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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경이 희미해진 세계화 시대의 주인공은 도시다. 중세 유럽처럼 도시들이 자본과 인재를 차지하려고 치고받는 현실을 빗대 ‘신(新)중세시대’라는 말까지 나왔다. 살얼음판 경쟁에서 살아남기 위해 잘나가는 도시를 배우는 벤치마킹도 치열하다. 그래서 “통으로 여의도를 개발해 맨해튼에 버금가는 곳으로 만들겠다”는 박원순 서울시장의 ‘싱가포르 발언’도 낯설게 들리진 않는다. 여의도를 미국 뉴욕 맨해튼과 연결짓는 상상력은 1980년대부터 나왔다. 새로운 게 아니다. 문제는 꿈을 현실로 만들 전략과 실행 방법이다. 맨해튼은 150개국 출신 사람들이 170개 언어를 쓰며 살아가는 국제도시이자 세계 경제 문화 수도 뉴욕의 엔진 격이다. 그런 맨해튼을 여의도에 이식시키는 건, 뉴욕 하이라인을 베껴 서울역 고가도로를 공중 보행로로 바꾸는 일과는 비교도 할 수 없다. 서민들의 삶을 느껴 보겠다며 9평 옥탑방까지 들어간 시장이 불쑥 “여의도가 서울의 맨해튼이 돼야 한다”고 큰소리부터 친 건 뜬금없었다. 돈 냄새를 동물적으로 맡는 부동산 업자의 엉덩이부터 들썩거린 건 당연하다. 박 시장은 “지역별로 주제별로 잘 정리하자는 얘기였는데, 갑자기 땅값이 오르고 난리가 났다”고 사실상 ‘남 탓’을 했다. 초짜도 아니고 ‘최초의 3선 서울시장’인 그가 그런 반응이 나올 걸 몰랐을 리 없을 터다. 만약 알고도 그랬다면 무모하고 무책임하다. 서울의 박 시장이 맨해튼을 눈여겨보는 동안 뉴욕의 시장들은 오래전부터 서울도 경쟁 상대로 넣고 잔뜩 벼르고 있었다. 지난해 9월 미국 뉴욕 코넬텍(코넬대 공대) 개소식에서 마이클 블룸버그 전 뉴욕시장은 “뉴욕이 실리콘밸리부터 서울까지 전 세계의 기술 센터들과 경쟁할 수 있도록, 코넬텍이 도울 것”이라고 큰소리를 쳤다. 3선 뉴욕시장(2002년 1월 1일∼2013년 12월 31일 재임)이었던 그가 금융업과 문화관광산업에 편중된 뉴욕을 정보기술(IT) 중심의 혁신경제로 다각화하기 위해 공대부터 지어야 한다고 팔을 걷고 나선 결실이 코넬텍이다. 그날 뉴욕에선 전·현직 시장과 주지사까지 총출동해 한목소리로 미래 비전을 얘기하고, 2043년까지 코넬텍 장기 투자 계획을 약속했다. 다른 도시를 벤치마킹할 거면 치밀하게 계획을 세우고, 이해관계자들과 비전을 공유하며, 꾸준히 장기간 밀어붙여야 한다는 걸 뉴욕이 보여줬다. 그들의 꿈처럼, 뉴욕은 요즘 미국에서 실리콘밸리 다음으로 유니콘(기업가치 10억 달러(약 1조1200억 원) 이상의 신생 기술기업)을 많이 만들어 낸다. 급성장하던 서울은 성장과 쇠퇴의 갈림길에 서 있다. 인구는 줄고 20, 30대의 일자리는 감소하고, 결혼마저 줄었다. 15년 전 “서울을 동북아 금융허브로 만들겠다”던 노무현 정부의 동북아 금융허브 전략마저 물 건너간 상황에서 무엇으로 여의도를 맨해튼으로 바꾸겠다는 건가. 좁은 옥탑방에서 땀을 뻘뻘 흘리며 어떤 맨해튼을 구상하고 있는지 박 시장이 시민들에게 답해야 한다. 말부터 앞세웠다면 개발을 정당화하기 위한 정치적 수사로 부동산 바람만 일으켰다는 비판을 피하긴 어려울 것이다. 옥탑방살이에서 가장 힘들었던 기억은 더위도, 추위도 아니었다. 언제 이곳을 벗어날 수 있을까라는 막막함이었다. 박 시장이 ‘맨해튼 드림’을 포기하지 않겠다면 낡은 아파트단지를 베드타운 신도시로 바꾸는 부동산 개발이 아니라 미래가 막막한 서민들에게 일자리와 소득으로 희망을 돌려주는 일을 목표로 해야 한다. 박 시장이 옥탑방 더위 대신 서울에 펄떡펄떡 뛰는 새 심장과 엔진을 달아주는 꿈과 비전 때문에 밤잠을 설친다는 말이 들리면 좋겠다. 박용 뉴욕 특파원 parky@donga.com}

“‘입학처장 리스트(dean‘s list)’가 뭡니까?”(변호사) “(학생의) 지원과 관련해 일어날 수 있는 일들을 확실하게 인식하기 위해 사용하는 겁니다.”(윌리엄 피츠시먼스 미국 하버드대 입학처장) “하버드대 기부자와 이해관계가 있는 지원자라면 리스트에 올라갈 수 있나요?”(변호사) “가능합니다.”(피츠시먼스 처장) 지원자의 95% 이상을 걸러내는 미국 최고 명문 하버드대의 입학사정 시스템이 베일을 벗었다. 하버드대와 아시아계 단체 연합체 ‘공정한 입시를 위한 학생들(SFFA)’ 간의 소송 과정에서 입학사정 시스템의 윤곽이 드러난 것이다. ○ 5% 바늘구멍의 비밀, 성적+4가지 α 뉴욕타임스(NYT)는 “하버드대가 인종 간 균형을 맞추기 위해 입학전형 과정에서 아시아계를 차별했다는 소송에서 이 대학의 비밀스러운 선발 과정이 드러나고 있다”고 29일 전했다. 하버드대는 매년 미국 전역에서 학업 성적 등이 뛰어난 고교생 4만 명이 지원하며 합격자는 2000명이 채 되지 않는다. 지원자들은 합격률 5% 미만의 바늘구멍을 통과해야 하지만, 대학이 학생들을 어떻게 걸러내는지는 구체적으로 알려져 있지 않다. NYT에 따르면 하버드대는 지원자를 출신지에 따라 미국 20개 지역의 목록으로 분류하고 해당 지역과 고교에 친숙한 입학사정관이 배속된 하위 위원회에 각각 배당한다. 일반적으로 2, 3명의 입학사정관이 지원서의 학업(academic), 비교과(extracurricular), 체육(athletic), 인성(personal), 종합(overall) 등 5개 항목을 평가한다. 교사와 지도교사 추천서도 등급을 매기는 것으로 알려졌다. NYT는 “지원자가 어디 출신이며, 부모가 하버드대를 다녔는지, 돈이 얼마나 많은지, 학교의 다양성 목표에 얼마나 부합하는지 등이 완벽한 수능(SAT) 성적만큼 중요할 수 있다”고 평가했다. 하버드대는 특정 집단을 우대하는 ‘팁스(tips)’ 제도를 운영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소수 인종과 민족, 동문의 자녀(레거시), 기부자 친척, 교수나 직원 자녀, 선발된 운동선수 등 5개 그룹을 우대한다는 게 소송을 제기한 SFFA 측 주장이다.○ 입학처장 리스트와 ‘뒷문 입학’ 논란도 학교 기부자와 이해관계가 있거나 학교와 관련이 있는 지원자 명단도 ‘입학처장 리스트’ 형태로 별도 관리된다. 동문이 입학 면접관으로 자원봉사하고 지원자인 자녀 이름을 ‘입학처장 리스트’에 올릴 수 있다는 것이다. 동문회 관계자, 기부금 모집 부서 자문을 거쳐 명단의 지원자가 학교와 얼마나 관련이 있는지에 따라 등급도 부여된다. 기부금 규모가 클수록 더 좋은 등급을 받을 수 있는 셈이다. 피츠시먼스 처장은 “명단의 지원자는 동문회, 장학금 및 대학 발전사업 관계자 가족인 경우가 있고 하버드대 입학이 얼마나 힘든 일인지 알고 있어 충분한 자격을 갖추고 지원한다”고 해명했다. 하버드대는 성적은 아슬아슬하지만 대학이 선발하길 원하는 지원자 명단인 ‘Z리스트’라는 명단도 별도 관리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2014∼2019학년도 신입생 중 연간 50∼60명이 Z리스트를 통해 합격증을 거머쥐었으며 이들의 대부분이 백인이나 동문 자녀 등 입학처장 리스트에 이름이 올라 있었다는 것이다. ○ 아시아계 ‘가지치기’ 했느냐가 쟁점 이번 소송의 쟁점은 하버드대가 아시아계 지원자에게 불이익을 줬느냐다. 1990년 교육부 보고서는 하버드대가 아시아계 미국인을 차별하지 않았지만 그들에게 ‘팁’(입학 우대)을 주지도 않았다고 지적했다. 2013년 하버드대 내부 보고서는 아시아계 미국인이라는 점이 입학과 부정적인 상관관계가 있다고 밝혔다. SFFA는 “2000∼2015년 하버드대 지원자 16만 명의 입학 전형 자료를 분석한 결과 학교가 아시아계 지원자의 성격, 호감도, 용기 등 인성 평가 점수를 낮게 매겨 차별을 했다”고 주장한다. 입학사정관들이 지원자의 5가지 정보(이름, 가문, 민족, 운동선수, 재정 지원) 등이 적힌 서류를 이용해 최종 판정을 내렸다는 의혹도 제기했다. 이에 대해 하버드대 측은 “조직적 차별은 없었다”며 “2개 집단(아시아계 중 캘리포니아주 출신과 여성)의 특징을 부풀려 전체 아시아계를 차별했다고 잘못된 주장을 하고 있다”고 반박했다. 뉴욕=박용 특파원 parky@donga.com}

“(냉동배아로 아이를 낳을 수 있다면) 그가 원하는 모든 걸 주겠다고 했어요.”(루비 토레스) “이건 재깍거리는 시한폭탄과 같습니다. 양육도 문제고, 아이가 커서 찾아오면 더 문제이니까요.”(존 터렐) 미국 애리조나주에 사는 루비 토레스와 존 터렐 부부는 지난해 3년간의 결혼 생활을 정리하기로 했다. 남편 터렐의 불륜이 원인이었다. 재산 분할은 순조로웠으나 부부가 함께 키우던 강아지 ‘에인절’과 3년 전 불임클리닉에서 만든 7개의 냉동배아를 두고 갈등이 생겼다. 부부는 결국 법정에 섰다. 유방암을 앓았던 아내 토레스는 “암이 자궁으로 전이될 가능성이 높아 냉동배아 없이는 아이를 가질 수 없는 상황”이라며 냉동배아를 이용한 출산을 희망했다. 남편 터렐은 “강요된 아빠가 되고 싶지 않다. 아이를 키우는 동안 전처(토레스)와 접촉하고 싶지도 않다”며 냉동배아 폐기를 주장했다. ○ 냉동배아에 대한 권리, 최초로 인정한 ‘토레스법’ 애리조나주 1심 법원은 고민 끝에 “토레스가 배아의 권리를 주장할 수 없고, 냉동배아를 폐기해선 안 된다”며 ‘제3자 기증’ 결정을 내렸다. 즉, 토레스와 터렐의 아이가 어디선가 태어나도 부부 중 누구도 아이가 성년이 되기 전에는 볼 수 없게 된 것이다. 로니 코빈 스타이너 판사는 “배아는 사람은 아니지만 세포덩이와 잠재적으로 사람이 될 존재 사이에 있기 때문에 특별하다. 그걸 존중했다”고 설명했다. 그러나 토레스는 “내 아이를 안아볼 수도 없고 평생 만날 수도 없게 한 결정”이라며 즉각 항소했다. 이 사건이 사회적 이슈가 되자 낸시 바토 애리조나주 상원의원(공화당)이 “냉동 배아가 삶의 기회를 가져야 한다”며 출산을 원하는 배우자에게 냉동배아를 제공하도록 하는 법안을 발의했고 주의회에서 가결됐다. 워싱턴포스트(WP)와 CBS 등은 “이른바 ‘토레스법’이라고 불리는 이 법이 7월 1일부터 시행됐다. 이에 따라 애리조나주에서는 출산을 원하는 배우자에게는 냉동배아를 넘겨줘야 한다”고 보도했다. ‘토레스법’은 미국 최초로 냉동배아로 아이를 낳으려는 배우자에게 배아에 대한 우선적 권리를 제공하는 길을 열어줬다. 다만 ‘원치 않은 부모’가 돼야 하는 상대 배우자(배아의 폐기를 원하는 배우자)는 배아에 대한 권리도 없지만 양육비 부담 등 부모로서의 의무도 지지 않는다. 현지 언론들은 “역설적이게도 ‘토레스법’은 소급 적용되지 않기 때문에 이미 재판이 진행 중인 토레스 사건에는 영향을 미치지 못한다”고 전했다. 지금까지 미국 법원은 대체적으로 냉동배아를 이용하길 원하지 않는 배우자의 손을 들어주는 편이었다. 일부 주에서는 냉동배아를 독립된 인격체로 인정하지 않고 법률적으로 ‘동산(動産)’으로 간주하기도 했다. 지난해 4월 뉴욕주 항소심법원은 냉동배아의 이용을 반대하는 남편의 손을 들어주고 냉동배아 폐기를 결정했다. 5년 전 냉동배아를 만들 때 부부가 “한쪽이 배아 사용에 대한 동의를 언제든지 철회할 수 있다”는 문서에 서명한 게 판단 근거였다. 의사이자 음악가인 미미 리와 실리콘밸리 투자회사의 중역인 스티븐 핀들리 이혼 소송에서도 같은 취지의 판결이 내려졌다. 캘리포니아주 1심 법원은 2015년 “아이의 출생에 참여하도록 강요받고 있으며 전처와 (아이가 성인이 될 때까지의 양육 기간인) 18년간 접촉할 것이 두렵다”는 남편 핀들리의 주장을 받아들여 5개의 배아를 폐기하도록 했다. ‘토레스법’은 이런 기존 판결들을 단박에 뒤집은 것이다. 미 보건복지부에 따르면 미국 내 불임클리닉에 보관된 냉동배아는 60만 개가 넘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명확한 법 규정이 없어 소유권을 둘러싼 소송도 심심치 않게 일어난다. 애리조나주에서 ‘토레스법’이 시행되자마자 뜨거운 논란이 일고 있다. 지지자들은 “배아에 대한 파트너의 권리를 보호하는 법률”이라고 옹호했지만 비판론자들은 “원치 않게 부모가 되도록 강요하는 법률”이라고 반발한다. 터렐의 변호인인 클라우디아 워크는 CBS와의 인터뷰에서 “법적으로는 부모가 아니라고 해도 ‘정서적 부모(emotional parents)’라는 건 그대로”라며 “자신의 생물학적, 유전적 아이를 (헤어진) 전 배우자가 키운다는 엄연한 사실을 ‘없는 일’처럼 여기며 지내는 건 불가능하다”고 말했다. ○ 낙태 논쟁, 줄기세포 연구 문제로까지 확산 냉동배아 논쟁은 미국 내의 낙태를 둘러싼 정치 논쟁으로 번질 조짐을 보이고 있다. 낙태반대 단체들은 “불임치료를 준비하기 위해 배아를 만든 사람은 ‘자발적인 출산권(procreational rights)’을 행사한 것이며 이 결과 만들어진 배아는 한쪽의 변심에 의해 폐기될 수 없다”고 주장한다. 반면 낙태 합법화론자들은 “출산을 하지 않을 권리를 헌법이 보호하고 있다”며 “‘토레스법’은 배아를 독립된 생명체로 인정하고 인격권을 부여한 것으로 봐야 하기 때문에, 낙태를 합법화한 기존 법률을 무력화시킬 수 있다”고 주장한다. 리치 본 미국변호사협회(ABA) 불임치료기술위원회 위원장은 워싱턴포스트와의 인터뷰에서 “‘토레스법’은 사실상 태어나지 않은 배아의 인간성(personhood)을 수립하기 위해 만들어졌다”며 “개인의 선택권을 제약하는 재앙이 될 수도 있다”고 우려했다. 미국 불임치료 학계에서는 ‘토레스법’ 시행으로 배아 기부가 줄어 파킨스병이나 알츠하이머병 치료 등에 중요한 줄기세포 연구를 위축시킬 수 있다는 우려도 나온다. 불임치료가 일반화된 한국에서도 냉동배아의 소유권을 둘러싼 갈등은 불가피할 것으로 보인다. 헌법재판소는 2010년 배아 생성자(정자 및 난자 제공자)가 배아의 관리 또는 처분에 대한 결정권을 가진다고 결정했다. 하지만 냉동배아의 소유권에 대한 구체적인 법률은 마련돼 있지 않다. 부부가 배아를 냉동 보관하다가 이혼을 하면 그 소유권과 사용을 두고 다툼이 발생할 가능성이 있다. 이계정 서울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는 “냉동배아 문제는 생명 존중의 관점에서 고려돼야 한다. 재화와 달리 언제든지 만들 수 있는 것이 아니라는 특수성도 감안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이어 “현행법에서는 이혼 후 여성이 전 남편의 반대에도 불구하고 냉동배아를 이용해 출산한 경우 남편의 친권 포기를 인정받기 어렵다. 따라서 냉동배아를 둘러싼 다툼에 대비한 특별법 제정이 필요하다”고 덧붙였다. 뉴욕=박용 특파원 parky@donga.com}

“우리는 일본군 위안부 문제에 분노하지만 소중한 청소년기를 빼앗기고 짓밟힌 위안부 소녀들의 삶과 얘기에 집중해본 적은 별로 없어요. 위안부는 보편적 인권의 문제라는 걸 세계인들에게 알리고 싶었습니다.” 2015년 한국 창작 뮤지컬 최초로 일본군 위안부를 소재로 한 ‘컴포트 우먼’을 미국 뉴욕 오프브로드웨이 무대에 올렸던 연출가 김현준 씨(27)가 3년 만에 이 작품을 다시 들고 뉴욕 극장가에 나타났다. ‘컴포트 우먼―뉴 뮤지컬’은 20일(현지 시간) 뉴욕의 유명 오프브로드웨이 극장 ‘피터 제이 샤프 시어터’에서 프리뷰 공연을 시작으로 막을 올렸다. 27일에 정식 공연을 시작한다. 3년 만에 무대에 오른 ‘컴포트 우먼’은 프리뷰 9회 공연과 이번 주말 공연이 전석 매진되면서 화제를 모으고 있다. 그는 “3년 전 공연은 위안부의 역사적 사실을 알리는 데 초점을 맞췄다면 올해는 일본군에게 속아 인도네시아에 위안부로 끌려간 소녀 7명의 가슴 아픈 사연과 그들의 소박한 꿈이 어떻게 짓밟혔는지 보여주려고 노력했다”고 말했다. 올해 공연에선 도쿄 설탕공장에서 일하면 일본군에 징집된 남동생을 빼내주겠다는 말에 속아 끌려간 주인공 고은 외에도 일본에 가면 배부르게 맛있는 걸 많이 먹을 수 있다는 말에 현혹된 고아 자매, 일본에서 돈을 벌어 가수나 간호사가 되고 싶다는 소녀 등의 가슴 아픈 사연들이 절절하게 그려진다. 총 3000명의 지원자 중 22명의 아시아계 배우와 2명의 백인 배우가 발탁됐다. 주연 ‘김고은’ 역은 한국계 혼혈 배우 애비게일 어레이더가 맡았다. 어레이더는 출연료 전액을 위안부 할머니들에게 기부하겠다고 밝혔다. 위안부 할머니들의 굴곡진 삶은 애벌레로 태어나 번데기를 거쳐 성체가 되는 나비에 비유했다. 3년 전 공연에서 자신감을 얻어 올해는 ‘한국적 감각’도 공연에 많이 입혔다. 무대 바닥에 한국 보자기 전통 패턴이 들어간 천을 깔거나 해금, 가야금 등 전통악기 선율을 오케스트라에 입히는 등 한국적 감각을 살리려고 노력했다. 김 씨는 “위안부 피해자 할머니들의 증언을 들어보면 언제 들이닥칠지 모를 일본군이 무서워 하루 종일 창문만 바라보고 있었다는 사연이 많이 나온다”며 “무대 세트에 문은 7개, 창은 1개를 달아 할머니들의 아픔을 표현했다”고 말했다. 20대 연출가가 위안부라는 묵직한 소재로 뉴욕 극장가에 도전한 것은 이례적인 일이다. 21세 때인 2012년 뉴욕시립대 연극학과 2학년을 다니면서 극작 수업 과제로 위안부를 소재로 몇 장면의 시나리오를 제출한 것이 ‘씨앗’이 됐다. 그는 “한국인은 다 아는 일본군 위안부의 존재를 교수님조차 모르고 있다는 것에 충격을 받았다”며 “시나리오를 읽어줬을 때 친구들이 흘린 눈물과 미국 관객들이 공연을 보고 눈물을 훔치는 걸 보면서 스토리의 강력한 힘을 느꼈다”고 말했다. 그는 “‘컴포트 우먼’이 같은 피해를 겪은 중국, 필리핀 무대에 오르는 날이 빨리 왔으면 좋겠다”며 “다른 나라 위안부 소녀들의 사연으로 시나리오를 바꾸는 것도 허용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뉴욕=박용 특파원 parky@donga.com}
북한이 싱가포르 공동성명의 첫 이행조치인 미군 유해 50여 구의 송환을 앞두고 미국과 돈 문제로 막판까지 줄다리기를 벌이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서해위성발사장 해체 작업으로 들떴던 미국은 비핵화 로드맵으로 나아갈 수 있는 첫 번째 고리였던 유해 송환에 악영향을 미칠까 우려하고 있다.○ CNN, “27일 유해송환도 불확실” 복수의 정부 관계자는 “북한이 27일로 예상됐던 유해 송환을 앞두고 생각보다 많은 돈을 요구해 협상 진척이 이뤄지지 않고 있다”고 전했다. 북한이 태도를 바꿔 소정의 대가를 기대하고 있다는 취지다. 로이터 통신도 24일(현지 시간) 전직 미 행정부 관료들의 말을 인용해 “협상 과정이 지지부진한 배경에는 북한의 현금보상 문제 때문일 가능성이 높다”고 전했다. 한반도 전문가인 프랭크 자누지 맨스필드재단 대표는 로이터와의 인터뷰에서 “1구당 가격으로 계산하지 않고 발굴작업 건수당 비용으로 계산한다”며 “작업에 필요한 연료나 장비, 농작물 제거 등에 드는 직접적인 비용들이 지불될 것”으로 내다봤다. CNN은 24일 미 국방부 관리들이 27일 유해를 돌려받기 위해 한국을 방문할 예정이라면서도 “미국 또는 한국 정부에 북한이 송환 작업을 최종 승인하지 않아 유해를 이날 돌려받을 수 있을지 불확실하다”고 전했다. 유해 송환만으로도 가다 서다를 반복하는 북한은 비핵화와 관련해서도 갈지(之)자 행보를 보이고 있다. 자유아시아방송(RFA)은 이날 함경북도 소식통을 인용해 “이달 초 함북 당 위원회에서 핵심간부회의를 불시에 소집해 6시간 동안 회의를 열었다”며 “마지막 강연자가 ‘핵’은 선대 수령들이 물려준 우리(북한)의 고귀한 유산으로 우리에게 핵이 없으면 죽음’이라고 강조하면서 회의가 마무리됐다”고 설명했다. 미국과 국제사회에 핵 포기를 약속했던 북한이 입장을 뒤집은 것으로 볼 수도 있는 대목이다.○ 김정은, 미사일시설 연속 해체로 트럼프 붙잡기 동시에 북한이 서해위성발사장뿐 아니라 평양 인근 대륙간탄도미사일(ICBM) 조립시설도 해체한 것으로 보인다는 보도도 나왔다. 그러나 미국의소리(VOA) 방송은 “북한이 당초 이 구조물을 완성하는 데 불과 3일밖에 걸리지 않았던 것으로 볼 때, 해체한 시설을 언제든 다시 재건할 수도 있다”고 우려했다. 마이크 폼페이오 미 국무장관도 이날 캘리포니아의 스탠퍼드대에서 미-호주 외교·국방장관 회의에 참석한 뒤에 북한의 미사일 엔진 실험장 해체에 관련해 “우리는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의 약속과 부합하도록 오래된 시험장이 해체될 때 현장에 감독관이 있어야 한다고 요구해왔다”며 “그들은(북한은) 완전하고 완벽한 비핵화를 할 필요가 있다”고 강조했다. 도널드 트럼프 미 대통령은 이날 미주리주 캔자스시티에서 열린 해외참전용사회(VFW) 전국대회 연설에서 “나는 매우 빨리(very soon) 이 전몰장병들이 집으로 돌아와 미국의 땅에서 편히 쉬기를 희망한다. 그것(유해 송환)이 프로세스를 시작할 것”이라며 김정은과의 약속을 거듭 강조했다. “오늘 새로운 사진들이 북한이 핵심 미사일 실험장의 해체 절차를 시작했다는 걸 보여줬다”며 “우리는 그것에 감사한다”고도 했다.○ 그럼에도 끊이지 않는 종전선언 설 냉온탕을 오가는 북한의 행보는 결국 미국에 ‘상응하는 조치’, 즉 종전선언에 대한 요구 수위를 끌어올리려는 의도로 풀이된다. 정부는 미국과 북한에 중국을 포함시킨 4자 종전선언 가능성에 무게를 옮기는 모양새다. 강경화 외교부 장관은 이날 국회 외교통일위원회 전체회의에서 “중국의 건설적인 참여로 같이 가는 게 장기적으로 더 합의에 무게 같은 것을 더할 수 있는 것이 아닌가 생각한다”고 했다. 김의겸 청와대 대변인은 “8월 4자(남북미중) 종전선언 구상이 나오는데 종전선언은 그 형식과 시기를 모두 다 열어놓은 상태”라고 말했다. 이런 가운데 중국 측 북핵 6자회담 수석대표인 쿵쉬안유(孔鉉佑) 중국 외교부 부부장(차관급) 겸 한반도사무특별대표가 25일 방북해 리길성 외무성 부상과 회담했다. 북한 문제를 담당하는 핵심 인사인 쿵 부부장은 북-미 간 비핵화 협상이 교착상태인 상황에서 북한 측과 ‘선(先)종전선언 후(後)비핵화’ 방안 견지 등 공동 관심사를 논의한 것으로 보인다.신나리 journari@donga.com·문병기 기자 / 뉴욕=박용 특파원}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24일(현지시간) 북한이 평안북도 동창리 서해 위성발사장 폐쇄 작업을 시작했다는 걸 거론하며 환영의 뜻을 밝혔다. 북미 협상의 산파 역할을 했던 마이크 폼페이오 장관은 한발 더 나아가 해체 과정에 대한 검증과 완전한 비핵화를 요구하며 북한을 압박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이날 미주리 주 캔자스시티에서 열린 해외참전용사회(VFW) 전국대회 연설에서 “오늘 새로운 사진들이 북한이 핵심 미사일 실험장의 해체 절차를 시작했다는 걸 보여줬다”며 “우리는 그것에 감사한다”고 말했다. 38노스가 공개한 평안북도 동창리 서해위성발사장 폐쇄 작업 사진을 언급하며 북한이 미사일 실험장 해체 절차에 착수했다는 것을 확인한 것이다. 트럼프 대통령은 “우리는 김 위원장(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과 환상적인 만남을 가졌다”며 “일이 잘 진행되고 있는 것처럼 보인다”고 평가했다. 폼페이오 장관도 이날 캘리포니아의 스탠퍼드대에서 미-호주 외교·국방장관 회의에 참석한 뒤에 북한의 미사일 엔진 실험장 해체에 관련해 “김정은 위원장이 싱가포르에서 트럼프 대통령에게 한 약속과 완전히 부합한다”고 평가했다. 그러면서 “우리는 김 위원장의 약속과 부합하도록 오래된 시험장이 해체될 때 현장에 감독관이 있어야 한다고 요구해왔다”며 “그들은(북한은) 완전하고 완벽한 비핵화를 할 필요가 있다”고 강조했다. 북한의 비핵화 과정에 대한 검증의 필요성을 다시 한번 강조한 것으로 풀이된다. 이와 관련해 헤더 나워트 국무부 대변인은 이날 브리핑에서 “분명히 검증이 다른 무엇보다 중요한 것”이라며 “적법한 그룹들로부터, 적법한 국가들에 의해 이뤄지는 검증이 미국 정부가 추구하는 것”이라고 밝혔다.뉴욕=박용특파원 parky@donga.com}

미국 아칸소주 ‘지로마운틴’사의 물류창고는 지금 포화 상태다. 철제 선반에 냉동 육류제품이 12m 높이로 탑처럼 쌓여 있다. 이 회사는 늘어난 육류 재고를 보관하기 위해 텍사스주에 새 시설을 짓고 있다. 미국이 중국 멕시코 등과 무역전쟁을 시작한 뒤부터 미국 내 육류 재고가 사상 최고치로 치솟으면서 나타난 현상이다.○ ‘돼지고기 전쟁’에 숨겨진 각국의 득실 미국산 육류가 각국의 보복 관세의 집중 표적이 되면서 미국 내 육류 재고가 늘어나고 동시에 가격까지 떨어지고 있다. 월스트리트저널(WSJ)은 22일(현지 시간) “보복관세로 수출길이 막히면서 쇠고기, 돼지고기, 닭고기, 칠면조 등 재고가 기록적인 수준인 25억 파운드(약 113만4000t) 이상이 될 것”이라고 전했다. 최근 몇 년간 미국 경기 호황과 아시아 국가의 육류 소비 증가로 사육 및 가공 시설에 엄청난 투자를 해왔던 미국 축산농가와 육류 가공업자들은 큰 피해를 입게 됐다. 중국은 4월 미국산 돼지고기에 25% 관세를 부과한 데 이어 이달 관세를 다시 62%로 높였다. 미 농무부에 따르면 최근 몇 주간 대중 돼지고기 수출은 하나도 없었다. 미국산 돼지고기 2위 수입국인 멕시코도 지난달 10%의 관세를 부과했고, 이달 20%로 관세를 올렸다. 미국 돼지고기가 들어오지 못하면서 중국 소비자들도 당분간 비싼 돼지고기를 먹어야 한다. 반면 ‘돼지고기 전쟁’ 때문에 혜택을 보는 국가와 소비자도 있다. 미국산 돼지고기의 최대 수입국인 일본이 대표적이다. 일본인들은 어느 때보다 싼값에 돼지고기를 먹을 수 있게 됐고, 미국 소비자들도 마찬가지다. 독일 스페인 덴마크 등 유럽 돼지고기 수출국가도 미소를 감추지 못하고 있다. 중국이 미국산 대신 유럽산 돼지고기를 수입할 가능성이 높아졌기 때문이다.○ 이란도 미중 무역전쟁의 수혜자 미국이 세계를 상대로 무역전쟁을 선포하면서 반사이익에 웃는 국가도 늘어나고 있다. 돼지고기와 함께 무역전쟁의 표적이 된 대두도 브라질 등 남미 국가들에 기회를 만들고 있다. 중국이 미국산 대두에 25% 추가 관세를 부과하자 중국 대두 수입업자들은 수입처를 브라질로 돌리고 있다. 지금까지 브라질산 대두는 미국산에 비해 약 20% 비쌌다. 파이낸셜타임스(FT)는 19일 “브라질 남부에서 수출된 대두 가격은 t당 396.6달러(약 44만8200원)로, 미국 남부 멕시코만에서 선적된 대두에 비해 t당 66.1달러(약 7만4700원) 비싸다”고 분석했다. 그러나 25%의 관세를 고려하면 가격이 역전된다. 수입처를 바꾼 중국 수입업자들 때문에 브라질산 대두의 프리미엄은 4년 만에 최고치가 됐다고 FT는 전했다. 신난 것은 브라질만이 아니다. 미국산 대두 가격이 하락하자 이번엔 유럽 바이어들이 분주해졌다. 과거 브라질산 대두를 사오던 유럽 국가들은 싼 미국산 대두로 수입처를 급히 갈아타고 있다. 미 농무부 보고서에 따르면 3월 이후 중국 이외 지역에 대한 미국산 대두 수출은 1년 전보다 50%가량 늘어났다. 심지어 미국의 제재를 받고 있는 이란도 미중 무역전쟁의 수혜자가 될 것으로 전망된다. 중국이 미국산 석유화학제품에 25% 보복관세를 매기면 해당 제품을 중국에 가장 많이 수출하는 중동이 반사이익을 얻고, 특히 중국의 최대 석유화학제품 수입국인 이란이 득을 볼 수 있다.주성하 기자 zsh75@donga.com / 뉴욕=박용 특파원}

“미국의 수입 자동차 관세 부과는 한미 자유무역협정(FTA)의 혜택을 근본적으로 훼손할 것이다.”(강성천 산업통상자원부 차관보) “(미국 자동차 산업) 일자리 10%가 줄어들 것이다.”(제니퍼 토머스 미국 자동차제조업연맹 부회장) 미국 정부가 수입 자동차에 대한 관세 부과를 검토하는 가운데 다른 국가들은 물론이고 미국 내에서도 반대 의견이 빗발치고 있다. 미 상무부가 각계의 의견을 수렴하기 위해 개최한 공청회는 미국 정부 계획에 대한 성토장이 됐다.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이 국내외 반대에도 수입차 관세 부과를 강행할지에 이목이 집중되고 있다.○ 트럼프 행정부 성토대회 된 공청회 19일(현지 시간) 미국 워싱턴 상무부 강당에서 열린 ‘수입자동차 관세’ 공청회에는 한국 유럽연합(EU) 캐나다 멕시코 일본 등 각국 정부와 업계 대표단 등 400여 명이 참석했다. 각국 정부 관계자들은 대미(對美) 자동차·부품 수출이 미국 경제에 긍정적인 영향을 미치고 있다는 점을 강조했다. 강성천 산업부 차관보는 “한국의 자동차 기업들은 100억 달러 이상 미국에 투자해 11만 명 이상의 고용을 창출하고 있다”며 “한국의 대미 수출 주력 차종은 미국 자동차와 경쟁관계에 있지 않다”고 설명했다. 현대자동차 앨라배마 공장 직원인 미국인 존 홀 씨는 “2005년부터 생산공장의 엔진 숍에서 일하고 있다”며 “만약 관세가 부과된다면 앨라배마의 내 친구와 이웃들은 일자리를 잃을 것이고 지역경제는 완전히 파괴될 것”이라고 호소했다.○ 미국 업계 “일자리 줄고 경쟁력 훼손될 것” 우려 이날 공청회에서 미 자동차제조업연맹(AAM), 전미자동차딜러협회(NADA), 전미제조업협회(NAM), 자동차무역정책위원회(AAPC) 등 미국의 자동차 관련 4개 단체는 수입차 관세 부과에 대한 입장을 밝혔다. 이들은 수입 부품 가격이 오르면 미국에서 생산되는 완성차 가격이 함께 오르고 미국내 자동차 구입 수요가 감소해 일자리가 줄어드는 결과를 낳을 것이라고 우려했다. 맷 블런트 AAPC 회장은 “소비자의 수요 감소로 인해 최소 62만4000개의 일자리가 사라질 수 있다”면서 “자동차 업체들의 미국 투자도 줄어들면서 궁극적으로 미국 자동차 업계의 경쟁력만 떨어진다”고 말했다. 이날 공청회가 진행되는 동안 미 의회 앞에서는 미 자동차업계 근로자들이 관세 부과에 반대하는 시위를 벌이기도 했다. 이처럼 미국내 거센 반발을 의식한 듯 이날 공청회에 참석한 윌버 로스 상무장관은 “미국이 수입차와 부품에 대해 25%의 관세를 부과할 것인지 여부를 말하긴 너무 이르다”며 조심스러운 입장을 밝혔다. 로스 장관은 이날 방미 중인 여야 5당 원내대표와의 면담 자리에서도 “한미 FTA 개정 협상에서 미국의 자동차 관련 요구가 많이 반영됐기 때문에 (고율 관세는) 이중 부담”이라는 지적에 “공감한다”고 말한 것으로 전해졌다. ○ 불안한 자동차 업계 미국은 자동차 수입이 미 국가안보에 위협이 되는지, 관세를 부과하는 것이 정당한지에 대해 검토하고 있다. 국가안보에 위협이 된다고 결론이 날 경우 무역확장법 232조에 따라 자동차와 자동차 부품에 대해 최대 25%의 관세를 부과할 방침이다. EU 등 미국의 무역 당사국들은 강력한 보복 조치를 예고한 상황이라 미국의 자동차 관세 부과는 전면적인 글로벌 무역전쟁을 촉발할 가능성이 높다. 트럼프 대통령은 20일 중국의 대미국 상품수출 총액인 5000억 달러 전체에 추가관세를 부과할 것이라고 거듭 밝혔다. 한국 자동차 산업은 이미 내수가 줄어들고 수출 동력도 떨어지는 상황이어서 미국의 관세 부과 여부를 예의주시하고 있다. 20일 산업부가 발표한 ‘6월 및 상반기 자동차 산업 동향’에 따르면 지난달 국내 자동차 업체의 수출 실적은 전년 동월 대비 7.7% 줄어든 22만 대로 집계됐다. 미국 수출 시장이 축소된 게 원인으로 꼽혔다. 대미 자동차 수출 실적은 2015년 106만6164대를 기록했지만 이후 2016년 96만 대, 2017년 84만 대 수준으로 줄고 있다. 한국 자동차 업계는 미국이 자동차에 최대 25%의 관세를 부과하면 앞으로 5년간 최대 662억 달러(약 75조 원)의 수출 손실이 생길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세종=송충현 기자 balgun@donga.com / 뉴욕=박용 특파원 / 이은택 기자}

러시아의 2016년 미국 대선 개입 수사와 관련해 낯선 이름이 등장했다. 뉴욕의 ‘택시왕’ 예브게니 진 프리드먼(47)이다. 지난달 탈세 혐의로 체포된 그가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의 전 개인 변호사 마이클 코언에 대해 증언하겠다고 나섰다. 러시아 이민자 출신 프리드먼은 뉴욕에서 택시 1100대를 굴리던 큰손 사업가였고, 코언은 택시 면허를 구입해 그에게 운영을 맡긴 동업자였다. 프리드먼은 1930년대 대공황 당시 규제의 산물인 뉴욕 택시 면허 제도를 지렛대 삼아 자신만의 ‘택시왕국’을 건설했다. 뉴욕시는 대공황으로 일자리를 잃은 시민들이 자가용을 끌고 나와 돈벌이에 뛰어들자, 1937년 택시 면허인 ‘머댈리언(medallion)’ 제도를 도입해 차량 대수와 요금을 통제했다. 프리드먼은 공급이 통제된 택시 면허의 자산 가치를 간파했다. 그는 면허를 담보로 은행 돈을 빌려 다시 면허를 사들이는 식으로 자산을 불렸다. 영원할 것 같던 그의 제국은 실리콘밸리 차량 호출 회사 우버가 등장한 이후 급제동이 걸렸다. 뉴욕의 우버 이용 건수는 2015년 1월 택시 이용의 7분의 1 정도에 불과했다. 그러나 2년 6개월 뒤인 지난해 7월 우버는 택시를 앞질렀다. 스마트폰 앱으로 차량을 호출하는 편리한 우버 서비스가 등장하자 시민들은 불편하고 지저분하면서도 비싼 택시를 외면했다. 뉴욕시 택시 면허는 2013년 132만 달러(약 14억9000만 원)까지 치솟았지만, 5년 만에 10분의 1토막이 됐다. 프리드먼의 택시회사들도 파산하고 탈세범으로 몰렸다. 한국은 자가용을 이용한 차량 호출 서비스를 막았지만, 뉴욕시는 ‘선 허용, 후 규제’ 원칙을 적용해 우버의 진입을 허락하는 결단을 내렸다. 낡은 제도를 보호하는 대신 시민들의 편익을 우선시한 것이다. 하지만 기존 질서를 파괴하는 혁신의 피해자를 구제하는 해법은 아직도 찾아내지 못했다. 낡은 규제의 돌을 들어 올리면 택시왕 프리드먼과 같은 사업자, 졸지에 수입을 잃는 택시운전사 등 수많은 사연과 사람들이 등장한다. 택시처럼 오래된 규제일수록 풀기 힘든 이해관계의 매듭이 단단히 묶여 있다. 청와대에 규제 개혁 상황판이 있다면 규제를 몇 개 없앴다는 숫자보다 낡은 규제의 이익을 누리는 이들이 누구이고, 시민의 편익과 이들의 이해관계를 어떻게 조절할 것인지, 경쟁에서 도태된 사람들의 재기를 돕기 위한 사회안전망은 어떻게 만들 것인지부터 챙겨야 한다. 이런 준비와 결단이 없으면 규제 개혁은 일방적인 ‘호통과 질타’, 극렬한 저항으로 끝난다. 역대 대통령이 전봇대를 뽑고 손톱 밑 가시를 빼주겠다고 큰소리만 치고 실패한 이유다. 이런 어려운 일을 해낸 나라도 있다. 미-러 정상회담이 열린 핀란드 헬싱키는 올해 7월 택시 차량 면허, 택시 대수, 요금 규제를 없앴다. 택시 사업자 요건만 갖추면 우버와 같은 차량 호출 회사 소속 기사들이 자가용으로 승객을 실어 나를 수 있게 길을 터준 것이다. 요금 규제를 없애 택시회사의 수익도 배려했다. 다만, 차량을 선택하기 전 요금을 사전에 승객에게 알려주게 했다. 회사 간 경쟁을 유도해 요금을 낮추기 위한 목적이다. 요금이 지나치게 높으면 정부가 개입할 수 있는 길도 터놨다. 핀란드 정부는 지난해 6월 이 내용이 담긴 ‘교통서비스 법안’을 내놓으면서 밝혔다. “개혁의 목적은 새로운 서비스 모델 창출을 촉진하고, 시장 접근을 용이하게 하며, 경쟁을 제한하는 국가 규제를 해체하고, 공공 지침을 줄이기 위한 것이다.” 시민이 원하는 규제 개혁이 바로 이런 것 아닐까. 박용 뉴욕 특파원 parky@donga.com}

강경화 외교부 장관과 마이크 폼페이오 미국 국무장관이 20일(현지시간) 오전 뉴욕 맨해튼 유엔주재 한국 대표부에서 한미 외교장관 회담을 열었다. 두 사람은 폼페이오 장관의 3차 방북 직후인 8일 일본 도쿄에서 한미일 외교장관회담을 가진 후 12일 만에 다시 만났다. 이번 회담에는 우리 측 조태열 주유엔 대사와 미국 측 니키 헤일리 주유엔 미국 대사가 배석했다. 강 장관과 폼페이오 장관은 북한 비핵화와 한반도 평화구축 문제를 비롯해 한미관계 발전 방안 등에 대해 의견을 조율한 것으로 알려졌다. 강 장관은 이날 오전 10시 회담에 앞서 기자들에게 “(도쿄 회동 이후) 미국과 한국 측에서 일어난 일에 대해, 특히 북한과 진행 중인 대화에 대해 의견을 교환할 것”이라고 밝혔다. 강 장관은 또 북한이 비핵화 의지가 있는 것으로 보느냐는 질문에 “그들(북한)은 거듭해서 완전한 비핵화에 대한 분명한 약속(commitment)을 했다”면서 “우리는 그들이 약속을 지키도록 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강 장관과 폼페이오 장관은 회담 후 곧바로 유엔 안전보장이사회의 15개 이사국을 대상으로 공동 브리핑을 진행했다. 구가인 기자 comedy9@donga.com뉴욕=박용 특파원 parky@donga.com}
미국의 전동 스쿠터 공유 서비스 기업인 ‘버드’는 지난해 4월 창업하고 같은 해 9월 서비스를 시작했다. 현재 이 회사의 가치(6월말 기준)는 20억 달러(약 2조2200억 원)가 넘는다. 미국에서는 실리콘밸리 등을 중심으로 ‘버드’ 같은 유니콘 기업이 급증하고 있고, 유니콘(회사 가치 10억 달러 이상)이 되는 기간도 점점 더 단축되는 추세가 뚜렷하다. 그러나 한국의 유니콘 시계는 2014년에 멈춰 있다. 한때 중국에 정보기술(IT)을 전수해주던 한국의 ‘테크허브’ 서울은 질적 성장을 하지 못한 채 ‘만년 유망주’ 신세다. 18일 글로벌 기술시장 분석회사인 CB인사이트에 따르면 2014년 이래 서울이 배출한 유니콘은 이커머스 기업 ‘쿠팡’과 블록체인 기술 기반 서비스 제공기업인 ‘옐로모바일’, 두 곳에 불과하다. 유니콘 배출 수에서 서울(2개)은 베이징(29개)은커녕 상하이(11개)와도 격차가 크다. 현재 한국에서 유니콘 후보로 거론되는 업체는 화장품 제조업체 ‘L&P코스메틱’ 정도뿐이다. 한국에서 가장 성공한 유니콘 기업인 쿠팡의 기업 가치는 50억 달러(약 5조6000억 원)로 중국 최대 유니콘 중 하나로 꼽히는 차량공유회사인 디디추싱(560억 달러)의 10분의 1 수준이다. 전문가들은 “이런 차이는 초반 스타트업을 양산하는 문화에서 비롯된다”고 말한다. 한국은 유니콘의 가능성을 보고 투자하는 주도적인 모험 자본 기반이 취약하다. 자본시장연구원에 따르면 2015년 기준 한국 벤처기업이 조달한 자금 대부분은 정책지원금(37%)과 일반금융(23%) 등이다. 벤처캐피털(VC), 에인절투자는 0.1%에 불과하다. 반면 이웃 나라 일본의 경우 도요타, 히타치 등 대기업 계열 벤처 투자펀드의 비중이 63%에 이른다. 각종 규제와 함께 성공 사례가 적다 보니 스타트업에 도전하는 청년층 자체가 적다는 것도 문제로 꼽힌다. 고혁진 한국산업기술대 경영학부 교수는 “아이디어만 갖고 스타트업을 시작하고 투자를 받을 수 있는 벤처 생태계를 갖추는 게 우선 과제”라며 “신생 기업이 성장하지 못하면 투자금 회수가 어려워 모험자본의 투자가 다시 위축되는 악순환이 반복된다”고 지적했다.구가인 기자 comedy9@donga.com / 뉴욕=박용 특파원}

《무역전쟁에 돌입한 미국과 중국이 첨단기술 기업을 길러내는 글로벌 ‘테크 허브’ 경쟁에서도 미래 경제 패권을 쥐기 위한 각축전을 벌이고 있다. 세계 정보기술(IT) 산업의 심장으로 불리는 실리콘밸리를 앞세워 주도권을 잡은 선발 주자 미국을 베이징과 상하이를 앞세운 중국이 맹렬한 기세로 추격하고 있다. IT 선진국이며 혁신성장을 국가 전략으로 내세운 한국은 후발 주자인 중국과 격차가 크게 벌어지면서 ‘만년 유망주’ 신세를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 무역전쟁 상대 미국을 무서운 기세로 쫓아가고 있는 중국 테크 허브의 성장을 살펴봤다.》 중국 최대 전자상거래 기업 알리바바는 전체 매출의 10%에 불과한 해외 매출 비중을 2025년까지 미국 실리콘밸리 기술기업들과 비슷한 수준인 50%까지 끌어올릴 계획이다. 공교롭게도 중국 정부가 10대 첨단 전략산업을 육성하겠다고 제시한 ‘중국제조 2025’의 목표 시점과 겹친다. 여기에다 중국 최대 ‘테크허브’인 베이징과 상하이가 키워낸 토종 ‘유니콘’(기업 가치가 10억 달러 이상인 신생기업)들까지 속속 가세하면서 미국과 세계를 향해 발톱을 드러내고 있다. 미래 경제의 패권을 놓고 미국과 중국 ‘테크허브’들이 벌이는 ‘유니콘 목장의 결투’가 막을 올린 것이다.○ 베이징과 상하이, 실리콘밸리 맹추격 글로벌 기술시장 분석회사인 CB인사이트가 18일 세계 15개국 25개 ‘테크허브’를 분석한 결과, 올 5월 현재 유니콘을 가장 많이 배출한 테크허브는 미국 실리콘밸리(57개)로 조사됐다. 이어 베이징(29개), 뉴욕(13개), 상하이(11개) 순으로 나타났다. ‘유니콘 목장’이라고 할 수 있는 글로벌 테크허브의 경쟁이 미국과 중국의 2강 구도로 굳어지는 가운데, 중국이 미국과의 격차를 빠르게 좁히는 양상이다. 영국 이코노미스트는 “중국 기술기업들은 한때 검색엔진부터 전자상거래, 소셜네트워크서비스 등 실리콘밸리의 상품을 단순히 베끼던 카피캣에서 개척자로 바뀌고 있다”고 평가했다. 유형별로는 미국의 실리콘밸리와 뉴욕 로스앤젤레스 보스턴, 영국 런던, 이스라엘 텔아비브 등 3개국 6개 지역이 가장 성공한 ‘유력 허브’로 분류됐다. 최근 급성장한 중국 베이징과 상하이, 인도 벵갈루루 뉴델리, 일본 도쿄, 프랑스 파리, 독일 베를린은 ‘고성장 허브’로 분석됐다. 서울은 스웨덴 스톡홀름, 호주 시드니, 네덜란드 암스테르담 등 8개국 8개 지역과 함께 ‘유망주 허브’로 평가됐다. ○ 중국, 정부 주도 자본과 인재 집중 투자 실리콘밸리는 민간 주도로 성장했지만 중국 테크허브는 중국 정부의 전폭적인 지원을 통해 급성장한 게 다른 점이다. 미국 대학이나 연구소 등에서 일하고 있는 중국인은 30만 명 이상으로 추정된다. 미국 대학 외국인 학생 중 약 3분의 1, 과학 기술 공학 수학(STEM) 분야 대졸자의 25%가 중국인이다. 이들이 귀국해 베이징과 상하이의 ‘테크허브’에서 벤처 열풍을 주도하고 있다. 자본력도 실리콘밸리와 격차를 좁히고 있다. 2012년 이후 누적 투자금액은 실리콘밸리가 1400억 달러로 가장 많았다. 이어 베이징(720억 달러), 뉴욕(360억 달러), 상하이(230억 달러) 순이었다. 이달 1일 중국 국유기업인 자오상(招商)그룹은 약 1000억 위안(약 16조8000억 원) 규모의 벤처캐피털 펀드를 조성해 주로 중국에 투자하겠다고 밝혔다. 약 100조 원 규모인 일본 소프트뱅크의 ‘비전펀드’를 벤치마킹한 ‘중국판 소프트뱅크’를 선언한 것이다. 실탄을 충분히 장전한 중국 테크허브는 창업 생태계의 건강함을 보여주는 기업 인수합병이나 기업공개를 통한 ‘엑시트’도 실리콘밸리처럼 활발하다. 물류기술 회사인 징둥닷컴이 기업공개로 260억 달러를 끌어모으는 등 베이징과 상하이에서 2012년 이후 1억 달러 이상의 엑시트가 50여 건에 이른다. CB인사이트는 “베이징과 상하이가 실리콘밸리와 경쟁을 하기 위해 자금 조달의 덩치를 키우고 있다”고 평가했다. ○ ‘차이나 머니’에 백악관도 긴장 해외 자원개발 중심이던 중국의 해외직접투자(FDI)는 ‘중국제조 2025’가 발표된 2015년 이후 첨단기술 쪽으로 방향을 급격히 틀었다. 2014년 6월 중국 공업화신식화부가 집적회로 산업 육성을 발표하자 90일 후 전직 정부 관리가 참여한 391억 달러 규모의 국가집적회로산업투자펀드가 만들어지는 식이다. 2013년 214개이던 중국 정부 주도의 벤처캐피털 펀드는 지난해 말 1166개로 늘었다. 실리콘밸리 벤처기업에 주로 투자하는 부서까지 두고 있는 중국투자공사만 해도 한국 외환보유액의 2배가 넘는 8138억 달러의 자산을 운용하고 있다. 조시 러너 하버드대 경영대학원 교수는 “이런 시도는 중국이 첨단기술을 훔쳐가고 있다고 걱정하는 미국 강경파들을 더 불편하게 만들 것”이라고 말했다. 지난달 말 미국이 중국 기업의 미국 첨단기술 투자에 제동을 걸고 나선 것도 ‘차이나 머니’의 힘을 의식한 것이다. 미국은 중국이 해킹이나 미국 현지 기업 인수 등으로 첨단기술을 빼가고 있다고 의심한다. 백악관은 “중국제조 2025는 중국이 지배력을 확보하기 위한 기술 분야 목표 목록을 밝혔는데, 최근 중국 투자의 많은 부분이 이 목록과 일치한다”고 지적했다. 뉴욕=박용 특파원 parky@donga.com}
2005년 중단됐던 북한 내 미군 전사자 유해 발굴 작업이 13년 만에 재개된다. 북한과 미국은 15일 판문점 장성급 회담에서 이에 합의하고 16일부터 구체적인 실무 논의를 위한 후속 회담에 나섰다. 마이크 폼페이오 미국 국무장관은 북-미 장성급 회담이 끝난 뒤 발표한 성명에서 “(북-미) 양측은 고국으로 돌아오지 못한, 5300여 명으로 추산되는 미국민의 유해를 찾기 위해 북한에서 현장 발굴 작업을 재개하기로 합의했다”고 밝혔다. 이미 수습한 유해의 송환을 포함한 다음 단계의 조치를 조율하기 위해 미국과 북한 간 실무회의가 16일 시작된다는 사실도 공개했다. 폼페이오 장관은 회담 성과에 대해 “오늘 대화는 생산적이었고 협력적이었으며 확고한 약속들로 귀결됐다”고 평가했다. 그러면서 “이번 회담은 김(정은) 위원장이 싱가포르 정상회담에서 한 약속들 중 하나를 실행하는 데 목적이 있다”고 강조했다. 종전선언에 대한 언급은 없었다. 미국 CNN방송은 15일(현지 시간) 미 행정부 한 관리의 말을 인용해 미국과 북한이 미군 전사자로 추정되는 200여 구의 유해를 앞으로 14∼21일 내 송환하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고 보도했다. 이미 발굴된 유해들은 정전협정 체결 65주년이 되는 이달 27일을 전후해 송환될 가능성이 거론된다.이정은 기자 lightee@donga.com / 뉴욕=박용 특파원}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과의 정상회담 직전 양국의 적대적 관계에 대한 책임이 미국의 어리석음에 있다고 비난해 논란이 일었다. 트럼프 대통령은 16일 푸틴 대통령과의 헬싱키 정상회담을 앞두고 자신의 트위터 계정에 “러시아와 우리의 관계는 오랜 세월 미국의 어리석음과 우둔함, 현재의 조작된 마녀사냥 때문에 최악이 됐다”고 글을 올렸다. 러시아 외교부는 미국의 ‘어리석음과 우둔함’을 비판하는 트윗을 공식 트위터 계정을 통해 리트윗하며 “우리도 동의한다”고 글을 올렸다. 워싱턴포스트(WP)는 “트럼프의 언급은 푸틴과 그의 정부가 오랫동안 주장한 것과 일치했다”고 지적했다. 뉴욕타임스(NYT)는 “법무부가 러시아 정보요원 12명을 민주당전국위원회(DNC)와 힐러리 클린턴 선거대책본부를 해킹한 혐의로 기소한 매우 어색한 시점에 월요일 트럼프와 푸틴의 회담이 열렸다”고 평가했다. 그러면서 “트럼프는 양국 간 긴장에 대해 러시아가 아닌 미국을 비난했다”며 트럼프 대통령의 트윗을 언급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헬싱키로 떠나기 전 언론에 대한 강한 불만도 드러냈다. 그는 트위터에 “러시아가 수년간 저질러 온 죄악과 악행에 대한 응징으로 위대한 도시 모스크바를 받아온다고 해도 그건 충분하지 않고 추가로 상트페테르부르크를 받아왔어야 한다는 비판을 받을 것”이라며 “우리의 많은 뉴스 미디어가 사실은 ‘인민의 적’”이라고 맹공격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지난해에도 미 언론을 ‘인민의 적’이라고 비판했는데, 당시 정치권에서 “전 소련 독재자 이오시프 스탈린이 적을 지칭할 때 쓴 용어”라는 논란이 일었다. 트럼프 대통령의 이 같은 반응은 정상회담에 대한 기대치를 낮추고, 가시적인 성과가 없을 경우 예상되는 ‘빈손 회담’ 논란에 선제적으로 대응하기 위한 의도로 풀이된다. 뉴욕=박용 특파원 parky@donga.com}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12일(현지 시간) 비핵화 언급은 없고 북-미 관계 개선에 대한 기대감만 담은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의 친서를 전격 공개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이날 트위터에 “북한 김(정은) 위원장으로부터 (받은) 매우 멋진 노트. 대단한 진전이 이뤄지고 있다!”며 한글 원문과 영문 번역본 친서를 공개했다. 1장짜리 친서에는 ‘조선민주주의인민공화국 국무위원회 위원장 김정은’ 명의의 친필 사인과 ‘2018년 7월 6일 평양’이라고 적혀 있었다. 이때 평양을 방문했으나 김 위원장을 직접 만나지 못한 마이크 폼페이오 미 국무장관이 김영철 노동당 부위원장 겸 통일전선부장 등을 통해 친서를 전달받은 것으로 보인다. 김 위원장은 친서에서 “조미(북-미) 사이의 새로운 미래를 개척하려는 나와 대통령(트럼프) 각하의 확고한 의지와 진지한 노력, 독특한 방식은 반드시 훌륭한 결실을 맺게 될 것이라고 굳게 믿고 있다”며 기대감을 나타냈다. 이어 “(트럼프) 대통령 각하에 대한 변함없는 믿음과 신뢰가 앞으로의 실천과정에 더욱 공고해지기를 바라며 조미(북-미)관계 개선의 획기적인 진전이 우리들의 다음번 상봉을 앞당겨주리라고 확신한다”고 적었다.뉴욕=박용 특파원 parky@donga.com}
4월 10일 러시아 선적 패트리엇호가 공해상에서 북한 유조선 완흥11호를 만났다. 패트리엇호에서 석유를 옮겨 실은 완흥11호는 닷새 뒤 북한 남포항에 정박했다. 북한이 불법적으로 석유를 반입하는 이 현장이 미국의 감시망에 포착됐다. 워싱턴포스트(WP) 등 외신들은 미 정부가 12일(현지 시간) 북한이 유엔 안전보장이사회(안보리)의 제재를 위반해 석유를 불법 밀수하고 있다며 유엔 안보리 산하 대북제재위원회에 문제를 제기했다고 전했다. 트럼프 행정부는 러시아와 중국을 겨냥해 “북한에 석유 수출을 즉각 중단해야 한다”고 요구하며 대북 제재망을 다시 조이고 있다. 유엔 안보리는 지난해 12월 북한의 대륙간탄도미사일 ‘화성 15형’ 시험발사 도발 이후 정유제품 공급량을 연간 50만 배럴로 제한하는 대북제재 결의 2397호를 통과시켰다. 하지만 미국은 “북한이 올해 1월부터 5월까지 총 89차례에 걸쳐 해상에서 선박 간 환적 방식으로 석유를 불법적으로 반입했다”며 러시아 선박 1척과 북한 선박 10여 척의 제재 위반 사례가 포함된 보고서를 대북제재위원회에 제출했다. 미국은 위원회에 선박 간 환적을 통한 북한의 석유 밀수에 대한 ‘감시 강화(Enhanced vigilance)’를 요구하고, 러시아와 중국에 대해서는 북한에 대한 ‘석유제품 판매 즉각 중단’을 요구했다. 월스트리트저널(WSJ)은 “마이크 폼페이오 국무장관이 3차 방북 활동을 마치고 평양을 떠난 바로 다음 날 트럼프 대통령은 ‘중국이 (북-미)협상을 흔들고 있다’며 중국을 비난한 직후 이번 대북제재 강화 요구 조치가 나왔다”고 지적했다. 뉴욕=박용 특파원 parky@donga.com}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12일(현지 시간) “대단한 진전이 이뤄지고 있다”며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의 친서를 전격 공개한 것은 마이크 폼페이오 국무장관의 ‘빈손 방북’ 논란을 잠재우고 북-미 협상 동력을 재점화하기 위한 의도로 풀이된다. 북한이 미군 유해 송환 문제를 논의하기 위한 미국과의 실무회담에 불참한 직후 친서를 전격 공개한 것도 미국 내의 부정적인 여론에 ‘맞불’을 놓으려는 시도로 해석된다. 하지만 “친서엔 북-미 협상의 핵심 목표인 비핵화에 대한 어떤 언급도 없다”는 비판이 나온다.○ 폼페이오 ‘빈손 방북’ 논란에 ‘김정은 친서’ 맞불 폼페이오 국무장관은 ‘3차 방북’(6, 7일)에서 김정은 국무위원장을 만나지도 못했다. 그가 평양을 떠난 직후 북한은 “(미국이) 일방적이고 강도적인 비핵화 요구를 들고 왔다”며 미국에 직격탄을 날렸다. 북한 측은 12일 미군 유해 송환을 위한 북-미 실무회담에 모습을 드러내지 않아 ‘노쇼(no show) 파문’까지 낳았다. 정상 간 친서를 트위터로 공개한 트럼프 대통령의 외교적 파격은 북-미 협상이 어느 정도 성과를 내고 있다는 점을 부각시키기 위한 일종의 ‘반전 카드’로 볼 수 있다. ‘김 위원장이 친서에서 최대한의 예우를 갖춘 것처럼, 북한도 북-미 협상에 선의를 갖고 임하고 있다’는 점을 강조한 셈이다. 그러나 뉴욕타임스(NYT) 등은 “트럼프 대통령이 공개한 편지는 (아첨하는) 미사여구(flowery language)만 가득했지, 북한이 핵무기를 포기하겠다는 의지에 대한 언급은 없었다”고 평가했다. 친서 한글본에는 ‘각하’라는 표현이 6회, 영문본에서는 같은 의미의 ‘Your Excellency’가 5회 사용됐다. 해리 카지아니스 국가이익센터 연구원은 한 인터뷰에서 “워싱턴과 평양은 (비핵화 진전을 위한 미래 얘기가 아니라) 지나간 과거 얘기만 하는데 그것은 위험하다”고 지적했다. 김 위원장은 친서에서 “조미(북-미) 관계 개선의 획기적인 진전이 우리들의 다음 번 상봉을 앞당겨 주리라고 확신한다”고 적어 향후 북-미 정상회담의 성사 여부는 북-미 관계의 개선, 즉 트럼프 정부가 북한에 어떤 우호적 조치를 취하는지에 달려 있다는 의사를 전했다. 북한 측이 폼페이오 장관의 3차 방북 때 종전선언을 요구한 것처럼 ‘이제 공(후속 조치)은, 북한이 아닌 미국 코트에 있다’는 점을 분명히 한 셈이다. 트럼프 대통령은 13일(현지 시간) 방문 중인 영국 버킹엄셔 총리 관저에서 테리사 메이 총리와 가진 공동 기자회견에서 친서를 언급하며 “좋은 느낌을 갖고 있다”면서도 “(비핵화 협상의) 과정은 많은 이들이 기대했던 것보단 더 길어질지 모른다”고 말했다. “대북 제재는 여전히 실행 중이다”라고 덧붙였다.○ 미국 바람맞혔던 북한, 15일 회담 제안 한편 13일 한국 정부 소식통에 따르면 북한은 전날 미국과 진행하기로 했던 유해 송환 실무회담에 나오지 않은 채 “유엔사와 직접 연결하는 전화 회선을 다시 연결하고자 한다”는 내용의 전문을 보냈다. 이에 따라 남측 유엔사 사무실과 북측 통일각에 각각 놓여 있는 전화로 통신이 가능해졌다. 2013년 북한이 정전협정 무효화 선언과 함께 일방적으로 차단했던 판문점 북한군-유엔사 간 직통 전화가 5년 만에 다시 연결된 것이다. 이 과정에서 북한이 역제안한 15일 장성급 회담을 미국이 받아들임에 따라 양측은 회담의 격을 높여 판문점에서 마주 앉게 됐다. 헤더 나워트 미 국무부 대변인은 12일(현지 시간) 발표한 성명에서 “그들(북한)이 연락해서 일요일(15일)에 만나자고 제안했다. 우리는 (회담) 준비가 돼 있을 것”이라고 밝혔다.뉴욕=박용 특파원 parky@donga.com / 이정은 기자}

미국이 10일(현지 시간) 중국산 수입품 2000억 달러에 10%의 관세를 추가로 부과키로 했다. 이달 6일 미중이 상대국 수입품에 25%의 관세를 부과하기로 한 지 1주일도 지나지 않아 무역전쟁이 전면전 양상으로 치닫고 있다. 경제계는 글로벌 교역 위축에 따른 충격을 우려하면서도 주요 2개국(G2)이 서로 관세폭탄을 안기는 사이 한국 기업들이 미중 양국에 TV와 석유화학제품 등의 수출을 늘리는 등 틈새를 공략하는 전략을 펴면 의외의 반사이익을 누릴 수도 있다고 진단했다. 외환위기 이후 국내 기업이 중국 시장을 공략해 위기를 돌파한 것처럼 현재의 위기를 기회로 돌릴 여지가 있다는 것이다. 미국 무역대표부(USTR)는 이날 ‘무역법 301조 조치’에 대한 성명을 발표하고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이 2000억 달러 규모 중국산 수입품에 10%의 추가 관세를 부과하는 절차를 시작하라고 지시했다”고 밝혔다. 앞서 발표한 500억 달러를 합치면 중국의 2017년 대미 수출액(5055억 달러)의 절반에 이르는 규모에 추가 관세를 물리겠다는 것이다. 관세 부과 대상은 가방 의류 텔레비전 평면 패널 디스플레이 등 6031개 제품이다. 올 2월 이후 지금까지 미국이 중국에 관세폭탄을 예고한 품목 중 가장 큰 비중을 차지하는 것은 전자기기 및 일반기계로 관세 부과 대상 1102개 품목 중 617개(60.8%)에 이른다. 이번에 추가 관세를 예고한 품목 6031개 중에도 전자기기 품목이 300개 이상 포함됐다. 중국의 첨단 산업 육성 정책인 ‘중국 제조 2025’를 견제하려는 미국의 의도가 분명해진 셈이다. 관세폭탄으로 미중 수출기업의 가격 경쟁력이 떨어지는 것이 한국 기업에는 기회가 될 수 있다고 전문가들은 본다. 미국이 중국산 TV 전화기 등에 중과세하면 경쟁사인 한국 기업이 반사이익을 얻을 수 있다는 것이다. 장윤종 산업연구원 선임연구위원은 “미국의 견제로 중국의 ‘기술 굴기’에 제동이 걸리기 시작한 지금이 한국이 4차 산업혁명 시대 혁신을 준비할 수 있는 기회”라고 말했다. 세종=이새샘 기자 iamsam@donga.com / 뉴욕=박용 특파원}

미국이 10일(현지 시간) 내놓은 추가 관세 성명에는 중국에 대한 미국의 부정적 시각이 고스란히 담겼다. 로버트 라이트하이저 미국무역대표부(USTR) 대표는 이날 “불행히도 중국은 미국 경제의 미래를 위험에 빠뜨리는 태도를 바꾸지 않았다”고 지적했다. 미국의 성명이 나온 시점도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의 ‘거래의 기술’이 반영됐다고 할 정도로 절묘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이날 북대서양조약기구(NATO) 정상회의 참석을 위해 유럽에 도착했다. 무역전쟁에서 물러나지 않겠다는 강한 의지를 중국과 유럽에 전달하는 동시에 반(反)중국 무역전쟁 전선에 유럽을 동참시키려는 ‘다목적 카드’라는 해석이 나오는 이유다. 관세 폭탄 대상 규모가 2000억 달러에 이르는 초대형인 만큼 대상 품목도 광범위하다. 참치 연어 등 생선류, 가방과 의류, 타이어, 핸드백, 야구 글러브, 가구, 매트리스, 전기램프, 냉장고 등 상당수의 소비재 품목이 포함됐다. 중국의 첨단기술 육성 정책인 ‘중국제조 2025’와 직결되는 평면패널 디스플레이, 전화 부품 등도 대거 포함됐다. 6일 발효된 1차 관세 부과 당시에는 화학제품, 기계류 등 중간재 비중이 높았다. 다만 이번에 예고된 관세폭탄이 실현되기까지는 약 2개월이 더 걸린다. 8월 17일까지 서면의견서를 접수한 뒤 20∼23일 공청회 개최, 30일까지 반박의견서를 접수하는 절차가 남아있다. 중국 정부는 미국의 전격 관세 부과 조치에 당황한 모습이었다. 미국의 관세 부과 조치가 발표된 지 4시간여가 지난 11일 낮 12시 10분(베이징 현지 시간)에야 상무부 대변인 명의 담화를 통해 “미국의 행위에 경악했다”는 반응을 처음 내놓았다. 중국 상무부는 “미국이 빠른 속도로 수위를 높이는 방식으로 관세 대상 목록을 공표한 것을 완전히 수용할 수 없다. 엄정하게 항의한다”며 “중국은 국가의 핵심이익과 인민의 근본이익을 수호하기 위해 어쩔 수 없이 필요한 반격을 한다”고 밝혔다. 세계무역기구(WTO) 추가 제소도 예고했다. 중국이 관세 외의 수단으로 보복에 나설 것이라는 관측도 나온다. 이미 중국은 3일 미국 주재 중국대사관 홈페이지를 통해 “총격 강도, 절도 사건이 빈번할 정도로 미국의 치안은 좋지 않다”며 여행 제한 조치를 내린 바 있다. 중국 정부가 보유한 1조1800억 달러에 이르는 미국 국채를 매각하는 등 무역전쟁이 ‘채권전쟁’으로 확산되는 상황도 배제할 수 없다. 이날 미국 월스트리트저널은 미국 내에서도 추가 관세폭탄에 대한 반대 견해가 나타나고 있다고 보도했다. 무역전쟁에 뚜렷한 입장을 내놓지 않던 전미제조업협회는 이날 “중국에 대한 추가 관세 부과는 미국의 규제 및 세제 개혁의 효과를 약화시킬 수 있다”며 “미국과 중국은 중국의 시장 왜곡 행위를 시정할 수 있는 공정무역 체제를 만들기 위해 즉각 협의를 시작해야 한다”고 촉구했다.세종=이새샘 기자 iamsam@donga.com / 뉴욕=박용 / 베이징=윤완준 특파원}

세계 경제를 쥐락펴락하는 미국과 중국이 마침내 무역전쟁의 포문을 열면서 세계 경제는 한 치 앞을 볼 수 없는 ‘격랑’ 속으로 빠져들게 됐다. 미국의 관세 부과에 맞서 중국도 곧바로 보복 조치에 나선 상황에서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은 중국에 대해 추가로 5000억 달러어치의 중국 제품에 관세를 더 부과하겠다고 으름장을 놨다. 트럼프 대통령은 중국뿐만 아니라 유럽연합(EU), 캐나다, 일본 등 우방에까지 관세 부과를 예고하고 있어 세계 경제는 전례 없는 보호무역주의의 늪에 빠져들 조짐을 보이고 있다. ○ “제2의 대공황 우려” 미국 중국 EU 등 세계 주요국들이 상대국 제품에 대해 고율의 보복성 관세를 물리는 무역전쟁은 세계 교역량을 급감시키고 1930년대 대공황을 재연할 수도 있다는 우려가 많다. 88년 전 대공황을 촉발시킨 것도 보복 관세였다. 세계적 석학인 프랜시스 후쿠야마 미국 존스홉킨스대 교수는 6일 일본 닛케이신문과의 인터뷰에서 “미중 무역전쟁이 제2의 대공황을 야기할 수 있다”고 경고했다. 후쿠야마 교수는 “스무트 홀리 관세법이 보호무역주의 확산과 대공황을 야기했고, 결국 제2차 세계대전이 발발했다”며 이같이 말했다. 1930년 당시 미국은 자국 산업을 보호하기 위해 2만여 개의 수입품에 최고 400%의 관세를 부과하는 스무트 홀리 관세법을 발동했고 세계 경제는 대공황으로 빠져들었다. 더글러스 어윈 다트머스대 교수는 중국에 대한 미국의 관세 부과에 대해 “1930년 대공황을 악화시킨 관세 이후 최대 규모”라고 평가했다. 트럼프의 무역전쟁은 1971년 리처드 닉슨 대통령, 1980년대 로널드 레이건 대통령의 일본과의 관세 전쟁, 1990년대 조지 부시 대통령의 유럽과의 농산물 무역전쟁과는 강도나 기간 면에서 비교할 수 없는 파괴력이 있을 것으로 예상된다. 존 노먼드 JP모건자산운용 수석전략가는 “미국이 모든 수입 품목에 10%의 관세를 부과하고, 전 세계가 같은 보복 조치를 취할 경우 1, 2년 새 전 세계 국내총생산(GDP)이 최대 1.4% 감소할 것”이라고 전망하기도 했다.○ 전쟁의 본질은 미중 패권 경쟁 미국과 중국은 서로의 가장 아픈 곳을 겨냥하며 무역전쟁의 수위를 높이고 있다. 미국은 이날 340억 달러를 시작으로 총 500억 달러 규모의 1102개 중국 제품에 대해 25%의 관세를 부과한다는 계획이다. 이 제품들은 모두 중국이 이른바 ‘중국제조 2025’ 계획을 통해 집중적으로 육성하고 있는 항공우주, 정보통신, 로봇공학, 신소재 등 차세대 첨단 기술 제품들이다. 미국은 이런 차세대 기술 분야에서 진행되는 중국의 ‘굴기’를 막아 미국이 굳건히 지켜온 세계 1위 국가의 지위를 중국이 넘보지 못하도록 한다는 구상이다. 중국은 트럼프 대통령의 표밭에서 생산되는 주요 농산품 등을 겨냥하면서 미국에 직접적인 타격을 가하겠다는 전략이다. 중국 상무부는 6일 밤 “미국이 중국에 관세 부과 조치를 취한 데 대해 세계무역기구(WTO)에 제소했다”고 밝혔고, 중국 공산당 기관지 런민일보 자매지 환추(環球)시보는 이날 사설을 통해 “세계 무역사의 죄인이 될 것”이라며 미국을 비난했다. 다만 미중 양국 모두 전면전이 장기화할 경우 큰 상처를 피할 수 없다는 점에서 극적인 타협점을 찾을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무디스 애널리틱스는 지금까지 발표된 관세 부과 계획이 실행될 경우 미국의 GDP는 내년 말까지 0.34% 줄어들 것으로 전망했다. 중국도 미국 관세 장벽 때문에 성장률이 연간 0.3%포인트가량 낮아질 것이라는 전망도 나온다. ○ “한국, 세계에서 여섯 번째로 큰 피해 볼 것” 경제분석기관 픽셋애셋매니지먼트는 무역 의존도가 높은 나라들이 미중 무역전쟁의 영향을 크게 받을 것이라며 한국이 세계에서 여섯 번째로 큰 영향을 받을 것이라고 분석했다. 룩셈부르크가 가장 큰 타격을 받고, 대만 슬로바키아 헝가리 체코 등이 큰 영향을 받을 것으로 전망됐다. 또 국제 신용평가사 피치는 미중이 확전에 나설 경우 연간 전 세계 교역액의 10%가 넘는 2조 달러가 영향을 받을 것이라고 분석했다. 이에 따라 한국 기업들은 미중 무역전쟁의 불똥이 당장 수출전선으로 튈까 노심초사하고 있다. 2017년 기준 한국의 대중 수출 중 중간재가 차지하는 비중은 78.9%에 이른다. 한국에서 중국으로 수출한 제품으로 중국이 완제품을 생산해 해외로 수출하는 비중이 높다는 뜻이다. 중국의 해외 수출이 감소하면 한국 수출에도 악영향을 줄 수밖에 없다. 매출의 30%를 중국 스마트폰 업체 납품으로 벌어들이는 한 부품업체 관계자는 “중국 완제품의 대미 수출이 줄어들면 부품 수요도 감소해 국내 납품업체들이 힘들어진다”고 말했다. 양평섭 대외경제정책연구원 세계지역경제연구센터장은 “무역전쟁으로 기업의 불안이 확산되면 투자 심리가 위축되고, 교역량이 감소하는 등 중장기적으로 한국에 큰 영향을 미칠 것”이라고 말했다.이새샘 iamsam@donga.com·신동진 기자 / 뉴욕=박용 특파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