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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이 넷! 다자녀 엄마 기자입니다. 환경, 보건, 복지 이슈를 취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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취재분야

2025-11-07~2025-12-07
사회일반5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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검찰-법원판결3%
지방뉴스3%
  • “15분 진료, 의료비 최대 22% 절감 효과”

    ‘15분 진료(심층진찰)’가 환자의 만족도는 높이고, 불필요한 검사와 처방을 줄이면서 진료비는 최대 22%까지 낮추는 것으로 나타났다. 지난해 9월부터 심층진찰 시범사업을 진행하고 있는 서울대병원의 1차 조사 결과다. 심층진찰은 평균 3분 안팎인 진료시간을 15분 가까이로 늘려 환자가 질환에 대해 충분히 설명을 들을 수 있도록 하는 제도다. 서울대병원은 넉 달간 15분 심층진찰에 참여한 내과 외과 소아과계 교수 13명, 환자 274명과 3분 일반진찰 환자 140명을 대상으로 환자 만족도와 진료 내용, 진료비 등을 조사했다. 30일 발표한 결과에 따르면 심층진찰의 환자 만족도가 일반진찰에 비해 확연히 높게 나타났다. 외래진료 만족도는 심층진찰군이 10점 만점에 9.04점으로 일반진찰군(7.65점)보다 1.39점 높았다. 의사나 치료 과정의 만족도 등 다른 세부항목 만족도도 모두 일반진찰 환자보다 높았다. 각종 검사 횟수와 처방 약제의 양은 심층진찰 환자일수록 적었다. 내과의 경우 진단을 위해 시행하는 검사 횟수가 절반가량으로 뚝 떨어졌다. 중증질환일수록 검사와 처방 감소율이 컸다. 진료 초기에 충분히 상담하면서 불필요한 검사와 처방이 크게 줄어들었기 때문으로 보인다. 검사와 처방이 줄어든 만큼 진료비도 심층진찰 환자가 일반진찰 환자보다 9.2% 더 적었다. 특히 중증질환으로 내원한 심층진찰 환자의 경우 진료비 감소 폭이 22.2%나 됐다. 일반진찰 환자가 진료비로 100원을 쓸 때 중증질환 심층진찰 환자는 77.8원을 썼다는 의미다. 심층진찰 환자는 담당 의사가 진료회송서나 소견서를 발급해 동네병원(1차 의료기관)으로 돌려보냈을 때 19.5%가 응해 일반진찰 환자(4.2%)보다 동네병원 회송률이 훨씬 높았다. 심층진찰 시 환자와 의사 간 신뢰관계가 두텁게 쌓인 결과로 풀이된다. 심층진찰이 정착되면 다수가 동네병원으로 돌아가 현재의 상급종합병원 쏠림 현상이 해소될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심층진찰을 위한 적정 수가 개발은 여전히 숙제로 남아 있다. 보건복지부는 올해 안에 시범사업을 25개 상급종합병원과 일부 동네병원으로 확대하고 적정 수가 개발을 위한 2차 연구에 착수할 계획이라고 밝혔다.이미지 기자 image@donga.com}

    • 2018-05-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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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동남아 사는 ‘적갈색따오기’ 한국서 첫 발견

    동남아시아와 아프리카 등 따뜻한 지역에 사는 ‘적갈색따오기(국내명 가칭·학명 Plegadis falcinellus·사진)’가 우리나라에서 처음 발견됐다. 환경부 소속 국립생물자원관은 20일 제주 제주시 한경면에서 지금까지 국내에 서식 기록이 없는 적갈색따오기 3마리를 처음 발견했다고 29일 밝혔다. 황새목 저어샛과에 속하는 적갈색따오기는 몸길이 55∼63cm로, 암수 모두 뚜렷한 적갈색을 띤다. 주로 동남아, 남아시아, 남유럽, 아프리카, 중앙아메리카 등 따뜻한 온대지역의 습지나 늪지에서 산다. 국내에 서식 기록이 없는 곤충이나 무척추동물이 새롭게 발견되는 일은 종종 있지만 조류와 같은 척추동물이 발견되는 것은 흔치 않다. 더구나 적갈색따오기는 온대지역에 사는 동물인 만큼 기후온난화의 영향이 아니냐는 관측이 나온다. 이에 앞서 생물자원관은 동남아 이남에 주로 서식하는 갈색지빠귀, 검은뿔찌르레기 등을 국내에서 발견한 적이 있다. 유정선 동물자원과장은 “기후변화에 따라 분포권이 확장되는 과정에서 적갈색따오기가 우리나라까지 날아왔을 수 있지만 기상악화로 이동 중 길을 잃었을 가능성도 크다”며 “지속적인 모니터링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적갈색따오기는 지금까지 우리나라에서는 발견된 적이 없지만 일본과 홍콩에서 ‘길 잃은 새(미조·迷鳥)’로 발견된 기록이 있다.이미지 기자 image@donga.com}

    • 2018-04-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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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미세먼지 기준 강화하니 서울 ‘나쁨’ 일수 3배 증가

    미세먼지 대기환경기준을 미국 일본처럼 강화하자 지난 한 달간 서울의 미세먼지 나쁨 일수가 종전 기준 대비 3배 넘게 늘어난 것으로 나타났다. 29일 환경부 소속 국립환경과학원에 따르면 초미세먼지(PM2.5) 대기환경기준이 강화된 지난달 27일부터 이달 26일까지 서울의 일평균 초미세먼지 농도가 나쁨 수준 이상을 기록한 날은 모두 7일이었다. 강화 전 기준을 적용하면 나쁨 일수가 3월 27일과 4월 20일 등 이틀에 불과했다. 기준을 강화하자 나쁨 일수가 3.5배 늘어난 것이다. 초미세먼지 대기환경기준은 지난달 20일 환경정책기본법 시행령이 개정됨에 따라 27일부터 일평균 ㎥당 50μg 이하에서 35μg 이하로 바뀌었다. 이에 따라 초미세먼지 예보등급은 ‘보통’은 ㎥당 16~35μg, ‘나쁨’은 36~75μg로 강화됐다. 종전 나쁨 기준은 ㎥당 51~100μg이었다. 환경부 관계자는 “나쁨 일수 증가로 시민들이 미세먼지 경각심을 더 갖게 된 만큼 강력한 미세먼지 대책을 마련하는 동력이 될 것으로 본다”고 말했다. 국립환경과학원 분석 결과 2015~2017년 전국 나쁨 이상 발생일수는 2015년 평균 25.4일, 2016년 18.3일, 2017년 15.6일이었다. 새로운 기준을 적용하면 각각 81일, 72.1일, 60.4일로 3~4배 증가한다.이미지기자 image@donga.com}

    • 2018-04-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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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아동수당 신청때 복수국적 신고해야 한다

    아동수당 신청 시 복수국적 신고가 의무화된다. 복수국적이 아니라고 거짓 기재한 뒤 부정 수급 사실이 들통 나면 받은 수당의 원금뿐 아니라 이자까지 토해내야 한다. 보건복지부는 올 9월부터 시행할 아동수당의 신청서에 ‘복수 국적여부 체크’란을 만든다고 26일 밝혔다. 아동수당은 국내 2인 이상 가구 중 상위 소득 10%를 제외한 모든 가구의 만 0∼5세 아동에게 매달 10만 원씩 육아비용을 지급하는 제도다. 그동안 복수국적자가 다른 나라 여권을 사용해 출국하면 출국 사실을 파악하기 힘들었다. 이를 악용해 장기간 해외에 체류하면서도 신고하지 않고 복지수당을 부정 수급하는 사례가 많았다. 2013년 출국한 중국 동포 김모 씨(45)가 5년간 양육수당을 부정수급해 온 사실이 드러나 경찰이 뒤늦게 수사에 들어가기도 했다(본보 26일자 A14면 참조). 만 0∼5세 아동 중 어린이집이나 유치원을 이용하지 않는 아동에게 지급하는 양육수당은 90일 이상 해외 체류 시 수급 자격이 박탈된다. 아동수당의 경우 그 대상자가 훨씬 많은 만큼 복지부는 신청 단계에서 복수국적 여부를 신고하도록 하겠다는 것이다. 복수국적자라고 표시한 사람은 관할 시군구에 자신의 모든 여권 사본을 제출해야 한다. 만약 복수국적이 아니라고 허위기재했다가 몰래 출국해 부정 수급한 사실이 드러나면 그동안 지급한 아동수당은 물론이고 이자까지 더해 환수한다. 복지부는 다른 복지수당의 부정 수급을 막기 위해 앞으로 복수국적자의 명단을 따로 관리할 방침이다. 법무부로부터 자진 신고한 복수국적자 명단을 넘겨받고 각종 복지행정 과정에서 확인된 복수국적자를 추가하겠다는 것이다.이미지 기자 image@donga.com}

    • 2018-04-2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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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미세먼지 예보, 3명이 토의해 결정”

    “충청도도 ‘나쁨’이라고 할까요?” 16일 오후 4시 반 서울 동작구 기상청. 미세먼지예보팀은 오후 5시 최종 예보를 앞두고 막바지 토의에 들어갔다. 사무실에 있는 9개 모니터에는 한국과 중국의 관측값과 풍향, 기온, 모델링 분석 결과 등이 띄워져 있었다. “충청지역은 하루 더 나쁨일 것 같은데….” 예보관들은 고민 끝에 18일까지 충청권 전역 농도가 나쁨 수준을 나타낼 것이라고 예보했다. 미세먼지 예보가 갈수록 중요해지고 있다. 다음 날 ‘매우 나쁨’이 예보되면 학교나 보육기관은 야외활동을 취소한다. 야구 등 각종 스포츠 경기도 연기된다. 미세먼지 예보가 모든 시민의 삶에 직접적 영향을 미치는 셈이다. 하지만 기자가 직접 지켜본 예보 과정은 생각보다 주먹구구식이었다. 인적·기술적 인프라가 뒷받침되지 않아서다. 18일 방문한 인천 국립환경과학원 대기질통합예보센터에서는 컴퓨터를 이용한 예보 산출 작업이 한창이었다. 장임석 예보센터장은 “일반 기상을 예측하는 슈퍼컴퓨터는 전 세계 기상 슈퍼컴 중 6위 안에 들 정도로 성능이 뛰어나지만 미세먼지 예보센터가 보유한 컴퓨터 성능은 기상청 슈퍼컴 성능의 100분의 1 수준”이라고 말했다. 이렇다 보니 예보 처리능력이 떨어질 수밖에 없다. 현재 미세먼지 예보 산출은 하루 4번 이뤄진다. 하지만 관측값은 컴퓨터 모델링 작업 시 처음에 한 번만 입력할 수 있다. 한 번 시스템이 작동하면 3시간 동안 추가로 업데이트된 관측값을 넣는 게 불가능하다. 오후 5시에 예보되는 다음 날 미세먼지 농도가 오후 2시 이전 관측값에 기반해 산출되는 셈이다. 더욱이 현 예보 시스템은 미세먼지를 많이 배출하는 국내 600여 개 사업장의 실시간 배출량을 반영하지 않는다. 전국 사업장 배출량을 집계하는 한국환경공단 한정대 대기측정망팀장은 “배출량 자료가 예보 시스템과 연동되지 않아 반영하지 못하고 있다”고 했다. 이 때문에 예보 결과가 나오면 예보관들은 새로 나온 관측값을 보면서 보정작업을 해야 한다. 사실상 예보관의 경험과 감에 의존하는 셈이다. 날씨 예보 정확도가 90%에 이르는 데 반해 미세먼지 예보 정확도가 70∼80% 수준에 머무는 이유다. 예보의 중요성에 비해 예보관도 턱없이 부족하다. 현재 미세먼지 예보관은 모두 9명이다. 이들은 4교대로 근무한다. 통상 3명 정도가 예보를 맡는 셈이다. 이 중 한 명은 민원전화 응대와 같은 행정적 일을 도맡아 실제 예보 작업은 2명이 하고 있다. 이들은 베테랑 예보관들이지만 2명이 미세먼지 분석과 예보 통보문 작성, 유관기관 통보 등을 모두 하다 보니 실수가 생긴다. 16일 예보 통보문 작성을 마친 박정후 예보관은 “아, 오전 오후 예보를 따로 쓰는 걸 잊었다”며 부랴부랴 통보문을 다시 썼다. 신범철 예보관은 “나쁨을 보통으로 입력했다가 고친 적도 있다”고 했다. 예보 통보문 작성과 미세먼지 예보 사이트인 에어코리아에 예보 결과 입력은 예보관 2명이 모두 수작업으로 했다. 환경부 관계자는 “내년 환경위성을 쏘아 올리면 정확도를 더 높일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이미지 기자 image@donga.com}

    • 2018-04-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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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퇴근길 르포] “나쁨이라고 할까?” 미세먼지 예보 과정 체험해보니…

    “충청까지 나쁨이라고 할까요?” 16일 오후 4시 반 서울 동작구 기상청 2층에 위치한 미세먼지예보팀에선 오후 5시 최종 예보를 위한 마지막 토의가 한창이었다. “충청지역 하루 더 (나쁨) 뜰 거 같은데….” 예보관들은 고민 끝에 18일까지 충청권 전역에 초미세먼지(PM2.5) 나쁨 수준이 나타날 것으로 결론지었다. 곧바로 예보를 작성하고 쏟아지는 민원전화에 응대해야 했다. 이 모든 걸 수행하는 예보관들은 다 합쳐 단 3명이었다. 미세먼지 예보의 중요성이 갈수록 커지고 있지만 예보 생산과정은 매우 열악한 것으로 나타났다. 다음날 나쁨이 예보되면 교·보육기관이 야외활동을 취소하고 야구 등 각종 스포츠 경기가 연기되는 등 5000만 국민의 삶에 지대한 영향을 미치지만, 예보 인력이 적고 기술적 인프라가 부족해 예보가 주먹구구식으로 양산되고 있었다. “예보관은 총 9명이지만 1명은 상근하고 8명이 낮(오전 8시~오후 8시)과 밤(오후 8시~익일 오전 8시) 4교대로 근무합니다. 그나마 상근자는 민원전화 응대 같은 행정적인 일로 바빠 사실상 예보는 2명이 수행하는 셈이에요.” 오후 5시 예보를 마친 미세먼지예보팀 박정후 예보관이 말했다. 예보는 오전 5시, 11시, 오후 5시 총 3번 업데이트 된다. 사무실 내 9개 모니터엔 한국·중국 관측값, 풍향, 기온, 모델링 분석 결과 등 각종 자료가 가득했다. 베테랑 예보관들이지만 2명이 미세먼지 분석, 예보 작성·확인, 유관기관 통보까지 맡다 보니 실수가 발생하기도 한다. 이날도 예보 작성을 마친 박 예보관이 “아, 오전·오후 나누어 넣는 걸 잊었다”며 부랴부랴 작성을 다시 했다. 국립기상과학원에서 파견된 신범철 예보관은 “나쁨을 보통으로 입력했다가 고친 적도 있다”고 전했다. 예보 작성과 에어코리아 사이트 입력 등 모든 일이 2명의 예보관의 ‘수공업’으로 이뤄지고 있었다. 실제 미세먼지 예보가 날씨 예보만큼 중요해졌다지만 두 예보의 인프라를 비교해보면 차이가 엄청나다. 기상청 날씨 예보 인력은 164명이다. 기온·바람·습도·강수 등 주요 요소별로 인력을 나눈 데도 각각 40명이 넘는다. 반면 미세먼지 예보 인력은 교대조를 다 합쳐도 9명, 본원인 국립환경과학원 대기질통합예보센터 근무자를 포함해도 22명에 불과하다. 예보에 있어 중요한 역할을 차지하는 컴퓨터 성능도 크게 차이난다. 기상청 수치모델개발과의 김정훈 연구관은 “기상청 슈퍼컴퓨터는 쉽게 말해 5.8페타(1015)번의 계산을 단 1초 안에 할 수 있는 능력을 갖고 있다”며 “전 세계 기상 슈퍼컴 중에서도 6위 안에 드는 우수한 사양이다”고 소개했다. 반면 과학원 예보센터가 보유한 컴퓨터 성능은 6.6페라(1013)수준이다. 기상청 컴퓨터 성능의 100분의 1에 불과한 셈이다. 그러다 보니 모델 예보 정확도부터 떨어질 수밖에 없다. 20일 방문한 대기질통합예보센터에서는 모델링 작업이 한창이었다. 하지만 한 번 모델을 돌리고 나면 직원들이 할 수 있는 일은 거의 없다. 모델 중간에 실시간 관측값을 적용할 수 없기 때문이다. 장 센터장은 “한 번 관측값을 적용하면 예보 결과가 나오는 데 3시간이 걸린다”고 말했다. 즉 예보 결과가 3시간 전 관측값에 기반해 나오는 셈이다. 그나마 일부 관측값은 예보 산출 시 아예 적용조차 할 수 없다. 한국환경공단은 일반 관측망뿐 아니라 192개 사업장 굴뚝에서 실시간 배출량을 확인하고 있지만 이 값은 예보 산출 시 적용하지 않는다. 현재 모델의 예보 정확도는 60% 수준이다. 이 때문에 예보관들이 일일이 실시간 관측값을 확인하며 모델의 예측을 보정해야 하지만 예보인력이 적다 보니 정확도를 크게 높이기는 어려운 실정이다. 환경부 관계자는 “국민들의 미세먼지에 대한 관심이 높은 만큼 한국형 예보모델을 개발하고 2019년 환경위성을 쏘아올리는 등 현 예보능력을 보완하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고 말했다. 이미지 기자 image@donga.com}

    • 2018-04-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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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포(four)에버육아]직장맘의 어느 일요일 아침 “신이시여…엄마! SOS”

    집에서 일을 해야 하는 일요일 아침이었다. 월요일에 신문이 나오기 때문에 기자들은 번갈아 가며 일요일 근무를 선다. 이날은 내 정식 근무일은 아니었지만 내가 쓴 기사가 출고되는 날이라 챙겨야 할 일들이 있었다. 아이들은 새벽부터 깨서 복닥거렸다. 어린이 음악 CD를 틀어주고 잠깐이라도 더 자려고 안방에 들어와 누웠다. 전날 시댁에 다녀와 늦게까지 정리하고 잔 터라 좀 피곤했다. 어느 순간 바깥이 조용한 게 느껴졌다. 아이들이 조용하다는 건 보통 사고를 치고 있다는 뜻이다. 아니나 다를까. 안방 문을 열고 거실로 나서자 둘째가 부리나케 뛰어왔다. 불안한 얼굴, 흔들리는 눈빛은 누가 봐도 ‘나 잘못했어요’ 라는 모습이었다. 무슨 일이냐고 묻자 “동생이 방에 색칠을 해서 나랑 큰큰언니(동생들은 첫째를 제일 큰 언니란 뜻에서 이렇게 부른다)가 닦고 있었어”라 했다. 둘째는 새파란 물이 뚝뚝 떨어지는 막내의 천기저귀를 들고 있었다. 그 기저귀 색 만큼 새파랗게 질려 아이들 방으로 갔더니 오 이럴 수가 신이시여…난장판이었다. 종이벽지에 새까만 색칠이 가득했고 시커먼 물이 바닥까지 흘렀다. 뿐만 아니라 애들 가구와 침대 매트, 이불까지 모두 빨갛고 파란 물 범벅이었다. 예전에 아이들에게 ‘물감 색연필’을 사준 적이 있는데 색칠한 뒤 물을 칠하면 마치 물감처럼 번지는 그런 색연필이다. 아직 어린 동생들이 사용하기엔 무리인 것 같아 아이들 방 창고 안에 숨겨뒀는데. 엄마가 자는 틈에 아이들이 꺼내 온 방에 색칠을 하고, 뒤늦게 ‘아차’ 싶었던지 천기저귀와 화장실 수건, 물티슈를 가져다 닦아놓은 거였다. 그냥 진작 엄마를 불렀으면 될 걸. 방은 어디부터 손대야 할지 모를 정도로 엉망이었다. 마침 남편은 일이 있어 아침 일찍 나간 상황. 평소 주말근무를 하면 남편이 아이들을 챙기지만 이날은 내가 조금이라도 더 자다가 시간 맞게 일어나 애들 아침밥만 후딱 먹이고 일을 시작할 참이었다. 아아… 아이들과 살면서 일이 계획한 시간에 맞게 돌아가리라 기대한 내가 바보지. “너희들…옷 벗어!” 고개를 숙이고 쭈뼛대던 셋은 차례로 옷을 벗고 화장실로 향했다. 난 당장 친정엄마에게 ‘SOS’를 쳤다. 엄마는 아침 일찍부터 “일단 오시라”는 딸의 요청에 어리둥절한 목소리였지만, 도착해 방 입구와 거실 곳곳에 난 발자국을 보시곤 이내 사태를 파악하셨다. “우선 애들 밥 먹어야 하니 씻고 나오면 밥만 좀 먹여주세요.” 그 사이 나는 빨리 방을 치워야 했다. 이미 휴대전화에는 기사와 부속물 관련한 회사의 메시지가 도착해있었다. 얼룩덜룩해진 물건들을 모두 욕실로 가져가 씻고, 침대 매트와 이불 커버를 벗겨 빨래를 돌리고, 걸레, 청소물티슈, 수세미와 세제를 동원해 벽과 가구를 닦았다. 종이벽지는 회복이 불가능했고 가구도 수세미로 박박 문질러봤지만 예전 같이 하얘지긴 어려울 거 같았다. 침대 매트와 이불은 언제 말려서 다시 씌운다지? 불과 10분 전까지 세상모를 단잠에 빠져있었는데 이게 꿈이냐 생시냐…. 아이들 아침밥을 30분 만에 먹이고 만화영화 하나 틀어준 뒤 산뜻하게 일을 시작하려 했던 계획이 생각나자 헛웃음만 났다. ‘그럼 그렇지, 내 팔자에 산뜻하고 여유로운 아침은 무슨.’ 아이를 낳고 나서는 늘 이랬다. 여유로운 아침 따위 없었다. 모 대선 후보의 구호였던 ‘저녁이 있는 삶’ 역시 직장맘에게는 그저 ‘바쁜 저녁’이 있을 뿐이었다. 며칠 전 ‘시간빈곤층’에 관한 기사를 봤는데, 전문가들 분석 결과 역시나 시간 최빈곤층은 자녀가 있는 30대 직장맘이라 했다. 하루 평균 여가시간 173.9분(평균 302.5분). 더구나 이 시간은 돌봄시간과 거의 정확히 반비례했단다. 나 역시 하루 중 나만의 여가시간은 손에 꼽을 정도다. 아이들을 재운 뒤 집안을 정리하고 나면 자기 전까지 30분~1시간가량. 그나마 내 수면시간을 손해 보고 만드는 여가시간이라 휴식의 총량엔 변함이 없다. 그 시간에도 아이들 물품을 쇼핑하거나 찾아보기 일쑤라 온전히 내 여가시간이라 볼 수 있을지도 모르겠다. 많은 직장맘들은 하루 ‘투잡’을 뛰는 것 같다고 말한다. 아침엔 회사로 출근, 저녁엔 집으로 출근. 아이들이 말썽을 부린 날 아침, 나 역시 정리를 마치고 일을 시작하려 컴퓨터 앞에 앉았더니 이미 하루 절반의 일을 마친 것처럼 진이 빠졌다. 친정엄마는 “지금도 이런데 넷째 나오면 어쩌느냐”고 한숨을 푹푹 쉬셨다. 까마득하긴 하다. 신혼 때 산 최신 사진기는 첫째가 장난을 치다 망가뜨렸고, 안방의 고급 가죽침대는 첫째와 둘째 두 자매가 낙서를 해 엉망이 된 지 오래다. 셋째 나온 뒤론 거실 벽이며 아이들 방 벽에 성한 곳이 줄어들더니 끝내 오늘에 이르렀다. 넷이 되면 가구를 부수려나. 다행인지 불행인지 그날 기사가 잡히지 않아 남은 오후 아이들과 시간을 보낼 수 있게 됐다. 말썽을 피우긴 했지만 엄마 때문에 종일 TV 앞에 앉아있어야 했던 아이들에게 어디라도 나가고 싶은지 물었다. 첫째는 대답 대신 “엄마 이제 우리 방 벽이랑 가구는 어떻게 해요?” 하고 조심스레 되물었다. 나는 “아 몰라, 그냥 저렇게 살아야지 뭐” 하고 답했다. 그래, 넷째도 모르겠다, 그냥 이렇게 또 살아야지 뭐. 이미지 기자 image@donga.com}

    • 2018-04-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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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시중 페트병 대부분 재활용 낙제점

    정부가 재활용하기 어려운 제품에 개선 권고를 내리는 ‘순환이용성(재활용성) 평가’를 본격 시작한다. 환경부는 24일 순환이용성 평가 3개년(2018∼2020년) 계획을 발표하고 플라스틱 제품을 포함해 종이팩, 자동차부품 등 10개의 대상 제품군을 공개했다. 첫 평가 대상은 음료용기, PVC랩 등 플라스틱 제품이다. 동아일보는 24일 환경부의 조언을 얻어 순환이용성 평가를 앞둔 플라스틱 제품들을 살펴봤다. 취재 결과 소매점에서 쉽게 구입할 수 있는 제품 다수가 순환이용성 평가에서 ‘낙제점’을 받을 수준이었다. 주스와 탄산음료, 주류와 같은 음료 포장재는 대부분 유색이었다. 소주는 초록색, 막걸리는 흰색, 일부 주스와 탄산음료는 형광노랑이나 분홍색 페트병에 담겨 있었다. 순환이용성 평가를 맡은 환경부 산하 한국환경산업기술원 정영도 팀장은 “빛 차단을 위해 유색이 불가피한 경우가 있지만 일단 페트병에 색이 들어가면 재생원료로서 질은 뚝 떨어진다”고 했다. 재생원료 등급이 초록색은 B급, 흰색이나 형광색은 C급이다. 모두 순환이용성 평가 개선 권고 대상이다. 투명해서 재활용성이 높은 먹는 샘물 병에도 문제가 있다. 일부 병은 무색투명한 것 같지만 자세히 보면 청량감을 높이기 위해 푸르스름한 빛을 띠고 있다. 이 경우 무색 페트병과 구별이 쉽지 않아 서로 섞일 가능성이 높다. 이렇게 되면 A급이던 재생원료의 품질이 크게 떨어진다. 페트병 라벨도 분리 공정 시 골칫거리다. 대부분 페트병과 다른 재질이어서 반드시 분리 배출해야 하지만 떼어내기가 쉽지 않다. 기자가 여러 페트병의 라벨 분리를 시도해 봤지만 손으로 잘 떼어지지 않았다. 일부 제품은 칼을 사용해도 접착제 때문에 라벨이 완벽하게 떼어지지 않았다. 특히 종이 라벨은 떼어내기가 가장 어려웠다. 정 팀장은 “종이 라벨은 보통 강한 접착제를 써 분리하기가 어렵다”며 “재활용업체에서 분리할 때에도 종이가 물에 녹으면서 하수구 구멍을 막는 일이 자주 발생하기 때문에 처리를 꺼리는 업체가 많다”고 했다. 라벨을 분리했다고 해도 병뚜껑이나 내부 부속물이 다른 재질인지 살펴봐야 한다. 한 탄산음료는 병은 플라스틱이지만 뚜껑은 금속이었다. 이 경우 재활용업체가 일일이 분류하기 쉽지 않아 소비자가 미리 분리해 배출해야 한다. 더욱 난감한 것은 샴푸병 등 펌핑 제품이다. 플라스틱병 안에 금속 스프링이 들어있기 때문이다. 기자가 펌프 꼭지를 칼로 잘라 스프링을 꺼내보려 했지만 너무 딱딱해 잘리지 않았다. 정 팀장은 “펌핑 제품은 소비자가 분리하기 어려울 뿐 아니라 재활용업체에서 제품을 조각내도 꼬불꼬불한 스프링 고리에 플라스틱이 얽혀 완벽하게 분리하기 어렵다”고 말했다. 환경부는 이렇게 분리가 어려워 재활용성이 떨어지는 제품을 만든 업체에 색상이나 재질, 구조를 개선하라는 권고를 하게 된다. 개선 권고를 이행하지 않으면 업체명을 공개한다. 홍수열 자원순환사회경제연구소장은 “권고를 넘어 재활용이 어려운 제품은 아예 못 만들게끔 규제하는 등 보다 강력한 대책도 고민할 필요가 있다”며 “시민들도 분리해 배출하기 어려운 제품을 찾지 않아야 기업들에 더욱 압박이 될 것”이라고 했다. 이미지 기자 image@donga.com}

    • 2018-04-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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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페트병은 다 재활용 된다? 플라스틱제품 재활용성 점검해보니…

    정부가 재활용하기 어려운 제품에 개선권고를 내리는 ‘순환이용성 평가’를 본격 시작한다. 환경부는 24일 순환이용성 평가 3개년(2018~2020년) 계획을 발표하고 플라스틱 제품을 포함해 종이팩, 자동차부품 등 10개의 대상 제품군을 공개했다. 첫 평가 대상은 음료용기, PVC랩 등 플라스틱 제품이다. 동아일보는 24일 환경부의 자문을 얻어 순환이용성 평가를 앞둔 플라스틱 제품들을 살펴봤다. 취재 결과 소매점에서 쉽게 구입할 수 있는 제품 다수가 순환이용성 평가에서 ‘낙제점’을 받을 수준이었다. 주스와 탄산음료, 주류와 같은 음료 포장재는 대부분 유색이었다. 소주는 초록색, 막걸리는 흰색, 일부 주스와 탄산음료는 형광노랑이나 분홍색 페트병에 담겨있었다. 순환이용성 평가를 맡은 환경부 산하 한국환경산업기술원 정영도 팀장은 “빛 차단을 위해 유색이 불가피한 경우가 있지만 일단 페트병에 색이 들어가면 재생원료로서 질은 뚝 떨어진다”고 했다. 재생원료 등급이 초록색은 B급, 흰색이나 형광색은 C급이다. 모두 순환이용성 평가 개선권고 대상이다. 색이 투명해 재활용성이 높은 먹는 샘물 병에도 문제가 있다. 일부 병은 투명한 것 같지만 자세히 보면 청량감을 높이기 위해 푸르스름한 빛을 띠고 있다. 이 경우 무색 페트병과 구분이 쉽지 않아 서로 섞일 가능성이 높다. 이렇게 되면 A급이던 재생원료의 품질이 크게 떨어진다. 페트병 라벨도 분리공정 시 골칫거리다. 대부분 페트병과 다른 재질이어서 반드시 분리 배출해야 하지만 떼어내기가 쉽지 않다. 기자가 여러 페트병의 라벨 분리를 시도해봤지만 손으로 잘 떼어지지 않았다. 일부 제품은 칼을 사용해도 접착제 때문에 라벨이 완벽하게 떼어지지 않았다. 특히 종이 라벨은 떼어내기가 가장 어려웠다. 정 팀장은 “종이 라벨은 보통 강한 접착제를 써 분리가 어렵다”며 “재활용업체에서 분리할 때에도 종이가 물에 녹으면서 하수구 구멍을 막는 일이 자주 발생하기 때문에 처리를 꺼리는 업체가 많다”고 했다. 라벨을 분리했다고 해도 병뚜껑이나 내부 부속물이 다른 재질인지 살펴봐야 한다. 한 탄산음료는 병은 플라스틱이지만 뚜껑은 금속이었다. 이 경우 재활용업체가 일일이 분류하기 쉽지 않아 소비자가 미리 분리해 배출해야 한다. 더욱 난감한 것은 샴푸병 등 펌핑 제품이다. 플라스틱병 안에 금속 스프링이 들어있기 때문이다. 기자가 펌프 꼭지를 칼로 잘라 스프링을 꺼내보려 했지만 너무 딱딱해 잘리지 않았다. 정 팀장은 “펌핑 제품은 소비자가 분리하기 어려울 뿐 아니라 재활용업체에서 제품을 조각내도 꼬불꼬불한 스프링 고리에 플라스틱이 얽혀 완벽하게 분리하기 어렵다”고 말했다. 환경부는 이렇게 분리가 어려워 재활용성이 떨어지는 제품을 만든 업체에 색상이나 재질, 구조를 개선하라는 권고를 하게 된다. 개선권고를 이행하지 않으면 업체명을 공개한다. 홍수열 자원순환사회경제연구소장은 “권고를 넘어 재활용이 어려운 제품은 아예 못 만들게끔 규제하는 등 보다 강력한 대책도 고민할 필요가 있다”며 “시민들도 분리해 배출하기 어려운 제품을 찾지 않아야 기업들에 더욱 압박이 될 것”이라고 했다. 이미지기자 image@donga.com}

    • 2018-04-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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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배 많이 나왔네” 쓱쓱… 임신부가 곰인형인가요

    ■ 관심 보이려고 무심코 한 말 가슴에 못 박혀“와∼ 이제 진짜 배가 남산만 해졌네. 만져 봐도 돼?” 요즘 회사에 출근하면 하루 한두 번은 이런 말을 듣는 32주 차 임신부입니다. 동료들은 몇 달 새 배가 뿔룩 나오고 살이 오른 제가 신기한지 볼 때마다 외모에 관해 한마디씩 합니다. “안 돼”라는 대답을 하기도 전에 팔을 쑥 내밀어 제 배를 쓱쓱 만지기도 하고 “엄청 투실투실해졌네. 우량아를 낳으려나 봐!” “뒤에서 보고 몰라봤잖아!” 하며 불어난 체격을 두고 품평을 하죠. 물론 제게 관심을 나타내려 하는 말인 건 알지만 종종 우울해요. 동료들은 한 번씩 하는 말이지만 전 하루에도 몇 번씩 ‘살쪘다’는 말을 듣는 셈이니까요. 제 몸의 변화가 저조차 익숙지 않고 저도 여자인데…. 아무렇지도 않게 제 배를 만지는 손길도 불편하고 당황스러워요. 임신부가 아니었다면 누가 제 배를 이렇게 만졌겠어요. 낳고 나면 나아지겠지 생각했는데, 다른 여자 동료들 말을 들어보면 그것도 아닌 것 같아요. 저보다 2년 먼저 출산한 한 동료는 출산휴가를 마치고 회사에 복귀했을 때 큰 충격을 받았대요. 중년의 남자 부장이 가슴을 쳐다보며 “애가 젖은 잘 빠니?”라고 했다는 거예요. “미스 때는 잘 꾸미고 다니더니 김 대리도 이젠 어쩔 수 없는 아줌마네”라고도 했대요. 정말 ‘뜨악’하더라고요. 그런데 부장님은 자기가 뭘 잘못했는지 전혀 모르는 것 같아요. ‘누구 엄마’가 되고 나면 저란 사람은 사라지는 걸까요? 누구보다 예민한 임산부를 배려하는 예절, 저출산 시대에 무엇보다 절실하지 않을까요. ■ 여자는 출산 도구? 우울해져요합계출산율 1.05명 시대의 대한민국에서 임산부는 흔치 않은 존재다. 그만큼 주변의 관심이 쏠린다. 하지만 순수한 호기심이나 관심에서 임산부의 신체 변화나 건강, 아이의 상태 등을 두고 얘기하다가 뜻하지 않게 ‘실례’를 범할 수 있다. 6년 전 출산한 강모 씨(35)는 임신 기간 내내 자신의 몸에 대한 ‘품평회’가 열리는 느낌이었다고 말했다. “남녀노소를 가리지 않고 늘 제 몸을 화제로 삼았죠. ‘배가 너무 작은 것 같다. 아기도 작은 것 아니냐’ ‘옷이 너무 붙는다’ ‘앞머리가 다 빠졌네’ 등등….” 김 씨는 “일반 여성에겐 감히 할 수 없는 어려운 말을 임산부에게는 해도 괜찮다고 생각하는 사회적 분위기가 있는 것 같다”고 말했다. 2년 전 시댁 행사에 참석했다가 아기 수유를 위해 혼자 방에 들어간 이모 씨(33)도 당황스러운 경험을 했다. 수유 중 어린 조카들이 문을 열고 들이닥친 것이다. “불쑥 들어온 시고모님께서 ‘아기가 너무 예뻐 애들이 젖 먹는 모습을 보고 싶다고 하네. 봐도 괜찮지?’라고 하시더라고요. 아무리 아이들이라지만 어떤 여자가 자신의 늘어진 뱃살과 가슴을 보여주고 싶겠어요?” 회사원 강모 씨(33)는 “시어머니께 ‘엄마의 가슴은 아기의 밥통’이란 말까지 들었다”고 털어놨다. 강 씨는 “가족들 앞에서 편하게 수유하라고 하신 말씀이겠지만, 시어머니께서 ‘주변 개의치 말고 아기에게 따뜻한 젖을 먹이라’고 말씀하실 때마다 여성의 가슴을 마치 아기의 ‘보온밥통’처럼 여기시는 것 같아 씁쓸했다”고 말했다. 직장생활을 하는 임산부들은 또 다른 고충을 토로한다. 임산부는 ‘애국자’란 말까지 듣는 요즘이지만 여전히 조직 내에서 임신과 출산을 ‘민폐’로 여기는 시선이 적지 않아서다. 출산휴가나 육아휴직을 두고 ‘쉬러 가니 좋겠다’고 말하거나 임신 중 단축 근무를 ‘편하겠다’고 표현하는 것 등이 대표적이다. 임신 7개월째인 정모 씨(30)는 “만약 가까운 사람 중에 아이를 낳고 키우느라 고생하는 사람을 한 명이라도 봤다면 그렇게 쉽게 말하지 못할 것”이라며 “임신과 육아에 대한 사회적 인식이 여전히 낮은 것 같아 답답하다”고 말했다. 이소영 한국보건사회연구원 저출산고령화대책기획단 연구위원은 “우리 사회는 유독 여성의 신체에 대한 언급이나 불쾌한 접촉에 관대한데 임산부에 대해서는 더욱 심한 편”이라고 지적했다. 이는 임신과 출산을 ‘가족의 대를 잇는 수단’이나 ‘국가의 동력’으로 여겨 온 유교적 전통사고와 무관치 않다. 같은 연구원의 신윤정 연구위원은 “전통적으로 유교문화에서 임신은 여성의 의무였기에 정작 그 주체인 여성에 대한 배려와 예절이 무시된 측면이 있다”고 했다. 미국에서 아이를 낳고 키운 최혜진 씨(33)는 “미국에선 임산부에 대한 자리 양보는 물론이고 유리문을 열어주거나 흡연자가 알아서 자리를 비켜주는 등 누구나 자연스럽게 임산부를 배려한다”고 말했다. 임산부들을 오랫동안 상담해온 장순상 필가태교연구소장은 크고 형식적인 배려보다 작고 세심한 배려가 필요하다며 임산부들과의 ‘대화 팁’을 소개했다. “임산부들은 여러 고충과 호르몬 변화 등으로 예민한 만큼 같은 말이라도 ‘살쪘다’보다는 ‘아기가 많이 컸다’고 하는 게 좋아요. ‘옷이 붙는다’보다 ‘엄마 예쁜 옷 많이 사야겠다’고 에둘러 말하는 등 상대방을 배려해서 순화해 표현하는 노력이 필요합니다.” 또 “‘쉰다’ ‘편하겠다’ 등 임신과 출산을 무시하는 듯한 언행은 절대 삼가야 한다”고 강조했다.이미지 image@donga.com·위은지 기자 ○ 당신이 제안하는 이 시대의 ‘신예기’는 무엇인가요. ‘’이나 카카오톡으로 여러분이 느낀 불합리한 예법을 제보해 주세요. 카카오톡에서는 상단의 돋보기 표시를 클릭한 뒤 ‘동아일보’를 검색, 친구 추가하면 일대일 채팅창을 통해 제보할 수 있습니다.}

    • 2018-04-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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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깜짝 더위가 몰고온 ‘4월 호우’… 제주 444mm

    지난주 때아닌 여름 날씨가 찾아온 데 이어 22, 23일 여름철 집중호우 같은 ‘폭우’가 쏟아졌다. 23일 경기 북부와 경남, 제주에는 호우특보가 내려졌고, 일부 지역 강수량은 4월 하순 역대 최고 수준의 기록을 나타냈다. 22, 23일 이틀간 제주 한라산 진달래밭에는 23일 오후 9시 기준 443.5mm에 달하는 폭우가 쏟아졌다. 보통 하루 새 100mm 이상 비가 내리면 집중호우라고 한다. 300mm 이상은 한여름에도 보기 어려운 많은 양이다. 이틀간 경기 포천에는 102.0mm, 용인 80.0mm, 의정부 75.5mm의 비가 내린 것으로 나타났다. 서울에는 74.5mm가 내렸다. 일부 지역은 4월 하순 하루 강수량으로 역대 최고 수준의 기록을 세웠다. 강원 홍천과 인제는 각각 61.5mm, 53.0mm의 비가 내려 1970년대 관측 이래 하루 강수량 2위를 기록했다. 기상청은 이번 ‘깜짝 폭우’가 지난주 ‘깜짝 더위’에 따른 것이라고 설명했다. 기상청 윤기한 사무관은 “지난 주말 우리나라에 영향을 준 따뜻한 남서풍이 서해로부터 다량의 수증기를 머금고 온 가운데 중국 내륙 쪽에서 발달한 저기압이 들어오면서 많은 비가 내리게 됐다”고 말했다. 비는 24일 오전까지 내리다 그칠 것으로 보인다. 24일 낮 기온은 오전까지 내린 비와 바람의 영향으로 서울 15도, 충주 14도, 경주 12도 등 평년보다 낮겠다. 25일부터는 기온이 다시 올라 서울 낮 기온이 22도를 기록하는 등 평년보다 1∼2도 높은 따뜻한 날씨를 보일 것으로 전망된다.이미지 기자 image@donga.com}

    • 2018-04-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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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29년만의 ‘4월 여름’

    4월 중순임에도 전 세계 곳곳이 때 이른 여름을 맞았다. 20일 우리나라 대부분 지역의 낮 기온이 20∼30도를 기록하며 초여름 날씨를 보였다. 불과 한 달 전 이상한파가 강타한 서유럽도 이번엔 이상고온으로 수십 년 만에 가장 더운 4월을 맞고 있다. 20일 서울의 낮 최고기온은 26.3도로 같은 날 기온으로 1989년 29.1도 이후 29년 만에 가장 높았다. 1907년 관측이 시작된 이래로 따져도 세 번째로 높은 기온이었다. 이날 전북 임실(30.6도)과 장수(28.9도), 경남 거제(27.9도) 등은 관측 이래 최고 기온을 찍었다. 기온이 오르면서 전국 곳곳에서 올해 첫 오존주의보가 발령됐다. 오존은 기온이 높고 일사량이 많은 여름철에 주로 발생한다. 이날 부산, 충북 청주, 전북 완주, 전남 순천 등에 올해 첫 오존주의보가 내려졌다. 경기 지역은 19일에 이어 이틀째 오존주의보가 이어졌다. 지난해보다 11일 빠른 발령이다. 이번 더위는 북반구 중고위도를 흐르는 찬 기운의 파동이 한반도 북쪽으로 크게 치우치면서 우리나라에 따뜻한 남쪽 기류가 대거 유입돼 나타났다. 서유럽도 비슷한 이유로 더운 날씨가 이어지고 있다. 찬 기운의 파동이 북쪽으로 치우친 사이 포르투갈 등 남쪽에서 더운 공기가 몰려온 것이다. 19일 영국 런던 북서쪽 노솔트 지역의 기온은 28.8도를 기록해 1949년 29.4도 이후 69년 만에 가장 높은 기온을 나타냈다. 런던의 4월 평균 최고기온은 11.9도다. 기상청은 “때 이른 더위는 지구온난화의 영향이기보다 파동의 흐름에 따른 일시적인 현상”이라며 “다만 전 세계의 평균 기온이 조금씩 오르는 것에는 주목해야 한다”고 말했다. 지난해 전 세계의 평균 기온은 평년 대비 0.46도, 우리나라는 0.6도 높아졌다. 포근한 날씨는 주말까지 이어진다. 21일에도 서울 낮 최고기온 24도, 충북 충주 27도, 대구 30도 등 초여름 같은 날씨를 보이겠다. 일요일인 22일 오후부터 전국에 비가 내리면서 기온이 떨어지지만 다음 주에도 평년보다 1, 2도가량 높은 기온을 유지할 것으로 기상청은 전망했다.이미지 기자 image@donga.com}

    • 2018-04-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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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포(four)에버육아]다다익전(錢):많으면 많을수록 돈이 많이 든다

    다자녀 집은 돈이 많이 든다. 아이가 많으니 당연한 일이다. 첫 아이가 치즈를 먹기 시작할 즈음, 조금이라도 아껴보겠다고 온라인카페 공동구매를 이용해 아기용 슬라이스치즈를 샀었다. 스티로폼 박스 가득 수백 장의 치즈가 배달됐는데 아이가 하루에 1장, 많아야 2장 먹으니 통 줄어들질 않았다. 결국 몇 달 뒤 남은 치즈 수십 장을 내가 꾸역꾸역 요리에 넣어 먹었던 기억이 난다. 하지만 이젠 다르다. 난 이제 세 아이의 엄마가 됐고 머리가 큰 세 아이는 하루에도 슬라이스치즈를 2장씩 먹는다. 하루에 최소 6장. 300장 들이 세트를 사도 두 달이 못 가 동이 난다. 어린이날이나 크리스마스 시즌이면 각종 장난감 프로모션이 뜨는데 다자녀 엄마에게는 대부분 ‘그림의 떡’일 뿐이다. 세일해도 10만 원이 넘는 고가 장난감들을 다른 집처럼 사줬다간 한 달 생활비가 거덜 나기 십상이다. 그렇다고 누군 비싼 거, 누군 싼 거 사주면 아이들 눈에도 보이는지 대번에 전쟁이 난다. 결국 저렴한 장난감으로 ‘하향평준화’의 길을 택할 수밖에 없다. 지난해 크리스마스 때도 인터넷에서 할인하는 2만원대 공주 장난감 세트를 세 아이 모두 비슷하게 맞춰 준비했다. 머리가 제법 큰 첫째는 “친구들은 다 ‘시크릿 셀카폰’이랑 ‘소피루비 시계’ 있어요”하며 구체적인 제품명을 내밀었으나 “산타할아버지는 그런 요새 장난감은 잘 모르셔”라는 말도 안 되는 핑계로 둘러댔다. 그러곤 미안한 마음에 알아보니 장난감 가격이 생각보다 비싸지 않았다. ‘저렇게 원하는데 하나 사줄까?’ 결국 못 이긴 척 하나를 주문했다. 그런데 아뿔싸, 하나를 사니 셋이 서로 갖겠다며 싸웠다. 어쩔 수 없이 셀카폰도 하나 더, 시계도 하나 더 장만하면서 10만원 훌쩍 넘는 돈을 써야 했다. 역시 함부로 사주는 게 아니었다. 아이들 옷값은 또 왜 그리 많이 드는지. 셋 다 동성이라 다 물려 입으면 되겠다고 생각했던 건 오산이었다. 내복은 자주 빨다 보니 길어야 두 아이만 입으면 해어졌다. 겉옷은 아이들마다 태어난 계절이 다르고 성장 속도가 달라 물려 입을 수 없는 옷이 많았다. 예를 들어 첫째는 늦은 봄 태생이라 돌 때 여름옷을 입었다. 반면 겨울에 태어난 둘째는 첫 여름에는 6개월, 그 다음 여름에는 18개월이었기에 언니 여름옷을 물려 입을 수가 없었다. 늦여름 태생인 셋째도 마찬가지로 간극이 발생했다. 결국 이렇게 저렇게 틈을 메우는 과정에서 야금야금 옷값이 들었다. 그나마 둘째, 셋째는 어떻게라도 물려 입지, 첫째는 물려 입을 데도 없었다. 신랑이나 나나 모두 양가에서 개혼인데다 지인들 통틀어서도 아이를 빨리 낳은 축에 속했기 때문이다. 나들이 갈 때는 또 어떤가. 다자녀는 숙박 시 추가요금을 내야할 때가 많다. 애초 예약 자체가 안 되는 곳도 다수다. 얼마 전 아이들을 좀 편하게 놀릴 요량으로 키즈 풀빌라란 곳에 가봤다. 예약을 잡으려고 여기저기 검색하는데 5인부터는 두 가족이 머무는 방을 잡아야 하는 곳이 많았다. 즉 4인 초과 가족이 묵으면 단순히 인당 요금을 추가해야 하는 게 아니라 아예 두 가족 요금을 내야 했다. 추가요금 없이 5인을 받아주는 곳은 없었다. 이러다 보니 애들 특별히 좋은 것 입히고 먹이는 것도 아닌데 월급날이 오기도 전에 통장 잔고는 늘 바닥을 헤맸다. 나는 자연히 구두쇠 엄마가 되어갔다. “안돼, 못 사줘.” “엄마는 안 사줘.” 아이들은 이제 뭐 사고픈 게 있으면 슬며시 아빠에게 간다. 엄마는 어차피 사주지 않는 걸 알기 때문이다. “요새 다자녀면 국가가 다 키워주는 거 아냐?” 사람들은 이야기한다. 하지만 생각보다 많은 혜택이 우리 가족을 비껴간다. 다자녀 가정 대학등록금만 해도 우리 가족은 소득제한에 걸려 받을 수 없다. 다자녀 자동차 취·등록세 감면, 청약 우선공급 혜택은 말 그대로 청약을 신청하고 새 차를 사야 받을 수 있다. 도시가스, 전기세, 수도세 할인은 받지만 다 합해야 몇 만 원 수준. 물론 저출산이 국가적 문제라 해서 다자녀 가정이 엄청난 혜택을 받아야 한다는 뜻은 아니다. 그저 알려진 것보다 혜택이 적으니 아껴 쓰고 살아야 한다는 것이다. 아이 하나만 성인까지 키우는 데도 3억 원이 든다지 않나. 이제 곧 한 명 더 늘고 나면 4명. 하루에 슬라이스 치즈가 8장씩 사라질 걸 생각하면 아뜩하다. 피자 한 번 시켜먹으려 해도 한 판으로는 모자라고 치킨은 3마리쯤 시켜야겠지. 책상은 어쩌나. 옷은? 학원비는? 이런 고민을 하고 있으면 신랑은 심드렁하게 답한다. “100만원 벌고, 200만원 벌어도 다 키워. 어찌 저찌 있는 돈 안에서 크게 돼있어.” 아니, 뭐 저렇게 태평한가 싶다가도 결국 그게 정답이라는 생각이 든다. 부족함 없이 자라서 ‘땅콩회항’ 시키고 ‘물벼락 갑질’하는 자녀들도 있지 않나. 중요한 건 ‘어떻게 키우는가’이지, ‘얼마로 키우는가’는 아닐 테다. 이미지 기자 image@donga.com}

    • 2018-04-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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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대졸여성, 학자금 대출 많을수록 결혼 늦어

    대학 학자금 대출을 많이 받은 여성일수록 결혼을 늦게 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성균관대 배호중, 한창근 박사가 한국교육고용패널조사(KEEP) 자료를 이용해 4년제 대학을 졸업한 여성 507명의 혼인 여부를 조사한 결과 학자금 대출을 받은 사람은 그렇지 않은 사람에 비해 혼인 가능성이 37.2% 낮았다. 대출 총액을 0원에서 1500만 원까지 4단계로 나눠 혼인 여부를 살핀 결과 학자금 대출 총액이 한 단계 증가할수록 혼인 가능성은 6.3% 떨어졌다. 대출액이 많을수록 결혼이 더 늦어진다는 뜻이다. 조사 대상 여성 중 학자금 대출을 받은 사람은 34.3%였다. 총 대출액은 700만∼1500만 원 이하가 12.6%로 가장 많았고, 700만 원 미만 12.2%, 1500만 원 초과 9.5%였다.이미지 기자 image@donga.com}

    • 2018-04-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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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퇴근길 여성]대학 학자금 대출 많이 받은 여성일수록 결혼 늦어져?

    대학 학자금 대출을 많이 받은 여성일수록 결혼을 늦게 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성균관대 배호중, 한창근 교수가 한국교육고용패널조사(KEEP) 자료를 이용해 4년제 대학을 졸업한 여성 507명의 혼인 여부를 조사한 결과 학자금 대출을 받은 사람은 그렇지 않은 사람에 비해 혼인 가능성이 37.2% 낮은 것으로 나타났다. 대출 총액을 0원에서 1500만 원까지 4단계로 나눠 혼인 여부를 살핀 결과 학자금 대출 총액이 한 단계 증가할수록 혼인 가능성은 6.3% 떨어졌다. 대출액이 많을수록 결혼이 더 늦어진다는 뜻이다. 가구 소득, 부모 학력, 출신 대학, 자격증 취득 여부 등 결혼에 영향을 미칠 수 있는 다른 변수들을 고려하지 않았을 때 나온 결과다. 학자금 대출은 청년들이 처음 지는 거액의 부채다. 연구진은 경제적 부담이 혼인 지연에 상당한 영향을 미친다고 결론 내렸다. 조사 대상 여성 중 학자금 대출을 받은 사람은 34.3%였다. 총 대출액은 700만 원~1500만 원 이하가 12.6%로 가장 많았고, 700만 원 미만 12.2%, 1500만 원 초과 9.5%였다. 학자금 대출 여부와 무관하게 대기업이나 공공기관 등에 취업한 경우 그렇지 않은 때보다 혼인 가능성이 2.5배 높았다. 다만 첫 직장의 임금수준은 혼인과 큰 관련성이 없었다.이미지 기자 image@donga.com}

    • 2018-04-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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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대형 제조사 전기트럭 올해 생산… 도로에서 만나길 기대해!

    12∼15일 서울 코엑스에서 열리는 ‘이브이(EV·Electric Vehicle) 트렌드 코리아’ 전시회에서는 전기화물차와 전기버스를 만날 수 있다. 이날 전시될 전기화물차는 중소 제작사인 ㈜파워프라자가 만든 0.5t 경형트럭이다. 2015년부터 판매된 이 작은 트럭은 현재 국내에서 정부 성능 평가를 통과해 보조금을 받을 수 있는 유일한 전기화물차다. 전기차는 화석연료를 때지 않아 미세먼지를 배출하지 않는다. 미세먼지를 만드는 물질인 질소산화물도 내뿜지 않는다. 온실가스 발생량 역시 km당 전기차는 94g, 하이브리드차는 141g, 경유차는 189g, 휘발유차는 192g으로 전기차가 가장 적다. 박지영 한국교통연구원 박사는 “앞으로 화력발전 중심의 전력 구조가 친환경적으로 개편될 것인 만큼 전기차의 친환경성은 더 높아질 것”이라고 말했다. 빠르면 올해부터 대형 자동차 제조사들도 전기화물차 시장에 뛰어든다. 친환경 화물차를 영업용으로 사용할 수 있도록 한 화물자동차 운수사업법 개정안이 2월 국회를 통과했기 때문이다. 환경부 관계자는 “시장이 생기는 만큼 제조사들이 발 빠르게 움직이고 있다”고 전했다. 르노삼성은 빠르면 올해, 현대자동차는 내년 말까지 각각 전기트럭을 시판할 예정이다. 하지만 전기화물차가 얼마나 빨리 확산될지는 미지수다. 정부의 파격적인 보조금 정책에도 불구하고 2011년 전기차 보급이 시작된 이래 팔린 전기화물차는 모두 47대에 불과하다. 같은 기간 전기승용차는 2만4653대가 늘어났다. 전기화물차 구입 시 국가 보조금은 경형 1100만 원, 소형 2000만 원에 이른다. 선택의 폭이 좁고, 인프라가 제대로 갖춰져 있지 않은 점을 감안하면 전기화물차 구입의 이점이 크지 않은 셈이다. 허성호 한국교통연구원 박사는 “현재 국내에서 팔리는 전기화물차는 다 합해 5종이 안 된다”고 했다. 그나마 국가 보조금이 주어지는 것은 한 종에 불과하고, 이마저도 기존 경유트럭에 전기엔진을 넣은 개조 차량이다. 화물차량 대부분 주행거리가 길고 높은 출력이 필요한데 충전소나 정비소 시설도 부족하다. 전기화물차 보급과 함께 인프라 구축이 시급한 이유다.이미지 기자 image@donga.com}

    • 2018-04-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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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코 틈새로 미세먼지 솔솔… 마스크 밀착때보다 18배 더 유입

    한동안 코가 뻥 뚫릴 듯 하늘이 맑았는데 또 미세먼지다. 환경부 대기질통합예보센터는 중국 고비사막과 내몽골 인근에서 날아온 황사와 베이징(北京) 대기오염 물질의 유입으로 11일 전국 곳곳의 미세먼지(PM10) 농도가 ‘매우 나쁨’을 기록할 것으로 예보했다. 여기에 수도권과 강원 영서 등에선 초미세먼지(PM2.5) 농도도 ‘나쁨’을 나타낼 것으로 보인다. 이번 미세먼지는 12일에도 이어질 것으로 전망된다. 미세먼지를 근본적으로 줄일 대책이 먼 현실에서 시민들이 스스로를 지킬 유일한 ‘방패’는 마스크뿐이다. 해외 연구에 따르면 미세먼지 농도가 높은 날 마스크를 쓰는 것만으로 기침과 구역질 증상이 절반 수준으로 떨어진다. 하지만 매번 챙겨 쓰는 마스크가 미세먼지를 얼마나 걸러내는지, 혹시 마스크 틈새로 미세먼지가 새어 들어오는 건 아닌지 불안해하는 사용자가 적지 않다. 동아일보 취재팀은 시판 중인 마스크의 실제 효과를 테스트해보기 위해 5일 식품의약품안전처가 지정한 공식 시험검사 기관인 경북 경산시 경북테크노파크 첨단메디컬융합섬유센터를 찾았다. 식약처는 이곳에서 마스크의 △누설률(마스크와 얼굴 틈으로 미세먼지가 새는 비율) △분진포집효율(마스크가 먼지를 걸러내는 비율) △흡기저항(숨쉬기 어려운 정도) 등 세 가지를 시험해 합격한 제품에만 미세먼지용 마스크 마크(KF)를 붙여준다. 김상곤 첨단메디컬융합섬유센터장은 “제품 하나를 테스트하는 데 이틀이 걸릴 정도로 절차가 엄격해 (테스트) 대기 순번이 1년이나 밀려 있다”고 말했다. 테스트 공간인 인공 미세먼지실에는 미세먼지를 뿜어내는 기계와 트레드밀(러닝머신), 피험자의 마스크와 연결된 고무호스가 있다. 피험자가 마스크를 쓴 채 다양한 동작을 취하는 동안 미세먼지실과 마스크 안의 먼지 농도를 비교해 누설률을 계산하는 방식이다. 검사에 쓰이는 미세먼지는 염화나트륨으로 만들어 호흡기에 무해하다. 33세 남성인 기자는 우선 KF80 마크가 달린 ‘대형’ 사이즈 마스크를 착용하고 인공 미세먼지실에 들어갔다. 아래턱 너비가 14.7cm로 한국 남성 평균(11cm)보다 넓은 기자는 평소 약국이나 마트에서 턱과 볼을 완전히 가릴 수 있는 대형 마스크를 구입한다. 코핀을 눌러 코와 마스크 사이에 빈 공간이 없도록 하고 고무줄을 조여 얼굴에 완전히 밀착시킨 뒤 트레드밀에서 30분간 시속 6km로 걸었다. 그 결과 해당 마스크의 누설률은 0.5%에 불과했다. 마스크의 필터 부분을 우회해 직접 코와 입으로 들어간 미세먼지가 거의 없다는 뜻이다. 반면 코핀을 고정하지 않은 채 포장지에서 꺼낸 그대로 대형 마스크를 착용한 뒤 테스트했을 때는 누설률이 18배인 9.8%로 치솟았다. 다음은 똑같은 KF80 등급의 ‘소형’ 사이즈 마스크로 실험해 봤다. 기자가 쓰니 아래턱이 마스크 밖으로 비죽 나왔다. 볼은 절반밖에 가려지지 않았다. 코핀을 단단히 눌렀지만 말을 하거나 웃으면 얼굴 근육의 움직임과 함께 마스크가 위로 말려 올라갔다. 마스크가 벗겨지지 않도록 주의하며 테스트를 받았지만 누설률은 12.3%로 얼굴 전체를 가렸을 때보다 훨씬 높게 나왔다. 큰 사이즈가 무조건 좋은 건 아니었다. 아래턱 너비가 기자보다 5cm가량 좁은 강예원 동아일보 인턴(20)이 대형 마스크를 착용하자 ‘측정 불가’ 판정이 나왔다. 걸을 때마다 마스크가 흘러내려 미세먼지 차단 효과가 거의 없었다. 실제 마스크 시험 검사 때는 남녀 각각 5명이 5차례씩 마스크를 착용한 채 테스트를 한다. 총 50번의 검사 중 92%에 해당하는 46번 이상 기준치를 넘어서야 합격이다. 마스크를 세탁하면 아무 소용이 없다는 점도 수치로 확인했다. 취재팀이 구입한 똑같은 KF94 마스크 2개 중 하나는 새 제품 그대로, 다른 하나는 전날 세탁한 뒤 말려서 테스트해보니 마스크의 필터가 미세먼지를 걸러내지 못하는 비율은 각각 5.8%, 36.2%로 나타났다. 마스크를 빨면 필터 성능이 6분의 1 이하로 떨어진다는 뜻이다. 김춘래 식약처 의약외품정책과장은 “미세먼지 마스크는 얼굴형에 맞춰 구입하고, 한 번 사용하면 버려야 한다”며 “일반 마스크를 미세먼지용으로 거짓 광고하는 사례가 많으니 ‘KF’ 마크를 꼭 확인해 달라”고 당부했다.경산=조건희 becom@donga.com / 이미지 기자}

    • 2018-04-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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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환경부 “가격 급락한 폐지 긴급 매수”

    서울지역 아파트 10곳 중 2곳이 여전히 폐비닐 수거가 이뤄지지 않는 것으로 집계됐다. 문재인 대통령은 10일 국무회의에서 조속한 대책 마련을 지시했다. 환경부는 국무회의에서 서울시 전체 아파트단지 3132곳 중 수거가 중단된 1610개 단지의 78.4%인 1262곳의 폐비닐이 정상 수거되고 있다고 보고했다. 이에 환경부는 폐비닐 재활용량을 늘리기 위해 폐기물을 이용한 ‘고형연료’의 제조 규제도 일부 완화한다. 연 15회에 이르렀던 제조공장 검사 횟수를 줄이고 품질기준 1회 위반 시 바로 영업정지 조치를 내리던 ‘원스트라이크 아웃제’도 손볼 계획이다. 폐비닐을 가공해 만든 고형연료는 화력발전소의 보조 연료로 쓰인다. 또 중국의 재활용 폐기물 수입 거부로 국내 폐지 물량이 쌓이면서 올해 폐지 가격이 지난해 대비 30% 이상 급락한 만큼 적체된 폐지물량을 긴급 매수하기로 국내 제지업체와 합의했다고 밝혔다. 최민지 환경부 자원재활용과장은 “지난해 폐지 가격이 오르면서 국내 제지업체들이 한시적으로 수입량을 늘렸다”며 “늘어난 수입량을 국내 물량으로 대체하고, 관련 비용을 정부가 일부 지원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이날 문재인 대통령은 “중국의 재활용 폐기물 수입 거부가 지난해부터 예견됐지만 관계부처의 대응이 미진했다”며 “수거·처리뿐 아니라 생산·소비·배출 등 순환 사이클 단계별로 개선할 수 있는 중장기적인 대책을 마련해 달라”고 주문했다.이미지 기자 image@donga.com}

    • 2018-04-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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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퇴근길 환경] 미세먼지 유일한 ‘방패’ 마스크, 효과 직접 시험해보니…

    한동안 코가 뻥 뚫릴 듯 하늘이 맑았는데 또 미세먼지다. 환경부 대기질통합예보센터는 중국 고비사막과 내몽골 인근에서 날아온 황사와 베이징(北京) 대기오염물질의 유입으로 11일 전국 곳곳의 미세먼지(PM10) 농도가 ‘매우 나쁨’을 기록할 것으로 예보했다. 여기에 수도권과 강원 영서 등에선 초미세먼지(PM2.5) 농도도 ‘나쁨’을 나타낼 것으로 보인다. 이번 미세먼지는 12일에도 이어질 전망이다. 미세먼지를 근본적으로 줄일 대책이 먼 현실에서 시민들이 스스로를 지킬 유일한 ‘방패’는 마스크뿐이다. 해외 연구에 따르면 미세먼지 농도가 높은 날 마스크를 쓰는 것만으로 기침과 구역질 증상이 절반 수준으로 떨어진다. 하지만 매번 챙겨 쓰는 마스크가 미세먼지를 얼마나 걸러내는지, 혹시 마스크 틈새로 미세먼지가 새어 들어오는 건 아닌지 불안해하는 사용자가 적지 않다. 동아일보 취재팀은 시판 중인 마스크의 실제 효과를 테스트해보기 위해 5일 식품의약품안전처가 지정한 공식 시험검사기관인 경북 경산시 경북테크노파크 첨단메디컬융합섬유센터를 찾았다. 식약처는 이곳에서 마스크의 △누설률(마스크와 얼굴 틈으로 미세먼지가 새는 비율) △분진포집효율(마스크가 먼지를 걸러내는 비율) △흡기저항(숨쉬기 어려운 정도) 등 세 가지를 시험해 합격한 제품에만 미세먼지용 마스크 마크(KF)를 붙여준다. 김상곤 첨단메디컬융합섬유센터장은 “제품 하나를 테스트하는 데 이틀이 걸릴 정도로 절차가 엄격해 (테스트) 대기 순번이 1년이나 밀려있다”고 말했다. 테스트 공간인 인공 미세먼지실에는 미세먼지를 뿜어내는 기계와 트레드밀(러닝머신), 피험자의 마스크와 연결된 고무호스가 있다. 피험자가 마스크를 쓴 채 다양한 동작을 취하는 동안 미세먼지실과 마스크 안의 먼지 농도를 비교해 누설률을 계산하는 방식이다. 검사에 쓰이는 미세먼지는 염화나트륨으로 만들어 호흡기에 무해하다. 33세 남성인 기자는 우선 KF80 마크가 달린 ‘대형’ 사이즈 마스크를 착용하고 인공 미세먼지실에 들어갔다. 아래턱 너비가 14.7㎝로 한국 남성 평균(11㎝)보다 넓은 기자는 평소 약국이나 마트에서 턱과 볼을 완전히 가릴 수 있는 대형 마스크를 구입한다. 코핀을 눌러 코와 마스크 사이에 빈 공간이 없도록 하고 고무줄을 조여 얼굴에 완전히 밀착시킨 뒤 트레드밀에서 30분간 시속 6㎞로 걸었다. 그 결과 해당 마스크의 누설률은 0.5%에 불과했다. 마스크의 필터 부분을 우회해 직접 코와 입으로 들어간 미세먼지가 거의 없다는 뜻이다. 반면 코핀을 고정하지 않은 채 포장지에서 꺼낸 그대로 대형 마스크를 착용한 뒤 테스트했을 때는 누설률이 18배인 9.8%로 치솟았다. 다음은 똑같은 KF80 등급의 ‘소형’ 사이즈 마스크로 실험해 봤다. 기자가 쓰니 아래턱이 마스크 밖으로 비죽 나왔다. 볼은 절반밖에 가려지지 않았다. 코핀을 단단히 눌렀지만 말을 하거나 웃으면 얼굴 근육의 움직임과 함께 마스크가 위로 말려 올라갔다. 마스크가 벗겨지지 않도록 주의하며 테스트를 받았지만 누설률은 12.3%로 얼굴 전체를 가렸을 때보다 훨씬 높게 나왔다. 큰 사이즈가 무조건 좋은 건 아니었다. 아래턱 너비가 기자보다 5㎝가량 좁은 강예원 동아일보 인턴(20)이 대형 마스크를 착용하자 ‘측정불가’ 판정이 나왔다. 걸을 때마다 마스크가 흘러내려 미세먼지 차단 효과가 거의 없었다. 실제 마스크 시험 검사 때는 남여 각각 5명이 5차례씩 마스크를 착용한 채 테스트를 한다. 총 50번의 검사 중 92%에 해당하는 46번 이상 기준치를 넘어서야 합격이다. 마스크를 세탁하면 아무 소용이 없다는 점도 수치로 확인했다. 취재팀이 구입한 똑같은 KF94 마스크 2개 중 하나는 새 제품 그대로, 다른 하나는 전날 세탁한 뒤 말려서 테스트해보니 마스크의 필터가 미세먼지를 걸러내지 못하는 비율은 각각 5.8%, 36.2%로 나타났다. 마스크를 빨면 필터 성능이 6분의 1 이하로 떨어진다는 뜻이다. 김춘래 식약처 의약외품정책과장은 “미세먼지 마스크는 얼굴형에 맞춰 구입하고, 한 번 사용하면 버려야 한다”며 “일반 마스크를 미세먼지용으로 거짓 광고하는 사례가 많으니 ‘KF’ 마크를 꼭 확인해 달라”고 당부했다.경산=조건희 기자 becom@donga.com이미지 기자 image@donga.com}

    • 2018-04-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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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만 6세 미만 아동 둔 가정, 9월부터 월 10만원 아동수당 받는다…기준은?

    자녀가 1명인 부부(3인 가구)는 소득과 재산을 합한 월 소득인정액이 1170만 원 이하이면 매달 10만 원의 아동수당을 받을 것으로 보인다. 만 6세 미만 아동 중 95.6%가 아동수당을 받게 될 전망이다. 보건복지부의 의뢰를 받아 아동수당 기준을 마련해온 한국보건사회연구원(보사연)은 9일 아동수당 수급대상 최종선정기준안을 발표했다. 아동수당은 만 0~5세 영·유아 가정의 육아부담을 줄이기 위해 매달 국가가 영·유아 한 명당 10만 원을 지급하는 제도다. 애초 문재인 정부는 소득에 관계없이 모든 가구에 아동수당을 지급하려 했으나 야당 요구로 전체 가구 중 소득 상위 10%는 제외하기로 했다. 보사연은 아동수당 지급을 위한 소득인정액 기준안을 만들었다. 소득인정액은 소득평가액과 재산의 소득환산액을 더한 값을 말한다. 이 기준에 따르면 소득인정액이 △3인 가구 월 1170만 원 △4인 가구 월 1436만 원 △5인 가구 월 1702만 원 △6인 가구 월 1968만 원 이하면 아동수당을 받을 수 있다. 보사연은 소득인정액 산출에 맞벌이·다자녀 가구 공제를 도입했다. 맞벌이·다자녀 가구가 상대적으로 양육비가 많이 드는 것을 배려했다. 아동수당은 올해 9월부터 신청한 가구를 대상으로 지급한다. 복지부는 보사연 연구결과를 기반으로 토론회 등을 거쳐 4월 안에 최종안을 확정지을 방침이다. 이미지 기자 image@donga.com}

    • 2018-04-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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