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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업들의 경기 전망 수준이 회복 두 달 만에 다시 꺾였다. 특히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이래 처음으로 비제조업 부문에서 4개월 연속 전망이 부진해 내수 침체 분위기를 드러냈다.한국경제인협회는 매출액 기준 600대 기업을 대상으로 기업경기실사지수(BSI)를 조사한 결과, 4월 BSI 전망치는 기준선 100을 하회한 88.0을 기록했다고 26일 밝혔다. BSI가 100 이하면 해당 분기 경기를 이전 대비 부정적으로 본 기업이 많다는 것이고, 100 이상이면 그 반대다. BSI 전망치는 앞서 올해 1월(84.6) 급락한 뒤 2개월 연속 회복세를 보이면서 지난 3월 90.8로 반등했으나 4월 다시 80대로 하락했다.업종별로는 제조업(92.0)과 비제조업(84.2)이 모두 부진할 것으로 전망됐다. 제조업 BSI는 지난해 4월(98.4)부터 1년 1개월 연속 기준선을 하회했다. 비제조업 BSI는 올해 1월(84.9)부터 4개월 연속 90선 아래에 머물렀다. 비제조업 BSI가 4개월 연속 90선 미만을 기록한 것은 코로나19로 거리두기가 시행되며 내수가 극도로 위축되던 2020년 7월 이후 처음이다.이상호 한경협 경제산업본부장은 “선제적인 구조조정을 지원하기 위해 기업결합 규제 등을 완화하고, 투자와 사업 재편 등의 의사결정을 지연시키는 상법 개정 논의를 지양할 필요가 있다”고 밝혔다.곽도영 기자 now@donga.com}

한종희 삼성전자 대표이사 부회장(사진)이 25일 심정지로 별세했다. 향년 63세. 한 부회장은 천안고와 인하대 전자공학과를 졸업한 뒤 1988년 삼성전자에 입사해 별세할 때까지 37년 동안 ‘삼성맨’으로 재직했다. 재직 기간 동안 삼성 TV의 2006∼2024년 19년 연속 세계 시장 점유율 1위를 이끌었다. 한 부회장은 입사 후 브라운관 TV에서 시작해 액정표시장치(LCD)와 퀀텀닷발광다이오드(QLED)에 이르기까지 삼성이 내놓은 주요 TV 개발을 담당했다. 2017년 사장으로 승진했고, 2021년 부회장이 되면서 신규 출범한 삼성전자 디바이스경험(DX)부문장을 맡아 스마트폰, TV, 가전 등 세트(완제품) 부문을 총괄했다. 2022년 삼성전자 대표이사로 선임됐다. 2023년에는 한국공학한림원 대상을 수상했다. 한 부회장은 특유의 우직함과 성실함, 강한 리더십으로 회사 내에서 ‘코뿔소 사장’이라는 별명을 얻었다. 대표 취임 후 인터뷰에서 엔지니어가 갖춰야 할 덕목으로 “문제를 완벽히 이해하고 해결할 때까지 철저히 물고 늘어지는 집요함”을 꼽았다. 그는 사내게시판에 “안녕하세요 JH입니다”로 시작하는 ‘JH노트’라는 댓글로 직원들과 직접 소통에 나섰다. 한 부회장은 19일 열린 삼성전자 주주총회에서 “기존 사업은 초격차 기술 리더십으로 재도약의 기틀을 다지고, 로봇과 차세대 반도체 등 다양한 영역에서 새로운 도전을 이어가겠다”고 말했다. 이 발언이 고인의 공식석상에서의 마지막 발언이 됐다. 이날 빈소를 찾은 삼성 및 재계 관계자들은 갑작스러운 부고에 허망함을 감추지 못했다. 이찬희 삼성 준법감시위원회 위원장은 “정말 슬픈 일”이라며 말을 아꼈다. 이재용 삼성전자 회장은 중국 현지 일정으로 인해 직접 조문하지 못했다. 이 회장은 “유가족들에게 멀리서나마 깊은 위로와 애도의 마음을 표한다”고 전했다. 유족으로는 부인과 2녀 1남이 있다. 빈소는 삼성서울병원, 발인은 27일 오전 7시 15분. 곽도영 기자 now@donga.com박현익 기자 beepark@donga.com}

허태수 GS그룹 회장(68·사진)이 25일 한국경제인협회(한경협) ‘인공지능(AI) 혁신위원회’ 초대 위원장으로 취임했다. AI 혁신위원회는 기업과 전문가들이 참여해 AI 기술 혁신과 도입 확산을 위한 정책 발굴 및 정부 건의를 담당한다. 정책, 기술 개발·확산, 인재·인프라, 거버넌스·표준, 미래 성장 등 5개 분과로 운영된다. 허 회장은 초대 AI 혁신위원장으로서 국내 AI 산업 발전을 위해 민간과 재계를 대표하는 역할을 수행할 예정이다. 허 회장은 이날 서울 영등포구 FKI타워 컨퍼런스센터에서 열린 출범 회의 인사말을 통해 “국내 AI 산업은 아직 태동기에 불과하다”며 “산업계와 학계, 정책 당국과 긴밀히 협력해 기업들이 보다 자유롭게 혁신할 수 있는 환경을 조성하기 위한 실질적 대안을 모색할 것”이라고 밝혔다.곽도영 기자 now@donga.com}

한종희 삼성전자 대표이사 부회장이 25일 심정지로 별세했다. 향년 63세.1962년생인 한 부회장은 1988년 인하대 전자공학과를 졸업한 후 같은 해 삼성전자 영상사업부 개발팀에 입사해 37년간 삼성맨으로 헌신했다.삼성전자는 이날 사내 공지를 통해 “지난 37년간 회사에 헌신하신 고인의 명복을 빕니다”라며 “고인은 TV 사업 글로벌 1등을 이끌었으며, 어려운 대내외 환경 속에서도 세트부문장 및 DA사업부장으로서 최선을 다해오셨습니다”라고 밝혔다.한 부회장은 삼성전자의 브라운관 TV부터 PDP, LCD, 3D, QLED TV 등 대부분의 TV 제품 개발에 참여했다. 삼성전자의 19년 연속 세계 TV 시장 점유율 1위 신화를 이끈 주역이다. 2017년 사장 승진해 11월 영상디스플레이사업부장을 맡았다. 2021년에는 부회장으로 승진하며 새로 출범한 삼성전자 디바이스경험(DX)부문장을 맡으며 스마트폰, TV, 가전 등 세트 부문을 총괄했다. 2022년 3월 삼성전자 대표이사로 선임됐다.빈소는 서울 강남구 삼성서울병원 장례식장이다. 발인은 27일, 장지는 시안가족추모공원이다.곽도영 기자 now@donga.com}
한국경제인협회는 주요 회원사들의 의견을 수렴해 ‘석유화학산업 위기극복 긴급과제’를 21일 산업통상자원부에 제출했다고 24일 밝혔다. 원가 부담 및 과세 완화, 경영환경 개선, 고부가·저탄소 전환 지원 등 3개 분야의 13개 제안이다. 한경협은 먼저 정부 재원 및 기금을 활용해 산업위기 선제대응지역에 대한 산업용 전기요금 감면을 해줄 것을 요청했다. 또 석유화학산업을 포함한 위기 업종의 사업 재편 시에는 관련된 자산 양도차익에 대해 사업 폐지 시까지 과세를 이연하는 방안을 제안했다. 대규모 구조조정이 예상되는 만큼 석유화학산업 합작법인 설립이나 인수합병(M&A)에서 기업결합심사의 신속한 진행을 위해 공정거래위원회 사전 컨설팅을 지원하거나 산업부·공정위 간 공동협의 채널을 운영하는 방안도 포함됐다. 공정거래법에 위기 업종의 사업 재편에 따른 기업 결합을 허용하는 예외 조항을 신설하는 방안도 제시했다. 정부는 올 상반기(1∼6월) 중 석유화학산업 경쟁력 제고를 위한 추가 지원방안을 발표할 예정이다. 이상호 한경협 경제산업본부장은 “글로벌 공급 과잉으로 국내 석유화학 기업들의 범용 제품 수출 의존 전략이 한계에 봉착했다”며 “석유화학산업 생존을 위한 사업 재편이 시급한 만큼 관련 지원을 강화해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곽도영 기자 now@donga.com}

직장인 윤모 씨(37)는 지난달부터 여유 자금으로 한화에어로스페이스 주식을 분할 매수하기 시작했다. 올 들어 미국, 유럽 증시의 방산 업종 주가가 치솟으면서 관련 산업에 대한 투자를 늘려야겠다고 판단한 것이다. 하지만 20일 한화에어로가 유상증자(유증)를 발표한 직후 시간외 거래에서 전량 매도했다. 윤 씨는 “주주 가치에 관심이 없는 것”이라고 성토했다.주주 불안이 커지자 한화에어로는 김동관 전략부문 대표이사가 회사 주식 약 30억 원어치(21일 종가 기준 약 4900주)를 매수한다고 23일 밝히는 등 진화에 나섰지만 주요 기업들의 잇따른 ‘기습 유상증자’ 논란은 지속될 전망이다. 회사들은 중장기 성장 동력을 마련하기 위한 불가피한 선택이었다는 입장이지만, 주주 신뢰를 깨뜨리고 최근 ‘밸류업’(기업가치 제고) 흐름에 역행하는 조치라는 비판도 나온다.● 삼성SDI 이어 한화에어로까지 ‘유증 역습’이달 21일 코스피 상장사인 한화에어로 주가는 전일 대비 13.02% 하락한 62만8000원으로 마감했다. 한화에어로가 20일 3조6000억 원에 달하는 국내 증시 역사상 최대 규모의 유증 계획을 밝히면서 투자자들이 대거 이탈한 결과다. 앞서 삼성SDI도 14일 2조 원의 유증 소식을 발표했는데, 당일 주가는 전일보다 6.18% 하락하며 52주 신저가를 기록했다.유증은 새로운 주식(신주)을 발행해 자본금을 늘리는 것으로 기업의 자금 조달 방식 중 하나다. 단기적으로 유증은 기존 주주에게 악재로 여겨져 주가 하락의 요인이 된다. 신주가 발행되면 총 주식 수가 늘어나 기존 주주의 지분 가치가 줄어들기 때문이다.개인 투자자들은 삼성SDI, 한화에어로 같은 우량 기업들이 유증에만 의존해 자금 조달에 나서는 게 문제라고 지적한다. 한 증권사 임원은 “대출받거나 회사채를 발행하면 이자 비용이 드는데, 유증은 주관 증권사에 내는 수수료만 일회적으로 부담하면 된다”며 비용 문제도 영향을 줬을 것이라고 했다.한화에어로 관계자는 “해외 경쟁사들과 수주전에서 (우위를 점하려면) 주요 평가 요소인 재무안정성이 중요하다”며 “(이런 점을 고려해) 차입, 채권 발행 대신 유증으로 투자를 하려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중장기 주가, 결국 성장성에 달려유증은 단기 주가에 부정적인 영향을 미친다. 삼성증권이 2012년부터 2021년까지 유증에 나선 기업들의 주가 흐름을 분석한 결과, 주주 배정 유증을 발표한 기업의 다음 날 평균 주가 하락률은 10.2%였다.하지만 성장 잠재력이 높은 기업이 유증을 추진하는 경우에는 주가가 외려 상승하기도 한다. 이달 4일 홍콩 증시에서 유증을 발표한 중국 BYD가 대표적인 예다. BYD는 주당 335.20홍콩달러에 신주를 발행해 총 56억 달러(약 8조2000억 원)를 확보했다. 하지만 BYD 주가는 5일 349.20홍콩달러로 오히려 상승한 데 이어 21일 종가는 391.60홍콩달러를 기록했다. 5분 충전으로 400km를 달릴 수 있는 충전 시스템을 출시하면서 테슬라를 앞지를 수 있다는 기대감이 반영된 결과다.익명을 요구한 한 애널리스트는 “한국 증시 투자자들의 상당수가 ‘단타족’이다 보니 기업들의 유증에 대해 일희일비하는 분위기도 적지 않다”며 “삼성SDI와 한화에어로가 유증의 명분으로 내세운 청사진이 얼마나 현실성이 있는지를 검토하고 연구하는 것이 좀 더 실질적인 도움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강우석 기자 wskang@donga.com곽도영 기자 now@donga.com}

“화웨이의 다음 AI 가속기, 어센드910C가 양산에 들어갔다(entering production). 이건 중국 최고의 AI 칩이다.” 12일(현지 시간) 레나트 하임 랜드연구소 연구원이 X 게시물을 통해 중국의 ‘어센드910C’ 양산 소식을 전했다. 랜드연구소는 미국 대표 싱크탱크 중 한 곳이다. 국방부와 중앙정보국(CIA), 국무부의 정책 연구를 수행하는 곳으로 최근엔 미중 인공지능(AI) 반도체 경쟁에 주목하고 있다. 글로벌 AI 칩 산업에서 ‘딥시크 쇼크’에 맞먹는 중국 굴기가 이어지고 있다. 앞서 지난해 화웨이가 “내년 1분기(1∼3월) 중 엔비디아에 대항할 새 AI 칩을 양산하겠다”고 밝힌 계획이 현실화된 것이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행정부 출범 이후 대중(對中) 압박이 더욱 거세지고 있지만 중국의 AI 기술 자립 속도는 오히려 더 빨라지는 양상이다.23일 관련 업계 및 외신에 따르면 어센드910C는 화웨이가 엔비디아의 ‘H100’과 유사한 성능을 보인다고 주장해 온 AI 칩이다. 중국 최대 검색엔진 기업인 바이두, 틱톡의 모기업 바이트댄스, 국영 통신사 차이나모바일 등의 AI 전환을 위해 공급될 예정이다. 딥시크의 생성형 AI 모델도 어센드910C를 활용한 것으로 알려졌다. 반도체 업계 관계자는 “(어센드910C가) 현지 기업의 AI 데이터센터 등에 쓰이는 만큼 실제 H100에 맞먹는 성능인지는 현재로선 파악하기 어렵다. 향후 고객사로 언급된 기업들의 AI 전환 수준을 통해 간접적으로 드러나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 미국은 중국 기업들의 AI 굴기를 막기 위해 2023년부터 엔비디아의 주력 AI 칩이던 H100의 중국 수출을 금지했다. 이를 포함한 각종 첨단 반도체 장비 규제에도 불구하고 중국은 화웨이의 설계 기술과 자체 파운드리(반도체 위탁생산) 기업 SMIC의 생산 능력을 총동원해 이를 따라잡은 것이다. 지난해만 해도 낮은 수율이 걸림돌이 될 것으로 전망됐지만, 결국 양산에 성공했다는 소식이 전해지면서 극자외선(EUV) 노광장비 등 서방 세계의 기술 없이도 자체 AI 칩 개발과 파운드리 모두 일정 궤도에 오른 것을 증명했다.중국의 자체 AI 칩 굴기가 위협적인 건 글로벌 AI 시장을 주도해 온 엔비디아 체제에 균열을 낼 수 있기 때문이다. 중국산 생성형 AI 딥시크가 챗GPT보다 높은 가성비로 주목받은 것처럼 화웨이의 어센드910C도 엔비디아의 H100에 비해 높은 효율성을 무기로 내세우고 있다. 그래픽처리장치(GPU) 기반인 엔비디아의 AI 가속기와 달리 범용성은 떨어져도 특정 서비스 맞춤형으로 효율성을 높일 수 있는 주문형반도체(AISC) 시스템 기반이기 때문이다. 이처럼 AI 반도체 기술을 놓고 미중 디커플링(탈동조화)이 심화되면서 중국이 미국의 시스템반도체 설계는 물론이고 대만과 한국의 파운드리와 고대역폭메모리(HBM) 공급에 이르기까지 반도체 전 공정을 국산화할 것이라는 전망이 나온다. 이현익 과학기술정책연구원 연구위원은 중국 AI 반도체 공급망 분석 보고서에서 “미국은 한층 강화된 공급망 통제를 시도할 것이 분명하지만 중국의 자연스러운 기술 역량의 축적과 발전을 막을 수는 없을 것”이라며 “중국의 ‘붉은 공급망’ 확대로 우리의 피해가 불가피하다면, 우수한 인적 자원 역량을 활용해 고부가가치 창출 영역으로 전환해야 할 것”이라고 제언했다.곽도영 기자 now@donga.com}

“화웨이의 다음 AI 가속기, 어센드910C가 양산에 들어갔다(entering production). 이건 중국 최고의 AI 칩이다.”12일(현지 시간) 레나트 하임 랜드연구소 연구원이 X 게시물을 통해 중국의 ‘어센드910C’ 양산 소식을 전했다. 랜드연구소는 미국 대표 싱크탱크 중 한 곳이다. 국방부와 중앙정보국(CIA), 국무부의 정책 연구를 수행하는 곳으로 최근 미·중 AI 반도체 경쟁에 주목하고 있다.인공지능(AI) 칩 분야에서 ‘딥시크 쇼크’에 맞먹는 중국 굴기가 이어지고 있다. 앞서 지난해 화웨이가 “내년 1분기(1~3월) 엔비디아에 대항할 새 AI 칩을 양산하겠다”고 밝힌 계획이 현실화된 것이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행정부 출범 이후 대중(對中) 압박이 더욱 거세지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중국의 AI 기술 독립에 대한 위기감이 커지고 있다.23일 관련 업계 및 외신 등에 따르면 어센드910C는 화웨이가 엔비디아의 ‘H100’과 유사한 성능을 보인다고 밝힌 AI 칩이다. 중국 최대 검색엔진 기업인 바이두, 틱톡의 모기업인 바이트댄스, 국영 통신사 차이나모바일 등 현지 핵심 고객사들의 AI 전환을 위해 공급될 예정이다. ‘챗GPT’에 도전해 화제를 모았던 AI 스타트업 딥시크의 AI 추론 모델 ‘R1’에도 어센드910C가 추론용 AI 반도체로 활용된 것으로 알려졌다.미국은 중국 기업들의 AI 굴기를 막기 위해 2023년부터 엔비디아의 주력 AI 칩이던 H100의 중국 수출을 금지했다. 이를 포함한 각종 첨단 반도체 장비 규제에도 불구하고 중국은 화웨이의 설계 기술과 자체 파운드리(반도체 위탁생산) 기업 SMIC의 생산 능력을 총동원해 이를 따라잡은 것이다. 지난해만 해도 낮은 수율이 걸림돌이 될 것으로 전망됐지만, 결국 양산에 성공했다는 소식이 전해지면서 극자외선(EUV)노광장비 등 서방 세계의 기술 없이도 자체 AI 칩 개발과 파운드리 모두 일정 궤도에 오른 것을 증명했다.중국의 자체 AI 칩 굴기가 위협적인 건 글로벌 AI 시장을 주도하고 있던 엔비디아 체제에 균열을 냈기 때문이다. 딥시크가 챗GPT를 제치고 ‘가성비’ 생성형 AI로 주목받은 것처럼, 화웨이의 어센드910C도 엔비디아의 H100에 비해 효율성과 저전력을 무기로 내세우고 있다. 그래픽처리장치(GPU) 기반인 엔비디아의 AI 가속기와 달리 범용성은 떨어져도 특정 서비스 맞춤형으로 효율성을 높일 수 있는 주문형반도체(AISC) 시스템 기반이기 때문이다.엔비디아가 주도해 온 GPU 기반 AI 가속기 체제에 도전하는 또 다른 대안 기술, 프로그래머블반도체(FPGA)에서도 중국은 무섭게 성장 중이다. 12일(현지 시간) 사우스차이나모닝포스트(SCMP)는 글로벌 FPGA 학술대회 ‘FPGA 2025’에서 상하교통대와 칭화대 출신 중국 연구팀이 처음으로 최우수 논문상을 수상했다고 보도했다. 어센드910C의 기반이 된 AISC과 마찬가지로, 비용이 저렴하면서도 로봇이나 자율주행차 등 특정 분야에서 집중적인 AI 연산이 가능해 AMD와 인텔 등이 채택해온 기술이다. SCMP는 “AI 하드웨어 최적화를 위한 글로벌 경쟁에 지각변동을 알렸다”고 평가했다.이처럼 AI 반도체 기술을 놓고 미·중 디커플링이 심화되면서 결국 중국이 미국의 시스템반도체 설계와 한국의 파운드리(반도체 위탁생산), 고대역폭메모리(HBM) 공급망까지 자국화 행보를 이어갈 것이란 우려가 나온다. 이현익 과학기술정책연구원 연구위원은 지난해 중국 AI 반도체 공급망 분석 보고서에서 “미국은 한층 강화된 공급망 통제를 시도할 것이 분명하지만 중국의 자연스러운 기술 역량의 축적과 발전을 막을 수는 없을 것”이라며 “중국의 ‘붉은 공급망’ 확대로 인해 우리의 타격이 불가피하다면, 우수한 인적 자원 역량을 기반으로 하는 고부가가치 창출 영역으로의 전환이라는 보완책을 강구해야 할 것”이라고 제언했다.곽도영 기자 now@donga.com}
국민 10명 중 7명은 올해 가계경제가 지난해에 비해 나빠졌다고 느끼는 것으로 조사됐다. 경제적 어려움을 가장 체감하는 분야는 물가 상승이었다. 한국경제인협회는 국민 1000명을 대상으로 실시한 ‘민생경제 현황 및 전망’ 조사를 통해 20일 이같이 밝혔다. 조사에 따르면 가계경제 상황이 1년 전에 비해 ‘악화됐다’고 응답한 비율이 71.5%였다. ‘개선됐다’는 28.5%에 그쳤다. 1년 전을 100으로 볼 때 현재 가계경제 상황이 얼마나 개선 또는 악화됐는지 묻는 질문에는 ‘20∼30% 악화’ 응답 비중이 26.4%로 가장 높았다. 이어 ‘0∼10% 악화’(23.2%), ‘10∼20% 악화’(21.5%), ‘0∼10% 개선’(18.5%) 순이었다. 경제적으로 가장 크게 어려움을 느끼는 분야는 ‘물가 상승’이라는 응답이 71.9%로 가장 높았다. 이어 △실질 소득 감소(11.9%) △일자리 부족 및 불안정(9.5%) △부채 증가(2.7%) △교육비 부담(1.7%) 등의 순으로 조사됐다. 이상호 한경협 경제산업본부장은 “장기간의 경기 침체와 고물가로 국민들의 가계 형편이 어려워지고 있다”며 “투자와 고용 확대를 유도하고, 특히 먹거리 물가 안정에 총력을 기울여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곽도영 기자 now@donga.com}

LG그룹은 스켈레톤, 아이스하키 등 비인기 동계스포츠 종목에 대한 후원을 꾸준히 이어가고 있다. 열악한 환경에서도 선수들이 포기하지 않고 도전할 수 있도록 각 종목에 대한 후원을 지속해 왔다. LG는 2015년 스켈레톤 국가대표팀 후원을 시작으로 2016년 여자 아이스하키 국가대표팀 후원을 시작했다. 현재는 스켈레톤 국가대표팀과 남·녀·청소년 아이스하키 국가대표팀을 메인 스폰서로 후원하고 있다. 올해로 스켈레톤 국가대표팀 후원 기간은 만으로 10년, 아이스하키 국가대표팀 후원은 햇수로 10년을 맞이한다. 얼마 전 폐막한 하얼빈 동계아시안게임에서는 남녀 아이스하키 대표팀의 활약이 주목받았다. 남자대표팀의 중국과의 첫 경기 1대4-6대5 역전, 대만과의 두 번째 경기 14대1 대승, 라이벌인 일본과의 경기에서 치열한 접전 끝에 5대2 승리, 여자대표팀의 3연승 등 짜릿한 경기 내용이 국민들에게 감동을 안겼다. 아이스하키 활약의 환호 이면에는 ‘비인기종목’이라는 꼬리표가 있다. 아이스하키의 인기는 축구, 야구 등 주요 구기종목의 인기와 비교하기 어렵다. 쇼트트랙, 피겨스케이팅 등 수차례 올림픽에서 금메달을 딴 동계스포츠 종목과 비교해도 인기와 화제성이 떨어진다. 이는 해당 종목에 출전하는 팀과 선수들의 금전적 한계로도 이어진다. 이번 아이스하키 대표팀의 아시안게임 호성적의 배경으로 꾸준한 국제대회 참가와 체계적 훈련 등이 꼽히는 가운데 아이스하키와 같은 국내 비인기종목의 경우 이러한 부분에 필요한 비용 확보가 평소 가장 큰 걸림돌로 작용한다. 아이스하키 불모지인 대한민국에서 대표팀의 놀라운 선전에는 기업의 후원이 큰 몫을 했다는 평가다. 대한아이스하키협회에 따르면 아이스하키 경기에서 신는 특수 제작 스케이트가 약 300만 원, 보호구는 약 500만 원에 달한다. 경기 스틱은 개당 40만∼50만 원으로 이마저도 경기 중에 자주 부러지는 탓에 교체가 잦아 선수 한 명이 착용하는 장비값만 1000만 원 수준이다. 평가전이나 세계 선수권대회 등의 경기가 해외에서 개최되는 경우에는 경비도 추가로 발생하는 등 많은 비용이 소요된다. 기업의 후원은 이 같은 장비 확보 및 훈련과 대회 참가 등에 활용된다. 국내 전 연령대 아이스하키 핵심 자원에 대한 지원을 진행하고 있는 LG는 지난해 1월 강원도 평창에서 열린 ‘2024 강원 동계청소년올림픽대회’에 앞서 아이스하키 청소년 대표팀을 선발하는 총 3회의 훈련 캠프(LG판타지캠프)를 후원하기도 했다. 31명의 대표팀을 뽑는 이 캠프에는 120명 가까운 지원자가 모이며 경쟁률 3대1을 넘겼다.곽도영 기자 now@donga.com}

효성은 ‘나눔으로 함께하겠습니다’라는 슬로건 아래 우리 주변에 소외되기 쉬운 사회적 취약계층 대상으로 생필품 후원, 헌혈 행사 진행 등 다양한 나눔 활동으로 복지 사각지대 해소에 앞장서고 있다. 조현준 효성 회장은 “효성이 안정적 사업을 영위할 수 있는 이유도 주변 이웃과 고객들의 아낌없는 지지 덕분”이라며 “사회적 약자와 소외계층을 꾸준히 지원하는 나눔 활동에 적극 나서야 한다”고 강조해왔다. 효성은 매년 서울 마포구 공덕동 본사에서 ‘사랑의 헌혈’ 행사를 진행한다. 2008년부터 17년째 꾸준히 임직원들의 자발적인 참여를 통해 행사를 이어오고 있다. 효성 임직원들이 헌혈 후 기증한 헌혈증은 한국백혈병소아암협회에 전달해 백혈병·소아암 어린이 환자들을 위해 사용된다. 헌혈 행사는 본사뿐만 아니라 울산, 구미, 용연, 창원 등 주요 지방사업장에서도 정기적으로 실시하고 있다. 이와 함께 지난해 12월에는 마포구청을 찾아 마포구 관내 취약계층을 위한 ‘사랑의 김장김치’를 1500세대에 전달했다. 효성은 2007년부터 18년간 김장김치 후원을 이어오고 있으며 총 2만4000여 세대에 사랑의 김장김치를 전해왔다.‘사랑의 쌀’ 20㎏ 백미 500포대도 마포구 관내 취약계층에 전달했다. 효성은 1사 1촌 자매마을인 경남 함안 군북농협에서 쌀을 구입한다. 이를 통해 농가에는 판로를 지원하고, 지역 주민에게는 품질 좋은 우리 쌀을 전달하는 두 가지 상생 활동을 동시에 진행한다. 효성은 지난해 12월 아현동주민센터에도 ‘사랑의 생필품’을 전달했다. 쇠고기죽과 사골곰탕 등 생필품을 총 400가구에 전달했다. 사랑의 생필품 나눔은 고령의 홀몸노인 등이 따뜻한 겨울을 보낼 수 있도록 2015년부터 진행해왔다.곽도영 기자 now@donga.com}

SK하이닉스가 후원 중인 발달장애인 핸드볼이 스페셜올림픽코리아(SOK)에서 정식 종목으로 채택됐다. 이에 따라 국내 발달장애인 선수들은 4년마다 개최되는 하계 스페셜올림픽 등 국제대회에 국가대표로 참가할 수 있는 기회를 얻게 됐다. 향후 열리는 국제대회에 핸드볼 종목이 포함되고 대한민국이 쿼터를 배정받으면 발달장애인 선수들은 해당 대회에 진출할 수 있게 된다. 이와 관련해 SK하이닉스는 “2021년부터 이어진 지원 사업이 뜻깊은 결실을 보게 돼 뿌듯하다”며 “국제대회 참여의 기회는 선수들의 경력과 자부심을 높이는 데 큰 도움이 되고 발달장애인 핸드볼 인지도 향상에도 기여할 것으로 기대된다”고 밝혔다. 올해 9월 열리는 국내 대회인 ‘제18회 스페셜올림픽코리아 전국하계대회’에서도 핸드볼이 정식 종목으로 편입될 예정이다. SK하이닉스는 장애인들이 건강한 사회 구성원으로 성장할 수 있도록 돕기 위해 청주에 거점을 둔 핸드볼 팀 SK호크스와 연계해 자회사인 장애인 표준사업장 ‘행복모아’에서 발달장애인 핸드볼 동아리 운영을 시작했다. 회사는 장애인들이 핸드볼에 참여하면서 얻는 긍정적인 효과를 확인하고 2021년 전국에 10개의 장애인 핸드볼 팀을 창단했다. 2022년에는 이 팀들이 참가하는 국내 최초 발달장애인 핸드볼 대회 ‘올윈픽 2022’를 개최했다. SK하이닉스는 이듬해인 2023년부터 올윈픽을 연간 리그로 발전시켰다. 올해는 신규로 3개 팀을 창단하고 기존 리그 경기 수를 21회에서 50회로 확대하면서 청주시, 서원대, 사랑의열매와 함께 ‘올윈픽 2025’의 성공적인 운영을 이끌 계획이다.곽도영 기자 now@donga.com}

LG전자는 지난해부터 미국 뉴욕 타임스스퀘어 전광판을 배경으로 ‘LG와 함께하는 멸종위기종 보호 캠페인’을 펼치고 있다. 타임스스퀘어 전광판에 기후변화로 멸종위기에 처한 동물들의 아름답고 역동적인 모습을 보여줘 생물다양성과 환경보호의 중요성을 알리는 활동이다. 앞서 지난달에는 ‘모나크나비’를 다룬 신규 영상을 공개했다. 지구온난화 영향으로 개체수가 줄어들고 있는 모나크나비의 모습으로 환경 파괴의 심각성을 알렸다. 지난해에도 눈표범(4월), 흰머리수리(7월), 바다사자(9월), 붉은늑대(12월) 등 멸종위기종을 주제로 한 영상을 선보이며 타임스스퀘어 방문객들에게 환경보호의 중요성을 알려왔다. LG전자는 올해 멸종위기종 보호 캠페인을 더욱 확대해 나간다. 미국 현지 방송사 NBC가 제작하는 자연 다큐멘터리 시리즈 ‘디 아메리카스’에 공식 파트너로 참여한다. 자연 다큐멘터리 역사상 최대 제작비가 투입된 프로젝트로 북미와 남미 지역의 멸종 위기 동물을 집중 조명한다. 아카데미상 수상자인 톰 행크스가 내레이션을 맡고 세계적 작곡가 한스 짐머가 음악감독으로 참여한다. LG전자는 모나크나비를 시작으로 다큐멘터리 시리즈에 등장하는 멸종위기종을 3차원(3D)으로 구현해 타임스스퀘어 전광판을 통해 순차적으로 선보일 계획이다. 여기에 더해 미국 대학생들을 대상으로 다큐멘터리에 등장한 멸종위기종을 디지털로 재해석하는 공모전 원더박스도 NBC와 공동 개최할 예정이다. 공모전 수상자에게는 최대 2만5000달러(약 3600만 원) 장학금을 전달하고 수상작을 타임스스퀘어 전광판에 상영하는 기회도 제공한다.곽도영 기자 now@donga.com}

이재용 삼성전자 회장이 ‘삼성 위기론’을 돌파하기 위해 경영진의 철저한 반성과 사즉생(死則生)의 각오를 주문했다. 신상필벌 원칙에 따른 수시 인사도 예고했다. 삼성 내부에선 고 이건희 선대 회장의 1993년 ‘프랑크푸르트 선언’에 준하는 비상 선언이라는 평가가 나온다.17일 삼성전자에 따르면 이 회장은 삼성 전 계열사 임원 2000여 명을 대상으로 이달 말까지 진행되는 ‘삼성다움 복원을 위한 가치 교육’에서 영상 메시지 형식으로 당부의 말을 전했다. 이 회장이 직접 등장하지는 않고 주요 내용이 성우 내레이션과 자막 등의 형태로 전해졌다. 이 회장은 “삼성은 ‘죽느냐 사느냐’의 생존의 문제에 직면했다”며 “1999년 다우지수를 구성했던 30개 기업들 중 24곳이 이미 사라졌다. 이대로 가면 우리도 잊혀질 것”이라며 위기감을 나타냈다. 위기 돌파를 위해 “경영진부터 철저하게 반성하고 사즉생의 각오로 과감하게 행동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 회장은 경영진 쇄신을 위해 수시 인사를 도입하겠다고도 밝혔다. 그는 “성과는 확실히 보상하고 결과에 책임지는 신상필벌이 우리의 오랜 원칙”이라며 “필요하면 인사도 수시로 해야 한다”고 말했다.삼성전자는 핵심 주력인 반도체 부문에서 기술 한계에 부딪힌 데 이어 최근 TV, 가전, 스마트폰 등 완제품 부문에서도 시장 점유율이 하락하고 있다. 한 참석자는 “평시에 이뤄지던 임원 교육과는 성격이 다른 느낌이었다. ‘마누라와 자식 빼고 다 바꾸라’던 선대 회장의 프랑크푸르트 선언 때만큼 엄중한 분위기였다”고 전했다. 한편 이날 삼성전자 주가는 지난해 11월 18일 이후 4개월 만에 최대 폭인 5.3% 올라 5만7600원에 거래를 마쳤다.‘독한 삼성인’ 주문한 이재용 “메모리 자만에 AI시대 대처 못해”[이재용 “삼성 사즉생”]全계열사 임원 2000명 대상 교육… 과거 건배사 ‘독한 삼성인’ 명패 수여파운드리 기술력-가전 품질 문제… 사업부 하나하나 짚어가며 질책임원 수시 인사-삼성다움 회복 강조… 참석자 “나르시시즘 빠진 것 반성”이재용 삼성전자 회장이 전 계열사 임원 2000여 명을 대상으로 한 영상 메시지에서 주요 사업부를 하나하나씩 짚어 가며 질책했다. 회사 안팎에서 제기되고 있는 ‘삼성 위기론’을 이제 더 이상 쉬쉬할 수 없다고 판단하고, 이를 수면 위로 떠올려 ‘사즉생(死則生)’의 각오로 극복하겠다는 의지를 스스로 천명한 것이다.● 반도체 가전 등 일일이 질타한 이재용이날 삼성 임원 대상 교육 참석자들에 따르면 이 회장은 영상 메시지에서 “메모리 사업부는 자만에 빠져 인공지능(AI) 시대에 대처하지 못했다”, “파운드리(반도체 위탁생산) 사업부는 기술력 부족으로 가동률이 저조하다”, “(TV·스마트폰·가전 등을 포괄하는) 디바이스경험(DX)부문은 제품의 품질이 걸맞지 않다” 등 삼성전자의 각 주요 사업부를 직접 언급하며 질책했다. 이 회장이 사장단이 아닌 전체 임원들에게 사업부별 위기를 직접 지적한 것은 처음이다. 이어서 이 회장은 “전 분야에서 (삼성의) 기술 경쟁력이 훼손됐다”며 “과감한 혁신이나 새로운 도전은 찾아볼 수 없고, 판을 바꾸려는 노력보다는 현상 유지에 급급하다”고 언급했다. 그는 또 “위기 때마다 작동하던 삼성 고유의 회복력이 보이지 않는다”며 근본적인 조직 혁신 필요성을 환기하기도 했다. 경영진의 자세와 역할에 대해서도 주문이 이어졌다. 이 회장은 “적어도 1년에 절반 이상 고객과 시장을 찾아가라”며 “자신이 어느 위치에 있는지, 문제가 무엇인지 철저히 파헤치고 무엇을 어떻게 해야 하는지 답을 찾아야 한다”고 당부했다. 인사 원칙과 관련해 “경영진보다 더 훌륭한 특급 인재를 국적과 성별을 불문하고 양성하고 모셔와야 한다”고도 주문했다.● 과거 회식 건배사였던 ‘독한 삼성인’ 수료패로교육 참석자들에 따르면 영상은 교육 시작 서두에 3분 남짓한 길이로 상영됐다. 고(故) 이병철 창업회장과 고 이건희 선대회장 등 오너 일가의 경영 철학도 강조됐다. 이재용 회장의 해외 사업장 방문 등 경영 현장 장면도 스틸컷으로 등장했다. 영상 상영 이후에는 리더십 교육과 외부 강연, 세미나 등이 이어졌다. 이광형 KAIST 총장, 이정동 서울대 기술경영경제학과 교수, 최진석 서강대 철학과 명예교수 등 외부 전문가들이 바라보는 삼성의 위기에 대한 진단이 날카롭게 이어졌다고 참석자들은 전했다. 한 참석자는 “기존의 사업 방식이 ‘준비―조준―발사’로 이뤄졌다면, 이제는 조준 시간조차 많이 뺏기면 안 된다. 준비가 되면 바로 발사하는 식으로 방식을 바꿔야 한다는 내용이 내부 교육에 나왔다”고 말했다. 또 다른 참석자는 “지금의 삼성은 나르시시즘에 빠진 것 같다는 외부 전문가 지적이 있었다. 전반적인 질적 향상 없이 ‘남보다 나으면 된다’는 안일함에 빠져 있었던 것”이라고 전했다. 교육을 마친 임원들에게는 각자의 이름과 함께 ‘위기에 강하고 역전에 능하며 승부에 독한 삼성인’이라고 새겨진 크리스털 패가 수여됐다. 한 참석자는 “수료패에 새겨진 문구는 과거부터 삼성 임직원들이 사업장이나 회식 자리 등에서 자랑스럽게 나누던 정신”이라며 “당장 ‘나부터 변해야 한다’는 메시지가 가장 크게 와닿았다”고 말했다.● 전 사업 분야 점유율 하락… 위기 돌파 고삐 죈다삼성 내부에서는 임직원들이 이 회장의 이번 메시지를 ‘제2의 프랑크푸르트 선언’에 준할 만큼 엄중하게 받아들이고 있다는 평가가 나온다. 그만큼 삼성전자가 안팎으로 처한 위기 상황이 녹록지 않다. 앞서 11일 삼성전자가 공개한 ‘2024년도 사업보고서’에 따르면 삼성전자의 D램 시장 점유율은 2023년 42.2%에서 지난해 41.5%로 하락했다. 스마트폰은 19.7%에서 18.3%로, TV는 30.1%에서 28.3%로 하락했다. 최근 반도체 시장 승부처가 된 고대역폭메모리(HBM)도 경쟁사에 뒤지고 있다. 삼성전자는 이달 말까지 HBM3E 8단 설계 변경 제품을 엔비디아에 공급하고, 하반기(7∼12월) HBM4 제품을 양산하는 것을 목표로 하고 있다. 이에 삼성은 지난해 말 정기 인사를 통해 삼성글로벌리서치 산하에 경영진단실을 신설하고 최윤호 경영진단실장(사장)을 배치하는 등 그룹 전반에 대한 쇄신 작업을 이어가고 있다. 조직 개편에서도 디바이스경험(DX)부문장 직속으로 품질혁신위원회를 신설하는 한편 신사업 태스크포스(TF)를 신사업팀으로 상설화하는 등 위기 돌파를 위한 고삐를 죄고 있다. 삼성전자 관계자는 “이제 삼성이 당면한 현실을 직시하고 삼성인이 그동안 지켜왔던 돌파력을 되찾는 데 다시 집중해야 할 때”라고 말했다.곽도영 기자 now@donga.com박종민 기자 blick@donga.com박현익 기자 beepark@donga.com}

이재용 삼성전자 회장이 전 계열사 임원 2000여 명을 대상으로 한 영상 메시지에서 각 주요 사업부를 일일이 짚어가며 질책한 것으로 17일 확인됐다. 그만큼 더 이상 안팎에서 제기되는 ‘삼성 위기론’을 숨길 수 없을 뿐만 아니라, 이를 수면 위로 떠올리고 ‘사즉생(死卽生)’의 각오로 극복하겠다는 의지로 읽힌다.이날 삼성 임원 대상 교육 참석자들에 따르면 이 회장은 영상 메시지에서 “메모리 사업부는 자만에 빠져 인공지능(AI) 시대에 대처하지 못했다” “파운드리 사업부는 기술력 부족으로 가동률이 저조하다” “(TV·스마트폰·가전 등을 포괄하는)디바이스경험(DX)부문은 제품의 품질이 걸맞지 않다” 등 삼성전자의 각 주요 사업부를 직접 언급하며 질책했다. 이 회장이 사장단이 아닌 전체 임원들에게 사업부별 위기를 직접 지적한 것은 처음이다. 한 참석자는 “평시에 이뤄지던 임원 교육과는 성격이 다른 느낌이었다. ‘마누라 빼고 다 바꾸라’던 선대회장의 프랑크푸르트 선언만큼 엄중한 분위기였다”고 전했다.이 회장은 삼성 전 계열사 임원 2000여 명을 대상으로 이달 말까지 진행되는 ‘삼성다움 복원을 위한 가치 교육’에서 영상 메시지 형식으로 당부의 말을 전했다. 올 초 사장단에 전달됐던 신년 영상 메시지 중 일부도 포함됐다. 이 회장이 직접 등장하진 않았지만 주요 내용은 성우 나레이션과 자막 등의 형태로 전해졌다.이 회장은 영상 메시지에서 “삼성은 ‘죽느냐 사느냐’의 생존의 문제에 직면했다”며 “1999년 다우지수를 구성했던 30개 기업들 중 24곳이 이미 사라졌다. 이대로 가면 우리도 잊혀질 것”이라고 위기감을 전했다. 위기 돌파를 위해 “경영진부터 철저하게 반성하고 사즉생의 각오로 과감하게 행동해야 한다”고 강조했다.교육 참석자들에 따르면 해당 영상은 교육 시작 서두에 3분 남짓한 길이로 상영됐으며, 고(故) 이병철 창업회장과 고 이건희 선대회장 등 오너 일가의 경영 철학도 강조됐다. 이외 이재용 회장의 해외 사업장 방문 등 경영 현장 장면도 스틸컷으로 등장했다.영상 상영 이후에는 외부 강연과 세미나가 이어졌다. 이광형 KAIST 총장, 이정동 서울대 교수, 최진석 서강대 교수 등 외부 전문가들이 바라보는 삼성의 위기에 대한 진단이 날카롭게 이어졌다고 참석자들은 전했다. 이후 임원들에게는 각자의 이름과 함께 ‘위기에 강하고 역전에 능하며 승부에 독한 삼성인’이라고 새겨진 크리스털 패가 수여됐다. 한 참석자는 “수료패에 새겨진 문구는 과거부터 삼성 임직원들이 사업장이나 회식 등에서 자랑스럽게 나누던 정신”이라며 “당장 ‘나부터 변해야 한다’는 메시지가 가장 크게 와닿았다”고 말했다.곽도영 기자 now@donga.com}

이재용 삼성전자 회장이 최근 회사를 둘러싼 안팎의 위기론을 정면 돌파하기 위해 ‘사즉생’의 각오로 대처하자고 임원들에게 당부했다. 삼성전자는 인공지능(AI) 반도체 핵심 시장인 고대역폭메모리(HBM) 분야에서 기술 한계에 부딪힌 동시에 TV와 가전, 스마트폰 등 제품 부문도 시장 불확실성과 중국 공세로 어려움을 겪고 있다.17일 삼성전자에 따르면 이 회장은 삼성 전 계열사 임원 2000여 명을 대상으로 이달 말까지 진행 중인 ‘삼성다움 복원을 위한 가치 교육’에서 영상 메시지 형식을 빌려 임원진에게 당부의 말을 전했다.이 회장은 영상 메시지를 통해 “삼성은 죽느냐 사느냐 하는 생존의 문제에 직면했다”며 “경영진부터 통렬하게 반성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 회장은 “중요한 것은 위기에 대처하는 자세”라며 “당장의 이익을 희생하더라도 미래를 위해 투자해야 한다”고 언급했다. 그간 강조해 왔던 “기술 중시, 선행 투자의 전통을 이어 나가자”, “세상에 없는 기술로 미래를 만들자”, “첫 번째도 기술, 두 번째도 기술, 세 번째도 기술” 등 기술 관련 언급도 영상에 등장했다.교육 참석자들에 따르면 해당 영상은 교육 시작 서두에 3분 남짓한 길이로 상영됐다. 영상 상영 이후에는 외부 강연과 세미나가 이어졌다. 외부 전문가들이 바라보는 삼성의 위기에 대한 진단과 돌파 방안을 함께 모색하는 자리가 마련됐다. 교육을 수료한 임원들에게는 각자의 이름과 함께 ‘위기에 강하고 역전에 능하며 승부에 독한 삼성인’이라고 새겨진 크리스털 패가 수여됐다. 한 참석자는 “당장 ‘나부터 변해야 한다’는 메시지가 가장 크게 와닿았다. 평시에 이뤄지던 임원 교육과는 성격이 다른 느낌이었다”고 말했다.앞서 삼성전자가 11일 공개한 ‘2024년도 사업보고서’에 따르면 삼성전자의 D램 시장 점유율은 2023년 42.2%에서 지난해 41.5%로 하락했다. 스마트폰은 19.7%에서 18.3%로, TV는 30.1%에서 28.3%로 하락했다. 최근 떠오르는 AI 반도체 승부처가 된 HBM에서도 시장 진입이 늦춰졌고 경쟁사 대비 선단 제품의 주요 고객사 공급이 지연되고 있다. 삼성전자는 이달 말까지 HBM3E 8단 설계 변경 제품을 엔비디아에 공급하고, 하반기(7~12월) HBM4 제품을 양산하는 것을 목표로 하고 있다.삼성은 이에 지난해 말 정기 인사를 통해 삼성글로벌리서치 산하에 경영진단실을 신설하고 최윤호 경영진단실장(사장)을 배치하는 등 그룹 전반에 대한 진단과 쇄신 작업을 이어가고 있다. 조직개편에서도 디바이스경험(DX)부문의 ‘신사업 태스크포스(TF)’를 신사업팀으로 상설화하면서 중장기 인수합병(M&A) 등 미래 사업 투자에 적극 나섰다. 곽도영 기자 now@donga.com}

#1. 코웨이 지분 2.84%를 보유한 행동주의펀드 얼라인은 1월 코웨이에 공개 주주 서한을 발송하고 주가 부양을 위해 순이익의 90%를 배당할 것 등을 요구했다. 하지만 코웨이는 과도한 주주환원으로 재무 건전성이 크게 나빠졌다는 점을 강조하며 맞섰다. 얼라인은 결국 90% 상향안을 철회했지만 “코웨이 경영진이 스스로 주주들이 납득할 만한 밸류업 플랜을 내놓을 기회를 주겠다”고 엄포를 놨다. #2. 지난해 10월 영국계 행동주의펀드 팰리서캐피털이 SK스퀘어의 지분을 1% 이상 확보하며 재계를 긴장시켰다. 팰리서는 2015년 삼성물산 엘리엇 사태를 일으켰던 미국 헤지펀드 엘리엇 출신이 2021년 출범시킨 펀드다. 팰리서는 지분 확보 이후 SK스퀘어에 자사주 매입과 이사회 변경 등을 요구한 것으로 알려졌다. 하지만 이를 전후해 SK스퀘어 주가가 큰 폭으로 오르자 차익을 낸 뒤 지분을 축소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사의 주주 충실 의무를 강제한 상법 개정안이 13일 더불어민주당 주도로 국회 본회의를 통과하면서 국내 산업계에 행동주의펀드 공격에 대한 우려가 증폭되고 있다. 기업들이 이들의 공격에 맞서 경영권 방어에 힘을 쓰는 동안 미래를 위한 투자나 신사업 진출엔 상대적으로 소홀해질 수밖에 없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 “배당률 90%로 늘려라” 무리한 주주 요구에 끌려다닐 우려코웨이 외에도 행동주의펀드가 무리한 주주 배당을 요구하는 사례는 최근 이어지고 있다. 얼라인은 지난해 10월 두산밥캣 지분 1% 이상을 확보한 뒤 회사에 1조5000억 원의 현금을 특별 배당에 사용하라고 요구했다. 두산밥캣 측은 “합리적 경영 판단이라고 보기 어렵다. 배당 가능 이익을 일시에 소진하면 장기적이고 안정적인 주주 환원이 불가능해질 수 있다”며 거부했다. 재계는 상법 개정안 통과가 이 같은 행동주의펀드 공격에 ‘진입로’를 열어 준 셈이라고 우려했다. 개정안은 이사가 충실 의무를 지켜야 하는 대상을 기존 ‘회사’에서 ‘회사 및 주주’로 확대했는데, 행동주의펀드의 무리한 요구에 대해서도 주주에 대한 의무로 해석할 가능성을 열어줬기 때문이다. 또 기존에는 법원이 이사에 대한 주주의 직접적인 손해배상 청구 등을 인정하지 않았지만 이번 개정안으로 주주가 이사에 대해 직접 소송을 제기할 수 있는 길이 열렸다. 당장은 손실이 나더라도 미래 성장성을 보고 결정하는 대형 인수합병(M&A)이나 신사업 투자에 족쇄가 채워지는 셈이다. 재계 관계자는 “장기적인 계획을 수립해 재원을 분배하는데, 코웨이나 두산밥캣 등의 사례처럼 단기 수익과 주가 부양에만 치중하는 의사 결정을 강요받을 수 있다”고 말했다.● “신사업 투자 위축되고 경영권 방어 부담만 늘 것”최근에는 주요국 중 한국에서만 행동주의펀드의 개입이 급증하고 있다는 분석도 나온다. 국내 기업들이 3, 4세 경영으로 내려오며 대주주 경영권이 취약해진 틈을 탄 것으로 풀이된다. 한국경제인협회의 지난해 보고서에 따르면 2019년 행동주의펀드 공격을 받은 한국 기업은 8개였으나 5년 만인 2023년에는 77개로 9배 넘게 급증했다. 같은 기간 일본은 68개에서 103개로 약 1.5배 느는 데 그쳤고 , 미국은 543개에서 550개로 비슷한 수준을 유지했다. 이에 따라 행동주의펀드와의 주총 대결에서 경영권을 지키기 위한 기업들의 방어 비용도 늘어날 것으로 전망된다.주요 경제단체들은 전날 상법 개정안 통과 직후 반대 논평을 낸 데 이어 재의요구권 행사 요청을 위한 공동 행동도 논의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이날 코스닥협회도 논평을 내고 “기업들을 투기자본의 먹잇감으로 내몰고 단기 성과에만 치중하게 함으로써 기업의 경영활동에 심각한 부작용을 초래하게 될 것”이라고 호소했다. 벤처기업협회도 “벤처기업들의 혁신 성장 동력을 크게 위축시킬 우려가 있다. 깊은 우려를 표명한다”고 밝혔다.곽도영 기자 now@donga.com}

그간 이어진 산업계 반대에도 불구하고 이사의 주주 충실 의무 조항이 포함된 상법 개정안이 더불어민주당 주도로 13일 국회 본회의를 통과하면서 재계는 허탈감을 감추지 못하고 있다. 세계 주요국에 유례가 없는 주주 충실 의무가 법제화되면 기업의 중장기적 의사 결정에 심각한 차질이 올 것이란 위기감이 커지고 있다.● “미래 대비한 투자나 빅딜 어려워져” 상법 개정안이 시행될 경우 재계에서 가장 크게 우려하는 점은 기업들이 미래를 바라보고 단행하는 경영 행위에 큰 차질이 빚어질 수 있다는 것이다. 인수합병(M&A)과 신사업 진출, 대규모 설비투자 등 중장기적으로 기업의 성장성을 확보하기 위한 의사 결정이 당장의 비용이 크고 수익화에 시간이 걸린다는 이유로 ‘주주 이익 침해’로 해석될 위험이 있기 때문이다. 주주 충실 의무를 저버렸다는 빌미로 기업 이사들이 주주들로부터 수시로 소송당할 수도 있다.한 4대 그룹 관계자는 “주주 충실 의무가 있었다면 한화의 대우조선 인수, 두산의 스코다파워(체코 발전설비 기업) 인수 사례는 불가능했을 것”이라며 “기업들은 당장의 실적보다도 미래 성장성과 사업 시너지 등을 종합적으로 판단하는데, 이번 개정안이 시행되면 어느 이사가 과감한 의사결정에 나설 수 있겠나”라고 말했다. 또 다른 위협 요소는 해외 행동주의 펀드의 공격에 ‘진입로’를 열어줄 수 있다는 점이다. 한국경제인협회 등 경제 6단체에 따르면 2020년 행동주의 펀드의 공격을 받은 한국 기업은 10곳이었으나 2021년 27곳, 2022년 49곳으로 급증했다. 재계 관계자는 “행동주의 펀드는 빠른 시일 안에 최대한의 이익 실현에 집중할 수밖에 없다”며 “이들이 주주 충실 의무 조항을 걸고넘어지면 사안마다 주총 표 대결을 해야 하고, 경영진은 우호 지분 확보에 경영 역량을 허비하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 특히 중소·중견기업이 소송 부담에 취약해질 우려도 제기된다. 지난달 대한상공회의소 분석에 따르면 2022년 말 기준 코스피·코스닥 상장사의 약 35.3%에 불과한 중견·중소기업이 경영권 분쟁 건수에서는 93.1%를 차지한 것으로 집계됐다. 지난해 경영권 분쟁이 발생한 87개사 중에도 중소기업이 59개사(67.8%)로 압도적인 비중을 차지해 기업 규모가 작을수록 분쟁에 더 시달리는 것으로 나타났다. 중소기업은 소송 리스크에 대응할 인력이나 자금 등이 부족해 부담이 더욱 클 수밖에 없다.● “주요국 어디에도 유례없어… 재의요구권 요청” 상법 개정안은 글로벌 주요국 규제와 괴리가 있어 한국 기업들에 차별적 족쇄가 될 것이란 주장도 나온다. 미국, 영국, 프랑스, 독일, 캐나다, 일본 등 주요국은 관련 법에서 이사의 충실 의무 대상을 ‘회사’로 한정하고 있다. 미국모범회사법 8.30조(a)2는 “이사가 회사의 이익을 위한 것이라고 합리적으로 믿는 방식으로 성실하게 직무를 수행해야 한다”고 규정하고 있다. 일각에서는 미국 델라웨어주가 회사법으로 이사의 주주 충실 의무를 두고 있다고 주장하지만, 실제 델라웨어주 회사법에는 ‘회사나 주주에 대한 충실 의무 위반이 있으면 이사의 면책 불가’라는 내용만 있으며 이조차 회사 정관의 선택적 기재 사항이라고 밝히고 있다. 이사의 주주에 대한 충실 의무가 강제 조항이 아니라는 것이다. 이와 관련해 대한상의는 “세계적으로 유례를 찾기 어려운 척박한 제도 환경을 만들어 글로벌 기업들이 한국을 투자처로 선택할 수 있을지도 의문”이라고 비판했다. 주요 경제단체들은 즉각 재의요구권 행사 요청에 나섰다. 중소기업중앙회는 이날 입장문을 내고 “최상목 대통령 권한대행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의 재의 요구를 요청한다”며 “법무 전담 조직과 인력이 부족한 중소기업은 글로벌 기관 및 펀드의 경영 간섭에 무방비로 노출될 위험이 크다”고 밝혔다. 대한상의 역시 “국회가 다시 한번 신중히 논의할 수 있는 기회가 마련되기를 바란다”고 했다. 한국경영자총협회는 “상법 개정이 아닌 자본시장법을 통해 보다 합리적이고 실효적인 대안을 마련해야 한다”고 정부에 요청했다.곽도영 기자 now@donga.com이민아 기자 omg@donga.com}

재계가 반대하는 상법 개정안이 13일 국회 본회의에서 더불어민주당 등 야당 주도로 처리됐다. 경제단체들은 즉각 성명을 내고 “기업들을 투기 자본의 먹잇감으로 내몰 것”이라고 반발했다. 국민의힘은 정부에 재의요구권(거부권) 행사를 건의했다. 상법 개정안은 이날 오후 열린 본회의에서 재석 의원 279명 중 찬성 185명, 반대 91명, 기권 3명으로 가결됐다. 야권에선 기권표를 던진 진보당 정혜경 의원을 제외한 재석 의원 전원이 찬성했다. 국민의힘은 본회의에 앞서 당론으로 반대를 정했지만, 권영진 김재섭 의원이 기권했다. 상법 개정안은 이사가 충실해야 할 의무를 지는 대상을 회사에서 주주로 확대하고 전자 주주총회 도입을 의무화하는 내용이 담겼다. 민주당은 상법 개정안을 통해 소액 주주를 보호하고 ‘코리아 디스카운트’(한국 주식 저평가) 현상을 극복해야 한다고 주장하며 국회 법제사법위원회 소위원회와 전체회의에서 개정안을 단독 처리해 왔다. 민주당 핵심 관계자는 “상법 개정안은 윤석열 대통령과 한동훈 전 국민의힘 대표, 이복현 금융감독원장이 모두 찬성했던 법안”이라고 했다. 반면 국민의힘 권영세 비상대책위원장은 “민주당 이재명 대표가 입으로는 K엔비디아를 외치지만 민주당이 밀어붙이는 경제 질서에서는 애당초 불가능한 일”이라며 “민주당은 경제를 망치는 정책을 지금이라도 철회해 달라”고 촉구했다. 한국경제인협회와 대한상공회의소, 한국경영자총협회 등 주요 경제단체를 비롯한 재계도 반대 입장을 내놨다. 한경협은 “우리 경제와 기업에 심각한 부작용을 초래하고, 위헌 소지까지 있는 상법 개정안에 대해 재의요구권이 행사되기를 희망한다”고 했다. 여야 간 협의를 요구하며 지난달 27일 본회의에 상법 개정안 상정을 보류했던 우원식 국회의장은 이날 개정안을 상정하며 “지난 3주간 여야 간 제대로 된 협의가 없었던 것으로 파악됐다”며 “(각자의) 주장을 관철할 생각만 하면 그것은 정치가 아니라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한편 ‘민원 사주 의혹’이 제기된 류희림 방송통신심의위원장에 대한 사퇴 촉구 결의안 및 감사원 감사요구안도 이날 야당 주도로 본회의를 통과했다. 국민연금 개혁을 논의할 국회 연금특위 구성은 여야가 견해차를 좁히지 못해 불발됐다.윤다빈 기자 empty@donga.com곽도영 기자 now@donga.com권구용 기자 9dragon@donga.com}

재계가 반대하는 상법 개정안이 13일 국회 본회의에서 더불어민주당 등 야당 주도로 처리됐다. 경제단체들은 즉각 성명을 내고 “기업들을 투기 자본의 먹잇감으로 내몰 것”이라고 반발했다. 국민의힘은 정부에 재의요구권(거부권) 행사를 건의했다.상법 개정안은 이날 오후 열린 본회의에서 재석 의원 279명 중 찬성 185명, 반대 91명, 기권 3명으로 가결됐다. 야권에선 기권표를 던진 진보당 정혜경 의원을 제외한 재석 의원 전원이 찬성했다. 국민의힘은 본회의에 앞서 당론으로 반대를 정했지만, 권영진 김재섭 의원이 기권했다.상법 개정안은 이사가 충실해야 할 의무를 지는 대상을 회사에서 주주로 확대하고 전자 주주총회 도입을 의무화하는 내용이 담겼다. 민주당은 상법 개정안을 통해 소액 주주를 보호하고 ‘코리아 디스카운트(한국 주식 저평가)’ 현상을 극복해야 한다고 주장하며 국회 법제사법위원회 소위원회와 전체 회의에서 개정안을 단독 처리해왔다. 민주당 핵심 관계자는 “상법 개정안은 윤석열 대통령과 한동훈 전 국민의힘 대표, 이복현 금융감독원장이 모두 찬성했던 법안”이라고 했다.반면 국민의힘 권영세 비상대책위원장은 “민주당 이재명 대표가 입으로는 K-엔비디아를 외치지만 민주당이 밀어붙이는 경제 질서에서는 애당초 불가능한 일”이라며 “민주당은 경제를 망치는 정책을 지금이라도 철회해달라”고 촉구했다. 한국경제인협회와 대한상공회의소, 한국경영자총협회 등 주요 경제단체를 비롯한 재계도 반대 입장을 내놨다. 한경협은 “우리 경제와 기업에 심각한 부작용을 초래하고, 위헌 소지까지 있는 상법 개정안에 대해 재의요구권이 행사되기를 희망한다”고 했다.여야 간 협의를 요구하며 지난달 27일 본회의에 상법개정안 상정을 보류했던 우원식 국회의장은 이날 개정안을 상정하며 “지난 3주간 여야 간 제대로 된 협의가 없었던 것으로 파악됐다”며 “(각자의) 주장을 관철할 생각만 하면 그것은 정치가 아니라고 생각한다”고 말했다.한편 ‘민원 사주 의혹’이 제기된 류희림 방송통신심의위원장에 대한 사퇴 촉구 결의안 및 감사원 감사요구안도 이날 야당 주도로 본회의를 통과했다. 국민연금 개혁을 논의할 국회 연금특위 구성은 여야가 견해 차를 좁히지 못해 불발됐다.윤다빈 기자 empty@donga.com곽도영 기자 now@donga.com권구용 기자 9dragon@donga.com}