손효주

손효주 기자

동아일보 정치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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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녕하세요. 손효주 기자입니다.

hjson@donga.com

취재분야

2026-01-08~2026-02-0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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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최민식 ‘카지노’-김은숙 ‘더 글로리’… 연말 OTT 최고 기대작 쏟아진다

    배우 최민식과 올해의 대세 배우 손석구가 주연을 맡은 드라마 ‘카지노’부터 당대 최고의 스타 작가 김은숙의 온라인동영상서비스(OTT) 드라마 데뷔작 ‘더 글로리’까지. 극장가 대목인 12월 OTT에서도 OTT별 최고 기대작으로 손꼽히는 신작 드라마가 쏟아진다. 새롭게 목표를 세우고 이를 이행하느라 바빠지는 신년보다는 비교적 여유로운 연말에 가장 많은 관심을 받는 기대작을 공개해 구독자를 최대한 확보하겠다는 전략으로 풀이된다. 가장 큰 관심을 끄는 건 디즈니플러스의 오리지널 K드라마 ‘카지노’. 다음 달 21일 공개되는 이 드라마는 지난해 11월 한국에서 서비스를 시작한 디즈니플러스가 내놓은 오리지널 K드라마 중에서도 가장 큰 공을 들인 대작으로 평가된다. ‘카지노’는 최민식이 드라마 ‘사랑과 이별’(1997~1998년) 이후 24년 만에 복귀하는 드라마인데다 영화 ‘범죄도시’ 시리즈 열풍의 초석을 마련한 첫번째 편(2017년)의 강윤성 감독이 메가폰을 잡은 작품. 돈도 ‘빽’도 없이 필리핀에서 카지노의 전설이 된 남자 ‘차무식’이 살인사건에 휘말린 뒤 목숨을 건 최후의 베팅을 하게 되는 이야기를 다룬다. 최민식은 물론 올해 최고의 스타 배우가 된 손석구가 출연하는 만큼 디즈니플러스의 한국 서비스 시작 이후 최고 히트작이 될 것이란 기대가 높다. 디즈니플러스가 사실상 넷플릭스 장악하다시피 한 국내 OTT 시장 판도에 지각변동을 일으킬 수 있을지가 카지노‘의 성공 여부에 달렸다는 관측도 나온다. 이에 앞서 디즈니플러스는 다음 달 7일 ‘커넥트’를 공개한다. 세계적 거장 감독 쿠엔틴 타란티노가 광팬이라고 밝힌 일본 고어물 거장 미이케 다카시 일본 감독이 연출한 작품이다. 지난달 부산국제영화제에서 전체 6화 중 3화까지가 먼저 공개돼 큰 화제를 모았다. 일본 감독이 연출한 K드라마여서 호기심을 자극하는 데다 정해인 등 화제성이 높은 배우들이 출연하는 점, 동명의 인기 웹툰이 원작인 점 등이 어우러져 ‘카지노’ 공개 전 분위기를 띄우는 역할을 할 것이란 기대가 높다. ‘도깨비’ ‘파리의 연인’ ‘미스터 선샤인’ ‘태양의 후예’ 등 대한민국을 뒤흔든 인기 드라마를 남긴 방송계의 전설 김은숙 작가가 대본을 쓴 넷플릭스 오리지널 드라마 ‘더 글로리’도 올 연말 공개를 잠정 확정한 것으로 알려졌다. 배우 송혜교의 OTT 드라마 데뷔작으로 학교폭력 피해자였던 한 여성이 가해자들에게 복수하는 과정을 이야기를 그는 드라마다. 최근 폭력성이나 대사 수위 등이 높아 청소년관람불가 등급을 받았다. 김 작가가 달콤한 분위기의 멜로물을 주로 써온 만큼 그가 쓴 청소년관람불가 등급의 정통 장르물은 어떤 모습일지를 두고 호기심이 증폭되는 분위기다. 김은숙이라는 대박 브랜드를 달고 나온 이 드라마로 올해 ‘지금 우리 학교는’ ‘수리남’ 외에 이렇다 할 대박 드라마를 건지지 못한 넷플릭스가 부진을 한 방에 만회할 수 있을지도 주목된다. 토종 OTT의 라인업도 만만치 않다. 왓챠는 배우 한석규의 OTT 드라마 데뷔작 ‘오늘은 좀 매울지도 몰라’를 다음 달 1일 공개하며 12월 OTT 대전에 도전장을 던진다. 아내를 위해 요리에 도전하는 남편 등 가족 이야기를 그린 휴먼 드라마로 자극적인 내용의 장르물이 상당수인 OTT 드라마 시장에서 차별화를 노린다. 티빙 역시 다음 달 9일 ‘술꾼 도시 여자들2’를 공개한다. 지난해 10월 공개된 이 드라마 시즌1은 시즌1이 당시 기록한 주간 유료가입기여자수가 역대 티빙 오리지널 콘텐츠 중 현재까지 1위 자리를 지키고 있을 정도로 큰 인기를 끌었다. 시즌1이 두꺼운 팬덤을 확보한 만큼 연말 시즌2 공개를 통해 가입자를 대거 끌어모을 수 있을 것으로 티빙은 기대하는 분위기다. 정덕현 대중문화평론가는 “OTT 드라마는 한 번에 모든 회차가 공개되는 경우가 많아 콘텐츠 소비에 상당한 시간이 필요하다”며 “신년에 비해 마음과 시간의 여유더 있는 연말에 공개해 시청자들에게 강렬한 인상을 남기면 업체 인지도가 높아져 신년에 구독자를 대거 확보하는데 한층 유리할 것“이라고 말했다. 손효주 기자 hjson@donga.com}

    • 2022-11-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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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대∼한민국 짝짝짝짝짝” 영화관서 월드컵 응원

    권순일 씨(40)는 24일 오후 10시 열리는 한국 대표팀의 2022 카타르 월드컵 조별리그 첫 경기인 우루과이전을 보려고 집 근처 CGV 표를 예매했다. 표는 1인당 2만 원. 아내와 함께 우루과이전은 물론이고 가나전(28일), 포르투갈전(12월 3일)까지 모두 영화관에서 볼 예정이다. 그는 “영화관은 인원이 제한돼 안전하다”며 “사운드가 좋은 데다 화면이 크고 사람들과 어우러져 응원할 수 있는 등 거리 응원과 TV 시청의 장점을 다 갖춰 영화관을 택했다”고 말했다. 월드컵 조별리그 경기를 앞두고 이를 생중계하는 영화관 단체 응원이 주목받고 있다. 22일 현재 조별리그 경기를 단독 생중계하는 CGV 지점 중 유명 지점 표는 거의 다 팔린 상태다. 서울 용산구 CGV 용산아이파크몰의 경우 22일 오전 11시 기준으로 예매 가능한 우루과이전 생중계 3개관 755개 좌석(프라이빗 좌석 8개 포함) 중 96%(727석)가 팔렸다. 젊은층이 몰리는 강남구 CGV 강남 역시 2개관 282석 가운데 8석만 남고 다 판매됐다. CGV는 전국 189개 지점 중 92개 지점 278개 상영관(4만7000석)에서 생중계를 진행한다. 21일 기준으로 우루과이전 표 판매량은 8200장을 넘었다. 황재현 CGV 커뮤니케이션팀장은 “통상 경기 당일에 표가 절반 넘게 팔리는 걸 고려하면 우루과이전 표 판매량만 2만여 장이 될 것으로 예상된다”고 했다. 영화관 응원은 과거에도 월드컵이 열릴 때마다 인기였지만 이번에 더 주목받는 건 이태원 핼러윈 참사 영향 때문으로 보인다. 대한민국 축구대표팀 응원단 ‘붉은악마’가 서울 광화문광장에서 거리 응원을 할 예정이지만 안전에 대한 우려로 예년만큼 열기가 뜨겁지는 않을 것이라는 의견이 적지 않다. 이번 월드컵이 사상 첫 겨울 월드컵이란 점도 실내 단체 응원에 대한 관심을 높이고 있다. 한국 대표팀의 3차례 경기 모두 기온이 뚝 떨어지는 오후 10시 이후에 열려 실내를 선호하는 이들이 많다. CGV는 30일 개봉하는 영화 ‘탄생’의 주인공인 배우 윤시윤과 함께 응원하는 특별 회차를 진행하고 생중계 표를 예매한 고객에게 한국 영화 할인 쿠폰을 지급하는 등 여러 행사를 마련하고 있다.손효주 기자 hjson@donga.com}

    • 2022-11-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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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영화관서 “대~한민국”…한국 경기 중계 극장 티켓 불티

    권순일 씨(40)는 24일 밤 10시(한국시간)부터 열리는 한국 국가대표팀의 2022 카타르 월드컵 조별리그 첫 경기인 우루과이 전을 보려고 집 근처 CGV 표를 예매했다. 부인과 함께 우루과이 전은 물론 가나 전(28일), 포르투갈 전(12월 3일)까지 모두 영화관에서 관람할 예정이다. 그는 “영화관은 인원이 제한돼 확실히 안전하다”며 “사운드가 좋은데다 화면이 크고 사람들과 어우러져 응원할 수 있는 등 거리 응원과 TV 시청의 장점을 합쳐놓은 공간”이라고 말했다. 대표팀의 월드컵 조별리그 경기를 앞두고 대형 스크린으로 경기를 생중계하는 영화관 단체 관람 및 응원이 주목받고 있다. 조별리그 경기를 단독 생중계하는 CGV의 유명 지점 표는 이미 거의 다 팔린 상태. 서울 용산구 CGV 용산아이파크몰의 경우 24일 우루과이 전 생중계 상영에 배정된 프라이빗 박스 내 8개 좌석을 포함한 총 755개 좌석은 22일 오전 11시 현재 727개 좌석이 팔렸다. 젊은층들이 몰리는 서울 강남구 CGV 강남 역시 2개 관 282석 중 8석을 제외하고 모두 팔린 상태다. CGV는 전국 189개 지점 가운데 93개 지점 270여 상영관에서 이번 월드컵 경기를 생중계하는데 21일까지 우루과이 전 생중계 표 판매량은 8200장을 넘어섰다. 황재현 CGV 커뮤니케이션 팀장은 “통상 경기 당일에 절반이 넘는 표가 팔리는 것을 고려하면 우루과이 전 표 판매량만 총 2만여 장 안팎에 이를 것으로 예상한다”고 했다. 영화관 응원은 2018 러시아 월드컵 등 이전 월드컵 개최 때도 진행돼왔던 이벤트. 그러나 유독 올해 월드컵에서 영화관 응원이 주목받고 있는 건 이태원 핼러윈 참사 영향이 큰 것으로 해석되고 있다. 현재 축구 국가대표 응원단 ‘붉은악마’가 서울 광화문광장에서 거리 응원 행사 개최를 추진하고 있지만, 거리응원이 성사되더라도 참사 이후 안전 관련 우려가 어느 때보다 커 예년만큼 열기가 뜨겁지는 않을 것으로 보인다. 게다가 이번 월드컵이 사상 첫 겨울 월드컵이란 점도 실내 단체 응원에 대한 관심을 끌어올리는 부분이다. 3차례 경기가 모두 기온이 뚝 떨어지는 오후 10시 이후에 진행되는 만큼 실내에서의 단체 응원을 선호하는 이들이 많다. CGV는 30일 개봉하는 영화 ‘탄생’의 주인공 배우 윤시윤이 참석해 함께 응원하는 특별 회차를 마련하고, 생중계 표 예매 고객에게 한국 영화 할인 쿠폰을 지급하는 등 다양한 이벤트를 마련해 더 많은 관객을 모을 계획이다. 손효주 기자 hjson@donga.com}

    • 2022-11-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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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제1회 동아주니어국악콩쿠르 참가자 모집

    동아일보와 정효문화재단이 ‘제1회 동아주니어국악콩쿠르’ 참가자를 12월 9일까지 모집한다. 동아일보는 1985년 창설된 뒤 국악계 최고 권위의 등용문으로 자리 잡은 동아국악콩쿠르에 이어 정효문화재단과 함께 동아주니어국악콩쿠르를 새롭게 선보인다. 이번 콩쿠르는 국악계를 빛낼 재능 있는 꿈나무들에게 한 단계 더 성장할 기회를 제공하기 위해 마련했다. 콩쿠르 참가 대상은 대한민국 국적인 초등학생과 중학생, 또는 같은 연령에 해당하는 청소년이다. 현악과 관악, 성악, 무용 등 4개 부문으로 나눠 신청을 받는다. 참가 신청 및 과제곡은 동아주니어국악콩쿠르 홈페이지(www.donga.com/concours/juniorgugak)에서 확인할 수 있다. 예선 경연은 다음 달 말 서울 서초구 정효아트홀 및 국립국악원 국악연수관에서 열린다. 본선 경연은 정효아트홀에서 진행된다. 정확한 일정과 장소는 다음 달 9일 참가 접수가 끝난 뒤 다시 안내할 예정이다. 각 부문 입상자에게는 상금과 상장을 수여하고 특전도 제공한다. 독주회 장소를 무료로 제공하고 국악방송 출연 기회도 준다. 참가자들은 국악계 최고 수준의 심사위원들로부터 멘토링도 받을 수 있다. 동아일보와 정효문화재단은 참가자들이 세계무대에 한국문화를 알릴 대표 국악인으로 성장할 수 있도록 지원할 예정이다. 국악방송과 전통공연예술진흥재단 등 국악 관련 기관이나 단체와의 협력을 통해 입상자에게 제공하는 특전 기회를 앞으로 더 넓혀갈 계획이다. 02-523-6268, junior_gugak@gmail.com손효주 기자 hjson@donga.com}

    • 2022-11-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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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라틴 그래미 신인상 95세 가수 “너무 늦은 건 없다”

    “삶은 힘들지만 탈출구가 있어요. 너무 늦은 건 없습니다.” 미국 라스베이거스에서 17일(현지 시간) 열린 제23회 라틴 그래미 어워즈에서 가수이자 작곡가인 앙헬라 알바레스가 95세에 신인상을 받았다. 2000년 시작된 라틴 그래미 어워즈에서 신인상을 받은 역대 최고령 수상자다. 라스베이거스의 미켈롭 울트라 아레나에서 개최된 이날 시상식에서 알바레스와 가수이자 작곡가인 실바나 에스트라다(25)는 ‘최우수 신인 아티스트’ 부문에서 공동 수상의 영예를 안았다. 시상자가 알바레스를 호명하자 객석에 있던 가수와 작곡가 등 모두가 기립박수를 보냈다. 일부는 환호성을 지르며 눈물을 훔치기도 했다. 에스트라다는 먼저 무대로 향하는 계단에 올라 알바레스의 손을 잡고 조심조심 안내했다. 백발의 알바레스는 무대에 올라 “노래로 내 이야기를 하고 나같이 역경을 겪은 이들을 위로할 수 있어 자랑스러웠다”며 “이 상을 신과 내 사랑하는 조국 쿠바에 바치고 싶다”며 말문을 열었다. “저는 포기하지 않고 항상 싸워왔습니다. 아직 꿈을 이루지 못한 분들에게 해주고 싶은 말이 있습니다. 신념과 사랑이 있다면 그 꿈을 이룰 수 있다는 겁니다. 저는 확신합니다. 어떤 것도 너무 늦은 건 없습니다.” 미국 연예지 피플 등에 따르면 쿠바 출신인 알바레스는 10대 때부터 음악 활동을 해왔지만 첫 앨범을 낸 건 94세 때였다. 1962년 자녀 네 명을 먼저 미국에 보낸 뒤 뒤따라 온 그는 자녀들을 보육원에 보내고 청소 등을 하며 생계를 꾸려 왔다. 고된 이민 생활에도 그는 꾸준히 기타를 치며 음악에 대한 사랑을 이어왔다. 하지만 대중이 아닌 친구나 가족 앞에서만 연주하고 노래했다. 어린 시절 가수가 되는 걸 반대한 아버지의 영향으로 90세가 될 때까지 공개 활동을 하지 않았다고 한다. 하지만 음반 제작자인 손자 카를로스 호세 알바레스가 우연히 그가 작곡한 노래들을 발견하며 상황은 바뀌었다. 카를로스는 “할머니가 일생에 걸쳐 한 작업을 가족의 유산으로 남겨야 한다”고 믿었다. 91세 생일에 미국 로스앤젤레스(LA)에서 처음 정식 공연을 연 알바레스는 드디어 지난해 15곡이 실린 첫 앨범을 발표했다. 알바레스는 수상 직후 빌보드와의 인터뷰에서 “상을 받고 내 꿈이 이뤄진 걸 알았다”며 “95세란 나이는 조금도 문제가 되지 않는다”고 말했다. 그의 인터뷰가 담긴 유튜브 영상에는 ‘정말 아름답다’, ‘엄청난 지혜가 담긴 노래’, ‘큰 영감을 줬다’ 등 찬사 어린 댓글이 계속 달리고 있다. 라틴 그래미 어워즈는 미국 그래미 어워즈를 주관하는 리코딩아카데미가 만든 라틴리코딩아카데미가 주관하는 상으로, 스페인어와 포르투갈어로 된 라틴계 음악을 대상으로 한다.손효주 기자 hjson@donga.com}

    • 2022-11-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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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시간이 멈춘듯한 104분… 무자극-느림에 빠지다

    영화엔 흥미를 끌 만한 서사가 없다. 일상이 무심하고 느리게 흘러갈 뿐. 청춘 남녀 주인공이 등장하지만 특별한 로맨스도 없다. 인간적인 호감을 갖게 되는 모습 정도만 그려진다. 그런데 104분 동안 가만히 보게 된다. 무자극과 느림은 이 영화를 계속 보게 만드는 힘이다. 24일 개봉하는 ‘창밖은 겨울’ 이야기다. 영화의 무대는 경남 창원시 진해구. 진해는 벚꽃으로 유명한 봄의 도시지만 영화엔 익숙한 진해의 봄 대신 늦가을과 초겨울이 담겼다. 영화는 서울에서 영화감독을 하다가 고향 진해로 와 버스 기사로 일하는 석우(곽민규)와 버스터미널 매표소 직원이자 유실물 보관소 업무를 하는 영애(한선화)의 일상을 따라간다. 석우는 터미널에서 발견한 고장난 MP3플레이어를 유실물 보관소에 가져다준다. 석우는 영애에게 MP3 주인이 왔느냐고 틈만 나면 묻는다. 영애는 MP3에 집착하는 그가 신기하다. 영애는 MP3는 누군가 버린 거라고 말한다. 보관소 가득한 물건들도 대부분 찾아가지 않는 만큼 버린 거나 마찬가지라는 것. 석우는 “잃어버린 것”이라며 찾아올 사람이 있을 거란 미련을 가진다. 두 사람은 MP3를 고칠 수리점을 찾거나 함께 퇴근하며 진해 거리와 골목을 다닌다. 시간이 멈춘 듯한 진해 곳곳의 풍경은 이 별것 없는 이야기를 계속 지켜보게 만든다. 도시인 듯 시골인 듯한 모습과 버스터미널, ‘이용원’ ‘인판사(인쇄소)’ 등 모든 것이 과거에 머물러 있는 듯한 한적한 소도시는 그 모습 자체로 묘한 안정감을 준다. 최근 기자간담회에서 이상진 감독(31)은 “진해가 고향이다. 20년 가까이 살았던 만큼 자연스럽게 영화 무대가 되는 것 같다”고 했다. 유실물 보관소에 놓인 MP3는 잃어버린 것인지 버린 것인지 모를 청춘의 꿈 같다. 서른한 살의 석우는 영화감독의 꿈을 버린 것일까, 잠시 잃어버린 것일까. 배우 곽민규는 늘 생각에 잠겨 있고 좀처럼 표현을 하지 않는 석우 캐릭터를 통해 꿈도 사랑도 어중간한 경계에 선 채 조용히 방황하는 청춘의 모습을 자연스럽게 담아냈다. 겨울 초입 아날로그 세상에 머물러 있는 소도시를 천천히 걸으며 잠시나마 쉬는 느낌을 받을 수 있는 건 이 영화의 가장 큰 매력. “이제 진짜 겨울이네요” “그러네요. 제법 추워졌어요” 등 오랜만에 듣는 평범하고 무해한 대사들이 반갑다. 손효주 기자 hjson@donga.com}

    • 2022-11-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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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음향-좌석 ‘리뉴얼’… 세계최대 스크린 인증나서

    영화관들이 업체별 대표 상영관을 국내 최고 상영관으로 만드는 작업에 박차를 가하고 있다. 관객 수가 팬데믹 이전인 2019년 수준으로 회복되지 않자 대표 상영관을 ‘성지 중의 성지’로 키워 영화 팬의 발길을 붙잡으려는 전략으로 풀이된다. 롯데시네마는 서울 송파구 롯데시네마 월드타워 내 수퍼플렉스G관을 리뉴얼해 이달 말쯤 공개할 예정이다. 수퍼플렉스G관의 스크린은 가로 34m, 세로 13.8m, 총면적 469.2m² 규모로 2014년 세계 최대 스크린으로 기네스 세계 기록에 등재됐다. 이후 중국 영화관에 이 자리를 내줬지만 여전히 영화 팬들 사이에선 한국 대표 상영관으로 통한다. 롯데시네마는 상영관 내 어느 자리에서도 사운드가 고르게 전달될 수 있도록 음향 시스템인 돌비 애트모스 시스템을 개선했다. 프리미엄 리클라이너 좌석을 도입하는 등 한 상영관 내에서도 좌석 유형을 다양화하고 스크린 화질도 개선해 최고의 관람 환경을 제공하겠다는 방침이다. CGV는 올해 6월 리뉴얼한 영등포구 CGV영등포 스크린X관을 세계에서 가장 큰 스크린으로 등재하는 작업에 나섰다. 이 상영관의 스크린은 정면과 좌우까지 3개 면이 이어진 형태다. 길이 총 72m, 최대 높이 13.9m로 총면적 883.5m²에 달한다. 지난달 CGV는 한국기록원으로부터 이 스크린이 세계에서 가장 크다는 인증을 받았고, 기네스 세계 기록 공식 등재도 준비하고 있다. 앞서 2009년 CGV는 영등포 스크린X관의 전신인 스타리움관 스크린(가로 31.38m 세로 13m, 총면적 407.9m²)을 세계에서 가장 큰 스크린으로 기네스 세계 기록에 등재한 바 있다. 이 영광을 13년 만에 되찾겠다는 것이다. CGV는 서울 용산구 CGV용산아이파크몰 아이맥스관, 4DX스크린관과 더불어 영등포 스크린X관을 관람 몰입도를 최고 수준으로 끌어올릴 수 있는 CGV 3대 상영관으로 내세우고 있다. 황재현 CGV 커뮤니케이션팀장은 “상영관의 관람 환경을 지속적으로 개선해 더 많은 관객이 영화관을 찾도록 하겠다”고 말했다. 손효주 기자 hjson@donga.com}

    • 2022-11-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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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청춘의 꿈은 잃어버린 것일까…겨울 초입과 어울리는 영화 ‘창밖은 겨울’

    영화엔 뚜렷한 서사가 없다. 영화 속 세상은 멈춰있는 듯하다. 일상이 그저 무심하고 느리게 흘러갈 뿐. 청춘의 남녀 주인공이 등장하지만 별다른 로맨스도 없다. 인간적인 호감을 갖게 되는 모습만 어렴풋이 그려진다. 그런데 104분 동안 가만히 보게 된다. 무심함과 무자극 느림은 이 영화를 계속 보게 만드는 힘이다. 24일 개봉하는 ‘창밖은 겨울’ 이야기다. 영화의 무대는 경남 창원시 진해구. 옛 진해시 일대다. 진해는 벚꽃으로 유명한 봄의 도시지만, 영화엔 익숙한 진해의 봄 대신 다소 낯선 늦가을과 초겨울이 담겼다. 영화는 서울에서 영화감독을 하다가 고향 진해로 와 시내버스 기사로 일하는 석우(곽민규)와 버스터미널 매표소 직원이자 유실물 보관소 업무를 하는 영애(한선화)의 일상을 따라간다. 석우는 터미널 대기실에서 발견한 고장 난 MP3를 유실물 보관소에 가져다준다. 석우는 영애에게 MP3 주인이 왔느냐고 틈만 나면 묻는다. 거의 쓰는 사람이 없는 MP3에 집착하는 그가 영애는 조금 신기하다. 영애는 MP3는 누군가 잃어버린 게 아니라 버린 거라고 말한다. 유실물 보관소 가득한 물건들도 대부분 찾아가지 않는 만큼 버린 거나 마찬가지라는 것. 석우는 “잃어버린 것”이라며 찾아올 사람이 있을 것이란 미련을 품는다. 두 사람은 문제의 MP3를 고칠 수리점을 찾아 진해 골목을 곳곳을 다닌다.영화 속 시간이 멈춘 듯한 진해 곳곳의 풍경은 이 별것 없는 이야기를 계속 지켜보게 만든다. 도시인 듯 시골인 듯한 소도시 특유의 모습과 버스 터미널, 골목골목 들어선 작은 집, ‘이용원’ ‘인판사(인쇄소)’ 등 과거에 머물러있는 공간까지 모든 것이 오래된 이 한적한 소도시는 그 모습 자체로 잔잔한 매력을 빚어낸다. 두 사람이 오래된 공간에서 천천히 걷는 모습만 봐도 마음이 치유되는 느낌이다. 최근 기자간담회에서 이상진 감독은 “진해가 고향이다. 20년 가까이 살았던 만큼 자연스럽게 영화 무대가 되는 것 같다”며 “진해가 완전 시골도 아니고 도시도 아니어서 시간이 멈춰있는 듯한 느낌을 자아낸다. 그런 부분들에 매력을 느낀다”고 했다. 주요 소품인 유실물 보관소에 놓인 MP3는 잃어버린 것인지 버린 것인지 모를 청춘의 꿈같다. 31세 석우는 영화감독의 꿈을 버린 것일까. 잠시 잃어버린 것일까. 배우 곽민규는 늘 생각에 잠겨있고 좀처럼 표현을 하지 않는 석우 캐릭터를 통해 경계에 선 청춘의 모습을 자연스럽게 담아냈다. 강하고 톡 쏘는 캐릭터를 주로 연기해온 배우 한선화는 이번엔 가장 평범한 모습을 그려내느라 공을 들였다. 진해 현지의 노인 등 평범한 사람들을 보조출연자로 캐스팅하는 등 진해의 모습을 사람들까지 있는 그대로 담아내려 한 감독의 연출 솜씨가 돋보인다. 북적이고 시끄러운 대도시를 벗어나 여전히 아날로그 세상에 머물러있는 소도시를 잠시나마 조용히 여행하는 느낌을 주는 건 이 영화의 가장 큰 매력이다. “아 이제 진짜 겨울이네요” “그러네요. 제법 추워졌어요” 등 평범하기만 한 무자극 대사가 가진 매력을 담아낸 작품으로 겨울 초입 혼자 보기 좋은 영화다. 손효주기자 hjson@donga.com}

    • 2022-11-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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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데뷔 25년만에 첫 왕… 관객들 안 웃어 안심”

    “‘왜 나야? 다른 배우 많잖아?’ 이 말부터 나오더라고요.” 배우 유해진(52)이 1997년 ‘블랙잭’으로 영화계에 발을 들인 후 25년 만에 처음 왕 역을 제안받고 감독에게 한 말이다. 그는 23일 개봉하는 영화 ‘올빼미’에서 조선 16대 왕 인조로 열연했다. 현대극과 사극을 막론하고 그는 주로 코믹한 캐릭터를 맡아왔다. 사극만 좁혀 보면 영화 ‘왕의 남자’(2005년)에선 광대 육갑 역을, ‘해적: 바다로 간 산적’(2014년)에선 해적에서 산적으로 전향(?)하는 철봉 역을 맡아 천민을 연기해왔다. 그런 그에게 웃음기라고는 없는 데다 최고 신분인 왕 역을 제안한 이는 ‘왕의 남자’ 조감독 출신의 안태진 감독. 서울 종로구의 한 카페에서 최근 만난 유해진은 “안 감독은 나를 택한 이유로 ‘조금 다른 왕이었으면 한다’고 하더라. 그래서 ‘내가 하면 확 다르겠지’라고 되받아쳤다”며 웃었다. 영화에서 유해진은 왕 그 자체다. 상영 25분이 지나서야 왕실의 보일 듯 말 듯한 얇은 막 뒤에서 모습을 드러내는 그는 언뜻 비치는 존재 자체로 관객이 자세를 고쳐 앉게 만든다. 평소 코믹한 이미지는 모두 털어냈다. 권력에 눈이 멀어 광기에 휩싸인 인조를 지금껏 본 적 없는 왕 캐릭터로 탄생시켰다. 그는 “원래 시나리오에는 인조가 ‘짠’ 하고 등장했다”며 “아무리 영화라도 대중이 가진 유해진에 대한 이미지가 있지 않으냐. 관객에게도 마음의 준비가 필요할 거라고 생각해 서서히 나타나는 것으로 바꾸자고 제안했다”고 말했다. 이어 “시사회에서 내가 처음 나올 때 관객들이 실소를 터뜨리진 않더라. 나를 왕으로 받아들이는구나 싶어 안심했다. 정말 걱정을 많이 했다”고 덧붙였다. 영화는 인조실록에 실린 인조의 장남 소현세자(1612∼1645)의 죽음에 관한 기록에 상상을 더한 스릴러물이다. 병자호란 후인 1637년 청나라에 인질로 갔다가 8년 만에 돌아온 소현세자는 인조 23년(1645년), 귀국 한 달여 만에 사망한다. 사인은 학질(말라리아). 그러나 시신 외관으로 볼 때 인조가 의관 이형익을 시켜 독침을 놓아 죽인 것이라는 독살설이 제기돼왔다. 영화에는 세자의 죽음을 목격한 유일한 인물로, 빛이 없을 때만 희미하게 볼 수 있는 궁중 시각장애인 침술사 경수(류준열)라는 가상의 인물이 등장한다. 주로 어스름한 시간을 배경으로 세자가 죽어가는 모습과 진범을 찾는 과정이 팽팽한 긴장 속에서 그려진다. 권력욕에 부정마저 버린 비정한 아버지이자 왕위를 뺏길지 모른다는 병적인 불안감에 시달리는 왕을 연기하는 유해진은 숨이 막히는 수준까지 긴장감을 끌어올린다. 유해진은 “인조를 연기할 때 더도 덜도 말고 역사에 기록된 내용만을 생각했다”며 “광기를 표현할 땐 무대에서 연극 한 편을 한다는 생각으로 임했다”고 말했다. 그는 안면 마비로 한쪽 얼굴 근육이 미세하게 떨리거나 입이 비뚤어져 말할 때 웅얼거리는 모습까지, 실제 환자처럼 연기한다. 그는 “주변에 안면 마비를 앓는 분들 모습을 참고했다”며 “말을 하고 싶은데 말이 잘 나오지 않는 인조의 모습은 저의 아버지가 돌아가실 때 모습”이라고 했다. 시사회를 통해 왕으로 분한 유해진을 접한 평단은 극찬했다. 그럼에도 베테랑 배우는 관객에게 정식으로 영화를 선보이기에 앞서 긴장한 모습이 역력했다. “왕 역할을 한 번쯤 해보면 좋겠다는 생각은 했었어요. 관객들이 ‘이야, 뭐? 유해진이 왕을 한다고? 어떻게 하나 한번 보자’ 이런 생각만 안 하고 편하게 보셨으면 하는 바람뿐입니다.(웃음)”손효주 기자 hjson@donga.com}

    • 2022-11-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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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유해진 “첫 왕 역할에 ‘왜 나야?’…관객들 웃으면 어쩌나 걱정”

    “‘아니 왜 나야? 다른 배우들 많잖아?’ 섭외를 받고 이 말부터 나왔죠.” 배우 유해진(52)이 1997년 ‘블랙잭’으로 영화계에 발을 들인 이후 25년 만에 처음 왕 역할을 제안받고 감독에게 한 말이다. 그는 23일 개봉하는 사극 영화 ‘올빼미’에서 조선 16대 왕 인조로 열연했다. 현대극과 사극을 막론하고 그는 주로 코믹한 캐릭터를 맡아왔다. 사극만 좁혀보면 ‘왕의 남자’(2005년)에선 광대 육갑 역을, ‘해적: 바다로 간 산적’(2014년)에선 해적에서 산적으로 전향하는 철봉 역을 맡는 등 천민을 연기해왔다. 그런 그에게 인조 역을 제안한 이는 ‘왕의 남자’ 조감독이었던 안태진 감독. 안 감독은 그의 장편영화 데뷔작 ‘올빼미’의 주인공 인조에 기존 이미지로 볼 때 전혀 어울리지 않을 법한 유해진을 섭외하는 파격적인 선택을 했다. 최근 서울 종로구의 한 카페에서 만난 유해진은 “안 감독은 나를 택한 이유로 ‘조금 다른 왕이었으면 한다’고 하더라. 그래서 ‘그렇지 내가 하면 확 다르겠지’라고 했다”라며 웃었다. 영화에서 유해진은 왕 그 자체다. 웃음기를 쫙 뺀 채 등장한 그는 왕 역할에서 조금도 겉돌지 않는다. 기존 이미지도 떠오르지 않는다. 영화 상영 25분이 지나서야 왕실의 보일 듯 말 듯 한 얇은 막 뒤에서 등장하는 그는 존재 자체로 관객이 자세를 고쳐 앉고 몰입하게 만든다. 그는 권력욕에 눈이 먼 나머지 광기에 휩싸인 인조를 지금껏 본 적 없는 왕 캐릭터로 새롭게 해석해냈다. 그는 “원래 시나리오에는 인조가 ‘짠’하고 등장하는 설정이었다”며 “아무리 영화라도 대중이 가진 유해진에 대한 이미지가 있지 않으냐. 관객에게도 마음의 준비를 할 시간이 필요할 거라고 생각해 서서히 나타나는 것으로 바꾸자고 내가 제안했다“고 말했다. 이어 “시사회에서 보니 내가 처음 나올 때 관객들이 실소를 터뜨리진 않더라”며 “나를 왕으로 받아들이고 계시구나 싶어 안심했다. 정말 걱정을 많이 했다”고 했다. 영화는 인조실록에 실린 인조의 장남 소현세자(1612~1645)의 죽음에 관한 역사적 사실에 상상을 더한 스릴러물. 병자호란 이후인 1637년 청나라에 인질로 갔다가 8년 만에 돌아온 소현세자는 인조 23년(1645년) 귀국 한 달여 만에 사망한다. 사인은 학질(말라리아)로 기록돼있지만 시신 외관으로 볼 때 인조가 의관 이형익을 시켜 독침을 놓아 죽인 것이라는 독살설이 제기돼왔다. 영화는 빛이 없는 경우만 희미하게나마 볼 수 있는 궁중 내의원 시각장애인 침술사 경수(류준열)라는 가상의 캐릭터를 세자의 죽음을 목격한 유일한 인물로 등장시킨다. 주로 어스름한 시간을 배경으로 세자가 죽는 모습과 진범을 찾는 과정이 팽팽한 긴장감 속에서 그려진다. 권력욕 앞에 부정마저 버린 비정한 아버지이자 언제 왕위를 뺏길지 몰라 병적인 불안감에 시달리는 왕을 연기하는 유해진은 이 긴장감을 최고치로 끌어올리는 일등 공신이다. 유해진은 “인조를 표현할 때 더도 덜도 말고 역사적 기록에 나오는 내용 그대로만 가지고 연기하자고 생각했다”며 “인조의 광기를 표현할 땐 영화 촬영 현장이라기보다 무대에서 연극 한 편을 한다는 생각으로 임했다”고 했다. 그는 안면마비로 한쪽 얼굴 근육이 미세하게 떨리거나 증상 악화로 한쪽 입이 비뚤어지면서 말을 할 때 웅얼거리는 모습까지 자연스럽게 소화해냈다. 그는 “주변에 안면마비를 앓는 분들의 모습을 참고했다”며 “말을 하고 싶은데 말이 제대로 나오지 않는 인조의 마지막 모습은 아버지가 돌아가실 때 모습이다”라고 했다. 처음 왕을 맡은 그의 모습을 시사회를 통해 먼저 접한 언론과 평단은 성공적인 연기 변신이라며 찬사를 보내고 있다. 그러나 관객들에게 정식으로 영화를 선보이기에 앞서 베테랑 배우는 긴장한 모습이 역력했다. “왕 역할을 한 번쯤 해보면 좋겠다는 생각은 늘 했었어요. 어떤 모습일지 저도 궁금했거든요. 관객들이 ‘이야 뭐? 유해진이 왕을 한다고? 어떻게 하나 한번 보자’ 이런 생각만 안 하고 그냥 편하게 와서 보셨으면 하는 바람뿐입니다.(웃음)”손효주 기자 hjson@donga.com}

    • 2022-11-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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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책의 향기]“종로서적 앞에서 만나”가 통하던 시절

    1945년 말 정식 등록된 국내 출판사는 45개에 불과했다. 그런데 1948년 말이 되자 792개로 폭증한다. 광복이 출판계에도 해방을 부른 것. 쏟아져 나오는 책을 팔 곳이 부족하자 길거리 좌판이 등장했다. 노점책방 전성시대가 열린 것. 당시 대구에서 노점책방을 연 김원대는 “동아일보 같은 신문 서너 가지를 벌여놨는데 아주 잘 팔렸다. 우리말로 된 출판물은 가져다 놓기 무섭게 팔렸다”고 회고했다. 특정 분야 책을 파는 전문서점의 시초는 일제강점기이던 1923년 서울 종로구 안국동에 문을 연 행림서원이다. 한의학 서적을 전문적으로 간행한 출판사이자 서점으로 ‘향약집성방’ 등 조선시대 의서 복간에 힘쓰는 한편 한의서를 대량 공급하는 체제를 구축하는 데 앞장섰다. 저자는 골목책방을 3년간 운영하기도 한 책·서점 전문가다. “나에게 서점은 무궁무진한 이야기가 숨어 있는 가능성의 공간”이라는 예찬론을 펼치며 서점 뿌리 찾기에 나선다. 1899년 7월 황성신문에 실린 청일전쟁을 다룬 역사서 ‘중동전기’ 광고를 보면 ‘정두환지전’ 등 ‘지물포’를 뜻하는 지전(紙廛)을 책 판매처로 소개한다. 이는 지물포에서 근대 서점이 태동했음을 보여준다. 1963년 문을 연 뒤 서울의 대표적인 약속 장소로 자리매김했던 당시 국내 최대 서점이자 서점문화 혁신의 상징 ‘종로서적’, 1980년대 민주화 물결과 함께 곳곳에서 생겨난 사회과학서점 등 서점에 대한 모든 것이 담겼다. 전국 곳곳에서 약속 장소로 사랑받던 서점 상당수가 역사 속으로 사라진 시대, 누구나 갖고 있는 서점에 대한 추억을 오랜만에 소환시킨다. 손효주 기자 hjson@donga.com}

    • 2022-11-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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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22년 전 밀레니얼 ‘갬성’, MZ는 ‘동감’할까

    회색 머리에 플라스틱으로 만든 일명 ‘테크노 가방’. 세기말 ‘사이버 감성’으로 무장한 채 등장한 24세 신인 배우 유지태를 스타로 만든 영화 ‘동감’(2000년)이 22년 만에 리메이크됐다. 장진 감독이 시나리오를 쓴 원작은 2000년의 99학번 인(유지태)이 무선기기로 1979년에 사는 77학번 소은(김하늘)과 연결된 뒤 시간을 초월한 대화를 주고받으며 성장하는 이야기를 그렸다. 리메이크된 동명의 영화에서는 2022년의 21학번 무늬(조이현)와 1999년의 95학번 용(여진구)이 연결된다. 원작에선 과거에 사는 대학생이 여성이었지만 이번엔 남성으로, 현재에 사는 이들의 성별도 바뀌었다. 용과 무늬 역시 무선기기로 연결된다. 용은 첫눈에 반한 99학번 신입생 한솔(김혜윤)에게 어떻게 다가갈지 조언을 구한다. 무늬 역시 짝사랑하는 친구 영지(나인우)에 대한 고민을 털어놓는다. 두 사람은 꿈, 사랑, 우정에 관한 여러 고민을 나누며 가까워진다. 그러다 용은 믿기 힘든 미래에 대해 알게 되고 좌절한다. 원작과 같은 전개다. 무늬가 말하는 ‘썸’ 같은 단어를 용이 알아듣지 못하는 모습을 보면 22년간 숱한 신조어가 쏟아졌음이 실감 난다. ‘방가방가’ 등 1999년 유행어는 추억을 소환한다. 영화 ‘주유소 습격 사건’을 비롯해 곳곳에서 당시 아이템을 찾아보는 재미가 있다. 가장 돋보이는 부분은 철저한 고증. 통이 큰 리바이스 엔지니어드진과 티셔츠 위에 단추를 잠그지 않고 걸쳐 입은 큰 셔츠 등 1999년 ‘세미 힙합’ 패션을 고스란히 되살렸다. 비교적 가까운 과거여서 차별화가 쉽지 않은데도 서은영 감독은 미묘한 차이를 세공해 내며 당시의 질감을 구현했다. 같은 학생회관 건물의 색감을 시대에 따라 다르게 표현해 전혀 다른 분위기로 연출했다. 시대는 다르지만 청춘의 싱그러움은 매한가지. 현재와 과거의 같은 듯 다른 풋풋함을 담아내느라 고심한 흔적이 역력하다. 다만 사랑은 소중하다는 메시지가 직설적으로 전달되는 부분에선 촌스럽다는 느낌을 지울 수 없다. 원작의 감성을 꼼꼼히 되살렸지만 원작을 뛰어넘지 못한 건 다소 아쉽다. 16일 개봉.손효주 기자 hjson@donga.com}

    • 2022-11-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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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22년 만에 돌아온 ‘동감’…질감까지 되살린 “응답하라 1999”

    회색으로 염색한 머리에 플라스틱으로 만든 이른바 ‘테크노 가방’. 세기말 ‘사이버 감성’으로 무장한 채 등장한 24세 신인배우 유지태를 스타로 만든 영화 ‘동감’(2000년)이 22년 만에 리메이크됐다. 장진 감독이 시나리오를 집필한 원작은 2000년에 사는 99학번 지인(유지태)이 무선기기로 1979년에 사는 77학번 소은(김하늘)과 우연히 연결된 뒤 시간을 초월한 대화를 주고받으며 성장하는 이야기. 리메이크된 동명의 영화는 2022년의 21학번 무늬(조이현)와 1999년의 95학번 용(여진구)이 연결되며 일어나는 이야기를 다룬다. 원작에선 과거에 사는 대학생이 여성이었지만 이번엔 남성이다. 현재에 사는 이들 성별도 바뀌었다. 용과 무늬는 원작처럼 각자가 가진 오래된 무선기기를 통해 연결된다. 용은 한눈에 반한 99학번 신입생 한솔(김혜윤)에게 어떻게 다가갈지 무늬에게 조언을 구한다. 무늬 역시 짝사랑하는 오랜 친구 영지(나인우)에 대한 고민을 털어놓는다. 용과 무늬는 꿈과 사랑 우정 등 여러 고민을 나누고 조언하며 가까워진다. 그러다 용은 무늬를 통해 믿기 힘든 미래에 대해 알게 되고 좌절한다. 원작과 같은 전개다. 무늬가 말하는 ‘썸’이나 ‘헐’ 등을 용이 전혀 알아듣지 못하는 모습을 보면 22년간 숱한 신조어가 쏟아졌음이 실감 난다. 1999년 유행한 ‘방가방가’ ‘찌찌뽕’ 등의 유행어는 추억을 소환한다. 당시 개봉한 영화 ‘주유소 습격 사건’ 등 곳곳의 99년 소환 아이템을 찾아보는 재미가 있다. 가장 돋보이는 부분은 철저한 고증. 통이 큰 리바이스 엔지니어드진과 티셔츠 위에 단추를 잠그지 않고 걸쳐 입은 큰 셔츠 등 99년에 유행한 ‘세미 힙합’ 패션을 고스란히 되살렸다. 99년이 현재와 멀지도 가깝지도 않은 과거여서 차별화하기 어려움에도 서은영 감독은 미묘한 차이를 세공해내며 특유의 질감을 구현했다. 같은 학생회관 건물의 색감을 시대에 따라 다르게 표현해 전혀 다른 분위기로 연출하는 등 명확한 시대 구분이 가능하게 했다. 시대는 다르지만 청춘의 싱그러움은 매한가지. 현재와 과거의 같은 듯 다른 풋풋함을 담아내느라 고심한 흔적이 역력하다. 다만 사랑은 소중하다는 등의 메시지가 주인공 입을 통해 직설적으로 전달되는 부분에선 촌스럽다는 느낌을 지울 수 없다. 원작과 그 감성을 꼼꼼히 되살렸지만 원작을 한 단계 뛰어넘지 못한 건 아쉬움으로 남는다. 16일 개봉. 손효주 기자 hjson@donga.com}

    • 2022-11-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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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3시간 꽉 채운 압도적 감동… 쇼트폼 시대, 긴 대작의 도전

    러닝타임이 길게는 3시간이 넘는 ‘길고 긴 영화’가 잇달아 개봉한다. 쇼트폼 콘텐츠가 각광받는 등 콘텐츠 소비 형태가 점점 더 짧은 방향으로 진화하고 있는 시대의 흐름을 보란 듯 역행하는 영화들이다. 포문을 연 건 9일 개봉한 마블 영화 ‘블랙 팬서: 와칸다 포에버’. ‘블랙 팬서’(2018년) 후속편으로 러닝타임은 2시간 41분이다. 올해 국내에서 개봉한 국내외 상업영화 중엔 재개봉작을 제외하면 ‘시맨틱 에러: 더 무비’(2시간 57분), ‘더 배트맨’(2시간 56분) 이후 가장 길다. 16일엔 ‘한산 리덕스’가 개봉한다. 7월 개봉해 726만 명을 모은 ‘한산: 용의 출현’의 감독판으로 러닝타임은 2시간 30분이다. ‘한산: 용의 출현’보다 21분 늘어났다. 올해 개봉한 한국 영화 대작 중에선 단연 가장 길다. 끝판왕은 다음 달 중순 개봉하는 ‘아바타: 물의 길’이다. ‘아바타’(2009년) 후속편으로 3시간 10분 내외로 알려졌다. 관심은 긴 영화의 흥행 여부다. 올해 3월 개봉한 ‘더 배트맨’은 관객 90만 명을 모으는 데 그쳤다. 영화계에선 쇼트폼 콘텐츠가 확산되고, 온라인동영상서비스(OTT)의 인기로 영상을 10초씩 빠르게 건너뛰며 혼자 보는 문화가 퍼지는 등 팬데믹 기간 급변한 콘텐츠 소비 방식을 간과한 채 긴 러닝타임을 고수한 결과라는 분석이 나왔다. 반대로 긴 러닝타임의 극장용 영화가 짧은 영상 대세 시대에 흥행으로 가는 차별 포인트가 될 수 있다는 분석도 있다. 오를 대로 오른 관람료(주말 일반관 1만5000원)를 내고 영화관에 갈 거면 볼거리가 가득한 데다 러닝타임도 길어 영화관에 간 김에 오랜 시간 즐겁게 보낼 수 있는 ‘똘똘한 한 편’을 보려는 선택과 집중형 관객이 많을 것이란 분석이다. 실제로 ‘블랙 팬서: 와칸다 포에버’는 개성 넘치는 캐릭터들과 심해 지상 공중을 넘나드는 화려한 액션, 상상력의 절정을 보여주는 압도적인 볼거리, 보는 재미를 끌어올리는 예술적 경지의 음악, 철학적 메시지, 개그 등이 어우러지면서 2시간 41분이 1시간 반처럼 지나간다. 볼거리와 서사의 대향연에 상영시간 내내 입을 다물기 어려울 정도. 지구에서 가장 강력한 금속인 비브라늄을 유일하게 보유한 최강국 와칸다가 비밀의 수중 국가 탈로칸과 전면전을 치르는 내용의 이 영화는 OTT 전성시대에도 극장이 필요한 이유를 단번에 납득시킨다. ‘아바타: 물의 길’을 연출한 제임스 캐머런 감독도 긴 러닝타임이 흥행의 걸림돌이 되지 않을 것으로 자신해왔다. 그는 지난달 부산국제영화제에서 화상으로 한국 관객들을 만나 “쉽게 볼 수 있다면 특별함은 사라진다. 쉽게 경험하지 못하기에 손꼽아 기다리고 친구와 함께 가서 상상의 나래를 펼치는 여정을 떠날 수 있는 그런 영화가 있다”며 “아바타가 바로 그런 영화”라고 자신했다. ‘아바타: 물의 길’ 주요 장면을 18분 분량으로 편집한 영상이 공개된 이후 스케일과 기술이 압도적이라는 입소문이 나면서 국내 관객 중엔 극장에서 이 영화를 보는 쾌감을 극대화하고자 개봉일까지 일부러 영화관을 찾지 않겠다는 이들이 있을 정도다. 김시무 영화평론가는 “OTT의 확산은 짧은 콘텐츠를 빠른 속도로 소비하도록 만들었지만, 정반대로 재미가 있으면 시리즈 10편을 몰아보는 등 매우 긴 영화나 마찬가지인 시리즈에 익숙해지게 만들기도 했다”며 “빈틈없이 꽉 채운 영화라면 아무리 길어도 흥행에 문제가 없을 것”이라고 했다.손효주 기자 hjson@donga.com}

    • 2022-11-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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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상영 시간 3시간 10분”…‘쇼트폼’ 대세 역행하는 ‘길고 긴 영화’들이 온다

    러닝타임이 길게는 3시간이 넘는 ‘길고 긴 영화’가 올해 막바지 잇달아 개봉한다. 쇼트폼 콘텐츠(짧은 분량의 영상)가 각광받으며 콘텐츠 소비 형태가 점점 더 짧은 방향으로 진화하고 있는 시대의 흐름을 보란 듯 역행하는 영화들이다. 문제의 이 긴 영화들이 긴 영상 시청을 주저하는 MZ세대를 대거 극장으로 불러 모을 수 있을지 관심이 집중되고 있다. 긴 영화 개봉의 포문을 연 건 9일 개봉한 마블 영화 ‘블랙 팬서: 와칸다 포에버’. 2018년 개봉한 ‘블랙 팬서’ 후속편으로 러닝타임은 161분이다. 9일 현재를 기준으로 올해 국내에서 개봉한 국내외 상업영화 중엔 재개봉작을 제외하면 ‘시맨틱 에러: 더 무비’(177분) ‘더 배트맨’(176분) 이후 러닝타임이 가장 길다. 16일엔 ‘한산: 리덕스’가 개봉한다. 올 7월 개봉해 관객 726만 명을 모은 ‘한산: 용의 출현’을 감독 확장판으로 재편집한 것으로 2시간 30분 분량이다. 임진왜란 당시인 1592년 7월 벌어진 한산대첩을 다룬 ‘한산: 용의 출현’보다 21분 늘어났다. 올해 개봉한 한국 영화 대작 중에선 단연 가장 길다. 김한민 감독은 분량을 늘린 이유에 대해 최근 “‘한산: 용의 출현’보다 깊이 있는 시각을 담았다. 조선 수군과 왜군의 대치 상황을 더 입체적으로 조명했다. 이순신의 고뇌도 더 담고 싶었다”고 했다. ‘긴 영화’계의 끝판왕은 다음 달 중순 개봉하는 올해 최고 기대작 ‘아바타: 물의 길’이다. 할리우드 리포트 등 최근 외신 보도에 따르면 ‘아바타’(2009년) 이후 13년 만에 나오는 후속편인 이 영화는 무려 3시간 10분에 이른다. 지난달 열린 부산국제영화제에서 주요 장면을 18분 분량으로 편집한 영상이 공개된 이후 스케일이 압도적이라는 입소문이 나면서 영화팬들 사이에선 벌써부터 관람 팁이 공유되고 있다. 콜라 등 음료 섭취는 최대한 자제하고 팝콘만 먹으라는 등의 팁이다. 개봉하자마자 영화를 본 뒤 상영 중 화장실에 다녀와도 이야기를 이해하는 데 무리가 없는 시간대를 알려주겠다는 글도 인터넷 커뮤니티에 올라와 있다. 문제는 이런 긴 영화들이 짧은 영상이 대세인 시대에 흥행할 수 있느냐는 것. 실제로 올해 3월 개봉한 2시간 56분 분량의 ‘더 배트맨’은 국내에선 관객 90만 명을 모으며 흥행에 참패했다. 유튜브나 틱톡 등을 통한 쇼트폼 콘텐츠가 확산되고, 온라인동영상서비스(OTT)의 인기로 영상을 10초씩 빠르게 건너뛰며 혼자 보는 문화가 퍼지는 등 팬데믹 기간 급변한 콘텐츠 소비 방식을 제대로 읽어내지 못하고 긴 러닝타임을 내세우다가 참패했다는 분석이 나왔다. 이 때문에 아무리 좋은 콘텐츠라도 긴 러닝타임이 흥행의 발목을 잡을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2019년 ‘어벤져스: 엔드게임’이 3시간 1분에 달하는 분량에도 1397만 관객을 모으며 역대 국내 박스오피스 5위까지 올랐지만, 이는 어디까지나 팬데믹 이전이어서 가능했던 이야기라는 것. 정반대로 혼자 보는 짧은 영상이 대세가 된 시대에 여럿이 어우러져 보는 긴 러닝타임의 극장용 영상이 오히려 흥행으로 가는 차별화 포인트가 될 수 있다는 분석도 있다. 이왕 오를 대로 오른 영화 관람료(주말 일반관 기준 1만5000원)를 내고 영화관에 갈 거면 볼거리가 가득한데다 러닝타임까지 길어 영화관을 찾은 김에 오랜 시간을 보낼 수 있는 ‘똘똘한 한 편’을 보러 가려는 관객들이 많을 것이란 분석이다. 실제로 ‘블랙 팬서: 와칸다 포에버’는 캐릭터별로 뚜렷한 서사와 심해와 지상, 공중을 넘나드는 화려한 액션과 인간 상상력의 절정을 보여주는 압도적인 볼거리, 개성 넘치는 캐릭터, 보는 재미와 몰입감을 끌어올리는 예술적 경지의 음악, 중간중간 녹인 개그 등이 어우러지면서 2시간 41분이 1시간 반처럼 지나간다. 볼거리와 서사의 대향연 덕분에 상영시간 내내 마스크 속 입을 벌리게 된다. 지구에서 가장 강력한 금속인 비브라늄을 유일하게 보유한 최강국 와칸다가 비밀의 수중 국가 탈로칸과 전면전을 치르는 내용을 중심으로 한 이 영화는 OTT 전성시대에도 극장이 필요한 이유를 제대로 보여준다. ‘아바타: 물의 길’을 연출한 제임스 캐머런 감독은 긴 러닝타임이 흥행의 걸림돌이 되지 않을 것이라고 여러 번 자신해왔다. 그는 지난달 부산국제영화제에서 화상을 통해 한국 관객들을 만나 “영화적 경험은 근본적으로 다르다. 쉽게 볼 수 있다면 더 이상 특별함은 사라진다. 쉽게 보지 못하기에 손꼽아 기다리고 친구와 함께 가서 상상의 나래를 펼치는 여정을 떠날 수 있는 그런 영화가 있다”며 “아바타가 바로 그런 영화”라고 자신했다. 국내 관객 중엔 ‘아바타: 물의 길’을 보며 영화적 경험을 극대화하기 위해 10월 11월엔 영화관 방문을 아껴둔다는 이들이 많을 정도로 기대가 높다. 김시무 영화평론가는 “OTT의 확산은 짧은 콘텐츠를 더 빠르게 소비하도록 만들었지만, 정반대로 시리즈 10편을 한자리에서 몰아보게 하는 등 러닝타임이 매우 긴 영화나 마찬가지인 긴 시리즈에 익숙하게 만든 부분도 있다”며 “빈틈없이 꽉 채운 영화라면 러닝타임이 아무리 길어도 흥행에 문제가 없을 것”이라고 했다. 손효주 기자 hjson@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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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시끄러우면 폭탄 터진다! 숨죽인 관객들

    다국적 해상연합훈련에 참가했다가 복귀하던 해군 잠수함 ‘한라함’이 괌 근해에서 정체 모를 어뢰에 피격된 뒤 실종된다. 누구도 살아 돌아오지 못할 거라 생각했지만 부함장 강도영 중령(김래원)은 승조원 절반을 이끌고 생환한다. 도영은 하루아침에 국민영웅이 된다. 하지만 도영은 뭔가 불안해 보인다. 도영에게 의문의 전화가 걸려온다. 한라함 생존 장병 집과 놀이터 등에 폭탄을 설치했다는 것. 의문의 목소리는 축구 경기장과 워터파크에도 폭탄을 설치했다고 한다. 폭탄은 단순 시한폭탄이 아니라 소음에 반응하도록 설계돼 소음이 커질 때마다 폭발까지 남은 시간이 절반씩 줄어든다. 관중 함성, 워터파크 호루라기 소리 등 모든 소음이 기폭제 역할을 한다. 흔해빠진 일상 소음이 순식간에 치명적인 무기가 된 것. 폭탄의 특성과 설치 여부를 혼자만 아는 도영은 희생자를 줄이기 위한 사투를 벌인다. 영화 ‘데시벨’은 소음 반응 폭탄이라는 신선한 소재로 호기심을 자극한다. 소음이 커질 때마다 ‘삐빅’ 하며 시간이 마구 줄어드는 폭탄을 보면 관객도 숨죽이게 된다. ‘사운드 테러 액션’을 표방한 영화답게 각종 소음과 폭발음은 긴장감과 몰입감을 동시에 끌어올리는 역할을 톡톡히 해낸다. 의문의 목소리 주인공은 한라함 무장관으로 근무하다 생환한 대위 태성(이종석). 태성이 무슨 이유로 자신의 상관이던 도영을 최악의 상황으로 몰아넣는지 궁금증을 증폭시키는 연출력은 수준급이다. 말 못 할 비밀이 있는 듯한 김래원의 묵직하면서도 초조함이 묻어나는 연기와 과도하게 비장해질 여지가 많은 역할을 냉철하게 소화한 이종석의 연기는 사실감을 끌어올리는 일등공신이다. 잠수함 내부를 현장감 넘치게 구현했고, 어뢰 발사 장면이나 어뢰를 피하기 위해 잠수함이 고속 기동하는 장면 등 수중 상황을 실제 작전처럼 실감나게 연출한 점도 몰입도를 높인다. 무엇보다 각종 일상 소음과 폭발음으로 귓전을 때린 뒤 순식간의 음소거로 긴장감을 최고치로 끌어올리는 등 소음과 고요함을 영리하게 활용하며 관객을 쥐락펴락하는 황인호 감독의 연출력이 돋보인다. 110분 내내 늘어짐이 없도록 꼼꼼히 채우려 공들인 흔적이 역력하다. 다만 일부 설정이 천안함 피격 사건을 둘러싼 음모론을 연상케 하는 등 논란의 여지를 남긴 점은 아쉽다. 후반부 과도한 슬로 모션 활용도 다소 눈에 걸린다. 그럼에도 손에 땀을 쥐게 하는 연출과 신선한 소재, 배우들의 빈틈없는 열연이 이를 대부분 상쇄하는 만큼 영화를 볼 이유는 충분하다. 16일 개봉.손효주 기자 hjson@donga.com}

    • 2022-11-0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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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7번방의 선물’ 리메이크 영화, 인도네시아 흥행 역대 5위 [토요 이슈]

    올해 9월 8일 인도네시아에서 개봉한 영화 ‘7번방의 기적(Miracle in Cell No.7)’은 이름값을 제대로 해냈다. 한국 영화 ‘7번방의 선물’(2013년)을 리메이크한 작품으로, 지난달 말까지 관객 585만 명을 모으며 인도네시아 역대 박스오피스 5위에 올랐다. 손익분기점 140만 명을 크게 웃돈 것. 매출은 192억 원에 달했다. 홍보마케팅 비용을 합친 총제작비가 21억 원이었던 것에 비춰 보면 초대박의 흥행 성적을 기록했다. 앞서 베트남에서도 한국 영화 리메이크작의 흥행 소식이 전해졌다. ‘극한직업’(2019년)의 베트남판 ‘극이직업’(매우 쉬운 직업)이 올해 4월 말 개봉한 후 2주간 베트남 박스오피스 1위에 오른 것. 원작의 주인공 형사들이 치킨집을 위장 운영하는 것과 달리 베트남판은 베트남 국민음식 ‘껌떰’ 가게를 운영하는 것으로 설정을 바꿔 현지 관객을 공략했다. 그 결과 관객 86만 명을 모으며 올해 베트남에서 개봉한 자국 영화 중 3위에 올랐다. ○ 흥행 입증된 한국 영화 리메이크 봇물 올봄 전 세계가 엔데믹 국면으로 접어든 이후 팬데믹 기간 개봉하지 못했던 한국 영화 리메이크작이 세계 곳곳에서 개봉하고 있다. ‘7번방의 기적’이나 ‘극이직업’처럼 대박을 터뜨리는 작품도 속속 등장하며 세계 어디에서나 호환 가능한 K스토리의 저력을 증명하고 있다. 올해 2월 25일 넷플릭스를 통해 전 세계에 동시 공개된 프랑스 영화 ‘레스틀리스(Restless)’는 할리우드 대작들을 제치고 같은 달 26일부터 닷새간 영화 부문 스트리밍 세계 1위를 차지했다. 이 영화는 2014년 개봉한 ‘끝까지 간다’를 리메이크한 것. 9월엔 ‘수상한 그녀’(2014년)를 스페인어판으로 리메이크한 작품이 북미와 멕시코에서 개봉됐다. 영화 ‘청년경찰’(2017년)은 일본 NTV 드라마 ‘미만경찰 미드나잇 러너’로 리메이크돼 올해 6∼9월 방영됐다. 이 드라마는 최고 시청률 11.2%를 기록하며 흥행에 성공했다. 영화진흥위원회에 따르면 지난해 한국 영화 리메이크 판권 판매 수출액은 194만2500달러(약 27억6200만 원). 2020년 99만7126달러(약 14억2000만 원)에 비해 2배 가까이로 늘어난 것으로 최근 5년 새 최고치다. 통상 리메이크 판권을 판매할 때 국내 투자배급사 등 원작자 측이 개봉 후 수익 일부를 분배받는 식으로 계약하는 점, 판권 판매 계약 실적이 영진위에 모두 보고되지 않는 점을 감안하면 실제 판권 판매 관련 수익은 이를 크게 웃돌 것으로 보인다. 특히 해외 영화사들은 다 만든 영화의 개봉을 미뤄야 했던 팬데믹 기간, 본의 아니게 생긴 시간을 활용해 한국 영화 중 흥행이 증명된 작품의 리메이크 판권을 미리 확보하기 위해 치열한 경쟁을 벌였다. 팬데믹 기간 ‘오징어게임’을 선두로 K콘텐츠가 메가 히트 수준의 인기를 끌며 위상과 신뢰도가 동시에 올라간 것을 계기로 리메이크 판권 확보 경쟁은 한층 더 치열해진 분위기다. ‘7번방의 선물’ 배급사인 NEW의 자회사로 해외 판매를 전담하는 콘텐츠판다의 이정하 이사는 “팬데믹 기간 한국에서 흥행이 입증돼 리메이크를 할 경우 위험을 줄일 수 있는 이야기를 찾는 추세가 눈에 띄게 강화됐다”며 “팬데믹 기간 해외 바이어들의 리메이크 판권 구매 관련 문의가 특히 많았다”고 했다. ○ 북미, 유럽, 중동까지… 리메이크 대륙별 ‘도장 깨기’동남아나 중국 일본 등 아시아 위주였던 리메이크 판권 구매 국가는 팬데믹 기간을 기점으로 북미 등 전 세계로 빠르게 확대되는 추세다. ‘수상한 그녀’나 ‘써니’(2011년) ‘7번방의 선물’ ‘끝까지 간다’ 등 리메이크 시장 대어(大魚)에 속하는 작품들은 사실상 전 대륙에 걸쳐 리메이크되며 ‘대륙별 도장 깨기’에 나선 모양새다. ‘7번방의 선물’은 필리핀, 튀르키예, 인도네시아에서 리메이크판이 개봉된 것을 비롯해 지난해 스페인에 리메이크 판권이 판매됐다. 인도와 아랍어(중동) 판권도 판매돼 제작 준비를 하고 있다. 미국, 일본과도 판권 판매를 논의 중이다. ‘끝까지 간다’ 역시 프랑스와 중국, 필리핀에서 영화 개봉 및 온라인동영상서비스(OTT)를 통해 공개된 것을 비롯해 일본판 제작도 진행 중이다. 미국, 인도와도 판권 판매 계약을 체결했다. 특히 ‘수상한 그녀’는 리메이크 판권을 사간 뒤 현재 기획개발 중인 독일과 영어 버전 제작을 준비하고 있는 미국 등 리메이크판이 개봉됐거나 리메이크가 추진 중인 버전만 총 9개에 달한다. 미국 아마존은 지난해 액션 영화 ‘악녀’(2017년)의 판권을 구매한 뒤 TV시리즈로 리메이크를 준비하고 있다. ‘끝까지 간다’의 투자배급사인 쇼박스 안정원 해외사업팀 이사는 “팬데믹 기간 ‘오징어게임’이 뜨면서 수많은 국가에서 기존보다 더 다양한 장르의 한국 영화에 대해 판권 구매를 문의하고 있다”며 “리메이크 판권에 관심을 갖는 국가가 다양해지는 경향이 확실히 두드러진다”고 했다.○ K스토리 독창성에 전 세계 열광해외에서 한국 영화 리메이크에 나서며 K스토리에 열광하는 이유로는 다양성과 독창성이 꼽힌다. 박기수 한양대 문화콘텐츠학과 교수는 “할리우드는 이야기 창작을 최소 7, 8명 이상이 함께 하는 집단 창작 시스템을 갖췄다”며 “이런 시스템에선 이야기가 둥글어지고 튀는 이야기는 거의 수용되지 않는다”라고 했다. 이어 “한국은 혼자 또는 소수가 이야기를 만드는 구조여서 그만큼 참신한 이야기가 많이 나오는 것”이라고 말했다. ‘7번방의 선물’ ‘수상한 그녀’ 등 리메이크 인기작들이 가족의 가치를 중시하는 내용이라는 점도 주목해야 할 부분이다. 강성률 광운대 동북아문화산업학부 교수는 “신자유주의의 확산으로 갈수록 살기가 어려워지면서 세계인이 가족의 중요성을 강조하는 K스토리에서 보편적인 위안을 얻는 듯하다”며 “할리우드가 가족 이야기를 전 세계에 보편화시켰는데, 한국은 이를 활용하면서도 할리우드와 전혀 다른 문법으로 구성하는 점, 특히 비극적 정서를 깔고 있는 점이 세계인의 흥미를 자극하는 것”이라고 분석했다. 최근 10년간 세계 영화계 주류인 미국 할리우드 영화가 ‘어벤져스’ 시리즈로 대표되는 마블 영화, ‘배트맨’ 시리즈를 앞세운 DC 영화 등 제작비 1500억 원이 넘는 대규모 프랜차이즈 영화와 저예산 독립 영화로 양극화된 것도 K스토리가 인기를 얻게 된 요인이다. 액션 코미디 로맨스 등 중간급 영화가 귀해진 영화 시장에서 K스토리가 이를 채워주는 역할을 하고 있다는 분석이다. ○ 공동제작으로 리메이크 주도K스토리가 인기를 얻으면서 한국 영화 리메이크 방식이 판권만 판매하던 것을 넘어 아예 한국 원작자 측이 해외에서 제작을 주도하는 공동제작 방식으로 고도화되고 있는 점도 주목할 부분이다. 베트남판 극한직업이 대표적이다. 이 영화의 공식 국적은 베트남. 그러나 자세히 보면 한국 영화로 볼 만한 부분이 많다. 영화는 CJ ENM이 베트남 현지에 만든 합작 법인 CJ HK가 베트남 현지 제작사와 함께 만들었다. 봉준호 감독이 연출한 영화 ‘마더’(2009년)도 미국에서 공동제작 방식을 통한 리메이크가 추진되고 있다. 국내 투자배급사 NEW도 스릴러 영화 ‘숨바꼭질’(2013년)을 일본과 이 같은 방식으로 리메이크하는 방안을 검토 중이다. 원작자 측이 직접 리메이크판 제작에 참여할 경우 원작이 가진 고유의 결을 비롯해 흥행의 핵심 요인을 그대로 가지고 가면서도 현지 특색을 반영해 적정 수준 변주하는 현지화 전략으로 흥행 가능성을 높일 수 있다. 고경범 CJ ENM 해외사업부장은 “한국 영화시장은 이미 포화돼 성장에 한계가 있는 만큼 한국에서 이미 검증된 이야기로 리메이크를 주도하는 방식으로 글로벌 사업을 확대하는 것”이라며 “베트남 등 아시아는 물론이고 튀르키예 등 세계 곳곳에서 공동제작 성공 사례가 축적되면서 다음 리메이크 작품을 만들 수 있는 기반이 점점 확대되고 있다”고 말했다. “한국 영화 스토리텔링, 세계 모든 사람에 감동… 판권확보 경쟁 치열” 인도네시아 제작자들이 본 K영화“한 편에 인간애-우정까지 담겨… 최근에만 리메이크 5편 개봉” “리메이크판이 관객을 꽤 모을 수 있을 거란 생각은 했지만 이 정도일 줄이야….” 한국 영화 ‘7번방의 선물’(2013년)의 인도네시아판인 ‘7번방의 기적’을 연출한 하눙 브라만티오 감독은 최근 동아일보와의 e메일 인터뷰에서 영화의 흥행을 전혀 예상하지 못했다고 했다. 9월 8일 현지에서 개봉한 이 영화는 관객 585만 명을 모으며 인도네시아 역대 박스오피스 5위에 올랐다. 인도네시아에 아직 1000만 관객 영화가 없는 점을 고려하면 압도적인 수준이다. 팬데믹 이전인 2018년 기준 한국의 연간 영화관 관객 수는 2억1639만 명인 데 비해 인도네시아는 5000만 명가량으로 4분의 1 수준에 그쳤다. 이에 비춰 보면 585만 명은 엄청난 기록이라 할 만하다. 브라만티오 감독은 “원작 ‘7번방의 선물’은 연출이 워낙 훌륭했고 연기력 역시 굉장해 원작과 같은 수준을 구현하기 쉽지 않았다. 그래서 크게 흥행할 거라는 생각은 못 했다”고 했다. 브라만티오 감독이 당초 예상한 관객 수는 100만∼150만 명. 그는 “이 영화의 흥행이야말로 나에겐 진짜 기적”이라고 말했다. 인도네시아판은 아동을 유괴하고 살해했다는 누명을 쓴 주인공 용규(류승룡)와 딸 예승(갈소원)의 절절한 이별 장면이 비중 있게 들어가는 원작과 달리 감옥에서의 코미디에 상당 부분을 할애했다. 브라만티오 감독은 “슬픈 장면보다 웃긴 장면에 집중했음에도 관객들은 함께 어우러져 울고 웃으며 영화를 보더라”고 현지 분위기를 전했다. 인도네시아 현지 제작사이자 배급사 ‘피티팰컨’의 프레데리카 프로듀서는 “한국 영화의 스토리텔링 방식은 세계 모든 사람의 마음을 감동시킨다”며 극찬했다. 그는 ‘7번방의 선물’을 리메이크하게 된 이유로 “이야기가 훌륭했다”며 “부녀의 끈끈한 관계와 인간애, 우정이 한 영화에 모두 담겨 있다”고 했다. 엔데믹 국면을 맞아 인도네시아 영화시장에서 한국 영화 리메이크 경쟁이 한층 더 치열해진 분위기도 전했다. 피티팰컨은 귀신을 보는 남자 이야기를 그린 한국 영화 ‘헬로우 고스트’(2010년)의 인도네시아판도 내년에 개봉한다. 그는 “최근에만 한국 영화 리메이크작이 5편이나 나왔다”며 “한국 영화 판권 확보 경쟁은 때로 심각할 정도로 치열하지만 훌륭한 이야기를 찾는 일은 언제나 즐겁다”고 했다. 손효주 기자 hjson@donga.com}

    • 2022-11-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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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아이 맡길 데 없어요”… 워킹맘의 고단한 삶

    육아휴직을 하다가 1년 만에 복직한 30대 여성 정아(박하선)는 ‘제자리로 돌아간 느낌’에 안도한다. 그러나 이도 잠시, 복직하자마자 14개월 된 딸을 봐주던 친정엄마가 쓰러진다. ‘돌봄 공백’이라는 최악의 상황을 맞닥뜨린 것. 베이비시터를 구해보지만 업체에서 보낸 이는 부부가 원치 않았던 조선족 여성 화자(오민애). 남편 우석(오동민)은 “조선족은 불안하다”며 반대하지만 아이가 잘 따르는 모습에 부부는 일단 그를 채용한다. 그런데 사고가 난다. 낮에 집에 가보니 화자가 아이를 데리고 연락도 없이 사라진 것. 화자는 저녁이 다 돼서야 돌아온다. 아이 허리엔 멍이 들어 있다. 화자는 해고된다. 정아는 아이를 이웃에 맡겨놓고 일하며 살얼음판 같은 하루하루를 보낸다. 10일 개봉하는 ‘첫 번째 아이’는 뿌리 깊은 사회문제인 돌봄 문제를 정면으로 다룬 영화다. 한 가정이 겪는 일에 초점을 맞추며 아이를 돌볼 사람이 없다는 것이 맞벌이 부부에게 얼마나 큰 공포인지를 그려낸다. 어린이집은 언제 입소 순번이 돌아올지 가늠조차 못 한 채 한참을 대기해야 한다. 정아의 복직 후 아이를 돌보는 문제가 발목을 잡으면서 부부는 대놓고 싸우진 않지만 날이 설 대로 서 있다. 특히 엄마라는 책임감을 짊어진 정아는 매일이 긴장과 불안의 연속이다. 실제 딸을 키우는 워킹맘인 배우 박하선은 최근 기자간담회에서 “공감할 수밖에 없는 이야기였다. 아직도 엄마나 여자에게 더 부담이 지워지는 부분이 있다”며 “하지 않으면 안 될 이야기라고 생각해 출연하게 됐다”고 했다. 박하선은 복직 후 화려한 메이크업으로 한껏 꾸며보지만 육아의 고단함, 가정과 직장에서 모두 잘해야 한다는 부담감이 화려함을 뒤덮고 마는 워킹맘의 모습을 절제된 연기로 표현하며 공감을 이끌어낸다. 영화는 워킹맘의 딜레마만 보여주는 데서 그치지 않는다. 조선족에 대한 불신 등 한국 사회의 뿌리 깊은 편견도 가감 없이 보여준다. 화자 역의 배우 오민애는 “화자가 사회적 편견 탓에 위축돼 있는 인물이라는 점을 관객이 한 번에 느낄 수 있도록 하는 데 연기의 중점을 뒀다”고 했다. 육아휴직에 들어간 정아를 대신해 대체 인력으로 채용된 계약직 직원 지현(공성하)이 복직한 정아와 미묘한 신경전을 벌이며 계약 연장에 사활을 거는 모습도 그린다. 허정재 감독은 “첫 장편영화에 사회의 여러 단면을 정리해 담고 싶었다. 영화는 전반적인 사회 문제를 조금씩 다 다루고 있다”며 “보는 사람에 따라 각자 다른 얘기를 할 수밖에 없는 작품이라고 생각한다”고 했다.손효주 기자 hjson@donga.com}

    • 2022-11-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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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이태원 참사’ 추모하며… 영화-가요계도 줄줄이 행사 취소

    이태원 핼러윈 참사로 각종 행사가 취소되는 가운데 영화계와 가요계도 예정됐던 행사를 취소하며 추모에 동참하고 있다. 영화 투자배급사 쇼박스는 31일 서울 용산구 CGV용산아이파크몰에서 열 예정이던 배우 마동석 주연의 영화 ‘압꾸정’ 제작보고회를 취소했다. 쇼박스는 “비극적 사고로 온 국민이 애도하고 있는 만큼 행사를 취소하기로 했다”고 밝혔다. 특히 특별재난지역으로 선포된 용산구에서 축하 행사 성격이 짙은 제작발표회를 하는 것이 부적합하다고 판단한 것으로 알려졌다. 김대건 신부(1821∼1846)의 일대기를 다룬 영화 ‘탄생’ 제작보고회 역시 11월 3일 CGV용산아이파크몰에서 진행될 예정이었지만 연기됐다. 넷플릭스도 2일 서울 종로구의 한 호텔에서 열기로 한 새로운 시리즈 ‘더 패뷸러스’ 제작보고회와 4일로 예정된 시리즈 공개 날짜를 늦췄다. 한 영화사 관계자는 “제작발표회를 하면 웃으며 분위기를 띄우기 마련인데 지금은 그럴 상황이 아니다”라고 말했다. 인터뷰나 무대 인사 일정도 줄줄이 취소하고 있다. 가요계 역시 신규 앨범 발매나 콘서트를 연기하고 있다. SM엔터테인먼트는 아이돌 그룹 엑소 멤버 첸의 새 앨범을 31일 발매하기로 했지만 날짜를 늦췄다. 방탄소년단(BTS) 소속사 하이브도 11월 4일로 예정된 회사 설명회를 연기했다. YG엔터테인먼트는 지난달 30일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를 통해 “소속 아티스트의 프로모션 및 콘텐츠 공개 일정을 당분간 연기한다”고 밝혔다. 손효주 기자 hjson@donga.com}

    • 2022-11-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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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제작자 젤렌스키, 거인 아닌 ‘보통사람 걸리버’ 아이디어 내”

    《다음 달 3일 국내 개봉하는 애니메이션 ‘걸리버 리턴즈’의 엔딩 크레디트에는 올해 세계에서 가장 유명해진 인물의 이름이 나온다. 기획자이자 시나리오 공동 작가로 이름을 올린 볼로디미르 젤렌스키 우크라이나 대통령(44)이 그 주인공. 영화의 원작은 소설 ‘걸리버 여행기’(1726년)다. ‘걸리버 리턴즈’에서 걸리버는 릴리퍼트 공화국이 인근 대국 블레퍼스큐의 침공을 받자 이에 맞서 싸우기 위해 릴리퍼트로 돌아온다. 그러나 돌아온 걸리버는 “산처럼 큰 사람”이라는 전설과 달리 보통 체격을 지녔다.》 ‘걸리버 리턴즈’를 제작한 우크라이나의 올레흐 호다추크 프로듀서(47·사진)는 최근 동아일보와의 e메일 인터뷰에서 “2017년 4월 당시 젤렌스키가 이끌던 ‘크바르탈95’ 스튜디오에서 우크라이나 독립(1991년 8월 24일) 30주년을 앞두고 젤렌스키와 함께 여러 프로젝트를 논의했다”며 “젤렌스키가 12개 아이디어를 내놨는데 그중 걸리버를 실제 거인이 아니라 용기가 거인만큼 거대한 인물로 설정한 애니메이션이 가장 좋았다”고 했다. 실제 애니메이션에선 “덩치가 크다고 거인이 되는 건 아니란다. 커다란 포부와 용기를 가진 사람만이 거인이 될 수 있단다”라는 대사가 나온다. ‘걸리버 리턴즈’는 2019년 대통령에 당선되기 전 배우이자 제작자로 활약했던 젤렌스키가 이끈 크바르탈95 스튜디오가 제작한 첫 장편 애니메이션이다. 호다추크 프로듀서는 “젤렌스키와는 2013년 한 체육관에서 만나 알고 지냈다”며 “우크라이나에서 세계 최고 수준의 애니메이션을 탄생시켜 보자는 같은 목표가 있어 협업하게 됐다”고 했다. 이 애니메이션에는 ‘모아나’ ‘엔칸토’ 등 디즈니 애니메이션 제작진도 참여했다. 그는 “우리는 세계에서 손꼽히는 애니메이션 전문가를 모았다”며 “젤렌스키는 최고의 애니메이션을 만들기 위해 예산을 늘리는 데 주저하지 않았다”고 했다. 젤렌스키는 애니메이션 제작이 한창이던 2019년 대통령에 당선됐다. 애니메이션은 지난해 완성됐고, 우크라이나의 30번째 독립기념일인 지난해 8월 24일 우크라이나에서 먼저 개봉했다. 우연찮게도 애니메이션의 전 세계 배급이 본격화되던 올해 2월, 러시아가 우크라이나를 침공하면서 애니메이션 속 상황은 현실에서 그대로 재현되고 있다. 최첨단 무기와 압도적인 병력을 앞세워 공격을 퍼붓는 대국 블레퍼스큐는 러시아를, 작은 나라 릴리퍼트는 우크라이나를 연상시킨다. 압도적으로 불리한 전세를 역전시키고 결사 항전하며 블레퍼스큐군을 패퇴시키는 지도자 걸리버를 보면 젤렌스키 대통령이 떠오른다. 호다추크 프로듀서는 “우연의 일치지만 애니메이션 속 이야기는 우크라이나가 직면한 상황과 믿을 수 없을 정도로 비슷하다”며 “애니메이션 속 상황과 현실이 얼마나 비슷한지 하나하나 비교해 보고 매우 놀랐다”고 했다. ‘걸리버 리턴즈’는 미국을 포함한 73개국에서 정식 개봉했거나 스트리밍 서비스 중이다. 전 세계 상영 판권 판매 등 수익은 전액 우크라이나 지원에 쓰인다. 호다추크 프로듀서는 한국 관객에게 간곡하게 말했다. “어려운 시기에 우크라이나를 지지해줘서 고맙습니다. 걸리버 세계로 떠나는 한국 관객들의 여행은 우크라이나의 승리에 작은 기여를 하게 될 겁니다. 당신의 지지는 우리에게 매우 중요합니다. 나의 조국 우크라이나는 반드시 승리할 겁니다.”손효주 기자 hjson@donga.com}

    • 2022-10-3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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