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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 서부에서 맹렬하게 확산 중인 대형 산불의 원인과 책임을 놓고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과 조 바이든 민주당 대선후보가 정면충돌했다. 산불 확산의 원인이 기후 변화라는 분석을 트럼프 대통령이 부정하자 바이든 후보는 “트럼프는 기후 방화범”이라고 거칠게 몰아세웠다. 트럼프 대통령은 14일(현지 시간) 캘리포니아주 새크라멘토를 방문해 산불 현황 브리핑을 받았다. 웨이드 크로풋 캘리포니아주 천연자원부 장관은 이 자리에서 올해 여름 데스밸리의 기온이 섭씨 54.4도, 로스앤젤레스(LA)는 48.4도까지 올라갔다는 점을 지적하며 “기후 변화가 산불의 주요 원인 중 하나”라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과학이 열쇠다. 과학을 무시한다면 캘리포니아를 지키지 못할 것”이라고 주장했다. 그러나 트럼프 대통령은 이 말이 끝나기가 무섭게 “날씨가 점점 더 시원해지기 시작할 것”이라며 “그냥 지켜보라”는 반응을 내놨다. 크로풋 장관이 “과학이 당신의 의견에 동의했으면 좋겠다”고 하자 트럼프 대통령은 “사실 나는 과학이 (기후 변화를) 안다고 생각하지 않는다”고 응수했다. 기후 변화를 과학적으로 설명할 수 없으며 산불의 원인이라고 볼 수도 없다는 취지다. 그동안 트럼프 대통령은 산불이 주 정부의 삼림관리 실패 때문이라고 비판해왔다. 공교롭게도 산불 피해가 큰 서부의 캘리포니아, 오리건, 워싱턴주 등은 민주당 텃밭 지역이다. 이에 바이든 후보는 날을 바짝 세웠다. 이날 델라웨어주에서 진행한 연설에서 아예 “트럼프는 기후 방화범(climate arsonist)”이라고 몰아붙였다. “그에게 4년을 더 허락하면 미국이 더 불탄다고 해도 놀랍지 않다”며 “그가 기후변화를 부정한 것이 이런 산불과 기록적 홍수, 허리케인을 불러온 것은 아닐지 몰라도 그가 재선되면 이런 지옥 같은 일들이 더 흔해지고 더 심해지고 더 치명적으로 이어질 것”이라고 주장했다. 바이든 후보는 주요 공약 중 하나로 기후변화 대응을 내세우고 있다. 미국에서는 여름부터 서부에서 동시다발적으로 발생한 산불로 현재까지 35명이 사망했고 수천 명이 대피했다. 야생동물 피해와 재산 피해도 급속히 불어나고 있다. 금문교 일대가 시뻘겋게 변하고 재와 연기 피해 등으로 주변 지역은 고통 받고 있다. 미 전국합동화재센터(NIFC)에 따르면 현재까지 12개주에서 발생한 100여 건의 산불로 남한 면적의 약 5분의 1에 해당하는 520만 에이커(약 2만1043㎢)가 피해를 봤다. 특히 캘리포니아주에서는 현재까지 310만 에이커가 불타 역대 기록을 넘어섰다. 워싱턴포스트는 이날 “서부 해안을 강타한 산불이 대선 이슈가 됐다”며 양 캠프가 산불을 캠페인 기회로 활용할 방안을 찾고 있다고 전했다. 트럼프 캠프는 현직 대통령이라는 위치에서 재해 대응과 피해 지원을 카드로 내세우고, 바이든 진영은 트럼프 대통령의 위기대응 부족 문제를 집중 난타할 수 있는 기회라는 것이다.워싱턴=이정은특파원 lightee@donga.com}
2017년 북-미 갈등이 최악으로 치닫던 ‘화염과 분노’ 시기에 미국뿐 아니라 북한도 실제 전쟁을 각오하고 있었던 것으로 전해졌다. 이 시기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은 처음 비무장지대(DMZ) 방문을 시도하면서 북한의 공격으로 자신이 죽을 수도 있다는 생각을 했다고 털어놨다. 밥 우드워드 워싱턴포스트(WP) 부편집인의 신간 ‘격노’에 따르면 트럼프 대통령은 ‘당시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도 전쟁을 예견하고 있었느냐’는 우드워드의 질문에 “그는 완전히 준비돼 있었다”고 답했다. 김 위원장도 2018년 평양을 방문했던 마이크 폼페이오 당시 미 중앙정보국(CIA) 국장과 처음 만났을 때 “나는 전쟁을 할 준비가 돼 있었다. 우리는 (전쟁에) 매우 가까이 근접해 있었다”고 말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첫 방한 일정으로 DMZ 방문을 시도했던 2017년 11월 빈센트 브룩스 당시 주한미군 사령관에게 “그들(북한)이 내가 가는 것을 알고 있지?”라고 물으며 “오늘 아침에 일어나서 (부인) 멜라니아에게 굿바이 키스를 하면서 ‘당신을 다시 못 보게 될지도 모른다’고 했다”고 말했다. 또 “나 자신을 걱정하는 게 아니고 미국 대통령에게 무슨 일이 발생하면 나라에 일어날 수 있는 일 중 가장 끔찍한 일이 될 것”이라고 덧붙였다. 하지만 당시 트럼프 대통령의 DMZ 방문은 짙은 안개로 헬기 안전 문제가 불거져 무산됐다. 하지만 2018년 초에는 상황이 크게 바뀌었다. 트럼프 대통령은 2018년 3월 백악관을 찾은 정의용 당시 청와대 국가안보실장이 김 위원장이 비핵화 등 4가지를 약속했다고 전달하자 곧바로 김 위원장을 만날 의향이 있다고 밝혔다. “당시 허버트 맥매스터 백악관 국가안보보좌관은 김 위원장이 고모부도 죽인 사람이라 약속을 믿는 데 신중해야 한다고 조언했지만 트럼프 대통령은 이를 받아들이지 않았다”고 이 책은 전했다. 이런 가운데 우드워드는 13일(현지 시간) CBS ‘60분’과의 인터뷰에서 “트럼프 대통령은 나와 인터뷰하던 중 ‘대통령직이란 언제나 다이너마이트 폭탄을 문 뒤에 두고 있는 것’이라고 말했지만 진짜 다이너마이트는 트럼프 대통령 그 자체”라며 “대통령직에 맞지 않는 사람”이라고 말했다. 워싱턴=이정은 특파원 lightee@donga.com / 김예윤 기자}

북-미 비핵화 협상을 물밑 조율했던 미 중앙정보국(CIA) 코리아미션센터(KMC)가 신설 초기에는 북한의 체제 전복을 목표로 하고 있었던 것으로 알려졌다. 이는 밥 우드워드 워싱턴포스트 부편집인이 신간 ‘격노(Rage)’에서 CIA 코리아미션센터의 설립 과정 뒷이야기를 소개하면서 전한 내용이다. 동아일보가 사전 입수한 책에 따르면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은 취임 한 달 뒤인 2017년 2월 9개의 대북정책 시나리오를 보고받았다. 전임자였던 버락 오바마 대통령에게서 “북한이 가장 크고 위험한 문제가 될 것”이라는 말을 듣고 매슈 포틴저 당시 백악관 국가안보회의(NSC) 아시아 담당 선임보좌관에게 작성을 지시했던 시나리오들이었다. 북한을 핵보유국으로 받아들이는 것부터 정권 교체까지 다양한 내용의 시나리오 가운데 트럼프 대통령은 북한 지도부를 위협하는 ‘최대 압박’ 정책을 선택했다. 같은 해 3월 마이크 폼페이오 당시 CIA 국장은 앤드루 김을 만나 “북한이 대통령의 최고 관심사”라며 CIA에서 북한을 담당하는 센터를 맡아줄 것을 요청했다. 그는 한국 출신으로 29년간 CIA에서 활동했고 ‘전설적 요원으로, 이상적이고 세련된 KMC 적임자’라는 평가를 받아 왔다. 또 정의용 당시 청와대 국가안보실장의 친척이기도 하다. 앤드루 김이 ‘예산 책정이 이미 끝나서 필요한 예산을 받기 어렵다’는 점을 지적하자 폼페이오 국장은 “필요한 돈을 구해주겠다”고 했고, 수백 명의 인력이 필요하다는 요구에도 “내가 지원하겠다”며 그를 설득했다. 결국 1시간 뒤 그는 신설되는 KMC의 센터장 자리를 수락했다. 앤드루 김은 활동 초기 트럼프 대통령이 공식 명령을 내릴 경우 북한의 지도자를 교체하기 위한 비밀 첩보 활동을 계획하고 있었다고 이 책은 전했다. 앞서 CIA 내에서 ‘비밀 작전을 통해 사담 후세인 전 이라크 대통령을 제거했더라면 이후 이라크전쟁 같은 큰 대가를 치르지 않아도 됐을 것’이라는 평가가 나온 것이 영향을 미쳤다고 우드워드는 책에서 설명하고 있다. 앤드루 김은 이후 2018년 3월 폼페이오 국무장관의 첫 방북에 동행하면서 북-미 대화에 깊숙이 관여하게 된다. 폼페이오 장관은 당시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을 만나 “한국은 당신이 비핵화 의지가 있다고 전했는데 사실이냐”고 물었고 이에 김 위원장은 “그렇다. 나는 아버지로서 내 아이들이 인생에서 핵무기를 짊어지고 가기를 원하지 않는다”고 말했다. 앤드루 김은 같은 해 5월 두 번째로 평양을 방문했다. 그는 이날 만찬에서 김 위원장의 여동생 김여정이 리설주와 달리 오빠에게 깍듯하게 대하는 것에 주목했다. 김여정은 김 위원장을 향해 ‘위대한 지도자’나 ‘최고 영도자’라는 호칭을 쓰면서 절대 ‘오빠’라고 부르지 않았다고 한다. 이날 만찬이 길어지자 북한 측은 폼페이오 장관에게 하룻밤 자고 가라고 권했지만 그는 이를 사양했다. 그 대신 폼페이오 장관은 “핵무기 사이트의 목록을 우리에게 달라”고 요구했다. 북한 측은 몇 시간 동안 폼페이오 장관 일행의 비행기를 잡고 있다가 마침내 출발하도록 허락했다.워싱턴=이정은 특파원 lightee@donga.com}

2017년 북-미 갈등이 최악으로 치닫던 ‘화염과 분노’ 시기에 미국 뿐 아니라 북한도 실제 전쟁을 각오하고 있었던 것으로 드러났다. 이 시기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은 처음 비무장지대(DMZ) 방문을 시도하면서 북한의 공격으로 자신이 죽을 수도 있다는 생각을 했다고 털어놨다. 밥 우드워드 워싱턴포스트(WP) 부편집인의 신간 ‘격노’에 따르면 트럼프 대통령은 ‘당시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도 전쟁을 예견하고 있었느냐’는 우드워드의 질문에 “그는 완전히 준비돼 있었다”고 답했다. 이어 “그는 완전하게 전쟁할 준비가 돼 있었고 그걸 예상하고 있었다. 그런데 우리가 (협상을 위해) 만났다”며 “내가 대통령이 아니었다면 큰 전쟁을 하고 있을 것이다. 엄청 나쁜 전쟁, 힘든 전쟁이었을 것”이라고 말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첫 방한 일정으로 DMZ 방문을 시도했던 2017년 11월 빈센트 브룩스 당시 주한미군사령관에게 “그들(북한)이 내가 가는 것을 알고 있지?”라고 물으며 “오늘 아침에 일어나서 (부인) 멜라니아에게 굿바이 키스를 하면서 ‘당신을 다시 못 보게 될지도 모른다’고 했다”고 말했다. 또 “나 자신을 걱정하는 게 아니고 미국 대통령에게 무슨 일이 발생하게 되면 나라에 일어날 수 있는 일 중 가장 끔찍한 일이 될 것”이라고 덧붙였다. 하지만 당시 트럼프 대통령의 DMZ 방문은 짙은 안개 때문에 헬기 안전 문제가 불거지면서 무산됐다. 김 위원장도 미국과의 전쟁에 대비하고 있었던 것으로 보인다. 그는 2018년 평양을 방문했던 마이크 폼페이오 당시 미 중앙정보국(CIA) 국장과 처음 만났을 때 “나는 전쟁할 준비가 돼 있었다. 우리는 (전쟁에) 매우 가까이 근접해 있었다”고 말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극단으로 치닫던 긴장감을 누그러뜨린 것을 외교적 성과로 우드워드에게 여러 차례 자랑했다. 특히 싱가포르에서 열린 첫 북-미 정상회담 때 언론의 화려한 스포트라이트를 받은 것을 과시했다. 그는 싱가포르 회담에 대한 인상을 묻는 우드워드에게 “싱가포르는 괴물(monster·대단했다는 의미)이었다”며 “나는 인간 역사에서 그보다 많은 카메라는 본 적이 없다. 당신이 본 적이 없는 미디어 세팅”이라고 자랑했다. 신간 ‘격노’ 후폭풍이 이어지는 가운데 우드워드는 트럼프 대통령을 ‘폭탄’으로 부르며 “대통령직에 맞지 않는 사람”이라고 일침을 놨다. 워터게이트 사건 폭로로 미국 리처드 닉슨 전 대통령의 하야를 이끈 우드워드는 앞서 격노 집필을 위해 트럼프 대통령을 18차례나 인터뷰했다. 우드워드는 13일(현지 시간) CBS ‘60분(60 minutes)’과의 인터뷰에서 “트럼프 대통령은 내게 인터뷰 중 ‘대통령직이란 언제나 다이너마이트 폭탄을 문 뒤에 두고 있는 것’이라고 말했지만 진짜 다이너마이트는 트럼프 대통령 그 자체”라고 했다. 그러면서 “증거들, 아주 압도적인 증거들을 바탕으로 내린 결론이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의 진실을 이야기하지 않는 등의 증거들로 그런 결론을 내렸다”고 말했다.워싱턴=이정은특파원 lightee@donga.com김예윤기자 yeah@donga.com}

북한이 대륙간탄도미사일(ICBM) 시험 발사와 6차 핵실험을 강행한 2017년 미국과 북한은 실제 전쟁이 벌어질 수 있는 일촉즉발의 상황에 처했던 것으로 전해졌다. 동아일보가 13일 입수한 밥 우드워드 워싱턴포스트(WP) 부편집인의 신작 ‘격노(Rage·사진)’에 따르면 미국은 2017년 7월 북한이 ICBM을 발사한 것에 충격을 받았다. 우드워드는 “이것은 진짜 위기였다(This was a genuine crisis)”고 적었다. 북한의 ICBM 발사 직후 제임스 매티스 당시 미 국방장관과 빈센트 브룩스 당시 주한미군사령관의 승인 아래 주한미군은 동해상으로 전술미사일을 발사했다. 이 미사일은 186마일(약 300km)을 날아가 동해상에 낙하했다. 우드워드는 책에서 “(이 거리는) 미국이 미사일을 발사한 지점에서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이 미사일(ICBM) 발사를 지켜보는 사진이 찍힌 텐트까지의 정확한 거리였다”며 “‘김 위원장이 개인 안전을 걱정해야 할 것’이라는 분명한 메시지를 보낸 것”이라고 적었다. 미군이 김 위원장을 타격할 수 있는 거리를 계산해서 전술미사일을 쐈다는 것은 처음 알려진 일이다. 미국은 한편으로는 남북 간 전면전에 대비한 작전계획 5027을 검토했다. 작계 5027은 1단계(전진 방어로 서울 사수), 2단계(주요 지역 장악, 북한 군사력 파괴하며 추가 공격 저지), 3단계(미 지상군과 한국군이 북한 원산 상륙작전 및 북진 작전 개시)로 진행되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전면전 초기에는 선제 타격도 이뤄지게 된다. 여기에는 핵무기 80개의 사용 가능성까지 포함됐다고 우드워드는 적었다. 북한이 ICBM에 핵탄두를 실어 발사할 경우 미국도 북한에 대해 핵공격을 할 준비를 했다는 것이다. 작계 5015의 주요 내용은 유사시 북한 수뇌부를 제거하고 핵과 미사일 시설을 정밀 타격하는 것으로 구성돼 있다. 매티스 장관은 같은 해 8월 말 북한이 중거리탄도미사일을 발사한 직후 북한의 한 항구를 폭격할지 고민했다가 전면전을 우려해 중단했다고 이 책은 적었다. 9월에는 미군 B-1 폭격기와 전투기 20여 대가 북방한계선(NLL)을 넘어 비행했다. 미 정부는 북한이 ICBM을 발사할 경우에 대비해 요격 미사일도 준비했다. 2017년 말 트럼프 대통령은 북한 ICBM이 미국을 향해 발사될 경우 요격 미사일로 격추할 권한을 매티스 장관에게 부여했다. 매티스 장관은 “만약 (북한 미사일이) 시애틀을 향해서 발사된다면 우리는 그 순간 격추할 준비가 돼 있다”고 지인들에게 말하기도 했다. 김 위원장도 2018년 4월 당시 미 중앙정보국(CIA) 국장이었던 마이크 폼페이오 국무장관이 방북했을 때 “나는 전쟁 준비가 돼 있다”고 말했다고 우드워드는 전했다. 지난해 12월 진행된 인터뷰에서 우드워드가 ‘김정은이 ICBM을 다시 쏜다면 당신은 어떻게 하겠느냐’고 묻자 트럼프 대통령은 “그가 쏜다면, 그는 큰 문제에 직면할 것이다. 큰, 큰 문제. 그 누구도 가져보지 못한 큰 문제”라며 매우 강경한 자세를 보였다. 이 책에는 또 트럼프 대통령이 2017년 6월 게리 콘 당시 국가경제위원회(NEC) 위원장 등과 회의 중 대(對)한국 무역적자를 언급하다가 “한국에서 정말 떠나고 싶다”면서 “미국은 한국을 북한으로부터 지켜주고자 병력 3만 명을 주둔시키는 비용을 낸다”고 말했다. 그는 “우리(미국)는 누구든 훔치고픈 돼지저금통”이라면서 욕설을 하기도 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2017년 11월 방한했을 때에도 방위비 문제를 집중적으로 지적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캠프 험프리스에서 서울로 이동하는 도중 서울 서초구 삼성전자 사옥이 보이자 “저게 뭐냐”고 물었다. 이에 “삼성”이라는 답이 돌아왔고 트럼프 대통령은 “이것이 내가 말하는 것이다. 고층건물, 고속도로, 지하철을 봐라. 한국은 부국이다. 우리가 이것들을 위해 비용을 낸다. 그들(한국)이 전부 부담해야 한다”고 말했다.워싱턴=이정은 특파원 lightee@donga.com / 조유라 기자}
북한이 대륙간탄도미사일(ICBM)을 발사한 2017년 미국이 북한 정권 교체까지 염두에 둔 작전계획 5027을 검토했으며 여기에는 북한을 상대로 한 핵무기 80개의 사용 가능성이 포함된 것으로 전해졌다. 동아일보는 15일 공개될 예정인 밥 우드워드 워싱턴포스트(WP) 부편집인의 신작 ‘격노(Rage)’의 전문을 13일 입수했다. 책에는 북-미 관계가 경색됐던 2017년 ‘화염과 분노’의 시기에 미국과 북한의 전쟁 위험이 알려진 것보다 훨씬 더 고조됐다는 내용이 포함됐다. 우드워드는 “(2017년 당시) 제임스 매티스 미 국방장관은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이 북한에 대한 선제 타격을 할 것이라고 생각하지 않았지만 전쟁을 위한 계획은 준비돼 있었다”고 전했다. 당시 미국 네브래스카주 오마하에 있는 미 전략사령부는 작계 5027을 주의 깊게 검토했는데 여기엔 북한의 공격에 대한 미국의 대응 방안으로 80개의 핵무기를 사용하는 방안도 포함돼 있었다고 이 책은 전했다. 남북 전면전에 대비한 한미연합사의 계획인 작계 5027에 핵무기 80개 사용이 포함돼 있다는 것이 알려진 것은 처음이다. 우드워드는 “(북한) 지도부 타격을 위한 작전계획 5015도 업데이트돼 있었다”고 전했다. 지난해 12월 진행된 인터뷰에서 우드워드가 ‘당시 북한과 전쟁이 꽤 가까이 간 것으로 알고 있다’고 말하자 트럼프 대통령은 “맞다. 다른 사람들이 생각하는 것보다 훨씬 가까이 갔다”고 밝혔다. 워싱턴=이정은 특파원 lightee@donga.com}

한미 간 동맹 이슈를 논의하기 위한 국장급 실무협의체 ‘동맹대화’(가칭)가 시작도 하기 전부터 삐걱거리고 있다. 최종건 외교부 1차관(사진)이 특파원 간담회에서 ‘미국이 동맹대화 신설에 합의했다’는 취지로 밝힌 것에 대해 국무부 내에서 “우리는 동의한 적 없다”는 문제 제기가 나오면서 양측 간 이견이 불거졌다. 11일(현지 시간) 복수의 워싱턴 외교소식통에 따르면 국무부는 한국 언론들이 관련 내용을 보도하자 “우리는 합의라는 표현을 쓴 적이 없다”며 불만을 표시했다. 10일 진행된 최 차관과 스티븐 비건 국무부 부장관의 회담에서 최 차관의 ‘동맹대화’ 제안을 받고 긍정적으로 반응한 것은 맞지만, 이를 발표할 단계까지 논의가 무르익지는 않았다는 것. 국무부 내에서는 “최 차관의 첫 방미 성과를 만드는 데 우리가 들러리를 선 것 아니냐”는 반응까지 나온 것으로 알려졌다. 국무부는 최 차관과 비건 부장관의 회담 내용을 정리한 보도자료에서도 ‘동맹대화’에 대해 전혀 언급하지 않았다. ‘동맹대화에 대한 미국의 정확한 입장이 무엇이냐’는 본보의 질의에 국무부는 “보도자료를 참고하라”고만 답했다. 보도자료에는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대응, 방위비분담금협정(SMA), 일본과의 협력, 인도태평양 지역의 평화 및 번영을 위한 동맹 강화 방안을 논의했다’는 원론적 내용이 짤막하게 담겨 있다. 최 차관은 12일 귀국해 인천공항에서 기자들과 만난 자리에서 “보도자료는 상호 강조하고 싶은 것을 강조하는 것”이라며 “‘서로 입장이 다르다’는 것은 아니다”라고 해명했다. 이는 미국 시각에서 동맹대화는 강조하고 싶은 대목이 아니었다는 뜻으로도 해석될 수 있다. 외교 당국은 “동맹대화는 최 차관 방미 전부터 한미가 논의를 진행해 온 사안”이라면서도 “구체적인 개최 시기 등에 대해서는 추가 조율이 필요하다”는 입장이다. 최 차관이 미국과 조율이 끝나지 않은 동맹대화에 대해 10월 중순으로 첫 회의 개최 시기를 밝힌 것이 섣불렀던 것 아니냐는 지적이 나온다. 논란이 커지자 외교부는 주미 대사관을 통해 국무부와 이 문제를 다시 조율한 것으로 전해졌다. 동맹대화가 실제 활동에 들어가기까지는 예상보다 시간이 더 걸릴 가능성이 높다. 국무부는 대선을 불과 50여 일 앞두고 새로운 프로젝트를 진행하기는 어렵다는 입장을 갖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미국 측에서는 이미 단계별 대화 채널이 있는데 왜 굳이 국장급 실무협의체를 또 만들어야 하느냐는 의견도 나오고 있다. 동맹대화를 통해 논의하겠다는 의제에서도 양측은 접근이 다르다. 한국은 미군기지 반환 및 이전 등 한미 간 현안을 논의하자고 제안한 반면 미국 측에서는 “중국 이슈나 한미일 3국 협력 문제가 더 중요하다”는 태도다. 이런 신경전의 바탕에는 미국의 반중(反中) 정책이나 인도태평양 전략 참여에 한국이 적극적인 모습을 보이지 않고 있다는 미국 측의 불만이 반영된 것으로 보인다. 국무부 내에서는 “최 차관이 우리 관심사인 중국 문제 등에 대한 언급 없이 한국이 원하는 의제만 내놓고 갔다”는 불만이 나왔다고 한다. 전시작전권 전환이나 유엔사령부의 향후 역할 등 최 차관이 회담에서 꺼낸 이슈들은 현재 미국의 관심사가 아니었다는 것이다. 국무부 관계자들은 최근 한국의 여당 및 외교안보 부처 고위 당국자들이 한미 동맹을 폄하하는 듯한 발언을 잇달아 내놓은 것도 불편하게 받아들이는 분위기다. 워싱턴=이정은 특파원 lightee@donga.com / 한기재 기자}

밥 우드워드 워싱턴포스트 부편집인의 신작 ‘격노(Rage)’의 공식 출간을 앞두고 ‘공포(Fear)’를 다시 읽었다. 2년 전 그가 내놨던 트럼프 대통령에 대한 첫 책이다. 책에 담긴 한국 관련 내용들은 다시 봐도 우리가 격노할 만한 내용들이 가득하다. 프롤로그부터 등장하는 트럼프 대통령의 한미 자유무역협정(FTA) 파기 시도 에피소드부터 반복되는 무역적자 불평과 주한미군 철수 으름장까지…. 2017년 ‘화염과 분노’ 시기 트럼프 대통령이 핵단추 운운하면서 “주한미군 가족 전원에게 철수 명령을 내리는 트윗을 날려볼까”라고 제안하는 장면도 있다. 후속작인 ‘격노’에 담긴 내용들도 크게 다르지 않다. 트럼프 대통령은 “우리가 호구냐”며 주한미군 주둔 비용에 대한 불만을 반복적으로 쏟아냈다. 실제 주한미군을 빼내라고 명령한 적이 있다는 부분에 이르면 맥이 탁 풀린다. “한국은 우리 때문에 존재하는 나라”라는 주장은 모욕적이다. 하긴, 몰랐던 내용도 아니다. 그가 한국, 동맹, 해외 주둔 미군을 어떤 관점에서 바라보고 있는지는 이미 수없는 언론 보도와 옛 측근들의 폭로전을 통해 익히 알려져 있다. 공감력 부족, 변덕, 책임 회피 같은 문제점도 수없이 들었다. 아첨으로 도배된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의 친서들, 과시용 이벤트로 전락한 3차례의 북-미 정상 회동의 적나라한 뒷이야기 정도가 우리에겐 그나마 새로울까. 핵심은 우리가 이런 트럼프 행정부의 외교안보 정책에 대응할 충분한 준비를 해왔느냐는 것이다. 트럼프 대통령 재선 시 더 거세고 집요해질 방위비 분담금 증액, 주한미군 감축 압박, 노골적인 반중(反中) 정책 동참 요구가 한국을 뒤흔들 것이다. 다행히 책에는 이런 ‘트럼프 리스크’에 어떻게 대처해야 하는지를 보여주는 포인트들도 함께 녹아 있다. 그의 독단적인 결정을 만류하려고 애쓰는 참모들이 우선 눈에 띈다. 특히 군 장성들은 “쫄보(pussies)”라고 불리는 굴욕을 감수하면서까지 ‘돈보다 중요한 동맹’을 주장했다. 이런 ‘미스터(Mr.) 쓴소리’들에게 더 가까이 다가가 한국의 입장을 설득력 있게 전달하려는 외교적 노력이 필요하다. 트럼프 대통령이 철저한 비즈니스맨이라는 것도 다시 짚어볼 필요가 있다. 그의 발언에는 돈, 비용, 거래, 손해 같은 단어들이 반복된다. 이런 상대에게는 그가 원하는 게 무엇인지 파악해 확실한 주고받기에 나서는 게 효과적이다. 방위비 분담금 같은 돈의 규모를 따지라는 게 아니다. 미국이 필요로 하는 부분, 예를 들면 인도태평양 전략 지원이나 한미일 3국 협력 등에서 적극적으로 힘을 실어주는 건 어떨까. 미중 사이에서의 어정쩡한 눈치 보기를 넘어서는 전략적 선택도 지금보다는 과감해져야 한다. 국무부 내에서 “한국이 미국에 해주는 게 없다”는 불만이 나오기 시작하는 것을 흘려들어서는 안 된다. 한 당국자는 중국의 인권 침해, 5세대(5G) 통신 보안 우려, 남중국해 위협 등을 거론하며 “미국이 힘을 보태달라고 할 때 한국은 어디에 있었느냐”고 묻기도 했다. 이런 질문에 대한 답변을 준비하는 것이 미국에 맞선 협상의 기술이자 원만한 한미동맹을 유지하는 근간이다.이정은 워싱턴특파원 lightee@donga.com}

한미 간 동맹 이슈를 논의하기 위한 국장급 실무협의체 ‘동맹대화’(가칭)가 시작도 하기 전부터 삐걱거리고 있다. 최종건 외교부 1차관의 특파원 간담회에서 ‘미국이 동맹대화 신설에 합의했다’는 취지로 밝힌 것에 대해 국무부 내에서 “우리는 동의한 적 없다”는 문제제기가 나오면서 양측 간 이견이 불거졌다. 11일(현지 시간) 복수의 워싱턴 외교소식통에 따르면 국무부는 한국 언론들이 관련 내용을 보도하자 “우리는 합의라는 표현을 쓴 적이 없다”며 불만을 표시했다. 10일 진행된 최 차관과 스티븐 비건 국무부 부장관의 회담에서 최 차관의 ‘동맹대화’ 제안을 받고 긍정적으로 반응한 것은 맞지만, 이를 발표할 단계까지 논의가 무르익지는 않았다는 것. 국무부 내에서는 “최 차관의 첫 방미 성과를 만드는 데 우리가 들러리를 선 것 아니냐”는 반응까지 나온 것으로 알려졌다. 국무부는 최 차관과 비건 부장관의 회담 내용을 정리한 보도자료에서도 ‘동맹대화’에 대해 전혀 언급하지 않았다. ‘동맹대화에 대한 미국의 정확한 입장이 무엇이냐’는 본보의 질의에 국무부는 “보도자료를 참고하라”고만 답했다. 보도자료에는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대응, 방위비 분담금 협정(SMA), 일본과의 협력, 인도태평양 지역의 평화 및 번영을 위한 동맹 강화방안을 논의했다’는 원론적 내용이 짤막하게 담겨 있다. 최 차관은 11일 귀국해 인천공항에서 기자들과 만난 자리에서 “보도자료는 상호 강조하고 싶은 것을 강조하는 것”이라며 “‘서로 입장이 다르다’는 것은 아니다”라고 해명했다. 이는 미국 시각에서 동맹대화는 강조하고 싶은 대목이 아니었다는 뜻으로도 해석될 수 있다. 외교 당국은 “동맹대화는 최 차관 방미 전부터 한미가 논의를 진행해온 사안”이라면서도 “구체적인 개최 시기 등에 대해서는 추가 조율이 필요하다”는 입장이다. 최 차관이 미국과 조율이 끝나지 않은 동맹대화에 대해 10월 중순으로 첫 회의 개최시기를 밝힌 것이 섣불렀던 것 아니냐는 지적이 나온다. 논란이 커지자 외교부는 주미대사관을 통해 국무부와 이 문제를 다시 조율한 것으로 전해졌다. 동맹대화가 실제 활동에 들어가기까지는 예상보다 시간이 더 걸릴 가능성이 높다. 국무부는 대선을 불과 50여 일을 앞두고 새로운 프로젝트를 진행하기는 어렵다는 입장을 갖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미국 측에서는 이미 단계별 대화 채널이 있는데 왜 굳이 국장급 실무협의체를 또 만들어야 하느냐는 의견도 나오고 있다. 동맹대화를 통해 논의하겠다는 의제에서도 양 측은 접근이 다르다. 한국은 미군기지 반환 및 이전 등 한미 간 현안을 논의하자고 제안한 반면 미국 측에서는 “중국 이슈나 한미일 3국 협력 문제가 더 중요하다”는 태도다. 이런 신경전의 바탕에는 미국의 반중(反中) 정책이나 인도태평양 전략 참여에 한국이 적극적인 모습을 보이지 않고 있다는 미국 측의 불만이 반영된 것으로 보인다. 국무부 내에서는 “최 차관이 우리 관심사인 중국문제 등에 대한 언급 없이 한국이 원하는 의제만 내놓고 갔다”는 불만이 나왔다고 한다. 전시작전권 전환이나 유엔사령부의 향후 역할 등 최 차관이 회담에서 꺼낸 이슈들은 현재 미국의 관심이 아니었다는 것이다. 국무부 관계자들은 최근 한국의 여당 및 외교안보 부처 고위당국자들이 한미 동맹을 폄하하는 듯한 발언을 잇따라 내놓은 것도 불편하게 받아들이는 분위기다.워싱턴=이정은 특파원 lightee@donga.com}
한국과 미국이 양자 현안을 협의할 국장급 외교 협의체인 ‘동맹대화’(가칭)를 신설하기로 했다. 방미 중인 최종건 외교부 1차관은 10일(현지 시간) 워싱턴 국무부 청사에서 스티븐 비건 국무부 부장관과 만나 이에 합의했다. 최 차관은 회담 이후 특파원들과 만나 “다양한 동맹 현안에 대해 상시적으로 공감해 나가는 노력의 일환”이라며 이를 발표했다. 최 차관은 “저와 비건 부장관은 지난 70년간 한미동맹이 한반도 및 동북아의 평화 안정에 핵심축 역할을 해왔음을 평가했다”며 “양국이 방위비 분담금을 비롯한 한미 간 현안을 안정적으로 관리하고 마지막으로 한반도 및 역내 정세와 관련해 긴밀히 공조해 나가는 데 공감대를 형성했다”고 밝혔다. 이수혁 주미 대사도 이날 조지워싱턴대가 마련한 6·25전쟁 70주년 콘퍼런스 축사에서 “오늘날 한국은 모든 면에서 미국의 견고한 파트너”라며 “우리는 가치와 민주주의, 시장경제를 공유하며 서로 배우고 서로의 기여를 인정한다”고 했다. 한미가 ‘동맹대화’를 신설하기로 한 것은 동맹 관계의 걸림돌이 될 수 있는 실무 현안 처리에 속도를 내자는 취지다. 앞서 대북제재 면제를 논의하는 한미 워킹그룹에 대해 북한뿐만 아니라 여권 일각에서도 폐지 주장이 나왔지만 별도의 상시적인 한미 소통 채널이 추가된 것이다. 이르면 다음 달 첫 회의를 시작하는 동맹대화는 한미 양자 현안만 다루게 되며 우선 용산 기지를 비롯한 주한 미군기지 반환 및 이전에 관련된 실무적 문제들부터 논의될 것으로 알려졌다. 고윤주 외교부 북미국장과 마크 내퍼 국무부 동아시아태평양 담당 부차관보가 각각 수석대표로 나설 것으로 전해졌다. 최 차관은 장기 교착 상태인 방위비분담금특별협정(SMA) 협상과 관련해서는 “허심탄회하게 의견을 교환했다”며 “기존의 SMA 틀에서 한미가 공평하게 방위비를 분담해야 한다는 정부의 입장을 강조했다”고 했다. 그는 역내 정세 및 국제무대 협력 등에 대해서도 의견을 교환했다고 밝혔지만 미국의 반중(反中) 정책에 대한 협조 여부 같은 구체적인 내용은 언급하지 않았다. 워싱턴=이정은 특파원 lightee@donga.com}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주한미군 철수를 명령한 적이 있다는 폭로가 10일(현지 시간) 나왔다. 공교롭게도 이날 트럼프 대통령은 아프가니스탄과 이라크 주둔 미군을 단시일 안에 추가로 감축하겠다고 선언해 주한미군에 미칠 영향에 관심이 쏠리고 있다. 미 일간 USA투데이는 이날 밥 우드워드 워싱턴포스트 부편집인의 신간 ‘격노(Rage)’를 사전 입수해 트럼프 대통령이 한국과 아프가니스탄에 주둔 중인 미군을 실제 “빼내라(Get them out)”고 명령했다고 보도했다. 보도에 따르면 트럼프 대통령은 아프가니스탄과 한국에서 미군을 철수시키기를 원했고, 한번은 즉석에서 급하게 “미군을 빼내라!”고 명령했다는 것. 이러자 당시 제임스 매티스 국방장관은 댄 코츠 국가정보국장(DNI)에게 “그건 미친 짓이다. 위험한 일이다”며 우려를 내비쳤다. 트럼프 대통령이 주한미군 철수를 명령한 것이 보도된 것은 이번이 처음으로 다만 그 구체적인 시기나 배경은 전해지지 않았다. ‘주한미군 철수 명령’ 보도가 나온 이날 트럼프 대통령은 아프가니스탄과 이라크 주둔 미군의 추가 감축을 선언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이날 백악관 브리핑에서 “아프간에서 많은 진전이 이뤄지고 있다”며 “우리는 아주 단기간에 군인(아프간 주둔 미군)을 4000명으로 줄일 것”이라고 말했다. 또 “이라크에서도 매우 짧은 기간에 (미군을) 2000명 정도로 줄일 것”이라고 공언했다. 앞서 미 국방부는 아프간과 이라크 주둔 병력을 각각 5000명, 3000명 이하로 감축한다고 밝혔는데 추가 감축을 공언한 것. 트럼프 대통령은 앞서 7월 주독미군 3만6000명의 3분의 1 규모인 1만1900명을 감축하겠다고 발표했다. 이렇게 미국이 해외 주둔 미군 재배치에 속도를 내면서 주한미군에 미칠 영향을 배제하기 어렵다는 분석도 조심스레 나온다. 신간 ‘격노’ 후폭풍은 대선 쟁점으로 떠올랐다. 트럼프 대통령은 10일 브리핑에서 ‘코로나19 위험성을 초기에 왜 숨겼냐’는 질문에 대해 “끔찍한 질문”이라며 “나는 거짓말하지 않았다. 내가 말했던 것은 우리는 침착해야 하고 패닉에 빠져서는 안 된다는 것이었다”고 답했다. 미시간주 유세에서는 “김정은과 좋은 관계를 갖고 있다. 전쟁 대신 만남에 동의하는 게 낫다고 생각한다”고 강조했다. 이와 관련해 조 바이든 민주당 대선후보는 트럼프 대통령이 새로운 핵무기 시스템 존재를 우드워드 부편집인과의 인터뷰에서 공개한 것에 대해 “국가안보에 대한 개념이 없다”고 맹비난했다. 이런 가운데 트럼프 대통령이 우드워드 부편집인과 18번이나 만나 자신에게 불리할 수도 있는 내용을 털어놓은 배경에도 관심이 쏠린다. 이에 대해 CNN방송은 “트럼프만큼 자신이 언론에 어떻게 나오는지를 민감하게 들여다보며 집착한 대통령은 없었다”며 “그는 자신이 좋게 그려지도록 우드워드를 설득할 자신이 있다고 믿었던 것으로 보인다”고 전했다. 다만 트럼프 대통령은 김 위원장의 친서 내용 공개는 꺼린 것으로 전해졌다. CNN에 따르면 올 1월 우드워드 부편집인이 김 위원장이 보낸 친서를 입수한 사실을 확인한 트럼프 대통령은 그에게 전화를 걸어 “김 위원장을 조롱해선 안 된다. 당신이 그를 조롱해서 벌어지는 핵전쟁에 휘말리고 싶지 않다”고 경고했다. 북한은 11일 오후까지 김 위원장의 친서 공개와 관련해 별다른 반응을 보이지 않았다. 워싱턴=이정은 특파원 lightee@donga.com / 이설 기자}

‘트럼프의 공격력 vs 바이든의 안정감.’ 11월 3일 실시되는 미국 대선이 채 두 달도 남지 않은 가운데 부동층 표심을 좌우할 세 차례의 TV토론이 대선의 승패를 가를 분수령이 될 것으로 보인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사태로 집권 공화당의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과 야당 민주당 대선후보인 조 바이든 전 부통령 모두 현장 유세를 많이 하지 못해 TV토론이 대선 판세에 미치는 영향이 이전보다 커질 것으로 예상된다. 일각에서는 올해 TV토론 시청자 수가 기존 최고치였던 2016년 9월 당시 트럼프 공화당 후보와 민주당의 힐러리 클린턴 전 국무장관의 1차 토론(8140만 명)을 넘어설 가능성이 높다고 점친다.○ 후보 못지않게 부통령 후보 대결도 관심 트럼프 대통령과 바이든 후보는 이달 29일 중부 오하이오주 클리블랜드에서 첫 TV토론을 한다. 4년 전 대선토론 때도 진행을 맡았던 베테랑 언론인 크리스 월리스 폭스뉴스 앵커가 또 진행을 맡는다. 90분간 6개 정책 분야를 15분씩 쪼개 진행자가 질문을 던지고 양 후보가 대답하는 형식이다. 6개 주제는 월리스 앵커가 직접 선정하며 토론 일주일 전인 22일 양 후보에게 고지한다. 다음 달 15일 열리는 2차 토론은 대선의 최대 격전지로 꼽히는 남부 플로리다주 마이애미에서 개최된다. 일반 청중도 질문할 수 있는 ‘타운홀’ 방식이며 스티브 스컬리 시스팬(C-SPAN) 정치에디터가 진행을 맡는다. 여성인 크리스틴 웰커 NBC 앵커가 진행자인 3차 토론은 다음 달 22일 중부 테네시주 내슈빌에서 열린다. 방식은 1차와 같다. 이와 별도로 다음 달 7일에는 마이크 펜스 부통령, 민주당의 부통령 후보인 카멀라 해리스 상원의원이 서부 유타주 솔트레이크시티에서 격돌한다. 펜스 부통령과 해리스 후보 모두 언변이 뛰어나다는 평가를 받고 있어 대선후보 간 토론 못지않게 관심이 쏠린다. 2008년 대선에서 민주당의 부통령 후보였던 바이든은 당시 공화당 부통령 후보였던 세라 페일린 알래스카 주지사와 맞붙었다. 부통령 후보 간 대결이었음에도 무려 6990만 명이 지켜봐 역대 부통령 후보 TV토론 시청자 수 최고치를 달성했다. 각각 민주당, 공화당의 대선후보였던 버락 오바마 전 대통령과 존 매케인 상원의원의 1차 토론(5240만 명)보다 약 1750만 명이 더 봤을 정도다. 당시 페일린 후보는 대(對)러시아 정책을 묻는 진행자에게 “알래스카에서도 러시아가 보인다”며 딴청을 피웠다. ‘수준 미달’ ‘정치 희화화’ 등의 비판이 거셌지만 흥행에는 성공한 셈이다.○ 시청자 수 사상 최고치 경신 가능성 이번 TV토론을 얼마나 많은 시청자가 볼지도 관심거리다. 미 대선후보의 첫 TV토론은 1960년 9월 민주당의 존 F 케네디 후보와 공화당의 리처드 닉슨 후보가 일리노이주 시카고에서 진행한 토론이었다. 당시로는 엄청난 수치인 무려 6640만 명의 시청자를 모았다. 영상 매체의 영향력을 간과했던 닉슨은 카메라 앞에 서기 전 메이크업을 거부했다. 2주 전 무릎 부상으로 병원에 입원한 탓에 살이 빠져 셔츠도 헐렁했다. 초췌한 모습으로 무대에 올라선 닉슨은 캘리포니아에서 선거 유세를 하다 와서 건강하게 그을린 케네디의 건강미와 에너지를 당해내지 못했다. 닉슨은 케네디보다 네 살 많았지만 시청자는 그가 훨씬 늙었다고 여겼다. 결국 선거에서도 패했다. 1992년 TV토론에서도 조지 부시 대통령은 토론 중 종종 시계를 들여다보는 등 지겨워하는 모습을 노출했다. 경쟁자 빌 클린턴보다 스물두 살 많았던 그의 ‘노인 이미지’를 더욱 강화시켰다. 선거에서도 대패했다. 1960년 대선 패배로 큰 충격을 받은 닉슨은 1968년과 1972년 대선에 다시 출마했을 때 TV토론을 거부했다. 1964년 대선에서는 민주당 후보로 나선 린든 존슨이 부정적이어서 역시 토론이 성사되지 않았다. 1976년에야 토론이 재개됐고 1988년부터 비영리 민간기구인 대통령토론위원회(CPD)가 행사 주관을 맡아 토론 전반을 관장하고 있다. 서정건 경희대 정치외교학과 교수는 “이번 토론이 미 역사상 가장 많은 시청자를 불러 모으는 대선 토론이 될 가능성이 높다”고 전망했다. 최근 여론조사에서 ‘이번 대선에 꼭 투표하겠다’고 답한 응답자 비율이 4년 전보다 높은 데다, 코로나19로 유권자들이 자신이 사는 곳에서 직접 대선후보를 볼 기회가 사라져 대신 TV토론을 주목할 것이란 의미다.○ ‘막말 파이터’ vs ‘노회한 모범생’ 이렇듯 TV토론의 중요성이 크기에 두 후보 모두 사활을 걸고 있다. 코로나19로 대면 유세를 못했던 바이든 후보는 자신의 비전과 에너지를 과시할 거의 유일한 기회나 다름없다는 각오로 임하고 있다. 백악관 측도 마찬가지다. 최근 지지율 격차가 많이 좁혀지긴 했지만 아직 트럼프 대통령은 전국 단위 지지율에서 바이든 후보에 열세다. TV토론을 통해 전세를 역전하겠다는 투지를 불태우고 있다. 토론에 임하는 두 후보는 여러 면에서 대조적이다. 트럼프 대통령의 TV토론은 거칠다. 기존 문법을 무시하고 과장, 부풀리기, 거짓말, 인신공격 등을 서슴지 않는 ‘막말 파이터’에 가깝다. 진행자나 상대방 반응에도 아랑곳하지 않고 자신의 메시지를 일방적으로 던지며 화력을 높인다. 4년 전 그는 힐러리 클린턴 후보가 청중을 향해 발언할 때 주변을 어슬렁대며 불안감을 조성했고, 클린턴 후보의 목덜미 뒤까지 얼굴을 바짝 들이대며 상대방을 위협했다. 토론 상대방을 기겁하게 만들어 위축시키는 이른바 ‘트럼프 걸음(The Trump Walk)’ 전술이다. 단순하고 명확한 메시지를 짧은 문장으로 반복하는 그의 화법도 대중의 뇌리에 깊은 각인을 남긴다. 순발력 또한 뛰어나다는 평이 많다. 트럼프 대통령은 2015년 8월 공화당 대선후보 경선 당시 진행자였던 폭스뉴스 앵커 메긴 켈리가 “당신은 싫어하는 여성을 뚱뚱한 돼지, 개, 속물, 혐오스러운 동물이라고 불렀다”며 여성 비하 발언에 대한 답을 요구하자 곧바로 “로지 오도널에 대해서만 그렇게 말했다”고 받아쳤다. 오도널은 체격 좋은 여성 코미디언이다. 인신공격성 발언이었지만 청중은 폭소했고 말문이 막힌 켈리는 추가 질문을 던지지 못했다. 진실이 무엇이건 간에 상대의 약점을 포착해서 집중적으로 공격하는 트럼프 대통령이 올해 토론에서도 비슷한 전략을 고수할 것이란 관측이 많다. 특히 본인보다 네 살 많은 바이든 후보의 건강과 말실수를 집중 공략할 가능성이 제기된다. 물론 바이든 후보 역시 부통령 8년, 상원의원 36년을 지낸 워싱턴 정계의 백전노장이다. 다만 최근 부쩍 말실수가 잦아지고 토론의 맥락을 놓치는 사례가 적지 않아 참모진이 우려하고 있다. 올해 초 민주당 대선후보 경선 토론에서도 실수를 거듭했다. 바이든 후보는 핏대를 세우며 목청을 높이다 돌연 무슨 이야기를 하고 있었는지 잊어버린 듯 갑자기 진행자에게 “내 시간은 끝나지 않았느냐. 왜 나를 제지하지 않느냐”며 입을 닫았다. 다만 역설적으로 기대치가 낮기에 TV토론에서 의외로 선전하면 상당한 호평을 받을 여지가 있다는 분석도 나온다. 7일 USA투데이와 서퍽대가 공개한 조사에서 응답자 1000명 중 47%는 “트럼프 대통령이 이번 TV토론에서 이길 것”이라고 답했다. 바이든 우세(41%)를 점친 사람보다 많았다. 바이든 후보는 지난달 민주당 전당대회 당시 대선후보 수락 연설에서 매끄러운 태도로 합격점을 받기도 했다. 바이든 후보가 열렬한 지지층, 즉 ‘팬덤’은 트럼프 대통령보다 크지 않지만 격렬한 반대파, 즉 ‘안티’ 또한 많지 않다는 점도 유리한 요소로 꼽힌다. 그는 트럼프 대통령의 주요 지지층인 백인 블루칼라 노동자를 겨냥해 자신 또한 펜실베이니아 탄광촌 스크랜턴의 노동계층 출신임을 강조할 것으로 보인다. 그는 자신을 ‘평균적인 조(Average Joe)’라고 칭하며 부유한 사업가 집안에서 태어난 트럼프 대통령과의 차이를 부각하고 있다. ○ ‘악마의 대변인’ 활용 vs 팩트체크 치중 양측의 토론 전략도 상반된다. 정치매체 폴리티코에 따르면 트럼프 대통령 참모들은 8월 초부터 뉴저지주 베드민스터에 있는 대통령의 골프 리조트에 모여 토론 준비를 시작했다. 최측근인 크리스 크리스티 전 뉴저지 주지사, 스티븐 밀러 백악관 선임고문, 빌 스테피언 선거대책본부장, 맏사위 재러드 쿠슈너 백악관 선임고문 등이 참여하고 있다. 이들은 바이든 후보가 당황하거나 받아칠 말이 생각나지 않을 때 쓰는 특유의 표현들까지 세세히 분석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트럼프 대통령은 2016년 대선 때도 마이클 플린 전 백악관 국가안보보좌관, 폭스뉴스 앵커 로라 잉그러햄, 장녀 이방카 등이 던지는 질문에 답하는 형식으로 토론을 대비했다. 이들은 상대편에 빙의해 일부러 대통령에게 답변하기 힘든 질문을 던져 임기응변 능력을 키워주는 ‘악마의 대변인(devil‘s advocate)’ 노릇을 했다. 이번 대선에서도 마찬가지 역할을 할 것으로 알려졌다. 바이든 캠프 측은 TV토론에서 트럼프 대통령이 수시로 거짓말과 왜곡된 근거를 들이댈 가능성에 대비해 실시간 팩트체커 스크린을 사용하는 방안을 검토하고 있다. 바이든 후보 본인이 트럼프 대통령과 일대일로 맞붙겠다는 의지를 강하게 피력한 것으로 알려졌다. “바이든이 토론회장에 나타날지조차 의문”이라는 트럼프 대통령의 조롱에 정면으로 대응하겠다는 취지다.○ 토론 후 여론이 지지율에 결정적 영향 미쳐 올해 내내 트럼프 대통령과 바이든 후보는 지지율이 엎치락뒤치락했다. 2월까지는 현직 대통령의 우세가 뚜렷했지만 코로나19 창궐, 경제지표 악화 등으로 트럼프 행정부의 실정이 부각되자 3∼7월에는 바이든 후보가 압도적 우세를 보였다. 하반기 들어 주식시장이 호조를 나타내고 코로나19 역시 최악의 국면을 지났다는 평가가 늘어나면서 트럼프 대통령 측이 격차를 바짝 좁히고 있다. 3∼7월 주요 여론조사에서 지지율 50%를 넘었던 바이든 후보는 8, 9월 조사에서는 40%대 후반으로 내려왔다. 반면 한때 30%대로 떨어졌던 트럼프 대통령의 지지율은 40% 중후반대로 반등했다. 표본오차를 감안하면 바이든 후보와 사실상 별 차이가 없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서정건 교수는 “세 차례의 TV토론을 모두 끝까지 보는 사람은 거의 없기에 토론 당시의 언변과 답변 능력보다는 끝난 후 어느 쪽에 유리한 여론이 형성되느냐가 판세를 좌우할 것”으로 내다봤다. 이어 “TV토론이 도입 초기와 달리 국민의 알 권리를 충족하고 후보의 자질을 평가하는 기능보다는 쇼 비즈니스의 수단으로 변질된 측면이 있다”며 “소위 ‘짤방’ ‘가차 모먼트(gotcha moment)’ 등으로 불리는 특정 후보의 실수나 웃긴 장면이 온라인과 소셜미디어에서 얼마나 회자되느냐가 더 중요하다”고 진단했다.워싱턴=이정은 특파원 lightee@donga.com / 조유라 기자}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10일(현지 시간) 주한미군 철수를 명령한 적이 있다는 폭로가 나왔다. 트럼프 대통령은 이날 또 아프가니스탄과 이라크 주둔 미군을 단시일 안에 추가로 감축하겠다고 선언했다. 미 대선을 앞두고 해외주둔 미군 재배치가 속도전 양상을 띄면서 주한미군에 미칠 영향에 관심이 쏠리고 있다. ●트럼프 “주한 미군 빼라” VS 매티스 “미친 짓” 미 일간 USA투데이는 이날 밥 우드워드 워싱턴포스트 부편집인의 신간 ‘격노(Rage)’를 사전 입수해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한국과 아프가니스탄에 주둔 중인 미군을 실제 “빼내라(Get them out)”고 명령했다고 보도했다. 보도에 따르면 트럼프 대통령은 아프가니스탄과 한국에서 미군을 철수시키기를 원했고, 한 번은 즉석에서 급하게 “미군을 빼내라!”고 명령했다. 이러자 당시 제임스 매티스 국방장관은 댄 코츠 국가정보국(DNI) 국장에게 “그건 미친 짓이다. 위험한 일이다”고 만류했다. 트럼프 대통령이 주한미군 감축 가능성을 언급했다는 것은 여러 차례 보도됐지만 실제 철수 명령을 언급했다는 사실이 공개된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다만 철수 명령 시기나 명령을 내린 배경은 전해지지 않았다. 책에는 트럼프 대통령이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을 기쁘게 하기 위해 한국과의 군사훈련 취소 결정을 내리자 매티스 장관이 중국, 러시아, 북한과의 외교관계를 우려했다는 대목도 나온다. 매티스 장관은 “우리가 지금 하고 있는 일은 어떻게 미국을 파괴하는지를 진짜로 보여주는 것”이라고 비판했다고 한다. 공교롭게도 ‘주한 미군 철수 명령’ 보도가 나온 이날 트럼프 대통령은 아프가니스탄과 이라크 주둔 미군의 추가 감축을 선언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이날 백악관 브리핑에서 “아프간에서 많은 진전이 이뤄지고 있다”며 “우리는 아주 단기간에 군인(아프간 주둔 미군)을 4000명으로 줄일 것”이라고 말했다. 또 “이라크에서도 매우 짧은 기간에 (미군을) 2000명 정도로 줄일 것”이라고 공언했다. 앞서 미 국방부는 아프간과 이라크 주둔 병력을 각각 5000명, 3000명 이하로 감축한다고 밝혔는데 추가 감축을 공언한 것. 트럼프 대통령은 앞서 7월 주독미군 3만6000명의 3분의 1 규모인 1만1900명을 감축하겠다고 발표했다. 미국이 해외주둔 미군 재배치에 속도를 내면서 주한미군에 미칠 영향을 배제하기 어렵다는 분석이 나온다. 미 대선 이후 북-미 대화가 재개된다면 주한미군 감축 논의도 본격적으로 테이블에 오를 수 있다는 관측도 조심스럽게 제기된다. 앞서 존 볼턴 전 백악관 국가안보보좌관도 “트럼프 재선시 주한미군과 주일미군 규모가 줄어들 수 있다”고 전망한 바 있다. ●바이든, 트럼프 新핵무기 공개에 “국가안보 개념 없다” 9일 CNN에 따르면 지난 1월 우드워드 편집인이 김 위원장이 보낸 친서를 입수한 사실을 확인한 트럼프 대통령은 그에게 전화를 걸어 “김 위원장을 조롱해선 안 된다. 당신이 그를 조롱해서 벌어지는 핵전쟁이 휘말리고 싶지 않다”고 경고했다. 친서의 민감한 내용이 공개될 경우 북한이 강력하게 반발할 수 있다고 본 것. 다만 북한은 김 위원장이 트럼프 대통령에게 보낸 친서가 공개된 이후에도 11일 오후까지 별다른 반응을 보이지 않았다. 신간 ‘격노’의 후폭풍은 대선 쟁점으로 떠올랐다. 트럼프 대통령은 10일(현지 시간) 브리핑에서 ‘코로나19 위험성을 초기에 왜 숨겼냐’는 질문에 대해 “끔찍한 질문”이라며 “나는 거짓말하지 않았다. 내가 말했던 것은 우리는 침착해야 하고 패닉에 빠져서는 안 된다는 것이었다”고 답했다. 미시건주 유세에서는 “김정은과 좋은 관계를 갖고 있다. 전쟁 대신 만남에 동의하는 게 낫다고 생각한다”며 대북 성과를 재차 강조했다. 이와 관련해 조 바이든 민주당 후보는 CNN과의 인터뷰에서 트럼프 대통령이 새로운 핵무기 시스템 존재를 공개한 것에 대해 “국가안보에 대한 개념이 없다”고 맹비난했다. 전날에는 “미국인의 생사가 걸린 배신행위를 했다” “그는 대통령직에 맞지 않는다”고 공격한 바 있다. 이런 가운데 트럼프 대통령이 우드워드 부편집인과 18번이나 만나 자신에게 불리할 수도 있는 내용을 털어놓은 배경에도 관심이 쏠린다. 트럼프 대통령은 김 위원장과 찍은 사진을 보여주거나 대화 녹취까지 허용했다. 이에 대해 CNN방송은 “트럼프만큼 자신이 언론에 어떻게 나오는지를 민감하게 들여다보며 집착한 대통령은 없었다”며 “그는 자신이 좋게 그려지도록 우드워드를 설득할 자신이 있다고 믿었던 것으로 보인다”고 전했다. 워싱턴=이정은 특파원 lightee@donga.com이설 기자 snow@donga.com}

한미 양국이 국장급 외교 협의체인 ‘동맹대화(가칭)’를 신설하기로 한 것은 동맹관계의 걸림돌이 될 수 있는 실무 현안의 처리에 속도를 내자는 취지다. 미중 갈등과 남북경협 추진 등으로 한미동맹이 흔들릴 수 있다는 우려 속에 양국 간 소통을 강화하기 위한 상징적인 조치이기도 하다. 이르면 다음달 첫 회의를 개최해 정례화 하는 것을 추진 중인 것으로 전해졌다. ‘동맹대화’는 북한 문제와 관련해 대북제재 면제 등을 협의하는 ‘워킹그룹’과는 별개로 한미 양자 현안만 다루게 된다. 주요 사안을 결정하기에 앞서 기술적, 실무적 문제로 논의가 지연되는 경우들이 생기는 만큼 일종의 ‘패스트 트랙’ 차원에서 실무 협의체를 운용하자는 것이다. 용산기지 이전을 비롯한 주한미군 기지 이전 및 반환 문제가 우선적으로 논의 대상에 올라갈 것으로 알려졌다. 방미 중인 최종건 외교부 1차관은 10일(현지 시간) 스티븐 비건 국무부 부장관과의 회담 후 이를 발표하면서 “한미 동맹은 70년간 한반도 및 동북아의 평화 안정에 핵심축 역할을 해왔다고 평가했다”며 “또 지난 3년 간 한미정상 두 분께서 가져온 굳건한 신뢰를 바탕으로 지속적인 협력과 소통을 이어나가자는 데 공감했다”고 말했다. 장기 교착 상태인 방위비 분담금 협정(SMA)의 협상과 관련, 최 차관은 “허심탄회하게 의견을 교환했다”며 “기존의 SMA 틀에서 한미가 공평한 방위비 분담금 해야 한다는 정부의 입장을 강조했다”고 설명했다. 한반도 상황에 대해서는 11월 미국 대선 전후로 한반도 상황을 안정적으로 관리해나가야 한다는 점에 양 측이 의견을 같이 했다고 한다. 최 차관은 “남북, 북-미 대화의 조속한 재개를 위해 양국 외교당국이 긴밀히 협의해 나가기로 했다”고 말했다. 그는 이밖에도 역내 정세 및 국제무대 협력 등에 대해서도 의견을 교환했다고 밝혔지만 미국의 반중(反中) 정책에 대한 협조 여부 같은 구체적인 내용에 대해서는 언급하지 않았다. 최 차관의 워싱턴 방문은 이달 초 비건 부장관과의 전화 통화 후 다음날 곧바로 일정이 조율돼 초고속으로 이뤄진 것. 외교부 차관으로 부임한 직후 첫 해외 출장지로 워싱턴을 선택했다. 이날 비건 부장관과의 면담은 당초 예정됐던 60분을 훌쩍 넘겨 130분 간 진행됐다. 최 차관은 전날 백악관을 방문해 매슈 포틴저 국가안보부보좌관과도 만났다. 자주파로 평가받아온 그의 이런 행보는 미 대선과 미중 갈등 등으로 요동치는 정세 속에서 그만큼 한미동맹 관계를 굳건히 다져놓을 필요성을 정부가 인식하고 있다는 의미로도 해석된다. 이인영 통일부 장관의 ‘냉전동맹’ 발언, 송영길 국회 외교통일위원장의 ‘주한미군 오버캐파(overcapacity·과잉)’ 발언 및 한미 워킹그룹에 대한 ‘통감정치’ 발언 등 정부 고위관료와 여당 인사들이 한미 동맹을 폄하하는 듯한 발언을 잇따라 내놓으면서 한국에 대한 미국의 불신이 커지는 게 아니냐는 우려도 나오는 시점이다. 미국은 지난달 22일 양제츠 중국 중앙정치국 위원의 방한 등 한중이 밀착하는 듯한 움직임도 예의주시하고 있다. 워싱턴=이정은 특파원 lightee@donga.com}
도널드 트럼프 미국 행정부가 북한의 핵 위협에 대비해 비밀리에 새로운 핵무기 시스템을 개발한 것으로 알려졌다. 워싱턴포스트(WP)는 9일(현지 시간) ‘워터게이트’ 특종기자이자 WP 부편집인인 밥 우드워드의 신간 ‘격노(Rage)’를 사전 입수해 보도했다. 보도에 따르면 트럼프 대통령은 우드워드와의 인터뷰에서 2017년 북-미 간의 긴장이 고조됐던 상황에 대해 이야기하면서 “나는 이전에 이 나라에서 아무도 갖지 못한 핵무기 시스템을 개발했다”고 말했다. 이어 “우리는 푸틴(러시아 대통령)이나 시(시진핑 중국 국가주석)가 들어본 적도 없는 것을 갖고 있다. 우리가 가진 것은 엄청나다”고 과시했다. 우드워드는 “나중에 익명의 관계자들로부터 미군이 보유한 새로운 기밀 무기 시스템에 대해 확인을 받았다”고 썼다. 새 핵무기 시스템이 무엇인지에 대해서는 구체적으로 언급하지 않았다. 또 이 책에 따르면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은 트럼프 대통령과 27통의 편지를 주고받았다. 김 위원장은 트럼프 대통령을 ‘각하(your excellency)’라고 깍듯이 부르면서 “판타지 영화 같은 만남” 등의 미사여구를 자주 썼지만 한미 연합 군사훈련에 대해서는 “솔직히 너무 화난다”며 속내도 털어놨다. 한편 트럼프 대통령은 이날 트위터에 “김정은은 건강하다. 그를 절대 과소평가하지 마라”는 글을 올렸다. 미 행정부가 김 위원장의 건강 상태에 대한 정확한 정보를 갖고 있다는 점을 내비치면서 ‘김 위원장이 김여정 노동당 중앙위원회 제1부부장에게 국정 전반의 권한을 이양해 위임통치를 하고 있다’는 관측을 간접적으로 부인한 것으로 풀이된다.워싱턴=이정은 특파원 lightee@donga.com}

“판타지 영화의 한 장면을 연상시키는 각하와의 또 다른 역사적 회담을 희망합니다.”(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 “나도 당신처럼 두 나라 사이에 위대한 결과가 이뤄질 것이라고 의심하지 않으며 우리 두 지도자만이 해낼 수 있습니다.”(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 2018년 12월 두 사람이 주고받은 친서의 내용이다. 김 위원장이 트럼프 대통령에게 보낸 친서들은 ‘각하’라는 극존칭과 함께 북-미 정상회담 개최 및 트럼프 대통령의 결단을 촉구하는 내용으로 가득하다. 트럼프 대통령도 김 위원장에게 답장을 보내며 우정을 다짐했다. 하지만 트럼프 대통령은 한편으로는 김 위원장에게 핵무기는 “너무 사랑해서 팔 수 없는 집 같은 것”이라며 북핵 협상의 어려움을 토로했다. 워싱턴포스트와 CNN방송이 9일(현지 시간) 밥 우드워드의 책 ‘격노(Rage·사진)’의 내용을 미리 입수해 보도한 내용에 따르면 트럼프 대통령은 김 위원장과 27통의 편지를 주고받으며 ‘펜팔 외교’를 이어왔다. 15일 발간될 예정인 이 책은 우드워드가 지난해 12월부터 올해 7월까지 트럼프 대통령과 18차례에 걸쳐 진행한 인터뷰와 백악관 관료 취재 내용 등을 담았다. 김 위원장은 싱가포르 회담 6개월 뒤인 2018년 12월 보낸 친서에서 “각하처럼 강력하고 뛰어난 정치인과 좋은 관계를 맺은 것이 기쁘다”고 했고 다른 편지에서는 “우리의 깊고 특별한 우정이 양국 관계의 장애물을 없애는 마법의 힘으로 작용할 것으로 믿는다”고 썼다. 김 위원장은 이 책에 전문이 공개된 2통의 편지에서만 ‘각하’라는 표현을 16차례나 쓰며 트럼프 대통령을 치켜세웠다. 김 위원장이 2차 북-미 정상회담을 평양에서 개최하기를 희망했다는 정황도 담겨 있다. 김 위원장은 친서에서 2차 회담 장소 문제의 해결을 촉구하면서 북-미 정상회담(DPRK-US summit)이라는 표현 대신 “두 번째 DPRK 정상회담(second DPRK summit)”이라고 썼다. 트럼프 대통령도 2019년 6월 판문점 깜짝 회동 직후 두 사람의 사진을 1면에 실은 뉴욕타임스 사본 위에 “위원장님, 멋진 사진이고 훌륭한 시간이었다”고 적어 이를 김 위원장에게 보냈다. 트럼프 대통령은 이틀 뒤에 또다시 편지와 함께 비무장지대(DMZ)에서 함께 찍은 사진 22장을 보냈다. CNN방송이 추가로 전한 세부 내용에 따르면 김 위원장은 한 달 뒤 답장을 보냈지만 이번에는 뭔가 톤이 달라졌다. 김 위원장은 한미 연합 군사훈련이 완전히 끝나지 않은 것에 기분이 나빠서 ‘실망한 친구나 연인’ 같은 뉘앙스를 풍겼다는 것. 김 위원장은 답장에서 “나는 명백하게 화가 났고 당신에게 이런 감정을 숨기고 싶지 않다. 정말로, 매우 화가 났다”고 썼다. 책에는 지금까지 알려지지 않은 북-미 정상회담의 뒷이야기도 나온다. 2018년 6월 싱가포르에서 열린 첫 북-미 정상회담에서 트럼프 대통령은 생각했던 것보다 김 위원장이 똑똑하다는 것을 발견하고 크게 놀라서 ‘빌어먹을(holy shit)’이라고 혼자 생각하기도 했다고 한다. 트럼프 대통령은 김 위원장과의 ‘케미’에 대해 “당신이 여자를 만나면 1초 만에 앞으로 잘될지를 알 수 있다”고 비유하기도 했다. 한눈에 좋은 관계가 될 것이라는 점을 알아봤다는 것이다. 북-미 정상 간 세 차례의 만남에 대해 ‘성과 없이 김 위원장의 위상만 높여줬다’는 비판이 나오는 것에 대해 트럼프 대통령은 우드워드에게 “내가 포기한 것은 아무것도 없었다”고 반박했다. 하지만 2017년 북-미 관계가 최악으로 치달으며 전쟁 위험이 고조됐을 무렵 트럼프 행정부의 안보팀은 실제 북한과의 핵전쟁 가능성까지 각오하고 있었다고 한다. 당시 상황에 극도로 긴장했던 제임스 매티스 당시 국방장관은 북한의 미사일 발사에 대비해 옷을 입은 채로 잤고, 기도를 하기 위해 워싱턴 국립대성당을 찾기도 했다고 우드워드는 전했다.워싱턴=이정은 lightee@donga.com / 뉴욕=유재동 특파원}
최종건 외교부 1차관은 9일(현지 시간) 한국과 중국이 경제적으로 매우 밀접한 관계라면서도 “한미동맹이 한국 외교 안보의 근간”이라고 밝혔다. 취임 후 이날 워싱턴을 처음 방문한 최 차관은 덜레스국제공항에서 ‘미중 갈등 사이에서 한국의 입장이 무엇이냐’는 취재진 질문에 “대한민국과 미국은 동맹 사이이며 이는 우리 외교 안보의 근간”이라고 답했다. “(일부에서 한국이) 동맹으로부터 멀어진다 하는 것은 아직 잘 모르겠다”고도 했다. 그러면서도 “우리는 미국의 동맹임과 동시에 중국에 근접하고 경제적으로 매우 밀접한 관계”라며 중국을 언급했다. 그는 이어 “(미국이) 어떤 비전과 로드맵을 가졌는지 좀 더 들어보고 우리 의견을 얘기할 수 있으면 할 것”이라며 “동맹끼리 그런 식으로 소통하는 것이며, ‘한쪽으로 쏠린다’는 언론의 표현과는 좀 다른 것 같다”고 말했다. ‘미중 간 등거리 외교를 말하는 것이냐’는 추가 질문이 나오자 “등거리는 아니다. 왜냐하면 동맹이 기본이기 때문”이라고 강조했다. 이번 방문 목적에 대해서는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상황이 엄중하기에 한미 간에 챙겨 봐야 할 현안이 많다”며 보건, 방역 협력, 양국 간 소통 문제 등이라고 설명했다. 그는 지난달 외교부 1차관으로 부임한 뒤 이달 초 스티븐 비건 미 국무부 부장관과 전화 통화를 가졌으며, 당시 비건 부장관의 초청을 받아 이번에 첫 방문지로 미국을 찾았다.워싱턴=이정은 특파원 lightee@donga.com}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이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에게 27통의 편지를 보냈으며, 이 편지에서 그를 ‘각하(your excellency)’라고 부르며 ‘마법 같은 우정’과 ‘판타지 영화 같은 만남’ 등을 언급한 것으로 알려졌다. 한미연합 군사훈련이 계속되는 것에 대해서는 “솔직히 너무 화난다”며 노골적인 불만을 표시했다고 한다. 워싱턴포스트(WP)는 9일(현지 시간) 워터게이트 특종기자이자 ‘공포(fear)’라는 책의 저자인 밥 우드워드의 신간 ‘격노(Rage)’에 담긴 내용을 입수해 이를 보도했다. 15일 발간될 예정인 이 책은 우드워드가 지난해 12월부터 올해 7월까지 트럼프 대통령과 18차례에 걸쳐 진행한 인터뷰와 백악관, 행정부 인사들에 대한 취재 내용을 바탕으로 쓰여진 것. 여기에는 북-미 정상이 주고받은 친서 내용과 정상회담 뒷이야기 등이 상세히 담겨 있다. 이에 따르면 트럼프 대통령은 김 위원장과 27통의 편지를 주고받았으며 이중 25건은 대중에게 내용이 공개되지 않았다. 친서에는 김 위원장이 “판타지 영화의 한 장면을 연상시키는 각하와의 또 다른 역사적 회담을 희망한다”고 적은 내용, 북-미 회담에 대해 “우리 사이의 깊고 특별한 우정이 어떻게 마법의 힘으로 작용할지를 강조하는 소중한 기억”이라고 한 표현 등이 들어 있다. 김 위원장은 또 다른 친서에서 “각하처럼 파워풀하고 뛰어난 정치인과 좋은 관계를 맺은 것이 기쁘다”고 했고, “(북-미 회담이) 전 세계가 큰 관심을 갖고 지켜보는 가운데 아름답고 성스러운 장소에서 각하의 손을 굳게 잡은 역사적 순간이었다. 그날의 영광을 다시 체험하기를 희망한다”고 적었다. 친서가 교환된 시점이 언제인지는 정확히 나오지 않지만, 내용으로 볼 때 2018년 6월 1차 정상회담 이후 2019년 2월 베트남 하노이 회담이 개최되기 전으로 추정된다. 트럼프 대통령도 화답했다. 그는 2019년 6월 트위터로 판문점에서의 깜짝 회동을 제안하기 직전 보낸 편지에서 “당신과 나는 독특한 스타일과 특별한 우정을 갖고 있다”며 “당신과 나만이 70년 간의 적대관계를 끝내고 한반도에 번영의 시대를 가져올 수 있다”고 설득했다. 그는 회담 이후 두 사람의 사진을 1면에 실은 뉴욕타임스 사본에 “위원장님, 멋진 사진이고 훌륭한 시간이었다”고 적어 이를 김 위원장에게 보냈다. 우드워드와의 인터뷰에서는 이를 이야기하면서 “그(김 위원장)는 전에는 한 번도 웃은 적이 없었다. 나는 그가 웃음을 보인 유일한 사람”이라는 틀린 주장까지 내놓으며 관계를 과시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이를 보내고 이틀 뒤에 그는 또 다시 편지와 함께 DMZ에서 함께 찍은 사진 22장을 보냈다. CNN방송이 추가로 전한 세부 내용에 따르면 김 위원장은 한 달 뒤 답장을 보냈지만 이번에는 뭔가 톤이 달라졌다. 우드워드는 이를 ‘실망한 친구나 연인’ 같은 뉘앙스였다고 적고 있다. 김 위원장은 한미연합 군사훈련이 완전히 끝나지 않은 것에 기분이 나빠 있었다는 것. 그는 답장에서 “이런 명백하게 화가 났고 당신에게 이런 감정을 숨기고 싶지 않다”며 “정말로, 매우 화가 났다”고 썼다. 그러면서도 “각하께 이런 솔직한 생각을 주고받을 수 있는 우정이 있는 것이 엄청나게 자랑스럽고 영광스럽다”고 덧붙였다. 책에는 지금까지 알려지지 않은 북-미 정상회담 뒷이야기도 나온다. 2018년 6월 싱가포르에서 열린 첫 북-미 회담에서 트럼프 대통령은 김 위원장이 생각했던 것보다 똑똑하다는 것을 발견하고 크게 놀라서(awestruck) 혼자서 ‘빌어먹을(holy shit)’이라고 생각하기도 했다. 그는 우드워드에게 핵무기에 대한 김 위원장의 인식을 부동산에 비유하며 “너무 사랑해서 팔 수 없는 집 같은 것”이라고 설명했다. 김 위원장이 비핵화 협상에 나와서도 핵무기를 내려놓지 않으려 한다는 것을 알고 있었다는 의미다. 트럼프 대통령은 2019년 2월 하노이 회담에서 김 위원장이 영변 핵시설 이외의 것을 추가로 내놓으라는 요구에 응하지 않자 “하늘로 로켓을 쏘아올리는 것 말고는 다른 것을 한 적이 없느냐”며 “영화를 보러 가자. 골프를 치러 가자”고 제안하기도 했다. 북-미 정상 간 세 차례 만남에 대해 ‘성과가 없이 김 위원장 위상만 높여줬다’는 비판이 나오는 것에 대해 트럼프 대통령은 우드워드에게 “나는 (그를) 만났다. 큰 거래였다”며 “이틀 걸렸고 만났다. 내가 포기한 것은 아무것도 없었다”고 반박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2017년 ‘화염과 분노’ 당시 북한과의 전쟁에 얼마나 가까이 갔었는지를 회상하면서 “나는 이전에 이 나라에서 아무도 갖지 못한 핵무기 시스템을 개발했다”고 자랑했다. 우드워드에게 “우리는 당신이 보거나 듣지 못했던 물건, 푸틴(러시아 대통령)이나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가 들어본 적도 없는 놀라운 것을 갖고 있다”고 밝힌 것. 우드워드는 이에 대해 책에서 “나중에 익명의 인사들로부터 미군이 보유한 새로운 기밀 무기 시스템에 대해 확인을 받았다”며 “이들은 트럼프가 그 사실을 공개했다는 것에 놀랐다”고 전했다. 트럼프 행정부의 국가안보팀은 2017년 북한과 핵전쟁에 근접했을지도 모른다는 우려를 계속 내놨다. 당시 짐 매티스 국방장관은 이를 정말로 심각하게 받아들였고, 북한의 발사를 대비해 옷을 입은 채로 잠을 잤으며고, 기도하기 위해 워싱턴의 성당을 자주 찾았다고 책은 소개했다.워싱턴=이정은 특파원 lightee@donga.com}

서훈 청와대 국가안보실장이 9일 로버트 오브라이언 미국 백악관 국가안보보좌관과 취임 후 첫 전화 통화를 갖고 조만간 대면 회동을 추진하기로 했다. 최종건 외교부 1차관도 스티븐 비건 미 국무부 부장관과 만나기 위해 이날 미국으로 출국하면서 ‘한미 NSC(국가안보실) 라인’과 외교부-국무부 라인이 재가동됐다. 특히 미국이 대중 견제망 구축 차원에서 한국의 동참을 추진하고 있는 ‘쿼드 플러스(Quad plus)’에 대해 최 차관은 “우리 생각을 얘기하겠다”고 말해 정부가 미국과 중국 사이에서 벌여온 ‘줄타기 외교’가 새로운 국면에 접어들 수 있다는 관측이 나온다. 청와대는 이날 서 실장과 오브라이언 보좌관의 통화에서 “양측은 공동의 가치를 공유하는 한미 동맹에 대한 상호 간 확고한 의지를 재확인했다”고 밝혔다. ‘공동의 가치’는 인도태평양판 북대서양조약기구(NATO·나토)로 한국을 포함한 이른바 ‘쿼드 플러스’ 구축을 추진하고 있는 미국이 강조하고 있는 표현이다. 쿼드 플러스는 미국, 일본, 인도, 호주로 구성된 ‘쿼드’에 한국, 베트남, 뉴질랜드를 포함해 확대하자는 구상이다. 비건 부장관은 지난달 31일 ‘미국-인도 전략동반자 포럼’ 화상회의에서 쿼드 플러스에 대해 “인도태평양 지역에서 우리가 공유하는 이익과 가치를 반영하는 새로운 기구를 만드는 건 그 어떤 (미국) 대통령에게도 커다란 성과가 될 것”이라고 밝힌 바 있다. 서 실장과 오브라이언 보좌관은 또 북한 비핵화 협상과 관련해 “향후 수개월이 한반도 비핵화 및 평화 프로세스 진전을 위해 중요한 시기임에 공감하고 이와 관련해 다양한 추진 방안을 계속 협의해 나가기로 했다”고 밝혔다. 한미 외교·안보 수장의 통화는 7월 서 실장이 임명된 지 두 달여 만에 이뤄졌다. 서 실장은 취임 직후 기타무라 시게루(北村滋) 일본 국가안보국장과 첫 통화를 한 뒤 지난달 말 양제츠 중국 중앙정치국 위원과 부산에서 회담을 가진 바 있다. 통상적인 관례와 달리 일본, 중국에 이어 세 번째로 미국 카운터파트와 상견례를 가진 셈. 청와대는 오브라이언 보좌관이 7월 말 코로나19 확진 판정을 받고 재택근무를 했기 때문이라고 밝혔지만 일각에선 미중 갈등 등 산적한 외교적 난제가 반영된 결과 아니냐는 관측도 나온다. 한 외교 소식통은 “서 실장과 오브라이언 보좌관의 통화가 이전부터 추진됐지만 어떤 이유에선지 한 차례 미뤄진 것으로 안다”고 말했다. 이에 따라 조만간 문재인 정부 2기 외교안보 라인의 미중 관계와 미국 대선 이후 비핵화 대화 재개 구상이 본격화될 것이라는 관측도 나온다. 워싱턴의 외교 소식통은 “서 실장과 오브라이언 보좌관의 통화에선 지난달 양제츠 위원과 만난 내용에 대한 설명도 있었을 것”이라며 “한미 연례안보협의회(SCM)와 한미 경제협력대화 등이 예정된 가운데 굳건한 한미 동맹을 보여주는 움직임이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이날 출국한 최 차관은 이번 방미에서 쿼드 플러스와 비핵화 대화 재개 구상, 한미 방위비 협상 등 한미 현안에 대해서도 논의할 것으로 보인다. 최 차관도 이날 출국 전 공항에서 기자들과 만나 쿼드 플러스에 대해 “(미국의 입장을) 좀 차분히 들어볼 건 들어보고, 우리 생각을 얘기할 건 얘기할 것”이라고 했다. 이어 “지난 3년간 양국 정부가 진행해 왔던 한미 현안과 한반도 평화 프로세스 점검도 하고 향후 어떻게 진행해야 할지 서로 현상을 공유하게 될 것”이라며 “(방위비 협상은) 맞춰 볼 건 맞춰 보고 따져 볼 건 따져 볼 것”이라고 했다.한기재 기자 record@donga.com / 워싱턴=이정은 특파원 / 박효목 기자}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최대 경합주인 플로리다주에서 조 바이든 민주당 대선후보를 따라잡았다는 여론조사 결과가 나왔다. 트럼프 대통령은 경합주 가운데 가장 많은 29명의 선거인단이 걸린 플로리다를 핵심 승부처로 보고 전력을 집중하는 모양새다. NBC뉴스와 마리스트가 공동 진행해 8일 발표한 여론조사 결과에 따르면 플로리다주에서 바이든 후보와 트럼프 대통령의 지지율은 각각 48%로 같았다. 트럼프는 라틴계 지지자들 사이에서 50%로 바이든(46%)을 앞섰고, 65세 이상 유권자층에서도 48%의 지지율로 바이든(49%)과 초접전이었다. 트럼프가 바이든을 역전했다는 조사 결과도 있다. 여론조사업체 트래펄가그룹이 1∼3일 플로리다주 유권자 1022명을 대상으로 진행한 여론조사에서 트럼프 지지율은 48.7%로 바이든(45.6%)을 앞섰다. 7월까지만 해도 플로리다주에서 바이든과 트럼프의 격차가 최대 8.4%포인트까지 벌어졌던 것을 감안하면 주목할 만한 반전이다. 트럼프 대통령은 이날 플로리다주 유세에서 “여기가 내 집”이라며 지지를 호소했다. 뉴욕에서 살다가 지난해 9월 주소지를 개인 별장인 마러라고 리조트가 있는 플로리다주 팜비치로 옮긴 것을 강조한 것이다. 플로리다주는 역대 대선에서 승패를 가른 주요 지역 중 하나였다. 4년 전 대선에서는 트럼프 대통령이 1.2%포인트 차로 이기면서 대선 승리의 발판이 됐다. 공화당의 조지 W 부시 후보와 민주당 앨 고어 후보가 맞붙었던 2000년 대선에서는 재검표까지 진행한 끝에 부시 후보가 승리해 백악관에 입성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선거운동에 사재를 투입하는 것도 불사하겠다고 밝혔다. 그는 이날 플로리다주 방문 전 기자들과 만난 자리에서 ‘선거운동에 사비를 쓸 것이냐’는 질문에 “그래야 한다면 그렇게 하겠다”며 “무슨 수를 써서라도 우리는 이겨야 한다”고 했다. 블룸버그통신은 이날 트럼프 대통령이 사재를 최대 1억 달러(약 1190억 원)까지 쓰는 방안을 논의했다고 보도했다. 뉴욕타임스는 트럼프 캠프가 현금 부족 상태에 처했다며 △슈퍼볼 광고 1100만 달러 △비행기를 이용한 공중 배너 광고 15만6000달러 등 구체적인 사용 명세까지 공개했다. 트럼프는 2016년 대선에서도 6600만 달러의 개인 돈을 투입했지만 현직 대통령이 재선 캠페인에 사재를 털어 넣는 것은 전례가 없는 일이라고 블룸버그통신은 지적했다. 포브스지에 따르면 트럼프 대통령의 순자산은 지난해 31억 달러보다 줄어든 25억 달러(약 2조9740억 원)다. 트럼프 캠프의 빌 스테피언 선거대책본부장은 “우리는 재정 상태에 자신이 있다”고 말했지만 트럼프 캠프 측은 아직까지 8월 모금액을 공개하지 않고 있다. 반면 바이든 캠프는 카멀라 해리스 상원의원을 부통령으로 지명하고 민주당 전당대회를 진행한 8월 한 달간 3억6450만 달러를 모금했다고 밝혔다. 월간 모금액으로는 기록적인 수치다.워싱턴=이정은 특파원 lightee@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