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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례를 부탁하러 간 후배 여작가를 성추행한 사실이 알려져 사회적 공분을 산 시사만화가 박재동 한국예술종합학교 교수(66)가 5일 개교할 예정인 오디세이학교 명예교장에서 물러나기로 했다. 오디세이학교는 조희연 서울시교육감이 2015년부터 역점 추진해 온 사업으로, 고1에 해당하는 학생들이 일반적인 교육과정을 벗어나 1년간 창의적인 대안교육을 추구하며 인생을 탐색하도록 한 학교다. 1일 서울시교육청에 따르면 박 씨는 올해 정식 학교로 개교하는 오디세이학교 개교식에서 시교육청으로부터 명예교장 위촉장을 받을 예정이었지만 이번 성추행 논란에 대해 책임지고 직을 수행하지 않기로 했다. 시교육청 측은 “명예교장직은 상근직이 아니라 위촉직이기 때문에 학교 운영상 큰 문제는 없다”면서도 잇따르는 성추문 악재에 곤혹스러워하는 분위기다. 조 교육감은 최근 출판한 자신의 교육에세이 ‘태어난 집은 달라도 배우는 교육은 같아야 한다’에서도 맨 첫 수필에 고은의 시를 인용해 교육계의 구설수에 올랐다. 이 책은 고은 시인 사건이 알려지기 전에 인쇄됐다. 한편 교육부는 교과서에 실려 논란이 되고 있는 고은 시인의 시를 해결할 방법을 두고 고심 중이다. 현재 ‘교과서 상시 수정보완시스템’을 통해 고은 시인의 작품 삭제를 신청한 교과서 출판사가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교육부 관계자는 “10일까지 신청 건수를 취합한 뒤 이를 인가할지 논의할 예정”이라고 전했다.임우선 기자 imsun@donga.com}

교육부가 올해 고1 학생들이 치를 2021학년도 대학수학능력시험의 과목별 출제범위를 확정해 27일 발표했다. 이과 수능 수학 출제범위에서는 ‘기하와 벡터’가 삭제됐고, 문과 수능 수학 범위에는 전에 없던 함수가 추가됐다. ‘이과 수학은 쉬워지고 문과 수학은 어려워지는 게 논리에 맞지 않다’는 일각의 지적에도 정책연구진의 원안이 그대로 확정됐다. 국어영역 출제범위에서 논란이 됐던 ‘언어와 매체’ 과목은 다양한 매체의 의사소통방법을 배우는 매체는 뺀 채 문법에 해당하는 언어만 출제하기로 했다. 한 과목을 반으로 쪼개 일부만 출제하는 것은 처음 있는 일이다. 교육과정 개편에 수능 개편 연기라는 엇박자가 겹치면서 새 교육과정이 누더기가 됐다는 지적이 나온다. 교육부는 이 같은 내용을 골자로 하는 수능 출제범위를 확정하고 이를 시도교육청 및 일선 고등학교에 안내할 예정이다. 교육부는 19일 서울교대에서 열린 공청회에서 정책연구진의 제안 내용을 처음 발표한 바 있다. 정책연구안 발표 이후 수학계 및 이공계 학계는 “이공계 학업의 기초가 되는 기하와 벡터를 이과 수능 범위에서 뺀 것을 받아들일 수 없다”며 강하게 반발해왔다. 그러나 교육부는 “기하가 이공계 필수과목이라고 보기는 곤란하고 새 교육과정에서 진로선택과목으로 빠진 기하를 넣는 건 수험생에게 부담이 된다”며 기하와 벡터를 제외한 정책연구진 원안을 그대로 확정했다. 이에 따라 수학 ‘가’형의 출제범위는 △수학Ⅰ △미적분 △확률과 통계로 정해졌다. 반면, 문과생들이 주로 택하는 수학 ‘나’형의 출제범위는 △수학Ⅰ △수학Ⅱ △확률과 통계로 정해졌다. 새 교육과정상 수학Ⅰ에 전에 없던 삼각함수, 지수함수, 로그함수 개념이 포함돼 부담이 커졌다. 교육부는 “그 대신 새 교육과정은 전에 비해 30∼40% 정도 학업 내용이 줄었기 때문에 함수가 들어가도 크게 부담되진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국어영역에서 논쟁 사안이었던 ‘언어와 매체’ 과목은 매체는 빼고 언어(문법)만 출제하기로 해 결과적으로 현행 수능과 같은 △화법과 작문 △문학 △독서 △언어가 출제범위가 됐다. 임우선 기자 imsun@donga.com}

‘이곳이 학교인가, 아니면 일본 후쿠시마 원전사고 현장인가.’ 23일 서울 관악구 인헌초등학교를 찾은 조희연 서울시교육감 일행의 모습을 보고 이런 생각이 들었다. 이날 조 교육감은 전신을 하얀 방진복으로 무장한 채 석면이 검출돼 논란이 된 인헌초를 둘러봤다. 3M사의 1급 방진마스크를 쓰고 눈만 빼꼼히 내놓은 모습이 기막혔다. 저렇게 전신을 꽁꽁 싸매야 하는 곳을 예정대로 개학하려 했다니…. 아무것도 모른 채 천진난만한 얼굴로 마스크 하나 없이 등교했을 아이들 모습을 상상하니 소름이 끼쳤다. 인헌초는 이번 겨울방학 동안 석면 철거 공사를 한 전국 1227개교 중 한 곳이다. 석면 공사를 한 모든 학교는 공사 후 청소를 하고 석면 잔재물 검사를 하게 돼 있다. 인헌초는 다른 대부분의 학교와 마찬가지로 교육청 의뢰 조사에서 ‘문제없음’ 판정을 받았다. 그러나 학부모가 주축이 된 재조사에서 백석면뿐 아니라 더 치명적인 갈석면, 청석면까지 검출됐다. 교육청 조사에서는 문제가 없다가 재조사에서 문제가 드러난 이유는 뭘까. 방은영 인헌초 학부모 비상대책위원회 대표는 “교육청 조사는 ‘어떻게든 문제를 안 만들기 위한’ 조사였기 때문”이라고 지적했다. 공기질 측정을 할 때보니 먼지를 일으키지 않기 위해 최대한 가만히, 교실 한쪽 구석에 측정기를 놓고 조사하더라는 것이다. 반면, 재조사에서는 실제 아이들의 움직임이 있을 때처럼 바닥의 먼지를 송풍기로 일으켜 측정했고, 곳곳의 먼지를 물티슈로 닦아 시료를 채취했다고 했다. 사실 인헌초는 굉장히 특수한 사례다. 이 학교는 석면 문제에 민감한 학부모들이 ‘명예감독관’이 돼 석면 철거 공사 시작 단계부터 전 과정을 관리한 학교다. 그런데도 석면이 나왔다. 방 대표는 “‘이 정도면 상위 1% 관리’라고 했는데도 이렇다”며 “다른 학교는 오죽하겠느냐”고 말했다. 전문가들에 따르면 석면 철거 공사를 할 때는 공사현장과 집기를 일일이 비닐로 최대한 감싸야 한다. 만일 에어컨 등을 비닐로 싸지 않았다가 가루가 속으로 들어가면 가동 시 석면 바람을 맞는 효과를 내게 된다. 아이들의 작고 여린 폐부에 치명적일 수밖에 없다. 이런 지적을 하는 인헌초 학부모들을 교육청과 학교는 ‘진상’ 취급했다고 한다. 학부모들은 “교육당국은 민원을 야기하는 골칫덩이 취급만 할 뿐 아무것도 도와주지 않았다”며 “차라리 시공업체가 더 협조적이었다”고 울분을 쏟았다. 1급 발암물질인 석면은 입자가 뾰족해 호흡기를 통해 폐에 들어가면 폐포에 박혀 악성종양을 만든다. 석면 전문가 이용진 순천향대 직업환경의학과 교수는 “정도에 따라 짧게는 1년, 길게는 10∼20년 안에 암이 발병한다”며 “10년가량 노출됐을 때 백석면은 10만 명당 1명, 갈석면은 15명, 청석면은 100명꼴로 암을 일으킨다”고 전했다. 물론 발병해도 개인이 인과관계를 입증하기란 매우 힘들다. 모든 아이들이 매일 가야만 하는 학교를 이런 식으로 관리하는 것은 국가의 직무유기를 넘어 잠재적 살인행위나 다름없는 이유다. 정부는 개학이 채 일주일도 남지 않은 25일에서야 뒤늦게 학교들을 다시 청소하고 100곳을 샘플로 재조사하겠다고 밝혔다. 철거규정을 위반한 업자를 엄중 처벌하겠다는 면피성 대책도 잊지 않았다. 지극히 나태한 정부를 철석같이 믿었던, 인헌초를 제외한 나머지 1226개 학교는 대부분 예정대로 3월 2일 개학을 맞을 것이다. 임우선 정책사회부 기자 imsun@donga.com}
겨울방학 동안 석면철거 공사를 한 서울 관악구 인헌초등학교 곳곳에서 다시 1급 발암물질인 석면이 검출됐다. 인헌초는 교육청 조사에서 문제가 없다는 판정을 받았지만 환경단체와 학부모가 주축이 된 재조사에서 문제가 드러났다. 이번 겨울방학 동안 석면철거 공사를 한 학교는 서울 79개교를 포함해 전국 1240곳에 이른다. 이 학교들에서도 여전히 비슷한 문제가 있을 것이란 우려가 나온다. 23일 환경보건시민센터는 낙성대동주민센터에서 기자회견을 열어 “인헌초 교내에서 채취한 시료 32건을 분석한 결과 15개 시료에서 1∼4%의 석면이 나왔다”고 밝혔다. 최예용 환경보건시민센터장은 “이번 조사에서 백석면뿐 아니라 건강에 더욱 치명적인 갈석면과 청석면도 검출됐다”고 말했다. 갈석면과 청석면은 석면 종류 6개 중 가장 독성이 강한 물질로 우리나라는 1997년부터 사용을 금지했다. 인헌초 학부모 50여 명은 이날 방진 마스크를 쓴 채 기자회견장에서 조희연 서울시교육감을 만나 거세게 항의했다. 방은영 인헌초 학부모 비상대책위원회 대표는 “교육당국과 (석면철거) 업체는 ‘겨울방학 안에 공사를 끝내야 한다’ ‘자재 교체 및 추가 청소에 쓸 예산이 없다’는 말만 되풀이했다”며 “다른 학교는 문제가 없다고 누가 장담할 수 있느냐”고 지적했다. 조 교육감은 “개학을 미루고 안전이 확인될 때까지 학교를 폐쇄하는 방안을 검토하겠다”고 말했다. 이에 따라 인헌초는 재검사 결과가 나올 때까지 임시 휴교에 들어갈 것으로 보인다. 서울시교육청 관계자는 “교육청이 조사를 의뢰했을 때는 석면 잔재물이 나온 학교가 한 곳도 없었다”며 “인헌초에서 석면이 나온 것은 검사기관마다 시료 채취 방식이 다르기 때문으로 보인다”고 해명했다. 절연성과 내연성이 뛰어나 한때 건축자재로 널리 쓰인 석면은 세계보건기구(WHO)가 규정한 1급 발암물질이다. 입자가 뾰족한 석면은 폐에 들어가면 폐포에 박혀 악성 종양을 만든다. 공사 중 나온 석면 잔재물은 가루 입자 형태라 많은 양의 석면이 호흡기를 통해 체내에 흡수될 수 있다.임우선 imsun@donga.com·이미지 기자}

올해 고1이 치를 2021학년도 대학수학능력시험 출제 범위의 윤곽이 공개됐다. 이과 수능 수학은 쉬워졌지만 문과 수능 수학은 학업 부담이 커질 것으로 전망된다. 국어 시험 범위도 늘어날 가능성이 있다. ‘교육과정은 쉬워진 반면에 수능은 더 어려워졌다’는 지적이 나온다. 결국 올해부터 새 교육과정을 적용하고도 수능 개편을 1년 유예해 종전 시험틀을 그대로 유지하기로 한 ‘정책 참사’로 인해 고1 학생들만 희생양이 됐다는 비판이 거세다. 교육부는 19일 서울교대에서 ‘2021학년도 수능 출제범위’ 관련 공청회를 열고 2021학년도 수능 출제범위 정책연구안을 공개했다. 이는 올 1, 2월 학부모와 학생, 교사, 대학교수 등 2766명을 대상으로 설문조사를 하고 17개 시도교육청 의견을 수렴한 결과로 사실상 최종안이다. 먼저 수능 수학 출제범위에 이과생이 주로 보는 ‘가’형 시험에서 종전에 있던 ‘기하와 벡터’를 빼기로 했다. 이 과목이 빠진 건 1993년 수능 도입 이후 처음이다. 교육과정 개정으로 기하와 벡터가 ‘기하’로 과목명을 바꾼 데다 일반선택과목에서 빠져 이를 수능 출제범위에 포함하면 학업 부담 경감이란 새 교육과정 취지가 퇴색된다는 점을 고려했다. 이날 공청회에선 기하 제외에 대한 찬반 의견이 팽팽히 맞섰다. 최임정 한국과학창의재단 과학교육개발실장은 “기하는 이공계는 물론이고 경제경영학을 배우는 데도 필수적인 과목”이라며 “수능에서 빠지면 과목을 개설하지 않거나 학생들이 선택하지 않아 대학 진학 후 학업에 차질이 우려된다”고 말했다. 대한수학회 등 수학 관련 단체 총연합회도 성명서를 내 “4차 산업혁명에 핵심이 되는 기하를 출제하지 않는 걸 이해할 수 없다”고 반발했다. 반면 최수일 사교육걱정없는세상 수학사교육포럼 대표는 “대학에서 기하를 가르치기 때문에 큰 문제가 없다”며 “새 교육과정상 고교 3년간 기하까지 모두 가르치려면 수학 수업시간이 급증해 현실적으로 소화하기 어렵다”고 맞섰다. 반면 문과 수학은 더 어려워질 것으로 보인다. 문과생이 주로 보는 수학 ‘나’형의 출제범위에 그간 이과 과목이던 삼각함수 및 지수함수, 로그함수 등 함수가 대거 추가될 것으로 보인다. 공청회에 참석한 여욱동 대구달성고 교사(수학)는 “문과생들이 어려워하는 단원이 여럿 추가돼 학업 부담이 늘어날 것”이라고 내다봤다. 정책연구안에선 수능 국어의 시험범위도 늘릴 것을 제안했다. 새 교육과정에 기존에 없던 ‘언어와 매체’라는 과목이 새로 생겼기 때문이다. 언어는 기존의 문법에 해당하지만 매체는 여러 매체의 언어·문화적 상호작용을 배우는 새로운 단원이다. 정책연구팀은 “현행 수능 범위에 문법이 포함돼 있어 문법을 빼기는 어렵다”며 “그렇다고 ‘언어와 매체’라는 과목에서 언어(문법)만 반영할 수 없어 매체까지 포함하는 안을 제안한다”고 밝혔다. 교육과정과 수능 간 불일치가 수험생의 부담을 늘린 셈이다. 과학탐구는 지금처럼 ‘과학1’(물리1 지구과학1 생물1 화학1)과 ‘과학2’(물리2 지구과학2 생물2 화학2)가 모두 출제될 것으로 보인다. 지난해 8월 수능 개편 유예 발표 당시 교육부가 ‘8과목 중 2개를 선택하도록 하겠다’고 밝힌 만큼 과학2의 출제가 불가피해졌다. 한편 교육부는 EBS 연계율을 현재처럼 70%를 유지하겠다고 밝혔다. 지난해 고교 수업 정상화를 위해 “EBS 연계율을 축소하거나 연계방식 변경을 검토하겠다”던 발표를 뒤집은 셈이다.김호경 kimhk@donga.com·임우선 기자}
2016년 대졸자들의 취업률이 성균관대, 고려대, 한양대, 서울대, 연세대 순으로 좋았던 것으로 나타났다. 졸업생 수 3000명 미만인 대학 가운데는 우송대와 을지대의 취업률이 높았다. 전공 학과별로는 경영학과(사회계열)와 중어중문학과(인문계열)의 취업 성적이 좋았다. 종로학원하늘교육은 19일 교육통계서비스 자료를 활용해 2015년 8월 및 2016년 2월에 국내 대학을 졸업한 학생들의 취업률을 분석한 결과를 발표했다. 취업률은 졸업자 가운데 대학원 진학자, 입대자 등을 제외하고 남은 사람 중 몇 명이 취업했는가를 %로 계산한 것이다. 그 결과 졸업생 수가 3000명 이상인 대형 대학 42곳 가운데 성균관대의 취업률이 76.4%로 가장 높았다. 이어 △고려대(73.8%) △한양대(72.7%) △서울대(70.6%) △연세대(70.1%)였다. 반면 가장 취업률이 낮은 대학은 경상대(52.3%)였다. △전북대(53.1%) △경북대(56.3%) △부산대(56.7%) 등 다른 지방대들도 약세를 보였다. 졸업생 수가 2000명 이상∼3000명 미만인 대학 27곳 중에는 우송대(72.0%)의 취업률이 가장 높았다. 이어 △순천향대(69.5%) △호서대(69.3%) △서울시립대(68.6%) 순이었다. 졸업생 수가 1000명 이상∼2000명 미만인 대학 44곳 중에는 을지대(80.7%)의 취업률이 가장 높았다. 전공 학과로는 사회계열대학 경영학 전공 졸업자(졸업자 100명 이상) 중 서울대 경영학과(86.3%)의 취업률이 가장 좋았다. △성균관대 경영학과(83.4%) △고려대 경영학과(79.8%)가 뒤를 이었다. 인문계열 중 취업자 30명 이상으로 취업률이 가장 높은 대학 학과는 중국 관련 학과로, 성균관대 중어중문학과(90.4%) △고려대 중어중문학과(86.4%) 등이 높았다. 공학계열 중 기계공학 전공(졸업자 100명 이상)에서 취업률이 가장 높은 대학은 한국기술교육대 기계공학부(91.2%)였고 △고려대 기계공학부(90.5%) △연세대 기계공학과(89.0%) △서울대 기계항공공학부(88.4%) 순이었다.임우선 기자 imsun@donga.com}
3월부터 서울 지역 초등학교 학생들은 반려동물의 생명을 존중하고 함께 살아가는 법을 고민하는 ‘동물복지교육’(가칭)을 받게 된다. 최근 반려동물 애호문화가 확산되는 가운데 동물학대 및 유기사건이 급증하는 추세를 반영한 것이다. 서울시교육청은 올해 1학기부터 희망 초등학교(학급) 1, 2학년을 대상으로 동물복지교육을 시행한다고 18일 밝혔다. 동물복지교육은 △내 동물친구를 소개해요 △주변 동물친구를 찾아봐요 △동물도 가족이에요 △동물도 감정이 있어요 등 4가지 주제로 구성됐다. 주제당 2교시씩 연간 8시간 수업을 진행할 예정이다. 시교육청은 올 2학기부터 초등학교 3학년 이상 학년으로 동물복지교육을 확대할 방침이다. 교육내용은 다른 사람의 반려동물을 대하는 법부터 반려동물을 키울 때 다른 사람을 배려하는 ‘펫티켓(펫+에티켓)’으로 넓히기로 했다. 시교육청 관계자는 “동물과 함께 살아가는 법을 어릴 때부터 가르쳐 생명존중 의식을 싹 틔우겠다는 것이 교육 목적”이라며 “학교마다 1명씩 초등교사 600여 명을 대상으로 동물복지교육 역량 강화 연수를 진행해 해당 교사를 중심으로 동물복지교육을 해나가겠다”고 말했다.임우선 기자 imsun@donga.com}
교육부는 18일 “전국의 모든 대학이 2022년까지 입학금 전면 폐지 합의에 따른 이행계획서를 제출했다”며 “3, 4년 후에는 사립대 입학금이 사실상 폐지될 것”이라고 밝혔다. 4년제 대학 및 전문대 330개교가 2022년까지 단계적으로 입학 실비(20%)를 제외한 나머지 입학금을 없애기로 했다는 것이다. 그러나 일부 대학들은 “교육부의 강요에 의한 계획서”라며 “4년 뒤 ‘입학금 0원’도 과장된 발표”라고 반발하고 있다. 2022년부터 오리엔테이션 비용 등 입학 실비를 등록금에 포함시키는 방식으로 ‘입학금 폐지’라는 정책 과제를 달성했다는 것이다. 이 때문에 입학 실비만큼 등록금이 오르게 돼 ‘조삼모사’라는 지적이 나온다. 교육부에 따르면 전국의 모든 대학은 내부 논의를 거쳐 한 곳도 빠짐없이 입학금 폐지 이행계획서를 교육부에 냈다. 이에 앞서 교육부는 지난해 11월 한국사립대총장협의회(사총협)와의 협의를 거쳐 ‘사립대 입학금 폐지 합의’를 발표했다. 이어 모든 대학에 전체 입학금의 20%만을 ‘실질 입학금’으로 인정하고 나머지 80%를 없애기 위한 이행계획서 제출을 요구했다. 하지만 서울 시내 주요 대학들은 해당 협의에 참여하지 않아 논란이 됐다. 서울 A사립대 관계자는 “입학금 폐지는 물론이고 입학금의 20%만 실질 입학금으로 인정하는 기준에 대해서도 동의한 적 없다”며 “그러나 교육부의 이행계획서 제출을 거부할 수 없었다. 실제 이행할 수 있을지는 미지수”라고 말했다. 입학금의 20%를 2022년 이후부터 신입생 등록금에 포함시킬 수 있도록 한 교육부의 방침을 두고도 논란이 일고 있다. 등록금이 오를 수밖에 없어서다. 교육부는 “(오르는 등록금만큼) 국가장학금 형태로 (각 대학을) 지원할 예정이어서 학생들의 실질적인 입학금 부담은 0원”이라고 밝혔다. 이에 서울 B사립대 관계자는 “정부가 ‘입학금 폐지’라는 정책 목표를 달성하기 위해 일방적인 결정과 무리한 홍보를 하고 있다”고 비판했다.임우선 기자 imsun@donga.com}

2020년 3월부터 중고교생이 배울 역사교과서 집필 기준에서 삭제하기로 했던 ‘6·25 남침’ 표현이 다시 포함되는 것으로 12일 확인됐다. 한국교육과정평가원이 지난해 8월부터 마련 중인 새 역사교과서 집필 기준 시안(試案)은 대한민국 발전 과정을 다루면서 ‘북한 정권의 전면적 남침으로 발발한 6·25전쟁’이라는 학습 요소가 사라져 논란이 됐다(본보 5일자 A8면 참조). 최근 교육부와 국회 교육문화체육관광위원회 등은 “6·25 남침 같은 명백한 사실이 빠지면 소모적인 논란만 생길 수 있다”는 의견을 평가원에 전달한 것으로 알려졌다. 12일 평가원은 “각계의 의견을 수렴했고 내부 심의회를 통해 수정 보완 중”이라며 “3월 초 최종 보고서가 나올 것”이라고 밝혔다. 현행 역사교과서(2009 개정 교육과정) 집필 기준은 ‘6·25전쟁의 개전에 있어서 북한의 불법 남침을 명확히 밝히라’고 했고 국정 역사교과서(2015 개정 교육과정) 집필 기준은 ‘6·25전쟁이 북한의 불법 기습 남침으로 일어났다’는 표현을 썼다. 반면 새 집필 기준 시안은 ‘6·25전쟁의 전개 과정과 피해 상황, 전후 남북 분단이 고착화되는 과정을 살펴본다’라고만 했다. 이에 대해 평가원 관계자는 “역사교과서 집필 기준이 지나치게 상세하다는 학계 및 교육계의 지적에 따라 학습 요소를 최소화한 것”이라며 “6·25 남침은 전쟁 전개 과정을 서술하면서 자연스럽게 포함될 것으로 봤다”고 말했다. 그러나 역사학계에서는 “6·25전쟁의 북한 책임을 희석하면 대한민국의 정통성이 부정될 수 있다”며 “특정 사관이 기술될 수 있는 길을 열어준 셈”이라고 우려했다. 1948년 ‘대한민국 수립’은 예정대로 ‘대한민국 정부 수립’으로 기술될 가능성이 높다. 문재인 대통령은 지난해 8·15경축사에서 “2년 후 2019년은 대한민국 건국과 임시정부 수립 100주년을 맞는 해”라고 말한 바 있다. 문재인 정부는 대한민국 건국을 1948년이 아닌 1919년 임시정부 수립으로 보고 있다. 1948년을 ‘대한민국 수립’으로 기술한 국정 교과서는 지난해 5월 문 대통령의 지시로 폐기됐다. ‘자유민주주의’냐 ‘민주주의’냐의 논쟁은 계속될 것으로 보인다. 김상곤 부총리 겸 교육부 장관은 이날 한 언론 인터뷰에서 “의견 수렴 과정에서 문제가 있을지 몰라도 민주주의란 표현 자체가 틀린 건 아니다”라고 강조했다. 노무현 정부 당시 2007년 개정 교육과정에도 민주주의를 사용했고 이후 이명박 박근혜 정부 당시 개정 교육과정엔 자유민주주의를 사용했다. 교육계에선 정부 여당이 개헌을 추진하는 상황과 맞물려 6월 지방선거 이후에나 결론날 것이란 관측이 우세하다. 교육부는 3월 초 평가원의 집필 기준 최종 보고서를 받으면 교육부 교육과정심의회의 검토를 거쳐 늦어도 6월 안에 확정 고시할 예정이다. 당초 계획보다 최대 4개월이나 지연돼 역사교과서 졸속 제작 우려도 나온다. 2020년 3월부터 역사교과서가 배포되려면 출판사의 검정도서 개발 8개월, 검정 심사기간 7개월 남짓밖에 남지 않는다. 교육부는 “검정 심사위원을 대폭 늘려 검정 기간을 단축해 집필 기간을 최대한 확보하겠다”고 밝혔다. 우경임 woohaha@donga.com·임우선 기자}

《 대학교수의 자녀들이 국제 학술지 등재 논문의 공저자가 되는 것은 ‘땅 짚고 헤엄치기’만큼 쉬운 일이었다. 그저 교수 부모의 논문 철자를 좀 고치거나 실험실 연구수치를 기록하거나 해외 봉사활동에 따라가기만 하면 됐다. 그렇게 쉽게 국제적 논문의 저자가 된 미성년 자녀들에게 대학 가는 문은 더없이 넓었다. 심지어 이 논문들의 64%는 국가의 연구예산을 지원받은 것으로 드러났다. 6일 더불어민주당 김병욱 의원이 입수한 교육부 실태조사 자료를 통해서다. 정부 예산을 따다가 자녀 출세 길을 연 ‘짬짜미’ 현장에선 지성이나 양심을 찾아볼 수 없었다. 》 최근 교육부의 실태조사에서 적발된 ‘중고교생 자녀 공저자 끼워 넣기’ 논문 가운데 상당수는 국가연구개발예산을 지원받은 것으로 드러났다. 자녀의 입시를 위해 부정행위를 했다고 의심되는 논문에 국가예산이 들어간 사실이 확인되면서 교수들의 ‘도덕적 해이’가 심각하다는 비판이 나온다. 6일 더불어민주당 김병욱 의원이 입수한 교육부 현황 자료에 따르면 중고교생 자녀를 공저자로 끼워 넣은 논문 82건 가운데 64%인 53건에 정부예산이 지원됐다. 이 가운데 교육부가 파악한 33건에만 약 105억 원의 정부예산이 투입됐다. 나머지 20건은 여러 부처 예산이 산재해 있어 정확한 예산 규모를 확인하지 못했다. 이 중 가장 많은 22억9100만 원을 지원받은 논문은 서울대 A 교수의 것으로, A 교수의 고3 자녀가 공동저자로 이름을 올렸다. 연구비의 대부분은 인건비로 쓰이는 만큼 중고교생 자녀들의 인건비로 유용됐을 가능성이 적지 않아 추가 조사가 필요한 실정이다. 교수의 자녀들은 영문 철자를 교정하거나 실험 수치 기록을 도왔다는 이유로 공동저자에 이름을 올린 경우가 많았다. 2012, 2013년 고등학생 자녀를 자신의 국제학술지 등재 논문의 공동저자로 올린 서울대 B 교수가 대표적이다. 그는 논문 근거자료로 활용한 연구실 수치 기록에 자녀가 참여했다고 주장했다. 해당 논문은 미래창조과학부(현 과학기술정보통신부) 예산을 지원받았다. 부산대 모 교수는 2016년 고3 자녀를 국제학술지 등재 논문의 공동저자로 올렸다. 논문의 철자를 교정해줬다는 게 그 이유였다. 부경대 모 교수도 ‘실험에 참여하고 영문 교정 작업에 참여했다’는 이유로 자신의 고3 자녀를 2012년 한 해에만 3번이나 국제·국내학술지 등재 논문 공동저자로 등재했다. 숙명여대 모 교수는 ‘고등학생의 길거리 음식 이용실태’와 관련한 논문을 국제학술지에 실으면서 자녀를 공동저자로 올렸다. 이 교수는 이 논문이 자녀가 고등학교 국어시간에 작성한 글을 모티브로 만들어졌다고 주장했다. 순천향대 모 교수는 2011년 미국 고교를 다니는 자신의 아들과 딸을 각각 자신의 국제학술지 논문 공동저자로 등재했다. 교육부의 실태 조사에서는 유독 의대 교수들의 ‘도덕적 해이’가 눈에 띄었다. 의대 특유의 폐쇄적인 서열 문화 속에서 의대 교수들이 독점적 지위를 활용해 자녀를 논문 저자로 끼워 넣은 것 아니냐는 지적이 나온다. 연세대 모 교수는 2014년 당시 중학교 2학년인 자신의 자녀를 대한당뇨병학회가 주최한 캄보디아 의료봉사에 참여시킨 뒤 국제학술지 등재논문의 공동저자로 이름을 올렸다. 논문 끼워 넣기 사례가 가장 많이 발견된 대학은 성균관대(8건)였다. 성균관대 모 교수의 자녀는 고3 때 삼성서울병원에서 열린 ‘여름 리서치 프로그램’에 참가한 뒤 여러 국제학술지 논문의 공동저자가 됐다. 이 논문 중 일부는 보건복지부의 연구예산을 지원받았다. 입시 전문가들은 “중고교생 가운데 국제학술지에 등재된 논문의 저자가 될 수 있는 기회를 얻는 학생이 몇이나 되겠느냐”며 “교수 자녀들은 사실상 논문쓰기가 ‘땅 짚고 헤엄치기’만큼이나 쉬운 일”이라고 꼬집었다. 의료계의 한 관계자는 “의대에서는 교수인 아버지와 자녀가 지도교수와 학생 관계를 유지하며 같이 논문을 쓰는 경우가 많고, 그 자녀도 교수가 되는 일이 흔하다”고 말했다.임우선 imsun@donga.com·우경임 기자}

‘왜 교육부 사람들은 다 강남으로 갈까?’ 처음 교육 분야를 맡았을 때 이런 궁금증이 들었다. 종종 교육부 관계자들과 서울에서 저녁을 먹고 헤어질 때 이들이 손을 번쩍 들고 ‘택시!’를 외치며 부르는 곳이 대개 반포, 잠실, 대치동 쪽이었던 까닭이다. 교육부를 출입하기 전 서너 개 부처를 출입했지만 교육부만큼 ‘다수의 강남 주민’이 체감되는 곳은 없었다. 더군다나 교육부는 세종시에 있지 않은가. 호기심에 노웅래 의원실을 통해 ‘최근 5년간 교육부 고위공무원단(고공단)의 주소지 현황’을 받아봤다. 재작년 말의 일이다. 결과는 흥미로웠다. 2016년 10월 기준 지난 5년간 우리나라의 교육정책을 이끌었다고 볼 수 있는 교육부 고공단을 거쳐간 인사는 총 62명. 이 가운데 35.5%인 22명이 강남(7명) 서초(8명) 송파(7명) 등 강남 3구에 살고 있었다. 강남 3구에 사는 서울시민 비율(15.8%)보다 두 배 이상으로 높았다. 재밌는 결과였지만 기사는 쓰지 않았다. 자칫 ‘교육부 사람이 강남에 사는 게 죄’인 것처럼 비칠 수 있어서다. 민주주의 시장경제 사회에서 모든 국민은 자신이 원하는 곳에 거주할 권리가 있다. ‘꿈과 끼를 살리는 공교육’을 추구하는 교육부 관료라고 해서 사교육과 입시에 유리한 강남에 거주하지 말아야 할 의무는 없다. 현실은 현실이니까. 다만, 제아무리 입 바른 말을 하는 교육부 공무원이라도 강남행을 선택할 수밖에 없는 우리 교육의 민낯이 씁쓸했을 뿐이다. 그렇게 씁쓸해하고 말았던 그 자료가 요즘 다시 생각났다. 최근의 교육정책이 ‘강남 쏠림’ 현상을 심화시킨다는 지적이 끊이지 않기 때문이다. 일각에서는 김상곤 교육부총리가 대치동에 집을 가지고 있고, 그 집이 최근 1년 동안 3억∼4억 원 이상 올랐다는 이유 등으로 교육정책이 마치 ‘교육부의 음모’인 듯 말하기도 한다. 개인적으로는 정치권과 교육부가 그런 ‘1차원적인 이유’로 정책을 폈다고 생각하지 않는다. 다만, 교육정책의 향방을 쥔 교육부 관료, 혹은 정치인들이 강남 밖 다른 지역의 교육현실에 몹시 무지하거나 무관심할 수 있겠다는 생각은 든다. 아무리 교육현장을 열심히 다닌다 해도 교육의 현실이란 자신이 직접 겪거나 자녀가 겪은 것 이상을 뛰어넘을 수 없기 때문이다. 예컨대 초등 1, 2학년 방과후 영어수업 폐지부터 외고·자사고 폐지, 학생부종합전형 확대에 이르기까지, 분명 최초의 의도는 선했으리라 믿는다. 과잉 교육을 잡고, 우수 학생 쏠림현상을 일반고로 분산시켜 공부를 좀 덜해도 각자 원하는 진로를 찾아가길 바랐을 것이다. 하지만 현실에서 그 의도가 전혀 구현되지 않고 있다는 게 문제다. 요즘 초등 1, 2학년 학생들은 더 많은 평가와 경쟁이 이뤄지는 영어학원을 찾고 있다. 학원 갈 돈이 없는 아이들과 격차만 커질 뿐이다. 살던 곳에 살면서도 좋은 면학 분위기를 누릴 수 있던 외고·자사고가 없어질 위기에 놓이면서 공부 좀 한다 하는 학생의 부모들은 누구나 한 번쯤 교육특구로의 이주를 고민하는 분위기다. 최근 만난 한 입시분석업체 대표는 이렇게 말했다. “수능은 아무리 돈을 써도 머리가 없으면 안 됩니다. 하지만 학종(학생부종합전형)은 돈 쓰는 만큼 됩니다.” 학종에 ‘머니효과’를 내주는 업체나 학원은 대부분 강남에 모여 있다. 이런 현실을 무시한 채 모든 지역의 일반고나 사교육 환경, 경제력이 마치 강남 수준인 것처럼 전제하고 탁상공론 같은 정책을 펼친다면 교육정책에 대한 신뢰 확보는 물론이고 강남 집값도 잡을 수 없다. ‘강남의 교육부’가 기억해야 할 현실이다.임우선 정책사회부 기자 imsun@donga.com}

한국교육과정평가원이 마련 중인 새 고교 역사 교과서 집필 기준 시안(試案) 초안에 6·25전쟁이 북한 정권의 전면적 남침으로 발발했다는 표현이 사라진 것으로 확인됐다. ‘자유민주주의’를 ‘민주주의’로, ‘대한민국 수립’을 ‘대한민국 정부 수립’으로 바꾼 데 이어 6·25전쟁과 관련한 집필기준도 논란이 될 것으로 보인다. 또 검정 교과서 출판사들이 교과서 제작 시 꼭 반영해야 하는 ‘학습요소’ 가운데 기존에 있던 △한미상호방위조약 △인천상륙작전 △새마을운동 △동북공정(東北工程) 등이 삭제된 것으로 나타났다. 4일 본보가 평가원이 공개한 ‘중·고등학교 역사교과서 집필 기준’과 기존의 역사·한국사 교육과정을 분석한 결과 기존 2015 개정 교육과정에서 ‘북한 정권의 전면적 남침으로 발발한 6·25전쟁’이란 표현이 침략 주체에 대한 설명 없이 ‘6·25전쟁’으로 바뀌어 있었다. 통상 6·25전쟁은 북한군의 남침으로 발발한 전쟁이라는 것이 주류 역사학계의 정설이다. 그러나 수정주의자로 분류되는 일부 역사학자는 6·25전쟁에 대해 “침략 주체를 따지는 게 무의미한 내전” “남측이 북침의 빌미를 제공한 전쟁” 등의 주장을 펴 왔다. 한 역사학자는 “6·25전쟁 집필 기준에서 북한군의 남침이란 표현을 뺀 것은 이 같은 수정주의 역사관을 다룰 수 있도록 문을 열어준 것”이라고 해석했다. 6·25전쟁의 남침 여부에 대한 기술은 7차 교육과정(1997년)에는 명시돼 있었으나 2007, 2009 개정 교육과정에서 사라졌고 2015 개정 교육과정에서 다시 부활한 바 있다. 새 집필기준 시안에서는 한미 관계나 경제 성장과 관련한 학습요소가 축소된 것도 눈에 띈다. 군사·외교 분야에선 △유엔군 참전 △인천상륙작전 △중국군 참전 △한미상호방위조약 △정전협정 등이 삭제됐다. 또 경제 분야에서는 △수출제일주의 정책 △새마을운동 △중동건설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가입 △외환위기 극복 등 ‘한강의 기적’이라 불리는 학습요소도 삭제됐다. 그 대신 새 집필기준은 ‘경제성장은 정부와 국민이 이룬 성취라는 일국적 시각에 가두지 말고 세계경제 변동 과정에서 어떻게 그것이 가능했는지도 파악한다’며 세계적인 경제 호황에 따른 결과로 설명했다. 경제성장의 부정적 측면으로는 ‘정경 유착’을 새로운 학습요소로 포함시켰다. 박근혜 정부는 중·고교 역사·한국사 교과서를 국정으로 바꾸는 방안을 추진했다가 반대에 부딪혀 지난해 1월 국·검정 혼용 체제를 택하기로 했다. 하지만 문재인 정부 취임 직후 예전의 검정 체제로 전환하기로 해 교육부는 새 집필기준에 따른 교과서를 만들어 2020학년부터 중고교 학생들이 쓸 예정이다. 문재인 정부는 지난해 국정 역사 교과서 폐기 지시를 내리며 “역사 교육이 정치적 논리에 이용되지 않아야 한다”고 강조했다. 그러나 새 역사 교과서 집필기준 시안에서도 논쟁적인 부분들이 대거 수정되면서 역사 교과서가 정권이 바뀌면 부침을 거듭한다는 비판이 다시 나올 것으로 보인다. 교육부는 “교육과정평가원 시안은 확정된 것이 아니다”라며 “의견 수렴을 하고 있으며 향후 교육과정 심의회와 운영위원회 등의 과정을 거쳐 집필기준을 상반기에 확정할 것”이라고 말했다. 역사 교과서 집필진은 학습요소를 중심으로 내용을 개괄적으로 서술해야 하고, 집필기준을 만족하지 못하면 검정을 통과하지 못해 교과서 발행이 제한된다. 임우선 imsun@donga.com·우경임 기자}
헌법 전문에 명기된 ‘자유민주’라는 표현을 ‘민주’로 바꾸려는 여당인 더불어민주당의 개헌안이 사회적 논란이 되고 있다. 이런 가운데 국무총리 산하 한국교육과정평가원을 통해 교육부가 새로 마련할 역사교과서 집필 기준에서도 ‘자유’를 빼려는 시도를 두고 논란이 일고 있다. 2일 교육계에 따르면 평가원은 지난달 26일 열린 역사교과서 집필 기준 공청회에서 ‘자유민주주의’라는 표현을 모두 ‘민주주의’로 대체한 집필 기준 시안을 공개했다. 평가원은 지난 정부의 역사교과서 국정화 논란에 따라 지난해 8월부터 새 집필 기준을 마련하기 위해 총 3차례의 공청회를 열었다. 집필 기준은 출판사들이 집필하는 교과서의 검정 기준이다. 새 집필 기준에 따라 만들어질 역사 교과서는 2020년부터 중고교에 적용된다. 이번 시안에서 ‘자유민주주의의 발전’이었던 중학교 교육과정 소주제명이 ‘민주주의의 발전’으로 바뀌는 등 ‘자유’란 표현은 모두 삭제됐다. 공청회 참석자들에 따르면 이번 시안에서는 논란이 된 ‘대한민국 수립’ 표현이 ‘대한민국 정부수립’으로 바뀌었다. 또 ‘북한 정권 수립’과 ‘반민족 행위 특별 조사 위원회’ 등이 학습 요소로 실렸다. 경제 성장의 성과 서술은 축소됐고 문제점 언급은 늘었다. “민주화 과정을 강조하는 동시에 북한사 관련 서술을 늘린 것도 특징”이라고 참석자들은 전했다. 앞서 지난해 9월 국회 교육문화체육관광위원회 소속 더불어민주당 의원들이 주최한 공청회에서도 ‘자유민주주의’를 ‘민주주의’로 바꿔야 한다는 주장이 제기됐다. 이 같은 움직임에 보수 진영은 크게 우려하며 반발하고 있다. 김인영 한림대 정치행정학과 교수는 “자유민주주의를 사회민주주의나 다른 이념으로 바꾸려는 힘이 작동하는 듯하다”고 지적했다. 한편 교육부는 “새 역사 교과서 집필 기준에 대한 의견 수렴은 2월 말까지 계속될 예정”이라며 “공청회에서 제시된 시안은 교육부 안이 아니며 확정된 것도 아니다”라고 선을 그었다.임우선 기자 imsun@donga.com}
‘2+4년 편입 체제’였던 약학대학 진학 방식이 2022년부터 ‘6년제 신입 선발’ 병행 체제로 바뀔 것으로 전망된다. 교육부는 1일 서울교대에서 약대 학제 개편 방안에 관한 공청회를 열고 정부가 마련한 정책건의안을 공개했다. 교육부는 “현행 ‘2+4년 편입 체제’와 더불어 ‘통합 6년제’를 병행하는 안을 건의한다”며 “대학별 여건에 맞게 대학 자율로 선택하되 각 대학은 하나의 학제만 선택할 수 있게 하겠다”고 밝혔다. 과거 약대는 4년제 체제였다. △해외의 약대가 대부분 6년제라는 점 △약사의 전문성 강화가 필요하다는 점 등을 이유로 2006년 법 개정을 통해 2009년부터 현재의 ‘2+4 편입 체제’로 바뀌었다. 2년을 자연계나 이공계 대학 등에서 공부한 뒤 약학대학입문자격시험(PEET)을 치러 약대 1학년으로 편입해 4년을 다시 공부하는 방식이었다. 그러나 이 과정에서 이공계생의 이탈 문제가 심각해졌다. 공청회 발제를 맡은 하연섭 연세대 행정학과 교수는 “매년 약대 편입생 1800여 명 중 화학·생물계열이 1100명 이상”이라며 “이런 현상이 10년 동안 지속될 경우 1만 명 이상의 기초과학 인력이 유출돼 기초학문 황폐화가 심각할 것”이라고 지적했다. 또 약학교육의 기초교육과 전공교육의 연계성 약화와 PEET 준비를 위한 대학생의 사교육비가 많이 드는 부작용도 발생했다. 교육부는 전문가 정책협의를 바탕으로 고교 졸업 신입생을 선발해 약대에서 대학 1학년부터 6년을 수학하는 통합 6년제를 제안했다. 다만 학내 협의 과정에서 6년제로의 전환이 쉽지 않은 대학을 위해 ‘2+4 체제’도 함께 열어놓기로 했다.임우선 기자 imsun@donga.com}

올해 고1이 될 학생들에게 적용될 내신평가 기준이 나왔다. 올해 고1부터는 ‘2015 개정교육과정’의 적용을 받아 교과 편제나 과목명 등이 이전과 크게 달라진다. 이 때문에 학생과 학부모들 사이에서는 과연 새로운 교과의 내신평가가 어떻게 이뤄질지 궁금증이 컸다. 내신평가 기준은 적어도 지난해에 나왔어야 했다. 하지만 대선에 따른 정부 개각 등 여러 변수가 겹치면서 신학기 시작을 한 달 남겨둔 지금 기준이 나왔다.○ 공통과목은 5단계, 진로선택은 3단계 교육부는 31일 ‘학교생활기록 작성 및 관리지침’ 일부개정령을 발표했다. 이에 따르면 올해 고1은 새롭게 생긴 공통과목들을 A부터 E까지 5단계로 평가받는다. 공통과목에는 국어, 수학, 영어, 한국사, 통합사회, 통합과학이 포함된다. 단 과학탐구실험 과목은 공통과목군에 속해 있긴 하지만 실습적 성격이 강해 A∼C의 3단계로 평가한다. 5단계 평가에서 A∼E를 가르는 기준은 △A: 성취율 90% 이상 △B: 80% 이상∼90% 미만 △C: 70% 이상∼80% 미만 △D: 60% 이상∼70% 미만 △E: 60% 미만이다. 3단계 평가에서는 △A: 성취율 80% 이상 △B: 60% 이상∼80% 미만 △C: 60% 미만으로 나뉜다. 공통과목이 아닌 선택과목 평가는 어떨까. 2015 개정교육과정의 가장 큰 특징은 학생들이 자신의 소질과 적성에 따라 선택할 수 있는 선택과목의 범주가 매우 다양하다는 것이다. 그만큼 선택과목을 어떤 기준으로 평가할 것인가가 큰 관심을 받았다. “성적 걱정 없이 소질과 적성에 따라 학생들이 진정한 ‘선택권’을 가질 수 있게 하려면 평가기준을 완화해야 한다”는 의견부터 “그렇게 하면 학업을 소홀히 할 수 있으니 적정 수준의 평가 틀은 유지해야 한다”는 의견까지 다양한 입장이 맞서 왔던 사안이다. 선택과목 평가에 있어 교육부는 △일반선택 과목은 종전과 같은 5단계 평가 틀을 유지하고 △진로선택 과목들만 3단계로 평가하겠다고 밝혔다. 일반선택 과목은 보다 학습적인 성격을 띤다. 진로과목은 새로 생긴 과목이 많고 실생활·현장 중심이 많다. 예컨대 공통과목인 ‘통합사회’ 이수 후 배우는 일반선택 과목 중에는 한국지리, 세계사, 경제, 사회·문화 등 기존과 비슷한 과목이 많다. 진로선택 과목에는 ‘여행지리’ 등 신생 과목이 다수 있다. 새 평가기준은 학생들에게 실질적으로 어떤 영향을 미칠까. 결론부터 말하면 그 영향은 미미할 것으로 보인다. 고교 학생부에는 A∼E 또는 A∼C로 구분되는 절대평가 성적 외에도 과목별 석차 등급(9등급)에 따른 상대평가 성적도 함께 병기된다. 이 원칙은 여전히 유효하다. 3등급으로 성적을 매기는 과목이더라도 9등급 상대평가 점수가 병기되는 한 학생들은 내신경쟁 부담에서 자유로울 수 없다. 교육부는 학생부에서 상대평가 성적 병기를 없애는 고교 내신의 절대평가 여부를 8월까지 결정해 대입제도개편 정책과 함께 발표하겠다고 밝혔다. 수능 개편 혼선 여파로 고교 내신 절대평가 여부 결정까지 연기되다 보니 학생들로서는 새 교육과정 평가기준이 나왔어도 여전히 많은 것이 의문스러운 상황이다. ○ “공동 교육과정으로 강남만 득볼 것” 우려 교육부는 이른바 ‘공동 교육과정’이라고 불리는 학교 간 통합 선택교과의 성적처리 지침도 신설했다. 이 지침도 논란이다. 공동 교육과정은 원래 도서 산간지역 고교처럼 학생 수가 적어 다양한 선택과목을 만들기 어려운 학교를 위해 만들어진 제도다. 희망 학생이 적거나 교사 수급이 어려운 소인수·심화과목에 대해 여러 학교가 공동으로 과목을 만들어 운영할 수 있게 한 것이다. 이런 과목은 학생 수가 워낙 적어 상대평가가 쉽지 않다. 교육부는 수강생이 13명 이하인 과목의 경우에 한해 석차 상대평가 결과를 내지 않고 절대평가를 하도록 해 왔다. 그런데 이번 개정령에서 교육부는 “학생의 과목선택권을 확대하고 공동 교육과정을 활성화하겠다”며 수강생이 13명이 넘는 경우에도 석차등급을 매기지 않고 절대평가 하겠다고 밝혔다. 교육계는 우려를 나타냈다. 학생들의 내신 부풀리기를 위해 인접 학교끼리 공동 교육과정을 다수 만들고 해당 과정에 학생들을 몰아넣어 내신 절대평가를 꾀할 수 있다는 것이다. 이럴 경우 상대적으로 내신에 불리했던 서울 강남지역 등 교육특구 학교들이 막대한 반사이익을 누릴 수 있다. 예컨대 강남의 A학교와 B학교가 공동 교육과정을 신청해 운영하면 학생들은 석차 경쟁 없는 내신 절대평가를 받을 수 있다. 물론 비교육특구 지역 학교들도 이런 식의 운영을 할 수 있지만 상대적으로 덜 적극적일 가능성이 크고 대입에서도 교육특구 학교들보다 낮게 평가받을 가능성이 높다. 교육부는 “각 학교단위별로 개설 가능한 과목까지 공동 교육과정으로 개설하지 않도록 시도교육청의 관리감독을 주문할 것”이라며 “공동 교육과정을 개설하려면 시도교육청의 허가가 필요하기 때문에 취지를 벗어난 공동 교육과정이 난립하지는 않을 것으로 본다”고 말했다. 하지만 입시업계의 한 전문가는 “학교들이 시도교육청의 관리감독 구멍을 찾아 얼마든지 빠져나갈 수 있다”며 “반대로 시도교육청 관리로 공동 교육과정 개설이 제한된다면 활성화를 위해 절대평가 가능 인원 제한을 풀겠다는 교육부의 취지는 무색해진다”고 지적했다. 임우선 기자 imsun@donga.com}
올해부터 사회적 갈등이 따르는 교육정책을 세울 때 국민 의견을 듣는 ‘국민참여 정책 숙려제’가 도입된다. 최근 교육부가 ‘유치원·어린이집 방과후 영어수업 금지’를 결정했다가 전면 재검토로 입장이 바뀌는 등 정부 정책 발표 때마다 극심한 국민 반발과 여론 악화로 결정을 유예하는 부작용을 줄이기 위해서다. 교육부는 29일 정부세종컨벤션센터에서 열린 ‘2018년 정부업무보고’에서 올해 시행할 새 정책 중 하나인 국민참여 정책 숙려제를 소개했다. 정책 결정 과정에서 국민 의견을 수렴하기 위해 △청와대 국민청원 홈페이지, 교육부 ‘온교육’ 사이트 등을 통해 국민 의견을 접수하고 △이를 반영해 30일에서 6개월 이상까지 숙려기간을 가진 뒤 △정책 결정 후 배경 및 사유를 상세히 밝힌다는 것이다. 이날 이낙연 국무총리는 모두발언을 통해 “일부 교육 시책이 혼선을 빚거나 찬반 논란을 부른 경우가 있다”며 “정책 영향을 받는 국민 의견을 반드시 듣고 수렴한 뒤 정책으로 다듬는 절차를 확립하라”고 강조했다. 교육부는 올해 추진하는 모든 정책을 대상으로 숙려제 대상이 될 수 있는지 점검해 대상을 선정할 예정이다. 최근 논란이 된 교육 정책 중 대입제도 개편, 유치원·어린이집의 영어 특별활동 금지 등도 숙려제 대상이 될 수 있다고 예를 들었다. 다만 박춘란 차관은 “대입제도 개편은 의견 수렴 기간의 연장 없이 예정대로 8월에 발표할 것”이라고 말했다. 또 최근 청와대 국민청원 등을 통해 학부모들이 강하게 요구한 ‘초등 1, 2학년 방과후 영어금지 철회’도 숙려제의 대상이 될 수 있냐는 질문에 “이미 정책이 결정된 사안이라 (어렵고) 초3부터 하도록 돼 있는 영어 정규과정 내실화에 집중할 것”이라고 선을 그었다. 일부에서는 국민참여 정책 숙려제가 얼마나 실효성이 있을지 우려도 나온다. 의견을 받고도 반영하지 않으면 의미가 없다는 것이다. 실제 교육부는 지난해 초 1, 2학년 방과후 영어에 대한 학부모 설문을 실시해 70%가 넘는 지지를 확인하고도 금지를 강행했다. 한편 교육부는 △학교와 지역사회가 함께하는 온종일 돌봄체계 구축 △고교학점제 도입 △국립대 및 지방대 지원 강화 △저소득층 교육지원 강화 △아동학대 의심학생 점검관리 시스템 구축 등 기존에 발표한 국정과제 및 관련 정책을 이날 종합해 보고했다.세종=임우선 기자 imsun@donga.com}

“폐교 명령 후 교육부는 ‘학생들은 전원 인근 대학 유사학과로 특별편입학되니 걱정할 것 없다. 학습권을 최대한 보장하겠다’고 했지만 현실은 그렇지 않아요. 이미 편입을 포기한 선배도 있어요.” 올 8월 전북 남원시에 위치한 서남대 교육대학원 졸업을 앞둔 직장인 김진수(가명·34) 씨는 말끝마다 한숨을 내쉬었다. 공대를 나와 유통업에서 일해 온 그는 서른 살이 넘어 대학원생이 됐다. 오래전부터 꿈꿔온 전기과목 고교 교사가 되기 위해서였다. 대학원을 다니려고 2년 반 동안 회사에서 야간 근무를 자처하며 생활했다. 졸업까지 딱 두 과목만 남은 상태였다. 갑자기 학교가 폐교됐다. 졸업을 하려면 인근 학교로 특별편입학을 해야 했다. 인근에 전기 분야 교육대학원이 있는 곳은 한 곳뿐이었다. 문제는 이 대학이 편입 이전 학교에서 이수한 학점의 3분의 1만 인정한다는 것. 결국 1학년부터 다시 다니는 셈이 됐다. 김 씨는 “또 2년을 등록금과 왕복 교통비를 대며 1000만 원 넘게 써야 한다”며 “합격 통보를 받았지만 전북 군산에서 충남까지 다니려면 직장도 문제다”고 말했다.○ 특별편입 지원도, 졸업도 문제 교육부 규정에 따르면 대학이 폐교될 경우 학생들은 인근 대학의 동일·유사학과로 전원 특별편입된다. 지원은 3개 대학까지 가능하고, 시험은 필기시험 없이 면접이나 학점 등 대학별 자체 심사기준에 따른다. 교육부는 “대학이 폐교되더라도 학생들의 학습권 보호에는 문제가 없다”고 말한다. 일부에서는 “원래 대학보다 더 좋은 대학에 들어갈 수 있으니 남는 장사 아니냐”며 폐교한 대학 편입생들에게 곱지 않은 시선을 보내기도 한다. 하지만 예상과 달리 서남대와 강원 동해시의 한중대 학생들은 특별편입으로 적잖은 혼란과 갈등을 겪고 있었다. 서남대생 이모 씨는 1월 5일 원서마감이었던 특별편입 공지를 3일 전에서야 알았다. 그마저도 인터넷으로 기사를 보다 알게 된 것이었다. 이 씨는 “우편으로 부치면 혹시 늦어질까 봐 직접 해당 대학까지 달려가 원서를 냈다”며 “어떻게 학교도 정부도 일정 공지조차 제대로 안 하는지 화가 났다”고 말했다. 학생들은 학교까지의 거리나 전공 유사성을 따져보면 편입할 만한 학교가 몇 없고, 편입하더라도 학점 인정 기준이나 커리큘럼이 달라 제때 졸업을 할 수 없는 상황 등을 우려했다. 손민석 한중대 총학생회장(간호학과)은 “우리 과만 300명이 움직여야 하는데 교육부조차 인근 간호학과 현황을 제대로 파악하지 못해 우왕좌왕하더라”며 “같은 간호학과라도 커리큘럼이나 학점 기준이 달라 예정대로 제때 졸업할 수 있을지 걱정”이라고 말했다. 다른 지역으로 이동하는 과정에서 학비와 생활비가 늘어나는 것도 문제다. 이정학 동해시의원은 “지역 대학에는 가정형편이 어려운 지역 주민의 자녀들이 많다 보니 편입 후 학업 잇기가 쉽지 않은 학생이 많다”고 말했다. 2014년 김태년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발표한 대학 구조조정 국정감사 자료집에 따르면 폐교 대학의 경우 재학생의 편입률이 44%(2014년 기준)에 그쳤다.○ 편입 학생들 ‘왕따’ 당하기도 편입까지도 쉽지 않은 과정이지만 편입 이후는 더 문제다. 학생들이 가장 우려하는 부분은 편입한 학교 학생들과 벌어지는 마찰과 감정싸움이다. 한중대 학생 김모 씨는 “편입할 학교 학생들이 우리 학교 학생들의 입학을 반대하며 페이스북이나 학과 관련 카페에 공격과 비하성 글을 올려 상처받은 친구들이 많다”며 “싫은 마음은 이해하지만 우리도 원해서 편입하는 게 아닌데 속상하고 억울하다”고 말했다. 서남대 학생 이모 씨도 “일부에서는 ‘학벌 세탁하니 좋겠다’고 하지만 전혀 그렇지 않다”며 “학생들 대부분 각자 형편에 맞춰 학교에 온 것이고 다니던 학교에서 졸업하길 원했다”고 밝혔다. 편입 대상 학교 또는 학과의 위상이 높고 경쟁이 치열한 곳일수록 학생 간 갈등은 더욱 심하다. 최근 전북대 의대 학생·학부모가 서남대 의대생들의 편입을 반대하며 서울까지 상경해 시위를 벌였다. 이들은 “교수진과 교육시설은 그대로인데 편입생으로 학생수만 늘면 강의는 물론 실습에서도 막대한 차질이 빚어진다”며 “정부가 폐교 대학 학생들의 학습권만 중시하고 이들을 받아야 하는 학교의 학습권은 무시하고 있다”고 반발했다. 학령인구 급감 추세 속에 앞으로 대학 폐교가 증가할 것은 분명하다. 폐교 정책 수립에서 폐교 대학 학생 및 인근 학교 학생들의 학습권 보호를 위한 세심하고 선제적인 대책 마련이 요구되는 이유다. 문상준 한중대 광고디자인학과 교수는 “지금과 같은 교육부의 주먹구구식 탁상행정으로는 학생들의 학습권을 지킬 수 없다”며 “어른들의 잘못으로 학생들이 애꿎은 희생양이 되지 않도록 해야 한다”고 강조했다.동해=임우선 imsun@donga.com / 남원=김호경 기자}

22일 찾은 강원 동해시 한중대 교수회관. ‘ㄱ’자 간판이 떨어져 나가 ‘ㅛ수회관’이라고 적힌 거대한 건물에서는 어떤 인기척도 느껴지지 않았다. 적막한 긴 복도의 방문마다 적힌 이름만이 이곳의 옛 주인을 짐작하게 할 뿐이었다. 한중대에서 유일하게 마주친 교수 한 명은 트레이닝복 차림으로 자신의 승용차에 연구실 짐을 담은 라면상자를 싣고 있었다. 그는 “갑작스러운 폐교에 교수고 직원이고 다들 길에 나앉을 형편”이라며 “재취업할 곳도 마땅치 않고 먹고 살길이 막막하다”고 말했다. 전북 남원시 서남대 상황도 마찬가지였다. 18일 학교에서 만난 한 교수는 “시간강사 자리를 알아보고 있는 중”이라고 했다. 그는 2년 넘게 이어진 대학의 임금체불로 은행 대출은 물론이고 집까지 내다 팔았다. 가정도 깨졌다. 홀로 월세 원룸에 살고 있는 그는 “형편이 어려워 양육권 주장도 못 하고 이혼했다”면서 “지금도 양육비를 제대로 보내주지 못해 미안한 마음뿐”이라며 고개를 숙였다.○ ‘10년 이상 가입’ 조건 사학연금, 그림의 떡 학령인구 급감 속 대학 폐교는 피할 수 없는 한국의 ‘결정된 미래’다. 한 대학만 무너져도 수백 명의 교직원이 실직한다. 한중대와 서남대 폐교로만 총 570명의 교직원이 실직했다. 가족까지 포함하면 수백, 수천 명의 생계가 위태로워진 셈이다. 하지만 이들을 위한 사회적 안전망은 없다. 전 한중대 행정직원 김만기(가명·52) 씨는 2015년 계속되는 임금체불을 견디다 못해 학교를 나왔다. 그는 한중대에서 9년이나 일했지만 학교를 그만둘 때에야 자신이 실업급여조차 받지 못한다는 사실을 알았다. 한국 대학의 80%를 차지하는 사립대의 교직원은 실업급여 대상자가 아니기 때문이다. 대부분의 근로자는 실직하면 퇴직금과 별도로 고용보험기금을 통해 월 최대 180만 원씩 최대 9개월간 실업급여를 받는다. 하지만 사학연금법 적용을 받는 이들은 고용보험 가입 자체가 불가능하다. 사학연금은 10년 이상 가입해야 받을 수 있다. 전윤구 경기대 법학과 교수는 “법이 만들어질 때만 해도 학교만 세우면 학생이 모집되는 고도 성장기였고 대학의 폐교는 누구도 상상하지 못했기에 이런 일이 생겼다”고 진단했다. 결국 김 씨는 한중대를 그만둔 후 골프장 잔디 깎는 일을 구할 때까지 8개월을 대출과 지인에게 빌린 돈에 의지해 살아야 했다.○ 폐교 후 재산 청산도 쉽지 않아 대체 한국엔 지속 가능성도 없는 대학들이 왜 이리 많은 걸까. 교직원들은 “부실 사학을 난립하게 한 건 정부인데 정작 교육부는 아무 책임도 지지 않았다”고 분개한다. 한국에 대학이 급증한 건 1995년 김영삼 정부 시절 대학 설립 기준이 바뀌면서부터다. 그전까지 4년제 대학을 세우려면 최소 33만 m²의 학교부지와 부지 비용 외에 1200억 원 이상의 재원 등이 있어야 했다. 하지만 당시 교육부는 ‘백화점식 종합대학 일변도에서 벗어나 특성화된 대학이 필요하다’며 인가 기준을 확 낮췄다. 부실대 난립 우려가 제기됐지만 감사를 통해 사후관리를 하겠다는 입장이었다. 이후 ‘자고 나면 대학이 하나씩 생긴다’는 말이 나올 정도로 대학이 늘었다. 전문대도 너도나도 4년제 대학으로 전환했다. 교육부의 관리감독은 말뿐이었다. 2013년에는 사학비리를 감독해야 할 교육부 감사담당자가 오히려 서남대 설립자에게 뇌물을 요구해 수년간 수천만 원을 받아 챙긴 사실이 적발되기도 했다. 이후 교육부는 “비리 대학이 문제”라며 부실 대학들에 관선이사를 파견했다. 그러나 한중대 직원들은 “2004년 이후 파견된 관선이사들은 정작 경영권을 쥐고도 대학 정상화 의지가 없었고 이사회에 참석해 수당만 챙겨갔다”고 꼬집었다. 학교가 무너지면서 교직원 임금은 체불됐다. 수년간 1인당 적게는 수백만 원에서 많게는 1억 원 이상 임금이 밀렸다. 전윤구 교수는 “앞으로 학령인구 감소로 ‘서서히 말라죽는’ 대학들이 늘게 되면 여기저기서 임금 체불 문제가 터져 나올 것”이라고 내다봤다. 이들이 체불 임금을 받을 길은 폐교 후 대학의 재산을 청산하는 것뿐이다. 하지만 청산 자체가 쉽지 않고 기약도 없는 게 문제다. 우남규 한국사학진흥재단 대학구조개혁지원팀장은 “지방 대학들은 대체로 시에서 떨어진 외곽에 자리한 데다 부지나 건물 덩치가 워낙 커 사겠다는 사람을 찾기가 쉽지 않다”며 “재활용 가능성이 극히 낮은 게 폐교 대학 청산의 숙제”라고 말했다.동해=임우선 imsun@donga.com / 남원=김호경 기자}

22일 찾은 강원 동해시 한중대 교수회관. ‘ㄱ’자 간판이 떨어져 나가 ‘ㅛ수회관’이라고 적힌 거대한 건물에서는 어떤 인기척도 느껴지지 않았다. 적막한 긴 복도의 방문마다 적힌 이름만이 이 곳의 옛 주인을 짐작케 할 뿐이었다. 한중대에서 유일하게 마주친 교수 한 명은 트레이닝복 차림으로 자신의 승용차에 연구실 짐을 담은 라면상자를 싣고 있었다. 그는 “갑작스런 폐교에 교수고 직원이고 다들 길에 나앉을 형편”이라며 “재취업 할 곳도 마땅치 않고 먹고 살 길이 막막하다”고 말했다. 전북 남원시 서남대 상황도 마찬가지였다. 18일 학교에서 만난 한 교수는 “시간 강사 자리를 알아보고 있는 중”이라고 했다. 그는 2년 넘게 이어진 대학의 임금체불에 은행 대출은 물론 사채까지 끌어다 쓴 상황이었다. 가정도 파탄 났다. 홀로 월세 원룸에 살고 있는 그는 “힘없는 애비라 양육권 주장도 못하고 이혼했다”며 “지금도 양육비를 제대로 보내주지 못해 미안한 마음 뿐”이라고 고개를 숙였다. ● 실업급여도 못 받는 사립대 교직원 학령인구 급감 속 대학 폐교는 피할 수 없는 한국의 ‘결정된 미래’다. 한 대학만 무너져도 수백 명의 교직원이 실직한다. 한중대와 서남대 폐교로만 총 570명의 교직원이 실직했다. 가족까지 포함하면 수백, 수천의 생계가 위태로워진 셈이다. 하지만 이들을 위한 사회적 안전망은 없다. 전 한중대 행정직원 김만기 씨(가명·52)는 지난 2015년 계속되는 임금체불을 견디다 못해 학교를 나왔다. 그는 한중대에서 9년이나 일했지만 학교를 그만둘 때에서야 자신이 실업급여조차 받지 못한다는 사실을 알았다. 한국 대학의 80%를 차지하는 사립대의 교직원은 실업급여 대상자가 아니기 때문이다. 대부분의 근로자는 실직하면 퇴직금과 별도로 고용보험기금을 통해 월 최대 180만 원씩 최대 9개월간 실업급여를 받는다. 하지만 사학연금법 적용을 받는 이들은 고용보험 가입 자체가 불가능하다. 사학연금은 10년 이상 가입해야 받을 수 있다. 전윤구 경기대 법학과 교수는 “법이 만들어질 때만해도 학교만 세우면 학생이 모집되는 고도성장기였고 대학의 폐교는 누구도 상상하지 못했기에 이런 일이 생겼다”고 진단했다. 결국 김 씨는 한중대를 그만 둔 후 골프장 잔디깎는 일을 구할때까지 8개월을 대출과 지인에게 빌린 돈에 의지해 살아야 했다. ● 부실대 양산한 정부 실책, 교육부는 뒷짐만 대체 한국엔 지속가능성도 없는 대학들이 왜 이리 많은걸까. 교직원들은 “부실 사학을 난립시킨 건 정부인데 정작 교육부는 아무 책임도 지지 않았다”고 분개한다. 한국에 대학이 급증한 건 1995년 김영삼 정부 시절 대학설립 기준이 바뀌면서부터다. 그전까지 4년제 대학을 세우려면 최소 33만㎡의 학교부지와 부지 비용 외에 1200억 원 이상의 재원 등이 있어야 했다. 하지만 당시 교육과학기술부는 ‘백화점식 종합대학 일변도에서 벗어나 특성화된 대학이 필요하다’며 인가 기준을 확 낮췄다. 부실대 난립 우려가 제기됐지만 감사를 통해 사후관리를 하겠다는 입장이었다. 이후 ‘자고나면 대학이 하나씩 생긴다’는 말이 나올 정도로 대학이 늘었다. 전문대도 너도나도 4년제 대로 전환했다. 교육부의 관리감독은 말 뿐이었다. 2013년에는 사학비리를 감독해야 할 교육부 감사담당자가 오히려 서남대 설립자에게 뇌물을 요구해 수년 간 수천만 원을 받아 챙긴 사실이 적발되기도 했다. 이후 교육부는 “비리 대학이 문제”라며 부실 대학들에 관선이사를 파견했다. 그러나 한중대 직원들은 “2004년 이후 파견된 관선이사들은 정작 경영권을 쥐고도 대학 정상화 의지가 없었고 이사회에 참석해 수당만 챙겨갔다”고 꼬집었다. 학교가 무너지면서 교직원 임금은 체불됐다. 수년 간 1인당 적게는 수백만 원에서 많게는 1억 원 이상 임금이 밀렸다. 전윤구 교수는 “앞으로 학령인구 감소로 ‘서서히 말라죽는’ 대학들이 늘게 되면 여기저기서 임금 체불 문제가 터져 나올 것”이라고 내다봤다. 이들이 체불 임금을 받을 길은 폐교 후 대학의 재산을 청산하는 것 뿐이다. 하지만 청산 자체가 쉽지 않고 기약도 없는 게 문제다. 우남규 한국사학진흥재단 대학구조개혁지원팀장은 “지방 대학들은 대체로 시에서 떨어진 외곽에 자리한데다 부지나 건물 덩치가 워낙 커 사겠단 사람을 찾기가 쉽지 않다”며 “재활용 가능성이 극히 낮은 게 폐교대학 청산의 숙제”라고 말했다. 동해=임우선 기자 imsun@donga.com남원=김호경 기자 kimhk@donga.com}
“옛말에 도시가 살려면 아이 울음소리, 아낙네 다듬이 소리, 책 읽는 소리가 들려야 한다고 했어요. 그런데 저출산, 노령화, 폐교까지 삼재가 겹치며 희망이 없어졌어요.”(남원 시민) 지역 대학이 폐교될 때 주민들이 가장 아쉬운 것은 뭘까. 서남대가 자리한 남원시와 한중대가 자리한 동해시 지역 주민들은 한결같이 “사람이, 그것도 젊은이들이 사라지는 것”이라고 답했다. 급격한 인구 감소로 한 사람이 귀한 지방 도시에서 수백, 수천 명의 사람이 빠져나가는 것은 사실상 한 지역의 미래에 사망선고나 다름없다. 남원시와 동해시는 모두 인구가 채 10만 명이 안 되는 소규모 도시다. 그나마 남아 있는 인구도 빠르게 줄고 있다. 남원시 인구는 2017년 주민등록기준 8만3281명으로 2000년(10만3571명)에 비해 2만 명 줄었다. 5명 중 1명이 사라진 것이다. 동해시도 마찬가지다. 2000년 10만3654명이었던 동해시는 2017년 9만2851명으로 줄었다. 이제는 한중대 폐교로 학생과 교직원, 그들의 가족까지 수천 명이 더 빠져나가게 됐다. 이들 지역은 고령화가 빠르게 진행되는 터라 문 닫는 대학을 바라보는 주민들의 아쉬움은 크다. 지난해 남원시의 20대와 65세 이상 노인인구 비율은 각각 8103명(9.7%), 2만1167명(25.4%)으로 노인 비중이 20대의 두 배 이상이었다. 동해시도 20대 인구가 9944명으로 전체의 10.7% 수준인데 반해 노인 인구는 17.1%(1만5881명)를 차지하고 있다. 한국고용정보원의 소멸위험지역 지수로 보면 남원시는 소멸지수가 0.41에 이르러 소멸위험지역에 속한다. 소멸지수는 65세 이상 노인인구 대비 20, 30대 여성 인구(가임여성의 90%를 차지) 비중을 나타낸 것이다. 소멸지수가 △0.5 미만은 소멸위험 △0.5 이상 1 미만은 소멸주의 △1.0 이상 1.5 미만은 정상 △1.5 이상은 소멸저위험으로 분류된다. 올해 서남대 폐교로 서남대 재적생 2000명이 빠져나가면 남원시는 20대 4명 중 1명이 없어지는 셈이다. 남원=김호경 kimhk@donga.com 동해=임우선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