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재동

유재동 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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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 뉴욕 현지에서 보고 듣고 느낀 것을 모두 전해드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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취재분야

2025-11-19~2025-12-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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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코로나 속 美 작년 총기사고 희생자, 2만명 육박… 20년 만에 최다

    최근 미국에서 총기난사 사건이 연쇄적으로 터지는 가운데 작년에 미국에서 총기 폭력에 희생된 사람들이 2만 명에 달한 것으로 집계됐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탓에 외부 활동이 제한된 환경이었음에도 불구하고 20년 만에 가장 높은 수치로 오른 것이다. 24일 워싱턴포스트(WP)에 따르면 ‘총기 폭력 아카이브’라는 단체는 지난해 총에 맞아 목숨을 잃은 미국인의 숫자를 1만9380명으로 집계했다. 이는 최근 20년에 걸쳐 가장 높은 수치다. 이와 별개로 총을 이용해 스스로 극단적인 선택을 한 사람도 지난해 약 2만4000명에 달했다. 총으로 인해 목숨을 잃은 미국인이 작년 1년동안 4만3000여 명 이상, 하루 평균 100명 이상에 이르는 것이다. 총기로 부상을 입은 사람도 3만9427명이나 된다. 로니 던 클리블랜드주립대 교수는 WP에 “총으로 목숨을 잃은 사람들의 대부분은 흑인 등 유색인종”이라며 “우리는 대규모 총기난사가 발생할 때가 아니면 총기폭력을 잘 인식하지 못하는데 실은 계속 진행 중인 만성적인 문제”라고 지적했다. 총기사고로 인한 어린이 희생자가 거의 300명에 이른다는 점도 문제점으로 꼽힌다. 작년은 코로나19 때문에 아이들이 학교에 가지 않은 날이 많아 학교에서 총기난사 사건이 거의 없었는데도 희생자가 전년도에 비해 50% 증가한 것이다. 전문가들은 어린이들이 가정폭력에 상당히 희생되고 있음을 보여주는 수치라고 지적했다. 총기 판매량도 크게 증가했다. 연방정부 데이터에 따르면 지난해 총기 판매량은 약 2300만 정으로 2019년에 비해 64% 급증했다. 인종차별 반대 시위와 잦은 폭동, 대선 불복 등으로 사회 불안이 커져 총기 수요가 늘어난 것으로 분석된다. 바이든 행정부가 총기 규제 조치를 취하면 나중에 총기 구입이 어려워질 것을 대비해 미리 사두려는 사람들이 늘어난 요인도 있다. 백악관은 전날에 이어 이틀 연속으로 총기 규제를 강화하겠다는 의지를 강하게 밝혔다. 젠 사키 백악관 대변인은 24일 브리핑에서 “백악관 내부에서 총기 규제를 위한 행정 조치를 하는 방안을 논의하고 있다”고 밝혔다. 바이든 행정부는 무분별한 총기 규제의 완화가 총기 사고의 증가로 이어진다는 입장이다. 22일 콜로라도주 볼더에서 벌어진 총기난사 사건도 이 지역 법원이 총기 규제를 폐지한지 열흘 만에 발생한 것으로 나타나 논란이 되고 있다. 미 언론에 따르면 볼더시(市)는 2018년 총기난사를 막기 위해 공격용 총기와 고성능 탄창의 판매, 소유를 금지하는 법규를 제정했지만 총기 옹호단체들이 과도한 규제라고 반대해 소송을 걸었다. 볼더 카운티 법원은 이달 12일 볼더시에 적용되는 총기 금지 조례를 폐지하는 판결을 내렸다. 뉴욕타임스는 “만약 총기 규제가 그대로 시행되고 있었다면 이번 총기난사 범인인 아흐마드 알리사가 16일 ‘루거 AR-556’ 반자동 권총을 구입하기 어려웠을 것”이라고 보도했다. 다만 알리사가 이 권총을 총기난사 현장에서 실제 사용했는지는 확실치 않다. 10명의 희생자를 낸 콜로라도 총기 난사 사건에 대한 법원의 첫 심리는 25일(현지시간) 열린다. 이날 심리는 알리사에게 구체적인 범죄 혐의와 피의자로서의 권리 등을 알려주는 형태로 진행된다. 검찰은 성명에서 “알리사가 처음으로 법정에 출석할 것으로 예상된다”고 밝혔지만 알리사가 법정 출석 대신 서면 답변으로 대신할 수도 있어 그가 대중 앞에 모습을 드러낼지는 불확실하다.뉴욕=유재동 특파원 jarrett@donga.com}

    • 2021-03-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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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사퇴 위기 몰린 쿠오모, 이번엔 ‘VIP 코로나 검사’ 특혜 논란

    잇단 성추행,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사망자 축소 발표 의혹으로 사퇴 위기에 몰린 앤드루 쿠오모 미국 뉴욕 주지사(64)가 가족 및 지인이 편하고 빠르게 코로나19 검사를 받을 수 있도록 특혜를 베풀었다는 추가 폭로에 직면했다. 24일 워싱턴포스트(WP) 등에 따르면 코로나19 확산이 절정이던 지난해 초 뉴욕주 보건공무원이 주지사 가족과 지인의 집에 직접 찾아가 특혜성 검사를 실시했다. VIP 대접을 받은 사람 중에는 주지사의 동생이자 CNN의 유명 앵커 크리스(51)도 포함됐다. 뉴욕이 미국의 코로나19 ‘핫스폿’이었던 당시 진단장비 부족 등으로 주 보건당국의 검사 역량이 크게 부족해 일반인은 검사 예약 및 결과 통보를 위해 며칠씩 기다려야 했다. 하지만 주지사 가족과 측근은 편히 검사를 받고 결과 또한 바로 알 수 있었다. 지난해 3월 말 확진 판정을 받은 크리스와 그의 가족 역시 특혜를 누렸다. 당시 주 보건당국의 고위 의사가 직접 크리스의 집을 방문해 그와 가족을 검사했다. 주도(州都) 알바니에 있는 한 보건센터 직원들은 주지사 지인의 코로나19 검사 결과를 판정하느라 때로 야근까지 한 것으로 알려졌다. 주지사 가족과 지인의 샘플이 대기순서 앞쪽으로 옮겨졌다는 의혹도 등장했다. 소식통들은 이들의 검사 결과는 기밀 유지를 위해 이니셜이나 숫자 등으로 표시된 채 즉각 통보됐다고 전했다. 전문가들은 주지사 측의 행동이 윤리적으로 문제가 있을 뿐 아니라 현행법 위반이라고 지적하고 있다. 하지만 쿠오모 측은 전염병 대유행 상황에서 급한 상황에서 방역을 위해 불가피한 조치였다고 맞서고 있다. 리치 아조파디 주지사 대변인은 성명에서 “감염을 확인하고 확산을 막기 위해 바이러스에 노출됐을 수 있는 사람들을 찾아가 샘플을 채취했다. 의원, 언론인, 공무원과 그 가족은 물론 일반 대중도 포함됐다”고 주장했다. 뉴욕=유재동 특파원 jarrett@donga.com}

    • 2021-03-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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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우리는 다시 춤출 것이다” 팬데믹 이후 준비하는 뉴욕 예술가들

    《17일(현지 시간) 저녁 미국 뉴저지주 엥글우드클리프스 지역의 한 스튜디오에서는 클래식 명곡이 소프라노의 음성으로 흘러나왔다. 오페라 명곡인 ‘로미오와 줄리엣’ 중 ‘나는 꿈속에 살고 싶어요’.그녀와 피아노 반주자 앞에는 관객 없이 녹화 장비만 썰렁하게 놓여 있었다. 노래가 끝나자 무대 음향기기로 ‘오케이’ 사인이 들리고 스태프 몇 명만 박수를 보냈다.》 이날의 ‘공연’은 뉴욕시 일원에서 활동하는 문화예술 비영리단체 이노비(EnoB)가 뉴욕메트로폴리탄 오페라 단원들과 마련한 봉사의 자리였다. 이들의 라이브 공연을 녹화해 그 파일을 인근 병원이나 요양시설 등에 무료로 나눠주고 있다. 이날 노래를 부른 앤 노너매커 씨는 “20년 동안 오페라 단원 생활을 했는데 지난 1년은 관객 앞에서 공연을 거의 하지 못했다”며 “이런 기회가 있어 행복하다”고 말했다. 그의 공연이 끝나자 베이스 세스 맬킨 씨가 단상에 올라 브람스의 ‘사포의 송가’와 프랑스 가곡 등을 불렀다. 2005년부터 메트로폴리탄 오페라극장 단원으로 활동해 왔다는 그도 “지난 1년은 너무 힘들었고 내 존재의 의미를 찾지 못했었다”고 말했다. 맬킨 씨는 “공연을 못 하는 기간에는 기타를 메고 브로드웨이나 센트럴파크에서 버스킹도 했다”며 “나 자신을 표현하고 싶었고, 언제 다시 공연장에 설지 몰라서 나 자신을 갈고닦아야 했기 때문”이라고 했다. 지난 1년간 세계 문화의 중심 도시인 뉴욕의 공연예술인들은 그 어느 때보다 힘든 시간을 보냈다. 공연장이 문을 닫으며 수입이 끊긴 맬킨 씨도 온라인 레슨 수입과 정부의 실업급여로 근근이 버티며 살아왔다고 말했다.그러나 이들은 팬데믹 속에서도 어떻게든 살아남기 위해, 또 자신의 정체성을 지키기 위해 고군분투하고 있었다. 공연 중단… 최대 고용충격12일 낮 뉴욕 맨해튼의 그리니치빌리지. 이 지역의 한 낡은 건물 1층에는 ‘예술가를 위한 공간(Space for Artists)’이라고 적힌 검은색 간판이 달려 있었다. 건물 벽면에 낙서와 그라피티가 어지럽게 그려져 있어 자칫 버려진 공간으로 착각하기 쉬운 이곳은 실은 화가들이 무료로 작품 전시를 할 수 있게 꾸며진 곳이었다. 큐레이터인 캐럴 워드 씨는 “여기는 원래 가게가 있었던 곳”이라고 소개했다. 워드 씨는 “우리가 어떤 전시를 하고 싶다고 제안을 하면 그걸 보고 차샤마(ChaShaMa)라는 뉴욕의 비영리단체가 전시 공간을 구해 연결해 준다”며 “부동산 소유주가 사용하지 않는 공간을 기부하는 것이기 때문에 작가들은 이곳을 무료로 쓸 수 있다”고 설명했다. 세입자들이 빠져나가 빈 점포가 된 곳을 부동산업자들이 예술가들에게 전시 공간으로 쓰게끔 무료로 빌려주고 있다는 것이다. 이런 전시 공간에 대한 수요는 예술가들의 생계가 어려워진 요즘 부쩍 늘었다. 팬데믹으로 인해 문을 닫는 가게들이 급증하면서 이들이 사용할 수 있는 빈 점포 또한 늘었다. 아이로니컬하지만 누군가의 비극이 다른 이들에게는 기회로도 작용하게 된 것이다. 차샤마를 통해 무료로 제공되는 전시 공간은 뉴욕시 일원에 100곳이 넘고 이 중 현재 전시가 진행되는 장소도 약 30곳에 이른다. 예술인에게 주어지는 도움의 손길은 이뿐만이 아니다. 뉴욕시 브루클린의 대형 쇼핑몰 ‘시티 포인트’는 1층의 넓은 스튜디오를 곡예사들의 연습 공간으로 개방했다. 이곳은 넓은 통유리로 꾸며져 있어 지나다니는 방문객들은 이들이 연습하거나 쇼케이스하는 장면을 감상할 수 있다. 뉴욕시의 공연예술계는 지난 1년 동안 팬데믹의 충격으로 직격탄을 맞았다. 지난달 뉴욕 회계감사원의 통계에 따르면 작년 12월 기준으로 1년 만에 공연예술계 일자리가 66% 증발했다. 지난해 3월부터 도시 전면 봉쇄로 모든 오프라인 공연이 중단되면서 이들이 대거 실업자가 되고 만 것이다. 모든 업계를 통틀어 봐도 가장 큰 고용 충격이다. 이런 현상은 뉴욕에서만 나타나는 것이 아니다. 캘리포니아주에서도 예술 분야 종사자 83%는 팬데믹으로 인해 자신의 일자리에 충격이 생겼고, 88%는 소득이 줄었다는 내용의 설문조사 결과가 최근에 나왔다. 그나마 근로계약을 맺고 직장에 다니던 사람들은 정부의 실업급여 등 보조금이라도 제대로 받지만 1인 자영업자들은 이마저도 지원을 받기 힘들다고 예술인들은 말하고 있다.즉석 야외공연으로 무대에 활기 이달 12일 뉴욕 맨해튼의 타임스스퀘어엔 브로드웨이의 뮤지컬 가수와 댄서, 배우들이 모여들었다. 이날은 작년 봄 바이러스의 확산으로 브로드웨이가 전면 폐쇄된다는 소식이 발표된 지 딱 1년이 된 날. 이들은 1년간의 긴 침묵을 깨며 거리에 모여 지나가는 시민들에게 춤과 음악 등 작은 공연을 선보였다. 비영리단체들의 후원으로 이뤄진 이날의 깜짝 공연은 방역을 위해 미리 공지하지 않고 열렸다. ‘We will be back(우리는 돌아올 것이다)’이라는 제목이 붙은 이번 행사는 말 그대로 팬데믹이 끝나면 다시 극장이나 콘서트장이 문을 열고 관객들을 받겠다는 굳은 다짐에서 비롯됐다. 그런 다짐은 이제 곧 현실이 될 분위기다. 얼마 전 뉴욕 주정부는 4월 초부터 정원 대비 33%, 100명 이하의 관객을 받는 조건으로 실내 공연장이 문을 열 수 있다고 밝혔다. 입장 전에 모든 사람이 코로나19 음성 판정을 받았다면 최대 입장 인원은 150명까지 늘어날 수 있다. 다만 브로드웨이 등의 대형 뮤지컬 극장, 공연장들은 이런 인원 제한으로는 수지 타산을 맞추기가 어려워 실질적으로 실내 공연을 재개하는 시점은 올 9월은 돼야 할 것으로 보인다. 맨해튼 첼시 지역의 유서 깊은 라이브 댄스 극장인 ‘조이스 시어터’ 역시 올가을 오프라인 공연 재개를 목표로 준비에 한창이다. 이곳은 작년 팬데믹 기간 내내 극장 차양에 ‘We will dance again(우리는 다시 춤을 출 것이다)’이라는 사인을 붙여 놔 화제가 됐다. 날씨가 따뜻해지면서 센트럴파크나 타임스스퀘어, 워싱턴스퀘어파크 등 사람들이 많이 찾는 명소에서도 즉석 야외 공연이 부쩍 늘어났다. 메트로폴리탄 오페라가 공연하는 뉴욕 어퍼웨스트의 링컨센터는 올가을까지 문을 닫지만, 다음 달부터는 실내가 아닌 외부에 아웃도어 공연장을 만들고 관객들을 맞이할 계획이다. 뉴욕필하모닉 오케스트라도 작년에 인기를 모았던 ‘뉴욕필 밴드왜건’ 콘서트를 다시 추진 중이다. 오케스트라 단원들이 뉴욕시 곳곳에서 픽업트럭 등을 이용해 버스킹을 하며 다니는 것이다. 뉴욕주와 시 당국도 공연예술계 지원을 위해 발 벗고 나섰다. 뉴욕주는 ‘뉴욕 팝스업(NY PopsUp)’ 프로그램을 도입해 공원 등 도심 곳곳에서 즉석 콘서트를 할 수 있게 지원하고 있다. 사회적 거리 두기를 위해 일정을 미리 알려주지 않고 게릴라 콘서트 방식으로 진행되는 게 특징이다. 뉴욕시도 ‘오픈 컬처(Open Culture)’라는 비슷한 프로그램을 운영 중이다. 거리 공연을 희망하는 예술인들에게 도시의 여러 지역을 개방하기로 하고 공연 허가 신청을 받고 있다. 유재동 뉴욕 특파원 jarrett@donga.com}

    • 2021-03-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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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콜로라도 총격 범인, 이슬람 혐오에 반감… 亞혐오는 아닌듯

    22일 미국 콜로라도주의 슈퍼마켓에서 10명을 죽인 총기난사범 아흐마드 알 알리위 알리사(21·사진)는 시리아 출신의 이민자로 평소 반(反)사회적 성향에 망상증을 앓았던 것으로 조사됐다. 이슬람 혐오에 반감이 있고 학창시절부터 폭력적인 성향을 보였던 것으로 밝혀졌다. 알리사를 10건의 ‘1급 살인’ 혐의로 기소한 경찰은 그의 범행 동기를 조사 중이지만 아직 뚜렷한 단서는 확보하지 못한 것으로 알려졌다. 희생자 대부분이 이 동네에 거주하는 백인이라는 점에서 아시아계 등을 향한 혐오범죄의 가능성은 많지 않아 보인다. ○ “누가 날 쫓는다” 망상, 이슬람 혐오에 거부감도 23일 덴버 지역 언론과 CNN 등의 보도에 따르면 알리사는 2002년 미국으로 건너왔다. 현재 거주지인 덴버 인근 아배다에 정착한 것은 2014년이다. 그는 2015년부터 3년간 이곳의 웨스트 고교를 다녔다. 알리사의 형(34)의 증언에 따르면 그의 정신질환이 심각해진 것은 이때부터다. 그의 형은 “고등학교에서 친구들이 알리사의 이름과 무슬림이라는 점을 놀려댔으며 그게 아마도 반사회적 성향을 갖게 된 원인 중 하나였을 것”이라고 주장했다. 형은 “동생은 ‘누군가가 날 쫓고 있다’고 말했고 우리는 ‘진정해. 아무도 없어’라고 말해줬다”고 당시를 회고했다. 알리사는 고교 시절부터 레슬링과 킥복싱 등 무술에 대한 관심을 드러냈으며 고교에서 실제 레슬링 팀원으로 활동했다. 알리사는 이 과정에서 폭력적인 성향을 드러낸 것으로 알려졌다. 2017년 고교에서 자신에게 인종차별적 언사를 했다는 이유로 동급생을 마구 폭행해 때려눕혔다. 이 사건으로 3급 폭행 혐의로 기소됐고 법원은 1년 보호관찰과 48시간 사회봉사 명령을 내렸다. 레슬링팀에서 알리사와 같이 활동했다는 사람은 언론에 “그는 좀 무서워서 같이 지내기가 어려웠다”며 “게임에서 지고 나면 방에 와서 소리를 지르고 마치 모두를 다 죽일 것처럼 행동했다”고 전했다. 알리사는 무슬림으로서 자신의 정체성도 드러냈다. 2019년 뉴질랜드 크라이스트처치에서 백인 우월주의자가 이슬람 사원에 총격을 했을 때 그는 “사원 안의 무슬림은 단지 한 총격범의 희생자가 아니었다. 그들은 자신들을 비난한 전체 이슬람 혐오 산업의 희생자였다”고 썼다. 그는 도널드 트럼프 전 대통령의 반(反)이민 정책을 비판하는 기사를 공유하기도 했지만 동성 결혼이나 낙태에 대해서는 반대한다는 견해도 밝혔다. ○ 커지는 총기 규제 목소리 AP통신이 보도한 알리사 체포 진술서에 따르면 그가 22일 콜로라도주 볼더의 ‘킹 수퍼스’ 식료품점에서 총기를 난사했을 때 사용한 총은 개조한 AR-15 계열 반자동 소총과 반자동 권총이었다. 그는 범행 당시 방탄 기능이 있으면서 탄창을 갈아 끼울 수 있는 전술용 조끼도 착용했다. 경찰이 그의 집을 수색했을 때는 여러 가지 다른 무기도 발견됐다. 경찰에 따르면 알리사는 범행 6일 전인 16일에 루거 AR-556 권총을 샀다. 공교롭게도 이날은 한인과 아시아계 여성 등 8명이 희생된 애틀랜타 총격 사건이 발생한 날이다. 애틀랜타 총격 사건 피의자 로버트 에런 롱의 나이도 21세로 알리사와 같다. 다만 알리사의 총기 구입과 범행에 애틀랜타 사건이 영향을 줬는지는 전혀 확인되지 않았다. 아직 범행 동기도 파악되지 않았다. 수사 당국은 알리사가 거주지인 아배다에서 45km 떨어진 볼더 식료품점으로 이동해 총기를 난사한 이유에 대해서도 아직 명확히 밝히지 않았다. 경찰은 사건 현장에 가장 먼저 달려갔다가 희생된 에릭 탤리 경관(51) 외에 나머지 9명의 사망자 나이와 이름도 공개했다. 이들은 20∼65세의 무고한 시민으로 이 중 3명은 킹 수퍼스의 직원이었다. 대형 총기 난사 사건이 잇달아 터지자 미국에서는 총기 규제를 강화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조 바이든 대통령은 23일 백악관 연설에서 “1시간은커녕 1분도 더 기다려서는 안 된다”며 “상원과 하원의 동료들이 행동해줄 것을 권고한다”고 말했다. 바이든 대통령은 공격용 무기 판매 금지와 총기 판매를 할 때 신원조사를 의무화하는 법률이 통과돼야 한다고 주문했다.뉴욕=유재동 특파원 jarrett@donga.com}

    • 2021-03-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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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10명 목숨 앗아간 콜로라도 총기난사범 알리사는 누구?

    22일 미국 콜로라도주의 슈퍼마켓에서 10명을 죽인 총기난사범 아흐마드 알리사(21)는 시리아 출신의 이민자로 평소 반(反)사회적 성향에 망상증을 앓았던 것으로 조사됐다. 정치적으로 아주 편향되거나 뚜렷한 종교적 신념을 갖지는 않았지만 이슬람 혐오에 반감이 있고 학창시절부터 어느 정도의 폭력성은 보였던 것으로 밝혀졌다. 알리사를 ‘1급 살인’ 혐의로 기소한 경찰은 그의 범행 동기를 조사 중이지만 아직 이에 대한 뚜렷한 단서는 확보하지 못한 것으로 알려졌다. 희생자 대부분이 이 동네에 거주하는 백인이라는 점에서 아시아계 등을 향한 혐오범죄의 가능성은 많지 않아 보인다. 조 바이든 대통령은 총기규제의 강화가 시급하다고 의회에 호소했다.● “누가 날 쫓는다” 망상, 이슬람 혐오에 거부감도23일 덴버 지역 언론과 CNN, 데일리비스트 등의 보도에 따르면 1999년 태어난 알리사는 2002년 미국으로 건너왔다. 현재 거주지인 덴버 인근 알바다에 정착한 것은 2014년이다. 그는 2015년부터 3년 간 이곳의 웨스트 고교를 다녔다. 알리사의 형(34)의 증언에 따르면 그의 정신질환이 심각해진 것은 이 때부터다. 그의 형은 “고등학교에서 친구들이 알리사의 이름, 그리고 그가 무슬림이라는 점을 놀려댔으며 그게 아마도 반사회적 성향을 갖게 된 원인 중 하나였을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항상 누군가에 쫓기고 있다고 생각했다. 남이 자신을 볼 수 있다고 생각해서 컴퓨터 웹캡에다가 테이프를 붙여 놓기도 했다. 형은 “우리는 고등학생 때 그를 항상 주시했다. 그는 ‘누군가가 날 쫓고 있다’고 말했고 우리는 ‘진정해. 아무도 없어’라고 말해줬다”고 했다. 알리사의 페이스북 글을 보면 그의 망상증이 꽤 심각했다는 게 드러난다. 2019년 3월의 포스팅에서 알리사는 “전화기의 프라이버시에 대한 법률이 무엇인지 궁금하다. 왜냐하면 내 옛 학교가 내 핸드폰을 해킹하고 있다고 믿기 때문에”라고 적었다. 정신질환을 갖고 있던 그는 무슬림으로서 자신의 정체성도 드러냈다. 알리사는 2019년 7월 페이스북에 “인종차별적인 이슬람 혐오자들이 내 전화기를 해킹하는 것을 멈추고 내게 정상적인 생활을 할 수 있게만 해 준다면”이라고 적었다. 페이스북 친구들이 왜 그런 생각을 하느냐고 묻자 알리사는 “확실히 인종이 일부 이유인 것으로 믿는다. 하지만 누군가가 나에 대한 허위 루머를 퍼뜨리기도 했다”고 답했다. 2019년 뉴질랜드 크라이스트처치에서 백인 우월주의자가 이슬람 사원에 총격을 했을 때 그는 “사원 안의 무슬림은 단지 한 총격범의 희생자가 아니었다. 그들은 자신들을 비난한 전체 이슬람혐오 산업의 희생자였다”고 썼다. 그는 도널드 트럼프 전 대통령의 반(反)이민 정책을 비판하는 기사를 공유하기도 했지만, 동성 결혼이나 낙태에 대해서는 반대한다는 견해도 밝혔다. 정치적 견해가 한쪽으로 일치되지 않고 혼재되는 성향을 보인 것이다. 알리사는 고교 시절부터 레슬링과 킥복싱 등 무술에 대한 관심을 드러냈으며 고교에서 실제 레슬링팀원으로 활동했다. 알리사는 이 과정에서 폭력적인 성향을 드러낸 것으로 알려졌다. 2017년 고교에서 자신에게 인종차별적 언사를 했다는 이유로 동급생을 마구 폭행해 때려눕혔다. 그는 이 사건으로 3급 폭행 혐의로 기소됐고 법원은 1년 보호관찰과 48시간 사회봉사 명령을 내렸다. 그와 레슬링팀에서 같이 활동했다는 사람은 언론에 “그는 좀 무서워서 같이 지내기가 어려웠다”면서 “그가 게임을 지고 나선 방에 와서 소리를 지르고 마치 모두를 다 죽일 것처럼 행동했다”고 회고했다.● 집에 다른 무기도 발견…현장서 전술 조끼도 착용 사건 전후의 정황도 속속 드러나고 있다. 경찰은 그가 범행에 사용한 총이 개조한 AR-15형 소총이었다고 밝혔다. 범행 당시 그는 탄창을 갈아낄 수 있는 ‘전술 조끼’도 입고 있었다. 경찰이 그의 집을 수색했을 때는 여러 가지 다른 무기도 발견됐다. 경찰 조서에 따르면 알리사는 범행 6일 전인 16일에 루거 AR-556 권총을 샀다. 공교롭게도 이날은 한인과 아시아계 여성 등 8명이 희생된 애틀랜타 총격 사건이 발생한 날이다. 다만 알리사의 총기 구입과 이 사건의 연관성은 확인되지 않았다. 그의 또 다른 가족은 경찰에 이틀 전 알리사가 기관총 같이 생긴 것을 갖고 장난하는 것을 봤다고 진술했다. 당시 현장에서는 알리사가 슈퍼마켓 앞 주차장에서 한 노인을 쏜 다음에 쓰러진 그를 밟은 채 또다시 여러 차례 총을 쐈다는 진술이 나왔다. 또 경찰 특수공격대(SWAT)가 그를 제압하기 위해 슈퍼 안에 들어가자 알리사는 상의를 탈의한 채로 뒷걸음질치며 경찰에 걸어간 것으로 나타났다. 사건 당일 한 동영상에서 그가 다리에 피를 흘린 채 경찰에 끌려가던 장면은 실제 그가 총상을 입은 결과라고 경찰은 확인했다. “공범이 있느냐”고 경찰이 묻자 그는 “엄마랑 얘기하게 해 달라”고만 답변했다고 한다.● 또다시 “총기 규제 강화” 목소리일주일도 안 돼 대형 총기난사 사건이 잇달아 터지자 미국에서는 총기 규제를 다시 강화해야 한다는 목소리도 커지고 있다. 바이든 대통령은 이날 백악관 연설에서 “1시간은커녕, 1분도 더 기다려서는 안 된다. 앞으로 생명을 구할 수 있는 상식적인 절차를 밟아야 한다”며 “상원과 하원의 동료들이 행동해줄 것을 권고한다”고 말했다. 그는 이어 “이것은 당파적 이슈가 아니다. 이건 미국의 이슈”라고 덧붙였다. 바이든 대통령은 구체적으로 공격용 무기 판매 금지와 총기 판매를 할 때 신원조사를 의무화하는 법률이 통과돼야 한다고 주문했다. 관련 법안의 의회 통과를 위해서는 공화당의 협조를 얻어내야 하는 만큼 총기 규제 강화가 빠르게 진행될지는 미지수다. 젠 사키 백악관 대변인은 이날 기자들과 만나 “바이든 대통령이 의회 통과가 필요 없이 총기 규제를 할 수 있는 몇 가지 행정 명령을 검토 중”이라고 말했다.뉴욕=유재동 특파원 jarrett@donga.com}

    • 2021-03-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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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유엔, 北정치범수용소-국군포로 인권문제 콕집어 지적

    정부가 결국 46차 유엔 인권이사회의 북한인권결의안 공동제안국에 참여하지 않았다. 이에 따라 2019년부터 3년 연속 결의안 공동제안에서 빠지게 됐다. 외교부 당국자는 23일 북한인권결의안 공동제안국 참여 여부에 대해 “예년처럼 공동제안국에 참여하지 않고 결의안이 합의(컨센서스)로 채택되는 데 동참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그러면서 “정부는 기존 입장에서 변함이 없을 것”이라고 했다. 한국 정부는 2008∼2018년 11년 연속 결의안 공동제안국에 참여했지만 문재인 정부 때인 2019년부터 ‘한반도 정세 등 제반 상황’을 이유로 공동제안국에 불참하고 합의를 통한 결의안 채택에만 참여해 왔다. 이 당국자는 공동제안국 불참 이유에 대해 구체적인 설명 없이 “여러 상황을 종합적으로 감안해 입장을 정했다”고만 했다. 북한인권결의안 공동제안에는 미국을 비롯해 일본 유럽연합(EU) 등 43개국이 참여했다. 특히 미국은 도널드 트럼프 행정부 시절인 2018년 유엔 인권이사회를 탈퇴했다가 이번에 복귀해 3년 만에 공동제안국으로 동참했다. 미국 등 국제사회가 북한의 인권 침해 실태에 대해 비판의 목소리를 높이는 가운데 정부가 임기 말 남북 관계 복원을 이유로 소극적인 대응을 하고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유엔 인권이사회는 23, 24일(현지 시간) 스위스 제네바에서 열리는 46차 정기이사회 마지막 회의를 열고 북한인권결의안을 채택한다. 북한인권결의안에는 정치범수용소의 고문 행위 등 구체적인 인권 침해, 반인도적 행위를 저지르는 자들이 제대로 처벌받지 않고 있는 실태 등이 담겼다. 결의안은 또 북한이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방역을 이유로 국경을 굳게 닫고 있어 국제기구와 인도주의 단체들이 북한 주민을 위한 구호 활동을 하지 못하고 있는 점도 지적했다. 아직 송환되지 않고 있는 6·25전쟁 국군포로와 그 가족, 납북자 문제를 지적한 내용과 이산가족 문제 해결을 촉구하는 내용도 결의안에 포함됐다. 최지선 기자 aurinko@donga.com / 뉴욕=유재동 특파원}

    • 2021-03-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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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美, 이번엔 3조 달러 투입 ‘바이든표 뉴딜’ 추진

    최근 1조9000억 달러 규모의 초대형 경기부양책을 시행한 조 바이든 미국 행정부가 3조 달러(약 3391조5000억 원)의 재정을 추가로 투입해 바이든 대통령의 경제 공약들을 추진하기로 했다고 미국 언론들이 보도했다. 22일 뉴욕타임스(NYT) 등에 따르면 바이든 행정부의 경제 분야 보좌진들은 이번 주 중 인프라 건설과 경제적 불평등 해소 등을 위한 정책 패키지 방안을 바이든 대통령에게 제안할 계획이다. 정책 추진에 필요한 재원은 아직 구체화되지 않았지만 총 3조 달러 규모에 이를 것으로 알려졌다. 이번 패키지에는 발등의 불을 끄는 긴급 대책보다 긴 호흡으로 추진하는 장기적인 정책이 많다. 얼마 전 의회를 통과한 1조9000억 달러 규모의 부양책이 팬데믹과 경기침체에 긴급 대응하는 성격이었다면, 이번 대책은 미국의 경제구조를 개혁하고 장기적인 성장 동력을 키우는 데 초점이 맞춰져 있다. △통신망과 경제 인프라 구축 △경제 불평등 해소 △탄소배출량 감소와 청정에너지 공급 등 기후변화 대응 △중국 등에 대항하기 위한 미국의 제조업 및 첨단산업 강화 등이 포함된 것으로 알려졌다. 제안서에는 도로, 다리, 철도, 항만, 전기차 충전소 등 인프라 건설과 전력망 확충에만 1조 달러를 투입하자는 내용이 담겨 있다. 또 농촌 지역 통신망을 확충하고 근로자 직업훈련 투자, 에너지 고효율 주택 건설 등의 내용도 언급됐다. 제안서에 담긴 또 하나의 큰 항목은 인적자원에 대한 투자다. 노동시장에서 밀려나 있는 근로자들을 일터에 복귀시키고 여성들의 경제활동 참여를 높이기 위해 양육을 지원할 계획이다. 커뮤니티 칼리지, 유치원 등의 무상 교육을 추진하자는 제안도 포함됐다. 하지만 이런 정책들을 추진하기 위해서는 막대한 예산이 필요해 향후 의회에서 논란이 될 가능성이 크다. 바이든 행정부는 이번 패키지의 재정을 충당하기 위해 법인세율을 기존 21%에서 28%로 올리고 연소득 40만 달러 이상 초고소득자에 대한 세율을 높이는 방안을 추진 중이다. 이 같은 구상은 공화당의 반대에 부딪힐 것으로 보인다. 미치 매코널 공화당 상원 원내대표는 지난주 기자들에게 “우리는 증세에 대해서는 열정이 없다”고 밝힌 바 있다.뉴욕=유재동 특파원 jarrett@donga.com}

    • 2021-03-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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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美콜로라도서 또 총기난사 10명 사망… ‘애틀랜타 총격’ 6일 만

    미국 서부 콜로라도주의 한 대형 슈퍼마켓에서 22일(현지 시간) 총기 난사 사건이 발생해 경찰 1명을 포함해 10명이 숨지는 참극이 벌어졌다. 16일 남동부 조지아주 애틀랜타 일대에서 연쇄 총격으로 한국계 4명을 포함해 8명이 사망한 지 엿새 만이다. CNN 등에 따르면 이날 오후 2시 반경 콜로라도주 최대 도시 덴버에서 북서쪽으로 40여 km 떨어진 소도시 볼더에 있는 ‘킹 수퍼스’ 슈퍼마켓에서 한 괴한이 손님과 직원들을 향해 반자동 소총을 수십 발 발사했다. 이 총격으로 손님 등 9명과 경찰관 에릭 탈리 씨(51)가 숨졌다. 나머지 사망자와 용의자의 신원은 알려지지 않았다. 현지 경찰은 특수기동대(SWAT)와 헬기를 투입해 슈퍼마켓을 포위하고 대치한 끝에 유력 용의자 1명을 체포하고 범행 동기 등을 조사 중이다. 수갑을 찬 채 팔과 다리에 피를 흘리는 한 백인 남성을 경찰관이 구급차에 태우는 현장 영상이 방송을 통해 공개됐지만 이 남성이 범인인지는 아직 확인되지 않았다. 참극은 아무런 경고도 없이 시작됐다. 이 슈퍼마켓은 주택가에 있어 인근 주민들과 콜로라도대 학생들이 주로 이용하는 곳이었다. 현지 매체 덴버 포스트는 “범인이 가게에 들어와 아무 말 없이 바로 총을 두어 발 쐈고, 침묵을 지키다가 다시 쐈다”는 생존자의 증언을 전했다. 계산대 줄 맨 앞에 서 있던 한 여성이 먼저 총에 맞았다. 과자를 사러 슈퍼에 들렀던 라이언 보로스키 씨(37)는 “총성이 계속되자 모두가 겁에 질린 채 ‘뛰어!’라고 소리치며 도망치면서 슈퍼마켓이 순식간에 아비규환이 됐다”고 말했다. 경찰관 탈리 씨는 신고를 받고 사건 현장에 가장 먼저 도착했다가 마주친 범인의 총격에 숨졌다. 자녀가 7명 있으며 맏이는 20세, 막내는 7세라고 경찰은 밝혔다. 최근에는 드론 조종사로 전직하는 걸 고려 중이었다고 유족은 전했다. 미국에서 끔찍한 총기 난사 사건이 되풀이되고 있다. 특히 볼더 등을 포함한 덴버 일대에서는 1999년 미 최악의 학내 총기 사고로 꼽히는 ‘콜럼바인 고교 총기 난사’를 비롯해 많은 희생자를 낳은 총기 사건이 여러 차례 발생했다. 1999년 4월 덴버 남쪽 리틀턴의 콜럼바인 고등학교에서 두 학생이 총기를 무차별 난사해 학생 12명과 교사 1명을 숨지게 하고 자신들도 스스로 목숨을 끊었다. 2012년 7월에는 25세 남성이 덴버 동쪽 오로라의 한 극장에서 관객들에게 총을 쏴 12명이 숨지고 70명이 부상했다. 2019년에도 덴버 남쪽 하일랜즈랜치의 ‘스템(STEM) 스쿨’에서 총격범 2명이 총기를 난사해 학생 1명이 숨지고 8명이 다쳤다. CNN은 16일 애틀랜타 연쇄 총격부터 이번 볼더 총기 난사까지 6일간 휴스턴과 댈러스, 필라델피아 등지에서 모두 7건의 총기 난사 사건이 벌어졌다고 전했다. 2011년 총기 난사 사건의 생존자로 총기 규제를 지지해 온 개브리엘 기퍼즈 전 애리조나주 하원의원은 22일 “지난주에는 애틀랜타더니 오늘은 볼더”라며 “이건 정상이 아니다”라고 CNN에 말했다. 콜로라도주 법원은 이번 사건에 쓰인 것과 같은 종류의 소총을 금지한 볼더시의 규정이 위법하다고 이달 12일 판결한 것으로 드러났다. 범인이 사용한 것으로 전해진 ‘AR-15’ 소총은 미국 총기 난사 사건에서 빈번히 등장하며 문제로 지적된 이른바 ‘돌격 소총’이다. 볼더시는 2018년 돌격 소총 소유 금지 규정을 제정했다. 젠 사키 백악관 대변인은 트위터에서 “조 바이든 대통령이 사건 보고를 받았으며 계속 진행 상황을 지켜볼 것”이라고 밝혔다. 재러드 폴리스 콜로라도 주지사는 “우리는 오늘 악(evil)의 얼굴을 보았다”면서 “슬픔의 시간을 보내고 있는 콜로라도 주민을 위해 기도한다”고 밝혔다. 미 사법당국은 앞선 16일 벌어진 애틀랜타 연쇄 총격 사건의 용의자 로버트 에런 롱(21)에게 ‘악의적 살인 및 가중 폭행’ 혐의를 적용하고 있다고 22일 밝혔다. 아시아계 사망자가 다수임에도 현재까지는 ‘증오범죄’ 혐의가 포함되지 않아 논란이 지속될 것으로 보인다.뉴욕=유재동 특파원 jarrett@donga.com / 조종엽 기자}

    • 2021-03-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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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파월 “가상화폐는 투기자산”… 비트코인 5% 급락

    제롬 파월 미국 연방준비제도(Fed·연준) 의장이 가상화폐의 기능 및 투자 가치에 대해 부정적인 견해를 밝혔다. 그의 발언이 알려진 후 대표 가상화폐인 비트코인 가격은 한때 전일 대비 5%까지 떨어졌다. 파월 의장은 22일(현지 시간) 국제결제은행(BIS)이 디지털 뱅킹을 주제로 개최한 원격 패널 토론회에 참석해 “가상화폐는 변동성이 매우 심하다. 그래서 가치 저장을 위한 유용한 수단이 아니다”라고 평가했다. 이어 “가상화폐는 투기 자산에 더 가깝다. 기본적으로 달러화보다 금의 대체재”라고 덧붙였다. 가상‘화폐(currency)’ 대신 가상‘자산(asset)’으로 부르는 것을 선호한다며 가상화폐의 변동성이 커 가치를 저장하는 화폐의 기능을 수행하기 어렵다는 뜻을 내비쳤다. 파월 의장은 비트코인 등 민간 가상화폐가 아닌 중국 등 각국 중앙은행이 개발하는 디지털 화폐(CBDC·Central Bank Digital Currency) 도입 또한 서두르지 않겠다는 뜻을 분명히 했다. 그는 “의회, 행정부, 대중의 승인을 받아야 하는데 이를 시작하지 않았다”며 의회 승인 및 법률 기반을 먼저 마련하는 것이 이상적이라고 밝혔다. CNBC는 보스턴 연방준비은행이 매사추세츠공대(MIT)와 함께 디지털 화폐를 연구하고 있으며 이 작업이 2, 3년 걸릴 것으로 내다봤다. 파월 의장은 디지털 화폐가 해킹, 돈세탁, 테러 등에 악용될 수 있으며 중앙은행의 통제에서 벗어날 가능성 또한 우려했다. 달러 중심의 현 기축통화 체제를 굳이 흔들 필요가 없음을 강조한 발언으로 풀이된다. 재닛 옐런 미 재무장관 또한 지난달 “비트코인은 거래에 있어 극도로 비효율적인 수단”이라며 “비트코인이 투기 자산이며 극도로 변동성이 높다는 사실을 알아야 한다”고 말했다.뉴욕=유재동 특파원 jarrett@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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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유엔, 北인권결의안 19년 연속 채택…韓 3년연속 공동제안국 불참

    유엔인권이사회(UNHRC)가 북한의 인권 실태를 비판하고 개선을 촉구하는 내용의 인권 결의안을 19년 연속 채택했다. 국제 사회가 한목소리로 인권 문제에 관해 북한에 우려를 표명하고 나섬에 따라 이 문제에 미온적으로 대처했다는 평가를 듣는 한국 정부의 향후 대응에 이목이 쏠리고 있다. UNHRC는 23(현지 시간) 스위스 제네바에서 46차 정기이사회의 마지막 회의를 열고 북한 인권 결의안을 표결 없이 합의(컨센서스)로 채택했다. 이번 결의안 초안에는 미국 영국 일본 등 43개국이 공동제안을 했고, 이날 결의안 채택 때까지 7개국이 추가로 공동제안국에 이름을 올렸다. 한국은 공동제안국에 참여하지 않고 합의에만 동참했다. 이에 따라 한국은 2019년부터 3년 연속 결의안 공동제안에서 빠지게 됐다. 북한 측 대표는 이날 결의안 채택에 앞서 “서방 국가들은 정치적 목적으로 인권 문제를 제기하고 있다”며 이번 결의안에 반대한다는 입장을 밝혔다. 북한인권결의안에는 정치범수용소의 고문 행위 등 구체적인 인권 침해, 반인도적 행위를 저지르는 자들이 제대로 처벌받지 않고 있는 실태 등이 담겼다. 결의안은 또 북한이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방역을 이유로 국경을 굳게 닫고 있어 국제기구와 인도주의 단체들이 북한 주민을 위한 구호 활동을 하지 못하고 있는 점도 지적했다. 아직 송환되지 않고 있는 6·25전쟁 국군포로와 그 가족, 납북자 문제를 지적한 내용과 이산가족 문제 해결을 촉구하는 내용도 결의안에 포함됐다.뉴욕=유재동 특파원 jarrett@donga.com}

    • 2021-03-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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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파월 “가상화폐, 변동성 매우 심해…투기 자산에 더 가깝다”

    제롬 파월 미국 중앙은행 연방준비제도(Fed·연준) 의장이 가상화폐의 기능 및 투자 가치에 대해 부정적인 견해를 밝혔다. 그의 발언이 알려진 후 대표 가상화폐인 비트코인 가격은 한 때 전일대비 5%까지 떨어졌다. 파월 의장은 22일(현지 시간) 국제결제은행(BIS)이 디지털 뱅킹을 주제로 개최한 원격 패널 토론회에 참석해 “가상화폐는 변동성이 매우 심하다. 그래서 가치 저장을 위한 유용한 수단이 아니다”라고 평가했다. 이어 “가상화폐는 투기 자산에 더 가깝다. 기본적으로 달러화보다 금의 대체제”라고 덧붙였다. 가상‘화폐(currency)’ 대신 가상‘자산(asset)’으로 부르는 것을 선호한다며 가상화폐의 변동성이 커 가치를 저장하는 화폐의 기능을 수행하기 어렵다는 뜻을 내비쳤다. 파월 의장은 비트코인 등 민간 가상화폐가 아닌 중국 등 각국 중앙은행이 개발하는 디지털 화폐(CBDC·Central Bank Digital Currency) 도입 또한 서두르지 않을 뜻을 분명히 했다. 그는 “의회, 행정부, 대중의 승인을 받아야 하는데 이를 시작하지 않았다”며 의회 승인 및 법률 기반을 먼저 마련하는 것이 이상적이라고 밝혔다. CNBC는 보스턴 연방준비은행이 매사추세츠공과대학(MIT)과 함께 디지털 화폐를 연구하고 있으며 이 작업이 2, 3년 걸릴 것으로 내다봤다. 파월 의장은 디지털 화폐가 해킹, 돈세탁, 테러 등 악용될 수 있으며 중앙은행의 통제에서 벗어날 가능성 또한 우려했다. 달러 중심의 현 기축통화 체제를 굳이 흔들 필요가 없음을 강조한 발언으로 풀이된다. 재닛 옐런 미 재무장관 또한 지난 달 “비트코인은 거래에 있어 극도로 비효율적인 수단”이라며 “비트코인이 투기 자산이며 극도로 변동성이 높다는 사실을 알아야 한다”고 말했다.뉴욕=유재동 특파원 jarrett@donga.com}

    • 2021-03-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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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美 또 총기 난사…콜로라도 식료품점서 10명 사망

    16일 발생한 미국 애틀랜타 연쇄 총격 사건의 충격이 가시기도 전에 이번엔 콜로라도주의 한 식료품점에서 총기난사 사건이 벌어져 진압 경찰관 1명을 포함해 모두 10명이 사망했다. 용의자는 부상을 입고 현장에서 붙잡혔으며 현재 조사를 받고 있다. 희생자의 신원이나 용의자의 범행 동기 등은 아직 알려지지 않았다. 22일 미 경찰에 따르면 이날 오후 2시30분경(현지 시간) 콜로라도주 덴버에서 북서쪽으로 40여km 떨어진 볼더라는 도시의 식료품점 ‘킹 수퍼스’에 총기를 든 괴한이 침입해, 내부에 있던 손님과 직원들을 향해 총알 수십 발을 발사했다. 이 총격으로 마트에 있던 손님 등 9명이 목숨을 잃었고 현장에 출동한 경찰관 1명도 사망한 것으로 밝혀졌다. 희생된 경찰관은 에릭 탈리 씨(51)로 신고를 받고 가장 처음 출동했다가 변을 당했다고 경찰은 설명했다. 경찰은 나머지 9명의 사망자의 신원을 최대한 빨리 밝혀서 유족에게 통보하겠다고 덧붙였다.현재까지 용의자의 신원은 밝혀지지 않았다. 현장에서 찍힌 동영상에는 상의를 벗은 백인이 다리에 피를 흘리며 수갑이 채워진 채 경찰과 걸어가고 있는 장면이 담겼지만, 그가 용의자인지는 확인되지 않았다. 경찰은 범행에 사용된 총이 AR-15 소총으로 보인다고 말했다고 CNN은 보도했다. 지역 언론 등에 나온 목격자의 증언에 따르면 당시 현장 분위기는 상당히 급박했던 것으로 밝혀졌다. 아들과 함께 장을 보러 왔다는 새라 문쉐도우 씨는 계산대에 있는데 갑자기 총소리가 들려서 몸을 피했다고 말했다. 그는 “4번째 총소리가 났을 때 아들에게 도망가자고 했다. 그 때 우리 쪽으로 총성 두 방이 들렸다”면서 “마트 밖으로 나갔을 때 도로에 사람 한 명이 움직이지 않고 누워있었다. 그는 죽은 것 같았다”고 말했다. 라이언 보로우스키 씨(37)는 역시 계산대에 있었는데 큰 소리가 들리기에 “직원이 뭔가를 떨어뜨리는 소리였기를 바랐다”고 했다. 그는 “총성을 8발 가량 들은 것 같다”며 “모두가 겁에 질린 채 뛰어 도망쳤다”고 말했다. 그는 손님과 직원들이 앞사람 등에 손을 올리면서 줄을 지어 마트를 빠져 나왔다고도 전했다. 사건 직후 현장 동영상을 찍어 공개한 딘 쉴러 씨는 그가 10여 발의 총성을 들었으며 주차장과 슈퍼마켓 안에서 모두 3명의 부상자를 발견했다고 말했다. 동영상에는 경찰이 확성기를 통해 “건물은 포위됐다. 항복하라”고 소리치는 장면이 나온다. 이 식료품점은 콜로라도대학이 가까이 있어서 학생들의 출입도 잦은 것으로 알려졌다. 젠 사키 백악관 대변인은 트위터에서 “조 바이든 대통령이 사건에 대한 보고를 받았으며 계속 진행 상황을 지켜볼 것”이라고 밝혔다. 재러드 폴리스 콜로라도 주지사는 “슬픔의 시간에 콜로라도 주민에게 기도를 보낸다”고 밝혔다. 이날 사건이 벌어진 덴버시 일원은 이전에도 대규모 총기난사가 두 번이나 발생한 적이 있다. 1999년 4월에는 볼더 시 남쪽에 있는 컬럼바인 고등학교에서 두 학생이 총기를 무차별 난사해 12명의 학생과 1명의 교사를 숨지게 하고 자신들도 스스로 목숨을 끊었다. 2012년 7월에는 25살이었던 제임스 홈스가 덴버 인근 오로라 지역의 한 극장에서 영화 배트맨 시리즈 ‘다크나이트 라이즈’를 보고 있던 관객에게 총을 쏴 12명이 숨지고 70명이 부상을 입었다.뉴욕=유재동 특파원 jarrett@donga.com}

    • 2021-03-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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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美, 3조 달러 추가 투입해 ‘바이든 패키지’ 추진…부자증세 검토

    최근 1조9000억 달러 규모의 초대형 경기부양책을 시행한 조 바이든 미국 행정부가 3조 달러의 재정을 추가로 투입해 바이든 대통령의 경제 공약들을 추진하기로 했다고 미국 언론들이 보도했다. 새로 추진되는 정책에는 인프라 건설과 경제적 불평등 해소, 기후변화 대응, 교육 기회 지원 등 바이든 대통령이 대선 후보 시절부터 강조해 온 항목들이 대거 포함된 것으로 알려졌다. 다만 천문학적인 예산 투입을 위해서는 전반적인 증세가 불가피해, 공화당의 반발에 직면할 전망이다. 22일 뉴욕타임스(NYT) 등에 따르면 바이든 행정부의 경제 분야 보좌진들은 이번 주 중 이 같은 내용을 담은 정책 패키지 방안을 바이든 대통령에게 제안할 계획이다. 이 정책들을 추진하는 데 필요한 재원은 아직 항목별로 구체화되지 않았지만 총 3조 달러 규모에 이를 것으로 알려졌다. 이번 패키지에 담길 대책에는 발등의 불을 끄는 긴급 대책보다는 긴 호흡으로 추진하는 장기적인 정책들이 많다. 얼마 전 의회를 통과한 1조9000억 달러 규모의 부양책이 팬데믹과 경기침체에 긴급 대응하는 성격이었다면, 이번 대책은 미국의 경제구조를 개혁하고 장기적인 성장 동력을 키우는 데 집중하겠다는 것이다. 큰 항목별로는 △통신망과 경제 인프라 구축 △경제 불평등 해소 △탄소배출량 감소와 청정에너지 공급 등 기후변화 대응 △중국 등에 대항하기 위한 미국의 제조업 및 첨단산업 강화 등이 포함된 것으로 알려졌다. 제안서에는 도로, 다리, 철도, 항만, 전기차 충전소 등 인프라 건설과 전력망 확충에만 1조 달러를 투입하자는 내용이 담겨 있다. 또 농촌 지역에 브로드밴드 등 통신망을 확충하고 근로자 직업훈련 투자, 에너지 고효율 주택을 건설 등 내용도 언급됐다. 제안서에 담긴 또 하나의 큰 항목은 인적자원에 대한 투자다. 노동시장에서 밀려나 있는 근로자들을 일터에 복귀시키고 여성들의 경제활동 참여를 높이기 위해 양육을 지원할 계획이다. 또 커뮤니티 칼리지, 유치원 등의 무상 교육을 추진하자는 제안도 포함됐다. 하지만 이 같은 정책들을 모두 추진하기 위해서는 막대한 예산이 필요하다는 점에서 향후 의회에서 논란이 될 가능성이 크다. 바이든 행정부는 이번 패키지의 재정 소요를 충당하기 위해 법인세율을 기존 21%에서 28%로 올리고 연소득 40만 달러 이상 초고소득자에 세율을 높이는 방안을 추진 중이다. 전임 도널드 트럼프 행정부의 감세 정책을 다시 원점으로 되돌리려는 것이다. 그러나 증세로 재원을 마련하겠다는 이 같은 구상은 공화당의 강력한 반대에 부딪힐 것으로 보인다. 미치 매코널 공화당 상원 원내대표는 지난주 기자들에게 “우리는 증세에 대해서는 열정이 없다”며 “새 정부의 인프라 확충 계획은 증세를 위한 ‘트로이의 목마’가 될 것”이라고 견제한 바 있다. 겉으로 보기에는 근사한 계획처럼 보이지만 실은 증세를 위한 구실에 불과할 수 있다는 뜻이다. NYT는 “바이든 행정부가 정책 패키지를 한꺼번에 통과시키기보다 조금씩 내용을 잘라서 순차적으로 의회 통과를 시도할 가능성이 있다”고 보도했다. 젠 사키 백악관 대변인은 이에 대한 기자들의 질문에 “그런 얘기가 오가고 있지만 아직 추측은 너무 이르다”며 말을 아꼈다.뉴욕=유재동 특파원 jarrett@donga.com}

    • 2021-03-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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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美 밀입국 한달새 168% 급증… 바이든 ‘포용적 이민’ 시험대 올라

    미국이 조 바이든 대통령 취임 이후 멕시코 국경을 통해 물밀 듯이 밀려들어오는 불법 밀입국자들로 인해 비상이 걸렸다. 전임 도널드 트럼프 행정부와 달리 이민자에게 포용적인 정책이 나올 것이라는 기대감으로 국경을 넘는 이가 늘었기 때문이다. 이를 두고 트럼프 전 대통령은 21일 성명을 통해 “(바이든 정부의 이민 정책이) 나라를 파괴시키고 있다”고 비판했다. 바이든 행정부의 이민 정책이 시험대에 오른 상황이다. 21일 AP통신과 워싱턴포스트(WP) 등에 따르면 1월 20일 바이든 대통령 취임 직후 국경 검문소에서 적발된 불법 밀입국자의 수가 눈에 띄게 증가했다. 2월 한 달 동안 가족 동반 밀입국자는 1만8945명으로 1월 7064명보다 168%, 가족이 없는 미성년자는 9297명으로 1월 5694명보다 63% 증가했다. 미 당국은 가족 단위나 성인은 국경에서 바로 돌려보내지만 미성년자가 홀로 입국한 경우에는 안전한 송환을 위해 일단 수용시설에 머물게 한다. 밀입국하는 미성년자가 크게 늘면서 현재 구금 상태에 있는 미성년자는 1만4000명에 달한다. 이들을 당장 수용할 곳을 찾지 못한 미 보건복지부(HHS)는 텍사스주 댈러스 시내에 있는 대형 컨벤션 센터를 긴급 보호시설로 개조해 사용하기로 했다. 최근에는 미성년자뿐만 아니라 일부 가족 단위 밀입국자들도 미국이 떠안고 있는 실정이다. 미국의 인터넷 정치매체 액시오스는 국경 지대에 이들을 수용할 호텔방을 잡기 위해 미 연방정부가 8600만 달러(약 970억 원)를 지출했다고 최근 보도했다. 밀입국자의 수용에 골머리를 앓으면서 바이든 행정부는 이민 행렬을 차단하는 데 온 힘을 쏟고 있다. 알레한드로 마요르카스 국토안보부 장관은 21일 CNN, ABC, 폭스뉴스, NBC 등 주요 방송에 겹치기로 출연해 “국경은 닫혔다. 우리는 가족 단위의 밀입국자를 추방하고 있고, 성인도 추방하고 있다”며 “가족을 동반하지 않은 미성년자들도 멕시코 국경을 넘는 시도를 하지 말아야 한다고 강력히 권한다”고 밝혔다. 하지만 바이든 행정부가 미국 내 불법 체류자들에게 시민권 획득의 길을 열어 주는 등의 포용 정책을 펴고 있어 밀입국을 시도할 유인은 계속 증가하는 상황이다. 바이든 대통령은 1월 취임하자마자 멕시코와의 국경 장벽 건설을 중단시켰고 망명을 신청한 사람들이 일단 멕시코에서 대기하도록 한 ‘잔류 정책(Remain in Mexico)’도 폐기했다. 트럼프 전 대통령과 공화당은 바이든 행정부가 아무런 준비 없이 이민 정책을 바꿔 혼란을 야기했다며 집중 포화에 나섰다. 미국-멕시코 국경장벽 건설을 본인의 치적 중 하나로 여겨 온 트럼프 전 대통령은 “우리는 바이든 행정부에 역사상 가장 안전한 국경을 넘겨줬다. 그들은 잘 작동되고 있는 이 시스템에 맡기기만 하면 됐다”며 “바이든 행정부는 최근 몇 주간 국가적 승리를 국가적 재앙으로 바꿨다”고 주장했다. 그는 바이든 행정부가 즉시 국경장벽을 완공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마이클 매콜 텍사스주 하원의원(공화당)은 “바이든 행정부는 국경 지대에 인도주의적 위기를 만들었다”면서 “여기 오고 싶으면 머무를 수 있다는 메시지를 줬기 때문”이라고 지적했다. 바이든 대통령은 21일 기자들과 만난 자리에서 “(국경) 시설에서 일어나는 일을 알고 있다”며 “언젠가는 국경 지역에 가볼 것”이라고 말했다.뉴욕=유재동 특파원 jarrett@donga.com / 신아형 기자}

    • 2021-03-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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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특파원 칼럼/유재동]이 차별은 우리 모두의 아픔

    우연히 트위터에서 그 동영상을 본 것은 2월 초쯤이었다. 미국 샌프란시스코의 어느 마을. 한 청년이 전속력으로 달려와 산책 중이던 노인을 힘껏 밀쳤다. 80세가 넘은 할아버지의 몸이 잠깐 뜨더니 이내 길바닥에 내동댕이쳐졌다. 그 장면을 보자 문득 공포감이 엄습했다. ‘내가 아시안이라는 이유로 누가 뒤에서 공격할 수도 있겠구나.’ 노인은 그 충격으로 이틀 뒤 숨졌다. 그때부터 인적이 드문 길을 걸을 땐 가끔씩 옆으로 고개를 돌려보는 습관이 생겼다. 막연한 공포가 현실이 된 건 그 후 며칠 뒤였다. 함박눈이 쌓인 맨해튼 센트럴파크를 혼자 걷는데 뭔가 단단한 것이 다리를 아프게 때렸다. 순간 주위를 돌아봤지만 아무도 없었다. 그렇게 몇 대를 더 맞은 뒤에야 비로소 상황을 파악했다. 저만치서 청년 네댓 명이 눈 뭉치로 날 공격하면서 정작 내가 볼 때는 태연하게 딴청을 피우고 있었다. 그들에게 항의했지만 돌아온 것은 “너도 날 맞혀 보시지. 공짜로 맞아줄게”라는 조롱뿐이었다. 그냥 철없는 놈들의 못된 장난쯤으로 넘겨도 될 일이었다. 하지만 그 순간 할아버지가 봉변을 당하던 모습이 뇌리에 스쳤다. 아시안에 대한 혐오 범죄가 기승을 부린다는 뉴스도 매일같이 나올 때였다. ‘나도 당했구나’ 싶다가도, ‘내가 너무 예민한가’ 하는 생각도 교차하면서 머리가 복잡해졌다. 정말 내가 아시안이라서 그랬는지, 그들을 쫓아가 따져 묻고 싶은 마음이었다. 여성들이 사회에서 은근히 부당하다 싶은 일을 겪을 때마다 드는 심정도 이와 다르지 않았을 것이다. 이 땅에서 ‘너희는 왜 다 똑같이 생겼느냐’, ‘너희 나라로 돌아가라’ 같은 식의 언어 희롱은 매우 일상적이다. 주변에 안 당해본 사람을 찾기 어렵다. 이젠 괜히 집 밖에 나섰다가 몸을 다치지 않을까 걱정하는 수준이 됐다. 누구는 지하철에서 난데없이 얼굴을 흉기에 베이고, 또 누구는 길에서 배에 칼을 맞더니, 급기야 총기 난사로 많은 사람이 목숨을 잃는 일까지 생겼다. 바이러스보다 인종 테러가 더 무서워서 외출을 못 할 지경이다. 많은 이들은 혐오 범죄가 증가하는 배경을 트럼프의 인종차별적 수사(修辭)와 선동에서 찾는다. 맞는 말이지만 그게 전부는 아니다. 그를 지지하지 않는 흑인의 상당수도 이 공격의 가해자인 사실, 작년에 트럼프에게 투표한 아시안이 4년 전보다 오히려 늘었다는 점은 이런 논리로는 설명할 수 없다. 그럼 왜 하필 아시안일까. 미국에서 이들은 조용하고, 열심히 일하며, 불이익을 당해도 불평하지 않는 집단이라는 이미지가 있다. 길에서 아무 이유 없이 맞아도 괜히 저항해서 화를 키우지 말라는 조언을 듣고, 많은 경우는 너무 익숙해서 그게 차별인지도 모르고 살아간다. 그런 모습이 이들을 제노포비아의 손쉬운 타깃으로 만든 것일까. 희생양을 찾는 것은 참기 힘든 고통의 책임을 남에게 전가하면서 나타나는 행동이다. 하지만 아무리 세상이 힘들다 해도, 타인에 대한 뿌리 깊은 편견과 적의(敵意)가 없었다면 이 정도의 혐오 범죄는 일어나지 않았을 것이다. ‘이민자의 나라’라던 미국은 팬데믹이라는 초대형 재난이 터지며 결국 그 밑천이 드러나고 말았다. 그런 ‘혐오 바이러스’의 위험지대가 어디 미국뿐이랴. 사회적 약자나 소수자에 대한 배려가 부족한 곳이라면 이런 바이러스는 어디서든 창궐할 수 있고 한국도 예외는 아닐 것이다. 이 문제를 미국 내 한국인들의 아픔으로만 치부해선 안 되는 이유가 여기에 있다. 유재동 뉴욕 특파원 jarrett@donga.com}

    • 2021-03-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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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美대통령 바뀌자 밀입국 급증…시험대 오른 바이든 행정부 이민 정책

    미국이 조 바이든 대통령 취임 이후 멕시코와의 국경을 통해 물밀 듯이 밀려들어오는 불법 밀입국자들로 인해 비상이 걸렸다. 전임 도널드 트럼프 행정부와 달리 이민자에게 포용적인 정책이 나올 것이라는 기대 때문에 벌써부터 무조건 국경부터 넘고 보려는 중남미 출신 여행자들이 부쩍 급증했기 때문이다. 이를 두고 공화당은 “바이든 행정부가 인도주의적 위기를 불러 왔다”며 공격의 소재로 활용하고 있다. 바이든 행정부의 이민 정책이 시험대에 오른 상황이다. 21일 AP통신과 워싱턴포스트(WP) 등에 따르면 1월 20일 바이든 대통령의 취임 직후 국경 검문소에서 적발된 불법 밀입국자의 숫자는 눈에 띄게 증가했다. 2월 한 달 동안 가족동반 밀입국자는 1만8945명, 가족이 없는 미성년자는 9297명에 달했다. 1월에 비해 각각 168%, 63%씩 증가한 수치다. 미 당국은 가족단위나 성인의 경우 국경에서 바로 돌려보내지만 미성년자가 홀로 입국한 경우에는 안전한 송환을 위해 일단 수용시설에 머물게 한다. 문제는 텍사스주 등 멕시코 국경지대에 이들을 수용할 수 있는 공간이 많지 않아 애를 먹고 있다는 점이다. 현재 구금 상태에 있는 미성년자는 1만4000명에 달한다. 이들을 당장 수용할 곳을 찾지 못한 보건복지부(HHS)는 결국 텍사스주 댈러스 시내에 있는 대형 컨벤션 센터를 긴급 보호시설로 개조해 사용하기로 결정했다. 특히 최근에는 멕시코 역시 미국이 추방하는 사람들을 수용할 형편이 안 되면서 일부 가족단위 밀입국자마저 미국이 그대로 떠안고 있는 실정이다. 인터넷매체 액시오스는 국경 지대에 이들을 수용할 호텔방을 잡기 위해 연방정부가 8600만 달러를 지출했다고 지난 주말에 보도했다. 이처럼 밀입국자의 수용에 골머리를 앓으면서 바이든 행정부는 이민 행렬을 원천적으로 차단하는데 온 힘을 쏟고 있다. 알레한도르 마요르카스 국토안보부 장관은 21일 CNN, ABC, 폭스뉴스, NBC 등 주요 방송에 겹치기로 출연해 “국경은 닫혔다”며 “우리는 가족단위 밀입국자를 추방하고 있고, 성인도 추방하고 있다”고 밝혔다. 그는 이어 “가족을 동반하지 않은 미성년자들도 멕시코 국경을 넘는 시도를 하지 말아야 한다고 강력히 권한다”며 “메시지는 분명하다. 이 여행은 매우 위험하다”고 덧붙였다. 하지만 바이든 행정부가 미국 내 불법 체류자들에게 시민권 획득의 길을 여는 법 개정을 추진하는 등 이들에 대한 지속적인 포용 정책을 펴고 있어 외부에서 밀입국을 시도할 유인은 계속 증가하고 있는 상황이다. 바이든 대통령은 1월 취임하자마자 멕시코와의 국경 장벽 건설을 중단시켰고, 망명을 신청한 사람들이 일단 멕시코에서 대기하도록 규정한 트럼프 행정부의 ‘잔류 정책(Remain in Mexico)’도 폐기했다. 공화당은 “바이든 행정부가 아무런 준비 없이 이민 정책을 바꾼 결과”라며 집중 포화에 나섰다. 마이클 매콜 텍사스주 하원의원은 “그들(바이든 행정부)은 국경 지대에 인도주의적 위기를 만들었다”면서 “여기 오고 싶으면 머무를 수 있다는 메시지를 줬기 때문”이라고 지적했다. 더그 듀시 애리조나 주지사도 방송에 출연해 “바이든은 트럼프의 이민 정책을 바꾸지 말았어야 한다”며 “그 정책은 효과를 발휘하고 있었다. 사람들이 이런 위험한 여정을 선택하는 것을 막는 역할을 했다”고 말했다. 바이든 행정부와 민주당에서는 최근의 혼란이 트럼프 행정부 때 미국의 이민 정책이 크게 흔들린 데다 대선 불복 시비 등으로 이를 제대로 인수인계받지도 못 했던 결과라고 해명하고 있다. 마요르카스 장관은 이날 방송에서 “우리는 계획을 집행하고 있는 것이고 솔직히 말해 이것이 끝나면 미국 사람들은 우리가 국경을 잘 통제하고 우리의 가치와 원칙을 지켰다고 말하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뉴욕=유재동 특파원 jarrett@donga.com}

    • 2021-03-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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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美경찰 “총격범, 증오범죄 혐의 기소 검토”

    미국 경찰이 18일(현지 시간) “조지아주 애틀랜타에서 벌어진 연쇄 총격 사건의 용의자를 증오 범죄 혐의로 기소하는 방안을 검토하고 있다”고 밝혔다. 하루 전 용의자 로버트 에런 롱(21)의 진술을 소개하면서 롱이 성중독에 빠져 범행을 저질렀을 가능성을 제기했다가 “인종혐오 범죄 혐의를 다른 명분으로 희석시키려 한다. 가해자 우선주의”란 비판이 거세지자 하루 만에 입장을 바꿨다. 조 바이든 대통령은 피해자를 추모하기 위해 연방 관공서와 군에 조기 게양을 지시했다. 애틀랜타 경찰 관계자는 이날 기자회견에서 “수사는 모든 것을 다 보고 있다. (범행 동기에 대해) 아무것도 배제하지 않는다”고 말했다. 이어 “용의자가 3곳의 마사지숍 중 두 곳을 종종 이용한 것으로 나타났다”고 밝혔다. 체로키카운티 보안관실의 제이 베이커 대변인이 17일 “용의자에겐 나쁜 날이었다”면서 롱을 동정하는 듯한 표현을 쓴 것도 사과했다. 프랭크 레이놀즈 보안관은 18일 성명에서 “경찰이 희생자 및 비극의 심각성을 경시하거나 용의자를 동정하는 마음을 표현하려 했던 것이 아니다”라며 사과했다. 베이커 대변인을 다른 사람으로 교체했다고도 밝혔다. 바이든 대통령과 카멀라 해리스 부통령은 19일 오후 12시 45분(한국 시간 20일 오전 1시 45분)경 애틀랜타를 찾아 피해 주민을 위로하고 아시아계 지도자와 만난다. 미 의회도 대응에 나섰다. 하원 법사위의 헌법·민권·시민적 자유 소위원회는 18일 ‘아시아계 미국인에 대한 차별과 폭력’을 주제로 청문회를 열었다. 이 자리에서 한국계 영 김 의원은 “인종이나 배경에 상관없이 우리 모두는 미국인”이라며 “우리나라가 이전보다 더 분열됐다고 느낄 때 협력해야 한다”고 촉구했다.뉴욕=유재동 특파원 jarrett@donga.com}

    • 2021-03-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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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아시아계에 손내민 흑인사회 “증오가 뭔지 안다”

    미국 흑인 인권운동의 대부 앨 샤프턴 목사(67·사진)가 애틀랜타 연쇄 총격 사건으로 한인 등 아시아계 미국인이 대거 희생된 것을 우려하며 “흑인 공동체도 아시아계와 연대해 증오 범죄를 규탄하는 데 힘을 모으겠다. 우리도 증오가 무엇인지 잘 알기 때문”이라고 강조했다. 인권단체 ‘내셔널액션네트워크’를 이끄는 그는 버락 오바마 전 대통령과도 가깝고 미 사회 전반에 상당한 영향력을 행사하고 있다. 샤프턴 목사는 18일(현지 시간) 뉴욕 할렘에서 기자회견을 갖고 “애틀랜타의 잔인한 살인은 우리가 아시안 대상 증오 범죄에 대항해 단합해야 할 필요를 일깨워줬다. 경찰은 아직 이 사건을 증오 범죄로 규정하지 않고 있지만 우리에겐 명백하다”며 “아시안 커뮤니티는 혼자여서는 안 된다”며 흑인 사회가 연대할 뜻을 분명히 했다. 이날 회견에는 지난해 민주당 대선 후보 경선에 참여했으며 11월 뉴욕시장 선거에 도전하는 대만계 기업가 앤드루 양, 스콧 스트링어 뉴욕시 감사원장 등 차기 뉴욕시장 후보군 8명이 참석해 미 정치권의 높은 관심을 입증했다. 회견장에서 만난 찰스 윤 뉴욕한인회장은 “샤프턴 목사가 먼저 관심을 보여 이날 회견이 이뤄졌다. 흑인 사회의 지원이 큰 힘이 된다”고 했다. 현재 지지율 1위를 달리고 있는 양은 “나 역시 자라면서 사회에서 ‘보이지 않는 존재’로서 온갖 조롱과 업신여김을 계속 당했다”면서 한동안 말을 잇지 못했다. 그는 “중국인 식당에서 종업원을 때린 사람, 아시안 중년 여성을 길바닥에서 밀친 사람, 아시안 여성의 얼굴에 염산을 부은 사람들은 피해자를 사람으로 보지 않았다”며 “지금 우리에게 필요한 것은 인간에 대한 사랑이며 아시안도 다른 사람과 마찬가지로 미국인임을 인식하는 과정이 필요하다”고 했다. 스트링어 감사원장 역시 “모든 정치인과 시장 후보가 나서서 아시아계 미국인에 대한 연대 의식을 보여줘야 한다”고 가세했다. 빌 더블라지오 뉴욕시장 역시 이날 뉴욕한인회가 퀸스 플러싱에서 주최한 희생자 추모식에 참석해 피해자들이 겪은 것은 “테러리즘”이라고 우려했다. 한국계 유명 인사의 인종차별 경험담도 쏟아졌다. CNN의 한국계 미국인 기자 아마라 손 워커(40)는 17일 방송에서 “애틀랜타 거리에서 생방송을 준비하던 중 자동차로 지나가던 누군가가 나에게 ‘바이러스’라고 소리치는 것을 들었다”고 말했다. 인기 드라마 ‘로스트’ 등에 출연한 한국계 배우 대니얼 대 김(53) 역시 CNN에 출연해 “여동생이 2015년 증오 범죄의 피해를 입었다”고 밝혔다. 캘리포니아주 로스앤젤레스 한인회는 19일 한인타운 일대에서 증오 범죄 근절을 요구하는 차량 시위를 벌이기로 했다. 이번 사건의 사망자 현정 그랜트 씨의 아들 랜디 박 씨(23)는 18일 미 온라인 매체 데일리비스트 인터뷰에서 로버트 에런 롱의 범행 동기가 성 중독이라는 전날 경찰의 발표에 대해 ‘헛소리(bullshit)’라고 분노를 표했다. 그는 “어머니는 자신의 삶을 헌신한 싱글맘이었다. 정말 슬프지만 돌봐야 할 남동생이 있어 앞으로 나아가야 한다”고 토로했다.뉴욕=유재동 특파원 jarrett@donga.com / 김민 기자}

    • 2021-03-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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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블링컨-양제츠 “할말 더 있다” 취재진 퇴장 말리며 설전 이어가

    조 바이든 미국 행정부 출범 이후 처음 열린 미중 고위급 회담에서 외교 프로토콜이 전혀 지켜지지 않는 돌발 상황이 난무했다. 통상 공개발언에서 주고받던 덕담은 자취를 감췄고 시작부터 불꽃이 튀는 신경전이 펼쳐졌다. 특히 양국 외교 사령탑인 토니 블링컨 미 국무장관(59)과 양제츠(楊潔지·71) 중국 공산당 외교담당 정치국원은 퇴장하려던 취재진을 다시 불러 세워 상대방에 대한 비난을 이어갈 정도로 거세게 대립했다. 18일(현지 시간) 알래스카주 앵커리지 캡틴쿡 호텔에서 열린 회담에서 블링컨 장관은 양 정치국원이 15분 넘는 모두발언에서 미국을 계속 비판하자 퇴장하려던 취재진을 다시 불러 세웠다. 그는 중국 측이 발언을 길게 했으니 자신 또한 덧붙이겠다며 “취임 후 약 100개국과 통화를 했으며 미국이 돌아온 것에 대한 깊은 만족을 들었다. 중국이 취하고 있는 행동에 대한 깊은 우려 또한 들었다”고 중국을 비판했다. 이어 “우리는 실수를 하고 퇴보하기도 한다. 하지만 미국은 역사 속에서 내내 그런 도전이 없는 듯 무시하지 않고 개방적이고 공개적이며 투명하게 문제를 다뤄 왔다”며 미국의 개방성과 포용성을 자랑했다. 워싱턴포스트(WP)에 따르면 취재진이 다시 회견장 밖으로 나가려고 하자 이번에는 양 정치국원이 영어로 ‘잠깐만(Wait)’이라고 나섰다. 그는 미국 측을 향해 손가락을 들어 올리며 블링컨 장관이 거들먹거리는 톤으로 이야기했다고 비난했다. 양 정치국원은 신입 외교관이던 1977년 조지 부시 전 대통령이 중국을 방문했을 때 통역 및 수행을 맡았다. 이 인연으로 부시가(家)와 돈독한 인연을 맺었다. 부시 전 대통령은 그를 ‘타이거 양’이란 별명으로 부를 정도로 아꼈다. 그가 호랑이띠인 데다 이름 ‘츠(지)’ 안에도 호랑이(虎) ‘부수’가 들어 있는 데서 유래했다. 부시 전 대통령의 아들 조지 W 부시 정권 시절인 2001∼2005년 주미 중국대사, 2007∼2013년 외교부장을 지낸 미국통이다. 이런 그가 ‘흑인 학살’ 등 거친 표현으로 미국을 비난한 것은 중국이 앞으로도 미국에 강경한 태도를 고수할 뜻을 밝힌 것으로 해석할 수 있다. 미 언론이 바이든 대통령의 ‘또 다른 자아(Alter ego)’로 평가하는 블링컨 장관 역시 중국이 최대 위협이라는 뜻을 분명히 하고 있다. 그는 2월 초 취임 후 양 정치국원과 가진 첫 통화에서 “신장위구르와 티베트에서 인권과 민주주의를 옹호하겠다”고 했다. 중국의 음력 설 기간에는 티베트의 설 축제 ‘로사’를 축하하는 영상 메시지를 공개하며 중국을 압박했다.베이징=김기용 kky@donga.com / 뉴욕=유재동 특파원}

    • 2021-03-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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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우리도 증오가 무엇인지 잘 안다”…美 흑인사회의 연대

    미국 흑인 민권운동의 대부 알 샤프턴 목사(67)가 애틀랜타 연쇄 총격 사건으로 한인 등 아시아계 미국인이 대거 희생된 것을 우려하며 “흑인 공동체도 아시안계와 연대해 혐오 범죄를 규탄하는데 힘을 모으겠다. 우리도 증오가 무엇인지 잘 알기 때문”이라고 강조했다. 샤프턴 목사는 18일(현지 시간) 뉴욕 할렘 ‘정의의 집’(House of Justice)에서 열린 기자회견에서 “애틀랜타에서 일어난 잔인한 살인은 우리가 아시안 대상 증오 범죄에 대항해 단합해야 할 필요를 일깨워줬다. 경찰은 아직 이 사건을 혐오 범죄로 규정하지 않고 있지만 우리에겐 명백하다”며 인종혐오 범죄가 분명하다는 뜻을 나타냈다. 샤프턴 목사는 “아시안 커뮤니티는 혼자여서는 안 된다”며 흑인사회가 연대할 뜻을 분명히 했다. 이날 기자회견에는 지난해 민주당 대선후보 경선에 참여한 대만계 기업가 앤드루 양, 스콧 스트링거 뉴욕시 감사원장 등 차기 뉴욕시장 후보 8명도 참석해 아시아계 인종혐오에 대한 미 정치권의 높은 관심을 입증했다. 회견장에서 만난 찰스 윤 뉴욕한인회장은 “한인 사회가 흑인 커뮤니티와 교류가 꾸준히 있었던 와중에 이런 사건이 터지니까 샤프턴 목사가 먼저 관심을 보여 회견이 이뤄졌다. 흑인 사회의 지원이 큰 힘이 된다”고 말했다. 11월 치러지는 뉴욕시장 선거에서 현재 지지율 1위를 달리고 있는 양은 “나도 평생을 아시안으로 살았다. 자라면서 사회에서 ‘보이지 않는 존재’로서 온갖 조롱과 업신여김을 계속 당했다”면서 한동안 말을 잇지 못했다. 그는 “중국인 식당에서 종업원을 때린 사람, 아시안 중년 여성을 길바닥에서 밀친 사람, 아시안 여성의 얼굴에 염산을 부은 사람, 이들은 피해자들을 사람으로 보지 않았다”며 “지금 우리에게 필요한 것은 인간에 대한 사랑이다. 아시안도 다른 사람과 마찬가지로 미국인임을 인식하는 과정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스트링거 감사원장 역시 “모든 정치인과 시장 후보들이 나서서 아시아계 미국인에 대한 연대 의식을 보여줘야 한다”고 가세했다. 한국계 유명 인사의 인종차별 경험담도 쏟아졌다. CNN의 한국계 미국인 기자 아마라 손 워커(40)는 17일 방송에서 “애틀란타 거리에서 생방송을 준비하던 중 자동차로 지나가던 누군가가 나에게 ‘바이러스’라고 소리치는 것을 들었다”고 말했다. 인기 드라마 ‘로스트’ 등에 출연한 한국계 배우 대니얼 김(53) 역시 CNN에 출연해 “여동생이 2015년 증오 범죄의 희생양이 돼 숨졌다”고 밝혔다. 18일 저녁 뉴욕한인회가 퀸즈 플러싱에서 주최한 희생자 추모식에는 빌 더블라지오 뉴욕시장이 참석해 “그들이 겪은 것은 테러리즘”이라며 “엄청난 공포를 일으켰다”고 우려했다. 캘리포니아주 로스앤젤레스 한인회 역시 19일 낮에 한인타운 일대에서 증오범죄 근절을 요구하는 차량 시위를 벌이기로 했다. 중국계 미국인의 지지도 잇따랐다. 웨인 호 중국계미국인기획위원회(CPC) 대표는 “한국, 중국, 흑인 등 모든 인종 커뮤니티가 증오 범죄를 비난하기 위해 다 함께 나서야 할 때”라고 촉구했다. 뉴욕=유재동 특파원 jarrett@donga.com}

    • 2021-03-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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