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유하기

16일 오후 1시 반경 서울 송파구 경찰병원 장례식장은 무거운 공기가 주위를 짓눌렀다. 15일 서울 마포구 가양대교 북단에서 투신한 시민을 수색하다가 목숨을 잃은 유재국 경위(39·사진)의 빈소가 차려졌기 때문이다. 언제 찍었는지 모르는 영정 사진 속 유 경위는 참 앳된 얼굴이었다. 순직 당시 경사였던 그는 16일 경위로 1계급 특진 추서됐다. 서울지방경찰청에 따르면 15일 오후 2시 12분경 고인은 가양대교 위에 차를 버린 채 한강으로 뛰어내린 남성을 수색하고 있었다. 당시 한강은 거센 물살에 흙탕물로 혼탁한 상황이었다. 하지만 유 경위는 주저 없이 잠수복을 입고 공기통을 맨 채 물속에 몸을 던졌다. 실종자를 구할 ‘골든타임’을 놓치지 않기 위해서였다. 하지만 유 경위는 이날 시야가 흐린 물속에서 애를 먹다가 순식간에 교각 틈새에 몸이 끼어 버렸다. 오후 2시 47분경 119수난구조대가 출동해 유 경위를 구조했다. 심폐소생술(CPR) 조치 뒤 병원으로 이송했지만 끝내 유 경위는 의식이 돌아오지 않았다. 16일 유 경위의 빈소는 서울경찰청 한강경찰대 소속 경찰관 4명이 줄곧 자리를 지켰다. 위로를 전하러 온 동료들의 포옹에 말없이 눈물만 흘리는 이도 있었다. 동료들은 유 경위가 “수십 명의 생명을 구한 베테랑”이라며 너무나 안타까워했다. 이날 빈소를 찾은 한 경찰 관계자는 “(유 경위) 부인이 임신한 지 한 달 조금 넘었는데…”라며 눈시울을 붉혔다. 유 경위는 2017년 7월부터 한강경찰대에서 근무해왔다. 한강경찰대 소속 A 씨는 “현장 출동 경험이 많아 동료들이 믿고 의지했다”며 “잠수나 수영 등을 동료와 후배에게 가르쳐주기도 했다”고 전했다. 동료 B 씨는 “한 사람이라도 더 살리겠다고 휴일에도 쉬지 않고 뭔가를 배웠는데…”라며 말끝을 흐렸다. 이날 빈소에는 유 경위 지인인 한강카약클럽 소속 김일준 씨(39)도 조문했다. 김 씨는 영정 사진을 바라보며 한참 동안 말없이 눈물을 흘렸다. 그는 “제대로 된 영정 사진 한 장도 없는 젊은 사람이 왜 이렇게 빨리 가냐”며 울먹였다. 유 경위와 김 씨가 인연을 맺은 건 지난해 1월. 서울 마포구 망원한강지구에서 카약을 타던 김 씨는 한 남성의 투신을 목격했다. 112에 신고하자 2분도 채 되지 않아 순찰정 한 대가 나타났다고 한다. 당시 그 배에 유 경위가 타고 있었다. 강물이 손에만 닿아도 피부가 벌게질 정도로 추웠지만 유 경위는 망설임 없이 강으로 뛰어들었다. 그리고 투신 남성을 극적으로 구조했다. 김 씨는 “그렇게 살신성인하는 경찰을 두 눈으로 본 건 처음이었다. 유 경위 같은 경찰 덕에 세상이 그리 절망스럽지만은 않다는 걸 깨달았다”고 했다. 유 경위가 몸담던 한강경찰대는 망원, 이촌, 뚝섬, 광나루 등 4개 치안센터로 나뉘어 행주대교에서 강동대교까지 약 41.5km의 물길을 지킨다. 여기서 근무하는 경찰관들은 식사를 하다가도 무전 소리가 울리면 곧장 튀어나간다고 한다. 한강경찰대 관계자는 “생명이 걸린 일이라 1초라도 늦으면 안 된다. 항상 초긴장 상태로 일한다”고 했다. 2007년 8월 순경 공채로 입직한 유 경위는 서울 용산경찰서 등을 거친 뒤 한강경찰대로 옮겨와 해마다 수십 명씩 목숨을 구해왔다. 최우수 실적 수상안전요원으로 꼽혀 서울지방경찰청 장려상을 받기도 했다. 16일 진영 행정안전부 장관과 민갑룡 경찰청장은 고인에게 옥조 근정훈장과 경찰공로상을 각각 수여했다. 장례는 서울지방경찰청장으로 거행한다. 이소연 always99@donga.com·김태성·이청아 기자}

“차디찬 물에도 인명구조를 위해서라면 망설임 없이 뛰어들던 분이었습니다.” 16일 오후 1시 반경 서울 송파구 경찰병원 장례식장은 무거운 공기가 주위를 짓눌렀다. 15일 서울 마포구 가양대교 북단에서 투신한 시민을 수색하다 목숨을 잃은 고 유재국 경사(39)의 빈소가 차려졌기 때문이다. 영정 사진 속 유 경사는 여전히 앳된 모습이었다. 서울지방경찰청에 따르면 15일 오후 2시 12분경 고인은 가양대교 위에 차를 버린 채 한강으로 뛰어내린 남성을 수색하고 있었다. 당시 한강은 거센 물살에다 흙탕물로 물 속이 혼탁한 상황이었다. 하지만 유 경사는 맨몸으로 뛰어들어 물 속을 손으로 짚어가며 수색했다. 하지만 순식간에 교각 틈새에 몸이 끼이며 한강에 빠지고 말았다. 오후 2시 47분경 119수난구조대가 출동해 어렵사리 유 경사를 구조했지만 이미 한참동한 시간이 흐른 뒤였다. 심폐소생술(CPR) 조치를 취한 뒤 병원으로 이송했지만, 끝내 유 경사는 의식이 돌아오지 않았다. 함께 2인1조로 현장에서 작업했던 경찰은 “시야 확보도 어려웠고 물살도 너무 거셌다”고 진술한 것으로 알려졌다. 16일 유 경사의 빈소는 서울경찰청 한강경찰대 소속 경찰관 4명이 줄곧 자리를 지켰다. 위로의 인사를 전하러 온 동료들의 포옹에 말없이 눈물만 흘리는 이들도 있었다. 동료들은 유 경사가 ‘수십 명의 생명을 구한 베테랑’이라며 너무나 안타까워했다. 유 경사는 순직 직전까지 한강경찰대에서 5년간 근무해왔다. 한강경찰대 경찰 A 씨는 “현장 출동 경험이 많아서 동료들이 믿고 의지했다”며 “잠수법이나 수영법 등 자신이 배운 걸 동료와 후배들에게 가르쳐주기도 했다”고 전했다. 유 경사는 쉬는 날에도 따로 시간을 내 잠수와 수영을 배울 정도로 열정적이었다고 한다. 동료 B 씨는 “한 사람이라도 더 살리겠다고 휴일에도 쉬질 않았는데…”라며 말끝을 흐렸다. 이날 빈소에는 유 경사 지인인 한강카약클럽 소속 김일준 씨(39)도 조문했다. 김 씨는 영정사진을 바라보며 한참동안 말없이 눈물을 흘렸다. 그는 “제대로 된 영정사진 한 장 준비하지도 않은 젊은 사람이 왜 이렇게 빨리 가냐”며 울먹였다. 유 경사와 김 씨가 인연을 맺은 건 지난해 1월이다. 서울 마포구 망원한강지구에서 카약을 타던 김 씨는 한 남성의 투신을 목격했다. “물 속에 사람이 뛰어들었다”며 112에 신고하자 2분도 채 되지 않아 순찰정 한 대가 나타났다고 한다. 당시 그 배에 유 경사가 타고 있었다. 한강 물이 손에만 닿아도 피부가 벌개질 정도로 추운 날씨였지만, 유 경사는 망설임 없이 물속으로 뛰어들었다. 그리고 투신 남성을 극적으로 구조했다. 김 씨는 “그렇게 살신성인하는 경찰을 두 눈으로 본 건 처음이었다. 유 경사 같은 경찰 덕분에 한강도 그리 절망스러운 곳만은 아니라는 걸 깨달았다”고 말했다. 유 경사가 몸담던 한강경찰대는 망원, 이촌, 뚝섬, 광나루 4개 치안센터로 나뉘어 행주대교에서 강동대교까지 약 41.5㎞의 물길을 지킨다. 여기서 근무하는 경찰관들은 식사를 하다가도 무전 소리가 울리면 곧장 튀어나간다고 한다. 한강경찰대 관계자는 “한 사람의 생명이 걸린 일이라 1초도 늦으면 안 된다. 항상 초 긴장상태로 일하고 있는 곳”이라고 했다. 투신한 이들의 시신 인양도 담당한다. 2007년 8월 순경 공채로 입직한 유 경사는 서울 용산경찰서 등을 거친 뒤 한강경찰대로 전보해 해마다 수십 명씩 목숨을 구해왔다. 경찰은 순직한 유 경사를 경위로 1계급 특진 추서하고, 장례는 서울지방경찰청장으로 거행한다. 이소연 기자 always99@donga.com김태성 기자 kts5710@donga.com}
12일 오전 서울 여의도 증권가 한 식당에서 종업원이 동료를 흉기로 공격하고 자신은 극단적인 선택을 한 사건이 벌어졌다. 서울 영등포경찰서에 따르면 이날 오전 9시 15분경 서울 영등포구 여의도동 한 건물 지하 식당에서 60대 여성 A 씨가 동료인 20대 남성 B 씨를 흉기로 찔렀다. 건물 관리인의 신고로 출동한 경찰 등은 식당 앞에서 다친 채 쓰러져 있는 B 씨를 급히 병원으로 옮겼다. B 씨는 여러 부위를 다쳤지만 의식은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반면 식당 안에서 발견한 A 씨는 현재 의식이 없는 상태다. 경찰 관계자는 “A 씨가 목 주위에 극단적 선택을 한 것으로 보이는 상처가 발견됐다”고 설명했다. 이날 사건이 일어나기 전 식당에서는 밖에서도 들릴 정도로 고성과 욕설이 오갔다고 한다. 한 직원은 “두 사람이 싸우는 소리를 들었다”고 했다. 처음 B 씨를 발견한 직원은 “오전 9시 10분경 식당 앞에서 몸 여러 곳에서 피를 흘리며 알아들을 수 없는 말을 계속했다”며 “바닥엔 흉기가 떨어져 있었다. 장갑도 끼고 있었는데 주방에서 어떤 작업을 하고 있었던 걸로 보였다”고 말했다. 경찰 등에 따르면 사건 당시 직급이 높은 B 씨가 A 씨에게 “이제 일을 그만두라”고 하자 A 씨가 “어떻게 이럴 수가 있느냐”며 흉기를 휘두른 것으로 알려졌다. 경찰은 과학수사대를 투입해 폐쇄회로(CC)TV와 현장 혈흔, 족적 등을 확보하고 정확한 사건 경위를 파악하고 있다. 경찰 관계자는 “식당 관계자들을 대상으로 사건 동기 등을 조사하고 있다”고 밝혔다.이소연 always99@donga.com·한성희·김태성 기자}

“어제 ‘우리 감독님’이 상을 4개나 타서… 내 마음도 덩달아 붕 떴어요.” 11일 낮 12시 반경 서울 마포구 ‘돼지쌀슈퍼’. 겨우 7평 남짓한 가게는 20여 명이 몰려 발 디딜 틈조차 없었다. 35년 넘게 슈퍼를 운영해온 이정식(77) 김경순 씨(73·여) 부부에게 10일은 ‘영화 같은 하루’였다. 이날 오스카(미국 아카데미상) 4관왕에 오른 영화 ‘기생충’을 여기서도 촬영했기 때문이다. 벽엔 ‘기생충 촬영 우리 슈퍼’라 적은 A4용지도 붙어 있었다. 가게는 진작부터 영화 팬들에게 ‘성지’로 통해 왔다. 극 초반 민혁(박서준)이 기우(최우식)에게 과외를 제안해 ‘사건이 시작된 곳’이라 불린다. 이 씨는 “최근 외국인 3명이 한국말로 또박또박 ‘캐나다에서 왔습니다. 기생충 팬입니다’라고 했다”며 웃음을 터뜨렸다. 영화 ‘기생충’이 한국 사회를 흠뻑 물들이고 있다. 특히 ‘봉준호 신드롬’은 소셜미디어 등에서 가히 폭발적이다. 촬영지를 방문한 ‘인증샷’이나 ‘한우 짜파구리(짜파게티+너구리)’ 등을 소개하는 글과 사진이 급속도로 쏟아졌다. 주 무대였던 저택 세트장이 있던 전북 전주시 전주영화종합촬영소엔 하루 수십 통씩 방문 요청 전화가 온다. 관계자는 “아쉽게 세트는 촬영 뒤 철거했는데도 무조건 와보겠다는 반응이 상당하다”고 했다. ‘오스카 트로피’도 관심을 끈다. 시상식 뒤 누리꾼들은 “돌잡이용품으로 인기를 끌지 않겠느냐”는 반응이 적지 않았다. 실제로도 쿠팡 등에선 ‘돌잡이용 오스카 트로피’를 팔고 있다. 업체 관계자는 “예전부터 있던 상품인데 갑작스레 큰 주목을 받는다. 얼떨떨할 정도”라고 했다. 정치권에선 신드롬에 편승하는 공약과 패러디가 등장했다. 영화 포스터에 얼굴을 합성하거나 기생충으로 삼행시를 지은 의원도 있었다. 한 정치인은 “봉 감독 고향 대구에 생가를 복원하겠다”는 공약을 내세웠는데 차가운 반응이 더 많다. 한 온라인 커뮤니티에는 ‘기생충에 기생하는 기생충들’이란 조소가 올라왔다. 봉 감독이 다녔던 연세대도 뿌듯한 감정을 숨기지 않았다. 연세대 관계자는 “11일 ‘아카데미 수상을 축하드린다’는 문구를 적은 현수막을 주문했다”며 “봉 감독 관련 행사를 다양하게 고민하고 있다. 매우 행복한 고민”이라고 했다. 대학 홈페이지에도 ‘봉준호 동문, 오스카 4관왕 차지’란 알림을 재빨리 띄워뒀다. 봉 감독이 재학 시절 학교신문 ‘연세춘추’에 그렸던 네 컷 만화와 만평도 다시금 주목받고 있다. 연세대 사회학과 88학번인 그는 군 전역 뒤 1993년 1학기 동안 연재했다. 당시에도 사회적 이슈를 촌철살인으로 다뤄 ‘역시’란 평이 많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 여파로 찬바람이 불던 영화관도 훈풍이 분다. 멀티플렉스 CGV는 10일 시상식 뒤 전국 상영관 가운데 30곳에서 ‘기생충’을 재상영하기로 결정했다.이소연 always99@donga.com·김태성 / 전주=박영민 기자}

“어제 ‘우리 감독님’이 상을 4개나 타서… 내 마음도 덩달아 붕 떴어요.” 11일 오후 12시 반경 서울 마포구 ‘돼지쌀슈퍼’. 겨우 7평 남짓한 가게는 20여 명이 몰려 발 디딜 틈조차 없었다. 35년 넘게 슈퍼를 운영해온 이정식(77) 김경순 씨(73·여) 부부에게 10일은 ‘영화 같은 하루’였다. 이날 오스카(미국 아카데미상) 4관왕에 오른 영화 ‘기생충’을 여기서도 촬영했기 때문이다. 벽엔 ‘기생충 촬영 우리 슈퍼’라 적은 A4용지도 붙어 있었다. 가게는 진작부터 영화 팬들에게 ‘성지’로 통해왔다. 극 초반 민혁(박서준)이 기우(최우식)에게 과외를 제안해 ‘사건이 시작된 곳’이라 불린다. 이 씨는 “최근 외국인 3명이 한국말로 또박또박 ‘캐나다에서 왔습니다. 기생충 팬입니다’라고 했다”며 웃음을 터뜨렸다. 영화 ‘기생충’이 한국사회를 흠뻑 물들이고 있다. 특히 ‘봉준호 신드롬’은 소셜미디어 등에서 가히 폭발적이다. 촬영지를 방문한 ‘인증 샷’이나 ‘한우 짜파구리(짜파게티+너구리)’ 등을 소개하는 글과 사진이 급속도로 쏟아졌다. 주 무대였던 저택 세트장이 있던 전북 전주시 전주영화종합촬영소엔 하루 수십 통씩 방문 요청 전화가 온다. 관계자는 “아쉽게 세트는 촬영 뒤 철거했는데도, 무조건 와보겠단 반응이 상당하다”고 했다. ‘오스카 트로피’도 관심을 끈다. 시상식 뒤 누리꾼들은 “돌잡이 용품으로 인기를 끌지 않겠느냐”는 반응이 적지 않았다. 실제로도 쿠팡 등에선 ‘돌잡이 용 오스카 트로피’를 팔고 있다. 업체 관계자는 “예전부터 있던 상품인데 갑작스레 큰 주목을 받는다. 얼떨떨할 정도”라 했다. 정치권에선 신드롬에 편승하는 공약과 패러디가 등장했다. 영화포스터에 얼굴을 합성하거나 기생충으로 3행시를 지은 의원도 있었다. 한 정치인은 “봉 감독 고향 대구에 생가를 복원하겠다”는 공약을 내세웠는데, 차가운 반응이 더 많다. 한 온라인커뮤니티에는 ‘기생충에 기생하는 기생충들’이란 조소가 올라왔다. 봉 감독이 다녔던 연세대도 뿌듯한 감정을 숨기지 않았다. 연세대 관계자는 “11일 ‘아카데미 수상을 축하드린다’는 문구를 적은 현수막을 주문했다”며 “봉 감독 관련 행사를 다양하게 고민하고 있다. 매우 행복한 고민”이라 했다. 대학 홈페이지에도 ‘봉준호 동문, 오스카 4관왕 차지’란 알림을 재빨리 띄워뒀다. 봉 감독이 재학 시절 학교신문 ‘연세춘추’에 그렸던 네 컷 만화와 만평도 다시금 주목받고 있다. 연세대 사회학과 88학번인 그는 군 전역 뒤 1993년 1학기 동안 연재했다. 당시에도 사회적 이슈를 촌철살인으로 다뤄 ‘역시’란 평이 많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 여파로 찬바람 불던 영화관도 훈풍이 분다. 멀티플렉스 CGV는 10일 시상식 뒤 전국 상영관 가운데 30곳에서 ‘기생충’을 재상영하기로 결정했다. CGV 관계자는 “요즘 영화관이 텅텅 비었었는데, 기생충 상영관은 관객 호응이 뜨겁다. 평일인데 예약률이 40%를 넘어섰을 정도”라고 전했다. 이소연 기자 always99@donga.com김태성 기자 kts5710@donga.com}
연세대가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신종 코로나) 확산을 방지하기 위해 최근 중국이나 동남아에 다녀온 기숙사 입사 예정 학생들을 2주간 격리하기로 하자 학생들이 반발하고 있다. 동남아시아를 방문한 기숙사생까지 격리하기로 한 건 연세대가 처음이다. 9일 연세대는 “7일 오후 재학생 대상으로 긴급 안내 문자메시지와 e메일을 발송했다”며 “최근 중국과 동남아를 방문한 적 있는 기숙사 입사 예정 재학생들을 2주간 격리하는 방안이 안내문에 포함됐다”고 밝혔다. 여기엔 △중국 및 동남아 여행 이력이 있는 학생 대상 기숙사 입사 후 2주간 개인실 거주 △기숙사 입사 시 출입국증명서 필수 제출 △전체 학생 신종 코로나 관련 조사(미참여 시 수강신청 불가) 등을 안내했다. 연세대는 격리 기간 동안 기숙사에 입사한 재학생에게는 도시락을 제공할 방침이다. 하지만 연세대 재학생들로 구성한 ‘연세교육권네트워크준비위원회’는 8일 크게 반발했다. 이들은 ‘격리로는 학생을 보호할 수 없다’는 입장문에서 “정부에서 시행하고 있는 대응책에 비해 (학교 측이) 과도하다”며 “격리 학생들에게 최소한의 생활권을 보장하지 못할 가능성이 크다”고 주장했다. 재학생 장찬 씨(23)는 “신종 코로나 관련 조사를 받지 않는다고 수강신청도 못 하게 하는 건 과도하게 자유를 침해하는 행위”라고 지적했다. 다른 대학들도 신종 코로나 대응책으로 중국 방문 학생을 기숙사에 따로 격리하는 방안을 내놓고 있다. 서울대는 1일 중국 후베이성을 방문한 지 한 달이 안 됐거나 중국 다른 지역을 방문한 지 2주가 넘지 않은 기숙사생 110여 명을 학생생활관에 모아 격리하겠다고 밝혔다. 해당 건물에서 생활했던 학생들은 원할 경우 다른 건물로 이사하도록 했다. 서울대 학생들의 온라인 커뮤니티 역시 ‘제대로 격리가 이뤄지지 않을 것’이라고 우려하는 글들이 줄을 잇고 있다. 한 학생은 “격리 대상자들이 생활관의 식당이나 편의점, 헬스장을 자유롭게 사용할 수 있다. 사실상 격리로 볼 수 없다”고 했다. 중국 방문 학생을 격리 수용할 기숙사 건물 현관 앞에는 “단순히 사람들을 이사만 시키면 격리인가”라는 내용의 항의문도 적혀 있었다. 중국인 유학생 수가 가장 많은 경희대는 중국 홍콩 마카오 등을 방문한 유학생들을 기숙사 1개동에 2주간 격리하기로 했다. 경희대 관계자는 “중국권 국가를 방문한 한국인 학생들의 격리는 아직 논의하고 있다”고 밝혔다. 한국외국어대도 최근 2주 이내 중국을 방문했던 외국인 유학생들 가운데 기숙사 입소 예정인 학생들은 별도 기숙사에 격리할 방침이다. 고려대는 중국을 방문한 학생들의 입실을 14일간 제한한다. 따로 거처를 마련하지 못해 부득이하게 기숙사를 이용해야 하는 학생은 학교 안내에 따라 지정 장소에서 일정 기간 머문다. 하루 1회 이상 전화로 증상 여부도 자진 신고하도록 할 예정이다. 중앙대는 2월 말 기숙사 입사 학생들을 대상으로 발열 여부를 확인하고 흉부 엑스레이 사진을 촬영한다. 이 검사에서 발열 등 신종 코로나 유사 증상을 보인 학생들은 교외 기숙사로 옮겨 추가 검진을 진행할 방침이다. 이화여대는 중국을 방문한 중국인 유학생을 대상으로 기숙사 격리 방안 등을 검토하고 있다.이소연 always99@donga.com·김소영·이청아 기자}
“갑자기 나오느라 코트도 제대로 못 입었네요.” 6일 오후 1시 20분경 서울 영등포구 문래동 GS홈쇼핑 본사 정문을 통해 직원 수십 명이 쏟아져 나왔다. 업무를 보던 도중에 급히 빠져나오느라 겉옷을 제대로 입지 못하거나, 책과 노트 여러 권을 가방에 넣지 못한 채 양손에 들고 나오는 직원들도 있었다. 직원 A 씨(25)는 “아침에 출근했는데 갑자기 ‘빨리 퇴근하라’는 안내방송이 나왔다”며 “전날 직원이 신종 코로나 바이러스 감염증(신종 코로나) 확진 판정을 받았다고 한다”고 말했다. 이날 오전 질병관리본부는 GS홈쇼핑 직원 B 씨(41·여)가 신종 코로나 국내 20번째 확진환자로 판정받은 사실을 공개했다. GS홈쇼핑은 이날 오후 1시경 사옥을 폐쇄했다. GS홈쇼핑에 따르면 경기 수원에 거주하는 B 씨는 같은 지역에 사는 15번째 확진자 C 씨(43)와 가족이다. C 씨는 중국 우한에 다녀온 뒤 확진 판정을 받았다. 지난달 31일 B 씨는 회사에 “우한을 다녀온 가족과 접촉했는데 불안하다”고 알린 뒤 자가 격리됐다. 회사는 B 씨와 같은 팀에 속한 직원 8명에 대해 14일간 재택근무와 유급휴가 조치를 내렸다. 이후 B 씨는 2일 질병관리본부로부터 음성 판정을 받았다가 3일 만인 5일에 신종 코로나 확진 판정을 받으면서 상황이 바뀌었다. 그는 5일 밤 ‘질병관리본부로부터 신종 코로나 확진 판정을 받았다’고 회사에 알렸다. GS홈쇼핑은 6일 오전 8시경 간부급 임원들을 소집해 긴급회의를 열었다. 이 회의에서 사옥 폐쇄 조치를 내리기로 결정하고 협력사와 방송 편성 계획을 변경했다. 본사 근무 직원들에겐 오후 1시경 안내방송을 통해 “최대한 빨리 퇴근하라”고 알렸다. 본사 건물 2층에 있는 사내 어린이집은 이날 오전 휴원을 결정하고 등원한 어린이들을 전부 집으로 돌려보냈다. 또 전체 직원 마스크 착용, 단체 행사와 직원회의 금지 등 행동수칙을 배포하고 건물 소독을 실시했다. 본사는 8일 오전 6시까지 3일간 문을 닫는다. 이 기간 직원들은 재택근무를 하거나 휴가를 가게 된다. GS홈쇼핑 방송은 3일간 재방송으로 진행된다. 방송 송출을 위한 최소 인력만 본사에 남았다. 정부가 행정명령을 내리지 않은 상황에서 홈쇼핑 기업이 생방송이 아닌 재방송을 결정한 건 처음이다. 이날 오후 GS홈쇼핑 채널 화면엔 ‘재방송’이란 자막이 떴고, “지금 주문하시면 설 연휴 전에 배송된다”는 쇼호스트의 안내가 흘러나왔다. 지난달 18일 녹화된 화면을 틀어놓은 것이다. GS홈쇼핑 관계자는 “평일 평균 50억 원가량의 매출이 나오는데, 재방 편성으로 매출에 타격이 있을 것으로 보인다”고 전했다. 직원들 다수가 빠져나온 본사 건물엔 이날 오후 1시 40분경부터 영등포구 소속 방역팀이 나와 건물 두 개동 전 층에 방역 작업을 진행했다. B 씨가 평소 이용했던 지하철 2호선 문래역 인근은 이날 오후 방역을 마쳤다. GS홈쇼핑 건물에서 500m가량 떨어져 있는 문래초등학교는 7일부터 10일까지 휴교령을 내렸다.이소연 always99@donga.com·이청아·조윤경 기자}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확진자가 다녀간 곳으로 확인됐습니다. 부득이하게 영화 관람을 중단합니다. 양해를 부탁드립니다.” 1일 오후 6시 반경 경기 부천시 CGV부천역점. 한창 영화를 상영하던 극장에 갑자기 안내방송이 흘러나오자 관객들이 술렁였다. 당시 상영관 5곳에선 120여 명이 영화를 보고 있었다고 한다. CGV 관계자들은 극장 입구 곳곳에서 관객들에게 “오후 5시 반경 보건당국에서 확진자가 이곳을 다녀갔다는 통보를 받았다. 티켓값은 환불해 드리겠다”고 설명했다. 중국인 남성 A 씨(49)가 1일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신종 코로나) 12번째 확진자로 양성 판정을 받은 데 이어, 2일 자가 격리 중이던 그의 중국인 부인 B 씨(40)도 14번째 확진 판정을 받으며 전국이 들썩거리고 있다. 부부가 11일 동안이나 주거지인 부천시는 물론 서울, 강원 강릉시와 경기 수원·군포시 곳곳을 돌아다닌 사실이 확인됐기 때문이다. 질병관리본부는 A 씨의 접촉자가 2일 기준 138명이라고 밝혔지만, 두 사람은 하루에도 수천 명이 오가는 대형마트와 영화관 등에 가고 KTX까지 이용해 사실상 가늠이 불가능하다.○ 11일간 서울 경기 강원 돌아…지역사회 초긴장 CGV부천역점은 12, 14번째 확진자인 부부가 지난달 20, 26일 두 차례나 방문했다. 시 관계자는 “CGV부천역점 8층 4관과 5관, 화장실, 안내데스크, 통로 등을 전부 소독했다”고 밝혔다. 하지만 사흘 전 이 영화관을 다녀간 박모 씨(24·여)는 “며칠 전부터 감기 기운이 있는데, 확진자가 다녀갔단 소식을 들으니 잠이 안 온다”며 한숨을 내쉬었다. 특히 A 씨는 20일부터 근육통 등 신종 코로나 초기 증상이 나타났는데도 대형 영화관과 면세점, 숙박업소 등을 이용한 것으로 드러났다. 일각에선 A 씨 부부가 ‘슈퍼 전파자’로 알려진 3번째 확진자보다 더 전파 가능성이 크다는 우려도 나온다. 이 부부의 거주지인 부천시는 A 씨의 동선을 확인한 결과, 시내에서 밀접 접촉자가 발생했을 가능성이 높은 장소가 4곳이나 확인됐다고 밝혔다. CGV부천역점을 비롯해 순천향대부천병원, 속내과의원, 서전약국이다. 장덕천 부천시장은 “12번째 확진자인 A 씨와 배우자인 14번째 확진자는 대부분 동선이 겹치는 것으로 보고 있다”고 밝혔다. ○ 부부 다녀간 업소 줄줄이 휴업 아내 B 씨가 지난달 30일 이마트 부천점도 다녀간 사실이 확인됐다. 이에 마트 측은 2일 오후 4시경 영업을 중단했다. 부천시 관계자는 “B 씨는 지난달 30일 오후 4시 10분경 방문해 약 20분 동안 머물렀다”고 밝혔다. 부천 맘카페 등 온라인 커뮤니티엔 ‘아이와 마트 문화센터에 다니는데, 당장 취소하겠다’는 글들이 잇따라 올라왔다. 서울 중구 신라면세점도 2일부터 임시 휴업에 들어갔다. A 씨는 지난달 20, 27일 이곳을 방문한 것으로 확인됐다. 면세점 관계자는 “확산 가능성에 대비해 추가로 방역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강릉시도 비상이 걸렸다. 이 부부는 지난달 22일 오후 1시경 KTX를 타고 강릉역에 도착해 음식점 2곳과 커피숍에 들렀다. 숙소는 썬크루즈리조트였다. 이틀간 택시를 두 번 이용했으며, 23일 낮 12시 반경 강릉역에서 출발하는 KTX를 탔다. 리조트 측은 2일 살균 및 환경 소독을 위해 임시 휴업하겠다고 밝혔다. 홈페이지를 통해 당분간 외국인 예약도 받지 않겠다고 공지했다. 강릉시는 부부가 방문한 장소를 포함해 여러 공공장소를 소독했다고 밝혔다. 이들이 탑승했던 택시는 물론 택시 1291대와 시내버스 131대 등 대중교통도 긴급 소독을 실시했다. 노인복지시설 등은 6일까지 이용을 중지한다. 강원도와 강릉시는 역학조사를 통해 밀접 접촉자 10명을 자가 격리시켰다. 또 17명을 능동감시자로 규정해 증상이 발생하면 즉각 알리도록 했다. 2일 오후 7시 현재 접촉자 가운데 의심 증상자는 없는 것으로 확인됐다.이소연 always99@donga.com / 부천=차준호 / 강릉=이인모 기자}

“명절이면 전 언제나 ‘아직 결혼 못 한 애’라 불렸습니다. 그런데 오늘은 오롯이 제 이름으로 불렸어요.” 25일 설날 서울 마포구 한 오피스텔. 이곳에선 오전 11시 반경 흔치 않은 모임이 성사됐다. 이름도 특이한 ‘차례상 대신 브런치’. 명절마다 중노동으로 전락한 차례상 차리기를 거부하고 자신을 위한 시간을 가져보자는 취지다. 이날 모임에 참석한 20대 주남정 씨는 “지난해 추석엔 ‘결혼 언제 하느냐’ ‘그러다 애 못 낳는다’를 귀에 딱지 앉도록 들었다”며 “오늘은 ‘뭘 할 때 행복한지’ ‘어떤 음식을 좋아하는지’만 4시간 넘게 얘기했다”고 기뻐했다. ‘차례상…’은 올해 초 설을 앞두고 소셜미디어에서 불씨가 피어올랐다. 한 여성이 “우리끼리 모여 시간을 갖자”고 제안했는데 뜨거운 반응이 쏟아졌다. 실제로 이날 ‘차례상 대신 수다상’ 등 조금씩 이름을 바꾼 모임이 서울과 인천 등 전국 8곳에서 이뤄졌다. 참가자도 80명이 넘었다고 한다. 모임에 온 여성은 다들 닮은 점이 있었다. 이들에게 명절은 ‘핵노잼’이었다. 주 씨는 “명절마다 큰어머니는 안 쓰는 그릇까지 꺼내 닦으라고 했다. 설거지 마치면 해가 지기 시작했다”며 몸서리쳤다. 또 다른 참가자 김지양 씨는 명절 하면 ‘배틀(battle·전투)’이란 단어가 떠오른단다. 친가 외가 할 것 없이 벌어지는 친척들의 미묘한 신경전. 몸도 마음도 긴장으로 지쳐 연휴가 끝났다. 그래서일까. 모임 참가자들은 오늘을 ‘꿀잼’이라 했다. 특별한 이벤트는 없었다. 그저 서로의 말에 귀 기울이고, 자기 속내를 편안하게 털어놨을 뿐. 그마저도 대부분 사소한 것들이었다. “어떤 이름으로 불리고 싶어요?” “존댓말이 편한가요?” “혹시 못 먹는 반찬이 있으면 알려줘요.” 그런데도 까르르 웃음이 그치질 않았다. 환한 표정으로 바뀐 이들에게 물어봤다. 사랑하는 가족이 모이는 명절이 왜 괴로워진 걸까. “실은, 전 사과 알레르기가 있습니다. 그런데 명절에 사과 깎는 건 항상 제 몫이었죠. 줄곧 인상을 찡그렸지만, 누구도 어디 아프냐고 묻질 않았어요. 참, 최근엔 스스로도 부끄러운 일이 있어요. 가장 살가운 친척이 사촌오빠인데, 결혼한 언니 이름조차 기억 못 하더라고요. 의무와 희생만 강요하다 제일 중요한 걸 놓친 건 아닌지…. 반성 많이 했습니다.”(김지양 씨) 오후 4시쯤 ‘차례상…’이 마무리됐다. 참가자들은 “이렇게 재밌는 설은 처음”이라며 아쉬워했다. 기혼자 직장인 정예인 씨는 이날 모임 후기에 이렇게 적었다. ‘내 이야기를 들어주는 사람이 있고, 다른 사람 이야기를 듣는 게 이렇게 흥미로울 수 있다는 걸 깨닫게 된 기적 같은 시간이었다.’ 명절에 필요한 건 거창한 게 아니었다. 약간의 관심과 배려, 그리고 대화였다. 이소연 사회부 기자 always99@donga.com}

“명절이면 전 언제나 친척들에게 ‘아직 결혼하지 못한 애’라 불렸습니다. 그런데 오늘은 오롯이 제 이름 그대로 불렸어요.” 25일 설날 서울 마포구 한 오피스텔. 이곳에선 오전 11시반경 흔치 않은 모임이 성사됐다. 이름도 특이한 ‘차례상 대신 브런치’다. 명절마다 여성에게 중노동으로 전락한 차례상 차리기를 거절하고 자신을 위한 시간을 가져보잔 취지다. 이날 모임에 참석한 이들은 다들 가슴에 이름표를 달았다. 20대 후반 주남정 씨도 왼쪽에 ‘남정’이란 표가 붙었다. 미혼인 그는 “지난해 추석 때도 ‘결혼 언제 하느냐’ ‘그러다 애 못 낳는다’를 귀에 딱지 앉도록 들었다”며 “오늘은 ‘뭘 할 때 행복한지’ ‘어떤 음식을 좋아하는지’만 4시간 넘게 얘기했다. 오로지 ‘내 자신’에 대한 대화였다”고 말했다. ‘차례상 대신…’은 올해 초 설을 앞두고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에서 불씨가 피어올랐다. 한 여성이 “여성끼리 모여 시간을 갖자”고 제안했는데 뜨거운 반응이 쏟아졌다. 실제로 이날 ‘차례상 대신 수다상’ 등 조금씩 이름을 바꾼 모임이 서울과 인천 등 전국 8곳에서 이뤄졌다. 참가자도 80여 명이 넘었다고 한다. 모임에 온 여성은 모두 닮은 점이 있었다. 그동안 이들에게 명절은 ‘핵노잼’이었다. 주 씨는 “명절마다 큰어머니는 우리 자매에게 안 쓰는 그릇까지 꺼내 닦으라고 시켰다. 설거지를 마치면 벌써 해가 지기 시작했다”며 몸서리쳤다. 또 다른 참가자 김지양 씨는 명절하면 ‘배틀(battle·전투)’이란 단어가 떠오른단다. 친가 외가 할 것 없이 벌어지는 친척들의 미묘한 신경전. 몸도 마음도 긴장과 녹초를 반복하다 명절이 끝난다. 그래서였나. 참가자들은 이번 모임이 너무나 ‘꿀잼’이라 입을 모았다. 무슨 특별한 이벤트도 없었다. 그저 서로의 말에 귀 기울이고, 자기 속내를 편안하게 털어놨을 뿐이었다. 그마저도 대부분 사소한 것들이었다. “어떤 이름으로 불리길 원하세요?” “존댓말이 편한가요, 아님 반말로 해볼까요.” “혹시 오이 싫어하나요? 못 먹는 반찬 알려주세요.” 그런데도 까르르 웃음이 그치질 않았다. 밝은 표정으로 바뀐 그들을 붙잡고 물어봤다. 사랑하는 가족이 모이는 명절이 괴로워진 건 왜일까. “실은, 전 사과 알레르기가 있습니다. 그런데 명절에 사과 깎는 건 항상 제몫이었죠. 줄곧 인상을 찡그렸지만, 누구도 어디 아프기라도 한 건지 묻지 않았어요. 참, 최근엔 스스로 충격도 받았습니다. 가장 살가운 친척이 사촌오빠인데, 결혼한 언니 이름조차 기억 못하더라고요. 의무와 희생만 강요하다 제일 중요한 건 놓친 건 아닌지… 반성 많이 했습니다.”(김지양 씨) 오후 4시쯤 ‘차례상 대신…’ 모임이 마무리됐다. 참가자들은 “이제껏 이렇게 재밌는 명절은 처음”이라며 헤어지길 아쉬워했다. 기혼자 직장인 정예인 씨는 후기에 이렇게 적었다. ‘내 이야기를 들어주는 사람이 있고, 다른 사람의 이야기를 듣는 게 이렇게 흥미로울 수 있다는 걸 깨닫게 된 기적 같은 시간이었다.’ 그들에게 명절에 필요한 건 거창한 게 아니었다. 약간의 관심과 배려, 그리고 대화였다. 이소연 기자 always99@donga.com}

이번 설 연휴에 추위 걱정은 없지만 비와 눈이 잦을 것으로 전망돼 교통 상황에 유의해야 한다. 중국발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우한 폐렴) 확산 우려도 커지는 데다 독감도 여전히 유행 중이라 감염병 예방수칙도 잘 지켜야 한다. 기상청은 23일 설 연휴 내내 전국 낮 최고기온이 5∼14도에 달할 것으로 예보했다. 평년보다 3∼10도 높은 수준이다. 최저기온도 영하 5도 이하로는 내려가지 않을 것으로 전망된다. 남쪽에서 따뜻하고 수증기를 많이 머금은 공기가 올라와서다. 초미세먼지(PM2.5) 농도도 24일 수도권과 호남권, 충청권이 ‘나쁨’ 수준으로 올라가는 걸 제외하면 남은 기간에는 걱정하지 않아도 된다. 그 대신 비와 눈, 바람 소식이 잦다. 비는 25일 남부에서 시작돼 점차 전국으로 확대된다. 연휴 마지막 날인 27일엔 전국에 비가 내릴 것으로 예보돼 귀성길 안전에 특히 신경 써야 한다. 이날은 강원 산지에 많은 눈이 올 가능성도 있다. 비와 함께 바람도 강해져 바닷길을 이용할 때도 주의가 필요하다. 기상청은 “26∼28일 동해안과 남해안에 매우 강한 바람이 불어 시설물 파손에 대비해야 한다”고 당부했다. 교통량이 급증하는 연휴 기간 내내 경찰은 헬기와 드론을 교통단속에 투입한다. 경찰청은 “23일부터 27일까지 고속도로에서 암행순찰차 24대, 헬기 11대, 드론 10대를 활용해 불법 운전을 단속한다”고 밝혔다. 교통정체 구간에서 응급환자가 발생할 경우에는 보건복지부의 닥터헬기(7대)와 소방방재청의 소방헬기(29대) 등을 활용해 병원으로 긴급 이송할 방침이다. 졸음운전과 음주운전은 금물이다. 경찰청에 따르면 최근 3년 설 연휴 기간 발생한 교통사고는 ‘오후 2∼4시’, ‘오후 6∼8시’, ‘0시∼오전 2시’에 자주 발생했다. 전체 졸음운전 사고의 36.5%가 이 시간대로, 특히 정체가 심할 때 많이 발생했다. 음주운전 사고는 역시 심야시간인 오후 10시부터 오전 4시 사이에 가장 많았다. 전체 음주운전 사고의 절반 수준(47.4%)이다. 경찰은 “연휴는 물론 전후에도 평소보다 교통량이 많아서 장거리 운전의 경우 졸리거나 집중력이 떨어지기 쉽다”며 “과속·갓길 주행을 삼가고 동승자 모두 꼭 안전띠를 매야 한다”고 당부했다. 이번 설은 특히 우한 폐렴 확산에 주의하는 것이 중요하다. 최근 중국을 방문했거나 중국 방문자와 접촉한 사람이 열이 나거나 기침 등 호흡기 질환 증세가 나타난다면 병원에 가기 전에 질병관리본부 콜센터나 지역 보건소에 신고해 안내를 받아야 한다. 연휴 기간 아플 땐 문을 연 의료시설부터 찾아야 한다. 보건복지상담센터에 전화하면 해당 지역에서 문을 연 병원과 약국 정보를 알 수 있다. 포털사이트에서 ‘명절병원’을 검색하면 연휴 기간 진료가 가능한 의료기관을 찾아주는 사이트 ‘응급의료포털’이 가장 먼저 노출된다. 전국 응급실 523곳은 평소처럼 진료가 가능하다. 명절에는 선물 포장재 등 생활쓰레기가 많이 배출된다. 공휴일에는 쓰레기를 수거하지 않지만 명절 연휴 때는 각 지방자치단체에서 쓰레기 수거일을 별도로 정한다. 수거일은 각 시군구 홈페이지 등에 고지돼 있다. 재활용품 분리배출 방법은 환경부가 만든 애플리케이션 ‘내 손 안의 분리배출’을 통해 확인할 수 있다.강은지 기자 kej09@donga.com이소연 기자 always99@donga.com}

이번 설 연휴에 추위 걱정은 없지만 비와 눈이 잦을 것으로 전망돼 교통 상황에 유의해야 한다. 중국발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우한 폐렴) 확산 우려도 커지는 데다 독감도 여전히 유행중이라 감염병 예방수칙도 잘 지켜야 한다. 기상청은 23일 설 연휴 내내 전국 낮 최고기온이 5~14도에 달할 것으로 예보했다. 평년보다 3~10도 높은 수준이다. 최저기온도 영하 5도 이하로는 내려가지 않을 전망이다. 남쪽에서 따뜻하고 수증기를 많이 머금은 공기가 올라와서다. 초미세먼지(PM2.5) 농도도 24일 수도권과 호남권, 충청권이 ‘나쁨’ 수준으로 올라가는 걸 제외하면 남은 기간에는 걱정하지 않아도 된다. 대신 비와 눈, 바람 소식이 잦다. 비는 25일 남부에서 시작돼 점차 전국으로 확대된다. 연휴 마지막 날인 27일엔 전국에 비가 내릴 것으로 예보돼 귀성길 안전에 특히 신경 써야 한다. 이 날은 강원산지에 많은 눈이 올 가능성도 있다. 비와 함께 바람도 강해져 바닷길을 이용할 때도 주의가 필요하다. 기상청은 “26~28일 동해안과 남해안에 매우 강한 바람이 불어 시설물 파손에 대비해야 한다”고 당부했다. 교통량이 급증하는 연휴 기간 내내 경찰은 헬기와 드론을 교통단속에 투입한다. 경찰청은 “23일부터 27일까지 고속도로에서 암행순찰차 24대, 헬기 11대, 드론 10대를 활용해 불법 운전을 단속한다”고 밝혔다. 교통정체 구간에서 응급환자가 발생할 경우에는 보건복지부의 닥터헬기(7대)와 소방방재청의 소방헬기(29대) 등을 활용해 병원으로 긴급 이송할 방침이다. 졸음운전과 음주운전은 금물이다. 경찰청에 따르면 최근 3년 설 연휴 기간 발생한 교통사고는 ‘오후 2~4시’, ‘오후 6~8시’, ‘0시~오전 2시’에 자주 발생했다. 전체 졸음운전 사고의 36.5%가 이 시간대로, 특히 정체가 심할 때 많이 발생했다. 음주운전 사고는 역시 심야시간인 오후 10시부터 오전 4시 사이에 가장 많았다. 전체 음주운전 사고의 절반 수준(47.4%)이다. 경찰은 “연휴는 물론 전후에도 평소보다 교통량이 많아서 장거리 운전의 경우 졸리거나 집중력이 떨어지기 쉽다”며 “과속·갓길 주행을 삼가고 동승자 모두 꼭 안전띠를 매야 한다”고 당부했다. 이번 설은 특히 우한 폐렴 확산에 주의하는 것이 중요하다. 최근 중국을 방문했거나 중국 방문자와 접촉한 사람이 열이 나거나 기침 등 호흡기 질환 증세가 나타난다면 병원에 가기 전에 질병관리본부 콜센터(1339)나 지역 보건소에 신고해 안내를 받아야 한다. 연휴 기간 아플 땐 문을 연 의료시설부터 찾아야 한다. 보건복지상담센터(129)에 전화하면 해당 지역에서 문을 연 병원과 약국 정보를 알 수 있다. 포털사이트에서 ‘명절병원’을 검색하면 연휴 기간 진료가 가능한 의료기관을 찾아주는 사이트 ‘응급의료포털’이 가장 먼저 노출된다. 전국 응급실 523곳은 평소처럼 진료가 가능하다. 명절에는 선물 포장재 등 생활쓰레기가 많이 배출된다. 공휴일에는 쓰레기를 수거하지 않지만 명절 연휴 때는 각 지방자치단체에서 쓰레기 수거일을 별도로 정한다. 수거일은 각 시·군·구 홈페이지 등에 고지돼 있다. 재활용품을 분리배출 방법은 환경부가 만든 어플리케이션 ‘내 손안의 분리배출’을 통해 배출 방법을 확인할 수 있다. 강은지 기자 kej09@donga.com이소연 기자 always99@donga.com}
미국 교포 행세를 하며 수십 명에게 돈을 빌리고 갚지 않은 일명 ‘교포 차비 사기범’이 경찰에 붙잡혔다. 서울 마포경찰서는 21일 오후 검거한 김모 씨(39)에 대한 구속영장을 신청했다고 22일 밝혔다. 김 씨는 피해자 18명에게 “교포인데 여행하다가 지갑을 잃어버렸다”며 현금 총 187만 원을 빌린 뒤 갚지 않은 혐의(사기)다. 경찰에 따르면 김 씨는 2018년 5월에도 같은 수법의 범죄를 저질러 징역 8개월을 선고받았다. 경찰은 범행이 벌어진 지하철역 주변 폐쇄회로(CC)TV 영상을 분석해 동일 인물임을 확인했다. 이후 그의 교통카드 사용 기록을 분석한 뒤 지하철 2호선 사당역에서 김씨를 붙잡았다. 김 씨는 주로 여성에게 접근해 e메일 주소를 건네며 “돈을 갚을 테니 계좌번호를 알려 달라”며 피해자를 속여 왔다. 하지만 온라인에서 같은 e메일을 쓰는 남성에게 당했다는 글들이 수십 건 올라오며 꼬리가 잡혔다. 김 씨는 경찰 조사에서 “출소 뒤 살기가 막막했는데, 같은 방식이 여전히 통해 범행을 저질렀다”고 진술했다. 이소연 always99@donga.com·구자준 기자}

“저희만 돌아와서 너무 죄송합니다….” 네팔 안나푸르나에서 눈사태로 실종된 4명과 동행했던 동료 교사들이 22일 귀국했다. 충남도교육청 해외교육봉사단 3팀의 교사 6명은 이날 오전 5시경 인천국제공항 제2터미널에 도착했다. 이들은 사고 당일인 17일 오전 안나푸르나 데우랄리 지역에서 발생한 눈사태로 실종된 4명과 같은 팀이었다. 일행 가운데 교사 1명은 현장에 남아 지원에 합류했다. 인천공항에서 만난 교사 A 씨는 “이 자리에 서는 것 자체가 너무나 부담스럽다. 걱정 끼쳐드려서 너무 죄송하다”며 눈시울을 붉혔다. A 씨는 “트레킹 도중 고산병 증세로 시누와 산장에 돌아가 있는 바람에 어서 (동료들과) 함께 있질 못했다”고 설명했다. 실제 사고 현장에 있었던 교사들은 정신적 충격이 커서 대신 A 씨가 인터뷰에 응한 것으로 전해졌다. A 씨는 “사고 전날 눈이 너무 많이 왔고, 교육봉사일정도 있어 회의 끝에 하산하기로 의견을 모았다고 들었다”고 했다. 일행에 따르면 사고 당일엔 눈도 그치고 날씨가 맑아 두 그룹으로 나눠 출발했다. 사고 당시엔 실종된 1그룹과 2그룹은 6~9m 정도 떨어져 있었다. 현지 수색 상황도 전했다. A 씨는 “21일 충남도교육청 부교육관과 주한네팔대사, 엄홍길 대장 등을 만났다”며 “지역을 잘 아는 산장 주민들이 함께 수색하고 있다”고 말했다. 또 “어제 상당한 유류품을 찾았다고 들었다”고도 했다. 돌아온 교사 가운데 4명은 귀국 직후 충남 천안시의 한 병원으로 이동했다. 전문의에게 외상 후 스트레스(트라우마) 치료를 받은 것으로 알려졌다. 도교육청은 “앞으로도 심리상담 등 후속 지원을 이어가겠다”고 밝혔다. 실종 교사 수색은 22일(현지 시간)에도 계속됐으나 아직 실종자를 발견하진 못했다. 네팔 당국은 이날 오전 7시 반경 드론 등을 이용해 수색을 재개했다. 엄 대장과 KT드론운영팀 등도 합류해 현장 수색을 벌이고 있다. 이소연 기자 always99@donga.com지명훈 기자 mhjee@donga.com}
17일(현지 시간) 네팔 히말라야에서 눈사태로 실종된 한국인 교사 4명에 대한 현지 수색 작업이 20일에도 이어졌다. 20일 외교부는 네팔 경찰과 주민 등 50여 명의 수색대가 이날 데우랄리(해발 3200m) 지역에서 눈사태에 휩쓸린 정모 씨(59) 등 교사 4명과 현지인 가이드 2명을 찾기 위한 작업을 벌였다고 밝혔다. 하늘에선 네팔 군 헬기와 KT 수색용 드론이, 지상에선 금속 탐지기를 지닌 수색대가 현장을 확인했다. 실종자가 고립됐을 가능성이 있는 힌쿠 동굴(3170m) 인근도 탐색했지만, 실종자나 특별한 흔적을 발견하진 못했다. 충남도교육청은 “18, 19일보다 날씨가 좋아졌지만 현장에서 간간이 눈사태가 이어져 수색에 어려움을 겪고 있다”고 전했다. 로이터통신은 “미라 아차야 네팔 관광부 담당자가 ‘모든 구조대원이 최선을 다하고 있다. 전부 수색하려면 20일 이상 걸릴 수 있다’고 말했다”고 전했다.이소연 always99@donga.com / 대전=지명훈 기자}

“유나가 남긴 선물이 얼마나 귀한지 다시금 느꼈습니다.”(유나 어머니) “아니에요. 제 딸이 큰 선물을 받았습니다. 유나는 ‘천사(angel)’예요.”(킴벌리 어머니) 어머니들은 맞잡은 손을 놓지 못했다. 눈물 덮인 얼굴을 쓰다듬기 바빴다. 그저 “고맙다” “Thank you”라 되뇌면서…. 20일 오전 서울 중구 한국프레스센터. 이날 회견장에선 어렵고도 소중한 두 가족이 만났다. 2016년 미국인 6명에게 장기 기증한 고 김유나 양(당시 18세) 가족과 췌장, 신장을 이식받은 킴벌리 플로레스 오초아 씨(24)네가 처음 마주했다. 킴벌리 가족이 들어서자, 유나 어머니 이선경 씨(48)는 반갑게 일어서다 벌컥 울음을 터뜨렸다. 아버지 김제박 씨(53)도 눈가가 촉촉했지만 킴벌리를 꼭 끌어안았다. 나지막이 “고마워요”라며. 눈물범벅이던 킴벌리. 한참 숨을 고른 뒤 선물 하나를 건넸다. 1만여 km를 날아오며 품에 간직한 손편지. 꼭꼭 눌러쓴 글을 찬찬히 읽어나갔다. “유나 어머니, 만나주셔서 감사합니다. 그가 준 생명의 선물 덕에 제가 건강하단 걸, 유나 가족에게 알리려 여기 왔어요. 전 유나가 너무 궁금합니다. 항상 가슴에 간직하고 살 거예요. 앞으로는 제가 어머니 가족이 되고 싶습니다.” 킴벌리 어머니 로레나 씨(46)도 선물을 준비했다. 아기 천사가 담긴 스노볼. ‘유나 덕에 우린 매일 기적을 맞이한다’는 글귀가 적혔다. 로레나 씨는 “받은 것에 비해 아주 작지만, 우린 이 천사가 유나라 믿고 살겠다”고 했다. 국내 장기기증자 가족과 해외 수여자 가족이 만나는 건 이번이 처음이다. 한국은 ‘장기 등 이식에 관한 법률’에 따라 서로 정보도 알 수 없다. 기증자 가족이 금전적 보상 등을 요구할까 우려해서다. 유나는 미국에서 사고를 당했고, 현지 기증절차를 밟아 국내 법 적용을 받지 않았다. 미국은 시민단체 ‘Donor Network’가 기증자와 수여자 가족의 교류를 돕는다. 2016년 1월 유나를 떠나보낸 가족이 처음 연락받은 건 그해 7월. 킴벌리는 “유나 덕에 9시간씩 투석하지 않아도 된다. 유나는 내게 영웅”이라 썼다. 가족에게 크나큰 위안이 됐다. 재단법인 ‘사랑의장기기증운동본부’도 가족 교류가 기증문화 확산에 도움이 되리라 봤다. 미국은 지난해 기준 인구 100만 명당 기증자 수가 33.2명이다. 8.7명인 한국의 4배 가까이 된다. 김동엽 사무처장은 “기증자 가족에게 걸맞은 예우를 갖춰야 한다. ‘장기기증은 후회 없는 선택’이란 사회 공감대가 필요하다”고 강조했다.이소연 기자 always99@donga.com}

“유나가 남기고 간 선물이 얼마나 귀한 것인지 다시 한번 알게 됐습니다.”(유나 어머니) “아니에요. 제 딸이 더 큰 선물을 받았습니다. 우리에게 유나는 ‘천사(angel)’예요.”(킴벌리 어머니) 두 어머니는 맞잡은 손을 오랫동안 놓지 못했다. 눈물로 뒤덮인 서로의 얼굴을 연신 쓰다듬기 바빴다. 그저 “고맙다” “Thank you”란 말만 되뇌면서. 20일 오전 서울 중구 한국프레스센터. 이날 기자회견장에선 참 어렵고도 소중한 두 가족의 만남이 이뤄졌다. 2016년 미국인 6명에게 장기를 기증하고 세상을 떠난 김유나 양(당시 18세) 가족과 스무 살에 췌장과 신장을 이식받은 킴벌리 플로레스 오초아 씨(24)네가 처음으로 얼굴을 마주했다. 오전 11시 10분쯤. 킴벌리 가족이 회견장에 들어서자 유나의 어머니 이선경 씨(48)는 반갑게 인사하면서도 벌컥 울음을 터뜨렸다. 아버지 김제박 씨(53)도 진작부터 눈가가 촉촉했지만, 킴벌리를 힘차게 두 팔로 끌어안았다. 나지막하게 “고마워요”라며. 눈물범벅이긴 마찬가지였던 킴벌리. 한참 숨을 고른 뒤 따스한 선물 하나를 건넸다. 1만여 ㎞를 날아오며 소중히 품에 안고 온 손 편지였다. 직접 한 자씩 써내려간 글을 킴벌리는 찬찬히 읽어나갔다. “유나 어머니, 절 만나주셔서 감사합니다. 그가 준 생명의 선물 덕에 제가 건강하게 생활할 수 있단 사실을, 유나 가족에게 알리려 한국에 왔어요. 전 유나가 너무 궁금합니다. 항상 유나를 제 가슴에 간직하고 살 거예요. 앞으로는 제가 유나 어머니의 가족이 되고 싶습니다.” 킴벌리의 어머니 로레나 씨(46)도 특별한 선물을 준비했다. 어여쁜 아기 천사가 담긴 ‘스노볼(snowball)’이었다. 아래엔 ‘유나의 선물 덕에 우린 매일 기적을 맞이한다’는 글귀가 적혀 있었다. 로레나 씨는 “우리가 받은 것에 비하면 아주 작은 선물이지만, 우리는 이런 천사가 유나라고 믿고 살아가겠다”고 다짐했다. 사실 국내에 사는 장기 기증자 가족과 해외 거주하는 수여자 가족이 만나는 건 이번이 처음이다. 한국은 ‘장기 등 이식에 관한 법률’에 따라 서로의 정보도 알려줄 수 없다. 행여 기증자 유가족이 금전적 보상 등을 요구할 것을 우려하기 때문이다. 하지만 유나는 미국에서 교통사고를 당했고, 미국 법에 따라 기증절차를 밟아 국내 법 적용을 받지 않았다. 오히려 미국에선 시민단체 ‘Donor Network’가 주선해 기증자와 수여자 가족의 교류를 적극 돕는다. 2016년 1월 24일 안타까운 사고로 유나를 떠나보낸 가족이 킴벌리에게 처음 연락을 받은 것도 그해 7월 15일이었다. 킴벌리는 첫 편지에서 “유나가 준 선물 덕에 9시간씩 투석하며 목숨을 이어갈 필요가 없게 됐다. 유나는 내 맘 속에 영웅(hero)으로 남을 것”이라 적었다. 유나 가족에게 큰 위로가 됐음은 두말할 나위가 없다. 국내 장기기증자 가족 모임인 ‘도너패밀리’도 이 자리에서 “법을 개정해 양 측 가족이 교류하는 환경을 만들어야 한다”고 촉구했다. 또 다른 기증자 유가족인 이대호 씨도 “2010년 떠난 아들의 심장이 지금도 어딘가에서 뛰고 있다. 아들 몫까지 열심히 살아가는 이들의 소식이 궁금하다”고 호소했다. 재단법인 ‘사랑의장기기증운동본부’는 장기 기증자와 수여자 가족의 교류가 이뤄지면 기증문화에 대한 인식도 좋아질 것으로 내다봤다. 미국은 2019년 기준 인구 100만 명당 기증자 수가 33.2명이다. 8.7명인 한국의 4배 가까이 된다. 심지어 한국은 기증자 숫자 자체도 2016년 573명에서 2018년 449명으로 해마다 줄고 있다. 이 단체의 김동엽 사무처장은 “기증하고 떠난 고인의 가족에게 걸맞은 예우를 갖춰야 한다. ‘장기기증은 후회 없는 선택’이라 말할 수 있는 사회적 공감대가 모여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소연기자 always99@donga.com}

네팔로 봉사활동을 갔던 한국인 교사 4명이 히말라야에서 눈사태로 실종됐다. 현지 경찰 등이 긴급 수색에 나섰으나, 강풍과 폭설 탓에 어려움을 겪고 있다. 충남도교육청은 이모 씨(56) 등 소속 교사 4명이 17일 오전 10시 반경(현지 시간·추정) 해발 3200m 데우랄리 지역에서 히말라야 산장(해발 2920m)으로 내려오다 눈사태에 휩쓸려 실종됐다고 19일 밝혔다. 현지 가이드 2명도 함께 사라졌다. 교육청에 따르면 이 씨 등은 해외 교육봉사단에 참가해 13일 네팔로 출국했다. 특별한 일정이 없는 주말을 이용해 히말라야 관광에 나섰다. 16일 오전 시누와(2360m)에서 출발해 데우랄리 지역에서 하룻밤 묵은 뒤, 17일 안나푸르나 베이스캠프(ABC·4130m)까지 올라갔다가 하산할 계획이었다. 하지만 이 코스는 16일 오전부터 많은 눈이 내린 것으로 전해졌다. 이 씨 등은 16일 오후 가까스로 데우랄리 숙소에 도착했지만, ABC까지 오르기는 어렵다고 보고 계획을 바꿨다. 이들은 17일 오전 데우랄리에서 곧장 하산했다. 하지만 이들이 히말라야 산장(2920m)으로 향하던 도중 엄청난 눈사태가 밀려왔던 것으로 알려졌다. 이 눈사태는 이 씨와 정모 씨(59), 김모 씨(52), 최모 씨(37) 등 4명과 현지 가이드 2명을 덮쳤다. 거리를 두고 뒤따르던 동행 교사 5명과 가이드는 이들이 사고를 당하는 모습을 목격했다. 하지만 어쩔 수 없이 데우랄리 숙소로 되돌아갔고, 나중에 촘롱(2170m)에 있는 산장으로 이동했다. ABC 트레킹 코스는 눈이 적게 내리는 건기(乾期)인 10월부터 5월 사이엔 비교적 안전한 경로로 알려져 있다. 업계는 이 시기에 안나푸르나를 찾는 한국인 등산객이 2000명이 넘는다고 추산했다. 16일 같은 코스를 다녀온 뒤 19일 귀국한 충남교육청 봉사단 관계자는 인천공항에서 “이 트레킹 코스에서 초등학생도 어렵지 않게 다니는 걸 봤다. 사고가 날 거라고는 생각도 못 했다”고 말했다. 하지만 네팔 수도 카트만두에 머무르고 있는 산악인 엄홍길 대장은 신중한 의견을 내놓았다. 엄 대장은 “사고 지점은 협곡이 있고 눈사태도 많이 나서 현지 지도에도 위험 지역이라고 나온다. 현장에도 ‘눈사태가 있는 구역’이란 표지판이 있다”고 말했다. 같은 시기 다른 트레킹 팀을 인솔한 여행업체에 따르면 사고 발생 열흘 전부터 ABC 코스는 건기치고는 많은 눈이 내렸다. 특히 사고 전날엔 평소 보기 힘든 폭설이 내렸다고 한다. 실제로 17일 오전 10시 반경 사고 지점보다 약 300m 아래에서 촬영한 동영상에는 한치 앞도 내다보기 힘들 정도로 많은 눈이 내렸다. 전문가들은 지속적으로 쌓인 눈에다 사고 당일 폭설까지 내리며 지반이 약해진 탓에 눈사태가 발생했을 가능성이 있다고 추정했다. 당시 인근에 있던 다른 트레킹 참가자들은 대다수가 숙소에서 대기하다가 헬기로 하산한 것으로 전해졌다. 이날 기상 악화로 다른 사고도 벌어졌다. 사고 지점과 약 15km 떨어진 안나푸르나 마낭에서도 중국인 관광객 4명이 연락이 끊겼다. 또 다른 트레킹 그룹의 현지 가이드 1명도 실종됐다. 사고 당일부터 수색 작업이 이어지고 있지만, 아직 실종자들은 발견되지 않고 있다. 17일 현지 경찰과 주민 등 20여 명으로 구성된 수색팀이 현장으로 향했지만 폭설 탓에 수색을 시작하지 못했다. 18일에도 약 1시간 반 만에 철수했다. 19일 오전 8시경부터는 헬기를 동원해 다시 수색에 나섰지만 별다른 성과가 없었다. 오후 3시경엔 또다시 대형 눈사태가 발생해 철수했다. 사고가 난 카스키 지역 지방자치단체장인 힘 구룽 씨는 현지 일간지에 “눈이 녹을 때까지는 구조가 쉽지 않아 보인다”고 했다. 한국 정부는 외교부와 주네팔 대사관으로 구성한 비상대책반을 가동했다. 18일 오후 외교부 신속대응팀이 실종자 가족 6명 등과 함께 네팔 수도 카트만두에 갔고, 다음 날 2명을 더 파견했다. KT는 수색용 드론과 운용 인력을 급파했다. 당국은 민간 헬기의 추가 투입도 고려하고 있다. 문재인 대통령은 19일 트위터에 “신속한 구조를 국민과 함께 간절히 기원한다. 사고 수습이 마무리되는 순간까지 네팔 정부와 긴밀히 협력해 수색과 구조에 최선을 다하겠다”고 밝혔다.이소연 always99@donga.com·지명훈·신아형 기자}

네팔로 봉사활동을 갔던 한국인 교사 4명이 히말라야에서 눈사태로 실종됐다. 현지 경찰 등이 긴급 수색에 나섰으나, 강풍과 폭설 탓에 어려움을 겪고 있다. 충남교육청은 이모 씨(56) 등 소속 교사 4명이 17일 오전 10시 반경(현지 시간·추정) 해발 3200m 데우랄리 지역에서 히말라야 산장(해발 2920m)으로 내려오다 눈사태에 휩쓸려 실종됐다고 19일 밝혔다. 현지 가이드 2명도 함께 사라졌다. 교육청에 따르면 이 씨 등은 해외 교육봉사단에 참가해 13일 네팔로 출국했다. 특별한 일정이 없는 주말을 이용해 히말라야 관광에 나섰다. 16일 오전 시누와(2360m)에서 출발해 데우랄리 지역에서 하룻밤 묵은 뒤, 17일 안나푸르나 베이스캠프(ABC·4130m)까지 올라갔다가 하산할 계획이었다. 하지만 이 코스는 16일 오전부터 많은 눈이 내린 것으로 전해졌다. 이 씨 등은 16일 오후 가까스로 데우랄리 산장에 도착했지만, ABC까지 오르기는 어렵다고 보고 계획을 바꿨다. 이들은 17일 오전 데우랄리에서 곧장 하산했다. 하지만 이들이 히말라야 산장(2920m)으로 향하던 도중 엄청난 눈사태가 밀려왔던 것으로 알려졌다. 이 눈사태는 이 씨와 정모 씨(59), 김모 씨(52), 최모 씨(37) 등 4명과 현지가이드 2명을 덮쳤다. 거리를 두고 뒤따르던 동행 교사 5명과 가이드는 이들이 사고를 당하는 모습을 목격했다. 하지만 어쩔 수 없이 데우랄리 산장으로 되돌아갔고, 나중에 촘롱(2170m)에 있는 산장으로 이동했다. ABC 트레킹 코스는 눈이 적게 내리는 건기(乾期)인 10월부터 5월 사이엔 비교적 안전한 경로로 알려져 있다. 업계는 이 시기에 안나푸르나를 찾는 한국인 등산객이 2000명이 넘는다고 추산했다. 16일 같은 코스를 다녀온 뒤 19일 귀국한 충남교육청 봉사단 관계자는 인천공항에서 “이 트레킹 코스에서 초등학생도 어렵지 않게 다니는 걸 봤다. 사고가 날 거라고는 생각도 못했다”고 말했다. 하지만 네팔 수도 카트만두에 머무르고 있는 산악인 엄홍길 대장은 신중한 의견을 내놓았다. 엄 대장은 “사고 지점은 협곡이 있고 눈사태도 많이 나서 현지 지도에도 위험 지역이라고 나온다. 현장에도 ‘눈사태가 있는 구역’이란 표지판이 있다”고 말했다. 같은 시기 다른 트레킹 팀을 인솔한 여행업체에 따르면 사고 발생 열흘 전부터 ABC 코스는 건기치고는 많은 눈이 내렸다. 특히 사고 전날엔 평소 보기 힘든 폭설이 내렸다고 한다. 실제로 17일 오전 10시 반경 사고 지점보다 약 300m 아래에서 촬영한 동영상에는 한치 앞도 내다보기 힘들 정도로 많은 눈이 내렸다. 전문가들은 지속적으로 쌓인 눈에다 사고 당일 폭설까지 내리며 지반이 약해진 탓에 눈사태가 발생했을 가능성이 있다고 추정했다. 당시 인근에 있던 다른 트레킹 참가자들은 대다수가 숙소에서 대기하다가 헬기로 하산한 것으로 전해졌다. 이날 기상 악화로 다른 사고도 벌어졌다. 사고 지점과 약 15㎞ 떨어진 안나푸르나 마낭에서도 중국인 관광객 4명이 연락이 끊겼다. 또 다른 트레킹 그룹의 현지 가이드 1명도 실종됐다. 사고 당일부터 수색 작업이 이어지고 있지만, 아직 실종자들은 발견되지 않고 있다. 17일 현지 경찰과 주민 등 20여 명으로 구성한 수색팀은 현장으로 향했지만 폭설 탓에 수색에 착수하지 못했다. 18일에도 약 1시간 반 만에 철수했다. 19일 오전 8시경부터는 헬기를 동원해 다시 수색했지만 별다른 성과가 없었다. 오후 3시경엔 또 다시 대형 눈사태가 발생해 철수했다. 사고가 난 카스키 지역 지방자치단체장인 힘 구룽 씨는 현지 일간지에 “눈이 녹을 때까지 구조가 쉽지 않아 보인다”고 했다. 한국 정부는 외교부와 주네팔대사관으로 구성한 비상대책반을 가동했다. 18일 오후 외교부 신속대응팀이 실종자 가족 6명 등과 함께 네팔 수도 카트만두에 갔고, 다음날 2명을 더 파견했다. KT는 수색용 드론과 운용 인력을 급파했다. 당국은 민간 헬기의 추가 투입도 고려하고 있다. 문재인 대통령은 19일 트위터에 “신속한 구조를 국민과 함께 간절히 기원한다. 사고 수습이 마무리되는 순간까지 네팔 정부와 긴밀히 협력해 수색과 구조에 최선을 다하겠다”고 밝혔다.이소연 기자 always99@donga.com지명훈 기자 mhjee@donga.com}

《 ‘사납금 없는 착한 택시’를 표방하며 2015년 2월 출범한 국내 최초의 택시협동조합 ‘쿱 택시’가 좌초될 위기에 빠졌다. 쿱 택시는 현재 조합원 100여 명의 임금(약 5억 원)을 4개월째 주지 못하고 있다. ‘모든 운전사가 사주’라며 야심 차게 닻을 올렸던 쿱 택시. 하지만 이젠 조합 내부에서도 “우리 모두 아마추어였다”며 자성의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 “4개월째 월급을 못 받아서… 어머니 기초연금으로 생활하고 있습니다.” 일명 ‘노란택시’로 불리는 한국택시협동조합의 ‘쿱(coop) 택시’를 5년째 몰고 있는 택시 기사 이원권 씨(61)는 한숨부터 내쉬었다. 현재 쿱 택시는 지난해 9월부터 조합원 100여 명의 임금 5억여 원을 체불한 상태다. 이 씨 등 조합원 21명은 지난해 12월 16일 서울지방고용노동청 서부지청에 임금체불 진정서를 제출했다. 국내 최초의 택시협동조합인 ‘쿱 택시’가 좌초될 위기에 빠졌다. 2015년 2월 박계동 전 한나라당 의원이 이사장을 맡아 출범한 쿱 택시는 당시 ‘사납금 없는 착한 택시’로 주목받았다. 하지만 현재 쿱 택시는 차고지 임차료도 내지 못할 정도로 재정이 악화됐다.○ 횡령에 배임 의혹, 4개월째 임금 체불까지 야심 차게 출발했던 노란택시가 위기에 빠지기 시작한 건 2018년. 박 이사장의 출자금 유용 의혹 등이 불거졌다. 이후 검찰 조사에서 모두 무혐의 처분을 받았지만, 2015년 기준 187명이었던 조합원 수는 현재 90명까지 줄어들었다. 이 씨는 “모든 기사가 사주라 해서 기대했는데 아무도 책임지는 사람이 없었다”며 “출범 당시 은행 대출까지 받아 마련한 출자금 2500만 원도 회수가 어려워졌다”고 말했다. 서울시협동조합지원센터 관계자는 “운영진의 불투명한 경영으로 조합원들의 신뢰를 잃었다”고 지적했다. 결국 박 이사장이 물러나고 2018년 10월 이일열 이사장(68)이 새로 취임했지만 분란은 잦아들지 않았다. 쿱 택시 소속 기사 서성교 씨(58) 등 3명은 “17일 서울 마포경찰서에 이 이사장을 횡령 및 업무상 배임 혐의로 고발하겠다”고 밝혔다. 본보가 입수한 고발장에 따르면 이 이사장은 지난해 7∼8월 총회나 이사회 결의를 거치지 않고 조합 계좌에서 회삿돈 6100만 원을 자신의 계좌로 이체한 혐의를 받고 있다. 지난해 봄부터 일부 조합원 임금이 체불되는 등 재정이 악화된 상황에서 이 이사장은 ‘급여 가불증’을 임의로 만드는 방식으로 7차례에 걸쳐 회삿돈을 이체했다고 고발했다. 서 씨는 “직원 월급도 줄 돈이 없는데, 회삿돈을 가불해 자기 통장으로 이체한 게 말이 되느냐”고 분노했다. 앞서 6일 본보와 만난 이 이사장도 “회삿돈 6100만 원을 쓴 건 맞다”고 인정했다. 다만 망해가는 조합을 살려보려다 사기를 당했다는 해명이다. 이 이사장은 “한 자산가가 돈을 빌려주면 급한 불을 끄고, 자금 6억여 원을 투자하겠다고 유혹했다”며 “어이없는 상황이란 건 안다. 지금 생각하면 왜 그랬는지 모르겠다”고 말했다.○ “우린 모두 아마추어였다” 조합 내부에선 ‘전문 경영인의 부재’가 주된 실패 원인이라는 자성의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 쿱 택시는 이사장과 이사, 감사까지 모두 조합 소속 택시 기사가 맡고 있다. 협동조합에 대한 전문지식을 가진 이가 부재했다는 얘기다. 이 이사장도 “나를 포함해 협동조합이 뭐하는 건지 정확히 아는 이가 몇이나 있겠느냐”고 토로했다. 감사 기능조차 제대로 이뤄지지 않았다는 지적도 나온다. 이 이사장의 자금 유용 의혹이 불거진 뒤 지난해 10월 조합 내부에서도 감사를 진행했다. 그런데 감사 자료를 작성한 택시 기사 A 씨는 “6100만 원을 인출한 뒤 다시 다 갚았다”는 이 이사장의 말만 듣고, 확인도 없이 감사 결과를 ‘전액 변제’로 처리했다고 한다. 하지만 고발장에 따르면 변제 사실을 입증할 증거는 전혀 없다. 쿱 택시의 강판성 이사(61)는 “우리 모두가 아무 물정 모르는 아마추어였다”고 털어놨다. 한국협동조합창업경영지원센터 관계자는 “최근 법인택시회사들이 경영난을 겪다 보니 협동조합 모델로 전환하고 싶단 문의가 많다”며 “하지만 선의만으로 사업은 어렵다. 감사, 회계 등 관련 분야에서 전문 경영인을 갖춰야 제대로 된 경영 체계가 가능하다”고 조언했다.이소연 always99@donga.com·구자준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