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민

김민 기자

동아일보 문화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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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계 속 사람들의 이야기를 전하는 국제부 기자입니다. 예술가의 이야기를 따로 모아 뉴스레터 '영감 한 스푼'으로 전하고 있습니다.

kimmin@donga.com

취재분야

2026-02-25~2026-03-27
연극23%
미술20%
무용15%
문화 일반15%
문학/출판10%
인사일반8%
음악5%
칼럼3%
역사1%
  • [책의 향기]이곳 할렘에서 신화는 다시 쓰인다

    세상의 많은 이야기는 때때로 사회가 주목하는 존재에만 집중해 그 외의 것들을 소외시킨다. 메인 테두리 안에 속하지 못한 사람은 “나는 왜 다른가”를 고민하며 괴로워한다. 그러나 저자는 아웃사이더인 자신에게 찍힌 낙인을 그대로 인정하며 오히려 더 많은 이야기를 풀어낸다. ‘자미’는 흑인이자 레즈비언이었던 시인 오드리 로드(1934∼1992)가 자신만의 언어로 개인의 정체성을 정립해 나가는 이야기다. 책의 장르는 ‘자전신화(biomythography)’다. 이는 저자가 만들어낸 새로운 장르로, 역사와 작가의 삶 그리고 신화를 결합했다. 서구 사회에서 신화는 그리스와 로마를 중심으로 한다. 그리스 로마 신화에서 흑인과 여성, 특히 성소수자의 자리는 찾아보기 힘들다. 결국 자신과 닮은 사람의 이야기를 찾을 수 없던 저자는 여성 및 소외된 자들의 성장기를 새로운 신화로 만들어냈다. 미국 뉴욕 할렘가에서 태어난 그녀는 어릴 때부터 심한 근시를 앓았고 말도 늦게 트였다. 흑인이라는 이유로 온갖 차별과 배제를 당하는 속에서도, 결과적으로 온전한 삶을 찾게 된 과정에서 만난 여자들의 이야기를 솔직하고 꼼꼼하게 담았다. 친구이자 연인으로 함께하는 여성을 뜻하는 ‘자미’가 제목이 된 이유다. 1950년대 흑인 여성의 삶을 생생하게 기록한 이 책은 2020년 조지 플로이드 사망 사건으로 촉발된 ‘흑인 생명도 소중하다(BLM)’ 운동과 함께 다시 활발하게 조명되고 있다. ‘시스터 아웃사이더’와 함께 작가의 대표작으로 꼽힌다.김민 기자 kimmin@donga.com}

    • 2023-01-2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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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젊은세대가 변주한 전통문화, ‘문화역서울284’서 만나요

    오래된 기차역에서 복합문화공간으로 탈바꿈한 서울 중구 문화역서울284 중앙홀에 달을 무대로 뛰어노는 토끼가 등장했다. 커피, 호텔은 물론이고 타이포그래피와 가구 등 디자인을 주제로 다양한 전시를 열어온 문화역서울284의 새 전시 주제는 ‘전통’이다. 젊은 세대가 새롭게 변주한 전통문화를 소개하는 전시 ‘2023 뉴트로 페스티벌 “오늘 전통”’이 열리고 있다. 전시 공간은 ‘쓸모 있게’, ‘생동하게’, ‘아름답게’, ‘행복하게’, ‘건강하게’ 등 5가지 주제로 구분된다. 달에서 살고 있는 토끼 이야기를 재해석한 설치 작품 ‘달 41%’가 있는 중앙홀을 지나면 딱지치기, 윷놀이, 비사치기 등 전통 놀이 기구를 새롭게 디자인한 ‘건강하게’ 코너가 나온다. 관람객이 여러 놀이를 체험해 볼 수 있도록 만들었다. ‘아름답게’ 코너에서는 닥나무를 수확해 가공한 한지와 개화기 이후 시대별 전통 한복을 재현한 한복 6종을 볼 수 있다. 저고리 위에 덧입는 민소매 조끼인 배자를 입어 볼 수 있다. 소반과 미니어처 한식 모형도 전시했다. ‘쓸모 있게’ 코너에서는 청년들이 만든 다양한 문화 상품을 구매할 수 있다. 전통 문양을 활용한 의류와 텀블러, ‘건강하게’ 코너에서 체험했던 전통 놀이 기구 등이 있다. 이번 전시는 문화역서울284를 운영하는 한국공예·디자인문화진흥원이 최근 3년 동안 추진한 전통문화 진흥 사업의 결과물을 모은 전시다. 전통 놀이와 문화를 주제로 한 컬러링북 만들기, 한지 모빌 만들기 등 체험 행사도 진행한다. 진흥원은 앞으로 매년 설을 맞아 1, 2월경에 뉴트로 페스티벌을 진행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2월 26일까지. 무료.김민 기자 kimmin@donga.com}

    • 2023-01-2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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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달의 뒷편엔 토끼가…’ 옛 서울역사서 살펴보는 전통의 재해석

    오래된 기차역에서 복합문화공간으로 탈바꿈한 서울 중구 문화역서울284 중앙홀에 이번엔 달을 무대로 뛰어노는 토끼가 등장했다. 그간 커피, 호텔은 물론 타이포그래피와 가구 등 디자인을 주제로 다양한 전시를 열어온 문화역서울284의 새 전시 주제는 바로 전통이다. 젊은 세대가 새롭게 변주한 전통문화를 소개하는 전시 ‘2023 뉴트로 페스티벌 “오늘 전통”’이 19일 개막했다. 전시 공간은 ‘쓸모 있게’ ‘생동하게’ ‘아름답게’ ‘행복하게’ ‘건강하게’ 등 총 5부로 구성됐다. 달에서 살고 있는 토끼 이야기를 재해석한 설치 작품이 있는 중앙홀을 지나면 딱지치기, 윷놀이, 비사치기 등 전통 놀이 기구를 새롭게 디자인한 ‘건강하게’ 코너가 나온다. 여러 놀이를 관객이 직접 체험해볼 수 있다.‘아름답게’ 코너에서는 닥나무를 수확해 고유한 기법으로 가공한 한지와 개화기 이후 시대별 전통한복을 재현한 한복 6종을 볼 수 있다. 저고리 위에 덧입는 민소매 조끼인 ‘배자’를 입어볼 수 있으며, 소반과 미니어처 한식 모형도 전시됐다. ‘쓸모 있게’ 코너에서는 청년들이 만든 다양한 문화 상품을 직접 구매할 수 있다. 전통 문양을 활용한 의류, 텀블러와 ‘건강하게’ 코너에서 체험했던 전통 놀이 기구도 있다.오래된 회의실 공간은 나전칠기, 조선 왕실 보자기, 한글을 주제로 한 미디어 아트 ‘신색창연’이 상영된다. 매화 위로 자유롭게 날갯짓하는 새와 나비의 모습을 자개 무늬의 형태로 연출했다. 또 ‘행복하게’ 공간에서는 전통 주사위인 주령구를 던져서 나오는 숫자에 따라 올해의 운세 카드를 뽑아볼 수 있고, 옆에서는 새해 다짐을 카드에 직접 적을 수도 있다. 이번 전시는 문화역서울284를 운영하는 한국공예·디자인문화진흥원이 최근 3년 동안 추진한 전통문화 진흥 사업의 결과물을 모아놓은 전시다. 행사 기간 전통 놀이와 문화를 주제로 한 컬러링북 만들기, 한지 모빌 만들기 등 체험 행사도 진행된다. 향후에도 매년 설을 맞아 1, 2월경에 뉴트로 페스티벌을 진행할 예정이라고 공진원 측은 밝혔다. 전시는 2월 26일까지. 무료.김민 기자 kimmin@donga.com}

    • 2023-01-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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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불안을 인정하니 갑옷이 생겼다, 예술가의 생존법[영감 한 스푼]

    독자 여러분 안녕하세요.오늘은 글로벌 미술계에서 주목 받고 있는 밀레니얼 작가 제이디 차의 이야기를 준비했습니다. 2019년 베니스 비엔날레에서 ‘마고할미’ 퍼포먼스를 선보이고, 그 후로도 활발한 활동을 이어나간 제이디 차는 지난해 하우저앤워스 뉴욕 갤러리 그룹전에 참가했습니다. 현재 영국 런던의 공공미술관인 화이트채플에서도 한옥을 모티프로 한 설치 작품을 전시 중이죠.타데우스 로팍이 서울에서 한국 작가들의 작품을 소개하는 첫 단체전에도 정희민, 한선우 작가와 함께 참가하게 되었습니다. 예술가로서 어머니의 고향을 다시 찾은 제이디 차의 이야기를들려드리겠습니다.타데우스 로팍 갤러리 입구를 지나 내부로 가면 정면에 제이디 차의 자화상 ‘귀향’이 보입니다. 그림 속 여자는 부엌칼과 배추김치가 그려진 외투를 입고, 머리에는 소라를 마치 투구처럼 쓰고 있죠.현란하게 뿜어져 나오는 색 사이로 여자는 관객을 똑바로 쳐다봅니다. 마치 귀신과 소통하는 영매라도 되는 것처럼 말이죠.이렇게 거센 기가 흘러 넘치는 그림의 주인공, 제이디 차는 검은 드레스에 불꽃이 활활 타오르는 신발을 신고 있었습니다. 말도 걸기 어려울 듯한 겉모습인데, 기자 간담회가 시작되고 현장에 모인 기자들이 자신을 응시하자 그녀는 이렇게 말하더군요.“오 마이 갓, 전부 다 나를 쳐다보고 있네요!”낯설 사람들의 시선에 긴장한 모습이 역력해 의외였습니다. 그러나 “한국어로 말하지 못해 죄송하다. 꼭 다음엔 한국어로 말하고 싶으니 나에게 재밌는 예능이나 드라마를 추천해달라”고 너스레를 떤 그녀는 이내 불안감을 털어버리고 작품을 설명해 나갔습니다.단단한 껍질의 소라, 날카로운 부엌 칼, 피가 흐르는 듯한 김치. 이렇게 드센 겉모습 아래 감춰진 반전의 부드러운 모습. 현장에서 드러난 그녀의 성격은 작품과 꼭 닮아있었습니다.마고할미, 바리공주, 조각보는 영감의 원천위 사진은 제이디가 영국 런던의 공공미술관 화이트채플 갤러리에서 전시하고 있는 설치 작품의 모습입니다. 한옥의 형태에서 영감을 얻어 전시장 속에 집을 지었습니다.여기서 눈길을 끄는 것은 집의 가장자리와 바깥 부분을 덮고 있는 사각형의 색면들입니다. 미술계 사람들은 이 모양을 보고 ‘몬드리안의 추상’을 흔히 떠올립니다. 그러나 제이디가 영감을 얻은 것은 미술사에 기록된 예술가가 아닌, 이름 모를 한국의 여자들이 만든 ‘조각보’입니다.제이디는 기자 간담회에서 “예술의 형태로 인정 받지 못했던 예술하는 사람들에 관심이 있다”며 “테두리 밖에 있던 것을 안으로 들여와 전복시키는 것을 좋아한다”고 말합니다.조각보와 보자기를 만드는 방법은 엄마가 딸에게, 또 그 딸이 딸에게 가르쳐 주었지요. 이름은 남지 않았지만, 조각보 예술은 입과 손으로 전해진 셈입니다. 제이디는 이런 것들을 작품에 적극 끌어들여 예술의 위상을 부여하고자 합니다.그녀가 베니스비엔날레에서 퍼포먼스로 선보였던 ‘마고 할미’도 이런 기록되지 않은 여신입니다. 마고할미는 오줌으로 강을 만들고 똥으로 산을 세워 한반도를 만들었다고 설화를 통해 전해져왔습니다. 지금도 한국의 지역에 가면 마고할미 신당, 폭포 같은 장소가 있죠.다만 마고할미 신화는 ‘인정된 기록’이 아니기 때문에 연구도 부족하며, 그나마 어린이 동화의 재밌는 이야기 정도로만 다뤄지고 있습니다. 그런 마고할미를 다시 창조신으로 소환한 것이 제이디의 퍼포먼스였습니다.런던 전시에서는 인간과 귀신을 연결하는 ‘바리공주’를 주된 테마로 삼았습니다. 한국에도, 캐나다에도 완전히 속하지 못한 자신이 마치 바리공주와 같다면서요.연약함을 인정하며 만들어진 갑옷이런 맥락에서 다시 그녀의 작품을 보면, 자화상 속 등장했던 인물은 마치 ‘모든 약한 존재들을 대변하려는 전사’처럼 느껴집니다. 세상에서 중요하지 않다고 무시 받았던 모든 것들을 몸에 이고 앞으로 나아가려는 것처럼 말이죠.그러한 당당함은 허세나 고압적인 태도가 아니라, 나의 불안함을 인정하는 것에서 나왔기에 더욱 매력적입니다.4년 전 인터뷰에서 제이디는 “캐나다에서 자랄 때, 캐나다의 역사도 한국의 역사도 온전한 내 것 같지가 않았다”고 했습니다. 단단한 뿌리를 찾고 싶었던 그녀는 결국 돌고래, 갈매기 같은 캐나다의 요소와 조각보, 마고할미 같은 한국의 요소를 자신만의 시각으로 결합해 새로운 ‘개인적인 신화’를 창조하기에 이릅니다.그 신화에는 과거의 것뿐만 아니라 힙합 문화를 연상케 하는 패션 디자인 등 시공간을 초월해 자신에게 다가오는 모든 것들이 섞여 있습니다. 사실 현대를 살아가는 모든 사람들은, 한국인이라고 할 지라도 흑인 음악에서 감동을 받거나, 멕시코 요리에서 깊은 맛을 느끼기도 하잖아요.그녀는 세상이 정해준 정체성의 틀에 자신을 끼워 맞추기를 거부합니다. 그리고 불안할 지라도 우리 모두는 ‘오로지 나 자신’이 중심이 되어 삶을 헤쳐나가야 함을 인정합니다. 그런 불안 속에서 약해 보이는 속살을 감싸줄 단단한 껍질을 차곡차곡 만들어 나가고 있습니다. 제이디의 작품을 보며, ‘나의 신화’는 무엇인지 한 번 떠올려 보는 건 어떨까요?‘※ ‘영감 한 스푼’은 다양한 창의성의 사례를 중심으로 미술계 전반의 소식을 소개하는 뉴스레터입니다. 아래 링크로 구독 신청을 하시면 매주 금요일 아침 7시에 뉴스레터를 받아 보실 수 있습니다.▶영감 한 스푼 뉴스레터 구독 신청 링크https://page.stibee.com/subscriptions/151199김민기자 kimmin@donga.com}

    • 2023-01-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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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하늘 갈때까지 작품할 것”… 영화처럼 떠났다

    《1960년대 ‘여배우 트로이카’ 시대를 이끌며 은막의 스타로 활약한 영화 배우 윤정희(사진)가 19일(현지 시간) 프랑스 파리에서 별세했다. 향년 79세. 1967년 영화 ‘청춘극장’으로 데뷔한 고인은 총 330여 편의 영화에 출연했다. 남편 백건우 씨(77) 측에 따르면 고인은 2010년부터 알츠하이머병을 앓아 왔다.》1960∼80년대 ‘은막의 스타’로 활약한 배우 윤정희(본명 손미자)가 19일(현지 시간) 프랑스 파리에서 별세했다. 향년 79세. 고인의 남편인 피아니스트 백건우 씨(77)는 20일 국내 영화계 인사들에게 문자메시지를 보내 “제 아내이자 오랜 세월 대중의 사랑을 받아온 배우 윤정희가 19일 오후 5시 딸 진희의 바이올린 소리를 들으며 꿈꾸듯 편안한 얼굴로 세상을 떠났다”고 전했다. 영화계에 따르면 유족들은 생전 고인의 뜻에 따라 평소 고인이 자주 찾던 파리 근교 뱅센 지역의 한 성당에서 가족장을 치를 것으로 알려졌다. 장례 미사 날짜는 성당 측과 협의 중이나 23일 또는 24일이 유력한 것으로 보인다. 고인의 유해는 파리 인근 묘지에 안장될 예정이다. 고인은 한국 영화 황금기로 불리는 1960∼80년대에 동료 배우 문희, 남정임과 함께 ‘여배우 1세대 트로이카’로 불리며 대중의 사랑을 받았다. 1944년 부산에서 태어난 고인은 조선대 영문학과 재학 중 1200 대 1의 경쟁을 뚫고 1967년 영화 ‘청춘극장’으로 데뷔했다. 주요 작품으로는 ‘장군의 수염’(1968년) ‘신궁’(1979년) ‘저녁에 우는 새’(1982년) ‘위기의 여자’(1987년) ‘만무방’(1994년) 등이 있다. 고인은 출연작이 총 330여 편에 달할 정도로 당대 최고의 은막 스타 중 한 명이었다. 수상 이력도 화려하다. 1960, 70년대 대종상 등 굵직한 국내 영화제에서 연기상, 인기 여우상 등을 20여 차례나 받았다. 영화 ‘시’(2010년)로 미국 로스앤젤레스 비평가협회상 여우주연상, 호주 아시아태평양 스크린 어워즈 등 국내외 7개 영화제에서 여우주연상을 거머쥐었다. 영화 ‘시’는 고인이 출연한 마지막 작품이었다. ‘만무방’ 이후 16년 만의 스크린 복귀작이었다. 고인은 작품에서 알츠하이머를 앓으며 중학생 손자와 살아가다가 시의 세계에 빠져 몰입하는 미자 역을 맡아 열연했다. 생전 동아일보와의 인터뷰에서 고인은 “영화배우는 인간의 삶을 표현하는 직업”이라며 “하늘나라 갈 때까지 작품을 계속 할 것”이라고 말했다. 고인은 이 작품이 공개된 2010년 즈음부터 알츠하이머 증세를 보인 것으로 알려졌다. 고인은 ‘건반 위의 구도자’라 불리는 세계적인 피아니스트 백 씨와 문화예술계를 대표하는 잉꼬 부부로 유명했다. 1974년 파리에서 처음 만난 두 사람은 2년간의 열애 끝에 1976년 3월 화가 이응노(1904∼1989)의 파리 20구 자택에서 결혼식을 올렸다. 두 사람은 1977년 7월 유고슬라비아에서 북한의 납치 미수에 휘말리기도 했다. 고인은 생전인 2019년 동아일보와의 인터뷰에서 남편에게 애틋한 마음을 드러내며 “나보다 더 오래 살라”고 당부했다. 백 씨 측에 따르면 고인은 2018년부터 알츠하이머 병세가 급격히 악화됐다. 2020년에는 고인의 후견인 지정을 놓고 고인의 동생들과 백 씨 부녀 사이에 법적 분쟁이 발생하기도 했다. 윤정희의 사망으로 성년후견인 소송은 법적 판단 없이 종결될 것으로 보인다. 김동호 전 부산국제영화제 집행위원장은 “윤 씨가 한국 영화계에 끼친 공헌이 굉장히 크다”며 안타까움을 표했다. 후배 배우 김혜수, 고 신상옥 감독의 아들 신정균 감독 등도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를 통해 고인을 추모했다. 유족으로는 남편 백 씨와 딸 진희 씨(바이올리니스트)가 있다.최지선 기자 aurinko@donga.com김민 기자 kimmin@donga.com}

    • 2023-01-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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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물방울 작가’ 구사마 로봇이 뉴욕에 뜬 까닭은?

    새빨간 점박이 호박을 쓴 일본 예술가 구사마 야요이(93)가 미국 뉴욕 루이뷔통 매장 쇼윈도에 등장했다. 붓을 든 그녀는 눈을 깜빡이며 유리창에 물방울 무늬를 그리는 듯 움직인다. 그러다 앞에 선 사람을 보고 빙긋 미소 짓기도 한다. 그는 진짜 구사마가 아닌 로봇이다. 루이뷔통은 2012년 후 11년 만에 구사마와 협업해 핸드백, 의류, 액세서리 등 그녀의 작품을 차용한 제품 450개가 포함된 새 컬렉션을 6일 공개했다. 이 컬렉션을 알리기 위해 전 세계 루이뷔통 매장에 독특한 모습의 ‘구사마 조형물’이 나타나 소셜미디어를 달구고 있다. 프랑스 파리에는 건물 옥상에 붙어 벽면에 물방울 무늬를 그리는 거대한 구사마 인형이 걸려 있다. 일본 도쿄 하라주쿠 매장에도 1층과 2층을 관통하는 구사마 조각물이 설치돼 있다. 로봇과 조각물은 빨간 머리에 선글라스를 쓴 구사마를 사실적으로 표현해 인기를 끌고 있다. 보통 예술이라고 하면 이해하기 어려운, 장벽이 느껴지는 영역으로 간주된다. 물론 파블로 피카소나 빈센트 반 고흐 같은 작가의 작품은 시간이 지나며 대중의 사랑을 받지만, 구사마처럼 살아있는 예술가가 작품뿐 아니라 예술가 본인의 캐릭터 그 자체만으로 친숙하게 이용되는 것은 흔치 않다. 그 배경엔 구사마 작품이 갖는 소셜미디어 친화적 특성이 크게 작용했다는 분석이 나온다. 사방에 거울을 설치한 대표작 ‘인피니티 미러 룸’은 인스타그램 인증샷 명소로도 유명해 세계 주요 미술관을 순회하며 전시되고, 티켓은 예매 시작과 동시에 거의 매진된다. ‘#구사마야요이’ 해시태그를 단 인스타그램 게시물은 무려 약 100만 건(영어 기준)에 달한다. 이는 경매 최고가를 기록하는 다른 생존 작가 제프 쿤스(44만 건), 데이비드 호크니(32만 건), 게르하르트 리히터(18만 건)보다 월등히 많다. 인스타그램 노출도가 작품성을 의미하는 건 아니지만, 그만큼 대중성은 있다는 것을 나타낸다. 최은주 대구미술관장은 “최근 미술관을 찾는 관객들은 작품을 단순히 보는 것을 넘어 직접 경험하고 만나 일체화되길 원하는 경향이 있다”며 “특별한 공간에 들어가 내가 주인공이 된 듯한 느낌을 주는 ‘인피니티 미러 룸’을 비롯한 구사마의 작품이 이런 관객의 욕구와 맞아떨어진 것”이라고 말했다.김민 기자 kimmin@donga.com}

    • 2023-01-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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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뉴욕 명품 매장 쇼윈도에 등장한 쿠사마 야요이, 알고보니…

    새빨간 점박이 호박을 쓴 93세 일본인 예술가 쿠사마 야요이가 미국 뉴욕 루이비통 매장 쇼윈도에 등장했다. 붓을 든 그녀는 눈을 깜빡이며 유리창에 물방울(폴카도트)무늬를 그리는 듯 움직인다. 그러다 앞에 선 사람을 보고 빙긋 미소 짓기도 하지만 그녀는 진짜 쿠사마가 아닌 로봇이다. 명품 브랜드 루이비통은 2012년 이후 11년 만에 쿠사마와 협업을 통해 핸드백, 의류, 액세서리 등 그녀의 작품을 차용한 제품 450개가 포함된 새 컬렉션을 6일 공개했다. 이 컬렉션을 알리기 위해 전 세계 루이비통 매장에는 독특한 모습의 ‘쿠사마 조형물’이 나타나 소셜 미디어를 뜨겁게 달구고 있다. 프랑스 파리에는 건물 옥상에 붙어 벽면에 물방울무늬를 그리는 거대한 쿠사마 인형이 나타났다. 일본 도쿄 하라주쿠 매장에는 1,2층을 관통하는 쿠사마 조각이 빨간 머리에 선글라스를 끼고 서 있다. 보통 예술이라고 하면 이해하기 어려운, 장벽이 느껴지는 영역으로 간주된다. 물론 파블로 피카소나 빈센트 반 고흐 같은 역사적 작가의 작품은 시간이 지나며 대중의 사랑을 받지만, 쿠사마처럼 살아있는 예술가가 작품뿐 아니라 예술가 본인의 캐릭터도 친숙하게 이용되는 것은 흔치 않은 일이다. 여기엔 그녀의 작품이 갖는 소셜 미디어 친화적 특성이 크게 작용했다는 분석이 나온다. 사방에 거울을 설치한 그녀의 대표작 ‘인피니티 미러 룸’은 인스타그램 인증샷 명소로도 유명해 세계 주요 미술관을 순회하며 전시되고 티켓은 공개와 동시에 거의 매진된다. 그 결과 ‘#쿠사마야요이’ 해시태그를 단 인스타그램 게시물은 100만 건(영어 기준)이 넘는더, 이는 경매 최고가를 기록하는 다른 생존 작가(제프 쿤스(44만), 데이비드 호크니(32만), 게르하르트 리히터(18만)보다 월등히 높은 수준이다. 인스타그램 노출도가 곧 작품성을 의미하는 것은 아니지만, 그만큼 대중성은 있다는 방증이다. 최은주 대구미술관장은 “요즘 미술관의 관객들은 작품을 단순히 보는 것을 넘어 직접 경험하고 만나 일체화되기를 원한다”며 “특별한 공간에 들어가 내가 주인공이 된 듯하게 만드는 ‘인피니티 미러 룸’을 비롯한 쿠사마의 작품이 대중의 욕구와 맞아떨어진 것”이라고 말했다.김민기자 kimmin@donga.com}

    • 2023-01-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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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한국 떠나 살지만 민속신앙-조각보 등 천착 “서울서 첫 전시회…당당한 모습 보여주고파”

    알록달록한 무늬가 눈에 띄는 신비로운 풍경을 배경으로 한 여성이 우두커니 서 있다. 부엌칼과 배추김치가 그려진 외투를 두르고 뿔소라를 투구처럼 뒤집어쓴 여성은 관객을 정면으로 바라본다. 한국계 캐나다인 작가 제이디 차(차유미·40)의 자화상 ‘귀향’이다. 캐나다에서 태어난 그가 서울에서 처음 선보이는 작품이다. 차 씨는 “이 작품을 통해 자신 있고 당당한 모습을 한국 관객들에게 보여주고 싶다”고 했다. 차 씨는 다음 달 25일까지 서울 용산구 타데우스 로팍에서 열리는 그룹전 ‘지금 우리의 신화’에 참여 중이다. 이번 전시는 세계적 화랑 타데우스 로팍이 한국 작가들의 작품을 소개하는 첫 단체전이다. 차 씨는 전시에서 ‘귀향’을 비롯한 회화 3점과 텍스타일(천) 조각 3점 등 총 6점의 작품을 선보인다. 영국 런던을 중심으로 활동하는 그는 2019년 베니스 비엔날레에서 ‘마고할미’ 퍼포먼스로 글로벌 미술계의 눈도장을 받았다. 지난해 하우저앤드워스 뉴욕 갤러리 그룹전에 참가했고, 현재 런던 공공미술관 화이트채플에선 한옥을 모티프로 한 설치 작품을 전시 중이다. 전시장에서 6일 만난 차 씨는 그림 속 강렬한 모습과 달리 긴장한 것처럼 보였다. 그러나 창작의 영감이 된 ‘마고할미’ 얘기가 나오자 신이 난 듯 이야기를 이어갔다. 그는 “신화 속 마고할미는 오줌과 대변으로 강과 산을 만든다”며 “사회에서 종종 무시당하는 할머니를 마고할미 신화는 강력한 존재로 그려내 흥미로웠다”고 했다. 마고할미는 한국 민속 신앙 속 창조신으로, 일부 지역에선 마고산성, 마고할미 폭포 등 전설과 관련된 장소가 여전히 존재한다. 다만 민속 신앙 관련 연구는 부족한 실정이다. 차 씨는 이렇게 주류에서 밀려났지만 가치 있는 것들을 자신만의 시각 언어로 재해석한다. 런던과 서울 전시에서 공통적으로 볼 수 있는 조각보도 같은 맥락이다. 그는 “주류 미술사에 익숙한 사람은 몬드리안을 떠올리지만, 내가 영감을 받은 건 한국의 이름 모를 여인들”이라고 했다. 사각형 색면으로 된 형태의 근원이 서구 추상화가 아니라는 이야기다. 오히려 그는 아주 오래전부터 엄마가 딸에게, 그 딸이 또 딸에게 말과 손으로 전해준 예술로서 조각보의 가치를 끌어온다. 이런 작품 스타일은 결국 그의 예술적 생존 방식이기도 하다. 차 씨는 “내 작품을 서양인은 동양적이라고, 한국인은 서양적이라고 느껴 흥미롭다”고 말한다. 그는 너무 다른 두 문화 사이에서 기존의 틀에 자신을 억지로 끼워 맞추는 것을 거부해 왔다. 그리고 조각보, 마고할미 등 틀에서 밀려난 것들을 모아 자신의 무기로 만들었다. 무료.김민 기자 kimmin@donga.com}

    • 2023-01-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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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배추김치, 부엌칼, 마고 할미와 조각보…제이디 차가 예술로 살아남는 법

    알록달록한 무늬 속 신비로운 풍경 앞 한 여자가 서 있다. 부엌칼과 배추 김치가 그려진 외투와 소라를 갑옷과 투구처럼 쓴 여자는 관객을 정면으로 쳐다본다. 한국계로 캐나다에서 태어나 서울에서 처음으로 작품을 선보이는 제이디 차(40·한국명 차유미)의 자화상의 모습이다. ‘귀향’이라는 제목의 작품에서 그녀는 “작가로서 한국에 돌아온 만큼 자신있고 당당한 모습을 보여주고 싶었다”고 말했다. 차 씨는 서울 용산구 타데우스 로팍에서 열리는 그룹전 ‘지금 우리의 신화’에서 작품을 선보이고 있다. 영국 런던에서 활동하는 그는 2019년 베니스비엔날레에서 ‘마고 할미’ 퍼포먼스를 선보이는 등 글로벌 미술계에서 주목 받고 있다. 지난해에는 하우저앤워스 뉴욕 갤러리 그룹전에 참가했으며, 현재 영국 런던의 공공미술관인 화이트채플에서도 한옥을 모티프로 한 설치 작품을 전시 중이다. 전시장에서 만난 차 씨는 그림 속 강렬한 모습과 달리 긴장한 것처럼 보였다. 그러나 작품에 영감이 된 마고 할미 신화와 바리 공주 설화가 언급되자 이내 끊임없이 이야기를 이어 나갔다. 그는 “신화 속 마고 할미는 오줌과 대변으로 강과 산을 만들었다”며 “우리 사회에서 종종 무시 당하는 존재인 할머니를 파워풀한 존재로 그려냈다는 점이 흥미로웠다”고 했다. 그의 말대로 마고 할미는 한국 민속 신앙에서 창조신으로, 지역에는 여전히 마고 관련 전설이나 장소가 남아 있다. 다만 민속 신앙이 소홀한 대접을 받으면서 관련 연구가 많지 않은 실정이다. 차 씨는 이렇게 주류에서 밀려났지만, 가치있는 것들을 모아 자신만의 시각 언어로 재해석해 작품으로 제시한다. 런던과 서울 전시에서 공통적으로 볼 수 있는 ‘조각보’ 또한 이런 맥락이다. 그는 “주류 미술사에 익숙한 사람은 이모양을 보고 몬드리안을 떠올리지만, 내가 영감을 받은 것은 한국의 이름모를 여인들“이라고 했다. 아주 오래 전부터 엄마가 딸에게, 그 딸이 또 딸에게 말과 손으로 전해준 예술로서 ‘조각보‘의 가치를 끌어온 것이다. 이러한 작품 스타일은 결국 그녀의 생존 방식이기도 했다. 차 씨는 자화상 왼편에 있는 갈매기를 가리키며, “캐나다에서 갈매기는 귀찮고 성가신 존재”라고 설명했다. 그러나 높은 하늘을 유영하는 갈매기는 리처드 버크의 소설 ‘갈매기의 꿈’ 속 주인공이기도 하다. 그녀에게 갈매기는 캐나다와 한국 어느 곳에도 제대로 속하지 못했던 자신을 상징하는 듯 했다. 차 씨는 “내 작품을 서양인은 동양적이라고, 한국인은 서양적이라고 느껴 흥미롭다”고 했다. 너무 다른 두 문화 가운데서 차 씨는 기존의 틀에 자신을 억지로 끼워 맞추기를 거부했다. 그리고 조각보, 갈매기, 마고할미 등 틀에서 밀려난 것들을 모아 자신의 무기로 만들었다. 그녀의 예술적 생존법은 독특한 자신의 정체성을 그대로 인정하고 갑옷처럼 단단하게 만드는 것이었음을 작품은 보여준다. 전시는 2월 25일까지. 무료.김민 기자 kimmin@donga.com}

    • 2023-01-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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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성균관 “설 차례상, 과일 자유롭게 올리세요”

    “차례는 약식 제사입니다. 간소하게 지내세요.” 성균관의례정립위원회와 성균관유도회총본부, 한국유교문화진흥원은 16일 서울 중구 한국프레스센터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명절 인사법과 차례 간소화 방안을 발표했다. 최영갑 의례정립위원장은 이 자리에서 “기름에 튀기거나 지진 음식은 차례상에 올리지 않아도 된다”며 “힘들게 전을 부치느라 고생하는 일은 안 해도 된다”고 강조했다. 성균관은 이날 떡국과 나물, 구이, 김치, 과일로 구성된 ‘설 차례 간소화 진설도’를 공개했다. 과일이 4∼6종이라는 것을 제외하면 단출한 밥상과도 같다. 과일 종류도 정해진 것이 없기에 편하게 고르면 된다. 성균관은 ‘홍동백서(紅東白西·붉은 과일은 동쪽, 흰 과일은 서쪽에)’나 ‘조율이시(棗栗梨枾·대추 밤 배 감)’가 예법을 다룬 문헌에는 없는 표현이라고 설명했다. 가족과 상의해 좋아하는 것은 상에 얼마든지 올릴 수 있다. 지방(紙榜) 대신 사진을 놓고 차례를 지내도 된다. 차례와 성묘 중 어느 것을 먼저 할지는 가족이 의논해서 정하라고 성균관은 덧붙였다. 세배를 할 때는 공수(拱手)를 한 후에 절을 하면 된다. 공수는 전통 예절에서 손을 배꼽 높이에 가지런히 모으는 자세다. 남자는 왼손이, 여자는 오른손이 위로 간다. 덕담은 윗사람이 아랫사람에게 먼저 한다. 이후 아랫사람이 윗사람에게 건강 기원 등의 인사를 올리는 것이 예법에 맞는다고 성균관 측은 설명했다. 성균관은 제례에 대해 따로 연구한 뒤 올 9월경 보고회를 열 예정이다. 최 위원장은 “궁극적으로 가정불화나 남녀 갈등, 노소 갈등이 없는 행복한 전통문화를 계승하고자 한다”고 밝혔다.김민 기자 kimmin@donga.com}

    • 2023-01-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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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캔버스 대신 청바지 회화… 그림으로 보는 여행명소…

    문명에 대한 고찰을 담은 현대미술, 국내 주요 여행지의 모습을 담은 회화와 사진, 유머러스하게 일상을 풀어낸 일러스트까지…. 장르별로 다양한 예술을 경험해볼 만한 눈에 띄는 전시들이 잇달아 열리고 있다. 서울 종로구 국제갤러리 K3 전시관에서는 태국 출신 현대미술가 코라크릿 아룬나논차이의 개인전 ‘이미지, 상징, 기도’가 열리고 있다. 아룬나논차이는 태국의 역사나 동양의 샤머니즘 등 토속 문화를 현대적 기술로 재해석해 주목받는 작가다. 지난해 영국 미술 전문지 ‘아트리뷰’가 미술계에서 영향력 있는 인물 100명을 선정한 ‘파워 100’ 중 88위에 이름을 올렸다. 그는 화려한 시각 효과가 돋보이는 영상작품으로 주목받았다. 드론의 시선으로 신을 표현하거나 귀신을 부르는 의식에서 레이저 조명을 활용한 작품 등이 대표적이다. 2021년에는 광주비엔날레에서 자신의 할아버지의 죽음, 태국 민주화운동과 제주4·3사건 등을 고찰한 ‘죽음을 위한 노래’를 선보이기도 했다. 이번 전시에선 청바지를 활용한 아룬나논차이의 회화작품들이 소개된다. 2012년부터 시작된 연작 ‘역사 회화’의 일부인 이 작품들에서 청바지는 서구 중심의 세계화와 노동의 역사를 의미한다. 작가는 청바지를 표백한 다음 이것을 배경으로 그림을 그린 뒤 불에 태운다. 그리고 이 모습을 사진으로 남긴 다음, 불에 타고 남은 그림과 재를 결합해 다시 작품으로 만들었다. 작품 속에서 활활 타오르는 불길을 볼 수 있는 것도 이런 작업 과정 덕분이다. 그의 작품에서 불은 문명이 태어나고 소멸하는 과정을 의미한다. 전시장 바닥 또한 불에 탄 듯 갈라져 굳은 재로 만들어져 눈길을 끈다. 29일까지. 서울 중구 피크닉에서는 ‘국내 여행’전이 열린다. 강요배, 박대성, 유근택 등 국내 화단의 유명 작가들의 회화 작품은 물론이고 제주 오름을 평생 찍은 사진가 김영갑, 전국의 산과 산악인을 기록한 김근원의 사진 작품을 통해 국내 여행지를 보여주는 전시다. 영화감독 김종관, 무대미술가 여신동도 참여했다. 박대성의 작품 ‘불 밝힘 굴’로 시작한 전시는 유근택 작가가 서울과 대전을 오가던 길을 한지에 수묵채색으로 기록한 대작 ‘풍경의 속도-서울에서 유성까지’로 이어진다. 산을 오르며 기록한 김영일의 영상 ‘평창의 산’, 김근원의 사진 ‘산과 사람들’도 감상할 수 있다. 김근원의 사진에서는 일제 강점기 훼손된 한국의 산과 자연을 보호하자는 취지로 1950년대 후반 시작된 근대 등산 문화의 변천을 파악할 수 있다. 전시는 2월 19일까지. 1만5000∼1만8000원. 현대인의 일상을 유머러스하게 풀어낸 일러스트 작가 장 쥘리앵의 ‘그러면, 거기’전이 서울 중구 동대문디자인플라자(DDP)에서 열린다. 작가의 첫 회고전인 전시는 회화, 설치, 영상, 미디어아트 등 1000여 점의 작품을 전시한다. 작가의 스케치북 100권도 이번 전시에서 처음으로 공개된다. 스케치북에는 작가가 일상에서 포착한 일상적인 순간을 즉흥적으로 기록한 드로잉이 담겼다. 쥘리앵은 자신의 성격에 대해 “비판적”이라 자평하면서도 “불쾌한 것들을 유쾌하게 바꿔 사람들을 웃게 하고 싶다”고 말한다. 작가의 말처럼 그의 작품에는 스마트폰, 아이패드 등 온갖 전자 기기의 전선에 얽매인 사람, 사다리 형태의 월요일(Monday) 글자를 힘겹게 기어오르는 남자 등 언어유희를 가미한 재치가 돋보인다. 색감이 화려하고 포토존이 될 만한 대형 벽화가 많아 어린이도 즐길 만한 전시다. 24일까지. 1만3000∼2만 원.김민 기자 kimmin@donga.com}

    • 2023-01-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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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청바지 위 선명한 불과 재… 아룬나논차이展 등 볼만한 미술 전시들

    문명에 대한 고찰을 담은 현대미술, 여행으로 가볼 만한 국내 각 지역을 담은 회화와 사진, 유머러스하게 일상을 풀어낸 일러스트….. 이번 주 장르별로 다양한 예술을 경험해볼 만한 전시들이 열린다. 서울 종로구 국제갤러리 K3 전시관에서는 태국 출신 현대미술가 코라크릿 아룬나논차이의 개인전 ‘이미지, 상징, 기도’가 열리고 있다. 아룬나논차이는 태국의 역사나 동양의 샤머니즘 등 토속 문화를 현대적 기술로 재해석해 주목받는 작가다. 드론의 시선으로 신을 비유하거나 귀신을 부르는 의식에서 레이저 조명을 활용하는 등 화려한 시각 효과가 돋보이는 영상 작품이 유명하다. 단편 영화 작품으로 2018년 로테르담, 싱가포르 국제영화제에서 수상했다. 2021년에는 광주비엔날레에서 자신의 할아버지의 죽음, 태국 민주화운동과 제주 4·3사건 등을 고찰한 ‘죽음을 위한 노래’를 선보이기도 했다. 이번엔 청바지를 활용한 아룬나논차이의 회화가 전시된다. 작가는 서양 미술에서 흔히 쓰이는 캔버스 대신 청바지를 많이 사용했다. 작가에게 청바지는 서구 중심의 세계화와 노동의 역사를 의미하는데, 그 데님 천을 하얗게 표백해 바탕으로 쓴다. 그 위에 그림을 그리거나 불에 태우는 등 여러 기법을 활용한다. 특히 불은 문명이 태어나고 소멸하는 과정을 의미한다. 전시장 바닥 또한 불에 탄 듯 갈라져 굳은 재로 만들어져 눈길을 끈다. 29일까지. 서울 중구 피크닉에서는 ‘국내 여행’전이 열린다. 강요배, 박대성, 유근택 등 국내 화단의 유명 작가들의 작품은 물론 제주 오름을 평생 찍은 사진가 김영갑, 전국의 산과 산악인을 기록한 김근원의 사진 작품을 통해 국내 여행지를 보여주는 전시다. 영화감독 김종관, 무대미술가 여신동도 참여했다. 박대성의 작품 ‘불 밝힘 굴’로 시작한 전시는 유근택 작가가 서울과 대전을 오가던 길을 한지에 수묵채색으로 기록한 대작 ‘풍경의 속도 - 서울에서 유성까지’로 이어진다. 산을 오르며 기록한 김영일의 영상 ‘평창의 산’, 김근원의 사진 ‘산과 사람들’도 감상할 수 있다. 김근원의 사진에서는 일제 강점기 훼손된 한국의 산과 자연을 보호하자는 취지로 1950년대 후반 시작된 근대등산 문화의 변천을 파악할 수 있다. 전시는 2월 19일까지. 1만5000원~1만8000원. 현대인의 일상을 유머러스하게 풀어낸 일러스트 작가 장 줄리앙의 ‘그러면, 거기’전은 서울 중구 동대문디자인플라자(DDP)에서 열린다. 작가의 첫 회고전인 전시는 회화, 설치, 영상, 미디어아트 등 1000여 점의 작품을 전시한다. 작가의 스케치북 100권도 이번 전시에서 처음으로 공개된다. 스케치북에는 작가가 일상에서 포착한 일상적인 순간을 즉흥적으로 기록한 드로잉이 담겼다. 줄리앙은 자신이 “비판적인 성격”이라면서도 “불쾌한 것들을 유쾌하게 바꿔 사람들을 웃게 하고 싶다”고 말한다. 그의 말처럼 작품에는 스마트폰, 아이패드 등 온갖 전자 기기의 전선에 얽매인 사람, 사다리처럼 형상화된 월요일(Monday) 글씨를 힘겹게 기어오르는 기어오르는 남자 등 언어유희를 가미한 재치가 돋보인다. 색감이 화려하고 포토존이 될만한 대형 벽화가 많아 어린이도 즐길 만한 전시다. 24일까지. 1만3000원~2만 원. 김민 기자 kimmin@donga.com}

    • 2023-01-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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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책의 향기]달에 매료된 소년, 인류 최초의 ‘블랙홀 사진사’ 되다

    1971년 어느 여름날 독일의 시골 마을. 가족 모두가 정원에 모여 있지만 한 소년은 어두운 방에서 텔레비전을 열심히 보고 있다. 화면에는 아폴로 15호의 달착륙선 팰컨이 달에서 찍은 흑백 사진들이 나오고 있었다. 인류의 대담한 시도에 매료된 이 소년은 자라서 세계 최초의 블랙홀 사진을 찍은 천문학자가 된다. 이 책의 공동 저자 하이노 팔케 네덜란드 랏바우트대 교수 이야기다. 그는 독일 주간지 슈피겔의 과학 기자인 외르크 뢰머와 함께 책을 썼다. 책의 첫 장면은 인간이 처음으로 관측한 블랙홀 사진이 공개된 벨기에 브뤼셀의 기자회견장이다. 2019년 4월 10일, 당시 사건지평선망원경(EHT)협력단의 유럽연합(EU) 대표이자 EHT 과학위원회 의장이었던 팔케 교수가 블랙홀 사진을 소개했다. 전 세계 수백만 명이 지켜본다는 사실에 긴장하다 ‘광년’을 ‘킬로미터’로 잘못 말하기도 하지만, 현장의 열기 속에서 이내 설명을 이어간다. 공개 후 몇 시간 만에 40억 명이 블랙홀 사진을 조회할 정도로 중요한 순간이었다. 블랙홀은 연료를 소모해 완전히 타버린 별들의 무덤이다. 질량이 극도로 커 심하게 휜 이 공간은 빛을 포함해 우주의 모든 것을 먹어 치운다. 이 때문에 관측이 어려웠지만 전 세계에 흩어진 전파 망원경을 연결하는 ‘사건 지평선 망원경’ 프로젝트를 통해 가능해졌다. 책은 블랙홀과 우주에 대한 기본적인 설명으로 시작해 블랙홀 관측의 여정을 소개한다. 팔케 교수가 “사진 한 장에 인생의 연구가 담겼다”고 할 정도로 그 과정은 쉽지 않았다. 이론적 설계뿐 아니라 세계 곳곳의 망원경들이 팀플레이를 하는 것도 만만찮은 일이었다. 사람의 실수는 물론 날씨까지 변수가 됐다. 영화처럼 좌절과 기쁨이 오간 순간을 소개한 저자는 책 막바지에서 아이러니하게도 신을 이야기한다. “헤아릴 수 없는 광대한 공간을 떠도는 먼지 알갱이 위의 알갱이에 불과한 것이 인간”이라면서. 호기심 가득했던 소년의 꿈은 우주의 먼 블랙홀까지 닿았지만 결국 그는 자신과 옆에 있는 사람들에 대한 믿음, 희망, 사랑으로 돌아왔다고 고백한다. 또한 모두가 오만한 정복자에서 겸손한 탐구자로 돌아가자고 당부한다.김민 기자 kimmin@donga.com}

    • 2023-01-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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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교황 모자부터 대처 핸드백까지… 유명인 소장품 한자리

    2013년 3월 교황 베네딕토 16세가 자리를 내려놓고 프란치스코 교황이 취임했을 때 “바티칸 역사상 처음으로 흰 주케토 두 개가 공존한다”는 말이 나왔다. 주케토는 가톨릭에서 교황, 추기경, 주교가 쓰는 모자로, 흰 주케토는 교황만 쓸 수 있다. 교황 두 명이 함께 살아있는 드문 일이 발생했다는 이야기다. 서울 도심에서 베네딕토 16세 전 교황이 썼던 흰 주케토를 볼 수 있는 전시가 열리고 있다. 세종문화회관 미술관에서 3월 25일까지 열리는 ‘셀럽이 사랑한 Bag & Shoes’전이다. 이랜드뮤지엄이 30년간 수집한 유명인의 소장품 50만 점 중에서 200점을 전시에서 선보인다. 전시장에서는 ‘철의 여인’으로 불린 마거릿 대처 전 영국 총리(1925∼2013)가 입은 슈트와 핸드백도 볼 수 있다. 특히 핸드백은 대처를 상징하는 물건으로 통한다. 대처가 총리로 재임할 당시 테이블 위에 핸드백이 올려져 있다는 것만으로 그녀가 ‘그 자리에 있다’는 것을 의미했다. 또 대처가 공격적 언사로 정치적 상대를 압박하는 것을 당시 영국 사회에서 ‘핸드배깅(Handbagging)’이라고 표현했고, 이 단어는 옥스퍼드 사전에도 등재됐다. 대처에게 핸드백은 정치적 무기나 마찬가지였던 것처럼 유명인들이 사용했던 물건에는 그 사람의 삶이 고스란히 담겨 있다. 이번 전시에서 선보이는 팝의 황제 마이클 잭슨(1958∼2009)의 재킷과 의자가 대표적이다. 이들은 무대에서뿐만 아니라 화려한 일상을 즐긴 그의 모습을 보여준다. 잭슨이 ‘문워크’를 처음 선보인 1996∼1997년 월드투어에서 입은 재킷은 화려한 조명이 반사되도록 반짝이는 장신구가 가득 달려 있다. 그가 ‘디스 이즈 잇’ 월드투어 숙소에서 사용하기 위해 주문 제작한 의자에는 크리스털이 촘촘하게 박혀 있다. 이 외에도 그룹 퀸, 밥 딜런, 비욘세, 레이디 가가 등 유명 팝스타의 물건과 영화 ‘메리 포핀스’(1975년), ‘닥터 두리틀’(1998년), ‘포레스트 검프’(1994년)에서 사용한 소품도 전시됐다. 전시된 물건 중 가장 비싼 건 전설적 농구선수 마이클 조던이 시카고 불스 마지막 시즌(1997∼1998년)에 입었던 유니폼 상의와 운동화 ‘에어 조던 13’이다. 조던이 마지막 시카고 불스 시즌에 입었던 다른 유니폼은 지난해 소더비 경매에서 141억 원에 낙찰됐다. 1만∼1만5000원.김민 기자 kimmin@donga.com}

    • 2023-01-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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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이건희 기증’ 피카소 도예 112점, 9월 청주관서 모두 공개

    국립현대미술관은 9월 청주관에서 고 이건희 삼성그룹 회장이 기증한 파블로 피카소의 도예 작품 112점을 모두 공개하는 ’MMCA 이건희 컬렉션 특별전: 피카소 도예’를 개최한다. ‘검은 얼굴’(사진), ‘이젤 앞의 자클린’, ‘큰 새와 검은 얼굴’ 등의 작품을 볼 수 있다. 올해 말에는 ’이건희 컬렉션’ 전체 작품 1400여 점의 도판과 정보를 정리한 도록을 발간하고 미술관 홈페이지에도 공개한다. 국립현대미술관은 올해 미국 뉴욕 구겐하임미술관과 공동 기획한 ’한국 실험미술 1960∼1970’전을 5월부터 내년 5월까지 서울과 미국 뉴욕, 로스앤젤레스(LA)에서 개최한다. 강국진, 김영진, 성능경, 이강소, 이건용, 이승택 등 한국 작가 26명의 작품과 자료 등 100여 점을 소개한다. 미국 샌디에이고미술관에서는 10월부터 내년 1월까지 한국 채색화전 ’생의 찬미’를 연다. 국내에서는 장욱진, 김구림 개인전과 동산 박주환의 기증품을 소개하는 ’동산 박주환 컬렉션전’을 선보인다.김민 기자 kimmin@donga.com}

    • 2023-01-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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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진짜같은 토끼, 부활의 토끼, 비싼 토끼[영감 한 스푼]

    ‘흰 토끼를 따라가시오(Follow the white rabbit).’ 영화 ‘매트릭스’에서 주인공 네오를 진실의 세계로 이끈 이 대사를 기억하시나요? 루이스 캐럴의 소설 ‘이상한 나라의 앨리스’에서도 앨리스는 시계를 든 토끼를 따라 토끼굴로 들어가면서 이상하고 아름다운 나라를 마주하게 됩니다. 서양에서는 이렇게 토끼가 영리한 듯 멍청하고, 온순한 듯 사나운 알쏭달쏭한 캐릭터이자, 미지의 세계로 이끄는 가이드를 상징하는 경우를 자주 볼 수 있습니다. 그렇다면 예술 속에서는 어땠을까요? 서양 미술사에서 가장 유명한 토끼를 꼽으라면 아마 많은 사람들이 다음 세 작품을 이야기할 것입니다.끈기가 만든 사실적인 토끼첫 번째 작품은 ‘북구의 레오나르도 다빈치’로 불렸던 독일 작가 알브레히트 뒤러의 수채화 ‘야생 토끼’(1502년)입니다. 언스트 핸스 곰브리치의 책 ‘서양 미술사’에서도 이 작품이 언급되는데요. 곰브리치는 “눈에 보이는 세상을 끈기와 인내로 충실하게 표현해 내고자 한 대표적인 작품”이라고 했습니다. 지금이야 카메라로 모든 순간을 쉽게 기록할 수 있기 때문에, 사실적으로 그려낸 그림의 감동이 500년 전보다는 덜합니다. 그럼에도 이 그림을 가까이서 보면 하나하나 살아있는 토끼의 털, 흰 배경에 극적으로 드리워진 그림자, 입을 금방이라도 오물거릴 것 같은 생동감이 돋보입니다. 가장 놀라운 부분은 바로 토끼의 눈이죠. 확대해서 보면 토끼의 작은 눈동자에 비친 흰 두 줄이 보이는데요. 미술사학자들은 이것이 뒤러의 작업실에 있었던 창문의 잔상이라고 추측합니다. 뒤러가 얼마나 현실을 충실하게 그림으로 옮기려고 노력했는지를 보여주는 부분이죠. 첫 번째 토끼는 인간의 손으로 도달할 수 있는 사실성의 극치까지 이르려는 ‘장인 정신’을 보여주고 있습니다.구체제 한계 보여준 토끼다음은 요제프 보이스가 1965년 선보인 퍼포먼스 작품 ‘죽은 토끼에게 그림을 설명하는 법’입니다. 보이스는 예술을 삶의 영역으로 확장시키고 다양한 후대 예술가에게 영향을 주어 ‘20세기의 다빈치’로 불렸습니다. 이 퍼포먼스 작품에서 보이스는 자신의 머리를 꿀과 금박으로 덮은 다음 죽은 토끼를 끌어안고 갤러리를 돌아다니며 그림을 설명했습니다. 토끼의 귀에 대고 알 수 없는 말을 속삭이는 그의 모습을 관객들은 갤러리 창문으로 구경했다고 합니다. 이 퍼포먼스는 도대체 무슨 의미였을까요? “나에게 토끼는 부활의 상징입니다. ‘부활’이란 건 그런데 인간의 상상에서만 가능한 일이죠. 또 꿀은 인간의 사고를 말합니다. 벌이 꿀을 만들어내는 것처럼, 인간은 사고하고 개념을 만들어낼 수 있죠. 이러한 인간의 능력이 죽은 것을 살게 만들지만, 또 살아있는 것을 죽게 만들 수도 있습니다.” 저는 보이스의 이 말을 제2차 세계대전과 그 이후 이어진 냉전의 맥락에서 이해합니다. 즉, 이데올로기가 인간을 사회적 동물로 만들고 사회와 시스템을 발전시켰지만, 그것이 도그마가 되면서 토끼와 자연처럼 살아있는 것들을 죽게 만들 수도 있다는 것이죠.어마하게 비싼 토끼여기서 토끼는 ‘오래된 체제의 한계’와 ‘포스트모더니즘의 시작’을 상징합니다. 한 치의 흠도 없이 매끄럽고, 반짝이며, 아주 비싼 것. 냉전 체제가 무너진 이후 자본주의는 세계의 ‘유일한 대안’으로 여겨지며 무한히 꽃을 피우기 시작했습니다. 이런 시대가 낳은 예술 속 토끼의 모습은 ‘사실적인 토끼’도, ‘현명한 토끼’도 아닌 ‘어마어마하게 비싼 토끼’입니다. 세 번째 토끼는 바로 제프 쿤스의 조각 작품 ‘토끼’(1986년)입니다. 이 작품은 2019년 소더비 경매에서 1000억 원 넘는 가격에 낙찰되며 잠시나마 ‘(경매로 팔린 작품 중) 세상에서 가장 비싼 작품’의 자리를 차지하게 됩니다. 이로써 세 번째 토끼는 예술가의 붓 터치, 예술가의 사상 따위는 필요 없는, ‘비싸기로 유명한’ 것이 가장 주목받는 시대의 상징이 되었죠. 물론 이 시대의 모든 사람이 값비싼 것을 찬양하지는 않습니다. 그렇기에 이 작품은 여전히 논란의 대상이 되지만, 흥미로운 구석도 많습니다. 우선은 끈기와 집념으로 그림을 그린 뒤러와 달리 쿤스는 자신의 조각 작품을 전문 생산 공장에 맡기기로 유명합니다. 아카데미 시상식에 쓰이는 오스카 트로피를 제작하는 업체에 의뢰한다고 하죠. 또 사회와 시대가 나아가야 할 방향을 사유한 보이스와 달리 쿤스는 지금 돈 많은 사람들이 원하는 바를 영민하게 간파해 냅니다. 그가 미술관 연간 회원권의 영업 직원으로 엄청난 실적을 낸 뒤 스스로 작품을 만들며 예술가의 길을 걷게 됐다는 것, 알고 계시죠? 쿤스의 비싼 토끼를 보며 ‘우리는 지금 어떤 시대에 살고 있나?’ 약간은 절망적인 고민에 빠져들게 되는 것도 사실입니다. 그러나 저 역시 지친 하루를 보내고 돌아오면 소셜미디어 속 반짝이는 환상들에 매료된다는 것도 완전히 부정할 수는 없겠습니다. 독자 여러분은 예술 속 어떤 토끼가 가장 매력적인가요? ※뉴스레터 ‘영감 한 스푼’은 매주 금요일 오전 7시 발송됩니다. QR코드를 통해 구독 신청하시면 이메일로 먼저 받아보실 수 있습니다.김민 문화부 기자 kimmin@donga.com}

    • 2023-01-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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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파르테논 엘긴 마블’ 그리스로 돌아오나

    19세기 영국이 그리스 아테네에서 가져간 ‘엘긴 마블’을 아테네로 반환하는 협의가 막바지에 이른 것으로 알려졌다. 2500년 전 만들어진 ‘엘긴 마블’은 아테네 파르테논 신전 외벽에 붙어 있던 조각으로 영국박물관의 대표 소장품이다. 조각상 운반을 주도한 영국 외교관 토머스 엘긴의 이름을 따 ‘엘긴 마블’이라고 부른다. 4일(현지 시간) 블룸버그통신에 따르면 영국과 그리스 정부는 문화재를 교환하는 방식으로 반환을 논의 중이다. 영국박물관에 있는 ‘엘긴 마블’ 일부가 수년 동안 아테네에 전시되고, 이 기간 동안 아테네의 문화재가 영국박물관에 전시되는 식이다. 영국박물관은 이에 대해 “건설적인 논의를 진행하고 있다”고만 밝혔다. 이런 반응은 영국 정부가 그간 ‘엘긴 마블’ 반환에 대해 부정적인 입장이었다는 점에서 이례적이다. 그리스 정부는 1983년부터 ‘엘긴 마블’의 반환을 요구했지만, 영국 정부는 “엘긴 경이 (당시 그리스를 점령했던) 오스만튀르크 제국의 허가를 받아서 반출한 것”이라며 거부해왔다. 다만 최근 서양 박물관을 중심으로 약탈 문화재를 반환하는 움직임이 일고, 지난해 12월 17일 교황청도 파르테논 신전 조각품 3점을 돌려주겠다고 발표한 바 있다. 이에 따라 가장 유명한 약탈 문화재 중 하나인 ‘엘긴 마블’도 영향을 받을 수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김민 기자 kimmin@donga.com}

    • 2023-01-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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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10개월 넘은 러-우크라 전쟁… “양국 각각 10만명 사상”

    지난해 2월 러시아의 대대적인 침공으로 시작된 우크라이나 전쟁은 10개월 넘게 이어지며 끝날 기미 없이 소모전 양상으로 치닫고 있다. 러시아는 지난해 9월 우크라이나 영토인 자포리자, 루한스크, 헤르손, 도네츠크 등 4곳을 합병한다고 발표했지만 이들 지역을 두고 러시아와 우크라이나가 서로 뺏고 빼앗기며 교전을 지속하고 있다. 뉴욕타임스(NYT)는 “양국이 각각 10만 명의 사상자를 낸 것으로 추정된다”고 전했다. 최근에는 도네츠크 지역을 중심으로 격렬한 전투가 벌어졌다. 2일(현지 시간) 러시아 정부는 도네츠크주 마키이우카의 러시아군 임시 주둔지가 공격을 받아 63명이 사망했다며 이례적으로 피해를 공개했다. 우크라이나 국방부는 “실제 사망자가 400명에 달할 것”이라고 했다. 러시아 국방부에 따르면 우크라이나군은 미국이 제공한 고속기동포병로켓시스템(HIMARS·하이마스) 6발을 러시아군 주둔지에 발사했으며 이 중 2발이 러시아군에 요격됐다. 하지만 미사일이 러시아군이 탄약을 보관하던 곳에 명중해 피해가 커진 것으로 추정된다. NYT는 “러시아 정부가 밝힌 사망자 수만으로도 이번 전쟁에서 단일 교전으로 입은 최악의 피해 중 하나”라며 “블라디미르 푸틴 대통령에겐 곤혹스러운 일일 것”이라고 보도했다. 러시아군이 하이마스 미사일의 사정권에 탄약과 군사들을 함께 배치하는 등 실수를 반복해 피해를 자초했다는 지적도 러시아 내부에서 나오고 있다. 세르게이 미로노프 전 러시아 상원의장은 “군에 필요한 첩보와 보안을 제공하지 않은 고위 당국자에게 형사책임을 물어야 한다”고 촉구했다. 러시아군도 우크라이나 수도 키이우에 지난해 12월 31일부터 이달 2일까지 사흘 연속으로 드론 공격을 감행했다. 비탈리 클리치코 키이우 시장은 2일 “밤새 자폭 드론 40대가 키이우로 날아와 방공망이 전부 격추했다”고 밝혔다. 볼로디미르 젤렌스키 우크라이나 대통령은 이날 “러시아가 우크라이나군의 대응 역량을 소진시키기 위해 이란제 드론 ‘샤헤드’로 공격하려 한다는 정보가 있다”며 “러시아의 목표를 반드시 좌절시킬 것”이라고 말했다.김민 기자 kimmin@donga.com}

    • 2023-01-0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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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러 “미사일 공격 받아 러군 63명 사망” 이례적 피해 공개

    지난해 2월 러시아의 대대적인 침공으로 시작된 우크라이나 전쟁은 10개월 넘게 이어지며 끝날 기미 없이 소모전 양상으로 치닫고 있다. 러시아는 지난해 9월 우크라이나 영토인 자포리자, 루한스크, 헤르손, 도네츠크 등 4곳을 합병한다고 발표했지만 이들 지역을 두고 러시아와 우크라이나가 서로 뺏고 빼앗기며 교전을 지속하고 있다. 뉴욕타임스(NYT)는 “양국이 각각 10만 명의 사상자를 낸 것으로 추정 된다”고 전했다. 최근에는 도네츠크 지역을 중심으로 격렬한 전투가 벌어졌다. 2일(현지 시간) 러시아 정부는 도네츠크주 마키이우카의 러시아군 임시 주둔지가 공격을 받아 63명이 사망했다며 이례적으로 피해를 공개했다. 우크라이나 국방부는 “실제 사망자가 400명에 달할 것”이라고 했다. 러시아 국방부에 따르면 우크라이나군은 미국이 제공한 고속기동포병로켓시스템(HIMARS·하이마스) 6발을 러시아군 주둔지에 발사했으며 이 중 2발이 러시아군에 요격됐다. 하지만 미사일이 러시아군이 탄약을 보관하던 곳에 명중하면서 피해가 커진 것으로 추정된다. NYT는 “러시아 정부가 밝힌 사망자 숫자만으로도 이번 전쟁에서 단일 교전으로 입은 최악의 피해 중 하나”라며 “블라디미르 푸틴 대통령에겐 곤혹스러운 일일 것”이라고 보도했다. 러시아군이 하이마스 미사일의 사정권에 탄약과 군사들을 함께 배치하는 등 실수를 반복해 피해를 자초했다는 지적도 러시아 내부에서 나오고 있다. 세르게이 미로노프 전 러시아 상원의장은 “군에 필요한 첩보와 보안을 제공하지 않은 고위 당국자에게 형사책임을 물어야 한다”고 촉구했다. 러시아군도 우크라이나 수도 키이우에 지난달 31일부터 이달 2일까지 사흘 연속으로 드론 공격을 감행했다. 비탈리 클리치코 키이우 시장은 2일 “밤새 자폭 드론 40대가 키이우로 날아와 방공망이 전부 격추했다”고 밝혔다. 볼로디미르 젤렌스키 우크라이나 대통령은 이날 “러시아가 우크라이나군의 대응 역량을 소진시키기 위해 이란제 드론 ‘샤헤드’로 공격하려 한다는 정보가 있다”며 “러시아의 목표를 반드시 좌절시킬 것”이라고 말했다. 김민 기자 kimmin@donga.com}

    • 2023-01-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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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중국發 입국자 PCR 첫날… 106명중 13명 확진 판정

    중국발 입국자에 대한 정부의 고강도 방역대책이 시행된 첫날인 2일 중국발 입국자 10명 중 1명 이상이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에 확진된 것으로 나타났다. 질병관리청은 이날 오후 5시 기준으로 유전자증폭(PCR) 검사 결과가 나온 중국발 입국자 106명 중 12.3%인 13명이 확진 판정을 받았다고 밝혔다. 질병청에 따르면 이날 오후 5시까지 중국발 항공편 8편을 타고 국내에 들어온 승객은 총 718명이다. 이 중 208명이 관광 등의 목적으로 입국한 단기 체류자이거나 유증상자여서 공항에서 PCR 검사를 받았다. 방역당국은 이날 공항 내 검사 대상자가 300명 안팎일 것으로 보고 있다. 중간 집계된 양성률이 12.3%인 만큼 입국자 전원에 대한 검사 결과가 나오면 이날 중국에서 국내로 들어온 확진자 중 시설격리 대상자가 30명 이상 될 것으로 예상된다. 중국발 확진자 중 단기 체류자는 별도 격리시설에서 7일간 격리해야 한다. 하지만 정부가 마련한 격리시설은 총 100명밖에 수용하지 못해 사흘이면 격리시설이 ‘만실’이 될 것으로 예상된다. 인천공항 현장에서도 혼란이 이어졌다. 이날 인천공항에선 중국발 입국자가 아닌 승객을 PCR 검사 대상자로 착각해 잘못 안내하거나, 검사 대상자가 일반 시민과 섞이는 등 종일 혼선이 빚어졌다. 한편 미국에선 강한 면역 회피력을 가진 새 변이 XBB.1.5가 빠르게 확산하고 있다. 미 질병통제예방센터(CDC)에 따르면 지난해 12월 31일 기준 XBB.1.5 감염이 전체 코로나19 신규 감염에서 40.5%를 차지해 곧 우세종이 될 것으로 예측됐다.입국자 통제 제대로 안돼 대열 뒤섞여… 공항 PCR검사 혼선중국발 입국자 검사 의무화 첫날…본인 부담 검사비 결제 우왕좌왕“6시간 넘게 대기하라니” 불만도…“하루 입국 1100명 감당 가능한지” “중국에서 오는 친구를 마중 나왔는데 6시간 넘게 기다려야 할 수도 있다고 하네요.” 2일 인천국제공항 제1터미널에서 동아일보 기자와 만난 중국인 A 씨(29)는 중국발 입국자 전원에 대해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유전자증폭(PCR) 검사가 의무화된 사실을 몰랐다며 이같이 하소연했다. 중국발 입국자에 대한 정부의 고강도 방역대책이 시행된 첫날 인천공항 곳곳에선 혼선이 빚어졌다. 동선 통제가 제대로 안 돼 검사 대상이 아닌 사람이 대열에 섞이기도 했고, 검사 대상자가 검사 전 지인들과 접촉하는 모습도 목격됐다.○ 검사 대상자 섞이기도이날 오전 10시 45분경 중국 산둥성 지난시에서 출발한 승객 76명이 인천공항을 통해 한국으로 입국했다. 이 중 단기 체류이거나 유증상자인 외국인 58명은 PCR 검사 의무화에 따른 공항 검사 대상자였다. 단기 체류 외국인들은 착륙한 지 1시간 가까이 지난 오전 11시 40분경 입국 수속을 마치고 입국 게이트를 나섰다. 대기하던 검역관들은 이들의 동선을 통제하고 PCR 검사에 대해 설명했다. 이후 터미널 외부에 별도로 설치된 검사센터로 이동했다. 이 과정에서 줄을 잘못 선 외국인들이 중국발 입국자 검사센터로 함께 섞여 이동하는 상황이 발생했다. 외부로 나갈 때도 별도로 구분된 동선을 이용하지 않아 일반 시민과 섞이는 등 혼란이 이어졌다. 검사 비용 8만 원을 본인이 부담해야 하는 사실을 알지 못했던 일부 입국자들은 공항에서 기다리던 가족들에게서 현금을 받기도 했다. 일부는 검사센터로 이동하던 중 지인을 만나 짐을 건네주며 접촉하기도 했다. 이날 오후 1시경 중국 다롄에서 도착한 B 씨(37)는 “현금이 없어 결제 방법을 찾느라 1시간을 허비했다”고 하소연했다. 중국 충칭시에서 입국한 C 씨는 “오후 3시에 도착했는데 오후 5시가 다 돼서야 검사를 받았다”며 “검사 결과가 나오는 데 5시간 이상 걸려 한밤중에나 공항을 나갈 수 있을 것 같다”고 말했다. 일부 검사 대상자는 음성도 양성도 아닌 ‘미결정’ 판정을 받고 대기가 길어졌다. ○ ‘방역 관리 사각지대’ 우려질병관리청에 따르면 하루 평균 중국발 입국자는 1100명 내외로 예상된다. 질병청은 이 중 인천공항에서 PCR 검사를 받아야 하는 단기 체류 외국인을 300명 정도로 예상하고 있다. 공항에서 PCR 검사를 받지 않은 내국인과 장기 체류 외국인은 입국 후 거주지 인근 보건소에서 PCR 검사를 받아야 한다. 검사를 받은 사람이 확진자일 수 있기 때문에 결과가 나올 때까지는 집에 머무는 것이 원칙이다. 하지만 이 원칙은 ‘권고’일 뿐이라 당사자가 이를 지키지 않으면 자칫 확진자가 지역사회에 섞일 가능성이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방역 관리 사각지대’가 생길 우려가 있는 것이다. 한편 2일 0시 기준 입원 중인 코로나19 중환자는 637명으로 전날(636명)에 이어 이틀째 600명대로 집계됐다. 중환자가 늘면서 병상 가동률도 높아지고 있다. 코로나19 중환자 병상 가동률은 1일 오후 5시 기준 42.2%로 지난해 8월 말 이후 약 4개월 만에 40%대를 기록했다.이지운 기자 easy@donga.com인천=최미송 기자 cms@donga.com김민 기자 kimmin@donga.com김보라 기자 purple@donga.com김소영 기자 ksy@donga.com}

    • 2023-01-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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