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건희

조건희 차장

동아일보 사회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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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책이 사건이 되는 지점을 자세히 들여다 보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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취재분야

2025-11-23~2025-12-23
칼럼4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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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내년 최저임금 “1만790원” vs “동결”

    “1만790원 vs 동결.” 내년도 최저임금에 대한 첫 노사 요구안이 5일 공개되면서 최저임금을 둘러싼 노사 간 줄다리기가 본격화됐다. 지난해보다 16.4%나 인상된 올해 최저임금(시급 7530원)의 ‘고용 충격’이 현재 진행 중이고, 이달 1일부터 300인 이상 기업에 주 52시간 근무제까지 시행된 상황에서 노동시장에 또다시 거대한 충격이 몰아칠지 관심이 집중되고 있다. 이날 정부세종청사에서 열린 최저임금위원회(최임위) 11차 전원회의에서 근로자 측은 내년도 최저임금으로 올해보다 3260원(43.3%) 인상한 1만790원, 사용자 측은 올해와 같은 7530원을 첫 제시액으로 내놨다. 다만 사용자 측은 업종별 최저임금 차등화가 받아들여지면 수정안을 낼 수 있다고 밝혔다. 노동계는 내년도 최저임금 논의의 ‘기준점’을 올해 최저임금에서 7.7%(580원) 올린 8110원으로 잡아야 한다고 주장했다. 자체 추산 결과 내년부터 최저임금 산입범위(최저임금 산정에 포함되는 임금 항목)에 정기상여금과 복리후생비가 포함되면서 임금이 평균 7.7% 줄어든다는 이유에서다. 결국 내년 최저임금이 올해 7530원에서 1만 원이 되려면 33% 인상해야 하는데, 8110원을 기준으로 삼고 같은 비율(33%)로 올려 1만790원이 돼야 한다는 논리다. 최임위는 이날 나온 1차안을 토대로 위원 27명(근로자·사용자·공익 각 9명)이 협상을 벌여 14일까지 내년도 최저임금을 의결할 계획이다. 노사의 금액 차가 워낙 커 사실상 공익위원들이 캐스팅보트를 쥐고 있는데 대부분 진보 성향이라 내년도 최저임금도 15%(8660원) 이상 인상될 거라는 전망이 유력하다. 유성열 ryu@donga.com·조건희 기자}

    • 2018-07-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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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AI의사-재활로봇 등 개발기업에 연구비-세금 지원”

    ‘인공지능(AI) 의사’나 재활 로봇 등 혁신 의료기기를 개발하는 기업엔 연구비를 지원하고 세금을 깎아준다. 신제품을 외국에서 테스트할 필요가 없도록 국내에 선진국 수준의 시험기관을 세운다. 산업통상자원부와 보건복지부가 4일 강원 원주시 원주의료기기테크노밸리에서 ‘바이오헬스 발전전략 민관회의’를 열고 이 같은 의료기기 산업 육성책을 발표했다.○ 의료기기 시장, 3년 내 500조 원 규모로 이번 대책은 AI와 로봇, 3차원(3D) 프린팅 등 4차 산업혁명 기술을 접목한 의료기기의 중요성이 커지면서 마련됐다. 시장 조사기관 BMI 에스피콤에 따르면 세계 의료기기 시장 규모는 지난해 3588억 달러(약 401조 원)에서 2021년 4458억 달러(약 498조 원)로 연평균 5.6% 성장할 것으로 전망된다. 우리나라의 의료기기 교역 규모도 2013년 5조3667억 원에서 지난해 7조1295억 원으로 크게 늘었다. 하지만 국내 의료기기 기업들은 미국, 독일 등 선진국과의 기술 격차를 줄이지 못하는 반면 중국, 베트남 등 신흥 강국의 추격을 받아 좀처럼 기를 펴지 못하고 있다. 한국보건산업진흥원에 따르면 국내 상급종합(3차)병원이 쓰는 의료기기 중 국산 제품의 비율은 8.2%에 그쳤다. 수입해 쓰는 의료기기가 해외에 내다 파는 것보다 많아 연간 3000억 원 안팎의 무역 적자를 보고 있다.한국은 인구가 빠르게 고령화되고 있어 혁신기술을 도입한 의료기기의 개발이 더 시급하다. 나이 든 만성질환자의 증가 속도를 전통적인 방식의 의술과 기존 인력으로는 감당하기 어렵기 때문이다. 뇌사 장기 기증자와 젊은 헌혈 인구가 줄어드는 상황이라서 인공 장기, 인공 혈액도 서둘러 개발해야 한다.○ 임상시험에 환자 5000만 명분 빅데이터 제공 산업부는 의료기기 개발 단계에서 해외 시험기관을 찾아가 시험성적서를 받아야 하는 부담을 줄이기 위해 2020년까지 대구에 선진국 수준의 의료기기 소프트웨어 시험평가 시설을 세우겠다고 밝혔다. 또 심박이나 혈당 등을 수시로 측정해 건강관리를 할 수 있는 모바일 헬스케어 기기를 개발할 경우 모든 과정을 지원해 주는 별도 연구소 ‘오픈 랩’을 2023년까지 원주시에 연다. 기업들이 임상시험 때 공용으로 활용할 수 있도록 환자 5000만 명 규모의 ‘바이오헬스 빅데이터 플랫폼’도 2020년 도입한다. AI 의료기기가 제 역할을 하려면 질환 한 개당 수만∼수십만 명의 환자 정보를 토대로 딥러닝(자가학습)을 해야 하는데, 현재 민간기업이 이 정보를 구하는 건 ‘하늘의 별 따기’다. 다만 개인정보 유출을 막기 위해 자료는 지금처럼 각 병원에 두고 기업엔 통계적 분석 결과만 제공한다. 백운규 산업부 장관은 “혁신성장의 속도는 ‘시간÷규제’라고 할 정도로 빠른 시간 내에 불필요한 규제를 없애는 게 중요하다”며 “우리 의료기기 업체가 경쟁력을 갖출 수 있도록 정부가 나서서 걸림돌을 적극적으로 해결하는 ‘선(先)해결 후(後)개발 착수’ 방식을 도입하겠다”고 말했다.○ “의료기기 분야 일자리 6만 개로” 복지부는 ‘의료기기 산업 육성법’ 제정을 추진하겠다고 밝혔다. 현재 식품의약품안전처의 임상시험을 통과했거나 시험이 진행 중인 국내 의료기기 중엔 AI가 성장기 아동의 엑스레이를 판독해 뼈 나이를 측정해 주거나 두뇌 자기공명영상(MRI)으로 뇌경색 여부를 판단하는 소프트웨어 등이 있다. 이런 의료기기를 개발하는 업체를 ‘혁신형 의료기기 기업’으로 지정해 조세 감면과 국가 연구개발 우대 혜택을 주는 법적 근거를 만들겠다는 것이다. 정부는 규제 개혁과 기업 지원을 통해 의료기기 산업의 성장을 촉진하면 3년 내 국산 3D 치과 진단기기, 초음파 영상 AI 분석 기기, AI 재활 로봇 등을 시장에 내놓을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이를 통해 지난해 기준 5만7595개였던 의료기기 업계 일자리를 6만 개 이상으로 늘린다는 계획이다. 회의에 참석한 병원 및 의료기기 업체 관계자들은 큰 기대감을 나타냈다. 서정선 한국바이오협회장은 “글로벌 무한경쟁 환경에서 우리 기업이 아이디어를 마음껏 구현할 수 있도록 정부가 노력해 달라”고 당부했다.원주=조건희 기자 becom@donga.com}

    • 2018-07-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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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한노총 “내년 최저임금 8110원서 시작해야”

    노동계가 내년도 최저임금 논의의 기준점을 올해 최저임금(7530원)이 아닌 8110원으로 잡아야 한다고 3일 주장했다. 내년부터 최저임금 산입범위(최저임금을 계산할 때 들어가는 임금의 항목)에 정기상여금과 일부 복리후생비까지 포함되는 만큼 올해보다 최소한 7.7%(580원) 올린 상태에서 논의를 시작해야 한다는 것이다. 문재인 대통령은 취임 후 처음으로 양대 노총 위원장을 만나 사회적 대화 재개를 당부했다. 최저임금위원회(최임위) 근로자위원 5명(한국노총 추천)은 이날 최임위 전체회의에 참석해 “올해 최저임금 월급(157만3770원)에 약 40만 원의 복리후생비를 받는 근로자의 경우 산입범위 확대로 약 7.7%의 임금이 감소될 수 있다”고 주장했다. 따라서 7.7%를 올린 상태에서 최저임금 인상 논의를 진행할 수 있다는 것이다. 지난달 19일 내년도 최저임금 심의를 시작한 이후 노동계가 최임위에 참석한 것은 처음이다. 이에 경영계 위원들은 “최근 고용지표가 악화된 것은 최저임금 인상 때문이라는 논란이 있다”며 반대 의견을 분명히 했다. 문 대통령은 이날 서울 중구 ‘문화역서울 284’에서 열린 ‘3·1운동 및 임시정부 수립 100주년 기념사업 추진위원회’ 출범식에 앞서 추진위 민간위원인 김주영 한국노총 위원장과 김명환 민노총 위원장을 만났다. 이 자리에서 김명환 위원장은 “최저임금법이 많이 개악됐다. 반드시 재개정이 이뤄져야 한다”며 “(더불어민주당) 홍영표 원내대표가 예민한 사안을 두고 노동계를 자극하고 있다. 곧바로 노정협의가 진행될 수 있도록 해 달라”고 요구했다. 이에 문 대통령은 “정부의 노동존중 정책 방향은 흔들림이 없다는 것을 알아 달라”며 “(노정 간에) 서로 의견이 다른 점이 있어도 대화의 틀은 유지해 주길 부탁한다”고 말했다. 산입범위 확대에 반발해 사회적 대화 불참을 선언한 민노총을 향해 일단 ‘협상 테이블’로 들어오라고 요청한 셈이다. 김영주 고용노동부 장관은 이날 저녁 김명환 위원장을 따로 만나 민노총의 사회적 대화 복귀 문제 등을 논의했다. 한국노총은 지난달 27일 여당과 정책협약을 맺고 최임위 등 사회적 대화에 먼저 복귀했다.유성열 ryu@donga.com·조건희 기자}

    • 2018-07-0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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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주52시간 근무’ 답 못찾는 병원들

    뇌혈관 환자를 주로 보는 지방의 A병원은 1일 시행된 주 52시간 근로제 때문에 골머리를 앓고 있다. 이 병원 의료진은 한밤중에 실려 오는 뇌출혈 환자를 수술하고 중증 입원환자를 돌보기 위해 주당 평균 60시간씩 일해 왔지만 앞으로 이런 초과근로는 불법이다. 현재 직원이 400여 명인 이 병원은 주 52시간을 맞추려면 응급실 간호사 등 직원 40여 명을 더 뽑아야 하지만 지방병원에서 간호사 구하기는 만만치 않다. 원장 B 씨는 “(6개월간 처벌 유예가 끝나는) 내년 1월부터는 응급환자들을 돌려보내야 할 판”이라고 말했다. 의료 현장도 ‘주 52시간제 태풍’의 직격탄을 맞고 있다. 만약 노사가 근로기준법 특례적용에 합의하지 않으면 봉직의(페이닥터)와 간호사도 다른 직종과 똑같이 주 52시간까지만 일할 수 있다. 현재 전국민주노동조합총연맹 보건의료산업노조는 병원의 특례적용에 반대하고 있어 300인 이상 중대형 종합병원 대다수가 노사 합의를 이루지 못한 상태다. 야간 근무가 잦은 응급실이나 권역외상센터, 뇌심혈관센터 등에선 초과근로의 불법을 피하려면 인력 충원이 시급하지만 격무 부서를 기피하는 탓에 이조차 쉽지 않다. 안기종 한국환자단체연합회 대표는 “의료진의 갑작스러운 근로시간 단축이 환자의 안전이나 의료의 질 저하로 이어지지 않도록 정부가 시급히 인력수급 대책을 내놓아야 한다”고 지적했다.조건희 기자 becom@donga.com·이진한 의학전문기자·의사}

    • 2018-07-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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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간호사 증원 말이 쉽지… 동시에 돌볼 환자 2배로 늘어날판”

    경기 A요양병원에선 70세가 넘은 의사가 야간에 혼자서 노인 입원환자 200여 명을 돌보게 될지도 모른다. 현행 의료법상 요양병원은 야간(오후 6시∼다음 날 오전 9시) 당직의사를 둬야 한다. 현재는 15시간 근무가 되는데 1일부터 시행된 주 52시간 근로제에 맞추려면 현재 1명인 당직의사를 2명으로 늘려야 한다. 원장 B 씨는 “높은 연봉을 주고 젊은 의사를 데려올 형편이 안 된다”며 “진료 현장에서 은퇴한 고령 의사를 찾고 있다”고 말했다.○ 과로가 일상인 의료 현장, 주 52시간 충격 커 주 52시간제 시행을 맞은 의료 현장 곳곳에서 예상치 못한 혼란이 나타나고 있다. 전국민주노동조합총연맹(민노총) 보건의료산업노동조합 조사에 따르면 간호사와 방사선사 등 보건업 종사자 중 주 52시간 초과 근로자 비율은 10.8%에 이를 정도로 장시간 근로가 일상화돼 있다. 이런 상태에서 준비 없이 주 52시간제를 맞으니 충격이 클 수밖에 없다는 지적이 제기된다. 고용노동부에 따르면 의사와 간호사, 방사선사 등이 포함된 보건업은 운송업 4개 업종(육상, 수상, 항공, 기타)과 함께 ‘근로시간 특례업종’으로 지정돼 있다. 다른 업종과 달리 주당 근로시간 상한이 없다. 하지만 이는 어디까지나 노사가 특례 조항을 적용하기로 합의했을 때만 가능한 얘기다. 병원 측이 근로자 대표와 서면으로 합의하지 않으면 의사와 간호사도 다른 업종과 똑같이 주 52시간제를 지켜야 한다. 현재 주 52시간제가 우선 적용된 근로자 300인 이상 중대형 종합병원 대다수는 아직 노사 합의를 이루지 못한 상태다. 보건의료노조는 “특례 조항을 적용하면 사실상 ‘무제한 근로’가 가능해진다”며 특례 적용을 거부하고 있다.○ 구인난에 시달리는 응급환자 부서 병원 내에서 주 52시간제 적용으로 혼란이 큰 대표적 장소는 24시간 진료 체계를 유지해야 하는 응급실과 권역외상센터다. 한 권역외상센터에서 응급수술과 헬기 출동을 전담하는 간호사 전모 씨(37·여)는 하루 13시간씩 나흘 일하고 이틀 쉬는 근무 일정을 반복해 주 61시간 이상 일한다. 전 씨는 “지금보다 근무시간을 줄이면 간호사 한 명당 한꺼번에 돌봐야 할 중증외상환자가 현재의 2, 3명에서 4, 5명으로 늘어난다”며 “사실상 환자를 살리는 걸 포기하라는 얘기”라고 말했다. 새 일손을 뽑으면 해결될 일이지만 사람 구하기가 하늘의 별 따기 수준이다. 상당수 권역외상센터가 지방에 있는 데다 업무 강도가 세기로 유명해 구직자가 기피하기 때문이다. 중환자실도 마찬가지다. 대형병원 중환자실 간호사는 3교대로 주 48∼52시간 일하는 경우가 많지만 지방병원은 인수인계를 명목으로 하루 2, 3시간씩 초과근로를 하는 게 보통이다. 한 중환자실 간호사는 “동료가 환자에게 심장마사지를 벌이는 판에 누가 ‘주 52시간제를 지키겠다’며 퇴근할 수 있겠느냐”며 “결국 위법을 피하기 위해 시간외수당도 받지 못하고 일하게 될까 걱정된다”고 말했다.○ ‘11시간 연속 휴식’ 조항도 복병 노사가 특례업종 적용에 합의해 주 52시간제 적용을 피하더라도 9월부터 시행될 ‘연속 11시간 휴식’ 조항이 복병이 될 것으로 보인다. 자정에 퇴근하면 오전 11시까지는 반드시 쉬게 하는 식으로 최소한의 휴식권을 보장하는 것으로 특례업종에만 적용되는 조항이다. 이게 적용되면 의료진이 온콜(on-call·비상대기) 상태에 있다가 응급수술을 하는 일이 불가능해진다. 서울의 한 대학병원 혈관이식외과에서 일하는 임상강사 박모 씨(37)는 “새벽에 응급 이식수술을 했다고 그날 예정돼 있는 정규 이식수술을 취소할 수는 없다”고 말했다. 이 때문에 서울의 한 대학병원은 아예 특례업종 적용을 포기했다. 연속 11시간 휴식보다는 주 52시간제를 지키는 게 차라리 쉬울 것 같다는 이유에서다.조건희 becom@donga.com·유성열 기자·이진한 의학전문기자·의사}

    • 2018-07-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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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야간에 혼자서 노인환자 200명 돌본다? 병원은 ‘주 52시간’ 태풍

    경기 A 요양병원에선 70세가 넘은 의사가 야간에 혼자서 노인 입원환자 200여 명을 돌보게 될지도 모른다. 현행 의료법상 요양병원은 야간(오후 6시~오전 9시) 당직 의사를 둬야 한다. 현재는 15시간 근무가 되는 데 1일부터 시행된 주 52시간 근로제에 맞추려면 현재 1명인 당직 의사를 2명으로 늘려야 한다. 원장 B 씨는 “높은 연봉을 주고 젊은 의사를 데려올 형편이 안 된다”며 “진료 현장에서 은퇴한 고령 의사를 찾고 있다”고 말했다.● 과로가 일상인 의료 현장, 주 52시간 충격 커 주 52시간제 시행을 맞은 의료 현장 곳곳에서 예상치 못한 혼란이 나타나고 있다. 전국민주노동조합총연맹(민노총) 보건의료산업노동조합 조사에 따르면 간호사와 방사선사 등 보건업 종사자 중 주 52시간 초과 근로자 비율은 10.8%에 이를 정도로 장시간 근로가 일상화돼있다. 이런 상태에서 준비 없이 주 52시간제를 맞으니 충격이 클 수밖에 없다는 지적이다. 고용노동부에 따르면 의사와 간호사, 방사선사 등이 포함된 보건업은 운송업 4개 업종(육상, 수상, 항공, 기타)과 함께 ‘근로시간 특례업종’으로 지정돼 있다. 다른 업종과 달리 주당 근로시간 상한이 없다. 4시간 일할 때마다 30분씩 주어지는 의무 휴게시간 조항에서도 제외될 수 있다. 하지만 이는 어디까지나 노사가 특례 조항을 적용하기로 합의했을 때만 가능한 얘기다. 병원 측이 근로자대표와 서면으로 합의하지 않으면 의사와 간호사도 다른 업종과 똑같이 주 52시간제를 지켜야 한다. 현재 주 52시간제가 우선 적용된 근로자 300인 이상 중대형 종합병원 대다수는 아직 노사 합의를 이루지 못한 상태다. 보건의료노조는 “특례 조항을 적용하면 사실상 ‘무제한 근로’가 가능해진다”며 특례 적용을 거부하고 있다.● 구인난에 시달리는 응급환자 부서 병원 내에서 주 52시간제 적용으로 혼란이 큰 대표적 장소는 24시간 진료 체계를 유지해야 하는 응급실과 권역외상센터다. 경기의 한 권역외상센터에서 응급수술과 헬기출동을 전담하는 간호사 전모 씨(37·여)는 하루 13시간씩 나흘 일하고 이틀 쉬는 근무 일정을 반복해 주 61시간 이상 일한다. 전 씨는 “지금보다 근무시간을 줄이면 간호사 한 명당 한꺼번에 돌봐야할 중증외상환자가 현재의 2, 3명에서 4, 5명으로 늘어난다”며 “사실상 환자를 살리는 걸 포기하라는 얘기”라고 말했다. 새 일손을 뽑으면 해결될 일이지만 사람 구하기가 하늘의 별 따기 수준이다. 상당수 권역외상센터가 지방에 있는 데다 업무강도가 높기로 유명해 구직자가 기피하기 때문이다. 보건복지부가 3월부터 권역외상센터의 간호사 추가 채용 인건비(1명당 연 4000만 원)까지 지원하고 있지만 부산대병원과 원주세브란스기독병원에선 오히려 간호사가 1명씩 줄었다. 기존 인력도 붙잡기 어려운 상태라는 뜻이다. 중환자실도 마찬가지다. 대형병원 중환자실 간호사는 3교대로 주 48~52시간 일하는 경우가 많지만 지방병원은 인수인계를 명목으로 하루 2, 3시간씩 초과근로를 하는 게 보통이다. 한 중환자실 간호사는 “동료가 환자에게 심장 마사지를 벌이는 판에 누가 ‘주 52시간제를 지키겠다’며 퇴근할 수 있겠느냐”며 “결국 위법을 피하기 위해 시간외수당도 받지 못하고 일하게 될까 걱정된다”고 말했다.● ‘11시간 연속 휴식’ 조항도 복병 노사가 특례업종 적용에 합의해 주 52시간제 적용을 피하더라도 9월부터 시행될 ‘연속 11시간 휴식’ 조항이 복병이 될 전망이다. 자정에 퇴근하면 다음날 오전 11시까지는 반드시 쉬게 하는 식으로 최소한의 휴식권을 보장하는 것으로 특례업종에만 적용되는 조항이다. 이게 적용되면 의료진이 온콜(on-call·비상대기) 상태에 있다가 응급수술을 하는 일이 불가능해진다. 서울의 한 대학병원 혈관이식외과에서 일하는 임상강사 박모 씨(37)는 “새벽에 응급 이식수술을 했다고 다음날 예정돼있던 정규 이식수술을 취소할 수는 없다”고 말했다. 이 때문에 서울의 한 대학병원은 아예 특례업종 적용을 포기했다. 연속 11시간 휴식보다는 주 52시간제를 지키는 게 차라리 쉬울 것 같다는 이유에서다. 주 52시간제가 근로자 50~299인 사업장(2020년 1월)과 5~49인 사업장(2021년 7월)으로 각각 확대되면 혼란은 더 커질 수 있다. 밤에도 의료진을 둬야 하는 소규모 호스피스의원 등에도 주 52시간제가 적용되기 때문이다. 정재수 보건의료노조 정책실장은 “환자의 생명권을 위해서라도 의료 인력을 반드시 확충해야 한다”고 말했다.조건희기자 becom@donga.com이진한 의학전문기자·의사likeday@donga.com}

    • 2018-07-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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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사업장 53% “근로단축으로 임금 줄어들 것”

    주 52시간 근로제 도입으로 근로시간이 단축되면서 사업장 절반에서 임금이 줄어들 것이라는 전망이 나왔다. 특히 운수업 종사자는 임금이 평균 20% 정도 줄어들 것으로 예측됐다. 한국노동조합총연맹(한국노총)은 지난달 20∼27일 산하 조직의 10%에 해당하는 267곳에서 설문조사를 벌인 결과 근로시간 단축과 함께 임금도 줄어든다는 사업장이 142곳으로 전체의 53.2%였다. 특히 주 52시간제가 우선 적용되는 300인 이상 기업은 138곳 중 83곳(60.1%)에서 임금 감소가 예상됐다. 임금이 줄어든다고 응답한 사업장 142곳의 임금 감소율은 평균 16.2%로 나타났다. 주 52시간제 적용 전 월급 100만 원을 받았다면 이후 83만8000원 수준으로 감소할 것으로 예측됐다는 뜻이다. 특히 운수업은 주 52시간제 시행 전보다 임금이 평균 20.5% 줄어 감소 폭이 가장 컸다. 제조업(16.5%)과 서비스·통신·의료업(12%), 공공·금융 분야(10.1%)의 임금 감소 폭이 그 뒤를 이었다. 이는 새 제도에 따라 시간외수당 자체가 줄어드는 곳이 많기 때문이다. 주 52시간제를 앞두고 각 사업장이 가장 많이 택한 대응책(복수 응답)은 휴일근무 축소(31.5%), 평일 연장근무 축소(31.1%), 교대제 개편(13.4%) 순이었다. 하지만 사측이 실질임금 차액을 전액 보전해주기로 약속한 사업장은 7곳에 불과했고, 일부라도 보전해주는 사업장도 33곳에 그쳤다. 근로시간 단축에 따라 일손이 부족할 것으로 예상되지만 신규 인력을 채용했거나 채용 계획이 있는 사업장은 102곳뿐이었다. “주 52시간제에 따라 실제로 근로시간이 줄어들 것”이라고 응답한 사업장은 152곳(56.9%)이었다. 나머지 43.1%는 업체가 아예 대응책을 내놓지 않아 실질적으로 근로시간이 단축되지 않을 것이라고 응답했다. 근로시간 산정이 다른 업종보다 상대적으로 쉬운 제조업종은 전체 사업장 147곳 중 94곳(63.9%)에서 근로시간이 단축된다는 응답이 나왔다.조건희 기자 becom@donga.com}

    • 2018-07-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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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알쏭달쏭 근로시간, 공인노무사회-경총에 물어보니

    《 주 52시간 근로제가 300인 이상 기업에서 1일부터 시행됐다. 하지만 기업과 근로자들은 회식과 출장, 퇴근 후 메신저 연락 등 다양한 상황에서 어디까지가 근로시간인지 여전히 혼란스럽다고 호소한다. 동아일보는 한국공인노무사회와 한국경영자총협회에 자문해 현장에서 벌어질 수 있는 구체적인 사례에 대한 ‘깨알 Q&A’를 만들었다. 》  ■ “근무중 담배-커피, 근로시간서 제외”… 정부 지침과 해석 달라 [회식]Q. 은행지점 직원이다. 지점장이 회식을 하자고 직원들을 술집에 모아놓고 하반기 영업 전략을 하나씩 발표하라고 해서 사실상 회의가 돼버렸다. A. 근로시간에 해당한다. 노무사회는 “명목만 회식일 뿐 참석 의무가 있고 일의 연장으로 볼 수 있다”고 판단했다. 다만 한국경영자총협회는 “단순히 의견을 개진한 수준이라면 근로시간으로 보기 어렵다”고 단서를 달았다. 의견 개진 이상의 토론, 토의 등 회의로 인정할 만한 행위가 있어야 한다는 뜻이다. Q. 회식은 상사가 참석을 강요했더라도 근로시간이 아니라고 들었다. 상사가 참석을 강요한 회식을 별다른 이유 없이 그냥 불참했더니 상사가 직무태만이라며 경위서를 쓰라고 한다. 정당한 조치인가. A. 근로시간이 아니기 때문에 직무태만도 아니다. 참석을 강제했더라도 근무가 끝난 이후고 업무와 무관하기 때문이다. 다만 노무사회는 “직무태만 여부와 별개로 회식에 불참할 경우 징계를 받고, 강제적으로 진행됐다면 근로시간으로 인정해야 한다”고 판단했다. Q. 친구가 거래처 간부다. 부장에게 사전 승인을 받고 법인카드로 술을 마셨다. 형식은 접대지만 내용은 친목이었다. 근로시간에 해당하는가. A. 근로시간에 해당하지 않는다. 술자리의 형식과 상관없이 내용(실질)이 ‘친목 도모’라면 근로시간으로 인정할 수 없다. Q. 인사팀 직원이다. 수습사원을 뽑는 절차로 ‘회식 면접’을 시행했다. 지원자들과 회식을 하면서 술버릇이나 태도 등을 평가했다. 오후 7시 시작한 1차 회식 면접이 끝난 뒤 지원자들이 술을 더 마시자고 해 새벽 1시에 자리를 파했다. 회식시간 전부가 근로시간인가. A. 1차는 근로시간으로 인정되지만 2차부터는 근로시간으로 인정되지 않는다. 지원자들의 2차 요구에 인사팀 직원들이 자발적으로 참석한 것이기 때문이다. [접대]Q. 증권사 영업 직원이다. 부장 지시로 거래처 사람들을 만나 2시간 30분 동안 점심을 먹었는데, 전부 근로시간에 포함되나? 취업규칙상 점심시간은 1시간이다. A. 2시간 30분 전부가 근로시간으로 인정된다. 휴게시간으로 인정되려면 사용자의 지휘·감독에서 완벽히 벗어나 근로자가 자유롭게 쓸 수 있어야 한다. 이 경우 부장 지시에 따른 접대인 만큼 휴게시간이 아닌 근로시간에 포함된다. Q. 대기업의 대관 담당 직원이다. 회사와 관련한 중요한 법률 심사를 앞두고 친분이 있는 국회의원 보좌관을 만나 2시간 동안 저녁을 먹은 뒤 법인카드로 결제했다. 법인카드 사용 명세는 1주일 후 결재를 받고 영수증을 제출했다. 2시간은 근로시간인가. A. 상사의 지시 여부가 중요하다. 상사의 지시나 승인이 있다면 근로시간으로 인정할 수 있다. Q. 상사로부터 거래처 임원의 상가에 가라는 지시를 받고 오후 7시부터 자정까지 상가에서 술을 마셨다. 상사가 몇 시까지 자리를 지키라고 지시를 하진 않았다. 5시간 모두 근로시간인가. A. 노무사회와 경총의 의견이 엇갈렸다. 노무사회는 5시간 모두를 근로시간으로 볼 수 없으나 통상 상가 조문에 필요한 시간은 근로시간으로 인정할 수 있다는 의견을 내놓았다. 출장 등 사업장 밖에서 이뤄지는 근로시간을 노사가 사전에 합의해 정할 수 있다는 고용노동부 지침과 같은 해석이다. 반면 경총은 “근로자가 자발적으로 자리를 지켰고, 사용자의 구체적인 지휘나 감독이 없었다”며 5시간 모두 근로시간으로 인정하지 않았다. Q. 상사가 평소 거래처 접대를 잘하라고 강조한다. 구체적으로 언제 어떻게 접대하라고 지시하진 않지만 보통 2주에 한 번꼴로 거래처와 골프를 치고 비용은 법인카드로 결제한다. 골프 접대시간도 근로시간인가. A. 근로시간으로 인정할 수 없다. 상사의 지시에 따라 일정을 정한 것이 아니고, 근로자가 자율적으로 정했기 때문이다. 다만 노무사회는 “상사가 근무시간 중 골프 접대와 법인카드 사용을 승인했다면 근로시간으로 볼 수도 있다”고 단서를 달았다. [사내 행사]Q. 아웃도어업체 직원이다. 사장의 취미가 등산인데, 매주 직원을 모집해 등산을 한다. 자율 참석이지만 자체적으로 순번을 정해 참석하고 있다. 근로시간에 해당하는가. A. 노무사회와 경총의 판단이 달랐다. 노무사회는 “자율 참석이고 직원들 스스로 순번을 정했다”며 근로시간으로 인정하지 않았다. 반면 경총은 “사장이 사실상 매주 참석을 강제하는 수준이라면 근로시간으로 볼 수 있다”고 판단했다. Q. 경쟁 회사들과 매년 한 차례씩 농구 대회를 연다. 직원들은 응원하러 가야 한다. 응원에 불참한 직원들은 벌금을 낸다. 응원하는 시간도 근로시간인가. A. 근로시간에 해당한다. 친목 행사더라도 참석이 강제되고 불참 시 제재(벌금)가 따르기 때문이다. 벌금이 없다면 자율적인 응원 참가는 근로시간이 아니다. Q. 회사에서 장기근속자들을 격려한다는 목적으로 토요일에 가족 초청 만찬 행사를 열었다. 꼭 참석하라는 지시는 없었지만 안 갈 수 없는 분위기였다. 근로시간에 해당하는가. A. 불참 시 불이익이 없고 격려 목적의 행사는 근로시간에 해당하지 않는다.[휴식] Q. 광고기획사 카피라이터다. 업무가 많은 날 회사 수면실에서 쪽잠을 자고 다시 일할 때가 많다. 쪽잠을 자는 시간도 근로시간에 해당하나. A. 노무사회와 경총 모두 유보적인 의견을 냈다. 별도의 수면실이 있고 근로자가 자유롭게 이용한다면 휴게시간으로 인정되지만, 상사의 지휘·감독이 유지된다면 근로시간으로 인정해야 한다는 취지다. 쪽잠을 자다가 상사의 전화가 왔을 때 바로 복귀해야 하는 상황이라면 근로시간인 반면 상사가 전화를 하지 않는다면 휴게시간인 셈이다. Q. 대기업 본사 30층에서 근무하는 사무직이다. 흡연구역이 밖에 있어 담배를 한 대 피울 때마다 15분 정도 소요된다. 회사는 담배 피우는 시간이나 라운지에서 커피 마시는 시간 등을 모두 근로시간에서 제외한다고 공지했다. 정당한 조치인가. A. 노무사회와 경총 모두 회사의 조치가 정당하다고 봤다. 이런 시간은 근로시간 중이더라도 ‘개인적 용무’이기 때문이다. 하지만 고용부는 지난달 11일 발표한 가이드라인에서 흡연과 커피 마시는 시간을 두고 “상사가 복귀를 명할 경우 바로 복귀를 해야 하는 시간”이라며 근로시간으로 인정했다. 양 단체와 정부의 판단이 다른 셈이다. 현재 관련 판례도 구체적인 게 없어 각각의 사례별로 명백한 개인적 용무인지, 사용자의 지휘·감독권이 영향을 미치는지를 따져 판단해야 할 것으로 보인다. Q. 내일부터 1주일간 휴가를 가는데 업무가 너무 많아 일감을 집으로 가져와 새벽 1시까지 일을 했다. 집에서 일한 시간도 근로시간에 포함되나. A. 상사의 지휘나 명령 없이 스스로 일한 시간은 근로시간에 포함되지 않는다.유성열 ryu@donga.com·조건희 기자  ■ 부장이 마감시간 정한 ‘퇴근후 단톡방 보고’는 근로시간 포함[퇴근 후 연락]Q. 국책연구원에서 통계를 다루는 연구원이다. 퇴근 후에도 상사가 메신저로 특정 통계를 보내 달라고 부탁하는 경우가 많다. 이를 수행하는 데 적게는 10분에서 많게는 30분 정도가 걸린다. 근로시간에 해당하나. A. 노무사회와 경총의 의견이 갈린다. 노무사회는 “퇴근 후 상사의 지시에 따라 통상의 업무를 수행한 것”이라며 근로시간으로 인정했다. 반면 경총은 “상사의 요청이 구속력 있는 지시나 감독이 아니라면 근로시간으로 보기 어렵다”는 의견을 내놨다. 몇 시까지 보내라거나 보내지 않으면 제재를 가한다거나 하는 강제성이 있어야 한다는 얘기다. Q. 우리 부서에는 ‘단톡방(카카오톡 단체 채팅방)’이 있는데, 부장이 퇴근 후에도 “파이팅!” “내일은 더 열심히!”와 같은 시시콜콜한 문자를 남긴다. 여기에 “네, 감사합니다”처럼 일반적인 답변을 다는 시간도 근로시간인가. A. 구체적인 업무 지시와 업무 수행으로 볼 수 없는 만큼 근로시간에 해당하지 않는다. 단순 메신저 이용에 불과하다면 퇴근 후 상사나 동료 간 메신저 대화는 근로시간이 아닌 것이다. Q. 대기업 홍보팀에서 일한다. 퇴근 후에도 당번을 정해 회사 관련 기사를 수시로 검색한 뒤 단톡방에 올린다. 당번 일도 근로시간에 포함되나. A. 노무사회는 “홍보 관련 업무가 통상 업무고, 당번을 정해 통상 업무를 수행할 의무를 부과한 것”이라며 근로시간으로 인정했다. 반면 경총은 “기사 검색을 위해 사무실에 상주하는 수준이 아니라면 근로시간으로 보기 어렵다”고 밝혔다. Q. 제조업체 해외영업팀에서 일한다. 시차 때문에 주로 퇴근 후에 해외 바이어들과 메신저로 연락을 주고받는다. 이 시간도 근로시간에 해당하는가. A. 노무사회는 “시차상 퇴근 후에만 업무가 가능하고, 해외 바이어 접촉은 해외영업팀의 핵심 업무”라며 근로시간에 해당한다고 봤다. 하지만 경총은 “바이어와의 연락이 일정 시간 동안 집중적으로 이어져 사실상 업무를 수행하는 수준일 때만 근로시간으로 인정할 수 있다”고 밝혔다. 단순히 퇴근 후의 간헐적인 연락은 근로 시간이 아니라는 얘기다. [교육·파견]Q. 해외 파견자로 선발됐다. 파견자는 토익 850점을 꼭 넘어야 한다는 규정이 있어서 집에서 온라인 강의를 듣고 있다. 수강하는 시간이 근로시간에 해당하는가. A. 회사가 ‘연 20시간 필수 이수’ 등 구체적으로 온라인 강의 수강을 요구하면 근로시간에 포함될 가능성이 높지만 사용자의 구체적 지시가 없는 자발적 학습은 근로시간으로 인정하지 않는다. 파견을 위한 조건을 충족시키기 위해 본인 스스로 강의를 듣는 것은 근로시간에 해당하지 않는다는 얘기다. Q. 대기업 노무팀에서 일하는 직원이다. 상사의 특별 지시로 매일 퇴근 후 2시간씩 인터넷으로 노동법 강의를 수강하고 있다. 근로시간에 해당하는가. A. 노무사회는 “상사가 특별히 내린 지시에 따라 수강하는 인터넷 강의는 근로시간”이라고 판단했다. 다만 경총은 “강의 수강에 대한 진도 체크, 시험 등 제대로 강의를 수강하고 있는지 점검하는 강제 절차가 있어야 근로시간으로 인정할 수 있다”는 단서를 달았다. Q. 전자회사 직원이다. 회사가 독일에 직접 투자해 설립한 법인에 파견돼 일하고 있다. 이 경우 독일 노동법의 적용을 받나. A. 국내 기업이 투자해 독일에 설립한 법인이 독일에서 근로자를 직접 고용했다면 독일 노동법의 적용을 받는다. 하지만 국내 근로자가 독일 법인에 일정 기간 파견됐다면 한국 노동법이 적용된다. 파견 근로자는 국내 본사의 지휘·감독 아래에서 일을 하고 임금을 받기 때문이다. 해외 지사도 동일하다. 국내에서 해외 지사로 파견된 근로자는 한국 노동법, 해외 지사가 직접 고용한 근로자는 해당 국가의 노동법을 적용한다.[출장] Q. 울산으로 이전한 공공기관 직원이다. 일주일에 사흘 정도는 KTX를 타고 서울과 세종으로 출장을 간다. KTX 이동시간은 근로시간으로 인정되는가. A. 국내 출장을 위한 이동시간은 근로시간에 포함된다. Q. 경기 파주시의 공장에서 일하는 직원이다. 거래처가 있는 경기 성남시까지 일주일에 서너 번 다녀온다. 성남까지 이동하는 시간도 근로시간에 포함되는가. A. 그렇다. 다만 노사가 사전에 출장 거리에 따른 통상의 근로시간을 정해 놓는다면 출장 근로시간을 둘러싼 혼란을 줄일 수 있다. ‘수도권 내 이동 시 근로시간은 1시간, 충청권으로 이동 시 근로시간은 2시간으로 한다’는 식으로 노사가 사전에 약속하면 출장을 갈 때마다 근로시간을 산정할 필요가 없다. Q. 해외 출장을 가는데 비행기 표가 토요일밖에 없어서 토요일에 출국했다. 집에서 공항으로 이동한 시간도 휴일근로에 해당하는가. A. 가장 애매한 부분이라 당분간 혼란이 불가피하다. 장거리 출장은 출장지에 따라 이동시간이 들쑥날쑥하다. 노무사회는 “대법원 판례가 없어 모든 출장의 소요시간(이동시간 등)을 근로시간으로 인정하기 어렵다”면서도 “장거리 이동 시 별도의 보상을 하는 방안을 고려해 볼 수 있다”고 밝혔다. 경총은 “휴일에 공항으로 이동한 시간을 근로시간으로 보기 어렵고, 비행시간만 근로시간에 해당한다”고 판단했다. 고용부는 지난달 11일 발표한 가이드라인에서 비행시간뿐 아니라 출입국 수속시간, 환승시간, 해외에서의 이동시간 등 출장지에 도착하기까지 모든 시간이 근로시간에 포함된다고 판단했다. 다만 해외 출장에 대한 ‘구체적 기준과 근로시간 인정 방법’은 노조 또는 근로자 대표와 합의해 정하라고 권고한 상태다.[기타] Q. 우리 회사는 선도적으로 주 35시간 근로제를 도입했다. 연장근로 한도가 12시간이니 우리는 주당 최대 47시간까지만 일할 수 있는 것인가. A. 아니다. 법정근로시간이 52시간(기본 40시간, 연장근로 12시간)인 만큼 52시간까지 가능하다. Q. 우리 회사의 근무시간은 오전 9시∼오후 6시지만, 모든 직원이 오전 8시에 출근한다. 특별한 규정은 없지만 암묵적인 룰이다. 일찍 출근하는 1시간도 근로시간인가. A. 일찍 출근한 1시간 동안 무엇을 하며 어떻게 보내는지가 중요하다. 이 1시간 동안 상사의 지휘나 감독이 있다면 근로시간이고, 없다면 근로시간이 아니다. 경총은 여기에 더해 “회사가 명시적 혹은 묵시적으로 지시해야 근로시간”이라는 추가 단서도 붙였다. Q. 회사에 직장어린이집이 있어 아이를 맡긴 뒤 출근한다. 일하는 도중 아이가 아프다고 해서 1시간 정도 어린이집에 다녀왔다. 근로시간에서 제외되나. A. 어린이집에 가는 건 일종의 ‘외출’이다. 업무 수행과 관련이 없고 직원 개인 사정에 따른 ‘외출’은 근로시간에서 제외된다. Q. 회사 노조의 대의원이다. 한 달에 한 번씩 대의원들끼리 퇴근 후 1시간 정도 회의를 하고 회식을 한다. 근로시간에 해당하는가. A. 업무와 관련이 없기 때문에 근로시간에 해당하지 않는다. 노조 활동은 사용자의 지휘·감독 아래에서 이뤄지지 않으므로 단체협약 등에 별도로 정하지 않는 한 근로시간이 아니다.조건희 becom@donga.com·유성열 기자}

    • 2018-07-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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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내년도 최저임금 7월 14일까지 결정”

    최저임금위원회(최임위)가 내년도 최저임금을 다음 달 14일까지 결정하겠다고 못 박았다. 최저임금 산입범위 확대에 반발해 위원회 참석을 거부하고 있는 전국민주노동조합총연맹(민노총) 추천 근로자위원 4명을 빼고 나머지 위원들끼리 최저임금을 의결할 수 있다는 뜻이다. 류장수 최임위 위원장은 28일 서울 중구 직업능력심사평가원에서 제8차 전원회의를 마친 뒤 기자들과 만나 “우리 위원들은 7월 14일이라는 (최저임금 의결) 데드라인을 확실히 했다”며 “다음 주부턴 최저임금 논의가 본격적으로 진행된다고 보면 된다”고 말했다. 민노총 추천 근로자위원 4명은 여전히 최임위에 복귀할 뜻을 비치지 않고 있지만 법정시한인 8월 5일까지 최저임금을 공포하려면 논의를 더 미룰 수 없다는 판단이다. 최임위는 사용자위원, 공익위원, 근로자위원 각 9명으로 구성돼 있다. 한국노동조합총연맹(한국노총)이 추천한 근로자위원 5명은 전날 한국노총과 여당이 최저임금과 통상임금의 산입범위를 일치시키는 방안을 추진하기로 합의함에 따라 최임위에 복귀하기로 했다. 이에 따라 다음 달 3일부터 정부세종청사에서 재개될 회의에선 최저임금 액수를 두고 노동계와 경영계가 본격적으로 줄다리기를 시작할 것으로 전망된다.조건희 기자 becom@donga.com}

    • 2018-06-2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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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고용부 “유연근로제 도입, 근로자 공감대 필수”

    정부가 주 52시간제 시행을 닷새 앞두고 유연근로시간제 매뉴얼을 26일 공개했다. 유연근로제란 사용자와 근로자가 각자 필요에 맞게 근로시간을 자유자재로 늘리거나 줄일 수 있는 제도로 현행 근로기준법상 5가지 방식이 있다. 먼저 탄력근로제는 업무가 몰리는 한 달은 주 60시간, 업무가 적은 한 달은 주 44시간 근무하는 등의 방식으로 주당 평균 근로시간을 52시간으로 맞추는 제도다. 탄력근로제는 현행법상 3개월 이하 기간에서만 운영할 수 있다. 1월에 근로시간이 초과했다면 3월 안에 근로시간을 줄여야 한다. 선택근로제는 한 달 근로시간 내에서 근로자가 자율적으로 일하는 방식이다. 2주 동안 몰아서 일한 뒤 2주는 쉬는 식이다. 사업장 밖 간주근로제와 재량근로제는 영업직 등 근로시간 측정이 어려운 직종에 한해 노사가 사전에 근로시간을 정해 운용하는 것이다. 보상휴가제는 연장·휴일·야간수당을 휴가로 대체하는 제도다. 고용부는 “유연근로제를 성공적으로 도입하려면 근로자와의 공감대 형성이 필수”라고 강조했다. 근로자나 노조의 동의 없이 강제로 도입하지 말라는 취지다. 그러나 노동계는 임금 감소를 우려해 유연근로제 확대에 반대하고 있다. 또 주 52시간제 시행을 불과 닷새 앞두고 이런 제도를 안내한 고용부 처사를 두고 안일하다는 비판도 나온다.유성열 ryu@donga.com·조건희 기자}

    • 2018-06-2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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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민간기업도 2020년부터 ‘빨간 날’ 유급휴일 보장

    2020년부터 민간기업 근로자도 달력의 ‘빨간 날’ 급여를 받으며 쉴 수 있다. 고용노동부는 관공서의 공휴일에 관한 규정을 민간기업 근로자에게도 적용하는 근로기준법 시행령 개정안이 26일 국무회의를 통과했다고 밝혔다. 관공서 규정상 유급휴일은 △제헌절을 제외한 국경일(3·1절, 광복절, 개천절, 한글날) △명절(설·추석 연휴 각 3일, 신정) △종교 기념일(부처님오신날, 크리스마스) △어린이날과 현충일 등 총 15일이다. 여기에 설·추석 연휴나 어린이날이 다른 공휴일과 겹치면 지정하는 대체공휴일과 대통령·국회의원·지방선거일, 정부가 수시로 지정하는 임시공휴일도 유급휴일이다. 지금까지 민간기업은 공휴일을 유급휴일로 하려면 노사가 단체협약을 맺거나 취업규칙을 만들어야 했다. 근로기준법엔 주휴일(일요일)과 근로자의 날만이 민간기업의 유급휴일로 지정돼 있기 때문이다. 대기업이나 노동조합이 있는 기업은 대체로 관공서 규정에 맞춰 유급휴일을 정하고 있다. 하지만 영세 사업장의 근로자는 그러지 못해 연차휴가 등을 써야 했다. 정부는 기업의 준비 기간을 고려해 2020년 1월부터 300인 이상 사업장에 새 시행령을 우선 적용하고 30∼299인 사업장은 2021년부터, 5∼29인 사업장은 2022년부터 각각 확대 적용한다. 5인 미만 사업장은 근로기준법상 주휴일 보장을 제외한 다른 휴무 관련 조항을 적용하지 않아 이번 유급휴일 확대 대상에서도 빠져 있다. 앞으로 모든 산업현장에서 유급휴일이 동등하게 보장되면 휴식권과 투표권의 격차가 사라질 것으로 기대된다.조건희 기자 becom@donga.com}

    • 2018-06-2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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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유연근로제 도입하면 우리 회사는 어떻게? 직종별 Q&A

    고용노동부는 주 52시간제 시행을 5일 앞둔 26일 전국 근로감독관 회의를 열고 유연근로시간제 매뉴얼을 배포했다. 유연근로제란 사용자와 근로자가 각자의 필요에 맞게 근로시간을 자유자재로 늘리거나 줄일 수 있는 제도로 현행 근로기준법은 5개 제도로 분류하고 있다. 유연근로제의 도입 방법과 운용을 직종별로 알기 쉽게 정리했다. Q. 게임회사에 다니는 개발자다. 2주간 몰아서 일하고 나머지 2주간은 몰아서 쉬는 게 가능한가. A. 선택적 근로시간제를 도입하면 한 달간 총 근로시간 내에서 근로시간을 마음대로 조정할 수 있다. 예를 들어 이 제도를 도입한 사업장에서 2주 동안 하루도 쉬지 않고 208시간 일했다면, 나머지 2주는 그냥 쉬어도 된다. 주 52시간을 4주로 환산하면 208시간이다. 선택적근로제는 취업규칙 변경으로 도입이 가능하지만 구체적인 기준과 운용 방법은 노사합의(노조가 없는 사업장은 근로자 대표와의 합의)로 정해야 한다. Q. 정보통신기술(ICT) 기업의 해킹대응팀에서 일한다. 해킹 사건이 발생하면 밤낮없이 일할 때가 많은데 근로시간을 늘려줄 수는 없나. A. 자연재해나 이에 준하는 대형사건이 발생해 업무가 폭증할 경우 각 지방노동청에 신고하면 연장근로를 무한대로 할 수 있다. 이를 ‘특별인가 연장근로’라고 한다. 일단 연장근로를 통해 업무를 처리한 뒤 사후에 신고해도 무방하다. 현재 정부는 해킹도 ICT 업종의 ‘사회적 재난’으로 인정하고 신고가 들어오면 특별인가 연장근로를 허용하고 있다. 특별인가 연장근로의 사유가 끝나면 원래대로 주 52시간 근무로 돌아간다. 연장근로를 한 시간만큼 근로자를 쉬게 할 필요는 없다. 연장근로에 대한 특별인가를 받았기 때문이다. Q. 여름철 일이 특히 많은 제빙업체다. 우리는 어떤 유연근로제를 도입할 수 있나. A. 탄력적 근로시간제를 도입하면 된다. 업무가 몰리는 한 달은 주 60시간으로 근로시간을 늘리고, 업무가 적은 한 달은 주 44시간으로 줄여 주당 평균 근로시간을 52시간에 맞추는 것이다. 다만 운용 기간이 2주 이내면 노조 동의 없이 취업규칙 변경만으로 도입할 수 있지만 2주를 넘겨 운용하려면 노조 또는 근로자 대표의 동의가 필요하다. 현행법상 최대 3개월 단위로만 운용할 수 있어 경영계는 단위 기간을 최대 1년으로 늘려달라고 요구하고 있다. Q. 영업사원이라 외근이 많다. 우리는 근로시간을 어떻게 측정하나. A. 근로시간 측정이 어렵다면 사업장 밖 간주시간 근로제를 도입하면 된다. 영업직이나 출장이 많은 업무 등 사업장 밖에서 일하는 시간이 많은 직종이 도입하면 유리하다. 노사가 업무를 하는데 통상 필요한 시간을 사전에 정한 다음 그 시간보다 적게 또는 많게 일하더라도 노사 합의로 정한 시간만 근로시간으로 인정하는 방식이다. Q. 초과근로수당을 받지 않는 대신 휴가로 대체할 수 있나. A. 그렇다. 보상휴가제를 도입하면 된다. 사용자가 연장·야간·휴일근로 수당을 지급하는 대신 유급휴가를 줄 수 있는 제도다. 특히 연장·야간·휴일근로 수당은 일당의 50%를 더 줘야 하므로 그만큼 휴가기간을 추가로 줘야 한다. 휴일근로를 8시간 한 뒤 수당이 아닌 휴가로 보상한다면 휴가기간은 하루가 아닌 1.5일이다. 다만 근로자가 이렇게 생긴 휴가를 쓰지 않았다면 사용자는 초과근로수당을 꼭 지급해야 한다. Q. 영화 촬영 스태프다. 우리는 근로시간은 물론이고 업무 방식도 그날그날 다르다. A. 재량근로제를 도입할 수 있다. 사업장 밖 간주시간 근로제는 근로시간만 근로자의 재량에 맡기지만 재량근로제는 근로시간뿐 아니라 업무 수행 방법까지 근로자의 재량에 맡겨 재량권을 더 넓힌 제도다. 재량근로제를 도입한 사업장은 노사 합의로 사전에 정한 시간을 근로시간으로 인정한다. 다만 근로기준법 시행령 31조에 따라 △신상품 개발 등 자연과학분야 연구 △정보처리시스템 설계, 분석 △의복, 실내장식, 광고 등의 디자인 △신문, 방송의 취재, 편성, 편집 △방송, 영화 등의 제작 등 5개 직종과 고용부 장관이 따로 정하는 업무만 재량근로제를 도입할 수 있다. Q. 아이가 유치원에 다니는 워킹맘이다. 출근시간을 오전 10시로 1시간 늦추는 대신 퇴근시간을 오후 7시로 1시간 늦출 수 있나. A. 개별 기업이 자체적으로 출근시간을 조정하면 된다. 오전 10시~오후 7시, 오전 7시~오후 5시 등으로 근무형태를 정하는 ‘시차출퇴근제’가 대표적이다. 하루 8시간을 유지하되 출퇴근시간만 자율적으로 조정하는 방식이다. 특히 일부 대기업들은 ‘자유출퇴근제’를 운영하고 있다. 근로자가 마음대로 출근해 법정근로시간을 맞추고 퇴근하는 것이다. 이런 제도는 법에 없지만, 사업장이 노사합의나 취업규칙 변경을 통해 자율적으로 도입할 수 있다. 그 대신 주 52시간은 준수해야 한다. Q. 노조가 없는 사업장이다. 근로자 대표는 어떻게 뽑아야 하나. A. 회사 직원 중 근로기준법상 사용자를 제외하고, 과반수의 동의를 얻은 근로자를 대표로 뽑으면 된다. 근로기준법상 사용자에는 오너나 사장뿐 아니라 사용자의 위임을 받아 근로자를 지휘, 감독하는 임원이나 본부장, 부장 등 관리자들이 포함된다. 보통 과장급이나 차장급까지는 근로자로 인정하고, 부장급부터는 사용자로 분류한다. 사용자를 제외한 근로자 중에서 대표를 뽑아야 근로자 대표로 인정받는 셈이다. 근로자 대표는 투표로 뽑아도 되고, 과반수의 서명만 받아도 된다. 대표를 2명 이상 선출하는 것도 가능하다. 유성열 기자 ryu@donga.com조건희 기자 becom@donga.com}

    • 2018-06-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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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줄줄 새는 양육수당, 대책마저 구멍

    중국동포 김모 씨(45·여)는 1997년 위장 결혼으로 한국인이 됐다. 2013년부터 5년 동안은 중국에 있는 아들의 몫으로 월 10만∼20만 원의 가정양육수당도 받았다. 90일 이상 해외에 체류하면 양육수당이 끊기지만, 정부는 김 씨 아들이 중국에 있다는 걸 몰랐다. 태어난 뒤 한 번도 한국에 온 적이 없어서 출입국 기록도 없었기 때문이다. 경찰이 이런 사실을 밝혔을 땐 이미 김 씨가 중국으로 떠난 뒤였다. 보건복지부는 김 씨의 아들처럼 국내에 살지 않으면서 양육수당을 타가는 이들을 막기 위해 9월부터 신청 서류에 ‘해외 출생’ 및 ‘복수국적’ 여부를 반드시 체크하도록 하겠다고 25일 밝혔다. 해외에서 태어나 한국에 온 적이 없거나 복수국적자가 외국 여권으로 드나들면 출입국 기록만으로 해외 체류를 확인할 수 없기 때문에 이들로부터 ‘양심 신고’를 받아 부정 수급 여부를 파악하겠다는 것이다. 양육수당은 어린이집에 다니지 않는 6세 이하 아동에게 월 10만∼20만 원을 지원하는 제도다. 양육수당 부정 수급 사례 중에는 김 씨처럼 고의성 짙은 경우가 적잖다는 점을 감안하면 이번 대책이 한참 느슨하다는 지적이 나온다. 해외 출생이나 복수국적인 아동 부모가 이를 해당 서류에 정직하게 밝히지 않아도 처벌이나 제재를 받지 않는다. 복지부는 양육수당 관리 기록을 법무부가 가진 복수국적 아동의 출입국 기록과 연계하면 부정 수급을 사전에 차단할 수 있게 된다고 밝혔다. 하지만 이 대책은 빨라야 내년 상반기에 현장에 적용될 것으로 전망된다. 지난해 8월 두 부처가 사회보장급여법 시행령을 고쳐 해당 기록을 주고받을 수 있게 됐지만 통합 시스템 구축엔 지난달부터 착수했기 때문이다. 정부는 이미 부당 지급된 양육수당의 규모도 파악하지 못하고 있다. 자유한국당 김승희 의원이 법무부로부터 제출받은 자료에 따르면 지난해 말 기준 6세 이하 복수국적 아동은 1만9972명이다. 복지부는 이 중 해외에 90일 이상 체류한 아동이 누구인지 뒤늦게 확인 중이다. 이런 문제점은 9월부터 상위 소득 10%를 제외한 모든 가구의 5세 이하 아동에게 월 10만 원씩 지급될 아동수당에도 고스란히 적용된다. 아동수당도 90일 이상 해외에 체류하면 지급이 정지되지만 해외 출생 및 복수국적 아동의 체류기간을 밝힐 시스템은 내년에 완성된다. 국내 5세 이하 복수국적 아동 1만6786명이 받을 아동수당은 한 해 334억 원 규모다. 김 의원은 “아동수당 등 보편적 복지 지출이 빠르게 늘고 있지만 부정수급 대책은 거북이걸음”이라고 지적했다.조건희 becom@donga.com·김자현 기자}

    • 2018-06-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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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단독]소아성애증, 숨겨도 잡아낸다…기자가 ‘감별기기’ 직접 실험해보니

    다섯 살 난 여자 아이가 욕조에서 등에 비누칠을 해달라고 한다. 어린 딸이나 조카를 둔 평범한 남성은 일상적으로 만날 수 있는 장면이다. 반면 어린이나 청소년에게 성적으로 끌리는 ‘소아성애증’ 환자에겐 흥분을 억누르기 어려운 상황일 수 있다. 아동 성폭력을 저지른 범죄자가 소아성애증 환자인지를 발기 여부로 가려낼 수 있는 기기가 최근 개발됐다. 국립과학수사연구원의 ‘음경변화 측정기기(Penile PlethysmoGraph·PPG)’다. ● “소아성애증, 숨겨도 잡아낸다” 아동 성범죄자가 재판에 넘겨진 뒤 검찰은 해당 범죄자가 소아성애증 환자로 의심되면 징역형과 별개로 ‘화학적 거세(성충동 약물치료)’나 치료감호를 청구한다. 범행의 근본 원인을 치료하지 않고 놓아주면 재범할 우려가 높기 때문이다. 대검찰청에 따르면 2016년에 검거된 13세 미만 성범죄자의 6%가 동종 범죄 전과자였다. 이 때부터 사법당국은 범죄자와 두뇌 싸움을 벌인다. 특정 범죄자가 소아성애증 환자라는 사실을 입증해야 한다. 하지만 이는 쉽지 않다. 주로 소아성애와 관련된 질문에 어떻게 응답하는지를 점수로 매겨 소아성애증 환자인지를 판단하는데, 범죄자가 그 의도를 간파해 ‘모범답안’을 꾸며낼 수 있다. 성인과 아동의 사진을 섞어 범죄자에게 보여준 뒤 시선의 방향이나 응시 시간을 측정하는 기기가 있지만 정확도가 높지 않다. 국과수가 개발한 PPG는 소아성애증 환자를 가려낼 강력한 ‘무기’가 돼줄 것으로 기대되고 있다. 범죄자가 검찰의 의도를 미리 알아도 속이기 어렵기 때문이다. 방식은 이렇다. ①아무 자극이 없는 상태로 음경의 둘레를 잰다. ②비키니를 입은 성인 여성의 사진을 보여주고, 그 대상과의 성행위를 묘사한 시나리오를 들려준다. 이때 음경에 착용한 고무줄 모양의 PPG로 둘레의 변화를 실시간으로 측정한다. ③비키니를 입은 사춘기 전 여자 아이의 사진을 보여주고, 소아성애증 환자라면 성적으로 흥분할 수 있는 시나리오를 들려준다. 이때도 PPG로 음경의 팽창 여부를 측정한다. 이런 과정이 3~4차례 반복된다. 만약 범죄자가 소아성애증 환자라면 음경이 ③의 경우에 일관되게 팽창한다. 성적 흥분에 따른 발기는 의식적으로 통제하기 어렵기 때문이다. 캐나다 토론토대학 정신건강의학과 레이 블랜처드 교수가 PPG의 정확도를 검증해보니 소아성애자의 경우 ③의 경우에 음경이 팽창될 확률이 평범한 남성에 비해 25배 가량 높았다. ● 기자가 직접 실험해보니… 지난달 24일 기자는 강원 원주시 국과수에 방문해 PPG를 직접 시연해봤다. 국과수는 일반인 수십 명을 모집해 실험한 결과 자체 개발한 PPG의 특이도(소아성애증 환자가 아닌 사람을 ‘소아성애증이 아니다’라고 판단하는 확률)가 매우 높다는 사실을 검증했다. PPG의 민감도(소아성애증 환자를 소아성애증으로 판단하는 확률)는 피험자 모집이 어려워 아직 실험하지 못했다. 기자가 실험실에서 PPG를 착용한 채 시청각 자극을 기다리는 가운데 ‘과연 이걸로 소아성애증을 정확히 감별할 수 있을까’라는 의문이 떠올랐다. 더 정확히는 ‘이렇게 긴장되는 상황에서 무슨 자극을 받든 음경의 둘레가 변할까’라는 생각이 들었다. 실험실 옆방에선 국과수 법심리과 소속 연구원 2명과 동아일보 취재팀 2명이 기자의 음경 둘레 그래프를 실시간으로 지켜보고 있었기 때문이다. 아무 자극이 없는 상태로 5분이 지나자 모니터에 팬티만 입은 성인 남성의 사진이 나타났다. 스피커에선 기계음이 흘러나왔다. “이른 아침 당신은 공원에서 조깅하던 남성과 마주친다. 당신은 그를 따라 관목림으로 들어간다.” 이후엔 해당 남성과의 성적인 접촉을 묘사하는 시나리오가 1분 가량 이어졌다. 이후 비키니를 입은 성인 여성의 사진과 함께 유사한 시나리오가 제시됐다. 다음은 남자 아이와 여자 아이였다. 팬티를 입은 남자 아이와 비키니를 입은 여자 아이의 사진이 각각 나타났다. 시나리오의 내용은 옆집에 사는 여자 아이를 돌보다가 잠을 재운다든지, 남자 아이와 레슬링을 하다가 우연히 성기에 손이 스쳤다는 등 일상에서 접할 수 있는 상황이 주를 이뤘다. 이 같은 과정이 ‘성인 남녀, 남녀 아이’의 순서로 총 4차례 반복됐다. 실험은 30분 가량 걸렸다. 연구진은 중간에 피험자가 몸을 움직여 음경 둘레가 비정상적으로 커지거나 줄어든 것으로 나타난 부분은 제외하는 방식으로 결과를 보정했다. 그 결과 기자는 자극의 대상이 성인 여성일 땐 음경 둘레가 평소보다 소폭 늘어난 반면 아이일 땐 오히려 줄어든 것으로 나타났다. 소아성애 성향이 없다는 뜻이다. ● 까다로운 허가 절차… 도입 미뤄져 실험에 사용된 사진은 전부 현실에 존재하지 않는 합성 사진이다. 모델의 인권과 초상권을 고려했다. 스피커로 들려주는 시나리오는 미국 사법당국이 실제로 사용하고 있는 것을 거의 그대로 썼다. 다만 국내 사정에 맞게 국문학과 교수들의 감수를 받아 각색했다. 사진은 합성 상태가 깔끔하지 않고 시나리오는 다소 어색한 기계음으로 들려준다. 의도한 부자연스러움이다. 이런 자극에도 성적으로 흥분한다면 정말 소아성애증 환자일 가능성이 높기 때문이다. 국과수가 개발한 PPG는 1년째 실제 아동 성범죄자에게 사용되지 못하고 있다. PPG는 식품의약품안전처에서 의료기기로 분류됐다. 의료기기로 허가받으려면 시제품과 완제품 모두 제조·품질 관리기준(GMP) 인증을 받은 업체에서 제작해야 한다. 이 공정을 인정받는 데 비용만 약 1억 원이 든다. 국과수가 여러 업체를 찾아다녔지만 전부 “수익성이 낮다”며 거절 당했다. 의료기기 허가에 반드시 필요한 임상시험도 난항이다. 국민건강보험공단에 따르면 국내에서 소아성애증(질병코드 F654)으로 진료 받은 환자는 연평균 7.4명 수준으로 극히 드물다. 임상시험 기준에 맞는 환자를 찾으려면 국립법무병원(공주 치료감호소)에 수감 중인 소아성애증 환자 중에서 모집하는 수밖에 없다. 하지만 인신이 구속된 환자를 대상으로 한 임상시험은 허가 절차가 극히 까다로워 사실상 어렵다. 국과수는 PPG를 의료기기가 아닌 진단에 간접적인 도움을 주는 보조기기로 분류해야 한다고 주장한다. 식약처는 길병원 등이 도입한 IBM의 의료용 인공지능(AI) ‘왓슨’을 의료기기가 아닌 ‘의료용 정보 검색기’로 분류해 임상시험 없이 사용할 수 있다고 판단한 바 있다. PPG 개발을 맡은 홍현기 국과수 법심리과 연구원은 “PPG는 정신건강의학과 전문의나 임상 심리 전문가가 아동 성범죄자의 재범 우려를 평가할 때 사용하는 다양한 방식 중 하나이기 때문에 의료기기보다는 심리 평가도구로 해석해야 한다”고 말했다. 조건희 기자 becom@donga.com}

    • 2018-06-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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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최저임금 결정 시한 20여 일 앞으로…노동계, 회의 끝내 불참?

    최저임금위원회(최임위)가 22일 노동계의 불참 속에 생계비와 소비자물가 등 내년도 최저임금 결정에 필요한 사안을 검토하기 시작했다. 양대 노총 출신 등으로 구성된 근로자위원 9명은 최저임금 산입범위 확대에 반발해 회의 참석을 거부하고 있다. 하지만 20여 일 앞으로 다가온 최저임금 결정 시한을 지키려면 더 이상 논의를 미룰 수 없다는 게 최임위 판단이다. 류장수 최임위 위원장은 이날 오후 3시 서울 중구 직업능력심사평가원에서 열린 전원회의에서 “근로자위원이 전원 참석할 수 있도록 독려하겠다. 다만 (노동계 불참으로) 잃어버릴 시간을 최소화하기 위해 전문위원회의 회의 결과와 자료를 서둘러 공유하겠다”고 말했다. 실제 최임위 산하 생계비전문위원회는 이날 공익위원 9명과 사용자위원 5명이 참석한 가운데 가구원 수별로 구분된 생계비 등을 전체회의에 보고했다. 노동계가 최임위에 뒤늦게 복귀하더라도 최저임금 결정을 위한 객관적 자료를 미리 심의해두겠다는 뜻으로 풀이된다. 노동계가 위원회에 끝내 불참한다면 최저임금액 결정에 근로자의 의견이 반영되지 않는 수도 있다. 전국민주노동조합총연맹(민주노총)은 30일 전국노동자대회를 열겠다며 대정부 투쟁을 예고한 상태다. 최임위가 최저임금액을 정하려면 원칙적으론 각계 위원이 최소 3명씩 전체회의에 참석해야 하지만 참석 요청을 2차례 이상 거부하면 해당 위원을 뺀 상태에서 표결할 수 있다. 최임위는 공익과 사용자, 근로자 위원 각 9명씩 27명으로 구성돼 있다. 내년도 최저임금 고시 시한(8월 5일)에 맞추려면 최임위는 늦어도 다음달 중순까지 심의를 마쳐야 한다. 조건희 기자 becom@donga.com}

    • 2018-06-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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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北의 또다른 ‘핵’… 결핵 퇴치도 급선무” 5월 방북 린턴 유진벨재단 회장

    “북한에는 또 다른 ‘핵’이 있어요. 결핵입니다.” 북한 내 결핵 환자들을 치료하기 위해 지난달 1∼22일 방북한 스티븐 린턴(한국명 인세반·58·사진) 유진벨재단 회장은 20일 서울 여의도 국회의원회관에서 결핵 퇴치의 중요성을 강조했다. 열악한 의료 여건 탓에 들불처럼 번지는 북한의 ‘슈퍼결핵’(여러 치료제가 듣지 않는 다제내성 결핵)을 서둘러 잡지 않으면 대량살상무기 못잖은 피해를 초래할 수 있다는 뜻이다. 인 회장은 이번 방북 때 평안북도 선천군 등 12곳에 흩어져 있는 ‘제3요양소’(결핵 환자 격리소)를 방문해 결핵 환자들에게 치료제와 진단 장비를 나눠주고 돌아왔다. 인 회장이 1995년 할아버지의 장인인 유진 벨 목사(1868∼1925)의 이름을 따서 세운 유진벨재단은 1995년부터 북한 결핵 환자 25만여 명을 지원했다. 북한 내 결핵 발생률(인구 10만 명당 444명)은 남한(인구 10만 명당 72명)의 6배로 추정된다. 북한 당국은 감염 실태 노출을 피하기 위해 격리소에 ‘제3요양소’ 등 암호 같은 이름을 붙였다. 40년간 인 회장은 80여 차례 북한을 방문했다. 북한행이 익숙할 법도 하지만 이번엔 분위기가 달랐다고 한다. 인 회장은 “북-미 정상회담을 앞두고 개성시의 한 호텔이 외국인 투숙객을 위해 시설 개조를 하는 등 도시에선 변화에 대한 기대감이 느껴졌다”며 “하지만 결핵 격리소 의료진과 환자들은 정상회담 이야기는 전혀 입 밖에 꺼내지 않았다. 아직 남북 해빙 무드가 밑바닥까지 전해지지 않은 것”이라고 말했다. 조건희 기자 becom@donga.com}

    • 2018-06-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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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아기 기저귀-물티슈 ‘국민청원 안전검사제’ 첫 대상

    피부 자극 우려가 제기된 어린이용 기저귀와 영유아용 물티슈의 안전성을 정부가 직접 검사한다. 식품의약품안전처는 4월 24일부터 시행한 ‘국민청원 안전검사제’에서 추천이 완료된 청원들을 논의한 결과 기저귀와 물티슈를 첫 검사 대상으로 채택했다고 21일 밝혔다. 식약처는 다음 달 시판 중인 해당 제품들을 수거해 형광증백제 등 피부 자극물질이 포함됐는지 검사할 예정이다. 안전검사제는 국내에서 유통되는 식품 및 의약품에 대해 국민 다수가 안전성 검사를 청원하면 식약처가 실시한다. 청와대 국민청원 게시판의 ‘식약처 버전’이다. 단 참여자의 숫자뿐 아니라 민관 전문가로 구성된 심의위원회가 검사 필요성을 높게 평가했는지를 함께 고려해 대상을 선정한다. 홈페이지엔 21일까지 총 74건의 청원이 올라왔다. 조건희 기자 becom@donga.com}

    • 2018-06-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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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탄력근로제 확대 안하면 6개월 뒤에도 혼란 피할수 없어”

    빵을 만들어 파는 A사는 생산직 직원만 2000명에 이른다. 다음 달 1일 시행되는 주 52시간 근무제에 맞추기 위해 연초부터 직원을 늘렸다. 가까스로 근로자의 평균 근로시간을 새 제도에 맞췄지만 문제가 남았다. 각종 행사가 많은 연말연시와 5월(가정의달) 등 대목을 감안하면 한 해의 절반인 6개월 정도는 밤낮없이 공장을 돌려야 한다. 하지만 ‘바쁠 때 더 일하고 덜 바쁠 때 쉬는’ 탄력적 근로시간제는 현행법상 3개월 이하 기간에만 운영할 수 있다. A사 관계자는 “탄력근로제 단위 기간을 6개월로만 늘려도 숨통이 트일 것 같다”고 말했다.○ 15년째 묶인 탄력근로제, 실시율은 6.4% 주 52시간제로 산업현장에 닥칠 충격을 최소화하려면 탄력근로제 단위 기간을 선진국 수준으로 확대해야 한다는 지적이 끊이지 않는다. 탄력근로제는 일시적으로 작업량이 증가할 때 일하는 시간을 늘리는 대신 나중에 다시 줄여 주당 평균 근로시간을 법에 맞추는 제도다. 예를 들어 업무가 몰리는 한 주는 60시간 일하고 다음 주는 44시간 일하면 평균 근로시간은 주당 52시간이 된다. 하지만 현행 근로기준법에선 노사가 합의해도 단위 기간을 3개월로 늘리는 게 고작이다. 즉, 1월에 작업량이 많아 주 60시간 일했다면 2, 3월에는 어떻게든 평균 근로시간을 줄여 3월까지 평균 주당 52시간을 맞춰야 하는 것이다. 탄력근로제의 최장 단위 기간은 2003년 9월 1개월에서 3개월로 한 차례 늘어난 뒤 15년째 그대로다. 여야는 근로시간 단축안을 본격적으로 논의한 올해 2월 탄력근로제 개편안을 두고도 협상했다. 당시 자유한국당 등 야당은 경영계의 요청대로 탄력근로제 단위 기간을 1년으로 늘리자고 주장했다. 하지만 휴일수당 할증률이 쟁점으로 부각되면서 탄력근로제 관련 내용은 근로기준법 개정안에서 빠졌다. 그 대신 “2022년까지 개선안을 마련한다”는 부칙만 남았다. “사실상 이번 정부에선 손대지 않겠다는 뜻”이라는 비판이 나오는 이유다. 이 때문에 국내에선 탄력근로제를 활용하는 기업을 찾아보기 힘들다. 한국노동연구원이 2016년 12월 국내 기업 1570곳을 조사한 결과 탄력근로제를 안다는 응답은 73.2%였지만 실시하는 곳은 6.4%에 불과했다. ‘노동조합이나 근로자 대표가 반대해서’(63.8%)가 탄력근로제를 실시하지 않는 주된 이유였다. 노조가 반대하는 이유는 작업량이 줄어드는 기간에 사업주가 임금을 제대로 주지 않을 가능성이 있기 때문이다.○ 미국 독일 프랑스 일본은 최장 1년 탄력근로 선진국은 한국보다 폭넓게 탄력근로제를 활용한다. 유럽연합(EU)은 회원국 지침으로 탄력근로제 최장 단위 기간을 4주(취업규칙) 및 1년(노사 합의)으로 제시하고 있다. 프랑스는 이 지침대로 시행한다. 독일은 법에 탄력근로제를 명시하진 않았지만 ‘6개월 내에 하루 평균 근로시간이 8시간을 초과하지 않는다면 하루 10시간까지 연장근로가 가능하다’고 규정하고 있다. 노사가 합의하면 최장 1년까지 가능하다. 미국과 일본도 최장 1년이다. 전문가들은 국회가 서둘러 노동계를 설득해 탄력근로제를 확대해야 한다고 지적한다. 권혁 부산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는 “탄력근로제 확대는 근로자가 가장 생산적으로 일할 수 있는 시기에 집중적으로 일할 수 있게 해준다는 측면에서 오히려 근로자의 ‘재량권 확대’로 봐야 한다”고 말했다.조건희 becom@donga.com·유성열 기자}

    • 2018-06-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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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퇴직금 중간정산에 떠는 기업들

    다음 달 1일 근로자 300명 이상 기업부터 주 52시간 근무제가 시행되면서 퇴직금 중간정산 문제가 기업에 막대한 부담을 주는 또 다른 ‘뇌관’으로 떠오르고 있다. 근로시간 단축으로 퇴직금이 줄어들 수 있는 근로자들이 무더기로 중간정산을 요구할 수 있어서다. 정부는 이달 12일 국무회의에서 ‘근로시간 단축에 따른 임금 감소’를 퇴직금 중간정산 사유로 추가하는 근로자퇴직급여보장법 시행령 개정안을 의결했다. 기존에는 △주택 구입 및 임차 △질병 치료 및 요양 등의 경우에만 중간정산을 허용했지만 앞으로 근로시간 단축으로 퇴직금이 줄어들 때에도 중간정산을 받을 수 있도록 한 것이다. 이는 주 52시간제 시행 시 퇴직금이 줄 수 있다는 노동계의 우려를 반영한 조치다. 퇴직금은 직전 3개월 월평균 임금에 근속연수를 곱해 산정한다. 평균임금에는 초과근로수당 등 근로자가 받은 모든 임금이 포함된다. 결국 근로시간 단축→수당 감소→평균임금 감소→퇴직금 감소로 이어질 수밖에 없다. 실제 산업 현장에선 주 52시간제 시행을 앞두고 퇴직금 감소를 우려한 근로자들이 미리 사표를 내거나 중간정산을 문의하는 사례가 최근 부쩍 늘고 있다. 다음 달 1일 주 52시간제가 본격 시행되면 기업에 엄청난 재정적 압박을 주는 중간정산 요구가 봇물을 이룰 수 있다. 기업 입장에선 최저임금 인상과 근로시간 단축에 이어 또 하나의 ‘인건비 폭탄’을 떠안게 되는 셈이다. 고용부 관계자는 “근로자가 중간정산을 신청해도 기업이 의무적으로 줘야 하는 것은 아니다”라며 “재정이 어렵다면 지급 시기를 조정하거나 거부할 수 있다”고 말했다. 하지만 강성 노조가 있는 사업장은 중간정산 요구를 거부하기 어렵고, 거부하면 파업 등 노사 분규가 일어날 가능성이 있다.유성열 ryu@donga.com·조건희 기자}

    • 2018-06-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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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老老학대 절반이 부부… 4년간 倍이상 늘어

    “당신, 자꾸 말 안 들으면 목 졸라 죽일 수도 있어.” 아내(69)를 향한 A 씨(74)의 협박이 시작됐다. A 씨는 20대에 결혼한 이후 수십 년간 일주일이 멀다 하고 아내에게 이런 폭언과 주먹질을 일삼았다. 참다못한 아내가 A 씨를 정신병원에 강제 입원시킨 적이 있지만 퇴원 후에도 비슷한 일이 반복됐다. 노인이 노인을 괴롭히는 이른바 ‘노노(老老) 학대’가 늘고 있다. 보건복지부는 지난해 전국 노인보호전문기관이 노인 학대로 판정한 4622건을 분석한 결과 가해자 5101명 중 60대 이상이 2190명(42.9%)이었다고 밝혔다. 관련 집계가 시작된 2013년엔 전체 가해자 4013명 중 60대 이상이 1372명(34.2%)이었다. 특히 70대 이상 가해자는 같은 기간 794명에서 1363명으로 늘었다. 노노 학대의 절반 이상은 A 씨의 사례처럼 부부 사이에서 이뤄진다. 아내나 남편을 학대한 배우자는 2013년 551명에서 지난해 1263명으로 늘었다. 특히 지난해 노인부부 가구에서 벌어진 신체적 학대와 성적 학대는 총 919건으로 전체 학대 2026건 중 45.4%를 차지했다. 김상은 중앙노인보호전문기관 연구상담팀장은 “오랜 기간 갈등이 쌓이면 함께 보내는 시간이 길다는 것 자체가 스트레스가 돼 심한 학대로 나타날 수 있다”고 말했다. 주목할 점은 학대를 당한 당사자가 이를 스스로 호소하지 못한다는 것이다. 2013년 노인학대 3520건 중 피해자가 직접 신고한 사례는 842건(23.9%)이었지만 지난해엔 전체 4622건 중 431건(9.3%)으로 줄었다. 자녀 등 친족이 신고한 비율도 같은 기간 16.8%에서 8.8%로 감소했다. 여전히 학대 피해자나 가족이 노인 학대를 ‘가정 내의 일’로 보고 신고를 꺼린다는 뜻이다.조건희 기자 becom@donga.com}

    • 2018-06-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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