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알파고가 바둑에 가장 크게 기여한 것은 ‘나쁜 수’로 낙인찍혔던 수를 서슴없이 구사해 바둑에 대한 인간의 고정관념을 깨버렸다는 데 있다. 이를테면 흑 19의 삼삼 침입은 ‘경악’ 수준이다. “초반 삼삼 침입은 좋지 않다”는 것은 초보 때부터 귀에 못이 박히게 들어왔던 얘기다. 하지만 이 수가 유력하다고 입증되면 바둑 이론을 뿌리부터 바꿔야 한다. 김지석 9단도 흑 19를 보고 당황했을 것이다. 커제 박정환 9단을 이긴 고수가 이런 수를 둬오니 말이다. 하지만 제한 시간 1분에 초읽기 30초 5회인 초속기 바둑에서 이 수의 의미를 음미할 여유가 없다. 어느 쪽으로 막아야 하나. 참고 1도 백 1로 막으면 흑 8의 벌림이 제격이다. 백 20으로 막아 백 26까지 두는 게 올바른 방향이다. 여기서 참고 2도 흑 1을 두면 백 2, 4로 공격하겠다는 뜻이다. 알파고는 이렇게 공격당하는 걸 싫어한다. 흑 27로 좌상 흑의 안위를 도모한다. 여기서 누가 선수를 잡아 하변을 두느냐가 초반 관건이다. 해설=김승준 9단·글=서정보 기자}

커제 박정환 9단이 모두 2연패를 당하는 것을 본 김지석 9단이 알파고에게 도전장을 내밀었다. 흑 5처럼 두 칸 벌리는 굳힘은 실리 위주의 현대포석에서는 좀처럼 보기 드물었는데 알파고가 애용하고 있다. 알파고는 참고도 흑 1의 날일자로 지키면 백 6으로 어깨 짚어오는 수를 싫어한다. 바꿔 말하면 백 번일 때는 백 6을 매우 좋아한다는 것이다. 박정환 9단과의 대국에서도 그랬다. 따라서 백 6을 피하기 위한 굳힘이 실전 흑 5다. 흑 7의 협공에 김 9단은 귀로 침입하는 간명한 수 대신 중앙으로 한 칸 뛰어 나갔다. 두터움을 계산해낼 줄 아는 알파고에게 두터움을 허용하는 것이 부담스러웠을 것이다. 흑 13은 일종의 응수타진. 백 14를 기다려 흑 15로 상변을 지킨다. 눈목자가 아닌 두 칸 벌림이다. 흑 5와 같은 맥락이다. 알파고는 이 대국의 콘셉트를 ‘두 칸 벌림’으로 잡은 듯하다. 백 16의 가일수는 정수. 손을 빼면 A로 붙여 대형 패를 만드는 수단이 있다. 백이 패에서 지면 큰 타격을 입는다. 이런 뒷맛이 남아 있으면 백은 어디서도 제대로 싸울 수가 없다. 선수를 잡은 알파고는 유유히 흑 17로 걸쳐간다. 해설=김승준 9단·글=서정보 기자}

‘도대체 어디가 문제였을까. 내가 뭘 잘못 뒀을까.’ 이 대국이 끝난 뒤 박정환 9단의 뇌리 속에서 떠나지 않는 의문이었다. 그가 아무리 수순을 되짚어 봐도 딱히 잘못 뒀다고 할 만한 수가 없었다. 약간 아쉬운 수가 있었지만 그저 느낌일 뿐이지 ‘실수’라는 생각은 들지 않았다. 다만 놀란 적은 있었다. 알파고가 둔 백 10과 34. 예상하기 힘든 어깨 짚기였다. 초반에 이런 형태에서 어깨 짚기는 좀처럼 볼 수 없는 것인데 묘하게도 흑의 행마를 둔하게 했다. 그렇지만 역시 그뿐이었다. 흑의 행마가 꼬이거나 하진 않았다. 그런데 이상하게도 백 56까지 어느덧 백이 두터운 형세가 됐다. 박 9단이 유일하게 후회했다면 흑 69. 그 대신 참고도 흑 1 혹은 인근에 둬 귀를 지켰어야 하지 않았을까. 물론 이것은 결과론이다. 백 70으로 귀를 빼앗긴 뒤에는 도무지 승부를 걸어볼 여지가 없었기 때문이다. 냉정하게, 오랜 시간을 들여 계산했다면 귀를 지켜야 했다는 결론을 냈을지 모른다. 하지만 어떻게 흑 69를 외면하랴. 백 두터움을 지우며 흑 상변을 키우는 수인데. 제한시간 1분, 30초 초읽기 5번의 초속기 바둑에서 알파고가 얼마나 뛰어난 계산력을 갖고 있는지 보여준 한판이었다. 150수 백 불계승.해설=김승준 9단·글=서정보 기자}

백 ○는 전보에서 말한 대로 10집 끝내기. 흑 35는 손 뺄 수 없는 곳이다. 집으론 8집 정도인데 눈에 보이지 않는 두터움이 있다. 만약 35를 두지 않으면 백이 참고 1도 1, 3으로 한 점을 잡는다. 차후 백이 ‘가’로 젖히면 하변 흑 전체의 생사가 문제가 된다. 백 36에 대해선 흑 37을 선수하고 39로 빳빳이 늘어 두는 게 최선이다. 알파고는 서둘지 않고 침착하게(?) 구획을 정리한다. 백 44까지 이젠 집 모양이 거의 굳어졌다. 흑 45는 아마추어들이 익혀야 할 끝내기. 무심코 참고 2도 흑 1로 단수하면 백 2로 젖히는 끝내기가 있다. 흑이 두 점을 따내도 백이 되따낸다. 그러나 이제 역전은 불가능하다. 지금은 백이 반면으로도 1, 2집 정도 이기는 형세. 백 50을 본 박정환 9단이 돌을 던진다. 같은 날 커제 9단에게 2승, 박 9단에게도 2승을 거둔 알파고. 중국과 한국의 랭킹 1위가 꼼짝 못한 셈이다. 박 9단도 황당했을 것이다. 뭐를 잘못 둬서 졌는지 알 수 없어서 말이다.해설=김승준 9단·글=서정보 기자}

이제 본격적인 끝내기다. 하지만 복잡한 곳이 없다. 박정환 9단 정도의 정상급 기사에겐 그저 영역을 확정짓는 과정일 뿐이다. 백 16에 붙여 집을 만들 수 있어 백의 우세는 변함없다. 우상 흑 집도 크지만 중앙 백 집 역시 만만찮게 불어난다. 백 20으로 늘어 둔 것 역시 두텁다. 참고 1도 백 1처럼 이단 젖히는 수는 흑 2로 끊겨 흠집이 남는다. 흑 6 때 백의 응수가 간단치 않다. 백 7로 강력하게 맞받아치면 흑에 크게 당한다. 유리한 백에 참고 1도는 불필요한 버팀이다. 따라서 백 20으로 늘어 변화의 여지를 없애는 게 좋다. 알파고는 유리할 때, 즉 이긴다고 생각되면 두텁게 둔다. 흑 21에 백 22도 마찬가지 의미다. 흑 25에 백 26은 어느 쪽이 둬도 선수가 되는 곳으로 놓칠 수 없는 자리다. 흑 31과 참고 2도 흑1은 어느 것이 더 클까. 흑 1은 10집 정도다. 흑 31도 9, 10집 정도인데 뒷맛이 좋다. 결국 차이가 없단 얘기다. 해설=김승준 9단·글=서정보 기자}

국면이 매우 단순하다. 변의 모양은 대략 결정됐고 우중앙 쪽 흑 집이 얼마나 부풀어 오르는지가 유일한 변수다. 변화의 여지가 없으면 불리한 흑으로선 뒤집을 만한 곳을 찾기 어렵다. 흑은 95, 97로 계속 우중앙 흑 집을 키우고 있다. 하지만 그 사이 백 집도 조금씩 늘어나고 있어 흑이 실리 면에서 백을 좀처럼 따라잡지 못하고 있다. 특히 백 96은 가장 얕은 삭감. 알파고가 이렇게 유순하게 두는 건 “이겼다”는 뜻이다. 알파고의 계산서가 이미 나와 있는 것이다. 흑 103에 백 104로는 참고도 백 1로 받는 것이 정수다. 그럼 흑도 2로 물러서는 정도. 실전에선 백 104로 타이트하게 붙이는 바람에 흑이 105, 107을 선수한 뒤 109로 강하게 두는 수가 성립했다. 그렇다면 백 104는 알파고의 실수일까. 그렇지 않다. 알파고는 이긴 바둑에선 빨리 모양을 결정짓는 수를 흔히 둔다. 실전이 참고도에 비해 반상에 돌이 많이 채워진 모양이다. 약간 손해여도 우세를 훼손하지 않는 선이라면 더 많은 돌을 반상에 놓고자 하는 것이 알파고의 바람(?)이다. 그만큼 반상의 변수를 줄이겠다는 의미다. 어찌 보면 바둑이라는 승부의 본질을 정확히 꿰뚫고 있는 셈이다. 해설=김승준 9단·글=서정보 기자}

흑의 우상귀에 쳐들어온 백을 잡을 수는 없다. 예를 들어 흑 73 대신 참고도 흑 1, 3으로 두는 것이 필살기인데 백 10을 선수하고 12, 14로 나와 끊으면 어떤 수라도 난다. 아마추어에겐 참고도 14 이후 백의 행마가 쉽지 않아 보이지만 프로의 시각에선 우하 쪽에 단단히 버티고 있는 백이 큰 힘이 돼 백의 타개에는 문제가 없다는 것이다. 흑은 73 이하로 백을 순순히 살려줄 수밖에 없다. 우상귀 흑의 귀가 무너지면서 실리의 균형은 백 우세로 바뀌었다. 결국 흑 ○ 대신 귀를 지키는 것이 현실적으로 낫지 않았느냐는 지적이 나왔다. 하지만 시각적으론 흑 ○가 매우 훌륭한 요처인 데다 귀를 지키는 자세도 옹졸해 보여 실전 심리상 쉽지 않았을 것이다. 알파고는 그런 심리에 영향을 받지 않는다. 오로지 계산만이 선택의 기준이다. 인간은 그 계산이 쉽지 않으니 실전 경험과 감각을 함께 동원하는데 컴퓨터의 계산이 그런 인간의 능력을 압도하고 있는 셈이다. 우상 귀가 정리되자 이제 미지의 곳은 중앙만 남았다. 흑은 중앙에서 집을 만들어야 하는데 흑 집이 불어나는 만큼 백 집도 늘어나는 모양이어서 쉽지 않다. 게다가 흑 83처럼 중앙 집을 짓는다고 나설 때 백 84로 변에서 이득을 챙기는 것 역시 가슴 아픈 수.해설=김승준 9단·글=서정보 기자}

흑 ●에 알파고는 백 58로 받았다. 인간끼리의 바둑이었으면 침착한 정수라고 할 텐데 알파고에겐 ‘침착’이란 단어가 어울리지 않는다. 알파고에게 백 58은 아마 승률을 떨어뜨리지 않는 수였을 것이다. 박정환 9단은 흑 61로 귀에 침입해 모처럼 알파고의 약점을 찔러 간다. 그러나 알파고는 백 62로 빈틈을 보이지 않는다. 이 수로 그냥 68의 곳에 잇는 것은 실리로 손해. 흑은 63, 65로 선수로 이득을 보는 정도다. 선수를 잡은 박 9단은 반상을 휘휘 둘러보다가 초읽기에 몰려 황급히 흑 69를 놓았다. 중앙에서 상변으로 이어지는 백의 두터움을 견제하며 흑의 모양을 넓히는 일석이조의 수. 그래서 박 9단이 선택한 것인데 백 70이 떨어지자 흑 69가 옳았는지 회의가 인다. 흑 69가 큰지, 아니면 백 70을 예방하기 위해 귀를 지키는 게 큰지를 확인하려면 박 9단 같은 정상급 기사라도 최소 5분은 써야 한다. 그러나 알파고는 7, 8초 만에 모든 계산을 끝낸다. 이 바둑 같은 초속기에선 인간이 알파고의 계산력을 감당해낼 수 없는 것이다. 백 70을 빼앗기자 실리의 균형이 흑 쪽으로 기우는 느낌이다. 백 72가 좋은 행마. 참고도 흑 1로 잡으러 가도 백 4까지 쉽게 산다. 해설=김승준 9단·글=서정보 기자}

흑 ○에 이어 47로 밀어올리는 것은 불가피하다. 거꾸로 이곳을 백에게 밀리면 하변 흑이 곤란해진다. 대신 좌변 흑 말의 중앙 진출로가 막혔기 때문에 흑 49부터 좌상 쪽과 연결해 넘어가는 것 역시 필수. 집으로는 크지 않지만 백에게 좌변 흑이 시달리는 것을 방비한 의미가 크다. 수순 중 흑 53으로 더 욕심을 내면 안 된다. 얼핏 참고 1도 흑 1로 끊는 수가 성립하는 것처럼 보이지만 백 6, 8의 몰아떨구기가 있어 흑이 망한다. 백 56으로 우변을 벌린 수가 반상 최대의 곳. 실리는 흑백 서로 비슷하다. 그러나 전체적으로 백이 두텁다. 수읽기 할 틈마저 거의 주지 않는 30초의 초읽기 속에서 박정환 9단은 흐름의 반전까지 꾀해야 한다. 그간의 경험을 총동원해야 하는 상황. 이때 둔 흑 57이 묘한 곳이다. 그냥 손쉽게 참고 2도 백 1로 받는 것은 흑의 현혹에 빠져든 꼴. 흑 2의 이단젖힘이 좋아 8까지 귀의 실리를 크게 빼앗긴다. 즉 흑 57은 귀의 침입과 연계한 응수타진인데 알파고는 어떻게 받을까. 해설=김승준 9단·글=서정보 기자}

백 ○를 보면 알파고가 얼마나 ‘어깨 짚기’를 좋아하는지 알 수 있다. 그동안 3선에서 주로 써 온 ‘어깨 짚기’를 5, 6선에서도 과감하게 쓰는 건 알파고가 선사하는 새로운 세계다. 박정환 9단은 백 ○에 대한 응수를 차분히 생각하고 싶지만 초읽기 속에서 수읽기를 할 여유가 없다. 일단 흑 35로 좌변을 지키는 안전책을 썼다. 이어 백 36 때 흑은 참고도 1을 선수하고 3으로 둬 좌변을 취할 수 있다. 하지만 백 ‘가’가 있어 흑의 실리는 가치가 높지 않다. 오히려 중앙 백이 매우 두터워져 백에게 좋은 흐름이다. 알파고가 백 ○와 같은 어깨 짚기를 자주 쓰는 것은 그만큼 실리보단 중앙을 중시한다는 의미가 있다. 그동안 인간 최고수들은 중앙의 가치 계산이 쉽지 않다고 보고 가급적 초반에는 중앙을 피했다. 하지만 알파고는 그 가치를 숫자로 계산하고 있는 것이다. 흑 37로 밀어간 것은 중앙 견제용. 여기서 백 38로 또 한 번 어깨를 짚어가며 흑보다 한 발씩 앞서 가는 느낌이다. 백 44까지 백이 여전히 두텁다. 박 9단이 특별한 실수를 하지 않은 것 같은데 어느덧 백이 유리하다고 느껴지는 상황이다. 박 9단으로선 답답할 수밖에 없다.해설=김승준 9단·글=서정보 기자}

백은 상변 백을 두텁게 정리하면서 선수까지 잡았다. 미묘하게 백의 흐름이 흑보다 더 좋게 느껴진다. 물론 알파고는 이 차이를 수치화해서 자신의 승률을 계산하고 있었을 것이다. 알파고는 백 26, 28로 실리를 취하며 집의 균형을 맞춘다. 박정환 9단의 흑 29는 ‘알파고스러운’ 수. 알파고가 이세돌 9단과의 최종국에서 쓴 수법으로 이후 부쩍 사용 빈도가 높아졌다. 흑 33 대신 참고도 흑 1을 선수하는 것도 생각해 볼 수 있다. 알파고 바둑에선 지금까진 백 2를 손 빼는 경우가 없었다. 그런데 이후 흑의 수가 마땅치 않다. 흑 3 정도가 고작인데 백 4로 두면 응수가 마땅치 않다. 여기서 박 9단은 또 한번 놀랐다. 알파고가 전혀 예상 못한 수를 둬 온 것. 백 34가 그것. 모양으로는 알파고가 평소 좋아하던 어깨 짚는 수. 하지만 보통 3선, 4선에서만 두던 어깨 짚는 수를 6선에서도 둔다는 것은 프로기사들이 상상하지 못하던 수다. 백 34는 도대체 무슨 의미일까. 제한시간 1분에 30초 초읽기 5번인 초속기 바둑에서 알파고는 한 수를 두는 데 7, 8초를 넘기지 않았다. 박 9단은 백 34의 의미를 파악해 보고 싶지만 시간이 너무 부족하다.해설=김승준 9단·글=서정보 기자}

‘알파고스러운’ 수는 둘 당시에는 고개를 갸웃거리게 하지만 이후 진행 상황을 보면 고개를 끄덕이게 하는 경우가 많다. 알파고가 인간이 미처 깨닫지 못한 바둑의 깊이를 새롭게 보여주는 것 같다. 이런 알파고스러움은 인간끼리의 바둑에도 자연스럽게 녹아들고 있다. 백 ○에 흑 15로 참은 것은 정수. 참고도 흑 1로 젖혀 강하게 반발하는 수는 백 10까지 흑이 곤란한 모양이다. 백은 16으로 상변 흑 모양을 삭감하며 자세를 잡는다. 흑 17에 백 18도 생각하기 쉽지 않은 수. 넓은 곳이 많은데 그다지 위험하지 않은 상변 백을 보강하기 위해 2선으로 내려선다는 발상은 좀처럼 떠올리기 어렵다. 끝내기에 불과할 수 있기 때문이다. 그러나 백 22까지 상변에서 자리를 잡고 보니 은근히 두터운 수법이었다는 평가가 나온다. 어차피 반상에 큰 곳은 여러 곳이 있기 때문에 약한 돌부터 돌보는 판단이 적절했다는 것이다. 백이 상변에서 두터워졌기 때문에 흑 ○가 약해졌다. 흑은 25로 보폭을 좁혀 상변을 지켰다. 하지만 이 모양은 나중에 백 A로 귀를 침입하는 수가 남아 있다. 처음엔 고개를 갸웃거리게 했던 백 18의 효과가 여기서도 드러나고 있다. 해설=김승준 9단·글=서정보 기자}

역대 국수전 결정국 소개를 잠시 쉬고 최근 알파고가 인터넷 바둑 사이트인 타이젬()과 한큐바둑()에서 국내외 정상급 프로기사들과 벌인 대결을 소개한다. 지난해 12월 30일 타이젬에서 커제(柯潔) 9단이 2연패를 당했다. 상대는 마스터(Master). 세계 랭킹 1위인 커제를 상대로 2연승을 하다니…. 이를 지켜보던 박정환 9단이 등판했다. 결과는 마스터의 흑 5집 반 승리. 박 9단은 ‘한 판 더’를 요청했다. 이 대국이 바로 그 판이다. 제한 시간은 1분, 초읽기는 30초 5회의 초속기 대국이다. 흑 1∼5는 최근 유행 포석. 흑 9까지는 서로 모양을 키우고 있는 모습. 다음 알파고의 한 수가 ‘알파고스럽다’는 말을 듣고 있는 수. 알파고 기보에서 초반에 흔하게 볼 수 있다. 백 10의 어깨 짚는 수다. 사실 초반에 어깨 짚는 수는 70∼80여 년 전 중국 출신의 우칭위안(吳淸源) 9단이 즐겨 쓰던 수법이다. 지금 세계를 평정한 알파고가 그 가치를 다시 살려낸 셈이다. 흑의 응수가 만만찮다. 참고도는 백의 폭이 넓은 포석이다. 흑은 11로 하나만 밀어둔 뒤 손을 빼고 흑 13으로 하변을 갈라쳤다. 백 14도 ‘알파고스러운’ 수.해설=김승준 9단·글=서정보 기자}

백 150 때 흑이 왜 돌을 던진 걸까. 참고도를 보자. 목진석 9단은 흑 1로 웅크려야만 하는 것을 굴욕이라고 여겼다. 물론 흑 5까지 상변 백 5점을 잡을 수는 있지만 선수를 빼앗겨 백 8을 당하면 실리에서 큰 차이가 난다. 따라서 백 150의 시점이 돌을 던질 적기라고 본 것. 목 9단도 이 바둑에서 묵직한 내공을 보여줬지만 당시 한창 전성기를 누리던 이세돌 9단을 넘을 순 없었다. 목 9단은 초반 대세력 작전을 펼치며 팽팽한 경기를 이끌었다. 하지만 정수로 보인 우하 귀 흑 71이 패착의 오명을 뒤집어썼다. 흑 71의 마늘모 대신 날일자로 한 걸음 더 갔으면 흑의 하변이 쉽게 무너지지 않았을 것이다. 흑 71 때문에 백 72∼76의 절묘한 수순이 성립했고 그 결과 하변에서 백이 크게 살아선 순식간에 백 우세로 바뀌었다. 흑은 역전을 위해 백의 약점을 계속 두드렸으나 이 9단의 철벽 방어와 역공으로 하변 흑 대마마저 잡혀 더 이상 승부를 이끌어 갈 수 없었다. 이로써 이 9단은 국수전 2연속 우승에 성공했다. 국수전 결정전을 잠시 쉬고 최근 국내외 프로기사에게 60연승을 거둔 알파고의 기보를 소개한다. 150수 끝 백 불계승. 해설=김승준 9단·글=서정보 기자}

흑 ○가 백에 낸 마지막 시험. 이 문제마저 백이 맞히면 그대로 승리한다. 이세돌 9단이 뜸을 들여 수를 읽더니 자신 있게 백 36을 내려놓는다. 당연한 이 한 수로 별다른 수단이 없다는 뜻이다. 이때 목진석 9단은 흑 39로 슬쩍 흑의 옆구리에 붙이는 수를 둔다. 모양은 이상한데 역시 뭔가 노림을 숨기고 있다. 그냥 평소의 상식대로 참고도 백 1로 받아 달라는 것이다. 그러면 흑이 품고 있던 비수가 나온다. 흑 2, 4로 끊어 바로 수가 난다. 백 5로 지킬 수밖에 없을 때 흑 6, 8로 패가 나는 것. 불리한 흑으로선 이렇게 패가 나면 팻감과 상관없이 감지덕지한 일이다. 그러나 이 9단의 수읽기는 이런 요수(妖手)에 속을 정도로 허술하지 않다. 백 40으로 흑의 예봉을 살짝 피한다. 물론 그 대가로 중앙에서 상당한 끝내기를 당했지만 하변 흑 말을 잡아놓은 것이 여전히 든든한 밑천이다. 백이 마지막 흑의 까다로운 문제를 깔끔하게 풀어내며 이젠 결승선을 통과하기 일보직전이다. 흑 49로 끊은 것은 상변 백 5점을 잡자고 하는 수라기보단 돌 던질 명분을 찾는 수. 백 50의 맥을 보고 목 9단이 돌을 던졌다. 해설=김승준 9단·글=서정보 기자}

백 ○로 끊긴 흑 대마의 운명은 어떨까. 검토실에선 이미 사망 선고를 내렸다. 빈자리가 많아 보이지만 백이 깔끔하게 흑 대마를 잡았다는 것이다. 그 와중에 흑이 중앙 백 석 점을 잡은 건 하변 대마에 비하면 새 발의 피다. 그런데 흑이 참고도 흑 1로 치중가면 우상에서 중앙으로 이어지는 백 대마를 잡을 수 있는 건 아닐까. 그런데 이 백 대마는 의외로 탄력이 풍부하다. 백 2로 이어 몸집을 불린 뒤 백 8까지 외길 수순을 진행하면 상변에서 쉽게 한 집을 낼 수 있다. 물론 실전처럼 흑 27로 끊어 백 28로 살게 한 뒤 흑 A로 끊으면 상변 백 5점을 잡을 수는 있다. 그러나 이 역시 하변 흑 대마를 잡힌 피해를 복구하진 못한다. 결국 하변 흑 대마를 잡은 백이 절대 우세를 확보한 셈이다. 이세돌 9단의 2연속 우승이 서서히 눈앞에 다가오고 있다. 목진석 9단은 태연하게 흑 29, 31의 선수 끝내기를 한 뒤 흑 35로 급소를 찔러 마지막으로 백을 시험대에 올려놓는다. “자, 이 문제를 풀면 깨끗이 항복하겠다”는 비장한 각오를 담고 있다. 이 9단이 평소 습관처럼 오른손 검지를 까딱이며 수읽기를 하기 시작했다.해설=김승준 9단·글=서정보 기자}

백 ○로 인해 하변 흑 대마는 자체로 살 길이 없다. 밖으로 달아나야 하는데 그 길이 쉽게 보이지 않는다. 목진석 9단의 얼굴에도 수심이 가득 내려앉았다. 우선 건드려 볼 수 있는 곳이 흑 11, 13 정도. 아마추어라면 당연히 참고도 백 1로 끊었을 텐데 이 9단은 그 너머를 보고 있다. 참고도 백 1은 수읽기의 섬세함이 부족한 수. 사냥감을 보고 무작정 덤벼드는 것 철없는 맹수 같다. 노련한 사냥꾼은 사냥감이 달아날 길이 어딘지, 거꾸로 반격당할 여지가 없는지를 확실히 살핀다. 이렇게 조심해도 불의의 반격으로 실패할 확률이 큰데 참고도 백 1같이 직선적 대마 사냥은 오히려 백에게 부메랑이 될 수 있다. 참고도를 더 진행해 보면 흑 18까지 서로 대마가 걸린 패가 나는데 백이 불리한 패는 아니지만 굳이 위험한 일을 벌일 필요가 없다. 실전 백 14부터가 흑의 퇴로를 확실히 막는 사전 공작. 흑이 21로 백 석 점을 잡을 수밖에 없을 때 드디어 백 22(참고도 백 1)로 두어 흑의 연결을 완벽하게 차단했다. 이세돌 9단의 침착하고도 정교한 수읽기가 빛을 발하는 순간이다. 내부에서 사는 길도 없고 퇴로도 끊긴 하변 흑 대마의 운명은 어떻게 될까. 해설=김승준 9단·글=서정보 기자}

국내 최대 규모의 인터넷 바둑대회인 ‘편강-신동아배 월드바둑챔피언십’이 참가자를 모집하고 있다. ‘편강환’ 등으로 유명한 편강한의원과 월간지 신동아가 손잡고 후원하는 대회다. 총상금은 1억200만 원이며 우승 상금은 3000만 원이다. 2월 28일까지 참가자를 모집한 뒤 컷오프 예선, 한중일 통합예선(3월 6∼31일)을 거쳐 12명의 본선 진출자를 가린다. 이들과 함께 지난 대회 우승자, 본선 시드, 와일드카드 등 32명이 본선 및 결승전을 치른다. 대회는 ‘사이버오로’에서 진행하며 회원은 누구나 참가할 수 있다. 지난해 우승자는 퉁멍청 4단. 백 ○의 날카로운 응수 타진에 흑 3으로 받는 건 어쩔 수 없다. 백에 수단의 여지를 주지 않기 위해 참고도 흑 1로 받는 것도 생각해 볼 수 있지만 참고도 백 10이 여전히 선수로 들어 실전과 큰 차가 없다. 백 4로 중앙 제공권을 백이 장악했다. 지금까진 백이 흑의 중앙 공격을 잘 막아 내고 있다. 흑 5가 가장 강력한 최후의 공격. 여기서 6의 자리에 젖히거나 하는 건 그냥 앉아서 지는 꼴이다. 그런데 백은 방어하긴커녕 한 술 더 떠 백 10으로 흑 대마를 공격하고 나섰다. 반상이 꼬인 실타래처럼 복잡해졌다. 해설=김승준 9단·글=서정보 기자}

흑은 하변에서 졸지에 백에게 안방을 내주는 바람에 거의 빈손으로 쫓겨난 꼴이다. 좌상 쪽에서 변화는 그곳 흑 말을 안정시키는 것. 하지만 이 역시 좌상 백 귀가 더욱 굳건하게 지켜지는 모습이어서 백에겐 고마운 감도 있다. 흑 95로 들여다볼 때 백은 그냥 이어줘도 유리해 보이는데 백 96을 먼저 두며 하변 흑의 보강을 종용한다. 곱게 넘어갈 수 있는 대목에서 굳이 반발해 상대의 공격을 유발한 셈이다. 목진석 9단으로선 이 기회를 놓칠 수 없다. 흑 97로 깊숙한 곳에 일침을 박아 넣는다. 백 돌이 딱히 어디가 약해졌다고 하긴 어렵지만 백이 뭔가 손봐야 할 곳이 많아졌다. 백 98은 두 곳의 약점을 동시에 방비하는 좋은 수. 백 100은 이세돌 9단의 기질을 여지없이 보여준다. 수비를 할 때도 일방적으로 물러나지 않고 발톱을 세우며 상대를 위협한다. 흑 101 때 백 102도 정교한 수. 백 102로 참고도 백 1로 두면 문제가 발생한다. 만약 백 7로 버티면 흑 8이 있다. 이어 흑 14까지 우변 백이 잡혀 바둑이 끝난다. 이 9단이 아슬아슬 외줄타기를 하며 버티는데 흑의 한 방은 무엇일까. 해설=김승준 9단·글=서정보 기자}

평소 같으면 귀를 지키는 정수라고 칭찬받았을 흑 ○가 왜 실착으로 전락했을까. 백 72, 백 74의 기막힌 콤비 플레이가 있기 때문이다. 흑 75로 위에서 막을 수밖에 없는데 백 76으로 슬쩍 비킨 수가 마지막 ‘방점’을 찍는 수다. 이 수순을 음미하면 흑 ○가 귀나 변을 지키는 데 별로 쓸모가 없다는 걸 알 수 있다. 만약 백 76 대신 참고 1도 백 1로 젖히는 것은 흑의 주문에 말려든 꼴이다. 흑 8까지 백 한 점을 잡은 실리가 크다. 백은 실전과 비슷하게 사는데, 흑은 실전보다 실리를 훨씬 더 얻게 된다. 흑이 백 76에 대해 참고 2도 흑 1로 두면 백 2로 젖히는 한 방이 흑으로선 뼈아프다. 이어 백 4, 6으로 패를 하면 흑은 팻감이 없다. 흑 77로 물러서자 백은 78부터 86으로 재빠르게 하변에서 살았다. 제법 흑 집이 날 것 같던 하변이 백 집으로 변하면서 형세는 백 우세다. 목진석 9단은 흑 87로 반전을 도모한다.해설=김승준 9단·글=서정보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