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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다문화가족 부문대상 받은 중국 출신 천즈 씨, 중국어 통역하며 한국 적응 도와 “생각지도 못한 대상을 주셔서 너무 감사합니다.” 한 손을 가슴에 대고 떨리는 목소리로 수상 소감을 말한 중국 출신 천즈 씨(44·여)는 네 번이나 허리를 굽혀 인사했다. 그는 24일 서울 중구 한국프레스센터에서 열린 ‘LG와 함께하는 동아 다문화상(賞)’ 시상식에서 대상을 받고 감격스러워했다. 올해로 8회를 맞은 ‘LG-동아 다문화상’은 우리사회에 잘 정착한 다문화가족과 그들을 도운 숨은 공로자를 발굴해 격려하는 상이다. 다문화공헌상을 받은 서울 청량고 임병우 교사(59)는 “아직도 도움의 손길이 필요한 곳이 너무 많다. 당당한 대한민국의 일원으로 힘차게 살아가길 바란다”며 다문화가정을 응원하는 것으로 소감을 대신했다. 이날 시상식엔 진선미 여성가족부 장관과 김수민 바른미래당 의원, 이자스민 한국문화다양성기구 이사장, 동아 다문화상 심사위원장을 맡은 성상환 서울대 교수, 동아일보 김순덕 논설주간 등이 참석했다. 진 장관은 “열린사회, 다양성이 존중되는 사회로 거듭나기 위해 더욱 다문화가족들이 잘 안착하고 대한민국의 구성원으로서 자긍심을 가지는 것이 중요하다”고 했다. 김 의원은 “다양한 인종이 어울릴 수 있는 대한민국을 만들기 위해 국회에서 노력하겠다”고 약속했다. 대상을 수상한 천즈 씨는 2006년 남편 김태영 씨(48)를 만나 중국에서 결혼했다. 한국어를 몰랐던 천즈 씨는 남편의 나라로 오면서 말 그대로 말문이 막혔다. 도움을 청할 곳을 몰라 일주일 내내 집에서 지낸 적도 있다. 하지만 경기 수원시 다문화가족지원센터를 통해 한국어 교육을 받으며 삶이 달라졌다. 말하기에 자신감이 붙자 한국직업전문학교에서 요리와 컴퓨터를 배웠다. 2013년부턴 자신처럼 정착에 어려움을 겪는 다문화가정을 위해 중국어 통역사로 나섰다. 현재는 이주여성 사회적응 매니저로 활동하고 있다. 우수상을 받은 렛셍희영 씨(29·여)는 모국 캄보디아에서 가정 형편이 어려워 고교 진학을 포기하고 공장에서 일했다. 남편 손현수 씨(43)를 만나 2011년 한국으로 왔을 땐 음식과 문화, 생활습관 등 모든 게 낯설기만 했다. 렛셍희영 씨는 좌절하지 않고 서울 성북구 다문화가족지원센터에서 일하며 자신과 비슷한 어려움을 겪는 이주여성들에게 통역을 제공하고 법률정보를 안내하고 있다. 우수상 수상자인 중국동포 김미화 씨(43·여)는 중국에서 남편 백수현 씨(54)를 만나 2004년 중학교 교사 일을 접고 한국에 왔다. 처음엔 건강보험료가 2년 넘게 밀릴 정도로 가정 형편이 어려웠다. ‘다시 돌아가고 싶다’는 생각도 잠시, 배 속 아이와 남편을 지키기 위해 중국어학원에 이력서를 냈다. 현재는 중국어 강사와 통·번역사, 사회복지사로 누구보다 바쁜 나날을 보내고 있다. 다문화가족상 특별상의 주인공은 필리핀 출신 류희정 씨(39·여)다. 2006년 결혼한 남편 류창문 씨(64)와의 사이에 세 자녀를 뒀다. 결혼 초기 인터넷으로 강의를 들으며 한국어를 독학했다. 현재 영어학원 강사로 일하고 있다. ● 다문화공헌 부문14년간 34개국 1만7861명 무료 진료 ‘다문화 슈바이처’ 다문화공헌상 개인부문 수상자인 하라 미치코 씨(51·여·일본 출신)는 1999년 한국인 남편과 결혼한 뒤 줄곧 한국에서 살고 있다. 시동생의 사업 실패로 많은 빚을 져 전단을 돌리는 등 힘든 시기를 겪었다. 경기 남양주시 건강가정·다문화가족지원센터를 접한 뒤 2013년부터 결혼이민자 서포터스 단장을 맡는 등 하라 씨의 삶은 달라졌다. 또 다른 개인부문 수상자인 김정림 씨(46·여·중국 출신)는 누구보다 흥이 넘친다. 하지만 그도 남편의 두 ‘친딸’과 갈등을 겪는 등 타국에서 외롭고 고된 생활을 했다. 김 씨는 자신과 같은 처지의 결혼이주여성을 돕기 위해 국립제주박물관 통·번역 및 문화해설사라는 안정된 일자리를 박차고 나와 ‘제주글로벌센터’를 세웠다. 서울 청량고 임병우 교사(59)는 2008년 이웃에 살던 몽골인 가족이 불법체류자로 쫓겨나는 모습을 본 뒤 다문화동아리를 만들었다. 다문화가정 학생들을 위한 캠프를 열고, 전국 최초로 교육과정에 다문화 이해교육을 도입했다. 그 공로를 인정받아 이번에 공헌상 개인부문 수상자가 됐다. 공헌상 단체부문을 수상한 대전 이주외국인 무료진료센터는 2005년부터 매주 일요일마다 무료로 외국인들을 진료하고 있다. 그동안 센터를 거쳐 간 외국인이 34개국 출신 1만7861명에 이른다. 이곳에선 의료인 500여 명이 자원봉사를 하고 있다. 단체부문 공동 수상자인 STX복지재단은 2007년부터 다문화가정 결혼이주여성들의 고향 방문을 지원하고 있다. 지금까지 930여 명이 이 재단의 도움으로 모국을 찾았다. 2010년부터는 지역주민과 이주민 간 소통의 장을 마련하기 위해 이주민 다문화 축제를 열고 있다.● 다문화청소년 부문따돌림 극복하고 보디빌더 꿈 쑥쑥 다문화청소년상을 수상한 김승범 군(19·정남진산업고 3학년)의 하루는 오전 6시 헬스장에서 시작된다. 일본인 어머니와 한국인 아버지 사이에서 태어난 김 군은 4년 전부터 트레이너의 꿈을 키웠다. 올해 4월 전국 고교보디빌딩대회 60kg부문에서 1위를 차지했다. 김 군은 어릴 적 작은 체격 때문에 학교에서 따돌림을 당하기도 했다. 하지만 중학교 3학년 때 근력 운동에 취미를 붙이며 삶이 180도 달라졌다. 처음엔 부모님이 운동을 허락하지 않아 아르바이트를 하며 헬스장에 다닐 돈을 마련했다. 불판을 닦는 것도 근육 운동이라고 생각했다. 이런 김 군을 보며 부모님도 차츰 “그렇게 먹어서 되겠냐”며 닭가슴살을 챙겨주기 시작했다. 한국을 대표하는 세계적인 보디빌더가 목표인 김 군은 최근 서울 소재의 한 전문대 스포츠건강학과에 합격하며 자신의 목표를 향해 한 발짝 다가섰다. 이창민 군(18·대구세명학교 고등부 3학년)은 다섯 살 때 지적장애 2급 판정을 받았다. 어머니가 중국 출신인 이 군은 중학교 2학년 땐 친구들과 갈등을 겪어 학교를 떠나기도 했다. 특수학교인 대구세명학교로 옮긴 뒤 같은 상황의 친구들과 어울리며 자신감을 되찾았다. 고속철도(KTX) 기관사가 되고 싶다는 장래희망이 생긴 뒤에는 교내 로켓대회에서 두 차례나 입상할 정도로 모든 일에 적극적인 성격으로 변했다. 올해 6월부턴 장애인 보호작업장에서 일하며 기술을 익히고 있다. 여성가족부는 제3차(2018∼2022년) 다문화가족정책 기본계획에 김 군과 이 군처럼 앞으로 한국 사회를 이끌 다문화청소년을 위한 정책을 담았다. 다문화청소년의 배우고자 하는 열의와 이중언어 능력을 활용해 이들의 대학 진학이나 취업 등 사회 진출을 지원할 계획이다. 조선경 여가부 다문화가족과장은 “다문화가정의 자녀 대다수가 초등학생 이상으로 성장하면서 ‘도입기’에 머물렀던 정책을 ‘정착기’로 맞춰 바꾸고 있다”고 말했다.※ 동아 다문화賞 수상자▽가족상 ―대상: 천즈 씨 가족(경기 수원시 중국 출신)―우수상: 렛셍희영 씨 가족(서울 성북구 캄보디아 출신), 김미화 씨 가족(경남 창원시 중국 출신)―특별상: 류희정 씨 가족(경북 영덕군 필리핀 출신)▽공헌상(개인) 하라 미치코 씨(남양주시 다문화가정 서포터 일본 출신), 김정림 씨(제주글로벌센터 사무처장 중국 출신), 임병우 씨(서울 청량고 교사)▽공헌상(단체) STX복지재단(다문화가정 고향 방문 지원), 대전 이주외국인 무료진료센터(의료 봉사)▽청소년상김승범 군(정남진산업고 3학년), 이창민 군(대구세명학교 고등부 3학년) 김하경 whatsup@donga.com·조건희 기자·박은서 기자 clue@donga.com·조유라 기자 jyr0101@donga.com}

기자는 자면서 코를 골지 않는 줄 알았다. 아내가 조심스레 말을 꺼냈을 때도 믿지 못했다. 코 고는 소리를 녹음해 들려준 뒤에야 알게 됐다. 생각해보니 자다가 중간에 깨거나 아침에 일어나도 피곤할 때가 많았다. ‘혹시 수면무호흡증은 아닐까’라는 걱정이 들었다. 수면무호흡증에 대한 전문의들의 설명은 이렇다. 자는 동안 연구개(입천장 안쪽 부드러운 부분)나 혀가 숨길을 막아 코를 골다가 호흡이 멎는 증상이 반복된다. 잠을 제대로 못 자 피로가 쌓인다. 혈중 산소농도가 떨어져 심장이나 폐의 혈관에 문제가 생긴다. 두통은 물론이고 심하면 치매까지 생길 수 있다. 고혈압이나 뇌질환으로 악화될 우려도 있다. 하지만 수면무호흡증 등 수면장애를 한번에 검사하는 ‘수면다원 검사’는 비용이 70만∼100만 원이라 엄두가 나지 않는다. 다행히 7월 1일부터 이 검사에 건강보험이 적용돼 비용이 병·의원 규모에 따라 57만8734∼71만7643원으로 줄어들었다. 환자는 비용의 20%인 본인부담금 11만740∼14만3520원만 내면 검사를 받을 수 있다. 기자는 15일 수면장애 전문 클리닉인 서울 강남구 코슬립수면의원을 찾았다. △육안으로 봤을 때 혀가 목구멍을 많이 막고 있고 △평소 코를 자주 골며 △자는 도중 자주 숨이 막히고 깨고 △낮에 졸음이 쏟아지는 등의 증상을 토대로 수면무호흡증이 의심된다는 진단을 받았다. 이날 바로 수면다원 검사를 받았다. 검사는 하룻밤 내내 진행된다. 오후 9시 반경 머리와 가슴, 다리 등 곳곳에 센서를 달고 손가락 끝에 산소포화도 측정기를 착용했다. 몸에 연결된 전선이 30개가 넘었다. 이 상태로 잠들면 코를 얼마나 골았는지, 숨이 멎은 시간이 얼마나 되는지 기록된다. 그 모습을 의료진이 밤새워 폐쇄회로(CC)TV로 지켜본다. 자세가 심하게 흐트러지거나 센서가 떨어지면 조용히 와서 바로 잡아준다. 기자는 측정기기를 주렁주렁 달고 있었던 탓인지 중간에 여러 차례 깼다. 군대 선임이 등장하는 악몽도 꿨다. 다음 날 오전 5시 반경 검사가 끝났다. 평소와 수면 환경이 달라서 검사 결과가 왜곡되진 않을까 궁금했다. 담당 수면기사는 “수면무호흡증과 무관하게 깬 것은 결과에서 제외하는 식으로 보정한다”고 말했다. 검사 결과 기자는 잠들어 있던 320분 중 19분(5.9%) 정도 코를 골았고 총 4110회의 호흡 중 288회(6.5%)가 원활하지 않았다. 이를 토대로 계산된 호흡곤란지수(RDI)는 4.5점이었다. 불면증 증상과 함께 RDI가 5점 이상을 기록하면 수면무호흡증으로 확진된다. 기자는 다소 코를 골지만 치료가 필요한 정도는 아니라는 뜻이다. 왜 평소에 자다가 자꾸 깨는 걸까. 신홍범 코슬립수면의원 원장은 “평소 머리맡에 스마트폰을 두고 잠들기 직전까지 웹서핑 등을 하는 습관이 ‘수면 위생’을 해쳤기 때문”이라고 지적했다. 침대 근처에는 알람시계도 치우는 게 숙면에 좋다. ‘반드시 몇 시까진 잠들어야 한다’는 강박도 오히려 잠을 방해할 수 있다. 수면 습관을 바꾸고 코골이 방지 장치를 써도 효과가 없을 때 일명 ‘코골이 수술’을 한다. 연구개나 편도를 잘라내 공기가 드나드는 통로를 넓히는 수술이다. 매년 4000명 안팎이 이 수술을 받는다. 남성이 여성보다 6배 이상 더 많다. 남성은 30대, 여성은 50대 환자가 가장 많다. 코골이 수술로도 해결되지 않을 땐 양압기를 쓴다. 양압기를 코에 걸고 자면 숨을 들이마실 때 자동으로 바람을 불어넣어줘 숨구멍이 열린다. 안경 도수처럼 사람마다 맞는 압력이 달라 사용 전 꼭 검사를 해야 한다. 수면무호흡증으로 확진되면 양압기 대여에도 건강보험이 적용돼 월 1만7800원만 내면 쓸 수 있다. 기자가 시험 삼아 양압기를 쓰고 누워서 숨을 쉬어보니 훨씬 편했다. 신 원장은 “환절기엔 비염 등 코막힘 때문에 일시적으로 코골이가 심해질 수 있지만 오래 지속되면 꼭 수면클리닉을 찾아 검사를 받아보는 게 좋다”고 조언했다. 조건희 기자 becom@donga.com}

서울에 사는 회사원 A 씨(가상인물·32)는 주말 오전 10시경 느긋하게 일어나 ‘아점(아침+점심)’으로 라면을 먹는 게 습관이다. 13일도 마찬가지였다. 신라면 한 봉지를 끓여 김치와 함께 먹었다. 오후 2시엔 CGV에서 영화를 보며 달콤팝콘(캐러멜 팝콘)과 콜라를 먹었다. 이날 A 씨는 저녁식사를 하기도 전에 나트륨을 1일 영양성분 기준치(2000mg)보다 많이 섭취했다. 신라면과 달콤팝콘이 함유한 나트륨은 각각 1790mg과 260.1mg이다. 한국인이 김치를 통해 섭취하는 나트륨이 하루 평균 389.3mg(2016년 기준)이라는 점까지 감안하면 A 씨가 저녁 전에 먹은 나트륨은 2439.4mg이다. 당도 과한 수준이었다. 팝콘과 콜라에 들어있는 당은 각각 45.1g, 88.5g으로 영화관에서 먹은 당만 133.6g. 당의 1일 기준치 100g을 훌쩍 넘어선다. A 씨가 저녁에 생생우동(나트륨 1760mg)과 감귤주스인 제주사랑감귤사랑(당 11g)까지 먹으면 이날 하루 동안 섭취한 나트륨과 당은 각각 4199.4mg과 144.6g에 달한다. ‘소금과 설탕에 절여진 하루’라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식품의약품안전처는 17일 라면과 탄산음료, 영화관 팝콘과 콜라 등 한국인이 즐겨 먹는 식품 중 지난해 가장 많이 팔린 상위 20개를 각각 골라 총 177개 품목의 영양성분을 조사한 결과를 공개했다. 라면은 가장 잘 팔린 제품 20개 중 15개가 나트륨 함량이 하루 기준치의 75%가 넘었다. 당과 나트륨을 많이 먹으면 당뇨병이나 고혈압 등 만성질환에 시달릴 수 있다. 이수두 식약처 식생활영양안전정책과장은 “라면은 수프를 반만 넣는 게 좋다”고 조언했다.▼ 당 권하는 사회… 주스 한병 먹어도 하루 기준치 절반 ▼ 식품의약품안전처가 17일 라면과 우동, 칼국수 등 면류 40개 제품과 탄산음료, 커피 등 음료 80개 등 177개 제품의 당과 나트륨 함량을 공개한 이유는 한국인이 이 제품들을 통해 달고 짠 음식을 과잉 섭취하고 있기 때문에 경각심을 주기 위해서다.○ 라면 한 그릇으로 1일 나트륨 기준치 80% 섭취 지난해 매출이 가장 많은 신라면 등 라면 20개 제품의 평균 나트륨 함량은 봉지당 1586mg이었다. 우동 제품 10개에는 평균 1724mg, 얼큰장칼국수 등 칼국수 제품 10개에는 평균 1573mg의 나트륨이 들어 있었다. 라면 한 그릇만 먹어도 나트륨 1일 영양성분 기준치(2000mg)의 80%가 채워진다. 조사 대상 라면 중 나트륨이 가장 많이 든 제품은 진라면 순한맛으로, 한 봉지에 1880mg이었다. 우동류 나트륨 함량 1위인 CJ얼큰우동한그릇 한 봉지엔 1일 기준치가 넘는 2130mg이 들어 있는 것으로 조사됐다. 칼국수 중에선 육개장칼국수가 1890mg으로 가장 짰다. 어쩌다 한 번 먹는 라면과 국수, 별 신경 쓰지 않고 먹어도 되는 것은 아닐까. 하지만 질병관리본부가 2016년 19∼64세 성인 3371명을 조사해 보니 1주일에 라면이나 컵라면을 먹는 빈도는 평균 1.2회로 나타났다. 응답자 중 24.9%는 주 2회 이상 먹었다. 나트륨을 우리가 매일 먹는 김치나 간장, 된장 등으로도 섭취하는 점을 감안하면 무시할 수 없는 빈도다. 특히 남성의 나트륨 섭취량은 하루 평균 4649mg으로 여성(3091mg)보다 많았다. 매일 남성은 기준치의 2배 이상, 여성은 1.5배 이상의 나트륨을 섭취하고 있는 것이다. 더 큰 문제는 젊은층의 라면 소비가 다른 연령대보다 많다는 점이다. 2014년 질병관리본부가 50세 이상이 가장 많이 먹는 식품을 조사해 보니 상위 30위 안에는 라면이 없었지만 12∼18세 청소년 사이에선 17위, 19∼29세에선 21위 등으로 순위가 높았다. 젊었을 때부터 짠 음식에 입맛이 적응하면 나이가 들어 고혈압이 발병할 가능성은 더 높아진다.○ 팝콘과 콜라만 먹어도 1일 당 기준치 초과 음료의 당 함량에도 ‘빨간불’이 들어왔다. 식약처는 음료의 당류 평균 함량이 탄산음료 10.9g, 과채음료 9.7g, 발효유(요구르트) 9.7g, 커피 7.3g 순으로 나타났다고 밝혔다. 탄산음료 중 가장 매출이 많은 코카콜라는 250mL 한 캔의 당 함량이 27g이었다. 과일촌 아침에사과(500mL)는 50g으로 1일 기준치(100g)의 절반이었다. 건강 효능을 표방하는 헬리코박터프로젝트윌 요구르트는 13g의 당을 함유하고 있었다. 커피 제품 중에선 바리스타룰스 카라멜딥프레소가 22g으로 가장 많았다. 질병관리본부에 따르면 19세 이상 성인 남녀는 설탕이 들어간 커피를 일주일에 7회 마신다. 탄산음료는 일주일 평균 1회, 과일주스는 0.5회, 액상요구르트 0.9회, 떠먹는 요구르트 0.7회 등이다. 이를 식약처가 발표한 판매량 1위 제품들에 대입하면 매일 평균 21g의 당을 음료로 섭취하는 셈이다. CGV와 롯데시네마, 메가박스 등 주요 극장에서 파는 일반팝콘은 개당 당이 0.4g밖에 들어 있지 않았다. 치즈나 마늘향을 내는 가루를 첨가한 시즈닝팝콘도 개당 당이 5.3g 수준 이었다. 하지만 캐러멜팝콘으로 알려진 달콤팝콘은 개당 당 함량이 평균 56.7g이었다. 영화관에서 파는 콜라는 한 잔에 당이 평균 82.5g 들어 있었다. 달콤팝콘과 콜라를 함께 먹으면 당 1일 기준치를 초과한다. 당은 가공식품뿐만 아니라 과일 등을 통해서도 자연스럽게 섭취된다. 가공식품 중에서는 음료를 통한 당 섭취 비중이 가장 크다는 점을 고려하면 마시는 음료를 줄일 필요가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식약처는 2020년까지 당 섭취량을 적정 수준(하루 50g)으로 줄이기 위해 식품의 영양성분 표시 기준을 강화하고 있다. 식품을 구매할 때 영양표시 사항을 확인하는 습관을 들이면 일상생활에서 나트륨이나 당 섭취를 줄이는 데 도움이 된다. 소스나 양념이 포함된 제품은 미리 뿌리기보다 별도로 덜어서 찍어 먹고, 국물을 가능한 한 적게 먹는 것도 한 방법이다.김하경 whatsup@donga.com·조건희 기자}

서울에 사는 회사원 A 씨(가상인물·32)는 주말 오전 10시경 느긋하게 일어나 ‘아점(아침+점심)’으로 라면을 먹는 게 습관이다. 13일도 마찬가지였다. 신라면 한 봉지를 끓여 김치와 함께 먹었다. 오후 2시엔 CGV에서 영화를 보며 달콤팝콘(캐러멜 팝콘)과 콜라를 먹었다. 이날 A 씨는 저녁식사를 하기도 전에 나트륨을 1일 영양성분 기준치(2000mg)보다 많이 섭취했다. 신라면과 달콤팝콘이 함유한 나트륨은 각각 1790mg과 260.1mg이다. 한국인이 김치를 통해 섭취하는 나트륨이 하루 평균 389.3mg(2016년 기준)이라는 점까지 감안하면 A 씨가 저녁 전에 먹은 나트륨은 2439.4mg이다. 당도 과한 수준이었다. 팝콘과 콜라에 들어있는 당은 각각 45.1g, 88.5g으로 영화관에서 먹은 당만 133.6g. 당의 1일 기준치 100g을 훌쩍 넘어선다. A 씨가 저녁에 생생우동(나트륨 1760mg)과 감귤주스인 제주사랑감귤사랑(당 11g)까지 먹으면 이날 하루동안 섭취한 나트륨과 당은 각각 4199.4mg과 144.6g에 달한다. ‘소금과 설탕에 절여진 하루’라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식품의약품안전처는 17일 라면과 탄산음료, 영화관 팝콘과 콜라 등 한국인이 즐겨먹는 식품 중 지난해 가장 많이 팔린 상위 20개를 각각 골라 총 177개 품목의 영양성분을 조사한 결과를 공개했다. 라면은 가장 잘 팔린 제품 20개 중 15개가 나트륨 함량이 하루 기준치의 75%가 넘었다. 당과 나트륨을 많이 먹으면 당뇨병이나 고혈압 등 만성질환에 시달릴 수 있다. 이수두 식약처 식생활영양안전정책과장은 “라면은 스프를 반만 넣고 음료는 작은 것을 고르는 게 좋다”고 조언했다.김하경 기자 whatsup@donga.com ▼식약처, 120개 제품 당-나트륨 공개▼식품의약품안전처가 17일 라면과 우동, 칼국수 등 면류 40개 제품과 탄산음료와 커피 등 음료 80개 제품의 당과 나트륨 함량을 공개한 이유는 한국인이 이 제품들을 통해 달고 짠 음식을 과잉 섭취하고 있기 때문에 경각심을 주기 위해서다.● 라면 한 그릇으로 1일 나트륨 기준치 80% 섭취 지난해 매출이 가장 많은 신라면 등 라면 20개 제품의 평균 나트륨 함량은 한 봉지당 1586mg였다. 우동 제품 10개에는 평균 1724mg, 얼큰장칼국수 등 칼국수 제품 10개에는 평균 1573mg의 나트륨이 들어있었다. 라면 한 그릇만 먹어도 나트륨 1일 영양성분 기준치(2000mg)의 80%가 채워진다. 조사 대상 라면 중 나트륨이 가장 많이 든 제품은 진라면 순한맛으로, 한 봉지에 1880mg였다. 우동류 나트륨 함량 1위인 CJ얼큰우동한그릇 한 봉지엔 1일 기준치가 넘는 2130mg이 들어있는 것으로 조사됐다. 칼국수 중에선 육개장칼국수가 1890mg으로 가장 짰다. 어쩌다 한 번 먹는 라면과 국수, 별 신경 쓰지 않고 먹어도 되는 것은 아닐까. 하지만 질병관리본부가 2016년 19~64세 성인 3371명을 조사해보니 1주일에 라면이나 컵라면을 먹는 빈도는 평균 1.2회로 나타났다. 응답자 중 24.9%는 주 2회 이상 먹었다. 나트륨을 우리가 매일 먹는 김치나 간장, 된장 등으로도 섭취하는 점을 감안하면 무시할 수 없는 빈도다. 특히 남성의 나트륨 섭취량은 하루 평균 4649mg으로 여성(3091mg)보다 많았다. 매일 남성은 기준치보다 2배, 여성은 1.5배 이상 나트륨을 더 많이 섭취하고 있는 것이다. 더 큰 문제는 젊은 층의 라면 소비가 다른 연령대보다 많다는 점이다. 2014년 질병관리본부가 50세 이상이 가장 많이 먹는 식품을 조사해보니 상위 30위 안에는 라면이 없었지만 12~18세 청소년 사이에선 17위, 19~29세에선 21위 등으로 순위가 높았다. 젊었을 때부터 짠 음식에 입맛이 적응하면 나이가 들어 고혈압이 발병할 가능성은 더 높다.● 영화관에서 팝콘과 콜라만 먹어도 1일 당 기준치 초과 음료의 당 함량에도 ‘빨간 불’이 들어왔다. 식약처는 음료의 당류 평균 함량이 탄산음료 10.9g, 과채음료 9.7g, 발효유(요구르트) 9.7g, 커피 7.3g 순으로 나타났다고 밝혔다. 탄산음료 중 가장 매출이 많은 코카콜라는 250ml 한 캔당 당 함량이 27g이었다. 웰치그레이프는 46g로 1일 기준치(100g)의 절반에 육박했다. 건강 효능을 표방하는 헬리코박터프로젝트윌 요구르트는 13g의 당을 함유하고 있었다. 커피 제품 중에선 바리스타룰스 카라멜딥프레소가 22g으로 가장 많았다. 질병관리본부에 따르면 19세 이상 성인 남녀는 설탕이 들어간 커피를 일주일에 7회 마신다. 탄산음료는 일주일 평균 1회, 과일주스는 0.5회, 액상요구르트 0.9회, 떠먹는 요구르트 0.7, 등이다. 이를 식약처가 발표한 판매량 1위 제품들에 대입하면 매일 평균 21g의 당을 음료로 섭취하는 셈이다. CGV와 롯데시네마, 메가박스 등 주요 극장에서 파는 일반팝콘은 1개당 당이 0.4g밖에 들어있지 않았다. 치즈나 마늘향을 내는 가루를 첨가한 시즈닝팝콘도 1개당 당이 5.3g 수준이었다. 하지만 캐러멜팝콘으로 알려진 달콤팝콘은 1개당 당 함량이 평균 56.7g이었다. 영화관에서 파는 콜라는 한 잔에 당이 평균 82.5g 들었다. 달콤팝콘과 콜라를 함께 먹으면 당 1일 기준치를 초과한다. 당은 가공식품뿐만 아니라 과일 등을 통해서도 자연스럽게 섭취된다. 가공식품 중에서는 음료를 통한 당 섭취 비중이 가장 크다는 점을 고려하면 마시는 음료를 줄일 필요가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식약처는 2020년까지 당 섭취량을 적정 수준(하루 50g)으로 줄이기 위해 식품의 영양성분 표시 기준을 강화하고 있다. 식품을 구매할 때 영양표시 사항을 확인하는 습관을 들이면 일상생활에서 나트륨이나 당 섭취를 줄이는 데 도움이 된다. 소스나 양념이 포함된 제품은 미리 뿌리기보다 별도로 덜어서 찍어 먹고, 국물을 가능한 적게 먹는 것도 방법이다. 김하경 기자 whatsup@donga.com조건희 기자 becom@donga.com}

다음 중 전날 뷔페에 내놓았다가 다음 날 다시 진열해도 되는 음식은 무엇일까. ①야채튀김 ②방울토마토 ③초밥 ④생크림케이크 16일 식품의약품안전처가 내놓은 ‘뷔페 음식점 등 위생 가이드라인’에 따르면 정답은 ②번이다. 껍질째 보존해 다시 내놓아도 식중독을 일으킬 우려가 적어서다. 식약처 가이드라인에 따르면 뷔페에 한 번 진열한 음식은 원칙적으로 다시 올리지 않아야 한다. 특히 식중독균이 증식하기 쉬운 생선회나 초밥, 김밥, 게장 등은 절대 다시 사용하면 안 된다. 크림이 들어간 빵도 재사용 불가다. 크림은 계란이나 우유로 만들어 상하기 쉽다. 튀김이나 잡채는 공기 중에 놓아두면 몸에 나쁜 물질이 생성될 우려가 높아 남으면 버려야 한다. 칼로 잘라 과육이 노출된 과일도 마찬가지다. 단, 위생과 안전에 문제가 없다고 판단되는 일부 음식은 다시 진열해 사용할 수 있다. 칼로 자르거나 조리하지 않은 과일이나 채소는 다시 씻어 진열해도 무방하다. △껍질째 원형이 보존돼 이물질과 접촉하지 않은 과일이나 견과류 △초콜릿 등 건조된 가공식품 △뚜껑이 있는 그릇에 담긴 김치나 소금 등도 재사용이 가능하다. 식약처가 음식 재사용 가이드라인을 만든 건 8월 해산물 뷔페 프랜차이즈 ‘토다이’의 한 점포가 전날 진열하고 남은 생선회를 데쳐 롤 등에 재사용한 사실이 알려져 논란이 일었기 때문이다. 현행 식품위생법 시행규칙상 손님이 먹고 남은 음식을 다시 쓴 식당은 최고 영업정지 3개월 처분을 받는다. 하지만 당시 토다이는 재사용한 음식이 ‘먹고 남은 것’이 아니라 ‘진열하고 남은 것’이라고 주장해 행정처분을 피했다. 이에 식약처는 진열하고 남은 음식 중 다시 사용할 수 있는 것과 사용할 수 없는 것을 명확히 하는 작업을 진행했다. 이 가이드라인이 담긴 시행규칙은 다음 달 말경 시행된다. 조건희 기자 becom@donga.com}
이모 씨(29·여)는 지난해 2월 유방암 3기 진단을 받았다. 진료실 문을 나설 때는 덤덤했다. 그런데 다섯 살 정도 된 아이가 엄마의 손을 꼭 붙잡고 걷는 모습을 보는 순간 눈물이 쏟아졌다. ‘항암치료를 받고 나면 아이를 갖지 못할 수 있다’는 의사의 말이 귓가에 울렸다. ‘난 이제 엄마가 될 수 없는 거구나….’ 암 수술 걱정보다 ‘불임(不姙)’이 될 수 있다는 상심이 더 컸다. 하지만 이 씨는 “항암치료 전에 난자를 얼려서 보관해두면 나중에 정상적으로 아이를 가질 수 있다”는 의료진의 권유에 희망을 가졌다. 항암치료 전에 난자를 보관했다. 좋은 엄마가 되기 위해서라도 하루빨리 완쾌되자고 다짐한 덕분인지 지난해 11월 항암치료를 마친 뒤 건강을 되찾고 있다. 젊은 암 환자는 방사선 치료를 받거나 항암제를 투약하면 난소나 고환의 생식세포가 손상돼 불임이 될 수 있다. 어렵게 아이를 갖더라도 기형아로 태어날 가능성도 상대적으로 높다. 14일 자유한국당 김승희 의원이 건강보험심사평가원으로부터 제출받은 자료에 따르면 지난해 가임기(15∼39세) 암 환자 13만8073명 중 1만5521명이 항암제를 투약했고 5687명이 방사선 치료를 받았다. 이들 중 상당수가 불임 공포에 시달리고 있다. 다만 항암치료를 받았더라도 항암치료 전 난자나 정자를 채취해 냉동 보관했다가 완치 후 체외에서 수정해 자궁에 이식하면 정상적으로 출산할 수 있다. 이런 시술의 성공률은 일반 난임 부부 사이에서 30% 수준인데, 암 완치자도 크게 다르지 않다. 정경아 이대목동병원 산부인과 교수는 “암 때문에 자궁을 적출하는 수술을 받은 게 아니라면 대체로 체외수정 성공률에 영향을 미치지 않는다”고 말했다. 하지만 난자나 정자를 채취하거나 보관하는 비용엔 건강보험이 적용되지 않는다. 채취 뒤 5년간 보관할 때 드는 비용은 난자가 약 250만∼400만 원, 정자가 100만∼200만 원 수준이다. 이는 전부 환자가 부담해야 한다. 건강보험이 되지 않으니 이를 권유하는 절차도 따로 없다. A 씨(31·여)는 3년 전 항암치료를 받았지만 당시엔 난자를 얼려두면 좋다는 조언을 듣지 못했다. 최근 A 씨는 임신 성공률이 10% 미만으로 떨어진 상태라는 진단을 받고 크게 실망하고 있다. 김 의원은 “정부가 저출산 해소를 위해 난임 부부의 체외수정 시술에 건강보험 혜택을 지원하듯 암 환자의 난자 및 정자 냉동에도 혜택을 줘야 한다”고 지적했다. 현재 난임 부부는 체외수정 시술 시 진료비의 30%만 부담한다.조건희 기자 becom@donga.com}
국민연금 제도 개선을 위한 정부안이 소득대체율을 현행 40%에서 45%로 상향해 노후 보장을 강화하는 안이 될 것으로 보인다. 11일 보건복지부와 국민연금제도발전위원회 등에 따르면 현재 정부안은 △소득대체율 45% △보험료율 1∼2% 인상으로 의견을 모으고 다음 주경 이를 발표할 것으로 확인됐다. 8월 제도발전위가 제안한 두 가지 안 중 ①안에 가까운 형태로 ‘더 내고 더 받는’ 방식이다. 당시 제도발전위는 국민연금이 3차 재정추계(2013년)보다 3년 앞당겨진 2057년 고갈될 것으로 추계하면서 그 대안으로 소득대체율을 45%로 상향하면서 보험료율을 현행 소득의 9%에서 ‘내년 11%, 2034년 12.3%’로 인상하는 ‘노후보장안’(①안)과 소득대체율을 40%로 유지하면서 ‘2029년까지 보험료율을 13.5%’로 인상하는 ‘재정균형안’(②안)을 제시했다. 정부안은 재정보다는 일단 노후 보장 강화에 초점을 맞춘 셈이다. 복지부는 이달 중순까지 정부안을 확정해 언론에 사전 브리핑을 한 후 19일 전후에 공청회를 열고 세부 내용을 공개할 방침이다.김윤종 zozo@donga.com·조건희 기자}

“무작정 소득대체율을 45%로 높이는 방향으로 밀어붙이면 안 됩니다. ‘노후보장 강화’가 중요해도 국민들이 납득할 수 있게 구체적 재정추계와 목표, 재정안정화 방안을 제시해야 합니다.” 국민연금 제도발전위원회 내에서 일어난 논쟁이다. 위원 14명 중 대다수가 소득대체율을 현행 40%에서 45%로 상향하는 ‘노후보장안’(①안)에 찬성했다. 여기에 보건복지부도 ①안을 토대로 ‘정부안’을 만들어가자 A 위원이 정면으로 문제를 제기했다. 또 다른 위원도 “소득대체율을 현행(40%)대로 유지하면서 보험료를 올려야 재정이 안정된다”며 “①안은 미래세대에 무책임한 방안”이라고 비판했다. 결국 A 위원은 지난달 말 제도발전위를 사퇴했다.○ 소득대체율 45% 상향 유력 제도발전위의 내부 갈등은 정부가 소득대체율을 45%로 상향하는 ①안으로 의견이 모아지면서 촉발됐다. 제도발전위 내에선 애초 ①안과 소득대체율을 40%로 유지하면서 보험료율을 크게 올리는 ‘재정균형안’(②안)이 맞서면서 올해 8월 두 안을 모두 제시했다. 현재 국민연금 소득대체율은 45%지만 매년 0.5%포인트씩 떨어져 2028년부터 40%를 유지하게 돼 있다. 소득대체율이 40%면 월평균 소득이 100만 원일 경우 65세 이후 매달 연금으로 40만 원을 받게 된다. 하지만 소득대체율이 45%로 유지되면 그만큼 국민연금 가입자에게 더 많은 이득이 돌아간다. 문제는 더 받는 만큼 얼마나 ‘더 내도록’ 할 것이냐다. ①안에선 소득대체율을 45%로 올리는 대신에 현재 9%인 보험료율을 내년 11%로, 2034년 12.3%로 각각 올리도록 했다. 보험료율을 내년에 즉시 2%포인트 올린다면 국민들의 반발이 클 수밖에 없다. 이에 정부안은 소득대체율 45%라는 ‘당근’을 제시하는 한편 보험료율 인상률을 바로 올리는 ‘즉시 인상안’과 인상 속도를 조절하는 ‘단계적 인상안’을 제시할 것으로 보인다. 여기에 현재 468만 원인 보험료 부과 소득상한선을 더 올리는 방안이 포함될 예정이다. 이에 앞서 복지부는 9월부터 최근까지 국민 여론을 수렴하는 작업을 진행해왔다. 8월 발표된 4차 재정추계 결과 국민연금 고갈 시기가 2057년으로 3차 추계(2013년) 때보다 3년 앞당겨지면서 보험료율 인상, 수급연령 상향 조정 등 제도 개선이 시급하다는 제도발전위의 권고에 따라 정부안을 국회에 제출하기 위해서다.○ 중장년층 유리하지만 청년층에겐 큰 부담 정부안은 소득대체율을 높여 ‘노후보장성 강화’란 명분을 쌓고, 이를 토대로 보험료 인상에 대한 반발을 줄이려는 의도로 보인다. 다만 이 같은 정부안은 부담을 미래 청년세대에게 전가시킬 수 있다. 일각에서는 정권 차원에서 2020년 4월 총선, 2022년 대선을 감안해 당장의 선거 결과에 더 많은 영향을 미치는 중장년층과 고령층에게 유리한 개편 방향을 채택한 것 아니냐는 지적도 나온다. 실제 소득대체율을 45%로 올리는 ①안의 경우 보험료율을 2034년까지 단계적으로 12.3%로 올린 이후 재정계산을 할 때(5년)마다 조정하면 기금 고갈 시점인 2088년 이전까지는 적립금을 남길 수 있는 것으로 발표됐다. 하지만 동아일보 취재팀이 분석해보니 실제 계산 결과는 달랐다. 자유한국당 김승희 의원이 국회 예산정책처로부터 제출받은 추계 결과를 보면 소득대체율을 45%로 올릴 경우 연금 재정에 추가로 누적되는 부담은 2030년까지는 2조 원 이하다. 하지만 2040년 22조 원, 2050년 101조 원, 2060년 267조 원 등으로 기하급수적으로 커진다. 따라서 보험료율을 내년에 바로 13%로 4%포인트를 올려도 적립금 고갈 시기가 2069년으로 제도발전위 목표(2088년)보다 19년 앞당겨진다. 보험료율을 15%로 올려도 2075년까지 버티는 게 고작이다. ①안대로 보험료 인상 시기를 미루면 20년 후 보험료율이 급격히 오를 수밖에 없다는 결론이 나온다. 미래 세대일수록 부담이 크다는 의미다. 사퇴한 제도발전위 A 위원도 ①안 자체가 ‘2088년까지 적립배율 1배’라는 국민연금 개편의 기본 원칙을 지키지 않은 채 발표됐다는 점을 비판했다. 2088년 1월에 국민연금이 보유한 기금이 한 해 연금을 모두 지급할 수준(적립배율 1배)이 돼야 한다는 재정 목표에 맞지 않다는 것이다. 김상균 제도발전위원장(서울대 사회복지학과 명예교수)은 “①안은 20년 후의 재정 계획이 ‘백지’에 가깝다는 단점이 있다”며 “생산가능 인구가 더 줄어들기 전에 보험료율을 조기에 올리는 방안을 검토해야 한다”고 말했다. 이 같은 우려를 염두에 둔 듯 10일 국회 보건복지위 국정감사에서 박능후 복지부 장관은 “어떤 형태로든 국민연금 국가 지급을 법제화하는 것이 바람직하다”고 밝혔다. 국민연금 기금 고갈 시 정부가 연금 지급을 약속하는 ‘국가 지급보장 명문화’ 추진 계획을 공식화한 셈이다.김윤종 zozo@donga.com·조건희 기자 :: 소득대체율 ::가입자의 은퇴 전 평균 소득 대비 노후 국민연금 수령액이 차지하는 비중을 뜻한다. 60세까지 월평균 소득이 100만 원이고, 65세 이후 국민연금으로 45만 원을 받으면 소득대체율은 45%다.}
일본 우익의 혐한(嫌韓) 발언에 맞서 ‘선플(선한 댓글) 운동’을 펼친 일본 인권단체가 ‘인터넷평화상’의 첫 수상자로 선정됐다. 선플운동본부(이사장 민병철)는 11일 서울 성동구 한양대 HIT대강당에서 열린 시상식에서 2007년부터 악플 추방 활동을 펼친 ‘헤이트 스피치를 용서하지 않는 가와사키(川崎) 시민네트워크’에 1회 선플 인터넷 평화상 ‘실천부문상’을 수여했다. 일본의 사이버윤리 전도사인 오기소 겐(小木曾健·45) 씨는 ‘교육부문상’을 받았다. 선플운동본부는 비방과 허위사실 유포를 막고 용기와 희망을 주는 선플을 달자는 취지에서 올해 이 상을 제정했다. 조건희 기자 becom@donga.com}

A 씨(81·여)는 치매와 지체장애를 지닌 어머니 전모 씨(100)를 10년째 홀로 모시고 있다. 전 씨가 몸을 가누지 못해 A 씨가 속옷과 이불을 갈아준다. 별도의 재산은 없다. 벌이는 기초연금이 고작이다. 전남 고흥군의 한 사찰이 방을 내주지 않았다면 모녀가 의탁할 곳은 없었을 것이다. 하지만 전기요금이 아까워 한겨울에도 전기장판조차 맘 놓고 틀지 못한다. A 씨는 “사는 게 뭔지 모르겠지만 어머니처럼 오래 살고 싶지는 않다”고 했다.○ 100세 이상 98.8%가 월 소득 ‘0원’ 100세 넘게 장수하는 ‘호모 헌드레드(Homo Hundred·100세 인간)’ 시대가 오고 있지만 현재 100세 이상 노인은 심각한 절대빈곤에 시달리고 있다. 국민건강보험공단이 지난해 건강보험료 산정을 위해 파악한 국내 100세 이상 노인 4753명의 재산 명세를 보니 이들의 평균 재산은 1712만 원에 불과했다. 그나마 토지가 1120만 원, 주택이 460만 원으로 당장 현금화하기 힘든 재산이 대부분이었다. 특히 100세 이상 노인 중 1%인 47명이 보유한 재산 587억7304만 원을 제외하면 나머지 99%(4706명)의 재산은 1인당 평균 480만 원에 그쳤다. 지난해 국민연금연구원이 조사한 80대 이상 고령자 1인 가구의 최소 생활비는 월 81만6000원, 연 979만2000원이었다. 1년 치 최소 생활비라도 보유한 100세 이상 노인은 342명(7.2%)에 불과했다. 전 재산이 0원인 100세 이상 노인은 무려 4097명(86.2%)이나 됐다. 기초연금을 제외하고 예금 이자 등 별도의 수입이 있는 100세 이상 노인을 찾기는 더 어려웠다. 4753명 중 98.8%인 4698명의 월 소득이 0원이었다. 94.1%인 4474명은 기초연금으로 월평균 20만4623원을 받았다. 100세 노인 대다수가 생계를 국가와 후손에게 의존하고 있는 셈이다. 이는 100세 이상 노후를 준비한 이가 거의 없다는 의미다.○ ‘홀로 사는 100세’ 20년 안에 9배로 현재 100세 이상 대다수는 자녀나 손자녀가 많다. 전남 해남군 큰아들 집에서 사는 김모 씨(100·여)는 매달 15만 원가량 병원비를 쓰지만 여섯 자녀가 나눠 부담해 자녀들의 부담이 크지 않다. 김 씨 역시 자기 수중에 돈이 없지만 생계에 큰 어려움이 없다. 베이비부머(1955∼1963년생)가 100세가 될 즈음엔 얘기가 달라진다. 통계청에 따르면 올해 100세 이상 홀몸노인은 961명으로 추산된다. 10년 전인 2008년(87명)보다 11배 늘었다. 100세 이상 홀몸노인은 2038년 8391명, 2041년 1만373명, 2045년 1만2498명으로 급격히 늘어날 것으로 예측된다. 소득도 가족도 없는 노인에게 기초연금은 최후의 보루다. 내년 기초연금 예산은 11조5000억 원이다. 향후 노인 인구, 특히 소득 없는 노인이 급격히 늘면서 2045년 기초연금에 들어갈 예산은 120조 원이 넘을 것으로 전망된다. 이 때문에 일부 전문가는 기초연금제도의 지속 가능성에 의문을 제기한다. 자손에게 의지할 수 없는 초고령자들을 국가가 모두 떠안을 수 있을지 누구도 장담할 수 없다는 얘기다.○ “95세까지 산다고 보고 노후 준비해야” 재무 전문가들은 노후 필요자산을 계산할 때 자신의 기대수명보다 10년 더 살 것으로 가정하라고 조언한다. 경제협력개발기구(OECD)에 따르면 현재 65세인 한국 여성은 88세까지, 남성은 83세까지 살 것으로 예측된다. 기대수명이 계속 늘어날 것을 감안하면 지금 40, 50대는 자신이 95세까지 산다고 가정하고 노후를 준비해야 한다는 뜻이다. 아직 국민연금에 들지 않은 자영업자나 전업주부가 있다면 하루빨리 가입해야 한다. 국민연금은 보험료 대비 수령액의 비율인 수익비가 1.9 수준으로 개인연금보다 훨씬 높다. 30, 40대라면 자기 소득의 30% 정도를 연금으로 부으면 노후 걱정이 없다. 회사원이라면 소득의 9%가 국민연금으로, 8%가량이 퇴직연금으로 자동 납부되니 나머지 13%를 개인연금에 투자하면 된다. 연금에 전혀 가입하지 않은 50대라면 개인연금과 개인형퇴직연금(IRP)을 세액공제 한도(각 연간 400만 원, 300만 원)까지 넣고, 부족하다 싶으면 여유자금을 IRP 이자세 혜택 한도(연간 1100만 원)까지 추가로 적립하거나 개인종합자산관리계좌(ISA)를 알아볼 것을 권한다. 은퇴할 때가 됐는데 모아둔 돈이 없다면 노후 필요자산 자체를 줄이기 위해 허리띠를 졸라매는 수밖에 없다. 최근 1년간 카드 사용 및 출금 명세를 찬찬히 들여다보면 불필요한 지출을 줄일 수 있다. 질병 치료를 위한 돈은 따로 모아두는 게 좋다. 국민연금공단 지사를 찾아가면 재무와 건강 등 노후 컨설팅을 무료로 해준다. 박진 NH투자증권 ‘100세 시대 연구소’ 소장은 “은퇴 후 40년이 인생의 ‘보너스’가 되려면 젊었을 때부터 돈을 쓰고 모으는 방식이 잘못되지는 않았는지 틈틈이 점검해야 한다”고 말했다.조건희 기자 becom@donga.com}

국내 100세 이상 인구가 10년 만에 3배에 가깝게 급증한 것으로 나타났다. 이들이 가장 많이 걸린 질환은 고혈압과 치매였고, 경기도(969명)와 서울(797명)에 가장 많이 살고 있었다. 인구 대비로는 제주가 10만 명당 100세 이상 인구 16.4명으로 가장 많았다. 9일 동아일보 취재팀과 자유한국당 김승희 의원이 보건복지부 등으로부터 제출받은 자료를 분석해 보니 국내 거주가 확인된 100세 이상 인구는 지난해 기준 4793명이었다. 2007년 통계청 조사에선 1764명이었다. 100세 이상은 10년 뒤 1만 명을 돌파한 뒤 2058년 10만 명으로 급증할 것으로 전망된다. 의학의 발달로 100세 이상 인구가 증가하는 ‘호모 헌드레드(Homo Hundred·100세 인간)’ 시대가 본격화되는 것이다. 하지만 최근 10년 새 치매 등 만성질환 탓에 요양병원이나 요양원에 머무른 적 있는 100세 이상 노인이 1928명으로 전체의 40.2%나 됐다. 이들이 요양시설에 머무른 평균 기간은 6년 11개월이다. 100세 이상의 평균 재산은 1712만 원이었지만 한 해 본인 부담 진료비는 1인당 120만 원 수준이었다. 대다수는 존엄을 지키기 어려운 삶을 살고 있다는 뜻이다.조건희 becom@donga.com·김하경 기자}

8일 오후 경북 포항시 북구 흥해읍 자택에서 만난 김근석 씨(100)는 33세인 기자보다 걸음이 빨랐다. 거침없이 도랑과 풀밭을 지나 뒷동산에 오른 김 씨는 사과나무를 손질하기 시작했다. 3년 전 사별한 아내(당시 91세)의 묘 앞에 심어둔 사과나무를 직접 돌보는 건 김 씨의 하루에서 빼놓을 수 없는 일과다. 김 씨는 “나무를 보는 게 제일 재밌어. 경로당엔 여든 살이 갓 넘은 ‘젊은 것들’뿐이라 말이 안 통하거든”이라며 웃었다. 동아일보 취재팀은 전국 100세 이상 노인 중 치매가 없고 거동이 자유로우며 자택에 거주하는 7명을 선별해 ‘65세 이후 건강관리를 어떻게 해왔는지’ 물었다. 7명 모두 “적어도 이틀에 한 번은 외출했다”고 답했다. 김 씨는 동네 산책과 별개로 사흘에 한 번은 시내버스를 타고 읍내에 나가 공과금을 내거나 사람 구경을 한다. 규칙적으로 몸을 움직이고 사람을 만나는 습관이 관절 질환과 노년기 우울증의 예방책이었던 셈이다. 취미 생활을 장수 비결로 꼽은 노인도 7명 중 6명이었다. 대전 동구 대청호수 옆 이상윤 씨(101)의 자택에는 수묵화와 붓글씨, 심리치료사 교육 이수증 등 ‘취미의 증거’가 빼곡히 붙어 있었다. 7년 전 검도를 처음 배우기 시작해 공인 2단까지 딴 이 씨는 최근엔 그림에 더 빠져 있다. 취미를 가지면 집중할 거리가 생기고 몸을 즐겁게 움직일 수 있다는 게 그의 설명이다. 경북 영양군에 사는 신현이 씨(100·여)는 취미 삼아 참여하고 있는 노인일자리사업(환경미화)이 삶의 활력소다. 유니폼인 노란 조끼를 입고 다른 노인들과 어우러져 동네를 청소하고 나면 소속감과 보람을 느낀다고 한다. 7명 중 4명은 욕심 없이 마음을 편하게 먹을 것을 당부했다. 서울 노원구에 사는 박순자 씨(100·여)의 딸 길옥근 씨(69)는 “살면서 집안에 힘든 사건도 많았는데, 어머니가 한 번도 불평하지 않고 자손들에게 ‘긍정적으로 생각해야 한다’고 조언했다”고 전했다. 포항·대전=조건희 becom@donga.com / 김윤종 기자}
국민연금공단의 기업 경영 참여가 쉬워진다. 국민연금 최고의결기구인 기금운용위원회는 5일 전체회의를 열어 위원 20명 중 3분의 1 이상(7명 이상)이 동의하면 안건을 전체회의에 올릴 수 있도록 법령을 바꾸기로 했다. 지금까지는 특정 기업의 이사 추천이나 위임장 대결 등 특별 안건을 전체회의에 올릴 수 있는 사람은 당연직 위원장인 보건복지부 장관밖에 없었다. 하지만 법령이 바뀌면 위원장이 반대해도 근로자 대표(3명)나 지역가입자 대표(6명) 등이 특정 기업 경영에 참여하는 안건을 올릴 수 있다. 각계 추천 위원의 권한을 키우자는 취지지만 경제에 큰 영향을 미치는 사안을 일부 위원이 합의해 추진할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국민연금은 7월 ‘국민연금기금 수탁자 책임에 관한 원칙(스튜어드십 코드)’을 도입하며 “기금운용위원회가 의결하면 기업 경영 참여권을 행사할 수 있다”고 명시했다. 전체회의에 올라온 안건은 ‘과반(11명 이상) 출석에 과반 찬성’으로 통과된다. 이에 유정주 한국경제연구원 기업혁신본부장은 “기업으로선 특정 이해관계 집단이 구체적 기준 없이 여론에 따라 경영에 간섭하는 ‘마녀사냥’을 당할 수 있다는 우려가 더 커진 셈”이라고 지적했다. 이날 기금운용위는 각 단체가 추천해 복지부 장관이 위촉하는 외부 위원의 요건으로 ‘금융이나 경제, 자산운용, 법률, 사회복지 분야의 경력 3년 이상’을 신설했다. 자산운용의 기본 개념을 이해하지 못하는 비전문가들이 630조 원이 넘는 기금을 책임지고 있는 데 대한 비판 여론을 반영한 것이다. 복지부는 이런 내용의 국민연금법 시행령 개정안을 다음 달 초 입법예고한 뒤 내년 상반기에 시행할 방침이다.조건희 becom@donga.com·황태호 기자}
4일 서울의 한 시립병원에 입원해 있던 활동성 결핵 환자가 출근시간대 지하철에 타는 바람에 승객들이 전원 하차하는 소동을 빚었다. 보건당국은 전파 위험성이 높지 않다고 보고 있지만 격리가 필요한 결핵 환자가 도심을 활보해 시민들이 불안해하고 있다. 이날 오전 8시 18분쯤 서울 지하철 3호선 구파발행 열차에 타고 있던 승객이 “환자복을 입은 사람이 타고 있다”고 역무실에 신고했다. 당시 전철은 3호선 경찰병원역을 지나친 상황이었다. 이후 오전 8시 20분경 대청역에서 서울교통공사 직원이 A 씨(59)를 데리고 열차에서 내렸다. A 씨는 자신의 상태를 살피던 대청역 직원에게 결핵 환자라고 말했다. 출동한 소방대원이 검사한 결과 A 씨는 전파성이 있는 ‘활동성 결핵’ 환자인 것으로 밝혀졌다. 서울교통공사는 오전 9시경 해당 열차를 안국역에 멈춰 세운 뒤 승객들을 전원 하차시켰다. 차량기지에서 내부 소독을 하기 위해서였다. A 씨는 결핵 진단을 받고 은평구의 한 시립병원에 입원한 노숙인인 것으로 전해졌다. 가족을 만나겠다며 3일 저녁 병원을 빠져나왔다. 서울교통공사는 A 씨를 원래 입원한 병원으로 돌려보냈다. 결핵 전문으로 알려진 해당 병원 측은 “개방형 병동이라 수십 명의 결핵 환자를 일일이 통제할 수 없다. 관리 인력이 부족한 상황”이라고 했다. 질병관리본부는 A 씨로 인해 결핵균이 퍼졌을 가능성은 낮다고 보고 있다. 현행 기준에 따르면 ‘활동성 결핵 환자와 하루 8시간, 일주일에 5일 이상 같은 공간에서 생활한 사람’이 검진 대상이 된다.권기범 kaki@donga.com·조건희 기자}

환경부가 4일 한강 이포보 수문을 정식으로 부분 개방했다. 한강에는 보가 3개 설치돼 있는데, 시범 개방 때 이외에 수문을 연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정부는 이달 중 낙동강 낙단보와 구미보, 금강 백제보 등을 완전 개방한다. 4대강 전체 16개 보 가운데 13개를 개방해 수질 변화를 살피겠다는 것이다. 하지만 강 수위가 낮아지면서 농민들의 피해가 우려된다. 2012년 6월 준공된 이포보는 취수제약 수위인 26.4m까지 수문을 연다. 다음 달 10일 이후엔 수막재배를 하는 농민들의 피해를 감안해 수위를 다시 올릴 계획이다. 수막재배는 겨울철 비닐하우스 외부에 얇은 지하수 줄기를 뿌려서 수막을 만들어 비닐하우스 내부 온도를 높이는 농법이다. 지하수위가 낮아지면 비닐하우스 속 농작물이 냉해를 입을 우려가 있다. 한강 강천보와 여주보는 주변에 대형 취수장이 있어 당장 개방하지 않는다. 현재 부분 개방 상태인 금강 백제보는 이달 중순 완전 개방된다. 지난달 백제문화제 행사 때문에 잠시 물을 가둬둔 금강 공주보는 수문을 다시 열어 최저수위에 도달해 있다. 백제보 수문을 완전히 열면 금강은 4대강 중 처음으로 모든 보를 전부 개방한 강이 된다. 영산강 죽산보도 다음 달 1일 부분 개방에서 완전 개방으로 전환돼 영산강의 2개 보 역시 모두 열린다. 낙동강 8개 보 가운데 구미보는 이달 15일, 낙단보는 이달 중순 처음으로 개방한다. 환경부가 4대강 보를 동시다발적으로 개방하는 건 보 때문에 녹조 현상이 심해졌다는 환경단체의 지적에 따른 것이다. 만약 보 개방 이후 뚜렷하게 수질이 좋아지면 보 철거 목소리가 커질 것으로 보인다. 다만 일각에선 4대강 보 개방 및 모니터링 확대 시기에 문제가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녹조에 큰 영향을 미치는 독성 남조류는 27도 이상에서 잘 자라기 때문에 한여름에 추적해야 한다는 것이다. 현재는 수문 개방 이후 녹조가 줄어들어도 수문을 열었기 때문인지, 기온이 떨어졌기 때문인지 구분하기 힘들다. 서동일 충남대 환경공학과 교수는 “물의 체류 시간과 유속 이외에도 강바닥의 오염 여부 등이 녹조에 큰 영향을 미친다”며 “현재의 모니터링 방식은 암 환자가 곡기를 끊고 암세포가 죽는지 보겠다는 것과 같다”고 비판했다.조건희 기자 becom@donga.com}
그리스인 A 씨(59)는 지난달 7일 오후 4시 51분 아랍에미리트(UAE) 두바이를 거쳐 인천국제공항에 도착했다. 이튿날부터 A 씨를 찾기 위해 테러 용의자 수색을 방불케 하는 추적이 시작됐다. A 씨가 메르스(MERS·중동호흡기증후군) 확진자 B 씨(61)와 같은 항공기를 타고 입국한 만큼 ‘일반 접촉자’로 관리가 필요했기 때문이다. 하지만 A 씨가 입국신고서에 적은 전화번호는 먹통이었다. 체류 장소라던 호텔에선 하루만 묵고 어디론가 사라졌다. 경찰과 주한 그리스대사관까지 나섰지만 당국은 끝내 A 씨의 행방을 찾지 못했다. 그는 입국 9일 만인 16일 출국했다. 보건당국은 그가 출국한 다음 날에야 그의 출국 사실을 알고 접촉자 명단에서 제외했다. A 씨처럼 입국 후 행방이 묘연한 외국인 접촉자들은 이번 메르스 대처 과정에서 드러난 허점 중 하나다. 확진자 B 씨가 다행히 기침 등 호흡기 증상을 보이지 않아 기내에 감염자가 없었지만, 만약 바이러스에 감염된 접촉자가 ‘추적 불가’ 속에 도심을 활보했다면 2015년과 같은 메르스 대유행 사태가 재연될 수 있었다. 질병관리본부가 3일 자유한국당 김승희 의원에게 제출한 ‘행방 미확인 메르스 접촉자 명단’에 따르면 B 씨와 같은 항공기를 탄 승객 중 94명의 소재가 지난달 9일 오후 6시까지 확인되지 않았다. 메르스는 통상 감염 후 이틀의 잠복기를 거쳐 증상이 나타난다는 점을 감안하면 지난달 9일은 메르스 2차 전파를 막을 첫 번째 ‘골든타임’이었다. 그럼에도 이때까지 100명 가까운 접촉자의 행방을 알지 못한 것이다. 94명 중 한국인은 38명이었다. 이 중 24명은 모르는 번호로 전화가 걸려왔다는 등의 이유로 보건당국의 전화를 받지 않다가 나중에 연락이 닿았다. 나머지 14명은 연락처를 제대로 적지 않았지만 보건소 담당자가 자택으로 찾아가 모두 소재를 파악했다. 문제는 23개국에서 온 외국인 56명이었다. 전화를 제때 받지 않은 2명을 제외한 54명은 모두 입국신고서에 연락처를 적지 않거나 잘못된 연락처를 적었다. 더욱이 이 중 18명은 체류 장소로 신고한 숙소에서도 찾을 수 없었다. 필리핀인 S 씨(24·여)는 체류하기로 한 호텔의 예약을 취소한 채 사라졌고, 모로코인 B 씨(21)는 표기한 호텔의 예약자 명단에 아예 없었다. 질병관리본부는 이들을 찾기 위해 경찰과 함께 공항 도착 후 동선을 폐쇄회로(CC)TV로 일일이 추적해야 했다. CCTV 추적에 실패하면 각국 대사관을 통해 본국에 있는 가족에게 연락했다. 이렇게 외국인 접촉자의 행방을 파악하는 데만 꼬박 열흘이 걸렸다. 그럼에도 A 씨 등 4명의 행방은 스스로 출국할 때까지 찾지 못했다. 다행히 추가 감염자가 나오지 않았지만 외국인 접촉자의 소재 파악 문제는 이번 기회에 바로잡아야 한다는 지적이 나온다. 임채만 서울아산병원 호흡기내과 교수는 “최소한 메르스가 유행하는 중동 지역에서 입국한 외국인만이라도 주소와 연락처를 정확하게 확인하는 절차가 필요하다”고 말했다.조건희 기자 becom@donga.com}
국립중앙의료원 직원들이 인플루엔자(독감) 백신을 반값에 사들여 지인에게 투약하다가 적발됐다. 3일 국립중앙의료원이 자유한국당 김순례 의원에게 제출한 내부 감사보고서에 따르면 이 의료원 건강증진예방센터 소속 A 씨는 지난달 18일 지인으로부터 독감 백신을 1개당 1만5000원에 총 550개를 구입했다. 동네의원에선 3만∼4만 원에 팔리는 제품이다. A 씨는 이 백신을 동료직원 102명에게 같은 값에 되팔았고, 23명은 백신을 외부로 갖고 나가 주변 사람들에게 주사했다. 약사가 아님에도 의약품 거래를 중개하거나 의사의 처방 없이 독감 백신을 놓아주는 건 모두 위법이다. 국립중앙의료원은 이를 파악하고 내부감사를 벌여 백신을 수거했지만 126개는 이미 접종이 완료된 상태였다. 의료원은 백신을 주변 사람에게 주사한 23명을 징계하고 나머지 79명에겐 주의나 경고 처분을 내렸다. 또 최초 구입자인 A 씨는 중간에서 수수료를 챙겼는지 확인하기 위해 경찰에 수사의뢰하기로 했다. 김 의원은 “진상을 철저히 규명하고 관련자를 엄중히 처벌해 공공의료의 중심기관으로서 신뢰를 회복해야 한다”고 지적했다.조건희 기자 becom@donga.com}

된장 등 발효식품 5개 중 1개에서 고혈압이나 식중독을 일으킬 수 있는 유해물질 ‘바이오제닉아민’이 권고치보다 많이 검출된 것으로 확인됐다. 건강한 사람은 스스로 해독할 수 있지만 특정 약을 복용하는 고혈압 환자에겐 치명적일 수 있다. 정부가 장류 제조업체의 위생 상태를 점검하고 바이오제닉아민 함량을 의무 기준으로 관리해야 한다는 지적이 나온다. 식품의약품안전처는 2016년 국내 제조업체가 제출한 된장과 간장, 액젓 등 장류 제품 206개를 검사한 결과 41개(19.9%) 제품에서 권고치(제품 1kg당 500mg 이하)가 넘는 바이오제닉아민이 검출됐다고 2일 밝혔다. 권고치 초과 검출률은 2014년 6.5%, 2015년 19.3% 등으로 꾸준히 높아지고 있다. 3년간 바이오제닉아민이 가장 많이 검출된 제품은 된장(83개) 간장(50개) 액젓(19개) 순이었다. 이 중 63개 제품에선 바이오제닉아민이 1kg당 1000mg 이상이 검출돼 권고치의 2배가 넘었다. 한 업체의 간장에선 제품 1kg당 최고 3220mg이 검출됐다. 바이오제닉아민은 단백질이 발효되는 과정에서 발생하는 질소화합물이다. 이 중 히스타민은 혈관과 신경을 자극해 피부 염증과 두통, 복통을 일으킬 수 있다. 또 티라민이란 물질은 혈관을 급속히 좁혀 혈압을 높인다. 이 물질들을 80도 이상에서 1시간 이상 가열하거나 위장 내 다른 물질과 결합하면 발암물질로 변질될 수도 있다. 국내 연구에 따르면 하루 세 끼 모두 바이오제닉아민이 권고치를 3배 초과한 된장으로 식사할 경우 하루 동안 섭취하게 되는 히스타민과 티라민은 각각 8.9mg, 13.3mg 수준이다. 일반적으로는 체내 효소가 분해할 수 있는 양이다. 하지만 술을 많이 마셨거나 ‘페넬진’ 등 특정 우울증 치료제를 복용하는 경우 체내 효소가 제대로 작동하지 않는다. 티라민을 6mg만 섭취해도 우울증 치료제를 먹는 고혈압 환자에겐 치명적일 수 있다는 연구 결과도 있다. 1960년대 유럽에선 실제로 바이오제닉아민이 들어간 치즈를 먹은 사람들이 뇌출혈과 심장마비 등으로 사망해 각국 정부가 제조 공정 개선에 나섰다. 장류 속 바이오제닉아민을 줄이려면 제조 공정을 위생적으로 관리하고 제품에 마늘 추출물 등을 첨가해야 한다. 또 일반적으로 고온이 아닌 저온에서 숙성시킨 된장이 더 안전하다. 식약처는 제조업체들에 이런 공정을 홍보하고 있지만 업체들의 참여가 저조하다. 현행 기준은 권고치에 불과해 지키지 않아도 불이익이 없기 때문이다. 이계호 충남대 화학과 명예교수는 “국내 학계와 업계에선 ‘장류에서 유해물질이 나온다’는 언급 자체를 금기시하는 분위기가 있다”며 “권고치가 아닌 의무 기준치를 둬야 한다”고 지적했다.조건희 기자 becom@donga.com :: 바이오제닉아민 ::단백질이 발효될 때 발생하는 질소화합물의 총칭. 된장과 간장 등 장류에서 주로 검출된다. 이 중 히스타민은 설사와 복통을, 티라민은 고혈압을 초래할 수 있는 유해물질이다.}

시판 중인 영유아 물티슈 14개 제품에서 기준치 이상의 일반 세균과 진균이 나왔다. 식품의약품안전처는 지난해 5억 원어치 넘게 생산했거나 업체별로 가장 많이 팔린 영유아 물티슈 147개 제품을 수거해 검사한 결과, ㈜하임의 ‘지후맘 베이비스타 오리지널’ 등 14개 제품에서 기준치(mL당 100마리 이하)를 초과하는 세균 및 진균이 검출됐다고 20일 밝혔다. 적발된 제품이 국내 영유아 물티슈 시장에서 차지하는 비중은 약 2%로 추정된다. 식약처는 이 제품들의 판매를 중지하고 소비자들의 반품을 당부했다. 일반 세균은 대장균이나 녹농균처럼 직접적으로 질병을 일으키지 않는다. 다만 완제품에서 세균이 많이 나왔다는 건 제조 과정이 비위생적이라는 의미다. 언제든 유해균이 섞일 수 있는 셈이다. 판매 중지 조치를 내린 것도 영유아가 하루 종일 접촉하는 제품인 만큼 더 위생적으로 제조 과정을 관리하라는 뜻이다. 이번에 보존제 성분이나 중금속 등 피부자극 물질은 검출되지 않았다. 이번 조사는 4월 개설한 ‘국민청원 안전검사제’ 홈페이지에서 6월까지 영유아 물티슈에 대한 검사 요구가 두 번째로 많은 동의(141명)를 얻어 실시됐다. 가장 많은 동의(195명)를 얻은 어린이용 기저귀에 대한 검사 결과는 12월경 나온다.조건희 기자 becom@donga.com}
19일 성윤모 산업통상자원부 장관 후보자의 국회 인사청문회에서 야당은 문재인 정부의 탈원전 에너지전환 정책과 이에 대한 성 후보자의 견해를 집중 공격했다. 자유한국당 이철규 의원은 성 후보자가 노무현 정부 때인 2006년 원전 추가건설 등을 골자로 한 제3차 전력수급기본계획을 담당한 점을 지적하며 “이제 와서 원전을 확대해서는 안 된다고 하려면 이유가 있어야 한다”고 추궁했다. 이에 대해 성 후보자는 “원전 안전에 대한 국민들의 요구가 높아지면서 단계적 원전 감축 등 에너지전환을 추진하고 있다. 이는 세계적 추세”라고 탈원전 정책을 찬성한다는 뜻을 분명히 했다. 탈원전 속도가 지나치게 빠르다는 야당 측의 비판에 대해서도 “우리나라 전력수급 계획에 따르면 원전 비중은 2016년 30%, 2030년 24%로 6%포인트밖에 줄지 않는다”며 “독일과 대만은 10년간 원전 제로 정책을, 프랑스는 10년간 25% 감축인 걸 감안하면 우리나라 탈 원전 속도가 빠르다고 생각하지 않는다”고 강조했다. 원전 감축으로 전기요금이 오를 것이라는 야당의 지적에 대해서도 성 후보자는 “전기요금에는 복합적 요인이 함께 작용한다. 영향을 구체적으로 따져봐야 한다”고 맞섰다. 국회 환경노동위원회에서 열린 이재갑 고용노동부 장관 후보자 인사청문회에서는 최저임금 인상 등 소득주도성장 정책이 쟁점이 됐다. 이 후보자는 “(최저임금 인상으로) 단기적으로는 어려움을 겪겠지만, 방향성 측면에서는 나름대로 이유가 있다고 본다”며 정부 정책을 옹호했다. 이에 대해 바른미래당 김동철 의원은 “기업과 시장이 감당할 수 있는 선에서 최저임금이 결정돼야 한다. 정부가 시장 현실을 무시하고 이상만 좇고 있다”고 비판했다. 야당은 이 후보자가 내부자 정보를 이용해 비상장업체 ABL바이오의 주식을 사들여 시세차익을 노렸다는 의혹을 추궁했다. 이 후보자는 ABL회사 주식을 산 경위에 대해 “부인의 지인에게서 소개를 받았다”고 해명했다. 청문회 준비과정에서 해당 회사에 다니는 친구에게 추천을 받았다고 한 본인의 해명을 뒤집은 것. 한국당 이장우 의원은 “자꾸 거짓말하는 걸로 볼 수밖에 없다. 비상장 주식은 아무나 살 수 있는 게 아니다”라고 몰아세웠다. 여당에서는 이 후보자가 이명박 정부 때 고용노동부 차관을 지낸 일을 지적했다. 한국노총 위원장 출신인 이용득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적폐의 주범이었던 사람이 적폐청산을 부르짖는 문재인 정권의 장관 후보자까지 돼 많이 우려하고 있다”며 “시류에 편승하지 말라”고 경고했다.박효목 tree624@donga.com·조건희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