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더불어민주당이 7월 임시국회 회기 내 ‘일하는 국회법’을 당론 1호 법안으로 채택해 처리하기로 했다. 5월 출범한 민주당 내 ‘일하는 국회 추진단’은 1일 국회에서 열린 민주당 정책의원총회에서 그동안 준비한 일하는 국회법 내용을 보고했다. △법제사법위원회의 체계 및 자구 심사권 폐지 △국회 휴회 기간 및 본회의 개의 일정을 특정해 상시국회 제도화 △본회의 및 상임위 불출석 시 출결 현황을 국회 홈페이지에 공개하는 등의 페널티 등이 담겼다. 민주당은 이날 일하는 국회법을 당론으로 채택하려 했으나 추가 의견이 나오면서 수정 및 보완 작업을 거치기로 했다. 특히 김진표 의원은 비공개 의총에서 “미국 국회처럼 예산 편성권을 강화해야 한다. 대통령이 (연초에 각 부처 장관들과 비공개로) 진행하는 재정 배분 관련 회의에 국회가 참여하자”는 제안을 한 것으로 전해졌다. 정부의 예산 편성 초기 과정부터 국회가 개입하자는 뜻이다. 그는 또 “각 부처가 기획재정부에 필요 예산을 신청하기 전에 국회 상임위에 먼저 보고하도록 하자”는 안도 내놓았다. ‘불출석 의원 세비 삭감’을 공약으로 내건 만큼 출결 공개보다 더 강한 페널티를 도입해야 한다는 제안도 나왔다. 우려의 목소리도 있다. 한 참석자는 “취지는 좋지만 자칫 행정부 권한 침해로 비칠 수 있다”고 말했다. 또 다른 의원은 “‘일하는 국회법’이지 ‘다하는 국회법’이 아니지 않으냐는 문제의식이 일부 있다”고 했다. 한편 미래통합당 주호영 원내대표는 이날 “예전처럼 국회를 거부하고 장외투쟁 하지 않겠다. 보이콧은 길어지지 않을 것”이라며 조만간 원내로 복귀하겠다는 뜻을 밝혔다. 통합당 관계자는 “복귀 방침은 정해졌지만 타이밍 등은 아직 결정하지 못한 상황”이라고 했다. 강성휘 yolo@donga.com·박민우 기자}

“이렇게 (법무부의) 지시를 (검찰이) 제대로 이행하지 않을 경우에는 결국 국민이 피해를 입는 것이다.” 추미애 법무부 장관이 29일 국회 본회의 후 미래통합당 보이콧 속에 범여권 의원들만 참석한 법제사법위원회 전체회의에서 이렇게 말하며 다시 한 번 윤석열 검찰을 향해 날 선 비판을 이어갔다. 추 장관은 이날 과거 신천지 신도들에 의한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확산과 관련해 검찰이 법무부의 압수수색 지시를 따르지 않아 방역의 적기를 놓쳤다는 취지로 발언하기도 했다. 추 장관은 “신천지를 압수수색했으면 당시 CCTV를 통해 출입한 교인 명단을 확보할 수 있었을 것”이라며 “압수수색 골든타임을 놓치면서 귀중한 자료를 확보하지 못했다”고 말했다. 추 장관은 또 조국 전 법무부 장관 일가에 대한 검찰 수사에 대해서는 “과잉 수사, 반복 수사, 무리한 수사가 있었다는 점을 부인하기 어렵다”고 말했다. ‘조국 일가 수사와 관련해 검찰의 공정성에 의심이 간다는 지적이 있다’는 더불어민주당 신동근 의원의 질의에 대한 답변이었다. 당초 이날 법사위 전체회의는 3차 추가경정예산안 심사를 위해 마련된 자리였다. 다음 달 3일 본회의에서 추경안 처리를 예고한 민주당은 이날 상임위원장 선출 직후 추경안 심사를 위해 서둘러 법사위 회의를 소집했지만 여당 의원들의 질의는 윤 총장과 검찰 개편에 집중됐다.박민우 기자 minwoo@donga.com}

26일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에 대한 수사 중단과 불기소 권고를 결정한 대검찰청의 검찰수사심의위원회에는 자본시장법 교과서를 집필한 법학 교수와 회계 전문가, 변호사 등이 다수 포함됐던 것으로 알려졌다. 특히 외부 전문가들의 압도적인 다수가 이 부회장 측 주장에 찬성하면서 검찰의 반격카드가 사실상 무력화됐다는 분석까지 나오고 있다.○ 자본시장법과 회계 전문가가 심의 참여28일 동아일보 취재를 종합하면 수사심의위원 13명은 양측의 프레젠테이션(PT)을 듣고 찬반토론 등을 벌인 뒤 무기명 투표를 했다. 표결은 수사 계속 여부와 기소 여부 등 두 가지 안건에 대해 각각 진행됐다. 이 부회장은 수사 계속 여부와 기소 여부를 모두 판단해 달라고 요청했고, 김종중 전 삼성전자 사장과 삼성물산은 기소 여부만 판단을 구했다. 이 부회장에 대한 검찰의 수사 계속 여부는 ‘중단 10명, 계속 2명, 기권 1명’이 나왔다. 이 부회장 등에 대한 기소 여부는 ‘불기소 10명, 기소 3명’이었다. 운영지침상 심의위원(13명) 과반의 동의로 의결되는데, 절반을 훌쩍 넘긴 것이다. 가장 큰 쟁점은 이 부회장 등이 자본시장법 위반에 관여했다는 검찰의 수사가 적정한 것인지에 관한 것이었다. 수사 자료가 방대하고 사안이 복잡해 양측 의견서는 각 50쪽으로 준비됐고, 발표 시간은 각 70분씩 진행됐다. 운영지침상 의견서 분량(30쪽)과 발표 시간(30분)을 넘긴 것이다. 사전에 무작위로 추첨된 심의위원 중에는 자본시장법 교과서를 집필한 교수 등 학계 인사 4명, 변호사 4명, 회계사 등이 포함됐다. 이들은 수사팀에 자본시장법 해석과 증거관계를 문제 삼은 것으로 알려졌다. 검찰이 이 부회장 등에게 적용한 자본시장법상 부정거래 조항(178조)은 ‘부정한 수단, 기교’ 등 포괄적이고 추상적인 표현으로 법원에서도 엄격하게 판단하고 있다는 점을 지적한 것이다. 한국 자본시장법의 원조라고 할 수 있는 미국 자본시장법의 판례와 조항을 한국과 비교해서 질문한 심의위원도 있었다고 한다. 한 회계 전문가는 이 부회장에게 분식회계 혐의를 적용할 만한 증거를 제시해 달라고 검찰에 요구한 것으로 전해졌다.○ 재계 “기업에 대한 역차별, 불기소해야”여권에선 수사심의위 결론과 정반대로 기소를 요구하는 주장이 나왔다. 더불어민주당 노웅래 의원은 27일 “검찰은 이 부회장과 재판에서 일합을 겨루어야 한다”고 했고, 박용진 의원은 “법적 상식에 반하는 결정이자 국민 감정상 용납되기 어려운 판단”이라고 했다. 반면 재계에선 “기업인에 대한 역차별”이란 반응이 나왔다. 한 재계 관계자는 “수사심의위가 ‘삼성 같은 거대 기업을 구제하기 위한 절차가 아니다’라고 하는 것은 사실상 기업인은 억울함을 호소할 기회도 이용하지 말라는 것”이라고 말했다. 또 다른 대기업 관계자도 “수사심의위가 노동조합의 손을 들어줬을 때에는 어느 누구도 문제 삼지 않았다”고 지적했다. 2018년 4월 수사심의위는 기아자동차 노조 파업에 따른 업무방해 혐의 사건을 심의하며 노조 간부들에 대해 불기소를 권고한 바 있다.○ 서울중앙지검과 대검 지휘부 협의 뒤 결정대검 검찰개혁위원회의 권고로 2018년 1월 도입된 수사심의위는 기소 등의 판단에서 공정성과 객관성을 확보하기 위한 목적으로 운영돼 왔다. 앞서 8차례 수사심의위 결정을 검찰은 모두 따랐다. 수사팀은 수사심의위가 진행 중이던 26일 김신 전 삼성물산 대표를 불러 지문을 입력한 것으로 알려졌다. 통상 지문 입력은 기소를 전제한 사전 절차로 인식된다. 이번 주 수사팀 파견 인력 일부가 원대 복귀하는데, 그 전에 기소 여부를 결정하려는 수사팀 계획은 다소 늦춰질 것으로 보인다. 검찰 안팎에선 다음 달 정기 인사 이전에 기소 여부를 결정하되, 수사팀 외에 서울중앙지검과 대검 지휘부가 의견 수렴 절차를 거쳐 신중한 판단을 내릴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신동진 shine@donga.com·김현수·박민우 기자}
최근 추미애 법무부 장관이 수차례 윤석열 검찰총장을 향해 ‘거친 발언’을 쏟아내자 집권여당인 더불어민주당 내에서도 “부적절하다”는 공개 비판이 나오기 시작했다. 더불어민주당 조응천 의원은 28일 페이스북에 올린 ‘추미애 장관님께’라는 글에서 “최근 추 장관의 윤 총장에 대한 일련의 언행은 제가 30년 가까이 법조 부근에 머무르면서 한 번도 경험해 보지 못한 낯선 광경으로서 당혹스럽기까지 하여 말문을 잃을 정도”라고 전했다. 검사 출신인 조 의원은 “과거 전임 장관들도 법령, 검찰의 정치적 중립에 대한 고려로 인해 언행을 자제했다”며 “법무부 장관이 원래의 의도나 소신과는 별개로 거친 언행을 거듭한다면 정부 여당은 물론이고 임명권자에게도 부담이 될까 우려스럽다”고 지적했다. 앞서 추 장관은 국회 법제사법위원회 전체회의와 민주당 의원 대상 강연 등에서 “법 기술을 부리고 있다” “내 지시의 절반을 날려먹었다”며 작심한 듯 윤 총장을 공개적으로 질타하자, 야권은 ‘윤석열 찍어내기’ 아니냐며 강력히 반발하고 있다. 이날 조 의원의 발언이 나오자 미래통합당 김은혜 대변인은 논평을 통해 “여권 내부에서 일어나는 광경에 주목한다”며 “장관이 말폭탄을 터뜨리는 이 혼란을 수습할 수 있는 사람은 임명권자인 대통령밖에 없다”고 비판했다.박민우 기자 minwoo@donga.com}

긴장이 고조되던 남북관계가 숨고르기 국면에 들어간 가운데 여당인 더불어민주당에서 통일부 장관을 부총리로 격상하려는 움직임이 가시화되고 있다. 김여정 북한 노동당 제1부부장이 대남 총괄로 나선 가운데 현재 공석인 통일부 장관을 외교·국방을 아우르는 남북관계의 컨트롤타워로 승격시켜야 한다는 것이다. 더불어민주당 노웅래 의원은 28일 통일부 장관을 부총리로 격상하는 내용의 정부조직법 개정안을 국회에 대표 발의했다. 노 의원은 법안에서 “통일 정책을 체계적으로 추진하기 위해서는 범정부적인 컨트롤타워가 필요하다”며 “(통일부 장관이)국무총리의 명을 받아 관계 중앙행정기관을 총괄·조정할 수 있도록 하려는 것”이라고 강조했다. 노 의원의 개정안 발의에는 국회 외교통일위원장인 민주당 송영길 의원과 설훈 최고위원, 미래통합당 홍문표 의원 등 14명의 의원이 참여했다. 통일부 장관 부총리 승격이 현실화되면 외환위기 이듬해인 1998년 장관급으로 격하된 지 22년 만에 ‘통일 부총리’가 부활된다. 현재 공석인 통일부 장관에는 민주당 원내대표를 지낸 4선의 이인영 의원이 유력하게 거론되는 등 여권 중진급 인사들이 후보로 떠오른 상태다. 일각에선 통일부 장관 승격을 통해 독자적 남북협력사업 추진이 본격화되는 것 아니냐는 관측도 나온다.박민우 기자 minwoo@donga.com}

미국이 지난달 이란 핵합의(JCPOA·포괄적공동행동계획)에서 전격 탈퇴한 뒤 전방위 압박에 나서면서 이란 리알화 가치가 50% 가까이 폭락하는 등 경제위기 우려가 커지고 있다. 수도 테헤란에서는 그랜드바자르(대시장) 상인 수천 명이 일손을 놓고 정부에 대책 마련을 촉구하는 시위가 24일부터 이어지면서 민심이 크게 요동치고 있다. 반정부 시위가 시작된 24일 이란 암시장에서 거래되는 미 달러 대비 리알화 가치는 9만 리알로, 도널드 트럼프 미 대통령이 이란 핵합의를 파기하겠다고 선언한 지난달 8일(6만500리알)보다 약 48.8% 하락했다. 가게 문을 닫고 의회로 행진한 상인들은 “독재자에게 죽음을” “시리아를 떠나 우리를 생각하라” 등의 구호를 외쳤다. 반정부 시위는 최소 6개 도시에서 동시다발적으로 일어났다. 하산 로하니 대통령이 26일 연설에서 “미국이 제재를 부활해 이란 국민의 꿈을 산산이 깨뜨리려고 한다”며 “여론을 선도하는 언론, 학계, 종교계, 의회와 사법부 모두 단합해 이에 맞서 손을 잡아야 한다”고 호소했지만 성난 민심은 좀처럼 가라앉지 않고 있다. 압박이 위력을 발휘하자 미국은 이란 경제를 더욱 강하게 옥죄고 있다. 미 재무부는 27일 미 정부의 규제를 받는 외국 및 자국 기업의 대(對)이란 민간항공기 부품 수출 면허와 카펫, 피스타치오, 캐비아 무역 면허를 취소했다고 발표했다. 해당 기업들은 제재 유예기간이 끝나는 8월 6일까지 이란과 교역 활동을 중단하지 않으면 미 정부의 제재 대상에 포함된다. 미 국무부는 유럽과 아시아 국가에도 11월 4일까지 이란산 원유를 수입하지 말 것을 요구하면서 예외를 인정하지 않겠다는 뜻을 분명히 밝혔다. 이란산 원유 수입에 대한 제재 예외를 인정받기 위해 미국을 설득해 온 영국, 프랑스, 독일과 유럽연합(EU)의 노력도 수포로 돌아간 것이다. 이란은 핵합의를 존속하려는 유럽 국가들의 노력이 사실상 무산되자 핵시설 일부를 재가동했다. 이란원자력청(AEOI)은 27일 육불화우라늄(UF6) 생산 설비를 가동해 우라늄 농축을 위한 준비에 들어갔다. 이란이 우라늄 핵시설을 가동한 것은 9년 만이다. 핵합의가 최종적으로 파기되면 언제든 핵개발을 재개할 수 있다는 메시지를 보낸 것으로 해석된다. 이란 정부는 이번 경제위기가 정책 실패로 인한 것이 아니라 정치적이며 심리적인 것이라며 내부 불만을 억누르고 있다. 미국 이스라엘 등 외부세력의 개입 가능성을 적극적으로 제기하는 것도 밖으로 책임을 돌리기 위한 것으로 보인다. 그러나 민생고에 따른 분노가 이슬람 통치 체제 전반으로 확대되면 이란이 내부로부터 붕괴될 수 있다는 전망도 나온다. 이란에서는 지난해 12월 말 테헤란과 주요 도시 곳곳에서 광범위한 반정부 시위가 발생했다. 현 정부에 반대하는 보수층뿐만 아니라 물가 상승과 실업으로 신음하는 서민 노동자 계층, 자유를 갈구하는 진보적인 청년층이 대거 시위에 동참했다. 최근 테헤란의 상인 계층이 주도한 반정부 시위 역시 경제 상황이 악화됨에 따라 당분간 지속될 것으로 보인다. 미국과 서방은 1979년 이란 이슬람혁명 당시 테헤란 대시장의 상인 조직이 종교 세력에 자금을 대면서 팔레비 왕정 붕괴에 큰 역할을 한 점에 주목하고 있다. 하지만 세계적인 위기관리 컨설팅업체인 유라시아그룹은 이란 정권이 붕괴할 가능성은 희박하다고 내다봤다. 유라시아그룹의 헨리 롬 연구원은 “최근 벌어진 시위는 이질적이며 조직적이지 못하다”며 “체제 변화를 이끌어낼 중앙 조직이 없고, 명확한 정치경제적 요구가 부족하다”고 평가했다. 혼란이 계속되면 결국 로하니 대통령이 책임을 지고 물러나는 선에서 정리될 것이란 관측도 나온다. 이스라엘 일간 하아레츠는 “이란 최고지도자 아야톨라 알리 하메네이가 경제위기에 대한 책임을 돌리기 위해 로하니 대통령을 퇴출할 것”이라고 내다봤다. 이란 의회는 이미 로하니 정부의 경제팀을 교체할 것을 요구하고 있다. 일각에서는 이란 행정부가 급진적으로 교체될 경우를 가정해 이란 혁명수비대의 정예부대 쿠드스군의 카셈 솔레이마니 사령관을 차기 대통령으로 거론하고 있다.카이로=박민우 특파원 minwoo@donga.com}
사우디아라비아에서 여성 운전이 허용된 24일부터 차량 공유업체 카림의 여성 운전사들이 수도 리야드와 제다, 담맘 3곳에서 운전을 시작했다고 일간 사우디가제트가 보도했다. 카림의 첫 번째 여성 운전사인 에남 가지 알 아스와드는 “이제 자유롭게 운전하면서 돈도 벌 수 있게 됐다”며 “내게 좋은 기회인 것은 물론이고 역사적인 일이기도 하다”고 말했다. 카림의 최고경영자(CEO) 무다시르 셰이카는 “2020년까지 사우디 전역에서 2만 명의 여성 운전사를 고용하는 것이 목표”라고 밝혔다. ‘중동의 우버’로 불리는 카림이 여성 운전사 고용에 적극적인 이유는 사우디 고객 대부분이 여성이기 때문이다. 사우디 내 카림 승객의 70%가량이 여성이고 또 다른 차량 공유업체 우버 역시 승객의 약 80%가 여성이지만 사우디에서 카림과 우버에 등록된 기사는 약 22만 명으로 모두 남성이었다. 여성 고객들은 남성 운전사를 꺼리는 경우가 많아 서비스 이용에 어려움을 겪었다.카이로=박민우 특파원 minwoo@donga.com}

레제프 타이이프 에르도안 터키 대통령(64·사진)이 24일 치러진 대선과 총선에서 모두 승리했다. 2003년부터 집권 중인 에르도안 대통령이 이번 대선 승리로 최장 2033년까지 장기 집권 기반을 마련해 ‘21세기 술탄’(오스만제국의 황제)이 탄생했다는 평가도 나온다. 터키 최고선거관리위원회(YSK)는 25일 “에르도안 대통령이 전날 치러진 대선에서 유효표의 과반을 얻었다”고 발표했다. 관영 아나돌루통신에 따르면 집권여당 정의개발당(AKP) 후보로 나선 에르도안 대통령의 득표율은 52.58%로 집계됐다. 과반을 득표해 결선 투표 없이 당선을 확정지었다. 에르도안 대통령은 선관위 발표 전 자신의 승리를 선언했다. 그는 TV 연설에서 “국가가 내게 대통령의 책무를 부여했다”며 “터키가 거의 90%에 달하는 투표율로 민주주의에 대한 교훈을 전 세계에 알렸다”고 말했다. 이번 대선과 총선 투표율은 약 87%로 비공식 집계됐다. 제1야당인 공화인민당(CHP) 무하렘 인제 후보(54)는 30.64%의 득표에 그쳤다. 인제 후보와 CHP는 개표 조작 의혹을 제기했다. 인제 후보는 자신의 트위터를 통해 “아나돌루통신이 조작된 결과를 방송하고 있다”며 선거 참관인들에게 투표함을 떠나지 말 것을 요구했다. 집권 AKP가 총선에서도 1당이 되면서 에르도안 대통령은 의회의 견제를 걱정할 필요가 없게 됐다. AKP는 42.54%를 득표해 전체 600석 가운데 295석을 차지한 것으로 나타났다. AKP와 선거 연대를 구성한 민족주의행동당(MHP)이 11.11%를 얻으면서 여권 연대가 53.65%의 득표로 과반 의석을 확보했다. CHP와 쿠르드계 인민민주당(HDP)은 각각 22.64%, 11.69% 득표에 그쳤다. 터키의 권력 구조는 이번 선거를 계기로 완전히 탈바꿈했다. 지난해 4월 의원내각제를 폐지하고 대통령 중심제를 도입하는 개헌 국민투표가 가결됐고, 새 헌법은 이번 선거 이후 발효됐다. 새 헌법에 따르면 대통령 임기는 5년으로 한 차례 중임(重任)할 수 있다. 단, 중임 임기 중에 조기 선거를 단행해 다시 당선되면 5년 더 재임할 수 있다. 에르도안 대통령은 최장 2033년까지 집권이 가능하다는 뜻이다. 에르도안 대통령은 새 헌법하에서 행정부뿐만 아니라 입법부와 사법부까지 아우르는 막강한 권력을 휘두르게 됐다. 그는 의회 동의 없이 부통령과 장관을 임명할 수 있고, 헌법재판관 15명 중 12명을 지명할 수 있다. 국가 예산 편성권과 국회 해산권을 거머쥐고 국가비상사태도 선포할 수 있다. 사실상 황제나 다름없는 권력을 손에 쥔 셈이다. 에르도안 대통령은 2003년부터 2014년까지 총리를 세 차례나 연임했다. 그는 총리 4연임을 금지한 AKP 당헌 때문에 임기 중 대통령 직선제를 도입하고는 2014년 8월 터키 역사상 처음 치러진 대선에 출마해 당선됐다.카이로=박민우 특파원 minwoo@donga.com}

외국에 나가면 애국자가 된다더니. 이집트에서 2018 러시아 월드컵을 보니 더 간절한 것 같다. 스웨덴에 이어 멕시코에도 패배를 당했지만 아직 실낱같은 희망을 붙들고 있다. 27일 조별리그 3차전에서 멕시코가 스웨덴을 꺾고, 한국이 독일을 이기면 한국이 16강에 오를 가능성이 없진 않다. 상대는 국제축구연맹(FIFA) 랭킹 1위 독일이지만 절대 기죽지 말라고 목청껏 응원할 생각이다. 안타깝게도 한국과 똑같이 2패를 당한 이집트(A조)는 희망이 없다. 같은 조 러시아와 우루과이가 나란히 2승을 거둬 16강 진출을 확정했기 때문이다. 사실 이집트는 ‘다크호스’로 꼽히며 일찍부터 주목받았다. 이번 월드컵에서 해설가로 데뷔한 박지성 대한축구협회 유스전략본부장은 지난달 “‘무함마드 살라흐’라는 올 시즌 선풍적인 활약을 보여준 선수와 함께 이집트가 어떤 성과를 낼지 기대된다”며 “조 1위를 한다면 8강까지 갈 수 있을 것”이라고 평가했다. 잉글랜드 프리미어리그(EPL) 리버풀 소속인 살라흐는 올해 리그 득점왕(32득점)에 오르며 최고의 시즌을 보냈다. 조 편성도 행운이 따른 듯했다. 이집트(FIFA 랭킹 45위)는 월드컵 본선 32개국 가운데 최하위권인 러시아(70위) 사우디아라비아(67위)와 같은 조에 편성됐다. 스포츠 통계업체 OPTA는 월드컵 개막 전 이집트의 조별리그 통과 가능성(50.7%)을 우루과이(59.1%) 다음으로 높게 봤다. 1990 이탈리아 월드컵 이후 28년 만에 본선 무대에 오른 이집트는 그야말로 장밋빛 꿈에 부풀어 있었다. 다른 아랍 국가들도 월드컵 개막을 손꼽아 기다렸다. 이번 월드컵에는 이집트뿐 아니라 사우디아라비아, 튀니지, 모로코 등 아랍 4개국이 본선에 올랐다. 이란까지 포함하면 중동에서만 5개국이 참가해 열사의 땅에서 월드컵 열기는 여느 때보다 뜨거웠다. 중동 지역 채용 포털사이트 걸프탤런트(GulfTalent)가 최근 중동의 직장인 8000명을 대상으로 설문조사를 한 결과 92%가 근무시간 중에 월드컵 경기를 시청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그렇다 보니 낮 시간 금식으로 업무가 제대로 이뤄지지 않는 라마단(이슬람 성월·올해 5월 17일∼6월 14일)에 이어 다음 달 15일까지 이어지는 월드컵 열기가 중동 지역의 노동생산성을 크게 낮출 것이라는 우려도 나왔다. 미국 경제전문지 포브스는 “대부분의 경기가 아랍에미리트(UAE) 시간을 기준으로 근무시간대인 오후 2시에서 오전 1시 사이에 열린다”며 “직장인 대부분이 스마트폰 스트리밍 서비스를 통해 경기를 시청할 계획”이라고 지적했다. 그러나 이제는 중동 지역의 노동생산성을 걱정할 필요가 없을지 모른다. 이란을 제외한 이집트, 사우디, 튀니지, 모로코가 일찌감치 16강 진출에 실패하면서 월드컵 열기가 한풀 꺾였기 때문이다. 오히려 이집트는 국민들의 깊은 좌절감을 걱정해야 할 상황이다. 정부의 고강도 긴축 정책으로 고통 받던 이집트 국민들에게 축구는 비참한 현실을 잊게 하는 유일한 희망이었다. 하지만 믿었던 축구마저 기대를 저버리면서 분노의 화살은 정부로 향하고 있다. 이집트 국민들은 월드컵 16강 탈락이 확정된 뒤 “자유도 없고, 정의도 없고, 교육도 없고, 국가도 없고, 휴머니티도 없다. 떠날 때가 됐다”며 압둘팟타흐 시시 대통령의 퇴진을 요구한 트윗을 27만9000회 이상 리트윗(퍼나르기)했다. 기자는 이집트가 이번 월드컵을 통해 잔뜩 움츠렸던 어깨를 펴길 바랐다. 1997년 외환위기를 겪은 한국이 2002 한일 월드컵 4강을 계기로 자존감을 회복했던 것처럼…. 비록 결과는 기대에 미치지 못했지만 이집트 선수들이 마지막 경기까지 최선을 다했으면 좋겠다. 경제난에 지친 이집트 국민들에게도 결코 희망을 잃지 말라고 응원의 말을 건네고 싶다. 박민우 카이로 특파원 minwoo@donga.com}
24일 0시. 어두운 밤이었지만 사우디아라비아 여성들은 차에 시동을 걸고 거리로 나섰다. 이들은 지구상에서 유일하게 여성의 운전을 금지했던 나라에서 처음으로 자유의 액셀을 힘껏 밟은 것이다. 사우디 정부는 24일 0시부터 여성의 운전을 전면 허용했다. 세 아이의 엄마이자 TV 여성 앵커인 사마르 알 모끄렌 씨는 차를 몰고 사우디 수도 리야드의 킹 파드 고속도로를 질주한 뒤 “내 평생 이 도로 위를 운전할 수 있을 거라고는 생각지 못했다. 소름이 돋았다”고 AFP통신에 말했다. 사우디 국영방송도 이날 0시 긴급뉴스로 여성이 운전하는 모습을 전하며 ‘역사적인 순간’이라고 보도했다. 이에 앞서 살만 빈 압둘아지즈 알 사우드 국왕은 지난해 9월 여성의 운전을 허용하라는 칙령을 발표했다. 사우디는 올해 여성들의 축구경기 입장과 군 입대를 허용하는 등 파격적인 조치를 잇달아 내놓았다. 무함마드 빈 살만 왕세자가 주도하는 경제·사회 개혁 정책 ‘비전 2030’의 일환이다. 사우디 정부는 여성 운전 허용으로 여성의 경제활동 참여율이 크게 높아질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글로벌 회계컨설팅업체 프라이스워터하우스쿠퍼스(PwC)는 2020년까지 사우디 여성 약 1000만 명 중 300만 명이 운전자가 될 것으로 전망했다. 카이로=박민우 특파원 minwoo@donga.com}

‘황제’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 ‘차르’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 ‘파라오’ 압둘팟타흐 시시 이집트 대통령에 이어 또 한 명의 ‘절대 권력’ 국가 지도자가 탄생할까. 15년간 터키 권력의 정점에 서 있던 레제프 타이이프 에르도안 터키 대통령이 24일 치러지는 조기 대선에서 재선에 성공하면 2028년까지 권좌를 지킬 수도 있는 장기 집권의 발판을 마련한다. 터키 최대 도시 이스탄불 시장을 지낸 에르도안은 2003년 총리로 취임했다. 그는 2010년 헌법을 개정해 대통령 직선제를 도입했다. 2014년 8월 터키 역사상 처음으로 치러진 직선 대선에 출마해 당선됐고 이후 터키 권력 구조는 의원내각제에서 대통령중심제로 빠르게 전환하기 시작했다. 대통령이 된 에르도안은 ‘21세기 술탄’이 되려는 야망을 숨기지 않았다. 그는 의원내각제를 5년 중임 대통령제로 바꾸고, 대통령 권한을 대폭 강화하는 내용으로 개헌을 추진했다. 새 헌법은 이번 대선부터 적용돼 에르도안이 당선되면 최장 10년간 더 집권할 수도 있다. 개헌안은 작년 4월 국민투표를 통해 가결됐다. 사실상 에르도안의 독재를 공고화하는 ‘술탄 개헌’이 통과될 수 있었던 건 그가 그동안 이뤄낸 경제성과 덕분이다. 2001년 ―5.7%였던 터키의 경제성장률은 그가 총리로 있던 시절인 2011년 11.1%까지 상승했다. 3500달러(약 388만5000원) 수준에 불과했던 1인당 국민소득도 1만 달러까지 끌어올렸다. 이슬람 원리주의 정책을 추진한 에르도안은 세속주의 정권에서 소외됐던 무슬림 서민층의 열렬한 지지를 받았다. 에르도안은 올 1월 시리아 국경의 쿠르드 세력을 몰아내기 위해 아프린 군사작전(일명 올리브가지 작전)을 시작했다. 터키군이 3월 아프린을 점령하자 에르도안의 지지율은 급등했다. 그러자 에르도안은 내년 11월로 예정돼 있던 대선을 올 6월로 앞당겼다. 최근 터키에 불어닥친 경제 위기가 더 악화되기 전에 정치적 승부수를 던진 것이다. 그러나 터키의 경제난은 갈수록 악화돼 에르도안의 재선을 위협하는 가장 큰 걸림돌이 됐다. 터키 리라화는 올 들어서만 달러 대비 가치가 20% 이상 떨어졌다. 최근 미국이 기준금리를 인상하면서 신흥국 터키에서 외국자본이 급격히 빠져나가고 있기 때문이다. 에르도안은 대선을 앞두고 유권자들의 가계 대출 부담이 커지면 선거에 불리하게 작용할 것을 의식해 금리 인상을 자제해 왔다. 하지만 지난달 리라화 가치가 연일 역대 최저치를 경신하자 결국 터키 중앙은행은 기준금리를 수차례 인상하며 환율 방어에 나섰다. 현재 터키의 이자율(17.5%)은 주요 20개국(G20) 중 가장 높다. 최근 여론조사에서 에르도안의 지지율은 50% 아래로 확연히 떨어지는 추세다. 독일 공영방송 도이체벨레는 “실제 선거에서는 (에르도안 지지율이) 여론조사 결과보다 더 낮을 것”이라며 억압적 분위기의 국가비상사태에서 지지율이 과대평가됐을 수 있다고 분석했다. 반면 터키 제1야당 공화인민당(CHP) 후보 무하렘 인제와 좋은당(iYi Parti) 후보 메랄 악셰네르의 지지율 합계는 40%를 넘어섰다. 터키 대선은 1차 투표에서 과반 득표자가 나오지 않으면 득표율 1, 2위가 결선 투표를 치른다. 이번 선거에서 연대를 결성한 야권은 결선에 오르는 후보에게 힘을 실어줘 에르도안의 장기 집권을 저지하기로 했다.카이로=박민우 특파원 minwoo@donga.com}
시리아 알레포에서 빵집을 운영하던 후삼 이드리스 씨(37)는 3년 전 내전을 피해 시리아를 떠났다. 현재 세 아이와 함께 독일 베를린에 거주하는 그는 언젠가 고향으로 돌아가길 원하고 있다. 하지만 최근 시리아 정부가 사실상 난민 소유 부동산을 보상 없이 빼앗는 내용의 행정명령 시행을 예고하면서 시리아 난민 1100만 명이 고향집을 빼앗길 위기에 처했다. 영국 런던에 본부를 둔 아랍계 일간 아샤르크 알아우사트는 16일 시리아 정부가 입법 예고한 행정명령으로 인해 시리아 난민들이 영구적인 망명자가 될 수 있다고 지적했다. 전국 규모의 전쟁 재건사업을 추진 중인 시리아 정부는 최근 개발 예정지에 있는 사유지 수용 및 보상에 관한 내용이 담긴 행정명령 10호 시행을 예고했다. 개발 예정지 내 부동산을 소유한 자는 30일 안에 권리를 주장해야 신축 주택 등으로 보상을 받을 수 있다. 문제는 해외에 체류하는 난민이나 반군 지역으로 이주한 주민은 이 같은 법적 절차를 밟기 어렵다는 점이다. 시리아에 남은 가족에게 권리를 위임해 절차를 밟을 수도 있지만 이 경우 정부의 신원조회를 거쳐 안보에 위협이 없다는 것을 인정받아야 한다. 국내외 피란민 다수가 2011년 ‘아랍의 봄’ 혁명 참여자이거나 반군을 지지하는 주민이기 때문에 신원조회를 통과하기 어려울 것으로 보인다. 시리아 출신 인권변호사 안와르 알분니 씨는 “정부로부터 테러리스트 취급을 받는 반군 지역 주민들이 어떻게 부동산 소유권을 주장하겠느냐”며 “설령 소유권을 주장하더라도 인정받지 못할 것”이라고 말했다. 독일 정부의 한 고위 관료는 “시리아 정부가 예고한 행정명령 10호는 난민의 부동산을 (무상으로) 수용해 반군 지역을 새로운 인구로 대체하기 위한 것”이라고 분석했다. 유엔난민기구(UNHCR)에 따르면 시리아 내전이 발발한 2011년 이후 시리아 주민 560만 명이 인접국인 터키(350만 명) 레바논(100만 명) 요르단(65만 명)과 유럽 등지로 떠났다. 국내 실향민도 610만 명에 달한다. 카이로=박민우 특파원 minwoo@donga.com}
그리스와 마케도니아가 27년째 이어진 ‘국명(國名) 전쟁’에 종지부를 찍기로 합의했지만, 양국 모두에서 내부 반발이 커지고 있다. 양국은 1991년 마케도니아가 옛 유고 연방에서 독립한 이후 ‘마케도니아’ 이름의 종주권을 놓고 외교 분쟁을 이어왔다. 그리스는 마케도니아가 알렉산더 대왕을 배출한 고대 그리스 마케도니아 왕국의 역사를 도용하고, 자국 영토인 북부 마케도니아 지방에 대한 영유권을 주장하고 있다고 본다. 마케도니아는 1993년 ‘구 유고슬라비아 마케도니아공화국’이라는 국명으로 유엔엔 가입했지만 2008년 그리스의 반대에 부닥쳐 북대서양조약기구(NATO·나토) 가입은 무산됐다. 유럽연합(EU) 가입도 번번이 좌절됐다. 알렉시스 치프라스 그리스 총리와 조란 자에프 마케도니아 총리는 12일 마케도니아의 국명을 ‘북마케도니아공화국’으로 변경해 오랜 분쟁을 마감하기로 합의했다. 합의안이 효력을 발휘하려면 금주 말 양국 외교장관의 공식 서명 이후 양국 의회에서 각각 비준을 받아야 한다. 마케도니아의 경우 의회를 통과하면 대통령이 최종 서명하고 국민투표까지 거쳐야 한다. 그러나 자에프 총리의 정적인 조르게 이바노프 마케도니아 대통령은 13일 “합의안은 마케도니아 헌법에 위배되는 것”이라며 국호 변경안에 서명하지 않을 것이라고 밝혔다. 대통령이 서명을 거부하면 합의안은 다시 의회로 돌아가 2차 투표를 거치게 된다. 민족주의 성향의 마케도니아 야당과 상당수 국민들도 “국호 변경은 그리스에 굴복하는 것”이라고 반발한다. 그리스의 제1야당 신민주당도 이번 합의안이 “국가적인 후퇴”라며 치프라스 총리에 대한 불신임안을 의회에 제출할 것이라고 밝혔다. 그리스 보수 진영은 ‘마케도니아’라는 단어가 들어가는 어떤 이름도 인정하지 않겠다는 입장이다. 카이로=박민우 특파원 minwoo@donga.com}

미국의 이란 핵합의(JCPOA·포괄적공동행동계획) 탈퇴에 따른 후폭풍이 곳곳에서 나타나고 있다. 세계 최대 민간항공기 제조업체 보잉은 이란에 항공기 인도를 중단한다고 최근 밝혔다. 이달 초 대림산업이 이란에서 수주한 2조2000억 원 규모의 계약이 해지됐다고 공시하는 등 국내 기업들의 피해도 현실화하고 있다. 북핵 문제가 북-미 정상회담 이후 해결 국면으로 접어드는 듯한 모양새인 반면에 3년 전 국제 합의로 해답을 찾는 듯했던 이란 핵문제는 위기에 맞닥뜨렸다. 미국의 핵합의 파기로 인한 후폭풍이 가장 거센 곳은 이란 영공이다. 보잉은 6일 “우리는 이란에 어떤 항공기도 수출하지 않았으며, 현재로서는 이란에 대한 수출 면허도 없어 앞으로도 이란에 대한 수출은 이뤄지지 않을 것”이라고 공식 발표했다. 보잉 등 미국 회사가 이란과 거래하기 위해서는 미 재무부 산하 해외자산통제국(OFAC)으로부터 판매 허가를 받아야 하는데, 지난달 10일 미국이 핵합의에서 전격 탈퇴를 선언하면서 항공기 수출길이 완전히 막혀 버린 것이다. 이에 따라 평균 기령 27년으로 세계에서 가장 노후한 이란 항공기는 당분간 위태로운 비행을 이어가야 할 처지에 놓였다. 이란에서는 올해 2월 아세만항공 소속 ATR72-212기가 이륙 50분 만에 자그로스 산맥에 추락해 탑승 인원 65명이 모두 사망하는 등 2000년 이후 최소 23건의 항공사고가 발생해 최소 1170명이 목숨을 잃었다. 이란은 1979년 이슬람 혁명 이후 서방의 제재가 본격화하면서 민간 항공기와 부품 수입에 어려움을 겪었다. 이란항공은 2015년 7월 이란 핵합의가 타결된 뒤 이듬해 12월이 돼서야 에어버스(100대), 보잉(80대)과 대규모 임대·판매 계약을 체결했다. 하지만 지난해 1월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취임하면서 미국은 다시 이란에 대해 강경책으로 돌아섰고, 이란은 주문한 항공기를 제때 인도받지 못했다. 이란은 핵합의 타결 이후 보잉과 에어버스 등에 항공기 250대를 주문했지만 인수한 항공기는 지금껏 9대뿐이다. 프랑스의 토탈 등 이란에 대규모로 투자했던 유럽 에너지 기업들도 큰 손실을 피할 수 없게 됐다. 토탈은 지난해 7월 이란국영석유회사(NIOC), 중국석유천연가스집단공사(CNCP)와 함께 이란 사우스파스 해상가스전 개발을 위한 48억 달러(약 5조2000억 원) 규모의 계약을 체결했다. 하지만 미국의 제재를 피하지 못할 경우 사업을 포기해야 하는 상황이다. 프랑스를 비롯한 유럽 주요국은 최근 미국의 대이란 경제제재와 관련해 자국의 에너지, 항공 업체들에 대한 세컨더리 보이콧(제3자 제재)을 면제해 달라고 미국 정부에 요청한 것으로 알려졌다. 국내 건설사들이 수주한 수조 원의 계약도 줄줄이 무산될 위기에 처했다. 대림산업은 지난해 3월 이란과 맺은 2조2000억 원 규모의 정유공장 개선사업 공사 수주 계약을 해지했다고 1일 공시했다. 대이란 금융제재로 계약 발표 전제 조건인 금융약정 체결 기한을 지키지 못했기 때문이다. 현대엔지니어링, 현대건설, SK건설 등도 사업 진행에 필요한 자금을 조달하지 못하고 있다. 이란은 단단히 뿔이 났다. 유럽연합(EU)이 핵합의를 살릴 해법을 좀처럼 제시하지 못하고 있어 조만간 이란이 ‘맞탈퇴’를 선언할 것이라는 분석도 나온다. 하산 로하니 이란 대통령은 12일 에마뉘엘 마크롱 프랑스 대통령과의 통화에서 “이란의 국익에 도움이 되지 않으면 핵합의에 남을 이유가 없다”며 핵합의에서 탈퇴할 수도 있음을 내비쳤다. 이란은 북-미 정상회담에 대해서도 불편한 심기를 드러냈다. 모하마드 바게르 노바크트 이란 정부 대변인은 12일 “트럼프 대통령은 (싱가포르에서 미국으로) 돌아가는 비행기 안에서 합의 내용을 취소할 수도 있는 인물”이라며 이란 핵합의를 파기한 장본인을 신뢰할 수 없다고 비판했다. 한편 콜린 칼 전 미 부통령 안보보좌관은 이날 자신의 트위터를 통해 “이란 핵합의를 비판하는 이들은 버락 오바마 정부가 장기적이고 검증 가능한 핵 억제를 위해 156페이지에 이르는 합의를 하고도 이를 제대로 활용하지 못했다고 비난했다”며 “트럼프는 공허한 약속이 담긴 (합의문) 1페이지로 북한에 대한 최대한의 압박을 포기했다”고 지적했다. 카이로=박민우 특파원 minwoo@donga.com}
2018 러시아 월드컵에 출전하는 이란 국가대표팀이 본선 조별리그 첫 경기를 앞두고 날벼락을 맞았다. 이란 대표팀을 후원하는 미국의 스포츠 용품업체 나이키가 이란 대표팀에 축구화 공급을 중단한다고 밝혔기 때문이다. 나이키는 11일 성명을 통해 “나이키는 미국 기업이다. 미국 정부의 대(對)이란 경제 제재로 이란 대표팀에 축구화를 공급할 수 없다”고 발표했다. 나이키는 “제재는 법률에 따라 수년간 나이키에 적용돼 왔다”고 설명했다. 미국 정부는 지난달 이란 핵합의(JCPOA·포괄적공동행동계획) 탈퇴를 선언하면서 이란에 대한 경제 제재를 재개했다. 이에 따라 이란에서 사업을 하거나 이란과 거래해 온 기업들은 제재가 다시 시작되기 전에 주어지는 180일간의 유예기간 내에 관계를 청산하지 않으면 미 정부의 제재 대상이 된다. 당장 15일 모로코와 월드컵 본선 B조 조별리그 첫 경기를 치러야 하는 이란은 불만을 터뜨렸다. 이란 대표팀은 7일 나이키가 용품 공급을 중단할 것이라는 소식이 들리자 국제축구연맹(FIFA)에 도움을 요청하는 서한을 보냈지만 아직 대답을 듣지 못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란 대표팀 선수들이 개인 구입 등 다른 방법으로 얻은 나이키 축구화를 신고 월드컵에 나설 수 있을지도 불분명하다. 카를루스 케이로스 이란 대표팀 감독은 “중요한 경기가 며칠 남지 않은 상황에서 선수들의 장비를 교체하는 건 바람직하지 않다”며 못마땅해했다. 그동안 사용해 왔던 나이키 축구화에 이미 익숙해진 선수들이 다른 회사의 축구화로 바꿔 신을 경우 경기력이 떨어질 수 있다는 것이다. 미국 스포츠 전문매체 ESPN은 “2014년 브라질 월드컵을 포함해 지금과 유사한 제재가 있던 과거에도 나이키는 이란 대표팀에 축구화를 공급해 왔기 때문에 (나이키의 이번 조치에) 이란 대표팀이 당황해 하고 있다”고 전했다. 이란의 FIFA 랭킹은 이달 7일 기준 세계 37위로 월드컵 본선에서 포르투갈(4위), 스페인(10위), 모로코(41위)와 함께 일명 ‘죽음의 조’에 편성됐다.카이로=박민우 특파원 minwoo@donga.com}
에티오피아가 18년 전 에리트레아와 체결한 평화협정을 전적으로 수용하겠다고 밝혔다. 하지만 에리트레아는 여전히 침묵을 지키고 있다. 이사이아스 아페웨르키 에리트레아 대통령이 에티오피아와 20년간 이어온 국경 분쟁을 독재의 명분으로 삼고 있기 때문이다. 에티오피아의 집권당 에티오피아인민혁명민주전선(EPRDF)은 5일 국경 분쟁을 끝내기 위해 2000년 알제리에서 에리트레아와 맺은 평화협정을 “완전히 수용하고 시행할 것”이라고 발표했다. 에티오피아 연방이었던 에리트레아는 약 30년간의 투쟁 끝에 1993년 독립했다. 양국 관계는 에티오피아에 경제적으로 의존해온 에리트레아가 1997년 독자 화폐를 발행하면서 악화됐다. 경제주권을 선언한 에리트레아를 에티오피아가 못마땅해하면서 갈등의 골이 깊어졌다. 에리트레아가 1998년 5월 에티오피아 북동부 이르가 삼각지와 바드메를 잇따라 침공하면서 전쟁이 시작됐고 전쟁은 전면전으로 확대되면서 약 7만 명이 사망했다. 양국은 2000년 알제리에서 평화협정을 맺었지만 제대로 지켜지지 않았다. 국제 국경위원회는 2002년 양국 간 국경을 확정하면서 바드메를 에리트레아에 양도하라고 했지만 에티오피아는 철군하지 않았고, 수차례 충돌이 이어지면서 긴장이 지속됐다. 알제리 평화협정을 준수하겠다는 에티오피아의 발표는 올 4월 취임한 아비 아메드 총리의 결단이다. 그는 취임 연설에서 “에리트레아 형제자매들과 화해하는 데 정말 노력하고 있다. 에리트레아 정부에 대화를 시작하자는 초대장을 보냈다”고 말했다. 하지만 에리트레아 정부는 쉽게 손을 내밀지 않을 것이라는 분석이 나온다. 아페웨르키 대통령은 1993년 초대 대통령으로 선출된 이후 국가안보를 이유로 1인 독재 체제를 유지하고 있다. 에리트레아 난민 마르코스 하일레마리암 씨는 에티오피안 헤럴드와의 인터뷰에서 “아페웨르키 대통령은 전쟁도 평화도 없는 상황을 정권 연장에 이용해 왔다”고 말했다. 유엔난민기구(UNHCR) 보고서에 따르면 ‘아프리카의 북한’으로도 불리는 에리트레아의 2015년 말 기준 난민 수는 47만4296명으로 인구의 12%에 달한다.카이로=박민우 특파원 minwoo@donga.com}

현재 1250원인 서울 지하철 기본요금이 당장 두 배로 오른다면 어떻게 될까. 서울 지하철을 이용하는 승객은 하루 평균 900만 명. 이들은 교통비 지출을 두 배로 늘리거나 시내버스 등 다른 대중교통을 이용해야 한다. 버스로 몰리는 승객 탓에 극심한 교통 혼잡이 빚어질 것이다. 불과 1년 뒤 정부는 껑충 뛴 요금에 시민들이 적응하기도 전에 갑작스레 기본요금을 3750원으로 올린다. 구간에 따라 내야 할 최고 요금은 8750원까지 치솟는다. 생각만 해도 끔찍하고, 한국에서 상상조차 하기 힘든 시나리오가 이집트에서는 현실이 됐다. 이집트 정부는 지난해 3월 1이집트파운드(약 60원)인 카이로 지하철 운임을 두 배로 올렸다. 기존 운임이 워낙 저렴했기 때문에 충격은 생각보다 덜했다. 하지만 지난달 11일 지하철 요금이 또 오르자 시민들은 충격을 넘어 분노했다. 이집트 정부는 기본 운임을 3이집트파운드로 올리고, 구간별 차등요금제를 처음 도입해 최고 요금을 7이집트파운드로 정했다. 사실상 운임이 3배 이상으로 오른 셈이다. 50대 직장인 무함마드 가와드 씨는 “월 소득의 3분의 1을 교통비로 쓰게 생겼다”며 “이번 지하철 운임 인상은 받아들일 수도, 감당할 수도 없다”고 울분을 토했다. 사망한 남편의 연금 월 1500이집트파운드로 생활하고 있다는 사미라 씨도 “최근 몇 년 새 생활비 부담이 두 배로 늘었다”며 “지하철에 크게 의존하는 저소득층에 너무 가혹하다”고 말했다. 지하철 요금 인상에 반대하는 시위도 벌어졌다. 당연한 일이라고 생각할 수 있지만 그렇지 않다. 이집트에서는 2013년 내무부의 승인을 받지 못한 시위를 금지하면서 불법 시위자에게 최고 징역 5년형을 선고할 수 있도록 했다. 강력한 처벌과 억압적인 사회 분위기 때문에 시위는 거의 찾아볼 수 없다. 이번에 분노의 목소리가 표출됐다는 건 시민들의 인내심이 한계에 달했다는 뜻이다. 이집트 시민들은 최근 몇 년 새 급격한 물가 상승으로 고통받고 있다. 이집트 최초의 민선 대통령 무함마드 무르시는 배고픔을 해결해달라는 대중의 요구를 해결하지 못하고 2013년 7월 군부 쿠데타로 물러났다. 그 후 정권을 잡은 압둘팟타흐 시시 대통령은 혼란을 안정시키고 경제를 개선시킬 것을 약속했지만 현실은 여전히 녹록지 않다. 이집트 정부는 2016년 11월 국제통화기금(IMF)으로부터 120억 달러(약 12조9000억 원) 규모의 구제금융을 받기로 하면서 강도 높은 경제 개혁 프로그램을 가동했다. 외환보유액을 늘리기 위해 화폐 가치를 절하하고 방만했던 보조금을 삭감하자 식료품과 생필품, 공공요금이 줄줄이 올랐다. 이집트중앙은행에 따르면 이집트의 물가상승률은 지난해 7월 33%에 육박했다. 시시 대통령이 올해 3월 말 대선을 앞두고 민심 잡기용 ‘물가 잡기’에 나서면서 물가상승률은 한때 13% 수준까지 떨어졌다. 그러나 대선이 끝나자 이집트 정부는 지난달 지하철 운임 인상에 이어 이달엔 상·하수도 요금을 50% 인상했다. 다음 달에는 연료와 전기요금이 각각 60%, 55% 오를 예정이다. 이집트 시민들의 생활은 더욱 팍팍해질 수밖에 없다. 재선에 성공해 이달 2일 두 번째 임기를 시작한 시시 대통령은 성난 민심을 수습할 수 있을까. 시시 대통령은 97%의 득표율로 당선했지만 투표율은 41%에 그쳤다. 민생고가 커질수록 시시 정부에 대한 압력은 커질 수밖에 없다. 이집트처럼 IMF의 지원을 받는 요르단에서는 최근 정부의 고강도 긴축정책에 뿔이 난 시민들의 분노가 결국 총리 사임으로 이어졌다. 2011년 ‘아랍의 봄’을 촉발한 것은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 이후 저소득층과 중산층의 경제적 불만이 커졌기 때문이다. 권위주의로 정치적 자유를 억누를 수는 있다. 그러나 “빵을 달라”는 경제적 요구를 충족시키지 못하면 그 정권은 결국 무너지게 돼 있다. 박민우 카이로 특파원 minwoo@donga.com}
지난달 12일 총선을 치른 이라크가 전자개표 결과 조작 논란에 휩싸여 결국 손으로 재개표하기로 했다. 압도적으로 득표한 정파가 없어 총리 선출에 어려움을 겪고 있는 이라크 정국이 재개표 결정으로 더 큰 혼란에 빠질 것으로 예상된다. 이라크 의회는 6일 1100만 명이 투표한 이번 총선의 전자개표 결과를 무효로 하고 수작업으로 다시 검표하는 내용의 공직선거법 개정안을 가결했다. 중앙선관위는 투·개표 기간을 단축하고 투명성을 높인다며 이번 총선에서 한국 업체로부터 수입한 전자 투·개표 시스템을 처음 도입했다. 하지만 총선 이후 쿠르드 정파를 중심으로 해킹, 조작 의혹이 제기됐다. 부정선거 논란이 커지자 중앙선관위는 지난달 30일 전체 5만6000개 투표소 가운데 1021곳의 개표 결과를 부정선거 의혹을 이유로 무효 처리했다. 이번 총선에서는 무끄타다 알 사드르가 이끄는 ‘행군자 동맹’이 329석 가운데 최다인 54석을 차지했다. 사드르는 강경 시아파 성직자면서 반외세 민족주의자로 정치권 주류에서 벗어난 아웃사이더였다. 하이다르 알 압바디 총리의 ‘승리 동맹’은 득표율 3위로 42석을 얻는 데 그쳤다. 투표 결과가 주류 정치권의 부패와 무능, 외세의 개입에 지친 유권자들의 심판이라는 분석이 나왔지만, 이번 재개표로 의석수가 바뀔 경우 이라크 정국은 또 한 번 크게 요동칠 것으로 전망된다.카이로=박민우 특파원 minwoo@donga.com}
강도 높은 긴축정책을 추진해온 요르단 총리가 국민들의 거센 반발로 결국 사임했다. 하니 물키 요르단 총리는 4일 압둘라 2세 국왕을 알현한 자리에서 사의를 표명했고, 국왕은 이를 수리했다. 물키 총리는 요르단 정부의 소득세 증세 등 긴축정책에 반대하는 시위가 벌어진 지 닷새 만에 물러났다. 압둘라 국왕은 오마르 라자즈 교육장관에게 총리 직무대행을 맡기고 새 정부 구성을 요청했다. 압둘라 국왕은 이날 요르단 언론사 대표들과 만나 “국민들이 더 나은 미래를 위해 시민적 권리를 행사하는 모습을 보게 돼 기쁘고 자랑스럽다”며 “시민들이 절대적으로 옳다. 나는 그들이 고통을 겪는 것을 받아들이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최근 중동 지역의 혼란스러운 정세가 경제난으로 이어지고 있다고 지적하면서 “우리는 일부 공적인 의사결정에서 실패와 부주의가 있었다는 것을 인정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주변 걸프 국가들과 달리 에너지 부존자원이 없는 요르단은 미국 등 서방의 원조에 재정적으로 의존해왔다. 이런 상황에서 요르단은 2011년 시리아 내전이 발발한 이후 100만 명 이상의 난민(유엔 등록 기준 66만 명)을 수용하면서 재정난이 더 커졌다. 결국 요르단 정부는 2016년 국제통화기금(IMF)으로부터 3년 동안 7억2300만 달러(약 7736억1000만 원) 규모의 구제금융을 받기로 했다. 이에 따라 요르단 정부는 IMF가 권고하는 재정 건전화 대책을 추진하기 위해 정부보조금을 삭감하고 소비세를 인상하는 고강도 긴축정책을 시행해왔다. 연초부터 식료품과 생필품 가격이 줄줄이 올랐고, 최근에는 소득세 증세와 각종 공공요금 인상 계획까지 나온 상황이었다. 높은 실업률과 급격한 물가 상승 탓에 요르단 국민들의 분노도 끓어올랐다. 정부 공식 통계에 따르면 요르단의 실업률은 18.5%에 달하고 전체 인구의 20%가 빈곤층이다. 요르단 국민들은 지난달 30일 거리로 쏟아져 나와 대규모 시위를 벌이기 시작했다. 요르단 정부는 1일 “압둘라 국왕의 지시로 연료 가격과 전기료 인상 계획을 철회한다”고 밝혔지만 성난 민심이 가라앉지 않았다. 국민들은 증세법안 폐기와 함께 ‘물키 총리 퇴진’을 외치며 시위를 이어갔다. 물키 총리는 올해 2월 빵값 인상 반대 시위와 불신임투표에서 살아남았지만 이번에는 민심을 거스르지 못했다. 총리 경질로 성난 민심을 잠재울 수 있을지는 미지수다. 요르단 경제의 체질 개선을 위해 모든 경제 주체가 일정 기간 고통을 감내하지 않고는 민생 문제를 해결할 수 없다는 지적이 많다.카이로=박민우 특파원 minwoo@donga.com}
사우디아라비아가 사상 처음으로 여성에게 운전면허증을 발급했다. 사우디 국영 SPA통신은 4일 “오늘 처음으로 여성들이 사우디 운전면허증을 받았다”며 “교통 당국은 국제 운전면허증을 사우디 면허로 교체하는 작업을 시작했다”고 보도했다. AP통신은 이날 10명의 여성이 운전면허증을 받았다고 전했다. 살만 빈 압둘아지즈 알 사우드 국왕은 지난해 9월 여성의 운전을 허용하라는 칙령을 발표했다. 사우디 정부는 칙령에 따라 고위급 위원회가 설립돼 새 교통 법규를 마련했고, 그동안 여성의 운전을 금지해 온 조치를 이달 24일부터 해제할 예정이다. 이 같은 조치는 사우디의 젊은 실세 무함마드 빈 살만 왕세자가 주도하는 경제·사회 개혁 정책 ‘비전 2030’의 일환이기도 하다. 빈 살만 왕세자는 지난해 왕위 계승권자로 책봉된 이후 파격적인 개혁 조치를 잇달아 내놓았다. 사우디 정부는 올해 1월 여성들의 축구경기장 입장을 처음으로 허용했고, 2월에는 여성의 군 입대를 허용하기로 했다. 국제사회는 이 같은 사우디의 변화를 대체로 긍정적으로 평가하고 있지만 서방을 향한 보여주기식 정책에 불과하다는 지적도 나온다. 지난달 사우디 검찰은 “불순한 목적을 가진 외국 단체와 소통했다”며 최소 7명의 여성 인권운동가를 체포했다.카이로=박민우 특파원 minwoo@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