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보급 춤꾼” 찬사 받은 4명, 알고보니 동아콩쿠르 동문

  • 동아일보
  • 입력 2013년 10월 7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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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Mnet ‘댄싱9’서 최고점수 4人의 이야기

‘댄싱9’ 방영 이후 “현대무용이나 발레 공연에 가고 싶어졌다”는 이들이 늘었다. “가족이나 친구 외에 관객들이 공연장을 찾아주면 좋겠다”는 네 사람의 바람이 이뤄질까. 왼쪽부터 발레리노 김명규, 현대무용수 이선태, 발레리나 이루다, 현대무용수 한선천. CJ E&M 제공
‘댄싱9’ 방영 이후 “현대무용이나 발레 공연에 가고 싶어졌다”는 이들이 늘었다. “가족이나 친구 외에 관객들이 공연장을 찾아주면 좋겠다”는 네 사람의 바람이 이뤄질까. 왼쪽부터 발레리노 김명규, 현대무용수 이선태, 발레리나 이루다, 현대무용수 한선천. CJ E&M 제공
춤은 더이상 노래의 ‘서브’가 아니었다. 사람들은 온전히 춤을 보려고 TV 앞에 모였다. 난해하게만 보였던 현대무용과 발레의 매력에 빠지고, 스트리트 댄스의 세부 장르를 구분하는 눈도 갖게 됐다.

5일 종영한 Mnet의 댄스 서바이벌 프로그램 ‘댄싱9’은 ‘슈퍼스타K’를 히트시킨 김용범 PD의 작품이다. 7월 방영을 시작해 현대무용과 발레부터 케이팝 댄스, 비보잉, 댄스스포츠까지 다양한 분야의 정상급 춤꾼이 한자리에 모여 화제가 됐다.

예선과 본선을 거쳐 이날 결선 무대에 오른 14명 중 현대무용수 이선태(25)와 한선천(24), 발레무용수 이루다(27·여)와 김명규(25)는 특히 빼어난 기량으로 주목받았다. 이들은 각각 레드윙스와 블루아이 팀으로 나눠 펼쳐진 총 6회의 경연에서 가장 높은 심사위원 점수를 얻었고, 시청자들로부터는 “국보급 춤꾼”이라는 찬사를 받았다.

공교롭게도 이들은 모두 동아무용콩쿠르 출신이다. 우승팀인 레드윙스 팀의 에이스인 이선태는 2008년 대상, 이루다는 2010년 현대무용 일반부 여자 동상 수상자다. 블루아이 팀의 김명규는 2010년 대상, 한선천은 2010년 현대무용 일반부의 남자 금상을 받았다.

―요즘 유튜브에서 네 사람의 동아콩쿠르 경연 영상이 조회수 수만 건을 기록할 정도로 인기있다.

이루다=무용 하는 사람들에게는 예전부터 그 영상의 파급력이 엄청났다. 예고에서는 동아콩쿠르 영상을 보고 따라 하는 수업이 있을 정도다. 수상자들의 무용 스타일이 그해의 기준이 된다.

김명규=무용학도에겐 축제 같은 행사다. 그 상을 받으면 인정받는 분위기가 있다. 나는 상 타고 나서 모교(전주예고) 교장선생님이 학교에 플래카드를 걸어놨다고 전화하셨다. 고2 때 동아콩쿠르 단체관람을 가서 당시 발레리노 김현웅(현 워싱턴발레단 수석무용수) 형의 공연을 보고 충격을 받아 댄스스포츠에서 발레로 전공을 바꿨다.

―발레나 현대무용 모두 ‘고급예술’로 분류된다. 방송에 출연한 계기가 궁금하다.

이선태=제작진으로부터 먼저 제안을 받았다. 처음에는 갈등이 많았다. 각자의 작품에 점수를 매긴다는 것도 꺼려졌다. 다만, 무용을 알리고 싶은 바람에서 출연을 결정했다. 공연을 하면 늘 가족과 친구에게 티켓을 팔아야 했는데 더 많은 사람이 공연장에 와주었으면 했다.

명규=부상으로 발레를 1년 반 동안 쉬면서 슬럼프를 심하게 겪었다. 대리운전, 발레파킹, 커피숍 아르바이트를 하면서 지냈는데 그때 발레를 그만두려고 했다. 그러다 방송 공고를 봤고 마지막 도전이라는 심정으로 지원했다. 발레도 충분히 멋지고 재미있다는 걸 알리고 싶었다.

한선천=한창 슬럼프를 겪을 때 공고를 보고 지원했다. 미래가 불투명해 무용을 그만두려고 헤어와 메이크업 학원도 다녔다. 미국의 ‘유캔댄스’라는 프로를 보면서 왜 한국엔 춤 서바이벌이 없을까 하고 아쉬워했었다.

―다른 장르의 춤을 추는 게 힘들지 않았나.

명규=발레는 척추와 목이 일자가 되어야 하다 보니 평소에도 고개를 떨군 적이 없다. 경연에서 스트리트 댄스를 할 때 몸을 숙이고 춤을 추다 담이 걸렸다.

선천=현대무용은 발레보다는 동작이 자유로운 편인데도 댄스스포츠가 어려웠다. 골반과 팔의 움직임을 따라 하는 게 쉽지 않더라.

―방송 출연을 통해 얻은 가장 큰 수확은 뭔가.

선천=얼마 전 출연자 모두가 팬 사인회를 했다. 한 번도 본 적 없는 인파가 모였는데 눈물 날 뻔했다. 암 투병 중이라는 분이 내 춤을 보고 힘이 된다고 했을 때, 한 학생이 방송을 보고 자신도 무용을 전공하고 싶다고 말했을 때 댄서로서 보람을 느꼈다.

루다=발레를 하면서 내 외모나 체격이 마르고 가냘픈 발레리나의 틀에 안 맞는다는 사실에 스트레스를 많이 받았다. 그런데 이제 자신감이 생겼다. 내 장점을 어떻게 살려야 할지, 내가 어떤 춤을 춰야 할지에 대해 깨닫게 됐다.

―앞으로의 계획은….

명규=요즘 “공연장에 꼭 가겠다”는 얘기를 많이 들어 기쁘다. 빨리 발레 무대로 복귀하고 싶다.

루다=최근 무용을 위한 뮤직비디오 만드는 작업을 시작했다. 유튜브로 아이돌 뮤직비디오를 검색하듯 쉽게 무용을 접할 수 있는 콘텐츠를 만들고 있다. 영화 예고편처럼 내 영상 콘텐츠를 보고 공연장을 찾는 이가 많았으면 좋겠다.

선천=다양한 분야의 춤을 접하면서 배운 게 많다. 앞으로 해외 경연에 나가면서 더 많은 것을 배우고 나만의 춤을 만들고 싶다.

선태=이번 방송을 계기로 한동안은 대중성을 살리는 작품 활동을 하고 싶다. 무용계에서 ‘지나치게 대중영합적인 춤을 춘다’며 우려하는 목소리가 있다는 건 안다. 하지만 대중이 우리에게 마음을 열어줬다면 우리도 그 안으로 들어가야 한다는 생각이 든다. ‘댄싱9’이 그 첫 단추였고, 그 단추를 잘 끼운 것 같아서 행복하다.

구가인 기자 comedy9@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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