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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7년 전에는 스스로 준비가 덜 됐다고 생각했지만 이젠 현실 정치에서 비전을 위해 저항하고, 극복하고, 관철시키는 법을 확실히 배웠다. 시민들이 박원순의 ‘그대로 서울’과 안철수의 ‘바꾸자 서울’ 가운데 판단해 주실 것이다.” 바른미래당 안철수 서울시장 후보는 25일 동아일보와의 인터뷰 도중 “나는 강한 사람”이라는 말을 여러 차례 했다. 박원순 서울시장에게 후보를 양보했을 때와 비교해 이제는 현실 정치에 뿌리내린 준비된 후보라는 점을 강조하면서다. 댓글 여론조작 사건의 최대 피해자라며 정부 여당과 날을 세우는 것도 자신이 야권의 대표 선수라는 점을 분명히 하려는 의도인 듯하다. 안 후보는 “댓글 여론조작은 민주주의를 훼손한 심각한 행위다. 문재인 대통령부터 정치적 댓글을 ‘양념’이라며 좋게 생각하는 게 문제”라고 비판했다. 다음은 안 후보와의 일문일답. ―왜 다시 서울시장에 도전하나. “처음 나서려던 2011년엔 준비가 안 됐었다. 정치 경험도 없었다. 그런데 지난 7년간 박 시장이 한 게 없다. 미세먼지 예산 150억 원을 미세먼지처럼 날려버린 것 외에는 기억나는 게 없다. 서울은 박 시장 취임 이래 인구가 줄고, 청년 일자리도 줄었다. 국제 도시 경쟁력도 10위권에서 30위권으로 폭락했다. 지난 7년간의 경험을 바탕으로 나서게 됐다.” ―정치인 안철수는 그동안 어떻게 변했나. “기득권을 깨기 위해 좌고우면하지 않고 많은 노력을 했다. 바른미래당 합당도 스스로를 ‘정치 9단’이라던 정치인과 언론이 다 안 된다고 했지만 추진해서 만들어 냈다. 원래 내 삶 자체가 기득권을 버리고, 도전하는 연속이었다. 현역 의원 중 신당을 창당해서 40석 가까운 정당을 만든 사람이 누가 있나.” ―선거가 있을 때마다 조급하게 나선다는 우려도 있다. “기득권 양당 중 한 정당은 ‘국정원 댓글당’, 다른 한 정당은 ‘드루킹 댓글당’이다. 똑같은 적폐당이다. 나는 기득권을 깨라는 국민 열망에 정치를 시작했다. 기득권에 도전하는 역할을 맡은 ‘도구’다. 정치권에 퍼진 기득권이라는 ‘바이러스’를 잡으려고 한다.” ―박 시장의 시정 가운데 가장 잘못한 점과 잘한 점을 꼽는다면…. “박 시장 임기 동안 20대 청년 일자리가 13% 감소했다. 반면 예산은 55% 증가했다. 돈은 많이 쓰는데 일자리는 줄었다. 나는 창업을 해서 일자리를 만들어본 사람이다. 좋은 아이디어가 있어도 각종 규제, 대기업의 불공정 경쟁, 한번 실패하면 재도전을 못하는 금융제도 등 때문에 창업을 못 한다. 이런 부분을 손봐야 창업도시로 나갈 수가 있다. 학교 화장실 개선 사업은 좋게 평가한다. 돈을 많이 쓰니 이런 작은 부분에 변화는 있다.” ―‘서울시장 안철수’로 무엇을 보여줄 것인가. “다른 후보들은 4차 산업혁명이 뭔지 잘 모르실 거다. 4차 산업혁명 기술을 행정에 도입하면 빅데이터와 인공지능을 통해 어느 빌딩에 언제 화재 발생 확률이 높은지, 상하수도가 터질 위험은 없는지, 어디에 주차공간이 비었는지까지 알 수 있다. 재난 대응에 앞서 재난 예방 시스템을 만드는 것이다. 그래서 출마 선언 때 일자리, 교육, 스마트, 혁신, 공동체 도시 서울에 대한 5대 비전을 얘기했다.” ―자유한국당 김문수 후보는 어떻게 평가하나. 야권 연대 가능성이 계속 나온다. “경기도에서 국회의원과 도지사를 했던 분이다. 지난 총선 때는 ‘대구에서 뼈를 묻겠다’고 했다. 서울시장 출마 명분이 없다. 박원순을 김문수로는 절대 이길 수 없지만, 안철수로는 이길 수 있다. 그러나 인위적 단일화는 없다. 시민들이 현명하게 판단해 지난 대선 때 실수를 반복하지 않으실 것이다.” ―드루킹 댓글 여론조작 사건에 화력을 집중하고 있다. “7년 동안 (문 대통령이 말한) ‘양념’을 헤치면서 살아왔다. 제가 부드러운 인상이라 상대방이 이를 악용해 약한 사람이라고 이미지를 덧칠한다. ‘찌질’ ‘저능아’라고까지 하며 이미지 칠갑을 하는 게 바로 그 ‘양념’이다. 솔직히 말해 나보다 강한 사람을 본 적이 없다. 의대 교수직을 던지고 벤처를 창업하고, 잘나가는 기업을 뒤로하고 정치에 도전하는 사람 없다. 그런데 문 대통령마저 ‘양념’을 좋게 생각한다. 2012년 대선 후보 양보 당시 독대하는 상황에서 ‘민주당에서 내가 MB 아바타라고 소문을 유포시키고 있는데 막아달라’고 했더니 문 후보는 ‘선거운동 과정에서 있을 수 있는 당연한 일’이라는 취지로 말했다.” ―지방선거인데 드루킹 사건을 강조하다 보니 대선 운동하는 것 같다는 사람들도 있다. “댓글 여론조작은 현재진행형이다. 지방선거에서도 중요한 이슈다. 서울시장 선거에서도 대선 때와 마찬가지로 댓글 공작하고, 연관 검색어를 조작하면 공정한 선거를 치를 수 없다. 최근 대선 때 ‘좌표’를 찍고 활동하던 트위터 계정 몇 개가 갑자기 사라졌다. 드루킹은 빙산의 일각이고, 여전히 다른 조직이 선거 막판에 뛰어들려고 준비하고 있는 상황으로 파악된다. 포털이 이 세력들을 그대로 방치하면 온라인 공간은 (영화 ‘배트맨’에 나오는) 고담 시티처럼 썩은 동네가 된다.”:: 안철수 바른미래당 서울시장 후보 약력 ::△출생일: 1962년 2월 26일 △출생지: 부산△가족: 부인 김미경, 딸 안설희△혈액형: AB형△학력: 부산고-서울대 의대 학사·석사·박사-미국 펜실베이니아대 와튼스쿨 기술경영학 석사△재산: 1195억5322만 원(2017년 관보 기준)△저서: 컴퓨터의사 안철수, CEO 안철수 영혼이 있는 승부, 행복바이러스 안철수, 안철수의 생각△주요 경력: 안랩 대표, KAIST 기술경영전문대학원 석좌교수, 아름다운재단 이사, 서울대 융합과학기술대학원 원장, 19·20대 국회의원(서울 노원병), 국민의당 대표, 19대 대선 국민의당 후보 최고야 best@donga.com·박훈상 기자}

“말로만 듣던 지역 민심을 직접 눈으로 확인할 수 있게 됐다.” 동아일보가 24일부터 공개한 ‘우리 동네 이슈지도’를 확인한 정치권 관계자의 반응이다. 6·13지방선거 승리에 모든 힘을 쏟아 붓고 있는 여야는 광역단체뿐만 아니라 기초단체 이슈가 망라된 분석 결과를 확인하기 위해 동아닷컴() 지방선거 특집페이지와 중앙선거관리위원회 홈페이지()를 검색하는 등 분주한 모습이었다. 더불어민주당 충남도당위원장인 박완주 최고위원은 동아일보와의 통화에서 “결국 국민들에게 가장 중요한 것은 그들의 실제 생활과 밀접하게 관련돼 있는 이슈들이었음을 눈으로 확인했다”며 “이번에 공개된 충남 곳곳의 주요 이슈들을 면밀히 파악해 맞춤형 공약을 적극 개발하겠다”고 말했다. 민주당의 정책 개발 및 추진을 주도하는 정책위원회 관계자는 “지방선거는 200곳이 넘는 곳에서 선거가 치러지기 때문에 중앙당 차원에서 지역별 맞춤형 공약을 개발하기는 한계가 있었다”고 말했다. 이 관계자는 이어 “각 지역위원장을 중심으로 전달되는 여론이 정책 개발의 준거가 되는데 ‘날것’ 그대로를 알 수 없었다. 동아일보의 보도로 ‘날것’을 들여다볼 수 있게 돼 확인 후 적극적으로 정책에 반영할 생각”이라고 했다. 야당에서도 지역별 정책이 중심이 돼야 하는 지방선거의 의미를 되새기는 계기가 됐다는 평가가 이어졌다. 자유한국당 함진규 정책위의장은 “언론을 통해 지역별 이슈에 대한 관심을 환기시키는 계기가 됐다. 지역 출마자들이 참고하는 좋은 자료가 될 것”이라고 평가했다. 바른미래당 정책위 관계자는 “특정 사안이 이슈가 되면 지역별 특수성을 고려하지 않고, 각 정당들이 관련 정책을 경쟁적으로 쏟아내는 경우도 많은데 빅데이터 분석을 통해 주민들의 필요를 바탕으로 체감형 공약을 만드는 데 큰 도움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지역 일꾼을 뽑는 지방선거인 만큼 지역 현안에 맞는 정책 개발을 해야 한다며 정치권의 각성을 촉구하기도 했다. 한 당직자는 “보도를 보면 국민들의 주요 관심사에 지금 정치권에서 거품 물고 싸우는 주제는 거의 보이지 않았다. 정치권에서 이야기하는 여론과 민심이 무엇인지 반성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박성진 psjin@donga.com·최고야 기자}
바른미래당이 댓글 여론조작 사건에 대한 특별검찰 도입 설문조사 중 급격한 접속 증가로 8시간여 만에 조사를 중단했다. 최근 홈페이지를 새롭게 개편한 바른미래당은 ‘온라인 친문(문재인 대통령 지지자)’ 세력으로부터 조직적 공격을 받았다고 주장했다. 23일 바른미래당 권성주 대변인은 기자회견을 열고 “댓글 여론조작 사건에 대한 특검 찬반 여부를 묻는 홈페이지 투표란에 1시간 만에 2000개에 이르는 조작투표가 이뤄졌다”고 밝혔다. 바른미래당에 따르면 20일 오전 9시에 문을 연 홈페이지에 같은 날 오후 4∼5시 사이 접속자가 폭주했고, ‘특검 반대’ 투표수가 갑자기 폭증했다. 바른미래당은 정상적인 투표가 진행될 수 없다고 판단하고 특검 찬성 206명, 반대 2162명으로 집계된 가운데 투표를 급히 종료했다. 권 대변인은 “이날 오후 3시 반쯤 정부여당 지지자로 보이는 한 트위터 이용자가 ‘1분만 시간 내서 여기 투표 좀 해주세요’라고 바른미래당 홈페이지 주소를 적어 공격을 지시하는 ‘좌표’를 유포했다”고 밝혔다. 이어 다른 트위터 이용자들이 ‘10분 만에 (투표 결과를) 뒤집음’, ‘투표만 하지 마시고 댓글로 혼내 주세요’라는 글이 올라왔다는 것이다. 바른미래당은 인터넷주소(IP주소) 추적 등 자체 진상조사를 거쳐 법적 조치에 나설 예정이다. 최고야 기자 best@donga.com}
청와대가 22일 댓글 여론 조작 사건에 대한 특별검사를 도입하자는 기류를 여당인 더불어민주당에 전달한 것으로 알려졌다. 자유한국당과 바른미래당, 민주평화당 등 야3당은 정부 여당을 압박하기 위해 23일 국회의장 주재 원내대표단 회동을 앞두고 별도 회동을 갖기로 해 이번 주에 드루킹 의혹 특검 공방이 어떤 방향으로 흐를지 주목된다. 민주당 관계자는 22일 “청와대에서 ‘우리가 떳떳한데 특검을 받을 수 있는 것 아니냐’는 의견을 당에 전달했고 우원식 원내대표 등도 특검에 전향적인 입장인 것으로 안다”고 말했다. 그러나 집권 1년이 채 되지 않았는데 특검을 받아들이기 부담스럽고 반대급부 중 하나로 국민투표법 개정이 성사되더라도 실익이 적다는 측면에서 반대 의견이 여전하다고 한다. 야3당은 23일 오전 특검 도입을 논의하기 위해 당 대표와 원내대표가 참석하는 3당 ‘2+2+2’ 회동을 하기로 했다. 한국당 홍준표 대표, 김성태 원내대표, 바른미래당 박주선 공동대표, 김동철 원내대표, 민주평화당 조배숙 대표, 장병완 원내대표가 참석한다. 이번 회동은 박주선 대표가 먼저 한국당과 평화당에 제안한 것으로 특검 도입을 위한 야3당의 공조 전략을 논의한다. 여야의 견해차로 멈춰 있는 개헌안 논의와 파행 중인 4월 임시국회 대책 등도 이야기한다. 국회 본청 앞에서 천막농성을 이어가고 있는 한국당은 22일 비를 맞으면서 국회 본청 앞 계단에서 민주당원 댓글 공작 규탄 및 특검 촉구대회를 열고 정부 여당을 압박했다. 김성태 원내대표는 수감 중인 김동원 씨(49·온라인 닉네임 ‘드루킹’) 관련 추가 폭로도 예고했다. 김 원내대표는 “경제적 공진화 모임(경공모) 전 회원의 제보”라며 ‘우리가 실패하면 문재인도 죽고, 문재인이 죽으면 우리도 죽는다’ ‘문 대통령이 우리를 모르냐 하면, 안다’ ‘그래도 절대 문재인 정권과 어떤 연계가 있다고 티를 내면 안 된다’ 등 드루킹의 텔레그램 메시지를 소개했다. 김 원내대표는 동아일보와의 통화에서 “드루킹이 텔레그램 방에서 했던 말들이다. 추후 기자회견을 열어 자세히 공개할 것”이라고 했다. 서울 광화문 근처 현대해상 앞에서 천막농성 중인 바른미래당도 당원 등 지지자 150여 명이 지난해 19대 대선 불법 여론조작 진상규명 시민대책위원회를 열었다. 이주민 서울지방경찰청장이 노무현 정부 시절 민주당 김경수 의원과 청와대에서 함께 근무했던 이력을 문제 삼았다. 바른미래당 유승민 공동대표는 “이런 사람(이 청장)이 수사를 하니까 이 모양이다. 제가 보기에 당장 이 청장부터 체포해 수사해야 한다”고 말했다. 이와 별개로 한국당은 포털에서 댓글 조작을 막기 위한 이른바 ‘김경수 방지 패키지 법안’을 예고했다. 이르면 23일 △댓글 조작 시도가 선거와 관련된 경우 가중처벌 △공직자가 댓글 조작에 가담했을 경우 가중처벌 △포털의 댓글 조작 방지 기술 조치 의무화 등을 주요 내용으로 하는 3개 법안을 한꺼번에 발의할 예정이다. 이 법안으로 댓글 조작을 지시 및 실행한 당사자는 물론이고 포털까지도 책임을 묻겠다는 것이다. 드루킹 사건의 경우 네이버가 해당된다.최고야 기자 best@donga.com}

미국 존스홉킨스대 국제대학원(SAIS) 산하 한미연구소(USKI)의 폐쇄를 가져온 정부의 예산 지원 중단에 관여했다는 의혹을 사고 있는 홍일표 청와대 행정관의 부인이 지난해 USKI에 방문학자로 가기 위해 “나를 뽑아주면 남편이 도와줄 것”이라는 취지의 e메일을 보낸 것으로 19일 공개됐다. 앞서 청와대는 9일 “홍 행정관은 (부인의 연수 과정에) 개입한 사실이 없다”고 했던 해명과 뉘앙스가 다른 것이다. 홍 행정관은 19대 국회 때 USKI 예산 지원 중단을 주장한 김기식 전 금융감독원장의 보좌관을 지냈다. 국회 외교통일위원회 바른미래당 간사인 이태규 의원은 이날 국회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홍 행정관의 부인인 감사원 국장 장모 씨가 지난해 1월 USKI에 자신을 뽑아주면 남편이 도와줄 것이라는 취지로 보낸 e메일을 확보했다”고 말했다. 이 의원은 “남편은 연구소에 문제를 제기하고, 부인은 그걸 이용해 자기를 받아 달라고 했다. 연구소는 이를 협박으로 받아들일 수밖에 없다”고 주장했다. 이 의원이 공개한 e메일은 장 씨가 지난해 1월 28일 구재회 USKI 소장에게 보낸 것이다. 장 씨가 2016년 12월 말 USKI 측에 방문학자 신청을 한 직후다. 이에 따르면 장 씨는 “남편과 김 전 의원은 귀하의 기관에 대해 같은 방식으로 생각하고 있지 않다. 김 전 의원의 행동이 당신의 기관에 어려움을 주고 있다면 남편이 중재자(mediator)로서 대화로 해결할 수 있을 것”이라고 썼다. 또 그는 “나를 뽑아주면 감사원이 의미 있는 결정으로 받아들일 것”이라고 썼는데 이 의원은 “한국 정부 지원을 받는 기관에 감사원의 위치를 언급한 매우 위협적 행동”이라고 주장했다. 장 씨는 지난해 3월부터 1년 동안 USKI에서 연수를 했고 감사원은 논란이 일자 진상 조사에 착수했다. 이에 장 씨는 동아일보와의 통화에서 “당시 USKI에 있는 지인을 통해 방문학자 합격이 어렵다는 분위기를 전해 듣고 호소하는 차원의 메일을 보낸 것”이라고 반박했다. 장 씨는 “당시 내가 홍 전 보좌관의 아내라는 것 때문에 불합격 가능성이 있다는 말을 전해 들었다”며 “메일에 ‘나를 홍 전 보좌관의 부인이 아닌 감사원 국장으로 봐달라’고 쓴 것도 그 때문”이라고 해명했다. 최고야 기자 best@donga.com}
더불어민주당원 댓글 여론 조작 사건에 대한 바른미래당의 수사 의뢰를 계기로 검찰이 본격 수사에 착수할지 주목된다. 그동안 수사를 주도적으로 해온 경찰도 17일부터 지난해 대선 등으로 수사 범위를 확대하고 있어 검찰까지 전면 수사에 나선다면 검경이 동시 수사를 하게 된다. 하지만 검찰은 일단 신중한 태도를 보이고 있다.○ 바른미래당 “드루킹 몸통 수사해 달라” 바른미래당 김동철 원내대표 등 의원들은 이날 서울 서초구 대검찰청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어 “2017년 4월 민주당 선거캠프의 기획자, 관여자 그리고 당시 대선에서 불법적인 선거 활동을 했던 ‘드루킹’과 그 조직들의 활동 범위, 기획자와 불법 행위자들의 연결 관계에 대한 철저한 수사가 반드시 이뤄져야 한다”고 촉구했다. 바른미래당은 수사 의뢰서에서 △더불어민주당 김경수 의원의 댓글 여론 조작 관여 여부 수사 △댓글 여론 조작 관련 인지수사 등 검찰의 적극적인 수사를 요구했다. 특히 바른미래당은 지난해 대선 당시 민주당 문재인 대선 후보 선거대책위원회가 안철수 당시 국민의당 후보를 겨냥해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상의 네거티브 지침을 내렸던 문건과 이 사건 주범인 김동원 씨(49·온라인 닉네임 ‘드루킹’)가 관련돼 있는지도 수사해 달라고 의뢰했다. 지난 대선 때 SNS상에는 ‘MB(이명박 전 대통령) 아바타론’이 널리 유포돼 안 후보에게 큰 타격을 줬는데, 김 씨가 이것과 유사한 주장을 오래전부터 퍼뜨려 왔다고 바른미래당은 주장했다. 실제 김 씨는 “안철수는 부드러운 얼굴 가죽을 뒤집어쓴 이명박”, “그의 정체성이 MB의 후계 세력” 등의 문구를 담은 13건의 글을 2012년 10월부터 지난해 4월까지 자신의 블로그에 계속 올렸다. 이를 근거로 바른미래당은 김 씨를 허위사실 유포에 따른 명예훼손(정보통신망이용법 위반) 및 모욕 혐의로 수사 의뢰했다.○ 공 넘겨받은 검찰은 일단 ‘신중’ 검찰은 댓글 여론을 조작한 김 씨와 공범들을 이날 구속 기소하면서 컴퓨터 등 장애 업무방해 혐의를 적용했다. 검찰은 김 씨가 지난 대선 때 안 후보를 흠집 내기 위해 올린 게시물은 명예훼손죄 적용이 가능하다고 판단하고 있다. 두 혐의 모두 공소시효가 7년이어서 처벌 시한은 충분하다. 만약 검경 수사에서 김 씨가 민주당 김경수 의원 등 현역 국회의원에게서 구체적인 지시나 돈을 받고 댓글 여론을 조작한 것으로 밝혀진다면 김 의원을 업무방해 공범으로 처벌할 수 있다. 김 의원이 향후 보상을 약속하고 여론 조작을 지시한 것으로 드러나도 사법처리를 피하기 어렵다. 하지만 구체적인 지휘관계가 아닌 단순한 묵인·방조만으로는 처벌이 어렵다는 게 검찰의 판단이다. 검찰이 당장 본격 수사에 나설 가능성은 낮아 보인다. 대검 관계자는 바른미래당의 수사 의뢰에 대해 “내부 검토를 한 뒤에 사건을 어디로 배당할지 결정할 것”이라며 “방침이 아직 정해진 바 없다”고 말했다. 검찰은 “일단 경찰 수사를 지켜보자”는 기류가 강하다. 검찰은 이 사건의 폭발성이 크다는 점을 고려해 최대한 신중하게 접근하려는 것으로 보인다. 검경 수사권 조정을 앞둔 예민한 시기인 데다 경찰이 주도적으로 수사하고 있는데 섣불리 나서 위험을 감수할 이유가 없다는 실리적 판단도 하고 있다는 것이다.황형준 constant25@donga.com·최고야·전주영 기자}
더불어민주당원의 댓글 여론 조작 사건을 수사 중인 경찰이 주범 김동원 씨(49·온라인 닉네임 ‘드루킹’) 등 3명을 구속한 지 17일 만에 이들의 통신기록 압수수색 영장을 신청한 것으로 드러났다. 경찰은 11일 검찰에 영장을 신청했고, 검찰은 다시 5일이 지난 16일 법원에 영장을 청구했다. 영장은 17일 발부됐다. 경찰은 구속된 3명 등 피의자 5명의 은행 계좌 추적을 위한 압수수색 영장을 17일까지 신청하지 않았다. 이들이 임의로 제출한 계좌 15개만 들여다봤고 김 씨가 운영한 느릅나무 출판사의 법인 계좌는 조사하지 않았다. 출판사는 댓글 여론 조작 활동의 근거지였기 때문에 그 운영비 조달 경위를 밝히는 게 수사의 핵심이다. 경찰 관계자는 “조만간 피의자 5명과 출판사 계좌를 압수해 조사할 것”이라고 밝혔다. 경찰이 김 씨로부터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 텔레그램을 통해 댓글 활동을 전달받은 더불어민주당 김경수 의원 등 여권으로 수사를 확대하는 게 부담스러워 늑장을 피웠다는 비판이 일고 있다. 경찰은 뒤늦게 17일 수사팀 인원을 13명에서 30명으로 늘리고 지난해 대선 당시 댓글 여론 조작 여부도 수사하기로 했다. 또 출판사에서 압수한 휴대전화 170여 대 중 검찰에 넘겼던 133대를 돌려받아 분석에 착수했다. 경찰 조사 결과 압수한 휴대전화 170여 대는 대부분 댓글 여론 조작을 위한 이른바 ‘깡통 스마트폰(공·空기계)’으로 확인됐다. 이동통신사에 가입되지 않아 가입자 식별 정보를 담은 유심칩(SIM카드)이 없다. 경찰은 김 씨 등이 수사기관의 추적을 피하려고 이런 스마트폰을 PC와 연동시켜 인터넷주소(IP주소)를 마음대로 바꾼 것으로 보고 있다. IP주소가 일정하지 않으면 다른 지역의 많은 사람이 댓글 추천을 한 것처럼 조작해 순위를 끌어올릴 수도 있다. 김 씨 등이 ‘깡통 스마트폰’을 대량 매입한 시점이 지난해 5월 대선 이전이라면 대선에서 댓글 여론 조작이 벌어졌을 가능성이 있다. 또 바른미래당은 이날 대검찰청을 방문해 문무일 검찰총장에게 김 씨 등에 대한 수사의뢰서를 제출하고 △김경수 의원의 댓글 조작 관여 여부 △지난해 대선 당시 문재인 후보 캠프와 김 씨의 연관성 등을 수사해 달라고 촉구했다. 바른미래당 소속으로 과거 김 씨에 의해 ‘이명박 전 대통령(MB) 아바타’로 지목됐던 안철수 서울시장 예비후보는 “댓글 여론 조작 개입 사건은 19대 대선 불법 여론조작 게이트”라고 말했다.조동주 djc@donga.com·권기범·최고야 기자}

“거대 양당인 더불어민주당과 자유한국당이 지방 기득권을 나눠 먹고 있다. 6·13지방선거에서 바른미래당이 새로운 지방권력을 창출하겠다.” 바른미래당 지상욱 정책위의장은 동아일보와 인터뷰에서 이번 지방선거에 임하는 포부를 이같이 밝혔다. 이제 막 창당 2개월이 된 바른미래당에 지방선거는 원내 제3당으로서 존재 이유와 가능성을 보여줘야 하는 첫 번째 시험무대. 지 의장은 “일자리와 골목상권 살리기 정책과 ‘워라밸(Work & Life Balance·일과 삶의 균형)’ 등 생활 정책, 미세먼지 정책을 주요 정책으로 삼아 민심을 공략할 것”이라고 밝혔다. 다음은 지 의장과의 일문일답. ―바른미래당에 6·13지방선거는 어떤 의미인가. “문재인 정부에 대한 중간평가이자, 지방권력 교체의 기회다. 오만하고 독선적인 민주당과 국민이 신뢰할 수 없는 한국당이 나눠 가진 지방권력 중 일부를 바른미래당이 대신하겠다. 특히 문 정부의 적폐 청산과 소득주도 성장에는 문제가 많다. 김기식 금융감독원장 논란을 보면 적폐를 청산하겠다는 정부가 또 다른 신종 적폐를 양산하고 있고, 소득주도 성장도 세금으로 임금을 지원하는 말도 안 되는 경제 정책이다.” ―1년간 문재인 정부 정책을 어떻게 평가하나. “전체적으로 오만하고 무능하다. 여당이 야당 시절 추진하다 집권 뒤 말을 바꾼 방송법이 대표적이다. 여당은 최근 공영방송 사장 임명에 사실상 여론조사를 도입하자는 대안을 내놨는데, 높은 대통령 지지율을 믿고 주장하는 꼼수다. 현 중3부터 고3까지 전부 다른 대입제도를 두는 교육 정책도 있을 수 없는 일이다.” ―어떤 정책으로 승부를 걸 것인가. “일자리·골목상권 살리기 정책, 삶의 질을 높이는 생활 정책, 미세먼지 정책 3가지가 메인이다. 특히 최저임금 인상으로 고통을 겪고 있는 소상공인을 위해 인공지능(AI) 상권분석 시스템과 자영업자의 재기를 돕는 종합 플랫폼 구축 등을 검토하고 있다. 미세먼지 정책의 경우 유해물질 흡착에 효과적인 침엽수 100억 그루를 전국에 심는 방안도 검토 중이다. 작은 묘목 한 그루에 1000원 정도인데, 총 10조 원이면 된다.” ―최대 격전지인 서울에서의 전략은 무엇인가. “서울시장 후보로 나선 안철수 인재영입위원장의 특기를 살려 4차 산업혁명 정책에 중점을 두고 있다. 아직 구체적 공약을 공개할 수 없지만, 규제 완화 등을 통해 서울을 4차 산업혁명의 메카로 만들 것이다. 안 후보가 서울을 위한 가장 미래지향적 비전을 갖고 있다.” ―최대 정치 현안인 개헌에는 어떤 구상을 갖고 있나. “원내 1, 2당인 민주당과 한국당이 전혀 타협을 이루지 못하고 있다. 중간에서 바른미래당이 합리적인 개헌안을 만들면 가장 국민 지지도가 높을 것이다. 그런데 아직 당내에서 단일안을 내놓지 못했다. 내부 토론을 통해 단일안을 내면, 우리 당의 개헌안이 곧 가장 합리적인 중재안이 될 것이다.”최고야 best@donga.com·최우열 기자}

“급격한 최저임금 인상과 근로시간 단축 대란, 법인세 폭탄, 세금 나눠주기식 분배…. 문재인 정부와 더불어민주당의 임시방편적 정책 1년을 이제 평가해야 한다.” 제1야당인 자유한국당 함진규 정책위의장은 13일 동아일보와 인터뷰를 갖고 6·13지방선거의 의미를 이렇게 부여했다. 그는 “지난 몇 개월 동안 민생 현장을 샅샅이 돌아보니 여론조사 수치와 민심의 바닥 목소리는 크게 다르다”고 여러 차례 밝혔다. 여전히 60%를 넘는 문재인 대통령의 지지율을 의식한 것이다. 그러면서 함 의장은 “풍성한 일자리는 기업이 만들도록 해야 한다. 유류세, 담뱃세, 법인세 등 인하 공약도 검토 중”이라고 강조했다. 다음은 함 의장과의 일문일답. ―한국당에 6·13지방선거는 어떤 의미인가. “문재인 정부의 분배, 소득주도 성장 등 핵심 정책은 1년 정도 지나니 그 공과가 다 나왔다고 할 수 있다. 문재인 정부가 중장기적인 생각을 갖고 나라를 이끄는 것인지 임시방편적이고 단기적인 효과에만 초점을 맞추고 있는지 국민들이 오히려 걱정하고 있다. 그렇다고 한국당이 정부 실정(失政)의 반사이익만 기대하겠다는 건 아니다. 국민들이 좋은 지역 일꾼을 선택할 수 있도록 지역맞춤형, 생활밀착형 정책을 제대로 준비하고 있다.” ―바른미래당과의 관계는 어떻게 설정하나. “건전한 야당은 많을수록 좋고, 우리가 못 보는 것을 다른 야당이 볼 수 있기 때문에 윈윈할 수도 있을 것이다. 하지만 선거가 진행되면서 정책을 잘 세운 야당(한국당) 중심으로 양당 구도로 결집될 수밖에 없다. 군소 정당들도 역할이 있으면 평가를 받지 않겠나.” ―정권 심판을 위해 다른 야당이 아닌, 한국당을 선택해야 하는 이유는 뭔가. “한국당은 정부 정책의 드러난 문제점뿐 아니라 향후 발생할 문제까지 고려해 치밀하게 정책을 준비하고 있다. 정부가 최저임금을 올려놨지만 생활 물가는 따라 오르고, 일자리는 줄어버려 먹고살기는 오히려 더 힘들어진 게 현실이다. 한국당은 중장기적인 가계 안정 대책으로 교통비 절감, 주거환경 개선에서부터 유류세, 담뱃세, 법인세 인하를 검토 중이다. 규제를 완화해 기업의 기를 살려주고, 기업 하기 좋은 환경을 만들어주면 일자리는 자연스럽게 늘어난다. 근로장려세제 확대를 통한 가구별 최저생계비 보장도 추진할 예정이다. 현재로서 이런 정책을 추진할 당은 한국당밖에 없다.” ―당장 추경(추가경정예산)은 어떻게 처리할 것인가. “정부에 ‘본예산으로 편성한 일자리 예산들에 대한 집행 자료를 보여달라’고 오래전에 요구했는데 아직 국회에 보고도 안 하고 있다. 추경 승인을 해줄 근거 자료를 줘야 의원들을 설득할 것 아니냐. 올해 예산도 다 쓰지 않고 남아 있다. 그러면서 단타식, 퍼주는 식의 예산을 또 편성하겠다는 것이다.” ―지방선거 최대 격전지는 어디로 보나. “아무래도 서울 아니겠나. 박원순 시장이 7년을 했지만 싱가포르, 도쿄, 베이징과 비교해서 서울은 별다른 발전이 없었다. 김문수 (한국당 서울시장) 후보가 경기지사를 지내는 동안 서울 인구는 줄고 경기 인구는 늘었다. 서울은 살기 힘들어졌고 경기는 좋아졌다는 것이다. 김 후보는 경험을 바탕으로 수도권 전체를 조망해 발전시킬 수 있는 사람이다. 미세먼지 등 환경 문제를 4차 산업혁명과 접목시켜 해결하는 방안이라든지 혁신적인 공약들을 준비 중인데, 아직 공개할 단계는 아니다. 김 후보는 당선되고 바로 다음 날부터 일할 수 있는 유일한 후보다. 행정 경험이 전혀 없는 안철수 (바른미래당 서울시장 예비) 후보가 바로 일하는 것은 상상하기 어려울 테지만 말이다.”최우열 dnsp@donga.com·최고야 기자}
13일 문재인 대통령과 청와대에서 단독 영수회담을 가진 자유한국당 홍준표 대표는 김기식 금융감독원장의 거취에 대해 “(대통령께서) 김 원장을 집에 보내는 게 아닌가 하는 느낌을 받았다”고 밝혔다. 홍 대표는 문 대통령과의 회담에서 국정운영 요구사항 중 하나로 국회의원 시절 피감기관 돈으로 외유성 출장을 가고, 후원금을 ‘셀프 기부’해 물의를 빚고 있는 김 원장의 임명 철회를 요청했다. 홍 대표는 회담 뒤 기자회견에서 “문 대통령이 임명 철회 요청에 ‘철회라는 말은 인사청문회(를 거치는 공직자의 해임을 할) 때 하는 말 아닌가’라고 되물었다”고 전했다. 홍 대표에 따르면 이어진 대화에서 홍 대표는 “‘해임’과 ‘임명 철회’를 쓸 수 있다”고 답했고, 문 대통령은 “‘임명 철회’라고 할 수도 있겠다”고 답했다. 이를 두고 홍 대표는 “문 대통령의 즉답은 없었지만 (대화 속에서) 그런 느낌을 받았다”고 말했다. 회담에 배석한 한국당 강효상 의원은 “다만 1시간 20분간 이어진 회담에서 김 원장과 관련한 대화는 1분 정도밖에 되지 않았다”고 전했다. 한편 박원순 서울시장을 포함한 더불어민주당 서울시장 선거 후보들은 김 원장 엄호에 나섰다. 친문(친문재인) 성향 권리 당원의 지지를 얻기 위한 전략이라는 말도 나온다. 특히 1994년 참여연대 창립을 주도했던 박 시장은 친정 식구인 김 원장을 두둔했다. 박 시장은 라디오 인터뷰에서 외유성 해외출장 논란에 대해 “인사청문회를 보면 그런 거 안 나오는 분이 거의 없다”고 했다. 민주당 우상호 의원도 기자회견을 열고 “야당의 사퇴 공세는 문재인 대통령의 인사가 잘못됐다는 정치공세”라고 했다. 우 의원은 김 원장과 19대 국회 초반 더미래연구소를 추진했고, 우 의원이 20대 국회 원내대표이던 시절 김 원장이 정책특보를 맡았다. 민주당 박영선 의원도 “잘한 일은 아니지만 재벌 개혁에 앞장선 사람이 겪는 일 아니겠나”라고 두둔했다.최고야 best@donga.com·유근형 기자}
김기식 금융감독원장의 피감기관 외유성 출장 의혹 사건을 수사 중인 서울남부지검은 13일 관련 기관 4곳을 동시에 압수수색했다. 대검찰청으로부터 사건을 배당 받은 지 하루 만이다. 고발인 조사도 하지 않고 속전속결 식 압수수색부터 한 것은 이례적이라는 평가가 나온다. 현직 금감원장 수사에 대한 검찰의 의지를 드러낸 것이라는 분석과 함께 압수수색이 이뤄진 배경 자체가 김 원장의 사퇴 수순 아니냐는 지적도 나온다. 서울남부지검은 이날 오전 9시 반부터 한국거래소 부산 및 서울사무소와 서울 중구 우리은행 본점, 대외경제정책연구원과 더미래연구소를 압수수색했다고 밝혔다. 수사관 20여 명이 투입됐다. 검찰은 “정치권과 시민단체에서 고발장 3건이 접수돼 신속하게 사실관계를 확인할 필요가 있었다”고 설명했다. 한국거래소와 우리은행, 대외경제정책연구원에 대한 압수수색은 국회의원 시절 김 원장이 이들 기관의 후원으로 다녀온 출장에 대가성과 직무 관련성이 있었는지 수사하기 위한 것이다. 이를 위해 출장의 정확한 성격과 일정을 확인할 수 있는 자료 확보에 나선 것이다. 더미래연구소는 이른바 셀프 후원으로 정치자금법 위반 소지가 있는 기관이다. 김 원장은 19대 국회의원 임기 만료 직전인 2016년 5월 19일 후원금 5000만 원을 더미래연구소에 기부하고 이후 같은 해 7월 연구소장으로 취임해 급여 명목으로 지난해 12월까지 8500만 원을 받았다. 검찰은 이날 각 기관의 회계자료와 증빙서류 등을 확보하고 디지털포렌식 작업도 벌인 것으로 알려졌다. 압수수색에 대해 한 검찰 출신 변호사는 “지난 정권을 겨냥한 적폐청산 수사에 대한 보수진영의 거부감이 상당하다”며 “검찰 입장에서는 검경 수사권 조정을 앞두고 공정성 논란을 해소할 수 있는 기회로 여길 것”이라고 말했다. 중앙선거관리위원회가 김 원장 관련 논란의 적법성 판단을 요청한 청와대 질의에 대한 답변서 작성에 들어갔다. 선관위 관계자는 “청와대 질의 사안 4개 중 해외출장과 관련한 3개는 검찰이 수사 중이라서 답변하기 어렵고, 선관위 소관업무도 아니다”라고 말했다. 정치적 중립성을 지켜야 하는 선관위는 수사 사안에 대해서는 구체적인 유권해석을 내놓지 않는 관행이 있다. 앞서 청와대는 김 원장을 둘러싼 논란과 관련해 △국회의원이 임기 말 후원금으로 기부하거나 보좌직원 퇴직금으로 지급 △피감기관 돈으로 해외 출장 △보좌직원 또는 인턴과 함께 출장 △해외 출장 중 관광 등의 적법성 여부를 중앙선관위에 질의했다. 이에 따라 선관위는 국회의원이 임기 종료를 앞두고 정치후원금을 기부하거나 보좌직원의 퇴직금으로 지급하는 것이 적법한지에 대한 답변만 검토 중이다. 이르면 내주초 답변 내용을 청와대에 전달할 예정이다.최지선 aurinko@donga.com·최고야 기자}

13일 오전 10시 반 자유한국당에서 긴급 최고위원회의가 소집됐다. 홍준표 대표는 최고위원들에게 문재인 대통령의 갑작스러운 단독회담 제의 사실을 처음 공개했다. 그는 “남북 문제 등 외교·안보 현안만 다루자는 것을 국내 정치 현안까지 같이 대화하자고 역제의했고, 문 대통령이 수용했다”고 설명했다. 당 최고위원들은 일제히 “문 대통령이 왜”라는 의문을 제기했다. “지난해 말부터 홍 대표가 문 대통령과의 일대일 단독회담을 요구했는데 수용하지 않다가, 갑자기 제의하는 이유와 의도가 뭐냐”는 것이다. “그냥 밖으로 보여주기 위한 ‘대화 쇼’를 하자는 것 아니냐”는 의견도 있었다. 문 대통령과 홍 대표의 회담 내용을 놓고 보면 모든 사안에서 ‘평행선’을 달리며 각자의 주장을 교환한 수준으로, 이 예측이 크게 틀리지 않았다는 얘기가 나온다.○ “존 볼턴의 ‘보수야당 설득’ 옵션론” 제기 이날 회동에선 처음엔 문 대통령과 홍 대표만 테이블에 앉았지만, 홍 대표는 별도의 뒷자리에 앉아 있던 한병도 대통령정무수석비서관과 홍 대표의 비서실장인 강효상 의원을 불러 함께 앉도록 했다. 신경질적인 질문과 답변을 노골적으로 주고받기도 했던 지난달 7일 대통령-여야 5당 대표 회담에서와 달리, 단독 회담에선 서로를 깍듯이 대하면서도 뼈 있는 말을 주고받았다. 문 대통령은 홍 대표에게 집요할 정도로 “남북 대화에 반대하지 말아 달라”는 요구를 두세 차례 반복하며 설득했다고 한다. 이에 홍 대표는 ‘우리가 정상회담을 여는 데 한 번도 반대한 적이 없는데 왜 그러시느냐’는 뜻으로 중간중간에 “회담 자체를 반대하지 않는다”고 몇 차례 말했다. 홍 대표는 문 대통령에게서 남북 회담에 대한 새로운 구상이나 정보를 기대했지만 그런 내용은 전혀 없었다고 한다. 회담에 배석한 강 의원이 메모한 대화록 19장 중 12장이 이런 반복된 공방이었고, 7장이 김기식 금융감독원장 임명 철회 등 홍 대표가 요구한 국내 정치 현안이었다. 이런 대화 내용 때문에 야당 일각에선 “존 볼턴 신임 백악관 국가안보회의(NSC) 보좌관이 방미 중인 정의용 청와대 국가안보실장에게 ‘정상회담 전 보수야당을 설득하는 게 우선이지 않으냐’는 ‘옵션’을 내건 것 아니냐”는 추측이 나돌았다. 한국당 관계자는 “청와대가 반대하던 일대일 회담을 돌연 제의하면서 의제 설정도 없이 무작정 만나자고 추진한 것을 보면 무엇인가 ‘외부 요인’이 있었다는 것으로밖에 설명이 안 된다”고 했다. 그러나 민주평화당 박지원 의원은 “내가 (12일 남북 정상회담 자문단 회의에서 문 대통령에게) ‘홍 대표가 단독회담을 원하니 만나셔서 설명, 설득하시라’고 제의했다”고 페이스북에 쓰기도 했다. 한 수석은 “4월 중요한 시기에 제1야당 대표를 만나 설명하는 게 적절하다고 판단한 것이지, 다른 의도는 없다”고 말했다. ○ 문 대통령 “정치인 수사 어쩔 수 없어” 국내 정치 현안에 대해서도 양보 없는 줄다리기만 했다. 홍 대표는 문 대통령에게 “노무현 대통령 때 선거 중립 의무를 지키지 않아 탄핵 제소가 됐다. 지방 출장도 삼가 주시고 지방선거에 엄중히 중립을 지키셨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또 “박근혜 전 대통령의 형량이 과하다. 이제 이명박 전 대통령까지 구속됐으니 정치보복은 그만해 줬으면 한다. 대통령과 수석비서관 비서관 행정관 장관 차관까지 싹쓸이한 정권이 있었느냐”고도 했다. 문 대통령은 다른 현안에 대해선 대답하지 않고 경청하기만 했지만 ‘정치보복’ 주장에 대해선 “검찰 수사는 대통령이 개입할 수 있는 상황이 아니다”고 반박했다. 강 의원에 따르면 문 대통령은 “전직 대통령의 일은 안타깝다. 김 원장에 대한 해임이나 개헌 문제는 모두 내 권한이기 때문에 다 경청하지만 수사 문제는 내가 할 수 있는 게 아니다”고 말했다. 최우열 dnsp@donga.com·최고야·한상준 기자}
김기식 금융감독원장 관련 의혹이 연일 터져나오면서 청와대의 인사검증 책임론이 함께 불거지고 있다. 이 때문에 금감원장에 대한 국회 인사청문회를 도입해야 한다는 움직임도 본격화되고 있다. 현행 인사 검증 시스템만으로는 금융검찰로 불리며 막강한 영향력을 행사하는 금감원장의 자질을 가려내기에 부족하다는 여론에 따른 것이다. 바른미래당 오신환 원내수석부대표는 12일 원내정책회의에서 “금감원장은 금융계의 검찰총장과 같다. 금감원장 임명에 국회 인사청문회를 도입하는 법 개정안을 내겠다”고 밝혔다. 현행 금융위원회 설치법 제29조 2항에 따르면 금감원장은 금융위원장의 제청으로 인사청문회 없이 대통령이 임명할 수 있도록 돼 있다. 오 원내수석부대표는 “국회법과 인사청문회법 등에는 청문회 대상자를 검찰총장, 한국은행 총재 등으로 명시하고 있다. 금감원장도 인사청문회 대상자로 명시하도록 하겠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오 원내수석부대표는 “매일 쏟아지는 의혹과 청와대의 구차한 변명이 역겹다. 김 원장의 얼굴은 보기도 싫다”며 자진 사퇴를 압박했다. 민주평화당도 최경환 대변인 논평에서 “금감원장도 인사청문회 대상에 포함시켜 철저히 검증해야 한다”고 강조한 뒤 “청와대가 이상한 논리를 만들어 김 원장을 감싸고 버틸 상황이 아니다. 청와대는 스스로 검증을 철저히 못한 변명을 하고 있다”고 비판했다. 한편 정의당은 이날 상무위원회를 열고 당론으로 김 원장의 자진 사퇴를 촉구하기로 의결했다. 문재인 정부 첫 조각 당시 정의당이 반대했던 인사는 모두 낙마한 것을 두고 말하는 일명 ‘정의당 데스노트’에 김 원장의 이름이 오른 것. 정의당 데스노트에 찍힌 현 정부 인사는 안경환(법무부), 조대엽(고용노동부), 박성진(중소벤처기업부) 전 장관 후보자, 박기영 전 과학기술혁신본부장 후보자 등으로 모두 낙마했다. 최고야 기자 best@donga.com}

《 문재인 정부 출범 후 첫 전국단위 선거인 6·13지방선거가 13일로 두 달 앞으로 다가왔다. 최소 9곳의 국회의원 재·보궐선거도 함께 치러진다. 더불어민주당은 광역단체장 17곳 중 최소 ‘9곳 이상’을 목표로 하고 있다. 자유한국당은 영남권(5곳)을 중심으로 ‘6곳+알파’ 수성을 목표로 잡고 있다. 바른미래당은 안철수 인재영입위원장이 나선 서울시장에 기대를 걸고 있다. 》 6·13지방선거의 하이라이트는 전국 인구의 절반이 거주하는 수도권(서울시장, 경기도지사, 인천시장)이다. 문재인 대통령의 60%대 지지율을 등에 업은 여권 예비후보들이 여론조사에서 앞서가면서 ‘민주당 대 민주당’의 대결이라는 평가도 나온다. 그러나 한국당과 바른미래당의 보수 후보 단일화가 막판 변수가 될 가능성이 있다.○ 서울, 민주당 vs 야권의 ‘일대일’ 구도 형성되나 서울시장 선거전은 박원순 현 시장이 12일 3선 도전을 선언하면서 본격적으로 막이 올랐다. 박 시장은 행정가로서의 안정감과 높은 인지도를 앞세워 지금까지 각종 여론조사에서 선두를 달리고 있다. 민주당 후보 경선에서도 1차 투표에서 과반을 확보해 본선에 직행한다는 구상을 갖고 있다. 박 시장은 이날 국립서울현충원의 김대중 전 대통령 묘역을 참배한 뒤 여의도 당사에서 출마 선언을 하며 민주당원임을 강조했다. 반면 민주당 후발 주자인 박영선 의원과 우상호 의원은 박 시장의 ‘3선 피로감’을 강조하면서 결선투표에서 뒤집기를 자신하고 있다. 두 후보는 13일 TV토론에서 박 시장의 미세먼지 대책을 비판하며 본격적으로 반전에 나설 계획이다. 박 의원은 이날 기자들과 만나 “2011년 박 시장이 당의 입당 권유를 받아들이지 않고 무소속으로 남았고, 두 번째 시장선거 때도 나 홀로 선거를 했다”며 박 시장과 당의 거리감을 부각시켰다. 우 의원도 “선거 막바지에 당사를 방문한다고 당원의 마음이 돌아설까 의문”이라고 견제구를 날렸다. 한국당의 서울시장 후보로 추대된 김문수 전 의원과 바른미래당 후보인 안철수 인재영입위원장은 여권의 대항마는 바로 자신이라고 강조하고 있다. 한국당은 자체 분석 결과 김 전 의원이 안 후보를 제치고 민주당 후보와의 양강 구도를 형성할 것으로 보고 있다. 김 전 의원은 12일 선거출정식에서 “과거에 어떤 어려움이 있더라도, 우리 앞이 아무리 어렵더라도 반드시 뭉친다”며 보수 결집을 호소했다. 바른미래당 안 위원장은 “야권 대표 후보”를 강조하며 박 시장과의 ‘일대일’ 구도에 대비하고 있다. ‘2011년 서울시장 보궐선거에서 박 시장에게 양보했으니 이번에는 안철수’라는 이른바 양보론 확산에도 기대하고 있다. 정의당은 김종민 서울시당 위원장과 정호진 전 서울시당 위원장이 후보 경선에 나섰다.○ 한국당, 경기 인천에서 얼마나 버틸 수 있을까 경기도지사와 인천시장 선거는 현역을 보유한 한국당이 수성에 나섰지만 판세는 만만치 않다. 민주당에선 경기지사 후보로 이재명 전 성남시장, 전해철 의원, 양기대 전 광명시장 등이 나섰다. 이 전 시장이 높은 인지도를 바탕으로 앞서가고 있지만 친문(친문재인)계 핵심인 전 의원이 친문 성향 권리당원을 결집하면 상황은 달라질 수도 있다. 양 전 시장은 광명동굴, 이케아 유치 등 경험 많은 행정가로서의 면모를 강조하고 있다. 한국당은 남경필 지사를 필승카드로 내세웠다. 남 지사는 ‘혜경궁 김씨 트위터 비방’ 등 혼탁 양상으로 전개되는 민주당 경선을 예의주시하면서 문재인 정부의 최저임금 정책으로 인한 소상공인의 고통 등을 강조하며 경제통 이미지 쌓기에 주력하고 있다. 인천시장 후보로 민주당에선 친문 박남춘 의원이 김교흥 전 국회 사무총장, 홍미영 전 부평구청장과 경쟁하고 있다. 선거전 초반엔 박 의원이 앞섰지만 최근 여론조사에서 격차가 줄어들고 있다. 한국당은 유정복 현 시장을 내세웠다. 유 시장은 인천시의 ‘재정위기 주의 단체’ 해제를 끌어냈고 서울지하철 7호선 청라 연장 등을 성과로 내세우고 있다. 바른미래당 후보로는 이수봉 인천시당 위원장과 안 위원장의 영입 인사로 입당한 정대유 전 인천경제청 차장이 경쟁하고 있다. 정의당에서는 김응호 인천시당 위원장이 후보로 거론된다.유근형 noel@donga.com·최우열·최고야 기자}
자유한국당은 10일 김문수 전 경기도지사를 6·13지방선거 서울시장 후보로 추대했다. 김 전 지사가 박근혜 전 대통령 탄핵 당시 보여준 극우 행보 때문에 당내 반발이 여전하지만 대안도 마땅치 않다는 현실론이 더 많다. 한국당은 이날 서울 여의도 당사에서 추대 결의식을 열고 김 전 지사와 송아영 여의도연구원 부위원장을 각각 서울시장과 세종시장 후보로 확정했다. 김 전 지사는 “이 자리를 피하고 싶었다. 당에 훌륭한 분들이 많이 계시다”면서도 “서울시장을 내지 못한다면 한국당은 해체해야 한다”며 출마 이유를 밝혔다. 그러면서 “대한민국을 김정은의 폭정으로부터 자유롭게 통일시킬 수 있는 유일한 정당이 한국당”이라고 강조했다. 서울시장 후보로 나선 바른미래당 안철수 인재영입위원장이 “김 전 지사는 서울과 연고가 없다”고 비판한 데 대해선 “24년 동안 서울에 살았다. 서울에서 공부하고, 직장 다니고, 감옥도 갔다”고 반박했다. 야권 후보 단일화 가능성에 대해서는 “한국당이 유일하게 자유민주주의를 지키는 정당”이라며 선을 그었다. 최고야 기자 best@donga.com}
개헌과 방송법 개정안을 둘러싼 여야 충돌로 9일 국회 본회의가 무산되면서 이낙연 국무총리의 추가경정예산 시정연설도 취소됐다. 총리 시정연설이 여야 대치로 무산된 것은 현 정부 들어 처음이다. 청와대는 즉각 유감을 표시하고 추경안의 국회 통과를 촉구했다. 문재인 대통령은 이날 “(총리) 시정연설을 언제하게 될지 모르는 유감스러운 상황이 됐다”며 “4월 임시국회에서 추경안이 의결돼 정부가 신속히 집행할 수 있도록 국회의 대승적인 결단을 부탁드린다”고 말했다. 이어 “지방선거를 앞두고 있기 때문에 시기상의 반대가 있으리라고 이해되지만 그렇다고 해서 지방선거 이후 추경을 편성해서는 본래 목적을 달성하기 어렵다”고 지적했다. 개헌안을 둘러싼 충돌로 정국이 냉각된 가운데 추경의 필요성을 앞세워 국회를 설득해 나가겠다는 의지를 밝힌 것이다. 이 총리도 자신의 페이스북에 ‘일자리를 찾는 청년, 청년을 고용할 중소기업, 조선과 자동차 구조조정으로 경제위기를 맞은 군산 거제 통영 고성 진해 울산 동구를 지원하는 추경입니다. 국회의 도움을 간청합니다’라는 글을 올렸다. 10%에 육박하는 청년실업과 한국GM 군산공장 폐쇄 후폭풍으로 인한 일자리 재난 상황에도 정치권이 추경안 논의를 시작하지 않고 있는 것을 지적한 것이다. 이에 앞서 더불어민주당 우원식, 자유한국당 김성태, 바른미래당 김동철, ‘평화와 정의의 의원 모임’ 노회찬 원내대표는 이날 조찬과 오찬으로 이어진 세 차례 연쇄회동을 갖고 국회 정상화 방안을 논의했지만 결국 견해차를 좁히지 못했다. 이들은 이어 열린 정세균 국회의장과의 정례회동에서도 합의에 실패했다. 정 의장은 모두발언에서 “오늘 본회의를 열어야 대정부 질문도 가능하다. (임기 중) 제 마지막 임시국회인데 유종의 미를 거두게 해 달라”고 호소했다. 그러나 대통령 권한분산 내용을 개헌안에 어떻게 담을지를 놓고 여야 간 이견을 좁히지 못하면서 발목이 잡혔다. 한국당 김 원내대표는 “문재인 대통령이 지난해 5당 원내대표를 만났을 때 선거구제 개편이 수용되면 대통령 권력을 분산할 수 있다고 했지만 개헌 협상에 전혀 진전이 없다”고 비판했다. 노 원내대표도 “시대적 추세가 분권이니 대통령중심제를 기본에 놓고 다양한 권력분산 장치를 합의해야 한다”고 거들었다. 이에 대해 우 원내대표는 전날 한국당 의원들이 국민투표법 개정안 논의를 위한 국회 행정안전위원회 소위에 불참한 걸 언급하며 “말로는 개헌을 말하면서 국민 개헌을 반드시 좌초시키겠다는 본심을 드러냈다”고 맞받아쳤다. 방송법 개정안 갈등도 본회의 무산에 핵심 요인이었다. 방송법 개정안 처리를 위해 릴레이 농성을 벌이고 있는 바른미래당은 “여당이 방송법에 대해 완전히 ‘내로남불’로 나오고 있다”고 성토했다. 공영방송 사장 선임에서 정부 여당의 입김을 최소화하기 위해 특별다수제(이사 3분의 2 이상 찬성)를 도입하는 개정안에 대해 민주당이 처리 불가로 돌아선 데 따른 것이다. 바른미래당 김 원내대표는 “국회 정상화가 우선이라면서 말을 바꾸는 민주당을 믿고 협상할 수 없다. 오늘 중 민주당에서 야권이 받을 수 있는 방송 중립성과 공정성을 담보하는 안을 낸다면 받을 수 있다는 최종 제안을 했다”고 말했다. 하지만 여당은 2016년 7월 민주당 박홍근 의원이 발의한 방송법 개정안뿐만 아니라 다른 의원들이 제출한 법안들도 모두 심의한 뒤 처리하자는 입장이다. 우 원내대표는 “문제가 된 방송법 개정안은 상임위에서 충분히 합의된다면 4월 중 처리가 가능하다”고 했다.김상운 sukim@donga.com·최고야·한상준 기자}

6·13지방선거에서 재선에 도전하는 원희룡 제주도지사(사진)가 10일 오후 2시 제주도청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바른미래당을 탈당한다. 원 지사 측 관계자는 9일 “지방선거 유불리를 따지기보다 건전한 야당의 기반을 다지겠다는 마음으로 탈당을 결심했다”고 밝혔다. 바른정당 소속이던 원 지사는 국민의당과 바른정당의 합당에 부정적 입장을 보이며 탈당 시기를 저울질해 왔다. 원 지사는 다른 정당에 입당하지 않고 무소속으로 지방선거에 나설 계획이다. 원 지사는 바른미래당의 유일한 광역단체장이었다.최고야 기자 best@donga.com}
국정 농단 사태로 탄핵된 뒤 수감 중인 박근혜 전 대통령에게 1심 법원이 6일 징역 24년과 벌금 180억 원이라는 중형을 선고하자 정치권에선 반응이 크게 엇갈렸다. 청와대는 선고 직후 김의겸 대변인 명의로 낸 논평에서 “기억하지 않는 역사는 되풀이된다. 오늘을 잊지 않겠다”고 밝혔다. 박근혜 정부의 국정 농단을 거울로 삼겠다는 뜻으로 풀이된다. 이어 김 대변인은 “나라 전체로 봐도, 한 인생을 봐도 가슴 아픈 일”이라며 “박 전 대통령에 대한 느낌은 다들 달랐을 것이다. 그러나 오늘 모두의 가슴에는 메마르고 스산한 바람이 불었다”고 밝혔다. 환영 입장 대신 안타까움을 내비친 것이다. 이명박 전 대통령 구속에 이어 박 전 대통령이 중형을 선고받은 데 대한 일각의 반발을 감안한 것으로 보인다. 자유한국당을 제외한 정당들은 ‘인과응보’ ‘사필귀정’이라며 법원의 판결을 반겼다. 더불어민주당 강훈식 원내대변인은 “헌정을 유린하고 온 국민을 상실감에 빠뜨린 국정 농단에 대한 죄와 벌은 인과응보”라고 밝혔다. 그러면서 “이제 ‘이게 나라냐’라는 분노와 상실감을 딛고 ‘이게 나라다’라는 희망을 찾는 계기로 삼아야 한다”고 강조했다. 형량이 가볍다는 비판도 나왔다. 판사 출신인 민주당 박범계 수석대변인은 “형사범으로서의 박 전 대통령에 대한 선고형량은 합당할진 모르겠으나 헌법상의 국정농단사범으로서는 다소 형량이 약하다는 비판도 가능하다”고 지적했다. 바른미래당은 국정 농단 사태가 제왕적 대통령제에서 불거진 것임을 강조하며 개헌의 필요성을 주장했다. 6·13지방선거 서울시장 출마를 선언한 안철수 바른미래당 인재영입위원장은 자신의 페이스북에 “제왕적 권력은 실패한다는 또 한 번의 사례다. 반드시 대통령 권한의 분산을 전제로 한 개헌으로 이어져야 할 것”이라는 글을 올렸다. 유승민 바른미래당 공동대표는 “우리 헌정사의 큰 불행이라고 생각한다. 다시는 이런 일이 없도록 정치권이 여야나 보수, 진보를 떠나 정말 같이 각성할 일이라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민주평화당 역시 “대통령을 잘못 보좌한 한국당은 석고대죄해야 한다”고 지적했고, 정의당은 “오늘 선고된 형으로 그 죄를 다 감당하는 것은 턱없이 부족하다”고 비판했다. 반면 한국당은 선고 직후 “오늘 이 순간을 가장 간담 서늘하게 봐야 할 사람은 문재인 대통령”이라고 날을 세웠다. 한국당 전희경 대변인은 논평에서 “오늘 재판부 판결 내용은 이미 예견됐던 것이다. 재판 과정을 스포츠 중계하듯 생중계한 것은 매우 개탄스러운 일”이라며 불만을 나타냈다. 한국당 김진태 의원은 페이스북에 “먼저 탄핵을 시켜놨으니 답은 정해진 것”이라며 “오늘을 기억하자. 역사는 반복된다”고 썼다. 한 친박(친박근혜)계 의원은 동아일보와의 통화에서 “할 말을 잃었다. 과중한 처벌이다. 아직 두 번의 선고가 더 있는데 (TV로 생중계하는 것은) 대통령 망신 주기일 뿐이다”라고 참담한 심정을 전했다. 최고야 best@donga.com·박훈상 기자}

개헌 등 여러 현안이 쌓여 있는 4월 임시국회가 더불어민주당이 야당 시절 발의한 방송법 개정안에 발목이 잡혀 한 발짝도 나아가지 못하고 있다. KBS 등 공영방송 사장을 정권 입맛에 맞게 임명하지 못하도록 견제 장치를 두는 것이 개정안의 핵심 내용인데, 정권 교체 뒤 민주당이 법안 처리 불가로 선회하면서 논란이 커지고 있는 것. 야당은 ‘여당의 내로남불’이라며 국회 일정 보이콧에 나섰다. 바른미래당은 5일 국회 로텐더홀에서 방송법 개정안 처리 촉구 농성을 열고 “4월 임시국회에서 방송법 개정안을 반드시 통과시켜야 한다”고 주장했다. 바른미래당 김동철 원내대표는 농성 직전 열린 의원총회에서 “민주당이 스스로 만든 법안을 거부하는 것은 적폐정권과 똑같이 방송 장악의 저의를 드러낸 것”이라고 비판했다. 농성장에는 민주당 박홍근 원내수석부대표 사진으로 만든 커다란 피켓이 등장했다. 지난해 2월 박 원내수석이 ‘언론장악 방지법 처리’ 팻말을 가지고 로텐더홀에서 농성을 하던 모습이다. 사회를 맡은 바른미래당 오신환 원내수석부대표는 “오늘 이 자리에 박 원내수석이 함께하고 계신다”며 비꼬았다. 자유한국당도 마찬가지로 민주당이 방송법 개정안 처리를 약속하기 전에는 4월 임시국회 일정에 참여하지 않겠다는 입장이다. 실제로 박 원내수석은 정권교체 전인 2016년 7월 방송법 개정안을 대표 발의했다. 당시 민주당 의원 전원과 국민의당, 정의당 등 162명이 공동 발의자로 이름을 올렸다. 공영방송 사장 선임에 이사 3분의 2 이상의 찬성을 요구하는 ‘특별다수제’ 도입이 핵심. 이사회 구성도 13인 가운데 여당 추천 7인, 야당 추천 6인으로 조정했다. 야당 추천 이사의 동의 없이는 사장 임명이 불가능하게 만든 것이다. 하지만 집권 뒤인 지난해 8월 문재인 대통령의 말 한마디로 상황이 뒤바뀌었다. 문 대통령이 방송통신위원회 비공개 업무보고에서 “만약 이 법이 통과된다면 어느 쪽으로도 비토(거부)를 받지 않은 사람이 선임되지 않겠나. 소신 없는 사람이 될 가능성도 있다”고 언급했다. 그 뒤 민주당은 “정권 교체라는 상황 변화에 맞춰 가미할 안이 있다”며 추후 한국당, 정의당이 발의한 개정안과 비교해 다른 안을 내겠다고 말을 바꿨다. 당시 민주당이 고대영 전 KBS 사장과 김장겸 전 MBC 사장을 겨냥해 개정안에 넣은 부칙도 스스로 발목을 잡는 요소 중 하나다. 민주당은 개정안 부칙에 법 시행 3개월 이내에 이사회와 집행기관을 새로 구성해야 한다는 내용을 담았다. 방송법 개정안이 통과되면 정권교체 후 최근 선출된 KBS, MBC, EBS 사장을 다시 뽑아야 하는 것이다. 야당의 비판이 거세지자 박 원내수석은 “당시 법안은 차선이나 차악의 법안이었다”고 둘러댔다. 그는 “2016년 최순실 국정농단 시절 왜곡된 방송 환경을 긴급히 시정하려고 했던 법안이라 맹점이 있다”고도 했다. 민주당은 야당이 반대하는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를 동시에 처리하기 전에 방송법 처리는 불가하다는 입장이다.최고야 기자 best@donga.com}

바른미래당 안철수 인재영입위원장이 6·13지방선거의 서울시장 선거 출마를 공식 선언했다. 2011년 10·26 서울시장 보궐선거에서 박원순 서울시장에게 후보 자리를 양보한 이후 7년 만에 제자리로 돌아온 셈이다. 지난해 대선 패배 이후 당내 반대에도 당 대표로 복귀한 뒤 바른미래당을 창당하기까지 갖은 정치적 논란의 중심에 섰던 그에게 이번 서울시장 출마는 사실상 물러설 수 없는 마지막 승부수다. ○ 安 “박원순 시장이 잘할 것이라 믿었는데…” 4일 안 위원장은 서울시청 맞은편인 서울시의회 본관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어 “야권의 대표선수로 나선 안철수로 힘을 모아 달라”고 호소했다. 이어 “7년 전 가을 안철수에게서 희망을 찾고 싶어 했던 서울시민의 열망에 답하지 못했던 기억이 생생하다. 다시 시작하겠다”고도 했다. 안 위원장은 자신이 여권을 견제할 수 있는 유일한 대안야당 후보임을 강조했다. 그는 문재인 정부의 최저임금 정책 부작용과 오락가락하는 대학입시제도, 재활용 쓰레기 대란 등을 조목조목 비판했다. 특히 대통령 개헌안 발의에 대해서는 “안 될 게 빤한 개헌안을 법무부 장관도 아닌 민정수석이 3부작 설명회를 하며 노골적으로 지방선거 운동을 하고 있다”고 비판했다. 유력한 경쟁자인 박 시장과도 본격적으로 각을 세웠다. 안 위원장은 “(2011년 후보를 양보하면서) 박 시장이 그땐 잘하실 거라고 믿었다. 그러나 7년간 제대로 변화해야 하는 시기를 많이 놓쳤다”고 꼬집었다. 이어 서울시 예산 집행과 관련해 “몇몇 단체를 위한 예산이 아닌 시민을 위한 예산으로 되돌리겠다. 서울시 주변을 맴도는 예산 사냥꾼들은 더 이상 설 곳이 없을 것”이라고 박 시장을 비판했다. 박 시장은 이와 관련해 기자들과 만난 자리에서 “오늘 안 후보가 출마했으니 그분을 취재하는 것이 어떠냐”며 즉답을 피했다. 대선 후보였던 안 위원장의 출마 선언으로 흥행 기미가 보이지 않았던 6·13지방선거는 활력을 띠는 분위기다. 그동안 대선 패배, 창당과 탈당 등 정치적 산전수전을 겪을 만큼 겪은 안 위원장이 이번 선거에 임하는 자세는 7년 전과 많이 다르다. 더 이상 ‘아름다운 양보’ 같은 정치적으로 무책임하고 감성적인 행보는 하지 않겠다는 의지가 읽힌다. 안 위원장은 최근 지인들에게 “7년 전 서울시장을 그냥 했더라면 시행착오가 많았을 것”이라며 “그동안 대선, 총선을 거치고 정당도 만들고 깨고 하면서 많은 경험을 했다. 서울시장을 할 만큼의 정치적 경험을 쌓았다”고 자신감을 내비쳤다. 안 위원장은 4차 산업혁명을 앞세운 빅데이터와 소프트웨어가 활용되는 ‘스마트 도시’ 등 자신의 특기를 살린 서울 시정 5개 분야 공약을 제시했다. ○ 선거 막판에 야권 후보 단일화 가능성 안 위원장은 자유한국당과의 야권 후보 단일화에 대한 질문에 “거듭 말하지만 야권 연대는 없다. 기득권 정당은 우리가 싸울 대상”이라고 일축했다. 한국당 홍준표 대표도 평소 “단일화는 없으며 이번 지방선거를 통해 바른미래당은 소멸될 것”이라고 주장해왔다. 그러나 민주당을 상대하기 위해선 야권 후보 단일화가 현실적으로 필요하다는 목소리가 양당에서 여전하다. 선거 막판에는 어떤 식으로든 단일 후보론이 나올 수밖에 없다는 것. 한국당 정진석 의원은 “민주당 지지율이 50%인 상황에서 두 야당이 모두 후보를 내는 것은 자멸”이라고 했다. 이 때문에 지지율이 낮은 후보가 중도 사퇴하는 식의 단일화가 이뤄질 것이라는 전망이 끊이지 않는다. 최고야 best@donga.com·최우열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