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알파고는 현명하다. 25의 곳을 잇지 않고 백 24로 흑 한 점을 잡은 게 좋은 수. 눈앞의 실리에 연연하지 않고 넓은 시야로 두터움을 유지하는 수다. 이어 백 26으로 피해를 최소화하는 방향으로 정리해 나간다. 흑 27로는 백 다섯 점을 잡는 것이 실리로는 크지만 우변 백의 움직임과 관련한 뒷맛을 위해선 실전 쪽이 낫다. 예를 들면 백 28로 참고도 백 1로 공격에 나설 경우 흑 2, 4가 있다. 이후 흑 10까지 수상전이 되는데 백이 오히려 위험한 모습이다. 흑 27이 있기에 가능한 그림이다. 그래서 백은 28로 중앙 흑 말부터 공격한다. 백은 우하귀에서 약간 손해를 봤지만 백 다섯 점이 완전히 잡힌 모양이 아니어서 이 중앙 공격을 통해 약간의 이득을 보면 충분히 만회할 수 있다. 흑 29도 좋은 행마. 이 한 점을 희생해서 중앙 흑이 37까지 우변으로 쉽게 연결해갔다. A가 아니라 백 38로 단수한 것도 유념해둬야 한다. 흑 석 점을 잡겠다고 A로 끊는 것은 중앙 쪽 두터움이 달라진다. 그리고 선수를 잡는 효과도 있다. 백 40으로 끊는 수는 진작부터 노리던 수. 이 수로 우하귀 손해를 거의 만회했다. 왜 이 수가 강력할까. 해설=김승준 9단·글=서정보 기자}

우하 쪽 백이 두터워지면서 우변 흑 한 점이 외로워졌다. 흑 5는 수습할 때 유용하게 쓰는 기대기 전법이다. 흑 7 때 천야오예 9단은 내심 참고 1도 백 1로 두기를 바랐을 것이다. 이건 흑 6으로 일단 이득을 보고 8로 우변을 수습하면 백이 별로 얻은 게 없다. 그러나 알파고의 8, 10이 좋은 임기응변이었다. 모양이 거꾸로 흐르는 것 같지만 우상을 선수로 처리한 뒤 백 12로 뛰어 전체적으로 두텁고 안정적으로 국면 운영을 하고 있다. 형세가 유리하지 않다고 본 흑은 13, 15로 적극적으로 나선다. 물론 백 16 때 흑 A로 받아 패를 하고 싶지만 지금은 팻감이 부족하다. 그래서 흑 17, 19로 선수하고 흑 21, 23으로 백을 유인한다. 여기서 끊기는 게 두려워 참고 2도 백 1로 잇는 것은 흑의 계략에 빠진다. 흑 2가 두터운 수다. 백이 3, 5로 흑 석 점을 잡았다간 흑 12까지 중앙 백이 위태로워진다. 알파고는 진퇴양난에 빠진 것일까.해설=김승준 9단·글=서정보 기자}

흑 ○로 씌워가자 반상에는 험악한 분위기가 연출되고 있다. 백이 88부터 꾸역꾸역 밀고 나가자 흑은 93까지 강력하게 앞길을 막아선다. 하지만 백 94가 선수여서 백의 탈출로는 확보된 셈이다. 사실 백 94로 곤란해진 건 오히려 흑이다. 좌변 흑 말이 끊기는 약점이 여기저기 노출된 탓이다. 흑 95로 참고 1도 흑 1로 잇는 것은 무책이다. 백 2로 끊어 수상전이 되는데 백 14까지 백이 한 수 빠르다. 그래서 흑 95로 잇고 버티는 것은 어쩔 수 없다. 물론 흑도 칼을 품고 있다. 예를 들어 백이 흑을 잡겠다며 참고 2도 백 1로 끊으면 흑의 역공이 준비돼 있다. 하변 흑이 의외로 두터워 6으로 씌우는 수가 성립하는 것. 흑 16까지의 수상전은 백이 불리하다. 그래서 알파고는 안전하게 백 96으로 탈출했고 흑은 97로 제자리걸음을 할 수밖에 없다. 알파고는 백 98로 압박한 뒤 100부터 104까지 두텁게 연결해 간다. 이렇게 되자 우변 흑 한 점이 정말 외로워 보인다.해설=김승준 9단·글=서정보 기자}

우변 백 진이 모두 집이 된다면 흑은 집 부족 증세에 걸린다. 흑 73으로 우변에 뛰어든 것은 자연스러운 승부 호흡. 이 흑 한 점은 보기보다 백이 공격하기 어렵다. 알파고는 우변 응수를 잠시 유보한 채 좋은 감각을 선보인다. 백 74. 이런 감각은 인간의 직관에서 비롯된다고 여겼다. 실제 백 74의 가치가 얼마인지 계산이 불가능하다고 본 것이다. 하지만 알파고는 계산을 통해 탁월한 감각을 찾아낸다. 결국 ‘감각’을 인간의 전유물이라고 여겼던 것이 인간의 착각이었는지 모른다. 당장 흑의 응수가 어렵다. 안전하게 참고도 흑 1로 연결하는 것은 박력이 부족하다. 백 2로 뛰면 ‘가’도 선수로 들어 중앙 백이 두터워진다. 흑 75로 나가려고 했지만 백 76이 연이은 호수. 일단 이쪽 방향으로 진출하는 건 어려워졌다. 어쨌든 흑은 단순히 연결해 가는 걸로는 만족할 수 없다. 79부터 85로 나와 끊어 전투를 유도한다. 좌변 흑이 끊어지는 약점이 있어 운신이 쉽지 않지만 이렇게 반발하지 않으면 백에게 스르륵 밀려버릴 수 있다. 백 86 때 흑 87로 강력하게 씌워가 반상의 긴장도는 상승 곡선을 그리고 있다. 중반 초입의 주도권 싸움이다. 여기서 한 번 밀리면 고생길이 훤히 열린다. 해설=김승준 9단·글=서정보 기자}

흑 53은 두텁다. 귀의 뒷맛도 노리고 있다. 하지만 알파고는 ‘흑의 노림과 상관없이 내 길을 간다’며 백 54로 가장 큰 곳을 뒀다. 그 대신 흑은 55, 57로 좌하귀에서 선수로 이득을 봤다. 여기서 백 56, 58은 정수다. 참고 1도 백 1로 반발하면 흑 2, 4로 좌하 백이 몸 성히 살아가긴 힘들어 보인다. 또 백 56이 멀리 내다본 수다. 무심결에 흑 한 점을 그냥 때려내면 나중에 흑 A가 선수가 된다. 이렇게 되면 좌변 흑 대마가 후수로 한 집을 낼 수 있어 나중에 혹시 흑 대마 생사에 문제가 생길 때 큰 힘이 된다. 백 56은 먼 훗날의 작은 가능성까지 염두에 둔 수다. 흑 59의 침입이 현재로선 가장 크다. 흑 65까지 정석대로 진행되는가 싶었는데 백 66 때 흑이 67로 반발했다. 그냥 참고 2도 흑 1처럼 순순히 넘어가면 안 되는 걸까. 이건 백 2와 6이 선수여서 우변 백 진의 골이 깊어진다. 천야오예 9단은 참고 2도처럼 되면 백이 두텁다고 보고 중앙으로 고개를 내민 것이다. 해설=김승준 9단·글=서정보 기자}

안국현 6단(25)이 입단 7년 5개월 만에 첫 우승을 일궜다. 안 6단은 6일 제22기 GS칼텍스배 결승 5번기 최종국에서 김지석 9단을 이겨 종합전적 3-2로 우승컵을 안았다. 안 6단은 이번 5번기에서 1국을 이겼으나 2, 3국을 내줘 패색이 짙었다. 하지만 4, 5국에서 극적으로 반등하며 우승을 차지했다. 안 6단은 우승 직후 “가족의 응원이 큰 힘이 됐다. 아직 부족하지만 부끄럽지 않은 아들이 되겠다”는 소감을 밝혔다. 백 ○의 갈라침에 흑 35로 씌워간 것은 백이 좌하 쪽을 받으면 즉시 백 ○공격에 나서겠다는 것이다. 따라서 백 36으로 벌려 안정을 취한 것은 당연하다. 흑 37로 붙이고 39로 귀에 뛰어든 것은 정밀한 수순이다. 백 40으로 물러선 것은 정수다. 참고도 백 1로 차단하고 싶지만 흑 2로 붙이는 수가 통렬하다. 흑 8까지 사실상 바둑이 끝나게 된다. 흑은 47까지 좌하 귀에서 두터운 모양을 갖게 됐다. 또 좌하귀 백 진 안에서 잡힌 흑 한 점이 아직 뒷맛을 갖고 있어 상황에 따라 시한폭탄이 될 수도 있다. 반면 백은 48, 50으로 좌변 백을 안정시켜 불만이 없다. 전체적으로 포석이 물 흐르듯 진행되고 있다.해설=김승준 9단·글=서정보 기자}

예전엔 좌상 모양에서 백이 주로 높은 걸침을 택했다. 최근엔 알파고가 백 20처럼 낮은 협공을 유행시키고 있다. 백 22가 준비된 수. 흑 23은 당연한 반발인데, 이때 백 24라는 예상외의 수가 등장한다. 흔한 수는 아니지만 족보에는 있는 수다. 흑의 응수에 따라 능동적으로 변화하겠다는 의미로, 알파고 바둑엔 이렇게 붙이는 수가 종종 나온다. 참고 1도를 보자. 흑 1로 받으면 백 2로 젖힌다. 흑 3으로 끊으면 백이 놓은 덫에 걸려든다. 백 10까지 흑 두 점이 움직일 수 없게 된다. 흑 27 대신 참고 2도 흑 1로 느는 것은 어떨까. 흑 7까지 흑에게 유리한 전투처럼 보이지만 백은 10으로 막고 16으로 씌워 사석작전을 펼친다. 흑 실리에 비해 백의 중앙 두터움이 훨씬 돋보이는 결과다. 실전 진행은 거의 외길이나 마찬가지다. 흑 31까지 백은 선수와 두터움을, 흑은 실리를 챙겼다. 백 34까지 포석의 윤곽이 그려졌다. 서로 불만 없는 상황이다. 해설=김승준 9단·글=서정보 기자}

천야오예 9단은 현재 세계대회인 바이링배의 타이틀 보유자다. 중국 1인자 커제 9단과의 결승에서 예상을 엎고 우승을 차지했다. 특히 내용면에서 커 9단을 압도해 제2의 전성기가 왔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이번 대국은 천 9단이 알파고에게 한 판을 지고 다시 둔 대국. 알파고의 특징이 잘 드러나 있다. 흑을 잡은 천 9단은 중국식 포석을 들고나왔다. 백 8로 귀를 들어가는 것은 최근 유행하는 수. 백 10에서 흑이 손을 빼는 것도 요즘 자주 보인다. 참고 1도 흑 1로 두면 백 10까지 전형적 정석이 나온다. 흑 15로 우상 귀를 손댔는데 한 번 더 손을 빼고 참고 2도 흑 1처럼 발 빠르게 두는 것도 있었다. 백 2로 귀를 보강할 때 흑 3으로 둬 좌변과 하변에 웅대한 모양을 펼칠 수 있다. 그러나 알파고를 상대로 두기에는 모험이 따른다. 흑 15는 일단 실속을 차려 놓고 국면을 잘게 쪼개 운영하겠다는 뜻. 흑 19 이후 백의 다음 수가 이 바둑의 골격을 결정한다.해설=김승준 9단·글=서정보 기자}

김지석 9단에게 알파고와 세계 일류 기사의 실력 차이가 어느 정도라고 보는지 물었다. 김 9단은 “2점 이상”이라고 대답했다. 김 9단은 그 이유에 대해 “알파고가 초반에 형세가 좋아지면 최선의 수를 두지 않는다”며 “만약 2점 바둑이라면 형세가 좋아질 때까지 계속 조여 올 텐데 그걸 버틸 자신이 없다”라고 말했다. 김 9단은 초반 참고도의 장면을 가장 후회했다. 흑 1(실전 37)이 성급했다는 것. ‘가’로 지키면서 기다리는 것이 좋았다. 백 8이 김 9단의 계산에 없던 멋진 감각. 백 10이 성립해선 주도권이 백 쪽으로 완전히 기울었다. 하지만 형세가 좋아진 알파고는 이후 계속 느슨한 수를 두기 시작했다. 김 9단의 설명 그대로였다. 그 이유는 정확히 알기 어렵지만 가장 확실하게 이기는 길로 가기 위해 약간의 손해는 감수한다는 ‘자체 학습’이 이뤄진 것 같다는 해석이 많다. 그 결과 좌상에 침입한 백 말을 쉽게 포기하고 좌하 흑도 살려줬다. 이래서 역전 무드가 조성됐다는 희망이 나오기도 했다. 하지만 흑 143이 마지막 패착. 145의 곳에 뒀다면 형세가 미세했다. 이 한 칸 차이가 승부를 결정지었다. 이후 진행은 알파고의 독무대였다. 63=37, 94=79. 170수 끝 백 불계승.해설=김승준 9단·글=서정보 기자}

흑 ○로 45의 곳에 뒀다면 미세한 가운데 종반을 맞았을 것이다. 흑 ○에 백 ○가 적절한 삭감이어서 형세가 갑자기 벌어졌다. 흑 47로 최대한 하변 집을 만들려고 하지만 대신 중앙 흑이 허약해지고 있다. 백 50, 52로 비집고 나올 때 김지석 9단은 흑 53으로 최대한 버텨본다. 하지만 백 54가 정확한 급소. 권투 선수가 카운터블로에 고꾸라지듯 흑도 무참하게 넘어지고 있다. 여기서 흑이 중앙 돌을 연결하려면 참고 1도 흑 1로 둬야 한다. 그러나 백 2∼8 선수로 이득을 보고 백 10, 12의 맥을 구사하면 집 차이는 계속 벌어진다. 김 9단은 돌을 던진다는 심정으로 흑 55로 강하게 받았고, 알파고 역시 봐주지 않고 백 56, 58로 중앙 흑 돌의 숨통을 끊어버렸다. 백 60은 불가피한 응수. 손을 빼면 참고 2도 흑 1로 젖혀 백 8까지 패가 발생한다. 백은 굳이 이런 모험을 할 필요가 없다. 흑 65, 67로 몸부림쳐 보지만, 백 68에 이르러 더 이상 해 볼 곳이 없어졌다.해설=김승준 9단·글=서정보 기자}

알파고의 느슨한 국면 운영을 틈타 김지석 9단이 맹추격하고 있다. 알파고가 좌상 귀 백을 쉽게 포기한 게 역시 문제였다는 지적이다. 백 34 때 흑 35로 예리한 반격. 여기서 좌하 흑을 잡으려면 참고 1도 백 1로 둬야 하는데, 흑 2로 막고 흑 6까지 좌하 흑이 선수로 살아간다. 그래서 백은 귀에 응수하지 못하고 36, 38로 좌변 흑 진을 부수는 전략으로 나섰다. 그 대신 흑도 39로 좌하 귀를 살린 뒤 흑 41로 좌상 귀의 뒷맛까지 확실히 없앴다. 형세가 점점 미세해지고 있다. 백 42도 완착. 지금은 흑 2점을 잡을 때가 아니었다. 선수가 흑의 손에 들어왔다. 이제 남은 곳은 상변. 흑이 상변에서 제법 집을 확보하면 정말 미세한 형세가 된다. 그 첫 수가 바로 흑 43. 전혀 이상해 보이지 않는 이 날일자 행마가 역전의 희망을 산산조각 냈다. 참고 2도 흑 1처럼 눈목자 행마로 품을 넓혀야 했다. 흑 43과 참고 2도 흑 1은 서너 집 차이가 난다. 백 44가 정문의 일침 같은 수. 해설=김승준 9단·글=서정보 기자}

백 ○로 침입하면 거의 잡기 어렵다. 흑 17∼21은 외길 수순이다. 여기서 백은 참고 1도 1로 두는 것이 정답이다. 이렇게 한발 늦추는 것을 기억해두기 바란다. 흑 2로 한 칸 뛰고 6으로 붙여 잡으러 가는 것이 최선인데 백 9, 11이면 흑 모양은 사방에 약점이 있어 완전히 허물어진다. 따라서 흑은 참고 2도 2로 두어 백을 살려주는 것이 최선이다. 그렇지만 백이 이렇게 귀에서 살면 백의 우세가 결정적이다. 그러나 알파고의 선택은 백 22였다. 알파고가 유리할 때 완착이 나온다는 것은 프로기사들 사이에서 이미 알려진 정설이다. 알파고가 유리한 상황에서 두는 수가 인간의 시각에서 최선이 아닌 경우가 종종 있는 것이다. 흑 23도 선수라고 보기 힘든데 알파고는 받아준다. 김지석 9단도 받을 것으로 봤다고 한다. 어찌 보면 인간이 알파고의 습성을 알고 이용하는 장면이다. 흑 25로 귀의 백을 잡아 형세가 많이 근접했다. 백 26에 대한 흑 27도 좋은 수. 흑 33까지 상변 처리가 멋지다. 해설=김승준 9단·글=서정보 기자}

좌하 귀가 어지러워졌다. 백 귀에 침입한 흑이 어느 정도 모양을 갖추면서 형태상으론 수상전의 모양이다. 물론 백이 침입한 흑을 잡을 공산이 크지만 문제는 어떻게 손해를 보지 않고 잡느냐이다. 백 2, 4로 나와 끊어 흑 5를 유도하고 백 6, 8로 끼워 잇는 수가 좋았다. 수상전에서 수를 늘리는 좋은 수법이다. 만약 백이 마음이 급해져 참고도 백 1처럼 서둘러 흑을 잡으러 가는 것은 흑의 사석작전에 그대로 걸려든다. 흑이 2부터 12까지 밖에서 백을 조여 가면 흑의 외곽이 두터워지는 것은 물론 조여 가면서 1, 2집씩 흑 집이 늘어간다. 이 그림은 백이 흑을 잡았지만 더 큰 손해를 입은 진행이다. 백 10도 현명한 판단이다. 11의 곳을 끊어도 흑을 잡을 수 없다면 10의 곳을 선수로 당하지 않겠다는 판단이다. 백 12로 비로소 귀의 흑을 잡는다. 수상전 형태여서 흑에게 조임을 당하는 건 어쩔 수 없지만 참고도에 비해 훨씬 좋은 모양이다. 김 9단은 흑 15로 최대한 품을 넓힌다. 좌변을 전부 집으로 만들면 아직 절망적인 상황은 아니다. 백 16은 이런 두 칸 굳힘에서 침입하는 맥이다. 이 돌은 적어도 그냥 죽진 않는다. 백 유리는 계속 유지되고 있다.해설=김승준 9단·글=서정보 기자}

흑 ●는 김지석 9단이 최대한 버틴 수. 원래는 참고 1도 흑 1처럼 우하귀 백을 제압하려고 해야 한다. 중앙 흑 5점이 잡힌 대가를 최대한 얻어내야 하기 때문이다. 그런데 백 2가 뼈아픈 일침. 흑 3처럼 최대한 집을 만들려고 하면 백 4, 6의 기묘한 버팀이 준비돼 있다. 따라서 ‘가’로 물러설 수밖에 없는데 이걸로는 성이 차지 않는다. 게다가 백 ‘나’면 흑 4점이 잡히기 때문에 실전처럼 흑 ●로 버틴 것. 그러나 알파고는 백 90, 92로 쉽게 귀를 살린다. 중앙 흑도 잡고 귀도 지켜 승부의 저울추는 백으로 많이 기울었다. 흑의 분발이 촉구되는 상황. 흑 95의 침입은 응수타진. 백 96으로 막았는데 만약 참고 2도 백 1처럼 물러서면 쉽게 좌하귀는 안정되지만 흑 4로 좌변을 키우며 흑의 추격전이 본격화된다. 알파고는 이 그림이 만만치 않다고 보고 백 96으로 강하게 둔 것. 흑 97부터 101까지 일종의 수상전 형태를 만들었다. 알파고의 대응책은?해설=김승준 9단·글=서정보 기자}

우하 귀 패에서 큰 패가 났다. 흑은 백이 어떤 팻감을 쓰더라도 만패불청할 수밖에 없다. 백으로서도 백 64 외에는 팻감이 없다. 흑 67, 백 68을 교환한 것은 흑에게 약간 이득. 실전처럼 흑 69, 71로 흑 두 점을 버리기 전에 이처럼 선수해 두면 나중에 75와 같이 활용하는 수가 남는다. 흑 69로 우상 흑 6점을 살리고자 할 때 백 70으로 참고도처럼 흑을 차단하는 것은 어떨까. 흑은 8까지 단순하게 돌을 살리면 그만이다. 이 경우 백 대마만 미생이 돼 고생길이 훤히 열린다. 실전에선 우상 흑을 살려줬지만 흑 두 점을 잡으면서 우변 백 돌이 하나로 연결돼 이른바 ‘사통팔달’한 모양이 됐다. 이런 유의 두터움은 갈수록 큰 위력을 발휘한다. 특히 초반 흑이 상변과 좌변에 펼쳤던 큰 모양이 백의 두터움으로 인해 힘을 잃었다. 이로써 백의 우세가 확연해졌다. 두터움을 효과적으로 이용하는 데 정평이 난 알파고를 상대로 김지석 9단이 역전할 수 있을까. 얼핏 우하 귀 백이 지리멸렬해 보이지만 백 74가 이 백 돌에 생명을 불어넣는 좋은 수. 흑이 좌하 귀에 손대기가 마땅치 않다. 그래서 김 9단은 손을 빼고 흑 75에 붙여 응수타진을 했는데 백의 다음 수는 어디일까.해설=김승준 9단·글=서정보 기자}

전보에서 김지석 9단이 흠칫 놀랐다고 한 수가 바로 백 44다. 김 9단의 감각에는 없던 수다. 그는 하변 백 ○을 먼저 돌볼 줄 알았는데 중앙에서 먼저 움직이는 것을 미처 예상하지 못했던 것이다. 흑 45를 기다려 백 46으로 뛰자 흑은 양쪽이 급해졌다. 흑 49, 51로 밀어갈 수밖에 없는데 백은 별다른 저항 없이 그냥 흑이 하자는 대로 따르고 있다. 그런데도 백 52로 머리를 내밀자 웅장하던 좌변 흑 세력이 많이 쇠락한 느낌이다. 중앙을 응급 처치한 김 9단은 흑 53으로 우변 흑 한 점을 돌본다. 그러자 알파고는 백 54로 머리를 두들긴 뒤 56, 58로 기분 좋게 선수되는 곳을 둔다. 여기서 흑이 버틴다면 참고도 흑 1이 있다. 백은 2, 4로 귀의 한 점을 버리고 백 6으로 공격에 나서게 된다. 한눈에 봐도 흑이 곤란하다. 여기서 김 9단은 또 한번 알파고 시험에 나선다. 흑 59로 반발한 것이다. 이건 패를 만들겠다는 뜻이다. 과거 알파고가 패를 싫어한다는 관측이 있었으나 지금은 ‘패도 잘한다’로 바뀌었다. 김 9단은 알파고가 패를 얼마나 잘하는지 시험해 보고 싶은 것. 그러나 알파고는 전혀 망설임 없이 60, 62로 패를 걸어 간다.해설=김승준 9단·글=서정보 기자}

흑 29는 좌변 흑 모양을 넓히는 좋은 감각. 백 34까지 아무리 알파고라도 이렇게 두지 않을 수 없다. 흑 35는 지나가는 길에 선수한 것이지만 전혀 이득이 없는 교환. 흑은 나중에 36 자리로 끊는 수를 남겨두는 것이 좋았다. 공연한 교환으로 백만 강화시켜 준 꼴이다. 흑 37은 강수. 알파고를 상대로 힘껏 싸워보고 싶은 김지석 9단의 심정이 드러난 수다. 정수라면 참고 1도 흑 1로 두는 것. 백 2 때 흑 3으로 들어가면 실전보다 흑이 유리하다. 백 38은 흑 37의 허점을 바로 추궁하는 수. 여기서 A의 장문으로 백 한 점을 잡는 건 흑이 당한 모습이다. 그래서 김 9단은 재차 흑 39의 강수를 들고나온다. 김 9단은 승패에 연연하기보다 알파고는 이런 상황에서 어떻게 두는지 시험해보는 무대로 삼고 있다. 흑 43까진 당연한 진행. 여기서 김 9단은 백의 다음 수로 참고 2도 백 1을 예상했다. 이건 서로 큰 불만이 없는 결말. 그러나 알파고의 다음 수를 본 김 9단은 흠칫 놀랐는데…. 해설=김승준 9단·글=서정보 기자}

우상에서 알파고는 인간이 폐기했던 수법을 들고나왔다. 김지석 9단의 머릿속에 없던 길이어서 감각적으로 흑 19로 막았는데 김 9단은 국 후 이를 후회했다. 참고 1도 흑 1로 먼저 끊는 것이 좋았다는 것이다. 물론 참고 1도 백 4, 6을 당해 실리로는 약간 손해일 수 있지만 흑 7까지 두면 상변이 막혀 있다는 것이다. 이후 백 8로 두더라도 흑 9가 있어 백은 상변으로 진출할 수 없다. 실전은 백 22로 흑 한 점을 때려내며 완벽하게 살아 있기 때문에 나중에 백이 날일자로 달려 상변을 깨는 수가 있다. 뒷날 실전에서 고스란히 등장한다. 흑 27은 어려운 선택이다. 참고 2도 흑 1로 두는 것도 유력하다. 이어 백이 우변을 받아준다면 흑 만족. 이 때문에 백은 2로 좌변부터 공략하고 나설 것이다. 흑 27과 참고 2도 흑 1 중 어느 것이 좋은지 인간은 감으로 선택할 뿐이지만 알파고는 계산을 통해 승률이 높은 곳을 선택한다. 그래서 알파고가 두렵다. 백 28도 멋진 감각.해설=김승준 9단·글=서정보 기자}

알파고와의 대국이 늘수록 ‘알파고 따라하기’가 유행이 되고 있다. 그만큼 알파고를 1인자로 인정하고 있는 것이다. 예를 들면 흑 5의 두 칸 높은 굳힘이 알파고가 자주 두면서 유행하는 수다. 흑 9로 협공하기 전에 7을 걸쳐 두는 것이 정확한 수순이다. 우상귀에서 백 10을 둘 때 이후 정석 진행을 염두에 두고 있는 것이다. 보통 참고 1도 백 5로 두는 것이 흔히 쓰는 정석. 백 19까지 필연인데 흑 20으로 붙이는 축머리가 안성맞춤이 된다. 이건 흑이 유리하므로 백은 다른 길로 가야 한다. 한때 많이 뒀던 정석은 참고 2도. 흑 10까지 쌍방 불만이 없다. 그런데 이런 정석을 모두 알고 있는 알파고는 백 16, 18로 뚫고 나오며 전혀 다른 길을 간다. 이건 인간세계에서 “흑의 세력을 너무 두텁게 한다”고 폐기한 정석이다. 그러나 알파고가 여러 번 이 길을 간 것을 보면 백 16, 18이 나쁘지 않다고 보는 듯하다. 알파고와 인간의 괴리가 좀처럼 좁혀지지 않는 대목이다. 흑의 다음 한 수는? 해설=김승준 9단·글=서정보 기자}

이야마 9단 입장에선 특별히 잘못 둔 곳이 없는데도 스르륵 밀려 버렸다는 느낌이 들 것이다. 딱히 패착이라고 할 만한 수도 없었다. 오히려 초반에는 기분 좋은 흐름이었다. 좌하 전투에서 흑 모양을 참고 1도처럼 포도송이로 만든 것. 전형적인 비능률의 상징인 포도송이가 나왔다는 것만 해도 이야마 9단이 좋다는 의견이 많았다. 하지만 흑 69의 삭감에 백 70으로 치열한 육박전이 벌어졌는데, 백 84까지 서로 타협했을 때는 어느덧 흑이 좋아졌다. 그렇다면 백 70 대신 다른 식으로 뒀어야 하는 것일까. 인간의 지략으로는 결론이 나지 않았다. 이 바둑이 나중에 주목을 받은 건 참고 2도 흑 1(실전 99) 때문이다. 인간이라면 두지 않는 수여서 알파고의 깊은 뜻이 있나 싶었지만 알파고의 수를 옮기던 인간의 실수였다. 알파고는 ‘가’에 두려고 했다. 어이없는 해프닝 속에서도 승리를 차지한 알파고가 대단하다고 할 수밖에 없다. 50 67=22, 51=36. 135수 끝 흑 불계승. 해설=김승준 9단·글=서정보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