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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르치다’라는 의미의 라틴어 ‘docere’에서 유래된 도슨트(docent)는 주로 미술관이나 박물관에서 작품에 대해 설명하는 사람을 말한다. 도슨트는 전시 작품, 작가의 생애, 미술관의 전시 기획 의도 등을 설명하며 전시와 관람객을 잇는 가교 역할을 한다. 같은 전시회를 찾아도 어떤 도슨트를 만나느냐에 따라 관람객의 이해 정도가 달라질 수밖에 없다. 최근 미술 분야에 대한 대중의 관심이 높아지면서 도슨트의 중요성도 커지고 있다. 일부 도슨트의 경우 팬덤이 형성될 정도다. 이 때문에 관객을 유치하려는 전시 기획사들 사이에선 ‘스타 도슨트’ 섭외 경쟁이 벌어지기도 한다. ‘스타 도슨트’는 어떻게 생겨났는지, 왜 관객들은 그들을 찾는지 현장의 이야기를 들어봤다.“여기쯤 오면 다리가 아프실 거예요. 한국은 아직 관람 문화가 너무 경직되어 있는 것 같아요. 미술관 바닥에 앉아서 편하게 보셔도 전혀 문제없습니다.”2일 ‘앙드레 브라질리에 특별전’이 열리고 있는 서울 서초구 예술의전당 한가람디자인미술관. 평일 오전인데도 50명이 넘는 관람객들이 한 남성의 설명을 들으며 전시를 관람하고 있었다. 캐주얼 정장을 갖춰 입은 남성은 마이크를 차고 투어를 진행하듯 전시를 설명했다. 관람객을 몰고 다녀 ‘미술관의 피리 부는 사나이’로 불리는 그는 6년 차 도슨트 정우철 씨(34)이다.설명을 듣던 관객들은 전시 관람 경험이 많지 않은 듯 일반적인 내용에도 연신 고개를 끄덕이거나 감탄하는 표정을 지었다. 정 도슨트도 이런 관객들을 배려해 작품에 관한 어려운 이야기보다는 작가의 삶이나 사변적 이야기로 설명을 이어갔다. 전시장을 찾은 문성숙 씨(72)는 “여고 동창 10여 명이 종종 모여 가볍게 전시를 관람하고 차를 마시곤 한다. 오늘도 일부러 도슨트 시간에 맞춰 왔다”고 했다.설명이 끝난 뒤 일부 관객이 정 도슨트를 찾아 인사를 건네거나 함께 사진을 찍기도 했다. 정 도슨트의 인기가 높아지면서 그의 일정을 파악하고 정보를 공유하는 팬 카페도 생겼다.》● 객관성 강조 김찬용, 감성 설명 정우철 정 도슨트의 설명은 단정적이고 웅변적이었다. 작품에 관해 “멀리서 보면 구상, 가까이서 보면 추상”이라거나 “노란색 배경은 경쾌한 음악을, 붉은 배경은 열정적인 음악을 뜻하는 것”이라는 식의 간결하면서도 알기 쉬운 언어를 사용했다. 또 “작품을 하나하나 분석할 필요는 없다”며 전시장의 큰 주제와 그것이 작가의 인생과 어떻게 연결되는지를 주로 설명했다. 또 중간중간 그는 ‘재밌는 게 뭐냐면’, ‘맞는 말인 게 뭐냐면’이라는 수식어를 통해 주의를 환기시켰다. 작품의 보존 상태에 관한 뒷이야기나 액자에 끼워진 유리가 있고 없을 때의 차이 등 이해하기 쉬운 이야기를 적재적소에 배치하기도 했다. 정 도슨트는 “일반인의 눈높이에 맞춰서, 최대한 친구처럼 설명하려 노력한다”고 말했다. “제가 과거 어느 도슨트의 설명을 들었을 때 ‘너네는 이것도 모르지? 내가 배웠으니 알려줄게’라는 느낌을 받곤 했어요. 어떨 땐 기분이 나빠져 바로 나간 적도 있었죠. 미술 용어도 어려운데, 설명도 권위적이라 마음에 들지 않았어요.” 정 도슨트가 감성에 충실한 설명을 한다면, 또 다른 ‘스타 도슨트’ 김찬용 씨(39)는 좀 더 분석적이다. ‘국내 1호 전업 도슨트’로 16년 경력을 지닌 그는 작품보다 자신이 돋보여서는 안 된다는 신조를 갖고 있다. 그가 도슨트로 전시장에 설 때 검은 옷만 입는 것도 이 때문이다. 그는 스스로를 전시 기획자, 작가와 관객을 연결하는 ‘철저한 중간자의 입장’이라고 강조했다. 그도 알아듣기 쉬운 언어에 대한 고민은 끊임없이 한다고 했다. “평소 유튜브나 밈(meme)을 즐겨 봐요. 예를 들어 현재 서울 송파구 롯데뮤지엄에서 열리고 있는 마르틴 마르지엘라 전시는 작가의 독창성이 핵심 키워드예요. 독창성을 잃어가는 시대의 모습을 설명할 때 ‘무신사 냄새 쩐다’(인기 쇼핑몰의 흔한 옷을 구매해 개성이 없다는 의미)는 유행어로 말하면 20, 30대 관객은 쉽게 받아들여요. 뒤이어 그런 상황 속에서 ‘마르지엘라가 해체주의 디자인을 통해 독창성을 보여줬다’고 설명하면 어렵지 않게 이해하죠.” 패션 브랜드 메종 마르지엘라의 창립자이자 예술가인 마르지엘라의 작품은 ‘독특하면서도 난해하다’는 평가를 받는다. 작품이 놓여 있던 ‘흔적’만 전시하거나 작품 옆엔 제목 한 줄만 있을 뿐, 별도의 설명조차 없는 식이다. 어려운 전시인데도 김 도슨트의 설명이 인기를 끌면서 관심을 모았다. ● 자원 봉사자에서 전업 도슨트로 두 스타 도슨트가 처음부터 주목을 받았던 건 아니다. 과거 도슨트는 급여를 받지 않고 자원봉사로 일하는 경우가 대부분이었다. 두 사람 역시 무급으로 일을 시작했다. 김 도슨트는 미술대학에서 서양화를 전공했지만 졸업하고 작가로 살아남기 험난한 현실 속에서 예술과 관련된 일을 하고 싶어 도슨트가 됐다. 처음 그가 도슨트 일을 하겠다고 했을 때 주변에선 “도슨트는 잠깐 경험해보는 봉사일인데 어떻게 전업으로 하냐”며 만류했다. “현장에서 전시 스태프로 아르바이트를 할 때 그런 생각이 들었어요. 현대미술은 약간의 정보가 있으면 감상의 결이 완전히 달라지거든요. 관람객들에게 작품에 대해 설명하는 이 일을 누군가가 책임감 있게 하면 좋겠다는 확신이 들었죠.” 처음 10년간은 수입이 적었다. 그는 연말마다 이 일을 그만둬야 하는지 고민했다고 말했다. 그는 도슨트의 위상에 작은 변화가 일어난 계기로 2013∼2015년 서울 종로구 대림미술관이 연 라이언 맥긴리 사진전 ‘청춘, 그 찬란한 기록’, 린다 매카트니 사진전 ‘생애 가장 따뜻한 날들의 기록’과 그즈음 시작된 소셜미디어의 인기를 꼽았다. “두 전시는 이례적으로 전시장 내부에서 마음대로 사진을 찍게 했어요. 이게 당시 막 확산된 소셜미디어 문화와 엮여서 미술 전시를 즐기는 연령층이 넓어지기 시작했죠. 그 전에는 방학 때 어린이 관객이 보는 유물 전시가 대부분이었고 현대미술 전시는 텅 빈 미술관에 또각또각 구두 소리를 내면서 보는 풍경이 익숙했어요.” 소셜미디어 확산을 기점으로 미술에 익숙하지 않은 관객이 유입되면서 오디오 가이드 등 관객 서비스가 확장됐다. 도슨트 설명도 그중 하나였다. 미술 용어를 관객에게 맞춰 쉽고 재밌게 풀어낸 설명은 입소문을 타기 시작했고, 김 도슨트는 2017년 알베르토 자코메티전 등을 통해 존재감을 각인시켰다. 정 도슨트는 2019년 서울 서초구 예술의전당에서 열린 ‘베르나르 뷔페’전을 통해 이름을 알렸다. 이전까지는 도슨트 활동으로 벌어들이는 수입이 부족해 대리운전 등 투잡을 고민했을 정도로 생계에 어려움을 겪었다. 그러다 뷔페전 국내 개최를 알게 됐고, 이 전시에 모든 것을 다 걸어야겠다고 생각했다. 3년간 모은 돈을 몽땅 털어 베르나르 뷔페 미술관이 있는 일본으로 건너가 자료를 수집했다. 그리고 이를 토대로 작가의 비극적 삶을 한 편의 이야기로 구성했다. “전시 초반엔 10명 남짓한 분들이 들었지만, 해설 시간마다 눈물을 흘리는 관객이 있었어요. 그분들이 친구를 데려오거나 입소문을 내면서 전시 막바지에는 한 관이 꽉 찰 정도로 사람이 모였죠.” 당시 그는 사람들 앞에 서는 게 긴장돼 진정제를 먹기도 했다. 뷔페전을 계기로 유명해진 그는 이후 강연과 방송 출연, 저서 출간까지 하며 활발한 활동을 이어가게 됐다. ● 스타 도슨트는 일부, 대부분 무급 봉사 일부 상업 전시 기획사의 전시를 제외하면 대부분의 도슨트는 여전히 무급 자원봉사로 일하고 있다. 또 ‘스타 도슨트’라고 해서 최근 미디어에 보도된 것처럼 도슨트 업무만으로 큰 수입을 올리는 것도 아니다. 업계에 따르면 상업 전시 도슨트들은 평균 10만∼15만 원의 일당을 받는다. 다만 이를 기반으로 외부 강연, 개별 투어나 해외 미술관 투어 등을 통해 부수입을 얻는다. 김 도슨트는 “처음엔 정당한 대가를 지급하지 않는 전시에서 근무 제안을 해오면 받아들이지 않았다”며 “수익에 수년간 큰 변화가 없다가 방송이나 강연, 출간 제안을 받아들이면서 상황이 달라졌다”고 말했다. 공립 미술관의 경우 지역사회에서 미술에 관심 있는 사람들이 자발적으로 모여 공부하고, 배운 것을 나누는 커뮤니티 활성화 차원에서 도슨트 활동이 이뤄지는 경우가 많다. 대부분 활동에 필요한 실비나 교통비 정도를 지원받는다. 서울시립미술관은 2003년부터 일반 시민을 대상으로 도슨트 양성 프로그램을 운영 중이다. 교육 수료자 중 필기시험과 면접을 거쳐 미술관 도슨트로 선발되며 성인이면 누구나 참여할 수 있다. 가장 최근 모집을 실시한 2019년에는 교육 프로그램을 신청한 70명 중 13명이 미술관 도슨트로 선발됐다. 2021년에는 도슨트를 주제로 한 전시 ‘SeMA 도슨트 대회1…묵다 묻다’도 열렸다. ● 주입식 설명은 우려, 전문화 필요성도 도슨트 설명에 대한 비판도 존재한다. 예술 작품에 대한 해석은 보는 사람에 따라 다르고, 자신의 관점을 찾아가는 것이 전시 감상에 가장 중요한 포인트 중 하나이기 때문이다. 도슨트의 설명은 결국 그 사람의 관점에서 본 해석이기에 제대로 된 작품 감상을 방해할 수 있다는 주장이다. ‘스타 도슨트’는 작품을 보고 각자의 감상을 말하거나 토론하는 문화보다 주입식 교육에 익숙한 한국 사회가 낳은 현상이라는 의견도 있다. 전시 작품의 제목과 작가 이름을 모두 가리고 작품만 보도록 했던 ‘거의 정보가 없는 전시’(2022년)를 기획한 부산현대미술관 최상호 학예연구사는 “작품에 대해 모른다는 불안감이 설명에 의존하게 만든다”고 말했다. 그는 “도슨트의 설명을 듣는 것도 하나의 감상 방법이며 예술의 진입 장벽을 낮추는 데 도움이 될 것”이라며 “다만 정보를 잘 가공해 떠먹여주는 설명은 너무 강한 자극일 수 있다”고 했다. 이 자극에 익숙해지면 스스로 작품을 보고 감상하는 과정이 시시하게 느껴질 수 있어 우려된다는 이야기다. 그는 “홀로 작품을 마주하고, 마음대로 나의 감상을 말해보고 거기서 궁금한 것을 찾아가는 과정을 거치는 것이 더 오래 남는, 온전한 나만의 감상일 수 있다”고 말했다. 2000년부터 도슨트 양성 교육을 해 온 한주연 이화여대 교육대학원 겸임교수는 “전시 해설에 대한 인기와 도슨트 프로그램의 확산은 해외에서도 주목하는 한국만의 현상”이라며 “이런 관심을 잘 살려 미술관 교육과 해설을 전문화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그는 “해외 기관에서는 도슨트 양성 과정을 장기로 진행하며 스크립트 작성을 위해 시나리오 작가를 초청하는 등 외부 전문가의 강의를 듣기도 한다”며 “더 많은 사람들이 미술을 쉽게 접할 수 있도록 도슨트가 미술관 소속 인력으로 전문화되는 것도 방법”이라고 덧붙였다.김민 기자 kimmin@donga.com}

2015년부터 국내에 동남아시아 미술을 소개해 온 한세예스24문화재단이 말레이시아 현대미술을 소개하는 ‘말레이시아를 품다’전을 서울 종로구 인사아트센터에서 13일까지 개최한다. 전시장에서 7일 만난 조영수 한세예스24문화재단 이사장(77·사진)은 “재단의 모태인 한세실업의 생산법인이 대부분 동남아에 있다. 현지에서 기여할 방법을 찾다가 전시 등 문화 사업을 시작했다”고 말했다. 재단은 한세실업과 인터넷서점 예스24를 자회사로 둔 한세예스24홀딩스 김동녕 회장(78)이 설립했다. 조 이사장과 김 회장은 부부다. 이번 전시에선 아누렌드라 제가데바, 친 콩이, 줄키프리 유소프 등 말레이시아 현대미술 작가 12명의 작품 33점을 선보이고 있다. 동남아 미술전은 8년 전 베트남 예술을 소개하면 좋겠다는 김 회장의 제안으로 시작했다. 재단은 동남아를 주제로 한 연구를 위해 이화여대-미국 예일대가 공동 주최하는 국제 학술대회를 후원하고 있다. ‘동남아시아문학 총서’도 지난해 국내 발간을 시작했다. 총서 출간은 서울대, 미국 피츠버그대(석사), 이화여대(박사)에서 독문학을 전공한 조 이사장의 아이디어였다. 그는 “동남아의 문화예술을 국내에 소개해 다채로운 문화를 이해하는 계기를 만들고 싶다”고 밝혔다.김민 기자 kimmin@donga.com}

생명을 주제로 작업해 온 김병종 서울대 명예교수 겸 가천대 석좌교수(69)가 서울 용산구 갤러리 U.H.M.에서 6년 만에 개인전을 연다. 이번 전시에서는 신작 21점을 포함해 총 48점을 선보인다. 전시 개막일인 9일 갤러리에서 만난 김 교수는 “최근 200호, 300호가 넘는 대작들과 씨름하고 있다”고 말했다. 이번 전시에서 그는 ‘화홍산수’, ‘풍죽’, ‘송화분분’ 등 100호가 넘는 큰 작품을 다수 선보인다. 새로 제작한 작품은 2022년작 10점, 2023년작 11점이다. 김 교수는 “주로 새벽에 작업실에서 작업을 시작한다. 새벽에 맑은 정신으로 붓 한 자루를 들고 캔버스 앞에 섰을 때 교차하는 다양한 감정이 있다. 이를 표현하고자 했다”고 말했다. 그는 과거에는 주로 밤에 작업했지만, 요즘은 오전 5시쯤 작업실로 이동해 오전 11시까지, 어떨 때는 저녁까지도 작업을 이어간다고 했다. “요즘 저의 은사님이셨던 서세옥 작가(1929∼2020)의 말씀이 종종 떠올라요. 창 대신 붓 한 자루 들고 호랑이 앞에 선 것처럼 정면 대결하는 마음이 필요하다고 늘 말씀하셨죠. 대학을 떠난 지 이제 햇수로 5년이 돼 가는데, 작품에 대한 열정은 지금 가장 많이 끓어오르고 있습니다.” 한가운데 꽃을 그린 ‘생명의 노래―화홍산수’(2022년)에 대해서는 “어릴 적 멱을 감다가 고개를 들었을 때 꽃의 형상이 나를 압도했던 경험을 떠올리며 그린 것”이라며 “갑자기 꽃이 크게 보이면서 해인지 꽃인지 아리송한 기분이 들었다”고 말했다. 노랑, 연노랑 작은 점들이 가득한 가운데 바닥에 엎드린 소년이 이를 바라보는 ‘생명의 노래―12세의 자화상’(2021년)은 “자연과 내가 하나가 된 세계에서 보낸 유년 시절을 추억하는 의미”라고 했다. 그는 그림 작업뿐 아니라 저서 집필도 활발하게 이어가고 있다. 지난해에는 유럽 여행기를 시와 그림으로 풀어낸 ‘시화기행’ 두 권을 펴냈다. 조만간 최재천 이화여대 석좌교수와 생명을 주제로 한 대담을 엮어 ‘생명 칸타타’(가제)를 출간할 예정이다. 최 교수는 과학자의 관점에서, 김 교수는 예술가의 관점에서 생명에 관해 장시간 대화를 나눴다. 김 교수는 지난해 작고한 이어령 전 문화부 장관과도 각별하고 깊은 인연을 맺었다. 2014년 ‘김병종과 이어령의 생명 동행’ 전시를 열고, 이 전 장관의 시 ‘어느 무신론자의 기도’를 김 교수가 직접 현장에서 붓으로 쓰기도 했다. 이 전 장관은 세상을 떠나기 열흘 전쯤 “내가 퍼뜨린 문자의 밈(meme)으로 내 후손이 남겨진다고 생각한다”며 “김 교수는 색채와 형상의 밈을 많이 퍼뜨려 후손으로 번성하게 했으면 좋겠다”고 당부했다고 한다. “돌아가시기 전 금요일에 뵙기로 했어요. 그런데 선생님께서 약속을 미루며 못 만날 것 같다고 하시고는 저희 집으로 하얀 난을 보내셨죠. 그리고 다음 날인 토요일에 세상을 떠나셨어요. 우리가 남긴 문자와 색채의 밈이 사방에 퍼져 날아다닐 것이기 때문에 외롭지 않다고 하신 말씀이 오래도록 기억에 남습니다.” 김 교수는 요즘 작업을 하면서 작품을 향해 “내 정신을 잘 담아달라”거나 “죽어있는 물질이 아닌 생동하는 밈으로 가득 차 반응해 달라”는 생각을 많이 한다고 덧붙였다. “다행히 아직 제 양쪽 눈의 시력이 모두 1.5이고, 정신과 몸 상태도 최고조에 오른 것 같습니다. 다시 200호, 300호짜리 화판을 다량 맞췄어요. 대작을 그리는 작업을 꾸준히 이어가겠습니다.” 4월 30일까지. 무료.김민 기자 kimmin@donga.com}

한 나라를 이해할 때 정치나 경제로 접근할 수도 있지만 누군가는 미술관에 가거나 그 나라의 문학 작품을 읽는다. 문화 예술에는 단순한 수치나 정보로 표현되지 않는 그 나라의 정신이 담겨 있기 때문이다. 2015년부터 매년 국내에 동남아 미술을 소개해 온 한세예스24문화재단이 말레이시아 현대미술을 소개하는 ‘말레이시아를 품다’전을 13일까지 서울 종로구 인사아트센터에서 개최한다. 한세예스24문화재단의 조영수 이사장(77)을 7일 전시장에서 만났다. ● 8년 째 동남아 예술 국내 소개 조 이사장은 “재단의 모태인 한세실업의 생산법인이 베트남 미얀마 인도네시아 등 대부분 동남아시아 지역에 있어 깊은 인연을 맺고 있는 가운데 해당 지역에 우리가 기여할 수 있는 방법을 찾다 전시 등 문화 사업을 시작했다”고 설명했다. 재단은 한세실업과 인터넷서점 예스24를 자회사로 둔 한세예스24홀딩스 김동녕 회장(78)이 설립한 사회공헌 재단이다. 박일호 이화여대 조형예술대학 교수가 감독을 맡은 이번 전시에선 아누렌드라 제가데바, 친 콩이, 줄키프리 유소프 등 말레이시아 현대미술 작가 12명의 작품 33점을 선보인다. 이 전시는 2020년 기획됐지만,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영향으로 3년 만에 열리게 됐다. 동남아 미술전은 8년 전 베트남 예술을 소개하면 좋겠다는 김 회장의 아이디어로 시작했다. 김 회장과 조 이사장 부부는 당시 동남아 예술에 대한 국내 자료나 전시가 열린 경우가 거의 없어 직접 현지 미술관과 갤러리를 답사했다. 이 때 우리나라의 자개와 유사한 ‘래커 페인팅’ 기법을 소개해 화제가 됐다. 조 이사장은 래커 페인팅을 비롯한 동남아 예술을 보며 한국의 전통 문화에 관한 향수가 떠올랐다고 말했다. “어릴 적 유행이 지나자 어머니가 12폭 자개장을 팔고 마호가니 가구를 산 기억이 떠올랐어요. 우리 자개 전통 기술에 대한 인식이 더 있었더라면 오래된 것들을 함부로 처분하지 않았을 거라는 생각이 들어 아쉬웠죠.” ● 낯선 것 호기심이 동남아로 이끌어한세예스24문화재단은 미술전 외에도 동남아 국가를 주제로 한 토론과 연구가 활발해지도록 이화여대-미국 예일대가 공동 주최하는 국제 학술대회를 후원하고 있다. 또 4년의 기획 기간을 거쳐 지난해부터 동남아시아의 근현대 문학 명작을 선별해 우리말로 번역하는 ‘동남아시아문학 총서’ 시리즈 발간을 시작했다. 문학 총서는 서울대, 미국 피츠버그대(석사), 이화여대(박사)에서 독어독문학을 공부한 조 이사장의 아이디어였다. 그는 “막내로 가족들의 예쁨을 받고 자란 덕분에 낯선 것에 대한 겁이 없다”며 웃었다.“대학생 때 산악반을 뽑는다는 공고를 보고 친구와 신청했는데 여학생이 없어 받아줄 수 없다는 거예요. 너무하다고 항의해 학교에 처음으로 여학생 산악부가 생겨났어요. 또 교수님께 공부를 안 한다고 혼나면서도 학보사 기자로도 활동했는데, 그 생각이 나 오늘 아침 남편에게 ‘여보 내가 아무래도 그 때 언론계로 갔어도 좋았을 것 같다’고 했죠. 그만큼 저는 낯선 것에 호기심도 많고, 두려움보다는 희망을 가지려 노력하는 쪽이에요.” 다방면에 대한 관심으로 2018년에는 문화권마다 다른 색채의 상징을 연구한 책 ‘색채의 연상’을 썼고, 독일에서 인정받는 어린이책을 수입한 ‘경독 교육 동화 시리즈’의 ‘얘들아, 차 조심해!’ 등 독일 아동 문학책도 여러 권 번역했다. 이런 경력은 조 이사장이 문화를 통해 동남아시아에 대해 이해하기 시작한 배경이 됐다. 조 이사장은 “지금까지 미국을 비롯한 서양 강대국과 중국, 일본이 아시아를 이끌어왔지만 이제는 우리나라를 비롯한 다른 아시아 국가가 더 노력하고 가능성을 개발할 때”라며 “아세안 회원국의 다채로운 문화예술을 국내에 소개해 다양한 문화를 이해하는 계기를 만들고 싶다”고 밝혔다. 무료. 김민기자 kimmin@donga.com}

서울 용산구 아모레퍼시픽 사옥을 설계한 영국 출신 건축가 데이비드 치퍼필드(69·사진)가 건축계의 노벨상으로 불리는 프리츠커상을 받았다. 7일(현지 시간) 뉴욕타임스(NYT)에 따르면 프리츠커상 심사위원단은 “치퍼필드는 도시에 활력을 불어넣는 건축을 통해 새 건물은 물론 복원 건축물의 기능성과 접근성을 새롭게 상상하고, 건축물의 역사적 문화적 배경에 대한 경외심을 드러냈다”고 선정 이유를 밝혔다. 치퍼필드는 제2차 세계대전 중 파괴된 19세기 중반 건축물을 되살린 독일 신베를린 박물관, 이탈리아 베네치아의 16세기 관청 건물을 복원한 ‘프로쿠라티에 베키에’ 등 건물의 사회적, 역사적 맥락을 존중한 건축으로 유명하다. 치퍼필드는 “항상 건축이 건축가보다 중요하다고 생각해 왔다”며 “그것을 인정받아 기쁘다”고 수상 소감을 밝혔다.김민 기자 kimmin@donga.com}

마음을 공간의 형태로 표현한다면 어떻게 나타날까. 미술가 홍범(53)의 작품 ‘드러나는 복도’에서 겹겹이 쌓인 문틀은 점점 좁아지고, 뒷부분에 있는 문틀은 마치 한 손으로 커튼을 들추듯 굴곡진 형태로 열려 있다. 마음 가장 깊숙한 곳에 담긴 이야기는 혼자서 조용히 다가와 들어달라는 듯하다. 자신의 기억과 정서를 공간으로 표현하는 홍범 작가의 개인전 ‘순간의 변형’이 서울 마포구 복합문화공간 씨알콜렉티브에서 25일까지 열린다. 이번 전시에서 작가는 감정을 계단, 복도, 창문과 같은 건축적 요소를 기본 단위로 활용해 표현했다. 최근 전시장에서 만난 그는 “과거에는 특정 공간이 자아내는 감정에 주목했다면, 이번에는 감정 자체를 가상의 공간으로 표현하려고 했다”고 말했다. 기억을 건축적 단위와 연결시키기 위해 만든 연필 드로잉 시리즈 20여 점과 템페라로 그린 회화 1점, 입체설치 1점과 영상 3점이 전시됐다. 입체설치와 영상은 드로잉에서 표현한 공간을 더 큰 규모로 확장해 하나의 성이나 마을처럼 만들었다. 복잡하게 얽힌 공간을 작가는 “아무 데나 숨을 수도 있고 내 마음이 편안해지는 곳”이라고 했다. 무료.김민 기자 kimmin@donga.com}

매끈한 비누가 물과 기름을 녹여 서로 만나게 하듯, 중견 작가 신미경(56)의 비누 작품이 박물관과 미술관을 만나게 했다. 서울 강남구 코리아나미술관이 개관 20주년 기념전으로 ‘비누 조각’으로 유명한 신 작가의 개인전을 펼친다. ‘시간/물질: 생동하는 뮤지엄’을 주제로 한 전시는 코리아나미술관은 물론이고 같은 건물에 있는 코리아나화장박물관까지 총 4개 층에 걸쳐 신 작가의 조각과 회화 등작품 120점을 선보인다. 두 미술관과 박물관은 코리아나화장품이 설립한 문화 공간 ‘스페이스 씨’에 속해 있다. 코리아나미술관은 지하 1, 2층에, 화장박물관은 5, 6층에 있으며 코리아나화장품 창업자인 송파 유상옥 회장이 수집한 미술품과 유물을 전시한다. 미술관은 현대미술을, 화장박물관은 화장과 관련된 고미술품을 전시해 왔는데, 이번 전시를 계기로 두 공간이 하나로 이어졌다. 미술관에서는 신 작가의 신작과 미술관이 소장한 현대미술 작품을, 박물관에는 고대 유물과 신 작가의 작품이 서로 섞여 전시된다. 여기에는 비누를 재료로 고대 유물과 똑같은 형태의 작품을 만드는 신 작가의 작품 세계가 주요하게 작용했다. 그는 1990년대부터 서구 고전 조각상을 비누로 만든 조각 시리즈를 선보여 왔다. 또 페르시안 유리공예품을 연상케 하는 연작 ‘고스트’나 오래된 유물을 재현한 ‘화석화된 시간’ 등으로 작업을 확장시켰다. 이렇게 고대 유물을 비누로 재해석한 작품이 다시 박물관 유물들 옆에 전시되면서, 어떤 것이 현대 미술 작품이고 유물인지 구분하기가 쉽지 않다. 이를 통해 작가와 미술관은 관객에게 박물관 속 유물의 가치와 시간의 의미가 무엇이냐는 질문을 던진다. 신 작가는 자신의 비누 조각에 대해 “영국 박물관에 갔을 때 처음 고대 그리스 조각상을 보고 감탄함과 동시에 외국인으로서 따라갈 수 없는 벽을 느끼며 시작된 작업”이라고 했다. 지하 2층 전시장에는 코리아나미술관의 서양화와 조각 컬렉션이 신미경의 신작 ‘낭만주의 조각 시리즈’ 등과 함께 전시돼 마치 유럽 박물관에 온 것 같다. 신 작가의 프로젝트 중 대중적으로 가장 잘 알려진 ‘화장실 프로젝트’도 만날 수 있다. 각 전시장 화장실에 관객이 마음껏 만져볼 수 있는 비누 조각이 설치됐다. 전시 기간 중 관람객에 의해 마모된 결과물 자체가 작품이 된다. 김찬동 전 아르코미술관장은 “한국의 박물관과 미술관은 서로 벽이 공고하고 조직 문화도 다르다”며 “그런 두 영역을 신미경의 작품으로 효과적으로 융합하는 시도를 보여준 전시”라고 평가했다. 6월 10일까지. 5000∼6000원.김민 기자 kimmin@donga.com}

여러분 안녕하세요,오늘은 오랜만에 해외 현대미술가와 미술 시장에 관한 따끈한 소식 두 가지를 준비했습니다.첫 소식은 국내에도 잘 알려진 영국 작가 데이비드 호크니가 생존 작가로는 이례적으로 ‘몰입형 전시’에 뛰어들었다는 이야기입니다. 왜 이례적인지, 호크니는 뭐라고 했는지 소개합니다.두 번째도 이례적인 소식입니다. 미국의 어느 컬렉터가 자신의 이름을 내걸고 작품을 경매에 내놨다는 이야기인데요. 그 내막은 무엇인지 이야기합니다.그럼 자세한 이야기를 시작하겠습니다!호크니 너마저…! 몰입형 전시에 뛰어들다위 사진은 2월 22일 영국 런던에서 개막한 데이비드 호크니의 작품을 소재로 한 몰입형 전시 ‘Bigger & Closer’ (Not Smaller & Further away) 의 모습입니다. 런던에 새로 개관한 공간인 ‘Lightroom’에서 6월 4일까지 이어진다고 합니다.‘더 큰 첨벙’(1967), ‘더 큰 그랜드 캐년’(1998) 등 호크니의 주요 작품을 압도적인 사이즈로 감상할 수 있어 화제가 될 것으로 보입니다.어떤 작품들은 바닥 면으로 호크니의 붓터치가 애니메이션처럼 번져서 흘러 나오기도 하고, 호크니가 방송이나 라디오 인터뷰에서 했던 음성도 스피커로 들리기도 한다네요.‘회화는 원화로 봐야 제 맛’인 줄 알았건만이 소식을 보도한 외신 기사에서 다소 이례적이라는 언급을 찾아볼 수 있는데요.그간 몰입형 전시는 사후 70년이 지나 저작권 문제가 해결된 아주 오래 전 작가들. 이를테면 반 고흐나 세잔과 같은 고전 작가들의 작품을 활용한 경우가 많았습니다.물론 국내에서는 비교적 해외보다 이러한 기술에 대한 거부감이 덜해 생존 작가가 자신의 작품의 사용을 허락하는 경우도 있었는데요.몰입형 전시에 대한 거부감의 이유는, ‘예술 작품은 눈으로 직접 감상해야 한다’라는 암묵적 원칙 때문입니다. 특히 회화 작품은 캔버스라는 한정된 공간을 작가가 어떻게 구성하고 점유하는지도 중요한 요소죠. 여기에 눈으로만 볼 수 있는 색감과 붓터치의 미묘함도 직접 감상으로만 볼 수 있는 부분입니다.이런 작품을 사이즈를 엄청나게 크게 늘려버리거나, 또 납작한 스크린에 픽셀로 구현하면 어쩔 수 없이 왜곡되는 부분이 있고 이 때문에 몰입형 전시는 그간 전문가들에게는 혹평을 받아왔죠.저 역시 작품을 직접 보는 맛을 즐기는 쪽이고, 인증샷도 잘 찍지 않기 때문에 😓 몰입형 전시를 보면 종종 헛헛한 마음이 들곤 했답니다. 물론 몰입형 전시는 테마파크처럼 즐겁게 볼 수 있다는 점에는 저도 적극 동의합니다! 감상의 목적이 전시마다 다르다고 봐야할 것 같습니다.뉴욕타임스의 평론가 제이슨 파라고는 몰입형 전시에 대해 “지적 감상의 장이기 보다는, 감각적 셀피(인증샷)을 위한 배경”이라고 언급했었고, 가디언의 평론가 조너던 존스는 특히 이번 전시에 대해 “호크니가 자신의 명성을 유행에 순진하게 넘겨주고 말았다”며 “부족한 기술로 그의 예술의 아름다움을 담을 수 없다”고 썼습니다.호크니는 뉴욕타임스 인터뷰에서 스스로가 폴라로이드, 아이패드 등 다양한 매체로 실험해 왔다며 “내 일관적인 커리어의 연장선”이라고 반박했습니다. 또 다른 몰입형 전시는 제대로 본 적이 없다며 다만 자신은 살아있는 예술가로 직접 참여했기에 다르다고도 했답니다.몰입형 전시, 여러분은 어떻게 보시나요?살아있는 컬렉터가…이름 걸고 작품 내놓다이번 소식 역시 뉴욕타임스 기사를 통해 알게된 내용입니다.미국의 컬렉터이자 아트 딜러인 아담 린더만이 크리스티 뉴욕 경매에 자신의 이름을 걸고 소장품을 내놓았다고 합니다.이 소식이 기사가 된 이유는 그가 ‘멀쩡히 살아있는 컬렉터’이기 때문인데요.보통 작품이 대거 경매에 나오는 경우를 ‘3D’라고 줄여서 말합니다. 소장가의 죽음(death), 이혼(divorce), 아니면 채무(debt) 때문이라는 것이죠. 즉 컬렉터가 사망하거나, 이혼해 재산을 나눠줘야 하거나, 채무에 시달려 작품을 현금화해야 하는 등 불가피한 사정에 의해 큰 경매가 이뤄진다는 것이죠.이런 사유가 있지 않은 경우 대부분의 컬렉터들은 자신을 밝히지 않고 익명으로 조용히 작품을 내놓습니다.왜냐면 작품을, 특히 살아있는 작가의 작품을 빨리 다른 사람에게 되파는 것은 ‘플리핑’(flipping, 낮은 가격에 구매해 단기간에 비싸게 팔아 치우는 것) 등 투기로 보일 수도 있고 이것이 발각되면 향후 그 작가의 작품을 구매할 수 없게 되는 경우도 있습니다.작가 입장에서는 자신의 작품이 2차 시장에 나와도 직접적으로 이득을 볼 수 없기도 하고, (소장자가 작품을 다시 팔았을 때 그 이득은 모두 소장자의 것이고 작가에게 돌아가는 몫은 없다는 의미) 소장자가 작품의 예술성이 아니라 투기성만 보고 이득을 취했다는 점에서 불쾌하게 받아들일 수도 있죠.그런데 아담 린더만은 자신의 컬렉션에 ‘아담’이라는 이름을 붙이고 당당하게 경매에 나섰습니다. 왜 그런 걸까요?NYT 인터뷰에서 린더만은 “어떤 사람은 나를 놀리고 또 뒤에서 이야기를 하겠지만 신경쓰지 않는다”며 “논란의 중심에 서는 것이 10여 년 만인데 매우 기대된다”고 운을 뗐습니다.그러면서 자신의 경매도 ‘스토리’를 갖게 하고 싶었고 이 때문에 ‘아담’이라는 이름을 붙이게 됐다고 설명합니다. “2009년 입생로랑의 유산 경매가 그랬고, 작년 폴 앨런 컬렉션 경매가 그랬던 것처럼 나의 경매도 스토리를 갖길 바랐다”며 “컬렉터가 어떻게 생각하고 무엇을 고르는지 보여줄 수 있을 것”이라면서 말이죠. 즉 경매에 관심을 쏠리게 하려는 의도라는 의미로 읽힙니다.그가 내놓은 작품에는 조지 콘도, 요시토모 나라, 무라카미 다카시 등 국내 컬렉터에게도 익숙한 것들이 포함되어 있습니다. 눈에 띄는 것은 작품들의 추정가가 상대적으로 낮게 책정됐다는 점입니다. 이에 대해 린더만은 “경매로 내놓는 것은 어차피 떠나기로 한 작품이기 때문”이라고 설명합니다.그러면서 떠나보낸 작품을 판 수익 중 일부를 메트로폴리탄 박물관의 아프리카, 대서양, 고대 미국 전시관에 후원할 계획이라고도 밝혔습니다.일부 시장 전문가들 사이에서는 제프 쿤스나 데미언 허스트처럼 최근 가격이 하락한 작품들을 처분하려는 의도를 포장했을 뿐이라는 지적도 나온다고 하네요.실제로 지난 수 년간 코로나19로 미술 시장에도 많은 돈이 흘러들어 왔던 가운데, 금리 인상 등 여파로 올해 미술 시장이 어떻게 펼쳐질지 우려의 목소리가 많습니다. 3월 9일 펼쳐질 린더만 컬렉션 경매에서 그 분위기 일부를 가늠해볼 수 있을지도 모르겠습니다.※ ‘영감 한 스푼’은 예술에서 볼 수 있는 다양한 창의성의 사례를 중심으로 미술계 전반의 소식을 소개하는 뉴스레터입니다. 매주 금요일 아침 7시 발행됩니다.▶뉴스레터 구독 신청 https://www.donga.com/news/Newsletter김민 기자 kimmin@donga.com}

말괄량이는 길들여져야 할까?(말괄량이 길들이기) 하드보일드 소설 속 탐정은 여자가 죽어야만 임무를 시작할 수 있는가?(안녕 내 사랑) 개츠비는 못된 데이지 없이는 위대한 존재로 거듭날 수 없는 걸까?(위대한 개츠비) 도발적인 제목의 이 책은 서평가와 여성학자 등 8명이 비판적으로 다시 읽은 고전 문학이 담겨 있다. ‘말괄량이 길들이기’, ‘달과 6펜스’, ‘안녕 내 사랑’, ‘위대한 개츠비’, ‘나자’, ‘ 그리스인 조르바’, ‘날개’, ‘메데이아’가 이들의 도마에 올랐다. 서평가 한승혜는 어릴 적 좋아했던 ‘말괄량이 길들이기’를 다시 읽고, 작품 속 사회가 여성을 규정하고 단죄하는 방식이 과거 거부감 없이 받아들여졌다는 사실에 충격을 받는다. 미술평론가 조이한은 ‘그리스인 조르바’ 속 여성에 대한 과대 망상적 시선에서 ‘n번방 사건’을 떠올린다. 그러면서 “조르바가 ‘나는 자연인이다’를 꿈꾸는 나약한 지식인의 판타지는 아니냐”고 되묻는다. 이러한 비판적 읽기가 고전 문학의 의의를 부정하는 것은 아니다. 이상의 ‘날개’를 분석한 여성학자 정희진은 “한국 문학사에서 이상이 이룬 문학적 성취는 동의하지만 불편한 것은 작품에 대한 변화 없는 해석”이라고 꼬집는다. 식민지 시대 노예무역을 주도했던 이들의 동상이 마침내 끌어내려지듯, 시대의 변화에 따라 가치 판단도 달라져야 함을 보여준다.김민 기자 kimmin@donga.com}

“누구나 매일 사진을 찍고, 스마트폰에 사진 수천 장을 저장하죠. 그 많은 사진이 온라인에서 떠돌잖아요. 그게 아니라 ‘사진이 걸린 방’이 실제로 있다는 걸 보여드리고 싶었습니다.” 서울 종로구 류가헌에서 자신이 소장한 사진 작품을 전시하는 최연하 큐레이터(사진)의 말이다. 사진 전시 기획자이자 평론가인 최 큐레이터가 20여 년간 전시 기획을 하며 만나고 모은 작품 27점이 ‘사진이 걸린 방’전에서 공개되고 있다. 20대 때 전시에서 보고 반해 마음에 담아뒀다 20년 만에 산 작품부터, 1960년대 국내에서 꺼리던 합성을 과감하게 시도한 황규태의 사진, 싹이 막 피어오르기 직전의 당산나무를 찍은 사진까지…. 작품마다 소장하게 된 계기를 친절하게 설명에 담았다. 최 큐레이터는 사진 작품을 소장하는 매력에 대해 “사진은 살아있는 무언가에 닿았던 빛을 담은 기록”이라며 “그 사진을 좋은 종이 위에 인쇄하면 다시 그때의 빛이 반짝이는 느낌이 든다”고 했다. 그는 “이번 전시를 통해 사진 감상의 즐거움과 컬렉션의 의미에 대한 담론을 만들고 싶다”고 덧붙였다. 다음 달 4일에는 최 큐레이터와 박미경 류가헌 관장, 이은주 국립현대미술관 학예사가 진행하는 큐레이터 토크도 열린다. 전시는 3월 5일까지. 무료.김민 기자 kimmin@donga.com}

조선시대 백자라고 하면 흔히 ‘달항아리’ 도자기를 떠올리지만 백자에는 청화백자부터 철화·동화백자, 순백자까지 다양한 기법과 형태가 있었다. 이렇게 조선시대 500여 년간 만들어진 수많은 백자 중 대표 명품이 한자리에 모였다. 서울 용산구 리움미술관에서 28일 개막하는 ‘조선의 백자, 군자지향’ 전시에선 국보나 보물로 지정된 조선 백자 59점 중 절반이 넘는 31점이 출품돼 눈길을 끈다. 특히 일본에 있는 수준급 백자 34점을 비롯해 국내외 14개 박물관·미술관의 백자 185점을 모은 역대 최대 규모란 점도 기대감을 높인다.● 백자 ‘챔피언스리그’ 리움미술관 기획전시실에서 열리는 전시는 일단 화려함으로 압도한다. 1부 ‘절정, 조선백자’는 외부 빛을 차단한 약 661㎡(약 200평) 규모의 ‘블랙박스’에 백자 42점을 펼쳐놓았다. 가벽이나 칸막이가 없다 보니 드넓은 암흑 속에 조명과 흰 백자만 반짝인다. 마치 관람객들에게 인증샷을 남기라고 만든 공간이라는 느낌이 물씬 풍긴다. 전시를 기획한 이준광 리움미술관 책임연구원은 “최근 관람객들은 자신이 화려한 공간 속에 있었다는 경험을 중요하게 여긴다”며 “전시 초입부터 관람객의 시선을 사로잡기 위해 특별한 장치가 필요했다. 고미술도 군집을 통해 화려함을 표현할 수 있다는 것을 보여주고 싶었다”고 말했다. 이 공간에는 국보·보물로 지정된 백자 31점과 그에 준하는 국내 백자 3점, 해외 소장 백자 8점 등 총 42점이 청화백자, 철화백자, 채색백자, 상감백자와 순백자의 순으로 전시됐다. 이 연구원은 “1부 전시는 백자의 대표 선수들을 모은 ‘챔피언스리그’”라고 강조했다. 달항아리는 단 3점만 전시됐다. 이에 대해 그는 “조선백자 토털전이라는 취지에는 좋은 작품 석 점으로도 충분하다고 생각했다”고 말했다. 전시장 가장 깊은 곳으로 가면 전체 백자를 높은 곳에서 조망할 수 있는 계단이 마련돼 있다.● 개구쟁이 같은 철화백자 그라운드 갤러리에서는 2부 ‘청화백자’, 3부 ‘철화·동화백자’, 4부 ‘순백자’가 이어진다. 초창기 청화백자는 주로 왕실에서만 사용했다. 청화 안료인 코발트가 수입해야 하는 값비싼 재료였기 때문이다. 이후 청화백자는 점차 사대부 계층으로 퍼져나갔다. 이 때문에 사군자나 자작시가 문양으로 들어간 작품을 볼 수 있다. 철화·동화백자는 조선 중기 일본, 중국과의 전란으로 청화 안료 수급이 어려워지자 대체재로 철 안료를 사용하면서 나타났다. 청화백자는 왕실을 중심으로 중앙에서만 제작된 데 비해 철화백자는 지방에서 제작됐다. 이번 전시에서 철화백자를 만날 수 있다. 이 연구원은 “지방 백자는 거의 민속품이기에 자주 전시하기 어렵다”며 “지방 백자는 (왕실의) 제약 없이 직접 만들어 소비한 것이기에 개구쟁이 같은 자유분방함을 지닌 것이 특징”이라고 했다. 이어 그는 “단정한 백자만 보여드리는 게 아니라 지방 백자 섹션을 마련해야 관람객이 비로소 웃으실 것 같다는 자신감을 갖고 전시를 준비했다”고 덧붙였다. 장난스러운 용의 모습이 담긴 17세기 ‘백자철화 운룡문호’, 연잎이 시원하게 그려진 ‘백자동화 연화문 팔각병’ 등이 전시됐다. 전시와 연계해 조선 백자 전문가들의 강연과 학술 심포지엄도 개최한다. 청소년을 위한 단체 자율감상 프로그램도 운영한다. 관람료는 무료이며 관람일 2주 전부터 온라인으로 예약하면 된다. 5월 28일까지.김민 기자 kimmin@donga.com}

요즘은 조선시대 백자라고 하면 흔히 ‘달항아리’ 도자기를 떠올리지만 백자에는 청화백자부터 철화·동화백자, 순백자까지 다양한 기법과 형태가 있었다. 이렇게 조선시대 500여 년 간 만들어진 수많은 백자 중 대표 명품이 한 자리에 모였다. 국보나 보물로 지정된 조선 백자 59점 중 절반이 넘는 31점이 출품됐으며, 일본에 있는 수준급 백자 34점까지 가져와 국내외 14개 박물관·미술관의 백자 185점을 모은 역대 최대 규모 조선 백자전, ‘조선의 백자, 군자지향’이 서울 용산구 리움미술관에서 28일 개막한다.○ 백자 ‘챔피언스 리그’ 리움미술관 기획전시실에서 열리는 전시는 첫 인상부터 화려함으로 압도한다. 1부 ‘절정, 조선백자’ 전시는 약 661㎡(200평) 공간에 외부 빛을 차단한 ‘블랙박스’에서 가벽이나 칸막이가 일체 없이 백자 42점을 펼쳐 놓았다. 드넓은 암흑 속에 조명과 흰 백자만 반짝여 ‘인증샷’을 남기라고 만든 공간이라는 느낌이 물씬 풍긴다. 전시를 기획한 이준광 리움미술관 책임연구원은 “최근 관람객들은 내가 화려한 공간 속에 있었다는 경험 또한 중요하게 본다고 생각했다”며 “관람객의 시선을 전시 초입부터 사로잡기 위해 특별한 장치가 필요했고, 고미술도 군집 속에서 화려한 모습을 나타낼 수 있음을 보이고 싶었다”고 설명했다. 이 공간에는 국보·보물로 지정된 백자 31점과 그에 준하는 국내 백자 3점, 해외 소장 백자 8점 등 42점이 청화백자, 철화백자, 채색백자, 상감백자와 순백자 순으로 전시됐다. 이준광 연구원은 “백자의 대표 선수들을 모은 ‘챔피언스 리그’”라고 말했다. 달항아리는 단 3점만 전시되었는데 이에 대해 “조선백자 토탈전이라는 취지에는 좋은 작품 석 점으로 충분하다고 생각했다”고 설명했다. 전시장 가장 깊은 곳으로 가면 전체 백자를 높은 곳에서 조망할 수 있는 계단이 마련되어 있다.○ 개구쟁이 같은 철화백자 그라운드 갤러리에서는 2부 ‘청화백자’, 3부 ‘철화·동화백자’, 4부 ‘순백자’가 이어진다. 청화백자는 청화 안료인 ‘코발트’가 수입해서 쓰는 값비싼 재료였기 때문에 원칙적으로는 왕실에서만 사용했다. 이후 점차 확대되어 사대부 계층에서 사용했는데, 이 때문에 사군자나 자작시가 문양으로 들어간 경우를 볼 수 있다. 철화·동화 백자는 조선 중기 일본, 중국과의 전란으로 청화 안료 수급이 어려워진 상황 속에서 대체재로 철 안료를 사용하면서 나타났다. 특히 청화백자는 왕실을 중심으로 중앙에서만 제작했는데, 철화는 지방에서 제작된 백자도 소개된다. 이 연구원은 “지방 백자는 거의 민속품이기에 자주 전시하기 어렵다”며 “그러나 지방 백자는 (왕실의) 제약 없이 직접 만들어 소비한 것이기에 개구쟁이 같은 자유분방함이 특징”이라고 했다. 그러면서 “이번 전시를 기획하며 일반 관람객에게 단정한 백자만 보여드리는 게 아니라 지방 백자 섹션을 마련해야 비로소 웃으실 것 같다는 자신감을 갖고 준비했다”고 덧붙였다. 장난스러운 용의 모습이 담긴 17세기 ‘백자철화 운룡문 호’, 연잎이 시원하게 그려진 ‘백자동화 연화문 팔각병’ 등이 전시됐다. 전시와 연계해 조선 백자 전문가들의 강연과 학술심포지움도 개최된다. 청소년을 위한 단체 자율감상 프로그램도 운영된다. 관람료는 무료이며 2주 전부터 온라인 예약을 통해 볼 수 있다. 전시는 5월 28일까지.김민 기자 kimmin@donga.com}

여러분 안녕하세요, 김민 기자입니다.오늘은 유럽과 미국을 떠들썩하게 만들고 있는 라익스미술관의 전시 ‘베르메르’의 이야기를 준비했습니다.제 주변에도 이 전시만을 보기 위해 네덜란드행 비행기 티켓을 끊을지 고민하는 분이 계실 정도로 애호가들의 관심을 모으고 있는 전시인데요.개막 전부터 사전 티켓 10만 장의 예약이 마감되더니, 개막 후에는 입장권 45만 장이 팔려나갔다고 합니다. 6월까지 열리는 전시를 놓치지 않으려면 지금이라도 서둘러야 한다는 이야기가 나오는데요.이 전시에 왜 이렇게 많은 관심이 쏠리는지, 또 어떤 작품들이 나왔는지 소개하겠습니다.기획 기간 7년…생애 다시 보기 힘들 전시네덜란드 델프트에서 활동했으며, 살아있는 동안 그림을 팔아 11명의 자녀를 키우며 어렵지 않게 살았지만 말년엔 가난해져 빚을 남기고 떠난 예술가. 베르메르는 15명의 자녀를 낳았지만 이중 4명은 출생 직후 사망한 것으로 알려져 있습니다.이것이 요하네스 베르메르(페르메이르·1632~1675)에 대해 알려진 거의 전부입니다. 편지나 일기 등 그의 삶을 유추할 수 있는 자료도 없고, 남긴 것은 오로지 그림 약 37점 뿐이죠. 보통 우리가 미술관에서 보는 예술가의 작품이라고 하기엔 터무니 없이 적은 숫자입니다.이번 라익스미술관에서 열리는 전시는 그 중 28점을 모았습니다. 베르메르의 작품 대부분을 볼 수 있는 기회인 셈인데요. 준비 기간만 7년이 걸렸다는 이 전시는 팬데믹과 우크라이나 전쟁으로 운송료가 치솟아 당분간은 다시 기획하기 어려울 것이라는 이야기도 나옵니다.또 오래 된 작품들은 한 번 전시를 하고 나면 보존을 위해 얼마간은 수장고에 다시 머물러야 하죠. 이 때문에 베르메르의 작품을 이렇게 한 자리에서 볼 수 있는 기회가 거의 마지막일 거라는 생각을 한 관객들이 네덜란드 암스테르담으로 몰려들고 있습니다.그럼 어떤 작품이 전시에 나온 것일까요? 그리고 그 작품 속엔 어떤 이야기들이 있을까요.전시의 첫 출발은 베르메르가 살았던 델프트 풍경으로 시작합니다.강에서 북쪽을 바라본 도시의 모습인데요. 정면에서 왼쪽으로 보이는 시계탑을 자세히 보면 아침 7시 풍경임을 알 수 있다고 합니다.이 그림에서 독특한 것은 도심을 저 멀리 밝은 색으로만 그려놓고, 그림자가 드리워진 외곽의 관문을 정면에 배치했다는 것입니다. 화려한 건축을 클로즈업해 그릴 법도 한데, 그저 강물 위에 두둥실 배가 떠다니듯 차분하게 그린 것도 특징이구요.게다가 화면의 대부분을 차지하는 것은 푸른 하늘을 가득 채운 회색 구름입니다. 이 그림 속 고요함과 차분함. 이것이 베르메르의 팬들을 매료시킨 요소인지도 모르겠습니다.미술관 연구로 드러난 고민의 흔적들이 전시가 준비되는 과정은 작품을 모으는 시간만 있었던 것이 아닙니다. 작품을 과학적으로 또 미술사적으로 분석하고, 연구한 결과를 통해 전시를 기획하는 과정도 매우 중요하죠. 미술관은 베르메르의 새 전기를 출간했고요, 새로운 연구 결과도 발표했습니다.그 중 하나가 베르메르의 유명한 그림 중 하나인 ‘우유를 따르는 여자’에 관한 것입니다.지금의 그림에서는 완전한 흰 벽면의 여백 앞에 여자의 모습만 두드러지게 표현이 되어 있죠. 미술관이 SWIR 기법을 이용해 그림을 촬영한 결과, 여인의 머리 뒤 벽면쪽에 물통 거치대가 그려졌었고, 오른쪽 아래에는 큰 바구니를 그렸다는 걸 알게 됐습니다.이러한 흔적을 통해 미술관은 사전에 치밀한 계획을 준비하고 그림을 그렸던 것으로 알려진 것과 달리 베르메르가 시행착오를 거쳤음을 알게 됐다고 발표했습니다. 또 그가 여러 물건들을 배치하고 삭제해가면서 ‘고요함’을 얻는 과정도 파악했다고 덧붙였죠.이 작품에서 중요한 흔적은 바로 여인의 뒤편에 있는 큐피드입니다.큐피드가 발견되기 전 이 그림의 벽면은 비어있었습니다. 그런데 1979년 X-ray 촬영을 통해 큐피드가 있었다는 것이 드러납니다. 베르메르가 그렸다가 지운 것으로 당시에는 생각했었죠.그런데 2017년 안료를 분석하면서 큐피드 위에 칠해진 물감은 베르메르가 했던 것이 아니라는 결론이 내려졌습니다. 결국 아주 느린 복원 끝에 2021년 큐피드는 세상에 모습을 드러냈습니다.큐피드의 발 아래 놓여있는 가면까지 보여지면서 이 그림은 굉장히 암시적인 내용을 갖게 되었지요. 여인이 읽고 있는 것은 사랑의 편지이며, 거짓(가면)이 아닌 진실된 사랑을 은유하는 것으로요.그림 오른쪽 커튼도 눈여겨보세요. 윗부분을 잘 보시면 액자에 커튼이 걸려있는 것처럼 표현되어 있습니다. 보는 사람에게 재미를 주기 위한 일종의 장치입니다.진주 속 반짝이는 욕망들한 자리에 모인 그의 작품에서 또 다른 흥미로운 지점은 바로 ‘욕망’입니다.우리가 아주 오래 전 그림을 볼 때는 주로 왕이나 교회가 의뢰한 것을 보다보니 대놓고 화려한 그림에 익숙해져서, 베르메르의 그림을 ‘소박하다’는 착각을 하게 되는데요.그의 그림을 자세히 뜯어보면 옷과 가구, 텍스타일이 꽤나 화려하며 17세기 네덜란드에서 인기였던 ‘진주’가 자주 등장한다는 걸 알 수 있습니다.이 당시 그림에서 진주는 순수, 아름다움, 사랑을 상징했으며 이에 더해 값비싼 장신구이기 때문에 부를 나타냈다고 합니다. 위 작품에서 보이는 진주 귀걸이는 굉장히 큰 사이즈인데요. 당시 저정도의 사이즈라면 베르메르가 소장할 수 있는 가격대의 것은 아니었을 것으로 추정됩니다. 이 때문에 가짜 진주를 사용했거나, 베르메르가 상상으로 그려냈을 가능성이 크다고 합니다.또 위 그림에서 여인이 입고 있는 노란 재킷도 그의 그림에서 여러 차례 등장합니다. 베르메르가 사망할 때 남긴 유품 목록에도 이 재킷이 기록되어 있었던 것으로 보아, 베르메르 아내의 옷으로 연구자들은 추정하고 있습니다. 값비싼 옷을 사 그림에 활용했던 것이겠죠.고급스러운 옷, 가짜일지라도 비싸보이는 목걸이와 귀걸이. 이 모든 것들은 베르메르가 그림을 사고자 하는 사람들의 욕망. 아름다워 보이고 싶은 마음을 자극하기 위한 장치였다는 생각에 이르게 됩니다.그렇다면 우리는 베르메르의 그림을 통해 고요함이 아니라 당시 델프트에 살았던 사람들의 욕망을 읽게 되는 것이죠.라익스미술관이 전시를 직접 찾을 수 없는 관객을 위해 고맙게도 28점 모두를 온라인으로 볼 수 있도록 공개(https://www.rijksmuseum.nl/en/johannes-vermeer?ss=)해두었답니다. 나머지 작품도 감상하며, 수백년 전 네덜란드 사람들의 마음을 한 번 만나보세요.※ ‘영감 한 스푼’은 예술에서 볼 수 있는 다양한 창의성의 사례를 중심으로 미술계 전반의 소식을 소개하는 뉴스레터입니다. 매주 금요일 아침 7시 발행됩니다.▶뉴스레터 구독 신청 https://www.donga.com/news/Newsletter김민 기자 kimmin@donga.com}

“알맹이는 가라!” 서울 종로구 백아트 갤러리에서 팔순을 앞둔 예술가가 22일 퍼포먼스 도중 외쳤다. 옷을 훌렁 벗어 던지고 삼각 수영복만 입은 채 훌라후프를 돌리는 그는 꽃무늬 버선과 알록달록한 샤워캡을 쓰고 있었다. 부끄러워하는 관객들에게 탁구공을 날리고 등판을 후려치는 퍼포먼스까지…. 모두 작가 성능경(79)의 트레이드마크다. 최근 미술계에서 1960∼70년대 한국 실험미술을 재조명하는 움직임이 활발하다. 서울 종로구 백아트에선 성능경 작가의 개인전 ‘아무것도 아닌 듯…. 성능경의 예술행각’이 4월 30일까지 열린다. 성 작가는 1974년 제3회 ‘ST(공간과 시간)’ 전에서 선보인 퍼포먼스 ‘신문: 1974.6.1. 이후’를 선보인 뒤 전위 미술 1세대로 각인돼 왔다. 당시 전시 기간 동안 작가가 매일 신문을 소리 내 읽고 면도칼로 기사를 오려 냈다. 유신시대 정부의 언론 탄압을 비판하는 내용이었다. 그는 1968년부터 작가 생활을 시작했지만, 갤러리 전시는 1991년 이후 이번이 두 번째다. 그런데 올해에만 총 네 차례의 개인전이 예정돼 있다. 현재 백아트에서 진행 중인 그의 개인전에서는 ‘끽연’, ‘수축과 팽창’ 등 1960∼80년대 초반 대표 퍼포먼스를 기록한 사진 작품과 최근 마무리한 ‘그날그날 영어’ 연작, 지금도 매일 작업 중인 ‘밑 그림’ 연작을 만날 수 있다. ‘그날그날 영어’는 수년간 동아일보에 연재됐던 영어 교육 섹션 지면에 작가가 직접 공부한 흔적을 남겨 그림을 그린 작품이다. ‘밑 그림’은 화장실 휴지로 작업했다. 전시는 무료다. 국립현대미술관은 최근 실험미술을 하는 청년 작가 그룹 ‘논꼴’의 동인이었던 강국진(1939∼1992)의 기록을 모은 책 ‘아카이브북 시리즈: 강국진 컬렉션’을 발간했다. 강국진은 1968년 정찬승, 정강자 작가와 함께 서울 음악감상실 쎄시봉에서 국내 첫 누드 퍼포먼스로 기록된 ‘투명풍선과 누드’를 선보여 화제를 일으킨 인물이다. 1970∼90년대에는 판화, 회화 작업을 하며 한성대 서양화과 교수로 후학을 양성했다. 이번 책은 2014년 11월 강국진 유족이 미술관에 기증한 기록 9500여 점을 정리한 것이다. 강국진이 개인 카메라로 기록한 1967년 ‘한국청년작가연립전’ 전시 전경이 다수 포함됐다. 이 밖에 컬렉션 목록과 이미지, 평론가와 기증자 인터뷰 등이 수록됐다. 실험미술에 대한 조명은 미술관 전시로도 이어진다. 국립현대미술관은 5월 ‘한국 실험미술 1960∼1970’ 그룹전을 개최한다. 이 전시는 9월 미국 뉴욕 구겐하임미술관에서도 열린다.김민 기자 kimmin@donga.com}

‘단색화의 거장’ 박서보 화백(92·사진)이 최근 폐암 판정을 받은 사실을 공개했다. 박 화백은 23일 자신의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를 통해 “폐암 3기 판정을 받았다”며 “평생 담배를 물고 살았다가 심근경색으로 쓰러지고서야 끊었다”고 밝혔다. 이어 “당장 죽어도 장수했다는 소리를 들을 텐데 선물처럼 주어진 시간이라 생각한다”며 “작업에 전념하며 더 의미 있게 시간을 보낼 것이고 캔버스에 한 줄이라도 더 긋고 싶다”고 덧붙였다. 박 화백은 “이 소식을 듣고 놀라서 연락하려는 사람들이 많겠지만 갑자기 달라진 것은 아무것도 없고 어느 때보다 평온하고 열정으로 가득 차 있다”며 “안부 전화 등 연락을 하지 말아 달라”고 당부했다.박 화백은 한국 추상미술을 개척하고 이끌었다. 2021년 금관문화훈장을 받았고, 루이비통과 협업하기도 했다. 대표작은 반복해서 선을 긋는 ‘묘법(描法·Ecriture)’ 연작이다. 홍익대 서양화과를 졸업하고 홍익대 교수를 지냈다. 김민 기자 kimmin@donga.com}

‘알맹이는 가라!’ 22일 서울 종로구 백아트 갤러리에서 팔순을 앞둔 예술가가 퍼포먼스 도중 외쳤다. 옷을 훌렁 벗어 던지고 삼각 수영복만 입은 채 훌라후프를 돌리는 그는 꽃무늬 버선과 알록달록한 샤워캡을 쓰고 있다. 부끄러워하는 관객들에게 탁구공을 날리고 등판을 후려치는 퍼포먼스까지 성능경(79)의 트레이드마크다. 그가 물러가라고 외치는 알맹이란 양복과 넥타이 속에 숨어 체면 차리기 급급한 권위주의는 아닐까. 최근 미술계에선 1960~70년대 한국 실험미술을 재조명하는 움직임이 활발하다. 성능경 작가는 1974년 전시 기간 동안 매일 신문을 소리 내 읽고 면도날로 기사를 오려내며 유신시대 언론 탄압을 비판한 퍼포먼스 ‘신문: 1974.6.1. 이후’를 제3회 ‘ST(공간과 시간)’ 전에서 선보인 후 전위 미술 1세대로 각인됐다. 1968년부터 작가 생활을 시작했지만, 갤러리 전시는 1991년 이후 이번이 두 번째. 그런데 올해에만 네 차례 개인전이 예정되어 있다. 이날 개막한 백아트 개인전 ‘아무것도 아닌 듯…. 성능 경의 예술행각’에서는 ‘끽연’, ‘수축과 팽창’ 등 1960~80년대 초반 대표 퍼포먼스를 기록한 사진 작품과 최근 마무리한 ‘그날그날 영어’ 연작, 지금도 매일 작업하고 있는 ‘밑 그림’ 연작 등을 만날 수 있다. ‘그날그날 영어’는 수년간 동아일보에 연재됐던 영어 교육 섹션을 스크랩하고, 여기에 작가가 직접 공부한 흔적을 남겨 그림을 그렸다. ‘밑 그림’은 2020년 7월부터 매일 아침 화장실에서 사용한 휴지를 스마트폰으로 촬영하고, 이를 앱 프로그램을 이용해 색깔을 입혔다. 전시는 무료이며 4월 30일까지 열린다. 국립현대미술관은 최근 강국진(1939~1992)의 기록을 모은 책 ‘아카이브북 시리즈: 강국진 컬렉션’을 발간했다. 실험미술을 추구한 청년 작가 그룹 ‘논꼴’의 동인이었던 그는 1968년 정찬승, 정강자 작가와 함께 서울 음악감상실 쎄시봉에서 국내 첫 누드 퍼포먼스로 기록된 ‘투명풍선과 누드’를 선보여 화제를 일으켰다. 1970~1990년대에는 판화, 회화 작업을 하며 한성대 서양화과 교수로 후학을 양성했다. 이번 책은 2014년 11월 강국진 유족이 미술관에 기증한 기록 9500여 점을 정리한 것이며, 그의 작업에 관련한 기록과 드로잉, 전시인쇄물 및 학교·교직 활동 기록이 있다. 특히 강국진이 개인 카메라로 기록한 1967년 ‘한국청년작가연립전’ 전시 전경 사진이 다수 포함됐다. 이밖에 컬렉션 목록과 이미지, 평론가와 기증자 인터뷰 등이 수록됐다. 책은 국립현대미술관 미술연구센터·디지털정보실·도서실을 비롯한 전국 각 도서관과 미술관 등 주요 기관에서 열람할 수 있다. 미술관 전시로도 실험미술 조명은 이어진다. 국립현대미술관은 5월 ‘한국 실험미술 1960~1970’ 그룹전을 개최하며 이 전시가 9월에는 미국 뉴욕 구겐하임미술관에서 열린다.김민기자 kimmin@donga.com}

프랑스 현대미술가의 전시부터 캐나다 이누이트 예술, 우크라이나 현대 영화까지…. 제14회 광주비엔날레에서 유럽과 아시아 9개국 대사관과 문화예술 기관이 협업해 전시를 선보인다. 광주비엔날레재단은 21일 서울 중구 캐나다대사관에서 기자간담회를 열고 4월 7일 개막해 7월 9일까지 열리는 ‘광주비엔날레 파빌리온’ 전시의 계획을 공개했다. 2018년 3개국의 참여로 시작한 광주비엔날레 파빌리온은 올해 네덜란드 스위스 이스라엘 이탈리아 중국 캐나다 폴란드 프랑스 등 역대 가장 많은 9개국이 참여한다. 프랑스 파빌리온에서는 지난해 베니스비엔날레에서 심사위원 특별언급상을 받은 지네브 세디라의 아시아 첫 개인전 ‘꿈은 제목이 없다’(사진)를 양림미술관에서 선보인다. 작가의 자전적 경험이 어떻게 사회의 보편적 질문으로 이어질 수 있는지를 영화적 문법으로 접근한 작품이 공개된다. 캐나다 파빌리온은 국내 처음으로 캐나다 원주민 이누이트 예술을 이강하미술관에서 소개한다. 캐나다 킨게이트족 작가 28명이 작업한 드로잉 및 조각 90여 점이 전시된다. 스위스 파빌리온은 한국과 스위스 사진작가 8명의 작품을 이이남스튜디오 공간에 맞게 구성하고, 포토북 전시도 준비 중이다. 네덜란드 파빌리온은 생태계를 파괴하는 집단을 법정에 세우는 ‘공판 퍼포먼스’를 펼친다. 우크라이나 파빌리온은 국립아시아문화전당에서 우크라이나 현대 영화를 상영할 예정이다. 이스라엘 파빌리온은 영상 오브제 설치 전시를, 중국 파빌리온은 대나무를 소재로 전통과 현대의 조화를 꾀한 전시를 선보인다. 폴란드 파빌리온은 10년후그라운드, 양림쌀롱 등 전시 공간에서 공공프로그램을 기획한다.김민 기자 kimmin@donga.com}

미술관에서 전시가 끝나면 작품은 어떤 과정을 거쳐 제자리로 돌아가는 걸까요? 작품을 상자에 넣어 수장고에 보관하는 것 이상의 훨씬 복잡한 과정이 있습니다. 특히 그 작품이 바다 건너 먼 외국에서 온 것이라면 말이죠. 얼마 전 전남도립미술관에서 막을 내린 ‘인간의 고귀함을 지킨 화가, 조르주 루오’전이 그랬습니다. 이 전시는 프랑스 조르주 루오 재단, 말랭그 갤러리와 프랑스의 가장 중요한 현대미술관인 퐁피두센터 소장품이 한자리에 모였답니다. 전시가 끝나고 작품들은 비행기를 타고 프랑스로 가야 했는데요. 이 모든 과정은 미술관에 소속된 ‘쿠리에’(작품 호송인)가 점검합니다. 이 역할을 위해 한국을 찾은 퐁피두센터의 보존복원가 A 씨에게 자세한 이야기를 들었습니다(인터뷰이가 개인 사정으로 익명을 요청해 A 씨로 표기합니다).모든 것은 ‘쿠리에’의 눈앞에서지난달 29일 전시가 끝나고 다음 날 퐁피두센터의 쿠리에를 기다리던 미술관 관계자들은 깜짝 놀랐습니다. 프랑스 파리에서 전남 광양까지 온 쿠리에가 한국인이었기 때문이죠. A 씨는 “한국에 올 좋은 기회가 생겨 기쁜 마음으로 왔다”고 했습니다. 미술관에 도착한 A 씨는 가장 먼저 작품들의 변화를 체크했습니다. 이번 전시의 루오 작품은 종이에 유화로 그린 것이 많아 재료 특성상 세밀한 점검이 필요했습니다. 작품마다 포장법도 모두 다릅니다. 작품을 이동 상자인 ‘크레이트’에 어떻게 넣고 보호재는 무엇을 넣을지, 세워서 운반할지 눕혀서 운반할지, 손으로는 어떻게 들어야 하는지 등 여러 방법이 자세히 정해져 있으며 이 모든 과정을 쿠리에가 확인합니다. 그 다음에는 작품을 차에 실어 세관을 거쳐 비행기로 이동하겠죠? 작품이 파리에 도착해도 바로 열 수 없습니다. “갑자기 박스를 열면 기온, 습도의 급변으로 작품이 손상될 수 있어요. 비행기 진동, 온도, 습도에 따라 사용하는 크레이트의 재질부터 여는 방법까지, 모든 것이 사전에 합의되어 있습니다.” 작품을 빌려주는 퐁피두센터와 전시를 여는 전남도립미술관이 이런 상세한 부분들을 상의하는 과정을 거쳤다는 의미입니다. 쿠리에는 이 합의된 과정이 잘 진행되는지 봐야 하기에, A 씨가 자리에 없으면 작품 포장이나 운반도 이뤄지지 않습니다. 단계마다 상태를 체크하고, 변화가 있다면 어느 시점에 생긴 것인지 파악해야 하기 때문이죠.작품 보존에는 ‘윤리’가 필요하다 전시를 관람하는 경험이 대부분인 일반인의 입장에서는 미술관들이 왜 이런 까다로운 과정을 거치는지 이해하기 어려울 수 있습니다. A 씨는 이런 과정을 ‘윤리’로 설명했습니다. 관계자가 상황이나 조건에 타협해 작품에 피해를 주는 선택을 하는 것을 객관적 연구와 매뉴얼로 방지한다는 이야기로 이해됩니다. 즉, 시간이나 예산이 부족하다고 임의로 저렴한 크레이트나 보호재를 사용하는 사태를 막는 것이죠. 당장에 큰 손실은 되지 않겠지만, 오랜 시간이 지나면 작은 균열도 큰 손상이 될 수 있기 때문입니다. A 씨는 프랑스의 예술가 겸 영화감독이었던 장 콕토(1889∼1963)의 드로잉 100여 점을 복원한 이야기를 들려주었습니다. 수년에 걸쳐 이뤄진 작업은 과학적 검사, 미술사 연구, 가치 결정까지 복잡한 단계를 거쳤습니다. 특히 콕토가 종이에 붙인 스카치테이프의 흔적을 없애는 것을 두고 긴 숙고의 과정이 있었습니다. “테이프의 흔적은 작가의 테크닉을 보여주는 역사의 일부입니다. 그러나 테이프의 점착 성분으로 인해 생긴 갈색 얼룩이 시간이 지나면 더 진해지고, 제거하기도 어려워진다는 판단 아래 없애기로 결정했죠. 손상은 아주 오랜 시간 후에 나타나지만, 미술관 작품은 후대의 사람들도 보아야 하는 것이니까요.” 물질의 화학적 반응을 고려해 ‘과학자’처럼 느껴졌지만, 콕토 작품의 의미를 고려하는 부분은 ‘미술사가’로 보였습니다. 오랜 시간을 예측·연구하며 가치 판단을 내리는 것은 철학적이기도 했고요. 그러면서 그는 ‘보존복원가의 윤리’를 강조했습니다. “보존복원의 모든 가치 판단은 직업윤리가 바탕입니다. 특정인이나 대중의 요청에 따른 무분별한 보존복원, 즉 개인의 미적 판단에 의하거나 진정성을 무시한 복원 처리를 해서는 안 되죠. 작품의 진정성을 입증하는 과학적, 미술사적 연구 등 윤리적 검증을 하며 작업에 임해야 합니다.” 저는 A 씨의 이야기를 통해 공공 미술관의 역할을 다시 생각했습니다. 공적 자금(세금)으로 운영되는 미술관은 시민들이 봐야 할 좋은 작품을 수집하고, 오랜 시간이 지나도 볼 수 있도록 보존하며, 더 많은 사람이 작품을 감상하도록 연구하고 알리는 것이 그 역할이겠지요. A 씨는 “루오가 한국에서 누구나 알 만한 작가는 아니지만, 풍부한 미술사를 보여주는 전시였다”며 “향후에도 이런 시도로 한국 미술관들이 앞으로 나아갈 좋은 영향이 있을 것 같다”고 조언해 주었습니다. 독자 여러분도 이번에는 가까운 미술관을 찾아 미술의 역사를 진지하게 들여다보는 것 어떠세요? ※뉴스레터 ‘영감 한 스푼’은 매주 금요일 오전 7시 발송됩니다. QR코드를 통해 구독 신청하시면 이메일로 먼저 받아보실 수 있습니다.김민 문화부 기자 kimmin@donga.com}

미국의 한 지역 아트페어에서 생존 작가 중 최고가 판매기록을 가진 현대미술가 제프 쿤스의 조각품이 관객 실수로 산산조각 났다. 19일(현지 시간) 뉴욕타임스(NYT)와 AFP통신에 따르면 마이애미의 ‘아트 윈우드’ 프리뷰 행사에서 한 관람객이 쿤스의 ‘풍선개(Balloon Dog)’ 조각 받침대를 발로 건드려 작품이 바닥으로 떨어져 깨졌다. 작품은 겉모습이 풍선처럼 보이는 도자기로, 4만2000달러(약 5500만 원) 가치를 지닌 것으로 추정된다. 높이 40cm, 길이 48cm인 조각품은 투명 아크릴 받침대에 올려져 있었고, VIP 프리뷰 기간인 16일 칵테일 행사 중 한 관객의 실수로 깨졌다. 목격자인 스티븐 갬슨 씨는 NYT에 “작품이 100개 넘는 조각으로 깨졌고 직원들이 빗자루로 파편을 쓸어 담고 있었다”며 “계획된 퍼포먼스인가 싶었는데 조각품을 깬 관객 얼굴이 빨개진 걸 보고 사고임을 알았다”고 했다. 이어 그는 “깨진 작품을 보려고 사람이 더 몰려 깨진 조각을 팔 생각이 있느냐고 갤러리에 문의했다”고 밝혔다. 갤러리 관계자는 “이번 사고로 파란색 풍선개 작품이 799개에서 798개로 줄었다. 희소성이 높아져 수집가들에게는 좋은 소식”이라며 웃었다. 갤러리는 “불행한 일이지만 관객이 손을 대거나 일부러 작품을 건드리진 않았으며, 보험에 들어놨기에 절차에 따라 처리될 것”이라고 밝혔다. 쿤스의 ‘풍선개’는 다양한 색과 크기의 시리즈 수천 점이 제작됐다. 2013년 미국 뉴욕 크리스티 경매에서는 가로세로 각각 3m가 넘는 오렌지색 ‘풍선개’ 작품이 5840만 달러에 팔려 당시 생존 작가 경매 최고가를 기록했다. 현재 생존 작가 경매 최고가는 2019년 쿤스의 작품 ‘토끼’의 낙찰가인 9107만 달러다.김민 기자 kimmin@donga.com}

미국의 한 지역 아트페어에서 현대미술가 제프 쿤스의 풍선개 조각품이 관객의 실수로 산산조각이 났다. 19일(현지 시간) AFP통신 등에 따르면 미국 마이애미의 아트페어 ‘아트 윈우드’ 프리뷰 행사에서 한 관람객이 쿤스의 ‘풍선개’(Balloon Dog) 조각이 있는 받침대를 발로 건드려 조각품이 바닥으로 떨어져 깨졌다. 해당 작품은 겉모습은 풍선처럼 보이지만 도자기 작품으로 4만2000달러(약 5500만 원) 가치를 지닌 것으로 추정된다. 높이 40cm, 길이 48cm였던 조각품은 투명 아크릴 받침대에 올려져 있었으며, ‘아트 윈우드’에는 미국과 해외 갤러리 50여 곳이 참가했다. ‘풍선개’가 산산조각 난 것은 VIP 프리뷰 기간인 16일 이었다. 당시 장면을 목격한 스티븐 갬슨 씨는 뉴욕타임스(NYT)에 “작품이 100개 넘는 조각으로 깨졌고 내가 봤을 땐 이미 직원들이 빗자루로 조각을 쓸어 담고 있었다”며 “사전에 계산된 퍼포먼스인가 싶었는데 조각품을 깨뜨린 관객이 얼굴이 빨개진 걸 보고 사고인 걸 알았다”고 전했다. 그러면서 “깨진 작품을 보려고 사람이 더 몰렸다”며 “그걸 보고 깨진 조각을 팔 생각이 있냐고 갤러리에 문의했다”고 밝혔다. 갤러리 관계자는 NYT에 “이번 사고로 파란색 풍선개 조각이 799개에서 798개로 줄어서 수집가들에게는 좋은 소식일 것”이라고 웃으며 말했다. 쿤스의 ‘풍선개’를 출품한 벨-에어 파인아트 갤러리 측은 보도자료를 내고 “관객이 조각품을 일부러 깨려고 한 것은 아니며, 칵테일 행사 중 사람이 많아 받침대를 발로 살짝 차 조각품이 넘어졌다”고 전했다. 이전에 보도된 것처럼 손으로 건드린 것은 아니라고 갤러리는 밝혔다. 그러면서 “불행한 일이지만 종종 일어나는 일이기에 보험을 들어뒀고, 보험처리 될 것”이라고 덧붙였다. 쿤스의 ‘풍선개’ 조각은 다양한 색과 크기의 시리즈 수천 점이 제작된 바 있다. 2013년 미국 뉴욕 크리스티 경매에서는 가로 세로 3m가 넘는 오렌지색 ‘풍선개’ 조각이 5840만 달러에 팔리면서 생존 작가 최고가를 기록한 바 있다. 이 기록은 2018년 데이비드 호크니의 ‘예술가의 초상’(9030만 달러)에 의해 깨졌고, 2019년 제프 쿤스의 조각 ‘토끼’(9107만 달러)가 현재는 생존 작가 경매 최고가를 기록하고 있다.김민 기자 kimmin@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