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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만약 그때 다른 선택을 했더라면…. 나는, 우리는 어떻게 달라졌을까?” 이혼 후 10년 만에 미국 뉴욕으로 돌아온 39세 여성 엘리자베스. 앞으로 먹고살 길을 고민하던 중 매디슨스퀘어파크에서 대학원 동창 루카스와 새 이웃 케이트를 만난다. 케이트는 그를 ‘리즈’라 부르며 브루클린에 기타 연주를 들으러 가자고 한다. 루카스는 ‘베스’라고 그를 부르며 뉴욕시 주거환경 개선 운동에 동참하자고 제안한다. 선택의 기로에서 리즈는 사랑을 중심으로, 베스는 커리어를 중심으로 나아간다. 뉴욕 브로드웨이 뮤지컬 ‘이프덴’이 서울 종로구 홍익대 대학로 아트센터에서 국내 초연 중이다. 뮤지컬 ‘넥스트 투 노멀’로 퓰리처상과 토니상을 수상한 작사가 브라이언 요키와 작곡가 톰 킷 콤비가 참여했다. 애니메이션 ‘겨울왕국’의 OST ‘Let It Go’를 부른 배우 이디나 멘젤이 엘리자베스 역을 맡아 2013년 미국 워싱턴에서 초연했고, 이듬해 브로드웨이에 진출했다. ‘이프덴’은 ‘만약 …했다면(if)’을 주제로 순간의 선택이 가져온 결과(then)를 속도감 있게 풀어낸다. 리즈와 베스의 삶이 번갈아 펼쳐질 때마다 바뀌는 시공간이 무대에서 자연스럽게 구현됐다. 뮤지컬 평론가인 원종원 순천향대 미디어커뮤니케이션학과 교수는 “쉼 없이 바뀌는 시공간을 배우의 등장, 퇴장과 의상 교체 등으로 이해하기 쉽게 풀어냈다”며 “자칫 복잡하게 느껴질 수 있는 구조를 ‘극 전개를 따라잡는 재미’로 바꿔놨다”고 평가했다. 분홍 등 화사한 색상의 옷을 입은 리즈는 베스가 될 때 안경을 끼거나 무채색 재킷으로 갈아입는다. 화려한 뉴욕 풍경을 생생하게 담아낸 무대 영상도 눈을 즐겁게 만든다. 눈부신 야경과 덜컹이는 지하철, 열기 오른 야구장 등 뉴욕을 상징하는 다채로운 배경이 무대 위에 고스란히 펼쳐진다. 지혜원 뮤지컬 평론가는 “누구나 영화, 미국 드라마에서 봤을 법한 뉴욕 특유의 분위기를 물리적 세트가 아닌 영상으로 표현해 생동감을 높였다”며 “엘리자베스의 선택에 따라 바뀌는 결과를 영상이 효과적으로 나타내 몰입감을 살렸다”고 말했다. 엘리자베스는 출산 후 약 1년 6개월 만에 무대에 복귀한 배우 정선아를 비롯해 박혜나, 유리아가 번갈아가며 연기한다. 정선아는 ‘혼자가 되는 법’ 등 주요 넘버를 부를 때 특유의 시원한 고음과 폭넓은 성량으로 무대를 장악했다. 다만 깊이감 없는 연기력은 다소 아쉬웠다. 지 평론가는 “다른 길을 걷게 된 리즈와 베스의 삶에서 온도 차가 잘 느껴지지 않았다”고 말했다. 2월 26일까지. 6만∼12만 원.이지윤 기자 leemail@donga.com}

“만약 그때 다른 선택을 했더라면 나는, 우리는 어떻게 달라졌을까?” 이혼 후 10년 만에 뉴욕으로 돌아온 39세 커리어우먼 엘리자베스. 앞으로 먹고 살 길을 고민하던 중 매디슨 스퀘어 파크에서 대학원 동창 루카스와 새 이웃 케이트를 만난다. 케이트는 그를 ‘리즈’라 부르며 브루클린에 기타 연주를 들으러 가자고 한다. 루카스는 ‘베스’라고 부르며 뉴욕시 주거환경 개선 운동에 동참하자 한다. 끊임없는 선택의 기로에서 리즈는 사랑을 중심으로, 베스는 커리어를 중심으로 나아간다. 미국 뉴욕 브로드웨이 뮤지컬 ‘이프덴’이 지난달 6일 서울 종로구 홍익대학교 대학로 아트센터에서 국내 초연됐다. 시대극이 주를 이루는 국내 공연계에선 흔치 않은 21세기 동시대물이다. 뮤지컬 ‘넥스트 투 노멀’로 퓰리처상과 토니상을 수상한 브라이언 요키와 톰 킷 작사·작곡 콤비가 참여했다. 2013년 미국 워싱턴DC에서 배우 겸 가수 이디나 멘젤이 엘리자베스 역으로 초연한 이듬해 브로드웨이에 진출했다. ‘이프덴’은 ‘만약 ~했다면(if)’을 주제로 순간의 선택이 가져온 결과(then)를 속도감 있게 풀어냈다. 리즈와 베스의 삶이 번갈아 펼쳐질 때마다 바뀌는 시공간이 무대 위 자연스럽게 구현된 것이 감상 포인트. 뮤지컬 평론가인 원종원 순천향대 미디어커뮤니케이션 학과 교수는 “쉼 없이 바뀌는 시공간을 배우의 등·퇴장과 의상 교체 등으로 관객이 받아들이기 쉽게 풀어냈다”며 “자칫 복잡하게 느껴질 수 있는 구조를 오히려 ‘극 전개를 따라잡는 재미’로 바꿔놨다”고 평가했다. 리즈는 베스가 될 때 안경을 끼거나 무채색 재킷으로 갈아입는다. 화려한 뉴욕 풍경을 생생하게 담아낸 무대 영상도 ‘이프덴’의 백미다. 눈부신 야경과 덜컹이는 지하철, 열기 오른 야구장 등 뉴욕을 상징하는 다채로운 배경이 무대 위 고스란히 펼쳐진다. 지혜원 뮤지컬 평론가는 “누구나 영화나 미드에서 봤을 법한 뉴욕 특유의 분위기를 물리적 세트가 아닌 영상으로 표현해 생동감을 높였다”며 “선택에 따라 바뀌는 결과를 영상이 효과적으로 표현해주면서 작품 전체의 결과 몰입감을 살렸다”고 설명했다. 독보적인 주인공 엘리자베스 역은 배우 정선아가 맡았다. 지난해 5월 출산 이후 약 1년 6개월 만의 복귀작으로 배우 박혜나와 유리아가 같은 배역을 번갈아 연기한다. 변화무쌍하던 무대가 암전되고 ‘혼자가 되는 법’ 등 홀로 부르는 넘버에서도 무대를 장악하는 ‘뮤지컬 디바’의 명성은 그대로였다. 반면 연기의 깊이는 부족했단 평도 나온다. 지 평론가는 “다른 길을 걷게 된 리즈와 베스의 삶에서 온도차가 잘 느껴지지 않았다”며 “극 중 아이를 낳게 된 이후라면 목소리와 제스처 등 세부적인 요소까지 바뀌었어야 하는데 아이를 낳기 전과 큰 차이가 없었다”고 말했다. 2월 26일까지.이지윤기자 leemail@donga.com}

《뮤지컬 ‘캣츠’가 배우들이 객석을 누비는 특유의 개성을 살린 오리지널 연출로 돌아왔다. 캣츠는 26마리 고양이로 변신한 배우들이 객석 통로를 통과하는 장면이 1막과 2막 시작 때 나온다. 쉬는 시간에도 배우들이 통로를 다니며 관객들에게 장난을 친다. 통로 좌석은 관객과 배우가 직접 교감할 수 있어 ‘젤리클석’으로 불리며 매 공연에서 빠르게 매진됐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여파로 배우들의 객석을 누비지 않았던 2020년 공연과 달리, 20일 개막한 이번 공연에선 젤리클석이 부활됐다. 2018년 내한공연 후 5년 만이다. 공연장인 서울 종로구 세종문화회관 대극장의 1층 각 통로와 맞닿은 290여 석이 젤리클석에 해당된다. 아는 만큼 보이고, 자세히 볼수록 재밌는 캣츠의 의상과 장면에 대해 소개한다.》● 고양이별 성격 담은 의상, 분장 캣츠의 의상은 탄성 좋은 얇은 재질의 소재 ‘라이크라’로 만든다. 배우들이 고양이의 움직임과 자태를 잘 표현할 수 있게 하기 위해서다. 캐릭터별 성격을 엿보기 위해선 의상을 자세히 보면 된다. 고양이별 성격에 맞춰 색과 무늬를 그려 넣기 때문이다. 악당 고양이 매캐비티는 강렬한 빨간색 바탕에 노란색 번개 패턴을 입히고, 점잖은 사회자 고양이 멍커스트랩은 중재와 절제의 이미지를 강조하기 위해 회색·흰색 줄무늬로 장식한다. 의상과 분장을 총괄한 안현주 슈퍼바이저는 “국내는 물론이고 영국, 호주 등에서 소재를 들여와 5∼6개월간 의상을 만든다”며 “배우들이 여러 번 옷을 갈아입는 다른 공연과 달리 단 한 벌로 캐릭터를 구현하기에 의상 제작에 공을 많이 들인다”고 말했다. 팔다리와 몸통의 털에도 캐릭터 특성이 반영됐다. 격렬하게 춤을 춰야 하기 때문에 무거운 모조 털 대신 가벼운 천이나 털실을 꼬아 풍성하게 털을 만들었다. 낮에는 두꺼운 털실로 만든 옷을 입고 누워 있는 제니애니닷은 밤이 되면 털옷을 벗어던지고 탭댄스를 춘다. 이때 의상은 화려하면서도 가벼운 커튼 술로 만들었다. 고양이로 변신하는 마지막 단계인 분장도 놓쳐선 안 될 감상 포인트다. 마술사 고양이 미스터 미스토펠리스는 형형색색 고양이들 사이에서 흑백 메이크업으로 신비한 매력을 강조한다. 어린 고양이 엘렉트라는 보송한 솜털 느낌을 강조하기 위해 모발을 부풀리고 3, 4가지 색으로 염색해 발랄함을 더했다. ● 쉬는 시간에도 무대 지키는 선지자 고양이고양이들의 매력은 특정 장면에서 더욱 도드라진다. 이번 공연에서 배우 브래드 리틀이 연기하는 선지자 고양이 올드 듀터러노미는 1년에 단 한 번, 새로 태어날 고양이를 뽑는 역할이어서 주변의 사연에 귀 기울인다. 1막이 끝나고 모든 배우들이 무대를 떠나는 쉬는 시간에도 올드 듀터러노미가 홀로 무대에 남아 관객들을 지켜보는 이유다. 한때 매혹적인 고양이였던 그리자벨라는 넓은 세상으로 모험을 떠났다가 초라하고 늙은 모습으로 돌아와 고독한 삶을 산다. 어른 고양이들이 그를 경계할 때 먼저 다가가는 건 바로 아기 고양이들. 장난기가 많아 무대 한편에서 서로 싸우기도 한다. 하수구, 트렁크 등 무대 곳곳의 세트에서 언제 튀어나올지 모르는 고양이들을 찾는 것도 재밌다. 그리자벨라가 1막 마지막과 2막 후반에 애절하게 부르는 캣츠의 킬링넘버 ‘메모리’는 뮤지컬 역사상 가장 사랑받는 명곡 중 하나. 1981년 초연 후 지금까지 바브라 스트라이샌드 등 세계적인 가수들이 180회 넘게 녹음했다. 이번 내한 공연에선 호기심 많은 고양이 제마이마가 2막을 열며 한국어 가사로 한 소절을 부른다. 3월 12일까지, 6만∼17만 원.이지윤 기자 leemail@donga.com}

뮤지컬 ‘캣츠’의 백미 ‘젤리클석’이 5년 만에 돌아왔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여파로 2018년 공연을 끝으로 중단됐던 젤리클석은 26마리 고양이로 변신한 배우들을 가까이서 볼 수 있는 자리다. 이번 공연이 펼쳐지는 세종문화회관 대극장의 경우 1층 통로에 맞닿은 290여 석이 해당된다. 아는 만큼 보이고, 자세히 볼수록 재밌는 ‘캣츠’를 감상하기 앞서 의상과 장면 등에 숨은 각종 팁들을 소개한다.●고양이별 성격 고스란히 담긴 의상과 분장‘캣츠’ 무대의상은 고양이의 자태를 온전히 보여주기 위한 고탄성 소재 ‘라이크라(Lycra)’로 만든다. 캐릭터별 성격을 엿보기 위해서는 이 라이크라를 자세히 들여다보면 된다. 성격에 걸맞는 색과 무늬를 전용 브러시로 그려넣기 때문이다. 악당 고양이 ‘맥캐버티’는 강렬한 빨간색 바탕에 노란색 번개 패턴을 입혔다. 점잖은 사회자 고양이 멍커스트랩은 중재와 절제의 이미지를 강조하고자 회색·흰색 줄무늬로 장식했다. 이번 한국 공연에서 의상과 분장을 총괄한 안현주 수퍼바이저는 “국내는 물론 영국·호주 등지에서 소재를 공수하며 의상 총 제작기간은 5~6개월에 달한다”며 “배우들이 등·퇴장마다 옷을 갈아입는 일반 공연들과 달리 캐릭터별 단 한 벌의 의상으로 캐릭터를 구현해내야 하기에 까다롭고 신중하게 작업한다”고 말했다. 팔다리와 몸통의 털 생김새에도 캐릭터 특성이 고스란히 반영됐다. 격렬한 안무를 고려해 무거운 페이크퍼(모조 털) 대신 가벼운 천이나 털실을 꼬아 풍성함을 표현했다. 낮에는 두꺼운 털실로 만든 옷을 입고서 누워있는 ‘제니애니닷’은 밤이 되면 털옷을 벗어던지고 탭댄스를 추는데, 이때 의상은 화려하면서도 가벼운 커튼 술로 만들어졌다. 고양이로 변신하기 위한 마지막 단계인 분장도 감상 포인트다. 마술사 고양이 ‘미스터 미스토펠리스’는 형형색색 고양이들 사이에서 흑백 메이크업으로 분해 신비한 매력을 강조했다. 분장과 하나로 이어지는 가발의 경우 인모(人毛)를 염색한 뒤 펌 등 스타일링을 거쳐 만든다. 어린 고양이 ‘엘렉트라’는 보송한 솜털 느낌을 강조하고자 커트로 모발을 부풀리고 3~4가지 색으로 염색해 발랄함을 더했다.●인터미션에도 무대 위 남는 고양이의 정체고양이들의 매력은 특정 장면에서 더욱 도드라진다. 이번 공연에서 세계적인 배우 브래드 리틀이 배역을 맡은 ‘올드 듀터러노미’는 1년에 단 한번, 새로 태어날 고양이를 뽑는 역할인 만큼 주변 사연에 귀 기울이는 캐릭터다. 1막이 끝나고 모든 배우들이 무대를 떠나도 홀로 무대에 남아 객석에 앉은 관객들을 지켜보는 이유다. 관객들은 ‘인터미션인데 왜 백스테이지에 들어가지 않나’ 의아해 하는 경우가 많지만 사실 이러한 콘셉트 때문이다. 눈에 잘 띄지 않는 작은 연출 하나하나에도 캐릭터가 담겼다. 한때 매혹적인 고양이였던 ‘그리자벨라’는 넓은 세상으로 모험을 떠났다가 초라하고 늙은 모습으로 돌아와 고독한 삶을 산다. 어른 고양이들이 그를 경계할 때 먼저 다가가는 건 바로 순수한 아이 고양이들. 장난끼가 많은 만큼 무대 한편에서 투닥거리며 싸우는 모습도 보여준다. 하수구, 트렁크 등 무대 곳곳에 숨겨진 세트에서 언제 튀어나올지 모르는 고양이들을 찾는 재미도 있다. 그리자벨라가 애절하게 부르는 ‘캣츠’의 킬러넘버 ‘메모리(Memory)’는 뮤지컬 역사상 가장 사랑받는 명곡 중 하나다. 1981년 초연 이후 지금까지 바브라 스트라이샌드 등 세계적인 뮤지션들에 의해 180여 회 넘게 레코딩 됐다. 국내 제작사인 클립서비스 관계자는 “미국에선 라디오와 TV로 100만 번 이상 송출됐는데 이는 5년간 쉬지 않고 반복 재생하는 것과 같다”고 했다. 이번 내한 공연에선 호기심 많은 고양이 ‘제마이마’가 2막을 열며 한국어 가사로 한 소절을 불러준다. 서울 공연은 3월 12일까지, 6만~17만 원.이지윤 기자 leemail@donga.com}

“예술가로서 사람들의 아픔을 어루만져야 한다는 소명을 갖게 됐어요. 운명 같은 작품이죠.” 배우 추상미(50)가 연극 ‘오펀스’로 8년 만에 무대로 돌아왔다. 서울 종로구 대학로 아트원씨어터에서 공연 중인 ‘오펀스’는 미국 극작가 라일 케슬러의 대표작으로, 미국 필라델피아 북부에 거주하는 고아 형제 트릿과 필립이 중년 남성 갱스터 해롤드를 납치한 뒤 함께 살며 가족이 돼 가는 이야기를 그렸다. 추상미는 해롤드 역을 맡았다. 대학로의 한 카페에서 9일 만난 그는 “오랜만에 무대에 서니 살아 있음을 느낄 정도로 행복하다”며 “위로와 격려를 건네는 역을 맡았는데 관객들이 울고 웃는 모습을 보며 제가 격려를 받았다”고 했다. 충동적이고 폭력적인 형 트릿은 강도질로 생계를 이어가며 동생 필립을 과잉 보호한다. 트릿은 돈을 노리고 해롤드를 집으로 납치하지만, 고아 출신인 해롤드는 오히려 이들을 자식처럼 품어준다. 미국 브로드웨이에선 배우 앨릭 볼드윈, 로버트 드니로가 해롤드를 연기했다. 해롤드 역에 여배우를 발탁한 건 한국 프로덕션이 처음이다. ‘오펀스’는 2017년 남성 배우로만 캐스팅해 국내 초연한 후 2019년 처음 여성 페어가 꾸려지며 젠더프리 작품이 됐다. 이번 공연에선 네 명의 남녀 배우 남명렬, 박지일, 추상미, 양소민이 번갈아 가며 해롤드를 연기한다. 케슬러는 해롤드를 마초 캐릭터로 설정했지만 추상미는 ‘상처 입은 치유자’로 소화했다. “해롤드는 끝없는 경쟁과 소외에 지친 우리 어깨를 주물러주는 존재예요. 남성 갱스터보다는 고아로 자라 아직 양육에 서툰 인물로 표현하는 데 집중했습니다.” 그는 해롤드를 연기하는 과정이 쉽지는 않았다고 고백했다. 1994년 연극 ‘로리타’로 데뷔해 올해 30년 차인 베테랑 배우지만, 남자 배역을 맡은 건 처음이다. 해롤드를 완벽하게 소화하기 위해 일상에서도 목소리가 가늘어지지 않도록 애쓴다. 그는 “학창 시절부터 털털한 면이 많았다. 계속 연습한 덕분인지 최근 아들이 ‘엄마 변했어. 조폭 같아’라고 했다. 따라 한 건 아니지만 남편(배우 이석준)과 표정, 제스처가 닮아 있어 스스로도 놀랐다”며 호탕하게 웃었다. 그는 젠더프리 작품에 꾸준히 도전할 계획이다. “남성 배역 가운데 매력적인 캐릭터가 정말 많아요. 굵직한 역을 두루 맡으며 관객의 마음을 어루만지고 싶습니다.” 트릿과 필립처럼 상처로 고통받는 사람들에게 하고 싶은 말이 있는지 물었다. “상처는 사람을 사람답게 만들어주기도 해요. 상처를 쓰레기통에 버려야 할 폐기물이 아니라 더 단단해지기 위한 삶의 재료라고 생각해보면 어떨까요.” 2월 26일까지, 4만4000∼6만6000원.이지윤 기자 leemail@donga.com}

“예술가로서 사람들의 아픔을 어루만져야 한단 소명에 다가섰어요. 운명같은 작품이죠.” 8년 만에 연극 무대로 돌아온 배우 추상미(50)는 남성 갱스터 역으로 열연 중인 ‘오펀스’에 대해 이렇게 말했다. 지난달 29일 서울 종로구 대학로 아트원씨어터에서 개막한 ‘오펀스’는 미국 필라델피아에 사는 고아 형제가 갱스터 해롤드를 납치하며 가족이 돼가는 이야기다. 9일 서울 종로구 대학로의 한 카페에서 만난 그는 “무대 위에서 너무도 행복했다”며 “위로와 격려를 건네는 역할인데 되레 관객들이 울고 웃는 모습을 보며 격려를 받았다”고 했다. 극중 충동적이고 폭력적인 형 트릿은 강도질을 하며 동생 필립을 과잉보호하듯 부양한다. 트릿은 돈을 노리고 해롤드를 집으로 납치하지만 고아 출신인 해롤드는 오히려 이들을 자식처럼 품어준다. 미국 브로드웨이에선 알렉 볼드윈, 로버트 드니로 등이 해롤드 역에 오른 적 있으나 여자 배우들이 맡기는 한국이 처음이다. 2017년 남성 배우로만 구성된 국내 초연 이후 2019년 최초 여성페어가 꾸려지며 젠더프리 작품이 됐다. 이번 공연에선배우 남명렬, 박지일,추상미,양소민 등 네 명의 남녀 배우들이번갈아 가며 해롤드 역을 연기한다. 원작자 라일 케슬러는해롤드를 고전적인 마초 캐릭터로 설정했지만 추 씨는 성별 경계를 넘어 ‘상처 입은 치유자’로 소화했다. “해롤드는 끝없는 경쟁과 소외에 지친 우리 어깨를 주물러주는 존재예요. 남성 갱스터라기보단 고아로 자라 아직 양육에 서툰 인물로 표현하는 데 집중했습니다.” 신발끈이 풀린 채 걷는 필립에게 묶는 법을 알려주는 대신 끈 없는 로퍼를 사주는 장면에선상처받은 이들이 저마다의 최선을 다할 때의 마음을 표현하려 했다. 다만 캐릭터를 외형적으로 구축하는 데는 씨름을 벌였다. 데뷔 약 30년차 배우인 그에게도 남자 배역은 처음이었기 때문이다. 일상에서도 목소리가 가늘어지지 않게 하는 등 남성의 물리적 특성으로 여겨지는 것을 극대화하고자 끊임없이 연습했다. 그는 “학창시절부터 강인하고 털털한, 소위 ‘남성적’인 면이 많았다”며 “최근 아들이 ‘엄마 변했어. 조폭 같아’라고 하더라. 일부러 따라한 건 아니지만 남편과 표정, 제스처 등이 꼭 닮아있어 스스로도 놀랐다”며 호탕하게 웃었다. 추상미는 ‘오펀스’를 시작으로 향후 젠더프리 작품에 꾸준히 도전할 계획이다. “관객들의 열렬한 환호 덕에 앞으로 연극을 계속 해도 되겠다는 확신을 얻었어요. 성별에 국한되지 않고 굵직한 배역을 두루 맡으며 관객들의 마음을 어루만지고 싶습니다.” 우리 주변의 트릿과 필립에게 해주고 싶은 말이 있는지 묻자 그는 “상처는 사람을 사람답게 만들어주기도 한다”며 “상처를 쓰레기통에 버려야 할 폐기물이 아니라 더 단단해지기 위한 삶의 재료라고 생각해보면 어떨까”라고 되물었다. 2월 26일까지, 4만4000원~6만 6000원.이지윤 기자 leemail@donga.com}

“쉽지 않은 여정을 함께해 준 배우들과 스태프에게 큰 소리로 또박또박 고맙다는 말을 한번 못해봤습니다. 감사합니다.”(김현탁 ‘걸리버스’ 연출가) “수상 소식을 듣고 이번처럼 기뻤던 적이 없습니다. 결과는 물론 만들어가는 과정이 너무나 아름다운 작품이었거든요. 함께 이끌어준 모두에게 고맙습니다.”(김광보 국립극단 예술감독) 서울 종로구 동아미디어센터에서 16일 열린 ‘KT와 함께하는 제59회 동아연극상’ 시상식에 참석한 김현탁 극단 성북동비둘기 연출가와 김광보 국립극단 예술감독이 말했다. 작품상을 받은 국립극단의 ‘서울 도심의 개천에서도 작은발톱수달이 이따금 목격되곤 합니다’와 성북동비둘기의 ‘걸리버스’는 우리 사회가 직면한 문제와 소외된 존재들을 각각 참신하게 풀어낸 수작으로 평가받았다. 이경미 동아연극상 심사위원장(연극평론가)은 “연극은 극장에 모인 사람들과 세상이 지향해야 할 이상적 가치에 대해 함께 고민하게 만든다”며 “연극인들을 믿고 아낌없이 후원해준 동아연극상에 감사드린다”고 말했다. 작품상에 오른 두 작품은 각각 연출상과 유인촌신인연기상 수상자도 배출했다. ‘서울 도심의 개천에서도…’로 연출상을 받은 이래은 연출가는 “앞으로도 계속 흔들리며 단단한 것들에 균열을 내는 연극을 만들겠다”고 말했다. 유인촌신인연기상을 받은 ‘걸리버스’의 곽영현 배우는 “(상을 받은 사실이) 꿈만 같다”며 “넓은 시선을 갖게 해준 작품과 연출가에게 감사하다”고 했다. ‘편입생’의 김하람 배우도 유인촌신인연기상을 받았다. 연기상을 받은 ‘한남(韓男)의 광시곡(狂詩曲)’ 김세환 배우는 “연기를 포기해야 하나 고민하던 제게 도움을 준 동료들이 가장 먼저 생각난다”며 “세상과 인간을 응원하는 마음으로 계속 연기하겠다”고 했다. 함께 연기상을 받은 ‘웰킨’의 하지은 배우는 “배우로서, 또 한 명의 사람으로서 성장할 수 있는 작품으로 상을 받게 돼 기쁘다”고 했다. 신인연출상은 연극 ‘툭’의 임성현 연출가, 무대예술상은 ‘웰킨’의 신동선 조명디자이너가 수상했다. 희곡상은 ‘극동 시베리아 순례길’의 정진새 작가가 받았다. 특별상은 젊은 연극인이 자유롭게 도전할 수 있도록 공간을 제공한 ‘신촌극장’(대표 전진모)에 돌아갔다. 새개념연극상은 노인의 성(性)을 소재로 한국 근현대사를 조망한 광명문화재단(대표 어연선)과 극단 ‘코끼리들이 웃는다’의 ‘잠자리 연대기’(프로듀서 이호연)가 받았다. 이날 시상식에는 심사위원인 최용훈 연출가, 김옥란 극동대 연극연기학과 교수를 비롯해 배우 김정호 등 70여 명이 참석했다.이지윤 기자 leemail@donga.com}

최근 온라인에선 Z세대의 특성을 부정적으로 다루는 각종 밈(meme)과 영상이 적지 않다. 대부분 대중의 흥미를 끌려고 만든 것으로, 이 세대의 진짜 특성은 무엇이고 어떻게 이해해야 하는지는 알려주지 않는다. 인문사회학자들도 Z세대가 궁금했던 모양이다. 공동 저자 로버타 카츠는 미국 스탠퍼드대 부설 행동과학 고등연구센터에서 인류학을 연구하는 교수다. 세라 오길비와 제인 쇼는 각각 영국 옥스퍼드대의 언어학·철학, 종교학 교수이고 린다 우드헤드는 킹스칼리지런던의 사회학 교수다. 저자들은 각자 전공을 바탕으로 다양한 배경을 가진 18∼25세 학생들의 데이터를 수집해 Z세대를 향한 선입견에 정면으로 맞선다. ‘공감능력이 부족한 세대’라는 견해에는 “매우 공동체 중심적이며 타인을 돌보는 세대”라고 반박한다. 디지털 세상에서 자라면서 타인이 겪는 고통을 온·오프라인으로 숱하게 접했고, 사회운동에도 적극 동참하는 세대라는 것이다. ‘직장 내 전통적 리더를 거부하는, 자기중심적인 세대’란 의견에도 반대한다. 수평적 관계만 보장된다면 어느 세대보다 협업을 우선시한다는 것. 이들은 Z세대를 병리적으로 해부하거나 이상적으로 포장하지 않는다. 대신 방대한 데이터와 인터뷰에 기반한 연구를 근거로 “우리는 한 배를 탔다. 세대를 뛰어넘어 서로에게서 배울 귀중한 점들이 있다”고 강조한다.이지윤 기자 leemail@donga.com}

서울 종로구 구구갤러리 인사동점이 프랑스에서 주목받는 현대 미술가 5명의 작품을 선보이는 ‘봉주르! 프랑스 현대 미술 5인전’을 29일까지 개최한다. 재활용 가능한 금속과 가죽으로만 작업하는 크리스티앙 모레노의 작품은 환경에 대해 생각하게 만든다. 일상의 감정을 회화와 조각에 담은 주창정을 비롯해 화려한 색채와 리듬감이 특징인 델핀 포르티에, 몽환적 우주를 표현한 마티외 르롤랑, 천연재료를 빛과 그림자로 다채롭게 표현한 프레데리크의 작품 ‘Eclosion(부화·사진)’를 볼 수 있다.이지윤 기자 leemail@donga.com}

강원 원주시 명주사 고판화박물관(관장 한선학)이 새해를 맞아 21일부터 3월 말까지 ‘계묘년 소원 성취 기원: 토끼 그리고 부적 판화’전(사진)을 연다. 한국 중국 일본의 목판화를 비롯해 탁본, 부적 판화 등 토끼와 관련된 판화 70여 점을 선보인다. 조선시대를 대표하는 화조도(花鳥圖) 채색 판화 ‘달과 토끼’부터 손오공과 토끼가 그려진 일본 우키요에 판화까지 다양하다. 관람객은 소원 성취를 기원하는 부적 판화를 인출하는 체험을 무료로 할 수 있다. 3000∼5000원.이지윤 기자 leemail@donga.com}

“30년 만에 선 연극 무대는 마치 첫째 아이를 처음 만났을 때처럼 새롭고 귀한 경험을 선물했습니다.” 배우 유동근(67)이 연극 ‘레드’로 무대에 돌아왔다. 1980년대 민중극단의 전단지를 붙이며 연극계에 발을 들인 그는 서울 중구 엘칸토예술극장에서 연기를 하다 무대를 떠났다. 43년 차 베테랑 배우지만, 오랜만의 연극 무대는 적잖은 부담으로 다가왔다. 서울 서초구 예술의전당에서 10일 만난 그는 “요즘 하루 종일 연극 ‘레드’에 대해 이야기할 정도로 작품에 미쳐 있다”며 웃었다. 그는 서울 예술의전당 자유소극장에서 공연 중인 연극 ‘레드’에서 배우 정보석과 함께 추상표현주의를 대표하는 화가 마크 로스코(1903∼1970) 역을 맡았다. 미국 극작가 존 로건이 쓴 ‘레드’는 로스코와 가상의 인물인 조수 켄(강승호 연준석)이 등장하는 2인극이다. 로스코가 1958년 뉴욕 시그램 빌딩의 고급 식당 ‘포시즌 레스토랑’에 걸 벽화를 의뢰받아 40여 점의 연작을 완성했다 돌연 계약을 파기한 실제 사건을 바탕으로 작가가 상상을 더했다. ‘레드’는 2009년 영국 런던에서 초연돼 이듬해 토니상 최우수작품상 등 6개 부문을 수상했다. 유동근이 30년 만에 연극 무대에 서게 된 결정적 계기는 2019년 후배 정보석이 출연한 ‘레드’를 관람한 것이었다. 작품과 캐릭터 모두 매력적으로 다가왔다. 하지만 막상 로스코 역에 캐스팅되자 난관이 찾아왔다. “한 번도 경험하지 못한 대본, TV와는 다른 발성 등이 큰 숙제였어요. 다른 배우들보다 3주 먼저 연습을 시작했고 연극 발성을 되찾고자 선생님을 따로 구해 배웠죠.” 대본을 손에서 놓지 않을 정도로 분석하고 연습에 매달렸다. 요즘 가장 큰 고민은 1막과 마지막 5막을 장식하는 한마디 ”뭐가 보이지?”를 어떻게 표현하느냐다. 그는 “야멸차게 훅 지나가버리는 짤막한 대사에 천재 화가 로스코가 겪은 비극과 철학을 담아내는 것이 녹록지 않다”며 “공연 전 홀로 캄캄한 무대에 서서 ‘오늘 내가 로스코와 접신할 수 있게 해달라’고 염원하기도 했다”고 말했다.배역에 몰입하려 한 탓에 일상에서도 로스코의 모습이 나온다. 자다가도 벌떡 일어나 ”뭐가 보이지?”를 외친다. 그는 앞으로 로스코의 ‘레드’처럼 언뜻 단순해 보이지만 무수한 의미와 감정을 담아내듯 연기하고 싶다고 했다. 무대에서 또 만날 수 있냐는 질문엔 “몸 안에 깃든 로스코를 ‘소각’시키는 데에도 얼마나 시간이 걸릴지 모르겠다”고 했다. 2월 19일까지, 4만∼7만 원.이지윤 기자 leemail@donga.com}

“분장실에서 거울을 보며 ‘너는 평생 연극배우가 될 수 없겠다’고 스스로 되뇌었습니다.” 배우 유동근(67)은 10일 서울 서초구 예술의 전당에서 가진 인터뷰에서 이같이 말했다. 주로 TV드라마에서 선 굵은 연기를 선보였던 그는 지난달 개막한 ‘레드’로 30여 년 만에 다시 연극 무대에 돌아왔다. 1980년대 민중극단의 전단지를 붙이며 연극계에 발을 들인 유 씨는 엘칸토 소극장에서 실력을 다지다가 무대를 떠났다. 43년차 배우에게도 오랜만의 연극무대는 적지 않은 부담인 것처럼 보였다. 유동근은 ‘레드’에서 배우 정보석(62)과 함께 추상표현주의를 대표하는 실존 화가 마크 로스코(1903~1970) 역을 연기한다. ‘레드’는 미국 출신 극작가 존 로건의 작품으로 로스코와 가상의 인물인 조수 켄이 등장하는 2인극이다. 고집스러운 자의식 탓에 새로운 예술사적 흐름을 거부하는 로스코와 그에게 변화를 종용하는 켄이 벌이는 치열한 논쟁이 주를 이룬다. 2009년 영국 런던에서 초연돼 이듬해 토니상 최우수작품상 등 6개 부문을 수상했다. 예술과 삶, 세대간의 갈등과 이해 등을 밀도 높은 대사와 강렬한 무대 미술로 채운 수작으로 꼽힌다. 베테랑 배우인 그에게도 이번 작품은 “첫 아이를 만난 듯” 새롭고 귀한 경험이라고 했다. 다시 연극 무대에 서게 된 건 2019년 후배 정보석이 출연한 ‘레드’를 본 것이 계기가 됐다. 그러나 막상 배역을 받자 후회했다고 한다. 유 씨는 “배우로서 한번도 경험하지 못한 대본, TV와는 다른 발성 등이 큰 숙제였다”며 “다른 배우들보다 연습을 3주 먼저 시작했고 연극 발성을 되찾고자 선생님을 따로 구하기도 했다“고 했다. 100분짜리 연극의 대본은 A4 용지 62장 분량에 달한다. ”지금도 매 공연마다 실수하는 기분(웃음)”이라고. 대본을 받아든 뒤부터는 “그저 하루 종일 레드를 떠들고 레드에 미쳐 있었다“고 한다. 특히 연극의 1막과 마지막 5막을 장식하는 한 마디 ‘뭐가 보이지?’를 어떻게 표현할지가 고민이 됐다. 그는 “야멸차게 훅 지나가버리는 짤막한 대사에 천재 화가 로스코가 겪은 비극과 깊은 사상을 담아내는 것이 녹록지 않았다”며 “공연 전 홀로 캄캄한 무대 위에 서서 ‘오늘 내가 로스코와 접신할 수 있게 해달라’고 염원하기도 했다”고 했다. 맡은 배역에 몰입하려고 노력한 탓인지 일상에서도 로스코의 모습이 나온다. 잠을 자다가도 벌떡 일어나 ‘뭐가 보이지?’를 외친다는 것이다. 공연의 막이 오른지 약 3주가 지난 지금도 집에서, 이동하는 차 안에서 대본을 손에서 놓지 못하고 있다. 평소 옷도 비슷하게 차려 입는다. 인터뷰 당시에는 가는 철제 테의 알 큰 안경과 체크무늬 셔츠, 빨간 물감이 묻은 흰 티셔츠를 착용했는데, 연극 속 로스코의 의상과도 느낌이 비슷했다. 유 씨는 남은 배우 인생에서 로스코의 ‘레드’처럼 ‘단순한 예술’을 하고 싶고 했다. 언뜻 단순해 보이지만 그 속에 무수한 의미와 감정을 담아내듯 연기하고 싶다는 뜻이다. 앞으로도 무대 위에서 만날 수 있느냐고 묻자 “우선 연극이 막을 내릴 때까지는 ‘레드’를 배우는 입장일 뿐”이라며 “몸 안에 깃든 로스코를 ‘소각’시키는 데에도 얼마나 시간이 걸릴지 모르겠다”고 답했다. 이어 “새로운 세대가 몰려오는 것을 두려워하는 로스코와 달리 젊은 후배들이 무대에서 더 큰 자리를 잡아가는 모습을 보고싶다”고 덧붙였다.이지윤 기자 leemail@donga.com}

에르메스의 가방 ‘가든파티 36’ 가격이 500만 원을 넘어섰다. 에르메스가 4일부터 가방과 의류 등 제품 가격을 5∼10% 인상한 데 따른 것이다. 기존 498만 원이었던 판매가가 7.8% 올라 537만 원이 됐다. 인기 상품인 ‘에블린’은 기존 453만 원에서 493만 원으로 8.8% 급등했고 ‘2424백’은 1103만 원에서 1188만 원이 됐다. 연초마다 벌어지는 명품 브랜드들의 가격 인상 도미노가 다시 시작됐다. 통상 롤렉스와 에르메스가 가격 인상의 신호탄을 쏘면 다른 업체의 인상 행렬이 이어졌듯 루이뷔통, 샤넬 등 브랜드가 새해 잇달아 가격 인상에 동참할 것으로 전망된다. 롤렉스는 새해 벽두부터 주요 제품 가격을 2∼6%가량 인상했다. ‘서브마리너 데이트(콤비)’ 제품은 기존 1881만 원에서 6.5% 올라 2000만 원을 넘어섰다. 지난해 1월 주요 제품 가격을 7∼16% 인상한 지 약 1년 만이다. 샤넬뷰티도 향수와 화장품 가격을 각각 평균 6.4%, 8%씩 인상했다. 대표적인 립스틱 상품인 ‘루주 알뤼르’ 가격은 기존 4만9000원에서 12.2% 올라 5만5000원이 됐다. 프라다 역시 5일부터 리나일론 백을 포함한 의류·잡화 가격을 인상한다. 예물반지로 유명한 쇼파드도 이달 중 가격 인상을 단행할 것으로 알려졌다. 명품업계는 가격 인상을 두고 원자재비, 물류비 등 생산비용과 환율 부담이 커졌기 때문이라고 설명한다. 하지만 일각에선 ‘명품은 오늘이 가장 싸다’는 심리를 조장해 수요를 부추기기 위한 전략이란 비판이 나온다. 샤넬은 지난해에만 4차례 가격 인상을 단행했다. 명품업계는 지난해 보복 소비에 힘입어 호실적을 냈다. 에르메스는 지난해 상반기(1∼6월) 글로벌 매출 54억7500만 달러와 영업이익 23억400만 달러를 올렸다. 전년 동기보다 각각 29.3%, 33.8%씩 늘어난 수준이다. 시장조사업체 유로모니터에 따르면 지난해 국내 명품시장 규모는 19조4488억 원으로 전년보다 8.1% 성장했다. 이런 논란을 의식한 듯 최근 보테가베네타코리아, 발렌시아가코리아 등이 주식회사에서 유한책임회사로 전환했다. 유한책임회사는 각종 공시와 외부 감사 의무를 지지 않는다. 유통업계 관계자는 “해외 명품업체들이 수익성 악화를 가격 인상 이유로 들지만 사실은 국내에서 막대한 수익을 거둬 대부분 본사로 보내는 구조”라며 “재무 상태를 투명하게 밝히는 것을 꺼릴 수밖에 없을 것”이라고 말했다. 고금리, 경기 침체 등으로 인한 국내 소비 위축과 잦은 가격 인상에도 불구하고 올해 명품시장이 받을 타격은 생각보다 크지 않을 것으로 전망된다. 명품업체 관계자는 “해외여행이 활성화하고 젊은층의 명품 소비가 줄면서 명품업계 전반적으로 매출이 주춤한 것은 사실”이라면서도 “매출 비중이 높은 VIP 고객들은 오히려 씀씀이를 키우는 경향이 있어 성장세는 둔화되더라도 전체 시장은 작아지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이지윤 기자 leemail@donga.com}

K콘텐츠, K푸드 인기에 힘입어 ‘K편의점’이 외국인 관광객의 여행 필수 코스로 급부상하고 있다.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에선 즉석식품, 파우치형 음료 등을 소개하는 ‘한국 편의점 먹방’과 인증샷이 쏟아진다. 편의점이 방한 관광객들 사이에서 대표적인 관광 거점으로 성장하자 편의점 업계는 환전이나 부가세 즉시 환급(Tax refund) 등 외국인을 겨냥한 금융 서비스도 선보이기 시작했다. ○ 높아진 상품 경쟁력으로 ‘큰손’ 외국인 공략최근 편의점은 외국인 관광객의 필수 쇼핑 코스로 떠올랐다. ‘편의점 강국’ 일본을 벤치마킹해 2∼3년 새 브랜드별로 자체 브랜드(PB) 상품을 강화한 전략이 주효했다. GS25 관계자는 “‘원소주스피릿’ 등 차별화된 주류를 기념품으로 사는 외국인이 많다”며 “PB상품 수요가 높다는 건 브랜드마다 ‘필수 기념품’이 있는 일본 편의점에 버금간다는 의미”라고 했다. 세븐일레븐 관계자는 “요구르트맛젤리 등 국내에서만 살 수 있는 단독 PB상품이 베스트셀러”라고 말했다. 엔데믹 이후 편의점을 찾는 외국인 발길은 계속 늘고 있다. GS25에 따르면 외국인에게 제공하는 부가세 환급 서비스는 지난해 10∼12월 실시 금액이 전년 동기보다 537% 폭증했다. 서울 명동·동대문·인사동 등 주요 관광지와 공항 인근에 위치한 총 30여 개 매장에선 지난달 하루 평균 매출이 전년 동월보다 최대 2배 이상으로 늘었다. 외국인 관광객은 필요한 상품만 사는 내국인과 달리 상품을 ‘쓸어가기’ 때문에 편의점 입장에선 큰손 고객이기도 하다. 관광버스가 편의점을 쇼핑 코스로 들를 땐 시간당 최대 1000만 원어치가 팔리기도 한다. 편의점업계 관계자는 “필요한 것 위주로 소량씩 사가는 내국인 고객과 달리 외국인 관광객은 ‘다량 구매’ 하는 것이 특징”이라며 “상품 경쟁력이 일본을 따라잡은 시점에서 외국인을 사로잡기 위한 매대 전략과 서비스가 확대될 것”이라고 말했다.○ 환전 서비스부터 외국인 인기 상품 매대까지늘어나는 외국인 발길에 맞춰 편의점업계는 관광객을 대상으로 한 각종 금융 서비스도 확대하고 있다. GS25는 이달부터 김포공항, 동대문 등 관광객이 모이는 지역 내 점포에서 외화 환전 키오스크를 운영한다. 총 15개국 외화를 원화로 환전하는 서비스와 원화를 4개국 외화로 환전하는 서비스를 제공한다. 시중 은행에서 환전이 어려운 동전도 GS25 포인트로 전환해 상품 구매 시 사용할 수 있다. 외국인 고객의 쇼핑 편의성을 높이고자 결제 방식도 다양화했다. 이마트24는 최근 비자(VISA), 아멕스 등 해외 카드사의 모바일 결제가 가능한 간편결제시스템을 도입했다. 전 세계적으로 비접촉식 결제가 확대된 데 따른 것이다. CU는 이달부터 부가세 즉시 환급 서비스를 50여 점포에서 시행한다. 기존 사후 환급과 달리 점포에 설치된 계산용 POS로 여권을 스캔하면 즉시 부가세가 차감된 금액으로 결제 가능한 것이 특징이다. 외국인 관광객을 겨냥한 차별화 서비스도 속속 선보이고 있다. 세븐일레븐은 한국관광공사와 손잡고 지난해 8∼12월 외국인을 대상으로 모바일 증강현실(AR) 게임 ‘포켓몬고’와 연계한 할인쿠폰 증정 행사를 펼쳤다. 이마트24는 명동 상권 점포에 전통주·김·라면 등 외국인 인기 품목만 모아둔 별도 매대를 마련했다.이지윤 기자 leemail@donga.com}

고구마, 붕어빵 등 겨울철 대표 간식이 물가 급등 직격탄을 맞았다. 경기 침체로 군것질 지출까지 줄면서 예전 같은 겨울 특수를 누리기 어려워지거나 인플레이션이 이어지며 대부분의 재료 가격이 올라 쉽게 지갑을 열기 힘든 상황이다. 1일 한국농수산식품유통공사(aT)에 따르면 밤고구마 10kg의 도매가는 지난해 12월 30일을 기준으로 3만600원으로 평년(3만4061원)보다 10.1% 하락했다. 불필요한 간식에 지갑을 닫는 분위기가 영향을 미쳤다. 유통업계 관계자는 “충남·전남 등 주요 생산지에 봄 가뭄, 여름 폭우 등 피해가 이어졌고 전년보다 재배 면적이 줄었지만 소비 위축으로 수요 감소 폭이 더 컸다”고 했다. 겨울철 별미인 붕어빵도 마음 편히 사먹기 힘든 간식이 됐다. 한국물가정보가 전국 30개 도시 노점상 180여 곳을 대상으로 실시한 조사에 따르면 올해 붕어빵 2개 가격은 1000원에 달했다. 5년 전 1000원에 3, 4개들이 한 봉지를 구매하던 데 비하면 약 2배로 뛰었다. 이는 주재료 5가지 가격이 평균 49.2% 급등한 영향이 크다. 외국산 붉은 팥 800g 가격이 6000원으로 5년 전(3000원)보다 두 배(100%)로 올랐고 밀가루(47%), 식용유(33%), 액화석유가스(LPG·27%), 설탕(21%) 등도 줄줄이 가격이 상승했다. 추운 날씨에 즐겨 먹는 농수산물 가격도 오름세다. 동치미에 쓰는 월동 무의 20kg당 도매가는 1만4400원으로 평년(1만1457원)보다 25.7% 급등했다. 노지 감귤(5kg)은 1만6640원으로 평년(1만3777원)보다 20.8% 올랐다. 최근 제주에 덮친 폭설, 한파 등이 영향을 미쳤다. 대형마트 바이어는 “제주산 농작물 재배지가 눈으로 뒤덮이면서 농가 작업이 어려워 공급이 줄었다”며 “작황은 좋은 편이라 기온이 오르면 가격은 정상화될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간식으로 삶아 먹거나 국으로 만들기 좋은 감자 가격도 올랐다. 20kg 도매가는 4만7460원으로 평년(4만895원)대비 16% 상승했다. 수산물 중에선 건미역 1kg 가격이 1만3460원, 굴 1kg이 1만4720원으로 각각 11.9%, 14.8% 올랐다.이지윤 기자 leemail@donga.com}

최근 서울 중구 롯데백화점 본점에서 열린 ‘+82 터미널’ 팝업 매장은 ‘힙한’ 특산물을 구경하는 방문객들로 북적였다. 싱가포르에서 4박 5일 여행을 온 수전 씨(45)는 친구들에게 줄 기념품으로 충남 서천 김스낵 6봉지와 경북 안동 조청캐러멜 한 박스를 샀다. 그는 “홍익대 앞, 경복궁 등 관광지에서 본 한국 간식들은 생김새부터 선물용으로 탈락이었는데 이건 눈에 띄게 예쁘다”며 “싱가포르에선 구할 수 없는 제품이라 여러 개 구입했다”고 말했다. 직장인 손지영 씨(31)는 장바구니에 전남 고흥 유자 샌드웨이퍼를 3개나 담았다. 올여름 다녀온 전남 여행이 새록새록 떠올라서다. 손 씨는 “지난번 여행 중 먹은 유자 쿠키 맛이 종종 그리웠다”며 “마침 비슷한 제품을 발견해 회사 동료와 나눠 먹으려 샀다”고 했다. 국내 관광기념품 시장이 달라지고 있다. 과거 유명 관광지 기념품 가게에 즐비했던 저가의 천편일률적인 구성을 벗어나 지역 특산물을 활용한 디저트나 세련된 디자인의 패션, 인테리어 소품 등으로 영역을 확장 중이다. 세계적인 K콘텐츠 열풍으로 한국 관광에 대한 관심이 높아진 외국인들뿐 아니라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확산 이후 늘어난 내국인 여행객들의 높아진 눈높이까지 공략하며 새로운 시장을 열고 있다는 진단이 나온다. ○ 내외국인 모두 공략하는 힙해진 기념품지난달 롯데백화점은 한국관광공사, 지역 제조사들과 손잡고 K푸드 기념품 8종을 팝업 매장에서 선보였다. 2019년 ‘문경약돌돼지육포’를 출시한 권용훈 대표(50)는 백화점과 협업해 패키지를 세련되게 바꾸고 나서야 기념품 시장을 어떻게 공략해야 할지 힌트를 얻었다. 권 대표는 “제품 자체는 매년 1만 개씩 꾸준히 팔렸지만 지역을 대표할 기념품 용도의 판매량은 늘 저조했다”며 “제품 자체도 중요하지만 사고 싶게끔 하는 패키지나 마케팅이 어떤 것인지 알게 됐다”고 말했다. ‘대게게딱지장’을 선보인 손현규 영덕농수산 이사(48)는 “기념품 수요, 외국인 식문화를 고려해 기존 병, 캔 형태를 소분된 파우치 형태로 바꿨다”며 “준비한 초도 물량이 전부 팔려 퀵서비스로 급히 조달하기도 했다”고 했다. 같은 기간 서울 종로구 서촌에선 경남 남해군이 운영하는 기념품 팝업 매장 ‘남해로가게’가 열렸다. 국내외 관광객을 대상으로 힙한 남해를 알리고자 브랜딩 전문 업체와 협업했다. 푸른색을 강조한 2층짜리 매장에선 남해 청년 소상공인이 만든 먹거리와 비누 등 공예품이 판매됐다. 인근 경복궁을 찾은 외국인 관광객이 모여들며 입구에 비치해둔 영문 팸플릿이 동나기도 했다. 남해로가게 관계자는 “선물용으로 좋은 티백, 건어물 등 먹거리와 남해 마스코트가 그려진 화투가 외국인에게 인기”라며 “팝업에 관심 많은 내국인 20, 30대도 많이 찾는다”고 말했다. 최근 눈에 띄게 트렌디해진 관광기념품은 외국인 수요뿐 아니라 내수 시장까지 겨냥하고 있다. 국내 관광기념품 변화를 본격화시킨 것도 사실 코로나19 이후 증가한 내국인 관광 수요였다. LF 헤지스는 국립박물관문화재단 ‘뮷즈’와 손잡고 반가사유상 컬렉션을 선보였다. 티셔츠, 머플러 등 총 11종으로 구성됐으며 국내 MZ세대를 겨냥해 캠퍼스룩 감성을 더했다. 세븐일레븐은 암행어사 마패 모양을 본뜬 교통카드를 판매했다. 지난해 ‘서울상징관광기념품 공모전’에서 대상에 오른 작품을 공동 개발한 상품이다. 세븐일레븐 관계자는 “전통 문화를 담고 있어 외국인 관광객에겐 기념품으로, MZ세대에겐 재미있는 ‘조선 힙’ 아이템으로 주목받았다”며 “강남역 등 내외국인 유동 인구가 많은 상권에선 입고 직후 품절되기도 했다”고 말했다.○ 정책적 지원 부재로 영세했던 기념품 시장국내 관광기념품은 코로나19 이전인 2018년경 K팝 등 영향으로 외국인 관광객이 늘면서 조금씩 다양해지기 시작했다. 하지만 한국의 관광기념품은 오랫동안 ‘도쿄바나나’ 등 관광기념품이 기업화한 일본 등 다른 나라들에 비해 품질과 다양성이 부족하고 영세하다는 지적을 받아 왔다. 특색 있는 전통문화를 보유했음에도 기념품이 영세한 수준에 머물렀던 것은 범국가적 지원이 부족했기 때문이란 것이 관광업계의 분석이다. 여행업계 관계자는 “기념품이 당장 돈이 되는 사업이 아니다 보니 소규모 업체들만 생산했고 그들의 유일한 경쟁력은 저렴한 가격이었다”며 “정부와 지자체는 일회성 보조금을 지급하는 데 그쳐 기념품의 품질을 높여 주요 산업으로 성장하는 데 어려움이 컸다”고 설명했다. 한국관광공사가 주관하는 전국 관광기념품 공모전은 1998년부터 열렸지만 수상작을 선정하고 홍보를 지원하는 수준에 머물러 왔다. 지난해에야 수상작을 대상으로 판로까지 지원하게 됐다. 생산, 유통, 판매에 이르기까지 전방위적 지원이 미치지 못했던 만큼 기념품으로서의 부가가치도 부족했다. 식품업계 관계자는 “맛과 향 등 기본적인 품질을 갖췄어도 디자인이 선물로서 적합하지 않거나 외국인의 식문화에 맞지 않았다”고 했다. 서수정 롯데백화점 라이프스타일 편집숍 시시호시 팀장은 “지역 생산자분들이 대부분 연로하시다 보니 시장 트렌드나 유통상 필요한 절차에 대해 숙지하지 못한 경우가 많았다”며 “유통 채널별로 맞춘 판매가 설정, 새로운 디자인 개발 등을 돕고자 다각적으로 노력했다”고 말했다. 기념품을 성공적으로 판매할 수 있는 판로 역시 부족했다. 관광객들이 많이 모이는 공항, 기차역이나 대형 유통채널에 중소업체가 자력으로 입점하기란 불가능에 가깝다. 한 기념품 업체 관계자는 “기념품은 객단가를 높게 책정할 수 없는 만큼 목 좋은 자리에서 물량 싸움을 해야 하지만 지자체나 대기업의 도움 없이 좋은 판로를 개척하기는 어렵다”며 “특히 공항의 경우 입찰 비용이 막대할 뿐 아니라 매장 직원만 2, 3명을 둬야 해 넘기 힘든 벽”이라고 말했다. 최근 국내 관광기념품이 다양화되고는 있지만 아직 해외의 관광 강국과 비교해 ‘대표 상품’이 부족한 이유다. 면세점 관계자는 “공항은 개별 입찰하지 않는 이상 면세점을 거쳐 입점해야 하는데 프리미엄 이미지를 강화하려는 면세점 입장에선 디자인 등 상품성이 기대에 못 미치는 기념품이 대부분”이라고 했다.○ “K컬처 위상 맞춰 기념품 산업도 달라져야”관광업계에서는 세계적으로 K컬처에 대한 관심이 급등한 시점인 만큼 민관이 협력해 관광기념품 산업을 보다 체계적으로 정비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나온다. 관광업계 관계자는 “우리 문화에 관심을 갖고 오는 관광객들은 과거 가깝고 싼 맛에 한국을 찾던 관광객들과 씀씀이와 기대치가 완전히 다르다”며 “K콘텐츠, K푸드 등을 활용한 유무형의 기념품을 적극적으로 선보일 적기”라고 말했다. 실제로 해외 입국자 유전자증폭(PCR) 검사 의무가 전면 해제된 10월 이후 외국인 관광객은 급속 오름세다. 한국관광공사에 따르면 10월 방한 외래 관광객 수는 47만6097명으로 전년 동기 대비 415% 폭증했다. 국적은 다양해지고 씀씀이는 커졌다. 올해 1∼10월 미국 국적 방문객이 41만여 명으로 가장 많았고 중국(17만 명), 필리핀(15만 명) 등이 뒤를 이었다. 2019년 같은 기간에는 중국, 일본, 대만 순이었다. 올 들어 1인당 관광 수입 규모가 가장 컸던 3월은 1인당 관광 수입이 1만68달러로 2019년 3월(1342달러)의 7배 넘게 급증했다. 변화하는 지형에 발맞춰 정부도 관광진흥책 확대에 나섰다. 12일 문화체육관광부는 한덕수 국무총리 주재로 제7차 국가관광전략회의를 열고 2023∼2024년을 ‘한국 방문의 해’로 정했다. 이날 의결된 제6차 관광진흥기본계획(2023∼2027년)은 K콘텐츠 등을 중심으로 2027년까지 외국인 관광객 3000만 명을 모으겠다는 것이 핵심이다. 앞서 2, 3일엔 서울 동대문디자인플라자(DDP)에서 ‘대한민국 관광기념품 박람회·공모전’이 처음 개최되기도 했다. 식품부터 화장품, 공예까지 아우르는 로컬 브랜드들과 면세점, 홈쇼핑 등 대기업 바이어가 총 100여 곳 참여했다. 한국관광공사 관계자는 “내년엔 해외 유명 기념품을 소개하는 부스를 설치하는 등 박람회를 확대 운영할 것”이라며 “향후 미술품, K드라마 등을 접목한 고부가가치 기념품 산업이 활성화하도록 돕겠다”고 말했다.이지윤 기자 leemail@donga.com}

일본 도쿄에선 바나나가 나지 않는다. 그러나 도쿄에 가면 꼭 사야 할 기념품으로 ‘도쿄바나나’가 꼽힌다. 일본은 기념품 산업을 성공적으로 고도화한 국가 중 한 곳이다. 전통 특산물이 아닌 품목도 치밀한 브랜딩과 정부의 적극적인 지원을 토대로 ‘우리 기념품’으로 탈바꿈시켰다. 도쿄바나나는 1991년 11월 출시된 카스테라 과자다. 1978년 식기 회사로 시작한 ‘그레이프스톤’이 도쿄를 대표하는 기념품을 만들고자 고안해 냈다. 처음부터 외국인 관광객을 겨냥한 것은 아니었다. 우선 ‘친근한 간식’ 이미지로 국내 관광객 수요부터 공략했다. 도쿄 시내에서만 팔기 시작해 이듬해 일본 최대 공항인 하네다 공항과 도쿄역에 입점하며 유명해지기 시작했다. 8개들이 가격이 1166엔(약 1만1000원)으로 저렴한 편은 아니지만 현재 일본 기념품 산업을 이끄는 주력 상품이 됐다. 프랑스어로 ‘고양이 혀’를 뜻하는 랑드샤 쿠키 역시 일본 전통 과자가 아니지만 홋카이도 필수 기념품으로 자리 잡았다. ‘시로이고이비토’는 부드러운 랑드샤 스타일의 과자로 1976년 12월 삿포로에 위치한 이시야제과가 생산을 시작했다. 시로이고이비토를 선보이기 전까진 지역 소규모 제과회사에 불과했으나 지금은 대표적인 기념품 업체로 성장했다. 이시야제과 역시 출시 초기 타깃층은 홋카이도에 놀러온 내국인 관광객이었지만 유명해지며 외국인 수요도 높아지기에 이르렀다. 이처럼 지역 생산자들이 처음부터 ‘오직 기념품이기 위한 상품’을 생산할 수 있었던 건 일본 정부가 국내 관광 수요 다지기에 적극 나섰기 때문이다. 이훈 한양대 국제관광대학원장은 “일본 정부는 외국인 관광객 유치에 앞서 국내 관광부터 활성화한다는 전략 아래 ‘토산품 여행’ 등 관광 콘텐츠 개발을 지원하고 전담 조직도 체계적으로 꾸렸다”며 “지방 소도시들이 자생력을 갖추고 관광 기념품이 탄탄한 내수를 확보하면 외국인 관광객 수요도 자연스럽게 늘어날 수밖에 없다”고 설명했다. 일본은 2013년부터 총리 주재 관광진흥각료회의를 매년 2회씩 열어 왔다. 모든 부처 각료들이 모여 관광산업 육성 방향을 논의하는 장이다. 2007년 관광입국추진기본법을 제정한 데 따른 것으로 관광산업 진흥을 위해 각 산업이 긴밀하게 협력하는 근간이 됐다. 지난달 열린 회의에서도 엔데믹 시대 국경 개방 이후 외국인 관광객을 유치하기 위한 대책이 다각도로 논의됐다. 스키 등 글로벌 경쟁력이 높은 겨울 스포츠용 리조트를 구축하고 지방 공항의 국제선 재개·증편을 촉진하기로 했다. 향후 외국어 대응 능력 강화, 결제 방식 다양화 등의 정책도 함께 추진될 예정이다. 한국 역시 사회적 거리 두기 영향으로 활성화한 국내 여행 수요를 록인(lock-in) 할 관광 진흥책을 내놔야 한다는 목소리가 나온다. 13개 부처 장관이 모여 관광 정책을 논의하는 국가관광전략회의가 2017년부터 있었지만 그간 정책에 전문성과 장기성이 떨어졌고 청문회 수준에 머물렀다는 지적이 나온다. 관광업계 관계자는 “일본은 정부가 체계적으로 관광산업을 밀어주니 제조사들이 기념품 단일 품목으로도 성공할 수 있다는 믿음을 가질 수 있게 된 것”이라며 “국내 여행이 늘어난 시점을 틈타 우리나라 지자체들도 기념품을 비롯한 관광산업이 자생적인 생태계를 구축할 수 있도록 보조금 지급 이상의 정책을 보여줘야 한다”고 말했다. 이지윤 기자 leemail@donga.com}

김우선 씨(27·서울 영등포구)는 올 연말 대형마트에서 2만 원대 케이크를 구매할 계획이다. 작년만 해도 호텔 베이커리에서 파는 10만 원짜리 크리스마스 케이크를 수십 번의 전화 문의 끝에 샀지만 올해는 경기 침체 등을 감안해 씀씀이를 줄이기로 했다. 경기 침체가 이어지며 올 연말 어중간한 가격대 대신 고가품 또는 저가품으로 수요가 몰리는 ‘불황형 소비’가 확산하고 있다. 연말 지출을 줄이려 고군분투하는 이들이 많아진 동시에 프리미엄 소비도 늘고 있다. ○ 연말 분위기 ‘성대하거나 조촐하거나’소비심리 위축 우려에도 불구하고 이달 백화점 3사의 매출은 지난해보다 일제히 두 자릿수 증가율을 나타냈다. 롯데백화점은 이달 1∼25일 매출이 전년 동기보다 15% 상승했다. 특히 가격대 가 높은 럭셔리웨어(30%)와 아웃도어(40%) 등 품목의 오름 폭이 컸다. 같은 기간 현대백화점 매출이 16% 늘었다. 신세계백화점은 크리스마스 주말(23∼25일) 매출이 25% 증가했다. 유통업계 관계자는 “사회적 거리 두기 해제 후 첫 연말을 맞아 선물이나 외투·잡화 등 외출 관련 수요가 터져 나왔다”며 “아직까지는 경기 침체 타격을 체감하기 어렵다”고 말했다. 연말 모임 역시 지난해보다 성대해지거나 조촐해졌다. 올해 줄줄이 가격이 올라 1인당 15만∼20만 원을 내야 하는 특급호텔 뷔페는 연말 예약이 일찌감치 마감된 상태다. 반면 연말 모임 지출을 한 푼이라도 줄이려는 이들도 있다. 직장인 강모 씨(33)는 여자친구와의 크리스마스 기념 저녁식사를 23일에 앞당겨 했다. 크리스마스이브와 당일에는 1인당 5만∼10만 원씩 뛰는 가격이 부담 됐기 때문이다. 값비싼 케이크 대신 ‘가성비 케이크’를 찾는 이들도 올 들어 늘었다. 신세계푸드에 따르면 대형마트 베이커리에서 판매되는 1만∼2만 원대 케이크는 이달 매출이 전년 동기보다 30% 증가했다. ○ 저소득층부터 허리띠 졸라매 이런 양극화는 인플레이션이 장기화되며 저소득층부터 소비를 줄이기 시작했기 때문이다. 한국은행에 따르면 지난달 소비자심리지수(CCSI)는 2개월 연속 하락한 87로 전월(89)보다 2포인트 감소했다. CCSI가 100보다 낮으면 소비를 줄이려는 심리가 강하다는 의미다. 이달 90으로 전월보다 소폭 개선됐지만 지난해(104)와 비교하면 한참 낮다. 저소득층일수록 허리띠를 졸라매는 추세도 영향을 미쳤다. 통계청 가계동향조사에 따르면 올 3분기(7∼9월) 소득 하위 20%에 해당하는 1분위는 월평균 42만9000원을 식비로 썼다. 전년 동기 대비 3.7% 늘었지만 물가상승분을 반영하면 4.1% 줄어든 수준으로 저소득층에게 먹거리 부담마저 커진 것으로 나타났다. 반면 같은 기간 5분위는 식비 지출이 0.8% 늘었다. 오락·문화(32%), 음식·숙박(27%), 의류·신발(13.5%) 등 씀씀이를 전부 늘렸다. 내년 1월 설 연휴를 앞두고 명절 선물세트 수요도 양극화되고 있다. 이마트·SSG닷컴에 따르면 1∼23일 사전예약 판매 기간 20만 원대 이상 수산물 선물 세트 매출이 전년 동기보다 52% 증가하는 동안 돈육 선물세트, 3만 원 미만 과일세트 매출도 각각 34%, 41%씩 늘었다. 이마트 관계자는 “고물가 부담이 커지며 저렴하게 선물을 사려는 고객이 많아진 반면에 프리미엄 상품 인기는 더 올랐다”고 말했다.이지윤 기자 leemail@donga.com}

유통업계가 계묘년 새해를 맞아 토끼를 활용한 마케팅을 속속 선보이고 나섰다. GS25는 안전자산을 선호하는 재테크 수요를 겨냥해 토끼를 접목시킨 골드바와 코인을 내놨다. 76만 원대(7.5G·2돈)부터 371만 원대(37.5G·10돈)까지 이르는 황금토끼골드바 4종과 황금토끼코인 3종 등이 사전예약을 통해 판매된다. 편의점 CU는 토끼를 주제로 한 상품 33종을 선보인다. 유명 토끼 캐릭터 ‘미피’와 손잡고 미피 모양 도시락과 당근 샌드위치, 당근 케이크 등 먹거리 10종을 판매한다. MZ세대 인지도가 높은 캐릭터 ‘에스더버니’와도 협업했다. 에스더버니 스티커 52종이 무작위로 동봉된 상품으로 딸기 디저트 3종과 담요 등 생활용품까지 다양하다. 모바일앱에서는 토끼소주 골드·그린 2종을 업계 단독으로 입점시켰다. 제품 패키지에 토끼를 적극 활용하기도 한다. 아모레퍼시픽 설화수는 우리나라 민화풍 토끼 한 쌍을 패키지에 그려 넣은 윤조에센스 한정판 제품을 이달 출시했다. 제품을 구매하는 고객에겐 보자기를 활용해 토끼 귀 모양으로 포장해준다. 문구 브랜드 모나미는 검은토끼의 해에 걸맞은 ‘153 블랙버니’ 제품을 선보였다. 검정 토끼가 그려진 볼펜 5개와 스티커를 검정 철제 케이스에 담아서 판매한다.이지윤 기자 leemail@donga.com}

날씨가 급격히 추워지면서 각종 겨울철 의류와 난방가전 판매가 늘고 있다. 롯데백화점은 한파특보가 발령된 이달 13∼22일 프리미엄 패딩 매출이 전년 동기보다 45% 급증했다고 25일 밝혔다. 롯데백화점 관계자는 “기온이 영하로 내려갔지만 연말 외출 수요가 급증하면서 보온성과 스타일을 모두 갖춘 100만 원대 중후반 고급 패딩이 인기”라고 말했다. 추위에 대비하기 위한 내의와 침구 등도 인기다. 신세계인터내셔날이 운영하는 라이프스타일 브랜드 자주에 따르면 이달 1∼21일 발열내의 제품 매출이 지난해 동기보다 215% 급증한 것으로 나타났다. 같은 기간 경량패딩(55%), 극세사 침구류(62%)와 목도리 등 방한용품(68%) 매출도 줄줄이 늘었다. 가정집 난방비용이 오르면서 전기장판 등 난방가전도 잘 팔렸다. 전자랜드에서는 이달 1∼21일 전기장판 매출이 전년 동기보다 51% 증가했다. 이 외에 전열기기(30%), 온풍기(29%), 전기난로(12%) 등을 찾는 이도 많았다. 전자랜드 관계자는 “지역난방, 도시가스 비용이 오르면서 장기적 부담을 줄이기 위한 난방가전 수요가 오르고 있다”며 “이러한 추이가 연말까지 이어질 것으로 예상된다”고 말했다.이지윤 기자 leemail@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