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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회적 거리 두기 해제 첫날 도심 식당가와 거리는 회식 등을 즐기는 인파로 모처럼 북적였다. 사적모임 인원제한이 사라지면서 결혼식과 돌잔치, 동문회 등 대규모 행사를 진행할 호텔 연회장 예약 문의는 평소의 2배로 치솟았고 예복, 정장 등 행사용 의류 구입도 크게 늘었다.》#1. 18일 오후 7시 서울 중구 무교동 먹자골목은 퇴근 후 회식하는 직장인들로 북적였다. 일부 식당 앞에서는 직장인들이 들뜬 표정으로 입장을 기다렸다. 직장인 선모 씨(46)는 “2년여 만에 회사 팀원 12명이 한 테이블에 다 모여 저녁을 먹으러 왔다”고 했다. 야외에 설치된 테이블도 손님들로 문전성시를 이뤘다. 한 호프집 주인은 “이제야 활기가 도는 것 같다”며 기뻐했다. #2. 올가을 결혼을 앞둔 이모 씨(37)는 결혼식 계획을 뒤엎고 다시 짰다. 당초 100명 규모의 호텔 연회장을 예약했지만 300명 규모의 대형 웨딩홀로 식장을 바꿨다. 그는 “호텔 서너 곳에 문의했지만 모두 올해 말까지 토요일 예약이 마감됐다고 해서 일요일 저녁으로 겨우 예약했다”고 했다. 사회적 거리 두기 해제 첫날인 18일 서울 도심은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이전의 일상으로 돌아가려는 인파로 넘쳐났다. 사적 모임 인원 제한과 가게 영업시간 제한이 사라지자 그동안 만나지 못했던 동료나 지인들과의 모임이 곳곳에서 열렸다. 소규모로 조촐하게 진행됐던 결혼식과 돌잔치 등의 모임 규모를 키우고 단체 여행도 재개하는 분위기였다. ○ 사회적 거리 두기 해제에 ‘보복 회식’ 이날 서울 시내 사무실 밀집지는 사회적 거리 두기 해제를 기념하려는 직장인들이 적지 않았다. 서울 마포구 공덕역 인근에서 부서원 7명과 함께 고깃집을 찾은 직장인 이모 씨(33)는 “8명이 함께 모일 식당을 예약하기도 힘들 정도로 자리가 찬 곳이 많았다”며 “얼마 만인지 생각도 안 날 만큼 오랜만에 부서원 전체가 모여 즐겁다”고 했다. 직장인 커뮤니티에는 회식 인증샷과 함께 ‘보복 회식’이라는 표현까지 등장했다. 코로나19로 억눌렸던 소비 욕구를 분출한다는 ‘보복소비’에 빗대어 그동안 못 했던 회식을 집중적으로 한다는 뜻에서였다. 한 대리운전기사는 “17일 ‘12시 콜’(밤 12시에 대리운전을 부르는 콜)이 폭발했다. 노래방 야간 영업까지 풀려 자정 넘어서까지 3차 손님이 쏟아졌다”고 했다. 호텔가도 모처럼 대목을 맞이했다. 서울 강서구 메이필드호텔에는 이달 15일부터 돌잔치 문의가 평소 2배 이상으로 쇄도했다. 지금까지는 돌잔치를 하면 사적 모임 인원 제한(10명)으로 주로 직계가족만 참석하는 모임만 받았다. 메이필드호텔 관계자는 “10명 이상 못 모이던 회갑연 등 가족 행사 문의가 늘었다”고 말했다. 학교 동문회와 대형 포럼 일정도 속속 잡히고 있다. 서울 강남구의 한 호텔 관계자는 “6월 이후부터 정보기술(IT) 업체 위주로 500명 이상 대규모 행사 예약이 잡히고 있다. 동창회는 물론이고 송년회 예약까지 벌써 하는 경우도 있다”고 전했다. 예비부부들은 대형 웨딩홀로 갈아타거나 하객 수를 늘리기 위해 분주한 분위기였다. 올 들어 지난달까지 주요 호텔과 웨딩홀 결혼식 예약 문의는 전년 동기보다 30∼50% 증가했다. 신라호텔, 롯데호텔 등 호텔 예식은 연말까지 대부분 마감됐고 내년 예식 일정도 인기 시간대 위주로 빠르게 채워지고 있다. 각종 행사가 늘어난 데다 사무실 근무까지 재개되며 정장도 많이 팔리고 있다. 신세계백화점에 따르면 올해 3월 1일부터 이달 17일까지 남성패션복 매출은 전년 동기보다 20.5% 늘었다. LF 신사복 마에스트로의 슈트 매출은 최근 일주일 새 전년 동기 대비 40% 증가했다. ○ 콘서트 떼창·영화관 팝콘 관람도 부활 여행업계도 가족 단위 여행 문의가 몰리고 있다. 인터파크 투어에서 이달 국내 숙박 예약은 전월 대비 80% 이상 증가했다. 여행업계 관계자는 “해외 항공편이 아직 정상화되지 않아 국내로 여행 수요가 쏠리고 있다”고 했다. 박수와 손짓으로만 응원을 보낼 수 있었던 콘서트장에선 일명 ‘떼창’이 부활할 것으로 전망된다. 300명 이상 대규모 공연이나 스포츠대회 등에 적용됐던 관계 부처의 사전 승인 절차가 사라지면서 초대형 콘서트도 열릴 수 있게 된다. 다음 달 공연 예정인 가수 임영웅, 아이돌 그룹 등의 콘서트에서 코로나19 이전과 같은 광경을 볼 수 있을 것으로 전망된다. 방역 당국이 25일부터 실내 취식을 허용하기로 함에 따라 13개월 만에 극장 상영관에서 영화를 보며 팝콘 등 음식까지 먹을 수 있게 됐다. 국립중앙박물관은 코로나19 확산으로 2년간 중단했던 ‘봄 박물관 정원 산책’ 해설 등 각종 프로그램을 23일부터 본격적으로 재개한다.신동진 기자 shine@donga.com임희윤 기자 imi@donga.com이승우 기자 suwoong2@donga.com}

서울 금천구 시흥동의 한 빌라에서 8, 9세 두 아들을 숨지게 한 40대 여성 A 씨가 경찰에 자수해 조사를 받고 있다. 8일 금천경찰서는 “5일 초등학생 두 아들을 살해한 A 씨가 7일 오후 경찰에 자수했다”고 밝혔다. 그는 경찰에서 남편이 1억 원 가량 도박 빚을 지면서 생활고를 겪다 범행을 저질렀다고 진술했다고 한다. A 씨는 남편과 별거 중이며 혼자 두 아들을 양육해왔다. 8일 사건 현장 인근에서 만난 이웃들은 ‘전혀 예상하지 못했다’는 반응이었다. 인근 주민 B 씨는 “아이들 손을 잡고 등하교를 하던 모습이 기억난다. 그런데 어느 순간 카카오톡 프로필에 있던 아이들 사진이 다 삭제됐더라”고 전했다. 그에 따르면 A 씨는 남편이 없어 집수리 문제 등에 어려움을 겪었다고 한다. B 씨는 “A 씨가 ‘남편이 집에 안 들어온다, 차라리 바람난 거면 좋겠다’고 말했던 게 기억난다”며 도박 빚 등을 암시하는 듯한 발언을 했다고 전했다. 같은 빌라에 거주하는 다른 주민은 “아이들이 인사를 잘 했다. 우리 아이들과 비슷한 또래라 잘 어울렸다. 아이스크림을 사주기도 했는데 더 챙겨주지 못해 미안한 마음”이라며 “어머니 혼자 아이들을 키우는 것을 워낙 힘들어했다”고 기억했다. 주민들에 따르면 A 씨는 평소 아이들의 건강을 걱정하는 등 다른 부모와 다를 것 없는 모습을 보였다고 한다. 같은 빌라 주민들이 모인 온라인 커뮤니티 속 A 씨의 프로필 사진은 두 아들의 모습이었다. 커뮤니티에는 지난해 9월 밤에 공사가 진행되는 것을 두고 A 씨가 “아이들이 내일 학교에 가야 하니 오후 8시 50분 이후에는 양해 부탁드린다”고 쓴 글이 남아 있었다. 2015년에는 “두 아이가 습기 때문에 피부염에 걸릴까봐 매일 환기 중이니 빠른 보수 부탁한다”고도 했다. A 씨는 2019년 6월부터 2020년 2월까지 거주하는 빌라의 대표도 맡았던 것으로 확인됐다. 동대표를 끝낼 때는 주민들이 “그동안 고생 많으셨다, 진심으로 감사하다”는 말을 전하기도 했다. 인근 주민들은 A 씨가 밝은 모습으로 다녀 생활고에 시달리는지 몰랐다고 입을 모았다. 후임 대표를 맡은 김모 씨(34)는 “A 씨가 2014년부터 8년 동안 자가로 거주하는 걸로 알고 있다. 빚과 생활고에 시달린다는 걸 전혀 몰랐다”고 했다. A 씨의 두 아들이 다녔던 초등학교는 슬픔에 잠긴 모습이었다. 학교 관계자는 “평소 밝은 모습만 봐서 생활에 어려움을 겪고 있는지 잘 알지 못했다”며 “두 아이를 맡았던 담임선생님들 역시 안타까운 소식을 듣고 큰 충격과 슬픔에 잠겼다”고 전했다. 금천구청에 따르면 A 씨 가정은 기초생활수급자 등 복지 대상자가 아니었던 것으로 확인됐다. 금천구청 관계자는 “복지 혜택을 못 받은 이유는 정확히 알 수 없지만 아마 거주 형태가 자가였기 때문으로 보인다”고 했다. 경찰은 8일 오후 구속영장을 신청했다. 경찰 관계자는 “A 씨가 정신질환을 앓고 있진 않은 걸로 보인다”며 “구체적인 범행 동기를 조사하고 있다”고 밝혔다. A 씨는 경찰 조사 과정에서 ‘죽고 싶다’는 말을 반복한 것으로 알려졌다. 다만 범행 현장에는 A 씨가 극단적 선택을 시도한 흔적은 없었던 것으로 알려졌다.김윤이 기자 yunik@donga.com이승우 기자 suwoong2@donga.com}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완치자에게 유전자증폭(PCR) 검사나 신속항원검사를 면제해주는 기간이 해외여행, 등교, 병원 출입 시 등 경우에 따라 달라 곳곳에서 혼선이 빚어지고 있다. 방역당국은 확진 후 최대 3개월까지는 죽은(불활성) 바이러스 때문에 완치자가 PCR 검사 양성 판정을 받을 수 있다고 본다. 완치자가 격리해제 때 별도 PCR 검사를 실시하지 않는 것도 이 때문이다. 하지만 완치자에 대해 어느 정도 기간 동안 검사를 면제해 주는지는 기관마다 다르다. 방역당국이 기준을 통일하지 않았기 때문이다. 현행 방역지침상 해외 출국 시에는 출국일 기준으로 10∼40일 전 확진됐던 코로나19 완치자에 한해 PCR 음성확인서 대신 격리해제 확인서를 제출하도록 하고 있다. 반면 학생들이 사용하는 교육부 자가진단 애플리케이션(앱)은 ‘완치자의 경우 확진일로부터 45일간 신속항원검사를 실시하지 않는다’고 규정하고 있다. 45일이 지난 후부터는 다른 학생들처럼 매주 2회씩 자가검사가 권고된다. 지난달 14일 코로나19에 감염됐다가 완치된 이모 씨(28)는 “해외여행을 갈 계획인데 음성확인서를 준비하는 게 번거로울 것 같아 여행 일정을 앞당겼다”면서 “학교는 45일 동안 검사 면제라는 뉴스를 봤는데 기간이 달라 하마터면 일정을 실수할 뻔했다”고 말했다. 병원 등의 출입 규정은 또 다르다. 서울의 한 대학병원은 코로나19에서 완치된 보호자는 격리해제일로부터 3개월까지 추가 검사를 실시하지 않는다. 지난달 코로나19에 확진됐던 김모 씨(26)는 “보건소나 지방자치단체도 어떤 경우에 검사를 언제까지 면제하는지 알려주지 않았다”고 했다. 방역당국은 최초 확진일로부터 90일 이후 코로나19 바이러스가 재검출된 경우와 최초 확진일 이후 45∼89일에 재검출된 이들 중 증상이 있거나 확진자와 접촉한 경우를 재감염으로 보고 있다. 다만 동시에 “확진일로부터 45∼80일의 경우 재감염 가능성이 낮다”고도 해 혼선을 가중시키고 있다. 김우주 고려대 구로병원 감염내과 교수는 “명확한 가이드라인이 없다 보니 기관마다 기준이 상이해진 것”이라며 “최근 연구결과에 따르면 확진 25일 후에도 재감염될 수 있다고 한다. 완치자 통계를 토대로 새로 통일된 기준을 마련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이승우 기자 suwoong2@donga.com유채연 기자 ycy@donga.com}

인천의 한 중학생이 온라인에서 구입한 헬륨가스를 마신 뒤 질식해 숨지는 사고가 발생하면서 헬륨가스 유통 관리를 강화해야 한다는 지적이 나온다. 헬륨가스를 마시면 목소리가 잠시 변하는 까닭에 장난스럽게 흡입하고 노는 어린이와 청소년이 적지 않지만 과도하게 마시면 질식할 위험이 있다는 사실은 잘 모르는 경우가 대부분이다.○ 지나치게 흡입하면 질식 위험6일 인천 남동경찰서에 따르면 전날 오후 5시 50분경 인천 남동구의 한 아파트 방에서 중학생 A 군(14)이 머리에 비닐봉지를 뒤집어쓰고 숨진 상태로 발견됐다. 경찰은 A 군이 헬륨가스를 과도하게 흡입해 질식사한 것으로 보고 정확한 사건 경위를 조사하고 있다. 경찰 관계자는 “외출에서 돌아온 부모가 A 군을 발견하고 신고했다”며 “부모에 따르면 A 군은 최근 인터넷으로 헬륨가스를 주문한 것으로 보인다. 정확한 구매 경위를 조사 중”이라고 밝혔다. 앞서 2002년에도 경남 함안에서 중학생 2명이 애드벌룬에 있는 헬륨가스를 마시고 목소리를 변조하는 장난을 하다 숨지는 사고가 발생했다. 전문가들은 헬륨가스가 독성은 없지만 그렇다고 안전한 건 아니라고 지적했다. 박은정 경희대 의대 교수는 “헬륨가스를 지나치게 흡입하면 폐의 산소 공급을 차단해 심한 경우 사망에 이를 위험이 있다”고 강조했다. 하지만 유튜브에선 5∼10세가량의 어린이들이 헬륨가스를 마시고 목소리를 변조하는 영상이나 상당량의 가스를 한꺼번에 들이마시는 모습을 보여주는 이른바 ‘헬륨가스 먹방’ 등을 쉽게 찾아볼 수 있다. 한 유튜브 채널의 ‘헬륨가스를 마시고 리코더 불기’ 영상은 조회 수가 34만 회에 이른다. 파티, 모임 등에서 장난처럼 헬륨가스를 흡입하는 놀이 문화도 문제로 지적된다. 이덕환 서강대 화학과 명예교수는 “유튜브 영상을 모방해 헬륨가스를 흡입하는 아동, 청소년이 적지 않다”며 “장난의 일환으로 들이마셔도 괜찮다는 인식을 바꿔야 한다”고 지적했다.○ 전문가 “위험성 고지 의무 강화해야”헬륨가스 과다 흡입의 위험성을 홈페이지상에 고지한 온라인 판매처는 많지 않았다. 6일 본보가 헬륨가스 및 헬륨 풍선을 판매하는 온라인 사이트 20곳을 확인해 보니 “헬륨가스를 과다 흡입할 경우 질식 우려가 있다”고 공지한 판매처는 7곳에 불과했다. 일부 사이트가 “만 14세 미만은 이용을 삼가 달라”고 권고한 정도였다. 헬륨가스 판매 사이트 운영자 B 씨는 “포장 박스에는 위험성과 사용법을 표기해야 할 법적 의무가 있지만, 홈페이지에 명시할 의무는 없다”고 했다. 전문가들은 헬륨가스 위험성을 소비자가 쉽게 인식할 수 있도록 사업자의 고지 의무를 강화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박은정 교수는 “구매자에게 위험성을 설명하는 문구를 더 명확하게 표시하게 하고 동시에 ‘흡입하지 말라’는 경고를 판매처가 홈페이지에 명시하도록 의무화할 필요가 있다”고 지적했다. 이에 대해 산업통상자원부 관계자는 “헬륨가스 흡입의 위험성을 알리고 판매자가 위험성을 고지하도록 계도할 예정”이라고 밝혔다.이승우 기자 suwoong2@donga.com인천=공승배 기자 ksb@donga.com}

《“급격히 상승한 배달 수수료를 안정화하기 위해 매달 배달 수수료를 조사해 공개하겠습니다.”이억원 기획재정부 제1차관은 올해 1월 21일 물가관계차관회의에서 “2월부터 ‘배달비 공시제’를 시행한다”며 이같이 도입 배경을 밝혔다. ‘배달비 1만 원 시대’라는 말이 등장할 정도로 배달비 부담이 과도하다는 여론이 일자 정부 차원의 대책을 내놓은 것이다.‘배달비 공시제’ 도입 2개월이 지났지만 소비자와 음식점주, 배달 애플리케이션(앱) 측은 물론 배달 라이더까지 “제도의 실효성이 없다”고 입을 모은다. 치솟은 배달비는 사회적 거리 두기로 인한 배달 수요의 증가 및 배달 앱의 단건 배달 서비스 도입, 라이더 부족 등이 종합적으로 작용한 현상임에도 정부가 너무 안이하게 접근했다는 지적이 나온다. 정부 관계자는 뒤늦게 “정보 제공 차원이었다”며 발을 빼는 모습이다.》○ 공시와 실제 배달비 달라 동아일보 조사 결과 공시된 배달비부터 실제와 차이가 났다. 한국소비자단체협의회(소단협)는 정부 위탁을 받아 ‘배달의민족’ ‘요기요’ ‘쿠팡이츠’ 등 3개 앱의 배달비를 조사해 지난달 31일 공개했다. 2월 발표에 이은 두 번째 공시였다. 서울의 중국 음식점 485곳과 피자 전문점 413곳을 대상으로 했다. 그러나 동아일보 취재팀이 이달 1∼3일 해당 배달 앱 3곳에서 서울 강남구와 관악구 중국음식점 40곳(각 20곳)의 배달비를 조사해 보니 18곳은 소단협이 공시한 최고가보다 배달비가 비쌌다. 관악구는 ‘단건 배달비’가 ‘2km 이내 최고 3900원’이라고 공시됐지만 조사결과 20곳 중 절반인 10곳이 그보다 비쌌다. 5810원이나 받는 경우도 있었다. 강남구는 거리별 최고가가 2540∼5000원으로 공시됐지만 20곳 중 8곳이 공시 가격을 초과했다. 소단협과 취재팀의 조사 시점이 다르다는 점을 감안해도 차이가 상당한 것이다. ‘배달 앱별 배달비 차이’도 실제와 다른 점이 발견됐다. 같은 음식점에서 주문해도 배달 앱별로 배달비가 다르다는 지적이 나오자, 정부는 공시제를 도입하면 앱별 배달비 차이가 드러나 소비자의 배달 앱 선택에 도움을 줄 것이라고 했다. 공시에는 강남구 중국음식점의 경우 앱별로 배달비가 최고 3000원 차이 나는 것으로 나타났다. 하지만 취재팀 조사 결과 배민과 쿠팡이츠의 배달비 차이는 4000원으로 그보다 컸다. 상황이 이렇게 되면서 경기 지역 일부 자영업자들은 공시 자료를 못 믿겠다면서 배달비를 자체적으로 조사해 공개하겠다고 나서기도 했다. 소비자들은 근본적으로 각 식당의 상호명이 배달비와 함께 공개되지 않는 이상 공시를 들여다볼 이유가 없다고 지적한다. 배달비 공시로는 업소별 상세 배달비를 알 수 없다. 거의 매일 배달 앱을 사용한다는 강모 씨(29)는 “공시를 봐도 식당의 앱별 배달비가 얼마인지 몰라, 실제 주문할 때는 다시 배달앱에서 배달비를 확인해야 한다. 한마디로 쓸모가 없다”고 혹평했다.○ 점주, 라이더도 “도움 안 된다” 자영업자들도 배달비 공시제를 외면하고 있다. 음식점주는 배달 앱에 내는 수수료와 별도로 거리에 따라 달라지는 배달비를 소비자와 나눠 부담한다. 하지만 배달 업체에서 배달비 분담 내역을 공개하지 않는 상황에서 공시제 역시 소비자가 내는 배달비만 조사하는 까닭에 전체 배달비가 어떻게 분담되는지는 전혀 알 수 없다는 것이다. 서울 노원구에서 햄버거 가게를 운영하는 박모 씨(39)는 “배달 앱에서 주문이 올 때마다 식당이 내야 하는 배달비가 먼저 떠오른다”면서 “소비자와 자영업자가 얼마씩 나눠 부담하는지에 대한 전모가 밝혀져야 배달비가 오르는 근본 원인을 파악할 수 있고, 인하도 기대할 수 있을 것”이라고 지적했다. 서울 중랑구에서 치킨집을 운영하는 A 씨도 “지금과 같은 공시제 정책은 전혀 도움이 되지 않는다”고 했다. 라이더들도 배달비 공시가 현실을 반영하지 못하고 있다고 말한다. 배달 라이더 박모 씨(27)는 “배달비는 경매와 유사해 날씨나 시간대에 따라 변동 폭이 큰데, 매달 1회 조사만으로 이 같은 변수들이 모두 반영될 수 있을지 의문”이라고 말했다. 폭우나 폭설이 발생했을 때나 배달이 몰리는 점심·저녁 시간에 라이더 수가 부족하면 배달비가 건당 1만∼2만 원으로 상승하는 일도 드물지 않다는 것이다. 박정훈 라이더유니온위원장은 “배달비 공시제는 라이더와 배달 앱을 중개하는 배달 플랫폼 수수료 정보 등이 담겨 있지 않은 반쪽짜리”라고 지적했다. 배달 앱 업체도 배달비 공시제에 회의적이다. 배민 관계자는 “배달비는 매장 상황이나 메뉴, 라이더 낙찰 금액에 따라 변하는데 이 같은 요인이 적절하게 반영되지 않고 있다”고 했다.○ 형식적 조사로 인하 기대 어려워 정부는 배달비 공시제 도입 당시 공시제가 배달비 부담을 낮추는 데 효과가 있을 것이라고 기대했다. 하지만 최근 비판 여론이 빗발치자 한발 물러서는 모양새다. 기재부 관계자는 최근 본보와의 통화에서 “배달비를 낮추겠다는 목적보다 정보 제공 차원에서 한 조사”라며 “배달비는 민간 자율로 결정되기 때문에 정부 개입에 한계가 있다”고 했다. 전문가들은 월 1회 형식적인 조사만으로는 배달비 인하 효과를 기대하기 어렵다며, 배달 플랫폼의 특성을 이해하지 못한 탁상행정이라고 입을 모았다. 이승훈 가천대 경영학과 교수는 “배달앱, 배달 대행 등 플랫폼이 복잡하게 얽힌 상황에서 단순 배달비 공개만으로 가격을 인하한다는 발상 자체가 실현 불가능한 얘기”라며 “플랫폼이 배달 과정에서 각각 어느 정도 비용을 부담하는지 투명하게 공개해야 배달비 인하에 도움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배달비 인하를 위해 근본적으로 라이더가 늘어야 한다는 의견도 나온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이후 늘어난 배달 수요에 비해 배달 라이더 수는 상대적으로 늘지 않았다는 것이다. 단건 배달 서비스를 제공하는 배달 앱이 늘면서 라이더 한 명이 한번에 처리할 수 있는 주문의 양이 줄어든 것도 인력 부족 문제를 심화시킨 요인으로 꼽힌다. 요기요 관계자도 “배달비 상승의 주요 원인은 라이더 인력 부족 문제”라고 했다. 이은희 인하대 소비자학과 교수는 “배달 라이더 부족 문제가 가장 심각한데 단순히 소비자들이 지불하는 배달비로 시장의 구조적 문제를 보여줄 순 없다”며 “정부 차원에서 배달 앱, 배달 대행업체 측 배달 건수당 수익이 얼마나 되는지 비교 조사한 후 과도하게 수익을 챙긴 정황이 파악되면 제재하는 등의 적극적 개입과 감시가 필요하다”고 제언했다. 이승우 사회부 기자 suwoong2@donga.com최미송 사회부 기자 cms@donga.com}

채널A ‘팩트맨’ 팀이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백신 허위정보 팩트체크 연속 보도’로 29일 제5회 한국팩트체크대상 우수상을 받았다. 배정근 심사위원장은 29일 오후 서울 중구 한국프레스센터에서 열린 시상식에서 “해외 보건 당국에 직접 연락을 시도하는 치밀한 취재 노력이 높은 평가를 받았다”고 심사평을 밝혔다. 이승우 기자 suwoong2@donga.com}

최근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위중증 환자와 사망자가 폭증하는 가운데 격리 기간을 기준으로 한 정부의 장례비 및 치료비 지원이 불합리하다는 비판이 확산되고 있다. 하루 이틀 차이로 장례비를 받지 못하거나, 치료 기간이 길어져 거액의 병원비 부담을 지는 이들이 적지 않은 탓이다. 박모 씨(45)의 아버지는 지난달 23일 코로나19에 확진돼 치료를 받다 이달 2일 숨을 거뒀다. 박 씨는 시청에 장례지원금 1000만 원을 신청했다. 코로나19 여파로 실직한 박 씨에게 큰 도움이 될 수 있는 액수였다. 그러나 시청은 “격리 기간 7일이 지나고 하루 후 사망했기 때문에 지급 대상이 아니다”라고 했다. 박 씨는 “장례비 받자고 연명치료를 포기할 수도 없는 거 아니냐. 격리 기간을 기준으로 장례비 지급 여부가 갈리는 건 패륜적”이라며 분통을 터뜨렸다. 정부는 장례비 1000만 원이 제한적인 장례 진행에 유족이 협조하는 것에 대한 위로금이라고 설명한다. 코로나19 사망자 장례는 유리창 너머로 시신이 담긴 밀봉 비닐 백을 잠깐 열어 고인 얼굴을 보여주는 식으로 진행된다. 중앙방역대책본부 측은 “격리가 해제되면 시신에 의한 전파 위험이 없다고 보고 장례 절차도 제한하지 않는다. 당연히 지원금도 지급하지 않는다”고 설명했다. 그러나 장례식장 대부분은 정부 지침과 달리 격리 해제 후 사망자도 격리 기간 내 사망자와 동일한 방식으로 장례를 진행한다. 서울 성북구 한 장례식장 관계자는 “사망진단서에 코로나19가 명시돼 있다면 격리 해제 여부와 관계없이 코로나19 장례로 진행한다”고 했다. 위중증 환자 치료비 지원도 논란이 되는 건 마찬가지다. A 씨(33)의 어머니(71)는 지난해 12월 21일 확진 후 열흘 동안 음압병동 격리 치료를 받았다. 이 기간 치료비는 전액 정부 지원을 받았다. 그러나 격리 해제 후 일반 중환자실로 옮겨 인공호흡기와 에크모(ECMO·인공심폐기) 치료를 받은 3개월 동안의 병원비 5200만 원은 온전히 A 씨 몫이 됐다. 중앙사고수습본부는 “입원치료비는 전파 우려가 높아 강제 격리한 부분에 대해 지급하는 것”이라며 “격리 해제 후에는 지급 의무가 없다”고 했다. 그러나 A 씨는 “어머니는 코로나19로 호흡부전이 왔고, 폐가 섬유화됐다”면서 “코로나19는 사회적 재난인데 부담은 개인이 떠안고 있다”며 억울해했다. 정재훈 서울여대 사회복지학과 교수는 “정부가 각종 재난지원금을 남발했지만 정작 코로나19 위중증 환자나 사망자 등을 위한 보장제도 확충에는 소홀했다”며 “피해자를 실질적으로 보듬는 지원책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이기욱 기자 71wook@donga.com이승우 기자 suwoong2@donga.com}

은행 현금자동입출금기(ATM) 창구 안에서 담배를 피우고 불을 지른 50대 여성이 경찰에 붙잡혔다. 22일 서울 방배경찰서는 방화 혐의로 50대 여성 A 씨를 입건했다고 밝혔다. A 씨는 20일 오후 2시 33분경 서초구 방배동에 있는 한 은행 ATM 창구 안에서 담배를 피운 뒤 가지고 있던 라이터로 종이에 불을 붙여 혐의를 받고 있다. 경찰에 따르면 당시 신고를 받고 현장에 출동한 소방당국은 차량 14대와 인력 43명을 투입해 10분 만에 불을 껐다. 다행히 건물로 옮겨 붙지는 않아 추가적인 피해는 없었다. 경찰은 폐쇄회로(CC)TV를 통해 A 씨를 특정하고 방배동 인근 길가에서 A 씨를 긴급체포했다. A 씨는 범행 당시 음주 상태는 아니었던 것으로 전해졌다. 경찰 관계자는 “A 씨가 아직 뚜렷한 범행동기를 밝히지 않고 있다”며 “흡연 중 홧김에 불을 저지른 것으로 보고 구체적인 범행 경위를 조사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경찰은 A 씨에 대해 구속영장을 신청할 방침이다.이승우 기자 suwoong2@donga.com}
“집회 소음에 주말에도 편하게 못 쉬었는데, 동네가 조용해질 것 같네요.”(서울 종로구 효자동 주민 이모 씨) 대통령 집무실을 서울 용산구 국방부 신청사로 이전하는 방안이 유력하게 검토되는 가운데 17일 동아일보와 만난 청와대 인근 주민들은 대체로 이전을 환영하는 분위기였다. 그동안 잦은 집회 등으로 일상 불편이 적지 않았기 때문. 효자동에서 식료품 가게를 운영하는 홍모 씨(73)는 “청와대가 개방되면 더 많은 사람들이 동네를 찾아 상권이 활성화될 것”이라고 기대했다. 이전을 아쉬워하는 목소리도 있었다. 공인중개사무소를 운영하는 신모 씨(62)는 “광화문 일대가 예부터 ‘정치 1번지’였는데 대통령이 떠난다니 아쉽다”고 했다. 새 대통령 집무실 유력 후보지인 국방부 신청사 인근 주민들은 교통 혼잡을 걱정했다. 골프용품점을 운영하는 이모 씨(48)는 “지금도 교통 체증이 심한데 집무실 이전 후 교통 통제가 잦아지면 길이 더 막힐 것”이라고 했다. 반면 50년 넘게 용산구에 살고 있다는 김모 씨(62)는 “대통령 집무실이 오면 동네도 더 좋아지고 용산의 브랜드 가치도 높아질 것”이라고 했다.송진호 기자 jino@donga.com이승우 기자 suwoong2@donga.com전혜진 기자 sunrise@donga.com}

“활동지원사가 아니었다면 꼼짝없이 굶어 죽었을 겁니다.” 중증 지체장애인 추모 씨(58)는 1월 4일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에 확진돼 10일간 자가격리했을 당시를 돌이키며 떨리는 목소리로 말했다. 39도 넘는 고열과 기침, 인후통과 오한도 힘들었지만 더 큰 문제는 생존 그 자체였다. 장애로 손발을 움직일 수 없는 추 씨는 정부가 비용을 지원하는 활동지원사 도움 없이는 간단한 식사도 할 수 없다. 그런데 코로나19로 격리된 상황에서 활동지원사에게 와 달라고 하기는 어려웠다. 활동지원사가 감염 위험을 무릅쓰고 그를 도울 의무도 없었다. 추 씨는 “이러다 죽을 수 있다는 공포감이 밀려왔다”고 했다. 추 씨는 보건소와 구청에 도움을 요청했지만 ‘담당이 아니다’라는 차가운 답만 돌아왔다. 그를 도운 건 “혼자 둘 수 없다”며 감염 위험을 무릅쓰고 그를 찾아온 활동지원사 홍모 씨(64)였다. 홍 씨는 민간 장애인자립생활센터가 지원한 방독면과 방호복을 착용한 채 추 씨에게 식사를 제공했다.○ 셀프 의료 체계서 소외된 장애인최근 코로나19 진단·치료 체계가 ‘셀프 검사’와 ‘재택 치료’ 중심으로 개편되면서 장애인과 그 가족의 괴로움은 더 심해졌다. 지난해 11월 말 ‘재택치료 우선’ 정책 시행 전에 장애인은 확진 뒤 생활치료센터에 입소해 의료진의 도움을 받을 수 있었다. 하지만 지금은 재택치료와 자가격리로 활동지원사마저 집에 오지 않아 추 씨처럼 홀로 남겨지는 경우가 적지 않다. 지난달 초부터는 코로나19 증상이 있어도 자가검사키트에서 양성이 나와야 유전자증폭(PCR) 검사를 받을 수 있다. 하지만 장애인들에게는 ‘셀프 검사’ 역시 난관이다. 뇌병변장애가 있는 유진우 씨(27)는 “양손을 자유롭게 쓸 수 없다 보니 박스를 뜯고 면봉을 꺼내 코에 넣는 데만 1시간이 걸린다”고 호소했다. 남정한 실로암 시각장애인센터 소장은 “시각장애인은 검사용액통을 작은 구멍에 끼우는 것부터 어렵다. 활동지원사 도움 없이는 검사 결과를 확인할 수도 없다”고 지적했다. 선별진료소 대기도 ‘도전’이다. 뇌병변장애가 있는 아들을 둔 최모 씨(50)는 “지난달 중순 선별진료소에서 영하 10도 추위 속에 몸무게 50kg 아들을 안고 30분가량 대기했다”며 “미리 연락하면 돕겠다던 보건소는 내내 통화 중이었다”고 했다. 최근 확진자가 급증하면서 장애인을 돌보던 가족이 확진되는 바람에 부담이 가중되는 경우도 늘었다. 최 씨는 “가족이 시간차를 두고 잇달아 확진 판정을 받았다. 아픈 채로 돌봄과 치료를 병행하고 있다”고 말했다.○ 시급 2000원 더 주면 해결?상황이 이렇게 되자 보건복지부는 뒤늦게 1일부터 확진된 장애인을 지원하는 활동지원사에게 수당을 시간당 2000원 더 주겠다고 발표했다. 경기도의 한 장애인복지관에서 일하는 활동지원사 이모 씨(53)는 “시급 2000원 더 준다고 해결될 문제가 아니다”라고 했다. 이형숙 서울시장애인자립생활센터협의회장은 “활동지원사 감염을 최소화할 수 있도록 방호장비 등을 지원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박명숙 상지대 사회복지학과 교수는 “재난 상황일수록 사회적 약자에 대한 배려가 우선 돼야 하는데 우리 사회는 코로나19 사태로 장애인 소외가 더 심해졌다”고 지적했다.이승우 기자 suwoong2@donga.com유채연 기자 ycy@donga.com}

1일 서울 중구 청계광장에서 경찰 추산 약 8000명의 인파가 몰린 집회가 열렸다. 방역지침상 인원 제한 영향을 받지 않는 선거 유세 형태여서 경찰도 제지하지 않았다. 서울시 선거관리위원회(선관위)는 집회가 끝난 후 뒤늦게 선거 유세에 해당하지 않는 부분이 있다며 위법성 여부를 검토하겠다고 밝혔다. 3·1절인 이날 서울 시내 곳곳에서 대규모 집회가 열리면서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이 한층 더 확산되는 것 아니냐는 우려가 나오고 있다.○ 청계광장에 8000여 명 운집이날 오후 2시경 서울 중구 청계광장은 보행이 불가능할 정도로 인파가 들어차 있었다. 전광훈 사랑제일교회 담임목사가 주최한 ‘3·1절 광화문 1000만 국민기도회’ 참가자들이었다. 오후 2시 20분경 전 목사가 연단에 오르자 “전광훈 만세”, “문재인 물러가라” 등 구호가 터져 나왔다. 전 목사가 “선거에 나선 정치 지도자들이 나라는 망하든지 말든지 개인적 욕심만 부리고 있다”며 목소리를 높이자 참가자들은 “아멘”이라고 외쳤다. 현행 방역 지침에 따르면 집회의 경우 백신 접종 완료자 299명까지만 모일 수 있다. 하지만 이날 오전 11시경부터 열린 집회에는 제한 인원의 20배가 넘는 인파가 몰렸다. 주최 측은 이날 집회를 9일 대선과 함께 열리는 국회의원 보궐선거 출마자 선거 유세라고 주장했다. 현행법상 선거 유세엔 인원 제한이 없다. 하지만 전 목사가 대표인 국민혁명당 소속 구본철 후보의 선거 유세는 오전 11시부터 11시 50분까지만 진행됐다. 낮 12시경부터는 행사 제목에 나온 기도회로 전환됐다. 주최 측은 유세 차량에 붙어있던 구 후보 현수막을 내리고 ‘국민기도회’ 현수막을 붙였다. 이어 사랑제일교회 목사 등 연사들이 연단에 올라 기도회를 진행했다. ‘할렐루야’ 등을 외치고 태극기를 흔들며 찬송가를 불렀다. “이번 대선 ○○당 찍으면 안 된다”는 등 정치적 발언도 나왔다. 행사는 오후 4시 20분경 마무리됐다. 주최 측은 5일에도 유사한 행사를 열겠다고 예고했다. 경찰은 해당 집회가 진행되는 동안 약 1300명을 투입해 교통 통제와 질서 유지 활동을 했다. 다만 선관위로부터 통보가 없었다는 이유로 집회 자체를 제한하지 않았다. 하지만 서울시 선관위는 오후 늦게 집회의 성격이 낮 12시를 기점으로 달라졌다는 판단을 내놨다. 서울시 선관위 관계자는 “낮 12시 이후에는 선거 유세가 아니라 집회가 진행된 것으로 보인다”고 했다. 서울시 관계자는 “관할 구청인 중구청과 함께 거리두기 지침상 인원 제한 위반 과태료 부과 대상인지를 검토할 것”이라고 했다.○ 마스크 내리고 흡연… 방역 구멍 우려이날 청계광장에 대규모 인파가 몰리면서 코로나19 방역에 대한 우려도 나왔다. 특히 청계광장에는 보행이 불가능할 정도로 인원이 몰렸음에도 곳곳에서 마스크를 내리고 음식을 나눠 먹거나 담배를 피우는 모습이 보였다. 시민들은 불편을 호소했다. 이날 약속 때문에 청계광장을 찾은 한모 씨(20)는 “태극기를 흔드는 팔에 계속 부딪치고 여러 사람과 몸이 밀착됐다. 불쾌했고 코로나19 전파도 걱정됐다”고 했다. 자녀와 함께 광화문을 찾은 양준영 씨(43·서대문구 거주)는 “최근 코로나19 일일 확진자가 17만 명을 넘을 정도로 위험한데 꼭 이렇게 모여야 하는지 의문”이라고 했다. 이날 서울 도심 다른 곳에서도 집회가 이어졌다. 보수 성향의 일파만파애국자총연합 등은 이날 오후 2시부터 청계광장 맞은편인 서울 종로구 동화면세점 앞에서 ‘3·1절 애국시민 시국대회’를 열었다. 집회를 마치고는 약 500명 규모의 행진을 진행했다. 3·1절 관련 집회도 이어졌다. 정의기억연대 등은 서울 종로구 수송동 평화의 소녀상 앞에서 ‘3·1운동 103주년 민족자주대회’를 열고 일본 역사 왜곡, 방사능 오염수 방류 추진 등을 규탄했다.조응형 기자 yesbro@donga.com송진호 기자 jino@donga.com이승우 기자 suwoong2@donga.com}
“며칠 사이에 또 기준이 달라졌네요. 이유를 도저히 모르겠어요.” A 씨(21)는 27일 정부의 오락가락 방역 지침에 분통을 터뜨렸다. 그의 동생은 25일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확진 판정을 받았다. 백신 2차 접종 후 90일이 지난 A 씨는 자가격리 대상자여서 다음 달 2일까지 집 밖에 나갈 수 없는 처지였다. 그런데 다음 달 1일부터 시행되는 정부의 새 동거가족 격리 기준이 소급 적용되며 격리가 28일까지로 줄었다. A 씨는 “정부가 새 기준을 4일만 일찍 적용했다면 아예 격리 없이 수동감시 대상이 됐을 것”이라고 했다. 자주 바뀌는 정부 지침으로 시민들의 혼선이 끊이지 않고 있다. 정부의 격리기준 완화조치에 따라 다음 달 1일부터 확진자 동거가족은 백신 접종 여부에 관계없이 3일 내 유전자증폭(PCR) 검사를 받고 음성 판정을 받으면 수동 감시 대상이 된다. 일각에선 밀접 접촉자인 동거가족의 격리를 지나치게 완화해 코로나19가 더 확산될 것이란 우려도 나온다. 확진 판정을 받은 최모 씨(50)는 “어제까지 자녀가 음성 판정을 받아 1일부터 정상적인 생활을 기대했는데 오늘 자녀가 열이 나 PCR 검사를 받으러 갔다”며 “가족끼리는 생활 반경이 겹쳐 언제 양성으로 바뀔지 모르는데 방역 지침이 완화되면 확진자가 폭증할 것 같다”고 했다.유채연 기자 ycy@donga.com이승우 기자 suwoong2@donga.com}
정부가 연일 현재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방역 상황이 낙관적이라는 메시지를 내놓으면서 시민들의 방역 의식을 흔들고 있다. 방역당국은 최근 코로나19를 풍토병 수준으로 언급하며 ‘출구의 초입’에 있다고 한 데 이어 23일에는 ‘확진자 폭증이 중장기적으로는 긍정적 요인’이라고 했다. 정부가 동선 추적 등 각종 방역 정책을 완화한 상황에서 연일 이런 메시지를 내자 시민들은 ‘오미크론 변이’를 대수롭지 않게 여기며 방역 긴장감을 푸는 분위기다. 코로나19 하루 신규 확진자가 17만 명을 넘어선 23일에도 도심 다중이용시설에선 방역에 신경 쓰는 모습을 찾기 어려웠다. 점심시간대 서울 중구의 한 카페는 손님 50여 명이 들어차 빈자리가 없을 정도로 북적였다. 그러나 음료를 마신 뒤 다시 마스크를 쓰고 대화하는 사람은 손에 꼽을 정도였다. 직장인 강모 씨(34)는 “정부도 코로나19를 풍토병처럼 다룬다는데 두려워할 필요는 없을 것 같다”고 말했다. 서울 종로구 익선동의 한 식당은 문을 열기 전부터 긴 줄이 이어졌다. 대기 명부에 이름을 올린 사람이 62명, 식당 앞에 서서 기다리는 사람만 33명이었다. 모두 밀집한 채 기본 방역수칙인 ‘2m 거리 두기’는 사라진 모습이었다. 서울시청 인근 카페에서 친구들과 대화하던 대학생 이성재 씨(26)는 “요즘은 방역수칙을 지켜도 코로나19에 걸리고 안 지켜도 걸리는 것 같다”고 했다. 직장인 김모 씨(42)는 “지난해에 일일 확진자가 수백 명씩 나왔을 때는 사람들이 외출을 자제했는데 지금은 10만 명이 넘어도 긴장감이 안 느껴진다”고 말했다. 의료계에서는 코로나19를 풍토병으로 보기엔 이르다는 지적이 나온다. 김탁 순천향대 감염내과 교수는 “코로나19 엔데믹화를 논하기 위해서는 감염병 대응 역량을 확충할 중장기 계획부터 필요하다”고 말했다. 김우주 고려대 구로병원 감염내과 교수는 “코로나19는 백신 효과가 6개월을 가지 못하고, 먹는 치료제도 아직 범용화되지 않았다”며 “사망자가 본격적으로 늘 수 있어 ‘출구의 초입’이 아니라 ‘아비규환의 초입’”이라고 말했다. 의료 대란에 대한 우려도 커지고 있다. 엄중식 가천대 길병원 감염내과 교수는 “델타 유행 때 우리 병원에서 중환자를 많으면 23명까지 봤는데, 지금 벌써 19명이 입원해 당시에 육박하고 있다”고 전했다.이지윤 기자 asap@donga.com김기윤 기자 pep@donga.com이승우 기자 suwoong2@donga.com}

“정부가 신종 코로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확진자 동선 추적도 제대로 안 하는데 QR코드를 꼭 찍어야 하나요?” 15일 낮 12시경 서울 강동구의 한 매운탕 식당을 찾은 중장년 남성 4명이 점주인 강정윤 씨(60)에게 투덜거렸다. 이들은 강 씨가 “방역지침이라 어쩔 수 없다”며 되풀이해 부탁하자 마지못해 QR코드를 찍고 입장했다. 가게를 찾은 다른 손님들도 “하루 확진자가 5만 명 넘게 나오는데 QR코드가 무슨 의미가 있느냐” “어차피 방역 규제를 완화할 건데 방역패스(접종증명·음성확인제) 인증을 왜 하느냐”고 한마디씩 했다. 강 씨는 “번거롭다는 손님들의 불만이 최근 크게 늘었다”며 “QR체크인을 통한 출입명부 작성은 당장 없애야 한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최근 정부가 확진자 폭증에 따라 ‘셀프 역학조사’ 및 ‘셀프 치료’ 방식을 도입하면서 ‘출입명부 무용론’도 확산되고 있다. 실제로 최근 식당과 카페 등에서는 출입명부 작성을 둘러싼 점주와 손님 사이의 실랑이가 크게 늘었다고 한다. 서울 강동구에서 족발집을 운영하는 한동희 씨(58)는 “식당에서 같이 밥을 먹은 사람도 (백신 접종 완료자면) 격리를 안 하는데 QR체크인이 무슨 의미가 있느냐는 의견이 많다”며 “조만간 하루 확진자 10만 명을 넘는다는데 그렇게 되면 당국이 지금보다 더 관리를 못할 것 같다”고 했다. 14일 정은경 질병관리청장이 ‘전자출입명부 중단은 검토 중이지만 방역패스는 필요하다’고 말한 것을 두고선 ‘도대체 뭐가 달라지는 거냐’는 불만이 나온다. 서울 송파구에서 호프집을 운영하는 사장 공신 씨(40)는 “(출입명부용) QR코드를 없앤다면서 방역패스는 유지한다는 게 무슨 말장난인지 모르겠다”며 “방역패스를 유지하면 어차피 QR코드나 접종증명서를 확인해야 하기 때문에 자영업자로서는 달라질 게 없다”고 했다. 반면 방역패스 폐지에 신중한 자영업자도 일부 있었다. 서울 서대문구에서 식당을 운영하는 이모 씨(49)는 “가게를 다녀간 손님 중 확진자가 나오면 영업에 타격을 입을까 봐 불안하다”며 방역패스 유지론에 힘을 실었다. 자영업자들은 출입명부 작성이나 방역패스 폐지보다 사적 모임 인원 및 영업시간 제한을 완화하는 것이 더 시급하다고 입을 모았다. 족발집 사장 한 씨는 “자영업자들이 가장 힘들어하는 부분은 영업시간 제한”이라고 강조했다.이승우 기자 suwoong2@donga.com김윤이 기자 yunik@donga.com}

“정부가 신종 코로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확진자 동선 추적도 제대로 안하는데, QR코드를 꼭 찍어야 하나요?” 15일 낮 12시경 서울 강동구의 한 매운탕 식당을 찾은 중장년 남성 4명이 점주인 강정윤 씨(60)에게 투덜거렸다. 이들은 강 씨가 “방역지침이라 어쩔 수 없다”며 되풀이해 부탁하자 마지못해 QR코드를 찍고 입장했다. 가게를 찾은 다른 손님들도 “하루 확진자가 5만 명 넘게 나오는데 QR코드가 무슨 의미가 있느냐”, “어차피 방역 규제를 완화할 건데 방역패스(접종증명·음성확인제) 인증을 왜 하느냐”고 한 마디씩 했다. 강 씨는 “번거롭다는 손님들 불만이 최근 크게 늘었다”며 “QR체크인을 통한 출입명부 작성은 당장 없애야 한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최근 정부가 확진자 폭증에 따라 ‘셀프 역학조사’ 및 ‘셀프 치료’ 방식을 도입하면서 ‘출입명부 무용론’도 확산되고 있다. 실제로 최근 식당과 카페 등에서는 출입명부 작성을 둘러싼 점주와 손님 사이의 실랑이가 크게 늘었다고 한다. 서울 강동구에서 족발집을 운영하는 한동희 씨(58)는 “식당에서 같이 밥을 먹은 사람도 (백신 접종 완료자면) 격리를 안하는데 QR체크인이 무슨 의미가 있느냐는 의견이 많다”며 “조만간 하루 확진자 10만 명을 넘는다는데 그렇게 되면 당국이 지금보다 더 관리를 못할 것 같다”고 했다. 일부 자영업자 사이에서는 ‘방역패스 폐지론’도 나온다. 서울 용산구에서 술집을 운영하는 김영규 씨(43)는 “접종자 QR코드를 도용하는 미접종자가 있어도 가려내지 못하는 상황 아니냐”며 “굳이 접종 여부를 확인할 필요가 없다”고 했다. 14일 정은경 질병관리청장이 ‘전자출입명부 중단은 검토 중이지만 방역패스는 필요하다’고 말한 것을 두고선 ‘도대체 뭐가 달라지는 거냐’는 불만이 나온다. 서울 송파구에서 호프집을 운영하는 사장 공신 씨(40)는 “(출입명부용) QR코드를 없앤다면서 방역패스는 유지한다는 게 무슨 말장난인지 모르겠다”며 “방역패스를 유지하면 어차피 QR코드나 접종 증명서를 확인해야하기 때문에 자영업자로서는 달라질 게 없다”고 했다. 반면 방역패스 폐지에 신중한 자영업자도 일부 있었다. 서울 서대문구에서 식당을 운영하는 이모 씨(49)는 “가게를 다녀간 손님 중 확진자가 나오면 영업에 타격을 입을까봐 불안하다”며 방역패스 유지론에 힘을 실었다. 자영업자들은 출입명부 작성이나 방역패스 폐지보다 사적 모임 인원 및 영업시간 제한을 완화하는 것이 더 시급하다고 입을 모았다. 족발집 사장 한동희 씨는 “자영업자들이 가장 힘들어하는 부분은 영업시간 제한”이라고 강조했다. 이승우 기자 suwoong2@donga.com}
11일 광주 서구 화정아이파크 붕괴 사고로 근로자 6명이 실종된 가운데 수색 사흘째인 13일 실종자 1명이 발견됐다. 하지만 붕괴된 건물 구조물 더미에 매몰돼 있어 신원 확인을 하지 못했고, 구조 작업도 난항을 겪고 있다. 소방 당국은 투입 인력을 교대하며 야간 수색을 이어갔다. 이날 오전 9시 반, 15시간 30분 만에 수색을 재개한 소방당국은 오전 11시 14분경 사고가 난 건물 지하 1층 계단 난간에서 실종자 1명을 발견했다. 이곳은 구조대원들이 전날에도 수색했지만 실종자를 발견하지 못한 장소다. 구조대는 이날 내시경 카메라와 유사한 탐색 장비로 수색한 끝에 실종자를 찾아냈다. 하지만 실종자가 잔해 더미 속에 묻혀 있다 보니 즉각 구조에 나서지 못하는 상황이 이어졌다. 문희준 광주 서부소방서장은 “콘크리트 잔해가 많아 사람의 힘만으로는 진입하기 어렵다”며 “낙하물이 떨어진 도로를 정비하고 진입로가 확보되면 중장비를 투입할 것”이라고 밝혔다. 또 “실종자가 발견된 지하 1층을 중심으로 하되 다른 층도 계속 수색 중”이라며 “주야간 조를 교대하며 끊기지 않고 수색을 이어가겠다”고 밝혔다. 실종자 가족 12명은 오후 4시 반경 소방당국 안내로 실종자가 매립된 현장 인근을 둘러봤다. 실종자의 조카 A 씨는 “사흘째 기다리기만 하며 너무 답답했는데 직접 들어가서 보니 위험해 보이긴 했다. 아무리 급해도 안전이 최우선이니…”라며 말을 잇지 못했다. 사고 발생 후 처음으로 야간 수색이 진행되면서 실종자 가족들은 종일 현장에서 눈을 떼지 못했다. 실종자 가족 측 임시 대표인 안정호 씨(45)는 어두운 표정으로 “폴리스라인과 20m밖에 안 떨어져 있는데, 체감상 200km는 넘는 것 같다”고 탄식했다. 정오 무렵부터 조금씩 내리기 시작한 눈이 점점 굵어지자 일부는 한숨을 쉬기도 했다. 소방당국은 이날 수색에 85명의 구조대원을 투입했다. 무인굴착기, 드론, 여진탐지기, 음향탐지기, 열화상 카메라 등도 총동원했다. 투입한 구조견도 전날 6마리에서 10마리로 늘렸다. 민간 구조견 전문가들로 구성된 한국인명구조견협회는 광주소방본부에 “수색을 돕겠다”는 의사를 전했다.광주=이기욱 기자 71wook@donga.com광주=전혜진 기자 sunrise@donga.com광주=이승우 기자 suwoong2@donga.com}

광주 서구 화정아이파크 외벽 붕괴 사고 현장에서 12일 실종 근로자 6명을 찾기 위한 수색 작업이 재개됐지만 6시간 40분 만에 성과 없이 끝났다. 수사당국은 합동수사본부를 구성해 사고 원인 규명에 착수했고, 광주시는 시공사인 HDC현대산업개발의 광주지역 현장 전체에 대한 공사 중지 명령을 내렸다. 광주 서부소방서는 12일 오전 전문가 안전진단을 거친 뒤 오전 11시 20분 구조견 6마리와 ‘핸들러’(구조견 관리사)를 투입해 수색 작업을 재개했다. 전날 오후 8시 2차 붕괴 우려 등으로 수색 작업을 중단한 지 15시간 20분 만이다. 전문가들과 소방당국은 소방관 154명, 차량 33대, 열영상 탐지기, 드론 등 각종 장비를 투입해 오후 6시까지 수색을 진행했다. 이날 오후 일부 수색견이 26∼28층 구간에서 특이 반응을 보여 해당 지역을 집중 수색했지만 실종자를 발견하진 못했다. 소방당국은 “안전을 감안해 야간 수색은 하지 않기로 했다”고 밝혔다. 국토교통부 등의 조사 결과 붕괴된 곳은 201동 23∼39층의 서쪽 발코니 부분으로 확인됐다. 실종자 6명은 사고 직전 28∼34층에서 일했는데 사고 층에 매몰됐을 가능성이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하지만 매몰 지점에는 아직 접근이 어려운 상황이다. 국토부 등은 콘크리트 타설(거푸집에 콘크리트를 부어넣는 작업) 도중 거푸집이 무너지면서 외벽이 붕괴해 발생한 ‘인재(人災)’일 가능성에 무게를 두고 있다. 특히 “공기를 단축시키려고 서둘러 층을 올린 것 같다”는 증언이 나오는 등 부실시공 의혹도 제기된다. 하지만 현대산업개발 측은 “충분한 양생(콘크리트가 완전히 굳을 때까지 보호하는 작업) 기간을 거쳤다”며 이를 부인했다. 그 밖에 강풍 등으로 타워크레인이 외벽과 충돌하며 균열이 생겼을 가능성도 거론된다. 한편 문재인 대통령은 이날 참모들과의 회의에서 “최근 잇따른 안전사고의 근본적인 원인을 철저히 조사하라”며 “사전 예방과 재발 방지를 위한 안전대책 강화 등 후속 조치에 만전을 기하라”고 지시했다. 이에 따라 12일 광주지검 광주경찰청 광주지방고용노동청을 중심으로 합동수사본부가 구성됐고, 광주경찰청은 현장소장 이모 씨(49)를 업무상과실치상 혐의로 입건했다. 또 고용노동부는 현대산업개발 전국 주요 공사 현장에 대한 특별근로감독에 착수했다. 광주 신축 아파트 외벽 왜 무너졌나 콘크리트 양생 불량 가능성… ‘무량판 구조’ 탓 우르르 무너졌나근로자 6명이 실종된 광주 서구 화정아이파크 붕괴 사고는 전형적인 후진국형 사고로 공사기간 단축을 위한 무리한 공사 강행과 콘크리트 양생(콘크리트가 완전히 굳을 때까지 보호하는 작업) 불량 등 부실 공사가 원인으로 추정된다. 시공사인 HDC현대산업개발 측은 “안전규정을 모두 지켰다”는 입장이지만 “강풍과 강추위에도 무리하게 공사를 진행했다”는 증언이 속속 나오고 있다.○ “콘크리트 양생 불량” 가능성11일 오후 3시 46분. 화정아이파크 201동 39층 공사 현장에 있던 근로자 A 씨는 ‘쩍’ 하는 굉음을 들었다. A 씨는 이날 오전 10시 반부터 낮 12시까지 1시간 반 동안 타설(거푸집에 콘크리트를 부어 넣는 작업)을 한 뒤 시멘트를 온풍기로 말리고 외벽을 비닐로 덮는 양생 작업 중이었다. 굉음이 발생한 지 1분 후 39층 서쪽 외벽이 붕괴하기 시작하더니 순식간에 23층까지 무너졌다. 반대편에 있던 A 씨는 천만다행으로 목숨을 건졌다. 붕괴 당시 상황을 분석한 전문가들은 사고 원인이 ‘콘크리트 양생 불량’일 가능성이 크다고 지적했다. 사고 당일 39층 꼭대기 층에서 새로 콘크리트를 부어 넣었는데 벽은 남아있고 바닥이 무너지며 붕괴로 이어졌다는 것이다. 통상 건설업계는 아파트 한 층을 올리는 데 최소 7일에서 10일이 걸린다고 본다. 추운 겨울철에는 콘크리트가 얼면서 양생이 제대로 안될 수 있어 더 가열, 보온을 하며 작업한다. 양생은 콘크리트 작업에서 강도를 결정하는 가장 중요한 과정이지만 공사기간을 줄이려고 부실시공을 했을 가능성도 제기된다. 홍성걸 서울대 건축공학과 교수는 “콘크리트 강도가 100이라고 하면 일단 70∼80이 될 때까지 기다렸다가 다음 작업을 해야 한다”며 “양생 과정을 정상적으로 거치지 않았을 가능성이 있다”고 지적했다. 한 건설사 안전 담당 임원도 “상층부 거푸집을 고정할 때 하층부 천장 부분과 연결하는데, 콘크리트가 다 마르지 않은 상태에서 거푸집을 고정하고 타설 작업을 진행했을 수 있다”고 했다. 이날 공사 현장에 몰아친 강풍과 추위가 붕괴에 영향을 줬을 거란 분석도 나온다. 강풍으로 거푸집 고정 장치 등이 뽑히면서 충격이 발생해 외벽이 무너졌을 가능성이 있다는 것이다. 사고 당시 광주지역의 체감온도는 영하 1.8도였고 강풍이 불었다. 붕괴가 시작된 39층은 높이 119m로 지상보다 기온이 낮고 바람은 거세다. 안형준 전 건국대 건축대학장은 “건물을 높이 지으면 모서리에 하중이 집중된다”며 “(강풍으로) 모서리 쪽 거푸집이 제대로 고정되지 않은 상태에서 건물과 연결된 타워크레인의 무게 때문에 사고가 발생했을 수 있다”고 했다. 건설업계 관계자는 “강추위와 강풍이 밀어닥치면 가급적 타설 작업을 하지 않는 것이 관행”이라고 했다. 광주 서구 관계자도 “공사기간 단축을 위해 작업시간을 지키지 않고 무리하게 공사를 강행했을 가능성이 있다”고 말했다. 이에 대해 현대산업개발은 “사고가 발생한 201동의 경우 타설 후 12∼18일의 양생 기간을 거쳤다. 필요한 강도가 확보되기에 충분한 기간”이라며 “공기는 예정보다 빨라 무리하게 단축할 필요가 없었다”고 반박했다.○ ‘무량판 구조’가 사고 키웠나국토교통부 등은 1차적인 사고 원인을 갱폼(외벽 거푸집) 붕괴로 추정하고 있다. 갱폼이 무너지면서 아파트 외벽이 버티지 못하고 연이어 무너졌다는 것. 특히 건설업계에선 이 아파트가 ‘무량판 구조’로 지어진 것도 사고 규모를 키웠다는 분석이 나온다. 무량판 구조 건물은 기둥과 슬래브만으로 건축된다. 하중을 수평으로 지탱하는 보가 없다 보니 39층부터 23층까지 16개 층이 한꺼번에 무너지는 ‘도미노 붕괴’가 발생했다는 것이다. 외부 충격이 붕괴를 촉발했을 가능성도 거론된다. 붕괴 당시 강풍이 불어 크레인이 흔들리다가 외벽과 충돌했고 이후 39층 옥상에 쌓여 있던 철근, 벽돌의 무게 때문에 대규모 붕괴로 이어졌을 수 있다는 것이다. 광주=이형주 기자 peneye09@donga.com광주=이승우 기자 suwoong2@donga.com박창규 기자 kyu@donga.com 광주=전혜진 기자 sunrise@donga.com최동수 기자 firefly@donga.com}

“부디 살아만 계세요… 제발 돌아만 오세요….” 광주 서구 화정아이파크 외벽 붕괴 사고 현장에서 실종된 근로자 6명의 가족들은 12일 사랑하는 가족의 무사 귀환을 간절히 빌며 현장을 떠나지 못했다. 폴리스라인으로 출입이 통제된 사고 현장을 바라보며 눈물만 훔치는 모습도 보였다. 실종자 김모 씨(56)의 친척은 동아일보 기자와 만나 “동서(실종자 아내)가 식음을 전폐하고 쓰러지기 일보 직전”이라고 했다.○ “꿈에도 몰랐다”오후 6시경 소방당국은 실종자 가족들을 대상으로 드론이 촬영한 현장 영상을 실시간으로 보여줬는데, 가족 일부는 차마 볼 수 없다는 듯 두 손으로 얼굴을 감싸 쥐고 고개를 숙였다. 실종자 김모 씨(66)의 아들은 “지난주까지도 아버지와 통화했는데 광주에서 일하신다고만 들었지, 이런 사고가 일어날 줄은 꿈에도 몰랐다. 공사 현장에서 일하시느라 전국을 돌아다니셔서 자주 못 뵈었다”며 눈시울을 적셨다. 실종자의 조카라고 밝힌 박모 씨(34)는 “(이모부가) 가족을 위해 주말에도 일을 나가시며 바쁘게 지내셨다”면서 “딸과 엄마(실종자 아내)가 현장에 와 있는데 말을 잇지 못할 정도로 힘들어한다”고 전했다.○ “불이라도 비춰 달라”전날 오후 사고 소식을 듣고 황급히 현장을 찾은 실종자 가족들은 강추위 속에 비닐 천막과 전기난로에 의지한 채 뜬눈으로 밤을 지새웠다. 일부는 “현장 관계자들의 구조 상황 설명이 제대로 이뤄지지 않았다”며 분통을 터뜨렸다. 12일 오전 1시 반경 시공사인 현대산업개발 유병규 대표가 현장을 찾자 실종자 가족들은 불이 꺼져 어두컴컴한 공사 현장을 가리키며 “이 추위 속에서 (실종자가) 기절해 있다가 깨어나기라도 했다면 얼마나 절망스럽겠느냐”며 울분을 토했다. 또 “살아있다면 희망이라도 가질 수 있게, 제발 공사장에 불빛이라도 비춰 달라”고 했지만 결국 받아들여지지 않았다. 추가 붕괴 우려로 수색 및 구조 활동이 지연되는 것을 두고도 안타까움을 감추지 못했다. 한 실종자 가족은 “저기(공사장)에 살아있을지도 모르는데 하고 있는 것이 아무것도 없다니 납득할 수 없다”며 “직접 수색 안 할 거면 나라도 들여보내 달라. 내가 직접 찾아보겠다”고 소리를 높이기도 했다.○ 인근 상인들도 수년째 문제 제기사고 현장 인근 주민과 상인들은 아파트 건축 공사가 시작된 2020년부터 공사장이 위험하다는 민원을 여러 차례 제기해 왔다고 했다. 홍석선 ‘아이파크 피해대책위’ 위원장은 이날 동아일보와의 통화에서 “시공사는 날씨가 춥고 비가 오는 등 공사를 하지 말아야 할 상황에서도 공사를 강행했다”며 “사고 전에도 콘크리트 덩어리가 주변으로 떨어져 민원을 넣었고, 사고 당일에도 외벽에서 가루가 계속 떨어졌다”고 했다. 공사 현장 인근에서 모텔을 운영하는 박태주 씨(58)는 “20년 동안 끄떡없던 건물이 아파트 공사가 시작되고 갈라지고 벽에 금이 가기 시작했다”며 “구청과 시공사 측에 몇 번이고 민원을 넣어도 돌아오는 건 법적으로 문제가 없다는 말뿐이었다”고 했다. 지난해 6월 학동 철거 건물 붕괴 사고에 이어 이번 사고까지 발생하면서 불안감을 감추지 못하는 광주시민들도 적지 않다. 조선대 건축과 대학생 이상훈 씨(26)는 “학동에서 사고가 난 지 6개월여밖에 안 됐는데 또 사고가 벌어졌다”면서 “하나도 바뀐 게 없는 것 같다”고 했다. 학동 붕괴 사고로 고교생 아들을 잃은 아버지 A 씨는 이날 직접 화정아이파크 현장을 찾았다. A 씨는 “지난 사고 이후 현대산업개발 사장이 유족을 찾아 진정성 있게 사과한 적도 없었다”며 “다시 이런 일이 되풀이되면 절대 안 된다”고 강조했다.광주=박종민 기자 blick@donga.com광주=전혜진 기자 sunrise@donga.com광주=이승우 기자 suwoong2@donga.com}

《종이 신문을 가위로 스크랩하고 LP 음반을 수집하는가 하면 필름 카메라로 사진을 찍어 인화한다. 부모 세대가 아닌 요즘 2030세대의 이야기다. ‘오래된 것’의 가치를 재발견하는 재미에 푹 빠진 청년들의 모습을 들여다봤다.》아날로그 감성에 푹 빠진 2030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 인스타그램의 ‘6DP(6days.paper)’ 계정에는 가위로 오려낸 여러 신문 기사 사진이 가득하다. 사진 속 신문의 기사 문장이나 칼럼 구절에는 여러 색깔의 형광펜으로 밑줄이 그어져 있고, 각종 이모티콘도 붙어있다. 인상 깊은 문장이나 글귀는 따로 적어놓기도 한다. 언뜻 봐선 정체를 알기 힘든 이 계정의 팔로어는 7일 기준 약 1만5600명. 지난해 5월 계정을 개설한 뒤 7개월여 만에 급성장했다. 가장 인기를 끈 게시물의 조회수는 약 10만 회다. 개인의 공부 내용을 기록하는 용도로 유행했던 ‘공스타그램’(공부+인스타그램)처럼 보이기도 하지만 사실 이 계정은 ‘신스타그램’(신문+인스타그램)이다. 주 6일 발간되는 일간지 중 8개(동아일보 경향신문 매일경제 조선일보 중앙일보 한겨레 한국경제 한국일보)의 기사를 요약하고 스크랩한 것이 이 계정의 주요 게시물이다. 젊은층이 신문을 멀리한다는 통념과 달리 이 계정 팔로어의 80.3%가 18∼34세다. 주로 ‘2030세대’인 것이다. 팔로어들은 24시간 동안만 나타났다 사라지는 ‘스토리’ 형태의 게시물이 올라오면 이를 놓치지 않고 자신의 계정에 공유했다. 게시글에 “종이 신문이 이렇게 재밌는 줄 몰랐다”는 감상과 댓글을 남기며 열광적으로 반응하는 이들이 적지 않다. 2030세대가 오래된 것의 장점을 재발견하는 ‘역주행’을 즐기고 있다. 음원 스트리밍 서비스 대신 LP판을 즐기고, 전자책 대신 종이책을 집어 든다. 스마트폰 카메라 대신 필름 카메라를 찾기도 한다. 익숙함이나 편리함 대신 직접 만지고 소유할 수 있는 ‘물성(物性)’을 중시하고, 옛것을 현대적으로 재해석하는 것. 지금은 찾기 어려운 감성을 발견하는 재미도 2030세대를 역주행 열풍으로 이끄는 요인이다.○ 밑줄 치며 신문 열독하는 ‘2030’“다른 사람은 어떤 기사를 재밌게 읽었는지 알게 되는 재미가 있어요. 신문 지면을 손으로 만져보고 싶은 생각이 들어요.” “포털 사이트 기사만 보다가 ‘6DP’에 올라오는 기사를 보니 신선하고 좋아요. ‘이런 게 신문 기사였지…’ 하고 새삼 신문 읽던 기억이 나요.” 인스타그램 ‘6DP’ 팔로어들이 이 계정에 보내는 반응이다. 이 계정을 운영하는 진예정 씨(31)는 한 방송사의 라디오 PD다. 진 씨도 댓글을 남긴 팔로어처럼 지난날 신문의 매력에 빠졌던 이들 중 한 명이다. 30대가 되고 직장 생활을 하던 진 씨에게 갑자기 슬럼프가 찾아왔다. 이를 극복하기 위한 돌파구를 찾던 진 씨는 불현듯 20대 초반 자신에게 ‘영감을 주는 매체’였던 종이 신문을 떠올렸다. 그리고 다시 신문을 읽어 보기로 했다. 처음에는 지인, 친구들만 볼 수 있는 개인 계정에 자신이 읽은 신문 기사 관련 게시글과 감상을 짧게 올렸다. 그런데 주변 반응이 뜨거웠다. 예상치 못했던 반응이었다. 진 씨는 자신처럼 종이 신문을 좋아하는 젊은 세대가 있음을 실감했다. 신문 읽기 ‘역주행’의 수요가 예상보다 많을 수 있다고 느낀 진 씨는 곧 ‘6DP’ 계정을 개설했다. 지금은 1만5600여 명의 팔로어와 함께 신문을 읽는다. 진 씨는 “신문을 읽으면, 입맛에 맞는 정보만 제공해 이용자를 편협한 시각에 갇히게 하는 ‘필터 버블’에서 빠져나올 수 있었다”며 “사진과 캡션(사진설명), 제목 등 지면을 구성하는 여러 요소에 집중해 콘텐츠를 하나하나 곱씹을 수 있는 것이 신문의 매력”이라고 기자에게 말했다. “신문은 매력적인 읽을거리가 빼곡한 매체입니다. 손으로 직접 종이 신문을 넘기고, 밑줄을 치며 읽으면 그 콘텐츠를 ‘씹어 넘기고 있다’고 저절로 느껴져요. 앞으로 더 많은 팔로어들께 제가 느낀 재미와 매력을 전할 수 있다면 좋겠어요.”(진 씨) 대학생 강지수 씨(24)는 ‘6DP’ 계정 덕분에 신문 읽기에 새롭게 눈을 떴다. 그는 “포털 사이트를 통해 기사를 읽으면 별 생각 없이 화면 스크롤만 내리면서 텍스트를 보게 된다”며 “지면 기사를 읽으면 기사 배치와 편집을 확인할 수 있고, 정보를 오래 기억할 수 있는 장점이 있다”고 말했다. 대학생 이수연 씨(24)는 ‘6DP’ 계정 콘텐츠를 즐기다가 다음 달부터는 자신도 신문을 구독하기로 했다. 이 씨는 “지면과 소통하는 느낌이 좋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직장인 김모 씨(25)는 “이 계정을 발견하고 어린 시절 신문 활용 교육(NIE·Newspaper In Education)을 하며 오려 붙이던 신문 지면을 떠올렸다. 원래 집에서 아버지만 신문을 보셨는데 한 달 전부터는 제가 가장 먼저 신문을 꺼내 읽는다”고 했다. 이 계정의 한 팔로어는 “인스타그램 사용자들에게 종이 신문의 매력을 알리는 계정을 만들어줘 정말 감사하다”는 댓글을 남겼다.○ ‘오래된 것’의 고유한 재미 2030세대 사이에서 LP판의 인기도 만만치 않다. 프리랜서로 일하는 김애림 씨(35)는 LP 음반 수집가다. 음원 스트리밍 사이트에서 월 1만 원 정도를 내면 전 세계의 다양한 인기 음악을 자유롭게 들을 수 있지만, 김 씨는 수십만 원을 들여 턴테이블을 마련하고 LP판을 구매해 음악을 즐긴다. 김 씨는 “단순히 음악 감상이라고만 생각하면 LP 음반을 통한 청음이 비싸다고 느껴질 수 있지만 LP는 음악을 듣기까지의 매 순간이 가치 있는 과정이 된다”고 말했다. 김 씨는 “문득 음악이 필요한 순간에 앨범을 하나하나 만지며 고르는 과정의 설렘, LP판을 조심스럽게 꺼낼 때 느껴지는 소중함이 좋다”고 했다. LP 음반을 수집하는 양모 씨(30)도 “LP 음반은 가격도 만만치 않고, 한 판에 수록된 곡의 수도 한정돼 있기 때문에 정말 좋아하는 가수의 앨범을 신중하게 고를 수밖에 없다”며 “‘최애’ 가수의 소중한 LP 음반을 직접 만지고 소장하는 기쁨을 느낄 수 있다”고 말했다. LP판을 턴테이블에 올리고 바늘을 내려놓을 때 들리는 ‘치직’ 소리도 이들이 꼽는 LP의 매력이다. 실제 LP판을 찾는 젊은층은 꾸준히 증가하고 있다. 예스24에 따르면 LP 상품 구매자 중 20대와 30대를 더한 비율은 2019년 27%에서 2021년 40.8%로 크게 늘었다. 2017년 문을 연 국내 유일 LP판 제작업체 ‘마장뮤직앤픽처스’ 관계자는 “지난해 주문량이 2020년에 비해 2.5배가량으로 늘었다”면서 “최근 공장 가동 시간을 늘렸다”고 했다. 현대카드가 운영하는 음반 판매점 ‘바이닐앤플라스틱’ 관계자는 “매장 방문 고객 중 젊은층이 많아 최신 인기 아티스트들의 한정판 음반을 만들어 선착순 판매하는 서비스도 운영하고 있다”고 했다. LP 음반을 찾는 고객의 연령대가 낮아지면서 이들의 감성에 맞춰 디자인된 상품도 나오고 있다. LP판은 검은색이라는 통념을 깨고 흰색, 빨간색, 파란색 등 다양한 색상으로 제작돼 젊은 세대의 소장 욕구를 자극하는 LP판이 제작되고 있다. 이른바 ‘컬러반’이다. 흩뿌린 듯한 무늬가 인쇄된 ‘스플래터’를 비롯해 다양한 디자인의 LP판이 시험 제작되기도 한다. 방탄소년단(BTS), 블랙핑크, 데이식스 등 인기 아이돌 가수들도 팬들을 위해 LP 앨범을 출시했다. 한 대형기획사 관계자는 “젊은층의 팬들에게 다양한 음악적 경험을 제공하기 위해 LP 음반 발매를 꾸준히 병행하고 있다”고 했다. 사라지던 필름 카메라도 젊은층에게 다시 ‘핫한’ 아이템이 됐다. 4일 서울 중구에 있는 필름 카메라 숍 ‘필름로그’는 이날 오후 약 1시간 동안 매장을 찾은 손님 8명이 모두 20대였다. 배상인 필름로그 팀장은 “매장을 찾는 손님의 90%가 2030세대”라며 “이 연령대 손님들은 저렴한 일회용 카메라나 이를 재활용해 만든 ‘업사이클링 카메라’를 많이 찾는다”고 말했다. 이 매장처럼 필름 카메라를 판매하면서 사진관처럼 현상도 해주는 가게들이 늘고 있다고 한다.○ 부모 세대와 교감 매개 이처럼 오래된 물품을 찾는 젊은 세대의 특징 중 하나는 ‘물성’을 즐긴다는 것이다. 물질이 가지고 있는 성질이라는 뜻의 물성은 최근 몇 년 사이 이어지는 ‘역주행’ 열풍을 설명할 수 있는 핵심 단어다. 콘텐츠를 디지털 방식으로 소비하는 대신 아날로그 매체를 통해 보다 밀접하게 손으로 느끼고 만지며 향유하는 트렌드를 설명해 준다. 대학생 박민영 씨(25)는 지난해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대유행으로 도서관 이용이 어려워지면서 전자책을 자주 이용했다. 하지만 3개월 뒤 다시 종이책을 꺼내들었다. 박 씨는 “전자책을 읽고 나서야 내가 종이책 페이지를 넘기는 느낌 자체를 좋아한다는 것을 깨달았다”고 말했다. 김윤태 고려대 사회학과 교수는 “디지털 콘텐츠는 손쉽게 복제가 가능하다는 점에서 혼자 향유한다는 감각을 갖기 어렵다”며 “디지털 콘텐츠가 범람할수록 ‘원본’에 대한 욕구와 갈망이 커지고, 디지털 세계에서 느낄 수 없는 ‘촉각’ 같은 실재하는 감각도 중시된다”고 말했다. 이어 김 교수는 “젊은 세대가 비교적 쉽게 접할 수 있는 책, 음악 등 특수한 콘텐츠 영역에서 ‘물성’을 느끼고 싶은 욕망이 나타나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이 같은 유행은 부모 세대와 손쉽게 소통하는 계기가 되기도 한다. 대학생 신명길 씨(24)는 아버지를 따라 취미로 LP 음반 수집을 시작했다. LP 애호가인 아버지가 오래된 재즈 LP 음반을 2017년 신 씨에게 선물하면서부터다. 신 씨는 아버지에게 LP판 관리 방법 등에 대한 조언을 자주 구한다고 했다. 신 씨는 “본격적으로 LP 문화에 관심을 가지면서부터는 부모님과 중고 LP 음반 매장을 방문하는 일이 늘었다”고 말했다. 서울 종로구에서 46년째 LP 음반 판매점 ‘서울레코드’를 운영 중인 황승수 사장은 “LP를 즐겨 듣던 부모님과 새롭게 LP를 찾게 된 2030세대가 함께 매장을 방문하는 모습도 최근 종종 보인다. LP 레코드를 통해 세대가 교감하는 모습이 즐겁다”고 말했다. 필름 카메라로 사진을 찍는 것이 취미인 이수빈 씨(26)도 마찬가지다. 우연히 필름 카메라에 관심을 갖게 이 씨는 어느 날 오래전부터 집안 구석에 놓여 있던 부모님의 필름 카메라가 떠올랐다고 했다. 이 씨는 “오래된 카메라에서 어머니가 찍어둔 필름을 발견하고 어머니와 함께 현상소에서 이 필름을 인화하는 경험을 할 수 있었다”고 했다. 신광영 중앙대 사회학과 교수는 “기성세대가 향유하던 문화를 젊은 세대가 재발견하고 함께 즐기는 건 서로 다른 세대가 소통할 수 있는 손쉬운 방법”이라며 “자연스럽게 세대 간 공감대도 커질 것”이라고 말했다. 구정우 성균관대 사회학과 교수는 “최근의 ‘뉴트로’ 유행은 옛것의 답습에 그치지 않을 것”이라며 “청년 세대는 오래된 것을 계속 혁신하고 재해석할 것”이라고 말했다.유채연 기자 ycy@donga.com이승우 기자 suwoong2@donga.com전혜진 기자 sunrise@donga.com}

화마(火魔)는 사랑하는 이들의 백년가약마저 갈라놓았다. 6일 경기 평택시 청북읍 냉동창고 신축 공사장 화재 진화 중 순직한 박수동 소방장(32)은 다음 달 결혼을 앞둔 참이었다. 함께 순직한 조우찬 소방교(26)도 같은 소방관 여자친구와 곧 가족 간 상견례를 앞두고 있었다. 단란한 가정을 꾸릴 희망에 들떠 있던 두 예비 신랑이 돌아오지 못하는 길을 떠났다. 7일 평택제일장례식장 빈소에서 만난 박 소방장의 숙부 박천군 씨(58)는 “지난주 통화할 때 ‘요즘 작은아빠를 향한 사랑이 식은 것 같다’고 농담하니, ‘여자친구가 생겨서요’라며 웃었다”고 울먹이며 말했다. 박 소방장의 여자친구는 이날도 서 있기도 힘든 몸을 가까스로 추슬러 가며 이틀째 빈소를 지켰다. 빈소에서 만난 그는 간신히 호흡을 가다듬은 뒤 한마디씩 말했다. “수많은 사고가 있었는데도 여태… 이번 일을 계기로 또 다른 아픔이 이어지지 않도록 (소방) 시스템이나 장비가 개선되기를 바랄 뿐입니다.” 구조팀 막내였던 조 소방교는 지난해 5월 소방관이 된 뒤 같은 소방서 동료 여자친구를 사귀었다. 조 소방교의 10년 친구 김정빈 씨(27)는 빈소에서 “여자친구와 2주 뒤 상견례한다고 했었는데…”라며 말을 잇지 못했다. 조 소방교는 지난해 소방관 1명이 순직한 쿠팡 물류창고 화재에도 출동했다. 김 씨는 “우찬이가 다녀와서 무척 힘들어했다”고 했다. 두 순직 소방관 모두 사람의 생명을 구하는 소방관을 천직으로 알았다. 박 소방장은 어려서부터의 꿈이 소방관이었다. 그의 외삼촌 정석 씨는 “(박 소방장이) 소방관 일에 자부심이 넘쳤다”고 한숨을 쉬며 말했다. 조 소방교의 친구 김 씨는 “우찬이가 ‘우리나라 불은 내가 다 꺼버릴 것’이라고 포부를 얘기하곤 했다”고 전했다. 이번 화재 진화 중 순직한 이형석 소방경(51)은 90대 노모를 모셨다. 속이 깊었고, 가족들이 걱정할까 봐 위험한 현장 출동 얘기는 잘 하지 않았다고 한다. 빈소에서 한참을 흐느끼던 이 소방경의 둘째 형은 “힘든 일은 속으로 삭이던 동생이었다”며 먼 곳을 바라봤다. 이 소방경과 8년간 함께 근무한 서정수 소방교는 “정말 항상 밝고 긍정적인 분이셨다”며 눈물을 흘렸다. 문재인 대통령은 이날 오전 빈소를 찾은 유영민 대통령비서실장을 통해 “투철한 책임감과 용기로 화마와 맞서다 순직하신 세 분 소방관의 명복을 빈다”고 전했다. 순직한 세 소방관의 영결식은 8일 오전 9시 30분 평택 이충문화체육센터에서 경기도청장으로 엄수된다.유족들 “구할 사람 없는 상황, 왜 진입시켰나” 소방 “작업자 남아있다고 해 진입”… 경찰, 시공-감리사 압수수색 경기 평택시 청북읍 냉동창고 신축 공사장의 화재 진화 중 순직한 소방관 3명의 유족들은 “소방당국의 현장 진입 결정이 무리했다”며 7일 사고 경위에 대한 해명을 요구했다. 순직한 이형석 소방경의 형은 이날 오전 평택 제일장례식장 빈소에서 “(창고 안에) 구할 사람이 없는 상황에서 위험한 곳에 왜 진입하도록 했는지 당국의 설명이 필요하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순직한 박수동 소방장의 작은아버지 박천군 씨는 “사고 당시 소방관의 위치를 알았을 텐데 구조가 왜 늦어졌는지 의문”이라며 분통해했다. ‘소방을 사랑하는 공무원노동조합’도 이날 성명서를 통해 “반복되는 무리한 진압 명령으로 우리는 다시 동료를 잃었다”며 “화재 진압 매뉴얼을 개정하고 대비책을 강구하라”고 주장했다. 소방당국은 “현장에 탈출한 작업자 5명 외에 추가로 작업자가 3명 더 남아 있다는 말을 듣고 수색에 나섰던 것”이라고 해명한 것으로 알려졌다. 순직 소방관에 대한 국립과학수사연구원 부검에서는 열과 질식으로 인한 사망으로 보인다는 구두소견이 나왔다. 경기남부경찰청 수사본부는 이번 화재와 관련해 7일 냉동창고 신축 시공사와 감리회사 등을 압수수색했다.평택=송진호 기자 jino@donga.com평택=이승우 기자 suwoong2@donga.com김윤이 기자 yunik@donga.com김기윤 기자 pep@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