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올해 한국의 수출액이 역대 최단기간에 5000억 달러를 돌파했다. 하지만 원-달러 환율이 1년 2개월 만에 처음으로 1100원 밑으로 떨어지면서 향후 수출에는 먹구름이 낄 것으로 전망된다. 산업통상자원부와 관세청은 17일 오후 2시를 기점으로 연간 수출 누계액이 5000억 달러를 넘어섰다고 이날 밝혔다. 1956년 무역통계를 작성한 이후 가장 짧은 기간에 연간 수출 5000억 달러를 돌파한 것이다. 2014년 기록(11월 17일 오후 6시)을 4시간 앞당겼다. 한국은 2011년에 처음으로 수출 5000억 달러 고지에 오른 이후 꾸준히 연간 수출액 5000억 달러를 넘어섰다. 지난해에는 글로벌 경기 침체에 따른 교역 둔화와 조선, 철강 등 주력 산업의 부진으로 수출액이 4954억 달러에 그쳤지만 올 들어 다시 수출 호조세가 나타나면서 경제 성장을 이끌고 있다. 올해 3분기(7∼9월)까지 국내 13대 수출 주력품목 가운데 10개 품목의 수출액이 지난해보다 늘어났다. 반도체의 수출 증가율이 전년 동기 대비 53.9%에 이르며 호조세를 주도했고, 선박(32.7%) 석유제품(32.7%) 석유화학(26.3%) 등 다른 주력 품목도 두 자릿수 증가율을 보이며 선방했다. 올해는 현재까지 수출 호조세가 계속되고 있지만 앞으로도 계속 이런 흐름을 유지할 수 있을지는 미지수다. 무엇보다 가파르게 떨어지고 있는 원-달러 환율이 가장 큰 변수다. 이날 서울외환시장에서 원-달러 환율은 전날보다 3.90원 떨어진(원화가치 강세) 달러당 1097.50원에 거래를 마쳤다. 원-달러 환율이 종가 기준으로 1100원 이하로 떨어진 것은 지난해 9월 29일(1098.80원) 이후 1년 2개월 만에 처음이다. 환율은 이날까지 4일 연속 하락했다. 오전 한때 환율이 1093원대까지 떨어지자 당국이 “환율 하락 속도가 지나치게 빠르다”며 구두 개입에 나섰지만 종가 1100원 붕괴를 막진 못했다. 수출 기업들은 연말과 내년 환율 동향에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다. 환율이 하락하면 그만큼 수출 가격을 인상하거나 기업들이 환율 하락분만큼 손해를 감수해야 하기 때문에 수출에 악영향을 미칠 수밖에 없다. 정부의 외환 당국자는 “한국 경제의 회복세가 뚜렷하고 한-캐나다 통화스와프가 체결되는 등 최근 원화 강세 요인이 많은 편”이라며 “환율 흐름을 주의 깊게 보고 있다”고 밝혔다.박재명 기자 jmpark@donga.com}
정부가 양식업을 포함한 수산 산업을 4차 산업혁명의 주력 분야 중 하나로 보고 적극 지원하기로 했다. 정부는 5년 뒤에 세계 5대 양식업 강국에 진입하는 것을 목표로 사물인터넷(IoT) 등 첨단기술을 활용한 스마트 양식 기법을 적극 개발해 보급할 방침이다. 김동연 경제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은 17일 경기 고양시 킨텍스에서 열린 ‘2017 Sea Farm Show―해양수산·양식·식품 박람회’ 개회식에 참석해 “수산업은 정부가 추진하고 있는 혁신 성장의 주요한 분야 가운데 하나”라며 “우리 수산업이 세계 시장을 선도적으로 이끌어 나갈 수 있도록 정부가 적극 지원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정부는 지난해 184만 t이던 국내 양식 수산물 생산량을 2022년까지 230만 t으로 25% 늘려 현재 세계 7위인 양식 생산량 순위를 5위까지 끌어올릴 계획이다. 김 부총리는 “참다랑어 등 고부가가치 어종을 기르는 외해(外海) 양식에도 정부 차원의 지원을 확대할 것”이라며 “국내에서 생산한 고품질 수산물을 전 세계로 수출하는 것도 체계적인 지원을 시작하겠다”고 강조했다. 설훈 국회 농림축산식품해양수산위원회 위원장은 “이번 박람회는 국내 어업이 어려운 상황에서 해양수산 분야에 미래가 있다는 것을 보여 주는 좋은 기회”라고 말했다. 동아일보·채널A와 해양수산부가 주최하는 이번 박람회는 ‘바다가 미래다’라는 주제로 19일까지 열린다. 올해로 2회째를 맞는 이번 행사는 정부 기관과 전국 지방자치단체, 연구소, 해양수산 관련 업체 등 65개 기관이 참여해 123개 부스를 열었다. 부스 외에도 물고기 잡기 체험과 양영곤 낚시 프로의 ‘낚시 클래스’, 다랑어 해체쇼 등 관람객들의 흥미를 끌 만한 다양한 행사가 마련됐다. 개회식에는 김 부총리와 설 위원장, 김영춘 해수부 장관, 김임권 수협중앙회장, 황영기 금융투자협회장 등 각계 인사 200여 명이 참석했다. 개막 첫날인 17일에는 6000여 명의 관람객이 박람회장을 찾는 등 성황을 이뤘다.}

서울에 거주하는 A 씨는 자녀에게 20억 원을 물려주면서 증여세를 줄이기 위해 시가 40억 원짜리 빌딩을 한 채 구입했다. 이 빌딩에 대해 국세청이 세금을 매길 때 적용하는 기준시가는 20억 원에 불과했다. A 씨는 20억 원 대출을 받아 2년 뒤 자녀가 채무를 떠안는 방식(부담부증여)으로 넘겨줘 증여세를 한 푼도 내지 않았다. 현금으로 40억 원을 줬더라면 6억2000만 원의 증여세를 내야 했지만 일종의 ‘꼼수 증여’로 세금을 피한 것이다. 최근 도심지역 내 식당, 편의점 등 근린상가나 사무실 등으로 쓰이는 5층 내외의 소형 빌딩이 부유층의 탈세 수단으로 이용되고 있다. 아파트 등과 달리 거래가 많지 않고 값어치를 따지기 어려워 시가에 턱없이 못 미치는 기준시가가 정해지는 점을 파고든 것이다. 이 때문에 조세저항이 큰 보유세 인상보다는 이런 부동산들의 과세표준 산정 기준을 현실화해 누수되고 있는 상속·증여세부터 제대로 걷어야 한다는 지적이 나온다. 국토교통부, 국세청 등 관계 당국은 이런 문제점을 파악하고 대책 마련에 나섰다. ○ 탈세 수단이 된 ‘꼬마빌딩’ 도심지역에 위치한 5층 이하, 시가 10억∼50억 원 정도의 비주거용 부동산은 크기가 작아 ‘꼬마빌딩’으로 불린다. 방송인 A 씨가 2000년 28억 원에 매입한 서울 서초구 양재역 인근 6층 건물이 최근 200억 원 이상으로 오르면서 투자자들의 주목을 받았다. 문제는 이 빌딩들이 부유층의 상속·증여세 탈세 수단으로 이용되고 있다는 점이다. 아파트, 오피스텔 같은 주거용 부동산은 국토부가 매년 적정 가격을 공시한다. 국세청과 지방자치단체는 공시가격과 시세를 종합해 양도소득세와 상속·증여세 등을 매긴다. 반면 비주거용 부동산은 거래량이 많지 않고 입지에 따라 가격이 천차만별이라 정확한 시세 파악이 어렵다. 공시제도가 없어 국세는 국세청이, 지방세는 지자체가 건물기준시가를 제각각 고시한다. 세금을 매기는 일관된 기준이 없는 셈이다. 가격이 급등할수록 실거래가와 공시가격 간의 괴리가 커지고 그만큼 세금이 줄어들 가능성이 높다. 서울 강남구 압구정동 로데오거리 인근의 시가 200억 원짜리 빌딩은 기준시가가 100억5250만 원에 불과하다. 빚 없이 건물주가 자녀에게 증여할 경우 시세를 적용하면 88억5000만 원의 증여세를 내야 하지만, 기준시가를 적용하면 42억2000만 원만 부담하면 된다. 게다가 자녀에게 증여 재산에 담보된 채무를 함께 증여하는 부담부 증여를 활용하면 세금은 더 줄어든다.○ 공시제 도입하면 관련 세금 60% 이상 증가 이런 이유에서 비주거용 건물의 매매가와 기준시가의 격차를 줄여 과세를 제대로 해야 한다는 주장이 힘을 얻고 있다. 정치권에서 논의 중인 부동산 보유세 인상에 앞서 지나치게 과소평가되고 있는 부동산 과세표준 산정 기준을 현실화하는 게 조세정의 차원에서도 바람직하다는 지적이다. 한승희 국세청장도 올해 국정감사에서 “상가와 빌딩의 낮은 기준시가를 이대로 방치할 거냐”는 일부 의원의 지적에 “시가 반영률을 높이는 공식이 정말 필요하다고 생각한다”고 강조했다. 국토부가 지난해 9월 한국감정원과 한국조세재정연구원을 통해 작성한 보고서에 따르면 비주거용 부동산 가격공시제도가 시행되면 분양형 상가 등 집합부동산은 현재보다 69.8%, 사무실 등 일반부동산은 68.8%가량 재산세가 증가한다. 세금을 매기는 기준시가도 현재보다 60% 이상 오르게 된다. 보고서는 “분양형 상가는 행정안전부의 시가표준액보다 약 67.5%, 사무실 등은 약 63.8% 증가할 것”이라고 분석했다. 이를 위한 사전 작업으로 현재 국세청이 맡고 있는 비주거용 부동산의 기준시가 산정 작업을 국토부로 넘기는 내용의 법령 개정은 완료됐다. 국토부는 부동산 가격공시제도 도입을 위한 구체적인 산출기준 등을 마련 중이다. 박병석 국토부 부동산평가과장은 “국토부가 비주거용 부동산 가격 공시를 맡는다는 방침은 큰 틀에서 정해졌다”며 “제도 시행을 위한 기술적인 준비를 내년 상반기까지 끝낼 방침”이라고 말했다.세종=최혜령 herstory@donga.com·박재명 / 천호성 기자}
국내 다문화 가정의 혼인과 이혼, 출산이 4년 연속 줄어들었다. 지난해에는 한국에 가장 많은 여성을 시집보낸 ‘며느리 나라’가 처음으로 중국에서 베트남으로 바뀐 것으로 나타났다. 16일 통계청에 따르면 국내 다문화 가정의 혼인 이혼 출산 건수가 2013년부터 지난해까지 4년 연속으로 동반 감소한 것으로 집계됐다. 결혼하는 사람이 줄어들면서 이혼하는 가정의 수와 다문화 가정의 출생아 수가 함께 줄어든 것이다. 다문화 혼인 건수는 2010년 이후 계속 줄어드는 추세다. 한국인이 외국인과 결혼해 가정을 이루는 혼인 건수는 2010년 3만5100건으로 정점에 올랐고 6년 동안 38.2% 감소하면서 지난해 2만1700건에 그쳤다. 다문화 가정의 이혼과 출산도 감소세를 보였다. 다문화 가정의 이혼은 2011년(1만4500건) 이후 5년 연속 줄어 지난해 1만600건에 머물렀다. 다문화 가정에서 태어난 신생아도 줄었다. 2012년에는 2만2900명이 태어났지만 지난해에는 1만9400명이 태어나는 데 그쳤다. 다문화 가정의 혼인이 줄어든 것은 2010년 시작된 ‘국제결혼 건전화’ 정책 때문이라는 분석이 많다. 2010년 7월 부산에서 결혼한 지 8일 된 20세 베트남 여성이 한국인 남편(당시 47세)에게 살해당하는 사건이 발생하자 정부는 결혼 이주 여성의 한국어 능력과 재정 여건을 살피는 등 국제결혼 요건을 강화했다. 한편 지난해 한국인 남성과 결혼한 외국 여성을 국적별로 보면 베트남 여성이 전체의 27.9%로 가장 많았다. 관련 통계를 집계한 이후 항상 1위를 차지하던 중국 여성(26.9%)은 처음으로 2위로 내려앉았다. 이지연 통계청 인구동향과장은 “한국인과 결혼하는 중국 여성은 통상 중국동포가 많았는데, 최근 결혼 적령기를 맞은 중국동포 여성의 수가 감소했다”며 “반면 베트남에 진출한 한국 기업이 늘면서 한국인과 베트남 여성의 국제결혼은 늘어났다”고 분석했다.세종=박재명 기자 jmpark@donga.com}
국세청이 앞으로 영세 소액체납자에 대해 계좌 압류를 보류하는 등 체납 처분을 유예해 주기로 했다. 국세청은 체납액 500만 원 미만 체납자에 한해 경기 불황과 거래처 대금납입 지연, 장애 발생 등의 이유로 체납이 발생할 경우 최대 1년 동안 부동산 공매와 계좌 압류 등을 유예하기로 했다고 15일 밝혔다. 국세청은 이번 조치를 저소득층 체납자 위주로 확대할 방침이다. 국세청은 △경기침체와 거래처 부도 등으로 경영 애로를 겪는 소상공인 △부모 봉양 등의 사유로 생활에 어려움을 겪는 저소득층 등이 주된 지원 대상이 될 것으로 보고 있다. 또 성실납세 증빙이 있는 납세자는 체납이 생기더라도 국민주택(전용면적 85m²) 이하 실거주 주택을 1주택에 한해 공매 처분을 유예해 준다. 치료 목적의 보장성 보험도 되도록 압류를 유예할 계획이다. 다만 재산을 감추면서 고의로 해당 제도를 악용할 경우엔 원칙대로 추징에 나설 방침이다. 체납처분 유예를 원하는 납세자는 관할 세무서를 방문하거나, 국세청 홈택스 홈페이지를 통해 신청하면 된다. 이현규 국세청 징세과장은 “성실하게 납세 의무를 이행하다가 일시적으로 어려움을 겪게 된 체납자들이 조속히 사업을 정상화시킬 수 있도록 최대한 지원할 예정”이라고 말했다. 세종=박재명 기자 jmpark@donga.com}

“정부는 국제통화기금(IMF)에 200억 달러의 차관을 요청하기로 했습니다.” 1997년 11월 21일 오후 10시 당시 임창열 경제부총리 겸 재정경제원 장관의 긴급 심야발표에 온 나라가 얼어붙었다. 외환위기에 빠진 한국이 IMF 구제금융에 들어가는 순간이었다. 정부는 ‘경제 주권’을 잃었고 기업과 금융권은 IMF 요구에 따라 구조조정을 시작했다. 실업자 100만 명 이상이 거리로 쏟아져 나왔다. 절망한 실직 가장들의 투신이 잇따르면서 1998년 국내 자살자 수가 한 해 전보다 42% 늘어났다. 20년이 지난 지금 한국인들은 외환위기를 어떻게 기억할까. 지난 50년 중 가장 어려웠던 시기이자 지금 한국 경제가 앓고 있는 각종 질환이 생겨난 시기가 외환위기였다는 것이 2017년 한국 국민이 내린 결론이다.○ “비정규직 양극화 취업난, 시작은 외환위기” 14일 한국개발연구원(KDI)이 전국 성인 남녀 1000명을 대상으로 조사한 IMF 외환위기 사태 인식조사 결과에 따르면 일반 국민의 57.4%가 지난 50년 동안 한국 경제가 가장 어려웠던 시기로 ‘1997년 IMF 외환위기’를 꼽았다. 최근 지속되는 ‘2010년대 저성장’(26.6%)은 물론이고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5.2%)와 ‘1970년대 석유파동’(5.1%) 등 다른 위기와는 비교가 되지 않았다. 외환위기 당시 우리 국민 중 가장 많은 수가 경험한 감정은 ‘경제위기에 따른 심리적 위축’(64.4%)이었다. 국가관에 변화가 생겼다는 응답도 57.5%에 이른다. 대한민국 정부가 예산 한 푼을 쓸 때마다 국제기구의 허락을 받아야 한다는 실상에 충격을 받았다는 의미로 풀이된다. 우리 국민에게 외환위기는 경제 분야의 ‘한국병(病)’이 시작된 단초였다. KDI는 “외환위기가 현재 한국의 어떤 경제 문제에 영향을 미쳤느냐”고 물었다. 2017년 현재 한국 경제의 ‘숙제’로 꼽히는 문제 대부분이 외환위기 당시에 파생된 것으로 꼽혔다. 외환위기의 영향이 가장 강한 경제 문제로는 ‘비정규직 증가’(88.8%)가 꼽혔다. 종신고용의 믿음이 깨지고 비정규직이 양산된 시작 지점을 외환위기로 본 것이다. 이어 ‘공무원 등 안정적인 직업 선호’(86.0%), ‘국민 소득격차 심화’(85.6%), ‘취업난 심화’(82.9%) 등도 외환위기가 남긴 부정적인 유산으로 꼽혔다. 최배근 건국대 교수(경제학)는 “사실 한국 경제가 1990년대 초부터 이미 비정규직 증가와 양극화 등의 경제 문제에 직면하고 있었지만 외환위기가 이를 결정적으로 가속화시키면서 이 같은 인식이 뚜렷해졌다”고 분석했다.○ 경쟁력 높이고 투명성 끌어올린 효과도 외환위기가 한국 경제를 무조건 망치기만 한 것은 아니다. 위기에 따른 대외 압력 때문이긴 했지만 한국 경제가 선진국형 체질로 개선되기 시작한 게 이때다. 국민도 외환위기가 한국 경제의 경쟁력 향상에 도움을 준 부분에 대해서는 높게 평가하고 있었다. 외환위기가 한국 경제에 끼친 가장 긍정적인 효과로는 ‘대기업과 금융기관의 경쟁력 상승’(24.5%)이 첫 번째로 꼽혔다. 이전까지 ‘우물 안 개구리’ 수준이었던 국내 대기업은 외환위기를 계기로 재편하면서 일부 대기업은 세계적인 기업 반열로까지 성장했다. 이어 △절약하는 소비문화(23.1%) △사회 전반의 투명성 제고(22.7%) △글로벌 금융안전망 강화(14.4%) 등이 외환위기가 남긴 긍정적인 ‘유산’으로 꼽혔다.세종=박재명 기자 jmpark@donga.com}

경남 거제시의 식품제조업체 대표 A 씨는 제품 판매량이 늘어나면서 공장 증축과 직원 추가 채용을 긍정적으로 검토했다. 하지만 상황을 알아본 뒤 어쩔 수 없이 증축 및 채용 확대 계획을 없던 일로 했다. A 씨가 공장 증축 및 추가 채용을 포기한 것은 토지 규제 때문이다. A 씨가 공장을 처음 세운 1993년에는 해당 지역이 건폐율(대지 대비 건물 면적) 40%를 적용받는 ‘계획관리지역’이었다. 하지만 이곳이 2009년부터 건폐율 20%를 적용받는 ‘보전관리지역’으로 바뀌면서 공장 증축이 규정상 불가능하게 됐다. A 씨는 “이렇게 쉽게 토지 용도가 바뀔 줄 알았다면 애당초 공장을 짓지 않았을 것”이라고 말했다. 정부가 앞으로 A 씨처럼 고용을 늘리는 기업에 대해 공장 증설 등 각종 제한을 완화하는 규제 개선을 검토한다. 12일 관계부처에 따르면 중소기업옴부즈만은 이달 초 기획재정부와 함께 핵심 일자리 규제 60건을 발굴해 각 부처에 전달했다. 문재인 정부 출범 이후 당국 차원에서 구체적인 개별 규제를 선정한 뒤 개선 작업에 나서는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중기옴부즈만은 중소기업, 소상공인 등에 대한 규제 및 애로사항을 찾아 개선하는 정부기관으로 국무총리가 ‘옴부즈만’을 위촉한다. 중소벤처기업부 소속이지만 부처의 지휘, 감독을 받지 않는 독립기관이다. 중기옴부즈만의 제안은 일자리 창출 기업에 대해 기존에 적용되고 있는 규제를 완화하고, 추가 고용을 막는 규제를 해소하는 데 초점이 맞춰져 있다. 덩치가 큰 기업에 꼭 규제를 적용하겠다면 근로자 수 대신 매출액 규모 같은 다른 잣대를 들이대자는 구체적인 제안도 나왔다. 일자리 창출 기업에 한해 건폐율 제한을 낮춰 적용하는 방안이 대표적이다. A 씨의 경우처럼 일자리 늘리기에 나서는 사업자의 기존 공장에 한정해서라도 건폐율 규제를 완화해 적용하자는 게 중기옴부즈만의 생각이다. 공장 신설보다 기존 시설 증설이 상대적으로 쉬운 만큼 일자리 창출에 큰 도움이 될 것으로 보인다. 정부가 관련 규정인 ‘국토의 계획 및 이용에 관한 법률 시행령’을 고치면 가능한 일이다. 진입도로 확보 규제 역시 일자리 창출 기업에 완화해 적용하는 방안이 추진된다. 2013년 12월 개정된 국토교통부 훈령(개발행위허가 운영지침)에 따라 공장을 신설할 때는 연면적에 따라 진입도로 4∼8m 이상을 확보해야 한다. 국토부는 “당시 지침이 포괄적이고 추상적이라 지방자치단체와 허가 신청자 간에 분쟁이 잦았다”며 규정을 세밀하게 만들었다. 하지만 결과적으로 이 규제는 2013년 12월 이전에 공장을 지은 사업자에게는 사업 확대 및 일자리 창출을 가로막는 족쇄로 작용하고 있다. 이 밖에 중기옴부즈만은 △산업단지 입주 △외국인근로자 허용 인원 확대 △폐기물부담금 면제 등을 고용창출 기업에 완화 적용하는 방안을 제시하고 있다. 규제 완화가 특정 사업자에게 특혜를 줄 수 있다는 비판도 있지만, 이런 지적까지 감안해 시범적인 규제 완화만큼은 보다 적극적으로 나설 필요성도 제기된다. 정부가 9월 신산업 분야에서 일정 기간 규제를 면제해 주는 ‘규제 샌드박스’ 제도를 도입하기로 한 게 대표적이다. 중기옴부즈만 측은 “당초 규제 취지와 달리 현장에서는 사람을 덜 뽑아 규제를 피하는 경우가 많은 만큼, 규제 기준을 근로자 수 대신 매출액 규모 등으로 바꾸는 것을 검토할 필요가 있다”고 밝혔다. 세종=박재명 jmpark@donga.com·김준일 기자}
서울이 내년도 전국 오피스텔 기준시가 상승을 주도한 것으로 나타났다. 반면 대전은 내년도 기준시가가 올해보다 하락할 것으로 전망된다. 10일 국세청에 따르면 내년 1월 1일부터 적용되는 전국 오피스텔 기준시가는 올해보다 3.69% 오른다. 수도권과 5대 광역시를 기준으로 집계한 이번 조사에서는 서울(5.02%)이 유일하게 5% 이상 기준시가가 올랐다. 이어 부산(3.46%) 인천(2.49%) 등의 가격이 많이 오른 것으로 나타났다. 기준시가가 올해보다 떨어진 지역은 대전(―0.50%)이 유일하다. 대전은 인근 세종의 오피스텔 공급이 늘면서 가격이 떨어진 것으로 분석된다. 울산(0.37%) 대구(1.51%)도 상대적으로 시가 상승률이 낮았다. 상업용 건물은 내년도 기준시가가 2.87% 오른다. 대구(4.03%)의 상승률이 가장 높고, 서울(3.68%) 부산(2.86%) 등의 순이다. 오피스텔과 마찬가지로 대전(1.21%)의 상승률이 가장 낮다. 기준시가는 양도소득세 및 상속·증여세 산정에 활용된다. 국세청은 이달 말까지 오피스텔 및 상업용 건물 기준시가에 대한 의견을 접수한다. 기준시가는 국세청 홈페이지()에서 열람하면 된다. 궁금한 사항은 30일까지 운영하는 국세청 안내전화(1644-2828)를 통해 확인할 수 있다.세종=박재명 기자 jmpark@donga.com}

“트럼프 대통령에 대한 인식이 적지 않게 바뀌었다.”(정부 경제부처 국장) “그에 대한 선입견을 날려 버렸다.”(금융당국 관계자) “연설문을 북한 관련 강의교재에 넣고 싶다.”(정영태 동양대 통일군사연구소장)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의 8일 국회 연설이 한국 사회에 반향을 불러일으키고 있다. 사람들은 “트럼프 대통령을 다시 보게 됐다”고 입을 모았다. 파격적이고 거친 언사 대신 정제되고 준비된 용어와 사례가 종횡무진 펼쳐진 연설이 한국인을 사로잡았다. “너는 해고야!(You‘re fired!)”를 외치던 우스꽝스러운 이미지는 온데간데없이 사라졌다. 가위 ‘트럼프 현상’이다. ○ ‘명문 중의 명문’ 연설문에 대한 찬사 9일 오후 서울 종로구 교보문고의 눈에 띄는 판매대에 트럼프 대통령 관련 서적 11권이 늘어서 있었다. 1일부터 진열해뒀지만 이날 더 많은 사람이 찾았다. 트럼프 대통령이 쓴 ‘거래의 기술’을 집어든 직장인 A 씨(28)는 “연설을 보니 ‘막말꾼’이라기보다는 노련한 정치인이었다. 적어도 3년은 우리나라에 영향을 미칠 사람이니 제대로 알아놔야겠다는 생각이 들었다”고 말했다. 연설문에 대한 극찬도 터져 나왔다. 정 소장은 “표현은 정제됐지만 내용의 깊이가 놀랄 만한 수준이다. 북핵 관련 강의할 때 교재에 넣고 싶다”고 말했다. 언론사 워싱턴특파원을 지낸 최형두 경남대 초빙교수(전 국회의장 대변인)는 “한국현대사를 압축해 교과서처럼 잘 정리한 부분이 인상 깊었다. 내 책 ‘아메리카 트라우마’ 증보판에 연설문을 그대로 인용해 해설해 놓겠다”고 말했다. 미국여자프로골프(LPGA) 대회를 석권한 박성현 등 여성 골프선수, 63빌딩 롯데월드타워 같은 건물 이름, 1997년 외환위기의 금 모으기 운동 등 구체적이고 생생한 사례는 연설을 더욱 인상 깊게 만들었다는 지적이 많았다. 표현이 쉬우면서도 문장이 명확하고 간결해 “영어 학습교재 수준이다”라는 말도 나왔다. 금융당국 관계자는 “전날 저녁 모임에서 다들 ‘명문 중의 명문’이라고 칭찬했다. 앞으로 연설문을 쓰는 데 두고두고 참고할 만하다”라고 말했다. 연설을 국회 본회의장에서 직접 들은 더불어민주당 정성호 의원은 “내용은 물론이고 표정 억양 제스처 등에서 강한 느낌을 받았다. TV 화면에서 보던 그와는 매우 달랐다”라고 했다.○ 여야, 진보 보수 가리지 않고 화제 정치권에서는 트럼프 대통령이 연설문을 준비하며 보인 사려 깊은 태도가 회자됐다. 트럼프 대통령은 연설 전날인 7일 오후 청와대 경내를 거닐면서 문재인 대통령에게 물었다. “사우스 코리아(South Korea)와 코리아 가운데 어떤 표현을 선호합니까?” 문 대통령은 “코리아가 좋지만 공식 명칭은 리퍼블릭 오브 코리아(the Republic of Korea)”라고 답했다. 실제 연설에서 코리아는 26번 언급된 반면 리퍼블릭 오브 코리아와 사우스 코리아는 각 4번만 나왔다. 그는 7일 정상회담 막바지에 문 대통령에게 “내일 연설은 걱정하지 말라”고 했다고 한다. 혹시나 돌출 발언이 나올까 우려하던 청와대 참모진은 “연설문은 기대 이상이었다. 대단히 준비를 많이 했고 한국에 대한 이해도 깊었다”며 이구동성이었다. 여야 정치권이나 친정부, 보수 진영에서도 각자 나름대로 긍정적 의미를 부여했다. 미 다트머스대 교수 출신인 자유한국당 김종석 의원은 “북한 실상을 모르고 한국 경제발전을 폄하하려는 일부 사람들이 들었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보수 성향 누리꾼들은 연설문 원본을 번역해 자신의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에 올리며 전파했다. 친정부 진영에서는 “한국 민주주의 발전 등 진보세력의 성과도 정당한 평가를 했다는 점에서 높게 본다”는 반응이 있었다. 문 대통령 인터넷 팬카페 ‘문팬’ 등에는 “트럼프 대통령이 문 대통령에게 연설 내용을 물어본 것은 한국을 존중한다는 뜻”이라는 글이 올라왔다. 트럼프 대통령이 7일 국빈만찬에서 일본군위안부 피해자 이용수 할머니와 가볍게 포옹하는 장면도 작은 감동을 이끌어냈다. 이 할머니는 8일 라디오 인터뷰에서 “내가 먼저 (악수를 청하는 의미로) 손을 들자 와서 안아주는데 아주 반가웠다”고 말했다. 국빈만찬 식탁에 올랐던 만찬주(酒) ‘풍정사계 춘’은 이날 주문이 폭주해 예약을 비롯해 모든 술이 품절됐다.권기범 kaki@donga.com·한상준 / 세종=박재명 기자}
“중국석유화공그룹(中國石化·시노펙)이 알래스카 액화천연가스 개발에 430억 달러를 투자합니다. 석유화공그룹 장젠화(章建華) CEO 계약에 서명해 주세요. 중국항공기재집단공사(CASC)가 보잉사 비행기 370억 달러(300대)어치 구입을 계약합니다. CASC 자바오쥔(賈寶軍) CEO 서명해 주세요. 샤오미(小米) 등이 120억 달러어치 반도체를 퀄컴으로부터 구입합니다. 샤오미 레이쥔(雷軍) CEO 서명해 주세요.” 9일 베이징 인민대회당.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과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의 정상회담 직후 두 정상이 참석해 열린 미중 기업대표 회담에서 중산(鐘山) 중국 상무부장은 이처럼 미중 간 계약 내용과 액수를 일일이 언급하며 계약 서명을 독려했다. 미중 최고경영자(CEO)들은 붉은색 표지의 협정서에 잇달아 서명했다. 트럼프 대통령을 따라 방중한 기업 골드만삭스 포드 제너럴모터스 제너럴일렉트릭 등 29개 미 기업 최고경영자(CEO)들은 전날에 이어 총 2535억 달러 투자 계약이라는 대박을 쳤다. 중산 부장은 “양국의 협력 중시를 십분 구현하고 양국 지도자의 리더십에 따라 양국 기업들이 기적을 창조했다”며 “중미 무역 협력이 세계 경제 무역 협력의 신기록을 창조했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천문학적 액수의 돈을 퍼부은 시 주석의 ‘바이 아메리카’가 트럼프 대통령의 마음을 샀음을 보여주고 있었다. 흥분한 듯 마이크를 잡은 트럼프는 “(불공평한 미중 무역을) 고쳐야 한다. 위대한 미국 노동자를 위해 작동하지 않기 때문이다. 지속 가능하지 않다”고 말했다. 이어 열린 공동 기자회견에서도 “노동자들을 위한 공평한 경쟁의 장을 제공하기를 원한다. 공정하고 호혜적인 무역관계를 원한다”고 말했다. 과거 미중 무역 불균형 문제에 대해 공격적으로 일관했던 그는 이날 시 주석에 대한 압박 대신 자신의 ‘엄청난 성과’에 집중했다. 다분히 미국에 있는 자신의 지지자들과 국내 여론을 겨냥한 발언이었다. 트럼프 대통령은 중국의 북핵 해법이 이전과 크게 달라지지 않았지만 이날 공동 기자회견에서 시 주석을 강하게 압박하지 않고 시 주석과 협력을 강조했다. 시 주석이 준 선물 보따리에 대한 대가인 셈이다. 미국이 압박 대신 실리를 택한 배경에는 미국의 대중 통상 압박이 계속되면 중국의 통상보복이 상당할 것으로 우려했기 때문이라는 분석이 나온다. 월스트리트저널(WSJ)에 따르면 미국콩수출위원회는 9월 중국 농업부와 상무부로부터 ‘우리 통상이 방해받으면 상당히 불편해질 것’이란 경고를 받았다. 중국과 사업하는 파트너 리인슈런스의 태드 워커 회장은 WSJ에 “대통령의 레토릭이 덜 강하길 바란다”며 우려했다. 무엇보다 러시아 대선 개입 등 스캔들로 최악의 지지율에 직면한 트럼프 대통령으로서는 대규모 투자유치와 일자리 창출을 통해 입지 회복이 절실한 시점이다. 제현정 한국무역협회 통상협력실 박사는 “중국에 대한 미국 무역의존도가 높아 미국도 중국에 쓸 무역공격 카드가 마땅치 않다. 무역보복 파워가 크지 않은 한국이 대신 불똥을 맞을 가능성이 커졌다. 미국 기업들이 정부의 보호무역 기조에 편승해 통상 공격을 할 수 있다”고 지적했다. 집권 2기를 시작하며 협력을 강조한 ‘신형국제관계’를 성공시키기 위해 갈등 회피가 필요한 시 주석은 ‘황제 의전’과 ‘돈 폭탄’으로 트럼프 대통령을 파고들었다. 이날 공동 기자회견에서 “(미국 기업의) 중국 시장 접근을 증진시키기 위한 수많은 조치를 발표했다”며 “양국 국민들에게 더 큰 이익을 가져다줄 경제 무역 협력을 위한 더 큰 공간을 뜻한다”고 말해 트럼프 대통령의 입을 벌어지게 만들었다. 시 주석은 “중미 관계의 미래 방향을 설정했다”고 강조했다. 관영 중국중앙(CC)TV는 “어떤 나라도 중국의 굴기를 막을 수 없음을 미국이 깨달았다”고 보도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앞서 일본 방문에서도 아베 신조 총리와의 공동 기자회견 중에 “일본이 미국에서 대량의 방위장비를 사는 게 바람직하다. 그래야 한다”며 일본 정부의 추가 무기 구입을 기정사실화했다. 문재인 대통령도 한미 정상회담이 끝난 직후 총 748억 달러(약 84조 원) 규모의 대미 투자 및 수입 계획을 발표하는 등 한미동맹의 굳건함을 확인해 준 트럼프 대통령에게 화답했다.베이징=윤완준 특파원 zeitung@donga.com / 세종=박재명 기자 / 도쿄=서영아 특파원}

어려운 이웃을 위해 기부를 하는 사람들이 과거보다 줄어든 것으로 나타났다. 경제적 여유가 없는 이유도 있지만 공동체 의식 약화, 일부 기부단체의 비리 등이 영향을 미쳤다는 분석이 나온다. 7일 통계청이 내놓은 ‘2017년 사회조사 결과’에 따르면 올해 “지난 1년 동안 기부 경험이 있다”는 질문에 응답자의 26.7%만 “그렇다”고 답했다. 2년 전인 2015년에는 29.9%의 응답자가 기부 경험이 있다고 답했다. 당시보다 경험 비율이 3.2%포인트 줄어든 것이다. 기부 경험자 비율은 2011년(36.4%) 이후 2년에 한 번 실시하는 조사 때마다 줄어들고 있다. 기부하지 않는 가장 큰 이유로는 ‘경제적 여유가 없어서’를 꼽았다. 기부하지 않는 사람의 절반 이상인 57.3%가 이 같은 이유로 기부하지 않는다고 밝혔다. ‘관심이 없어서’ 기부를 하지 않는다는 응답 역시 23.2%에 달했다. 국민들의 삶이 각박해지고 있다는 것은 다른 항목에서도 드러난다. 2년 전에는 “내 집 근처에 장애인 시설이 들어서면 반대하겠다”는 응답이 전체의 7.0%에 그쳤다. 올해는 그 비중이 14.5%로 2배 이상으로 뛰었다. 연령별로 60대 이상(16.6%)에서 장애인 시설 설치에 대한 반대 의견이 가장 많았다. 반면 소득 만족도는 높아졌다. 만 19세 이상 소득이 있는 사람 가운데서 “내 소득에 만족한다”는 사람은 전체의 13.3%로 집계됐다. 여전히 10%대에 그쳤지만 2년 전의 11.4%보다는 소폭 증가했다. 전반적인 생활여건이 좋아졌다고 응답한 사람 비율도 41.1%에 달했다. 통계청 사회조사는 부문별로 2년에 한 번씩 전국 약 3만9000명을 대상으로 실시한다. 올해는 복지, 사회참여, 소득과 소비 등을 조사했다. 세종=박재명 기자 jmpark@donga.com}

“당신, 한미 자유무역협정(FTA) 책임자죠?(You are the FTA guy, right?)”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은 7일 오후 청와대 대정원에서 열린 국빈방문 공식 환영식에서 한국 측 인사와 악수를 하던 중 김현종 통상교섭본부장을 보고 이렇게 말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일할 준비가 돼 있느냐(Are you ready for some work?)”고 뼈 있는 질문도 던졌다. 김 본부장이 준비가 돼 있다는 취지의 답변을 하자 트럼프 대통령은 특유의 손가락 제스처를 쓰며 “물론”이라고 맞받았다. 트럼프 대통령과 김 본부장은 다른 인사들보다 길게 7초간 악수를 하며 묘한 분위기를 연출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이날 주한미군 평택기지(캠프 험프리스)를 방문한 자리에서도 “이번 정상회의가 잘 풀려서 미국 내에 많은 일자리를 창출하게 되기를 바란다. 내가 여기에 있는 이유 중 하나”라고 말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한국을 방문한 첫날 예상했던 대로 한미 FTA의 개정과 미국의 일자리를 유난히 강조했다. 한국에 대한 통상 압력을 높이겠다는 점을 시사하는 대목이다. 다만 이날 트럼프 대통령은 이 밖에는 그리 눈에 띄는 돌발 발언은 하지 않았다. 트럼프 대통령이 정상회담 직후 기자회견에서 한미 FTA에 대해 “지금 협정은 미국에 좋은 협상이 아니다”라고 말한 정도를 제외하면 한국을 자극할 만한 표현도 없었다. 과거 한미 FTA를 ‘재앙(disaster)’이라고 표현한 것과 비교하면 분위기가 달라졌다. 트럼프 대통령은 6일 일본에서 “일본과의 무역은 공평하지도, 열려 있지도 않다”고 말하며 참석자들을 당황하게 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이날 청와대에서 한국 정부 경제팀과 반갑게 인사해 눈길을 끌었다. 청와대 환영식에서 트럼프 대통령은 장하성 대통령정책실장과 웃으며 오른손으로 악수하면서 왼손으로는 화살표처럼 가리켰다. 트럼프 대통령과 장 실장은 펜실베이니아대 와튼스쿨 동문이다. 6월 미국 워싱턴에서 열린 첫 한미 정상회담에서 트럼프 대통령은 장 실장을 향해 “오 와튼스쿨! 똑똑한 분”이라며 농담을 건네기도 했다. 송원근 한국경제연구원 부원장은 “트럼프 대통령의 무역적자 관련 언급이 일본보다 한국에서 다소 부드러워진 것은 우선순위를 고려한 결과”라며 “경제 문제 외에 현안이 없는 일본과 달리 한국에서는 북핵 문제와 중국과의 관계 등 풀어야 할 과제가 많다고 판단했을 가능성이 높다”고 진단했다. 다만 트럼프 대통령이 김 본부장과 장 실장을 콕 찍어 알은체를 한 것에 주목해야 한다는 분석도 있다. 두 사람은 한국 정부에서 FTA 협상을 이끄는 핵심 인물이다. 청와대 관계자는 “일본에서도 무역을 강조했던 트럼프 대통령이 우리 정부의 통상 라인을 정확하게 파악하고 있다는 것 아니겠느냐”고 말했다. 미국의 통상 압박이 이날 수면으로 떠오르진 않았지만 언제라도 한국에 압력을 가할 수 있다는 ‘무언(無言)의 힘’을 드러냈다는 것이다. 최병일 이화여대 국제대학원 교수는 “트럼프 대통령이 8일 국회에서 통상 관련 돌발 발언을 할 가능성도 있다”며 “한국 입장에서는 어떤 경우에든 국론을 통일해 당당한 협상에 임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말했다.세종=박재명 jmpark@donga.com / 한상준·이은택 기자}

가계 소득이 제자리걸음을 걷는 상황에서 국내 기업의 순이익이 지난해 역대 최고치를 넘어선 것으로 나타났다. 기업과 가계 간 소득 증가 불균형이 더욱 심화되는 것 아니냐는 우려가 나온다. 6일 국세청의 ‘국세통계 조기공개’ 자료에 따르면 2016년 금융사를 제외한 국내 일반법인의 당기순이익은 116조621억 원으로 2015년(96조3494억 원)보다 20.5% 늘어난 것으로 집계됐다. 지난해 일반 법인의 순이익 규모는 2005년 관련 통계를 작성한 이후 가장 많았다. 기존 연간 순이익 최고치 기록(2011년 110조9103억 원)을 5조 원 이상 넘어섰다. 기업 순이익이 늘어나면서 이들이 세금으로 납부해야 하는 법인세 비용도 함께 늘었다. 기업들이 납부해야 하는 법인세(금융업 제외)는 지난해 40조7307억 원으로 사상 처음으로 40조 원을 돌파했다. 지난해 전체 법인세 세수(稅收) 역시 52조1000억 원대로 역대 최고치를 나타낸 바 있다. 지난해 국내 기업들의 순이익 급증은 경기 상승에 따른 영업 호조보다 비용 절감에 성공했기 때문이다. 2016년 일반법인의 매출액은 약 375조 원으로 전년(약 377조 원)보다 2조 원가량 줄었다. 신고 법인 수는 같은 기간 56만8600곳에서 61만8300곳으로 오히려 늘었다. 법인 하나당 매출액은 줄어들었다는 의미다. 반면 매출원가는 약 299조 원에서 291조 원으로 낮아졌다. 매출원가는 절감할수록 이익으로 잡히기 때문에 줄어든 만큼 고스란히 기업의 순이익이 된다. 국세청은 △저금리로 인한 이자 비용 감소 △유가(油價) 안정 등을 기업 매출원가 절감의 원인으로 보고 있다. 여기에 삼성전자 등 일부 대기업의 실적이 지난해 최고치를 나타내면서 전체 법인 실적이 덩달아 개선되는 ‘착시효과’가 섞여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홍기용 인천대 교수(경영학)는 “국내에서는 2000여 개 기업이 전체 법인 이익의 70% 이상을 내고 있다”며 “전체 기업의 당기순이익이 늘어났다고 해서 이를 모든 법인의 이익 상승으로 보면 통계상 오류에 빠질 우려가 있다”고 경계했다. 급증하는 법인 이익과 반대로 개인의 삶의 질과 직결되는 가계 소득은 제자리걸음을 걷거나 실질적으로 마이너스 상태다. 통계청과 국회입법조사처 등에 따르면 지난해 국내 월평균 명목가구소득은 439만9000원으로 전년 대비 0.6% 오르는 데 그쳤다. 명목소득은 소폭 올랐지만 물가 상승을 고려한 실질소득은 오히려 줄어드는 추세다. 법인 이익이 20% 늘어난 지난해 가계 실질소득은 2015년 대비 0.4% 줄었다. 글로벌 금융위기가 한창이던 2009년 이후 7년 만에 처음이다. 특히 국내 가계 실질소득은 올 2분기(4∼6월)에도 전년 대비 1% 줄어들며 2015년 4분기 이후 7개 분기 연속 감소했다. 2003년 관련 통계를 작성하기 시작한 이후 최장 감소 추세를 보이고 있다. 세종=박재명 기자 jmpark@donga.com}

글로벌 컨설팅회사 매킨지는 2013년에 한국 경제를 ‘서서히 뜨거워지는 냄비 속 개구리’로 평가했다. 다가오는 주변 환경 변화를 제대로 인식하지 못하고 경제 위기를 겪을 수 있다는 뜻에서 이런 비유를 했다. 4년 전에 나온 이 평가에 대학교수와 연구원, 대기업 간부 등 경제 전문가 대다수가 여전히 공감한다고 한 데에는 정부와 기업 모두 빠르게 변화하고 있는 기술과 환경에 제대로 대응하지 못하고 있다는 위기의식이 깔려 있다. 급속하게 진행되고 있는 저출산, 고령화도 경제 성장을 제약할 것으로 전망된다. 새로운 성장 동력을 확보하기 위해서는 더욱 적극적인 규제 개혁이 해법이지만 정치권과 경제계 모두 규제 개혁에 소극적으로 임하고 있다.○ “냄비 탈출 남은 시간 5년” 3일 한국개발연구원(KDI) 규제연구센터가 공개한 설문조사 결과에 따르면 응답자의 90.4%는 ‘뜨거운 냄비’를 탈출할 수 있는 남은 시간을 5년 이내로 평가했다. 1년에서 3년밖에 남지 않았다고 답한 비율이 63.34%로 절반을 넘었고, 4∼5년이라고 답한 경우는 27.15%였다. “이미 골든타임이 지났다”고 평가한 경우도 전체의 5.56%로 세 번째로 많았다. 김준경 KDI 원장은 “반도체 등 일부 산업을 제외하고는 전반적으로 활력이 저하됐다. 어려운 경제 현실을 직시해야 한다”고 밝혔다. 올해 한국 경제의 주요 지표는 긍정적이다. 9월 생산, 소비, 설비투자 등은 모두 한 달 전보다 늘어나는 ‘트리플 성장’을 보였고, 10월 수출액도 12개월 연속 증가세를 이어갔다. 하지만 이는 반도체 호황에 따른 착시 현상이다. 올해 3분기(7∼9월) 경제성장률 1.4%의 ‘깜짝 성장’에서 순수출의 기여도는 60%를 넘는데, 수출을 주도하고 있는 것은 반도체다. 10월 반도체 수출은 전년 같은 기간보다 38억9100만 달러 증가했는데 이는 10월 전체 수출 증가분인 30억 달러보다도 많다. 반도체가 부진하면 한국 경제 전체가 휘청한다는 뜻이다.○ 20년 전 산업구조 지금도 ‘그대로’ 20년째 변함없는 수출, 제조, 대기업 위주의 정책도 위기 요인으로 꼽힌다. 하준경 한양대 교수(경제학)는 “미국에선 구글 페이스북 아마존 같은 회사가 쏟아져 나오는 동안 한국에선 새롭게 성장한 기업이 몇 개 되지 않는다. 삼성 등 기존 기업들이 잘하니까 경제가 좋은 것처럼 보이지만 역동성은 없는 것”이라고 지적했다. 최배근 건국대 교수(경제학)는 “1997년 한국 경제를 이끌던 산업이 반도체, 자동차 등이었는데 지금도 상황이 크게 달라지지 않았다”고 말했다. 갈수록 심해지는 저출산, 고령화는 한국 경제에 큰 부담이다. LG경제연구원은 올해 3월 “10년 내에 노동력 부족 현상이 성장을 제약하는 주요인이 될 것”이라며 “현재 65만 명 수준의 유휴 인력을 모두 투입할 수 있다고 해도 다가올 청년 인력 감소를 감당하기에는 부족하다”고 전망했다. 이경상 대한상공회의소 경제조사본부장은 “저출산으로 수년 내 한국의 성장률이 0%대로 떨어질 것이라는 전망 속에 중국이 거의 모든 산업 분야에서 한국을 밀어내고 있다”고 했다.세종=박희창 ramblas@donga.com·박재명 / 한우신 기자}

“국제통화기금(IMF) 외환위기는 우리 국민 모두에게 그때까지 경험하지 못했던 큰 충격을 주었습니다. 경제적 충격만이 아니라 심리적, 정서적 충격이 국민의 삶 전체를 뒤흔들었습니다.” 문재인 대통령은 1일 국회 시정연설에서 20년 전인 1997년 외환위기 사태를 이같이 평가했다. 하지만 1997년에 ‘삶 전체가 뒤흔들리는’ 경험을 한 것은 개인과 국가만이 아니다. 무엇보다 기업에 큰 타격을 줬다. 한국의 기업은 외환위기 때 살아남은 기업과 당시에 무너진 기업으로 갈릴 정도로 산업 생태계에 큰 변화가 나타났다. 3일 기업평가사이트 CEO스코어에 따르면 IMF 외환위기 당시인 1998년 한국의 30대 그룹 가운데 19곳이 2017년 현재 해체되거나 30위권 밖으로 밀려난 것으로 집계됐다. 대기업 그룹의 63%가 20년이 지난 현재, 당시 재계 순위를 유지하지 못하는 것이다. 당시 대기업 가운데 해체된 곳은 대우(1998년 당시 3위), 쌍용(7위), 동아(10위), 고합(17위), 진로(22위), 동양(23위), 해태(24위), 신호(25위), 뉴코아(27위), 거평(28위), 새한(30위) 등 11곳에 이른다. 현대, 삼성에 이어 재계 3위였던 대우그룹은 외환위기 이후 경영난으로 1999년 워크아웃에 들어가면서 해체됐다. 대우그룹 모회사인 ㈜대우는 대우인터내셔널과 대우건설로 나뉘었다. 대우인터내셔널은 2010년 포스코에 인수된 뒤 지난해 ‘포스코대우’로 사명을 바꿨다. 대우건설은 2006년 금호아시아나그룹에 편입됐다가 금호가 유동성 위기를 겪으면서 2010년에 KDB산업은행이 인수하는 우여곡절을 겪었다. 시멘트, 건설, 리조트, 자동차 등 다방면에서 두각을 나타내던 쌍용그룹 역시 해체 이후 계열사별 각자도생을 해야 했다. 한라(12위), 한솔(15위), 코오롱(18위), 동국제강(19위), 동부(20위), 아남(21위), 대상(26위), 삼표(29위) 등 8곳은 외환위기 이후 30대 기업에서 탈락하면서 현재 재계 순위가 20년 전보다 뒤로 처지게 됐다. 외환위기를 극복한 그룹들은 오히려 순위가 올랐다. 삼성은 현대그룹의 해체 이후 재계 서열 부동의 1위를 지키고 있다. SK(5위→3위), 롯데(1998년 11위→2017년 5위), 두산(14위→13위) 등도 20년 전보다 재계 순위가 올라선 대표적인 그룹으로 꼽힌다. 최근 20년 새 새로 30대 그룹 반열에 올라선 곳은 기존 대기업에서 분리된 회사가 많았다. 2017년 현재 삼성에서 갈라진 신세계(11위) CJ(15위), 현대에서 분할된 현대자동차(2위) 현대중공업(9위) 현대백화점(23위), LG가(家)의 일원이었던 GS(7위) LS(17위) 등이 새로 30대 그룹에 포함됐다. 외환위기에서 버티거나 새로 30대 그룹에 포함된 기업이라고 해서 별다른 고통 없이 외환위기의 수혜만 입었던 것은 아니다. 정부는 당시 IMF의 요구에 맞춰 대기업 구조조정에 나섰다. 금융 당국은 1998년 2월 내놓은 5대 핵심과제에 맞춰 △경영 투명성 제고 △상호 채무보증 해소 △재무구조 개선 △핵심 부문 설정 △책임경영 강화 등을 국내 대기업에 요구했다. 기준을 맞추지 못하면 부실기업 정리와 구조조정이 뒤따랐다. 2000년대 초까지 계속된 정부 주도의 대기업 빅딜과 인수합병(M&A), 기업 퇴출은 오늘날 한국 기업 생태계의 밑바탕이 됐다. 이 과정에서 새로운 성장기업의 진입이 드물어지고, 기존 대기업에 경제력 쏠림 현상이 나타나는 경우도 적지 않게 생겼다. 최배근 건국대 교수(경제학)는 “한국 경제는 아직까지도 외환위기 이후 설정된 ‘수출 제조업 위주의 대기업’ 경제 구조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며 “정권 및 여야를 떠나 4차 산업 등을 육성하기 위한 사회적 대타협이 필요한 상황”이라고 진단했다.세종=박재명 기자 jmpark@donga.com}

33세에 직장에서 나왔다. 직장은 문을 닫았다. 은행이 망할 거라고는 상상도 못 했기에 충격은 컸다. 김상훈(가명·52) 씨는 1998년 6월 29일 퇴출된 동화은행의 직원이었다. 상고 졸업 후 취직한 지 14년 만이었다. 재취업을 알아봤지만 허사였다. 퇴출 은행 직원에게 문을 열어주는 회사는 없었다. 포장마차, 택시 운전, 막노동 등 닥치는 대로 일했다. 한숨 쉴 여유조차 없었다. 두 딸과 홀어머니를 부양해야 했기 때문이다. 2001년 8월 23일, 정부는 예정보다 3년 앞서 구제금융 195억 달러를 모두 갚고 국제통화기금(IMF) 위기에서 벗어났다고 공식 선언했다. 하지만 김 씨의 생활은 거의 그대로였다. 2008년 보험설계사 일을 하면서 다시 양복을 입고 일하게 된 게 그나마 위안거리다. 외환위기가 남긴 상처는 아직 현재진행형이다. 한번 직장에서 쫓겨난 이들은 좀처럼 다시 과거의 안정적 삶으로 되돌아갈 수 없었다. 자산과 소득의 불균형에서 비롯된 양극화도 여전하다. 문재인 대통령은 1일 국회 시정연설에서 “20년 전의 외환위기는 불쑥 날아든 해고 통지였고, 가장의 실직이었으며, 구조조정과 실업의 공포였다. 그 후유증으로 저성장과 실업이 구조화되고 국민의 삶이 무너졌다”고 말했다. 국가역할론, 사람중심 경제를 해법으로 제시했지만 손에 잡히는 구체적인 대책이 부족하다는 비판이 나온다. “한국 경제는 지금 뜨거운 냄비 안에 들어 있는 개구리다. 5년 이내에 냄비에서 뛰쳐나가지 못하면 그대로 죽을 것이다.” 3일 한국개발연구원(KDI) 규제연구센터가 국내 경제전문가 489명을 대상으로 진행한 설문조사 결과를 요약하면 이렇다. “한국 경제가 ‘냄비 속 개구리’인가”라는 질문에 88.1%가 ‘그렇다’고 답했다. 대학교수, 연구원, 대기업 간부 등인 이들은 한국이 ‘냄비 탈출’을 할 수 있는 마지막 시간을 최장 5년으로 봤다. 경제 구조개혁에 남은 시간이 ‘1∼5년’이라는 응답이 90.4%에 달했다. 전문가들은 한국 경제 위기의 핵심 원인으로 △저출산 고령화 등 인구구조 변화 △역동성 없는 산업구조의 경직성을 꼽았다. 곽노선 서강대 교수(경제학)는 “세계적으로 인구구조와 산업구조가 바뀌는 지금이 한국 경제에 있어 가장 중요한 교차점”이라고 말했다. 동아일보 취재진은 동화은행 퇴직자 5명을 만나 그들의 고단했던 20년간 삶의 여정을 되짚어봤다. 강유현 yhkang@donga.com / 세종=박재명 기자}
올해 전체 근로자에서 비정규직 근로자가 차지하는 비중이 2012년 이후 5년 만에 가장 높은 수준으로 늘어났다. 특히 20대 비정규직 근로자의 증가세가 커 청년 일자리의 불안정성이 높은 것으로 나타났다. 3일 통계청이 발표한 경제활동인구조사 부가조사 결과에 따르면 8월 기준 국내 비정규직 근로자 수는 654만2000명으로 전체 근로자의 32.9%에 이르는 것으로 집계됐다. 이번에 집계한 비정규직 근로자 비중은 8월 기준으로 2012년(33.3%) 이후 5년 만에 가장 높았다. 비정규직 규모를 드러내는 경제활동인구 부가조사 결과는 매년 8월 발표된다. 연령별로 보면 20대 비정규직 비중 증가가 두드러졌다. 20대 비정규직 근로자 수는 1년 만에 3만8000명(3.3%) 늘어났다. 통상 비정규직 비중이 가장 높은 60대 이상의 비정규직 증가율(4.7%)에 이어 연령대별로는 두 번째로 높았다. 이어 50대(1.5%) 30대(―1.4%) 등의 순으로 나타났다. 한편 올해 6∼8월 비정규직 근로자의 월평균 임금은 156만5000원으로 1년 전보다 7만1000원(4.8%) 늘었다. 이 기간 정규직 근로자의 평균 임금은 284만3000원으로 나타났다. 비정규직 근로자의 주당 평균 취업시간은 32.6시간, 현 직장 평균 근속기간은 2년 6개월 등으로 조사됐다.세종=박재명 기자 jmpark@donga.com}

공정거래위원회가 대기업 공익재단에 대한 전수 실태조사에 착수한다. 대기업 공익재단이 그룹 지배구조의 핵심 역할을 하는 부분을 고리로 삼아 대기업 개혁에 본격적으로 나서겠다는 것이다. 공정위는 대기업 총수가 공익재단에 재산을 출연한 뒤 이를 통해 편법으로 지배력을 강화하는 부분을 집중적으로 들여다볼 예정이다. 기업들은 당혹스러워하면서 내심 불만이 크다. 오너 일가를 정조준한 방침에 “공익재단 활동이 위축될 것”이라며 반발하고 있다. ○ 대기업 개혁 칼 빼든 정부 김상조 공정거래위원장은 2일 서울 중구 대한상공회의소에서 삼성, 현대자동차, SK, LG, 롯데 등 5대 기업 전문경영인들과 정책간담회를 열어 “기업들의 자발적인 개혁 의지에 여전히 의구심이 남아 있다. 공익재단을 점검한 뒤 의결권 제한 등 개선 방안을 강구하겠다”고 밝혔다. 이달부터 시작되는 공익재단 전수조사는 공정위 기업집단국이 맡는다. 기업집단국은 문재인 정부가 새로 만든 조직으로 대기업 조사를 전담한다. 문 대통령은 대선 후보 당시 “대기업이 계열 공익법인을 이용해 대주주 일가의 지배력을 강화하는 실태를 차단하는 방안을 마련하겠다”고 밝힌 바 있다. 결과는 내년 상반기에 나온다. 대기업 공익재단은 공익을 수행한다는 명목으로 상속·증여세 면제 등 각종 세금 감면 혜택을 받고 있다. 일각에서는 대기업들이 이를 악용해 공익재단을 오너 일가 지배력 확보에 이용한다고 비판한다. 계열사 주식을 공익재단에 출자한 뒤 세금을 감면받고, 이 공익재단에 지배력을 행사하는 방식으로 그룹 전체 경영권을 승계한다는 지적이다. 공익재단이 취지와 다르게 오너 일가 지배구조 강화에 이용됐다는 사실이 밝혀지면 이를 개선해야 한다는 여론이 커질 것으로 공정위는 보고 있다. 자연스럽게 관련법 개정으로도 이어질 수 있다. 경제개혁연대에 따르면 올해 7월 기준 자산총액 10조 원 이상의 상호출자제한 기업집단 32개 그룹 중 20개 그룹이 42개 공익재단을 운영하고 있으며, 이들 공익재단은 총 84개 계열사의 지분을 보유하고 있다. 공정위는 지주회사의 수익 구조에 대한 실태 조사도 할 계획이다. 자회사가 지주회사에 지불하는 브랜드 수수료, 건물 임대료 수입 등이 총수 일가의 재산 증식에 이용될 가능성에 대해 짚어 보겠다는 것이다. 각 그룹의 지주회사가 매기는 브랜드 수수료율이 제각각이어서 어느 정도가 적정한 시장 가격인지 확인해 본다는 차원이다. 김 위원장은 또 “상생협력을 통해 장기적 이익 증대에 기여한 임직원들이 높은 고과평가를 받고, 반대로 하도급 거래에서 분쟁을 일으키는 임직원들은 페널티를 받아야 한다”며 하도급 거래 정상화를 위한 인사고과 점검을 당부했다. 기업들의 자체 판단에 따른 영리 활동과 인사를 정부가 감시하고 통제하는 게 맞는지에 대한 논란이 불가피해 보인다. ○ 공정위 방침에 긴장한 대기업 이날 간담회장에 들어선 김 위원장은 당초 10분만 하려던 모두발언을 25분간 이어가며 작심한 모습을 보였다. 그는 6월 1차 간담회 이후 재계의 자발적 변화가 충분하지 않다고 판단하고 2차 간담회를 먼저 재계에 요청했다. 간담회 시작 전까지만 해도 웃음 띤 얼굴로 덕담을 주고받던 재계 참석자들은 간담회 내내 굳은 표정을 지었다. 김 위원장이 말을 하는 동안 참석자들은 바닥을 물끄러미 바라보거나 하늘을 올려다보며 곤혹스러움을 감추려 애썼다. 간간이 한숨을 쉬기도 했다. 김 위원장은 “긍정적인 출발에도 불구하고 아직은 갈 길이 멀다고 할 수 있다”며 포문을 열었다. 이어 “문 대통령이 선거 공약과 국정과제에서 대기업 집단의 지배구조 개선, 총수 일가의 편법적 지배 승계 방지 등을 약속했는데 더욱 혹독한 변화를 해 달라”고 채근했다. 간담회 후 김 위원장은 기자들과 만나 “딱딱한 규제를 통한, 마치 칼춤 추는 듯 접근할 생각이 없다”고 밝혔다. 역설적으로 보면 기업들이 알아서 미리 문제점을 살펴보라는 경고다. 기업들은 공정위 방침에 바짝 긴장하고 있다. 공익재단을 소유한 한 대기업의 관계자는 “공익재단은 재무 상황, 활동 내용이 고스란히 온라인에 공시되고 견제와 조사도 이미 많이 받고 있다. 자칫 공익 활동이 위축될 수도 있다”며 긴 숨을 내쉬었다.세종=김준일 jikim@donga.com·박재명 / 이은택 기자}

문재인 대통령은 1일 국회 시정연설에서 ‘경제’라는 단어를 39번 언급하고, 그중에서도 ‘사람중심 경제’라는 말을 8차례나 반복하면서 강조했다. 문 대통령은 “새 정부가 표방하는 사람중심 경제는 결코 수사(修辭)가 아니다. 우리 경제의 패러다임을 바꾸겠다는 것”이라고 강조했다. 이어 “지금이 바로 변화의 적기라고 믿는다”며 임기 초 한국 경제의 체질을 개선하겠다는 의지를 내비쳤다.○ 예산 증액의 핵심은 사람중심 경제 문 대통령이 대선 후보 시절부터 강조해 온 사람중심 경제는 △일자리 늘리기 △가계소득 증대 △혁신성장 등 세 가지로 요약된다. 문 대통령은 연설 도입부에 1997년 외환위기로 국제통화기금(IMF) 구제금융을 받았던 일을 거론했다. 문 대통령은 “정확히 20년 전의 외환위기는 불쑥 날아든 해고 통지였고 가장의 실직이었으며 구조조정과 실업의 공포”라고 말했다. 이어 “그 후유증으로 저성장과 실업이 구조화되고 국민의 삶이 무너졌다”고 언급했다. 나랏돈을 투입해 일자리를 확충하고 가계소득을 늘려주는 정책이 외환위기 이후 시작된 무한 경쟁 사회의 해법이라는 의미다. 정부는 일자리 늘리기에 예산을 크게 투입했다. 내년에 19조2000억 원을 일자리 확충에 배정하면서 올해(17조1000억 원)보다 12.3% 늘렸다. 정부는 이 돈으로 공무원 3만 명, 사회서비스 일자리 1만2000명 등 정부 일자리를 늘린다. 군 부사관(4000명), 경찰(3500명), 근로감독관 등 생활 밀접 분야 공무원(6800명) 등을 뽑고 어린이집 보육교사와 노인 요양인도 각각 7000명, 5000명 늘린다. 가계소득 증대는 예산을 풀어 국민의 주머니를 채워주는 방식으로 추진된다. 5세 이하 어린이에게 월 10만 원씩 주는 아동수당(1조1000억 원), 65세 이상 노인에게 월 25만 원씩 주는 기초연금(9조8000억 원) 등이 대표적이다. 내년도 최저임금(시간당 7530원)이 16.4% 늘어나면서 정부가 소상공인에게 보조로 지원해 주는 3조 원 역시 가계소득 증대 예산으로 분류된다. 문 대통령은 “내년 예산안에 대한 국회의 협조를 부탁하고자 이 자리에 섰다”며 이들 예산의 삭감 없는 원안 통과를 당부했다. ○ 국회의 여야 ‘격전’ 예고 문 대통령은 “경제가 성장해도 가계소득이 줄어들고 경제적 불평등이 커지는 구조를 바꿔야 한다. 양극화를 개선해야 국민의 삶과 국가에 미래가 있다”고 말했다. 또 “재벌 대기업 중심 경제는 놀라운 경제 발전을 가능하게 했지만 더 이상 우리의 미래를 보장하지 못한다”고 강조했다. 자유한국당과 국민의당, 바른정당 등 야3당은 일제히 “공무원 늘리기는 일자리 문제의 해법이 될 수 없다”고 강조했다. 정부가 예산을 책정해 최저임금 3조 원을 보전하는 문제도 “시장경제 국가에서 예를 찾아볼 수 없다”며 반대하고 있다. 국회는 이날 대통령 시정연설을 시작으로 종합정책질의(6, 7일)와 부별심사(8∼13일)를 거쳐 다음 달 2일 예산안을 본회의에서 의결할 예정이다. 성태윤 연세대 경제학부 교수는 “사람중심 경제는 인적 자원에 대한 투자를 강화하겠다는 의미로 방향 자체는 나쁘지 않다”며 “다만 그 투자가 ‘퍼주기’에 그치지 않고 경기 진작과 성장동력 확보 등 실제 효과를 낼 수 있도록 설계하는 것이 중요한 상황”이라고 진단했다. 세종=박재명 jmpark@donga.com·박희창 기자}
금융당국이 이건희 삼성전자 회장의 4조4000억 원 규모 차명계좌가 과세 대상이라고 해석했다. 국세청이 세금 추징에 나서면 이 회장은 1000여 개 차명계좌의 이자 및 배당소득의 99%를 세금으로 내야 한다. 이는 30일 열린 국회 정무위원회 종합 국정감사에서 최종구 금융위원장의 답변 과정에서 나왔다. 박용진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이 회장 차명계좌와 관련해) 검찰 수사, 국세청 조사, 금융감독원 검사 결과 차명계좌임이 확인되는 경우 ‘금융실명거래 및 비밀 보장에 관한 법률(금융실명제법)’에 따른 비실명재산으로 봐서 원천징수세율 90%를 적용해야 하는 것에 동의하느냐”고 질문했다. 이에 최 위원장은 “동의한다”고 말했다. 이어 “과세당국이 (차명계좌가) 과세 대상인지 질의하면 금융위원회가 회신하겠다”며 “금감원과 협의해 차명계좌에 대한 인출, 해지, 전환 과정을 다시 점검하겠다”고 덧붙였다. 앞서 2008년 조준웅 특검팀은 이 회장이 삼성 임직원 명의의 은행 및 증권사 차명계좌를 통해 4조5000억 원 규모의 재산을 숨겼다고 발표했다. 차명계좌 대부분은 계열사인 삼성증권과 주거래은행인 우리은행 등에 집중됐다. 이후 이 회장은 2008∼2009년 차명계좌에 있는 4조4000억 원의 돈을 찾아갔다. 이 과정에서 과세 당국은 이 회장의 이자 및 배당수익에 대해 계좌별로 최대 38%의 세금(총 464억 원)을 추징했다. 이와 관련해 박 의원은 이 회장의 차명계좌가 금융실명제법을 위반했기 때문에 실명 전환 및 과징금, 세금 부과 대상이라고 주장했다. 이에 대해 금융위는 차명계좌 1021개가 이 회장이 아닌 다른 사람의 실제 이름으로 개설된 계좌인 만큼 실명 전환 및 과징금 대상은 아니라고 해석했다. 다만 특검 조사 결과 계좌의 실소유주가 따로 있는 것으로 밝혀져 차등과세 대상은 맞다고 판단했다. 이에 따라 이 회장은 이자 및 배당소득에 대해 90%, 지방소득세까지 합하면 99%를 세금으로 내야 한다. 박 의원실은 이 회장이 내야 하는 차액분의 세금이 1000억 원대에서 최고 수천억 원에 달할 것으로 전망했다. 다만 소멸시효 문제로 과세 가능 여부를 따져봐야 한다는 의견도 있다. 대체로 세금의 소멸시효는 5년이다. 다만 납세자가 ‘사기나 부정한 방식’으로 세금을 회피하면 10년으로 연장된다. 한승희 국세청장은 이날 열린 국회 기획재정위원회 국정감사에서 “국민적 관심 사안이라 연구 검토하는 중”이라며 “긴밀히 협의해 적법하게 처리하겠다”고 말했다.강유현 yhkang@donga.com / 세종=박재명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