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교육부가 ‘김상곤표 교육정책’의 핵심인 ‘고교학점제’의 2022년 전면 시행을 위해 2020∼2021년에 현 2015 개정 교육과정을 전면 개정할 것으로 보인다. 2015 개정 교육과정은 올해가 적용 첫해로, 현 고1부터 순차적으로 적용될 예정이었다. 하지만 새 정부의 교육철학을 담지 못했다는 이유로 당장 적용 첫해에 개정이 논의되는 상황이 됐다. 급작스러운 대입제도 개편의 희생양이 된 현 중3들에 이어, 2022년 고1이 되는 현 초등학교 6학년 학생들이 상당한 혼란을 겪을 것이라는 우려가 나오고 있다. 고교학점제 실행을 위해 교육부의 연구를 수행 중인 한국교육과정평가원은 13일 ‘학점제 도입을 위한 고교 교육과정 재구조화 방향 탐색’ 세미나를 열고 연구안을 발표했다. 평가원은 “2015 개정 교육과정은 학점제를 염두에 두고 만들어진 것이 아니기 때문에 학점제 구현을 위한 전면 개정이 필요하다”며 “2022년 전국 모든 고교에 학점제가 도입될 예정인 만큼 2020∼2021년에 교육과정 개정 고시가 이뤄질 것”이라고 전망했다. 교육과정은 ‘교육의 헌법’이라고 불리는 교육정책의 기본 틀이다. 개정의 수준은 교과를 포함한 전면 개정으로 초중등 교육법 개정까지 필요할 것으로 보인다. 올해는 2015년 만들어진 2015 개정 교육과정이 고교에 적용되는 첫해다. 현재 1학년은 2015 개정 교육과정에 따라, 2·3학년은 이전 버전인 2009 개정 교육과정에 따라 수업하고 있다. 새 교육과정은 매년 순차적으로 적용되기 때문에 2020년이 돼야 고교 3개 학년 모두가 2015 개정 교육과정의 적용을 받는다. 바로 이때 또다시 고교학점제를 위한 새 교육과정 전면 개정이 추진되는 셈이다. 평가원은 △정규교원 활용을 극대화하고 △부전공까지 인정해 한 교사가 여러 과목을 가르치게 하며 △교장이나 교감도 주당 6시간 정도 최소한의 수업을 하게 할 것 등을 제안했다. 또 평가와 관련해서는 학생들의 과목선택권 확보를 위해 △공통과목만 상대평가하고 선택과목은 절대평가하는 안 또는 △공통과목과 선택과목을 모두 절대평가하되 7단계로 구분하는 안 등을 제시했다. 교육계의 한 관계자는 “고교학점제는 김상곤표 정책이 나오기 이전에는 교육계에서조차 생소한 개념이었다”며 “아직도 학생·학부모는 물론 교사나 교수들조차 정확한 개념을 모르는데 정부 철학이라는 이유로 일방적으로 추진되고 있다”고 말했다. 학부모들은 계속되는 교육개혁 혼선으로 이미 극심한 피로감을 호소하는 상태다. 그러나 교육부는 올해부터 벌써 105개의 연구·선도학교를 선정해 고교학점제를 운영 중이다. 한 고교 교장은 “통상 정책연구가 선행된 뒤 연구·선도학교 운영을 통해 제도를 보완해 나가는 게 일반적”이라며 “고교학점제는 이런 과정조차 뒤집힌 것”이라고 지적했다 무엇보다 교육계는 고교학점제를 실제로 수행할 학교와 교사 등 현장이 전혀 준비되지 않았다는 점을 우려했다. 서혁 이화여대 교수는 “다양한 수업을 개설하기 힘든 농산어촌 등 교육 열악 지역 학생들은 교사 수급과 원하는 과목을 개설·운영하기 힘들어 오히려 불이익을 받을 수 있다”며 “고교학점제를 한다고 고교 교육이 꼭 정상화된다는 보장도 없다”고 말했다. 조완영 충북대 교수는 “너무 조급하게 도입된다는 우려를 떨칠 수 없다”며 “학벌에 대한 국민인식, 입시 등 전체 패러다임이 바뀌지 않으면 고교학점제는 실패할 가능성이 매우 높다”고 지적했다.:: 고교학점제 ::학생의 적성과 진로에 따라 각자 원하는 과목을 자유롭게 골라 듣고 일정 학점을 채우면 졸업하는 제도다. 현 정부의 대표 교육공약으로 2022년 도입된다. 학생들의 다양한 요구를 반영한 수업 개설 및 교사진 확보, 도농격차 극복 등이 선결조건이며 내신평가방식 및 대입제도도 함께 바뀌게 된다. 임우선 기자 imsun@donga.com}
올해 중3 학생들이 치르는 2022학년도 대학수학능력시험에서는 수능 문제를 EBS 교재에서 출제하는 비율(EBS 연계율)이 지금의 70%에서 50%로 낮아질 것으로 전망된다. 또 학생부종합전형에서 요구하는 자기소개서와 교사추천서도 대폭 간소화·폐지될 가능성이 높아졌다. 교육부는 13일 제6차 대입정책포럼을 열고 이런 내용의 ‘대입 과제 검토안’을 발표했다. 이날 발표한 과제들은 5월 국가교육회의가 ‘교육부가 정하라’며 되돌려 보낸 이슈들로 교육부가 당초 국가교육회의에 묻기 전 작성했던 원안이 그대로 반영됐다. 먼저 수능과 EBS 연계율과 관련해 교육부는 당초 계획대로 현행 70%를 50%로 낮추기로 했다. 수능 문제를 EBS 문제에서 뽑는 정책은 당초 노무현 정부 때 사교육비 경감 대책의 하나로 나왔다. 그러나 이명박 정부에서 연계율이 70%까지 올라가면서 ‘고3 교실이 EBS 문제집 풀이 현장으로 전락했다’는 현장의 비판이 쏟아졌다. 교육부는 “이번 연계율 하향 조치는 이 같은 현장의 목소리를 반영한 것”이라고 밝혔다. EBS 연계 방식도 EBS 교재에 실린 지문을 그대로 내는 직접연계 방식을 벗어나 비슷한 지문, 혹은 변형 지문 등으로 바꿔 ‘간접연계’ 하기로 했다. 교육부는 대필이나 허위 작성에 대한 문제제기가 이어졌던 자기소개서도 대폭 간소화하는 방안을 내놨다. 현재 문항당 1000∼1500자 이내로 적도록 한 자기소개서 분량을 500∼800자로 줄여 학생이 핵심만 담는 방식으로 자신을 드러낼 수 있게 하겠다는 것이다. 지역, 학교, 교사에 따라 질적 차이가 크다는 비판을 받아온 교사추천서는 완전 폐지하기로 했다. 교육계에서는 EBS 연계율 낮추기가 고3 교실을 얼마나 정상화시킬 수 있을지에 대한 의문이 적지 않다. 임성호 종로학원하늘교육 대표는 “연계율을 낮추는 방식으로는 EBS 문제풀이를 벗어날 수 없다”며 “오히려 직접연계가 간접연계 방식이 되면 학생들의 학업 부담은 더 커질 것”이라고 우려했다. 임우선 기자 imsun@donga.com}

2014년 조희연 서울시교육감이 교육부 장관의 동의를 거치지 않고 자율형사립고(자사고) 6곳에 지정 취소(일반고 전환) 처분을 내린 건 위법하다는 대법원 판결이 12일 나왔다. 2015년 자체적으로 일반고로 전환한 우신고를 제외한 경희고 배재고 세화고 이화여대부속고 중앙고 등 자사고 5곳은 지정 취소 위기에서 벗어나게 됐다. 대법원은 이날 판결에 대해 “기존 교육제도의 변경은 교육 당사자 및 국민의 정당한 신뢰와 이익을 보호해야 한다는 것, 또 국민적 합의를 바탕으로 절차적으로 신중하고 조심스럽게 이루어져야 한다는 원칙을 확인한 것”이라고 밝혔다. 하지만 진보 성향의 현 교육부와 서울시교육청의 해석은 달랐다. 이날 대법 판결 의미를 두고 “절차적 적법성을 따진 판결”이라고 의미를 축소하며 “앞으로 자사고 폐지 정책을 계속 추진하겠다”고 강조했다. 교육계에서는 “현 정부의 교육정책은 사법부도 무시한 채 달리는 ‘폭주열차’ 같다”는 우려가 나온다.○ 조희연 당선되자 자사고 평가기준 바꿔 이번 사건의 시작은 2014년 4월로 거슬러 올라간다. 당시 서울시교육청은 자사고 평가 기준을 마련하고 평가 점수가 70점 미만인 학교는 자사고 지정을 취소할 예정이었다. 평가 대상 자사고는 총 14곳으로, 시교육청은 두 달에 걸쳐 평가를 실시했다. 그 결과 70점 미만, 즉 지정 취소 수준의 학교는 없었다. 그러나 그해 6월 4일 ‘자사고를 일반고로 전환하겠다’는 공약을 내건 조희연 서울시교육감이 당선되면서 상황은 180도 달라졌다. 7월 1일 조 교육감이 취임하자 시교육청은 8월부터 기존 자사고 평가 기준을 바꾸는 작업에 들어갔다. 기존 평가 지표의 배점을 줄이고 ‘교육의 공공성과 학교의 민주적 운영’이라는 15점짜리 재량평가 기준을 새로 만들어 앞서 확정된 자사고 평가 점수를 수정했다. 수정 평가에서 경희고 배재고 세화고 우신고 이대부고 중앙고 등 6곳의 자사고가 70점 미만 결과를 받았다. 교육계 관계자는 “당시 떨어뜨릴 자사고를 만들기 위해 기준까지 바꿔 초법적 행정을 한다는 비판이 거셌다”며 “실제 조 교육감이 곧바로 6개 자사고의 지정을 취소하자 갈등이 격화됐다”고 말했다. 당시 박근혜 정부의 교육부는 “이런 식의 지정 취소는 교육부 장관과 사전 협의하라고 규정한 초·중등교육법 시행령을 위반한 것으로 교육감의 재량권을 일탈·남용한 것”이라며 시교육청에 처분을 취소하라는 시정명령을 내렸다. 조 교육감이 응하지 않자 그해 11월 교육부는 직권으로 지정취소 처분을 취소했다. 이에 조 교육감은 12월 교육부 장관을 상대로 소송을 내기에 이르렀다.○ 대법원 “법을 어긴 건 조 교육감” 소송 제기로부터 3년 8개월 만에 나온 이날 판결에서 대법원은 교육부의 손을 들어줬다. 위법 행위를 한 건 조 교육감이란 것이다. 대법원은 “자사고의 지정 및 취소는 해당 학교 재학생과 입학하려는 학생들에게 미치는 영향이 큰 만큼 신중하게 이뤄져야 한다”며 “앞서 관련법(운영 연장과 지정 취소 관련)의 개정 역시 자사고를 보다 안정적으로 운영하게 하려는 취지에서 비롯됐다”고 밝혔다. 특히 대법원은 시교육청이 갑자기 재량평가 항목을 추가해 자사고들의 평가 결과를 뒤집은 데 대해 “종전 평가에 대한 자사고들의 신뢰는 합리적이고 정당한 것으로 보호될 수 있다”고 판결했다. 이어 “‘공교육의 정상화와 자사고의 바람직한 운영’이라는 공익은 자사고 지정을 유지한 채 운영 방식을 개선하는 것으로 충분히 달성할 수 있다”며 “새로운 교육제도는 신중하게 시행돼야 하고 그런 교육제도를 다시 변경하는 건 더욱 조심스럽게 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조 교육감-교육부는 ‘마이웨이’ 그러나 이날 조 교육감은 “대법원의 판결은 박근혜 정부에서 행정기관 간 갈등에 대해 판결한 것에 불과하다”며 “대법원이 자사고 폐지를 반대하는 것으로 과잉 해석하지 말 것을 분명히 밝힌다”고 판결 의미를 축소했다. 이어 “시도교육감에게 자사고·특목고 지정 취소와 고교 입학전형 전권을 위임하라”고 요구했다. 교육부도 시교육청과 비슷한 반응을 보였다. 김상곤 교육부 장관은 지난해 말 “자사고·외고·국제고의 지정과 취소를 교육감 판단으로 할 수 있도록 교육부 동의 절차를 폐지하겠다”고 밝힌 바 있다. 이중현 교육부 학교정책실장은 “대법원의 판결은 당시 교육부 장관에게 동의를 구하지 않은 ‘절차’가 잘못됐다는 것이지 내용이 잘못됐다는 게 아니다”라며 “자사고 지정 취소 시 교육부 장관 동의를 폐지하는 정책은 변함없이 추진할 것”이라고 밝혔다. 교육계에서는 “사법부가 이념이나 정치 논리에 따라 순식간에 교육제도를 뒤집는 현 정부의 행태를 경계한 것인데 현 정부의 교육정책은 ‘마이웨이’로 가고 있다”는 비판이 나온다. 김재철 한국교총 대변인은 “자사고 지원 탈락 학생들에게 일반고 지원 불이익을 주지 못하도록 한 지난달 헌법재판소 가처분 인용에 이어 이번 대법원 판결까지 법은 일관되게 교육제도의 안정성을 주문하고 있다”며 “헌재와 대법 판결까지 무시하며 정치논리만 펴는 교육당국이 우려스럽다”고 말했다.임우선 imsun@donga.com·김호경·김윤수 기자}
2022학년도 대입제도 개편을 위한 공론화위원회가 개편안을 최종 선택할 시민참여단 550명을 확정했다. 이들은 숙의과정 동안 이뤄지는 3차례의 설문조사를 통해 대입제도에 대한 각자의 뜻을 피력하게 된다. 김영란 공론화위원장은 11일 “네 가지 대입 개편 시나리오 중 1개를 고르라는 식의 사지선다형 투표는 안 할 것”이라며 “어느 안을 얼마만큼 선호하는지 묻고 시민참여단이 추구하는 가치를 중심으로 권고안을 만들 것”이라고 말했다. 공론화위는 당초 400명의 시민참여단을 꾸리겠다고 했으나 통상 토론회 참여율이 70∼75%인 것을 고려해 550명을 최종 선정했다고 이날 밝혔다. 참여단 선정을 위해 성, 연령, 지역 등 인구 특성을 고려해 뽑은 18만5000개의 전화번호에 전화를 걸었으며 이 중 2만 명이 적정 수시, 정시 비율에 대해 조사에 응했다는 설명이다. 공론화위는 시민참여단 참여 의사를 밝힌 6636명 가운데 2만 명 의견의 축소본이 될 수 있도록 550명을 뽑았다고 설명했다. 시민참여단은 14, 15일 지역별로 열리는 1차 숙의토론회 후 27∼29일 2박 3일 일정으로 2차 숙의토론회를 갖는다. 이 과정에서 △1차 숙의 전 △2차 숙의 전 △2차 숙의 후 등 3차례에 걸쳐 의견 조사가 이뤄지게 된다. 예컨대 ‘1번 시나리오에 대해 얼마나 지지하십니까’라는 질문에 ①강한 반대(1점) ②반대(2점) ③중립(3점) ④찬성(4점) ⑤강한 찬성(5점) 등 5점 척도 방식으로 대답하는 식이다. 응답해야 할 총 문항 수는 30여 개가 될 것으로 보인다. 질문에 따라 ‘예, 아니요’ 응답 방식이 될 수도, 7점 척도가 주어질 수도 있다.임우선 기자 imsun@donga.com}
조양호 한진그룹 회장의 장남인 조원태 대한항공 사장이 인하대에 불법 편입학했다는 의혹이 사실로 드러났다. 교육부는 인하대 측에 조 사장의 편입 및 학사학위를 취소할 것을 통보했다. 또 조 사장이 석사학위를 취득한 미국 대학에도 이 같은 사실을 통지할 것을 요구했다. 11일 교육부에 따르면 조 사장은 1998년 2년제 대학인 미국 H칼리지(전문대에 해당)에 다니다 인하대 3학년에 편입했다. 당시 인하대 편입 규정은 전문대 졸업자나 졸업 예정자에게만 편입 자격을 줬다. 조 사장이 다니던 H칼리지는 60학점 이상 취득, 누적 평점 2.0 이상이어야만 졸업할 수 있었다. 조 사장의 취득 학점과 평점은 각각 33학점과 1.67점에 불과했다. 교육부는 “애초에 편입 자격이 안 됐던 셈”이라고 말했다. 교육부는 인하대 학교법인(정석인하학원) 이사장인 조 회장이 이사장 지위를 활용해 인하대 의료원의 경영에 부당 간여하고 학교법인 건물의 청소, 경비, 차량 임차 등 관련 일감을 이사장의 특수관계인 업체에 몰아준 정황도 확인했다. 수의계약 방식으로 몰아준 일감의 규모는 46억 원에 달했다. 또 특수관계인 업체에 42억 원 규모의 병원 공사를 맡긴 뒤 15년 7개월간 건물을 임대해 주는 방식으로 공사대금을 갚아 사실상 147억 원의 수익을 누리도록 하는 ‘꼼수’를 부린 것도 드러났다. 조 회장의 딸인 조현민 전 대한항공 전무에게는 병원 1층 커피점을 저가로 빌려줘 의료원에 5800만 원 상당의 손해를 끼친 정황도 확인됐다. 교육부는 조 회장의 이사장 승인을 취소하고, 조 회장 및 배우자인 이명희 전 일우재단 이사장 등을 검찰에 수사 의뢰할 예정이다. 한편 인하대는 “과도한 조치”라며 “법적 대응을 검토하겠다”고 반발했다.임우선 기자 imsun@donga.com}

어른들에게 묻고 싶다. 중학교 1학년 때 현재의 직업을 갖게 될 것이라고 생각했던 사람은 몇이나 될까? 기자는 중1 때 만화가, 외교관, 개그우먼, 의사 등 지금으로선 도무지 맥락을 모르겠는 꿈을 꿨다. 지금 생각하면 웃음만 나지만 그땐 진지했다. 중학생 때란 그런 시기인 것이다. 당연하다. 말이 중1이지 초등학교를 갓 졸업한 아이들 아닌가. 그런데 요즘 중학교 1학년들은 정부로부터 ‘한 학기 또는 1년간 너의 진로를 탐색하라’는 특명을 받는다. 이른바 ‘자유학기제·자유학년제’다. 제도의 취지는 이상적이다. 교육부·교육청은 ‘중학교 시절 자신의 소질과 적성을 알고, 삶과 직업에 대한 가치관을 세울 수 있다. 또 이를 통해 중2병, 학교 폭력, 자살 등 문제를 해결할 수 있다’고 말한다. 이 기간 중간·기말고사 같은 시험은 보지 않는다. 시험을 보지 않는다는 것만으로도 학생들은 반긴다. 문제는 자유학기제의 목표인 ‘진로 탐색’의 수준이 한없이 낮다는 점이다. 중학생 자녀를 둔 학부모들을 인터뷰하면 이런 얘기가 나온다. “진로 체험이래서 뭘 했나 했더니 비누 만들기를 했대요. 문화센터에서 1만 원만 내면 하는 걸 왜 학교에서 하는지….” “친구들과 성남에 있는 무슨 직업 체험관을 갔다 왔다나? 그거 한번 간다고 꿈이 생겨요?” “선생님이 공문을 보내서 오케이가 돼야 가거든요. 주로 받아주는 곳이 경찰서, 우체국이라 거길 가더라고요.” “아빠가 직장에 다녀도 사장이 아닌 이상 일터에 애들을 데려갈 수 있나요. 부모 힘에 따라 진로 체험도 달라져요.” 학부모들은 자유학기제가 사실상 ‘시험만 안 보는 학기’가 됐다고 지적했다. “학원 안 다니면 아이 학업 상태를 전혀 알 수가 없어요. 학원 좋은 일만 시키는 거죠.” “넋 놓고 있다가 중2 돼서 첫 시험 보면 기절해요. 수학 같은 건 못 따라잡아요.” 정부는 매년 자유학기제 우수 사례 시상식 등을 하며 정책 홍보에 열을 올린다. 하지만 현장의 목소리를 들어보면 그야말로 0.1%의 ‘예외적’ 우수 사례일 뿐이다. 자유학기제의 취지 구현은 애초에 무리였던 것 같다. 무엇보다 중1이란 시기 자체가 진로 탐색에 한계가 있다. 진로 체험을 돕는 학교와 선생님에게 고급 체험 기회를 제공할 힘도 없다. 이런저런 기업·기관에 열심히 공문을 보내 볼 뿐, 무엇을 할 수 있겠는가. 차라리 이럴 바에야 ‘자유학기제’ 대신 ‘사람학기제’를 운영하면 좋겠다. 사춘기 무렵인 중1 시기에는 진로 탐색보다 사람에 대한 고민이 더 필요하다는 생각에서다. 돌이켜 보면 우리는 학교에서 꼭 배웠어야 할 것들을 못 배운 게 많다. 내 가족을 이해하는 법, 내 이웃을 알아가는 법부터 남녀가 서로의 입장을 이해하는 법, 나와 생각이 다른 사람과 얘기하는 법, 부모가 된다는 것의 의미, 늙음과 죽음에 대한 이해까지…. 가깝지만 잘 몰랐던 엄마 인터뷰 해보기, 윗집·아랫집과 음식 나눠보기, 한쪽 눈을 가리거나 귀를 막고 지내면서 몸이 불편한 친구를 이해하는 체험 해보기, 입관 체험 등…. 삶의 중요한 의미들을 직접 체험하고 생각할 기회가 아이들에게 꼭 필요하다. 지금 우리 사회에서 발생하는 대부분의 문제는 ‘공감 능력’이 부족한 데서 출발하기 때문이다. 이런 교육은 선생님이 기업과 기관에 ‘공문 노역’을 하지 않아도 적절한 프로그램과 연수 기회만 마련되면 누구나 아이들과 함께 생각해볼 수 있다. ‘나의 미래’를 위한 진로 탐색에 앞서 ‘우리의 미래’를 위한 사람 탐색의 시간을 가지는 중1이 되었으면. 마침 대통령의 슬로건도 ‘사람이 먼저’다. 임우선 정책사회부 기자 imsun@donga.com}

“대학입시 방식을 정부가 정해 주고, 국가교육회의가 못 정하는 건 시민 400명에게 (시나리오안을) 뽑게 할 테니 대학보고 따르라고 한다. 이게 21세기 한국 고등교육에서 맞는 일인가.” 서울 시내 10개 주요 사립대 총장들이 모여 대학의 미래 발전을 고민하는 토론의 장인 ‘제3회 미래대학포럼’이 5일 이화여대에서 열렸다. 2016년 결성된 이 포럼에는 경희대 고려대 서강대 성균관대 숙명여대 연세대 이화여대 중앙대 한국외국어대 한양대(이상 가나다순) 등 10개 대학 총장들이 참여하고 있다. 올해는 최근 교육계의 최대 현안 중 하나인 대입제도 개편과 관련해 ‘대학입시와 대학의 자율화’를 주제로 토론이 벌어졌다. 이날 좌장을 맡은 염재호 고려대 총장은 최근 김용학 연세대 총장과 통화하며 나눈 대화로 운을 띄웠다. 그는 “대입제도 개편 논의를 진행하는데 왜 (정부는) 단 한 번도 대학 총장들에게는 대입에 대한 생각을 묻지 않느냐는 말을 했다”며 “대학이 어떤 인재를 뽑아야 하는지에 대한 고민 없이 정부가 정해 주는 매뉴얼만 따르라는 상황”이라고 지적했다. 염 총장은 “세계 수천 개 대학 중 이 자리에 모인 대학들은 세계 100위권의 우수한 대학”이라며 “과연 우리 대학들이 이 정도로 자율성을 확보받지 못할 대상인가 싶다”고 말했다. ‘학생 선발권과 공공성’을 주제로 기조발제를 한 민경찬 연세대 명예특임교수는 “대한민국의 지난 25년 대입제도 개편 역사를 들여다보면 늘 ‘공교육 정상화와 사교육 줄이기’를 목표로 했지만 결국 아무것도 달라진 게 없다”고 꼬집었다. 이어 “대학들은 지금 벌어지는 수시냐 정시냐, 절대평가냐 상대평가냐 식의 논쟁에 빠지지 말고 아이들의 삶과 국가의 미래를 고민해야 한다”고 말했다. 김혜숙 이화여대 총장은 “얼마 전 버스를 타고 가는데 초등학교 앞에 걸린 플래카드에 ‘실력 있는 어린이가 됩시다’라고 적힌 걸 보고 우리가 얼마나 황폐한 삶을 살고 있나를 생각했다”며 “정부가 정말 사교육을 없애고 싶다면 10년, 20년 뒤까지도 예측 가능한, 일관되고 단순한 교육제도를 만들어야 한다”고 강조했다. 김혜숙 총장은 “특히 지금 태어나는 우리나라 아이들은 1년에 30만 명에 불과한 상황”이라며 “바로 옆 15억 인구의 중국과 비교하면 우리는 1인당 30명의 역할을 하는 아이들을 키워내야 하는데 이런 식의 제도로 과연 인재를 키울 수 있겠냐”고 되물었다. 김인철 한국외국어대 총장은 “대입제도 개혁은 정권이 바뀔 때마다 초기에 늘 시작됐던 것”이라며 “언제나 과거 정부 제도의 폐해와 부작용을 지적하고 권력 엘리트의 판단에 의해 단박에 제도를 마련하지만, 그 폐해로 인해 또다시 차기 정부에 교육개혁의 명분을 주는 과정이 똑같이 반복된다”고 비판했다. 김인철 총장은 한국의 사립대들이 처한 재정의 위기가 전체 대학 경쟁력의 추락으로 이어질 수 있다는 점도 우려했다. 그는 “모든 사립대들이 재정압박에 기자재 확충, 커리큘럼 마련 등 잘 가르치기 위한 준비를 제대로 하지 못하고 있다”며 “선발보다 더 중요한 것은 뽑은 학생들을 대학에서 어떻게 교육하고 양성할 것이냐의 문제”라고 역설했다.임우선 imsun@donga.com·박은서 기자}

2019학년도 수시 원서접수 기간이 두 달여 앞으로 다가왔다. 각 대학은 9월 10일부터 14일 사이에 3일 이상에 걸쳐 원서를 접수한다. 입시전문가들은 갈수록 정시의 불확실성이 커지고 수시 비중이 높아지고 있는 만큼 학생들이 미리미리 수시 지원 대학을 정해 준비할 것을 권하고 있다. 졸업 후 재수 등 대입 재도전을 하는 학생들이 정시에 앞서 지원 가능한 수시 전형도 있다.○ 재학생은 모의평가 성적 기준으로 전략 짜야 학생들은 보통 자신의 ‘내신 성적’을 기준으로 수시 지원 전략을 짜는 경우가 많다. 하지만 입시전문가들은 수시 지원의 판단 기준 점수를 ‘모의평가 성적’을 기준으로 하는 게 좋다고 말한다. 모의평가 점수를 수능 점수로 가정하고 정시에서 어느 정도 대학까지 지원이 가능할지 따져본 후 수시 전형을 어느 수준까지 소신 지원할지 결정해야 한다는 뜻이다. 진학사는 “6월에 치른 모의평가 성적이 7월에 발표되는 만큼 수능과 가장 비슷한 이 점수에 근거해 정시를 예측해야 한다”며 “6월 말에서 7월 초에 실시되는 고3 1학기 기말고사 역시 수시 지원용 내신을 올릴 수 있는 마지막 기회인만큼 전력을 다해야 한다”고 조언했다. 기말고사가 끝나면 수험생들은 3학년 1학기까지의 최종 내신성적을 알 수 있다. 전체 등급뿐 아니라 교과별 등급을 충실히 분석해 유리한 전형이 무엇인지 따져봐야 한다. 원하는 대학의 모집요강을 보고 수시 모집 인원, 전형 방법, 반영 비율 등을 꼼꼼히 분석하는 것도 필수다. 만약 학생부종합전형을 노리는 학생이면 자기소개서 쓰기에 공을 들여야 한다. 본인의 학생부를 반복해 읽어 보면서 문항별로 꼭 들어가야 할 요소가 무엇인지 뽑아내는 게 좋다. 진학사는 “처음부터 문장으로 자기소개서를 작성하면 시간도 오래 걸리고 첨삭 과정에서 버려지는 내용이 많아 낭비”라며 “요점을 위주로 개요를 작성한 뒤 선생님과 소재나 문항 간 연계성을 논의하면서 문장화하는 게 낫다”고 설명했다. 자기소개서 작성에 지나치게 많은 시간을 쏟으면 9월 모의평가나 수능시험을 대비할 시간이 줄어들기 때문에 너무 늘어지지 않도록 주의해야 한다.○ 졸업생은 수시 지원 때 지원 자격 따져야 재수 등 대입 재도전을 노렸지만 6월 모의평가에서 생각만큼 점수가 오르지 않은 졸업생들도 정시에 앞서 수시를 고려해야 한다. 졸업생이 수시 모집에서 가장 먼저 체크해야 할 것은 ‘지원 자격’이다. 유웨이중앙교육은 “제일 중요한 게 졸업 연도”라며 “학생부교과전형은 지원 가능 졸업 연도를 제한하는 경우가 많지만 일부 허용하는 곳도 있어 꼼꼼히 따져야 한다”고 말했다. 서울시립대 학생부 교과·종합전형, 이화여대 고교추천 전형, 한양대(서울) 학생부 교과전형은 2018년 2월 졸업생까지 지원을 허용한다. 재수생뿐 아니라 삼수생까지 지원을 허용하는 전형도 있다. 광운대와 국민대의 교과성적 우수자 전형, 동덕여대 학생부교과우수자 전형, 상명대(서울) 학생부교과 우수자 전형, 성신여대 교과 우수자 전형, 숙명여대 학업우수자 전형, 숭실대 학생부교과전형, 아주대 학업우수자 전형, 인천대 INU교과 전형 등은 2017년 2월 졸업생까지 지원을 허용한다. 반면 졸업생은 아예 지원을 할 수 없는 전형의 경우 재학생 입장에서는 졸업생과의 경쟁을 피할 수 있다는 이점이 있다. 경희대 고교연계 전형, 고려대(서울) 학교추천 Ⅰ,Ⅱ 전형, 서울대 지역균형선발 전형, 연세대(서울) 학생부종합(면접형) 전형은 2019년 2월 졸업 예정자만 지원이 가능하다. 논술 전형을 포함한 다수의 전형에서는 졸업 연도를 제한하지 않는다. 가톨릭대 잠재능력우수자, 가톨릭지도자추천, 국민대 국민프런티어, 아주대 ACE, 인천대 자기추천 전형은 지난해까지는 삼수생까지만 지원을 허용했지만 올해는 졸업 연도 제한을 풀었다. 검정고시 출신도 지원 가능한 전형은 상명대 상명인재, 이화여대 미래인재, 인천대 교과성적우수자, 인하대 인하미래인재, 한성대 적성우수자 전형 등이다.임우선 기자 imsun@donga.com}
자율형사립고, 외국어고, 국제고에 지원하는 학생들도 2개 이상의 일반고에 지원할 기회를 갖는다. 교육부는 4일 정부세종청사에서 전국 17개 시도교육청 부교육감들과 회의를 갖고 “자사고·외고·국제고 지원 학생들도 일반고 지원에서 불이익을 받지 않도록 하겠다”고 밝혔다. 지난달 28일 헌법재판소는 자사고에 지원했다가 탈락한 학생들이 일반고를 선택할 수 있는 기회를 갖지 못한 채 미달된 일반고 등에 임의 배정되도록 한 교육부 정책에 대해 자사고가 낸 헌법소원을 가처분 인용했다. 교육부는 “이번 헌재 결정은 자사고에 한한 것이지만, 헌재의 전반적인 결정 취지를 고려해 외고·국제고 지원자에 대해서도 자사고와 같은 기준을 적용하기로 했다”고 말했다. 이로써 자사고·외고·국제고 지원자들도 일반고 지원자들과 마찬가지로 1순위 학교 지원 탈락 시 본인이 희망하는 일반고 2개를 적을 수 있게 됐다. 서울지역의 경우 일반고 지원 희망자들은 1단계에 일반고 2개, 2단계에 거주지 학군 일반고 2개 등 총 4개의 배정 희망 학교를 적을 수 있다. 만약 이 4개 학교에 배정되지 못하면 3단계에서 거주지와의 거리를 고려해 임의 배정된다. 자사고·외고·국제고 지원 학생들은 1단계에 자사고·외고·국제고 지원 학교 1곳을 적고 2단계에 일반고 2곳을 적을 수 있다. 만약 2단계 배정에 실패하면 일반고 지원자와 마찬가지로 3단계에서 임의 배정된다. 교육부 관계자는 “일각에서는 자사고·외고·국제고 불합격생에게 다시 일반고 1순위 지원기회를 주자는 의견도 있었지만 일반고 지원자가 역차별을 받지 않아야 한다는 뜻이 고려됐다”며 “안정적 학교 배정을 위해 자사고·외고·국제고 합격자 발표일을 당초보다 일주일 앞당기기로 했다”고 설명했다. 전국 시도교육청은 7월 중 세부 전형 방식을 확정할 예정이다.임우선 기자 imsun@donga.com}

국내의 대표적인 사회학자인 송호근 서울대 석좌교수(62·사진)가 포스텍(포항공대) 석좌교수로 자리를 옮겨 공대생들의 인문사회학 소양 강화에 나선다. 4차 산업혁명 시대에 ‘글쓰며 생각하는 융합형 공대생’을 양성하기 위한 포스텍의 실험이다. 3일 포스텍에 따르면 송 교수는 9월 1일자로 인문사회학부장을 맡는다. 올 초 포스텍이 만든 ‘글쓰기 센터’의 내실화도 이끈다. 송 교수는 올 4월 ‘혁신의 용광로―벅찬 미래를 달구는 포스코 스토리’라는 책을 집필하며 포스텍 및 포스코와 인연을 맺었다. 포스코 연구단의 요청으로 1년간 포스코의 조직과 문화를 사회학적 시선으로 관찰한 그는 임직원은 물론 그들의 부인까지 인터뷰해 유려한 문체로 431페이지에 달하는 이 책을 썼다. 송 교수는 서문에서 “포스코 방문 횟수가 늘어날수록 부정적 시선은 긍정적 이해로, 급기야 존경심으로 진화했다”며 “사회학자가 (기업에 대한) 찬사를 늘어놓는 것만큼 꼴불견이 없지만 비판할 거리가 없었다”고 적었다. 포스텍에 대해서는 “포항의 주체들 중 가장 창의적이고 무한한 잠재가치를 지닌 집단”이라고 평가했다. 김도연 포스텍 총장은 “우리나라의 과학기술 인재 교육에서 인문·사회교육이 굉장히 부족하다. 매년 우리 학교에 오는 300명의 학생들에게 인문사회과학의 상상력을 불어넣어 주는 게 대한민국의 미래에 얼마나 중요한지를 송 교수에게 강조했다”고 말했다. 1994년부터 서울대 교수로 일해 온 송 교수는 서울대에서의 정년퇴직을 3년 남겨두고 있다. 포스텍은 송 교수에게 70세 정년을 보장하며 파격대우를 한 것으로 전해졌다. 송 교수는 본보와의 통화에서 “청춘시절부터 있던 서울대에서 짐을 싸는 건 몹시 어려운 결정이었다”며 “그럼에도 과학과 인문의 균형을 위해 포스텍에서 할 일이 많다는 생각을 했다”고 말했다. 그는 “유발 하라리, 제러드 다이아몬드, 제러미 리프킨 같은 융합형 작가들이 포스텍에서 많이 나와 줘야 한다”며 “학부 안에 ‘융합문명연구소’를 만들고 ‘(가칭)통일연구센터’ ‘소통 및 공론센터’ 등을 운영할 생각”이라고 말했다. 임우선 imsun@donga.com·김호경 기자}

“오~ 스시녀!”일본인 여자친구가 생겼다고 했을 때 친구가 보인 첫 반응입니다. 온라인에서 통용되는 가벼운 유머라는 건 알지만 달갑지 않은 표현이더군요. 옆에 있던 선배 질문은 더 황당했습니다. “일본 여자는 낮에 순하고, 밤에 화끈하다던데 정말이니?” 함께 만난 자리에서 여자친구에게 “독도가 어느 나라 땅이냐” “소녀상을 어떻게 생각하느냐”며 외교적 문제를 닦달하듯 묻는 친구도 있었죠.한국 어디에서나 외국인을 마주치는 게 더 이상 신기한 일이 아닌 시대지만 여전히 한국에서 국제연애를 하는 건 꽤 피곤한 일입니다. 우리를 향한 주변의 호기심과 관심은 때로 무례함과 불쾌함으로 다가오죠. 국적도, 인종도 다 떼고 그냥 ‘사랑하는 사람들’로 봐줄 순 없는 건가요?당신이 애인과 지하철을 탔다. 가만히 서 있는데 노인이 째려보며 침을 뱉는다. 손잡고 걸어갈 땐 모르는 아줌마가 “차라리 모텔방을 잡지…”하며 혀를 찬다. 어딜 가나 빤히 쳐다보는 사람들 때문에 동물원 원숭이가 된 것만 같은 기분이다.일반적인 상황이라면 그들에게 바로 따질 것이다. “왜 쳐다보세요?” “잘못한 것도 없는데 왜 침을 뱉으세요?” 하지만 외국인을 3년간 만난 적이 있는 주희(가명·31·여) 씨는 이런 일을 겪을 때마다 대놓고 따지지 못했다. 우리나라는 아직까지 외국인과 사귀는 이를 ‘특이한 사람’으로 보는 경향이 있다. 특히 ‘성(性)적 이유로 만날 것’이란 편견이 적지 않다.주희 씨는 “외국인과 연애한다는 이유만으로 나를 개방적인 여자라고 생각해 은근슬쩍 야한 농담을 걸거나 남자친구와의 성생활을 묻는 이들이 많아 곤혹스러울 때가 많았다”고 말했다. 과거 ‘미군 남성-한국 여성’을 매춘 프레임에서 봐온 사회적 시각이 여전한 탓이다.반대로 외국인 여성을 사귀는 한국인 남성들도 “서양 엘프가 왜 너 같은 동양 남자를 만나냐” “옐로 피버(아시아 사람을 맹목적으로 좋아하는 증세)에 빠진 사람 아니냐”는 등의 놀림을 받기 일쑤다.외국인 연인에 대한 고정관념에 인종이나 출신 국가에 대한 편견까지 더해지면 무례한 발언의 수위는 더 높아진다. “왜 하필 흑인이야?” “동남아 남자가 어디가 좋아?” 같은 질문을 받는 건 예삿일이다. 튀니지 출신 남성과 5년을 사귄 뒤 결혼한 글로리아 김(27·여) 씨는 연애시절 “남자친구가 테러단체 출신 아니냐?” “무슬림은 일부다처제를 선호한다는데…” 등의 발언을 자주 들었다. 김 씨는 “내 면전에서 ‘무슬림은 다 죽여야 돼’라고 말한 사람도 있었다”며 “종교와 국가를 떠나 모든 사람은 상처받고 슬퍼할 줄 안다는 걸 기억해줬으면 좋겠다”고 말했다.국제 커플들은 외국인 연인의 직업이나 신분을 빌미로 공격받는 경우도 많다. 흔히 상대가 학원 영어강사이거나 미군일 경우 “자국에서 변변한 직업을 갖기 힘든 사람들이 영어 하나로 한국에서 직장 잡고 한국 여자들을 만나고 다닌다”며 뒷말을 하기 일쑤다. 학원 강사 출신 남성과 결혼한 재윤(가명·32) 씨는 “남편은 나보다 우수한 교육을 받은 사람이지만 한국에서 영어강사 외에 다른 일자리를 구하지 못했을 뿐”이라며 “한국에서 돈을 벌며 박사과정까지 마쳤는데 단지 학원 강사라는 이유만으로 폄하하는 게 불쾌하다”고 말했다.때론 잘못인 줄 모르고 저지르는 무례한 행동들도 있다. 웹툰 서비스 레진코믹스에 ‘국제연애 절대로 하지마라’를 연재 중인 작가 쑤(필명)는 4년간 미국인과 사귀고 결혼하며 겪은 에피소드를 만화로 그려냈다. 친하지 않은 지인이 남자친구와 함께 보자고 해서 나갔더니 영어 인터뷰 연습을 하려 했다는 일화, 카페에서 “저 외국인이랑 영어로 대화하고 와보라” “영어에 쏟아 부은 돈이 얼마인데 말을 못하니?”라며 아이를 다그치는 엄마를 만난 경험 등이다.평범한 미국시민인 그의 남편에게 “미국은 왜 그렇게 한국 정치에 관여하나” “당신도 총을 가지고 있느냐”와 같은 황당하고 불편한 질문을 쏟아내기도 했다고 한다. 이 때문에 ‘캐나다인’이라고 소개할 생각까지 했다는 것. 쑤 작가의 남편은 “국제커플이 많은 미국에 비해 한국은 외국인과 사귀는 걸 특이하게 생각하고 유별나게 바라본다”며 “그냥 평범한 커플을 대하듯 바라봐주는 게 제일 좋다”고 말했다.‘글로벌코리아 매너클래스’의 저자인 박영실 숙명여대 외래교수는 “한국은 외국의 음식과 대중문화엔 개방적이면서도 여전히 국제연애만큼은 폐쇄적”이라며 “상대에게 실례가 될 과도한 관심이나 편견은 겉으로 표현하지 않는 게 매너”라고 강조했다.특히 그는 국제커플을 대할 때 ‘ABC 원칙’을 기억하라고 조언했다. A는 외모(Appearance), 특히 피부색이나 신체 특징에 대한 편견을 버리라는 것이다. B는 행동(Behavior)에 신경 쓰라는 의미로 빤히 쳐다보거나 무례한 발언을 하지 않도록 주의하라는 의미다. C는 문화(Culture)적 다양성을 존중해야 한다는 뜻이다. 잊고 싶은 민족의 과거나 상처, 종교적 외교적 민감한 발언은 최대한 삼가야 한다는 것이다.웹툰='국제연애 절대로하지마라'의 일부. 레진코믹스 제공김수연 기자 sykim@donga.com임우선 기자 imsun@donga.com}
현 중3 학생들이 치를 2022학년도 대학수학능력시험은 문·이과 구분이 사라지고 수학과 국어 모두 ‘공통과목 1개+필수선택과목 1개’를 조합해 치르는 형태가 될 것으로 보인다. 또 문·이과 관계없이 사회탐구 및 과학탐구를 1과목씩 선택하되, 통합사회와 통합과학, 과학Ⅱ 해당 과목은 출제 범위에서 제외될 것으로 전망된다. 교육부는 29일 충남대에서 ‘2022학년도 수능 과목구조·출제범위 논의를 위한 대입정책 포럼’을 열고 개편안을 공개했다. 이번 개편안은 그간 정책연구진이 관계자 의견을 수렴해 만든 단일안이다. 최종 결정은 토론을 거쳐 8월에 발표될 예정이지만 사실상 교육부의 시안으로 봐도 무방하다는 평가가 나온다. 이날 수능 개편안을 발제한 변순용 서울교대 교수는 “학생 부담을 줄이고 문·이과 통합의 새 교육과정 취지를 달성하는 동시에 공교육 정상화를 염두에 두고 개편안을 만들었다”고 설명했다. 국어는 ‘독서’, ‘문학’을 공통과목으로 묶어 치르고 수험생에 따라 ‘화법과 작문’, ‘언어와 매체’ 중 하나를 필수로 선택해 시험을 보는 ‘공통+선택1’안을 제시했다. 4개 과목을 모두 포함시킨 2021학년도 수능 범위와 비교하면 학업 부담이 줄어드는 셈이다. 수학도 2015개정교육과정의 문·이과 통합 취지에 따라 가형과 나형으로 나누는 분리 출제 방식을 버리고 ‘공통+선택1’ 방식을 제안했다. 공통과목 출제범위는 ‘수학Ⅰ’과 ‘수학Ⅱ’, 필수선택과목은 ‘확률과 통계’ 또는 ‘미적분’이다. 현행 수능 수학 범위와 비교하면 이과 학생들의 부담이 상당히 줄어드는 구조다. 다만 문과 지망생들은 ‘확률과 통계’, 이과 지망생들은 ‘미적분’을 선택할 가능성이 커 사실상 문·이과를 구분한 현재와 크게 다르지 않을 것이라는 분석이다. 탐구영역은 문·이과 통합 차원에서 일반계 학생들은 누구나 사회 9과목 중 1과목, 과학Ⅰ 4과목 중 1과목씩을 선택해 치르도록 했다. 과학Ⅱ(물리Ⅱ, 화학Ⅱ, 생물Ⅱ, 지구과학Ⅱ)는 출제에서 제외되며, 통합사회·통합과학 역시 제외하기로 했다. 통합사회·과학은 융합형·체험형 교육을 위해 만든 것인 만큼 수능에 포함되면 과목 취지가 왜곡될 수 있다는 우려가 반영됐다. 영어와 한국사, 제2외국어·한문은 현행처럼 유지하되, 제2외국어·한문은 선택과목 간 유불리를 없애기 위해 추가로 절대평가로 전환할 것으로 보인다.임우선 기자 imsun@donga.com}

밥상에 꼭 필요한 김치가 떨어졌다. 남편에게 김치 만들 재료를 사달라고 부탁했다. 그런데 남편이 배추 대신 인삼만 잔뜩 사왔다. “이게 뭐야? 배추는?” 하고 묻자 남편 왈, “인삼이 더 고급이잖아”라고 했다. “고급이면 뭐 해? 필요한 걸 사와야지” 하자 남편은 “그래도 고급이니 담가두면 좋을 거야”라고 했다. 실제로 이런 일이 벌어진다면? 불행히도 이런 일이 현실에서 벌어지고 있다. 그것도 교육계에서…. 바로 영어교육 얘기다. 22일 한국프레스센터에서는 한국 영어교육의 위기를 논하는 영어학회 공동 심포지엄이 열렸다. 발표자로 나선 황종배 건국대 교수는 EBS 수능 특강 영어교재에 실린 한 영어 지문을 보여줬다. 미국 프린스턴대 출판물에서 뽑아낸 ‘미국의 부동산 특허권’에 관한 지문이었다. 그것은 마치 ‘인삼’ 같은 고급 지문이었다. 하지만 여덟 문장짜리 짧은 글은 생소한 내용과 난해한 문장이 반복돼 한국어 번역을 봐도 당최 맥락을 알기 어려웠다. 그야말로 ‘어렵다’는 데 유일한 출제 의의가 있었다. 황 교수는 “이런 EBS 문제가 실제 수능에 70%나 연계되고 학생들이 여기에 매달리면서 한국의 영어교육 자체가 완전히 망가졌다”며 “대체 학생들이 이런 문제를 풀어야 하는 이유가 뭐냐”고 물었다. 서홍원 연세대 교수는 ‘인삼 지향적’ 영어 평가가 어떤 결과를 낳는지 보여줬다. 연세대는 2011년부터 모든 입학생을 상대로 영어 말하기 및 글쓰기 시험을 치러 수준별 영어교육을 하고 있다. 평가등급은 A1, A2, B1, B2, C1, C2 등 총 6단계로 나뉘어 있다. A1은 영어로 전혀 소통이 안 되는 수준이고, C2는 원어민 중에서도 고급 영어를 구사하는 수준이다. 그런데 연세대 입학생 10명 중 7명이 B1 이하라고 한다. 70%가 ‘영어로 소통 잘 안 됨’ 평가를 받는 것이다. 그는 “처음에 굉장한 충격이었다”고 말했다. 연세대에 입학할 실력이면 미국 특허권에 대한 수능 지문 정도는 문제없이 풀었을 학생들이다. 그런데도 “학생들의 영어 읽기 수준이 매우 낮다”고 서 교수는 지적했다. 그는 “단문 위주의 수능 영어만 파다 보니 정교한 논리로 전개되는 장문의 글을 전혀 해독하지 못한다”며 “한마디로 단어는 어마어마하게 많이 아는데 이를 전혀 활용할 줄 모른다”고 개탄했다. 지금의 아이들이 성인이 돼 살아갈 2030∼2050년의 한국을 상상해 보자. ‘지하철의 노약자석과 일반석 위치를 바꿔야 할 정도’로 노인 인구가 급증하는 시대다. 소비력을 가진 이들과 생산인구가 줄면 내수시장 자체가 확 쪼그라들 수밖에 없다. 지금보다 더 해외시장을 기반으로 경제를 일구고 일자리를 창출해야 하는 구조다. 그만큼 세계 경제와 해외 문화를 깊이 이해하고, 누구와도 자유롭게 소통할 수 있는 언어 능력을 갖춰야 한다. 하지만 정부의 영어교육은 한결같이 이와 정반대로 가고 있다. 올 초 초등 1·2학년 영어 방과 후 수업 금지 조치로 학부모들의 반발이 일자 교육부는 “그 대신 학교 영어교육을 내실화하겠다”며 자문단을 급조했다. 하지만 얼마 지나지 않아 위원 중 한 명이 자문단을 그만뒀다고 한다. “할 수 있는 게 없다”는 이유에서였다. 오죽 답답했으면 위촉장까지 반납했을까. 오늘도 교육부의 담론은 ‘수능 영어 절대평가가 옳으냐, 옳지 않느냐’ ‘수능 EBS 연계를 70%로 하느냐, 50%로 하느냐’ 수준에 멈춰 있다. 본질적으로 다 부질없는 논의다. 이렇게 하나, 저렇게 하나 ‘소통할 수 없는 영어’임은 매한가지이기 때문이다. 한국 영어의 맛이 인삼으로 담근 김치를 먹은 듯 씁쓸하기만 하다. 임우선 정책사회부 기자 imsun@donga.com}

■ 회사 자주 옮기는 사회 초년생들… 퇴사 매너 몰라요 “팀장님, 저 퇴사하겠습니다.” 요즘 퇴근 후 집에 돌아오면 거울 앞에서 매일 이 말을 연습합니다. 네, 전 올해 안에 현재 다니는 회사를 떠나겠다고 결심한 5년차 직장인입니다. 퇴사를 고민한 지는 3년, 퇴사를 결심한 것은 작년이니 결코 충동적으로 결정한 건 아닙니다. 다만 퇴사를 확실히 결정하고도 언제, 어떻게 얘기를 꺼내야 할지 고민이 되더군요. 퇴사 의사는 대체 언제까지 알려야 하는 건가요? 말해야 하는 대상은요? 입사 동기들에게 먼저 알리는 게 도리인가요? 아니면 직속 상사에게 먼저 보고해야 하나요. 인사도 숙제예요. 이직 경험이 있는 대학 동기들에게 물어보니 “떠날 땐 말없이”라는 친구부터 “서운하단 뒷말 안 들으려면 한 분씩 제대로 인사해”라는 조언까지 다양하더라고요. 퇴사하는 순간까지 이런 고민을 하는 게 좀 바보 같나요? 하지만 어쩌겠어요. 이게 한국의 문화인걸요. 요즘은 퇴사 예절이 이직 때 평판조회에도 영향을 준대요. 한국 직장인의 퇴사예절, 정답은 무엇일까요? ■ 떠난 자리 크지 않게 신경쓰세요모든 직장인은 한 번쯤 퇴사를 꿈꾼다. 다만 요즘 직장인이 기성세대와 다른 점이 있다면 적지 않은 수가 그 꿈을 직접 실행에 옮긴다는 점이다. 젊은 세대로 갈수록 나와 맞지 않는 사람, 업무, 조직문화를 이전 세대만큼 ‘인내’하지 않다 보니 대졸 신입사원 10명 중 3명이 입사 1년 내에 퇴사한다(한국경영자총협회·2016년)는 조사 결과가 나올 정도다. 문제는 퇴사 방식이다. 정보기술(IT) 업계에 종사하는 8년차 직장인 최승복(가명·38) 씨는 지난해 회사를 떠난 신입사원을 잊지 못한다. 입사 11개월차였던 해당 직원은 몰래 다른 회사 면접을 보고, 합격 통보를 받은 당일 사직서를 낸 뒤 다음 날부터 출근하지 않았기 때문이다. 팀 동료는 물론이고 과장, 차장에게조차 말 한마디 하지 않고 부장에게만 ‘통보식’으로 던진 사표였다. 물론 업무 인수인계도 없었다. “이직이 많은 업계라 많은 퇴사자를 봤지만 최악이었죠. 능력이 있을진 몰라도 사람은 덜됐다는 생각이 들었어요.” 최 씨는 “사업 수주를 위한 팀 구성을 마친 지 일주일도 안 됐을 때 벌어진 일”이라며 “프로젝트가 진행되는 석 달 동안 한 명이 부족한 상태에서 일하느라 모두 그를 원망했다”고 말했다. 실제로 지난달 사람인이 1004개 기업을 대상으로 조사한 ‘이직 직원의 비매너 행동’ 가운데 1, 2위는 ‘인수인계를 제대로 안 함’(25.2%)과 ‘갑작스러운 퇴사 통보’(24.5%)였다. 노무사 안태은 씨는 “법적으로 정해진 퇴사 통보 기한은 없다. 원한다면 오늘 통보하고 당장 내일 그만둬도 된다”며 “다만 이는 법적 기준일 뿐, 실제론 업무 인수인계와 대체 인력 확보를 위해 최소 한 달 전에는 퇴사 의사를 밝히는 것이 매너”라고 말했다. 퇴사 전 한 달을 활용해 후임자에게 줄 업무 개요를 정리하고, 중요 관련자의 연락처를 적어주는 것, 동고동락한 동료들과 인사를 나누는 것도 ‘퇴사자의 예절’에 속한다. 반면 후임에 대한 배려 없이 컴퓨터 중요 파일을 삭제하거나, 업무에서 완전히 손을 놓으면 두고두고 비난을 받기 쉽다. 퇴사 통보는 누구에게 가장 먼저 해야 할까. 손성곤 직장생활연구소장은 “자신의 1차 평가자에게 알리는 것이 가장 무난한 방법”이라며 “퇴사 사유를 말할 때는 그 이유를 곧이곧대로 말하기보다는 ‘저에겐 다른 일이 더 맞는 것 같아서’ 등 ‘나’를 중심으로 한 설명이 좋다”고 말했다. ‘팀장이 너무 이상해서’ ‘미래가 없는 조직 같아서’처럼 노골적인 이유를 대면 속은 시원할지 몰라도 결국 본인에게 부메랑이 돌아온다는 것이다. 업계 순위가 더 높은 경쟁사로 이직하며 본의 아닌 말실수를 한 신모 씨(39) 사례가 대표적이다. 그는 퇴사를 기념한 동료들과의 술자리에서 “이 월급에 이렇게 일하는 게 말이 되냐” “십 년을 다녀도 남는 게 없을 것” 등의 이직 속내를 털어놨다가 한참 뒤에야 “기분이 나빴다”는 동료들의 푸념을 듣고 “아차 싶었다”고 했다. ‘이 월급’에 ‘십 년을 더 다닐 생각’인 동료들에게는 박탈감과 불쾌감을 주는 말이었다. 손 소장은 “회사에 대한 불만이 가득 차 퇴사하는 이들 중에는 퇴사 직전 공개적으로 전사에 특정인을 비난하는 이메일을 뿌리는 경우도 있는데 정말 해서는 안 되는 행동”이라며 “특정인에게 치명타를 주겠다는 생각이겠지만 결국 스스로에게 더 찜찜한 문제가 된다”고 지적했다. 특히 최근 기업들은 경력직 직원 채용 시 전 직장에서의 평판을 조회하는 경우가 많기 때문에 더욱 퇴사 예절에 신경 써야 한다. 사람인 조사에 따르면 인사담당자들은 채용 대상 직원이 전 직장에서 퇴사 예절이 좋지 않았다는 얘길 들었을 때 십중팔구 이들을 ‘감점’(50%)시키거나 ‘탈락’(43.3%)시켰다. 퇴사할 땐 직장 사람들뿐만 아니라 자신을 아껴주는 가족과도 충분히 교감할 필요가 있다. 누구보다 퇴사자를 걱정하는 이들은 가족이기 때문이다. 식품회사에서 3년을 근무하고 퇴사한 박상준 씨(29)는 퇴사 후 세계여행을 하고 돌아와 가족 앞에서 프레젠테이션을 했다. 박 씨는 “부모님께는 한 번도 내 메시지를 전달하려고 노력하지 않았다는 생각이 들었다”며 “프레젠테이션을 통해 부모님의 신뢰를 얻고 가족이 함께 웃는 계기를 만들었다”고 말했다.황태호 taeho@donga.com·임우선 기자○ 당신이 제안하는 이 시대의 ‘신예기’는 무엇인가요. ‘newmanner@donga.com’이나 카카오톡으로 여러분이 느낀 불합리한 예법을 제보해 주세요. 카카오톡에서는 상단의 돋보기 표시를 클릭한 뒤 ‘동아일보’를 검색, 친구 추가하면 일대일 채팅창을 통해 제보할 수 있습니다.}

“팀장님, 저 퇴사하겠습니다.” 요즘 퇴근 후 집에 돌아오면 거울 앞에서 매일 이 말을 연습합니다. 네. 전 올해 안에 현재 다니는 회사를 떠나겠다고 결심한 5년차 직장인입니다. 퇴사를 고민한지는 3년, 퇴사를 결심한 것은 작년이니 결코 충동적으로 결정한 건 아닙니다. 다만 퇴사를 확실히 결정하고도 언제, 어떻게 얘기를 꺼내야 할지 고민이 되더군요. 퇴사 의사는 대체 언제까지 알려야 하는 건가요? 말해야 하는 대상은요? 입사 동기들에게 먼저 알리는 게 도리인가요? 아니면 직속 상사에게 먼저 보고해야 하나요. 인사도 숙제에요. 이직 경험이 있는 대학동기들에게 물어보니 “떠날 땐 말없이”라는 친구부터 “서운하단 뒷말 안 들으려면 한 분 씩 제대로 인사해”라는 조언까지 다양하더라고요. 퇴사하는 순간까지 이런 고민을 하는 게 좀 바보 같나요? 하지만 어쩌겠어요. 이게 한국의 문화인걸요. 요즘은 퇴사 예절이 이직 때 평판조회에도 영향을 준대요. 한국 직장인의 퇴사예절, 정답은 무엇일까요?모든 직장인은 한번쯤 퇴사를 꿈꾼다. 다만 요즘 직장인이 기성세대와 다른 점이 있다면 적지 않은 수가 그 꿈을 직접 실행에 옮긴다는 점이다. 젊은 세대로 갈수록 나와 맞지 않는 사람, 업무, 조직문화를 이전 세대만큼 ‘인내’하지 않다보니 대졸 신입사원 10명 중 3명이 입사 1년 내에 퇴사한다(한국경영자총협회·2016년)는 조사결과가 나올 정도다. 문제는 퇴사방식이다. 정보통신(IT)업계에 종사하는 8년차 직장인 최승복(38·가명) 씨는 지난해 회사를 떠난 신입사원을 잊지 못한다. 입사 11개월 차였던 해당 직원은 몰래 다른 회사 면접을 보고, 합격통보를 받은 당일 날 사직서를 낸 뒤 다음날부터 출근하지 않았기 때문이다. 팀 동료는 물론 과장, 차장에게조차 말 한마디 않고 부장에게만 ‘통보식’으로 던진 사표였다. 물론 업무 인수인계도 없었다. “이직이 많은 업계라 많은 퇴사자를 봤지만 최악이었죠. 능력이 있을지는 몰라도 사람은 덜됐다는 생각이 들었어요.” 최 씨는 “사업 수주를 위한 팀 구성을 마친지 일주일도 안됐을 때 벌어진 일”이라며 “프로젝트가 진행되는 석 달 동안 한 명이 부족한 상태에서 일하느라 모두 그를 원망했다”고 말했다. 실제 지난달 사람인이 1004개 기업을 대상으로 조사한 ‘이직 직원의 비매너 행동’ 가운데 1, 2위는 ‘인수인계를 제대로 안 함’(25.2%)과 ‘갑작스러운 퇴사 통보’(24.5%)였다. 노무사 안태은 씨는 “법적으로 정해진 퇴사 통보 기한은 없다. 원한다면 오늘 통보하고 당장 내일 그만둬도 된다”며 “다만 이는 법적 기준일 뿐, 실제로는 업무인수인계와 대체인력 확보를 위해 최소 한 달 전에는 퇴사 의사를 밝히는 것이 매너”라고 말했다. 퇴사 전 한달을 활용해 후임자에게 줄 업무 개요를 정리하고, 중요 관련자의 연락처를 적어주는 것, 동고동락한 동료들과 인사를 나누는 것도 ‘퇴사자의 예절’에 속한다. 반면 후임에 대한 배려 없이 컴퓨터 중요 파일을 삭제하거나, 업무에서 완전히 손을 놓으면 두고두고 비난을 받기 쉽다. 퇴사 통보는 누구에게 가장 먼저 해야 할까. 손성곤 직장생활연구소장은 “자신의 1차 평가자에게 알리는 것이 가장 무난한 방법”이라며 “퇴사 사유를 말할 때는 그 이유를 곧이곧대로 말하기 보다는 ‘저에겐 다른 일이 더 맞는 것 같아서’ 등 ‘나’를 중심으로 한 설명이 좋다”고 말했다. ‘팀장이 너무 이상해서’, ‘미래가 없는 조직 같아서’처럼 노골적인 이유를 대면 속은 시원할지 몰라도 결국 본인에게 부메랑이 돌아온다는 것이다. 업계 순위가 더 높은 경쟁사로 이직하며 본의 아닌 말 실수를 한 신모 씨(39) 사례가 대표적이다. 그는 퇴사를 기념한 동료들과의 술자리에서 “이 월급에 이렇게 일하는 게 말이 되냐”, “십 년을 다녀도 남는 게 없을 것” 등의 이직 속내를 털어놨다가 한참 뒤에야 “기분이 나빴다”는 동료들 푸념을 듣고 “앗차 싶었다”고 했다. ‘이 월급’에 ‘십년을 더 다닐 생각’인 동료들에게는 박탈감과 불쾌감을 주는 말이었다. 손 소장은 “회사에 대한 불만이 가득 차 퇴사하는 이들 중에는 퇴사 직전 공개적으로 전사에 특정인을 비난하는 이메일을 뿌리는 경우도 있는데 정말 해서는 안 되는 행동”이라며 “특정인에게 치명타를 주겠다는 생각이겠지만 결국 스스로에게 더 찜찜한 문제가 된다”고 지적했다. 특히 최근 기업들은 경력직 직원 채용 시 전 직장에서의 평판을 조회하는 경우가 많기 때문에 더욱 퇴사 예절에 신경 써야 한다. 사람인 조사에 따르면 인사담당자들은 채용 대상 직원이 전 직장에서 퇴사 예절이 좋지 않았다는 얘길 들었을 때 십중팔구 이들을 ‘감점시키거나(50%)’, ‘탈락(43.3%)’시켰다. 퇴사할 땐 직장사람들 뿐 아니라 자신을 아껴주는 가족과도 충분히 교감할 필요가 있다. 누구보다 퇴사자를 걱정하는 이는 가족이기 때문이다. 식품회사에서 3년을 근무하고 퇴사한 박상준(29) 씨는 퇴사 후 세계여행을 하고 돌아와 가족들 앞에서 프레젠테이션을 했다. 박 씨는 “부모님께는 한번도 내 메시지를 전달하려 노력하지 않았다는 생각이 들었다”며 “프레젠테이션을 통해 부모님의 신뢰를 얻고 가족이 함께 웃는 계기를 만들었다”고 말했다.임우선 기자 imsun@donga.com}

‘14 대 3.’ 13일 치러진 전국 시도교육감 선거가 진보 진영의 압승으로 끝났다. 보수 진영은 참패의 원인을 ‘깜깜이 선거 속 진보 정치세력의 결집’, ‘현직 프리미엄’ 등에서 찾는 듯하다. 그러나 그것만으로 ‘진보 교육 전성시대’가 설명되진 않는다. 오히려 보수 패배의 핵심은 진보와의 ‘가치 싸움’에서 밀린 데 있다고 봐야 한다. 이번 선거에서 진보 교육감들은 공통적으로 ‘행복’과 ‘혁신’의 가치를 내세웠다. 이 땅의 만 19세 이상 성인들은 누구나 미래의 아이들이 달라진 학교 안에서 행복한 교육을 받길 원한다. 본인들이 극한의 경쟁 속에서 공부를 잘해야만 대접받는 한국의 교육을 체험했기 때문에 더욱 그렇다. 행복과 혁신 외에도 진보 교육감들은 ‘인성’, ‘민주시민’, ‘창의예술’, ‘평등’, ‘교육복지’, ‘평화’, ‘무상교육’까지 거의 인류 보편적 가치에 가까운 온갖 좋은 단어를 내세웠다. 그때 보수는 무엇을 말했나. ‘전교조 NO’, ‘자사고·정시 확대 YES’ 같은 지엽적이고 심지어 ‘그들만의 리그’를 지키려는 듯한 구호를 외쳤다. 안 그래도 국민들의 머릿속에 지난 보수 정권에 대한 트라우마가 가득한 상황에서 보수는 좀 더 새로웠어야 했다. 선거란 소개팅 같다. 아무리 스펙(공약)이 좋은 상대가 나와도 ‘느낌’이 별로면 마음이 가지 않기 마련이다. ‘하루에 딱 한 번만 손에 물 묻게 할게’라고 말하는 사람은 현실적이고 신실한 결혼 상대일 수 있지만 매력적이진 않다. 그보다는 밑도 끝도 현실성도 없지만 ‘손에 물 한 방울 안 묻히고 행복하게 해 줄게’라고 말하는 상대가 더 끌리는 법이다. 그런 면에서 진보가 내세운 가치는 보수보다 매력적이었다. 자, 이제 문제는 결혼 이후다. 앞서 경험했듯, 상당수의 진보 교육감들에게 결혼(당선) 전 유권자들에게 약속한 교육 가치를 구현할 구체적 정책 능력은 물음표다. 이들은 아이들의 행복을 위해 가장 쉽고 간단한 방법인 ‘학교에서 덜 가르치고(학업량 축소), 덜 평가하는(각종 고사 폐지)’ 정책을 택하고 있다. 적당히 가르치고, 숙제도 없고, 시험도 안 보니 당장 아이들의 스트레스는 적다. 그러나 학교가 ‘가르치는 척’만 하다 보니 아이들은 제대로 배우려면 점점 더 학원으로 가야 하는 상황이다. 수학 같은 공부 교과뿐 아니라 생존수영 같은 예체능까지도 그렇다. 오죽하면 학부모들 사이에서 ‘학교 수영만 해서는 한 학기가 끝나도 물에 뜨지도 못한다’는 말이 있을까. 진보 교육 체제에서 갈수록 사교육비가 사상 최대치를 찍고 있는 것은 역설적이게도 우연이 아니다. 학교가 교육에 손을 놓을수록 사교육의 세는 커진다. 경제력에 따른 학력차 또한 크게 벌어질 수밖에 없다. 최근 고소득 가구의 월평균 자녀 교육비가 빈곤층의 27배에 달한다는 통계청 조사도 나왔다. 이 아이들은 학력의 시작은 같았을지 몰라도 끝은 다를 것이다. 가게 되는 대학, 갖게 되는 직업도 다를 수밖에 없다. 그게 현실이다. 진정한 행복 교육이란 ‘18세까지만 행복한 교육’이 아니라 모든 아이들의 ‘일생이 행복한 교육’이 돼야만 한다. 학교에서뿐만 아니라 사회에서도 행복한 삶을 누리기 위해 가르칠 건 가르치고, 배울 건 배워야 한다. 부족한 점이 있는지 확인하고, 확인된 부족함은 줄 세우는 데 쓸 게 아니라 교사와 학교가 책임지고 채워줘야 한다. 18세까지 ‘행복 교육’인 줄 알았던 게 19세에 ‘배신의 교육’이 되지 않도록 하는 것, ‘행복’과 ‘혁신’을 약속한 진보 교육감이 풀어야 할 숙제다. 임우선 정책사회부 기자 imsun@donga.com}

6·13지방선거와 함께 치러지는 교육감 선거에 출마한 후보자 59명 중 31명(52.5%)이 교사나 교사 행정업무를 보조하는 교육공무직 등 교직원을 늘리겠다고 공약했다. 동아일보 취재팀이 6일 후보자 59명의 공약을 전수 분석한 결과다. 이는 가파른 학령인구 감소 추세에 역행하는 공약이다. 유권자들의 철저한 무관심 속에 ‘깜깜이’ 교육감 선거가 예상되는 가운데 후보자들은 정치세력으로 조직화된 교사 및 교육공무직 표심 잡기에만 열을 올리고 있다. 학생들에게 혜택이 돌아가는 무상복지보다 더한 ‘포퓰리즘 공약’이라는 비판이 나오고 있다. 최근 교육부가 ‘중장기 교원수급계획’을 마련하면서 추계한 연도별 학생 수 예측에 따르면 초등생은 올해 271만 명에서 이번 교육감 선거 당선자 임기인 2022년 255만 명으로 16만 명 줄어든다. 중고교생은 올해 288만 명에서 2022년 249만 명으로 39만 명이 줄어든다. 이에 따라 범정부적 차원에서 매년 교사를 줄여나가 2030년까지는 2000명을 감축할 계획이다. 정부는 교사 수를 줄인다는데 교육감 선거 후보자들은 교육계 표를 얻기 위해 교직원 수를 늘리겠다는 것이다. 지난해 기준으로 교사 수는 약 38만 명, 교육공무직 수는 약 14만 명이다. 교육감 선거의 낮은 득표율을 감안할 때 이들 조직의 표심에 따라 당락이 좌우될 수도 있다. 임용시험에 합격한 정교사를 증원하는 것은 행정안전부와 교육부가 결정하게 돼 있다. 박주호 한양대 교육학과 교수는 “교육청에서는 국가공무원인 교사 수를 늘릴 권한이 없다. 지금 공약대로라면 비정규직 교사, 비정규직 교육공무직만 양산하게 된다”며 “학교 현장에서 정규직 교사와 비정규직 교사, 공무원과 공무원이 아닌 교육공무직 간 갈등이 심화될 것”이라고 우려했다. 진보·보수 후보 가릴 것 없이 ‘무상복지’ 공약도 쏟아졌다. 교육감 선거 후보자 59명 중 49명(83%)이 ‘공짜’를 약속했다. 어린이집 ‘무상보육’처럼 유치원 ‘무상교육’을 도입하겠다고 하거나 무상교복, 무상체험학습, 무상수학여행, 무상생리대 등 일회성 퍼주기 공약도 남발됐다. 그러나 구체적인 재원 확보 방안을 제시한 후보는 드물었다. '우경임 woohaha@donga.com·임우선 기자}

현 중3 학생들이 치를 2022학년도 대입제도 개편안 결정 시한이 약 3개월 앞으로 다가왔다. 어떤 방식을 통해 대학을 갈지 학생과 학부모들에게는 초미의 관심사다. 교육부는 지난해 8월 대학수학능력시험 절대평가 확대를 추진하다가 여론의 반발로 대입제도 개편을 1년 뒤로 미뤘다. 지난 8개월간 각종 공청회 등을 통해 의견수렴 작업을 벌여 왔다. 그러나 교육부는 어느 것 하나 확실히 결정내지 못했다. 그 대신 4월 “국가교육회의가 결정 또는 판단을 해달라”며 이송안을 작성해 수십, 수백 가지의 ‘옵션 선택’이 가능한 정책 파일을 국가교육회의로 보냈다. 국가교육회의는 지난달 “공론화를 통해 정하겠다”며 몇 가지 주요 사안만 남기고 나머지는 “교육부가 정하라”며 되돌려 보냈다. 교육부로 되돌려 보내진 사안들은 얼핏 보면 국가교육회의가 결정할 사안보다 비중이 낮아 보인다. 하지만 따지고 보면 하나하나가 수험생의 대입에 엄청난 영향을 줄 수 있다. 교육부로 다시 넘어온 의제들은 어떻게 결론이 날지 각 사안의 향방을 짚어봤다.○ 국가교육회의, 2개 빼고 교육부 이송안 사실상 수용 국가교육회의가 교육부로 되돌려 보낸 사안들은 크게 6가지로 정리할 수 있다. △학생부종합전형(학종)에서 자기소개서·교사추천서 폐지 여부 △대학별 학종 전형 절차, 평가 기준, 선발 결과 공개 여부 △입시 부정 징계 강화 수위 △통합사회·통합과학의 수능 과목 포함 여부 포함한 수능 과목 구조 개편 △대학별 적성고사 폐지 및 면접 구술고사 개선 여부 △수능과 EBS 연계율을 현행 70%에서 50%로 낮출지 여부 등이다. 이 가운데 국가교육회의가 교육부 측에 “국민 의견 수렴 결과를 고려해 면밀한 검토가 필요하다”며 신중히 할 것을 주문한 사안은 △학종 자기소개서 폐지 △통합사회·통합과학의 수능 포함 여부 등 2개다. 뒤집어 말하면 이 두 개 사안을 제외한 나머지 정책에 대해서는 국가교육회의도 교육부의 이송안을 수용한 것으로 해석할 수 있다. 교육부 관계자는 “전문가 검토 등 추가 절차를 밟긴 하겠지만 국가교육회의가 특별한 언급을 하지 않은 나머지 정책들에 대해서는 이송안에 담았던 안을 기본으로 해서 정책 방향을 가져갈 예정”이라고 말했다.○ 교사추천서 폐지-대학별 선발정보 공개 추진 이송안 내용 및 교육부 설명을 바탕으로 보면, 먼저 학종에서 교사추천서는 폐지될 것으로 보인다. 이송안에서 교육부는 교사추천서에 대해 “학생부의 세부 능력 및 특기사항 기록으로 대체 가능하다”며 폐지 의견을 물었다. 자기소개서도 “대필, 허위 작성 등의 우려가 있다”며 폐지 여부를 물었지만 국가교육회의가 자소서 폐지에 대해서는 신중한 입장을 표한 만큼 재고될 것으로 보인다. 대학별로 학종 선발 정보 공개도 추진될 것으로 전망된다. 교육부는 앞서 “학종 정보 공개 여부를 정부의 재정지원 사업과 연계해 공통 평가기준, 대학별 중점 평가요소, 모범 사례 등을 공개”하는 안을 제안했다. 공개 정보에는 대입 전형별 신입생들의 출신 지역 및 고교 유형 정보도 포함될 것으로 보인다. A대학이 교육특구 혹은 수도권 학생을 얼마나 선호하는지, 또 일반고 대비 자사고나 특목고 학생을 얼마나 뽑는지 등을 한눈에 볼 수 있게 하기 위함이다. 교육부 관계자는 “선발 기준과 정보가 지나치게 공개될 경우 오히려 이에 맞춰 입시를 준비하고 사교육을 찾는 부작용이 생길 수 있다”며 “공개 항목 및 공개 수위에 대해서는 별도의 연구를 통해 추후 기준을 마련해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적성고사’라 불리는 대학별 객관식 지필고사도 폐지될 것으로 전망된다. 교육부는 이송안에서 2022학년도 입시부터 적성고사 시행 금지 방안을 제시했다. 적성고사는 현재 12개 대학에서 시행되며 이를 통해 4800여 명(학생부교과전형에 포함)이 선발된다. 교육부는 “수능 같은 객관식 방식으로 출제되는 적성고사를 별도 운영해야 하느냐는 의문이 든다”며 폐지에 힘을 실었다. 대학별 면접·구술고사 또한 학생부에 기반해 면접을 진행하도록 원칙을 정할 예정이다. 수능과 EBS 연계율은 현행 70%에서 50%로 낮아질 가능성이 높다. 교육부는 지난해 수능 절대평가 확대와 함께 고3 교실이 EBS 문제풀이의 현장으로 전락했다는 지적에 따라 수능과 EBS의 연계율을 낮추는 방안을 검토해 왔다.임우선 기자 imsun@donga.com}

이번 교육감 선거에 출마한 후보자 3명 중 1명은 전과자인 것으로 나타났다. 음주운전 전과자가 5명이나 되고, 심지어 4건의 전과 기록을 보유한 후보자도 있었다. 학생들의 모범이 돼야 할 교육감 후보자들의 부끄러운 민낯이다. 6일 후보자들이 중앙선거관리위원회에 제출한 전과기록증명에 따르면 이번 교육감 선거에 출마한 후보 59명 중 20명(33.9%)은 전과 기록이 있었다. 후보자들이 가장 많이 위반한 법은 ‘집회 및 시위에 관한 법률(집시법)’로 총 11건(7명)의 전과가 확인됐다. 전교조 교사 출신으로 울산지부 1, 2대 지부장을 지낸 노옥희 울산시교육감 후보가 총 4건의 집시법 위반 전과를 보유해 최다를 기록했다. △박효석 부산시교육감 후보 2회 △김석준 부산시교육감 후보, 최교진 세종시교육감 후보, 김병우 충북도교육감 후보, 김지철 충남도교육감 후보, 장석웅 전남도교육감 후보는 각 1회였다. 다음으로 많은 후보자들의 전과는 ‘음주운전’이었다. 총 5명의 후보가 음주운전 전과 기록이 있었다. 명노희 충남도교육감 후보는 2014년 음주운전으로 벌금 500만 원을, 김성진 부산시교육감 후보와 최교진 세종시교육감 후보는 각각 2002년과 2003년 음주운전으로 벌금 200만 원 처분을 받았다. 박종훈 경남도교육감 후보와 이찬교 경북도교육감 후보 역시 각각 벌금 150만 원(2011년)과 벌금 100만 원(2000년) 처분을 받은 것으로 확인됐다. 국가공무원법 위반 전과를 가진 후보는 정찬모 울산시교육감 후보, 최교진 세종시교육감 후보, 김지철 충남도교육감 후보 등 3명이었다. 송주명 후보, 임해규 후보 등 2명의 경기도교육감 선거 출마자들은 국가보안법 위반 전과를 보유했다. 각종 법 위반으로 수백만, 수천만 원의 벌금 처분을 받은 후보도 많았다. 이재정 후보(경기도)는 2004년 정치자금법 위반으로 벌금 3000만 원 처분을, 홍덕률 후보(대구시)는 2014년 업무상횡령 사립학교법 위반으로 벌금 1000만 원 처분을 받았다. △김석기 후보(울산시)는 1992년 건축법 위반으로 벌금 800만 원 △김승환 후보(전북도)는 지난해 직권남용 권리행사 방해로 벌금 700만 원 △최순자 후보(인천시)는 2013년 국회 증언감정 등 법률 위반으로 벌금 300만 원 △김지철 후보(충남도)와 이찬교 후보(경북도)는 각각 도로교통법 위반(2011년·사고후미조치)과 업무방해죄(2003년)로 벌금 100만 원 처분을 받았다. 김광수 후보(제주도)도 정보보호법 위반(2014년·정보통신망침해)으로 벌금 100만 원 처분을 받은 것으로 나타났다. 서울시, 대전시, 광주시, 강원도교육감 선거 출마자 가운데 전과 기록을 가진 후보는 없었다.임우선 기자 imsun@donga.com}

현 중3이 치를 2022학년도 대입제도 개편에서 수시·정시모집 통합 방안이 백지화됐다. 대통령직속 국가교육회의는 31일 정부서울청사에서 브리핑을 갖고 “국민적 관심이 높고 대입 전형에서 중요한 3개 쟁점은 공론화를 통해 정하고, 나머지는 교육부에 맡기기로 했다”고 밝혔다. 3개 쟁점은 △학생부(교과·종합)-대학수학능력시험 전형 간 선발비율 △수능 전 과목 절대평가 △수능 최저학력기준 활용 여부다. 수시·정시 선발시기 통합 여부에 대해서는 “‘현행을 유지하라’고 교육부에 권고할 것”이라고 밝혔다. 이에 따라 지금처럼 수시와 정시 전형이 분리된 형태로 유지될 예정이다. 정시를 별도 운영하게 되면서 전 과목 절대평가는 사실상 물 건너갔다는 전망이 나온다. 지난해 8월 교육부는 절대평가 도입을 골자로 한 수능 개편안을 발표했다. 하지만 여론의 거센 반발에 부딪혀 1년 유예 결정을 내렸다. 이번 공론 조사에서 여론이 반전될 가능성은 낮다. 학생부-수능 위주 전형 간 비율도 전국 대학에 획일적인 적용을 강제할 방안이 없다. 결국 국가교육회의와 교육부가 결정을 ‘핑퐁’하면서 대입제도 개편 논의가 원점을 맴돌고 있다는 비판이 나온다. ○ 현행대로 수능 상대평가 유지될 듯 김진경 대입제도개편특위 위원장은 최근 “전국적으로 학생부종합전형과 수능 간 적정 비율을 정해 일률적으로 권고하기 어렵다”고 말했다. 하지만 ‘선발 방법의 비율’ 문제는 국민제안 열린마당이나 온라인 의견 수렴 등에서 가장 많이 언급된 국민적 관심 사안이라 공론화를 거칠 수밖에 없다는 데 의견이 모아졌다. 선발방법 비율에 대한 의견은 4차례 대입제도 권역별 공청회에선 35.6%(1371건), 온라인 의견 수렴에선 36.9%(834건)를 차지했다. 당초 교육부는 학생부종합전형(학종)과 수능전형 간 비율 검토를 요청했으나 대입제도개편특위는 △학생부종합 △학생부교과 △수능 등 3개 전형의 종합적인 검토를 결정했다. 김 위원장은 “지방에선 학생부교과전형이 50%가 넘는데 논의 자체가 안 되는 것은 문제가 있다는 의견을 반영했다”고 말했다. 선발방법 비율은 수시 수능 최저학력기준의 활용 여부와 연계해 논의한다. 절대평가 도입 또는 현행처럼 상대평가 유지 등 수능 평가 방식도 공론화에 넘긴다. 수능 개편안이 1년 유예된 결정적인 원인인 만큼 반드시 공론화를 거쳐야 국민적 수용성이 높아질 것이란 판단이다. 교육부가 제안했던 과목 간 유·불리 보정이 어려운 수능 원점수제는 공론화 범위서 제외했다. 절대평가 시행 이후 변별력을 보완하기 위한 동점자 원점수 제공 방안도 폐기됐기 때문에 사실상 상대평가가 유지될 것이란 관측이 우세하다. 결국 수능 평가방식은 지난해 8월 교육부 원안으로 회귀한 셈이다. 한 교수는 “당시 수능 절대평가 도입으로 파생되는 문제가 많아 대입제도 전반을 검토하기로 한 것인데 다시 논의가 원점으로 돌아갔다”고 말했다.○ 수시-정시 통합은 무산 대입제도개편특위가 현행 수시-정시 분리 체계를 유지할 것을 교육부에 권고하면서 수시·정시 통합은 무산됐다. 고교 3학년 2학기 교실 붕괴를 막는다는 ‘효용’보다 입시에서 죽음의 트라이앵글(내신+비교과+수능)이 부활할 ‘우려’가 크다고 봤다. 전형 기간이 단축되면 학종에 대한 불신에 기름을 부을 수도 있다. 기술적·전문적 사안이라는 점에서 △학종 자기소개서 및 교사추천서 폐지 △수능 과목 구조(통합사회·통합과학 포함 여부) △수능-EBS 연계율 개선 등은 교육부로 다시 이관됐다. 앞으로 공론화위는 선발방법 비율과 수능 평가방식을 조합한 4, 5개 대입제도 모형을 만들어 시민참여단 400명의 의견을 묻게 된다. 16, 17일경 이해관계자 및 전문가가 참여하는 시나리오 워크숍을 통해 대입제도 모형이 만들어진다. 구체적인 대입제도 모형이 도출되면 찬반 여론이 더욱 첨예하게 대립할 가능성이 높다. 이날 교육시민단체인 공정사회를 위한 국민모임은 “수능을 무력화시키는 절대평가 도입 여부는 교육부 차원에서 폐기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반면에 진보시민단체인 사교육걱정없는세상은 “문재인 정부의 수능 절대평가 도입 공약이 좌초될 수 있다. 2025학년도 고교학점제 도입과 함께 논의해야 한다”고 주장했다.임우선 imsun@donga.com·우경임·조유라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