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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해 국내 비정규직의 임금이 급상승하며 정규직의 70%에 육박했다. 용역근로자의 임금도 시간당 1만 원을 처음으로 넘어섰다. 최저임금(시급 7530원)이 대폭 오른 올해 비정규직의 임금은 더 오를 것으로 보인다. 25일 고용노동부가 발표한 ‘2017년 6월 기준 고용형태별 근로실태조사’에 따르면 1인 이상 사업체에 다니는 비정규직의 시간당 임금 총액은 1만3053원으로 전년보다 8.1% 증가했다. 정규직(1만8835원) 대비 임금 비율은 69.3%로 전년보다 3%포인트 올랐다. 시간당 임금 총액이란 기본급에 상여금, 수당 등을 더한 임금 총액을 총 근로시간으로 나눈 값으로 근로자가 받는 시급 총액을 의미한다. 비정규직 중 용역근로자의 시간당 임금 총액은 1만492원으로 전년(9064원)보다 15.8% 늘어 처음으로 1만 원을 돌파했다. 용역근로자는 청소, 경비 등 주로 최저임금을 받는 서비스 직종에 몰려 있다. 근로자 중 임금 수준이 가장 낮다. 현재 기본급만으로 산정하는 법정 최저시급은 7530원이지만 수당 등을 합한 실제 시급은 이미 1만 원을 넘어선 것이다. 고용부 관계자는 “최저임금이 꾸준히 올라가고, 비정규직의 정규직 전환이 늘면서 임금 수준도 같이 상승하고 있다”고 말했다. 유성열 기자 ryu@donga.com}

“사회안전망은 경제와 사회에서 하는 역할이 굉장히 크다. 사회 통합이나 지속가능한 발전에 기여하고 경제사회의 선순환 구조를 만들 수 있다.” 사회안전망은 국민을 실업, 산업재해, 노령, 질병 등의 사회적 위험으로부터 보호하기 위한 제도적 장치를 말한다. 근로복지공단은 산재 등 근로자 지원을 위한 사회안전망 담당 공공기관이다. 심경우 근로복지공단 이사장(58)은 행정고시 29회로 공직에 입문해 고용노동부에서 고용보험정책팀장, 국제협력관, 기획조정실장 등 요직을 두루 거쳤다. 박근혜 정부 때인 2016년 11월 공단 이사장에 임명됐고, 현 정부에서는 약 3조 원에 달하는 일자리 안정자금(최저임금 인상분에 대한 정부 보조금)을 접수하고 집행하는 중책을 맡고 있다. 심 이사장은 9일 동아일보와의 인터뷰에서 “우리가 서비스할 주요 대상은 원래 산업재해 근로자와 저임금 근로자인데, 올해부터 일자리 안정자금 집행을 하면서 소(小)기업 지원 업무까지 맡게 됐다”며 “사회안전망 강화 태스크포스(TF)를 만들어 경제의 선순환 구축에 집중하고 있다”고 밝혔다. 그는 인터뷰 내내 “중소기업보다 더 영세하고 작은 기업을 지원하는 일에 집중하고 있다”며 중소기업이 아닌 ‘소기업’이란 표현을 여러 차례 강조했다. ―사회안전망 강화를 위해 직원들에게 특별히 강조하는 부분은…. “우리의 고객들은 산재, 저임금 등 어려운 근로자와 영세 사업주다. 책임감과 사명감이 있어야 도울 수 있다. 마음가짐부터 잘 가다듬어야 한다고 강조한다. 특히 가능하면 필요한 사람들이 모두 혜택을 받도록 현장에 가보라고 적극 권유한다.” ―출퇴근 재해가 시행됐는데, 특별한 혼란은 없나. “사적인 장소에서 다친 뒤 출퇴근 재해를 신청한 사례가 일부 있지만 안정적으로 시행되고 있다. 기존에 해온 △사업장 내 재해 △사업주 제공 교통수단 재해에서 영역을 조금 넓힌 거라 혼란이 생길 일은 없다고 생각한다.” ―출퇴근 재해 도입으로 산재 보험료 인상에 대한 우려가 많다. “약간의 상승 요인은 있지만 보험료를 올리진 않았다. 산재가 전반적으로 하향 추세이기 때문에 보험료를 올릴 필요가 없다. 출퇴근 재해가 보험료에 미치는 영향은 미미하다. 기존 보험료로 흡수할 수 있다. 안심해도 된다.” ―출퇴근 재해를 신청했다가 회사에 찍히는 것 아니냐고 걱정하는 근로자들이 많다. “우리 사회가 그 수준은 이미 지났다고 본다. 사람이 업무를 하다가 다치고 아프면 치료를 받고 쉬는 게 맞다. 경영자 입장에서는 달갑지 않을 수 있지만 길게 봐서 회사와 근로자가 모두 ‘윈윈’하는 길이다. 출퇴근 재해도 엄연한 국가보험이기 때문에 근로자 입장에서 자동차보험보다 훨씬 유리하다. 요건에 맞으면 적극 신청해주길 바란다.” ―산재 신청이 근로자 처지에선 부담인 게 사실이지 않나. “올해부터 산재 요양 신청서에서 사업주 확인란을 없앴다. 원래도 확인 없이 신청할 수 있었지만 부담스럽다는 근로자들의 지적을 수용해 아예 없앴다. 근로자가 일단 신청하면 공단이 추후에 사업주에게 확인한다. 앞으로도 산재 신청을 주저하게 만드는 요인들을 적극 찾아내 개선하겠다.” ―일자리 안정자금 신청자가 150만 명을 넘었다. “직원들이 홍보버스를 타고 소상공인 밀집 지역에서 현장 접수를 하고 있다. 일자리안정자금을 받은 사업주에게는 최대 7000만 원까지 저리 융자를 해준다. 10인 미만 사업장이 일자리 안정자금을 신청하면서 사회보험을 새로 가입하면 국민연금과 고용보험료를 90%까지 지원한다(두루누리 사업). 건강보험료도 50% 지원하고 있는 만큼 적극 신청해주길 바란다. 이와 함께 일자리 안정자금이 얼마나 도움이 됐는지 실제 사례를 널리 알리는 게 중요하다고 생각한다. 현재 사례를 공모 중이며 우수 사례를 선정해 시상할 계획이다.” ―산재 후 직장에 복귀하는 비율이 60% 정도밖에 되지 않는다. “공단의 본질적인 업무가 직장 복귀다. 보험료를 부과하고 산재가 일어나면 보상과 함께 치료를 해주는 것은 궁극적으로 다시 일할 수 있도록 하기 위해서다. 직장 복귀율이 그동안 50%대를 맴돌다가 2016년과 지난해 2년 연속 60%대로 올라섰다. 직장 복귀율을 높이려면 많은 예산과 인력이 필요하다. 5년 안에 선진국 수준인 70%대를 달성할 수 있도록 노력하겠다. 평창 패럴림픽을 계기로 장애인에 대한 인식이 많이 개선된 만큼 산재 이후 근로자들이 다시 일터로 복귀할 수 있도록 국가와 사회가 함께 노력해야 한다.”유성열 기자 ryu@donga.com}
영유아가 많이 걸리는 수족구병 환자가 증가하고 있다. 보건당국은 어린이집과 유치원에서 예방관리를 철저히 해달라고 당부했다. 20일 질병관리본부에 따르면 올해 2월 11∼17일 외래환자 1000명당 0.2명 정도 발생한 수족구병 의사환자(감염 확인 환자와 의심 환자) 수가 4월 1∼7일 0.6명으로 급증했다. 수족구병은 콕사키바이러스나 엔테로바이러스에 감염돼 입안에 물집과 궤양을, 손발에 수포성 발진을 일으킨다. 감염된 사람의 침, 가래 등 호흡기 분비물이나 바이러스에 오염된 물건을 통해 전파된다. 특히 바이러스에 감염된 사람이 손을 씻지 않은 채 다른 사람을 만질 때 쉽게 옮는다. 아직 백신이 없어 손을 깨끗이 씻고, 위생관리를 철저히 하는 것 말고는 특별한 예방법이 없다. 아이가 열이 나거나 손발에 물집이 생기면 수족구병을 의심해봐야 한다. 증상이 생긴 후 7∼10일이 지나면 자연스레 낫는다.유성열 기자 ryu@donga.com}
현행법상 최저임금(올해 시급 7530원)을 받지 못하는 중증장애인의 임금을 높이는 방안이 추진된다. 장기적으로는 비장애인과 동일하게 최저임금을 받을 수 있을 것으로 전망된다. 대기업에 장애인 고용 부담금을 더 부과하는 방안도 함께 추진한다. 정부는 ‘장애인의 날’을 하루 앞둔 19일 이낙연 국무총리 주재로 국정현안점검조정회의를 열고 ‘5차 장애인 고용촉진 및 직업재활 기본계획’을 발표했다. 먼저 현재 최저임금 이하의 임금을 받는 중증장애인(장애인 고용촉진법상 1, 2급과 3급 일부 장애인)의 소득을 높이는 방안을 추진한다. 중증장애인은 2016년 기준으로 약 82만 명이며, 이들의 월평균 소득은 약 70만 원에 불과하다. 중증장애인의 소득을 높이려면 최저임금법을 개정해야 한다. 최저임금법 7조는 ‘정신, 신체장애로 근로능력이 현저히 떨어지는 자’에게 최저임금을 적용하지 않도록 하고 있다. 고용노동부 관계자는 “장기적으로는 비장애인과 동일하게 최저임금을 적용하는 쪽으로 법을 개정할 방침”이라고 밝혔다. 이와 함께 정부는 중증장애인 고용 장려금을 높이고, 사회보험료와 출퇴근 비용을 지원할 방침이다. 대기업의 장애인 고용 의무도 한층 커질 것으로 보인다. 정부는 장애인 고용부담금을 대기업에 더 부과하기로 했다. 기업 규모별로 장애인 고용률을 따져보면 1000인 이상 대기업이 2.24%로 가장 낮다. 기업 규모가 클수록 장애인 고용 의무를 부담금으로 때우려는 경향이 강해서다. 정부는 부담금을 더 높여 대기업이 장애인을 더 고용하도록 할 방침이다. 예를 들어 장애인 10명을 의무적으로 고용해야 하는 기업이 한 명도 고용하지 않았다면 1명당 월 최저임금의 100%(157만3770원)를 부담금으로 내야 한다. 이 기업의 연간 부담금은 10명의 1년 치 월급 1억8885만2400원이다. 만약 의무 고용 인원을 대부분 채웠다면 부담금은 1명당 월 최저임금의 60% 수준인 94만5000원까지 떨어진다. 정부는 이 하한액을 높일 예정이다. 하지만 일각에선 △최저임금 인상 △비정규직의 정규직화 등 각종 노동친화 정책으로 압박을 받고 있는 대기업에 또다시 재정적 부담을 지우는 것은 지나치다는 비판이 나온다. 기업들이 자발적으로 장애인 고용에 나설 수 있는 환경을 조성하는 것이 중요하다는 얘기다. 경영계의 한 관계자는 “무조건 대기업을 타깃으로 하는 정책만 내놓는 것은 문제가 있다”고 말했다.유성열 기자 ryu@donga.com}

반도체 업체 등이 사용하는 화학물질의 핵심 성분을 영업 비밀로 승인받았더라도 고용노동부 장관이 이를 취소하고 공개할 수 있도록 하는 방안을 정부가 추진해 논란을 빚고 있다. 경영계는 “고용부가 영업 비밀을 사실상 좌지우지하는 법안”이라며 강하게 반발하고 있다. 특히 과거 국회 환경노동위원회 전문위원실은 사실상 같은 내용의 법안에 부정적 의견을 밝힌 것으로 18일 확인됐다. 국회가 전문가 의견을 수렴한 뒤 폐기한 법안을 새 정부가 무리하게 재추진한다는 비판이 나온다. 당시 폐기된 법안은 김영주 고용부 장관이 국회의원 시절 대표 발의한 것이다. 고용부가 2월 입법 예고한 산업안전보건법 개정안 115조는 △거짓이나 부정한 방법으로 승인을 받은 경우 △새로운 유해성, 위험성 정보가 발견돼 근로자에게 중대한 건강 장해를 초래할 우려가 있는 화학물질로 확인된 경우 고용부 장관이 직권으로 ‘영업 비밀’ 승인을 취소할 수 있도록 하고 있다. 기업의 영업 비밀이라고 하더라도 이 두 가지 요건에 해당하면 고용부 장관이 승인을 취소하고 외부에 공개할 수 있는 것이다. 개정안은 물질안전보건자료(MSDS)에 대한 사전심사제 도입을 주요 내용으로 하고 있다. MSDS는 화학물질을 제조하거나 수입하는 업자가 제품 이름과 성분 명칭, 유해성과 위험성 등을 기재한 문서다. 화학물질 제조·수입업자는 모든 화학물질을 MSDS에 기재해 사업장에 둬야 한다. 기존에는 업자의 재량에 따라 영업 비밀로 보호해야 할 물질은 MSDS에 기재하지 않았다. 하지만 개정안이 통과되면 고용부의 승인이 있어야만 영업 비밀로 보호받는다. 또 영업 비밀 승인을 받았더라도 만약 근로자에게 위험한 요소가 새로 발견되면 MSDS에 기재해야 한다. 고용부 장관은 직권으로 영업 비밀 승인을 취소하고 제3자에게 이를 공개할 수도 있다. 정부 개정안 중 영업 비밀 승인의 유효기간을 3년으로 제한한 점도 쟁점이다. 재심사에서 떨어지면 영업 비밀로 보호받을 수 없고 MSDS에 기재해야 한다. 결국 기업 입장에선 공정의 핵심 재료를 영업 비밀로 보호받을 여지가 상당히 줄어드는 셈이다. 재계에선 개정안이 시행되면 핵심 재료와 성분의 공개를 원치 않는 외국 기업들이 부품 공급을 꺼릴 수 있다고 지적한다. 정부 개정안은 김영주 장관이 국회의원 시절인 2015년 10월 대표 발의한 산업안전보건법 개정안과 내용이 거의 같다. 당시 국회 환노위 전문위원실은 “MSDS의 1차적인 생산, 보존, 관리 주체는 사업주라는 점을 고려해야 한다”며 공개 주체를 고용부 장관으로 한 데 부정적 의견을 냈다. 또 환노위 전문위원실은 고용부가 영업 비밀 여부를 사전 심사하는 데 대해 “국내에 유통되는 MSDS 물질이 수십만 개에 이르는데, 이를 (모두) 심의하는 것이 행정적 기술적으로 실현 가능한지 논의할 필요가 있다”고 지적했다. 고용부가 그 많은 MSDS를 심사할 역량이 있을지 의심스럽다는 취지다. 이 때문에 해당 법안은 환노위조차 통과하지 못한 채 폐기됐다. 경영계의 한 관계자는 “의원 시절 추진했다 폐기된 법안을 장관이 돼 다시 추진하는 것 자체가 어불성설”이라고 꼬집었다. 학계도 정부 개정안의 역효과를 우려하고 있다. 정진우 한국안전학회 정책부문장은 이날 한국경영자총협회 주최로 열린 산업안전보건정책 개선 토론회에서 “모든 화학물질의 명칭, 함유량 정보를 정부에 제출하도록 하는 것은 과도한 규제”라며 “선진국 중 정부에 MSDS 제출을 의무화한 나라는 없다”고 지적했다.유성열 기자 ryu@donga.com}
산업통상자원부가 삼성전자 반도체 공장의 작업환경측정보고서에 국가핵심기술이 포함돼 있다고 판단했다. 국민권익위원회 산하 중앙행정심판위원회는 작업환경보고서 공개를 보류해 달라는 삼성전자 측 요청을 받아들였다. 반도체 작업장의 환경을 측정한 보고서 공표 여부를 둘러싼 법원의 판단 과정에 ‘보고서 내용이 영업기밀인 만큼 공개할 수 없다’는 삼성 측 주장에 무게가 실릴 것이라는 관측이 나온다. 산업부는 17일 산업기술보호위원회 산하 반도체전문위원회를 열어 삼성전자 작업환경보고서에 국가핵심기술이 담겨 있다고 판정했다고 밝혔다. 전문위는 “2009년 이후 작성된 작업환경보고서는 30나노급 이하 D램 및 낸드플래시 기술, 반도체 조립기술 등 국가핵심기술을 포함하고 있다”고 판정했다. 보고서에 포함된 화학물질과 월간 사용량 등을 통해 삼성전자가 보유한 중요 기술을 제3자가 유추할 수 있다는 의미다. 다만 삼성이 공개 금지를 신청한 2007∼2008년 보고서는 30나노 이상으로 국가핵심기술에 해당하지 않는다고 설명했다. 전문위는 이날 정부 측 인사 2명과 외부 전문가 13명으로 회의체를 구성해 보고서 내용을 분석했다. 이번 회의 결과가 삼성전자가 수원지방법원에 제기한 보고서 공개 금지 가처분신청의 중요 판단 근거로 쓰일 수 있는 점을 감안해 신속하게 결론을 내렸다. 한편 고용노동부는 앞서 2월 화학물질안전보건자료에 대한 정부의 사전심사제 도입을 주요 내용으로 하는 산업안전보건법 개정안을 입법 예고해 또 다른 불씨가 될 가능성이 있다. 지금은 기업이 영업비밀이라고 판단하면 화학물질 정보를 기재하지 않아도 됐지만 개정안이 통과되면 일단 관련 정보를 고용부에 제출해 사전승인을 받아야 한다.세종=이건혁 gun@donga.com / 유성열 기자}

삼성전자는 화성 평택 기흥 온양 사업장의 작업환경측정보고서(이하 보고서)가 국가핵심기술을 포함한다는 산업통상자원부 산하 반도체전문위원회(이하 전문위) 결정이 17일 밤 발표되자 일단 안도하는 모습이다. 국민권익위원회 산하 중앙행정심판위원회도 이날 오후 삼성전자의 정보공개 집행정지 신청을 받아들임에 따라 한숨은 돌릴 수 있게 됐다. 당초 고용노동부는 19, 20일 해당 보고서를 방송사 PD 등 정보공개를 청구한 제3자에게 제공할 예정이었다. 삼성전자는 이날 공식 입장은 내지 않았다. 익명을 요구한 삼성전자 관계자는 “일단 잠깐이나마 시간을 벌었다는 점에서 한숨 돌리는 분위기지만 아직 최종 결론이 난 것이 아니고 같은 과정이 되풀이될 수 있기 때문에 안심할 상황은 아니다”라고 했다. 이번 논란이 이어지는 내내 삼성전자는 보고서에 영업기밀에 해당하는 핵심공정 노하우가 들어 있으며, 외부 유출 시 중국 등 후발업체에는 큰 이익이 될 수 있다는 입장을 유지해 왔다. 환경부에 1년에 두 차례씩 보고하는 반도체 공장의 작업환경측정결과 보고서에는 △레이아웃 △공정 및 베이(bay·각 공정설비가 설치된 공간) △공정 간 배열 △설비 기종 △보유 대수 △배치 △사용 화학물질의 종류 및 사용량 등이 담겨 있다. 이날 전문위도 “2009년부터 지난해까지 제출된 보고서 중 일부 내용이 30나노 이하 D램과 낸드플래시, 애플리케이션프로세서(AP) 공정, 조립기술 등을 포함하고 있다”고 인정함에 따라 삼성전자의 이 같은 주장에 크게 힘이 실리게 됐다. 전문위는 “공정 이름과 공정 레이아웃, 화학물질(상품명), 월사용량 등으로부터 핵심기술을 유추할 수 있다”고 봤다. 특히 전문위 회의에 참가했던 민간 전문가들은 반도체 굴기에 나선 중국 업체들이 반사이익을 볼 것을 가장 경계했던 것으로 전해졌다. 회의에 참석했던 전문가 A 씨는 익명을 전제로 “이런 논의 자체가 참담한 심정”이라고 했다. 그는 “전문가라면 작업환경보고서를 통해 삼성전자의 영업비밀을 충분히 추론할 수 있을 것”이라며 “보고서에 중요한 내용이 없다고 주장하지만 비전문가 눈에는 보이지 않는 미세한 차이를 만들기 위해 전문가들이 수년간 연구해온 산물”이라고 말했다. 미국 텍사스 오스틴에 있는 반도체 공장의 유해화학물질 정보를 공개했다는 일부 보도에 대해 삼성전자는 “미국에서 공개한 ‘티어 2(Tier2 리포트)’는 작업환경측정보고서와는 다른 성격의 문서로 영업비밀 사항은 제외된다”고 설명했다. 티어2 리포트 속에 포함된 사업장의 일반적인 정보나 유해화학물질의 저장량 및 취급 현황 등은 한국에서도 화학물질관리법에 따라 지역주민에게 공개되고 있다는 것이다. 삼성전자 측은 “작업환경측정결과 보고서는 이미 모든 산재 판정에 적극적으로 활용되고 있으며, 산재 신청에 필요한 경우라면 해당 내용을 본인도 확인할 수 있도록 열람 등의 방법으로 협조할 것”이라며 “다만 정보 유출에 대한 안전장치가 필요하다는 입장”이라고 했다. 전문위의 판단이 나왔지만 산업기술보호위원회까지 거쳐야 작업환경보고서에 국가핵심기술이 포함돼 있다는 걸 정식으로 인정받을 수 있다. 산업기술보호위 일정은 아직 결정되지 않았으나 산업부는 최대한 빨리 개최하겠다는 방침을 세웠다. 이날 고용노동부는 중앙행정심판위원회와 산업부의 결정을 존중하겠다는 입장을 밝혔다. 고용부 관계자는 “산업부가 국가핵심기술이라고 판단한 만큼 우리도 받아들일 부분이 있으면 받아들이겠다”고 밝혔다. 그러면서도 행심위 결정에 대해서는 “결정을 존중하지만 기업의 영업비밀이 근로자의 건강과 생명에 우선할 수 없다는 기본 입장은 유지할 것”이라며 “향후 이어질 행정심판에서 이런 입장을 충분히 설명하겠다”고 말했다.김지현 jhk85@donga.com·유성열 / 세종=이건혁 기자}

올해 1분기(1∼3월) 일자리를 잃어 실업급여를 받은 사람이 역대 최다인 것으로 집계됐다. 최저임금 인상의 영향을 가장 많이 받는 임시·일용직은 일자리가 18만 개 감소했다. 최저임금발(發) ‘일자리 쇼크’가 현실화됐다는 분석이 나온다. 15일 고용노동행정통계에 따르면 1분기 실업급여 수급자는 62만8433명으로 지난해 같은 기간(58만7876명)보다 4만557명(6.9%) 증가했다. 이는 분기별 수급자를 따로 집계하기 시작한 2010년 이후 가장 많은 수치다. 이들이 1분기에 받은 실업급여 총액(1조4946억 원)도 지난해 1분기(1조2881억1000만 원)보다 2064억9000만 원 늘었다. 실업급여는 사직 등 자발적 퇴직자에게는 지급되지 않는다. 폐업이나 해고, 인원 감축 등 비자발적 퇴직자에게만 지급된다. 올 1분기 최저임금 인상으로 해고나 인원 감축이 현실화되면서 실업급여 수급자와 지급액이 동시에 급증한 것으로 풀이된다. 실제로 통계청 고용동향에 따르면 국내 노동시장의 임시·일용직은 올해 1분기 취업자가 607만4000명으로 지난해 1분기(625만5000명)보다 18만1000명이나 감소해 유럽 재정위기의 여파가 있던 2013년 1분기(25만5000명 감소) 이후 가장 많이 줄었다. 특히 임시·일용직이 몰려 있는 도·소매 및 숙박·음식업 취업자는 같은 기간 9만8000명이나 감소했다. 일용직은 근로계약 기간이 1개월 미만, 임시직은 1개월 이상 1년 미만인 일자리를 뜻하며 최저임금 수준의 저임금 근로자들이 대부분이다. 정부 관계자는 “사회안전망 확대로 고용보험 가입자가 꾸준히 증가하면서 실업급여 수급자와 지급액도 함께 증가하고 있다”며 최저임금 인상과의 연관성을 부인했다. 그러나 올해 3월 기준 고용보험 가입자는 지난해 3월보다 2.3% 증가한 반면 실업급여 신청자는 13.1%나 늘어 정부의 설명은 설득력이 떨어진다는 지적이 나온다.유성열 기자 ryu@donga.com}
고용노동부가 지난해 기업을 상대로 특별근로감독을 실시한 횟수가 2016년보다 4배 가까이로 늘어난 것으로 나타났다. 특별감독 이후 사법처리된 업체는 1년 새 6배 넘게 급증했다. ‘친노조 성향’의 현 정부가 노동계 민원에 휘둘려 손쉽게 ‘칼’을 휘두르고 있다는 비판이 나온다. 12일 국회 환경노동위원회 소속 자유한국당 신보라 의원이 고용노동부로부터 받은 ‘최근 5년간 근로감독 현황’에 따르면 고용부는 지난해 101개 기업을 대상으로 특별감독을 실시해 99개 업체를 사법처리했다. 27곳을 특별감독해 16개 업체를 사법처리한 2016년과 비교하면 특별감독 횟수는 3.7배로, 사법처리 기업은 6.2배로 늘어난 것이다. 근로감독이란 임금 체불, 부당노동행위 등 사업주의 노동법 위반 행위를 단속해 처벌하는 행정조사다. ‘노동경찰’로 불리는 근로감독관(특별사법경찰)이 실시하며 불법이 발견되면 시정명령을 내리거나 과태료를 부과한다. 이에 사업주가 응하지 않으면 정식으로 입건해 수사하고 검찰에 송치해 사법처리한다. 근로감독은 정기, 수시, 특별 등 3가지 형태가 있다. 이 중 특별감독은 검찰의 특별수사와 비슷하다. 노동청이 중대 사건을 직접 인지한 뒤 대규모 인력을 투입해 실시한다. 지난해 논란을 빚은 MBC와 파리바게뜨 모두 특별감독을 받았다. 특별감독은 사실상 형사처벌을 전제로 하기 때문에 신중히 행사해야 한다. 그러나 김영주 고용부 장관은 “잘못된 관행을 바로잡겠다”며 근로감독을 적극 주문했다. 이후 고용부가 노동계 민원을 대폭 수용해 특별감독으로 주요 기업을 압박하고 있다는 게 경영계의 지적이다. 일각에선 정작 근로감독이 절실한 중소기업 근로자는 노동당국이 외면하고 있다는 지적도 나온다. 온라인 교육기업에서 살인적인 야근을 하다 올해 1월 3일 자살한 장민순 씨의 언니 향미 씨(39)는 5일 국회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고용부가 근로감독만 제때 했어도 동생이 자살하진 않았을 것”이라고 울먹였다. 장 씨는 탈진한 동생이 걱정돼 고용부 서울강남지청에 특별감독을 청원했지만 별다른 조치가 없었다고 한다. 강남지청은 뒤늦게 해당 기업을 상대로 특별감독을 진행하고 있다. 근로감독관들의 ‘갑질’에 대한 불만도 끊이질 않고 있다. 지난해 근로감독을 받은 대기업 관계자는 “영장처럼 꼭 제시해야 하는 ‘임검(臨檢) 지령서’를 보여주지 않는 감독관들이 부지기수”라며 “감독기간이 끝난 뒤에도 끊임없이 자료를 요구한다”고 호소했다. 또 다른 기업 관계자는 “불법파견 조사를 나온 감독관이 임금체계를 조사하는 등 ‘먼지떨이식 조사’가 일반화돼 있다”고 토로했다. 신보라 의원은 “정부가 특별감독 남용으로 기업 옥죄기를 하고 있다”고 지적했다.유성열 기자 ryu@donga.com}
삼성전자가 산업통상자원부에 자사 작업환경 측정보고서 속 내용이 국가핵심기술에 해당하는지 확인해 달라고 요청했다. 최근 고용노동부가 삼성전자와 삼성디스플레이의 주요 사업장에 대한 작업환경 측정보고서를 외부에 공개하기로 한 것에 대해 즉각 행정소송과 행정심판을 낸 데 이어 산업부에도 ‘SOS’를 요청한 것이다. 9일 삼성전자와 산업부에 따르면, 삼성전자는 지난달 26일 산업부에 국가핵심기술 확인을 신청했다. ‘산업기술의 유출 방지 및 보호에 관한 법률’에 따르면 기업은 보유 기술이 국가핵심기술에 해당하는지 판정을 신청할 수 있다. 산업부는 민간 전문가로 이루어진 전문위원회의 의견을 수렴한 뒤 장관이 위원장인 산업기술보호위원회 심의를 거쳐 핵심기술 해당 여부를 판단하게 된다. 산업부가 국가핵심기술로 인정해도, 고용부가 반드시 보고서 공개를 중단해야 하는 것은 아니다. 그러나 삼성전자가 보고서 외부 공개를 막아달라며 법원에 낸 행정소송, 행정심판에 영향을 미칠 것으로 보인다. 삼성이 기흥·화성·평택 등 주요 공장별 작업환경 측정보고서의 외부 공개를 막아달라며 수원지법에 낸 집행정지 가처분 신청 결과는 13일 나올 예정이다. 삼성전자는 “해당 보고서에는 주요 생산라인의 공정 흐름도와 배치, 장비 및 화학제품 등 핵심 기술정보들이 포함돼 있다”며 “보고서가 외부로 무차별 공개될 경우 중국 반도체 업계 등 후발 주자들에 공정 기술이 고스란히 노출될 수 있다”는 입장을 유지해왔다. 반면 정보공개를 결정한 고용부는 “보고서에 영업비밀로 볼 만한 정보가 없으며 설령 영업비밀이더라도 국민 건강을 보호하기 위해 필요한 정보는 공개해야 한다”는 입장이다. 고용부는 지난달 한 종편 방송이 기흥·화성·평택 반도체 공장 보고서에 대해 정보공개 청구를 한 데 응하기로 했다. 박영만 고용부 산재예방보상정책국장은 9일 브리핑에서 “올해 2월 대전고등법원이 전문가단체(한국산업보건학회)의 의견을 반영해 영업비밀이 없다고 판단했고, 사망한 근로자의 부인이 청구했기 때문에 공개한 것”이라고 주장했다. 고용부가 최근 정보공개를 확대하도록 관련 지침을 개정한 것에 대해서는 “가족이 아닌 제3자에게까지 영업비밀을 제공하라는 취지는 아니다”고 해명했다. 박 국장은 2011년 백혈병 산재 인정 소송에서 근로자 측 대리인을 맡아 승소 판결을 이끈 변호사 출신이다. 다만 박 국장은 “기업의 영업비밀도 보호받아야 하다고 생각한다”며 “삼성이 제기한 소송 결과에 따라 영업비밀로 인정해야 할 부분이 있다면 지침에 반영하고, 공개 수준도 (주무 부처인) 행정안전부와 협의하겠다”고 덧붙였다. 삼성은 재판부의 정보공개 판결은 온양공장에 한정된 것인데 첨단공정이 있는 다른 공장까지 확대 적용하는 것은 불합리하다는 입장이다. 현재 산업기술보호법에는 국가핵심기술의 정보공개에 대한 명확한 규정이 없지만 산업기술의 부정한 유출을 방지한다는 법의 목적을 고려하면 정보공개는 신중해야 한다는 게 전자업계의 일반적인 시각이다. 현재 30나노 이하급 D램과 낸드플래시, 파운드리에 해당하는 설계·공정·소자기술과 3차원 적충형성 기술, 조립·검사기술, 모바일 AP 설계·공정기술 등이 반도체 분야 국가핵심기술로 지정돼 있다. 지난해 산업부가 LG디스플레이의 중국 광저우(廣州) 공장 건설 계획에 대해 5개월간 숙고한 후 조건부 승인을 내준 것도 TV용 유기발광다이오드(OLED) 패널 제조기술이 국가핵심기술로 지정돼 있기 때문이다. 김지현 jhk85@donga.com / 세종=이건혁 / 유성열 기자}

《 “신규 창업자에 대한 지원은 많은데 3년 이상만 돼도 지원책을 찾기 어렵다.”(창업 4년 차 업체 대표) ‘청년들에게 창업 기회를 주기 위해 조성된 점포에 청년 부모가 대리 경영을 하고 있다.’(지난해 말 국민권익위원회 접수 민원) 동아일보 청년드림센터와 일자리TF가 창업 실태를 취재한 결과 창업 이후 자금이 가장 필요한 시기에 자금 지원이 대폭 줄어드는 데다 지원제도가 편법으로 악용되면서 청년창업가를 울리는 것으로 나타났다. 창업 전이나 사업 초기 단계에 집중돼 있는 자금 지원을 3∼7년 차 창업 기업으로 확대해야 한다는 지적이 나온다. 이와 함께 청년들이 지원받을 수 있도록 창업주 조사를 통해 허위 창업을 근절해야 한다. 》 ○ ‘죽음의 계곡’에 빠진 청년창업가 국제연구기관 ‘글로벌 기업가정신 모니터(GEM)’에 따르면 25∼34세 한국 청년이 창업한 기업이 우리나라 전체 기업에서 차지하는 비중은 4.7%로 조사 대상 64개국 가운데 62위였다. 중앙과 지방정부가 운영 중인 창업 지원제도가 800여 개에 이르지만 ‘창업 후진국’ 신세를 면치 못하고 있는 것이다. 3년 전 교육기술기업 ‘디코’를 창업한 박세빈 대표(28·건국대 경영학과 4학년)는 자금 문제를 원인으로 들었다. 그는 중소기업진흥공단의 ‘청년창업사관학교’를 통해 자금을 조달했다. 청년창업사관학교 제도를 이용하면 총 7000만 원을 지원받을 수 있다. 하지만 창업자가 자기 힘으로 3000만 원을 조달해서 총 1억 원을 만들어야 한다는 조건이 붙어 있는 점이 문제였다. 지원금만 챙기는 부작용을 막으려는 안전판이지만 청년들에게는 적지 않은 돈이다. 박 대표도 아르바이트를 해서 자금을 조달하는 등 ‘고난의 행군’을 해야 했다. 그는 “낮은 이자로 빌려주는 방식을 도입했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죽음의 계곡’으로 불리는 3∼7년 차 창업 기업들은 더 심각한 자금난에 빠져 있다. ‘죽음의 계곡’이란 창업 기업들이 생존에 가장 큰 고비를 맞는 기간을 뜻한다. 이 시기에 은행들은 담보를 요구하며 대출을 꺼리고 벤처투자사는 예비 창업자에게만 눈독을 들이기 때문이다. 2016년 기준 예비 창업자와 3년이 안 된 기업에 대한 지원금은 5000억 원에 이르지만 3∼7년 차 기업들을 위한 지원은 1000억 원도 안 된다. 실제 정부 지원으로 조성된 서울 서대문구 ‘이대앞 스타트업 상점가’에는 2016년 22개 점포가 문을 열었지만 현재는 12곳이 폐업하거나 이전했다.○ 청년 위한 점포에 부모가 대리 창업 취재 과정에서 소문만 무성하던 부모의 ‘대리 창업’도 사실로 확인됐다. 전북 군산시는 중소벤처기업부와 공동으로 총 13억5000만 원을 들여 작년 7월 군산 공설시장에 ‘청년몰 물랑루즈 201’이라는 창업공간을 조성했다. 만 39세 이하 청년을 위한 점포였다. 정작 청년몰이 문을 열자 20개 점포 중 2개 점포에서 나이가 지긋한 장년층이 장사를 시작했다. 서류상 사장은 청년이었지만 실제 사업주는 청년의 부모나 장모였다. 군산시 관계자는 “다음 달 중 해당 점포를 비우도록 행정조치를 할 예정”이라고 말했다. 대전 동구 대전중앙시장의 청년몰인 ‘청년구단’에서 전통주점을 창업한 박유덕 ‘주로’ 대표(29)도 비슷한 얘기를 들었다. 그는 “청년몰 사업의 허점을 악용해 창업자들의 의욕을 떨어뜨리고 있다”며 문제가 생기면 즉시 계약을 해지하는 등 사후 관리가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 망해도 재도전 가능한 안전망 구축해야 일부 창업 기업이 지원요건만 잘 맞춰 전국을 돌아다니며 정책자금을 전문적으로 챙기는 부작용도 나타나고 있다. 식품벤처업을 하는 A 씨는 “초기 창업 투자 중심으로 지원이 이뤄져 기존 사업을 심화하기보다는 문어발식으로 새로운 사업을 계속 벌이고 있다”고 했다. 부처들이 유사한 사업을 중복 추진하면서 눈먼 돈이 늘었기 때문이다. 청년들은 창업 기업이 인턴을 채용하면 정부가 일반 기업과 마찬가지로 지원금 등의 혜택을 주는 제도를 도입하자고 건의했다. 인턴 청년은 창업 경험을 얻고 창업 기업은 인력난을 해소할 수 있다는 것이다. 현재 정부는 상시 근로자 5명 이상인 기업의 인턴만 지원해주고 있다. 문유진 복지국가청년네트워크 대표는 “창업 지원 체계를 세분하되, 자금이 필요한 단계에 효율적으로 지원하고 망하더라도 재도전할 수 있는 안전망을 갖춰야 한다”고 말했다.유성열 ryu@donga.com·김준일·신무경 기자}
과거 김대중 정부는 ‘신지식인’이라는 제도를 만들어 청년창업을 장려했다. 이헌재 전 경제부총리는 이를 두고 청년들이 마음껏 아이디어를 펼치는 ‘놀이마당’을 만들려는 취지였지만 흐지부지됐다고 자신의 저서 ‘경제는 정치다’에서 밝혔다. 지금 한국에는 놀이마당이 없는 반면 프랑스 영국 등지에서는 그 영역이 점점 커지고 있다. 지난해 5월 에마뉘엘 마크롱 프랑스 대통령은 취임 직후 “스타트업처럼 사고하고 행동하는 나라로 만들겠다”고 선포했다. 창업을 경제개혁의 원동력으로 삼은 셈이다. 마크롱의 첫 작품은 파리에 세계 최대 규모의 스타트업센터를 설치한 것이었다. 해외 창업자에게는 4년간 체류할 수 있는 비자를 발급한 데다 13조 원 규모의 펀드 조성 계획까지 내놨다. 오래지 않아 50개국에서 2만3000개의 기업이 몰려들었다. 로봇기업 ‘H3 다이내믹스’ 등 해외로 떠났던 자국 기업의 ‘유턴’도 이어졌다. 청년실업으로 침체됐던 파리는 현재 ‘창업의 도시’라는 평가를 받고 있다. 2010년 런던에 ‘테크시티’를 조성한 영국은 유럽 최고의 ‘창업국가’로 통한다. 창업자는 15파운드(약 2만2000원)만 내면 2일 만에 법인 등기 서류를 받을 수 있다. 영국 정부는 규제를 완화해 폐업에 따른 부담을 덜어주는 한편 성장 가능성이 입증된 50개의 스타트업을 추려 집중 육성했다. 그 덕에 테크시티의 입주 기업은 5000여 개까지 늘었다. 이곳에서 런던 일자리의 27%가 만들어지고 있다. 영국 내 정보기술(IT) 기업이 2012년부터 5년 동안 유치한 투자금액은 138억 달러(약 15조 원)로 유럽에서 가장 많다. 중국도 창업 선진국의 반열에 들었다. 리커창(李克强) 총리가 2015년 3월 “창업과 혁신 관련 행정규제를 철폐해 인민의 창조력 발휘를 지원하겠다”고 선언한 이후 하루 평균 1만5000개의 기업이 생기고 있다. 취업 대신 창업을 선택하는 청년이 급증하면서 ‘취업창업’이라는 신조어가 나왔다. 이장균 현대경제연구원 수석연구위원은 “일자리를 억지로 만드는 게 아니라 일자리가 저절로 생기도록 유도하는 창업정책이 필요하다”고 말했다.유성열 기자 ryu@donga.com}

“신규 창업자에 대한 지원은 많은데 3년 이상만 되도 지원책을 찾기 어렵다.”(창업 4년차 업체 대표) ‘청년들에게 창업기회를 주기 위해 조성된 점포에 청년 부모가 대리 경영을 하고 있다.’(지난해 말 국민권익위원회 접수 민원) 동아일보 청년드림센터와 일자리TF가 창업 실태를 취재한 결과 창업 이후 자금이 가장 필요한 시기에 자금지원이 대폭 줄어드는데다 지원제도가 편법으로 악용되면서 청년 창업가를 울리는 것으로 나타났다. 창업 전이나 사업 초기 단계에 집중돼 있는 자금 지원을 3~7년 차 창업기업으로 확대해야 한다는 지적이 나온다. 이와 함께 청년들이 지원받을 수 있도록 창업주에 대한 조사를 통해 허위 창업을 근절해야 한다.●‘죽음의 계곡’에 빠진 청년창업가 국제연구기관 ‘글로벌 기업가정신 모니터(GEM)’에 따르면 25~34세인 한국 청년들이 창업한 기업이 우리나라 전체 기업에서 차지하는 비중은 4.7%로 조사 대상 64개국 가운데 62위였다. 중앙과 지방정부가 운영 중인 창업 지원제도가 800여 개에 이르지만 ‘창업 후진국’ 신세를 면치 못하고 있는 것이다. 3년 전 교육기술기업 ‘디코’를 창업한 박세빈 대표(28·건국대 경영학과 4학년)는 자금 문제를 원인으로 들었다. 그는 중소기업진흥공단의 ‘청년창업사관학교’를 통해 자금을 조달했다. 청년창업사관학교 제도를 이용하면 총 7000만 원을 지원받을 수 있다. 하지만 창업자가 자기 힘으로 3000만 원을 조달해서 총 1억 원을 만들어야 한다는 조건이 붙어 있는 점이 문제였다. 지원금만 챙기는 부작용을 막으려는 안전판이지만 청년들에게는 적지 않은 돈이다. 박 대표도 아르바이트를 해서 자금을 조달하는 등 ‘고난의 행군’을 해야 했다. 그는 “낮은 이자로 빌려주는 방식을 도입했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죽음의 계곡’으로 불리는 3~7년 차 창업기업들은 더 심각한 자금난에 빠져 있다. 창업기업들이 생존을 위한 가장 큰 고비를 맞는 기간을 뜻한다. 이 시기에 은행들은 담보를 요구하며 대출을 꺼리고 벤처투자사는 예비 창업자에만 눈독을 들이기 때문이다. 2016년 기준 예비 창업자와 3년이 안 되는 기업에 대한 지원금은 5000억 원에 이르지만 3~7년차 기업들을 위한 지원은 1000억 원도 안 된다. 실제 정부 지원으로 조성된 서울 서대문구 ‘이대앞 스타트업 상점가’에는 2016년 22개의 점포가 문을 열었지만 현재는 12곳이 폐업하거나 이전했다.●청년 위한 점포에 부모가 대리창업 취재 과정에서 소문만 무성하던 부모의 ‘대리 창업’도 사실로 확인됐다. 전북 군산시는 중소벤처기업부와 공동으로 총 13억5000만 원을 들여 작년 7월 군산 공설시장에 ‘청년몰 물랑루즈 201’라는 창업공간을 조성했다. 만 39세 이하 청년들을 위한 점포였다. 정작 청년몰이 문을 열자 20개 점포 중 2개 점포에서 나이가 지긋한 장년층이 장사를 시작했다. 서류상 사장은 청년이었지만 실제 사업주는 청년의 부모나 장모였다. 군산시 관계자는 “다음달 중 해당 점포를 비우게 하는 행정조치를 할 예정”이라고 말했다. 대전 동구 대전중앙시장의 청년몰인 ‘청년구단’에서 전통주점을 창업한 박유덕 ‘주로’ 대표(29)도 비슷한 얘기를 들었다. 그는 “청년몰 사업의 허점을 악용해 창업자들의 의욕을 떨어뜨리고 있다”며 문제가 생기면 즉시 계약을 해지하는 등 사후 관리가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망해도 재도전 가능한 안전망 구축해야 일부 창업기업이 지원요건만 잘 맞춰 전국을 돌아다니며 정책자금을 전문적으로 챙기는 부작용도 나타나고 있다. 식품벤처업을 하는 A 씨는 “초기 창업 투자 중심으로 지원이 이뤄지면서 기존사업을 심화하기보다는 문어발식으로 새로운 사업을 계속 벌이고 있다”고 귀띔했다. 부처들이 유사한 사업을 중복해서 추진하면서 눈먼 돈이 늘었기 때문이다. 청년들은 창업기업이 인턴을 채용하면 정부가 일반 기업과 마찬가지로 지원금 등의 혜택을 주는 제도를 도입하자고 건의했다. 인턴 청년은 창업 경험을 얻고 창업 기업은 인력난을 해소할 수 있다는 것이다. 현재 정부는 상시 근로자 5인 이상인 기업 인턴만 지원해주고 있다. 문유진 복지국가청년네트워크 대표는 “창업 지원 체계를 세분화해서 지원하되, 자금이 필요한 단계에 효율적으로 지원하고 망하더라도 재도전할 수 있는 안전망을 갖춰야 한다”고 말했다. ▼ ‘놀이마당’ 없는 한국…반면 창업 선진국에선 ▼과거 김대중 정부는 ‘신지식인’이라는 제도를 만들어 청년 창업을 장려했다. 이헌재 전 경제부총리는 이를 두고 청년들이 마음껏 아이디어를 펼치는 ‘놀이마당’을 만들려는 취지였지만 흐지부지됐다고 자신의 저서 ‘경제는 정치다’에서 밝혔다. 지금 한국에는 놀이마당이 없는 반면 프랑스 영국 등지에서는 그 영역이 점점 커지고 있다. 창업 선진국과 후진국을 나누는 경계가 바로 이 놀이마당인 셈이다. 지난해 5월 에마뉘엘 마크롱 프랑스 대통령은 취임 직후 “스타트업처럼 사고하고 행동하는 나라로 만들겠다”고 선포했다. 창업을 경제 개혁의 원동력으로 삼은 셈이다. 마크롱의 첫 작품은 파리에 세계 최대 규모의 스타트업센터를 설치한 것이었다. 해외 창업자에게는 4년 간 체류할 수 있는 비자를 발급한 데다 13조 원 규모의 펀드 조성 계획까지 내놨다. 오래지 않아 50개국에서 2만3000개의 기업이 몰려들었다. 로봇기업 ‘H3 다이내믹스’ 등 해외로 떠났던 자국 기업의 ‘유턴’도 이어졌다. 청년 실업으로 침체됐던 파리는 현재 ‘창업의 도시’라는 평가를 받고 있다. 2010년 런던에 ‘테크시티’를 조성한 영국은 유럽 최고의 ‘창업국가’로 통한다. 창업자는 15파운드(약 2만2000원)만 내면 2일만에 법인등기서류를 받을 수 있다. 영국 정부는 규제를 완화해 폐업에 따른 부담을 덜어주는 한편 성장가능성이 입증된 50개의 스타트업을 추려 집중 육성했다. 그 덕에 테크시티의 입주기업은 5000여개까지 늘었다. 이곳에서 런던 일자리의 27%가 만들어지고 있다. 영국 내 정보기술(IT) 기업이 2012부터 5년 동안 유치한 투자금액은 138억 달러(약 15조 원)로 유럽에서 가장 많다. 중국도 창업선진국의 반열에 들었다. 리커창(李克强) 총리가 2015년 3월 “창업과 혁신 관련 행정규제를 철폐해 인민의 창조력 발휘를 지원 하겠다”고 선언한 이후 하루 평균 1만5000개의 기업이 생기고 있다. 취업 대신 창업을 선택하는 청년들이 급증하면서 ‘취업창업’이라는 신조어가 나왔다. 이장균 현대경제연구원 수석연구위원은 “일자리를 억지로 만드는 게 아니라 일자리가 저절로 생기도록 유도하는 창업정책이 필요하다”고 말했다.유성열 기자 ryu@donga.com김준일 기자 jikim@donga.com}
전국공무원노동조합(전공노)이 합법화 이후 첫 기자회견에서 해직자 136명 전원의 복직을 요구했다. 설립 9년 만에 합법화를 위해 해직자의 전공노 가입을 금지했으나 합법화가 결정되자마자 이 문제를 전면에 내세운 것이다. 전공노는 30일 청와대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해직자 전원 복직, 성과주의 폐기, 노동3권 쟁취를 위해 중단 없는 투쟁을 이어 나가겠다”고 밝혔다. 핵심 요구는 해직자 복직이다. 전공노는 노무현 정부가 2004년 8월 단체행동권(파업권)을 제한하는 공무원노조법을 만들자 이에 반발해 총파업을 벌였다가 136명이 해직됐다. 문 대통령은 대선 후보 시절 “전공노의 설립신고가 수용되면(합법화 되면) 해직자를 복직시키겠다”고 약속했다. 이명박, 박근혜 정부에서는 물론이고 노무현 정부에서도 해직자 복직을 원칙적으로 금지했다. 현재 해직자 복직을 위한 특별법안이 20대 국회에 계류돼 있다. 반면 해직자 가입 규약을 유지해 5년째 법외노조 처지인 전국교직원노동조합(전교조)은 “한 명의 조합원도 내칠 수 없다”며 규약 개정을 거부해 전공노와 다른 길을 가고 있다. 조합원 5만3470명(2016년 기준) 가운데 2013년 법외노조 통보 당시 해직자는 단 9명이었다. 박근혜 정부에서 해직자는 다소 늘어난 것으로 알려져 있다. 조창익 전교조 위원장과 박옥주 수석부위원장은 모두 해직자 출신이다. 전교조의 한 조합원은 “우리는 원래 합법노조였는데, 박근혜 정부가 탄압할 목적으로 무리하게 법외노조를 통보했다. 설립 때부터 법외노조였던 전공노와는 상황이 다르다”고 했다. 전교조가 ‘법외노조 통보를 취소해 달라’며 낸 행정소송에선 1, 2심 모두 전교조가 패소했다. 현재 대법원 심리 중이다.유성열 기자 ryu@donga.com김호경 기자 kimhk@donga.com}
전국민주노동조합총연맹(민노총) 소속 전국공무원노동조합(전공노)이 설립 9년 만에 합법화됐다. 전공노 조합원이 9만557명에 달해 노동계의 ‘힘’은 더 막강해질 것으로 보인다. 고용노동부는 전공노가 26일 제출한 노조설립 신고서를 검토한 결과 요건을 갖춰 신고증을 교부했다고 29일 밝혔다. 공무원 관련 노조 3개가 통합해 2009년 9월 출범한 전공노는 그동안 6차례나 설립 신고가 반려됐다. 전공노가 규약에서 해직자의 가입을 허용하고 있는 점이 문제였다. 현행 공무원노조법과 교원노조법은 해직자 가입을 금지하고 있다. 전공노는 고용부를 상대로 소송을 냈지만 항소심까지 패소했다. 문재인 정부 출범 후 전공노는 고용부와 6차례 실무협의 끝에 해직자 가입을 금지하기로 결정했다. 전공노는 24일 열린 정기대의원대회에 이 안건을 상정해 77.1%의 찬성률로 가결시켰다. 이에 따라 전공노는 △노조 전임자 임명 △노조 사무실 등의 혜택은 물론이고 정부를 상대로 단체교섭을 할 수 있게 됐다. 다만 노동 3권 중 단체행동권은 없어 파업 등 쟁의행위는 할 수 없다. 이와 관련해 법외노조 상태인 전국교직원노동조합(전교조)은 이날 “해직자 가입 허용 규약을 개정하지 않겠다”고 밝혔다.유성열 기자 ryu@donga.com}
고용노동부의 적폐청산위원회 격인 ‘고용노동행정개혁위원회’가 박근혜 정부 시절 노동개혁 추진 과정에 불법적인 정황이 있었다며 당시 청와대 관계자들을 검찰에 수사 의뢰했다. 김영주 고용부 장관은 즉각 “권고사항을 성실히 이행하겠다”며 공식 사과했다. 이병훈 개혁위원장(중앙대 사회학과 교수)은 28일 정부서울청사에서 브리핑을 열고 “김현숙 전 대통령고용복지수석과 이병기 전 대통령비서실장을 직권남용 등의 혐의로 검찰에 수사의뢰할 것을 고용부에 권고했다”고 밝혔다. 개혁위에 따르면 박근혜 정부 청와대는 2015년 8월부터 1년여간 ‘노동시장 개혁 상황실’이라는 비선 기구를 서울고용노동청에 설치했다. 이 회의에서 노동개혁 관련 지시와 실행사항을 주 3, 4회 점검했다. 당시 상황실은 생산문서를 주기적으로 삭제하고 출력물은 사용 후 즉시 파쇄하는 한편, 문서 파일을 개인 PC에 보관하는 것을 금지하는 등의 지침까지 하달했다. 개혁위는 비선기구를 통해 김 전 수석이 노동개혁을 비판하는 야당과 노동단체를 압박하기 위해 보수청년단체의 시위를 지시하고 소셜미디어를 통해 여론조작을 주도한 정황(국가공무원법 위반)도 발견됐다고 밝혔다. 한국노동조합총연맹(한국노총)이 2015년 4월 노사정 협상에서 이탈하자 정부가 국고보조금을 끊은 것 역시 위법하다고 개혁위는 판단했다. 개혁위는 이 과정에서 이 전 비서실장의 지시와 개입이 있었다고 보고 김 전 수석과 함께 수사 의뢰했다. 국가정보원이 2008∼2013년 민간인 592명과 기업 303곳의 고용보험 정보를 요구한 사실도 확인됐다. 다만 자료 요구의 목적은 파악하지 못했다. 이와 함께 개혁위는 검찰로부터 수사 지휘를 받는 근로감독관(특별사법경찰)의 수사권 조정 문제를 검찰과 협의하라고 권고했다. 고용부가 근로감독관의 수사권 조정에 나서면 검찰과 적지 않은 마찰을 빚을 것으로 보인다. 개혁위는 이 위원장 등 민간위원 8명과 고용부 간부 2명을 위원으로 지난해 11월 출범했다.유성열 기자 ryu@donga.com}

《 주당 최대 근로시간을 68시간에서 52시간으로 줄이는 근로기준법 개정안이 직원 300인 이상 대기업부터 7월 1일 시행된다. 2004년 주 5일제가 시행된 후 14년 만에 노동시장은 대대적인 변화를 앞두고 있다. 하지만 장시간 근로 문화에 익숙한 노사가 ‘주 52시간’에 빠르게 적응하기란 쉽지 않다는 전망이 많다. 동아일보는 주 52시간 시대의 연착륙을 위해 현장에서 어떤 준비를 해야 하고 정부 지원은 어디에 초점을 맞춰야 하는지 5회 시리즈로 진단한다. 첫 회에선 300인 이상 대기업으로 분류되지만 사실상은 중소·중견기업인 곳들이 발등에 불이 떨어진 속사정을 들어봤다. 》 제조업체 A사는 연 매출액 1조 원, 생산직 직원이 2000명인 중견기업이다. A사는 요즘 발등에 불이 떨어졌다. 근로시간 단축안이 국회를 통과하면서 300인 이상 기업은 당장 올해 7월부터 근로시간을 주 52시간으로 줄여야 한다. 몇 년 전부터 이런 상황에 대비해 근로자를 적극 채용하면서 근로시간을 주 68시간에서 55시간까지 단축해 왔다. 이제 200명을 더 뽑으면 52시간에 맞출 수 있지만 간단치 않다. 신규 채용이 여의치 않아서다. 이 회사 정규직 생산직의 시급은 약 8000원이지만 상여금과 수당을 합한 초봉은 3500만 원을 넘는다. 나름 괜찮은 일자리지만 늘 인력난에 시달린다. 공장이 모두 지방에 있어 청년들이 지원을 꺼리기 때문이다. 어렵게 뽑아도 금세 나가기 일쑤다. A사 관계자는 “월급을 아무리 많이 준다고 해도 몸을 쓰는 생산직에는 청년들이 오려고 하질 않는다”며 “차라리 도시의 커피숍에서 아르바이트를 하겠다며 사표를 내는 청년도 많다”고 말했다. A사 같은 중견기업들은 근로시간 단축에 대비할 여력이 충분하다. 신규 채용을 할 의지도 있다. 하지만 대비를 하고 싶어도 할 수 없는 게 문제다. 아무리 연봉을 많이 준다고 하더라도 지방의 공장에서 생산직으로 일하겠다는 청년이 많지 않아서다. 근로자 330명 규모의 수도권 엔지니어링 업체인 B사도 7월부터 근로시간을 52시간에 맞춰야 한다. 이 회사의 생산직들은 최근 연쇄적으로 사표를 내고 있다. 7월부터 근로시간 단축으로 수당이 더 줄 것으로 예상되자 월급을 더 주는 곳으로 이직하려는 근로자가 많아진 탓이다. B사의 경우 퇴직 인원을 보충하고 근로시간까지 줄이려면 30명 이상을 채용해야 하지만 인건비 부담 때문에 결정을 내리지 못하고 있다. B사 관계자는 “우리는 근로자 규모로 보면 대기업이지만 사실상 중소기업으로 봐야 한다”며 “영세업체 근로자들은 임금에 매우 민감하기 때문에 이직을 막을 방법이 없다”고 하소연했다. 이처럼 A사와 B사 같은 중견기업들이 근로시간 단축의 ‘그림자’에 놓여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300인 이상 기업으로 분류돼 근로시간 단축이 가장 먼저 시행되지만 신규 채용이 여의치 않거나 인력난에 시달리는 기업들이 많아서다. 이 때문에 정부가 이런 중견기업들에 지원책의 초점을 맞추는 한편 특단의 대책을 내놓아야 한다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A사 관계자는 “정부가 청년들이 마음 놓고 생산직에 오도록 파격적인 지원책을 내놓아야 한다”고 제안했다. 근로시간을 선제적으로 단축하면서 신규 고용에 나서는 기업에는 채용 장려금을 확대 지급하거나 4대 보험료를 대폭 감면해 주는 방안이 대표적이다. 2023년까지 폐지가 예정된 산업기능요원 병역 특례도 청년들이 군 복무 걱정 없이 장기 근속할 수 있도록 유지해야 한다고 업계는 요구하고 있다. 일각에서는 외국인 고용 규제를 한시적으로 풀어야 한다는 주장도 나온다. 현재 고용허가제로 입국하는 연간 5만여 명의 외국인 근로자는 300인 미만 중소기업만 고용할 수 있다. 전문가들은 장기적으로 청년들이 생산직이나 중견·중소기업에서도 마음 놓고 일할 수 있는 노동시장을 구축하는 게 근본 방안이라고 입을 모은다. 노민선 중소기업연구원 연구위원은 “현재 전체 고등학생 중에서 직업계고 학생이 차지하는 비율이 19%밖에 되지 않는데, 30% 이상까지 과감히 늘릴 필요가 있다”며 “중견·중소기업에 취업을 하면 5년 이상 근무 시 학위를 주는 등의 파격적인 대책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정부는 문재인 대통령의 지시에 따라 15일 내놓을 청년 일자리 대책에 직접적인 보조금 지급과 세제 혜택, 중소·중견기업 취업을 위한 인센티브 등 특단의 대책을 내놓을 것으로 보인다.유성열 기자 ryu@donga.com}

제조업체 A사는 연매출액 1조 원, 생산직 직원이 2000명인 ‘중견기업’이다. 사업체 규모로는 300인 이상인 ‘대기업’이지만, 공정거래법상 상호출자제한기업집단(자산 10조 원 이상인 대기업집단)에 속하지 않아 중견기업으로 분류된다. A사는 요즘 발등에 불이 떨어졌다. 근로시간 단축안이 국회를 통과하면서 당장 올해 7월부터 근로시간을 주 52시간으로 줄여야 한다. 몇 년 전부터 이런 상황에 대비해 근로자를 적극 채용하면서 근로시간을 주 68시간에서 55시간까지 단축해왔다. 이제 200명을 더 뽑으면 52시간에 맞출 수 있지만 간단치 않다. 신규 채용이 여의치 않아서다. 이 회사 정규직 생산직의 시급은 약 8000원이지만 상여금과 수당을 합한 초봉은 3500만 원을 넘는다. 나름 괜찮은 일자리지만 늘 인력난에 시달린다. 공장이 모두 지방에 있어 청년들이 지원을 꺼리기 때문이다. 어렵게 뽑아도 금세 나가기 일쑤다. A 사 관계자는 “월급을 아무리 많이 준다고 해도 몸을 쓰는 생산직에는 청년들이 오려고 하질 않는다”며 “차라리 도시의 커피숍에서 아르바이트를 하겠다며 사표를 내는 청년도 많다”고 말했다. A사 같은 중견기업들은 근로시간 단축에 대비할 여력이 충분하다. 신규 채용을 할 의지도 있다. 하지만 대비를 하고 싶어도 할 수 없는 게 문제다. 아무리 연봉을 많이 준다고 하더라도 지방의 공장에서 생산직으로 일하겠다는 청년이 많지 않아서다. 근로자 330명 규모의 수도권 엔지니어링 업체인 B 사도 7월부터 근로시간을 52시간에 맞춰야 한다. 이 회사의 생산직들은 최근 연쇄적으로 사표를 내고 있다. 근로시간이 줄면서 수당이 줄게 되자 월급을 더 주는 곳으로 이직하려는 근로자가 많아진 탓이다. B사의 경우 퇴직 인원을 보충하고 근로시간까지 줄이려면 30명 이상을 채용해야 하지만, 인건비 부담 때문에 결정을 내리지 못하고 있다. B사 관계자는 “우리는 근로자 규모로 보면 대기업이지만 사실상 중소기업으로 봐야 한다”며 “영세업체 근로자들은 임금에 매우 민감하기 때문에 이직을 막을 방법이 없다”고 하소연했다. 이처럼 A사와 B사와 같은 중견기업들이 근로시간 단축의 ‘그림자’에 놓여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300인 이상 대기업으로 분류돼 근로시간 단축이 가장 먼저 시행되지만, 신규채용이 여의치 않거나 인력난에 시달리는 기업들이 많아서다. 이 때문에 정부 지원책이 이런 중견기업에 초점을 맞추는 한편, 특단의 대책을 내놓아야 한다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A 사 관계자는 “청년들이 마음 놓고 생산직에 오도록 파격적인 지원책을 내놓던지, 아니면 한시적으로는 중견기업까지 외국인 근로자를 쓸 수 있도록 해야 한다”고 제안했다. 근로시간 단축안이 시행되면 제조업의 인력난이 가중되는 만큼 외국인 고용 규제를 한시적으로 풀어달라는 요구다. 현재 고용허가제로 입국하는 외국인근로자는 300인 미만 중소기업만 고용할 수 있다. 제조업, 농축산업, 어업, 건설업, 서비스업 등 5개 업종만 가능하며 올해는 약 5만6000명 규모다. 도입 인원 역시 정부가 매년 엄격히 규제한다. 최저임금(올해 시급 7530원) 산입범위 확대 역시 중견기업들에게 절실하다. 산입범위가 상여금과 수당까지 넓어지면 신규 채용으로 인한 인건비 부담을 크게 줄일 수 있다. 전문가들은 장기적으로 청년들이 생산직이나 중견·중소기업에서도 마음 놓고 일할 수 있는 노동시장을 구축하는 게 근본 방안이라고 입을 모은다. 노민선 중소기업연구원 연구위원은 “현재 전체 고등학생 중에서 직업계고 학생이 차지하는 비율이 19% 밖에 되지 않는데, 30% 이상까지 과감히 늘릴 필요가 있다”며 “중견·중소기업에 취업을 하면 세금을 감면해주거나 5년 이상 근무 시 학위를 주는 등의 파격적인 대책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유성열 기자 ryu@donga.com}
4차 산업혁명 시대가 오면 일자리가 오히려 증가할 수 있다는 정부 전망이 나왔다. 정보통신 전문가와 보건·사회복지 서비스 직종은 일자리가 급증하고 매장판매직, 단순노무직은 일자리가 대폭 감소할 것으로 전망된다. 고용노동부는 8일 열린 4차산업혁명위원회에서 ‘2016∼2030 4차 산업혁명에 따른 인력수요 전망’을 보고했다. 정부가 처음으로 내놓은 이번 전망은 지난해 3월부터 대학과 연구기관, 관련 기업의 전문가 40여 명이 함께 연구한 결과다. 보고서는 4차 산업혁명이 정점을 이룰 2030년에는 지금보다 일자리가 12만 개 증가할 것으로 예측했다. 유망 분야에서 일자리가 약 92만 개 늘고, 위기 분야에서 일자리가 약 80만 개 줄면서 노동시장 전체로는 약 12만 개의 일자리가 증가할 것이라는 분석이다. 직업별로는 보건·사회복지 서비스직과 미용·예식·의료보조의 경우 의료기술 발달에 따라 관련 산업이 성장해 일자리가 급증할 것으로 전망됐다. ‘워라밸(일과 삶의 균형)’이 확산되면서 문화·예술·스포츠 직종도 일자리가 대폭 늘어난다. 정보·통신 전문가, 공학 전문가, 과학기술 전문가 등 핵심 인력에 대한 수요도 늘어날 것으로 보인다. 반면 디지털 유통 채널이 확대되면서 매장판매직은 일자리가 급감할 것으로 예측됐다. 운전·운송 관련 직업은 자율주행 기술의 발달로, 단순노무직은 스마트 공장 등 생산 공정의 자동화로 일자리가 감소할 것으로 예상됐다. 영업직, 금융 및 보험 사무직, 건설 및 채굴 관련 기능직도 4차 산업혁명 시대에 일자리가 감소할 수 있는 직업으로 꼽혔다.유성열 기자 ryu@donga.com}
최저임금위원회가 최저임금제도 개편 합의에 실패했다. 이제 정기상여금과 복지수당(교통비, 식대 등)의 최저임금 산입 범위(산정 기준) 포함 여부는 국회와 정부가 바통을 넘겨받아 논의할 예정이다. 최저임금제도 개편 소위원회는 6일 오후 2시부터 7일 새벽까지 밤샘 협상을 진행했지만 합의에 실패했다. 이에 따라 국회 환경노동위원회는 16일 법안심사 소위를 열고 최저임금제도 개편 심의에 들어갈 예정이다. 협상 결렬은 핵심 쟁점인 정기상여금과 복지수당의 산입 범위 포함 여부를 두고 노동계와 경영계가 의견 차를 좁히지 못한 탓이다. 현재 최저임금 산입 범위에는 기본급과 직무·직책수당 등 매달 1회 이상 정기적으로 지급되는 임금만 포함된다. 상여금과 초과근로수당, 복지수당 등은 최저임금에 포함되지 않는다. 이에 경영계는 정기상여금과 복지수당을 산입 범위에 포함시켜야 한다고 주장해 왔다. 산입 범위가 이렇게 넓어지면 최저임금 인상으로 인한 인건비 부담을 다소 덜 수 있다. 하지만 노동계는 “최저임금 인상을 무력화하려는 꼼수”라고 주장하며 강력히 반대해 왔다. 이날 협상 역시 양측의 주장이 평행선을 달렸다. 이에 따라 지난해 12월 최저임금위 전문가 태스크포스(TF)가 내놓은 ‘대안’이 국회 논의의 기준점이 될 것으로 전망된다. 당시 전문가들은 매달 지급하는 상여금만 산입 범위에 포함하되 상여금의 지급 주기를 ‘1개월’로 변경하는 것도 가능하다는 의견을 내놨다. 상여금을 3개월(분기)마다 300만 원씩 연간 1200만 원으로 지급하던 회사가 매달 100만 원씩 지급하는 것으로 주기를 바꾸면 산입 범위에 포함할 수 있다는 얘기다. 다만 복지수당에 대해서는 TF 내에서도 논란이 해소되지 않아 통일된 의견을 내놓지 못했다. 하지만 노사 모두 전문가 안을 반대하고 있고, 국회와 정부가 이 안을 수용할 경우 노동계가 사회적 대화 파기 등 전면 투쟁에 나설 가능성이 있다는 점이 변수다. 6월 지방선거를 앞둔 국회가 논의를 제대로 진행할 수 있을지도 미지수다.유성열 기자 ryu@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