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세형

이세형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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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아일보 이세형 국제부장입니다. 카이로특파원, 카타르 아랍센터 방문연구원을 지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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취재분야

2025-11-20~2025-12-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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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동네 의원에서도 4차 감염… 대형병원 중심 방역망 한계

    보건복지부 중앙메르스관리대책본부가 16일 발표한 메르스(MERS·중동호흡기증후군) 신규 감염자는 4명(총환자 수는 154명). 전반적인 메르스 확산 추세는 둔화되고 있지만 메르스 2차 유행지인 삼성서울병원을 방문했던 가족들이 격리 조치 없이 지내다가 뒤늦게 확진 판정을 받은 사례가 잇따르는 등 4차 감염자가 계속 나타나고 있어 아직 긴장을 늦출 때는 아니라는 지적이 나온다. 전문가들은 “큰 문제(대규모 감염사태)가 어느 정도 해결되고 있기 때문에 이제는 숨겨진 환자 찾기에 더 신경을 써야 한다”고 입을 모았다.○ 4차 감염자 동네병원 전전 이날 추가된 메르스 환자 중에는 동네의원급 병원에서 감염된 4차 감염자도 포함돼 있다. 153번 환자(61)는 4일 경기 용인시 처인구 양지면 서울삼성의원을 방문했다가 118번 환자(67·10일 확진, 13일 사망)와 접촉해 감염된 것으로 확인됐다. 118번 환자는 14번 환자(35)가 삼성서울병원에 가기 전 평택굿모닝병원에 있을 때 감염된 3차 감염자다. 그러나 보건당국의 관리망에서 벗어나 있었기 때문에 118번 환자는 메르스 증세를 감기로 오인해 4일 동네의원을 방문했고, 이때 153번 환자에게 바이러스를 옮긴 것이다. 153번 환자도 메르스 증세가 발현된 뒤에도 이를 감기로 알고 15일까지 용인시내 다른 병원을 3차례 방문했다. 이 과정에서 153번 환자는 다수의 접촉자를 양산했기 때문에 보건당국은 추가 확진자가 나올 가능성을 배제하지 않고 있다. 보건당국은 153번 환자와 접촉한 사람이 최소 74명인 것으로 파악하고 있다. 지금까지 확진자가 나오지 않았던 강동경희대병원에서도 4차 감염 의심자가 발생한 것으로 드러났다. 이 병원 응급의학과 전공의 A 씨(32)는 5일 고관절 골절로 응급실을 방문한 76번 환자를 진료했고 16일 1차 양성 판정을 받았다. A 씨는 “당시 환자가 호흡기 증상이 없었고 삼성서울병원에 다녀온 사실도 말하지 않아 접촉을 피하지 못했다”고 말했다. ○ 관리망 벗어난 삼성서울병원 감염자 추가 발생 삼성서울병원에서 숨겨진 환자도 추가로 확인됐다. 이날 추가된 4명의 감염자 중 3명이 삼성서울병원 응급실에서 그동안 드러나지 않았던 환자였던 것. 이들은 모두 ‘슈퍼 전파자’인 14번 환자가 머물렀던 지난달 27∼29일 삼성서울병원 응급실을 방문해 감염 위험이 있었던 사람들이지만 보건당국은 이들을 관리 대상에 넣지 않았다. 특히 대구 남구 공무원인 154번 환자(52)의 경우 지난달 27, 28일 삼성서울병원 응급실에서 치료를 받은 어머니를 병문안했다. 함께 병문안을 갔던 누나는 10일 확진 판정을 받고 격리됐다. 가족중에 확진 환자가 발생했는데도 관리 대상에서 누락된 셈이다. 154번 환자는 15일 오한 등 메르스 의심증세로 신고를 하기 전까지 직장생활뿐 아니라 회식에 참석하고 대중목욕탕까지 다녀갔던 것으로 알려졌다. 151번(38)과 152번 환자(66)의 경우 지난달 27일 가족을 간병하는 과정에서 감염된 것으로 추정된다. ‘병원 환자’였던 이들의 가족들은 자가 격리 조치를 받았지만 ‘가족 간병자’였던 본인들은 보건당국 관리망에서 벗어나 있었다. 보건의료계 관계자는 “보건당국이 의무기록에 남아 있는 접촉 의심자 외에도 더 적극적으로 접촉자를 찾으려고 노력했으면 숨겨진 환자 발생을 줄일 수 있었을 것”이라며 “지금부터라도 다시 한 번 접촉자 관리를 강화해야 한다”고 말했다. ○ 유가족 심리 치료도 지원 보건당국은 메르스 사망자 유가족을 상대로 심리 치료를 지원하기로 했다. 갑작스러운 전염병으로 사망한 환자의 가족들이 스트레스, 불안, 불면 등 정신적 문제를 보이는 경우에 대비하기 위해서다. 이를 위해 보건당국은 국립서울병원에 심리위기지원단을 마련하고, 5개 국립병원과 광역 정신건강센터 내에 위기상담대응팀을 구성하기로 했다. 대한의사협회와 대한신경정신과의학회의 전문 인력이 상담에 나설 계획이다. 권덕철 중앙메르스대책본부 총괄반장은 “원칙상 유가족은 직접 방문해서 심리상담을 제공하고, 자가 격리자에게도 화상 전화로 심리 치료를 지원할 것”이라고 말했다. 보건당국은 또 환자가 발생했거나 경유한 기관 중 확진환자 수가 많은 곳은 현장대응팀이 관리하는 ‘집중관리병원’으로 지정했다. 이 병원들에는 보건당국의 지원 인력들이 파견돼 모든 대상자가 격리 해제될 때까지 방역 업무를 담당한다. 여기에는 삼성서울병원, 건양대병원, 메디힐병원 등 다수 확진환자가 발생한 병원이 포함됐다. 세종=김수연 sykim@donga.com / 이세형·유근형 기자}

    • 2015-06-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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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주춤한 메르스… 고통 분담해야 잡는다

    국내 일일 메르스(MERS·중동호흡기증후군) 환자 발생 수가 사흘(14∼16일) 연속 한 자릿수를 기록했다. 16일 보건복지부 중앙메르스관리대책본부에 따르면 이 기간중에 확인된 신규 환자는 △14일 7명 △15일 5명 △16일 4명이다. 신규 환자가 처음 두 자릿수를 기록한 이달 7일 이후, 사흘 연속 한 자릿수에 그친 건 이번이 처음이다. 이에 따라 메르스 확산이 진정 국면에 접어들 것이란 기대감이 높아지고 있다. 그러나 안심하기에는 아직 이르다는 분석이 지배적이다. 방지환 서울시 보라매병원 감염내과 교수는 “확산 움직임이 둔화된 건 맞지만 ‘잠재적 슈퍼 전파자’와 ‘숨겨져 있던 감염자’들이 계속 나오고 있기 때문에 위기가 많이 남아 있다”고 말했다. 국내외 보건의료계에서는 ‘메르스와의 전쟁’에서 안정적으로 승리하려면 보건당국 못지않게 국민들의 성숙한 시민의식이 중요하다고 강조한다. 메르스가 확산된 가장 큰 이유는 보건당국의 비효율적인 대응이었지만, 일반 국민의 감염병에 대한 부족한 시민의식도 큰 문제였기 때문이다. 지금부터라도 모든 사람이 메르스 퇴치에 동참한다는 자세로 불편함을 감수하는 등 고통 분담에 나서야 한다는 것이다. 무엇보다 국민들이 먼저 나서서 메르스 예방과 치료 자세를 가지는 게 필요하다. 최근 확인된 일부 환자의 경우 자신이 메르스 환자와 접촉했을 가능성이 있고, 환자가 발생했거나 경유한 병원에 다녀왔다는 것을 알면서도 적극적으로 보건당국에 자신의 상황을 알리거나, 자발적인 격리에 들어가지 않았다. 특히 154번 환자(52)는 지난달 말 삼성서울병원을 방문했고, 동행했던 누나(110번 환자)가 10일 확진 판정을 받았는데도 자유롭게 직장, 목욕탕, 지역병원 등을 오가며 사람들과 접촉했다. 보건당국 관계자는 “154번 환자가 누나가 확진받은 직후 스스로 자가 격리에 들어갔다면 접촉자 수도 크게 줄었을 것”이라고 말했다. 이미 자가 격리 중인 사람들의 협조도 중요하다. 자가 격리자가 계속 늘어 5238명(16일 기준)에 이르렀기 때문이다. 보건당국이 이들을 일일이 점검하는 건 현실적으로 불가능한 상황. 전병율 연세대 보건대학원 교수(전 질병관리본부장)는 “자가 격리 대상자들이 불편하더라도 좀 더 적극적으로 보건당국의 지침에 따라줘야 한다”면서 “보건당국도 점검 절차를 느슨하게 가져가서는 안 된다”고 말했다. 의료기관들도 달라져야 한다. 삼성서울병원 사례에서 보듯 보건당국의 조사와 자료 요청에 비협조적인 자세를 보이는 모습부터 사라져야 한다. 감염이 의심되는 사람을 일단 다른 병원으로 보내려는 ‘환자 핑퐁’ 현상도 마찬가지다. 서울 대학병원의 한 교수는 “보건당국 못지않게 대형 병원들도 메르스 사태를 계기로 신뢰를 잃었다”며 “지금부터라도 책임의식을 가지고 문제 해결에 나서야 한다”고 말했다. 물론 보건당국 또한 검사비 등 메르스로 인해 발생하는 비용을 일선 민간 의료기관들이 부담을 느끼지 않도록 지원해줘야 한다. 메르스 사태가 장기화되면서 의료진이 피로감과 인력 부족 현상을 느끼는 만큼 군 의료진 투입 등을 고려해 봐야 한다는 의견도 나온다.이세형 turtle@donga.com / 세종=김수연 기자}

    • 2015-06-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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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메르스 낙관’ 모두 빗나갔다

    ‘메르스(MERS·중동호흡기증후군)란 감염병에 대해 몰라도 너무 몰랐다.’ 국내에서 최초 메르스 환자가 발생한 지 한 달(20일)을 앞두고 보건당국의 메르스에 대한 전망과 설명이 모두 빗나갔다는 지적이 잇따른다. 그만큼 보건당국이 제대로 대처하지 못했다는 뜻이다. 당초 보건당국은 메르스가 치사율은 높지만 전염력이 떨어진다는 점을 강조하며 환자 수가 크게 늘어날 가능성은 낮다고 밝혔다. 또 비말(작은 침방울)을 통해 전파되기 때문에 환자와 2m 이상 되는 거리를 유지하면 큰 문제가 없다고 주장했다. 그러나 1차 진원지(경기 평택성모병원)와 2차 진원지(삼성서울병원)에서 감염된 사람들 중 많은 수는 메르스 환자와 ‘2m 이내 밀접 접촉’이 없었는데도 감염됐다. 전문가들은 이를 두고 연무질(에어로졸) 형태로도 감염될 수 있다는 가능성을 제기하고 있다. 보건당국이 최대 14일이라고 예상했던 잠복기도 실제로는 더 길다는 지적이 많다. 메르스 확진자 150명 중 146번 환자와 149번 환자의 경우 16∼18일 만에 발병된 것으로 추정되기 때문이다. 환자 수가 늘어나는 과정에서 발생 가능성이 거의 없다고 설명했던 4차 감염자도 15일 기준 5명이 확인됐다. 보건당국이 메르스와 관련된 두려움을 줄이는 차원에서 강조했던 ‘건강한 사람은 충분히 완치될 수 있다’는 주장도 최근 신뢰를 잃고 있다. 메르스로 인한 사망자 16명 중 2명이 특별한 기저질환이 없는 상태에서 갑작스럽게 상태가 악화되면서 사망했기 때문이다. 특히 현재 상태가 위중한 것으로 알려진 삼성서울병원 의사인 35번 환자와 평택경찰서 경찰관인 119번 환자의 경우엔 30대이며 평소 건강했기 때문에 더욱 메르스에 대한 공포감을 키우고 있다.이세형 기자 turtle@donga.com·이우상 동아사이언스 기자·김수연 기자}

    • 2015-06-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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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잠재적 슈퍼전파자 계속 등장… 최소 7월까진 장기화 가능성”

    “아직은 메르스(MERS·중동호흡기증후군) 종식을 이야기할 때가 아니다. 최소 다음 달까지는 지켜봐야 한다.” 15일 국내 보건의료 전문가들은 ‘메르스와의 전쟁’이 최소한 다음 달까지 이어질 것으로 예상했다. 그것도 추가 대규모 감염 사태가 없다는 가정에서다. 삼성서울병원을 중심으로 대규모 추가 감염자가 발생할 우려가 있는 병원들의 최대 잠복기가 24∼26일경에 끝나더라도 긴장을 늦춰선 안 된다는 뜻이다.○ 최악의 경우 2∼3개월간 지속될 수도 전문가들은 무엇보다 ‘숨겨진 환자’들이 계속 발생하고 있다는 것을 우려했다. 메르스 사태 발생 초기부터 제대로 환자 관리가 안 돼 새로운 전파자와 감염자가 계속 나타나는 상황에서 단순히 발생 환자 수가 줄고, 잠복기가 끝나간다는 것에 큰 의미를 두기는 어렵다는 것이다. 천병철 고려대 의대 교수(예방의학과)는 “환자 누락 현상이 벌어지고 있기 때문에 언제든지 심각한 감염 사태가 벌어질 수 있다”며 “숫자와 시기만으로 ‘고비를 넘겼다’는 식의 판단을 할 수는 없다”고 말했다. 지금처럼 꾸준히 감염자가 증가하고, 잠재적 ‘슈퍼 전파자’가 나타나는 상황이 2∼3개월간 지속될 수 있다는 예측도 나왔다. 이런 전망이 나온 것은 국내 정상급 병원이고, 전국적으로 환자를 유치했던 삼성서울병원에서 숨겨진 환자와 잠재적 슈퍼 전파자가 계속 확인되고 있기 때문이다. 이재갑 한림대 강남성심병원 교수(감염내과)는 “삼성서울병원이 뚫리지 않았다면 지금쯤 안정적인 상황을 맞이했겠지만 지금처럼 여러 명의 잠재적 전파자가 나왔기 때문에 종료 시점을 예측하는 게 불가능해졌다”며 “2∼3개월 정도 사태가 지속될 수 있다”고 지적했다. 전문가들은 삼성서울병원의 잠정적 폐쇄에 대해 모두 ‘적절했다’고 평가했다. ‘더 일찍 폐쇄했어야 했다’는 의견도 적지 않았다.○ “확산 추세 꺾였다”고 말하기 일러 메르스 확산 움직임에 대해서도 적지 않은 전문가들이 보수적인 전망을 내놓았다. 확산 추세가 약해졌다는 보건당국의 주장과는 반대되는 것이다. 방지환 서울 보라매병원 교수(감염내과)는 “삼성서울병원에서 뒤늦게 드러난 환자들이 얼마나 많은 사람을 감염시켰느냐가 관건”이라며 “이 환자들이 없었다면 확산이 꺾였다고 말할 수 있지만 현재로서는 새로운 확산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고 말했다. 코로나 바이러스 전문가인 정용석 경희대 생물학과 교수도 “감염환자 수가 적었던 확산 초기와 달리 숫자가 늘어나면서 관리가 어려워졌고, 감염 가능성이 있는 사람들을 분류하는 단계에서 구멍이 생길 소지도 커졌다”며 “아직 확산 위험이 많이 남아 있는 상황”이라고 말했다. 보건당국이 변화에 용이하고, 예측 가능성이 떨어지는 바이러스 고유의 특성에 대해서도 대비해야 한다는 지적이 나왔다. 양재명 서강대 생명과학과 교수는 “선진국들처럼 앞으로 감염병과 관련된 대응 전략을 수립할 때 의사뿐 아니라 바이러스 전문가인 과학자들도 참여시켜야 한다”고 말했다.이세형 기자 turtle@donga.com·이우상 동아사이언스 기자}

    • 2015-06-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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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삼성서울 응급실 이송요원-의사 확진

    삼성서울병원에서 보건당국의 메르스 방역망에서 벗어나 있던 감염자들이 추가로 확인됐다. 이에 따라 삼성서울병원을 중심으로 메르스가 또다시 확산되는 것 아니냐는 우려가 제기된다. 주말(13, 14일)에 확인된 19명의 확진자 가운데 삼성서울병원 응급실 이송요원(137번)과 의사(138번)가 포함돼 있다. 이들은 지난달 27∼29일 14번 환자(35)에게서 감염된 것으로 추정되지만 격리되지 않아 추가 감염자를 대거 양산했을 수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보건의료계 관계자는 “특히 137번 환자의 경우 2일부터 증세 발현이 있었는데도 10일까지 정상적으로 근무했기 때문에 이 기간 중 접촉한 사람들(430여 명)에게 바이러스를 전파했을 가능성이 있다”고 말했다. 4차 감염자가 처음으로 나타나 지역사회 감염 우려도 커졌다. 5일과 6일 76번 환자(75·사망)를 이송시킨 민간구급대 구급차 운전기사인 133번 환자(70)와 동승했던 145번 환자(37)도 메르스에 감염된 것으로 확인됐기 때문이다. 김수연 sykim@donga.com·이세형 기자}

    • 2015-06-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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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격리 안된채 다수 접촉 ‘잠재적 슈퍼전파자’ 속속 드러나

    메르스(MERS·중동호흡기증후군) 대책에 다시 한 번 비상이 걸렸다. 그동안 제대로 파악되지 않은 상태에서 다수의 사람들과 접촉한 ‘잠재적 슈퍼 전파자’들이 속속 모습을 드러내고 있기 때문이다. 보건복지부 중앙메르스관리대책본부가 13, 14일 발표한 메르스 확진자 명단에는 삼성서울병원 응급 이송요원으로 활동 중인 137번 환자(55)와 이 병원 의사인 138번 환자(37)가 포함돼 있다. 두 환자는 모두 지난달 27∼29일 삼성서울병원에서 71명을 감염시킨 슈퍼 전파자 14번 환자(35)로부터 감염된 것으로 추정된다. 하지만 이들은 격리 없이 계속 활동해 왔던 것으로 전해져 보건당국은 대규모 추가 감염사태를 우려하고 있다. 보건당국 관계자는 “14번 환자가 삼성서울병원에 머물렀던 시기로부터 2주(최대 잠복기) 뒤인 12일까지 대규모 추가 감염만 없으면 고비를 넘기는 상황으로 봤지만 이제는 이달 말까지는 긴장해야 할 형편”이라고 말했다.○ 삼성병원서 다시 대규모 감염 발생하나? 보건당국과 의료계는 137번 환자가 슈퍼 전파자가 되는 상황을 가장 우려하고 있다. 137번 환자는 2일부터 발열과 기침 등 메르스 증세를 보였고, 10일까지 계속 근무했기 때문이다. 이 기간에 접촉한 사람은 약 430명에 이른다. 응급실을 중심으로 한 병원 내부, 응급차량 내부, 응급 이송을 위해 방문했던 장소 등에서 다양한 사람들을 직간접적으로 접하며 바이러스를 전파했을 수 있다는 것이다. 특히 응급 이송 대상자들 중 많은 수가 건강 상태가 좋지 않다는 특성을 감안하면 감염자 수는 크게 늘어날 수도 있다. 전문가들은 “증세가 발현되고 있는 상황에서도 9일간 격리되지 않은 건 3차 대규모 확산이 이루어질 가능성이 충분하다는 뜻”이라며 “지금부터 3차 확산에 대한 대비책을 철저하게 수립해야 한다”고 입을 모은다. 삼성서울병원 의사로는 35번 환자(38)에 이어 두 번째로 메르스에 감염된 138번 환자 역시 10일까지 격리되지 않은 채 평상시처럼 근무를 한 것으로 전해졌다. 138번 환자도 지난달 27∼29일 직접 14번 환자를 진료하지는 않았지만 이 환자를 통해 감염된 것으로 추정된다. 138번 환자는 10일 오후까지는 메르스 증세를 보이지 않았다. 하지만 감염 상태에서 환자나 의료진과 접촉했고, 병원 내 여러 곳을 돌아다녔다는 점에서 138번 환자로 인한 추가 확산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 ○ 부산, 3번째 메르스 진원지 될 수 있어 부산에서 확인된 두 번째 메르스 감염자인 143번 환자(31)는 경기 평택성모병원, 삼성서울병원에 이어 국내 ‘3번째 메르스 진원지’를 만들 수 있다는 점에서 보건당국을 긴장시키고 있다. 143번 환자는 대전 건양대병원과 대청병원을 중심으로 감염자를 발생시킨 16번 환자(40)가 대청병원에 입원해 있던 시기인 지난달 25∼30일에 이 병원에서 감염된 것으로 추정된다. 143번 환자는 대청병원에서 컴퓨터 프로그램 관련 업무를 담당한 외주업체 직원이었다. 그는 발열 증상이 나타난 2일부터 12일 격리되기 전까지 부산 수영구의 병원 4곳을 방문했지만 의심환자로 진단받지 못했다. 이 과정에서 143번 환자는 750여 명과 접촉한 것으로 보건당국은 추정하고 있다. 또 보건당국은 평택경찰서 경찰관인 119번 환자(35)에 대해서도 방역망을 벗어난 상태에서 메르스를 전파했을 가능성이 있는 것으로 보고 있다. 당초 119번 환자가 평택박애병원에서 52번 환자(54)로부터 감염됐을 것으로 추정됐다. 하지만 두 환자 간 병원을 찾은 시간에 차이가 있는 등 명확한 감염경로가 규명되지 않고 있다. ○ 24∼26일까지는 지켜봐야 방역망에서 숨겨져 있거나, 정확한 감염경로가 드러나지 않은 메르스 환자들이 계속 발생함에 따라 지역사회 감염과 4차 감염이 본격적으로 나타날 가능성도 높아졌다. 보건의료계 관계자는 “격리됐어야 할 대상자들이 늦게 파악됐고 이 중 상당수는 증세가 발현되는 상황에서도 일상생활을 했기 때문에 지역사회 감염이 나타날 가능성이 높아졌다”고 말했다. 한편 보건당국은 137번, 138번, 143번 환자가 격리된 시점으로부터 2주(최대 잠복기)가 되는 24∼26일 전후로 환자 수가 얼마나 발생하느냐가 메르스 사태 진정의 중요한 고비가 될 것으로 보고 있다. 이세형 turtle@donga.com / 세종=김수연 / 부산=강성명 기자}

    • 2015-06-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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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실제 나이보다 15살 어려보이는 동안 얼굴의 비밀은?

    ‘젊고 아름다운 피부를 원한다면 콜라겐을 신경 써라.’ 15일 오후 7시 10분 방영되는 종합편성TV 채널A의 건강 프로그램 ‘닥터 지바고’에서는 탄력적이고 건강한 피부를 유지하는 데 꼭 필요한 성분인 콜라겐에 대해 자세히 알아본다. 콜라겐은 20대 중반부터 매년 약 1%씩 감소해 40대에 이르면 20대의 절반 정도만 남는다. 특히 여성의 경우는 폐경 이후 5년 안에 콜라겐의 30%가 사라진다고 한다. 나이가 들면서 피부가 매력을 잃게 되는 건 콜라겐과 밀접한 관련이 있다. 건강한 피부 유지를 위해선 그만큼 ‘콜라겐 유지’가 중요한 것이다. 동안선발대회 출신인 서은경 씨(46)는 30대 초반 같은 얼굴을 자랑한다. 실제로 서 씨의 피부는 현재 나이보다 열다섯 살 정도 어린 상태라고 한다. 이런 ‘대단한 피부’를 유지하게 된 비결은 ‘홍어 껍질 묵’에 있다. 서 씨가 콜라겐이 풍부한 음식으로 잘 알려진 돼지 껍질 대신 홍어 껍질 묵을 자주 먹는 이유는 홍어 껍질이 돼지 껍질보다 흡수가 1.4배 정도 더 잘된다는 특징 때문이다. 홍어 껍질을 활용해 다양한 음식을 즐기는 서 씨의 피부 관리를 위한 비밀 레시피가 공개된다. 외국에서 부는 콜라겐 열풍에 대해서도 알아본다. 아시아 국가 중 한국과 일본 다음으로 미용에 관심이 많은 대만 여성들 사이에서 유행하는 것 중 하나가 먹는 콜라겐이다. 대만에서는 피부 미인으로 소문난 연예인들도 콜라겐 제품을 즐겨 먹는다고 한다. 중요한 건 어떤 제품을 선택하느냐는 것. 콜라겐을 즐기는 사람들에 따르면 어류에서 추출한 해양성 콜라겐으로 만들어져 체내 흡수율을 높인 ‘저분자 펩타이드’ 제품이 좋다고 한다. 대만의 콜라겐 생산 공장을 찾아가 저분자 콜라겐을 만드는 과정을 알아본다. 한편 이날 닥터 지바고에서는 프로그램 개편을 맞아 새로운 MC가 소개될 예정이다. 정신건강의학과 전문의 양재진 씨와 건강미인 유승옥 씨가 처음으로 시청자들에게 인사한다. 논리적이고 냉철한 이미지에 유머 감각까지 갖춘 양 씨와 천진난만함이 매력인 유 씨는 처음 호흡을 맞추는 과정에서도 촬영장 분위기를 화기애애하고 재미있게 이끌었다고 한다. 특히 유 씨가 알려주는 ‘콜라겐 운동법’을 양 씨가 따라하는 과정에서 웃음이 터져 나오기도 했다. 이번 닥터 지바고에서는 두 MC의 진행 모습을 지켜보는 것도 특별한 볼거리다.이세형 기자 turtle@donga.com}

    • 2015-06-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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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WHO조사단 “정보공개 늦어 방역 실패”

    세계보건기구(WHO)와 국내 보건의료 전문가들이 함께 활동한 ‘한국-WHO 메르스 합동평가단’은 메르스(MERS·중동호흡기증후군)의 지역사회 발생 가능성이 남아 있고, 사태 초기 정보 공개가 충분하지 않았다고 지적했다. 그러나 합동평가단은 메르스를 ‘메르스 감기’로 표현하며 이 병으로 국가 재난 상황이 초래된 건 아니라고 밝혔다. 합동평가단은 13일 정부세종청사에서 기자 간담회를 열고 이 같은 내용을 담은 평가결과를 발표했다. WHO 측 대표였던 후쿠다 게이지 WHO 사무차장은 “현재까지 (메르스가) 지역사회로 전파됐다는 증거가 없지만 메르스가 유행하는 동안에는 이런 가능성에 대한 지속적인 모니터링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또 후쿠다 사무차장은 “국내 메르스 발병 규모가 크고, 상황도 복잡하기 때문에 추가 환자 발생을 예상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특히 합동평가단 측은 논란이 됐던 정보 공개 문제와 관련해 “정보 공개가 늦은 것이 방역 정책의 실패를 불러왔다”고 밝혔다. 한국 정부의 메르스 초기 대응 방침이 적절하지 않았음을 지적한 것이다. 한국 측 대표였던 이종구 서울대 의대 ‘이종욱글로벌의학센터’ 소장은 “정보의 비대칭 때문에 (메르스 확산으로 인한) 혼란이 일어났다”고 지적했다. 합동평가단은 정보 공개가 늦어진 문제 외에도 ‘위기관리 거버넌스 미확립으로 인한 혼란’과 ‘질병 예측 실패로 인한 지방자치단체의 자원 동원 실패’ 등도 초기 대응의 주요 문제점으로 꼽았다. 합동평가단은 국제적 차원의 의사소통의 중요성도 강조했다. 국내뿐 아니라 국제사회에 대한 정보 공개 등이 미흡했음을 시사한 것이다. 또 메르스의 ‘학교 감염’이 없었는데도 많은 학교를 대상으로 휴업을 한 것도 적절하지 않았다고 지적했다. 후쿠다 사무차장은 “(휴업은) 학부모에게 어려움을 주고, 학교에 대한 두려움을 만들어낸다”며 “(학교 감염의 우려가 낮다는) 과학적 근거에 기반을 두고 학교 수업 재개를 강력하게 고려해야 한다”고 조언했다. 또 합동평가단은 앞으로도 유사한 신종 전염병이 발생할 수 있기 때문에 공중 보건기관의 역랑 강화와 인력 양성을 위한 추가 투자가 필요하다고 밝혔다. 한편 보건당국과 의료계에 따르면 WHO는 이번 활동을 계기로 국제 기준의 메르스 대응 매뉴얼을 공식적으로 수립하는 작업에도 착수할 계획이다. 그동안 WHO는 메르스가 사실상 중동지역에서만 발생하고 전체적인 환자 수도 많지 않아 메르스를 특별히 위협적인 질병으로 분류하지 않았다.이세형 기자 turtle@donga.com}

    • 2015-06-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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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WHO 메르스 합동조사단 “초기 정보공개 늦어져 방역정책 실패”

    세계보건기구(WHO)와 국내 보건의료 전문가들이 함께 활동한 ‘한국-WHO 메르스 합동평가단’은 메르스(MERS·중동호흡기증후군)의 지역사회 발생 가능성이 남아 있고, 사태 초기 정보 공개가 충분하지 않았다고 지적했다. 그러나 합동평가단은 메르스를 ‘메르스 감기’로 표현하며 이 병으로 국가 재난 상황이 초래된 건 아니라고 밝혔다. 합동평가단은 13일 정부세종청사에서 기자 간담회를 열고 이 같은 내용을 담은 평가결과를 발표했다. WHO 측 대표였던 후쿠다 게이지 WHO 사무차장은 “현재까지 (메르스가) 지역사회로 전파됐다는 증거가 없지만 메르스 유행하는 동안에는 이런 가능성에 대한 지속적인 모니터링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또 후쿠다 사무차장은 “국내 메르스 발병 규모가 크고, 상황도 복잡하기 때문에 추가 환자 발생을 예상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특히 합동평가단 측은 논란이 됐던 정보 공개 문제와 관련해 “신속한 정보 공개가 늦은 것이 방역 정책의 실패를 불러왔다”고 밝혔다. 한국 정부의 메르스 초기 대응 방침이 적절하지 않았음을 지적한 것이다. 한국측 대표였던 이종구 서울대 의대 ‘이종욱 글로벌 의학센터’ 소장은 “정보의 비대칭 때문에 (메르스 확산으로 인한) 혼란이 일어났다”고 지적했다. 합동평가단은 정보 공개가 늦어진 문제 외에도 ‘위기관리 거버넌스 미확립으로 인한 혼란’과 ‘질병 예측 실패로 인한 지방자치단체의 자원 동원 실패’ 등도 초기대응 주요 문제점으로 꼽았다. 합동평가단은 국제적인 차원의 의사소통의 중요성도 강조했다. 국내 뿐 아니라 국제사회에 대한 정보 공개 등이 미흡했음을 시사한 것이다. 또 메르스 ‘학교 감염’이 없었는데도 많은 학교를 대상으로 휴업을 한 것도 적절하지 않았다고 지적했다. 후쿠다 사무차장은 “(휴업은) 학부모에게 어려움을 주고, 학교에 대한 두려움을 만들어낸다”며 “(학교 감염이 우려가 낮다는) 과학적인 근거에 기반해 학교 수업 재개를 강력하게 고려해야 한다”고 조언했다. 또 합동평가단은 앞으로도 유사한 신종 전염병이 발생할 수 있기 때문에 공중 보건기관의 역랑 강화와 인력 양성을 위한 추가 투자가 필요하다고 밝혔다. 한편 보건당국과 의료계에 따르면, WHO는 이번 활동을 계기로 국제 기준의 메르스 대응 매뉴얼을 공식적으로 수립하는 작업에도 착수할 계획이다. 그동안 WHO는 메르스가 사실상 중동지역에서만 발생하고 전체적인 환자 수도 많지 않아 메르스를 특별히 위협적인 질병으로 분류하지 않았다.이세형 기자 turtle@donga.com}

    • 2015-06-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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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격리자 첫 감소… ‘2차 확산’ 고비 넘긴듯

    메르스(MERS·중동호흡기증후군) 환자 증가세가 둔화되고, 격리 관찰자 수도 처음으로 감소했다. 평택성모병원발 1차 확산이 사실상 종료되고 삼성서울병원발 2차 확산이 정점을 찍으면서 메르스 사태가 진정 국면으로 접어들었다는 분석이 나온다. 12일 추가로 확인된 환자는 총 4명. 8일(23명) 정점을 찍은 후 9일(8명), 10일(13명), 11일(14명)을 지나면서 환자가 대폭 줄어든 것이다. 전문가들은 두 번째 슈퍼 전파자인 14번 환자의 확진일(지난달 30일)로부터 14일(최대 잠복기)이 지나는 것을 증가세 둔화의 원인으로 보고 있다. 특히 격리에서 해제된 사람이 새로 격리된 사람보다 많아 총 격리관찰자가 125명 줄어들었다. 산발적으로 발생하던 건양대병원, 대청병원, 한림대동탄성심병원에서도 12일은 확진 환자가 발생하지 않았다. 35번 환자가 지난달 30일 다녀간 재건축 조합 총회에 참석했던 1565명 중 현재까지는 메르스에 감염된 사람이 없는 것으로 알려졌다. 하지만 부산에서는 메르스 1차 검사에서 양성으로 나온 31세 남성이 확인됐다. 이 남성은 16번 환자가 있었던 대전 대청병원에서 파견 근무를 했었고, 격리 전 총 900여 명과 접촉한 것으로 전해졌다. 10세 미만 어린이가 메르스 검사에서 양성 판정을 받은 사례도 처음 발생했다. 91번 환자(46)의 아들로 자가 격리 중이던 A 군(7)이 1차 검사에선 음성, 2차 검사에선 양성 판정을 받았다. 최종 검사가 진행되고 있는 A 군은 지난달 27일 아버지(91번 환자)와 함께 삼성서울병원을 다녀갔었다. 한 마을 전체를 격리시켰던 전북 순창의 70대 환자(51번)는 12일 오전 사망했다. 한편 보건복지부는 일반 환자와 호흡기 환자를 진료, 입원, 퇴원 과정에서 분리해 메르스 감염 우려를 차단하는 병원인 ‘국민안심병원’ 87곳을 지정하고 15일부터 운영하기로 했다. 세종=유근형 noel@donga.com / 이세형 기자}

    • 2015-06-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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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삼성병원 ‘큰불’ 잦아들지만… 경유병원 ‘잔불’ 안심못해

    메르스(MERS·중동호흡기증후군) 확산 사태가 ‘2차 고비를 넘겼다’는 전망이 조심스럽게 나온다. 삼성서울병원에서 총 60명을 감염시킨 ‘슈퍼 전파자’ 14번 환자(35)가 이 병원에 마지막으로 있었던 시기(지난달 29일)로부터 2주(메르스 최대 잠복기)가 지난 시점인 12일 추가 확인된 환자 수가 크게 줄었기 때문이다. 이날 추가로 확인된 메르스 감염자 수는 4명이며 이 중 3명이 삼성서울병원에서 감염됐다고 보건당국은 밝혔다. 환자 수가 하루 최고 23명(8일 기준·이 중 삼성서울병원 환자는 17명)까지 나왔던 것을 감안하면 ‘큰불’(대규모 감염)은 잡힌 것이다. 그런 만큼 이제부터는 큰불보다 ‘잔불’(산발적 감염) 관리가 더 중요하다. 전병률 연세대 보건대학원 교수는 “명확히 파악되지 않은 일부 환자의 감염경로를 규명하는 게 잠재적 제3의 대규모 확산을 막는 데 가장 필요한 조치”라고 말했다.○ 파악 안 된 감염경로 명확히 규명해야 우선 삼성서울병원에 정형외과 외래 진료를 받으러 왔다 메르스에 감염된 115번 환자(77)의 감염경로를 파악하는 게 중요하다. 보건당국은 14번 환자로부터 감염됐을 것으로 추정하고 있지만 정확히 어디서 두 환자가 접촉했는지는 파악하지 못했다. 지난달 27일 오후 2시경 115번 환자가 영상의학과에서 X선 검사를 받은 뒤 응급실 바로 옆 남녀공용 장애인 화장실에 들렀다는 것까지는 확인했지만 14번 환자의 당시 동선은 알아내지 못했다. 특히 14번 환자가 마스크를 하지 않은 채 지난달 27일 삼성서울병원 응급실뿐만 아니라 병원 1층의 다른 공간으로도 돌아다녔다는 게 확인되면서 더욱 큰 규모의 추가 조사가 필요하다는 분석이 나온다. 이재갑 한림대 강남성심병원 감염내과 교수는 “만일의 사태에 대비하는 차원에서 14번 환자의 동선에서 직·간접적 접촉이 이루어진 모든 사람을 대상으로 조사를 진행해야 한다”고 말했다. 경기 평택경찰서 경찰관인 119번 환자의 동선을 정밀하게 파악하는 것도 잠재적인 제3의 확산을 막는 데 꼭 필요한 절차다. 보건당국은 119번 환자가 지난달 31일 평택박애병원 응급실에서 52번 환자로부터 감염됐을 가능성이 가장 높다고 추정했다. 이에 대해 병원 측은 119번과 52번 환자의 방문 시간이 정확하게 겹치지 않는다는 입장이다. 하지만 정은경 중앙메르스관리대책본부 현장점검반장은 “진료 기록지에 기록된 시간과 실제 머문 시간은 다를 수 있다”며 “퇴원 수속을 밟고 실제 병원 문을 나서기까지 상당한 시간이 필요하기 때문에 실제 두 환자의 접촉 가능성은 충분한 상황이다”고 말했다. 만약 평택박애병원에서 119번 환자가 발생한 것이라면 3차 감염자(52번)에게 감염된 4차 감염이 이뤄진 것으로 분석할 수 있다. 전문가들은 바이러스가 전파될수록 감염력이 떨어져 4차 전파 가능성이 낮다고 봤지만 이에 반하는 현상이 나온 것으로 볼 수 있다. 정 반장은 “119번 환자(4차 감염자)와 같은 사례가 추가로 나올 순 있지만 대량으로 발생할 확률은 낮다”고 진단했다.○ 3차 진원지 위험 아직 남아 있어 새로운 특정 병원을 중심으로 감염자가 대거 나오는 ‘3차 진원지’가 발생할지도 중요한 변수다. 현재까지는 3차 진원지 발생 가능성이 나타나지 않고 있다. 그러나 3차 진원지가 발생할 경우 또 한 번 다수의 감염자가 나오는 상황이 벌어지는 건 피할 수 없다. 보건당국에 따르면 지난달 27일 삼성서울병원에서 감염된 98번 환자(58)가 거쳐 갔던 서울 양천구 메디힐병원, 115번 환자가 메르스 확진 전에 들렀던 경남 창원힘찬병원(5월 29일), 가족보건의원(3일), 창원힘찬병원(4일), 창원SK병원(5일) 등이 잠재적 3차 진원지다. 90번 환자(62·사망)가 중환자실에 입원해 있던 대전 을지대병원도 역시 보건당국이 감염 사태 발생을 우려하고 있는 병원이다. 98번 환자는 메디힐병원에서 약 240명, 115번 환자는 거쳐 간 병원에서 약 550명과 접촉한 것으로 알려졌다. 90번 환자는 을지대병원에서 170여 명, 거주지인 충북 옥천 지역 의료기관에선 400여 명과 접촉한 것으로 전해졌다. 보건당국과 전문가들은 이 환자들의 확진일로부터 2주(최대 잠복기)가 되는 22∼24일까지 안심할 수 없다고 입을 모은다. 또 충분히 산발적 감염자가 나올 수 있다고 예상한다.국민안심병원 87곳 명단○ 서울=이대목동병원, 중앙대병원, 고려대구로병원, 경희대병원, 연세대 세브란스병원, 고려대의대부속병원(안암), 연세대 강남세브란스병원, 한양대병원, 가톨릭서울성모병원, 을지병원, 삼육서울병원, 영등포병원, 명지성모병원, 순천향대서울병원, 인제대상계백병원, 중앙보훈병원, 인제대서울백병원, 강동성심병원, 부민병원, 한강수병원○ 부산=인제대부산백병원, 고신대복음병원, 좋은삼선병원, 광혜병원, 삼육부산병원, 해동병원, 인제대해운대백병원, 온종합병원○ 인천=인하대병원, 검단탑병원, 인천광역시의료원, IS한림병원, 부평세림병원○ 대구=대구가톨릭대칠곡가톨릭병원○ 울산=울산대병원○ 광주=전남대병원, 서광병원○ 대전=대전한국병원, 대전선병원, 유성선병원○ 경기=순천향대부천병원, 고려대안산병원, 세종병원(부천시), 오산한국병원, 현대병원(남양주시), 경기도의료원안성병원, 지샘병원(군포시), 국민건강보험공단일산병원, 명지병원, 차의과대학 분당차병원, 원광대의대 산본병원, 인제대일산백병원, 남양주한양병원, 가톨릭성빈센트병원, 시화병원(시흥시), 안양샘병원, 분당제생병원, 아주대병원, 신천연합병원(시흥시), 동국대일산병원, 뉴고려병원, 가톨릭의정부성모병원, 안성성모병원○ 강원=연세대원주세브란스기독병원, 강릉동인병원, 속초보광병원○ 충북=충북대병원, 제천서울병원, 건국대충주병원, 한마음의료재단하나병원○ 충남=순천향대 천안병원, 백제병원, 천안충무병원○ 전북=전북대병원, 원광대병원, 동군산병원, 부안성모병원, 전주열린병원○ 전남=성가롤로병원, 세안종합병원, 순천한국병원, 목포기독병원, 목포중앙병원○ 경북=차의과대학 구미차병원○ 경남=창원파티마병원○ 제주=제주대병원, 제주한라병원 이세형 turtle@donga.com / 세종=유근형 기자}

    • 2015-06-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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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메르스와의 전쟁, 심리전부터 이기자

    ‘이제 군중심리에 따른 대응을 지양하고 과학적 근거를 기반으로 메르스(MERS·중동호흡기증후군)와 맞서야 한다.’ 11일 휴업한 유치원, 초중고교 및 대학이 2622곳으로 전날(2704곳)보다 줄어들자 이를 메르스 대응 전략을 바꾸는 기회로 삼아야 한다는 목소리가 나온다. 메르스 발생 뒤 휴업 학교 수가 줄어든 건 처음이다. 세계보건기구(WHO)와 보건의료 전문가들은 “메르스 확산은 학교와 관련 없고, 지역사회로 전파될 가능성도 낮다”고 입을 모으고 있다. 이런 상황에서 일단 휴업부터 들어간 조치는 사회적으로 불필요한 두려움을 양산할 수 있다는 것이다. 또 학생들에게 감염병 대응 조치를 교육하고, 건강 상태를 점검해야 하는 학교가 그 기능을 멈춰 부작용도 발생하고 있다. 지금부터라도 학교가 휴업을 끝내고 메르스 확산 사태를 감염병 대응과 보건교육 수준을 높이는 기회로 활용해야 한다는 의견이 많다. 전병률 연세대 보건대학원 교수는 “군인들이 훈련을 통해 성장하듯, 이번 사태를 감염병이 다시 발생했을 때 어떻게 대처할지를 미래 세대에 가르치는 계기로 삼아야 한다”고 말했다. 실제로 외국에서는 지역사회 전파 가능성이 낮을 땐 학교가 휴업에 들어가지 않는다. 메르스 방역에 대한 인식 전환도 필요하다. ‘대규모 추가 감염’ ‘높은 치사율’ 같은 치명적인 문제가 없기 때문에 현재 대책만으로도 충분히 성과를 낼 수 있다는 자신감을 가져야 한다는 것이다. 메르스 환자 발생 1위 국가인 사우디아라비아의 경우 이슬람 신자들의 성지순례(하지) 기간 때도 감염자가 발생하지 않았다. 우선, 환자들부터 메르스는 치료 가능한 병이라는 확신을 갖고 증세, 경유 병원, 접촉자 등을 자세히 밝혀야 한다. 역학조사의 질이 높아질수록 메르스 퇴치는 빨라질 수 있다. 자가 격리 대상자들의 협조도 중요하다. 서정욱 서울대 의대 교수(병리학)는 “환자와 격리 대상자들이 보건 당국의 통제에 따르지 않을 때 대규모 감염 사태를 일으켜 해결이 더욱 어려워질 수 있다”고 말했다. 검증되지 않은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 정보 등에 예민한 반응을 보이는 모습도 지양해야 한다. 이관 동국대 의대 교수(예방의학)는 “감염병과의 싸움은 심리전이기도 하다”며 “무분별한 정보에 혼란스러워하는 모습은 사태를 더 악화시킨다”고 말했다.이세형 turtle@donga.com·김민 기자}

    • 2015-06-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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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22일만에 메르스 환자 108명

    국내 메르스(MERS·중동호흡기증후군) 환자 수가 첫 번째 감염자가 확인된 지 22일 만에 100명을 넘어섰다. ‘2차 진원지’인 삼성서울병원을 중심으로 총 13명의 환자가 새로 파악되면서 전체 메르스 환자 수가 108명으로 늘어난 것이다. 보건복지부 중앙메르스관리대책본부는 10일 정부세종청사에서 열린 정례브리핑에서 삼성서울병원 10명, 대전 건양대병원, 대전 대청병원, 한림대 동탄성심병원에서 각각 1명의 메르스 감염자가 추가로 확인됐다고 밝혔다. 또 90번 환자(62), 76번 환자(75)가 치료 도중 사망해 메르스 사망자는 총 9명으로 늘었다. 보건당국은 “삼성서울병원에서 새로 확인된 환자들은 모두 지난달 25∼27일 14번 환자와 접촉했던 사람들이라 통제 범위에 있던 사람들”이라며 “2차 진원지에서의 확산세가 정점을 지났다는 분석은 여전히 유효하다”고 말했다. 건양대병원, 대청병원, 한림대 동탄성심병원 등 3차 진원지가 될 가능성이 있는 병원에서 환자가 급증하지 않는 것도 일단은 긍정적인 신호다. 정부는 메르스 확산과 환자 발생 시 신속한 치료를 위해 국립중앙의료원 외에도 ‘메르스 지역거점 병원’을 지정해 운영하기로 했다. 이를 위해 시도별로 중증 의심환자를 진료하는 노출자 진료병원 32곳, 중증 확진환자를 진료하는 치료병원 16곳 등 총 48곳의 의료기관을 선정했다. 10일 전국의 휴업 학교는 10개 시도 2704곳으로 9일보다 500곳 정도 늘었다. 서울시교육청은 당초 10일까지로 정했던 강남구와 서초구의 유치원 및 초등학교 일괄휴업을 12일까지 연장했다. 그러나 국내에서 활동 중인 세계보건기구(WHO) 조사단은 “한국에서든, 다른 국가에서든 학교가 메르스 전파와 관련 있었던 적은 없다”며 수업 재개를 ‘강하게 고려해야 한다’는 내용을 보건당국에 전달했다.세종=김수연 sykim@donga.com / 이세형 기자}

    • 2015-06-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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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과도한 공포로 병원 옮겨다녀 감염 확산… 의료진 믿어야”

    《 메르스(MERS·중동호흡기증후군) 사태는 과연 언제쯤 가라앉을 것인지. 모든 국민의 관심사다. 이에 동아일보는 9일 이종구 서울대 의대 이종욱글로벌의학센터 소장(WHO 한국조사단 공동단장), 전병률 연세대 보건대학원 교수(전 질병관리본부장), 오명돈 서울대 의대 감염내과 교수 등 전문가 3명으로부터 메르스의 실체, 방역 시스템의 허점, 앞으로의 전망, 시민들을 위한 당부 등에 대해 들어봤다. 이 소장은 2003년 사스(SARS·중증급성호흡기증후군) 유행 당시 국립인천공항검역소장을 지낸 실무자 출신이다. 전 교수 역시 2009년 신종 인플루엔자가 유행했을 때 질병관리본부장으로 일하며 모든 방역 과정을 총지휘했다. 오 교수는 대한감염학회 이사장, 대한내과학회 학술이사 등을 역임한 감염병 분야 권위자다. 》 ■ 2003년 사스 검역 최전선… 이종구 서울대 글로벌의학센터 소장사스보다 잠복기 길어 초기진압 애로… 지역사회 대규모 전파 가능성은 낮아“메르스는 무서운 질병이 아닙니다. 과도한 공포가 더 큰 문제입니다.” 이종구 서울대 의대 이종욱글로벌의학센터 소장은 “한국에 퍼진 ‘메르스 공포’를 자제하는 것이 확산 방지의 핵심”이라고 강조했다. 그는 2003년 사스(SARS·중증급성호흡기증후군)가 아시아를 강타했을 당시 인천검역관리소장으로 근무하면서 검역을 총괄했던 사스 전문가다. 이 소장은 “사스에 비해 메르스는 잠복기가 길어 초기 진압이 어려우므로 많은 감염자가 나타날 수 있다”며 “하지만 그 수만 보고 사스보다 위험한 병이라고 판단해서는 안 된다”고 지적했다. 중동에서 보고된 사망자는 대부분 신장 관련 기저질환자였다. 이런 기저질환이 없다면 메르스에 걸리더라도 치료로 얼마든지 회복이 가능하기 때문에 위험한 질환이 아니라는 것이다. 이 소장은 “과도한 공포로 인해 환자들이 주치의를 믿지 못하고 병원을 전전하는 사태가 발생했다”며 “이것이 타 병원의 3차 감염으로 이어졌다”고 분석했다. 소위 ‘닥터쇼핑’(마음에 드는 의사를 찾아 병원을 전전하는 행동)이 전파 범위를 넓혔다는 지적이다. 이 소장은 메르스에 대한 국민적 불안감과 관련해 자제를 권고했다. 그는 “메르스는 인플루엔자처럼 대규모로 번질 가능성이 적다”면서 “지역사회로 전파될 가능성이 낮은 데다 만일 전파된다고 해도 극히 제한적이다”라고 설명했다. 그는 향후 전망에 대해서는 말을 아꼈다. 다만 환자와 의료진의 태도에 따라 확산세가 줄어들고 수일 내 전염을 멈출 수 있을 것이라고 확신했다. 이 소장은 “병원을 방문한 환자는 자신이 경유했던 의료기관과 증세에 대해 상세하게 밝혀야 한다”면서 “의료진 역시 환자 1인당 진료시간을 늘려 환자가 숨기는 사항까지도 적극적으로 파악해야 한다”고 말했다. 이 소장은 “이번 사태는 한국사회의 의료쇼핑 문화, 응급실 체계 등의 허점을 표면에 드러나게 했다”며 “과도한 불안을 잠재우고 이런 잘못된 관행을 바꾼다는 생각으로 협력해야 메르스를 진압할 수 있을 것”이라고 강조했다. 한편 그는 9일부터 후쿠다 게이지 세계보건기구(WHO) 사무차장과 공동단장을 맡아 역학조사와 감염관리 등 분야별 토론, 병원 방문 등을 통해 한국 메르스 확산에 대한 분석도 진행한다.▼ 2009년 신종플루 방역 총지휘… 전병률 연세대 보건대학원 교수 ▼새로운 슈퍼전파자 차단 급선무… 가족간병 등 병원문화 개선할때“새로운 큰불이 나지 않도록 예방이 중요합니다.” 전병률 연세대 보건대학원 교수는 “1차 진원지(평택성모병원)와 2차 진원지(삼성서울병원)에서 신규 감염자 수가 크게 줄었다는 건 일단 메르스 확산이 저지되고 있다는 증거”라며 “새로운 슈퍼 전파자가 등장하고, 이를 통해 또 다른 대규모 감염사태가 나지 않도록 하는 게 중요하다”고 말했다. 2011년 6월부터 2013년 6월까지 질병관리본부장을 지낸 전 교수는 2009년 신종플루가 대거 확산되던 시기에는 전염병대응센터장으로도 활동한 바 있는 전염병 전문가다. 그는 지금은 일반 국민의 위기의식과 보건당국에 대한 협조가 가장 절실하다고 강조했다. 자가 격리 대상자가 2800명을 넘어설 정도로 많아진 상황에서 국민의 자발적인 협조 없이는 감염 관리가 제대로 이루어지기 힘들다는 것이다. 전 교수는 “자가 격리 대상자들이 이탈하는 과정에서 대규모 감염사태가 발생하면 곧바로 지역사회 감염으로 이어질 수 있다”며 “이 경우 병원 내 감염보다 환자 파악과 치료가 훨씬 힘들다”고 말했다. 한국 고유의 병원 문화에도 문제가 많다고 지적했다. 가장 개선이 시급한 문제로는 ‘병원 옮겨 다니기’와 ‘잦은 병문안’을 꼽았다. 메르스 환자 중 다수가 짧은 기간에 여러 병원을 옮겨 다니면서 감염자를 대거 양산했다는 것이다. 또 병원을 방문했다가 감염된 이들이 많았다는 것이다. 그는 “여러 병원을 옮겨 다니고, 가족이 사실상 전적으로 간병하는 한국 특유의 병원 문화만 없었어도 환자 수를 크게 줄일 수 있었다”며 “메르스 확산 사태를 국내 병원 문화 전반에 대해 다시 짚어보는 계기로 삼아야 한다”고 말했다. 정부의 방역 전략과 관련해서는 처음부터 긴장감이 너무 떨어졌던 것 같다고 지적했다. 전염력이 낮다는 세계보건기구(WHO)와 중동 지역 국가들을 통해 알려진 정보만을 지나치게 맹신했다는 것이다. 전 교수는 “신종플루의 경우 확산될 당시 백신이나 치료제가 이미 있는 상태에서도 ‘최악의 시나리오’를 그리고 대응 전략을 짰다”며 “초기에 좀더 강한 대책을 마련했어야 했다”고 말했다. 그는 “메르스에 대한 불안감이 커지는 것을 감안해 지금부터라도 보건당국이 적극적으로 자세한 치료와 예방 방법을 알리는 캠페인을 벌여야 한다”고 덧붙였다.▼ 감염병 분야 전문가… 오명돈 서울대 감염내과 교수 ▼개인위생수칙 잘 지키면 문제없어… 병원간 전파 막는데 총력 기울여야“국내에서 메르스가 지역사회에 확산될 것이라는 걱정이 많지만 학술적인 근거를 저는 알지 못합니다. 손 씻기, 기침 에티켓 등 개인위생 수칙만 잘 지키면 메르스가 일상생활에 큰 영향을 미칠 정도는 아닙니다.” 해외 학회에 참석 중인 오명돈 서울대 의대 감염내과 교수는 인터뷰를 통해 이렇게 말했다. 메르스에 대한 지나친 걱정보다는 실체를 정확히 아는 것이 중요하다는 것. 오 교수는 대한감염학회 이사장과 대한내과학회 학술이사 등을 역임한 국내 감염내과 최고 전문가 중 한 명이다. 오 교수는 우리보다 먼저 메르스 감염 사태를 겪은 사우디아라비아의 사례를 들며 “지역사회 감염의 우려는 낮다”고 말했다. 2012년 처음 메르스가 발병하자 사우디아라비아 보건당국은 전 세계로의 확산을 우려했다. 매년 각국에서 수백만 명의 성지 순례객이 메카를 방문하기 때문이다. 그는 “하지만 2013, 2014년 성지 순례가 있었지만 전 세계 어디에서도 지역사회 감염이 발생하지 않았다”며 “이는 (전염성이 낮다는) 메르스에 대한 이론이 검증됐다는 뜻”이라고 했다. 하지만 그는 메르스에 대해 지나친 공포를 가질 필요는 없지만 확산 고리를 끊는 데 총력을 기울여야 한다고 당부했다. 그는 “현재처럼 메르스 환자들이 이 병원, 저 병원 옮겨 다니며 병을 퍼뜨리는 악순환을 막지 못하면 우리나라 의료시스템이 마비되는 최악의 시나리오가 현실이 될 수도 있다”고 지적했다. 또 국내 대표적 상급종합병원인 삼성서울병원이 메르스에 뚫린 상황을 보면 다른 곳에서도 이런 사태가 벌어질 수 있다고 주의를 당부했다. 그는 “송재훈 삼성서울병원장은 감염내과 분야의 국제적인 권위자”라며 “송 원장이 지휘하는 병원이 메르스 전염을 막지 못했다면 사실상 감염관리 능력이 미약한 중소병원은 메르스 확산에 무기력할 수밖에 없는 구조”라고 말했다. 오 교수는 향후 메르스 국가 방역의 초점에 대해 “병원 내 확산을 막는 것과 병원에서 병원으로의 전파를 방지하는 데 집중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그러면서 병원에서 병원으로의 전파 방지를 위한 행동요령을 알려야 한다고 했다. 그는 행동요령으로 “다른 병원에서 치료받은 사실을 의사에게 반드시 말해야 한다”고 말했다. 또 “격리 지시를 준수하고, 호흡기 증세가 있을 경우 다른 사람을 위해 반드시 마스크를 착용해야 한다”고 말했다.김수연 기자 sykim@donga.com   이세형 기자 turtle@donga.com   박성진 기자 psjin@donga.com}

    • 2015-06-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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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서너시간 쪽잠에도… 간호사 300명 “최전선 지킬것” 자원

    ‘국가지정 격리병상.’ 대형 유리문에 선명하게 적힌 빨간색 글씨. 유리문 너머 풍경은 평범한 병원의 모습이 아니었다. 병실 20여 개가 있는 병동 복도에서는 일반 병원처럼 환자복을 입은 환자들과 방문객, 가족들 대신 흡사 영화 속 한 장면처럼 온몸을 감싼 보호복을 입은 의료진의 모습만 보였다. 한산하다 못해 적막감마저 느껴지는 병원 복도에서 보호복을 입은 의료진은 무엇인가 심각하게 의논하며 고개를 갸웃거리고 있었다. 9일 오후 현장을 안내해준 안명옥 국립중앙의료원장은 “여기까지가 일반 복장으로도 접근할 수 있는 ‘클린존(Clean Zone·오염되지 않은 구역)’”이라며 “유리문 너머는 메르스(MERS·중동호흡기증후군)와의 전쟁이 치열하게 벌어지는 전쟁터로, 꼭 전신 보호복을 입어야만 들어갈 수 있다”고 말했다.○ 음압 격리병상 확충작업 한창 서울 중구 을지로에 있는 국립중앙의료원 신관 8층은 지난달 20일부터 전쟁터가 됐다. 음압 장치(공기 중 미세입자를 빨아들여 바이러스 등을 없애주는 기기)가 설치돼 있는 격리병상들이 모여 있는 이 병동에서 11명(사망자 2명, 퇴원자 1명 포함)의 메르스 환자가 치료를 받았기 때문이다. 여기에는 국내 최초의 메르스 감염자(1번 환자)와 최초 퇴원자(2번 환자)도 포함돼 있다. 국립중앙의료원은 ‘메르스 중앙거점 의료기관’으로 지정됐기 때문에 앞으로도 확진 판정을 받는 환자의 상당수가 이곳에서 치료를 받게 된다. 당초 예상보다 환자가 늘면서 ‘메르스와의 전쟁 준비’도 더욱 강화되고 있다. 현재 17개뿐인 격리병상만으로는 환자 수용 및 치료가 어렵기 때문이다. 병원 6, 7층에서는 마스크를 쓴 의료진과 기술자들이 원래 일반 병실이었던 공간을 격리병상으로 바꾸고 있었다. 병실마다 음압기와 환기통이 설치되고 있었고 △보호복 △약 △주사기 △마스크 △장갑 같은 의료자재를 담은 상자들이 복도에 가득했다. 7층 현장에서 의료자재들을 정리하던 한 간호사는 “이번 주 후반에 공사가 마무리되는 대로 환자들이 들어올 예정이라고 들었다”며 “의료진 사이에서도 긴장감이 높아지고 있다”고 분위기를 전했다. 6, 7층에는 총 18개 격리병상이 새로 설치될 예정이다. 메르스 사태가 발생하고 3주 뒤 원래 있던 격리병상(17개)만큼 격리병상이 늘어나는 것이다.○ 의료진 모두 전신 보호복 착용 현재 격리병상에는 의사 17명, 간호사 40명이 투입됐다. 당초 예상보다 환자가 늘어나면서 의료진이 느끼는 피로감은 하루가 다르게 커지고 있다. 메르스 담당 의료진이 가장 우려하는 건 호흡곤란이나 산소포화도 하락을 경험하는 환자가 늘고 있는 점. 일단 환자의 상태가 급격히 안 좋아질 수 있고 기관삽관(목구멍에 인공호흡 장치를 설치하는 시술)이나 에크모(혈액을 체외로 보내 산소를 공급해 주는 기계) 설치 과정에서는 메르스 바이러스가 많은 환자의 체액이나 혈액에 노출될 수 있기 때문이다. 김가연 국립중앙의료원 감염내과 의사는 “에볼라 치료 때 입는 레벨 C등급 전신 보호복을 착용하는 등 안전에 철저히 신경 쓰고 있지만 환자의 체액이나 혈액에 노출되는 시술을 할 때는 걱정이 되는 것도 사실”이라고 말했다. 장윤영 감염관리 전문간호사는 “증세가 심한 환자를 돌본 뒤 보호복을 벗을 때는 자신도 모르게 긴장이 많이 돼 손이 떨리기도 한다”고 말했다. 병원 측이 간호사 300여 명을 대상으로 메르스 환자를 담당할 의향이 있는지를 묻자 1명 빼고 모두 ‘담당하겠다’고 답했다. 안 원장은 “의료진이 ‘메르스는 우리 병원이 책임진다’는 책임감을 갖고 있는 데다 확진환자 치료에도 적극적으로 임하고 있어 계속 좋은 결과가 나올 것으로 본다”고 말했다.이세형 turtle@donga.com·이샘물 기자}

    • 2015-06-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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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안명옥 국립중앙의료원장 “꾸준한 예방훈련… 병원내 감염 제로”

    “완치된 환자는 의료진으로부터 대증(對症)요법을 받았습니다. (환자가) 기침은 하지 않았고, 열이 오르기에 해열제를 드렸어요. 증상에 대해 요법을 실시한 겁니다.” 안명옥 국립중앙의료원장(사진)은 9일 동아일보와의 인터뷰에서 두 번째로 메르스 확진 판정을 받고 완치돼 5일 퇴원한 환자에 대해 이같이 말했다. 메르스에 백신이나 치료제는 없지만, 예방과 치료는 얼마든지 가능하다. 안 원장은 “독감 예방주사는 있지만 감기 예방주사는 없다. 메르스도 마찬가지”라고 설명했다. 지금까지 의료원에 온 메르스 환자는 총 11명(사망 2명, 퇴원 1명 포함). 의료원에선 메르스 환자에게 잘 먹이고 면역력을 높이는 한편, 증상이 있을 경우 대증요법을 쓰는 식으로 치료하고 있다. 고열이 나면 열을 내리고, 기침이 나면 기침 치료를 하는 식이다. 안 원장은 “정상인은 메르스를 독감처럼 앓고 지나간다. 다만 다른 질환을 앓고 있다면 정말 조심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지금까지 메르스로 사망한 7명은 모두 다른 질환이 있던 환자였다. 의료원에서는 의사 17명, 간호사 40명이 하루에 서너 시간씩 쪽잠을 자면서 온종일 메르스 환자를 진료하고 있다. 메르스 사태가 발생한 뒤 의료원에선 치료에 필요한 고가의 의료장비가 부족해 급하게 장비를 구입하기도 했다. 이렇게 필사적으로 매달린 결과 병원 내 추가 감염자는 나오지 않았다. 모든 직원이 병원 내 감염 예방을 위해 개인 보호장구 착용을 꾸준히 훈련해왔기 때문이다. 안 원장은 국민들이 이번 일을 공중도덕과 위생관리 수준을 높여 감염 위험을 낮추는 계기로 삼을 것을 당부했다. 손을 씻을 땐 손등까지 깨끗이 씻고, 마스크를 착용하자는 것이다. 그는 “비관적으로 생각하면 몸도 나빠진다. 낙천적인 생각을 해야 한다”는 말도 덧붙였다. 이샘물 evey@donga.com·이세형 기자}

    • 2015-06-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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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첫 10대환자… 또 응급실서 감염

    국내에서 처음으로 10대 메르스(MERS·중동호흡기증후군) 환자가 확인됐다. 보건복지부 중앙메르스관리대책본부는 지난달 27일 서울 강남구 삼성서울병원 응급실에서, 입원했던 16세 고등학생(67번 환자)이 메르스에 감염됐다고 8일 밝혔다. 메르스 환자 수가 계속 늘고 있는 상황에서 첫 번째 10대 환자가 발생함에 따라 청소년과 어린이도 메르스에 노출되는 것 아니냐는 불안감이 커지고 있다. 보건당국은 67번 환자가 당시 삼성서울병원 응급실에 입원해 있던 14번 환자(35)를 통해 감염된 것으로 보고 있다. 67번 환자는 뇌종양 수술을 받기 위해 병원을 찾았고 응급실에서 대기하다 다음 날 수술을 받은 것으로 전해졌다. 삼성서울병원을 중심으로 한 메르스의 ‘2차 확산’도 계속되고 있다. 이날 추가로 확인된 총 23명의 메르스 환자 중 17명이 삼성서울병원 응급실에서 지난달 27∼29일에 감염됐기 때문이다. 나머지 6명은 대전 건양대병원(2명) 대청병원(4명)에서 16번 환자(40)와 같은 병실을 쓰는 과정에서 감염된 것으로 확인됐다. 이로써 국내 전체 메르스 감염자 수도 87명으로 늘어나 사우디아라비아에 이어 세계에서 2번째로 많은 감염자 수를 기록하게 됐다. 또 84번 환자(80)가 사망해 메르스로 인한 사망자도 6명으로 늘었다. 한편 보건당국은 서울 강동경희대병원과 건국대병원, 경기 평택 새서울의원, 수원 차민내과의원, 부산 임홍섭내과의원 등 5개 병원을 메르스 환자가 다녀간 병원으로 공개했다. 메르스 환자가 발생했거나 경유한 병원은 전국에 총 29개로 늘어났다. 이세형 turtle@donga.com·김희균 / 김수연 기자}

    • 2015-06-0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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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삼성병원 3차감염 당분간 늘 듯… 평택성모병원은 진정세

    메르스(MERS·중동호흡기증후군)는 언제까지 확산될까. 8일 하루에만 ‘2차 진원지’인 삼성서울병원(17명)을 중심으로 23명의 신규 메르스 확진 환자가 발생했다. 7일 처음 두 자릿수(15명) 확진자가 나온 데 이어 첫 환자 발생(지난달 20일) 뒤 일일 기준 최다 환자가 확인된 것이다. 그러나 이날 ‘1차 진원지’ 역할을 해왔던 경기 평택성모병원에서는 환자가 1명도 나오지 않았다. 평택성모병원에서 새로운 감염자가 나오지 않자 보건당국은 이 병원을 중심으로 한 메르스 유행은 일단 종식됐다고 밝혔다. 1차 진원지는 조용해졌고, 2차 진원지에선 환자 발생이 이어지자 메르스가 언제까지, 얼마나 더 확산될 것인지에 관심이 모아지고 있다.○ 삼성서울병원 감염자 12일이 고비 보건당국은 일단 12일을 고비로 보고 있다. 삼성서울병원 응급실에서 바이러스를 퍼뜨린 14번 환자가 지난달 29일까지 응급실에 있다가 격리됐기 때문이다. 퇴원일인 29일로부터 최대 잠복기인 2주까지(12일까지)는 환자가 계속 나올 가능성이 있다는 뜻이다. 8일 발표된 확진자 23명(7일 확진) 중 삼성서울병원에서 감염된 환자 수는 총 17명. 그 전날에도 14명의 환자가 발생했다. 이런 추세는 곧 잦아들 것으로 보건당국은 예상하고 있다. 복지부는 “14번 환자와 접촉했을 것으로 추정되는 사람만 600여 명이고, 가족까지 확대하면 그 수는 더 늘어난다”며 “현재 검사가 진행 중인 검체들 중에서도 확진 판정이 나오는 사례들이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12일이 지난 시점에서도 안심할 수는 없다. 평택성모병원의 경우 병원에 최초로 바이러스를 퍼뜨린 1번 환자가 지난달 17일에 퇴원했음에도 20일이 지난 6일까지 확진환자가 나타났다. 이는 최초 감염자가 퇴원한 이후에도 또 다른 환자들에 의한 3차 감염이 계속 일어났기 때문이다. 보건당국이 14번 환자의 입원 사실을 인지한 뒤 삼성서울병원 환자들을 격리 대상자로 지정한 날짜는 3일이다. 즉, 이때부터 14일이 지난 17일까지는 삼성서울병원에서 3차 감염을 통해 메르스에 걸린 환자가 더 나올 수 있다. ○ ‘3차 확산’ 초미의 관심사 메르스 사태의 또 다른 변수는 삼성서울병원에 있다가 다른 병원으로 옮긴 환자에 의한 ‘3차 감염자’ 발생이다. 76번 환자의 경우 지난달 28일 삼성서울병원에서 퇴원한 뒤 서울 송파구의 A요양병원에서 5일까지 입원했다. 그러나 5일 오후 3시경 고관절 골절상을 입어 서울 강동경희대병원 응급실(5, 6일)과 건국대병원 응급실(6일)에 머물렀다. 76번 환자가 5일부터 발열 증세가 있었다는 점을 감안할 때 강동경희대병원과 건국대병원에서 같은 공간에 머물렀던 사람들 역시 감염될 가능성이 있다. 보건당국은 76번 환자가 건국대병원에서 147명, 강동경희대병원에서 239명을 접촉한 것으로 파악하고 격리 조치를 취했다. 또 입원 당시 발열 증세는 없었지만 A요양병원에서도 감염이 이루어졌을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 76번 환자와 강동경희대병원, 건국대병원, A요양병원에서 접촉한 사람들 중 감염자가 생기면 메르스는 다시 한번 확산될 수 있다. 전염의 불길이 평택성모병원에서 삼성서울병원으로 옮겨왔다가 또 다른 의료기관으로 번지는 꼴이기 때문이다. 권덕철 중앙메르스관리대책본부 총괄반장은 “건국대병원, 강동경희대병원 등에서 전파 사례가 나타나지 않도록 철저히 격리 관찰하겠다”고 말했다. 한편 세계보건기구(WHO)는 한국의 메르스 확산 상황을 효과적으로 통제할 수 있다고 전망했다. 마거릿 챈 WHO 사무총장은 이날 연합뉴스와의 서면 인터뷰에서 “한국에는 훌륭한 의료시스템이 있고 많은 의사와 전문가들이 있다”며 “내일부터 활동을 시작하는 WHO와 한국 정부의 공동조사단은 지금까지 대응조치의 적정성을 평가하고 추가 조치 또는 전략적 조정의 필요성 등을 결정하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이세형 turtle@donga.com·이설 / 세종=김수연 기자}

    • 2015-06-0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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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전국서 몰리는 빅5 응급실… ‘14번 환자’ 3일간 무방비 노출

    “평택성모병원이 지뢰라면, 삼성서울병원은 원자폭탄일 수 있다.” 한 보건전문가는 메르스(MERS·중동호흡기증후군) 2차 유행 조짐에 대해 이렇게 말했다. 삼성서울병원 응급실에서 14번 환자와 접촉한 격리 관찰자를 철저히 관리하지 않으면 대규모 환자 발생뿐 아니라 지역 사회로의 전파가 현실화될 수 있다는 얘기다. ○ 제2의 태풍 삼성서울병원 삼성서울병원 응급실은 환자, 보호자, 의료진 등 하루 방문자가 500명을 넘을 정도로 사람들이 많이 몰린다. 이 때문에 경기 평택 지역의 중급병원인 평택성모병원과 비교해 의심환자가 더 많을 수밖에 없다. 실제로 보건당국은 이곳에서 바이러스를 퍼뜨린 14번 환자가 지난달 27일부터 29일까지 약 890명과 접촉했을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빅5 병원으로 불릴 정도로 전국에서 환자가 몰려드는 것도 문제다. 진료를 받고 다시 고향으로 돌아가 바이러스를 3차, 4차 동시다발로 전파했을 개연성이 크다. 이럴 경우 사실상 메르스 바이러스는 통제 불능의 상태로 접어든다. 그뿐만 아니라 면역력이 떨어지는 중증환자와 만성질환자의 비율이 높은 것도 걱정거리다. 김우주 고려대 구로병원 감염내과 교수는 “만성질환자들이 서울 인기 병원의 응급실에서 무조건 드러누워 대기하는 문화가 감염병 대처를 어렵게 한다”며 “14번 환자와 접촉한 격리자들을 잘 관리하지 않으면 평택성모병원 때와는 차원이 다른 감염이 시작될 수 있다”고 말했다.○ 또 다른 ‘슈퍼 전파자’의 등장 1차 유행의 진원지인 평택성모병원과 2차 확산 진원지인 삼성서울병원 사이에는 환자 속도에서 큰 차이가 있다. 국내 첫 번째 메르스 환자가 확인된 지난달 20일부터 이달 7일까지(19일간) 평택성모병원을 통해 감염된 환자는 총 37명인 것으로 추정된다. 그러나 삼성서울병원의 경우 이 병원에서 감염된 첫 번째 환자(35번 환자)가 발생한 지 나흘(4∼7일) 만에 총 17명이 나왔다. 의료계 관계자는 “전체 접촉자도 문제지만, 확산 속도도 빨라서 더욱 우려된다”고 말했다. 공통점은 ‘슈퍼 전파자’를 중심으로 감염이 이루어지고 있다는 것. 평택성모병원에서 1번 환자처럼 2차 진원지인 삼성서울병원에서는 14번 환자를 통해 감염자들이 생겼다. 일단 2차 확산은 14번 환자의 확진일로부터 최대 잠복기(14일)가 지나가는 12일까지는 지속될 가능성이 크다. 이에 따라 보건당국은 14번 환자로부터 파생되는 감염자를 막는 데 주력할 방침이다. 먼저 14번 환자가 평택성모병원을 나와 평택터미널에서 서울 남부터미널로 이동할 때 버스에 동승한 승객들을 더 찾아내야 한다. 권준욱 중앙메르스관리본부 기획총괄반장은 “14번 환자와 버스를 함께 탄 동승자 중 5명을 자가 격리했고 1명은 추적 중이다”라며 “하지만 대포폰 사용자 등 확인하지 못한 승객도 있을 수 있다”고 말했다. 지난달 27일부터 29일까지 응급실을 제외한 삼성서울병원의 다른 곳을 방문한 사람들에 대한 전수조사가 필요하다는 목소리도 나온다. 보건당국은 현재 응급실 방문자에 대한 격리 조치만 취하고 있는데, 이 병원 응급실 주변을 거쳐 간 사람도 수소문해 선제적으로 감염에 대처해야 한다는 것. 이럴 경우 격리 대상자 수가 급격하게 늘어날 수 있다. 오명돈 서울대병원 감염내과 교수는 “최악의 시나리오는 삼성서울병원과 같은 사례가 추가적으로 나오는 것이다”라며 “응급실 이외에 보건당국이 놓친 접촉자를 더 적극적으로 찾아내야 한다”고 말했다.○ 중앙정부 지자체 혼란 줄어들 듯 이날 보건복지부와 메르스 발생 4개 지방자치단체가 공동 협력에 합의하면서 유전자 검사에 오랜 시간이 걸려 국민 혼란이 커지는 부작용도 줄어들 것으로 기대된다. 복지부는 메르스 2차 검사 시약을 각 지자체에 공급해 유전자 검사의 신속성을 높이기로 했다. 현재는 각 지역 보건환경연구원에서 1차 판정을 하고, 최종적으로 질병관리본부 산하 국립보건연구원에서 확진 판정을 해왔다. 하지만 앞으로는 유전자 2차 검사 시약을 17개 지자체 중 검사 능력이 있는 곳에 제공할 예정이다. 물론 최종 확진 결과는 질병관리본부에서 발표한다. 한편 국내 메르스 환자는 7일 현재 14명이 추가돼 총 64명(질병관리본부 공식 집계)으로 늘었다. 14번 환자와 접촉한 것으로 추정되는 65번 환자는 이날 사망해 총 사망자는 5명으로 늘어났다. 5번, 7번 환자는 상태가 호전돼 곧 퇴원할 예정이다. 7일 현재 총 격리자는 2361명(자택 2142명, 기관 219명)으로 늘었다. 메르스 환자가 거쳐 간 병원은 앞으로 더 늘어날 가능성이 높다. 1차 메르스 검사 결과 양성 판정을 받은 75세 여성이 서울 강동경희대병원과 한 요양병원을 거쳐 현재는 건국대병원에 입원해 있는 것으로 드러났기 때문이다. 이 여성은 기저질환 치료를 위해 지난달 27, 28일 삼성서울병원 응급실에 14번 환자와 함께 입원한 바 있다. 강동경희대병원은 응급실을 폐쇄했고, 건국대병원은 응급실을 일부 폐쇄한 상태다. 한편 1차 양성 판정을 받았던 부산의 60대 남성은 최종 확진 판정을 받은 것으로 알려졌다.세종=유근형 noel@donga.com / 이세형·천호성 기자}

    • 2015-06-0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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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병원 문진 제1항목을 메르스로… 위험성 적극 알려야

    “한국판 메르스(MERS·중동호흡기증후군) 대응 전략을 만들어야 한다.” 4∼7일 서울 강남구 삼성서울병원에서 메르스 감염자가 총 17명이나 확인되자 방역 전략을 원점에서부터 다시 마련해야 한다는 지적이 잇따르고 있다. 지난달 20일 국내 첫 번째 감염자(1번 환자)가 확인됐을 때 세계보건기구(WHO) 등 국제기구들의 ‘메르스는 전염력이 떨어진다’는 분석을 지나치게 신뢰하며 ‘국제기준의 방역전략’에만 의존했던 것이 결국 ‘방역 실패’로 이어졌다는 지적이다. 첫 환자가 발생한 지 3주도 안 돼 감염자 발생 세계 3위 국가가 됐고, ‘2차 진원지(삼성서울병원)’까지 생긴 상황에서 새로운 대응 전략 없이는 정부에 대한 불신과 확산에 대한 불안감을 해소하기 어렵다는 것이다.○ 지금부터라도 위기의식을 강조해라 ‘한국판 메르스 대응 전략’은 메르스의 위험성을 강조하는 것부터 시작해야 한다. 전염력이 약하더라도 백신과 치료제가 없고, 감염병 특성상 갑자기 변할 수 있기 때문이다. 특히 메르스는 발견된 지 3년밖에 안 됐고, 보건의료 수준이 떨어지는 중동 국가들에서 주로 발생해 제대로 된 연구가 많지 않다. 메르스를 일으키는 코로나바이러스 전문가인 정용석 경희대 생물학과 교수는 “처음부터 최악의 시나리오를 설정한 대응 전략을 발표했으면 지금처럼 우리 사회가 공포에 빠지는 상황은 피할 수 있었을 것”이라고 말했다. 가장 시급한 건 정부의 메르스 위기단계를 ‘주의’에서 ‘경계’로 올리는 일. 3차 감염자가 계속 나오고, 지역사회 전파까지 우려되는 상황에서 정부부터 긴장도를 높여야 한다는 얘기다. 정부는 지난달 20일 시행한 ‘2015 재난대응 안전한국훈련’의 감염병 대응 훈련 땐 해외 여행객 중 메르스 감염자가 국내 입국 과정에서 확인되면 위기단계를 ‘주의’로, 내국인 환자가 발생하면 ‘경계’로 설정하는 상황을 시나리오로 삼았었다. 결국 현재 정부의 위기단계는 한 달 전 진행됐던 훈련상황보다도 낮은 것이다. 전병률 연세대 보건대학원 교수는 “감염병과의 싸움에서는 위험성을 강조할 때의 부작용이 그렇지 않았을 때의 부작용보다 적다”며 “초기부터 위기대응 수준을 높이는 게 바람직했다”고 말했다. 가능성이 높지 않더라도 △공기 전염 △바이러스의 변이 △지역사회 감염 같은 최악의 상황이 발생할 수 있다는 것을 인정하고, 관리에 들어가는 모습도 필요하다. 이미 바이러스 유전자 검사 결과가 변이가 없는 것으로 나왔더라도 지속적으로 2차, 3차 검사를 진행해 만약의 사태에 대비하고, 국민 불안감도 해소해야 한다. 중요한 순간마다 번번이 보건당국의 전망이 빗나갔다는 것을 감안할 때 신뢰 회복 차원에서라도 메르스 진원지인 평택성모병원과 삼성서울병원에 대한 정확한 역학조사 결과가 자세히 공개되어야 한다. 국민안전처가 6일 ‘긴급재난문자’로 발송했던 ‘메르스 예방수칙’ 같은 대국민 메시지에 ‘손을 잘 씻자’ 수준의 생활정보가 아닌 위험성을 강조하는 내용이 들어가야 한다는 제안도 나온다.○ 의료계 현장도 메르스에 우선순위 둬야 보건당국 못지않게 병원 현장에서도 위기의식을 강화할 필요가 있다. 평택성모병원과 삼성서울병원에서 발생한 대규모 감염 사태는 두 의료기관의 의료진이 더욱 집요하게 환자들의 해외 방문 경험과 이동 경로 등을 파악했다면 훨씬 빨리 대응책을 마련할 수 있었기 때문이다. 이에 따라 일선 병원에서는 메르스 사태가 종결될 때까지 각 의료기관에서는 제1문진 항목을 ‘메르스’ 관련 질문으로 바꿔야 한다는 지적이 나온다. 일반적으로 병원에서 문진표를 작성할 때 포함되는 내용은 인적사항과 기저질환뿐이다. 접수 단계부터 체온을 재고, 메르스 가능성을 묻는 문진표를 제공해야 일반 환자와 공간을 공유하며 전파하는 것을 사전에 차단할 수 있다. 전문가들이 제안하는 문진 진행 방식은 다음과 같다. ①접수 단계에서 체온 측정 및 메르스 문진표 작성 ②의심환자로 판단되면 별도의 공간에 대기 ③메르스 핫라인 통해 문의 ④당국의 조치에 따라 환자를 구급차로 이송해야 한다. 메르스 관련 문진표는 △중동 메르스 위험국 방문 △환자 발생 및 경유 의료기관 방문 △고열, 기침 등 메르스 의심 증세 등을 확인할 수 있는 질문들로 채워야 한다. 더불어 의료기관과 보건소 관계자들의 자체 예방 시스템을 강화해야 한다는 주장도 나온다. 많은 의료진이 문진 및 치료 과정에서 비말에 노출될 정도로 밀접 접촉을 하기 때문이다. 현재까지 발표된 메르스 확진환자 중 의료진은 7명으로 전체 환자의 10% 정도를 차지한다. 전 의료인 및 병원 직원의 ‘N95 마스크 착용’ 등을 필수화할 필요가 있다.이세형 turtle@donga.com·김수연 기자 / 이우상 동아사이언스 기자}

    • 2015-06-0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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