잇따라 성명을 내 변호사에 대한 위협이나 폭력을 막기 위한 시민들의 인식 개선은 물론이고 관련 입법이 필요하다는 주장까지 제기했다. 서울지방변호사회는 10일 성명을 내고 “변호사에 대한 테러 사건은 그동안 종종 문제가 돼 왔다. 상당수 변호사들은 업무를 수행하면서 당사자들에게 폭행, 협박, 폭언에 시달려본 경험이 있다”고 밝혔다. 이어 “변호사는 어떤 사건이든 최선을 다해 의뢰인의 권익을 대변하는 것이 법률이 정한 책무이고 개인적인 원한이나 앙심을 절대 변호사에게 이입시켜서는 안 된다”며 “헌법과 법률이 부여한 변호사에 대한 인식 개선을 바탕으로 다시는 이러한 참사가 발생하지 않아야 한다”고 주장했다. 변호사에 대한 폭력을 가중 처벌하는 입법이 필요하다는 주장도 나왔다. 로스쿨 출신 변호사 단체인 한국법조인협회(한법협)는 이날 성명에서 “변호사에 대한 폭언·협박·위해 행위를 엄중하게 처벌하는 법률을 만들어 달라”고 주장했다. 한법협 김기원 회장은 “단순한 형량 강화보다는 ‘변호사에 대한 폭력은 안 된다’는 시민적 인식을 만들어가자는 의도의 제안”이라며 “사건 관련자가 변호사뿐만 아니라 판사, 검사, 증인 등에게 폭력을 가할 경우 가중 처벌하는 입법을 검토해야 한다”고 말했다. 한동훈 법무부 장관은 이날 대구 경북대병원 합동분향소를 찾아 “사건의 진상이 명백히 규명되고 피해자 지원이 신속히 이루어질 수 있도록 최선을 다하겠다”고 했다. 이종엽 대한변호사협회장도 분향소에서 “매우 안타깝고 슬프게 생각한다”며 “앞으로 이 같은 테러 행위가 발생하지 않도록 관계 당국과 대책을 마련하는 데 최선의 노력을 다하겠다”고 말했다.김태성 기자 kts5710@donga.com대구=전혜진 기자 sunrise@donga.com}

“2년 전 결혼한 늦깎이 신랑인데… 이렇게 갔다는 걸 믿을 수가 없습니다.” 9일 대구 변호사 사무실 방화로 숨진 사무장 김모 씨(54)의 동갑내기 친구 강창용 씨는 “(김 씨가) 늦게 결혼을 해서 친구들이 축하를 많이 해줬는데, 이런 일이 일어나다니 믿을 수 없다. 가족 사랑이 각별했다”며 이같이 안타까워했다. 강 씨는 “어제 고교 동창들이 함께 쓰는 온라인 게시판에 ‘○○아, 이 세상에서 보여준 너의 모습, 다음 세상에서 우리 다시 보자’라고 적었다”며 “이제 다시는 답글을 받을 수 없는 글이 됐다”며 울먹였다. 신체 일부에서 자상이 발견된 김모 변호사(57)와 박모 사무장(57)은 대구의 한 고등학교 동문으로 오랜 친구였던 것으로 알려졌다. 40년 가까이 우정을 이어온 두 사람은 의기투합해 변호사 사무실에서 함께 일해온 것으로 전해졌다. 김 변호사와 박 사무장이 오랜 친구라고 밝힌 한 남성은 “두 친구 모두 아마 방화범이 누군가에게 먼저 달려드는 것을 막기 위해 나섰다가 심하게 다친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참변이 일어난 지 하루가 지난 10일 대구 중구 경북대병원 장례식장 104호에는 대구지방변호사회장(葬)으로 합동분향소가 차려졌다. 개별 빈소가 있는 2층에서는 오전부터 유족들의 울음이 그치지 않았다. 김 변호사 유족은 “불에 타고, 칼에도 맞고…”라며 오열했다. 용의자 천모 씨(53)가 앙심을 품은 대상인 배모 변호사(72)도 황망한 심경을 전했다. 경북대병원 장례식장에서 만난 배 변호사는 “203호에 근무하던 사람들 모두 착실했다. (천 씨가) 대체 왜 이렇게까지 했는지 아직도 모르겠다”며 “지금도 (가슴이) 벌렁벌렁해 어찌해야 할지 모르겠다. 그저께 퇴근할 때 직원들 얼굴 본 게 마지막이 될 줄 몰랐다”고 했다.대구=전혜진 기자 sunrise@donga.com}

“2년 전 결혼한 늦깎이 신랑인데… 이렇게 갔다는 걸 믿을 수가 없습니다.” 9일 대구 변호사 사무실 방화로 숨진 사무장 김모 씨(54)의 동갑내기 친구 강창용 씨는 “(김 씨가) 늦게 결혼을 해서 친구들이 축하를 많이 해줬는데, 이런 일이 일어나 믿을 수 없다. 가족 사랑이 각별했다”며 이 같이 안타까워했다. 강 씨는 “어제 고교 동창들이 함께 쓰는 온라인 게시판에 ‘OO아, 이 세상에서 보여준 너의 모습, 다음 세상에서 우리 다시 보자’라고 적었다”며 “이제 다시는 답글을 받을 수 없는 글이 됐다”며 울먹였다. 신체 일부에서 자상이 발견된 김모 변호사(57)와 박모 사무장(57)은 대구의 한 고등학교 동문으로 오랜 친구였던 것으로 알려졌다. 40년 가까이 우정을 이어온 두 사람은 의기투합해 변호사 사무실에서 함께 일해온 것으로 전해졌다. 김 변호사와 박 사무장의 오랜 친구라고 밝힌 한 남성은 “검안에 참석했는데 두 사람의 배와 옆구리가 심하게 훼손돼 있어서 안타까웠다. 두 친구 모두 의협심이 강했는데 아마 방화범이 누군가에게 먼저 달려드는 것을 막기 위해 나섰다가 심하게 다친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그는 “친구들이 입은 옷가지에서도 혈흔이 보였는데 얼마나 고통스러웠을까 하는 마음에 황망하기 이를 데 없다”고 말했다. 참변이 일어난 지 하루가 지난 10일 대구 중구 경북대병원 장례식장 104호에는 대구변호사협회장(葬)으로 합동분향소가 차려졌다. 개별 빈소가 있는 2층에서는 오전부터 유족들의 울음이 그치지 않았다. 김 변호사 유족은 “불에 타고, 칼에도 맞고…”라며 오열했다. 용의자 천모 씨(53)가 앙심을 품은 대상인 배모 변호사(72)도 황망한 심경을 전했다. 경북대병원 장례식장에서 만난 배 변호사는 “203호에 근무하던 사람들 모두 착실했다. (천 씨가) 대체 왜 이렇게까지 했는지 아직도 모르겠다”며 “지금도 (가슴이) 벌렁벌렁해 어찌해야 할지 모르겠다. 그저께 퇴근할 때 직원들 얼굴 본 게 마지막이 될 줄 몰랐다”고 했다. 대구=전혜진 기자 sunrise@donga.com}

“봉사 차원에서 어려운 민원인들을 헐값에 변호해 주기도 했는데….” 9일 대구 변호사 사무실 방화로 숨진 김모 변호사(57)를 두고 한 동료 변호사는 이렇게 말하며 안타까워했다. 이날 피해자 6명의 시신이 안치된 대구 중구 경북대병원 장례식장에서 동아일보 기자와 만난 대구지방변호사회 소속 변호사는 “김 변호사를 20년 이상 알고 지냈다”며 “김 변호사는 적이 없는, 한마디로 ‘호인’이었다”고 했다. 이석화 대구지방변호사회장은 “김 변호사는 유난히 주변에 따르는 이가 많았다”고 돌이켰다. 다른 변호사는 “당장 내일 변호사회 회의가 예정돼 있었는데…”라며 황망함을 감추지 못했다. 경찰에 따르면 김 변호사의 사무장으로 같은 사무실에서 일했던 사촌동생 김모 씨도 이날 방화로 함께 변을 당해 안타까움을 더했다. 이 밖에도 김 변호사와 배모 변호사의 사무실 직원으로 일했던 박모 씨(57)와 또 다른 박모 씨(53), 50대 여성 남모 씨, 30대 여성 엄모 씨 등이 화를 입었다. 이날 장례식장은 속속 도착하며 흐느끼는 유족들로 울음바다가 됐다. 설마 하는 심정으로 도착한 유족들도 신원 확인을 위해 경찰이 고인의 얼굴을 보이자 이내 자리에 주저앉으며 통곡했다. 대구지방변호사회는 변호사회장으로 합동장례를 치르는 방안을 유족들과 논의하고 있다.대구=전혜진 기자 sunrise@donga.com}

변호사 사무실이 모여 있는 대구시내 빌딩에서 방화로 인한 화재가 발생해 7명이 사망하고 50명이 다치는 참사가 발생했다. 경찰은 부동산 투자금 반환 소송에서 패소해 앙심을 품은 50대 남성이 상대 측 변호사 사무실에 불을 지른 것으로 보고 있다. 9일 대구소방안전본부와 대구경찰청에 따르면 이날 오전 10시 55분경 수성구 범어동 우정법원빌딩 2층 사무실(203호)에서 화재가 발생했다는 신고가 119에 접수됐다. 곧바로 출동한 소방대가 22분 만에 진화했지만 김모 변호사(57) 등 이 사무실에서 일하던 6명과 방화 용의자 천모 씨(53)가 현장에서 숨졌다. 부상자 50명은 모두 경상으로 그중 31명이 병원으로 옮겨져 치료를 받았다. 경찰 조사 결과 203호 사무실은 계단과 거리가 먼 데다 불길이 순식간에 확산돼 근무자들이 미처 피하지 못한 것으로 나타났다. 1995년 12월 사용 승인을 받은 이 건물은 스프링클러가 지하에만 설치됐을 뿐 지상 층에는 없었다. 경찰은 “지상 스프링클러 의무 설치 대상이 아니다”라고 했다. 203호는 김 변호사와 배모 변호사(72)가 함께 쓰는 사무실이다. 경찰은 천 씨가 배 변호사에게 앙심을 품고 범행을 저지른 것으로 보고 있다. 법조계에 따르면 천 씨는 2013년 대구 수성구 주상복합아파트를 지으려는 시행사에 6억8000만 원을 투자했다. 사업이 진척되지 않자 지난해 4월 시행사 대표를 상대로 약정금 반환 소송을 냈는데 1심에서 패소했다. 이때 시행사 대표 측 법률대리인이 배 변호사였다. 배 변호사는 이날 출장으로 사무실을 비워 화를 면했는데, 함께 사무실을 쓰는 김 변호사와 직원들이 화를 당했다. 경찰은 희생자 2명의 몸에서 날카로운 물체에 찔린 자상을 발견하고 부검을 통해 정확한 사망 원인을 밝힐 예정이다. 경찰은 화재 발생 빌딩 폐쇄회로(CC)TV 영상을 확보해 천 씨가 인화성 물질이 담긴 것으로 추정되는 상자를 집에서 들고 나온 뒤 흰 천으로 감싸 안고 화재 빌딩 2층으로 이동하는 모습을 확인했다. 대한변호사협회는 이날 성명서를 내고 “변호사 개인을 향한 범죄를 넘어 사법 체계와 법치주의를 위협하는 중대한 도전이자 야만 행위”라며 범행을 규탄했다.출입문 막고 선 범인 “같이 죽자”… 인화물질 뿌린뒤 불질러 ‘사무실 유일 생존’ 사무장 증언“죽겠구나 싶어, 불길 뚫고 탈출 나머지 직원들은 미처 못피해”CCTV속 용의자 인화물질 가져와 2층 사무실 올라간 후 25초뒤 연기옆 사무실 직원 “문고리 너무 뜨거워 어깨로 문 밀쳐내고 겨우 빠져나와”밀폐된 사무실 신속 대피 어렵고 스프링클러도 설치 안돼 피해 키워 “(범인이) ‘같이 죽자’고 외치더니 갑자기 인화물질에 불을 붙였다.” 9일 대구 수성구 범어동 우정법원빌딩 화재로 방화 용의자를 포함해 변호사 사무실에 있던 8명 가운데 7명이 한꺼번에 목숨을 잃은 가운데 유일한 생존자인 김모 씨는 당시의 긴박했던 상황을 이같이 증언했다. 이석화 대구지방변호사회장이 전한 김 씨의 증언에 따르면 이날 화재는 방화 용의자가 건물 2층에 있는 203호 사무실에 가져간 인화물질을 뿌린 뒤 불을 붙이면서 시작돼 폭발적으로 확산됐다. 범인이 출입문 바로 앞에 불을 지른 탓에 사무실 직원 대부분은 미처 피할 겨를이 없었던 것으로 추정된다. 생존한 김 씨는 출장으로 화를 면한 배모 변호사(72)의 사무장이다.○ “이러다 죽겠구나 싶었다”김 씨는 사건 당시 203호 안에 있는 별도 방에 있다가 밖이 소란스러워 나왔을 때 범인이 불을 붙였다고 전했다. 이 회장은 “김 씨가 이러다 죽겠다 싶어 연기와 불길을 뚫고 간신히 탈출했는데, 나머지 직원들은 얼마 버티지 못하고 연기에 질식했다고 들었다”고 했다. 이 회장 역시 건물 4층 사무실에 있다가 소방에 구조됐다. 건물 내 폐쇄회로(CC)TV 화면을 보면 이날 오전 10시 52분경 청바지와 청록색 점퍼 차림의 남성이 이 건물 안으로 들어섰다. 방화 용의자 천모 씨(53)였다. 그는 빨간색 가방을 메고 작은 상자로 보이는 물건을 흰 천으로 감싼 채 들고 있었다. 경찰은 이 물체에 시너 같은 인화물질이 담겨 있었을 것으로 추정했다. 계단을 통해 2층으로 올라온 천 씨는 가방에서 뭔가를 꺼낸 뒤 곧바로 203호실로 향했다. 약 25초 뒤 주변 사무실 등에서 사람들이 뛰쳐나오고 짙은 연기가 2층을 뒤덮었다. 경찰에 따르면 화재 현장에서 걸어서 30분 거리의 범어동 한 아파트에 사는 천 씨는 이날 집에서 인화성 물질을 챙겨 나온 것으로 파악됐다. 경찰은 그의 집에서 인화물질이 담긴 통을 발견하고 감식을 의뢰했다. 불이 난 사무실 바로 옆인 202호에서 근무하는 한 남성은 “방화범의 목소리로 추정되는 격앙된 고함이 들리더니 폭발음과 함께 지진이 일어난 것처럼 건물이 흔들렸다. 끔찍한 비명도 들렸다”며 “문고리를 잡았는데 너무 뜨거워 어깨로 문을 부딪쳐 간신히 빠져나왔다”고 했다.○ 스프링클러 없어 피해 커져 소방당국이 화재 신고로부터 22분 만인 오전 11시 17분경 불을 모두 껐음에도 사망자가 다수 발생한 건 건물 자체가 화재에 취약했기 때문으로 보인다. 화재가 발생한 건물은 대구지방법원과 가까운 곳에 위치해 있으며 지하 2층∼지상 5층 규모다. 다수의 변호사 사무실이 밀폐된 형태로 모여 있는 데다 사무실 창문이 작아 연기가 원활하게 배출되지 않았던 것으로 보인다. 사건이 일어난 층에는 스프링클러도 설치돼 있지 않았다. 수성구에 따르면 1995년 12월 사용 승인이 난 이 건물은 당시 규정에 따라 지하층에만 스프링클러가 설치됐다. 현행법상 6층 이상 건물의 경우 의무적으로 스프링클러를 설치해야 하지만 이 건물은 5층이어서 현행 규정에도 해당되지 않는다. 대피한 이들에 따르면 당시 순식간에 검은 연기가 건물 복도를 꽉 채우면서 앞이 보이지 않을 정도였다고 한다. 2층의 변호사 사무실 직원은 “앞이 보이지 않는 상태에서 한 손으로는 입과 코를 틀어막고 다른 손으로 바닥과 벽을 짚으며 겨우 빠져나왔다”고 했다. 각 층 사이 통로는 좁은 계단과 엘리베이터 한 개뿐이어서 2층부터 차오른 연기가 순식간에 위층으로 올라간 것으로 추정된다. 이 때문에 연기 흡입으로 인한 부상자가 47명이나 나왔다. 일부는 건물 외벽 쪽에 설치된 비상계단을 통해 옥상으로 긴급 대피해 고립돼 있다가 나중에 구조됐다. 이 건물은 매년 한 차례 민간 업체로부터 점검을 받은 뒤 결과를 소방서로 통보하는 ‘자체 점검 대상’이며 최근 2년 동안 이상이 없다는 판정을 받은 것으로 확인됐다. 대구소방안전본부 관계자는 “건물 내 비상 통로가 제대로 확보돼 있었는지 등을 조사할 예정”이라고 밝혔다.대구=명민준 기자 mmj86@donga.com대구=유채연 기자 ycy@donga.com대구=전혜진 기자 sunrise@donga.com}

“봉사 차원에서 어려운 민원인들을 헐값에 변호해주기도 했었는데….” 9일 대구 변호사 사무실 방화로 숨진 김모 변호사(57)를 두고 한 동료 변호사는 이렇게 말하며 안타까워했다. 이날 피해자 6명의 시신이 안치된 대구 중구 경북대병원 장례식장에서 동아일보 기자와 만난 대구지방변호사회 소속 변호사는 “김 변호사를 20년 이상 알고 지냈다”며 “김 변호사는 적이 없는, 한 마디로 ‘호인’이었다”라고 했다. 이석화 대구지방변호사회장은 “김 변호사는 유난히 주변에 따르는 이가 많았다”고 돌이켰다. 다른 변호사는 “당장 내일 변호사회 회의가 예정돼 있었는데…”라며 황망함을 감추지 못했다. 경찰에 따르면 김 변호사의 사무장으로 한 사무실에서 일했던 사촌동생 김모 씨도 이날 방화로 함께 변을 당해 안타까움을 더했다. 이밖에도 김 변호사와 배모 변호사의 사무실 직원으로 일했던 박모 씨(57)와 또 다른 박모 씨(53), 50대 여성 남모 씨와 30대 여성 엄모 씨 등이 화를 입었다. 이날 장례식장은 속속 도착하며 흐느끼는 유족들로 연신 울음바다가 됐다. 설마 하는 심정으로 도착한 유족들도 신원 확인을 위해 경찰이 고인의 얼굴을 보이자 이내 자리에 주저앉으며 통곡했다. 유족들은 언론 노출을 피한 채 모여 합동 장례여부 등 장례 절차를 논의했다. 대구=전혜진 기자sunrise@donga.com}

펀드의 부실을 알면서도 투자자들에게 계속 펀드 상품을 판매해 피해를 끼친 혐의를 받는 디스커버리자산운용 장하원 대표(63)가 구속 수감됐다. 서울남부지법 권기만 영장전담 부장판사는 8일 밤 “증거 인멸 및 도망할 염려가 인정된다”며 장 대표에 대해 구속영장을 발부했다. 장 대표는 특정경제범죄가중처벌법상 사기와 자본시장법 위반 등의 혐의를 받고 있다. 디스커버리펀드는 2017년부터 판매됐으나 부실화돼 2019년 4월 환매가 중단됐다. 디스커버리펀드가 투자자들에게 안긴 피해액은 지난해 4월 말 기준 2562억 원에 달한다. 경찰은 장 대표가 신규 투자자가 낸 투자금을 기존 투자자에게 수익금으로 지급하는 이른바 ‘폰지 사기’ 수법으로 범행을 저질렀다고 의심하고 있다. 사건을 수사해 온 서울지방경찰청 금융범죄수사대는 지난달 10일 구속영장을 신청했으나 서울남부지검이 보완 수사를 요구하며 한차례 반려했다. 이후 경찰은 약 한 달간 보강 수사를 거쳐 영장을 재신청했다. 장 대표는 장하성 주중 한국대사의 친동생이다. 장 대사는 대통령정책실장 취임 직후인 2017년 7월 부인과 함께 약 60억 원을 이 펀드에 투자했다. 같은 달 공정거래위원장이던 김상조 전 대통령정책실장도 약 4억 원을 투자했다. 이들은 이 펀드 투자로 손해를 본 것으로 알려졌다. 경찰은 장 대사와 김 전 실장 등을 조사하는 방안도 검토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한편 장 대표와 함께 구속영장이 청구된 디스커버리자산운용 관계자 김모 씨의 구속영장은 기각됐다. 권 부장판사는 김 씨에 대해 “주거가 일정하고 증거 인멸의 염려나 도망의 염려가 있다고 보기 어려워 현 단계에서 구속할 필요성과 상당성이 있다고 보기 어렵다”고 밝혔다.전혜진 기자 sunrise@donga.com}

육군 병사가 부대 내에서 폭언 등에 시달리다 2015년 5월 휴가 중 극단적 선택을 한 사건과 관련해 부대 내 괴롭힘 사실을 중대장이 은폐했다는 의혹이 제기됐다. 군인권센터는 7일 기자회견을 열고 “육군 11사단 고(故) 고동영 일병과 같은 부대에서 근무했던 예비역 부사관이 부대 내 (진실) 은폐 시도가 있었던 정황을 최근 유가족에게 제보했다”고 밝혔다. 제보자는 이날 기자회견에서 “고 일병 사망 소식이 전해지자 당시 중대장이었던 A 대위가 간부들을 집합시킨 뒤 ‘헌병대 조사를 받을 텐데, 이상한 소리는 하지 말고 모른다고 말해라’라고 지시했다”고 증언했다. 또 “정비반 간부가 고 일병을 심하게 야단치거나, 전차 안에 가둬 나오지 못하게 했다는 이야기를 전해 들었다”고 했다. 당시 부대 간부들은 ‘고 일병을 꾸중한 적은 있지만, 구타나 욕설은 없었다’고 진술했고 중대장은 근신 5일, 가해자로 지목된 정비반 간부는 견책 징계를 받았다. 국가보훈처는 고 일병이 개인적 스트레스로 극단적 선택을 했다고 판단했고, 고 일병은 가족의 긴 법정 다툼 끝에 2020년에야 보훈보상대상자가 됐다. 유족은 최근 제보자 증언에 기초해 직권남용 혐의로 A 전 대위를 고소했다. A 전 대위는 지난달 25일 군 검찰에 기소됐다.전혜진 기자 sunrise@donga.com}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의원의 배우자인 김혜경 씨의 ‘경기도청 법인카드 유용 의혹’을 수사 중인 경찰이 법인카드 사용처 100여 곳에 대해 압수수색을 벌인 것으로 확인됐다. 3일 경기남부경찰청 반부패·경제범죄수사대는 지난달 중순부터 약 일주일에 걸쳐 김 씨가 법인카드를 사적으로 유용했다는 의혹이 제기된 수도권 지역의 식당 등 129곳을 압수수색 했다고 밝혔다. 앞서 경찰은 4월 경기도청과 의혹의 핵심 인물인 경기도청 전 총무과 별정직 5급 직원 배모 씨의 집을 압수수색한 바 있다. 이번에 경찰이 압수수색한 식당에는 경기 성남과 수원의 백숙 전문점과 중식당, 초밥집, 쌀국수집 등이 포함된 것으로 전해졌다. 유용 혐의를 받는 금액은 수백만 원 수준이다. 경찰은 압수수색에서 확보한 자료를 통해 김 씨가 법인카드를 사적으로 이용한 게 맞는지, 사용 기간과 금액은 얼마나 되는지 등을 확인할 예정이다. 경찰은 압수물 분석을 마치는 대로 사건을 제보한 전 경기도청 비서실 7급 공무원 A 씨와 배 씨 등 사건 관련자들을 소환해 조사할 계획이다. 경찰이 조만간 김 씨에게 소환 통보를 할 가능성도 제기된다. 경찰은 또 그동안 국민의힘과 시민단체가 제기한 불법 처방전 발급 등 김 씨 관련 각종 의혹 전반에 대해서도 사실관계를 확인할 방침이다. 앞서 국민의힘은 지난해 12월 이 전 지사 부부와 배 씨 등 3명을 직권남용과 국고손실 등의 혐의로 고발한 바 있다. 국민의힘은 당시 김 씨가 이 전 지사의 경기지사 재임 시기인 2018년부터 3년간 배 씨를 수행비서로 뒀다고 주장하면서 “혈세로 지급하는 사무관 3년 치 연봉이 ‘김혜경 의전’에 사용된 것 아니냐”고 비판했다. 올해 2월에는 김 씨가 음식 배달과 집안일 등 사적 심부름에 공무원을 동원했고 개인 음식값을 경기도 법인카드로 결제하거나 타인 명의로 불법 처방전을 발급받게 한 의혹 등이 있다고 주장했다. 국민의힘은 이들을 직권남용과 강요, 의료법 위반, 허위공문서작성·행사, 국고 손실, 업무 방해, 증거 인멸 등 혐의로 추가 고발했다. 경기도는 법인카드 유용 의혹 등에 대해 감사를 벌인 뒤 지난 3월 배 씨를 횡령과 업무상 배임 혐의로 경기남부경찰청에 고발했다. 고발장에는 배 씨가 경기도청에 근무한 2018년 7월부터 지난해 9월까지의 법인카드 사용내역 전체가 담겨있는 것으로 전해졌다.전혜진 기자 sunrise@donga.com}

“이제부터 엄마와 소피야, 둘이서 가야 해. 알겠지?” “아빠…. 안녕.” 우크라이나인인 예프레모바 소피야 양(15)은 올 3월 1일 몰도바 국경에서 아버지와 생이별했다. 소피야 양은 러시아 침공을 피해 어머니, 아버지와 차를 타고 고향인 남부 항구도시 미콜라이우에서 국경까지 약 300km를 달려왔다. 그러나 아버지는 국경을 함께 넘는 대신 집에 혼자 남은 할머니를 돌봐야 한다고 했다. ‘어서 가라’며 애써 밝은 표정을 짓던 아버지는 지금 포탄과 미사일이 날아다니는 우크라이나에 있다. 고려인인 소피야 양과 어머니는 한국으로 피란했다. 소피야 양은 지금 경기 안산시 선일중 다문화 예비학교에 다닌다.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 100일(3일)을 앞두고 소피야 양으로부터 들은 이야기를 일기 형식으로 재구성했다.○ 2월 24일: 폭발음으로 시작된 전쟁오전 5시 20분쯤이었다. 엄마가 날카로운 비명을 질러 잠에서 깼다. 엄마는 얼굴이 새파랗게 질린 채 “뭔가 ‘펑펑’ 터지는 소리를 들었다”고 했다. 친구들이 모인 메신저 대화방은 순식간에 전쟁 뉴스로 채워졌다. 한 친구가 “주말에 햄버거 먹기로 한 우리 약속은 어떻게 되는 거야?” 하고 물었지만 아무도 답하지 못했다. 엄마에게 “이렇게 죽어야 하느냐”고 물었다. 나는 아직 하고 싶은 일이 많은데….○ 2월 28일: “얼른 짐 싸!”오전 9시, 엄마의 독촉에 부랴부랴 싼 여행 가방을 들고 집을 나섰다. 일단 우크라이나를 떠나야 한다고 했다. 차를 타고 친구도 친척도 없는 몰도바로 향했다. 도로는 피란 차량으로 가득했고, 경찰은 수시로 검문을 했다. 오후 7시가 넘으니 통행이 금지됐다. 사흘 전 폭격을 피하러 내려간 아파트 지하 벙커에서 친구 블라다를 만났다. 작별인사를 못 하고 떠난 게 마음에 걸린다. 밤마다 안고 자던 곰돌이 인형을 집에 두고 왔는데…. 생각하니 눈물이 찔끔 났다.○ 3월 24일: 낯선 한국에6개국을 거치며 1만5300km를 여행한 끝에 한국에 도착했다. 살이 빠져 바지가 헐렁해졌다. 몰도바에서 엄마는 외할머니와 외삼촌이 사는 한국으로 갈 거라고 했다. 운 좋게 만난 엄마 직장 동료 차를 얻어 타고 계속 서쪽으로 달렸다. 차를 많이 타 심하게 멀미가 났다. 루마니아, 헝가리, 오스트리아를 지나 대모(代母)가 사는 포르투갈에서 18일 머문 뒤 다시 프랑스를 거쳤다. 엄마는 “이렇게 세계 여행의 꿈이 이뤄질 줄 몰랐다”고 농담하며 나를 안심시키려 했다. 인천국제공항에 마중 나온 외삼촌을 보니 ‘이제 안전하다’는 생각이 들었다. 외삼촌이 사는 안산시는 평화롭다. 그래서인지 오늘따라 고향 생각이 더 난다.○ 5월 6일: ‘절친’은 러시아인첫 등교 전날 밤은 ‘잘 적응할 수 있을까’ 하는 걱정에 잠을 설쳤는데, 어느덧 학교에 다닌 지도 한 달이 지났다. 오늘은 나란투야와 슬리퍼를 한 짝씩 바꿔 신었다. 요즘 학교에서 유행하는 우정의 표시다. 첫 한국어 수업에서 나란투야를 만났을 때부터 말이 잘 통했다. 나란투야는 우리나라를 침공한 러시아인 친구지만 상관없다. 전쟁은 높은 사람들이 일으킨 거지, 나란투야가 일으킨 게 아니니까. 친구가 생기니 마음이 든든하다.○ 6월 1일: 보고 싶은 아빠우크라이나의 친구가 폐허가 된 미콜라이우 사진을 보내왔다. 끔찍했다. 젤렌스키 대통령이 “미콜라이우 유치원이 있는 주거지에 러시아군 포탄이 떨어져 최소 1명이 죽고, 6명이 다쳤다”고 했다. 친구 블라다의 아빠는 군인인데, 며칠 전 건물이 무너져 돌아가셨다는 소식을 들었다. 가슴이 찢어질 것 같았다. 무엇보다 아빠가 걱정이다. 아빠랑 매일 밤 영상 통화를 한다. 새벽에 아빠가 문자를 보냈다. “토끼(아빠가 나를 부르는 애칭)야, 사랑한다.” 보자마자 답장을 보냈다. “나도 사랑해요. 내 가장 친한 친구, 아빠.”안산=전혜진 기자 sunrise@donga.com}

“이제부터 엄마와 소피야, 둘이서 가야 해. 알겠지?” “아빠…. 안녕.” 우크라이나인인 예프레모바 소피야 양(15)은 올 3월 1일 몰도바 국경에서 아버지와 생이별했다. 소피야 양은 러시아 침공을 피해 어머니, 아버지와 차를 타고 고향인 남부 항구도시 미콜라이우에서 국경까지 약 300km를 달려왔다. 그러나 아버지는 국경을 함께 넘는 대신 집에 혼자 남은 할머니를 돌봐야 한다고 했다. ‘어서 가라’며 애써 밝은 표정을 짓던 아버지는 지금 포탄과 미사일이 날아다니는 우크라이나에 있다. 고려인인 소피야 양과 어머니는 한국으로 피란했다. 소피야 양은 지금 경기 안산시 선일중 다문화 예비학교에 다닌다.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 100일(3일)을 앞두고 전쟁이 뒤바꾼 소피야의 삶을 일기 형식으로 재구성했다.●2월 24일, 그날: 폭발음으로 시작된 전쟁 오전 5시 20분쯤이었다. 엄마가 날카로운 비명을 질러 잠에서 깼다. 엄마는 얼굴이 새파랗게 질린 채 “뭔가 ‘펑펑’ 터지는 소리를 들었다”고 했다. 얼마 뒤 휴대전화가 울렸다. “폭탄 소리를 들었다”는 친구들의 메시지였다. TV를 켜자 전쟁 뉴스가 흘러나왔다. 아직 하고 싶은 게 많은데…. 엄마에게 “이렇게 죽어야 하냐”고 물었다. 그날 학교 수업은 온라인으로 진행됐지만 아무도 집중하지 못했다. 주말에 같이 햄버거를 먹기로 한 친구들이 모인 온라인 메신저 대화방은 순식간에 전쟁 뉴스 링크로 채워졌다. 한 친구가 “우리 약속은 어떻게 되는 거냐”고 물었지만 아무도 답하지 못했다.●2월 28일, 5일째: “얼른 짐 싸!” “우크라이나를 탈출해야 해. 얼른 짐 싸.” 엄마 말씀을 듣고 등교 가방에 옷과 화장품을 담았다. 아침 9시에 아빠 차를 타고 우크라이나와 인접한 몰도바로 향했다. 출발한 지 한참 뒤, 집에 곰돌이 인형을 두고 왔다는 걸 깨달았다. 5살 때부터 밤마다 끌어안고 잤던 인형이었다. 눈물이 찔끔 났다. 3시간이면 도착하는 몰도바지만, 12시간이 지나서도 여전히 우크라이나였다. 경찰관은 수시로 차를 세워 ‘신분증을 보여달라’고 요구했다. 도로에는 피난을 떠난 차들이 긴 줄을 이뤘다. 오후 7시가 지나서는 도로 통행 자체가 금지됐다. 급히 잡은 낯선 호텔에서 하루를 묵었다. 집에 두고 온 곰돌이 인형이 생각났다. 눈물을 꾹 참았다. 사흘 전 폭탄을 피해 아파트 지하 벙커에서 만났던 친구 블라다가 떠올랐다. 그게 마지막일 줄 알았다면 작별인사라도 했을 텐데…. 마음에 걸렸다.●3월 1일, 6일째: “아빠 안녕”…7개국 거친 피란길 꼬박 하루를 걸려 넘은 몰도바 국경에서 아빠와 헤어졌다. 아빠는 할머니가 계신 우크라이나에 남겠다고 했다. 평소라면 가족과 절대 떨어지지 않을 아빠였지만, 오늘만큼은 달랐다. 엄마와 나를 향해 어서 가라고 손짓했다.●3월 24일. 29일째: 낯선 한국에 6개국을 거치며 1만5300km를 여행한 끝에 한국에 도착했다. 집을 떠난 지 거의 한 달 만이었다. 몰도바에서 엄마는 외할머니와 외삼촌이 사는 한국으로 갈 거라고 했다. 운 좋게 만난 엄마 직장 동료 차를 얻어 타고 계속 서쪽으로 달렸다. 차를 많이 타 심하게 멀미가 났다. 루마니아, 헝가리, 오스트리아를 지나 대모(代母)가 사는 포르투갈에서 18일 머문 뒤 다시 프랑스를 거쳤다. 엄마는 “이렇게 세계 여행의 꿈이 이뤄질 줄 몰랐다”고 농담하며 나를 안심시키려 했다. 그동안 살이 많이 빠졌다. 우크라이나에 두고 온 가족과 친구들 걱정에 입맛이 없었다. 가져온 바지가 헐렁했다. 공항에 마중 나온 외삼촌 얼굴을 보자 ‘드디어 도착했구나’라는 생각에 안도감이 들었다. ‘이제 안전하다’는 기분도 들었다. 7개국을 거친 긴 여정의 끝이었다. 외삼촌이 사는 안산시로 이동했다. 이곳은 평화로웠다. 이따금씩 들려오는 자동차 경적 소리 말고는 큰소리가 없었다. 몸은 편안했지만 마음은 불편했다. 고향 생각이 자꾸 났다. 다들 무사할지 계속 걱정됐다. 안산시로 가는 내내 몸과 마음이 따로 놀았다.●4월 5일. 41일째: 첫 등교 오늘은 한국에서의 첫 등교날이었다. 안산시 선일중학교로 향했다. ‘친구들이 나랑 친하게 지내지 않으면 어떡하지?’라는 걱정에 어제 잠도 못 잤다. 우크라이나에 있는 친구들에게 “등교하기 무섭다”고 메시지도 보냈다. 한국어 수업에서 나란투야를 만났다. 러시아에서 온 친구였다. 처음 만났는데도 말이 잘 통했다. 러시아의 침공으로 한국에 왔지만 친구가 밉지는 않았다. 전쟁은 높은 사람들이 일으킨 거지, 나란투야가 일으킨 게 아니니까. 친구가 생기니 마음이 든든하다.●5월 6일, 72일째: ‘절친’은 러시아인 요즘 우리 학교에서는 친한 친구끼리 우정의 표시로 슬리퍼를 한 짝씩 바꿔 신는 게 유행이다. 2주 전에는 나란투야와 분홍색 슬리퍼를 바꿔 신었다.●6월 1일, 98일째: 보고 싶은 아빠 우크라이나의 친구가 폐허가 된 미콜라이우 사진을 보내왔다. 끔찍했다. 젤렌스키 대통령이 “미콜라이우 유치원이 있는 주거지에 러시아군 포탄이 떨어져 최소 1명이 죽고, 6명이 다쳤다”고 했다. 전쟁 다음 날 아파트 지하 벙커에서 만났던 친구 블라다는 오스트리아로 갔다. 며칠 전 군인이신 블라다의 아버지가 전쟁으로 인해 건물이 무너져 돌아가셨다는 소식을 들었을 땐 가슴이 찢어질 것 같았다. 우크라이나에 계신 아빠와는 매일 밤 연락을 주고받는다. 아빠가 많이 보고 싶다. 전쟁이 조금 수그러들면 아빠도 한국으로 오신다고 했다. 얼마 전에는 새벽에 아빠에게 이런 문자가 왔다. “토끼(아빠가 나를 부르는 애칭)야 사랑한다. 엄마 말 잘 듣고 공부 열심히 해. 뽀뽀를 보낸다. 잘 자.” 보자마자 답장을 보냈다. “나도 사랑해요. 나의 가장 친한 친구 아빠.”안산=전혜진 기자 sunrise@donga.com}

보이스피싱 조직의 제보로 말단 수거책이 경찰에 붙잡히는 일이 반복되고 있다. 중간에 돈을 빼돌린 수거책에게 피싱 조직이 신고로 보복하는 것인데, 해외에 있는 조직 간부급 검거로는 이어지지 않아 경찰의 고민이 깊어지는 모습이다. 서울 종로경찰서에 따르면 지난해 11월 보이스피싱에 속은 A 씨는 300만 원을 수거책에게 건네고 얼마 후 문자메시지를 받았다. 메시지에는 “당신의 돈을 가로챈 사람”이라는 글에 20대 남성 김모 씨의 신분증 사진이 첨부돼 있었다. A 씨는 경찰에 신고했고, 경찰은 수거책 김 씨를 붙잡았다. 경찰 조사 결과 피해자로부터 건네받은 돈을 김 씨가 보이스피싱 조직에 전달하지 않고 빼돌려 달아나자 피싱 조직이 김 씨에게 ‘제재’를 가하기 위해 신상정보를 공개한 것으로 드러났다. 경찰 관계자는 “메시지를 보낸 이는 보이스피싱 조직의 간부로 추정되지만 대포폰을 써 신원이나 소재는 파악하지 못했다”고 밝혔다. 지난해 6월 제주도에서도 비슷한 일이 있었다. 수거책이 피해자로부터 건네받은 현금 2000만 원을 갖고 달아나자 피싱 조직이 피해자에게 수거책의 신분증 사진을 보내 경찰에 붙잡히게 한 것. 경찰 관계자는 “피싱 조직의 본거지가 해외에 있다 보니 한국으로 잡으러 오기 쉽지 않다는 점을 이용해 수거책이 돈을 빼돌리는 경우가 종종 있다”며 “조직이 보복을 위해 수거책을 경찰에 신고하는 일이 수년째 이어지고 있다”고 전했다. ‘배신’한 수거책의 정보를 경찰에 넘기는 것은 이들이 검거되더라도 중국이나 필리핀 등에 있는 조직 본부에는 타격이 없기 때문이다. 서울 지역 경찰 관계자는 “수거책은 조직 입장에서도 쓰고 버리는 ‘일회용품’ 같은 존재”라며 “점조직 형태인 보이스피싱 조직 특성상 말단을 통해 윗선을 잡기는 쉽지 않다”고 했다. 어떻게 보면 보이스피싱 조직의 ‘복수’에 경찰이 이용당하는 셈이라 경찰로서도 민망한 상황이다. 한 경찰은 “제보의 출처를 불문하고 범죄자를 잡는 건 당연하다”면서도 “웃지 못할 상황인 건 사실”이라고 토로했다. 경찰은 보이스피싱 조직이 평범한 아르바이트 자리로 가장해 수거책을 모집하는 경우가 적지 않다며 주의를 당부했다. 경찰 관계자는 “구인 공고에 정확한 업무 내용 없이 ‘고액 아르바이트’라고 밝힌 경우 각별한 주의가 필요하다”고 했다.전혜진 기자 sunrise@donga.com}

한해 피해 건수가 3만 건이 넘고, 피해액이 8000억 원에 육박하는 보이스피싱 범죄. 말단 수거책이 잡혔다는 소식은 심심치 않게 들려오지만 상부 조직은 중국이나 필리핀 등 해외에 있어 근절은커녕 날로 피해 규모가 커지고 있습니다. 요즘에는 계좌 이체 대신 ‘수거책’이 피해자를 직접 만나 돈을 가로채는 방식으로 수법을 바꿨습니다. 지난해의 경우 피해자의 3분의 2가 이 방식에 당했습니다. 생각해보면 이 방식은 보이스피싱 조직으로서도 ‘리스크’가 있습니다. 계좌 이체는 송금 받으면 끝인데 반해, 수거하는 사람이 돈을 제대로 전달할지는 모르는 일이니까요. 실제 수거책이 피싱 피해금을 조직에 전하지 않고, 중간에 들고 도망치는 일도 종종 벌어집니다. 한데 최근 해외의 피싱 조직이 돈을 중간에서 빼돌린 수거책의 신원을 경찰에 알려 보복하는 일이 잇따르고 있습니다. ‘배신’한 조직원이 경찰에 체포되도록 만들어 복수를 하는 것입니다. 말단 수거책이 붙잡혀 봐야 해외의 상부 조직에는 아무런 타격이 없다는 걸 알기 때문에 태연히 이 같은 ‘보복 신고’를 합니다. 경찰로서는 제보의 출처가 어디건 범죄자인 수거책을 체포하는 게 당연합니다. 그러나 뒤집어보면 경찰이 보이스피싱 조직의 복수 수단으로 악용당하는 측면이 없지 않습니다. 그 씁쓸한 실태를 들여다보겠습니다. ●수거책 ‘배신’하자 피싱 조직이 신상 폭로 지난해 11월 서울 종로경찰서에 보이스피싱에 300만 원을 사기 당했다는 피해자가 찾아왔습니다. 전화를 받았더니 수화기 너머 검사라고 밝힌 사람이 “당신의 통장 명의가 도용됐다”고 했다는 겁니다. 다급한 마음에 경황없이 서울 중구 모처에서 돈을 건네라는 말을 따랐다고 합니다. 그런데 이 피해자의 경우 통상의 보이스피싱 피해자와 좀 다른 점이 있었습니다. 자신이 돈을 건넨 뒤 문자 메시지가 오더니 “이 사람이 당신의 돈을 (수거해) 가로챘다”면서 20대 남성 김모 씨의 신분증과 가족관계 증명서가 날아왔다는 겁니다. 피해자는 그제야 사기에 당했음을 깨닫고 부랴부랴 경찰에 신고를 했습니다. 경찰이 김 씨를 붙잡아 조사한 결과 피싱 조직의 수거책 김 씨가 피해자의 돈 300만 원을 조직에 전하지 않고 빼돌린 것으로 파악됐습니다. 김 씨가 이같이 빼돌린 피해 금액은 모두 1300만 원 이었습니다. 경찰 관계자는 “문자로 수거책의 신상을 보내온 사람은 보이스피싱 범죄조직의 간부로 추정되며, 문자 발송에는 ‘대포폰’이 사용됐다”면서 “발송자의 신원이나 소재는 파악하지 못했다”고 했습니다. 경찰은 피해금액은 거의 회수하지 못했습니다. 경찰에 따르면 김 씨는 원래 아르바이트 구직 사이트를 통해 보이스피싱 조직에 유인당한 것으로 드러났습니다. 피싱 조직은 “땅 사진을 찍어서 의뢰인에게 보내고, 돈을 받아오는 일을 하면 일부를 떼주겠다”고 했다고 합니다. 일을 시작하려면 본인의 신분증과 가족관계증명서가 필요하다고 해 보내기도 했습니다. 김 씨는 막상 피해자들로부터 돈을 받고 보니 피싱 범죄의 수거책으로 이용당하고 있다는 의심이 들었다고 합니다. 그러다가 사기 피해금을 빼돌린 겁니다. 조직은 김 씨가 수거한 돈을 건네오지 않자 김 씨의 신원을 피해자에게 알려 경찰에 검거되도록 만든 것이고요.●“잡기는 잡는데… 웃지 못할 상황” 지난해 6월 제주도에서도 비슷한 일이 있었습니다. 수거책이 피해자로부터 가로챈 현금 2000만 원을 빼돌리자 피싱 조직이 피해자에게 수거책의 신분증 사진을 보내 경찰에 붙잡히도록 만든 겁니다. 피해자는 보이스피싱에 속아 수거책에게 돈을 건넨 뒤 매우 당황했다고 합니다. 한데 “당신의 돈을 가로챈 사람”이라며 수거책의 신상이 담긴 문자 메시지가 모르는 전화번호로 왔다고 합니다. 수거책은 32세 여성이었습니다. 경찰은 이를 바탕으로 수거책이 인천에 있다는 것을 확인하고 붙잡았습니다. 다행히 피해금액 중 1850만 원이 회수됐습니다. 이 사건을 담당한 경찰은 “수거책이라도 인적사항을 파악하려면 엄청난 양의 폐쇄회로(CC)TV를 돌려 봐야 하는데, 조직의 폭로로 신상이 한 번에 확인되면 검거에는 도움이 된다”면서도 “(피싱 조직의 제보로 검거하게 되는) 웃지 못할 상황”이라고 말했습니다. 경찰에 따르면 이처럼 중간에서 돈을 빼돌린 수거책의 신상을 보이스피싱 조직이 폭로하는 일은 끊이지 않고 있습니다. 조직이 수거책의 이름과 연락처, 주민등록번호 등을 피해자에게 알려 경찰에 신고하게 하는 경우도 있고, 제3자를 시켜 경찰에 알리기 일도 있다고 합니다. 경찰 관계자는 “지난해 말에도 한국 수거책 조직이 중간에서 돈을 빼돌리자 중국에 있는 총책이 간접적으로 경찰에 신고해 검거한 일이 있었다”며 “이런 식의 사건이 최근 몇 년간 계속 벌어지고 있다”라고 했습니다.●경찰 “수거책은 일회용품, ‘고액 알바’ 경계해야” ‘조직의 제보’로 수거책을 검거하는 것에 관해서는 경찰 내부에서도 의견이 엇갈립니다. 잡기는 잡아야 하지만 말단 수거책을 아무리 잡아봐야 상부 조직을 붙잡기도 어려운 탓입니다. 한 서울 지역 경찰은 “수거책이 총책을 알고 있는 경우는 거의 없지만 수거책을 통해 한 단계 위의 조직원에게 접근하는 기회는 될 수 있다”고 했습니다. 반면 다른 경찰 관계자는 “수거책은 조직 입장에서도 쓰고 버리는 ‘일회용품’같은 존재”라며 “점조직 형태를 띠는 보이스피싱 조직 특성상 말단을 통해 윗선을 잡기는 쉽지 않다”고 했습니다. 또 다른 경찰 관계자는 “조직의 제보건 뭐건 경찰은 수거책도 당연히 잡아야 한다”면서 “궁극적으로 보이스피싱 조직의 총책을 잡기 위해 수사를 벌이고 있지만 총책은 거의가 해외에 있어 검거에 한계가 있는 게 사실”이라고 했습니다. 보이스피싱을 근절하지 못하는 것은 경찰로서도 참으로 갑갑한 일입니다. 30일 경찰청 통계에 따르면 올해 1, 2월 감소하던 보이스피싱 신고 건수와 피해금액이 3월부터 다시 증가하고 있습니다. 지난달 피해액은 606억 원으로, 지난해 8월 이후 최대를 기록했습니다. 경찰 관계자는 “보이스피싱 조직은 ‘고액 알바’로 포장해서 수거책을 끌어들이는 경우가 많다”며 “서울경찰청에 접수되는 보이스피싱 사건만 한 달에 수백 건이니 당하거나 자신도 모르게 가담하지 않도록 각별한 주의가 필요하다”고 당부했습니다.전혜진 기자 sunrise@donga.com}

유흥식 교황청 성직자성 장관 겸 대주교(71·사진)가 한국의 네 번째 추기경으로 임명됐다. 교황청 성직자성 장관으로 임명된 지 약 11개월 만이다. 한국천주교주교회의에 따르면 프란치스코 교황은 29일(현지 시간) 바티칸 사도궁에서 유 대주교를 포함한 신임 추기경 21명을 발표했다. 유 대주교는 선종한 김수환 정진석 추기경, 지난해 은퇴한 염수정 추기경에 이은 한국의 네 번째 추기경이다. 충남 논산에서 태어난 유 대주교는 1979년 이탈리아 로마 라테라노대 교의신학과를 졸업한 후 현지에서 사제품을 받았다. 대전가톨릭대 교수와 총장을 지냈으며 2003년 주교품을 받았다. 특유의 친화력으로 교계 인맥이 두터운 것으로 알려진 유 대주교는 프란치스코 교황과 가까이 지내는 소수의 한국인 성직자 중 한 명으로 꼽힌다. 실제 그는 2014년 8월 프란치스코 교황의 한국 방문을 이끌어냈다. 유 대주교는 지난해 6월 전 세계 사제 및 부제의 직무와 생활에 관한 업무를 관장하는 교황청 성직자성 장관에 발탁돼 국내는 물론이고 세계 가톨릭계를 깜짝 놀라게 했다. 당시 유 대주교의 능력과 서구 중심의 가톨릭 인맥에서 벗어나 개혁을 강조해온 프란치스코 교황의 의중이 들어간 파격 인사였다는 평가가 나왔다. 추기경은 가톨릭교회에서 교황 다음가는 최고위 성직자로 교황의 선거권 및 피선거권을 갖는다. 특히 80세 미만의 추기경은 비밀 교황 선출회의인 콘클라베에 참여한다. 한국에서는 유 대주교뿐 아니라 은퇴한 상태의 염 추기경도 올해 79세로 참석할 수 있다. 유 추기경의 서임식은 8월 27일 로마 바티칸 교황청에서 열린다. 유흥식 추기경, 백신기부운동으로 교황 신임… 첫 방한 이끌기도 한국 ‘네 번째 추기경’ 서임작년 김대건 신부 200주년 미사 주례 “교황 방북-남북교류 활기 띨 수도”추기경은 교황 보좌 최고위 성직자80세 미만은 교황 선출-피선거권도… 신자들 “김수환 추기경처럼 됐으면” 한국 가톨릭이 유흥식 대주교(71)의 추기경 임명으로 또 하나의 경사를 맞았다. 유 대주교는 지난해 6월 전 세계 사제들의 직무와 생활에 관한 업무를 관장하고 주교들을 지원하는 성직자성 장관에 임명됐다. 240년 한국 가톨릭 역사는 물론 교황청 역사상 한국인 성직자가 차관보 이상 고위직에 임명된 첫 사례였다. 염수정 추기경(79)이 지난해 서울대교구장에서 물러나 은퇴한 상태이기 때문에 현직으로는 유 대주교가 유일하다. 유 대주교의 추기경 임명은 시간문제였다. 교황청 행정기구인 9개 성(省) 장관은 관례상 추기경 좌(座)로 분류돼 있어 추기경 서임이 임박했다는 전망이 많았다. 하지만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으로 대규모 종교행사에 대한 우려가 많아 임명이 늦춰졌다는 후문이다. 유 대주교가 교구장을 지낸 대전교구 측은 “교구 사제와 신자들이 전임 교구장님의 추기경 서임을 위해 많은 기도를 올렸다”며 “네 번째 추기경 탄생은 성직자성 장관 임명에 이어 한국 가톨릭의 경사”라고 말했다. 유 대주교는 성직자성 장관 임명 이후 한국 가톨릭교회와 교황청의 소통은 물론 코로나19 백신 기부 운동을 뒷받침해 프란치스코 교황의 신임이 두터운 것으로 알려졌다. 유 대주교는 지난해 8월 성베드로 대성당에서 한국 교회 최초의 사제인 김대건 신부 탄생 200주년 기념 미사를 주례했고 프란치스코 교황은 김대건 신부에게 봉헌되는 미사의 의미와 중요성을 강조하는 메시지를 보냈다. 교황은 백신 기부와 관련해 “주교님들께서 아낌없이 보여주신 사랑과 형제애에 저는 진심으로 감동을 받았다”면서 “한국 지역교회의 모든 신자를 품에 안으며, 저의 진심 어린 애정과 영적 친밀감을 전한다”는 서한을 보냈다. 2014년 8월 프란치스코 교황의 방한을 이끌어낸 이도 유 대주교였다. 당시 충남 당진 솔뫼성지에서 열릴 예정이던 아시아청년대회 참석을 요청한 그의 서한을 계기로 교황 방한이 이뤄졌다. 교황 방한을 앞두고 바티칸에서 열린 요한 23세 및 요한 바오로 2세 교황 시성식에서도 유 대주교는 프란치스코 교황을 40분간 단독 면담하며 가까운 모습을 보였다. 교회법에 따르면 추기경은 가톨릭교회에서 교황 다음의 권위와 명예를 가진 성직자 지위다. 교황을 보필해 교회를 원활하게 관리하는 역할을 해 교황의 최고위 보좌관으로도 불린다. 전 세계 추기경이 소속된 추기경단은 교회법상 교황의 최고 자문기관이다. 80세 미만의 추기경은 교황 유고 시 콘클라베(교황 선출 투표)에 참석하며 교황으로 선출되는 피선거권도 있다. 유 추기경뿐 아니라 지난해 서울대교구장에서 물러나며 은퇴한 염수정 추기경도 80세 미만이어서 참석할 수 있다. 한국천주교주교회의 측은 “이번 임명을 통해 유흥식 대주교가 성직자성 장관에 어울리는 명실상부한 지위와 명예를 갖게 됐다”며 “유 대주교가 한국 교회는 물론 세계가톨릭 교회의 발전에 큰 역할을 할 것으로 기대한다”고 말했다. 교계의 한 신부는 “유 대주교는 성직자성 장관에 임명될 당시 프란치스코 교황의 북한 방문과 남북 교회의 교류에 힘을 보태겠다고 포부를 밝혔다”며 “유 대주교의 추기경 임명이 다양한 남북 교류 사업에도 활기를 불어넣을 수 있다”고 말했다. 유 대주교의 추기경 서임 소식이 전해진 29일 오후 9시경 서울 중구 명동성당에는 이날 마지막 미사에 참석하기 위해 150여 명의 신자가 모였다. 미사를 마친 신자들은 삼삼오오 모여 유 대주교의 서임을 화제로 대화를 나눴다. 백지우 씨(39)는 “갑작스럽게 임명 소식을 들어서 놀랐지만 크게 축하할 일이다. 약자 편에 서는 추기경이 되시면 좋겠다”고 말했다. 김희옥 씨(68)는 “김수환 추기경처럼 검소한 추기경이 되시면 좋겠다. 평화와 사랑 등 추기경이 지녀야 할 가치도 잘 실현해주시면 좋겠다”고 했다. 김학렬 씨(50)는 “추기경이 한 분 더 나오신 만큼 우리나라 천주교의 위상이 높아질 것 같다”며 “염수정 추기경과 함께 두 분이 추기경 일을 잘해주시면 좋겠다”고 전했다.김갑식 문화전문기자 dunanworld@donga.com이지훈 기자 easyhoon@donga.com전혜진 기자 sunrise@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