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은아

조은아 차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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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 기사를 쉽게 풀어드립니다. 은퇴재테크 서적 ‘지금 당장 금퇴 공부’를 펴냈습니다.

achim@donga.com

취재분야

2025-11-14~2025-12-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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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전쟁 지휘’ 임시 대통령궁, 미로 구조에 3단계 검문 ‘철통 보안’

    우크라이나 수도 키이우 ‘임시 대통령궁’은 철저하게 숨겨져 있었다. 전쟁 발발 직후 러시아 용병들이 암살을 시도하는 등 볼로디미르 젤렌스키 대통령과 가족은 신변 위협을 받아 왔다. 동아일보·채널A 취재팀은 13일(현지 시간) 젤렌스키 대통령 부인 올레나 젤렌스카 여사를 인터뷰하려면 약속 시간 약 3시간 전에 모처로 오라는 우크라이나 대통령실의 ‘지침’을 받았다. 모처에서 차량으로 10여 분을 이동해 임시 대통령궁 앞 초소에 도착했다. 이곳에서 대통령궁 입구까지 3단계 검문을 통과할 때마다 자동소총을 들고 방탄조끼를 입은 군인들이 취재팀을 감시했다. 궁 정문으로 보이는 대문은 나무판과 모래주머니 등이 가로막고 있고 그 옆 작은 문으로만 사람이 드나들었다. 궁 안 곳곳에도 무장 군인들이 배치돼 있었고 창문은 모두 가려져 있었다. 실내도 군데군데 액자만 걸려 있을 뿐 가구나 집기는 보이지 않았다. 참호처럼 쌓아 놓은 모래주머니가 여기저기 보였다. 인터뷰 장소인 대통령 집무실까지 미로 같은 통로를 거쳐야 했다. 오래된 건물들이 서로 연결된 것 같았다. 통로는 조명이 꺼져 있어 어둠에 눈이 익숙해질 때까지 발걸음을 내딛기조차 어려웠다. 띄엄띄엄 설치된 바닥 조명이 양쪽 벽을 향해 희미한 빛을 쏴주는 정도였다. 대통령실 비서진은 취재팀이 계단을 오르내릴 때 휴대전화 조명을 켜서 앞길을 비춰줬다. 낡아 보이는 대통령궁 안팎과 달리 대통령 집무실 인테리어는 최신식이었다. 정중앙 벽에 ‘대통령 사무실’이라고 쓰인 네온사인이 걸려 있었다. 젤렌스키 대통령이 회의를 주재하는 넓은 테이블과 화상회의용인 듯한 대형 스크린이 인상적이었다. 우크라이나 국내외 언론 인터뷰 및 브리핑을 위한 공간도 따로 마련돼 있었다.키이우=조은아 특파원 achim@donga.com}

    • 2023-02-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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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단독]우크라 젤렌스카 여사 인터뷰 전문… “우크라만의 전쟁이라 여겨질까 가장 두렵다”

    “온갖 나쁜 일은 겪을 수 있는 만큼 다 겪었다는 생각이 드는데, 매번 전쟁의 새로운 공포를 알게 되네요.” 지난해 2월 24일 시작된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 1년을 열흘가량 앞둔 13일(현지 시간). 볼로디미르 젤렌스키 우크라이나 대통령의 부인인 올레나 젤렌스카 여사는 수도 키이우의 ‘임시 대통령궁’ 내부 대통령 집무실에서 동아일보와 채널A 공동으로 진행한 인터뷰에서 전쟁을 견뎌내고 있는 소회를 이같이 밝혔다. 젤렌스카 여사는 하르키우시 버스정류장에서 죽은 아들의 손을 4시간 동안 잡고 있던 아버지, 부차 집 마당에 묻힌 어머니 묘지를 지키는 아들, 드니프로시의 파괴된 주택 속에서 청각장애인이라 ‘살려 달라’는 말을 제대로 외치지 못하다 뒤늦게 구조된 여성을 소개하며 “매주, 매일이 비극이다. 우린 계속 긴장할 수밖에 없다”고 했다. 그는 그중에서 가장 큰 두려움은 “세계가 ‘이 전쟁은 우크라이나만의 전쟁이다’라고 생각하는 일”이라고 밝혔다. 길어지는 전쟁의 종식을 위해 국제사회의 지원 필요성을 강조하며 “한국의 군사적 지원에 대한 대화를 기다리겠다”고 말했다. 또 “6·25전쟁 후 한국의 재건 경험은 우크라이나에 아주 소중한 경험이 될 것”이라며 “한국이 전쟁 이후 빠르게 경제성장을 이룬 경험을 나누고 싶다”고도 했다. 러시아 침공의 부당함을 호소할 각종 국내외 행사로 피곤한 기색도 엿보였지만 젤렌스카 여사는 한 시간 동안 이어진 인터뷰에 열정적으로 응했다. 그는 “지금 내가 오로지 할 수 있는 것은 가급적 많은 사람들에게 우크라이나에 대한 메시지를 전달하는 것”이라면서 “나는 나의 일을 최대한 정성스럽게 하고 싶다”고 말했다. 다음은 일문일답. ―전쟁이 길어지고 있는데 힘들진 않는가. 긴 전쟁을 어떻게 견디고 있나. “재미있는 질문을 해주셔서 감사하다. 이 전쟁은 2014년부터 시작됐다. 그 때는 러시아가 우크라이나 크림반도와 돈바스 지역을 합병했다. 2022년 2월 24일에 시작된 전쟁은 ‘하이브리드의 가면’을 벗었다. 전 세계는 러시아의 진짜 얼굴을 보게 됐다. 이번 전쟁은 너무 길어진다. 그런데 어떤 전쟁을 ‘짧은 전쟁’이라고 부를 수 있을까. 전쟁이 매주, 매일 비극이다. 우리 모두 피곤하고 힘들다. 그런데 우리는 그냥 살고 싶을 뿐이다. 그래서 (살기 위해선 긴 전쟁이) 피곤하다고 불평할 수 없다. 우리는 그냥 살고 싶고, 우리 아이들의 미래를 만들어야 한다. 요즘 (긴 전쟁에 대한) 피로를 생각할 때가 아니다.”―전쟁 이후에 가장 힘든 순간은 언제였나. 힘든 순간을 어떻게 견뎌냈는지 궁금하다.“불행하게도 러시아가 우릴 침략한 지 이미 오래됐다. 가끔은 ‘온갖 나쁜 일을 겪을 수 있는 만큼 다 겪었다’는 생각이 든다. 하지만 매번 이 전쟁의 새로운 두려움을 알게 된다. (내가 겪은 일들의) 두려움의 정도를 얘기하는 건 불가능하고, 비윤리적이다. 어떤 일이 제일 두려운 순간이었다고 말할 수가 없다. 예를 들면 하르키우 시의 버스정류장에서 죽은 아들의 손을 4시간 동안 잡고 있는 아버지. 아버지는 그 정류장에서 아들의 손을 4시간 동안 안 잡을 수가 없었다. 부차에 집 앞 마당에 묻힌 어머니 묘지 옆에 서 있던 아들. 아니면 귀가 먹어 ‘살려 달라’고 외칠 수 없던 한 여성이 공격으로 파괴된 드니프로시의 주택 속에서 24시간 만에 구조됐던 이야기. 그 때 이 여성의 아기와 남편은 숨졌다. 이렇게 우리는 끊임없이 긴장하고 있다. 계속 또 다른 두려움을 기다리고 있다. 이는 극복하기가 힘들다. 사실 우리 모두 이 전쟁의 공포와 스트레스와 싸운다. 그래서 지금 우크라이나에 정신건강을 위한 특별한 프로그램을 마련하고 있다. 이 프로그램의 메시지 중 하나는 ‘너 어때’란 메시지다. 우리나라 말에는 안부를 묻는 ‘너 어때’란 질문이 있다. 이는 굉장히 단순한 안부 인사이지만 현재 안타깝게도 많은 우크라이나 사람들은 ‘난 괜찮아’ ‘난 좋아’라고 거의 대답하지 못한다. 우린 보통 ‘견뎌내고 있다’라고 답한다. 그렇지만 이런 상태로 오래 견딜 수 없다. 이런 긴장 상태가 계속되면 건강에 아주 심각한 결과를 초래할 수 있다. 간혹 10년 후에 건강에 적신호가 오기도 한다. 그래서 우린 지금 당장,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의 나쁜 결과를 미리 예측해야 한다. 심리적인 면에서도 말이다. 우리 프로그램이 정신의 적(敵)을 이기는 효과적인 메커니즘, 효과적인 무기가 되기를 바란다. (힘든 순간을 견뎌낼 방법으로) 개인적인 팁을 알려드리자면 잔꾀가 없어야 한다는 것이다. 일을 활동적으로 하면 (심리적으로) 덜 영향을 받는 데 도움이 된다. 너무 슬플 땐 운동도 도움이 된다. 내가 이러하듯, 우크라이나 사람 대부분이 우리가 살고 있는 오늘이 우리에게 (미래를 살아갈) 가능성을 주고, (심리적 불안으로부터) 구해준다는 사실을 알고 있다.” ―좋아하는 일은 무엇인가.“전쟁 전에 독서를 많이 좋아했다. 하지만 지금 안타깝게도 독서는 잡생각을 없애는 데 그렇게 도움이 되지 못한다. 아이들과 시간을 보낼 수 있다면 마음을 진정시키는 데 정말 좋다. 아이들이 ‘다 괜찮아’라고 말하는 걸 들을 때도 그렇다. 아이들의 발랄함과 천진함은 현재 우리에게 굉장히 큰 선물이다.”―원래 대중연설을 안 좋아하셨다고 들었는데 지금 굉장히 활발하게 활동하고 계시다. 이렇게 변하시기까지 어떤 노력을 했나.“사실 내가 이것저것 가리는 게 많은 성향이다. 특히 창문이 닫히고 윙윙거리는 소리조차 싫었다. 하지만 지금 이런 개인적인 호불호를 생각할 때가 아니다. 우리는 저마다 자기 ‘안전지대’를 잃어버렸다. 지금 내가 오로지 할 수 있는 것은 가급적 많은 사람들에게 우크라이나에 대한 메시지를 전달하는 것이라고 이해하고 있다. 난 내 일을 최대한 정성스럽게 하고 싶다. 내가 (이것저것) 어려워했던 건 지난 과거의 일이다. 지금은 개인적인 안락함과 스트레스 받을 일을 생각할 때가 아니다. 지금 모든 사람들이 각자 처한 상황에서 해야 할 일을 잘 해야 한다. 이렇게 하면 우리가 이로운 길로 인도될 것이다.”―남편 볼로디미르 젤렌스키 대통령이 힘드실 때 어떤 말을 해주나. 반대로 여사님이 힘드실 때 대통령이 어떤 말씀을 해주시는지도 궁금하다.“너무 흥미로운 질문이다. 우리가 즐겁고 (상황들이) 쉬웠을 때는 내가 이런 질문에 서로 어떤 말로 응원하는지 답하는 게 훨씬 더 쉬웠을 것이다. 하지만 지금 그런 순간이 거의 없다. 이 시간을 계속 버티고 있다. 그렇지만 다행스럽게도 저는 남편과 오랜 친구이자 동반자로서 계속 서로 응원을 한다. 남편의 지지와 응원이 항상 진심으로 느껴진다는 사실에 감사하다. 나도 마찬가지로 그가 그렇게 느낄 수 있게 노력한다. 우리 남편을 응원하려고 최선을 다 한다. 우리는 (힘들 때를 넘길) 특별한 방법이나 비결이 없는 것 같다. 다만 가끔 우리 남편을 웃게 하면 남편이 힘을 받는다. 내가 요즘 (코미디언 출신) 남편을 웃기려고 한다. 보통 가족으로서 사랑하는 사람들이 하는 일반적인 격려의 메시지도 한다. ‘힘내’ ‘우리 다 이겨낼 수 있어’란 말이다. 제일 중요한 것은 우리가 함께 한다는 것이다. 가끔 중요한 미팅이나 연설을 준비할 때 남편이 도와준다. 내가 전달해야 할 메시지를 자세히 설명해준다. 그런 도움 덕분에 자신감도 생기고, 어려움이 사라져 대중연설을 하기가 쉬워졌다.”―‘할 수 있다’는 말을 많이들 한다고 했는데, 기자가 키이우에 와서 우크라이나 분들을 만나보면 항전의지가 굉장히 강하다. 항전의지는 어디에서 나오는 걸까.“다른 방법이 없다면, 그 어디로도 더 이상 후퇴할 곳이 없을 때 어딘가에서 용기가 샘솟는 것 같다. 우리는 정말 우리가 사랑하고 아끼는 것들을 지키고 있다. 우리 집, 가족, 아이들 말이다. 이렇게 개개인에게 가장 소중한 것들로 우크라이나 사람들뿐만 아니라 세상 모든 사람들과 하나가 되는 것이다. 우리는 이렇게 우리를 사랑하는 사람을 서로 보호하려는 일반적인 마음을 갖고 있다. 이런 (일반적인) 마음으로 하나가 된다.”―요즘 전쟁이 길어지는데 가장 두려운 점은 무엇인가. 그 두려움을 어떻게 극복하려 하나.“가장 위험한 것은 세계가 ‘이 전쟁이 우크라이나만의 전쟁이다’라고 생각하는 일이다. 이 전쟁은 우크라이나에게만 위험한 것이 아니라고 생각한다. 우리는 다른 나라도 보호한다. 우리 (전쟁) 덕분에 (다른 나라에) 연쇄적인 반응이 아직은 없다. 하지만 우크라이나가 지면 러시아 점령군은 멈추지 않을 것이다. 이렇게 쉬운 생각을 이해할 수 없는 사람을 보면 무섭다. 우리는 이기기 위해 도움이 필요하다. 우린 이길 수 있다는 자신감이 있다. 내가 이미 말한 대로 우리는 하나가 됐다. 우리는 (전쟁에서 이기겠다는) 아주 높은 동기를 갖고 있는데 도움이 필요하다. 우리가 부탁하는 만큼 (국제사회가) 도움을 주면 좋겠다.”―도움이 필요하다고 말했는데 구체적으로 어떤 도움이 절실하게 필요한가.“너무 좋은 질문이다. 이 주제는 이미 내게 수없이 많은 물음이 있었던, 논의할 가치가 있는 주제인 것 같다. 다른 사람들은 몇 번이나 저한테 ‘대통령부인이 군사적 도움을 부탁하는 것이 옳은 행동이냐’라고 물었다. 난 이 질문에 대한 답은 알고 있다. 우리를 보호하고 살릴 수 있는 방법을 부탁할 수 있다면 내가 부탁해야 한다. 군사적 도움은 제일 필요한 일이다. 침공을 당할 땐 스스로를 보호해야 한다. 안 되면 죽거나 포기해야 한다는 두 옵션은 우리에게 맞지 않다. 두 번째로 이제 인적 인프라 복원이 매우 필요하다. ‘사람’이 첫째다. 인프라 재건을 도와야 한다. 시민들이 살던 무너진 건물들을 새로 지어야만 한다. 우리의 학교, 유치원, 병원을 다시 지어야만 한다. 이것들을 세계가 도와줄 수 있다. 인도적 지원이 항상 필요하다. 왜냐하면 전쟁은 단순히 전장에서만 일어나는 게 아니다. 전쟁은 경제위기, 인류적 재앙, 민주적 문제를 모두 야기한다. 전 세계에 있는 개개인 모두가 그들 고유의 방식으로 어떻게든 우리를 도울 수 있는 분야가 있다고 확신한다.”―어머니로서 어떻게 생각하시는지 여쭙겠습니다. 전쟁 중에 아이들을 키우시면서 어떤 점을 가장 중시하시는지, 또 아이들에게 어떤 말씀을 많이 하시는지 궁금합니다.“가장 중요한 것은 언제나, 특히 힘든 시기에 아이들에게 솔직해야 한다는 것이다. 아이들에게 있어 끔찍할 수 있는 것들이더라도 말이다. 아이들이 직접 타인이나 대중매체로부터 알기 전에 가족이 알려주는 것이 좋다고 생각한다. 사실 아이들은 지금 끝없는 정보의 바다에서 살고 있다. 아이들은 모든 것을 알고 있다. 아이들은 종종 부모나 우리들보다도 자세하고 정확하게 알고 있다. 그러나 (동영상처럼) 삶을 잠시 일시 정지할 수 없다는 맥락에서 아이들을 이해시키려고 한다. 우리는 삶에 쉼표를 찍을 수 없다. 우리는 지금 어떤 것을 계획할 수도 없다. 우리는 예전처럼 완전한 꿈을 꿀 수가 없다. 그러나 모든 것들은 확실히 예전에 우리가 했던 것대로 돌아올 것이다. 반드시 그렇게 될 거다. 그런 ‘확실함’을 아이들에게 전달해야만 한다. 학습을 게을리 할 수는 없다. 모든 학생, 우리 모두의 아이들은 한 명, 한 명이 우리의 미래다. 아이들은 우리나라의 발전과 성장, 더 나은 미래에 기여하기 위해 공부하고 있다. 그래서 종종 아이들이 묻는 어려운 질문에 이렇게 답하곤 한다. ‘어른들이 너희를 지킬 거야. 어른들은 어른들이 해야 할 일을 알고 있단다. 그러므로 너희들은 안심하고 걱정하지 마. 가능한 계속 공부하고 학업을 이어가’라고 말합니다.”―전쟁이 길어지면서 전쟁에 무심해지는 사람이 늘고 있습니다. 이런 점을 어떻게 생각하시나요.“누군가가 당신의 고통에 무관심해진 것을 보는 것은 가슴 아프다. 난 달리 말할 수가 없다. 왜냐하면 전쟁은 고통이다. 평화로운 시민을 향한 살인이고 고통이다. 어떻게 이러한 것들에 무관심할 수 있을지 이해할 수 없다. 사람들을 갈라놓는 큰 차이가 존재할 수도 있다는 것을 알고 있다. 하지만 안타깝게도 현대의 전쟁은 검투사들이 서로 치고 박고 싸우는 것을 관람하는 무대가 아니다. 오늘날의 전쟁은 언제든지 무대로부터 튀어나올 수 있다. 그 누구도 전쟁이 어떤 순간에 다른 지역에서 다른 나라에서 발생해서 그들의 시민을 위협할지 모른다. 그래서 누군가가 전쟁에 무관심한 것을 지켜보는 것은 가슴이 아프다. 그렇기 때문에 바로 오늘 저는 당신과 만났다. 바로 그런 이유로 제가 지속적으로 대중들 앞에서 우크라이나에 대한 연설을 하는 것이다. 사람들이 그들의 동정심과 공감을 잃지 않게끔 말이다.”―이번 전쟁이 끝없이 계속 될 것이라고 말씀하시는 분도 있다. 어떻게 생각하나.“(한 숨 쉬면서) 전쟁은 언제나 긴 법이다. 심지어 하루 동안 지속됐던 전쟁이더라도 말이다. 이미 대규모 침략 전쟁이 발발한 첫 주에 우리는 아이들을 잃었다. 대피소에 있던 아이들이 사망했다. 우리가 얼마나 더 버틸 수 있을지는 그 누구도 모른다. 이는 바로 다른 이들과 동맹국의 지원, 우리와 방향을 함께하는 사람들의 도움에 달려 있다고 본다. 한국에서 1950년도에 발발했던 전쟁을 예시로 들어 보겠다. 한국이 한국을 침략한 적을 몰아내는 데 도움을 줬던, 다른 나라의 용감무쌍한 파견군인이 있었다는 것을 저는 기억하고 있다. 바로 그것이 정말 중요하다. 그렇기 때문에 전쟁이 끝없이 진행되지 않았다. 우리는 그 누구보다도 간절히 전쟁을 끝내고 싶다. 우리는 매일 매일 전쟁이 끝났다는 소식만을 기다리며 살고 있다.”―예전에 전쟁에서 여성들의 영웅적인 행동을 기억하겠다고 하셨는데, 여성들의 활약을 소개해주실 수 있을까요.“제 생각에 현재 우크라이나에 있는 모든 여성이 전부 영웅이라고 말할 수 있을 것 같다. 우크라이나 군대가 여군을 의무적으로 모집하지 않고 있음에도 지금 3만1000명이 넘는 여군이 (자발적으로) 활동하고 있다. 이 여군들의 아이들은 해외로 탈출하였거나 아니면 아직 (우크라이나에) 남아있다. 매일 매일이 도전이고 인고의 시간이다. 그래서 저는 그들 개개인에게 모두, 그리고 우리들 각각 모두에게 매일같이 감사하다고 이야기하고 싶다. 오늘 마침 누군가를 만나고 왔다. 프랑스로 자신의 딸과 손자들을 피신시키려고 프랑스에 갔었던 지인이고 최근에 프랑스에서 우크라이나로 돌아왔다. 그녀가 최근에 돌아와서 저에게 했던 이야기 중에 말씀드린다. 주위 사람들이 다시 (프랑스로) 돌아올 거냐고, 우크라이나에는 오래 머물 건지 등에 대해 많이 물었다고 한다. 그녀는 아니라고, 우크라이나에 남기 위해서 프랑스를 떠날 거라고 말했다. 그곳(우크라이나)에는 누군가가 있어야만 하기 때문이라고 덧붙였다. ‘나에게는 일이 있고, 나는 우크라이나로 돌아가고 싶어. 그리고 그게 나는 마음이 더 편해’라고 했다. 바로 그 여성을 만났는데 정말 편안해 보였다. 이게 그리고 가장 중요하다고 말할 수 있다. 우리의 의학 종사자들, 교육 종사자들은 대부분이 거의 여성으로 이루어진다. 우리의 여성들은 아이들을 교육하는 일을 계속 하고 있다. 계속해서 환자들을 치료하고 있다. 심지어는 도저히 인간적인 조건이라고 할 수 없을 상황에서도 말이다. 우리의 에너지 발전소들은 끊임없이 러시아로부터 미사일 공격을 받고 있다. 그리고 거기에서 매우 많은 여성들이 일하고 있다. 생명의 위협을 감수하면서 그들은 매일 일터로 나간다. 그러므로 타인을 구하고 나라를 위해 일하는 모든 여성들, 그리고 우크라이나에 남아있는 모든 여성들, 또한 자신의 아이들을 구하기 위해 다른 나라로 피난간 우크라이나의 여성들 모두에게 진심으로 감사하다는 말을 하고 싶다. 이는 제게 특히 영감을 주고, 개인적으로도 이로 인해 숨을 쉬고 있는 것 같다. 나는 우리의 여성들과 함께 우리 아이들을 위해 맞서 싸울 것이다.―전쟁을 일으킨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에게 하시고 싶은 말씀이 있을까요.“(고개를 절레절레 흔들며) 저는 단 한순간도 그 사람을 마주치길 원하지 않는다. 나를 죽이러 온 상대를 그 어떤 누구도 직접 마주하기 싫을 것이다. 내가 어떤 말을 그 사람에게 할 수 있을지 상상조차 못하겠다.―우크라이나 국민을 대신 해서 하시고 싶은 말씀을 부탁드립니다.“우크라이나 국민으로서 푸틴에게 주고 싶은 메시지는 하나뿐이다. 우리에게서 떨어져라. 우리를 그만 괴롭히라는 것이다. 이 메시지 외엔 그 어떤 메시지도 남기고 싶지 않다. 그리고 푸틴이나 러시아 사람들에게 어떤 메시지를 전달해도 소용이 없다. 그들(러시아)은 절대로 받아들이지 않을 것이기 때문이다. 그들은 메시지를 기다리지 않는다. 그쪽 사람들은 우리 의견이나 세계의 의견에 대한 관심이 없다. 그러니 세계를 상대로 이런 일을 저질렀다.”―한국도 역시 우크라이나 전쟁에 큰 관심을 갖고 있습니다. 한국이 우크라이나를 위해서 어떤 노력을 하길 바라십니까.“우선 외면하지 말아주셨으면 좋겠다. 우리를 잊지 말고 계속 응원해주시면 좋겠다. 한국은 큰 나라라서 한국의 도움이 너무나도 필요하다. 우리는 이미 인터뷰에서 군사적 지원에 대해 얘기했다. 한국은 이런 도움을 줄 수 있는지 알고 있다. 그래서 우리는 협상을 기다리겠다. 저는 또한 우크라이나의 재건에 대해 아까 얘기했다. 우리나라 재건과 복구를 위해 우크라이나 지역을 다른 여러 국가들이 나눠 (재건을) 도와주기로 약속한 예시가 있다. 우리는 반드시 무너진 것들을 복구해낼 것이다. 파괴된 곳이 너무 많아서 남의 도움 없이 복원할 수 없다. 그리고 인도적 도움도 물론이다. 예를 들면 몇 개월 전 내 재단이 최근 설립됐다. 이를 통해 한국이 우크라이나 교육 시스템을 도울 수 있다. 학업을 이어가는 우리 학생들에게 한국 노트북을 공급한다거나 하는 방법이다. 지금 학생들의 절반 이상이 위험지역에서 원격으로 수업을 받고 있다. 그래서 교사들은 노트북이 필요하다. 한국은 고도의 첨단기술을 가진 선진국이라는 것을 잘 알고 있기에 이러한 도움을 줄 수 있다고 생각한다. 내가 이미 말한 대로 도움은 전방위적으로 끝없이 필요하다. 전쟁 때문에 모든 게 피해를 입었다. 이걸 다 복원해야 한다.”―우크라이나가 전후 재건 과정에서 가장 중시해야 할 점은 무엇이라고 생각하시나요. 한국이 재건 과정에서 어떤 역할을 할 수 있다고 보시나요.“기술이 가장 우선일 것 같다. 난 우리가 이 분야에서 확실히 협업할 수 있는 파트너가 될 수 있다고 확신한다.. 특히 정신건강 프로그램 개발을 위해서 개개인이 사용할 스마트폰의 자가 지원 애플리케이션이 필요하다. 즉 스마트폰과 앱이 필요한 거다. 이게 기술적 측면 (도움)이다. 우린 병원을 재건해야만 한다. 병원에는 새로운 설비들이 많이 필요하다. 이는 한국에 기대할 수 있는 큰 가능성 중 하나다. 사람을 살리는 건 그 사람의 건강, 특히 정신건강으로부터 시작된다. 그래서 우리는 지금 여러 나라 전문가를 찾고 있고, 재정지원이 필요하다. 이 분야에서 (한국과의) 협력을 매우 고대하고 있다. 사실 우크라이나가 필요한 지원에 대해서 끊임없이 말할 수 있다. 왜냐하면 도움이 필요한 분야가 너무 많기 때문이다. 그런데 다행히 (한국과) 접점도 많다. (답변을 자처하며) 추가로 하고 싶은 말이 있다. 가장 중요한 건 ‘정의 구현’이다. 우크라이나는 국제전범재판소를 만들기를 부탁한다. 모든 전쟁범죄자들을 처벌해야 한다. 자기 손으로 범죄를 저지른 군인들도, 명령을 내린 사람들도 처벌해야 한다. 이 분야에는 전 세계의 지원이 필요하다. 이건 꼭 국제군사재판소여야 한다. 국제적으로 전쟁범죄자들은 다시 우크라이나에서 한 일과 같은 일을 반복하지 않게 해야 한다.”―한국은 전후에 빠른 경제성장을 이뤘습니다. 전후 재건 과정에서 이런 경험을 참고하실 계획인가요.“당연하죠. 한국 전쟁 후 재건 경험은 (우크라이나에) 굉장한 의미가 있고 상당히 소중하다. 그래서 이 분야에서 한국이 우리에게 협력을 제안해준다면 우리는 그 제안을 너무나 행복하게 받겠다. 이는 상당히 큰 의미를 가져다주고 우크라이나인들에게 실질적인 도움이 될 것이다. 한국은 전후 복구에 성공했다. 엄청난 경제 성장을 이뤘고 인적자원도 회복했다. 우리에게 이게 지금 굉장히 중요하다.”―우크라이나의 비밀병기란 별명을 얻었다. 전쟁을 종식하기 위해 앞으로 어떤 활동을 다르게 하실지 궁금하다.“아주 흥미롭다. 난 전혀 비밀스럽게 활동하고 있지 않다. 공개적인 곳에서 솔직하게 활동하고 있다. 이러한 솔직함 속에서 어떠한 힘이 나오는 것일지도 모르겠다. 왜냐하면 이런 에너지는 느껴지기 때문이다. 사람들이 진심을 느껴서 힘을 얻는 것 같다. 난 국제외교의 전선에서 내 활동을 계속해 나갈 것이다. 아직 전쟁이 끝나지 않았기 때문이다. 우리 시민들 모두가 집으로 돌아오지 않았기 때문이다. 그렇기에 우리는 멈출 수 없다. 우리 모두는 각자 최전방에서 싸우고 있다. 실제로 열전이 벌어지는 군사전선도 있지만 문화전선, 국제외교전선 등이 있다. 우리 일은 우크라이나를 위해 하는 일이다. 나도 내 활동으로 우리나라에게 도움을 줄 수 있기를 바란다.”―전쟁은 비극이긴 하지만 전쟁을 통해서 우크라이나 국민들이 어떤 교훈을 얻고 있나.“언제나 인간이 중심이 되어야 한다는 점이다. 이게 우리의 주요 원칙이다. 지금 이 전쟁 중에도 그렇다. 한 사람을 살리는 것이 모두를, 나라를 지키는 일이고 한 사람이 회생하는 건 나라가 살아나는 일이란 것. 우리가 배워야 할 교훈이다. 개인의 가치란 것은 나이, 직업, 사는 곳 상관없이 언제나 사람 그 자체에 있다. 이는 정말로 우리와 우리의 역사에 중요한 사실이다. 우리는 계속 단단해지고 있다. 전쟁하기 전에도 단단했지만 지금 더 단단해졌다. 러시아 침략에 대한 분명한 것들을 밝혀내고, 우리의 단합이 우리나라를 재건하고 앞으로 닥쳐올 상황들을 견디는 데 도움이 되길 간절히 바란다.”―강한 항전의지를 보이는 국민들을 보면 어떤 생각이 드나.“자부심을 느낀다. 하지만 반복해서 말하자면 가장 값진 것은 인고의 상황을 스스로 버텨내고 있다는 점이다. 내가 항상 우크라이나 사람이라서 자랑스러웠다. 우리 국민들, 내 곁에 사는 사람들이 너무나 자랑스럽다. 심지어 전쟁이 발생한 첫 주에 우크라이나 사람들이 전쟁을 어떻게 수행하는지 지켜봤는데 내겐 놀라운 일이 아니었다. 반대로 ‘너희는 우릴 무너뜨리길 원하지? 하지만 우리는 절대 부서지지 않아. 왜냐하면 우리는 모두 함께이거든’이라고 생각했다. 이는 비록 작은 행동이지만 이런 생각이 가장 힘들었던 침공 첫째 주에 우리를 버틸 수 있게 해줬다.”―한국 국민들 모두 우크라이나의 평화를 진심으로 기도하겠다.“저도 그렇게 생각한다. 지지해주셔서 대단히 감사하다.”키이우=조은아 특파원 achim@donga.com}

    • 2023-02-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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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단독]우크라 젤렌스카 여사 “매번 새로운 공포…아이들 보며 긴 전쟁 견뎌”

    “온갖 나쁜 일은 겪을 수 있는 만큼 다 겪었다는 생각이 드는데, 매번 전쟁의 새로운 공포를 알게 되네요.” 지난해 2월 24일 시작된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 1년을 열흘가량 앞둔 13일(현지 시간). 볼로디미르 젤렌스키 우크라이나 대통령의 부인인 올레나 젤렌스카 여사는 수도 키이우의 ‘임시 대통령궁’ 내부 대통령 집무실에서 동아일보와 채널A 공동으로 진행한 인터뷰에서 전쟁을 견뎌내고 있는 소회를 이같이 밝혔다. 젤렌스카 여사는 하르키우시 버스정류장에서 죽은 아들의 손을 4시간 동안 잡고 있던 아버지, 부차 집 마당에 묻힌 어머니 묘지를 지키는 아들, 드니프로시의 파괴된 주택 속에서 청각장애인이라 ‘살려 달라’는 말을 제대로 외치지 못하다 뒤늦게 구조된 여성을 소개하며 “매주, 매일이 비극이다. 우린 계속 긴장할 수밖에 없다”고 했다. 그는 그중에서 가장 큰 두려움은 “세계가 ‘이 전쟁은 우크라이나만의 전쟁이다’라고 생각하는 일”이라고 밝혔다. 길어지는 전쟁의 종식을 위해 국제사회의 지원 필요성을 강조하며 “한국의 군사적 지원에 대한 대화를 기다리겠다”고 말했다. 또 “6·25전쟁 후 한국의 재건 경험은 우크라이나에 아주 소중한 경험이 될 것”이라며 “한국이 전쟁 이후 빠르게 경제성장을 이룬 경험을 나누고 싶다”고도 했다. 러시아 침공의 부당함을 호소할 각종 국내외 행사로 피곤한 기색도 엿보였지만 젤렌스카 여사는 한 시간 동안 이어진 인터뷰에 열정적으로 응했다. 그는 “지금 내가 오로지 할 수 있는 것은 가급적 많은 사람들에게 우크라이나에 대한 메시지를 전달하는 것”이라면서 “나는 나의 일을 최대한 정성스럽게 하고 싶다”고 말했다. 올레나 젤렌스카 여사는 이날 낮 키이우의 ‘임시 대통령궁’ 대통령 집무실 앞에 무장한 군인들과 함께 나타났다. 베이지색 정장을 입고 나타난 그는 기자의 푸른색 정장 차림을 보고는 “우리 우크라이나 국기 색깔과 같다”라고 말했다. 처음 접해보는 한국어 통역 인터뷰에 “한국어는 매우 부드럽게 들린다”며 호기심을 보이기도 했다. 여사의 성인 ‘젤렌스카’는 남편의 성인 ‘젤렌스키’에 여성형 어미 ‘에이(a)’를 덧붙인 형태다. 젤렌스카 여사는 1978년 남편 젤렌스키 대통령과 같은 우크라이나 크리비리흐에서 태어났다. 2003년 지금의 남편과 결혼해 현재 19세 딸과 10세 아들을 두고 있다. ―전쟁이 길어지고 있는데 힘들진 않는가. 긴 전쟁을 어떻게 견디고 있나. “어떤 전쟁을 ‘짧은 전쟁’이라고 부를 수 있을까. 전쟁이 매주, 매일 비극이다. 우리 모두 피곤하고 힘들다. 그런데 우리는 그냥 살고 싶을 뿐이다. 우리 아이들의 미래를 만들어야 한다. 요즘 (긴 전쟁에 대한) 피로를 생각할 때가 아니다.” ―좋아하는 일을 하며 힘든 순간을 견딘다고 했다. 어떤 일을 하나.“전쟁 전에 독서를 많이 좋아했다. 하지만 지금 안타깝게도 독서는 잡생각을 없애는 데 그렇게 도움이 되지 못한다. 아이들과 시간을 보낼 수 있다면 마음을 진정시키는 데 정말 좋다. 아이들이 ‘다 괜찮아’라고 말하는 걸 들을 때도 그렇다. 아이들의 발랄함과 천진함은 현재 우리에게 굉장히 큰 선물이다.” ―남편 볼로디미르 젤렌스키 대통령이 힘들 때 어떤 말을 해주나. “가끔 우리 남편을 웃게 하면 남편이 힘을 받는다. 내가 요즘 (코미디언 출신) 남편을 웃기려고 한다. 보통 가족으로서 사랑하는 사람에게 하는 격려의 말도 한다. ‘힘내’ ‘우리 다 이겨낼 수 있어’란 말이다. 제일 중요한 것은 우리가 함께 한다는 것이다.” ―전쟁이 길어지는데 가장 두려운 점은 무엇인가. “가장 위험한 것은 세계가 ‘이 전쟁이 우크라이나만의 전쟁이다’라고 생각하는 일이다. 이 전쟁은 우크라이나에게만 위험한 것이 아니다. 우크라이나가 지면 러시아 점령군은 멈추지 않을 것이다. 우린 이길 수 있다는 자신감이 있다. 우리가 부탁하는 만큼 (국제사회가) 도움을 주면 좋겠다.” ―구체적으로 어떤 도움이 절실하게 필요한가.“너무 좋은 질문이다. 다른 사람들은 몇 번이나 저한테 ‘대통령 부인이 군사적 도움을 부탁하는 것이 옳은 행동이냐’라고 물었다. 우리를 보호하고 살릴 수 있는 방법이라면 내가 부탁해야 한다. 군사적 도움은 제일 필요한 일이다. 침공을 당할 땐 스스로를 보호해야 한다. 두 번째로 이제 인적 인프라 복원이 매우 필요하다. ‘사람’이 우선이다. 시민들이 살던 무너진 건물과 학교, 유치원, 병원을 다시 지어야 한다. 세계가 도와줄 수 있다.” ―전쟁 중에 아이들을 키우며 무엇을 중시하고, 어떤 말을 많이 하나.“가장 중요한 것은 아이들에게 솔직해야 한다는 것이다. 우리는 예전처럼 완전한 꿈을 꿀 수가 없다. 그러나 모든 것들은 확실히 예전에 우리가 했던 대로 돌아올 것이다. 그런 ‘확실함’을 아이들에게 전달해야만 한다. 아이들의 질문에 이렇게 답하곤 한다. ‘어른들이 너희를 지킬 거야. 그러니 너희들은 안심하고 걱정하지마. 가능한 계속 공부해’라고.” ―전쟁이 장기화되면서 전쟁에 무심해지는 사람이 늘고 있다.“누군가가 당신의 고통에 무관심해지는 걸 보면 가슴 아프다. 안타깝게도 현대의 전쟁은 검투사들이 서로 치고 박고 싸우는 것을 관람하는 무대가 아니다. 전쟁이 어떤 순간에 다른 나라에서 발생해서 그들의 시민을 위협할지 모른다.” ―이번 전쟁이 끝없이 계속될 것이라는 관측도 있다. “(한숨을 쉬면서) 전쟁은 언제나 긴 법이다. 우리가 얼마나 더 버틸 수 있을지는 그 누구도 모른다. 이는 우방국의 지원, 우리와 방향을 함께하는 사람들의 도움에 달려 있다. 한국에서 1950년에 발발한 전쟁(6·25전쟁)을 보더라도, 한국을 침략한 적을 몰아내는 데 도움을 줬던, 다른 나라의 용감무쌍한 파견 군인이 있었다는 것을 저는 기억한다. 그렇기 때문에 전쟁이 끝없이 진행되지 않았다.” ―전쟁을 일으킨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에게 하고 싶은 말은.“(고개를 절레절레 흔들며) 단 한순간도 그 사람을 마주치길 원하지 않는다. 나를 죽이러 온 상대를 그 어떤 누구도 직접 마주하기 싫을 것이다. 우크라이나 국민으로서 푸틴에게 주고 싶은 메시지는 하나뿐이다. 우리에게서 떨어져라.” ―한국이 우크라이나를 위해서 어떤 노력을 하길 바라나.“우리를 잊지 말고 계속 응원해주시면 좋겠다. 한국은 큰 나라라서 도움이 너무나도 필요하다. 우리는 이미 앞선 인터뷰에서 군사적 지원에 대해 얘기했다. 우리는 (한국 측의) 대화를 기다리겠다. 또 몇 개월 전 내가 설립한 재단을 통해 한국이 우크라이나 교육 시스템을 도울 수 있다. 아이들이 안전 문제로 온라인으로 공부하는데, 노트북이 필요하다.” ―한국의 전후 재건 과정이 우크라이나에게 참고가 될까.“한국은 전후 복구에 성공했다. 엄청난 경제 성장을 이뤘고 인적자원도 회복했다. 이 같은 경험은 (우크라이나에) 굉장한 의미가 있고 상당히 소중하다. 그래서 이 분야에서 한국이 협력을 제안해준다면 우리는 그 제안을 너무나 행복하게 받겠다.” ◇올레나 젤렌스카는 누구△1978년 우크라이나 크리비리흐 출생△2000년 크리비리기술대 도시건설관리 전공△2003년 볼로디미르 젤렌스키와 결혼. 1남 1녀 △2003년 TV 예능 제작사 ‘크바르탈95’ 작가로 활동△2019년 젤렌스키, 대통령 당선키이우=조은아 특파원 achim@donga.com}

    • 2023-02-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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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평야에 씨앗 대신 지뢰”… 멈춰선 ‘세계 빵 공장’[우크라 곡창지대 르포]

    11일(현지 시간) 우크라이나 수도 키이우에서 북쪽으로 약 3시간 떨어진 체르니히우의 한 밀 농장. 씨를 뿌려야 하는 시기를 앞두고 있지만 농장 곳곳에는 총알 자국, 폭탄 잔해 등 공습의 흔적이 선명했다. 47년 경력의 농부 미콜라 테레셴코 씨는 “전쟁 전에는 밀 3000t을 창고에 쌓아두곤 했다. 지난해 3월 말 러시아군이 폭탄과 지뢰를 농장에 떨어뜨린 뒤 수확량이 3분의 1로 줄었다”며 안타까워했다. 비옥한 흑토를 보유한 우크라이나는 밀, 보리, 옥수수 등을 대량 생산해 ‘세계의 빵 공장’으로 불린다. 러시아는 지난 1년간 우크라이나 평야에 폭탄과 지뢰를 대거 투하했다. 곡물의 핵심 수출길인 흑해 항구도 봉쇄해 의도적으로 ‘식량 무기화’를 꾀했다. 로이터통신은 올해 우크라이나 곡물 생산량이 전쟁 전인 2021년보다 40.7% 줄어들 것으로 추산했다. 이로 인한 ‘애그플레이션’ 또한 세계 경제에 먹구름을 드리운다. ‘농업’과 ‘인플레이션’의 합성어로 곡물 등 농산물 값 인상이 주도하는 물가 상승을 뜻한다. 애그플레이션은 경제 구조가 낙후된 개발도상국에 더 큰 타격이다. 우크라이나 전쟁이 전 세계 식량 안보와 개도국 경제를 위험에 빠뜨리고 있는 것이다.짓밟힌 곡창지대… “러시아가 대기근 일으킬까 두려워” 우크라 농장-시장 가보니 비료-연료-물류대란에 직격탄… “곡물 생산비용 감당 못해 최악”식량난에 곡물가게-빵집 폐업… “빵 있는 한 삶은 이어진다” 희망도 12일(현지 시간) 우크라이나 수도 키이우의 베사라비안 전통시장을 찾았다. 이곳에서 30년째 식료품점을 운영했다는 나디야 브라우스 씨는 “전쟁이 길어지며 오랫동안 영업했던 상당수 곡물 가게와 빵집이 폐업했다. 곡물 가격이 비싸지자 사람들이 전통시장보다 싼 가격에 곡물을 파는 대형 슈퍼마켓 체인으로 발길을 돌렸기 때문”이라고 했다. 실제 그의 가게 옆 곡물 가게의 셔터는 굳게 내려져 있었다. 인근 빵집 또한 간판만 남긴 채 텅 비어 있었다. 비옥한 곡창지대가 파괴되며 급등한 곡물 가격이 키이우 서민의 삶에도 심각한 타격을 입힌 것이다. 테레셴코 씨 역시 “곡물을 생산해도 운송 수단을 구하기 힘들 뿐 아니라 물류 가격도 비싸다”고 했다. 그는 “도무지 오른 생산 비용을 감당할 길이 보이지 않는다. 농부 인생 최악의 시기”라고 토로했다.●러 천연가스에 의존하는 비료 생산도 난항전쟁 후 비료 생산이 어려워진 것 또한 식량위기를 부추기고 있다. 세계 최대 비료 생산국인 러시아가 서방의 경제 제재에 대한 보복으로 비료 수출을 통제하고 있기 때문이다. 다른 나라에서 비료를 만들려고 해도 핵심 원료인 질소를 구하기 어려운 상태다. 질소는 천연가스에서 추출하는데 많은 나라는 그간 러시아산 천연가스를 통해 질소를 추출해왔다. 베사라비안 시장에서 장을 보던 유리 크레민스키 씨 역시 “연료비 등 다른 물가가 곡물 가격을 더 끌어올리고 있다”고 했다. 전쟁 후 1년간 비료와 연료 부족, 물류 대란이 기존의 식량난을 심화시키는 악순환이 나타나고 있는 것이다. 전쟁은 이미 우크라이나를 넘어 전 세계인의 밥상과 세계 경제를 위협하고 있다. 유엔 세계식량계획(WFP)은 지난해에만 굶주림에 시달리는 인구가 3억4500만 명에 달한 것으로 지난달 추산했다. 전 세계 인구의 4%가 넘는 것으로, 사상 최대 규모다. 유엔 식량농업기구(FAO) 또한 올해 세계 곡물 생산량이 전년에 비해 1.7% 감소할 것으로 전망했다. 곡물 생산이 줄면 ‘애그플레이션’이 다시 나타날 가능성이 높다. 러시아는 지난해 2월 침공 후 5개월간 우크라이나의 곡물 수출길을 차단했다. 전 세계적인 비난 여론이 고조되자 같은 해 7월 흑해를 같이 접한 튀르키예의 중재로 일부 수출을 허용하는 ‘흑해 곡물 협정’을 맺었다. 이후 한 차례 유효 기간을 연장해 올 3월까지의 수출을 겨우 보장받았다. 그러나 협정을 다시 연장하지 못하면 곡물 수출길이 다시 막힌다. 이는 사실상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의 마음에 달린 상황이다. 전 세계 식량위기가 다시 고조될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오는 이유다. 이소벨 콜먼 미국 국제개발처(USAID) 차장은 미 뉴욕타임스(NYT)에 “이 전쟁의 결과는 매우 파괴적”이라며 “푸틴이 수백만 명을 빈곤으로 몰아넣고 있다”고 비판했다.●대기근 공포 속 “빵이 있으면 삶도 있다” 우크라이나는 옛 소련의 독재자 이오시프 스탈린이 통치하던 1932∼1933년 스탈린 정권의 잘못된 경제 정책으로 대기근을 겪었다. ‘홀로도모르’로 불리는 이 사태로 수백만 명 넘게 숨졌다. 이로 인한 반러 감정은 아직도 우크라이나 곳곳에 뿌리 깊게 남아 있다. 이날 키이우에서 남쪽으로 1시간 떨어진 비타치우를 찾았을 때도 이를 확인할 수 있었다. 빵가게를 운영하는 이리나 소브코 씨는 “러시아가 1930년대 대기근 때처럼 인위적인 기근을 일으킬까 두렵다”고 털어놨다. 다만 그는 “할머니께서 늘 ‘빵이 있는 한 삶은 이어진다’고 강조했다. 어려운 환경이어도 계속 농사를 열심히 지을 것”이라며 의지를 다졌다. 그의 남편은 러시아의 공격을 우려해 한때 소브코 씨에게 “아이들을 데리고 우크라이나를 떠나라”고 했었다. 하지만 그는 고향을 떠날 수 없었다며 “굴하지 않고 밀을 기르고 빵을 만들겠다”고 강조했다. 키이우·체르니히우·비타치우=조은아 특파원 achim@donga.com}

    • 2023-02-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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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우크라戰 1년은 ‘대리 세계전쟁’

    “전쟁이 길어진다는 사실을 받아들이기가 정말 힘드네요.” 11일(현지 시간) 우크라이나 수도 키이우 도심의 한 재활센터. 물리치료를 받던 군인 올레크 씨는 “러시아군이 침공 초기 두 달 정도는 국제 전쟁협약을 지키는 듯했지만 이젠 마을 전체를 초토화하는 전략과 함께 ‘인(燐) 폭탄’까지 쓰는 잔인함을 보이고 있다”고 말했다. ‘악마의 무기’라고 불리는 ‘인 폭탄’은 피부에 닿으면 살을 태운다. 제네바협약 또한 민간인 지역에서 사용을 금하고 있다. 그는 최전선 격전지인 동부 돈바스 내 루한스크에 배치됐다가 지뢰 파편이 대퇴 경부에 박히는 부상을 입었지만 “우린 끝까지 싸울 수밖에 없다”고 했다. 지난해 2월 24일 러시아의 침공으로 시작된 우크라이나 전쟁이 1년을 맞으며 출구 없는 ‘출혈 전쟁’으로 번지고 있다. 우크라이나를 전장으로 전 세계가 미국 등 서방 민주주의 진영 대 러시아 중국 북한 이란 등 권위주의 진영으로 양분돼 일종의 ‘대리 세계전쟁(a proxy world war)’을 벌이는 양상이다. 양 진영 간 기싸움은 팽팽하다. 미 정치매체 더힐은 “이번 전쟁은 초기부터 두 나라의 국지전 이상이었다”면서 “많은 측면에서 (6·25전쟁 당시) 남북한을 둘러싼 (강대국의) 대리전과도 닮아 있다”고 분석했다. 미 백악관에 따르면 조 바이든 미 대통령은 전쟁 1년을 앞둔 20∼22일 우크라이나와 국경을 맞댄 폴란드를 방문한다.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 또한 21일 모스크바에서 국정연설을 한다고 타스통신 등이 전했다. 전쟁이 장기화되면서 상흔은 깊어지고 있다. 유엔인권최고대표사무소(OHCHR)에 따르면 전쟁 발발 이후 지난달 15일까지 우크라이나 민간인이 최소 7000명 숨졌다. 하루 평균 22명꼴로 사망하고, 35명꼴로 다친 격이다. 마크 밀리 미 합참의장 또한 양국 군인이 최소 20만 명이 숨진 것으로 추산했다. 이날 오전 9시가 안 된 시간에도 키이우 재활센터는 만원(滿員)이었다. 두 다리를 모두 잃은 채 휠체어를 타거나 수술을 받아 목발에 몸을 의지한 군인이 가득했다. 의사 안드리 팔라마르추크 씨는 “병원으로 실려 간 군인들이 자리가 없어 재활센터로 실려 오는데 의료진도 의료기기도 매우 부족하다”고 했다. 전쟁 초기 민간인 학살이 일어난 키이우 북서쪽 소도시 부차의 피란민 임시 거주지에는 대부분 50∼60대 이상 노령층만 남았다. 아이들이 전쟁의 공포를 이기며 피신해 있던 놀이방에도 먼지 쌓인 장난감만 있었다. 러시아군의 폭탄에 남편을 잃은 류보프 악세노바 씨는 “단전과 혹한으로 어린 자녀가 있는 사람들은 추위를 견디지 못하고 떠났다”고 했다.우크라 국민들 “백년전쟁 안두려워… 결국 우리가 이긴다” 우크라 현장을 가다 폐허된 도시 전체가 ‘전쟁박물관’… 의족 낀 군인 “끝까지 싸울 것”대공습 불안 속에도 항전 의지… 일부선 “어떻게든 전쟁 멈춰야” “우크라이나여, 침착하게 싸우자!” 11일(현지 시간) 우크라이나 수도 키이우에서 북서쪽 소도시 부차로 향하는 길목에서 한 초소에 걸린 문구가 눈에 들어왔다. 옆으로는 우크라이나 국기가 세차게 펄럭이고 있었다. 언제 끝날지 알 수 없는 전쟁에 동요하지 말고 반드시 러시아군에 승리하자는 우크라이나인들의 결의가 담긴 듯했다. 부차는 지난해 2월 24일 침공 직후 전 세계를 경악하게 만든 러시아의 민간인 집단학살이 일어난 곳이다. 비극의 현장이라는 점을 보여주듯 부차 일대의 상황은 키이우 도심보다 훨씬 나빴다. 곳곳에 러시아군의 폭격으로 무너지고 불에 탄 민간인 주택, 주유소, 대형 쇼핑센터 등이 녹슨 채 흉물로 남아 있었다. 흡사 거대한 ‘전쟁 박물관’ 같았다. 하지만 키이우와 부차 현지에서 만난 우크라이나인은 대부분 강한 항전 의지를 보였다. 전쟁에서 승리하려면 한국 등 세계 각국의 도움이 꼭 필요하다며 생면부지의 기자에게도 “도와 달라”고 호소했다. 다만 일부는 길어지는 전쟁에 지친 표정 또한 역력했다.●두 다리 잃은 군인 “푸틴 죽을 때까지 싸울 것”우크라이나인 대부분은 전쟁을 일상으로 받아들이며 러시아에 대한 항전 의지를 내비쳤다. 키이우의 재활센터에서 만난 군인 아르템 씨는 최전선인 남동부 헤르손에서 지뢰 파편에 두 다리를 잃었다고 자신을 소개했다. 그는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이 숨질 때까지 전쟁을 끝내지 않을 것”이라며 “푸틴은 우리를 살인하도록 러시아라는 국가를 조작한 짐승”이라고 거세게 비난했다. 아르템 씨는 재활훈련 도중 의족을 잘못 사용해 피를 흘리고 있었다. 그럼에도 반드시 회복해 러시아와 다시 싸우겠다고 했다. 그는 “러시아군은 우크라이나 민간인 가옥의 가전제품을 훔쳐가며 싸우는 모습을 보이지만 우크라이나인은 가족과 조국을 위해 싸운다”고 했다. 재활센터 의사 안드리 팔라마르추크 씨는 “전장에서 심한 부상을 당해 이곳에 온 군인들도 거의 대부분 치료한 뒤 다시 싸우러 돌아가겠다고 말한다”고 했다. 부차의 피란민 임시 거주지에서 만난 유리 나자렌코 씨도 “이 전쟁이 ‘백년전쟁’이 된다고 해도 두렵지 않다. 결국 우리가 이길 것”이라고 자신했다. 그나마 파손이 덜한 키이우 도심에도 전쟁의 흔적이 남아 있었다. 삼성전자가 입주했던 대형 빌딩도 포격으로 유리창과 외벽이 뜯겨 나갔다. 조심스레 일상을 되찾으려는 모습도 보였다. 해외 유명 브랜드를 제외한 현지 상점들은 속속 문을 열고 있었다. 한 여성 시민은 “전쟁 후 영업을 중단했다가 문을 여는 가게가 늘고 있다. 일부 나이트클럽에는 주말에도 사람이 붐빈다”고 말했다.●“무너진 집 언제 재건될지 기약 없어”다만 침공 1년을 맞는 러시아가 올봄 대반격을 예고하면서 두려워하는 분위기도 감지됐다. 영어 교사인 올렉산드라 베이라시 씨는 “독일, 이탈리아 등으로 피란 간 친구들이 숨죽여 러시아의 대공습 여부를 지켜보고 있다. 키이우가 큰일 없이 봄을 넘기면 집으로 돌아오겠다고들 한다”고 전했다. 추가 인명 피해에 대한 걱정과 정신적 스트레스를 호소하는 목소리도 상당했다. 키이우 재활센터에서 만난 군인 올레크 씨는 올 1월 1일 가장 가까운 유년 시절 친구를 잃었다고 했다. 지뢰 파편에 부상을 당해 큰 수술을 거친 그는 “내가 죽는 건 두렵지 않지만 가족과 친구가 죽을까 봐 두렵다”며 눈시울을 붉혔다. 의사 팔라마르추크 씨는 “일이 끝나면 슬픈 마음에 매우 힘들다”고 토로했다. 심하게 다친 군인들을 치료하기 위해 애써 침착하려 하지만 평정심을 지키기 힘들다는 얘기였다. 도미츠크에서 부차로 피란 온 류보우 악세노바 씨도 “이 건물에서 매일 누군가를 잃었다는 말들이 나온다”며 “국가가 어떻게든 전쟁을 멈추도록 갖은 수단을 다 써야 한다”고 호소했다. 일부 시민은 정부가 국민들의 기대만큼 재건 사업에 속도를 내지 않고 있다고 불만을 나타냈다. 나자렌코 씨는 러시아군의 폭격으로 집이 불에 타버려 피란민 거주지로 왔다. 그는 “정부가 아파트의 창문만 달아줬고, 내부는 모든 게 파괴된 상태 그대로”라며 “언제 집이 수리될지 알 수 없다”며 한숨을 쉬었다. 키이우·부차=조은아 특파원 achim@donga.com}

    • 2023-02-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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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휴전으로 더 큰 피해 막아야” vs “러, 다른 나라도 넘볼 것”

    “비용 부담 등을 고려해 이 정도에서 휴전하자.” “지금 그만두면 러시아가 다른 나라도 넘볼 것이다.” 발발 1년을 앞둔 우크라이나 전쟁은 언제 끝날 것인가뿐만 아니라 어떻게 매듭지을 것인가 모두 중요한 문제로 남아 있다. 명확한 승자와 패자가 없는 채로 종결될 경우 또 다른 전쟁으로 이어질 가능성이 크기 때문이다. 최근 양측은 우크라이나 동부 돈바스에서만 치열한 교전을 벌이고 있다. 10일 미 뉴욕타임스(NYT)는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이 3월까지 돈바스 완전 점령을 지시했다고 전했다. 돈바스에서의 교착이 장기화하자 더 이상의 인명 피해를 막기 위해서라도 즉각 휴전하자는 목소리가 나온다. 그러나 볼로디미르 젤렌스키 우크라이나 대통령은 완강하다. 2014년 강제로 빼앗긴 남부 크림반도까지 탈환해야 전쟁이 끝난다고 맞선다. 당시 서방이 사실상 방관하며 이번 침공으로 이어진 만큼 섣부른 휴전으로 재침공의 빌미를 줄 수 없다는 논리다. 특히 러시아와 국경을 맞댄 발트3국에서는 자신이 다음 차례가 될 것을 우려하고 있다. 크림반도 탈환 가능성은 반반이다. 키릴로 부다노우 우크라이나 국방부 군사정보국장은 지난달 말 미 워싱턴포스트(WP)에 “러시아가 돈바스 내 점령지를 늘리려는 지금이 크림반도 탈환의 적기”라며 올여름 수복 가능성을 내다봤다. 반면 마크 밀리 미 합참의장은 지난달 “우크라이나 전역에서 러시아를 몰아내긴 어려울 것”이라고 관측했다. 양측에 전쟁 종식의 유인이 적으면서 전쟁이 향후 3년간 계속될 것이란 전망도 있다. 11일 AP통신 등에 따르면 ‘푸틴의 사병(私兵)’으로 불리는 민간 군사회사 바그너그룹의 창업자 예브게니 프리고진은 “돈바스를 완전히 장악하는 데 최대 2년이 걸릴 수 있다”고 했다. 돈바스를 넘어 더 많은 영토를 점령하려면 3년이 필요할 것으로 봤다. 1년간 우크라이나에 천문학적 돈을 투입한 서방 일각에서는 추가 비용 부담은 무리라는 현실론이 적지 않다. 우크라이나를 한국과 북한처럼 분단하는 ‘한반도 모델’도 거론된다. 올렉시 아레스토비치 전 우크라이나 대통령 고문은 6일 현지 매체에 “서방 또한 우크라이나를 한반도처럼 분할해 전쟁을 끝내는 방안을 선택할 가능성이 있다”고 했다. 러시아 측은 우크라이나에 이를 제안한 것으로 알려졌다. 키이우 현지에서 만난 시민 세르게이 쿠툴루펜코 씨는 “분단을 원하진 않지만 평화를 보장받을 수만 있다면 분단도 고려해 볼 것”이라며 “동부를 되찾더라도 옛 소련을 그리워하는 친러 주민을 몰아내기도 어렵다”는 현실론을 폈다.윤다빈 기자 empty@donga.com김수현 기자 newsoo@donga.com키이우=조은아 특파원 achim@donga.com}

    • 2023-02-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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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EU, 美와 IRA 우회할 ‘핵심 광물 클럽’ 추진

    미국이 북미산 전기차에만 보조금(세액공제) 혜택을 주는 인플레이션감축법(IRA)의 시행규정을 3월 확정하기로 한 가운데 미국과 유럽연합(EU)이 ‘핵심광물 클럽(critical minerals club)’ 창설을 추진하기로 했다. EU가 IRA 규정을 우회해 보조금을 받을 방법을 찾으려는 취지로 풀이된다. 미국을 방문한 로베르트 하베크 독일 부총리 겸 경제기후보호장관과 브뤼노 르메르 프랑스 경제장관은 7일 재닛 옐런 미국 재무장관, 지나 러몬도 상무장관 등과 면담한 뒤 이같이 밝혔다고 영국 파이낸셜타임스(FT)가 보도했다. EU는 IRA의 보조금을 받는 핵심광물에 EU 회원국의 광물을 포함시키기 위해 핵심광물 클럽을 마련하려는 것으로 분석된다. IRA는 미국 및 미국과 자유무역협정(FTA)을 맺은 국가에서 생산된 광물을 일정 비율 이상 사용한 배터리를 장착한 전기차에만 보조금을 지급하도록 하고 있다. 그런데 EU는 미국과 FTA를 맺지 않아 이 같은 혜택을 받을 수 없다. 이번 회담의 성과로 핵심광물 클럽이 만들어지면 광물 분야에 있어서 FTA와 같은 효력을 낼 것으로 보인다.파리=조은아 특파원 achim@donga.com}

    • 2023-02-0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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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러, 열흘 내 우크라 대공습”…유엔 “확전 두렵다”

    24일로 우크라이나 침공 1년을 맞는 러시아가 향후 10일 안에 대공습을 시작할 것이란 관측이 제기되고 있다. 전차 등 서방의 무기 지원이 본격화하기 전에 공세를 퍼부어 가시적인 성과를 거두려한다는 의미다. 로이터통신 등에 따르면 세르히 하이다이 우크라이나 루한스크 주지사는 6일(현지 시간) 현지 방송 인터뷰에서 “러시아군이 대공세에 대비해 탄약을 비축하기 시작했다”며 “비축물을 확보하는 데 열흘이 걸릴 것이니 15일 이후 언제든 (대공세가) 가능하다”고 했다. 러시아가 최대 50만 명의 추가 병력을 동원할 수 있다는 전망도 나왔다. 바딤 스키비츠키 우크라이나 군사정보국 부국장은 미 CNN에 “러시아가 올 봄과 여름 우크라이나 남동부를 공격하기 위해 위해 30만~50만 명을 동원할 것”으로 내다봤다. 러시아의 대공세는 우크라이나 동부 돈바스(도네츠크주와 루한스크주)에 집중될 것이라는 예상이 우세하다. 우크라이나와 서방 또한 러시아에 맞서 결집하고 있다. 바렌츠 레이츠 유럽연합(EU) 대변인은 트위터를 통해 “샤를 미셸 EU 정상회의 상임의장이 볼로디미르 젤렌스키 우크라이나 대통령에게 EU 정상회의에 참석해달라고 초청했다”고 밝혔다. EU는 9, 10일 벨기에 브뤼셀에서 특별 정상회의를 개최한다. 지난해 12월 미국 워싱턴을 방문한 젤렌스키 대통령이 이 자리에 등장하면 침공 후 그의 두 번째 후 해외 일정이 된다. 옌스 스톨텐베르그 북대서양조약기구(NATO·나토) 사무총장 또한 7∼9일 워싱턴을 방문해 조 바이든 미 행정부와 우크라이나 지원 등을 논의하기로 했다. 양측의 움직임이 확전으로 이어질 것이란 우려도 고조되고 있다. 안토니우 구테흐스 유엔 사무총장은 이날 “더 넓은 전쟁으로 빠질까 두렵다”고 우려했다. 파리=조은아 특파원 achim@donga.com}

    • 2023-02-0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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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우크라 공격용 ‘이란 드론’… 러, 자국내 직접 생산 추진

    러시아가 지난해 말부터 우크라이나 주요 도시 전력망 파괴에 사용한 이란제 무인항공기(드론)를 자국에서 직접 생산하는 방안을 추진하고 있다. 러시아가 드론을 자체 생산해 전쟁에 활용한다면 우크라이나 방공망은 더욱 취약해질 것으로 전망된다. 미국 월스트리트저널(WSJ)은 5일 러시아와 이란이 우크라이나 전쟁에 쓰일 드론을 6000대 이상 생산할 수 있는 공장을 러시아에 건설할 계획이라고 보도했다. 지난달 5일 이란 고위급 대표단이 러시아 수도 모스크바에서 동쪽으로 약 970km 떨어진 옐라부가를 방문해 구체적인 드론 생산 계획을 논의했다는 것이다. 특히 양국 대표단은 우크라이나 주요 도시 기반시설을 공격해온 이란제 드론 샤헤드-135보다 더 빠르고 성능이 향상된 드론 생산을 목표로 한 것으로 전해졌다. 샤헤드-135는 속도가 느리고 비행 소음이 커 방공망에 쉽게 포착돼 그동안 우크라이나군이 540기 넘게 격추했다. 이란 대표단에는 이란 혁명수비대 산하 우주항공기관연구소 지하드기구 수장 압돌라 메흐라비 장군과 가셈 다마반디안 이란 쿠드스항공산업 최고책임자가 포함됐다. 다마반디안은 지난달 6일 미국 정부 경제 제재 대상에 올랐고 메흐라비 장군은 2021년 미 재무부 제재 명단에 포함됐다.파리=조은아 특파원 achim@donga.com}

    • 2023-02-0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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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찰스 3세, 英거주 탈북민 초청해 ‘北인권’ 대화

    찰스 3세 영국 국왕이 영국에 거주하는 탈북민을 초청해 이야기를 나누는 등 북한 인권에 관심을 표한 것으로 전해졌다. 탈북민 출신으로 영국에서 인권운동가로 활동 중인 박지현 씨(55)는 2일(현지 시간) 자신의 트위터에 전날 런던 버킹엄궁에서 열린 동아시아 및 동남아시아 공동체 기념 연회에 초청돼 찰스 3세와 대화했다고 밝혔다. 이 연회에는 커밀라 왕비도 참석했다. 박 씨는 트위터에 “찰스 3세 국왕과 왕비를 만난 건 영광이자 특권이었다”며 “찰스 3세는 ‘북한에서 탈출한 사람을 만나는 것은 드문 일’이라고 말했다”고 전했다. 이어 “찰스 3세는 내 이야기와 암울한 북한 상황에 많은 관심을 기울였다”고도 했다. 박 씨는 찰스 3세와 악수하는 사진을 올리며 ‘역사적인 순간!’이라고 소개했다. 1968년 함경북도 청진에서 태어나 청진농업대를 졸업한 뒤 고교에서 수학을 가르치던 박 씨는 1998년 갖은 고비를 넘기며 아이와 함께 탈북했다. 이후 2008년 영국으로 망명해 가족과 살고 있다.파리=조은아 특파원 achim@donga.com}

    • 2023-02-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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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이라크 유명 女유튜버, 아버지가 살해

    이라크의 한 여성 유튜버가 가족을 떠나 혼자 산다는 것에 불만을 품은 아버지에게 피살됐다. 존속살해를 자행한 아버지는 경찰에 자수하며 “딸이 가족의 명예를 더럽혔다”고 주장했다. 영국 일간 가디언에 따르면 이라크 출신 유튜버 티바 알 알리(22·사진)가 지난달 31일(현지 시간) 이라크 남부 디와니야에서 아버지에게 살해됐다고 이라크 내무부가 3일 트위터를 통해 밝혔다. 알리는 2017년 가족들과 튀르키예로 여행을 갔다가 홀로 남아 튀르키예에서 거주해 왔다. 자신의 일상을 담은 영상을 유튜브에 올려 구독자 1만 명 이상을 확보하며 유명해졌다. 시리아 출신 연인과의 결혼도 앞두고 있었다. 알리는 지난달 ‘아라비안 걸프컵’에 출전한 자국 축구대표팀을 응원하기 위해 이라크에 왔다가 참변을 당했다. 알리의 귀국 사실을 알게 된 가족들은 그를 본가로 납치했다. 그런 뒤 딸이 타국에서 혼자 사는 것을 못마땅하게 여기던 알리의 아버지가 딸이 잠든 틈을 타 살해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 사건이 알려지자 일부 이슬람권에서 가족의 명예를 더럽혔다는 이유로 자행되는 이른바 ‘명예살인’을 엄단하라는 비판이 강하게 일고 있다. 국제앰네스티는 “이라크 형법은 ‘명예범죄’에 관대하다. 이런 만행을 강력히 처벌하지 않으면 우리는 계속해서 끔찍한 살인을 목격할 수밖에 없을 것”이라고 비판했다.파리=조은아 특파원 achim@donga.com}

    • 2023-02-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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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이라크 여성 유튜버, 아버지에 존속살해…혼자 사는 것에 불만

    이라크의 한 여성 유튜버가 가족을 떠나 혼자 산다는 것에 불만은 품은 아버지에게 피살됐다. 존속살해를 자행한 아버지는 경찰에 자수하며 “딸이 가족의 명예를 더럽혔다”고 주장했다. 영국 일간 가디언에 따르면 이라크 출신 유튜버 티바 알-알리(22)가 지난달 31일(현지 시간) 이라크 남부 디와니야에서 아버지에게 살해됐다고 이라크 내무부가 3일 트위터를 통해 밝혔다. 알리는 2017년 가족들과 튀르키예로 여행을 갔다가 홀로 남아 튀르키예에 거주해왔다. 자신의 일상을 담은 영상을 유튜브에 올려 구독자 1만 명 이상을 확보하며 유명세를 탔다. 시리아 출신 연인과 결혼도 앞두고 있었다. 알리는 지난달 ‘아라비안 걸프컵’에 출전한 자국 축구대표팀을 응원하기 위해 이라크에 왔다가 참변을 당했다. 알리의 귀국 사실을 알게 된 가족들은 그를 본가로 납치했다. 그런 뒤 딸이 타국에서 혼자 사는 것을 못마땅하게 여기던 알리의 아버지가 딸이 잠든 틈을 타 살해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 사건이 알려지자 일부 이슬람권에서 가족의 명예를 더럽혔다는 이유로 자행되는 이른바 ‘명예살인’을 엄단하라는 비판이 강하게 일고 있다. 국제앰네스티는 “이라크 형법은 ‘명예범죄’에 관대하다. 이런 만행을 강력히 처벌하지 않으면 우리는 계속해서 끔찍한 살인을 목격할 수밖에 없을 것”이라고 비판했다.파리=조은아 특파원 achim@donga.com}

    • 2023-02-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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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우크라 ‘부정부패와의 전쟁’… EU 가입 ‘길닦기’

    우크라이나 정부가 대대적인 ‘부패와의 전쟁’에 나섰다. 유럽연합(EU) 가입에 중요한 무대가 될 EU 정상회의를 앞두고 볼로디미르 젤렌스키 대통령이 EU 정상들의 신뢰를 얻기 위해 부패 척결 의지를 드러낸 것으로 풀이된다.1일(현지 시간) 로이터통신에 따르면 우크라이나 정부는 EU 정상회의 개막을 이틀 앞둔 이날 억만장자 이호르 콜로모이스키, 아르센 아바코우 전 내무장관, 세무당국 수장 등의 자택을 압수수색했다. 우크라이나 보안국(SBU)은 콜로모이스키가 자신이 소유한 석유업체, 정유회사에서 10억 달러 이상 횡령하려 한 계획을 적발했다고 밝혔다.아바코우 전 내무장관은 지난달 18일 내무장관 및 차관 등 14명이 숨진 헬기 추락 사건의 헬기 구매계약 체결과 관련한 수사를 받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젤렌스키 대통령은 1일 영상 연설에서 “불행하게도 고위 공직자 교체와 제도적 변화를 통해서만 합법성을 보장할 수 있는 분야가 있다”며 “각 분야에서 사람들이 부패에 빠지지 않도록 가급적 많은 변화가 있을 것”이라고 밝혔다. EU 집행위원회는 지난해 6월 EU 가입 후보국 지위를 얻는 우크라이나에 대해 가입 조건으로 법치와 정의 확립, 부정부패 척결을 제시했다.파리=조은아 특파원 achim@donga.com}

    • 2023-02-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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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EU, 美-中 보호무역 정책 맞서 ‘유럽판 IRA’ 추진

    유럽연합(EU)이EU 기업에 대해 친환경 보조금 지급을 강화하고 세액공제 혜택 등을 제공하는 ‘그린딜(Green Deal) 계획’을 발표했다. 미국의 인플레이션감축법(IRA), 중국의 친환경 국가 보조금 등 주요 2개국(G2) 보호무역 정책에 대응해 유럽 친환경 산업을 지원하는 종합 대책을 공식 추진하겠다는 것이다.EU 집행위원회는 1일(현지 시간) ‘탄소중립 시대를 위한 그린딜 산업 계획’이 담긴 20장 분량의 의견서를 발표했다. 그린딜 계획은 규제 완화, 금융 지원 가속화, 기술 향상, 탄력적 공급망을 위한 개방 무역 등 크게 4개 항목으로 구성됐다.가장 핵심적인 것은 규제 완화다. EU 집행위는 탄소중립산업법을 제정해 친환경 관련 신규 시설 건설을 신속하게 승인하고 투자를 확대할 예정이다. 집행위는 특히 친환경 산업에 핵심 원자재를 수월하게 공급하도록 하는 핵심원자재법(CRMA)도 마련한다고 밝혔다. CRMA는 유럽에서 생산된 리튬을 비롯한 희토류 등 원자재가 사용된 제품에만 세액공제와 보조금 혜택을 지급하는 내용이 담길 것으로 예상된다. 유럽 밖 원자재 비중이 높은 해외 기업에는 혜택이 돌아가지 않는 것이어서 유럽판 IRA가 될 가능성이 높다는 지적이 나온다.금융 지원 가속화를 위해서는 청정기술을 비롯해 핵심 기술 개발을 위한 투자 자금 조성 목적의 유럽 국부펀드를 신설하기로 했다. 구체적 내용은 올여름 발표될 예정이다. 탄력적인 공급망 구축을 위해서는 원자재 소비자와 자원 부국(富國) 간 네트워크를 강화하는 ‘핵심 원자재 클럽’을 구성하고 자유무역협정(FTA)을 활용하는 방안이 주요하게 소개됐다. 또 친환경 전문 인력 양성을 위한 ‘탄소중립 아카데미’를 신설해 기술 향상을 도모하는 방안이 제안됐다. 그린딜 계획은 9, 10일 열리는 EU 정상회의에서 논의될 것으로 전망된다.EU 그린딜 산업 계획유럽연합(EU)이 미국, 중국 등의 보호무역 기조에 맞서 친환경 기업과 탄소중립 분야에 대한 보조금을 강화하기로 한 종합 계획이다. 유럽산 원자재가 사용된 제품만 혜택을 받을 것으로 예상돼 ‘유럽판 인플레이션감축법(IRA)’이라는 평을 얻고 있다. 파리=조은아 특파원 achim@donga.com}

    • 2023-02-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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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英 경찰, 축구장 97명 압사 ‘힐즈버러 참사’ 34년만에 사과

    1989년 영국 축구 경기장에서 97명이 압사한 ‘힐즈버러 참사’에 대해 영국 경찰이 사고 발생 34년 만에 “경찰의 실패가 비극의 주요 원인”이라며 공식 사과했다. 사고 발생 초기, 책임을 관중에게 돌렸던 경찰은 잘못을 인정하며 재발 방지를 위해 윤리 규정 강화를 약속했다. 진상을 밝히기 위한 유족들의 끈질긴 노력 끝에 사건 발생 23년 만인 2012년 조사에서 경찰의 잘못이 확인됐고, 그로부터 11년 만에 공식 사과가 이뤄진 것이다. 다만 유족들은 경찰 사과가 너무 늦었다며 “극도로 실망했다”고 비판했다. ●“참사 당시 경찰이 크게 실패” 인정 영국 경찰청장협의회(NPCC)와 경찰대는 지난달 31일(현지 시간) 공동 성명과 영상을 통해 “경찰이 힐즈버러 참사 때 크게 실패했다(profoundly failed). 깊이 사과한다”고 밝혔다. 이들은 “경찰 실패가 비극의 주요 원인이며 이후 (피해자) 가족들 삶을 계속 황폐하게 했다”면서 “지도력이 가장 필요했을 때 경찰은 유족들을 무감각하게 대했고, 조정 및 감독 능력에서도 부족했다”고 말했다. 수엘라 브래버먼 영국 내무장관은 경찰의 뒤늦은 사과에 대해 “힐즈버러 참사와 관련된 모든 형사소송에 영향을 줄 위험을 피해야 했기 때문”이라고 해명했다고 영국 일간 가디언은 보도했다. 힐즈버러 참사 관련 재판은 2021년 5월 마무리됐다. 하지만 유족 단체 대변인은 “극도로 실망스럽다”고 밝혔다고 영국 BBC방송은 전했다. 힐즈버러 참사는 1989년 4월 15일 영국 사우스요크셔 셰필드 힐즈버러 축구장으로 수용인원을 초과한 관중이 몰려들며 97명이 압사하고 700명 넘게 다친 사고다. 뒤늦게 열린 문으로 쏟아져 들어온 사람들에게 이미 관람석에 있던 관객들이 밀려나면서 사상자가 발생했다. 사고 직후 경찰은 원정 응원을 온 훌리건(과격 팬) 난동 탓이라고 원인을 발표해 피해자들은 ‘사고 주범’이란 오명을 썼다. 하지만 사고 발생 약 9개월 뒤 진상조사단은 “경찰이 효과적인 (관중) 통제에 실패했다”고 결론을 내렸고 이후 희생자 유족들의 끈질긴 노력으로 재조사가 진행됐다. 2012년 경찰 고위 간부들이 사고 당일 경기장 출구를 열라고 무리하게 지시한 정황과 경찰 진술서 164건이 변조됐다는 사실이 드러났다. 2016년 법원이 “힐즈버러 참사 책임은 경찰에 있다”고 판결해 피해자 및 생존자의 명예가 회복됐다. 검찰은 사고 당시 경찰서장을 비롯해 경찰 간부들을 과실치사 등 혐의로 기소했지만 증거 부족 등으로 무죄가 선고됐다. 유족들은 “터무니없는 결정”이라며 반발했다. ●“실책 있다면 변호하지 않겠다” 서명 NPCC와 경찰대는 이날 56쪽 분량의 ‘힐즈버러 가족 보고서에 대한 경찰 대응’이란 보고서도 내고 경찰 윤리 규정을 재검토하겠다고 밝혔다. ‘진실을 말할 의무’가 핵심 주제가 될 것이라고 덧붙였다. 2017년 유족들은 정부에 경찰관과 공직자가 진상조사에 전적으로 협조하도록 하는 ‘진실을 말할 의무’ 법제화를 요구했다. 앤디 마시 영국경찰협회 회장은 “잉글랜드와 웨일스의 모든 경찰은 참사 유족을 위한 헌장에 서명했다”며 “이 헌장에는 참사 진상조사에 솔직하게 임하고 실책이 있다면 ‘변호될 수 없는 것은 변호하려 하지 않을 것’을 인정하는 내용이 포함된다”고 밝혔다. 구체적인 윤리 규정은 몇 주 내로 발표될 예정이다.힐즈버러 참사1989년 4월 15일 영국 사우스요크셔 셰필드 힐즈버러 축구 경기장에서 97명이 압사하고 700명 넘게 다친 사고. 경찰은 방문 팀 축구 팬들의 난동을 원인으로 지목했다. 하지만 1990년 첫 진상조사에서 경찰 통제 실패가 주원인으로 밝혀졌다. 유족들 요구로 대대적인 재조사가 이뤄졌고 2012년 고위 경찰들의 실책과 진술서 대량 변조 등이 드러났다. 파리=조은아 특파원 achim@donga.com}

    • 2023-02-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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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英 경찰, 축구장 97명 압사 ‘힐즈버러 참사’ 34년만에 사과

    1989년 영국 축구 경기장에서 97명이 압사한 ‘힐즈버러 참사’에 대해 영국 경찰이 사고 발생 34년 만에 “경찰의 실패가 비극의 주요 원인”이라며 공식 사과했다. 사고 발생 초기, 책임을 관중에게 돌렸던 경찰은 잘못을 인정하며 재발 방지를 위해 윤리 규정 강화를 약속했다. 진상을 밝히기 위한 유족들의 끈질긴 노력 끝에 사건 발생 23년 만인 2012년 조사에서 경찰의 잘못이 확인됐고, 그로부터 11년 만에 공식 사과가 이뤄진 것이다. 다만 유족들은 경찰 사과가 너무 늦었다며 “극도로 실망했다”고 비판했다. ● “참사 당시 경찰이 크게 실패” 인정 영국 경찰청장협의회(NPCC)와 경찰대학은 지난달 31일(현지 시간) 공동 성명과 영상을 통해 “경찰이 힐즈버러 참사 때 크게 실패했다(profoundly failed). 깊이 사과한다”고 밝혔다. 이들은 “경찰 실패가 비극의 주요 원인이며 이후 (피해자) 가족들 삶을 계속 황폐하게 했다”면서 “지도력이 가장 필요했을 때 경찰은 유족들을 무감각하게 대했고, 조정 및 감독 능력에서도 부족했다”고 말했다. 수엘라 브레이버먼 영국 내무장관은 경찰의 뒤늦은 사과에 대해 “힐즈버러 참사와 관련된 모든 형사소송에 영향을 줄 위험을 피해야 했기 때문”이라고 해명했다고 영국 일간 가디언은 보도했다. 힐즈버러 참사 관련 재판은 2021년 5월 마무리됐다. 하지만 유족 단체 대변인은 “극도로 실망스럽다”고 밝혔다고 영국 BBC방송은 전했다. 힐즈버러 참사는 1989년 4월 15일 영국 사우스요크셔 셰필드 힐즈버러 축구장으로 수용인원을 초과한 관중이 몰려들며 97명이 압사하고 700명 넘게 다친 사고다. 뒤늦게 열린 문으로 쏟아져 들어온 사람들에 이미 관람석에 있던 관객들이 밀려나면서 사상자가 발생했다. 사고 직후 경찰은 원정 응원을 온 훌리건(과격 팬) 난동 탓이라고 원인을 발표해 피해자들은 ‘사고 주범’이란 오명을 썼다. 하지만 사고 발생 약 9개월 뒤 진상조사단은 “경찰이 효과적인 (관중) 통제에 실패했다”고 결론을 내렸고 이후 희생자 유족들의 끈질긴 노력으로 재조사가 진행됐다. 2012년 경찰 고위 간부들이 사고 당일 경기장 출구를 열라고 무리하게 지시한 정황과 경찰 진술서 164건이 변조됐다는 사실이 드러났다. 2016년 법원이 “힐즈버러 참사 책임은 경찰에 있다”고 판결하며 피해자 및 생존자의 명예가 회복됐다. 검찰은 사고 당시 경찰서장을 비롯해 경찰 간부들을 과실치사 등 혐의로 기소했지만 증거 부족 등으로 무죄가 선고됐다. 유족들은 “터무니없는 결정”이라며 반발했다. ● “실책 있다면 변호하지 않겠다” 서명 NPCC와 경찰대학은 이날 56쪽 분량의 ‘힐즈버러 가족 보고서에 대한 경찰 대응’이란 보고서도 내고 경찰 윤리 규정을 재검토하겠다고 밝혔다. ‘진실을 말할 의무’가 핵심 주제가 될 것이라고 덧붙였다. 2017년 유족들은 정부에 경찰관과 공직자가 진상조사에 전적으로 협조하도록 하는 ‘진실을 말할 의무’ 법제화를 요구했다. 앤디 마쉬 영국경찰협회 회장은 “잉글랜드와 웨일즈 모든 경찰은 참사 유족을 위한 헌장에 서명했다”며 “이 헌장에는 참사 진상조사에 솔직하게 임하고 실책이 있다면 ‘변호될 수 없는 것은 변호하려 하지 않을 것’을 인정하는 내용이 포함된다”고 밝혔다. 구체적인 윤리 규정은 다음 주 발표될 예정이다.파리=조은아 특파원 achim@donga.com}

    • 2023-02-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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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서방, ‘우크라에 전투기 지원’ 놓고 이견 … 바이든 “F-16은 NO” 마크롱 “배제안해”

    미국, 독일을 비롯한 서방 주요국들이 우크라이나가 요청한 주력 전차 지원에는 한마음이었지만 전투기 지원에는 이견을 드러내고 있다. 서방의 강도 높은 우크라이나 군사 지원에 러시아는 미국과의 핵군축 협정 연장을 거부할 수 있다고 으름장을 놓았다.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은 지난달 30일 우크라이나에 F-16 전투기를 지원하는 방안에 부정적 견해를 밝혔다고 로이터통신이 보도했다. 바이든 대통령은 이날 백악관에서 ‘우크라이나에 F-16 전투기를 지원할 것인가’라는 기자 질문에 “아니다(No)”라고 말했다. 러시아를 자극할까 우려하며 미 육군 주력 M1 에이브럼스 탱크 지원을 꺼리다가 전격적으로 지원 결정을 내렸지만 전투기 지원 요청에는 명확히 선을 그은 것이다. 반면 에마뉘엘 마크롱 프랑스 대통령은 조건이 맞으면 전투기 지원을 고려할 수 있다는 뜻을 밝혔다. AFP통신에 따르면 마크롱 대통령은 이날 네덜란드에서 마르크 뤼터 총리와의 정상회담 직후 공동 기자회견에서 ‘프랑스가 우크라이나에 전투기를 보낼 가능성이 있느냐’는 질문에 “원칙적으로 배제한 것은 없다”고 말했다. 독일은 정부와 민간에서 의견이 엇갈리고 있다. ‘안보 분야 다보스포럼’으로 불리는 뮌헨안보회의(MSC) 크리스토프 호이스겐 의장은 지난달 29일 독일 ARD 방송에서 “방어를 더 잘하기 위해 우크라이나에 전투기를 공급하는 건 적절하다”고 말했다. 하지만 올라프 숄츠 총리는 같은 날 신문 인터뷰에서 “독일이 (전투기 지원 여부를 놓고) 또 다른 논쟁에 빠진다면 국가 차원 결정에 대한 시민들 믿음을 뒤흔들 것”이라며 난색을 표했다. 서방의 주력 전차 지원으로 봄 대공세 전황이 불투명해진 러시아는 지난달 30일 “신전략무기감축협정(New START·뉴스타트)이 2026년 만료될 수 있다”고 밝혔다고 로이터통신이 보도했다. 미국과 러시아는 2010년 맺은 이 협정을 통해 양국 전략 핵무기와 발사대를 각각 1550기 및 700기 이내로 줄이기로 했고 유효기간은 10년이었다. 양국은 2021년 협정을 5년 더 연장하기로 한 바 있다. 세르게이 라브로프 러시아 외교장관은 이날 국영 리아노보스티 통신과의 인터뷰에서 ‘2026년 이후 핵무기 통제 조약이 없을 것으로 생각하는가’라는 질문에 “가능한 시나리오”라고 답했다. 러시아가 2026년 이후 협정 연장 거부 가능성을 시사하며 핵무기 증강에 나설 수 있다고 위협한 것이다.파리=조은아 특파원 achim@donga.com}

    • 2023-02-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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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美, 우크라 전투기 지원에 “No”…佛은 “배제 안해”

    미국 독일을 비롯한 서방 주요국들이 우크라이나가 요청한 주력 전차 지원에는 한마음이었지만 전투기 지원에는 이견을 드러내고 있다. 서방의 강도 높은 우크라이나 군사 지원에 러시아는 미국과의 핵군축 협정 연장을 거부할 수 있다고 으름장을 놓았다.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은 지난달 30일(현지 시간) 우크라이나에 F-16 전투기를 지원하는 방안에 부정적 견해를 밝혔다고 로이터통신이 보도했다. 바이든 대통령은 이날 백악관에서 ‘우크라이나에 F-16 전투기를 지원할 것인가’라는 기자 질문에 “아니다(No)”라고 말했다. 러시아를 자극할까 우려하며 미 육군 주력 M1 에이브럼스 탱크 지원을 꺼리다 전격적으로 지원 결정을 내렸지만 전투기 지원 요청에는 명확히 선을 그은 것이다. 반면 에마뉘엘 마크롱 프랑스 대통령은 조건이 맞으면 전투기 지원을 고려할 수 있다는 뜻을 밝혔다. AFP통신에 따르면 마크롱 대통령은 이날 네덜란드에서 마르크 뤼터 총리와의 정상회담 직후 공동 기자회견에서 ‘프랑스가 우크라이나에 전투기를 보낼 가능성이 있느냐’는 질문에 “원칙적으로 배제한 것은 없다”고 말했다. 독일은 정부와 민간에서 의견이 엇갈리고 있다. ‘안보 분야 다보스포럼’으로 불리는 뮌헨안보회의(MSC) 크리스토프 호이스겐 의장은 지난달 29일 독일 ARD 방송에서 “방어를 더 잘하기 위해 우크라이나에 전투기를 공급하는 건 적절하다”고 말했다. 하지만 올라프 숄츠 총리는 같은 날 신문 인터뷰에서 “독일이 (전투기 지원 여부를 놓고) 또 다른 논쟁에 빠진다면 국가 차원 결정에 대한 시민들 믿음을 뒤흔들 것”이라며 난색을 표했다. 서방의 주력 전차 지원으로 봄 대공세 전황이 불투명해진 러시아는 지난달 30일 “신전략무기감축협정(New START·뉴스타트)이 2026년 만료될 수 있다”고 밝혔다고 로이터통신이 보도했다. 미국과 러시아는 2010년 맺은 이 협정을 통해 양국 전략 핵무기와 발사대를 각각 1550기 및 700기 이내로 줄이기로 했고 유효기간은 10년이었다. 양국은 2021년 협정을 5년 더 연장하기로 한 바 있다. 세르게이 라브로프 러시아 외무장관은 이날 국영 리아노보스티 통신 인터뷰에서 ‘2026년 이후 핵무기 통제 조약이 없을 것으로 생각하는가’라는 질문에 “가능한 시나리오”라고 답했다. 러시아가 2026년 이후 협정 연장 거부 가능성을 시사하며 핵무기 증강에 나설 수 있다고 위협한 것이다. 파리=조은아 특파원 achim@donga.com}

    • 2023-01-3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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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정기석 “5월엔 마스크 전면 해제… 10, 11월경 완전한 일상회복”

    국가감염병위기대응자문위원회(자문위)가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방역 조치인 실내 마스크 착용 의무를 완전히 해제할 시점을 5월, 일반 의료체계로의 전환을 10, 11월경으로 예상했다. 일반 의료체계로의 전환은 코로나19를 인플루엔자(독감)처럼 관리하겠다는 뜻으로 일상 회복의 마지막 단계로 볼 수 있다. 정기석 자문위원장(사진)은 30일 브리핑에서 “우리가 마스크를 의무적으로 착용하지 않아도 되는 시기는 5월 정도면 충분하다고 생각한다”고 밝혔다. 방역당국은 이날부터 의료기관과 약국, 대중교통 등을 제외한 실내에서 마스크 착용을 의무에서 권고로 전환하는 1단계 해제를 시행했다. 앞으로 상황에 따라 2단계로 모든 마스크 착용 의무를 해제할 계획이다. 다만 확진자 의무 격리 기간 해제에 대해서는 신중한 입장을 보였다. 정 위원장은 “격리 의무를 해제할 경우 너무 많은 사람이 코로나19 바이러스를 주변에 전파시킬 수 있다”며 “(격리 의무 해제에 대해서는) 아직까지 조금 더 지켜봐야 한다”고 말했다. 정 위원장은 이르면 10월부터 코로나19를 일반 호흡기 감염병처럼 치료해야 한다고 밝혔다. 정 위원장은 “현재 (코로나19 치료를 위해) 국가에서 별도의 예산을 편성해서 지원하고 있지만 10, 11월쯤에는 건강보험 체제하에서 진료가 이뤄지는 일반 의료체계로 완전히 전환되는 것이 바람직하다”고 말했다. 세계보건기구(WHO)는 30일(현지 시간) 코로나19에 대한 국제공중보건비상사태(PHEIC) 조치를 유지하겠다고 발표했다. 이 비상사태 조치는 WHO가 내리는 최고 수준의 공중 보건 경계 선언이다. 코로나19 변이 바이러스의 하위 변이가 계속 확산되고 있고, 일부 지역에선 인플루엔자와 호흡기세포융합바이러스(RSV)가 조기에 발생해 의료 시스템에 큰 부담을 주고 있다는 판단에서다. WHO가 2020년 1월 선언해 3년 넘게 이어져온 코로나19 비상사태는 이 같은 위험 요소가 사라질 때까지 지속된다. 테워드로스 아드하놈 거브러여수스 WHO 사무총장은 이날 성명을 통해 “코로나19 대유행과 관련해 WHO 국제 보건 긴급위원회의 권고에 동의해 코로나19가 비상사태의 요건을 충족하고 있다고 결정한다”고 밝혔다. WHO는 또 전문가전략자문그룹(SAGE)의 권고에 따른 ‘우선순위 그룹’에 해당하는 고위험군은 코로나19 백신 추가 접종을 100% 달성할 것을 제안했다.김소영 기자 ksy@donga.com파리=조은아 특파원 achim@donga.com}

    • 2023-01-3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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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탱크 약속 받은 우크라, 서방에 전투기도 요청

    우크라이나가 미국 독일 등 서방 국가들로부터 주력 전차 지원을 약속받자마자 “전투기와 장거리 미사일을 지원해 달라”고 요구하고 나섰다. 독일은 우크라이나 전쟁이 서방으로 확전되는 것을 우려해 전투기 지원에 대해선 선을 그었다. 29일 로이터통신에 따르면 볼로디미르 젤렌스키 우크라이나 대통령은 이날 화상 연설에서 “도네츠크 지역 바흐무트, 부흘레다르 등에서 러시아의 공세가 계속되고 있어 상황이 매우 어렵다”며 “러시아는 전쟁을 오래 끌며 우리 군을 고갈시키길 원하니 우리는 새로운 무기 공급에 속도를 내고 새 무기의 선택지를 열어야 한다”고 밝혔다. 젤렌스키 대통령이 언급한 새 무기로는 장거리 미사일과 전투기 등이 거론된다. 그는 전날 “우리는 장거리 미사일이 필요하다”며 사거리 297km인 미국산 장거리 미사일 에이태큼스(ATACMS)가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유리 이흐나트 우크라이나 공군 대변인은 서방국들과 전투기 지원에 대해 협상하고 있다고 밝혔다. 조너선 파이너 백악관 국가안보부보좌관은 26일 전투기 지원을 신중하게 논의하겠다고 밝혔다. 하지만 올라프 숄츠 독일 총리는 29일 독일 일간지 타게스슈피겔과의 인터뷰에서 “하나의 결정이 내려지자마자 독일이 (전투기 지원으로) 또 다른 논쟁에 돌입한다면 국가 차원의 결정에 대한 시민들의 믿음을 뒤흔들 것”이라며 난색을 보였다. 우크라이나가 25일 미국과 독일로부터 주력 전차 지원을 받기로 한 지 사나흘 만에 중무기 지원을 재촉하고 나선 것은 동부 지역 방어가 위태롭기 때문이다. 우크라이나와 러시아는 솔레다르 등 동부 지역에서 격전 중이다. 우크라이나군은 도네츠크주 동부 블라호다트네에서 러시아군을 격퇴했다고 밝혔으나 러시아 측은 이 지역을 장악했다고 주장하고 있다.파리=조은아 특파원 achim@donga.com}

    • 2023-01-3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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