손효주

손효주 기자

동아일보 정치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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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녕하세요. 손효주 기자입니다.

hjson@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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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5-11-06~2025-12-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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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집없이 떠도는 젊은 부부, 홀몸노인 집에 머무는데…

    청년 빈곤과 홀몸노인 문제라는, 결이 조금 다른 두 사안을 아우르면서도 그 심각성을 효과적으로 보여주려면 어떻게 해야 할까. 이에 창의적인 답안을 내놓듯 등장한 영화가 있다. 15일 개봉한 ‘홈리스’다. 영화는 젊은 부부가 갓 돌이 지난 아들과 찜질방을 전전하며 사는 모습을 보여주며 시작한다. 부부는 월세 보증금 사기를 당해 돈을 다 잃고 갈 곳 없는 처지. 한결(전봉석)은 배달을, 고운(박정연)은 전단 배포 알바를 하며 발버둥 쳐보지만 다친 아들 병원비조차 없다. 벼랑 끝까지 내몰렸을 때 한결이 임시 거처를 마련한다. 평소 자주 초밥 배달을 가며 형광등을 갈아주는 등 도움을 줬던 한 홀몸노인의 집. 노인이 미국의 아들네에 가 있는 동안 집에 머물라고 허락해 줬단다. 그런데 한결은 뭔가 초조해 보인다. 영화는 임승현 감독(35)의 장편 데뷔작. 지난해 제50회 로테르담 국제영화제에 한국 극영화 중 유일하게 초청되며 호평을 받았다. 영화제 측은 당시 “‘홈리스’는 전 세계에서 일어나고 있는 사회적 이슈를 흡입력 있게 다뤘다”며 극찬했다. 임 감독은 최근 전화 인터뷰에서 “MZ세대의 또 다른 이름은 ‘홈리스 세대’다. 정부나 부모의 완벽한 지원 없이는 서울에서 집을 구하는 건 이제 불가능해지지 않았나. 그 현실을 보여주고 싶었다”고 말했다. 영화의 매력은 청년 빈곤과 홀몸노인 문제를 현미경으로 들여다보듯 보여주는 데서 그치지 않는다는 것. 임 감독은 공포와 스릴러의 장르적 문법을 활용해 긴장감을 조금씩 끌어올리며 이야기를 풀어 간다. 그 방식은 매우 신선하고도 파격적이다. 임 감독은 “어떻게 하면 두 문제를 가장 흡입력 있게 보여줄 수 있을까 고민하다 택한 것이 공포·스릴러 장르였다”고 했다. 주인공인 청년 부부와 홀몸노인의 자세한 사연은 나오지 않는다. 그는 “주인공들이 어디에나 있는 평범한 청년, 홀몸노인으로 보이길 바랐다”며 “너무 자세한 사연이 들어가면 지극히 특수하고 개인적인 이야기로 비치면서 논의가 확장되지 못할 것 같았다”고 했다. ‘전략적 생략’이었다는 설명이다. “청년 빈곤 문제든 홀몸노인 문제든 그 근원은 무관심이라고 생각해요. 무관심이 빚어낸 공포에 대해 말하고 싶었고요. 이 영화가 주변의 누군가에게 관심을 가질 수 있는 계기가 된다면 그걸로 충분할 것 같습니다.”손효주 기자 hjson@donga.com}

    • 2022-09-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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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배우들 확 늙기 전에 ‘오겜2’ 2024년 공개”

    “오징어게임 시즌2가 늦어버리면 배우들이 확 늙어버릴 수 있잖아요. 빨리 서둘러야겠다 싶었죠, 하하. 작품상이 제일 받고 싶었는데, (스태프 모두) 함께 무대에 올라갈 수 있길 바랐습니다.” 그의 농담에선 이제 여유로움이 묻어났다. 감독상과 남우주연상 등 미국 에미상 6개 부문을 석권한 드라마 오징어게임의 총지휘자 황동혁 감독(51·사진)은 한국에 돌아오니 훨씬 편안한 표정이었다. 16일 서울 중구의 한 호텔에서 열린 수상 기념 기자간담회에서 “내년에 촬영에 들어가면 2024년쯤 선보일 수 있을 것”이라며 시즌2의 구체적인 공개 계획을 밝혔다. 이날 간담회엔 황 감독과 배우 이유미(게스트여배우상), 심상민 무술팀장(스턴트퍼포먼스상), 채경선 미술감독(프로덕션디자인상), 정재훈 VFX 슈퍼바이저(특수시각효과상) 등 5개 부문 수상자들이 함께했다. 캐나다 토론토에 머물고 있는 배우 이정재는 영상을 통해 “제2, 제3의 오징어게임이 계속 나와 더 많은 한국 창작자와 배우들이 세계와 만나길 바란다”고 인사했다. “오징어게임 시나리오를 다 쓰고 또 촬영하고… 생각만 해도 벌써부터 이가 흔들리고 온몸이 무너져 내리는 기분입니다. 하지만 그런 부담감은 원동력이 되기도 하죠. 넷플릭스와 잘 얘기하고 있어서 시즌2는 더 좋은 환경과 조건으로 잘 찍을 수 있을 겁니다.”(황 감독)손효주 기자 hjson@donga.com}

    • 2022-09-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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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황동혁 “오겜 시즌2로 골든글로브-에미상-배우조합상 받고싶다”

    “워낙 (수상소감을 말하는) 시간이 짧아서 어머니께 감사하다는 말씀을 드리고 싶었는데 못했습니다. 시상식 직후 어머니와 통화했는데 울고 계셨어요. 그게 가장 기억에 남습니다.” 비영어 드라마 최초로 에미상 감독상, 남우주연상 등 6관왕을 거머쥔 ‘오징어게임’의 황동혁 감독(51)이 15일 인천국제공항을 통해 귀국해 소감을 밝혔다. 그는 어머니에게 “저를 키워 주시고 항상 믿고 지지해 주시고 제 길을 응원해 주셔서 감사드린다”고 했다. 황 감독은 홀어머니, 할머니 밑에서 어렵게 자란 것으로 알려졌다. 이날 배우 박해수(41) 정호연(28)과 함께 귀국한 황 감독은 수많은 취재진 앞에서 에미상 감독상 트로피를 번쩍 들어 보였다. 청바지에 흰색 티셔츠를 입고 검은색 재킷을 입은 황 감독은 “지난해 11월부터 (시상식) 레이스를 같이했는데 벌써 10개월이나 됐다”며 “너무 오래 해외에서 레이스를 같이해 (오징어게임 배우들이) 가족 같은 생각이 들 정도”라고 말했다. 이어 “에미상이 마지막 레이스인데 모두가 상을 받은 건 아니지만 의미 있는 상을 많이 타고 돌아왔다. 멋진 1년간의 여정을 잘 마무리한 것 같아 즐거웠다. 많이 성원해 주신 국민에게 진심으로 감사드린다”고 덧붙였다. 남녀조연상 후보에 올랐던 박해수 오영수 정호연의 수상이 불발된 것에 대한 아쉬움을 표하는 동시에 감사 인사를 전한 것이다. 그는 트로피를 들고 다양한 포즈를 취해 달라는 기자들의 요청에 응하면서 “트로피가 너무 무겁다”며 웃었다. 그는 오징어게임 시즌2로 더 많은 상을 받고 싶다는 포부도 밝혔다. 앞서 12일(현지 시간) 미국 로스앤젤레스에서 열린 에미상 시상식 당일에도 에미상 최고상인 작품상에 도전하고 싶다고 말한 바 있다. 그는 이날 “시즌2도 시즌1처럼 많이 사랑받았으면 한다”며 “또 기회가 된다면 시즌2로도 시상식 레이스에 참가해 골든글로브, 에미상, 미국배우조합(SAG)상 무대에 서 보고 싶다”고 했다. 황 감독은 에미상 시상식 에피소드도 전했다. 그는 “감독상 수상자로 무대에 오를 경우 주최 측이 감사 인사 명단을 자막으로 내보내 주기로 했는데 실수로 나가지 않았다”고 말했다. 그가 영화에 관심을 갖게 된 데는 어머니의 영향도 컸다. 서울대 신문학과 재학 시절, 어머니가 지인에게서 받은 카메라는 호기심을 자극했다. 황 감독은 지난해 본보와의 인터뷰에서 “어머니가 주부 교실에서 촬영법을 배우신 후 영상을 찍어 틀어 주셨는데 신기했다. 그래서 카메라를 들고 학교 축제 등을 찍어 상영하자 사람들이 아주 좋아했다. 영상을 찍는 게 재미있다는 걸 느꼈다”고 말했다. 어머니와의 기억을 오징어게임의 마지막 장면에 녹이기도 했다. 상우(박해수)의 “어릴 때, 형이랑 이러고 놀다 보면 꼭 엄마가 밥 먹으라고 불렀는데…. 이제는 아무도 안 부르네”라는 대사가 그것. 황 감독은 “어머니가 당부하셨던 말들이 내 안에 쌓여 작품 곳곳에 피어났다”고 했다. 이날 박해수와 정호연도 뜨거운 환영을 받았다. 검은색 바지와 티셔츠를 입은 박해수는 “어제 숙소에서 오징어게임 팀과 마지막 자리를 하는데 너무 아쉬웠다. 하지만 다시 시작일 것 같은 느낌이어서 기대를 안고 있다”고 말했다. 정호연은 “좋은 추억이었다”며 “오징어게임을 지지해 주신 한국 관객 여러분께 감사드린다”고 했다. 정호연은 에미상 시상식 참가자 중 베스트드레서로 꼽힌 소감을 묻자 “행복합니다”라며 웃었다. 그는 여러 색상의 비즈 드레스를 입고 머리에는 조선 시대 쪽머리 가르마에 하는 장신구 ‘첩지’를 떠올리게 하는 꽃 장식을 달아 주목받았다. 에미상 남우주연상을 수상한 배우 이정재(50)는 캐나다 토론토국제영화제에 참석한 뒤 이르면 18일 귀국할 것으로 알려졌다. 황 감독은 “시상식 후 이정재와 ‘시즌2를 더 잘해서 더 멋진 작품을 만들어 보자’는 덕담을 주고받았다”고 밝혔다. 한편 오영수(78)는 앞서 14일 귀국했다. 황 감독은 에미상 게스트여배우상을 받은 배우 이유미, 오징어게임 제작사인 싸이런픽쳐스의 김지연 대표, 채경선 미술감독 등과 16일 서울 중구의 한 호텔에서 기자회견을 한다.이지훈 기자 easyhoon@donga.com손효주 기자 hjson@donga.com}

    • 2022-09-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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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황동혁 “에미상 수상으로 여정 잘 마무리…오겜 시즌2로 더 많은 상 받고파”

    “워낙 (수상소감을 말하는) 시간이 짧아서 어머니께 감사하다는 말씀을 드리고 싶었는데 못했습니다. 시상식 직후 어머니와 통화했는데 울고 계셨어요. 그게 가장 기억에 남습니다.” 비영어 드라마 최초로 에미상 감독상, 남우주연상 등 6관왕을 거머쥔 ‘오징어게임’의 황동혁 감독(51)이 15일 인천국제공항을 통해 귀국해 소감을 밝혔다. 그는 어머니에게 “저를 키워주시고 항상 믿고 지지해주시고 제 길을 응원해주셔서 감사드린다”고 했다. 황 감독은 홀어머니, 할머니 밑에서 어렵게 자란 것으로 알려졌다. 이날 배우 박해수(41) 정호연(28)과 함께 귀국한 황 감독은 수많은 취재진 앞에서 에미상 감독상 트로피를 번쩍 들어 보였다. 청바지에 흰색 티셔츠를 입고 검정색 재킷을 입은 황 감독은 “지난해 11월부터 (시상식) 레이스를 같이 했는데 벌써 10개월이나 됐다”며 “너무 오래 해외에서 레이스를 같이 해 (오징어게임 배우들이) 가족 같은 생각이 들 정도”라고 말했다. 이어 “에미상이 마지막 레이스인데 모두가 상을 받은 건 아니지만 의미 있는 상을 많이 타고 돌아왔다. 멋진 1년간의 여정을 잘 마무리한 것 같아 즐거웠다. 많이 성원해주신 국민에게 진심으로 감사드린다”고 덧붙였다. 남녀조연상 후보에 올랐던 박해수 오영수 정호연의 수상이 불발된 것에 대한 아쉬움을 표하는 동시에 감사 인사를 전한 것이다. 그는 트로피를 들고 다양한 포즈를 취재 달라는 기자들의 요청에 응하면서 “트로피가 너무 무겁다”며 웃었다. 그는 오징어게임 시즌2로 더 많은 상을 받고 싶다는 포부도 밝혔다. 앞서 에미상 시상식 당일에도 에미상 최고상인 작품상에 도전하고 싶다고 말한 바 있다. 그는 이날 “시즌2도 시즌1처럼 많이 사랑받았으면 한다”며 “또 기회가 된다면 시즌2로도 시상식 레이스에 참가해 골든글로브, 에미상, 미국배우조합(SAG)상 무대에 서보고 싶다”고 했다. 황 감독은 12일(현지시간) 미국 로스앤젤레스에서 열린 에미상 시상식 당일 에피소드도 전했다. 그는 “감독상 수상자로 무대에 오를 경우 주최 측이 감사 인사 명단을 자막으로 내보내주기로 했는데 실수로 나가지 않았다”고 말했다. 그가 영화에 관심을 갖게 된 데는 어머니의 영향도 컸다. 대학시절, 어머니가 지인에게서 받은 카메라는 호기심을 자극했다. 황 감독은 지난해 본보와의 인터뷰에서 “어머니가 주부 교실에서 촬영법을 배우신 후 영상을 찍어 틀어주셨는데 신기했다. 그래서 카메라를 들고 학교 축제 등을 찍어 상영하자 사람들이 아주 좋아했다. 영상을 찍는 게 재미있다는 걸 느꼈다”고 말했다. 어머니와의 기억을 오징어게임의 마지막 장면에 녹이기도 했다. 상우(박해수)의 “어릴 때, 형이랑 이러고 놀다 보면 꼭 엄마가 밥 먹으라고 불렀는데…. 이제는 아무도 안 부르네”라는 대사가 그것. 황 감독은 “어머니가 당부하셨던 말들이 내 안에 쌓여 작품 곳곳에 피어났다”고 했다. 이날 박해수와 정호연도 뜨거운 환영을 받았다. 검정색 바지와 티셔츠를 입은 박해수는 “어제 숙소에서 오징어게임 팀과 마지막 자리를 하는데 너무 아쉬웠다. 하지만 다시 시작일 것 같은 느낌이어서 기대를 안고 있다”고 말했다. 정호연은 “좋은 추억이었다”며 “오징어게임을 지지해주신 한국 관객 여러분께 감사드린다”고 했다. 정호연은 에미상 시상식 참가자 중 베스트드레서로 꼽힌 소감을 묻자 “행복합니다”라며 웃었다. 그는 여러 색상의 비즈 드레스를 입고 머리에는 조선 시대 쪽머리 가르마에 하는 장신구 ‘첩지’를 떠올리게 하는 꽂 장식을 달아 주목받았다. 한편 에미상 남우주연상을 수상한 배우 이정재(50)는 캐나다 토론토국제영화제에 참석한 뒤 이르면 18일 귀국할 것으로 알려졌다. 황 감독은 “시상식 후 이정재와 ‘시즌2를 더 잘해서 더 멋진 작품을 만들어보자’는 덕담을 주고받았다”고 밝혔다. 이지훈 기자 easyhoon@donga.com손효주 기자 hjson@donga.com}

    • 2022-09-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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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MZ세대는 홈리스세대…무관심이 빚은 공포 보여주고 싶었다”

    청년 빈곤 문제와 독거노인 문제 등 결이 조금 다른 두 문제를 모두 아우르면서도 그 심각성을 효과적으로 보여주려면 어떻게 해야 할까. 이 난제에 창의적인 답안을 내놓듯 등장한 영화가 있다. 15일 개봉한 ‘홈리스’다. 영화는 젊은 부부가 갓 돌이 지난 아들과 찜질방을 전전하며 사는 모습을 보여주며 시작한다. 남편 한결(전봉석)과 아내 고운(박정연)은 월세 보증금 사기를 당해 돈을 다 잃고 갈 곳 없는 처지. 한결은 배달을, 고운은 전단 배포 알바를 하며 발버둥 쳐보지만 다친 아들 병원비조차 없다. 찜질방에서 분유를 타고 모르는 사람들 틈에 아들을 재우는 부부의 모습은 절망 그 자체다. 벼랑 끝까지 내몰렸을 때 한결이 임시 거처를 마련한다. 평소 자주 초밥 배달을 가며 형광등을 갈아주는 등 도움을 줬던 독거노인 예분(송광자)의 집. 예분이 미국의 아들 집에 가 있는 동안 집에 머물라고 허락해줬단다. 그런데 한시름 놓은 고운과 달리 한결은 뭔가 초조해 보인다. 영화는 임승현 감독(35)의 장편영화 데뷔작. 지난해 50회를 맞은 로테르담국제영화제에 한국 극영화 중 유일하게 초청되는 등 호평받았다. 영화제 측은 당시 “‘홈리스’는 한국뿐 아니라 전 세계에서 일어나고 있는 사회적 이슈를 흡입력 있게 다루고 있다. 임 감독은 첫 장편 주제 선정에서 신인 감독들을 넘어서는 현명함을 보여줬다”라고 극찬했다. 임 감독은 15일 전화 인터뷰에서 “내가 19세일 때 가세가 기울면서 우리 가족이 찜질방에서 산 기억이 있다. 당시 경험이 영화의 시작이었다”고 했다. 집 없는 청년 부부를 주인공을 내세운 것에선 대해 “나도 MZ세대지만 MZ세대의 또 다른 이름은 ‘홈리스 세대’”라며 “정부나 부모의 완벽한 지원 없이는 서울에서 집을 구하는 건 이제 불가능해지지 않았나. 그 현실을 보여주고 싶었다”고 말했다. 이 영화의 매력은 청년 빈곤과 독거노인 문제를 그저 현미경으로 들여다보듯 보여주는 데서 그치지 않는다는 것. 임 감독은 공포와 스릴러의 장르적 문법을 활용해 긴장감을 조금씩 끌어올리며 이야기를 풀어간다. 그 방식은 매우 신선하고도 파격적이다. 임 감독은 “어떻게 하면 이 문제들을 가장 흡입력 있게 보여줄 수 있을까 고민하다 택한 것이 공포-스릴러 장르였다”고 했다. 그러나 정작 공포·스릴러 장르에서 주로 볼 수 있는 시각적인 충격을 주는 장면이나 긴장을 고조시키는 음악은 없다. 그는 “그런 장면이나 음악을 넣으면 관객들이 그것에 몰입하게 돼 청년이나 독거노인 문제 등의 메시지가 흐려졌을 것”이라고 설명했다. 주인공인 청년 부부와 독거노인의 자세한 사연은 나오지 않는다. 이 역시 ‘전략적 생략’이라는 것이 임 감독 설명. 그는 “주인공들이 어디에나 있는 평범한 청년, 독거노인으로 보이길 바랐다”라며 “너무 자세한 사연이 들어가면 영화 속 이야기가 지극히 특수하고 개인적인 이야기로 비치면서 논의가 확장되지 못할 것 같았다”라고 했다. “청년 문제든 독거노인 문제든 그 근원은 무관심이라고 생각해요. 무관심이 빚어낸 공포에 대해 말하고 싶었고요. 이 영화는 공익적인 목적으로 만든 것도 교훈을 주려는 것도 아닙니다. 다만 주변의 누군가에 관심을 갖고 한 번쯤이라도 돌아볼 수 있는 계기가 된다면 그걸로 충분할 것 같습니다.”손효주 기자 hjson@donga.com}

    • 2022-09-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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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무비줌인]힘주지 않는 영화의 힘 ‘육사오’

    올해 한국 영화계에서 최대 이변의 주인공을 꼽으라면 단연 ‘육사오’일 것이다. 제작비 50억 원의 이 저예산 코미디 영화는 개봉 전까지만 해도 관심 밖의 비주류였다. 여름 극장가의 관심은 한국 영화 ‘빅4’로 불리는 ‘한산: 용의 출현’ ‘비상선언’ ‘외계+인’ ‘헌트’에 쏠려 있었다. 호평도 혹평도 ‘빅4’에 집중됐다. ‘빅4’ 대전의 격랑 속에 작디작은 ‘육사오’는 본의 아니게 ‘은밀하게’ 개봉했다. 이 영화가 갈 길은 분명해 보였다. ‘요절복통’ ‘웃음폭탄’ 등의 단어로 관객들을 유혹하려 안간힘을 썼지만 개봉과 동시에 사라지는, 수많은 코미디 영화가 걸었던 그 길 말이다. 감독 지인들 정도만 “영화 정말 재밌던데?”라며 어색한 표정으로 위로하는 그림이 그려지는 영화였다. 영화를 보기 전까진 그랬다. 그런 ‘육사오’가 일을 냈다. 지난달 24일 개봉한 영화는 12일 누적 관객 수 160만 명을 기록하며 손익분기점을 넘어섰다. 올해 개봉한 한국 영화 중 손익분기점을 넘긴 영화는 ‘육사오’를 포함해 ‘범죄도시2’ ‘마녀2’ ‘헤어질 결심’ ‘한산: 용의 출현’ ‘헌트’ ‘공조2’가 전부. ‘육사오’는 이 중 유일하게 제작비가 100억 원이 안 되는 영화다. ‘육사오’가 대작 범람 국면에서 명확한 존재감을 드러낼 수 있었던 비결은 뭘까. 아이러니하게도 코미디만 파고든 코미디 영화라는 점이 꼽힌다. 그간 코미디 영화가 숱하게 나왔지만 코미디 한길에만 집중한 영화는 드물었다. 슬로 모션을 더한 신파를 남발하며 웃음으로 시작해 눈물로 끝나는 일부 영화들은 웃으려고 극장을 찾은 관객들을 당황케 했다. ‘육사오’처럼 남북 분단이 소재라면 말미에 통일의 당위성을 설파하는 등 거창하게 보이려는 유혹에 빠져버리는 경우도 많았다. ‘육사오’는 그런 면에서 영리하다. 관객들이 코미디 영화에 바라는 것이 무엇인지 꿰뚫는다. 말년 병장 천우(고경표)의 1등 당첨 로또 복권이 바람에 날려 군사분계선(MDL)을 넘어 북한군 손에 들어간다는 코믹한 설정을 위해 남북 분단을 활용할 뿐 어떠한 정치적 메시지도 던지지 않는다. 남북 군인들이 비무장지대(DMZ) 내에서 1등 당첨금 분배 협상을 진행한다는 설정은 일부 관객들에게 또 뻔한 방향으로 빠지겠다는 우려를 하게 했을 것이다. 남북 군인들이 자주 만나며 돈독해지는 장면이 나오는 만큼 눈물의 이별 장면이 나올 것이란 우려 말이다. 분단된 조국의 현실을 애통해하며 오랜 대결을 종식시키고 자주통일의 미래를 앞당겨 나가자는 식의, 이른바 ‘우리 민족끼리’를 강조하는 메시지를 던지면 어쩌나 하는 노파심마저 생기게 하기 딱 좋은 설정이다. 그러나 이 영화는 코미디 외에 다른 길을 엿보지도, 섣불리 대의를 논하지도 않는다. 남북 군인들은 비교적 쿨하게 헤어진다. 분단의 현실도 있는 그대로 받아들인다. 영화는 분위기가 진중해질라치면 영화 속 로또처럼 가볍게 날아가며 코미디의 정체성을 되새긴다. 신파로 흐를 조짐이 보일 땐 담담함을 앞세우는 식으로 원천 봉쇄한다. 황당하기 그지없는 상황임에도 조금도 황당하지 않다는 듯 연기하는 배우들의 능청스러움이 더해지면서 관객들은 끝까지 웃다가 영화관을 나설 수 있다. ‘육사오’의 흥행은 영화관과 작은 영화의 가능성을 보여줬다는 데서도 의미가 있다. 팬데믹 시대 온라인동영상서비스(OTT)가 확산되고 영화 관람료가 크게 오르면서 큰 스크린에서 볼 가치가 있는 장면들로 무장한 블록버스터나 액션 영화가 아니면 영화관을 찾지 않을 것이란 우려가 많았다. 저예산 코미디 영화는 영화관에서 봐야 할 이유가 없는 대표적인 장르로 여겨졌다. 반면 ‘육사오’를 본 이들은 ‘육사오’를 영화관에서 봐야 가치가 더 높아지는 영화로 평가한다. 이 영화를 본 관객들은 함께 어우러져 웃는 분위기가 좋았다고 입을 모은다. “나는 별로 안 웃겼는데 다른 사람들이 크게 웃어서 같이 웃었다. 관객이 최대한 많은 영화관으로 가시라”는 관람 팁을 내놓기도 한다. 팬데믹 시대 고립을 겪은 사람들이 함께 모여 웃던 예년의 영화관 풍경을 그리워했고, 이런 갈증이 높아진 시기에 개봉한 영화가 ‘육사오’였다는 이야기다. 쓸데없는 힘을 빼며 코미디 영화의 미덕을 보여주는 데 충실했던 ‘육사오’는 흥행에 성공했다. 힘주지 않은 영화의 힘을 보여줬다. 진중한 이야기를 다룬 ‘빅4’ 영화나 OTT가 쏟아내는 디스토피아를 다룬 콘텐츠로 피로감이 누적된 시기에 나온 이 영화는 원초적이고 가벼운 웃음으로 관객들의 복잡하고 심각해진 머리를 비우는 데도 일조했다. 관객들은 어쩌면 영화관에서나마 현실을 망각하게 해주는 소임에 충실한 영화라면 그 스케일을 넘어 기꺼이 지갑을 여는지도 모른다.손효주 문화부 기자 hjson@donga.com}

    • 2022-09-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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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에미상 장벽 깬 K드라마

    넷플릭스 오리지널 한국 드라마 ‘오징어게임’이 비영어 드라마 최초로 미국 방송계 최고 권위를 지닌 에미상을 수상했다. 미국 로스앤젤레스 마이크로소프트 극장에서 12일(현지 시간) 열린 제74회 에미상 시상식에서 황동혁 감독(51)이 감독상을, 배우 이정재(50)가 남우주연상을 거머쥐며 세계 드라마 역사를 다시 썼다. 앞서 4일 열린 드라마 기술진 등에 대한 에미상 시상식에서 게스트 여배우상(이유미), 스턴트 퍼포먼스상 등 4개 상을 받은 데 이어 감독상, 남우주연상까지 수상하며 오징어게임은 에미상 6관왕에 올랐다. 2020년 영화 ‘기생충’의 아카데미 4관왕, 지난해 그룹 방탄소년단의 빌보드·아메리칸뮤직어워즈 수상에 이어 오징어게임까지 에미상을 받으면서 K콘텐츠가 세계적으로 권위 있는 장르별 상을 휩쓸며 주요상 수상 퍼즐을 완성했다. 황 감독은 오징어게임 1화 ‘무궁화 꽃이 피던 날’로 아시아 국적 감독 최초로 에미상 감독상을 받았다. 그는 이날 시상식에서 “에미상 14개 후보에 오른 뒤 사람들은 내가 역사를 만들었다고 했다. 그런데 나 혼자 만든 역사가 아니다. 우리 모두가 함께 이 역사를 만든 것”이라고 말해 박수갈채를 받았다. 황 감독은 함께 후보에 오른 미국 HBO ‘석세션’의 마크 마일러드, 애플TV플러스 ‘세브란스: 단절’의 벤 스틸러 등 쟁쟁한 감독들을 모두 제쳤다. 이정재 역시 아시아 국적 배우 최초로 에미상 남우주연상을 받았다. 특히 그는 올해 1월 골든글로브 시상식에서 자신을 제치고 남우주연상을 받았던 ‘석세션’의 제러미 스트롱 등 세계적인 스타들을 꺾고 상을 차지했다. 이정재는 영어로 짧게 소감을 밝힌 뒤 우리말로 “대한민국에서 보고 계실 국민 여러분과 기쁨을 나누겠다”고 힘줘 말했다. 그는 기자간담회에서도 “언어가 다르다는 것이 크게 중요하지 않다는 것은 ‘성기훈’(이정재 배역)의 수상으로 증명됐다”고 말했다. 이날 외신도 시상식 결과를 앞다퉈 보도했다. 뉴욕타임스(NYT)는 “세계적으로 엄청난 흥행을 거둔 오징어게임이 에미상 역사를 다시 썼다”고 보도했다. 뉴욕포스트는 “오징어게임이 최초의 비영어 수상작이 되면서 74년 역사의 에미상에서 엄청난 승자가 됐다”고 평가했다. 윤석열 대통령은 13일 축전을 보내 “불평등과 기회의 상실이라는 현대 사회 난제에 대한 치밀한 접근과 통찰이 세계인의 큰 공감을 얻었다”며 축하했다.“자본주의 묵직한 풍자”… 74년 에미상, 非영어 작품에 문열다 ‘오징어게임’ 美에미상 새 역사황동혁 “비영어 마지막 수상 아니길”‘빈부격차 심화’라는 사회적 메시지… 세련되고 과감한 연출에 세계 공감黃 “올림픽 아닌데 국가대표된 느낌, 오징어게임2로 작품상에도 도전” “오징어게임이 에미상을 받은 마지막 비영어 드라마가 아니길 진심으로 바랍니다. 저의 에미상 수상 역시 마지막이 아니길 간절히 바라고요.” 12일(현지 시간) 에미상 시상식이 열린 미국 로스앤젤레스(LA) 마이크로소프트 극장. ‘오징어게임’으로 감독상을 받은 황동혁 감독이 영어로 소감을 밝히자 객석에선 웃음과 환호가 터져 나왔다. 1949년 시작된 에미상 역사상 비영어 드라마가 에미상을 수상한 건 처음이다. 영국 일간 가디언은 이날 ‘오랜 세월의 승리-2022 에미상에서 가장 놀라운 일’이라는 제목의 기사를 통해 “결코 일어날 수 없는 일이 일어났다. 오징어게임의 역사적인 승리”라고 보도했다. 황 감독은 시상식에서 “역사를 만든 건 오징어게임의 문을 연 바로 여러분이고 여러분이 나를 오늘 여기 에미상에 초대해줬다”며 세계 시청자에게 감사를 표했다. 뒤이은 기자간담회에서도 “영어가 아닌 드라마로 처음 에미상의 벽을 넘었다”며 “올림픽이 아닌데 국가대표가 된 느낌”이라며 기뻐했다. 황 감독에 이어 아시아 국적 배우로는 처음 에미상 남우주연상을 받은 이정재는 상기된 표정이었다. 영어로 “매우 감사하다”고 연이어 말한 그는 “황 감독이 현실 문제들을 멋진 각본과 비주얼로 스크린에 옮겨줬다”며 고마워했다. 이날 이정재는 정호연과 함께 버라이어티 스케치 시리즈 부문 시상자로 무대에 오르기도 했다. 무대 한쪽에는 드라마 속 ‘무궁화꽃이 피었습니다’ 게임에 나온 영희 인형이 놓여 있었고, 이를 본 이정재와 정호연은 게임을 하듯 잠시 멈춰서는 퍼포먼스를 선보여 웃음을 자아냈다. 지난해 9월 17일 ‘오징어게임’이 190여 개국에 동시 공개되자 세계 시청자들은 열광했다. 공개 후 28일간 ‘오징어게임’의 시청 시간은 16억5000만 시간. 세계인 3명 가운데 1명이 오징어게임을 1시간 이상 시청한 셈이다. 2위인 미국 드라마 ‘기묘한 이야기4’(13억5200만 시간), 3위인 스페인 드라마 ‘종이의 집 파트5’(7억9200만 시간)를 압도한다. 오징어게임은 현재 시즌2 제작이 진행 중이고 드라마가 공개된 9월 17일을 LA시가 ‘오징어게임의 날’로 지정하는가 하면 넷플릭스가 리얼리티쇼 ‘오징어게임: 더 챌린지’ 제작을 발표하는 등 파급력은 1년이 지난 지금도 이어지고 있다. 김숙영 로스앤젤레스 캘리포니아대(UCLA) 연극학과 교수는 “지금도 미국에서는 오징어게임에 나온 게임을 직접 해보거나 디자인을 따라하는 등 인기가 지속되고 있다”고 말했다. 비평서 ‘서바이빙 스퀴드 게임’을 집필한 그는 “미국에서 가난을 표현하는 방식은 홈리스를 통한 방식이 많은데 오징어게임은 친숙한 주제로 낯선 시공간에서 신선함과 재미를 더했다”고 평가했다. 드라마에 담긴 메시지가 묵직했던 점 역시 에미상이 오징어게임을 선택한 요인으로 꼽힌다. 빈부격차가 심화되며 절망에 빠진 시대를 세련되면서도 과감한 방식으로 그려 좋은 평가를 받았다는 것. 드라마 평론가인 윤석진 충남대 국어국문학과 교수는 “미국은 자본주의를 상징하는 국가지만 이에 대한 풍자가 기생충이나 오징어게임만큼 잘 드러난 작품은 정작 미국에 없었다”며 “에미상은 감독의 날카로운 현실 인식과 예술적 성취에 주목한 것으로 보인다”고 했다. 황 감독은 기자간담회에서 “팬데믹을 겪고 있는 와중에 빈부격차, 자본주의 사회가 갖는 문제점 등을 지적한 주제의식에 (세계인이) 공감했던 것 같다”고 했다. 블룸버그통신은 “오징어게임이 다룬 문제는 국제적인 인플레이션과 겹쳐 세계에 메아리쳤다”고 수상 이유를 분석했다. 작품상은 ‘석세션’에 돌아갔다. 황 감독은 기자간담회에서 “오징어게임 시즌2로 작품상을 노려보고 싶다”고 말했다.로스앤젤레스=김현수 특파원 kimhs@donga.com손효주 기자 hjson@donga.com김재희 기자 jetti@donga.com이지훈 기자 easyhoon@donga.com}

    • 2022-09-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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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자본주의 묵직한 풍자”… 74년 에미상, 非영어 작품에 문열다

    “오징어게임이 에미상을 받은 마지막 비영어 드라마가 아니길 진심으로 바랍니다. 저의 에미상 수상 역시 마지막이 아니길 간절히 바라고요.” 12일(현지 시간) 에미상 시상식이 열린 미국 로스앤젤레스(LA) 마이크로소프트 극장. ‘오징어게임’으로 감독상을 받은 황동혁 감독이 영어로 소감을 밝히자 객석에선 웃음과 환호가 터져 나왔다. 1949년 시작된 에미상 역사상 비영어 드라마가 에미상을 수상한 건 처음이다. 영국 일간 가디언은 이날 ‘오랜 세월의 승리-2022 에미상에서 가장 놀라운 일’이라는 제목의 기사를 통해 “결코 일어날 수 없는 일이 일어났다. 오징어게임의 역사적인 승리”라고 보도했다. 황 감독은 시상식에서 “역사를 만든 건 오징어게임의 문을 연 바로 여러분이고 여러분이 나를 오늘 여기 에미상에 초대해줬다”며 세계 시청자에게 감사를 표했다. 뒤이은 기자간담회에서도 “영어가 아닌 드라마로 처음 에미상의 벽을 넘었다”며 “올림픽이 아닌데 국가대표가 된 느낌”이라며 기뻐했다. 황 감독에 이어 아시아 국적 배우로는 처음 에미상 남우주연상을 받은 이정재는 상기된 표정이었다. 영어로 “매우 감사하다”고 연이어 말한 그는 “황 감독이 현실 문제들을 멋진 각본과 비주얼로 스크린에 옮겨줬다”며 고마워했다. 이날 이정재는 정호연과 함께 버라이어티 스케치 시리즈 부문 시상자로 무대에 오르기도 했다. 무대 한쪽에는 드라마 속 ‘무궁화꽃이 피었습니다’ 게임에 나온 영희 인형이 놓여 있었고, 이를 본 이정재와 정호연은 게임을 하듯 잠시 멈춰서는 퍼포먼스를 선보여 웃음을 자아냈다. 지난해 9월 17일 ‘오징어게임’이 190여 개국에 동시 공개되자 세계 시청자들은 열광했다. 공개 후 28일간 ‘오징어게임’의 시청 시간은 16억5000만 시간. 세계인 3명 가운데 1명이 오징어게임을 1시간 이상 시청한 셈이다. 2위인 미국 드라마 ‘기묘한 이야기4’(13억5200만 시간), 3위인 스페인 드라마 ‘종이의 집 파트5’(7억9200만 시간)를 압도한다. 오징어게임은 현재 시즌2 제작이 진행 중이고 드라마가 공개된 9월 17일을 LA시가 ‘오징어게임의 날’로 지정하는가 하면 넷플릭스가 리얼리티쇼 ‘오징어게임: 더 챌린지’ 제작을 발표하는 등 파급력은 1년이 지난 지금도 이어지고 있다. 김숙영 로스앤젤레스 캘리포니아대(UCLA) 연극학과 교수는 “지금도 미국에서는 오징어게임에 나온 게임을 직접 해보거나 디자인을 따라하는 등 인기가 지속되고 있다”고 말했다. 그는 “미국에서 가난을 소재로 한 드라마는 대개 홈리스가 주인공인데 오징어게임은 친숙한 주제로 낯선 시공간에서 신선함과 재미를 더했다”고 평가했다. 드라마에 담긴 메시지가 묵직했던 점 역시 에미상이 오징어게임을 선택한 요인으로 꼽힌다. 빈부격차가 심화되며 절망에 빠진 시대를 세련되면서도 과감한 방식으로 그려 좋은 평가를 받았다는 것. 드라마 평론가인 윤석진 충남대 국어국문학과 교수는 “미국은 자본주의를 상징하는 국가지만 이에 대한 풍자가 기생충이나 오징어게임만큼 잘 드러난 작품은 정작 미국에 없었다”며 “에미상은 감독의 날카로운 현실 인식과 예술적 성취에 주목한 것으로 보인다”고 했다. 황 감독은 기자간담회에서 “팬데믹을 겪고 있는 와중에 빈부격차, 자본주의 사회가 갖는 문제점 등을 지적한 주제의식에 (세계인이) 공감했던 것 같다”고 했다. 블룸버그통신은 “오징어게임이 다룬 문제는 국제적인 인플레이션과 겹쳐 세계에 메아리쳤다”고 수상 이유를 분석했다. 작품상은 ‘석세션’에 돌아갔다. 황 감독은 기자간담회에서 “오징어게임 시즌2로 작품상을 노려보고 싶다”고 말했다.손효주 기자 hjson@donga.com로스앤젤레스=김현수 특파원 kimhs@donga.com이지훈 기자 easyhoon@donga.com}

    • 2022-09-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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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피노키오, CG로 재탄생… 생생해진 환상세계

    1940년 디즈니가 내놓은 두 번째 장편 애니메이션 ‘피노키오’가 실사 영화로 리메이크됐다. 온라인동영상서비스(OTT) 디즈니플러스가 8일 공개한 ‘피노키오’다. 이번 작품은 피노키오를 만든 할아버지 제페토 역을 톰 행크스가 맡은 것부터 화제였다. 온화한 성품의 제페토로 분한 그에게선 전작 ‘엘비스’의 악마 매니저 톰 파커가 조금도 떠오르지 않는다. ‘천의 얼굴’이란 수식어가 가장 잘 어울리는 배우라 해도 될 정도. 아역배우 벤저민 에번 에인즈워스가 표현한 피노키오의 천진난만한 목소리 연기도 인상적이다. 컴퓨터그래픽(CG) 기술로 탄생한 피노키오는 원작 애니메이션을 뛰어넘어 실제 아이처럼 생생하다. 영화는 원작의 큰 줄기를 따라가면서도 일부는 시대의 흐름을 반영했다. 제페토 작업실 벽면 한가득 걸린 뻐꾸기시계의 캐릭터들은 백설 공주, 말레피센트 등 디즈니와 역사를 함께한 유명 캐릭터로 가득했다. 피노키오가 마부의 꼬임에 빠져 ‘오락의 섬’에 가서 먹는 것도 원작에선 맥주였지만 음료로 바뀌었다. 피노키오가 수위 높은(?) 비행을 저지르던 원작과 비교하면 순화된 부분이 많다. 피노키오에게 생명을 불어넣는 백인 요정을 흑인 여배우(신시아 어리보)가 맡은 건 현지에서 다소 논란이 이어지는 분위기. 어색하고 무리한 캐스팅이었다는 지적과 다양성을 추구하기 위해 필요한 선택이었단 옹호가 맞서고 있다. 연출은 ‘백 투 더 퓨처’(1987년) 시리즈를 비롯해 ‘포레스트 검프’로 1995년 아카데미 작품상, 남우주연상(톰 행크스), 감독상 등을 휩쓴 로버트 저메키스 감독이 맡았다. 원작 애니메이션에 처음 등장해 이젠 디즈니 영화 오픈 음악으로 자리 잡은 불후의 명곡 ‘When You Wish Upon a Star’는 이번에도 주제곡으로 사용돼 동화 세계로 이끈다. 피노키오의 양심 역할을 하는 귀뚜라미 지미니 목소리를 맡은 조지프 고든레빗, 마부 역의 루크 에번스 등 쟁쟁한 배우들의 활약도 관람 포인트. 다만 환상의 세계에 흠뻑 빠져들기에 스마트폰 화면은 너무 작다. 이왕이면 대형 TV 같은 큰 화면으로 보길 권한다. 손효주 기자 hjson@donga.com}

    • 2022-09-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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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실사영화로 탄생한 추억 속 애니 ‘피노키오’

    1940년 디즈니가 야심 차게 내놓은 두 번째 장편 애니메이션은 ‘피노키오’였다. 1883년 이탈리아 작가 카를로 콜로디(1826-1890)가 발표한 동화를 미국식으로 각색한 뒤 애니메이션으로 재탄생하자 엄청난 찬사가 이어졌다. 머릿속에서 막연하게 떠올리던 '동화 속 세계가 살아 움직이는 모습'에 감탄이 이어졌다.그리고 82년 뒤인 올해, 이 클래식 애니메이션이 다시 한번 관객들을 찾아왔다. 온라인동영상서비스(OTT) 디즈니플러스가 8일 공개한 실사영화 ‘피노키오’가 그 주인공. ‘라이언 킹’ ‘미녀와 야수’ ‘알라딘’ 등 디즈니 애니메이션들의 실사화가 잇따르는 가운데 과연 피노키오는 어떤 모습으로 되살아났을지를 두고 관심이 높다.영화는 나무 인형 피노키오를 만든 백발의 곱슬머리 '제페토 할아버지' 역을 톰 행크스가 맡은 것부터 관심을 집중시키기 충분했다. 온화한 성품의 제페토로 변신한 모습에선 행크스가 전작 ‘엘비스’에서 맡았던 악마 매니저 ‘톰 파커’가 전혀 떠오르지 않았다. 천변만화하는 연기자에게 주어지는 ‘천의 얼굴’이란 수식어가 아깝지 않았다.아역배우 벤저민 에반 아인스워스의 피노키오 연기도 주요 관람 포인트. 컴퓨터그래픽(CG) 기술과 실사를 섞어 탄생한 주인공 피노키오는 82년 전 원작 애니메이션에서 시공간을 넘어 그대로 튀어나온 듯하다. 실제 배우가 연기한 만큼 움직임은 진짜 아이처럼 자연스럽다. 실사와 CG를 자유자재로 오가며 자연스럽게 뒤섞이는 모습은 헐리우드의 발전된 기술을 제대로 보여준다. 원작 애니메이션의 큰 줄기를 충실히 따라가면서도 일부 장면은 달라진 시대상 등도 반영했다. 압권은 제페토의 작업실 벽면 한가득 걸린 뻐꾸기시계들이 일제히 시간을 알릴 때 튀어나오는 캐릭터들. 백설 공주와 말레피센트 등 디즈니의 유명 캐릭터들이 깜짝 출연했다. 1937년 디즈니 첫 장편 애니메이션 ‘백설 공주’ 이래로 디즈니 역사를 함께 한 캐릭터들을 한눈에 볼 수 있다. 피노키오가 마부의 꼬임에 빠져 ‘오락(pleasure)의 섬’에 간 뒤 마시는 것도 원작에선 맥주였지만 음료로 바뀌었다. 원작에서 피노키오가 유혹에 빠져 담배를 피우던 장면도 빠졌다. 수위 높은 비행을 저지르던 피노키오가 상당히 순화된 편이다. 원작에서 “진짜 아이가 되게 해 달라”는 제페토의 소원을 듣고 피노키오에게 생명을 불어넣어주는 금발의 백인 요정 역할이 흑인 여성(신시아 에리보)으로 바뀐 건 현지에서 말들이 많다. 디즈니가 정치적 올바름을 의식해 캐스팅에 무리수를 뒀다는 지적과 다양성을 추구하기 위한 올바른 캐스팅이었다는 여론이 충돌하고 있다.영화는 ‘백 투 더 퓨처(1987년)’ 시리즈를 연출하고 ‘포레스트 검프’로 1995년 아카데미 작품상, 남우주연상(톰 행크스), 감독상 등 주요 상을 휩쓸었던 로버트 저메키스 감독이 연출했다. 원작 애니메이션에서 처음 등장해 지금껏 디즈니 영화의 오픈 음악으로 쓰이는 불후의 명곡 ‘When You Wish Upon a Star’는 이번 영화에도 주제곡으로 그대로 쓰였다. 시청자들을 동화 속 세계로 몰입하는데 큰 역할을 해낸다. 피노키오의 양심 역할을 하는 귀뚜라미 지미니 목소리로 열연한 조셉 고든 레빗, 마부 역으로 출연한 루크 에번스 등 쟁쟁한 헐리우드 배우들의 활약도 관람 포인트. 다만 동화 속 세계에 온전히 빠져들기에는 스마트폰 화면은 다소 작은 느낌. 이왕이면 대형 TV 등 큰 화면으로 보길 권한다. 손효주기자 hjson@donga.com}

    • 2022-09-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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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거리두기 없는 ‘영화의 바다’ 열린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여파로 축소 운영됐던 부산국제영화제(BIFF·부국제)가 영화관 내 좌석 간 거리 두기를 모두 없애는 등 3년 만에 정상 개최된다. 다음 달 5일부터 14일까지 열흘간 부산 영화의 전당 일대에서 열리는 제27회 부국제는 팬데믹 이전의 온전한 모습으로 돌아온다. 중화권 스타 배우 량차오웨이가 자신의 출연작 6편을 들고 부산을 찾고 디즈니플러스 등 온라인동영상서비스(OTT) 드라마가 대거 상영되는 등 다양한 볼거리로 가득 차 있다. 부국제 집행위원회는 7일 이 같은 내용을 담은 제27회 영화제 개최 계획을 온라인 기자회견을 통해 발표했다. 개막작은 이란의 하디 모하게흐 감독 작품인 ‘바람의 향기’가 선정됐다. 이란의 한 시골 마을을 배경으로 하반신 장애가 있는 아버지가 전신마비 아들을 돌보며 살아가는 삶을 그린 작품이다. 허문영 집행위원장은 “모하게흐 감독은 부국제와 영화 이력을 함께해 온 아시아 차세대 거장”이라며 “‘바람의 향기’는 작고 고요하지만 어마어마한 감동과 울림을 주는 영화”라고 소개했다. 영화제에 공식 초청된 작품은 개막작을 비롯해 71개국 243편. 팬데믹 이전 300여 편에 비해선 여전히 적지만 지난해 70개국 223편, 2020년 68개국 192편과 비교하면 소폭 늘었다. ‘올해의 아시아영화인상’은 량차오웨이가 선정됐다. 량차오웨이는 ‘화양연화’ ‘해피투게더’ ‘무간도’ 등 자신이 선정한 대표작 6편을 상영하는 특별전 ‘양조위의 화양연화’에도 참석해 관객들과 직접 만날 예정이다. 부국제는 지난해 OTT 드라마를 영화관에서 상영하는 ‘온 스크린’ 부문을 신설해 화제를 모았다. 지난해엔 3편을 상영했지만 올해는 9편으로 크게 늘렸다. ‘온 스크린’은 OTT의 확산으로 영화와 드라마의 경계가 무너지고 있음을 보여주는 대표적인 부문이다. 이번엔 영화 ‘왕의 남자’(2005년)를 연출한 이준익 감독의 드라마 데뷔작 티빙의 ‘욘더’를 비롯해 디즈니플러스의 ‘커넥트’, 넷플릭스의 ‘썸바디’ 등 국내외 9개 작품이 공식 공개 전 부국제를 통해 먼저 선보일 예정이다. 6·25전쟁 당시 제작돼 실제 전투 장면이 담긴 영화 ‘낙동강’(1952년)도 특별 상영된다. 최근 원본 필름이 발굴돼 복원을 마친 이 영화는 부국제를 통해 처음 공개된다. 14일 상영되는 폐막작으로는 일본 이시카와 게이 감독이 연출한 ‘한 남자’가 선정됐다. 2018년 요미우리 문학상을 받은 히라노 게이치로의 동명 소설을 원작으로 한 영화로 자신의 과거를 지우고 싶은 욕망과 자신의 정체성에 대한 질문을 미스터리 형식으로 담아냈다. 손효주 기자 hjson@donga.com}

    • 2022-09-0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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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양조위와 함께 돌아온 부산국제영화제…3년 만에 정상개최

    팬데믹으로 축소 운영됐던 부산국제영화제(BIFF·이하 부국제)가 영화관 내 좌석 간 거리두기를 모두 없애는 등 3년 만에 정상 개최된다. 예년 모습으로 돌아오는 부국제는 중화권 스타 배우 량차오웨이(양조위)가 자신의 출연작 6편을 들고 부산을 찾고 디즈니플러스 등 온라인동영상서비스(OTT) 드라마가 대거 상영되는 등 다양한 볼거리로 행사로 가득 차 있다. 부국제 집행위원회는 7일 이 같은 내용을 담은 제27회 영화제 개최 계획을 온라인 기자회견을 통해 발표했다. 우선 개막일인 다음달 5일 공개되며 영화제의 문을 여는 개막작으로는 이란의 하디 모하게흐 감독 작품 ‘바람의 향기’가 선정됐다. 이란의 한 시골 마을이 배경인 이 영화는 하반신 장애가 있는 남자가 전신마비 상태인 아들을 돌보는 이야기를 중심으로 장애인들이 서로를 돕는 소소한 연대의 이야기를 그린다. 허문영 집행위원장은 개막작 선정 배경을 두고 “모하게흐 감독은 부국제와 영화 이력을 함께해 온 아시아 차세대 거장”이라며 “‘바람의 향기’는 작고 고요하지만 어마어마한 감동을 주는 영화”라고 소개했다.영화제에 공식 초청된 작품은 개막작을 비롯해 71개국 243편이다. 예년 300여 편에 비해선 여전히 적지만 팬데믹이 한창이던 지난해 70개국 223편, 이에 앞선 2020년 68개국 192편과 비교할 땐 소폭 늘었다. 개막식 당일 시상이 진행되는 ‘올해의 아시아영화인상’은 량차오웨이(양조위)가 받는다. 량차오웨이는 시상식에 참여하는 것은 물론 ‘화양연화’ ‘해피투게더’ ‘무간도’ 등 자신이 선정한 대표작 6편을 상영하는 특별전 ‘양조위의 화양연화’에도 참석해 관객들과 직접 만날 예정이다. 지난해 온라인동영상서비스(OTT) 드라마를 영화관에서 상영하는 ‘온 스크린’ 부문을 신설해 큰 화제를 모은 부국제는 이번에는 OTT 드라마 상영작을 지난해 3편에서 9편으로 크게 늘렸다. ‘온 스크린’은 OTT의 확산으로 영화와 드라마의 경계가 무너지고 있음을 보여주는 대표적인 부문이다. 이번엔 영화 ‘왕의 남자’를 연출한 이준익 감독의 드라마 데뷔작인 티빙의 ‘욘더’를 비롯해 디즈니플러스의 ‘커넥트’, 넷플릭스의 ‘썸바디’ 등 국내외 9개 작품이 공식 공개 전 부국제를 통해 먼저 선보일 예정이다. 6·25전쟁 당시 제작됐고, 실제 전투 장면이 담긴 세미 다큐멘터리 영화 ‘낙동강(1952년)’도 특별 상영된다. 최근 원본 필름이 발굴된 뒤 복원이 완료된 ‘낙동강’은 부국제를 통해 관객들과 최초로 만나게 된다. 14일 상영되는 폐막작으로는 일본 이시카와 케이 감독이 연출한 ‘한 남자’가 선정됐다. 2018년 요미우리 문학상을 받은 히라노 게이치로의 동명 소설을 원작으로 한 영화로 자신의 과거를 지우고 싶은 욕망과 자신의 정체성에 관한 질문을 미스터리 형식으로 담아냈다.손효주 기자 hjson@donga.com}

    • 2022-09-0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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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故강수연 추모 홈페이지 개설… 주요 작품-활동 사진 등 담아

    올해 5월 별세한 배우 강수연 씨(사진)를 추모하기 위해 유족이 만든 홈페이지가 최근 문을 열었다. ‘강수연 대한민국의 영원한 배우’라는 글귀와 고인의 생전 사진을 첫 페이지에 담았다. 고인의 프로필과 주요 작품, 수상 이력, 어린 시절부터 최근까지 활동한 모습을 담은 사진 및 일상 사진들을 볼 수 있다. 고인이 잠든 경기 용인공원 묘비에도 추모 사이트에 접속할 수 있는 QR코드가 새겨져 있다. 한편 11월 열리는 제17회 런던한국영화제에서는 고인의 출연작들이 상영될 예정이다.손효주 기자 hjson@donga.com}

    • 2022-09-0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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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범죄와의 전쟁’ 윤종빈, 6부작 드라마에 도전장

    명대사 “살아있네”로 유명한 영화 ‘범죄와의 전쟁: 나쁜 놈들 전성시대’(2012년)를 만든 윤종빈 감독의 드라마 데뷔작 ‘수리남’이 9일 공개된다. 현실세계를 맛깔 나게 세공해내는 윤 감독이 만든 작품인 만큼 그가 새로운 영역에 도전해 담아낸 세계는 어떤 모습일지 기대를 모으고 있다. 넷플릭스 오리지널 드라마 ‘수리남’은 제작비 350억 원이 투입된 대작으로 실화를 토대로 만들었다. 제목 그대로 브라질 북부에 있는 인구 약 60만 명의 다소 생소한 나라 수리남에서 벌어진 마약 범죄 사건을 다뤘다. 드라마는 한국에 홍어를 수출해 큰돈을 벌겠다며 수리남으로 건너간 사업가 강인구(하정우)의 이야기로 시작된다. 홍어가 잡히면 모두 갖다버리는 수리남은 홍어 어획의 노다지와 다름없는 곳. 그러나 꿈에 부푼 것도 잠시. 현지 교회 목사로 위장한 전요환(황정민)에게 속아 강인구는 홍어에 코카인을 넣어 한국에 밀반입하려 한 혐의로 현지 교도소에 수감된다. 요환은 한국과 범죄인 인도 조약을 맺지 않아 도피처로 최적인 수리남으로 달아난 뒤 현지 마약 유통을 장악한 마약왕이다. 인구는 사업을 망쳐버린 요환에게 이를 갈고, 그런 인구에게 국가정보원 요원 최창호(박해수)가 접근해 요환을 체포하자고 설득한다. 거액을 줄 테니 요환 곁으로 위장 잠입해 함께 수사하자는 것. 서울 강남구의 한 호텔에서 7일 열린 제작발표회에서 윤 감독은 “처음 이 이야기를 듣고 굉장히 흥미로웠는데 2시간 조금 넘는 영화 시나리오로 보니 흥미로운 부분이 많이 빠져 아쉬웠다”며 드라마에 도전한 배경을 밝혔다. 실제 ‘수리남’은 영화로 시작했다가 8부작 드라마로 노선을 바꾼 뒤 다시 6부작으로 축약됐다. 윤 감독의 페르소나로 불리는 배우 하정우가 작품 기획을 시작해 윤 감독에게 연출을 제안했다. 하정우는 “실화에 바탕을 둔 이야기가 주는 힘이 굉장했다”며 “남미의 그 작은 나라에서 한국인이 마약상을 한다는 것 자체가 재밌어서 영화든 드라마든 작품으로 만들면 좋겠다고 생각했다”고 말했다. 윤 감독은 인구가 가족에게 왜 그렇게 집착하는지, 생존 본능이 누구보다 강한 사람이 될 수밖에 없었던 이유가 무엇인지를 1968년 인구가 태어났을 때부터 그가 살아온 과정을 축약해 보여준다. 이를 통해 시청자들은 인구의 입장을 이해하며 이야기에 몰입하게 된다. 남미의 도미니카공화국은 물론이고 제주와 전주 등 국내 곳곳을 남미처럼 꾸며 담아낸 이국적인 풍광을 보는 것도 관람 포인트. 윤 감독은 “촬영 당시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이 너무 심각해 예정된 해외 촬영을 다 할 수 없어 눈물이 났다”며 “제주로 가족여행을 갔다가 문득 남미처럼 꾸밀 수 있겠다는 생각이 들어 도전했다”고 말했다. 악인 중의 악인을 연기한 황정민과 ‘오징어게임’의 상우에 이어 작품마다 다른 사람처럼 연기하는 천의 얼굴 박해수 등 주요 출연진의 연기는 러닝타임 내내 팽팽한 긴장감을 빚어낸다. 황정민은 “완성된 드라마를 보니 각자 맡은 캐릭터를 너무나도 훌륭하게 소화해냈다. 자기만의 아우라가 다 보였다”며 후배들의 연기를 극찬했다. 6시간 러닝타임 내내 관객을 빠져들게 하는 밀도 높은 연출력을 보고 있으면 윤 감독이 그간 2시간 안팎의 짧은 러닝타임 탓에 다 펼쳐보지 못한 능력을 모두 갈아 넣은 듯하다. 손효주 기자 hjson@donga.com}

    • 2022-09-0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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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죽은 아이들이 전화로 “탈출해” 단서 주는데…

    1970년대 미국 덴버의 한 마을. 동네 남자 아이들이 하나둘 사라진다. 실종된 아이는 다섯 명. 온 동네에 실종자를 찾는다는 벽보가 붙었지만 돌아오는 이는 없다. 납치 현장에서 검은색 풍선과 밴을 봤다는 목격담만 나돌 뿐이다. 13세 피니(메이슨 테임스) 역시 무사하지 못하다. 피니는 하굣길 검은색 밴을 타고 나타난 그래버(이선 호크)에게 납치된다. 깨어나 보니 침대 매트리스와 벽에 설치된 검은색 전화기가 전부인 지하실. 전화기는 선이 빠져 있다. 그런데 무슨 일인지 전화벨이 울린다. 전화를 건 이는 실종된 아이. 이미 그래버에게 살해된 5명은 차례로 전화를 걸어 피니에서 탈출 단서를 알려준다. 7일 개봉하는 영화 ‘블랙폰’에서 주인공 메이슨 테임스의 연기는 관객의 몰입을 이끌어낸다. 공포에 비명조차 나오지 않아 덜덜 떨기만 하는 모습과 긴장으로 가득한 숨소리까지 세밀하게 표현한다. ‘비포 선라이즈’ 시리즈의 인기로 로맨스 스타 이미지가 강한 이선 호크의 사이코패스 변신도 관람 포인트. 가면으로 얼굴을 가려 얼굴이 다 나오는 장면이 거의 없지만 섬뜩함과 기괴함, 잔혹함이 가면을 뚫고 나온다. 영화는 언뜻 죽은 아이들이 전하는 단서, 오빠를 구하려는 여동생 그웬이 꾸는 기묘한 꿈 등에 힘입어 피니가 살아남는 단순한 이야기를 하는 듯하다. 그러나 감독은 뻔한 공포물의 외관을 내세워 또래끼리의 연대와 초자연적인 현상 외에 기댈 것이 없는 아이들의 외로운 모습을 보여주는 데 초점을 맞춘다. 잔혹한 폭력에 일상적으로 노출되고 그런 폭력을 직접 행하는 아이들을 보여주며 아이들을 지켜주지 못하는 사회와 어른들을 비판한다. 감독은 그래버가 허리띠를 무기로 쓰고 작은 소리에도 과도하게 민감하게 반응하는 모습을 보여준다. 이는 피니와 그웬의 아버지가 아이들을 학대할 때 보여준 모습. 이 같은 장치를 이용해 아이들을 학대하는 아버지와 아이들을 죽일 궁리만 하는 사이코패스는 크게 다르지 않다는 것을 흘리듯 보여주는 연출력은 감탄스럽다. 마블 영화 ‘닥터 스트레인지’를 연출해 호평받은 스콧 데릭슨 감독의 작품이다. 공포에 압도당하다가 영화가 끝난 뒤엔 몇몇 장면을 곱씹으며 어른의 역할이란 무엇인지 생각하게 된다.손효주 기자 hjson@donga.com}

    • 2022-09-0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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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내 장애는 신이 주신 선물… 덕분에 배우로 성공”

    “윤여정 선생님을 제일 먼저 뵙고 싶어요. 내공 깊은 연기도 배우고 싶습니다.” 올 3월 아카데미 시상식에서 영화 ‘코다’로 남우조연상을 받은 농아인 배우 트로이 코처가 제19회 세계농아인대회 홍보대사 위촉식 참석차 6일 한국을 찾았다. 이날 서울 중구의 한 호텔에서 기자회견을 연 그는 “한국에서 누굴 만나고 싶으냐”는 취재진의 질문에 윤여정을 여러 번 언급하며 “꼭 만나고 싶다”고 답했다. 윤여정은 당시 남우조연상 시상자로 나와 수어로 “축하합니다. 사랑합니다”라고 표현한 뒤 코처를 호명해 화제가 됐다. 코처는 “윤 선생님이 트로피를 들어줘서 내가 수어로 편안하게 소감을 발표할 수 있었다. 정말 감사드린다”고 인사를 전했다. 농아인 배우가 아카데미에서 상을 받은 건 그가 두 번째다. 그는 “상을 받기 전 무명배우였지만 수상 이후 영화 출연 제의가 많아져 바쁘게 살고 있다”며 “나에게 아카데미상은 힘들게 공부해서 박사학위를 딴 것과 같다”고 했다. 이어 “할리우드는 이제 농아인 역할을 비장애인이 맡는 일이 많이 줄었다”며 “한국도 그런 날이 오길 바란다”고 했다. 그는 세계농아인대회 홍보대사를 맡아 대회 홍보에 나서는 한편 한국에서 농아들을 위한 교육자 역할도 하고 싶다고 밝혔다. 수어 보전의 중요성을 설파하는 등 대회 개최를 계기로 하고 싶은 일이 많다는 것. “제 장애는 신이 주신 선물이라고 생각해요. 그 선물 덕분에 배우 생활도 성공했고요. 저처럼 배우를 꿈꾸는 장애인들에게 자신 안의 열정과 꿈을 포기하지 말라고 꼭 말해주고 싶네요.”손효주 기자 hjson@donga.com}

    • 2022-09-0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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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오겜’ 美에미상 4관왕… 非영어 드라마 최초

    넷플릭스 ‘오징어게임’이 미국 방송계 최고 권위를 지닌 에미상에서 비영어 드라마 최초로 본상(프라임타임)을 받았다. 게임 참가자 지영 역할을 맡은 배우 이유미가 게스트 여배우상을 수상하는 등 4개 부문에서 상을 거머쥐었다. 미국 로스앤젤레스 마이크로소프트 극장에서 4일(현지 시간) 열린 제74회 크리에이티브 아츠 프라임타임 에미상 시상식에서 이유미는 게스트 여배우상 수상자로 선정됐다. 게스트 여배우상은 드라마의 여러 에피소드 중 특정 에피소드에 주연급으로 출연해 뛰어난 연기를 보여준 여배우에게 준다. 극 중 지영은 구슬치기 에피소드인 6화 ‘깐부’편에서 새벽(정호연)을 위해 희생한다. 이유미는 삶에 미련이 없는 지영을 섬세하게 표현하며 강렬한 인상을 남겼다. 프라임타임 에미상에서 연기상을 수상한 아시아 국적 배우는 이유미가 처음이다. 이유미는 미국 HBO 드라마 ‘석세션’의 호프 데이비스 등 후보에 오른 쟁쟁한 미국 드라마 출연자들을 제쳤다. 이유미는 이날 시상식 직후 “너무 행복하다. 믿어지지 않는다. 상의 무게 이상으로 더 열심히 하려고 노력하겠다”고 밝혔다. ‘오징어게임’은 스턴트 퍼포먼스상과 시각효과상(‘VIPS’ 편), 프로덕션디자인상(‘깐부’ 편)도 받았다. 후보에 오른 7개 부문 중 4개 부문을 석권한 것이다. 이 역시 비영어 드라마 사상 최초다. 1949년 제정된 에미상은 미국 TV예술과학아카데미(ATAS)가 주관하며 방송계의 아카데미상으로 불린다. 크리에이티브 아츠 프라임타임 에미상은 작품상, 남녀주연상, 남녀조연상, 감독상 등 연기 및 연출 주요 부문에 대한 시상을 진행하는 프라임타임 에미상에 앞서 진행된다. 예술·기술 부문 제작진을 대상으로 시상하되 일부 프라임타임 연기상도 포함한다. 현지 시간으로 12일 열리는 프라임타임 에미상에서 오징어게임은 △작품상 △감독상 및 각본상(황동혁) △남우주연상(이정재) △남우조연상(박해수, 오영수) △여우조연상(정호연) 부문에 후보로 올랐다. 이에 앞서 게스트 여배우상 등 4개 부문을 휩쓸면서 작품상이나 남우주연상 등 주요 부문의 수상 가능성도 높아지고 있다. ‘오징어게임’은 올해 1월 ‘깐부 할아버지’ 오영수가 미국 골든글로브 시상식에서 한국 배우 최초로 연기상을 받았고, 올해 3월엔 미국배우조합(SAG)상 시상식에서 이정재와 정호연이 한국 배우 최초로 SAG 남녀주연상을 받는 등 한국 드라마의 역사를 잇달아 새로 쓰고 있다.손효주 기자 hjson@donga.com}

    • 2022-09-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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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병석의 부모님이 “끝내고 싶다” 말한다면…

    “끝내고 싶으니 도와다오.” 병석에 누운 백발의 아버지가 중년의 딸을 보며 입을 뗀다. 무뚝뚝한 아버지가 딸의 손까지 붙잡고 부탁한다. 놀란 딸은 병실에서 뛰쳐나가 버린다. 7일 개봉하는 프랑스 영화 ‘다 잘된 거야’(사진)는 초반부 뇌중풍(뇌졸중)으로 쓰러진 뒤 반신이 마비된 84세 아버지 앙드레(앙드레 뒤솔리에)의 모습을 중점적으로 보여준다. 앙드레는 글씨조차 스스로 쓸 수 없다. 배변도 해결할 수 없어 변이 묻은 침대 위에서 몇 시간이고 도와줄 이가 오길 기다려야 한다. 공장을 운영하고 미술품을 수집하며 품격 있는 삶을 살아온 앙드레는 “숨만 쉰다고 사는 것이냐”며 비참한 신세를 한탄한다. “이건 내가 아니다”라며 딸 에마뉘엘(소피 마르소) 앞에서 아이처럼 울기도 한다. 딸은 아버지가 마음을 바꾸길 바라지만 아버지는 완강하기만 하다. 결국 스위스로 가 의료진이 마련한 약물을 환자 스스로 투여하는 ‘의사조력사’를 시행하기로 하고 날을 잡는다. 그런데 앙드레는 손자의 연주회를 보고 가야겠다며 조력사 날을 미루는가 하면 딸에게 직접 전화를 걸 수 있을 만큼 몸이 회복됐다고 기뻐하는 등 도통 알 수 없는 모습을 보인다. 그는 때때로 누구보다 강한 삶의 의지를 보이며 딸을 의아하게 만든다. 아버지는 결국 마음을 바꾸게 될까. 영화는 아버지와 딸이 작별을 준비하는 과정과 죽음의 날이 다가오며 겪게 되는 심리 변화를 보여주는 데 초점을 맞춘다. 차멀미로 구토하는 어린 딸을 다독이기는커녕 “많이 먹어서 그렇다”며 면박을 주기 바빴고, 가족에게 엄청난 비밀로 큰 상처를 줬던 애증의 대상인 아버지의 마지막을 함께해야 하는 딸의 복잡한 심경을 담아내는 데 주력한다. 원조 하이틴 스타 소피 마르소는 한층 깊어진 내면 연기로 애증을 표현하며 공감을 이끌어낸다. 비뚤어진 한쪽 입 등 반신이 마비된 환자를 연기한 앙드레 뒤솔리에의 연기도 관람 포인트다. 지난해 칸 영화제 경쟁부문에 초청되며 작품성을 인정받은 영화로, 프랑스 작가 에마뉘엘 베르넴이 딸로서 직접 겪은 일을 녹여낸 소설을 원작으로 만들었다.손효주 기자 hjson@donga.com}

    • 2022-09-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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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책의 향기]200년 전 ‘식물 이주’의 역사적 순간

    1829년 영국 런던. 호기심 많은 외과의사 너새니얼 워드의 집에서 인류의 역사를 바꿀 새싹이 고개를 내밀었다. 번데기가 나방이 되는 모습을 보려고 유리병 속에 마른 잎, 번데기, 흙을 넣어뒀는데 흙 표면 위로 새싹이 튼 것. 이 식물은 병 속에서 무려 3년을 살았다. 4년 뒤 워드는 양치류 등을 넣은 밀폐형 유리 상자를 호주 시드니까지 배에 실어 보냈다. 이후 호주 자생 식물 풀고사리 등을 같은 상자에 넣어 런던으로 보내는 실험도 진행했다. 두 실험은 대성공이었다. 식물을 살아있는 상태로 원거리를 이동시키는 일명 ‘워디언 케이스’가 발명된 순간이었다. 워디언 케이스는 식물을 종자 형태로 운반할 때 말라 죽거나 곰팡이가 피는 문제를 단번에 해결했다. 살아있는 식물을 그대로 운반하는 건 다른 대륙의 환경을 고스란히 이동시킨다는 점에서 주목받았다. 워디언 케이스는 바닐라 후추 등 온갖 식물을 유럽으로 들여오는 ‘마법의 상자’로 대활약하며 종묘업계와 식물학자들에게 각광받았다. 그러나 19, 20세기 제국주의 열강들은 식민지에 플랜테이션(대규모 상업농장)을 조성하기 위한 도구로 이를 악용했다. 독일은 카카오를 포함한 각종 식물 묘목을 이 상자에 실어 카메룬 등 식민지로 대량 운송했다. 식민지의 넓은 농경지와 인부들을 활용해 각종 식물을 재배하며 천문학적인 수익을 거뒀다. 게다가 이 상자는 바이러스나 병충해까지 그대로 이동시켜 생태계 균형을 무너뜨리는 주범으로 지목받았다. 인간이 위디언 케이스로 식물을 자유롭게 운반한 결과를 빛과 그림자로 나눠 균형 있게 조명한 저자의 통찰력과 낯선 식물 상자 이야기를 쉽고 흥미롭게 풀어 쓴 솜씨가 돋보인다. 손효주 기자 hjson@donga.com}

    • 2022-09-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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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판 키우고 웃음 더한 ‘공조2’, 추석 극장가 점령하나

    추석 연휴 개봉하는 유일한 한국영화 대작 ‘공조2: 인터내셔날’(7일 개봉)은 시작부터 관객의 혼을 빼놓겠다고 작심한 듯하다. 미국 뉴욕 한복판을 배경으로 시작하는 도입부는 ‘공조1’에 비해 스케일이 얼마나 커졌는지를 한눈에 보여준다. 미 연방수사국(FBI) 소속 잭(다니엘 헤니)은 뉴욕에서 마약을 유통하는 조직 우두머리인 북한 출신 장명준(진선규) 일당을 검거한 뒤 미국에 파견된 북한 형사 철령(현빈) 등에게 이들을 넘겨야 하는 상황에 처한다. 북-미 수교 협상이 진행되고 있는 첨예한 외교적 상황 때문이다. 장명준 일당이 도피를 시도하면서 뉴욕 한복판에선 FBI 요원 및 북한 형사들과 장명준 일당 사이에 총격전이 벌어진다. 차량 폭발, 추격전 등 화려한 장면은 이 영화가 한국영화인지 할리우드 영화인지 헷갈릴 정도다. 공조2는 2017년 설 연휴 당시 개봉해 관객 781만 명을 모은 전작을 뛰어넘기 위해 곳곳에 공들인 흔적이 엿보인다. 뉴욕 장면은 실제 뉴욕에서 촬영한 게 아니라는 사실을 알고 나면 크게 놀라게 된다. 국내에서 6개월 넘게 걸려 만든 세트를 활용한 것으로, 컴퓨터그래픽(CG) 및 촬영·미술 기술이 얼마나 발전했는지 실감케 한다. 영화는 몰입도를 끌어올린 뒤 철령과 한국 형사 진태(유해진)가 재회하는 모습을 보여주며 속편 이야기를 본격적으로 풀어낸다. 장명준 일당이 한국으로 숨어들자 노동당 지시를 받은 철령이 5년 만에 돌아온 것. 1편에서 진태와 철영 두 사람을 주축으로 남북 공조가 이뤄졌다면, 2편에선 잭까지 가세해 남북미 공조 수사가 진행된다. FBI 요원을 더해 판을 키운 것이다. 유해진은 이번에도 ‘웃음 일등공신’으로 활약한다. 전편에서 아내를 잃고 복수심에 불탔던 현빈 역시 2편에선 코믹한 모습이 부각된다. 현빈은 1일 언론 인터뷰에서 “1편에선 복수심이 주요 감정이었다면 이번엔 시간이 흐르면서 철령이 여유로워졌다”며 “그런 점을 살리려고 노력했다”고 했다. 유해진 역시 이날 “현빈 씨는 실제로도 재밌어졌더라. 그래서 극 중에서 철령에게 ‘재밌어졌어’라는 대사를 한 것”이라고 했다. 1편 흥행 요인 중 하나였던 진태의 처제 민영(윤아)의 분량은 크게 늘었다. 금방 사랑에 빠지는 철없는 캐릭터를 능청스럽게 소화해내며 큰 호평을 받았던 그는 이번엔 잭과 철령 두 사람 모두에게 반하는 역할로 웃음의 한 축을 담당한다. 민영을 사이에 두고 두 사람이 벌이는 신경전도 웃음 포인트. 후반부 고층 호텔 외벽과 곤돌라를 활용해 손에 땀나게 만드는 액션 장면은 이 영화를 봐야 할 이유로 꼽을 만하다. 짬뽕 국물을 묻힌 파리채 등 생활 속 소품을 활용한 창의적인 액션도 돋보인다. 반면 관객을 웃기려는 다소 억지스러운 설정이라는 혹평도 예상된다. 전편에서 웃음이 터졌던 몇몇 장면을 그대로 가져다 쓰는 등 ‘웃음 안전장치’를 과도하게 배치한 점 역시 아쉬운 부분이다. 유해진은 “공조2 제작 소식을 듣고 걱정했던 점이 뭐냐”는 취재진의 질문에 이렇게 답했다. “‘우려먹는다’고 하는데 혹시 전편에 기댄 방식으로 구성돼 있으면 어쩌나 하고 걱정했다. 그런 것 때문에 속편을 선호하지 않는데 공조2의 이석훈 감독과 ‘해적: 바다로 간 산적’(2014년)을 같이한 경험이 있어서 출연을 결정했다.” 손효주 기자 hjson@donga.com}

    • 2022-09-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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