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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크라이나가 전략적 요충지인 남부 헤르손을 8개월 만에 러시아군으로부터 되찾았지만 난방, 수도, 전기, 통신 등 도시의 주요 기반 시설이 모두 파괴된 것으로 드러났다고 미국 CNN 등이 13일 전했다. 재건 작업에도 상당한 시간이 걸릴 것으로 보여 겨울철을 앞둔 헤르손 주민이 생존 위협에 처했다는 우려가 나온다. 야로슬라우 야누셰비치 헤르손 주지사에 따르면 러시아군은 철수 당시 1km가 넘는 전선을 폭파했다. 기지국의 부품들을 빼앗아 달아나 현재 전기와 통신이 제대로 공급되지 않는 실정이다. 이 일대의 발전 체계에 필수적인 카호우카 댐의 상황도 좋지 않다. 포격 피해로 수문 3곳에서 물이 새어 나와 수도 및 난방을 공급하는 데 차질을 빚고 있다. 로만 골로우냐 헤르손 시장 고문은 “사실상 물 공급이 이뤄지지 않고 있다. 의료품과 식량 공급이 부족하며 전기도 없다”고 했다. 러시아군의 전쟁 범죄도 드러나고 있다. 볼로디미르 젤렌스키 우크라이나 대통령은 13일 연설에서 “400건이 넘는 전쟁 범죄가 확인됐다. 주민과 병사들의 시신 또한 대량 발견됐다”고 밝혔다. 러시아군이 남기고 간 폭발물도 도시 곳곳에서 발견되고 있다. 우크라이나군은 헤르손 일대에서 현재까지 지뢰 및 부비트랩 등을 포함해 총 2000개의 폭발물을 제거했다. 그 과정에서 사상자 5명이 발생했다. 헤르손은 2014년 러시아가 강제병합한 우크라이나 남부 크림반도, 친러 세력이 많은 우크라이나 동부 돈바스를 잇는 전략적 요충지다. 러시아 내부에서는 블라디미르 푸틴 대통령의 최측근조차 요충지를 뺏긴 러시아군과 푸틴 대통령을 비판하고 있다. 미 뉴욕타임스(NYT) 등에 따르면 한때 ‘푸틴의 철학자’로 불렸던 극우 사상가 알렉산드르 두긴은 13일 “절대 권력자의 임무는 자신의 통제하에 있는 사람과 영토를 지키는 것”이라며 “그렇지 않으면 ‘비의 왕’ 같은 운명이 기다릴 것”이라고 푸틴 대통령을 정면으로 비판했다. ‘비의 왕’은 계속되는 가뭄으로 국민 고통이 심해질 때 비를 맞이하지 못한 왕이 살해당했다는 고대 설화에서 기인한 개념이다. 이채완 기자 chaewani@donga.com}

공항 터미널에 갇혀 장기간 생활한 남성의 이야기를 그린 스티븐 스필버그 감독, 톰 행크스 주연의 할리우드 영화 ‘터미널’(2004년)의 모티브가 됐던 인물이 프랑스 파리 공항에서 심장마비로 별세했다. 향년 77세. 미국 워싱턴포스트(WP), CNN 등에 따르면 이란 출신의 메란 카리미 나세리는 12일(현지 시간) 파리 샤를드골공항 제2터미널에서 숨을 거뒀다. 나세리는 1988∼2006년 18년간 이 공항에 머물렀다. 그는 2006년 공항을 떠나 요양원에 머물다 올해 9월 다시 공항으로 돌아온 것으로 알려졌다. 그는 1945년 이란인 아버지와 영국인 어머니 사이에서 태어났다. 그는 1977년 이란에서 왕정 반대 시위를 주도하다 여권 없이 추방됐다고 주장해 왔다. 이란에서 추방된 나세리는 벨기에 등지에서 10년 가까이 살며 유럽 각국에 정치적 망명을 신청했으나 거부당했다. 1986년 유엔난민기구(UNHCR)로부터 난민 지위를 부여받은 뒤 프랑스 파리를 거쳐 영국 런던으로 입국하려 했으나 난민 관련 서류를 분실해 불허됐다. 나세르는 다시 파리로 돌려보내졌고, 프랑스 경찰은 그의 국적을 확인할 방법이 없어 추방하지 못했다. 1988년 8월, 나세르는 벨기에로 돌아가는 대신 파리 샤를드골공항 제1터미널에 남는 것을 택했다. 그는 ‘알프레드 경’이라는 애칭으로 불리며 공항 직원과 승객들 사이에서 유명인이 됐다. 터미널 내 빨간 플라스틱 벤치에서 잠을 잤고, 공항 직원들의 도움으로 직원 시설에서 샤워를 했다. 나세리는 일기를 쓰거나 공항에 비치된 잡지를 읽고, 지나가는 여행객을 관찰하며 시간을 보냈다고 한다. 그는 1999년 프랑스로부터 난민 지위를 인정받은 뒤에도 공항에 계속 머물렀다. 공항 직원들은 그가 공항에 장기간 머물며 정신 상태가 온전치 않았다고 전했다. 당시 의료진은 “그가 (공항에서) 화석이 되었다”고 했고, 매표소 직원은 그를 ‘외부에서 살 능력이 없는 죄수’에 비유하기도 했다. 그의 변호사였던 크리스티앙 브루게는 “그는 공항에서 떠나는 것을 두려워한다”고 했다. 나세리는 2006년 건강 악화로 입원 치료가 필요해 공항을 떠났다. 나세리가 공항터미널에 머물며 쓴 일기를 엮어 2004년 출간한 책 ‘터미널 맨(The Terminal Man)’은 같은 해 할리우드 영화 ‘터미널’의 원작이 됐다. 그는 판권으로 수십만 달러를 받은 것으로 알려졌다. 공항 관계자는 “그는 요양원에 머물다 올해 9월 중순부터 공항에 돌아와 다시 노숙을 했다”며 “공항 공동체 전체가 그에게 애착을 느꼈고 돌아온 그를 최대한 보살폈다”고 했다. 사망 당시 그의 수중엔 현금 수천 유로(수백만 원)가 있었다.이채완 기자 chaewani@donga.com}

공항 터미널에 갇혀 장기간 생활한 남성의 이야기를 그린 스티븐 스필버그 감독, 톰 행크스 주연의 할리우드 영화 ‘터미널(2004)’의 모티브가 됐던 인물이 프랑스 파리 공항에서 심장마비로 별세했다. 향년 77세. 미국 워싱턴포스트(WP), CNN 등에 따르면 이란 출신의 메헤란 카리미 나세리는 12일(현지 시간) 파리 샤를드골공항 제2터미널에서 숨을 거뒀다. 나세리는 1988년~2006년까지 18년간 이 공항에 머물렀다. 그는 2006년 공항을 떠나 요양원에 머물다 올해 9월 다시 공항으로 돌아온 것으로 알려졌다. 그는 1945년 이란인 아버지와 영국인 어머니 사이에서 태어났다. 그는 1977년 이란에서 왕정 반대 시위를 주도하다 여권 없이 추방됐다고 주장해왔다. 이란에서 추방된 나세리는 벨기에 등지에서 10년 가까이 살며 유럽 각국에 정치적 망명을 신청했으나 거부당했다. 1986년 유엔난민기구(UNHCR)로부터 난민 지위를 부여받은 뒤 프랑스 파리를 거쳐 영국 런던으로 입국하려 했으나 난민 관련 서류를 분실해 불허됐다. 나세르는 다시 파리로 돌려보내졌고, 프랑스 경찰은 그의 국적을 확인할 방법이 없어 추방하지 못했다. 1988년 8월, 나세르는 벨기에로 돌아가는 대신 파리 샤를드골 공항 제1터미널에 남는 것을 택했다. 그는 ‘알프레드 경’이라는 애칭으로 불리며 공항 직원과 승객들 사이에서 유명인이 됐다. 터미널 내 빨간 플라스틱 벤치에서 잠을 잤고, 공항 직원들의 도움으로 직원 시설에서 샤워를 했다. 나세리는 일기를 쓰거나 공항에 비치된 잡지를 읽고, 지나가는 여행객을 관찰하며 시간을 보냈다고 한다. 그는 1999년 프랑스로부터 난민 지위를 인정받은 뒤에도 공항에 계속 머물렀다. 공항 직원들은 그가 공항에 장기간 머물며 정신 상태가 온전치 않았다고 전했다. 당시 의료진은 “그가 (공항에서) 화석이 되었다”고 했고, 매표소 직원은 그를 ‘외부에서 살 능력이 없는 죄수’에 비유하기도 했다. 그의 변호사였던 크리스티안 부르게는 “그는 공항에서 떠나는 것을 두려워한다”고 했다. 나세리는 2006년 건강 악화로 입원 치료가 필요해 공항을 떠났다. 나세리가 공항터미널에 머물며 쓴 일기를 엮어 2004년 출간한 책 ‘터미널 맨(The Terminal Man)’은 같은 해 할리우드 영화 ‘터미널’의 원작이 됐다. 그는 판권으로 수십만 달러를 받은 것으로 알려졌다. 공항 관계자는 “그는 요양원에 머물다 올해 9월 중순부터 공항에 돌아와 다시 노숙을 했다”며 “공항 공동체 전체가 그에게 애착을 느꼈고 돌아온 그를 최대한 보살폈다”고 했다. 사망 당시 그의 수중엔 현금 수천 유로(수백만원)가 있었다.이채완기자 chaewani@donga.com}

거래량 기준 세계 3위였던 미국계 가상자산 거래소 FTX가 파산 위기에 놓였다. FTX가 최대 80억 달러(약 11조 원)의 유동성 위기를 맞자 세계 1위인 중국계 가상자산 거래소 바이낸스가 8일 나서 FTX의 미국 외 해외 법인을 인수하겠다고 밝혔다가 9일 돌연 인수를 철회했다. 이로 인해 비트코인 가격이 대폭락하는 등 가상화폐 시장 전반에 충격이 확산되고 있다. 뉴욕타임스(NYT)는 “가상화폐 세계의 ‘리먼브러더스 파산’과 같은 파장이 이어질 수 있다”고 보도했다. 제2의 ‘테라·루나 사태’라는 진단도 제기된다. 리먼브러더스 파산 사태는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를 촉발했다. ○ 미국인-중국계 코인 거물 간 갈등9일(현지 시간) 블룸버그통신에 따르면 FTX의 최고경영자(CEO)인 샘 뱅크먼프리드는 최근 ‘FTX닷컴’ 투자자들에게 추가 현금 투자가 없다면 회사는 파산 신청을 할 수밖에 없다고 했다. 최대 80억 달러가 부족한 상황이라며 당장 40억 달러(약 5조5000억 원)가 필요하다고 말한 것으로 알려졌다. 미국 가상자산 거래소인 FTX는 최근까지 기업 가치 320억 달러(약 44조 원)로 평가받던 회사다. 하지만 5일 FTX와 별개 회사지만 뱅크먼프리드가 창업한 헤지펀드 ‘알라메다 리서치’가 FTX 자체 코인(FTT)으로 자산 부풀리기를 했다는 폭로가 나왔다. 투자자들이 동요하는 사이 뱅크먼프리드와 함께 세계 1위 가상자산 업체 바이낸스의 창업자 자오창펑(45)이 자신이 보유한 FTT 5억8000만 달러(약 8000억 원)어치를 한 번에 팔아버린 사실이 트위터에 공개됐다. 뱅크런(고객이 코인을 한꺼번에 인출)이 시작되며 FTX의 유동성 위기가 커졌다. 바이낸스는 FTX의 해외 법인을 인수하겠다고 밝혔다가 “기업 실사 결과 FTX는 우리가 통제하거나 도움을 줄 수 있는 범위를 벗어났다”며 발을 뺐다. 이는 FTX의 파산 위기 가능성을 시사해 가상화폐 시장에서 신뢰도 추락으로 이어졌다. 미국 가상자산 전문 매체인 코인데스크에 따르면 시가총액 기준 전 세계 최대 규모인 비트코인은 10일 장중 1만6000달러 아래로 떨어졌다. 시총 2위 이더리움도 11% 넘게 급락하며 1200달러 선이 무너졌다. FTX가 발행하는 코인 FTT는 8일 80% 급락한 데 이어 9일 40% 이상 떨어졌다. 미국 최대 은행 JP모건은 비트코인 가격이 1만3000달러까지 떨어질 것이라고 전망했다. NYT와 블룸버그통신은 이번 대폭락 사태에 중국계 캐나다인인 자오창펑과 미국인인 뱅크먼프리드 간 갈등이 있다고 전했다. 미국 의회의 가상화폐 산업 규제에 협조적인 뱅크먼프리드와 규제에 반발해온 자오창펑은 최근 몇 달 동안 이를 둘러싸고 온라인에서 설전을 벌여 왔다. FTX의 유동성 위기로 이어진 자오창펑의 급작스러운 FTT 처분도 이런 갈등 때문이라는 것이다. 가상화폐 업계에선 1위 중국계 바이낸스가 빠르게 성장하던 미국계 FTX를 공격한 것이라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비트코인 1만3000달러까지 떨어질 것” NYT는 이번 사태가 리먼브러더스 파산 사태의 판박이가 될 수 있다고 분석했다. 월가 투자은행들이 얼마나 형편없이 부실 담보로 위험을 퍼뜨리고 있었는지 알게 해준 사건이 리먼 사태였듯 FTX 사태도 가상화폐 시장의 부실 실태를 보여준다는 것이다. FTX 사태의 파장이 가상화폐 시장을 넘어 이미 자금줄이 마르고 있는 금융시장 전반으로 확산될 가능성도 작지 않다. 국내 주요 코인 거래소는 10일 “각 거래소에 맡긴 현금과 자산은 안전히 보관되고 있으며 지급 불능 사태로 이어지지 않으니 안심하길 바란다”고 강조했다.뉴욕=김현수 특파원 kimhs@donga.com이채완 기자 chaewani@donga.com김자현 기자 zion37@donga.com}

올 6월 미국 주술사 듀렉 베럿(48)과 약혼한 메르타 루이스 노르웨이 공주(51)가 약혼자의 사업에 왕실 직함을 이용한다는 비판이 커지자 왕실의 공식 업무를 중단하기로 했다. 그는 하랄 5세 국왕의 1남 1녀 중 장녀다. 남동생 호콘 왕세자, 호콘 왕세자의 두 자녀에 이은 왕위 계승 서열 4위다. 영국 BBC 등에 따르면 8일(현지 시간) 노르웨이 왕실은 성명을 내고 “공주가 더 이상 왕실을 대표하는 업무를 하지 않는다”며 그의 상업 활동과 왕실을 명확히 구분하기 위해서라고 밝혔다. 다만 공주 직함은 그대로 유지한다고 덧붙였다. 메르타 루이스 공주는 첫 결혼에서 세 자녀를 둔 후 이혼했다. 이후 베럿을 만나 약혼 전부터 논란에 휩싸였다. 베럿은 자신이 죽었다가 살아났으며 암도 선택해서 걸릴 수 있다는 비상식적인 주장을 해왔다. 둘은 약혼 전인 2019년부터 ‘공주와 무속인’을 주제로 세계 곳곳에서 순회강연을 열었다. 돈벌이를 위해 왕실 이름을 함부로 사용한다는 비판이 끊이지 않았다. 이와 별도로 메르타 루이스 공주는 과거 ‘천사와의 접촉을 돕는다’고 주장하는 기관을 설립한 적도 있다.이채완 기자 chaewani@donga.com}

올 6월 미국 주술사 듀렉 베렛(48)과 약혼한 마르타 노르웨이 공주(51)가 약혼자의 사업에 왕실 직함을 이용한다는 비판이 커지자 왕실의 공식 업무를 중단하기로 했다. 그는 하랄 5세 국왕의 1남 1녀 중 장녀다. 남동생 호콘 왕자, 호콘 왕자의 두 자녀에 이은 왕위 계승 서열 4위다. 영국 BBC 등에 따르면 8일(현지 시간) 노르웨이 왕실은 성명을 내고 “공주가 더 이상 왕실을 대표하는 업무를 하지 않는다”며 그의 상업 활동과 왕실을 명확히 구분하기 위해서라고 밝혔다. 다만 공주 직함은 그대로 유지한다고 덧붙였다. 마르타 공주는 첫 결혼에서 세 자녀를 둔 후 이혼했다. 이후 베렛을 만나 약혼 전부터 논란에 휩싸였다. 베렛은 자신이 죽었다가 살아났으며 암도 선택해서 걸릴 수 있다는 비상식적인 주장을 해왔다. 기네스 팰트로 등 유명 배우들 또한 자신을 따른다고 주장하고 있다. 둘은 약혼 전인 2019년부터 ‘공주와 무속인’을 주제로 세계 곳곳에서 순회 강연을 열었다. 돈벌이를 위해 왕실 이름을 함부로 사용한다는 비판이 끊이지 않았다. 이와 별도로 마르타 공주는 과거 ‘천사와의 접촉을 돕는다’고 주장하는 기관을 설립한 적도 있다.이채완 기자 chaewani@donga.com}

6일(현지 시간) 태국 수도 방콕에서 약 100km 떨어진 관광도시 파타야의 중심가를 걷던 중 한 상점 간판이 눈에 들어왔다. ‘프리미엄 유기농 대마초’라는 한글 열 글자가 쓰여 있었다. 낯선 간판 앞에서 당혹스러워하는 기자에게 인근 상점 직원이 말을 걸어왔다. “대마초 한 봉지에 50밧(약 1860원)이에요. 몸이 편안해지는(chill) 대마를 찾으세요?” 점원은 조그만 대마초 봉지를 기자에게 들이밀었다. 그의 가게는 한쪽 창구에선 코코넛 주스를, 다른 창구에선 대마초를 3g씩 소분해 팔고 있었다. 그는 대마초 모양의 초록색 잎사귀가 군데군데 그려진 가게 앞에서 관광객들에게 대마초 봉지를 펼쳐 보이고 있었다. 20, 30대로 보이는 한국인 관광객 2명이 신기한 듯 가게 안을 살펴보며 대화를 나눴다. “50밧밖에 안 해?” “엄청 싸네.” ○ 물·치약·국수 등 일상에 스며든 대마태국은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으로 붕괴된 관광 사업 등을 활성화한다는 명목으로 6월부터 대마를 마약류에서 제외하고, 가정 재배도 허용했다. 태국 정부는 향정신성 화학물질인 테트라하이드로카나비놀(THC)을 0.2% 이하로 함유한 의료용 대마의 생산 및 소비만 허용한다고 하지만 태국마약청에 따르면 태국에서 재배되는 대마의 95%는 이 수치에 미달해 사실상 제한이 없다. 대마가 합법화된 지 5개월쯤 지난 요즘 파타야에는 대마초가 일상 곳곳에 스며들어 있었다. 편의점과 약국, 대형마트 등에서 대마가 함유된 물과 버블티 등 음료수, 대마 치약, 면에 대마 잎을 얹어 먹는 대마 국수 등 다양한 제품이 판매되고 있었다. 한 대형마트 입구에는 대마가 들어간 커피를 파는 자판기도 있었다. 한 잔에 20밧(약 740원)씩 모카, 라테, 에스프레소 등이 종류별로 갖춰져 있었다. ‘18세 이상만 구입 가능하다’는 안내문이 있었지만 신분증을 확인하는 직원은 없었다. 자녀와 함께 이달 파타야를 방문한 한국인 A 씨(51)는 “식당에서 국수를 주문하면서 ‘여기 대마 들어 있냐고 물어봤다. 음식이며 커피, 물에도 대마를 넣는다고 하니 걱정이 됐다. 아이들과 함께 (태국에) 와도 될까 의문이 들었다”고 말했다. 파타야에 거주하는 교민 B 씨는 “파타야 나이트클럽 주변에 환각 상태의 젊은 한국인들이 많다고 들었다. 처음엔 물담배 같은 데 대마를 넣어 피우다가 결국 일반 마약까지 하게 된다고 한다”고 전했다. 그는 “요즘 태국 경찰이 음주운전은 단속해도 마약 단속은 안 한다. 예전엔 경찰이 운전자 눈빛이 이상하면 차를 세웠는데 이제 그런 것도 없어졌다”고 했다. 또 다른 교민 C 씨(46)는 같은 직장에 근무하는 현지인 동료로부터 대마초 모종을 권유받았다. “그 직원이 ‘한 개 줄까’ 하면서 대마초 모종을 건네더군요. 마당에서 대마를 키우는데 심으면 일주일이면 잎이 난다더라고요.”○ ‘입문용 마약’ 대마에 한국인 무방비 노출태국이 적극적으로 관광객 유치에 나서면서 한국인들이 대마에 무방비로 노출될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한국관광공사에 따르면 올 1∼7월 한국인 관광객 11만5000여 명이 태국을 방문했다. 전문가들은 대마초가 일종의 ‘입문용 마약’이라며 해외에서 마약을 처음 접한 뒤 중독성이 더 강한 필로폰 등에 의존하는 마약 중독자가 되는 경우가 많다고 지적한다. 마약 범죄 전문가인 박진실 변호사는 “해외여행을 가서 호기심에 마약을 접한 사람들이 귀국 후 다크웹 텔레그램 등으로 쉽게 마약을 구한다. 그러다 상습범이 돼 결국 꼬리가 잡힌다”고 했다. 전경수 한국마약범죄학회장은 “대마초도 환각성과 내성이 강해 결국 중독이 된다”며 “태국산 대마는 마약으로 가는 게이트웨이”라고 했다. 외국에서 호기심에라도 대마를 흡연하거나 섭취한 경우 귀국 후 처벌 대상이 된다. 마약류 관리에 관한 법률에 따라 단순 투약은 5년 이하의 징역 또는 5000만 원 이하의 벌금형에 처한다. 대마를 수입하거나 수입할 목적으로 소지·소유한 경우 무기 또는 5년 이상의 징역형에 처할 수 있다. 박 변호사는 “한국인이 태국 등 대마가 합법인 국가로 출국하는 경우 현지에서 주의할 사항과 대마 이용 또는 소지 시 처벌받는다는 점 등에 대한 사전 교육을 강화해야 한다”고 말했다.파타야=이채완 기자 chaewani@donga.com}

미국 정부는 국가 기밀 같은 민감한 자료가 언론에 유출되더라도 극히 일부 상황을 제외하고는 언론사나 언론인의 취재 정보를 수집할 수 없도록 했다. 뉴욕타임스(NYT)에 따르면 메릭 갈런드 미 법무장관은 26일(현지 시간) 연방 수사당국이 언론인 e메일을 포함한 통신 기록 조회, 취재 메모 압수, 증언 확보 등을 위한 영장이나 소환장, 법원 명령 활용을 금지하는 규정을 신설했다고 밝혔다. 수사를 위해 언론인이 취재원에 대해 증언하거나 취재 정보를 제출하도록 할 수 없게 한 것이다. 이로써 수사 당국은 언론인이 취재와 무관한 일로 조사받는 경우, 외국 정부 요원이나 테러 조직 일원으로 간주되는 경우, 사망이나 심각한 상해로부터 보호해야 하는 경우 등을 제외하고는 언론인 취재 정보를 압수할 수 없게 된다. 갈런드 장관은 “자유롭고 독립적인 언론은 민주주의 수호에 결정적인 역할을 한다”며 “이번 규정은 취재 보도 행위를 불합리하게 훼손할 수 있는 법적 조치로부터 언론인을 보호하기 위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다만 이번 규정이 보호하는 취재 행위에는 침입, 절도, 컴퓨터 해킹, 불법적 감시 또는 감청, 뇌물 수수, 범죄 행위 방조나 공모 같은 불법행위는 포함되지 않는다. 법무부는 취재 행위를 “기밀 정보를 포함해 언론인이 공공 목적으로 정보를 수집, 추적 또는 획득하는 과정”이라고 정의했다. 이번 규정은 지난해 7월 조 바이든 행정부에서 임시로 만든 ‘언론인 통신 기록 및 자료 수집 제한’ 규정을 더 넓힌 것이다. 바이든 행정부는 도널드 트럼프 행정부가 비밀리에 기자 관련 자료를 수집한 사실이 드러나자 시정을 약속한 바 있다. 당시 갈런드 장관은 연방 검사들에게 보낸 메모에서 “기존 (언론 사찰) 정책은 언론인이 취재원 공개를 강요받지 않고 보호한다는 국가 이익에 부합하지 않는다”고 밝혔다. NYT는 수사 당국이 비밀리에 기자 관련 자료를 압수하거나 취재원을 기소하는 것은 극히 이례적인 일이었지만 2005년 조지 W 부시 2기 행정부 출범 이후부터 언론인 기록 압수가 빈번해졌으며 특히 트럼프 행정부 때 활발해졌다고 지적했다. 아서 그레그 설즈버거 NYT 발행인은 “언론인이 법정 공방에 대한 두려움 없이 대중에게 정보를 전달할 수 있도록 한 법무부에 박수를 보낸다”고 밝혔다. 프레드 라이언 미 워싱턴포스트(WP) 발행인은 이날 게재한 사설에서 “법무부가 수정헌법 1조와 민주주의를 옹호하는 결정을 내렸다”고 말했다.이채완 기자 chaewani@donga.com}

미국 정부는 국가 기밀 같은 민감한 자료가 언론에 유출되더라도 극히 일부 상황을 제외하고는 언론사나 언론인의 취재 정보를 수집할 수 없도록 했다. 뉴욕타임스(NYT)에 따르면 메릭 갤런드 미 법무장관은 26일(현지 시간) 성명을 내고 연방 수사당국이 언론인 e메일을 포함한 통신 기록 조회, 취재 메모 압수, 증언 확보 등을 위한 영장이나 소환장, 법원 명령을 금지하는 규정을 신설했다고 밝혔다. 수사를 위해 언론인이 취재원에 대해 증언하거나 취재 정보를 제출하도록 할 수 없게 한 것이다. 이로써 수사 당국은 언론인이 취재와 무관한 일로 조사받는 경우, 외국 정부 요원이나 테러 조직 일원으로 간주되는 경우, 사망이나 심각한 상해로부터 보호해야 하는 경우 등을 제외하고는 언론인 취재 정보를 압수할 수 없게 된다. 갤런드 장관은 “자유롭고 독립적인 언론은 민주주의 수호에 결정적인 역할을 한다”며 “이번 규정은 취재 보도 행위를 불합리하게 훼손할 수 있는 법적 조치로부터 언론인을 보호하기 위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다만 이번 규정이 보호하는 취재 행위에는 침입, 절도, 컴퓨터 해킹, 불법적 감시 또는 감청, 뇌물 수수, 범죄 행위 방조나 공모 같은 불법행위는 포함되지 않는다. 법무부는 취재 행위를 “기밀 정보를 포함해 언론인이 공공 목적으로 정보를 수집, 추적 또는 획득하는 과정”이라고 정의했다. 이번 규정은 지난해 7월 조 바이든 행정부에서 임시로 만든 ‘언론인 통신 기록 및 자료 수집 제한’ 규정을 더 넓힌 것이다. 바이든 행정부는 도널드 트럼프 행정부가 비밀리에 기자 관련 자료를 수집한 사실이 드러나자 시정을 약속한 바 있다. 당시 갤런드 장관은 연방 검사들에게 보낸 메모에서 “기존 (언론 사찰) 정책은 언론인이 취재원 공개를 강요받지 않고 보호한다는 국가 이익에 부합하지 않는다”고 밝혔다. NYT는 수사 당국이 비밀리에 기자 관련 자료를 압수하거나 취재원을 기소하는 것은 극히 이례적인 일이었지만 2005년 조지 W. 부시 2기 행정부 출범 이후부터 언론인 기록 압수가 빈번해졌으며 특히 트럼프 행정부 때 활발해졌다고 지적했다. 아서 그레그 설즈버거 NYT 발행인은 “언론인이 법정 공방에 대한 두려움 없이 대중에게 정보를 전달할 수 있도록 한 법무부에 박수를 보낸다”고 밝혔다. 프레드 라이언 미 워싱턴포스트(WP) 발행인은 이날 게재한 사설에서 “법무부가 수정헌법 1조와 민주주의를 옹호하는 결정을 내렸다”고 말했다.이채완 기자 chaewani@donga.com}

버락 오바마 미국 행정부 시절인 2016년 7월 한국에 사드(THAAD·고고도미사일방어체계) 배치를 결정한 애슈턴 카터 전 미 국방장관(사진)이 갑작스러운 심장 질환으로 24일(현지 시간) 별세했다. 향년 68세. 한국을 수차례 찾았고 북한 방문 경험도 있는 ‘한반도통’이다. 2015년 2월∼2017년 1월 장관으로 재직한 그는 북핵 위협에 대처하기 위해서라도 사드가 필요하다는 뜻을 거듭 강조했다. 그는 중국이 사드 배치 움직임에 거세게 반발하던 2016년 3월 미 의회에 출석해 “북한의 전방위 미사일 위협으로부터 한반도 전역을 방어해야 한다”고 했다. 북한의 대륙간탄도미사일(ICBM) 위협이 고조됐던 2017년 1월에는 “필요하면 북한 미사일을 격추하겠다”는 강경 발언도 내놓았다. 취임 첫해인 2015년에는 전투 병과를 포함한 미군 내 모든 직위를 여성에게 개방했다. 다음 해 성전환자(트랜스젠더)의 군 복무도 허용하는 등 미군의 다양성 증진에 기여했다는 평을 받고 있다. 오바마 행정부의 부통령이었던 조 바이든 미 대통령은 25일 “핵 억제, 핵무기 확산 방지, 알카에다 및 이슬람국가(IS)와의 싸움까지 우리 시대의 주요 국가안보 의제에서 지도자였다”고 추모했다. 이채완 기자 chaewani@donga.com}

러시아가 26일(현지 시간) 핵 타격 훈련을 내세워 3대 핵전력인 대륙간탄도미사일(ICBM), 잠수함탄도미사일(SLBM), 전략핵폭격기 탑재 미사일을 동시 다발적으로 발사했다. 러시아는 북대서양조약기구(NATO·나토)가 핵 억지 훈련을 벌이고 있는 와중에 핵 탑재 가능 미사일을 발사해 핵 위기를 극도로 고조시켰다. 러시아 타스통신 등에 따르면 크렘린궁은 26일 블라디미르 푸틴 대통령이 영상으로 참관한 가운데 정례 핵 타격 훈련을 실시했다고 밝혔다. 러시아군은 모스크바에서 800km 떨어진 플레세츠크 우주기지에서 ICBM인 야르스를 발사했다. 북극해 바렌츠해에선 전략핵잠수함인 툴라에서 SLBM인 시네바를 발사했다. 러시아의 대표 전략폭격기인 Tu-95MS 2대도 출격해 순항미사일을 발사했다. 러시아의 핵 훈련은 우크라이나 침공 직전인 2월 19일 이후 약 8개월 만이다.핵훈련 푸틴 “충돌 가능성 높아”… 바이든 “전술핵 쓰면 심각한 실수” 전쟁 8개월만에 핵훈련러, 나토의 핵 억지 연습에 맞불… 육해공서 동시다발 핵 무력시위EU, 우크라 재건 ‘新마셜플랜’ 촉구, “피해 500조… 韓-日 등 동참 필요” 대륙간탄도미사일(ICBM) 잠수함발사탄도미사일(SLBM) 전략핵폭격기 탑재 미사일 등 3대 핵전력을 총동원한 러시아의 이번 핵 타격 훈련은 북대서양조약기구(NATO·나토)가 러시아의 핵무기 사용에 대비해 연례 핵 억지 연습을 진행하던 상황에서 실시됐다. 특히 26일 3대 핵전력 미사일을 발사하는 장면을 화상으로 지켜본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은 “세계와 이 지역에서 잠재적인 충돌 가능성이 높다”고 말했다고 러시아 리아노보스티통신이 보도했다. 그동안 수차례 핵무기 사용 가능성을 내비친 푸틴 대통령이 본격적인 핵전쟁 준비에 착수한 것 아니냐는 우려도 커지고 있다. 최근 러시아가 우크라이나군의 ‘더티봄(dirty bomb·재래식 폭탄에 방사성물질을 결합한 무기)’ 사용 가능성을 주장하는 것도 핵무기 사용의 명분을 만들기 위한 ‘가짜 깃발’ 작전일 가능성이 있다고 서방은 보고 있다. ○ 러 국방장관 “핵 공격 위한 훈련 진행”러시아는 육상과 해상, 공중에서 핵전쟁 훈련인 ‘그롬(Grom·우레)’을 진행해 미사일이 모두 목표에 도달했다고 밝혔다. 세르게이 쇼이구 국방장관은 “적의 핵 공격에 대응해 대규모 핵 공격을 가하기 위한 훈련을 진행했다”고 말했다. 러시아 국방부는 ICBM인 야르스, SLBM인 시네바뿐만 아니라 극초음속 미사일인 킨잘과 지르콘, 이스칸데르 전술 탄도·순항 미사일 등 발사 장면 영상을 공개했다. Tu-95 전략 폭격기, 미그-31 전투기, 카렐리아 잠수함 등의 모습도 함께 공개했다. 푸틴 대통령은 크렘린궁 상황실에서 영상을 통해 발레리 게라시모프 러시아군 총참모장의 보고를 받으며 훈련을 참관했다. 서방 국가들은 러시아가 최근 집요하게 우크라이나의 ‘더티봄’ 사용 가능성을 제기하는 것은 러시아가 더티봄을 투하해 놓고 우크라이나의 소행으로 몰아가려는 ‘가짜 깃발’ 작전이라는 시각이 많다. 이를 통해 핵무기 사용 명분을 만들려 한다는 것이다. 드미트리 페스코프 러시아 대통령 대변인은 이날 “우크라이나가 파괴적 테러 행위를 준비하고 있다는 증거를 갖고 있다”며 “세계의 관심을 끌기 위해 강력한 조치를 취할 것”이라고 말했다. ‘그롬’은 러시아군이 매년 10월 실시해 온 정례 훈련이긴 하지만 나토의 핵 억지 연습인 ‘스테드패스트 눈(Steadfast Noon)’에 맞불을 놓으며 우크라이나를 상대로 강력한 조치를 하겠다고 공언한 점 등을 고려할 때 핵 위기가 높아졌다는 분석이 많다. 이런 가운데 러시아 해역에서 최근 의문의 수중 폭발까지 감지되면서 위기감이 커지고 있다. 핀란드 헬싱키대 지진학연구소는 지난주 발트해에 있는 러시아 해역에서 5건의 수중 폭발을 감지했다며 “지진 활동이 아니라 폭발에 의한 것이 분명하다”고 밝혔다. 러시아는 스웨덴과 핀란드가 나토에 가입할 경우 발트해에 핵무기를 배치하겠다고 경고해 왔다.○ 바이든 “러 핵무기 사용은 심각한 실수”미국은 러시아의 핵전쟁 움직임에 대해 거듭 경고하고 나섰다. 패트릭 라이더 미 국방부 대변인은 25일 브리핑에서 ‘러시아로부터 그롬 훈련 통보를 받았느냐’는 질문에 “받았다”면서 “연례적인 훈련이지만 주시할 것”이라고 말했다. 조 바이든 대통령은 이날 “러시아가 전술핵무기를 사용한다면 믿을 수 없을 만큼 심각한 실수가 될 것”이라고 경고했다. 서방 국가들은 우크라이나 재건 논의 착수를 촉구했다. 우르줄라 폰데어라이엔 유럽연합(EU) 집행위원장은 25일 EU 집행위와 주요 7개국(G7) 의장국인 독일이 공동 주최한 국제 콘퍼런스에서 ‘우크라이나 피해 규모가 3500억 유로(약 496조 원)에 달한다’는 세계은행의 추산을 언급하며 한국과 일본 등의 동참을 호소했다. 올라프 숄츠 독일 총리도 “관건은 21세기를 위한 새로운 마셜 플랜을 마련하는 것”이라고 강조했다. 카이로=강성휘 특파원 yolo@donga.com이채완 기자 chaewani@donga.com}

사실상 1인 독재 시대를 연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 3연임에 대한 시장의 반응은 ‘공포’였다. ‘시진핑 리스크’ 우려 속에 시장은 황급히 중국 관련 주식, 채권에서 발을 뺐다. ‘차이나 런(중국 회피·차이나와 뱅크런의 합성어)’이 시작됐다는 분석이 나온다. 20차 중국공산당 전국대표대회(당대회)가 끝난 직후 홍콩 증시 급락에 이어 24일(현지 시간) 개장한 뉴욕 증시에서도 중국 관련 주식, 채권 투매 현상이 이어졌다. 이날 하루 동안 미 증시에 상장한 중국 5대 기업의 시가총액 523억 달러(약 75조 원)가 증발했다. 65개 중국 기업으로 구성된 ‘나스닥 골든드래건 차이나지수’는 시 주석이 처음 집권한 2013년 이후 9년 만에 최저치를 기록하며 시총 734억 달러(약 106조 원)가 날아갔다. 중국 위안화 환율도 달러당 7.3위안을 넘어서며 위안화 가치가 15년 만에 최저치로 하락했다. 제라드 디피포 전 중앙정보국(CIA) 중국 경제 분석가는 파이낸셜타임스(FT)에 “(시진핑) 리스크는 집단적 사고 등이 어떻게 드러날지에 관련된다”며 “중국이 자유주의에서 더욱 멀어졌다고 본 시장의 관점은 합리적이다”라고 말했다. ○ 美 상장 5대 中기업 시가총액 75조 원 증발중국 빅테크들은 이날 ‘검은 월요일’ 수준의 직격탄을 맞았다. 중국의 대표적 전자상거래 기업인 알리바바 주가는 주식예탁증서(ADR) 형태로 상장돼 있는 뉴욕 증시에서 12.5% 급락했다. 이날 하루 동안 증발한 알리바바 시가총액은 215억 달러(약 31조 원)에 달한다. 또 다른 전자상거래 기업 핀둬둬는 장중 34%까지 폭락했다가 24.6% 하락으로 장을 마쳤다. 징둥닷컴, 차이나텔레콤, 넷이즈를 포함한 뉴욕 증시 상장 중국 5대 기업은 하루 동안 523억 달러가 사라졌다. 나스닥 골든드래건 차이나지수도 이날 14.4% 급락했다. 중국 테크 기업이 특히 직격탄을 맞은 배경은 시 주석의 빅테크 규제 고삐가 강해질 것이란 우려 때문이다. 알리바바 창업자 마윈이 2020년 중국 금융당국을 ‘전당포 영업’이라며 비판한 뒤 당국은 알리바바에 3조 원대 반독점 위반 과징금을 부과했다. 마윈도 7개월간 공식 석상에서 자취를 감췄다. 이번 당대회에서 리커창 총리 등 친시장파가 축출되면서 통제적 경제 정책이 강화될 것이란 우려가 커지고 있다.○ “中 부유층들, 중국 탈출 계획 본격화” 위안화 약세에 ‘시진핑 리스크’가 겹치며 역내·역외 달러당 위안화 환율이 모두 이날 7.3위안을 넘어섰다. 역내 위안화 환율이 7.3위안을 넘어선 것은 2007년 이후 처음이다. 역외 위안화는 2010년 거래가 시작된 이래 최저점으로 내려앉았다. 중국 주식 급락 속에 중국 부호들은 이날 하루 동안 350억 달러(약 50조 원)를 잃은 것으로 나타났다. 블룸버그의 억만장자 지수에 따르면 중국 최고 부호인 생수업체 농푸스프링 창업자 중산산과 텐스트의 마화텅 회장이 각각 20억 달러 이상의 손실을 봤다. 블룸버그는 “중국의 부호들이 올해 (시진핑 집권) 10년 중 최악의 해를 맞이했다”고 보도했다. FT는 시 주석 3연임에 중국 경제에 대한 비관론이 확산하면서 중국 부유층들이 중국 탈출 계획을 본격적으로 추진하고 있다고 보도했다. 중국 부호들이 고객인 한 변호사는 “연임 확정 뒤 여러 중국 슈퍼리치 기업가들로부터 탈출 계획을 진행하라는 지시를 받았다”고 전했다. 당대회 기간에는 중국인의 자산 해외 반출 문의가 늘었고 대부분 싱가포르로 반출하기를 원했다고 FT는 보도했다.뉴욕=김현수 특파원 kimhs@donga.com이채완 기자 chaewani@donga.com}

사실상 1인 독재 시대를 연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 3연임에 대한 시장의 반응은 ‘공포’였다. ‘시진핑 리스크’ 우려 속에 시장은 황급히 중국 관련 주식, 채권에서 발을 뺐다. ‘차이나 런(중국 회피)’이 시작됐다는 분석이 나온다. 20차 중국공산당 전국대표대회(당대회)가 끝난 직후 홍콩 증시 급락에 이어 24일(현지 시간) 개장한 뉴욕 증시에서도 중 관련 주식, 채권 투매 현상이 이어졌다. 이날 하루 동안 미 증시에 상장한 중국 5대 기업 시가총액이 523억 달러(약 75조 원)가 증발했다. 65개 중국 기업으로 구성된 ‘나스닥 골든드래곤 차이나지수’는 시 주석이 처음 집권한 2013년 이후 9년 만에 최저치를 기록했다. 중국 위안화 환율도 달러당 7.3위안을 넘어서며 위안화 가치가 15년 만에 최저치로 하락했다. 제라드 디피포 전 중앙정보국(CIA) 중국 경제 분석가는 파이낸셜타임스에 “(시진핑) 리스크는 집단적 사고, 사고의 제한, 미국과의 투쟁에 따른 절박함 등이 어떻게 드러날지에 관련된다”며 “중국이 자유주의에서 더욱 멀어졌다고 본 시장의 관점은 합리적이다”고 말했다. ●中 알리바바 美 주가 하루 31조 원 증발 중국 빅테크 기업들은 이날 ‘검은 월요일’ 수준의 직격탄을 맞았다. 중국의 대표적 전자상거래 기업인 알리바바 주가는 홍콩 증시에서 11.42% 급락한데 이어 ADR(주식예탁증서) 형태로 상장돼 있는 뉴욕증시에서도 12.5% 급락했다. 뉴욕 증시에서 월요일 하루 동안 증발한 알리바라 시가총액은 무려 215억 달러(약 31조 원)에 달한다. 또 다른 전자상거래 기업 핀둬둬는 장중 34%까지 폭락했다가 24.6% 하락으로 장을 마쳤다. 징둥닷컴, 차이나텔레콤, 넷이즈를 포함한 뉴욕증시 상장 중국 5대 기업은 하루 동안 523억 달러가 사라졌다. 나스닥 골든드래곤 차이나지수도 이날 14.4% 급락하며 시총 734억 달러(약 106조 원)이 날아갔다. 중국 테크 기업이 특히 직격탄을 맞은 배경엔 시진핑 주석의 빅테크 규제 고삐가 강해질 것이란 우려 때문이다. 알리바바 창업자 마윈이 2020년 공개 행사에서 중국 금융당국을 ‘전당포 영업’이라며 비판한 뒤 중국 당국은 알리바바에 대한 전방위 규제를 시작했다. 지난해 알리바바는 3조 원대 반독점 위반 과징금을 물었다. 마윈도 7개월 간 공식 석상에서 자취를 감췄다. 최근 중국 당국이 빅테크 규제를 완화할 조짐이 보였지만 이번 당 대회에서 리커창 총리 등 친시장파가 축출되면서 통제적 경제 정책이 강화될 것이란 우려가 커지고 있다. 신쑨 킹스칼리지런던 부교수는 CNBC에 “시 주석이 민간 성장을 저해할 ‘정치적 실수’를 저질러도 아무도 이의를 제기할 수 없는 여건이 조성됐다”며 “시 주석의 그간 정책이 바뀔 가능성이 적어 극도의 우울한 경제 전망이 이어지고 있다”고 말했다. ●위안화 가치 15년 만에 최저치 달러화의 초강세를 뜻하는 ‘킹 달러’로 인한 위안화 약세 ‘시진핑 리스크’가 겹치며 역내·역외 달러당 위안화 환율이 모두 이날 7.3위안을 넘어섰다. 역내 위안화 환율이 7.3위안을 넘어선 것은 2007년 이후 처음이다. 역외 위안화는 2010년 거래가 시작된 이래 최저점으로 내려앉았다. 중국 주식 급락 속에 중국 부호들은 이날 하루 동안 350억 달러(약 50조 원)를 잃은 것으로 나타났다. 블룸버그의 억만장자 지수에 따르면 중국 최고 부호인 생수업체 농푸스프링 창업자 중산산과 텐스트의 마화텅 회장이 각각 20억 달러 이상의 손실을 봤다. 마윈은 12억 달러, 바이두의 리옌훙 회장이 9억 달러 손실을 본 것으로 알려졌다. 블룸버그는 “중국의 부호들이 올해 (시진핑 집권) 10년 중 최악의 해를 맞이했다”고 보도했다. 뉴욕=김현수 특파원 kimhs@donga.com이채완 기자 chaewani@donga.com}

에너지 음료 레드불(Red Bull)의 창업자이자 오스트리아의 최고 부호인 디트리히 마테시츠(사진)가 별세했다고 영국 BBC 등이 22일(현지 시간) 보도했다. 향년 78세. 오스트리아 출신 억만장자인 마테시츠는 ‘에너지 음료 제국’을 만든 인물이라는 평가를 받는다. 1984년 태국에 출장을 갔다가 태국의 피로해소제인 ‘끄라팅 댕’을 접한 마테시츠는 끄라팅 댕 창업자인 찰레오 유비디아와 함께 레드불을 창업했다. 레드불은 업계 후발주자였으나 마테시츠는 ‘에너지 음료’라는 새로운 상품 카테고리를 만들며 차별화에 성공했다. 레드불은 지난해 기준 172개국에서 연간 100억 개가 팔렸으며 올해 포브스는 그의 재산을 274억 달러(약 39조4000억 원)로 평가했다.이채완 기자 chaewani@donga.com}

6일 태국의 한 어린이집 안팎에서 영유아 24명을 포함해 38명을 살해해 전 세계를 충격에 빠뜨린 총기 난사범은 마약 범죄자였다. 범인인 빠냐 캄랍은 마약 소지 혐의로 해고된 전직 경찰관이었다. 그는 사건 당일 마약 혐의로 재판을 받고 나온 직후 범행을 저질렀다. 이번 참사에서 범죄의 원인 중 하나가 마약이었다는 점에 관심이 쏠리는 것은 태국 정부가 최근 아시아 최초로 대마를 합법화했기 때문이다. 과거 태국은 강도 높은 ‘무관용’ 마약 규제 국가로 유명했지만 2019년 들어선 새 정권이 기존 정책을 뒤집었다. 요즘 태국은 마약에 관대한 네덜란드에 빗대 ‘아시아의 암스테르담’이라 불린다. 태국을 중심으로 미얀마 등 동남아시아로 마약이 확산되면서 이들 나라와 우리나라를 잇는 마약 유통채널이 활성화되는 등 부정적 영향을 미칠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 태국 ‘마약 엄벌주의→대마 합법화’ 선회어린이집 총기 난사범 캄랍이 소지했던 마약은 동남아시아에 널리 퍼진 ‘야바’다. 필로폰(메스암페타민)과 카페인을 섞어 만든 야바는 각성 효과가 강력해 1970년대까지 태국의 장거리 운전자들이 잠을 쫓기 위해 주유소에서 구매하곤 했다. 또한 태국에서는 약물 제조에 쓰이는 야생 대마초 ‘간자’ 등 다양한 마약류 재배가 성행했다. 태국과 미얀마, 라오스 3국 접경지대를 일컫는 ‘골든 트라이앵글(황금 삼각지대)’은 1960년대 세계 최대의 아편 생산지로 악명을 떨쳤다. 태국은 미국 리처드 닉슨 대통령이 1971년 선포한 ‘마약과의 전쟁’에 동조해 마약 소지와 유통을 법으로 금지했다. 1983년에는 ‘도이퉁 개발 프로젝트’를 통해 아편 생산을 전면 금지했다. 2000년대 들어선 탁신 친나왓 전 총리가 “마약밀매상이 갈 곳은 감옥이나 무덤뿐”이라며 ‘세계에서 가장 잔혹하다’는 평가를 받을 만큼 강경한 대응에 나섰다. 당시 태국 교도소 수감자의 약 70%가 마약 관련 범죄자였다. 조직적으로 마약을 생산·거래한 자는 최대 사형에 처했다. 하지만 이 같은 엄벌주의 원칙이 올 6월 뒤집어졌다. 2019년 집권한 쁘라윳 짠오차 총리가 개인이 의학적 목적으로 대마를 재배하거나 판매할 수 있도록 허용한 것이다. 향정신성화학물질인 테트라히드로칸나비놀(THC) 함량이 0.2% 미만인 대마 제품 생산도 허용됐다. 미국공영라디오(NPR)는 “태국 정부가 세계 의료용 마약시장을 장악하기 위해 농민들을 대마 생산으로 유도한 것”이라고 분석했다. 태국 정부는 100만 개의 대마초 묘목을 시민들에게 나눠주기까지 했다. 아누틴 찬위라꾼 보건장관은 대마초 박람회에서 참가자들에게 “오늘 부자가 되지 못한다면 언제 부자가 될 수 있겠느냐”고 홍보했다. 그가 속한 품짜이타이당은 2019년 총선에서 가정용 대마 재배 합법화를 핵심 공약으로 내놓으면서 ‘대마당(黨)’이라고 불렸다. 마약을 불법으로 소지·복용한 행위에 대해 처벌도 완화됐다. 태국 현지 매체 방콕포스트는 “범죄 조직에 대해선 여전히 가혹하지만, 개인 범죄자에게는 처벌보다는 치료 중심으로 접근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정부의 변화된 방침에 태국의 대마 업계도 발 빠르게 움직였다. 요즘 태국과 주변국의 유흥가에선 길가에 대마 냄새가 진동한다고 한다.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에는 다양한 품종의 대마의 맛과 효능을 홍보하는 게시물도 자주 눈에 띈다. 태국의 인기 휴양지 꼬사무이에서 25년째 호텔을 운영하고 있는 영국인 칼 램은 호주 ABC방송 인터뷰에서 “요즘 전화나 이메일로 가장 많이 들어오는 질문은 마리화나를 판다는 말이 진짜냐는 것”이라고 말했다.○ “총선 민심 겨냥해 마약 합법화한 듯” 문제는 태국 정부가 마약 관련 규제를 완화한 목적이 마약산업을 양지로 끌어올려 투명하게 관리하려는 것에 머물지 않는다는 점이다. 외신들은 태국 정부가 새로운 ‘환금작물’을 합법화함으로써 관광·농업 분야 수익을 늘리고, 내년 총선에 대비해 민심을 얻으려 한다고 분석한다. 교도소의 과밀 현상을 해소하려는 목적도 있는 것으로 보인다. 동남아시아에 만연한 마약 문제가 더 심각해질 것이란 관측도 나온다. 6월 유엔 마약범죄사무소(UNODC)는 지난 한 해 동안 동북아·동남아 지역에서 압수된 필로폰이 총 172t에 달한다고 밝혔다. 필로폰 1회 투약량이 통상 0.03g인 점을 감안하면 총 57억 회분에 이르는 막대한 양이다. 특히 도소매 가격이 지난해 사상 최저로 하락하면서 알약 형태의 필로폰 압수량은 처음으로 10억 개를 돌파했다. 10년 전과 비교해 무려 7배로 급증한 것이다. 미 군사전문지 인도태평양디펜스포럼은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사태로 국경 간 단속이 막힌 데다, 지난해 미얀마에서 벌어진 쿠데타로 정부의 대응력이 떨어지면서 인도태평양 지역에서 마약 밀매업자들과의 싸움이 어려워졌다”고 지적했다. 정책 변경 후 기존 수감자들 상당수는 석방됐고 마약 관련 범죄 기록도 삭제됐다고 외신들은 보도했다. 말레이시아 더선데일리 등은 태국이 말레이시아와 인도네시아 등 인접 국가들에 의료용 대마 산업 합법화 ‘노하우’를 전수해줄 예정이라고 전했다. 태국 정부는 안전장치가 충분하다고 반박한다. 미성년자와 임신·수유 중인 여성에게는 대마를 판매할 수 없고, 공공장소에서 대마를 복용하는 것도 금지됐다는 것이다. 아누틴 보건장관은 “마약으로서의 대마초 사용을 부추기는 것이 아니다”라며 “태국 어느 곳에서나 자유롭게 대마를 피울 수 있다는 것은 가짜 뉴스”라고 밝혔다. 하지만 대마 판매량과 농도, 용도 등에 대한 구체적인 기준이 마련되지 않아 실효성이 떨어진다는 지적이 나온다. 방콕포스트는 “정부는 오락용이 아닌 의료용 생산·소비만 허용하고 있다고 주장하지만 실제로는 그 경계가 이미 흐려져 있다”고 지적했다. 국제약물정책컨소시엄의 글로리아 라이 아시아 담당 이사는 “사람들이 가정에서 대마초를 키울 수 있다면 처방전 없이도 대마를 자신이 원하는 대로 사용할 수 있다는 의미”라고 말했다. 또 공공장소가 아닌 사유지에서는 대마를 피우더라도 누군가 신고하기 전까지는 처벌받지 않는다는 것도 법의 허점이다. 태국 내에선 대마 합법화에 대한 의견이 엇갈리는 가운데 이번 어린이집 총격 사건을 계기로 찬반 논쟁이 불붙을 것으로 전망된다. 사건 다음 날 쁘라윳 총리는 마약 억제를 긴급 국가 의제로 삼겠다고 밝혔다. 태국의 국가부패방지위원회(NACC) 위차이 차이몽꼰 사무총장도 13일 “필로폰 가격이 급락하면서 확산세가 심각해지고 있다”며 대응 강화를 예고했다. 의료계에서도 마약 남용과 부작용 문제가 심각하다고 우려한다. 쭐랄롱꼰대 찬차이 시티판 의과대학장은 “젊은이들의 대마초 사용이 장기적으로 인지 기능을 저하시킬 수 있다”고 설명했다 태국 의사 1000명은 의회에서 법이 개정될 때까지 ‘대마초 비범죄화’ 중단을 요구하는 탄원서를 정부에 제출했다. 의료용 대마가 과잉 처방되는 사례도 나오고 있다. 태국 수도 방콕에서 10년째 거주 중인 한국인 A 씨는 이달 초 불면증 치료를 위해 방콕의 한 병원을 찾았다가 의료용 액상 대마를 처방받았다. A 씨는 동아일보와의 통화에서 “치료제에 대마를 뜻하는 초록색 잎사귀 모양이 그려진 것을 보고 사용하지 않았다”고 말했다. 내년 5월 태국 총선을 앞두고 현 정권에 비판적인 야당들은 다시 총기·마약 규제를 강화하자며 목소리를 높이고 있다. 제1야당인 프아타이당에서 영향력을 발휘하고 있는 탁신 전 총리도 해외 도피 중 이번 사건을 접한 뒤 정부에 마약 규제 강화를 촉구했다고 블룸버그 통신은 전했다. ○ 한국인 관광객들 마약 노출 위험 커져 태국을 중심으로 한 동남아시아의 마약 확산은 해당 지역 관광객이 많은 우리나라에도 부정적 영향을 미칠 수 있는 위협 요인이다. 한국관광공사의 ‘주요국 한국인 출국 통계’에 따르면 한국인이 가장 많이 방문하는 국가는 일본과 중국에 이어 베트남, 태국, 필리핀 순이다. 코로나19로 막혔던 하늘길이 열리면서 동남아 국가들을 찾는 수많은 한국인 관광객들이 마약에 쉽게 노출될 수 있는 것이다. 지난달 말 휴가차 베트남 하노이를 찾은 직장인 정모 씨(29)는 저녁을 먹으러 방문한 거리에서 3시간 사이 3번이나 마약 구매 의사를 묻는 질문을 받았다고 한다. 정 씨는 “마음만 먹으면 하노이에서 마약을 구하는 것은 식은 죽 먹기로 보였다”며 “(모든 마약이 불법인) 하노이가 이 정도인데, 대마초가 합법인 다른 동남아 국가는 얼마나 심각하겠나 싶었다”고 말했다. 각국의 방역 정책이 완화되고 국제 물류운송이 재개되면서 동남아 주요 국가와 한국을 잇는 마약 유통채널도 활성화될 것으로 보인다. 마약 범죄 전문가인 박진실 변호사는 동아일보와의 통화에서 “국내에 유통되는 합성 대마 상당량은 (태국 미얀마 라오스의) ‘골든 트라이앵글’을 통해 들어온다”며 “한국인 판매책들이 해당 국가들로 도피해 한국으로 반입시키는 경우도 많다”고 설명했다. 1990년대 말 한중일 3국이 신흥 마약 유통 경로로 떠오르면서 ‘화이트 트라이앵글’로 지목됐던 현상이 고착화될 수 있다는 우려도 나온다. 전경수 한국마약범죄학회장은 “우리나라에 이미 외국산 마약이 너무 많이 퍼져 주워 담을 수 없는 수준”이라며 “국내에도 마약 관련 범죄조직이 많은 만큼 우리나라도 국제적인 마약 유통 경로에 편입될 가능성이 매우 높다”고 지적했다. 국내에서 일하는 일부 외국인 노동자들도 마약 수요자로 떠오르고 있다. 지난달에는 강원도의 외국인 노동자들에게 야바를 밀반입시킨 태국인 65명이 검거되기도 했다. 관세청은 태국 당국과 마약 합동단속을 통해 올 5월부터 지난달까지 우리나라로 밀반입하려던 필로폰 약 22kg과 야바 약 29만 정을 적발했다. 이들은 공동 숙소 생활을 하는 경우가 많아 집단적으로 마약을 투약하더라도 적발하기가 쉽지 않다. 외국인 노동자 수가 늘면서 불법 체류자들이 주로 이용하는 클럽 주점 등 유흥업소가 늘어나는 점도 이 같은 우려를 키우고 있다. 코로나19로 각국이 봉쇄된 기간 동안 동남아 출신 노동자들이 소규모 네트워크를 통해 자체적으로 마약을 유통·소비하는 경우가 늘었다는 분석도 나온다. 전문가들은 많은 외국인 노동자들이 단순 투약을 넘어 해외에서 마약을 유통·판매하는 일로도 넘어가면 동남아 현지 마약이 국내에 토착화될 가능성도 있다고 보고 있다. 이 때문에 우리나라에서도 일반인들이 의도적으로 찾지 않더라도 마약에 노출되는 상황이 벌어질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전문가들은 마약이 합법화된 동남아 국가에서 입국하는 국민에 대해선 소지품 검사를 강화하는 등 대안을 마련할 필요가 있다고 지적한다. 한국인들이 현지에서 마약과 접촉할 소지를 줄이기 위한 예방 대책을 강화해야 한다는 목소리도 나온다. 승재현 한국형사법무정책연구원 연구위원은 “동남아 주요 국가에 마약 단속 인력 파견을 강화해 현지에서 마약을 어떻게 소비하는지 구체적으로 확인할 필요가 있다”고 조언했다.홍정수 기자 hong@donga.com이채완 기자 chaewani@donga.com}

글로벌 반도체 산업이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 이후 14년 만에 뚜렷한 침체기를 맞고 있다. 세계 경기 둔화로 수요가 크게 준 데다 미중 갈등까지 겹쳐 침체가 길어질 수 있다는 우려가 커진다. 세계적 반도체 업체 인텔의 구조조정이 임박했다는 관측도 나온다. 11일(현지시간) 블룸버그통신에 따르면 대표적인 미국 반도체 주가 지수 ‘필라델피아 반도체지수’에 속한 30개 반도체 기업 순이익 전망치가 최근 석 달 새 16% 하향 조정됐다. 이는 2008년 이후 가장 짧은 기간에 가장 큰 폭으로 떨어진 것이다. 필라델피아 반도체지수에는 세계 최대 파운드리(반도체 위탁생산) 업체 대만 TSMC와 그래픽처리장치(GPU) 설계 기업 엔비디아, 반도체 종합기업 인텔이 큰 비중을 차지한다. 비교적 경기 영향을 덜 받던 애플이 아이폰14 증산 계획을 철회할 만큼 전자기기 수요 감소가 반도체 기업 매출 하락으로 이어지고 있다는 분석이다. 시장조사기관 가트너에 따르면 올 3분기(7~9월) PC 출하량은 전년 동기 대비 19.5% 급감했다. 가트너가 시장조사를 시작한 지 20년 만에 최저치다. 올 들어 이미 42% 급감한 필라델피아 반도체지수는 이날 2년 만의 최저치를 기록하는 등 14년 만에 최악의 연간 수익률을 나타냈다. 여기에 중국 반도체 산업을 고사시키려는 미국의 첨단 반도체 기술 및 장비의 대중(對中) 수출 통제로 인해 반도체 기업은 세계 주요 시장을 잃을 위기에 처했다. 미국 수출 통제 발표 이후 첫 거래일인 11일 글로벌 주요 반도체 기업 주가는 폭락해 하루 동안 시가총액 2400억 달러(약 344조 원)가 증발했다. 반도체 기업 구조조정이 임박했다는 보도도 나온다. 블룸버그는 인텔이 27일 예정된 실적발표를 전후해 수천 명을 감원할 것이라고 전했다.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은 이날 CNN방송 인터뷰에서 “미국에 경기 침체가 오지 않을 것이라고 생각한다. 온다 해도 아주 가벼운 수준일 것”이라고 말했다. 바이든 대통령이 공개적으로 ‘미국 경기 침체’를 말한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다만 그는 ‘미국인이 경기 침체에 대비해야 하는지’를 묻자 “아니다”라고 답했다. 뉴욕=김현수 특파원 kimhs@donga.com이채완 기자 chaewani@donga.com}

올해 노벨 경제학상은 벤 버냉키 전 미국 연방준비제도(Fed·연준) 의장(69)과 더글러스 다이아몬드 시카고대 교수(69), 필립 딥비그 워싱턴대 교수(67) 등 은행과 금융위기 연구에 기여한 미국 경제학자 3명이 공동 수상했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에 대응한 전례 없는 유동성 시대를 거쳐 올 들어 연준을 비롯한 각국의 공격적인 긴축 행보 속에 세계 경제의 위기감이 높아진 것이 이들의 수상에 영향을 미친 것으로 풀이된다. 스웨덴 왕립과학원 노벨위원회는 10일(현지 시간) “세 사람은 금융위기 동안 거시경제에서 은행의 역할에 대한 이해도를 높이고 은행 시스템의 붕괴를 막는 것이 왜 중요한지 보여줬다”며 선정 이유를 밝혔다. 그러면서 “이들의 연구는 2008∼2009년 금융위기뿐만 아니라 코로나19 대유행 기간에도 매우 중요한 역할을 했다”고 평가했다. 노벨경제학상 버냉키, 美연준 의장때 3조달러 풀어 금융위기 진화 노벨경제학상 3人공격적 돈풀기 ‘헬리콥터 벤’ 별명… 정책 실무자로선 이례적 수상“양극화-자산 거품 불러” 지적도 공동 수상 다이아몬드-딥비그 교수… 뱅크런 막을 유동성 공급 등 연구 수상자 3명 중 가장 주목받는 사람은 ‘헬리콥터 벤’으로 불리는 버냉키 전 의장이다. 그는 앨런 그린스펀 전 의장의 뒤를 이어 2006년부터 2014년까지 연준 의장을 지냈다. 2008년 금융위기가 터지자 기준금리를 제로 수준으로 끌어내린 데 이어 중앙은행이 국채 등을 사들여 시장에 직접 유동성을 공급하는 사상 초유의 양적완화 정책을 폈다. 헬리콥터에서 달러를 뿌리는 것처럼 세 차례의 양적완화를 통해 무려 3조 달러가 넘는 돈을 풀어 위기를 진정시켰다는 평가를 받는다. 역대 노벨 경제학상 수상자들이 순수 경제학자나 기술 혁신, 기후변화, 빈곤 등 비경제 이슈를 경제학과 접목한 학자인 반면에 이번에 연준 의장 출신의 정책 실무자가 이례적으로 상을 받게 됐다고 블룸버그는 분석했다. 하지만 버냉키 전 의장은 1930년대 대공황을 깊이 연구한 학자 출신이기도 하다. 1953년 미 조지아주 유대계 가정에서 태어난 버냉키는 하버드대 경제학과를 졸업하고 매사추세츠공대(MIT)에서 석·박사 학위를 받았다. 스탠퍼드대를 거쳐 프린스턴대 교수를 지내면서 1930년대 대공황과 일본 경제의 거품 붕괴 과정에서 은행의 연쇄 도산이 경제 위기에 미친 영향을 집중 연구했다. ‘버냉키 프랭크 경제학’ 원서를 번역한 곽노선 서강대 경제학부 교수는 “버냉키는 대공황 당시 완화적인 통화정책을 썼더라면 피해를 줄일 수 있었다는 내용의 실증적 연구를 많이 했다”며 “이런 연구를 기반으로 연준에서 양적완화를 과감하게 하지 않았나 생각한다”고 말했다. 다만 ‘경제위기 소방수’로 활약했다는 긍정적 평가와 함께 양적완화로 풀린 돈이 미국 자산시장 등 선진국에만 집중돼 양극화를 부추겼고 당시 형성된 자산시장 거품이 지금도 미 경제에 부담을 주고 있다는 비판도 받는다. 버냉키 전 의장은 현재 브루킹스연구소 석좌연구원으로 있다. 올해 5월에는 저서 ‘21세기 통화정책’ 출간을 앞두고 진행한 현지 언론들과의 인터뷰에서 후임인 제롬 파월 연준 의장에게 직격탄을 날려 화제를 모았다. 그는 “연준이 인플레이션에 뒤늦게 대응한 것은 실수였다”며 “그들도 동의할 것”이라고 했다. 또 향후 경기 전망에 대해선 “내년이나 후년에 성장률이 낮아지고 물가 상승률은 여전히 높을 것”이라며 “그게 바로 스태그플레이션”이라고 언급했다. 다이아몬드와 딥비그 교수는 뱅크런(예금 인출 사태)이 발생하는 이유와 이를 방지하기 위한 정부의 역할을 경제학적으로 규명한 것으로 유명하다. 특히 뱅크런을 막기 위해 정부가 예금보험을 보장하고 은행에 유동성을 제공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지적했다. 다이아몬드 교수는 이날 수상 발표 이후 기자회견에서 “금융위기는 사람들이 금융 안정성에 대한 의구심을 갖기 시작할 때 발생한다”며 “통화정책이 투명하게 운영되는 것이 중요하다”고 했다. 수상자 3명은 상금 1000만 스웨덴크로나(약 12억6360만 원)를 3분의 1씩 나눠 받는다. 경제학상을 끝으로 올해 노벨상 6개 분야의 수상은 모두 마무리됐다. 세종=최혜령 기자 herstory@donga.com이채완 기자 chaewani@donga.com서영빈 기자 suhcrates@donga.com}

“그는 우리 모두를 걱정해 강도와 싸웠어요. 그의 희생을 평생 기억할 겁니다.” 7일(현지 시간) 미국 로스앤젤레스 다운타운 패션 디스트릭트(자바시장)의 한 가발가게 앞에 촛불을 든 시민 수십 명이 모여 들었다. 가게 앞에는 2인조 강도에 맞서 싸우다 살해당한 한인 업주 이두영(미국명 토미 리·56) 씨의 사진이 놓여 있었다. 9일 로스앤젤레스 지역방송 ABC7 등에 따르면 자바시장에서 20년가량 가발가게를 운영해 온 이 씨는 1일 자신의 가게에서 가발을 훔친 17세 남녀 강도 2명을 막아 세우려다 이들이 휘두른 흉기에 찔려 숨졌다. 동료 상인과 이웃들은 이 씨에게 전부나 다름없었던 가게 앞에 모여 그의 마지막을 추모했다. 모임에 참석한 상인 위즈먼 캉가바리 씨는 “나는 이 씨에게 ‘누군가 물건을 훔치려 한다면 그냥 내버려두라’고 항상 말했다. 그러면 이 씨는 ‘아니다. 만약 그들이 내 가게에서 물건을 훔치고도 무사하다면 다음엔 다른 가게에서도 계속 훔칠 것’이라고 말했다”고 전했다. 다른 참석자는 “토미가 우리를 위해 한 일을 보지 않았나. 우리는 강인함을 잃지 말아야 한다”며 “그에 대한 기억이 사라지도록 내버려두지 않겠다”고 했다. 알레한드라 무로디아스 씨는 “이 씨의 미소와 마음, 용기가 그리울 것”이라고 말했다. 미국에 있는 유일한 유족인 딸 채린 씨는 장례비용 등을 마련하기 위해 온라인 모금 사이트 ‘고펀드미’에 모금 페이지를 개설했다. 현재까지 모금액은 목표치 5만 달러를 넘겨 약 8만9000달러가 모였다. 채린 씨는 모금 페이지에 이런 추모 글을 남겼다. ‘아버지는 지난해에도 가게에 든 강도와 맞서 싸우다 다친 적이 있다. 내가 위험하다고 매번 말려도 아버지는 (강도를) 방관하지 않았다. (사건 후) 아버지 가게를 찾아온 이웃들은 아버지가 다른 범죄 피해가 늘어날까 봐 우리 모두를 걱정해 강도와 싸웠다면서 울었다.’ 이 씨를 살해한 2인조 강도는 범행 직후 경찰에 체포됐다. 로스앤젤레스카운티 검찰은 5일 17세 남성과 17세 여성을 각각 1급 살인 및 2급 강도 혐의로 재판에 넘겼다.이채완 기자 chaewani@donga.com}

“그는 우리 모두를 걱정해 강도와 싸웠어요. 그의 희생을 평생 기억할 겁니다.” 7일(현지 시간) 미국 로스앤젤레스(LA) 다운타운 패션 디스트릭트(자바시장)의 한 가발가게 앞에 촛불을 든 시민 수십 명이 모여 들었다. 가게 앞에는 2인조 강도에 맞서 싸우다 살해당한 한인 업주 이두영 씨(56)의 사진이 놓여 있었다. 9일 LA 지역방송 ABC7 등에 따르면 자바시장에서 20년가량 가발가게를 운영해 온 이 씨는 1일 자신의 가게에서 가발을 훔친 17세 남녀 강도 2명을 막아세우려다 이들이 휘두른 흉기에 찔려 숨졌다. 동료 상인과 이웃들은 이 씨에게 전부나 다름없었던 가게 앞에 모여 그의 마지막을 추모했다. 모임에 참석한 상인 위즈맨 캥가바리 씨는 “나는 이 씨에게 ‘누군가 물건을 훔치려 한다면 그냥 내버려두라’고 항상 말했다. 그러면 이 씨는 ‘아니다. 만약 그들이 내 가게에서 물건을 훔치고도 무사하다면 다음엔 다른 가게에서도 계속 훔칠 것’이라고 말했다”고 전했다. 다른 참석자는 “토미(이 씨)가 우리를 위해 한 일을 보지 않았나. 우리는 강인함을 잃지 말아야 한다”며 “그에 대한 기억이 사라지도록 내버려두지 않겠다”고 했다. 알레한드라 무로디아즈는 “이씨의 미소와 마음, 용기가 그리울 것”이라고 말했다. 미국에 있는 유일한 유족인 딸 채린 씨는 장례비용 등을 마련하기 위해 온라인 모금 사이트 ‘고펀드미’에 모금 페이지를 개설했다. 현재까지 모금액은 목표치 5만 달러를 넘겨 약 8만 9000달러가 모였다. 채린 씨는 모금 페이지에 이런 추모 글을 남겼다. ‘아버지는 지난해에도 가게에 든 강도와 맞서 싸우다 다친 적이 있다. 내가 위험하다고 매번 말려도 아버지는 (강도를) 방관하지 않았다. (사건 후) 아버지 가게를 찾아온 이웃들은 아버지가 다른 범죄 피해가 늘어날까봐 우리 모두를 걱정해 강도와 싸웠다면서 울었다.’ 이 씨를 강도 살해한 2인조 강도는 범행 직후 경찰에 체포됐다. LA 카운티 검찰은 5일 17세 남성과 17세 여성을 각각 1급 살인 및 2급 강도 혐의로 재판에 넘겼다.이채완 기자 chaewani@donga.com}

6일 낮 12시 반경 태국 북동부의 한 어린이집에 전직 경찰관인 빠냐 캄랍이 총과 칼로 무장한 채 들어갔을 때 2∼5세인 원아 23명은 낮잠을 자고 있었다. 캄랍이 3세반 교실 문을 열자 그곳엔 11명의 세 살배기들이 누워 있었다. 이날 아이들은 도화지에 그림을 그리고 낙서를 하며 오전 시간을 보냈다. 교사는 여느 때처럼 아이들 수업 사진을 찍어 부모들 스마트폰으로 전송했다. 부모들은 그날 받은 사진이 아이들의 생전 마지막 모습일 거라고는 상상하지 못했다. 총기 난사 신고를 받고 어린이집에 도착한 경찰은 입구 정문에서 총에 맞아 숨진 교사와 직원 4, 5명을 발견했다. 이들이 마지막까지 지키려 했던 것으로 보이는 정문 손잡이는 총탄에 부서져 있었다. 경찰은 어린이집 1층에 있던 교실 3곳의 문을 차례로 열었다. 교실 안은 핏자국이 가득했다. 자고 있던 원아들은 피할 겨를도 없이 캄랍의 총에 희생됐다. 경찰이 세 번째로 문을 열었던 3세반 교실 역시 다르지 않아 보였다. 한 명 한 명 생사를 확인하던 경찰은 담요를 뒤집어쓴 채 친구들 시체 옆에 웅크리고 있던 한 아이를 발견했다. 빠위눅 수폴웡이란 이름의 이 아이는 살아 있었다. 당시 어린이집에 있던 영유아 23명 중 유일한 생존자였다. 어머니인 빤모빠이 시통 씨(35)는 어린이집에서 500km 떨어진 수도 방콕의 직장에서 영상통화로 딸의 생존 사실을 전해 들었다. 그는 부모에게 딸을 맡기고 전자제품 공장에서 일하며 생활비를 보내고 있었다. 시통 씨는 “아마도 범인이 담요를 덮어쓴 딸아이를 못 봤거나 아이가 이미 죽었다고 생각했던 것 같다”고 말했다. 할아버지 솜삭 시통 씨(59)는 “(총격 당시) 수폴웡이 낮잠에서 깨어났을 때 무슨 일이 일어나고 있는지 몰랐을 것이다. 친구들이 아직 자고 있다고 생각했을 것”이라고 말했다. 집으로 돌아온 수폴웡은 조부모에게 어린이집에서 가장 친한 친구였던 따칭과 언제 다시 놀 수 있는지를 계속 묻는다. 두 아이는 어린이집에서 낮잠을 잘 때면 늘 나란히 누워 발을 맞댔다고 한다. 가족들은 빨리 어린이집에 돌아가고 싶어하는 수폴웡에게 이 사건을 어떻게 설명해야 할지 고민하고 있다. 수폴웡은 “나중에 자라면 어린이집 선생님이 되고 싶다”는 말을 자주 했다. 수폴웡의 할머니는 8일 마을을 찾은 영국 BBC 취재진에게 말했다. “손녀가 매일 어린이집에 가고 싶다고 보채는데 그 어린 것한테 어떻게 죽음이 뭔지 이해시킬 수 있겠어요.”이채완 기자 chaewani@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