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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랑하는 아이들과 집, 앞으로의 미래까지 모두 잃었습니다.” 경기 안산시 단원구 선부동 빌라 화재로 네 자녀를 잃은 나이지리아인 A 씨(55)는 28일 동아일보와의 전화 인터뷰에서 비통한 목소리로 심경을 전했다. A 씨는 전날 오전 3시 28분경 발생한 화재로 11세, 4세 딸과 7세, 6세 아들을 잃었다. 그는 “당시 거실에서 자고 있었는데 멀티탭에서 갑자기 불꽃이 일었다”며 “그 후 스파크가 불길로 번졌다. 연기가 자욱해졌지만 집 구조를 알고 있어 계단을 통해 탈출했다”고 돌이켰다. 또 “주변에 구조를 요청한 뒤 안방에서 자고 있는 아이들을 구하기 위해 창문을 깨려고 시도했지만 불가능했다”며 울음을 삼켰다. 다섯 자녀와 안방에서 자던 A 씨의 부인 B 씨(41)는 막내딸(2)을 2m 높이 창밖으로 떨어뜨린 후 자신도 몸을 던져 가까스로 목숨을 건졌다. A 씨는 팔과 양발에 화상을 입었고 B 씨는 허리가 골절돼 고려대안산병원에서 치료를 받고 있다. A 씨는 “예전에도 멀티탭에서 불꽃이 난 적이 있었는데, 그때 바꿨어야 했다”며 자책했다. B 씨 역시 아이들을 구하지 못했다는 자책감 때문에 심리적으로 불안정한 것으로 알려졌다. 막내딸은 보건복지부에서 운영하는 아동 공동생활가정(그룹홈)에 입소했다. A 씨는 “우리 때문에 피해를 입은 이웃들에게 미안하다”며 “퇴원 후 어떻게 살아가야 할지 막막하다”고도 했다. A 씨는 한국에서 중고 물품을 모아 나이지리아로 수출하는 일을 했는데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확산 이후 생계에 어려움을 겪은 것으로 알려졌다. 이날 오후 5시경 안산 군자장례식장에는 4남매의 빈소가 차려졌다. 빈소에는 장난스러운 표정으로 웃는 앳된 사진들이 걸려 조문객들의 마음을 더 아프게 했다. 치료 중인 부모 대신 남매들의 외삼촌(43)이 빈소에서 자리를 지켰다. 그는 “한 번에 네 아이를 잃은 건 너무나 슬픈 일”이라며 “부모가 빨리 회복하고 세상을 떠난 네 남매가 천국에 가면 좋겠다”고 했다. 장례식장에는 시민들의 발길이 이어졌다. 대안학교에서 담임교사로 첫째 딸(11)과 둘째 아들(7)을 가르쳤다는 인도인 아누바 씨(37)는 울음 섞인 말투로 “첫째 딸은 조용했지만 똑똑하고 책임감 있는 학생이었다. 둘째 아들은 2년 전 화재 때 크게 다쳤다가 회복했는데 다시 이런 일이 생길 줄 몰랐다”고 했다. A 씨 가족에 대한 도움의 손길도 이어지고 있다. 장례식장은 무료로 네 자녀 장례를 치러주기로 했다. 안산시는 생계비와 병원 치료비를 긴급 지원하겠다고 나섰다. 안산 나이지리아 공동체와 사단법인 ‘국경없는 마을’은 모금 운동을 벌이고 있다.안산=김보라 기자 purple@donga.com안산=이경진 기자 lkj@donga.com}

“사랑하는 아이들과 집, 제 미래까지 모두 잃었어요.” 27일 경기 안산시 선부동 빌라 화재로 자녀 4명을 잃은 나이지리아 국적 A 씨(55)는 28일 동아일보와 전화 인터뷰 내내 쉽게 말을 잇지 못했다. 27일 오전 3시 28분경 A 씨 부부와 자녀 5명이 살던 빌라에서 불길이 치솟았다. A 씨와 부인 B 씨(41)와 막내딸(2)은 가까스로 대피해 목숨을 구했지만 11세, 4세 딸과 7세, 6세 아들은 끝내 화마에 목숨을 잃었다. A 씨 부부는 고려대 안산병원에서 치료를 받고 있다. A 씨는 “사고 당시 거실에서 자고 있는데 멀티탭에서 갑자기 불꽃이 일었다”며 “예전에도 멀티탭에서 불꽃이 난 적이 있다”며 “그때 바꿨어야 했다”며 자책했다. 경찰은 거실 바닥에 있던 멀티탭에서 불이 시작된 것으로 추정하고 있다. A 씨는 “저는 집 구조에 익숙해 탈출할 수 있었다”며 “구조를 요청한 뒤 안방에 자고 있는 아이들을 구하기 위해 창문을 깨려고 시도했지만 불가능했다”며 울음을 삼켰다. 다섯 자녀와 함께 안방에서 자고 있던 B 씨는 막내딸을 창문 너머로 떨어뜨린 뒤 자신도 탈출했지만, 불길이 갑자기 번지면서 다른 아이들은 미처 구하지 못했다. A 씨는 화재로 자녀 4명과 집까지 모두 잃은 와중에도 “우리 때문에 피해를 입은 이웃들에게 미안하다”며 “퇴원 후 어떻게 살아가야 할지 막막하다”고 토로했다. A 씨는 한국에서 중고 물품을 모아 나이지리아로 수출하는 일을 했는데,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로 일감이 줄면서 생계에 어려움을 겪었다고 했다. 이어 “우리 가족과 이웃들이 병원에서 나온 후 살 수 있는 집이 가장 필요하다”며 도움을 요청했다. A 씨 가족의 안타까운 사연이 알려지면서 온정의 손길이 하나둘 이어지고 있다. 안산시는 먼저 A씨 가족의 생계비를 긴급 지원하기로 했다. 추가로 장례 비용과 병원 진료비 지원도 검토하고 있다. 안산 나이지리아 공동체와 사단법인 ‘국경없는 마을’도 숨진 자녀들의 장례 절차를 돕기로 했다. 생계비 마련을 위한 모금 운동도 벌이고 있다. 28일 경기 안산단원경찰서에 따르면 숨진 자녀들의 시신을 부검한 국립과학수사연구원은 ‘질식에 의한 화재사로 추정된다’는 1차 구두 소견을 경찰에 통보했다. 빈소는 이날 오후 4시 경기 안산시 군자장례식장에 마련됐다.김보라기자 purple@donga.com}

“중고 물품을 나이지리아로 수출하면서 누구보다 열심히 살았던 가족이었어요.” 27일 경기 안산시 단원구 선부동 빌라 화재 현장에서 만난 웨나린 씨(45)는 말을 잇지 못했다. 그는 나이지리아인 남편이 있어 이날 화재 피해를 당한 나이지리아인 A 씨(55) 가족과 가깝게 지냈다고 했다. 웨나린 씨는 “A 씨는 15년 전 한국에 와 부인과 안산시 다세대주택 등을 전전하며 다섯 아이를 힘들게 키웠다”며 안타까워했다.● 창문서 떨어뜨린 막내만 살아 불은 이날 오전 3시 28분경 선부동의 3층짜리 빌라 1층 A 씨 집에서 시작됐다. 소방당국은 약 40분 만에 불을 진화했지만 A 씨의 집에선 이들 부부 자녀 중 11세, 4세 딸과 7세, 6세 아들이 숨진 채 발견됐다. 경찰 관계자는 “네 아이 모두 질식해 숨진 것으로 추정된다”며 “부검을 통해 정확한 사인을 조사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경기남부경찰청 과학수사대의 1차 감식 결과에 따르면 불은 출입문과 인접한 거실 바닥에서 처음 발생했다고 한다. 출입구 인근 콘센트와 연결된 멀티탭에서 불이 시작돼 급속하게 번진 것으로 추정된다. 화재 당시 거실에서 자던 A 씨는 가족들에게 화재 소식을 알렸고 밖으로 나와 구조를 요청했다고 한다. 방에서 다섯 아이와 함께 자던 부인 B 씨(41)는 혼자 대피하기 어려운 막내딸(2)을 1층 약 2m 높이의 창문 너머로 떨어뜨린 후 본인도 창문 너머로 몸을 던진 것으로 알려졌다. 하지만 불길이 치솟는 바람에 부부 중 누구도 나머지 아이들을 구하지 못했다. B 씨는 골절상을 입고 양발과 오른팔에 화상을 입은 A 씨와 함께 병원으로 이송됐는데 생명에는 지장이 없는 상태다. 막내딸도 특별한 외상은 없다고 한다. 이날 화재로 이 빌라 거주자 41명 중 A 씨 부부를 포함해 우즈베키스탄인 2명, 러시아인 1명 등 6명이 경상을 입었다. 나머지 31명은 자력 대피했다. 3층에 살던 우즈베키스탄 국적 김 알렉산더 씨(45)는 “간밤에 누가 소리를 지르는 걸 듣고 아들딸과 옥상으로 대피해 살았다”며 가슴을 쓸어내렸다.● 2년 전에도 화재 사고 당해 불이 난 건물은 1994년 준공된 3층 빌라인데 내부에는 소화기나 화재경보기 등 소방 장비가 전혀 없었던 것으로 나타났다. 2017년 2월부터 모든 주택에 소화기 등을 설치해야 하는데 규정이 지켜지지 않은 것이다. 지인 등에 따르면 A 씨 가족은 1년여 전부터 21㎡(약 6.4평)쯤 되는 방 두 칸짜리 집에서 보증금 200만 원에 월세 50만 원을 내며 생활했다고 한다. A 씨는 고물을 수집해 나이지리아로 수출하는 일을 했는데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확산 이후 일을 거의 못 해 생계에 어려움을 겪었던 것으로 알려졌다. 이날 숨진 자녀 중 일곱 살 아들은 2년 전에도 화상을 입은 것으로 나타나 안타까움을 더했다. A 씨 가족이 2021년 1월 안산시 단원구 원곡동 다세대주택 지하방에 거주할 때 거실 소파 근처에서 난 불로 목 등에 2도 화상을 입은 것이다. 당시 한 기업에서 1500만 원 상당의 화상 치료비를 지원했다. 이번 사고와 관련해선 안산시에서 A 씨 부부와 막내의 치료비를 지원하겠다고 나선 상태다. 이번 사고를 계기로 열악한 환경에 거주하는 외국인 근로자의 화재 피해를 줄일 대책이 시급하다는 지적이 나온다. 올해만 해도 A 씨 가족을 빼고도 화재로 외국인 2명이 사망하고 24명이 부상을 입었다. 이주성 광주외국인복지센터장은 “화재에 대한 인식이 부족해 멀티탭에 과도하게 많은 전원을 연결하거나 전기장판을 종일 틀어놓는 외국인 근로자가 적지 않다”며 “이주 초기 필수 소방교육을 실시하는 동시에 거주지의 소방시설 설치 여부를 점검·지원할 필요가 있다”고 지적했다.안산=이경진 기자 lkj@donga.com안산=김보라 기자 purple@donga.com주현우 기자 woojoo@donga.com}

“중고 물품을 나이지리아로 수출하면서 누구보다 열심히 살았던 가족이었어요.”27일 경기 안산시 단원구 선부동 빌라 화재 현장에서 만난 웨나린 씨(45)는 말을 잇지 못했다. 그는 나이지리아인 남편이 있어 이날 화재 피해를 당한 나이지리아인 A 씨(55) 가족과 가깝게 지냈다고 했다. 웨나린 씨는 “A 씨는 15년 전 한국에 와 부인과 안산시 다세대주택 등을 전전하며 다섯 아이를 힘들게 키웠다”며 안타까워했다.● 5남매 중 막내만 생명 구해불은 이날 오전 3시 28분경 선부동의 3층짜리 빌라 1층 A 씨 집에서 시작됐다. 소방당국은 약 40분 만에 불을 진화했지만 A 씨의 집에선 이들 부부 자녀 중 11세·4세 딸과 7세·6세 아들이 숨진 채 발견됐다. 경찰 관계자는 “네 아이 모두 질식해 숨진 것으로 추정된다”며 “부검을 통해 정확한 사인을 조사할 계획”이라고 밝혔다.경기남부경찰청 과학수사대의 1차 감식 결과에 따르면 불은 출입문과 인접한 거실 바닥에서 처음 발생했다고 한다. 출입구 인근 콘센트와 연결된 멀티탭에서 불이 시작돼 급속하게 번진 것으로 추정된다.화재 당시 거실에서 자던 A 씨는 가족들에게 화재 소식을 알렸고 밖에 나와 구조를 요청했다고 한다. 방에서 다섯 아이와 함께 자던 부인 B 씨(41)는 혼자 대피하기 어려운 막내딸(2)을 1층 약 2m 높이의 창문 너머로 떨어뜨린 후 본인도 창문 너머로 몸을 던진 것으로 알려졌다. 하지만 불길이 치솟는 바람에 부부 중 누구도 나머지 아이들을 구하지 못했다. B 씨는 골절상을 입고 양발과 오른팔에 화상을 입은 A 씨와 함께 병원으로 이송됐는데 생명에는 지장이 없는 상태다. 막내딸도 특별한 외상은 없다고 한다.이날 화재로 이 빌라 거주자 41명 중 A 씨 부부를 포함해 우즈베키스탄인 2명, 러시아인 1명 등 6명이 경상을 입었다. 나머지 31명은 자력 대피했다. 3층에 살던 우즈베키스탄 국적 김 알렉산더 씨(45)는 “간밤에 누가 소리를 지르는 걸 듣고 아들딸과 옥상으로 대피해 살았다”며 가슴을 쓸어내렸다.● 2년 전에도 화재 사고 당해불이 난 건물은 1994년 준공된 3층 빌라인데 내부에는 소화기나 화재경보기 등 소방 장비가 전혀 없었던 것으로 나타났다. 2017년 2월부터 모든 주택에 소화기 등을 설치해야 하는데 규정이 지켜지지 않은 것이다.지인 등에 따르면 A 씨 가족은 1년여 전부터 21㎡(약 6.4평)쯤 되는 방 두 칸짜리 집에서 보증금 200만 원에 월세 50만 원을 내며 생활했다고 한다. A 씨는 고물을 수집해 나이지리아로 수출하는 일을 했는데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확산 이후 일을 거의 못 해 생계에 어려움을 겪었던 것으로 알려졌다.이날 숨진 자녀 중 일곱 살 아들은 2년 전에도 화상을 입은 것으로 나타나 안타까움을 더했다. A 씨 가족이 2021년 1월 안산시 단원구 원곡동 다세대주택 지하방에 거주할 때 거실 소파 근처에서 난 불로 목 등에 2도 화상을 입은 것이다. 당시 한 기업에서 1500만 원 상당의 화상 치료비를 지원했다.이번 사고와 관련해선 안산시청에서 A 씨 부부와 막내의 치료비를 지원하겠다고 나선 상태다.이번 사고를 계기로 열악한 환경에 거주하는 외국인 근로자의 화재 피해를 줄일 대책이 시급하다는 지적이 나온다. 올해만 해도 A 씨 가족을 빼고도 화재로 외국인 2명이 사망하고 24명이 부상을 입었다. 이주성 광주외국인복지센터장은 “화재에 대한 인식이 부족해 멀티탭에 과도하게 많은 전원을 연결하거나 전기장판을 종일 틀어놓는 외국인 근로자들이 적지 않다”며 “이주 초기 필수 소방교육을 실시하는 동시에 거주지의 소방시설 설치 여부를 점검·지원할 필요가 있다”고 지적했다.안산=이경진 기자 lkj@donga.com김보라 기자 purple@donga.com주현우 기자 woojoo@donga.com}

“4년 만에 노마스크로 벚꽃축제에 오니 ‘일상 회복’이란 말이 실감납니다.” 26일 오후 경남 창원시 진해구 여좌천. 국내 최대 벚꽃축제인 진해군항제를 보기 위해 울산에서 왔다는 김세영 씨(35)는 꽃을 배경으로 연신 가족들과 사진을 찍었다. 김 씨는 “벚꽃이 예쁜데 축제 분위기까지 겹쳐 오랜만에 기분이 들뜬다”고 했다. 실내외 마스크 착용 의무 해제 후 첫 벚꽃 시즌을 맞아 전국 명소는 주말 내내 인파로 가득했다. 4년 만에 정상 개최된 축제를 즐기러 나온 시민들은 마스크를 벗은 채 꽃향기를 마음껏 들이마셨다. 특히 기온이 오르며 예년보다 벚꽃이 일찍 개화한 탓에 군항제가 열리는 여좌천 일대는 이미 벚꽃이 절정인 상태였다. 폐철길을 따라 벚꽃나무가 늘어선 진해구 경화역에도 상춘객이 가득했다. 축제에 참석한 이들 중 절반가량은 마스크를 안 쓴 상태였다. 창원시민 최경훈 씨(53)는 “노마스크 인파를 보니 코로나19 악몽에서 벗어난 게 실감난다”고 했다. 창원시 관계자는 “25, 26일 각각 수십만 명이 군항제를 찾은 것으로 보인다. 다음 달 3일 축제가 끝날 때까지 군항제 61년 역사상 가장 많은 450만 명이 방문할 것으로 예상된다”고 했다. 예상보다 많은 인파가 몰린 탓에 지방자치단체와 경찰에는 비상이 걸렸다. 24일 오후 진해공설운동장에서 열린 개막식에는 1만 명이 넘는 인파가 몰렸다. 당초 5000명 정도를 예상했던 창원시는 결국 줄을 선 일부 시민에게 “입장할 수 없다”고 안내했는데 일부가 거세게 항의하며 고성이 오가기도 했다. 축제장 인근 도로도 주말 내내 몸살을 앓았다. 서울에선 기온이 오르며 역대 두 번째로 빠른 25일 벚꽃 개화가 선언됐다. 이에 따라 송파구 석촌호수 등 벚꽃 명소에 인파가 몰렸다. 어머니와 함께 석촌호수를 찾았다는 김수영 씨(26)는 “백화점에 쇼핑하러 왔다가 꽃이 핀 걸 보고 달려왔다. 벚꽃놀이는 4월에나 가능할 줄 알았는데 좋은 구경을 했다”며 웃었다. 이날 석촌호수에선 마스크를 벗은 채 꽃구경을 즐기는 시민들이 대다수였다. 세 살 딸과 함께 나온 이수진 씨(34)는 “오랜만에 미세먼지도 심하지 않아 아이와 함께 마스크를 벗었다”고 했다.창원=최창환 기자 oldbay77@donga.com김보라 기자 purple@donga.com}

“하루에 커피 값 1500원으로 12시간 넘게 무인 카페에서 지낼 수 있어 일반 카페보다 훨씬 경제적이죠. 지키는 사람이 없으니 눈치도 덜 보여 계속 앉아있을 수 있어 좋아요.” 취업 준비생 박모 씨(25)는 23일 “매일 오전 9시만 되면 무인 카페에 가서 공부하다 밤 12시에 귀가하는 게 일과”라며 “요즘 무인 카페엔 나 같은 사람이 대다수”라며 이같이 말했다. 최근 무인 카페뿐만 아니라 무인 빨래방이나 무인 사진관 등 무인 점포가 일상화되는 가운데 ‘얌체족’ 손님이 늘면서 운영자들이 골머리를 앓고 있다. 일반 카페 등에서 이른바 ‘카공(카페 공부)족’ 경계령이 떨어지며 “3시간 이상 이용금지” 등 제재 조치에 나서자 장시간 카페를 이용하던 손님들이 무인 카페로 발길을 돌리기 시작한 것이다.17일 저녁 서울 중랑구의 한 무인 카페는 전체 20석 모두 공부하는 손님들도 꽉 차 있었다. 카페를 이용하려고 찾았던 다른 손님들이 자리를 찾지 못해 발길을 돌릴 정도였다. 이 카페를 운영하는 50대 A 씨는 “스터디 카페도 아닌데 종일 휴대전화나 노트북을 충전하며 공부하는 사람들이 많다”며 “보조 배터리를 충전해두고 다음 날 찾아가는 사람까지 있다”고 하소연했다.이용료를 전혀 지불하지 않고 무인 점포의 편의시설만 이용하는 ‘얌체족’도 적지 않다. 경기도에서 무인 빨래방을 운영하는 문선기 씨(50)는 “손님 편의를 위해 무료 와이파이와 충전 시설 뿐만 아니라 냉난방 기기까지 마련해놨더니 빨래하러 오는 게 아니라 모여서 수다만 떨다가 가는 사람들이 종종 있다”고 하소연했다. 무인 사진관을 운영하는 김모 씨(40)도 “사진은 찍지 않고 매장 내에 마련해놓은 고데기로 머리만 세팅하고 나가버리는 사람, 매장 소품을 이용해 자신의 휴대전화로 셀카만 찍고 나가는 사람 등 별별 손님이 다 있다”고 한숨을 내쉬었다. 무인 점포 운영자들은 “전기세와 가스비 등 공공요금이 급등하면서 사용료를 제대로 내지 않는 얌체족으로 인한 부담을 더 이상 무시할 수 없는 수준”이라고 입을 모았다. 무인 빨래방 사장 문 씨는 “자구책으로 500원을 내야지 에어컨과 히터를 1시간 동안 작동할 수 있는 장치를 설치했다”고 했다.개인정보를 남겨야 출입할 수 있도록 하는 출입문 통제기나 원격 방송 기능이 추가된 인터넷 카메라(IP 캠)도 인기를 끌고 있다. 무인 사진관 사장 김 씨는 “원격으로 목소리가 실시간으로 매장 내에 송출되는 IP캠을 구매해 사용하기 시작했다”며 “매장 내에서 부적절한 행동을 하는 손님에게 경고성 안내 방송을 하고 있다”고 말했다. 무인 빨래방 사장 문 씨는 “경고 방송 정도로는 별 소용이 없었다”며 “한 달 전부터 출입문 앞에서 특정 번호로 전화를 걸어야 출입을 할 수 있도록 하는 출입문 통제기를 달았다. 전화번호 기록이 남기 때문에 아무래도 얌체짓을 덜하게 될 걸로 기대하고 있다”고 말했다. 무인 점포를 대상으로 한 범죄도 잇달아 벌어지고 있다. 6일 광주에선 무인점포 12곳에서 현금을 훔친 40대 남성이 경찰에 붙잡혔고, 7일에는 수원 일대를 돌며 수개월 동안 무인 점포 상품을 훔친 10대 2명이 체포됐다. 조은희 국민의힘 의원이 경찰청으로부터 제출받은 자료에 따르면 무인 점포에서 벌어진 절도 발생 건수는 2021년 월 평균 351건에서 2022년 471건으로 늘었다. 불과 1년 새 34% 증가한 것. 무인 점포 운영자들은 “절도 범죄 뿐만 아니라 상점 내에서 물건을 부수거나 쓰레기를 무단으로 버리는 등 다양한 유형의 범죄가 늘고 있다”고 하소연했다. 김보라 기자 purple@donga.com최미송 기자 cms@donga.com}

“경비반장님을 억울한 죽음으로 내몬 관리소장은 사죄하고 즉각 물러나라!” 20일 오전 9시 서울 강남구 대치동의 한 아파트 정문 앞. 머리가 희끗한 경비원들이 경비복을 입은 채 목소리를 높였다. 이날 결의대회에는 밤샘 근무를 마친 이들을 포함해 이 아파트에서 일하는 경비원 74명 전원이 모였다고 한다. 집회에 참석한 경비원들은 경비원 박모 씨(74)가 14일 극단적 선택을 한 배경에 아파트관리소장 A 씨의 도 넘은 갑질이 있었다고 주장했다. 박 씨는 이 아파트에서 경비원으로 11년 동안 일했지만 8일 경비반장에서 경비원으로 강등됐고 14일 ‘관리소장 A 씨의 갑질 때문에 힘들다’란 내용의 유서를 남기고 극단적 선택을 했다. 경비원들은 지난해 12월 부임한 A 씨가 모욕적 발언과 부당 해고 등을 일삼고 있다고 주장했다. 한 경비원(65)은 “A 씨가 오전 6시 근무 교대를 할 때 인증 사진을 찍어서 보내라고 하고 자신이 지시한 걸 복명복창할 것을 요구하기도 했다”고 했다. 다른 경비원은 “시도 때도 없이 쓰레기를 옮기라고 하거나 화단 정비 등 업무 외 일을 끊임없이 시켰다”고 했다. A 씨가 숨진 박 씨에게 욕설과 반말을 했다는 주장도 나왔다. 이 아파트에선 A 씨로부터 이달 8일 해고 통보를 받은 미화원이 다음 날 심장마비로 사망하기도 했다. 이를 두고 경비원들은 “관리소장의 서슬 퍼런 칼질에 벌써 두 명의 피해자가 나온 상황”이라고 주장했다. A 씨와 입주자대표회의 측은 경비원들의 주장에 대한 답변을 거절했다. 앞서 A 씨는 14일 동아일보 기자와 만난 자리에서 “갑질을 했다는 주장은 사실이 아니며 수사를 통해 밝혀질 것”이라면서 “(근무 교대) 사진을 찍으라고 한 적이 없고 복장 상태와 친절도 등을 평가한 것”이라고 했다. 또 지난달 25일에는 입주민 단체 채팅방에 올린 글에서 “정당한 업무 수행을 하려는데 (일부에서) 악의적 소문을 내고 있다”고 주장했다. 하지만 일부 입주민은 “사망자가 나온 만큼 도의적 차원에서라도 그만두는 게 맞다”는 목소리를 내고 있다. 경비원 박 씨 사망 사건을 수사 중인 서울 수서경찰서 관계자는 “박 씨가 극단적 선택을 하게 된 원인을 두고 계속 관련자들을 조사하고 있다”며 “직장 내 괴롭힘 여부는 서울지방고용노동청에 조사 전속권이 있어 관련 내용을 통보했다”고 밝혔다.최미송 기자 cms@donga.com김보라 기자 purple@donga.com}
자기소개서 작성 등에 대화형 인공지능(AI) 서비스 프로그램 ‘챗GPT’를 활용하는 취업준비생이 늘면서 올 상반기(1∼6월) 공개채용을 진행 중인 기업들의 고민도 깊어지고 있다. 16일 여러 기업 인사담당자들에 따르면 기업들은 챗GPT를 활용한 자기소개서를 걸러낼 방법을 찾는 동시에 챗GPT를 사용해 작성한 자기소개서를 어디까지 인정할지를 내부적으로 검토 중이라고 한다. 먼저 롯데그룹의 경우 인공지능(AI) 시스템을 통해 자기소개서 표절 여부를 가려낼 방침이다. 롯데그룹 관계자는 “AI가 1차적으로 표절 등을 판별한 후 인사팀이 검증을 병행하는 2단계 방식으로 진행할 예정”이라고 했다. SK하이닉스는 2018년 SK C&C의 AI 플랫폼 ‘에이브릴(Aibril)’을 자기소개서 등 서류 심사에 도입해 표절 등을 가려내는 ‘에이브릴 채용 헬퍼’를 시범 운영했다. 다만 SK하이닉스 관계자는 “올해 채용 과정 심사에서 AI 활용 계획은 없다”고 밝혔다. LG그룹 관계자는 “챗GPT를 과도하게 사용한 자기소개서를 어떻게 처리할지 검토하고 있다”고 밝혔다. 삼성전자는 올 상반기 채용에서 챗GPT 등을 활용한 자기소개서나 모의 면접 답변을 별도로 판별하지 않을 계획이다. 삼성전자 관계자는 “자체 직무적성검사(GSAT)와 면접 등의 채용 절차가 충분히 변별력을 가졌다고 본다”며 “‘GPT 제로’와 같은 챗GPT 사용 판별 프로그램은 따로 활용하지 않을 예정”이라고 했다. 또 일부 기업은 AI 기술이 급속도로 발달하는 점을 감안해 지원자들의 실무 능력을 검증할 수 있는 다양한 채용 방식 도입을 검토하는 것으로 전해졌다. 챗GPT를 활용해 작성한 자기소개서 제출이 법적으로 문제가 있다는 주장도 나온다. 법률 전문가들은 “지원자가 거의 작성하지 않고 ‘대필’ 수준으로 AI를 활용한 경우 법적 책임에서 자유로울 수 없다”고 입을 모은다. 현행법상 타인이 작성한 자기소개서를 기업이나 학교에 제출할 경우 위계에 의한 공무집행방해 또는 업무방해 혐의로 처벌받을 수 있는데 여기에 해당할 소지가 크다는 것이다. 다만 챗GPT가 써준 내용을 참고하거나, 첨삭을 받은 정도일 경우 위법 여부를 가리기 애매한 게 사실이다. 법무법인 보인의 천창수 변호사는 “챗GPT가 쓴 내용을 자신이 쓴 것처럼 그대로 사용하면 대필로 간주돼 공무집행방해나 업무방해에 해당할 수 있지만 참고하거나 일부 도움을 받은 정도라면 현행법상 위법 소지가 적을 것”이라고 지적했다. 또 “발전하는 최신 기술을 올바로 사용하기 위해선 기업 등이 먼저 어디까지 허용할 것인지 명확한 기준과 가이드라인을 만들고 제시할 필요가 있다”고 덧붙였다.최미송 기자 cms@donga.com김보라 기자 purple@donga.com}

전두환 전 대통령 일가와 관련된 비자금 의혹 등을 폭로하던 전 전 대통령의 손자 전우원 씨(27·사진)가 유튜브 방송 중 마약을 투약한 뒤 환각 증세를 보이다 현지 경찰에 의해 병원으로 옮겨졌다. 미국 뉴욕에 체류 중인 전 씨는 16일 오후 4시(현지 시간) 자신의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 계정에 “다 공개하고 자수하겠다”는 글을 올렸다. 이어 유튜브 라이브 방송에서 전 씨는 “범죄자 중에 나도 있기 때문에 나부터 잡히겠다”며 마약으로 추정되는 알약 등을 잇달아 복용하는 돌발 행동을 벌였다. 마약류 이름을 하나씩 언급하기도 했다. 그는 “방송에서 마약을 먹어야지 검사를 받고 형을 살 것 아니냐”라고 주장했다. 이후 전 씨는 몸을 심하게 떨고 땅바닥을 구르는 등 환각 증세를 보이며 한국어와 영어를 섞어가며 소리쳤다. “죄송합니다. 무섭습니다. 제발 살려주세요. 엄마, 미안해요.” 급기야 웃통을 벗은 상태로 괴성을 지르며 1시간 가까이 난동을 부리던 전 씨는 신고를 받고 출동한 현지 경찰에 끌려갔고 방송은 시작된 지 1시간 20분 만에 중단됐다. 현재 영상은 삭제된 상태다. 전 씨는 마약을 투약하기 전에는 자신의 재산을 공개하고 온라인으로 유니세프에 5만 달러(약 6517만 원)를 기부하는 모습을 중계하기도 했다. 병원으로 이송된 전 씨는 한때 위독했던 것으로 전해졌다. 아버지 전재용 씨가 전도사로 있는 국내 교회 홈페이지에는 “우원 씨가 숨을 안 쉰다”는 내용의 공지가 올라왔다가 다시 “호흡이 돌아왔다”는 소식이 올라오기도 했다. 주뉴욕 한국총영사관 측은 전 씨에 대해 병원에서 전 씨의 형으로부터 “의식불명 상태”라고 전달받은 것으로 전해졌다. 현재 정확한 상태는 파악되지 않고 있다. 전 씨가 14일부터 폭로를 시작한 데 대해 전재용 씨는 15일 동아일보 기자와의 통화에서 “아들이 정신 질환과 마약 투약 문제로 정상적인 생활이 불가능한 상태”라며 “귀국하라고 했지만 아들이 욕설과 함께 거절 의사를 밝혔다”고 했다.김보라 기자 purple@donga.com}

“이게 정말 챗GPT가 첨삭한 자기소개서라고요? 생각했던 것보다 수준이 높네요.” 잡플래닛 헤드헌터 정구철 씨는 14일 “챗GPT 첨삭이 웬만한 유료 업체보다 내용 측면에서 더 충실한 것 같다”며 놀란 표정을 지었다. 최근 상반기(1∼6월) 대기업 공채 시즌을 맞아 대화형 인공지능(AI) 서비스 프로그램 ‘챗GPT’를 자기소개서 작성 등에 활용하는 취업준비생이 적지 않다. 동아일보는 챗GPT의 자기소개서 첨삭 능력을 평가하기 위해 인사 분야 전문가 4명에게 ‘블라인드 평가’를 의뢰했다. 평가를 위해 동아일보 기자가 대학 졸업생이라고 가정하고 의도적으로 어색하게 쓴 1000자 분량의 자기소개서를 유료 첨삭 업체와 챗GPT에 각각 첨삭 받았다. 이후 누가 첨삭한 것인지 공개하지 않은 채 전문가 4명의 평가를 받았다. 유료 첨삭 업체는 취업준비생들이 가장 많이 찾는 대표적인 업체 중에서 골랐다.● 전문가 4명 중 2명 “챗GPT가 유료 업체보다 낫다” 블라인드 평가 결과 전문가 2명은 “챗GPT의 첨삭이 더 낫다”고 평가했다. 1명은 유료 첨삭 업체가 더 낫다고 했고 나머지 1명은 “우열을 가리기 어렵다”고 밝혔다. 정 씨는 “유료 업체가 첨삭한 자기소개서는 단순 나열식으로 내용을 전개했는데 챗GPT가 첨삭한 자기소개서는 논리적으로 일목요연하게 내용을 잘 정리했다”며 “유료 업체가 5점 만점에 2.5점이라면 챗GPT 첨삭본은 4점”이라고 했다. 대기업 채용담당자 출신으로 현재 유튜브 채널 ‘입시취업연구소’를 운영하는 조민혁 씨는 “챗GPT가 뛰어나게 첨삭을 잘한 건 아니다”면서도 “어색한 표현이 적고, 들어가야 할 내용을 잘 선택했다는 점에서 유료 업체보다 챗GPT 첨삭 내용이 좋았다”고 평가했다. 챗GPT와 유료 업체의 첨삭 수준이 비슷하다고 답한 유튜브 채널 '하유의 취업뚝딱'을 운영하는 하유진 씨는 “두 버전 모두 자기 어필에 서투른 취업준비생이 쓴 느낌”이라고 했다. 취업 관련 유튜브 채널 ‘캐치’의 크리에이터 철수 씨는 “유료 업체 첨삭본이 두괄식으로 구성돼 읽기 편하고 내용도 더 논리적이었다”고 말했다.● 챗GPT, 8분 만에 첨삭 완료 기자가 체험해 보니 챗GPT를 통해 자기소개서 첨삭을 받는 과정은 간단했다. 구체적인 질문을 몇 차례 반복 입력하며 요청하자 챗GPT가 원본보다 풍성한 내용을 담은 자기소개서를 금세 만들어줬다. 먼저 전문가 블라인드 평가를 위해 A사 공채에 지원한다고 가정하고 기자가 자기소개서 일부 문항에 대한 답을 일부러 부실하게 작성했다. 이어 작성 내용을 입력하고 챗GPT에 “지원 동기 문항에 대한 부분을 첨삭해 달라”고 부탁하자 커서를 깜빡이던 챗GPT는 몇 초 지나지 않아 답을 내놨다. “의사소통 능력에 대한 자랑이 많은데, A사에서 의사소통 능력이 중요한 이유에 대해 언급해 주는 게 좋겠습니다.” 조언에 그치지 않고 “A사에서 고객과 의사소통을 원활하게 하는 역할을 하겠다”는 문장을 스스로 추가했다. 작성자가 원하는 방향이 있다면 요구해 보완할 수도 있다. 챗GPT에 ‘초등학교 시절 반장과 부반장을 지내며 리더십을 배웠다’라고 입력한 뒤 “리더십을 발휘한 구체적인 경험을 넣어달라”고 했다. 챗GPT는 “학교에서 진행한 체육대회에서 리더십을 발휘한 경험이 기억에 남는다. 반을 대표하는 체조대회를 준비해야 했는데 당시 반장으로서 반의 대표자를 선발하고, 다른 학생들의 열정을 북돋아 주는 역할을 했다”며 실제로는 있지도 않았던 경험을 그럴듯하게 서술했다. 시간은 30초도 걸리지 않았다. 글의 방향을 여러 차례 바꾸며 구체적으로 요청을 이어가자 기자가 봐도 나쁘지 않은 자기소개서가 완성됐다. 챗GPT가 4차례 수정 요청을 반영해 1000자 분량의 자기소개서를 만들어내는 데 걸린 시간은 8분에 불과했다.● 챗GPT 첨삭 능력 평가는 엇갈려 전문가들은 챗GPT가 표현을 다듬는 데 그치지 않고 필요한 내용까지 넣어 준다는 점을 높이 평가하면서 “과거 사람만 할 수 있다고 여겼던 일을 AI가 대체할 수 있다는 가능성을 봤다”고 입을 모았다. 정 씨는 챗GPT가 첨삭 과정에서 원문에 없던 문장을 새로 추가한 것에 주목했다. 그는 “유료 업체가 첨삭한 자기소개서에는 의사소통 능력이 뛰어나다는 자랑만 있고 그 역량이 기업에 어떻게 도움이 되는지에 대한 언급이 없어 아쉬웠다”며 “그에 비해 챗GPT는 부족하다고 생각했던 바로 그 부분을 보완한 거라 놀라웠다”고 말했다. 조 씨도 “자기소개서 초안에 댄스 동아리 경험이 포함돼 있었는데 이런 단편적 경험은 깊은 인상을 주기 어려워 차라리 안 쓰는 게 낫다”며 “이 부분을 챗GPT가 삭제한 것은 올바른 판단이었다”고 했다. 다만 챗GPT의 첨삭이 전문가 수준을 따라오려면 여전히 멀었다는 의견도 나왔다. 하 씨는 “챗GPT는 어떻게 해야 지원자만의 강점을 부각할 수 있을지 판단하는 것에 특히 미숙한 면모를 보였다”고 했다. 철수 씨도 “챗GPT가 쓴 문장 중 ‘제품과 시장 동향에 대해 공부했다’는 부분은 구체적으로 뭘 공부했는지 설명하지 않아 자기소개서 내용으로는 부족하다”며 “챗GPT에 첨삭을 100% 의존하기에는 부족한 수준”이라고 평가했다. 다만 챗GPT의 첨삭 능력을 높게 평가하지 않은 전문가들도 챗GPT를 활용하면 자기소개서를 더 손쉽게 쓸 수 있다는 점에는 동의했다. 철수 씨는 “A사의 역사, 강점, 시장 현황 등의 정보를 얻기에는 유용한 도구”라고 했다. 하 씨도 “직접 챗GPT로 실험해보니 글자 수를 늘려 달라는 정도의 요구는 쉽고 간편하게 반영됐다”고 말했다.● 취준생 “무료인 데다 결과도 만족스러워” 챗GPT를 활용해 자기소개서를 첨삭 받은 취업준비생들은 대체로 결과에 만족하는 모습이었다. 취업준비생 손모 씨(26)는 “그동안 자기소개서 하나 쓰는 데 짧게는 5일에서 길게는 일주일 넘게 걸렸는데 챗GPT를 활용하니 하루도 안 돼 수준 높은 자기소개서를 완성할 수 있었다”고 했다. 가장 큰 장점은 사용료가 무료라는 것이다. 유료 업체의 첨삭 비용은 많게는 건당 수십만 원에 달한다. 블라인드 테스트를 위해 첨삭을 맡긴 업체도 3문항 1000자 분량에 약 8만 원을 요구했다. 지난해 자기소개서 1개당 20만 원을 주고 유료 첨삭을 받았다는 취업준비생 김은영 씨(24)는 “비용 부담 때문에 올해부터 챗GPT를 이용하기로 했다”며 “학원비, 각종 자격증 시험비 등 안 그래도 돈 들어가는 곳이 많은데 첨삭 비용이라도 줄일 수 있어서 다행”이라고 했다. 외국계 회사 취업을 준비 중인 한모 씨(26)도 “업체에 맡기면 A4용지 1장당 첨삭 비용이 10만 원이라 공채 시즌마다 수십만 원을 내야 했다”며 “챗GPT에는 수십 장도 부담 없이 맡길 수 있어 한시름 덜었다”고 말했다. 실제로 챗GPT를 활용해 쓴 자기소개서를 제출해 최종 합격한 사례도 속출하고 있다. 이모 씨(27)는 챗GPT를 활용해 쓴 자기소개서를 제출해 지난달 24일 경기 수원시의 한 중소기업 회계 직군에 합격했다. 이 씨는 “첫 출근 후 부장님과 만난 자리에서 ‘자기소개서가 인상적이어서 뽑았다’는 말을 들었다”고 했다. 전문가들은 전적으로 챗GPT에 의존하기보다 보조 수단으로 활용하는 게 좋다고 조언했다. 아직 개발 단계인 챗GPT가 오답을 내놓을 때도 많기 때문이다. 영어를 기반으로 개발된 챗GPT의 한국어 능력이 아직 완전치 않다 보니 기자의 눈에도 어색한 표현이 여럿 발견되기도 했다. 하 씨는 “챗GPT의 답변이 번역체 문장인 경우가 많다 보니 어색하지 않은지 살피면서 자연스럽게 바꾸는 게 좋다”고 조언했다.김보라 기자 purple@donga.com최미송 기자 cms@donga.com}

“겨울방학 성수기는 옛말입니다. 1월분 공과금 청구서가 두렵습니다.” 10일 서울 영등포구의 한 PC방에서 홀로 계산대를 지키던 사장 황규태 씨(44)는 “최근 전기요금과 난방비가 합쳐서 2배 가까이로 올랐는데 손님 발걸음은 돌아오지 않는다. 2021년만 해도 한 달 평균 공과금이 100만 원이었는데 올 1월(지난해 12월분)에는 180만 원으로 늘었다”고 하소연했다. 황 씨는 지난해 하반기(7∼12월)에만 해도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확산 이후 적용됐던 사회적 거리 두기가 해제되면서 곧 매출이 회복될 거란 희망을 가졌다. 하지만 경제 상황이 악화되면서 매출은 오르지 않은 반면 공공요금은 가파르게 오르며 ‘이중고’에 시달리고 있다. ●“매출은 줄고, 공과금은 늘고”PC방, 독서실, 노래방 등 이른바 ‘겨울방학 특수 3대 업종’ 종사자들이 경기 둔화와 공공요금 인상의 여파로 ‘추운 겨울’을 보내고 있다. 최근 2월(1월분) 도시가스 요금 고지서를 받아들면서 한숨은 더 커지는 모습이다.이들 업종 종사자들은 “코로나19 확산으로 직격탄을 맞은 후 손님의 발길이 회복되지 않는다”고 입을 모은다. 실제로 국세청 통계에 따르면 전국 PC방 수는 지난해 11월 기준으로 2019년 12월 대비 14% 감소했다. 같은 기간 독서실은 13%, 노래방은 10% 줄었다. ‘위드 코로나’ 시기가 됐는데도 매출이 회복되지 않고 있다. 이날 오후 9시경 동아일보 기자가 황 씨의 PC방을 찾았을 때 총 70석에 10여 명만 자리를 지키고 있었다. 학생 손님은 2, 3명에 불과했다. 황 씨는 “코로나19 전에는 1년 매출의 70%가 방학철 학생들로부터 나왔다”며 “많을 때는 학생들만 하루 100명씩 왔는데 지금은 학생도 찾아보기 힘들고 하루 손님이 20명도 안 된다”고 하소연했다. 서울 성동구에서 PC방을 운영하는 이모 씨(40)는 “월 전기요금이 1년 만에 100만 원 올라 월 400만 원을 내야 하다 보니 순이익이 반 토막이 났다. 요금을 올릴까 고민했지만 손님이 지금보다 더 줄어들까 봐 무서워 못 올리고 있다”고 털어놨다. ●‘2월 난방비 폭탄’에 깊어지는 시름노래방도 사정은 비슷했다. 10일 오후 9시경 서울 관악구의 한 코인노래방에는 방 30개 중 8개만 차 있었다. 사장 박모 씨(42)는 “주머니가 가벼운 10, 20대 학생이 주 고객인데 코로나19 확산으로 손님이 하루 평균 50팀에서 30팀으로 40%가량 줄었다. 1월분 공과금은 더 오를 텐데 언제까지 버틸 수 있을지 모르겠다”고 했다. 독서실에도 학생들의 발길이 끊겼다. 서울 동작구 노량진역 일대 독서실 14곳 중 4곳에는 ‘임대, 폐업’이라고 쓴 안내문이 걸려 있었다. 영업 중인 독서실 한 곳은 220석 중 10여 명만 자리를 채운 상태였다. 이 독서실 사장 김모 씨(61)는 “방학을 맞아 등록비 20% 할인 행사까지 했지만 신규 등록자가 1명도 없었다”며 “지난해 70만 원이었던 난방비가 지난달 130만 원까지 올랐는데 학생은 절반으로 줄었다. 매출이 월 600만 원에서 120만 원으로 떨어졌다”고 했다. 공공요금 인상은 앞으로도 이어질 것으로 보인다. 정부는 한국가스공사의 미수금이 지난해 말 기준 9조 원을 넘어 올해 가스요금을 단계적으로 인상할 것이라고 밝혔다. 물가 상황을 고려해 올 1분기(1∼3월) 가스요금을 동결했지만 2분기(4∼6월) 이후에는 가스요금을 올리겠다는 것이다.김보라 기자 purple@donga.com이승우 기자 suwoong2@donga.com손준영 기자 hand@donga.com}

“겨울방학 성수기는 옛말입니다. 2월 공과금 청구서가 두렵습니다.” 10일 서울 영등포구의 한 PC방에서 홀로 계산대를 지키던 사장 황규태 씨(44)는 “최근 전기요금과 난방비가 합쳐서 2배 가까이로 올랐는데 손님 발걸음은 돌아오지 않는다. 2021년만 해도 한 달 평균 공과금이 100만 원이었는데 지난해 12월에는 180만 원으로 늘었다”며 한숨을 쉬었다. 황 씨는 지난해 하반기(7~12월)에만 해도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확산 이후 적용됐던 사회적 거리 두기가 해제되면서 곧 매출이 회복될 거란 희망을 가졌다. 하지만 경제 상황이 악화되면서 매출은 오르지 않은 반면 공공요금은 가파르게 오르며 ‘이중고’에 시달리고 있다.● “매출은 줄고, 공과금은 늘고” PC방, 독서실, 노래방 등 이른바 ‘겨울방학 특수 3대 업종’ 종사자들이 경기 둔화와 공공요금 인상의 여파로 ‘추운 겨울’을 보내고 있다. 이들 업종 종사자들은 “코로나19 확산으로 직격탄을 맞은 후 손님의 발길이 회복되지 않는다”고 입을 모은다. 실제로 국세청 통계에 따르면 전국 PC방 수는 지난해 11월 기준으로 2019년 12월 대비 14% 감소했다. 같은 기간 독서실은 13%, 노래방은 10% 줄었다. ‘위드 코로나’ 시기가 됐는데도 매출이 회복되지 않는 모습이다.사례2021년 월평균2022년 12월매출 변화서울 영등포구 PC방 전기료 100만 원전기료 150만 원―70%서울 동작구 독서실난방비 70만 원난방비 130만 원―80%이날 오후 9시경 동아일보 기자가 황 씨의 PC방을 찾았을 때 총 70석에 10여 명만 자리를 지키고 있었다. 학생 손님은 2, 3명에 불과했다. 황 씨는 “코로나19 전에는 1년 매출의 70%가 방학철 학생들로부터 나왔다”며 “많을 때는 학생들만 하루 100명씩 왔는데 지금은 학생도 찾아보기 힘들고 하루 손님이 20명도 안 된다”고 하소연했다. 서울 성동구에서 PC방을 운영하는 이모 씨(40)는 “손님 수는 회복되지 않았는데 월 전기요금이 1년 만에 100만 원 올라 월 400만 원을 내야 하다 보니 순이익이 반 토막이 났다. 요금을 올릴까 고민했지만 손님이 지금보다 더 줄어들까 봐 무서워 못 올리고 있다”고 털어놨다. ● ‘2월 난방비 폭탄’에 깊어지는 시름 노래방도 사정은 비슷했다. 10일 오후 9시경 서울 관악구의 한 코인노래방에는 방 30개 중 8개만 차 있었다. 사장 박모 씨(42)는 “주머니가 가벼운 10, 20대 학생이 주 고객인데 코로나19 확산으로 손님이 하루 평균 50팀에서 30팀으로 40%가량 줄었다. 2월분 공과금은 더 오를 텐데 언제까지 버틸 수 있을지 모르겠다”고 했다. 독서실에도 학생들의 발길이 끊겼다. 서울 동작구 노량진역 일대 독서실 14곳 중 4곳에는 ‘임대, 폐업’이라고 쓴 안내문이 걸려 있었다. 영업 중인 독서실 한 곳은 220석 중 10여 명만 자리를 채운 상태였다. 이 독서실 사장 김모 씨(61)는 “방학을 맞아 등록비 20% 할인 행사까지 했지만 신규 등록자가 1명도 없었다”며 “지난해 70만 원이었던 난방비가 지난달 130만 원까지 올랐는데 학생은 절반으로 줄었다. 매출이 월 600만 원에서 120만 원으로 떨어졌다“고 했다.전년 동기 대비전기29.5도시가스36.2지역난방34.0공공요금 인상은 앞으로도 이어질 것으로 보인다. 정부는 한국가스공사의 미수금이 지난해 말 기준 9조 원을 넘어 올해 가스요금을 단계적으로 인상할 것이라고 밝혔다. 물가 상황을 고려해 올 1분기(1~3월) 가스요금을 동결했지만 2분기(4~6월) 이후에는 가스요금을 올리겠다는 것이다.김보라 기자 purple@donga.com이승우 기자 suwoong2@donga.com손준영 기자 hand@donga.com}

프로포폴 상습 투약 혐의로 경찰 조사를 받고 있는 배우 유아인(본명 엄홍식·37·사진)이 국립과학수사연구원(국과수)의 마약류 소변 검사에서 ‘대마’ 양성 반응을 보인 것으로 확인됐다. 10일 동아일보 취재를 종합하면 서울경찰청 마약범죄수사대가 국과수에 의뢰한 유아인의 마약류 정밀 감정 결과 소변에서 일반 대마 양성 반응이 나왔다. 다만 프로포폴은 음성 반응이 나왔다. 전경수 한국마약범죄학회장은 “국과수 감정 기준으로 대마의 주성분인 테트라하이드로카나비놀(THC)과 프로포폴은 통상 6일 전 체내에 들어온 성분까지 소변으로 검출된다”며 “사람에 따라 차이가 있을 수 있지만 비교적 최근에 대마를 사용한 걸로 추정된다”고 말했다. 경찰은 프로포폴 투약과는 별개로 자체적으로 대마 흡입 가능성에 대해서 수사해 왔다. 5일 인천국제공항에서 유아인의 신체 압수수색 영장을 집행해 간이 소변 검사에서 대마 양성 반응을 확인하고, 국과수에 정밀 감정을 의뢰했다. 경찰은 소변 검사보다 더 정확한 모발 감정도 진행하고 있다. 모발 감정 결과는 10일가량 후 나올 것으로 보인다. 경찰은 프로포폴 상습 투약 혐의에 대한 수사도 계속할 방침이다. 경찰은 유아인이 2021년부터 상습적으로 프로포폴을 투약한 것으로 보고 6일 마약류관리법 위반 혐의로 그를 불러 조사했다. 8일과 9일에는 서울 강남구와 용산구 성형외과 등 병·의원 여러 곳을 압수수색했다. 이에 대해 유아인의 소속사 UAA 관계자는 “아직 경찰이나 국과수로부터 대마 양성 관련 내용을 확인받은 바 없다”며 “구체적인 사실관계가 확인되는 대로 대응에 나설 계획”이라고 밝혔다. 이승우 기자 suwoong2@donga.com김보라 기자 purple@donga.com}

“난방비 폭탄이 이어지니 한 푼이라도 아끼자면서 경비원을 줄이자고 하더군요.” 서울 송파구의 한 아파트단지 경비원 김모 씨(67)는 6일 동아일보 기자와의 통화에서 최근 아파트 주민들이 경비원을 3명 줄이기로 결정했다며 한숨을 쉬었다. 지난달 경비 용역업체 재계약 당시 주민들이 인원 감축 여부를 놓고 투표한 끝에 과반이 경비원 감축에 찬성한 것이다. 김 씨는 “계약서에 ‘관리비가 부담될 경우 주민 과반의 동의로 경비원을 감축할 수 있다’는 조항이 있다 보니 달리 대응할 방법이 없었다”며 “같은 시간대 2명이 근무하던 경비초소에 지금은 1명만 근무하고 있다”고 했다. 경비원을 줄인 주민들은 ‘어쩔 수 없었다’는 입장이다. 이 아파트의 주민 이모 씨는 “지난해 12월 관리비가 전년 동월 대비 20만 원 올랐는데 올 1월에 20만 원 더 오른 걸 보고 이사를 가야 하나 심각하게 고민했다”며 “경비원이 줄어 좀 불안하더라도 관리비 때문에 이사가는 것보단 낫다고 생각했다”고 말했다. 급증하는 난방비를 견디지 못한 아파트나 빌라 주민 사이에서 “이대로는 안 되겠다”며 집단적으로 대응하는 움직임이 일고 있다. 경비원 감축을 통해 관리비를 줄이기도 하고 지방자치단체에 집단 민원을 넣기도 한다.●“이래선 못 산다” 난방비 폭탄 후 집단 움직임일부 지역에선 주민들이 지자체 등에 집단적으로 항의하고 나섰다. 서울 강서구 주민 이모 씨(37)는 “아파트 주민 단체 카카오톡 대화방에서 ‘강서구와 서울시에 집단으로 민원 전화를 넣자’고 뜻을 모았다. 이대로는 상황이 계속 나빠질 것 같아 조속히 난방비 폭증 대안을 마련해 달라고 항의 민원을 넣기로 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구청과 시청 공무원들은 난방비 불만으로 빗발치는 항의 전화를 받는 게 최근 일상이 됐다.‘뭔가 잘못된 것 같다’며 관리사무소로 찾아오는 주민은 더 많다. 서울 송파구의 한 아파트 관리사무소 관계자는 “주민들이 상세 가스사용 내역을 확인시켜 주지 않으면 아파트 직원들을 구청에 신고한다며 찾아와 일일이 설명해주다 보면 하루가 다 간다”고 했다. 서울 양천구의 한 빌라에선 주민들이 집단으로 태양열 난방 설치를 신청했다. 주민 조은하 씨(62·여)는 “옷을 2개씩 껴입으면서 난방을 최소화했음에도 지난달 가스비가 20만 원 이상 나왔다”며 “주민들과 상의해 태양열 난방 장치를 설치하기로 했다. 시에서 설치비용 50%를 지원해 준다고 했고 주민들과의 공동구매를 통해 가격을 낮출 수 있었다”고 했다. 태양열 난방 장치를 판매하는 업체 관계자는 “최근 난방비 급증 이후 설치 문의 전화가 20% 이상 늘어난 상황”이라고 전했다.●고시원도 난방비 폭탄 골머리취약계층이 많이 사는 고시원도 난방비 폭탄 때문에 골머리를 앓고 있다. 서울 영등포구에서 방 20개짜리 고시원을 운영하는 이윤주 씨(47·여)는 “월세로 한 방에 25만 원을 받아 월 500만 원을 버는데 올겨울 가스요금이 50만 원 넘게 나왔다”며 “고시원에 사는 기초생활수급자의 경우 난방비 지원을 받을 수 있는데 정작 난방비를 부담하는 고시원 주인은 지원을 받지 못해 부담이 커졌다”고 하소연했다.이승우 기자 suwoong2@donga.com최원영 기자 o0@donga.com김보라 기자 purple@donga.com}

“난방비 폭탄이 이어지니 한 푼이라도 아끼자면서 경비원을 줄이자고 하더군요.” 서울 송파구의 한 아파트단지 경비원 김모 씨(67)는 6일 동아일보 기자와의 전화통화에서 최근 아파트 주민들이 경비원을 3명 줄이기로 결정했다며 한숨을 쉬었다. 지난달 경비 용역업체 재계약 당시 주민들이 인원 감축 여부를 놓고 투표한 끝에 과반이 경비원 감축에 찬성한 것이다. 김 씨는 “계약서에 ‘관리비가 부담될 경우 주민 과반의 동의로 경비원을 감축할 수 있다’는 조항이 있다 보니 달리 대응할 방법이 없었다”며 “같은 시간대 2명이 근무하던 경비초소에 지금은 1명만 근무하고 있다”고 했다. 경비원을 줄인 주민들은 ‘어쩔 수 없었다’는 입장이다. 이 아파트의 주민 이모 씨는 “지난해 12월 관리비가 전년 동월 대비 20만 원 올랐는데 올 1월에 20만 원 더 오른 걸 보고 이사를 가야 하나 심각하게 고민했다”며 “경비원이 줄어 좀 불안하더라도 관리비 때문에 이사가는 것보단 낫다고 생각했다”고 말했다. 급증하는 난방비를 견디지 못한 아파트나 빌라 주민들 사이에서 “이대로는 안 되겠다”며 집단적으로 대응하는 움직임이 일고 있다. 경비원 감축을 통해 관리비를 줄이기도 하고 지방자치단체에 집단 민원을 넣기도 한다.● “이래선 못 산다” 난방비 폭탄 후 집단 움직임 일부 지역에선 주민들이 지자체 등에 집단적으로 항의하고 나섰다. 서울 강서구 주민 이모 씨(37)는 “아파트 주민 단체 카카오톡 대화방에서 ‘강서구와 서울시에 집단으로 민원 전화를 넣자’고 뜻을 모았다. 이대로는 상황이 계속 나빠질 것 같아 조속히 난방비 폭증 대안을 마련해달라고 항의 민원을 넣기로 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구청과 시청 공무원들은 난방비 불만으로 빗발치는 항의 전화를 받는 게 최근 일상이 됐다. ‘뭔가 잘못된 것 같다’며 관리사무소로 찾아오는 주민들은 더 많다. 서울 송파구 한 아파트 관리사무소 관계자는 “주민들이 상세 가스사용 내역을 확인시켜주지 않으면 아파트 직원들을 구청에 신고한다며 찾아와 일일이 설명해주다보면 하루가 다 간다”고 했다. 서울 양천구 빌라에선 주민들이 집단으로 태양열 난방 설치를 신청했다. 주민 조은하 씨(62·여)는 “옷을 2개씩 껴입으면서 난방을 최소화했음에도 지난 달 가스비가 20만 원 이상 나왔다”며 “주민들과 상의해 태양열 난방 장치를 설치하기로 했다. 시에서 설치비용 50%를 지원해 준다고 했고 주민들과 공동구매를 통해 가격을 낮출 수 있었다”고 했다. 태양열 난방 장치를 판매하는 업체 관계자는 “최근 난방비 급증 이후 설치 문의 전화가 20% 이상 늘어난 상황”이라고 전했다.● 고시원도 난방비 폭탄 골머리취약계층이 많이 사는 고시원도 난방비 폭탄 때문에 골머리를 앓고 있다. 서울 영등포구에서 방 20개짜리 고시원을 운영하는 이윤주 씨(47·여)는 “월세로 한 방에 25만 원을 받아 월 500만 원을 버는데 올 겨울 가스요금이 50만 원 넘게 나왔다”며 “고시원에 사는 기초생활수급자의 경우 난방비 지원을 받을 수 있는데 정작 난방비를 부담하는 고시원 주인은 지원을 받지 못해 부담이 커졌다”고 하소연했다.이승우기자 suwoong2@donga.com최원영기자 o0@donga.com김보라기자 purple@donga.com}

“올해로 택시 운전한 지 15년째인데 이런 날은 처음이에요. 서울역 앞에서 2시간 넘게 손님을 한 명도 못 태웠어요.” 1일 오전 서울 중구 서울역 앞 택시 승강장 앞에서 승객을 기다리던 택시 기사 노모 씨(71)는 동아일보 기자에게 하소연했다. 승강장에서 염천교까지 약 500m에 이르는 도로에 빈 택시 50대 이상이 줄지어 서 있었다. 노 씨는 “빈 택시 줄이 이렇게 늘어선 걸 보는 것도 오랜만”이라고 했다. 서울시는 이날 오전 4시부터 중형택시 기본요금을 3800원에서 4800원으로 1000원(26.3%) 올렸다. 또 기본요금 거리는 현재 2km에서 1.6km로 줄였다. 승객들은 “심야할증률을 조정한 지 두 달밖에 안 됐는데 또 오르니 택시 타기가 무섭다”는 반응이었고, 택시 기사들은 예상보다 승객들이 더 줄어든 상황에 당혹스러워했다.●“웬만해선 택시 못 타겠다” 최근 고물가와 난방비 폭탄 등에 시달리던 승객들은 요금 인상이 현실화되면서 생각보다 많은 요금이 나오자 당황하는 표정이었다. 이날 오전 서울 은평구에서 여의도까지 택시로 출근했다는 직장인 허가예 씨(30·여)는 “평소 1만6000원 안팎으로 나오던 요금이 오늘은 2만 원 넘게 나와 깜짝 놀랐다”며 “앞으로는 웬만해선 택시를 못 탈 것 같다”고 말했다. 서울 강서구에서 서대문구로 출근하는 직장인 김모 씨(30)도 “택시요금이 평소 1만8500원가량 나왔는데 오늘은 2만1000원이나 나왔다”며 “오전 5시까지 출근이라 거의 매일 택시를 탔는데 자동차 구입을 앞당겨야 하나 싶다”고 했다. 근무 스케줄 때문에 어쩔 수 없이 심야택시를 이용했던 승객들의 부담은 더 커졌다. 지난해 12월부터 할증률이 20%에서 20∼40%로 오른 데다 이번 기본요금 인상까지 겹치면서 오후 11시∼오전 2시 구간의 경우 기본요금이 6700원까지 올랐기 때문이다. 경기 성남시에서 서울 송파구로 출근하는 제빵사 박모 씨(27)는 “영업 준비를 하려면 새벽 4시까지 나가야 해 어쩔 수 없이 택시를 탄다”며 “지금도 한 달 생활비 30% 가까이가 택시비로 나가는데 더 요금이 오른다니 막막하다”고 했다. 매주 2번씩 야근 후 서울 송파구에서 경기 남양주시로 택시를 타고 귀가한다는 프리랜서 디자이너 정다연 씨(25·여)는 “앞으론 야근한 날에는 24시간 카페에서 시간을 때우다 오전 4시경 운행을 시작하는 시내버스를 이용할 생각”이라며 “어쩔 수 없이 택시를 탈 때는 애플리케이션(앱)을 통해 ‘카풀’을 구하고 요금을 나눠 내려 한다”고 말했다. 서울에 이어 경기도와 인천시도 이르면 다음 달부터 중형택시 기본요금을 1000원씩 인상할 방침이어서 수도권 주민들의 부담이 커질 것으로 보인다. 수도권 광역지자체들은 그동안 택시요금을 함께 조정해 왔다.●기대와 우려 교차하는 택시업계 택시 기사들은 지난해 12월 심야할증 요금 조정 후 승객이 줄었는데 기본요금 인상까지 겹치면서 승객이 더 줄어들까 싶어 걱정하는 분위기다. 실제로 이날 낮 12시경 서울 용산구 용산역 앞 택시 승강장에는 빈 택시 14대만 줄지어 있었다. 반면 택시를 타려는 손님은 한 명도 없었다. 개인택시 기사 이명기 씨(75)는 “오전 8시 반에 출근했는데 지금까지 손님을 4명밖에 못 태웠다. 평소에는 10명 가까이 태웠을 시간”이라며 한숨을 내쉬었다. 오봉훈 전국택시연맹 사무처장은 “할증률 조정 후 손님이 하도 없어 기사들이 야간 근무를 기피하는 상황”이라며 “기본요금 인상으로 낮시간 손님까지 줄 것 같아 걱정”이라고 말했다. 여기에 법인택시 기사들은 “손님은 부족한데 택시요금이 올랐다며 사납금까지 올리는 건 아닌지 모르겠다”면서 걱정도 하는 모습이었다. 다만 일부 개인택시 기사는 물가가 오른 만큼 요금도 올라야 한다며 요금 인상을 반기기도 했다. 개인택시 기사 김모 씨(73)는 “2, 3개월이면 승객도 예전 수준으로 회복되지 않겠느냐”며 “그동안 시간당 1만 원 벌기도 어려웠는데 앞으론 나아질 것”이라고 기대했다.전혜진 기자 sunrise@donga.com이문수 기자 doorwater@donga.com김보라 기자 purple@donga.com}

“올해로 택시 운전한 지 15년째인데 이런 날은 처음이에요. 서울역 앞에서 2시간 넘게 손님을 한 명도 못 태웠어요.” 1일 오전 서울 중구 서울역 앞 택시 승강장 앞에서 승객을 기다리던 택시기사 노모 씨(71)는 동아일보 기자에게 하소연했다. 승강장에서 염천교까지 약 500m에 이르는 도로에 빈 택시 50대 이상이 줄지어 서 있었다. 노 씨는 “빈 택시 줄이 이렇게 늘어선 걸 보는 것도 오랜만”이라고 했다. 서울시는 이날 오전 4시부터 중형택시 기본요금을 3800원에서 4800원으로 1000원(26.3%) 올렸다. 또 기본요금 거리는 현재 2km에서 1.6km로 줄였다. 거리당 요금과 시간당 요금도 승객 부담이 커지는 방향으로 바뀌었다. 승객들은 “심야할증률을 조정한 지 2달 밖에 안 됐는데 또 오르니 택시타기가 무섭다”는 반응이었고, 택시기사들은 예상보다 승객들이 더 줄어든 상황에 당혹스러워했다.● “웬만해선 택시 못 타겠다” 최근 고물가와 난방비 폭탄 등에 시달리던 승객들은 요금 인상이 현실화되면서 생각보다 많은 요금이 나오자 당혹스런 표정이었다. 이날 오전 서울 은평구에서 여의도까지 택시로 출근했다는 직장인 허가예 씨(30·여)는 “평소 1만6000원 나오던 요금이 오늘은 2만2000원 나와 깜짝 놀랐다”며 “앞으로는 웬만해선 택시를 못 탈 것 같다”고 말했다. 서울 강서구에서 서대문구로 출근하는 직장인 김모 씨(30)도 “평소보다 요금이 3500원 더 나왔다”며 “오전 5시까지 출근이라 거의 매일 택시를 탔는데 자동차 구입을 앞당겨야 하나 싶다”고 했다. 근무 스케줄 때문에 어쩔 수 없이 심야택시를 이용했던 승객들의 부담은 더 커졌다. 지난해 12월부터 할증률이 20%에서 20~40%로 오른데다 이번 기본요금 인상까지 겹치면서 오후 11시~오전 2시 구간의 경우 기본요금이 6700원까지 올랐기 때문이다. 경기 성남시에서 서울 송파구로 출근하는 제빵사 박모 씨(27)는 “영업 준비를 하려면 새벽 4시까지 나가야 해 어쩔 수 없이 택시를 탄다”며 “지금도 한 달 생활비 30%가까이가 택시비로 나가는데 더 요금이 오른다니 막막하다”고 했다. 매주 2번씩 야근 후 서울 송파구에서 경기 남양주시로 택시를 타고 귀가한다는 프리랜서 디자이너 정다연 씨(25·여)는 “앞으론 야근한 날에는 24시간 카페에서 시간을 때우다 오전 4시경 운행을 시작하는 시내버스를 이용할 생각”이라며 “어쩔 수 없이 택시를 탈 때는 애플리케이션(앱)을 통해 ‘카풀’을 구하고 요금을 나눠내려 한다”고 말했다. 서울에 이어 경기도와 인천시도 이르면 다음달부터 중형택시 기본요금을 1000원씩 인상할 방침이다. 수도권 광역지자체들은 그 동안 택시요금을 함께 조정해 왔다.● 기대와 우려 교차하는 택시업계 택시기사들은 지난해 12월 심야할증 요금 조정 후 승객이 줄었는데 기본요금 인상까지 겹치면서 승객이 더 줄어들까봐 걱정하는 분위기다. 실제로 이날 낮 12시경 서울 용산구 용산역 앞 택시 승강장에는 빈 택시 14대만 줄지어 있었다. 반면 택시를 타려는 손님은 한 명도 없었다. 개인택시 기사 이명기 씨(75)는 “오전 8시 반에 출근했는데 지금까지 손님을 4명 밖에 못 태웠다. 평소에는 10명 가까이 태웠을 시간”이라며 한숨을 내쉬었다. 오봉훈 전국택시연맹 사무처장은 “할증률 조정 후 손님이 하도 없어 기사들이 야간 근무를 기피하는 상황”이라며 “기본요금 인상으로 낮시간 손님까지 줄 것 같아 걱정”이라고 말했다. 여기에 법인택시 기사들은 “손님은 부족한데 택시요금이 올랐다며 사납금까지 올리는 거 아닌지 모르겠다”는 걱정도 하는 모습이었다. 다만 일부 개인택시 기사들은 물가가 오른 만큼 요금도 올라야 한다며 요금 인상을 반기기도 했다. 개인택시 기사 김모 씨(73)는 “2, 3개월이면 승객도 예전 수준으로 회복되지 않겠느냐”며 “그동안 시간당 1만 원 벌기도 어려웠는데 앞으론 나아질 것”이라고 기대했다. 전혜진 기자 sunrise@donga.com이문수 기자 doorwater@donga.com김보라 기자 purple@donga.com}

“설 명절을 맞아 1년 만에 아들과 손자가 온다고 해서 과일이랑 고기를 잔뜩 사뒀는데…. 한순간에 싹 타버렸네요.” 20일 오전 서울 강남구 구룡마을 화재 현장에서 동아일보 기자와 만난 주민 이연우 씨(73)는 잿더미가 된 집을 가리키며 한숨을 내쉬었다. 이 씨는 이날 오전 6시 반경 “불이야”란 고함과 함께 문을 두드리는 소리에 부리나케 놀라 잠옷만 입은 채 밖으로 뛰쳐 나왔다고 했다. 이 씨는 “남은 옷이 한 벌도 없는데 어디서 설날을 보내고 어떻게 겨울을 날지 모르겠다”고 하소연했다.● 갈 곳 잃은 주민 62명…10년 동안 21건 화재 설 연휴를 하루 앞둔 이날 오전 6시 27분경 구룡마을 4지구에 화재가 발생해 주택 60채가 전소됐다. 빈집도 있어 화재 피해를 입은 건 44가구였다. 주민 500여 명이 인근 마을회관으로 대피했고, 화재는 5시간 19분 만인 오전 11시 46분경 진화됐다. 다행히 인명 피해는 발생하지 않았지만 설 연휴를 앞두고 거처를 잃은 주민들은 서로의 손을 잡고 눈물을 흘렸다. 몇몇은 잠옷 차림으로 잿더미가 된 집터를 연신 뒤지기도 했다. 하지만 멀쩡하게 남은 가재도구가 거의 없다 보니 그을린 가구와 옷들을 보며 허탈한 표정만 지었다. 최초 신고자인 주민 신모 씨(71)는 “아침에 화장실에 있다가 형광등이 갑자기 깜빡거리는 걸 보고 불안해 나와 보니 옆집에서 불이 치솟고 있었다”며 “내복만 입고 나온 뒤 주변 집 문을 두드려 주민들에게 알리고 119에 신고했다”고 말했다. 새벽에 현장 일을 마치고 돌아왔는데 집이 잿더미만 남아 있었다는 주민 육천일 씨(63)는 “순식간에 집이 없어져 황당하다”고 말했다. 옆에 있던 주민 지홍수 씨(73)도 “급하게 나오느라 가족들에게 줄 설날 선물이나 지갑을 하나도 챙겨오지 못했다”며 눈물을 글썽였다. 이날 소방 당국은 인접 소방서까지 동원하는 대응 2단계를 발령하고 소방대원 197명을 포함해 918명의 인력과 헬기 10대 등 장비 68대를 동원해 화재 진압 및 주민 대피에 나섰다. 화재로 집을 잃은 이재민 62명 중 57명은 강남구가 일주일 동안 비용을 전액 지원하기로 한 인근 숙박시설로 향했고, 나머지 5명은 가족 및 지인 집에서 지내기로 했다. 소방 당국에 따르면 구룡마을에선 최근 10년간 21건의 화재가 발생했다. 소방 관계자는 “합판 등으로 지어진 판잣집들이 밀집해 있어 화재 피해가 잦다”고 설명했다.● 주민들 “지난 여름 침수에 이어 화재까지” 지난해 여름 폭우 피해의 악몽이 가시기도 전에 다시 화재를 겪게 된 주민들은 망연자실한 표정이었다. 35년 동안 구룡마을에 거주했다는 장원식 씨(72)는 “지난해 8월 침수로 집이 잠겨 복구하느라 2주 넘게 진땀을 뺐다. 이번에 화재까지 당하니 어떻게 살아야 할지 막막하다”고 하소연했다. 주민들은 화재 초기 소방대원들과 함께 소화전에 호스를 연결해 불을 끄려 했으나 한파로 수도관이 얼어붙어 물이 나오지 않았다고 증언했다. 주민 김승한 씨(69)는 “소화전이 얼어붙어 작동하지 않다 보니 나중에 헬기가 와서야 불이 잡혔다”며 “물이라도 빨리 나왔으면 최소한 옷가지라도 건질 수 있었을 것”이라며 안타까워했다. 소방 관계자는 “경찰과의 합동 감식을 통해 화재 초기 소화전 작동 여부 등을 확인하고 있다”며 “발화 원인에 대해서도 조사를 진행하고 있다”고 밝혔다. 이날 현장을 찾은 오세훈 서울시장은 서울주택도시공사(SH공사)와 강남구 등에 이재민 주거 대책을 조속히 마련해 달라고 요청했다. 이상민 행정안전부 장관도 “조속한 피해 수습을 위해 특별교부세 5억 원을 긴급 지원하겠다”고 발표했다.이승우 기자 suwoong2@donga.com김보라 기자 purple@donga.com소설희 기자 facthee@donga.com}

“설 명절을 맞아 1년 만에 아들과 손자가 온다고 해서 과일이랑 고기를 잔뜩 사뒀는데···. 한순간에 싹 타버렸네요.”20일 오전 서울 강남구 구룡마을 화재 현장에서 동아일보 기자와 만난 주민 이연우 씨(73)는 잿더미가 된 집을 가리키며 한숨을 내쉬었다. 이 씨는 이날 오전 6시 반경 “불이야”라는 고함과 함께 문을 두드리는 소리에 부리나케 놀라 잠옷만 입은 채 밖으로 뛰쳐나왔다고 했다. 이 씨는 “남은 옷도 한 벌 없는데 어디서 설날을 보내고 어떻게 겨울을 날지 모르겠다”고 하소연했다.● 갈 곳 잃은 주민 62명···10년 동안 21건 화재설 연휴를 하루 앞둔 이날 오전 6시 27분경 구룡마을 4지구에 화재가 발생해 주택 60채가 전소됐다. 빈집도 있어 화재 피해를 입은 건 44가구였다. 주민 500여 명이 인근 마을회관으로 대피했고, 화재는 5시간 19분 만인 오전 11시 46분경 진화됐다.다행히 인명 피해는 발생하지 않았지만 설 연휴를 앞두고 거처를 잃은 주민들은 서로의 손을 잡고 눈물을 흘렸다. 몇몇은 잠옷 차림으로 잿더미가 된 집터를 연신 뒤지기도 했다. 하지만 멀쩡하게 남은 가재도구가 거의 없다 보니그을린 가구와 옷들을 보며 허탈한 표정만 지었다.최초 신고자인 주민 신모 씨(71)는 “아침에 화장실에 있다가 형광등이 갑자기 깜빡거리는 걸 보고 불안해 나와 보니 옆집에서 불이 치솟고 있었다”라며 “내복만 입고 나온 뒤 주변 집 문을 두드려 주민들에게 알리고 119에 신고했다”고 말했다.새벽에 현장 일을 마치고 돌아왔는데 집이 잿더미만 남아 있었다는 주민 육천일 씨(63)는 “순식간에 집이 없어져 황당하다”고 말했다. 옆에 있던 주민 지홍수 씨(73)도 “급하게 나오느라 가족들에게 줄 설날 선물이나 지갑을 하나도 챙겨오지 못했다”며 눈물을 글썽였다.이날 소방 당국은 인접 소방서까지 동원하는 대응 2단계를 발령하고 소방대원 197명을 포함해 918명의 인력과 헬기 10대 등 장비 68대를 동원해 화재 진압 및 주민 대피에 나섰다. 화재로 집을 잃은 이재민 62명 중 57명은 강남구가 일주일 동안 비용을 전액 지원하기로 한 인근 숙박시설로 향했고, 나머지 5명은 가족 및 지인 집에서 지내기로 했다. 소방 당국에 따르면 구룡마을에선 최근 10년 간 21건의 화재가 발생했다. 소방 관계자는 “합판 등으로 지어진 판잣집들이 밀집해 있어 화재 피해가 잦다”고 설명했다.● 주민들 “지난 여름 침수에 이어 화재까지”지난해 여름 폭우 피해의 악몽이 가시기도 전에 다시 화재를 겪게 된 주민들은 망연자실한 표정이었다. 35년 동안 구룡마을에 거주했다는 장원식 씨(72)는 “지난해 8월 침수로 집이 잠겨 복구하느라 2주 넘게 진땀을 뺐다. 이번에 화재까지 당하니 어떻게 살아야 할지 막막하다”고 하소연했다.주민들은 화재 초기 소방대원들과 함께 소화전에 호스를 연결해 불을 끄려 했으나 한파로 수도관이 얼어붙어 물이 나오지 않았다고 증언했다. 주민 김승한 씨(69)는 “소화전이 얼어붙어 작동하지 않다 보니 나중에 헬기가 와서야 불이 잡혔다”며 “물이라도 빨리 나왔으면 최소한 옷가지라도 건질 수 있었을 것”이라며 안타까워했다. 소방 관계자는 “경찰과 합동 감식을 통해 화재 초기 소화전 작동 여부 등을 확인하고 있다”며 “발화 원인에 대해서도 조사를 진행 중”이라고 밝혔다.이날 현장을 찾은 오세훈 서울시장은 서울주택도시공사(SH공사)와 강남구 등에 이재민 주거 대책을 조속히 마련해 달라고 요청했다. 이상민 행정안전부 장관도 “조속한 피해 수습을 위해 특별교부세 5억 원을 긴급 지원하겠다”고 발표했다. 이승우 기자 suwoong2@donga.com김보라 기자 purple@donga.com소설희 기자 facthee@donga.com}

국가정보원과 경찰 등의 18일 압수수색은 1995년 전국민주노동조합총연맹(민노총) 창립 이후 국가보안법 위반 혐의로 이뤄진 첫 압수수색이다. 과거 민노총에 대한 수사 당국의 압수수색은 2차례 있었는데 모두 총파업 등 불법 집회 및 시위를 벌인 혐의와 관련된 것이었다. 첫 압수수색은 법외노조였던 민노총이 정리해고제 도입 등에 반발하며 한국노동조합총연맹(한국노총)과 진행했던 연대 총파업과 관련해 1997년 1월 이뤄졌다. 1999년 민노총이 합법화된 이후에도 경찰 등은 여러 차례 압수수색을 시도했지만 실제 집행까지 이뤄지진 않았다. 2001년 대우자동차가 1750여 명을 정리해고하면서 벌어졌던 총파업과 2003년 화물연대 파업 당시 경찰은 불법 시위 혐의로 민노총 본부 압수수색 영장을 법원으로부터 발부 받았지만 실제로 집행하진 않았다. 두 번째 압수수색은 2015년 11월 이뤄졌다. 당시 서울경찰청은 민노총 본부 등 전국 8개 단체 사무실 12곳을 압수수색해 시위용품, 컴퓨터, 외장 하드 등을 확보했다. 경찰은 “민중총궐기 집회 때 발생한 불법 폭력 시위의 사전모의 여부와 배후세력을 밝히기 위해 압수수색 영장을 집행했다”고 밝혔다. 압수수색은 아니었지만 체포영장 집행을 위해 사무실에 강제 진입한 적도 있었다. 2013년 12월 경찰은 전국철도노동조합(철도노조) 파업 당시 김명환 철도노조 위원장과 지도부를 체포하기 위해 기동대 등 5000여 명을 동원해 민노총 본부 사무실에 강제 진입했지만 신병 확보에는 실패했다.이승우 기자 suwoong2@donga.com김보라 기자 purple@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