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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 ‘그래비티’는 관객을 지루함에 빠뜨릴 요소가 많다. 단순한 줄거리부터 그렇다. 우주비행을 한 지 일주일 된 신참 우주인, 의료 공학 박사 라이언 스톤(샌드라 불럭)이 갑작스러운 재난을 당한 뒤 우주 미아가 돼 벌어지는 이야기를 그리고 있다. 주요 등장인물은 라이언 스톤과 베테랑 우주 비행사 맷 코왈스키(조지 클루니) 단 두 명. 그마저도 대부분의 시간은 육중한 우주복을 입고 있는 터라 목소리와 숨소리 정도로만 감정이 전달된다. 우주를 배경으로 삼았지만 신비로운 외계인도, 스펙터클한 전투 장면도 없다. 그러나 이 영화는 이야기 대신 영상과 연출력으로 승부한다. 주인공이 사투를 벌이는 대상은 우주 공간의 무중력 상황 그 자체다. 600km 상공 위의 우주 공간은 유영을 하면서 ‘갠지스 강 위의 태양을 바라볼 수 있는’ 낭만의 대상이기도 하지만 인공위성의 잔해가 언제든 대재앙을 촉발할 수 있는 공포의 대상이기도 하다. 자신의 의지대로 몸조차 가누기 어려운 상황은 두려움을 증폭시킨다. 그래비티(영어로 ‘중력’)가 무중력 상태를 재현한 장면은 놀랍다. 91분의 상영시간 동안 여러 차례 ‘저걸 대체 어떻게 찍었지’ 질문을 거듭하게 된다. 영화 ‘위대한 유산’ ‘해리포터와 아즈카반의 죄수’ ‘칠드런 오브 맨’을 연출한 알폰소 쿠아론 감독은 이번 영화에서 ‘카메라를 우주로 들고 가서 찍은 것 같은’ 현실적인 표현에 집중했다. 첨단 컴퓨터 그래픽도 동원했지만 등장인물이 유영하는 일부 장면을 위해 12개의 줄로 이뤄진 특수장치도 개발했다. 그래비티는 3차원(3D) 영화만이 줄 수 있는 쾌감을 잘 살린 작품이기도 하다. 무중력 상태에서 둥둥 떠다니는 눈물방울은 손에 잡힐 듯 생생하다. 특히 중간 편집 없이 롱 테이크로 잡아낸 극 초반 20분이 백미다. 우주 공간의 모습을 원경으로 잡던 카메라는 점차 주인공 쪽으로 다가가 극도의 클로즈업으로 그의 얼굴을 비추더니, 나중에는 그가 쓰고 있는 헬멧 안에 들어가 바깥을 내다보는 듯한 장면을 보여준다. 배우들의 연기도 좋다. 샌드라 불럭은 절망의 상황에서 삶의 의지를 되찾는 주인공 스톤 역을 맡아 실감나는 우주 액션과 섬세한 내면 연기를 함께 보여줬다. 컨트리 음악을 즐기며 중저음의 목소리로 끊임없이 수다를 떠는 코왈스키 역의 조지 클루니는 적막한 우주 공간에 낭만을 심어주는 존재다. 무중력 생활에 호기심을 품었던 관객이라면 영화에 대한 만족도가 높을 듯하다. 생생한 묘사 덕에 영화관을 나온 직후엔 지구의 중력으로 인한 약간의 현기증이 느껴질 정도니까. 12세 이상 관람가.구가인 기자 comedy9@donga.com}

남자들은 “여자들과 일하기 힘들다”고 말하지만 여자들도 할 말이 많다. 특히 자신의 문제가 아니라 이미 남자들에게 배어 있는 고정관념이나 선입관 때문이라면 더더욱 그렇다.○ 공정한 평가가 여성들을 일하게 한다 대기업 건설업체 과장인 A(38·여)는 요즘 이직을 심각하게 고민 중이다. 여직원들이 희소한 업종에서 명문대 출신으로 입사 초기 깔끔한 일처리와 유창한 어학실력으로 동기생들에 비해 대리 승진도 빨리 했다. “일 욕심이 많았다”는 A는 “여자니까 어쩔 수 없다”는 말을 듣지 않기 위해 업무수행은 물론이고 사내 네트워크를 위해 회식이나 외부 접대에도 적극적으로 참석했다. 그에게는 오랜 꿈이 있었는데 바로 해외근무였다. 그런데 몇 달 전 지원한 해외근무에서 이른바 ‘물’을 먹었다. “그동안 남자들만의 영역이었던 국내외 출장도 자원해서 다녀오고 남자들이 기피하는 프로젝트에도 적극적으로 참여해온 편이라 스스로 여성의 한계를 깨왔다고 생각했다. 그런데 정작 결정적일 때 사내 선후배들이 ‘여자니까 아무래도 힘들지 않겠느냐’고 말하는 것을 전해 들으면서 좌절감이 들었다.” A는 “물론 내가 떨어진 데에는 여자이기 때문만은 아닐 것이다. 하지만 내가 남자였다면 떨어졌을까? 막상 이런 일을 겪으니 능력은 있는데 승진 등에서 물을 먹으며 좌절해온 여자 선배들 얼굴이 떠오르면서 조직 내에서의 내 미래도 한계가 있는 것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든다. 결혼도 안 하고 일에 몰두하겠다는 마음을 접었다”고 했다. 한국 여성들은 교육수준이 높고 일 잘한다는 평판을 듣지만 여전히 ‘유리천장’은 높다. 처음에는 의욕적으로 입사했다가도 중간에서 좌절하는 경우가 부지기수다. 여기에는 무엇보다 남자가 대다수인 기업문화에서 아직도 소수자일 수밖에 없는 현실이 차지하고 있다. 대기업 남자 과장 B(36)는 “남녀 문제는 인종 문제처럼 결국 소수와 다수 문제라는 생각이 든다”며 “아직은 여성들이 회사 내 의사결정 과정의 주류로 편입된 경우가 드물기 때문에 힘이 들겠다는 생각을 한다. 여성들의 경우 최고경영자(CEO)까지 가는 경우가 별로 없기 때문에 부하직원들도 절대적으로 충성하거나 ‘여성 상사’를 도와주며 줄을 서려는 경우가 별로 없다. 회사생활도 사내(社內) 정치가 중요한데 부하 입장에서 (여자라는) ‘아닌 줄’을 잡을 수는 없지 않느냐”고 말했다. 이러다 보니 여자들 스스로 조직 내 경쟁자인 남자들보다 승진이나 진급에 대한 동기부여가 낮다. 2012년 여성리더십연구원 조사 결과에 따르면 남성들은 60%가 입사 때부터 임원 이상을 승진 목표로 삼지만 여자는 40%로 떨어진다. ‘승진 목표를 (아예) 생각해보지도 않았다’는 문항에도 “예”라고 답한 여성이 33%로 남성(21%)보다 높았다. ‘현재 성취 가능한 승진 목표’를 남성은 55%가 “임원 이상”이라고 답한 반면 여자는 25%에 불과했다. 이에 비해 여성들이 현실적으로 성취 가능하다고 생각하는 승진 목표는 부장(23%) 직급이 가장 많았으며 현재 여성 임원의 절반(51%)은 현 직급에서 더는 승진이 어려울 것이라고 했다. 여성들은 애초부터 꿈도 크게 갖지 않은 데다 기껏 오를 수 있는 최고위직은 ‘임원’까지라고 생각하는 경향이 많았던 것이다. 그런데 이게 과연 여자들만의 문제일까. 연구원이 조사한 회사들 중 특이한 점이 하나 있었다. 바로 ‘여성에게도 동등한 기회를 주는 조직’이라고 인식되는 회사에서는 “임원을 꿈꾼다”고 답한 여성들이 직급이 올라갈수록 늘어난 것. 예를 들어 조사 대상 기업 중 C사는 여성들이 입사 당시 가졌던 승진 목표를 “임원 이상”이라고 답한 비율이 34%였으며 “현재 성취 가능하다고 생각하는 승진 목표도 임원 이상”이라고 답한 비율도 36%로 증가한 유일한 회사였다. 당시 조사를 진행했던 박현정 현 서울시향 대표는 “해당 기업인 C사는 직원들 사이에 남녀 평가가 공정하다는 신뢰가 있었다. 이렇다 보니 여성들도 내가 일한 만큼 평가받는다는 믿음이 강했다”며 “결국 회사의 비전에 따라 여성의 성취욕구도 달라질 수 있음을 보여준다. 만약 여직원들이 게으르고 성취동기가 낮다고 느껴지는 회사라면 여직원들을 탓하기 전에 여직원들에게 혹시 비전을 못 주고 있는 것은 아닌지 되돌아볼 필요가 있다”고 전했다.○ 여자니까… 여자라서… 남성 직장인들이 가진 편견 중에는 실적이 뛰어난 여성에 대해 ‘얼굴이 예뻐서’ ‘상사가 좋아하니까’라는 식으로 치부하는 경우도 있다. 모 대기업 마케팅팀은 최근 천신만고 끝에 상사로부터 프로젝트 진행을 허락받았다. 상사를 결정적으로 설득한 데에는 B 대리(30·여)의 역할이 컸다. 팀원들은 B의 공을 칭찬하면서도 “예쁘고 애교도 많아서 상사가 넘어갔다. 여자라 부럽다”고 뒷말을 했다. B 대리는 “합리적으로 설득력 있게 일을 한 것은 인정하지 않고 단지 여자라서 쉽게 일이 풀렸다고 보는 것 자체가 불쾌했다”고 말했다. 공기업에서 과장으로 일하는 C(37·여)는 “여자들은 남자들보다 더 사람들 입에 오르내리는 경우가 많아 직장생활을 힘들게 한다”고 말한다. C는 “일을 꼼꼼하게 챙기다 보면 ‘여자라서 소심하다’는 말을 듣고, 신중하게 판단하려고 결정을 조금 늦추면 ‘여자라서 추진력이 모자란다’는 말을 듣는다. 좀 터프하게 굴면 ‘여자가 왜 저래?’ 한다”며 “남자들은 남자 후배를 챙긴다고 ‘남자만 챙긴다’는 말을 듣지 않지만 여자 상사가 여자 후배를 챙기면 ‘여자만 챙긴다’는 말을 꼭 듣는다”고 했다. 취재팀이 취재 과정에서 만난 대기업 여성 임원 E에게 ‘임원이 된 비결’을 물었더니 이런 답이 돌아왔다. “제1비결은 ‘끊임없는 뒷담화를 견뎌야 한다’는 것이다. 여자들은 (체형이) 마르면 말랐다고 욕을 먹고 뚱뚱하면 뚱뚱하다고 욕을 먹는다. 목소리가 크면 억세다고 욕을 먹고 작으면 ‘저래 갖고 어떻게 일을 하느냐’고 욕을 먹는다. 여자가 소수인 지금 상황에선 어쩔 수 없다.” ‘뒷담화’에 대한 남녀간 인식차도 크다. 여성리더십연구원 조사에 따르면 ‘남자들이 더 뒷담화를 많이 한다’는 문항에 남자들은 38.8%만 “예”라 답한 반면 여성들은 75.1%나 “예”라고 답했다. 직급별 차이도 두드러졌다. 여자 차장 부장은 89.7%가, 여성 부서장은 90.8%가 “예”라고 답해 직급이 높은 여성들일수록 남자들의 뒷담화를 견뎌야 한다는 E의 말을 뒷받침했다. 또 ‘남자들 입이 (여자보다) 더 무겁다’는 문항에는 남성들의 37.7%가 “예”라고 한 반면 여성들은 불과 7%만 “예”라고 했다. 직급별로는 ‘남자들 입이 더 무겁다’는 문항에 “예”라고 답한 여자 차장 부장은 2.9%, 여자 부서장은 한 명도 없었다(0%). 보통 여자들이 입이 가볍고 뒷담화에 능하다고 알려져 있지만 여성들은 직위가 높아질수록 “남자들이 더 말이 많고 입도 무겁지 않다”고 보고 있는 것이다. 실제로 직장 내 성별 간 인식차는 사소한 데서도 드러난다. 연구원 조사에 따르면 ‘여자들은 누군가 해야 할 궂은일을 하려 하지 않는 공주병이 있다’는 문항에 대해 남성들은 54%가 동의했지만 여자는 20%만이 동의했고 ‘회사생활을 하면서 돈을 쓰지 않는다’는 문항에 남성들은 44%가 동의했지만 여성들은 12%만이 동의했다. 또 ‘동료로 행동하기보다 여자로 행동하려는 경향이 있다’에는 남자의 36%가 ‘예’라고 답한 반면 여자들은 14%만이 인정했다. 재미있는 것은 ‘여성들이 보호와 평등을 동시에 주장한다’는 문항에 남성은 68%, 여성은 52%가 동의했는데 이는 성별 관리자급에서 격차가 더 커졌다. 남자 차장 부장의 경우 75%가, 남자 부서장의 72%가 “예”라고 한 반면 여성 차장 부장은 27%만 동의했다. 그러나 여성 임원의 경우 무려 72%가 동의해 남성 수치에 육박했다. 여성들도 조직에서 관리자급으로 승진할수록 여자의 관점이 아닌 조직의 관점에서 구성원을 바라본다는 것이다. 그러나 여성 직장인들의 업무능력에 대해서는 남자들도 인정했다. 남성 응답자의 54.7%가 ‘여성들이 동시에 여러 가지 일을 잘할 수 있다’는 항목에 “예”라고 답했으며 61.7%가 ‘여자들이 더 꼼꼼하고 세심하게 일한다’는 항목에 “예”라고 답했다. 이진구·구가인 기자 sys1201@donga.com}

춤은 더이상 노래의 ‘서브’가 아니었다. 사람들은 온전히 춤을 보려고 TV 앞에 모였다. 난해하게만 보였던 현대무용과 발레의 매력에 빠지고, 스트리트 댄스의 세부 장르를 구분하는 눈도 갖게 됐다. 5일 종영한 Mnet의 댄스 서바이벌 프로그램 ‘댄싱9’은 ‘슈퍼스타K’를 히트시킨 김용범 PD의 작품이다. 7월 방영을 시작해 현대무용과 발레부터 케이팝 댄스, 비보잉, 댄스스포츠까지 다양한 분야의 정상급 춤꾼이 한자리에 모여 화제가 됐다. 예선과 본선을 거쳐 이날 결선 무대에 오른 14명 중 현대무용수 이선태(25)와 한선천(24), 발레무용수 이루다(27·여)와 김명규(25)는 특히 빼어난 기량으로 주목받았다. 이들은 각각 레드윙스와 블루아이 팀으로 나눠 펼쳐진 총 6회의 경연에서 가장 높은 심사위원 점수를 얻었고, 시청자들로부터는 “국보급 춤꾼”이라는 찬사를 받았다. 공교롭게도 이들은 모두 동아무용콩쿠르 출신이다. 우승팀인 레드윙스 팀의 에이스인 이선태는 2008년 대상, 이루다는 2010년 현대무용 일반부 여자 동상 수상자다. 블루아이 팀의 김명규는 2010년 대상, 한선천은 2010년 현대무용 일반부의 남자 금상을 받았다. ―요즘 유튜브에서 네 사람의 동아콩쿠르 경연 영상이 조회수 수만 건을 기록할 정도로 인기있다. ▽이루다=무용 하는 사람들에게는 예전부터 그 영상의 파급력이 엄청났다. 예고에서는 동아콩쿠르 영상을 보고 따라 하는 수업이 있을 정도다. 수상자들의 무용 스타일이 그해의 기준이 된다. ▽김명규=무용학도에겐 축제 같은 행사다. 그 상을 받으면 인정받는 분위기가 있다. 나는 상 타고 나서 모교(전주예고) 교장선생님이 학교에 플래카드를 걸어놨다고 전화하셨다. 고2 때 동아콩쿠르 단체관람을 가서 당시 발레리노 김현웅(현 워싱턴발레단 수석무용수) 형의 공연을 보고 충격을 받아 댄스스포츠에서 발레로 전공을 바꿨다. ―발레나 현대무용 모두 ‘고급예술’로 분류된다. 방송에 출연한 계기가 궁금하다. ▽이선태=제작진으로부터 먼저 제안을 받았다. 처음에는 갈등이 많았다. 각자의 작품에 점수를 매긴다는 것도 꺼려졌다. 다만, 무용을 알리고 싶은 바람에서 출연을 결정했다. 공연을 하면 늘 가족과 친구에게 티켓을 팔아야 했는데 더 많은 사람이 공연장에 와주었으면 했다. ▽명규=부상으로 발레를 1년 반 동안 쉬면서 슬럼프를 심하게 겪었다. 대리운전, 발레파킹, 커피숍 아르바이트를 하면서 지냈는데 그때 발레를 그만두려고 했다. 그러다 방송 공고를 봤고 마지막 도전이라는 심정으로 지원했다. 발레도 충분히 멋지고 재미있다는 걸 알리고 싶었다. ▽한선천=한창 슬럼프를 겪을 때 공고를 보고 지원했다. 미래가 불투명해 무용을 그만두려고 헤어와 메이크업 학원도 다녔다. 미국의 ‘유캔댄스’라는 프로를 보면서 왜 한국엔 춤 서바이벌이 없을까 하고 아쉬워했었다. ―다른 장르의 춤을 추는 게 힘들지 않았나. ▽명규=발레는 척추와 목이 일자가 되어야 하다 보니 평소에도 고개를 떨군 적이 없다. 경연에서 스트리트 댄스를 할 때 몸을 숙이고 춤을 추다 담이 걸렸다. ▽선천=현대무용은 발레보다는 동작이 자유로운 편인데도 댄스스포츠가 어려웠다. 골반과 팔의 움직임을 따라 하는 게 쉽지 않더라. ―방송 출연을 통해 얻은 가장 큰 수확은 뭔가. ▽선천=얼마 전 출연자 모두가 팬 사인회를 했다. 한 번도 본 적 없는 인파가 모였는데 눈물 날 뻔했다. 암 투병 중이라는 분이 내 춤을 보고 힘이 된다고 했을 때, 한 학생이 방송을 보고 자신도 무용을 전공하고 싶다고 말했을 때 댄서로서 보람을 느꼈다. ▽루다=발레를 하면서 내 외모나 체격이 마르고 가냘픈 발레리나의 틀에 안 맞는다는 사실에 스트레스를 많이 받았다. 그런데 이제 자신감이 생겼다. 내 장점을 어떻게 살려야 할지, 내가 어떤 춤을 춰야 할지에 대해 깨닫게 됐다. ―앞으로의 계획은…. ▽명규=요즘 “공연장에 꼭 가겠다”는 얘기를 많이 들어 기쁘다. 빨리 발레 무대로 복귀하고 싶다. ▽루다=최근 무용을 위한 뮤직비디오 만드는 작업을 시작했다. 유튜브로 아이돌 뮤직비디오를 검색하듯 쉽게 무용을 접할 수 있는 콘텐츠를 만들고 있다. 영화 예고편처럼 내 영상 콘텐츠를 보고 공연장을 찾는 이가 많았으면 좋겠다. ▽선천=다양한 분야의 춤을 접하면서 배운 게 많다. 앞으로 해외 경연에 나가면서 더 많은 것을 배우고 나만의 춤을 만들고 싶다. ▽선태=이번 방송을 계기로 한동안은 대중성을 살리는 작품 활동을 하고 싶다. 무용계에서 ‘지나치게 대중영합적인 춤을 춘다’며 우려하는 목소리가 있다는 건 안다. 하지만 대중이 우리에게 마음을 열어줬다면 우리도 그 안으로 들어가야 한다는 생각이 든다. ‘댄싱9’이 그 첫 단추였고, 그 단추를 잘 끼운 것 같아서 행복하다.구가인 기자 comedy9@donga.com}

《 여성 대통령을 배출한 대한민국은 국제사회에서 보기엔 명실상부한 여성 주도 사회로 보이지만 아직 갈 길이 멉니다. 한국 여성들은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대학진학률이 세계 최고일 정도로 전 세계에서 가장 고등교육을 많이 받고 있습니다. 하지만 대졸 여성 고용률은 60.1%대로 OECD 평균 78.8%에 크게 못 미치고 있고 기업이나 공공기관에서 여성들이 ‘고위직’으로 진출하는 비율도 아직 미미합니다. 본보는 ‘신 여성시대’ 기획을 통해 한국 사회 여성들의 현주소를 짚어보려 합니다. 직장 여성들은 물론이고 전업주부들의 고민까지 함께 담고 여성들의 목소리만이 아니라 남성들의 목소리도 아우르려 합니다. 시리즈는 ‘직장 편’ ‘전문직 여성 편’ ‘청소년 성 평등의식조사 편’ ‘전업주부 편’을 포함해 미국 스웨덴 등 선진국 여성들의 모습까지 소개할 예정입니다. 여성 주도 사회가 되어야 한다고 해서 여성들만 잘 사는 사회를 바라는 사람은 없습니다. 남자들과 더불어 잘 사는 사회가 되어야 합니다. 1부 ‘직장 편’은 요즘 직장 여성들의 모습을 담아보았습니다. 직장 여성이 늘어나면서 직장 내 남녀 간 소통의 문제가 화두가 되고 있습니다. 그동안 내놓고 말하지 못했던 여성 동료와 상사들을 향한 남성들의 ‘불만’의 목소리를 들어보았습니다. 》여성들의 사회 진출이 늘어나면서 직장 내에서 여성 동료, 후배, 상사와의 관계 때문에 고민하는 남자들도 늘고 있다. ‘화성에서 온 남자, 금성에서 온 여자’란 말처럼 같은 것을 놓고도 생각하고 표현하는 것이 달라 소통에 어려움이 있다는 호소다. 일부 남성들 중에는 “솔직히 여자랑은 정말 같이 일하기 어렵다”는 생각을 가진 사람도 있다. 하지만 직장 내 남녀 간의 의사소통 문제는 일의 경쟁력을 좌우하는 결정적 요소다. 자, 남자들은 여자 동료, 선후배, 상사와의 어떤 점을 힘들어할까.○ “너, 나 욕했다며?” 대기업에 근무하는 A(37)는 최근 낯 뜨거운 경험을 한 뒤 여자 동료들과 말할 때는 절대 속을 털어놓지 않겠다고 다짐했다. 사내 술자리에서 무심결에 한 여자 동료 험담을 했는데 얼마 후 당사자가 찾아와 “너, 나 욕했다며?” 하고 따진 것이다. 곰곰 짚어 보니 당시 그 자리에 있던 여직원 하나가 당사자와 ‘절친(절친한 친구)’이었다. A는 “나 역시 술자리에서 남녀를 가리지 않고 상사나 후배, 동료 험담을 했지만 내 경험상 거의 대부분 남자들은 험담을 들어도 당사자에게 이를 전하지는 않는다. 물론 남자들도 입이 ‘싼’ 사람들이 있긴 하지만 그동안 경험상 여자들이 아무래도 남자들보다는 입이 좀 가벼운 면이 있다. 따라서 사내(社內) 비밀 프로젝트를 기획할 때나 큰일을 도모할 때 여자들에게는 좀 더 신중하게 속을 터놓아야 한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남자 직장인들이 겪는 또 다른 고충은 상사, 동료, 후배를 가리지 않고 여자들과 문제가 날 경우 “여자 하나 다루지 못하는 못난 놈”이라는 소리를 듣는 것이다. 중소기업에 다니는 B(36)는 최근 지시를 잘 따르지 않는 팀 내 여직원과 심한 마찰을 빚었다. 이 여직원은 다음 날 직속상사인 B에게는 말도 없이 B의 상사에게만 말하고 휴가를 가 버렸다. 황당해하는 B에게 돌아온 평판은 ‘부하직원 관리 능력 없는 상사’라는 딱지였다. B는 “나도 남자지만 남자들에게는 ‘여자는 이리저리 달래고 오냐오냐하며 끌고 가야 하는 존재’라는 인식이 있다”며 “내가 남편이나 오빠도 아닌데 직장에서 왜 그래야 하는지 모르겠다는 생각이 들 때가 있다”고 했다.▼ “꽁꽁 감춰놨다 뒤끝 작렬… 금성女, 같이 일하기 불편해” ▼또 다른 대기업 직원 C는 “여자 상사를 모시는 남자 부하들의 경우 여자 상사가 짜증을 내거나 신경질을 부릴 경우 남자 동료들에게서 ‘거 좀 잘 달래주지 왜 그래?’라고 듣는 경우가 많다. 기본적으로 위아래를 따지지 않고 여자 동료를 ‘배려의 대상’으로 보는 것이다. 따라서 조직 내 상당수 남성들에게 여자 동료의 문제는 해당 여성의 문제라기보다 이를 어르고 달래지 못하는 ‘남자의 관리 능력 부재’로 인식되는 면이 강하다”고 전했다.○ “여자라고 무시하는 거야?” 남자 직장인들은 여자들이 그동안 약자로서 당해 온 ‘희생자 콤플렉스’가 있어서 소통이 어려울 때가 있다고 토로한다. 무조건 ‘여자라고 무시한다’고 몰아세운다는 것이다. 대형 보험회사 지점 부장인 D(50)는 여섯 살 아래인 여자 지점장 E를 모시고 있다. D는 입사 때부터 지점을 돌며 산전수전 다 겪은 이른바 ‘밑바닥’ 출신. 그러나 공채 출신인 E 상사는 본사에 있다가 경력 관리 차원에서 잠시 들른 경우였다. 그런데 이 E가 온 뒤부터 실적이 곤두박질치기 시작했다. 거래처 사장, 지역 유지 등이 여자 지점장을 상대하려 하지 않았기 때문. 영업 특성상 골프도 치고, 술자리도 해야 하는데 여 지점장은 “그건 내 일이 아니다”라며 거절한 것. 이 때문에 소위 ‘접대’는 D가 도맡았지만 지점장도 아닌 그의 직급으로는 한계가 있을 수밖에 없었다. 참다못한 D가 어느 날 상사 E에게 회식 중에 “자꾸 이런 식으로는 곤란하다”고 하자 E는 “지금 내가 여자라고 무시하는 거냐?”며 버럭 화를 냈다. 20년 경력의 한 대기업 여성 임원도 “솔직히 드센 남자 직원들은 상대하고 싶지 않다. 남자 상사들에게는 절대 복종을 하면서 여자 상사에게는 뭘 지적하면 바로 공격이 들어와 ‘기어오른다’는 느낌을 받았을 때가 많았기 때문이다. 남자들은 여성관리자를 상사라는 직급으로 보지 않고 마치 ‘보호’해야 할 동생이나 누나 취급하면서 지시에 따르지 않는 경우도 많다. 나 역시 이왕이면 부드러운 남자 직원을 선호하는 이유다. 하지만 따지고 보면 내가 너무 과민한 경우가 많지 않았나 생각도 된다. 내 안에 오랜 약자 콤플렉스가 있었음을 인정한다”고 고백했다. 서로 간에 소통방식의 차이도 있다. 중소기업에 다니는 F(32)는 최근 여자 과장에게 크게 야단을 맞았다. 이후 어색한 관계를 풀기 위해 술자리를 청했다가 오히려 화를 키웠다. 술을 따르며 “죄송합니다” 하자 과장이 “뭐가 죄송한데?”라고 반문한 것. F가 업무상 실수와 야단맞을 때의 태도 등을 주섬주섬 말하자 여자 과장은 “그것밖에 없어?”라고 다시 물었다. F는 “아무리 생각해도 그것밖에 없는 것 같은데 과장은 내가 대충 넘어가려고 한 것처럼 본 것 같다. 남자 상사와 일했을 때는 ‘죄송합니다’ 하면 ‘됐다. 술이나 마시자’ 하며 털고 갔다. 이번 경우처럼 뭘 잘못했는지 구체적으로 묻거나 대답하는 경우는 없었다”고 토로했다. 곽금주 서울대 심리학과 교수는 “여자들은 화를 참고 있다가 한꺼번에 표출하는 경우가 있다. 개인 차이가 있지만 여성은 관계지향적, 남성은 목표지향적인 편이라고 할 수 있다. 여성들은 또 직설적으로 얘기하기보다 상대가 상처받을 것을 염려해 간접화법을 자주 쓴다. 직설화법에 익숙한 남성들이라면 여성들의 이중 메시지를 이해하지 못할 수 있다”고 말했다.○ 손해 보지 않으려는 여자들 중견기업 마케팅 부서에서 일하는 G(38)는 지난해 말 어이없는 경험을 했다. 팀 업무 특성상 국내외 출장이 잦았는데 특정인에게 출장이 몰리는 것을 피하기 위해 순번제로 가고 있었다. 그런데 여직원 H가 국내 출장 차례가 되었을 때에는 사정이 있어 비행기 타기 어렵다고 했다가 유럽 출장 순서에 돌연 “가겠다”고 한 것. G는 “물론 모든 여직원들이 다 그런 것은 아니지만 대체로 여직원들은 궂은일이나 손해 보는 일은 안 하려고 하는 경향이 있다. 하다못해 밥 사주는 일도 인색하고 심지어 부의금이나 축의금 내는 일에도 소극적”이라고 말했다. 국내 굴지의 대기업 기획팀에서 일하는 I는 “여자 선배들 중에는 상사에게 하소연해 자기 일을 남들에게 나눠 주는 경우가 있다”며 “그래놓고 동료가 출장이나 휴가를 가서 대신 해야 할 일은 ‘내 일이 아니다’라며 하지 않으려 한다”고 말했다. 그는 “언젠가는 동료들이 며칠째 날밤을 새우는데 자기는 할 일이 없다고 사무실에서 영어회화 공부를 하는 여자 선배도 있었다”고 말했다. 실제로 남성들은 이성보다는 동성과 일하는 것을 더 편하게 느꼈다. 여성리더십연구원이 2012년 국내 최초로 10개 대기업 임직원 2790명을 대상으로 실시한 ‘대기업 여성관리자 양성을 위한 조직문화와 리더십 연구’ 설문조사에 따르면 “남자랑 일하는 게 더 편하다”는 문항에 남성은 71%가 “예스”라고 한 반면에 여성은 45%에 불과했다. 이 설문조사에서 남성들이 꼽은 여성들에 대한 부정적인 고정관념은 ‘이기적이다’ ‘눈앞의 이익에 집착한다’ ‘실천력이 부족하다’ ‘시야가 좁다’ ‘숫자에 약하다’ ‘지각을 자주 한다’ 등이었다. 한 대기업 사원은 “솔직히 여자 상사들보다 남자 상사들이 사람들을 포용하는 면이 많다. 여자 상사들은 친한 사원하고만 밥이나 차를 먹는다든지, 친한 사람끼리만 어울리려 한다는 인상을 받았다”고 했다. 설문조사에서 남성이 가장 적극적으로 공감을 나타낸 항목은 ‘여성이 남성보다 더 이기적’(57%)이라는 거였다.이진구·구가인 기자 sys1201@donga.com}

춤은 더 이상 노래의 '서브'가 아니었다. 사람들은 온전히 춤을 보려고 TV 앞에 모였다. 난해하게만 보였던 현대무용과 발레의 매력에 빠지고, 스트리트 댄스의 세부 장르를 구분하는 눈도 갖게 됐다. 5일 종영한 Mnet의 댄스 서바이벌 프로그램 '댄싱9'은 '슈퍼스타K'를 히트시킨 김용범 PD의 작품이다. 7월 방영을 시작해 현대무용과 발레부터 K팝 댄스, 비보잉, 댄스스포츠까지 다양한 분야의 정상급 춤꾼이 한자리에 모여 화제가 됐다. 예선과 본선을 거쳐 이날 결선 무대에 오른 14명 중 현대무용수 이선태(25)와 한선천(24), 발레무용수 이루다(27)와 김명규(25)는 특히 빼어난 기량으로 주목을 받았다. 이들은 각각 레드윙스와 블루아이 팀으로 나눠 펼쳐진 총 6회의 경연에서 가장 높은 심사위원 점수를 얻었고, 시청자들로부터는 "국보급 춤꾼"이라는 찬사를 받았다. 공교롭게도 이들은 모두 동아무용콩쿠르 출신이다. 우승팀인 레드윙스 팀의 에이스인 이선태는 2008년 대상, 이루다는 2010년 현대무용 일반부 여자 동상 수상자다. 블루아이 팀의 김명규는 2010년 대상, 한선천은 2010년 현대무용 일반부의 남자 금상을 받았다. -요즘 유튜브에서 네 사람의 동아콩쿠르 경연 영상이 조회 수 수만 건을 기록할 정도로 인기다. ▽이루다=무용 하는 사람들에게는 예전부터 그 영상의 파급력이 엄청났다. 예고에서는 동아콩쿠르 영상을 보고 따라하는 수업이 있을 정도다. 수상자들의 무용스타일이 그 해의 기준이 된다. ▽김명규=무용학도에겐 축제 같은 행사다. 무용 공연장에서 환호성 지르는 건 동아콩쿠르가 유일할거다. 또 상 타면 인정해주는 분위기가 있다. 나는 상 타고 나서 모교(전주예고) 교장선생님이 학교에 플래카드 걸어놨다고 전화 주셨다.(웃음) -언제부터 춤을 배웠나? ▽이선태=초등학교 5학년 때부터 중학교까진 비보이를 했다. 현대무용을 배운 건 충남예고 진학 후였다. 발레 기본자세부터 배우기 시작했는데 신세계가 열리는 기분이었다. 요즘 현대무용수 중에는 나처럼 비보이 출신이 적지 않다. ▽한선천=초등학교 2학년 때 동네 구민회관에서 재즈댄스를 배운 게 시작이다. 아버지는 원래 권투를 시키려고 하셨는데 여기저기서 상을 받으니까 생각이 바뀌셨다. 누나(현대무용수 한선비) 영향도 있었다. ▽이루다=4살 때부터 발레를 했다. 어머니(안무가 이정희) 덕에 여동생(현대무용수 이루마)도 모두 무용을 한다. 말보다 발레를 먼저 배웠을 정도다. ▽김명규=어릴 땐 축구를 했다. 전주예고에 진학한 후엔 발레복이 너무 야해서(웃음) 처음엔 댄스스포츠를 했는데 고등학교 2학 년 때 전공을 바꿨다. 그것도 사실 동아콩쿠르 덕이다. 단체관람 갔다가 당시 발레리노 김현웅(현 워싱턴발레단 수석 무용수) 형을 보고 충격을 받고 결심한 거니까. -발레나 현대무용 모두 '고급예술'로 분류된다. 방송에 출연한 계기가 궁금하다. ▽한선태=제작진에게서 먼저 제안을 받았다. 처음에는 갈등이 많았다. 각자의 작품에 점수를 매긴다는 것도 꺼려졌다. 다만 무용을 알리고 싶은 바람에서 출연을 결정했다. 공연을 하면 늘 가족과 친구에게 티켓을 팔아야 했는데 더 많은 사람이 공연장에 와주었으면 했다. ▽김명규=부상으로 발레를 1년 반 동안 쉬면서 슬럼프를 심하게 겪었다. 대리운전, 발레파킹, 커피숍 아르바이트를 하면서 지내는데 그 때 발레를 그만두려 했다. 그러다 방송 공고를 봤고 마지막 도전이라는 심정으로 지원했다. 발레도 충분히 멋지고 재미있다는 걸 알리고 싶었다. ▽한선천=한창 슬럼프를 겪을 때 공고를 보고 지원했다. 미래가 불투명해 무용을 그만두려고 헤어와 메이크업 학원도 다녔다. 미국의 '유캔댄스'라는 프로를 보면서 왜 한국엔 춤 서바이벌이 없을까 아쉬워했었다. -다른 장르의 춤을 추는 게 힘들지 않았나. ▽김명규=발레는 척추와 목이 일자가 되어야 하다보니 평소에도 고개를 떨군 적이 없다. 경연에서 스트리트 댄스를 할 때 몸을 숙이고 춤을 추다 담이 걸렸다. ▽한선천=현대무용은 발레보다는 동작이 자유로운 편인데도 댄스스포츠가 어려웠다. 골반과 팔의 움직임을 따라하는 게 쉽지 않더라. -방송 출연을 통해 얻은 가장 큰 수확은 뭔가. ▽한선천=얼마 전 출연자 모두 팬 사인회를 가졌다. 한번도 본 적 없는 인파가 모였는데 눈물 날 뻔 했다. 암 투병 중이라는 분이 내 춤을 보고 힘이 된다고 했을 때, 한 학생이 방송을 보고 자신도 무용을 전공하고 싶다고 말했을 때 댄서로서 보람을 느꼈다. ▽이루다=발레를 하면서 내 외모나 체격이 마르고 가냘픈 발레리나의 틀에 안 맞는다는 사실에 스트레스를 많이 받았다. 그런데 이제 자신감이 생겼다. 내 장점을 어떻게 살려야할지, 내가 어떤 춤을 춰야 할지에 대해서 깨닫게 됐다. -앞으로의 계획은? ▽김명규=요즘 "공연장에 꼭 가겠다"는 얘기를 많이 들어 기쁘다. 빨리 발레 무대로 복귀하고 싶다. ▽이루다=최근 무용을 위한 뮤직비디오 만드는 작업을 시작했다. 유튜브로 아이돌 뮤직비디오를 검색하듯 쉽게 무용을 접할 수 있는 콘텐츠를 만들고 있다. 영화 예고편처럼 내 영상 콘텐츠를 보고 공연장을 찾는 이들이 많았으면 좋겠다. ▽한선천=다양한 분야의 춤을 접하면서 배운 게 많다. 앞으로 해외 경연에 나가면서 더 많은 것을 배우고 나만의 춤을 만들고 싶다. ▽이선태=이번 방송을 계기로 한동안은 대중성을 살리는 작품 활동을 하고 싶다. 무용계에서 '지나치게 대중영합적인 춤을 춘다'며 우려하는 목소리가 있다는 건 안다. 하지만 대중이 우리에게 마음을 열어줬다면 우리도 그 안으로 들어가야 한다는 생각이다. '댄싱9'이 그 첫 단추였고, 그 단추를 잘 끼운 것 같아서 행복하다.구가인 기자 comedy9@donga.com}

홍자매표 드라마는 이번에도 통했다. SBS 수목드라마 ‘주군의 태양’이 약 20%의 시청률을 기록하며 3일 종영했다. 로맨틱 코미디(로코) 장르에 귀신 이야기라는 호러(공포) 형식을 더해 ‘로코믹 호러’를 표방한 이 드라마는 8월 초 첫 방송부터 종영까지 동시간대 1위를 유지했다. 이 드라마를 쓴 홍정은(39) 홍미란(36) 자매 작가를 종영을 하루 앞둔 2일 서울 서교동의 한 카페에서 만났다. 2005년 ‘쾌걸춘향’부터 매년 한 작품씩 모두 9편의 드라마를 함께한 이들은 대본 작업을 한 지난 6개월 동안 경기 고양시 일산의 집에 틀어박혀 있었던 탓에 이번 인터뷰가 오랜만의 바깥나들이라고 했다. ―로코믹 호러라는 분야를 개척했다. 원래 귀신 이야기에 관심이 많았나. ▽정은=예능작가 시절 MBC ‘서프라이즈’를 맡았다. 사람들은 귀신 이야기를 좋아하고, 그만의 감동이 있다. 다만 공포의 수위를 어느 정도로 할지 고민이 많았다. 호러가 너무 강하면 로코를 죽일 수 있기 때문이다. 6, 7회 정도 되니까 감이 생기더라. ▽미란=두 장르를 섞다 보니 캐릭터와 이야기가 약하다는 지적도 있을 수 있다. 그런데 우리가 ‘대장금’ 쓰는 건 아니니까. 새로운 형식의 드라마를 내는 것에 의미를 부여했다. ―공효진과는 MBC ‘최고의 사랑’에 이어 두 번째다. ▽미란=처음부터 생각했던 배우였다. 음침하면서도 사랑스러워야 하는데 공효진이기에 가능했다. 여배우가 다크 서클 그리고 나오기 쉽지 않다. 남자 주인공은 신선한 인물이 필요해서 로코를 한 번도 안 한 소지섭에게 제안했다. 다행히 캐스팅이 순조롭게 됐다. ―소지섭이 맡은 캐릭터는 ‘최고의 사랑’의 차승원과 닮았다. ‘홍자매 드라마 공식’이라는 말이 있을 만큼 여러 작품이 비슷하다. ▽정은=홍자매 공식이라기보단 로코 공식 아닐까. 로코에서 까칠하고 돈 많은 남자 주인공은 백만 명은 될 거다. 제인 오스틴 때부터 있던 거다. ▽미란=같은 로코라도 여자 주인공이 왜 사랑을 받아야 하는지에 대해 변주를 한다. 가난하고 착한 것은 이유가 아니다. 캔디도 알고 보면 열심히 살았던 애다. 그중 가장 돈 많은 남자를 선택하긴 했지만. ―로코를 고집하는 이유는…. ▽미란=캐릭터가 강한 드라마를 좋아하는데 로코는 캐릭터 플레이를 하기 좋다. 연애 이야기를 넘어서는 새로운 형식에 대해 고민한다. 로코믹 호러도 이런 고민에서 나왔다. ‘주군의 태양’ 이후 매년 여름 후속 시리즈물을 내보낼 계획이다. 학원물인 ‘장군의 태양’과 사극 버전의 ‘신군의 태양’을 생각해 놨다. ―아이디어는 어떻게 얻나. ▽정은=둘이 끊임없이 얘길 나눈다. 예전에는 같은 아파트에 살면서 작업을 할 때마다 혼자 사는 동생네 집으로 갔는데, 2년 전부터는 아예 같이 산다. 하루 종일 나눈 이야기를 아이디어로 정리하고 추려낸다. ―홍자매 작품은 특히 젊은층이 좋아한다. 트렌디한 감각을 유지하는 비결이 있다면…. ▽정은=홍자매 하면 뭔가 세련될 거라고 기대하던데 우린 그냥 평범한 아줌마다. 다만 텔레비전은 열심히 본다. 책, 영화도 좋아한다. 우리가 좋아하는 작품을 만들고 싶다. 그러기 위해 열심히 보면서 따라간다. 흐름을 놓지 않는 게 중요하다. ―사랑 이야기를 계속하는 것도 쉽지 않을 거 같다. 연애는 많이 했나. ▽정은=안 했기 때문에 판타지를 쓸 수 있는 거다. 내가 남편 만난 얘기가 판타지가 되겠나. ▽미란=대본을 쓰면서 우리끼리 끊임없이 질문을 한다. ‘왜 저런 애를 좋아하지?’ ‘얘네 좀 이상하지 않아?’ 쉽게 납득이 안 가니까 납득이 갈 만한 이유를 더 많이 찾고, 감정의 흐름에 신경 쓴다.구가인 기자 comedy9@donga.com}

《 스크린과 브라운관에 동심(童心)이 넘친다. 2일 개봉하는 영화 ‘소원’의 주인공은 소원 역의 이레(7)다. 연기 경력이 전무한 이레는 설경구, 엄지원 못지않은 연기력으로 눈물샘을 자극한다. 9일 개봉하는 영화 ‘화이’는 여진구(16)가 주연을 맡았다. 8세이던 2005년 영화 ‘새드무비’로 데뷔한 여진구는 ‘화이’에서는 김윤석과 연기 대결을 펼친다. 올해 개봉한 영화 ‘7번방의 선물’과 ‘감기’에는 갈소원(7)과 박민하(6)가 주연급 조연으로 출연했다. 》방송에서도 아역 배우의 역할이 커지고 있다. KBS ‘굿닥터’의 배경은 소아외과 병동이며, SBS ‘수상한 가정부’에는 4남매가 주요 배역으로 등장한다. 극 중 큰딸 한결 역의 김소현은 14세, 막내 혜결 역의 강지유는 5세다. MBC ‘일밤-아빠! 어디가’의 주인공도 다섯 명의 아이들이다. 예전엔 아역이 극의 분위기를 살려주는 ‘양념’에 불과했지만 최근에는 흥행의 견인차 역할을 톡톡히 하고 있다. 아역 전문 에이전시인 TI엔터테인먼트 김신영 이사는 “‘7번방의 선물’과 드라마 ‘해를 품은 달’의 성공을 계기로 아역의 비중이 커졌다”며 “50부작 드라마의 경우 아역 배우가 맡는 주인공의 어린 시절 연기 분량이 10%에서 20% 정도로 늘었다”고 전했다. 이에 따라 어린이 배우에게 요구되는 조건도 달라졌다. 인형같이 예쁜 아이보다는 자연스럽고 개성이 강한 아이들이 각광받는 추세다. 드라마 ‘여왕의 교실’과 ‘너의 목소리가 들려’의 아역 캐스팅을 담당한 임나윤 C&A 실장은 “최근에는 아역에게 요구되는 연기력의 수준도 높아졌다. 과거처럼 귀여움을 강조한 ‘뽀뽀뽀’식 연기는 안 통한다”고 말했다. 아역 배우의 비중이 커지면서 촬영 현장에도 변화가 일고 있다. 성폭행 피해 아동의 이야기를 다룬 ‘소원’의 경우 아역 배우가 정서적으로 충격을 받지 않도록 아동 성 전문가가 촬영 현장에 동행해 대본을 설명했다. 또 촬영 전 과정에 걸쳐 아동정신과 전문의의 상담을 받도록 했다. ‘소원’의 성창연 프로듀서는 “아역 배우의 연기가 영화의 흐름을 좌우할 수 있는 만큼 편안하게 촬영 현장에 적응할 수 있도록 배려했다. 이레에게는 별도의 연출팀과 연기 강사를 두었다”고 전했다. 아역 배우의 출연료도 많이 올랐다. 일부 스타급 배우는 미니시리즈를 기준으로 회당 500만 원 이상 받는다. 이는 조연급 중견 연기자 수준이다. 신인 아역 배우는 회당 30만∼50만 원, 경력이 있는 아역 배우는 70만∼100만 원을 받는 것으로 알려졌다. 대부분의 아역이 연기학원이나 에이전시를 통해 캐스팅이 이뤄져 출연료의 20∼30%는 소개비로 빠진다. 스타급 아역 배우들은 대형 기획사와 계약을 맺는다. 김유정(‘해를…’ ‘메이퀸’) 김소현(‘너의 목소리…’ ‘수상한 가정부’) 서신애(‘여왕의 교실’ ‘돈의 화신’)는 싸이더스HQ, 박지빈(‘메이퀸’ ‘돈의 화신’)은 키이스트, 김새론(‘여왕의 교실’, 영화 ‘아저씨’)은 판타지오, 김향기(‘여왕의 교실’)는 나무엑터스, 진지희(‘해를…’ ‘불의 여신 정이’)는 웰메이드E&T 소속이다. 한 방송계 관계자는 “연기 전문 기획사들은 가능성 있는 아역을 발굴해 일찍부터 계약을 맺고 관리하는 추세다”라고 전했다. 구가인 기자 comedy9@donga.com}

《 텔레비전 드라마는 한국 대중문화의 핵심이다. 평균 시청률 상위권에 드는 프로그램이 대부분 드라마다. 유행을 이끌고, 대중의 사고와 정서를 지배하기도 한다. 한류 역시 드라마에서부터 시작됐다. ‘겨울연가’ ‘대장금’으로 대표되는 한국 드라마가 이뤄낸 성과는 화려하다. 현재 수출되는 방송 콘텐츠의 80% 이상이 드라마다. 한국 드라마의 유행은 한국의 이미지 제고에도 긍정적인 영향을 미쳤다. 지난해 대한상공회의소 조사에 따르면 우리 기업 5곳 중 1곳은 한류 스타나 한국 드라마를 활용하는 한류 마케팅을 활용하고 있다. 그러나 이런 성과에도 불구하고 ‘막장 드라마’ 같은 B급 드라마가 넘쳐나고, 제작 과정은 동네 구멍가게 수준이라는 지적이 나온다. 원로배우 이순재(78), 최불암 씨(73)와 유진룡 문화체육관광부 장관(57)이 26일 한국 드라마의 현주소를 진단하고 발전 방안을 모색하는 자리를 가졌다. 》―한류의 시작은 이순재 씨가 출연한 ‘사랑이 뭐길래’가 중국에 방영된 1997년으로 본다. 그 후 많은 변화가 있지 않았나. 좋은 점도 있지만 걱정되는 부분도 많다. ▽이순재=‘꽃보다 할배’ 촬영차 스위스에 갔는데 그곳에 온 중국 대만 관광객이 우리를 알아보더라. 요즘 드라마 제작 발표회에는 젊은 스타의 일본 팬들이 몰려온다. 전에는 없던 변화다. 다만 우리 드라마가 질적으로도 발전했는지는 의문이다. 이른바 ‘막장’이 난무하고, 일본 만화와 드라마를 베낀 게 많다. 역류 현상이 일어나고 있는 것이다. ▽유진룡=얼마 전 우리의 방송통신위원장 격인 중국 광전총국장과 만났다. 한국 드라마가 중국에서 계속 선전하려면 공감할 만한 ‘가치’가 있어야 한다고 강조하더라. 그러면서 지금처럼 자극적인 드라마는 곤란하다는 얘기를 했다. 한류가 여기서 주저앉지 않고 계속 퍼져나가기 위해서는 세계인과 함께 나눌 만한 가치가 있어야 한다. ―막장 드라마가 쏟아지는 원인은 뭐라고 보나. ▽이=촬영 당일 나오는 쪽대본이 난무한다. 그러다 보니 방송사고는 물론이고 어처구니없는 일이 한두 가지가 아니다. 드라마를 보다 보면 황당한 일이 많다. 일제강점기가 배경인데 지포라이터가 등장하질 않나, 물이 없는데도 물레방아가 돌아가는 장면도 봤다. 원고가 엉망이라도 시간이 없으니 그냥 찍고, 시간이 급박하니 잘못된 내용을 검토할 시간도 없는 거다. 촬영 현장에 연출이 없어졌다. 반면 일본 NHK는 모든 드라마가 편성 전 사전제작을 한다. 작가 원고도 최소 3번 이상 수정을 거친다. ▽최불암=근본적으로는 시청률 지상주의가 문제다. 과거엔 각 방송사마다 중요시하는 가치가 달랐는데 이제는 공영방송조차 돈이 되는 드라마 시청률에 매달린다. ―작가나 방송사로서는 시청률이 신경이 쓰일 수밖에 없지 않을까. ▽최=과거 극작가 김희창 선생이 ‘화면은 학교 칠판, 배우는 담임선생’이라는 얘기를 했다. 그만큼 드라마가 대중에게 보여주는 좋은 인간상이나 태도가 중요하다. 인기를 얻는 게 전부가 아니다. ▽이=감동을 능가하는 인기 요소는 없다. 작품이 좋으면 시청률도 따라온다. 문제는 우리끼리의 시청률이 아니다. 이제 드라마가 문화 수출품이 됐다. 세계가 우리의 작품을 볼 텐데 체면이 말이 아닌 거다. ―출연료 미지급 문제, 쪽대본은 꽤 오랫동안 지적돼 온 폐단이다. ▽이=출연료 미지급 문제는 부실한 외주제작사 관행 때문인데, 이때 고액 출연자는 다 돈을 받는다. 그리고 결국 돈을 못 받는 건 단역과 방송 스태프다. 이건 범죄다. 방송국에서는 외주제작사 탓을 하지만 근본적으로 (방송사에) 책임이 없다고 할 수 없다. ▽유=정부도 이런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표준계약서를 만들어 8월부터 시행에 들어갔다. 그런데 이 표준계약서를 만들 때 방송사를 설득하기 쉽지 않았다. 표준계약서가 잘 지켜지려면 종사자들의 자발적인 노력이 필요하다. 불공정행위가 이뤄지면 신고해야 하는데 그런 면에서 소극적인 게 아쉽다. ―2000년대 초반까지 회당 1억 원이 채 안 되던 지상파 미니시리즈 제작비가 10년 사이에 3∼5배 뛰었다. 여기에는 일부 스타의 고액 출연료가 한몫했다는 지적이 많다. ▽이=고액 출연료는 돌연변이다. 별안간 뛰었다. 일부 스타가 회당 억대 출연료를 받는데, 사실 제작조건을 알면 감히 그 돈을 달라고 할 수 없다. 이건 배우만 나무랄 게 아니다. 제작 환경이 열악하다 보니 좀 인기가 있으면 광고나 영화를 하려 하지 힘든 드라마에 출연하려 하지 않는다. 이러니 출연료가 부르는 게 값이 된 상황이다. 결국 방송국이 나서야 한다. 작품을 전략적으로 기획하고 스타 대신 과감히 신인을 키워야 한다. ―요새 젊은 배우를 보면서 아쉬움도 있지 않나. ▽최=과거에는 방송사 전속 배우를 뽑다 보니 연기의 기본이나 방송의 정신을 배울 기회가 있었다. 이제는 인기 많고 돈 좀 벌면 된다는 생각뿐 직업적 사명감이 없는 것 같아 아쉽다. ▽이=좋은 조건을 갖고 있어 잘 키우면 크게 성장할 수 있는데 제대로 교육을 받지 않아 흐지부지 끝나는 젊은 배우가 많다. 대본 나오면 촬영하기에 급급하니까 연기가 만날 똑같다. 깡패 건달 역은 잘하는데 지적 연기는 못한다. 젊은 친구들에게 “영화나 드라마 끝나면 뭐하느냐. 시간 있을 때 액터스튜디오 가서 공부하고 오라”고 한다. 더욱이 요즘 매니지먼트 시스템이 정착되다 보니 스타를 확보한 특정 기획사가 조연 캐스팅까지 좌우한다. 방송사에서 이런 문제를 고민할 필요가 있다. ―한국 드라마 발전을 위해 당부하고 싶은 말이 있다면…. ▽최=1930년대 미국 대공황 시기에 프랭클린 루스벨트 대통령이 국가의 새판을 짤 때 핵심은 문화정책이었다. 문화계 종사자를 지원하는 조건으로 작품에 프런티어정신, 로맨티시즘, 정의, 휴머니즘의 메시지를 심어 미국의 정체성을 세우는 작업을 했다. ‘슈퍼맨’도 그때 나온 콘텐츠다. 우리 드라마도 출생의 비밀과 불륜 같은 소재만 다룰 게 아니라 좀 더 많은 사람들이 공감할 수 있고, 우리의 정체성을 담은 소재를 찾아야 한다. ▽유=한류가 앞으로도 계속 이어질 것이라는 확신이 있다. 그러나 한국 드라마가 지속적으로 발전하기 위해 개선돼야 할 부분이 많다. 배우나 작가, 스태프 등 방송 제작자가 창의력을 발휘할 환경 조성이 필요하다. 이를 위해 정부와 업계가 함께 노력해 나가야 한다.구가인 기자 comedy9@donga.com}

상처를 조심스레 들추는 카메라의 시선이 좋아민병선 기자 ★★★★상처를 들추는 일은 조심스럽다. 세상이 다 아는 상처일 땐 더 그렇다. 그래서 영화는 조심, 또 조심. 폭로보다는 치유를 향한 카메라의 시선이 좋다. 판타지와 현실의 모호한 경계로 관객을 이끄는 코코몽 등장 장면에서 마음이 탁 풀린다. 이후 오롯이 영화의 주제 속으로 녹아들 수 있다. ‘치유를 위한 영화’라기엔 좀 더 깊은 성찰 아쉬워구가인 기자 ★★★영화는 2008년 ‘조두순 사건’을 떠올리게 한다. 그래서 보는 이조차 유독 힘겹다. 이준익 감독은 “치유를 위한 영화”라고 했지만 누군가 실제로 겪은 아픔을 치유하고 희망까지 이야기 하려면 좀 더 깊은 성찰이 필요하지 않았을까. ‘코코몽 판타지’만으로 상처를 덮기엔 역부족이다.}

열일곱 소년 ‘화이’(여진구)의 아버지는 다섯 명이다. 이들은 모두 범죄 집단의 멤버. 다섯 명은 각각 운전이나 칼과 총기 다루기 등 나름의 전문분야를 가졌다. 소년은 학교에 다니는 대신 아버지들로부터 기술과 장기를 물려받는다. 소년이 유일하게 아빠라는 호칭 대신 아버지라고 부르는 범죄 집단의 리더 ‘석태’(김윤석)는 아들 ‘화이’에게 살인을 지시한다. 두려워하는 아들에게 그는 말한다. “아버지가 괴물인데 너도 괴물이 되어야지.” 장준환 감독의 두 번째 장편 ‘화이: 괴물을 삼킨 아이’(10월 9일 개봉)는 ‘괴물’ 아버지와 괴물이 되기를 거부하는 아들의 대결이 큰 축을 이루는 영화다. 2003년 첫 장편영화 ‘지구를 지켜라’를 통해 각종 영화제의 신인상을 휩쓸며 ‘천재’라는 평을 들었던 감독이 10년 만에 내놓은 작품이다. 전작에서 외계인으로부터 지구를 지키려는 주인공(신하균)을 통해 계급 문제를 다뤘던 감독은 이번 작품에서는 인간의 내면, 선악의 문제에 접근했다. 화이는 ‘절대악’인 석태를 비롯한 아버지들에게 저항하지만, 아버지를 극복하기 위해 아버지 세계의 룰을 따르고 그를 능가해야 하는 것은 아이러니다. 석태는 화이에게 “괴물을 이기는 방법은 괴물이 되는 것뿐”이라고 말한다. 장 감독은 이달 초 영화 제작발표회에서 “화이의 발음이 영어 ‘why’와 유사하다”면서 “영화를 본 관객들이 내 안의 괴물이 무엇인지, 어디에서 비롯됐는지에 대해 질문을 던질 수 있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감독 특유의 만화적인 느낌은 여전하지만 전작에 비해 장면과 대사의 기교는 자제하고 좀 더 인물 묘사와 이야기에 집중했다. 감독 자신도 “형식미를 줄이고 각 인물의 감정과 호흡에 몰두했다”고 말했다. 보통의 영화라면 소년이 출생의 비밀을 알게 되는 과정이 영화의 전반을 차지하겠지만 화이에서는 작품의 절반이 채 지나지 않아 출생의 비밀이 밝혀진다. 후반부에서는 소년이 아버지에게 맞서는 과정에 집중한다. 범죄전문가 아버지들과 그들에게서 기술을 완벽하게 배운 소년의 대결인 만큼 액션이 주는 쾌감이 상당하다. 등장인물의 디테일한 묘사 역시 영화의 묘미다. 인물들은 몸의 상처나 의상, 휴대전화 브랜드 같은 작은 소품만으로도 많은 이야기를 압축적으로 보여준다. 이 영화의 가장 큰 미덕은 배우다. 아버지 역의 김윤석, 조진웅, 장현성, 김성균, 박해준을 비롯해 연기파 배우가 대거 참여했다. 이 중에서도 “영화가 청소년관람불가 판정을 받아서 내가 나온 영화를 보지 못한다”는 화이 역의 열여섯 살 여진구의 캐스팅은 단연 빛났다. 드라마 ‘해를 품은 달’에서 누나들의 마음을 설레게 했던 아역배우는 이제 ‘달콤한 인생’의 이병헌을 떠올리게 한다. ‘될성부른 떡잎’을 발견하는 것은 큰 즐거움이다. 구가인 기자 comedy9@donga.com}

100cm가 채 되지 않았던 키가 120cm를 넘어섰다. 얼굴의 부기가 많이 빠지고 턱 선이 날렵해졌다. 커다란 눈에는 장난기가 가득했다. 깔깔거리며 웃을 때마다 양 볼에 보조개가 깊이 파였다. 방송 녹화 전 스튜디오 구석구석을 뛰어다니는 아이의 모습에서는 먹을거리를 찾아 북한의 장터거리를 헤매던 꽃제비의 흔적은 찾기 어려웠다. 탈북 후 9개월 사이의 변화다. 올해 초 방영된 채널A 2부작 다큐멘터리 ‘특별취재 탈북’. 북한 양강도 혜산에서 중국을 거쳐 동남아시아 제3국까지 이어지는 15명의 탈북기를 그린 이 다큐멘터리는 국내는 물론이고 일본 니혼TV에서도 방영돼 시청률 11.8%를 기록하며 반향을 불러일으켰다. 특히 다큐멘터리 속 일곱 살 꽃제비 진혁이는 많은 관심을 받았다. 당시 아버지는 자살했고 어머니는 중국으로 떠나 돌봐줄 이 없던 아이는 구걸을 하며 목숨을 이어왔다. 나이가 어린 터라 다른 꽃제비들과 어울리지 못하고 외톨이로 지냈다. 영하 25도의 혹한을 어떻게 견디느냐는 질문에 “그냥 운다”고 답하면서도 해맑은 웃음을 잃지 않았던 아이는 보는 이들의 가슴을 아프게 했다. 방송 후 아이를 후원하고 싶다는 요청이 줄을 이었다. 채널A는 20일 추석 특집으로 꽃제비 소년 진혁이를 비롯한 탈북자 4명을 초대해 탈북 후 이야기를 듣는 토크쇼 ‘재회’를 방송한다. 14일 서울 광화문 채널A 오픈 스튜디오에서 이영돈 PD의 사회로 ‘재회’ 녹화가 진행됐다. 아이가 한국에 와서 방송 출연을 한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다큐멘터리에선 가명인 진혁이로 나갔지만 진짜 이름은 김신혁이다. “신혁 군 나와 주세요!” 녹화 시작. 이영돈 PD의 부름에 신혁이가 쭈뼛쭈뼛 등장했다. 뜨거운 조명과 밖에서 스튜디오 안을 들여다보는 인파가 영 어색한 듯했다. 평소 신혁이가 삼촌이라고 부르는 양승원 PD가 뒤이어 스튜디오에 나타나자 그제야 표정이 밝아졌다. 양 PD는 ‘특별취재 탈북’의 연출자. 신혁이와는 생사고락을 함께한 사이다. 신혁이가 이날 방송에 출연하게 된 것도 양 PD와의 인연 때문이다. 신혁이가 살고 있는 탈북청소년생활공동체 ‘우리집’의 마석훈 대표는 “신혁이는 삼촌(양 PD) 발자국 소리만 들어도 신나서 어쩔 줄 몰라 한다”고 전했다. 올해 1월 입국한 신혁이는 하나원 생활을 마치고 4월부터 경기 안산에 있는 ‘우리집’에서 13명의 형, 누나들과 살고 있다. 다큐멘터리에서 “오이와 고기를 먹고 싶다”고 말했던 아이는 ‘우리집’ 생활을 하며 한두 달간 오이를 상자째 먹었다고 한다. 한동안 섭식 장애로 고기류를 전혀 먹지 못했지만 이제는 또래 아이들처럼 소시지나 햄도 좋아한다. 북한에서 구걸을 하다 얻은 상처는 대부분 치료됐지만 여전히 몸을 웅크리고 잔다. 평소엔 쾌활하게 지내지만 북한 시절을 묻는 질문에는 “기억이 안 난다”고 말한다. 결핵은 완전히 낫지 않아 약을 먹으며 치료를 받고 있다. ▼ 北 인민가요 부르던 아이, ‘곰 세마리’ 동요실력 뽐내 ▼“딱지치기는 동네서 1등”5월부터는 초등학교에 다니기 시작했다. 처음에는 책상에 앉아 있지 못하고 교실 밖으로 도망 다니던 아이는 이제 글을 곧잘 읽는다. 신혁이는 “발표를 해서 선생님에게 칭찬 스티커를 많이 받았다”고 자랑했다. 동네에서 딱지치기는 1등이지만 아직 공부는 별로라는 얘기도 들려줬다. 특히 수학이 싫다고. 이날 녹화에서 신혁이는 발차기 실력을 뽐냈다. 몇 달 전부터 태권도를 배우기 시작해 파란 띠를 땄단다. 다큐멘터리에서 북한 인민가요를 불렀던 아이는 이날 한국에서 배운 동요 ‘곰 세 마리’를 불렀다. 채널A ‘먹거리 X파일’을 봤다며 이영돈 PD를 따라 수줍게 “제가 한 번 먹어보겠습니다”를 흉내 내 웃음을 자아내기도 했다. 한국에 와서 한동안 유아용 애니메이션인 ‘뽀로로’에 빠져 있던 신혁이는 이제 할리우드 영화 ‘아이언맨’의 팬이 됐다. 한때 경찰이 꿈이었다가 장래 희망도 ‘로봇을 만드는 사람’으로 바뀌었다. 신혁이는 “아이언맨처럼 하늘을 날아서 여기저기를 다니고 싶다”고 했다. 마석훈 대표는 “신혁이가 보통의 남한 아이들이 성장하는 과정을 빠르게 거치고 있다”고 말했다. 채널A는 추석 특집 ‘재회’ 외에도 신혁이의 성장기를 담은 다큐멘터리를 제작해 올해 말에 방영할 예정이다. 신혁 군 후원 ARS(탈북청소년생활공동체 ‘우리집’) 1666-6534※김신혁 군이 출연하는 채널A 추석 특집 토크쇼 ‘재회’는 20일 오후 8시 30분에 방영됩니다.구가인 기자 comedy9@donga.com}

추석 연휴가 5일이나 된다. 차례 지내고 성묘 갔다 와도 시간이 남네. 추석 때면 송편은 안 먹어도 영화 한 편은 본다. 올해도 차례상처럼 다채로운 영화가 차려졌다. 하지만 음식이 많아도 내 입에 맞는 음식이 있듯이, 내가 공감하는 영화는 따로 있다. 동아일보 영화 담당 기자가 이런 관객의 처지를 감안한 맞춤 영화를 소개한다.○차례상 엎고 싶을 만큼 힘들었던 며느리는 ‘스파이’ 남편이 참 잘났다. 국가의 안위가 그의 어깨에 달려 있다. 하지만 한 가정의 행복도 책임지지 못하는 ‘헛똑똑이’. “남편이 있으면 뭐하나? 애 하나 못 만드는걸.” 아내는 맘껏 바가지를 긁어댄다. 시부모 눈치 보랴, 음식 장만하랴 폭발 직전이었던 며느리들에게 ‘딱’이다.며느리 통쾌지수 ★★★★/‘트루 라이즈’가 떠오르네… 기시감 지수 ★★★★○처녀 귀신 될 것 같은 전국의 노처녀들에겐 ‘컨저링’ 아빠와 과년한 딸이 공포 영화를 보며 나눈 대화. “아빠, 진짜 무섭다.” “난 너랑 사는 게 더 무섭다.” 영화에는 처녀 귀신이 나무에 목매달려 있는 장면이 나온다. 남의 일 같지가 않다. 아버지도 외면하는 늙은 딸이 돼가고 있으니까. ‘목메달’이 아니라 ‘금메달’이라는 걸 알아줄 내 님을 기다리며….무서운 척 옆 남자에게 안길 지수 ★★★★★/소리 안 지르고 도도할 지수 ★★ ○취향이 다양해 영화 선택이 곤란한 대가족은 ‘관상’ 송강호 조정석 이정재 김혜수 이종석, 배우도 참 다채롭다. 중학생 손녀는 “어머! 이종석”, 할아버지는 “송강호, 잘하네”, 삼촌은 “섹시해, 김혜수”. 온 가족이 함께해도 동상이몽으로 즐길 수 있는 영화다. 벌써 250만 관객이 다녀가며 재미를 보증한 영화라 안전한 선택이다.조정석 웃음 지수 ★★★★☆/생리 현상 억제지수 ★★★(139분간 참으세요)○친척들 한마디에 기죽은 청년 백수에겐 ‘몬스터대학교’ 몬스터들은 좋겠다. MU(몬스터대학교)만 졸업하면 몬스터주식회사 입사가 보장돼 있다. 잠자는 애들 겁줘 비명 소리만 모으면 성과급도 팍팍! 눈 하나, 코 두 개 달린 괴물들도 유쾌, 상쾌, 통쾌하게 잘 사는 걸 보며 희망을 가져보자.못난이 위로 지수 ★★★☆/미운 조카 동행 지수 ★★★(어린 조카가 더 반길 듯)○첫사랑 만나 싱숭생숭한 아저씨는 ‘해피니스 네버 컴즈 얼론’ 마흔일곱 소피 마르소가 로맨틱 코미디의 주인공. 여전히 매력적이지만 늙었다. 영화 속 그녀는 아버지가 각기 다른 세 아이를 키우는 엄마다. 영화야 해피엔딩이지만 세월의 풍파를 겪은 옛 사랑과 다시 맺어질 수 있을까? 그러니 꿈 깨시라.추억 돋음 지수 ★★★★/상영관 찾기 지수 ★(극장이 별로 없다)○번번이 연애에 실패하는 노총각 삼촌에겐 ‘우리 선희’ 선희를 가르친 교수와 과거 연인, 대학 선배는 그녀에 대해 나름의 평가를 내린다. 그들은 선희가 “똑똑하고” “안목이 있으며” “가끔 또라이 같긴 하지만” “예쁘고 착하다”고 말한다. 하지만 선희는 틀에 가둘 수 없는 여자. 연애의 실패 원인은 때로 상대에 대한 어설픈 정의 내리기.치킨 안주 ‘땡김’ 지수 ★★★★/홍상수식 도돌이표 지수 ★★★○전쟁도 안 무서운 죽고 못 사는 연인들은 ‘바람이 분다’ 태평양전쟁에 쓰인 전투기를 설계한 주인공은 도덕적 책임을 못 느낀다. 그에게는 병든 애인을 신경 쓸 시간도 모자란다. 애인은 바람이 부는 날 언덕에 올라 수채화를 그린다. 그녀의 모자가 날리고, 남자의 입술이 그녀에게 닿는다. 파스텔 톤의 사랑 앞에 전쟁의 황폐함도 무릎을 꿇는다.죽어도 사랑해 지수 ★★★★/태평양전쟁 유족에게 추천 지수 별점 없음○명절 뒤 이혼 위기의 부부에게 ‘낭만파 남편의 편지’ 무뚝뚝한 남편은 어느 날 연애시절을 떠올리며 아내에게 몰래 편지를 쓴다. 그런데 아내가 반응이 없다. 반찬냄새 나는 일상에 파묻힌 아내는 이름 없는 편지를 받고 설렌다. 남편의 편지인지도 모른 채…. 명절에 이런저런 일로 다툰 부부가 손잡고 볼 영화.닭살 지수 ★★★★/‘애들은 재웠수’ 지수 ★★(야한 거 기대는 금물)민병선·구가인 기자 bluedot@donga.com}

압록강 상류 혜산에서 출발해 중국, 동남아시아를 거쳐 제3국까지 이어지는 15명의 탈북기를 밀착 취재한 채널A 2부작 다큐멘터리 ‘특별취재 탈북’. 이 다큐의 뒷이야기를 전하는 프로그램이다. 목숨을 건 탈북과정 중 특히 많은 이들의 눈시울을 붉히게 했던 7세 꽃제비 소년 진혁이. 방송 후 ‘진혁이가 잘 적응해 살고 있는지 궁금하다’는 전화 문의가 많았다. 이제 8세가 된 진혁이를 비롯한 탈북자 4명이 스튜디오에 출연해 지난해 말 탈북 당시의 심정과 한국에서의 정착생활, 앞으로의 꿈을 들려준다. 이영돈 PD가 사회를 맡고 당시 다큐를 연출했던 양승원 PD가 출연한다. ‘특별취재 탈북’은 1월 방영 당시 2편 모두 시청률 2%를 넘겼고 방송통신심의위원회가 주는 ‘이달의 좋은 프로그램상’을 받았다. 일본 니혼TV에서도 방영돼 11.8%의 높은 시청률을 기록했다. 구가인 기자 comedy9@donga.com}

아프리카 남수단에서 헌신적인 삶을 살다 3년 전 세상을 뜬 이태석 신부의 이야기를 그린 다큐멘터리 영화 ‘울지마 톤즈’. 영화 속 톤즈 마을 브라스밴드 아이들의 한국 방문기를 그렸다. 톤즈 돈보스코 브라스밴드는 지난해 10월 서울에서 열린 한국·아프리카 경제장관회의(KOAFEC)에 초청돼 한국을 찾았다. 이들은 KOAFEC 개막공연과 KBS 열린음악회 무대에 올랐다. 공연장은 눈물과 박수, 함성으로 가득 찼다. 브라스밴드는 또 아버지처럼 따랐던 이 신부의 묘를 찾고 이 신부의 어머니, 형제들과 만났다. 이 다큐는 지난해 11월 방송될 예정이었지만 이 신부가 몸담았던 한국천주교살레시오회가 “다큐가 망인의 헌신과 희생을 왜곡할 뿐 아니라 상업적 수단으로 이용하고 있다”며 방영금지 가처분신청 소송을 내 보류됐다. 그러나 ‘방송에 문제가 없다’는 법원 판결에 따라 방영이 결정됐다.구가인 기자 comedy9@donga.com}

“이번 명절에는 시골 가니?” 서울에서 살기 시작한 지 얼마 되지 않았던 스무 살 즈음, 나는 위와 같은 질문을 들으면 자주 발끈했다. “○○시는 시골이 아닌데요.” 내 고향은 인구 30만 명 가까이 되는 행정구역상 ‘시’에 속했다. 그러다 나중에 알았다. 서울 외 지역은 모두 ‘시골’로 불린다는 것을. 서울 사람들에겐 부산도, 광주도 모두 ‘범시골’이다. 지속적인 도시화로 국민 10명 중 9명이 도시에 살고 있지만 ‘지방=시골’인 언어 습관은 여전하다. 요즘도 온라인에서 ‘시골’ 출신 누리꾼들이 나와 비슷한 심정을 토로한 글을 목격한다. 나는 KBS 장수 프로그램인 ‘6시 내 고향’도 마뜩잖다. 이 프로에 등장하는 고향은 대개 농어촌의 풍경을 간직하고 있는 서울 외 지역이다. 특산물과 유명 관광지로만 그려지는 고향. 실체를 모르는 누군가의 ‘고향’이 영 못마땅하다(내 고향은 저렇지 않단 말이다!). 비슷한 이유로 예능프로 ‘1박2일’ 역시 탐탁지 않을 때가 많다. 수많은 지방 도시는 하룻밤 정도 캠핑하다 오고 싶은, 정 많고 순박한 이웃이 가득한 관광지처럼 보인다. 때로 특정 지역의 ‘낙후’는 ‘낭만’으로 포장되기도 한다. 물론 기획 의도가 나쁜 건 아니다. 이 프로들을 통해 도시생활의 각박함을 잠시나마 잊는 이들도 있을 테고, 일부 농어촌 주민은 자신의 동네가 긍정적으로 그려져 뿌듯함을 느낄 수 있다. 하지만 방송이 지방의 한 단면만을 그리고 있는 건 여전히 아쉽다. 사실 두 개의 프로는 그나마 나은 사례인지도 모른다. 다수의 방송에서 지방은 아예 존재하지 않을 때가 많다. 뉴스부터 예능, 드라마까지 대부분의 프로 속 배경은 전부 서울이다. 지방에서 물난리가 나도 서울 날씨가 좋으면 좋은 거다.(고교 시절 장마 기간에 라디오를 듣다 DJ가 날이 너무 화창하다고 외칠 때 참 서러웠다.) ‘서울 중심주의’를 한 방에 개선할 수는 없겠지만 적어도 대중문화 속 지방의 모습이 다양해졌으면 좋겠다. 그런 의미에서 올 추석 뉴스에서는 한복을 입고 낡은 시골집에 당도하는 아들 내외의 모습이 그만 사라졌으면 한다. 그리고 당부하건대, 이번 추석엔 지방으로 가는 동료에게 “시골 가냐”는 질문은 삼가자. 구가인 기자 comedy9@donga.com}

출판사의 책 소개에 따르면 이 책은 자기계발서로 분류된다. 그러나 자기계발서라고 하기엔 무척 문학적이다. 그만큼 읽는 즐거움이 크다는 뜻이다. 책이 다루고 있는 주제는 창의적 상상력. 특히 천재적인 창의성이 발현되는 특별한 순간(소위 ‘그분이 오셨다’고 말하는!)과 뇌의 작용을 분석하고 있다. 눈에 띄는 점은 이야기를 구성하는 방식이다. 디자인회사 프록터앤드갬블이 부직포 밀대 청소기 ‘스위퍼’를 개발하는 과정과 팝의 음유시인 밥 딜런이 명곡으로 꼽히는 ‘라이크 어 롤링 스톤(Like A Rolling Stone)’을 내놓기까지의 뒷이야기를 함께 다룬다. 더불어 이 둘 사이에서 공통적으로 발생하는 우뇌의 통찰 과정을 과학적으로 분석한다. 이 책의 또 다른 미덕은 다양하고 흥미로운 사례다. 창의성과 뇌 작용의 관련성을 과학적으로 다룬 책은 과거에도 있었지만 이처럼 생생한 사례가 결합된 서적은 흔치 않다. 정보통신 전문지 ‘와이어드’ 기자이자 뇌 과학 책을 여럿 집필한 저자의 취재력이 돋보이는 지점이다. 책은 세계적인 첼리스트 요요마의 즉흥 연주에는 어떤 비밀이 있는지, 시인들은 왜 마약을 애용했는지, 애니메이션 제작사 픽사의 아침 제작회의와 이 회사 건물 중앙에 있는 화장실이 집단의 창의성에 미친 영향이 무엇인지도 다룬다. 다만 마감을 앞두고 뭔가 창의적 기획안을 제출하기 위해 이 책을 든 독자라면 실망할지도 모르겠다. 단기간에 창의력을 키울 구체적인 실천법은 소개하지 않는다. 저자는 오히려 창의성을 위해선 수많은 시행착오와 노력이 필요하다고 강조하면서 이렇게 말한다. “만약 독창성과 창의성이 항상 쉽게 번쩍 떠오른다면 피카소가 그렇게 유명해지진 않았을 것이다.”구가인 기자 comedy9@donga.com}

배우 백윤식(66·사진)이 30세 연하의 KBS 기자와 열애 중이다. 소속사인 나무엑터스는 13일 “두 사람이 지인들과 함께한 자리에서 처음 만나 지난해 6월부터 진지한 관계로 발전했다”면서 “현재까지 구체적인 결혼 계획은 세우지 않았다”고 밝혔다. 백윤식과 교제 중인 K 기자는 KBS 사회부 소속으로 서울대를 졸업한 재원이다. K 기자는 열애 사실이 알려지기 전 보도국 동료들에게 백 씨를 남자친구로 소개한 것으로 알려졌다. 백 씨는 11일 개봉한 영화 ‘관상’에서는 조선시대 수양대군에 맞서는 김종서 역을 맡았다. 백윤식은 결혼 27년 만인 2004년 3월 이혼했다. 큰아들 도빈(35) 둘째 아들 서빈(29)과 큰며느리 정시아(32)도 연기자의 길을 걷고 있다.구가인 기자 comedy9@donga.com}

“TV 프로그램 포맷을 수출하려면 다른 나라에서도 쉽게 각색할 수 있도록 협소하지 않은 주제를 다루면서도 시청자를 한눈에 매혹시킬 만한 고유한 특징이 있어야 합니다.” 방송 프로그램 포맷(구성 형식) 수출의 중요성이 높아지는 가운데 11일 서울 강남구 삼성동 인터컨티넨탈호텔에서 한국콘텐츠진흥원 주최로 국제방송영상견본시(BCWW) 글로벌 포맷워크숍이 열렸다. 이 워크숍의 강연자로 참석한 헬렌 쿠퍼 K7미디어 총괄이사(33·사진)를 만났다. K7미디어는 세계적인 방송 포맷 리서치 및 미디어 컨설팅 전문회사다. 쿠퍼 이사는 “한국이 포맷 수출국이 되려면 세계적인 유통배급망을 갖추는 게 급선무”라며 “포맷 수출 관련 법률전문가 등 전문 인력을 확보하는 것도 필요하다”고 말했다. 지난 15년간 포맷 수출 컨설팅을 해온 쿠퍼 이사는 “지난해 유럽 방송사가 상위 100개 프로그램 포맷 수출을 통해 얻은 수입이 30억 달러(약 3조2520억 원)였다”면서 “단발성으로 끝나는 프로그램 판매와 달리 좋은 포맷을 수출해 인기를 끌면 장기적으로 저작권 수입을 얻을 수 있어 이득”이라고 설명했다. 현재 포맷 수출국 1위는 영국이다. 2001년 ‘누가 백만장자가 되고 싶은가’를 시작으로 ‘톱 기어’ ‘브리튼스 갓 탤런트’ ‘댄싱 위드 더 스타’ 등을 줄줄이 수출해 세계적인 성공을 거두었다. 한국의 경우 MBC ‘나는 가수다’와 KBS ‘1박2일’이 중국에, MBC ‘우리 결혼했어요’는 터키에 판매됐다. 쿠퍼 이사는 최근 tvN의 ‘더 지니어스’와 ‘꽃보다 할배’를 재미있게 보았다며 “한국에도 다른 나라에서 화제가 될 만한 포맷이 많다”고 평가했다.구가인 기자 comedy9@donga.com}

장태산, 장태주, 장태하. 이름만 보면 삼형제 같지만 이들은 각기 다른 드라마에 등장하는 인물의 이름이다. 장태산(이준기)은 MBC 수목드라마 ‘투윅스’의 주인공. 살인 누명을 쓰고 딸을 살리기 위해 사투를 벌이는 도망자다. 장태주(고수)는 SBS 월화드라마 ‘황금의 제국’의 주인공으로 억울하게 죽은 아버지의 복수를 위해 재벌 그룹을 차지하려는 야심가다. 장태하(박상민)는 MBC 주말드라마 ‘스캔들’에서 불도저 같은 성격의 대기업 총수로 나온다. 모두 무겁고 강한 배역이어서 그에 맞는 이름을 고르다 보니 비슷해진 것이다. 드라마의 배역들은 극 중 역할을 대변하는 이름을 갖기 마련이다. 특히 문영남 작가의 작품 속 인물들은 이름만 들어도 어떤 캐릭터인지 단박에 알 수 있다. KBS 주말드라마 ‘왕가네 식구들’의 경우 가족을 위해 ‘봉’ 노릇을 하는 아버지는 왕봉(장용), 오랜 시집살이와 가족 뒷바라지로 서운함이 가득한 어머니는 이앙금(김해숙)이다. 자녀들도 각자 맡은 배역에 맞게 왕수박(오현경) 왕호박(이태란) 왕광박(이윤지) 왕해박(문가영) 왕대박(최원홍)이다. 개성이 강한 임성한 작가는 등장인물의 이름도 ‘은아리영’ ‘부용화’ ‘구왕모’ ‘부길라’처럼 한번 들으면 절대 잊을 수 없을 정도로 특이하게 짓는다. MBC 일일드라마 ‘오로라 공주’의 주인공은 오로라(전소민)와 황마마(오창석)다. SBS 수목드라마 ‘주군의 태양’의 홍자매 작가는 독고, 구, 태, 성, 나 같은 소수 성(姓)을 많이 쓴다. 주인공의 이름에서 협찬사가 노출돼 빈축을 사는 경우도 있다. 지난해 방영된 KBS ‘세상 어디에도 없는 착한남자’에서 주인공 강마루(송중기)는 협찬사인 ‘치킨마루’와 이름이 같아 논란이 됐다. 구가인 기자 comedy9@donga.com}

SBS 월화드라마 ‘황금의 제국’은 국내 시청자들에겐 낯선 작품이다. 이 드라마는 1990년부터 약 20년 동안 대기업 성진그룹에서 일어나는 이야기를 다루지만 여느 재벌 드라마와는 선을 긋는다. ‘식탁에서 밥 먹다가 백화점 주인을 바꾸고 수백억 원의 돈을 날리고도 아버지한테 꾸지람 한 번 들으면 끝나는’ 재벌가의 비리와 권력 다툼을 치밀하게 그리고 있지만 재벌을 미화하거나 비하하지 않는다. 집중하고 있는 것은 인간의 욕망이다. 이 작품을 쓴 이는 박경수 작가(44). 그는 지난해 장편 미니시리즈 데뷔작인 SBS ‘추적자’로 높은 시청률과 평단의 호평을 거머쥐었다. 그래서인지 ‘황금의 제국’은 많은 면에서 ‘추적자’를 떠올리게 한다. ‘추적자’는 사고로 딸을 잃은 형사가 딸의 죽음에 얽힌 진실을 파헤치며 권력에 대항하는 과정을 다뤘다. 손현주 류승수 장신영 박근형 등 겹치는 배우가 많기도 하지만 그 너머 권력관계를 보는 시각이 유사하다. 정덕현 대중문화평론가는 “사회 권력구조에 대해 개인적인 차원의 감상이 아닌 사회적인 차원의 분노를 다룬다”면서 “대상을 냉정한 시선으로 바라보며 본질을 파헤친다는 점에서 비슷하다”고 평가했다. 밀도 있는 전개, 비유와 상징이 응축된 문학적인 대사도 여전하다. 지난해 ‘추적자’ 어록과 마찬가지로 ‘황금의 제국’ 어록도 인터넷에서 화제다. 재벌 회장은 딸에게 경영권을 물려주며 “좋은 사람이 되지 말고 남들이 두려워하는 사람이 돼라”고 말한다. 가난한 수재 장태주(고수)는 정직하고 성실했던 아버지가 성진그룹의 용역깡패에 의해 평생의 피땀이 어린 가게와 목숨까지 잃는 것을 보며 “돈 벌고 싶으면 땀을 흘리면 안 되며 남이 흘리는 땀을 훔쳐야 한다는 걸 배웠다”고 얘기한다. 그는 “나라가 흥한다고 우리 인생 흥하는 거 아니듯 나라가 망한다고 우리 인생 망하는 것 아니다”라며 1997년 외환위기를 ‘기회’로 정의한다. 어제의 적이 오늘의 동지가 되는 예상치 못한 반전이 거듭되는 것도 공통점이다. 두 작품에서 박 작가와 함께 작업한 조남국 SBS PD는 “많은 작가들이 이야기 소재의 한계 때문에라도 주변적인 이야기나 편안한 에피소드를 섞기 마련인데 (박 작가는) 중심 이야기와 캐릭터에 몰두하다 보니 이야기와 캐릭터가 깊다”고 설명했다. 그러나 뚜렷하게 강자와 약자의 대결구도를 보여줬던 ‘추적자’에 비해 ‘황금의 제국’은 선악과 애증의 관계가 고착돼 있지 않다. 극이 진행될수록 선악의 경계는 점차 모호해진다. ‘황금의 제국’의 장태주는 ‘추적자’의 주인공 백홍석(손현주)처럼 선량하지 않다. 그는 아버지의 억울한 죽음 이후 부동산투기로 돈을 모아 성진그룹을 빼앗는 과정에서 비정한 괴물이 되어 간다. 복수를 위해 자신이 저지른 살인죄를 사랑하는 여자(장신영)에게 덮어씌운다. 이 때문에 ‘황금의 제국’을 보는 시각은 엇갈린다. “한국 드라마에서 드문 신선한 시도”(정덕현)라는 칭찬이 있는가 하면 “자본주의 속 인간의 욕망이라는 쉽지 않은 주제를 낯선 방식으로 다룬 탓에 대중적 호소력이 떨어진다”는 의견도 있다. ‘황금의 제국’은 종영 2주를 남기고 있는 현재까지 10% 안팎의 시청률에 머물러 있다. 윤석진 충남대 국문과 교수는 “핵심 장면이 재벌가의 식사 대화라고 할 만큼 지나치게 연극적인 데다 대사의 비중이 너무 높아서 기존 드라마 문법에 익숙한 시청자에게는 불편하게 느껴질 것”이라고 지적했다.구가인 기자 comedy9@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